한국불교전서

운봉선사심성론(雲峰禪師心性論) / 心性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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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후발心性後跋
“마음은 거울의 몸체와 같고, 성품은 거울의 빛과 같다.”1)고 하니, 체體와 상相으로 달리 말하지만 그 실제는 하나이다. 그러므로 ‘진심이 곧 성품임을 드러낸 가르침’2)이라고 하였다.

성교性敎를 인증하여 논하는 글에 둘이 있다. 첫 번째는 일심법을 세워 법의 의심을 제거하고, 두 번째는 불성교佛性敎를 이끌어 「심성론」의 뜻을 증명한다. 지금은 첫 번째이다.

마음이라는 것은 텅 비어 오묘히 순수하고 환하여 신령하게 밝으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어서 그윽이 과거·현재·미래에 통하며,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니어서 온 세상에 철저하게 통하며, 소멸하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으니, 어찌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산四山이 해칠 수 있겠는가. 성性을 떠나 있고 상相을 떠나 있으니, 어찌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다섯 색깔(五色)이 가릴 수 있겠는가. 생사의 흐름에 있으면서 여의주처럼 푸른 바다에서 홀로 빛나고, 열반의 언덕에 있으면서 달처럼 푸른 하늘에서 홀로 밝고, 너무나 커서 만법이 이를 의지하여 시작한다. 만법은 허위虛僞이고 인연이 모여 생겨난다. 생겨나는 법은 본래 없고 일체가 오직 식識이다. 식識은 허깨비 꿈과 같아서 다만 이 일심일 뿐이다. 마음은 고요하면서도 아는데 이를 가리켜 원각圓覺이라고 한다. 청정함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떠한 다른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덕의 작용은 끝이 없고, 그 작용은 모두가 동일한 성性이다. 성이 일어나 상相이 되면 경계와 지혜는 뚜렷하고, 상이 성과 원융하게 되면 몸과 마음은 확연히 깨닫는다. 성은 해인海印에 견줄 수 있고 저 태허太虛를 넘어 있으니, 너무도 크고 밝아 생각의 한계를 멀리 넘어서 있다.3)
이른바 ‘사람 사람마다 현전한 일념’이라는 것이 바로 ‘하나의 법(一法)’이다. 그러므로 “법이라는 것은 중생심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마음은 바로 진여·생멸의 두 문과 체·상·용 삼대의 근원이다. 이 때문에 이 마음의 체성은 텅 비고 깊으며 두루 감싸서 총체적으로 만유를 거두되 부동不動이면서 수연隨緣이다. 그러므로 체體에 즉해 있고 용用에 즉해 있으며, 사람에 즉해 있고 법法에 즉해 있으며, 망妄에 즉해 있고 진眞에 즉해 있으며, 사事에 즉해 있고 이理에 즉해 있으니,

009_0011_c_01L心性後跋

009_0011_c_02L心如鏡之體性如鏡之光云云
009_0011_c_03L相異稱其實一也故云現示眞心
009_0011_c_04L即性敎印論性敎文二今立一
009_0011_c_05L心法以遣法疑後引佛性敎以
009_0011_c_06L證論義今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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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也者冲虛妙粹炳煥靈明無去無
009_0011_c_08L冥通三際非中非外洞徹十方
009_0011_c_09L滅不生豈四山之可害離性離相
009_0011_c_10L五色之能盲處生死流驪珠獨耀於滄
009_0011_c_11L踞湼槃岸桂輪孤朗於碧天大矣
009_0011_c_12L萬法資始也萬法虛僞緣會而生
009_0011_c_13L生法本無一切唯識識如幻夢但是
009_0011_c_14L一心心寂而知目之圓覺彌滿淸淨
009_0011_c_15L中不容他故德用無邊皆同一性
009_0011_c_16L起爲相境智歷然相得性融身心廓
009_0011_c_17L方之海印越彼太虛惔惔焉 [17] 晃晃
009_0011_c_18L逈出思議之表也

009_0011_c_19L
所言人人現前一念者即是一法故云
009_0011_c_20L所言法者謂衆生心也是心即是眞如
009_0011_c_21L生滅二門三大之源是故此心體性
009_0011_c_22L深包愽摠該萬有而不動隨緣故即
009_0011_c_23L體即用即人即法即妄即眞即事即
009_0011_c_24L「任」當作「狂」{編}

009_0012_a_01L뜻은 만 가지로 차이가 난다. 그러나 담연湛然히 항상 고요하며 일체를 완전히 끊어 버렸으므로 성性도 상相도 아니며, 이理도 사事도 아니며, 부처도 중생도 아니니, 앞에서 말한바 “완전히 거두고(全收) 완전히 가리기(全揀)에 자재하여 방해되지 않는다.”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큰 불가사의함이 있기 때문에 규봉 종밀이 “사람 사람마다 현전한 일념에 견성하여 성불한다.”고 곧장 가리켰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말한 성性은 바로 일심의 근본 법성이지, 성性과 상相의 상대적인 성性이 아니다. 그러므로 『화엄소』를 지은 청량 징관이 『심요전心要牋』에서 “대도大道는 그 마음에 근본을 두고 심법心法은 머무르지 않음에 근본을 둔다. 머무름 없는 마음의 본체는 신령하게 알아 어둡지 않으므로 성性과 상相이 고요하여 덕의 작용을 포함해 있다.”4)고 하였다.
지금 선법禪法을 의심하는 자들이 이러한 좋은 증거를 보고서 의심을 버리고 마음을 닦는 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바이다. 또 영가 진각永嘉眞覺 대사는 “일념이란 바로 바르게 깨달아 신령하게 아는 염念이다.”라고 하였고, 지공誌公(418~514) 화상은 게송에서 “대도大道는 눈앞에 환히 있거늘, 미혹하고 전도된 어리석은 사람들이 요달하지 못하네. 일념의 마음이 바로 이것이거늘, 어찌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있겠는가.”5)라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일념을 지목한 것은 선사들이 게송으로 읊은 그 요점이 바로 즉시 해탈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중생심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문二門과 삼대三大의 뜻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6)
두 번째, 불성교佛性敎를 이끌어 「심성론」의 뜻을 증명한다.
이 가르침은 설한다. 일체중생은 모두 공적한 진심을 가지고 있으니, 시작 없는 본래부터 성性은 스스로 청정하고 밝고 밝아서 어둡지 않아 분명하게 항상 알고 있으며, 미래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항상 머물러 멸하지 않는 것을 ‘불성’이라고 하며, 또한 ‘여래장’이라고도 하며, ‘심지心地’라고도 한다. 《달마가 전한 것이 바로 이 마음이다.》 시작 없는 때로부터 망상이 이것을 가리고 있어서 스스로 증득하지 못하고 생사에 탐착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이것을 가엾게 여기시고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생사 등의 법은 모두 다 공하다’는 것을 설하여 이 마음이 모든 부처님과 완전히 같음을 열어 보이셨다.
『화엄경』의 「여래출현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009_0012_a_01L義勢萬差而復湛然常寂勦絕一
009_0012_a_02L故非性非相非理非事非佛非衆
009_0012_a_03L生等如前所謂全收全揀自在無妨是
009_0012_a_04L以有如是大不思議故宗師直指
009_0012_a_05L人人現前一念見性成佛耳今言性者
009_0012_a_06L是一心本法性非性相相對之性故華
009_0012_a_07L嚴䟽主心要牋云大道本乎其心心法
009_0012_a_08L本乎無住無住心體靈知不眛性相
009_0012_a_09L寂然包含德用今疑禪法者見此良證
009_0012_a_10L除疑修心是吾所望也又永嘉眞覺大
009_0012_a_11L師云一念者是正覺靈知之念也
009_0012_a_12L公和尙誦云大道曉在目前迷倒愚人
009_0012_a_13L不了一念之心即是何須別處尋討
009_0012_a_14L且指一念者禪偈撮略在即時度
009_0012_a_15L脫故也是知雖曰衆生心非局二門
009_0012_a_16L三大之義明矣

009_0012_a_17L後引佛性敎以證論義
009_0012_a_18L
此敎說一切衆生皆有空寂眞心無始
009_0012_a_19L本來性自淸淨明明不昧了了常知
009_0012_a_20L盡未來際常住不滅名爲佛性亦名
009_0012_a_21L如來藏亦名心地達摩所傳
是此心也
從無始際
009_0012_a_22L妄想翳之不自證得耽着生死大覺愍
009_0012_a_23L出現於世爲說生死等法一切皆
009_0012_a_24L開示此心全同諸佛如華嚴經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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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이여, 한 중생도 여래의 지혜를 갖추어 지니지 않은 이가 없다. 다만 망상으로 집착하기 때문에 증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만일 망상을 떠나면 일체지·자연지·무애지가 곧바로 드러난다. 비유하면, 어떤 대경권大經卷《부처님의 지혜를 비유하였다.》이 있는데, 그 양이 삼천대천세계《지혜의 본체는 끝이 없고 법계에 두루 미친다.》와 같아서 삼천대천세계 안의 일을 모두 남김없이 서술하여 묘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체에 본래부터 갠지스 강의 모래알같이 많은 공덕과 갠지스 강의 모래알같이 많은 묘용이 있음을 비유하였다.》 이 대경권은 비록 그 양이 삼천대천세계와 같지만 지극히 작은 티끌 속에도 온전히 보전되어 있다. 《부처님의 지혜가 온전히 중생의 몸 가운데에 원만하게 구족해 있음을 비유하였다.》 하나의 작은 티끌《하나의 중생을 예로 들었다.》처럼 일체의 작은 티끌도 모두 이와 같이 대경권을 품고 있다. 어느 때에 어떤 사람이 지혜를 밝게 통달하고《세존을 비유하였다.》 청정한 천안을 모두 만족스럽게 성취하고서 이 대경권이 작은 티끌 속에 있지만 천안天眼으로 장애를 걷어 내어 색을 본 것이니, 불안佛眼으로 번뇌를 걷어 내어 부처의 지혜를 본 것을 비유하였다. 모든 중생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을 보았다. 《미혹하였을 때는 전혀 그 작용을 얻지 못하여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 등을 비유하였다.》 이에 곧바로 방편을 일으켜 그 작은 티끌을 깨뜨려《법을 설하여 장애를 깨뜨림을 비유하였다.》 이 대경大經을 드러내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널리 많은 이익을 얻게 하셨다. 여래의 지혜도 또한 이와 같아서 한량없고 장애 없이 널리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삼천대천세계의 일을 서술하여 묘사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부합한다.》 중생의 몸속에《‘작은 티끌 속에’라고 한 것과 부합한다.》 구족하여 있지만, 다만 모든 어리석은 중생들이 망상으로 집착하여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때 여래께서는 장애가 없는 청정한 지혜의 눈으로 두루 법계의 일체 중생을 널리 관찰하시고서, ‘신기하고, 신기하도다. 이 모든 중생들은 어찌하여 여래의 지혜를 갖추어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를 가르쳐 저들로 하여금 영원히 망상으로 집착하는 것을 벗어나 자신의 몸에 있는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다름없다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009_0012_b_01L現品云佛子無一衆生而不具有如來
009_0012_b_02L智慧但以妄想執着而不證得若離
009_0012_b_03L妄想一切智自然智無碍智即得現前
009_0012_b_04L譬如有大經卷喩佛
智慧
量等三千大千世界
009_0012_b_05L智體無邊
廓周法界
書寫三千大千世界中事一切
009_0012_b_06L皆盡喩體上本有恒沙
功德恒沙妙用也

009_0012_b_07L
此大經卷雖復量等大千世界而全
009_0012_b_08L住在一微塵中喩佛智全在衆生
身中圓滿具足也
如一微塵
009_0012_b_09L擧一衆
生爲例
一切微塵皆亦如是時有一
009_0012_b_10L智慧明達喩世
尊也
具足成就淸淨天眼
009_0012_b_11L見此經卷在微塵內天眼方隔障見
009_0012_b_12L喩佛眼方隔煩惱見佛智也於諸
009_0012_b_13L衆生無少利益喩迷時都不得其用
與無不別云云乃至
即起
009_0012_b_14L方便破彼微塵喩說法
破障也
出此大經
009_0012_b_15L諸衆生普得饒益
如來智慧亦復如
009_0012_b_16L無量無碍普能利益一切衆生合書
寫三
009_0012_b_17L千界
中事
具足在於衆生身中合微
塵中
但諸凡愚
009_0012_b_18L妄想執着不知不覺不得利益爾時
009_0012_b_19L如來以無障碍淸淨智眼普觀法界一
009_0012_b_20L切衆生而作是言奇哉奇哉此諸衆
009_0012_b_21L云何具有如來智慧愚癡迷惑不知
009_0012_b_22L不見我當敎以聖道令其永離妄想執
009_0012_b_23L自於身中得見如來廣大智慧與佛

009_0012_c_01L이에 곧 저 중생들에게 성인의 도《육바라밀과 삼십칠도품》를 닦고 익히게 하여 망상을 벗어나게 하였다. 망상을 벗어나게 한 이후에 여래의 한량없는 지혜를 증득하게 하여 일체중생을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였다.”7)8)
배휴는 “마땅히 부처님에게서 믿음을 취하여야지, 사람에게서 믿음을 취하지 말아야 하며, 마땅히 근본법에서 증득을 취하여야지, 말단의 습기에서 증득을 취하여서는 안 된다. 아, 뒤에 배우는 사람들은 자세히 살펴보라.”9)라고 말하였다.


009_0012_c_01L無異即敎彼衆生修習聖道六波羅密
十七道品

009_0012_c_02L令離妄想離妄想已證如來無量智慧
009_0012_c_03L利益安樂一切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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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相國云當取信於佛無取信於人
009_0012_c_05L當取證於本法無取證於末習嗚呼
009_0012_c_06L後之學者察而詳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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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선가귀감』(H7, 636a).
  2. 2)『선원제전집도서』(T48, 402b)에서 말한 ‘교삼종敎三種’ 중에서 세 번째인 ‘현시진심즉성교’이다.
  3. 3)『원각경소』(T39, 524a).
  4. 4)『경덕전등록』 권30(T51, 459b) 참조.
  5. 5)『경덕전등록』 권29(T51, 450c) 참조.
  6. 6)보조 지눌,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H4, 760c~761a).
  7. 7)80권 『화엄경』(T10, 272c~273a) 참조.
  8. 8)『선원제전집도서』(T48, 404bc).
  9. 9)배휴, 「선원제전집도서서序」(T48, 399a).
  1. 1)「任」當作「狂」{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