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풍계집(楓溪集) / 楓溪集卷之下

ABC_BJ_H0182_T_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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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집 하권(楓溪集 卷之下 )
사륙전문四六箋文
봉복사 정속전 상량문奉福寺正續殿上樑文
산맥의 원줄기는 기린령이요 경계는 화전花田이다. 덕악德嶽(덕고산)은 가파르게 드높아서 치악산雉岳山을 끌어당겨 한 덩어리로 뭉쳐 놓은 듯하고, 맑은 시내는 구불구불 흘러내려 봉계鳳溪를 옷깃처럼 둘러 잔잔하고 느리게 흐른다.
여기에 임궁琳宮(사찰)을 짓고 진상眞像(불상이나 보살상)을 모셨으니, 그것은 곧 선사先師께서 슬기로운 교화를 드리운 것이요, 후진後進들이 본받아 큰 규범을 받들게 함이다. 혜초로 엮은 장막이 하늘에 매달려 영취산의 혜월慧月이 길이 밝고, 치유緇帷1)가 새벽을 열어 소림少林의 선풍禪風이 항상 엄습한다.
저녁 이슬은 제석천왕帝釋天王 인드라망의 구슬이요, 아침노을은 꽃비 내리는 상서로운 일이로다. 정情은 육입六入2)을 초월하고 기운은 삼명三明3)을 무성하게 한다. 채색 안개가 가로 퍼져서 달빛과 뒤섞여 서로 비치고, 상서로운 빛은 위로 사무쳐서 운한雲漢(은하수)과 어울려 빛을 흘린다. 언덕과 골짜기는 모두 맑고 바람과 샘물은 서로 빛나며, 소나무 그늘은 낙락落落하여 문을 밀어제치고 푸르름을 보내고, 산의 색깔은 외외嵬嵬하여 대나무 처마에 시렁을 매고 비취색을 솟구친다.
앞에는 복간複澗4)이 이르러 구름과 노을이 비옥하게 하고 씻어 주는 바요, 뒤에는 층층 봉우리에 의지하여 해와 달이 정기를 빠뜨린다. 한 길쯤 되는 방 안은 바로 유마維摩 거사가 쉬었던 곳만 하고, 7자쯤 되는 단상壇上은 진실로 만수曼殊 보살이 머물던 곳과 같다. 급고독원의 커다란 터요 숭산嵩山의 아름다운 유지遺址인데, 공수반과 공수 같은 거장巨匠이 그 공역功役을 맡아서 진행하니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법당을 하루도 채 못 되어 이루었다. 용렬한 학문으로 대들보를 들어 올리는 행사에 짧은 노래를 읊는다.

樑之東      대들보의 동쪽
東方滿月振高風  동방東方 만월滿月세계의 고풍高風을 떨치고
重重帝網瑠璃界  겹겹이 제석의 그물을 유리瑠璃세계에 치며
無限淸光暎碧空  한없는 맑은 풍광風光 푸른 하늘을 비추네

樑之南      대들보의 남쪽
南國离明聖化覃  남쪽나라 이명离明5)의 거룩한 교화 미치니
猗歟善應尤鑚仰  아름답다, 잘 따라서 성인을 도와 덕을 우러르고
人皆八歲作奇男  사람들은 누구나 여덟 살이면 기특한 남자가 되리

樑之西      대들보의 서쪽
西來祖意好提撕  서쪽에서 온 조사祖師의 뜻을 떨쳐 일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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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46_a_02L楓溪集卷之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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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46_a_04L四六箋文

009_0146_a_05L奉福寺正續殿上樑文

009_0146_a_06L
脉維猉領境絢花田德嶽嶙峋控雉
009_0146_a_07L岳而磅磚淸溪屈曲襟鳳溪而潺湲
009_0146_a_08L爰啓琳宮載圖眞像迺先師之垂睿化
009_0146_a_09L式後進之捧弘䂓蕙帳霄 [24] 長明鷲領
009_0146_a_10L之月緇帷曉闢恒襲少林之風夕露
009_0146_a_11L爲帝網之珠朝霞爲雨花之瑞情超六
009_0146_a_12L氣茂三明彩霧橫陳混月華而相
009_0146_a_13L祥光上澈 共雲漢而流暉崖谷共
009_0146_a_14L風泉相煥松陰落落排戶闥而送靑
009_0146_a_15L山色嵬嵬架竹薝而聳翠前臨複澗而
009_0146_a_16L雲霞之所沃蕩後倚層峰而日月之所
009_0146_a_17L淪精一丈房中寔維摩之所憇七尺
009_0146_a_18L壇上眞曼殊之所留給園宏基嵩山
009_0146_a_19L懿址般倕蕆其役輪奐不日成庸擧
009_0146_a_20L脩樑聊吟短唱

009_0146_a_21L
樑之東東方滿月振高風重重帝網瑠
009_0146_a_22L璃界無限淸光暎碧空樑之南南國
009_0146_a_23L离明聖化覃猗歟善應尤鑚仰人皆
009_0146_a_24L八歲作奇男樑之西西來祖意好提撕

009_0146_b_01L當年一片嵩山月  당년當年의 한 조각 숭산嵩山의 달이 떠서
影入禪林色轉黊  그림자 선림禪林에 드니 그 빛이 더욱 샛노랗다

樑之北      대들보의 북쪽
北岳老人轟霹靂  북악北岳의 노인 벼락 울리는 소리에
白拈臨濟捲風雲  날도둑놈 임제臨濟가 풍운風雲을 거두니
一段蚌珠非白黑  한 조각 방주蚌珠가 희지도 검지도 않으리

樑之上      대들보의 위쪽
藹藹祥光知幾丈  아름답고 성한 상서로운 광명 몇 길인지 아는가
伽陵遺響澈雲衢  가릉빈가迦陵頻伽의 노래가 구름 거리 사무치니
八部龍天咸瞻仰  팔부천룡八部天龍들이 모두 다 우러러본다

樑之下      대들보의 아래쪽
卅三總入堂中畫  삼십삼 조사의 탱화를 모두 법당에 모시니
西天東土一樣風  서천西天이나 동토東土가 한 모양의 가풍이요
袖裏靈珠光不夜  소매 속에 영명한 구슬의 빛으로 어둡지 않으리
 
엎드려 바라건대 대들보를 올린 뒤에 큰 복이 골고루 이르고 명유冥裕가 널리 확장되며, 금륜金輪은 먼 곳까지 다스려서 항상 늙지 않는 봄을 보게 하고, 옥력玉歷은 깊은 이치 끌어내어 길이 나라를 태평太平하게 다스리게 하소서. 예의禮儀는 삼고三古보다 더 왕성하게 하고 음악은 구주九州에 더욱 번성하게 하소서. 바람이 순조로워 바다에는 파도가 일지 않게 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어 백성들은 다 배를 두드리게 하며, 하늘 신은 자리를 비우지 말고 불일佛日을 받들어서 길이 밝게 하는 것으로 직분을 삼고, 땅의 신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마음으로 선풍禪風을 보호하여 영원히 멈추지 않게 하소서. 신령한 구역에 영원히 재를 올리게 하고 법의 바다는 더욱 왕성하게 하며, 바다가 뽕밭으로 변하도록 정혜㝎慧의 숲은 항상 무성하고 육지陸地가 금석金石처럼 아름다워지도록 자비慈悲의 방이 영원히 남아 있게 하소서.
봉암사 시왕전 상량문鳳岩寺十王殿上樑文
희양산曦陽山 남쪽 산기슭이요 봉암사鳳岩寺 서쪽 동산에 명부당冥府堂을 지어 주작朱雀 방위의 거룩한 신을 진압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을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네주고 길을 잃은 중생들을 인도하여 나루를 알게 하였다.
그런 까닭에 하늘은 옥호玉壺를 열고 땅은 금계金界(사찰의 별칭)를 받들었다. 예전에 이 지역이 계림雞林의 통치에 소속되었었던 날 안탑鴈塔 세울 터를 점을 쳐 도출해 내고, 환희원歡喜園을 이곳에 우뚝하게 드러내었으며, 성라전星羅殿을 여기에 배열排列하였다. 삼승三乘의 미묘한 자취와 백장百丈의 참다운 규범이 어쩌다가 푸른 개(碧狗 : 甲戌)의 해에 갑자기 적미赤眉6)의 화禍를 당하여 인사仁祠(사찰)는 회록回祿7)에 속하였고, 스님들은 건유虔劉8)에 걸려들었다.
이에 의로운 용이 있었으니 그 이름을 혜식慧式(가야산에 있었던 화가)이라 하였다. 그는 너그러우면서도 절제節制가 있었고 마음이 넓어 포용력이 있었다. 이미 장부丈夫의 몸을 얻었으니, 어찌 현성賢聖의 도를 실천하지 않겠는가? 하루아침에 만세萬世의 일을 함께하리라는 서원誓願을 세우고

009_0146_b_01L當年一片嵩山月影入禪林色轉黊
009_0146_b_02L之北北岳老人轟霹靂白拈臨濟捲風
009_0146_b_03L一段蚌珠非白黑樑之上藹藹祥
009_0146_b_04L光知幾丈伽陵遺響澈雲衢八部龍天
009_0146_b_05L咸瞻仰樑之下卅三總入堂中畫西
009_0146_b_06L天東土一樣風袖裏靈珠光不夜

009_0146_b_07L
伏願上樑之後景貺周臻冥裕廣拓
009_0146_b_08L輪統遠恒看不老之春玉歷鉤深
009_0146_b_09L御大平之堿禮盛三古樂繁九州
009_0146_b_10L調而海不揚波歲穩而民皆扣腹天神
009_0146_b_11L不曠職奉佛日而長明地媪無倦
009_0146_b_12L護禪風而永扇靈區永奠法海彌瀾
009_0146_b_13L變桑田㝎慧之林尙茂陸䃹金石
009_0146_b_14L悲之室猶存

009_0146_b_15L

009_0146_b_16L鳳岩寺十王殿上樑文

009_0146_b_17L
曦陽南麓鳳岩西園爰設冥府堂
009_0146_b_18L鎭朱方聖濟昏氓於覺岸導迷道於通
009_0146_b_19L是以天開玉壺地擎金界在昔雞
009_0146_b_20L林之日占出鴈塔之基歡喜園㟮顯於
009_0146_b_21L星羅殿排列於此三乘妙躅百丈眞
009_0146_b_22L奈何碧狗之年遽値赤眉之禍
009_0146_b_23L祠屬於回祿圓頂罹乎虔劉爰有義龍
009_0146_b_24L厥號慧式寬而有制恢乎有容旣得
009_0146_b_25L丈夫身盍行賢聖道誓一朝與萬世之

009_0146_c_01L우리 부처님께서 사방의 고을에 노닐었던 것을 실천에 옮겨 채 1년도 못 되어 아름다운 건물을 일신一新하였으니, 연기와 노을은 함께 빛나고 바위와 골짜기는 해맑아졌다.
산과 내는 이미 다른 산에 비하여 소중해지고 선찰禪刹도 역시 이 세대를 만났다. 북쪽 산과 동쪽 산마루는 선옹仙翁이 소나무와 노송나무를 보호해서 영원토록 푸르게 하였고, 왼쪽 무릎 부분과 오른쪽 어깨 부분에는 불탑佛榻이 총림叢林과 더불어 다 함께 우뚝 솟았으니, 풍송風頌으로 짤막하게 노래하여 용렬하나마 무지개 들보를 들어 올리나이다.

東        동쪽
一輪高綻曦陽峰  희양산 봉우리에 한 수레바퀴(태양)가 높이 터지니
風來玉刹卷陰靄  아름다운 사찰에 바람이 불어와 음산한 안개를 걷고
虩虩祥光繞梵宮  혁혁한 상서로운 광명이 범궁梵宮(법당)을 두르리

南        남쪽
鵬翼垂天接海嵐  붕새의 날개 하늘에서 드리워 바다의 이내와 잇닿았고
風掠桷梢鈴自語  바람이 서까래 끝으로 지나가니 풍경이 저절로 울리며
曼陁花雨落毿毿  만다라꽃 비오듯 쏟아져 삼삼毿毿하게 떨어지네

西        서쪽
銀峰透碧是嵯峨  푸른 하늘을 뚫은 하얀 산봉우리 우뚝 높이 솟아 있고
商飈劃靄心尤爽  가을바람이 안개를 걷어 가니 마음 더욱 상쾌하며
積嶺叅天釼戟齊  하늘에 들쭉날쭉 쌓인 봉우리 창칼처럼 나란하네

北        북쪽
玄冥遶護金仙宅  현명玄冥9)이 금선金仙의 전각殿閣을 빙 두르고
非唯大電發嘉祥  오직 큰 번개만이 아름다운 상서를 발할 뿐만 아니라
斗極樞星光赫赫  두극추성斗極樞星(북극성)의 광명이 혁혁赫赫하네

上        위쪽
落落嵬嵬金色相  우뚝하여 높고 뛰어난 황금색 형상이여
光明五彩澈雲衢  다섯 색깔의 광명光明이 구름 거리 사무치며
百億人天盡環向  백억百億의 인천人天들이 다 고리처럼 돈다

下        아래쪽
水光天影交相射  물빛과 하늘 그림자가 서로 어울려 쏘고
庭前翠栢自長春  마당 앞 푸른 소나무 저절로 긴 봄이요
五味酥𨠑供獅座  다섯 가지 맛 소타酥를 사자좌에 공양한다

엎드려 바라건대 대들보를 올린 뒤에는 금선金仙께서 복을 내려 주시고 옥황玉皇께서 부유함을 드리워 주시며, 열렬烈烈한 위풍威風은 만고萬古에 뻗쳐서 이후로도 변치 않도록 하고, 마군魔軍을 물리쳐 재앙을 거두어 그치게 하며, 높고 높은 성인의 덕德은 백신百神을 움직여서 길이 보전하게 하여, 머리 검은 백성들이 배를 두드리며 여유 있게 노닐게 하옵소서. 태평한 봄날은 화락하고 상고上古의 교화는 성대하여, 먼지는 접해鰈海10)에서 날려 버려서 가르침의 바다에 세찬 파도가 일어나게 하고, 계림은 오랜 세월11)토록 계율의 숲에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하여 주소서.
가야산 백련암 광풍루 상량문伽耶山白蓮庵光風樓上樑文
강양江陽12) 북쪽 산마루요, 해인사海印寺 동쪽 모퉁이, 연사蓮社(사찰)의 계단 앞에 큰 터를 잡았고, 희랑동希朗洞 위에 큰 누각을 지었다. 도사다천覩史陁天의 황금전黃金殿을 은근히 여기에 드러냈고,

009_0146_c_01L爲我佛遊四方之鄕未及期年
009_0146_c_02L新芳宇煙霞共奐巖洞交淸山川旣
009_0146_c_03L已重於他山禪刹亦偶逢於斯世北峀
009_0146_c_04L東領仙翁護松栝而長靑左膝右肩佛
009_0146_c_05L與叢林而俱聳短唱風頌庸擧虹樑
009_0146_c_06L一輪高綻曦陽峰風來玉刹卷陰靄
009_0146_c_07L虩虩祥光繞梵宮鵬翼垂天接海嵐
009_0146_c_08L風掠桷梢鈴自語曼陁花雨落毿毿西
009_0146_c_09L銀峰透碧是嵯峨商飈劃靄心尤爽
009_0146_c_10L嶺叅天釼戟齊玄冥遶護金仙宅
009_0146_c_11L唯大電發嘉祥斗極樞星光赫赫
009_0146_c_12L落嵬嵬金色相光明五彩澈雲衢百億
009_0146_c_13L人天盡環向水光天影交相射
009_0146_c_14L前翠栢自長春五味酥𨠑供獅座

009_0146_c_15L
伏願上樑之後金仙降福玉皇垂裕
009_0146_c_16L烈威風亘萬古而恒今兮魔軍退鼓而
009_0146_c_17L收戢嵬嵬聖德運百神而長存兮
009_0146_c_18L首扣腹而優遊太平之春熙熙上古之
009_0146_c_19L化隱隱塵飛鰈海敎海之波濤洶洶
009_0146_c_20L [25] 雞林戒林之柯葉蔚蔚

009_0146_c_21L

009_0146_c_22L伽耶山白蓮庵光風樓上樑文

009_0146_c_23L
江陽北領印寺東嵎占洪基於蓮社階
009_0146_c_24L揣宏構於希朗洞上覩史陁黃金殿

009_0147_a_01L도리천忉利天의 백옥루白玉樓가 통쾌하게 여기에 나타났다. 5명明13)은 이로 말미암아 더욱 드러나고, 7매昧14)는 이를 근거로 해서 천명闡明하게 되었다. 시냇물이 구불구불 돌아 흐르고 산봉우리가 고리처럼 빙 둘러 있는 곳을 보자면, 맑은 샘이 돌 비탈로 흘러내려 한밤중의 가을 소리를 보태고, 안개에 둘러싸인 꽃과 나무들은 사계절의 봄빛을 담고 있다.
이에 명明 상인上人은 상림桑林의 장로요 연사蓮社의 고명高明한 사람으로, 현성賢聖의 공장孔章을 품수하고, 단나檀那의 성격誠格을 염원하여 집집마다 재물을 거두고, 곳곳에서 인연을 모아 하품하고 기지개 켜는 사이에 산을 옮기기를 기약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훌륭한 장인들을 부려 재목을 가려서15) 공사를 마쳤다. 걸으면 우뚝 높은 형세와 판량板樑이 하늘을 찌를 듯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서 있으면 꿈틀대듯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낭錦囊의 신비한 어구語句를 모아 경루瓊樓의 성대한 경관에 남겨 두며, 이 무지개 들보를 가져다 월로16)의 밑천으로 삼는다.

東        동쪽
三山眼底通    삼산三山이 눈 아래 통하니
金雞催日轂    금계金雞17)가 해 바퀴를 재촉하고
光暈梵王宮    광명은 범왕궁梵王宮을 빙 두르네

南        남쪽
豗泉萬壑涵    힘차게 솟는 샘은 온 골짜기를 적시고
衆籟雖聒耳    온갖 소리들이 귀를 시끄럽게 할지라도
寧入㝎中叅    어찌 선정에 들어 화두를 참구하지 않으리

西        서쪽
叅天萬木齊    하늘에 닿은 온갖 나무들 가지런하니
金繩開淨域    금승金繩18)이 깨끗한 경계를 열었네19)

北        북쪽
尖峰當斗極    뾰족한 봉우리는 북극성에 닿아 있고
靈源一派上    신령한 수원水源은 한 줄기 위에 있으며
仁宇表嘉德    인우仁宇(사찰)는 아름다운 덕을 표방하네

上        위쪽
玉毫光幾丈    옥호玉毫20)에서 나오는 광명 몇 길이나 되는가
伽陵響澈空    가릉빈가迦陵頻伽21)의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고
七趣盡回向    일곱 갈래 세계22)의 중생 다 회향回向하네

下        아래쪽
慈雲遍廣野    자비 구름 넓은 들에 펼쳐지니
舜日與堯風    순임금의 해요 요임금의 바람이라
家家沾聖化    집집마다 성인의 교화가 적셔 주리

엎드려 바라건대, 대들보를 올린 뒤에는 명승지에서 길이 재齋를 올리고 법회에 모인 대중들 다 평안해지게 하소서. 맑고 얕은 뽕나무 밭이여, 푸른 바다 3천 년을 웃으며 바라보소서. 세계에 사무침에 의지함이여, 붉은 노을 9만 리를 내려보소서.
가야산 보문암을 수리하고 장엄한 기록문(伽耶山普門庵修莊記)
강양군江陽郡 북쪽에는 오악산烏岳山, 남쪽에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는데 여섯 자라가 바다에 떠 와서 머리에 이고23) 서 있는 형국이다. 가로로는 설령雪領이 고개를 들고 있으니 그 형상이 바다를 차는 용과 닮았고, 세로로는 상봉霜峰이 수려하니 그 형세는 하늘을 무찌르려는 칼과 같다.
여기에 빛나는 현판 하나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보문암普門庵이라 불리는 것이다.

009_0147_a_01L暗現於斯忉利天白玉樓快見於此
009_0147_a_02L五明由是而益顯七昧原玆而速闡
009_0147_a_03L若澗水縈回峰巒環擁淸泉落磴
009_0147_a_04L五夜之秋聲芳樹籠煙保四時之春色
009_0147_a_05L迺有明上人桑林長老蓮社高明
009_0147_a_06L賢聖之孔章念檀那之誠格家家收撮
009_0147_a_07L處處募緣期移山於欠申運倕功於頃
009_0147_a_08L [26] 材告訖行看突兀之形板樑冲
009_0147_a_09L立見蜿蜒之勢採錦囊之神語
009_0147_a_10L瓊樓之盛觀掇玆虹樑資於月露

009_0147_a_11L
三山眼底通金雞催日轂光暈梵
009_0147_a_12L王宮豗泉萬壑涵衆籟雖聒耳
009_0147_a_13L入㝎中叅西叅天萬木齊金繩開淨
009_0147_a_14L尖峰當斗極靈源一派上仁宇
009_0147_a_15L表嘉德玉毫光幾丈伽陵響澈空
009_0147_a_16L七趣盡回向慈雲遍廣野舜日與
009_0147_a_17L堯風家家沾聖化

009_0147_a_18L
伏願上樑之後名區永奠法衆咸休
009_0147_a_19L淺桑田兮笑看碧海三千年依微世界
009_0147_a_20L下視丹霞九萬里

009_0147_a_21L

009_0147_a_22L伽耶山普門庵修莊記

009_0147_a_23L
江陽郡北烏岳山南三神山浮來六鰲
009_0147_a_24L頭戴立橫矯雪領形侔蹵海之龍
009_0147_a_25L秀霜峰勢若屠天之劒爰有華揭

009_0147_b_01L연경蓮經(『법화경』)의 큰 규범을 연취涓取하였고 빛나는 규범規範의 미묘한 자취를 천양闡揚하였으니, 땅의 신이 가호呵護하는 곳이요 하늘의 신이 부지扶持하는 곳이다. 뒤에는 층층으로 이루어진 푸른 산봉우리를 의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우뚝 솟은 주작朱雀의 봉우리를 마주하고 있다. 이는 대괴大塊(땅)가 처음 열림에 청룡靑龍과 백호白虎가 백 리를 두루 에워쌌고, 거령巨靈24)이 물에 잠겨 숨은 뒤로 비단 띠가 천 가닥으로 나열한 곳이다. 『청오경靑烏經』25)에서 점지하는 그런 곳이요, 『금낭경錦囊經』26)에 들어 있는 장소로서 최 학사崔學士(최치원)의 신선 흔적이 아직 남아 있고, 수닷타須達陁의 큰 공이 여전히 무성하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니 실로 하늘이 아껴서 열어 주지 않은 곳이며, 풀과 나무가 무성하니 이는 귀신이 감추어 두고 기다리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군자君子들이 깃들어 머무는 곳이니, 어찌 용렬한 사나이가 엿볼 수 있겠는가?
이에 사일思一 비추芘蒭(비구)가 인연을 모아 이 절 짓기를 마쳤고, 삼십삼 보살이 있는 힘을 다하여 장엄하게 수리하였다. 신信과 익益 두 선사禪師가 크고 작은 임무를 주관하였고, 사언思彦 별좌別座가 재물의 출입出入을 관장하였으니, 이들은 다 산악山岳의 걸출한 인물이요, 빙호氷壺의 맑은 기운 같은 분들이며, 중천에 뜬 달과 같고, 비단에 놓인 수와 같은 재주를 지녔다. 다리로 선정을 디디는 것이 어찌 다만 9만 리를 나는 붕새의 길뿐이겠는가? 이름이 옥판玉版에 올랐으니 틀림없이 7, 8품의 연교蓮橋를 밟을 것이리라.
계절은 청양淸陽에 이르렀고 시기는 태운泰運(태괘泰卦의 운運)에 속하여 변방의 봉화烽火가 오르지 않고 나라 안의 기쁨이 크게 펼쳐지니 이는 비바람을 맞으며 널리 신선의 구역을 구하기에 마땅했으나 날이 가도록 적당한 장소를 얻지 못하였다. 그러다 이 터를 얻고서야 겨우 내 마음이 흡족해졌다. 아름다운 물과 수려한 산은 인자仁者와 지자智者의 즐거움이 항상 감돌 것이요, 숲이 울창하고 골짜기가 깊으니 낙천樂天의 도가 어찌 없겠는가?
그런 까닭에 거친 언덕이 금모래로 변하고, 물푸레나무와 가시덤불이 바뀌어 보배 전각이 세워졌다. 층층의 집과 굽은 난간은 형세가 항아姮娥의 궁전을 접한 듯하고, 단청한 기둥과 조각한 기둥은 음영이 봉래산 신선의 선굴仙窟이 떨어진 것 같다. 노을이 색깔을 바꾸고 시냇물이 빛을 더하니, 여름이면 더욱 서늘하여 쇳덩이를 녹일 더위가 이르지 않고, 겨울에는 더욱 따뜻하여 비단을 끊는 추위가 스미기 어려웠다. 이로 말미암아 안선安禪하고 정려靜慮하는 스님들은

009_0147_b_01L稱普門涓取蓮經之宏䂓闡揚華範之
009_0147_b_02L妙躅地媪之所呵護曦神之所扶持
009_0147_b_03L後倚碧峰之層層南對朱雀之屹屹
009_0147_b_04L知大塊初闢龍虎百里之周圍巨靈潜
009_0147_b_05L羅帶千條之擁列靑烏所占錦囊
009_0147_b_06L攸居崔學士之仙躅猶存須達陁之弘
009_0147_b_07L尙茂雲煙羃羃實天慳而不開
009_0147_b_08L木蒙蒙迺鬼祕之有待儘君子之所棲
009_0147_b_09L豈庸夫之能覬覦於是思一芘蒭
009_0147_b_10L爲募緣而畢建卅三開士憚戮力而莊
009_0147_b_11L信益兩禪公主寬狹之務思彥一別
009_0147_b_12L掌出入之財是皆山岳之精英
009_0147_b_13L壺之淑氣天心月脇錦肝繡腸脚達
009_0147_b_14L仙庭奚啻九萬里之鵬路名登玉版
009_0147_b_15L應撣七八品之蓮橋節屆淸陽時屬泰
009_0147_b_16L塞邊之烽火頓熄區內之蹈舞孔暢
009_0147_b_17L是宜櫛風雨而廣求仙區彌日月而靡
009_0147_b_18L獲銓地洎得斯址才叶我懷美水佳
009_0147_b_19L仁智之樂恒紆深林邃谷樂天之
009_0147_b_20L道寧無是以變荒丘而作金沙易榛棘
009_0147_b_21L而爲寶閣層軒曲檻勢接姮娥之宮
009_0147_b_22L畫棟雕楹影落蓬仙之窟煙霞動色
009_0147_b_23L澗水增輝夏而愈凉不到流金之熱
009_0147_b_24L冬而益煖難透絕錦之寒由是安禪靜

009_0147_c_01L진토塵土의 더러움을 다 잊고, 풍월風月을 읊는 선비들은 옥동玉洞의 대청으로 앞다투어 나아가니 어느 누가 천석泉石 사이에 스스로 소요逍遙하는 즐거움을 알겠는가? 바르게 정돈된 아름다운 문호門戶는 8영詠의 맑은 바람을 끌어내고, 굽이굽이 아름다운 집들은 쌍계雙溪의 밝은 달을 받아들이니, 하물며 다시 구름 병풍이 진열鎭列하고 안개가 옹기종기 늘어섬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마당에는 난옥蘭玉27)이 넘쳐 나니 다 도원桃源의 우객羽客이 사는 곳이요, 방 안에는 초금貂金28)이 가득하니 모두 월굴月窟의 신선이라 칭송한다. 처마는 수성壽星을 마주하니 당연히 오래 사는 현록玄籙29)이요, 문에는 서왕모西王母30)를 맞이하니 수명을 연장하는 벽도碧桃를 받든다.
이에 백 년의 훌륭한 유람을 다하게 되고, 사시四時의 아름다운 경치를 오로지 하였구나. 위대하도다, 이 집의 지어짐이여! 진실되구나, 후학後學들이 깨달음을 이룸이여. 떳떳한 윤리를 하늘처럼 높여 종문宗門이 창성昌盛해질 것이다.
그러하니 귀중한 재물을 보시하면 복福이 따름은 헛되지 않을 것이요, 화려한 집을 지음에 공功이 부질없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보문普門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도를 깨달음이 머지않을 것이요, 무외의 힘31)이 지금 사람에게 멀지 않다는 것이다. 바라는 것은 보배의 집 지은 것이 오래도록 보전되고 회록回祿(화재)의 침범을 당하지 않으며, 신령한 구역에서 길이 재를 올려 항상 훌륭한 덕화의 감응을 받는 것이다.

단성 율곡사 괘불탱화기(丹城栗谷寺掛佛幀記)
무릇 범천梵天이 상서를 내리니 석가모니釋迦牟尼께서 32상호相好를 단정하게 갖추셨고, 선기禪基가 비로소 운행하니 음광飮光(가섭)이 백만 대중의 우두머리로 천단하였다. 미묘한 상호는 이를 근원으로 삼아 조짐兆朕이 생겼고, 기이한 형상은 저것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졌으니, 유풍遺風을 역대별로 가려 뽑고 끊어진 궤범軌範을 추구하여 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입도의 문에 걸린 그윽한 빗장은 감응하면 반드시 통하게 되고, 깊은 바다의 향기로운 파도는 떠내어도 다하지 않게 되었으니 시대는 이미 멀어졌으나 일은 두루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 절은 단금丹金의 북쪽이요 방장方丈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산이 고리처럼 빙 둘러 에워싸고 있어서 신명神明이 부호扶護하고 호위護衛하는 곳이요, 시내 골짜기가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니 지리地理적으로 점지된 아늑한 곳이다. 항하강恒河江 물이 솟아 나온 듯하고 영취산靈鷲山 봉우리가 날아온 듯하니

009_0147_c_01L慮之僧都忘塵土之累吟風咏月之士
009_0147_c_02L爭趍玉洞之軒誰知泉石之間自有逍
009_0147_c_03L遙之樂正正瓊戶引八詠之淸風
009_0147_c_04L曲瑤軒納雙溪之明月況復雲屏鎭列
009_0147_c_05L霧簇騈羅蘭玉盈庭摠是桃源羽客
009_0147_c_06L貂金滿室咸稱月窟仙公簷對壽星
009_0147_c_07L應長生之玄籙門迎王母奉延齡之碧
009_0147_c_08L玆以輸百年之勝遊專四時之美景
009_0147_c_09L偉此堂之結搆誠後學之超昇使彜倫
009_0147_c_10L而穹崇致宗門而昌盛然施珍財者
009_0147_c_11L福不虛應作華堂 [27] 功不浪捐普門之
009_0147_c_12L覺道非遠無畏之力當人不遙
009_0147_c_13L冀寶搆遐延不見回祿之侵靈區永奠
009_0147_c_14L恒受薰腴之應

009_0147_c_15L

009_0147_c_16L丹城栗谷寺掛佛幀記

009_0147_c_17L
原夫梵天降祥牟尼端四八之相禪基
009_0147_c_18L肇運飮光擅百萬之首妙相原玆而兆
009_0147_c_19L奇形自彼而連綿歷選遺風追嗣
009_0147_c_20L絕軓由是玄關幽鍵感而必通濬海
009_0147_c_21L蘭波酌而不竭時已遠矣事能周焉
009_0147_c_22L玆寺也丹丘之北方丈之南岡巒環
009_0147_c_23L神明之所扶衛澗谷縈廻地理之
009_0147_c_24L所占隩湧出恒河之水飛來鷲領之峰

009_0148_a_01L하필 중국의 적성赤城이라야 비로소 선경仙境이겠는가? 반드시 삼산三山의 현포玄圃32)가 아니더라도 곧 신선의 구역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그런 이유로 청우도사靑牛道士33)가 깃들어 살았던 바요, 백록진인白鹿眞人이 머물러 쉬었던 것이다.
계림雞林에 소속되었던 날과 곧 안찰鴈刹을 나눌 때에, 한남漢南 지역 공금拱襟의 웅장함을 진압하고 해동海東 산천山川의 빼어남을 압도하였다. 그러나 융성함은 곧 쇠퇴의 시작이요 폐해짐은 반드시 흥성함의 기약이니, 이것이 바로 천지天地의 변함없는 법이요 곧 고금古今의 원래 정해진 법수法數이다.
천고千古에 이름 있는 가람도 성상星霜이 여러 번 변해 한 골짜기에 터만 남아 있고 바람과 달만이 머물게 되어 스님은 안타까워하고 유람하는 사람들은 탄식을 내었다. 얼마 후 천하가 아무 일 없이 태평해지고 다시 나라 안 별천지를 회복하자 언덕과 골짜기는 다시 빛나고 노을도 환해졌다. 이미 범우梵宇(사찰)는 사미四美34)를 갖추었으나 오히려 화불畫佛 1구搆가 결함이 있었다. 이에 한 비추芘蒭가 있었는데, 법호法號는 굉식宏湜으로 사특한 무리들이 무성해짐을 애달파하고 바른 법의 기강이 무너져 내림을 슬퍼하였다. 영산靈山의 아름다운 종적을 우러러보고 우전국于塡國35)의 기이한 소상塑像을 흠모하다가 푸른 개의 해(갑술甲戌)에 비로소 인연 있는 신도들을 모아 다음 푸른 쥐(갑자甲子)의 해 가을, 불화佛畵 그리는 일을 마쳤다.
3단壇으로 이루어진 부처님 얼굴이 하늘에 우뚝 솟아 있으니 만 떨기 상서로운 광명이요, 금지金地(사찰이 자리한 곳)에 서로 얽혔다. 이른바 병 속의 기이한 흔적이요 형상 밖의 기이한 경관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직 신神의 도움이지 사람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이에 백억 사람의 행업行業이 변화하여 지혜의 태양이 나루를 잃은 이들에게 비추고, 삼천 세계가 흠앙하는 마음이 흘러서 도道의 이슬이 극락국極樂國을 적시리니, 끝없이 크게 찬미하며 장래에도 길이 이어지리라.
여산 오정사 대웅전기廬山烏井寺大雄殿記
서술하노니 저 오행의 운행(五運)36)이 홍몽洪濛하던 시초에는 하늘의 도가 나뉘지 않았고, 음양으로 싹트던 처음에 인문人文이 비로소 나타나 육위六位37)에 음양陰陽이 나뉘고 구주九疇38)에 이륜彛倫이 베풀어졌다.
이를 말미암아 봉전鳳篆ㆍ용도龍圖ㆍ원회元會39)와 같은 것들이 여기에서 밝게 비추어지고,

009_0148_a_01L何必一華赤城方是仙境不須三山玄
009_0148_a_02L乃云神區所以靑牛道士之所棲遲
009_0148_a_03L白鹿眞人所止息粵有雞林之日迺分
009_0148_a_04L鴈刹之時鎭漢南拱襟之雄壓海東山
009_0148_a_05L川之勝然而盛乃衰毋廢必興期
009_0148_a_06L天地之常經迺古今之元數千古名藍
009_0148_a_07L星霜累變一壑遺址風月獨留釋子
009_0148_a_08L興嗟遊人發嘆頃仍天下之無事
009_0148_a_09L復寰中之別區崖谷重光煙霞動色
009_0148_a_10L旣備梵宇之四美猶欠畫佛之一搆
009_0148_a_11L有芘蒭厥號宏湜悼邪倫之茂溢
009_0148_a_12L正法之頹綱仰靈山之懿蹤慕于塡之
009_0148_a_13L奇塑乃於碧狗之歲始募檀緣次至
009_0148_a_14L靑鼠之秋告厥畢手三壇之佛面
009_0148_a_15L秀雲空萬朶之祥光互縈金地可謂
009_0148_a_16L壺中異跡象外奇觀惟神助之非人力
009_0148_a_17L玆以百億行變曜慧日於迷津
009_0148_a_18L千仰流沾道露於樂國弘賛罔盡
009_0148_a_19L貽將來

009_0148_a_20L

009_0148_a_21L廬山烏井寺大雄殿記

009_0148_a_22L
述夫五運洪濛之首天道未分二儀權
009_0148_a_23L輿之初人文始著頒陰陽於六位
009_0148_a_24L彜倫於九疇由是鳳篆龍圖元會之類

009_0148_b_01L금등金縢40)ㆍ옥자玉字41)가 사라지고 자라나는 시기를 증험할 수 있게 되어 충화沖和가 하늘에 비추고 문물文物이 땅에 왕성하였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물가에 흐르자 소호少昊42)가 이에 시대에 응하였고, 성관월륜星冠月輪함에 전욱顓頊(고대 제왕의 이름)이 상서로움에 호응하였다. 중니仲尼(공자)가 꿈을 꾸자 십익十翼43)의 도道가 비로소 선포되었고, 위백양魏伯陽44)의 현묘한 관문을 지나자 2편篇45)의 가르침이 비로소 널리 퍼졌다. 그런데 백성들의 공력 가운데 참다운 교화가 진실로 왕도王道를 돕고, 세 성인의 가르침 안에 수승한 종지도 부처님의 문에 있다.
금성金聲을 떨치니 교화의 산가지가 더욱 가득하고, 옥판玉版을 연구하니 임기응변을 마침내 벗어나게 되었다. 금화金花를 땅에 깐 것으로는 수달須達 장자의 보시布施가 가장 기이하고,46) 보탑寶塔이 하늘에 높이 솟은 것에 대해서는 큰 부자富者가 세운 것이 여기에 드러난다. 온갖 어진 사람들이 서축西竺(인도)에서 간간이 나왔고, 늘어선 사찰은 동우東嵎(우리나라)에 서로 바라보일 만큼 많이 세워졌다. 더구나 또한 남섬부주南贍浮洲의 열국列國들 가운데 동국東國(우리나라)이 으뜸이 되고, 산수山水 사이의 온 국토 안에 남쪽 여산廬山이 처음이 된다.
아름다운 꽃과 기이한 풀이 나는 경계는 스스로 인간 세상과 구별을 하였고, 계월桂月과 나풍蘿風의 경지에 속진俗塵으로서야 어찌 그런 복지福地에 미치겠는가? 거의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야 이를 수 있으리니, 진실로 이곳은 신선 나그네가 사는 곳이리라.
이런 까닭에 계림雞林(신라)의 지증智證 대사는 모든 지역을 낱낱이 살펴 자리를 찾아서 처음으로 안찰鴈刹(사찰)을 지었으니, 그것이 금세今世에까지 내려온 것이요, 천우天祐 노스님이 커다란 규범을 계승하여 이어서 아궁鵝宮을 일으켰으니, 이야말로 육수정陸脩靜의 호계虎溪에서 세 사람이 웃었던 일47)이나 혜원惠遠이 함께 연사蓮社를 기약했던 경우와 같았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출 집을 짓고, 마침내 상경像經의 감실龕室을 만들었으니, 당시當時에는 때때로 관악기와 현악기가 울렸고, 오늘날에는 날마다 종과 경쇠가 울리게 되었다. 달 속에서 계수나무 씨가 떨어지니 꽃비가 빈분繽紛하게 내리고, 구름 밖에 하늘의 향기가 날리니 황금 불상이 반짝거린다.
이런 까닭에 도가의 유람하는 이와 유가의 시를 쓰는 문인들이 즐거움에 빠져 돌아갈 것을 잊고, 청우도사靑牛道士와 백록진인白鹿眞人이 흔연欣然히 멈추어 쉬는 것이다. 투자청投子靑의 아름다운 궤범軌範과 비길 만하고, 지선智禪의 커다란 규칙規則을 방불케 한다.
비록 그러하나 왕성함은 곧 쇠퇴의 근원이요, 이루어짐은 무너짐의 모태母胎이다. 층층의 얼음과 쌓인 눈에 매몰埋沒되어

009_0148_b_01L斯鑑金縢玉字消長之期可徵冲和
009_0148_b_02L澈於天文物殷於地虹流華渚少昊
009_0148_b_03L於是膺期星冠月輪顓頊以之應瑞
009_0148_b_04L仲尼入夢十翼之道始宣伯陽過關
009_0148_b_05L二篇之敎方闡然而曰民功中眞化實
009_0148_b_06L裨於王道三聖敎內勝宗亦在於佛門
009_0148_b_07L擲振金聲而化籌彌盈硏機玉版
009_0148_b_08L權變遂越至若金花布地須達之施最
009_0148_b_09L寶塔冲空大富之搆斯顯群賢間
009_0148_b_10L出於西竺列刹相望於東嵎況復瞻部
009_0148_b_11L南列國之中東國爲最山水間普率之
009_0148_b_12L南廬在初瓊花瑤草境界自別於
009_0148_b_13L人寰桂月蘿風俗塵寧及於福地
009_0148_b_14L非煙火食者可到信是羽衣客之攸居
009_0148_b_15L是以粵在雞林智證大師歷銓尋而始
009_0148_b_16L搆鴈刹逮至今世天祐老師繼宏䂓而
009_0148_b_17L紹興鵝宮寔猶脩靜三笑虎溪惠遠同
009_0148_b_18L期蓮社共作歌舞之舘終爲像經之龕
009_0148_b_19L當時之管絃時時此日之鐘磬日日
009_0148_b_20L子月中落雨花繽紛天香雲外飄金像
009_0148_b_21L煥曜所以黃卷遊子綠軸騷客樂而
009_0148_b_22L忘歸靑牛道士白鹿眞人忻然止息
009_0148_b_23L依俙投子之懿軌髣髴智禪之宏䂓
009_0148_b_24L盛乃衰基成是敗毋層氷積雪之埋

009_0148_c_01L기둥과 대들보가 장차 기울어지려고 하고, 회오리바람과 소낙비에 흔들리고 무너져서 판함板檻이 이미 허물어지고 말았다. 원앙기와는 반쯤 이지러졌고, 무지개 기둥은 반쪽이 났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머무는 사람이 탄식하였다.
이때 시를 짓는 스님이 있었는데 법자法字는 처은處訔이다. 그는 지난 시대의 희사喜捨한 마음을 흠모하고, 이 터에 협력協力함을 아름답게 여겨 경건한 마음으로 서원誓願하고 예리한 뜻으로 공功을 나타내었다.
화룡火龍(병진丙辰)의 해 가을, 모기처럼 작은 힘을 보태고, 어진 사람들과 의로운 인물들의 도움을 얻어서 붉은 뱀(정사丁巳)의 해 여름에 큰 공사를 마치고 난간을 꾸미고 서까래에 단청을 하는 작업까지 마쳤으니, 이러한 세상에 드문 기이한 공훈功勳이며, 진실로 무궁한 커다란 공렬功烈이로다. 풍호楓湖의 한가한 사람이나 선문禪門에 갇혀 있는 나그네나 교학의 동산에 쓸모없는 사람이라, 학문은 삼승三乘에 어두워 다만 금비金鎞48)로 눈을 긁어 낼 생각을 하며, 몸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놀지만 오직 옥판玉版49)으로 마음을 맑게 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금생今生에 지은 업인業因을 의지하여 혹 피안彼岸에 이르는 은혜를 입게 되기를 바라나니, 뒷세상의 동지同志들은 마땅히 이 글을 잘 살펴보고 따라 공경하고 감히 훼손毁損함이 없었으면 한다.
안음현 덕유산 장수사 대웅전을 중수하고 일의 전말을 기록한 글(安陰縣德裕山長水寺大雄殿重營記)
화림花林은 영남嶺南 강우江右에 있는데, 이 고을에서 가장 외진 곳이다. 그러나 갈천葛川 임任(이름은 훈薰) 선생 이하 명공名公과 석유碩儒의 귀척대신貴戚大臣이 많이 배출되었다. 대개 그 지세는 산천山川의 절승絶勝한 경치가 이어지며 빼어난 땅을 끌어당기고 있으니, 여악廬岳이 그 북쪽에 걸터앉아 있고 방장산方丈山이 그 남쪽 진산鎭山이 되었으며, 산세가 모인 바가 기이하고 기운이 펼쳐진 바가 수려하다.
현縣에서 서쪽으로 20리쯤 떨어진 곳에 산이 있는데, 성대한 모습이 마치 고개를 숙였다 일어나는 듯하고, 떡 벌어진 형세가 흡사 크게 놀라 멈춘 모양으로 용과 범이 꿈틀거리는 듯하니, 산 본체의 형세가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덕유산德裕山만 한 것이 없다. 산허리에는 천 길 폭포가 있는데 흰 비단이 길게 허공에 걸린 듯하다. 물이 벼랑에 부딪혀 돌을 굴리고 치달려 내려가 골짜기를 울려 대니

009_0148_c_01L棟樑將傾飄風驟雨之震凌板檻
009_0148_c_02L已毁䲶鴦之瓦半缺虹蜺之杠中摧
009_0148_c_03L過者興嗟居人發嘆爰有韻釋法字
009_0148_c_04L處訔欽前代之舍心美玆基一恊力
009_0148_c_05L虔心誓願銳意𠊩功效蚊力於火龍之
009_0148_c_06L得仁人義士之共助成鉅役於赤蛇
009_0148_c_07L之夏訖重欄綵桷之衆工斯曠世之奇
009_0148_c_08L實無彊之弘烈楓湖散人禪門鎻客
009_0148_c_09L敎苑陳人學昧三乘祗思金鎞之刮目
009_0148_c_10L身遊四蟄惟冀玉版之澄心庶資因於
009_0148_c_11L今生倘蒙惠於彼岸後之同志宜鑑
009_0148_c_12L斯文從而緝之無敢毁矣

009_0148_c_13L

009_0148_c_14L安陰縣德裕山長水寺大雄殿重營
009_0148_c_1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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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林在嶺南江右而爲邑最僻然而自
009_0148_c_17L葛川林先生以下名公碩儒之貴戚多
009_0148_c_18L產焉盖其地緜絡山川之勝控引絕特
009_0148_c_19L之地廬岳蹲其北方丈鎭其南勢之
009_0148_c_20L所鐘者奇而氣之所發者秀也去縣西
009_0148_c_21L二十里許有山焉蔚然若頫而起
009_0148_c_22L然若驚而止猶龍虎變動而體勢之雄
009_0148_c_23L圍者莫德裕如也山要有瀑千尋
009_0148_c_24L白練亘長空焉砯崖轉石狂奔豗壑

009_0149_a_01L마치 온갖 음악이 함께 울리는 듯하다. 그 아래에는 용추龍湫가 있다. 그곳에서 보면 벌벌 떨릴 만큼 두려우니 마치 신령한 존재(용)가 사는 듯하다. 전후좌우로 모두 층층 바위가 벽처럼 서 있는데 단풍나무, 녹나무, 소나무 그리고 상수리나무가 그 안에서 뒤섞여 자라고 있으니, 그 기이한 모습은 글에 재주가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더라도 비슷하게 묘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안에 오래된 절이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예전 어느 시대인가에 각연覺然 조사가 두루 살펴보고 터를 잡아 지었다 하니 실로 기이하고 빼어난 사람이라 하겠다. 불행히도 경신년庚申年(1680)에 회록回祿(불귀신)이 눈을 치켜떠 계단戒壇은 폐허가 되고 불탑佛榻은 잡초만 무성해졌으며 황금을 쏟아 부은 기원祇園(여기에서는 절을 말함)도 텅 비게 되었다. 사물의 성쇠와 시대의 흥폐는 변하지 않는 진리이지만 시 잘 짓는 승려 문찬文粲50)이 한 번 보고 탄식하며 다시 고쳐 지으리라 스스로 맹세했다. 괴롭고 힘든 것을 꺼리지 않고 재물을 두루 모으며, 숲에서 재목을 베고 산에서 돌을 캐 와서 백 보쯤 떨어진 곳에 옮겨 지었다. 넓은 터를 얻은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을 참고하고 오래 갈 것을 계획하여 앞서 일어났던 화禍를 면하기 위해서이다. 몇 해의 여름이 지나지 않아 날아오를 듯한 기와를 얹은 화려한 사찰이 단제丹堤에 우뚝 솟게 되었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시원스럽기가 최고이다. 신유년辛酉年(1681)에 공사를 시작해서 갑자년甲子年(1684)에 마쳤는데, 전각과 온돌방이 연이어 지어졌으니 듣고 본 사람들 중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에 팽인伻人(심부름하는 사람)이 우리 산문을 찾아와서 나에게 기문記文을 써 달라고 간곡하게 청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초제招提(사찰)는 산문山門의 꾸밈새51)이고, 비구는 선문禪門의 마당에 얽어 매임52)이다. 정람精藍(사찰)이 푸른 절벽에 세워졌다면 산이 틀림없이 신령함을 내려 호응할 것이요, 범석梵釋이 청정한 사찰에 기거하면 곧 절에는 반드시 명성이 전해지는 징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 산에 이미 절이 지어졌고 절에는 스님들이 살고 있으니, 두터운 명예가 어찌 전대에만 오로지 빛나겠는가? 사찰을 중창한 커다란 공로와 대웅大雄의 묘응妙應에 대해서는 불경에 모두 실려 있으니 내가 어찌 감히 군말을 늘어놓겠는가? 뒤에 따라 수집修戢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 글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009_0149_a_01L如衆樂俱作其下有湫臨視之兢戰可
009_0149_a_02L如有神物居焉前左右倍皆層岩壁
009_0149_a_03L楓楠松櫟雜生于中其形狀之奇
009_0149_a_04L且異者雖工文善畫者殆難得其彷彿
009_0149_a_05L中有古寺土人相傳昔何許代
009_0149_a_06L然祖師之歷銓創基實一已奇秀之尤
009_0149_a_07L者也不幸庚申之歲回祿橫目戒壇墟
009_0149_a_08L佛榻蕪矣側金祗園幾至於罄矣
009_0149_a_09L然而物之榮瘁時之興廢理之常也
009_0149_a_10L有韻釋法字文粲一見慨然以革廢自
009_0149_a_11L不憚辛勞圭撮聚財伐材于林
009_0149_a_12L石于山移建于下百許步得宏基者
009_0149_a_13L以酌已徃計來久擬免如右之禍也
009_0149_a_14L數更夏飛甍玉刹㟮屼于丹堤視左眄
009_0149_a_15L爽槩爲最載役於辛酉訖工於甲
009_0149_a_16L洞閣燠房踵而修營聞者見者
009_0149_a_17L不嘆賞焉於是伻人踵余門求記之甚
009_0149_a_18L余惟招提者山門之莊 [28] 點也芘蒭者
009_0149_a_19L禪庭之弢袠也精藍搆於翠壁則山必
009_0149_a_20L有降靈之應梵釋棲於淨刹則寺必有
009_0149_a_21L流名之驗今旣山有寺而寺有釋其聲
009_0149_a_22L價之重者豈獨專美於前㦲若其剏寺
009_0149_a_23L之丕功大雄之妙應具載竺墳吾何
009_0149_a_24L敢贅陳後之從而修戢者宜鑑於斯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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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축년乙丑年(1685) 관등일觀燈日에 기문을 쓰다.
석가산기石假山記
저 석가산은 많은 돌을 모아 첩첩이 쌓아서 하나의 가산假山을 만들어 내었으니, 이것은 참인가, 환幻인가? 어떤 것을 환이라 말하는가? 진실을 모방하여 거짓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것을 참이라 말하는가? 천연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봉래산蓬萊山ㆍ방장산方丈山ㆍ영주산瀛洲山, 이 삼신산三神山은 『지지地誌』에 수록된 명승지이고, 오악五岳의 웅장하고 걸출한 자로, 중국에서 특별히 선산仙山이라 칭한다. 그러므로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들 중 유람을 좋아하는 무리들이 보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다. 봄에 바람이 불고 가을에 달이 뜨면 구름 옷에 달 모자를 쓴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 노닐면서 감상하고, 소인騷人이나 묵객墨客들도 지팡이를 짚고 이곳에 유람하러 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지난번 기이한 볼거리와 왕성하게 놀았던 명승지의 흥취를 견딜 길이 없어 혹은 시를 지어 읊기도 하고, 혹은 그것을 본떠서 나무로 가산假山을 만들기도 하며, 혹은 돌로 가산을 만들기도 한다. 그 참과 거짓의 같고 다름이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세속의 잡념을 떨쳐버리고 눈을 붙여 감상할 만하다는 점에서는 한 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가짜를 세워 진짜를 미루어 보는 이유이다.
무신년戊申年(1668) 가을, 청봉晴峰 장로가 시냇가에서 돌 하나를 주워 나에게 보여 주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 돌의 생김새가 마치 입 같기도 하고 귀 같기도 했으며, 눌려 있는 듯도 하고 드날리는 듯도 하였는데, 곧고 진실한 성품이 그 사이에 있었다. 내가 매우 기이하게 여겨 석단石壇 옆에 모아 두었다. 이에 따라 한 주먹만큼 모이자 꾸며진 모양새가 산봉우리가 높디 높고, 비스듬한 돌들이 삐죽했다. 거의 백 개쯤 되자, 혹은 서로 마주하고 안부를 묻는 모습 같기도 하고, 혹은 저포 놀이 하듯 쭈그려 앉은 것 같기도 하였다. 소나무 사이로 달이 밝게 비추면 황금빛 부용芙蓉처럼 황홀하고, 산에 해가 처음 떠오르면 영롱하기가 마치 백옥 부도浮屠와 같았다. 소나기가 내리면 폭포가 되어 흐르고 바람이 불면 골짜기 메아리가 절로 울렸다. 아침 햇살에 빛나고 저녁 어스름에 잠기니 그 기상이 만천 가지요,

009_0149_b_01L乙丑觀燈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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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49_b_03L石假山記

009_0149_b_04L
夫石假山者聚群石疊出一假山
009_0149_b_05L眞耶幻耶何謂幻也擬實就假之謂也
009_0149_b_06L何謂眞也天然不斵之謂也蓬方瀛三
009_0149_b_07L神者地誌之所載名區五岳之雄衛者
009_0149_b_08L中國之特稱仙山者也仁智上好遊
009_0149_b_09L之徒莫不願見而春風秋月雲衣月
009_0149_b_10L帔者遊賞於斯騷人墨客者策杖於
009_0149_b_11L歸其鄕則不耐其向之奇觀壯遊之
009_0149_b_12L勝趣或詠於詩或以爲木假山焉
009_0149_b_13L以爲石假山焉其眞幻之同不同未可
009_0149_b_14L較也至於消遣世慮寄目可賞則一也
009_0149_b_15L此所以爲立假推實者也歲在戊申之
009_0149_b_16L有晴峰長老得一石于溪畔而來示
009_0149_b_17L余就而見之其爲石也似口似耳
009_0149_b_18L似抑似揚而貞眞之性存乎其間余甚
009_0149_b_19L異之蹲之於石壇之側隨聚于一拳之
009_0149_b_20L搆就其彷彿者則亂峰岌嶪偃石嶙
009_0149_b_21L幾至於百數之中或相對如問訊
009_0149_b_22L蹲踞如樗蒲松月旣明怳若金芙蓉
009_0149_b_23L日初出瑩若玉浮屠急雨而瀑布成流
009_0149_b_24L風來而谷響自出朝輝夕陰氣像萬千

009_0149_c_01L된서리, 눈이 펑펑 내리면 기이한 형태가 같은 적이 없었다. 아름다운 꽃과 기이한 풀을 그 사이에 섞어 심으면 훨훨 나비가 춤추고, 꽃나무와 향기로운 난초를 그 가운데 북돋아 심으면 짹짹짹 새가 지저귀니, 이것이 곧 석가산의 기이한 볼거리이다. 시인들이 시를 읊음에 기막힌 흥취가 흩날리고, 유람객들이 기뻐 즐거워하여 돌아갈 것을 잊고 만다. 구름이 산마루로 나오고 새가 느릿느릿 날아드니, 이것이 석가산의 뛰어난 경개景槩이다. 남쪽으로는 온갖 꽃이 핀 계단을 마주하고 북쪽으로는 백화암白華庵을 끌어당기며, 수려한 봉우리가 그 뒤를 차지하고 맑은 샘물이 그 왼쪽에서 흘러나오니, 이것은 바로 석가산의 큰 볼거리이다.
이런 이유로 군자가 이것을 많이 세워 정원에 두었으니, 그렇다면 참인가 거짓인가? 참이 참다운 이유와 거짓이 거짓인 이유를 뭇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바이지만 주인은 혼자 스스로 기뻐 즐긴다. 주인은 누구인가? 풍계자楓溪子가 즐기는 것은 뭇사람들과 다르니 풍계자는 눈으로 그 산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었다. 또한 많은 봉우리들이 우뚝하게 높은 것 같아도 모두 굽었는데 유독 가운데 봉우리만이 밝고 밝아 더욱 깨끗하며 우뚝우뚝 더욱 높아서 숱한 봉우리의 밖으로 뻗어 나와 특출나게 솟아나 굽히지 않았다. 바르고 진실한 성품이 실로 그 가운데 있으니, 억누르는 듯하면서도 미물을 누르지 않고, 부추기는 듯하면서도 드러난 잘못을 부추기지 않으며, 입과 같으면서도 입으로 견백堅白53)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고, 귀와 같으나 귀로 동이同異의 변辯을 듣지 않는다. 그런 봉우리는 어떤 사물도 그것을 상하게 할 수 없으니 하늘에 닿을 듯한 큰 홍수에도 빠지지 않고, 땅을 태울 듯한 큰 가뭄에도 불타지 않는다. 누가 헐뜯을 수 있겠으며 칭찬할 수 있겠는가? 억누르지도 않고 부추기지도 않으니 참다운 군자君子가 지키는 의지요, 견백堅白의 궤변으로 천하를 떠들썩하게 하는 것은 곧 달인達人의 병통이다. 예전의 군자들은 위현韋絃54)을 차고 다니고 잠명箴銘을 지었으니, 이것이 앞에서 말한 가짜를 세워 진짜를 미루어 본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나는

009_0149_c_01L濃霜密雪恠態不一琪花瑤草雜植其
009_0149_c_02L栩栩然蝶舞花木芳蘭封培于中
009_0149_c_03L戞戞然禽聲此則石假山之奇觀也
009_0149_c_04L人吟咏逸興遄飛遊客歡樂却忘其
009_0149_c_05L雲之出峀鳥之倦飛此則石假山
009_0149_c_06L之勝㮣也南對萬花階北控白華庵
009_0149_c_07L晴峰犯其後明泉瀉其左此則石假山
009_0149_c_08L之大觀也以故君子人多樹之以爲庭
009_0149_c_09L實焉然則眞耶幻耶眞之所以爲眞
009_0149_c_10L幻之所以爲幻衆人之所不知而主人
009_0149_c_11L獨自怡悅者也主之者誰楓溪子之所
009_0149_c_12L與衆人異楓溪子目見其山而有
009_0149_c_13L所感焉且如亂峰之𡷾崒者皆如傴僂
009_0149_c_14L而獨中峰皎皎然彌淨峩峩然彌高
009_0149_c_15L拔出乎群峰之外挺然不屈正眞之性
009_0149_c_16L實存乎其中似抑而不抑物微1) [3] 似揚
009_0149_c_17L而不揚外非似口而口不言堅白之談
009_0149_c_18L似耳而耳不聞同異之辯之峰也物莫
009_0149_c_19L之傷大浸稽天而不溺大旱焦土而不
009_0149_c_20L孰肯以毁之譽之耶不抑不揚眞君
009_0149_c_21L子之守志也堅白之鳴乃達人之所病
009_0149_c_22L昔之君子佩之以韋絃作之以箴
009_0149_c_23L此之向所謂立假推實則一也故余
009_0149_c_24L「似」疑衍文{編}

009_0150_a_01L석가산石假山을 만들어서 교묘한 말로 아첨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이내 「석가산기」를 지어 스스로 비춰 보고자 한다. 하나의 가산을 꾸며 내어 자신을 경계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며,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추구해서 진성眞性을 기대할 수 있다면, 지인至人이 사사로움이 없고 신인神人은 공적이 없다는 가르침이 징험될 것이다. 화벽和璧55)이 비록 보물이지만 까치 잡는 돌56)로 쓴다면 손이 트지 않는 약을 가지고 빨래나 하는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57)

쌍계사 능인암기雙溪寺能仁庵記
소영昭影 대사는 도를 터득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드문 큰 재주를 지니고 세상 사람들과 명리名利를 다투지 않았다. 석굴에 은둔해서 살면서 세속의 번뇌를 깨끗이 씻고 도업道業을 연마하여 그 업이 한 세대에 뛰어났으니 보통 사람들보다 몇 갑절이나 뛰어나 발뒤꿈치를 들고도 따라갈 수 없는 분이다.
대사가 그의 문도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만약 기이한 장소를 한 곳 얻는다면, 정사精舍 두세 칸을 세워서 선사先師의 영정을 걸어 놓고 겸하여 자성을 양성養成하는 곳으로 삼겠다.”
그런 지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그 후 쌍계사雙溪寺에 가서 살던 중 그 이듬해 어느 날 그 절 동쪽 모퉁이에 갔다가 빈터를 하나 발견했는데 풀과 나무가 뒤섞여 자라 울창한 곳이었다. 문도들을 시켜 곧 풀과 나무를 베어 내 개척하고는 이리저리 다니다가 멈추어 서서 바라보니, 사방의 산봉우리는 수려함을 다투고 앞뒤의 시냇가에는 반석이 있었으며, 아름다운 꽃과 기이한 풀은 기암괴석 사이에 섞여 피어났으니, 진실로 지난날 염원했던 뜻에 매우 잘 맞는 곳이었다.
이에 비로소 동지들과 함께 의논하여 인연 있는 시주들을 모아 짧은 시일에 정람精藍 네다섯 칸을 짓고 영전影殿을 나누어 삼아 장엄하게 단청까지 하였다. 낙성을 축하하는 날58) 공사가 끝났음을 알리고 그 이름을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말했다.
“생각건대 모든 세상의 사물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헤아린 연후에 걸맞은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이 암자는 군郡의 동쪽에 위치해 있고 절의 동쪽에 있으니, ‘능인能仁’59)이라 편액하는 것이 마땅하다.”
혹자가,
“암자의 명칭은 당대當代의 불명佛名으로 짓는 것이니,

009_0150_a_01L作石假山以戒便佞者焉仍述石假山
009_0150_a_02L以自鑑焉幻出一假山自戒訓人
009_0150_a_03L捨假而推實以望於眞性則至人無己
009_0150_a_04L神人無功之訓驗矣1) [4] 雖寶用之
009_0150_a_05L于抵鵲則不龜于 [29] 不免於洴澼絖矣

009_0150_a_06L

009_0150_a_07L雙溪寺能仁庵記

009_0150_a_08L
昭影大師者有道之人也自綺年抱不
009_0150_a_09L世之才而不以與世爭利名遯晦岩龕
009_0150_a_10L槪滌塵慮磨礱道業 [30] 一世當倍簁
009_0150_a_11L於衆人而非可跂而及者師甞語其門
009_0150_a_12L徒曰吾若得別一奇區則建精舍數三
009_0150_a_13L以揭先師之影兼爲養性之所
009_0150_a_14L久未果後抵雙溪之明年若日屨及于
009_0150_a_15L寺之東隅得一丘墟草木雜生而薈蔚
009_0150_a_16L使其徒乃芟而開之彷徨佇見四面
009_0150_a_17L之峰巒竸秀前後之磵石盤陁琪花異
009_0150_a_18L間色於奇岩恠石之間眞曩日願意
009_0150_a_19L適宜焉於是始與同志議鳩檀緣不日
009_0150_a_20L而瓶精藍四五間分爲影殿而▼(艹/裝)雘焉
009_0150_a_21L [31] 賀之日工旣告訖而問名於余余惟
009_0150_a_22L凡世物縱目之所視 心之所度而後
009_0150_a_23L得其令名焉今此菴在郡之東寺之東
009_0150_a_24L宜扁曰能仁或曰菴之名以當代

009_0150_b_01L이는 진실로 세속의 예법에도 가깝지 않을 뿐더러 율의律儀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 이름이 괜찮겠는가?”
라고 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논論에 이르기를 ‘오상五常(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신信)을 방위로 분포할 때 동쪽에 있는 것을 인仁이라 하고, 삼교三敎에서 이름을 정립하기를 서쪽에서 나타난 것을 불佛이라 한다.’고 하였으니, 부처님의 명호를 능인이라 한 것은 법칙이다. 더구나 부처님은 자비慈悲로 체體를 삼고 희사喜舍로 용用을 삼아 온갖 미혹된 중생들을 인도하여 상락常樂의 땅으로 인도하니 이것이 바로 저 부처님께서 꼭 해야 할 일로 삼으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저 부처님의 눈으로 이 일을 본다면 가히 적절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유로 중국과 인도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간혹 산이나 사찰의 이름을 부처의 이름을 가져다 간판으로 삼았으니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이름을 부르고 이 이름을 듣게 하여 저마다 부처님께 수기授記를 받고 세 갈래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장차 부처님의 과果를 누리게 하고자 한 것으로, 다 이런 이유에서이다. 어째서 안 될 일이겠는가? 후세 사람들이 이 암자에 기거하여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부처님의 행行을 실천하며 부처님의 증과證果를 증득하게 된다면, 대사大師께서 이 집을 세움에 그 공功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요, 이 암자의 이름을 지음에 그 이름이 헛되지 않게 될 것이다.”이 암자에 머무는 사람도 또한 출가出家했을 때의 본마음을 저버리지 않아야 하니, 후세의 동지들은 이 글을 잘 읽고 이리저리 수양하고 경영하면, 그 명성이 도타워짐에 오직 전대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인저!

모악산 양성암기母岳山養性庵記
완산完山 서쪽에 산이 있는데 울연蔚然히 빼어나게 솟아난 것은 모악산母岳山이요, 산 남쪽에 암자가 있는데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듯한 것은 양성암養性庵이며, 암자 오른쪽에 산봉우리가 있는데 반지처럼 빙 둘러 대臺를 이룬 것은 완월대翫月臺이다.
물소리가 잔잔하고 완만한데 그 물이 계단 아래에서 솟아나오고, 바람 소리가 소소韶韶하게 불어와서 누대樓臺 위를 엄습한다. 멀리로는 모든 산을 끌어당기는 듯하고 가까이에는 강여울 소리를 안으니 온갖 소리의 화답이요, 일천 바위의 뛰어남이다. 이는 산 사이의 수승한 경개이다.

009_0150_b_01L之佛名名焉是固不近世禮亦不合律
009_0150_b_02L是可乎㦲余曰子不見論曰
009_0150_b_03L常頒位在東曰仁三敎立名現西曰
009_0150_b_04L佛號能仁則也而況佛者以慈悲
009_0150_b_05L爲體以喜舍爲用導群迷置之於常
009_0150_b_06L樂之鄕此其爲佛之能事也以是佛之
009_0150_b_07L目此者可不宜耶是故自華等
009_0150_b_08L於東國或山或寺之名以佛之名爲顏
009_0150_b_09L能使人人稱是名聞是名各受佛記
009_0150_b_10L不墮三塗將享佛果者皆以此也
009_0150_b_11L以不然耶後之人居於斯受佛之記
009_0150_b_12L行佛之行證佛之證則大師之建此堂
009_0150_b_13L功不虛捐名此堂者名不虛作
009_0150_b_14L此堂者亦不負出家本懷後之同志
009_0150_b_15L目斯文而展轉修營則其聲價之重
009_0150_b_16L專娓於前矣

009_0150_b_17L

009_0150_b_18L母岳山養性庵記

009_0150_b_19L
完山之西有山蔚然而秀出者母岳也
009_0150_b_20L山之南有庵翼然而如飛者養性也
009_0150_b_21L庵之右有峰環擁爲臺者翫月也
009_0150_b_22L聲潺湲而瀉出于階下也風韻韶韶而
009_0150_b_23L吹襲于臺上也遠控齊山也近挹江瀨
009_0150_b_24L百籟和吟也千岩竸秀也此則山

009_0150_c_01L
가령 봄이 오면 온갖 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수정 같은 구름이 나타나며, 가을이면 밝은 달이 뜨고 겨울이면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으니, 이것은 산 사이의 사계절의 모습이다.
어떤 보살이 표주박 하나를 행장으로 꾸려 가지고 지팡이 짚고 이곳에 이르러서 그 문도들을 모아 그 일을 시작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짧은 기간에 낙성식을 보게 되었으니, 이것은 이 암자가 처음 지어지게 된 동기이다. 혹은 주인이 되기도 하고 혹은 나그네가 되기도 하였는데, 나그네가 되고 주인이 되면 곧 이 암자에 머물면서 자신의 성품을 기르고, 이 누대에 노닐면서 밝은 달을 감상하였다. 후세의 사람들은 이 암자에 살면서 자기의 성품을 기르면 이로써 주인으로서 보답하는 것이요, 이 누대에 노닐면서 손가락을 따라 달을 보게 된다면 이로써 나그네로서 보답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성품을 길러서 그 도에 계합하며 저 달을 보고 달을 가리켜 준 손가락을 잊는 이는 주인이니, 주인이란 누구인가? 지경智鏡의 무리인 인운印雲 스님이다.
때는 강희康熙 5년 병오丙午(1666) 여름이다.

석음설【석음은 성남 박수재의 자이다.】惜陰說
위대하구나! 촌음寸陰을 아낀다는 말이 보배스러움이여. 그런 까닭에 이 말은 부지런히 학문을 익히는 뿌리요, 덕德에 들어가는 긴요한 문이다. 자신의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려고 하면, 진실로 제일 먼저 촌음을 아끼고 부지런하게 힘을 다해야 할 것이며, 힘쓰고 힘써서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를 마치 물방울이 누적되어 돌을 뚫고 오래된 먹줄이 나무를 재단裁斷하듯이 한다면 습기習氣가 자성自性을 성취하여 온갖 일을 다 성취할 수 있을 터이니, 무슨 공功인들 이루지 못할 것이며 어떤 명성을 이루지 못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학문學問에 뜻을 두면 사물을 구경하는 데 빠지는 폐단이 없어서 조예造詣가 깊어지게 될 것이요, 문장文章에 뜻을 두면 좀벌레 자취60)의 작은 재주를 버리고 보불黼黻61)의 융성함을 터득하리니, 천하에 어떤 일인들 이를 말미암지 않고 성취할 수 있겠는가? 천리가 비록 먼 길이나 첫걸음을 떼어 놓으면 이를 수 있고, 태산泰山이 아무리 높아도 발걸음을 들어 올라가기 시작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으리니, 저 촌음을 아끼는 공이

009_0150_c_01L間之勝槩也至若春葩蘩夏雲皛秋月
009_0150_c_02L冬嶠松則山間之四時也有一開
009_0150_c_03L士也一▼(竹/瓢)行裝也杖錫于此也取其
009_0150_c_04L蕆其事不日成之而以落之也是則
009_0150_c_05L是庵之權輿之首也或爲主也或爲客
009_0150_c_06L爲客也爲主也則處是庵以養其
009_0150_c_07L性也遊於臺以翫皓月也後之人
009_0150_c_08L於菴以養其性則庸報於主也遊於
009_0150_c_09L因指覿月則庸報於客也養其性
009_0150_c_10L契其道覿其月忘其指者主人也
009_0150_c_11L人者爲誰智鏡之徒印雲師也時康
009_0150_c_12L熙五年之2) [5] 丙午夏也

009_0150_c_13L

009_0150_c_14L惜陰說城南朴秀才之字也

009_0150_c_15L
大㦲惜陰之爲寶也所以爲勤學之根
009_0150_c_16L入德之要門也而欲修齊治平之道
009_0150_c_17L苟先惜寸陰而孜孜着力勉勉無已
009_0150_c_18L若積溜穿石久繩挈木則習與成性
009_0150_c_19L百事可做何功之不成何名之不遂乎
009_0150_c_20L以是而志於學問則無玩物之病而有
009_0150_c_21L造詣之深志於文章則去雕虫之小
009_0150_c_22L而得黼黻之盛天下甚事其不由此而
009_0150_c_23L可以有能就者乎千里雖遠而發軔可
009_0150_c_24L泰山雖高而擧足可登其爲惜陰
009_0150_c_25L「壁」當作「璧」{編}「夏」疑衍文{編}

009_0151_a_01L어떠하겠는가?
이런 까닭에 자주자子朱子가 말하기를 “집이 가난해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문을 폐지해서는 안 되고, 집이 부자라 해도 그 부유함을 믿고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으니,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를 하면 입신立身할 수 있을 것이요, 부유하면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면 명성을 영화롭게 할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한 걸음 내딛음에도 잊지 않고 마음마다 서로 이어지고 생각마다 바꾸지 않으면 요堯임금ㆍ순舜임금ㆍ공자孔子ㆍ맹자孟子의 경지가 어찌 멀기만 하겠는가?
아! 슬픈 일이로다. 대우大禹(우임금)의 촌음과 도공陶公의 분음分陰이 그 뜻에 깊은 이유가 들어 있으니, 진실로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기記(『禮記』)에 이르기를 “옥玉도 다듬지 않으면 좋은 그릇을 만들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道를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으니, 무릇 학문이란 곧 몸을 발양發揚하는 지극한 보물이요, 세상에서 행세하는 큰 법이다. 이미 촌음을 버리지 않고 삼가고 성실하여 중단함이 없이 학업에 뜻을 두어 때때로 익혀서 실마리를 찾아 끌어내고 함영涵泳하며, 그 공력을 백으로 하고 그 힘을 천으로 하여 날로써 달을 이어 가고 달로써 해를 마칠 때까지 하여 우물쭈물 망설이던 것을 한 번 긁어 내고 날마다 새로워지는 공을 일으키면, 곧 경經에서 성현聖賢의 깊은 뜻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요, 사서史書에서 지난 시대의 득실得失을 밝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성리性理의 쌓임을 만나도 잘 풀어내 회통會通할 것이요, 뿌리가 서리고 마디가 어긋나도 칼을 놀리지 못할 것이 없으리니, 저 촌음을 아낀 공력이 또한 어떠한가? 그런 까닭에 공부자孔夫子께서도 또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하게 지니면 그 가운데 인仁이 있다.”라고 한 것이다.
내가 꽉 막힌 재주인 줄도 헤아리지 못하고 촌음을 아끼는 공을 찬양賛揚하여 다음날 매진해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하니, 아!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로다.

동계집 서문(東溪集序)
홍몽鴻濛62)이 처음 터질 때에 사유四維63)와 사정四正64)이 곧 나뉘어서 온갖 조화가 은혜를 베풀고 보호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반포되었고, 뭇 생물이 원회元會65)의 사이에 무성하게 퍼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 혹은 하늘의 맑은 품성을 받기도 하고 빼어난 기운을 받기도 하여 성인聖人이 되기도 하고 현인賢人이 되기도 한다.
그 어떤 것을 성현聖賢이라고 말하는가? 마음을 두고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

009_0151_a_01L之功爲如何㦲是故子朱子曰家貧
009_0151_a_02L不可因貧而廢學家富不可恃富而怠
009_0151_a_03L貧而勤學可以立身富而勤學可以
009_0151_a_04L榮名以此而跬步不忘心心相繼念念
009_0151_a_05L不移則堯舜孔孟何遠之有大禹
009_0151_a_06L之寸陰陶公之分陰其志之所以深有
009_0151_a_07L誠可審矣記曰玉不琢不成器
009_0151_a_08L不學不知道夫學者乃發身之至寶也
009_0151_a_09L行世之大法也旣不弃寸陰而諄諄不
009_0151_a_10L志學而時習之紬繹而涵泳之
009_0151_a_11L其功千其力以日係月以月窮年
009_0151_a_12L刮因循以起日新之功則於經可探聖
009_0151_a_13L賢之奧旨於史可以鑑前代之得失
009_0151_a_14L遇性理之蘊而釋然會通盤根錯節之
009_0151_a_15L而莫不游刃其爲惜陰之功又如
009_0151_a_16L何㦲是以孔夫子亦甞曰愽學而篤
009_0151_a_17L仁在其中矣不揆鎻才賛揚惜
009_0151_a_18L陰之功以爲他日進步之約懿㦲

009_0151_a_19L

009_0151_a_20L東溪集序

009_0151_a_21L
羌夫鴻濛肇坼維正迺分萬化殷頒於
009_0151_a_22L覆燾之內群生播茂於元會之間而其
009_0151_a_23L或有禀天之明受氣之秀而爲聖且
009_0151_a_24L賢者焉何以謂之聖賢以其處心行事

009_0151_b_01L모두가 성리性理의 학문에서 나오되 번뇌와 티끌인 물욕物欲의 더러움이 없이 홀로 숱한 품류品類와 보통 사람들보다 특이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대개 품성品性이 다른 것은 비록 본연本然의 이치이기는 하나 그러나 잡스럽게 뒤섞인 사람은 많고 특출하게 빼어난 사람은 드물다. 이것이 성현은 지극히 귀한 존재가 되는 이유이다.
사람들에게 성현이 있는 것은 새나 짐승에 비유하면 마치 기린이나 봉황과 같은 존재요, 보통 사람들보다 특출한 까닭은 진실로 품질品質이 더욱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질의 아름다움도 또한 유독 그 늠연凜然함만을 믿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까닭은 도道에 매진해 나가고 덕德을 이룸에 있어서 오직 부지런히 학문에 힘쓰는 데에 달려 있다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서건西乾에서부터 진단震旦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 온 역대의 심법心法을 전한 사람들은 아닌 게 아니라 교학敎學에 힘써서 계통을 이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성현이란 사람 중에 특이한 분이요, 학문이란 성현으로서 항상 닦아야 할 업業이다. 우리 동방東方이 비록 한쪽 구석에 동떨어져 있는 작은 나라이기는 하나 임제臨濟 선사의 직종直宗이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니, 그것은 어찌 품성品性의 아름다움이 많은 보통 사람들보다 특이한 까닭이 아니겠는가? 대개 신라와 고려의 학문은 옛사람의 글귀를 따서 글을 지은 것이 많았다. 그리하여 선학禪學의 도통道統을 전함이 오히려 왕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동계東溪 대사는 하늘로부터 받은 품성이 온전하고 이어 온 연원이 두루하여 스승을 이음이 근원이 있고 탐구하고 토론함이 오직 광범위하였다. 평상시에도 항상 선정禪定에 들어 있었고 강의를 끝내고 여가가 있을 때에는 남은 힘을 다하여 문장가의 동산에서 인간 세상에 남긴 시로 목욕을 하여, 때로는 혹 그 기미의 날카로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니, 어찌 구름과 달을 비평批評하는 것을 즐겨, 구차스럽게 성률에 얽매이는 것을 일삼아 했겠는가? 더구나 또한 감촉感觸하는 것이 있으면 능히 이를 그만두지 못하는 자이겠는가? 아니 또 종풍宗風의 가법家法을 계승함이 이와 같은 자이겠는가? 또한 방편(漚和拘舍羅)으로 중생들을 제도하는 정성으로써 자신이 해야 할 급선무急先務라고 생각하시는 분이겠는가? 이런 까닭에 대사의 품성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규범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침 지금 대사의 신족神足(제자) 원순元順이 그 스승이 평석平昔에

009_0151_b_01L皆出於性理之學而無煩塵物欲之累
009_0151_b_02L獨異於群品衆人者也盖以品性之差
009_0151_b_03L雖其本然之理而其雜糅者多拔萃者
009_0151_b_04L此所以聖賢者爲至貴者也人之
009_0151_b_05L有聖賢猶禽獸之有獜鳳也其所以異
009_0151_b_06L於衆者固由於品質之爲愈也然而品
009_0151_b_07L質之美亦不可獨恃其凛然所以進於
009_0151_b_08L道而成乎德惟在於學問之勉旃也
009_0151_b_09L自西乾以至震旦綿歷傳心者
009_0151_b_10L甞不以敎學爲貿而繼統者也然則聖
009_0151_b_11L賢者人之異者而學問者聖賢之常
009_0151_b_12L業也吾東方雖僻在一隅而臨濟直宗
009_0151_b_13L之傳於我國者豈不以其品性之美
009_0151_b_14L於衆庶者㦲盖自羅麗學問之尋摘者
009_0151_b_15L多矣而禪學道統之傳猶未之盛賴
009_0151_b_16L東溪大師品於天者全沿於學者周
009_0151_b_17L師承有源探討唯廣居常出㝎罷講
009_0151_b_18L之暇推餘力洒寶唾於翰園之中
009_0151_b_19L或露其機鋒焉烏肯以評雲批月拘拘
009_0151_b_20L於聲律爲事㦲亦有所感觸而不能自
009_0151_b_21L已者也耶抑又宗風家法之紹承有如
009_0151_b_22L此者也耶且復以漚和濟衆之誠爲急
009_0151_b_23L務者也耶是以知大師之禀聖懿範
009_0151_b_24L適于今大師之神足元順恐其師

009_0151_c_01L시문을 지어 남긴 글들이 인몰湮沒될까 두려워하고, 장차 오래도록 전하려는 마음으로 먼 길에 편지를 보내 나에게 그 서문을 써 달라고 간청하기에 내가 원순 스님의 순수한 뜻을 가상하게 여겨 꽉 막혀 보잘것없는 재주를 돌아보지 않고 그 대강의 줄거리를 대략 서술하여 기록한다.

고령산 보광사 명경당을 중수하고 낙성을 축하하는 글(古靈山普光寺明鏡堂重修落成祝詞)
삼가 엎드려 생각하건대, 급고독원級孤獨園의 칠보정사七寶精舍는 여래如來께서 교화를 하실 때에 처음으로 지은 것이고, 백장百丈 스님의 양종兩宗 가람伽藍은 곧 천자天子가 인정仁政을 베풀던 날 천양한 것이니, 앞에 성인과 뒤의 성인이 저기에서 마음을 전하였고 옛 현인賢人과 오늘날의 현인들이 여기에서 수기授記도 주고 부촉咐囑도 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은혜가 욱이郁夷66)의 나라에 적셔지고 덕은 가위국迦衛國67)의 교화를 입게 되었다. 법당을 건립하고 종지宗旨를 세움은 팔통八統(천하) 가운데에서 멀리 초월하였고, 비추芘蒭(비구)들이 편안하게 하고 복을 비는 의식을 하도록 하여 온 나라 안에서 감응을 받게 되었다.
산은 고령古靈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녔고, 절은 보광普光이라는 특수한 이름을 가졌다. 일찍이 이곳은 옥지玉趾(임금의 발이나 발걸음의 존칭)가 이르렀던 곳이요, 진실로 황금 같은 게송이 전해 내린다. 희이希夷68)가 이지러지지 않고 상정象正69)이 더욱 오래 가리라.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제자는 성왕聖王의 비호를 받아 선찰禪刹에 머물게 되었으니, 곧 무너짐을 따라 보수하기를 생각하고 인하여 착한 인연 있는 이들을 모집하며, 영장郢匠70)처럼 솜씨 좋은 장인匠人을 맞이하고 기杞나무 재질 같은 좋은 목재를 구해다가 늙은 돼지 꽃망울 터지려는71) 계절에 공역功役을 시작하여 베짱이가 날개를 치는72) 때에 공사를 마쳤는데, 지금의 공역이 다시 화려하고 예전에 지었던 것보다 더욱 새로워졌다.
이에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길일吉日을 가려서 경찬慶讚의 법연法筵을 열고, 다음으로 선녀인善女人으로서 역시 복전福田의 이익을 빌게 하되 혹은 현식鉉式을 의지하여 종가문騣伽門 120축軸의 큰 규모를 인쇄하게 하고, 혹은 탄탄한 길을 닦아서 나락가捺落迦(지옥) 89종種의 횡요橫夭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현성賢聖에게 기원하여 지도를 받게 하고 세연世緣에 의탁하여 귀의歸依하게 하였다.
만약 저 숙세宿世의 착한 인연을 이어서

009_0151_c_01L提拔之遺編湮沒將以壽其傳以書
009_0151_c_02L飛遠程而請序於余佳其順師諄諄
009_0151_c_03L不顧鎻才畧陳梗槩以志之

009_0151_c_04L

009_0151_c_05L古靈山普光寺明鏡堂重修落成祝
009_0151_c_06L

009_0151_c_07L
右伏以孤獨園七寶精舍始創於如來
009_0151_c_08L垂化之時百丈師兩宗伽藍迺闡於天
009_0151_c_09L子施仁之日前聖後聖傳心於彼
009_0151_c_10L賢今賢授囑於斯由是恩沾郁夷之邦
009_0151_c_11L德被伽衛之化建法堂立宗旨超邁於
009_0151_c_12L八統之中安芘蒭祝釐儀感遇於一方
009_0151_c_13L之上山稱古靈之佳號寺曰普光之殊
009_0151_c_14L曾是玉址 [32] 所臨實惟金偈流傳
009_0151_c_15L夷罔缺象正彌闌窃念弟子優沾聖
009_0151_c_16L獲駐禪刹乃思隨毁而隨補仍爲
009_0151_c_17L募善而募緣引邀郢匠之斤搆取杞材
009_0151_c_18L之木始役於老豕綻花之節畢手於莎
009_0151_c_19L鷄振羽之時再麗今工重新古製
009_0151_c_20L占荷恩之吉日遽開慶讃之法筵次以
009_0151_c_21L善女之人亦冀福田之利或以依鉉式
009_0151_c_22L印䊣騣伽門百廿軸之宏䂓或以修坦
009_0151_c_23L弗墮捺落裡八九種之橫夭祈賢聖
009_0151_c_24L以指導托世緣以依歸若夫承宿世之

009_0152_a_01L금생今生의 미묘한 과果를 얻게 되어 구중궁궐 안에서 의식衣食을 풍족하게 누리고, 비록 제각기 임금의 은혜를 입음에 차이가 있긴 해도 일생 동안 앉고 누움에 안온安穩하며, 모두 다 편당偏黨이 없는 은밀한 사랑을 받고 생래生來에 건곤乾坤의 화보化報를 거듭 받으며, 부처님과 하늘의 보호받는 몸을 징험하였다. 비록 마음은 영화로움에 있으나 진실로 즐거움이 없기 때문에 장차 경경을 실어 오는 예 올리기를 생각하고 오직 하심霞心의 재물을 부지런히 갖추어 마음마다 생각마다 세 가지 업業으로 인하여 고통의 바다에 침륜沈淪하는 것을 면하기 바라며, 아침마다 저녁마다 9품 연대에 올라 극락의 나라에 나아가기를 바람에 있어서 가장 긴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에 허물어진 가람을 수리하는 일을 경영하는 것은 곧 자성自性 가운데 삼신불三身佛이 기거하는 것이요, 적멸보궁寂滅寶宮을 아름답게 단청하여 장엄하는 것은 곧 자기 마음 위에 한 권 경전을 거두는 바이다. 그렇게 하면 법계法界와 진여眞如가 피차彼此 간에 원융圓融해지고 자타自他가 서로 걸림이 없으리니, 이와 같이 복을 닦으면 어떤 복인들 이르지 않을 것이며, 이와 같이 재앙을 없애면 어떤 재앙인들 없어지지 않겠는가?
이에 지난해의 마음에 향香을 오늘날 곧 사르며, 수륙水陸 3단壇의 수승한 법회를 공경스럽게 시설하고 제석의 인드라망 같은 삼보三寶의 자존慈尊께 공손히 청원하며, 보배 목탁을 서너 차례 두드려 땅을 뒤덮고 하늘을 뒤집으며, 범음梵音 몇 마디의 소리로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린다. 등불마다 찬란하게 빛나 이것이 변하여 반야般若 지혜의 광명을 이루고, 푸르고 푸르며 붉고 붉어 이것이 뒤집어져서 보현普賢의 면목面目을 만든다. 그릇 속에는 향적香積의 맛있는 음식이 솟아나오고, 하늘에서는 만다라화曼陀羅華의 상서로운 꽃이 비처럼 내린다. 처마에는 신룡神龍의 금문禁文이 걸림이여, 도솔천궁兜率天宮과 비슷하고, 마당에는 여러 형상의 보배 일산이 떠 있음이여, 화장세계華藏世界와 흡사하다.
법악法樂은 진계眞界(부처님의 도량)에 높이 울려 허공세계가 다하도록 법계法界에 두루 퍼져 털끝만큼도 막힘이 없고, 황금 바라는 대천세계大千世界에 골고루 크게 울려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의 박가범薄伽梵께서 법회에 다함께 임어臨御한다. 육화六和로 참다운 진리를 창唱하니 모두들 지혜와 실천 두 가지가 완전함을 발發하고, 사부대중이 법음法音을 듣고는 다 부처님 법의 두 가지 소중함을 내며, 일심一心의 조각만한 정성을 기울여 삼보께서 증명證明해 주시기를 상상한다.

009_0152_a_01L善因獲今生之妙果九重裡衣贍食足
009_0152_a_02L雖各沐君恩之有差一生間坐穩臥安
009_0152_a_03L悉皆承冥慈之無儻生來重乾坤之化
009_0152_a_04L效徵佛天之庥身雖在榮意實無
009_0152_a_05L樂故當思輸敬之禮唯勤備霞心之財
009_0152_a_06L心心焉念念焉免三業而沉淪苦海
009_0152_a_07L朝爾夕夕爾登九蓮而昇進樂邦所繄
009_0152_a_08L者何迺有其致修營則自性中三身佛
009_0152_a_09L之所居而寂滅寶宮粧䊣則自心上
009_0152_a_10L卷經之所攝而法界眞如彼此圓融
009_0152_a_11L自他無㝵以此而修福則何福不至
009_0152_a_12L以此而除災則何災不除玆以昔年心
009_0152_a_13L今日乃爇敬設水陸三壇之勝會
009_0152_a_14L恭請帝網三寶之慈尊三揮寶鐸而地
009_0152_a_15L覆天翻數聲梵音而山崩海渴燈燈郁
009_0152_a_16L變成般若之智光綠綠紅紅翻作
009_0152_a_17L普賢之面目器中涌香積之嘉飱空裡
009_0152_a_18L雨曼陁之瑞花簷掛神龍之禁文兮
009_0152_a_19L俙兜率之天宮庭浮衆像之寶盖兮
009_0152_a_20L彿華藏之世界法樂高振於眞界盡虛
009_0152_a_21L空遍法界不隔於毫端金鈸遍轟於大
009_0152_a_22L恒河沙薄迦梵同臨於法會六和
009_0152_a_23L唱眞諦皆發智行之兩全四衆聽法音
009_0152_a_24L咸生佛法之雙重傾一心之片款想三

009_0152_b_01L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리에 나열된 선왕先王과 선후先后의 영가께서는 5시時의 마지막 범문의 말씀을 듣자마자 10지地의 지극한 과果를 흔쾌히 누리시고, 비증悲增73)을 쌍으로 운행하여 어둡고 어두운 세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데에서 돌아오며, 감응感應이 이지러짐이 없어서 이에 열심히 노력하여 보우輔佑하게 하소서.
대왕대비大王大妃 전하께서는 거동함에 불길不吉한 일이 없고 영원히 아름답게 되도록 하시며, 수명은 길고 몸은 강녕하시어 높은 언덕과 더불어 나란하시게 하고, 창성하고 불꽃처럼 치성하여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새로워지게 하소서.
왕대비王大妃 전하는 곤원坤元74)을 두텁게 체득하시고 건조乾造75)를 깊이 참구하며,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시되 그 어지심은 선후宣后76)와 같으시고 돌을 다듬어 하늘을 기우시되 그 덕은 와황媧皇과 같게 하소서.
주상主上 전하께서는 연액年厄과 월액月厄은 다 사라지고 음양陰陽의 재앙도 풀어지며, 슬기로운 계획은 장원壯園의 참죽나무와 같으시고 큰 교화는 주악周岳의 두터운 기반에 흐르며, 오랑캐의 먼지를 씻어 내어 하해河海를 맑게 하시고 어진 신하를 모아서 사직社稷을 경고하게 하도록 하소서.
왕비王妃 전하는 초방椒房77)의 경사 늘어나고 많은 복으로 옹호하여 유절有截(정제된 모습)의 구역에 같이 이르고, 곤의坤儀는 한 사람만 영원히 받들어서 무궁無窮한 수명을 누리게 하소서.
세자世子 저하는 빼어난 재능은 자연의 순수함에서 나뉘고 영특함은 신령한 칼날에 으뜸이 되게 하며, 학금鶴禁78)에는 상서로움만 쌓여 아름다운 난초 향기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촉촉이 적시고, 동포銅鋪79)에는 길한 일만 불어나서 금지金枝(왕손)가 의란猗蘭80)에 무성하게 하소서.
그리고 여러 궁전의 종실宗室들은 은하수의 수순함을 끼쳐 주고 보무寶婺81)에 꽃다움이 흐르며, 선한 싹이 구름처럼 일어나고 재앙의 싹은 눈처럼 녹게 하소서. 여러 빈嬪과 공주公主들은 자위慈闈(태후)를 공경을 다하여 받들어서 즐겁고 기쁘게 해 드리는 예의를 우러러 이루고, 밀부密符와 휘음徽音으로 경계하는 규범을 잘 지키게 하옵소서.
또 바라는 것은 법계法界의 죽은 혼령들은 법의 숲에서 자성自性의 향기를 쪼이고 즐거움의 국토에서 소요逍遙하는 취미를 이루게 하소서. 자비의 배로 열반의 언덕에 건너가는 이로움을 주고 지혜의 거울로 나쁜 세계의 길을 밝혀 주며, 인과因果의 성을 높이고 업연業緣을 해탈하게 하소서.
또 바라옵건대 단월檀越(신도) 등은 집집마다 석숭石崇82)의 부유함에 비교하여 부유하고 또 부유하게 하사 다함이 없게 하시며, 수명은 동방삭東方朔83)의 나이와 견주어서 나이에 나이를 더하여 수명이 무궁하게 하여 주소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원하는 마음대로 다 이루게 하고, 희망하고 흠모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람을 뜻에 맞게 다 이루게 하소서. 그런 연후에 삼계의 구유九有(구주九州, 즉 온 천하) 중생들은 다 함께 깨달음의 성에 이르게 하여지이다.


009_0152_b_01L寶之證明伏願先王先后列位仙駕
009_0152_b_02L聞五時之終談快享十地之極果悲增
009_0152_b_03L雙運還陟降於冥冥感應無虧爰輔
009_0152_b_04L佑於斖斖大王大妃殿下動罔不吉
009_0152_b_05L永孚于休曰壽曰康與岡陵之並久
009_0152_b_06L俾昌俾熾如松栢之方新王大妃殿下
009_0152_b_07L厚體坤元深叅乾造垂簾聽政而仁
009_0152_b_08L並宣后鍊石補天而德侔媧皇主上
009_0152_b_09L殿下年月厄消陰陽沴釋睿筭等壯
009_0152_b_10L園之椿樹大化流周岳之庬基掃胡塵
009_0152_b_11L而河海淸集賢臣而社稷固王妃殿下
009_0152_b_12L椒慶益擁於多福同臨有截之區坤儀
009_0152_b_13L永奉於一人齊享無窮之壽世子邸下
009_0152_b_14L秀分天粹英冠神鋒鶴禁儲祥瓊蘭
009_0152_b_15L潤於沙界銅鋪衍吉金枝茂於猗蘭
009_0152_b_16L諸宮宗室銀潢遺粹寶婺流英善芽
009_0152_b_17L雲興灾萠雪釋諸嬪公主敬奉慈闈
009_0152_b_18L仰致怡愉之禮密符徽音克勤儆戒之
009_0152_b_19L亦願法界亡靈法林薰自性之香
009_0152_b_20L樂土遂逍遙之趣慈航利涉慧鏡燭途
009_0152_b_21L因果崇城業緣解脫抑願檀越等
009_0152_b_22L比於石崇之富富又富之不盡壽考於
009_0152_b_23L方朔之年年復年之無窮所願如心
009_0152_b_24L希慕合意然後三界九有同臻覺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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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을 천도하는 소상재의 소(薦令公小祥䟽)
축성竺聖(부처님)의 시라계尸羅戒 제자는 색하索河(황하)의 뛰어난 황금을 삼보三寶에 보시하나이다. 해동海東 조선국 원양도願襄道84) 영서領西 횡성현橫城縣 북쪽 덕고산德高山 봉복사奉福寺에 거주하는 재자齋者 아무개는 아무 영가를 위하옵나니, 정장淨藏과 정안淨眼의 신화神化를 얻고 화광華光과 화덕華德의 미묘한 몸이 되게 하시며, 초월하여 함담화萏花(연꽃) 가운데 태어나게 하고 부용꽃이 핀 못 속에 몸을 의탁하게 하소서.
또 원하는 것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난 3대 가친家親의 영혼들과 휘諱와 이름을 잊어버린 일체 외로운 혼령들은 다 부처님의 수기授記를 받아 괴로운 세계에 바퀴 돌듯 함을 영원히 벗어나게 하소서. 이와 같은 발원發願은 조각조각의 정성을 다하여 봉복사 선원禪院에 나아가 영산회靈山會 등을 공경을 다해 시설하고, 소상小祥이 되는 날을 맞아 18일에 처음 재를 지내기 시작하여 도합 계산하여 3주야晝夜 동안 거행하오니, 바라옵건대 여러 큰 덕을 지닌 운수雲水들께서는 미묘微妙한 『연화경蓮花經』을 풍송하여 연설하되 입은 달라도 소리는 같게 하여 산이 무너지고 땅이 찢어지는 것처럼 하고, 말을 잊고 뜻을 얻어 귀신이 흠앙欽仰하게 하며, 6수銖의 향을 사르고 만행萬行의 꽃을 꽂아 영산 큰 법회에 일대의 교주이신 석가여래釋迦如來님께 공양하고, 중중重重한 주인과 손님들로서 일체 부처님과 등각等覺보살 이하, 그리고 10지地와 3현賢 등 일체 현성賢聖들께서는 은근히 갈마竭麽85)하여 주시옵소서.
우러러 큰 도움을 바라는 마음에서 엎드려 기원하옵나니, 대각황大覺皇께서는 큰 자비慈悲로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근기에 따라 그 소원에 호응해 주시어 소원마다 모두 천도하는 망령亡靈들에게 나타내시고, 소제자小弟子들은 보잘것없는 붉은 정성으로 돌아가신 스승님의 부처님을 감화시킨 마음을 위하여 마음마다 다 은혜를 갚고 덕을 갚는 데 성심을 다하게 하소서.
이에 개미 같은 정성을 열어 감히 큰 은덕을 간구干求하오니, 엎드려 생각하건대 돌아가신 스승님께서는 타고난 성품이 비록 온화하셨으나 마음을 조섭함에 있어서는 조촐함이 없으셨으며, 세상의 그물 속에 이익을 추구하여 제자들이 굶주리는 일이 없기를 생각하셨고, 풍진風塵에 시달림을 받아 생애生涯에 부족함이 있을까 염려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두 마리 쥐(흑서黑鼠와 백서白鼠; 밤낮, 즉 세월을 말함)가 등나무 넝쿨을 갉아먹는 줄도 모르셨고, 여섯 마리 벌(六蠭; 六根)이 몸에 독을 쏘는 줄도 모르신 채 일월日月(세월)이 다함이 없으니, 장차 백 살 그리고 또 백 살을 누리리라 말씀하셨습니다.

009_0152_c_01L薦令公小祥䟽

009_0152_c_02L
敬奉竺聖尸羅戒弟子索河之勝金
009_0152_c_03L寶之檀那住海東朝鮮國原襄道領西
009_0152_c_04L橫城縣北德高山奉福寺居住齊者某伏
009_0152_c_05L爲某靈駕得淨藏淨眼之神化作華
009_0152_c_06L光華德之妙身超生於菡萏花中託質
009_0152_c_07L於芙蓉池內亦願已徃去靈三代家親
009_0152_c_08L失諱亡名一切孤魂咸蒙佛記永脫苦
009_0152_c_09L以此發願整竭誠霞之片片就於
009_0152_c_10L奉福之禪院敬設靈山之會等當小祥
009_0152_c_11L之辰起始十八日都計三晝夜願諸雲
009_0152_c_12L水之碩德諷演微妙之蓮經異口同音
009_0152_c_13L山崩地裂忘言得旨鬼仰神欽香焚
009_0152_c_14L六銖花揷萬行供養靈山大法會一代
009_0152_c_15L敎主釋迦如來主伴重重一切諸佛等
009_0152_c_16L覺已下十地三賢一切賢聖慇懃竭麽
009_0152_c_17L仰希鴻佑者右伏以大覺皇大慈悲
009_0152_c_18L度生應機之願願願皆現於薦靈薦亡
009_0152_c_19L小弟子小丹誠爲亡師感佛之心心心
009_0152_c_20L悉懸於報恩報德肆啓蟻恳敢干鴻庥
009_0152_c_21L伏念亡師鐘性雖温操心罔潔營營
009_0152_c_22L世網念弟子之無飢役役風塵恐生
009_0152_c_23L涯之不足迷咬蕂之二鼠昧蠚身之六
009_0152_c_24L謂日月之無窮將享百歲而又百歲

009_0153_a_01L그러나 오래 살고 일찍 요절하는 것은 천수天數가 있는 법이라 갑자기 병에 한 번 걸리더니 일생一生을 마치셨습니다.
그물이 뚫어져서 참새가 날아갔으니 구름 밖의 외로운 그림자를 좇기 어렵고, 바람이 불어 촛불이 꺼졌으니 방안에 남은 광명이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가버리는 것이 이와 같아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얼굴도 볼 수 없습니다. 저승과 이승이 한 번의 호흡에서 막혔기에 백 년의 슬픔에 그리워 울부짖으며, 수몰垂沒된 말씀을 추모하고 생각하면서 이생의 아픔을 진실로 안타까워합니다. 그 행적을 생각하고 그 말씀을 생각해 보면, 어찌 잘못과 허물이 없겠으며, 그 몸을 기억해 보고 그 삶을 기억해 보면 죄장罪障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공손히 저승의 도반을 맞이하여 소상小祥의 치재痴齋를 닦고, 경건하게 낭함琅凾(경)을 연설하여 대승大乘의 미묘한 뜻을 전합니다. 향 연기는 시방세계에 꼬불꼬불 하늘거리고 촛불 그림자는 구유九有(구주九州, 즉 온 천하)에 밝게 빛나며, 채색 당기幢旗가 교차하여 휘날리고 법의 음악이 사방에 두루 퍼집니다. 알알戞戞거리는 고동 소리가 위로 도사다천覩史陁天(도솔천) 내원內院의 황금전黃金殿까지 이르고, 활발하고 생동감 있는 연꽃 그림자는 가로로 색하계索河界 중도中道 백옥계白玉階까지 미칩니다.
비록 지난날 명부冥府에 여러 번 간절한 정성을 드렸으나 지금은 오히려 약류若流에 막힐까 두렵습니다. 우러러 바라옵나니 백호白毫(부처님)께서는 붉은 정성을 굽어살펴 주소서. 비록 재를 올리는 실체가 미약하오나 경건한 정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자의 목마르듯 우러르는 심정을 가엾이 여기사 선사先師께서 침륜沈淪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엎드려 바라옵건대 영가께서 나고 죽고 하는 바다는 열반涅槃의 바다로 변하게 하고, 번뇌의 숲은 공덕功德의 숲으로 변하게 하여 주소서. 또 바라는 것은 자신의 몸이 비록 선업善業의 씨앗을 심은 적은 없으나 저 그쳐야 할 과果를 받되 혹 나락가捺落迦(지옥)의 과보를 받아야 할 경우라면 큰 보호를 입어 한 방울 남은 물방울로 온갖 마른 나무를 다 적셔 주옵소서. 우러러 큰 성인을 대하여 정성스러운 편지를 올리나이다.

광주 부윤에게 올린 시와 서문(上廣尹詩序)
삼가 듣자오니 바른 기운이 합하여 어리면 성인이 나오시어 사계절의 질서가 다 순조롭다 하고, 충화沖和한 기운이 발육發育되면 어진 재상이 나와서 온갖 품류들이 다 맑아진다 합니다. 덕은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을 합한 것 같아 미묘한 교화가 신에게까지 통하고, 재능은 방현령房玄齡과 두여회杜如晦를 겸한 듯하여 특별한 공로가 세상을 놀라게 하리니,

009_0153_a_01L然壽夭之有數忽染一疾而終一生
009_0153_a_02L穿雀飛難追雲外之孤影風吹燭滅
009_0153_a_03L不留室中之餘光逝者如斯音容莫覩
009_0153_a_04L幽顯一息之隔號慕百年之哀追思垂
009_0153_a_05L沒之言實切此生之痛思其行思其語
009_0153_a_06L豈無過尤念其身念其居恐有罪障
009_0153_a_07L是以恭迎玄侶修小祥之痴齋敬演琅
009_0153_a_08L轉大乘之妙旨香煙裊裊於十方
009_0153_a_09L影煌煌於九有綵幢交擁法樂旁羅
009_0153_a_10L戞螺音上至覩史陁內院黃金殿栩栩
009_0153_a_11L▼(艹/((爪/乙/彡)+巴))影傍及索河界中道白玉階雖前日
009_0153_a_12L屢𢢽於冥府恐于今猶滯於若流仰惟
009_0153_a_13L白毫俯鑑丹懇雖微齋體可憫虔誠
009_0153_a_14L憐弟子渴仰之情脫先師沉淪之苦
009_0153_a_15L願靈駕生死海化爲湼槃海煩惱林
009_0153_a_16L作功德林亦願己身雖無善業之因
009_0153_a_17L受厥止果倘有捺落之報蒙彼洪庥
009_0153_a_18L滴餘零群枯咸沐仰對大聖披達誠
009_0153_a_19L

009_0153_a_20L

009_0153_a_21L上廣尹詩序

009_0153_a_22L
伏聞正氣氤氳聖人作而四序咸若
009_0153_a_23L和發育賢佐出而萬品俱淸德合尹周
009_0153_a_24L而妙化通神才兼方 [33] 而殊功警世

009_0153_b_01L바로 백세百世의 귀감龜鑑이요 만물의 권형權衡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합하閤下께서는 산악山岳의 뛰어난 재주를 내려 받고 호해湖海의 빼어난 정기로 잉태되어 지혜는 천심월협天心月脇86)에 쌓이고 몸은 금심수장錦心繡腸87)에 매어 아름다운 식견이 크고 넓어서 비단 요대瑤臺에서만 우뚝 빼어날 뿐만이 아니요, 맑은 재주가 널리 통달하니 어찌 절묘(색사色絲 두 글자를 합하면 絶이 된다.)88)하고 웅장한 문장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붓을 떨구면 놀랄 만한 문장이 나오니 손으로 삼협三峽의 물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고, 가슴속에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 많은 책을 간직했으니 시선이 어찌 두 번 가랴.발걸음은 붕새가 가는 노정路程을 통하니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9만 리를 가고, 진영眞影을 인각獜閣89)에 그려 모셨으니 영화롭고 빛남이 5백 년을 독차지하셨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높은 수레를 타니 의지는 이미 부귀富貴에 관심이 없고, 아름다운 산과 아름다운 물에 맛 들였으니 시흥詩興은 풍소風騷에 한창 빠져 있습니다. 엄하게 안 하고도 백성들을 잘 다스리고 누워서 매우 태평한 교화를 이루었으며, 아무 욕심도 없이 그 절묘함을 관찰하고 청정淸淨한 기풍을 크게 드날렸습니다. 인의仁義에 기거하고 예악禮樂으로 장식裝飾하였으니, 이런 까닭에 북궐北闕에서 임금님의 말씀을 받들고 남주南州에서 기름칠한 수레를 탔습니다. 황제가 말하기를 “아름답다! 마땅히 영천穎川의 교화90)를 이루었으니 백성들의 복이로다.”라고 하였으니, 왕교王喬91)와 같은 치적을 볼 수 있습니다.
두터운 은혜가 골고루 적시니 양악凉岳의 풀과 나무도 다 아름다워졌고, 신성한 위엄이 널리 미쳤으니 낙강洛江의 파도도 완전히 잠잠해졌습니다. 연산連山에 종유석鐘乳石이 돌아오고 합포合浦에 구슬이 돌아왔으며, 은혜는 야객野客들에게까지 입히고 은택은 숲과 샘물에까지 미쳤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산에 사는 이 사람은 고사리와 채소만 먹고 사는 인생이라, 구학丘壑에서 본래 바라는 것은 요행 명부明府께서 행차하여 홀연히 맑은 기풍을 받들어 보는 것입니다. 은총을 내려 골고루 분반하고 두터운 은혜를 곡진하게 드리워 주신다면 그것이 저의 일생 동안 흠모하던 일입니다. 혼몽魂夢 속에 길게 얽힌 반나절 동안 거듭거듭 회포를 풀고, 항상 가슴속에 맺힌 것에 경경耿耿한 감명感銘이 간절합니다. 더욱 열심히 간절히 기원하면서 감히 거적을 엮은 듯한 시 한 편으로 맑은 안목을 우러러 더럽히나이다.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奉命丹墀帝曰嘉  단지丹墀92)에서 명을 받드니 임금이 가상하다 하시고
頴川勲業冠邦家  영천穎川에서 공을 세우니 방가邦家에 으뜸이라
蒲鞭示罰還堪笑  부들 채찍93)으로 벌을 보여 도리어 비웃음을 감내하고
麥穗呈祥未足誇  보리 이삭 상서 드리우나94) 자랑할 만한 게 아니라 말하네
凉岳雨晴雲歛日  양악凉岳에 비 개니 구름 걷혀 해가 나오고
洛江風㝎水無波  낙강洛江에 바람 자니 물에 파도도 잠잠하네
痴氓自是知恩澤  어리석은 백성들 스스로 은택恩澤을 알아차리니
何用豊碑浪𠠇磨  어찌 풍비豊碑95)를 세우고 쓸데없이 갈고 깎아 내리

009_0153_b_01L百世之龜鑑爲萬物之權衡伏惟閤下
009_0153_b_02L山岳降英湖海孕秀智蘊天心月脇
009_0153_b_03L身維錦肝繡腸懿識宏恢非但瑤臺
009_0153_b_04L之拔萃淸材曠達豈唯色絲之雄辭
009_0153_b_05L落筆可驚手遡三峽之水過眼何再
009_0153_b_06L藏五車之書脚達鵬程搏扶搖於九萬
009_0153_b_07L影瀉獜閣擅榮曜於五百年駟馬
009_0153_b_08L高車志已灰於富貴佳山美水興方
009_0153_b_09L酣於風騷不嚴而治其民臥致隆平之
009_0153_b_10L無欲而觀其妙誕揚淸淨之風
009_0153_b_11L義以居禮樂以餙是以承綸北闕膏車
009_0153_b_12L南州帝曰嘉㦲宜爲頴川之化民之福
009_0153_b_13L可見王喬之治惠渥周沾凉岳之
009_0153_b_14L草木咸休神威普及洛江之波瀾頓停
009_0153_b_15L乳復連山珠還合浦恩沾野客澤及
009_0153_b_16L林泉伏念山人薇蔬此生丘壑素願
009_0153_b_17L頃幸明府忽奉淸標㦲下寵頒曲垂腆
009_0153_b_18L恤一生欽慕長縈魂夢裡申申半日論
009_0153_b_19L恒紆胷次中耿耿感銘攸切懇祝
009_0153_b_20L彌勤敢將編苫仰瀆淸眼詩曰

009_0153_b_21L奉命丹墀帝曰嘉頴川勲業冠邦家

009_0153_b_22L蒲鞭示罰還堪笑麥穗呈祥未足誇

009_0153_b_23L凉岳雨晴雲歛日洛江風㝎水無波

009_0153_b_24L痴氓自是知恩澤何用豊碑浪斵磨

009_0153_c_01L
남쪽으로 돌아가는 문 상인을 전송하는 시와 서문(送文上人南歸詩序)
삼원三元96)이 처음 바뀜에 현망弦望97)의 시기를 징험할 수 있고, 구양九陽(태양)이 처음 나뉨에 변통變通하는 운이 거울처럼 분명해졌다.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에 비로소 번개가 일고 천둥이 쳤으며, 좋은 약속과 아름다운 기약을 하자 갑자기 바람이 불고 비를 뿌렸습니다. 이것이 도리의 변함없는 원칙이니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상인上人은 문채가 찬란하고 영명한 근기를 지녔는지라 계율을 밝게 지키며, 향기로운 예급요단蘂笈瑤壇의 도道가 심전心田에 달리고, 금등옥판金縢玉版의 문장이 성품의 바다를 푹 적시니, 탕혜휴湯惠休98)의 청아한 시가 없어지지 않고 지도림支道林99)의 좋은 일이 비로소 융화되었습니다.
그러한즉 영화로운 광채가 그 앞에 빛나고 아름다운 색깔이 그 뒤를 넉넉하게 합니다. 맑은 개천가에서 고상翺翔하고 뛰어난 경치에서 소요逍遙하며, 물 위에서 술잔같이 작은 배를 타니, 마치 신선의 별세계와 같고, 구름 사이에 지팡이를 떨치니 흡사 외로운 학이 나는 듯합니다. 녹동鹿洞에 좋은 친구라 길 떠나는 옷소매를 잡아당길 수 없어 참담慘憺하고, 계봉雞峰의 법려法侶가 진세塵世로 가는 것을 말리지 못해 슬픕니다.
이때는 언덕과 들에 봄바람이 불고 물과 산에 비가 내릴 기운이 감돌아 안개와 구름은 색깔이 변하고, 시냇물은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가 납니다.
아! 슬프다! 세월을 다시 하기 어려워 회합會合할 기약이 없네. 반드시 합포의 구슬100)을 본받고 연진검延津劒101)을 배우지 마시게. 비록 세 자의 부리는 없으나 어찌 한 수 시詩야 없겠는가?

春風拂袖賦淸遊  봄바람이 소매를 떨치니 풍취 있는 놀이에 시를 짓고
踏遍山河似有求  산과 강을 두루 돌아다니니 마치 찾는 게 있는 것 같네
客裏幽懷雲共遠  객지에서의 깊은 생각 구름과 함께 멀어지고
途中光景水同流  도중途中에 광경光景은 물과 함께 흘러간다
江梅帶雨香初坼  강가 매화 비를 띠고 향기를 처음 터뜨리고
野草知時綠半抽  들의 풀은 때를 알아 푸른 싹 뾰족이 내민다
別後莫忘聯榻計  이별한 뒤 탑상에 마주 앉자는 약속 잊지 마시게
浮生誰是百年留  부생浮生이 어느 누군들 백 년을 넘기겠나
가야산 보문암에서 수륙재를 창건하기 위한 모연문(伽耶山普門庵創建水陸募緣文)
듣자하니 선善을 쌓고 악惡을 쌓음에 있어서 이미 보응報應함이 매우 분명한 것은 하늘의 이치요, 덕을 이루고 공을 세움에 있어서 희사喜捨하여 보시布施하기를 마땅히 힘써야 함은 인간의 도리입니다. 이에 치류緇類(승려들)를 효유하고

009_0153_c_01L送文上人南歸詩序

009_0153_c_02L
三元肇革弦望之期可徵九陽初分
009_0153_c_03L變通之運斯鑑良時美景始電激雷奔
009_0153_c_04L善約佳期忽風流雨散道其常也
009_0153_c_05L何言㦲上人藻瑩靈機 澂明戒律
009_0153_c_06L笈瑤壇之道馳驟□ [34] 金縢玉版之文
009_0153_c_07L涵濡性海湯惠休之淸吟不廢支道林
009_0153_c_08L之好事方融然則榮曜昡其前艶色餌
009_0153_c_09L其後翺翔淸流之際逍遙卓犖之中
009_0153_c_10L水上乘杯有如神仙之別雲間振錫
009_0153_c_11L更似孤鶴之飛鹿洞良朋慘征袂之莫
009_0153_c_12L雞峰法侶悵行塵之不留于時
009_0153_c_13L野春風河山雨氣煙雲爲之色變
009_0153_c_14L水由其聲潺悲夫光陰難再會合無
009_0153_c_15L須效合浦珠莫學延津劒雖無三尺喙
009_0153_c_16L寧乏一首詩

009_0153_c_17L春風拂袖賦淸遊踏遍山河似有求

009_0153_c_18L客裏幽懷雲共遠途中光景水同流

009_0153_c_19L江梅帶雨香初坼野草知時綠半抽

009_0153_c_20L別後莫忘聯榻計浮生誰是百年留

009_0153_c_21L

009_0153_c_22L伽耶山普門庵創建水陸募緣文

009_0153_c_23L
聞夫積善積惡旣天理報應之孔昭
009_0153_c_24L德立功在人道舍施之當勉玆諭緇類

009_0154_a_01L주문朱門102)에 두루 밝힙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인민人民들의 업연業緣은 진실로 신화神化의 음즐陰騭을 말미암아야만 하며, 악惡을 지음은 재앙의 빌미가 되고 선善을 행함은 복을 받는 씨앗이 되나니, 나락가捺洛迦(지옥)와 천당天堂으로 서로 다르게 갈라지는 원인이요, 크게 되면 귀하게 되고 작게 되어도 영화를 받나니, 명부의 문서와 지옥의 문서에 자세히 드러납니다. 생각해 보건대 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땅히 인의仁義를 흠모하는 무리일 것입니다. 더구나 옥동玉洞의 영원靈源은 그 공이 선행을 한 것보다 반드시 갑절이 되고 신사神師의 예석睿釋은 세상을 건짐이 회창會昌(당唐 무종武宗의 연호)보다 더욱 특별합니다.
오직 우리의 보문선암普門禪庵은 저 황금을 널리 편 세계를 연상케 하나니, 신령神靈이 호위護衛하니 3재灾로 인한 참담한 재앙의 장막을 미리 알았고, 천지天地가 부지扶持하니 4해海의 드날리며 날치는 병선兵燹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끊어진 듯한 골짜기가 단청한 작은 문에 임하니 우禹임금이 신부神斧로 깎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고, 아름다운 바위가 울긋불긋 그림을 그린 난간을 둘렀으니 진나라 채찍의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거늘, 반드시 이화二華의 적성赤城103)이라야 비로소 선경仙境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고, 역시 삼산三山의 현포玄圃104)도 곧 신선의 구역입니다.
이런 까닭에 범우梵宇를 다시 새롭게 하는 데 있어서 어찌 다만 사람의 힘으로만 하겠습니까? 옥찰玉刹이 나란히 많이 들어섬은 거의 하늘의 도움으로 된 것입니다. 구름에 이어지는 건축물을 문득 보았는데 진실로 화합하여 짧은 기간에 성취한 것입니다. 안개와 노을이 색깔을 바꾸고 절벽과 골짜기에 광채가 생기는데, 어렴풋이 보이는 영축산靈鷲山 고갯마루의 기원정사祇園精舍가 마치 녹동鹿洞의 정사精舍와 방불髣髴합니다. 잔치를 열고 경하慶賀하는 날을 맞아서 어찌 크게 제도하는 공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법회의 자리에 성현聖賢들을 맞이하였으니 곧 온갖 복福이 이를 것이요, 구름 덮인 시내에 미묘한 격식을 거행하니 많은 혼령이 다 흠향하실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양梁나라 황제가 운석韻釋에게 꿈으로 징험을 보였고, 진秦나라 군주는 영사英師께 불쌍히 여겨 주기를 구하였습니다. 그 덮어 보호함이 끝이 없고, 뜻을 말하고 의논하기를 즐겨 하였으나, 그러나 산을 옮기는 일에는 힘이 미약하고 바다를 메우는 일에도 계책이 떨어졌습니다. 혹 여러 군자君子들의 원만한 호응과 깨끗한 정성이 아니면, 어떻게 하나의 큰일에 대하여 은밀하게 도와 소원을 이루게 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곡식이나 옷감들을 내놓아 뒤에서 따르기도 하고, 혹은 보물과 진귀한 귀중품을 보시하여 앞을 다투기도 하니, 그렇게 되면 갈파葛坡의 길 위에서 지팡이를 짚고 같이 놀게 될 것이요, 보련대寶蓮臺 가에서 옷소매를 잇대고 함께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맑은 못 속에 달이 찍힌 것 같고, 텅 빈 골짜기에 소리가 전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때의 쾌락快樂도 이와 같으리니,

009_0154_a_01L遍曉朱門窃念人民之業緣實由神化
009_0154_a_02L之陰騭惡爲崇善爲福捺落天堂之異
009_0154_a_03L大則貴小則榮冥籙幽籍之俱顯
009_0154_a_04L惟玆樂善之士宜慕仁義之徒況乎玉
009_0154_a_05L洞靈源功必倍於作善神師睿釋
009_0154_a_06L尤異於會昌惟我普門禪庵想彼廣鋪
009_0154_a_07L金界神靈護衛曾知三灾慘禍之帡幪
009_0154_a_08L天地扶持不入四海搶攘之兵燹斷壑
009_0154_a_09L臨綉闥猶錯禹斧之痕綺岩繞畫攔
009_0154_a_10L怳聞秦鞭之響不必二華赤城之仙境
009_0154_a_11L亦乃三山玄圃之名區是以梵宇重新
009_0154_a_12L奚但人力爲也玉刹迸庶幾天祐作之
009_0154_a_13L倐見連雲之構允叶不日而就煙霞動
009_0154_a_14L崖谷生暉依俙鷲領祗園髣髴鹿
009_0154_a_15L洞精舍斯當鷰賀之日豈無鴻濟之功
009_0154_a_16L邀聖賢於法筵則百福并臻頒妙格於
009_0154_a_17L雲溪則萬靈咸享是故梁皇徵夢於韻
009_0154_a_18L秦主求哀於英師其爲庇庥也無邊
009_0154_a_19L肯以言意而有議然而移山力緜塡海
009_0154_a_20L計迃儻非諸君子之圓應霜忱奚以一
009_0154_a_21L大事之密助雨願或出粟米麻絲而追
009_0154_a_22L或施寶玩珍恠而爭先則葛坡路上
009_0154_a_23L秉杖同遊寶蓮臺邊連袂共陟如印
009_0154_a_24L月之澄潭若傳聲之空谷他時之快樂

009_0154_b_01L오늘날 희사하여 보시하는 일에 무엇을 아끼십니까?
아! 슬프다. 복을 심으면 이름이 오래 전해지나니, 이는 어진 사람이 본디 해야 할 임무요, 선행善行을 쌓으면 후손이 경사스러움은 곧 성인의 큰 가르침입니다. 원하건대 우리 함께 배를 타는 이도 굽어 하나를 얻는 일을 선택하되 자신의 힘을 헤아려 보아 힘이 되거든 오직 선善한 일을 하는 데 귀의하시기 바랍니다.
덕고산 백화암의 기와불사를 위한 권선명(德高山白華庵盖瓦勸善銘)
維此德高     이 덕고산은
雄偉暘谷     양곡에 웅장하고 크구나
奉福寺名     봉복사라는 이름
可資壽域     수역의 바탕이 될 만하네
寺之東隅     이 절의 동쪽 모퉁이에
乃自卜築     곧 스스로 집 하나를 지었다네
蓬萊一派     봉래산의 한 줄기요
雪嶽來脉     설악산 한 내맥이로다
寶界之勝     보배 같은 뛰어난 절경은
必駭橫目     반드시 둘러보는 눈을 놀라게 하리
樹建精舍     정사 하나를 세웠으니
尤擅絕特     더욱 특별함 드날리네
雖具百務     비록 백 가지 노력을 갖추었으나
猶乏盖覆     오직 기와 덮는 일이 모자라네
將成九仞     구인의 산을 만들려 할 적에
一簣未洽     한 삼태기 흙이 모자란 것 같네
失今不備     잃음을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後將難及     앞으로 다가올 날에는 미치지 못하리
瓦衣之設     기와로 옷 입히는 일을 하는 것은
莫此日急     오늘 당장 급히 여기지 마시게
山人雲演     산에 사는 사람 운연은
禪門白足     선문의 백족105) 같은 스님이라
妙年童師     어린 나이에 동자 스님이 되어
耆稱上德     늙어지자 상덕이라 일컫네
所行活計     행하는 것은 그저 살아갈 계획뿐
一▼(竹/瓢)一錫     표주박 하나에 지팡이 하나로
之南之北     남쪽으로 갔다가 북쪽으로 가고
不憚跋涉     산 넘고 물 건넘을 싫어하지 않네
將欲繼成     장차 계승하여 성취하려 하면
理難獨立     이치상 혼자 성립하기는 어려우리
顧此貧道     돌아보건대 이 빈도는
精衛綿力     정위106)처럼 연약한 힘이라서
惟將寸心     오직 작은 마음만 가지고
仰報賢哲     현철의 은혜를 우러러 갚으려네
種善雖多     선행善行을 심는 일 비록 많지만
燔瓦最極     기와를 굽는 일이 제일이라네
凢諸植福     무릇 모든 복을 지으려 하면서
舍此奚適     이 일을 버리고 무엇으로 하려는가
積善之訓     선행을 쌓으라는 가르침은
旣載於易     이미 『주역』에 실려 있나니
福田之利     복전을 보살피는 이익에
盍着於釋     어찌 스님에게만 집착한단 말인가
江海之深     강과 바다가 깊어진 것은
細流不擇     작은 개천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네
太山之高     태산이 저렇게 높기는 하나
土壤何惜     작은 흙덩이를 어찌 버리리
願我同舟     바라건대 나와 같은 배를 타고
俯採一得     굽어 하나 얻는 일 채택하소
各補錙銖     제각기 치수만큼씩만 보태서
以助鉅役     큰 역사役事를 도와 보세
迺藏丕功     속히 큰 공을 간직하기를 인하여
仍玆奉祝     이에 받들어 축원하네
聖壽延洪     임금님의 수명은 크게 늘어나고
休祥永格     아름다운 상서로움 영원히 이르소서

009_0154_b_01L如是此日之舍施奚吝於戱植福流名
009_0154_b_02L是仁者之素務積善餘慶乃聖人之孔
009_0154_b_03L [35] 我同舟俯採一得量力斯及
009_0154_b_04L善之歸

009_0154_b_05L

009_0154_b_06L德高山白華庵盖瓦勸善銘

009_0154_b_07L
維此德高雄偉暘谷奉福寺名

009_0154_b_08L可資壽域寺之東隅乃自卜築

009_0154_b_09L蓬萊一派雪嶽來脉寶界之勝

009_0154_b_10L必駭橫目樹建精舍尤擅絕特

009_0154_b_11L雖具百務猶乏盖覆將成九仞

009_0154_b_12L一簣未洽失今不備後將難及

009_0154_b_13L瓦衣之設莫此日急山人雲演

009_0154_b_14L禪門白足妙年童師耆稱上德

009_0154_b_15L所行活計一▼(竹/瓢)一錫之南之北

009_0154_b_16L不憚跋涉將欲繼成理難獨立

009_0154_b_17L顧此貧道精衛綿力惟將寸心

009_0154_b_18L仰報賢哲種善雖多燔瓦最極

009_0154_b_19L凢諸植福舍此奚適積善之訓

009_0154_b_20L旣載於易神田之利盍着於釋

009_0154_b_21L江海之深細流不擇太山之高

009_0154_b_22L土壤何惜願我同舟俯採一得

009_0154_b_23L各補錙銖以助鉅役迺藏丕功

009_0154_b_24L仍玆奉祝聖壽延洪休祥永格

009_0154_c_01L
가야산 해인사에서 대장경을 인출하는 글(伽耶山海印寺大藏經印出文)
듣자 하니 천하에 산의 이름으로 동방東方에 명성을 떨친 것으로는 일찍이 기이하고 위대하며 절특絶特하다는 칭송이 없지 않았지만, 해동海東에 으뜸이요 한 지역에 웅장한 것은 가야산伽耶山 해인사海印寺만한 것이 없다. 인간 세상에 어진 사람과 군자君子들이 인因을 닦고 복을 심기 위해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비록 만 가지로 다르지만, 그 또한 대장경大藏經을 인쇄하는 일만 한 것은 없다.
그런 까닭에 옛날에 도를 배우되 선행善行을 하는 이는 모두 이것을 비밀하고 신비한 맛으로 여겨 깊은 성찰省察을 내어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로 삼았던 일이 잇달아 있었던 것이다. 대개 이 절이 처음 지어진 것은 양梁나라 대동大同 11년 을축乙丑(545), 즉 신라新羅 진흥왕眞興王 5년이었다.
그때 중국에 신승神僧이 있었는데, 그 법명이 보지공寶誌公이다. 스님이 임종할 무렵 「답산기踏山記」를 문도들에게 부촉咐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 틀림없이 동쪽 나라에서 두 스님이 법을 구하러 올 터이니, 이 「답산기」를 그분들에게 주어라.”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 과연 순응順應과 이정利貞 두 대사가 중국에 들어가 지공 화상께 법을 구하니, 그의 제자가 그들을 보고 기뻐하면서 「답산기」를 내주면서 지공 화상이 임종할 때에 하셨던 말씀을 아울러 전하였다. 순응과 이정이 그 말을 듣고 지공 화상의 장지를 물어 그곳을 찾아가서 기도하며 말하였다.
“사람에게는 고금古今이 있으나 법이야 어찌 전후前後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7일 7야 동안 지극한 정성으로 법을 구하자, 홀연히 묘墓의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지공 화상이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법을 설하고, 인하여 그들에게 의발衣鉢을 전해 주고 당부하여 말하였다.
“너의 나라 가야산 가운데 불법이 크게 일어날 곳이 있으니, 너희들은 본국에 돌아가 대가람大伽藍을 짓고 마땅히 그 절의 이름을 해인사라고 하라.”
말을 마치고는 다시 묘 속으로 들어갔다. 두 스님은 본국으로 돌아와 가야산으로 가서 터를 둘러보다가 그들의 마음에 매우 흡족한 곳이 있어 풀을 깔고 앉아 선정에 들었더니, 정문頂門에서 광명이 나와 자줏빛 기운이 하늘까지 뻗쳤다. 그들이 앉았던 곳에는 무쇠로 된 기와 500개가 있었는데 지금 해인사 법당을 이은 기와는 바로 그때 그것이다.
그때 신라 애장왕哀莊王의 왕후가

009_0154_c_01L伽耶山海印寺大藏經印出文

009_0154_c_02L
聞夫天下之以山名鳴於東方者未甞
009_0154_c_03L無奇偉絕特之稱而其甲於海東雄於
009_0154_c_04L一域者莫伽耶海印若也人世間仁人
009_0154_c_05L君子修因植福之善者雖曰萬殊
009_0154_c_06L莫印大藏經如也 是故古之學道而尋
009_0154_c_07L善者咸以此爲秘神味而發深省
009_0154_c_08L爲上天之梯者比比而存焉大槩此寺
009_0154_c_09L之始創則梁大同十一年乙丑即新羅
009_0154_c_10L眞興王之五年也伊時中國有神僧
009_0154_c_11L曰誌公臨終以踏山記囑門徒曰
009_0154_c_12L沒後必有東國二僧求法而來以此
009_0154_c_13L屬之後果有僧順應利貞兩大師
009_0154_c_14L中國求法於誌公其門見而喜之
009_0154_c_15L記付之并說誌公臨終時語應貞聞之
009_0154_c_16L尋到誌公之葬處而禱之云人有古今
009_0154_c_17L法無前後七日七夜至誠求法忽然
009_0154_c_18L墓門自開誌公如常說法仍以衣鉢傳
009_0154_c_19L囑曰汝國伽耶山中有佛法大興之
009_0154_c_20L汝等還國創立大伽藍宜以海印
009_0154_c_21L名寺言訖還入墓中二師還國訪見
009_0154_c_22L伽耶甚叶其意藉草而坐頂門放光
009_0154_c_23L紫氣衝天所坐之處多有鐵瓦五百零
009_0154_c_24L今法殿所覆即是也于時新羅哀莊

009_0155_a_01L등창을 앓고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효력이 없었다. 임금이 근심하며 신하들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보내 이인異人을 찾아 왕후의 병을 고쳐 주기를 바라고 있던 터였다. 사신이 길을 가다가 하늘에 뻗친 자줏빛 기운을 바라보고 틀림없이 이인이 있으리라 여겨, 숲을 헤치고 산속으로 들어가니 과연 두 스님이 보였다. 공경히 예禮를 갖추어 절을 하고 왕후의 병에 대하여 자세한 내막을 고하고 왕궁으로 함께 가기를 간청하였으나 두 스님은 허락하지 않고 곧 다섯 가지 색실을 주면서 말하였다.
“궁궐 마당에 어떤 나무가 있느냐?”
궁중 사신이 대답하였다.
“배나무가 있습니다.”
대사가 말하였다.
“그러면 이 실을 가지고 가서 한쪽 끝은 그 배나무에 매고, 또 한쪽 끝은 종창이 난 곳에 붙여라. 그러면 그 종창이 곧 나을 것이다.”
그 사신이 돌아가 임금에게 자세한 내막을 보고하니 왕이 그 스님들의 말에 따라 스님이 일러준 대로 시행하자, 배나무는 과연 말라 죽고 병은 즉시 나았다. 왕이 감격한 나머지 그 스님들을 공경하여 직접 이 산에 행차하여 이 절을 짓게 하였다. 그리고는 토지 2,500결結을 헌납하였다.
그 뒤 신라 말엽末葉에 또 희랑希朗이라는 기이한 스님이 있었다. 그 당시 고려 태조가 백제百濟의 왕자 월광月光과 서로 전쟁을 하였는데, 태조의 힘으로는 제압할 수가 없었다. 이에 태조가 달아나 이 절로 들어가서 낭공朗公을 스승으로 섬기고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의지하기를 구하니, 대사께서 즉시 신병神兵을 보내 그를 돕도록 하였더니 월광이 두려워서 곧 항복하였다. 태조는 이로 인하여 희랑 스님을 공경하여 받들어 모시고 또한 토지 500결結을 헌납하였다.
당나라 대중大中(당唐 선종宣宗의 연호) 임술년壬戌年(842)107)에 합천군陜川郡에 이거인李居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농부들에게 권유하여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국세를 재촉하여 거두다가 홀연히 길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었는데, 그 강아지는 눈이 세 개나 달려 있었다. 거인이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여 집으로 데려다가 애지중지 길렀는데, 그 강아지의 됨됨이가 자못 영특하면서도 기이한 짓을 하였다. 그래서 거인은 매우 사랑하여 보통 짐승들처럼 기르지 않고 특별히 대접하였다. 이 개가 거인의 집에 있은 지 3년째 되던 해 봄에 마당 가운데에서 앉은 채로 해를 쳐다보며 갑자기 죽어 버렸다. 거인은 관을 잘 만들어서 땅에 묻어 주고 제물을 갖추어 제사까지 잘 지내 주었는데, 마치 자식을 잃은 듯이 애통해하였다.
다시 2년 후인 병인년丙寅年(846) 겨울에 거인도 죽었다. 처음 명부冥府에 들어가니 어떤 귀왕鬼王이 있었는데, 얼굴에는 세 개의 눈이 달려 있었다. 홀연히 거인을 보더니만

009_0155_a_01L王后患背疽良醫無效王憂之遣中
009_0155_a_02L使分徃諸方冀得異人以蒙扶救也
009_0155_a_03L使於路中望見山上有紫氣應有異人
009_0155_a_04L披榛入山果見二師敬信禮拜具以
009_0155_a_05L告王后之疾仍邀請還二師不肯
009_0155_a_06L以五色線授之曰宮庭有樹乎曰有梨
009_0155_a_07L師曰然則持此線一端繫於梨樹
009_0155_a_08L端貼於瘡口則厥疽即瘳矣使還
009_0155_a_09L報其狀依其言試之梨樹果枯而
009_0155_a_10L患即得差感而敬之親幸于玆山
009_0155_a_11L創立此寺納田二千五百結其後新羅
009_0155_a_12L又有異僧希朗祖師時高麗太祖
009_0155_a_13L與百濟世子月光相戰太祖力不能制
009_0155_a_14L走入此寺師事朗公而求仗佛威
009_0155_a_15L即遣神兵助之月光惧而乃降太祖敬
009_0155_a_16L又納田五百結唐大中壬戌陜川
009_0155_a_17L有李居仁者以勸農催王租於村間
009_0155_a_18L忽於路上得一兒狗乃三目也
009_0155_a_19L心異之率豢家中其爲狗也頗有
009_0155_a_20L靈恠故居仁深愛不以凢畜畜之
009_0155_a_21L至三載春其狗於庭中向日而坐
009_0155_a_22L忽自斃居仁庇棺以埋之具食而祭之
009_0155_a_23L有若喪家兒者越丙寅冬居仁亦死
009_0155_a_24L初入冥府有一鬼王面有三目忽見居

009_0155_b_01L마루에서 내려와 손을 잡고 말하였다.
“아! 슬프옵니다. 주인이여, 어찌 여기에 왔습니까? 제가 지난번에 명부冥府에서 논죄를 당하여 털옷을 입고 꼬리를 달고 인간 세상으로 3년 동안 귀양을 갔을 때에 주인의 극진한 대우를 입어 착한 일을 많이 하였으므로 다시 이곳에 와서 복직되었으니 그 은덕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부축하여 계단 위로 안내하였다. 거인은 그때서야 비로소 지난날의 일들을 깨닫고 눈물을 씻으며 말하였다.
“미천한 사람이 본디 배우지 못하여 무식하거늘 장차 무엇으로써 명부의 문초에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 잘 인도하여 주십시오.”
귀왕이 말하였다.
“명부의 관리가 가령 질문을 하거든 곧 이렇게 대하십시오. ‘이 미천한 사람은 일찍이 법보法寶의 소중함을 들었기에 불경佛經을 간행하려 하였는데 과업을 이루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거인이 머리를 숙이고 명을 듣고 난 뒤에 사자를 따라 명부에 들어가니 염라대왕이 물었다.
“너는 인간 세계에 사는 동안 어떤 인연因緣을 지었느냐?”
거인이 대답하였다.
“이 미천한 사람은 젊었을 때부터 관리官吏가 되어 노역을 하느라 착한 일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한 가지 큰일을 하고자 마음먹었었는데, 뜻하지 않게 오늘 몸이 명부로 돌아오게 되었기에 다만 개탄스럽고 한스러움이 간절할 따름입니다.”
염라왕이 말하였다.
“너는 무슨 일을 하려다가 미처 이루지 못하였는지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 바른대로 말해 보라.”
거인은 한결같이 귀왕이 시키는 대로 아뢰었다. 그랬더니 대왕이 뜰에 내려와 읍揖하며 말하였다.“전상殿上으로 올라가 조금 쉬고 계시기 바라오.”
그리고는 다시 판관判官에게 명하여 귀록鬼籙에서 이름을 지우게 하고 속히 돌려보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하라고 명하였다. 거인이 명령을 받들고 물러나 삼목귀왕三目鬼王의 처소에 이르니 귀왕이 말하였다.
“주인께서는 맡은 일이 크다고 해서 절대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집에 돌아가거든 종이를 사다가 권선문勸善文을 써서 완성하십시오. 그리고 그 권선문의 제목은 ‘팔만대장경권공덕설八萬大藏經勸功德說……운운云云……’이라 하고, 관가에 보내 관인官印을 찍어다 놓고 제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시면 제가 앞으로 인간 세계에 점검點檢하러 내려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거인이 다시 깨어나 귀왕이 한 말대로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정묘년丁卯年(847) 봄에 신라국新羅國 공주 자매가 한꺼번에 돌림병에 걸려서 병상에 누워 부왕父王에게 이렇게 말하였다.“빨리 대장경 화주化主를 불러오십시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딸들은 이로 인해 죽고 말 것입니다.”
왕이 불쌍히 여기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서 즉시

009_0155_b_01L下堂而執手曰嗟呼主人何以至
009_0155_b_02L頃年適被冥論衣毛帶尻降謫
009_0155_b_03L三霜賴主人之遇善來復舊職其恩
009_0155_b_04L敢忘仍扶引上階居仁始悟前日事
009_0155_b_05L乃拭涙而言曰賤子素是無知者將何
009_0155_b_06L以奉招於冥府乎伏願大王善導之
009_0155_b_07L王曰冥司如有問即對曰賤子曾聞
009_0155_b_08L法寶之重欲刊佛經而未果云爾則必
009_0155_b_09L有好事居仁俯首聽命隨使進冥府
009_0155_b_10L王曰汝在人間作何因緣居仁對曰
009_0155_b_11L賤子自少汨於吏役無暇作善而常
009_0155_b_12L欲作一大事而未遂不意今者身歸冥
009_0155_b_13L只切慨恨王曰欲作何事而未遂
009_0155_b_14L近前以直言之居仁一如鬼王所敎而
009_0155_b_15L告之王即下庭而揖曰願須登殿小憇
009_0155_b_16L又命判官除名鬼簿速還成願也
009_0155_b_17L奉命而退至三目鬼王所鬼王曰
009_0155_b_18L主人無以任大爲憂還家貿紙寫成勸
009_0155_b_19L題曰八萬大藏經勸功德說云云
009_0155_b_20L官踏印以待我歸吾將點檢於人間也
009_0155_b_21L於是居仁乃甦依其言以待之及丁卯
009_0155_b_22L之春新羅國主娣妹一時遘疫臥痛
009_0155_b_23L在床告於父王曰速招大藏經化主來
009_0155_b_24L若不爾者女等從此永訣矣王悶惧

009_0155_c_01L온 나라에 교지를 선포하였다. 합주合州 태수太守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인을 불러 말을 번갈아 갈아타 가며 속히 대궐로 올라가라 하였다. 거인이 궐문에 당도하니 공주가 침상寢床에서 갑자기 일어나더니 거인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근래 아무 탈 없으십니까? 저는 삼목귀왕입니다. 그대와 약속을 하였었기 때문에 일부러 여기에 왔습니다.”
잇달아 대장경을 간행하여 유포流布할 뜻을 국왕國王에게 부탁을 하면서 거듭 당부하였다. 말이 지극한 데다 평범한 것 같지 않아 국왕이 이에 귀중한 재물을 다 희사喜捨하여 장차 경전을 인쇄하려 했는데 일을 잘 경영하지 못했다. 그때 8도道의 민가民家에 역질疫疾이 돌아 일시에 불꽃처럼 번져 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이렇게 말하였다.“해인사 대장경을 간행하기 위한 화주의 처소에 재물을 보시하면 이 역질이 곧 나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단코 소생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두렵고 무서워서 다투어 집안에 간직했던 재물을 꺼내어 해인사로 실어 나르는 이들이 그 수효를 셀 수 없었다. 이에 신라 왕도 솜씨 좋은 공장工匠을 불러 모으고, 또한 거제도巨濟島에서 경문을 새길 재梓나무를 운반하느라 대열을 이루어 그치질 않았다. 그리하여 그 당시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말하기를 “기재杞梓는 모두 거제도에서 나는 나무이다.”라고 하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말을 따르고 있다.
우리 조정의 태조太祖 대왕이 즉위한 2년(1393)에 세자世子와 일곱 대군大君이 다 함께 큰 서원을 내어 금탑金塔을 중수重修하고 대장경을 인쇄하여 법전法殿(법당)에 안치하고 주지 스님 경남敬南에게 명하여 큰 불사를 일으키게 하였다.
천순天順 원년 정축丁丑(1457)에 세조 혜장世祖惠莊 대왕이 다시 대장경 50건을 인쇄하여 이름 있는 산의 복지福地(사찰)에 안치했고, 다음 무인년戊寅年(1458) 4월 8일에 직접 본사本寺(해인사)에 이르러 주지 스님 수미守眉에게 명하여 12차례 경찬회慶讚會를 열게 하였다.
홍치弘治 13년 경신년庚申年(1500) 봄 3월 16일에 중종中宗 대왕이 세자가 되었을 때 대장경 20건을 인쇄하였고, 그 이듬해 4월 8일에 주지 스님 학조學祖에게 명을 내려 크게 불사를 일으키게 하였으니, 그렇다면 해인사의 절 됨됨이가 진실로 등한等閑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 사찰은 역대의 성주聖主가 숭앙하고 믿었으며 조칙을 남긴 곳이니, 그렇다면 국가와 관련된 일로 가히 중차대重且大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009_0155_c_01L宣旨國內合州太守已知其事故招致
009_0155_c_02L居仁乘傳詣閥公主於床上倐然而起
009_0155_c_03L招問居仁曰近無𧏮否我是三目鬼王
009_0155_c_04L與君有約故來此耳仍以刊經流布
009_0155_c_05L之意叮囑於王語極非常國王於是
009_0155_c_06L盡捨珍財將以壽 [36] 經而未克經始是時
009_0155_c_07L八道民家疫疾一時大熾皆曰海印寺
009_0155_c_08L大藏經化主處施財則此病即瘥不然
009_0155_c_09L決不生矣人皆恐惧爭出家財輸入於
009_0155_c_10L海印寺者不知其數於是羅王招致
009_0155_c_11L工匠亦運榟板於巨濟島成列不止
009_0155_c_12L時人指云杞梓皆稱巨濟木至今仍
009_0155_c_13L名焉入我朝太祖大王即位之二年
009_0155_c_14L世子及七大君同發大願重修金塔
009_0155_c_15L印大藏經用安于法殿命住持僧敬南
009_0155_c_16L大作佛事天順元年丁丑世祖惠莊大
009_0155_c_17L又印大藏經五十件分置名山福地
009_0155_c_18L越戊寅四月八日親臨本寺命住持僧
009_0155_c_19L守眉設十二度慶讃之會弘治十三年
009_0155_c_20L庚申春三月旣望中宗大王爲世子
009_0155_c_21L大藏經二十件明年四月八日命住持
009_0155_c_22L僧學祖大作佛事然則海印之爲寺
009_0155_c_23L實非等閑寺刹乃歷代聖主崇信遺勑
009_0155_c_24L之地則其有關於國家可不謂之重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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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말미암아 고려 조정과 우리 조정의 어축御軸과 어찰御札이 완전한 그대로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으니 어찌 기이하지 않겠는가? 불행하게도 을병乙丙의 해에 갑자기 회록回祿(화재)의 재앙을 만나 수천여 년을 지내온 경전을 간직한 보각寶閣이 탕연蕩然히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무릇 수많은 이빨을 머금은(함치含齒 : 인류, 즉 사람) 이들로서 어느 누가 슬픈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이런 까닭에 산야山野에서는 장차 많은 선善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이들의 인연을 모집하여 대장경을 인쇄하려고 하였으나 산을 옮길 힘이 미약하고 바다를 메울 책략策略이 궁색해졌으니, 이런 시기에 사치스럽게 하려는 마음을 굽혀도 솜씨 좋은 공장工匠을 쉽게 구하지 못함을 면할 길이 있겠는가? 게다가 수호守護하였던 스님들도 비난을 받아 더욱 어려운 일이로다.
바라건대 여러 선인善人들은 위로 나라를 안정시켰던 큰 규모를 흠모하고, 아래로는 보잘것없는 스님들의 성실한 마음을 기억하여 각각 귀중한 재물을 내어 8만 장경藏經을 인쇄하여 전에 인쇄하여 나라를 안정시켰던 것처럼 한다면, 패엽貝葉에 새겨진 부처님 말씀이 이로 인해 안색顔色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이 어찌 한갓 명부의 세상에 복을 얻기 위함일 뿐이겠습니까? 틀림없이 후예後裔들에게 성대한 복록이 있을 것입니다. 나를 도와 같은 배를 타고 다 함께 이 글에 서명하시기 바랍니다.

환적당의 소상제사에 올리는 제문【청평사에서 있었다.】(祭幻寂堂小祥文【在淸平寺】)
天資粹美     타고난 자질이 순수하고 아름다우니
玉露其瀼     옥로가 흠뻑 내리리라
淸眞温厚     청렴하고 거짓이 없이 온후하여
樂且和康     낙천적이고 화강하도다
綺年出塵     기년(젊은 나이)에 세속을 떠나
志切雲房     운방(사찰)을 향한 마음 간절했네
心瑩戒珠     마음 맑게 하는 계의 구슬을 받고
受具禪坊     선방에서 구족계를 받았네
尋師入山     스승을 찾아 산으로 들어가서
曰維金剛     『금강경』을 벼리로 삼았네
于庵憇錫     암자에서 지팡이를 멈추고 쉬었으니
扁曰正陽     그 절 편액은 정양이라네
早慕禪乘     일찍부터 선의 수레 흠모하였고
受敎鞭羊     편양108)에게 가르침을 받았네
壁立千仞     천 길 절벽 같은 뜻을 세우고
刼石爲量     겁석으로 도량度量을 삼았네
餌松絕粒     솔잎을 먹고 곡기를 끊었으며
三十年彊     삼십 년 동안 수도修道에만 전념했네
韜晦不出     몸을 숨기고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石室甘藏     석실 안에 숨어 살길 즐겼네
蘊非常德     쌓은 것은 평범한 덕이 아니요
節操馨薌     절조는 향기로운 풀과 같으셨네
樂天自由     낙천적이라 자유롭게 사셨고
胷次淸凉     가슴속은 맑고 시원하였네
水月澄神     물과 달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고
悲花滿芳     자비의 꽃 피워 향기가 가득했네
逢塲作戱     무대를 만나면 광대놀이를 하고
利物和光     빛을 화합하여 사물을 이롭게 했네
禪門影響     선문에서는 그림자요 메아리였으며
敎海津梁     가르침의 바다에 나루요 다리였네
從心指示     마음을 좇아서 지시하였고
手段無方     수단은 방소方所가 따로 없었네
天胡莫遺     하늘이여, 왜 남겨 두지 않고
遄歸眞常     성급하게 진상으로 돌아가게 하셨는가
孰刮玄眸     무엇으로 어두운 눈을 긁어 내겠는가

009_0156_a_01L大哉由是麗朝與我朝御軸御札
009_0156_a_02L爾尙存豈不異哉不幸乙丙之歲遽値
009_0156_a_03L回祿之灾歷玆數千餘經殿寶閣蕩然
009_0156_a_04L成灰凡百含齒孰不興哀是以山野
009_0156_a_05L將欲募緣衆善以印其大藏經而移山
009_0156_a_06L力綿塡海計迃時屈擧羸未易鳩工
009_0156_a_07L則其得免乎守護緇徒之被譏者盖亦
009_0156_a_08L難矣願諸善人上以慕鎭國之弘規
009_0156_a_09L以念小髠之誠心各出珍財以印其八
009_0156_a_10L萬藏經依前繡鎭則貝葉金文自此
009_0156_a_11L顏色豈徒獲祉於冥間抑亦茂祿於後
009_0156_a_12L裔矣勗我同舟咸署斯文

009_0156_a_13L

009_0156_a_14L祭幻寂堂小祥文在淸平寺

009_0156_a_15L
天資粹美玉露其瀼淸眞温厚樂且
009_0156_a_16L和康綺年出塵志切雲房心瑩戒珠
009_0156_a_17L受具禪坊尋師入山曰維金剛于庵
009_0156_a_18L憇錫扁曰正陽早慕禪乘受敎鞭羊
009_0156_a_19L壁立千仞刼石爲量餌松絕粒三十
009_0156_a_20L年彊韜晦不出石室甘藏蘊非常德
009_0156_a_21L節操馨薌樂天自由胷次淸凉水月
009_0156_a_22L澄神悲花滿芳逢塲作戱利物和光
009_0156_a_23L禪門影響敎海津梁從心指示手段
009_0156_a_24L無方天胡莫遺遄歸眞常孰刮玄眸

009_0156_b_01L金鎞忽喪     금비109)를 갑자기 잃어버렸구나
山門寂寞     산문이 적막해졌으니
五衆懷愴     다섯 부류 대중들이 슬픔을 품었네
猿鶴啼月     달밤에는 원숭이와 학이 울고
澗戶摧傷     시냇가 문호에도 가슴 아파하였네
茶毘荐設     다비할 장소를 시설하니
瑞彩盈堂     상서로운 채색이 법당에 가득했네
山鳴地震     산도 울고 땅은 진동했으며
彩雲騰驤     채색 구름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네
精祈七日     정진하여 기도한 지 7일 만에
燭滅旋煌     촛불 꺼져 밝음을 잃었네
七枚神珠     7매의 신비한 사리가
鉢裡琅瑭     발우 속에 찬란하게 빛났네
分奉招提     나누어 초제로 받들고 가서
各安層礓     각각 층층 탑에 봉안했네
八塔巋然     여덟 곳의 우뚝 높이 솟은 탑이
點出雲岡     점점이 구름 밖에 산처럼 솟았네
師之是山     대사께서는 이 산에서
執錫徨彷     지팡이를 짚고 방황彷徨하셨고
師之是寺     대사께서는 이 절에서
入㝎繩床     승상에 앉아 선정에 드셨었네
追惟曩跡     오직 대사의 지난 흔적을 추모해 보니
率兜斯彰     솔두(탑)가 이에 빛나도다
序屬唇朱     계절은 순(가을)에 속했는데
薦于醮漿     제물을 차려 올리고 제사를 지내네
擇地牛眠     우면산에 자리를 선택하니
秀氣搶攘     빼어난 기운 한껏 드날리네
誰云掩彩     누가 채색을 감추었다 말했나
久而彌昌     오래 되면 더욱 융창隆昌하리라
初期已丁     상을 당한 지 첫돌을 맞이하여
淨掃壇塲     단의 도량을 깨끗하게 쓸고 나니
徒悲無益     한갓 슬픔만 가득하나 아무 이익이 없고
聊備誠香     그냥 성심으로 향을 갖추네
神光了了     신비로운 광명이 또렷또렷하오니
伏惟尙嚮     엎드려 바라건대 흠향하시옵소서
홍류동 사담에서 비를 비는 제사를 올리는 제문【학슬110)로 강양 원을 대신해서 지음】(紅流洞沙潭祈雨祭文【鶴膝代江陽倅作】)
恭惟斯淵     삼가 생각건대 이 못은
名以龍焉     그 이름이 용 때문에 붙여졌다
夫豈偶然     저것이 어찌 우연한 일이겠는가
曰暘曰雨     날을 개게도 하고 비가 오게도 한다네
惟民所召     오직 백성들이 부르는 바라
厥施斯普     그 베풂이 이와 같이 넓구나
奈何邇來     무슨 연유로 요 근래에는
極無致灾     지극함이 없어서 재앙을 이루는 것인가
民時殆㦲     백성들은 시절이 위태로워
禾稼旣痒     농사가 이미 병들고 말았다네
又諐遷秧     게다가 허물이 있어선지 재앙이 옮겨오니
無望西成     가을 추수는 희망이 없네
細流旣涸     실개천들은 어느새 바짝 말라 버렸고
巨源且渴     큰 물줄기도 또한 거의 말라 가네
水德將絕     물의 덕이 장차 끊어지려 하니
望雲已久     구름을 바란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出日杲杲     날마다 해만 고고하게 떠오르는데
神何不顧     신은 어찌 돌보시지 않는고
倘嗇膏澤     혹 고택111)을 아껴서인가
俾民卒殛     백성들로 하여금 다 죽어 가게 하시네
犬羊奚擇     견양112)을 어찌 가리겠는가
惟余莅玆     오직 내가 여기에 이르렀네
丁此巨烖     이러한 큰 재앙을 당하였으니
愳政有疵     정치에 잘못이 있는지 두렵다네
旣明我誠     이미 나의 정성을 밝혔으며
又潔我牲     또한 나의 희생犧牲도 조촐히 차렸다네
敢此祈靈     감히 이 몸은 신령께 기원하오니
庶鑑斯籲     이런 호소를 밝게 살피시기 바랍니다
亟沛甘澍     자주 구름 일으켜 단비를 내리시어
毋作神羞     신으로서 부끄러운 일 짓지 마소서
독성께 기도를 올리는 글(祈禱獨聖文)
공손히 생각하건대 독성獨聖 나반존자那畔尊者께서는 천태산天台山 바위가에서 미혹한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려 하셨으니,

009_0156_b_01L金鎞忽喪山門寂寞五衆懷愴猿鶴
009_0156_b_02L啼月澗戶摧傷茶毘荐設瑞彩盈堂
009_0156_b_03L山鳴地震彩雲騰驤精祈七日燭滅
009_0156_b_04L旋煌七枚神珠鉢裡琅瑭分奉招提
009_0156_b_05L各安層礓八塔巋然點出雲岡師之
009_0156_b_06L是山執錫徨彷師之是寺入㝎繩床
009_0156_b_07L追惟曩跡率兜斯彰序屬唇朱薦于
009_0156_b_08L醮漿擇地牛眠秀氣搶攘誰云掩彩
009_0156_b_09L久而彌昌初期已丁淨掃壇塲徒悲
009_0156_b_10L無益聊備誠香神光了了伏惟尙嚮

009_0156_b_11L

009_0156_b_12L紅流洞沙潭祈雨祭文鶴膝代江陽
009_0156_b_13L倅作

009_0156_b_14L
恭惟斯淵名以龍焉夫豈偶然曰暘
009_0156_b_15L曰雨惟民所召厥施斯普奈何邇來
009_0156_b_16L極無致灾民時殆㦲禾稼旣痒又諐
009_0156_b_17L遷秧無望西成細流旣涸巨源且渴
009_0156_b_18L水德將絕望雲已久出日杲杲神何
009_0156_b_19L不顧倘嗇膏澤俾民卒殛犬羊奚擇
009_0156_b_20L惟余莅玆丁此巨烖愳政有疵旣明
009_0156_b_21L我誠又潔我牲敢此祈靈庶鑑斯籲
009_0156_b_22L亟沛甘澍毋作神羞

009_0156_b_23L

009_0156_b_24L祈禱獨聖文

009_0156_b_25L
恭惟獨聖那畔尊者天台巖畔欲普濟

009_0156_c_01L색하계索訶界(사바세계) 가운데에서 어찌 차마 그 처음 제도하셨던 일을 잊겠습니까? 이에 경건한 정성을 쓰시어 감히 밝게 살펴 주시옵소서.
엎드려 생각하건대 아무는 성품과 식견이 미련하고 어리석으며, 허물과 잘못이 절름발이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근심이 나오되 무심無心에서 나오고 화禍가 생기되 무망無望에서 생기나니, 그런 까닭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여 신의 도움을 바라나이다.
엎드려 기원하건대 길이 성인의 힘을 받드오니, 영원토록 자비의 바람을 힘입어서 다시금 상서로움을 영접하오니 삿된 장애를 보이지 마시옵소서.
산신제를 지내는 제문(祭山神文)
엎드려 생각하건대 혼돈混沌이 처음으로 갈라지고 방박磅磗이 비로소 엉기니,113) 육위六位가 나뉘어 행하고 사악四嶽이 진열鎭列하게 되었습니다. 인하여 신기神祇의 주재主宰가 생겼으니, 어찌 제사를 올려 복을 닦고 숭상함이 없겠습니까? 이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오니 반드시 바로잡아 주시기 바라나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아무든 악성惡星의 비춤이 이르면 수명이 늘어나고 줄어듦을 알지 못하고, 액운厄運이 끊임없이 얽히면 수數의 길흉吉凶을 정하기 어렵다고 하더이다. 만약 신의 힘이 아니면 어찌 재앙의 빌미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신령하신 문에 몸을 던지오니 거룩한 은택을 내려 주시기 바라나이다.

환적당 대사의 행장(幻寂堂大師行狀)
스님의 휘諱는 의천義天이고, 자字는 지경智鏡이며, 호는 환적幻寂이다. 속성俗姓은 문文씨이고 선산善山 출신이다. 지난 왕조(고려)의 국자감國子監 대사성大司成과 보문각寶文閣 직학사直學士를 역임한 문영文英의 12대손이다. 아버지 휘諱 두斗는 성균관成均館 진사였으며, 호號를 숙정 선생淑淨先生이라 불렀는데, 대곡大谷 선생에게 학업을 배웠으며 덕행德行이 있었다. 할아버지 휘 질質은 성균관 생원生員이었고, 어머니 숭선崇善 부인 이李 씨는 교수관敎授官 이세번李世蕃의 딸이다.
부인이 꿈에 둥그런 태양을 보고 그로 인해 아이를 배어 만력萬歷 31년 계묘癸卯(1603) 4월 초5일에 낳았는데, 태어나서 울지를 않자 친속親屬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대사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영오穎悟(영리함)하였으나, 나이 겨우 다섯 살에 갑자기 아버지를 잃었으며,

009_0156_c_01L於迷淪索訶界中何忍忘其初渡
009_0156_c_02L用虔恪敢于明休伏念某性識顓蒙
009_0156_c_03L愆尤迄蹇患出無心而出禍生無望之
009_0156_c_04L故盡眞誠庶須神佑伏願長承聖
009_0156_c_05L永賴慈風更迎禎祥勿見邪障

009_0156_c_06L

009_0156_c_07L祭山神文

009_0156_c_08L
伏以混沌初判磅磗始凝六位頒行
009_0156_c_09L四嶽鎭列仍有神祗之主宰豈無奠祀
009_0156_c_10L之修崇玆用眞誠庶須歆格窃念某
009_0156_c_11L惡星照臨命之延促未知厄運纒綿
009_0156_c_12L數之吉凶難定若非神力曷免灾崇 [37]
009_0156_c_13L故投靈扄望賜聖澤

009_0156_c_14L

009_0156_c_15L幻寂堂大師行狀

009_0156_c_16L
師諱義天字智鏡號幻寂俗姓文氏
009_0156_c_17L善山人也前朝國子監大司成寶文閣
009_0156_c_18L直學士文英十二代孫也考諱斗成均
009_0156_c_19L進士號稱淑淨先生受業於大谷先生
009_0156_c_20L有德行祖諱質成均生員母崇善夫
009_0156_c_21L人李氏敎授官李世蕃之女也夫人
009_0156_c_22L夢見日輪因而有娠萬歷三十一年
009_0156_c_23L卯四月初五日生而不啼親屬皆異
009_0156_c_24L孩提時穎悟年才五歲奄失所

009_0157_a_01L열한 살 되던 계축년癸丑年(1613)에 가문의 변고가 일어나 어머니를 따라 외가의 마을에 왔는데, 그 외가의 마을은 보은현報恩縣 종곡鐘谷이었다.
이해 가을에 속리산俗離山 복천사福泉寺에 들어가 진정당塵靜堂 탁린琢璘 선사를 좇아 출가하였다. 14세이던 병진년丙辰年(1616)에 스승을 따라 금강산 정양사正陽寺로 들어가 서산 대사西山大師의 문인인 편양당鞭羊堂 언기彦機 대사를 배알하니, 언기 대사가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너의 기이한 자질資質을 보니 틀림없이 법의 그릇을 이루리라. 처음 먹은 마음을 잊지 말고 티끌 그물에 걸리지 말라.”라고 하였다. 대사는 이 가르침을 받고 마침내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1년을 여기에서 지내다가 속리산으로 돌아와 동관음사東觀音寺 봉서암鳳栖庵에 우거하면서 3년 동안 지냈다.
16세 때인 무오년戊午年(1618) 봄에 비로소 머리를 깎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으며, 인하여 팔공산八公山 동화사桐華寺로 들어가 송계당松溪堂 성현性賢 대사를 참알參謁하고 5년 동안 경장經藏과 논장論藏을 배웠다.
21세 때인 계해년癸亥年(1622)에 이르러 청량산淸凉山으로 들어가서 평생토록 지킬 서원誓願을 세우고 말하였다.
“무릇 수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불로 익힌 음식을 먹고 티끌세상을 반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곡기를 끊고 솔잎만 먹으면서 이 산에서 5년 동안 수행하였다. 이로부터 벽곡辟穀을 하면서 수행한 기간이 31년 동안이나 되었다.
대사의 나이 25세 때인 정묘년丁卯年(1626)에 소백산小伯山 진공암眞空庵에 들어가 3년 동안 지내셨고, 27세 때인 기사년己巳年(1628)에 다시 속리산 북면北面 삼존동三尊洞에 들어가 여러 개의 서까래를 얽어 죽려竹廬를 짓고 온돌溫堗에서 기거하지 않고 화식火食도 하지 않았으며, 풀을 베어 자리를 만들어 깔고 홀로 3년 동안 기거하였다. 그러다가 다른 산으로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행장行裝을 정돈하였다. 그때 승상繩床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꿈에 체격이 장대하고 훤칠하며 의관衣冠을 정제하여 입은 어떤 사람 셋이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우리들이 함께 여기에 머문 지가 거의 3천 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다행스럽게도 대사께서 머무시게 되었으니, 그래서 저희들도 향기로운 이웃이 되어 의지하고 살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소원이 있사오니 부디 다른 데로 이거移居하지 마시옵소서.”
대사는 응낙應諾하고 인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세속 사람들이 이 골짜기 이름을 삼존三尊이라고 일컫는 것이 그대들 세 사람이 여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신인神人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009_0157_a_01L十一歲癸丑以門孽之變從慈母
009_0157_a_02L來外鄕鄕則報恩縣鐘谷也是年秋
009_0157_a_03L入俗離山福泉寺從塵靜堂琢璘禪師
009_0157_a_04L而出家至十四歲丙辰隨師入金剛山
009_0157_a_05L正陽寺謁西山門人鞭羊堂產機大師
009_0157_a_06L師摩頂曰見汝奇姿應成法器不忘
009_0157_a_07L初志勿罹塵網師受是敎遂乃銘心
009_0157_a_08L過一年還寓俗離山東觀音寺鳳栖庵
009_0157_a_09L居閱三年時十六戊午春自始落髮
009_0157_a_10L具戒因入八公山桐華寺叅松溪堂性
009_0157_a_11L賢大師學經論五年至二十一歲癸亥
009_0157_a_12L入淸凉山立平生誓願云凡修行人
009_0157_a_13L碯於道者以其烟火食攀緣塵世故
009_0157_a_14L因絕粒餌松索居玆山五年自此辟糓
009_0157_a_15L乃至三十一年師年二十五丁卯入小
009_0157_a_16L伯山眞空庵住三年二十七歲己巳
009_0157_a_17L入俗離山北面三尊洞結搆數椽竹廬
009_0157_a_18L不温堗不火食以草爲座獨處三年
009_0157_a_19L欲移他山之計整頓行裝時倚繩床假
009_0157_a_20L夢有三人衣冠魁偉者進前跪告曰
009_0157_a_21L吾儕住於斯者幾至三千年于玆幸師
009_0157_a_22L卓錫於是結爲芳隣靠倚有所願勿移
009_0157_a_23L應諾仍而問曰世人稱此洞名
009_0157_a_24L三尊云無乃君三人住在之由也神人

009_0157_b_01L꿈을 깨고 살펴보니 형상도 그림자도 전혀 없음을 깨달았는데, 연이어 3일 동안 이런 꿈을 꾸었다. 대사는 하는 수 없어 1년 동안 열심히 그곳에서 수행하였다. 대사가 그곳을 떠나려 할 무렵에 신인이 다시 꿈에 나타나 말하였다.
“대사에게 1년 동안 입은 은혜는 진실로 분수 밖의 일입니다. 감히 우러러 얽어매지 않겠사오나 이로부터는 훌훌 이별하고 좋은 마음으로 발섭跋涉하시려 하시니 결연缺然한 마음 너무도 심하옵니다.”대사가 말하였다.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도는 인생이 어찌 표주박처럼 한곳에 매어 있겠는가?”
그리고 인하여 꿈을 깨고 나니 양연痒然히 명백하였다.
29세가 되던 신미년辛未年(1630)에 금강산 천덕암天德庵에 들어가 다시 편양 대사를 배알하고 심요心要를 청하니, 대사가 목주睦州 진존숙陳尊宿의 ‘곤困’ 자 화두를 주었다. 대사는 일생一生의 서원을 세우되 선정에 들어 세간을 벗어나리라고 결심하였다. 대사는 이때부터 사위의四威儀 가운데에서 마음 씀이 잡스럽지 않았고, 인하여 모임에 머물면서 서산 대사의 탑비를 세우는 공역에도 함께 힘을 보탰다.
서산 대사의 휘는 휴정休靜이니 진실로 임제종臨濟宗의 종파宗派에 해당한다. 임제종 중엽中葉에 호주湖州 하무산霞霧山에 석옥 청공石屋淸珙 선사가 계셨다. 그때 우리나라 태고 보우太古普愚 선사가 중원中原에 들어가서 청공 선사를 배알하고 심법心法을 전해 받고 돌아오다가 연경燕京에 이르니, 도의 명성이 널리 퍼졌는데 천자가 그 소문을 듣고 영녕사永寧寺에 개당開堂할 것을 간청하고 금란가사金襴袈裟와 침향沉香으로 만든 불자拂子를 하사하였다. 그러나 보우 선사는 마침내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미원현迷源縣 소설산小雪山으로 들어갔다. 그때 우리나라 고려 현릉대왕玄陵大王(공민왕)이 태고 스님의 고명한 명성을 듣고 국사國師로 봉하니, 이 스님이 바로 동쪽 나라 치반緇班(스님의 벼슬)의 시조이다.
태고는 환암 혼수幻菴混脩 선사에게 법을 전하였고, 혼수는 구곡 각운龜谷覺雲 선사에게 전하였으며, 각운은 등계 정심登階正心 선사에게 전했고, 정심은 벽송 지엄碧松智嚴 선사에게 전하였으며, 지엄은 부용 영관芙蓉靈觀 선사에게 전하였고, 영관은 서산 휴정西山休靜 선사에게 전하였으며, 휴정은 편양 언기鞭羊彦機 선사에게 전하였고, 언기 선사가 전하는 법을 받은 사람이 바로 대사이다.
대사의 나이 33세 때인 을해년乙亥年(1635)에 북쪽으로 묘향산妙香山 두첩굴頭疊窟에 들어가 혼자 거처하면서 1년 동안 수행했는데,

009_0157_b_01L曰然言訖覺而視之了無形影如是
009_0157_b_02L連三日師不獲已勉住一年臨行
009_0157_b_03L神人又見夢曰師之惠然一歲實是分
009_0157_b_04L不敢仰繄從此濶別善爲跋涉
009_0157_b_05L然之劇也師曰萍蹤活計寧有匏苽
009_0157_b_06L而覺痒然明白至二十九辛未入金剛
009_0157_b_07L山天德庵再謁鞭羊大師請心要大師
009_0157_b_08L授以睦州陳尊宿困字話竪一生誓
009_0157_b_09L定爲出世自是四威儀中不雜用
009_0157_b_10L因留會中共助西山大師立碑役西
009_0157_b_11L山大師諱休靜實臨濟宗之宗派也
009_0157_b_12L濟宗中葉有湖州霞霧山石屋淸珙禪
009_0157_b_13L時我國太古普愚禪師入中原
009_0157_b_14L珙禪師傳心法回至燕都道譽騰播
009_0157_b_15L天子聞之請開堂于永寧寺賜金襴袈
009_0157_b_16L沉香拂子遂東歸入迷源縣小雪山
009_0157_b_17L時我國高麗玄陵大王聞太古高名
009_0157_b_18L爲國師是爲東方緇班之始祖也太古
009_0157_b_19L傳之幻菴混脩禪師傳之龜谷覺雲
009_0157_b_20L禪師傳之登階正心禪師傳之碧
009_0157_b_21L松智嚴禪師傳之芙蓉觀禪師
009_0157_b_22L傳之西山休靜禪師傳之鞭羊彥機
009_0157_b_23L禪師機師之傳得之者師也年三十
009_0157_b_24L三乙亥入北香山頭疊窟重修獨處一

009_0157_c_01L그때 산 밑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등산을 하다가 그 굴속을 멀리서 바라보면 승려들 무리 수십 명이 그 굴을 둘러싸고 있다가 다가가면 스님 혼자만 바위 동굴에 있곤 하였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대사를 극진하게 공경하였다.
34세 되는 병자년丙子年(1636) 봄에 재령군載寧郡 장수산長壽山 현암懸庵으로 와서 여름을 보내고, 이해 가을에 속리산 견성암見性庵에 와서 겨울을 지냈는데 이로 인해 오랑캐의 난리(병자호란)를 피했다. 무인년戊寅年(1638) 봄에 다시 장수산에 들어가 환적암幻寂庵을 건립하고 2년 동안 살았다.38세 때인 경진년庚辰年(1640) 3월에 용문산龍門山 북대北臺로 들어가 여름을 보내고, 이해 가을에는 다시 속리산 청심암淸心庵에 들어가 1년을 머물다가 신사년辛巳年(1641) 봄에 대야산大也山으로 들어가 비로암毘盧庵을 건립하고 1년 동안 머물렀다.
대사의 나이 40세인 임오년壬午年(1642) 봄에 낙영산落影山 도명사道明寺로 들어가서 과불상過佛像의 증명 법사 임무를 맡아 그로 인해 2년 동안 머물다가 갑신년甲申年(1644)에 해인사에 들어가 여름을 지내고, 이 해 가을에 상주尙州 노음산露陰山 수미굴須彌窟에 들어가 겨울을 지냈다. 을유년乙酉年(1645) 봄에 법사인 편양당이 입적했다는 부음訃音을 듣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다가 도중에 역질疫疾을 만나 대야산 석천암石泉庵으로 돌아와서 1년을 머물렀다. 병술년丙戌年(1646) 봄에는 금강산으로 들어가서 법사法師의 2년째 되는 기일 제사 의식에 참례하였고, 인하여 탑을 세우고 비석을 세우는 등 그렇게 1년 동안 거기에 살았다. 정해년丁亥年(1647) 여름에는 속가로 돌아와 북당北堂(어머님)을 보살폈는데, 몸은 이미 세속을 벗어났으면서 오랫동안 촌락村落에 눌러앉아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하였다. 대사는 산문으로 들어가 환속할 뜻이 없음을 지키려고 하였으나, 그러면 또 부모님을 보살피는 일을 오랫동안 비워 두어야 할 죄책감에 민망해지곤 하여 마침내 어머님을 봉양하기 위하여 유모乳母와 가동家僮과 나무하고 물 긷는 일을 할 수 있는 약간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임피현臨陂縣 보천사寶泉寺로 가서 절 옆에 따로 작은 집을 지어 그곳에 살게 하였으니 아마도 양쪽을 다 완전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던 듯하다. 그렇게 1년 동안 머물다가 무자년戊子年(1648) 봄에 금구金溝 모악산母岳山 금산사金山寺 남전南殿에 들어가 3년 동안 머물다가 경인년庚寅年(1650) 봄에 강원도 춘천부春川府 경운산慶雲山 청평사淸平寺에 들어가 양신암養神庵을 중수하고 3년 동안 머물렀다. 임진년壬辰年(1652) 봄에 함경도

009_0157_c_01L山下村人徃徃登山望見窟裏
009_0157_c_02L有僧徒數十輩圍繞就之則師獨岩龕
009_0157_c_03L自是人敬之三十四丙子春來載寧郡
009_0157_c_04L長壽山懸庵過夏是秋來俗離山見性
009_0157_c_05L過冬因避胡亂戊寅春再入長壽山
009_0157_c_06L建幻寂庵住二年三十八歲庚辰三月
009_0157_c_07L入龍門山北臺過夏是年秋還入俗離
009_0157_c_08L山淸心庵住一年辛巳春入大也山
009_0157_c_09L建毘盧庵住一年師年四十壬午春
009_0157_c_10L落影山道明寺任過佛像證師因留二
009_0157_c_11L甲申入海印寺過夏是秋入尙州露
009_0157_c_12L陰山須彌窟過冬乙酉春聞法師鞭羊
009_0157_c_13L堂訃音入金剛山路逢疫疾還大也
009_0157_c_14L山石泉庵留一年丙戌春入金剛山
009_0157_c_15L叅法師再期之儀因建塔立碑居一年
009_0157_c_16L丁亥夏還省北堂而身旣出俗嫌於
009_0157_c_17L久留村落欲守入山不下之志則又悶
009_0157_c_18L於㝎省之久曠遂奉慈闈率乳母及家
009_0157_c_19L僮之可以撨汲者若干人之臨陂縣寶
009_0157_c_20L泉寺別設小齋於寺側而舍之盖欲兩
009_0157_c_21L全之計也仍留一年戊子春移入金
009_0157_c_22L溝地母岳山金山寺南殿住三年庚寅
009_0157_c_23L入江原道春川府慶雲山淸平寺養
009_0157_c_24L神庵重修住三年壬辰春移入咸鏡道

009_0158_a_01L안변부安邊府 설봉산雪峰山 석왕사釋王寺 서동西洞으로 옮겨가서 환적암幻寂庵을 건립하고 2년 동안 거주하였다.
나이 51세 되시던 계사년癸巳年(1653) 가을에 황해도 장연부長淵府 백사정白沙汀 금사사金沙寺 미타전彌陁殿으로 이주移住하여 겨울을 지냈는데, 이때 어머님의 강력한 권유로 비로소 입에 곡기를 대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는 31년 동안 솔잎만 먹으면서 살았었다.
갑오년甲午年(1654) 봄에 황주黃州 심원산深源山 중굴中窟에 들어가 1년을 지내고, 을미년乙未年(1655) 봄에 그 산에 있는 칠성전七星殿으로 옮겨가서 또 1년을 지냈다. 병신년丙申年(1656) 정월에 연안延安 용박산龍愽山 설암雪菴으로 옮겨가서 석 달 동안 머물다가 그해 4월에 강음현江陰縣 천진산天眞山 금강암金剛庵으로 들어가 거주하였다. 이해 여름 5월에 모친의 상을 당하여 애통한 예(장례)를 곡진하게 갖추어 마치고, 정유년丁酉年(1657) 봄에 다시 춘천春川 청평사 양신암으로 들어가 여름을 지냈다. 이해 가을 7월에 한계산寒溪山 상승암上乘庵으로 들어가 2년을 살았고, 경자년庚子年(1660) 봄에 오대산五臺山으로 들어가서 진여원眞如院을 중건하고 겸하여 환적암도 수리하였으며, 문수보살의 상像을 조성하여 진여원 안에 봉안하고 인하여 3년 동안 머물렀다.
나이 66세 되는 임인년壬寅年(1662) 가을에 경상도 문경현聞慶縣 희양산羲陽山 봉암사鳳岩寺에 와서 머물면서 겨울을 지냈다. 그 이듬해 계묘년癸卯年(1663) 봄에 절 서쪽으로 얼마쯤 떨어진 곳에 백운대白雲臺가 있었으니, 이곳은 곧 최고운崔孤雲이 일찍이 와서 풍경을 구경하며 놀았던 곳이다. 냇물은 맑고 돌은 하얀색이었으며, 바위마다 괴이한 돌이요, 냇가에는 다섯 길쯤 되는 천연적으로 깎아 세운 돌이 있었는데 미륵彌勒의 형상이 분명하게 새겨져 있었으므로, 인하여 기사起事를 비문碑文으로 적어 비석을 세웠다. 그 글은 곧 여흥驪興 민 판서閔判書가 지은 것이다. 비석 아래에 환적암을 건립하고 거기에서 여름을 지냈는데, 환적암이라는 제명으로 지은 절이 무릇 네 곳이나 된다. 이해 가을에 다시 오대산 보제암普濟庵에 들어가 겨울을 나고 갑진년甲辰年(1664) 봄에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옛 터에 들어가 두어 칸 판옥板屋을 짓고 3년 동안 머물다가 병오년丙午年(1666) 봄에 또 희양산 봉암사로 내려와

009_0158_a_01L安邊府雪峰山釋王寺西洞建幻寂庵
009_0158_a_02L住二年年五十一是年癸巳秋移住
009_0158_a_03L黃海道長淵府白沙汀金沙寺彌陁殿
009_0158_a_04L是時因慈母强勸始口粒焉厥前
009_0158_a_05L三十一年松葉爲生甲午春入黃州
009_0158_a_06L深源山中窟過一年乙未春移居其
009_0158_a_07L山七星殿又過一年丙申正月移徙
009_0158_a_08L於延安龍愽山雪菴留三朔其年四月
009_0158_a_09L入江陰縣天眞山金剛庵住焉是年夏
009_0158_a_10L五月丁母喪備盡哀禮丁酉春再入
009_0158_a_11L春川淸平寺養神庵過夏是秋七月
009_0158_a_12L寒溪山上乘庵過二年庚子春入五臺
009_0158_a_13L重建眞如院兼修幻寂庵造成文
009_0158_a_14L殊像用鎭于院內因留三年年六十
009_0158_a_15L壬寅秋來住慶尙道聞慶縣羲陽山
009_0158_a_16L鳳岩寺過冬明年癸卯春寺之西里許
009_0158_a_17L白雲臺乃崔孤雲所甞遊賞處也川明
009_0158_a_18L石白恠石嵓嵓川邊有天削立石五丈
009_0158_a_19L顯刻彌勒像因立記事碑文文乃
009_0158_a_20L驪興閔判書所撰也碑下建幻寂庵
009_0158_a_21L過夏以幻寂題名㓝建凡四所也
009_0158_a_22L年秋重入五臺山普濟庵過冬甲辰春
009_0158_a_23L入雪嶽山鳳頂庵古址建數間板屋
009_0158_a_24L三年丙午春又下羲陽山鳳岩寺

009_0158_b_01L시왕十王 증명 법사를 담당하면서 1년 동안 머물렀다. 정미년丁未年(1667) 봄에 속리산 견성암으로 들어가서 거주하였는데, 이 암자는 곧 대사의 사옹師翁이신 법종法宗 노스님께서 지으신 절이다. 거기에서 6년 동안 머물다가 임자년壬子年(1672) 봄에 또 오대산으로 들어가 신성암神聖庵을 창건하였으니, 이 암자는 온 산 가운데 가장 유명한 난야蘭若이다. 이 산속에 전후前後로 창건된 절은 모두 허 상국許相國이 시켜서 지은 것이다. 여기에서 10년 머물다가 신유년辛酉年(1681) 대사의 나이 79세에 갑자기 가야산의 수승한 경개를 그리워하여 다시 거기에 가서 머물다가 임종臨終하겠노라 하였다.
이해 가을 8월에 길을 떠나 남주南州로 향하다가 충주忠州 땅 월악산月岳山 덕주사德周寺에 이르러 인정人情에 끌려 1년을 지내고, 이듬해 봄에 가야산 해인사 서전西殿으로 이주移住하니, 이때 대사의 연세가 81세였다. 여기에서 3년을 지내다가 갑자년甲子年(1684) 정월에 이르러 김산군金山郡(지금의 김천金泉) 황악산黃岳山 직지사直指寺 견불암見佛庵에 계셔 달라는 청에 따라 1년을 거기에서 지내고, 이듬해 을축년乙丑年(1685) 봄에 해인사 서전으로 들어가 여름을 나고, 이해 가을 8월에 자리를 옮겨 소백산 묘적사妙寂寺로 들어가 겨울을 지냈고, 이듬해 병인년丙寅年(1686) 봄에 또 자리를 옮겨 태백산太伯山 각화사覺華寺 동암東庵으로 들어가 1년 동안 머물다가 이듬해인 정묘년丁卯年(1687) 봄에 다시 해인사 백련암으로 내려와서 오래 머물면서 지난번에 서원했던 말에 계합할 생각을 가졌다.
이곳은 위치가 높아서 앞이 시원스럽게 트인 곳이었는데, 여기에 4방 10자 정도의 방 한 칸을 짓고 편액扁額을 찬운攅雲이라 하였다. 창 앞에는 천연적으로 깎은 듯한 움직이는 돌이 있었는데 높이와 너비가 각각 다 10자쯤 되었다. 대사께서 항상 이 돌을 마주하여 마음을 거두면서 천년天年을 기다리더니, 기사년己巳年(1689) 섣달에 작은 질병 기운을 느끼다가 경오년庚午年(1690) 8월 25일에 문도門徒들에게 부탁하여 염불念佛을 권유하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영결永訣을 고하여 마치자마자 서쪽을 향하여 앉고는 박연泊然히 서거逝去하니, 향년享年이 88세였다.7일을 지나서 9월 초3일을 당하여 절 동쪽 봉우리 꼭대기에서 다비茶毘를 하였는데, 그날 밤에 상서로운 광명이 하늘에 떠 있었으므로 멀고 가까운 곳의 스님들과 속인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발인할 때에 산이 울고 땅이 진동하더니, 노전路奠을 지낼 때에도 역시 진동하였다.
다비장에서 하화下火(불을 붙임)할 때에

009_0158_b_01L任十王證師住一年丁未春移入俗
009_0158_b_02L離山見性庵乃師之師翁法宗老師
009_0158_b_03L創立也住六年壬子春又入五臺山
009_0158_b_04L創建神聖庵爲一山中有名蘭若
009_0158_b_05L山中前後創建皆許相國之所敎仍留
009_0158_b_06L十年至辛酉師年七十九忽憶伽耶
009_0158_b_07L勝槩再欲卓錫臨終是年秋八月
009_0158_b_08L向南州至忠州地月岳山德周寺挨人
009_0158_b_09L情過一年明年春移住伽耶山海印寺
009_0158_b_10L西殿是時師年八十一仍過三年
009_0158_b_11L甲子正月請住金山郡黃岳山直指寺
009_0158_b_12L見佛庵過一年明年乙丑春入海印寺
009_0158_b_13L西殿過夏是秋八月移入小伯山妙寂
009_0158_b_14L過冬明年丙寅春移入太伯山覺華
009_0158_b_15L寺東庵留一年明年丁卯春還下海印
009_0158_b_16L寺白蓮庵久契前願爽塏爲最因搆
009_0158_b_17L方丈一間扁曰攅雲囱前有天削動石
009_0158_b_18L高廣皆丈許常對收心以待天年
009_0158_b_19L己巳臈月感微疾至庚午八月二十五
009_0158_b_20L囑門徒勸念佛明日詰旦告訣才
009_0158_b_21L向西坐泊然逝享年八十八越七
009_0158_b_22L丁九月初三日茶毘于寺之東峰之
009_0158_b_23L其夜祥光屬天遠近僧俗皆瞻仰
009_0158_b_24L發引之時山鳴地震路奠時亦震

009_0158_c_01L쟁반 크기만 한 조각구름이 사유闍維114)하는 위를 뒤덮더니, 즉시 크게 천둥 세 번을 쳤는데 그때 정골頂骨 한 조각이 불 속으로부터 튀어나와 50걸음쯤 되는 곳 묘방卯方(동방)에 있던 바위 위에 떨어졌다. 삼우제 날 대중들이 나뉘어 본사의 스님이었던 학신學信 대사를 찾아뵈었는데, 홀연히 5색 정골을 얻어 건연巾衍(천으로 바른 책 상자)에 담아 방장실에 간직하고 있었다. 10월 19일에 이르러 사리舍利를 위한 기도를 시작하였는데, 동짓달 초4일 초경初更 말에 숙연倐然히 촛불 그림자가 휘둘리더니 꺼졌다가 다시 밝아졌으며, 쨍그랑 하는 소리가 영정을 모신 단상에서 나왔는데 어떤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같았다. 황망하게 봉해 두었던 발우를 열어 보았더니, 푸른색ㆍ누런색ㆍ흰색의 3색 신주神珠(사리) 7매가 영정을 모신 단의 발우 속에 환하게 드러났다. 이로부터 상서로운 광명이 찬란하게 빛나 깜깜한 밤이건만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그 뒤에 사리를 이름난 사찰에 나누어 배포하였는데, 1개는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고, 1개는 춘천 청평사에 탑을 세워 봉안하였으며, 1개는 충주 월악산 덕주사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고, 1개는 대구 용연사龍淵寺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으며, 1개는 태백산 각화사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고, 1개는 거창현居昌縣 연수사演水寺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으며, 1개는 해인사 사명당泗溟堂 대사의 비석 옆에 탑을 세우고 봉안하였고, 정골頂骨은 인동仁同 땅 대곡사大谷寺에 탑을 세워 봉안하였다.
대사는 평생토록 마음이 조급하지 않으셨고 얼굴에 성냄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말씀은 듣기 좋게 거짓으로 꾸며 하지 않았고 음식은 특이한 맛을 원하지 않았다. 항상 순수하고 질박함으로 근본을 삼았으며, 어버이를 봉양함에 있어서는 극진한 효성孝誠을 다하여 아침 문안과 저녁 잠자리 살피는 일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고, 음식을 받들 때에도 또한 직접 들고 가는 등 무릇 모든 시위施爲를 예로써 다하셨다.
어릴 때부터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일찍이 명예나 이익을 마음에 둔 적이 없었고,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노인이나 어린아이거나 똑같이 대우하셨으니, 이는 숙세宿世에 인仁을 닦고 의義를 쌓았다는 징험일 것이다.

환적당의 부도를 세우기 위한 권선문(幻寂堂浮屠勸文)
듣건대 저 도사다천覩史陁天(도솔천) 내원궁內院宮은 푸른 안개 속에 비단 병풍이 솟아올라 있는 것 같고,

009_0158_c_01L火時有片雲如槃者盤覆于闍維上
009_0158_c_02L大雷三度頂骨一片超自焰中
009_0158_c_03L於五十步許卯方岩石上至三虞日
009_0158_c_04L大衆分訪本寺僧學信師忽得五色頂
009_0158_c_05L巾衍于丈室中至十月十九日
009_0158_c_06L利祈禱爲始至月初四日初更末倐然
009_0158_c_07L燭影旋揮滅而復明錚然一聲出於
009_0158_c_08L影壇如有物墮地之聲忙坼封鉢
009_0158_c_09L靑黃白三色神珠七枚奐現于影壇鉢
009_0158_c_10L自是祥光晃曜晦夜如晝厥後分布
009_0158_c_11L舍利于名現寺刹一箇聞慶羲陽山鳳
009_0158_c_12L岩寺建塔一箇春川淸平寺建塔一箇
009_0158_c_13L忠州月岳山德周寺建塔一箇大丘龍
009_0158_c_14L淵寺建塔 一箇太伯山覺華寺建塔
009_0158_c_15L箇居昌縣演水寺建塔一箇海印寺泗
009_0158_c_16L溟堂碑傍建塔頂骨則仁同地大谷寺
009_0158_c_17L建塔焉平生心不急面無嗔言不餙
009_0158_c_18L飡無異味常以純朴爲本奉親克盡
009_0158_c_19L孝誠晨昏㝎省未嘗闕一日粥飯之
009_0158_c_20L又親進凡所施爲致之以禮自少
009_0158_c_21L至終未曾以聲利掛於懷尊卑老小
009_0158_c_22L之如一是知夙世修仁蘊義之效也歟

009_0158_c_23L

009_0158_c_24L幻寂堂浮屠勸文

009_0158_c_25L
聞夫覩史陁內宮院踊出錦屏之翠霧

009_0159_a_01L신독국身毒國(인도) 솔두파率兜坡(탑)는 붉은 노을 속에 옥 같은 봉우리가 비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 무엇이 우주 안에서 아육왕阿育王이 세운 옥찰玉刹만 한 것이 있을 것이며, 낙신落神의 황금빛보다 더 높겠습니까? 신령한 자취를 기다림이 있기에 진의眞儀가 그러한 것이리니, 어찌 여기에 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가야산 남쪽 기슭에 선세先世의 신령한 구역인 홍제弘濟(사명당) 대사 탑 동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아 후진後進들을 위한 큰 제도를 마련해 보려고 하나 일은 큰 데다 재물마저 다 떨어져서 혼자서는 이룩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이 참다운 의사義士라면 어찌 감히 힘을 쓰지 않겠습니까? 복을 심는 일이라는 말은 축분竺墳(불경)에 이미 실려 있고, 선행을 쌓으면 후손에게 경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희경羲經(주역)에 나타나 있으니, 부디 어지신 분들께서는 명록明錄을 굽어살피시어 채택해 주십시오. 엎드려 기원하오니 변방의 티끌 다 없어지고 비바람은 시기에 적절하게 내려 풍년이 들게 하여 주소서.
보제 등계 대사의 행장(普濟登階大師行狀)
대사의 휘諱는 명찰明詧이고, 자字는 취월醉月이며, 풍계楓溪는 그의 호號이다. 속성俗姓은 박朴씨이고 가세家世는 경성京城이며, 고려 조정에서 삼품三品으로 치사致仕한 규지공糾止公 휘 현鉉의 16대손이다. 휘 문유文有는 전법판서典法判書 겸 상장군上將軍을 역임하였으며, 성익위誠翊威 공신功臣으로 추대되었다. 휘 사경思敬은 과거에 급제하여 전리 좌랑典理佐郞에 제수되었고, 휘 침忱은 전의 판사典義判事에 제수되었으며, 휘 강생剛生은 공양왕恭讓王 경오년庚午年(1390)에 과거에 급제하여 집현전集賢殿 부제학副提學에 제수되었으며 찬성贊成으로 추증되었다. 휘 절문切問은 영락永樂 신묘년辛卯年(1411)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정자正字에 이르렀고, 휘 중손仲孫은 15세에 사마司馬에 합격하고 선덕宣德 을묘乙卯(1435)에 과거에 급제하여 책정난공신策靖難功臣으로 밀산군密山君에 봉해졌고, 벼슬은 좌찬성左贊成까지 이르렀으며 공효공恭孝公이라는 시호를 추증받았다. 휘 미楣는 신묘년辛卯年에 사마시에 합격하였고, 천순天順 무인년戊寅年(1458)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예조 참의禮曹參議에 이르렀으며, 휘 광영光榮은 성화成化 병오년丙午年(1486)에 진사進士에 합격하고, 무오년戊午年(1498)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형조 참판刑曹參判에 이르렀으며, 밀성군密城君에 봉해졌다. 휘 조藻는 이조 판서吏曹判書에 추증되었고, 응천군凝川君에 봉해졌다.

009_0159_a_01L身毒國率兜坡暎財玉峰之丹霞豈若
009_0159_a_02L寰中現育王之玉刹卓上落神之金輝
009_0159_a_03L者㦲靈跡有待而然眞儀盍安乎是
009_0159_a_04L是以耶山南麓卜先世之靈區弘濟東
009_0159_a_05L占後進之宏制財殫事巨難以獨
009_0159_a_06L心眞義士何敢不力植福之說
009_0159_a_07L於竺墳積善之談著於羲經顧我仁
009_0159_a_08L俯釆明錄伏祝塞塵沴釋風雨時
009_0159_a_09L

009_0159_a_10L

009_0159_a_11L1)普濟登階大師行狀 [6]

009_0159_a_12L
師諱明詧字醉月楓溪其號也俗姓
009_0159_a_13L朴氏家世京城麗朝三品致仕糾止公
009_0159_a_14L諱鉉之十六世孫也諱文有拜典法判
009_0159_a_15L書兼上將軍推誠翊威功臣諱思敬
009_0159_a_16L第拜典理佐郞諱忱拜典義判事
009_0159_a_17L剛生恭讓王庚午登第拜集賢殿副提
009_0159_a_18L贈賛成諱切問永樂辛卯登第
009_0159_a_19L至正字諱仲孫十五中司馬宣德乙
009_0159_a_20L卯登第策靖難功臣封密山君官至
009_0159_a_21L左叅賛贈謚恭孝公諱楣辛卯司馬
009_0159_a_22L天順戊寅登第官至禮曹叅議諱光榮
009_0159_a_23L成化丙午進士戊午登第官至刑曹叅
009_0159_a_24L封密城君諱藻贈吏曹判書襲封

009_0159_b_01L휘 충원忠元은 가정嘉靖 무자년戊子年(1528)에 진사에 제2등으로 합격하였고, 신묘년辛卯年(1531)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며, 병오년丙午年(1546)에 중시重試에 합격하여 벼슬이 이조 참판, 홍문관弘文館 대제학大提學, 예문관禮文館 대제학에 이르렀으며, 밀산군密山君으로 봉해졌다. 휘 계현啓賢은 가정嘉靖 계묘년癸卯年(1543) 진사, 임자년壬子年(1552)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이조 판서, 홍문관 대제학에 이르렀다. 휘 안흥安興은 검열부사檢閱府使를 지냈고, 휘 승효承孝는 성균관 생원生員이었으니, 이분이 낳은 원진圓振이 곧 대사의 아버지이시다.
어머니는 김金씨이니 출신은 대복大福의 딸이다. 일찍이 하얀 노을이 가슴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곧 대사를 임신하여 숭덕崇德 5년 경진庚辰(1640) 6월 초3일 술시戌時(오후 7~9시)에 낳았다. 어릴 때부터 영오穎悟(영리)하여 아이들과 장난을 칠 때에도 범상凡常한 아이들과 달랐으므로 사람들이 기이한 아이(奇童)라고 일컬었다. 11세 때인 경인년庚寅年(1650)에 스님을 따라 강원도 춘천春川 경운산慶雲山 청평사淸平寺 양신암養神菴으로 들어가 환적당幻寂堂 의천義天 대사에게 몸을 맡겨 머리를 깎고, 그 이듬해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갔다. 어버이가 환속還俗하게 하려고 위엄도 부리고 자애도 베풀며 호통도 쳐 보고 달래기도 해 보았으나 끝내 그의 뜻을 빼앗지 못하고 초연悄然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하였다.
13세 되던 해에 스승을 따라 금강산에 들어가서 편양 스님의 상족上足인 풍담당楓潭堂 의심義諶 대사의 처소를 찾아가 뵙고, 그 문하에서 10여 년 동안 경론經論을 배워 그 도道를 다 전해 받고, 풍담 스님이 건강에 차질이 생겨 입적入寂하시자 다비茶毘를 마치고 사리舍利 다섯 과顆를 얻어 탑을 세우고 나누어 봉안하고 비석까지 세웠다. 그에게서 수업을 받던 중에 통해 알지 못하였던 곳은 용문산龍門山에 주석하던 법형法兄인 상봉당霜峰堂 정원淨源 대사에게 질문하였고, 강론講論을 한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 남은 의심이 있었으므로 다시 오대산五臺山 청봉당晴峰堂 수영首英 대사를 찾아가서 여쭈었다. 그곳에서 6년 동안 지내다가 의심되고 막혔던 부분을 다 해결하고 인하여 사방을 유람할 뜻을 가지고 명산明山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선각先覺들을 널리 참방參訪하였다.
그 산들은 관동關東 지방의 보개산寶盖山과 치악산雉岳山, 해서海西 지방의 구월산九月山, 호서湖西 지역의 월악산月岳山, 기내畿內의 삼각산三角山과 청량산淸凉山,

009_0159_b_01L凝川君諱忠元嘉靖戊子生員進士
009_0159_b_02L第二辛卯登第丙午重試官至吏曹叅
009_0159_b_03L弘藝兩館大提學封密山君諱啓
009_0159_b_04L嘉靖癸卯進士壬子登第官至吏
009_0159_b_05L曹判書弘文館大提學諱安興撿閱
009_0159_b_06L府使諱承孝成均生員寔生出身圓
009_0159_b_07L即師之考也妣金氏出身大福之
009_0159_b_08L女也甞夢見素霞入懷因而有娠
009_0159_b_09L崇德五年庚辰六月初三日戌時生
009_0159_b_10L提頴悟凡所戱爲逈異凡常人稱奇
009_0159_b_11L十一歲庚寅從僧入江原道春川慶
009_0159_b_12L雲山淸平寺養神菴投幻寂堂義天大
009_0159_b_13L剃髮明年歸寧親欲還俗威慈吼誘
009_0159_b_14L終不奪志悄然垂涙曰任爾爲之
009_0159_b_15L十三從師入金剛山謁鞭羊之上足楓
009_0159_b_16L潭堂義諶大師處門下十餘載學經論
009_0159_b_17L盡傳其道及楓潭違和入寂茶毘
009_0159_b_18L舍利五顆分藏立塔樹碑將其所受中
009_0159_b_19L未透處質問於龍門山法兄霜峰堂淨
009_0159_b_20L源大師講論累年尙有餘疑又質之
009_0159_b_21L於五臺山晴峰堂首英大師居六年
009_0159_b_22L盡疑曀仍有遊方之志踏歷明山
009_0159_b_23L叅先覺凡諸關東之寶盖雉岳海西之
009_0159_b_24L九月湖西之月岳畿內之三角淸凉

009_0159_c_01L영남嶺南의 소백산小白山ㆍ희양산曦陽山ㆍ황악산黃岳山ㆍ가야산伽耶山이니, 이 모든 곳이 대사께서 거주하시면서 교화를 폈던 곳이며, 그 밖에 명산名山들도 거의 다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는 『유완록遊翫錄』 1권을 남겼다.
강희康熙 임술년壬戌年(1682) 봄에 운달산雲達山에서 가야산 해인사로 옮겨 가서 아버님과 스승님 두 노인을 봉양하셨는데, 섬기기를 똑같이 하면서 여러 해 동안 머물렀다. 그렇게 다른 산으로 이주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두 노인이 일찍이 그곳에서 생을 마치기를 소원했기 때문인 듯하다.
경오년庚午年(1690) 8월 26일에 환적당께서 입적入寂하시자 다비茶毘를 거행하고 사리 일곱 매枚와 초골超骨을 얻어 가지고 여덟 곳에 탑을 세우고 직접 행장까지 지으셨다.
이듬해 정월 25일에 엄친嚴親께서 세상을 버리시니 신령한 서기瑞氣가 여러 날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자친慈親(어머니)은 10년 전에 이미 세상을 뜨셨다. 환적당의 비석을 세울 계획을 하고, 비문碑文을 여흥驪興 출신 상국相國(정승) 민암閔黯 대감에게 청하고, 글씨는 복천福川 오吳 판서에게 청하였다. 그리고는 비로소 다시 그 일을 경영하기에 가진 애를 다 쓰고 마음과 힘을 다하였으나 공역은 큰 데다 마군魔軍의 장난이 있어 마침내 공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어찌 몸을 마치도록 한이 되지 않았겠는가?
갑신년甲申年(1704) 봄에 청량산淸涼山으로부터 다시 가야산 백련암白蓮菴으로 들어가서 열반하실 때를 기다렸다. 대덕大德 스님 계파 성능桂坡性能이 통도사通度寺 세존석종世尊石鐘을 중수重修하고 경찬대회慶讚大會를 열려고 하였으나 자기仔蘷115)에 나와 있는 절차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이가 드물었다. 그런데 멀고 가까운 곳의 많은 스님들이 다 말하기를 “스승(풍계 대사)이 아니면 이 일을 주장主張하여 치를 사람이 없다.”라고 하자 사람을 보내 매우 간절하게 간청하니 의리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에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 보니 재일齋日이 4월 초파일이라 하였다.
대사는 정월부터 재일까지 그 사이에 온갖 것을 시설施設하였는데, 모두 대사의 지휘 아래 33단壇을 배설排設하고 7주야晝夜 동안 의례 절차에 맞추어 진행하니 대중들이 다 탄복하였다. 재를 마친 뒤에 사시던 곳으로 돌아와 무자년戊子年(1708) 6월 초3일 수진晬辰(생신날)에 작은 질환을 느끼시더니, 초7일에 문인들을 불러 모으고 말씀하시기를

009_0159_c_01L嶺南之小白曦陽黃岳伽耶皆棲息宣
009_0159_c_02L化之所其餘名山殆將徧覽有遊翫
009_0159_c_03L錄一卷至康熙壬戌之春自雲達山
009_0159_c_04L移入伽耶山海印寺奉父師兩老事之
009_0159_c_05L如一而淹留累年不移他山者盖兩
009_0159_c_06L曾有終身之願故也至庚午八月二
009_0159_c_07L十六日幻寂堂入寂茶毘乞舍利七枚
009_0159_c_08L并超骨八所樹塔親製行狀明年正月
009_0159_c_09L二十五日嚴親捐世靈瑞累日不滅焉
009_0159_c_10L慈親師十歲前已逝爲幻寂樹碑計
009_0159_c_11L碑文于驪興閔相國黯 [38] 筆于福川吳
009_0159_c_12L判書始復拮据經理竭盡心力而役
009_0159_c_13L鉅魔戱終未成功豈非沒身之恨乎
009_0159_c_14L至甲申之春自淸涼山再入伽耶山白
009_0159_c_15L蓮菴以待湼槃之時矣大德桂坡性能
009_0159_c_16L重修通度寺世尊石鐘欲設慶讃大會
009_0159_c_17L而仔䕫節次詳知者鮮矣遠近緇衣
009_0159_c_18L非師莫可主張此事來邀甚懇
009_0159_c_19L不可辭於是勇進齋日即四月初八日
009_0159_c_20L自正月至齋日其間凡百設施
009_0159_c_21L出師指揮排三十三壇七晝夜悉中儀
009_0159_c_22L衆皆歎服畢後還棲至戊子六月
009_0159_c_23L初三日晬辰感微疾至初七召門人
009_0159_c_24L此行狀底本在序文之下編者移置於此

009_0160_a_01L“내일 사시巳時에 내가 갈 것이다.”라고 하셨다. 과연 이튿날 진시辰時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물거품 같은 세상 흘러 흘러 몇 봄을 지났는가? 허깨비가 또 다른 허수아비를 희롱했구나.”라고 하는 게偈를 설하시자마자 합장合掌하여 가슴에 대고 서쪽을 향하시고는 몸을 조금 구부리시더니 일어나지 않으셨다. 향년享年은 69세이다.
돌아가신 지 14일이 지나고 21일이 되자 산중山中의 노소老少들이 수렴收斂하여 장례 준비를 마련해서 절 서쪽 산기슭 앞에서 다비茶毘를 가행하였다. 그러자 신령한 서기瑞氣가 밤을 이어 범상치 않았으니, 스님이나 속인 모두가 그것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응당 초골超骨의 징험이 없지 않을 것이라 여겼으나 꿈에 감응하는 일도 분명하지 않았고 감히 대중들을 놀라게 하지도 않았다. 현연顯然의 징험을 기다렸다가 대중들에게 알려 찾아오게 할 계획이었으나 그 시각까지도 고요하기만 하니, 이는 세상에 인연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또한 우리 대사는 광명을 감추고 세상을 등지려는 뜻이 깊어서 그런 것인가?
신족神足 2명은 법철法喆과 특총特聰이요, 법제法弟 2명은 연수延壽와 홍해洪海이며, 저 설근雪仅도 역시 상좌上佐나 마찬가지이다. 손제孫弟 2명은 인식印湜과 인원印元이고, 문제門弟는 일섬日暹ㆍ도형道浻ㆍ도암道菴 등 8명, 초민草敏ㆍ초규草圭ㆍ현기玄機 등 9명, 득민得敏ㆍ득심得心ㆍ득성得性ㆍ득문得文 등 18명, 진매振梅 등 26명, 선열禪悅 등 5명, 처형處浻ㆍ묘경妙鏡ㆍ취건就建ㆍ지해智海ㆍ종열宗悅ㆍ해림海琳 등 20명이다.
노둔한 나는 너무도 근기가 하열한데도 일찍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므로 유고遺稿 7편을 모집해 놓았으나 재력財力이 너무나 없어서 겨우 3편만 인쇄에 붙이고 나머지는 난질亂帙 속에 간직해 두어 후일을 기약하였으니, 일이 잘되어 가기는 거의 모기가 산을 짊어지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아! 슬프다. 대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호扶護하고 갈고 닦으신 수행과 구름을 품평하고 달을 비평한 것 등의 문장이나 글씨의 재주가 스스로도 내세워 말할 수 있을 만하였으니 어찌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리오.
백호白虎(경인庚寅, 1710) 초가을에 문인 동빈 문일東賔聞佾은 삼가 쓰다.


009_0160_a_01L明巳時吾當去矣果翌日辰時
009_0160_a_02L坐更衣說偈曰幻海浮沉度幾春
009_0160_a_03L頭又作弄傀人吟才訖而合掌當胷向
009_0160_a_04L西俯而不起享年六十九至二七
009_0160_a_05L二十一日山中老少收歛設辦茶毘
009_0160_a_06L于寺之西麓前此靈瑞連夜非常緇素
009_0160_a_07L莫不見而異之應不無超骨之驗感夢
009_0160_a_08L不明未敢動衆以待顯然之徵告衆
009_0160_a_09L尋訪計矣迄今寥寥無乃世無緣人而
009_0160_a_10L然耶抑亦吾師轁光避世之深意耶
009_0160_a_11L足二法喆特聰法弟二延壽洪海其雪
009_0160_a_12L仅亦如上佐孫弟二印湜印元門弟
009_0160_a_13L日暹道浻道菴等八人草敏草圭玄機
009_0160_a_14L等九人得敏得心得性得文等十八人
009_0160_a_15L振梅等廿六人禪悅等五人處浻妙鏡
009_0160_a_16L就建智海宗悅海琳等廿人騃余𪷇劣
009_0160_a_17L早承提敎裒集遺稿七篇而財力殘薄
009_0160_a_18L堇將三篇鋟梓餘在亂帙中期以後日
009_0160_a_19L就緖而不幾於蚊負山耶師之扶敎
009_0160_a_20L砥行評雲批月文筆藝技自有能言
009_0160_a_21L何敢容喙焉

009_0160_a_22L
白虎初秋門人東賔聞佾謹書
  1. 1)치유緇帷 : 고인高人과 현사賢士가 강학하는 곳에 둘러친 검은 장막을 말하는데,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검은 장막을 치고서 『詩經』과 『書經』을 강학한 데서 비롯되었다.
  2. 2)육입六入 :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감수感受 기능을 말한다. 6입처의 줄임말. 내內의 6입은 6근, 외外의 육입은 6경을 가리키며, 이 둘을 합하면 12입, 즉 12처가 된다.
  3. 3)삼명三明 : ⓢ tisro vidyā, ⓟ tisso vijjā. 아라한의 지혜에 갖추어 있는 자재하고 묘한 작용. 지혜가 분명히 대경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함. 6신통神通 중의 숙명통·천안통·누진통에 해당하는 숙명명宿命明·천안명天眼明·누진명漏盡明. ① 숙명명: 구족하는 숙주수념지작증명宿住隨念智作證明. 자기와 남의 지난 세상에 생활하던 상태를 아는 것. ② 천안명: 구족하게는 천안지작증명天眼智作證明. 또는 사생지작증명死生智作證明이라 하니, 자기나 다른 이의 다음 세상의 생활 상태를 아는 것. ③ 누진명: 누진지작증명漏盡智作證明이라고도 하니, 지금 세상의 고통을 알아 번뇌를 끊는 지혜. 부처님에 대하여는 삼달三達이라 함.
  4. 4)복간複澗 : 복도처럼 흘러가는 시냇물을 말함.
  5. 5)이명离明 : 임금이나 세자의 명철함. 또는 임금 또는 세자의 지위를 뜻함.
  6. 6)적미赤眉 : 붉은 눈썹. 오랑캐를 일컫는 말. “적미赤眉의 난으로 망하여 광무제光武帝의 후한後漢으로 바뀌었다.”라는 말이 있음.
  7. 7)회록回祿 : 불귀신의 이름인데, 보통 화재火災의 뜻으로 쓰인다.
  8. 8)건유虔劉 : 방언方言으로 “죽이고 도적질함을 건유라 한다. 진秦·진晉·송宋·위衛의 사이에서 죽이는 것은 유劉라 하고 도적질을 건虔이라 한다.”라고 하였음.
  9. 9)현명玄冥 : 동신冬神.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北方의 신神으로 동장군冬將軍을 말한다. 『禮記』 ≺月令≻에, “맹동·중동·계동의 달은, 그 제帝는 전욱顓頊이고 그 보좌하는 신神은 현명玄冥이다.”라고 하였다. 수신水神·우사雨師라고도 한다.
  10. 10)접해鰈海 : 접해는 동해東海를 이른 말이다. 동해에 접어鰈魚가 많이 잡힌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전轉하여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11. 11)오랜 세월(石爛) : 석란石爛은 산고석란山枯石爛 또는 석란해고石爛海枯의 준말로, 산이 마르고 돌이 문드러진다는 의미 또는 돌이 문드러지고 바다가 마르도록 오랜 세월을 뜻한다.
  12. 12)강양江陽 : 지금의 합천군陜川郡. 본디 대량주군大良州郡인데, 경덕왕이 강양군江陽郡으로 고쳤다.
  13. 13)5명明 : ⓢ pañca-vidyā. 인도 바라문婆羅門 종족이 연구한 것을 불교에서 본받은 다섯 가지 학술學術. 곧 내명內明(불교 진리의 학문)·의방명醫方明(병의 원인과 예방하는 학문)·성명聲明(문법학)·인명因明(인도의 논리학)·공교명工巧明(여러 가지 기술학).
  14. 14)7매昧 : 목매目昧·이매耳昧·구매口昧·비매鼻昧·수매手昧·족매足昧·심매心昧를 가리킨다.
  15. 15)재목을 가려서(掄材) : 윤재掄材는 재목을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16. 16)월로月露 : 음풍농월吟風弄月, 즉 자연을 읊는 시詩.
  17. 17)금계金雞 : 사조赦詔를 반포하는 날 간두竿頭에 설치하는 금金으로 장식한 닭을 말한 것으로, 왕의 사명赦命을 뜻한다.
  18. 18)금승金繩 : 이구국離垢國에서 길 양쪽에 황금으로 된 노끈을 쳐서 한계를 삼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19. 19)이 아래나 위에 1구句가 결락된 듯하다.
  20. 20)옥호玉毫 : 32상相의 하나. 부처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
  21. 21)가릉빈가迦陵頻伽 : ⓢ kalavika, ⓟ karavīka. 또는 가라빈가歌羅頻伽·갈라빈가羯羅頻迦·가릉비가迦陵毘伽, 줄여서 가릉빈迦陵頻·가루빈迦累賓·가릉迦陵·갈비羯脾·빈가頻迦. 번역하여 호성好聲. 소리가 곱기로 유명. 깃이 아름답고 소리가 맑은 인도의 ‘bulbul’이라 하는 새를 말하기도 한다. 이 새는 ‘극락조’라고도 하며, 정토만다라 등에서는 상반신은 사람으로, 하반신은 새의 몸으로 그린다. 옛날 동양에서 천상의 사람이 날아가는 모양을 그려 가릉빈가라 했는데, 그것은 소리가 고운 것을 이상화하여 모양의 아름다움으로 의미가 변화한 듯하다.
  22. 22)일곱 갈래 세계(七趣) : 미혹한 중생들이 생사를 반복하며 돌아다니는 일곱 갈래 세계. 지옥취地獄趣·아귀취餓鬼趣·축생취畜生趣·인취人趣·신선취神仙趣·천취天趣·아수라취阿修羅趣.
  23. 23)삼신산三神山이 있는데~머리에 이고 : 삼신산은 바닷속에 있는데 큰 자라 여섯 마리가 머리에 이고 있다 한다.
  24. 24)거령巨靈 : 하신河神의 이름인데, 장형張衡의 ≺서경부西京賦≻에 “거령이 힘차게 손바닥으로 높이 떠받들고 발바닥으로 멀리 차 버려 하수를 흐르게 하였다.(巨靈。 贔屓高掌遠蹠。 以流河曲。)”라고 하였다.
  25. 25)『청오경靑烏經』 : 지리음양술에 정통한 한漢나라 때 사람 청오靑烏 선생의 저술로서 갖추어진 이름은 『地理全書靑烏先生葬經』이다.
  26. 26)『금낭경錦囊經』 : 당唐나라 곽박郭璞이 지은 지리서地理書이다.
  27. 27)난옥蘭玉 : 지란옥수芝蘭玉樹의 준말로 남의 집안의 우수한 자제子弟를 예찬하는 말임. 『世說新語』 「言語」에 “비유하자면 지란옥수가 뜰 안에 자라게 하고 싶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階庭耳。)”라고 하였다.
  28. 28)초금貂金 : 고관의 관冠에 꾸민 화려한 장식으로, 보통 시종신侍從臣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29. 29)현록玄籙 : 신선이 되는 비록祕籙을 차례로 전수해 줄 때에 전해 주는 책의 하나로 통현록洞玄籙을 말한다. 『隋書』 「經籍志」 4 ‘道經’에, “천존天尊이 천지를 개벽하고 나서 천진황인天眞皇人에게 명하여 천음天音을 해석하게 하였으며, 그 뒤로 여러 선인仙人들이 차례로 전수받은 다음에 세상 사람들에게 비로소 전해 주기 시작하였다.”라는 기록과, 또 “그 도를 받는 법에도 단계가 있으니, 처음에는 오천문록五千文籙을 받고 다음에는 삼통록三洞籙을 받고 다음에는 통현록洞玄籙을 받고 다음에는 상청록上淸籙을 받는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30. 30)서왕모西王母 : 금모金母라고도 하니, 옛날 곤륜산崑崙山에 있던 선녀仙女로 불로장생不老長生한다고 하고, 한漢 무제武帝가 장수長壽를 빌고 있을 때 서왕모가 선도仙桃 일곱 개를 가지고 내려와 무제에게 주었다고 한다.
  31. 31)무외의 힘(無畏之力) : 14무외력無畏力의 준말로 관세음보살이 얻은 14가지 두려움 없는 힘을 말한다. 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 ② 불 속의 중생을 타지 않게 하는 힘, ③ 물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힘, ④ 귀신의 해를 입지 않게 하는 힘, ⑤ 살해를 당하게 되어도 칼이 토막토막 부서지게 하는 힘, ⑥ 어두운 성품을 없게 하여 야차나 나찰 등 악귀를 보지 못하게 하는 힘, ⑦ 중생에게 쇠고랑, 칼, 오랏줄 같은 것이 몸에 붙지 못하게 하는 힘, ⑧ 험난한 길을 가더라도 도적이 겁탈하지 못하게 하는 힘, ⑨ 음욕을 여의게 하는 힘, ⑩ 성내는 마음을 없애게 하는 힘, ⑪ 어리석음을 영원히 여의게 하는 힘, ⑫ 지혜총명한 아들을 낳게 하는 힘, ⑬ 단정한 딸을 낳게 하는 힘, ⑭ ‘관세음보살’을 한 번 부르는 것이 62억 항아사 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것과 맞먹는 복덕이 되게 하는 힘.
  32. 32)현포玄圃 : 곤륜산에 선인仙人이 거처하는 곳. 곤륜산의 일부 지역인 괴강산槐江山이라는 곳에는 황제의 꽃밭이자 옥이 지천으로 굴러다닌다는 현포가 있다고 하였다.
  33. 33)청우도사靑牛道士 : 한漢나라 때 방사方士 봉군달封君達이 항상 푸른 소를 타고 다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34. 34)사미四美 : 양신良辰·미경美景·상심賞心·낙사樂事를 말한다.
  35. 35)우전국于塡國 : ⓢ Kustana 또는 우전于闐·우치于寘·우둔于遁·계단谿丹·굴단屈丹·구살단나瞿薩旦那·홀탄忽炭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중국 신강성 화전和田 지역이 그곳이다. 남방 곤륜산에서 발원發源하는 백옥하白玉河·예옥하翳玉河가 시가의 동·서로 흘러 토지가 비옥하고 두 하수에서 나는 옥은 매우 진귀하다고 한다.
  36. 36)오행의 운행(五運) : 곧 5행行의 운행運行으로, 고대古代에 오행의 상생상극설相生相克說에 의거하여 왕조王朝의 흥체興替의 운기運氣를 추산推算했던 데서 온 말이다.
  37. 37)육위六位 : 천도天道 곧 음陰과 양陽, 지도地道 곧 유柔와 강剛, 인도人道 곧 인仁과 의義를 상징하는 역괘易卦의 효爻.
  38. 38)구주九疇 : 천제天帝가 우禹임금에게 주어 천하를 다스리게 했다고 하는 아홉 가지의 대법大法으로, 바로 낙서洛書를 말한다.
  39. 39)원회元會 :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준말로서 자연계 일체 사물의 시종始終·생사生死·유무有無를 말한다.
  40. 40)금등金縢 : 『書經』의 편篇 이름. 주周 무왕武王이 병들었을 때 주공周公이 자기를 대신 죽게 해 달라고 조상들에게 기도한 글을 금등金縢의 궤짝 속에 넣어 놓으니, 그 이튿날에 무왕의 병이 바로 나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書經』 「金縢」.
  41. 41)옥자玉字 : 신선의 비방秘方을 적은 글을 뜻한다.
  42. 42)소호少昊 : 상고 시대의 임금으로 소호小皥라고도 한다. 태호太昊의 법을 수행했기 때문에 소호라고 했다.
  43. 43)십익十翼 : 공자孔子가 지었다고 전하는, 『周易』의 뜻을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한 책. 「彖傳」 상하上下의 2편, 「象傳」 상하의 2편, 「繫辭傳」 상하의 2편, 「文言傳」·「序卦傳」·「說卦傳」·「雜卦傳」의 1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44. 44)위백양魏伯陽 : 한나라 때 사람이다. 도술道術을 좋아하여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단약丹藥을 연구하였다. 제자 세 명과 같이 산중에 들어가서 단약을 구워 만들어서 신선이 되었다 한다. 저서에 『周易』의 효상爻象을 빌려 수련양생修煉養生의 뜻을 논술한 『周易參同契』가 있다.
  45. 45)2편篇 : 위백양이 저술한 『參同契』와 『五行相類』를 가리킨 말인 듯하다.
  46. 46)금화金花를 땅에~가장 기이하고 : 수달須達 장자가 땅 위에 금金을 깔고 나서 기원정사의 땅을 매입할 수 있었던 일에서 인용된 말이다.
  47. 47)육수정陸脩靜의 호계虎溪에서~웃었던 일 : 혜원 대사는 여산廬山에 있으면서 어떤 귀한 손님이 왔다가 가더라도 산문 밖에 있는 호계虎溪까지밖에 전송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도연명과 사영운謝靈運이 왔다 가는데, 그들을 전송하며 이야기하다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시내를 건너 얼마를 더 갔다. 그제야 깨닫고 세 사람이 모두 크게 웃었다 한다. 그래서 그것을 호계삼소虎溪三笑라 한다.
  48. 48)금비金鎞 : 조그만 칼처럼 생긴 쇠붙이로 물건의 표면을 긁어 내는 도구인데 이것으로 안막眼膜을 긁어 눈병을 치료한다. 삼국시대 위魏 무제武帝 조조曹操가 눈병이 나자, 명의名醫 화타華陀는 금비를 가지고 눈의 막膜을 긁어 내어 수술한 적이 있다. 또, 『涅槃經』에 “소경이 의사를 찾아가자 의사가 즉시 칼로 눈꺼풀을 떼어 내어 광명을 찾게 해 주었다.”라는 말이 있다.
  49. 49)옥판玉版 : 송宋나라 유기지劉器之가 선禪에 대한 이야기를 곧잘 하면서도 산을 좋아하지 않자, 죽순竹筍을 옥판장로玉版長老라고 둘러댄 뒤 함께 만나러 가자고 유혹했던 고사가 전해 온다.
  50. 50)문찬文粲 : 두혜杜慧의 『安陰長水寺與龍湫菴創修源流興廢錄』과 비슷한 시기의 다른 문헌에는 문찬文贊으로 되어 있다.
  51. 51)꾸밈새(粧點) : 장점粧點이란 여인의 꾸밈을 말하는 것이니, 여기에서는 사찰의 꾸밈을 풍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사찰은 산문의 장엄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52. 52)얽어 매임(弢袠) : ‘도弢’는 활집이고 ‘질袠’은 칼집으로 시비是非에 얽매인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비구를 풍자한 말인 듯하다.
  53. 53)견백堅白 : 전국시대 조趙나라 공손용公孫龍의 말로, 단단하고 흰 돌은 눈으로 보면 흰 것만을 알게 되고 만져 보면 단단한 것만을 알게 되니, 흰 돌과 단단한 돌은 다른 것이라 하였다. 그 제자들이 그 이론을 고집하여 천하를 횡행하였으므로 묵자墨子가 변명하였다. 『墨子』 「經上」.
  54. 54)위현韋絃 : 가죽과 활로 기질을 변화하는 교훈을 말한다. 『韓非子』 「觀行」에 “옛날 서문표西門豹는 성질이 급했으므로 부드러운 가죽을 차고 다녔고, 동안우董安于는 성질이 느렸으므로 급한 활을 차고 다녀 스스로 경계를 삼았다.”라고 하였다.
  55. 55)화벽和璧 : 옛날 초楚나라 사람 화씨和氏가 초산楚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어 가지고 여왕厲王에게 바치니, 여왕은 돌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왼발 발꿈치를 잘라 버렸고, 그 후 또 무왕武王에게 바치니, 무왕 역시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오른발 발꿈치를 잘라 버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그 후에 마침내 문왕文王에게 바치니, 문왕은 옥인玉人을 시켜 그 박옥을 다듬게 하여 보물을 얻자, 마침내 화씨벽和氏璧이라 불렀다 하였다.
  56. 56)까치 잡는 돌(抵鵲) : 곤륜산崑崙山에서는 구슬이 흔하여 그곳 사람들은 이 구슬로 까치를 잡는 돌(저작抵鵲)처럼 던진다고 한다. 『鹽鐵論』.
  57. 57)손이 트지~못할 것이다 : 이 이야기는 『莊子』 「逍遙遊」 편에 나오는 것으로, 불균수약不龜手藥은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으로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58. 58)낙성을 축하하는 날(燕賀之日) : 연하燕賀는 사람이 집을 지으면 제비도 제 집이 생겼다 하며 서로 기뻐한다는 뜻으로, 타인이 집을 지었을 때에 마음으로 기뻐하며 축하함을 이르는 것이며, 여기에서는 건물의 낙성落成을 축하한다는 의미이다.
  59. 59)능인能仁 : 석존釋尊의 별칭. 석가모니(Śākya-muni)를 의역意譯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휘종의 글씨로 액자를 만들어서 걸었던 것이다.
  60. 60)좀벌레 자취(雕虫) : 조충雕虫은 벌레를 아로새기는 잔재주로 문장의 기교만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61. 61)보불黼黻 : 보불은 관복官服에 수놓은 무늬이다. 전하여 유창하고 화려한 문장文章의 비유로 쓰인다.
  62. 62)홍몽鴻濛 : 우주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있어 온 천지의 원기, 혹은 그와 같은 혼돈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나 하늘을 뜻하기도 한다.
  63. 63)사유四維 : 동북·서북·동남·서남 네 간방間方을 말한다.
  64. 64)사정四正 : 동·서·남·북 네 정방正方을 말한다.
  65. 65)원회元會 :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준말로, 자연계 일체 사물의 시종始終·생사生死·유무有無를 말한다.
  66. 66)욱이郁夷 : 우이嵎夷와 같은 말로 해 뜨는 동방을 가리키는데,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67. 67)가위국迦衛國 :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준말. 고대 중인도 석가족의 영토로서 수도의 이름인 동시에 그 나라의 이름이기도 함.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가 있었던 곳. 현재 네팔의 타라이(Tarai) 지방에 그 유적이 남아 있다.
  68. 68)희이希夷 : 노자老子의 『道德經』 14장에 “보아도 안 보이는 것을 이夷라 하고, 들어도 안 들리는 것을 희希라 한다.” 하였다.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심오한 진리를 가리킨다.
  69. 69)상정象正 : 상법像法과 정법正法을 합하여 말한 것이다.
  70. 70)영장郢匠 : 영郢나라의 뛰어난 장인. 영장근郢匠斤을 말하며, 또는 영장휘근郢匠揮斤이라고도 한다. 고도로 숙련된 기예를 비유하는 말로, 초나라 영 땅의 장석匠石이 사람의 코끝에 달라붙은 백토를 자귀를 휘둘러 코는 조금도 상하지 않고 깎아내었다는 『莊子』의 「寓言」에서 유래된 말이다.
  71. 71)늙은 돼지 꽃망울 터지려는(老豕綻花) : 이 말은 보경당을 지은 시기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노시老豕’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늙은 돼지해라면 돼지해의 맨 마지막에 해당하는 계해癸亥년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풍계 대사의 생몰연대 사이의 계해癸亥년은 1683년뿐이다. ‘탄화綻花’는 꽃망울 터지는 계절이니 봄철이 아닌가 생각된다.
  72. 72)베짱이가 날개를 치는(莎鷄振羽) : ‘사계莎鷄’는 베짱이(여치라고도 함)이다. 『詩經』 「豳風」 ‘七月’ 편에 “6월이 되면 베짱이가 깃을 비벼 소리를 내고(六月莎雞振羽)”라고 한 것으로 보아 6월을 말하는 것 같다.
  73. 73)비증悲增 : 보리심을 발하는 사람에게 지증智增과 비증悲增이 있는데, 먼저 모든 중생을 구원하고 나서 나중에 불도를 이루겠다고 서원하는 것이 비증이다.
  74. 74)곤원坤元 : 지도地道의 큰 덕을 말한다.
  75. 75)건조乾造 : 성명학星命學에서 이르는 남자의 운명.
  76. 76)선후宣后 : 북송北宋의 선인태후宣仁太后를 말한다. 송나라 선인태후가 철종의 유충幼沖한 조정을 당하여 수렴의 정치를 하였는데, 온 세상을 고무하여, 당시에 ‘여중요순女中堯舜’이라고 말했다 한다.
  77. 77)초방椒房 : 초방전椒房殿의 준말로, 후비后妃가 거처하는 궁전 이름이다. 옛날 한나라 때에 황후가 있는 궁중의 내전內殿 방 바람벽을 호초胡椒로 발랐으므로 황후가 있는 내전을 초방이라 한다.
  78. 78)학금鶴禁 : 본래 중국 황태자가 거처하는 궁전을 가리키는 말이나 우리나라의 세자가 거처하는 궁궐을 말하기도 한다.
  79. 79)동포銅鋪 : 동포는 금포銅鋪, 수환獸環이라고 하며, 문비門扉에 설치한 금구金具로서, 즉 짐승(獸)이나 용이 문고리를 입에 물고 있는 형상을 가리킨다.
  80. 80)의란猗蘭 : 의란전猗蘭殿으로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태어난 곳이다.
  81. 81)보무寶婺 : 무녀성婺女星을 말하는데, 여신女神을 뜻하며 흔히 귀부인을 찬양하는 용어로 쓰인다.
  82. 82)석숭石崇 : 자는 계륜季倫, 아명兒名은 제노齊奴, 청주靑州 사람. 산기랑散騎郞과 형주 자사荊州刺史 등을 지냄. 당대의 최고 갑부로서 귀척貴戚 왕개王愷·양수羊琇 등과 부富를 다툼. 나중에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에게 살해됨.
  83. 83)동방삭東方朔 : 동방삭은 한漢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자字는 만청曼倩. 해학諧謔과 골계滑稽에 뛰어났으며 벼슬이 태중대부 급사중太中大夫給事中에 이르렀는데, 그는 또한 선술仙術로도 널리 알려졌다. 『漢書』 권65. 삼천갑자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이란 말은 삼천갑자(18만 년)나 오래 산 동방삭이라는 뜻으로, 오래 사는 사람을 이른다.
  84. 84)원양도願襄道 : 조선 시대 효종에서 정조 연간에 불렸던 강원도의 행정 구역을 말한다.
  85. 85)갈마竭麽 : ⓢ karmra, ⓟ kamma. 카르마의 음역으로 업業·사事·소작所作·작법作法으로 번역하며, 갈마羯磨 또는 검모劍暮라고도 한다. 널리 교단 내부에서의 의식·작법을 말하는데, 불교 수행자가 계를 받거나 참회할 때의 작법을 말하며, 이 작법에 종사하는 스님을 갈마아사리라고 한다. 이 작업으로서 계체를 얻고 멸죄생선滅罪生善의 목적을 이룬다.
  86. 86)천심월협天心月脇 : 당唐나라 때에 황보식皇甫湜이 한유韓愈의 글을 칭찬하여 말하기를 “천심을 꿰뚫고 월협에서 나왔다.(穿天心。 出月脇。)”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87. 87)금심수장錦心繡腸 : 금간수장錦肝繡腸과 같은 뜻으로, 시문詩文에 있어 가사려구佳詞麗句를 지어 내는 뛰어난 재주를 말한다.
  88. 88)절묘(色絲) : 채옹蔡邕(132~192)의 딸 채염蔡琰이 거주하던 남전藍田에 있는 조아曹娥의 비문에는 “황견유부 외손재구黃絹幼婦外孫齋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조조曹操(155~220)가 한중漢中 출병 도중에 여기 들렀다가 그 의미를 알고자 한동안 노력하였으나, 아무도 그 의미를 몰라 하는데 양수楊修가 그 비문을 해석하기를 “‘황견黃絹’은 누런 누에고치 옷감으로 색실(絲色)을 뜻하니, 이 2자를 합치면 ‘절絶’ 자가 되고, ‘유부幼婦’는 어린 소녀로 젊은 여인(少女)이니, 이 2자를 합치면 ‘묘妙’ 자가 된다. ‘외손外孫’은 딸의 자식으로 여자女子이니, 이 2자를 합치면 ‘호好’ 자가 되고, ‘재구題臼’는 다섯 가지 맛의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매운 것(辛)을 담는 것이니(受), 이 2자를 합치면 ‘사辭’가 되므로 모두 조합하면 ‘절묘한 문장(絶妙好辭)’이라는 뜻이 된다.”라고 하였다.
  89. 89)인각獜閣 : 인각은 한漢 무제武帝 때 미앙궁未央宮 안에 세운 기린각麒麟閣인데, 선제宣帝 감로甘露 3년(51)에 곽광霍光·장안세張安世·한증韓增 등 대체로 내치內治에 큰 공을 세운 문신 11인의 초상을 기린각의 벽에 그려 그들의 공을 기렸다.
  90. 90)영천穎川의 교화(穎川之化) : 한漢나라 때에 영천에 도적이 많았는데, 조광한趙廣漢이 태수太守로 가서 평정하였다.
  91. 91)왕교王喬 : 왕교는 왕자교王子喬로서 주周 영왕靈王의 태자이다. 태자 시절에 왕에게 직간하다가 폐해져 서인庶人이 되었다. 그는 젓대를 불어 봉황새 소리를 내었으며 도사道士 부구생浮丘生을 만나 흰 학을 타고 산꼭대기에서 살았다 한다. 『列仙傳』.
  92. 92)단지丹墀 : 붉은 섬돌. 고대에 대궐의 섬돌은 붉은 칠을 하였다는 데서 대궐의 별칭으로 사용된다.
  93. 93)부들 채찍(蒲鞭) : 포편蒲鞭은 부들로 만든 채찍으로, 너그러운 형벌을 말한 것이다. 후한後漢 때 유관劉寬이 남양 태수南陽太守가 되었을 때, 그는 본성이 온화하고 인자한 관계로 혹 아전들이 과실을 범했을 적에는 부들 채찍으로 때려서 모욕만 줄 뿐이었고, 끝내 아프게 때리지 않았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劉寬傳」.
  94. 94)보리 이삭 상서 드리우나(麥穗呈祥) : 하나의 보리 대궁에 두 가닥의 이삭이 맺힌 것을, 옛날에는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겼다. 아울러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뜻하기도 한다. 후한後漢의 장감張堪이 호노狐奴라는 곳에 8천여 경頃의 전지를 개간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농사 짓게 하자, 백성들이 이를 칭송하여 노래하기를 “뽕나무에 곁가지가 없고, 보리 이삭은 두 가닥이로다. 장군이 정사를 하니, 즐거움을 다 말할 수 없네.(桑無附枝。 麥穗兩歧。 張君爲政。 樂不可支。)”라고 하였다 한다. 『後漢書』 권31 「張堪列傳」.
  95. 95)풍비豐碑 : 공적을 기록한 거대한 석비石碑를 말한다.
  96. 96)삼원三元 : 연年·월月·일日이 새로 시작된다는 뜻에서 정월 초하루를 일컫는 말이다.
  97. 97)현망弦望 : 현弦은 음력 8일과 23일쯤의 반달을 의미하며, 망望은 음력 보름의 보름달을 가리킨다.
  98. 98)탕혜휴湯惠休 : 남조南朝 송宋나라 스님으로 시문에 능통하여 후세에 시를 잘하는 사람을 늘 혜휴에 비유하곤 하였다.
  99. 99)지도림支道林 : 진晉나라의 승려 지둔支遁의 자字로, 시에 능해 『支遁集』이라는 시집을 남겼다. 『梁高僧傳』 4.
  100. 100)합포의 구슬(合浦珠) : 피폐해졌던 고을이 수령의 선정으로 인해 원상태로 회복된 것을 뜻함. 합포는 광동廣東 해강현海康縣에 있던 한대漢代의 군郡 이름임. 해변에 위치하여 곡식은 생산되지 않고 바다에서 진주를 수확하였는데, 역대의 군수들이 탐욕을 많이 부려 진주를 닥치는 대로 걷어 가 진주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가 맹상孟嘗이 태수로 부임하여 수탈을 중지시키고 과거의 폐단을 개혁하자, 진주가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後漢書』 권76 「孟嘗傳」.
  101. 101)연진검延津劒 : 진晉나라 때 유명한 칼인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太阿劍이 어떤 인연으로 서로 헤어졌다가, 나중에 연평진延平津의 물속에서 다시 만나 용이 되었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102. 102)주문朱門 : 붉은 칠을 한 문. 지위地位가 높은 벼슬아치의 집을 비유해서 이르는 말. 관청을 말하기도 한다.
  103. 103)적성赤城 : 도교道敎의 전설 속에 나오는 36동천洞天의 하나이다.
  104. 104)현포玄圃 : 주 32 참조.
  105. 105)백족白足 : 세속의 더러움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수도승修道僧을 말한다. 위魏나라의 승려 담시曇始는 발이 얼굴보다도 깨끗했는데 흙탕물을 걸어가도 발이 전혀 더러워지지 않았으므로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렸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琅琊代醉篇」 ≺白足≻.
  106. 106)정위精衛 : 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염제炎帝의 딸이 동해에 빠져 죽어 변한 것으로, 늘 서산西山의 나무와 돌을 입으로 물어다가 동해를 메우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107. 107)당나라 대중 임술년(唐大中壬戌) : 대중 연간에는 임술壬戌년이 들어 있지 않으니, 이는 잘못 기록된 것임이 분명하고, 『海印寺誌』에 의하면 당 회창會昌(武宗의 年號) 임술壬戌(842)이라 되어 있는데, 이것이 맞는 것 같다.
  108. 108)편양鞭羊 : 조선 중기의 승려 언기彦機이다. 휴정休靜에게서 법을 받았으며 금강산金剛山 천덕사, 구룡산 대승사, 묘향산 천수암 등에서 선과 교를 함께 강론하여 명성을 얻었다. 서산 대사 문하 사대파의 하나인 편양파 개조이다.
  109. 109)금비金鎞 : 주 48 참조.
  110. 110)학슬鶴膝 : ① 한시漢詩 작법상作法上의 한 체제. 칠언七言에서 다섯째 글자, 오언五言에서 셋째 글자에 측성仄聲를 쓰는 평측법. ② 한시에서 운율상 피하여야 할 여덟 가지 결점 가운데 하나. 오언에서 제1구의 다섯째 글자와 제3구의 다섯째 글자를 같은 성조의 글자로 쓰는 일을 이른다.
  111. 111)고택膏澤 : 하늘의 은택. 곧 비.
  112. 112)견양犬羊 : 오랑캐 등 외적外敵을 멸시하여 부르는 칭호이다.
  113. 113)혼돈混沌이 처음으로~비로소 엉기니 : 『太玄經』에 “곤륜과 방박은 그윽하다.(昆侖旁薄幽)”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곤륜은 혼돈과 같은 말로 천상天象을 의미하고, 방박磅磗은 팽백彭魄과 같은 말로 지형地形을 의미한다.
  114. 114)사유闍維 : 다비茶毘와 같은 뜻이다. 죽은 이를 화장하는 일.
  115. 115)자기仔蘷 : 1150년(남송 소흥 때) 금金나라 자기仔夔가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정한 『水陸齋儀文』에 의하여 의문儀文을 제정한 책으로, 이 책에 근거하여 수륙재 의식을 진행하는 절차를 말한다.
  1. 1)「似」疑衍文{編}。
  2. 1)「壁」當作「璧」{編}。
  3. 2)「夏」疑衍文{編}。
  4. 1)此行狀。底本在序文之下。編者移置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