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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2_b_01L무경집문고無竟集文稿 권3 ✽문文 2 ✽왕축초재를 행하여 참회하는 것은 일찍이 양무제梁武帝에게서 보았고, 복을 구하되 사특함이 없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공자에게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성을 다하여 우러르며 그윽한 도우심을 바라는 것입니다. 생각건대 재를 지내는 저희는 오백생 기쁜 가정을 이루었고 몇 천 겁의 인연을 심었습니다. 작은 몸을 계림鷄林(우리나라)에 함께 기탁하고 제학鯷壑(우리나라)에서 덧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검술도 없고 학문의 재주도 없으니 문무의 공업을 바랄 것이며, 옷감을 짜지도 못하고 바느질도 서투르므로 한갓 농사만 지으며 살았습니다. 집안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이 삶을 도모하기 어렵고 가족이 백 번 대신 죽은들 어찌 정해진 운명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보계寶髻가 한 조각 향을 바치니 곧바로 장자長者가 명성을 드날린다고 느꼈고, 용녀龍女가 구슬 하나를 드리니 그날로 무구無垢의 기별記莂(수기)을 받았습니다. 마야 부인이 생생에 도솔천에 태어난 것은 인연을 깊이 심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으며, 가섭이 대대로 금색신金色身인 것은 대개 발원이 크기 때문입니다. 내재內財를 공양하지 못할진대 차라리 외물의 시주만 못하니 덧없는 세상의 재물을 다 바쳐 감히 공화空花의 불사를 행합니다. 돈이 산처럼 쌓여 금은의 색이 빛나고, 꽃향기 성대하여 바람과 햇빛에 스칩니다. 삼덕三德273)이 알알이 다 정성이요, 육화六和274)가 하나하나 그 사람인지라, 겨자 같은 인연 비록 미약하나 연감蓮鑑은 곧 두루합니다.바라오니 명부冥府의 성왕 등 여러 분은 품격이 정직하사, 저울에 조그만 그릇됨도 허여하지 않으시고 가풍은 청백하여 달빛과 유리가 서로 비추는 듯합니다. 이미 12명의 여러 목숨을 맡겼으니 억만 겁을 길이 의지하지 않겠습니까. 바라오니 특별히 어리석은 마음을 살피시고 -
009_0402_b_01L1)無竟集2)文稿卷之三
009_0402_b_02L
009_0402_b_03L3)文(二)
009_0402_b_04L王祝草
009_0402_b_05L修齋乞懺。曾有見於梁皇。求福不回。
009_0402_b_06L豈無聞於尼父。故竭丹恪。仰托玄庥。
009_0402_b_07L伏念齋者。五百生歡喜家。幾千劫因緣
009_0402_b_08L種。共寄槲於鷄林。幸浮芥於鯷壑。劒
009_0402_b_09L無術學無材。可望文武之功業。織不能
009_0402_b_10L針不善。徒務稼穡之生涯。家財累鉅萬。
009_0402_b_11L而難圖此生。眷屬百其身。而奚贖㝎
009_0402_b_12L命。寶髻奉片香。而轉身感長者之騰名。
009_0402_b_13L龍女獻一珠。而卽日蒙無垢之記莂。摩
009_0402_b_14L耶后生生兜率界。豈無緣種之深。迦葉
009_0402_b_15L波世世金色身。盖以發願之大。與未能
009_0402_b_16L內財之供養。寧不若外物之檀緣。故罄
009_0402_b_17L壑舟之世財。敢設空花之佛事。錢山層
009_0402_b_18L疊。色堆金銀。花香氤氳。影拂風日。三
009_0402_b_19L德之粒粒皆悃。六和之箇箇其人。芥緣
009_0402_b_20L雖微。蓮鑑卽遍。伏惟冥府聖王等衆。
009_0402_b_21L正直標格。蚊蠅不許坐於秤頭。淸白家
009_0402_b_22L風。琉璃納交光於月竇。旣屬十二生之
009_0402_b_23L群命。可乏億萬劫之長依。伏望特詧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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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2_c_01L그윽한 도움을 주시어, 우리 부부가 함께 신의 도움을 받아 양양하게 하시고, 자손들도 모두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 기쁨이 넘치게 하소서. 그리하면 숙원을 이루어 생전에 불평을 막을 것이요, 하는 일을 다 성취하여 천상에서 무위無爲의 낙樂을 누릴 것입니다. 삼가 마땅히 선을 닦고 근본을 지어 불법을 위하여 몸을 잊을 것이니, 한 번 뛰어 곧바로 불도에 들고 속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우나, 삼생三生에 끊임없이 노력하여 차츰 오르기를 원합니다.영산 별초음양이 갈리자 흑백이 정편正偏으로 나뉘고, 삼재三才가 비로소 분리되자 성범聖凡이 서로 감응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정성을 다하고 우러러 그윽한 가호를 빕니다. 재를 올리는 저희는 함께 섬부주贍部洲에 태어났는데 모습은 숲속의 연리지連理枝와 같고, 바라문종에 짝하니 연못의 원앙과 동일합니다. 만일 무수한 세월을 함께한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금생에 해로하는 기쁨이 있겠습니까. 가정과 일을 합당하게 행하여 건곤의 도를 순응하였고, 바깥일을 바르게 하고 집안일을 잘 닦아 마음이 자석과 쇠처럼 맞았습니다. 황상黃裳275)이 뒤집혀 그릇되지 않아 기우奇偶가 합궁하였고, 누구僂句276)가 속이지 않아 음양이 어긋나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스스로 신세를 헤아려 보니 실로 생사보다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세월이 감에 따라 사산四山의 불이 핍박함을 피할 길 없고, 천지가 넓으나 두 쥐가 등나무를 갉아먹는 것을 물리칠 수 없으니, 화택火宅277)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무엇이 불법의 신력神力만 하겠습니까. 이에 얼마 안 되는 의식의 여분을 다 바쳐 영산 법회의 도량을 세웁니다. 설법하는 높은 말씀은 대해의 물결처럼 일렁이고, 불도를 노래하는 범악梵樂은 우레같이 맑은 하늘에 울려 퍼집니다. -
009_0402_c_01L衷。俯賜冥隲。俾夫婦共獲神扶而揚揚。
009_0402_c_02L兼子孫同蒙佛記而栩栩。然則宿願方
009_0402_c_03L遂。弭不平於生前。能事畢成。樂無爲
009_0402_c_04L於天上。謹當修善作本。爲法忘身。一
009_0402_c_05L超直入。雖愧出籠。三生稍登。庶效點額。
009_0402_c_06L
009_0402_c_07L靈山別草
009_0402_c_08L二儀纔判。黑白分於正偏。三才肇分。
009_0402_c_09L聖凡交於感應。故竭丹恪。仰丐玄林。念
009_0402_c_10L齋者等。並生4)瞻 [1] 部洲邊。狀似林中之
009_0402_c_11L連理。含配婆羅門種。類同池上之䲶鴦。
009_0402_c_12L倘非百劫同業之因緣。那得今生偕老
009_0402_c_13L之歡喜。宜家宜業。道順乾坤。外飭內
009_0402_c_14L修。意合磁銕。誰言黃裳飜錯。已憑奇
009_0402_c_15L偶合宮。莫道僂句成欺。自分陰陽不悖。
009_0402_c_16L然自撫於身世。實莫怖於死生。寒徃暑
009_0402_c_17L來。末由避四山之逼火。天高地厚。難
009_0402_c_18L圖壤二鼠之咬藤。欲脫火宅之寃臼。誰
009_0402_c_19L如佛法之神力。肆罄若干衣食之羡物。
009_0402_c_20L敢設靈山法會之道場。說法高談。波瀾
009_0402_c_21L飜動大海。唱道梵樂。電霆蕩掣晴空。
009_0402_c_22L「無竟集文稿」底本作二卷。第二卷之分量。倍
009_0402_c_23L於一卷故。此下分卷爲「無竟集文稿卷之三」{編}。
009_0402_c_24L「文縞卷之三」五字。編者補入。「文二」二字
009_0402_c_25L編者補入。「瞻」疑「贍」{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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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3_a_01L흑산黑山 아래에 땅을 진동하며 빛이 뻗어 지혜와 경계가 서로 융통하고, 사수死水 가운데 구름과 안개가 일어 성천性天이 넓게 트입니다. 풍광은 법연法筵을 덮어 주고 여러 정토를 꾸며 줍니다.바라오니 부처님께서는 무체無體의 체體를 법계에 크게 하시고 무용無用의 용用을 세상에 두루 펴시옵소서. 한량없는 가운데 거처하시니 모두 비로보각毘盧寶閣이 아님이 없으며 두루 만물에 응하시니 곳곳이 다 석가모니의 진신眞身입니다. 바라옵건대 원만하신 자비를 베푸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정성을 살피옵소서.칠성에 기도하는 글하늘이 비쳐 보는 것은 심히 밝아서 연나라의 추연鄒衍이 통곡하자 서리가 날리고,278)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선한지라 제나라의 서녀庶女가 슬피 부르짖자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279)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감응하고 화복은 득실을 따릅니다. 생각하니 저는 선림禪林의 병든 잎이요 법해法海의 부평초라 나월蘿月, 송풍松風과 어울려 살아갈 마음뿐이요 채근菜根과 목과木果는 호구지책입니다. 그러나 성해性海의 삼정三程280)에 통달하지 못하고 심전心田에 사인四忍281)을 품지 못하였습니다. 정성을 다해 도를 사모함은 설산雪山에서 몸을 잊으신 부처님께 부끄러우나, 마음을 가다듬고 가르침을 공경하여 향성에 몸을 바침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사산四山(생로병사)이 핍박하고 어느덧 구원九原(저승)이 멀지 않아 삼공三空282)의 이치를 깨닫기 전에 오음五陰에 떨어질까 두려웠습니다.우러러 바라오니 치성광熾盛光 여래와 칠대성군七大星君 등의 신은 신기가 광대하고 성덕이 원명圓明하시니, 천정天庭에 거처하면서 호옹皓翁이 오묘한 이치를 묻고 인간 세상을 다니며 교화하사 순풍淳風을 일으키십니다. 모습을 뵌 자는 생전에 형벌의 고통이 없고 이름을 들은 자는 사후에 지옥에 빠지는 근심이 없습니다. 널리 시방에 임하시어 성대한 빛이 가득하고 사해를 두루 비추어 아름다운 징조가 매우 밝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의 미천한 마음을 살피고 가호를 내리시어, 기력이 날로 더욱 튼튼하게 하시고 -
009_0403_a_01L黑山下動地放光。互融智境。死水中興
009_0403_a_02L雲吐霧。恢廓性天。風光廑合法筵。莊
009_0403_a_03L點庶㨾淨土。伏惟大覺慈尊。無軆軆大
009_0403_a_04L於法界。不用用遍於塵方。沒量居中。
009_0403_a_05L頭頭無非毘盧寶閣。周遍應物。處處皆
009_0403_a_06L是釋迦眞身。伏望不捨圓回之慈。俯察
009_0403_a_07L湯仰之慤。
009_0403_a_08L
009_0403_a_09L祈禱七星詞
009_0403_a_10L天鑑孔昭。飛燕霜於慟哭。人心最善。
009_0403_a_11L振齊風於悲呼。感應交於天人。祲禎隨
009_0403_a_12L於得失。念某禪林病槲。法海浮萍。蘿
009_0403_a_13L月松風。是關心之栖遲。茶根木果。彼
009_0403_a_14L糊口之活計。然性海未達於三程。豈心
009_0403_a_15L田克包於四忍。投誠慕道。多慚雪山之
009_0403_a_16L忘。勵節欽風。幾羨香城之罄骨。旣
009_0403_a_17L而四山催逼。俄爾九原不遙。常恐三空
009_0403_a_18L之未前。遽見五陰之隔後。仰惟熾盛光
009_0403_a_19L如來與七大星君等衆。神氣嵬蕩。聖德
009_0403_a_20L圓明。職居天庭。皓翁問妙。遊化人世。
009_0403_a_21L淳風取徵。見形者。生前無刑囚之苦。
009_0403_a_22L聞名者。身後不淪沒之憂。普臨十方。
009_0403_a_23L盛光至密。遍照四海。休徵孔明。伏望
009_0403_a_24L特詧微裏。幸垂陰騭。俾氣力日以增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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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3_b_01L도념道念이 때를 따라 복을 더하게 하소서. 저는 일생 동안 성경誠敬을 다하여 기도하는 마음을 어기지 않을 것이니 만고에 밝게 조림照臨하사 감응하는 마음에 부응하소서. 상향.고경 스님의 돌아가신 스승을 위하여 대신 지은 복결 별소혼돈이 나뉘기 전에는 금란金鸞과 옥봉玉鳳을 그대로 분별하지 않지만, 현황玄黃이 이미 갈리니 천지가 함개函盖처럼 들어맞는 데 무슨 방해가 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수월水月 도량을 열고 때때로 공화空花의 불사를 행하는 것입니다. 생각하니 돌아가신 스승님은 해향海鄕의 지푸라기요 법계의 티끌로, 설법과 송경誦經은 비록 경천동지하지 못하나 진용眞容을 그리고 불상을 조성하는 것은 신선의 솜씨에 견주니, 갈마천羯磨天에서 오지 않았다면 반드시 여래께서 보내셨을 것입니다. 마음속으로 천지의 조화를 장엄하고 붓 끝으로 천태만상을 그려 냈는데, 멀리 사물에서 취하고 가까이 몸에서 취하니 오묘한 이치가 얼음이 풀리는 듯하고, 마음으로 터득하여 손으로 펼치니 빼어난 생각이 바람처럼 일어났습니다. 명예를 드러내지 않아도 멀리까지 드러났으며 이름을 떨치지 않아도 크게 떨쳤습니다. 제산諸山에 있는 선찰禪刹의 불상은 당신의 솜씨가 아님이 없고, 삼매三昧의 품격을 얻은 오묘한 솜씨는 마땅하지 아니함이 없었습니다.생각건대 재를 지내는 저는 바라문 종성으로 어려서 스승님께 의탁하였고, 사바세계의 중생으로 자라서는 지극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먹여 주시고 입혀 주시니 부모님의 은혜와 같았고,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하시니 지독舐犢(송아지를 핥아 줌)의 은혜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밥을 대하면 알알이 은혜에 감사하였고 옷을 입으면 한 올 한 올 은덕임을 생각하였습니다. 골육은 비록 부모가 낳아 주신 골육이지만 피부는 실로 스승의 피부인지라, 항상 백 년 장수를 바랐는데 천명이 칠십뿐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가련타 새우 잃은 수모水母(해파리의 종류) 같은 처지요, 나무에서 떨어지는 목곡화木槲花 신세라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승과 이승의 길이 다르지만 결국은 생사가 한가지 이치인지라, -
009_0403_b_01L得道念時來益慶。然則一生誠敬之懇。
009_0403_b_02L果無忒於所祈。萬古鑑臨之明。實有恊
009_0403_b_03L於攸應。伏惟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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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3_b_05L代古鏡師亡師闋服別䟽
009_0403_b_06L混沌未分。從敎金鸞玉鳳之分踈不下。
009_0403_b_07L玄黃已判。何妨天宇地宙之凾盖相投。
009_0403_b_08L日用水月道場。時繁空花佛事。伏念亡
009_0403_b_09L師。海鄕一芥。法界孤塵。說大法誦大
009_0403_b_10L經。雖未得驚天動地。摸眞容成眞像。
009_0403_b_11L實可侔步虛騰空。若非羯磨天來。必是
009_0403_b_12L如來使出。莊天地造化於方寸窟內。出
009_0403_b_13L千態萬像於一尖刀頭。遠取物近取身。
009_0403_b_14L妙理氷釋。得之心應之手。銳思風生。
009_0403_b_15L譽遠飛於不飛。名大振於無振。入山禪
009_0403_b_16L刹之聖像。無非手材。三昧得格之妙工。
009_0403_b_17L莫不自肎。抑念齋者。婆羅門一種。自
009_0403_b_18L幼托此養師。索訶界衆生。至壯蒙其至
009_0403_b_19L渥。推食食解衣衣。有同吐甘。握恐滅吹
009_0403_b_20L恐飛。不異舐犢。臨食知粒粒咸恩。當
009_0403_b_21L衣想縷縷皆德。骨肉雖是父母之骨肉。
009_0403_b_22L肥膚實乃師傳之肥膚。常願眉壽百歲。
009_0403_b_23L誰知元命七旬。可憐水母目之喪蝦。叵
009_0403_b_24L耐木槲花之失卉。然幽顯殊途。究死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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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3_c_01L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한갓 탄식한들 저승길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천도로 구제하여 오르게 하는 데에는 깨달음의 피안보다 마땅함이 없습니다.이에 일생의 남은 재물을 다하여 공경히 삼단三壇의 소략한 예를 진설하니, 연복練服283)의 재齋를 만나 때는 초봄입니다. 종종의 진수는 모두 마음 밖에 나온 것이 아니요, 개개의 물품들은 모두 정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법문을 조목조목 설하니 금성옥진金聲玉振이요, 예악을 번갈아 연주하니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리는 듯합니다. 낮에는 『연화경』의 오묘한 말씀을 연설하고 저녁에는 운수雲水의 수승한 법회를 여니, 제망帝網의 구슬이 천상에서 서로 비추고 영산의 법회가 인간 세상에 펼쳐진 듯합니다.바라옵건대 대각 자존께서는 원회圓回(원만히 회향함)의 원력을 버리지 마시고 특별히 해탈의 문을 열어 망령을 인도하사 곧바로 구품의 연화대에 오르게 하시고, 재를 지내는 자가 사대四大의 서원284)을 다 이루게 하소서. 그리하여 금색계金色界 내에서 자유로이 소요하고, 진묵겁塵墨劫 가운데 인연 따라 다시 만나도록 해 주시면 비록 범인과 성인이 다르다고 하나 이 또한 반드시 감응할 것입니다. 삼가 두 손 모아 하늘을 받들고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한 번 부름에 세 번 허락함은 비록 삼평三平에 부끄러우나 거듭 태어나서 다시 만날 것은 문원文園을 본받기를 바랍니다.회문산 만일사 사적사인서술하건대 현묘한 기틀이 확 트여 우레와 바람이 묘유妙有의 공을 펼치고, 큰 기운이 광대하여 하늘의 맑은 기운을 맺었으니, 왕가의 용수龍首(산맥의 주봉)가 되지 않으면 반드시 불회佛會의 취두鷲頭(영취산)가 되리라. 이 절이 있는 곳은 삼한의 오랜 터며 만고의 복지福地이다. 중수하여 넓게 연 분은 고려 말의 나옹懶翁 스님이고 아울러 인연을 도운 이는 조선 초의 무학無學 대사이다. 대개 두 분이 사찰의 터를 낱낱이 살피시고 함께 탄식하며 말씀하시기를, “삼문三門이 안개에 덮이니 곤륜산의 낭풍閬風이 옥도玉都에 이어지고, 팔동八洞에 구름이 자욱하니 봉래와 영주가 패궐貝闕(용궁)에 나란하다.” 하셨다. 이에 조화옹造化翁이 머무른 곳을 살피니 -
009_0403_c_01L一理。擗踊徒歎。奚益於冥途。薦拔稍登。
009_0403_c_02L莫宜於覺岸。肆罄一生羨財。敬設三壇
009_0403_c_03L略禮。齋丁鍊服 [5] 。序屬抄春。種種珎羞。
009_0403_c_04L皆非心外出。箇箇物色。盡從誠裡生。
009_0403_c_05L法文條陳。金聲玉振。禮樂迭奏。電掣
009_0403_c_06L雷轟。晝演蓮華妙詮。夜排雲水勝會。
009_0403_c_07L帝網珠互融天上。靈山會怳設人間。伏
009_0403_c_08L望大覺慈尊。不捨圓回之力。特開解脫
009_0403_c_09L之門。導亡靈直登九品蓮臺。俾齋者
009_0403_c_10L畢遂四大矢願。然則金色界內。如意逍
009_0403_c_11L遙。塵墨劫中。隨緣邂逅。雖曰凡聖異
009_0403_c_12L矣。是亦感應必然。謹當隻手擎天。一
009_0403_c_13L心向佛。一呼三諾。縱愧三平。再生重
009_0403_c_14L逢。庶效文遠。
009_0403_c_15L
009_0403_c_16L回門山萬日寺事蹟詞1)引 [1]
009_0403_c_17L述夫玄機寥廓。雷風驅妙有之功。大氣
009_0403_c_18L洪濛。淸混結乾元之氣。不爲王家之龍
009_0403_c_19L首。必作佛會之鷲頭。玆寺也。三韓古
009_0403_c_20L基。萬古福地。重修廣拓。麗季懶翁。並
009_0403_c_21L出助緣。漢初無學。盖二聖胥宇歷銓而
009_0403_c_22L共唶曰。三門韜霧。接崑閬於玉都。八
009_0403_c_23L洞莊雲。引蓬瀛於貝闕。乃得造化翁偃
009_0403_c_24L「引」下有「孤松子述」編者除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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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4_a_01L과연 용신龍神이 보호하는 도량을 얻었다. 건덕建德(이상향)의 세계와 같고 화서華胥(이상향)의 풍경처럼 깨끗하여 필맥畢陌285)의 가기佳氣가 성대하고 기수祇樹의 향기가 가득하니 어찌 불가佛家만 장엄할 것인가. 또한 임금을 안장할 곳이었다.그러나 만물은 각각 주인이 있으니 어찌 사람 스스로 모를 것인가. 무궁한 세월 동안 가려 있다가 땅도 운수도 때를 기다려 이제야 드러났다. 드디어 먼저 상장上章, 망월望月, 마봉馬峰 등의 세 암자를 세우고 우두牛頭, 감로甘露, 청계淸溪의 물을 마시니 기원紀元은 홍무洪武 갑술년(1394)이었다. 이윽고 특별한 터를 잡아 널리 초제招提를 건립하고 단문檀門에 모연募緣하니 보시布施의 마음이 용솟음치고, 화소化所의 역사를 일으키니 공인工人이 바람처럼 몰려 그해에 시작하여 오래지 않아 일을 마쳤다. 만일사萬一寺의 명성이 널리 퍼져 천년을 빛날 듯하여, 처음엔 백제왕의 원당願堂이 되었다가 영원히 삼보三寶의 높은 법계가 되었다. 『여지승람輿地勝覽』에 기록되어 산수의 기이함이 전해지니 비록 호남의 구석에 있으나 나라의 으뜸이었다. 경태景泰 경오년(1450)에 화재가 일어나서 잿더미가 되자 신마神馬가 슬픔을 머금었고 가시덤불만 우거지게 되었다. 그 후에 절의 대중이 분발하여 즉시 중수하였다. 신유년(1561)에 왜구의 해를 입었고 갑자년(1564)에 다시 병화로 불에 탔다.만력萬歷 계묘년(1603)에 지견智堅, 성천性天, 여간如干 스님 등이 나와 마음과 힘을 합하고 공인工人을 모아 일을 시키니 훌륭한 솜씨가 많았으며, 단문檀門에 모연募緣하자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시하였다. 법당과 불상을 조성하고 선당과 승당을 세워 근심 없이 편안하게 백여 년을 지냈다. 스님들이 차츰 모여들어 제비가 둥지 트는 것을 기쁘게 보았고, 유람객이 멀리서 와 길을 막는 호랑이를 만날까 두려워하였다. 숭정 후崇禎後 을유년(1705)에 두타승 시책時策이 탱화를 그리고 -
009_0404_a_01L泊之處。果見龍神部擁護之場。依俙建
009_0404_a_02L德乾坤。瀟洒華胥風色。鬱乎畢陌之佳
009_0404_a_03L氣。藹然祗樹之芳林。奚啻莊點佛家。
009_0404_a_04L亦當壽封王隧。然物各有主。豈人自不
009_0404_a_05L知。年無窮世無窮。封蔽幾日。地有待
009_0404_a_06L數有待。發揮此時。遂與先搆乎上章望
009_0404_a_07L月馬峯等三庵。仍歃其牛頭甘露淸溪
009_0404_a_08L等三水。紀元卽洪武甲戌歲也。旣而正
009_0404_a_09L點特址。廣設招提。募緣檀門。施心泉湧。
009_0404_a_10L蕆役化所。杍工風趍。濫觴當年。覆蕢
009_0404_a_11L不日。揚萬日名寺。擬千古流光。始爲
009_0404_a_12L百濟王願堂。永作三寶尊法界。載諸輿
009_0404_a_13L地勝覽。傳乎山水奇觀。雖處湖隅。獨
009_0404_a_14L步海表。至景泰庚午歲。回祿飛火。鞠
009_0404_a_15L爲煨燼。神馬含悲。忍看荊棘。厥後寺
009_0404_a_16L僉。各奮其力。重修卽時。至於辛酉之年。
009_0404_a_17L又被倭火流毒。甲子之歲。再見兵燹所
009_0404_a_18L焚。粤萬曆癸卯歲。有智堅性天如干軰
009_0404_a_19L出。匪石其心。斷金其利。聚工役所。巧
009_0404_a_20L手陾陾。募緣檀門。施心翼翼。造法堂
009_0404_a_21L與佛像。構禪堂又僧堂。自若爲一無憂。
009_0404_a_22L安妥過百餘稔。緇徒稍集。喜見賀厦
009_0404_a_23L之玄禽。遊客遠臨。恐遭擁道之於菟。逮
009_0404_a_24L崇禎後乙酉。有頭陀僧時策。乃繪畫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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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4_b_01L법당을 중수하려 하였으나 병으로 갑자기 죽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정유년(1717)에 주지승 혜단慧丹이 절의 대중과 함께 도모하여 여러 인연을 모집하고 단재檀財를 모았다. 오래지 않아 공을 이루어 거듭 새롭게 하고 복구한 것은 때가 이르렀고 운수 또한 마땅했던 것이다. 나는 학해學海의 작은 물방울이요 치림緇林의 병든 잎으로 선산仙山의 무리를 이끌고 있어서, 마음만 왕래하는지라 그 자취를 기록함에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저한다. 감히 사를 짓는다.
法王應運 법왕이 시운에 응하시어
利見天下 천하에 나타나시자
玉毫兌照 옥호玉毫가 서쪽에서 빛나고
雞林震化 계림은 동쪽에서 교화되었다
麗季漢初 고려 말 조선 초에
翁也學也 나옹 화상과 무학 대사께서
萬古一時 만고 일시에 만나
並行同軻 자취를 나란히 하셨다
遍踏山川 산천을 두루 다니며
箇箇遺讖 곳곳에 참언讖言을 남기어
裨補國家 국가를 비보하고
百世垂陰 백세에 그늘을 드리웠다
福國祐世 나라에 복 주고 시대를 도움에
捨此奚適 이를 두고 어디로 갈 것인가
敢把腐毫 감히 하찮은 붓을 잡아
聊札佳蹟 아름다운 자취를 쓴다성수산 반룡사 사적사인현기玄機가 은밀히 운행하니 하락河洛의 신령스런 기약이 감응하고, 소건素鍵이 열리자 건곤의 서기가 성대하다. 낭주朗珠를 지혜의 바다에 흩으니 대업이 이미 이루어지고, 자옥紫玉을 선산禪山에서 뽑으니 지극한 도가 바야흐로 탄탄하게 되었다. 드디어 삼천법계가 교화를 따라 법좌의 존귀함을 알게 되었고, 백억의 대왕이 도를 듣고 신분의 귀함을 잃었으니 석가모니의 신묘한 교화가 아니면 누가 여기에 참여하리오. 위음왕威音王의 현묘한 공으로도 실로 어찌할 수 없으리라. 이로부터 비석과 안탑이 사바세계 가운데 다투어 점철되고 종과 북소리가 승금주 밖에까지 들렸다.대저 이 절은 청우靑牛의 복지福地요 설산雪山의 영지靈地이다. 백두산과 덕유산을 조종祖宗 삼아 홀로 우뚝 솟고, 마령馬嶺을 걸치고 구동狗洞을 보며 가장 밝고 트인 곳에 있어 -
009_0404_b_01L幀。擬重修晬堂。以病遄亡。可朕其惜。
009_0404_b_02L於丁酉歲。主寺僧慧丹與寺僉同謀計。
009_0404_b_03L募衆緣鳩檀財。不日告功。重新復古。
009_0404_b_04L時乎至矣。數亦當㦲。若余者。學海微漚。
009_0404_b_05L緇林病葉。引領仙山徒。借魂而徃來。
009_0404_b_06L落筆眞蹟。還愧心而趦趄。敢爲詞曰。
009_0404_b_07L法王應運。利見天下。玉毫兌照。
009_0404_b_08L雞林震化。麗季漢初。翁也學也。
009_0404_b_09L萬古一時。並行同軻。遍踏山川。
009_0404_b_10L箇箇遺讖。裨補國家。百世垂陰。
009_0404_b_11L福國祐世。捨此奚適。敢把腐毫。
009_0404_b_12L聊札佳蹟。
009_0404_b_13L
009_0404_b_14L聖壽山盤龍寺事蹟詞引
009_0404_b_15L原夫玄機密運。肹蠁河洛之靈期。素鍵
009_0404_b_16L纔開。氤氳乾坤之瑞氣。撒郞珠於智海。
009_0404_b_17L大業旣成。抽紫玉於禪山。至道方坦。
009_0404_b_18L遂使三千法界向風知袵席之尊。百億
009_0404_b_19L大王聞道失巖廓之貴。匪釋迦之神化。
009_0404_b_20L孰能與於此㦲。是威音之玄功。實末如
009_0404_b_21L之何也。由是龜碑鴈塔。爭點索訶界中。
009_0404_b_22L鳬鍾鯨桴。相聞勝金洲外。夫玆寺也。
009_0404_b_23L靑牛福地。雪山靈區。祖白頭宗德裕而
009_0404_b_24L嶐獨尊。跨馬嶺頫狗洞而爽塏居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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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4_c_01L나란那蘭286)의 가기佳氣가 성대하고 급고독給孤獨의 기림이 창창하다. 김제金堤에 장강이 흘러 현묘함이 월굴과 통하고, 옥협玉峽엔 경풍庚風이 불어 상쾌함이 천근天根에 사무치니 청납靑衲(스님)의 거처가 아니 되면 황건黃巾(도적)의 소굴이 되었다.고려시대에 영조靈照 국사가 산수를 두루 살피시니 인연 있는 무리가 자식처럼 몰리고, 총림의 터를 잡으니 순식간에 큰 절을 이루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법운이 다하고, 세상은 쇠퇴하고 사람은 게을러 도가 분열되니, 만고의 명승지가 하루아침에 폐허가 되었다. 물색은 쓸쓸하니 취령鷲嶺의 푸름을 차마 보겠으며, 풍광은 참담하여 옛 앵림鶯林의 무성함이 아니었다.만력 경술년(1610)에 고을의 스님 계환戒環 등이 서로 맹세하고 함께 나서 중수를 도모하였다. 이때가 선조 임금이 처음 다스릴 때요 정암靜菴287)이 서원을 지을 때였다. 한음漢陰288)과 오성鰲城289)이 한마음으로 일을 맡았고 감사와 수령이 힘을 합치고 인연을 도와, 절의 스님 종희宗熙, 설형雪浻 등에게 명하여 법당을 창건하고 중사衆舍를 경영하여, 도원道院과 학전學田의 장소가 되게 하고 길이 불가의 복을 비는 터로 삼게 하였다. 역부役夫가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불자의 안거가 이미 이루어졌으며, 법회가 성대히 열려 많은 사람이 모였고, 설산의 아름다운 모임이 일시에 이루어져 바늘 꽂을 땅도 없었다. 의룡義龍이 구름에서 뛰니 학해學海의 파란이 일고, 율호律虎가 바람처럼 일어나니 계림의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금로金爐가 손바닥에 있으니 멀리 담복薝蔔(치자)의 향기 전해지고, 옥경玉鏡이 마음을 맑게 하니 모두 파초의 비유290)를 깨달았다. 또한 부자와 수자壽者가 간간이 태어나 끊이질 않고 강한 자, 힘 있는 자가 대대로 한없이 나왔다. 사방이 가르침을 따라 적번赤幡을 내리고 온 나라가 높은 자취를 원하며 감로에 젖었다.전각과 방사房舍의 장엄은, 법전法殿이 학의 발돋움하듯 높이 솟고 중방衆房은 벌집처럼 배치되었다. 범루梵樓는 태양을 끌어 희화羲和(태양신)가 고삐를 놓치고, 아름다운 나무가 서로 비쳐 -
009_0404_c_01L鬱鬱那蘭之佳氣。蒼蒼給孤之祗林。控
009_0404_c_02L長江於金堤。玄通月窟。引庚風於玉峽。
009_0404_c_03L爽徹天根。不爲靑衲之居。其作黃巾
009_0404_c_04L之窟。至高麗世。有國師靈照。歷銓山
009_0404_c_05L水。有緣衆爭子來。胥宇貧婆。不旋踵成
009_0404_c_06L大刹。奈何年深歲久。法運告窮。世降
009_0404_c_07L人怠。道術遂裂。萬古勝地。一朝丘墟。
009_0404_c_08L物色蕭條。忍見鷲嶺之虛翠。風光慘惔。
009_0404_c_09L非復鸎林之蔚藍。逮萬曆庚戌歲。又有
009_0404_c_10L鄕僧戒環輩。相矢並出。共謀重修。時
009_0404_c_11L當宣廟御宇之初。事靜菴理院之際。漢
009_0404_c_12L陰鰲城。同心主事。監司守令。並力助
009_0404_c_13L緣。即囑寺僧宗熙雪浻等。創建法堂。
009_0404_c_14L經營衆舍。俾爲道院學田之所。永作佛
009_0404_c_15L家祝釐之場。役夫之走步不移。釋子之
009_0404_c_16L安居已就。霧市殷開於五里。張袂不風。
009_0404_c_17L雪山嘉會於一時。植錐無地。義龍雲躍。
009_0404_c_18L汹學海之波瀾。律虎風騰。蔚戒林之柯
009_0404_c_19L葉。金爐在掌。遠傳簷蔔之香。玉鏡澄
009_0404_c_20L心。盡曉芭蕉之喩。又有富者壽者而間
009_0404_c_21L生不絕。强者力者而世出無窮。四隣立
009_0404_c_22L下風而倒赤幡。一國願高躡而甘露。
009_0404_c_23L若其殿舍之莊點也。法殿高峙鶴跂。衆
009_0404_c_24L房密排蜂窼。梵樓控陽。義和失轡。琪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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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5_a_01L병예屛翳(구름신)가 길을 멈추었다. 회상繪像이 옥빛을 머금은 채 빛나고 소상塑像은 금산을 안고 둘러섰다. 창문이 두루 빛나니 불야성이 이어진 듯하고 전우殿宇가 활짝 열려 어두운 밤에서 벗어난 듯하다. 금탁金鐸이 바람에 울리니 사시에 천악天樂이 울리고 옥찰玉刹에 달이 걸리니 두 송이 연꽃이 서리에 젖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우뚝 솟아 기이한데 흡사 초지初地(환희지)와 같고, 가까이 가 보면 상쾌하고 화려한데 낙교樂郊라 할 만하다.그러나 만물은 성하면 쇠퇴하는 것이 이치요 태평 시절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다. 흉년을 많이 겪고 무거운 부역에 시달려서, 치도緇徒가 이로부터 사방으로 흩어지고 법문法門이 공허하게 되었다. 아전鵝殿과 앙려鴦廬 외에 몇 개의 방만 남아 때때로 수리하고, 명부전 정문 외에 암자 둘만 보존하여 안거를 폐하지 않았다. 그 밖의 옛터는 바위 사이 덩굴로 덮이고 숲 밖의 밭으로 들어간 것이 한두 곳이 아니니 참으로 슬프도다. 그러나 천도는 순환하니 옛 모습을 회복하는 운수가 있을 것이요, 지덕은 한없으니 어찌 다시 새로이 하는 기약이 없을 것인가.주지 법총法聰 스님은 절의 큰 공로자요 산문의 큰스님으로, 이 절에 거주하고 유지하며 남다르게 애를 썼는데 여기에서 자라고 늙었으며 가없는 힘을 쏟았다. 그간의 사적을 지니고 와 한 편의 기문을 구하였다. 내가 거절하기 어려워 글을 엮었으나 도리어 문채만을 따온 것이 부끄럽고, 글귀만을 따다 붙이니 추구하는 것이 몸에 새기는 것보다 심하며, 소라로 바다를 뜨고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니 인내가 뼈를 깎는 것보다 더하다.291) 그러나 문장은 도 때문에 행해지고 저 도는 혹 문장 때문에 말할 수 있으며, 도는 문장 때문에 전해지되 이 문장은 혹 도를 의지하여 불후하게 되니, 도는 문장에 기대어 훗날에 보일 수 있고 글은 도를 의지하여 오늘날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사는 다음과 같다.
質判玄黃 현황의 바탕이 나뉘어
氣分淸濁 청탁의 기가 분리되었다
睿塗茵藹 지혜의 도가 성대하자
靈機龕忽 신령한 기가 감응하였다
玉架天都 옥으로 천도를 짓고
金裁地闕 황금으로 지궐을 마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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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5_a_01L掩暎。屏翳停鏕。繪像含玉滋而超輝。塑
009_0405_a_02L容擁金山而圓立。房籠匝曜。疑連不夜
009_0405_a_03L之城。殿宇洞開。似出重昏之夜。金鐸
009_0405_a_04L吟風兮。四時天樂。玉刹掛月兮。兩朶
009_0405_a_05L霜蓮。遠而望峭而奇。怳若初地。迫而察
009_0405_a_06L爽而麗。可謂樂郊。然而物盛而衰。理
009_0405_a_07L之然也。時難久泰。道之變乎。多經大
009_0405_a_08L無。長苦重役。緇徒自爾四散。法門以
009_0405_a_09L之一空。鵝殿鴦廬餘。唯存數房而有時
009_0405_a_10L補翼。冥府正門外。但保兩庵而無廢安
009_0405_a_11L居。其他舊墟。蒙藤葛於巖間。入田地
009_0405_a_12L於林外者。不一其所。可勝此悲。所恃
009_0405_a_13L天道好還。會有復古之數。地德無限。
009_0405_a_14L豈無重新之期。有住持曰法聰。寺內
009_0405_a_15L元勳。山中鉅擘。住於寺持於寺。用權
009_0405_a_16L非常。長於斯老於斯。費力無量。手中年
009_0405_a_17L之事蹟。徵一片之記文。余乃重違。依
009_0405_a_18L用編苫。還愧買彩。尋竟摘句。求甚刻
009_0405_a_19L身。酌海窺天。忍踰刮骨。雖然。文因道
009_0405_a_20L擧。彼道也。或憑文而可稱。道因文傳。
009_0405_a_21L斯文也。或倚道而不朽。然則道憑文而
009_0405_a_22L可示於後。文倚道而無愧乎今。詞曰。
009_0405_a_23L質判玄黃。氣分淸濁。睿塗茵藹。
009_0405_a_24L靈機龕忽。玉架天都。金裁地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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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5_b_01L棟列晴丘 기둥은 맑은 언덕에 이어지고
窓栖霽月 창엔 밝은 달이 걸렸다
金山周暎 금산이 두루 비치고
玉毫騰輝 옥호가 빛을 날린다
人天同會 인천이 함께 모이고
龍象共依 용상이 모두 의지한다
名雖學田 이름은 비록 학전이나
實爲佛國 사실은 불국토이다
隋稱興國 수나라는 흥국사라 칭하였고
陳曰報德 진나라 땐 보덕사라 하였다
孰與家福 무엇이 가정이 복을 받고
崇之國力 국력이 높은 것만 같겠는가
人靈合慶 인령이 함께 축하하고
龍神悅伏 용신이 기뻐하며 복종한다
鰌壑雖渴 추학은 비록 고갈돼도
龍莊不滅 용장은 불멸하리라추월산 용추사 사적사인기술하건대 형통하고 좋은 운수가 돌아오니 하늘이 사문斯文을 없애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고, 아름답고 밝은 서기가 열리니 사람이 이 도를 넓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묘한 교화는 선성先聖의 자취를 이었고 큰 업적은 조종祖宗의 빛을 더하였다. 우리의 도는 학국鶴國의 원기요 세존은 교화의 본원이니 문덕을 높이는 자는 천하를 태산같이 편하게 할 것이요, 도를 해치는 자는 누란累卵처럼 신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상고 이전은 오래되어 의론할 수 없으나 중고 이후는 뚜렷하여 거울삼아 경계할 수 있다. 패일佩日의 꿈에 감응하여 후한의 명제明帝는 가람을 창건하였고, 마음이 지혜의 바람에 취하여 양무제는 사찰에 행차하였으니 모두 석문石文의 뜻으로 치도의 공업을 이루었다.아도阿度292)가 신라에 건너와 온 나라가 지혜의 은택에 쉬었고, 담시曇始293)가 고구려에 처음 가니 만민이 현묘한 교화에 깨어났다. 드디어 가르침이 크게 행해져 집집마다 심복하고 사람마다 교화되었다. 또한 용상 대덕이 배출되어 불조의 도맥道脈을 크게 여니, 용신이 귀의하고 공경하여 항상 탑사가 이어지고, 인천이 모두 기뻐하며 다투어 아낌없이 국성을 희사하였다. 공적이 크고 문덕이 빛나 삼가三駕(三車)를 함께 달리고, 근본을 세우고 교화를 크게 펴서 천추에 법을 드리웠다.개사開士 신총信摠과 장로 혜징惠澄이 가람을 세우고자 터를 낱낱이 살피고, -
009_0405_b_01L棟列晴丘。窓栖霽月。金山周暎。
009_0405_b_02L玉毫騰輝。人天同會。龍象共依。
009_0405_b_03L名雖學田。實爲佛國。隋稱興國。
009_0405_b_04L陳曰報德。孰與家福。崇之國力。
009_0405_b_05L人靈合慶。龍神悅伏。鰌壑雖渴。
009_0405_b_06L龍莊不滅。
009_0405_b_07L
009_0405_b_08L秋月山龍湫寺事蹟詞引
009_0405_b_09L述夫享嘉回運。可見天未喪斯文。休明
009_0405_b_10L啓瑞。果知人能弘此道。神化接武於先
009_0405_b_11L聖。大業增光於祖宗。惟吾道鶴國之元
009_0405_b_12L氣。實世尊象化之本源。崇文者。措天
009_0405_b_13L下於泰山。害道者。阽身世於累卵。上古
009_0405_b_14L以上。尙矣無以議爲。中古以來。昭乎
009_0405_b_15L可以鑑戒。夢徵佩日。漢有明帝之剏藍。
009_0405_b_16L心酣慧風。梁有武帝之臨寺。咸以石文
009_0405_b_17L之志。能臻治道之功。至若阿度度于羅。
009_0405_b_18L一國共休慧澤。曇始始之貊。萬民咸蘇
009_0405_b_19L玄風。肆草偃於風行。乃戶服而人化。
009_0405_b_20L伊龍象羣喆之輩作。寔佛祖道脉之大
009_0405_b_21L張。龍神歸欽。長使塔寺相望。人天合慶。
009_0405_b_22L爭捨國城無慳。巍乎功煥乎文。並驅三
009_0405_b_23L駕。立其本大其化。垂法千秋。有開士信
009_0405_b_24L揔與長老惠澄。共胥宇伽藍。遂歷銓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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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5_c_01L하늘 높고 땅 넓은 곳에 천 년의 자리를 정하니 산 높고 물이 깊어 만고의 서기가 통하였다. 서북쪽 산기슭을 정하여 이에 총림을 설치하니, 금지金地가 용출한 듯 활짝 열렸으나 옥전玉田의 편안함은 화성만 같지 못하였다. 세월이 감에 따라 여러 번 재앙을 만나 끝내는 불길에 재가 되어 덩굴만 무성한 황무지가 되었다.고려 말에 나옹 국사가 우연히 보리암에서 쉬시다 문득 용추의 풍광을 돌아보시고 절터를 정하고자 목부木鳧294)가 이르는 곳을 살폈다. 과연 을자乙字(龍)가 두담蚪潭의 물결로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예전의 사찰이 이 용의 해를 입었음을 아시고 그 허리를 철 지팡이로 잡아채니 금치金峙에 그 피를 흘렸다. 그리하여 석굴에 몸을 숨겨 금사金沙를 보호하시니 골짜기 길이 층층이 위태로워 겨우 발길이 통하고, 풍경이 소쇄하여 속세의 시끄러움을 멀리 끊었다. 골짜기를 막아 섬돌을 만들고 안찰을 배열하여 경계를 지었다. 남쪽을 향하고 북녘을 등지니 참으로 상쾌하고, 예전과 비교하니 정신을 더욱 일깨워 장엄한 지상의 사찰이 하늘 궁전과 상호 융화하였다. 그러나 성하면 쇠퇴하는 것이 만물의 이치요, 오래 태평하기 어려운지라 도리 또한 변하는 것이다.만력 임진년(1592)에 이르러 왜구가 침략하여 병화가 닥쳤다. 몇 백 년의 금전이 불타서 하루아침에 옥찰이 폐허가 되니, 잔나비와 새소리도 슬픔을 머금고 산과 시내도 참담한 빛을 띠었다. 경오년(1630) 봄에 소요逍遙 화상이 마음을 분발하여 옛 제도를 회복하고 힘을 다하여 중수하였다. 뜻을 함께하는 자가 다투어 오고 인연을 돕는 자가 몰려들었다. 천각天覺 대덕과 현정玄淨 상인이 법당을 먼저 세우고 이어 단청을 발랐다. 지감智鑑 스님이 장륙존상을 조성하고 연주連珠 스님이 법당에 기와를 덮었다. 계엄戒嚴 선화가 백룡白龍(경진년, 1640)의 여름에 미륵전을 건립하고 계철戒哲 장로가 적호赤虎(병인년, 1686)의 봄에 큰 누각을 세웠다. 흩어진 무리를 모으고 오는 사람을 맞이하여 -
009_0405_c_01L址。乾也大坤也廣。位㝎千年。山之高
009_0405_c_02L澤之深。氣通萬古。試占乾麓。爰設貧
009_0405_c_03L婆。金地豁開。雖曰湧出。玉田妥安。未
009_0405_c_04L若化城。久歷居諸。累逢灾變。終爲刼
009_0405_c_05L火煨燼。謾見丘墟藤葛。至麗季國師懶
009_0405_c_06L翁。偶憇錫菩提練若。忽回矚龍湫風光。
009_0405_c_07L欲占梵基。試木鳬之戾止。果見乙字
009_0405_c_08L寫蚪潭之波頭。知前剏之爲灾。果此龍
009_0405_c_09L之所害。拏其腰以鐵笻。藻彼血於金峙。
009_0405_c_10L潜身石窟。護心金沙。加以洞逕層危。
009_0405_c_11L僅通行履。觸境瀟洒。夐絕塵喧。塡虬
009_0405_c_12L壑而釦階。排鴈刹而結界。面离背坎。
009_0405_c_13L爽塏十分。將古況今。精神百倍。莊嚴
009_0405_c_14L地閣。互融天宮。然而物盛而衰。理固
009_0405_c_15L然也。時難久泰。道亦變乎。至萬曆壬
009_0405_c_16L辰歲。倭寇流毒。兵燹橫侵。幾百載金
009_0405_c_17L田鞠爲焚蕩。一朝間玉刹謾作灰丘。
009_0405_c_18L猿鳥聲兮含悲。山水色兮帶慘。粤庚午
009_0405_c_19L春。有逍遙老和尙。奮心復古。盡力重新。
009_0405_c_20L同志者爭趍。助緣輩坌集。有曰天覺大
009_0405_c_21L德玄淨上人。首創法堂。尾墍丹雘。智
009_0405_c_22L鑑師造像丈六。連珠師盖瓦晬宮。戒嚴
009_0405_c_23L禪和。建彌勒於白龍之夏。戒哲長老。
009_0405_c_24L樹大樓於赤虎之春。集散衆迎來人。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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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6_a_01L여러 건물을 세우고 법물을 갖추었다. 그러나 세월이 감에 따라 법계가 소조하여, 위에는 비가 새고 곁은 바람이 몰아쳐 전각이 떨어져 나갔다.이에 월봉月峰 대덕이 두류산에서 와서 보계寶界를 중수하고 법당을 세우며, 선법을 설하고 법회를 여니 당시의 두타 해운海雲의 힘보다 컸을 뿐 아니라 훗날의 출신 계운溪雲의 공적보다 많았다. 약간의 무리를 안집安集하게 하여 수십 년 동안 지내니, 쥐가 담을 뚫은 일이 없었고 제비가 둥지를 트는 기쁨이 있었다. 강희 기해년(1719)에 이르러 신사 유대해柳大海가 명부전을 창건하고 비구 명신明信이 각각의 첩을 그렸다. 유대해는 또 대중과 함께 의논하여 법전을 중수하고자 하였으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요절하였으니 누가 뒤를 이을 것이며, 일을 중도에 그쳤으니 차마 말할 수가 없도다.지원智元 선사가 절의 큰스님과 함께 마음을 변치 아니하고 힘을 모을 것을 맹세하였다. 두루 단화檀貨(시주 재물)를 모으고 아울러 저축한 재물을 다하여 여러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 많은 공인들을 모아, 구폐를 혁신하고 새 제도를 아름답게 하여 기유년(1729)에 구조를 짓고 경술년(1730) 봄에 기와를 덮었다. 신해년(1731)에 방장 목암牧庵이 있어서 자애로운 마음을 두고 지혜의 힘을 드러내어, 법전이 채색되지 않은 것을 탄식하고 청정한 곳을 두루 장엄하지 못함을 슬피 여겼다. 이에 제자 백붕白朋과 법제자 치호致浩에게 부촉하여 절의 무리와 심력心力을 함께하여 중창의 대역사를 도모하였다. 불전과 누각 문을 단청하고 탱화와 선영先影(선사의 영정)을 그리니, 화려한 용마루와 그림 누각이 탁 트여 엄정하게 서 있고 붉은빛과 황금빛이 성대히 아름다웠다. 살펴보니 옥림玉林이 모두 우뚝하여 마르지 않는 주안珠岸과 같으니, 공업이 성대하고 아름다워 진실로 고금에 보기 드문 것이었다.나는 치림緇林의 병든 잎이요 법해法海의 작은 물방울이라 백가의 글은 한갓 찌꺼기만 저작咀嚼하였고, 오교五敎295)의 학문은 언어 문자만 연구하였으니 -
009_0406_a_01L諸舍備法物。何其年深歲久。法界瀟條。
009_0406_a_02L上雨傍風。殿閣撲落。於是月峯大德。
009_0406_a_03L來自頭流。修寶界建法幢。設禪法開霧
009_0406_a_04L市。頭陀海雲之力。不啻大於當時。出
009_0406_a_05L身溪雲之功。亦有多於後日。安集若干
009_0406_a_06L衆。賴過數十年。鼠無穿墉之侵。燕有
009_0406_a_07L賀厦之慶。以至康熙己亥歲。信士柳大
009_0406_a_08L海。剏建冥司。苾蒭明信。繪畫各帖。柳
009_0406_a_09L也又與大衆同議。準擬法殿重修。願未
009_0406_a_10L成而夭亡。誰可代也。事不遂而中廢。
009_0406_a_11L尙忍言㦲。有智元禪師。與寺中鉅擘。
009_0406_a_12L矢匪石其心。期斷金其利。遍鳩檀貨。
009_0406_a_13L兼竭留財。蕆諸需聚衆工。革舊廢美新
009_0406_a_14L度。結構於乙 [6] 酉歲。盖瓦於庚戌春。以
009_0406_a_15L歲辛亥。有牧庵大丈室。慈心所存。慧
009_0406_a_16L力自發。慨晬殿之未及黏彩。悲淨域之
009_0406_a_17L尙欠周莊。乃囑神足白朋法胤致浩
009_0406_a_18L與寺衆同心力。謨大役施重功。丹靑於
009_0406_a_19L佛殿與樓門。繪描於聖幀及先影。飛甍
009_0406_a_20L畫閣。噲噲其嚴。渥丹流金。森森其懿。
009_0406_a_21L是見玉林皆突。盍同珠岸不枯。嗟功業
009_0406_a_22L之盛休。誠古今之罕覩。若余者。緇林
009_0406_a_23L病槲。法海涓流。百家之文。謾咀嚼乎
009_0406_a_24L糟粕。五敎之學。徒鑚仰乎筌蹄。雖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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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6_b_01L비록 크게 변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용맹정진의 공부가 부족함을 어찌하겠는가. 다섯 번 출입하면서 거처하였으니 진실로 인연 있는 곳이요, 육대六代 선사의 진영을 봉안하였으니 어찌 정과 뜻이 없겠는가. 하물며 이 목암 장로는 나의 법사法嗣이니 비록 산문山門은 다르지만 본사本寺와 같기에, 감히 선후의 이름난 사적을 편찬하여 다소의 기특한 공적을 드러낸다. 사는 다음과 같다.
惟道之在天下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은
猶水之在地中 물이 땅속에 흐르는 것과 같으니
先蹟也後蹟也 선인의 자취와 후인의 자취가
一彼此無終始 피차 시종이 없는 것이다
不爲非不能 하지 않는 것이요 못하는 것이 아니니
求之必可得 구하면 반드시 얻으리라
哿矣先後功 훌륭하도다! 선후의 공적이여
昭然今古蹟 빛나도다! 고금의 사적이여
彼蒼者以前 천지가 생기기 전에도
斯道也不滅 이 도는 불멸하였도다덕유산 영각사 사적사인 병서기술하건대 월굴月窟에 복장腹藏이 열리자296) 삼십육궁의 황금빛이 인간 세상에 펼쳐지고, 천근天根에 안경眼鏡이 걸리자297) 삼십이상 팔십종호의 대광명이 천하를 두루 비추었다. 법계가 비로소 항사恒沙 세계에 열리고 인문人文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났다. 종소리가 적석천積石天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안탑이 승금주勝金洲에 별처럼 펼쳐졌다. 곳곳에 오연五衍298)의 자취가 다투어 치달리고 집집마다 팔정八正299)의 문이 크게 열리니, 산과 바다 가리지 않고 다투어 상진上珍(으뜸 보배)을 줍고 가가호호 모두 대도大道를 보았다. 하물며 대업을 높임은 고려시대가 으뜸이라 이 절의 창건은 저 왕조의 말에 비롯되었다.일찍이 섭허聶許에게 들으니 태조께서 성신문무聖神文武하사 인의의 공능功能을 창업하셨다. 온갖 무너진 것을 흥하게 하고 중생을 사랑하시어 우양牛羊을 가리지 아니하였고, 경사에 힘입고 생업을 편안히 하도록 하여 산과 들의 온 백성이 소생하였다. 나라에 국사를 두어 선풍을 규찰하고 절에는 스님을 두어 주지하고 비보裨補하게 하였다. -
009_0406_b_01L酒變河水之心。奈乏箭穿鐵皷之力。五
009_0406_b_02L度出入栖息。固有因緣。六代先眞奉安。
009_0406_b_03L豈無情意。況此牧老。是我法嗣。雖曰他
009_0406_b_04L山。自同本寺。敢編先後名蹟。聯露多
009_0406_b_05L小奇功。詞曰。
009_0406_b_06L惟道之在天下。猶水之在地中。
009_0406_b_07L先蹟也後蹟也。一彼此無終始。
009_0406_b_08L不爲非不能。求之必可得。
009_0406_b_09L哿矣先後功。昭然今古蹟。
009_0406_b_10L彼蒼者以前。斯道也不滅。
009_0406_b_11L
009_0406_b_12L德裕山靈覺寺事蹟詞引并序
009_0406_b_13L述夫。開腹藏於月窟。四九眞金色。頓
009_0406_b_14L鋪人間。掛眼鏡於天根。三八大明光。
009_0406_b_15L遍照天下。法界肇闢於沙界。人文遂著
009_0406_b_16L於塵邦。鳬鍾鯨吼。落落積石天中。鴈
009_0406_b_17L塔星排。噲噲勝金洲畔。處處竸驅五衍
009_0406_b_18L之轍。家家大闡八㝎之門。靡山靡海而
009_0406_b_19L爭掬上珍。不戶不牖而咸見大道。況崇
009_0406_b_20L大業。莫加高麗。顧惟是寺之濫觴。盖
009_0406_b_21L自彼朝之末業。曾聞聶許者曰。太祖聖
009_0406_b_22L神文武。剏業仁義功能。興百廢字羣生
009_0406_b_23L牛羊不擇。賴其慶安其業。山野咸蘇。
009_0406_b_24L國有師而糾察禪風。寺有僧而住持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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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6_c_01L당시에 대감大監 국사가 나라의 빼어난 곳을 낱낱이 보고 팔산도량八山道場의 터를 살폈는데, 이 산을 돌아보시고 적이 놀라셨다. 백두산으로부터 내려와 조령을 지나오니 흡사 영취산을 해동에 옮겨온 듯하고, 가야산을 이끌고 두류산에 이르니 마치 생학笙鶴이 날아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동쪽을 바라보고 서쪽을 가리키니 달 밝고 바람 맑으며,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마주하니 땅이 평탄하여 하늘이 정한 곳이다. 빼어난 모습은 부처님과 조사의 맑은 기상을 드러내고 아름다운 산세는 복희와 문왕의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간직하였으니, 화서국華胥國인가 건덕향建德鄕인가. 모든 생각이 황홀해지고, 넓고 또 그윽하여 선계의 상쾌한 기운이 감돈다.이에 뭇 인연을 모아 큰 역사를 일으켰는데 도끼로 정밀하게 깎아 다듬고 단청으로 솜씨 있게 꾸몄다. 봉방蜂房이 바둑알처럼 놓이고 아전鵝殿은 새가 나는 듯 세워져, 황홀하게 법회가 성대히 열린 듯하고 화기가 넘쳐 설산의 아름다운 모임 같다. 이때가 고려 개운開運 3년(946) 병오년으로, 이것이 첫 번째 창건이다. 그러나 곁은 바람이 불고 위는 비가 새어 전각이 썩어 무너지고, 추위와 더위가 오고 감에 따라 사람과 법이 쇠잔하여 금전이 차마 가시덤불로 변하였다. 원경圓瓊 스님이 중수할 마음을 일으켜 여러 시주의 인연을 모아 옛터를 닦고 새 공적을 곧 마치니, 때는 황명皇明 천순天順 6년(1462) 임오년으로 두 번째 중창이었다. 이후로는 중수하여 보전하는 이가 없어 버려진 섬돌에 덩굴만 무성하여 경관이 쓸쓸하고, 푸른 산엔 인적 없어 풍광이 참담하였다.성묵性黙 스님은 기개가 넘치고 능력이 뛰어나셨다. 많은 재목을 모연하며 풍우를 무릅쓰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여러 부락에서 재물을 옮기며 늘 소와 말로 왕래하였다. 누대와 전각을 중건하고 아울러 승방과 법당을 바로 하였다. 또 학전學田, 법숭法崇 두 장로가 함께 나와 채색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기와를 덮어 비를 막았으며 다른 모든 기물도 옛날과 같이 일신하였다. 이때가 황명 정통正統 14년(1449) 기사년이니 -
009_0406_c_01L補。時有國師大監。歷銓一國奇境。胥
009_0406_c_02L宇八山道場。回矚此山。橫駭彼目。降
009_0406_c_03L白頭行島 [7] 嶺。恰見靈鷲之移來海東。引
009_0406_c_04L伽耶控頭流。怳聞笙鶴之飛過頭上。顧
009_0406_c_05L震指兌。月白風淸。輩坎面离。地平天
009_0406_c_06L㝎。標秀朶佛祖脫洒之氣象。形勝苞羲
009_0406_c_07L文河洛之圖書。華胥耶建德耶。怳惚凢
009_0406_c_08L想。曠如也奧如也。爽氣仙區。爰蕆衆
009_0406_c_09L緣。即辦大役。風斤月斧。撲鑿窮精。抹
009_0406_c_10L金流丹。莊點罄巧。蜂房碁錯。鵝殿翬
009_0406_c_11L飛。怳若霧市之殷開。藹然雪山之佳會。
009_0406_c_12L時即麗祖開運三年丙午歲。是初創也。
009_0406_c_13L然而傍風上雨。殿閣朽頹。寒徃暑來。
009_0406_c_14L人法殘末。忍見金田。遽爲荊麓。有山
009_0406_c_15L人圓瓊。發心重葺。募緣諸檀。仍修舊
009_0406_c_16L基。立畢新績。時即皇明天順六年壬午
009_0406_c_17L歲。是二重創也。自後無人更修。有誰
009_0406_c_18L將保。葛蔓遺砌。物色蕭條。虛翠空山。
009_0406_c_19L風光慘惔。有曰性默。食牛其氣。承蜩
009_0406_c_20L乃能。募緣千材。不嫌櫛沐風雨。輸財
009_0406_c_21L萬落。長驅徃來蹄角。重營臺殿。兼飭
009_0406_c_22L房堂。又有學田法崇兩長老同時出。
009_0406_c_23L丹雘以美觀。盖瓦以備雨。若他百物。
009_0406_c_24L如古一新。時即皇明正統十四年己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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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7_a_01L세 번째 중창이다. 그 뒤를 이어 차례로 보수한 자는 선옥禪玉, 지감智鑑, 도천道天 세 사람으로, 명나라 경태景泰 병자년(1456)으로부터 경진년(1460)까지 이르렀으니 네 번째 중창이다. 또 화사 선혜善惠가 홀로 경영하고 보수하였는데 때는 청나라 강희康熙 21년(1682) 임술년으로 다섯 번째 중창이다. 그 후에 절의 모든 무리가 마음을 합쳐 수리하니 때는 옹정雍正 12년(1734) 을묘년으로, 여섯 번째 중창이었다.또 적이 보건대 부묵자副墨子가 말하기를, “산등성이에 봉황사와 봉황대가 있고 봉황대 앞엔 덕주암과 덕치사가 있었다고 하니, 절 이름이 영봉이고 산 이름이 덕유인 것은 이 때문인 듯하다. 밖으로 동촌桐村이 둘러 안으니 이른바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는다’는 말에 부합된다. 안으로는 남치覽峙를 안고 있으니 아마도 봉황은 아름다운 덕을 보고 내려온다는 뜻인 듯하다. 산 이름과 절 이름은 이로써 생각하여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단속비斷俗碑에 기재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이곳 영각동靈覺洞에 경瓊 선사가 사는데, 꿈에서 노인의 지시를 받았으며 깨어나 부처님을 모실 터를 얻었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취함에 시비가 없었고, 옛날을 끌어 오늘을 증거함에 높고 낮음이 없었다.”고 하였으니, 이는 갈천葛川의 가문에서 밝힌 바이다.대개 비는 지명에서 취하였고 기문은 뜻에서 취하였다. 그러나 이름과 뜻은 다르나 산사山寺는 그대로이니 없애면 모두 그릇된 것이요 보존하면 이치가 같은 것이다. 오묘하다 이치여! 비록 오색의 붓이라 할지라도 그 사이에 한 글자도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삼척의 입이라도 여기에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니, 만일 모든 이가 깊은 이치를 깨치고 곧바로 근원에 도달한다면 산은 어디에 있고 절은 어디에 둘 것인가, 이름도 붙이지 못하고 뜻도 없을 것이다. 산도 그릇되고 절도 그릇되어 그릇되다 함도 그릇되며, -
009_0407_a_01L歲。是三重創也。鱗次而出。相繼修補
009_0407_a_02L者曰。禪玉智鑑道天三人。時即自皇明
009_0407_a_03L景泰丙子至庚辰歲。是四重剏也。又
009_0407_a_04L有化士善惠。獨力修營。時即淸胡康熙
009_0407_a_05L二十一年甲子 [8] 歲。是五重剏也。厥後擧
009_0407_a_06L寺衆。同心修理。時即雍正十二年乙卯 [9]
009_0407_a_07L歲。是六重剏也。又竊觀副墨子曰。山
009_0407_a_08L脊有鳳凰寺與鳳凰臺。臺面有德住庵
009_0407_a_09L與德峙寺。寺名靈鳳。意以此也。山名
009_0407_a_10L德裕。志在彼乎。外繞桐村。果所謂鳳非
009_0407_a_11L梧桐而不食者也。內抱覽峙。豈所謂
009_0407_a_12L鳳覽德輝而必下者耶。山名以之可觀。
009_0407_a_13L寺名以之可想。此斷俗碑所載者也。又
009_0407_a_14L曰靈覺洞在此。瓊禪師居中。夢得老叟
009_0407_a_15L之指揮。覺占大雄之基趾。取新去舊。有
009_0407_a_16L何是非。援古證今。不相高下。此葛川記
009_0407_a_17L所明者也。盖以碑取於地名爾。記取於
009_0407_a_18L意趣然。名趣雖殊。山寺自若。泯之則
009_0407_a_19L齊楚俱失。存之則胡越一家。鶻突㢤理
009_0407_a_20L也。雖以五彩毫。非但不能下隻字於其
009_0407_a_21L間。設令三尺喙。亦乃難可措一辭於這
009_0407_a_22L理。若使介衆。洞徹奧理。直到窮源。則
009_0407_a_23L山何安寺何安。名不得趣不得。山也錯
009_0407_a_24L寺也錯。錯錯俱錯錯。名亦忘趣亦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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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7_b_01L이름도 잊고 뜻도 잊어 잊었다 함도 잊을 것이다. 그리하여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자유로이 노닐고 아득한 들판에서 훨훨 날 것이니 비기碑記와 명록銘錄이 어찌 헛된 것이랴. 전후로 편액을 건 것이 과연 뜻이 있으니, 한 이치 밖에서 지리支離할 것 없이 두 이름 사이에서 오묘하게 보존함을 취할 것이로다. 다만 보고 들은 것을 잡아 거친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쓴다. 사詞는 다음과 같다.
皇矣能仁 위대하신 부처님께서
應運降迹 시운을 따라 오시어
四生爲子 사생四生300)을 자식으로
三界作宅 삼계三界301)를 집으로 삼으셨다
無住大方 무주無住의 큰 방편으로
不捨一物 한 중생도 버리지 않으셨다
散滿華莊 수많은 국토마다
塵塵刹刹 화엄으로 장엄하고
平等實相 평등 실상으로
頭頭物物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네
矧此名區 하물며 이 명승지는
南國第一 남쪽의 으뜸이라
一眞法界 일진 법계가
萬古昭廓 만고에 밝게 드러났다
隨毁隨成 훼손과 완성이 이었으나
不生不滅 끝내는 생멸이 없는 법
刼灰雖飛 겁회가 날려도
靈山長卓 영산은 영원히 우뚝하리라추줄산 위봉사 사적사 병서하늘이 어두워지면 비궁秘宮에 달이 바라보이고, 희화羲和가 새벽을 알리면 창합閶闔에 맑은 기운이 불어온다. 사해가 온통 일색으로 빛나고 수많은 숲에 바람이 불면, 만물이 화서華胥의 바람에 깨어나고 모든 중생이 감로의 은택에 젖는다. 하물며 법계를 높임은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으니 사찰과 비석이 산과 계곡마다 있고 금종金鍾과 옥경玉磬이 날마다 울려 퍼진다. 32봉우리에 어찌 작은 법회만 열리겠는가, 팔만대장엄이 흡사 한때의 화성化城과 같도다.이 절은 고려 말 나옹懶翁 왕사께서 창건한 곳이다. 나옹 화상께서 지정至正 기해년(1359)에 여러 산을 살펴 이 땅에 터를 잡았다. 새 천지가 열리니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기운이 울창하고, 귀신이 보호하고 아껴 불전과 궁궐의 노래가 사람마다 자자하였다. 첩첩한 산악이 둘러 안았고 -
009_0407_b_01L忘忘亦忘忘。快然放蕩於何有之鄕。邈
009_0407_b_02L乎翩飜於曠浪之野。碑記銘錄。豈徒然
009_0407_b_03L㦲。前後揭扁。果有以也。不須支離於
009_0407_b_04L一理之表。領取妙存於二名之間。但把
009_0407_b_05L見聞。聊札荒詞。詞曰。
009_0407_b_06L皇矣能仁。應運降迹。四生爲子。
009_0407_b_07L三界作宅。無住大方。不捨一物。
009_0407_b_08L散滿華莊。塵塵刹刹。平等實相。
009_0407_b_09L頭頭物物。矧此名區。南國第一。
009_0407_b_10L一眞法界。萬古昭廓。隨毁隨成。
009_0407_b_11L不生不滅。刼灰雖飛。靈山長卓。
009_0407_b_12L
009_0407_b_13L崷崪山威鳳寺事蹟詞并序
009_0407_b_14L渾元告夕。望圓魄於秘宮。羲和報曉。
009_0407_b_15L引淸氣於閶闔。皛一色於四海。吼百竅
009_0407_b_16L於千林。物物齊蘇華胥之風。色色咸沐
009_0407_b_17L甘露之澤。況崇法界。莫加仁方。鴈刹
009_0407_b_18L龜碑。山山谷谷。金鍾玉磬。日日時時。卅
009_0407_b_19L二別峯。奚啻五里之霧市。八萬大莊。
009_0407_b_20L怳若一時之化城。夫此寺者。麗季王
009_0407_b_21L師懶翁之所創也。翁也。於至正己亥歲。
009_0407_b_22L胥宇諸山。歷銓此地。天開地闢。河圖
009_0407_b_23L洛書之氣。鬱鬱䓗葱。鬼秘神慳。佛宇
009_0407_b_24L帝闕之謠。人人藉藉。重重障岳。縈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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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7_c_01L굽이굽이 시내가 안팎으로 흐른다. 효산殽山과 함곡函谷의 험준한 곳에 자리하고 태산泰山과 화산華山의 풍연風烟을 독점하였다. 도솔천의 구첨毬簷(혈맥)은 손바닥 위에서 사주四洲의 세계를 보는 듯하고, 권렴동卷簾洞의 비폭飛瀑은 높은 하늘에서 만 길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하다. 신령한 거북이 문채를 등에 지고 나오니 진흙 소가 파도 위에 밭을 갈고, 나는 봉황이 알을 품으니 오계烏鷄가 눈 가운데 떨어진다. 위봉사를 보면 후지後地 낙서 구주九疇의 문장을 안았고, 추줄산의 산세를 보면 선천先天 팔괘의 효상爻象을 머리에 이었다. 비록 섬부주贍部洲 가에 있으나 구경천究竟天에 부끄러움이 없으니 형승이 이와 같이 으뜸이다.이에 큰 자비심을 일으켜 큰 사찰을 널리 여셨다. 먼저 석판石坂을 축조하여 물 입구를 막고 드디어 금전을 창건하여 명당을 독점하였다. 동서의 연못에 하늘빛이 거꾸로 비치고 비석과 석탑이 지세에 따라 배치되었다. 법전과 승방이 열여덟 곳이요 선풍과 혜월慧月이 억만년을 길이 빛나니 사찰의 창건이 이와 같았다. 그러나 천도는 바뀌고 지덕도 자주 변하니 본래 고산현高山縣의 남산이었던 것이 전주全州의 동령東嶺으로 바뀌었다.강희康熙 갑인년(1674)에 방백方伯 권복야權僕射가 만세의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주지 초행楚行 스님이 도와 때를 같이하여 내응하였다. 주위를 빙 둘러 30리의 성을 축조하고 천만년을 장구히 보호하게 하였다. 진시황은 수많은 백성을 괴롭혀 만리장성을 쌓다 가련하게 되었고, 대부 전단田單302)은 한 조각 성채로 제나라의 70여 성을 회복하였으니 귀하게 여길 만하다. 이 때문에 성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데, 덕에 있지 험준함에 있지 않으니, 만약 주장主將이 덕을 닦는다면 적국도 귀항歸降하게 할 것이니 성을 축조하는 것이 어찌 헛된 일이겠는가. 적을 제압하는 것이 반드시 방법이 있으니 축성의 견고함이 이와 같았다.또한 특별히 재능 있는 별장과 승장을 선발하고 무기고와 군수품을 각각 미리 갖추었으니, 급박한 난이 있더라도 어찌 방어할 능력이 없겠는가. 천 명, 만 명이 무리를 지어 벌과 개미처럼 주둔하고, -
009_0407_c_01L作襟。曲曲溪川。表裏爲帶。據殽凾之
009_0407_c_02L嶮。擅泰華之風烟。兜率毬簷。掬一
009_0407_c_03L掌四洲之世界。卷簾飛瀑。落九天萬丈
009_0407_c_04L之銀河。靈龜負文泥牛。起耕於波上
009_0407_c_05L飛鳳抱卵烏雞。落點於雪中。觀地形之
009_0407_c_06L圍鳳兮。苞後地九疇之文書。望目勢之
009_0407_c_07L崷崒兮。戴先天八卦之爻象。雖處贍部
009_0407_c_08L洲畔。寧慚究竟天中。形勝之最有如此
009_0407_c_09L也。於是。始奮大慈。廣開巨刹。先築石
009_0407_c_10L坂而厭之水口。遂創金殿而擅其明堂。
009_0407_c_11L東池西塘。天光倒影。巖龜石塔。地理順
009_0407_c_12L文。法殿僧房。共計十八餘所。禪風慧月。
009_0407_c_13L長淸億萬斯年。寺宇之創有如此也。
009_0407_c_14L然天道互換。地德屢荐。雅以高山治南
009_0407_c_15L山。飜爲全州地東嶺。盖以康熙甲寅歲。
009_0407_c_16L方伯權僕射。方興萬世之遠圖。住持釋
009_0407_c_17L楚行。助爲一時之內應。築城周廻三十
009_0407_c_18L里。保障長久千萬年。萬里長城。可憐
009_0407_c_19L秦皇帝。酷民億千許衆。一片孤堞。堪
009_0407_c_20L貴田大夫。復齊七十餘城。故守城則難。
009_0407_c_21L在德不在險。若主將修德。使敵國歸降。
009_0407_c_22L設城豈徒然㦲。制賊必有以也。築城
009_0407_c_23L之固。有如此也。抑有別將僧將。特選
009_0407_c_24L其材。武庫軍裝。預備各色。倘有警急
009_0407_c_25L之亂。豈無防禦之能。千萬爲羣。蜂屯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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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8_a_01L열 명, 다섯 명씩 대오를 갖추어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리는 듯하였다. 진초晉楚가 칼날을 다투고 오월吳越이 진법을 익히니 무예의 방략이 이와 같았다.옹정擁正 기유년(1729)에 안렴사按廉使 이상국李相國이 금용성金墉城303)의 견고함을 본떠 아름다운 별궁을 경영하니, 새가 나래를 펴는 듯 화려하고, 단청하고 조각한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기산岐山304)을 깎아 축조하니 인심이 이미 귀의하고, 봉천奉天의 이궁離宮(별궁)엔 왕기王氣 또한 성대하였다. 문무백관들이 자리하는 단과 섬돌을 화려하게 꾸미고, 낭관郎官이 숙직하는 창과 계단을 엄연하게 세웠다. 기둥과 처마가 크고 아름다워 용릉舂陵305)의 좋은 기운을 이끌어 오고, 용마루가 빛나서 패읍沛邑306)의 아름다운 징조를 품었다. 성신城神은 임금님을 향하여 작은 정성을 드러내고 산신령은 하늘에 짝할 만한 큰 업적을 축하하니 행궁을 지음이 이와 같았다.위대하도다. 왕국과 불국이 하나의 도리로 융합되고 승가와 속가가 두 마음이 없도다. 요풍堯風과 선풍禪風이 나란히 맑고 순일舜日과 불일佛日이 한 빛이다. 향상向上의 천궐天闕은 범부의 입으로 논할 수 없으나 신선의 세계는 이곳을 두고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감히 사를 짓는다.
氣分淸濁 청탁의 기가 나뉘고
質判玄黃 현황의 바탕이 갈라져
天宇地宙 하늘은 둥글게 푸르고
方圓荒蒼 땅은 모나게 펼쳐졌다
戴圓履方 하늘을 이고 땅을 밟아
龜毛起刹 귀모의 사찰을 세우니
刹種塵沙 수많은 국토가
一一建德 하나하나 건덕국이로다
今日圍鳳 오늘의 위봉사는
昔時靈鷲 예전의 영취산이라
西竺王舍 서축의 왕사성이요
東邦鳳城 동방의 봉성이로다
有寺有城 이에 절을 짓고 성을 쌓아
取氣取靈 신령한 기를 취하였다
寒來暑徃 추위와 더위가 바뀌고
日落月出 해가 지고 달이 떠도
一氣循環 원기는 순환하여
萬古無極 만고에 끝이 없으리쌍계암 중창 상량문한없는 지축을 장엄하니 법계가 널리 드러나고, 말없이 신묘한 기틀이 움직이니 원기가 크다. 상전桑田은 여러 번 변해도 설산은 항상 고요하다. -
009_0408_a_01L聚。什伍作隊。電掣雷奔。爭鋒晋楚之强。
009_0408_a_02L習陣吳越之戰。用武之略有如此也。
009_0408_a_03L至雍正己酉歲。按廉李相國。爰仍金墉
009_0408_a_04L之固。卽擧瑤宮之營。輪奐翬飛。丹刻
009_0408_a_05L離立。岐山剷築。人心旣歸。奉天離宮。
009_0408_a_06L王氣且大。侈侯伯序列之壇砌。儼寢郞
009_0408_a_07L守直之軒階。棟宇碩曼。引舂陵之佳氣。
009_0408_a_08L甍攏炫燿。葆沛邑之休徵。城神呈拱星
009_0408_a_09L之蟻忱。山靈賀配天之鴻造。行宮之作
009_0408_a_10L有如此也。大㦲。王國耶佛國耶。互融
009_0408_a_11L一道。僧家也俗家也。自無二心。堯風
009_0408_a_12L與禪風齊淸。舜日共佛日一色。向上天
009_0408_a_13L闕。非凡喙可論。壺裏乾坤。捨此地奚覔。
009_0408_a_14L敢爲詞曰。
009_0408_a_15L氣分淸濁。質判玄黃。天宇地宙。
009_0408_a_16L方圓荒蒼。戴圓履方。龜毛起刹。
009_0408_a_17L刹種塵沙。一一建德。今日圍鳳。
009_0408_a_18L昔時靈鷲。西竺王舍。東邦鳳城。
009_0408_a_19L有寺有城。取氣取靈。寒來暑徃。
009_0408_a_20L日落月出。一氣循環。萬古無極。
009_0408_a_21L
009_0408_a_22L雙溪庵重創上樑文
009_0408_a_23L原夫莊地軸於無極。法界廓如。運神
009_0408_a_24L機於不言。元氣大也。桑田累變。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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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8_b_01L금종金鍾은 학의 날개를 따라 울려 퍼지고 옥찰玉刹은 거북이 털(龜毛)307) 위에 깨끗하다. 이 암자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후로 중간에 네 번의 중수를 거쳤다. 흥폐가 거듭되면서 실낱같이 이어졌으나 세월이 흘러도 항상 예전처럼 새롭게 하였다. 이에 대중이 함께 착한 마음을 일으켜서, 법당과 누각이 황폐하려 함을 슬퍼하여 불시에 경영을 시작하였다.드디어 일꾼을 모으고 장인을 선발했으며, 서까래를 뽑고 기와를 치웠으며, 기둥을 바꾸고 들보를 바로잡았다. 솜씨와 재주를 다하여 깎고 다듬어 시설하니 마치 선기璇璣(혼천의)가 법도를 품은 듯하고, 흡사 와후媧后308)가 하늘을 땜질하는 것 같았다. 봉래를 내려다보니 학을 탄 신선의 피리 소리가 구름 밖에서 들려오고, 도솔천을 올려다보니 오계烏鷄가 눈 속에 내려앉는다. 고야姑射(신선세계)의 맑은 풍광을 독차지하고, 기상은 태산에 올라 소요하는 듯하다. 창건의 공을 다 마치고 상량의 송을 이에 부른다.
拋樑東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
金色重重世界通 금색의 세계 중중히 통하니
空裏蟾光誰得撮 허공의 달빛을 누가 잡을꼬?
紅輪赫赫出冥蒙 붉은 해가 어둠 속에서 밝게 솟는다
拋樑西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라
華莊分明路不迷 화장세계의 길이 뚜렷하니
稻竹彌陀常現格 도죽미타稻竹彌陀가 항상 나타나네
只緣多障隔天倪 다만 업장이 많아 천애에 막혔네
拋樑南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라
石馬回頭出紫龕 석마石馬는 고개 돌려 붉은 감실龕室에서 나오고
湛刹萬國淸似鏡 만국의 사찰은 거울처럼 맑은데
可憐童子百城叅 가련타 선재동자는 백성百城을 참배하네
拋樑北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라
空莊掩容渾大默 공장空莊은 모습을 감추어 침묵에 싸였으나
密用潜行合本源 밀용密用은 가만히 운행하여 본원에 합치되니
金鸞玉鳳元難測 금란과 옥봉은 본래 헤아리기 어렵도다
拋樑上 들보를 위로 던져라
仰望蒼蒼無臭響 푸른 하늘을 보면 냄새와 소리도 없어서
千聖元來不得傳 천성千聖도 원래 전할 수 없다네
性天無極難爻象 성천性天은 끝이 없어 그려 내기 어렵네
拋樑下 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土地龍神從密化 토지와 용신이 비밀한 교화를 따라
福物自然助善緣 복물福物로 자연스레 착한 인연 도우니
百靈歡喜捨精舍 온갖 신령이 환희하며 정사精舍를 에워싸네
바라오니 상량한 후에 법계에 금빛이 서리고 선중禪衆이 많이 모여, 경풍庚風(맑은 바람)과 병월丙月(밝은 달)이 항상 남쪽과 북쪽에 불고 비추며, 목자木子(日)와 옥동玉童(月)이 항상 아침과 저녁에 오르내리기를 바라노라. -
009_0408_b_01L長寥。金鍾落落鶴趐之邊。玉刹噲噲龜
009_0408_b_02L毛之上。是庵也。一自新羅之俶創。四
009_0408_b_03L閱中間之重修。隨廢隨興。不絕如縷。
009_0408_b_04L日居月諸。永新依前。肆乃一僉。自發
009_0408_b_05L性善。傷堂閣之將廢。奮經始之不時。
009_0408_b_06L遂聚役夫。特選匠氏。抽椽撒瓦。更棟
009_0408_b_07L整樑。撲鑿窮奇。擧錯罄巧。怳若璇璣
009_0408_b_08L之含度。恰似媧后之補天。俯瞰蓬萊。倒
009_0408_b_09L聞笙鶴之飛過雲外。昂枕兜率。直看烏
009_0408_b_10L雞之落點雪中。洒落擅姑射之風光。逍
009_0408_b_11L遙登泰山之氣象。剏功旣畢。樑頌斯興。
009_0408_b_12L拋樑東。金色重重世界通。空裏蟾光誰
009_0408_b_13L得撮。紅輪赫赫出冥蒙。拋樑西。華莊分
009_0408_b_14L明路不迷。稻竹彌陀常現格。只緣多障
009_0408_b_15L隔天倪。拋樑南。石馬回頭出紫龕。湛刹
009_0408_b_16L萬國淸似鏡。可憐童子百城叅。拋樑北。
009_0408_b_17L空莊掩容渾大默。密用潜行合本源。金
009_0408_b_18L鸞玉鳳元難測。拋樑上。仰望蒼蒼無臭
009_0408_b_19L響。千聖元來不得傳。性天無極難爻象。
009_0408_b_20L拋樑下。土地龍神從密化。福物自然
009_0408_b_21L助善緣。百靈歡喜捨精舍。
009_0408_b_22L伏願上樑之後。法界金盤。禪衆螽聚。
009_0408_b_23L庚風丙月。恒掃北而霽南。木子玉童。
009_0408_b_24L每登朝而降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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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8_c_01L종가의 선사에게 협제를 지내는 축문옹정雍正 10월 신해 삭 16일 갑자에 법자法子 아무개는 삼가 청다淸茶와 진수珍羞를 차려 임제종臨濟宗 정맥 29세 대화상 추계당秋溪堂 각령覺靈, 원응당圓應堂 각령, 임성당任性堂 각령, 정관당靜觀堂 각령, 청허당淸虛堂 각령, 부용당芙蓉堂 각령, 벽송당碧松堂 각령, 벽계당碧溪堂 각령, 구곡당龜谷堂 각령, 환암당幻庵堂 각령, 태고당太古堂 각령, 그리고 모든 상세上世의 일문一門 및 법제자의 존령尊靈의 신위에 협제합니다.오호라. 선각先覺께서 이미 떠나시니 후생이 누구를 의탁하겠습니까.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별자리도 자취를 감춥니다. 어두운 밤이 길기만 하니 누가 가을 햇살을 비춰 주며 백 가지 변괴가 잇따르니 누가 막아 주겠습니까. 중생들이 부르짖으니 누가 구해 주며 원각圓覺의 가람을 누가 보수하겠습니까. 여러 조사들을 추억하니 백세百世의 원로이셨으며, 생사에 오고 가심에 바르고 곧았습니다. 그 용모가 옥같이 맑고 부드러웠으며 행동은 추수와 같이 깨끗하고 마음은 밝은 태양을 꿰뚫었습니다. 오묘한 생각으로 정밀히 연구하여 미묘한 이치를 분석하였고 현묘한 관문을 통찰하여 도를 보고 깨치셨습니다. 이 세상에 오셔서 순역順逆에 따라 자유로이 교화를 행하시어 사생四生을 자식으로, 삼계三界를 집으로 삼으셨습니다. 여러 가지 학설들과 크고 작은 의리를 절충하여 한 도를 생각하여 자양紫陽309)을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세속의 흐름에서 용감히 물러나시어 무리에서 벗어나시고, 외물 밖에 소요하시어 부귀를 뜬구름같이 여기시니, 속세에 화한 덕이 넘쳤고 세상 밖에 명망이 높아 불가의 사표요, 선문禪門의 맹주였습니다. 불교의 의리가 진작되었고, 율법이 성대하여 천하 사람을 답살踏殺하니310) 위엄이 인간 세상을 떨쳤습니다. -
009_0408_c_01L宗家先師祠祭祝
009_0408_c_02L維雍正十月辛亥朔十六日甲子。法子
009_0408_c_03L某甲。謹以淸茶珎羞之奠。祫祭于臨
009_0408_c_04L濟宗正脉二十九世大和尙秋溪堂覺靈。
009_0408_c_05L圓應堂覺靈。任性堂覺靈。靜觀堂覺靈。
009_0408_c_06L1)▣ [1] 虛堂覺靈 2)▣ [2] 蓉堂覺靈。碧松堂覺
009_0408_c_07L靈。碧溪堂覺靈。龜谷堂覺靈。幻庵堂
009_0408_c_08L覺靈。太古堂覺靈。各各上世一門。法
009_0408_c_09L眷諸大尊靈之位。
009_0408_c_10L嗚呼哀㦲。先覺旣逝。後生疇托。日月
009_0408_c_11L沉輝。星斗收跡。長夜漫漫。誰曝秋陽。
009_0408_c_12L百恠變出。誰設嚴防。赤子嗷嗷。誰援
009_0408_c_13L其溺。圓覺伽藍。誰葺其闕。追惟諸祖。
009_0408_c_14L百世蓍龜。如來直便。正去突馳。有晬
009_0408_c_15L其容。温然如玉。行潔秋水。心貫白日。
009_0408_c_16L妙思精硏。毫分縷析。洞徹玄關。道存
009_0408_c_17L目擊。來向別地。行恣順逆。四生爲子。
009_0408_c_18L三界作宅。參差衆說。洪纎異宜。析衷
009_0408_c_19L念一。紫陽是師。急流勇退。出類離羣。
009_0408_c_20L逍遙物表。富貴浮雲。寰中和德。塞外
009_0408_c_21L家聲。佛家矜式。祖門宗盟。義龍振振。
009_0408_c_22L律虎邦邦。踏殺天下。威震人間。降及
009_0408_c_23L▣疑「淸」{編}ㆍ「▣虛…覺靈」十字底本作小文
009_0408_c_24L字。編者作本文活字。▣疑「芙」{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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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9_a_01L소자에 이르러 인법人法이 모두 쇠잔하여 언어 문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논쟁만 다투었습니다. 크고 작은 논쟁만을 일삼아 올빼미가 야밤에 우는 듯하고 초나라 사람들이 사방에서 떠들어 대는 것 같았습니다.311) 시비의 기괄機括이 날마다 쉬지 아니하여 사람들은 작은 도리에 안주하고 외도들은 큰 도를 비난하였습니다. 그 모습은 원숭이가 주공의 복장을 입은 듯하여 우리 총림이 황무지로 변하였습니다. 큰스님들께서 이미 돌아가시니 남은 생애 어디로 가겠습니까. 달빛과 같은 풍골을 뵐 길이 없어 부질없이 남겨진 영정을 엿보고, 특별히 선사들의 진영을 그려서 상실像室에 봉안하니 신명이 강림하는 듯한지라, 정종正宗의 바른 맥이 다시 활시위처럼 곧게 빛났습니다.사람은 전후가 있으나 도는 고금이 없으니 이승의 가호는 그쳤지만 저승에서나마 적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공왕空王의 궁궐에서 특별히 뛰어난 재주를 선발하여 종가에 점지해 주시고 장래에 법을 베푸소서. 오미五味를 융통하여 계율을 한결같이 행하게 하시고, 적문迹門312)에 출입하시며 본문本門에도 자유자재로 노니십시오. 진종眞宗이 아름다운 자취를 열어 하늘에서 내려올 때를 아시고, 부처님께서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하여 인욕선인으로 태어난 것을 징험해 주소서. 근본과 자취가 서로 어우러져 이 도가 크게 드러났습니다. 항상 일념으로 평생을 지키며 살려고 맹세하였으나 마음에 기약한 것이 모두 어긋나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선조께서 만약 무심하시다면 종문을 누가 열겠습니까. 피눈물을 흘리며 제문을 지으니 법은이 망극하옵니다. 아아! 밝게 내려오시어 흠향하소서.고경 스님이 돌아가신 스승의 쇄골에 제사 지내는 글숭정 기원 후 갑인(1674) 춘삼월 16일, 고경 스님이 입실하고 간청하여 말하기를, “은사께서 타도에서 입적하였는데 당시에 뒤따르던 사형제의 말을 들으니 즉시 다비를 하였는데, 그 뼈 색깔이 괴이하여 암석 사이에 묻고 표시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곧바로 달려가 예법대로 쇄골하고자 하였으나 다만 3년 동안 700재와 대소상의 여러 일을 행해야 했기 때문에 여태껏 마음만 있었습니다. -
009_0409_a_01L小子。人法俱殘。未出筌蹄。爭論指馬。
009_0409_a_02L閑閑大者。間間小者。梟鳴夜半。衆楚
009_0409_a_03L四咻。是非機括。逐日不休。蛙肎泥甃。
009_0409_a_04L鷃誚鵬翼。態同猿生。周公章服。嗟我
009_0409_a_05L叢林。却變樲棘。大家已殁。殘生安適。
009_0409_a_06L月精風骨。視覩無因。謾窺遺影。特邈
009_0409_a_07L先眞。奉于像室。格思明神。正宗一脉。
009_0409_a_08L煥乎弦直。人有前後。道無今昔。已矣
009_0409_a_09L顯加。願乎冥騭。空王闕內。特拔高材。
009_0409_a_10L降迹宗家。施法將來。五味融通。三唱
009_0409_a_11L一行。迹門出入。本家縱橫。眞宗開美。
009_0409_a_12L悟天降時。仁皇止啼。驗仙誕處。本迹
009_0409_a_13L相資。斯道大著。永矢一念。慷慨平生。
009_0409_a_14L心期百違。事無一成。先祖若恝。宗門
009_0409_a_15L誰闢。瀝血緘辭。法恩罔極。於昭陟降。
009_0409_a_16L庶幾歆格。伏惟尙饗。
009_0409_a_17L
009_0409_a_18L古鏡師祭亡師碎骨文
009_0409_a_19L崇緽 [10] 紀元後甲寅春三月旣望。古鏡師
009_0409_a_20L入室懇徵曰。恩師之棄世。在於他道。
009_0409_a_21L聞當時從行師兄弟。則即時茶毘。而恠
009_0409_a_22L其骨色有表。封骨巖石間云。即擬奔徃
009_0409_a_23L碎骨如法。而但馽於三年間七百齋
009_0409_a_24L大小祥。行度諸事故。迨稽寸懷。今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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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9_b_01L이제 복을 마쳤으니 곧 행장을 꾸려 쇄골을 하고 오려고 합니다. 그러나 제문이 없을 수 없어 슬픈 마음을 세세히 아룁니다. 문장을 짓는 것은 스님의 솜씨를 따를 이가 없으니 원하건대 참선의 여가에 괴로이 여기지 마시고 지어 주십시오.”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를 글은 반드시 스스로 지어야 마땅한데, 나에게 구하니 이른바 동기同氣가 서로 구하는 것이고 손을 빌려 주먹을 쓰는 것이라 하겠다. 드디어 슬픔에 감동되어 대신 쓴다.아 슬프다. 생각하니 선령先靈께서는 바라문종으로 사바세계에 태어나셨습니다. 성품은 편안하시며 기개와 도량은 넓고 맑았습니다. 그 모습은 의젓하시어 속세의 정을 잊은 듯하셨고, 마음은 따뜻하여 진심을 드러내었습니다. 청년 시절에 출가하여 백발이 되어 삶을 마치실 때까지 평생 날마다 자신의 업에 힘을 다하셨습니다. 불조佛祖의 상을 그리니 그 미소가 허공에 환했으며, 나라 안의 여러 사찰에 손수 그린 그림이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명실名實이 널리 알려져 원하는 곳에 즐거이 나아갔으며, 한 해에도 몇 번씩 한자리에 안주하지 못하셨습니다.슬프다, 저 소자는 일찍이 지극한 은덕을 입고 제자가 되었으니 어찌 숙세의 인연이 없겠습니까. 스승과 제자가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의기투합했으며, 자애와 은의를 받드니 바람과 구름이 용과 호랑이를 따르는 듯하였습니다.313) 노년에 먼 곳으로 뜻밖에 행각하신다 하셔서 만류하였으나, 어찌할 수 없어 홀로 간절히 우려하였습니다. 가고 오시는 길에 탈 없이 좋으시기만을 바랐는데 뜻밖에 망극한 생사의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우 잃은 수모水母의 처지이니 무엇으로 눈을 삼으며, 곡화槲花가 나무에서 떨어지니 어디에 의탁하겠습니까. 살아서 반함飯含314)하지 못했으니 죽어서도 피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이 천지에 이런 이별을 하다니요. 객사하고 수문랑이 되어 비록 조화의 이치를 깨쳤다고 하나, 피눈물을 흘리며 촉으로 돌아가심에 긴 밤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부고를 받은 즉시 달려가서 곡을 해야 하였으나 다비한 지 오랜지라, 서림逝林의 허공 빛만 아득하여 북쪽을 바라보며 멀리서 통곡하니 마음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슬피 울며 한탄만 한들 저승길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7일마다 각각 재를 올리고 3년간 상복을 입었으며 일일이 규정에 따라 -
009_0409_b_01L闋服。即當治行。準擬碎骨而來。然不
009_0409_b_02L可無祭文。告此哀哀之纎悉。文之粧精。
009_0409_b_03L亦莫如師表之手段。願禪㝎餘。毋苦一
009_0409_b_04L揮就可乎。余惟文必自當而敢於余有
009_0409_b_05L徵。豈所謂同氣相需借手行拳者耶。遂
009_0409_b_06L感哀替草云。
009_0409_b_07L嗚呼痛㦲。伏惟先靈。婆羅門種。索訶
009_0409_b_08L界生。性宇泰㝎。氣度廓淸。亢乎其容。
009_0409_b_09L邈若無情。温乎其中。肺腑悉傾。靑年
009_0409_b_10L出家。白首厭生。平生所業。日用其功。
009_0409_b_11L佛祖摸像。莞爾騰空。國中群刹。莫非
009_0409_b_12L手跡。名實普聞。樂處就樂。一年數度。
009_0409_b_13L坐不恒席。哀我小子。早蒙至德。託爲
009_0409_b_14L神足。豈靡宿緣。師資知音。峩洋別絃。
009_0409_b_15L針芥共投。箭鋒相拄。接承慈義。雲風
009_0409_b_16L龍虎。衰年遠地。不意行脚。諫止不得。
009_0409_b_17L私慮殊切。但祝徃反。無故皆吉。生離
009_0409_b_18L死別。誰料罔極。水母喪蝦。以何爲目。
009_0409_b_19L槲花失卉。誰與將托。生不飯含。死痛
009_0409_b_20L驗血。此地何地。此別何別。客死修文。
009_0409_b_21L雖云達化。泣血歸蜀。不忍長夜。承訃
009_0409_b_22L即時。義當奔哭。茶毘已久。逝林空色。
009_0409_b_23L北望懸慟。五情如割。悲呼徒歎。冥路
009_0409_b_24L奚益。七日各齋。三年重服。一一依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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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09_c_01L모든 일에 힘을 다하였습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묻어 둔 뼈를 뵙고 피를 뿌리며 정성을 다하여 법도에 따라 쇄골하였습니다. 혼령은 심히 밝으시니 유택에 내려오소서. 공경히 소박한 제물을 차리오니 강림하여 흠향하소서. 오호통재라. 상향.추줄산 쌍계암 사적사인대저 산수가 빼어난 곳은 나라 안에 드물고, 산수가 비록 아름답더라도 암자가 터를 잡는 것은 더욱 드물다. 암자가 빼어난 곳에 자리하여 천지와 흥폐를 같이하는 것은, 진실로 나라 안에 거의 없거나 요행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추줄산의 쌍계암은 산수의 크기와 암자의 웅장함이 비록 천하제일은 되지 못하나 터와 경치가 탁 트이고 맑아 신령함과 기이함이 일찍부터 호남 밖에까지 드러났으니, 나라 안에 거의 없는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노인들이 전하는 말씀으론 신라시대부터 이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히 고찰할 만한 사적이 없으니 안타깝다. 다만 이를 중수할 때에 상량의 인연이 적힌 글을 보니, 만력 을묘년(1615) 여름에 화사化士 희감熙鑑 등 세 사람이 두 번째 중창을 하였고, 강희 계묘년(1663) 여름에 화사化士 경잠敬岑 등 세 사람이 세 번째 중창을 하여 웅장하고 화려하게 여니 호우湖右 지역에 으뜸이라, 아전鵝殿과 구각鳩閣이 새가 나래를 펴듯 엄연하여 천궐과 융화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감에 따라 들보와 기둥이 기울고 서까래가 떨어져 나가, 분발하여 진작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무너지게 됐는지라 뜻있는 사람이라면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 은사께서 본사에서 오시고 오래지 않아 중수하셨는데, 저는 추계秋溪 대화상을 따라 대둔산에 있다가 또한 와서 일을 마치는 것을 도왔으니 그때가 강희 갑자년(1684) 봄이었다. 이것이 네 번째 중창이다. -
009_0409_c_01L箇箇盡力。不遠百舍。來覲封骨。瀝血傾
009_0409_c_02L膽。碎骨如則。爽靈孔昭。盍降幽宅。恭
009_0409_c_03L陳薄奠。庶幾歆格。嗚呼痛㦲。伏惟尙饗。
009_0409_c_04L
009_0409_c_05L崷崒山雙溪庵事蹟詞引
009_0409_c_06L夫地有山溪之勝者。於國爲鮮。山溪雖
009_0409_c_07L勝。而庵舍之直其地者。尤鮮。庵舍之跨
009_0409_c_08L勝地。而與天地同廢興者。誠國中之絕
009_0409_c_09L無而幸有者也。今夫崷崒山之雙溪
009_0409_c_10L庵。其山溪之大。庵舍之壯。雖未爲天
009_0409_c_11L下第一。而盤基觸境。爽塏瀟洒。靈異
009_0409_c_12L宿著於湖外。豈所謂國中之絕無而幸
009_0409_c_13L有者耶。盖古老相傳。自新羅代。已有
009_0409_c_14L此庵云。而無實蹟可詳稽。惜㦲。但此
009_0409_c_15L重修時。見上樑緣化秩。萬歷乙卯夏。
009_0409_c_16L化士熙鑑等三人。二重創。康熙癸卯夏。
009_0409_c_17L化士敬岑等三人。三重創。其廣拓雄
009_0409_c_18L麗。甲乎湖右。鵝殿鳩閣。翬飛致翼。儼
009_0409_c_19L然若互融天闕也。然而日居月諸。樑棟
009_0409_c_20L傾斜。椽梠撲落。若不奮然振作。則墜
009_0409_c_21L廢指日可待。志士所見。莫不有此顙者。
009_0409_c_22L惟我恩師。自本寺來。不日而重葺之。
009_0409_c_23L余時從秋溪大和尙。在於大芚山。亦來
009_0409_c_24L助畢功。時即康熙甲子春也。是爲四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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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0_a_01L이해 가을 대화상을 청하여 대법당大法幢을 세우고 여러 해를 보냈다. 저도 화상의 법자法子로서 문하에서 수업하여 일찍 학문을 마쳤으니 사람들은 모두 지령地靈의 도움이라고 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화상께서 입적하시자 다비와 부도 건립을 마치고 나서, 전후로 괘탑掛塔하여 출입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스스로 종가의 본 암자라 생각해서, 화연化緣 때문에 여러 산문을 두루 다녔으나 이제 본사의 요청으로 본 암자에 돌아오게 되었다. 병인년(1686)에 문우門友 옥찬玉瓚이 이미 회상繪像을 중수하였고, 또 소상塑像도 개금改金하였다. 병술년(1706)에 암자의 장로 찬휘贊輝가 전각을 단청하고 다음 해에 이어서 기와를 다시 올렸다.이에 산과 시내가 더욱 빼어나고 전각과 법물의 아름다움이 예전에 비하여 몇 배나 더하니 지령의 도움일 것이다. 산과 시내가 이와 같이 빼어나다면 마땅히 산계라고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쌍계라고 한 것은, 암자의 좌우로 시내와 샘이 달고 차서 홍수나 가뭄에도 증감하지 않기 때문이니 현규玄竅(지맥, 수맥의 뜻)가 서로 통하는 땅이라 이를 만하다. 암자를 쌍계라 이른 것은 뜻이 깃들어 있으니 암자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가끔 글 읽는 선비가 오면 반드시 말하기를, “공자의 『주역』 「계사전」에 ‘천지가 자리를 정하자 산택이 기를 통하고, 우레와 바람이 서로 부딪히며, 물과 불이 서로 해치지 않는다’고 하였다.”고 하니 과연 이것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대저 이 암자에 거주하는 후인들은 한편으론 산과 시내의 승경을 보고 한편으론 선인들의 자취를 이어서 참선하는 이는 참선하고, 교학을 하는 자는 교학을 공부하며, 참선도 교학도 하지 않는 자는 법계를 장엄할지어다. 그리하여 모름지기 일상 중에 천지天地, 산택山澤, 뇌풍雷風, 수화水火가 모두 자신의 천지, 산택, 뇌풍, 수화임을 알아서, 천지, 산택, -
009_0410_a_01L創也。是秋請大和尙。建大法幢。數閱
009_0410_a_02L稔。我於其時。以和尙法子。摳衣於講下。
009_0410_a_03L早遂學工。人皆謂地靈之助也。居無何。
009_0410_a_04L和尙入寂。設闍維。建浮屠。纔罷。仍作
009_0410_a_05L掛塔。前後出入亦不一。以此自謂宗家
009_0410_a_06L本庵。以化緣之故。汗漫諸山。今以本
009_0410_a_07L寺之請。又刀折本庵。則於丙寅歲。門
009_0410_a_08L友玉賛。已重修繪像。又兼改金塑像。
009_0410_a_09L至丙戌歲。庵老賛輝。丹靑殿閣。越明
009_0410_a_10L年尾改盖瓦。於是山益勝。溪亦勝。殿
009_0410_a_11L閣法物之勝。況乎前倍簁則亦豈地靈
009_0410_a_12L之助耶。然山溪之旣若是俱勝。則宜名
009_0410_a_13L山溪而曰雙溪者。以其庵之左右溪泉
009_0410_a_14L甘冽。水旱未甞增減。是豈謂玄竅相通
009_0410_a_15L之地耶。庵以雙溪名。盖有寓意存焉。
009_0410_a_16L則庵之勝亦可見也。徃徃佔畢者來。必
009_0410_a_17L唶曰。孔夫子繫辭。曰天地㝎位。山澤通
009_0410_a_18L氣。雷風相撲。水火不相射。果是之謂
009_0410_a_19L歟。夫可畏之居此庵者。一以觀山溪之
009_0410_a_20L勝。一以踵先人之跡。禪者禪。敎者敎。
009_0410_a_21L不禪不敎者。莊點法界。須於日用中。
009_0410_a_22L諦觀天地。是自己之天地也。山澤是自
009_0410_a_23L己之山澤也。雷風是自己之雷風也。水
009_0410_a_24L火是自己之水火也。天地也。山澤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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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0_b_01L뇌풍, 수화가 서로의 분별이 사라지고 하나하나 자취가 없어져 소리 없고 냄새도 없는 경지에 이른 연후에, 돌이켜 천지, 산택, 뇌풍, 수화가 저절로 천지, 산택, 뇌풍, 수화임을 본다면 이 경계에 이르러 선인은 누구이며 후인은 어떤 사람이겠는가. 나는 종문의 후손으로 종문의 옛일을 기록하여 감히 장안이 천태天台의 옛 사적을 서술한 것을 본뜨는 바이다. 은사의 법휘法諱에서 위 글자는 문文이요 아래 글자는 식式이다. 화사化士로 세상에 이름났다. 사는 다음과 같다.
特地乾坤 특별한 세계에
諸天日月 제천의 일월이 빛난다
壁殿噲噲 전각이 시원하게 열리고
金鍾落落 금종은 울려 퍼진다
俯臨南斗 남두성을 굽어보고
高枕北極 높이 북극성을 머리에 이었다
鳳去鸞來 봉황과 난새가 오고 가니
天根月窟 천근과 월굴이오
洪鈞造化 홍균이 조화를 부려
弄巧奇絕 기특한 솜씨를 다하였다
萬古禪闕 만고의 선궐禪闕이
煥乎如昨 어제인 듯 빛나니
盍知地靈 지령地靈의 도움이요
盖見人傑 인걸을 보리로다
却愧後生 부끄럽다 후생으로
濫編先蹟 외람되게 선인의 자취를 기록한다.석교 중수 권선문사람이 왕래할 때에 어찌 이 길을 따르지 않겠는가. 길 중에서 통하기 어려운 것은 하늘이 가장 으뜸이다. 대저 푸른 파도나 흰 물결도 청작靑雀을 띄우거나 채익彩鷁315)을 타고 달린다면 그 또한 건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큰 강이나 넓은 시내가 길을 막고 있어 조각배나 옷을 걷고 건너지 못할 경우, 누워 있는 창룡蒼龍이나 가로지른 흰 무지개와 같은 다리가 없다면 어찌 건널 수 있겠는가.운수현雲水縣의 치소治所 남쪽 1인一引(10丈) 쯤에 큰 시내가 가로질러 남북으로 왕래하는 요로를 막고 있다. 읍을 설치한 이래로 석교 열네 칸을 건설하였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너지고 세우는 것을 반복하여, -
009_0410_b_01L雷風也。水火也。互奪雙亡。一一掃蹤
009_0410_b_02L滅跡。至於無臭無聲。然後飜觀天地自
009_0410_b_03L天地。山澤自山澤。雷風自雷風。水火
009_0410_b_04L自水火。則到此境界。先人也何人也。
009_0410_b_05L後人也何人也。我以宗門後昆。記宗門
009_0410_b_06L舊事。敢斆長安之述天台故蹟也。恩師
009_0410_b_07L法諱。上字文。下字式。以化士名於於
009_0410_b_08L世焉。詞曰。
009_0410_b_09L特地乾坤。諸天日月。壁殿噲噲。
009_0410_b_10L金鍾落落。俯臨南斗。高枕北極。
009_0410_b_11L鳳去鸞來。天根月窟。洪鈞造化。
009_0410_b_12L弄巧奇絕。萬古禪闕。煥乎如昨。
009_0410_b_13L盍知地靈。盖見人傑。却愧後生。
009_0410_b_14L濫編先蹟。
009_0410_b_15L
009_0410_b_16L石橋重修勸善文
009_0410_b_17L人之所徃來者。何莫由斯道。而道之所
009_0410_b_18L難通者。唯天一爲最也。夫蒼波白浪之
009_0410_b_19L浮靑雀飛彩鷁。其亦至矣。而若夫大川
009_0410_b_20L濶溪之欄路阻逕。而不可以刳木厲揭
009_0410_b_21L之所能渡。則苟欠蒼龍之偃臥。白虹之
009_0410_b_22L橫駕。而可能飛渡㦲。夫雲水治南一引
009_0410_b_23L許。有大川橫帶。而截南北徃來之要路
009_0410_b_24L也。設邑以來。駕石橋十四間。閱幾多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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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0_c_01L대소의 사신들과 상하로 오가는 행객들이 건너는 것이 괴로워 지체하는 폐단을 면하였다. 이제 오뉴월 사이에 비가 세차게 내려 물살이 성대하여, 주춧돌과 받침돌이 사나운 물결에 그 터와 함께 휩쓸려 가서 상양商羊316)의 환난을 만난 듯하였다. 만일 연성燕星의 용龍317)이 있지 않다면 누가 몸이 젖는 것을 면할 것인가.본 읍의 태수가 드디어 널리 구제하는 길을 열어, 특별히 전 승통 삼순三淳을 선발하여 그로 하여금 모연하고 중수하게 하니 참으로 위대하다. 태수는 한 읍의 부모요 삼순 스님은 경내의 덕인으로 부모가 명령하고 덕인이 교화하니, 온 읍의 백성들이라면 누구인들 상자를 기울이고 창고를 열어 대천을 건너는 막중한 역사에 다투어 혜시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한다면 양자강의 14교나 당계唐階의 은색교銀色橋조차도 거의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니 하물며 이 한 석교이겠는가. 선을 짓는 길은 많지만 사람을 구제하는 공이 으뜸이요 또한 옛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으니 뜻있는 군자는 반드시 이 글에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십이원불을 조성하는 권선문혼돈 이전에 어찌 불佛이라는 글자가 있었겠는가. 다만 음양이 나뉘고 오위五位(오행)의 상이 세워지자, 삼교의 모든 책에서 각각 가르침을 다하여 그 자세한 것을 나타냈다. 이제 이른바 십이원불도 아마 음양오행의 오묘한 이치가 각각 그 처지를 주관하는 것이다. 유학의 태극太極과 노자의 천하모天下母318)와 불가의 일법계一法界가 각각 그 이름을 세워서, 만고의 십이지十二地 일체의 수행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본분 중에도 또한 스스로 십이불이 있어 도에 합치되는 줄 알게 한즉, 삼교가 자상하게 분별한 것을 대개 볼 수 있다. -
009_0410_c_01L隨圯隨成。以免夫大小別星上下行客
009_0410_c_02L病涉稽滯之弊矣。今五六月之間。霈然
009_0410_c_03L雨。淼然水。柱砌駕石。爲顚波虐浪所
009_0410_c_04L蹴突。和基址而割蕩捺眹。如遇商羊之
009_0410_c_05L患。而未有燕星之龍。其孰能免濡尾㦲。
009_0410_c_06L本邑太守。遂紵普濟之道。特甄前僧統
009_0410_c_07L三淳。使其募緣而重修之。大矣㦲。太
009_0410_c_08L守一邑之父母。三淳一境之德人。父母
009_0410_c_09L令之。德人化之。則一邑境民俗。誰不
009_0410_c_10L欲傾箱散廪爭施惠於涉大川莫重之
009_0410_c_11L役㦲。夫如是則雖楊江之十四橋。唐階
009_0410_c_12L之銀色橋。庶幾成就也。而況此一石橋
009_0410_c_13L乎。作善之路靡一。而濟人之功居最。亦
009_0410_c_14L著乎古典。有識君子。必將有感於斯文。
009_0410_c_15L
009_0410_c_16L造成十二願佛勸善文
009_0410_c_17L混沌以前。豈有佛字。但自二儀才判。
009_0410_c_18L五位立像。三敎諸書。各盡悉檀。以視
009_0410_c_19L其詳。今所謂十二願佛者。豈其二五之
009_0410_c_20L妙。而各主其地者耶。儒之本太極。老
009_0410_c_21L之天下母。佛之一法界。各立其名。使
009_0410_c_22L萬古十二地一切行人。各知其自己上
009_0410_c_23L行年中亦自有十二佛。而反常合道也。
009_0410_c_24L則三敎之所以分踈纎悉者。槩可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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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1_a_01L대개 심왕心王의 미묘한 형상은 마음의 눈 속에 있고, 지극한 도가 자리한 곳은 소리와 냄새 이전에 있다. 만약 지위도 없고 이름도 없이 무無 가운데 덕을 이루고, 관문을 열어 정치를 묻고 지극한 이치를 드러내며, 지극한 지혜의 빛을 발하여 인광印光이 융통하면, 주반主伴이 함께 말하고 들으며 같이 불도를 이루고, 주반이 구공俱空하여 별지別地에 이르러 저 십이시처十二時處의 부처님을 만나 모든 시처에 마땅하지 아니함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크게는 겁겁에 일겁도 그치거나 빠뜨림이 없을 것이요, 작게는 일시라도 그치거나 결함이 없어서 조화의 쓰임이 드러나고 눈으로 도의 이치를 볼 것이다. 만약에 여기에 사람이 있어 자기의 시처를 돌이켜 본다면 십이시처의 부처님이 자기시처의 부처님일 것이다.나는 대략 그 뜻을 알고 동지와 함께 십이원불을 조성하며, 아울러 그림을 갖추고 불상을 금전金殿의 옥단玉壇 위에 봉안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 불상을 보고 가리키며 “이는 과연 자신의 불상이요, 저것도 자신의 불상이오.”라고 말하게 하여, 다투어 흠경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날로 선을 닦아서 수행도 없고 부처도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한다면, 가히 십이불과 더불어 일상을 함께할 것이다. 원컨대 여러 단월은 각각 빈부를 따라 곡식을 바치기도 하고 비단을 바치기도 하여 불후한 인연에 혜시하기를 간절히 권하노라.숭암사 개와 모연문어찌 법전에 기와가 덮이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느냐. 기와를 덮지 않으면 반드시 허물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9층의 높은 대를 훌륭한 기술자가 솜씨를 다하여 짓는다 할지라도 기와를 덮지 않으면 풍우가 몰아쳐 동량이 모두 썩고, 수년도 되지 않아 건축의 공을 헛되이 할 것이니 어찌 우연이겠는가? -
009_0411_a_01L夫心王妙相。三星半月之時處也。居位
009_0411_a_02L至道。無聲無臭之時處也。若其無位無
009_0411_a_03L名。無中成德。開關問政。用印至理。發
009_0411_a_04L光至智。印光融通。主伴說聽。同成佛
009_0411_a_05L道。主伴俱空。以至于別地。逢渠十二
009_0411_a_06L時處佛。無不各當其時處。而大則劫劫
009_0411_a_07L無一劫或止或闕。小則時時無一時。
009_0411_a_08L或息或缺。化用披露。目轍道存。若有
009_0411_a_09L人於此反觀自己之時處。則十二時處
009_0411_a_10L之佛。即自己時處之佛也。山時粗識其
009_0411_a_11L趣。欲使同志。共造其十二願佛。而兼
009_0411_a_12L備蘇繪奉像于金殿玉壇之上。將使人
009_0411_a_13L人。觀其某像而指之曰。此果自己之
009_0411_a_14L佛也。彼果自己之佛也。爭欲欽敬而
009_0411_a_15L回觀自己。修善日漸。以至于無修無佛。
009_0411_a_16L則可與十二佛同駈駕於日用中矣。願
009_0411_a_17L諸檀越。各隨豊儉。糓者糓。帛者帛。
009_0411_a_18L施惠於不朽之緣。至勸。
009_0411_a_19L
009_0411_a_20L崇巖寺盖瓦募緣文
009_0411_a_21L盍觀夫樹殿不盖者乎。不盖必廢故。崇
009_0411_a_22L臺九層。雖使倕材架窮精終。無盖孤立。
009_0411_a_23L則方風雨滂上。棟樑俱朽。不數年間。
009_0411_a_24L空覆盖之功。豈偶然㦲。寺之法殿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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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1_b_01L절의 법전은 창건된 지가 오래되었으므로, 덮개와 벽이 거의 모두 썩고 깨졌다. 이와 같은데도 분발하고 진작하여 덮개를 바꾸지 않으면 들보와 서까래가 썩고 기둥과 마루가 무너지는 것이 머지않을 것이니, 불상은 어디에 봉안하며 스님은 어디에서 조석으로 향을 사르고 불을 밝힌 것인가.나는 기와를 바꾸는 일에 개연히 뜻을 두었으나 일이 막중하고 힘이 약하여 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에 단문에 모연募緣하여 변화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아! 옛사람이 갈대 삿갓으로 부처님의 이마를 덮어 주어 만승천자의 지위를 누렸다. 만일 기와를 굽는 일에 혜시惠施하여 넓고 깊은 금벽金碧의 법전을 덮는다면 단나의 복이 삿갓 하나를 보시하여 만승을 누리는 복에 그치지 않을 것이니 청컨대 이 글에 서명할지어다.큰북을 조성하는 모연문하늘에 현묘한 조화는 일정함이 없으나 우레가 아니면 중생을 고무시킬 수 없고, 부처님의 진기眞機는 헤아릴 수 없으나 큰 소리가 아니면 큰 꿈을 깨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총림에서는 큰북을 만들어 운뢰각雲雷閣에 걸어 두니 그것이 법기法器임을 밝힌 것이다. 대저 법회에 한 번 치면 삼천계三千界를 진동하고, 청정한 곳에서 때때로 울리면 팔만문八萬門에 퍼지니 이에 사생四生이 숨을 죽이고 만물이 소생하여 깨우친다. 위로 유정천有頂天에 이르고 아래로 공륜空輪319)까지 가득하여 산해山海의 중생들이 모두 어리석음을 깨치고 번뇌를 제거하여 만겁의 꿈에서 깨어나니, 부처님이 법기를 빌려 법음을 울리고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는데 무엇이 이보다 더 크겠는가!이 절은 모든 기물이 거의 갖추어졌으나 오직 북만 성취하지 못했으니 어찌 뜻있는 자의 마음에 창피하지 않겠는가? 이에 단문에 권선하지 않을 수 없으니 원컨대 여러 군자들은 -
009_0411_b_01L創來久矣。盖障垂皆朽破如此。而不奮
009_0411_b_02L然振作更盖。則杗桷蠹朽。棟顚屋摧。
009_0411_b_03L指日可待。佛安得存像。而僧安得朝夕
009_0411_b_04L焚點於其間㦲。山野慨然志于更盖。而
009_0411_b_05L務重力綿。難可獨辦。此不可不募緣於
009_0411_b_06L壇門而求化也。噫。昔人以蘆笠覆佛頂。
009_0411_b_07L享萬乘天子之位。倘有惠施於燔瓦之
009_0411_b_08L役。而盖潭潭金碧法殿。則檀那之福祿。
009_0411_b_09L不啻如捨一笠享萬乘而止矣。請署斯
009_0411_b_10L文。
009_0411_b_11L
009_0411_b_12L造大皷募緣文
009_0411_b_13L天之玄化。固無方而非大壯。則不能皷
009_0411_b_14L於群動。佛之眞機。亦叵測而非大音。
009_0411_b_15L則不能覺於大夢故。凢有叢林。莫不爲
009_0411_b_16L大皷。而懸於雲雷之閣。以昭其法器也。
009_0411_b_17L夫法會一振。盪激三千界。淨居時吼。砰
009_0411_b_18L動八萬門。於是四生竦息。萬類蘇惺。以
009_0411_b_19L至上極有頂。下彌空輪。陸海神識。亦
009_0411_b_20L皆發冥蒙袪塵滯。而覺萬劫之魂夢。夫
009_0411_b_21L佛之假法器振法音。度生類含識者。其
009_0411_b_22L孰大於是也㦲。惟玆寺也。凢百垂備而
009_0411_b_23L唯皷也。尙未能成就。豈不昌披於志者
009_0411_b_24L心乎。此不可不勸善於檀門。願諸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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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1_c_01L베틀의 비단을 끊고 창고의 곡식을 기울여 이 역사를 도울지어다. 법기를 조성하고 법음을 울려서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으로 하여금 감동케 하며, 큰 꿈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우레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고무하는 것처럼 한다면 단나가 복을 얻는 것이 이 북에 영원히 의뢰할 것이니 소홀하지 않기를 바라노라.천불의 그림을 그리는 모연문불상佛像을 짓는 것은 우전왕于闐王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로 초상을 설치하고 받들어 모시는 것은 한두 분의 부처님이 아니면 서너 분의 부처님뿐이었다. 열 분의 부처님, 스무 분의 부처님 그리고 백 분의 부처님도 그려 내지 못하거늘 하물며 천 분의 부처님이겠는가. 이제 아무개가 천불千佛을 그리고자 하는데 천불을 그려서 한 전각에 엄숙히 모두 모신다면, 사람들이 차례로 예족禮足하면서 “이분은 아무 부처님이요. 저분은 아무 부처님이다.”라고 하며 천 분의 부처님께 이른다면 그 공덕은 한두 분의 부처님만 그려 모시는 자의 공덕보다 한량없을 것이다.불경에 “한 번만이라도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말하면 모두 불도를 이룬다.”고 하였으니 하물며 천불의 이름을 칭하고서 불도를 이루지 못할 것인가. 불상을 조성하는 공덕은 경문에 갖추어 기록되어 사람마다 익히 들은 바이니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도 알 것이다. 원하노니 여러 시주는 내 말을 의심하지 말고, 모두 기쁜 마음으로 다투어 금고를 열고 좋은 인연을 맺는다면 천불에 한 분을 더하리라는 것을 단연코 의심할 바 없으니 힘쓸지어다.문수암 화불 권선문대저 절은 부처님의 집이요 부처님은 절의 주인이다. -
009_0411_c_01L截機素。傾廪紅。以助此役。而成法器
009_0411_c_02L振法音。使大千含靈。感動而覺大夢。
009_0411_c_03L如大壯之皷於羣動。則檀那之獲福。必
009_0411_c_04L於是皷乎永賴矣。幸勿忽諸。
009_0411_c_05L
009_0411_c_06L畫成千佛募緣文
009_0411_c_07L佛像之作。昉於于闐王。自後設肖像而
009_0411_c_08L承奉者。非一佛則二佛。非二佛則或三
009_0411_c_09L四佛而已。不能寫十佛二十佛至於百
009_0411_c_10L佛。況千佛乎。今某準擬繪畫千佛。繪
009_0411_c_11L畫千佛。而儼然咸奉一殿中。使人次
009_0411_c_12L第禮足而稱之曰。此某佛也。彼某佛也。
009_0411_c_13L以至於千佛之多。則與只寫一二三四
009_0411_c_14L佛者功德。奚但萬萬。經曰一稱南無佛。
009_0411_c_15L皆以成佛道。況稱之至於千佛而有未
009_0411_c_16L成佛道者乎。造像功德。備載經文。而
009_0411_c_17L人人素所稔聞。不待余之喋喋而知矣。
009_0411_c_18L願諸檀那。不嚇我而擧欣欣然。爭相胠
009_0411_c_19L篋倒籐以結良緣。則加一數於千佛
009_0411_c_20L斷無疑矣。勉諸。
009_0411_c_21L
009_0411_c_22L文殊庵畫佛勸善文
009_0411_c_23L夫寺。佛之家也。佛。寺之主也。有家而
009_0411_c_24L不可無主。有主而不可無家故。有家必
009_0411_c_25L有主。有主必有家。有家無主謂之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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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2_a_01L집만 있고 주인이 없을 수 없고 주인만 있고 집이 없을 수 없으니, 집이 있으면 반드시 주인이 있고 주인이 있으면 반드시 집이 있는 법이다. 주인 없는 집이나 집 없는 주인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제 절을 지었는데 불상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비록 절이 있다 해도 절이라 할 수 있겠는가.나는 불상을 조성하여 절에 모시고 주인이 있게 할 뜻이 있었으나 혼자 힘으로 이루지 못하니 어찌 힘이 약하다는 탄식이 없겠는가! 대저 길가에 작은 집을 짓더라도 오히려 그 일을 돕거늘 하물며 불상을 조성하는 인연에 은혜를 베푸는 이가 없겠는가. 불경에 “만일 불상을 조성하거나 보수하면 부처가 되거나 천신이 되는 좋은 인연이 된다.”고 하였다. 원하노니 여러 시주는 청동을 시주하고 황윤黃潤(고급 직물)을 잘라 이 역사를 이루어, 절에 부처님을 모시고 부처님께 절이 있게 하면 그 공덕이 반드시 부처가 되거나 천신이 되는 데에 가까우리니 힘쓸지어다.수보 권선문수리할 것이 있고 수리하지 못 할 것이 있으며, 보수할 것이 있고 보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수리할 수 있으면 수리해야 하고 보수할 수 있으면 보수해야 한다. 권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권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며, 선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 있고 선으로 여길 수 없는 것이 있다. 권할 수 있는 것은 권하지 않을 수가 없고, 선으로 여기는 것은 선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수리하고 보수할 수 있는 것은 권해야 하고, 수리하고 보수할 수 없는 것은 권할 수 없다. 선으로 여기는 것은 권해야 하고 선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권하지 말아야 한다.이 암자는 모든 기물이 다 결여되고 위아래의 칠과 벽이 모두 벗겨지고 깨졌으니, 수리하고 보수하며, 또 권하고 선하게 할 만하지 아니한가. 만약 결여되거나 깨지지 않았는데 보수한다면 권할 수도 없고 선하다고 여길 수도 없다. 이 네 가지가 가능한데,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진실로 옳지 못하다. 무릇 한 가지 가능한 것도 불가하다고 하면 안 되는데, 네 가지 가능한 것을 불가하다고 하겠는가. 한 가지 가능한 것도 얻기 어려운데 네 가지 가능한 것을 얻음이겠는가. 한 가지 가능한 것을 가하게 하여도 복이 한없는데 하물며 네 가지 가한 것을 가하게 함이겠는가. 이 때문에 산승이 권할 만한 것을 권하노니 -
009_0412_a_01L有主無家謂之主者。未之有也。今夫寺
009_0412_a_02L已創。而佛未能成就。雖有寺。可謂之寺
009_0412_a_03L乎。山野志于造佛奉于寺。使家有主主
009_0412_a_04L有家。而未能以一力獨辦。豈無弱轅之
009_0412_a_05L嘆乎。夫路傍院宇之創。猶可助其役也。
009_0412_a_06L況於造佛之緣。可無惠施者乎。經曰若
009_0412_a_07L造若修之妙利。乃佛乃天之良因。願諸
009_0412_a_08L檀那。散靑銅。截黃潤。以成此役。使寺
009_0412_a_09L有佛。佛有寺。則其功德。必幾於乃佛
009_0412_a_10L乃天者矣。勉諸。
009_0412_a_11L
009_0412_a_12L脩補勸善文
009_0412_a_13L修有可修不可修。補有可補不可補。有
009_0412_a_14L可修不可不修。有可補亦不可不補。勸
009_0412_a_15L有可勸不可勸。善有可善不可善。有可
009_0412_a_16L勸不可不勸。有可善亦不可不善。勸可
009_0412_a_17L修可補可勸。勸不可修不可補不可勸。
009_0412_a_18L善可勸可善。善不可勸不可善。是庵也。
009_0412_a_19L凡百什物俱缺。上下塗壁皆破。可不謂
009_0412_a_20L可修可補可勸可善。若不缺破。擬修補。
009_0412_a_21L不可勸。不可善。有此四可。而不四可誠
009_0412_a_22L不可。凡一可不可不可。況不可四可。
009_0412_a_23L一可難可得。況可得四可。可一可。福
009_0412_a_24L不可量。況可四可。故山野勸可勸。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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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2_b_01L여러 군자들은 선하다고 여기는 일을 행할지어다.불기 권선문부처님을 모시려면 반드시 기물을 만들어야 한다. 기물을 만들지 않고 부처님을 모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암자는 창건된 지 오래되지 않아 불상은 겨우 이루고 봉안하였으나 기물은 결여되었으니 어찌 창피하지 않은가? 대저 이 기물은 변두籩豆와 호련瑚璉320)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옛날 네 왕이 부처님께 바친 유리 발우나, 유마 거사가 보살에게 공양한 향적香積 세계의 발우가 곧 이제 말하는 이 기물의 종류일 것이니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는 자는 이 기물이 없을 수 없다. 모든 착한 선비는 각각 단문을 열어 이 기물을 이루면 복을 얻지 못한다고 어찌 의심할 것인가. 힘쓸지어다.불상 수보문완산부 북쪽 추줄산崷崒山 남쪽에 은선암隱仙庵이 있는데, 경계가 우뚝하고 맑아서 한 티끌도 이르지 않으니 수월水月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연좌 위에 모셨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도금이 벗겨지고 뱃속의 진장珍藏도 모두 흩어져 텅 비게 되었다. 아아! 지인至人의 경계는 본래 영허소장盈虛消長의 이치가 없으니, 금강의 진체眞體가 어찌 훼멸毁滅하겠느냐마는 범부의 눈으로 보매 어찌 마음이 슬프지 않겠는가. 하물며 나는 불도를 공경하여 우러르는 정성이 일찍부터 마음에 쌓인지라, 이제 이렇게 훼상毁傷됨을 보고 어찌 남보다 더욱 애통해 하며 용감하게 보수하지 않겠는가! 이에 단문에 모연하노니 원컨대 여러 군자는 각각 빈부에 따라 혜시하여, -
009_0412_b_01L君子善可善。
009_0412_b_02L
009_0412_b_03L佛器勸善文
009_0412_b_04L佛乎佛。必器乎器。不器乎器。欲佛乎
009_0412_b_05L佛者。未之可也。之庵也創未久矣。佛
009_0412_b_06L纔成就奉安。而器則闕如也。豈無昌披
009_0412_b_07L者乎。夫斯器也。非籩豆瑚琿之謂也。
009_0412_b_08L昔者四王之所獻佛琉璃鉢。維摩之供
009_0412_b_09L菩薩香積鉢。即今之所謂此器者流歟。
009_0412_b_10L則奉佛獻供者。不可無此器也。凡百善
009_0412_b_11L士。各開檀門。以成此器。則方可爲器
009_0412_b_12L乎器。而佛乎佛。佛乎佛而胡疑乎福
009_0412_b_13L或不得者也。勉諸。
009_0412_b_14L
009_0412_b_15L佛像修補文
009_0412_b_16L夫完府之北。崒山之南。有庵曰隱仙。
009_0412_b_17L觸境凛然。一塵不到。水月睟容。奉安
009_0412_b_18L于蓮座之上。而多經歲月。軆脫其金。
009_0412_b_19L腹中珍藏。亦皆散頓。枵然其空。嗟呼
009_0412_b_20L至人境界。本無盈虛消長之理。金剛眞
009_0412_b_21L軆。寧且有毁滅耶。在凡人所見。安得不
009_0412_b_22L㤷然而傷心㦲。況如山野敬仰佛道之
009_0412_b_23L忱。夙蘊于中矣。今見此毁傷。能不倍
009_0412_b_24L痛於人而勇爲之補理耶。是用募緣於
009_0412_b_25L檀門。願諸君子。各隨豊儉。惠施於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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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2_c_01L금신金身을 보수하기를 달빛이 이지러졌다가 다시 둥글게 빛나듯이 한다면, 산승의 마음에 슬픔이 사라지고 여러 군자의 복도 한이 없을 것이니 힘쓸지어다.괘불탱 권선문대개 석교釋敎에서 망상罔像의 초상을 세우는 것은 『주역』에서 무상無象의 대상을 세우는 것과 같다. 상象을 세우지 않으면 뜻을 다하지 못하고, 상像을 모시지 않으면 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전왕이 신령한 위의를 그리고 그 상을 모셔서 만세토록 착한 마음을 흥기하게 하고, 가상假像을 빌려 황홀한 가운데 진리를 드러냈으니 상을 모시는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절에 괘불이 없은 지 오래되었다. 이에 두타 잠공岑公이 개연히 분발하여 새로 조성할 것을 뜻하니 단문에 모연하지 않을 수 없고 권선문이 없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애써 백 리 밖으로 나에게 청하였으니 내가 비록 재주 없으나 어찌 감히 미혹되어 못난 솜씨나마 발휘하지 않겠는가.대저 손톱으로 그림을 그려서 깨달음을 이룬 것은 『연화경』에 보이고, 불상을 이루어서 복을 얻은 일은 불경에서도 들어 보았다. 하물며 이 괘불의 그림은 오채五彩로써 부처님의 위의를 그려 허공에서 걷는 듯하게 함이랴. 만약 마음 있는 단나가 베틀의 비단을 자르고 창고의 곡식을 기울이며, 기쁜 마음으로 상을 모시고 진리를 드러내는 역사에 조연한다면 성불도 머지않을 것이요 무궁한 복을 얻을 것이니 힘쓸지어다.권선문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가리라고 한 말씀을 증자曾子에게서 들었고321) 여앙여경餘殃餘慶의 말씀은 『주역』에 보인다.322) 선악의 인과응보는 서로 잇따르니 만일 물욕物欲을 변화시킨다면 요순의 성선性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안택安宅(仁)을 비워 두고 거처하지 않는다는 전 시대의 교훈이 있고, 평탄한 길을 닦아 편안히 걸으라는 -
009_0412_c_01L而俾得修補金身。煥如月斯缺而未幾
009_0412_c_02L復圓。則非惟山野之心無傷。君子之福
009_0412_c_03L祿。亦必無疆矣。勉旃。
009_0412_c_04L
009_0412_c_05L掛佛幀勸善文
009_0412_c_06L盖觀釋敎之設肖像於罔像。有如易道
009_0412_c_07L之立大象於無象。象不立則意不盡。像
009_0412_c_08L不設則眞不顯也。故闐王描靈儀而
009_0412_c_09L設其像。使萬世無不油然。而藉假顯眞
009_0412_c_10L於恍惚中。像之設。豈偶然㦲。寺無掛
009_0412_c_11L佛久矣。爰有頭陀岑公。慨然奮出。志
009_0412_c_12L于新成。不可不募緣於檀門。而亦不可
009_0412_c_13L無勸文。故强而百里外請余。余雖不才。
009_0412_c_14L安敢迷藏而不效嚬㦲。夫爪畫成覺。見
009_0412_c_15L於蓮花。成獲福。聞于貝葉。況此掛
009_0412_c_16L佛之繪。五彩邈金儀。煥若天中天步虛
009_0412_c_17L者乎。若乃有心檀那。截機素。傾廪紅。
009_0412_c_18L隨喜助緣於設像顯眞之役。則成佛不
009_0412_c_19L遠。獲福無窮矣。勉諸。
009_0412_c_20L
009_0412_c_21L勸善文
009_0412_c_22L出乎返乎。曾有聞於曾子。餘殃餘慶。
009_0412_c_23L豈不見於周書。善惡因緣。報應承襲。
009_0412_c_24L物欲倘變於齊魯。性善可期於唐虞。曠
009_0412_c_25L安宅而不居。前代覆轍。修坦途而平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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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3_a_01L선성先聖의 유훈이 있으니, 원컨대 여러 단월檀越은 인인仁人이 재물을 나누어 주는 풍모를 생각하고 군자가 선을 즐겨하는 의리를 본받아 각각 즐겨 혜시하여 좋은 인연을 심을지어다.송광사 연화당 중창 모연문대저 사람들은 복이 복인 줄만 알지 복이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며, 재앙이 재앙인 줄만 알지 재앙이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한다. 만일 복이 되는 까닭을 알려고 한다면 오직 선일 뿐이요, 재앙이 되는 까닭을 알려고 한다면 불선일 뿐이다. 이 때문에 『주역』에 경앙慶殃의 설이 있고 『맹자』에 출반出返의 이야기가 있으니, 선하고 복을 받지 않는 경우는 없으며, 불선하고 재앙을 입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다. 사람으로서 이미 복과 재앙을 안다면, 어찌 복과 재앙의 까닭을 알아서 오직 선을 행하고 불선을 행하지 않으려 하지 않는가.이 절은 나라의 명찰이요, 이 연화당은 절의 빼어난 건물이다. 뜻밖에도 작년 봄에 불길에 소실되었다. 거주하는 사람들이 슬퍼했을 뿐 아니라 지나가는 나그네들도 안타까워하였다. 나는 개연히 분발하여 다시 새롭게 하기를 꾀했으나 여러 군자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일을 마치기 어렵기 때문에 감히 짧은 글을 꺼내어 사성四性의 어진 이에게 고한다. 원컨대 군자들은 이 여경여앙餘慶餘殃의 설을 수긍하고, 힘이 되는 대로 혜시한다면 복이 반드시 가까워지고 화는 멀어질 것이니 힘쓸지어다.봉향산실 서천지간에 가장 높은 것은 태산이요, 가장 큰 것은 창해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태산이 높은 것 중에 으뜸이요, 창해가 큰 것 중에 으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태산의 높이를 사람들에게 “이는 높다고 할 수 없다.” 하고, -
009_0413_a_01L先聖遺謨。願諸檀越。思仁人散財之風。
009_0413_a_02L效君子樂善一義。各肎惠施。幸樹良因。
009_0413_a_03L
009_0413_a_04L松廣寺蓮花堂重剏募緣文
009_0413_a_05L夫人皆知慶之爲慶。而不知慶之所以
009_0413_a_06L爲慶。知殃之爲殃。而不知殃之所以爲
009_0413_a_07L殃。如欲知慶之所以爲慶。唯善而已。
009_0413_a_08L知殃之所以爲殃。唯不善而已。故易有
009_0413_a_09L慶殃之說。傳有出返之談。夫善而不
009_0413_a_10L慶者。未之有也。不善而不殃者。亦未之
009_0413_a_11L有也。人而旣知慶殃之爲慶殃。則盍欲
009_0413_a_12L知慶殃之所以爲慶殃。唯善是爲。唯不
009_0413_a_13L善是不爲㦲。惟玆寺也。國中名刹。而
009_0413_a_14L玆堂也。亦寺之勝舍也。豈知客年之春
009_0413_a_15L遽爲回祿之所燬者乎。不唯居人之所
009_0413_a_16L慘。爲過客之所惜。山野慨然奮出。謨
009_0413_a_17L復一新。而不藉衆君子之助緣。則難可
009_0413_a_18L以蕆役故。敢袖一軸短䟽。仰諭四性
009_0413_a_19L仁門。願君子頷此慶殃之說。而隨力
009_0413_a_20L惠施。則慶必近而殃斯遠矣。勉諸。
009_0413_a_21L
009_0413_a_22L奉香山室序
009_0413_a_23L穹壤間最高者。泰山也。最大者。滄海
009_0413_a_24L也。故人皆知泰山之高。高之長也。滄海
009_0413_a_25L之大。大之宗也。以泰山之高語人。曰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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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3_b_01L창해의 크기를 사람들에게 “이는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 사람들은 모두 우활迂闊하다고 여겨서 듣고 믿지 않을 것입니다.대저 믿지 않는 자는 한갓 태산의 높이와 창해의 크기만을 보고, 태산 외에 또한 태산보다 높은 것이 있고 창해 밖에 또한 창해보다 더 큰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높은 것은 태산보다 높은 것이 없되 높은 것이 되지 못하니 제가 말하는 높은 것 중에 높은 것이요, 큰 것은 창해보다 큰 것이 없되 큰 것이 되지 못하니 이것이 제가 말하는 큰 것 중에 큰 것입니다. 진실로 사람이 높은 것 중에 높은 것을 보고 큰 것 중에 큰 것을 본다면 비록 태산 위에 앉더라도 높지 않다고 여길 것이요, 창해를 건너더라도 크지 않다고 안타깝게 여길 것이니, 누가 듣고 믿지 않겠습니까. 그러한즉, 저들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저들이 높다고 한 것을 높다고 여길 뿐이요, 제가 말하는 높은 것은 아닙니다. 저들이 크다고 말하는 것은 저들이 크다고 한 것을 크다고 여기는 것이요, 제가 말하는 큰 것은 아닙니다.대저 제가 높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며, 크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넓은 거처(仁)에 살며 바른 길(義)에 서서, 행동은 천하를 도와 덕이 되며, 그 도는 높아 사람이 헤아리지를 못하고, 그 덕은 커서 사람들이 짐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제가 높고 크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저 높이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은 태산의 높이요,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창해의 크기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태산이 높다는 것을 아니 높이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겠으며, 사람들이 모두 창해가 크다는 것을 아니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저 이 도와 덕은 그렇지 아니하여 사람들이 그 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 끝을 엿보지 못하니 이는 참으로 높은 것 중에 높은 것이요, 큰 것 중에 큰 것이라고 이를 만합니다.아아! 오도吾道의 쇠잔함이 오늘처럼 지리멸렬한 때가 없었습니다. 오직 자실慈室께서 우뚝 한번 나오셔서 이 도를 진작시키고 이 덕을 드러내시어 -
009_0413_b_01L不足高。以滄海之大語人。曰是不足大。
009_0413_b_02L人皆爲迂濶不聽信也。夫不聽信者。徒
009_0413_b_03L見其泰山之高。滄海之大。而未見其泰
009_0413_b_04L山之外。亦有高於泰山者。滄海之外。
009_0413_b_05L亦有大於滄海者也。高莫高於泰山。而
009_0413_b_06L爲不足高焉。則吾所謂高高之高也。大
009_0413_b_07L莫大於滄海。而爲不足大焉。則吾所謂
009_0413_b_08L大大之大也。苟人果見其高之高大之
009_0413_b_09L大。則雖使之坐泰山之上。而猶嫌不高。
009_0413_b_10L涉滄海之中。而猶惜不大。夫孰不聽信
009_0413_b_11L也。然則彼所謂高。高其所高。非吾所
009_0413_b_12L謂高也。彼所謂大。大其所大。非吾所
009_0413_b_13L謂大也。夫吾所謂高也何高也。大也何
009_0413_b_14L大也。居廣居。立正路。動爲天下道。行
009_0413_b_15L爲天下德。其道也高而人莫測其高。其
009_0413_b_16L德也大而人莫酌其大者。是吾所謂高
009_0413_b_17L也大也者也。夫測其高者。泰山之高也。
009_0413_b_18L酌其大者。滄海之大也。人皆知泰山之
009_0413_b_19L高高之長也。非高之有測乎。人皆知滄
009_0413_b_20L海之大大之宗也。非大之有酌乎。夫是
009_0413_b_21L道也是德也則不然。人莫能覰其罅隙。
009_0413_b_22L窺其涯涘。是可謂高之高。大之大者也。
009_0413_b_23L噫。吾道之殘缺。莫有今日之裂也。而
009_0413_b_24L惟大慈室。傑然一出。寔振斯道。誕顯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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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3_c_01L현묘한 교화를 성대하게 펼치고, 지혜의 횃불을 빛나게 하셨으니 참으로 위대합니다. 이 도는 태산의 높이로도 짝이 되기 어려우며 이 덕은 창해의 크기로도 비유할 수가 없으니, 높은 것 중에 높으며 큰 것 중에 큰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개 중국은 부처님께서 교화하시는 땅이요, 우리나라 또한 부처님께서 교화하시는 곳입니다. 섭등攝騰이 온 뒤로 중국에 지혜의 빛이 크게 밝아졌고, 자실이 나온 뒤로 동국에 현묘한 교화가 다시 진작되었습니다. 예전에 자실이 중국에 나오셨다면 자실이 곧 섭등이요, 이제 섭등이 우리나라에 오신다면, 섭등이 자실일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섭등과 시대가 멀고 또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도 그 풍격을 듣고 기뻐하니, 하물며 우리 자실께서는 우리나라에 태어나셨으니 그 풍격을 듣는 자가 누군들 앞다투어 뵈려고 하지 않겠습니까.저 또한 풍격을 들은 지 오래되어 한번 친히 훈도를 받고자 하였으나, 길이 남북으로 떨어져 뵈올 길이 없어 저의 간절한 마음만 가슴속에 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뜻밖에 당신께서 남쪽으로 거동하셔서 한 번 뵙고 회포를 풀게 되었으니 이렇게 좋은 날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시경』에서 “우연히 만나니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다.”고 하는 격입니다. 이 때문에 감히 부질없는 말로 태산의 높이와 창해의 크기를 묘사하여 당신의 높은 도와 큰 덕에 만분의 일이나마 견주어 보았습니다.남계에게 보내는 편지사람들은 모두 교분이 친밀한 것을 좋아하고 소원한 것을 싫어합니다. 저는 반대로 소원한 것이 친밀한 것보다 낫다고 여깁니다. 옛사람의 시에 “친밀하게 믿음을 맺는 것은 소원한 것만 못하다. -
009_0413_c_01L德。使玄風窢罭。俾慧炬熠煌。大㦲。是
009_0413_c_02L道也。泰山之高。難與爲逑也。是德也。
009_0413_c_03L滄海之大。無足爲喩也。非所謂高於高
009_0413_c_04L之高大於大之大耶。盖中國能仁之化
009_0413_c_05L土也。東國亦能仁之化土也。攝騰來後。
009_0413_c_06L中國之慧月大朗。慈室出後。東國之玄
009_0413_c_07L風再振。向使慈室出於中國。則慈室即
009_0413_c_08L攝騰也。今使攝騰來於東國。則攝騰
009_0413_c_09L即慈室也。且今人之於攝騰也。世未知
009_0413_c_10L幾千年。地未知幾千里。而聞其風而悅
009_0413_c_11L之。況我慈室。生於東國。長於東國。實
009_0413_c_12L東國之人也。則居東國而聞其風者。孰
009_0413_c_13L不欲預謁之爭先乎。余亦聞其風久矣。
009_0413_c_14L願一親炙而地隔南北。莫由得接。區區
009_0413_c_15L一念。尖尖滿載於心腑間而已。不意今
009_0413_c_16L者。幸遇鳳儀之一涉南天。承顏劈懷。
009_0413_c_17L今夕何夕。可謂邂逅適願者也。故敢以
009_0413_c_18L寒談冷語。摸泰山之高。畫滄海之大。
009_0413_c_19L比道之高。德之大之萬一云。
009_0413_c_20L
009_0413_c_21L寄南溪書
009_0413_c_22L人皆以交密爲好。交踈爲惡。我則反彼
009_0413_c_23L以爲交密不如交踈之爲愈也。古人有
009_0413_c_24L詩云。信之相結密。不以相結踈。踈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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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4_a_01L소원하면 이별할 때 한이 작지만 친밀하면 이별의 시름을 억누르기 어렵다.”고 하니, 바로 제 마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교분이 친밀한 가운데서 더욱 친밀한 사람이 있더라도 누가 형만 하겠습니까. 이제 봄도 삼월이 됐는데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멀리서나마 위로 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저는 문자에만 빠져 심전心田이 거칠고 미세한 법박法縛을 벗어나지 못해, 해진 솜옷을 입고 가시덤불을 지나는 듯 이리저리 이끌리는데, 형의 맑고 높은 안목으로 보면 한 번 웃고 꾸짖을 것입니다. 언제나 청풍백월헌淸風白月軒에서 다시 만나서 이 친밀한 회포를 풀어 볼까요. 화암花巖을 바라보니 마음이 더욱 아득합니다. 이만 줄입니다.한암에게 답하는 편지청춘에 고향을 떠나고 나서 늙어 고향에 돌아오니 요동의 학323)과 같은지라, 누가 나를 알아보겠습니까. 승속僧俗에 가까운 친척도 없고, 다만 도반道伴 중에 한두 지기와 함께 한적한 가운데 일상의 삼선三禪을 희롱할 뿐입니다. 뜻밖에 편지를 보내어 이 적적함을 위로해 주니, 두세 번 읽어 보고 음미하는데 황금보다 더 귀합니다. 저는 예전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생각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용추사에 있을 때에 어수魚水의 즐거움을 다하지 못하고 갑자기 운우雲雨처럼 헤어졌으니 인간사 뜻 같지 않다는 말이 이를 말하는 듯합니다. 나머지 말씀은 다하지 못합니다.형계에게 보내는 편지용추사에 있을 때 비록 침상을 함께하지 못하였으나 때때로 뵐 수는 있었습니다. 이제는 멀리 이별하여 이 회포를 다시 풀 길 없으니 슬픈 마음은 피차 같을 것입니다. 요즈음 수도하시는 생활이 좋으신 듯하니 참으로 위로됩니다. 저는 노환이 날로 심하니 마음만 어지러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만 여생을 힘써 근본사를 참구할 뿐이니, 이것이 구하면 얻는다는 도리인 것입니다. -
009_0414_a_01L恨應少。密離愁難抑者。政通此漢心事
009_0414_a_02L也。夫相結之密復密。誰如吾兄乎。即
009_0414_a_03L者春月已三。未審法候如何。遠慰殊切。
009_0414_a_04L老漢汨沒筌蹄。蕪穢心田。微細法縛。
009_0414_a_05L未能撥脫。猶若衣破絮行棘中。不免爲
009_0414_a_06L左右牽碍。以兄脫灑高眼見之。則當一
009_0414_a_07L笑一唾矣。何當更會於淸風白月軒。據
009_0414_a_08L此密懷耶。引領花巖情更悠悠。不宣。
009_0414_a_09L
009_0414_a_10L答寒巖書
009_0414_a_11L靑春去鄕。白首歸來。事同遼鶴。孰能
009_0414_a_12L我知僧。俗家並無大小功之親戚。法侶
009_0414_a_13L中唯有一二人之知己。相與安寂中閑
009_0414_a_14L弄日用三禪而已。何來一札。慰此岑寂。
009_0414_a_15L披玩再三。貴越雙金也。老漢一似舊。知
009_0414_a_16L荷。但在龍湫日。未盡魚水之樂。遽作雲
009_0414_a_17L雨之散。人間事不如意者。可謂此也。
009_0414_a_18L餘萬不究。
009_0414_a_19L
009_0414_a_20L寄荊溪書
009_0414_a_21L在龍湫日。雖未得被穿同床。而有時副
009_0414_a_22L覿面之緣。今已作遠別人。此懷末由更
009_0414_a_23L攄。悵缺應一般也。即惟此時道況珍
009_0414_a_24L瑟。慰慰不已。老漢衰病日甚。憒憒何
009_0414_a_25L言。但隨餘年。力持本叅。是爲求則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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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4_b_01L그러나 음양의 적이 침범하여 노쇠함이 바야흐로 예전보다 열 배나 심하여, 수행이 온전하고 전일하지 못하니 회한한들 어찌하겠습니까. 바라건대 장실丈室께선 노년에 이르기 전에 일상의 수행에 힘써 끊임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합니다.목암에게 보내는 편지남쪽과 북녘 각자의 소식을 여러 달이 지나도록 막연하여 듣지 못하니 그리운 마음이 자철磁鐵보다 더합니다. 이제 가을도 어느덧 9월이 되었는데 가르치는 생활은 어떠하신지요. 멀리서 그립습니다. 병든 저는 두 해 연속 흉년을 만나 곤궁함이 더욱 심하고, 본래 병골이라 배고픔을 참거나 고통에 익숙지 못합니다. 게다가 온 산의 풍경을 한 발우에 채울 도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름부터 가을까지 하루에 두 번씩 5홉의 식사는 거르지 않으니 아마도 그대가 정성으로 보살펴 준 덕분일 것입니다. 바라노니 불도佛道를 위하여 실중室中의 일을 더욱 간절히 하기를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운수 명장실에게 보내는 편지사람의 마음은 목석과 같기 어려운지라, 항상 고개 너머를 바라보며 떨어져 사는 근심을 없애려고 해도 없애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는 속세에서 이별하고 만나는 관문을 벗어나지 못하여 저절로 그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지요. 요즈음 스님께서 수행하시는 생활이 좋으시다 하니 멀리서나마 위로됩니다. 저는 나이가 이미 칠십이 되어 노쇠함이 심하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저번에 보내 준 과책科冊은 기일에 맞추어 온전하게 돌려 드립니다. 서로 백 리나 떨어져 있고 또 이같이 흉년이 들게 돼 오가기가 자유롭지 않아서 자연히 지연되었습니다. 이제 알맞은 인편이 있어 비로소 보내 드리니 기한을 어겼다고 꾸짖지 마시고 받았다는 회신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
009_0414_b_01L之之道也。而陰陽賊闖。衰隙方劇。與
009_0414_b_02L前日十倍之侵。業不全一。悔恨何及。
009_0414_b_03L唯希丈室及其年光未甚暮。須叅日用
009_0414_b_04L事無間。幸甚。餘不縷縷。
009_0414_b_05L
009_0414_b_06L寄牧庵書
009_0414_b_07L各南北消息。閱累朔而漠然無聞。懸懸
009_0414_b_08L一念。劇於磁鉄。即者秋月已九。未審
009_0414_b_09L講況甚似。遠戀遠戀。病老連値荒年。窮
009_0414_b_10L旣百倍。本以病骨。未曾忍饑習苦。又
009_0414_b_11L無道力能化滿山風景於一盂飯。而自
009_0414_b_12L夏徂秋。無一日不兩時尙不絕五合
009_0414_b_13L食。此豈吾丈室輩相與顧助眷眷之惠
009_0414_b_14L耶。統希室中事爲道益切耳。不宣。
009_0414_b_15L
009_0414_b_16L寄雲水明丈室
009_0414_b_17L人心難與木石同頑。每引領嶺外。鏖却
009_0414_b_18L離索憂不得。豈此情界中未透出離合
009_0414_b_19L關者。自不得不爾耶。遠惟此時。道體珍
009_0414_b_20L重。懸尉不已。病老年登七十。衰甚何
009_0414_b_21L言。但前來科册。即當依期完璧。而相
009_0414_b_22L去宿舂地年荒。又如此。去來行色。不可
009_0414_b_23L任意於此間。自爾稽延。玆仍適便。始得
009_0414_b_24L送似。望須母 [11] 還失期之讓。而回示領
009_0414_b_25L納至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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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4_c_01L도 대사에게 보내는 편지백향산白香山324)과 원미지元微之325)가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이 3년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한 것도 몇 해나 지났는지 아득하여 격세의 일인 듯합니다. 그리운 마음이 그지없었는데, 멀리서나마 수도하시는 생활이 좋으시다 생각되니 위로됨이 한량없습니다. 저는 묵은 병으로 누운 채, 정신이 날로 어지러워 성현의 경전도 엿볼 길이 없고, 나이도 이미 많아 뜻을 이루지 못하니 어찌 더욱 탄식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스님께서는 안팎의 일들에서 벗어나서 현묘한 길을 두루 밟고, 쇄탁의 공부가 무르익어 불도를 이루었으니 숙세의 공덕이 아니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부럽습니다. 일 년 전에 남쪽으로 오신다는 기약이 있는 듯하여 눈을 씻고 기다렸는데, 발자국 소리가 이제껏 조용하니 무슨 까닭이 있는지요. 바라노니 석장을 날려 한번 찾아 주시어 의마依麻326)의 즐거움을 얻게 하신다면 어떠할는지요.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 많이 말씀드리지 못합니다.정자 윤주상께 올림지척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한번 뵙지 못하니 존비尊卑의 차이가 크고 승속僧俗의 도가 다르기 때문입니까. 산 너머를 바라보며 뒤늦었다는 탄식을 할 뿐입니다. 초가을에 생활이 좋으시리라 생각되니 간절히 위로됩니다. 저는 이 바람 부는 추위 때문에 묵은 병이 다시 도졌습니다. 백일白日에 신선 되어 조정으로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도 받들어 이별하지 못합니다. 다만 영 스님을 대신 보내 저의 불민함을 사죄하고, 겸하여 시 한 수를 지어 평생에 사모하는 마음을 나타낼 뿐입니다. 바라오니 보잘것없다고 버리지 마시고 한 수 차운하여 보내시어, 쓸쓸히 신음하는 중에 마음을 위로하는 보배로 삼게 해 주신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 다 쓰지 못합니다. -
009_0414_c_01L寄道大師
009_0414_c_02L白香山與元微之不見面三年矣。惟我
009_0414_c_03L之不相覿。亦幾閱寒暑離濶。杳如世。
009_0414_c_04L向遡之懷。未甞或弛。逖惟道況冲裕。慰
009_0414_c_05L仰沒岸。不轂跧伏宿痾。日唯憒睯。聖
009_0414_c_06L賢經籍。末由窺斑。年已多而志不遂。
009_0414_c_07L寧不爲之憎慨然耶。惟忻吾師。韄脫內
009_0414_c_08L外。蹐遍玄路。工熟洒濯。成得天鈞。非
009_0414_c_09L宿勛然乎㦲。健羨健羨。年前似有南向
009_0414_c_10L之期。拭眸以俟。而跫音猶至今寂然。
009_0414_c_11L不瑕有故。望須惠然一飛錫。使獲依麻
009_0414_c_12L之樂如何。餘急武不多及。
009_0414_c_13L
009_0414_c_14L奉寄尹正字周相
009_0414_c_15L相去咫尺。猶稽一候。豈雲泥逈隔。緇
009_0414_c_16L粉道殊。引領山外。祗費直後之嘆。恭
009_0414_c_17L惟杪秋舉居蔓福。伏慰殊切。山人當
009_0414_c_18L此颷寒。宿痾萌起。聞還昇白日仙。翩
009_0414_c_19L翻霄漢之行有日。而亦未能奉辭。但仍
009_0414_c_20L英頭陀替徃。謝不敏。而兼書一首詩。以
009_0414_c_21L攄平生慕悅之情而已。伏望不以不足
009_0414_c_22L觀爲永擲。而猥自步韻以送。俾作呻吟
009_0414_c_23L索寞中開慰之寶玩。則其幸如何。餘急
009_0414_c_24L足不能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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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5_a_01L희경 대사에게 보내는 편지여전히 추운 날씨에 수도하시는 생활이 좋으시다 생각되니 참으로 위로됩니다. 저는 깊은 골짜기에 거처하며 머뭇거리니, 나아가 당신을 찾아 이 마음을 위로받고자 하나 되겠습니까. 근래에 큰일을 맡아서 단문에서 모연하시매, 사서인士庶人이 다투어 공경하며 믿고 따른다고 하니 큰 덕이 아니면 그럴 수 있겠습니까.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서 다 말하지 못합니다.관천 대사에게 보내는 편지서로 수백 리나 떨어져 있어 만나서 이야기할 기약이 없고 오직 그리운 마음만 있었는데, 문득 스님의 제자가 오매 그리운 사람을 마주하는 듯합니다. 인하여 스님의 기거를 이야기하니 이 마음이 풀어짐을 느낍니다. 게다가 법회를 성대히 열어 사방에서 학인들이 찾아온다고 하니 더욱 기쁨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저는 갈 길 모르는 신세로 나이가 이미 찼으니 장차 어디로 가겠습니까. 바라건대 스님께서는 늙기 전에 크게 종풍을 떨치시어 저같이 무용한 박 신세가 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혜영 대사에게 답하는 편지주자朱子의 시327)에 “이제 함께 늙었으니, 다시 이별할 때가 아니다.(及此同衰暮。 非復別離時。)”라고 하였는데, 우리들이 헤어진 지도 어느덧 5년을 헤아립니다. 항상 고인의 시를 읊조리면서 때때로 한탄하지 아니함이 없었습니다. 문득 인편에 정겨운 편지를 받고서, 건강이 좋으심을 알고는 매우 위로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가을 초에 섭생을 잘못했는지 병을 이기지 못하고 7개월 동안 누워 있었으며 목숨이 실낱처럼 위태로웠습니다. 하늘의 도움을 입어 겨우 몇 달 전에 나아지긴 했으나, 여태껏 가슴을 치며 탄식을 하고 있으니 인간사 큰 액운이 -
009_0415_a_01L寄晞景大師
009_0415_a_02L恭惟猶寒。道體黃中。用慰萬萬。台僻
009_0415_a_03L處幽谷。乘馬班如。欲拔茅茹。以慰此心
009_0415_a_04L得乎。就審邇來。任大任。募緣檀門。士
009_0415_a_05L庶爭相顒若。莫不有孚比之。非大德
009_0415_a_06L能乎㦲。健羨不已。餘萬亟武不能罄。
009_0415_a_07L
009_0415_a_08L寄貫天大師
009_0415_a_09L相去數百里。奉晤無期。唯有一懷如懸。
009_0415_a_10L忽見師神足來。如對念中人。仍與談師
009_0415_a_11L起居。此情稍覺傾瀉。況審霧市殷開。
009_0415_a_12L不寧方來耶。尤不任栢悅之至。儂即鹿
009_0415_a_13L幽谷。月旣望。將何徃㦲。惟希五師趁光
009_0415_a_14L陰未甚晩暮。誕振宗風。母與儂瓠落
009_0415_a_15L無用。幸甚。餘統希慧照。
009_0415_a_16L
009_0415_a_17L答慧英大師
009_0415_a_18L子朱子有詩。及此同衰暮。非復別離時。
009_0415_a_19L惟我之契濶。年已過指五箇屈。長詠
009_0415_a_20L古人詩。未甞不以時悵歎也。忽因便承
009_0415_a_21L情札。憑諳道體珍重。慰豁十分。儂客
009_0415_a_22L年秋首。昧於攝理。不能與病爲敵。沉
009_0415_a_23L困七閱月。命危如綫。蒙天隲。纔數月
009_0415_a_24L前。幸得向蘓。而迨不無窹辟有標。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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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5_b_01L또 이와 같이 참혹하단 말입니까. 또 그대가 연이어 형제의 상을 만났다고 하니 저의 슬픔이 참으로 작지 않습니다. 가을에 아주 돌아갈 계획이 있으니 그대와 정겹게 만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바라노니 그간에 참선하시는 생활이 좋기를 바랍니다.취기 스님에게 보내는 편지한번 헤어진 뒤로, 길이 멀어 소식이 이어지지 아니하니 슬프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거듭 인편이 와서, 고요히 지내시는 생활이 여유롭다는 것을 알고 실로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다만 한스럽기는 떠도느라 의지할 곳이 없어 돌아갈 마음이 일어납니다. 스님께서 또한 찾아오실 생각이 있다면 바라건대 한번 나오셔서 다시 현담玄談을 토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세월이 가면 훗날 반드시 탄식하리니 모름지기 제 말을 믿으십시오.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서 다 쓰지 못합니다.영 두타에게 보내는 편지저는 세상과 교유를 끊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을 서로 비추는 사람은 오직 그대뿐입니다. 한번 헤어진 뒤로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자나 깨나 있었습니다. 뜻밖에 정겨운 편지가 와서 저의 쓸쓸함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또 두루 진귀한 선물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저는 병으로 지루하게 열흘간이나 고통을 겪다가, 이제 대략 나아가긴 하나 여전히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나그네의 시름이 잇따라 침범하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어서, 묵묵히 산창에 기대어 혼미한 마음으로 누워 날을 보내는데 이때에 서로 만나면 즐거움이 어떨까요. 먼 산을 바라보며 부질없이 시 구절만 읊어 봅니다. 나머지 저의 마음은 인편이 급해서 다하지 못합니다.선갑사 스님에게 보내는 편지 -
009_0415_b_01L間大厄。又有如是之慘耶。又審君連遭
009_0415_b_02L棣零之歎。令人感惻實不淺淺也。秋
009_0415_b_03L來大有歸歟之計。作芳隣。會有其時。統
009_0415_b_04L希未間習靜黃中。
009_0415_b_05L
009_0415_b_06L寄就機師
009_0415_b_07L一自我圍。道遠不嗣音。悵黯不已。一
009_0415_b_08L朔間。再仍便來。習悉靜履伴奐。實慰
009_0415_b_09L我心。第恨漂泊管管。杖杜起懷。師亦
009_0415_b_10L噬肯瞿瞿。唯希一出來。更吐玄談如
009_0415_b_11L何。日月其滔。後必有慨。須信我員
009_0415_b_12L餘便忙不究。
009_0415_b_13L
009_0415_b_14L寄英頭陀
009_0415_b_15L卬與世抹摋識面。曾不無其人。照肝膽
009_0415_b_16L唯有君。一從詒阻。傾溯之懷。未甞不
009_0415_b_17L寤寐。何來情緘。一慰岑寂。匝受珍況。
009_0415_b_18L謝懷塞淵。某一病支離。浹旬痛楚。今
009_0415_b_19L纔得略蘓。猶有窹辟苦㦲。又況覊愁交
009_0415_b_20L侵。無人晤語。嘿隱山窓。昏倒過日。此
009_0415_b_21L際相對。其樂如何。引領龍峀。謾吟胡
009_0415_b_22L不佽而已。自餘衷曲。急足不究。
009_0415_b_23L
009_0415_b_24L寄仙岬寺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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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5_c_01L수일 전에 과객過客의 말을 들었는데, 선갑사의 인印 대사께서 입적하여 장사를 지냈다고 하였습니다. 놀라는 한편 그에게 제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일 제자가 있었다면 반드시 부고를 하였을 것이고, 사람이 없다면 스님의 가족이나 본사의 스님이 일을 처리하였을 것이니, 반신반의하며 바로 제자를 대신 가게 해서 허실을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소식이 잘못 전해졌다면 무엇이 해롭겠습니까.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습니까. 혹 사실인 듯합니다. 그에게 본디 병이 있어 이렇게 된 것입니까. 어느 날 죽었으며 언제 장례를 지냈는지요. 별로 멀지도 않은 곳인데 끝내 소식도 듣지 못하였습니까. 예전에 금화가 요절한 것을 보고 이제 또 인 대사가 먼저 죽은 것을 들었습니다. 몇 년 사이에 제자 잃은 슬픔으로 눈물이 늘그막에 마를 겨를이 없습니다. 실로 죽어서 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데도 어쩔 수 없으니, 하늘의 이치가 망망하기만 하여 슬픔과 괴로움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인편이 돌아와서 과객의 말이 거짓임을 알려 주기만을 묵묵히 바랄 뿐이지만, 그리 쉽게 될는지요.우 대사의 청을 거절함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백 리도 되지 않는데,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합니다. 오늘 편지를 받고서, 약한 추위에 강론하시는 생활이 여유롭다는 것을 알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저는 노환이 날로 심해지고 정신과 기력이 거의 다하여, 죽어서 이 고통을 면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물주가 나를 놓아주지 않아 여기에까지 이르렀으니 삶이 슬프기만 합니다. 다만 편지에서 지시하신 것은 저도 평소에 마음에 담아 둔 것이었으나, 병고가 이와 같아 당신의 성의에 부응하지 못하니 탄식이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나고 헤어짐은 운수에 달렸으니, 인연이 있으면 선탑禪榻에 함께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 모름지기 곧바로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을 허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일 선승에게 보내는 편지 -
009_0415_c_01L數日前聞過客言。仙岬寺印大師死已
009_0415_c_02L葬。驚以爲已知渠無神足。如其役有
009_0415_c_03L人。必即馳訃。無人或僧族。若本寺僧。
009_0415_c_04L亦必有變通。將信將疑。即替門人。徃
009_0415_c_05L探實虛。虛妄聽何傷。烟不生不爨突。
009_0415_c_06L或恐爲實也。渠有本疾由此耶。死亦何
009_0415_c_07L日。葬於何時。終不聞可聞於不甚遠地
009_0415_c_08L耶已乎。徃年見錦花夭折。今又聞印師
009_0415_c_09L先逝。不數年間。喪予之涙。連不乾於
009_0415_c_10L雪鬂邊。實欲溘然。昧此景狀而不可得。
009_0415_c_11L神理茫茫。悲疚難裁。默禱便還報客
009_0415_c_12L言之虛。而其然易乎。
009_0415_c_13L
009_0415_c_14L謝愚大師請
009_0415_c_15L相去不宿舂地。而悵望如隔弱水。即承
009_0415_c_16L嵬札。披諗薄寒。講味伴奐。雀躍不任。
009_0415_c_17L台老痾日以增劇。精神氣力。什去八九。
009_0415_c_18L只待溘然昧此生受。而化翁不我遺。
009_0415_c_19L遲回至此。傷㦲此生。但來書所示。不
009_0415_c_20L糓平生所蘊。而患苦如許。未副殷款。慨
009_0415_c_21L歎不已。然合散在數。有緣則同榻會
009_0415_c_22L有其時。須休以即不惟命爲咎焉。幸甚。
009_0415_c_23L
009_0415_c_24L謝日禪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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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6_a_01L보내 주신 편지를 읽으니 정성스러운 마음이 문자에 넘쳐서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케 합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곤궁한 이후에 은혜를 안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스님이 옛정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저는 병든 몸으로 깊은 골짜기에서 머뭇거리며 늙어 가고 있습니다. 연못의 꿩328)처럼 분수에 맞게 여생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 이 밖에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바라지 않으니 하물며 박과 같이 무용한 신세이겠습니까. 이에 당신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니 개탄스럽습니다.인 대사를 대신하여 봉 대사에게 부친 편지가까운 곳에서도 막 이별하면 사람이 슬퍼지는데, 하물며 영외嶺外에 오랫동안 떨어져 있고 첩첩 운산雲山에 가로막히게 되면 그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저번 인편에 정겨운 편지를 받고 여러 번 읽어 보았는데 상쾌하기가 열해熱海 가운데서 감로수를 만난 듯합니다. 저는 작년에 은사의 초상을 만나 다비하고 탑을 세우는 것을 겨우 마쳤습니다. 올여름 막바지에 외람되게 무경의 문중門中을 열었고 이어서 모악산 성불암成佛庵으로 옮겼으나, 대체로 그렇듯 학업이 한 걸음 나아가면 열 걸음을 물러나는지라 가련한 모습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대사께서는 안팎을 벗어던지고 용문龍門에 자유롭게 노닐어, 선교禪敎의 맛을 다 음미하시고 쇄탁의 공이 무르익었으니 남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다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부럽고 부럽습니다. 배움을 마치고 돌아갈 날이 어느 때나 될는지요. 다시 만나 한 선탑에서 심지心地의 찌꺼기를 씻는 것이 소망입니다. 그간에 수행하시면서 몸을 소중히 하시기 바랍니다.자식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에 답한 편지일찍이 한 번도 뵙지 못하였으나 당신의 명성은 귀에 익히 들은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문득 편지를 받고 거듭 읽어 보았는데 마음이 상쾌하여 옥수玉樹 곁에 있는 듯합니다. 저는 근래에 중암中庵에 머무르고 있는데 -
009_0416_a_01L偶讀來書。懇懇至懷。溢於詞表。令人
009_0416_a_02L感歎。古云窮而後知惠。今而後有。以
009_0416_a_03L見師之不忘於舊情也。病老班馬窮峽
009_0416_a_04L月旣望矣。只望澤雉隨分。以爲餘年
009_0416_a_05L之計而已。此外一毫不願乎他。而況
009_0416_a_06L瓠落何所用㦲。玆未副盛意慨歎。
009_0416_a_07L
009_0416_a_08L代印大師寄封大師
009_0416_a_09L咫尺間乍違。猶令人悵然如失。況嶺外
009_0416_a_10L長別。阻以萬重雲山。則當如何懷也。
009_0416_a_11L曩者仍便。獲承情訊。披閱三四。爽若熱
009_0416_a_12L海中甘露洒也。罪人客年。遭養師喪患。
009_0416_a_13L闍維建塔。纔得成辦。今夏末窃吹無
009_0416_a_14L竟之門。隨移母岳之成佛庵。而大故如
009_0416_a_15L許學業。一暴十寒。自憐之狀。曷形喩。
009_0416_a_16L第大師韄脫內外。汗漫龍門。嚼盡禪
009_0416_a_17L敎味。工熟灑濯。非大過人能乎㦲。
009_0416_a_18L健羨健羨。實而歸。知何時。更會一榻。
009_0416_a_19L俾洗心地上滓穢。是所望也。統希未
009_0416_a_20L間爲道自玉。
009_0416_a_21L
009_0416_a_22L答人請敎子
009_0416_a_23L曾蔑一傾盖。華聲雷耳者久。忽承嵬帖。
009_0416_a_24L披閱再三。爽然如在玉樹傍也。不糓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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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6_b_01L나그넷길에 별다른 일이 없으니 실로 그대의 도타운 은혜입니다. 아뢰올 것은 편지에서 이르신 당신의 명을 따르고자 하나 닭이 황곡黃鵠의 알을 품지 못함을 어찌하겠습니까. 기어코 원하신다면 그믐께 송광사에 가서 동료 스님을 방문할 계획인데, 갔다 올 때를 기다려서 자제들을 권하여 함께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머지는 오래지 않아 만날 터이니 이만 그칩니다. 살펴 주십시오.친구에게 보낸 편지하루를 만나지 못해도 삼추三秋보다 더 흐른 듯한데, 양쪽에서 서로 마음으로만 그리워하며 꿈에서나 오갈 뿐입니다. 요즘 당신의 건강은 좋으신지요. 산천이 멀어서 만날 기약이 없으니 달이 하늘에 뜨면 그리움만 더합니다. 나머지는 만나지 않고서는 다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이만 줄입니다.양 대사를 대신하여 종형에게 부친 편지어렸을 때 서로 이별하고 지금까지 몇 년이 흘렀는지요. 우러러 그리워하는 마음이 항상 당신 곁을 맴돕니다. 요즈음 기거가 좋으시다 여겨지니 위로가 되어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일찍 흉한 일을 만나 공문에 의탁하였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요 수운水雲 사이에 수척한 모습으로, 서검書劍의 뜻을 다 그르치고 충효를 이루지 못하여 스스로 신세를 생각하니 한탄만 절로 나옵니다. 다만 기쁜 것은 형께서 일찍이 청운에 올라 두루 관직을 거치니 대장부의 행락이 이보다 더함이 없습니다. 비록 길 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듣고 크게 기뻐할 것이니 하물며 골육지간이겠습니까. 똑같은 형제인데 어찌 복은 형에게만 치우치고 재앙은 동생에게만 있는 것입니까. 만일 남쪽으로 부임하는 날이 있다면 동파東坡가 유간惟簡 스님을 찾듯이 한번 방문해 주는 것이 어떨는지요. 나머지는 바라옵건대 항상 임금 곁에서 -
009_0416_b_01L駐中庵。旅裏無他故。實仰賴腆賜也。
009_0416_b_02L就喋。所示即擬唯命。而奈越鷄不能伏
009_0416_b_03L鵠卵何。無已則晦際。當有松寺之行。
009_0416_b_04L其時訪一揩靑爲計。待去而來時。奬令
009_0416_b_05L胤偕送如何。餘在匪久。只此伏惟。
009_0416_b_06L
009_0416_b_07L寄故人
009_0416_b_08L一日不見。奚啻三秋。相思兩地。空
009_0416_b_09L使夢魂徃來而已。即不審尊候淸勝否。
009_0416_b_10L山川乍遠。會面無期。月印天心。我思
009_0416_b_11L悠悠。餘非面難旣。只此。
009_0416_b_12L
009_0416_b_13L代陽大師寄從兄
009_0416_b_14L兒時相別。于今幾翻寒暑。瞻溯一念。
009_0416_b_15L未甞不懸懸於玉樹傍也。恭惟此時。動
009_0416_b_16L止神相。仰慰區區。不任遠誠。弟宿遭
009_0416_b_17L愍兇。托跡空門。人世上一贅物。水雲
009_0416_b_18L間隻枯容。書劒俱退。忠孝未遂。自撫
009_0416_b_19L身世。咄咄奈何。但喜兄也早登靑雲。
009_0416_b_20L歷職翩翩。丈夫行樂。莫加於此。雖貊
009_0416_b_21L路人。聞且大喜。而況骨肉之間耶。同
009_0416_b_22L是骨肉之間。而胡慶之偏於兄而殃之
009_0416_b_23L偏於弟耶。倘有南官之日。一訪相見
009_0416_b_24L如東坡之於惟簡如何。餘祝常近五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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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6_c_01L천하의 백성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현도관 도사 이희에게 답한 편지눈이 골짜기를 막아 새도 지나기 어려운데 뜻밖에도 당신의 편지가 제 책상에 이르렀습니다. 재삼 읽어 보고 참으로 기쁜 마음을 가누지 못하였습니다. 병든 저는 어려서부터 섭생을 잘못하여 음양의 적이 일어나, 항상 한질을 앓아 심난하게 누워만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나이가 칠십이라 정력이 예전에 비해서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생각건대 당신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모르시고 간곡히 초대하시기를 그치지 않는 듯합니다. 만약 억지로 길을 떠난다면 50리 거리에 걸음이 매끄럽지 못하고 기가 막혀 중도에 반드시 죽을 것이니 진퇴양난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에 감히 문인을 대신 보내 저의 불민한 마음을 사죄합니다. 그러나 자고로 겉치레를 떠나 마음으로 묵묵히 계합하는 자가 적지 아니하니, 이제 저도 옛사람의 그러한 교유에 끼고자 합니다. 다만 그대가 수긍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나머지는 황공한 마음으로 다 쓰지 못합니다.경재 이 참봉에게 답한 편지작년 겨울에 산문山門에서 서로 이별하고 나서 다섯 달이 지났는데, 평상시 흠모하는 마음이 날마다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저께 문득 봉서사鳳栖寺의 스님이 편지를 전하여 공경히 읽어 보았는데 과연 항상 그리워하던 분의 친필이라 보배보다 더 소중하였습니다. 편지로 근래에 경기전에 추천되어 갔다는 것과 생활이 다복하시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고 위로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지난달 초부터 계절이 바뀌자 풍기風氣가 일어나 음양의 조화가 흐트러지고, 섭생을 잘못하여 괴로이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 가련함을 어찌하겠습니까. -
009_0416_c_01L天邊。將援率土溺子。不具。
009_0416_c_02L
009_0416_c_03L答玄都觀李都事熹
009_0416_c_04L雪梗塞壑。鳥路難通。誰料這際一封
009_0416_c_05L辱札。忽落雲床。伏讀再三。鰲抃區區。
009_0416_c_06L不任賤忱。病釋自少。衛生失經。陰陽發
009_0416_c_07L賊。常患寒疾。跧伏憒憒。況今年當七
009_0416_c_08L十。精力較昔日猶兩人乎。想恐閤下。
009_0416_c_09L不知此情狀。而恳招之不已也。若强發
009_0416_c_10L涉。半百里之許。脚澁氣塞。中途必死。
009_0416_c_11L羊藩狼狽。罔知所措。玆敢使門僧替徃。
009_0416_c_12L謝不敏之衷。而然古有默契於形器表
009_0416_c_13L者。不一而足。而今不糓。亦欲叅古契
009_0416_c_14L之一數也。第未知閤下之肯否如何。餘
009_0416_c_15L萬主臣。不備。
009_0416_c_16L
009_0416_c_17L答慶齋李叅奉
009_0416_c_18L客冬三笑別。于今五閱月。尋常艶慕之
009_0416_c_19L忱。未甞一朝夕或已。再昨忽有鳳栖僧
009_0416_c_20L來傳一緘。伏承跽閱。果是恒念中玉
009_0416_c_21L人手滋。奚啻百朋爲貴。憑審屬耳。登
009_0416_c_22L薦慶殿。動止萬福。喜慰區區。不任下
009_0416_c_23L誠。小釋自前月初。替節風起。陰陽發
009_0416_c_24L賊。衛生失術。硂伏憒憒。唯是朝夕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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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7_a_01L다만 멀다면 말하지 않겠으나 이제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와 같이 병들어서 정겨운 만남을 이을 길이 없으니 아마도 조물주가 시기하는 것일까요. 옛말에 “도가 합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곳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니 마음으로 묵묵히 헤아려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이에 제자를 대신 보내 제 답답한 마음을 아뢰니, 인사가 이쯤 되고 보면 더욱 죄스럽고 한스러울 뿐입니다.쌍계암雙溪庵 제영題詠과 기문記文은 솜씨를 아끼지 마시고 완성하여 보내 주시어 사적이 훗날에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전에 사생査生이 건명사乾明寺의 기문를 지었고 두보杜甫가 진제사眞諦寺의 시를 지었는데 이 기문과 시가 서책에 기록되어 두 사람의 글을 성대히 칭송하였고 두 절의 이름도 만고에 유전되었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의 작은 정성을 살피시어 은혜를 내려 주신다면 두 사람의 작품만 아름다움을 독점하지 않을 것이요, 이 절의 사적도 반드시 저 두 절과 같이 훗날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조만간 크게 시혜施惠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병으로 마음이 아득하여 이만 줄입니다.부 안부 편지지난겨울 이틀간 정담을 나눈 일을 여태껏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별 후에도 꿈은 항상 쌍계의 벗을 맴도는데 스님께서도 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는지요. 저는 세속 일에 시달리다 올봄에 작은 관직을 얻고 지난달에 경기전 참봉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제 막 재소齋所에 도착하니 쌍계암과 불과 사십 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곧 말을 달려 회포를 풀고자 하였으나 병으로 여의치 않아 한탄만 하고 있으니 어찌해야 됩니까. 바라건대 잠시 암자를 떠나 이곳으로 왕림하시어 한바탕 정담을 나누는 것이 어떨는지요. 제추霽秋 스님 등도 아무 일 없습니까. 늘 그리워하나 다만 승속僧俗의 길이 멀어 이같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니 흰 구름 깊게 덮인 곳을 -
009_0417_a_01L自憐柰何。但恨遠則不可言。今之相去。
009_0417_a_02L不過一莾蒼間。而病魔如許。末由更續
009_0417_a_03L揩靑。豈造物多猜歟。古云道契則霄壤
009_0417_a_04L一處。只望默契於形器之表耳。玆令神
009_0417_a_05L足替徃。叙鬱鬱之懷。人事到此。尤極
009_0417_a_06L罪歎。雙溪庵題詠及記文。毋惜一揮。就
009_0417_a_07L以送。使事蹟不泯於後。亦善事也。古有
009_0417_a_08L査生作乾明寺記。杜老製眞諦寺詠。此
009_0417_a_09L記若詩。載在方册。盛稱二子之風。而
009_0417_a_10L二寺之名。亦流傳萬古。伏望特察微懇。
009_0417_a_11L幸垂德惠。則二子之作。不獨專美於前。
009_0417_a_12L此寺之蹟。亦必如二寺之不泯於後。大
009_0417_a_13L望施惠於早晩也。餘萬病懷茫然。不備。
009_0417_a_14L
009_0417_a_15L附問書
009_0417_a_16L昨冬兩日相話。尙今爲幸。別來一夢
009_0417_a_17L長繞於雙溪間。未知師亦有眷眷之
009_0417_a_18L情耶。俗客爲塵所惱。今春得一命。
009_0417_a_19L昨月拜慶基殿叅奉。今方來到齋所。
009_0417_a_20L與雙溪相距不過四十里。即欲一鞭
009_0417_a_21L馳叙而病未如意。恨歎當如何。幸望
009_0417_a_22L暫離沙門。枉臨此處。以爲一場討論
009_0417_a_23L之地如何。霽秋等亦無恙耶。尋常思
009_0417_a_24L想而第仙凢路隔。阻濶此久。白雲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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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7_b_01L부질없이 멀리서 바라볼 뿐입니다. 마침 이 스님을 만나 여기에 편지를 보내니 조만간 방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쌍계암 서문은 일찍이 간절한 부탁을 받았으나 문장을 짓기가 쉽지 않아 우선 쉬고 있습니다.다시 답함작년 늦겨울에 송광사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 정담을 나누고 두 마음이 맞았습니다. 이별 후에 사모하는 마음이 하루도 그치지 않았는데, 뜻밖에 편지를 보내 주시어 쓸쓸함을 위로해 주시니 재삼 읽어 봄에 마음이 맑아져 묵은 병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게다가 재각에서의 생활이 좋으시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뻤습니다. 저는 암혈에서 칩거하면서 겨우 무상한 육신을 보존하고 있으니 실로 당신 덕분입니다. 아뢰올 것은 예전에 말씀드린 쌍계암 기문과 제영을 지어 보내 주시어 벽 위에 새겨 걸어 두면, 암자의 사적이 이 글에 의지하여 장차 훗날까지 사라지지 아니할 것이니 그 다행스러움이 어떠하겠습니까. 옛날에 소동파가 「보살각기菩薩閣記」를 짓고 두보가 우두사牛頭寺의 시를 지었으니 두 분이 현자賢者가 아니면 그만이거니와 두 분의 문명文名이 세상에 성대히 칭송되니, 이제 기문과 제영을 그대에게 구하는 것도 어찌 당돌하다 하겠습니까. 참으로 간곡히 바랍니다. 봄이 오면 병세가 약간 나아질 것이니 한번 지팡이를 짚고 가서 당신의 집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고송 형제에게 답한 편지_2편소식이 막혀 답답하던 차에 그대의 편지를 보고 마음이 탁 트였습니다. 게다가 타지의 진미와 새로 수확한 쌀로 저의 주린 배를 채워 주시다니요. 가을 들어 여러분의 생활이 좋으시다는 것을 알고 기쁘고 위로됨이 그지없습니다. 저는 저번에 병이 계속되고 -
009_0417_b_01L處。徒勞遠望而已。適逢此僧。玆送
009_0417_b_02L陋札。更須早晩間來訪焉。雙溪庵序。
009_0417_b_03L曾荷勤托。而屬文未易。姑闕之耳。
009_0417_b_04L
009_0417_b_05L又答
009_0417_b_06L客年冬杪邂逅松寺。一宵軟話。兩心相
009_0417_b_07L契。別後仰慕之忱。未甞一朝夕或已
009_0417_b_08L于中。何來一札。慰此岑寂。圭復再三。灑
009_0417_b_09L然若沈痾去軆。況審齋履珍嗇。不覺雀
009_0417_b_10L躍之至。病老蟄藏巖叢。1)僅保 [1] 幻殼。實
009_0417_b_11L賴腆賜也。就恐向所謂雙溪庵記文若
009_0417_b_12L題詠。莫惜一揮就而送。使得刊懸於壁
009_0417_b_13L上。則庵之蹟。賴乎此而將不絕於後。
009_0417_b_14L其幸爲如何㦲。昔蘇子作菩薩閣記。杜
009_0417_b_15L老題牛頭寺詠。使二公不賢則已。若二
009_0417_b_16L公之以文名。盛稱於世。今僦記詠於高
009_0417_b_17L明之下。亦何甞唐突乎。至企至企。春
009_0417_b_18L來當得病稍間。一拂雲笻。徃扣彭澤
009_0417_b_19L門。是計耳。餘不具。
009_0417_b_20L
009_0417_b_21L答古松聯棣
009_0417_b_22L積阻鬱伊際。獲見一書。尙多感豁。況
009_0417_b_23L異地佳味。新出香粳。慰沃饑肚耶。仍
009_0417_b_24L審秋來僉況佳勝。喜慰罔岸。此漢前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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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7_c_01L생계가 곤궁하던 차에 또 참혹한 일을 만났으니 장래에 살아갈 계책이 없습니다. 듣자니 그대가 계신 곳의 전야도 제대로 곡식이 여물지 못했다고 하는데 개탄스럽습니다. 크게 한스러운 것은 노병이 날로 더욱 심하고 도반도 날로 멀어지는 것인데 숙연이 이미 다해서 그런 것입니까. 홀로 깊은 골짜기를 지키며 남은 봄을 보내는 것이 제 본마음이요, 이외에 추호도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어찌 보름께에 갈 수 없겠습니까. 인연 따라 조만간 만나게 되기를 믿을 뿐입니다. 나머지 말은 다하지 못합니다.또추운 날 먼 길에 아이만 보내 주어도 충분하거늘 하물며 선물까지 과분하게 보내 주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이곳은 새해를 맞아 별일이 없습니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편지로 다 말씀드리지 못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그만두겠습니다. 만날 때까지 더욱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고경 스님에게 답한 편지_2편우연히 그리워하는 사람을 통하여 그리워하는 편지를 얻은 것으로 충분하거늘 게다가 장요長腰(쌀의 한 종류) 네 말을 선물로 받았으니 감사하고 부끄러워서 실로 죽기 전에는 마음에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상중의 생활이 아직 좋으시다고 하니 위로됩니다. 저는 죽을 날이 가까웠는데도 여전히 큰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날마다 길게 탄식할 뿐인데 이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상상하실 것입니다. 나머지 종문의 일을 훗날에 처리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만 믿겠습니다. 또 문중에 이루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라건대 권장하고 보호하여 그르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삼성반월三星半月329) 중에 있으니 갖추지 못합니다. -
009_0417_c_01L綿綿。生計窘敗中。又値慘凶。來頭活
009_0417_c_02L計無望也。聞貴處田野。亦多失稔。可
009_0417_c_03L歎。所大恨者。老病日益甚。同榻日
009_0417_c_04L益遠。宿緣已盡而然耶。塊守窮谷。以
009_0417_c_05L終餘春。是吾本懷。此外一毫無他念。
009_0417_c_06L豈月望無可徃耶。只恃因緣會合之早
009_0417_c_07L晏也。餘萬不一。
009_0417_c_08L
009_0417_c_09L又
009_0417_c_10L寒天遠路。送兒猶足。況信物之大過望
009_0417_c_11L耶。深謝不任。此處迎新無餘。故知荷
009_0417_c_12L自餘。非筆所旣。姑闕縷縷未間。統希
009_0417_c_13L益佳。
009_0417_c_14L
009_0417_c_15L寄答古鏡師
009_0417_c_16L偶仍念中人。得念中書。猶曰足。矧匝
009_0417_c_17L受四㪷長腰之貺耶。且感且愧。心實難
009_0417_c_18L忘於黃壤以前也。俄惟哀履尙安。慰慰。
009_0417_c_19L老漢日迫崦嵫。尙未得裂大網。是我之
009_0417_c_20L所以日夜長太息者也。此不言可想。自
009_0417_c_21L餘宗門事。專恃處置於將來也。又門中
009_0417_c_22L有可成者。望須奬護。使無蘸菹瓮也。
009_0417_c_23L幸甚。餘在三星半月中。不具。
009_0417_c_24L「僅保」底本作小文字。編者改作本文活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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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8_a_01L또 답함편지로도 만족한 데다 선물까지 넉넉히 보내 주시고 또 먼 곳으로 사람을 소개해 주시다니요. 오늘 새해를 맞아 수행하시는 생활이 줄곧 좋으시다는 것을 알고 기쁘고 위로됨이 한량없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만 바라건대 실중의 일용사日用事를 갈수록 더욱 절실하게 하고 이 밖의 여러 가지 일들은 다만 상황에 따라 헤아려 행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나머지는 편지에 다 쓰지 못하니 이만 줄입니다.밀 화상에게 보낸 편지봄이 돌아와 만물이 화락한데 멀리서 수행하는 생활이 좋으시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리워하고 위로되는 마음이 한량없습니다. 저는 나이가 칠십이 되어 법력이 쇠퇴하고 마장이 마음을 엿보아 괴이한 경계가 자주 이릅니다. 뜻밖에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오니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봐도 생소한 사람만 가득한지라, 비록 철석간장鐵石肝腸을 지니고 장벽墻壁과 같은 마음이라도 어지러운 향수를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한스럽기는 그대나 나나 여생이 멀지 않아서, 간절하게 참선함을 일상의 큰일로 삼아야 할 것이니,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음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만나서 하겠습니다.무경당 대사 행장문인 회경 기록스님의 휘諱는 자수子秀요, 자는 고송孤松, 호는 무경無竟이다. 전주인全州人이고 성은 남양 홍洪씨이다. 아버지의 휘는 세창이요, 어머니는 김씨이다. 어머님이 꿈을 꾸었는데 석불이 스님으로 변하여 와서 “모자간이 되기를 원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임신을 하여 강희康熙 갑진(1664) 2월 13일 해시에 태어났다. -
009_0418_a_01L又答
009_0418_a_02L書足況物物足。又況使紹介於蒼莾之
009_0418_a_03L外耶。即審迓新鍊味。一向珍嗇。喜慰
009_0418_a_04L不已。老漢新猶舊。知賴知賴。但望室
009_0418_a_05L中日用事。去而尤著喫緊。此外萬般。
009_0418_a_06L但隨應用權而已可也。會麽。餘不在書。
009_0418_a_07L只此。
009_0418_a_08L
009_0418_a_09L寄密和尙
009_0418_a_10L律回震宮。物登春臺。遠惟道履珍重。
009_0418_a_11L向慰沒岸。台年登七十。法力衰敗。魔
009_0418_a_12L賊窺賤。怪境荐至。不意去鄕曲。來遠地。
009_0418_a_13L擧目四顧。滿座生面。雖鐵石膓。墻壁
009_0418_a_14L心。不能耐鄕愁之攪動也。但恨彼此之
009_0418_a_15L餘年不遠。並莫如以喫緊叅念爲日用
009_0418_a_16L一大事。即宜得無一般懷。做心工乎。
009_0418_a_17L餘萬只待面叙。
009_0418_a_18L
009_0418_a_19L1)無竟堂大師行狀 [1]
009_0418_a_20L門人懷瓊錄
009_0418_a_21L和尙諱子秀。字孤松。號無竟。全州人。
009_0418_a_22L姓南陽洪氏。父諱世昌。母金氏。金夢石
009_0418_a_23L佛化僧而來告曰。願爲母子。仍有身。
009_0418_a_24L以庚熙甲辰二月十三日亥時生。幼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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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8_b_01L어려서부터 맑고 아름다웠다. 열 살 무렵에 관상을 보는 자가 “네모진 얼굴에 눈썹이 빼어나니 응진應眞의 상이다.”라고 하였고, 술사術士가 “일생 동안 만종의 녹을 누릴 것이니 진실로 공문空門에서 입신할 운명이다.”라고 하였다. 열두 살이 되자 출가를 청하였으나 부모가 굳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핑계를 대면서 “학업은 마땅히 산에서 해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부모가 막지 않았다.드디어 종남산終南山 송광사松廣寺 문식文式 장로에게 의탁하였는데, 무릇 배움에 큰 뜻에 통하고 부지런히 독송하자 사람들이 기동奇童이라고 칭송하였다. 열여섯 살이 되자 머리를 깎고 징파澄波 큰스님께 계를 받았다. 부모에게 와서 문안을 드리자 어머님이 비로소 옛날의 꿈을 이야기하고 훈계하면서 “네가 이미 출가하였으니 불도를 부지런히 닦아 우리를 괴로움에서 구원해 주라.”고 하셨다. 그 부탁이 이와 같으니 더욱 분발하였다. 드디어 추줄산 운문사雲門寺에서 추계 유문秋溪有文 대사를 뵙고 출가의 업을 닦았다. 부모의 부탁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나날이 학문의 과정에 부지런히 힘썼다. 문하에 처한 지 십여 년 만에 선교禪敎의 글을 다 배웠으며 인가를 받아 전법 제자가 되고 부용 영관芙蓉靈觀을 6세조로 삼았다. 【6세는 청허 휴정淸虛休靜부터 정관 일선靜觀一禪, 임성 충언任性冲彦, 원응 지근圓應智根, 추계 유문秋溪有文을 거쳐 스님에 이른다.】 그로부터 물러나 사실私室에 거처하면서 여러 서적을 두루 읽어 그 지견을 넓혔다.숙종조肅宗朝에 팔도의 고승 49인을 선발하여 사나사舍那寺에서 큰 불사를 행할 때에 추계 스님도 거기에 참여했는데 스님이 사미로 모임에 따라가셨다. 49인의 대덕大德이 스님의 재기才氣를 보고 모두 추계 대사가 큰 법기法器를 얻었다고 축하하고 부러워하였다. 그 후에 다시 멀리 행각하여 참결參決하려고 했는데, 먼저 호남과 영남으로 훌륭한 학자들을 방문하고 큰 뜻을 물었으며 구주九疇, 십익十翼, 하도河圖, 낙서洛書로부터 노장老莊의 현담玄談, 비결에 이르기까지 글과 이치를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때때로 여러 시체와 문장의 여러 격식을 저술하여 오묘한 경지를 얻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추계 스님을 따랐는데 -
009_0418_b_01L淸美。十餘歲時。有相者曰。方面秀眉。
009_0418_b_02L應眞其像。術者曰。空手去來。自祿萬
009_0418_b_03L鍾。眞空門立身之命。年及十二。請出
009_0418_b_04L家。父母礭不許。乃託辤曰。學業宜在
009_0418_b_05L山。父母不拒。遂投於終南山松廣寺文
009_0418_b_06L式長老。凢所學。通大義。勤讀誦。人稱奇
009_0418_b_07L童。至十六歲。祝髮受戒於澄波大德。
009_0418_b_08L來少于父母。則母始言曩日之夢。誡之
009_0418_b_09L曰。海旣出家。勤修佛道。拔我苦聚。其
009_0418_b_10L付囑如此。心益激發。遂訪秋溪有文大
009_0418_b_11L師於崷崒山雲門寺。修出家業。恐不效
009_0418_b_12L父母之付托。勤勤日課。處其門十餘載。
009_0418_b_13L學盡禪敎文。蒙印可而傳法法胤。以芙
009_0418_b_14L容靈觀爲六世祖焉六世者。淸虛休靜。靜觀
一禪。任性冲彥。圓應智
009_0418_b_15L根。秋溪有
文。至于師。 自爾退處私室。讀盡群籍。愽
009_0418_b_16L其知見。粤在肅宗朝。摺選八道高僧
009_0418_b_17L四十九人。設大佛事於舍那寺。時秋溪
009_0418_b_18L和尙與其選。師以沙彌從會中。七七大
009_0418_b_19L德。見師才氣。皆賀秋溪得大法器。稱羨
009_0418_b_20L不已。然後更擬遠遊叅決。先於湖嶺兩
009_0418_b_21L路。訪高門大家。扣決其旨趣。自九疇
009_0418_b_22L十翼河洛圖書。以至老莊玄談秘訣。莫
009_0418_b_23L不通其文而達其理。有時著述。詩之衆
009_0418_b_24L體。文之諸格。皆得其妙焉。旣還從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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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8_c_01L여러 산문山門의 스님들이 삼교에 모두 능통하고 문장에 독보적임을 탄복하여 가르침을 늦게 받을까 저어하였다. 무진년(1688)에 추계 스님을 받들고 추줄산 쌍계암에 돌아와 주석駐錫했는데 쌍계암은 스님께서 학업을 성취하신 곳이다.기사년(1689) 9월 2일에 추계 스님의 열반을 곡하고 염습을 겨우 마치자, 또 아버님의 부고를 듣고 집으로 달려가 통곡하고 예법대로 상례를 행하였다. 빈장을 마치자마자 산으로 돌아와 추계 스님의 다비를 한결같이 승가의 예대로 행하였다. 성흡性恰 장로와 함께 뼈를 받들고 사리를 구하여 송광사의 북쪽 기슭에 부도를 세웠다. 【훗날 동봉 언덕에 옮겨 세웠다.】 부친상을 치를 때 가까운 친척이 없어서 여러 동료 스님들의 힘을 빌려 선산에 안장하였다. 사람들은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였으므로 양가兩家(승가僧家와 속가俗家)의 효자라고 칭찬하였다.복을 마친 후에 멀리 불령산佛靈山으로 모운慕雲 큰스님을 참배하고 『화엄원각초華嚴圓覺鈔』와 『기신론起信論』에 대해서 가르침을 청하였다. 또 진허 경정震虛敬淨 스님이 덕유산에서 선문禪文에 힘쓴다는 말을 듣고 그곳에 가서 여름 한 철 참구하였으나 기봉機鋒이 맞지 않아서 드디어 옛 산으로 돌아왔다. 추줄산 숭암사를 지나다가, 스님들의 만류로 절의 백련사에서 비로소 개당開堂했는데 그해가 계유년(1693)이요, 스님의 나이 삼십이었다. 원근에서 배우는 무리들이 차츰 모여들었다. 그해 가을 그 산의 내원암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큰 강연이 성대히 열렸다. 을해년(1695)과 병자년(1696)에 큰 흉년을 만났다. 가형家兄이 가난하여 어머님을 모실 수 없게 되자, 어머님을 모시고 심원동에 들어가 곡식을 구걸하고 채소를 캐면서 정성을 다해 봉양했는데 사람들이 반포反哺의 정성이 지극하다고 말하였다. 정축년(1697)에 어머님의 명에 따라 형의 집에 모셔 드리고 스님은 쌍계암으로 돌아왔다.기묘년(1699)에 화연化緣에 부득이 사자산獅子山 용화암龍華庵으로 옮기셨다. 그로부터 모악산 장불암長佛庵, 청량산 서운사瑞雲寺, 추줄산 서굴西窟, -
009_0418_c_01L溪。諸山學衆咸服其三敎之具通。文
009_0418_c_02L章之獨步。唯恐親炙之居後也。以歲戊
009_0418_c_03L辰。奉和尙。還駐於崷崒山雙溪庵。庵
009_0418_c_04L師之學業成功地也。至己巳九月初二
009_0418_c_05L日。哭和尙喪。收歛纔罷。又遭嚴親訃。
009_0418_c_06L哭奔家庭。哀毁如禮。殯事方畢。即還
009_0418_c_07L于山。和尙闍維。一依僧禮。與性冾長老。
009_0418_c_08L奉超骨。乞舍利。樹浮屠於松廣寺之坎
009_0418_c_09L麓。後移建于
東峯之崖。至於親喪。親無期功。力藉諸
009_0418_c_10L侶。壽封於先山。人稱能人所難。兩家孝
009_0418_c_11L子。闋服後。遠叅慕雲大知識於佛靈山。
009_0418_c_12L請益華嚴圓覺鈔與起信論。又聞震虛
009_0418_c_13L敬淨在德裕山。方工禪文。徃叅一夏。機
009_0418_c_14L鋒未契。遂反故山。過于崷崒山崇岩寺。
009_0418_c_15L爲寺僧所挽。始開堂於寺之白蓮社。即
009_0418_c_16L歲癸酉。師年三十。遠近學侶稍集焉。
009_0418_c_17L其秋移駐於山之內院庵。藹然爲一大
009_0418_c_18L講市。至乙丙大無。家兄貧。不能供母。
009_0418_c_19L扶慈堂入深院洞。乞粟採蔬。竭誠奉養。
009_0418_c_20L人謂反哺之誠至矣。至丁丑歲。從慈命。
009_0418_c_21L奉還于兄家。師歸于雙溪庵。至己卯
009_0418_c_22L迫於化緣。移錫于獅子山龍華庵。自其
009_0418_c_23L遍遊母岳之長佛庵。淸凉之瑞雲。崷崒
009_0418_c_24L此行狀。底本在序文之後。編者移置於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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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9_a_01L추월산 용추사龍湫寺, 운주산 용장사龍藏寺, 광덕산의 여러 난야蘭若를 두루 편력하셨다. 머무르는 곳마다 선교의 글을 강론하였는데 배우는 무리들이 실로 많았다. 경인년(1710)에 용추사의 요청에 따라 이 절에 머물렀으니 대개 네 번째라 인연이 있다고 할 것이다. 신묘년(1711) 5월 10일에 어머님의 상을 만나 가까운 곳에 임시로 안치하였다. 선산이 이롭지 않아 새로이 터를 정하고자 하여 정성으로 구하였다. 임진년(1712) 가을에 청량산 원암사圓岩寺의 요청에 따르니 학중學衆이 거의 백 명을 채웠다. 여기에서 종남산으로 가셨다. 을묘년(1735, 전후 내용으로 볼 때 오기인 듯하다.) 3월 14일에 은사 문식 장로의 상을 만나 다비를 마치고 나서 위봉사威鳳寺로 옮기고 추줄산과 사자산 사이를 전전하셨다. 신축년(1721) 봄에 신흥사의 적조암寂照庵에 머물렀는데 우연히 수절봉 아래에 터 한 곳을 잡고 임인년(1722) 봄에 부모님 묘를 옮겨 함께 안장하였다. 사람들이 “지극한 정성에 감응되어 능히 좋은 묏자리를 얻었다.”고 하였다. 적조암은 묘가 있는 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므로, 때때로 성묘省墓하여 유가儒家에서 여묘廬墓하는 예와 같이 하였다.이로부터 여러 산문에서 요청해도 가지 않고 암자의 서북쪽 모퉁이에 몇 칸의 집을 짓고 보경실寶鏡室이라 편액하였다. 이곳에 거처한 이후로 법계관法界觀에 전념하며 침식을 잊었다. 계묘년(1723) 4월 초하루 저녁에 꿈을 꾸었는데, 몸이 연못에 빠져 수영을 자유롭게 하다가 용솟음치는 물과 함께 몸을 솟구쳐 나오니, 마음이 쾌활하여 의심하고 막혔던 것이 풀어져서 중도中道에 듦이 뒤에서 채찍질하여 밀어 주는 것 같았다. 이후로 지혜가 절로 일어나 법설이 막힘이 없어서, 삼선三禪, 삼관三觀과 향상일로向上一路가 각각 근기에 마땅하고 이끌어 주시어 빠뜨림이 없었다. 또, 이교도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 이르기까지도 모두 근기에 맞추어 널리 제도하셨으니, 막힘없는 융통한 지혜의 힘이 없다면 능히 이와 같겠는가. 화엄중의 백십공망계百十孔網界와 이십중二十重의 광대찰廣大刹, 그리고 그 나머지 선가의 일가삼왕一家三王, -
009_0419_a_01L之西窟。秋月之龍湫。雲住之龍藏。廣
009_0419_a_02L德之諸蘭若。隨所駐。設講禪敎文。學
009_0419_a_03L衆寔蘩。庚寅還赴龍湫之請。栖息此寺。
009_0419_a_04L盖四度。可謂有緣。辛卯五月初十日。遭
009_0419_a_05L慈母喪。權厝近地。以先山不利。將欲
009_0419_a_06L新卜。以誠求之。至壬辰秋。赴淸凉山
009_0419_a_07L圓岩寺之請。學衆盛且盈百。自此徃于
009_0419_a_08L終南。至乙卯三月十四日。遭恩乎喪茶
009_0419_a_09L毘已。移錫於威鳳寺。轉遊於崷崒獅子
009_0419_a_10L之中。至辛丑春。駐新興寺之寂照庵。偶
009_0419_a_11L於數節峰底。占得一地。壬寅春。遷前後
009_0419_a_12L喪而同窆焉。人謂至誠所感。能得吉兆
009_0419_a_13L也。庵去墳山牛鳴間。時時省護。若儒
009_0419_a_14L家廬墓之禮。自此頓不赴諸山之請。乃
009_0419_a_15L於庵之乾隅。架室數間。扁曰寶鏡。居
009_0419_a_16L此以來。專精法界觀。廢寢忘味。至癸
009_0419_a_17L卯四月初吉。夜夢身投潭底。游泳自若。
009_0419_a_18L回旋湧中而出。神心快活。疑滯釋然。
009_0419_a_19L入於中道。若有驅策之者云。自後慧解
009_0419_a_20L自發。法說無碍。三禪三觀。向上一路。
009_0419_a_21L各當其機。提接不遺。至於異道殊俗之
009_0419_a_22L類。亦莫不逗機普濟。其無無障碍融通
009_0419_a_23L智力而能如是乎。若其華嚴中百一十
009_0419_a_24L孔網界。二十重廣大刹。其餘禪家。一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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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9_b_01L오위편정五位偏正, 삼요현三要玄, 사조용四照用과 고금의 불조佛祖의 일체 기이한 방편을 모두 자신의 일상에서 쓰는 진부한 추구芻狗로 삼았으니 정력定力에서 발현됨이 아니라면 이와 같겠는가.스님이 일찍이 제자들에게 “훌륭한 스승과 잘 가르치는 아버지가 어찌 따로 종자가 있을 수 있겠느냐. 사람이 진실로 믿음을 두면 거의 성취할 것이다.”라고 훈계하셨다. 또 “너희들이 비록 출가했으나, 어버이도 계시고 임금도 계신다. 신하 되고 자식 된 자가 어버이 봉양하는 도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임금을 향한 정성을 애쓰지 않는다면 패역을 범하는 것이 되니 함께 거처할 수 없다.”고 훈계하셨다. 그래서 문하에 처하는 자들이 모두 감화되어 이익 보기를 분토와 같이 여기고 불법을 보배로 믿었으며, 손님을 맞이하고 대중을 접할 때에도 친소간에 평등하게 대하였다. 무릇 그 실천이 이와 같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 보살이 세상에 나왔다고 말하였다. 마음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여러 절에서 괘탑掛塔할 때에, 오는 무리가 많을 경우 이름을 거두고 다른 산으로 옮겼으나 무리들이 또 추종하였다. 또 세상에서 명예를 구하지 않았는데 사대부가 뵙기를 청하면 굳이 사양하고 피하였으나 그 명성은 저절로 드러났다.경술년(1730)에 쌍계사의 요청에 따라 돌아갔는데 학중이 매우 많았다. 신해년(1731) 봄에 제자 목암이 스님의 명에 따라 정관靜觀, 임성任性, 원응圓應, 추계秋溪 네 분 스님의 진영을 공경히 그리고 용추사에 봉안하였다. 임자년(1732)에 사대부의 추중推重을 피하여 병을 핑계 대고 명성을 피하여 용추사에 주석하셨다. 그때 목암이 판전板殿에 있었는데 스님을 상실上室로 맞이하여 선교의 깊은 뜻을 묻자, 말후일게末後一偈를 주시며 종지를 전하시고 아울러 법제자로 삼고 『화엄경』을 강설하셨다. 계축년(1733) 가을에 사자산 적조암 보경실에 돌아와 주석하시면서 법려法侶를 위하여 선교의 글을 강론하셨는데 대화 한마디 말씀 한마디 일상 중의 자신의 본심사가 아님이 없었다. 갑인년(1734) 봄에 고경 등에게 명하여 부용 스님으로부터 추계 스님에 이르기까지 5대의 진영을 그리게 하고 송광사에 봉안하였다. -
009_0419_b_01L三王。五位偏正。三要玄四照用。古今
009_0419_b_02L佛祖一切異方便。皆爲自己上日用已
009_0419_b_03L陳之蒭狗。其無定力所發。亦若是乎。
009_0419_b_04L師甞戒徒。導師敎父。寧有種乎。人固
009_0419_b_05L有信庶幾㦲。又誡曰。壐雖出家。有親
009_0419_b_06L有君。爲人臣子者。不盡養親之道。不
009_0419_b_07L勤向君之誠。爲犯悖逆。不與同居云。
009_0419_b_08L故處門下者。莫不感化矣。視利如糞。
009_0419_b_09L信法爲寶。待賔接衆。親踈平等。凢所
009_0419_b_10L實行如此。人謂眞菩薩出世。心不好爲
009_0419_b_11L人師。諸寺掛塔。來徒或煩。則捲移他
009_0419_b_12L山而衆或追從。又不欲干名於世。如有
009_0419_b_13L士大夫之求見。固辭退避而名或自彰。
009_0419_b_14L至庚戌歲。還赴雙溪之請。學衆且蘩。
009_0419_b_15L至辛亥春。上足牧菴。依命敬繪靜觀任
009_0419_b_16L性圓應秋溪四和尙眞。奉安于龍湫寺。
009_0419_b_17L至壬子。避冠盖之推重。稱疾逃名。憇
009_0419_b_18L錫于龍湫寺。時牧菴在板殿。迎入上室。
009_0419_b_19L問決禪敎奧旨。仍授末後一偈。以傳宗
009_0419_b_20L旨。兼爲法眷。講說華嚴經。癸丑秋。還
009_0419_b_21L駐獅子山寂照庵寶鏡室。爲法侶講禪
009_0419_b_22L敎文。一話一言。莫非日用自己上本心
009_0419_b_23L事而已。甲寅春。命古鏡輩。繪自芙蓉
009_0419_b_24L至秋溪五代眞影。奉安于松廣寺。禪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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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19_c_01L선정의 여가에 『불조선격佛祖禪格』과 『자기삼궁보경삼매自己三宮寶鏡三昧』를 일 편씩 편집하여 뛰어난 근기를 가르치시고, 아울러 『이학류편理學類編』과 『하락주설河洛註說』을 모아 한 편으로 만들어, 한편으로는 이근利根들이 널리 보아 막힘이 없게 하고, 한편으로는 우둔한 학자들이 가까운 데서 먼 곳으로 차근차근 오르게 했는데, 사람들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이 늙어서도 더욱 간절하다.”고 하였다. 젊었을 때에 지은 시문은 문인인 고성과 고경이 흩어진 것들을 수습하여 네 편으로 엮었는데, 두 편은 세속의 문장이요, 두 편은 출세간의 법어이다.을묘년(1735)에 나이가 들어 유화遊化하는 일을 마치고 문도들에게 “돌아가자, 돌아가자. 어찌 근본을 잊겠는가. 쌍계암은 선사께서 출입하시면서 자취를 남기신 곳이라, 종가의 근본 암자이니 내가 장차 그곳에 가서 마치리라.”라고 하셨다. 9월 10일에 쌍계암에 돌아오셨는데 전각이 기울어 옛 모습이 사라진 것을 보시고는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정사년(1737) 봄에 양성과 선월 등이 나와 신속하게 중수를 마쳤는데 대개 열반이 다가왔음을 미리 아시고 재촉하여 마치게 한 것이다. 7월 21일에 경미한 병을 보이시더니 시자를 불러 붓을 잡게 하고 입으로 두 게송을 불러 주셨다. 첫 번째는 이러하다.
刹海虛空都撲落 찰해와 허공이 모두 부서져 떨어지니
廓然天地未分前 확연히 천지가 나누어지기 전이로다
欲識三空空處轉 삼공의 공이 전전함을 알고자 하느냐
越峰看取昫三千 봉우리를 넘어 구삼천昫三千을 보거라
다음은 이러하다.
一星揮破三眚夢 별 하나가 삼생三眚의 꿈을 깨뜨리니
隻劒撞開大寂關 한 자루 검이 대적관을 쳐 열도다
萬古堂堂眞面目 만고에 당당한 진면목이 드러나니
何時何處不相看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만나지 않으랴
22일 사시에 무리를 모아 놓고 영결하시면서 “이 무상한 몸을 보고 각자 힘쓸지어다.”라고 하셨다. 말씀을 끝내시고 앉아서 열반에 드셨는데, 향년 74세요, 법랍法臘 58년이었다. 이때에 가뭄이 들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는데, 갑자기 공중에 서기가 어리면서 빛나고 흰 구름이 산을 덮었으며 저녁에 단비가 내려 사방 백 리의 전야를 모두 적셨다. 사람들이 “스님께서 속세의 티끌을 씻어 주는 비를 내려 주셨다.”라고 했으며, 또 “죽어서도 여전히 만물을 구제하셨다.”라고 하였다. -
009_0419_c_01L暇。纂集佛祖禪格自己三宮寶鏡三昧。
009_0419_c_02L各一篇。直被俊機。兼撮理學類篇河洛
009_0419_c_03L註說。各集爲一編。一使利根。博覽無滯。
009_0419_c_04L一使鈍學。自邇陟遐。人謂二利之心。老
009_0419_c_05L而益勤也。少時所著詩若文。則門人古
009_0419_c_06L松古鏡。收拾散帙。成四篇。二篇即世俗
009_0419_c_07L文章。二篇出世法語。乙卯歲。以年老
009_0419_c_08L遊化事畢。謂徒曰。歸歟歸歟。何能忘
009_0419_c_09L本。雙溪庵是先師出入留跡之處。爲
009_0419_c_10L宗家本庵。吾將就彼而終。九月初十日
009_0419_c_11L還到雙溪。見殿宇傾斜。無復舊觀。甚
009_0419_c_12L憫焉。越丁巳春。養性船月輩出。重
009_0419_c_13L修不日。盖預知大限之在邇。趣令爲之
009_0419_c_14L也。至七月二十一日。示微疾。喚侍者
009_0419_c_15L命筆口。占二偈。一曰。刹海虛空都撲落。
009_0419_c_16L廓然天地未分前。欲識三空空處轉。越
009_0419_c_17L峰看取昫三千。又曰。一星揮破三眚夢。
009_0419_c_18L隻劒撞開大寂關。萬古堂堂眞面目。何
009_0419_c_19L時何處不相看。至二十二日巳時。集衆
009_0419_c_20L而訣曰。觀此無常。各自勉旃。聲盡坐滅。
009_0419_c_21L報年七十四。積夏五十八。于時枯旱。
009_0419_c_22L天無纎翳。忽於空中。瑞氣蟠渙。白雲
009_0419_c_23L盖其山。日暮甘雨。方百里田野普洽。
009_0419_c_24L人謂爲師滌塵雨。或云死猶濟物。前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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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20_a_01L수일 전에도 종남산에서 대낮에 큰 우렛소리가 한 식경쯤 천지를 울렸다. 그 다음 날 밤 삼경에 암자에서 스님 두 사람이 침상에 누워 있었지만 잠이 들지 않았는데, 중당이 기울어져 무너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동시에 크게 외치며 놀라 달아났다. 온 대중들이 크게 놀라면서 그 스님을 붙잡고 당을 살펴보았는데 당은 손상이 없었고 스님은 “꿈이었다.”라고 말하였다. 대개 또한 불법의 대들보가 꺾이고 덕산德山이 무너지는 징조였던 것이다.3일 후에 종남산 서쪽 기슭에서 다비를 하였는데 밤마다 서기가 빛났다. 그 다음 날 세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하였는데, 첫 번째로 문인 회경이 “청룡이 불속에서 나와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하였고, 두 번째로 본사의 스님 태유가 “소대燒臺 위에 물병 하나를 걸어 놓았는데 병이 깨지고 물만 허공에 걸려 있었다.”고 하였으며, 세 번째로 호상護喪 태밀 스님이 “명당의 물그릇 속에 영주 2과顆가 연잎에 맺힌 둥그런 이슬 같았다.”고 하였는데, 대중들은 믿지 않았다. 향을 올리는 밤에 오색 채운이 소대 위에 모여서 하나의 화성化城을 이루었다가 한참 후에 좌우로 나뉘어 둘러싸고, 재 속에서 신광이 하늘에 뻗치면서 떠오른 해처럼 빛났는데 뭇 별이 빛을 잃고 여러 봉우리도 무색하였다. 뜰에 가득한 스님과 속인들이 흠앙하고 떠들썩하였으며, 원근의 사람들이 모두 보고 기이하게 여겼다. 아침에 유골을 수습하러 가서 보았더니 정수리뼈가 북쪽 깃발을 덮으며 날아갔는데 뼈 색깔이 순수한 황색이었고 명당의 그릇 가운데에 과연 영주 1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참 사리라고 말하며 비로소 태밀 스님의 꿈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청룡이 허공에 올랐다는 것은 스님이 갑진년에 태어나서 열반 후에 도솔천으로 간다는 표시인 듯하다. 병이 깨졌는데 물만 걸려 있다고 한 것은 색신色身은 땅에 떨어졌으나, 진신眞身은 변하지 않는다는 표시일 것이다. 영주를 단에 모셨는데 초를 사르지 않아도 저녁이 밝았으며 뼈를 산 위에 뿌리자 일곱 밤 동안 빛이 났다. 유독 그곳만 운무에 가려 어둡고 풍우가 크게 일어난 것이 두 번이었다. 사람들이 “용신이 와서 사리를 보호한다.”고 하였다.스님의 가르침대로 시주의 재물을 쓰지 않고 -
009_0420_a_01L日。終南山白晝大震。聲動天地者。一
009_0420_a_02L餉間。居後夜三更。庵僧二人寢未眠。
009_0420_a_03L見中堂傾覆。二人同時大呼驚走。一塲
009_0420_a_04L衆大駭。執其僧而覽其堂。堂無傷而僧
009_0420_a_05L云夢也。盖亦先徵法樑之摧德山之頹
009_0420_a_06L歟。三日茶毘于終南之西麓。無夜不瑞
009_0420_a_07L氣放火。翌日三人獻夢。一門人懷瓊曰。
009_0420_a_08L靑龍從火裏出。乘雲登空。二本寺僧太
009_0420_a_09L裕曰。燒臺上懸一水瓶。而瓶破水懸。
009_0420_a_10L三護喪釋太密曰。明堂水器中明珠二
009_0420_a_11L顆。如蓮露團圓。衆猶未之信。逮薦香
009_0420_a_12L之夕。五色彩雲。集于燒臺上。作一化
009_0420_a_13L城。移時而後。分擁左右。自灰中神光
009_0420_a_14L亘天。晃朗如杲日。衆星奪耀。群峰慙
009_0420_a_15L容。滿庭緇白。欽仰唶唶。遠邇之人。咸
009_0420_a_16L覩異之。朝將拾骨徃視之。頂骨冒北幡
009_0420_a_17L超去。骨色純黃。明堂器中。果有靈珠
009_0420_a_18L一顆。人皆謂眞舍利也。始知密師之夢
009_0420_a_19L信不誣矣。靑龍登空者。師生甲辰化
009_0420_a_20L徃兜率之標歟。瓶破水懸者。色身謝落
009_0420_a_21L眞身不變之表歟。靈珠置壇。不燃燭而
009_0420_a_22L夜明。散骨山上。七夜放光。獨其處。雲
009_0420_a_23L霧晦冥。風雨大作者二度。人謂龍神來
009_0420_a_24L拾舍利也。遵師戒不用檀信之財。門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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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20_b_01L제자들이 분수에 따라 힘을 합쳐 전주 송광사의 동쪽 언덕에 있는 추계 스님의 탑 오른쪽에 부도를 세웠는데, 참으로 등등燈燈이 서로 이어졌다고 이를 만하다. 식자들이 스님의 일생을 “네모난 얼굴과 빼어난 눈썹을 갖추었으니 응진應眞이 세상을 초탈한 모습이다.”라고 논하였다. 초년에 박학한 것은 자량위資粮位요, 꿈에 연못에서 목욕했다는 것은 이치의 물에 젖는다는 뜻이며, 융통한 지력은 인지행을 일으켜서 과위로 향한다는 뜻이요, 제방을 유력하면서 교화한 것은 겸중지兼中至요, 본 암자에 돌아온 것은 겸중도兼中到이다. 회경懷瓊 나는 지혜가 부족하고 말이 둔하니 어찌 감히 입을 놀려 스님을 만분의 일이나마 그려낼 수 있겠는가. 다만 사람들이 찬미하는 기이한 자취와 빼어난 모습을 취하여 스님의 행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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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20_b_01L子隨分合力。樹浮屠於全州松廣寺之
009_0420_b_02L東崖秋溪和尙塔右。可謂燈燈相續。識
009_0420_b_03L者論師一生曰。具體方面。秀眉應眞。超
009_0420_b_04L世之相。初年愽學。資粮位也。夢沐潭
009_0420_b_05L水。沾理水也。融通智力。起行向果也。
009_0420_b_06L遊化諸方。兼中至也。還歸本庵。兼中
009_0420_b_07L到也。懷瓊慧闕談鈍。安敢容喙而彷彿
009_0420_b_08L其萬一㦲。直取奇蹟異表之人所賛美
009_0420_b_09L者。爲師行狀。
009_0420_b_10L
- 273)삼덕三德 : 법신法身ㆍ반야般若ㆍ해탈解脫의 세 가지 덕.
- 274)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준말. 즉, 수행자가 서로 화합하고 경애하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 1. 신업동身業同. 행동을 같이함. 2. 구업동口業同. 말이 서로 일치함. 3. 의업동意業同. 뜻을 같이함. 4. 동계同戒. 계戒를 함께 지킴. 5. 동시同施. 베풂을 같이함. 6. 동견同見. 견해를 같이함.
- 275)황상黃裳 : 황색의 치마. 『주역』 곤괘의 육오 효사에 ‘황상원길黃裳元吉’이라고 보인다. 황색은 중앙의 색이요 치마는 아래옷이니 부부가 음양의 도를 따라 서로 순응했다는 뜻이다.
- 276)누구僂句 : 점을 치면 영험하게 맞추는 거북 껍질의 이름. 춘추시대 노나라의 장소백이 진나라에 가자, 그의 종제인 장회가 이 거북 껍질을 훔쳐 점을 쳐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이 길하다 하였다. 이에 장회는 권모술수를 부려 장씨의 지위를 차지하고는 “누구가 나를 속이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여기에서는 혼인의 점으로서, 부부 사이가 길하다는 말이다.
- 277)화택火宅 : 『법화경法華經』에 이르기를, “삼계는 불안하여 불타는 집과 같다.(三界無安。 猶如火宅。)”고 하였다.
- 278)연나라의 추연鄒衍이~서리가 날리고 : 전국시대에 추연은 연나라 혜왕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혜왕이 참소를 믿고 옥에 가두었다. 추연이 하늘을 우러러보고 통곡하자 한여름인데도 하늘에서 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논형』.
- 279)제나라의 서녀庶女가~세차게 불었습니다 : 춘추시대 제나라에서 젊어서 과부가 된 평범한 여인이 시어머니를 모셨는데, 시누이가 시어머니의 재산을 탐내서 죽인 뒤에 관가에 무고하였다. 과부가 스스로 무죄를 밝히지 못하게 되자 그 원통함을 하늘에 하소연했는데 바람이 불고 우레가 쳐서 제나라 임금인 경공의 전망대를 쓰러뜨렸다.
- 280)삼정三程 : 미상.
- 281)사인四忍 :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보살이 도리에 안주安住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 ① 무생법인은 만유 제법의 자성이 공공적적空空寂寂하여 본래 무생無生이라고 인가하는 것. ② 무멸인은 무생과 함께 무멸無滅이라고 인가하는 것. ③ 인연인은 만유는 모두 인연이 화합하여 가假로 존재하는 것이어서 본래 자성이 없다고 인가하는 것. ④ 무주인은 만유 제법은 본래 무주無住라고 인가하여 마음에 집착이 없고, 다른 생각이 섞이지 않은 것.
- 282)삼공三空 : 집착한 바에 따라 공을 세 종류로 나눈 것. 즉, 아공我空(혹 인공人空), 법공法空, 구공俱空(혹은 공공空空). 아공은 중생의 몸은 오온五蘊의 화합이며, 상常ㆍ일一ㆍ주主ㆍ재宰의 아我가 없다는 것. 법공은 개인 존재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가 실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를 부정하는 것. 자기가 자기로서 자재로 활동하는 것. 구공은 아집과 법집法執의 두 가지 집착을 모두 여의고, 다시 아공, 법공까지도 버려 비로소 모든 법의 진의眞義에 도달한 것.
- 283)연복練服 : 소상小祥. 사람이 죽은 지 1년 만에 지내는 제사를 마치고 입는 상복.
- 284)사대四大의 서원 : 사홍서원四弘誓願으로,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법문무량서원학法門無量誓願學,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이다.
- 285)필맥畢陌 : 주周나라의 성군이었던 문왕이 묻힌 곳.
- 286)나란那蘭 : 나란타사那爛陀寺. 愥 Nālanda. 중인도 마갈타국 왕사성의 북쪽에 있던 절. 시무염사施無厭寺라 번역. 405년 이후에 지은 것으로, 7세기 초 현장玄奘이 인도에 유학할 무렵에는 인도 불교의 중심지였다. 이 절에서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밀교를 중국에 전한 금강지金剛智와 선무외善無畏는 모두 이 절에서 수학하였고, 또 북송北宋 초(980) 중국에 온 법현法賢ㆍ보타흘다補陀吃多 등도 이 절의 승려이다.
- 287)정암靜菴 : 조광조趙光祖(1482~1519). 조선 중종 때의 성리학자. 자는 효직孝直, 호는 정암, 시호는 문정文正. 왕도 정치를 주창하고 향약을 시행하였으며 현량과의 실시를 건의하여 많은 신진 사림을 조정에 진출시켰으나 훈구파와의 대립으로 실각하여 전라도 능주(오늘날 화순)로 유배된 뒤 사사賜死되었다. 선조 때에 문묘에 배향되었다.
- 288)한음漢陰 : 이덕형李德馨(1561~1613).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광주廣州. 자는 명보明甫, 호는 한음漢陰. 특히 이항복李恒福과는 죽마고우로 기발한 장난을 잘하여 많은 일화를 남겼다. 1601년 행판중추부사로 경상도ㆍ전라도ㆍ충청도ㆍ강원도 4도 체찰사를 겸하여 전란 뒤의 민심 수습에 힘썼고, 그 다음 해에 영의정이 되었다.
- 289)오성鰲城 : 이항복李恒福(1556~1618). 조선 중기의 문신.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많은 공적을 세웠으며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본관은 경주慶州. 일명 오성대감鰲城大監. 자는 자상子常, 호는 백사.
- 290)파초의 비유 : 『유마경』에 “이 몸은 파초와 같아서 속에 견고함이 없다.(是身如芭蕉。 中無有堅。)”고 하였다.
- 291)인내가 뼈를~것보다 더하다 : 작은 재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
- 292)아도阿度 : 고구려 스님. 또는 아도我道ㆍ아두阿頭. 위나라 정시 연중에 위나라 사람 아굴마가 왕명으로 고구려에 왔다가 고도령과 통정하여 아도가 태어났다. 5세에 출가하고 16세에 위나라에 갔으며 현창玄彰에게 수학했다. 19세에 귀국했다. 263년(신라 미추왕 2)에 궁궐에 나아가 불교 선전하기를 청했는데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속림 일선현 모록의 집에서 3년 동안 은거했다. 마침 공주가 병이 나서 사방으로 의사를 구할 때, 스님이 왕성에 들어가서 병을 치료하자 왕이 기뻐하며 절을 짓고 불교를 일으키게 하였다. 그 후에 미추왕이 죽자, 백성들이 스님을 해치려 하므로 모록의 집에 돌아와서 무덤을 만들고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293)담시曇始 : 중국 관중關中 사람. 출가한 뒤부터 이상한 행적이 많았으며, 발이 얼굴보다 희었으므로 백족白足이라 한다. 고구려 광개토왕 5년(396) 진晉나라에서 경ㆍ율 수십 부를 가지고 요동遼東에 와서 교화하였다. 이것이 고구려에서 처음으로 불법을 들은 것이라 한다.
- 294)목부木鳧 : 신라시대 체징體澄(804~880) 스님은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 날려 보낸 뒤 오리가 앉은 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 295)오교五敎 : 부처님의 일대교설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것.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당나라 현수 법장의 설은 다음과 같다. 소승교, 대승시교, 종교, 돈교, 원교.
- 296)월굴月窟에 복장腹藏이 열리자 : 부처님 말씀이 천지 사이에 펼쳐진 것을 비유한 것이다.
- 297)천근天根에 안경眼鏡이 걸리자 : 지혜의 눈이 천하를 비춘 것을 말한다.
- 298)오연五衍 : 인人, 천天, 성문, 연각, 보살.
- 299)팔정八正 :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 300)사생四生 :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 301)삼계三界 :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
- 302)전단田單 : 전국시대 제나라의 대부이다. 연나라의 공격을 받아 모든 성읍이 함락되고 전단이 지키고 있는 성만 남았으나 기지를 발휘하여 제나라를 구하였다.
- 303)금용성金墉城 : 중국 삼국시대의 위주魏主 조방曹芳과 진晉나라의 혜제惠帝 등이 각각 폐위된 뒤 금용성金墉城으로 옮겨졌다. 여기에서는 견고한 성이라는 뜻이다.
- 304)기산岐山 : 주나라 문왕의 할아버지인 태왕이 도읍하여 왕업을 닦은 곳이다.
- 305)용릉舂陵 : 후한 광무제光武帝의 고향이다.
- 306)패읍沛邑 : 전한 고조高祖의 고향이다.
- 307)거북이 털(龜毛) : 거북이는 털이 없기 때문에, 없는 것을 비유한다.
- 308)와후媧后 : 중국 고대의 여신이다.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축이 무너지자 이를 기웠다고 한다.
- 309)자양紫陽 : 송나라 때의 이학자인 주희朱熹의 별칭. 전설에 나오는 고대의 신선을 일반적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대일여래大日如來를 지칭하는 듯하다.
- 310)천하 사람을 답살踏殺하니 : 육조 스님이 예언하기를 후대에 천리마(마조 도일 선사를 뜻함.)가 나와 천하 사람들을 밟아 죽일 것이라고 하였다. 이단을 물리치고 정법을 세운다는 뜻이다.
- 311)떠들어 대는 것 같았습니다 :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자식에게 제나라 말을 가르치는데 초나라 사람들이 떠들어 대면 결코 배우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단이 난립하는 것을 말한다.
- 312)적문迹門 : 교화의 자취, 부처님의 세계에 있는 문.
- 313)용과 호랑이를 따르는 듯하였습니다. : 『주역』에 “구름은 용을 쫓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雲從龍。 風從虎。)”고 하였다.
- 314)반함飯含 : 망자의 입에 쌀이나 구슬을 물리는 일.
- 315)채익彩鷁 : 청작과 익은 같은 물새인데 배 앞에 장식을 한다. 그래서 빠른 배라는 뜻으로 쓰인다.
- 316)상양商羊 : 도깨비 이름인데 비가 오려고 하면 춤을 춘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홍수의 뜻으로 쓰였다.
- 317)연성燕星의 용龍 : 다리를 뜻한다. 출처는 미상.
- 318)천하모天下母 : 『도덕경』 25장에 “한 물건이 혼연히 이루어져 천지 이전에 생겨났다. 적료하게 홀로 우뚝 서서 변함이 없고, 두루 운행하면서 위태롭지 않으니 가히 천하의 모가 된다.(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寥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고 하였다.
- 319)공륜空輪 : 이 세계의 가장 밑에 있는 허공.
- 320)변두籩豆와 호련瑚璉 : 모두 종묘에 쓰이는 귀한 제기祭器이다.
- 321)증자에게서 들었고 : 『맹자』에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가리라.(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라고 하였다.
- 322)『주역』에 보인다 : 『주역』에 “선을 쌓는 집안엔 반드시 복이 넘치고, 불선을 쌓는 집안에는 재앙이 넘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고 하였다.
- 323)요동의 학 :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신선이 되고 나서 천 년 만에 학으로 변해 다시 고향을 찾아왔다.
- 324)백향산白香山 : 백거이白居易(772~846). 당나라 시인. 자 낙천樂天. 호 취음선생醉吟先生ㆍ향산거사香山居士. 800년, 29세로 진사進士에 급제하였고, 32세에 황제의 친시親試에 합격하였으며, 「장한가長恨歌」와 「비파행」이 유명하다.
- 325)원미지元微之 : 원진元稹(779~831). 당나라 시인. 자는 미지微之이며, 백거이白居易와 함께 신악부 운동新樂府運動을 주도하였다. 시가 일찍 알려져 백거이와 함께 원ㆍ백元白으로 불렸다.
- 326)의마依麻 : 『순자』 「권학문」에 “쑥이 삼 가운데 자라면 잡아 주지 않아도 곧게 된다.(蓬生麻中。 不扶而直。)”고 하였다. 그 곁에 있으면 바르게 되는 친구로 훌륭한 친구를 둔 것을 말한다.
- 327)주자朱子의 시 : 이 시는 주자의 시가 아니고, 남북조시대 송나라와 제나라에서 벼슬하였던 문학자인 심약沈約의 시구이다. 아마도 주자가 어떤 글에 인용했던 듯하다.
- 328)연못의 꿩 : 『장자』에 “연못의 꿩이 열 번 걸음에 한 번 쪼아 먹고, 백 번 걸음에 한 번 물을 마신다.(澤雉十步一啄。 百步一飮。)”고 하였다.
- 329)삼성반월三星半月 : 마음 심心 자의 형상을 비유한 것. 마음 심心 자는 반달과 별 세 개로 형상화된 것이다.
- 1)「無竟集文稿」底本作二卷。第二卷之分量。倍於一卷故。此下分卷爲「無竟集文稿卷之三」{編}。
- 2)「文縞卷之三」五字。編者補入。
- 3)「文二」二字編者補入。
- 4)「瞻」疑「贍」{編}。
- 1)「引」下有「孤松子述」編者除之。
- 1)▣疑「淸」{編}ㆍ「▣虛…覺靈」十字底本作小文字。編者作本文活字。
- 2)▣疑「芙」{編}。
- 1)「僅保」底本作小文字。編者改作本文活字。
- 1)此行狀。底本在序文之後。編者移置於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김재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