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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20_b_11L발문나는 병이 많고 기력이 일찍 고갈되었다. 올해 비로소 흰 구레나룻이 몇 가닥 생기니 슬프게도 생사의 근심이 있게 되었다. 더욱더 눈앞에 사소한 일들이 다 지나가는 소리요 흘러가는 구름과 같아, 진실로 마음에 둘 가치가 없음을 깨달았는데, 어찌 다시 쥐 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같이 하찮은 것을 사후의 영예로 삼겠는가. 드디어 평생에 저술한 것을 모두 먼지 낀 상자에 넣어 두고, 무릇 세상에서 칭찬하는 학사와 사대부의 작품도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고자 하지 아니하여, 쓸쓸하게 은퇴한 병사나 늙은 학자와 같이 자각동紫閣洞에서 문을 닫고 날마다 바둑과 술로써 한가로이 지냈다.문득 시승 자간慈侃이 그의 스승 무경의 문집을 지니고 와서 끝에 몇 글자 적어 주기를 청하였다. 문집을 편집한 자는 정헌靜軒 이 봉하李奉賀와 양강楊江 이 상서李尙書요, 머리에 실린 글은 약산藥山 시랑侍郞 오영백吳永伯의 문장이다. 이들은 모두 당대 문장의 거장으로서 그 추린 것이 정밀하고 헤아려 드러낸 것이 마땅하니 문장의 모범으로 남아 진실로 선림禪林을 빛낼 것이다. 자간이 두루 다니면서 정성을 다하니 또한 가상하다. 그런데 어찌 게으르고 쓸데없는 자의 보잘것없는 글을 구하는가. 여러 번 사양하여 보냈으나 자간의 요청이 더욱 간절하였다. 이제 출판이 거의 끝나감에 더욱 재촉하였다. 아아! 나도 세상 문단의 인연을 끊고 -
009_0420_b_11L[跋]余多病早竭。今年得數莖白髭。悵然有
009_0420_b_12L九泉之愁。益悟目睫營營者。等是過音
009_0420_b_13L歸雲。固不足嬰懷。則豈復以鼠喞蛩唫
009_0420_b_14L之微。留作人骨之餘光哉。遂取平生所
009_0420_b_15L著述。並錮之塵麁中。而凢世所稱學士
009_0420_b_16L大夫之作。亦不欲耳食目論。蕭然如退
009_0420_b_17L兵老宿。閉戶紫閣洞中。日以棊酒消閒。
009_0420_b_18L忽有韵釋慈侃。袖其師無竟集。來乞尾
009_0420_b_19L題數字。其删選者。靜軒李奉賀。曁楊江
009_0420_b_20L李尙書。而弁卷則藥山吳侍郞永伯之
009_0420_b_21L文也。是皆當世之名公巨匠。其刊擇之
009_0420_b_22L必精。揚礭之必當。留作正眼寶藏。固
009_0420_b_23L可生色禪林。侃之周流效勤。亦可尙矣。
009_0420_b_24L又奚用懶散者寂寥一語哉。謝而遣之
009_0420_b_25L者數。而侃之請弥勤。今以剞劂將訖。
009_0420_b_26L督之尤急。噫。余已刊落世間文緣。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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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420_c_01L다시 입에 올리려 하지 않거늘, 하물며 그대들은 이 세계를 공화空花와 양염陽焰같이 여기면서 여전히 부질없는 문장으로 세상에 빛을 빌고자 이와 같이 부지런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곁에 있던 어린 아우가 이 말을 써서 이와 같이 자간 스님에게 보내 주었다.
무오년戊午年(1738) 중춘仲春에 양천陽川 허채許采가 자각동의 선두헌仙蠧軒에서 쓰다. -
009_0420_c_01L不欲置齒牙間。況尔輩付此界於空花
009_0420_c_02L陽燄。而猶螸以殘螢冷蠧。借輝於塵俗
009_0420_c_03L若是靳靳奚㦲。稚弟之在傍者。以是語
009_0420_c_04L筆而歸之如是云。
009_0420_c_05L歲舍戊午仲春。陽川許采。題於紫閣
009_0420_c_06L之仙蠧軒。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김재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