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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29_a_02L2. 설담집 서옛사람들은 낮과 밤이 바뀌는 것과 같은 현상계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만들어(立言) 없어지지 않을 수단으로 삼았다. 무릇 몸은 나이고, 말은 나의 바깥이다. 나는 썩는데, 나의 바깥은 썩지 않는다면 나에게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는 달관達觀한 자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가(浮圖氏)에서는 육체를 벗어나 삶과 죽음을 같게 여긴다. 비록 사대四大가 나를 이루는 요소이기는 하나, 태어나 생겨나되 이를 담담하게 여기고, 죽어 없어지되 이를 해탈이라고 여겨서 한결같이 무소유에 부칠 따름이니, 말이 썩어 없어진다거나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질없는 분별일 뿐이다.설담雪潭 대사는 소요逍遙 대사의 정통을 이어서 전해 받은 5대 제자이다. 대사께서 열반에 드시자, 그 문도인 찰인察忍이 대사의 시문 몇 편을 모아 간행하여서 장차 후세에 알리고자 하였다. 이에 나의 글을 얻어 서문으로 삼고자 했다. 내가 응하여 말했다.“대사께서는 역내域內의 명산을 다니며 그 행적을 글로 기록하였는데, 그 기행문의 제목을 ‘몽행夢行’이라고 하였다. 대사께서 꿈이 아닌 현실을 가지고 꿈에 비유하셨으니, 어찌 사람의 삶을 단지 꿈결이나 허깨비의 경계로 여기신 것이 아니겠으며, 그 말한 내용이 다만 꿈을 꾸며 잠꼬대를 해 댄 것이라 여기신 것이 아니겠는가. 삶은 꿈결 속이요, 죽음은 꿈에서 깨어남이니, 대사께서 깨어나 열반에 든 것이 이미 몇 해가 지났다. 이제 그 문도들이 자질구레하게 그 옛적의 잠꼬대를 모아서 우르르 달려와 나에게 서문을 부탁하니, 이는 꿈속을 헤매어 꿈인 줄을 깨달을 길이 없어서 꿈을 꾸고 있음을 모르는 것이로다. 나도 또한 꿈속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이니, 돌아가 먼저 꿈에서 깨어난 사람에게 구하면 반드시 대사를 더욱더 중히 여길 바가 있으리라.”성상聖上(正祖) 8년(1784) 갑진년 맹하孟夏(음력 4월) 번암樊巖 거사 채제공蔡濟恭4)이 적취헌積翠軒에서 쓰다. -
009_0729_a_02L雪潭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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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29_a_04L古之人。不能無意於晝夜代謝之際。强
009_0729_a_05L以立言爲不朽資。夫身我也。言我之
009_0729_a_06L外也。我朽矣。使我之外。誠不朽。於
009_0729_a_07L我何與焉。其不爲達觀之笑幾希。浮
009_0729_a_08L圖氏外形骸等死生。雖四大之所以爲
009_0729_a_09L我者。生而枯木焉。死而湼槃焉。一
009_0729_a_10L付之無所有而已。言之朽不朽。尙何
009_0729_a_11L足較也。雪潭師。逍遙之五世嫡傳也。
009_0729_a_12L其亡也。其徒察忍。榟詩文若干篇。將
009_0729_a_13L以示後。謁余文爲弁。余應曰。師甞
009_0729_a_14L遊域內名山。文以記之。名其錄曰夢
009_0729_a_15L行。師之以非夢喩夢。豈不以人之生
009_0729_a_16L特夢幻之境。而其爲言也。不過爲夢
009_0729_a_17L中之囈耶。生夢也。死夢覺也。師之
009_0729_a_18L覺已。幾歲月也。今其徒䂓䂓然。拾
009_0729_a_19L宿昔之囈。奔走干余。無或由於方其
009_0729_a_20L夢也。而不知夢也歟。余亦大夢人也。
009_0729_a_21L歸而求之先覺之人。必有以增重師。
009_0729_a_22L聖上。八年。甲辰。孟夏。樊巖居士。草
009_0729_a_23L于積翠軒中蔡濟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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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채제공蔡濟恭 : 조선 후기의 문신(1720~1799)으로,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번옹樊翁, 시호는 문숙文肅이다. 청남淸南 계열의 지도자로, 사도세자의 신원 등 본 정파의 주장을 충실히 지키면서 정조의 탕평책을 추진한 핵심적인 인물이다. 1788년 정조의 특명에 의해 우의정이 되었으며, 2년 후 좌의정으로 승진하면서 3년간 혼자 정승을 맡아 국정을 운영하였다. 1793년에 영의정에 올랐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윤찬호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