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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8_a_01L추파집秋波集추파집秋波集 서序물결은 경계에서 생긴다. 가벼운 바람과 딱딱한 돌과 울퉁불퉁한 땅과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고기와 갈매기는 무엇인들 경계가 아니겠으며, 혹은 비단처럼 무늬지고 띠처럼 드리우며, 혹은 구슬처럼 튀어 오르고 바퀴처럼 구르며, 혹은 산처럼 우뚝 솟고 우레처럼 울리며, 나무를 뽑고 언덕을 무너뜨리며, 앞에서는 달려가고 뒤에서는 다그치며, 왼쪽에서는 모이고 오른쪽에서는 터지며, 멈췄나 하면 홀연 일어나고, 가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오며, 기이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들 경계와 함께 변한 것이 아니겠는가?사물과 내가 서로 관계하는 것이 경계이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여러 사물과 더불어 산다. 천지도 사물이고 나도 사물이니 사물을 없애려고 한들 되겠는가? 사물이 있으면 서로 관계하게 되는데 어떻게 없앨 수 있겠는가? 있으면서 있음에 집착하지 않으면 있음도 없음이다.물(水)은 진실로 사물 가운데 정情이 없는 것이다. 여러 경계를 만날 때에 야박하거나 방해하는 정이 없어서 성내거나 원망하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저 사물로 경계가 된 것도 물에 정을 두지 않아서 서로 원수 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만은 사물 가운데 정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그가 물처럼 되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는가?추파秋波 대사는 물결(波)을 호로 삼았으니 경계를 잊었다고 하겠다. 물결을 가을 물(秋水)에서 취한 것은 가을이 되면 맑고 참다운 성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사의 이름은 산남山南에 높아서 사방의 스님(龍象)들이 많이 따랐다. 세상을 떠나자 문하의 제자들이 그 영정을 그려 회계산會稽山 심적암深寂庵에 안치하고 골짝의 옥류계玉流溪 가에 탑을 세웠다. 관식慣拭 상인은 또 대사의 시문을 수집하여 간행할 계획을 하고 멀리 나에게 서문을 구하였다. 대사가 문하 제자들에게 -
010_0058_a_01L[秋波集]
010_0058_a_02L1)秋波集序 [1]
010_0058_a_03L
010_0058_a_04L未水之波。生於境也。風之薄。石之礙。
010_0058_a_05L地勢之不平。鯢鷗之盤桓。孰非境也。
010_0058_a_06L或紋如縠。或垂如紳。或挑如珠。或轉
010_0058_a_07L如輪。或屹如山。吼如雷。拔木崩岸。前
010_0058_a_08L奔而後迫。左合而右決。旣息而忽興。
010_0058_a_09L若徃而復返。怪奇不可測者。孰非與境
010_0058_a_10L而變也。物與我相際。是境也。我不可
010_0058_a_11L獨存於天地之間。而與群物處。天地亦
010_0058_a_12L物也。我亦物也。雖欲無物得乎。物旣
010_0058_a_13L有也。則其相際也。烏可無乎。有而無
010_0058_a_14L盡 [1] 於有。有亦無也。水固物之無情者也。
010_0058_a_15L與諸境遇也。無情薄之礙之。未甞嗔怨
010_0058_a_16L故。彼物之爲境者。亦無情於水。不相
010_0058_a_17L爲寃業。而惟人也。物之中最有情。其
010_0058_a_18L能如水。不亦難乎。秋波大師。以波爲
010_0058_a_19L號。則可謂忘乎境也。波而取秋水。至
010_0058_a_20L秋而淸眞性見也。師之名高於山南。四
010_0058_a_21L方龍象。多從之。其沒。門弟子。圖其像。
010_0058_a_22L以安於會稽深寂庵。建塔於洞之玉流
010_0058_a_23L溪上。慣拭上人。又稡集師之詩文。謀鋟
010_0058_a_24L諸梓。遠求弁文於余。師之於門弟子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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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8_b_01L경계가 됨이 깊고, 문하 제자들이 대사에게 경계가 됨이 길구나. 나도 그 사이에 경계가 되니 기이하구나.그의 문장은 간단하고 담박하며 우리 유가에서 받은 것들이 많아 후세에 전할 만하나, 모두 경계를 만나 무람없이 응한 자취에 속할 뿐이니 굳이 여기에서 자세하게 말하겠는가.해는 바야흐로 가을인데, 상인은 산으로 돌아갔구나. 산속의 시내를 보니 깊고 맑은데, 환하게 마치 하얀 유리 같은 것이 대사의 심인心印이구나. 전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무량겁無量刧토록 전해지는 것이 여기에 있었구나.대사의 이름은 홍유泓宥이니, 종실宗室 효령대군孝寧大君의 자손이며, 화순和順 현감 연관硯寛의 손자이다. 광주廣州에서 태어나 남쪽 방장산方丈山에 들어가 출가하여 40년 동안 좌선하다가 갑오년 5월 13일에 입적하였는데, 세수는 57세였다. 관식은 대사의 의발을 전해 받은 자인데 나이 25세에 입실入室하였고 호는 경암鏡巖이라고 한다.을미년 9월 전 승지承旨 신경준申景濬1)
사민四民2)을 내가 날마다 교유하지만 농부는 저울질을 하고 공업과 상업을 하는 사람은 약삭빠르며 선비 된 자는 또한 투박하기가 심하여 다들 나의 뜻에 충분히 걸맞는 자가 없었다. 뜻에 맞는 자로 뛰어난 재주와 특별한 능력이 곤궁하게 막혀 있어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자들은 서교西敎에 흘러드는 일이 많았는데 근세 총림에 추파 대사 홍유가 있었다.대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에 상사上舍 유숙지柳肅之에게서 대사가 지은 시문詩文 한 권을 얻게 되었다. 내가 대사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 글을 읽고 그 뜻을 서글프게 생각하게 되었다.영사榮師3)라는 자가 유가에서 태어났는데도 치문緇門에 몸을 맡겼기 때문에 세도世途가 변천하여 영욕이 서로 따르는 것을 개탄하고, 부처(瞿曇氏)가 설산에서 수행했던 고사로 권면하여 그의 -
010_0058_b_01L境也。深矣。門弟子之於師爲境也。長矣。
010_0058_b_02L余亦爲境於其間。異哉。其文簡淡。得之
010_0058_b_03L吾家者。多因可傳於後。然而皆屬遇境
010_0058_b_04L謾應之陳迹耳。何必區區於是哉。歲方
010_0058_b_05L秋季矣。上人歸於山。而觀之山中之溪
010_0058_b_06L潭盡淸。瑩然若白瑠璃。即師之心印也。
010_0058_b_07L不待傳而傳於無量刼者。其在斯歟。大
010_0058_b_08L師名泓宥。宗室孝寧大君之裔。和順縣
010_0058_b_09L監硯寛孫。生於廣州。南入方丈山。祝
010_0058_b_10L髮坐禪四十年。甲年五月十三日入寂。
010_0058_b_11L壽五十七。慣拭傳師之衣鉢者也。年廿
010_0058_b_12L五入室。號鏡巖云。
010_0058_b_13L歲乙未九月。前承旨申景濬。
010_0058_b_14L
010_0058_b_15L
010_0058_b_16L四民吾日與遊處也。農權而工商。儇爲
010_0058_b_17L士者偸薄。亦已甚。俱無足尙余意者。
010_0058_b_18L意者。高材異能之困阨。不能自拔者。
010_0058_b_19L多流入西敎。近世叢林之上。乃曰秋波
010_0058_b_20L大師泓宥。師順世之三年。從柳上舍肅
010_0058_b_21L之。得師所著詩文一卷。師吾未嘗識也。
010_0058_b_22L而讀其書竊悲其志焉。有榮師者。儒產
010_0058_b_23L而托於緇。故慨然於世途變遷。榮辱相
010_0058_b_24L尋。而勉以瞿曇氏雪山故事。庶令其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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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8_c_01L선대인先大人이 눈을 감도록 바란 것은 그의 자취가 자기와 비슷함을 슬퍼하고 여기에서 업을 버린 만큼 저기에서 공을 거두기를 바랐기 때문이다.김 동자金童子 형제가 대사에게 글을 배웠는데 그들에게 주는 편지4)에 이렇게 말하였다.
“남자의 사업은 부모를 섬기고 인군을 섬기며 부지런히 공부하여 이름을 내는 데에 있다. 부모의 마음을 저버리지 마라.”대사는 자신이 그 나이 열 살 때에 수백 권의 글을 읽었음에도 늙어서 중(枯禪)노릇을 면하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여 그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바란 것이리라.다른 척독이나 짧은 서문들도 인군과 부모의 도리(誼)에 간곡하고 사람과 짐승의 본분에 대해 두려워하는 글 아닌 것이 없으니 한마디 말에 세 번은 눈물을 떨어뜨릴 정도이다. 이러니 그의 뜻이 어찌 애초부터 공적空寂에 빠져 머물려고 한 것이겠는가? 대사의 지체와 문벌이 저와 같고 어려서의 깨달음이 또 이와 같은데 한번 공문空門에 떨어지고는 평생토록 후회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관리에 선발되는 것이 부처가 되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인가 아니면 부딪친 상황이 불행했기 때문인가? 이는 알 수 없는 일이다.그는 척전陟顚에게 보낸 편지5)에서 또 “교목喬木의 잎이 기수祇樹 덤불 속으로 날아든 것이 어찌 그대 혼자뿐이겠는가?”라는 말을 하였다. 안타깝구나. 대사와 같은 무리들이 또 한두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사농공상士農工商을 다 찾아봐도 대사처럼 세상에 유익하면서도 한 번도 존숭받은 적이 없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 글을 깎아 내고 차서를 매기며, 또 글을 써서 그 책머리를 더럽히니 어쩌면 이른바 세상에서 말하는 업연業緣이 아니겠는가?산남山南의 관식慣拭 상인이 대사의 현지玄旨의 요령을 얻어서 대사의 도를 크게 드러내고 있다고 하니, 내가 참선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관식을 만나서 추파의 가풍이 어떤 것인지를 물어보고 싶다.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6)이 제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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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8_c_01L大人瞑目者。悲其跡商有已相類。覬
010_0058_c_02L其隳業於此。而收功於彼也。有金童子
010_0058_c_03L兄弟。從師問字。貽之書曰。男子事業。
010_0058_c_04L在事親事君。勤學成名。毋負父母之心
010_0058_c_05L者。師自悼。其十歲。讀盡數百卷文字。
010_0058_c_06L而老不免爲枯禪。以其不得於身者。望
010_0058_c_07L於人也。其他隻牘短序。莫不拳拳於君
010_0058_c_08L親之誼。兢兢於人獸之分。幾乎一言而
010_0058_c_09L三涕。此其志初。豈欲淪於空寂而止哉。
010_0058_c_10L師地閥旣如彼。幼悟又如此。而一落空
010_0058_c_11L門。終身不悔。何哉。抑以爲選官。不如
010_0058_c_12L選佛耶。亦將由所遭値有不幸耶。是未
010_0058_c_13L可得而知也。其贈陟類 [2] 書又曰。喬木之
010_0058_c_14L葉。飛入秖枝 [3] 叢中。豈獨君哉。惜也。如
010_0058_c_15L師等輩。又非止一二人而已。吾求之於
010_0058_c_16L士農工商。而旣無所遇與師益世。而又
010_0058_c_17L不得一尙。然旣爲之删次。其書又爲文。
010_0058_c_18L以汚其頂。倘所謂有世緣業非耶。聞山
010_0058_c_19L南有慣拭上人。領師玄旨。大闡師道。
010_0058_c_20L吾雖不解叅禪。願邂逅拭。試問如何是
010_0058_c_21L秋波家風。
010_0058_c_22L餘窩睦萬中題。
010_0058_c_23L{底}正祖四年有璣後叙本(東國大學校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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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9_a_01L추파 대사는 사명四明한 이름난 선사이다.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제자 관식이 대사의 시문을 모아서 나에게 서문을 청하였다. 백 리가 넘는 길을 찾아오기도 하고 또 편지로 간곡하게 청하기를 그치지 않아 그 성의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 원고를 들어 아래위로 살펴보니 어찌 글뿐이겠는가, 대사를 알 수 있었다. 그 임종에 시7)를 지어 “납자 평생의 강개한 뜻으로 시시때때 반야도를 곧추들어라.(衲子平生慷慨志, 時時竪起般若刀.)”라고 하였다. 아마도 대사는 손안에 든 지혜의 칼을 곧추세우지 않은 때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사악한 마군을 베어 없애려는 뜻을 막 세상을 뜨려는 시간에까지 발한 것이리니 대사가 스스로를 닦는 데에 용감함이 어떠했겠는가? 우리 유가의 무리를 돌아보면 이와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참으로 한탄스럽다.대사는 벼슬하던 집안의 자손으로 10세에 백 권의 책을 다 읽었다고 하니 그 재주가 참으로 빼어난 사람이다. 17세에 표연히 남해南海로 가서 산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속진의 연을 끊었으니, 이는 필시 곤액하고 궁박하였기 때문이고 그 성품이 아마도 속되지 않아서였으리라. 깊이 묻혀 살면서 입정入定하기를 거의 40년이나 하였으니 그 계를 지킴이 또한 오래이며, 경전을 열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자 강의를 듣는 무리가 모여들었다. 관식 같은 자가 나이 25세에 입실하여 고개를 숙여 가르침을 청할 정도였으니 그 조예가 참으로 높다 하겠다.그러나 배움을 끊었다(絶學)는 말로 볼 때에는 그 베어 없앰에 오히려 미진한 바가 있다. 어찌하여 강개하기를 그치지 않고 법게法偈를 문도에게 보이려 하였을까? 아!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기가 진실로 이와 같은가? 이는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만 경계가 될 뿐이 아니구나.전 익위翊衛8) 유광익柳光翼9)
홍유 대사가 열반하고 세 해 후에 그의 문도 관식이 흩어진 원고를 거두어 -
010_0059_a_01L秋波師。四明之名禪也。順世之翼年。
010_0059_a_02L弟子慣拭。集師之詩文。以請序於余。
010_0059_a_03L一百有餘里。旣踵門。又以書懇不已。
010_0059_a_04L其誠不可孤。試取其藁而上下之。豈惟
010_0059_a_05L文乎。有可以知師者。其臨終有詩曰。
010_0059_a_06L衲子平生慷慨志。時時竪起般若刀。蓋
010_0059_a_07L師之手中慧刀。無時不竪。故其剗除邪
010_0059_a_08L魔之志。至發於垂死之際。師之勇於自
010_0059_a_09L修何如哉。回顧吾黨。如斯者有幾乎。可
010_0059_a_10L嘅也。已聞之。師以冠冕家孫。十歲讀
010_0059_a_11L盡書百卷。其才固絕類矣。十七飄然之
010_0059_a_12L南海上山中。遂斷塵緣。是必由於阨窮
010_0059_a_13L而其性盖不俗矣。捿深入定。殆四十年。
010_0059_a_14L其守戒亦久矣。開經 [4] 徵破。講徒坌集。
010_0059_a_15L如慣拭者。行秊廿五入室。而能俛首請
010_0059_a_16L敎。其造詣可謂高矣 然而以絕學語覲
010_0059_a_17L之。其所剗除。猶有所未盡者歟。何其
010_0059_a_18L慷慨之不已也。將示以法偈於門徒歟。
010_0059_a_19L噫。心之難治。固如是夫。是不但爲學
010_0059_a_20L竺敎者戒而已。
010_0059_a_21L前翊衛柳光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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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9_a_23L
010_0059_a_24L泓宥大師。涅槃後三臈。其徒慣拭。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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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9_b_01L천 리를 달려 서울에 와서는 벼슬하는 선비들을 찾아다니며 글로 소문난 사람에게 그 편질編袠의 차서를 정하게 하고 문장을 빌어서 서문을 붙였다. 나도 선비의 뒤를 따르고 있기에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글은 거리낌 없이 광활하고 시는 씩씩하면서도 고독하고 담박하여 그 문장만 보아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었다.내가 15년 전에 벼슬길에 실의하여(賦鵩)10) 색금塞琹11)에 갔을 때에 연담 유일蓮潭有一12) 주실籌室이 두륜산頭輪山에 주석하고 있다가 미남眉南 유배지로 나를 방문하였다. 스님은 눈썹이 짙고 골격이 빼어나며 박학하고 맑은 대화가 일반적인 참선하는 사람들과는 크게 달랐다. 그 후로 왕래가 끊어지지 않고 현리玄理와 유무有無를 따지고 분석하였다. 나는 이런 시 한 편을 주었다.
북에서 남으로 온 나그네라 오랜 친구가 적은데
그대의 불법佛法 덕에 이마에 기쁨이 번지네.
한유(潮州)13)의 문장과 소동파(黃州)14)의 글이
참료叅寥15)와 철사澈師16)에게 많이 있었지.이렇게 적어서 다음에 만날 때를 기약하였다. 얘기가 선종禪宗에 미쳤을 때에 대사는 추파秋波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내가 한 번 만나 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였는데 지금의 홍유가 옛날 그 추파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아! 세월이 여러 번 바뀌어 육근과 육진이 변하여 없어지니 유일 대사의 생사가 삼생三生이나 떨어진 것 같으며, 지금 나도 수염이 하얗게 늙어 가고 있구나.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滄桑)17) 느낌이 곧 노년이 닥치려고 하니 더욱 깊어지는구나.지금 이 추파라는 자가 만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또 멸도滅度하였으니, 옛날 유일 대사에게서 그 이름을 들은 것이 다행이면서도 슬프도다. 떠나기 전에 나를 만나서 성인의 공부를 강구하여 유학儒學의 영역으로 들어왔더라면 지난 것을 좇을 수 있었을 터이니, 지혜로운 마음과 성품으로 어찌 부처(鵝王)18)의 불법을 택하였겠는가(擇乳)?19) 나는 이것을 거듭 유감으로 생각하노라.전 교리校理 윤숙尹塾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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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59_b_01L散藁。走千里。來京都。歷過搢紳章甫。
010_0059_b_02L以文鳴者。序其編袠。乞文弁之。余亦
010_0059_b_03L從學士之後得賞焉。文肆而汪洋。詩遒
010_0059_b_04L而孤澹。見其文。可知其人。余十五年
010_0059_b_05L前。賦鵩塞琹。蓮潭籌室有一。住錫頭
010_0059_b_06L輪。訪余于眉南謫舍。厖眉秀骨。宏詞
010_0059_b_07L淸談。與凡例叅禪者大異。自後來不
010_0059_b_08L絕。剖玄理劈有無。贈以一詩云。北客
010_0059_b_09L南來少舊知。喜君梵韵露踈眉。潮州詞
010_0059_b_10L翰黃州筆。多在叅與澈師。以識後來
010_0059_b_11L之面。于時語及禪宗。師以秋波對。余
010_0059_b_12L欲見而不得。安知今之泓宥。昔之秋波
010_0059_b_13L乎哉。噫。歲月屢更。根塵變滅。一師之
010_0059_b_14L存沒。如隔三生。秖今余亦于思白種種
010_0059_b_15L矣。滄桑之感。老將至而罙深。今夫秋
010_0059_b_16L波者。不待相見。而又歸滅度。追惟疇昔
010_0059_b_17L從一師聞其名。亦幸而悲哉。若使逢
010_0059_b_18L余於未化之前。講究聖人之學。進之斯
010_0059_b_19L文之域。則徃者可追。而其靈竅慧性。
010_0059_b_20L豈止於鵝王之擇乳乎哉。余於是重有
010_0059_b_21L感焉。
010_0059_b_22L前校理尹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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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신경준申景濬 : 1712~1781.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본관은 고령高靈이고, 자는 순민舜民이며, 호는 여암旅庵이다.
- 2)사민四民 : 옛날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백성을 말한다.
- 3)영사榮師 : 『추파집』 권2 「수영사서酬榮師序」에 영사는 관식慣拭의 초명初名이라고 하였다.
- 4)『추파집』 권2의 「김수팽·김수대 두 사촌 아우에게 주는 편지(與金壽彭壽大兩從弟書)」를 가리킨다.
- 5)『추파집』 권2에 수록된 「척전 대사께 드리는 편지(與陟顚大師書)」를 말한다.
- 6)목만중睦萬中 : 1727~?. 본관은 사천泗川이고, 자는 공겸公兼 혹은 유선幼選, 호는 여와餘窩이다.
- 7)『추파집』 권1에 수록된 ≺임종게臨終偈≻를 말한다.
- 8)익위翊衛 : 조선 시대 세자의 시위를 맡았던 세자익위사世子翊衛司의 5품 벼슬로, 좌우 각 1명씩 두었다.
- 9)유광익柳光翼 : 1713~1780.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사휘士輝, 호는 풍암楓巖 또는 항재恒齋이다.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유춘囿春의 아들로, 일찍부터 과거를 포기하고 학문에 전심하였다.
- 10)부복賦鵩 : 벼슬길에서 실의失意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漢나라 때 가의賈誼가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가 된 지 3년 만에 복새가 날아와서 가의의 곁에 앉았다. 복새는 불길한 조짐의 새였기에 가의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 슬퍼하면서 ≺복조부鵩鳥賦≻를 지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윤숙이 유배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 11)색금塞琹 : 지금의 전라남도 해남이다.
- 12)유일有一 : 1720~1799. 조선 후기의 승려로 속성은 천씨千氏이고, 자는 무이無二, 법호는 연담蓮潭이다. 전라남도 화순 출신이다. 문집인 『임하록林下錄』 외에도 『서장사기書狀私記』 1권, 『도서사기都序私記』 1권, 『선요사기禪要私記』 1권, 『절요사기節要私記』 1권, 『기신사족起信蛇足』 1권, 『금강하목金剛蝦目』 1권, 『원각경사기圓覺經私記』 2권, 『현담사기玄談私記』 2권, 『대교유망기大敎遺忘記』 5권, 『제경회요諸經會要』 1권, 『염송착병拈頌着柄』 2권 등의 많은 저술을 남겼다.
- 13)조주潮州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는 조주의 자사가 된 적이 있다. ‘조주의 문장(潮州詞)’은 한유의 문장과 같이 뛰어난 문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 14)황주黃州 :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는 신종神宗 때 왕안석王安石과 뜻이 맞지 않아 황주로 좌천된 적이 있다. ‘황주의 글씨(黃州筆)’는 소동파의 문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 15)참료叅 : 송宋나라 승려인 도잠道潛의 별호이다. 도잠은 시를 잘하여 소식蘇軾·진관秦觀과 시우가 되었다.
- 16)철사澈師 :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한유와 교유하였던 승려의 이름으로 보인다.
- 17)창상滄桑 :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상벽桑碧·상전창해桑田滄海·상해桑海·상해지변桑海之變·창해상전滄海桑田·창상지변滄桑之變이라고도 한다.
- 18)아왕鵝王 : 부처님의 삼십이상 가운데 하나로, 손가락과 발가락의 사이에 거위와 같은 물갈퀴가 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 19)택유擇乳 : 물과 우유를 하나의 그릇에 담아 놓으면 아왕은 우유만 마시고 물은 남긴다(鵝王擇乳)는 말이다. 이 말은 상승上乘의 정화精華를 택한다는 비유이다. 『조정사원祖庭事苑』 권5에 나온다.
- 20)윤숙尹塾 : 1734~1797.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여수汝受, 시호는 충숙忠肅이다.
- 1){底}正祖四年有璣後叙本(東國大學校所藏)。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하혜정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