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추파수간(秋波手柬) / 秋波手柬

ABC_BJ_H0217_T_001

010_0082_b_01L
추파수간秋波手柬
총목차總目次
편지(書)-91편
회암 화상께 올림(上晦庵和尙)
호암 화상께 올림(上虎巖和尙)
용담 화상께 올림(上龍潭和尙)
복령 장실에 답함(答福齡丈室)
훈몽간규訓蒙柬規
아버님 전에 올리는 편지식(上父主前式)
원 동지에게 주는 편지(與遠同知書)
지봉에게 주는 편지(與智峯書)
김생에게 답함(答金生)
벽봉 장형께 드림(奉碧峯丈兄)
하양 군수 이 공에게 드림(奉河陽守李公)
경 대사에게 주는 편지(與敬大師書)
잠 상인에게 주는 편지(與岑上人書)
불국사 승통에 답함(答佛國寺僧統)
불국감 수좌에게 답함(答佛國鑑首座)
낙봉 장형께 답함(答洛峯丈兄)
청암당에 답함(答靑岩堂中)
손상찰에게 답함(答孫上察)
이 첨지에게 답함(答李僉知)
전함에 답함(答前啣)
우초 상인에게 답함(答宇初上人)
불국 부도 장실에 답함(答佛國浮屠丈室)
경 상인에게 부침(寄璟上人)
계자 여러 상인에게 답함(答戒字諸上人)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이 진사(與秋波書) 李進士
성주 목사께 올림(上星州牧書)
성 스님에게 답하는 편지(答性師書)
사백에게 드림(奉舍伯)
다시 사백에게 드림(再奉舍伯)
한암 화상께 올림(上寒巖和尙)
용담 화상께 올림(上龍潭和尙)
용담 화상께 드리는 답장(奉答龍潭和尙)
부모님께 올리는 편지(上父母書)
부모님 편지에 올리는 답장(上答父母書)
홍 대사에게 줌(與洪大師)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與秋波書)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與秋波書)
큰절의 욱 동지에게 답함(答大寺郁同知)
의춘 태수에게 드림(奉宜春守)
의춘 책실에 드림(奉宜春册室)
성주 쌍계사 사주께 답함(答星州雙溪寺寺主)
성암 장형 붕운에 답함(答聖巖丈兄鵬運)
운암 장형께 답함(答雲岩丈兄)
두월 장형 청안에 줌(與斗月丈兄晴岸)
성흘 장형께 드리는 답장(奉答性屹丈兄)
우 장의에게 답함(答禹掌議)
설송 화상께 올림(上雪松和尙)
풍암 화상께 드리는 답장(奉答楓巖和尙)
만수 산인에게 부침(寄萬壽山人)
영해 화상께 올림(上影海和尙)
하봉 장형께 드리는 답장(奉答霞峯丈兄)
능원 대사께 답함(答能遠大師)
총활 대사께 답함(答揔濶大師)
화 대사께 답함(答和大師)
추담 화상께 올림(上秋潭和尙)
제 대사에게 줌(與齊大師)
화봉 화상께 올림(上華峯和尙)
또(又)
월파 화상께 드리는 답장(奉答月坡和尙)
순학 대사에게 답함(答順學大師)
봉암 장로께 드리는 답장(奉答鳳巖長老)

010_0082_b_01L[秋波手柬]

010_0082_b_02L1)秋波手柬

010_0082_b_03L

010_0082_b_04L2)目次

010_0082_b_05L
九十一篇

010_0082_b_06L
上晦庵和尙上虎巖和尙上龍潭和尙
010_0082_b_07L答福齡丈室訓蒙柬規上父主前式十三

010_0082_b_08L與遠同知書與智峯書
答金生
010_0082_b_09L碧峯丈兄奉河陽守李公
與敬大師
010_0082_b_10L與岑上人書答佛國寺僧統答佛
010_0082_b_11L國鑑首座答洛峯丈兄答靑岩堂中
010_0082_b_12L答孫上察答李僉知答前啣答宇初
010_0082_b_13L上人答佛國浮屠丈室寄璟上人
010_0082_b_14L戒字諸上人
上星州牧書答性師書
010_0082_b_15L奉舍伯再奉舍伯上寒巖和尙上龍
010_0082_b_16L潭和尙奉答龍潭和尙上父母書

010_0082_b_17L上答父母書與洪大師答大寺郁同知
010_0082_b_18L奉宜春守奉宜春册室答星州雙溪寺
010_0082_b_19L寺主答聖巖丈兄鵬運答雲岩丈兄
010_0082_b_20L與斗月丈兄晴岸奉答性屹丈兄答禹
010_0082_b_21L掌議上雪松和尙奉答楓巖和尙
010_0082_b_22L萬壽山人上影海和尙奉答霞峯丈兄
010_0082_b_23L答能遠大師答揔濶大師答和大師
010_0082_b_24L上秋潭和尙與齊大師上華峯和尙

010_0082_b_25L奉答月坡和尙答順學大師奉答鳳巖

010_0082_c_01L조의령께 드림(奉趙宜寧)
조영천께 드림(奉趙永川)
성파 장실에 줌(與聖波丈室)
태백 장실에 답함(答太白丈室)
염불암 자암 화상과 화악 장로께 드림(奉念佛庵慈菴和尙華岳長老)
증 장로에게 줌(與證長老)
영천 정 생원에게 답함(答永川鄭生員)
규정소에 드림(奉糾正所)
영 대사께 답함(答榮大師)
편지(書)
회암 화상께 올림
외람되게도 말학末學의 처지로 벽송사碧松寺에서 처음 화상을 배알하고 법어를 들었으니 자취를 불문에 맡긴 이로서는 너무나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날씩 머무를 수는 없어서 하룻밤만 묵고 돌아왔으니 한스러운 마음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하지만 공경하여 따르고자 하는 바람이 얕지 않으니 반드시 스님의 문하에 들어 시봉하면서 직접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법체法體가 편안하시기를 축원합니다.
호암 화상께 올림
지난번에 만수동萬水洞에 들어가 내원內院 도량에서 스님의 인자한 모습을 뵈니 골짜기의 바람과 안개가 다 꽃비의 경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정성스럽기 그지없는 가르침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다만 묵은 장애(夙障)에 인연함이 깊고 두터워 그곳에 머물러 스님을 모시지 못하고 바로 원래 거처로 돌아와야 했으니 한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듣자 하니 법후法候가 아름답고 길하시다 하니 간절하게 우러러 그리며, 좋은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 기쁠 뿐입니다. 시봉하고 싶은 마음이 이처럼 그득하니 하늘이 혹여 아신다면 필시 황홀하게 몰래 도와주실 것입니다. 나머지는 송구스러워 이만 줄입니다.
용담 화상께 올림
스님(法錫)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하고 계시어 지난번 백련사白蓮寺에 오셨을 때에 다행히도 뵈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010_0082_c_01L長老奉趙宜寧奉趙永川與聖波丈
010_0082_c_02L答太白丈室與證長老奉念佛庵
010_0082_c_03L慈菴和尙華岳長老答永川鄭生員
010_0082_c_04L糾正所
答榮大師

010_0082_c_05L

010_0082_c_06L3)

010_0082_c_07L上晦庵和尙

010_0082_c_08L
猥以末學初拜和尙於碧松獲聆法語
010_0082_c_09L是爲托跡桑門之一勝事也然不得留
010_0082_c_10L數日但經一宵而歸伏恨何諭第摳衣
010_0082_c_11L之願宲不在淺淺則必叅侍門下
010_0082_c_12L承敎誨矣伏祝法體安寧

010_0082_c_13L

010_0082_c_14L上虎巖和尙

010_0082_c_15L
頃日入萬水洞獲拜慈容於內院道場
010_0082_c_16L一壑風烟咸爲花雨之境况蒙敎誨諄
010_0082_c_17L諄不已者耶只緣夙障深厚不得留侍
010_0082_c_18L巾舃即返故居恨深恨深伏惟屬耳
010_0082_c_19L法候佳吉伏切景仰所喜好持容狀耳
010_0082_c_20L願侍之心如是滔滔天或有知必暗
010_0082_c_21L相於芒惚之中餘皇悚不宣

010_0082_c_22L

010_0082_c_23L上龍潭和尙

010_0082_c_24L
法錫已幹化事頃臨白蓮何幸獲拜
010_0082_c_25L{底}高麗大學校所藏筆寫本目次編著作
010_0082_c_26L成補入
「書」一字編者補入

010_0083_a_01L그 후 소생이 영원사靈源寺에 들어갔을 때에 거듭 자애로운 얼굴을 대하여 속진의 때를 씻었으니 너무나 다행이었습니다. 돌아온 후로 법향法香을 꿈속에서도 마음에 안고 사니 더욱 감사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제 막 꽃이 싹트는 때에 법을 강하시는 그윽한 모습 아름답고 넉넉하신지요? 사모하는 마음을 견디지 못합니다. 여름 끝 무렵에는 나아가 뵈옵고 뛰어난 무리의 끝자리라도 차지하고 싶으나 객지에서의 생활이 씻은 듯 빈궁하니 다만 일이 뜻대로 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복령 장실에 답함
운문雲門에서 헤어지고서 아직까지 여전히 섭섭했는데 마침 편지가 도착하니 답답하던 가슴이 문득 뚫립니다. 하물며 자상하게 편지에서 말씀하신 것이 다 가슴속에서 나온 것임에야 어떠하겠습니까? 편지에서 근래에 부모님 병환이 가볍지 않다 하니 마음 쓰이는 일이 필시 많으실 텐데, 요사이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보내 주신 물건으로 더욱 옛정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나아가 위로를 드려야 하나 길이 오백 리나 떨어져서 뜻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높으신 뜻을 저버리니 부끄럽습니다. 가을에 혹여 틈을 얻으면 반드시 스님의 사립을 두드리겠습니다.
훈몽간규
새해에 기체후 만안하십니까? 새해를 맞으며 간절히 그리는 정성을 견딜 수 없습니다. 미혹된 소생 모모某某는 산중에 살면서 별 탈 없이 한 해를 보냈으니 어찌 생각해 주시는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옛날에 쌀을 지고(負米)1) 백 리를 가서 부모를 모신다고 했습니까? 소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또 곁에서 모시지도 못하니 죄가 막대합니다.
이제 새해를 맞아 뵈러 가는 길을 재촉해야 할 것이나 잠시 일이 생겨서 며칠 좀 기다렸다가 돌아가 뵙겠습니다. 부디 제가 가기 전까지는 제 생각은 하지 마시고 수복壽福 무강하십시오. 나머지는 경황 중이라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아버님 전에 올리는 편지식

010_0083_a_01L其後鯫生入靈源重對慈顏淘汰塵垢
010_0083_a_02L幸莫大焉歸後法香尙擁夢襟尤不勝
010_0083_a_03L感謝也伏不審花事始萌講法玄履佳
010_0083_a_04L伏慕無任夏末當進謁欲叨居勝
010_0083_a_05L徒之末而客地生涯如洗只恐事不諧
010_0083_a_06L

010_0083_a_07L

010_0083_a_08L答福齡丈室

010_0083_a_09L
雲門贈別迨尙怏怏書及此際欝懷
010_0083_a_10L頓破况縷縷所示盡出肝肺者耶示諭
010_0083_a_11L近有親患不輕其爲關念必多未知近
010_0083_a_12L日調攝如何所惠物尤感故情今宜進
010_0083_a_13L而路隔半千有志而未就有負高
010_0083_a_14L意愧歎秋日倘得一暇必叩賢扉

010_0083_a_15L

010_0083_a_16L訓蒙柬䂓

010_0083_a_17L
伏未審歲□氣體侯萬安迎新伏慕區
010_0083_a_18L區無任下誠迷子某身在山中無恙分
010_0083_a_19L豈非伏蒙下念而何古有百里負米
010_0083_a_20L以孝事親而小子則不爾又違侍側
010_0083_a_21L罪莫大焉今値歲首宜趍謁獻駕
010_0083_a_22L暫有事故徐待數日後歸寧伏望未前
010_0083_a_23L勿慮迷眷壽福無彊餘惶不備伏惟

010_0083_a_24L

010_0083_a_25L上父主前式

010_0083_b_01L
새봄 초엽에 내리신 편지가 마침 이르러 무릎을 꿇고 받으니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 번 절하고 열어 읽어 보고 삼양三陽2)이 열리는 때에 기체 만중萬重하심을 알았으니 제야除夜에 편안하고 기쁩니다. 미혹한 자식 모모는 내려 주신 것을 받아 근근이 뼈만 남은 몸을 보존하며 날을 보내니 다행한 마음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오늘 집에 돌아가 아버님을 뵈려 하였으나 마침 자잘하게 매인 일이 있어 세후歲後에는 바로 가지 못하겠으니 죄가 큽니다. 열흘이 가기 전에 뵈올 것이니 부디 용서하시고 허물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디 오래 사시기만 하십시오. 나머지는 죄송하여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설날(新元)을 맞아 어른 모시고 사시는 일상이 청락淸樂하신지요? 간절하게 우러러 그립습니다. 어리석은 아우 모모는 요즈음 아무런 병 없이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으니 참으로 큰 다행입니다. 다만 고생하여 키우신 은혜를 형제가 고르게 봉양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형님께서는 하시고 아우는 하지 않으니 효자와 불초자가 여기에서 분명해지는군요. 죄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 며칠 후에는 반드시 가서 뵈올 것이니 그 사이에 아버님 모시는 정황이 더욱 아름답기를 빕니다.
아버님 곁을 떠난 지 이미 여러 날이 지났는데 체도體度가 어떠하신지요? 그리운 마음 간절합니다. 미혹한 소자는 산에 온 이후로 여전히 별 탈이 없으니 큰 다행입니다. 공부하는 일은 엄격한 가르침이 귀에 쟁쟁한데 어찌 감히 잠시라도 잊겠습니까? 그러나 게으른 습관을 제어하지 못하여 명 받은 바(所命)를 저버리게 될까 걱정이니 어쩌겠습니까? 만약에 인편이 있으면 필묵筆墨을 보내 주시고 돈도 몇 전 보내 주시면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수없이 엎드려 바라옵니다. 나머지는 인편이 바빠서 이만 줄입니다.
헤어진 후에 그리운 마음(看雲)3) 견디기 어려웠다. 인편이 도착하여 너의 편지를 보여 주니 잠이 확 깨는구나. 기쁨을 어찌 말로 다하겠느냐? 또 이때에 연이어 좋은 일이 있다 하니 더욱 기쁘구나. 다만 형제(鶺鴒)4)가 따로 살아서 형제(友于)5)의 정을 다하지 못하니 인륜의 이치에 슬프고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구나. 한번 나를 찾아오면 어떻겠느냐? 나는 몸에 별 탈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나머지는 세세하게 말하지 않겠다.
지난번 함양(渭城)6)에서 형님이 병이 나셨다는 말을 들었으나 인편이 확실치 않아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010_0083_b_01L
新春初到下書適至跪受惶恐不知所
010_0083_b_02L再拜啓讀伏審三陽啓祚氣體萬
010_0083_b_03L除夜伏伏喜喜迷子某伏荷下賜
010_0083_b_04L僅保遺骸而分宵伏幸何喩今欲歸獻
010_0083_b_05L定省適有冗拘歲後未即伏晋有罪
010_0083_b_06L盈貫旬前當拜謁伏冀恕而勿尤
010_0083_b_07L增壽筭餘恐惧不備伏惟

010_0083_b_08L
伏惟新元未審侍奉起居淸樂伏切景
010_0083_b_09L迷弟某近無身痾好爲送迎殊切
010_0083_b_10L伏幸但劬勞之恩兄弟均被奉旨之役
010_0083_b_11L兄爲弟未孝與不肖於斯分矣罪且
010_0083_b_12L悚悚數日後必進謁爾間伏祝侍親益
010_0083_b_13L辭側已數日伏未審體度如何
010_0083_b_14L慕區區迷子到山後尙無恙幸莫大焉
010_0083_b_15L學工事嚴訓在耳豈敢暫忘然懶習
010_0083_b_16L莫制恐負所命奈何若有便筆墨下
010_0083_b_17L送數錢孔方亦擲俾得要用千千伏
010_0083_b_18L餘便忙不備

010_0083_b_19L
別爾後難堪看雲之懷人至見汝書
010_0083_b_20L睡眠忽開喜何可言又認是辰連得好
010_0083_b_21L在尤忻但鶺鴒各捿未盡友于之情
010_0083_b_22L倫理所在悲愧莫堪幸一訪我如何
010_0083_b_23L我無身恙勿慮餘不縷盡

010_0083_b_24L
頃在渭城聞兄乖和然便未的矣

010_0083_c_01L이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기에 물어보고 과연 근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놀라고 슬프다가 나중에는 당초에 가서 위문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게 되었습니다. 근래에 완전히 회복되어서 음식과 잠이 전처럼 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우는 너무 둔하고 게을러서 공부가 하루 반짝했나 하면 열흘은 식어 버립니다. 게다가 같이 공부하던 벗도 잃었으니 누가 눈 비비고 나를 보아 주겠습니까? 때때로 형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샘물처럼 떨어지니 언제나 형님을 따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야 그득하지만 일이 마음과 어긋나는 적이 많아 아직까지 허송세월만 하며 크게 한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세간사이니 어쩌겠습니까? 나머지 모든 것을 잘 보중保重하여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도모해 봅시다.
함께 있을 때에 오래 머무르고 싶었으나 갑자기 활 떠난 화살처럼 헤어지고 말았으니 하늘은 어찌 나를 동정하지 않으시는지요? 상심하고 상심합니다. 헤어진 후 여러 해 동안에 거처가 편안하신지요? 우러러 그리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아우는 집안이 가난하여 의지할 데가 없고 몸은 졸렬하여 남들이 벗해 주지도 않으니 요즘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형님만이 거두어 아껴 주시고 곁에 두고 친구 되어 주시니 고마운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형님을 따르고 싶은 마음은 요즘 들어 더욱 크지만 고향 부모님께서 제가 멀리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므로 이렇게 머뭇거릴 뿐입니다. 형께서 아우 사는 곳에 와 주신다면 그 행복이 어떻겠습니까? 바쁘게 늘어놓았습니다.
덕유산(廬山)7)에서 헤어진 일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해가 두 번 바뀌었으니 세월이 빨리 가는 것(駒隙)8)을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에 교유하던 네다섯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세상일이 믿지 못할 것이 이 정도란 말입니까? 성환盛燠 형님은 청량하시고 형님 댁도 괜찮으신지요? 깊이 마음이 쓰입니다. 아우는 옛 모습대로 지금도 편안하다는 말밖에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함께 살던 날에는 형님께서 저를 아주 예뻐해 주셨지만 형님과 헤어진 후로는 누구인들 형님과 같겠습니까? 교유하는 사람은 많으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는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참으로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 여생을 보낼 수 있을지요.

010_0083_c_01L在半信中此人忽來問知其果有所
010_0083_c_02L始用驚悵繼恨當初不徃慰也
010_0083_c_03L可自幸者近獲完蘇眠飡如前耳
010_0083_c_04L至鈍且懶所工一曝十寒况失吾友
010_0083_c_05L則誰爲我刮瞙耶有時思兄淚墜如泉
010_0083_c_06L每欲從高兄此心滔滔而事多違心
010_0083_c_07L今蹉跎大無狀者乃世間事也奈何
010_0083_c_08L萬佳重俾圖相聚

010_0083_c_09L
相從時欲久居忽有弦矢天胡不恤予
010_0083_c_10L傷心傷心未審別後有年靜居怡
010_0083_c_11L景慕甲甲弟家貧無賴身拙人不
010_0083_c_12L今世中可謂賤棄者也獨兄收而愛
010_0083_c_13L之厠之朋僚間感幸何量從君之念
010_0083_c_14L近益孜孜而鄕親不許我遠居姑此逡
010_0083_c_15L巡耳兄若投弟居則其幸當如何
010_0083_c_16L餘忙具陳

010_0083_c_17L
廬山一別依然如昨而年光再換
010_0083_c_18L隙光陰尤可覺矣數年中交遊四五人
010_0083_c_19L忽化世上事無足信至如是哉敢問盛
010_0083_c_20L燠兄味淸凉而伯氏家亦珍吉否深以
010_0083_c_21L爲傃弟昔狀今安外何有言但與居日
010_0083_c_22L兄深愛我與兄別後其誰與如兄
010_0083_c_23L知交遊雖多知心者難也緣何重會
010_0083_c_24L以了餘年

010_0084_a_01L
생각이 많이 나던 차에 편지를 받으니 갈증에 샘물을 마신 듯합니다. 여러 가지 물건을 어떻게 이렇게 잘 헤아려 주셨는지요. 돌려보내고 싶어도 은혜를 상하는 일이라 그냥 두니 또 청렴을 상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편지를 펼쳐 보고 어른 모시는 일이 다 복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심히 기쁘고 기쁩니다. 듣자하니 형의 사돈댁에 상복喪服을 입는 근심이 있었다 하는데 보내신 편지에서는 그런 말씀이 없군요. 전에 들은 말이 과연 헛말이었는지요? 혹시 사실인데 잊고 쓰지 않으셨더라도 놀랄 일입니다. 아우는 부모님이 별 탈이 없으시고 저도 잘 지내고 있으니 일단 아주 다행인 셈입니다. 기꺼이 한 번 방문해 주십시오. 아우는 침상을 닦아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접때 댁의 문지방을 두드렸을 때에 그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노라니 걸음을 뗄 때마다 슬펐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셨는지요? 그리운 마음 깊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궁벽하여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니 성품을 다스리기에 적합합니다만 몸에 병이 많아서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점이 원망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번 모여 앉아 쌓인 회포를 풀 수 있겠습니까? 구름 낀 높은 산이 만 겹으로 막혔으니 한 번 만나서 웃기도 어렵습니다. 그저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역병의 기세가 악랄하기가 근래에 없던 일이라 한 마을 열 집이 몽땅 그 재앙을 입었습니다. 어른 모시고 사노라면 걱정이 더욱 심할 텐데, 친가에 지금은 별 탈이 없다 하나 내일 아침이면 어떨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에 그대(仁明)의 마을은 어떠하며 그대의 생활은 맑고 깨끗하신지요? 향하여 쏠리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어지러워서 맑을 경황이야 없겠지만 계절병(時患)9)이 이처럼 살얼음을 디딘 듯 위태하니 어떻게 하면 맑은 바람으로 이 끝없는 먼지 기운을 거두고 얼른 근심 없는 골짜기로 걸음 할 수 있겠습니까? 드리고 싶은 말은 많으나 돌아가는 인편이 서서 재촉하므로 이만 붓을 놓습니다. 부디 웃으면서 보아 주십시오.
10·
어제 어떤 사람이 그대 사는 곳에서 왔기에 그대의 생활을 물어보았더니 여러 날을 계절병으로 고생하다가 근래에 겨우 나아지고 있다고 하니 한편으로 놀랍고 한편으로 기쁘네. 그러나 서로 아끼는 사이에 자네가 병이 들었다 해도 내가 위문하지 못하고 자네가 나았다 해도 내가 안위安慰하지 못하니

010_0084_a_01L
思甚得書如渴飮泉數種物胡疑如是
010_0084_a_02L欲送傷惠乃留之又傷康也披書審侍
010_0084_a_03L親萬福深喜深喜聞兄有査家喪憂
010_0084_a_04L而來書中無此語前聞果虛耶倘實
010_0084_a_05L而書忘則亦一件驚事弟親庭無恙
010_0084_a_06L身亦好居一段幸深處也幸惠然一訪
010_0084_a_07L弟當掃搨以待餘不具

010_0084_a_08L
曩叩高扃不見君儀而歸步步悵然
010_0084_a_09L未知此聞果返賢車否仰深弟所居
010_0084_a_10L窮僻不與人通宜愜養性而身多疾
010_0084_a_11L所工無專悵悵安得一場團樂以
010_0084_a_12L展積懷耶雲山萬阻一笑難得只待
010_0084_a_13L時節而已餘不具

010_0084_a_14L
癘氣爲惡近所未有一村十家渾被
010_0084_a_15L其殃其在侍下爲憂尤深親家今雖無
010_0084_a_16L明朝難知未諳此時仁明鄕庭何如
010_0084_a_17L而君之宴居淸爽乎向傃十分人世擾
010_0084_a_18L擾無淸况而時患若此如履薄永
010_0084_a_19L得淸風撤此無限塵氛快步於無憂洞
010_0084_a_20L裡耶所欲言者多而歸便立促姑此
010_0084_a_21L停筆幸惟莞照

010_0084_a_22L
昨有人從君邊來詢其起居則數日爲
010_0084_a_23L時患所惱近纔向蘇一驚一喜然以
010_0084_a_24L相愛間君病吾不能問君瘥吾又不能

010_0084_b_01L우스운 것이 인간의 일일세. 요사이 교유하던 사람 가운데 고인故人이 되어 버린 자가 손꼽아 보면 열 명이 넘는데, 자네 집만이 청정하고 자네도 온전하게 지키고 있으니 이는 나에게 있어 축하할 일이네. 나도 변고를 겪어서 문 밖 출입을 한 것은 겨우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네. 다행히 다음 달 초에는 그대가 사는 산의 사립을 두드릴 수 있겠네. 만나기 전에 삼가고 잘 조리하시길 바라네.
11·
오늘 아침 문을 나서다 문득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편지 한 통을 주었습니다. 봉투를 보니 형께서 나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기쁨이 가슴에 차서 바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하고 싶었으나 급한 일이 있다고 이별을 고하기에 바쁘게 몇 줄 감사의 편지를 올리니 형께서 깊이 헤아려 주십시오. 제가 형께 드릴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형의 편지를 읽고 형의 정중함을 알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저의 안위를 형께 알리는 것입니다. 시절 분위기가 심히 나쁜 이때에 형과 내가 모두 잘 지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에 너무 기뻐서 손뼉 치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중추절에는 고향에 갈 것 같으니 그때에 찾아뵐까 합니다.
12·
10년을 서로 만나지 못했으나 맑은 거동은 항상 눈앞에 보는 듯합니다. 근년의 세상일이란 것이 벗들이 자꾸 세상을 떠나가서 몇 해 전에 만났던 사람이 오늘은 청산의 언덕에 누워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소식까지 서로 막히면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장자의 학주壑舟10)의 설을 이제야 믿겠습니다. 근간 형의 일상이 과연 편안하시고 부모님도 모두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그리는 마음이 깊습니다. 저는 비록 병마(二竪)11)에 시달리고 고향의 집안 친척 중에 상을 당하는 일이 자꾸 일어나긴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은 산속 절간이라 예전처럼 담담하고 맑습니다. 이곳 일이 대개 이와 같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한 골짜기에서 함께 띠풀집이라도 엮어 살고 죽고 즐겁고 괴로운 일을 형과 함께할 수 있을지요? 실오라기처럼 많은 말은 이만 줄입니다.

010_0084_b_01L可笑者人間事也比來所與游者
010_0084_b_02L已作故人屈指計之則將逾十數
010_0084_b_03L君家淸淨而君又獲全是爲吾一段祝
010_0084_b_04L賀也弟亦經變得出入戶外者僅月
010_0084_b_05L私幸來月初當叩山扉未前幸希
010_0084_b_06L愼攝

010_0084_b_07L
今朝出門忽遇人其人授我一封書
010_0084_b_08L觀皮封則乃兄之與我書也有喜滿襟
010_0084_b_09L即携入室欲留一宵則以急故辭歸
010_0084_b_10L忙裁數行以謝兄兄其深采弟之言於
010_0084_b_11L兄者有二一閱兄書知兄鄭重二以弟
010_0084_b_12L之安知於兄也當此時氛甚惡君我俱
010_0084_b_13L得好居何幸及此抵掌爲樂不能而已
010_0084_b_14L仲秋似有鄕行其時歷訪爲計也

010_0084_b_15L
十年不相面淸儀常在目觀近年人事
010_0084_b_16L朋交零落數年前相見面目今或處靑
010_0084_b_17L山丘壠若爾則音耗相阻安知君家存
010_0084_b_18L歿耶莊氏壑舟之說吾始信矣果未
010_0084_b_19L知近間兄味憺然而親庭萬安耶爲之
010_0084_b_20L深昻弟雖兌二竪所侵而故園宗戚中
010_0084_b_21L喪故層出弟所住烟霞窩中淡冷如古
010_0084_b_22L此間事大抵如是有何可言何得同結
010_0084_b_23L茅廬於一洞存亡苦樂與兄同之耶
010_0084_b_24L縷縷所懷只此云云

010_0084_c_01L
13·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채 이제 5년이 되었으니 우울한 마음을 차마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편지를 올리고 싶어도 인편이 드물어 하지 못하니 더욱 마음만 상합니다. 사나운 추위에 부모님 모시고 사는 형의 생활이 어떠신지요?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는 연전에 송사訟事가 좀 있었으나 다행히 다 잘 해결되어 결국 걱정할 것 없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고향을 떠나 멀리 타향 산수에 묻혀 살면서 편안히 먹고 자고 지내길 한결같이 바랐지만 저절로 굳게 얽어매는 게 있어서 이것도 이루지 못했으니 한탄스럽습니다. 사람 일이 복잡다단하니 혀를 찬들 어쩌겠습니까?
원 동지에게 주는 편지
오랫동안 앙모하던 나머지 지난번 덕스러운 모습을 접하고 세상 밖의 현담玄談을 서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뵙고 보니 과연 소문대로였으니 오늘까지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겨울도 반을 지난 요즈음 지내시는 것이 맑고 아름다우며, 방 안에서의 서방정토 공부는 더욱 진전이 있으신지요? 우러러 그립니다.
저는 병구완하는 일이 나아지지 않아서 살기가 적막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여러 해 동안 키운 그리움을 가벼이 하지 않고 수습하여 갑자기 나아가 뵈온 것은 그저 불법에 고명高明하신 점에 감동하여 크게 믿고 향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 배움을 구하는 정성이 가볍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정성스런 청이 있었으니 어떻게 승낙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불민不敏하여 융성한 뜻을 따라 부합할 수 있을까 걱정일 뿐입니다.
혹 뜻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부디 답장으로 알려 주십시오. 마침 가는 인편이 있어서 잠시 안부를 여쭈오니, 바라건대 정토 공부에 더욱 힘쓰시기를 기대합니다. 연세 90이나 되셨으니 남은 날이 많지 않습니다. 죽어서도 따라다니는 것은 정업淨業뿐이며, 세상의 다른 산업은 다 뜬구름과 같습니다. 제가 아니면 누가 스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지봉에게 주는 편지

010_0084_c_01L
願見而未見迨今五年欝陶之懷何忍
010_0084_c_02L言哉雖欲奉牘便稀未果尤可傷神
010_0084_c_03L未暗 [1] 隆寒兄侍履如何深深傃傃
010_0084_c_04L年前少有官事幸而得解終至無憂
010_0084_c_05L一幸其後欲離家山遠捿殊鄕林泉
010_0084_c_06L安眠食而自有牢纒此又未遂可歎
010_0084_c_07L人事之多端咄咄奈何

010_0084_c_08L

010_0084_c_09L與遠同知書

010_0084_c_10L
久仰之餘頃接德範相語以世外玄談
010_0084_c_11L所見果愜所聞也迨今何忘敬惟冬半
010_0084_c_12L起居淸佳而室中西業益銳乎爲之
010_0084_c_13L景想某侍病無痊寓居有寂勢也
010_0084_c_14L多年所養之眷拾之不輕而輒進者
010_0084_c_15L只感高明於佛法大有信向又求學之
010_0084_c_16L不屑屑故也旣有誠請胡不諾歟
010_0084_c_17L然渠有不敏恐不能遵副盛意耳倘或
010_0084_c_18L有不合之意須答示焉適値去便暫此
010_0084_c_19L修候惟望勉加淨土工夫以此爲期
010_0084_c_20L年當九十餘日無多死而相隨者
010_0084_c_21L一淨業其他世產悉同浮雲非我誰
010_0084_c_22L向師如是說及餘不宣

010_0084_c_23L

010_0084_c_24L與智峯書

010_0085_a_01L
8월에 강당의 빗장을 두드려 며칠 동안 은근한 대화를 나누었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더구나 융숭하게 대접을 잘 받았으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대개 법석法席에서의 일상을 관리하는 것은 종법宗法에 따라 사람을 대해야 하고 나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대중을 너그럽게 다스려서 인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스님은 과연 이와 같이 상응하시는지요? 건당建幢12) 초기에는 정성스럽게 이끌어서 학인들이 의지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근간에 은사 스님(恩室)께서는 잘 지내시고 집안에 별 탈이 없으며, 큰형님 댁과 시족侍足도 모두 편안하신지요? 생각하는 마음이 깊습니다. 저(老友)는 지난달 16일에 비로소 거처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의 병이 조금 낫긴 하였으나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직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방법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어쩌겠습니까? 성여性如 상인은 스님과 잘 맞습니까? 공부와 일에 다 근신하고 부지런하면 그가 반드시 심복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스님이 잘 가르쳐 주십시오. 8월에는 미타彌陁를 보조하여 함께할 것이며, 9월이면 법화法華를 주관할 것입니다. 우도右道13)의 소식은 이 정도뿐입니다.
눈이 한 길이나 쌓여 길이 막혔으니 편지 오기를 어찌 생각하기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한 통의 편지가 눈을 뚫고 도착하니 인형仁兄의 정성이 아니면 그럴 수 있겠습니까? 두 번 세 번 열어 보며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편지를 읽고 편안한 기거가 맑고 즐거워서 세상을 잊을 만큼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공경하고 부러워하게 됩니다. 듣자 하니 큰형님 댁에 아들을 얻는 기쁜 경사가 있었다 하지요. 저는 몸은 조용히 은거하고 있으나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는 연하烟霞의 청정한 세계를 뒤집어 번뇌의 세계로 만드는 것이니 한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지혜의 칼(智慧劒)로 끝없는 속진의 번뇌를 베어 버리고 한가하고 광활한 땅을 활보하면서 나의 마음을 담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서글픕니다. 소매를 이끌고 회포를 풀 날이 과연 언제일까요? 그저 몸조심하시어 저의 생각에 부응해 주시기만 바랍니다.
지난번 부모님들을 뵈러 가는(歸寧)14) 길에 여러분들을 뵙고 조용히 말을 나눔으로써 가슴속의 어리석은 싹들이 남김없이 다 사라졌으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구름 같은 자취 매어 놓기 어렵듯

010_0085_a_01L
八月敲講扃做數日穩話所無餘恨
010_0085_a_02L更優得隆遇有何可言盖法席所管日
010_0085_a_03L當以宗法接人毋生懶怠又御衆
010_0085_a_04L以寛不失人心可也吾師果與此相應
010_0085_a_05L建幢之初宜諄諄啓迪使學人有
010_0085_a_06L所歸心近間恩室珍嗇室中無恙
010_0085_a_07L氏家及侍足并佳否深深傃傃老友去
010_0085_a_08L月十六日始還所寓師患小蘇然不
010_0085_a_09L得立尙今一㨾也萬無見效之勢奈
010_0085_a_10L性如上人其有合於師否工夫與行
010_0085_a_11L皆謹愼且勤則彼必悅之望君善
010_0085_a_12L誨之八月甫主雙之彌陁九月主法
010_0085_a_13L右道消息如是而已

010_0085_a_14L
雪丈路阻何意書及然一封書穿雪
010_0085_a_15L而至無乃仁兄誠感而然歟再三展玩
010_0085_a_16L不能釋手凭諳燕居淸樂有忘世之味
010_0085_a_17L尤不覺欽羨聞伯氏家有弄璋之喜慶
010_0085_a_18L弟身雖靜居憂慮不斷是飜烟霞
010_0085_a_19L淨界作煩惱世界也可勝歎哉安用
010_0085_a_20L智慧劒斬却無限塵勞高步於閑曠之
010_0085_a_21L澹我靈臺耶可可悲悲携袂叙懷
010_0085_a_22L果在那時只希保重副我所念

010_0085_a_23L
頃因歸寧之行得見諸公從容叙話
010_0085_a_24L中鄙萌消盡無餘喜何及此然雲蹤

010_0085_b_01L바로 옛 거처로 돌아가 지내니 날마다 여러분의 모습 생각에 바라보는 눈에 한기가 생깁니다. 겨울 추위에 시봉하시는 여러분이 다 좋으시고 공부도 진보가 있으신지요? 우러러 그립니다. 저는 묵은 인연 때문에 산중에 박혀 살면서 흰 구름을 집 삼고 푸른 소나무를 밥 삼으니 풍진風塵의 재미도 이를 따라 멀어집니다.
여러분들은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고 문학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며 살고 있으니 문장은 창려昌黎15) 같아야 하고 글씨는 우군右軍16) 같아야 합니다.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折桂)17) 유림에서 첫째가는 사람이 되면 나가서는 총애이고 들어와서는 영화일 터이니, 부모님께서 어찌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여러분에게 이것을 바라니 여러분들은 힘쓰십시오. 혹 날마다 방탕을 일삼아 스스로 장난과 도박 사이에서 놀다가는 선생의 권면함과 가르침을 저버릴 뿐만 아니라 경박한 사람이 될 터이니 후회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나머지 근심 걱정은 낱낱이 다 하지 않겠습니다.
인편이 도착하여 자네 편지를 보았네. 근래에 더욱 부지런히 글을 읽으며 새벽과 밤에 촛불을 켤 때와 두 끼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글 읽는 입을 닫지 않는다고 하니 기쁨을 헤아릴 수 없네.
그러나 글을 읽는 데도 법이 있네. 읽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구두句讀를 살피고 그 다음에 문맥을 자세히 살펴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 기교와 서투름, 튼튼함과 상쾌함을 다 궁구해야 하네. 위의 구절을 읽을 때에 눈은 아래 구절을 주시하고 앞줄을 읽을 때에 뜻은 뒷줄로 흘러서 의미가 마음속에서 환하게 이어져야 한다네. 그래서 남의 문장이라도 다 내가 지은 것처럼 되어야 하네. 그렇게 된 다음에는 저술하는 글은 누가 붙잡아 주는 것처럼 일어나게 되고 읊는 시는 누가 잡아 끌어 주는 것처럼 되어 아주 격조가 있게 스스로 일가의 문장을 이루게 된다네.
혹시라도 마음이 바깥 경계로 치달려 그저 입으로만 문장을 읽는다면 외더라도 의미의 끊어짐과 이어짐을 알지 못하여 개구리가 온종일 못 바닥에서 우는 것과 같아진다네. 그렇게 되면 설사 천만 번을 읽는다 해도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요즘 학자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끝에는 성취하는 자가 하나도 없는 것은 이 병을 몰라서라네.
내가 10세 전에 경사經史를 다 읽었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 나도 이 병에 걸려 있었다네.

010_0085_b_01L難係即還舊捿日想僉儀望眼生寒
010_0085_b_02L未委冬寒僉侍奉渾珍學工又增進否
010_0085_b_03L景昻弟夙緣偏在山中以白雲爲家
010_0085_b_04L靑松爲食風塵滋味從此遠矣諸公
010_0085_b_05L旣侍親側又以文學爲己任則宜文如
010_0085_b_06L昌黎筆如右軍靑年折桂爲儒林第
010_0085_b_07L一人出而寵入而榮親豈不美且重哉
010_0085_b_08L不佞以是望于諸公諸公勉哉倘日
010_0085_b_09L事放浪自娛於戱謔愽奕之間則非但
010_0085_b_10L孤負先生之奬訓抑亦流爲輕薄子
010_0085_b_11L後悔何及餘忉忉不盡一一

010_0085_b_12L
人至見汝書知近益勤讀除晨夕點燭
010_0085_b_13L二時粥飯恒不閉口歡喜無量然讀
010_0085_b_14L書有法讀時必先察句讀次詳文脉
010_0085_b_15L盡究長短巧拙健快讀上句時眼注
010_0085_b_16L下句讀前行時意流後行旨義連續
010_0085_b_17L晃然於胸中則若人之文皆如我作
010_0085_b_18L然後有所述作若有人扶起有所吟詠
010_0085_b_19L若有人牽引深有格調自爲一家之文
010_0085_b_20L其或心馳外境口但接文雖誦而不知
010_0085_b_21L義之斷續只如終日蛙鳴塘底則設至
010_0085_b_22L千萬讀奚所有益哉今之學者莫不
010_0085_b_23L而其終一無所成者不知是病也
010_0085_b_24L我十歲前讀盡經史當時年少亦涉

010_0085_c_01L약관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나마 조금 그 병을 깨달았지만 몸을 제천諸天에 기탁하면서 글 읽는 공부를 폐하였으니 결국 평범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함을 매양 스스로 개탄한다네. 자네는 나이가 어리고 또 높이 될 재목이니 나쁜 습관을 따르지 말고 옛날 문인들이 다듬어 공교하게 만들던 법을 본받아서 금세에도 문장을 주관하는 사람이 나오도록 하게. 지극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겠네.
김생에게 답함
함께 지내던 옛날을 잊지 않고 고맙게도 먼저 편지를 보내 주니 너무 감사하네. 집에 돌아가 어른 모시고 사는 생활이 모두 복되며, 공부도 놓지 않고 등잔불을 태워 밤을 낮처럼 공부한다(樊膏繼晷)18) 하니 더욱 축하할 일이네. 산우山友에게 익숙한 것은 연하烟霞의 산수여서 손님이 와서 풍진風塵의 영욕榮辱을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이것은 속세의 선비들의 일이다 싶어 도무지 내 마음에는 관계되지 않는다네. 자네(高明)가 편지에서 말한 것도 세간의 소식이긴 하나 옛날 연하에서의 우정이 있었기에 은연 중에 언외言外의 교감이 있었네. 그래서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답을 한다네. 부디 부모님께 효도하여 사람들이 놀랄 만큼 이름을 내길 바라네.
벽봉 장형께 드림
예를 생략하고 말씀드립니다. 대형께서 시마緦麻19) 복을 만나셨다는 말을 어제 들었으니, 우애의 심정이 비통하여 죄송한 생각이 더욱 깊었습니다. 어쩌다가 그 어진 문중에 불행이 일어났는지요? 초상初喪의 여러 절차를 형께서 혼자 맡으셨을 터인데 아무 것도 없는 살림에 구차하고 어려움이 어떠했는지요? 그리고 형께서 복을 입고 지내시는 생활은 또 어떠하신지요? 제가 가서 위문하고 병구완을 해야 할 것이나 사람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문상할 도리를 거의 빠뜨리게 되었으니 부끄러움이 깊습니다. 접때 물건을 보내어 나그네의 빈한함을 도와주신 것은 실로 지나친 대접이었으니 더욱 감사합니다. 스님의 병이 좋아지지 않고 지루하게 끌 기세이니

010_0085_c_01L是病也及至冠也粗覺其病而身托
010_0085_c_02L諸天讀書之工廢矣遂流爲常人
010_0085_c_03L聞於世每自慨歎汝年方少矣材又
010_0085_c_04L高矣勿循常習輒效前古文人琢工之
010_0085_c_05L使今世亦有主文之人至禱至禱

010_0085_c_06L

010_0085_c_07L答金生

010_0085_c_08L
不忘聯床之舊先辱惠書多感仍審歸
010_0085_c_09L家侍親萬福而不輟所工樊膏繼晷
010_0085_c_10L益賀山友所慣唯烟霞林泉每逢客來
010_0085_c_11L聞說風塵榮辱而是乃俗士之事揔不
010_0085_c_12L管于吾心至於高明之示雖亦世間消
010_0085_c_13L宿有烟霞契則隱然有言外相感
010_0085_c_14L故不能灰慮而有答也幸望事親以孝
010_0085_c_15L有警人觀聽

010_0085_c_16L

010_0085_c_17L奉碧峯丈兄

010_0085_c_18L
省禮言昨聞大兄尞遭緦麻之服
010_0085_c_19L在友愛情悲疚想益深矣胡其仁門之
010_0085_c_20L不幸耶初喪諸節兄應自當淡冷家
010_0085_c_21L苟艱何如而兄居服履又如何弟宜
010_0085_c_22L徃慰而侍病人事不果所念匍匐晋候
010_0085_c_23L之道殆有闕矣愧深曩日投物以扶
010_0085_c_24L旅寒實有過恭尤感師病無減勢將

010_0086_a_01L근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나머지 바람은 부디 근신하고 조심하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하양 군수 이 공에게 드림
지난번 청암靑巖에서 관가의 행차가 잠시 여산廬山을 방문하시어 연하烟霞의 광휘가 더욱 불어났습니다. 그러나 공거公車가 부리나케 돌아갈 때에 끌어서 말리지도 못하고 마침내 호계삼소虎溪三笑를 만들어 사람을 망연하게 하였습니다. 해가 홀연 바뀌었는데 정치 하시는 기거起居가 진중하시고 백성을 다스리기에 더욱 힘쓰시는지요? 자꾸 발돋움하여 보게 됩니다.
산인의 구름 같은 자취는 여러 번 움직여서 지난해 여름에는 또 안의安義의 삼동三洞20)에 들어가 심진동尋眞洞의 경치를 소요하였습니다. 비록 그 감흥이 있었으나 글로 쓰려니 되지 않았습니다. 혹 공(仁明)을 뫼시고 가서 그 읊는 것을 들었다면 격한 감동이 있었을 것입니다. 마음으로 생각은 했으나 구름 낀 산이 만 겹으로 막혀서 얻을 길이 없으니 너무나 한탄스럽습니다. 영명하신 공께서 경론의 큰 뜻을 품으신 채 지금 작은 마을의 수장이 되신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옛날 사원士元21)이 뇌양耒陽의 수령을 맡았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결국에는 크게 형통亨通하였으니 지금이라고 옛날 같지 않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푸른 눈을 문지르며(拭靑)22) 동년同年의 깊은 약속을 다시 논할 수 있겠습니까?
7월이 가까우니 하늘과 땅이 화로를 달군 것 같습니다. 이러한 즈음에 거처에는 맑고 시원한 즐거움이 있으신지요? 이보다 더욱 더운 것은 세상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물욕이 서로 애를 태워 얼음 쌓인 동굴에 살더라도 마음이 끓어 넘치는 듯한 겁니다. 우리 형께서는 오래도록 선정에 드셨으니 과연 이를 면하셨겠지요? 날마다 우리 형의 도에 대한 말씀을 듣고 속세의 매임을 가르고 싶은 생각이지만 서로 사는 곳이 막막하게 멀어서 마음을 따르지 못하니 저의 불행이 큽니다. 근래에 금강산에 들어가 담무갈曇無竭23) 보살의 도량을 보고자 하였으나 나쁜 재화災禍가 네 번이나 일어나 이 역시 하지 못했습니다. 쯧쯧 한탄만 나옵니다. 마침 가는 편이 있기에 잠시 편지를 써서 형께 감로약甘露藥을 청하니 부디 한번 기울여 주시어 마른 목을 축여 주십시오.

010_0086_a_01L支離不能無憂餘希愼抑不宣

010_0086_a_02L

010_0086_a_03L奉河陽守李公

010_0086_a_04L
頃在靑巖官斾暫屈廬山烟霞有增光
010_0086_a_05L但公車霅歸不可牽挽遂做虎溪
010_0086_a_06L三笑使人惘然歲忽轉更未審政履
010_0086_a_07L珍重而字民益勉企傃申申山人雲
010_0086_a_08L蹤數動前年夏又入安義之三洞
010_0086_a_09L遙於尋眞泉石雖有其興欲寫未能
010_0086_a_10L倘携仁明聽其吟哦則應激感心思
010_0086_a_11L而雲山萬阻無路得此浩歎窃觀明公
010_0086_a_12L抱經論大志而今君小縣與古士元之
010_0086_a_13L宰耒陽小無異也彼終有大亨今安知
010_0086_a_14L不如古哉安得拭靑更論同年深契
010_0086_a_15L

010_0086_a_16L
月近流火天地如烘爐未審此際
010_0086_a_17L處有淸凉之樂乎否更有熱於此者
010_0086_a_18L世慮未斷物欲交煎則雖居積永之穴
010_0086_a_19L心似沸湯吾兄久入禪定果免此否
010_0086_a_20L日思得吾兄道話欲劃塵結而相居夐
010_0086_a_21L不得遂心弟之不幸大矣近欲入
010_0086_a_22L金剛山欲睹曇無竭道場染禍四起
010_0086_a_23L此亦未果咄歎適有去便暫修書
010_0086_a_24L兄甘露藥幸傾一酌以沾渴喉

010_0086_b_01L
전날 굳세고 씩씩할 때에는 문장과 생각도 날래게 나오고 저술하는 게 있으면 힘들이지 않아도 이루어졌고 종이에 쓰면 사람들이 간혹 읊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근년에는 나이가 들어 머리가 빠지고 치아도 성글어져 맑은 흥이 갑자기 줄어들었고 사람을 보면 고함을 지르기까지 합니다. 잘 먹고 말도 하지만 글을 지으려 하면 끝내 할 수 없으니 스스로도 세상에 오래 있지 못할 것을 압니다. 형의 나이가 나와 같으니 이런 일도 같을 테지요. 어떻게 슬프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형의 옷소매를 잡고 함께 조용하고 후미진 띠풀집에 살면서 이전의 속진 생각을 없애어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하면서 남은 해를 마칠 수 있을까요?
형 계신 곳에서 온 사람이 있기에 필시 형의 편지가 있을 것이라며 물어 보았더니 한 글자도 보내 주시지 않았더군요. 혹 옛날의 은밀한 약속이 세월 따라 변한 것입니까? 흐르는 물처럼 세상 인정도 그런 것이니 괴이할 게 뭐 있겠습니까? 단풍 든 저녁에 한가한 생활이 아름답고 공부도 더욱 열심이라 하니, 형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을 축하합니다. 요새 사람들은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 못하는 자가 자못 많고 저도 그 숫자 속에 떨어지니 형을 보면 어찌 부끄러운 얼굴이 되지 않겠습니까? 염씨冉氏24)는 안자顏子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면서 자신의 게으른 습관을 채찍질하였었지요. 제 스스로 채찍질하고도 또다시 게을러지니 묵은 습관을 어찌하겠습니까? 그저 산속에 엎드려 초목과 더불어 썩어 갈 뿐입니다.
경 대사에게 주는 편지
그대의 집에서 작별하고서 강을 잘 건넜습니다. 그대가 주는 것을 많이 받기만 하고 모친의 안장安葬은 보지도 못하고 바쁘게 거처로 돌아왔으니, 이 때문에 항상 마음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습니다. 과연 천우신조로 산소를 잘 썼는지요? 요사이 복 입고 지내는 기거는 어떠하며, 집안과 산중도 모두 편안한지요? 매우 그립습니다. 나(老友)는 나그네 길에 병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병구완 하는 일이 전과 똑같으니 장래에는 어찌해야 할지요? 이곳은 시가市街가 아주 적은데다 시장도 멀어서 쌀을 바꾸기가 함양보다 어렵습니다.

010_0086_b_01L
徃日彊壯文思銳出凡有述作不勞
010_0086_b_02L而成筆之紙也人或詠之近年頭童而
010_0086_b_03L齒豁淸興頓減對人求哦雖皷腹而張
010_0086_b_04L欲述其文終不可得自知不久於
010_0086_b_05L世也兄年同我厥事亦同可不悲夫
010_0086_b_06L安把兄袂共處靜僻茅廬消前塵
010_0086_b_07L淨吾靈臺以終餘年

010_0086_b_08L
有人來自兄居謂必有兄札及詢無一
010_0086_b_09L字相贈或舊日密契隨時而變耶
010_0086_b_10L水世情常也奚怪憑悉楓夕佳重燕
010_0086_b_11L而所工益勉賀公有終也時人有
010_0086_b_12L始而無終者頻多弟亦阽於其數視公
010_0086_b_13L寧無愧顏甞歎冉氏之不及顏子策己
010_0086_b_14L懶習而策己復懶夙習奈何只期跧
010_0086_b_15L伏林下與草木同腐耳

010_0086_b_16L

010_0086_b_17L與敬大師書

010_0086_b_18L
於君家作別因好爲渡江多賴君賜
010_0086_b_19L然不見萱親安葬而忙忙歸捿每以此
010_0086_b_20L鯁念果未知得神助善營窀穸否爾間
010_0086_b_21L哀居如何而鄕家及山中並獲安重否
010_0086_b_22L昻甚老友客中無疾聊幸而但侍病如
010_0086_b_23L前一㨾顧將奈何此地市直極少
010_0086_b_24L場又遠貿米之艱艱於咸陽以此學伴

010_0086_c_01L그래서 서로 오가는 도반道伴도 없으니 봉우리가 적적하기 막심합니다. 설을 지내고는 꼭 가서 머무르겠습니다. 2월 얼음길에야 어떻게 방문하겠습니까? 삼가고 삼가십시오. 그저 삼가 몸을 보존하여 설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잠 상인에게 주는 편지
지난 걸음에 그대의 정성스런 대접을 받았으니 나 같은 부덕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사람의 사귐은 헤어지고 함께함이 다 서로 다른데 스님만은 헤어져 있어도 그 정이 더욱 도타워서 함께 사는 것과 같으니 서로 감탄感歎이 큰 것이겠지요.
인편에 편지가 도착하여 몸은 자잘한 공무公務에 있지만 근간에 좋은 거처를 얻을 것임을 알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나는 객지에 살지만 별 탈이 없어 다행입니다. 다만 스님의 병이 지루하게 반년을 끌면서 아직 회복할 기약이 없으니 참 걱정입니다. 물건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객지 살림이 냉랭하고 박해서 뜻이 있어도 펴지 못하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빈 편지만 올립니다. 해를 지내는 일이 모두 길하시기를 바랍니다.
불국사 승통에 답함
중추절에 선구仙區에 올라 잠시 얼굴을 뵈었고 그 후에 표충사表忠寺에서 몇 밤을 잠자리를 함께하였지요. 헤어진 후에 여러 순삭旬朔이 바뀌어 생각이 더욱 극렬하던 차에 오늘 갑자기 편지를 보니 얼굴을 대한 듯 기쁩니다. 또 정무政務를 담당하시는 생활이 아름답고 진중하시다 하니 더욱 기뻐 발돋움합니다.
저는 가을은 분주하게 길에서 보내고 초겨울에야 거처에 돌아왔는데 스님의 병이 차도가 없으니 여전히 근심으로 애태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 웃을 수 있겠습니까? 강하江河가 아득히 멀어 그저 가슴을 달래며 길게 탄식할 뿐입니다. 해가 저물려는 때에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제야에 나머지는 나그네 길이 어지러워 이만 줄입니다.
불국감 수좌에게 답함

010_0086_c_01L無一人相從岑寂寞甚歲後當定去留
010_0086_c_02L正春氷程何堪作訪耶愼勿愼勿
010_0086_c_03L只望愼保送歲

010_0086_c_04L

010_0086_c_05L與岑上人書

010_0086_c_06L
頃行蒙君款遇以我不德何意得此耶
010_0086_c_07L人之交皆相別與相居不同獨師雖相
010_0086_c_08L其情愈篤恰似相居大有相感歎
010_0086_c_09L便來書至認身在公冗近得珎居
010_0086_c_10L深喜老友客捿無恙爲幸但師疾支離
010_0086_c_11L半年尙無蘇期可可憫憫欲將物送
010_0086_c_12L而旅寓冷薄有志未伸深慚奉以空簡
010_0086_c_13L祗希萬吉分歲

010_0086_c_14L

010_0086_c_15L答佛國寺僧統

010_0086_c_16L
中秋登仙區暫得接顏其後邂逅於表
010_0086_c_17L數宵同寢別後數更旬朔而所思
010_0086_c_18L彌劇今忽見書喜如對面又審政履
010_0086_c_19L佳重尤有欣跂宥半秋役役於途中
010_0086_c_20L冬初始歸所寓師病無減一味憂煎
010_0086_c_21L安得重晤一咲耶川原杳漠只撫膺長
010_0086_c_22L吁而已歲將盡矣幸望保重除夜餘
010_0086_c_23L客撓不悉

010_0086_c_24L

010_0086_c_25L答佛國鑑首座

010_0087_a_01L
가을에 잠시 만났으나 나그네 갈 길이 바빠서 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으니 여러 달이 되어 가는데도 아직 잊히지 않습니다. 생각도 못했는데 먼저 편지를 드리워 안부를 물어 주시어 바삐 펼쳐 읽어보았으니 감동을 어찌 이기겠습니까? 편지를 보고 지금은 공전公殿에 계시며 도 닦는 재미가 더하심을 알았으니 더욱이 기쁘고 축하드립니다.
저는 객지 생활이 무료한데다 또 병구완의 근심이 있으니 어찌 좋은 상황이야 있겠습니까? 어느 해에야 다시 말씀을 받잡고 연하烟霞의 맑은 회포를 깨뜨릴 수 있을지요? 때가 이르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낙봉 장형께 답함
생각 속의 사람과 손을 잡고 마음을 토로하고 싶은 생각을 날마다 했었는데, 접때 잠시 뵈었을 때에는 길 떠나는 행색行色이 바빠서 하룻밤만 이야기를 나누고는 곧 바로 번갯불처럼 이별했으니 한스럽기가 그지없었습니다.
그날 미타암彌陁庵에 도착해서는 눈 때문에 사흘을 머물렀습니다. 혹여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형의 거처에 머무르며 평온한 대화를 자세히 나누는 걸 왜 아꼈을까요?
강을 건너온 후로 소식이 딱 끊어져 간절하게 우러러 생각하던 참에 오늘 편지(哀墨)를 받아 보고 상중喪中에 쓴 나물 맛이나마 신중하심을 알았으니 우울한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저는 살림살이(寓居)가 황량하여 몇몇 도반만 왕래하고 있는데다 병구완하는 일이 좋아지지 않으니 그 민망함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하물며 가난한데다 또 쌀을 싸게 내다 팔고 비싸게 사들여서 오른쪽에서 25말을 내고 왼쪽에서 겨우 6말 쌀을 마련하곤 합니다.
이러니 어떻게 오래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떠날지 머무를지는 설 지낸 후에 바로 결정할 것인데 강을 건너 서쪽으로 돌아갈 것 같으면 반드시 형과 다시 손을 잡게 되겠지요. 그저 복 입는 생활에 모든 것을 조심하시어 저의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주십시오.
청암당에 답함
지난번 그대의 사립(德扉)을 두드리고 실컷 얼굴을 뵙고 마음을 토로하였던 일이 지금까지도 계속 마음에 생각이 나는데, 이제 또 편지를 받으니 더욱 감개가 지극합니다.

010_0087_a_01L
秋獲霅逢而客蹤怱怱即旋歸笻
010_0087_a_02L將數月尙不能忘料外先垂書問
010_0087_a_03L展吟讀何勝感佩仍審今處公殿
010_0087_a_04L味增重尤有欽賀宥客地無聊而復
010_0087_a_05L有侍病之憂寧有好况耶何年再奉談
010_0087_a_06L破烟霞淡懷當俟時至也

010_0087_a_07L

010_0087_a_08L答洛峯丈兄

010_0087_a_09L
念中人日思握吐而曩獲暫晤但由行
010_0087_a_10L色怱忙只叙一宵語即爲霅別恨曷
010_0087_a_11L有盡其日至彌陁滯雪三日倘知其
010_0087_a_12L如此弟何惜留兄居細做穩語渡江
010_0087_a_13L音耗頓阻方切瞻想今奉哀墨
010_0087_a_14L審居憂蔬味愼重稍解所欝弟寓居
010_0087_a_15L荒凉只有數伴相從更添侍疾不瘳
010_0087_a_16L其憫何言况以雅貧又賤糶而貴糴
010_0087_a_17L以右租廿五斗菫辦左米六斗如此而
010_0087_a_18L安得久住乎去留歲後方決而若渡江
010_0087_a_19L西歸必與兄重握矣但當哀履萬保
010_0087_a_20L以慰瞻企

010_0087_a_21L

010_0087_a_22L答靑岩堂中

010_0087_a_23L
頃敲德扉剩得接顏吐襟迄今緬想以
010_0087_a_24L爲懷玆又承書尤增感極又審寒冱

010_0087_b_01L또 추위에 여러분들의 기거起居가 다 좋으시다니 우러러 기쁜 마음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개금改金하는 일은 고생 없이 완성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는 필시 방운房運이 크게 형통한 것이니 많이많이 축하합니다. 기와 올리는 역사를 다시 정하는 일도 그 의논이 이미 모아졌다니 수고롭게 힘쓸 일이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혹 천우신조로 맑은 날이 많으면 일이 잘 이루어질 터이니 부디 신께 정성껏 기도하여 그 도움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잘 도착하여 잘 지내고 근심은 병자 모시는 일이 계속되는 것뿐입니다. 모두들 많은 길조를 얻으시기를 축원합니다.
손상찰에게 답함
예를 생략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전에 상을 당하셨다는 말을 듣고 바로 소문疏文을 올려 위문하고 싶었으나 글로 말하는 것보다는 뵙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결국 글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가을에는 문상 갈 결심이었는데 천만 의외로 풍병風病이 몸을 둘러 또 그 계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답답하여 탄식합니다.
지난달에 아드님(令胤)께서 정선定禪과 함께 왔기에 만나 보니 존안尊顏을 뵈옵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오늘 또 편지를 받으니 그 기쁨을 어떻게 다하겠습니까? 편지에서 말씀하신 취지가 자못 간절한 그리움의 정이 많아서 읽노라니 병든 몸이 낫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따르며 배우게 하려는(濕衣)25) 명은 알겠으나 복을 입은 상황에서 어찌 그 수고를 감당할 것인지요? 우러러 걱정이 깊습니다.
산인의 말운末運이 불길하여 이런 병에 걸렸으니 혹여 하늘이 도와서 요행히 병이 회복된다면 다시 고향에 가서 융성한 위의威儀를 뵈올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이미 늙었으니 어찌 기필期必할 수 있겠습니까?
아드님(玉胤)은 똑똑하고 숙성한데 다만 몸에 병이 있어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한탄스럽습니다. 산인이 병든 몸이긴 하나 많이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신정이 가까운데 복 입은 체후體候 해를 보내며(分宵) 천만 삼가시어 멀리서의 기도에 부응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머지 소문疏文 형식을 다 하지 않습니다.
이 첨지에게 답함

010_0087_b_01L僉興居渾重景忻何涘聞改金一事
010_0087_b_02L不勞而成是必房運大亨多多賀賀
010_0087_b_03L更定瓦役其議已合則勤勞必多奈何
010_0087_b_04L倘得天佑多獲晴日厥事善成望須
010_0087_b_05L誠祈于神獲其助也宥好達亦好居
010_0087_b_06L所憂只侍病綿纒耳爲祝僉獲萬吉

010_0087_b_07L

010_0087_b_08L答孫上察

010_0087_b_09L
省禮言曾間 [2] 居憂之語即欲以一疏慰
010_0087_b_10L而意謂疏不如面遂沮裁疏決意
010_0087_b_11L秋日匍匐千萬意外風痾嬰身又失
010_0087_b_12L此計夙夜鯁悵去月令胤與定禪偕來
010_0087_b_13L一見其面如見尊顏况今又獲承書
010_0087_b_14L其喜曷極書中辤旨頗多眷戀之誼
010_0087_b_15L讀來病骨欲蘇仍審復被濕衣之命
010_0087_b_16L中何堪是勞耶仰慮不淺山人末運不
010_0087_b_17L有此疾憂倘天或有相幸得回春
010_0087_b_18L則更向家鄕得覩盛儀而年已老矣
010_0087_b_19L烏可必乎玉胤頴悟夙成而但因身痾
010_0087_b_20L學工未純可歎可惜山人雖病甚爲
010_0087_b_21L之愛也新正在邇惟望哀候萬愼
010_0087_b_22L宵以副遠禱餘不宣疏式

010_0087_b_23L

010_0087_b_24L答李僉知

010_0087_c_01L
병으로 무료하던 차에 편지를 받으니 아주 감사했습니다. 추운 계절에 지내시기가 복되다 하니 위로와 기쁨이 얼마나 지극한지요. 보내 주신 편지 중에 ‘환곡이 군색하다(還上窘隱)’는 말이 있었는데, 듣기만 해도 심히 놀랍고 송구스러웠습니다. ‘성잠을 설득하여 내려 보내라(性岑面諭下送)’는 말은 형세가 절박한 가운데 나온 것이겠지요. 제(山人)가 성잠에게 이 말을 하면 성잠도 놀라고 슬플 것이니, 그가 집을 걱정하는 형상이 만 갈래일 것입니다. 지금 집으로 가려 해도 이달 보름에 괴질로 죽었다 살아났고, 그 증상이 아직 남아 있어서 절대 추위를 무릅쓰고 여행을 나설 처지가 못 됩니다. 또 상좌를 데리고 가서 먹는 입을 더해야 하니 그 또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가 원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려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그때에 상의한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저는 병이 지루하게 계속되어 반년 동안 일어나지도 못하니 참으로 슬픕니다. 편지 끝에 한번 방문하신다는 말씀이 있었는데 침상을 쓸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세모歲暮에 축원하며 진중하게 장로丈老를 맞이하려고 피곤도 잊고 일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말사에서도 힘을 다해 암자를 수호하고 있으니 머무르시기에 편안할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심부름꾼을 보내 편지를 올려 만에 하나라도 감사하려 합니다.
전함에 답함
나아갔을 때 음식을 마련하여 보내 주었고 헤어져 돌아올 때에 또 물건을 싸서 주셨습니다. 돌아보면 나는 누구이기에 이것을 받는 것일까요? 돌아보면 이 여러 현자들께서는 멀리서 온 나그네를 지켜 주려고 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나의 부덕을 더하는 것이 되어서 한편으로 감사하며 한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보내 주신 편지를 접하여 여러분의 기거가 다 진중하심을 알았으니 더욱 기쁩니다. 저는 사는 곳이 평온하고 또 밖에서도 잘 지켜 주시어 혼자서 이 산에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편지를 써서 감사를 표시한다는 것이 충분하지 않으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디 허물하지 말아 주십시오.

010_0087_c_01L
病中無聊獲書多感仍審寒令起居
010_0087_c_02L萬福慰喜何極來書中有還上窘隱之
010_0087_c_03L聞甚驚悚性岑面諭下送之示此應
010_0087_c_04L出形勢切迫之中山人以此語語及性
010_0087_c_05L則岑亦悲感且驚其憂家之狀萬端
010_0087_c_06L今欲赴家而是月望以怪疾死後
010_0087_c_07L得蘇其餘症尙存萬無冒寒行役之勢
010_0087_c_08L又率上佐有添食口則其勢亦寒
010_0087_c_09L渠待氣蘇後欲歸家其時願與商議
010_0087_c_10L至可至可山人一病支離半歲而不起
010_0087_c_11L可悲書尾有一訪之示掃榻以待之
010_0087_c_12L歲暮爲祝珎重迎丈老忘疲而處事
010_0087_c_13L寺領所又盡力而護庵居止之安
010_0087_c_14L以復言今遣使替書聊謝萬一

010_0087_c_15L

010_0087_c_16L答前啣

010_0087_c_17L
晋方設羞而餽之辭歸又束物而貺之
010_0087_c_18L顧我何人有斯承顧是僉賢欲護遠
010_0087_c_19L方之客而反重吾不德也一感一愧
010_0087_c_20L今接來書靠審僉起居渾珎尤有所喜
010_0087_c_21L宥所寓平穩而且有外保之深自點
010_0087_c_22L好居是山也裁書謝布末由窮言
010_0087_c_23L勿咎焉

010_0088_a_01L
우초 상인에게 답함
그대가 남쪽으로 돌아간 후 소식이 오래 끊겨서 하루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네. 매양 상인이 안부 편지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해 동안 적적하게 한 글자 안부도 없으니, 혹시 인편이 끊어져서 그런 것인가? 중간에 역병이 크게 일어나 죽은 자가 반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대가 위로 두 분을 모시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혹시 근심을 만나지나 않았을까 항상 걱정이 되네.
이제 책을 싸서(皷篋)26) 다시 학사學肆로 향했다니 비로소 그런 근심 없이 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이제 다시 짐을 싸서 떠나면 다른 곳 말고 완허翫虛 스님의 강석 아래 들어가게. 나는 그대가 초심을 잃지 않고 또 옛 우의를 잊지 않음을 치하하네. 새로 여는 법석法席은 무척 적막하겠지만 그대가 홀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면 그 답답한 마음은 나에게로 오는 것보다 열 배는 좋을 것이네.
올 때에 사실師室과 친정은 다 안녕하시던가? 그리운 마음이 깊네. 나는 병구완을 하느라 강 건너 나그네 길에서 홀연 세성歲星이 한번 옮겨 가는 것을 보게 되었네. 동산桐山에서 눈을 보고 은천銀川에서 더위를 씻을 따름이라네. 마침 이 인편이 있기에 잠시 생각을 적어 보내니 잘 살펴보게.
불국 부도 장실에 답함
연전에 잠깐 만난 것이 지금까지도 생생한데, 봄이 돌아오자 편지도 돌아와 읽느라 잠(睡魔)이 사라진 것도 몰랐습니다. 좋은 계절에 강의하시는 생활이 귀한 상이 있다 하니 거듭 우러러 축하드립니다.
저는 삼동三冬을 잘 지냈습니다. 설을 쇤 후에 병든 늙은이는 염불암念佛庵에 들어갔다가 이로부터 은해사銀海寺로 들어갔으니, 나그네 모습은 예전에 아시던 대로입니다. 높은 은덕을 내리시어 스님(神足)을 보내어 저에게 배움을 구하신 일은 깨진 종을 두드려 소리를 구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실로 짐을 지기에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보낸 뜻에 감격하여 특별히 이끌어 가르치겠습니다만 저에게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경 상인에게 부침

010_0088_a_01L答宇初上人

010_0088_a_02L
自爾南歸音耗久絕無日不思每謂
010_0088_a_03L上人以書問我而數年間寂無一字相
010_0088_a_04L其或便絕而然歟中間癘氛大亂
010_0088_a_05L死者居半常以爲爾上有二侍或恐逢
010_0088_a_06L憂也今聞皷篋復向學肆始知不有
010_0088_a_07L是憂而好在也今再裝前行不於他
010_0088_a_08L而乃於翫虛講下我賀爾初心不墜
010_0088_a_09L又不忘舊誼也新講法席甚寂爾獨爲
010_0088_a_10L人之所難爲慰其欝懷是十勝於向我
010_0088_a_11L來時師室及親庭並安否仰深僚得
010_0088_a_12L侍憂渡江客中忽見歲星之一移
010_0088_a_13L山看雪銀川滌暑耳適仍此更暫寄
010_0088_a_14L所思宜可照取

010_0088_a_15L

010_0088_a_16L答佛國浮屠丈室

010_0088_a_17L
年前霅面迨今依依春回書又回展讀
010_0088_a_18L不覺睡魔之銷耗也仍審令節講履有
010_0088_a_19L景賀重重宥好過三冬歲後病老
010_0088_a_20L入念佛庵由是遂入銀海客狀依前
010_0088_a_21L荷高賜送神足求學於余是無異
010_0088_a_22L於叩敗鍾而求聲實有慙負然感其送
010_0088_a_23L將得得提誨而第未諳渠之才不才
010_0088_a_24L

010_0088_a_25L

010_0088_a_26L寄璟上人

010_0088_b_01L
얼마 전 찾아 준 부지런한 뜻에 아주 감동하였네. 돌아간 후로 소식이 또다시 묘연하여 막 우울해지려던 참인데 오늘 스님 두 분이 와서 상인의 임거任居가 진중함을 알았으니 아주 기쁘네. 그러나 그대가 근래에 고향으로 떠났는지는 알 수 없어 여한이 있네. 과연 부모님을 뵈러 갔는가? 아니면 대신 아이를 보내 부모님의 안녕을 여쭙고 돌아오게 하였는가? 언제나 생각으로는 나도 함께 동안사(同安)27)의 깨달음을 돌보고 싶으며, 객지의 적막한 기분은 날로 심해져 지팡이를 돌려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금하기 어렵네. 그러나 절 일(寺款)에 매여 있다 보니 그냥 또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네.
바뀌는 해를 잘 보내길 바라며 고향의 부모님도 계속 만복을 누리시기를 비네. 고개가 험하고 또 눈까지 내려 행차가 어려울 테니 설 지난 후에도 절대 인사를 오지는 말게. 생각은 많으나 이 정도로 간략하게 쓰네.
계자 여러 상인에게 답함
가을에 갔을 때에는 어떤 이는 있고 어떤 이는 없어서 있는 이는 보고 없는 이는 못 봤네. 그런데 보았더라도 잠깐 보고 헤어져서 마음이 오히려 슬펐는데, 하물며 만나지 못한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매번 불령산佛靈山의 구름을 바라보면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괴로웠는데 안부를 묻는 편지 한 통이 이 눈 쌓인 골짜기에 오니 감격스럽네. 보낸 두 물건은 또 무엇인가? 마음을 편하지 못하게 하네그려. 편지를 펼쳐 보고 산과 밖에서 모시는 두 분들도 다 편안하고 상인들도 모두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주 기쁘네. 나는 객지에서 편안히 지내니 이는 다행이네. 오늘 온 것으로 예는 이미 충분하니 설 이후에는 절대 사람을 보내지 말게. 사람을 보낸다면 그건 나를 대접하지 않는 것이네. 그저 각자 모두 안녕하게 해를 보내기만 바라네. 나머지 구구한 말을 다 쓰지 않네.
늦봄에 아름다운 모습을 뵙고 여러 밤 회포를 풀어 즐거움이 충분했는데다 후한 대우까지 입었으니 감격이 지극하였습니다. 즐거움과 감격이 지극할 때에 또 그대의 소매를 놓고 헤어지니 시름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아직까지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니 생각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옛사람의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興盡悲來)’는 말이 이를 말한 것이겠지요.

010_0088_b_01L
向來枉訪勤意可感歸後消息澴復
010_0088_b_02L杳然方以爲欝兩禪今來得知上人
010_0088_b_03L任居珎嗇深喜但未認君近作鄕行之
010_0088_b_04L與否將爲餘恨未諳果作歸寧之行耶
010_0088_b_05L抑替送兒探親候安寧而歸耶每入思
010_0088_b_06L儂與眷同安而客中寂味日甚
010_0088_b_07L禁返錫之思但拘於寺款姑且蹰躇
010_0088_b_08L祇希好爲分歲而鄕親連享萬福焉
010_0088_b_09L嶺峻且雪行有難矣歲後切莫作賀新
010_0088_b_10L之行所懷縷縷而祇此畧布

010_0088_b_11L

010_0088_b_12L答戒字諸上人

010_0088_b_13L
秋行或在或無在者相面無者不面
010_0088_b_14L者須臾而別則情猶悵悵况不面乎
010_0088_b_15L每見佛靈之雲思懷政苦問我一札
010_0088_b_16L此雪峽此猶感矣兩物更何也令人
010_0088_b_17L不自安披書知山野兩侍渾安而上人
010_0088_b_18L亦咸安甚甚喜喜老師客中安居是幸
010_0088_b_19L今來禮已足矣歲後則切勿遣人遣人
010_0088_b_20L則爲不待我矣只希各得萬寧分歲
010_0088_b_21L縷縷不盡布

010_0088_b_22L
暮春得見芳儀數宵叙懷樂已足矣
010_0088_b_23L更蒙厚遇感又極矣樂感旣極又分
010_0088_b_24L兩袂愁何言耶尙今欲見而未見
010_0088_b_25L何量也昔人云興盡悲來可謂此也

010_0088_c_01L여름비가 그치지 않는데 편안한 기거는 어떠신지요?
보낸다던 데리고 있는 아이는 보내셨습니까? 보냈다면 그 아이가 가련합니다. 이미 대사의 이름을 달고 있으니 또한 자비로운 마음으로 거두심이 좋겠습니다. 조실 스님은 병으로 미타암에 비접을 가셨다는데, 지금은 본래 처소로 돌아오셨습니까? 돌아오시지 않았다면 오래도록 공부를 폐하였을 터이니 또한 아주 슬픈 일입니다.
스님께서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부의 즐거움(琴瑟之樂)을 도모하고자 한다는데, 진실로 이는 지금 스님들이 모두 하고 싶은 바이나 지혜로운 자라면 반드시 이런 생각을 끊어야 합니다. 어찌 스님은 월파月波와 풍곡豊谷 두 사람이 퇴속退俗한 모습을 보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갑오甲午28)의 나이가 다가오니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집에 있는 부부는 둘이 같이 굶어야 하니 산에서 혼자 배부른 것만 못합니다. 속된 마음을 내지 말고 서둘러 이곳으로 와서 나(不佞)와 다시 함께 살도록 합시다. 우리 화상의 문장을 얻어서 일생을 수용受用하며 산중에서 구름처럼 떠돌며 자유롭게 소요하는 게 어찌 좋지 않습니까? 수修 스님이 우리 화상을 따라 지난달 초아흐레에 고견암古見巖에 왔는데 학려學侶가 점점 모이고 처소가 편안하니 참 좋습니다. 백목白木 수저 한 벌로 삼가 저의 성의를 표시하니 받아 주십시오.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이 진사
남쪽 지방을 여러 달 돌아다니면서 추파秋波, 용파龍波 두 노숙老宿의 존함을 배부르도록 들었습니다. 용파 대사는 요행히 동도東都의 옥사에서 뵈었고, 대사는 가는 길에 멀지 않은 곳에 계신다기에 간절하게 들러서 찾아뵙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종이 지름길을 잘못 들어 남천점南川店까지 가버렸습니다. 우연히 대사와 같은 절에 사는 스님을 만나 비로소 자세하게 알게 되었으니 너무나 한탄스럽습니다. 선지식을 만나서 한바탕 토론을 벌이는 일이 또한 세간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정취사凈趣寺에서 현판의 ‘범어梵魚’라는 글자를 보았고 운로運老에게 준 편지를 읽고 또한 대강이나마 대사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감영에서 사흘 정도 머무를 것이니

010_0088_c_01L未審夏雨不絕宴居何似欲送率兒送
010_0088_c_02L若送則其兒可憐也旣帶大師之名
010_0088_c_03L則亦有慈悲之心收來之可也祖室師
010_0088_c_04L以病避寓于彌陁今還本處乎
010_0088_c_05L未還則久癈工夫亦可悵也尊師歸古
010_0088_c_06L欲圖琴瑟之樂固此今時山人之所
010_0088_c_07L共欲也然智者必斷是念豈尊不見月
010_0088_c_08L波豊谷兩退俗乎况甲午年將至大可
010_0088_c_09L畏也在家夫妻同飢不若在山獨飽也
010_0088_c_10L勿生俗心急來此處與不佞復得同
010_0088_c_11L得我和尙文章一生受用而山中
010_0088_c_12L雲遊逍遙自在豈不好哉修隨我和
010_0088_c_13L去月初九日來古見岩學侶稍集
010_0088_c_14L所穩便好也好也謹以白木匙筯一具
010_0088_c_15L以表鄙誠受之

010_0088_c_16L

010_0088_c_17L與秋波書 李進士

010_0088_c_18L
南遊數月飽聞秋波龍波兩老宿
010_0088_c_19L波幸得見於東都囚中而師在前路
010_0088_c_20L不遠處切欲迃轡就訪而爲僕夫所
010_0088_c_21L徑到南川店偶逢師同社僧
010_0088_c_22L詳悉之極爲懊歎逢着善知識一場
010_0088_c_23L討論亦非世間人所易得耶但於凈
010_0088_c_24L讀揭板文梵魚讀所與運老書
010_0088_c_25L可畧窺師所存矣留營當數三日

010_0089_a_01L혹시 단성丹城 주인집에 찾아와 줄 수 있겠습니까? 크게 기대하겠습니다.
성주 목사께 올림
소승(小髠)이 봄에 관아에서 한 번 배알하여 아름다운 풍모를 뵈었으니, 산인의 신분으로 막대한 행운이었습니다. 다만 연하烟霞의 발자국을 감히 관부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바로 작별하고 물러났습니다. 순식간에 이미 여름과 가을을 지났으니, 오래도록 덕을 우러르는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9월(授衣)29) 날씨에 정사 돌보시는 체후를 나라를 위해 자중하시는지, 백성을 다스리는 동정은 또 어떠하신지요? 몹시 그립습니다. 소승의 산속에서의 생계는 여전히 냉담하니 다행함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다시 뵙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지만 부도浮屠의 행색이 공문公門의 곁에 가기에 합당치 않아서 자취를 거두고 움츠리고 있으니, 계획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진실로 실정實情입니다. 치적과 명성이 혁혁하여 오래도록 더욱 빛나시기를 축원합니다. 나머지는 황공하여 다 갖추어 쓰지 못합니다. 살펴 주십시오.
성 스님에게 답하는 편지
예를 생략하고 말씀드립니다. 늙고 썩은 이 물건이 죄가 많아서 선사께 화를 미치게 되었습니다. 선사께서는 지난달 24일에 입적하셨습니다. 나고 죽는 일은 진실로 세상에 항상 있는 일이긴 하나 아랫사람의 도리로는 백 년 장수를 누리셔야 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물며 이제 86세밖에 안 되셨으니 어떻겠습니까? 상을 당한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져서 오장(五內)30)이 갈라지는 듯하였는데, 오늘 저의 애통함을 위문하는 편지를 받으니 죽었다가 살아난 듯 뼈에 살이 다시 붙는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옛날에는 한 번 만나 보지도 않고 교유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 대사께서 두 번 편지를 보내 주시고 한 번 직접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이는 그저 저를 불법 중의 사람이라 여겨서 지나친 공손으로 그러신 것입니다.
세상 장부들은 불도를 믿는 자가 적은데다 지금 믿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깊이 불법을 믿어 생사를 벗어나 보리를 증득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여기시니 세상 사람들과는 홀로 다르십니다. 연세 많은 존숙尊宿을 모시면서도

010_0089_a_01L可訪來於丹城主人家否甚甚企企

010_0089_a_02L

010_0089_a_03L上星州牧書

010_0089_a_04L
春中小髠曾一拜於鈴閣得覩懿文風
010_0089_a_05L山人分上幸莫大焉但烟霞蹤迹
010_0089_a_06L不敢久留於官府即爲辭退轉眄之間
010_0089_a_07L已閱夏秋悠悠仰德之心曷有其極
010_0089_a_08L伏未審授衣政候爲國自重而字民間
010_0089_a_09L動靜又如何伏伏慕慕小髠雲烟活計
010_0089_a_10L冷淡如昔是幸何量重拜之心滔滔
010_0089_a_11L而浮屠行色不合於公門之側歛迹縮
010_0089_a_12L計莫能遂是固實情也伏祝治聲
010_0089_a_13L赫赫久而彌芳餘皇恐不備宣伏惟

010_0089_a_14L

010_0089_a_15L答性師書

010_0089_a_16L
省禮言老朽之物罪戾盈貫禍延先
010_0089_a_17L先師去月二十四日入寂生死固世
010_0089_a_18L之常事而在下之道將謂百年享壽
010_0089_a_19L猶恨不多矧今八十六乎哀疚摧痛
010_0089_a_20L五內如割今垂尺䟽以慰我哀死中得
010_0089_a_21L骨者復肉良感良感古有不面而交
010_0089_a_22L今大師兩投書一惠然空返此但
010_0089_a_23L以吾爲佛法中人過恭而然也世之丈
010_0089_a_24L信佛道者寡而今處難信之中深信
010_0089_a_25L佛法以出生死證菩提爲急務與世

010_0089_b_01L손에서는 경전을 놓지 않으며 끝까지 처음처럼 하니 진실로 불 속에서 솟아난 연꽃(火中蓮)31)입니다. 우러러 감탄합니다. 비록 얼굴을 접해 보진 못하였으나 마음으로는 이미 묵계가 있었습니다. 한번 만나서 법서法緖를 다 토론할 수 있다면 진실로 좋은 일이겠으나 돈독한 믿음으로 정진하면서 도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서로 만나지 못한들 어떻겠습니까? 천 리 밖 여행지의 외로운 나그네 신세에다 어른까지 모시고 있으니 그 근심을 어찌 말하겠습니까?
대사의 정성스런 말씀과 몇 장의 법어는 어쩌면 노인을 버리지 않으셔서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되며, 힘껏 훑어 보니 역시 도움이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두류산頭流山에 들어가 한번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머지 소疏의 의식은 다 갖추지 못하니 부디 살펴 주십시오.
사백에게 드림
운수가 기구하여 하늘이 우리 집안에 재앙을 내리시니, 말을 하려면 눈물이 떨어집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으니 우리 형제 같은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형제(鶺鴒)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우리 형제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향을 돌아보아도 일가붙이라곤 한 점도 없는데 하물며 연하烟霞에 들어와서야 어떻겠습니까? 영남으로 호남으로 떠돌며 사느라 10년 동안 돌아가 뵙지 못하였으니, 더욱이 윤리 중의 죄인이며 살아도 죽은 것만 못합니다.
헤어진 뒤에 두 분 형님들께서는 다 평안하신지요? 낮 내내 생각하여도 부족하여 밤까지도 계속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아우는 이미 버려진 사람이어서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죽었나 살았나 걱정하실까 봐 인편을 찾아 편지를 올려 생사 소식을 알립니다. 종이를 앞에 하니 마음이 황망하여 모든 뜻을 다 쓰지 못합니다.
다시 사백에게 드림
갑자년 봄에 편지 한 통을 써서 형님께 아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렸는데 인편이 도착하지 않고 매번 중간에 없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경(聞喜)32)에서 사람이 왔기에 자세히 동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형님 댁 옆에 산다고 하며,

010_0089_b_01L人獨異執侍年高尊宿手不釋經卷
010_0089_b_02L其終如始眞火中蓮也景景歎歎
010_0089_b_03L不接顏心肝則已契矣倘得一面
010_0089_b_04L盡法緖則誠爲好事然若篤信精進
010_0089_b_05L不退於道何嫌不相對哉千里旅地
010_0089_b_06L孑孑作客又在侍下其憂何言念師
010_0089_b_07L之誠示法語數章其或不棄老人
010_0089_b_08L力看過則亦一助也不遠當入頭流
010_0089_b_09L庶有一笑餘不俱䟽儀幸惟

010_0089_b_10L

010_0089_b_11L奉舍伯

010_0089_b_12L
命途崎嶇天禍我家欲道則淚墜
010_0089_b_13L母早失孰如我兄弟鶺鴒遠分孰如
010_0089_b_14L我兄弟回顧故園無一點世况遂入
010_0089_b_15L烟霞或嶺或湖十年間不得歸拜
010_0089_b_16L尤倫理中罪人生不如死伏惟別後
010_0089_b_17L兩兄主咸安平晝思不足繼之以夜也
010_0089_b_18L迷弟巳作棄人則雖有如無幸勿掛心
010_0089_b_19L幸勿掛心或以亡沒爲慮故討便奉書
010_0089_b_20L以通存亡臨楮心慌書不悉意

010_0089_b_21L

010_0089_b_22L再奉舍伯

010_0089_b_23L
甲子春曾修一封書使兄主知弟之尙
010_0089_b_24L不死而便者未的每以中間浮沉爲念
010_0089_b_25L人自聞喜至詳問動靜則其人自言

010_0089_c_01L전해 주는 소식이 자못 세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두 분 형님이 다 아우가 죽은 지 오래인 것으로 여겨 온 집안이 희망을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지난번 편지는 필시 도착하지 못한 것이겠습니다.
이제 다시 편지를 올리니 부디 살펴 주십시오. 보령保寧에서 헤어진 후 을유년 가을에 호남에 들어왔고 병진년 봄에 옷을 갈아입고 제천諸天에 발을 맡겼습니다. 책은 놓지 않았으나 보는 책이 예전에 공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눈물을 닦으며 흐느껴 웁니다. 가고 싶어도 감히 가지 못하는 것은 모습이 다른 모습이고 의관과 복장이 또 유가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혼자 숨어 살며 나타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디 제사 모시기에 정성을 다하시고 또 부지런히 집안을 다스려서 선인의 서업緖業을 잃지 않으시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축원합니다.
한암 화상께 올림
여러 해 찾아뵙고 법의 잘못된 점을 의논드렸던 것은 좋은 일이지만, 또한 반드시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아끼고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공경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승이 본래 용렬하여 윗사람을 공경하는 도리를 모르니 사람 노릇은 논할 것도 없지만 스님께서 대중들 앞에서 소승의 일을 책하신 일도 아랫사람을 아끼는 도리를 잃은 것입니다. 설사 소승에게 과실이 있다 하여도 은밀하게 불러서 타이르시는 것이 마땅합니다. 타일러도 듣지 않을 때에야 매질을 해도 괜찮고 쫓아낸다 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시고 차마 할 수 없는 말로써 꾸짖어 꺾으시어 헤아릴 수 없는 구덩이로 빠뜨리시니, 이 소승은 죽기를 바랄 뿐 살 생각이 없습니다.
몰래 나갔을 때에 멀리멀리 서로 소식도 들을 수 없는 곳으로 갔어야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스님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 같아서 마침내 심적암深寂庵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소승의 일은 진실로 용서해 줄 수 있는 일인데, 그 후 다시 문전에 찾아갈 때마다

010_0089_c_01L居兄主家側傳消息頗細密因言兩
010_0089_c_02L兄氏皆以爲弟已死久矣擧家斷望
010_0089_c_03L若是則向之書必不達矣今更修呈
010_0089_c_04L伏惟垂察焉自保寧分離後乙卯秋入
010_0089_c_05L丙辰春更衣寄足諸天雖不廢册
010_0089_c_06L所看與昔所工全異爲之拭淚而歔欷
010_0089_c_07L欲徃而未廢册所看與昔所工全異
010_0089_c_08L爲之拭淚而歔欷也欲徃而未 [3] 敢者
010_0089_c_09L是異形衣冠服章又異斯文則寧自遯
010_0089_c_10L而不見可也幸望盡誠於奉祀又勤於
010_0089_c_11L齊家不失先人緖業至至祝祝

010_0089_c_12L

010_0089_c_13L上寒巖和尙

010_0089_c_14L
數年叅諮法惡則一段好事亦必有以
010_0089_c_15L上愛下以下敬上而小髠自是庸碌人
010_0089_c_16L無敬上之道其爲人事無足可論
010_0089_c_17L至於師主於大衆前責小僧之事亦有
010_0089_c_18L損於愛下之道也設小僧有過當密招
010_0089_c_19L而諭之諭而不聽笞之可也黜之亦
010_0089_c_20L可也不此爲之以不忍言之言責而折
010_0089_c_21L陷於不測之坑是小僧惟當願死而
010_0089_c_22L不願生也潜出之時宜向遠遠不相聞
010_0089_c_23L之地而若如是則似辜負師主也
010_0089_c_24L入深寂小髠之事誠有可恕其後凡

010_0090_a_01L한번도 뵙기를 허락하지 않아서 부끄럽게 돌아서곤 하였으니 돌아본들 또 어쩌겠습니까? 천 리 타향에 믿을 사람이라곤 스님뿐인데 스님께서 소승을 이렇게 대하시니 저는 이제부터 방장산方丈山을 떠나 멀리 가겠습니다. 살펴 헤아려 주십시오.
용담 화상께 올림
곁을 떠나온 지 이미 열흘 남짓 되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후에는 모든 일이 황량하여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 맞아들인 도반들이 다들 장수 잃은 벌처럼 걱정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혜慧와 종宗 몇 사람이 연이어 병들어 괴로워하며 차도가 없으니 지금의 사정은 거의 난리를 만난 사람과도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근처의 도반들이 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본 절에 남은 자는 영남과 상도上道의 도반 20여 명뿐입니다. 방은 컴컴하고 자리는 해어졌으며 먼지는 옷에 가득하고 그릇은 깨졌으며 솥은 망가졌고 장(鹽醬)마저도 모자랍니다. 그동안의 고생은 그 끝이 없을 정도이니, 밤낮으로 늘 스님이 오셔서 대중의 마음을 눌러 주시기만 기대합니다. 스님이 이런 사실을 아신다면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시겠습니까? 두루 복되시기를 바라며, 제야와 설을 지난 후에 바로 법인法軔을 움직여 이곳을 어루만져 주시기 바랍니다.
용담 화상께 드리는 답장
하교下敎를 받들어 편지에서 말씀하신 비할 데 없는 법약法藥을 먹으니 바로 일전의 나쁜 독을 토해 내어 정신이 맑고 상쾌해졌습니다. 제자의 중독이 너무나 심하니 어쩌겠습니까? 날마다 경계하고 가르쳐 주신 말씀을 생각하며 절실히 탄복할 뿐입니다.
홍선洪禪의 말로는 스님께서 근래에 몸이 좋지 않으시어 약간 건도諐度가 있으시다니, 놀랍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며칠 내로 회복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간절하게 걱정이 됩니다.

010_0090_a_01L再到門前一不許見㦬然歸顧且奈
010_0090_a_02L千里殊鄕所恃者惟師主師主之待
010_0090_a_03L小髠如此從今當辭方丈而遠去矣
010_0090_a_04L惟鑒量焉

010_0090_a_05L

010_0090_a_06L上龍潭和尙

010_0090_a_07L
辭側已旬餘而到此後凡百荒凉
010_0090_a_08L無可好故新接之侶皆如失將之蜂
010_0090_a_09L憂憂懣懣况慧宗數人連臥苦痛
010_0090_a_10L有差勢則今日之事殆似逢亂之人
010_0090_a_11L數日前近處伴侶盡徃其本鄕本寺餘
010_0090_a_12L存者嶺及上道諸侶二十餘人而已
010_0090_a_13L黑房弊席塵埃滿衣器破鼎傷鹽醬
010_0090_a_14L又乏其間辛艱罔有其極日夕每望
010_0090_a_15L師主之來鎭衆情師主倘知此則豈
010_0090_a_16L不動思耶伏望萬福除夜歲後即發
010_0090_a_17L法軔撫此處

010_0090_a_18L

010_0090_a_19L奉答龍潭和尙

010_0090_a_20L
伏承下敎所示無非法藥服之便嘔吐
010_0090_a_21L日前穢毒而神氣淸爽其奈弟子中毒
010_0090_a_22L太甚何日用每思警示之語區區歎服
010_0090_a_23L洪禪言師主近日違攝少有諐度
010_0090_a_24L驚悚無已未知數日間得神蘇否

010_0090_b_01L제자의 실중室中의 사업이 황량하고 소홀하니, 은사 스님의 군핍함이 너무 심해 늘 생각은 하고 있으나 어쩌겠습니까?
부모님께 올리는 편지
며칠 동안에 몸의 원기가 안녕하신지요? 간절하게 그리는 마음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자식은 슬하를 떠난 후로 근근이 남겨 주신 몸을 보존하고 있어 다행한 일이라고는 하나 과업課業이 밖에 있기에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 올리는 예를 바치지 못하니 죄가 막대합니다. 공부하는 바는 싫증 내지 않고 부지런히 읽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으나 게으른 습기가 수시로 일어나 끝내 제어하기 어려우니, 몹시 엄격한 꾸짖음을 받을 듯싶습니다. 할머님의 기제사가 멀지 않았으니 그때에는 가서 절을 올리겠습니다. 가기 전에 기체 만안하시기를 빕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길을 나서신 후로 이미 한 달이 넘고 소식이 갑자기 막히니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무사히 도착하셨는지, 도착한 후에 여행길의 건강은 다 좋으신지요? 간절히 그리는 마음 더욱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잘 있고 집안 식구들도 큰 병고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돌아오실지요? 마침 이 인편을 만났기에 삼가 집안의 동정을 알려 드립니다. 또 물건을 올리오니 인편이 돌아올 때에 집에 돌아오실 날짜와 편지와 물건을 보셨다는 답을 아울러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머지는 급해서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부모님 편지에 올리는 답장
밖으로 나와 오래도록 곁에서 모시지 못하여 여행길에서 고향을 그리는(步月)33) 마음이 점점 커지던 차에 생각도 못한 하사下賜를 받고 또 생활이 편안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010_0090_b_01L切向慮弟子室中事業荒踈而恩師
010_0090_b_02L窘乏太劇每有關念奈何奈何

010_0090_b_03L

010_0090_b_04L上父母書

010_0090_b_05L
伏未審數日氣體候安寧伏慕區區
010_0090_b_06L無任下誠迷子自違膝下菫保遺骸
010_0090_b_07L雖云伏幸乃由課業在外而未獻定省
010_0090_b_08L之禮罪莫大焉所業意欲勤讀而不厭
010_0090_b_09L不負所望而懶習時起卒難拑制
010_0090_b_10L恐伏受嚴譴之至重也祖母主忌祀不
010_0090_b_11L其時當伏晋叅拜伏祝未前氣體
010_0090_b_12L萬安餘不備伏惟

010_0090_b_13L
登程後已涉月餘而音信頓阻伏切
010_0090_b_14L深慕伏未審無事得達而旣到後
010_0090_b_15L中氣體萬安尤不勝伏慕之區區也
010_0090_b_16L子侍母好在而家中眷屬亦無大段疾
010_0090_b_17L伏望勿慮焉回期當在何時幸値
010_0090_b_18L此便謹伏呈家間動靜又以某物奉獻
010_0090_b_19L便回伏望以還期及見書見物之事
010_0090_b_20L爲下示餘皇皇不備伏惟

010_0090_b_21L

010_0090_b_22L上答父母書

010_0090_b_23L
自出外久違侍側旅中步月之思轉劇
010_0090_b_24L料外伏承下賜又伏審氣候安寧伏喜

010_0090_c_01L고촌孤村 사돈댁에 열흘 전에 애처로운 상사喪事가 났으니 슬프고 슬픕니다. 저는 아직까지 병든 곳이 없으니 다행함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날마다 한층 더 일어나지만 하는 일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 애가 탑니다. 머지않아 돌아갈 차비를 차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홍 대사에게 줌
인편이 도착했기에 문안 편지는 없었으나 그대와 모시는 분의 안부를 물었네. 모두 잘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으니 옛 정이 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편지 후에 생활은 어떠한가? 아주 그립다네. 나는 강을 건너온 뒤로 아직 아픈 곳은 없네. 봄에 은해사銀海寺에 들어와서 지내기가 적막하지 않으니 그나마 좀 다행이라네. 스님은 지금 안거 중일 테고, 나는 가을 겨울로부터 봄까지 병구완에 빠져 날을 보내고 있다네. 간혹 혼자서 스님이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낼 거라 생각을 했다네. 그런데 이 스님이 그대 사는 곳에서 왔는데도 그대의 편지는 없고 몇 달 함께 지낸 태백 장실太白丈室의 편지는 왔으니, 이는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것이 태백이 나를 생각함보다 못한 것이거나 내가 그대를 대함이 태백을 대함만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대가 나를 따라 산 것이 10여 년이 넘으니 필시 이래서는 안 되는데 지금 이런 일이 있으니, 이는 내가 그대를 저버린 일이 있어서이리라. 그저 나 자신을 탓해야지 무슨 괴이할 것이 있겠는가? 하하, 우습다.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
달포 전에 산에 들어와 화려한 명성은 많이 들으면서 나아가 뵙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철喆 상인이 멀리서 속진俗塵 세상을 찾아와 소매에서 정겨운 편지를 내어 주었습니다.

010_0090_c_01L何量孤村査家慘喪出於旬日之前
010_0090_c_02L悲悼悲悼迷子至今無病伏幸何喩
010_0090_c_03L第歸家之念逐日層起而所幹事
010_0090_c_04L未完畢以是爲憫然未久當始歸裝
010_0090_c_05L勿念勿念餘不備

010_0090_c_06L

010_0090_c_07L與洪大師

010_0090_c_08L
便到雖無書間詢君及侍上起居知並
010_0090_c_09L在佳勝故情所在寧不欣喜未諳信
010_0090_c_10L宴居何似深戀友渡江後尙無病
010_0090_c_11L春入銀海所居不寂寞耶爲少幸也
010_0090_c_12L師今安居我則自秋冬洎春以侍病
010_0090_c_13L汨沒度日時或自思師應一書詢我
010_0090_c_14L此大師從君居中來君書輙無而數
010_0090_c_15L月相從太白丈室之書至此無乃君
010_0090_c_16L之思我不及於太白乎我之所待於君
010_0090_c_17L不及於太白乎君從我居踰十餘
010_0090_c_18L則必不如是而今有此事是吾之
010_0090_c_19L孤負於君者有矣只宜自尤奚足恠哉
010_0090_c_20L呵呵

010_0090_c_21L

010_0090_c_22L與秋波書

010_0090_c_23L
月前入山飽聞華聲以未即奉爲恨
010_0090_c_24L不意喆上人遠訪塵寰袖傳情札

010_0091_a_01L편지를 펼쳐 두 번 세 번 읽어 보니 황홀하게 우리 스님과 무릎을 맞대고 회포를 푸는 듯하여 지극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초겨울에 도 닦는 재미가 맑으심을 알았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회당晦堂 스님이 돌아가신 뒤로 산문의 소식이 딱 끊기니 여러 법도法徒 스님들 중 얼굴과 이름을 아는 스님이 근래 40년에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가을에 청암淸菴을 지날 때에 처음으로 적손에게 전해진 석장과 발우와 칠분유상七分遺像을 보면서 비로소 선인과 범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역시 연업緣業이 있어야 함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내년 봄에 다시 진영眞影을 찾아가 하룻밤 청암에서 묵고 싶습니다. 규糾 스님 등과 이미 약속을 해 놓았으니 때가 되면 미리 알리겠습니다. 회포를 푸는 일은 그때를 기약하며 남겨두고 이만 더 쓰지 않겠습니다.
추파에게 보내는 편지
그 이름을 들었으나 그 사람을 보지 못하였더니 오늘 그 아우를 보고 스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손수 쓰신 편지를 받고 겸하여 신선 같은 정황이 평안하심을 알았으니 정신적인 교감이 있는 듯 황홀하게 위로가 되며 기이하였습니다.
또 스님의 걸음(飛錫)이 가야산伽倻山을 그냥 지나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 걸음에 어째서 하루나 이틀 머무르지 않으셨는지요? 덕 높은 분을 만나 더불어 옛이야기를 하노라면 묵은 인연과 업을 이야기하느라 끝이 없었을 텐데요. 가슴속 세속의 맛이 빌미가 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혀를 차본들 어쩌겠습니까?
다만 백 리 거리(宿舂)34)에 또 스님의 암자가 있으니 흥만 나면 또 어찌 한번 만날 기회가 없겠습니까? 눈이 빠지게 기다리면서 많은 말을 다하지 못합니다.
큰절의 욱 동지에게 답함
귀로는 많이 들었어도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이 오래던 차에 접때 편지를 받고서 얼굴을 대한 듯 기뻤습니다. 게다가 스님의 상좌를 일부러 보내 주셨으니까요.
편지를 받고 한 달이 지났는데 지내기가 좋으신지요? 우러러 마음이 쓰입니다. 저는 하늘에 죄를 지어 도망하여 숨을 곳이 없어서 화가 선사先師에게까지 미쳤습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죽지 못하고

010_0091_a_01L閱再三怳與吾師促膝叙懷慰滿已
010_0091_a_02L況審初寒道味淸迪者乎一自晦
010_0091_a_03L堂歸化後山門聲息頓絕法徒諸師
010_0091_a_04L無一接面而知名者邇來四十年
010_0091_a_05L季秋歷過淸菴始見嫡傳錫鉢
010_0091_a_06L又矚七分遺像始知仙凡逢別亦有
010_0091_a_07L緣業明春復欲尋眞一宿淸菴
010_0091_a_08L與糾師輩相約伊時可以預先報知
010_0091_a_09L握展是期多少留奉姑不究

010_0091_a_10L

010_0091_a_11L與秋波書

010_0091_a_12L
聞其名不見其人今見其弟其師可
010_0091_a_13L況承手滋兼諦仙況冲迪怳若
010_0091_a_14L神交爲之慰爲之奇也且聞飛錫虗
010_0091_a_15L過伽倻顧玆行胡不遲留一兩日
010_0091_a_16L逅高人與之道故舊緣說業舋舋不
010_0091_a_17L莫非腔內俗味爲祟耳咄咄奈何
010_0091_a_18L第相距宿舂且淸庵有了之興亦豈
010_0091_a_19L無一會之便耶是庸凝俟多少不一

010_0091_a_20L

010_0091_a_21L答大寺郁同知

010_0091_a_22L
耳飽而目惄者尙矣曩蒙手賜喜如對
010_0091_a_23L況送以令足相從得得者耶書後有
010_0091_a_24L未審起居佳嗇景景傃傃某獲罪
010_0091_a_25L於天無所逃躱禍及先師而尙不自

010_0091_b_01L구차하게 둔한 목숨을 잇고 있으니 몹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지금 상좌가 어른을 모시고 있으면서 공부하러 멀리 방문을 했으니 그 성의가 아름답습니다. 또 기품이 민첩하고 지혜로워 이미 면벽 수행을 하고 있다니 장래를 기대할 만합니다. 그런데도 이 쓸모없는 늙은이에게 가르침을 청하니 궁벽하고 가난한 곳에서 보물을 찾는 것 같아 부끄럽게 만들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번 만나 웃으면서 생각하는 바를 풀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계시는 산의 순박한 풍기가 뛰어나다 하니 반드시 한번 들르겠습니다. 뵙기 전에 그저 때맞추어 몸조심하시기만 바랍니다.
의춘 태수에게 드림
접때 관가를 찾아 한번 뵙고자 하는 원을 이루어 지금까지도 다행이나 관아가 너무 복잡하여 여러 밤 회포를 풀지 못하고 발길(雲笻)을 돌렸으니 무엇을 잃은 것처럼 섭섭했습니다. 지리한 장마에 정사 돌보시는 생활(政履)이 좋으신지요? 서울 소식은 들으셨는지요? 삼가 그립습니다.
죄 많은 산인은 나물 먹고 사는 생활이 똑같습니다. 가시덤불 속에 걱정거리가 있지만 보내 주신 글(瓊琚)35) 덕분에 가슴이 뚫렸습니다. 철쭉꽃이 피려 하는데 과연 옛 약속을 지키시렵니까? 백성들의 첩지가 책상에 가득할 터이니 아마도 틈이 없으시겠지요. 어쩌겠습니까? 봄나물 조금을 이웃에 사는 스님 편에 올리오니 방장산의 봄맛을 맛보시며 산인을 생각해 주십시오. 혹시 두류산을 방문하실 일이 있으면 미리 알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헤아려 주십시오.
의춘 책실에 드림
한번 뵙기를 고심하다가 앞서 이 원을 이루었으나 돌아갈 차림이 급하여 갑자기 헤어진 것이 아직까지도 서운합니다. 봄도 저무는 계절에 책상머리의 공부는 다 잘되어 가시는지요? 그리운 생각이 끝이 없습니다. 이 산인은 돌아와 산속에 박혀서 근근이 무디고 남루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니 무슨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백씨伯氏께서 일찍이 방장산方丈山을 찾기로 한 기약에 과연 그 약속대로 함께 갈 수 있을지요?

010_0091_b_01L苟延頑縷是甚愧忸覺也今在侍
010_0091_b_02L而以學遠訪其誠可嘉又器禀敏
010_0091_b_03L已邁面墻將來可期而請敎於老
010_0091_b_04L無用之人辟如索寶於窮寠也
010_0091_b_05L人增羞而已安得一笑以展所思耶
010_0091_b_06L貴山醇風異常必將一掛錫矣未前
010_0091_b_07L只祝對時保重

010_0091_b_08L

010_0091_b_09L奉宜春守

010_0091_b_10L
曩叩梅軒破識荆之願於今幸矣
010_0091_b_11L公堂煩劇未圖數宵開襟遂返雲笻
010_0091_b_12L怏怏如失未審霖雨支離政復佳嗇
010_0091_b_13L而京師音耗得聞乎伏伏慕慕罪山人
010_0091_b_14L蔬狀一㨾而棘中雖有憂味以所寄瓊
010_0091_b_15L琚寛懷耳躑躅將發果踐舊約否
010_0091_b_16L牒滿案則想未暇矣奈何以略干春蔬
010_0091_b_17L遣隣師伏呈甞方丈春味因思山人焉
010_0091_b_18L倘訪頭流豫先通知企企餘不宣伏惟

010_0091_b_19L

010_0091_b_20L奉宜春册室

010_0091_b_21L
苦思一見曏副是願而乃爲歸色所
010_0091_b_22L遽爾分袂迨今悵觖敬問春暮几上
010_0091_b_23L工夫萬佳耶傾想源源厶山人歸伏林
010_0091_b_24L堇持頑縷有何餘言伯氏曾方丈
010_0091_b_25L相訪之期果未知同就其約歟果爾則

010_0091_c_01L과연 그렇게 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서울 행차는 언제 하시려는지요? 사는 곳이 각기 달라서 조도祖途36)를 지내며 전별하지 못하니 아쉽습니다. 삼가고 아끼시기만 바랍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살펴 주십시오.
성주 쌍계사 사주께 답함
두 땅이 여러 준령으로 막혀 겨우내 덕의德儀를 접하지 못하였으니 참 아쉽습니다. 사미 둘이 와서 편지를 주며 제야(除夕)의 안부를 물으니, 객지에 받는 은혜가 실로 적지 않습니다. 너무 감격하였습니다. 게다가 정무를 담당하시는 생활이 좋은 줄 알았으니 더욱 축하드립니다. 저는 잠시 객지에 살면서 하릴없이 해를 보내고 있으니 서글픈 것은 흰머리뿐입니다. 절의 일이 무척 바쁘고 신정도 가까웠으니 보찰寶剎을 잘 지키며 오늘 밤도 편안하시기를 빕니다.
성암 장형 붕운37에 답함
편지를 보내 병을 고쳐 준 노고를 사례하시니 담박한 선정의 마음이 어찌 이 말에서만 나오겠습니까? 저는 형에게 조금도 수고한 것이 없고 그저 형에게 무거운 근심만 더했을 뿐입니다. 다만 그 근심 후에 다시 아픈 근심이 없고 정신을 잘 가다듬어서 강석을 연 지 달포나 되었다 하니 기쁘고 축하합니다.
저는 모든 병석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여 한 사람도 사망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잘 지내며 그 병자의 숫자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저의 분수로 볼 때 경오년의 운수가 아주 대통한 것 같습니다. 아주 기쁩니다. 내려 주신 물건은 어떻게 세간 사람의 방식으로 쓸 수 있겠습니까? 돌려보내고 싶으나 의리를 상할까 봐 그러지 못하고 그냥 두긴 하지만 저의 본심은 아닙니다. 나머지는 급해서 다 하지 못합니다.
운암 장형께 답함
여러 차례 난초 향기에 젖을 때마다 언제나 재미났는데 오늘 갑자기 편지를 받으니 이전의 보살핌이 더욱 각별합니다.

010_0091_c_01L必有重會其幸何如京行在於那時乎
010_0091_c_02L所居各殊恨未能餞於祖途也只冀愼
010_0091_c_03L餘不悉伏惟

010_0091_c_04L

010_0091_c_05L答星州雙溪寺寺主

010_0091_c_06L
兩地隔數箇峻嶺三冬間德儀莫接
010_0091_c_07L兩沙彌來賜以珍札問我除夕
010_0091_c_08L獲賜宲不紬 [4] 深深感感矧審政履
010_0091_c_09L佳嗇者耶尤賀厶暫栖客棲無端送
010_0091_c_10L所悲者白髮耳寺務繁劇新正又
010_0091_c_11L爲祝獲持寶刹萬重今夜

010_0091_c_12L

010_0091_c_13L答聖巖丈兄鵬運

010_0091_c_14L
贈書謝以救病之勞淡泊禪心豈出是
010_0091_c_15L語哉弟子無片勞於兄只增兄一重愁
010_0091_c_16L惱耳但惱後無重痛之憂而定疊精神
010_0091_c_17L開講已有月欣賀也弟全涉病席
010_0091_c_18L得多人癘痛無一箇死亡身亦好在
010_0091_c_19L不墜其數在吾分上庚午年運數大可
010_0091_c_20L通也喜甚所惠物何可用世間人行
010_0091_c_21L事耶欲送則傷義故不獲已留之
010_0091_c_22L非弟本心也餘急不究究

010_0091_c_23L

010_0091_c_24L答雲岩丈兄

010_0091_c_25L
凡數度襲蘭每有娓娓今忽賜書

010_0092_a_01L형께서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지셨기에 저를 염두에 두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인정스런 글을 내려 주신 걸 보니 덕도 남들보다 뛰어나십니다. 편지를 펼쳐 보고 강의하는 생활이 좋으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저는 경전을 본 식견은 없이 그저 무리를 따라 여러 산으로 두루 찾아다니기만 하니 봉사가 남의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우습지요. 형께서는 함께 남쪽으로 가실 수는 없겠습니까?
두월 장형 청안에 줌
방장산(方壺)38)에서 함께 지낸 일은 우리에게 기쁜 일이었으나 형이 완산完山으로 돌아가고 저는 천령天嶺에 엎드려 사느라 손을 잡고 회포를 쏟아 낼 기회를 여태껏 다시 얻지 못한 것은 우리의 슬픔입니다. 호중湖中 사람을 만날 때마다 형의 안부를 묻곤 하지만 어렴풋이 들을 뿐 상세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헤어진 지 벌써 여러 해인데 그 사이에 꽃이 피어 씨를 맺은 것이 과연 몇 과顆나 되며 스스로 얻은 공도 어느 정도의 경계에 이르렀는지요? 눈을 비비면서 서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영외嶺外에 떨어져 살고 있어서 지식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못하고 더불어 교류하는 자라곤 경학經學하는 친구들뿐인데, 아침에 만났다 저녁이면 헤어지고 가을에 만났다 겨울이면 헤어지니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다시 만나서 이 마음을 풀 수 있을까요?
성흘 장형께 드리는 답장
노형老兄께서는 저보다 아홉 살이나 많고 게다가 글도 많이 배우셨는데 늘 저와 친구로 지내길 허락해 주셨고 저도 스승으로 보지 않았으니 매양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내리신 가르침을 받아 보니 그 관대하고 겸손한 말씀이 전보다 더하십니다. 이는 형께서 저를 세속 사람(流俗)으로 대하시는 것이니, 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지요. 형께서 강의를 그만둘 뜻을 갖고 계시다는 말을 듣긴 하였는데 편지의 말씀도 그러하군요. 형 같은 분은 정말 쾌장부快丈夫라 부를 만합니다. 입으로 강의를 하면서 글자나 세어 먹고 사는 일을 성인들은 남의 보배를 세는 일이라고 꾸짖으셨습니다.

010_0092_a_01L覺前眷高兄材出人外應不置我念中
010_0092_a_02L乃爾曲垂情墨亦德出人外也披閱審
010_0092_a_03L講候申申喜不可言弟無看經知見
010_0092_a_04L只隨隊伍遍訪諸山如盲者聞人聲而
010_0092_a_05L可可笑笑兄未可携手指南耶

010_0092_a_06L

010_0092_a_07L與斗月丈兄晴岸

010_0092_a_08L
方壼相從固吾輩之喜事而兄歸完山
010_0092_a_09L弟伏天嶺握手吐襟尙未再得亦吾
010_0092_a_10L輩之悲緖耳每逢湖中人問兄之起居
010_0092_a_11L而希夷未詳浩歎別已有年其間開花
010_0092_a_12L結子者果有幾顆而自得之功亦至何
010_0092_a_13L等境界耶恨未刮目相視也弟流落嶺
010_0092_a_14L無强近知識所與遊者唯經學之
010_0092_a_15L而朝迎而夕送秋合而冬離苦哉
010_0092_a_16L苦哉安得重晤叙此心緖

010_0092_a_17L

010_0092_a_18L奉答性屹丈兄

010_0092_a_19L
老兄年吾九歲更又學文有餘而常
010_0092_a_20L許我結交遇我以不相師每自愧忸
010_0092_a_21L承來敎其款謙之語又有過於前
010_0092_a_22L兄以流俗待我也吾所不取聞兄有捨
010_0092_a_23L講之志書中所示亦如是若兄可謂
010_0092_a_24L快丈夫也舌耕數墨聖人以數他寶誚

010_0092_b_01L다른 사람들은 아직 깨닫지 못했는데 형께서 홀로 깨달으시어 붓 밖으로 손을 빼셨으니 훌륭하시고 훌륭하십니다. 산과 물이 막혀서 만나서 웃기가 쉽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혹시 남쪽으로 오는 인편(南鴈)이 있으면 부디 편지 한 장 아끼지 말고 보내 주십시오.
우 장의에게 답함
일전에는 친히 방문해 주시고 오늘 또 편지를 보내 주시니 그 도탑고 소중한 우의가 뼛속에 새겨집니다. 더구나 어른 모시고 사는 생활이 좋으시다 하니 심히 경하하고 감사합니다. 편지 속의 별지別紙에 은밀히 하신 말씀은 아끼는 마음이 깊어서 나온 것이겠지만 산인은 열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일입니다. 어찌 열에 한 번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백에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뜻이 있다 해도 아무렴 거기에 조금이라도 두었겠습니까?
유석儒釋이 다르지만 종장宗匠이 중요한 자리임은 한가지입니다. 벼슬자리(駟馬)도 돌아보지 않고 재산도 돌아보지 않으니 무엇인들 나의 마음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절대 다시는 이런 말을 내지 마십시오. 접때 완전하게 끊지 못한 것은 여러 번 찾아오신 정성을 저버리는 듯싶어서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설송 화상께 올림
풍화風化를 갈망한 것이 여러 해가 되었는데 지난해 가을 월성月城 가는 길에 요행히 화상을 뵙고 현어玄語를 들었습니다. 듣자마자 세속 사람이 현단玄丹을 먹은 것처럼 상쾌해졌으니 기쁨과 다행함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그때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만나자는 말씀을 신신당부하셨는데 경영하는 일이 지연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그네 길에 베옷을 입은 채 차가운 가을바람을 만났기에 바쁘게 속히 돌아오느라 결국 시키신 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죄가 막대하여 지금까지도 미안합니다. 법석法錫은 때맞추어 편안하신지, 돌아간 뒤로 중생을 교화하는 일은 연이어 정중하신지요? 우러러 그리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는 근래 다시 가르침을 듣고 싶어서 눈앞에 탄식이 가득합니다만

010_0092_b_01L人尙不悟兄獨悟之撒手於翰之
010_0092_b_02L欽哉欽哉川原爲礙未易撕眉
010_0092_b_03L倘得南鴈毋惜一柬

010_0092_b_04L

010_0092_b_05L答禹掌議

010_0092_b_06L
頃親顧訪今又賜書其厚重之誼
010_0092_b_07L銘於骨更審侍履珍迪有甚慶謝
010_0092_b_08L中別紙密示之語是出於相愛之深
010_0092_b_09L然山人則十無一思何止十無一思
010_0092_b_10L百無一思寧有意況有少分於彼哉
010_0092_b_11L儒釋雖殊宗匠重器則一也駟馬不顧
010_0092_b_12L千金不顧也那可變易吾心哉
010_0092_b_13L勿復出此言曩不敢永斷者恐孤負累
010_0092_b_14L訪之勤矣餘不盡

010_0092_b_15L

010_0092_b_16L上雪松和尙

010_0092_b_17L
渴仰風化者積有年矣去年秋幸見和
010_0092_b_18L尙於月城途中得聆玄語一聽爽若塵
010_0092_b_19L人之服玄丹也欣幸何量其時回路
010_0092_b_20L重接之語申申付囑而所營之事遲延
010_0092_b_21L以客中布褐遇秋颯之寒慄忙速而歸
010_0092_b_22L遂未遵所敎罪莫大焉迄今未安
010_0092_b_23L未審法錫當時萬重徃返歸後化度
010_0092_b_24L連獲鄭重區區慕仰某近欲重聽敎海

010_0092_c_01L박복한 후생이 그 길을 찾지 못해 그저 한탄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이 절절하니 필시 그럴 때가 있을 것입니다. 어찌 그저 이렇게 끝나겠습니까? 부디 만 가지로 도우시어 지극한 축원에 부응하소서.
풍암 화상께 드리는 답장
평생 우러러 흠모하다가 법우法雨에 젖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을축년 겨울에 강석의 곁을 두드렸으나 법계의 현담玄譚만을 여쭈었을 뿐이고 다음 해 여름에 작별하고 영남으로 급히 돌아갔습니다. 먹을 것을 두고도 먹지 못하는 주린 사람처럼 슬픔이 가슴속에 맺혔습니다. 법해法海 한 폭이 멀리서 시생侍生에게 도착하니 다시 강의 자리에 참가한 듯 기쁩니다. 황송하고 감격스럽습니다. 더구나 교화하는 일이 복되다고 하니 더욱 기쁩니다.
저는 일전의 과업을 완전히 폐하지는 않았으나 구차하게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느라 절에 있는 날이 열흘에 하루 이틀뿐이니 어떻게 현오玄奧한 법을 궁구하겠습니까? 나이가 이제 서른이 되어 가는데 결국 실지實地 공부는 하지 못했으니 필시 선각의 꾸지람을 받게 될 것이며 후진의 비웃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탄식만 나올 뿐입니다. 모령暮齡에 복과 지혜가 장엄하시어 오래도록 노년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만수 산인에게 부침
형제와 부자가 한집에 같이 살기는 쉬우나 공문空門의 무리가 각기 다른 곳에서 와서 각기 다른 성씨를 갖고 한 절에 같이 살기는 진실로 어렵다. 지금 그대는 천령天嶺에 있고 나는 낙양洛陽에 있어서 그 사이 거리가 수백 리만 되는 게 아니라 만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요행히 용성龍城의 파산波山에서 만났을 때에 그대는 내게 치문緇門의 『서장書狀』을 배우겠다고 하였었다. 나는 그대의 온화한 자태와 순수한 성품을 좋게 보았고, 재주도 있기에 수고를 잊고 가르치며 성취가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번 백씨伯氏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아쉬움이 크구나.

010_0092_c_01L滿前所歎而薄福後生未得其便
010_0092_c_02L有咄嘆耳然此心切切必有其時
010_0092_c_03L可只是而已也伏冀萬相以副至祝

010_0092_c_04L

010_0092_c_05L奉答楓巖和尙

010_0092_c_06L
平生景仰得沾法雨而何幸乙丑冬
010_0092_c_07L叩待講側只叩問法界玄譚明年夏辭
010_0092_c_08L歸嶺南快快如遇饍未飡飢夫悵結心
010_0092_c_09L一幅法海遠及侍生喜若重叅講
010_0092_c_10L惶惶感感更伏審化度邵祉尤尤
010_0092_c_11L喜喜弟子日前所課雖不全癈苟營
010_0092_c_12L衣食在寺之日十㞐一二則將何以
010_0092_c_13L究玄耶年將三十究竟無實地功夫
010_0092_c_14L必見誚於先覺被笑於後進伏歎耳
010_0092_c_15L伏祝暮齡福慧莊嚴久住於老

010_0092_c_16L

010_0092_c_17L寄萬壽山人

010_0092_c_18L
兄弟父子同處一室雖易空門之徒
010_0092_c_19L以各處各姓同居一寺誠難今汝在天
010_0092_c_20L我生洛陽其間不止數百里勢將
010_0092_c_21L難合而幸逢於龍城之波山以經門書
010_0092_c_22L求學於我我愛其姿溫性純亦有
010_0092_c_23L才致忘勞而敎之將期其有成而頃
010_0092_c_24L爲伯氏所牽歸家而不復回悵深

010_0093_a_01L이 사이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많이 생각이 난다.
선비의 업이란 문장에 힘을 쏟고 부모를 모시고 임금을 섬겨야만 자신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법이다. 그러나 가난에 눌려 새끼로 문지도리를 동여매고 쑥대로 창을 내며 찢어진 베옷에 거친 조밥을 먹으며 백성들 속에 섞여 살아야 한다면 가사를 걸치고 경론을 강하며 산수 속에서 소요하는 산인만도 못할 것이다. 집안 형편을 자세히 헤아려서 그 거취를 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나도 집에 있을 때에 고생을 맛보며 이런 일을 겪었기에 자꾸 말을 하는 것이다.
영해 화상께 올림
우리 화상께서는 그 자체가 여래의 사자使者이십니다. 말법末法의 투쟁이 견고한 때에 처하여 화엄종의 법요法要를 조계曹溪에 천명하시는데 강의를 듣는 무리가 어찌 천 명에 그치겠는지요?
제자도 옛 인연으로 그 말석에 끼어서 원종圓宗의 불가사의한 인연을 맺고 반야의 종자를 마음밭(心田)에 심었습니다. 이는 실로 넓은 세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일이니 어찌 전날에 여러 해 곁에서 모시지 못한 것을 한탄하겠습니까?
법노法老께서 여든셋의 연세에 『화엄경』의 설주說主가 되셨으니, 우리 후생後生들로서는 그 현음玄音을 듣는 일이 마치 수발다라須跋多羅39)가 열반회상涅槃會上에 참여한 것과 같았습니다. 춤을 출 듯 기뻤으며 돌아온 뒤에는 더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해가 바뀌는 이때에 법체法體는 더욱 강건하고 복되신지요? 그립고 그립습니다. 제자는 지역 인연이 영남에 치우쳐 있어서 다시 모시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호남에 들어갈 기회가 없습니다. 그저 부처님의 혜택(淨福)40)이 많지 않음을 개탄할 뿐입니다.
부디 감로약甘露藥을 던져 주시어 제자의 생사生死의 병을 고쳐 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하게 빕니다.
하봉 장형께 드리는 답장

010_0093_a_01L知此間好得居否戀戀士子之業宜着
010_0093_a_02L力詞壇事親事君則無愧乎吾心
010_0093_a_03L爲貧寠所迫繩樞蓬牎弊褐混於
010_0093_a_04L甿隷是反不如山人之着袈裟講經論
010_0093_a_05L逍遙於烟霞之中也細度家勢定其去
010_0093_a_06L取如何吾亦居家喫苦者曾經是事
010_0093_a_07L故縷縷示及

010_0093_a_08L

010_0093_a_09L上影海和尙

010_0093_a_10L
吾和尙自是如來使也處末法鬪爭牢
010_0093_a_11L固之時闡花嚴一宗法要於曹溪聽徒
010_0093_a_12L何止千人弟子亦以夙昔因緣叅其
010_0093_a_13L末席結圓宗不思議之緣植般若種子
010_0093_a_14L於心田此宲曠世難逢之事也何恨前
010_0093_a_15L日不能多年奉侍耶法老行年八十三
010_0093_a_16L作花嚴說主而如吾後生輩聽其玄音
010_0093_a_17L與須跋多羅之預涅槃會上相同舞之
010_0093_a_18L蹈之歸後益感伏問是辰脫齡法體
010_0093_a_19L益康且祉伏伏慕慕弟子土緣偏在
010_0093_a_20L嶺南再侍之心雖切而未得入湖
010_0093_a_21L慨淨福之不多而已願投甘露藥以醫
010_0093_a_22L弟子生死之病切切祝祝

010_0093_a_23L

010_0093_a_24L奉答霞峯丈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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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때 갔을 때에 혼자 말씀으로 노형께서 짐을 싸 와서 거하실 것이라기에 매양 형의 뒤를 따르고자 하는 바람으로 객지에서도 관심이 그것뿐이었습니다. 작별한 뒤로 며칠이 지났는데 지내시기는 좋으신지요?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는 외롭고 곤고한(零丁)41) 행색으로 여러 곳을 떠돌고 있으니 따르는 것이라곤 네 조각 발우와 한 개의 지팡이뿐입니다. 세상의 산업에 무슨 구애될 것이 있겠습니까? 장부가 말을 한 번 뱉으면 사마駟馬도 쫓기 어려운 법이니 때가 되면 전에 한 말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능원 대사께 답함
제가 호남에서 나그네로 떠돌 때에 형께서 저를 제일 아껴 주시어 모든 일을 다 돌봐 주시었습니다. 주인의 두터운 정성을 얻은 일이 지금까지도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매양 편지를 써서 저의 잊지 못하는 마음을 말하고 또 형의 정성스럽고 곡진한 뜻을 사례하고 싶었으나 길이 멀고 인편이 끊어져 뜻을 여태껏 이루지 못하였으니 너무 슬펐습니다. 그런 중에 형의 편지가 먼저 저에게 도착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오는 인편은 있으나 가는 인편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편지를 보고 아직 모후산母后山에 사시며 그 공부를 부지런히 하며 명성이 원근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우러러 축하합니다.
저는 영남으로 돌아온 뒤로 과업이 지지부진하여 줄기만 할 뿐 늘지를 않으니 전날에 행각行脚한 공이 없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편지 끝에 영남을 유람하실 뜻을 비치셨는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총활 대사께 답함
지난해에 공께서 회계會稽로 저를 방문하셨으나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니 망연하였습니다. 그 후 계해년 봄에 파산波山에서 해후하여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하였으나 몇 달 뒤에 공이 또 작별하고 떠났으니 내 마음이 더욱 슬펐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하는 생각은 조용하고 후미진 곳에서 다시 만나 우리 불가의 서적을 의논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그렇게 하지 못하니 더한층 슬픈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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曩行獨言老兄携裝來居每以兄之隨
010_0093_b_02L後繼至爲望客中關念只是而已
010_0093_b_03L後有日未知燕居怡然慕極弟零丁
010_0093_b_04L行色飄泊諸處所隨者唯四片鉢一
010_0093_b_05L條杖耳有甚世產可拘碍耶丈夫一言
010_0093_b_06L旣出駟馬難追及期毋負前言

010_0093_b_07L

010_0093_b_08L答能遠大師

010_0093_b_09L
弟客遊湖南兄最憐我凡事皆看
010_0093_b_10L作主人甚恪尙今佩銘每欲修一書
010_0093_b_11L示弟不忘之情又謝兄欵曲之意
010_0093_b_12L路遠便斷迨未遂志浩悵誰知兄札
010_0093_b_13L先及於我耶吾恨其有來便而無去便
010_0093_b_14L仍諳尙居母后勤其所工學聲大
010_0093_b_15L播於遐邇景賀景賀弟歸嶺而課業跚
010_0093_b_16L有減無增自愧前日行脚之無功也
010_0093_b_17L書末示以遊嶺欣待欣待

010_0093_b_18L

010_0093_b_19L答揔濶大師

010_0093_b_20L
去年公訪我於會稽不見而歸殆有惘
010_0093_b_21L其後癸亥春邂逅於波山與之同
010_0093_b_22L甘同苦數月公又辭去我心尤悵
010_0093_b_23L日所思欲重會於靜僻之地論量吾家
010_0093_b_24L書籍而又不可得更有一層悲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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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의 편지를 보고 다시 상종할 계획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기쁨을 어찌 이기겠습니까? 또 복되게 날을 보내고 계심을 알았으니 기쁩니다. 굳은 지조를 품은 재목이라 가는 곳마다 명성이 저절로 드러나니 사방에서 책상자를 진 자들이 공에게 아니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저 같이 비천한 사람은 그저 풀과 나무와 같이 썩어갈 뿐이니 무슨 식견으로 더불어 벗을 하겠습니까? 유림儒林의 군자들이 무식한 산인을 가리켜 산속에 사는 쌀도둑(米賊)이라고 하던데, 바로 저 같은 무리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공께서 저의 막힌 마음(茅塞)42)을 잘라 내어 주신다면 과연 이런 비난을 면할 수 있을지요?
화 대사께 답함
헤어진 지 여러 해가 되어 그리운 마음 냇물처럼 흐르던 차에 편지가 도착하니 직접 눈으로 본 것같이 기쁘구나. 또 경전 공부를 더욱 부지런히 하며 고향의 절과 집안이 다 편안하다니 더욱 기쁘다. 나는 병도 없고 잠도 잘 자며 옛날과 똑같이 지내고 있으니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법중法衆이 나를 따라오지 않고 날마다 항상 머물러 있으면서 짐짓 글로 설전만 벌이고 있으니 나의 일이 참 우습게 되었다.
스님이 처음 고향 절에 거할 때에 내가 잡고 이끌었고 또 나에게 있으면서 내외의 학문으로 그 몽매함을 열었었다. 여러 해 동안 이끌었으면 내가 스님에게 한편으론 지남指南이 되고 한편으론 밝은 등불이 되었음을 스님은 알고 있는가? 요즘은 불법이 황당해져서 은혜를 저버리고 세력을 따르는 자가 열이면 여덟아홉이나 된다.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어찌 그런 대열에 끼겠는가? 초심을 저버리지 말고 지조를 눈 맞은 소나무처럼, 서리 맞은 대나무처럼 곧게 하여라.
추담 화상께 올림
오래 앙모하던 중에 지난번 잠시 배알하였으나 바로 처소로 돌아오고 말았으니 배고픈 사람이 밥을 보고도 배불리 먹지 못한 것 같아서

010_0093_c_01L見公所惠札知將有再從之計可勝喜
010_0093_c_02L又認珍吉度日爲之欣賀也旣懷
010_0093_c_03L耿介之材到處聲名自彰四方負笈之
010_0093_c_04L捨公而奚適哉如我鄙夫只宜與
010_0093_c_05L草木同腐耳有何識見可與人爲友耶
010_0093_c_06L儒林君子指無知山人爲山中米賊
010_0093_c_07L必吾輩也若得公剪我茅塞則果免此
010_0093_c_08L譏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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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093_c_10L答和大師

010_0093_c_11L
別已數年戀思如川書至喜如親覩
010_0093_c_12L又審經工益勤而故寺與家庭俱安
010_0093_c_13L有所欣僚無病好睡與昔日一樣
010_0093_c_14L無可言而法衆從我不去逐日常在故
010_0093_c_15L紙上舌戰吾事可笑師初居鄕寺
010_0093_c_16L携而引之又在寡聞更以內外學
010_0093_c_17L其蒙數年提奬則我於師一爲指南
010_0093_c_18L一爲明燈師其知否近世佛法荒唐
010_0093_c_19L背恩趍勢者十居八九寧死豈肎入
010_0093_c_20L此隊耶當莫負初心使志操如雪松霜
010_0093_c_21L

010_0093_c_22L

010_0093_c_23L上秋潭和尙

010_0093_c_24L
久仰中頃暫拜謁旋歸所居如飢者見

010_0094_a_01L지금까지도 아쉽습니다. 봄도 저물어 가는 이때에 동정動靜이 시절 따라 모두 길하시다니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제가 전혀 아는 것도 없이 종장宗匠의 자리를 탐내어 앉았으니 이것도 생각 밖의 일이건만 하물며 원임院任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본원本院의 천망薦望이 너무 지나친 것입니다. 황악산黃岳山은 참으로 영남의 명산이며 또 직지사直指寺의 사풍寺風이 순박하니 화상께서 더욱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나약한 사람들은 뜻을 세우게 하고 탐내는 사람들은 청렴하게 하여 모두 바른 길을 가게 한다면 소생도 그 안에 한번 살면서 그 아름다운 교화를 받아 보고 싶습니다. 돌아보면 복은 적고 장애가 무거우니 산신령이 살게 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제 대사에게 줌
심원사深源寺에서 만나기 전에는 공께서는 나를 알지 못하고 나도 공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그 기회를 빌려 주어 나와 공으로 하여금 회문迴門에서 만나게 하셨으니, 그때 나는 나이가 24세였고 공은 나보다 여섯 살이 적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며 회문에서 동락動樂까지 두 곳에서 함께 지냈으니 실로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마침 역병이 도는 시절을 만나 나는 파산波山으로 들어오고 공은 고향의 절로 돌아가느라 음성과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어느새 홀연 한 해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공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 산중과 속가의 집(山野)에서 모시는 두 분의 존후尊候도 다 진중하신지요? 우러러 그립니다. 전날 교유하는 사람 중에도 이미 천화遷化한 분이 10여 명에 이르렀으니 서로 아끼는 사이에 어찌 생각이 나지 않겠습니까?
나는 지금까지 몸에 병 없이 지내니 이는 하늘이 가난한 나를 불쌍히 여겨 그런 것이겠지요. 자못 다행입니다. 근일에 공부는 더욱 넓어지셨는지요? 다시 방장산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공을 위해 주인 노릇을 하겠습니다. 우리 화상께서는 점차 연세가 저물어 가시니 강의를 그만둘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등한히 하지 마십시오.
화봉 화상께 올림
무인년 겨울에 가야산에 들어가 인자한 모습을 뵙고 가르침을 받고 돌아온 일을

010_0094_a_01L食而不飽喫迄今恨恨伏惟春暮動靜
010_0094_a_02L對時萬吉伏切景慕某全無所識
010_0094_a_03L預匠席此猶望外况堪院任耶是應
010_0094_a_04L本院薦望太過也黃岳固嶺之名山
010_0094_a_05L直指寺風醇朴和尙更以法化人使懦
010_0094_a_06L者立貪者廉咸趣正道則鯫生欲一
010_0094_a_07L居其中承其美化顧念福寡障重
010_0094_a_08L靈不許捿

010_0094_a_09L

010_0094_a_10L與齊大師

010_0094_a_11L
深源未逢以前公不知我我不知公
010_0094_a_12L天借其便使我與公相會於迴門
010_0094_a_13L時我年二十四公少於我六因爲神交
010_0094_a_14L自迴門至動樂兩處相從宲非偶然也
010_0094_a_15L適値癘時我入波山公歸故寺音容
010_0094_a_16L俱阻已忽一周其間公果好居山野
010_0094_a_17L兩侍上尊候亦萬重否俯仰斯前日交
010_0094_a_18L遊中已化者至十餘人則相愛寧無
010_0094_a_19L戀思耶某至今身無病憂無乃天憐我
010_0094_a_20L貧而然歟殊幸近日工夫益張大否
010_0094_a_21L入方丈則我爲公主人也吾和尙年漸
010_0094_a_22L撤講應在不遠勿作等閑

010_0094_a_23L

010_0094_a_24L上華峯和尙

010_0094_a_25L
戊寅冬入伽倻山得陪慈儀承誨而歸

010_0094_b_01L스스로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법후法候가 안녕하신지요? 항상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와서 병이나 사고 없이 지내니 아주 다행입니다. 봄 끝날 무렵에 뵈러 가려고 했으나 매인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습니다. 초여름에도 이 뜻을 내었으나 빗물이 시기를 하니 결국 계획한 두 번이 다 실패로 끝났습니다. 가을을 기다려 꼭 가서 뵙겠습니다.
지난번 오봉산五峰山 아래 들어갔을 때에 도와道窩에서 화상을 뵙고 종일 들은 것이라곤 진리와 자성自性의 소식뿐이었고 세속의 거친 말이라곤 없었으니, 지금 같은 때에도 진짜 선지식이 있었습니다. 다만 얕은 식견 때문에 아양峩洋43)으로 화답하지 못하고 화상이 헛수고만 하게 했을 뿐이니 어쩌겠습니까?
듣자 하니 따뜻한 봄날 포단 위에서 혼미함과 산란함을 제거해 버리고 늘 어둡지 않으시다 하니, 이 도리로 정신이 일상 생활 중에 피로하지 않으신지요? 부디 감로의 법수法水를 이 미혹하고 몽매한 사람에게 부어 주심이 어떠하십니까? 예로부터 대보살은 중생을 위해 불사佛事를 하며 아낌없이 법을 보시하였습니다. 간절히 빕니다.
월파 화상께 드리는 답장
장로께서는 저에 비해 연세도 많이 높으시고 안면도 없었지만 처음 관음사觀音寺에서 뵈었을 때에 연세가 높으시고 안면이 없다고 꺼리지 않으시고 간곡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셨습니다. 과연 중인衆人들 속에 혼연히 섞이셨으니 육신보살肉身菩薩을 무엇하러 전대前代에서 찾겠습니까? 제가 돌아갈 것을 고하자 장로께서는 쌀 한 섬을 내어 주셨습니다. 만류하고 싶었으나 청렴한 뜻을 상할 듯싶어 그 내려 주신 은혜를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 또 글까지 내려 안부를 물어 주시니 감격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편지를 읽고 강의하시는 생활에 귀한 상이 있음을 알았으니 춤이라도 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먹고 사는 데 급해서 인사人事를 살피지 못하니 남들이 저를 용서하더라도 저는 실로 부끄럽습니다. 아직까지 문후 올리는 것을 빠뜨린 것이

010_0094_b_01L自以爲幸伏惟酷暑法候安寧恒切
010_0094_b_02L傾慕某返故居無諸病故幸甚春末
010_0094_b_03L欲謁而有事牽纒未果夏初又發是意
010_0094_b_04L而雨水爲猜遂使所計凡兩失焉
010_0094_b_05L秋決拜床下矣

010_0094_b_06L

010_0094_b_07L

010_0094_b_08L
頃入五峰山下拜和尙於道窩終日所
010_0094_b_09L唯理性上消息竟無世諦邊塵語
010_0094_b_10L如今亦有眞善識也但淺識不得和峩
010_0094_b_11L反使和尙空費力耳奈何敬問春和
010_0094_b_12L蒲團上屏去昏散恒不昧這介道理精
010_0094_b_13L不疲於日用乎幸酌甘露法水
010_0094_b_14L此迷懵如何自古大菩薩爲衆生作佛
010_0094_b_15L不慳法施也區區切祝

010_0094_b_16L

010_0094_b_17L奉答月坡和尙

010_0094_b_18L
長老之於不侫年已高矣面又素矣
010_0094_b_19L於觀音寺承顏不以高不以素申申欵
010_0094_b_20L果於衆人渾然則肉身菩薩何求
010_0094_b_21L於前處乎不侫告歸長老許以一石米
010_0094_b_22L施之欲挽之恐傷廉不受其蒙惠則
010_0094_b_23L已矣更又賜墨問之以安危不勝感
010_0094_b_24L伏審講候有相深用舞誦凡事塗
010_0094_b_25L不省人事人雖恕我我宲有慙

010_0094_c_01L다 이 때문입니다. 불쌍하게 여기신다면 어찌 허물하시겠습니까? 다만 그 깨닫지 못함을 경책하시어 어리석음을 혁파하게 해 주십시오.
순학 대사에게 답함
스님은 강좌江左에서 와서 여러 해 동안 나를 따르며 배움을 청하여 사교와 사집(敎集)을 다 배우고 떠났다. 내가 그 믿음과 근면함을 좋아하였기에 자꾸 생각이 나는구나.
지금도 모를 것이 앞의 몇 곳에서 수업을 받은 것은 햇수도 오래지 않고 또 깨달은 것도 없었는데 지금 함장凾丈44) 앞에서는 수업을 받는 것이 해마다 깊어질 뿐만 아니라 놀라운 입처入處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문하에 의탁하여 자주 이 말을 보면서 그 법에 정성스럽고 절실함을 느끼도록 하여라.
그러나 스승과 제자의 도리에는 자연히 공론(公議)이란 게 있어서 사람들은 다들 ‘누구는 누구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으니 누구의 제자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것을 따르면 길하지만 이것을 거스르면 흉하게 된다. 스님의 고향 산에 이런 데가 있다면 그를 따라야 하리라. 나보다 중한 게 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무릇 말을 한 도리는 가장 중요한 것이니, 군자의 말 한마디는 백 번 단련한 진짜 금과 같아서 끝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스님은 이를 생각하도록 하라.
봉암 장로께 드리는 답장
접때 일이 있어 가수嘉樹를 지나다가 백련사白蓮社로 장로를 방문하였는데, 장로께서는 이미 밖에 나가시어 뵙지 못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손수 쓰신 글을 받아 들고 장로의 중씨仲氏 댁에 병이 있어 근심이 만 갈래임을 알았습니다. 또 제(小弟)가 멀리 찾아가서 만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어 이렇게까지 안부를 물어 주시니 감동이 뼈에 사무칩니다. 밤사이에 과연 모두 완전히 쾌차하셨는지요? 깊이 걱정이 됩니다. 한번 짬을 내어 반드시 가서 뵙겠습니다.
조의령께 드림

010_0094_c_01L闕修候都由是也旣有憐何用尤
010_0094_c_02L宜警其未悟俾革所懵

010_0094_c_03L

010_0094_c_04L答順學大師

010_0094_c_05L
師自江左從我數載請益盡學敎集而
010_0094_c_06L我愛其有信而有勤思之不已今未
010_0094_c_07L諭曾數處受業年不久又無所省
010_0094_c_08L於凾丈前不唯禀受年深亦有警入處
010_0094_c_09L則願托門下中一數見是言感其誠切
010_0094_c_10L於法也然師生之道自有公議人皆
010_0094_c_11L某也多受敎於某則宜爲某之弟子
010_0094_c_12L順此則吉逆此則凶師於故山有如
010_0094_c_13L是處則宜嗣於彼若於我有重則吾
010_0094_c_14L何辭焉凡發語之道最重君子一言
010_0094_c_15L如百鍊眞金終不變易師其思之

010_0094_c_16L

010_0094_c_17L奉答鳳巖長老

010_0094_c_18L
曩有事過嘉樹訪長老於白蓮社長老
010_0094_c_19L已出外矣遂未得拜怏怏而歸昨奉
010_0094_c_20L手墨得知長老有仲氏家疾憂用慮萬
010_0094_c_21L又因小弟之遠尋不遇爲念存問
010_0094_c_22L至此感銘于骨未諳夜間果覩快完乎
010_0094_c_23L深傃當乘一暇必晋拜

010_0094_c_24L

010_0094_c_25L奉趙宜寧

010_0095_a_01L
불가는 유학에서 이단으로 취급되어 귀함을 받지 못하나 돌아가신 풍원군豊原君 대감께서 영백嶺伯으로 이 도를 다스리실 때에 회당晦堂을 한 번 만나 보고 기뻐하며 생사를 넘는 사귐을 가지셨습니다. 대감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더욱 잊을 수가 없어 직접 쓴 글씨로 비석을 덮으니 지금까지도 후인들이 보물로 여겨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산인은 바로 회당의 법손입니다. 정해년과 무자년 두 해 동안에 청암靑巖 장실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회 옹의 비석 아래를 서성거리며 볼 때마다 마음이 황홀하여 돌아가신 대감의 진용眞容을 모신 듯하였습니다. 다만 복이 적어서 그 광명하고 정대한 모습을 우러르지 못하는 사이 이윽고 고인이 되시고 말았습니다. 접때 편지에 합하께서 대감을 모시고 청암에 들어와 회 옹의 여러 손자들을 부르겠다는 말씀이 몹시 자상하셨으며, 또 근처의 여러 손자들을 보고 싶어 하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히 해사海寺로 갔으나 관거官車는 떠난 후였습니다. 하늘이 일부러 좋은 기회를 막아 저로 하여금 합하의 풍채를 뵙고 옛날의 마음을 풀 수 없게 하는군요. 겨울날 추위에 어른 모시고 정무를 돌보는 생활이 좋으신지요? 간절히 우러러 그립니다.
저는 산에 엎드려 살며 그저 뼈다귀나 지탱하느라 일찍부터 눈이 어두웠으니 추울 때는 감히 출입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서 뵙고 싶은 마음은 물길처럼 흘러넘치지만 결국 가지 못하고 겨우 편지나 써서 올립니다. 부디 살펴 주십시오.
조영천께 드림
지난해 봄에 산인이 영천 은해사銀海寺에 있을 때에 삼인암三印岩에 올라 비석에 새긴 글자를 보고 그것이 돌아가신 대감의 아드님(賢胤)이 쓴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대감께서 옛날 우리 회 옹을 무척 아끼셨던 이야기를 미루어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산인이 산수 속에 몸을 묻고 풍진 세상 재미를 잊었으나 선심禪心을 참으로 식은 재처럼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대감께서 세상을 버린 지 오래여서 만나 뵙지는 못하나 그 어진 자식과 신성한 손자가 황가皇家의 가풍을 넓히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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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屠於斯文爲異端未足爲貴而先豊
010_0095_a_02L原君大監以嶺伯按是道一見晦堂
010_0095_a_03L欣然爲生死交及登台位尤不能忘乎
010_0095_a_04L俾手澤被石至今爲後生重寶山人
010_0095_a_05L即晦堂之法孫也丁亥戊子兩年間
010_0095_a_06L靑巖丈室中日夕每徘徊於晦翁碑下
010_0095_a_07L目覩心繹恍然如侍先大監眞容但恨
010_0095_a_08L福寡未及瞻對其光明正大之儀而已
010_0095_a_09L作古人也頃有有書云閤下侍大監入
010_0095_a_10L靑岩招晦翁諸孫語甚娓娓又欲見
010_0095_a_11L近處諸孫故山人即急趣海寺則官車
010_0095_a_12L已離發矣天故阻好機使山人不能覩
010_0095_a_13L閤下風采以快疇昔之心耶伏未審冬
010_0095_a_14L日寒慓侍奉政履佳勝區區傾慕
010_0095_a_15L人蟄伏山聊支枯槁而夙抱眩昏
010_0095_a_16L時未敢出入遂使滔滔願謁之心竟未
010_0095_a_17L能就謹裁尺牘仰呈伏惟下察

010_0095_a_18L

010_0095_a_19L奉趙永川

010_0095_a_20L
去年春山人居永川銀海時登三印岩
010_0095_a_21L覩石面刻字知其爲先大監賢胤然后
010_0095_a_22L追想先大監昔年深愛我晦翁故事
010_0095_a_23L之拭淚也山人雖放形骸於烟霞忘風
010_0095_a_24L塵世味然禪心固未若死灰之則先大
010_0095_a_25L監棄世久矣雖未奉陪其賢子神孫張

010_0095_b_01L달려가서 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과 영외嶺外의 길이 너무 멀고 산중과 세상도 다르기 때문에 결국 세상 밖의 속된 발자국으로 아름다운 문장의 처소를 두드리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산인이 너무 몰인정하다는 책망을 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쌍계사雙磎寺 승통僧統의 편지에 대감께서 회당晦堂 문하의 법손을 방문하신다는 말이 있었기에 그날로 급하게 은해사로 갔으나 수레는 이미 산을 나가고 없었습니다. 한탄만 삼키고 부질없이 돌아왔으니 지금까지도 불안해 서성입니다. 추운 날씨에 행차는 다 복되셨는지, 객관客舘에서의 형편도 정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산인은 본래 재주와 학식이 없는데 다행히 회 옹의 법손에 끼었습니다. 지금 대감께서 가까운 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뛰어가서 안부를 여쭙고 싶으나 지병 때문에 감히 앞에 나서지 못합니다. 대신 문인門人을 보내서 간절하게 그리는 마음을 삼가 아룁니다. 추위가 조금 풀리기를 기다려 천천히 한번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성파 장실에 줌
편지 후에 또 몇 날이 지났는데 꽃 피는 계절이 막 시작되려는 때에 강의하시는 재미가 더하신지요? 그리운 마음이 몹시 혹독합니다. 발우 하나로 사는 저의 생애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방 안에서의 행복은 아마도 벗이 깊이 생각해 주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되었겠습니까? 할 말이 많습니다.
지금 온 법우法友가 법계의 모든 경전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데 지역이 멀어서 책을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그대(高朋)가 강의하는 책자를 청하려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대개 법보法寶는 진실로 가볍게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새로 만든 강의 책자임에야 어떻겠습니까? 그것을 모르지도 않으면서 그저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것만 믿고 이렇게 부탁합니다. 책을 깨끗하게 보고 완전하게 돌려 드리는 문제라면 제(老友)가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품목을 함께 보냅니다. 당연히 진장珍藏으로 여기며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절을 보내며 편안하고 즐거우시기를 빕니다. 오는 이를 잘 맞아 주십시오.

010_0095_b_01L皇家風䞮徃謁而京洛嶺外
010_0095_b_02L甚迢遞山野又殊故遂使方外俚蹤
010_0095_b_03L未能攀叩懿文之軒自料未免山人
010_0095_b_04L太沒情之責矣意外雙寺僧統書
010_0095_b_05L大監委訪晦堂門孫之語是日急赴海
010_0095_b_06L則高駕已出洞矣飮恨空歸至今
010_0095_b_07L踧踖而不安也伏惟寒沍行李萬福
010_0095_b_08L客舘氣候又鄭重伏伏慕慕山人本無
010_0095_b_09L才識幸預晦翁法裔今聞大監來近郡
010_0095_b_10L踴躍欲拜候而宿痾適未敢前進
010_0095_b_11L遣門人敬申區區慕仰之心徐竢寒
010_0095_b_12L必再拜於几下矣

010_0095_b_13L

010_0095_b_14L與聖波丈室

010_0095_b_15L
信後又有日矣未審花事將始講味增
010_0095_b_16L慰慕孔酷某一鉢生涯今如疇昔
010_0095_b_17L爲寓中幸倘非故人深思曷有是哉
010_0095_b_18L多多言言今來法友欲課法界全經
010_0095_b_19L由地遠册子未得携來故遣人敬請高
010_0095_b_20L朋之講册未知高意如何盖法寶固不
010_0095_b_21L輕易與人況新成乎講帙乎不侫非
010_0095_b_22L不知而只恃相知之深也若其觀覽之
010_0095_b_23L還呈之完老友當任其責矣品目
010_0095_b_24L同送則當珍藏而看矣奉祝對時安樂
010_0095_b_25L善接方來

010_0095_c_01L
태백 장실에 답함
인명仁明이 계신 곳을 방문하였으나 회포를 실컷 풀지 못하고 추위를 무릅쓰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야 했기에 늘 마음에 한이 되었습니다. 이 인편이 오는 길에 먼저 편지로 안부를 물어 주시어 비로소 접때 별일 없이 길을 가셨음을 알았습니다. 고향 벗을 수백 리 밖에서 만나 공부한 것을 다듬고 기쁨이 가슴에 가득하였습니다. 또 사시는 형편이 아름답고 좋으시다니 기쁩니다.
저는 은천銀川에 들어온 후로 학려學侶가 점점 모여들어 지금은 대교大敎를 가르치고 있는데 주반主伴이 다 근심이 없습니다. 동화사桐華寺의 우환도 전보다는 조금 줄었으니 객지에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편이 돌아가는 길에 잠시 적어서 인사를 합니다. 부디 웃으며 읽어 주십시오.
염불암 자암 화상과 화악 장로께 드림
예전에 은혜를 입은 일은 말로 하자면 길어질 터이니 그냥 두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병든 노스님께서 온돌에서 염불을 하고 계신데, 제가 짊어져야 할 일을 두 분 노장님께 맡기니 저의 허물이 깊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지금 저의 과실을 탓하고 두 분 노형老兄의 대단한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있으니, 이것이 하늘이 내린 성품은 같으나 어질고 어리석은 품수는 다르다는 것이겠습니다.
근래에 자주 인편이 와서 연이어 병석의 스님에게 벗이 되어 주니 다들 잘한다고 칭송합니다. 이는 소제小弟의 근심을 잊게 하는 일이며 또 더욱 여러 형들께 박수가 가는 일입니다. 소제가 이곳에 온 뒤로 자암紫岩 주인이 가장 후하게 해 주시고 또 본사에서 산내 암자를 돌보는 것과 자암 장로께서 저를 대하는 것이 정성스럽고 부지런하니 정말 스스로 불안합니다. 틈이 나는 대로 꼭 한번 가 뵙겠습니다.
증 장로에게 줌
못나서 버려진 물건이 신령한 경계에 살면서 도타운 보살핌을 받고 있으니 장로의 크나큰 헤아림이 아니면

010_0095_c_01L答太白丈室

010_0095_c_02L
仁明地相訪未愜所懷冒寒而更向他
010_0095_c_03L每以爲恨此便來先以書問始知
010_0095_c_04L曩也無撓涉途而會鄕侶於數百里之
010_0095_c_05L琢磨所工有喜滿襟又審寓居佳
010_0095_c_06L勝華欣拙自入銀川學侶稍集今講
010_0095_c_07L大敎而主伴無優桐華患憂比前稍
010_0095_c_08L爲客中幸耳便歸暫修以謝幸惟
010_0095_c_09L笑展

010_0095_c_10L

010_0095_c_11L奉念佛庵慈菴和尙華岳長老

010_0095_c_12L
疇昔蒙渥之事所可道也言之長矣
010_0095_c_13L置之不論而病老取溫堗上念佛以弟
010_0095_c_14L之所擔當事屬於兩長老弟之咎深矣
010_0095_c_15L有何可言人今短弟之愆而穪兩老兄
010_0095_c_16L之盛美此所謂受天之性同賢愚之禀
010_0095_c_17L異者也近數便來連侶師之病席一口
010_0095_c_18L稱好好此小弟之忘憂而尤祝僉大兄
010_0095_c_19L處也小弟來此後紫岩主人最厚
010_0095_c_20L本寺之顧山菴長之待我孜孜勤勤
010_0095_c_21L政不自安竢閒隙必一晋

010_0095_c_22L

010_0095_c_23L與證長老

010_0095_c_24L
闒葺棄物居在靈境優蒙眷顧非長

010_0096_a_01L누가 이렇게 멀리 사는 덕 없는 친구에게 정성을 다하겠습니까? 산을 옮길 때에도 두터운 우의로 굳이 잡으시며 산을 나가지 못하게 하시었는데, 저는 좋은 낯으로 뜻을 거역하고 도망치듯 나왔으니 이는 실로 사람의 정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은혜를 저버리는 자가 많다는데 바로 저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따뜻한 봄에 도 닦는 생활이 아름다우시고 신족神足도 좋으십니까?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저의 객지 생활은 은천銀川의 보호로 그저 아무 탈 없이 잘 지냅니다. 다만 실지 공부가 없이 가는 곳마다 은혜만 두텁게 받고 있으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영천 정 생원에게 답함
혼자 작은 방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용마루를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편지 한 통이 도착하였기에 열어 보니 바로 대아大雅께서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한번 읽어 보니 향기가 눈썹에 가득합니다. 더구나 성경誠敬의 공부가 더욱 진척이 있으시어 스스로 얻은 바가 있으며 집안의 자잘한 일들은 일체 제거해 버렸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선비 군자의 일이라 감탄하고 또 감탄합니다.
산인은 비록 속진을 떠나 산속에 들어오긴 했지만 아직도 스스로 철저한 깨달음이 없이 그저 옛사람들의 찌꺼기나 맛볼 뿐이니 어찌 사산四山의 해害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비탄할 뿐입니다.
보내신 편지에 저에게 과실이 많다고 하신 것은 사실 맞는 말씀이나 이는 저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허물을 얻게 하는 말씀이라 고개가 저어집니다. 편지 끝에 봄에 방문하실 뜻을 비치셨는데 혹 편지의 말씀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면 그때에 기쁘게 얼굴을 뵙겠습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규정소에 드림
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먼저 편지를 보내 주시니 객지에서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게다가 원중院中에서 향축享祝하며 예거禮居하시는 일이 정중함을 알았으니 기쁜 마음이 어찌 이보다 더하겠습니까?
보내신 편지에 말씀하신 일은 실로 우리 불가와 크게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010_0096_a_01L老鴻量誰肎向遠方涼德之友如是惓
010_0096_a_02L惓耶及至移山時又以厚誼確挩使
010_0096_a_03L不出山我以好面諱却因逃躱以來
010_0096_a_04L此固非人情也世有背恩者多如我之
010_0096_a_05L謂也忸怩何言未審春和道履佳重
010_0096_a_06L而神足亦珍否深切某客居銀川
010_0096_a_07L所護唯無恙二字但無宲地工夫
010_0096_a_08L到處受恩濃厚可可怍怍

010_0096_a_09L

010_0096_a_10L答永川鄭生員

010_0096_a_11L
獨坐小室對庭棟忘日曛一封書來到
010_0096_a_12L啓視則乃大雅所寄一回看過香滿眉
010_0096_a_13L更審誠敬工夫益進自有所得之
010_0096_a_14L家間細務一切排遺此乃士君子行事
010_0096_a_15L欽嘆欽嘆山人雖謝塵入山尙未
010_0096_a_16L有自悟底只味古人糟粕其何避四山
010_0096_a_17L所害良可悲歎耳來敎向山人多有過
010_0096_a_18L宲語是使不侫得過於斯世搖顱搖
010_0096_a_19L書尾示心春訪倘不負所寄其時
010_0096_a_20L喜得承顏餘不宣

010_0096_a_21L

010_0096_a_22L奉糾正所

010_0096_a_23L
以書先之于不面之人客中殊感矧審
010_0096_a_24L院中享祝以禮居鄭重何勝欣跂
010_0096_a_25L書所示宲是吾家關係大事也前年春

010_0096_b_01L지난해 이른 봄에 경판經板이 화재를 만났다는 말을 듣고 바로 편지를 써서 전 종정宗正 장로께 올려 중간重刊하는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저처럼 천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오래 생각하는데 법을 주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찌 심상하게 좌시坐視하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문암 공門岩公께서 이 일의 실마리를 서울 근방 광주廣州 땅에서 일으켜 이미 오육이회五六二會를 새겼다고 합니다. 반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그 나머지 간행하지 못한 것은 원중院中에 고하여 잘 계획하여 끝내도록 하였으니 원院에 처한 이상 그 형세를 헤아려 분명히 처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행동을 분명하게 정하여 잘 도모한다면 잘될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이 일어난 것이 지극히 경솔하여 타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에는 아주 자세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어찌 춘향春享 때 한 번 모여서 공론公論으로 정한단 말입니까? 모든 일을 벌일 때에는 반드시 형세를 보고 의론을 살펴 행해야 순조롭게 이루어집니다. 설혹 문도를 거느린 종장宗匠이라 하더라도 아무 재산도 없이 빈손이라면 거의 다 죽어가는 절에서 진궁秦窮한 시간에 오백 냥의 재물을 어떻게 주선하겠습니까? 또 제향祭享 때에 제사에 참가했던 여러 사람들이 와서 하는 말을 들으니, 주관主管과 문암門岩 두 분을 제외하고는 그 이사판理事判에 참여한 공론은 종사宗師의 이름을 가진 자가 여러 도에 하셔서는 안 되고,45) 한 사람이 각각 경판 하나씩을 새기게 한다면 권선문(勸軸)이 없어도 되고, 또 각 절이 의론에 참여하여 한 번에 정한 뒤에 자리를 파하고 일어난다면 소란도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 논의가 가장 좋겠습니다만 어찌 또 한두 사람의 말만 듣고 사람에게 일을 베풀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새 종정 스님이 의논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그 일의 모양새가 편치 않은 것이 첫째입니다. 당론堂論이 일단 정해진 후에 다시 바꾸었으니 그 일의 모양새가 편치 않은 것이 둘째입니다. 만약 많은 경판을 배포하려면 권선문이 여러 절에 폭주할 것이니 그 일의 모양새가 편치 않다는 것이 셋째입니다. 그들 가운데 혹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중간한다는 핑계로 여러 달 널리 모금을 하고는 얻은 것이 충분히 반포를 하고도 혹시 남아서 자기 것으로 해 버린들 누가 또 알겠습니까?

010_0096_b_01L初聞經板逢火之語即修一書奉前宗
010_0096_b_02L正長老謀其重刊之事則如我傝葺
010_0096_b_03L之者慮之久矣豈處主法之席尋常
010_0096_b_04L坐視哉何幸門岩公發是事之端于京
010_0096_b_05L傍廣州地已利 [5] 五六二會雖在半成
010_0096_b_06L喜無甚焉其餘未利 [6] 告于院中
010_0096_b_07L善謀克終則旣處院席其勢不可不劃
010_0096_b_08L處故今有分定擧措善謀則善矣愚窃
010_0096_b_09L以爲事出極率有所未允也此事極爲
010_0096_b_10L不細豈以春享一會公議爲定也
010_0096_b_11L擧事之際必看勢看議之行必順成也
010_0096_b_12L設或率徒宗匠以寒手空產將何以拮
010_0096_b_13L据半千之財於幾死之刹秦窮之時乎
010_0096_b_14L又聞祭享時叅祀諸員來說之言則除
010_0096_b_15L主管及門岩二公其拜理事判公議
010_0096_b_16L得宗師名者勿於諸道各一員刊一板
010_0096_b_17L則應無勸軸又無擾各寺參論一定後
010_0096_b_18L罷座之起云斯論最可也奈何復聽一
010_0096_b_19L二人之語而施事於人耶況新宗正師
010_0096_b_20L不來叅論則其爲事體未安一也
010_0096_b_21L堂論一定後更爲變易其爲事體未安
010_0096_b_22L二也若以多板布之則勸軸輻輳於諸
010_0096_b_23L其爲事體未安三也其中或有如我
010_0096_b_24L之輩稱以重刊爲言積月廣募其所
010_0096_b_25L得足以所頒倘有餘物便以爲己用

010_0096_c_01L그것이 일의 모양새가 편치 않다는 넷째 이유입니다. 이것이 일을 주관함에 편안하고 마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의 사사로운 마음으로 보더라도 난감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물을 덜어서 하려고 해도 생계가 쓸쓸한 것이 첫째 난감한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모금을 하려 해도 사고무친四顧無親한 것이 둘째 난감한 일입니다. 억지로 가난한 살림을 뒤져서 절을 침범한다면 절에서 필시 원망하게 될 것이 셋째 난감한 일입니다. 혹시 사사로운 정을 좇아서 없던 일로 해 버린다면 사람들이 필시 저를 나무랄 테니 넷째 난감한 일입니다.
만약 한 사람 한 사람 각각 판 하나씩을 새기게 한다면 저처럼 지극히 빈한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 재물로써 할 수 있을 것이니, 첫째는 극히 쉽습니다. 권선문을 돌리지 않으면 필시 절을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니, 극히 편하다는 것이 둘째 이유입니다. 권선문이 없으면 필시 사사로이 사용하는 일도 없을 테니, 셋째는 극히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 가지 극히 타당한 것을 버리고 네 가지 난감한 것을 취하려고 하니, 제 생각은 일을 맡으신 분께 찬성할 수 없습니다. 설령 제 말을 듣지 않으시고 이미 시행된 일이라고 편지를 물리치신다면 저는 죽을 힘을 다해 수자收字 1권만을 만들고 말겠습니다. 추자秋字 1권은 제가 알 바가 아니니, 추자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십시오. 나머지 말은 이만 줄입니다. 부디 살펴 주십시오.
불초한 아우 모某는 머리를 조아려 사죄死罪하며 삼가 형님 앞에 편지를 올립니다. 대개 천지가 있고 난 후에 부모가 있고, 부모가 있은 후에 형제가 있습니다. 그런 즉 형제의 의리는 천륜에 관계되는 것으로 실로 만고에 변하지 않는 표지입니다. 부모는 자애하고 자식은 효도하며 형은 사랑하고 아우는 공경한다면 천지 간에 설 수 있고 인륜에도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아우가 옛날 남원南原에 있을 때에 온 집안이 목숨을 보존하고 사람 노릇을 하며 출입할 수 있었던 것은 형님 덕분 아닌 것이 없습니다. 사람이 다 형이 있지만 소제少弟처럼 형의 은혜를 받은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머리카락을 뽑아 신을 삼는다 하여도 그 만의 하나도 갚지 못할 것입니다. 형님 댁 곁에 붙어살며

010_0096_c_01L誰復知之其爲事體未安四也此則主
010_0096_c_02L事之未便當者也若顧我私情則亦有
010_0096_c_03L所難堪者欲捐己物而爲之活計淸冷
010_0096_c_04L一難堪也欲募人則四顧無親二難堪
010_0096_c_05L强冒廉隅有侵於寺寺必怨矣
010_0096_c_06L難堪也倘從私情捲而不爲則人必
010_0096_c_07L誚我四難堪也如使一人各刊一板
010_0096_c_08L則雖如我至貧用己財而爲之一極易
010_0096_c_09L不用勸軸則必無撓於寺極便者二
010_0096_c_10L勸文旣無則必無私用三極簡也
010_0096_c_11L今欲捨三極便取四難堪窃爲執事者
010_0096_c_12L不取焉設不聽鄙言以己 [7] 行書却之
010_0096_c_13L則鄙當書 [8] 死力而造收字一卷而已
010_0096_c_14L秋字一卷則非吾所知也更將秋字
010_0096_c_15L施於別人也餘不宣伏惟

010_0096_c_16L
不肖弟某頓首死罪謹上書于兄主前
010_0096_c_17L盖有天地而後有父母有父母而後
010_0096_c_18L有兄弟然則兄弟之義關係於天倫
010_0096_c_19L萬古不易之記父慈子孝兄愛弟敬
010_0096_c_20L可以立於天壤之間而亦無愧乎人倫
010_0096_c_21L迷弟之昔在南原時全家保命立身
010_0096_c_22L出入莫不荷兄主之澤人皆有兄孰有
010_0096_c_23L如少弟之蒙兄恩者哉雖擢髮織鞋
010_0096_c_24L可以報其萬一矣若依接于兄家之側

010_0097_a_01L조석으로 문안을 드렸다면 신임辛壬 두 해 같은 흉년을 만났더라도 죽어서 골짜기에 뒹구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겠지요. 형님이 굶어 죽으면 저도 굶어 죽고 형님이 목숨을 보존한다면 저도 목숨을 보존하였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도 어쩌자고 저의 어리석고 미혹됨이 그다지도 심하여 스스로 형님 댁을 등지고 다른 도에서 거지 노릇을 했을까요? 몇 년 사이에 한 아들은 요절하고 세 아들은 산에 들어가서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것은 병든 아들뿐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 가련한 자로 저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 미천한 새와 개미까지도 집이 있거늘 저는 집이 없어서 남의 집을 빌려 살면서 한 해가 다 가도록 옷 하나 장만하지 못하여 추위의 고통을 면하지 못하고, 날이 다 가도록 밥을 얻지 못하여 배곯는 걱정을 면치 못합니다. 하루에도 죽고 싶은 마음이 세 번은 일어나지만 끝내 스스로 죽지 못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겨울 형님 앞에 인사드릴 때 집안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올리지 못했기에 올해 가을에는 세례歲禮를 올리고 싶지만 손이 비어서 또 나아가 뵙지 못하겠습니다. 천지간에 죄를 지은 누구라도 소제 같은 자는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정기와 피는 똑같아도 그것을 받음은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순大舜과 상象은 형제이면서도 성인과 바보가 되었고, 주공周公과 관숙管叔46)도 동기간이면서도 한 사람은 감춰지고 한 사람은 크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도 이러했는데 지금이라고 무슨 괴이할 것이 있겠습니까? 저의 목숨이 어찌 하늘에만 달려 있겠습니까? 또한 형님의 손에도 달려 있습니다. 부디 형님께서는 전의 허물을 생각하지 마시고 천륜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하시어 사랑으로 거두어 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신다면 내일 죽더라도 아무 여한이 없겠습니다.
지금 긴 가뭄이 든 봄날에 형님의 기체는 만안萬安하시고 집안 안팎의 여러 권속들도 다 평안하신지요? 그리움이 바다 같습니다. 또 경아俓兒가 지금 서울에 가는 행장은 어떻게 챙기시려는지요? 듣자 하니 서울에는 흉한 일이 많다고 하니 꼭 유념하셔야겠습니다.
천천히 기어가서라도 절을 올리고 사례하겠습니다. 살펴 주십시오.
영 대사께 답함
가을에 그대의 사립을 두드려 잠시 얼굴을 뵈었으나 그대는 주인으로 나는 손님으로 거취가 달랐고, 게다가 행색이 총망悤忙하여 평온하게 마음을 토로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생각만 하면 아쉬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한 지조를 품은 인재라 어리석고 허물 많은 나로서도 고명高明하다고 말하고 싶어 마음속에 담아 둘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대 밖의 진중한 편지가 오니 종이에 가득한 자상한 말씀이 정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두 번 세 번 펼쳐 보느라 먹색이 닳는 줄도 몰랐습니다. 편지를 보고 공부가 만족스럽게 뜻을 얻어서 무리 가운데 우뚝한 것을 알았습니다. 재주가 있으면서 또 근면하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으니 누가 대적하겠습니까?
아우는 강시講市에 있으면서도 재주가 용렬하고 속되며, 또 시역侍役에 골몰하느라 책을 펼칠 겨를이 없으니 하루 공부하고 열흘 노는 꼴입니다. 사람들은 추파 화상이 어른을 모시고 있으니 반드시 글을 잘할 거라고 말할 텐데, 글과 글씨에 다 이룬 바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천과天瓜가 땅에 떨어진 꼴이라 하겠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한탄스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함께 지내며 그 향기를 거듭 맡을 수 있겠습니까? 인편이 바빠서 이만 줄이니 부디 살펴 주십시오.

010_0097_a_01L朝夕問訊設遇辛壬之大凶應不至於
010_0097_a_02L塡壑之境兄主飢死則弟亦飢死
010_0097_a_03L兄主保命則弟亦保命此等情狀
010_0097_a_04L班可知而其奈弟之遇迷太甚自背兄
010_0097_a_05L丐乞他道數年之內一子夭逝
010_0097_a_06L子入山今所同居唯病子而已
010_0097_a_07L斯世可憐者孰有如弟哉彼微鳥蟻
010_0097_a_08L尙有穴巢弟則無家僦居于他家終年
010_0097_a_09L不制衣未免寒苦終日不得食未免
010_0097_a_10L飢憂一日之內欲死之心三起而竟
010_0097_a_11L不得自死難難者死也去年冬拜于兄
010_0097_a_12L主前而家貧不能賚饋今年秋欲獻歲
010_0097_a_13L而手空又未得進謁天地間得罪者
010_0097_a_14L亦無如小弟也父母之精血雖同
010_0097_a_15L禀受有異然故大舜及象以兄弟而聖
010_0097_a_16L周公管叔亦以同氣而藏丕古有
010_0097_a_17L如是則今又何怪哉弟之命豈獨在
010_0097_a_18L於天亦在于兄主之手伏乞兄主
010_0097_a_19L思前愆深思天倫之重愛而收之則明
010_0097_a_20L日雖死少無餘憾則今春日長旱
010_0097_a_21L主氣體萬安而家中內外諸眷咸得平
010_0097_a_22L安乎伏慕如海又俓兒今作京行
010_0097_a_23L以治行乎聞京師多有㐫態 [9] 必有念
010_0097_a_24L徐當䞮獻拜而攸 [10] 伏惟

010_0097_b_01L
부채(魚扇)47)를 받으니 입이 가벼워지고 얼굴이 서늘해집니다. 한번 꼭 만나고 싶은 생각이 깊던 차에 편지가 도착하니 한 잔 차를 마신 것보다 더 좋습니다. 상을 당한 지 반 년이 지나 소식이 딱 끊어지니 마음속에 여한이 없지 않았는데, 오늘 보내 준 편지를 보고 스님이 나를 생각함이 참으로 적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깊이 감격하고 감격하였습니다.
우기雨氣가 산에 가득하여 산문을 열지 않으니 그저 한두 마디 꾀꼬리 소리뿐입니다. 어찌하면 마주 앉아서 고금의 일을 상세하게 논할 수 있겠습니까? 보지 못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그저 겹겹의 산만 방해가 될 뿐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010_0097_b_01L答榮大師

010_0097_b_02L
秋叩仁扉暫獲接眉而君主我客
010_0097_b_03L趣不同而况行色怱忙未暇穩吐
010_0097_b_04L今想像有懷慆慆但抱耿介之材
010_0097_b_05L多蚩蚩之愆意謂高明不必置我胸中
010_0097_b_06L而珍重札出乎望外滿紙縷縷無非情
010_0097_b_07L開闔再三不覺墨渝耳從審工夫
010_0097_b_08L得得有聳衆伍才且勤則虎而翼矣
010_0097_b_09L誰能敵哉弟處講市材素庸俚又汨
010_0097_b_10L於侍役展册無暇所謂工夫一曝十寒
010_0097_b_11L人稱秋波和尙之侍役必也能文而未
010_0097_b_12L文於筆俱無所成政所謂天瓜在地
010_0097_b_13L可愧可歎緣何同居得重其香味便
010_0097_b_14L忙不盡幸惟

010_0097_b_15L
伏受魚扇輕口凉面苦思一見書
010_0097_b_16L勝飮一椀茶哭已半載聞問頓阻
010_0097_b_17L能無私恨今見來書可知師向我固不
010_0097_b_18L深感深感雨意漫山山門不開
010_0097_b_19L有黃鸎一兩聲何當對榻細論今古
010_0097_b_20L自我不相見 [11] 今多歲月疊嶂只中碍
010_0097_b_21L但一心相照而1)

010_0097_b_22L此下底本有雜錄而非秋波之文故編者除之
  1. 1)부미負米 : 밖에 나가 봉록俸祿이나 재물을 구해서 부모를 봉양한다는 말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致思」에 “옛날 유가 양친 부모를 모실 적에 항상 여곽 열매를 먹곤 하였고, 부모를 위해 백 리 밖에서 쌀을 지고 왔다.(昔者由也事二親之時, 常食藜藿之實, 爲親負米百里之外.)”는 말이 있다.
  2. 2)삼양三陽 : 옛 사람들은 음력 11월 동지에 하나의 양陽이 생겨나고 12월에 두 개의 양이 생겨나고 정월에 세 개의 양이 크게 열린다 하고, 합하여 ‘삼양三陽’이라고 하였다. 혹은 봄을 칭하기도 하고, 또는 음력 정월을 가리키기도 한다.
  3. 3)간운看雲 : 형제간의 그리움을 말한다. 두보杜甫 시에, “가족 그리워 잠 못 이루며 달밤에 거닐고, 아우 생각에 구름 보며 대낮에 졸고 있다네.(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4. 4)척령鶺鴒 : 형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할미새가 들판에 있으니 형제가 위급함을 구하는구나.(脊令在原, 兄弟急難.)”라고 하였다. 여기서 ‘脊令’은 ‘鶺鴒’을 말한다.
  5. 5)우우友于 : 형제, 혹은 형제의 우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서경』 「군진君陳」에 “오직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한다.(惟孝友于兄弟)”라고 하였다.
  6. 6)위성渭城 : 경상남도 함양을 가리킨다. 진秦나라 수도였던 함양咸陽이 당나라 때 위성渭城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7. 7)여산廬山 : 전북 무주군·장수군, 경남 거창군·함양군에 위치한 덕유산德裕山은 조선 시대에 광려산匡廬山 또는 여산 등으로 불렸다.
  8. 8)구극駒隙 : 『장자』 「지북유知北游」에 “사람이 천지간에 사는 동안은 마치 흰 망아지가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아서 잠깐일 뿐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세월의 빠름을 비유한 것이다.
  9. 9)시환時患 : 때를 따라 유행하는 상한傷寒을 말한다. 시병時病·시질時疾·시절병時節病·시기時氣·염질染疾·시령時令 등으로 불린다.
  10. 10)학주壑舟 : 『장자』 「대종사大宗師」에, “대저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산을 못에 감추고는 단단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센 사람이 지고 가버려도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고 하였다. ‘학주’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물이 쉬지 않고 변화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1. 11)이수二豎 : 더벅머리 두 아이놈이란 말로 ‘병마病魔’를 뜻한다. 춘추 시대 진晉 경공景公의 꿈에 병마가 더벅머리 두 아이로 변해 고황膏肓에 들어갔는데, 결국은 병을 고치지 못하고 죽은 고사가 전한다. 『춘추좌씨전』 성공成功 10년 조에, “진후晉侯가 병이 나서 진秦나라에서 의원을 구하자, 진백秦伯이 의원을 보내었다. 그런데 의원이 도착하기 전에 진후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병이 두 어린아이(二竪)로 화해 말하였다. 하나가 ‘저 어진 의원이 우리를 해칠까 두렵다’ 하니 다른 하나가 말하기를, ‘황肓의 위, 고膏의 아래에 숨으면 우리를 어쩌겠는가’ 하였다. 의원이 이르러서는 말하기를, ‘병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황의 위, 고의 아래에 숨어 있어서 공격하려 해도 할 수가 없고 도달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 약이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니 고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公夢疾爲二豎子曰, 彼良醫也, 懼傷我, 焉逃之. 其一曰, 居肓之上, 膏之下, 若我何. 醫至曰, 疾不可爲也. 在肓之上, 膏之下, 攻之不可, 達之不及, 藥不至焉, 不可爲也.)”
  12. 12)건당建幢 : 수행 구도가 다른 이의 사표師表가 될 만큼 원만하여 법을 전하는 스승에게서 법맥法脈을 이어받는 일을 말한다.
  13. 13)우도右道 : 좌도左道에 대칭하는 말로서, 강원도·평안도·함경도를 제외한 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황해도를 두 부분으로 나눈 한쪽의 이름이다. 즉 경기도의 북쪽과 충청도·전라도·경상도·황해도의 서쪽을 우도라 하고, 그 반대쪽을 좌도라고 하였다.
  14. 14)귀녕歸寧 :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을 뵙는 것을 말한다. 『시경』 「국풍國風」 「주남周南」 ≺갈담葛覃≻의 “사씨에게 고하여 돌아갈 것을 고하노라. 잠깐 나의 평상복을 빨고 잠깐 나의 예복을 빠노라. 무엇을 빨고 무엇을 빨지 않겠느냐. 친정 부모에게 귀녕가리라.(言告師氏, 言告言歸. 薄汙我私, 薄澣我衣. 害澣害否, 歸寧父母.)”에서 유래한 말이다.
  15. 15)창려昌黎 : 중국 당唐나라의 문인 한유韓愈(768~824)를 말한다. 자는 퇴지退之이고 호가 창려이다. 시호諡號는 문공文公이다.
  16. 16)우군右軍 : 중국 동진東晉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307~365)를 말한다. 중국 고금의 첫째가는 서성書聖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왕우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17. 17)절계折桂 : 계수나무 가지를 꺾는다는 말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비유한다.
  18. 18)분고계귀焚膏繼晷 : 밤에도 낮에 이어서 부지런히 분발하여 공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당唐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유지를 태워 햇볕을 이으며 항상 오똑하게 앉아서 해를 보낸다.(焚膏油以繼晷, 恆兀兀以窮年.)”고 하였다. 고膏는 유지油脂의 종류이니 등잔불을 가리키는 말이고, 귀晷는 햇빛이다.
  19. 19)시마緦麻 : 고대의 상복 이름으로 오복五服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이다. 시마포細麻布로 효복孝服을 만들며, 3개월간 복을 입는다.
  20. 20)삼동三洞 : 경상남도 안의安義에서 빼어난 절경 세 군데를 삼동이라고 부른다. 화림동·심진동·원학동을 가리킨다.
  21. 21)사원士元 : 방사원龐士元을 말한다.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 ≺방통전龐統傳≻에, “선주가 형주에 명령하여, 통을 뇌양 수령으로 종사하게 하였는데, 현에 있으면서 정사를 보지 않아 면관되었다. 오장 노숙이 선주에게 글을 올려 아뢰었다. ‘방사원은 백 리를 다스릴 재주가 아닙니다. 그에게 치중이나 별가의 소임을 맡기면 비로소 그 천리마의 발을 펼쳐 보일 것입니다.’(先主領荊州, 統以從事守耒陽令, 在縣不治, 免官. 吳將魯肅遺先主書曰, 龐士元非百里才也, 使處治中別駕之任, 始當展其驥足耳.)”라고 하였다.
  22. 22)식청拭靑 : 푸른 눈이란 반가운 눈길을 뜻한다. 진晉나라 완적阮籍이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청안靑眼을 뜨고 미운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을 떴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진서晉書』 권49 「완적전阮籍傳」에 나온다.
  23. 23)담무갈曇無竭 : 금강산에서 2천 명의 권속을 데리고 살며 『금강경』을 설법한다고 알려진 보살의 이름이다. 법기 보살法起菩薩이라고도 한다.
  24. 24)염씨冉氏 : 춘추 시대 공자의 제자인 염경冉耕을 말한다. 안회顔回와 더불어 덕행으로 이름이 났다.
  25. 25)습의濕衣 : 『명심보감明心寶鑑』에 “가어에 이르기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면 마치 안개 속을 가는 것과 같아서 비록 옷은 적시지 않더라도 때때로 물기가 배어들고, 무식한 사람과 함께 가면 마치 뒷간에 앉은 것 같아서 비록 옷은 더럽히지 않더라도 그 냄새를 맡게 된다.(家語云, 與好學人同行, 如霧中行, 雖不濕衣, 時時有潤. 與無識人同行, 如厠中座, 雖不汚衣, 時時聞臭.)”라는 말이 나온다.
  26. 26)고협鼔篋 : 북을 쳐서 선비를 모으고 책상자를 끌러서 책을 펴놓게 하는 것이다. 『예기』 「학기學記」의 “학궁에 들어와 고협鼔篋을 한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27. 27)동안同安 : 『심경부주心經附註』 권3 「우산지목장牛山之木章」에 “내가 소년 시절에 동안에 있으면서 밤에 종소리를 들었는데, 그 한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 마음은 벌써 제멋대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달아나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철저히 반성한 끝에, 학문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뜻을 전일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嘗記少年時在同安, 夜聞鍾聲, 聽其一聲未絶, 此心已自走作. 因是警省, 乃知學爲須是致志.)”라는 주희의 말이 실려 있다.
  28. 28)갑오甲午 : 육십갑자의 서른한 번째로, 여기서는 서른 나이를 가리킨다.
  29. 29)수의授衣 : 옛날에 9월이 되면 미리 겨울옷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음력 9월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7월에 심성이 서쪽으로 내려가고, 9월에 핫옷을 만들어 주느니라.(七月流火, 九月授衣)”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30. 30)오내五內 : 오장五臟, 즉 간장·염통·지라·허파·콩팥을 말한다.
  31. 31)화중련火中蓮 : 『유마힐경維磨詰經』에 “불 속에서 연화가 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라고 하였다.
  32. 32)문희聞喜 : 경상북도 문경聞慶의 옛 이름이다.
  33. 33)보월步月 : 고향의 가족을 그린다는 뜻이다. 두보杜甫의 “가족 그리워 잠 못 이루며 달밤에 거닐고, 아우 생각에 구름 보며 대낮에 졸고 있다네.(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라는 시에서 유래하였다.
  34. 34)숙용宿舂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游」에 “교외로 나가는 사람은 세끼 식사만 하고 돌아와도 오히려 배가 부르다. 백 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밤새도록 식량을 찧어야 하고, 천 리 길을 떠나는 나그네는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適莽蒼者三飡而反, 腹猶果然. 適百里者宿舂糧, 千里者三月聚糧.)”라는 구절이 있다. 본래는 밤새 쌀을 찧어 식량을 준비한다는 말인데, 후에 약간의 양식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35. 35)경거瓊琚 : 아름다운 옥으로 남에게 보답하는 좋은 물건, 또는 시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詩經』 「위풍衛風」 ≺모과木瓜≻의 “내게 모과로 던져 주면, 경거로 보답하리다.(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36. 36)조도祖途 : 길을 떠나기 전에 길 귀신에게 여행이 평안하게 해 달라고 올리는 제사를 말한다.
  37. 38)방호方壺 : 신선이 산다는 섬으로 방장方丈이라고도 한다.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다는 다섯 섬의 하나로 첫째는 대여岱輿, 둘째는 원교員嶠, 셋째는 방호, 넷째는 영주瀛洲, 다섯째는 봉래蓬萊라 한다.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온다. 여기서는 방장산, 즉 지리산을 가리킨다.
  38. 39)수발다라須跋陀羅 : 범어 subhadra의 음역으로 석가모니 생애 마지막 제자의 이름이다. 쿠시나가라에 살던 범지梵志로서 4베다에 정통하였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석가모니가 머물던 처소로 가서 가르침을 들은 뒤 아라한과를 얻었다.
  39. 40)정복淨福 : 맑고도 조촐한 행복을 말하며 불교에서는 부처의 혜택, 즉 불교를 믿음으로써 얻는 행복을 가리킨다.
  40. 41)영정零丁 : 외롭고 곤고한 형상을 말한다. 진晉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의 “곤고하고 고독하여 입신할 나이가 되어서도 백부나 숙부가 없으니 형제도 없었다.(零丁孤苦, 至于成立, 無伯叔, 終鮮兄弟.)”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41. 42)모색茅塞 : 마음이 물욕에 가림을 이른다. 『맹자』 「진심장盡心章」의 “그대의 마음이 모색하였다.(芧塞子之心矣)”는 말에서 나왔다.
  42. 43)아양峨洋 :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백아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는 잘 들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는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면 자기는 ‘좋구나, 높고 높기가 태산 같구나’라고 하고,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자기는 ‘출렁출렁하는 것이 꼭 강물 같구나’라고 하였다. 백아의 뜻하는 바를 자기는 반드시 알았다.(伯牙善鼓琴, 鍾子期善聽. 伯牙鼓琴, 志在高山, 子期曰善哉峨峨兮若泰山, 志在流水, 子期曰洋洋兮若江河. 伯牙所志, 子期必得之.)”는 말이 있다. 따라서 아양곡峨洋曲이란 지음知音을 비유하는 말이다.
  43. 44)함장凾丈 : 스승을 가리킨다. 『예기』 「곡례曲禮」에, “강석에 스승과 제자의 앉는 거리는 한 발쯤 용납할 만하다(席間函丈).”고 하였고, 그 주석에 “함函은 용납한다는 뜻이니, 강론하는 자리는 서로 대하는 거리가 한 발을 용납할 만해야 가르치기에 적당하다.”고 하였다.
  44. 45)‘여러 도에 하셔서는 안 되고’는 『한국불교전서』의 ‘勿於諸道’를 번역한 것이나,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여러 도에서’ 정도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5. 46)관숙管叔 : 주周 무왕武王의 아우 관숙선管叔鮮을 말한다. 무왕이 죽었을 때 성왕成王이 어리다고 주공周公이 섭정을 하자, 관숙과 채숙蔡叔이 나라 안에 “공은 장차 어린 분에게 이롭지 않을 것이다.(公將不利于孺子)”라는 말을 퍼뜨렸다. 주공이 동도東都에 피해 가 살았는데, 후에 성왕이 주공을 맞아들였다. 관숙과 채숙이 두려워서 주紂의 아들 무강武庚을 끼고 반란을 일으켰다. 성왕이 주공에게 토벌하도록 명령하자, 무강과 관숙을 주살誅殺하고 채숙을 추방하여 난리를 평정하였다. 『사기史記』 「관채세가管蔡世家」에 나온다.
  46. 47)어선魚扇 : 흰 뼈로 사북을 박은 쥘부채를 말하며, ‘어목선魚目扇’을 줄여 부른 말이다.
  1. 1){底}高麗大學校所藏筆寫本。
  2. 2)目次。編著作成補入。
  3. 3)「書」一字。編者補入。
  4. 1)此下底本有雜錄。而非秋波之文。故編者除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