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연담대사임하록(蓮潭大師林下錄) / 蓮潭大師林下錄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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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대사임하록 제3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三)
소疏
송광사 영해 화상 대회에 올리는 소 【경오년의 일이다.1)】(松廣寺影海和尙大會䟽)
제자 아무개 등이 영해影海 대선사를 공경하여 받드니, 저 아무개는 조계산曺溪山 송광사에서 삼가 화엄대회華嚴大會를 엽니다.
올해 경오년 여름 안거일安居日에 개경開經을 시작하면서, 먼저 깨끗한 공양을 차려 놓고 우러러 화엄회상의 본사本師이신 비로자나毘盧遮那여래와 아홉 번의 법회에서 설법하신 여러 큰 보살님들과 시방삼세의 설법을 듣고 증험하신 부처와 보살들과 한없이 많고 많은 삼보께 공양을 올립니다. 그리고 다시 항상 계시거나 와서 모이시는 바다같이 많은 신중神衆들에게도 공양을 올립니다. 또 우러러 나라의 명운이 길이 이어지고 부처님 법륜이 멈추지 않고 언제나 굴러서 산문이 고요하고 모여드는 대중이 더욱더 많아지기를 빕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비로자나부처님의 원력은 끝이 없어서 하나의 몸, 많은 몸, 국토의 몸으로 두루 나투어 보이시며, 『방광화엄경方廣華嚴經』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운 법문이어서 절에서 하는 말이나 속세에서 하는 말이나 중생들이 하는 말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른바 문수보살이나 보현보살 같은 대인의 경계이니, 어찌 성문이나 연각 같은 소승의 인연이 되겠습니까?
본사本寺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무용無用 선사를 받들고 큰 법회를 열었었습니다. 그때의 수백 명이나 되는 학승들 가운데에서 고제高弟2)이신 영해 대사께서 가장 뛰어난 당기當機3)이셨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대사께서는 타고난 본래의 성품이 굳건하고 바른 데다가 학문까지 독실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굵은 뿌리를 서리고 단단한 마디를 얽어서 솜씨 좋은 백정이 날카로운 칼날을 마음대로 놀리듯4) 하셨고, 배움에 들거나 당堂에 오르실 때에도 마치 조적祖逖과 같이 남보다 먼저 채찍을 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5) 명상名相6)과 식수識數7)는 우리 대사에게 이르러 명백하게 밝혀졌고, 관행觀行8)과 의문義門9)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여러 방면에서 주요한 안목眼目10)이 되셨으니 어찌 다만 일문의 굳건한 성곽11)이기만 하였겠습니까.

010_0252_c_02L蓮潭大師林下錄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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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252_c_05L松廣寺影海和尙大會䟽庚午

010_0252_c_06L
弟子某等敬奉影海大禪師某謹於曺
010_0252_c_07L溪山松廣寺開建華嚴大會以今庚午
010_0252_c_08L雨際安㞐日起始開經先設淨飡
010_0252_c_09L供華嚴會上本師毘盧遮那如來九會
010_0252_c_10L說主諸大菩薩十方三世證聽主伴帝
010_0252_c_11L網重重無盡三寶次及常住來集海會
010_0252_c_12L神衆仰冀國祚延長法輪常轉山門
010_0252_c_13L肅靜會衆成益者右伏以毘盧遮那
010_0252_c_14L願力無盡普現乎一身多身國土
010_0252_c_15L方廣華嚴經法門難思不碍於刹
010_0252_c_16L說塵說衆生說是所謂文殊普賢大人
010_0252_c_17L境界豈可爲聲聞緣覺小乘因緣
010_0252_c_18L寺於三十年前奉無用先師開大會
010_0252_c_19L衆之數百人內有影海高弟爲當機
010_0252_c_20L惟大師素是天禀堅貞加以學問敦實
010_0252_c_21L盤根錯節庖丁之刃恣遊入室升堂
010_0252_c_22L祖逖之鞭先着名相識數至吾師而
010_0252_c_23L彰明觀行義門非餘人之彷彿
010_0252_c_24L爲諸方之眼目可但一門之金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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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법회로 법의 도량을 베푸는 일은 선대로부터 계속 이어져 왔으니, 옛날부터 전해 오는 가승家乘을 따르는 일을 어찌 오늘에 이르러 멈출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시절 인연까지 도우시어 음식ㆍ의복ㆍ의약ㆍ침구 등 네 가지 생활용품이 결핍됨이 없고, 멀리서나 가까이에서 모두들 우러러보며 팔방에서 달려왔습니다. 이리하여 이제 총림에서는 여름 안거철을 맞아 특별히 마갈摩竭 산화散花12)의 자리를 열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온 대지를 덮을 만큼 크고도 넓은 눈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이 눈 밖을 벗어나는 경전이란 없고, 또 티끌 하나하나 속에도 법계를 두루 덮을 부처님 경전 한 권이 있으니 이 경전 밖을 벗어나는 눈이란 없습니다. 이와 같이 크고 넓은 눈으로 항상 백천만억 권의 이 같은 경전들을 펼쳐 보고, 또 이러한 경전을 가지고 널리 백천만억 사람의 이 같은 눈을 열어 줍니다. 칠처구회七處九會13)의 모든 자리에 잠시 짧은 시간조차도 허비하지 않고 두루 참석하며, 육상六相14) 십현十玄15)을 그저 생각만 하여도 그대로 화합하여 녹아듭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나라의 도읍이 견고하고 왕업이 길이 번창하여, 주상께서는 금륜金輪과 은륜銀輪의 자리를 보전하시고 온 나라 백성들은 크나큰 복락의 바다 기나긴 장수의 바다를 몸으로 누리게 하옵소서. 설법을 주관하시는 스님께서는 지혜장엄과 복덕장엄의 이엄二嚴을 원만하게 성취하시고, 설법을 들으시는 스님들께서는 단번에 십지十地16)를 뛰어넘게 하옵소서. 그리고 이 설법을 보고 들어 유익함을 얻을 수 있도록 팔난八難 17)의 중생들을 막지 마옵시고, 이렇게 베풀고 받아서 맺은 인연으로 이 사부대중이 모두 세 가지의 덕18)의 고국에 다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찬탄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서 바다만큼 많은 먹물로 글을 쓴다 하여도 다 헤아리기 어려우니, 이 설법을 널리 알려 유통시키는 일을 어찌 감히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모든 중생이 텅 비어야 비로소 그만둘 것입니다.
삼가 소를 올립니다.
선암사 상월 화상 대회19)에 올리는 소(仙巖寺霜月和尙大會䟽)
제자 아무개 등과 외호外護하는 여러 신자들은 공경을 다하여 상월霜月 대선사를 받들어 모시며, 저 아무개는 삼가 선암사에서 화엄대회를 개설하여 갑술년 3월 15일 오늘부터 개경을 시작합니다. 이하 내용은 앞의 소疏와 같기에 생략합니다.
삼성三聖20)이 융합하여 하나로 나타난 것이므로 비로자나부처님은 여러 부처님의 근원이 되며, 만법이 모여 한마음으로 귀의하기에 『화엄경』은 모든 경전의 근본이 됩니다. 그러므로 온갖 오묘한 이치를 포함하여

010_0253_a_01L巨會之法場自先世而相繼遵舊來之
010_0253_a_02L家乘豈今日而獨停况時緣恊諧
010_0253_a_03L四事之乏闕而遠近瞻仰自八表而奔
010_0253_a_04L爰以叢林坐雨之期特啓摩竭散花
010_0253_a_05L之席人人皆有盡大地一隻眼眼外無
010_0253_a_06L塵塵俱含徧法界一卷經經外無眼
010_0253_a_07L以如是眼常轉百千萬億卷如是經
010_0253_a_08L如是經普開百千萬億人如是眼七處
010_0253_a_09L九會不消彈指而徧叅六相十玄
010_0253_a_10L在當念而融攝伏願國都鞏固王業永
010_0253_a_11L主上轉位於金輪銀輪萬民致身於
010_0253_a_12L福海壽海說主和尙圓成二嚴聽者
010_0253_a_13L闍梨頓超十地見聞爲益不遮八難
010_0253_a_14L衆生施受結緣同歸三德故國賛難 [63]
010_0253_a_15L固莫可盡海墨書而難量流通豈敢其
010_0253_a_16L衆生空而方絶謹䟽

010_0253_a_17L

010_0253_a_18L仙巖寺霜月和尙大會䟽

010_0253_a_19L
弟子某等與諸外護檀越敬奉霜月
010_0253_a_20L大禪師某謹於仙巖寺開設華嚴大
010_0253_a_21L以今甲戌三月十五日起始開經
010_0253_a_22L云同上

010_0253_a_23L
融三聖顯同體毘盧爲諸佛之源會萬
010_0253_a_24L法歸一心華嚴是群經之本故包含衆

010_0253_b_01L말과 생각 따위를 멀찍이 초월하였습니다. 대승과 소승을 막론하고 상덕上德은 보고 듣는 것을 닫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니, 십주十住21)의 초심初心에서 정각正覺을 이루는 것이 어찌 저절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건대 우리 대사께서는 뛰어난 재기를 모아 타고났으니 하늘이 우리나라에 빼어난 인재를 내리신 것이며, 또 우리 대사께서 나오시게 된 연원도 분명하니 바로 서산西山 대사로부터 도통을 이으신 것입니다. 신통한 재주로 여러 경전을 두루 섭렵하여 일찍이 설암雪巖 스님의 문하에 들어갔고, 대교大敎22)에서 큰 지혜를 깨쳐 월저月渚 대사로부터 전해 오던 종지宗旨를 이었습니다. 진실로 대사의 명성은 멀리까지 전파되었으니, 그 덕풍德風이 두루 미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람들도 모두 국사의 법석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였고, 범처럼 용처럼 서슬 퍼렇게 한 시대를 휩쓸던 인물들도 모두 다투어 솜씨 좋은 장인의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대사께서 법으로 감화시킴이 더할 수 없이 성대하며, 길을 열어 가르쳐 주신 공도 이미 너무나 깊습니다. 다만 대사의 나이 이제 70세가 가까워 오니 한편 기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 두렵기도 한 마음 어찌 없겠습니까. 세상에 백세를 사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나, 그래도 저희는 언제나 그저 대사의 수명을 늘리고 싶은 생각만 간절할 뿐입니다.
이에 말회末會를 크게 열어 만년의 성대한 행사를 거행하려고 합니다. 때마침 사람들의 의논도 하나로 모아져 따로 모의를 할 것도 없이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여론이 이미 쏠리어 기꺼이 따르는 무리도 많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시주하는 사람들은 바다가 물을 받아들이듯 구름이 모여들 듯 사방에서 모여들었으며, 배움을 청하는 학승들은 용이 날뛰어 일어나서 무리를 지어 찾아들 듯 팔방에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옛날에 결제하던 기간을 이용하여 경전을 여는 시기로 삼으려 합니다. 종소리 북소리와 범어梵魚23) 울리는 소리는 마치 여러 하늘이 음악을 연주하여 바치는 소리와도 같고, 향기로운 꽃과 등잔불 촛불은 바다처럼 많은 대중이 공양을 올리는 자리와 같습니다. 설법하시는 저 스님의 높은 자리에서 울려 나오는 말씀은 보현普賢보살을 보혜普慧보살에게서 보는 듯 의심할 정도이고, 화엄법회 꽃자리 아래에 겹겹으로 모시고 둘러싼 무리들은 이생異生이 동생同生 사이에 함께 섞여 있는 듯합니다. 마치 보리菩提의 도량에 들어가 친히 6품品의 설교를 듣는 듯하고, 황홀하게 타화천他化天24)에 올라가 직접 십지十地의 행行과 위位를 여쭙는 듯합니다. 5백 년 전에 숨겨 놓은 현묘한 교화가 있다는 말이야 옛날부터 들어 왔지만, 3천 년 뒤에 이렇게 맑은 빛을 보는 행운을 만나게 될 것을 누가 알기나 하였겠습니까. 이미 평소 원하시던 크고 깊은 법을 이루셨으니, 이제는 오직 현묘한 감응이 넓고 크게 퍼지기를 우러러 빕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화엄 도량을 열려는 기약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이때에,

010_0253_b_01L而逈超言思二乘上德杜視聽
010_0253_b_02L以此也十住初心成正覺豈徒然哉
010_0253_b_03L伏念我師英氣所鍾降秀質於東國
010_0253_b_04L源有自承道統於西山游慧刃於諸經
010_0253_b_05L早爲雪巖之入室開智鏡於大敎能繼
010_0253_b_06L月渚之來宗固名翼之遐飛宜德風之
010_0253_b_07L周扇所以諸方之擎頭戴角不叅國師
010_0253_b_08L之席咸以爲羞一時之律虎義龍
010_0253_b_09L扣匠石之門欲定其價法化之盛
010_0253_b_10L以加焉啓迪之功亦已深矣但以稀
010_0253_b_11L年將迫豈無喜惧之情百歲不多
010_0253_b_12L切延促之念肆欲末會之大開式爲晩
010_0253_b_13L年之勝擧顧時議所在不謀而同
010_0253_b_14L輿情已歸樂從者衆四方之檀施
010_0253_b_15L海納雲投八表之黌徒則龍奔衆驟
010_0253_b_16L用古者結禪之限爲今日開經之期
010_0253_b_17L皷梵魚彷彿諸天之獻樂香花燈燭
010_0253_b_18L俙衆海之興供寶座上落落唱酬疑普
010_0253_b_19L賢於普慧華筵下重重侍衛混異生於
010_0253_b_20L同生如入菩提場中親承六品之敷揚
010_0253_b_21L怳昇他化天上面禀十地之行位久聞
010_0253_b_22L五百歲前尙匿玄化誰知三千年後
010_0253_b_23L幸覩淸輝旣成素願之弘深仰丐玄應
010_0253_b_24L之廣大伏願洎道場期限之圓滿使魔

010_0253_c_01L요사한 마귀의 훼방이나 장난은 멀리 숨어들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무리 미세한 변고나 병이라 하더라도 이 대회를 주관하는 스님의 몸을 침노하지 못하게 하시고, 그저 오직 몸을 청정하게 닦고 힘써 배우고 싶은 마음만이 배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간절하게 하소서. 그렇게 된 뒤에라야 비로소 나라를 복되게 하고, 임금을 도와 중생을 제도하며,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법을 하는 스님과 듣는 대중들이 모두 함께 법계를 인증하여야만 나를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두 가지 이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보시하는 자와 보시를 받는 자가 다 함께 지혜의 종자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삼륜三輪25)이 고요하게 비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자신이 지금 자리한 그곳이 바로 극락이니, 달리 그 속에 무슨 육취六趣26)의 괴로움이 있겠으며, 이 사람들이 바로 비로자나부처님이시니 안팎의 장애27)가 주는 번뇌를 단번에 끊을 것입니다.
삼가 글을 올립니다.
시왕에게 비는 소(祝十王䟽)
법왕의 관부에서는 바늘구멍만 한 허점도 용납할 수 없으니 착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오직 그 일을 지은 자가 받게 되지만, 사사로운 정으로는 말처럼 큰 짐승도 통하게 할 수 있어서 화가 되었건 복이 되었건 돌려 고칠 수가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 중생의 몸이 모두 시왕十王28)의 법안에 달려 있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에 저희 비구들은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돌아가신 은사의 구천에 계신 명혼冥魂에 바칩니다.
엎드려 생각하오면 돌아가신 우리 대사께서는 몸은 비록 집을 나왔으나 마음은 아직 도에 들지 못하였습니다. 업장業障과 보장報障과 번뇌장煩惱障은 한 번의 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탐하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은 진실로 여러 생 동안의 습기習氣가 쌓여서 생기는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는 먹고사는 일에 골몰하여 그저 돈과 재산을 불리느라 딴마음 먹을 겨를이 없었고, 만년에는 질병이 그치지 않았으니 경전을 읽고 염불을 할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지난날에는 뱀 우글거리는 우물 속에 떨어져, 그나마 가까스로 잡고 매달린 등나무 넝쿨을 쥐가 갉아먹듯이 아슬아슬 급박하였는데, 이제 드디어 병 속에 갇혔던 새가 홀연 날아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평생 동안 살아온 행적을 살펴보면, 오는 세상에 받을 과보를 충분히 징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쓸데없이 피눈물을 흘린들 무엇 하겠습니까. 대신 집안일을 주관할 만한 재주 있는 자식이 되지 못하여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혹 이제라도 정성을 다하면 속죄가 되어 스승님을 괴로움에서 구제할 수 있을까 생각하여서 100일 동안에 여덟 번이나 재를 올렸고, 시왕에게 예를 올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으로써 아마도 돌아가신 스승님의 앞길을 어느 정도는 제도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그치는 것은 저희 제자들이 평소에 원하던 바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길일을 잡아서

010_0253_c_01L妖障戱之遠遁雖細故微恙不侵於會
010_0253_c_02L主身上惟淸修力學常切於學者心中
010_0253_c_03L然后方能福國祐君可以度生利世
010_0253_c_04L聽同證法界可見二利之圓成施受俱
010_0253_c_05L成慧因始知三輪之空寂在處是極樂
010_0253_c_06L箇中有甚六趣之苦依是人即毘盧
010_0253_c_07L下頓斷二障之煩惱謹䟽

010_0253_c_08L

010_0253_c_09L祝十王䟽

010_0253_c_10L
官不容針於善於惡惟作之者受
010_0253_c_11L或通馬爲禍爲祥可轉之而更况此
010_0253_c_12L衆生之身皆係十王之案肆罄小比丘
010_0253_c_13L一片丹悃用薦亡恩師九泉冥魂
010_0253_c_14L念亡師身雖出家心未入道業障報
010_0253_c_15L障煩惱障固非一世之資熏貪心嗔心
010_0253_c_16L愚痴心實是多生之習氣早歲也
010_0253_c_17L業汨沒唯是殖貨營財晩年焉疾病
010_0253_c_18L沉綿何暇看經念佛曩仍井蛇之相囓
010_0253_c_19L遂致瓶雀之忽飛考平生之攸行足來
010_0253_c_20L果之可驗徒泣血而奚爲愧非幹蠱之
010_0253_c_21L倘盡誠則可贖思欲拔苦於師故
010_0253_c_22L百日之間齋已營於八度十王之下禮
010_0253_c_23L又非夫一巡由斯而庶度亡師之前程
010_0253_c_24L止此則奈非弟子之素願所以特差糓

010_0254_a_01L다시 법연을 베풉니다. 재를 올릴 때 재단을 차리는 의식은 자신이 가진 정성을 다 바치는 데 뜻이 있는 것이니, 법회를 진행하는 자질구레한 규범이 어찌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겠습니까. 범패 소리 장엄하게 울리는 가운데 위로는 삼보의 여러 성인을 청하고, 나부끼는 깃대 화려한 꽃 그림자 속에 아래로 여섯 세계의 여러 중생을 부릅니다. 내일은 삼단三壇에 두루 공양을 올리고 본마음을 펼칠 것이니, 오늘밤 미리 시왕께 먼저 예를 올려 따로 특별히 정성을 바칩니다.
엎드려 원하오니 돌아가신 스승님께서는 부처님과 시왕의 가피를 받아 생전의 일로 죽은 뒤에 받는 업보에서 속히 벗어나 천 생生 만겁의 쾌락을 누리시며, 그저 오직 천상과 사람 세상만을 왕래하게 하소서. 또 과거세에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도 영원히 삼유三有29)의 윤회를 여의게 하시고, 지금 살아 있는 제자들도 갖은 재앙의 침해를 받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저 파도가 닿는 바다 먼 끝까지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을 모두 소생하게 하여 주소서.
법천사 동자의 삭발수계식에 올리는 소 【을해년(1755)의 일이다.】(法泉寺童行削髮䟽)
이번에 발심한 동자 34인은 저 세간의 번뇌를 싫어하고, 우리 불가의 무위無爲를 사모하는 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은혜와 사랑을 끊어 버리고, 부처님 법의 청량한 자리에 몸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국왕의 불금不禁 정책에 힘입고 또한 부모의 허락을 받아, 오늘 우리 부처님께서 도를 이룩하신 날 밤에 특별히 계단을 설치하고 갈마羯磨30)를 행하여 스님을 만들려 하옵니다. 우러러 바라오니 부처님의 지혜와 명을 이어서 스스로를 제도하고 또 다른 사람도 제도하도록 하소서.
듣자 하니 석두石頭 스님의 문하인 단하丹霞31) 스님은 무명초를 깎을 기미를 깨달았고, 마조馬祖 스님의 문하인 석공石鞏32) 스님은 무명초의 뿌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먼저 깨달은 사람들의 자리는 비록 우리 동자들이 따라갈 수 없다 하더라도, 뒤에 입문한 이들의 가슴속에도 또한 대장부의 뜻은 있습니다. 그러나 연꽃이 물속에서 피어나려면 모름지기 때맞춰 내려 주는 비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깨끗한 생각으로 평범한 사람의 생각을 초월하려면 반드시 종사宗師의 가르침에 의지하여야 합니다. 이에 삼업三業을 청정하게 하고 우러러 여섯 대사를 청하였으니, 동자들의 정수리에 마지막 남은 머리꽁지33) 끊는 일을 맡기니 세 번 좋다고 응답하였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는 일을 찬탄하며 입을 모아 훌륭한 일이라고 칭찬하였습니다. 동그랗게 삭발을 하고

010_0254_a_01L重設法筵齋壇禮儀要在盡己之
010_0254_a_02L法事軌度豈可因人而成魚梵聲
010_0254_a_03L上請乎三寶諸聖幡花影裡下召
010_0254_a_04L夫六道群靈明日三壇之普供通伸本
010_0254_a_05L今宵十王之先禮別陳精誠伏願
010_0254_a_06L亡師蒙一聖十王之加持速脫生前死
010_0254_a_07L後之業報享千生萬刼之快樂唯向天
010_0254_a_08L上人間而徃來亦願先亡父母永離三
010_0254_a_09L有之輪回現存弟子不受千災之侵害
010_0254_a_10L餘波所洎苦類咸蘇

010_0254_a_11L

010_0254_a_12L法泉寺童行削髮䟽乙亥

010_0254_a_13L
玆者新發意童行三十四人厭彼世間
010_0254_a_14L之有漏慕此空門之無爲割父母之恩
010_0254_a_15L投佛法之淸凉幸蒙國王之不禁
010_0254_a_16L受父母之允許以今我佛成道之夜
010_0254_a_17L設戒壇羯磨爲僧仰冀續佛慧命自度
010_0254_a_18L度他者伏聞石頭堂下丹霞悟剗草之
010_0254_a_19L馬祖庵前石鞏歇無明之本先覺分
010_0254_a_20L雖非小童子可追後生胷中亦有大
010_0254_a_21L丈夫之志然而蓮花出水須憑時雨之
010_0254_a_22L淨念超凡必資宗師之指玆淨三業
010_0254_a_23L仰請六師任他斷最後周羅三應可爾
010_0254_a_24L讃我求無上般若一稱善哉圓却頂而

010_0254_b_01L반듯하게 가사를 입자 모습이 갑자기 변하였고, 표시 없는 것을 지니며 표시 나는 것을 받았으니34) 계품戒品이 갖추어 원만해졌습니다. 감히 어떻게 윤왕輪王35)의 참다운 아들이 되었다고 하겠습니까만, 적어도 아들과 손자의 종자를 이어 가는 씨앗을 심는 일은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의식을 모두 마쳤으니 바라고 비는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계戒를 설하신 스님께서는 영원히 선문의 주춧돌이 되시고, 일을 주간하신 대덕은 항상 이 가르침의 바다에 나루터와 다리가 되어 주옵소서. 그리고 오늘 머리를 깎은 사미승들은 석문의 좋은 보배가 되게 하시고, 마당에 가득한 신도들은 극락정토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사은四恩36)을 뛰어넘고 삼유三有37)를 벗어 버리어, 법계의 모든 중생들과 다 함께 원만한 지혜를 심게 하옵소서.
비 내리기를 비는 소 【경진년(1760)의 일이다.】(祈雨䟽)
이번에 주지를 맡은 신 승려 아무개는 올해의 이 극심한 가뭄 때문에 삼가 절집 안의 모든 대중을 거느리고 지극한 마음으로 삼보자존三寶慈尊과 제석천왕帝釋天王과 사해용왕四海龍王에게 간절하게 기도하며 엄숙하게 공양을 차려 올리옵니다. 우러러 바라오니 우로雨露의 은택을 내려 주십시오.
엎드려 생각하건대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기에 백성을 보살피는 정사에 마땅히 부지런해야 하고,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으니 심고 거두는 일을 어찌 게을리할 수 있겠습니까. 바람과 비가 순조롭게 불고 내려 주기만 조마조마 기다리면서, 시절이 화평하고 한 해 농사가 풍년 들기를 진실로 바랐건만, 어찌하여 축융祝融이 시령時令을 맡은 이 여름철에 전욱顓頊의 영묘함을 본받는 날이 없는 것입니까.38) 하늘엔 바람이 불다가도 곧 그쳐 버리고, 구름은 비를 내리려다가 도리어 사라져 버립니다. 초복이 곧 닥치니 벌써 김을 매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 5월이 다 저물어 가는 지금까지도 모를 심은 논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두레박은 진흙에 묻힌 채 쉬지 않는 날이 없고, 도롱이는 벽에 걸린 채 한가한 때가 많습니다. 넓은 들판엔 푸른 기운이라곤 없는데 어떻게 쑥쑥 자라난 벼이삭 보기를 기대하겠으며, 사방 들판엔 온통 마른 흙바닥이 허옇게 드러나 있으니 곡식이 기름지고 무성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어렵습니다. 풀과 나무들은 비와 이슬의 은택에 젖기를 바라고, 백성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모두 비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주상께서 이처럼 훌륭하시니 어찌 상림桑林에 나아가 여섯 가지 일로 스스로를 자책할 일이 있겠습니까.39) 태수도 공평하고 정직하니 동해東海에 있었던 것과 같은 원통한 3년40)도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가련한 우리 백성들,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010_0254_b_01L方却袍形儀忽變無表持而有表受
010_0254_b_02L戒品俱圓那堪作眞子於輪王庶不斷
010_0254_b_03L兒孫之種草羯磨已訖呪願可無
010_0254_b_04L戒闍梨永作禪門柱石執事大德
010_0254_b_05L爲敎海津梁剃頭沙彌爲釋苑之良寶
010_0254_b_06L合堂淸衆歸極樂之淨方四恩超升
010_0254_b_07L三有解脫法界衆生同圓種智

010_0254_b_08L

010_0254_b_09L祈雨䟽庚辰

010_0254_b_10L
玆者住持臣僧某以今年亢旱事敬率
010_0254_b_11L合院大衆至心恳禱三寶慈尊帝釋天
010_0254_b_12L四海龍王嚴陳供養仰冀雨露之
010_0254_b_13L澤者伏以國以民爲本牧養之政宜勤
010_0254_b_14L民以食爲天稼穡之功寧怠要在乎風
010_0254_b_15L調雨順信望乎時和歲豊何當祝融司
010_0254_b_16L令之時全無顓頊效靈之日天將風而
010_0254_b_17L即止雲欲雨而還消初伏將臻正當鉏
010_0254_b_18L草之節五月已暮不見移秧之疇桔槹
010_0254_b_19L困塗兮休息無日襏𧙢掛壁兮閑暇多
010_0254_b_20L幽野難靑何期維禾之穟穟周原盡
010_0254_b_21L難冀彼黍之油油草木思沾雨露之
010_0254_b_22L生靈盍切雲霓之望主上聖明
010_0254_b_23L有桑林六事之責太守公直宜無東海
010_0254_b_24L三年之寃哀我生民咎何所在慘遭

010_0254_c_01L을乙년과 병丙년에 참혹하고 험한 꼴을 당하고 이제 겨우 몇 해가 지났을 뿐인데, 또 다시 서쪽으로 북쪽으로 떠돌며 걸식하는 꼴을 어찌 차마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또 금년에는 벼를 심는 일조차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리는 이런 어려운 형편을 당하니, 이제 배고픔을 면하려면 모래라도 삶아 먹어야 될 지경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오면 저희들은 훌륭한 임금이 계시는 세상에서 이름을 숨기고 불가에 발자취를 맡긴 사람들입니다. 속세를 벗어나 들판의 사슴처럼 살고 있는 이 어리석은 소승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빈한하고 구차한 살림에 몸 부치고 거처할 집이 없는 것이 마치 아무 담벼락에나 붙어사는 달팽이와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이 죽고 사는 일이야 별로 개의할 일이 아니지만, 불쌍한 저 백성들의 험난한 형편이야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한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 삼보의 가피加被를 우러러 빕니다.
그리고 또 하늘은 만물을 낳아서 성숙하게 하시는 덕을 품으시고 신룡神龍은 보살의 이름을 얻어서, 대자대비하신 지극한 공덕으로 반드시 가뭄의 우환을 돌이켜 주시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신묘한 작용으로 백성들의 재앙을 꼭 없애 주십시오. 제석천의 선법당善法堂41)에서 숨어 있는 사해의 교룡을 때려서 일으키시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구천九天의 우레와 번개가 위세를 떨치며 일어나게 하옵소서. 어찌 석연石燕42)을 날게 하고 상양商羊43)을 춤추게 하지 않으십니까. 온 허공계에 뭉게뭉게 구름이 피어오르게 하여 수천 리 땅에 주룩주룩 장맛비가 내리게 하옵소서. 거북 등처럼 갈라진 논바닥 밭고랑에 물을 대어 사방 들판이 문득 푸르게 물들도록 바꾸어 주시고,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목이 말라붙어 뻐꿈뻐꿈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물고기를 적셔 주시어 만백성이 모두 다 즐겁게 하소서. 그리하여 노래하고 덩실덩실 춤추면서 곡식을 심고 논밭을 갈게 하옵소서. 크나큰 은혜로 넉넉하게 비를 내려 주셔서 풍년의 경사를 흠뻑 누리게 하시고, 마침내는 풍성하게 수확하여 크게 역사에 남도록 하옵소서. 그리되기만 한다면 지극한 감격을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삼가 소疏를 올립니다.
점안법회에 올리는 소 【대둔사大芚寺에서 갑신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44)】(點眼䟽)
사바세계에서 하는 말에 따라 재齋를 마련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대시주 아무개 등과 화주승 아무개와 도감 아무개와 별좌 등은 다 함께 발심하여 솜씨 좋은 장인을 청하고, 영산靈山 탱화 한 축軸과 삼존장륙三尊丈六 괘불 한 축과 아미타阿彌陁 괘불 족자와 삼십삼조사三十三祖師

010_0254_c_01L乙丙之險纔過數年忍看庚癸之呼
010_0254_c_02L又迫今歲種稻飜成盡餠療飢那可蒸
010_0254_c_03L伏念弟子等逃名聖世寄迹空門
010_0254_c_04L痴蠢何知出俗甘同於野鹿貧寒苟活
010_0254_c_05L無家實類於墻蝸顧此身之死生
010_0254_c_06L足介念哀彼民之夷險寧不關心玆傾
010_0254_c_07L一心之精誠仰丐三寶之加被次惟上
010_0254_c_08L天抱生成之德神龍得菩薩之名大慈
010_0254_c_09L悲之至功必能轉旱魃之患不思議之
010_0254_c_10L妙用決可度黎民之灾善法堂中
010_0254_c_11L起四海蛟龍之蟄須彌頂上震動九天
010_0254_c_12L雷電之威何假石燕之飛不籍 [64] 商精之
010_0254_c_13L徧虛空界油然而興雲數千里方
010_0254_c_14L沛然而霔雨灌漑旱疇之龜坼四野頓
010_0254_c_15L沾濡涸轍之魚喁萬民咸樂且歌
010_0254_c_16L且舞載種載耕旣霈優渥之恩豊亨
010_0254_c_17L兆慶終收簡穰之利大有書年無任恳
010_0254_c_18L激之至謹疏

010_0254_c_19L

010_0254_c_20L點眼䟽大芚等甲申春

010_0254_c_21L
據娑婆云云設辦齋者大檀越某某等
010_0254_c_22L化士某都監某別座等同共發心
010_0254_c_23L請良工畫成靈山幀一軸三尊丈六掛
010_0254_c_24L佛一軸阿彌陁掛佛一幀三十三祖師

010_0255_a_01L탱화 각각 한 축씩과 범왕梵王과 제석帝釋의 대형 탱화 각 한 축과 천룡天龍 탱화 여러 축과 시왕十王의 탱화 각각 한 첩씩을 그렸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불사를 원만하게 완성한 날에 삼가 점안법회點眼法會를 베푸오니 부디 굽어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엎드려 생각하오면 우전왕優塡王의 상서로운 모습은 서역에서 뛰어난 교화를 열었고, 아육왕阿育王의 신령스런 거동은 동쪽 나라 중국에 상서로운 빛을 발하였습니다. 두텁게 바른 붉고 푸른 색채는 부처님의 참모습을 방불케 하고, 장엄한 옥과 금은 부처님의 신묘한 모습과 흡사합니다. 발제拔提45) 비구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분명 도솔천에 다시 태어났을 것입니다. 법신法身ㆍ보신報身ㆍ화신化身의 삼신三身이 바로 이것이며, 계학戒學ㆍ선학禪學ㆍ혜학慧學의 삼학三學도 여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마야부인麽耶夫人의 배 속에서 나신 부처님과 서른세 분 대조사들도 솜씨 좋은 붓 끝에 몸을 맡겨 명을 세우고, 수미산 꼭대기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의 여러 하늘 대중들도 비단폭 위에서 엄숙하게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우레가 울리고 번개가 번득이는 속에서도 방할棒喝의 가풍을 눈으로 보는 듯하고, 바람 불고 빗줄기 쏟아지는 속에서도 꾸짖고 보호하시는 위엄 있는 명령이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이 모두가 큰 시주님들의 신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또한 모든 비구들의 지극한 정성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이미 범인과 성인이 인연으로 합하였으니, 서로 감응하여 도로 사귀는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상상도 할 수 없이 커다란 부처님과 조사님의 자비는 마치 팔을 한 번 펴는 것처럼 빨리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주시며, 예측도 할 수 없이 다양한 천인과 귀신의 변화는 터럭 하나 불어 날리는 것처럼 쉽게 재앙을 없애고 복록을 내려 주십니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한 올의 실, 한 방울의 물도 시주하기 어려운 시절에 저 많은 돈과 기름진 토지를 흔쾌히 증여한 일은, 다만 금생에서 선善의 종자를 스며 나게 할 뿐 아니라, 실로 많고 많은 겁이 지나도록 믿음의 인과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는 참으로 가상한 일이며 그 응보도 아주 성대할 것입니다.
다시 또 생각해 보면, 화주가 되어 모연하는 스님이나 절을 지키고 재물을 관리하는 스님들은 비야성毘耶城46)에서 장자의 집을 찾아다니듯, 만나蔓挐 존자의 회상會上에서 대중의 마음을 저버리게 될까 두려워하듯, 갖은 수고를 하였습니다. 동으로 서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시주를 모으는 일을 할 때에는 만 가지 어려움을 만났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바꾸어 팔고 사서 마련하자니 백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 번 다시 생각해 보면, 눈으로 판단하고 손으로 직접 그리는 일에는 화가의 신기神機가 참으로 묘했고,

010_0255_a_01L幀各軸梵王帝釋大幀各一軸天龍幀
010_0255_a_02L幾軸十王各帖以圓滿之日敬設點
010_0255_a_03L眼法會仰冀攝護者右伏以優塡
010_0255_a_04L瑞像啓勝化於西乾阿育靈儀
010_0255_a_05L祥光於東震堆丹抹綠彷佛眞身
010_0255_a_06L玉嚴金依俙妙體休道拔提已滅
010_0255_a_07L從兠率再生法報化三身秪遮便是
010_0255_a_08L戒定慧三學即此可求麽耶肚裡
010_0255_a_09L三大祖師好箇筆端下安身立命
010_0255_a_10L彌頂上釋梵諸天衆儼然絹幅上打㨾
010_0255_a_11L做模雷鳴電閃底捧喝家風如見眼下
010_0255_a_12L風行雨驟底呵護威令若聞耳邊盡從
010_0255_a_13L大檀越信心中做來亦自僉比丘至誠
010_0255_a_14L上流出旣得凡聖緣合豈無感應道交
010_0255_a_15L佛祖之慈悲難思拔苦與樂如伸臂
010_0255_a_16L神之靈變莫測消災降福若吹毛伏惟
010_0255_a_17L丁此寸絲滴水難施之時念彼百金腴
010_0255_a_18L田肯捨之事非特今生熏發善種實從
010_0255_a_19L廣刼成就信因底事可嘉厥報殊勝
010_0255_a_20L伏惟勸化募緣之士監護管財之員
010_0255_a_21L耶城中要尋長者之宅蔓挐會上
010_0255_a_22L負大衆之心東西奔馳募化之事
010_0255_a_23L般辛楚有無交易設辦之功百種艱
010_0255_a_24L三伏惟眼辦手親畫士之神機甚妙

010_0255_b_01L마음으로 그윽하게 합하여 이치까지 밝아지는 것은 증사證師의 관찰력이 가장 깊었습니다. 점 하나 고치는 일조차 사소한 오차도 없는 것을 보며 별자리를 읽는 정교한 기술을 징험하였고, 마귀도 요동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진언을 외는 신비한 위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향적주香積廚47)에서는 날마다 삼시 세끼 공양 음식을 올리고, 사방팔방 넓게 뚫린 길로는 온갖 곳으로 사람들이 오고 갔습니다. 따라서 이 일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수고도 많았고 애를 먹은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열이면 열 모든 사람들이 친히 눈으로 본 일들이니, 어찌 이 한 사람의 입으로 다 헤아려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돌아보면 이렇게 여러 인연이 모두 함께 귀의하였기에 바야흐로 이 큰일을 능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혹 한 가지라도 빠진 것이 있었다면 이와 같이 커다란 공덕을 이루어 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점안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특별히 소원을 빌게 되었습니다.
엎드려 비옵니다. 우리 대왕 마마와 왕비 마마, 그리고 태자 저하 삼궁三宮의 성수聖壽를 위하여 세 번 만세를 부르오니, 이 한 나라의 번창하는 기반 위에서 사해가 하나로 통일되게 하옵소서. 문관과 무관 모든 신하들은 부지런히 임금을 보필하는 충성심과 절개를 갖게 하시고, 백성들은 풍년의 경사를 이룩하게 하옵소서. 이마 희끗한 사나운 범은 자취를 감추게 하시고 눈썹을 붉게 칠한 도적48)도 자취를 거두게 하소서. 외적들이 변방에서 침입하지 않게 하시고, 옥과 비단은 모두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하소서. 그리고 다음으로 또 바라옵나니, 여러 지방에 사시는 우리 시주님들과 이 법회의 화주가 된 사람들 모두 금생에서는 마치 하늘에 구름이 일어나듯 오복五福을 두루 받게 하시고, 내세에는 마치 배가 저 언덕에 이르듯이 구품九品49) 연화대의 극락세계에 태어나게 하소서. 온전한 기능으로 결단하여 저 무슨 질병의 마귀, 죽음의 마귀, 번뇌의 마귀 따위를 모두 벗어나게 하시고, 한 생각 원융하여서 등각等覺ㆍ묘각妙覺ㆍ구경각究竟覺을 단번에 초월하게 하소서. 구곡계九曲溪 시내 물줄기 언제까지나 흐르고 장춘동長春洞 골짝은 시들지 않고 억만년 동안 영원히 지탱하게 하여, 올해와 같은 고통스러운 잡역은 점점 없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자꾸자꾸 태어나서 항상 머물게 하시어, 부디 수천의 인재를 넉넉하게 꼽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또 다시 비옵나니, 멀고 가까운 거리 따지지 않고 찾아와 이 법회를 보고 듣는 자 모두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원수이거나 친한 사람을 따지지 말고 스님이거나 속세의 사람이거나 다 함께 청정한 도반이 되게 하소서. 부처님을 사모하는 처음의 발원을 원만하게 이루게 하시고 발심한 본래의 뜻을 활짝 펼치게 하소서. 우러러 여러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얼굴을 뵈오며, 삼가 여러 사람들 마음속 평소 생각을 아뢰옵니다.
바닷가 수륙재에 올리는 소 【을미년(1775) 겨울 미황사美黃寺에서 있었던 일이다.50)】(川邊佛事䟽)

010_0255_b_01L心冥理顯證師之觀力最深更點不差
010_0255_b_02L驗瞻星之精切鬼魔無擾認誦呪之威
010_0255_b_03L香積厨中日三時之供饋康衢路上
010_0255_b_04L通四方而徃來服勞許多喫苦非一
010_0255_b_05L皆十目之所視豈以一口而可陳顧衆
010_0255_b_06L緣之同歸能事方畢倘一種之有闕
010_0255_b_07L功難成肆開點眼之筵特伸祝釐之願
010_0255_b_08L伏祝三宮聖壽呼萬歲者三一國昌
010_0255_b_09L以四海爲一文武勤弼亮之忠節
010_0255_b_10L庶致豊穰之慶祥白額潜蹤赤眉歛跡
010_0255_b_11L干戈不犯於塞北玉帛咸歸於海東
010_0255_b_12L後願十方檀越之身一會緣化之衆
010_0255_b_13L生五福之受用若雲起長空來世九品
010_0255_b_14L之徃生如舟到故岸全機坐斷兮 [65]
010_0255_b_15L甚病魔死魔煩惱魔一念圓融兮頓超
010_0255_b_16L等覺妙覺究竟覺九曲恒流長春不老
010_0255_b_17L永垂諸億萬斯年苦役漸殺俊髦間生
010_0255_b_18L常住夫數千餘指更祈無論遠近若瞻
010_0255_b_19L若聆咸脫苦倫不問寃親是僧是俗
010_0255_b_20L同爲淨侶庶圓慕佛之初願得暢發心
010_0255_b_21L之本懷仰對諸聖之慈容謹陳輿情之
010_0255_b_22L素志

010_0255_b_23L

010_0255_b_24L川邊佛事䟽乙未冬美黃寺

010_0255_c_01L
부처님을 받드는 제자인 저희 비구들은 간절하고도 큰 서원을 내어서 온 나라의 백성들이 떨치고 일어나기를 권청합니다. 혹여 부모나 처자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다면 그 넋을 건져 구제하는 방편이 될까 하여 여기 수륙水陸의 도량을 마련하고, 겸하여 예를 올리고 참회하는 법석을 베풀었습니다. 향불과 등불, 떡과 과자, 차와 과일들을 하나하나 수미산처럼 쌓고 향수 바다처럼 벌여 놓고는, 시방삼세 제석천 겹겹의 보배 그물(寶網)처럼 끝이 없는 삼보와 제석과 범천과 사왕천四王天과 천룡팔부天龍八部의 모든 신중들께 우러러 공양하오니, 모두 함께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산에 살면 범에 물려 죽는 일이 많고 물가에 살면 물에 빠져 죽는 일이 많은 것은,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거센 바람이 바다에 들이치면 언제나 하늘이 뒤집힐 듯 높이 파도가 일어나고, 모래펄에 달빛이 음산하게 비추는 밤이면 번번이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곤 합니다. 진실로 여래의 자비심이 아니라면 누가 이들 물속에 몸을 던진 자와 바다에 빠져 죽은 자에게 구제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보잘것없는 이 제자 간절한 마음으로 원력을 일으켜, 여기 중생을 제도하는 배를 띄우고자 합니다.
지금 이 바닷가 어촌 사람들이나 섬사람들 누구인들 배가 뒤집혀 부모나 형제를 잃는 참변을 당해 보지 않은 이가 있겠습니까.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남편이나 아내, 아들과 딸을 물에서 잃는 재난을 많이들 보았을 것입니다. 엉엉 구슬프게 울어 대는 저 처참한 귀신의 곡소리는 물고기에게 잡아먹힌 혼백이 고기 배 속에서 지르는 외마디 소리일 것입니다. 덜덜 떨면서 춥다고 칭얼대는 저 슬픈 울음소리는 파도에 휘말려 죽은 혼백이 바닷속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일 것입니다. 이 소리를 듣고 자손 된 자 어느 누구인들 목이 메고 가슴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부질없이 하늘과 땅을 원망하며 울부짖어 보지만 혼자서 목만 메이고 창자와 쓸개는 찢어질 듯할 것입니다.
듣자오니 불법에서 쓰는 방편이 바다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다스려 준다 하옵니다. 이에 육화六和의 높은 경지를 이루신 선사를 청하여 여기 성대한 삼단三壇의 법석을 열었습니다. 부평초 떠 있는 물가에는 혼백을 부르는 자비의 배 즐비하고, 푸른 버들 늘어진 언덕에는 부처님을 맞이할 청정한 휘장을 둘렀습니다. 일곱 두루마리 불경을 강설하니 영산靈山의 유법遺法이 그대로 전해 온 듯, 시방에 참회하고 예를 올리니 연화대로 이끌어 주실 스승이 바로 여기 계시는 듯합니다. 상서로운 빛이 바다를 비추니 셀 수 없이 많고 많은 귀신들의 넋이 떠 있는 배 위에 영혼을 실어 놓고, 맑은 방울 소리 하늘을 진동하니 얼마나 많은 물고기와 새우와 게들이 저 파도 아래에서 이 법문을 듣고 있겠습니까.

010_0255_c_01L
奉佛弟子比丘某等發弘誓願勸起海
010_0255_c_02L國人民或有父母妻子赴水溺死者
010_0255_c_03L爲拯救之方便開水陸之道場兼設禮
010_0255_c_04L懺法席香火燈燭餅飰茶果一一如
010_0255_c_05L須彌山一一如香水海仰供十方三世
010_0255_c_06L帝網重重無盡三寶釋梵四王天龍
010_0255_c_07L八部一切神衆同加攝護者伏以山
010_0255_c_08L居多虎亡水居多渰死勢所然矣
010_0255_c_09L未免焉所以風鼓海洋常漲飜空之浪
010_0255_c_10L月陰沙磧每聞泣夜之魂苟非諸如來
010_0255_c_11L慈悲誰能垂投溺之手爰起小弟子願
010_0255_c_12L切欲橫度生之舟玆者水國漁村
010_0255_c_13L人海俗誰無父母兄弟或罹覆舟之災
010_0255_c_14L各有夫婦女男多見淹水之患嗷嗷鬼
010_0255_c_15L慘矣魚腹之孤魂吒吒寒聲哀哉
010_0255_c_16L波心之滯魄爲子孫者孰不哽咽而塡
010_0255_c_17L叫天地兮徒自號咷而摧胆今聞佛
010_0255_c_18L法之方便能令業海而淸平敬請六和
010_0255_c_19L之禪師大開三壇之法席白蘋浦上
010_0255_c_20L櫛比招魂之慈航綠柳岸頭碁錯迎聖
010_0255_c_21L之淨幕經演七軸靈山之遺軌如存
010_0255_c_22L懺禮十方蓮臺之導師不遠祥光照海
010_0255_c_23L無央數神魂鬼魄舟中載靈鈴聲
010_0255_c_24L振空兮幾許箇魚龍蝦蠏波底聽法

010_0256_a_01L
엎드려 바라오니, 아득히 거센 파도는 아뇩阿耨의 못처럼 맑고 잔잔하게 변해지며, 망망하게 펼쳐진 저 땅은 열반의 언덕으로 변하게 하소서. 철위산은 단번에 해 아래로 사라지게 하시고, 금모래 땅을 오래도록 여울 앞에 나타나게 하소서. 물에 빠져 죽은 지 오랜 사람이나 요사이 빠진 사람이나 모두 다 해탈을 이루게 하시고, 남자의 혼백이거나 여자 혼백이거나 모두 다 초탈하여 오르게 하소서. 다시 바라오니, 오늘 이후로는 하늘에는 모진 바람과 궂은비가 없게 하시고,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들이치지 않게 하옵소서. 그렇게만 된다면 엎어진 배를 찾아 헤매는 일이 어찌 있겠으며, 바다에 들어갔다가 영원히 못 돌아오는 일이 어찌 생기겠습니까. 그리고 바라오니, 불법을 권유한 자와 시주를 보탠 자, 이 자리에서 일을 돕고 함께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몸과 마음 즐거운 서방 극락세계로 돌아가게 하시고, 이 일을 보고 들은 사람으로부터 미워하여 헐뜯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고통의 바다를 여의게 하소서.
우러러 삼보를 마주하여 삼가 소䟽을 올립니다.
바다 시왕님께 올리는 소(川邊十王䟽)
운운하옵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저 아무개 등은 바닷가 백성 가운데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은 이들의 혼백을 구제하여 교화하는 방편으로 성대한 수륙水陸의 도량을 열었습니다. 특별히 정성을 기울여 지장대성地藏大聖과 명부시왕冥府十王 등 신중들께 우러러 공양을 올리오니 신묘한 구원의 손길을 드리워 주시기 바라옵니다.
엎드려 생각하오면, 중생의 죽음 가지가지라 하여도 물에 빠져 죽고 불에 타 죽은 자 그 가운데 더욱 애처롭고, 중생을 모두 제도해야 하겠지만 괴로운 세상 참혹한 지경에 빠진 자 가장 먼저 구제해야 할 것입니다. 비단 보살의 자비심만 이러한 것이 아니라, 여러 군왕의 후덕한 정사 또한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입니다. 이 바닷가 백성들은 본래 고기를 잡고 조개를 캐는 일을 생업으로 삼아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배를 타거나 장사를 하는데, 진주를 캐려면 파도가 잔잔해 줘야만 합니다. 사람이 사는 데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이곳 백성들은 배를 타지 않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바다 가운데서 갑자기 밀어닥친 거센 파도를 만나면 미처 육지에 나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죽고 말며, 바다 가운데 사나운 바람이 갑자기 불어 닥치면 배를 지키기는커녕 앉은 채로 그만 죽고 맙니다. 천 길 높은 흰 파도에 실려 시신은 어디로 떠가는지 알 수 없고, 만경창파에 흔들리는 외로운 혼백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바닷가에서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통곡하는 아내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010_0256_a_01L伏願洪波杳杳變作阿耨之池大地茫
010_0256_a_02L化成浬槃之岸直敎銕圍山頓悄日
010_0256_a_03L佇看金沙地立現灘前不問久滯
010_0256_a_04L近沈皆得解脫無論男魂女魄盡能
010_0256_a_05L超升更願從此以後天無烈風淫雨
010_0256_a_06L海不鼓浪揚波寧有覆舟之相尋永無
010_0256_a_07L入海而不返抑願勸者施者乃至執務
010_0256_a_08L同叅者悉歸樂邦見人聞人以及媢
010_0256_a_09L嫉相毁人共離苦海仰對三寶謹䟽
010_0256_a_10L一心

010_0256_a_11L

010_0256_a_12L川邊十王䟽

010_0256_a_13L
云云某等伏爲海國人民覆舟渰死者
010_0256_a_14L大開水陸之道場以垂拯救之方便
010_0256_a_15L陳精誠仰供地藏大聖㝠府十王等衆
010_0256_a_16L願垂妙援者伏以等是死也水漂火焚
010_0256_a_17L尤可哀莫非化焉苦趣慘境先所救
010_0256_a_18L但菩薩之慈心如此亦乃列王之德政
010_0256_a_19L應然盖此海民本以漁採爲生涯多用
010_0256_a_20L [66] 楫通商賈探珠宜靜浪豈是不知有
010_0256_a_21L莫乘船非所暇顧狂潮忽至未及
010_0256_a_22L出陸而立亡猛風急吹 [67] 由護船而坐
010_0256_a_23L千層白浪屍歸何方萬頃滄波
010_0256_a_24L托無所臨江哭夫之狀不忍見焉

010_0256_b_01L바닷가 벼랑에 서서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어찌 차마 듣고 있겠습니까. 바람과 파도로 인한 재난은 해마다 늘 반복되는 일, 안개 자옥한 바다에서 생기는 근심을 누구인들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비록 이것이 지난 세상 정해진 업 때문이라 하나, 또한 금생에 망령되이 행한 업 때문이기도 합니다.
엎드려 생각하오니, 저희들이 직접 나서서 도와줄 힘은 없지만, 저 속박을 풀어 주고 싶어서 언제나 가련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항상 구제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이제 삼보의 자비와 높으신 덕을 우러러 의탁하오니 법의 보시를 베풀어 주시고, 나아가 시왕十王의 엄숙한 명령을 기도하오니 특별히 신표를 내려 주소서. 여기 작은 정성이나마 다하여 여섯 가지 맛의 갖은 공양을 올리니, 엎드려 바라오니 금으로 만든 석장을 잠깐 들어서 물속에 잠긴 혼령을 건져 주시고, 옥으로 만든 책상 잠깐 열어서 바닷속 귀신 명부에서 그들 이름을 지워 주소서. 그리하여 고통의 바닷속 파도 저 아래에서 더 이상 구슬픈 울음소리 들리지 않게 하시고, 즐거운 인간의 세상길에서 다시 밝고 밝은 발자취를 보게 하소서. 다시 바라옵니다. 임금이 훌륭하고 신하가 정직하다면 어찌 백성이 돌을 안고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생기겠으며, 나라가 태평하고 시절이 좋다면 새 임금을 추대하여 바다 저 밖으로 내모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저 파도가 닿는 바다 먼 끝까지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모두 소생하게 하여 주소서.
전주 남천교의 신설을 축하하는 소(全州南川橋新設慶賛䟽)
이번에 해동 조선국 호남도 전주부全州府 남천南川에 다섯 칸의 홍예다리51)를 새로 세우니, 준공하는 날에 낙성재落成齋 자리를 마련하여 경하하고 찬사를 올립니다.
엎드려 아뢰오니, 별빛 무지개가 뿜어내는 아름다움 족히 이 고운 이름에 걸맞게 뚜렷이 드러나고, 부처님의 해가 빛을 내어 특별히 상서로운 감응을 드리웁니다. 지금 이 남천은 수레바퀴가 길을 내고 사람들이 왕래하는 요긴한 나루터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옛날부터 다리를 놓았던 것인데 어쩌다가 그만 우뢰와 홍수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일 터, 꼭 하늘의 때가 그러하여 이리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여름52) 석 달 사이에 홍수라도 났다 하면 지척의 거리도 천 리 길처럼 멀어져 버리고, 한겨울 석 달 동안에 극심한 추위를 만나면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물을 건너야 했으니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이리하여 우리 고장의 여러 덕 높으신 어르신들께서는

010_0256_b_01L岸呼兒之聲豈堪聞也風浪之作孼
010_0256_b_02L每歲常然烟波之喚愁何人能免
010_0256_b_03L雖宿世之定業亦由今生之妄行伏念
010_0256_b_04L某等未能自資欲解他縛每切怜愍
010_0256_b_05L之志常念救濟之方仰托三寶之慈尊
010_0256_b_06L將陳法施更祈十王之嚴令特下文符
010_0256_b_07L肆罄一寸虔誠仰呈六味供養伏願金
010_0256_b_08L錫暫擧拯拔水輪之魂靈玉案乍開
010_0256_b_09L爻周海鬼之簿籍苦海波底不聞嗷嗷
010_0256_b_10L之聲樂道人間再見熙熙之迹更願
010_0256_b_11L主聖臣直寧有懷石而投江道泰時淸
010_0256_b_12L不見捧日而赴海餘波所洎苦類咸蘇
010_0256_b_13L云云

010_0256_b_14L

010_0256_b_15L全州南川橋新設慶賛䟽

010_0256_b_16L
玆者海東朝鮮國湖南道全州府地南川
010_0256_b_17L五架虹橋新設畢功之日修設落成齋
010_0256_b_18L慶賛者右伏以星虹紀美足彰巨麗之
010_0256_b_19L佛日流光特垂吉祥之應今此南
010_0256_b_20L輪蹄便道徃來要津所以輿梁之修
010_0256_b_21L自古有矣奈何雷雨之作逐旋壞之
010_0256_b_22L寔由人謀之不臧不必天時之所致
010_0256_b_23L夏大水只尺便成千里之遙三冬祈 [68]
010_0256_b_24L揭厲難免一時之苦爰有本府諸老

010_0256_c_01L늘 이 다리가 좁고 견고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주위의 힘을 빌려서라도 꼭 크고 넓은 다리를 만들어 오래오래 남기고 싶어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지난번 우리 고을 감사를 지내신 윤 공尹公께서 제일 먼저 몇몇 사람에게 권하여 일을 추진하도록 한 것이 바로 이 일을 시작한 동기가 되었고, 윤 공이 손수 먼저 7백 동銅의 돈을 내어 모금을 도운 것이 사실상 기금을 모으는 출발이 되었습니다. 윤 공께서는 우리 고을의 부유한 대시주들을 설득하여 5백 냥을 보시하도록 하였고, 또 53개의 읍을 찾아 53) 각 사찰의 명망 있는 스님들에게도 시주를 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많고 많은 돈이 쌓였고, 수많은 장인들도 모여들게 된 것입니다. 금년 상사일上巳日54)에 일을 시작하여 올해 동짓달에 준공을 하였으니,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는 참으로 장대하며, 외나무다리 무너진 모습은 진실로 누추하였습니다.
이리하여 낙성하는 날을 잡아서 경하하고 찬양하는 재齋를 올립니다. 만다라를 쭉 벌여 놓고 향적주香積厨의 공양 올릴 음식은 전주 고을의 여러 사찰에 각각 지정하여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부처님을 청하여 맞이하고 갈마羯麽하는 의식을 올리는 일은 이 산 저 산의 선사들에게 나누어 부촉하였습니다. 꽃과 촛불들은 해를 가릴 만큼 많고 번기와 일산들은 온통 허공에 펄럭이니, 흡사 시방세계 부처님들께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시는 듯하고, 종소리와 북소리가 산을 울리고 목어와 범패 소리가 땅을 진동하니, 삼천三天55)의 갖가지 음악이 부처님을 호위하고 오시는 듯합니다. 법석의 의식을 원만하게 마치도록 부처님의 거울을 두루 비추어 주소서. 엎드려 복을 비는 축원을 세 번 정성을 다해 펼치고 부처님 가피의 은혜를 바라면서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립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명철하신 우리 주상 전하께서는 성대한 덕이 후손에까지 넉넉히 미치게 하시고, 도가 밝게 이어지게 하소서. 성수聖壽가 무강하시어 마치 남산이 만 년을 가듯 하시고, 왕의 교화가 영원히 펼쳐져 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두루 미치게 하소서. 그리고 또 원하오니, 감사께서도 하시는 일마다 크게 빛나시어 밖에 나오셔서는 이 남쪽 지방의 울타리가 되시고, 특히 은총을 받으시어 안에 들어가셔서는 궁중의 동량이 되게 하소서. 전 감사께서도 몸소 선업을 쌓으셔서 녹봉이 천종千鍾의 부를 채우도록 하시고, 복과 덕이 더하여서 일품一品의 높은 지위에 오르게 하소서. 어진 수령께서는 백 리 땅에 좋은 정사를 베푸시어 곧 궁궐에서 부르시기를 기다리게 하시고, 여섯 해 은혜로운 정사를 베푸신 공으로

010_0256_c_01L盡是宿德之人每恨斯橋之狹小不牢
010_0256_c_02L欲借他山而張大久傳幸我前巡相尹
010_0256_c_03L首勸二三子畫策即倡事之囮
010_0256_c_04L施七百銅助緣宲聚財之本引起同州
010_0256_c_05L之大富檀越許施半千餘緡䢯差各寺
010_0256_c_06L之有名比丘行化五十三邑泉布委積
010_0256_c_07L工匠來臻蕫役於今歲上巳之辰竣功
010_0256_c_08L於同年復陽之月虹形石質宲爲壯哉
010_0256_c_09L徒杠圯橋良可陋也肆涓落成之日
010_0256_c_10L敬修慶替之齋曼拏羅排備香積厨
010_0256_c_11L供羞各定本州寺院佛陁耶請迎
010_0256_c_12L麽耶儀式分付諸山禪師花燭蔽日
010_0256_c_13L幡盖飄空兮依俙然十方諸佛乘雲而
010_0256_c_14L鍾鼓搖山魚梵動地兮彷彿乎三
010_0256_c_15L天衆樂扈佛而來法事圓成佛鑑徧照
010_0256_c_16L俯𨼤祝釐之願三展虔誠仰冀加被之
010_0256_c_17L九頓首領伏願睿聖文明主上殿
010_0256_c_18L德懋垂裕道光顯承聖壽無彊
010_0256_c_19L南山之萬歲王風永扇振東國之八紘
010_0256_c_20L次願巡相令公擧集丕休出爲南藩之
010_0256_c_21L屛翰別膺茂渥入作北闕之棟樑
010_0256_c_22L巡相令公積善在躬祿盈千鍾之富
010_0256_c_23L進戩祐德位躋一品之高知州賢候
010_0256_c_24L百里宣風即竢漢臺之召六期流惠

010_0257_a_01L순임금처럼 발탁되는 은혜를 받으소서. 절제사 장군께서는 무가의 경전 중에 『육도六韜』56)와 『옥령玉鈴』57) 편에 숙달하시어 일찍이 후한 녹봉을 받으며 군사를 다스릴 적에 군율軍律이 청명하였으니, 명예와 공이 더욱 드러나게 하소서. 중영中營58)의 양좌良佐께서는 이 공사를 완성하기까지 특별히 감독한 공이 있었으니, 그 보답으로 절도사에 오르는 영광이 어찌 없겠습니까. 일을 주관한 여러분과 재물을 보시하신 두 분 어르신께서도 복록이 바다같이 넓고 깊어 남천과 함께 오래오래 흐르게 하시고, 수명이 산처럼 굳건하고 튼튼하여 부서지지 않는 돌다리 같게 하소서. 그 밖의 다른 화주를 맡으셨던 분들과 여러 곳에서 보시한 신도들도 모두 마음속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시고, 집안에 재앙이 영원히 사라지게 하소서. 몸을 수고롭게 힘써 일한 공장工匠들도 모두 부처님의 은혜를 입게 하시고, 오고 가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기꺼이 구경 온 모든 사람들도 골고루 이익을 받게 하소서. 그리고 또 남쪽으로 가거나 북쪽으로 가거나 말을 타고 가거나 걸어가는 모든 지위가 높고 낮은 백성들과 남녀노소가 다 같이, 이 다섯 칸의 돌다리에 오르듯 저 구품九品 연화대에 오르기를 두루 바랍니다.
삼가 소疏를 올립니다.
기記-6편
외소재기畏昭齋記
나의 고향 친구인 임 공林公 영중令仲이 밭고랑 사이에 몇 칸 안 되는 풀집을 짓고, 외소畏昭라는 이름으로 현판을 내걸었다. 그러고는 내가 글을 좀 한다고 오해하여 나에게 기문記文을 지으라고 하기에 나는 이렇게 사양을 하였었다.
“우리 고을에 문장으로 이름이 난 선비가 많으니, 내가 구차하게 글을 쓴다면 반드시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나는 더구나 자네가 이렇게 청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네.”
그러나 영중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각기 나름대로의 뜻이 있기에 어떤 이는 산에 올라가 옥을 캐고, 또 어떤 이는 바다에 들어가 구슬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 산에 오르는 자는 바다가 깊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앞으로 우리 유가의 학자들에게도 두루 글을 구할 것인데, 자네의 글도 함께 받기를 원하는 것이니, 자네는 사양하지 말아 달라. 옛날 각범覺範59)이 황산곡黃山谷60)의 서실에 기문을 써 주고, 포암蒲庵61)이 학사學士의 정자에 기문을 써 주었던 일이 있다. 이렇게 예를 들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이 일을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010_0257_a_01L當承舜陟之恩節制將運韜鈴夙練於
010_0257_a_02L武經早受吉祿鎭撫常淸於師律
010_0257_a_03L著名勲中營良佐斯役之成別有監護
010_0257_a_04L之力厥功之報豈無旄節之榮主事
010_0257_a_05L僉員施財兩老福海深廣與南川而
010_0257_a_06L長流壽山堅强等石橋之不泐諸餘
010_0257_a_07L化士各處檀家共遂心中之願求
010_0257_a_08L消身上之災障工匠執務之勞筋苦骨
010_0257_a_09L同被加持徃來結緣之隨喜觀光均沾
010_0257_a_10L利益然後普願南去北去馬行步行
010_0257_a_11L上下人民老少男女一躡此五間之石
010_0257_a_12L咸登彼九品之蓮臺謹䟽

010_0257_a_13L

010_0257_a_14L1) [4]

010_0257_a_15L畏昭齋記

010_0257_a_16L
余同鄕友林公令仲氏搆數間茅屋於
010_0257_a_17L田間以畏昭文其楣誤以余爲粗𡢃文
010_0257_a_18L俾爲之記余曰辭 [69] 鄕多文章士
010_0257_a_19L苟爲之必笑余且非子之請之失當
010_0257_a_20L仲曰否人各有志或登山采玉或入
010_0257_a_21L海求珠豈可謂登山者不知入海之深
010_0257_a_22L余將徧求於吾儒而兼及於子
010_0257_a_23L無辭昔覺範題山谷之室蒲庵記學士
010_0257_a_24L之亭旣有例可援非之者非也余辭

010_0257_b_01L
이에 나는 결국 사양하지 못하고 이렇게 쓰노라.
좋구나. 재실에 외소畏昭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참으로 그럴 듯한 말이로다. 지난날 내가 어렸을 때에 공의 할아버지께 글을 배우며 곁에서 모시고 지낸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소소가昭昭歌〉를 지어서 벽에 걸어 두고는,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경계의 말62)로 삼으셨다. 〈소소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군자는 밝은 곳에서도 두려워하지만, 소인은 밝은 곳에서도 속인다.”
이 한 구절로 선생님의 뜻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궁벽한 시골 마을에 살면서 학문을 가르치는 것을 소임으로 삼으셨는데, 방문 밖에는 항상 학생들이 벗어 놓은 신이 가득하였다. 위로는 이치를 궁구하여 자신을 닦는 학문으로부터 아래로는 저속한 속어63)를 기록한 여러 전책典冊에 이르기까지, 배우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글을 가르치셨으니 이 시골 마을이 온통 우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 공이 이렇게 집을 잘 지어 놓고, 지어 붙일 만한 이름이 많았을 텐데도 쓰지 않고, 외소를 중히 여기며 이름으로 붙이는 것은 돌아가신 분의 뜻을 따른 것이라 하겠다. 천지는 분명하게 위에 있고, 귀신도 분명하게 곁에 있으며, 해와 달과 별과 산천초목의 크고 작고 짧고 긴 것, 새와 물고기 등 동물과 식물의 수만 가지 각기 다른 종류들이 그 모두가 분명한 물건 아닌 것이 없다.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열 사람의 눈과 열 사람의 손가락이 보고 가리키는 바이다.”라는 말과, 『중용中庸』에서 말한 “은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라는 말은 홀로 있을 때에 더욱 삼가라는 뜻이 분명하다. 아침과 낮에 한 일을 밤이면 꼭 상제에게 고한 것은 열도閱道64)가 마음 다스리기를 분명히 한 것이고, 평생 동안 행한 일을 모두 남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속수涑水65)의 마음 씀씀이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몰래 하는 말이라도 하늘이 들을 때는 우렛소리처럼 듣고,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속이더라도 신의 눈은 번개와 같이 알아본다. 이처럼 모든 것이 너무나 밝고도 분명하니, 마땅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전에는 선생님께서 이것으로 노래를 지으셨고, 지금은 공이 이것으로 재실의 편액을 만드는구나. 옛사람과 지금 사람이 같은지 다른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밝은 데서도 두려워하는 이 마음은 일치하니, 어찌 두 가지가 될 수 있겠는가. 공은 또 집에 계시는 아버지께 조석으로 문안을 드리고 잠자리를 살펴 드리며, 매끄럽게 옷을 빨아 드리고 뜻을 따라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니, 자식 된 도리를 다한 것도 또한 밝고 분명하게 행하는 도인 것이다.
아! 아름답도다. 이것이 어찌 진실로 공의 집에서만 전할 가훈이겠는가. 이 집에 오는 자가 이를 돌아보고 음미하며

010_0257_b_01L不獲乃爲之言曰旨哉畏昭之名齋
010_0257_b_02L曩余丱時從公之先王父先生學
010_0257_b_03L得侍左右先生甞作昭昭歌以題壁爲
010_0257_b_04L書紳之戒有曰君子畏昭昭小人欺昭
010_0257_b_05L先生之志節可於此一句足徵
010_0257_b_06L生窮居鄕里以敎導斯文爲己任學者
010_0257_b_07L踵門戶屢常滿上自窮理修省之學
010_0257_b_08L下至兎園典册隨器以接一鄕蒙其熏
010_0257_b_09L今公之肯搆斯堂也亦多可取之名
010_0257_b_10L不書重畏昭克遵先志也天地昭昭
010_0257_b_11L而在上鬼神昭昭而在傍日月星辰
010_0257_b_12L山川草木洪纎短長飛潜動植之類
010_0257_b_13L有萬不齊罔非昭昭之物也大學之十
010_0257_b_14L目手所指示中庸之莫顯乎隱微
010_0257_b_15L獨之昭昭也朝晝所爲夜必告帝
010_0257_b_16L道之治心昭昭也平生行事皆可語人
010_0257_b_17L涑水之用心昭昭也至若人間私語
010_0257_b_18L聽若雷暗室欺心神目如電皆昭昭
010_0257_b_19L之可畏者也先夫子以此而作歌今公
010_0257_b_20L以此而扁齋古今人之同不同不可知
010_0257_b_21L而其畏昭昭之心一也二乎公又家大
010_0257_b_22L人在堂定省朝夕 𣺫瀡承懽以盡子
010_0257_b_23L聀者亦昭昭之道也嗚呼休哉此豈
010_0257_b_24L亶公之家乘凡登是堂者顧諟而玩味

010_0257_c_01L이를 생각하고 실천하기를 집에서 항상 밥을 먹는 일과 같이하여 하루라도 빠뜨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한 나라 전체가 인仁을 일으키는 것에 가깝게 될 것이니,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도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매한 나의 생각은 이상과 같으나, 여러 말 잘하는 선비들은 달리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구나.
우선 이렇게 외소재기畏昭齋記를 쓴다.
만연사 삼청각기萬淵寺三淸閣記
삼청각에 붙일 만한 그럴듯한 이름이 많았지만 경치에서 이름을 취하지 않은 것은 세 가지 맑은 것을 주로 취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누각에 오를 때에 삼청三淸의 뜻을 알고 싶었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였었다. ‘흐르는 것 중에 맑은 것은 물이라는 것을 알고, 움직이는 것 가운데 맑은 것은 바람인 것을 안다. 이것이 두 가지 맑은 것이라면, 그 세 번째는 무엇일까?’
밤이 되어 몇몇 사람들과 함께 다시 누각에 올랐는데, 때마침 보름 가까운 날이라 거의 꽉 차 둥글어진 달이 산꼭대기에 둥실 솟아오르더니 하늘을 쭉 지나가면서 대지를 두루 밝게 비추었다. 그러자 이 누각은 마치 달을 삼키는 듯 토하는 듯 그 달빛을 듬뿍 받는 것이었다. 맑은 달빛이 사람에게 엄습하니, 그 황홀함은 마치 나를 광한전廣寒殿66) 위에 앉혀 여러 신선들과 함께 노닐게67)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낮에 보았던 물과 바람 그 두 가지 맑은 것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제야 갑자기 깨닫게 되어 너무나 기뻐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 아름답구나. 이것이 어찌 세 가지 맑은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면 이곳은 성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와 먼지바람이 닥치기 쉬운 곳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이 좋은 자리를 얻고, 그리고 또 어떻게 이것을 권력 가진 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 참으로 다행하고도 또 다행한 일이 아닌가. 또 이 세 가지가 세상 어느 곳엔들 없을까마는, 속세의 티끌이 눈을 흐리게 하고 이득과 손해를 따지는 욕심이 사사로운 정을 끌어, 눈에 들어와도 소경처럼 보지 못하고 귀에 들어와도 귀머거리와 같이 듣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러니 누가 능히 그것을 알아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가 있겠는가.
진실로 세속 밖의 승려처럼 몸뚱이를 한낱 껍데기라고 생각하면서 기호와 욕심 따위를 끊어 버린 자라야, 물건을 보아도 물건으로 여기지 않고 나 자신을 보면서도 나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물을 보면 내 마음 빈 것을 보는 듯,

010_0257_c_01L念玆而履踐如家常茶飰不可一日而
010_0257_c_02L無之則其殆庶幾乎一國興仁而修
010_0257_c_03L齊治平之道不外是矣迃愚左見如是
010_0257_c_04L不知篤論君子別有何語姑書之
010_0257_c_05L爲畏昭齋記

010_0257_c_06L

010_0257_c_07L萬淵寺三淸閣記

010_0257_c_08L
三淸閣多可名之景不取主三淸也
010_0257_c_09L余始登斯閣求三淸之義而不得曰
010_0257_c_10L而淸者吾知其水也動而淸者吾知
010_0257_c_11L其風也是二淸也烏在其三及夜
010_0257_c_12L二三子復登時近望日山月向滿
010_0257_c_13L出山椒歷天不周大地同旿而斯閣
010_0257_c_14L如呑如吐得之最專淸光襲人
010_0257_c_15L然坐我於廣寒殿上與諸仙子相羊也
010_0257_c_16L而晝之所見二物之淸亦相隨焉余於
010_0257_c_17L是乎怡然自得曰嘻噫休哉此豈非
010_0257_c_18L三淸耶顧此城市甚近囂塵相逼
010_0257_c_19L何從以得此又不爲有力者所敓玆非
010_0257_c_20L幸歟玆非幸歟又此三也何所獨無
010_0257_c_21L而風塵眯眼利欲嬰情目寓之而如瞽
010_0257_c_22L耳對之而如聵誰能知而好而樂之乎
010_0257_c_23L苟有方外之士外形骸而絶嗜欲者
010_0257_c_24L物於物忘我於我觀水也爲心之虛
010_0257_c_25L「記」一字編者補入

010_0258_a_01L바람을 만나면 내 마음이 맑은 것을 본 듯, 달을 쳐다보면 내 마음 밝은 것을 보는 듯 여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이는 경계가 정신과 일치되고 만나는 물건이 나와 융합되어서, 내가 세 가지 맑은 물건인지, 저 세 가지 맑은 물건이 바로 나인지를 모르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야 저 깨끗한 물건이 곧 나이고 내가 곧 깨끗한 물건이 되어서, 물건도 아니고 나도 아닌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세 가지 맑은 물건 삼청이 많고 많은 아름다운 경치를 훌쩍 뛰어 넘어 홀로 우뚝 위에 서는 까닭이며, 또 옛사람들이 이 삼청이라는 글을 현판의 글로 써서 달아 놓곤 하였던 이유이다.
이에 이 기문을 쓰며, 후일 더 좋은 말을 해 줄 군자를 기다린다.
독락와기獨樂窩記
즐거움으로 말하면 도道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으니, 도는 세상에서 가장 지극한 즐거움이다. 도를 떠나서 즐거움을 구한다면, 그것은 음식을 버리고서 배부르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이른바 세상에서 말하는 즐거움이란 풍악과 여색으로만 치달아 마음대로 진탕하게 노는 것인데, 요행히 명예와 이득을 얻어서 즐거운 일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잠시 뜻에 맞는 일에 불과하다. 마음에 맞는 일을 얻으면 기뻐하고 또 잃으면 슬퍼하면서, 얻음과 잃음이 서로 찾고 슬픔과 기쁨이 서로 엇갈려 애태우게 된다. 그래서 어느 한순간 한 생각도 안정될 때가 없으니, 우리 부처님께서 세상살이를 고통의 바다(苦海)에 비유하신 것도 실로 이 때문이다.
도를 아는 사람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넓어서, 막혔을 때나 뚫렸을 때나, 수고로울 때나 편안할 때나, 이득이 있을 때나 손실이 있을 때나, 옳거나 그른 모든 일에 대하여, 항상 태연하여 마음에 매어 두는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사물과 나를 함께 잊고 심경心境이 융화하여, 이 세상을 그저 지나치는 여관처럼 여기고 만물을 쓸모없는 허깨비(蒭狗)68)처럼 생각한다. 안개와 노을 속을 시나 읊으며 거닐고, 세월 가는 대로 몸을 맡기면서 늙음이 오는 것도 모른다. 그 즐거움은 손발을 휘저으며 기뻐 춤추는 것과도 바꿀 수 없으니, 그 마음 그 상황은 설사 부모 자식 사이에도, 또는 스승이나 벗 사이에도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홀로 즐긴다(獨樂)’고 하는 것이다.
저 부귀영화,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어여쁜 여인과 질펀하게 노니는 즐거움은 온 세상이 모두 다 좋아 즐기는 일이니, 그것을 어찌 혼자만 즐긴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어쩌다 때때로 잃게 되는 일이 있고 그렇게 잃고 나면 바로 괴로워지니, 이것을 어찌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보살이 “일체의 괴로움을 버리고 떠나 궁극의 즐거움(究竟樂)을 얻으리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이른바 궁극의 즐거움이란 것이

010_0258_a_01L臨風也爲心之淸對月也爲心之明
010_0258_a_02L境與神會物與我融不知我是三淸耶
010_0258_a_03L三淸是我耶物我我物非物非我
010_0258_a_04L三淸之所以獨超於衆景之上而古人
010_0258_a_05L取之以文于楣者也姑書此以俟夫篤
010_0258_a_06L論君子

010_0258_a_07L

010_0258_a_08L獨樂窩記

010_0258_a_09L
樂莫樂於道道爲天下之至樂捨道而
010_0258_a_10L求樂是猶棄食而求飽也世之所謂樂
010_0258_a_11L不過馳騁聲色僥倖名利快事當前
010_0258_a_12L適情而已得之而喜失之而悲得失
010_0258_a_13L相尋悲喜交煎未甞有一念安靜之時
010_0258_a_14L吾佛世尊喩之以苦海者良以此也
010_0258_a_15L知道之人襟思浩然窮達勞佚得喪
010_0258_a_16L是非泰然無所係於心故物我俱忘
010_0258_a_17L心境雙融以天地爲蘧廬以萬物爲蒭
010_0258_a_18L嘯咏烟霞寄傲日月不知老之將
010_0258_a_19L至其樂也政未易以足蹈手舞旣其情
010_0258_a_20L狀焉雖父子師友之間不得以授受
010_0258_a_21L故謂之獨樂也彼榮華富貴聲色佚游
010_0258_a_22L之樂世之所同也豈謂之獨也有時
010_0258_a_23L而失失則爲苦豈謂之樂也菩薩有
010_0258_a_24L離一切苦得究竟樂所謂究竟樂

010_0258_b_01L또한 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단 한번 얻으면 다시는 잃는 일이 없어서 세간을 멀리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의 즐거움이라 말하고, 또 더없는 즐거움(無上樂)이라고 하는 것이니, 지금 말하는 독락獨樂과 은연중에 서로 부합되는 말이다.
유가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니, 공자ㆍ맹자ㆍ안자ㆍ증자 등이 도를 공부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은 이야기가 경전에 실려 있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동평왕東平王69)은 “선善을 행하는 일이 가장 즐겁다.”라고 하였는데, 이 또한 도에 가까운 것이다. 주문공朱文公70)은 일찍이 두보의 시(杜詩)에 대해 “두보의 〈추흥秋興〉 여덟 수는 세상에 드물게 뛰어난 시이지만, 늙음을 탄식하고 신분이 비천함을 애통해하는 뜻을 담고 있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도를 몰라서는 안 되는데, 두보는 아마도 도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늙음을 탄식하고 비천한 신분을 애통해하였던 것이리라. 이러한 뜻을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도무지 즐거운 일이 없게 되니, 도를 깨달은 후에라야 즐거울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 문중의 사형이신 독락獨樂 대사께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일을 그만두고 산속에 깊이 들어가 나오지 않으며 독락이라고 스스로 호를 붙인 것은, 아마도 도에 뜻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년에 방장산方丈山 서쪽 기슭 조용한 곳에 암자를 짓고 그곳에서 여생을 마칠 계획을 하면서 ‘독락’이라는 글을 써서 편액을 내걸었으니, 대사께서 도에 뜻을 두고 늙어도 그 뜻을 꺾지 않겠다는 뜻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더더욱 믿을 수 있었다. 내가 그 집에 세 번이나 찾아갔는데, 연꽃이 어여쁜 연못과 대나무 둘러친 울타리, 제각기 이름을 가진 꽃들과 희귀한 풀들이 빽빽하고 무성하여 즐겨 감상하면서 쉴 만한 곳이더라. 옛사람은 “세상의 많고 많은 온갖 풀잎 끝 하나하나에도 살아 있는 조사의 참뜻(眞意)이 담겨 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니 대사께서 도를 행하는 즐거움이야 어디에 계신들 얻지 못하겠는가. 영운靈雲71) 선사가 복숭아꽃을 보고 깨달은 일과 향엄 지한香嚴智閑72) 선사가 대나무 치는 소리를 듣고 깨달은 일 같은 것이야 대사의 문중에서는 언제나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혹 꽃그늘이 눈에 아른거리며 대나무 소리가 귀를 스칠 때에, 정겨운 소리와 아름다운 색에 도취되어 자신을 돌이켜 살피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독락’이라는 것도 곧 세속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똑같이 즐기는 그런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은 얻고 잃는 괴로움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니, 그러므로 나는 이 ‘독락’이라는 이름과 실제(實)가 서로 부합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대사께서는 오래도록 선사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으면서 그 도를 익히 들으셨으니, 어찌 그런 일이야 있겠는가. 그저 이렇게 글을 써서 다시 만날 날의 징표로 삼을 뿐이다.

010_0258_b_01L亦指道也一得無失超諸世間
010_0258_b_02L謂之究竟樂亦謂之無上樂與今之所
010_0258_b_03L謂獨樂暗相符矣在儒亦然孔孟顏
010_0258_b_04L曾之以道爲樂布在經傳昭然可知
010_0258_b_05L而東平以爲善爲最樂者亦近乎道也
010_0258_b_06L朱文公甞題杜詩曰杜甫秋興八首
010_0258_b_07L世絶唱而有歎老哀卑之意人不可以
010_0258_b_08L不聞道也盖不聞道故有歎老嗟卑之
010_0258_b_09L才有此意介于胷中則無所樂也
010_0258_b_10L可驗其聞道然後可以爲樂也我門兄
010_0258_b_11L獨樂大師游方旣破深藏而不市
010_0258_b_12L獨樂自號盖寓意於道也晩歲等 [70] 靜室
010_0258_b_13L於方丈山之西麓爲終焉之計以獨樂
010_0258_b_14L文其楣益信其志於道老而不衰也
010_0258_b_15L余於是窩也三奏笻音矣蓮沼竹塢
010_0258_b_16L名花異草森然蔚然可玩可愒古人
010_0258_b_17L百草頭上一一有活底祖師意
010_0258_b_18L之爲道之樂何徃不可靈雲之桃花
010_0258_b_19L嚴之擊竹亦師之家常茶飯矣其或花
010_0258_b_20L陰翳眼竹響聒耳醉倒聲色之中
010_0258_b_21L莫之反省則向之所謂獨樂便是世之
010_0258_b_22L所謂同樂未免得失之苦吾恐名宲不
010_0258_b_23L相稱也然師久游先師之門熟聞其道
010_0258_b_24L豈可爾耶遂記之以爲再會之徵

010_0258_c_01L
보흥사 성도암기普興寺成道庵記
보흥사의 서쪽 기슭에 성도암이 있었는데, 지난 갑신년(1764, 영조 40) 10 월 어느 날 화재가 났다. 절의 여러 대중들은 옛사람이 이루어 놓은 공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고 행각승들이 기거할 곳이 없게 된 것을 염려하여, 등호等浩 선사에게 공덕주功德主를 맡기고 월암 수月庵修 공에게 재정을 맡기고, 통정通政 처환處還에게 공사를 감독하도록 하였으니, 금년 정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4월에 마쳤다.
그러고는 마침내 본산本山의 학인 영오永旿 스님을 보내어 나에게 기문을 써 달라고 하였다. 내가 영오 스님에게 물었다.
“지난날 성도암成道庵에 살던 사람 중에서 도를 이룬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러자 영오 스님이 답하였다.
“저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모릅니다만, 노스님들에게 듣기로는 한 사람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말하였다.
“이렇게 실상은 없고 단지 껍데기만 있으니, 하늘이 재앙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겠구나. 무릇 정도正道는 결코 흥하는 일도 쇠하는 일도 없는 법이다. 천 명의 부처님이 세상에 나왔다 하여도 일찍이 그 숫자가 더해진 것이 없었고, 설사 천 명의 부처님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처님 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재물과 명예의 욕심에 이끌리고 세속의 괴로움에 몸을 빠뜨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한 사람도 도를 이룬 자가 없단 말인가. 나는 성도암이라는 이 암자의 이름 중에서 ‘도’라는 이름만 남겨 두고 ‘성成’ 자는 없애 버리고 싶다.
다시 또 생각해 볼 것 같으면, 설사 도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그것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모르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 이렇게 도를 알지 못하면 도가 없는 것과 다를 것이 전혀 없으므로, 나는 또 도라고 하는 그 이름도 아울러 없애 버리고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나 사람이 비록 도를 이루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 자체는 더해지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다.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도라는 것이 어찌 사람이 하기에 따라 있었다 없었다 하였겠는가. 그렇다면 도를 이룬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만 도가 아예 없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니, 그래도 도라는 글자는 그대로 두는 것을 허락해야 하겠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면, 사람이 어찌 이러한 남의 말에 부화뇌동할 수 있겠는가? 혹시라도 어쩌다가 기질이 맑고 깨끗한 자가 있어서 이 암자의 이름에 붙은 ‘도’라고 하는 글자를 보고, 사모하고 좋아하면서 이곳에서 경전을 공부하고 참선을 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구하여 도를 성취하는 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성취는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도에서 멀지 않을 것이라. 그러므로 ‘성도成道’라는 이름을 보존하는 일은 옛날 중국에서 초하룻날 제사에 양고기를 올리는 예를 지키던 일과도 같은 것이다.73) 이 이름이 제대로 보존되는가 아니면 없어지는가는 모두 사람에게 달린 일이니, ‘성도’라고 하는 이 두 글자는 함께 보존하여도 좋겠다. 이에 성도암이라는 암자 이름을 현판에 써서 걸어 놓고 이 이름을 보존해 줄 사람을 기다리노라.”

010_0258_c_01L普興寺成道庵記

010_0258_c_02L
寺之兌㯟有成道庵去甲申十月日災
010_0258_c_03L寺衆惜前人之功念雲水捿遲之無所
010_0258_c_04L等浩禪師爲功德主月庵修公尸其
010_0258_c_05L通政處還監其役以今正月始四月
010_0258_c_06L走本山學人永旿謁余文爲記余問
010_0258_c_07L曩之居成道成道者幾人旿曰
010_0258_c_08L後生不知而聞諸古老無有余曰無其
010_0258_c_09L而徒存其賓天之所以災者以此
010_0258_c_10L夫正道無興衰千佛出世未曾增千佛
010_0258_c_11L不出世未曾減奈何人根斯下利名牽
010_0258_c_12L其欲塵勞汨其身千萬人中無一人
010_0258_c_13L成之者吾欲存其道名而削其成字也
010_0258_c_14L復重思之道雖存而人不能成則不知
010_0258_c_15L不知則與無無異亦欲幷其道而全奪
010_0258_c_16L易以異名也然人雖不成而不知道則
010_0258_c_17L旣無增減亘古亘今豈可隨人而有無
010_0258_c_18L然則可曰無成不可曰無道道可許
010_0258_c_19L其存也又思之人豈雷同間有氣質
010_0258_c_20L之淸粹者見其道名慕而好之看經
010_0258_c_21L於斯叅禪於斯心誠求之其成可期
010_0258_c_22L雖不成不遠也則成道之名猶告朔
010_0258_c_23L之羊也或存或去惟存乎人成道二
010_0258_c_24L俱可存也重扁于楣以遲或存者

010_0259_a_01L
만연사 두 국사의 영정 중수기(萬淵寺兩國師影子重修記)
보조普照국사를 모실 수 없다면 진각眞覺국사는 누구의 제자도 되지 않겠다고 하였고, 보조국사는 또 진각국사가 아니면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였으니, 이 두 분의 사제 관계는 천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참으로 특별한 것이었다. 그분들이 행하신 공덕과 업적은 당시에 뚜렷하게 드러났을 뿐 아니라, 후세에까지도 전기傳記에 기록되어 전하고 있으니,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 절에서 두 분 국사의 영정을 봉안하고, 향불과 촛불 그리고 공양을 끊이지 않고 올려 온 것이 이미 오래되었는데, 지금 두 분의 영정이 모두 낡아서 바라보노라면 참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에 비구 안성安性이 발원하고 모연하여, 두 분의 영정을 다시 그렸는데 그 장엄함이 극치에 이르렀다 하겠다. 맑고 고상한 영정 모습은 공경하고 배알할 때에 저절로 엄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자가 두 분 국사가 바로 이것(영정)이라고 말한다면 ‘나(국사)는 저것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며, 또 누가 두 분 국사는 이것이 아니라고 말하면 ‘저것이 바로 나(국사)다.’라고 할 것이다. 눈 밝은 스님들은 한번 잘 분별하여 보시라.
회양부 무학당기淮陽府武學堂記
고을마다 무학당武學堂이 있는데, 여러 비장裨將이며 교위校尉들이 활쏘기를 연습하는 곳이다. 그러니 무학당이라는 이름은 그곳에서 하는 일을 그대로 쓴 것이라 하겠다. 혹은 육일정六一亭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것은 활 쏘는 일이 육예六藝74)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혹 관덕정觀德亭이라고도 하는 것은 활을 쏘는 사람의 마음이 곧으면 활을 쏘면 과녁에 모두 적중하기에, 활 쏘는 것에서 그 사람의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회양淮陽 땅은 관동關東 지역에서도 규모가 큰 도회지이다. 물건을 싣고 돌아오거나 실어 나가는 길목은 도적 떼가 모여드는 장소가 되곤 한다. 그런데 혹시라도 급한 일이 생기면 이를 막는 책임은 모두 재관材官(무관)에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당堂을 만들어서 힘써 무술을 익히도록 권하는 것이다.
지난번 정유년 큰 홍수에 원래 있던 당이 다 쓸려 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마땅히 그때 곧바로 다시 세웠어야 하는 것이지만, 우물쭈물 미루어 오면서 최근까지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사근朴思根이라는 사람이, 그렇지 않아도 언제나 본부에 모범이 되어 오던 사람인데, 이를 개탄하면서 다시 세울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가 뜻에 맞는 장인을 구하고 경영하면서 정성을 다하여 이 당을 세우자, 또 사수思秀 등 여러 사람이 그를 따르며 함께하였다.

010_0259_a_01L萬淵寺兩國師影子重修記

010_0259_a_02L
非普照眞覺不願爲弟子非眞覺
010_0259_a_03L照不以爲弟子此之師弟眞所謂千載
010_0259_a_04L一遇者也其功業之顯於當時垂於後
010_0259_a_05L備在傳記今可略也而寺之奉安
010_0259_a_06L兩國師眞影不絶香火供養者久今也
010_0259_a_07L兩像俱老瞻仰失儀有比丘安性
010_0259_a_08L願募緣重設繪事極致莊嚴淸高遺
010_0259_a_09L彷彿七分駿奔衹謁罔不肅敬
010_0259_a_10L兩國師即此耶我不是渠謂兩國師不
010_0259_a_11L即此耶渠正是我具眼衲子試辨看

010_0259_a_12L

010_0259_a_13L淮陽府武學堂記

010_0259_a_14L
列邑有武學堂諸裨校習射之所也
010_0259_a_15L以武學者直書其事也或曰六一者
010_0259_a_16L射是六藝之一也或曰觀德者射者心
010_0259_a_17L則發皆中鵠因射而觀其德也
010_0259_a_18L淮陽關東之一大都會也歸輸之塗
010_0259_a_19L聚之地脫有緩急捍禦之道都在材
010_0259_a_20L故設堂而勸勉焉徃在丁酉爲大
010_0259_a_21L水所捲而去即當重復之如不及而因
010_0259_a_22L循擔閣尙未之遑有姓朴名思根者
010_0259_a_23L常羽儀本府慨然有復立之計經理意
010_0259_a_24L竭心締搆從而響應者又有思秀

010_0259_b_01L그리하여 모년 모시에 일을 시작하여 모년 모시에 준공하였으니, 화려하면서도 법도에 맞은 당의 모습이 옛 건물의 모습보다도 자못 나은 듯하구나.
아, 참으로 좋은 일이로다. 활쏘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항상 이 당堂에 거처하면서 힘써 배우고 정밀하게 익혀서, 버들잎을 뚫고75) 이의 가슴팍을 관통하는76) 절묘한 경지에까지 이르도록 하시라. 그뿐 아니라 창과 칼을 춤추듯 마음대로 다루고 『육도六韜』와 『삼략三畧』을 배워 통달하여, 연마한 무예의 기술이 손자孫子나 오자吳子같이 되고 염파廉頗77)와 이목李牧78)에 견줄 만하게 되시라. 지금 우리나라가 태평성세를 만난 지 오래라, 무쇠로 만든 사발같이 견고하고 반석처럼 안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무예를 닦는 일에 굳이 힘쓸 필요야 없을 것이지만, 그러나 또한 평시에 무예를 가르치는 이유는 편안할 때에 몸을 단련하고 안정되었을 때에 위태한 지경을 대비함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변고를 미리 막는 데에 있는 것이니, 바라건대 여러분들께서는 부디 힘써 익히시라.
이 당堂에 올라 바라보면, 옥녀봉 여러 봉우리들 서남쪽으로 쭉 늘어섰고, 서쪽 나루 쪽으로는 긴 강줄기가 온 고을을 돌아 흐른다. 이러한 지세 또한 병가兵家에서 말하는 유리한 지형이니, 여기에 함께 기록할 만한 일이리라. 봄이 되고 가을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시시때때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그저 한때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일 뿐이니, 여기에 더 이상 장황하게 쓸 필요도 없으리라.
서序-8편
중간본 『화엄경』에 붙이는 서문(重刊華嚴經序)
이 경전의 현묘한 뜻과 소초疏抄를 붙인 연기는 청량淸凉 대사79)가 자세히 설명하여 두었으니, 나 같은 후학이 더 이상 말을 덧붙일 것도 없다. 또 평림平林이 『화엄경』을 합본하였던 일이나 우리나라에서 간행을 하게 된 유래 따위도 백암栢庵 스님의 서문에 모두 실려 있으니,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래서 지금 이 서문에서는 설파雪坡 대사가 이 책을 다시 간행하게 된 일의 시말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옛날 강희康熙 기사년(1689, 숙종 15)에 백암 화상이 징광사澄光寺에서 처음으로 이 책을 간행한 이래로 인쇄하고 배포하는 일이 끊어지지 않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80여 년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경인년 겨울에 경판을 모신 누각에 불이 나서 80권의 경판이 모두 재가 되어 날아가고 말았다. 아, 이 말겁末劫 시대의 학인들에게는 원만한 믿음과 몸소 행하는 실천이 없어서

010_0259_b_01L等諸公以某年某時董事至某年某時
010_0259_b_02L竣功輪奐制度頗勝舊貫㺂歟美哉
010_0259_b_03L願學射者恒居是堂力學精習得至
010_0259_b_04L穿楊貫虱之妙不亶如此舞弄槍劒
010_0259_b_05L講通韜畧其用武之道彷彿孫吳頡頏
010_0259_b_06L頗牧矣今國家昇平已久堅如金甌
010_0259_b_07L如盤石將無所事此而亦有平時講武
010_0259_b_08L習勞於逸防危於安預備不虞也
010_0259_b_09L願諸公勉之登斯堂也玉女諸峯羅列
010_0259_b_10L西南西津長江環擁一府此亦兵家
010_0259_b_11L之得地形俱可書也至若春秋朝暮
010_0259_b_12L變熊之景媚悅一時之眼目而已不必
010_0259_b_13L贅焉

010_0259_b_14L

010_0259_b_15L

010_0259_b_16L重刊華嚴經序

010_0259_b_17L
一經玄旨疏抄緣起淸凉備殫其說
010_0259_b_18L非後學之所可得而評隲也平林合本
010_0259_b_19L之事刊行東國之由具載栢老序中
010_0259_b_20L不必重提惟今所書雪坡大師重刊
010_0259_b_21L始終也昔在康熈己巳栢庵和尙
010_0259_b_22L刊於澄光寺印布不絶至于今八十餘
010_0259_b_23L曩於庚寅冬板閣災八十卷板子
010_0259_b_24L盡爲灰飛末刼學人無圓信手行

010_0259_c_01L세상에 아무 이득도 되지 못하는 까닭에, 부처님께서 화두금강火頭金剛80)을 보내어 이 책판을 거두어 용궁으로 되돌려 가 버리신 것일까. 아니면 지금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다시 간행하는 인연을 맺어 큰 공덕을 누리게 하시어, 경전 간행의 공덕을 옛사람에게만 돌리지 않으려고 하신 것일까.
대개 비상한 일은 비상한 사람이 아니면 행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여러 큰스님들이 모두 입적하셨고 오직 우리 설파 대사만 남아 계시어 불교계에서는 마치 영광전靈光殿81)과 같이 높이고 우러러보니, 방대한 경전을 간행하는 큰일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런 까닭으로 여러 문인들에게 명하여 이 일을 두루 알리고 시주를 모으게 하였으니, 시방의 시주들이 모두 화합하여 그림자가 몸을 따라다니듯 이 일에 동참하였다. 그리하여 마치 불이 있으면 마르고 물이 흐르면 젖는 것과도 같이 힘들이지 않고 자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갑오년(1774) 봄에 판각을 시작하여 다음 해 을미년(1775) 여름에 판각을 완료하였고, 영각사靈覺寺에 장경각(經閣)을 세워 이 경판을 보관하였다. 장경각 안에는 불상을 안치하고 그 부처님 앞에 공양 음식을 올리는 일도 아울러 함께 진행하였다. 큰 위력과 법력을 가진 우리 대사의 도덕에 감화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일이 성사될 수 있었을까. 다만 이번 간행에 있어서 구본舊本에 오류가 있었던 곳은 해인사본海印寺本과 대조하여 개정하였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논하지 않았다.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청량 대사나 규봉圭峯 화상 같은 고승도 오류가 있는 부분에 주석을 내어 지적만 하였지 문장 자체를 고치지는 않았으며, 문장의 예나, 또 지금의 글과 저본이 되는 글 가운데 어느 것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뜻으로 비평을 한다. 그리고 아울러 이 책이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권말에도 결정을 지어 놓지 않았고, 개정한 부분에도 주석을 내어 밝히지 않은 것이 큰 흠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대하여 이렇게 해명을 하겠다. 청량 대사와 규봉 화상도 정경正經을 감히 고치지 못하였다는 것이, 지금 소초疏抄에서 정경을 인용한 것에서 그 근본을 고찰하여 개정한 것과 어찌 같은 예가 되겠는가. 설사 이제 겨우 경전을 배우는 자라 하여도 글의 뜻을 대략 알기만 하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분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설파 대사가 경문을 강하는 안목은 그 옛날 어떤 어진 스님보다도 낫다. 게다가 또 이 『화엄경』은 특별히 강경할 인연이 더 많아서 자그마치 열다섯 번이나 강하였다. 그래서 지금 여러 곳에서 이 경문을 강하는 자들 중에 대사의 강설을 기본으로 삼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대사 같은 분이 어찌 어리석게 머뭇거리며

010_0259_c_01L於世無益故如來遣火頭金剛收歸龍
010_0259_c_02L宮與抑將使今之人得締重刊因緣
010_0259_c_03L亨大功德不專歸於古人與夫非常之
010_0259_c_04L非非常之人莫能行今諸大耆德
010_0259_c_05L淪落殆盡而惟大師存焉叢林仰之
010_0259_c_06L巋然若魯靈光則大經鍥梓之大事
010_0259_c_07L爲躱閃不得故命諸門人均鳴化喙
010_0259_c_08L十方檀越翕然景從如火就燥水就濕
010_0259_c_09L不勞䲥僝泉布輪囷以甲午春蕫役
010_0259_c_10L越明年乙未夏竣功建閣于靈覺寺
010_0259_c_11L藏之閣中佛像像前粢成之需並一
010_0259_c_12L時就緖非大威德法力冥資我大師道
010_0259_c_13L德所感而能然乎但是擧也舊本有誤
010_0259_c_14L讐海印本文改定無所據者存而
010_0259_c_15L不論或以淸凉圭峰於誤處但指註
010_0259_c_16L而不改正文之例及今文本文未詳孰
010_0259_c_17L誤之義彈之幷其無所據處不決於卷
010_0259_c_18L洎夫改定處不爲注明之事而爲欠
010_0259_c_19L余爲之解曰淸凉圭峰於正經不敢改
010_0259_c_20L今就疏抄引文處攷其本而正之豈爲
010_0259_c_21L同例泛學者亦能粗知文義卞其誵譌
010_0259_c_22L況師講經眼目敓古賢席又於此經
010_0259_c_23L偏有緣講至十有五遍現今諸方
010_0259_c_24L此經者莫不宗大師豈可儱侗媕婀

010_0260_a_01L어디가 잘못된 줄을 몰라 밝히지 못하였겠는가. 지금 말학의 전문가들은 각각 자기만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록 우리가 뜻을 결정하여 바로잡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는 자도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대로 두고 논하지 않은 것이다. 개정한 부분에 주석을 내지 않은 것은 대사가 그 개정의 공을 자기에게 두지 않고 후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가 해낸 이 『화엄경』 간행은 다른 누가 한 일과 비교하더라도 몇 등급이나 높은 대단한 일인데, 이렇게 도리어 논평의 대상이 되고 말았구나. 아, 먼지를 불어서 하자를 찾아내는 일은 세상의 인심이 혹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깨끗하고 하얀 옥돌에 파리 한 마리 날아드는 정도야 무엇 때문에 걱정하겠는가. 저 천룡天龍과 귀신과 팔방의 배우는 자들이 모두 함께 이 경전을 공경하고 유통시키면서 중생이 다 없어질 때까지 전하게 될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이것으로 서문을 삼는다.
『사산비명』82)에 붙이는 서문(四山碑銘序)
하늘은 은하수와 북두성北斗星으로 문장文章을 삼고, 땅은 산천초목으로 문장을 삼는다. 그리고 사람에게 있어서의 문장은 바로 육경六經과 예악禮樂을 말한다. 크게는 성리性理와 기수氣數의 학설에서 작게는 만물의 미세한 일들까지도 모두 문장으로 말미암아 관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이란 도를 관통하는 그릇이라 하겠다.
옛날 노자와 공자, 그리고 우리 석가모니부처님, 이 세 분 성인은 모두 주나라 때에 나셨다. 이 세 분께서 베푸신 가르침의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대도大道의 경지에 도달한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불교ㆍ도교ㆍ유교, 이 삼교三敎의 후학들은 모두 각자 익숙한 공부에만 안주하고 자기 좋아하는 것에만 치우쳐 있어서, 말을 보고 사슴이라고 우기는 따위의 언쟁과 피 튀기는 싸움83)이 도대체 세상 끝날 때까지도 중지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태에 대해 나는 벌써부터 지붕을 올려다보면서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그러다가 고운孤雲 선생이 지은 글을 읽고서야 머리를 조아리고 이렇게 외쳐 말하게 되었다.
“하늘이 우리 선생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어 삼교를 관통하도록 하셨구나. 참으로 위대하구나. 이 이상 더할 것이 없도다. 이미 『주례』에 ‘금탁金鐸을 두드려 무武를 떨쳐 일으키고, 목탁木鐸을 두드려서 문文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라 전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보면 우리 고운 최치원 선생은 바로 삼교의 목탁이 되신 분이시다.”
그러나 선생은 어차피 유가의 관을 쓰고 관복을 입고서 벼슬살이를 하며 사신 분이다. 선생이 유교의 관복을 입었다는 것은 곧 유교를 종주宗主를 삼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선생은 글로써 공자와 맹자의 도를 지켜 내셨던 분이다. 고려 시대에서부터 선생이 문묘에 배향되어 제사를 받으신 것도 바로 이러한 공적 때문이었다.

010_0260_a_01L不卞孰誤耶末學專門各私其論
010_0260_a_02L決義正之非亶莫吾信亦多嘵嘵者
010_0260_a_03L所以存而不論也不注明改定者不居
010_0260_a_04L其功無求知於後世也師之此事
010_0260_a_05L較人數等而反以爲鼓唇之端嗚乎
010_0260_a_06L吹毛求疵世情或然皦皦白璧何憂
010_0260_a_07L蒼蠅吾知夫天龍神鬼與八表學者
010_0260_a_08L矜式而流通無衆生乃已也是爲序

010_0260_a_09L

010_0260_a_10L四山碑銘序

010_0260_a_11L
天以雲漢星斗爲文地以山川草木爲
010_0260_a_12L而人之文六經禮樂是也大而性
010_0260_a_13L理氣數之說小而萬物纎悉之事無不
010_0260_a_14L由文而通故云文者貫道之器也昔者
010_0260_a_15L三聖人並作於姬周之世雖設敎各異
010_0260_a_16L而同歸乎大道則一也三敎後學類
010_0260_a_17L各安所習阿其所好指馬之爭玄黃
010_0260_a_18L之戰窮塵不已余未甞不仰屋而嘆
010_0260_a_19L洎乎讀孤雲先生所爲文稽首颺言曰
010_0260_a_20L天生我先生統貫三敎大哉蔑以加矣
010_0260_a_21L已傳有之金鐸振武木鐸振文先生其
010_0260_a_22L三敎之木鐸與然先生旣冠儒冠服
010_0260_a_23L服則必以儒敎爲前茅由其文子以憲
010_0260_a_24L章孔孟也自高麗從祀文庙良以此也

010_0260_b_01L그런데 조선조에 이르러 퇴계 선생이 이렇게 반박을 하고 나섰다.
“근래에 내가 『동문선東文選』을 보니, 최고운崔孤雲은 온몸이 불교에 푹 젖어 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외람되게도 문묘에 배향되어 제사를 받아먹고 있다.”
이 말은 퇴계 선생이 자신이 의지하는 유교 하나만을 지키는 데 생각이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신라 이전에는 문장에도 능하면서 도를 통달한 자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신라 말엽에 태어나시어 12세에 당나라에 들어가 스승을 찾아 힘써 배웠으며, 18세에는 과거에 급제하여 중국 조정의 중요한 직책을 두루 역임하셨다. 고병高騈84)이 황소黃巢를 토벌할 때에 선생을 불러 종사관으로 삼았으니, 그때 나온 표表와 서書ㆍ계啓 같은 것들이 모두 선생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85) 황소는 선생이 쓴 격서檄書를 읽고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침상에서 떨어졌다는 말이 전하고, 이 일 때문에 선생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선생은 신라 헌강왕憲康王86) 때에 중국 황제의 조서를 받들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중국에서 배운 것들을 그대로 시행해 보고자 하였으나, 당시의 조정 권신들이 선생을 시기하여 뜻을 펼치지는 못하였다. 진성여왕眞聖女主 때에 선생이 상소를 올려 시급하게 개혁해야 할 일들을 아뢰자, 여왕께서는 선생의 뜻을 가상하게 여기어 받아들이셨다.
아, 선생은 우리나라 문장의 창시자이시니, 그렇다면 선생이 성리학에 능하지 못하였을 리는 절대로 없는 일이다. 그런데 때를 만나지 못하였기에 이런 보물을 간직하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선생의 본뜻은 당나라에서 벼슬을 하고자 했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때 당나라 조정에는 환관들이 날뛰고 나라 밖에서는 지방의 절도사들이 횡포를 부리고 있던 시기였다. 더구나 후량後梁의 주전충周全忠이 당나라를 찬탈하려는 징조가 이미 싹트던 때였기에, 선생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벼슬을 하려고 마음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온 신라도 정신없는 임금이 못된 무리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고 있었고, 음란한 여왕은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고려가 푸른 소나무처럼 새로 일어나고 신라는 누런 낙엽이 되어 몰락할 운명이 닥쳐오는 그때에,87) 선생은 자신의 몸뚱이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인데, 하물며 자신의 도가 행해지기를 바랄 수 있었겠는가. 그리하여 선생은 마침내 깊은 산을 찾아 들어가 사슴들과 벗하여 놀거나, 덩굴을 잡고 올라 달구경이나 즐기는 한가한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것이 어찌 공의 본심일 수 있었겠는가.
삼국시대 이후로 문장에 뛰어난 재주 많은 선비들이야 시대마다 끊이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선생의 이름만이 당대에서 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를 지나도록 빛을 발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고 있다. 나무꾼이나 부엌에서 일하는 여인네들까지도 모두 선생의 성과 이름을 알고 선생의 문장을 칭찬하였으니, 선생의 그 한 몸에 얻은 명예는 무엇으로도 이름을 붙일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다. 선생이 만일 좋은 시절에 어진 임금을 만나서 그의 문장을 쓰고 그의 뜻을 행할 수 있었더라면, 임금을 바로잡고 세상을 구제하는 방법에 있어서 선생이 어찌 주공周公이나

010_0260_b_01L而我朝退陶先生曰近看東文選崔孤
010_0260_b_02L雲以全身佞佛之人濫厠祀例盖局於
010_0260_b_03L守一也新羅以前未聞有爲文爲道者
010_0260_b_04L而先生挺生羅季十二入唐尋師力學
010_0260_b_05L十八登第歷職淸要高騈討黃巢
010_0260_b_06L爲從事其表章書啓皆出其手巢見
010_0260_b_07L檄書不覺下床由是名振天下憲康
010_0260_b_08L王時奉詔東還欲展西學之所蘊
010_0260_b_09L爲時輩所忌未果眞聖女主時疏陳時
010_0260_b_10L主嘉納之先生爲東國文章之
010_0260_b_11L首倡則未必不能性理之學而遇非其
010_0260_b_12L依寶而未售可勝惜哉盖先生之意
010_0260_b_13L欲仕唐也則宦寺擅于內藩鎭橫于外
010_0260_b_14L朱梁篡代之兆已萌欲仕本國也則昏
010_0260_b_15L主委政匪人女后淫瀆亂紀靑松黃葉
010_0260_b_16L之運已迫固不可容吾身而況望其行
010_0260_b_17L吾道乎遂乃尋深山而友麋鹿扳薜蘿
010_0260_b_18L而弄明月是豈公之本心也哉自三國
010_0260_b_19L以後文章才士代不乏人而惟公之
010_0260_b_20L光前絶後膾炙人口以至樵夫竈
010_0260_b_21L皆知誦公之姓名稱公之文章
010_0260_b_22L所得於一身者必有不可得而名言矣
010_0260_b_23L如其遭淸時遇明君得用其文得行其
010_0260_b_24L則其匡君救世之術何曾偭背於周

010_0260_c_01L공자의 도에 어긋났겠는가.
『동문선』이라면 나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에 실린 선생의 글은 불가에서 행한 일과 건축물에 대한 찬양에 불과하다. 그런데 퇴계 선생은 이것 하나에만 집착하여 그렇게 지적한 것이다. 선생의 문집이 30권이나 되고 『계원필경桂苑筆耕』도 20권이나 되는 저작인데, 그 속에 어찌 치국안민治國安民의 방법과 심성이기心性理氣의 논의가 없겠는가. 황소가 침상에서 떨어졌다는 격문과 여왕이 가상히 여겨 받아들였던 상소문에서 그 한 단면을 볼 수 있으니, 문묘에 배향하는 일이 어찌 외람되다는 말인가.
다만 선생께서는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살면서 널리 대장경을 섭렵하고 그 불법 바다에 들어가 모래알 같은 보배 말씀을 공부하는 데 힘을 쏟았을 뿐이다. 그 총명한 재주와 탁월한 식견으로 대장경을 보자마자 이 세상의 도가 두 가지가 아니며 성인도 두 가지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고 좌우88)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기에 각각 그 종교에 따라 널리 찬양하였던 것이다. 옛날에 왕자안王子安89)이 「익주부자묘비益州夫子廟碑」90)를 지으면서 성인의 열 가지 조목條目을 열거하고, 「여래성도기如來成道記」를 지으면서 석가의 여덟 가지 상相을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 고운 선생의 문장도 또한 이런 종류의 글이다.
지금 이 사산비四山碑에 새겨 넣은 글은 부처님의 행업과 불경 및 제자백가의 책에 실린 내용까지도 두루 섞어서 글을 지은 것이다. 대구를 맞춘 것이 매우 기묘하고 고사를 인용한 것도 매우 광범위하여 어느 한 글자도 옛글의 내력 없이 인용한 것이 없으니, 그렇기에 그 넉넉하고 기름진 멋과 향기가 오래도록 후세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불가의 스님들이 이 비명碑銘을 잘 간직하여 길이 보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혹 어떤 사람은 이 비명을 이렇게 비평하기도 한다.
“오로지 변려騈儷의 문체만을 숭상하였을 뿐, 체제가 비속하고 약해서 한퇴지韓退之나 유종원柳宗元의 문장처럼 웅장하고 기이한 멋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겠다.
“한퇴지와 유종원의 문장력이 선생보다 우수하다 하더라도, 진실로 우리 선생의 이러한 문장의 격格은 한퇴지나 유종원이 따라올 것이 아니다.”
지금 계익戒益 스님이 비명을 한 권의 책으로 베껴 와서, 그 책머리에 나의 글을 붙여 주기를 요구하는구나. 내가 어찌 감히 이처럼 정결하지 못한 글솜씨로 부처님의 머리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그러나 퇴계가 우리 고운 선생을 탄핵하고 반박한 뒤로는 어느 한 사람도 다시 선생의 명예를 붙잡아 일으킨 자가 없기에 내가 특별히 이렇게 부연하여 밝히니, 천 년 뒤의 사람들까지도 우리 고운 선생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게 하려는 것이다.

010_0260_c_01L孔之道乎東文選余亦曾見其所載先
010_0260_c_02L生之文不過賛佛事與浮屠也退陶夫
010_0260_c_03L執此一段而刺之也先生之文集有
010_0260_c_04L三十卷桂苑筆耕有二十卷其中豈無
010_0260_c_05L治國安民之術心性理氣之論乎黃巢
010_0260_c_06L下床之檄女主嘉納之疏可窺一班也
010_0260_c_07L配享文庙何濫之有秪緣先生辭榮居
010_0260_c_08L愽涉大藏入海筭沙以明敏之才
010_0260_c_09L超詣之見一覽便知天下無二道聖人
010_0260_c_10L無兩心不滯方隅不袒左右故各隨
010_0260_c_11L其敎而弘賛也昔王子安撰益州夫子
010_0260_c_12L庙碑盡聖人之十條述如來成道記
010_0260_c_13L窮釋迦之八相先生之文亦類是矣
010_0260_c_14L今此四碑撰銘大浮屠行業內典外書
010_0260_c_15L雜糅成文而對偶甚妙引事甚廣
010_0260_c_16L一字無來歷其賸膏殘馥沾丐後人
010_0260_c_17L多矣宜乎桑門之徒藏弃而雋永也
010_0260_c_18L或以專尙騈儷體格卑弱無韓柳之雄
010_0260_c_19L詭奇少之余曰韓柳之文優於先
010_0260_c_20L固是先生之此格韓柳不若也
010_0260_c_21L益上人傳寫一卷謁余文題其卷首
010_0260_c_22L余何敢以不潔汚佛頭而但退陶公彈
010_0260_c_23L駮之後無一人扶起者余故特敷演而
010_0260_c_24L申明之使千載之下知先生之志之所

010_0261_a_01L이것이야말로 이른바 아침저녁으로 선생을 만나는 것과 거의 같지 않겠는가.
연지암 만일회의 방명록에 붙이는 서문(蓮池萬日會序)
곰곰이 생각하건대, 중생이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진성이어서 생각마다 아미타불이 나타나고, 법계의 연기가 본디 청정하여 곳곳마다 연화장세계가 피어난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늘에서 받은 성품은 바람처럼 요동을 치면서 장식의 바다91)에 물결을 일으키는가. 세 가지 독92)이 거센 불길처럼 일어나니, 사람들은 자신의 성품이 바로 아미타불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여섯 세계를 오르락내리락하니, 누구인들 오직 이 마음이 정토라는 것을 알겠는가. 꿈속에서 또 꿈을 꾸니 길고 긴 밤은 새벽이 되기 어렵고, 미혹을 따라 자꾸 미혹을 쌓아 가니 다시 돌이킬 날이 없구나.
이 때문에 우리 부처님께서는 이 혼미함에서 벗어날 해탈의 길을 보여 주시고자, 따로 방편의 문을 열고 서쪽 하늘에 있는 정방淨方을 가리켜서 동쪽 사람들이 사모하게끔 인도하셨다. 미타불이 아버지시고 연화장세계가 어머니가 되었으니 자식을 낳으면 순전한 아들이 되며, 백옥지白玉池와 황금대黃金臺는 장엄하고도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가 된다. 바람 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달빛 아래 반짝이는 이슬방울은 고공苦空93)을 설명하고, 물새와 산새들은 불법을 드날린다. 수명은 헤아릴 수도 없이 길고 광명도 끝이 없으니 이로 말미암아 부처님의 명호가 정해지고, 칠보가 장엄하고 십선十善이 장엄하니 이로 인해 국토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시방에 모두 정토가 있고, 그곳마다 계시는 부처님은 가장 좋은 인연이 되니, 온종일94) 아미타부처님을 항상 생각하고 외운다면, 십만억 국토 밖에 있는 극락국極樂國을 손가락 퉁기는 잠깐 사이에 뛰어넘어 갈 수 있으리라. 이것이 지금 오탁五濁95)이 뒤섞여 속을 태우는 이 괴로운 시절에 이렇게 성대한 만일회萬日會를 여는 까닭이다.
원래 저 동진東晉의 혜원慧遠 법사가 백련사白蓮寺에서 처음 결사를 열었던 그 기이한 발자취가 긴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전파되었고, 고려의 발징發徵96) 화상이 그 뒤를 이어 건봉사乾鳳寺에서 법회를 열자 바로 그날 천 사람이 극락에 왕생하였다. 다시 생각하면 영명永明ㆍ중봉中峯ㆍ운서雲栖ㆍ초석楚石 같은 스님들도 모두 선가의 큰 인물로서 모두 다 정토 법문을 숭상하였으니, 진실로 이 법문에서 쉽게 지도해 주는 대로 따르면 여러 품류의 중생이 각기 자신의 근기에 따라 수행할 수 있음을 알 것이다.
꼭 부여잡고 힘써 노력해야 할 공부 가운데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엉터리 선객이라도 마침내는

010_0261_a_01L在也其庶幾乎所謂朝暮遇之者歟

010_0261_a_02L蓮池萬日會序

010_0261_a_03L
切以衆生之立處即眞彌陁念念現
010_0261_a_04L界之緣起本淨蓮花處處開奈何性天
010_0261_a_05L風搖致使識海浪動三毒熾盛人昧
010_0261_a_06L自性之彌陁六道升沉誰識惟心之淨
010_0261_a_07L因夢有夢長夜難晨從迷積迷
010_0261_a_08L路無日故我世尊欲示解脫路別開
010_0261_a_09L方便門指西天之淨方引東人之欣慕
010_0261_a_10L彌陁父蓮花母生子也純男白玉池黃
010_0261_a_11L金臺嚴土之惟淨風柯月露宣說苦
010_0261_a_12L水鳥山禽敷揚佛法壽命無量
010_0261_a_13L明無量佛號由斯七寶莊嚴十善莊
010_0261_a_14L國名因此十方皆有淨土彼佛最
010_0261_a_15L爲勝緣二六時中阿彌陁繫念常誦
010_0261_a_16L十萬億外極樂國彈指可超此所以丁
010_0261_a_17L今五濁之交煎啓此萬日之勝會者也
010_0261_a_18L原夫東晋遠法師剏結社於白蓮異蹟
010_0261_a_19L萬歲傳播高麗徵和尙繼設會於乾鳳
010_0261_a_20L同日千人徃生復惟永明中峯雲栖楚
010_0261_a_21L皆以禪家宗匠俱崇淨土法門
010_0261_a_22L由此門指的易用當知群品隨機可
010_0261_a_23L喫緊工夫疇過於此虛頭禪客

010_0261_b_01L이 법문에서 맞은 듯 번쩍 정신이 들 것인데, 하물며 역풍과 순풍이 앞뒤에서 불어 대고 유혹의 화살과 번뇌의 화살이 좌우에서 침공함에 있어서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 속에 머리를 묻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그 속에서 몸을 굴리고 있으니, 어떤 사람이 능히 그것을 끊어 버릴 수 있을까.
여기 우리 성한性罕 스님은 이 땅의 한 사람 범부로서 일찍이 이 부질없는 세상이 그저 허황한 꿈인 것을 알아차리셨다. 세상의 인연을 벗어났기에 어린 나이에 선문에 발을 들여 속세의 인연을 다 끊고 마침내 정업淨業에 손가락을 담그셨다. 말세를 만나 부처님 법이 뒤집혀 땅에 떨어진 것을 개탄하고, 이 사람들이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슬프게 여기셨으니, 그리하여 드디어 자비심과 원심願心과 광대심廣大心을 발휘하여 부처님을 염송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며 부처님을 공양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함께하고 업業을 같이하는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마음을 수행해 보자고 권고하여 만 일萬日이라는 날짜를 기한으로 정하였다. 진실로 마음과 도량이 넓고 넓어 일을 능히 감내할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처럼 높은 뜻으로 발원하여 사람들을 제도하고 선善을 따르게 할 수 있었겠는가.
또 백화白華와 문곡文谷 두 대사가 있으니, 부처님 법을 지키는 데에 모범97)이 되시며 우리 선문의 영수가 되는 분들이시다. 오랜 시간 불경을 강설하는 동안에는 배우는 자들의 귀의하는 바가 되었고, 정토의 학업을 닦으심에는 불문에서 우러러 믿는 바가 되었다. 입은 은하수와 같아서 설법을 할 때에는 구름이 일어나는 듯하고, 혀는 우레와 천둥이 뒤집히는 것 같아서 설법을 들으려는 자가 마치 담장처럼 밀어닥쳤다.
사자좌에 앉아서 대중을 포섭하는 일, 그 어떤 사람이 능히 할 수 있는 일인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귀를 잡고 깨우쳐 주는 주맹主盟이 되는 일은 우리 대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수행을 함께하는 대중들은 지난 겁에 많은 덕을 심어서 금생에서 이와 같이 특이한 인연을 받게 된 것이라, 원력의 바람이 한번 스치자 모든 계곡에서 일제히 메아리 소리가 울리고, 법비가 잠깐 쏟아지자 삼초三草98)가 한꺼번에 싹이 텄다. 물거품과 같은 이 허깨비 몸뚱이 탄식이 절로 나오니, 괴안국에서 누린 영화 한바탕 봄꿈99)과도 같구나. 갖가지 금가루를 체로 쳐서 찌꺼기를 걸러 내듯 이 한 몸을 옥돌처럼 더욱 열심히 갈아서 1만 날 동안 마음속으로 성실하게 법을 구한다면, 상중上中 사이의 품品으로 몸이 왕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인들 이것을 아름답다고 찬탄하지 않겠는가. 진실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넓디넓은 바닷속에 들어가 기약 없이 모래알을 세듯 이미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읽어 왔고, 또 소나무를 흔들어 먼지를 털어 내듯 불자拂子를 흔들며 살아온 지도 어언 20여 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 갈수록 의혹이 많아져서 들여우의 무리로 떨어질까 두렵기도 하였고,100) 문자만을 음미할 때에는

010_0261_b_01L盩於斯況復逆風順風前吹後扇
010_0261_b_02L箭毒箭左攻右侵那裡埋頭擧世滔
010_0261_b_03L皆是箇中轉䐉何人斷斷能然
010_0261_b_04L有性罕上人曾以愽地凡夫能知浮世
010_0261_b_05L幻夢擺脫世故早㧌迹於禪門謝絶
010_0261_b_06L塵緣終染指於淨業慨末法之顚墜
010_0261_b_07L悼斯人之沉淪遂發悲心願心廣大心
010_0261_b_08L以要念佛禮佛供養佛勸起同心同業
010_0261_b_09L數至百人熏修長期久期限定萬日
010_0261_b_10L苟非心量恢恢當事幹能者焉能志願
010_0261_b_11L卓卓度人從善乎又有白華文谷兩大
010_0261_b_12L佛法羽儀空門領袖久講貝典
010_0261_b_13L者之所歸依脫修蓮科叢林之所信仰
010_0261_b_14L口似河漢說法若雲之興舌飜雷霆
010_0261_b_15L聽者如墻而進據猊座而攝衆其何人
010_0261_b_16L執牛耳而主盟惟我師是抑又同業
010_0261_b_17L大衆曩刼植衆德本今生感斯異緣
010_0261_b_18L願風一號百竅齊響法雨乍霔三草
010_0261_b_19L並萠歎泡漚之幻身等槐安之春夢
010_0261_b_20L簁百金而如脫玉一身而競磨十千日
010_0261_b_21L心誠求之上中品間身可徃矣
010_0261_b_22L不歎美良可願從愚也入海筭沙
010_0261_b_23L閱數百許卷搖松揮塵洽踰二十餘霜
010_0261_b_24L轉多疑惑恐墮野狐之隊唯味文字

010_0261_c_01L다음 생에 책 파먹는 좀벌레의 몸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기도 하였다. 이미 다 늙은 나이가 되었지만 밝은 거울이 형상을 대하는 듯 환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더구나 이와 같은 성대한 법회 자리를 만나게 되니 미련한 돌덩이 같은 이 몸도 구슬처럼 빛나는 여러 스님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오히려 머뭇거리기만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주위만 맴돌면서 뒤에서 기다리기만 한다. 참으로 아직까지 불경을 강설하던 습기가 다 끊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화하는 인연을 맺고자 하였던 옛 발원이 마무리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본래 능력이 남들만 못하니, 이렇게 의로운 일을 보아도 어떻게 감히 용기를 내겠는가.101)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인仁을 행할 때를 만나면 절대 사양하지 않는구나.102) 큰스님께서는 나의 남은 생애 동안 법회의 말석에 참여하도록 허락하셨고, 대사께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 나의 갈 길을 정하여 일을 마무리하도록 허락하셨다. 연지암蓮池庵 만일회의 명단에는 내 이름을 미처 기록하지 못하였지만, 선적仙籍을 기술할 때에는 내게 서문을 지으라고 청해 주셨다.
내가 겉만 번지르르한 천박한 재주103)를 가지고 외람되게도 감히 큰스님들의 아름다운 이름자를 적은 선방의 방함록을 더럽히게 되었으니, 스스로도 적당히 만족하고 마는 내 자신이 부끄러운 것을 알겠고, 또 내가 분수를 헤아리지 못하였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다만 후일 어느 해에 이 절에 들어올 때에 모르는 낯선 손님이라는 소리를 면해 보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오늘 글을 억지로 얽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와 청하는 걸음을 끝내 사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며 예를 올리고 삼가 이 글을 써서 돌려보낸다.
건륭乾隆 계사년(1773) 3월 경신일에 호남 비구 유일이 우러러 쓴다.
표훈사104) 정양암105) 헐성루 중창을 기념하는 서문(表訓寺正陽庵歇惺樓重剙序)
자라 등 같은 봉우리가 우리 동쪽 나라에서 솟아나니 진秦나라 때 처음으로 봉래산이라는 이름이 중국까지 소문이 났고, 『화엄경』106)이 서역에서 전래되어 오니 한나라 이후에 바야흐로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영랑봉107)에서 선사들이 득도하는 것을 이미 3천6백 년 동안 보아 왔고, 법기봉108)에서 불경을 강설하는 것을 1만 2천 봉우리가 항상 둘러싸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 주위 안팎으로 산이 두루 둘러싸고 있는 것이 마치 신선이 탄 수레가 오가는 자취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이 정양사 헐성루로 말할 것 같으면 신라와 고려 때의 큰스님(韻釋)이 세웠다고 전하지만 그 일을 뚜렷이 기록한 문헌109)이 남아 있지 않아서 징험할 수가 없으니 어찌하겠는가. 솟아오르는 태양의 볕을 똑바로 마주 받으면서, 헐루歇樓는 이 티끌세상이 한낱 헛된 꿈일 뿐임을 깨우쳐 준다. 산 전체의

010_0261_c_01L慮受蠧魚之身旣迫衰齡難似明鏡之
010_0261_c_02L對像況逢勝會愈欲頑石之混珠猶趦
010_0261_c_03L趄而不能前每裵回而留待後非亶講
010_0261_c_04L經之習氣未歇亦由化緣之夙願尙殘
010_0261_c_05L我本不如人豈敢勇乎見義人或不
010_0261_c_06L如我故不讓於當仁頭上公假我餘年
010_0261_c_07L當叅末會壇中師許人前路可遂本心
010_0261_c_08L所喜蓮池中錄名雖未遑仙籍上述
010_0261_c_09L序遽有請猥將黔驢之賤枝敢累龍象
010_0261_c_10L之芳銜自知適足爲羞多見不量其分
010_0261_c_11L但以他年入院要免生客之呼今日勒
010_0261_c_12L不辭隣人之走遙向爲禮謹書以
010_0261_c_13L旹乾隆癸巳三月庚申湖南比丘有
010_0261_c_14L一畔睇書

010_0261_c_15L

010_0261_c_16L表訓寺正陽庵歇惺樓重剏序

010_0261_c_17L
鰲岑東湧秦時始聞蓬萊之名虬藏西
010_0261_c_18L漢後方有金剛之號永郞之得道
010_0261_c_19L已閱三十六百年星霜法起之談經
010_0261_c_20L繞一萬二千峯眷屬所以琳宮梵宇
010_0261_c_21L匝內外之山鶴駕鸞驂依俙徃來之迹
010_0261_c_22L至若正陽寺歇惺樓者相傳羅麗之韵
010_0261_c_23L釋所剏爭奈杞宋之文獻無徵正面當
010_0261_c_24L杲日之陽歇樓惺塵世之夢爾其一山

010_0262_a_01L올곧은 산줄기가 몰려 모인 곳으로, 온 골짜기의 신령스런 기운을 머금어 간직한 자리이다. 화살촉처럼 뾰족뾰족 서 있는 천 길 봉우리는 돌아보며 가리키는 곳마다 사람이 읍揖하며 절을 하는 듯하고, 우레처럼 울어 대는 만 줄기의 폭포수는 어디에 앉으나 어디에 누우나 언제든지 그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눈발이 휘날려 중향성衆香城110)을 덮으니 반야를 구하느라 울다 죽은 파륜波崙111)의 뼛가루를 보는 듯하고, 비로봉 꼭대기에 구름이 일어나니 마치 가섭이 향불을 사르는 듯 황홀하다.
여섯 번의 아랑위포兒郞偉抛112)를 부르고 들보를 올리니 창건 당시 주인이 쓴 거대한 글씨가 참으로 소중하고, 네 운韻의 시가 벽에 걸렸으니 후대 시사詩士들의 뛰어난 시 구절이 너무나도 새롭다. 이것은 다 누각에 올라 얼핏 바라본 경관일 뿐이니, 빼어난 경관은 종을 차례로 바꾸어 가면서 세도록 시킨다 하여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러한 경관은 시 짓는 선비들에게 시의 재료를 더해 줄 것이니, 이 누각이 어찌 신선들의 좋은 거처이기만 하겠는가. 그러나 창건한 후로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니 자꾸만 집이 너무 낡았다는 탄식을 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거듭 수리를 하였지만, 이제는 머잖아 기둥이 흔들릴 지경의 흉한 모습을 보기에 이르렀다.
여기 지금 우리 도의 관찰사이신 김종정金鍾正113) 공은 대단한 군자로, 여러 대를 내려온 대신의 집안이며, 높은 관직으로 빛나는 문벌의 큰 인물이다. 세 번이나 옥절玉節을 가지고 우리 고장에 부임해 왔으니 임금의 은혜가 앞뒤를 통틀어 이보다 더 클 수 없고, 10년 동안에 두 번이나 산에 들어왔으니 평범한 낯선 손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염閻 공의 의장儀仗이 등왕각滕王閣에 일찍이 임하였던 것 같고,114) 소동파의 문장이 적벽赤壁을 거듭 찬탄한 것과 같다.
기괴한 봉우리와 시원하게 트인 언덕은 지난날의 풍광보다 못할 것이 없으나, 무너진 벽과 기울어진 들보는 오늘 하루도 견뎌 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있었다. 이리하여 수리할 계책을 세우고는 창고의 곡식을 아낌없이 모두 쏟아부었으니, 상관上官이 앞장서서 먼저 열 가구 몫의 재화를 시주하자, 여러 고을에서도 바로 따라서 모두들 얼마 안 되는 녹봉115)이라도 나누어 시주하였다. 관가에서 먼저 나서서 주선을 하니, 우리 스님들이 어찌 감히 이 일을 회피하겠는가. 지습智習과 처경處敬 두 스님은 절 안에서 모범이 되는 분으로 여러 스님들을 이끌고 계시는데, 어떨 때는 세상에 나아가 시주를 권하여 재물을 모으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앉아서 재물의 용도를 관장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신축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해서 갑오년 단옷날에 준공을 하였다.116) 난간에 기대어 손님을 맞고 접대하는 분주함이야 어디 옛날만 하겠는가마는 지팡이 짚고 구경하는 흥취만은 더욱 새로운 정을 더하였다.
애석하구나! 우리 관찰사께서는 조정으로 돌아가시는 길을 어찌 그리 재촉하셨는지, 이 누각의 공사를 마친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셨구나. 이 절이 설사

010_0262_a_01L正脉之輻湊萬壑靈氣之含藏簇立千
010_0262_a_02L拱揖指顧之內雷鳴萬瀑喧豗坐
010_0262_a_03L臥之中雪封香城如見波崙之粉骨
010_0262_a_04L雲起爐頂怳似迦葉之燒香六偉上樑
010_0262_a_05L當時地主之鉅筆籍重四韵題壁後來
010_0262_a_06L詩翁之秀勾競新是皆登樓之大觀
010_0262_a_07L可更僕而盡數寔爲騷人之添詩料
010_0262_a_08L亶神仙之好樓居但以刼海頻迁每起
010_0262_a_09L屋老之歎鑚燧屢改將見棟撓之㐫
010_0262_a_10L爰有本道觀察使金公名鍾
大君子喬木
010_0262_a_11L世臣簮纓門閥一路三指節莫大前
010_0262_a_12L後之主恩十年再入山不是尋常之生
010_0262_a_13L閻公之棨戟滕閣曾臨坡仙之文
010_0262_a_14L赤壁重賞奇峯爽塏無恙曩時之
010_0262_a_15L風光境壁傾梁那堪今日之景狀
010_0262_a_16L興修理之計不恡倉廩之傾上官爲囮
010_0262_a_17L先施十家之產列邑隨塵共分五斗之
010_0262_a_18L官家旣能周旋僧徒詎敢躱閃
010_0262_a_19L習處敬兩上人羽儀一寺領袖衆僧
010_0262_a_20L或行勸聚財或坐管用度蕫役於龍集
010_0262_a_21L辛丑之大壯竣功於杓建甲午之端陽
010_0262_a_22L凭欗 [71] 應接之紛何爽昔日植笻玩愒之
010_0262_a_23L更添新情惜乎我公之還朝一何
010_0262_a_24L其促斯樓之訖役未能得臨雖然古

010_0262_b_01L천 년의 자취를 지닌 고찰古刹이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공의 덕택으로 원래 모습을 회복하게 된 것이며, 그리고 이 일을 맡아 하신 두 스님의 복도 후일에 또 어디로 돌아가겠는가.
나는 호남 땅에 사는 한낱 보잘것없는 중으로 세상 밖을 이리저리 부질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이다. 명산인 금강을 그리는 오랜 숙원이 있던 차에 요행히도 청정한 경계인 이곳에서 지낼 기회를 얻었는데, 마침 이 누각을 낙성落成하는 잔치를 접하게 되었고, 갑자기 이 글을 지으라는 요청까지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큰 재주117)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외람되게도 내가 맡게 되었으니, 솜씨를 잘못 놀려 손에 상처 입는 실수를 어떻게 면할 수 있겠나.118) 내가 원래부터 절묘한 글119)을 쓸 만한 재주가 없는 사람이니, 괜히 이 좋은 누각 벽에 낙서만 하게 될까 참으로 부끄럽다.
금성의 강성규 석사가 양친을 위하여 베푼 회혼례를 축하하는 서문(錦城姜碩士聖奎爲二親設回婚宴序)
자식이 부모를 섬김에 누군들 효도를 다하려 하지 않겠는가. 효도라는 것은 진실로 사람의 자식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이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세상에는 행복한 일 세 가지와 불행한 일 세 가지가 있다. 대체로 태평세월을 즐기면서 부모 봉양을 잘하는 것이 첫 번째 행복이고, 벼슬길에 올라 부귀영화를 함께 누리는 것이 두 번째 행복이며, 도를 지키고 몸을 성실하게 닦아서 세상에 길이 이름을 날리는 것이 세 번째 행복이다. 이 세 가지 일은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에 혹 너무 가난하고 신분이 천하여 살 집도 없이 병과 난리에 시달리는 것이 첫 번째 불행이고, 설사 녹봉을 많이 받고 영화를 누린다 하여도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모시고 봉양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불행이며, 까닭 없이 시비가 생겨 혹 불의不義에 빠지는 것이 세 번째 불행이다. 불행이야 어디 사람의 자식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겠는가?”
여기 이 금성錦城 사람인 강기서姜器瑞 선비는 양친 부모를 받들어 모실 때에 맛있는 음식을 올려 정성을 다하였으니, ‘가난한 살림에도 기쁜 마음으로 부모를 잘 섬겼다는 말(菽水之歡)’120) 정도로는 그 효도하는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또 문장을 잘하여 세상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기쁘게 하였으니, 세 가지 행복 중에 두 가지는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저 세 가지 불행이라고 하는 것은 도무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지금 이 기서 씨의 행복 중에는 또 남들은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남극의 노인성이 아버지께서 기거하시는 마루를 비추고, 중천의 무녀성婺女星이 어머니께서 계시는 방에 훤히 빛나서, 부모님의 송백과 같은 곧은 정절이 80세가 지나고도 더욱 무성하신 것이다.
마침 금년에 두 분 어르신께서 합환례를 치르시는 때를 맞아서, 기서 씨는 창고에 쌓아 둔 곡식을 아낌없이 내어 이렇게 다시 혼례 잔치를 베풀어 드리는 것이다.

010_0262_b_01L寺千年之蹤都由公復他日二梵之福
010_0262_b_02L當復何歸愚也湖南病禪物外浪迹
010_0262_b_03L要償名山之宿債幸遂淨界之淸游
010_0262_b_04L當落成之筵遽及勒文之請濫爲大匠
010_0262_b_05L之斵傷手何逃元無幼婦之辭疥壁
010_0262_b_06L是媿

010_0262_b_07L

010_0262_b_08L錦城姜碩士聖奎爲二親設回昏宴序

010_0262_b_09L
子之事親孰不欲盡孝孝固人子之所
010_0262_b_10L當爲也然而古人曰有幸不幸者三
010_0262_b_11L夫樂於治平而能有養者其幸一也
010_0262_b_12L躋祿仕同被貴榮其幸二也守道誠
010_0262_b_13L顯名不泯其幸三也是三者人所
010_0262_b_14L同欲也若或貧賤無家困於衰亂
010_0262_b_15L不幸焉祿厚身榮親不侍養二不幸
010_0262_b_16L釁生無階或陷非義三不幸焉
010_0262_b_17L豈人子之志哉今錦城姜斯文器瑞
010_0262_b_18L上奉二親甘旨盡誠不必以菽水承懽
010_0262_b_19L而已又善文章立名斯世以悅其親
010_0262_b_20L可謂能有三幸之二其不幸之三非所
010_0262_b_21L知也今器瑞之幸又有人所不及者
010_0262_b_22L南極之星照於椿軒中天之婺愌乎
010_0262_b_23L萱室松栢貞節逾八袠而益茂今年
010_0262_b_24L適丁巹期器瑞傾囷倒儋再設牢宴

010_0262_c_01L잔치 자리에는 술이 못물처럼 넘치고 안주도 수풀처럼 빽빽하게 놓여서, 술잔과 안주 접시 어지럽게 벌여 있으니 축하하며 올리는 술잔 순서도 알 수 없이 바쁘게 오고 간다. 자리를 가득 메운 고마운 손님들이 시를 지어 송축의 말씀을 올리니, 시축이 소 등에 한 짐 실어야 할 만큼 많이도 쌓였구나. 이러한 기쁨은 더구나 앞에 말한 세 가지 행복 가운데에도 없는 것이니,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로다.
내가 세상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수명과 부귀를 겸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사 수명과 부귀를 겸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더해 자식을 많이 가지는 행운까지 갖기는 더욱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런데 지금 이 기서 씨의 부모는 장수를 누리고 건강한 데다가, 집안을 꽉 채운 훌륭한 자손들이 혼인121)으로 좋은 집안과 맺어졌다. 자식들이 아침 문안과 저녁 잠자리를 정성껏 봐 드리면 부모님은 그저 곽자의郭子儀가 그랬듯이 턱만 끄덕이고,122) 맛있는 음식은 자손들을 모아 함께 나누며 즐기면서 항상 왕희지王羲之처럼 높은 안목을 즐겼다. 세간 출세간 두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커다란 복락을 누리는 사람을 나는 이 기서 씨의 부모님밖에 못 보았다.
아! 하늘의 이치는 길하고 상서로운 일로 착한 사람에게 보답하게 되어 있구나. 그렇다면 지금 이 기서 씨의 부모가 무슨 착한 일을 하였기에 이런 복록을 누리게 되었을까. 아니면 기서 씨가 훌륭하여 그 복이 부모에게까지 올라가 부모의 복록을 연장시켜 주는 것인가? 나는 기서 씨를 만나 보지는 못하였지만 그 아우를 알고 있어 아우를 통해 형의 이야기를 익숙하게 많이 들어왔다. 이제 또 그의 문장과 글씨까지 보게 되었는데, 글씨와 문장이 단아하고 매우 여유가 있구나. 기서 씨 형제는 참으로 누가 더 낫다 누가 더 못하다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모두가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내 바라노니, 이 두 훌륭한 형제께서는 부디 중도에 그치는 일 없이 끝까지 덕을 키우고 학업을 성취하기에 힘쓰시라. 그리하여 마침내는 청운의 뜻을 꼭 이루어서 부모님들께서 함께 그 부귀영화를 누리실 수 있도록 하시라. 이리 한다면 이른바 세 가지 행복 가운데 하나도 빠지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니, 이 어찌 성대한 일이 아니겠는가. 부디 기서 씨의 두 형제는 힘써 노력할 것이다.
『심성론』에 붙이는 서문(心性論序)
이 한 권의 책은 묵암 장로와 내가 을미년(1775) 가을 동안에 심성에 대하여 함께 논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여러 부처님과 중생들의 마음이 제각기 다 원만하므로 일찍이 하나였던 적은 없다는 것이 묵암 장로의 주론主論이고, 각각 원만한 것이어서 원래가 하나라는 것은 나의 주론이었다.
묵암 장로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我今任獨歸             나 이제 내 마음 시키는 대로 혼자서 돌아가니
勿行行處去             남들이 다들 가는 그 길 따라가지는 않으리라

이 말은 스스로 깨우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시를 썼다.

先聖皆同說             선세의 성현께서 모두 같은 말씀 하셨으니
後生孰敢違             후대 사람들 누가 감히 그 말씀을 어길까

이는 바로

010_0262_c_01L酒如池有肴如林盃盤狼藉獻酢無
010_0262_c_02L滿座佳賔賦詩獻頌積成卷軸
010_0262_c_03L于牛腰此又三幸之所無㺂歟休哉
010_0262_c_04L余觀世人兼壽富爲難兼壽富而多男
010_0262_c_05L爲尤難今器瑞之親旣壽且康芝蘭
010_0262_c_06L滿庭瓜葛相連晨曛定省惟點子儀
010_0262_c_07L之頷分甘相樂每娛羲之之目處于
010_0262_c_08L兩間享此介福吾于器瑞之親見之
010_0262_c_09L天道以吉祥報施善人今器瑞
010_0262_c_10L之親作何善而致此歟抑器瑞之賢
010_0262_c_11L上延父母歟余不見器瑞而知其弟
010_0262_c_12L聞其兄又及其文若筆而又文雅有餘
010_0262_c_13L器瑞難於爲兄也吾願夫二難不中
010_0262_c_14L途止育德進葉 [72] 以致靑雲之上俾其同
010_0262_c_15L被貴榮則所謂三幸無一遺焉豈不盛
010_0262_c_16L惟器瑞兄弟勉旃

010_0262_c_17L

010_0262_c_18L心性論序

010_0262_c_19L
此一卷默老與不佞共論心性於乙未
010_0262_c_20L秋間者也諸佛衆生之心各各圓滿
010_0262_c_21L未曾一箇者默之論也各各圓滿者
010_0262_c_22L元是一箇者愚之論也默詩云我今
010_0262_c_23L任獨歸勿行行處去即自得之論
010_0262_c_24L詩云先聖皆同說後生孰敢違即齊

010_0263_a_01L모든 글들은 뜻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무릇 한 가지 일을 두고 서로 옳다고 다투는 일 가운데는 간혹 양쪽이 다 옳은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다투고 있는 이 두 가지 주장은 우리 불가에서는 아주 중요한 요체要諦가 되는 것으로,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하면 나머지 한쪽의 주장은 틀리다는 말이 된다. 우리 두 사람은 그저 제각기 스스로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 지금 이 세상에 도는 사라지고 그 도를 행하던 성현도 없어, 먼지바람만 꽉 차 있구나. 어떻게 하여야 사리에 완전히 통달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이치를 이치에 맞게 설명하고 사리를 사리에 맞춰 설명해 주는 그런 성현이, 지금 이 세상에 나오셔서 버리고 취할 것을 올바르게 정해 주시는 일이 있을까. 이런 사람을 머지않아 만나게 되기를 그저 바라고 또 바라 마지않는다.
그러나 시비는 비록 확실하게 판정할 수 없었으나, 지금의 세상에 살면서 이런 일을 가지고 서로 말할 자도 또한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통하여 심성이 돌아가는 바를 연구한다면, 높이 오르고 멀리 행함123)에 있어 이 『심성론』이 작은 도움이야 되지 않겠는가.
양 수재 보구에게 주는 서문(贈梁秀才寶龜序)
금상 재위 2년 겨울에 나는 용성龍城에 있는 파근사波根寺에 살고 있었다. 그때 양 수재 보국 씨가 둔덕리屯德里에 있는 그의 집으로부터 찾아와서 『논어』를 읽었는데, 그는 약관의 나이로 외모가 출중하고 지기志氣가 온화하였다. 글을 읽다 여가가 나면 항상 나에게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으니, 또 내가 글을 조금 안다고 생각하여 의심나는 곳이 있으면 불쑥 찾아와서 묻곤 하는 것이었다.
내가 비록 어린 시절에 그 책을 읽기는 했지만 일단 산에 들어오고 나서는 한쪽에 치워 두고 한 번도 펴 보지 않았고, 게다가 이제는 늙기까지 하였으니 어떻게 감히 선비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질문한 것을 모른 척하기는 어려워 잠시 찾아보고 연구하여 알게 되는 것은 대답해 주고, 그래도 모르는 것은 감히 대답하지 않은 채 그렇게 보름 가량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그가 나에게 떠난다고 고하러 와서 이런 말을 하였다.
“산속에서 사는 것과 속세에서 사는 것이 다르니, 오랫동안 따르며 배울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어찌 이별의 회포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앉아라. 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다. 오늘날 과거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공부는 사람을 명리의 빗장 안에 잘못 묶어 놓거나 족쇄를 채워 놓거나 그 함정에 빠지게 한다. 그리하여 본래 타고난 천성을 깜깜하게 가려서, 성인의 도학道學을 멀리하도록 만드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닌가.
지금 그대가 『논어』를 읽고 있는데,

010_0263_a_01L文定旨也凡所相爭者或有兩是之事
010_0263_a_02L今此兩論法門大關節一是則一非
010_0263_a_03L但以吾兩人之各自爲是不可定也
010_0263_a_04L道喪人亡埃風渺瀰焉得有通方之士
010_0263_a_05L說理如理說事如事者作於今世
010_0263_a_06L定去取耶寔有望於朝暮遇之然是非
010_0263_a_07L雖不可定居今之世譚此事者亦罕
010_0263_a_08L其人學者倘或仍此究其心性之所歸
010_0263_a_09L則此論嶝不爲升高行遠之一助也耶

010_0263_a_10L

010_0263_a_11L贈梁秀才寶龜序

010_0263_a_12L
上之二年冬余在龍城之波根寺有梁
010_0263_a_13L秀才寶國自屯德里第 [73] 讀論語
010_0263_a_14L勝冠也姿狀白晢志氣務和每讀書
010_0263_a_15L之暇就余語又以余爲粗識字有疑
010_0263_a_16L輒來問余兒時雖讀此書一自入
010_0263_a_17L置而不閱今又老矣何敢助長乎
010_0263_a_18L君子而重其不恥之問暫爲尋繹
010_0263_a_19L者應之不知者不敢如是者將半月許
010_0263_a_20L一夕告去曰山野處殊不得久相從
010_0263_a_21L無別恨之介懷耶余把其手而言曰
010_0263_a_22L吾語君今世科程之學錯了人桎梏人
010_0263_a_23L陷人於名利關中昧却本有之天性
010_0263_a_24L商聖人之道學可不惜乎今君讀論語

010_0263_b_01L이 『논어』라는 책은 행단杏壇에서 공자를 따라다니며 학문을 배우던 무리들이 공자의 언행과 동정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가까이는 자신을 닦고 집안을 다스리는 작은 일로부터 멀리는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커다란 도리에 이르기까지 이 책 안에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제 그대는 이 책을 부지런히 힘써 공부하여서 성인의 심법心法을 체득하여 그대의 마음속에 자득自得하도록 하라. 이 책뿐만이 아니라 오경五經과 사서四書에 대해서도 모두 그렇게 한다면, 이것이 바로 한순간에 깨닫는 공부가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순서를 밟아 수행해 나아가는 공부도 함께 함으로써 그 묘용妙用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벼슬길에 올라서 배운 바를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집에서도 항상 그렇게 한다면, 우리 임금을 요순 같은 성왕으로 만들고, 우리 백성을 왕도의 혜택으로 화락한 백성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바로 그대가 숭상하는 유가에서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의 일이니, 다른 술수를 빌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글을 읽는 선비들은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으니, 『소학』에 입문하는 어린 나이부터 선생은 아이에게 ‘네가 부지런히 글을 읽으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을 수 있으니, 그렇게 되면 너의 몸이 부귀하게 되고, 그 혜택이 삼족三族에게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모쪼록 힘써 공부하여야만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늙어 꼬부라지도록 그저 기이한 말만 찾아내고 기묘한 구절만 추려 내려고 하며, 이렇게 찾아낸 기묘한 글귀를 눈에 걸고 입에 바르고 다니는 것이다. 오직 과거 시험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으려는 이 계획에만 모든 생각이 매달려 있고, 얼른 입신출세하여 집안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만 모든 생각이 급급한 것이다. 그래서 성인의 도학 따위는 멀찌감치 하여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찌 옛 성현께서 책을 지어서 후세에 전하신 본뜻이겠는가.
그대도 또한 지금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 글을 읽는 본뜻이 또한 지금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같을 것이니, 애석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대는 지금 나의 말을 듣고 분연히 길을 바꾸어 성현의 본뜻에 합치되도록 힘쓰기를 바란다. 그렇게 힘써 행하여 지금 유행하는 속세의 상습常習을 등지고 멀리한다면, 아마도 성현의 길에 거의 가깝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대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데도 자네는 기어이 돌아가야 하겠는가. 여보게, 구구한 이별의 회포는 도 닦는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니라.”
회덕재에 붙이는 서문(懷德齋序)

010_0263_b_01L論語乃杏壇鑚仰之徒記夫子之言行
010_0263_b_02L動靜也近自修身齊家遠至治國平天
010_0263_b_03L下之道無不備焉今君黽勉從事
010_0263_b_04L會聖人之心法自得於吾心之中非亶
010_0263_b_05L此書於五經四書皆爾則此乃修省之
010_0263_b_06L與修序工夫齊其妙用然後登仕
010_0263_b_07L行其所學如用家常則致吾君於堯舜
010_0263_b_08L躋斯民於熙皥者乃自家之常分非假
010_0263_b_09L於它術今讀書之士不然自髫年入小
010_0263_b_10L學時先生語之曰爾能勤讀書可以
010_0263_b_11L及第得官富貴乎吾身澤及乎三族
010_0263_b_12L其勉之哉故讀書者自倪至旄撏撦
010_0263_b_13L奇言捃摭妙句挂眼而塗口念念祗
010_0263_b_14L在科擧官職之是圖彶彶乎立身潤屋
010_0263_b_15L而於聖人之道學邈不知何物是豈古
010_0263_b_16L昔聖賢作之述之以傳後世之本意歟
010_0263_b_17L今君亦今世之人也其讀書之意亦同
010_0263_b_18L今世之人可不惜乎君今聞余言忿
010_0263_b_19L然改轍務契聖賢之本意力而行之
010_0263_b_20L方今流俗之常習違而遠之其殆庶幾
010_0263_b_21L吾語君竟歸歟君乎區區別懷
010_0263_b_22L道人之所言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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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263_b_24L懷德齋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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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綾城으로부터 북쪽으로 5리124)쯤 가면 산천이 아름답고 초목이 무성하며, 샘물이 달고 땅이 기름진 마을이 하나 있다. 글 읽는 선비와 농사짓는 농사꾼이 어울려 살고 있는, 겨우 사오십 가구 남짓한 이 마을의 이름은 회덕懷德이라고 한다.
옛 책에 “백성들이 마음에 항상 품고 사는 것이란 없다. 백성들은 덕 있는 사람만을 마음에 품고 그리워한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덕이 있는 임금을 마음에 두고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을 이름에서 ‘덕을 품는다’는 것은 앞의 말과는 다르니, 여기서 ‘덕을 품는다’는 말은 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마음속에 덕을 간직하여’ 착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 마을에 윤尹 석사碩士가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들 ‘좋은 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내가 처음에는 그를 잘 알지 못하였다가, 지난해 가을에서야 처음으로 본 고을 능주의 책실冊室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또 아이가 병이 나서 한번 그 집을 찾아가 약 처방을 물은 적이 있었기에 그런 인연으로 결국 낯을 익히게 되었다.
그가 일전에 자그마한 집을 하나 짓고는 ‘회덕’이라고 편액扁額을 달면서 나에게 그 서문을 써 달라고 청하였기에 나는 이런 말을 하였었다.
“새로 정사精舍를 지었으니 내다 걸 만한 좋은 이름이 어찌 없겠는가.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마을 이름을 그대로 취하여 쓰는 것은 마음을 닦는 방법에 이 이름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한창려韓昌黎도 이런 말을 하였다.
“인의仁義의 도가 스스로 충족하여 밖에서 오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는 것을 덕德이라고 한다.”
또 『자훈字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덕德은 ‘얻다’라는 뜻이니, 대개 도를 얻어서 스스로 충족하게 되면 더 이상 밖에서 오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윤 군尹君은 위로는 부모를 받들어 효도를 다하고, 아래로는 처자를 양육하여 사랑을 다하는 사람이다. 자기 스스로 얻어서 더 이상 밖에서 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 없는 사람에 거의 가깝다고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회덕懷德’이라는 이름이 사실과 완전히 부합되어서 소위 말하는 헛된 이름이 아니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윤 군은 어려서는 글을 읽어 선비로서의 학업을 수련하였고, 나중에는 의술125)을 연구하여 그 신묘한 방문을 터득하였다. 병에 따라 약을 지어 주어서 병든 사람을 구제한 일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훌륭한 의원이라고 칭찬하며 환자들이 항상 문을 가득 메우곤 한다. 이것 또한 ‘덕을 품는’ 한 가지 일이 되므로 모두 기록할 만하다.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것은 이와 같으니, 주인께서는 이 말들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시라.
상량문上梁文-4편

010_0263_c_01L
由綾城而北行一牛鳴地山川有佳氣
010_0263_c_02L草木華滋泉甘土沃有一聚落士農
010_0263_c_03L雜居厪四五十家名以懷德傳有之
010_0263_c_04L民罔常懷懷于有德謂懷有德之君也
010_0263_c_05L今云懷德有異於此令人各懷心德
010_0263_c_06L期爲善人也里中有尹碩士人謂之善
010_0263_c_07L余初未知去年秋得見於本州册室
010_0263_c_08L與之語又以兒病一造其廬問藥
010_0263_c_09L爲熟面君甞搆一小塾榜以懷德
010_0263_c_10L余文爲序余謂新築精舍豈無令名可
010_0263_c_11L而特取里名者凡修心之道莫此
010_0263_c_12L名若也昌黎曰仁義之道足乎己
010_0263_c_13L待於外之謂德又字訓云德得也
010_0263_c_14L得道而足於己則無待於外也今尹君
010_0263_c_15L仰事父母以盡其孝俯育妻子以盡
010_0263_c_16L其慈殆庶幾乎得於己而無待於外也
010_0263_c_17L則懷德之名正符於宲非所謂賓豈不
010_0263_c_18L休哉君少讀書以修士子業晩究越
010_0263_c_19L人之方而得其妙應病投劑捄人頗
010_0263_c_20L人以善醫稱之病者塡門此亦爲
010_0263_c_21L懷德之一端俱可書也左見如是
010_0263_c_22L主人去取焉

010_0263_c_23L

010_0263_c_24L上梁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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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암126) 상량문七佛庵上梁文
진나라 사람들이 불사약을 찾아 우리나라에 온 다음에 삼신산이라는 이름이 비로소 중국에까지 알려지게 되었으니, 신라 때에는 왕이 명을 내려 옥천玉泉이었던 절 이름을 쌍계雙溪라고 바꾸게 하였다.
국사의 발자취 시들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인데 절은 안개 자옥한 산봉우리를 의지하고 서 있고, 학사學士 최치원이 써 놓은 글귀 지금까지도 새삼스럽게 비석이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우뚝 솟았다. 큰 강이 감싸듯 둘러 흐르니 섬진강으로 진주까지 통하고, 수많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서 곡령鵠嶺은 연곡燕谷까지 뻗어 내렸다. 이런 까닭으로 구름 안개 자옥한 이 골짜기가 오랜 세월 큰스님이 노니시는 자리가 되었던 것이며, 천 년 세월을 지나는 동안에 혹은 신선이 왕래한다는 전설까지 남기게 된 것이다. 이른바 동림사東林寺127)를 바다 밖 이 땅에까지 옮겨 와서 호리병 속에 또 다른 세계를 열었으니, 이 일이 어찌 우연히 이루어진 것일까. 진실로 거짓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이 암자를 세우기까지에는 구름 위에 놓인 옛 터전을 개척하여 벽에다 지금의 이름을 내걸게 되었으니, 산 하나의 올곧은 산줄기가 그대로 감추어진 곳이며 온 골짜기의 신령스런 기운이 한데 모여든 자리이다. 옛날 신라 시대에 신문왕神文王이 조정에서 정사를 다스릴 때면 언제나 두류頭流(지리산) 신선이 함께하였으니, 그 신선의 호는 옥부玉浮였다. 그의 자취는 선인 부구자浮丘子128)와 같았고, 도는 유마 거사 비야옹毘耶翁 129)과 같았다 한다. 옥피리 소리 날아가 왕궁에 살고 있던 일곱 왕자를 깨우치자, 왕자들이 한밤중에 성을 넘었으니 높고 존귀한 국왕의 자리를 버린 것이며, 산에 들어온 지 여섯 해 만에 삼계三界가 한낱 꿈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은 마치 실달 태자悉達太子가 부처가 된 일과도 같으니 농옥 공주弄玉公主가 봉황을 따라온 일130)을 어찌 논할 것이 있겠는가. 이리하여 절 하나를 세우고 칠불암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세월이 오고 가는 동안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바뀔 만큼 커다란 변혁이 얼마나 많았던가. 시간이 지나고 시절이 바뀌면서 비바람 몰아치는 변천의 세월을 또 얼마나 많이 만났던가. 그러나 하늘과 땅 귀신(天神地祇)이 오래도록 돌보아 주시어 성인의 자취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 반타석盤陁石 아래에는 옥피리 한 자루 아직까지 남아 있고, 무봉탑無縫塔 속에는 일곱 개의 사리가 여전히 간직되어 있다. 한쪽에는 영지影池의 못물이 마르지 않고 남아 있어 당시 모후께서 찾아와 왕자들의 모습을 훔쳐보던 사실을 상상할 수 있고,131) 천 년 묵은 마른 나무가 아직도 살아서 훗날 다시 선옹仙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시방十方에서 몰려와 법회를 가지며 항상 부처님의 도량132)을 열곤 하였고,

010_0264_a_01L七佛庵上梁文

010_0264_a_02L
秦人采藥華夏始聞三神之名羅王降
010_0264_a_03L玉泉更換雙溪之榜國師之蹤跡
010_0264_a_04L不老依舊寺倚霞岑學士之文章
010_0264_a_05L新至今碑聳雲漢大江環抱蟾津通
010_0264_a_06L於晋陽萬岫屛圍鵠嶺馳於燕谷
010_0264_a_07L是烟霞一洞永作龍鉢虎錫之盤旋
010_0264_a_08L月千秋或傳鸞驂鶴駕之來徃所謂移
010_0264_a_09L東林於海外開別界於壼中豈徒然哉
010_0264_a_10L良非僣矣至若斯庵也拓雲上之舊址
010_0264_a_11L揭壁間之今名一山正脉之凾藏萬壑
010_0264_a_12L靈氣之輻湊昔在新羅之代神文臨朝
010_0264_a_13L爰有頭流之仙玉浮其號迹似浮丘子
010_0264_a_14L道則毘耶翁飛玉笛之一聲警金闕
010_0264_a_15L之七子踰城半夜舍萬乘之尊榮
010_0264_a_16L山六年悟三界之夢幻冾同悉達太子
010_0264_a_17L頓成佛來奚論弄玉公主但隨鳳去
010_0264_a_18L於是一竿建刹七佛命名古徃今來
010_0264_a_19L幾經滄桑之變革時移事換多見風雲
010_0264_a_20L之迁更然而神祇悠扶聖迹不泯
010_0264_a_21L陁石下一柄玉簫尙存無縫塔中七枚
010_0264_a_22L舍利宛在一面影池不竭想當時母后
010_0264_a_23L之來窺千年枯樹猶生徯他日仙翁之
010_0264_a_24L再到所以十方聚會常啓選佛之場

010_0264_b_01L팔부귀중八部鬼衆은 진리를 수양하는 이곳을 오래도록 삼엄하게 보호하였다. 경절문徑截門133)의 한 가닥 활계活計134)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어 오고, 과량기過量機135)의 오위문五位門136)은 사방 길마다 통하였다. 살활殺活137)의 종지를 드날리고 방할棒喝138)의 가풍을 지으셨으며, 의리선義理禪과 정토문淨土門139)은 허여하진 않았어도 고루 경론을 펼치고, 속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법을 설하니, 참으로 헤아려 볼 만한 일이다. 삼경이 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못하도록 하고, 오직 한 끼 공양을 하는 것도 정오를 지나고는 먹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본분을 제대로 지키는 스님이 아니라면 여기서 살아 내기 어려우니, 엉터리 선객들이야 어찌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
지금 이 무임無任 노스님과 무가無價 큰스님은, 한 분은 오래도록 송곳처럼 꼿꼿하게 불법을 지켜 오신 분이고, 또 한 분은 선문에서 큰 덕을 인정받고 있는 스님이시다. 혹은 고상한 지식과 견문으로 상승上乘140)을 초월하였고, 혹은 자비의 심정으로 숱한 품계를 섭렵하였다. 앞뒤 차례로 주지를 맡으면서 이 암자에 비바람이 침노하는 것을 개탄하여, 시주를 빌러 동분서주하면서 물과 불의 고통에서 중생을 제도하였으니, 앞사람이 부르면 뒷사람이 응하면서 집집마다 이어져 장안長安까지 통하였다.
옛날에 황폐하였던 곳이 지금 다시 흥성한 것은 갖가지 인연이 대수大數에 귀의했기 때문이니, 거사들이 먹을 밥이 발우에 가득하고 장자들이 바친 금이 동산에 널려 있구나. 노나라의 공수반公輸班141) 같은 솜씨 좋은 장인이 부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찾아오고, 항량項梁142)이 묻어 버렸던 가혹한 진나라의 채찍을 빌리지 않았어도 목재며 석재가 모두 다 갖추어졌다. 묘한 솜씨로 묘한 계책을 운용하니 아름다운 법륜이 다시 흥성하게 되었다.
금빛 찬란한 용마루가 공중에 걸쳐 있으니 도솔천의 궁전을 보는 듯하며, 옥같이 깨끗한 절 모양 은하수에 씻은 듯이 멀리 봉래산 상서로운 구름과 접하여 있다. 서천축西天竺의 난타사爛陁寺143)와 크기를 다툴 것도 없고, 남방의 악록서원岳麓書院144)과도 어느 곳이 더 기이한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사방으로 서로 이어 육위六偉145)의 송축을 지어 한번 소리를 청하여 부르고 나서 몇 아름이나 되는 커다란 들보를 들어 올렸다.

兒郞偉拋梁東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
東山法席振宗風           동산東山의 법석에 종풍을 떨치시고
承當獨有碓翁在           홀로 법을 이어 오신 오직 한 분 대옹碓翁께서
千古分身在此中           천고 세월 지켜 온 분신이 이 속에 계시네
兒郞偉拋梁南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라
南國禪林說此庵           남쪽 지방의 선방으로는 이 암자를 꼽으니
淸白傳家三束篾           청렴결백한 가풍 세 묶음의 대나무 껍질로 전해 오고
等閑對客七斤衫           손님 대접도 조촐하여 일곱 근 가사 하나뿐이라네

010_0264_b_01L八部森嚴永護修眞之所徑截門一段
010_0264_b_02L活計亘古亘今過量機五位門庭
010_0264_b_03L衢通路擧揚殺活宗旨拈弄棒喝家風
010_0264_b_04L義理禪淨土門尙不許平展經論說俗
010_0264_b_05L諦法字 [74] 可得商量除三更而不許就眠
010_0264_b_06L只一食而莫之過午故非本分衲子
010_0264_b_07L以住持豈可虛頭禪客所能栖泊
010_0264_b_08L玆無任老宿無價大師一是佛法古錐
010_0264_b_09L一是禪門碩德或以脫洒知見高超上
010_0264_b_10L或以慈悲心情廣攝群品先後主
010_0264_b_11L慨斯庵之雨風東西乞緣濟衆生
010_0264_b_12L於水火前者呼後者應家家門戶透長
010_0264_b_13L昔之廢今之興種種因緣歸大數
010_0264_b_14L滿鉢㞐士之飰布園長子之金不招魯
010_0264_b_15L班公輸而工匠自臻無假梁埋秦鞭
010_0264_b_16L木石咸具運妙手於妙筭得美興於美
010_0264_b_17L金甍排空仰瞻兜率之宮殿玉刹
010_0264_b_18L磨漢遙接蓬萊之霱雲西笁之爛陁
010_0264_b_19L不爭多也南方之岳麓較誰奇焉
010_0264_b_20L相四方撰出六偉之頌請唱一闋
010_0264_b_21L擧數抱之梁兒郞偉拋梁東東山法席
010_0264_b_22L振宗風承當獨有碓翁在千古分身在
010_0264_b_23L此中兒郞偉拋梁南南國禪林說此庵
010_0264_b_24L淸白傳家三束篾等閑對客七斤衫

010_0264_c_01L兒郞偉拋梁西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라
西來祖意若爲題           서쪽에서 오신 조사의 뜻을 글로 쓴다면
趙州一字最親切           조주趙州 스님의 한 글자146)가 가장 절실하리니
莫問全提與半提           전제全提147)인지 반제半提148)인지 따지지 말아라
拋梁北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라
北闕聖君心不釋           대궐149)에 계신 임금께서 마음이 풀리지 않아
玉燭金爐禮蓮壇           옥촉玉燭과 금향로로 부처님 단에 예 올릴 때에
一聲淸磬歌三祝           맑은 경쇠 소리 울리며 삼축三祝150)을 노래하네
拋梁上               어영차, 들보를 위로 던져라
上方世界要相訪           상방세계上方世界를 찾으려 하실 때엔
須持一粒飯香來           부디 한 그릇 기름진 쌀밥을 가지고 와서
穿却人人鼻孔障           사람들의 막힌 코를 뚫어 주시라
拋梁下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下床行道上床坐           상床 아래서는 도를 행하고 위에서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莫須妄想好叅祥           부디 망상을 버리시고 참선을 잘하시라
會見金烏飛半夜           태양151)이 한밤중에도 떠오르는 것을 보게 되리라

엎드려 바라기는 상량한 뒤로도 순임금의 해가 다시 밝혀지고 우담화가 다시 나타나게 하옵소서. 태평세월의 조짐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격양가擊壤歌152)가 다시 들릴 것이다. 부디 정법이 쇠하지 않는 것을 알라. 이 선방에서 견성하는 스님들이 많이 나실 것이다.
대둔사 청운당 상량문大芚寺靑雲堂上梁文
듣자 하니 주왕周王이 영취사靈鷲寺를 창건한 것은 한나라 명제明帝가 백마사白馬寺를 세운 것보다도 이전의 일이라 하며, 채음蔡愔이 서역을 방문한 것은 곽거병霍去病 장군이 북방을 정벌한 다음의 일이라 한다.
이렇게 부처님 법이 동시에 드러나 만날 수 있는 것은 마치 해와 달이 하늘을 지나가는 듯 보여도 돌지 않는 것과 같다. 이 까닭에 부처님 법이 동쪽으로 전해 와서 절을 세우고 도량을 열 때에 중국인지 외국인지 따지지 않았고, 『화엄경』으로 교화를 펴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될 때에도 동인東人의 절인지 서인西人의 절인지 논하지 않았다.
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중국 바다 밖 조그만 나라이고, 산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나라 안에서도 남쪽 한 끄트머리에 있지만, 그러나 오랜 역사가 있으니 중국의 4대 명산에도 부끄러울 것이 없고 계곡이 넓고 평평하기로는 나라 안에서도 자랑할 만하다. 중관자中觀子153)의 책 속에 기록된 내용을 모아 보면 채蔡 한림의 비석에 새긴 명문을 질정해 볼 수 있다.
일찍이 오도悟道 화상께서 터를 잡으신 이래로 가끔씩 훌륭한 스님이 나와서 절을 보수한 일이 많았고, 청허淸虛 대사가 법을 전하신 뒤로는 후학들이 당을 열어 주지를 맡은 자도 많았다. 청허당 서산 대사의 비단 휘장과 옥 발우가 보전되니 절이 더욱 빛이 났고,

010_0264_c_01L郞偉拋梁西西來祖意若爲題趙州
010_0264_c_02L一字最親切莫問全提與半提拋梁北
010_0264_c_03L北闕聖君心不釋玉燭金爐禮蓮壇
010_0264_c_04L聲淸磬歌三祝拋梁上上方世界要
010_0264_c_05L相訪須持一粒飯香來穿却人人鼻孔
010_0264_c_06L拋梁下下床行道上床坐莫須妄
010_0264_c_07L想好叅祥會見金烏飛半夜㑀願上梁
010_0264_c_08L之後舜日重明曇花再現莫道太平
010_0264_c_09L無象人間更聞擊壤之歌須知正法不
010_0264_c_10L林下猶多見性之士

010_0264_c_11L

010_0264_c_12L大芚寺靑雲堂上梁文

010_0264_c_13L
盖聞周王之剏靈鷲已在漢明帝白馬
010_0264_c_14L之前蔡愔之訪西天原是霍將運北征
010_0264_c_15L之後槩佛法之同時顯晤猶日月之歷
010_0264_c_16L天不周所以象駕攸驅建刹開場
010_0264_c_17L問中國外國虬藏所化成佛作祖
010_0264_c_18L論東人西人之寺也國是海外褊邦
010_0264_c_19L又國中炎徼剏設之久遠無愧夫四
010_0264_c_20L洞府之寛閑可誇於一國蒐中觀
010_0264_c_21L子卷中之記質蔡翰林碣上之銘悟道
010_0264_c_22L和尙肇基以來賢哲之間世剏修者
010_0264_c_23L盖夥淸虛大師傳法之後雲仍之開堂
010_0264_c_24L住持者許多錦幱玉鉢之相傳院宇生

010_0265_a_01L금과 은으로 쓴 불경을 영원히 보존하니 산문이 더욱 빛났다. 대웅전 이층 법궁에는 삼존불상이 의연하게 앉아 계시고, 극락전極樂殿 무량각無量閣에는 천 분 부처님이 층층이 앉아 계신다.
팔상전八相殿 아래 서쪽으로 철경루銕鏡樓가 서 있고, 또 그 서쪽에는 향로전香爐殿이 자리하였다. 시왕전十王殿에서 곧바로 왼쪽에는 나한전羅漢殿이 있고, 또 그 왼쪽에는 향적주香積廚가 서 있다. 대장전大藏殿 서쪽 전각은 예로부터 전해 오는 영정을 안치한 곳이고, 달마전達摩殿 안쪽의 벽에는 새로 그린 지금 대사의 진영을 걸었다. 지장전地藏殿과 용화당龍華堂이 있다. 옛 법당의 좌우를 보필하는 전각은 청운당靑雲堂과 백설당白雪堂이고, 새 법당 동서로 난 행랑은 명월루明月樓와 청풍료淸風寮이다. 눈빛 시퍼런154) 스님들 쉬지 않고 정진155)하니 만행萬行을 닦는 팔해당八解堂이요, 약사여래156) 고요히 내려다보고157) 계시니 양진당養眞堂과 한산전寒山殿이라. 문수보살158)이 원통전圓通殿과 수륙전水陸殿에 계시니 미타불159)이 어찌 별실別室과 중실中室에 아니 계실까. 승당까지 같이 있고, 송월료送月寮와 요월료邀月寮에 만월전滿月殿까지 다 갖추어 있다. 대양문大陽門과 해탈문解脫門 등 안팎의 문이 담담潭潭하고, 침계루枕溪樓와 가허루駕虛樓 등 신구新舊의 누각이 널찍하구나. 두 봉우리가 대치하는 모습을 볼 것 같으면 산줄기 하나 신월암新月庵 터를 비껴 지나고, 두 시내 물줄기 합해져서 아홉 구비 졸졸졸 장춘동長春洞까지 치달려 흐른다.
신동神童이 해를 끌어오니160) 미륵부처님의 상이 북쪽(北彌勒庵)과 남쪽(南彌勒庵)에 만들어지고,161) 신령한 소가 배를 인도하여 오니162) 진불암眞佛庵이 새로운 듯 전통을 간직하였다. 서암西庵과 남암南庵이 서로 마주해 있고, 심적암深寂庵은 명적암明寂庵과 이웃하였다. 미타암彌陀庵이 또한 새롭고 상원암上院庵은 홀로 우뚝 웅장하구나. 산천의 빼어난 경치는 골라 쓰지 않은 곳이 없으며, 공사에도 또한 갖은 기묘한 솜씨를 다하였다. 바닷가 언덕에는 함께 즐길 향나무를 세웠고 마을에는 늘어나는 보배가 빛났다. 자비의 구름을 서역에서 끌어오고 부처님의 법비가 동쪽 땅에 내림에서 연유하니, 발원을 드리운 바람이 한번 불어치니 신도들이 호응하여 무위無爲의 교화에 함양되고 공덕의 하늘에 여유롭게 노닐게 되었다.
이리하여 덕 높은 스님들 앞다투어 달려 나가 남으로 북으로 아름다운 명성을 다하였고, 선종과 교종을 더불어 세워서 예로부터 지금까지의 의식을 정하였다. 사계절로 범패 소리 흘러나오니

010_0265_a_01L銀字金經之永鎭山門增輝大雄
010_0265_a_02L殿二層宮三尊嶷嶷極樂殿無量閣
010_0265_a_03L千佛重重八相殿下而西曰銕鏡樓
010_0265_a_04L又其西曰香爐殿十王殿直而左曰
010_0265_a_05L羅漢殿又其左曰香積厨大藏殿西
010_0265_a_06L即爲古影之室逹摩殿內壁新挂今
010_0265_a_07L師之眞地藏龍華古法堂之左輔右弼
010_0265_a_08L靑雲白雪新法堂之東翼西廊明月淸
010_0265_a_09L碧眼之精進不息八解萬行藥師
010_0265_a_10L之寂照俱兼養眞寒山文殊即是圓通
010_0265_a_11L水陸彌陁豈非別室中室大同僧堂
010_0265_a_12L送月邀月盡是滿月大陽解脫內外
010_0265_a_13L之門潭潭枕溪駕虛新舊之樓坦坦
010_0265_a_14L若兩峰對峙一脉橫抽新月之基雙溪
010_0265_a_15L合流九曲斜奔長春之洞神童挽日彌
010_0265_a_16L勒之像成北成南靈牛導船眞佛之庵
010_0265_a_17L維新維古西庵與南庵對深寂爲明寂
010_0265_a_18L彌陁亦能淸新上院獨擅宏壯莫不
010_0265_a_19L選山川勝槩窮土木奇功 [75] 海岸植與樂
010_0265_a_20L之香日鄕耀增長之寶盖由引慈雲於
010_0265_a_21L西極注法雨於東垂願風一號信竅齊
010_0265_a_22L陶甄於無爲之化優游於功德之天
010_0265_a_23L者也玆以龍象交馳盡南北之美
010_0265_a_24L敎雙設定古今之儀魚梵四時長演

010_0265_b_01L경전의 가르침 오래도록 펼쳐지며, 갖가지 향이며 꽃이며 온갖 맛난 음식은 언제나 시주들의 공양으로 잘 차려져 있다. 서천축의 난타爛陀163)가 우리나라에 옮겨 왔을까, 상방의 도사천覩史天164)이 인간세계로 날아왔을까. 웅장하기로는 세상에 견줄 것이 없고 아득하기로는 미칠 것이 없구나.
다만 절 마당에 가을이 깊어 가니 총림에 빛이 사라짐을 탄식하고, 조사의 뜰에 해가 기우니 법륜이 거두어진 것을 슬퍼하노라. 덕 높으신 스님들 자취를 거두시니 용과 하늘도 도량을 보호하지 않고, 속된 무리들 참된 사람을 함부로 쓸어버리니 수해와 화재의 재난 변괴가 나타나게 되었다. 악한 운수가 여러 절에 골고루 퍼지고 재앙의 조짐이 이 산에까지 미쳐 오니, 신사년165) 해가 바뀌는 첫 달(一月), 명협풀에 이파리 두 개 돋아나는 날166) 밤이었다. 청운당에서 갑자기 곤륜산 같은 큰 불길이 일어나, 중실中室까지 함께 옥석이 다 타 사라지는 화재를 당하였다. 대둔사 일대가 전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터가 되어 버렸으니, 두륜산은 천 년 세월 동안에 생전 보지도 못한 재난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시내도 울고 산도 슬퍼하며 구름도 걱정하고 달도 조문하였다. 만물이 저러한데 인심은 더구나 어떠하였겠는가. 법왕의 도량을 영원히 비워 둘 수는 없는 일이며 조사의 공적도 또한 때를 놓치지 말고 중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목탁을 치면서 사방에서 시주를 빌었더니 샘이 솟듯 베가 걷히고, 관청에 고하고서 이 산에서 나무를 베어 오니 수레 가득 나무와 돌이 쌓였다. 화재로 타고 남은 엄청난 재와 잔해167)를 깨끗이 쓸어 내고, 동태사同泰寺168)의 옛터와 같이 넓은 땅을 개척하고서, 하우夏禹의 신비스러운 도끼를 빌려다 노나라 공수반 같은 솜씨 좋은 장인에게 주었다.
두 전각을 합하여 하나의 요사寮舍로 만드니 옛 제도를 따른 것이고, 지난날의 재앙을 바꾸어 새롭게 경사를 만드니 예전보다도 갑절이나 빛나는구나. 높고도 빛나는 모양 꿩이 날고 새가 날개를 편 듯하고, 단단하고 조밀한 솜씨 소나무가 무성한 듯 대나무가 빽빽한 듯하구나. 산세는 더욱 높아진 듯 물빛은 더욱 고와진 듯하다. 옥돌로 만든 섬돌 위에 꽃이 활짝 피어나니 땅의 신이 사계절 내내 봄날을 바치는 듯하고, 달빛이 금모래 밭을 비추니 하늘이 한밤 내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밝혀 두신 듯하구나. 천룡이 보호하고 귀신이 호위하시어 불법이 항하의 물결처럼 영겁을 뻗어 가고, 산이 에워싸고 물이 거듭 겹쳐 싸서 더러운 티끌은 이 연하의 세계에 이르지 않으리라. 불경을 들쳐 가며 공부를 하거나 주석을 논하는 자리에서 강설하는 사람의 일이 전일하고 정밀하게 하시고, 차를 마시러 오거나 발우를 씻으러 오는 스님들의 생계가 늘 충족할 것이라.

010_0265_b_01L貝多羅之敎香花六味每備伊蒲塞之
010_0265_b_02L西笁爛陁移來鰈域上方覩史
010_0265_b_03L下人寰壯哉無雙邈乎難及但以釋
010_0265_b_04L苑秋晩嘆叢林之銷光祖庭日斜
010_0265_b_05L法輪之輟軫高僧歛迹龍天不護道場
010_0265_b_06L俗類濫眞水火每現灾祟惡運周行諸
010_0265_b_07L祥徵轉及此山辛巳更新之初
010_0265_b_08L葉吐二之夜靑雲忽起崑岡之火中室
010_0265_b_09L同受玉石之焚大芚寺一邊都歸何有
010_0265_b_10L之地頭崙山千古初逢未曾之灾
010_0265_b_11L咽山哀雲愁月吊物色尙爾人心何
010_0265_b_12L法王道場不可消歇於永刼祖師
010_0265_b_13L功績端宜修復之趂時擊儺乞於諸方
010_0265_b_14L泉布充牣告官伐於本局木石輪囷
010_0265_b_15L掃昆明之刼灰拓同泰之遺址倩夏禹
010_0265_b_16L之神斧授魯班之良工合二社爲一寮
010_0265_b_17L制度邁古轉宿灾爲新慶光彩倍前
010_0265_b_18L輪焉興焉翬飛而鳥革固矣密矣
010_0265_b_19L茂而竹苞山若增高水若彌麗花明
010_0265_b_20L玉砌地媼呈四時之春月照金沙
010_0265_b_21L翁點長夜之燭龍護神衛佛法更延河
010_0265_b_22L沙之刼波山複水重風塵不到烟霞之
010_0265_b_23L世界轉經可注論可講者之事業專精
010_0265_b_24L喫茶來洗鉢來衲僧之活計具足爰唱

010_0265_c_01L
이에 육위六偉의 짧은 노래를 부르며 몇 아름이나 되는 긴 들보를 들어 올리노라.

兒郞偉拋梁東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
輪峯如削聳靑空           두륜산 봉우리 깎아지른 듯 하늘 높이 솟아 있고
白雲橋上仙人過           백운교白雲橋 다리 위로 선인이 지나가니
玉笛聲寒落月中           저무는 달빛 아래 옥피리 소리 맑기도 하여라
南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라
毒龍潜處水成潭           독룡毒龍이 잠긴 자리에 물이 고여 연못을 이루었으니
聽經歸去噓雲氣           불경 소리 듣고 돌아가면서 구름 기운을 후후 불어
洒向人間黑雨甘           인간 세상을 향하여 단비를 내려 뿌려 주시리라
西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라
白雪堂高枕碧溪           백설당白雪堂 높이높이 푸른 시내를 베고 누워169)
山外紅塵飛不到           산 바깥세상의 붉은 티끌은 날아들지 못하니
長連床上坐積書           경상을 길게 이어 놓고 앉아서 책을 보리라
北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라
香爐殿上觀音閣           향로전香爐殿 위 관음각觀音閣에
打開八字圓通門           여덟 팔八 자 원통문圓通門을 열면
笑看門前車馬客           문 앞에서 말 타고 수레 탄 손님을 웃으며 맞으리라
上                 어영차, 들보를 위로 던져라
兠率天高幾萬丈           도솔천兜率天의 높이 몇 만 길이나 될까
彌勒慈尊在彼中           미륵자존彌勒慈尊 부처님 그 속에 계시니
朝朝暮暮頭頻仰           아침마다 저녁마다 머리 들어 우러르리라
下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厦屋渠渠任坐師           커다란 전각 깊고 넓어 참선하는 스님들께 맡기니
寸絲滴水也難消           작디작은 정성이라도 없애기는 어려운 법
日用工夫無暫捨           매일같이 하는 공부 잠시도 놓지 마시게나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로도 속세의 탁한 기운 침노하지 않고 선가의 유풍이 더욱 성대하게 하소서. 신령스러운 땅에는 발자국 발자국마다 설산의 풀이 돋아나서 계곡에 들어서기만 하면 첨복簷葍170)의 좋은 향기를 맡을 수 있게 하시고, 스님네들 한 분 한 분 푸른 바다 구슬처럼 빛나서 법당에 오르면 높은 스님들을 볼 수 있게 하소서. 천 년 세월 복 받은 이 땅에 오래도록 보시하는 신자들이 귀의하게 하시고, 만고 세월 정결한 가람에 영원히 청정한 법륜이 유전하게 하소서.
태안사 법당 상량문泰安寺法堂上梁文
우리나라의 남쪽 땅에 유명한 산이 많으니, 동리산桐裏山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신라 이후 큰스님이 많이 나왔지만 철徹 노스님 같은 분은 다시 둘도 없는 분이시니, 세상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하여 처음으로 법당을 지으셨다. 멀리 천보天寶171) 초년에 신승神僧 세 사람이 최초로 창건하였으나, 그 규모와 구조가 영 허술하였다. 이에 국사께서 이곳에 주석하시어 절의 전각을 웅장하게 지으셨으니, 깊은 도덕의 힘으로 교화를 크게 펼치신 결과이다. 나라에서 높이고 받들어 기운찬 바람을 한번 일으키니, 보시하는 신도들이 귀의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호응하였다. 큰 공덕의 바다에 모든 것을 받아들여 하나도 버리는 일이 없었고,

010_0265_c_01L六偉之短曲用擧數抱之脩梁兒郞偉
010_0265_c_02L拋梁東輪峯如削聳靑空白雲橋上仙
010_0265_c_03L人過玉笛聲寒落月中毒龍潜處
010_0265_c_04L水成潭聽經歸去噓雲氣洒向人間黑
010_0265_c_05L雨甘西白雪堂高枕碧溪山外紅塵飛
010_0265_c_06L不到長連床上坐積書香爐殿上
010_0265_c_07L觀音閣打開八字圓通門笑看門前車
010_0265_c_08L馬客兠率天高幾萬丈彌勒慈尊
010_0265_c_09L在彼中朝朝暮暮頭頻仰厦屋渠渠
010_0265_c_10L任坐師寸絲滴水也難消日用工夫無
010_0265_c_11L暫捨伏願上梁之後俗氛不侵禪風
010_0265_c_12L益熾地靈步步雪山草入洞唯聞簷葍
010_0265_c_13L之香僧寶人人滄海珠升堂皆見象龍
010_0265_c_14L之類千年福地長占檀信之歸依
010_0265_c_15L古精藍永保淸規之流傳

010_0265_c_16L

010_0265_c_17L泰安寺法堂上梁文

010_0265_c_18L
國之南名山類多桐裏即其一也羅以
010_0265_c_19L後韵釋輩出徹老更無二焉人境相投
010_0265_c_20L院宇肇剏粤在天寶初載爰有神僧三
010_0265_c_21L草昧營之制度率爾洎國師降誕
010_0265_c_22L使仁祠張皇盖由道德之深致使敎化
010_0265_c_23L之大國家之崇奉長風一號檀信之歸
010_0265_c_24L百竅齊響大功德海含攝無遺

010_0266_a_01L구름처럼 많은 전각은 참으로 장엄하기만 하다.
큰스님들이 와서 머물러 계시어 어리석은 사람은 이곳에서 견딜 수 없으니, 총림의 위엄스런 거동을 어느 산 절집인들 따를 수가 있을까. 전해 내려오는 기풍이 아직 엄연히 살아 있으니, 바른 부처님 법 끝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는 법문을 설하는 법당이 있어서 부처님 말씀을 통하여 이치를 나타내어 스님들을 깨우쳤고, 뒤에는 부처님을 받드는 전각이 되어서 중생을 이끌어 감응으로 정성을 다하게 하는구나.
지난번 순치 병인년(1656, 효종 7)에 전체를 다시 세웠고, 이어 강희 갑자년(1684, 숙종 10)에는 전각 윗부분만 고쳤다. 진실로 허공과 같이 아무런 인연의 장애를 받지 않는 형상은 무너지는 일이 없겠지만, 사람이 만든 물건이라 끝내는 허물어지고 상하고 마는 것이다. 해가 가고 달이 가면서 다시 집이 너무 낡았다는 걱정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고, 바람에 쓸리고 비에 깎이면서 기둥까지 흔들리는 흉한 모습을 보기에 이르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동파桐坡 대사는 원래 이 산 출신으로, 이 절에 머문 세월도 오래되었으니, 눈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걱정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나머지 드디어 크게 발원을 하게 되었다. 인仁을 행할 상황을 만나면 절대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고 성인이 말하였듯이, 의로운 일을 보고서 용감하게 행동에 옮기는 것이 바로 군자의 길이다. 하물며 절을 세우는 불사의 공업功業은 평범한 스님으로는 그 짐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에 있어서랴. 그러나 불사를 위해 사람들에게 보시하길 권하는 일을 종사宗師의 곁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좋은 인연으로 여기저기 시주할 사람을 모으러 다니니, 메아리가 울리는 듯 그림자가 따르는 듯 호응하였다.
드디어 좋은 날을 점쳐서 길일을 택하여 금년 2월 날을 잡아 공사를 시작하였으니, 기둥과 들보는 소를 가릴 만큼이나 우람하고, 처마의 서까래는 날아오르는 봉황새와도 같았다. 처마 끝 모서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반쯤 하늘로 치솟아 올라 있고, 창문은 넓고 훤해서 첩첩 봉우리를 그 안에 모두 담아내었다. 하늘에 어리어 있는 길조의 기운은 멀리 방장산의 상서로운 구름과 이어져 있고, 부처님을 에워싼 광명은 바로 옆 조계산曹溪山의 옥처럼 맑은 달빛과 연이어 있다. 환상의 세계인가 의심이 생길 정도이며, 마치 변화로 이루어진 성과도 같이 장엄하였다.
이제 육위六偉의 노래를 부르며 여러 개의 아름드리 들보를 든다.

兒郞偉拋梁東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
藥師世界望中通           약사여래의 세계가 눈앞에 통해 있네
娑婆國土人多病           이 사바세계 사람들은 질병이 많으니
願賜刁圭奏大功           다스리는 약172)을 내리시어 큰 효력 나게 하소서
西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져라
蓮花九品大如車           연화세계의 구품九品은 수레처럼 크나니
若人欲向彼中去           누구라도 그 속으로 향하여 가고자 한다면
六字聖名着力提           여섯 글자 나무아미타불의 명호를 힘써 부르라
南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져라
明正之方觸處咸           곳곳마다 모두가 밝고 바른 방향이로구나

010_0266_a_01L宮殿雲莊嚴有所龍象蹴踏非驢所
010_0266_a_02L叢林威儀何山能及遺風尙有存
010_0266_a_03L正法終不泯焉古有演法之堂
010_0266_a_04L衲子因言顯理後爲奉佛之殿引衆生
010_0266_a_05L寓感投誠曩於順治丙寅全體改建
010_0266_a_06L繼以康熙甲子上面更張良以虛空之
010_0266_a_07L不見爛壞有作之物終成毁傷
010_0266_a_08L去月來未免屋老之歎風磨雨琢
010_0266_a_09L見棟撓之凶顧惟桐坡大師以本山人
010_0266_a_10L住此寺久目覩所在豈可恝然無愁
010_0266_a_11L心思之餘遂乃卓爾發願當仁不讓
010_0266_a_12L聖人所言見義勇爲君子之道况剏建
010_0266_a_13L功業爲凡僧者荷擔難堪而勸化機緣
010_0266_a_14L在宗師邊躱閃不得良緣歷募響應
010_0266_a_15L而景隨穀日是差龜從而筮恊諏今
010_0266_a_16L大壯之月蕫此輿謼之功柱梁蔽牛
010_0266_a_17L攘桷飛鳳觚稜突兀半入層空窓闥
010_0266_a_18L虛明中呑疊嶂蟠空瑞氣遠接方丈
010_0266_a_19L之霱雲繞佛光明旁蓮曺溪之璇月
010_0266_a_20L疑是幻住儼若化城乃唱六偉用擧
010_0266_a_21L數抱兒郞偉拋梁東藥師世界望中通
010_0266_a_22L娑婆國土人多病願賜刁圭奏大功西
010_0266_a_23L蓮花九品大如車若人欲向彼中去
010_0266_a_24L字聖名着力提明正之方觸處咸

010_0266_b_01L珍重善財何許者           진중한 이 선재동자 어떤 사람인가 하면
百城烟水一生叅           온갖 고을을 떠돌며 일생 동안 참례하였네
北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져라
大千都是無憂國           대천세계 모두가 근심 없는 나라이니
無憂國內有何憂           근심 없는 그 나라에 무슨 걱정 있겠는가
齊唱太平歌一曲           태평가 한 곡조나 함께 부르세
上                 어영차, 들보를 위로 던져라
列宿森嚴日月晃           하늘에 별자리 차례로 벌여 있고 해와 달은 밝은데
瞻仰歸依莫等閑           우러러 귀의하는 일 등한히 하지 말아라
無非菩薩化身相           보살의 화신 모습 아닌 것이 없느니라
下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嵬嵬獨坐黃金座           높고 높은 황금의 자리에 홀로 앉으신 이
只遮便是眞如來           다만 이분만이 바로 참된 여래이시니
莫道金容不度火           금빛 부처님 찬란한 얼굴 불을 건너지 못한다 말하지 말라

엎드려 비오니, 상량한 뒤로도 많은 부처님께서 내려오시고 팔부八部의 신장께서 보호하여 주소서. 삼륜三輪이 텅 비어 고요하니173) 크나큰 해탈의 법문이며, 자리自利와 타리他利가 원만하고 밝으니 그 공덕이 불가사의하다.
법천사 법당 상량문法泉寺法堂上梁文
사람이 좋은 경계를 얻어서 도를 통하려면 마땅히 좋은 자리를 가려야 하고, 땅이 사람을 기다려 이름이 나게 되려면 훌륭한 주인을 구해야만 한다. 이러한 까닭에 명산에는 반드시 훌륭한 스님이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승달산僧達山 법천사法泉寺는 읍지邑誌에 기록된 자료를 모아서 보고, 조사 스님으로부터 전해 오는 말과 대조하여 볼 것 같으면, 멀리 송宋나라가 남쪽으로 천도한 때인 바로 우리 고려 중엽에 세워진 절이다. 중국의 유림사維臨寺에 원명圓明 대사가 계셨는데, 삼학三學(戒ㆍ定ㆍ慧)의 학문이 깊어 그 교화로 삼천 세계를 젖게 하였고, 오중五衆174)이 그림자처럼 따라 제자의 수가 5백 명이나 되었다. 이것은 보살이 세상에 나는 일이 어쩌다 간혹 있는 일이기 때문이니, 이 어찌 여래께서 시키시는 일이 아니겠는가. 금나라가 중국을 거듭 침략하자 위태로운 나라에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송나라의 국운이 평안하지 못하자 아마도 스스로 고요한 곳을 택하였던 것이 아닐까. 이리하여 돛단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만 리 밖 이 땅에서 산을 찾았더니, 첩첩 봉우리에 무성한 숲은 이 산만 한 곳이 없었다 한다. 여기에 절을 세우고 주석하셨으니 다시 어느 곳에 살 곳을 구하겠는가. 5백 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뒤를 이어 찾아오고 시방의 신도들도 부르지 않아도 찾아왔기에, 이곳에 수월도량水月道場을 세우고서 공화空花175)를 깨닫는 청정한 업을 닦게 된 것이다. 스님들이 모두 도에 통달하였다고 하여 산의 이름도 이렇게 승달산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법이 샘물처럼 솟아난다고 하여서 절도 법천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를 기술해 놓은 문헌이

010_0266_b_01L珍重善財何許者百城烟水一生叅
010_0266_b_02L大千都是無憂國無憂國內有何憂
010_0266_b_03L唱太平歌一曲列宿森嚴日月晃
010_0266_b_04L瞻仰歸依莫等閑無非菩薩化身相
010_0266_b_05L嵬嵬獨坐黃金座只遮便是眞如來
010_0266_b_06L道金容不度火㑀願上梁之後諸佛降
010_0266_b_07L八部呵護三輪空寂大解脫之法
010_0266_b_08L二利圓明不思議其功德

010_0266_b_09L

010_0266_b_10L法泉寺法堂上梁文

010_0266_b_11L
人得境而道通勝地當選境待人而名
010_0266_b_12L賢主是求所以名山必有韵釋
010_0266_b_13L僧達山法泉寺者蒐邑誌之所記質祖
010_0266_b_14L派之相傳粤在宋朝之南迁即爲高麗
010_0266_b_15L之中葉維臨寺有圓明師三學淵深
010_0266_b_16L化被三千界五衆影附 ▼(麗+支)滿五百人
010_0266_b_17L寔爲菩薩之間生豈非如來之所使
010_0266_b_18L虜荐寇諒危邦之難居宋寰不寧
010_0266_b_19L靜處之自擇爾乃一帆渡海萬里尋山
010_0266_b_20L疊嶂豊林莫此山若也卓錫胥宇
010_0266_b_21L何處求乎半千黌徒相尋而至十方
010_0266_b_22L檀越不速而來爰剏水月道場以修
010_0266_b_23L空花淨業僧皆達道山以之得名
010_0266_b_24L如湧泉寺由是立號爭奈紀述之文獻

010_0266_c_01L부족하여 이 절이 세워진 정확한 연대를 증명하기가 어려우니 어찌하겠는가. 세월이 바뀌어 지나가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도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을 것인데, 지나온 세월이 너무나 요원하니 승방이 지어지고 헐린 역사를 무슨 수로 알겠는가. 지금 법당을 고쳐 수리하느라 옛날 상량문의 기록을 얻어 보게 되었으니, 그 대략은 이러하다.
처음 이 절을 창건한 때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영락 기해년(1419, 세종 1)에 세 번째로 중건을 하였고, 만력 계유년(1573, 선조 6)에는 네 번째 중창을 하였다고 한다. 임진년에 왜구가 난리를 일으키고 정유년에는 왜적의 기세가 더욱 치열해져서, 사람 살던 집들은 다 불타 없어지고 죽은 사람의 피가 못을 이룰 정도였다. 아, 나라의 불행한 운수가 이처럼 극에 도달하였으니, 참으로 절을 높이 세우기를 바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커다란 전각과 수많은 방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고, 금모래 반짝이던 보배로운 땅에는 잡초와 쑥만 무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승복 입은 스님들은 모두 새나 짐승처럼 달아나 숨어 있다가, 난리가 다 지나간 뒤에야 까마귀나 제비가 집을 찾듯 차차 돌아왔다. 눈에 보이는 전각이란 전각은 모두 쓰러져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처참하고 애잔한 마음 극에 달하였고, 다시 세우고야 말겠다는 맹세를 하였으니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수고를 마다할 수가 있겠는가. 이리하여 만력 29년(1601, 선조 34)에 이르러 마침내 다섯 번째 중창을 하게 되었으니, 법당을 우선 가장 먼저 세우고 승당을 차례로 지어 완성하였다.
건륭 56년(1791, 정조 15)인 지금까지 모두 19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탱해 온 것은 절집을 아주 정밀하게 지었기에 그런 것이리라. 저 많은 건물을 각각 그 훼손된 정도에 따라 다시 수리하여서, 어떤 것은 더 크게 짓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더 작게 짓기도 하였는데, 오직 이 법당 하나만은 다시 짓는 일도 헐어 내는 일도 없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전해 왔다. 다만 이 전각을 창건하고 여러 해가 지났으니, 전각이 너무 낡았다는 탄식이야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마침 때가 이르러 인연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용마루를 굳건하게 올릴 계획을 세울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우리 부처님 너른 교법의 바다에 떠 있는 물거품과도 같은 사람이며 선림의 병든 나뭇잎과 같은 사람이다. 거칠고 경박한 내 몸가짐은 어디에 간들 입에 담을 만한 것이 못됨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 서투른 내 재주로 감히 여러 대중들의 논의 가운데 손가락 안에 꼽히기를 바라겠는가. 어느덧 세월만 덧없이 흘러 나도 공자가 붓을 던졌던 일흔하나의 나이176)를 맞았으니, 노환이 쳐들어와 마냥 앉아서 혜능慧能 대사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던 그때를 기다리기만 하였다. 그러나 이 절은

010_0266_c_01L不足致使剏建之年代難徵刼海迁更
010_0266_c_02L佛殿之沿革有數星霜遼遠僧寮之成
010_0266_c_03L毁何知今仍法堂之改修得見上梁之
010_0266_c_04L記載其畧云初剏之時代不可以得祥 [76]
010_0266_c_05L永樂己亥是第三營萬歷1) [5] 爲第
010_0266_c_06L四剏逮壬辰倭寇爲亂及丁酉賊勢益
010_0266_c_07L火燼人室廬澤量人骨血嗟邦運
010_0266_c_08L之不幸極矣信寺門之難望巋然鵝殿
010_0266_c_09L蜂房鞠爲煨燼金沙寶地唯見草萊
010_0266_c_10L被緇之徒盡爲鳥獸之竄經亂以後
010_0266_c_11L成烏燕之歸滿目頹殘悽愴之懷已極
010_0266_c_12L矢心營立奔走之勞何辭乃至萬歷廿
010_0266_c_13L九年遂成一院第五刱法堂最初興建
010_0266_c_14L僧堂次第修成汔今乾隆五十六年
010_0266_c_15L爲一百九十一載良爲流傳之久遠
010_0266_c_16L由結構之緻精倦彼衆寮隨毁隨成
010_0266_c_17L或加或減惟玆一殿無興無廢亘古
010_0266_c_18L亘今但以刱久年深豈無屋老之歎
010_0266_c_19L時至緣會可見棟隆之期愚也敎海
010_0266_c_20L浮漚禪林病葉狂簡之態自知不齒
010_0266_c_21L於諸方生踈之才敢望屈指於衆論
010_0266_c_22L歲月流邁行當孔夫子絶筆之年老病
010_0266_c_23L侵尋坐待能大師歸根之限但此寺院
010_0266_c_24L「祭」疑「癸」{編}

010_0267_a_01L내가 처음 불교에 발을 들여놓았던 곳인 만큼, 이 때문에 여러 스님들이 제일 먼저 앞장서기를 요구하는 일을 사양하지 못하고 힘을 더하기로 허락한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이끌어 다들 시주에 참여하도록 하였고 신심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여 모두 보시하는 마음이 우러나도록 하였다. 그러나 절터 안에는 재목으로 쓸 만한 나무가 없는데다 소나무를 베는 일이 아주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새 재목을 쓰는 사이사이 옛 재목을 끼워 넣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절에 모아 둔 재화는 없고 도움을 주는 시주도 드물어서, 낡고 헐은 것만 보수하여 고치고 괜찮은 것은 그대로 두어야 했다. 이렇게 옛 모습 그대로 보수를 하니 일과 힘이 많이 줄었으나, 새로 수리한 그 모습 아름다워 눈과 귀를 다시 호사롭게 하였다. 숲속에 들어가면 첨복의 향기 은은하게 풍기고, 누각에 오르면 범패 소리 더욱 잘 들린다. 향로에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연기를 따라 하루 여섯 때에 하늘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등불 심지 휘황하게 밝힌 속에 오경을 알리는 종소리177)가 달밤을 울린다. 이리하여 우리 절은 더욱더 광채를 더하고, 용신龍神의 영험한 위엄도 배나 더하게 되었다.
이제 길일을 잡아서 여러 개 아름드리 커다란 들보를 막 들어 올리려 하니, 변변찮은 이 사람 있는 힘껏 온 힘을 기울여서 감히 여기 육위의 노래를 부르노라.

兒郞偉拋梁東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니
方丈仙山在望中           신선 사는 방장산 멀리 보이는구나
安得採來不死藥           어떻게 하면 불사약을 캐다가
獻吾當宁壽穹崇           우리 임금님께 올려서 하늘처럼 긴 수명을 누리시게 할까
西                 어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니
遙望蓮邦路不迷           멀리 보이는 극락세계 길 잃을 염려가 없구나
寄語山中諸法侶           산중의 여러 스님들께 부디 부탁하오니
歸依彼岸早扳躋           저 언덕에 귀의하여 하루 빨리 오르시게
南                 어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善友猶存五十三           훌륭한 도반 아직도 오십삼선지식으로 남아 있네178)
童子如今再出世           선재동자도 지금 세상에 다시 태어나
百城烟水一生叅           온 고을을 떠돌며 평생토록 찾아다니리
北                 어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望美人兮心不釋           임금님 바라보는 마음이 영 놓이지를 않는구나
華封祝聖不過三           화봉華封 사람들 성인에게 빌 일이 겨우 셋뿐이었으니179)
爭似吾王無量福           우리 임금님 누리실 한도 끝도 없는 복과도 같구나
上                 어영차, 들보를 위로 던지니
碧落無雲天一樣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 온통 한 빛으로 푸르네
日月星辰常放光           일월성신日月星辰이 항상 빛을 발하고 있으니
吾人心事較誰長           우리네 심사와 비교하면 누가 더 오래 갈까
下                 어영차,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除非公殿是僧舍           보이는 것 법궁 아니면 승사僧舍로다
豈徒梱屨作生涯           짚신을 삼아서 신고 떠돌며 한평생을 보내려느냐
念佛看經爲日課           염불하고 불경을 읽는 것으로 일과를 삼을 것이라

엎드려 바라오니, 상량한 뒤로 우리 불가의 교화가 크게 떨쳐 일어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해와 같이 오래도록 밝게 하소서. 이곳 땅이 신령스러우니 걸음마다 설산의 인욕초忍辱草가 나게 하시고, 천 명이나 되는 많고 많은 스님들 모두 다 푸른 바다의 진주가 되게 하소서. 오래도록 이 나라의 이름난 절이 되어서 영원히 천 년토록 복을 누리는 땅이 되게 하소서.

010_0267_a_01L是余發足之方故諸僧徒請以倡首之
010_0267_a_02L辭不獲命許而效勞引起同志之人
010_0267_a_03L均鳴化喙勸請有信之士共發施心
010_0267_a_04L局內無材松禁至嚴勢將用新間舊
010_0267_a_05L寺中乏儲檀家鮮助事當補缺存完
010_0267_a_06L因舊貫而爲之暫省功力得新修之美
010_0267_a_07L更侈瞻聆入林唯聞薝葍之香
010_0267_a_08L樓更聽梵唄之響爐烟細細六時之天
010_0267_a_09L樂騰空燈穗煌煌五更之華鯨吼月
010_0267_a_10L林泉更增光彩龍神倍加威靈穀日是
010_0267_a_11L數抱之梁方擧蔬膓盡倒六偉之
010_0267_a_12L頌敢陳兒郞偉拋梁東方丈仙山在望
010_0267_a_13L安得採來不死藥獻吾當宁壽穹崇
010_0267_a_14L西遙望蓮邦路不迷寄語山中諸法侶
010_0267_a_15L歸依彼岸早扳躋善友猶存五十三
010_0267_a_16L童子如今再出世百城烟水一生叅
010_0267_a_17L望美人兮心不釋華封祝聖不過三
010_0267_a_18L似吾王無量福碧落無雲天一樣
010_0267_a_19L日月星辰常放光吾人心事較誰長
010_0267_a_20L除非公殿是僧舍豈徒梱屨作生涯
010_0267_a_21L佛看經爲日課伏願上梁之後禪風大
010_0267_a_22L佛日長明一方地靈步步雪山忍
010_0267_a_23L千衆僧寶人人滄海神珠長爲一
010_0267_a_24L國之名藍永作千之福地

010_0267_b_02L
제題-4편
‘호계삼소도’180)의 제문題文과 서문(題虎溪三笑圖幷序)
옛날 동림사東林寺의 혜원 스님은 여산廬山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만승萬乘 천자인 진제晉帝의 고귀한 신분이나 군주인 환현桓玄181)의 우레처럼 무서운 위엄으로도 그의 뜻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
혜원이 손님을 배웅할 때에는 언제나 호계虎溪를 경계로 삼아서 그 이상은 절대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유학자 도연명과 도사 육수정을 배웅하러 나갔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호계를 지나 버리고 말았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깨달은 세 사람은 서로 돌아보면서 크게 한바탕 웃었다.
아, 이것은 그들의 도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기에 일의 형세 따위를 다 잊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삼소도三笑圖’라고 하여서, 곧잘 이 광경을 그림으로 그리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단지 그 그림을 보고 즐기려고만 할 뿐, 세 분 현인의 마음이 서로 통하여 얻은 것이야 어찌 알겠는가. 내 여기에 이 말을 써서 깨우쳐 주고자 하니, 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잘 가려서 이해하도록 하라.
사람들은 다들 말한다.
“세 사람은 종교가 서로 각각 달랐지만, 도는 본래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다. 자기 고집만 부리면 서로 어긋나게 되지만, 자기가 하던 일까지도 잊으면 곧 통하게 되는 법이다. 이렇게 도라는 것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통달한 분들이 바로 저 세 현인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 밖으로 몸을 던지니, 각자가 가지고 있던 긴요한 주장들이 같아졌구나. 마음속으로는 도에 독실하였지만 겉으로는 잊었기에, 호계를 넘지 않겠다던 맹세를 허공에 집어 던졌던 것이리라. 서로 돌아보면서 한바탕 웃던 그 가운데 즐거움이 있었으니, 무엇 때문에 종교가 다르다느니 다르지 않다느니, 도가 같다느니 같지 않다느니 비교하겠는가.”
또(又)
웃음에는 긍정하여 웃는 웃음과 긍정하지 않으면서 웃는 웃음, 두 가지가 있다. 도연명의 웃음은 혜원을 긍정하나 육수정을 긍정하지 않은 웃음이었고, 육수정의 웃음은 혜원을 긍정하나 도연명을 긍정하지 않은 웃음이었다. 그러나 혜원의 웃음은 도연명을 긍정하면서도 육수정을 긍정하지 않고 육수정을 긍정하면서도 도연명을 긍정하지 않은 그런 웃음이었다.
어째서 그러한가. 도연명은 ‘웃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고, 육수정은 ‘웃을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혜원이라면 ‘웃을 이유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자술서요이기후題自述序要二記後182)
규봉圭峯과 목우자牧牛子183)가 칡과 등나무 넝쿨이 얽힌 구덩이 속에 빠져 있는데, 나 무이자無二子184)는 그들을 깨끗한 곳으로 끌어내 줄 능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나뭇가지와 넝쿨을 잡아끌면서

010_0267_b_01L

010_0267_b_02L

010_0267_b_03L題虎溪三笑圖幷序

010_0267_b_04L
昔東林遠公隱居廬山雖晋帝萬乘之
010_0267_b_05L桓玄震主之威莫能屈甞送客
010_0267_b_06L虎溪爲界及乎送儒者陶淵明道士陸
010_0267_b_07L修靜過之矣旣覺相顧辴然得非道
010_0267_b_08L有所至而事有所忘耶古今人多模寫
010_0267_b_09L謂之三笑圖止爲玩樂而已豈知
010_0267_b_10L三賢相得之所在耶余於是筆而曉之
010_0267_b_11L惟同志者擇焉說者皆謂三家異敎
010_0267_b_12L一道本融守株而乖忘筌乃通達此無
010_0267_b_13L惟彼三翁余謂方外投分密勿同
010_0267_b_14L篤於內而忘其外擲虎溪於虛空
010_0267_b_15L顧一笑樂在其中夫何必較敎之異不
010_0267_b_16L道之同不同也

010_0267_b_17L

010_0267_b_18L

010_0267_b_19L
笑有肯笑不肯笑陶之笑肯遠不肯陸
010_0267_b_20L陸之笑肯遠不肯陶遠之笑肯陶不肯
010_0267_b_21L肯陸不肯陶爲甚如此陶曰有
010_0267_b_22L曰無遠公曰亦有亦無

010_0267_b_23L

010_0267_b_24L題自述序要二記後

010_0267_b_25L
圭峯牧牛子和身絆倒於葛藤坑中
010_0267_b_26L二子不能引出於淨潔地上更爲牽枝

010_0267_c_01L후세의 배우는 자의 다리를 들어 올려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구나. 오추슬마烏芻瑟摩185)여, 어디에 있는가? 나에게로 성화星火 한 덩이를 가지고 오너라.
삼가 임금님께서 지으신 석왕사 비문 뒤에 붙인다(謹題御製釋王寺碑文後)
신臣 승僧 유일有一은 삼가 우리 주상 전하께서 지으신 석왕사 비문을 읽고, 머리를 조아려 이렇게 외친다.
“하늘이 우리 성상에게 유ㆍ불ㆍ선 삼교三敎를 꿰뚫어 보도록 하셨으니, 아, 성대하여라. 더 이상은 더할 사람이 없으리라.”
삼가 살펴보건대, 이 한 편 비문의 대의는 이러하다.
‘조선 건국 초기에 왕업을 일으킨 상서로운 일과 지금 왕실에 후사가 태어난 경사는, 이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로운 영험에 의한 것이다.’
누가 감히 이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릇 성인의 말씀은 하늘과 같으니, 백성 된 자가 감히 하늘을 믿지 않겠는가.
옛날에 명나라 태조 고황제高皇帝가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세상에 두 가지 도가 있을 수 없으며, 성인에게도 두 가지 마음이 있을 수 없다.”
그러고는 불교로써 암암리에 왕통을 돕는 강령으로 삼았으니, 아마도 성취하고 보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풀고 정신을 받들려고 했던 까닭이리라. 또한 불경을 가까이하면서 아울러 실천하려고 한 것이다. 금세의 우리 태조 대왕께서는 조선의 국운을 열고 하늘의 도에 따라 다스리시며, 왕업을 일으킬 절을 세우셨다. 그리고 지금의 임금께서는 원자가 탄생한 경사에 감동하여, 친히 비명碑銘을 지으시어 불교를 믿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시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찌하여 예나 지금이나 유학자들은 불교를 거부하고 배척하면서 삼엄한 법령으로 다스리려 하는가. 이 도라는 것은 비유하자면 해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 훌륭하신 선왕과 그 후손들께서는 여러 대를 내려오면서 서로 감응이 되어, 저 하늘 가운데 해가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아셨는데, 저 유학자들은 해를 보고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구나. 지금 우리나라의 선비들은 이러한 태평 시대에 태어났으니, 우리 임금께서 하시는 원대한 일을 잘 받들어 들으시라. 주비周髀186)로 계산하고 토규土圭187)로 측량하여 해의 실체를 깨달으면, 나아가 우리 임금을 받들어 밝히는 일이 거의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하여 지금 나라에 어지럽게 퍼져 있는 삼교가 다 함께 교敎는 달라도 도는 하나인 경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다행한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신 승 유일은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삼가 이 글을 쓴다.

010_0267_c_01L引蔓令後代學者擡脚不起烏芻瑟
010_0267_c_02L摩在麽爲我將一星火來

010_0267_c_03L

010_0267_c_04L謹題御製釋王寺碑文後

010_0267_c_05L
臣僧有一謹讀我主上殿下御製釋王
010_0267_c_06L寺碑文稽首颺言曰天命我聖上
010_0267_c_07L貫三敎大哉蔑以加矣已伏覩一篇
010_0267_c_08L大義以國初興王之瑞當朝降嗣之慶
010_0267_c_09L捴由佛氏慈悲之靈孰敢不信夫聖人
010_0267_c_10L之言天也爲人民者敢不信天乎
010_0267_c_11L大明高皇帝有言天下無二道聖人無
010_0267_c_12L兩心遂以佛敎爲幽賛王綱凡所以
010_0267_c_13L裁成輔相設敎佑神亦傍籍而並行
010_0267_c_14L今我太祖啓運而御天剏興王之寺
010_0267_c_15L逮至當宁感慶于降嗣親製碑銘
010_0267_c_16L明佛道之不得不信如何古今儒氏
010_0267_c_17L而闢之凛乎戎索夫道譬之則日也
010_0267_c_18L聖祖神孫曠世相感而見日于中天
010_0267_c_19L靡所不炤而彼儒氏之見日不能如此
010_0267_c_20L今我東措大家生于盛明之世欽聞聖
010_0267_c_21L謨洋洋宜乎籌以周髀測以土圭
010_0267_c_22L日體見焉于以憲章聖朝蓋思過半矣
010_0267_c_23L由是而爛熳同歸乎三敎無二之道
010_0267_c_24L孰大焉臣僧有一拜手稽首謹題

010_0268_a_01L
문文
망하례전문188)
경술년(1790, 정조 14) 6월 18일 정묘일 무신시戊申時에 우리 원자께서 탄생하셨습니다.189) 이에 전 표충사表忠祠 원장院長 신 승 유일과 본사 주지 신 승 덕행德幸과 그 외 온 절의 여러 스님들이 모두 모여 법당에서 망하望賀의 예를 차리고 향을 피우고 사배四拜를 올리며 문명예성文明睿聖 주상 전하께 전문을 올립니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우리 대왕께서 오랫동안 세자를 두지 못하셨기에 억조 신민이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대왕께서 왕자님들을 많이 낳으시기를 빌어 왔습니다. 이제 우리 부처님께서 훌륭하신 원자를 안아 보내셨으니, 조정과 민간에서 일제히 세자190)의 탄생을 기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북소리를 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기뻐 소리치는 환호가 땅을 흔들 지경입니다.
삼가 생각하오니, 우리 주상 전하께서는 문명文明으로 세상을 다스리시어 요임금 순임금과도 같은 선정을 베푸십니다. 하늘의 도는 인仁을 숭상하는 사람에게 보답을 베푸는 법이라 왕실의 혈통이 이리 빼어나게 나시는 것을 보게 되었으며, 또 백성은 마음에 덕이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그리하게 마련이라 이씨李氏 왕실의 아름다운 이름 오래오래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태평한 시대를 만났으니 부디 성대盛代의 국운이 다시 열리기를 바랍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 승 등은 대왕의 교화 밖에 사는 하찮은 백성들로서 불가에 입문한 승려들이며 들에 뛰노는 사슴과 같이 미천한 무리입니다. 하례하는 말석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은 대개 저희가 백관百官에 하나로도 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 깊은 정성으로 멀리나마 대왕께서 계시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그저 혼자서 만세를 세 번 불러 봅니다.
신 승 유일과 덕행 등은 절을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삼가 전문을 올립니다.
긍현 사미에 대한 제문(祭亘賢沙彌文)
무인년 5월 초하루 병술에 무이無二 노인은 차 한 잔과 향 한 개를 올리고, 옛날 나에게 배웠던 긍현亘賢의 영전에 고하노라.
아, 지금 같은 세상에서 그대와 같은 근기는 아무리 찾아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대가 18세 나이에 천태산天台山에서 나를 따라 출가할 때에 아주 총명하여 글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전을 가르치면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곳이라도 한 번 듣고 바로 이해하였고,

010_0268_a_01L1) [6]

010_0268_a_02L望賀禮箋文

010_0268_a_03L
庚戌六月十八日丁卯戊申時元子降
010_0268_a_04L前表忠祠院長臣僧有一與本寺住
010_0268_a_05L持臣僧德幸及合寺諸僧等於法堂上
010_0268_a_06L設望賀之禮焚香四拜奉獻箋文于文
010_0268_a_07L明睿聖主上殿下伏以吾王曠闕儲宮
010_0268_a_08L億兆咸切多男之祝我佛抱送聖子
010_0268_a_09L野齊唱少海之歌鼓舞塡街歡聲動地
010_0268_a_10L恭惟主上殿下文明御世堯舜同風
010_0268_a_11L天道報施崇仁喜見金枝之挺秀
010_0268_a_12L心懷附有德佇希仙李之聯芳允當累
010_0268_a_13L洽之期幸啓重雍之運伏念臣僧等
010_0268_a_14L化外微物林間髠徒麋鹿賤蹤莫叅
010_0268_a_15L燕賀之端盖非百工之一葵藿深悃
010_0268_a_16L望龍光之下只自呼萬歲者三臣僧有
010_0268_a_17L一德幸等拜手稽首謹箋

010_0268_a_18L

010_0268_a_19L祭亘賢沙彌文

010_0268_a_20L
維戊寅五月初一日丙戌無二老漢
010_0268_a_21L一椀茶一炷香告汝新故學者亘賢之
010_0268_a_22L靈而言曰嗚呼居今之世求如爾之
010_0268_a_23L亦難得矣爾年十八從余于天台
010_0268_a_24L頗聰明識文義經敎上盤錯能一聞而

010_0268_b_01L어떤 것은 듣지 않고도 그냥 알았으며, 시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쓰는 외에 또 다른 재주도 참 많았다. 이 때문에 내가 그대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내 스스로 군자의 세 가지 기쁨 가운데 한 가지인 가르치는 기쁨을 얻었다고 좋아하였었다. 그런데 지난 달 그대가 고향에 다니러 갔던 그 길이 영원히 죽음으로 갈라지는 이별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아, 가슴 아픈 일이로다. 그대가 본래 타고난 바탕이 워낙 깨끗하고 연약하여 수명이 길지 못할 듯은 하였다. 그래도 나는 그대가 서른이나 마흔까지라도 수명을 얻는다면 시작한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하여 위로는 그대의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출가하도록 보내 준 뜻에 보답하고, 그 다음은 스승이 그대에게 학문을 권했던 뜻에 보답해 줄 것이라 진심으로 기대하였다. 또 그 다음으로는 내가 그대를 가르쳐 인재를 만들려고 한 수고를 위로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 그대가 그렇게만 되었다면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무슨 여한이 있었겠는가. 왜 하늘은 그대를 세상에 오래 남겨 두지 않았을까. 그대는 얻기 어려운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났고, 거기다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까지 만났으며, 그뿐 아니라 무슨 일이든 해낼 만한 좋은 자질을 타고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대 나이 이제 겨우 스무 살, 게다가 학업은 반도 이루지 못했는데, 어찌 갑자기 이렇게 떠나 버린단 말인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영재를 내어 주셔 놓고 어찌하여 이렇게 금방 빼앗아 간단 말입니까. 예로부터 남보다 훌륭한 사람은 수명이 짧다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하늘도 역시 어진 사람을 아껴서 빨리 데려가는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재주 있는 사람이 요절하는 것은 팽조彭祖191)처럼 오래 사는 것보다는 오히려 나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오래오래 살다 간 노인이라도 칭찬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런 삶을 보고야 그 누구인들 제대로 살았다고 말하겠는가. 또 그대는 외아들이면서도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기에 사람들은 모두들 그대가 속세로 다시 돌아가 버릴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그러나 그대의 뜻을 보아하니 꼭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스님이 되고 속인이 되는 일은 모두 전생의 인연 때문에 정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일 전생의 인연이 스님이 될 인연이라면 설사 속인이 되려고 한들 그렇게는 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대가 과연 스님의 몸으로 죽었으니 진실로 전생의 인연이 우리 불교에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니 설사 이 세상에 오래 머물러 살았다 하더라도 그 인연이 어디로 가겠는가. 그렇지만 그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눌 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안는 이 일보다는, 차라리 그대를 속세로 돌려보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가령 그대가 속세로 돌아가서 다행히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면 참으로 이런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그리고 설사 죽었다 하더라도 슬픔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 참으로 가슴 아프다. 그대 일찍이 나에게 “황매黃梅에서 홍인 선사가 혜능 선사에게 한밤중에 법을 전하신 것처럼192) 그렇게 법을 전해 받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라는 게송을 지어 바쳤었는데, 어찌하여 그 희망을 이루지도 못하고 갑자기 죽어 버렸단 말인가. 그런데 황매에서 밤에 전해진 것은 마음을 전했던 것이니, 다만 이 마음의 본체만은 살고 죽는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대가 스무 해 전에도

010_0268_b_01L或不聽而知能詩能筆亦其餘才
010_0268_b_02L余故愛而重之自以爲君子之一樂
010_0268_b_03L知去月之鄕行永作終天之訣耶嗚乎
010_0268_b_04L痛哉爾之禀質淸弱似乎短壽然而
010_0268_b_05L余之所望者若得三四十之壽可以成
010_0268_b_06L就事業上以報汝母捨獨子出家之志
010_0268_b_07L其次報汝師勸學之心又其次慰余敎
010_0268_b_08L汝匠成之勞雖死何憾焉奈何天不殷
010_0268_b_09L旣得難得之人身幸逢難逢之佛法
010_0268_b_10L亦禀可爲之資質年才二十業未半途
010_0268_b_11L而遽爾夭折耶天乎天乎旣生英才
010_0268_b_12L何奪之速也自古淑於人者壽或有促
010_0268_b_13L豈天亦慳賢者耶然才之夭勝於彭
010_0268_b_14L黃耉而無稱其誰曰生且汝以獨子爲
010_0268_b_15L人多疑返初然觀汝之志不必定
010_0268_b_16L余謂爲僧爲俗都由宿緣緣若在
010_0268_b_17L雖欲俗而不得嗚乎汝果以僧而死
010_0268_b_18L信乎緣在吾道也雖久住其緣奚徃
010_0268_b_19L然與其聞汝之死抱無涘之痛不若歸
010_0268_b_20L俗之爲愈也使汝歸俗幸而不死
010_0268_b_21L無悲矣雖死悲不如此也嗚乎痛哉
010_0268_b_22L汝甞呈偈于余曰望切黃梅半夜傳
010_0268_b_23L何望未遂而遄歸也然黃梅所傳傳個
010_0268_b_24L心也只個心體生死無間汝二十年

010_0268_c_01L이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고 스무 해가 지난 지금도 바로 이 마음을 가지고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날 나를 찾아왔을 때에도 이 마음을 가지고 왔었고,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날 때에도 또한 이 마음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3년 동안 나를 시봉한 것도 역시 이 마음이었고, 하루아침에 영원히 이별하고 떠난 것도 또한 이 마음이었으리라. 내가 그대와 더불어 묻고 대답할 때에 이미 이 마음을 모두 전하였고, 또 일찍이 이 마음을 모두 받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오늘 저녁은 그대가 떠난 지 삼칠일이 되는 날이다. 간단하게 차茶를 차려 자리를 마련하고, 그대의 영가靈駕를 불러 법어 한마디를 내리노라. 그대는 지금쯤 본래의 불성이 가진 신령스런 광채만 오로지 드러나고 속세의 티끌은 이미 다 벗었을 것이니, 이전에 그대가 형체形體에 구애되어 살았을 때와 비교하면 한층 더 총명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한번 부르기만 하면 바로 알아차리고 돌아오지 않겠는가. 정말 그렇다면 오늘 이렇게 용산龍山에서 한밤중에 제사를 올리는 일은 그때 황매산에서 한밤중에 마음을 전했던 일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혹 그렇지 않더라도 내 그대를 위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리며 몇 번이고 절하고 몇 번이고 염불하여 그대를 극락왕생의 길로 천도하리라.
원컨대 그대는 이 공덕을 가지고, 크게는 곧바로 정토에 향하고, 작게는 사람 몸을 받는 인연을 잃지 말도록 하며, 다시 태어나서도 꼭 출가하여 스님이 되어서 반야의 인연을 맺고 보리 지혜의 싹이 되도록 하여라. 비록 맑은 차 한 잔을 올리지만, 간절한 정성은 천 길이나 되는 것을, 그대는 정말 아는가.
참으로 슬프다. 그대 흠향하게나.
서암 선사 입탑 제문瑞岩禪師入塔祭文
온 법계가 다 무봉탑無縫塔193)인데 어느 곳에 사리를 넣을 것이며, 온 대지가 모두 황금의 사리이니 어느 곳에 탑을 세우겠습니까. 국사께서는 오래도록 바늘만 한 허점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도의 근원을 찾아 궁리하고 생각하여 번뇌를 씻어 버렸습니다.
선사께서 떠나신 지 오래지 않은지라 제자들은 아직 선사의 참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활활 타오르는 불더미 속을 뒤져 사리 한 알을 꺼내니 그 광채 너무나 찬란해 해와 달을 삼킬 정도이며, 여기 그 작은 돌조각 하나를 가지고

010_0268_c_01L以此而生二十年後以此而死
010_0268_c_02L者訪余而來亦以此也今也捨余而去
010_0268_c_03L亦以此也三年勢侍亦以此也一朝
010_0268_c_04L永訣亦以此也余與一問一答時
010_0268_c_05L早已傳此了也早已受此了也其或未
010_0268_c_06L今夕當汝亡之三七夕略設茶筵
010_0268_c_07L喚汝靈駕下一則法語汝今靈光獨露
010_0268_c_08L逈脫根塵比汝向之拘於形殼時更添
010_0268_c_09L一分聰明豈不可一喚之處豁然知歸
010_0268_c_10L若爾則今日龍山之半夜與當時黃
010_0268_c_11L梅之半夜絲毫無間矣更或不然爲汝
010_0268_c_12L禮佛幾拜念佛幾聲薦汝徃生之路
010_0268_c_13L願汝仗此功勳大者直向淨土小者不
010_0268_c_14L失人身再得出家更結般若之淨緣
010_0268_c_15L終作菩提之種草淸茶一甌赤心千丈
010_0268_c_16L汝其知耶嗚乎尙亨

010_0268_c_17L

010_0268_c_18L瑞岩禪師入塔祭文

010_0268_c_19L
遍法界盡箇無縫塔什麽是珠盡大地
010_0268_c_20L都盧黃金珠何處有塔國師良久
010_0268_c_21L容針錐耽源商量無端漏洩今則先
010_0268_c_22L師也不良久弟子也不商量只向大火
010_0268_c_23L迸出一顆珠光呑日月聊將小石
010_0268_c_24L「文」一字編者補入

010_0269_a_01L몇 층 되는 탑을 세우니 널리 하늘과 땅을 아우릅니다. 탑이 완성되기 전에는 사리가 탑 안에 간직되었지만, 탑이 다 세워진 뒤에는 오히려 탑이 사리 속으로 들어갑니다. 층층이 우뚝 솟은 석탑의 그림자는 둥글둥글 여유롭고, 둥글둥글 경사진 석탑의 모양은 멀찍이 범접할 수 없습니다. 폭풍이 산봉우리를 무너뜨린다 해도 저 탑은 무너지지 않고, 겁화194)가 바다를 다 끓여 말린다 해도 이 사리는 언제까지나 보존될 것입니다.
산에는 울긋불긋 붉은 꽃이 만발하고 들에는 맑은 물 푸르게 흐를 때에 한없는 공양을 갖추어 올리는 제구가 될 것이며, 숲에서 귀신이 울어 대고 고개 너머 범 우짖는 소리 들려올 때에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따라다니며 옹호하는 신장이 될 것입니다. 촛불 촛농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제자들이 흘리는 피눈물 같고, 등잔 불빛이 깜박깜박 빛나는 모습은 마치도 선사의 마음의 불빛을 완연히 접한 듯합니다.
부디 진중하소서. 바라건대 흠향하소서.
마을 길 보수에 동참하길 바라는 글(洞路修築文)
지지持地195) 성사聖師께서는 부처님을 위하여 몸소 흙을 지어 보배 계단을 만드셨고, 설산동자雪山童子196)께서도 부처님을 위해 머리털을 풀어 펼쳐서 진흙을 덮었습니다. 대개 세상이 평온하면 마음도 평온하고 불토佛土가 깨끗하면 이 몸과 국토도 깨끗해지니, 이것이 어찌 다만 정해져서 고정된 일이기만 하겠습니까. 이것은 또한 인과인 것이 확실합니다.
지금 이 마을 길은 비록 절 문 앞에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관가의 역마가 다니는 역로의 큰 길입니다. 그러므로 이 길에서는 매일 스님이 다니는 것을 보기도 하지만, 또 수레와 말이 지나는 통행로이기도 합니다. 여러 해 동안 비에 씻기고 바람에 갈렸기에 지금은 땅이 꺼지고 돌이 무너져, 왕래하기가 매우 어려워 지나다니는 나그네들도 아주 괴로웠습니다. 혹시 서둘러 흙을 져다가 부지런히 진흙을 덮는다면 길이 평탄해져서 마음까지도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혼자의 힘으로는 해 내기 어려우므로 여러 대중들의 힘을 빌려야 할 형편입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쌀 몇 알과 돈 몇 푼이라도 보시하여서 큰길을 보수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하면 비단 대총지문大摠持門197)에 손가락을 퉁기는 짧은 시간에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 공덕의 언덕에도 산책하듯 걸어서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모든 사람들의 앞길이 평탄하여 장애가 없고, 이르는 곳곳마다 경사로움이 넉넉하기를 빕니다.

010_0269_a_01L做成數層塔大包乾坤未成塔時
010_0269_a_02L珠已藏於塔內旣成塔後塔還入於珠
010_0269_a_03L層落落兮影團團圓陁陁兮孤逈逈
010_0269_a_04L毘嵐偃岳而這塔不壞刼火煮海而箇
010_0269_a_05L珠常存山花紅野水靑現成無盡底供
010_0269_a_06L養具林鬼號嶺虎嘯永作常隨之擁護
010_0269_a_07L燭泪涓涓如帶弟子之血淚燈火
010_0269_a_08L耿耿宛接先師之心光不審珍重
010_0269_a_09L惟尙響

010_0269_a_10L洞路修築文

010_0269_a_11L
持地聖師以身負土雪山童子布髮
010_0269_a_12L掩泥盖世界平則心界平佛土淨則身
010_0269_a_13L土淨豈惟典刑爲具在是亦因果之歷
010_0269_a_14L今此洞路雖在寺門之前宲爲官
010_0269_a_15L驛之大道每見僧行之外亦是車馬之
010_0269_a_16L通衢累經雨囓風磨今見土陷石傾
010_0269_a_17L徃來甚難行旅多苦倘作負土掩泥之
010_0269_a_18L庶致土淨心平之效然事難獨辦
010_0269_a_19L勢假衆扶伏願共捨粒米分文助成通
010_0269_a_20L衢大路非但大捴持門彈指可入彼功
010_0269_a_21L德岸信步能登奉祝人人之前程
010_0269_a_22L坦無碍處處之所至吉慶有餘

010_0269_b_01L
사성암 중창문四聖庵重剙文
온 세상 총림이 바다처럼 나열해 있으니 화상의 광대한 규모가 새롭고, 산중에 절이 우뚝 서 있으니 진眞 국사國師가 남기신 제도 옛날 그대로구나. 황홀하기가 공중에 선 누각과 같아 팔면이 영롱하고, 세상 밖의 아름다운 경치 가득 차며, 그 가운데 침구와 의복과 음식과 탕약의 네 가지가 모두 충족하다. 배우려는 자들과 잠시 머무는 스님198)들이 찾아와 선재동자가 남쪽으로 와서 법문을 물은 일(南詢)199)을 의논하고, 납의를 입은 스님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달마가 서쪽에서 온 큰 뜻을 이야기한다.
비록 정법正法은 시절 운수와는 상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도량은 인연 따라 변해 가는 것을 어찌할까. 방장실 앞에는 풀이 한 길이나 자랐고, 장련상長連床200) 위에 먼지 뽀얗게 쌓인 지가 또 얼마나 되었던가. 이것이야말로 우거진 온갖 풀을 향해 호미를 휘둘러 괜스레 흰 구름만 쪼개 버린 격이니, 선불장選佛場201)을 열려고 하지 말라. 세 줄 서까래 조그마한 암자에서 쇠사슬의 결박을 풀고 이 땅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아가리라. 빈도貧道가 맨손으로 암자를 다시 세우려 하는 것은 다만 달마 대사가 중국에 오셔서 법을 전하여 얻으신 것처럼 한 꽃송이에 다섯 개 잎새 202)가 열리는 그러한 아름다운 결과를 붙들어 일으키기 위해서이다. 부자들은 온갖 인연 모두 벗어 버리고, 모름지기 나에게 한 푼 보시를 하시라. 그저 보기 좋으라고 억지로 일을 만드는 일 없이, 벽돌을 깨어 옥을 만들어 낼 것을 보증하리라.
불상 권선문佛像勸善文
우전왕優塡王의 상서로운 상은 처음으로 인도에서 교화를 펼쳤고, 아육왕阿育王의 신령스러운 거동은 중국에서 상서로운 빛을 발하였습니다. 발제跋提203) 비구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도솔천에 다시 태어나서 세상 밖에까지 환하고 아름답게 밝히고 있을지,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이 부시게 비춰 주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계율ㆍ선정ㆍ지혜 삼학三學은 이것을 떠나서는 구하기 어렵고, 법신法身ㆍ보신報身ㆍ화신化身 삼신三身도 바로 그러합니다. 엄숙한 신불神佛의 얼굴이 있는 듯하니, 감히 공경하지 않겠습니까. 불과佛果를 우러러보면서 부처님께 귀의할 마음을 먹는 것도 바로 이 불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미 부처님의 그늘 속에 들어와 그림자를 쉬었으니, 먼저 불상을 세워서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보름달 같은 부처님의 얼굴을 만들고자 서까래같이 큰 붓을 청하였습니다. 부처님 법륜이 항상 굴러가고 왕업이 영원히 창성하기를 빕니다.

010_0269_b_01L四聖庵重剏文

010_0269_b_02L
環天下叢林羅列海和尙之弘䂓尙新
010_0269_b_03L就山中蘭若巋然眞國師遺制依舊
010_0269_b_04L若空中樓閣八面玲瓏嬴得物外烟霞
010_0269_b_05L四事具中學者旦過商量南詢法門
010_0269_b_06L衲僧雲臻漏洩西來大意雖然正法不
010_0269_b_07L關時運爭奈道場亦隨緣迁方丈室前
010_0269_b_08L草深一丈長連床上塵沉幾時玆乃
010_0269_b_09L向百草頭邊鉏破白雲折莫開場選佛
010_0269_b_10L就三條椽下匙挑金鎻端合立地逢人
010_0269_b_11L貧道隻手欲修成衹爲扶他五葉長者
010_0269_b_12L萬緣都放下也須乞我一文果能不把
010_0269_b_13L蠶絲蠏筐可以管得取拋磚引玉

010_0269_b_14L

010_0269_b_15L佛像勸善文

010_0269_b_16L
優塡瑞像肇勝化於西乾阿育靈儀
010_0269_b_17L浮祥光於東震休道跋提已滅疑從兜
010_0269_b_18L率再生炳煥世表之休明暎奪人間之
010_0269_b_19L秀麗戒定慧三學離此難求法報化
010_0269_b_20L三身秖遮便是儼神容之如在敢不
010_0269_b_21L敬乎望佛果而知歸賴有此矣今旣
010_0269_b_22L就陰而息影首假立像而攝心欲成滿
010_0269_b_23L月之容請下如椽之筆奉祝法輪常轉
010_0269_b_24L王業永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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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유 모연문佛油募緣文
도는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아닌지라 승당 앞에는 해가 한밤중에도 비치고, 밤에는 길고 짧음이 있으니 부처님 전각 안에는 빛 속에도 한 점 어둠이 들어 있습니다. 눈부신 빛이 푸른 산의 온갖 꽃들에 내려 부서지니 등불에 기름 떨어진 것을 누가 알겠으며, 대지에 불을 붙여 눈 어두운 중생들을 깨쳐 이끄니 어느 누가 감히 싸늘하게 식은 재에는 불씨가 없다고 말하겠습니까. 밝은 불빛을 찾아서 곧장 어둠을 밝혀야 하리니, 불빛 없이는 도저히 밤길을 갈 수가 없는 법입니다. 등불 빛이 푸른 유리에 부딪혀 흩어지면 천문千門을 동시에 환히 비춰 주고, 등불을 걸어 놓고 보배 창고를 열어 보니 삼라만상이 휘영청 벌여 있습니다. 귀한 기름을 등불에 더해 부으면 기름 한 방울 한 방울마다 백 개 천 개의 해와 달을 갖추어, 하늘에서 받은 본래 성품으로 새 새벽을 열 것이니, 사람 사람마다 모두 만 길이나 높이 뻗어가는 광선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내가 등명불燈明佛204)을 뵈오니 본래 지니신 광명이 상서롭기 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불기 모연문佛器募緣文
석가모니부처님 샛별이 뜨는 새벽까지 한밤 내 가부좌를 하고 앉았으니, 법신은 비록 원만하게 통달하였으나 설산에 앉아 있은 지 여섯 해 만에 육신은 앙상하게 말라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에서 양을 치던 여인이 우유로 만든 죽을 바쳤고, 물속의 용왕龍王은 공양을 받아 담을 발우를 부처님께 바쳤던 것입니다. 비록 부처님께서는 날것과 익은 것 두 가지 다 드시지 않으시나, 중생을 위하여 하루에 일곱 집을 돌며 음식을 빌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 불기佛器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인 것입니다.
엎드려 바랍니다. 병이나 소반, 비녀나 팔찌 따위, 무엇이나 있는 대로 시주를 하시면, 그것을 모아 녹여서 쇠로 만들고 그릇을 만드는 일은 저 솜씨 좋은 장인의 손에 맡길 것입니다. 수명과 부귀와 아들 낳는 일 등을 사람마다 원하는 바에 따라 축원하면서, 모든 사람의 각기 다른 마음에 맞추어 응답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세존께서 법륜을 굴리시니 온갖 선한 과업에 함께 감응합니다. 부디 이 세상을 편안한 곳에 두시어 만백성을 즐거운 곳으로 옮겨 주십시오.
대종을 주조하기 위한 모연문(鑄鍾募緣文)
우리 선가에서 종이나 북을 설치하는 목적이 어찌 단순히 음악을 즐기려는 데 있겠습니까. 종을 만드는 까닭은 아침저녁으로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010_0269_c_01L佛油募緣文

010_0269_c_02L
道非明暗僧堂前日照三更夜有長短
010_0269_c_03L佛殿裡光含一點爍破靑山萬朶那知
010_0269_c_04L紙燈無油點開大地群盲誰道寒灰沒
010_0269_c_05L覔火直須探撥投明不許夜行
010_0269_c_06L破碧琉璃焜煌乎千門同照揭開多寶
010_0269_c_07L交羅乎萬像聯輝果能油貴添燈
010_0269_c_08L滴滴具百千日月管取性天開曉人人
010_0269_c_09L有萬丈毫光何以故我見燈明佛
010_0269_c_10L光瑞如是

010_0269_c_11L

010_0269_c_12L佛器募緣文

010_0269_c_13L
見明星一夜法身雖圓坐雪山六年
010_0269_c_14L色身即檀所以林間牧女呈乳䣱之麋
010_0269_c_15L河上龍王獻維衛之鉢雖云如來
010_0269_c_16L生熟之二藏乃爲衆生有分衛於七家
010_0269_c_17L此所以是器之不可無也伏願瓶盤釵
010_0269_c_18L隨所有而施之融爲一金器在彼
010_0269_c_19L巧匠壽富多男從吾願而祝之分應
010_0269_c_20L千般心惟我世尊一軸所輪萬善同
010_0269_c_21L伏祝置天下於安處移萬姓於樂方

010_0269_c_22L

010_0269_c_23L鑄鍾募緣文

010_0269_c_24L
禪家鍾皷之設豈但樂云乎哉所以警

010_0270_a_01L움직이고 정지하는 모든 절차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 이 종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석양이 산을 머금고 먼 마을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때 몇 번의 맑은 종소리 구름 너머 숲 밖으로 새어 나가면, 길을 지나던 나그네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그 소리를 듣고 여기에 하룻밤 묵으면서 밥을 먹을 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종소리 그치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달려가고, 그로 인하여 마치 주문공朱文公이 동안현同安縣 관사에서 어느 날 밤 문득 세상의 무상함을 깨달은 것205)과 같이 마음 거두는 법을 깨닫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절에서 종과 북을 만들어 설치하는 것을 별것 아닌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종을 주조鑄造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황제黃帝가 솥을 만들던 수양산首陽山의 동銅206)은 캐기가 어렵고, 진시황秦始皇이 종을 만들었던 진나라의 병기207)는 이미 다 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를 도와 함께 종을 만들어 줄 사람은 오직 그대들 신도들뿐입니다. 부디 이 모연문이 이르는 곳마다 그대들 머리를 끄덕여 이 불사에 동참하기를 승낙해 주십시오.
받들어 축원을 올리니, 이른 새벽이나 달이 뜨는 저녁이면 이 종소리 맑게 울려서 인간 세상의 길고 긴 꿈을 깨우게 하소서.
또(又)
누가 일찍이 종을 보았습니까. 힘껏 치면 큰 소리가 나고 살짝 치면 작은 소리로 울며,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주를 하여서 복을 구하는 것도 또한 이와 똑같습니다. 시주를 많이 하면 복을 많이 받게 되고 시주를 적게 하면 복을 적게 받게 되며, 시주를 하지 않으면 받을 복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불교를 믿는 신자들은 마땅히 시주를 해야 하며 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또 많이 해야 하며 적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인데, 내가 무슨 걱정을 하며 여러 말을 할 것이 있겠습니까.
북을 만들기 위한 모연문(皮鼓募緣文)
이렇게 크고 유서 깊은 절에 어찌 큰 북이 하나 없습니까. 여러 신도들이 평소에 재물도 많이 들고 보배도 아주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아마 그렇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저 소가죽 두 조각만 있어도 북이야 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면 약간의 재물만 있어도 될 것입니다.
이제 여기 소매 속에 짤막한 소문疏文을 써 넣고 다니며 여러 현명한 신자들에게 두루 간청하오니, 각자 엽전 한 꾸러미나 두 꾸러미, 그저 형편 되는 대로 조금씩 시주하는 인연 공덕을 내어 주신다면, 우렁찬 북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침저녁으로 부처님의 음성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010_0270_a_01L覺晨昏整齊動止者非此莫能而夕
010_0270_a_02L陽啣山遠村烟起之時嘹喨數聲
010_0270_a_03L出於雲外林末俾行人過客彷徨歧路
010_0270_a_04L得知其棲食之有所也至若一聲未
010_0270_a_05L心已走作因此而悟收心之法如朱
010_0270_a_06L文公之在同安之夜者或有其人矣
010_0270_a_07L皷之設其淺淺乎哉故今欲鑄就而首
010_0270_a_08L陽之銅難採秦家之兵已銷即助我共
010_0270_a_09L成者其惟檀氏歟斯文所到願各點頭
010_0270_a_10L奉祝淸晨落月一聲鍾喚起人間長夜
010_0270_a_11L

010_0270_a_12L

010_0270_a_13L

010_0270_a_14L
曷甞觀夫鍾乎大扣大鳴小扣小鳴
010_0270_a_15L不打不鳴以施求福亦猶是矣多施
010_0270_a_16L多福小施小福不施無福凡我檀家
010_0270_a_17L可知宜施不宜否宜多不宜小余何忉
010_0270_a_18L忉鼓喙

010_0270_a_19L

010_0270_a_20L皮皷募緣文

010_0270_a_21L
許大古院宇如何無大鼓大搥幾多善
010_0270_a_22L檀那素稱曰多財多寶是則是只牛
010_0270_a_23L皮兩片動不動當寶鈔若干爰袖小䟽
010_0270_a_24L普恳諸賢各捨取一貫二貫功緣便聲
010_0270_a_25L徹三千大千世界朝朝暮暮好聽梵音

010_0270_b_01L입과 마음으로 신자들의 천만 가지 복록을 축원할 수 있기를 받들어 빕니다.
바라 권선문鈸鏍勸善文
세상을 다스리는 도리 중에는 예禮와 악樂이 가장 중요하고, 속세를 떠나는 인연 가운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첫째입니다. 예의는 옥과 비단이 없으면 표현할 수 없고, 음악은 종과 북이 없으면 전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 불가에서도 법악法樂을 개설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은 당幢과 번幡을 삐죽삐죽 높고 장엄하게 세우고, 관음보살은 바라를 쳐서 멀리서나 가까운 곳에서나 이 소리를 들으면 세속의 번뇌를 해탈하도록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면 명성이 높고 크게 드러나고, 복 받는 이득 끝이 없을 것이며, 인간의 꿈처럼 어두운 마음을 깨우쳐 주고 천지 성현의 덕에 두루 보답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부디 시주에 동참하여 함께 도량에 모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사 권선문袈裟勸善文
가섭 존자는 계족산鷄足山에서 새 가사를 집어 들었고,208) 황매현黃梅縣에서는 한밤중에 홍인 선사께서 뜻대로 가사를 전해 주었습니다.209) 더구나 꿰맨 흔적 터진 틈 하나 엿볼 수 없는, 모름지기 참으로 바늘 끝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머니의 바지도 아니며, 또 땀 냄새나는 적삼도 아닙니다. 일찍이 조계산 정상을 향하여 통발을 던졌으나 남은 것이 없고, 여기 이 대유령大庾嶺 꼭대기에서 끌어당겼으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210) 금시조金翅鳥마저 공경할 줄 알고, 사자와 같은 짐승조차 감히 훼상毁傷하지 못하는 물건입니다. 일단 이 가사를 입기만 하면 대대로 해탈의 인연을 맺게 되니, 누가 이 옷을 만들어 조각조각마다 복덕의 과보를 감응케 하시겠습니까.
원컨대 시주들께서는 다 함께 기꺼운 마음을 내어, 우러러 부처님을 생각하는 과보를 반드시 증명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관동 만세교 중수문關東萬歲橋重修文
정鄭나라 사람 자산子産211)은 자신의 수레로 나루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건네주었으니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화정華亭 선사는 낚싯배를 끌어다가 나루터에 건네주었으니 사람을 구제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입니다. 이 두 일이 비록 세상을 구제한 것으로는 다를 것이 없지만,

010_0270_b_01L海潮音口口心心願祝百福千萬福
010_0270_b_02L奉祝

010_0270_b_03L

010_0270_b_04L鈸鏍勸善文

010_0270_b_05L
治世之道禮樂爲要出世之緣聲敎
010_0270_b_06L居先禮非玉帛而不表樂非鍾鈸而不
010_0270_b_07L况乎佛家許開法樂幢幡勢至
010_0270_b_08L低建立莊嚴鐃鈸觀音遠近聽聞解脫
010_0270_b_09L聲名高大福利無邊警人間昏夢之心
010_0270_b_10L答天地聖賢之德幸希布施同會道塲

010_0270_b_11L

010_0270_b_12L袈裟勸善文

010_0270_b_13L
鷄足山中斬新拈出黃梅夜半信手
010_0270_b_14L傳來更無縫罅可窺須信針搭不入
010_0270_b_15L不是娘生袴子又非鶻臭布衫曾向曺
010_0270_b_16L溪峯頂罩却無餘此是大庾嶺頭
010_0270_b_17L持不起金翅鳥也猶知敬尊獅子獸
010_0270_b_18L不敢傷毁若能披着世世常爲解
010_0270_b_19L脫之因誰當造成條條皆感福德之果
010_0270_b_20L惟願檀氏共發肯心仰念世尊必垂
010_0270_b_21L證明奉祝

010_0270_b_22L

010_0270_b_23L關東萬歲橋重修文

010_0270_b_24L
鄭子産濟以乘輿不知爲政華亭誠挐
010_0270_b_25L乎釣艇會要渡人雖救世以無殊

010_0270_c_01L하나는 그때에 바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때를 기다려 하였던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화사化士 스님께서는 학문은 경ㆍ율ㆍ론 삼장三藏을 두루 통달하시고, 자비심은 태생ㆍ난생ㆍ습생ㆍ화생의 사생四生을 한결같이 불쌍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길 잃은 자에게 나루터를 가르쳐 주는 공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히려 장저長沮보다도 훨씬 나으시어 정도正道로 귀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마룻대를 설치한 공로도 걸닉桀溺보다 한참 뛰어나서 개울을 젖어 가며 건너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212) 벌써부터 대승의 법사라고 칭찬이 자자하셨으니, 이제 큰 강에 다리를 놓는 일을 주관하실 만합니다. 그리하여 보통 사람이나 성인이나 모두 건널 수 있고 수레나 말이 지나갈 때에도 아무 걱정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관리들이나 서인들이 모두 힘을 합하여 함께 다리를 놓아야 할 것이니, 시주를 하는 일이 참으로 마땅합니다.
바라건대 두루 은혜를 베풀어 아름다운 명예를 날리소서.
나무다리를 놓는 글(造木橋文)
강을 건너려 할 때에 배가 없다면 지척의 거리도 천 리처럼 멀어지기에, 나무를 걸쳐 다리를 놓는 데에 임시로 약간의 경비를 사용하여야겠습니다. 비록 돈도 별로 안 들고 공사에도 힘이 많이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 다리는 널리 사용되어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엎드려 기도하오니, 위태로운 곳에 다리를 설치하고 중류中流에는 지주砥柱를 세울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내가 이 다리에 글을 지어 붙이는 일이 꼭 영광스러운 일만은 아닙니다. 사마司馬가 남으로 내려오거나 북으로 올라갈 때에 다들 이곳에 이르러서는 이리저리 방황하고 물을 물음에 와룡卧龍이 이리저리 섞여 있다가 이에 의지해 풀어질 것입니다.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이 물을 건너기 어려웠던 예전의 걱정거리는, 완전히 면하게 되었네. 부디 다 함께 기꺼이 참여할 마음을 내어서, 각각 도움의 손길을 보태 주시기를 빕니다.
돌다리를 놓는 글(造石橋文)
무지개가 걸린 듯 아름다운 돌다리가 거대하고 우아한 모습을 드러내니, 까마귀와 까치도 때맞춰 특별히 상서로운 호응을 표하였습니다.
지금 이 다리는 수레와 말이 지나다닐 편리한 길이며, 물과 뭍을 잇는 중요한 나루터입니다. 여러 고을의 공물을 수송하는 일이 춘하추동 어느 한 철 끊이지 않고, 많은 백성들이 오고 가는 일도 동서남북 어느 지방 사람을 따로 논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끊어져 길이 막혔으니, 어떻게 편안히 건널 수가 있겠습니까. 물이 깊은 데다가 강변의 언덕까지 무너져서 서로 통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비바람 거센 여름이면 물결이 벼랑을 칠 정도로 거칠게 일어나고, 눈보라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면 싸늘한 얼음이 하늘까지 이어질 정도입니다. 이 강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얕은지 누가 추측이나 하겠습니까마는,

010_0270_c_01L適時而有待恭惟化士大師學通三藏
010_0270_c_02L悲憫四生指迷津遠邁長沮令歸正道
010_0270_c_03L架慈棟高超桀溺弗涉若淪旣稱大
010_0270_c_04L乘法師可作長川橋主渡凡渡聖
010_0270_c_05L蹄經過冀無虞爲國爲民士庶同成
010_0270_c_06L宜賛施幸垂周惠請掛芳啣

010_0270_c_07L

010_0270_c_08L造木橋文

010_0270_c_09L
渡河無筏咫尺成千里之遙架木爲橋
010_0270_c_10L從權僅數金之費雖價廉康而工省也
010_0270_c_11L用溥而惠多焉伏祈險處示津梁且以
010_0270_c_12L中流作砥柱題詞不必榮司馬南來北
010_0270_c_13L盡此緃橫問水應須看臥龍七錯
010_0270_c_14L八差憑玆融會謳歌可謂云爾病涉
010_0270_c_15L吾知免夫共發肯心各垂隻手

010_0270_c_16L

010_0270_c_17L造石橋文

010_0270_c_18L
星虹紀美足彰巨麗之稱烏鵲順時
010_0270_c_19L自表殊祥之應今某橋也輪蹄便道
010_0270_c_20L水陸要津列邑貢輸不絶於春夏秋冬
010_0270_c_21L之日萬姓來徃無論乎東西南北之人
010_0270_c_22L然而橋斷路窮何以利涉水深岸缺
010_0270_c_23L難可相通爾其淫雨狂風濁浪排岸
010_0270_c_24L嚴冬朔雪寒氷連空誰能測其淺深

010_0271_a_01L절대로 바짓가랑이를 걷고 물속을 걸어서 건널 수는 없습니다. 새벽이면 달려오던 말이 진퇴유곡의 상황에 근심을 품고, 석양의 외로운 나그네 물가에서 맞은편 언덕을 멍하니 바라보며 탄식만 하였습니다.
이참에 신도 비구 아무개가 격려하고 채찍질하여 도와주시는 크나큰 힘을 빌리고 솜씨 좋은 장인의 공력을 의지하고자 하니, 원컨대 부디 보답할 길 없는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 스스로 더없는 복록을 취하도록 하소서. 저 언덕에 이르는 길에 말을 타고 오건 걸어서 오건 따지지 않으니, 다 함께 이 공력을 이룩하는 데 시주를 적게 하건 많이 하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찬 1贊一-3편
문수대사찬文殊大士贊
是文殊非文殊            문수이건 문수가 아니건
雲開碧落              구름 걷히면 허공이고
出法界入法界            법계를 나오건 법계를 들어가건
月滿坤維              달빛 가득한 땅이로다.
龍蛇混新2)              兮용과 뱀이 섞여 있는
五臺之頂              오대산五臺山213) 정상
凡聖同住兮             범인과 성인이 함께 사는
七佛之師              칠불의 스승이로다
보현대사찬普賢大士贊
蓬𩬡蕭蕭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草衣楚楚              초라한 초의를 입으셨지만
心聞之宗              심문心門의 종주가 되시고
願海之祖              드넓은 발원의 바다에 선조가 되시었네
象王回首百花紅           부처님께서 고개 돌려 보니 갖가지 꽃들이 붉게 피어 있고
刹刹塵塵面相覩           수없이 많은 국토에서 대사의 면목을 보겠네
달마 대사찬達摩大師贊
西天曾挫異見王           서천에서는 일찍이 이견왕214)을 꺾더니
東土撞着梁武皇           동토에서는 양梁나라 무황을 후려쳤네
廓然無聖兮             확 트여서 성스럽다고 할 것이 없으니
秦時𨍏轢鑚             진나라 송곳215)처럼 쓸데가 없네
九年面壁兮             구 년 동안을 면벽하여도
喪車後藥囊             상여 수레 떠난 뒤의 약주머니처럼 소용이 없구나
雪中引得一箇            눈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내니216)
方始能破天荒            이제야 비로소 인재를 얻었구나
從此惡毒滋長            이때부터 악독이 더욱 번성하였으나
喚作五葉聯芳            동시에 오엽의 향기를 퍼뜨렸다 하네
這漢忝爲末裔            이 못난 내가 대사의 먼 후손 자리에 서 있으니
不堪滿面慚惶            얼굴 가득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겠네
一甌山茗一爐香           한 잔의 차와 화로 가득한 향불을 올리니
家醜重重又外揚           집안의 허물을 거듭 밖으로 드날리는 꼴이로구나

『연담대사임하록』 제3권 끝

010_0271_a_01L難可以揭厲凌晨走馬幾抱惟谷之
010_0271_a_02L落日孤笻徒齎望涯之歎玆者信
010_0271_a_03L人比斤某欲借秦鞭之勢以資郢匠之
010_0271_a_04L願施不報之恩自取無爲之福
010_0271_a_05L達彼岸不問騎來步來同成斯功
010_0271_a_06L論小施大施

010_0271_a_07L

010_0271_a_08L1)(一) [7]

010_0271_a_09L文殊大士贊

010_0271_a_10L
是文殊非文殊雲開碧落出法界入法
010_0271_a_11L月滿坤維龍蛇混新 [77] 五臺之頂
010_0271_a_12L凡聖同住兮七佛之師

010_0271_a_13L普賢大士贊

010_0271_a_14L
蓬𩬡蕭蕭草衣楚楚心聞 [78] 之宗願海之
010_0271_a_15L象王回首百花紅刹刹塵塵面相覩

010_0271_a_16L達摩大師贊

010_0271_a_17L
西天曾挫異見王東土撞着梁武皇
010_0271_a_18L然無聖兮秦時𨍏轢鑚九年面壁兮
010_0271_a_19L喪車後藥囊雪中引得一箇方始能破
010_0271_a_20L天荒從此惡毒滋長喚作五葉聯芳
010_0271_a_21L這漢忝爲末裔不堪滿面慚惶一甌山
010_0271_a_22L茗一爐香家醜重重又外揚

010_0271_a_23L
第三卷終

010_0271_a_24L「一」一字編者補入

010_0271_b_01L
  1. 1)「蓮潭大師自譜行業」의 기록에 의하면 1750년(영조 26, 경오) 봄의 일이다.
  2. 2)고제高弟 : 고족제자高足弟子의 줄임말로, 학식과 품행이 뛰어난 제자를 말한다.
  3. 3)당기當機 : 부처님의 설법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이익을 주는 일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부처님의 설법에 적합한 근기라는 뜻이다.
  4. 4)솜씨 좋은~마음대로 놀리듯 : 학문이나 예술 등이 깊은 경지에 들어간 정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莊子』 「養生主」에 나오는 고사이다.
  5. 5)조적祖逖과 같이~있었던 것입니다 : 조적은 범양范陽 사람으로 강개慷慨하여 지절志節이 있었다. 친분이 두터웠던 유곤劉琨은 조적이 등용되었다는 말을 듣고 편지를 보내어 말하길 “내가 창을 베고 잠을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 것은 적을 맞아 섬멸하기 위함이요, 항상 조적이 나보다 먼저 채찍을 들까 두려웠다.”라고 하였다. 『晉書』 「劉琨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는 영해影海 선사가 남보다 먼저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6. 6)명상名相 : 일체의 사물에는 명名과 상相이 있으니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을 명,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모두 허망하고 거짓된 것으로 법의 실성에 계합되지 않지만, 범부는 항상 이 실성이 없는 명상을 분별하여 갖가지 망상과 의혹을 일으킨다.
  7. 7)식수識數 : 마음이 활동하는 차례.
  8. 8)관행觀行 : 관심수행觀心修行의 약칭이다. 마음으로 진리를 관觀하여 진리와 같이 몸소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마음을 관조하는 행법行法을 말한다.
  9. 9)의문義門 : 각종의 의리義理를 말한다. 각 문중마다 차이가 있어서 피차에 서로 혼동치 않는 것을 뜻한다. 문門은 차별의 뜻이다.
  10. 10)안목眼目 : 물건의 주요한 것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이다.
  11. 11)굳건한 성곽(金湯) : 금성탕지金城湯池를 말하는데, 성곽과 못이 견고한 것을 뜻한다.
  12. 12)산화散花 : 부처님에게 공양하고 꽃을 흩뿌리는 것을 말하니, 현밀顯密의 법요식法要式에 산화散華의 의식이 있다.
  13. 13)칠처구회七處九會 : 80권본 『華嚴經』에 부처님이 『華嚴經』을 설한 장소와 모인 자리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 장소를 일곱 번 바꾸었고 아홉 번 모여서 설법하였다고 한다.
  14. 14)육상六相 : 총상總相·별상別相·동상同相·이상異相·성상成相·괴상壞相을 말한다. 범부가 보는 바의 사상事相에 따라 말을 하게 되면 사상이 각각 막히고 멀어져서 여섯 가지 상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성안聖眼이 보는 바 제법諸法의 체상體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하나하나의 사상 가운데 이 여섯 가지 상이 원융한 것을 볼 수 있다.
  15. 15)십현十玄 : 십현연기十玄緣起, 또는 현문玄門이라고 한다. 십현연기 무애법문無礙法門이라고도 하며, 화엄종에서 세운 것이다.
  16. 16)십지十地 : 십성十聖이라고도 한다.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인 52위位 가운데 제41위로부터 50위까지의 10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 10위는 부처님의 지혜를 만들어 능히 지키고 움직이지 않으며,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을 주는 것이 마치 대지가 만물을 싣고 이를 윤택하고 이익 되게 하는 것과 같아서 지地라고 부른다.
  17. 17)팔난八難 :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는 데에 여덟 가지 장애가 있다.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울단월鬱單越·장수천長壽天·농맹음아聾盲瘖啞·세지변총世智辨聰·불전불후佛前佛後의 여덟 가지를 말한다.
  18. 18)세 가지의 덕(三德) : 『涅槃經』에서 설한 대열반大涅槃이 구비하는, 법신덕法身德·반야덕般若德·해탈덕解脫德의 세 가지 덕을 말한다.
  19. 19)「蓮潭大師自譜行業」에 의하면 1754년 갑술년 봄의 일이다.
  20. 20)삼성三聖 : 화엄삼성華嚴三聖. 『華嚴經』과 관련 있는 비로자나불·보현보살·문수보살을 말한다.
  21. 21)십주十住 : 들어가서 반야를 다스리는 것을 주住라 하고, 주하면서 공덕을 만드는 것을 지地라 한다. 이미 믿음(信)을 얻은 뒤에 나아가서 불지佛地의 계위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발심주發心住·치지주治地住·수행주修行住·생귀주生貴住·방편구족주方便俱足住·정심주正心住·불퇴주不退住·동진주童眞住·법왕자주法王子住·관정주灌頂住를 말한다.
  22. 22)대교大敎 : 여래의 교법敎法, 특히 『華嚴經』을 일컫는 말이다.
  23. 23)범어梵魚 : 어범魚梵을 말한다. 어범은 어산魚山 또는 어산漁山이라고도 한다. 산동성山東省 동아현東阿縣 서쪽 8리쯤에 있다고 한다. 진사왕陳思王 조식曹植이 여기서 놀다가 범천梵天의 음성을 듣고 범패梵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범패를 어패魚唄 또는 어범이라고 한다.
  24. 24)타화천他化天 :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을 줄인 이름이다. 욕계欲界 육천六天의 여섯째이므로 제6천이라고도 한다. 이 하늘은 하천下天에서 남의 즐거움을 빌려 놀기에 타화자재라고 한다.
  25. 25)삼륜三輪 : 무상륜無常輪·부정륜不淨輪·고륜苦輪을 말한다.
  26. 26)육취六趣 : 중생의 업에 의하여 윤회하는 여섯 가지 세계, 즉 지옥취地獄趣·아귀취餓鬼趣·축생취畜生趣·아수라취阿修羅趣·인간취人間趣·천상취天上趣를 말한다.
  27. 27)안팎의 장애(二障) : 이장二障은 혹장惑障을 두 가지로 나눈 것으로,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 내장內障과 외장外障을 말한다.
  28. 28)시왕十王 : 『十王經』에 나오는 저승에서 죽은 자를 다스리는 열 명의 대왕이다. 진광왕秦廣王·초강왕初江王·송제왕宋帝王·오관왕五官王·염마왕閻魔王·변성왕變成王·태산왕泰山王·평등왕平等王·도시왕都市王·전륜왕轉輪王을 말한다.
  29. 29)삼유三有 : 삼계三界와 같은 말이다. 유有는 존재한다는 뜻으로,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받게 되는 고통과 즐거움이 제각기 다른 욕유欲有·색유色有·무색유無色有를 말하는 것이다.
  30. 30)갈마羯磨 : 작법이라고 번역한다. 수계受戒나 참회 때의 의식작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31. 31)단하丹霞 : 등주鄧州 단하산丹霞山의 천연天然(739~824) 선사로, 석두石頭 선사의 법을 이었다. 어릴 적에 유교와 묵자墨子를 전공하여 구경九經을 통달하였다. 단하는 절에 들어가 2년 동안 밥 짓는 일을 맡았는데, 어느 날 석두가 대중에게 “내일은 불전 앞의 풀을 베고자 한다.”라고 하였다. 이튿날 대중이 모두 풀을 베려고 괭이와 낫을 가지고 나왔는데, 단하는 유독 칼과 물을 가지고 나와서 석두 앞에 꿇어앉자, 화상이 웃으면서 머리를 깎아 주었다. 단하의 정수리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었는데, 화상이 이를 만지면서 “천연이로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법명을 천연이라고 하였다.
  32. 32)석공石鞏 : 마조 선사의 제자인 혜장慧藏을 말한다. 강서성 임천현 무주撫州 석공산石鞏山에 살았기 때문에 이 이름을 얻게 되었다. 석공 스님은 출가 전에 사냥꾼이었는데, 어느 날 사슴을 쫓다 마조 선사의 암자 앞까지 오게 되었다. 마조 선사의 똑같은 생명인데 왜 자신을 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명을 벗어던지고 출가하였다고 전한다.
  33. 33)머리꽁지(周羅) : 주라周羅는 또는 주라발周羅髮, 수라首羅라고 한다. 번역하여 소계小髻, 즉 상투를 말한다. 사미가 득도할 때에 머리에 다섯이나 셋의 상투를 남겨 놓았다가 화상의 앞에 가서 꿇어앉으면 화상이 이것을 깎는다.
  34. 34)표시 없는~것을 받았으니 : 표시 나지 않는 계체戒體는 받아 지니고, 표시 나는 계첩戒牒을 받았다는 말이다.
  35. 35)윤왕輪王 : 윤보輪寶를 굴리면서 일체를 굴복시켜 다스리고, 수미須彌 사주四洲를 통솔하는 대왕, 즉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말하는 것이다.
  36. 36)사은四恩 : 네 가지의 은혜를 말하는 것으로, 어머니의 은혜·아버지의 은혜·여래의 은혜·설법 법사의 은혜를 말하기도 하고, 또는 부모의 은혜·중생의 은혜·국왕의 은혜·삼보의 은혜를 말하기도 한다.
  37. 37)삼유三有 : 여기서 삼유란, 생유生有·본유本有·사유死有를 말한다.
  38. 38)축융祝融이 시령時令을~없는 것입니까 : 전욱顓頊은 중국 상고시대의 이상적인 군주이고 축융은 여름의 시령을 맡은 신으로, 전욱의 아들, 혹은 손자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축융이 어찌하여 훌륭한 부조父祖의 인정仁政을 본받지 않고, 이와 같이 여름에 비를 내리지 않느냐는 말이다.
  39. 39)상림桑林에 나아가~일이 있겠습니까 :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7년의 가뭄에 몸소 상림의 들에 나아가 비를 빌 때에, 여섯 가지 일로 자책自責을 하였다고 한다. 첫째는 정사政事가 균형을 잃지 않았는가, 둘째는 백성들이 직분을 잃지는 않았는가, 셋째 궁실이 사치스럽지는 않은가, 넷째 궁녀의 투기가 성행하는가, 다섯째 뇌물이 행해지는가, 여섯째 아첨하는 무리가 창궐하는가 등이었다. 그러자 곧 수천 리 땅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40. 40)동해東海에 있었던~원통한 3년 : 동해라는 곳에서 자식도 없는 과부가 역시 홀로 된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 살고 있었다. 이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몹시 가엾게 여겨서, 며느리가 재가를 하도록 권했으나 며느리는 끝내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자기 때문에 시집을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 버렸다. 이렇게 되자 시누이는 며느리가 어머니를 박대하여 목을 매어 죽게 하였다고 관청에 고소하였고, 관청에서는 며느리를 잡아다 가두고 혹독한 형벌로 다스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며느리가 허위 자백을 하였고, 태수는 그 며느리를 사형에 처하였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동해에는 계속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내 3년이 지나, 옥사獄事에 밝은 우정국于定國의 아버지 우공于公이 새로운 태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새 태수가 옥사를 다스리면서 옛날 사형을 당한 과부 며느리가 효부였던 것을 알고 그의 묘에 제사를 지냈더니, 곧 큰비가 내렸다고 한다. 『說苑』 「貴德」에 나온다.
  41. 41)선법당善法堂 : 제석천의 강당을 말한다. 수미산 꼭대기 희견성喜見城 밖 서남쪽에 있다. 이곳에서 사람의 선악을 논한다고 한다.
  42. 42)석연石燕 : 돌의 일종인데, 표면에 무늬가 있고, 모양은 제비와 비슷하여 큰비가 오면 날아다닌다고 한다. 『本草』 「石燕」에 나온다.
  43. 43)상양商羊 : 전설상의 새로, 다리가 하나뿐이고, 부리는 붉으며, 깃이 아름답다고 한다.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이면 날아다니는데, 이 새가 나타나면 큰비가 올 징조라고 한다.
  44. 44)「蓮潭大師自譜行業」의 기록에 의하면 1764년(영조 40, 갑신) 봄의 일이다. 연담 대사는 1760년부터 해남 대둔사 주지를 맡았다.
  45. 45)발제拔提 : 바제婆提 비구의 이름이다. 석성釋姓 가운데 왕을 발제석왕跋提釋王이라고 부른다. 발제는 현賢으로 번역한다. 부처님이 처음 가비라성迦毘羅城에 돌아왔을 때 500여 인과 함께 출가하여 자신의 노비였던 우바리優婆離에게 머리를 깎고 구계具戒를 받은 후, 마침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고 한다.
  46. 46)비야성毘耶城 : 비야리성毘耶離城을 말한다.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살던 곳이다.
  47. 47)향적주香積廚 : 선원의 주방을 말한다.
  48. 48)눈썹을 붉게 칠한 도적(赤眉) : 적미赤眉는 서한西漢 말의 떠돌이 도적 떼를 부르는 이름이다. 왕망王莽이 한나라를 찬탈하자, 낭야瑯琊의 번숭樊崇이 거莒에서 군사를 일으켰는데, 왕망의 군대와 혼돈을 피하여 눈썹에 붉은 칠을 하였기 때문에 적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漢書』 「王莽傳」에 보인다.
  49. 49)구품九品 :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아홉 종류의 품류品類라는 뜻이다. 상상上上·상중上中·상하上下·중상中上·중중中中·중하中下·하상下上·하중下中·하하下下를 말한다.
  50. 50)미황사美黃寺는 전라남도 해남군 서정리에 있는 절이다. 연담 대사는 1768년에서 1769까지 미황사의 주지를 맡았었다. 입적하기 바로 전 해인 대사 나이 78세이던 1797년 8월에도 미황사에서 스스로 「蓮潭大師自譜行業」을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51. 51)홍예다리(虹橋) : 양쪽 끝은 처지고 가운데는 높여서 무지개처럼 만든 둥근 다리를 말한다.
  52. 52)한여름(九夏) : 여름 3개월 90일 간을 말한다.
  53. 53)53개의 읍을 찾아 : 선재동자가 문수사리를 뵙고 발심하여, 남으로 내려가면서 오십삼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뵙고 법계에 증입證入하였다고 한다. 여기서는 여러 선지식을 찾아가듯 시주자들을 정성으로 찾아다녔다는 의미로 53이라는 숫자를 쓴 듯하다.
  54. 54)상사일上巳日 : 3월 3일을 말한다.
  55. 55)삼천三天 : 불교에서 세운 삼신三身 또는 바라문에서 세운 삼신을 말한다. 마리지천摩利支天·변재천辯才天·대흑천大黑天을 말한다.
  56. 56)『육도六韜』 : 병서兵書의 이름이다. 주周나라의 여망呂望이 지은 책으로, 「文韜」·「武韜」·「龍韜」·「虎韜」·「豹韜」·「犬韜」로 나뉘어 있으므로 육도라고 하였다.
  57. 57)『옥령玉鈴』 : 병서로서, 저자와 연대는 미상이다.
  58. 58)중영中營 : 조선 후기 훈련도감訓練都監의 오영五營 가운데 하나이다.
  59. 59)각범覺範 : 송나라의 스님이다.
  60. 60)황산곡黃山谷 : 송대宋代의 시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을 말한다. 산곡山谷은 그의 호이다.
  61. 61)포암蒲庵 : 명나라의 스님이다.
  62. 62)경계의 말(書紳之戒) : 자장子張이 “어떻게 하여야만 자기의 뜻대로 행해집니까?”라고 물었더니, 공자가 대답하길 “말이 진실하고 믿음직하며 행실이 돈독하고 삼가면 오랑캐의 나라라도 행해지나, 말이 진실하지 못하며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고향에서라도 행해질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자장은 이 말을 듣고 잊어버릴까 염려하여 곧 자신의 띠에 써 두었다. 『論語』 「衛靈公」에 나오는 말이다. 이렇게 훈계가 될 만한 말을 기록하여 옆에 두고 항상 잊지 않는 것을 서신지계書紳之戒라고 한다.
  63. 63)저속한 속어(兎園) : 서한西漢 경제景帝 때 양梁의 효왕孝王이 하남성河南省 상구현商邱縣의 동쪽에 만든 토원兎園을 효왕의 사후에 경제가 백성에게 경작하게 하였는데, 토원의 세금을 기록한 장부가 다 속된 말(俚語)로 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저속한 글을 토원책兎園冊이라고 한다. 『五代史』 「劉岳傳」에 나온다.
  64. 64)열도閱道 : 송나라 조변趙抃의 자이다.
  65. 65)속수涑水 : 사마광司馬光이다.
  66. 66)광한전廣寒殿 : 달 속에 있다고 전하는 항아姮娥가 사는 전각殿閣이다. 광한궁廣寒宮 또는 광한부廣寒府라고도 한다.
  67. 67)함께 노닐게(相羊) : 상양相羊은 상양徜徉, 즉 배회한다는 뜻이다.
  68. 68)쓸모없는 허깨비(蒭狗) : 추구蒭狗는 마른 짚으로 만든 개로서, 제사에 사용하고 제사가 끝나면 버리는 물건이다. 곧 쓸데가 있으면 쓰다가 쓸데가 없어지면 버리는 물건을 비유하는 말이다. 『道德經』에 이르기를 “천지가 어질지 못하여서 온갖 물질을 추구로 만들고, 성인이 어질지 못하여서 백성을 추구로 삼는다.(天地不仁。 以萬物爲蒭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蒭狗。)”라고 하였다.
  69. 69)동평왕東平王 : 후한後漢의 유창劉蒼을 말한다.
  70. 70)주문공朱文公 : 주자朱子를 말한다.
  71. 71)영운靈雲 : 당나라 복주 영운산靈雲山의 지륵志勒 선사를 말한다.
  72. 72)향엄 지한香嚴智閑(?~898) : 당대唐代의 선사로, 청주靑州 사람이며, 속성은 유씨劉氏이다. 기와 조각을 무심코 던지다가 대나무에 맞아 내는 딱 소리에 깨달았다고 한다.
  73. 73)고대 중국에서는 천자가 매년 12월에 명년의 월력月曆을 제후에게 나누어 준다. 제후는 이것을 받아 조묘祖廟에 간직하고, 매월 초하루에는 양을 잡아 고한 다음, 그 달의 책력을 받아 국내에서 행하게 하였다. 그러나 후세에 내려오면서 이대로 시행되지는 않고, 유사有司들은 그저 양만 잡아 올렸다. 이를 본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이러한 예를 없애자고 공자에게 건의하였다. 그러자 공자가 대답하길 “자공아, 너는 그 양이 아까워서 하는 말이냐, 나는 그 예를 귀하게 여기노라.”라고 하였다. 『論語』 「八佾」에 나온다. 여기서는 실제로 도를 이룬 자가 없다고 하지만 이름만이라도 보존하여서 훗날에 혹 이름 그대로 도를 이루는 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74. 74)육예六藝 :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를 말한다.
  75. 75)버들잎을 뚫고 : 전국시대 양유기養由基란 사람은 활을 잘 쏘는 명수였다. 백 걸음이나 떨어진 먼 곳에서도 버들잎을 쏘아 맞혀 떨어뜨렸다고 한다. 『戰國策』 「西周策」에 나온다.
  76. 76)이(虱)의 가슴팍을 관통하는 : 기창紀昌이라고 하는 사람도 활의 명수로, 먼 곳에서 활을 쏘아 이의 가슴 가운데를 관통하였다고 한다. 『列子』 「湯問」에 나온다.
  77. 77)염파廉頗 :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名將으로, 문무의 재주를 겸비하였으므로 염파가 장수로 있을 때는, 강성했던 진秦나라조차도 감히 덤비지 못할 정도로 위엄을 떨쳤다고 한다. 『史記』 권81 「廉頗藺相如列傳」에 나온다.
  78. 78)이목李牧 :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장으로, 일찍이 흉노匈奴를 크게 격파하여 그들로 하여금 다시는 조나라를 침범하지 못하게 하였고, 또 진군秦軍을 크게 무찔러 그 공으로 무안군武安君에 봉해졌다. 『史記』 권81 「廉頗藺相如列傳」에 나온다.
  79. 79)청량淸凉 대사 : 화엄종華嚴宗의 4조祖이며, 이름은 징관澄觀(738~839)이다. 『華嚴經疏抄』 80권을 저술하였다.
  80. 80)화두금강火頭金剛 : 범어로 오추사마烏芻沙摩라고 한다. 더러운 것을 없애 주는 명왕明王으로, 온몸에서 큰불을 낸다고 한다.
  81. 81)영광전靈光殿 :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아들 공왕恭王이 건립한 궁전 이름이다. 한나라가 중간에 국력이 쇠하여서 도적이 사방에서 일어나 서경西京의 미앙궁未央宮과 건장전建章殿은 모두 불에 탔지만, 이 영광전만은 홀로 우뚝하게 남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고 한다.
  82. 82)『사산비명四山碑銘』 : 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비문 가운데, 신라의 불교사를 비롯하여 한문학사·사상사 등 여러 면으로 자료적 가치가 높은 네 편을 뽑아 엮은 책이다. 네 편의 비문은, 첫째 국보 제8호인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 성주리 성주사 터에 있는 ‘숭엄산성주사대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명崇嚴山聖住寺大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銘’, 둘째 국보 제47호로 지정된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경내에 있는 ‘지리산쌍계사진감선사대공령탑비명智異山雙溪寺眞鑑禪師大空靈塔碑銘’, 셋째 경상북도 경주시 외동면 말방리 대숭복사에 있었던 ‘초월산대숭복사비명初月山大崇福寺碑銘’, 넷째 보물 제138호인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면 원북리 봉암사 경내에 있는 ‘희양산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명曦陽山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銘’이다. 이 『四山碑銘』은 조선 선조와 광해군 때 해안海眼 스님이 처음으로 『孤雲集』에서 네 비문을 뽑아 책으로 엮고 주석을 붙인 이래, 연담 유일蓮潭有一·몽암蒙庵·홍경모洪景謨 등의 주해가 이어졌으며, 근세까지 모두 십수 종의 주해본이 나왔다.
  83. 83)피 튀기는 싸움(玄黃之戰) : 『周易』 곤괘坤卦 상육효上六爻에 “용이 들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렇다.(龍戰于野。 其血玄黃。)”라고 하였고, 「文言傳」에 “현황玄黃은 천지가 뒤섞인 색이다.(玄黃者。 天地之雜色。)”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서로 싸우는 것을 이른 말이다.
  84. 84)고병高騈(821~887) : 당나라 말기에 절도사節度使를 지냈다.
  85. 85)황소黃巢의 난은 당나라 말기 희종僖宗 건부乾符·중화中和 연간(875~884)에 일어나 당나라가 멸망하는 계기가 된 반란이다. 황소가 반란군을 이끌고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진압군을 파견했는데, 그때 최치원도 종사관으로 참전을 하였다. 그가 쓴 「討黃巢檄文」은 황소를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고 하여, 중국에 널리 그 명성을 떨쳤다.
  86. 86)헌강왕憲康王 : 신라 제49대 왕으로, 서기 875년에서 886년까지 재위하였다.
  87. 87)고려 태조 왕건王建이 두각을 나타내자, 최치원은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일어나게 될 것을 알았다 한다. 당시의 전하는 말에 “곡령鵠嶺은 소나무가 푸르고, 계림은 노란 잎이 된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輿地勝覽』에 나온다.
  88. 88)좌우左右 : 유교와 불교를 말한다.
  89. 89)왕자안王子安 : 당나라 초기의 시인 왕발王勃(650~676)의 자가 자안子安이다. 초당사걸初唐四傑 가운데 한 사람이다.
  90. 90)「익주부자묘비益州夫子廟碑」 : 당나라 왕발王勃이 지은 것으로, 여기에서 성인聖人의 열 가지 일을 들어 말하였다. 곧 성인의 대업大業·지상至象·강적降跡·성무成務·구시救時·입교立敎·찬역贊易·관화觀化·응화應化·유풍遺風을 말한 것이다. 『王子安集』에 나온다.
  91. 91)장식藏識의 바다(識海) : 진여眞如를 일컬어 여래장如來藏이라고 하는데, 진여가 인연을 따라 모든 법을 일으키는 것이 마치 바다의 파도와 같으므로 장식의 바다라고 하는 것이다.
  92. 92)세 가지 독(三毒) : 삼근三根이라고도 한다. 탐독貪毒·진독瞋毒·치독痴毒을 말하니, 깨달음에 장애를 일으키는 세 가지 번뇌인 탐냄·성냄·어리석음을 말한다.
  93. 93)고공苦空 : 유루과보사상有漏果報四相 가운데 둘이다. 유루의 과보는 삼고三苦와 팔고八苦의 근본이 되므로 고苦라고 하고, 만유萬有는 하나도 그 실체나 제 성품이 없으므로 공空이라 하는 것이다.
  94. 94)온종일(二六時) : 이륙시二六時는 하루 밤낮 12시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의 역법에 따른 것이다.
  95. 95)오탁五濁 : 오혼五渾이라고도 한다. 겁탁劫濁·견탁見濁·번뇌탁煩惱濁·중생탁衆生濁·명탁命濁을 말한다.
  96. 96)발징發徵 : 신라 시대의 승려로, 휘는 동량棟樑(?~785)이다. 염불종念佛宗의 개조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를 조직하였다. 신라 경덕왕 17년(758) 강원도 건봉사乾鳳寺에서 만일미타도량을 개설하여 27년째 되던 785년에 만 일이 차자, 같이 수행하던 31인과 함께 공중으로 솟아 극락왕생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건봉사 서쪽 5리쯤 되는 곳에는 공중으로 날아가다가 그곳에서 몸을 버렸다는 소신대燒身臺가 있으며, 그 유골은 소신대의 돌 속에 간직하였다고 한다.
  97. 97)모범(羽儀) : 『周易』 점괘漸卦에 “기러기가 육지에서 차츰 나아감에 그 날개는 가히 의표로 쓸 만하다.(鴻漸于陸。 其羽可用爲儀。)”라고 하였고, 공영달孔穎達은 소疏에서 “높은 자리에 처해서도 능히 그 자리 때문에 스스로 매이지 않으면, 그 날개는 다른 물건의 전범으로 쓸 수 있으니, 귀하고 모범이 될 만하다.(處高而能不以位自累。 則其羽可用爲物之儀表。 可貴可法也。)”라고 하였다. 후에 우의羽儀라는 말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재주와 덕이 있어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거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의 비유로 쓰였다.
  98. 98)삼초三草 : 풀은 상·중·하가 있어서 약용·식용·잡풀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그 근기에 따라 상·중·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法華經』 「藥喩品」에 나온다.
  99. 99)괴안국에서 누린~한바탕 봄꿈 :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 대낮에 큰 느티나무 밑에서 술에 취하여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대괴안국에 가게 되었다. 그곳의 국왕이 그의 딸을 아내로 삼아 주고 그를 남가군南柯郡의 태수로 삼아 주었기에 20년간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깨어 보니 한바탕 꿈이었다는 고사이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고도 한다. 『異聞集』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헛된 한때의 부귀영화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100. 100)당나라 백장 스님이 법회를 열었는데, 법문을 듣는 무리들 가운데 머리 허연 노인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전생에 “대승 학인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대승 학인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속으로 의심을 가졌기에 5 백 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다고 한다.
  101. 101)공자는 “의로운 일을 보고 행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겸양謙讓하여 이른 말이다. 『論語』 「爲政」에 나온다.
  102. 102)공자가 말하기를 “인仁에 대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論語』 「衛靈公」에 나온다.
  103. 103)겉만 번지르르한 천박한 재주 : 검려지기黔驢之技. 검주黔州 땅에는 원래 노새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노새를 끌고 가는 것을 본 범은, 노새가 큰 소리로 울부짖는 것을 보고 아주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어쩌다 노새의 발에 채인 범이 노새가 사실은 힘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노새를 잡아먹었다. 곧 겉치레만 있고 실속이 없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유종원柳宗元의 「三戒」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04. 104)표훈사表訓寺 : 의상義湘의 제자인 표훈表訓 스님이 8세기 전반에 창건한 절이다. 절의 위치는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상주하고 있다는 금강산의 법기봉法起峯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5. 105)정양암正陽庵 : 금강산 표훈사 뒤쪽 5리쯤에 위치한 암자이다. 고려 태조가 이곳에 올라왔을 때 법기보살이 현신하여 석상石上에서 방광放光을 하였고, 이에 감격한 태조가 정양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106. 106)『화엄경』(虯藏) :규장虯藏은 용궁 속에 있는 장경이라는 뜻으로, 『華嚴經』을 말한다. 규虯는 규궁虯宮을 말하니 바로 용궁龍宮이요, 장藏은 장경이라는 뜻이다. 용수보살龍樹菩薩이 용궁에 들어가서 『華嚴經』을 가져왔다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華嚴經』의 내용 중에 “동쪽 땅 금강산이 있으니, 일만 이천 봉우리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107. 107)영랑봉永郞峰 : 금강산 내금강의 한 봉우리이다.
  108. 108)법기봉法起峰 : 금강산의 한 봉우리이다. 이곳에 법기보살이 상주하면서 설법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80권본 『華嚴經』에 금강산이 법기보살의 주처라고 밝히고 있는데, 80화엄의 「諸菩薩住處品」에서는 방위별로 산 이름을 열거하고 예로부터 여러 보살들이 머물러 살았음을 상기하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동북방 청량산 다음에 금강산을 열거하고, 거기에 법기보살이 거처하며 1,200여 명의 권속을 거느리고 지금도 설법을 한다고 하였다. 그 설법의 내용은 주로 반야에 관한 설법이라고 한다.
  109. 109)기록한 문헌(杞宋文獻) : 기송杞宋은 『論語』 「八佾」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모든 옛 나라의 역사를 징험할 수 있으나, 오직 기나라와 송나라의 역사만은 징험할 수 없으니, 그것은 문헌이 부족한 때문이다. 문헌만 있다면 내 능히 징험해 보일 수 있겠다.(夏禮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라고 말하였다.
  110. 110)중향성衆香城 : 중향국衆香國. 불경에 등장하는 나라 이름인데, 부처님은 향적국香積國이라 부르셨다. 그 나라의 누각이나 동산과 뜰이 모두 향기롭고 그 향기가 시방 무량세계를 온통 감싼다는 곳이다.
  111. 111)파륜波崙 : 또는 파륜波倫이라고도 하며, 살타파륜薩陀波崙의 약칭으로 보살의 이름이다. 상제常啼라고 번역한다. 반야般若를 구하기 위하여 7일 밤낮을 울며 곡하였다는 보살이다.
  112. 112)아랑위포兒郞偉抛 : 상량문上樑文 문장의 투식套式이다. 앞부분에 내용을 다 쓴 다음, 뒤에는 축祝을 하는데, “어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라는 등의 말로 시작하여 동쪽·서쪽·남쪽·북쪽의 사방과 위와 아래를 합하여 모두 여섯 번의 “아랑위포”를 부르게 된다. 이때 각 방향에 대한 축원은 각각 일곱 자씩 세 구를 짓게 된다.
  113. 113)김종정金鍾正(1722~1787) : 본관은 청풍淸風, 자는 백강伯剛, 호는 운계雲溪이다. 저서로는 『雲溪集』·『四禮輯要』·『文獻輯略』 등이 있다. 시호는 청헌淸獻이다.
  114. 114)당나라 때 홍주洪州 목사 염백서閻伯嶼가 등왕각滕王閣을 다시 지었다. 여기서는 관찰사의 의장이 여기에 임한 것이 염백서가 등왕각에 임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115. 115)얼마안 되는 녹봉(五斗) : 오두五斗는 오두미五斗米를 말한다. 『晉書』 「隱逸傳」 ‘陶潛’에 나오는 말로, 아주 적은 관가의 녹봉을 뜻하는 말이다.
  116. 116)신축년은 1781년, 갑오년은 1774년이다. 착공과 준공 연대가 이렇게 틀리는 것은 원본의 오류로 보인다. 미황사판 목판본에도 역시 이렇게 되어 있다.
  117. 117)큰 재주(大匠之斲) : 초나라의 서울 영郢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번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하얀 흙이 코끝에 묻었다. 이때 목공 가운데 명수名手인 장석匠石을 시켜 깎게 하니 장석이 자귀를 흔들어 바람을 내어 백토만 깎고 코는 조금도 상처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극히 공교한 공장工匠을 형용한 말이다. 『莊子』 「徐無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18. 118)여기서는 저자가 겸양한 말로 이 「表訓寺正陽庵歇惺樓重剏序」와 같은 문장은 자기보다 훌륭한 문사文士가 지어야 할 글이라는 말이다. 기술이 서투른 사람은 으레 일을 하다가 손을 다치는 예가 많기 때문에 손을 다친다고 표현한 것이다.
  119. 119)절묘한 글(幼婦之辭) : 한나라 때 효녀 조아曹娥의 비문 뒤에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齏臼”라고 새겨져 있었다. ‘황견黃絹’은 색사色絲이니 ‘절絶’ 자가 되고 ‘유부幼婦’는 소녀少女이니 ‘묘妙’ 자가 되고 ‘외손外孫’은 여자女子이니 ‘호好’ 자가 되며 ‘제구齏臼’는 수신受辛이니 ‘사辭’ 자가 된다. 따라서 ‘절묘호사絶妙好辭’, 즉 비문의 내용이 절묘하고 문장도 좋은 말이라는 뜻으로 새겨 놓은 것이다. 『世說新語』 「捷悟」에 나온다.
  120. 120)가난한 살림에도~섬겼다는 말(菽水之歡) : 숙수지환菽水之歡은 콩죽과 맹물 같은 하잘것없고 거친 음식을 먹을 정도로 가난한 살림에도 부모를 기쁘게 하며 잘 봉양한다는 뜻이다.
  121. 121)혼인(瓜葛) : 오이(瓜)와 칡(葛)은 다 덩굴식물이므로, 덩굴을 지어 이어지는 친척 관계나 사회관계를 비유한다. 부부를 비유하기도 한다.
  122. 122)곽자의郭子儀가 그랬듯이 턱만 끄덕이고 : 곽자의(697~781)는 당나라 때의 무장으로, 자손이 번성하여 백 명의 자식과 천 명의 손자를 둔 사람으로 유명하다. 자손이 너무 많아 얼굴만 알 뿐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기에, 자손들이 인사를 하면 그저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는 강 석사의 부모가 자식 복이 많다는 뜻으로 썼다.
  123. 123)높이 오르고 멀리 행함(升高行遠) : 높고 멀다는 것은 큰 학문을 뜻한 말이다. 『中庸』에 “군자의 도는, 비유하자면 먼 곳에 감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름에 얕은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君子之道。 如行遠必自邇。 如登高必自卑。)”라고 하였다. 『中庸』 15장에 나온다.
  124. 124)5리里(一牛鳴地) : 소 울음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일우후지一牛吼地라고도 하고, 줄여서 일우명一牛鳴이라고도 한다. 대략 5리쯤의 거리를 말한다.
  125. 125)의술(越人之方) : 월인越人은 전국시대의 유명한 의사인 편작扁鵲의 이름이다. 의술이 고명한 사람을 가리킨다.
  126. 126)칠불암七佛庵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에 있는 절이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하여 이곳에서 모두 성불하였다고 한다.
  127. 127)동림사東林寺 : 혜원慧遠 스님이 살던 여산에 있는 절을 말한다.
  128. 128)부구자浮丘子 : 고대 전설에 나오는 선인으로, 부구공浮丘公이라고 한다.
  129. 129)비야옹毘耶翁 : 비야毘耶는 비야리성毘耶離城으로, 이곳에 거처하던 유마維摩 거사를 말한다.
  130. 130)농옥 공주弄玉公主가~따라온 일 : 인도 갠지스강 상류 지방에 있던 태양왕조 아유다국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락국 태조 김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는 설화를 말한다. 『三國遺事』 「駕洛國記」와 『東國輿地勝覽』 「河洞誌」에 나온다.
  131. 131)일곱 왕자를 출가시킨 뒤 김수로왕金首露王 부부는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 가락국 수도인 김해에서 배를 타고 남해 바다를 거쳐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와 지리산 골짜기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왕자들의 수행을 돕고 있던 장유 선사는 수도 중인 왕자들의 마음을 흐트러뜨릴까 봐 상봉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가 아들이 수도하는 운상원을 찾아갔더니, 장유 화상은 “마마의 아들들이 모두 성불했으니, 오늘은 만나 봐도 좋습니다.”라고 허락하였다. 이때 공중에서 “연못을 들여다보면 아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라는 소리가 들려 연못을 들여다보았더니, 황금빛 가사를 걸친 일곱 아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영지를 일명 천비연天飛淵이라고도 한다.
  132. 132)부처님의 도량(選佛場) : 당대唐代 천연天然 선사는 애초에 유학을 익혔는데, 장안長安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난 선승에게 “관리로 뽑히는 일(選官)이 부처로 뽑히는 일(選佛)만 못하다. 지금 강서江西 지방에 마조 대사가 있는 곳은 부처를 뽑는 장(選佛場)이니, 가 볼 만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처음 마음을 바꾸어 출가하여 선문을 익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후에 선불장選佛場은 개당開堂·설계設戒·도승지지度僧之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133. 133)경절문徑截門 : 경절은 직절直截과 같다. 교외선문敎外禪門의 별칭으로 삼승三乘의 교문敎門에 지위와 순서를 밟지 않고 바로 부처의 지위에 오른다는 법문이다.
  134. 134)활계活計 : 생활의 계책이란 뜻으로, 승려가 하루 여섯 때(六時) 가운데 수행하는 거취를 말하는 것이다.
  135. 135)과량기過量機 : 도량度量이 일반인보다 뛰어난 근기根機, 부처다 범부다 딱히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근기를 말한다.
  136. 136)오위문五位門 : 오위五位는 불도를 수행하는 5종의 계위를 말한다. 자량위資糧位, 가행위加行位, 통달위通達位, 수습위修習位, 구경위究竟位이다.
  137. 137)살활殺活 : 조사祖師가 학인學人을 가르치는 방법을 평하는 말이다. 살殺은 일체를 부인하여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활活은 일체를 인정함으로써 자유롭게 마음대로 왕래하게 하는 것이다.
  138. 138)방할棒喝 : 선가의 종장宗匠이 사람을 대하는 방편으로, 몽둥이로 때리거나 크게 소리 지르는 것을 말한다.
  139. 139)정토문淨土門 : 정토교淨土敎와 같다. 문은 차별의 뜻이다. 자기 힘으로 수행하여 현세에 성인이 되는 성도문聖道門에 대하여, 아미타불阿彌陀佛의 구원에 의해 극락정토에 왕생해서 성불하고, 다시 이 세계에 돌아와 중생을 제도하는 성업聖業에 종사할 것을 가르친 법문을 말한다.
  140. 140)상승上乘 : 대승大乘의 다른 이름으로, 상행上行이라고도 한다.
  141. 141)공수반公輸班 :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솜씨 좋은 장인이다.
  142. 142)항량項梁 : 진秦나라 사람으로, 사람을 죽이고 적국인 오吳나라에 피신해 살았다. 그곳에서 군대를 길러 학정을 펼쳤던 진나라 군대와 맞섰다. 항우項羽의 숙부이다.
  143. 143)난타사爛陁寺 : 나란타那爛陀라고 음역한다. 또 나란타사那蘭陀寺·나란타사那爛陀寺·아란타사阿蘭陀寺라고도 표기한다. 의역하면 시무염사施無厭寺라는 뜻이 된다. 고대 중인도 마게타국摩揭陀國의 수도 왕사성王舍城 북쪽에 있던 큰 사원이다.
  144. 144)악록서원岳麓書院 : 중국 호남성 장사현長沙縣 서쪽에 있는 서원의 이름으로, 주자와 장식張拭이 강학하던 곳이다.
  145. 145)육위六衛 : 상량문上樑文 문장의 투식套式으로 여섯 번 “아랑위포兒郞偉抛”를 부르며 축원을 하는 것이다.
  146. 146)조주趙州 스님의 한 글자 : 어떤 승려가 조주에게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는데, 조주는 “없다(無)”고 대답하였다. 또 다른 승려가 다시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는 “있다(有)”고 대답하였다.
  147. 147)전제全提 : 종문宗門의 강요를 완전히 제기하는 것을 전제라고 한다. 『無門關』 송頌에 “ ‘개도 불성이 있다’는 한마디가 완전히 정령正令을 제기하였다.”라고 하였다.
  148. 148)반제半提 : 불교의 근본 진리를 남김없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 정도만을 제시하는 것을 반제라 한다.
  149. 149)대궐(北闕) : 북궐北闕은 경복궁의 별칭이다.
  150. 150)삼축三祝 : 요임금이 화華라는 곳을 지나는데 화봉인華封人이 요임금의 앞에 나와 빌었다. “성인은 장수하시고 부귀하시며 다남多男하소서.” 후세에 축하의 말로 많이 쓰인다. 『莊子』 「天地」에 나온다.
  151. 151)태양(金烏) : 금오金烏는 해의 별칭이다. 해 속에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이다.
  152. 152)격양가擊壤歌 : 농부가 태평한 세월을 읊는 노래이다.
  153. 153)중관자中觀子 : 중관 해안中觀海眼(1567~?)을 가리킨다. 중관은 대둔사 사적을 기록한 『죽미기竹迷記』를 지었다.
  154. 154)눈빛 시퍼런(碧眼) : 벽안당碧眼堂을 말한다.
  155. 155)정진精進 : 정진당精進堂을 말한다.
  156. 156)약사여래(藥師) : 약사전藥師殿을 말한다.
  157. 157)고요히 내려다보고(寂照) : 적조당寂照堂을 말한다.
  158. 158)문수보살(文殊) : 문수전文殊殿을 말한다.
  159. 159)미타불(彌陀) : 미타전彌陀殿을 말한다.
  160. 160)해를 끌어오니(挽日) : 이 산 가련봉迦蓮峰 아래 만일암挽日庵이 있다.
  161. 161)미륵부처님의 상이~남쪽에 만들어지고 : 북미륵암과 남미륵암을 말한다.
  162. 162)배를 인도하여 오니(導船) : 이 산 도솔봉 아래에 도선암導船庵이 있다.
  163. 163)난타爛陀 : 비구의 이름이다. 선환희善歡喜, 목우牧牛 등으로 한역한다. 혹은 용왕의 이름이라고도 한다.
  164. 164)도사천覩史天 : 도사다천覩史多天의 약칭이다. 즉 도솔천兜率天을 말한다.
  165. 165)신사년 : 건륭乾隆 26년, 서기 1761년이다. 이해 1월 2일에 청운당이 화재로 불탔는데, 세초에 바로 중건하였다고 한다.
  166. 166)명협蓂莢풀에 이파리~돋아나는 날 : 명협풀은 요임금 때 났었다는 전설상의 상서로운 풀이다.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하루에 한 잎씩 났다가, 열엿새부터 그믐까지 하루에 한 잎씩 떨어진다고 하여, 달력 풀 또는 책력 풀이라고도 하였다. 여기서 잎이 두 개가 생겼다고 하였으니 2일이라는 말이다.
  167. 167)화재로 타고~재와 잔해(昆明劫灰) : 한漢 무제武帝가 곤명지昆明池를 파다가 겁회劫灰를 발견하였으니, 곤명지는 수군훈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이고, 겁회는 세상이 파멸할 때 일어난다고 하는 큰불의 재를 말한다.
  168. 168)동태사同泰寺 :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녕江寧 동북쪽에 있는 절로 양梁 무제武帝 보통普通 2년(521) 9월에 건립되었다.
  169. 169)푸른 시내를 베고 누워(枕碧溪) : 침계루枕溪樓를 말한다.
  170. 170)첨복簷葍 : 서역에 나는 향기 나는 풀의 이름이다.
  171. 171)천보天寶 : 당나라 현종玄宗의 연호로 서기 742년에서 756년까지를 이른다.
  172. 172)다스리는 약(刁圭) : 조규刁圭는 도규刀圭라고도 한다. 옛날에 약을 떠먹던 3촌寸 정도 되는 숟가락을 조刁라고 하였다. 규圭는 도량형의 단위로 1승升의 천 분의 일에 해당한다.
  173. 173)삼륜三輪이 텅 비어 고요하니(三輪空寂) : 삼륜체공三輪體空과 같다. 시공施空·수공受空·시물공施物空을 말하는 것으로, 보시행普施行을 하는 데 있어서 베푸는 사람·받는 사람·베푸는 물품이 공하다는 것이다.
  174. 174)오중五衆 : 출가한 다섯 무리를 말하는 것으로, 비구·비구니·식차마나式叉摩那·사미沙彌·사미니沙彌尼 등 다섯 부류의 사람을 말한다.
  175. 175)공화空花 : 공중의 꽃이란 뜻으로, 실체는 없는데 망령된 마음으로 분별하고 헤아려 일으킨 제상諸相을 뜻하는 말이다.
  176. 176)공자가 붓을~일흔하나의 나이 : 공자는 만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春秋』라는 역사책을 지었다. 그런데 애공哀公 14년에 임금이 서쪽으로 사냥을 갔다가 기린을 잡았다는 말을 들은 공자는 붓을 던지고 『春秋』를 쓰지 않았다. 당시 공자의 나이 71세였다.
  177. 177)종소리(華鯨) : 화경華鯨은 범종梵鐘의 일종이다. 화華는 그 장식이 화려함을 뜻하고, 경鯨은 그 소리의 웅장함을 뜻한다.
  178. 178)오십삼선지식으로 남아 있네 : 선재동자가 문수사리를 뵙고 발심한 후, 남으로 내려가면서 오십삼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뵙고 법계에 증입證入하였다고 한다. 여기서의 53이란 숫자 역시 그만큼의 선지식들이 날 것을 기대한다는 말로 쓰인 듯하다.
  179. 179)화봉華封 사람들~겨우 셋뿐이었으니 : 화봉삼축華封三祝은 화봉 사람들이 요임금을 보고는 성인이 장수(壽)하기와, 부유(富)하기와, 아들을 많이 낳기(多男子)를 축원하였다는 말이다. 태평성대를 누리다 보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서 이렇게 성인의 장수와 부귀와 다산만을 축원한다는 말이다.
  180. 180)호계삼소도虎溪三笑圖 : 진晉나라의 혜원慧遠 법사가 호계를 벗어나지 않겠다던 맹세를 깼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연명陶淵明·육수정陸修靜과 함께 웃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호계삼소虎溪三笑라 한다. 이 광경을 그린 그림을 ‘호계삼소도’라고 한다. 『廬山記』에 나온다.
  181. 181)환현桓玄 : 진晉나라 사람으로, 일명 영보靈寶라고도 한다. 은중감殷仲堪에게 추천되어 맹주盟主가 되었다. 서쪽으로 형옹荊雍을 평정하여 위세가 날로 성하였고, 도독형강 팔주 군사都督荊江八州軍事, 형강 이주 자사荊江二州刺史가 되었다. 얼마 후 군사를 동원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건강建康에 들어가서 스스로 태위太尉가 되었고, 안제安帝로 하여금 선양禪讓토록 강요하여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며, 영시永始로 연호를 바꾸었다. 얼마 안 가서 유유劉裕 등에게 주살되었다. 『晉書』 제99권에 나온다.
  182. 182)이 글은, 규봉圭峰 선사의 『都序』와 보조普照 국사의 『節要』에 대해 연담 대사가 자신의 견해와 설명을 붙인 사기私記 두 권을 쓰고, 그 뒤에 붙인 제문題文이다.
  183. 183)목우자牧牛子 : 보조 국사 지눌知訥(1158~1210)의 호이다.
  184. 184)무이자無二子 : 연담 대사의 자가 무이無二이다.
  185. 185)오추슬마烏芻瑟摩(ⓢ Ucchuṣma) : 오추사마烏樞沙摩라고도 음역하며, 번역하여 화수금강火首金剛, 화두火頭라고도 한다. 밀교의 분노존으로 불정결不淨潔이라고도 하는데, 수행 터를 보호하거나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명왕을 모신다.
  186. 186)주비周髀 : 고대 수학의 한 가지로, 천문天文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였다.
  187. 187)토규土圭 : 중국 고대의 옥기玉器로, 해의 그림자를 재는 데 사용하였다. 『周禮』 「地官」에 나온다.
  188. 188)전문箋文은 기념일에 맞추어 축하하는 목적으로 임금이나 왕후에게 올리는 글이다. 이 글은 왕세자의 탄생에 망하望賀의 예를 올리며 쓴 글이다.
  189. 189)이날에 수빈 박씨綏嬪朴氏가 원자를 낳았다.
  190. 190)세자(少海) : 소해少海는 세자를 가리킨다.
  191. 191)팽조彭祖 : 고대에 장수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800여 세를 살았다고 한다. 『莊子』 「逍遙遊」에 나온다.
  192. 192)황매黃梅에서 홍인~전하신 것처럼 : 선종의 제5조第五祖 홍인弘忍 선사는 황매현黃梅縣 빙무산憑茂山에 있었는데, 한밤중에 혜능을 조사당 안으로 불러 『金剛經』을 설하여 주었다. 혜능은 한번 듣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득 깨쳐서 그날 밤에 법을 전해 받았다고 한다.
  193. 193)무봉탑無縫塔 : 또는 난탑卵塔이라고도 한다. 무봉無縫은 무형무상無形無相의 뜻으로, 그 모양이 마치 새의 알과 같이 타원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난탑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흔히 선승의 석탑을 무봉탑이라고 부른다.
  194. 194)겁화劫火 : 괴겁壞劫의 삼재三災 가운데 화재火災를 말한다. 세계가 괴멸되는 괴겁의 시대에 일어나는 화재이다. 이때에 일곱 개의 해가 하늘 위에 나타나 초선천初禪天까지 이 화재로 불타 버린다고 한다.
  195. 195)지지持地 : 보살의 이름이다. 부처님이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려고 도리천忉利天으로 올라갈 때에 이 보살이 삼도三道의 보계寶階를 만들었다고 한다.
  196. 196)설산동자雪山童子 : 설산대사라고도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과거세에서 보살도를 닦을 때에, 동자로 있으면서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던 때의 이름이다. 부처님이 진흙길을 건너려 하자 긴 머리를 풀어 헤쳐 그 위를 밟고 건너게 하였다고 한다.
  197. 197)대총지문大摠持門 : 대다라니문大陀羅尼門을 말한다.
  198. 198)잠시 머무는 스님(旦過) : 불교에서 단과료旦過寮에 묵는 행각승을 단과승旦過僧이라 한다. 저녁에 찾아와서 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過旦)에 떠나기 때문이다.
  199. 199)선재동자가 남쪽으로~물은 일(南詢) : 남순南詢은 선재동자가 문수사리를 뵙고 발심하여, 남으로 내려가면서 오십삼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뵙고 법계에 증입證入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200. 200)장련상長連床 : 또는 장련탑長連榻이라고도 한다. 선사禪寺의 승당에 놓여 있는 길고 큰 좌상을 말하는 것으로, 한 상에는 5, 6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크기이다.
  201. 201)선불장選佛場 : 석가모니부처님이 당을 열어서 계戒를 설하는 곳을 선불장이라고 한다. 선당禪堂, 승당僧堂, 좌당坐堂의 다른 이름이다.
  202. 202)다섯 개 잎새(五葉) : 『傳燈錄』 「達磨章」에 나오는 달마전법達磨傳法의 게偈에 “내가 이 땅에 와서 법을 전하여 미혹한 중생을 구하니, 한 꽃에서 다섯 개 잎새가 자연히 이루어지네.”라고 하였다. 오엽은 바로 초조初祖인 달마 대사 이후에 다섯 선사인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선사를 말한다. 여기서는 연담 대사도 이와 같이 불교의 심법을 후세에 길이 전승하겠다는 뜻이다.
  203. 203)발제跋提 : 주 45 참조.
  204. 204)등명불燈明佛 : 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의 약칭이다. 과거세에 세상에 태어나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이 여섯 가지 상서로운 상相을 나타냈던 것처럼 『法華經』을 설했다 한다.
  205. 205)주문공朱文公이 동안현同安縣~깨달은 것 : 주문공은 주자朱子를 말한다. 주자는 24 세에 천주泉州 동안현의 주부主簿가 되었다. 그는 관사에서 밤에 자다가 세상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朱子大全』에 나온다.
  206. 206)황제黃帝가 솥을~수양산首陽山의 동銅 : 오제五帝의 한 사람인 황제가 수양산 아래에서 동을 캐어 솥 세 개를 만들었다고 하는 기록이 전한다. 『史記』 「封禪書」에 나온다.
  207. 207)진시황秦始皇이 종을~진나라의 병기 :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하고 다시는 서로 싸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천하의 무기武器를 함양咸陽에 모아 종과 금인金人 12구를 만들어 궁중에 두었다. 『史記』 「秦始皇本紀」에 나온다.
  208. 208)가섭 존자는~집어 들었고 : 석가모니의 발우鉢盂를 미래세에 출현하실 미륵불에게 전해 드리기 위해, 부처님의 상수제자上首弟子인 가섭 존자가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인도의 계족산鷄足山에서 멸진정滅盡定에 들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209. 209)황매현黃梅縣에서는 한밤중에~전해 주었습니다 : 5조祖 홍인弘忍 선사가 황매현 빙무산憑茂山에서 한밤중에 혜능에게 법을 전해 주고 가사를 전한 일을 말한다.
  210. 210)조계산 정상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5조 홍인 선사가 육조 혜능 선사에게 가사를 전하였으니, 조계산에는 이제 남은 가사가 없다는 말이다. 또 혜능 선사가 가사를 받아서 떠난 다음, 도명道明이 대유령까지 쫓아와 가사를 빼앗으려고 잡아당겼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211. 211)자산子産 : 자산은 정나라 대부 공손교公孫僑의 자字이다. 40년 동안 정치를 잘하였으므로 공자도 그를 칭찬하였다. 그가 집정執政할 때 자기가 타던 수레로 진溱과 유洧라는 강에서 사람들을 태워 건네주자, 이 일을 두고 맹자는 ‘자산이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였다. 맹자는 개울에 다리를 놓아 주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건널 것인데, 정치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비위에 맞추려면 끝이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孟子』 「離婁 下」에 나온다.
  212. 212)길 잃은~해 주셨습니다 :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은 모두 춘추시대 은거하던 현인이다. 공자가 어느 곳을 지나다가 이들에게 자로子路를 시켜 나루터를 물은 일이 있었다. 『論語』 「微子」에 나온다.
  213. 213)오대산五臺山 : 중국 4대 명산의 하나이다. 전설에 의하면 문수보살이 나타난 곳이라 하며, 청량산淸凉山이라고도 한다.
  214. 214)이견왕異見王 : 남인도 향지왕香至王의 아들. 달마 대사의 조카이다. 처음에는 불교를 탄압했지만, 뒤에 달마 대사로부터 감화를 받아 불교를 후원했다.
  215. 215)진나라 송곳(𨍏轢鑽) : 탁력찬𨍏轢鑽은 진나라 시황이 아방궁을 건립할 때 만든 거대한 송곳으로, 아방궁을 다 짓고 난 후에는 쓸모가 없게 되었으므로,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16. 216)눈 속에서~사람을 찾아내니 : 눈 속의 한 사람은 혜가慧可(487~593) 선사를 말한다. 남북조南北朝시대의 승려로, 달마의 제자가 되었을 때, 눈 속에서 왼팔을 절단하면서까지 구도求道의 성심을 보이고 인가를 받았다.
  1. 1)「記」一字。編者補入。
  2. 1)「祭」疑「癸」{編}。
  3. 1)「文」一字。編者補入。
  4. 1)「一」一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