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BJ_H0224_T_009
-
010_0271_b_02L연담대사임하록 제4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四)찬 2贊二환성 노화상찬喚惺老和尙贊咄這老和尙 저런, 이 노화상은
曠刼結緣大 오랜 세월 맺은 인연이 크시기도 하네
坐斷海東四十年 이 나라에서 좌선하고 앉은 지 사십 년에
到處自成折床會 곳곳에서 용맹정진하는 좌선 자리가 만들어졌고1)
慈雲徧布慧澤霶霈 자운을 두루 펴고 은혜를 베푸니
眞可謂刹海章程 진실로 땅과 바다의 모범이 되며
法門蓍蔡 우리 법문의 시채蓍蔡2)라고 할 만하구나
如何末後 그런데 어쩌자고 말년에
擔得須彌渡大海 수미首彌를 터득하고 대해를 건넜다고 자부했다가
金山大會作話欛 금산대회에서 얘깃거리가 되고 말았던가
笑看八風括地號 팔풍3)이 땅을 휩쓸고 울부짖는 일 참으로 우스워라
誰道從來償宿債 이 모두가 예전의 묵은 빚을 갚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가호암 화상찬虎巖和尙贊這一軸影子云 이 하나의 두루마리 영정은
是虎岩和尙 호암 화상이라고 하지만
近前仔細看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元非先師像 원래 선사의 형상이 아니네
要識先師麽 우리 선사의 모습을 알고자 하는가
身是光明幢 몸은 광명의 깃발이고
心是神通藏 마음은 신통을 간직했으며
目淸四大海 맑디맑은 눈은 사방 큰 바다 같고
眉毛三千丈 길고 긴 눈썹 터럭 삼천 자나 되었다네
手把漫天網子 손으로 하늘 가득 그물을 펼치고
羅籠百萬龍象 대그릇 벌여서 온갖 용상을 낚더니
一朝大笑金剛去 어느 날 아침 크게 웃고 금강산으로 떠나시어
萬二千峯眞身相 만 이천 봉우리 진실한 법신이 되었다네또(又)這介阿師與喚惺師翁 이 스님과 환성 사옹께서는
寃債相聚 원한의 빚을 갖고서 같이 모였는지
如何見解相違 어떻게 서로 이다지도 견해가 엇갈려
同行不同步 같은 길을 가면서 걸음은 달리했던가
北出而南化 한 분은 북쪽 땅에서 태어나 남쪽 땅에서 돌아가셨지만
南出而北了 또 한 분은 남쪽 땅에서 태어나 북쪽 땅에서 마치셨고
一是軆用到底 한 분은 체體와 용用을 철저하게 궁구하셨으나
一是體用交互 또 한 분은 체와 용을 서로 바꾸어 가며 사용하셨네
可謂師賛 그렇기에 우리 스님을 찬贊할 만한 말은
互換機鋒 심기와 봉鋒4)을 서로 바꾸어 쓰면서도
不失臨濟家宗旨 임제가의 종지를 잃지 않으셨다는 것이네
然雖如是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二老漢各與二十棒始得 두 노인네에게 각각 스무 방망이는 때려야 하리라
何故只爲他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未會同條生同條死 같은 가지에서 나서 같은 가지에서 죽는 이치를 몰랐기 때문이네 -
010_0271_b_02L蓮潭大師林下錄卷之四
010_0271_b_03L
010_0271_b_04L贊1)(二) [8]
010_0271_b_05L喚惺老和尙贊
010_0271_b_06L咄這老和尙。曠刼結緣大。坐斷海東四
010_0271_b_07L十年。到處自成折床會。慈雲徧布慧澤
010_0271_b_08L霶霈。眞可謂刹海章程。法門蓍蔡。如何
010_0271_b_09L末後。擔得須彌渡大海。金山大會作話
010_0271_b_10L欛。笑看八風括地號。誰道從來償宿債。
010_0271_b_11L
010_0271_b_12L虎巖和尙贊
010_0271_b_13L這一軸影子云。是虎岩和尙。近前仔細
010_0271_b_14L看。元非先師像。要識先師麽。身是光
010_0271_b_15L明幢。心是神通藏。目淸四大海。眉毛
010_0271_b_16L三千丈。手把漫天網子。羅籠百萬龍象。
010_0271_b_17L一朝大笑金剛去。萬二千峯眞身相。
010_0271_b_18L
010_0271_b_19L又
010_0271_b_20L這介阿師與喚惺師翁。寃債相聚。如何
010_0271_b_21L見解相違。同行不同步。北出而南化。
010_0271_b_22L南出而北了。一是軆用到底。一是體用
010_0271_b_23L交互。可謂師賛。互換機鋒。不失臨濟家
010_0271_b_24L宗旨。然雖如是。二老漢各與二十棒始
010_0271_b_25L得。何故只爲他。未會同條生同條死。
-
010_0271_c_01L월성 대사찬月城大師贊月朗孤輪 밝은 달이 홀로 둥근 바퀴를 굴리어
萬國同輝 온 세상 모든 나라가 동시에 환하게 밝아지는
師之心也 이것이 우리 월성 대사의 마음이며
城高千仭 성곽이 천 길 높디높아
六賊難窺 어떤 도적 떼라도 엿보기 어려운
師之氣也 이것이 우리 월성 대사의 기상이네
允矣一幅之影 진실로 이 한 폭의 영정
只從這裡流出 다만 여기에서 풍겨 나오는 대사의 모습으로도
宜乎西河之徒 마땅히 유가5)의 무리들까지
錯然仰止 앞다투어 우러러 사모할 것이라네자암 대사 진찬慈庵大師眞贊平生護三四神足 평생 동안 서너 명 제자6)를 거느리고서
皆令學佛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게 하였으니
所謂能護 이른바 능히 부처님 법을 지켜 낸 분이시라
功高所護 그 높은 호불의 공은 보호해야 할 것이다
況晩歲淨業 더구나 말년에 정업을 닦기까지 하였으니
彌勒徃生乎何有 미륵왕생이 어찌 어려울 일이 있겠는가
吾以此兩端 나는 이 두 가지 단서를 가지고
爲賛師之具 우리 자암 대사의 찬을 갖추어 짓노라설파 화상찬雪坡和尙贊東國華嚴若存若亡 우리나라에는 『화엄경』이 있는 듯 없는 듯 자취가 미약하였더니
我師間生整其頹綱 우리 대사께서 그 사이에 태어나 화엄의 무너진 강령을 정리하여 갖추어 놓으셨네7)
十玄法門重得恢張 그렇게 하여 화엄종의 십현법문8)을 거듭 널리 펼 수 있게 되었으니
其誰不曰再來淸凉 그 누구인들 청량9) 스님이 다시 살아 오셨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講說之家以解爲尊 경전을 강설하는 문중에서는 글자나 문구의 해석을 존중하고
靜嘿之徒偏貴行門 조용히 침묵하는 선가의 무리는 계행을 지키는 수행만을 귀하다 하네
倬彼大師言行並存 그러나 우뚝 높으신 우리 대사께서는 언행을 아울러 지니셨으니
君子樞機孰不仰遵 그 군자다운 기틀을 보고서 어느 누가 우러러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불과 대사찬佛果大師贊臨濟頂中髓 임제10)의 머리 가운데에서도 골수이며
楊歧眼中瞳 양기11)의 눈 중에서도 동자로구나
捧頭擒虎兕 한 방 치받아 범과 외뿔소를 사로잡았고
喝下辨蛇龍 할 한 번 내리쳐서 뱀과 용을 분별하였네
本色川䖃苴 본색은 시냇물 요동치는 바닥이어도
用處不雷同 용처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으셨네
獨立乾坤外 홀로 하늘 땅 저 멀리 세상 밖에 서 계셨으니
那知萬馬空 만 마리 말이 공하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대혜 선사찬大惠禪師贊 -
010_0271_c_01L月城大師贊
010_0271_c_02L月朗孤輪。萬國同輝。師之心也。城高
010_0271_c_03L千仭。六賊難窺。師之氣也。允矣一幅
010_0271_c_04L之影。只從這裡流出。宜乎西河之徒。
010_0271_c_05L錯然仰止。
010_0271_c_06L
010_0271_c_07L慈庵大師眞贊
010_0271_c_08L平生護三四神足。皆令學佛。所謂能護。
010_0271_c_09L功高所護。況晩歲淨業。彌勒徃生乎何
010_0271_c_10L有。吾以此兩端。爲賛師之具。
010_0271_c_11L
010_0271_c_12L雪坡和尙贊
010_0271_c_13L東國華嚴若存若亡。我師間生整其
010_0271_c_14L頹綱。十玄法門重得恢張。其誰不曰
010_0271_c_15L再來淸凉。講說之家以解爲尊。靜嘿
010_0271_c_16L之徒偏貴行門。倬彼大師言行並存。
010_0271_c_17L君子樞機孰不仰遵。
010_0271_c_18L
010_0271_c_19L佛果大師贊
010_0271_c_20L臨濟頂中髓。楊歧眼中瞳。捧頭擒虎兕。
010_0271_c_21L喝下辨蛇龍。本色川䖃苴。用處不雷同。
010_0271_c_22L獨立乾坤外。那知萬馬空。
010_0271_c_23L
010_0271_c_24L大惠禪師贊
010_0271_c_25L「二」一字。編者補入。
-
010_0272_a_01L湛堂室中口拑舌佛 담당12)의 방에서 입 다물고 중얼중얼 염불을 하다가
逮見巴勤無出氣處 파근을 보고 나서는 숨기운이 새어 나오지 않네
薰風殿角白汗通流 산들바람 전각 모서리를 스치면 식은땀이 죽 흐르는데
生禽虎項活捉蛇頭 호랑이 목을 산 채로 잡고 뱀 머리를 휘어잡네
黑柒竹篦掀飜海岳 새까만 죽비를 번득이며 바다로 산으로 다니실 제
白日靑天雷霆雪雹 훤한 대낮 맑은 하늘에 우레에 천둥이 울리고 눈과 우박 내렸었네
才高謗起法盛魔强 재주 높으면 헐뜯고 시기하는 말이 생기고 불법이 성대할 때 마귀도 강하게 일어나는 법
本色草料衡陽梅陽 본래 타고난 바탕이 곧고 강직하여 형양13)과 매양에 귀양을 갔었네14)청허 보제존자찬淸虛普濟尊者贊汲水歸來 물 길어 돌아오는 길
山靑雲白 산빛 짙푸르고 흰 구름도 둥실 떠 있는데
午雞一聲 낮닭이 뜬금없이 울어 대는 것을 보니
能事方畢 이제야 막 능사를 마치셨나 보다
卸畫墨竹 임금께서 그려 주신 대나무 그림15)은
驗龍蛇厄 임진년 왜란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 주고
寔繁有徒 여기 번성하게 공덕을 따르는 무리가 있으니
其麗不億 그 어떤 큰 숫자로도 셀 수 없네사명 홍제존자찬四溟弘濟尊者贊削髮逃塵世 삭발하고서 먼지 구덩이 속세를 떠나와
十年雲林 십 년 동안을 구름 자옥한 숲속에 살면서
結猿鶴之盟 신선처럼 살겠다는 맹세를 하고
存髯表丈夫 수염을 길게 늘여 깎지 않은 채 대장부 모습을 드러냈네
一朝談笑 解龍蛇之厄 하루아침 짧은 대화로 임진년 왜란의 재앙을
子貢之辯歟 秉忠之迹歟 자공의 말솜씨인가 병충16)의 글솜씨인가
能使柒齒 慕義而讋伏 왜적17)들로 하여금 의를 흠모하여 항복하게 하였으니
迄今二百年來 炎徼息警 지금 이백 년 세월이 지나도록 전쟁을 알리는 경보가 없었다네
噫嘻休哉。是誰之力也 아, 아름답구나. 이 모든 일이 누구의 힘인가
宜乎朝家崇祠宇 조정에서 사우18)를 존숭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니
澗水沼毛甞又禴 깨끗한 시냇물과 상큼한 나물로 때맞춰 제사를 올린다네환성 노화상찬喚惺老和尙贊廣顙豊頥 海目鴻耳 넓은 이마와 풍성한 턱선, 그리고 해맑은 눈과 커다란 귀
描得七分 彷佛相似 이렇게 묘사를 하고 보니 거의 부처님의 관상과 흡사하구나
若夫呑却三世佛之口 저 삼세의 부처님을 다 삼켜 버릴 것 같은 입이며
踏殺天下人之足 온 세상 모든 사람을 다 밟아 죽일 것 같은 발이로다
莫道僧瑤吳道子 승요니 오도자19)의 그림은 말할 것도 없고
緃饒目連鶖子徒名邈 목련존자나 사리불20)의 말로도 못 따르리라
噫 法海浩瀚 門庭閙熱 아, 부처님 법 바다가 넓어 법문이 번성하니
-
010_0272_a_01L湛堂室中口拑舌佛。逮見巴勤無出
010_0272_a_02L氣處。薰風殿角白汗通流。生禽虎項
010_0272_a_03L活捉蛇頭。黑柒竹篦掀飜海岳。白日
010_0272_a_04L靑天雷霆雪雹。才高謗起法盛魔强。
010_0272_a_05L本色草料衡陽梅陽。
010_0272_a_06L
010_0272_a_07L淸虛普濟尊者贊
010_0272_a_08L汲水歸來。山靑雲白。午雞一聲。能事
010_0272_a_09L方畢。卸畫墨竹。驗龍蛇厄。寔繁有徒
010_0272_a_10L其麗不億。
010_0272_a_11L
010_0272_a_12L四溟弘濟尊者賛
010_0272_a_13L削髮逃塵世。十年雲林。結猿鶴之盟。
010_0272_a_14L存髯表丈夫。一朝談笑。解龍蛇之厄 。
010_0272_a_15L子貢之辯歟。秉忠之迹歟。能使柒齒。
010_0272_a_16L慕義而讋伏。迄今二百年來。炎徼息警。
010_0272_a_17L噫嘻休哉。是誰之力也。宜乎朝家崇祠
010_0272_a_18L宇。澗水沼毛甞又禴。
010_0272_a_19L
010_0272_a_20L喚惺老和尙贊
010_0272_a_21L廣顙豊頥。海目鴻耳。描得七分。彷佛
010_0272_a_22L相似。若夫呑却三世佛之口。踏殺天下
010_0272_a_23L人之足。莫道僧瑤吳道子。緃饒目連鶖
010_0272_a_24L子徒名邈。噫。法海浩瀚。門庭閙熱。信
-
010_0272_b_01L信知菩薩之重來 참으로 보살이 거듭나신 것임을 알겠구나
不待淸平之短碣 청평사淸平寺에서 나온 짤막한 비갈의 글21)은 볼 것도 없겠네안빈 선사찬安貧禪師贊僧達山高 승달산이 높다 하고
獅子峯高 사자봉이 높다 하나
較吾安貧老人鼻孔 우리 안빈 노스님의 콧구멍과 비교하면
猶太虛之一毫 그저 넓은 허공의 털끝밖에 되지 않으리
生前快活兮 살아생전에 쾌활하게 생활하면서
不妨唱歌飮酒 창가며 음주며 거리낌 없이 하셨으니
死後神變兮 죽은 후에 신으로 변하시어
管取入火不燒 불 속에 들어가도 타지 않으리라
雙眸四海空蕩蕩 두 눈동자는 사해처럼 확 트여서
下視佛祖爲兒曺 부처와 조사를 어린아이처럼 내려다보는구나자찬自贊人皆謂我眞爾假 사람들은 누구나 다 나는 참이고 너는 거짓이라 말하면서도
殊不知兩俱不眞 그 양쪽 모두가 참이 아니라는 것을 영 모르고 있는 것 같구나
若明今日事 만약 오늘의 일만을 밝히려 든다면
昧却本來身 본래의 몸은 깜깜하게 알 수 없게 되리니
門人衲子還多事 문인 납자들이 괜히 쓸데없이
强就丹靑描得新 억지 단청을 꾸며서 엉뚱하게 새로 그려 낼 것 같으면
只可七分相似 그 참모습에 흡사하게 묘사할 수 있으려나
未得脫體傳神 형체를 뛰어넘는 진실한 정신을 전할 수는 없을 것이네
且爾平生無慈悲 또 너는 평생에 자비로운 마음이라곤 없었으니
阿誰與爾好相親 누군들 너와 더불어 친하게 잘 지냈겠느냐
不如歸爾法泉本寺 차라리 그대의 본사 법천사로 돌아가서
掛壁上歲時伏臘 법당 벽에 영정을 걸어 놓으면 세밑이나 복날이나 납일에
殘羹餿飰供有人 먹다 남은 국이나 쉰밥이라도 공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네
我手本如佛手 내 손이야 본래부터 부처님 손처럼 자비롭지만
我脚還同驢脚 내 다리는 도리어 당나귀 다리22)와 같아서
有時講經禮佛 어떨 때는 멀쩡하게 불경을 강설하고 부처님께 예불을 잘 올리다가도
有時辱人罵客 또 어떨 때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손님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네
只緣多生習氣 단지 여러 생을 거듭해 온 습기 때문일 것이며
未能純一無雜 순일하여 잡됨이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네
縱然描也描得 설령 영정을 그리겠다면 그리지 못할 것이야 없겠지만
阿誰爇香 그러나 누가 여기에 향을 피워 올릴 것이며
阿誰奠酌噓 또 누가 여기에 잔을 부어 올릴 것인가
然雖如是 아,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여도
好將一文錢與匠人 돈 한 닢만 장인에게 갖다 주면
從敎累他眉鬚落 시키는 대로 몇 번이고 눈썹을 그리고 수염을 지우며 영정을 그려 주기는 할 것이라
這漢中無所有 이놈은 마음속에 아무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敢向無佛處稱尊 감히 이 부처님 안 계시는 세계23)에서 존귀하다는 칭송을 받으며
大坐講堂開口喧喧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강당에서 입을 벌려 마구 떠들곤 하였었네
每逢伶俐衲子 매번 좀 영리하다 싶은 납자만 만나면 꼭
盡欲升堂入門 모두 당에 오르도록 하여 나의 문중에 들어오게 하려고 했었네
似這般底 只得帶累先宗 사실 이런 일들은 다만 선종에 누를 끼치는 일이었을 뿐이니
切莫道虎岩肖子喚惺幹孫 절대로 호암 스님의 제자라거나 환성 스님의 손제자라고 말하지 말라
看爾形貌 一箇窮相 眉短眼小 네 형상을 보면 궁상맞은 모습에 짧은 눈썹 자그마한 눈
-
010_0272_b_01L知菩薩之重來。不待淸平之短碣。
010_0272_b_02L
010_0272_b_03L安貧禪師贊
010_0272_b_04L僧達山高。獅子峯高。較吾安貧老人鼻
010_0272_b_05L孔。猶太虛之一毫。生前快活兮。不妨
010_0272_b_06L唱歌飮酒。死後神變兮。管取入火不燒。
010_0272_b_07L雙眸四海空蕩蕩。下視佛祖爲兒曺。
010_0272_b_08L
010_0272_b_09L自贊
010_0272_b_10L人皆謂我眞爾假。殊不知兩俱不眞。若
010_0272_b_11L明今日事。昧却本來身。門人衲子還多
010_0272_b_12L事。强就丹靑描得新。只可七分相似。
010_0272_b_13L未得脫體傳神。且爾平生無慈悲。阿誰
010_0272_b_14L與爾好相親。不如歸爾法泉本寺。掛壁
010_0272_b_15L上歲時伏臘。殘羹餿飰供有人。我手本
010_0272_b_16L如佛手。我脚還同驢脚。有時講經禮佛。
010_0272_b_17L有時辱人罵客。只緣多生習氣。未能純
010_0272_b_18L一無雜。縱然描也描得。阿誰爇香。阿
010_0272_b_19L誰奠酌噓。然雖如是。好將一文錢與匠
010_0272_b_20L人。從敎累他眉鬚落。這漢中無所有。
010_0272_b_21L敢向無佛處稱尊。大坐講堂開口喧喧。
010_0272_b_22L每逢伶俐衲子。盡欲升堂入門。似這般
010_0272_b_23L底。只得帶累先宗。切莫道虎岩肖子喚
010_0272_b_24L惺幹孫。看爾形貌。一箇窮相。眉短眼小。
-
010_0272_c_01L口尖鼻仰 그리고 삐쭉 튀어나온 입과 화들짝 들린 들창코가 아니더냐
道眼不明 講法未暢 도안도 밝지 못하고 강법도 유창하지 못하였으니
怪夫諸方歷數宗師 여러 곳으로 많은 종사를 찾아다닌 일이 부끄럽기만 하구나
亦稱 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네
蓮潭和尙 山明水秀古和州 연담 화상은 산 좋고 물 좋은 옛날 화순 땅에서
五百年前國師誕 오백 년 전 옛날의 국사가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如今地靈老生 그러나 이제 땅 기운이 그만 쇠했는지
遮擔板漢 꼭 막힌 이 답답한 사람24)은
眼目何大凹 鼻孔沒一半 한참 눈은 움푹 꺼져 있고 콧구멍도 반쯤 막혀 있다네
三十年禪講敎講 서른 해 동안 선을 강론하고 교를 강론하며
簡點來祇是杜撰 가려 모은 이것도 단지 허황된 글일 뿐이라네
似這般底 端可一坑活埋 이런 사람은 그냥 구덩이나 하나 파서 산 채로 묻어 버리면 그만인 인물
如何萬庵做模打㨾 與後人看 무엇 하러 많은 암자에 얼굴을 그려 놓고 후인들에게 보라고 한단 말인가법어法語-6편영산법어 靈山法語【재齋를 지내기 전의 법어이다.】꾀꼬리 우짖는 소리 제비 지저귀는 소리 모두가 근본법륜根本法輪을 굴리는 것이며, 노랗게 피어난 꽃과 푸르게 자라난 대나무는 색신삼매色身三昧를 널리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근기의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중에서 곧바로 알아채서 고향에 도달할 것인데, 오늘 이 산승은 어째서 꼭 법좌에 올라 입으로 이러니저러니 떠들어 대는 것인가.다만 오늘 이렇게 재를 올리는 사람들이 특별히 돌아가신 선사를 위하여 있는 정성을 다해 재를 마련하고, 이 산승에게 대사를 천도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해 달라고 청하였다. 이 일은 사실 산승이 감당할 수 없는 중한 일이지만 어차피 이 자리에 올라왔으므로 자꾸만 안 한다고 거절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이제부터 감히 몇 마디 말을 고하리라.대개 이 영산작법靈山作法이라는 것은 본 사찰의 석가세존을 위하여 특별히 공양을 차려 놓고, 이어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설법하신 『법화경』을 독송하면서 영가를 천도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영산작법이라고 부른다. 대개 『법화경』의 내용은 사람 사람마다의 실상實相과 묘법妙法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연꽃에 비유하여 설명한 것은,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면서도 청정한 본연을 지키고, 또 연꽃은 꽃을 피울 때에 이미 그 꽃 속에 열매가 맺혀 있어서, 이것은 인연과 과보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지금 이 영가靈駕(선사의 영혼)는 일체중생들과 함께 육도六道의 더러운 땅을 윤회하면서 그 사이에 받는 -
010_0272_c_01L口尖鼻仰。道眼不明。講法未暢。怪夫
010_0272_c_02L諸方歷數宗師。亦稱。蓮潭和尙。山明水
010_0272_c_03L秀古和州。五百年前國師誕。如今地靈
010_0272_c_04L老生。遮擔板漢。眼目何大凹。鼻孔沒
010_0272_c_05L一半。三十年禪講敎講。簡點來祇是杜
010_0272_c_06L撰。似這般底。端可一坑活埋。如何萬
010_0272_c_07L庵做模打㨾。與後人看。
010_0272_c_08L
010_0272_c_09L法語
010_0272_c_10L靈山法語齋前
010_0272_c_11L鸎吟燕語。盡轉根本法輪。黃花翠竹。
010_0272_c_12L普現色身三昧。上根大智。於此薦取。
010_0272_c_13L到家了也。何必山僧。今日升座。口吧
010_0272_c_14L吧地。但今日齋者。特爲亡師。盡誠設
010_0272_c_15L齋。欲令山僧。提說薦師一句。山僧不
010_0272_c_16L敢當。而旣登此座。不可一向違拒。敢
010_0272_c_17L告數語。盖此靈山作法者。別爲本寺釋
010_0272_c_18L迦世尊。以陳供養。仍讀靈山會上所說
010_0272_c_19L法華經。薦拔靈駕也。故云靈山作法。
010_0272_c_20L盖法華經中。明人人之宲相妙法。而以
010_0272_c_21L蓮花爲喩者。蓮花處於淤泥之中。淸淨
010_0272_c_22L本然。又蓮花當於開花時。早已結果於
010_0272_c_23L花中。因果同時也。今靈駕與一切衆生。
010_0272_c_24L同一輪廻於六道染土之中。其間雖有
-
010_0273_a_01L괴로움과 즐거움의 차이가 있었어도, 한결같은 심성은 변하거나 바뀌지 않고 더러움 없이 청정하여 여러 부처님이나 여러 조사님들과 비교하여도 조금도 더하거나 덜함이 없었으니, 이것은 이른바 연꽃이 더러운 곳에서 살면서도 언제나 청정한 것과 같다. 또 이 영가는 탐내는 마음(貪心)과 성내는 마음(嗔心)의 번뇌 가운데서도 덕상德相과 신통을 완연히 구족하여 여러 부처님의 과덕果德과 비교하여도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었으니, 이것이 이른바 연꽃이 막 피기 시작할 때 바로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 영가는 진점겁塵點劫25) 전에 수행을 모두 마쳤으며 성불 또한 마친 것인데, 지금 다시 이렇게 억지로 재를 마련하여 천도를 위한 기도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치가 홀로 행하는 법이 없고 일도 한결같지는 않은 법이다. 이 영가가 비록 본래 그대로 청정하고 본래 그대로 구족하긴 하였지만, 맑고 평온한 세계에 무명無明의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면 삼세三細26)와 육추六麤,27) 삼독三毒과 사상四相이 어지럽게 다투어 일어나 업業을 따라 윤회하면서 육도六道를 왕래하고 삼도三途를 기어 다니는 것을 어쩌지 못할 것이니, 그 고통은 말로는 차마 형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청정한 본연과 여러 부처님의 과덕果德이란 것은 과연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단정하고 부유하고 존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잠깐 잠이 들었고, 잠이 들었기 때문에 꿈을 꾸게 되었는데, 꿈속에서 낯선 고장을 떠돌아다니며 가난과 비천한 신분으로 인하여 갖가지 모진 고통을 당하지만, 그 꿈속에서 그는 자신이 본래는 단정하고 부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오늘 이 영가는 본래 그대로 청정하고 본래부터 부처님의 덕상을 갖추었으니, 저 단정하고 부귀한 사람과도 같다. 그런데 지금은 진리를 깨닫지 못한 무명無明의 혹업惑業으로 인하여 업에 미혹되어 잘못된 고통의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저 부귀한 사람이 꿈속에서 비천한 신분에 떨어져 가난으로 인하여 온갖 모진 고통을 당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렇게 재를 마련하여 천도하는 일은 이 영가를 그 잠 속의 꿈에서 깨어나게 하려는 것이니, 바라건대 이제 재를 올리는 자들은 생각을 극진히 하고 정성을 다하도록 할 일이다. 위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여 아래로 모든 중생에게 미치게 되어야 모든 잡념이 한꺼번에 공해지니,28) 능소能所29)의 망상이 낱낱이 소멸된 다음에라야 부처님께서 감응하시며, 여러 부처님께서 감응한 다음에라야 영가를 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영가로 하여금 무명의 꿈에서 영원히 깨어나 -
010_0273_a_01L苦樂之不同。而一眞心性。常不變易。
010_0273_a_02L淸淨無染。與諸佛諸祖。小無增減。此
010_0273_a_03L所謂蓮花之處染常淨也。又此靈駕。貪
010_0273_a_04L嗔煩惱之中。德相神通。宛然具足。與
010_0273_a_05L諸佛果德。分毫不謬。此所謂蓮花之方。
010_0273_a_06L花即果也。然則靈駕。塵點刼前。修行
010_0273_a_07L亦竟。成佛亦竟。何必今日。强爲設齋。
010_0273_a_08L以祈追薦乎。然理無獨行。事非一向。
010_0273_a_09L靈駕雖本自淸淨。本自具足。爭奈淸平
010_0273_a_10L世界。無明風忽起。三細六麁。三毒四
010_0273_a_11L相。紛然競起。隨業輸廻。徃返六道。匍
010_0273_a_12L匐三途。其爲痛苦。不可形言。向之所
010_0273_a_13L謂淸淨本然。諸佛果德。果安在哉。比
010_0273_a_14L如端正富貴之人。在自家室中。忽然而
010_0273_a_15L睡。睡故有夢。夢中流離他鄕。見貧賤
010_0273_a_16L極苦等事。而自不知端正富貴也。今日
010_0273_a_17L靈駕。本自淸淨。本具佛德。如彼端正
010_0273_a_18L富貴人也。今日因無明惑業。枉受苦報。
010_0273_a_19L如彼富貴之人。夢中見貧賤極苦等事
010_0273_a_20L也。然則今日設齋追薦之事。欲爲靈駕
010_0273_a_21L覺悟睡夢也。願諸齋者。克念盡誠。上
010_0273_a_22L供諸佛。下及衆生之時。一空雜念。能
010_0273_a_23L所妄想。一一寂滅然後。諸佛感應。諸
010_0273_a_24L佛感應然後。靈駕可薦。令其永覺無明
-
010_0273_b_01L부귀한 본래의 집에 돌아가 앉게 하고 자신이 부귀한 사람임을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이다.이제 알겠느냐. 만약 사람이 여러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자기의 뜻을 허공처럼 깨끗이 하여 망상과 모든 집착을 멀리 여의고 마음이 향하는 곳마다 어디나 구애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또(又)대도大道는 형상이 없고 자심自心은 허공과 같다. 참된 법은 본디 이와 같으니, 참된 법이 어찌 설법과 그 설법을 듣는 가운데에 뚝 떨어지겠는가. 옛날 수보리 존자가 바위에 편안히 앉아 있는데 천제석이 공중에서 꽃을 뿌리니, 수보리 존자가 물었다.“꽃을 뿌리는 이는 누구시오?”제석이 대답하였다.“나는 제석이라 합니다. 존자께서 반야에 대해 설법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 꽃을 뿌려 찬탄한 것입니다.”수보리 존자는 말했다.“내가 본래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제가 반야에 대해 설법을 잘했다고 하십니까?”제석이 말하였다.“존자가 설법을 하지 않았으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곧 진정한 설법인 것입니다. 저 또한 존자의 설법을 들은 적이 없으니, 들은 게 없는 것이 곧 진정한 들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존자가 반야에 대해 설법을 잘했다고 한 것입니다.”그렇다면 오늘 회주는 설법을 하지 않아야만 ‘진정한 설법’을 하는 것이 될 것이고, 또 오늘 재를 올리는 여러분들도 듣는 것이 없어야만 ‘진정한 들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꼭 이렇게 당나귀 같은 입술을 나불거려서 함곡관30)을 빠져 나오는 데 썼던 닭 울음소리를 빌려 시끄럽게 울면서 미치광이 같은 담론을 하고 허망한 말을 늘어놓은 후에 설법을 했다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이러한 경지는 달통한 사람들끼리 만나 문자를 넘어선 경지를 서로 알아보아서 마음과 마음이 저절로 전해지는 이심전심의 신묘한 뜻이다. 그렇기에 오늘 나는 말을 안 하는 ‘진정한 설법’을 할 수는 없고, 오늘 재 올리는 자들도 또한 들음이 없는 ‘진정한 들음’을 들을 수는 없으리라. 반드시 어언삼매語言三昧31)를 빌린 다음에라야 비로소 설법도 있게 되고 설법을 듣는 일도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능엄경』에서는 “이 진실한 부처님 가르침의 체는 청정하게 소리를 듣는 데에 있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로 하는 것은 만에 하나만큼도 부처님의 설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 둔다.지금 이 『법화경』에는 우리 불세존께서 문수보살과 미륵보살 등의 여러 대보살과 성문제자인 수보리와 사리불 등에게 사람마다 본래부터 갖추고 있는 일승묘법一乘妙法32)을 설법하신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오늘 이 영가가 -
010_0273_b_01L之睡夢。歸坐富貴之本家。還會麽。若
010_0273_b_02L人欲識諸佛境界。當淨其意如虛空。遠
010_0273_b_03L離妄想及諸取。令心所向皆無碍。
010_0273_b_04L
010_0273_b_05L又
010_0273_b_06L大道無形相。自心等虛空。眞法本如
010_0273_b_07L是。肯落說聞中。昔須菩提尊者。岩中
010_0273_b_08L宴坐。天帝釋空中散花。尊者曰。散花
010_0273_b_09L者誰也。帝釋曰。我帝釋也。見尊者善
010_0273_b_10L說般若。散花賛歎也。尊者曰。我本無
010_0273_b_11L說。何謂善說般若。帝釋曰。尊者無說
010_0273_b_12L無說眞說。我亦無聞。無聞眞聞。故云
010_0273_b_13L善說般若。然則今日會主。無說然後。
010_0273_b_14L方爲眞說。今日齋者。無聞然後。方爲
010_0273_b_15L眞聞。何必鼓驢唇而發凾關。假鷄之聲。
010_0273_b_16L喃喃忉忉。狂談妄說然後。方爲說法也。
010_0273_b_17L然此乃達者相逢。文外相見。以心傳心
010_0273_b_18L之妙旨也。今日山僧。不能以無說爲眞
010_0273_b_19L說。今日齋者。亦不能以無聞爲眞聞。
010_0273_b_20L必假語言三昧然後。方可有說有聞也。
010_0273_b_21L故楞嚴經云。此方眞敎體。淸淨在音聞
010_0273_b_22L也。然有一說。我之有說。萬不及於佛
010_0273_b_23L說。今法華經中。吾佛世尊。與文殊彌
010_0273_b_24L勒諸大菩薩及聲聞弟子須菩提舍利弗
010_0273_b_25L等。說人人本具之一乘妙法。則今日靈
-
010_0273_c_01L본래 스스로 수용하고 있는 일상적인 일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모인 대중들이 다 함께 입을 모아 『법화경』 한 권을 읽는다면, 그 속의 문장이 곧 세존께서 얼굴을 가릴 만큼 긴 혀로 연설하신 것과 똑같은 것이 된다. 지금 이 산승이 떠들어 대는 쓸데없는 말(野干說)33)을 어찌 경전의 말씀과 비교하여 이러니저러니 논할 수 있겠는가. 오늘 이 영가는 살아생전에는 육근六根과 육진六塵에 얽매여 있었기에, 비록 신묘한 불법을 들었다 하더라도 듣지 않은 것과 같았을 것이며, 비록 불신佛身을 보았다 하더라도 마치 보지 못한 것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대四大가 각각 분리되어서 육근과 육진을 멀리 벗어나고 오직 오로지 참된 신령한 깨달음만이 홀로 형체의 밖으로 드러나 있으므로, 모든 색色이 부처님의 법신이며 모든 소리가 부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대중이 『법화경』을 읽을 때에, 보통 사람의 평범한 눈으로 본다면 그저 무의미한 쓸데없는 말 같겠지만 오직 영가만은 홀로 밝게 드러난 지혜의 눈으로 볼 수 있으리니, 이렇게 본다면 어느 하나 부처님 말씀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한 구절 한 글자에서 일승의 묘법을 보아 깨뜨려서, 흰 소34)가 끄는 큰 수레를 몰고 바로 저 열반의 고향에 도착할 것이니, 오늘 이 재를 마련한 의미가 어찌 크다 하지 않겠는가.이 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부디 청정한 마음으로 경전을 읽도록 하고, 재 올리는 자들은 마음을 비우고서 듣고 받아들이기 바란다.수륙법어水陸法語 【재가 끝난 뒤의 법어이다.】사성四聖과 육범六凡35)이 한 법계에 함께 있어 자줏빛 비단 장막 속에 흩뿌려 놓은 진주와 같으니, 오늘 이 평등무차회平等無遮會36)를 여는 시주의 정성스런 마음에 어찌 동참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오늘 이 재를 지내기에 앞서 회주會主 화상께서 이미 영가에게 자세히 설명하시어, 영가로 하여금 그 한 말씀을 듣고서 곧바로 자기가 돌아갈 길을 깨달아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하셨다. 그러니 지금 재를 집행하는 이 사람(秉法)37)이 어떻게 감히 그 사이에 다른 말을 더 보탤 수가 있겠는가. 부처님 법을 알지도 못하는 자가 어찌 두렵지 않겠으며, 곁에서 보는 사람들도 역시 비웃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마다 각각 가지고 있는 뜻이 있는 법이라, 미친 사람의 말 가운데도 성인聖人이 배워야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이제 주위 사람들이 보고 비웃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감히 일장 연설(貝闕)을 올리겠노라.수륙水陸이라는 것을 설명하면 이러하다. 십법계 중에서 여러 부처님과 보살과 연각과 성문, 이 네 성인은 성스럽기 때문에 청정하다. -
010_0273_c_01L駕。本自受用之家事也。今大衆異口同
010_0273_c_02L音。共讀法華一卷。則其中文句。皆世
010_0273_c_03L尊覆面之所演。豈與今日山僧之野干。
010_0273_c_04L說同日而論其高下哉。今靈駕。生時爲
010_0273_c_05L六根塵所拘。雖聞妙法。而宛如不聞。
010_0273_c_06L雖見佛身。而宛如不見。今則四大各離。
010_0273_c_07L逈脫根塵。唯有一眞靈覺。獨露於形骸
010_0273_c_08L之外。能知一切色是佛身。一切聲是佛
010_0273_c_09L說。則今日大衆之讀經。以凡眼觀之。
010_0273_c_10L則似乎喧雜無意味。而靈駕之獨露慧
010_0273_c_11L眼。無非是佛說也。必于一句一字下。
010_0273_c_12L覻破一乘之妙法。長御白牛之大車。快
010_0273_c_13L到涅槃之家鄕。今日設齋。豈不大哉。
010_0273_c_14L願大衆澄心讀經。齋者虛心聽受。
010_0273_c_15L
010_0273_c_16L水陸法語齋後
010_0273_c_17L四聖六凡一法界。紫羅帳裡撒眞珠。如
010_0273_c_18L今平等無遮會。檀信誠心豈可孤。今日
010_0273_c_19L齋前。會主和尙。盡底掀飜。令靈駕一言
010_0273_c_20L之下。頓悟自己之歸路。離苦得樂了也。
010_0273_c_21L今者秉法。何敢措語於其間哉。豈不識
010_0273_c_22L法者可惧。傍觀亦不笑我耶。然人各有
010_0273_c_23L志。狂夫之言。聖人澤焉。今當不顧傍
010_0273_c_24L觀之哂。敢呈一場敗闕。水陸者。十法
010_0273_c_25L界中。諸佛菩薩緣覺聲聞。此四聖。聖
-
010_0274_a_01L그래서 물에 비유한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와 수라修羅와 방생傍生과 아귀餓鬼와 지옥地獄의 여섯 종류 범부는 평범하기 때문에 더럽다. 그래서 육지에 비유한다. 이 사성과 육범이 다 같이 일진법계一眞法界38) 중에 있으면서 하나하나가 다 본래 참되고 하나하나가 다 밝고 신묘하여, 어느 하나 더하거나 덜함이 없고 어느 하나 더 높고 더 낮음의 차이도 없다. 그렇기에 진주를 뿌린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오늘 재를 올리는 자들은 크게 신심을 내어 두루 공양거리를 마련하여 갖추고, 시방 법계의 모든 국토와 모든 장소에 있는 모든 성인과 범인들을 빠뜨리지 않고 두루 청하였다. 그러므로 평등무차대회平等無遮大會라고 말하는 것이다. 귀의하는 마음이 이처럼 넓고도 크니, 그 과보 또한 넓고도 클 것이다. 비단 오늘의 영가가 사성의 가피를 입어 육범의 고해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또한 시방세계의 육도 중생들도 다 같이 이익과 복락의 은택에 젖지 않는 이가 없으리니, 이 어찌 위대하지 않은가.그러면 사성이 강림하시고 육범이 와서 모이는 것을 무엇으로써 알 수 있겠는가. 사성과 육범은 본래 한마음이므로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는 각 사찰에서 도를 인도하는 스님들이 아무 절에 사는 아무개가 돌아가신 자기 선사를 위해 재를 마련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가 멀고 가까움을 따지지 않고 다들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 여러 고을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이와 어린아이들도 아무 절에서 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을 하려고 다들 모여 왔다. 또 그리고 사방의 걸인들도 한번 배불리 먹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곳으로 찾아왔다. 앞에서 말하기를 인도의 마음은 다른 다섯 세계의 마음과 같고, 육범의 마음이 곧 사성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대개 이 신령하고 밝게 지각하는 마음은 공간으로는 시방세계에 두루 뻗어 있고 시간으로는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삼제三際에 다하여, 여기에도 온전히 있고 또 저기에도 온전히 있는 것이어서 결코 분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줏빛 비단 장막 속에 흩뿌려진 진주와 같다.’고 한 말은 그 자줏빛 비단 장막의 그림자가 이 진주에도 온전히 있고 저 진주에도 온전히 있어서, 낱낱의 모든 진주가 각각 하나씩의 자줏빛 비단 장막 그림자를 다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한 개의 인도가 올 때에는 나머지 아홉 세계39)도 동시에 -
010_0274_a_01L故淨也。喩之以水。天道人道修羅傍生
010_0274_a_02L餓鬼地獄。此六凡。凡故染也。喩之以
010_0274_a_03L陸也。此四聖六凡。同在一眞法界中。
010_0274_a_04L一一天眞。一一明妙。不增不減。無高
010_0274_a_05L無下。故云撒眞珠也。今日齋者。發大
010_0274_a_06L信心。廣備供具。十方法界。塵塵刹刹。
010_0274_a_07L一切聖凡。無不普請。故謂之平等無遮
010_0274_a_08L大會也。歸依之心。旣如是廣大。其果
010_0274_a_09L報亦得廣大。非但今日靈駕。得蒙四聖
010_0274_a_10L之加被。超脫六凡之苦海。亦令十方世
010_0274_a_11L界。六道含靈。無不同沾利樂。豈不偉
010_0274_a_12L哉。然四聖之降臨。六凡之來會。何由
010_0274_a_13L以知之。以四聖六凡。元是一心。故可
010_0274_a_14L以知也。今者各寺引導道者等。聞某寺
010_0274_a_15L某人爲其亡師設齋。皆不計遠近而來
010_0274_a_16L赴。各處老翁老婆壯者幼者。聞某寺有
010_0274_a_17L齋。皆爲賞玩而來會。四方乞人。亦欲
010_0274_a_18L一飽而來到。上來人道之心。即餘五道
010_0274_a_19L之心也。六凡之心。即四聖之心也。盖
010_0274_a_20L此靈明知覺之心。橫徧十方。竪窮三際。
010_0274_a_21L全在此而全在彼。不可以分也。如紫羅
010_0274_a_22L帳裡撒眞珠。則紫羅帳之影。全在此珠。
010_0274_a_23L全在彼珠。一一眞珠。無不各具一紫羅
010_0274_a_24L帳影也。故一介人道來時。餘九界同時
-
010_0274_b_01L함께 오는 것이니, 이는 사성과 육범의 마음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십법계가 한 폭 종이에 함께 그려져 있을 때 그 가운데 인도가 그려진 자리를 끌어당기면 나머지 아홉 가지를 그린 곳도 동시에 끌려오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이 그림이 한 장의 종이에 함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 재를 올리는 이 자리에는 사성과 육범이 모두 다 와서 공양을 받으실 것이니, 사성은 받음이 없이 받을 것이며, 육범은 기뻐하면서 받을 것이다. 이렇게 십법계가 다 감응하게 되면,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영가는 이 십법계의 가피를 동시에 입어서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며, 더러움을 바꾸어 청정하게 될 것이니, 마치 언약의 좌부左符40)를 찬 것과 같으리라. 또 오늘 재를 거행하는 사람도 또한 십의 칠 정도는 공덕을 함께 받았을 것이니, 그 과보가 어찌 크다 하지 않겠는가.작법作法할 시간이 늦었으므로 이 정도로 말을 마치겠다.불상 점안 법어佛像點眼法語대나무 한 가지를 땅에 꽂자 여래의 궁전41)이 그 자리에서 바로 눈앞에 나타나고, 풀 한 줄기를 뽑아 들자 그대로 부처님 장륙금신丈六金身42)이 되었네.어쩌다가 사람들의 근기가 이렇게 낮아지고 법문法門도 따라서 막혀서, 저 화주 스님이 바람 속을 헤치고 다니며 이슬 아래 잠을 자는 수고를 하게 되었을까. 동으로 서로 시주를 빌러 다니며 여러 시주들에게 권하고 청하면서 발원하여 신심을 일으키게 하여 각기 자신의 형편에 따라 물건을 보시하게 하였고, 조심스레 뛰어난 장인을 청하여 극진한 정성으로 신묘한 여래 몸의 형상을 조성하여 환하게 드러내었으니, 누군들 달려와 우러러 경례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보시를 베푼 이와 보시를 받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인연과 공덕과 과보는, 광대하기가 온 법계와 같으며 극진하기는 저 허공과도 같도다. 위대하구나, 정말 위대하구나. 무어라 찬탄을 하여도 다할 수가 없구나. 여러 대중들은 이제 알겠는가.내가 보기에는 만들어진 불상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아쉬웠다. 어째서 삼계의 이십팔천二十八天43)을 모두 가져다 불상의 머리를 만들지 않았는가. 어째서 백억의 수미산須彌山과 사대주四大洲44)를 가지고 불상의 몸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리고 맨 아래 금륜金輪45)과 수륜水輪46)의 경계까지로 불상의 발을 만들지 않았는가. 만약 그렇게 불상을 만들었다면 이 사바세계 천상천하의 모두가 -
010_0274_b_01L同來。以同是一心故也。比如十法界。
010_0274_b_02L同畫於一幅紙中。牽其人道之畫處。則
010_0274_b_03L餘九畫處。同時牽來。以同在一紙中故
010_0274_b_04L也。然則今日齋筵。四聖六凡。咸來受
010_0274_b_05L供。四聖無受而受。六凡歡喜而受。十
010_0274_b_06L法界皆能感應。則今日靈駕。蒙此十法
010_0274_b_07L界之同垂加被。離苦得樂。轉染成淨。
010_0274_b_08L如佩左符也。今日齋者。亦同受七分功
010_0274_b_09L德。其果報豈不大哉。作法時晩。姑置
010_0274_b_10L是事。
010_0274_b_11L
010_0274_b_12L佛像點眼法語
010_0274_b_13L揷一竹枝。如來宮殿。當處現前。拈一
010_0274_b_14L莖草。丈六金身。秪遮便是。奈何人根
010_0274_b_15L斯下。法門隨閉。勞他化主。風行露宿。
010_0274_b_16L東乞西化。勸諸檀那。發願起信。隨分
010_0274_b_17L施物。敬請良工。極盡精妙。如來身相。
010_0274_b_18L煥然顯露。誰不駿奔。瞻仰敬禮。然則
010_0274_b_19L施受諸緣。功德果報。廣大同法界。究
010_0274_b_20L竟如虛空。偉哉偉哉。讃嘆莫窮。大衆
010_0274_b_21L還會麽。以我觀之。造成聖像。恨其太
010_0274_b_22L小。何不以三界二十八天爲佛頭。百億
010_0274_b_23L須彌四大洲爲佛身。最下金輪水際爲
010_0274_b_24L佛足耶。然則娑婆世界。天上天下。都
-
010_0274_c_01L다 하나의 불상이 될 터이니, 어찌 장엄하지 않겠으며 어찌 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화주와 시주, 별좌와 화원畵員, 그리고 온 세상의 백성들 전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사람들이 어느 곳에 있더라도 몸을 편안히 하고 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니, 여러 부처님 몸 안에서 중생이 생각마다 성불을 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만약 어떤 사람이 나와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해 보자.“스님의 설법은 어떻게 그렇게도 허황합니까?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사람들의 생각과는 영 거리가 있습니다.”그러면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또 말할 것이다.“그렇다면 남섬부주南贍部洲47)로 하나의 불상을 만들고, 서구다니西瞿陀尼48)로 또 하나의 불상을 만들며, 동승신주東勝身洲49)로 다시 하나의 불상을 만들고, 북구로주北俱盧洲50)로 또다시 하나의 불상을 만든다고 합시다. 그리고 움직이는 생명으로도 각각 불상을 만들고, 우거진 숲속의 풀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로도 다 불상을 만든다고 합시다. 그렇게 되면 무엇을 사주四洲라고 하고 무엇을 중생이라고 하며, 또 무엇을 초목총림이라고 부르겠습니까?”그러면 또 어떤 사람이 말하리라.“이 말도 너무 허황하여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그러면 나는 바로 또 이렇게 말하리라.“남섬부주는 도로 남섬부주에 돌려주고, 북구로주는 도로 북구로주에 돌려주며, 움직이는 모든 생명들은 도로 중생에게 돌려주고, 총림의 풀과 나무는 도로 무정물無情物51)에게로 돌려주어, 각각 자기 위치에 돌아가 모두가 전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또 어떤 사람은 말하리라.“만약에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하나의 불상도 없게 됩니다. 그건 너무 부족합니다.”그러면, 곧바로 또 말할 것이다.“그렇다면 석가불도 만들고 미타불도 만들고, 관음보살도 만들고 지장보살도 만들고, 십육나한도 만들고 시왕의 상도 만들며, 범왕제석梵王帝釋도 만들고 천룡팔부天龍八部도 만들어서, 아래위로 여러 분들을 각각 구분을 해 놓는다면 어떻겠습니까?”그러면 대중들은 말할 것이다.“이것은 바로 사상事相에 해당되니, 오늘날 여러 사찰에서 만들어 받들고 있는 것이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그러면 내가 말하리라.“앞의 삼도三度가 바로 법문의 대절大節인데, 대중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부득이 시시콜콜한 설명으로 대중을 위해 설명을 붙이겠습니다. 첫째, -
010_0274_c_01L盧個一佛像。豈不壯哉。豈不大哉。然
010_0274_c_02L則今日化主施主別座畫員。乃至天下
010_0274_c_03L人民。在於何處。安身立命。可謂諸佛
010_0274_c_04L身中衆生念念成佛也。若有人出來謂
010_0274_c_05L我曰。師之說法。何其虛遠耶。大甚逕
010_0274_c_06L庭。不近人情。即當退一步更曰。然則
010_0274_c_07L以南贍部洲作一佛。西瞿陁尼作一佛。
010_0274_c_08L東勝身洲作一佛。北俱盧洲作一佛。蠢
010_0274_c_09L動含靈。各各爲佛。草木叢林。一一爲
010_0274_c_10L佛。然則喚甚麽爲四洲。喚甚麽作衆生。
010_0274_c_11L喚甚麽作草木叢林。又有人曰。此語亦
010_0274_c_12L迂濶。即當更曰。南贍部洲。還他南贍
010_0274_c_13L部洲。乃至北俱盧洲。還他北俱盧洲。
010_0274_c_14L蠢動含靈。還他衆生。草木叢林。還他
010_0274_c_15L無情之物。各還其位。捴不動着則如何。
010_0274_c_16L有人曰。若然則世界都無一佛。太不足
010_0274_c_17L也。即當更曰。然則或成釋迦佛。或成
010_0274_c_18L彌陁佛。或成觀音菩薩。或成地藏菩薩。
010_0274_c_19L或成十六羅漢。或成十王等像。或成梵
010_0274_c_20L王帝釋。或成天龍八部。上下諸位。各
010_0274_c_21L有分限則如何。大衆曰。此正相當於事
010_0274_c_22L相。今諸刹承奉。不出於此也。余曰。前
010_0274_c_23L之三度。乃法門大節。而大衆皆不知。
010_0274_c_24L余不得已拖泥帶水。爲大衆注脚。最初
-
010_0275_a_01L‘사바세계 전체가 하나의 불상이 된다.’는 말은 『능엄경』에서 이른바 ‘산하대지와 명암색공明暗色空이 하나로 둥글게 뭉쳐진 청정보각淸淨寶覺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전체 대지가 하나로 우뚝 솟은 금덩어리와 같아서 그대로 여래선如來禪이라는 말입니다. 그 다음, ‘사주四洲가 곧 불상이고 움직이는 생명체가 다 불상이 되며, 나무와 풀도 모두 불상이 된다.’는 말은 『법화경』에 이른바 ‘만법萬法이 하나하나 실상實相을 가지고 있어서 법마다 온전한 참이고 기器마다 다 금金이다.’라는 것이니, 이 또한 여래선입니다. 그리고 셋째, ‘사주는 도로 사주에 돌려주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도로 생명체에 돌려주며, 초목은 도로 초목에 돌려준다.’는 말은 『법화경』에 이른바 ‘이 법은 법의 자리에 머무르며 세간상 그대로 상주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각각 완연하다는 말입니다. 그런즉 조사선祖師禪52)은 법문에 자연히 단계와 등급이 있는 것이니, 따라서 공덕과 과보도 또한 깊고 얕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러분들이 이 말을 허황하고 요원하며, 혹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습니까?”그중에 『화엄경』을 공부한 자가 나와서 말할 것이다.“화상은 『능엄경』과 『법화경』의 한 실상 도리를 인용하여 설명하였고, 또 여래선과 조사선을 덧붙여 설명하였습니다. 이 말씀이 비록 진선진미盡善盡美하지만, 그래도 화엄원교華嚴圓敎의 일다원융一多圓融과 대소무애大小無碍의 현문玄門에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화엄경』에 말하기를, ‘한 터럭 끝에도 미진수의 세계가 나타나고, 하나의 작은 티끌에도 말할 수 없이 많은 여러 부처님이 나타난다. 이 세간의 국토(依) 가운데 우리의 몸(正)이 드러나고, 53) 또 그 몸 가운데 일체 세간의 국토가 드러나니, 한 분 부처님과 하나의 세계에 온 법계가 두루 다 펼쳐지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비록 단지 하나의 불상과 하나의 보살상을 만들었지만, 이미 미진수만큼의 모든 불상과 모든 보살상을 완성한 것이고, 또 미진수의 국토를 완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공덕의 넓이와 크기는 전체 법계와 같고 그 지극함은 허공과도 같을 것이니, 이 어찌 위대하지 않습니까?”그러면 내가 말하리라.“그 말이 참으로 훌륭합니다. 다만 그 생각의 폭을 미루어 넓히지 못했을 뿐입니다. 앞에서 내가 한 말도 역시 어찌 여기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왜냐하면 하나의 일과 하나의 모습인들 어떻게 이 원융한 법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만든 이 불상이 비록 작지만 또한 -
010_0275_a_01L娑婆世界。都盧一佛身者。楞嚴所謂山
010_0275_a_02L河大地明暗色空。一圓融淸淨寶覺。所
010_0275_a_03L謂盡大地一挺金也。爲如來禪。次言四
010_0275_a_04L洲是佛。蠢動皆佛。草木皆佛者。法華
010_0275_a_05L所謂萬法一一宲相。法法全眞。器器皆
010_0275_a_06L金也。亦如來禪。第三云。四洲還他四
010_0275_a_07L洲。蠢動還他蠢動。草木還他草木者。
010_0275_a_08L法華所謂是法住法位。世間相常住。所
010_0275_a_09L謂山山水水各宛然也。即祖師禪。法門
010_0275_a_10L自有堦級。則功德果報。亦有深淺。而
010_0275_a_11L諸君以爲虛遠。以爲不足。豈不惜哉。
010_0275_a_12L介中有華嚴學者。出來道。和尙引楞嚴
010_0275_a_13L法華一宲相道理。又配屬如來禪祖師
010_0275_a_14L禪。雖盡善盡美。而猶不及華嚴圓敎一
010_0275_a_15L多圓融大小無碍之玄門也。華嚴經云。
010_0275_a_16L一毛端現微塵數世界。一微塵中現不
010_0275_a_17L可說諸佛。依中現正。正中現依。而一
010_0275_a_18L佛一刹。皆周徧法界。則今雖但成一佛
010_0275_a_19L一菩薩。而已成微塵數諸佛諸菩薩。亦
010_0275_a_20L成微塵數國土矣。其爲功德。廣大同法
010_0275_a_21L界。究竟如虛空。豈不大哉。余曰。斯言
010_0275_a_22L善矣。但不知推而廣之也。向來余言。
010_0275_a_23L豈外於是也。何者。豈有一事一相。離
010_0275_a_24L於圓融法界之中耶。今之造成雖少。亦
-
010_0275_b_01L크고 작음에 구애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방금 불상이 작아서 아쉽다고 한 말은, 그러한 사람의 마음에 나아가서 그 마음을 미루어 넓히고자 한 말입니다. 원컨대 여러 시주들께서는 다 이와 같이 보아주기 바랍니다.”가사 법어袈裟法語무명 옷감 위로 촘촘히 떠가는 바늘이, 한 땀 한 땀이 그대로 관세음이라
사나운 짐승도 공경할 마음이 절로 생기고, 원한 품은 새도 독한 마음을 풀게 되네
상품과 중품의 과보는 장엄 바다까지 나아가고, 길고 짧은 바느질 자국은 공덕의 숲을 만들었네
시주에게 보답이 있다는 것을 진실로 믿어야 하니, 가을 강물 맑고 깨끗한 그 위에 달이 와서 임했구나
대중들이여, 위의 네 구절의 게송에서 나는 가사를 만드는 공덕을 다 말했다. 그러나 이 게송 중에 밝힌 가사 공덕의 뜻과 이치를, 아는 자는 물론 알겠지만 아마 모르는 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 대략의 내용을 해설하겠다.첫 구절은 바느질하는 장인이 바늘로 무명천을 꿰매는 광경을 말한 것이다. 한 땀 한 땀 옷깃을 꿰매어 가노라면 바느질한 모양이 마치 오솔길과 같게 되니, 그렇게 많은 바느질 자국을 내며 촘촘하게 꿰맬 때에 바느질하는 사람과 시주한 사람들은 다 함께 매번 한 땀씩 뜰 때마다 관음보살의 명호를 생각하게 된다. 한 바늘 한 바늘 꿰맬 때마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바느질을 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음보살을 생각하는 것이 몇 천 번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이 공덕만 해도 또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둘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냥꾼이 몸에 가사를 걸치고 사자를 쏘려고 하자, 사자가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들어 사냥꾼을 죽이려고 하다가, 사냥꾼이 입고 있는 가사를 보고는 공경의 예를 갖추고 물러갔다는 말이다. 또 금시조金翅鳥가 매양 용자龍子54)를 잡아먹기에 용왕이 이 일을 부처님께 고하니, 부처님께서는 가사 한 벌을 용자에게 입히라고 하셨고, 그러자 금시조는 독한 마음을 풀고 다시는 잡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모두 다 가사의 공덕인 것이다.셋째 구절의 상품ㆍ중품ㆍ하품의 세 가지 품品은 각자 복덕과 지혜를 장엄하는55) 광대한 과보를 말한다. 바느질할 때에 네 번을 길게 뜨고 한 번은 짧게 뜨거나 또 세 번은 길게 뜨고 한 번은 짧게 뜬다는 것 등이 다 공덕을 수풀처럼 무성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넷째 구절에서는 시주가 청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 부처님들이 오셔서 임하시게 되니, 마치 맑은 강에 달빛이 비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새나 짐승들까지도 공경하고 존중할 줄 아는데, -
010_0275_b_01L大小無碍。而今說恨其小者。就其人情。
010_0275_b_02L欲推而廣之也。願諸施主。咸作如是觀。
010_0275_b_03L
010_0275_b_04L袈裟法語
010_0275_b_05L綿蹊密密度金針。一一針針觀世音。猛
010_0275_b_06L獸能生恭敬意。寃禽亦解毒傷心。上中
010_0275_b_07L品就莊嚴海。長短條成功德林。爲報檀
010_0275_b_08L那須諦信。秋江澄淨月來臨。大衆。上
010_0275_b_09L來四句頌中。說盡袈裟功德。其中義理。
010_0275_b_10L知者能知。而恐有不知者。今畧爲解釋。
010_0275_b_11L初句。工手以金針貫線。條條縫袵。其
010_0275_b_12L形如蹊。而多條密密之際。工人與施主。
010_0275_b_13L每於一擧針之時。念觀音菩薩名號。針
010_0275_b_14L針皆然。則自始洎終。念觀音名。不知
010_0275_b_15L幾千徧也。只此功德亦無量。第二句。獵
010_0275_b_16L士身着袈裟。射1)師 [9] 子。師*子張口馳入。
010_0275_b_17L欲殺獵士。見其着袈裟。乃敬禮而止。
010_0275_b_18L又金翅鳥。每捉龍子而食之。龍王告佛。
010_0275_b_19L佛令以袈裟一縷。置之龍子身中。金翅
010_0275_b_20L解其毒心。不捉。此皆袈裟之功德也。第
010_0275_b_21L三句。上中下三品。各自莊嚴福慧之果
010_0275_b_22L海也。四長一短。三長一短等。皆成功
010_0275_b_23L德之如林也。第四句。施主心淨。則諸
010_0275_b_24L佛來臨。如江淸月映也。禽獸亦知敬重。
-
010_0275_c_01L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더구나 이 가사를 만든 사람은 그 공덕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그러나 이것은 형상이 있는 가사인지라 그 과보 또한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형상이 없는 가사 한 벌을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 만약 이 형상이 없는 가사를 만들려고 한다면, 시방의 허공을 옷감으로 삼고, 각각 한쪽의 허공을 가지고 끈을 삼으며, 토끼의 뿔로 가위를 만들고, 거북의 털로 재봉 선을 삼으며, 귀 없는 바늘을 가지고 손 없는 재봉사가 옷깃을 꿰맬 것이다. 그러면 눈 없는 스님이 밝음을 증명하고, 입 없는 스님이 진언을 욀 것이다. 쌀 없이 지은 밥으로 날마다 공양을 올리면서 이 형상이 없는 가사를 완성하여 형상이 없는 법신의 여래께 바친다면, 이것이야말로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이 그대로 성품에 걸맞은 크나큰 복이 된다. 이 어찌 위대하지 않겠는가.그러나 이 형상이 있는 것을 떠나서 따로 형상이 없는 것이란 없다. 지금 화주와 시주와 편수片手들이 하나같이 모두들 무념無念 중에 시주를 베풀고 화주를 하고 또 가사를 만들었으니, 이 하나하나 모두가 다 형상이 없는 가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일체의 행법을 다 갖추었더라도 하나하나 다 무념無念으로 종주宗主를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부디 바라건대 오늘 이 자리에 같은 인연으로 모인 여러분들은 하나하나 모두 무념으로 생각을 삼으시기를 바란다.성일 수좌 칠재 법어性日首座七齋法語오늘 재를 올리는 한현罕玄 스님 등은 돌아가신 은사 성일性日 스님의 영가를 위하여 칠재七齋를 마련해 놓고서, 나에게 약간의 법어를 강설하여 은사의 왕생의 길을 도와주도록 청하였다.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인연이 화합하면 허망한 유有가 생겨나게 되고, 인연을 여의면 허망한 이름이 없어진다.”허망한 유가 생겨나니 생겨나도 그것은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허망한 이름이 없어지니 없어졌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생겨남과 없어짐이 없고 또 이것과 저것의 구별도 없으니, 생겨남과 없어짐이 없으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십세十世 동안 시작과 끝이 현재의 생각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고, -
010_0275_c_01L况於人乎。况此造成者。其功德不可思
010_0275_c_02L議也。然此乃有相袈裟也。其果報亦未
010_0275_c_03L免有漏也。不如成無相袈裟一領。秪遮
010_0275_c_04L無相袈裟。若爲造成。當以十方虛空爲
010_0275_c_05L基布。各以一方虛空爲纓子。以兎角爲
010_0275_c_06L剪刀。以龜毛爲線穿。於無孔之針。無
010_0275_c_07L手之工人縫袵。無眼之師證明。無口之
010_0275_c_08L師誦呪。以無米之飯。日日供養而造成。
010_0275_c_09L獻于無相法身如來。則其爲功德。爲無
010_0275_c_10L住稱性之大福。豈不大哉。然離此有相。
010_0275_c_11L別無無相也。今者化主施主片手等。一
010_0275_c_12L一無念之中。施之化之造之。則一一領
010_0275_c_13L領。皆是無相袈裟也。故云雖備萬行。
010_0275_c_14L一一以無念爲宗。今日壇中諸同緣。一
010_0275_c_15L一以無念爲念。是所望也。
010_0275_c_16L
010_0275_c_17L性日首座七齋法語
010_0275_c_18L今日齋者罕玄等。爲其亡師性一靈駕。
010_0275_c_19L設辦七齋。使余畧說法語。以助徃生之
010_0275_c_20L路。經云因緣和合。虛妄有生。因緣別
010_0275_c_21L離。虛妄名滅。虛妄有生。生即無生。虛
010_0275_c_22L妄名滅。滅即無滅。旣無生滅。亦無彼
010_0275_c_23L此。無生滅。則十世古今。始終不離於當
010_0275_c_24L「師」當作「獅」{編}次同。
-
010_0276_a_01L이것과 저것의 구별이 없으면 끝없는 찰해刹海에 나와 남이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미 예로부터 지금까지 시작과 끝이 현재의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영가가 죽는 때가 곧 태어나는 때인 것이니, 원래 나고 죽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이미 나와 남이 털끝만큼의 간격도 없다면 이 사바세계가 곧 극락세계인데, 무엇 때문에 꼭 따로 왕생정토를 구한단 말인가. 따로 왕생하기를 구하지 않는다면 또 무엇 때문에 재를 마련해 베풀어서 영가를 천도한단 말인가. 혹시 그게 아니라면, 사해의 번뇌 파도를 멈추어 용龍을 평온히 잠들게 하고 아홉 하늘의 무명 구름이 걷히어 학이 높이 날게 하려는 것이리라.지금 재를 올리는 이들은 지극한 정성으로 있는 힘을 다하여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예를 올려서, 저 부처님 가피를 입어 영가의 번뇌 물결이 정지되고 무명의 구름이 걷히게 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되면 지혜 바다가 깨끗해지고 성천性天이 고요해져서, 영가는 삼덕三德56)을 갖춘 집에 편안히 잠들고 구품의 연대57)에 높이 오르게 될 것이다. 이 어찌 위대하지 않은가.시중示衆-8편동짓날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至節示衆)어두운 기운이 아직 열리지 않았을 때에 본래 천지는 없었는데, 깊고 오묘한 조화가 시작되고 나서 드디어 음양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맑고 탁한 기운이 나뉘고, 높고 낮은 자리가 정해졌다. 그러나 운수가 다하면 변화하고 사물이 극도에 이르면 본래로 돌아가는 법이니, 땅도 때에 따라 기울기도 하고 하늘도 때에 따라 막히기도 하며, 음陰도 때가 되면 쇠약해지고 양陽도 때가 되면 움츠러들게 된다. 지나친 것을 다스려 가다듬되 도道에 머물게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데, 어찌하여 이치를 바꾸고 법도를 어그러뜨리는가.오늘은 뭇 음들이 자라나 극에 이르렀다가 다시 하나의 양이 회복되는 날, 이른바 땅(地, ☷)에 우레(雷, ☳)가 내리쳐 천근天根이 꿈틀대는 때이다. 우리들이 혼미함을 따르다가 혼미함을 쌓아서 업에 얽매이는 고통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이것은 마치 모든 음이 자라나 극에 이른 것과 같다. 이제 이번 겨울 결제도 이미 반이나 지났다. 모든 고생을 다 겪어 내면 능히 광명을 돌려 비출 수 있으니, 본래면목의 한쪽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하나의 양이 돌아와 회복된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
010_0276_a_01L念。無彼此。則無邊刹海。自他不隔於
010_0276_a_02L豪端。旣古今始終。不離於當念。則靈
010_0276_a_03L駕之死時。即是生時。元無生死。旣世
010_0276_a_04L界自他。不隔於豪端。則即此娑婆。元
010_0276_a_05L是極樂。何必別求徃生淨土乎。旣不別
010_0276_a_06L求徃生。則又何設齋追薦乎。其或未然。
010_0276_a_07L四海浪停龍穩睡。九天雲卷鶴飛高。願
010_0276_a_08L今齋者。至誠盡力。供佛禮佛。仗彼加
010_0276_a_09L被。使靈駕煩惱浪停。無明雲卷。則智
010_0276_a_10L海澄淸。性天寥廓。靈駕穩睡於三德家
010_0276_a_11L舍。高飛於九品蓮臺。豈不偉哉。
010_0276_a_12L
010_0276_a_13L示衆
010_0276_a_14L至節示衆
010_0276_a_15L冥運未開。本無天地。玄機旣兆。遂有
010_0276_a_16L陰陽。由是淸濁殊分。高卑定位。然數
010_0276_a_17L窮則變。物極斯還。地有時而傾。天有
010_0276_a_18L時而塞。陰有時而慘。陽有時而伏。所
010_0276_a_19L貴裁成在道。豈得變理虧方。今日群陰
010_0276_a_20L剝盡。一陽來復。所謂地逢雷處躡天根
010_0276_a_21L也。吾徒從迷積迷。以至業繫之苦。政
010_0276_a_22L如群陰之剝盡。今者冬制已半。歷盡萬
010_0276_a_23L般辛苦。能有回光返照。窺得本來面目
010_0276_a_24L之一斑。如一陽之來復者乎。若也未然。
-
010_0276_b_01L이 어찌 눈과 귀가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완전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크게 골고루 베푼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시절이 다가오면 그 이치가 저절로 드러날 것이나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니 참으로 애석하다.원컨대 나의 도반들이여, 이제 동짓날을 맞아 더욱 감흥을 일으켜 더더욱 정진하라. 이 하나의 양이 회복됨으로 말미암아 12월(臨卦)58)이 되고 1 월(泰卦)59)이 됨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부디 힘쓸지어다.입춘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立春示衆)봄 절기를 맞아 아직 양陽의 기운이 넉넉하지 않아도 만 골짜기 천 산봉우리에 눈은 벌써 다 녹았고, 양기陽氣가 생겨나는 것은 남쪽 지방부터 시작이라 냇가의 버드나무에도 새 가지에 움이 돋았다. 양이 회복되는 일 신통하고도 묘한 작용이니, 음양의 운행법에 의하여 어김없이 그리되는 것이다.대중들이여, 양기 하나가 회복되던 동짓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오늘이 또 동지로부터 59일이 다하는 날이로구나. 앞으로는 붉은 복숭아꽃이며 하얀 자두꽃, 목단과 작약이 앞다투어 꽃을 피울 것인데, 다만 여러분들의 마음의 꽃은 언제나 피어날지 알 수가 없구나. 만약 피어나지 못할 것 같다면, 이 산승이 대략의 방편을 마련하여 속히 피어나도록 도와주겠다.어떻게 하느냐. 산승은 일찍이 제갈공명이 조조曹操와 적벽赤壁에서 싸울 때에 주공근周公瑾60)이 불로 공격하고자 동남풍이 일어나기를 비는 제법祭法을 빌리는 것을 보았었는데, 지금도 한번 제사를 올리는 일을 면할 수는 없겠다.
上天皇皇 위에 계시는 황황한 하늘이시여
下土茫茫 아래에 계시는 망망한 땅이시여
即有朝鮮國云云 某寺某乙 一心虔請 이제 조선국 아무 절 아무개는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司風使者 主風神王 바람을 맡은 사자와 바람을 주관하는 신왕을 청하옵니다
盤中有饌 壺中有漿 여기 소반에는 음식이 담겨 있고 병에는 차가 담겨 있으니
惟願尊神 俯歆一觴 존귀하신 신께서는 부디 굽어살피시어 한잔 흠향하시고
號令東風 火速發揚 동풍을 호령하여 따뜻한 양의 화기를 속히 발하여 주시어
令我大衆心花芬芳 우리 대중의 마음을 향기롭게 피어나게 하여 주옵소서
대중들이여, 이미 바람을 주관하는 신에게 제사 올려 동풍을 빨리 불게 해 달라고 기원을 하였으니, 만약 마음의 꽃이 아직도 밝게 피어나지 않았다면, 이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니라. 부디 더욱 삼가고 힘쓸지어다. -
010_0276_b_01L則豈可謂耳目聰明男子身。洪均賦與
010_0276_b_02L不全貧者乎。時節若至。其理自彰。不
010_0276_b_03L敢望也。可不惜哉。願我同袍。因時起
010_0276_b_04L感。更加精進。由此一陽之復。爲臨爲
010_0276_b_05L泰。庶可期也。勉旃哉。
010_0276_b_06L立春示衆
010_0276_b_07L東君節令不相饒。萬壑千峰雪盡消。陽
010_0276_b_08L氣發生南地始。溪邊楊柳又抽條。爲復
010_0276_b_09L是神通妙用。爲復是法爾如然。大衆。一
010_0276_b_10L陽來復如昨日。五九盡時又今朝。將看
010_0276_b_11L桃紅與李白 𦱒䒟芍藥花爭嬌。第未知
010_0276_b_12L諸人心花。幾時發明。若也未得發明。
010_0276_b_13L山僧略設方便。令得速發。何者。山僧
010_0276_b_14L曾見諸葛公與曺操。鏖兵赤壁時。因周
010_0276_b_15L公瑾。欲用火攻。爲渠借東南風之祭法。
010_0276_b_16L今者不免舉行一上。上天皇皇。下土茫
010_0276_b_17L茫。即有朝鮮國云云。某寺某乙。一心
010_0276_b_18L虔請。司風使者。主風神王。盤中有饌。
010_0276_b_19L壺中有漿。惟願尊神。俯歆一觴。號令
010_0276_b_20L東風。火速發揚。令我大衆心花芬芳。
010_0276_b_21L大衆。今者旣祭主風神。願令東風早吹。
010_0276_b_22L若也心花。尙未發明。非吾所知。愼之
010_0276_b_23L勉之。
-
010_0276_c_01L섣달 그믐밤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除夜示衆)폭죽은 초하룻날 전에 터지고, 매화는 섣달 후에 가지마다 피어난다. 금년 오늘 밤이 다하면 내년 내일이 오는 것, 이 또한 시절의 변천이며 만고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법칙이니, 따로 생각하고 헤아릴 필요도 없다. 다만 북선北禪61)은 제야에 노지백우露地白牛62)를 삶아 온갖 맛깔스런 진수珍羞를 다 구족하였고, 고봉高峯63)은 제야에 고개에 걸린 구름을 가늘게 저미고 연못에 비친 달을 손으로 치면서 무無를 가지고 유有를 만들어 온통 구멍투성이에 상처뿐이었으니, 한쪽은 극도로 부유하고 한쪽은 극도로 가난한 것임을 알겠는가. 하지만 오늘 나는 이 두 가지를 다 허락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우리 불세존께서는 살생을 금하시고 육식을 금하셨으니, 소를 삶을 수도 없고 고기를 먹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 선가의 조사께서는 허깨비 따위를 허락하지 않았고 망언도 또한 허락하지 않았으니, 구름을 가늘게 저미고 달을 치는 이 일은 만약 실상(實)이라고 한다면 도깨비나 허깨비에 가깝고 허상이라면 바로 거짓말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이 두 가지 다 채택하지 않겠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떡과 밥, 그리고 차와 과일을 수북하게 담고 고사리와 산채들을 삶아서 앞에 쫙 펼쳐 놓고, 사람마다 배불리 먹게 하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굶주림과 목마름을 면하게 하여 줄 것이다. 어디 말해 보아라. 이렇게 섣달 그믐밤을 보내는 방법은 두 분 고덕의 의식과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만약 점검해 볼 것 같으면, 이것은 두 분 고덕의 의식을 취한 것도 아니고, 또 두 고덕의 의식을 저버린 것도 아니다. 내가 이미 입이 닳도록 말을 했으니 옆에 있는 사람들이여, 내 눈썹이 있는지 없는지 보아라.염불하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훈시(示念佛人)옛 성인이 사람들에게 염불을 권한 것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입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불러 그 마음이 부처님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입으로 부처님을 외는 것이 반연하는 마음을 도와서 정인正因을 생각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염불하는 무리들은 다 그저 입으로만 외울 뿐이다. 입으로 외울 때에도 마음속에서는 천 가지 생각 만 가지 생각이 치열하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니, 어떤 사람은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재물과 여색을 생각하며, 어떨 때는 어디에 살 것인가 거처를 생각하고 또 어떨 때는 먹고 입는 것을 생각하며, -
010_0276_c_01L除夜示衆
010_0276_c_02L竹爆春先節。梅開臘後枝。今歲今宵盡。
010_0276_c_03L明年明日來。亦是時節遷變。亦是萬古
010_0276_c_04L常規。不必商量。但北禪分歲。烹露地
010_0276_c_05L白牛。百味珍羞。悉皆具足。高峯分歲。
010_0276_c_06L細切嶺雲。薄批潭月。將無作有。百孔
010_0276_c_07L千瘡。還會麽。一是富到底。一是貧到
010_0276_c_08L底。今日山僧。二俱不落。何者。吾佛世
010_0276_c_09L尊。禁殺禁肉。牛不可烹。肉不可食。禪
010_0276_c_10L家祖師。不許幻怪。不許妄言。切雲批
010_0276_c_11L月。若宲則近於幻怪。若虛則乃是妄言。
010_0276_c_12L所以山僧俱不取也。然則如之何。而可
010_0276_c_13L餠飰茶果。鬪鬪飣飣。煮蕨燷蔬。雜然
010_0276_c_14L前陳。人人盈膓充腹。箇箇免飢慰渴。
010_0276_c_15L且道。與二古德。同耶別耶。若能點撿。
010_0276_c_16L不落二古德。不離二古德。山僧已滿口
010_0276_c_17L道了。傍人看我眉毛在也無。
010_0276_c_18L
010_0276_c_19L示念佛人
010_0276_c_20L先聖勸人念佛者。以心念之口則呼名。
010_0276_c_21L令其心不忘也則口誦。助緣心念正因
010_0276_c_22L也。今之念佛者類。皆口誦而已。當口
010_0276_c_23L誦之時。心則千思萬想。熾然起滅。或
010_0276_c_24L念名利。或念財色。或念居處。或念衣
-
010_0277_a_01L또는 사소한 은혜를 갚을 생각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털끝만 한 원한을 갚을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옆의 사람이 보기에는 마치 염불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저 어지럽게 잡념만 일으키면서 염불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정토에 왕생한다는 것은 애당초 생각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세의 선善에 대한 화보華報64)조차도 기대할 수 없다. 대개 부처님을 낭송하던 입은 죽은 뒤 불 속에 들어가면 타서 재가 되고 말지만, 부처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죽은 뒤에도 초연히 홀로 드러나서 생사의 고뇌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부처님의 나라로 향해 가게 될 것은 단연코 의심할 것이 없거니와, 현세에서도 마음을 밝혀 견성할 것을 거의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어째서 그런가. 참선하는 사람은 다만 화두만을 견고하게 응결하여 털끝만큼의 잡념도 없으므로 그 마음이 마치 장벽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 기미65) 한 경지에서 홀연히 통하게 된다. 염불하는 사람은 입마다 마음마다 오직 미타만을 생각하고 낭송하여 털끝만큼도 다른 생각이 없으므로 그 마음이 또한 장벽과 같다. 이처럼 30년이나 20년 세월을 하루 한 시도 이렇게 하지 않는 때가 없기 때문에 문득 한 기미 한 경지를 깨달아 그 마음이 그대로 정토가 되고 그 성품 그대로가 미타가 되어 당장 눈앞에 환하게 나타나며 최후의 찰나에는 서방의 여러 성인들이 금수레를 타고 와서 영접할 것이다. 이것이 본분 안의 일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바라건대 모든 염불하는 사람과 참선하는 사람들은 부처님 명호를 낭송할 때에 잡념이 어지럽게 일어날 것 같으면 힘써 싸워서 잡념을 없애고, 그 어지러운 생각을 돌이켜 깨끗한 생각으로 회복시키도록 하여라. 처음에는 잡념과 정념이 서로 다투겠지만 그렇게 오래오래 순수하게 익히노라면, 잡념은 적어지고 정념은 많아져서 순수하고 깨끗하여 전혀 섞임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부디 힘쓰고 또 힘쓸지어다.섣달 그믐밤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除夜示衆)오늘은 묵은해의 끝이고, 내일은 새해의 시작이다. 묵은해의 끝에 있으나 묵은해가 떠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새해의 시작에 있어도 -
010_0277_a_01L食。或念絲恩而欲酬。或念髮怨而欲報。
010_0277_a_02L使傍人觀之。似乎念佛。而自己則只是
010_0277_a_03L雜念紛亂。未得一念念佛也。徃生淨土。
010_0277_a_04L初不假論。而現今華報之善不可得也。
010_0277_a_05L盖誦佛之口。死後入火成灰而已。念佛
010_0277_a_06L之心。死後超然獨露。不隨生死。旣是
010_0277_a_07L念佛之心故。即向佛國。斷然無疑。而
010_0277_a_08L現在明心見性。亦可庶幾也。何者。叅
010_0277_a_09L禪之人。但堅凝話頭。無一毫雜念。心
010_0277_a_10L如墻壁。故一機一境上。忽然透得。念
010_0277_a_11L佛之人。口口心心。惟是彌陁。無一毫
010_0277_a_12L雜想。亦心如墻壁。如是三十年二十年
010_0277_a_13L來。無一日無一時。不如是故。忽於一
010_0277_a_14L機一境上。自心淨土。自性彌陁。朗然
010_0277_a_15L現前。最後刹那。西方諸聖。金轎來迎。
010_0277_a_16L自是分內也。豈不休哉。願諸念佛禪
010_0277_a_17L客。當於口誦之時。雜念紛起。力戰勦除。
010_0277_a_18L回雜念歸淨念。初則雜淨相爭。久久純
010_0277_a_19L熟。雜小淨多。以至於純淨無雜。勉之
010_0277_a_20L勉之。
010_0277_a_21L
010_0277_a_22L除夜示衆
010_0277_a_23L今日正是舊年尾。明日正是新年頭。舊
010_0277_a_24L年尾下。不見舊年之去。新年頭上。不
-
010_0277_b_01L새해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다 ‘묵은해는 오늘 밤에 지나가고 내일 새벽에는 새해가 온다.’고 말하면서, 집집마다 도부桃符66)를 새로 바꿔 붙이고, 또 집집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묵은해를 보낸다.나는 여기서 북을 치고 종을 치며 향불을 피우고 촛불을 밝히고서, 위로는 삼보를 공양하고 아래로는 육도六道에 보시를 베풀어 묵은 재앙을 다 소멸하고 새로운 복을 맞게 해 달라고 빈다. 이것은 평상시의 본분의 일이니 특별히 기이한 점이라고는 없다. 그러므로 옛날 어떤 산승은 고덕에게 이렇게 물었었다.“한 해가 다 가는 제야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그러자 고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동쪽 마을 왕 노인이 제야에 돈을 태웠단다.”이것도 역시 당시에 마침 일어났던 평범한 일을 들어서 대답한 것이다. 지금 나는 여러분들을 위하여 특별히 부연해서 게송을 읊어 주겠다.
東村王老夜燒錢 동쪽 마을 왕 노인이 제야에 돈을 불에 태운 것이
那管人間歲月迁 인간 세상 세월의 변천과 무슨 상관이 있나
佛法不存玄妙解 불법에는 제야에 어떻게 했다는 현묘한 해석이 전하지 않으니
拈來只在口唇邊 다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들뿐이란다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示衆)옛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다른 사람이 머물던 자리에 나는 머물지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이 갔던 곳에는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남과 함께 모여 살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승려와 속인을 분명하게 구별하려고 그런 것이라.”그러나 이 늙은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이 머물던 곳에 나도 머물고 다른 사람이 갔던 곳에 나도 또한 갈 것이다. 언뜻 잠깐 기뻐하고 잠깐 성내면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남주南洲 67)에는 한밤중에도 해가 밝구나.”어디 말해 보아라. 옛사람과 같은가, 다른가.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또(又)물에 들어가면 교룡을 피하지 않는 것이 어부의 용기이고, 산에 가서 범과 표범을 피하지 않는 것이 사냥꾼의 용기이며, 시퍼런 칼날이 눈앞에 닥쳐도 죽음 보기를 산 것처럼 하는 것은 장군의 용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납승의 용기인가. 담이 큰 사람은 수레 머리에 부딪치며 지나가고, 담이 작은 사람은 경유할 곳을 분명하게 알리고 가는 것이다. -
010_0277_b_01L見新年之來。然而世人皆云。舊年今夜
010_0277_b_02L去。新年明晨來。戶戶桃符換新。家家
010_0277_b_03L爆竹送舊。我這裡伐皷撞鍾。焚香點燭。
010_0277_b_04L上供三寶。下施六道。消盡舊灾。迎來
010_0277_b_05L新福。此乃平常本分事也。別無奇特道
010_0277_b_06L理。所以古者有僧問古德。歲盡年窮時
010_0277_b_07L如何。德云東村王老夜燒錢。此亦擧
010_0277_b_08L當時適有之平常事以答也。今者老僧。
010_0277_b_09L特爲諸人。敷衍頌出也。東村王老夜燒
010_0277_b_10L錢。那管人間歲月迁。佛法不存玄妙解。
010_0277_b_11L拈來只在口唇邊。
010_0277_b_12L
010_0277_b_13L示衆
010_0277_b_14L古人道。他人住處我不住。他人行處我
010_0277_b_15L不行。不是與人難共聚。大都緇素要分
010_0277_b_16L明。老漢即不然。他人住處我亦住。他
010_0277_b_17L人行處我亦行。瞥喜瞥嗔無理會。南洲
010_0277_b_18L夜半日頭明。且道。與古人同別。試道看。
010_0277_b_19L
010_0277_b_20L又
010_0277_b_21L入水不避蛟龍。漁父之勇也。山行不避
010_0277_b_22L虎豹。獵士之勇也。白刃當前。視死若
010_0277_b_23L生。將運之勇也。如何是衲僧之勇也。
010_0277_b_24L大膽駕頭衝突過。小膽哀明告所由。
-
010_0277_c_01L참선하는 사람에게 내리는 훈시(示㕘禪人)아, 선림禪林에 가을은 저물어 가는데 사람의 근기는 이렇게 낮아서, 곳곳 총림에는 참선하는 사람이 매우 적구나. 설사 어쩌다 있다 하더라도 길고 유구한 장원심長遠心도, 굳게 흔들리지 않는 결정지決定志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유유자적 한가하게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며 하루 참선하면 또 열흘은 쉬곤 한다. 이렇게 하여서야 어떻게 조그마한 힘을 얻을 곳이라도 있겠는가.옛사람은 말하였다.“대사大事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때에 마치 부모를 잃은 것같이 슬프더니, 대사가 이미 밝혀진 때에도 또한 부모를 잃은 것같이 슬프구나.”하루 온종일 전전긍긍하면서, 마치 깊은 못 앞에 서 있는 듯 엷은 얼음 위를 밟고 서 있는 듯 노력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천湧泉은 40년 만에 한 조각이 되는 경지를 이루었고, 또 조주趙州는 30년 만에 마음 씀씀이가 번잡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그만큼 하기가 어디 쉽겠는가.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옛 성인들의 몸가짐을 본받아야 할 것이니, 절대로 거칠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지혜의 칼을 잡아 들고 일체의 연緣을 모두 잘라 단절하면, 온갖 꽃이 만발한 숲속을 지나더라도 이파리 하나에도 젖지 않을 것이니, 그래야 바야흐로 일부분이나마 상응하는 곳이 있게 될 것이다. 모름지기 진흙 소가 입김을 토해 내는 것을 알아야만 아름다운 것이고, 마른 나무에 꽃이 피는 소식을 알아야만 비로소 기이하다 하리라.어디 말해 보아라. 대도大道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때에는 부모를 잃은 것처럼 슬프겠지만, 대도가 이미 밝혀진 다음에는 무엇 때문에 부모를 잃은 것같이 슬프다는 것인가. 앞으로 갈 길이 더욱 멀기만 하구나.편지(書)-12편용암 노인께 올리는 편지(上龍巖老人)중춘仲春68)에 한번 뵈었을 때에는 돌아올 길이 바빠서, 조용히 모시고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였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아쉽고 그리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삼가 안부를 여쭙겠습니다. 산속의 절 생활은 두루 평안하시며 건강은 괜찮으십니까.저는 몸에 체증과 냉증이 수시로 발작하여 잘 먹고 마시지도 못합니다. 기력이 허약해서 학인을 맞아 가르치는 일에도 걱정과 괴로움이 없지 않으니, 그 민망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10여 년 동안 남북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얻은 것이라곤 그저 -
010_0277_c_01L示叅禪人
010_0277_c_02L嗚乎。禪林秋晩。人根斯下。處處叢林。
010_0277_c_03L叅禪之人甚小。雖或有之。不辦長遠心
010_0277_c_04L決定志。悠悠泛泛。一暴十寒。如是而。
010_0277_c_05L豈有些子得力處乎。古人云。大事未明。
010_0277_c_06L如喪考妣。大事已明。如喪考妣。二六
010_0277_c_07L時中。戰戰兢兢。如臨深淵。如履薄氷。
010_0277_c_08L所以湧泉四十年。方成一片。趙州三十
010_0277_c_09L年。不雜用心。豈似如今容易。行者當
010_0277_c_10L須體容。不可草草。提起智慧刀。萬緣
010_0277_c_11L俱勦絶。百花林裡過。一葉不沾身。方
010_0277_c_12L可有小分相應處也。須知泥牛吐霧方
010_0277_c_13L爲美。枯木生花始是奇。且道。大道未
010_0277_c_14L明。如喪考妣。大道已明。爲甚麽如喪
010_0277_c_15L考妣。前頭路更賖。
010_0277_c_16L
010_0277_c_17L1)書
010_0277_c_18L上龍巖老人
010_0277_c_19L仲春一拜。以歸期之忙。未能從容陪話。
010_0277_c_20L歸來悵仰不已。伏惟淸和大法候神扶
010_0277_c_21L萬福。某身中滯冷。乘時發作。不善食
010_0277_c_22L飮。氣力尫弱。而提接學人。不無苦惱
010_0277_c_23L伏悶何喩。十餘年奔南走北。所得只是
010_0277_c_24L「書」一字。編者補入。
-
010_0278_a_01L문자뿐이니, 저 심지법문心地法門에는 털끝만치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끝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이제 훌훌 다 벗어 버리고 고요한 곳을 찾아 깊이 들어가, 한편으로 몸을 다스리고 추스르며 또 한편으로는 조용히 참구하여서, 헛되이 살다 헛되게 죽는 신세를 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대자大慈께서는 어떻게 충고를 해 주시겠습니까. 아낌없는 채찍질을 해 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다 갖추어 쓰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 [1]기 장형께 보내는 편지(與猉丈兄)깊은 산속과 바다 끝 후미진 땅으로 서로 떨어져 살다 보니 주고받는 소식도 따라서 자연히 드물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리며 보고 싶던 생각이 가을 들어 더욱 간절하던 차에, 너무나 뜻밖에도 바닷가에 사는 친구가 편지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편지를 읽고서 새로 옮겨 가 사시는 곳에서 도를 닦으며 지내시는 생활이 편안하고 좋으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쁘고 위로되는 마음을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예전에 형께서 보다굴普多窟에 계실 때에는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고 형께서 이끌어 교화하심에도 막힘이 없어서 꼭 영남 하늘을 끌어당겨 날아오르려는 것 같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슬픕니다. 우리 선사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이제 누구 한 사람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 방도를 세워야 할 사람, 오직 형과 이 아우 두 사람뿐인지라, 그 텅 빈 듯 쓸쓸한 마음 가히 알 만합니다. 그리고 서로 깊이 이해하는 것 또한 우리 두 사람뿐인지라,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아마도 형이나 저나 피차일반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서로 몸과 걸음이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 가지에서 난 형제의 정을 나누지 못하고 있으니,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어찌 사는 고을이 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가만히 사람들 마음과 세상의 도리를 살펴보노라면, 세월이 바뀌어 가면 갈수록 본래 갖추고 있는 덕성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면 실로 타인의 모범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더구나 저처럼 손이 굼뜨고 느려서 무슨 일에나 마냥 서툴기만 한 이런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또 사람을 가깝게 접하는 스승 자리에 있는 사람을 볼 것 같으면,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대중의 근기에 맞게 여러 가지 선교방편을 쓸 줄 알고, 또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정성스럽게 돌보아 주는 친절한 태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아우는 하늘에서 받은 본래의 성품이 임시방편이나 좋은 기교 따위라곤 없으며 또 사람에게도 덕으로 대하지를 못하니, 어느 누군들 기꺼이 저를 따라다니려고 하겠습니까. 더구나 배우러 오는 자들 중에도 함께 말을 나눌 만한 사람이 드물어서, 어쩌다 혹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여도 그저 스스로 그럴듯하게 겉치레만 할 줄 알지 도무지 불도의 무리에 젖어 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설사 도심道心에 깊이 젖어 든 사람일지라도 대개 다 거기서 거기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대하는 데에 전혀 흥이 나지 않고, 흥이 나지 않으므로 -
010_0278_a_01L文字而已。其於心地法門。毫無入頭處。
010_0278_a_02L未知究竟。將何如也。以此擺脫。深入
010_0278_a_03L靜處。一以調身。一以靜究。庶免虛生
010_0278_a_04L浪死之歸。未知大慈。何以䂓箴也。深
010_0278_a_05L望不恡下錍也。不備。
010_0278_a_06L
010_0278_a_07L與猉丈兄
010_0278_a_08L山深海僻。音聞隨踈。悠悠瞻想。逢秋
010_0278_a_09L益切。料外海友。奉牘來訪。披審新居。
010_0278_a_10L道味佳安。喜慰不可言。曾聞兄住普多
010_0278_a_11L窟。學者多會。攝化無障。引領南天。如
010_0278_a_12L欲飛耳。噫。先師長徃。無人接引。而自
010_0278_a_13L作活計者。惟兄與弟。則其寥寥可知。
010_0278_a_14L而相知之深。又惟吾兩人。則不欲相離
010_0278_a_15L之心想。彼此一般。而形迹星離。未遂
010_0278_a_16L連枝之會。靜言思之。豈不於邑。窃觀
010_0278_a_17L人心世道。日更月變。自非道德崇重者。
010_0278_a_18L宲難爲人模範。況我踈慵手生凡事耶。
010_0278_a_19L且觀接人之師家。於事有方便善巧。於
010_0278_a_20L人有慇懃眷戀之態。所以聚人多矣。如
010_0278_a_21L弟天賦。素無權巧。亦無德於人。其誰肯
010_0278_a_22L從我遊也。且學者可與語者鮮矣。脫或
010_0278_a_23L有之。自以華鱗。不肯淹於虀瓮之中。
010_0278_a_24L其入虀瓮來者。其類可知。所以提接無
-
010_0278_b_01L게을러지게 됩니다. 제가 게을리하니까 상대편에서도 또 딴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상대편에서 설사 다른 마음을 갖는다 하더라도 저도 또한 별 유감이 없습니다.저는 늘 남의 문에 붙어사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만, 그나마 따를 만한 사람이라고는 스승으로는 설파 노스님이 계시고 벗으로는 우리 사형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은사 스님 병든 노인네를 버려두고 멀리 떠날 수가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그저 깊은 산 허물어진 암자에 살며 몸가짐을 삼가고 정결하게 하는 것만이 그나마 문정門庭에 누를 끼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니, 그렇게 하여 선사의 은혜에 만에 하나라도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불가의 도를 전수하는 데 이르러서는 이미 설파 스님의 큰 교화가 있으셨고, 그 외에도 각각 능력 되는 대로 교화를 펼친 사람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형께서도 또 재주가 고상하고 바탕이 신실하니, 반드시 도처에 그 이름이 쟁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같이 덕이 박한 사람이야 이름을 날리지 못한다 한들 무어 한스러울 것이 있겠습니까.슬픕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나 자신을 따르게 하고자 하나 그럴 만한 덕이 없고, 그렇다고 제가 남을 따르자니 은사 스님에게 얽매이게 됩니다. 지금 이 아우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으니, 저희 노스님이 100세가 넘은 후에나 제 마음 내키는 대로 살 수 있겠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 사형이 아니 계신다면 이 구구한 생각을 누구에게 말하겠습니까.붓이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다 보니 그만 말이 길어지는 것도 몰랐습니다. 우리 사형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완월에게 보내는 답장(答玩月)통도사通度寺에서 이별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사는 땅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소식 한 자 서로 전하지 못했으나 언제나 보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뜻밖에도 스님의 편지가 이 바닷가 산속으로 날아오니, 아직 펴 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 미간이 훤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편지를 보고 소임을 맡아 남쪽으로 오셔서 객지에서의 근황이 좋으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얼마나 위로가 되고 기쁜지 모릅니다. 함월涵月 노화상께서는 지금 어느 산에 계시는지, 또 건강은 좋으신지, 그리운 마음 자못 간절합니다.이 아우는 참으로 외람되게도 불가에 몸을 담고 염불을 하고 있으니, 마치 메뚜기가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69)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또 두렵습니다.선사의 비석을 세우는 일은 우리 문중에서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커다란 불사입니다. 그러나 같은 문중의 여러 사형과 사제들이 동쪽 서쪽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
010_0278_b_01L興。無興則倦。倦則彼亦携貳。彼雖携貳。
010_0278_b_02L我亦無憾。玆以每欲擺脫傍人門戶。而
010_0278_b_03L可以從遊者。於師有雪老。於友有吾兄。
010_0278_b_04L而恩老病老。不可廢遠奈何。但當塊處
010_0278_b_05L窮山。謹潔持身。毋使帶累門庭。則庶
010_0278_b_06L報先師萬一之恩也。至於斯道之傳授。
010_0278_b_07L已有雪老之王化。其餘隨方開化者。亦
010_0278_b_08L若干。而兄又才高質宲。想必到處不寂
010_0278_b_09L寞也。如弟薄德。雖不能助揚。何恨。噫。
010_0278_b_10L欲人從己則無德以致。欲己從人則拘
010_0278_b_11L於恩老。弟之進退。宲爲惟谷。然則待
010_0278_b_12L我老百歲後。從吾心所好也。世無吾兄。
010_0278_b_13L區區此懷。向誰道耶。所以信筆覼縷。
010_0278_b_14L不覺其言之長。惟兄諒之。
010_0278_b_15L
010_0278_b_16L答玩月
010_0278_b_17L通度一別。已逾廿年。而地分南北。消
010_0278_b_18L息契濶。尋常瞻注。如箭注弩。料外華
010_0278_b_19L翰。飛落海山。未及開緘。黃浮眉間。仍
010_0278_b_20L審帶任南來。客況淸佳。慰喜何等。涵
010_0278_b_21L月老和尙。今在何山。氣體萬安否。伏
010_0278_b_22L慕殊切。弟濫吹空門。蝗蠧桂玉。可愧
010_0278_b_23L可怖。先師樹碑之事。門庭未了之一大
010_0278_b_24L事。而諸同門。散在東西。未得一場會
-
010_0278_c_01L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다행히 여러 동문 원로들이 원院의 제사에 참여하는 모임이 있어서 이 일을 의논하게 되었으니, 말하자면 적당한 때가 도래한 모양입니다. 다만 이 산에다 선사의 비석을 세우라는 말씀은 아무래도 선사의 고상한 뜻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 아닐까 염려됩니다. 이 절은 금년 봄에 화재를 만나 요사채 두 채가 다 타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복구를 하느라 1년을 꼬박 고생을 했는데, 또 이 비석 세우는 일을 한다고 하면 대중들이 반드시 눈살을 찌푸릴 것입니다. 이것이 첫째 어려움입니다. 또 이곳은 올해 농사가 잘못되어 모든 물가가 다 비쌉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소소한 재물로 값비싼 물건을 바꾸어 사 오려면 반드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니, 이것이 두 번째 어려움입니다. 또 이곳에는 비석으로 쓸 만한 곧고 견고한 돌이 없습니다. 전에 이 절의 사적비를 바닷가에서 주워 온 돌로 깎아 세웠더니 오래지 않아 다 벗겨지고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막중한 선사의 행업行業을 비석으로 세워 기리려는데 쉽게 부서지는 약한 돌로 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어려움입니다. 듣자 하니 금강산 백화암白華庵 옆에는 역대 조사들의 비탑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산은 나라 안에서도 유명한 산이며 팔도에서 찾아오는 관광지입니다. 산의 이름부터 벌써 금강金剛인 것을 보면 분명 비석 돌이 많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곳은 금년 농사도 풍년이 들었으니, 이 세 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다시 의논하여 그 장소를 금강산으로 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만약 혹 반드시 이 산에 세워야 하고 절대 다른 산에 세워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잠시 보류했다가 풍년을 기다려 그때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경성의 한강 변에서 다듬어 놓은 돌을 많이 거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돌을 사서 배에 싣고 돌아와 비석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스님의 고견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더 잘 생각하셔서 돌아오는 편에 일러 주십시오.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자리에 모여 의논을 하지 못하니, 한탄스럽고 한탄스럽습니다. 다 쓰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또(又)인편이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보내 주신 편지를 받고서 쌀쌀한 가을에 강경하시는 스님의 건강이 좋으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으니, 우러르는 마음에 지극히 위안이 됩니다.저는 예전과 다름없이 그럭저럭 지내고 있을 뿐입니다.지난번 편지에 드린 말씀은 모두가 다 -
010_0278_c_01L議。致此遷就之久。今幸諸門老。因院
010_0278_c_02L中叅祀之會。論及此事。云似時緣到來
010_0278_c_03L也。但設此山之示。恐未副高義也。此
010_0278_c_04L寺春逢火灾。兩寮成灰。趂時修復。一
010_0278_c_05L年喫苦。又設此役。則衆必攅眉。此一
010_0278_c_06L難也。此處年事不有。凡百價貴。以收
010_0278_c_07L合零星之財。貿用價貴之物。必多苟艱。
010_0278_c_08L此二難也。又此處無貞堅之石。前者此
010_0278_c_09L寺事蹟。刻之海石。非久剝落。則莫重
010_0278_c_10L先師之行業。不可登之易壞之石。此三
010_0278_c_11L難也。伏聞金剛山白華庵。畔有列祖碑
010_0278_c_12L塔。而彼乃國中名山。八道觀光之處。
010_0278_c_13L彼山旣云金剛。則必多貞珉。年事又豊。
010_0278_c_14L可免此三難也。望須更議彼山如何。如
010_0278_c_15L或必於此而不於他。則姑留之。以待年
010_0278_c_16L豊而聞京城漢江邊。多有鍊置之石。以
010_0278_c_17L通買賣云。買其石。載船而來。以立爲良
010_0278_c_18L計也。未知高意如何。更加覃思。以示
010_0278_c_19L回便。相去云遠。未能合席面議。可歎
010_0278_c_20L可歎。不宣。
010_0278_c_21L
010_0278_c_22L又
010_0278_c_23L便回。再承下書。以審秋凉。講候萬相。
010_0278_c_24L仰慰之至。弟姑依昨樣耳。前書所告。並
-
010_0279_a_01L실제 그러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온 편지를 보니, 스님께서는 아마도 그대로 믿지 못하시는 듯하여 아쉬울 뿐입니다.이 절에 비석을 세우기로 이미 확실하게 결정을 하였다면 일은 마땅히 내년 봄에 시작해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문중에서 돈을 모으기가 매우 바쁠 것입니다. 호중湖中 지방은 여기에서 독촉해서 걷고 북쪽과 영남 지역은 원院에서 재촉해서 걷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석에 쓸 돌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산 40리쯤 들어간 곳에 돌을 캘 만한 곳이 있습니다. 색깔은 비록 썩 좋지는 않지만 돌이 견고해서 칼로 새겨 비석을 만들 만하다고 하니, 돌에 대한 염려는 그나마 덜게 된 셈입니다. 다만 서울의 석공을 불러다 일을 시키는 것은 매우 불편할 것 같습니다. 이 절에도 솜씨 좋은 석수장이가 많은데, 가까운 곳에 있는 석공을 두고 멀리서 석공을 불러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서울 석공이 왔을 때 이곳에도 석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쩌면 나중에 서로 반목이 생기는 폐단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 저희 절에서는 그 점을 매우 염려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서울의 석공은 그냥 물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봄에는 꼭 일찌감치 이곳에 왕림하시어 친히 비석 세우는 일을 주관하여 주십시오. 이곳의 저희들은 당연히 스님의 지휘를 받겠습니다.다 쓰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설파 화상께 올리는 편지(上雪坡和尙)엎드려 안부를 여쭙사오니, 혹독한 추위에 지내시는 생활은 두루 편안하십니까. 북쪽에 살고 있는 우리 문중의 스님들이 돌아가신 환성喚惺 스님의 비석을 이 절에 세우고, 또 그 비석의 뒷면을 빌려서 호암虎巖 선사의 비를 새기겠다고 합니다. 두 분 선사의 고명하심은 이미 총림에서 입에서 입으로 알려져 와서 굳이 따로 비석을 새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이 일을 하자고 나선 이들이 있기에 스님의 아들 손자뻘 되는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따르려고 합니다. 다만 환성 선사의 비석 뒷면에 호암 선사의 비석을 새긴다는 것은 너무나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 듯합니다. 우리 문중의 사형 사제들이 근래에 비록 힘이 떨어져 힘들기는 하지만,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하여 주선해서 두 분 스님의 비석을 각각 따로 세우기 위해 바야흐로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평소 비석 세우는 일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시므로, 이 일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문중에서 자꾸 설득을 해서만이 아니라, 그저 자식 된 도리로만 보아도 참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바라건대 시원하게 마음을 돌리어서 이 일에 함께 손을 거들어 기필코 성취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십시오.비용을 모으는 일 또한 깊이 생각하여서 각자의 형편에 따라 내도록 할 것이니, -
010_0279_a_01L是實際。而今觀來書。似有不信之意
010_0279_a_02L可歎。旣牢定此寺。則始事當在明春。
010_0279_a_03L而門庭收錢忙矣。湖中則自此處督之。
010_0279_a_04L北方與嶺南。自院以促可也。石則此山
010_0279_a_05L四十里許。有可採處。而色雖不美。堅
010_0279_a_06L固可受刀云。姑可除念。而但京工之使。
010_0279_a_07L甚爲不便。此寺亦多良手。不可棄近取
010_0279_a_08L遠。且京工來到。知有匠工。則恐有日
010_0279_a_09L後相侵之弊。此寺甚慮之。伏望却之如
010_0279_a_10L何。正春早爲枉駕。親自主管。此處之
010_0279_a_11L人。當受指揮而已。不宣。
010_0279_a_12L
010_0279_a_13L上雪坡和尙
010_0279_a_14L伏惟寒酷。起居神相萬安。北方同門。
010_0279_a_15L欲樹喚惺先翁碑於此寺。而借其後面。
010_0279_a_16L以爲虎岩先師之碑云云。兩先師高名。
010_0279_a_17L已在叢林口中。不必鐫於他山。而旣有
010_0279_a_18L倡事者。其在兒孫。樂從可矣。但先師
010_0279_a_19L後面之借。甚爲踈禮。吾兄弟近雖零落。
010_0279_a_20L當盡力周旋。以營各碑。方盡誠也。伏聞
010_0279_a_21L每以立碑之事。爲不緊。而欲不從。非
010_0279_a_22L但有說於門庭。亦兒孫之道如何也。伏
010_0279_a_23L望飜然改思。同出隻手。以期成就爲念
010_0279_a_24L焉。收錢之事。亦當深思。各從其勢。而
-
010_0279_b_01L이 일에 필요한 각자의 몫을 정하여 자신의 성의를 다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이렇게 하여서 일이 성사되지 않을 것 같으면, 부득이 친지들 사이에라도 부탁하여 얻어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시주를 권하는 모연문 두루마리를 들고 여러 절과 시주할 사람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모금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돌아가신 두 분 선사들께 적지 않은 누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이런 뜻을 동문들에게 단단히 부탁하여 주실 것을 바랄 뿐입니다.다 갖추지 못하고 이만 줄입니다.홍 판서께 올리는 편지(上洪判書)산인 아무개 등은 삼가 대감 합하閤下70)께 두 번 절하며 인사 올립니다. 저희들은 호암虎岩 대사 아무개의 법자法子이며, 환성喚惺 대사 아무개의 법손입니다.선옹先翁(喚惺)과 선사先師(虎岩)께서는 비록 유가 밖에서 이름을 낸 사람이긴 합니다만, 우리 불가의 도에 있어서는 옛 조사들의 법을 이어서 미래의 학인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신 공이 참으로 큰 분들입니다. 그러므로 불가의 사람들은 두 분을 우리 법문의 존귀한 분이라 일컫고 있습니다. 그러니 입적하신 후에는 전례에 따라 탑을 세우고 행업을 새겨서, 두 분의 자취를 드러내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희 산인들은 운수행각으로 생을 이어 가는 처지라 살림살이가 빈궁하기만 합니다. 탑만은 근근이 어떻게 세울 수 있겠으나 비석에 글을 새기는 일은 아직 손댈 겨를이 없었으니, 참으로 법도에 어긋난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에 궤홍軌弘 산인이 다행히도 합하와 잘 알고 지내게 되어, 외람되게도 탑에 새길 명문을 합하閤下의 빛나는 글씨로 받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소승들이 마땅히 천 리 길이라도 달려가 머리 조아려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산인들이 다 함께 멀리 서울까지 올라가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이렇게 삼가 저희 문중의 승려 한 사람을 뽑아서 보내어 저희들의 고마운 심정을 전합니다.송구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삼가 다 갖추지 못하오니,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심 방백71)께 올리는 편지(上沈方伯)산인 아무개는 두 번 절하고 말씀 올립니다.한낱 아둔한 중인 소승은 멀리 떨어진 궁벽한 산속에서 사슴과 벗하며 사는 것이 분수에 맞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난날 합하께서 산사를 방문하시어 특별히 불러 주신 덕택에, 외람되게도 미천한 제가 대군자大君子의 풍류를 뵈올 수 있었고 -
010_0279_b_01L分定此事。當盡已之。有不能成事。則
010_0279_b_02L不得已求乞於親知之間爲可。若持勸
010_0279_b_03L軸募得於各寺與檀家。則帶累先宗不
010_0279_b_04L少。此意叮囑諸同門爲望耳。不備。
010_0279_b_05L
010_0279_b_06L上洪判書
010_0279_b_07L山人某等。謹再拜大監閤下。伏以某等。
010_0279_b_08L虎岩大師某之法子。喚惺大師某之
010_0279_b_09L孫也。先翁先師。雖名敎外人。其於自家
010_0279_b_10L之道。繼徃祖開來學。大有功焉。故釋
010_0279_b_11L家者類。稱以法門蓍蔡。則入寂之後。
010_0279_b_12L例當塔而銘之。此旌其跡。而山人等。
010_0279_b_13L以雲水生涯。計活淸寒。僅能立塔。而
010_0279_b_14L銘則尙未之遑。甚爲闕典。今者軌弘山
010_0279_b_15L人。幸得知愛於閤下。猥以塔上之銘。
010_0279_b_16L籍重於大監彩毫。小僧等。即當千里奔
010_0279_b_17L走。稽首頌謝。而多數山人。遠涉京輦。
010_0279_b_18L極爲艱難。謹差同門一介僧。走達輿情。
010_0279_b_19L無任悚仄之至。謹不備。伏惟。
010_0279_b_20L
010_0279_b_21L上沈方伯
010_0279_b_22L山人某再拜言。伏以小釋。一箇魯鈍。
010_0279_b_23L分守窮山。與麋鹿同伍。曩者閤下。過
010_0279_b_24L山時。特賜召見。猥以微賤。獲覩大君
-
010_0279_c_01L고상한 말씀을 직접 듣고 말씀을 나누기까지 하였으니, 뛰어오를 듯 기쁜 마음 그지없었습니다. 민간을 돌며 민생을 살피는 여정을 마치고 감영으로 돌아가셔서는 건강이 좋으신지, 우러러 그리는 마음 간절합니다.소승은 납자들과 날마다 불경을 강론하면서 다른 어려운 일은 없으니, 이 또한 조물주께서 어여삐 보아 주신 덕택일 뿐입니다. 지난번에 한번 감영으로 찾아오라고 하신 하교는 마음 깊이 새겨 감히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인이 감영에 왕래하는 일은 본래 본분에 맞는 일이 아닌 데다가 또 그 외에 어려운 일이 많기도 하여서, 늘 지팡이만 만들어 놓고 갈까 말까 주저하게 된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옛날 송나라 때 정황우政黃牛 72)라고 하는 사람은, 관가에서 부르는 일이 있으면 시를 써서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지금 소승이야 물론 옛사람의 행업에 크게 못 미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제 스스로 처신하는 자잘한 도리는 역시 고인의 행업을 엿보고 우러러 흠모하여 따르려 합니다. 이에 감히 정황우의 시운을 차운하여 절구 한 수를 지어 올리며, 가서 뵙고 싶으나 감히 가지 못하는 이 마음을 피력하려 합니다. 또 따로 사운四韻의 시를 지어서 우러러 흠모하는 정성을 적었습니다.엎드려 바라건대 이 거친 사람을 감싸 주시어 멀리 내치지 마시고, 하명을 어긴 죄를 용서하여 주시면 너무나 다행이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소승이 스스로 절개가 높다고 교만해서가 아니며, 다만 승려의 도리가 이러하기 때문일 뿐입니다.황송한 마음에 다 갖추어 쓰지 못합니다.영남의 남악 장로께 보내는 편지(與嶺南南岳長老)비록 법맥은 같으나 태어난 인연이 각각 달라서, 20년 전부터 소문만 서로 들어오면서 아직 한번 만나보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마음이 자꾸 쏠리는 것이 저 동해 바다만큼이나 깊고도 넓을 듯합니다. 지난해에 보내 주신 두 번의 편지는 모두 중간에 잃어버리는 일 없이 잘 받아 보았습니다. 덕분에 천 리 밖 멀리 계시는 어르신의 면목을 글로나마 엿볼 수 있었으니, 세상 어떤 일이 이렇게 기쁠 수 있었겠습니까마는, 인편이 없어서 아직껏 답장 한 번도 하지 못했으니 아무리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이번에 또 어르신의 문인이 찾아온 길에 어르신께서 강론을 하시며 보내시는 생활이 두루 평안하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또 위로가 됩니다. 이 보잘것없는 수좌는 강론할 때마다 그저 빨리 시간이 끝나 종이 울리기나 바라니, 이 나쁜 습관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지난해에 원院에서 있었던 일은 제가 본래부터 그런 일에는 뜻을 두지 않았었기 때문에 -
010_0279_c_01L子風流。親炙高談緖餘。不勝歡喜踴躍
010_0279_c_02L之至。伏惟巡旆還營。氣體候神衛萬安。
010_0279_c_03L伏切瞻仰。小釋與衲子輩。日講葉書。
010_0279_c_04L無諸沮嬈。亦造物見憐耳。向者一來。營
010_0279_c_05L門之下敎。不敢忘懷。但山人之營府徃
010_0279_c_06L來。自非本色。亦多難事。每理藜而趑
010_0279_c_07L趄者數矣。昔宋政黃牛爲號者。亦有官
010_0279_c_08L家之召。以詩遞其行。今小釋與古人行
010_0279_c_09L業。大相不同。而區區自處之道。亦欲
010_0279_c_10L覬而慕之。玆敢依其韵。構成一絶。仰
010_0279_c_11L申欲進不敢之下情。又別呈四韵。以
010_0279_c_12L述慕仰之忱。伏望包荒。不遐遺下。恕方
010_0279_c_13L命之罪幸甚。小釋非矯節自高。只在爲
010_0279_c_14L僧之道如是也。惶悚不備。
010_0279_c_15L
010_0279_c_16L與嶺南南岳長老
010_0279_c_17L法脉雖同。生緣各異。相聞於二十年前。
010_0279_c_18L而尙未接。私心嚮徃。可以東海量也。
010_0279_c_19L去年兩牘。俱免石頭之浮湛。 [79] 得替千里
010_0279_c_20L外面目。何喜如之。而魚鳥無階。一未
010_0279_c_21L裁謝。浩歎何及。即此門人又到。憑審
010_0279_c_22L大講候。連享萬嘏。喜慰不可言。拙白
010_0279_c_23L首坐。講應招鍾嗚漏盡之譏。而習氣所
010_0279_c_24L使奈何。年前院事。本無意於彼等事故。
-
010_0280_a_01L그저 한바탕 웃음에 부쳐 버리고 상대하여 따지지는 않았습니다.청암의 시운에는 시키시는 대로 화답을 하여 보냅니다만, 잘 쓰지 않는 생소한 운(强韻)인 데다 또 시 짓는 솜씨 또한 사람 따라 함께 늙어 가는지 영 잘 지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저 심심할 때 한바탕 웃음거리 생각하시고, 그냥 한바탕 웃은 뒤 불에 태워 버리시기 바랍니다.금강산에 갈 일이 머지않아 곧 있을 것이니 한번 방문하여 그리운 회포를 풀고 싶지만, 뒷일을 어찌 꼭 기약할 수 있겠습니까.이곳 영곡靈谷 사형께서 2월 8일에 입적하셨으니, 얼마나 슬픈지 모르겠습니다.그곳으로 가는 인편이 있어 몇 자 적어 보냅니다. 나머지 말들이야 편지로 다할 수 없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박 석사께 보내는 답장(答朴碩士)가을바람이 쓸쓸한 시절에 홀연 편지를 받으니, 산골짜기 숲속에 광채가 다 나는 듯 못내 그리던 마음이 크게 위로되었으며, 편지를 읽고서 지내시는 생활과 건강이 별 탈 없이 좋으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보내 주신 아름다운 시편을 읽어 보니, 너무나 찬란하여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붓 끝에 눈이 달려서 어디 하나 손을 댈 곳이 없는 경지라고 할 것입니다. 본래 타고난 천품이 고상하고 밝아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좋은 시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감탄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러나 산인은 가죽나무처럼 버려진 쓸모가 없는 물건인 데다 또 이렇게 쇠약하기까지 하니, 어찌 비교할 만한 상대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보내온 편지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너무 칭찬을 하셨으니, 이게 바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따름입니다. 주옥같은 시를 받아 놓고 화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 나물만 먹고 사는 산인의 좁은 생각을 끌어모아 보잘것없는 글을 겨우 지어서 보내니, 책상을 덮는 먼지 가리개로나 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냥 한바탕 웃으시며 보시고는 지워 버리시길 바랍니다. 옛날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였을 때에도 서로 마음이 소홀해진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지금은 서로 살고 있는 곳이 멀지도 않으니 순박한 풍도에 어찌 끊김이 있겠습니까.그저 몸조심하시어 제가 진심으로 비는 이 마음에 부응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이만 줄입니다.탄 장로께 부치는 편지(寄綻長老)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도 저 맑은 바람이야 끊김이 있겠으며, 산골짜기는 오래 막혀 있어도 이 도는 -
010_0280_a_01L付之一呵。而不與相較也。靑岩韵依示
010_0280_a_02L和送。而韵頗强。且詩與人老。未能善
010_0280_a_03L搆。聊爲閑中一粲具也。幸一笑後。付與
010_0280_a_04L丁童。金剛之行。當在非久。來徃間。欲
010_0280_a_05L一委訪。以解如渴之懷。而後事亦安
010_0280_a_06L可必乎。此處靈谷師兄。於二月初八入
010_0280_a_07L寂。痛悼何及。因便付及也。餘非幅紙
010_0280_a_08L可旣。只此即惟。
010_0280_a_09L
010_0280_a_10L答朴碩士
010_0280_a_11L秋風蕭索。忽沐手澤。林壑生光。大慰懸
010_0280_a_12L想。仍審體履淸休。及覽佳什。燦燦眩
010_0280_a_13L目。可謂筆端具眼。斤斧無痕。自非天
010_0280_a_14L禀高明。得之自然。曷以臻此。欽服罔
010_0280_a_15L涯。山人樗散之物。又此衰朽。豈足齒錄。
010_0280_a_16L而來書過情稱譽。無乃私其所好。肱不
010_0280_a_17L外屈耶。還切愧赧。旣蒙珍墨。不可無
010_0280_a_18L謝。謹搜蔬膓。搆成荒詞。仰塵淸案。幸
010_0280_a_19L一粲而爻周如何。古者不以形踈致淡。
010_0280_a_20L况川陸非遙。眞風何間。惟冀珍頥。式
010_0280_a_21L副眞禱。不宣。
010_0280_a_22L
010_0280_a_23L寄綻長老
010_0280_a_24L歲月奔流。淸風何間。溪山脩阻。斯道
-
010_0280_b_01L언제까지나 통하는 법이니, 혼자 떨어져 산다고 개의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금년 농사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날씨까지 농사일에 도움을 주지 않으니, 우리들의 수행 공덕으로야 어찌 저 하늘 하시는 일에 대적하겠습니까. 그저 하늘의 명을 따를 뿐이니, 아무리 깊이 염려해 보아야 소용이 없습니다. 옛사람이 오석령烏石嶺 꼭대기에서 만났던 일이나 망주정望州亭 위에서 만났던 그런 일73)들은, 이 모두가 다 형기形器 이외의 것을 서로 기약하였던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비록 고인의 행行을 그대로 따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고인의 지知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장로께서도 종종 찾아와 보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지 마십시오.마음에 있는 것을 글로 다 쓰지 못하니, 속으로 그냥 알아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편지의 격식을 다 갖추지 못했습니다.보경 총섭74)께 보내는 편지(與寶鏡捴攝)남북으로 서로 헤어진 뒤로 그림자도 접하지 못하던 차에,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오니 보고 싶은 나머지 너무나 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봉智峯 형께서 입적하셨을 때에 먼 곳이지만 상喪을 치르러 오시리라 생각했었는데, 끝내 소식이 없었습니다. 나랏일에 매여서 오지 못하셨을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중간에 편지는 뜸했으나 오고가는 소식이 끊이지 않아서, 늘 번을 서는(儤)【음은 ‘포’이니, 계속 숙직을 서는 것이다.】 중한 직책을 맡으면서 조금도 막히는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스스로 수양을 쌓아 복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기쁨과 위로됨이 진실로 깊습니다.저는 예순이 넘은 이후로는 대중 생활을 그만두고 조용한 곳을 찾아 혼자 생활하고 있는지라, 이제 늙고 쇠약해진 모습과 궁핍한 모양새가 일상의 일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금년에는 만의萬義의 스승 두 분까지 잃었으니, 법운이 다한 비통함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먼 곳에서 특별히 위문하여 주시니 더구나 슬픈 심정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듣자 하니 조정에서는 스님께 종신 녹봉을 따로 내려 주었다 하니, 망극한 성은을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그런데 옛 조사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받은 은혜가 큰 자리에서 마땅히 먼저 물러나야 하며, 얻은 뜻이 많을 때가 바로 그만둘 좋은 시기이다.”이 말씀은 바뀌지 않는 말입니다. 가사75)를 걸친 스님의 몸으로 직접 임금의 얼굴까지 뵈었으니, 이렇게 교지를 받고 관직에 임명된 일은 고려 때에는 혹 있었을지 모르나,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통 들은 적도 없는 일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어떤 선업의 인연으로 이리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큰 공을 이루고 이름을 드날림이 지극한 정도에 이르렀으니, 족함을 알고 -
010_0280_b_01L常通。不必以離索介懷也。但年事稍儉。
010_0280_b_02L時氣乖和。吾儕功行。豈能敵彼。亦順
010_0280_b_03L命而已。不用深慮。古人烏石嶺頭相見
010_0280_b_04L了也。望州亭上相見了也。斯皆相期形
010_0280_b_05L器之外。今人雖不行古人之行。亦能知
010_0280_b_06L古人之知。長老亦不以種種不來見爲
010_0280_b_07L念也。不盡所懷。嘿照是望耳。不具。
010_0280_b_08L
010_0280_b_09L與寶鏡捴攝
010_0280_b_10L一分南北。形影莫接。而榮聞休暢。馳
010_0280_b_11L想之餘。賛歎何極。智峯兄之入寂。意
010_0280_b_12L謂奔喪而竟絶笻音。盖拘於國事奈何。
010_0280_b_13L中間音信雖阻。而徃來絡繹。每聞儤
010_0280_b_14L音布。連
直也。直重地。小無魔妖。自非疇離有
010_0280_b_15L祉然乎。喜慰良深。拙六秩以後。散
010_0280_b_16L衆靜處。其衰老之形。赤窮之狀。乃是
010_0280_b_17L常事。而今年萬義二喪。法運垂盡。悲
010_0280_b_18L痛何堪。遠地特賜唁問。尤不任傷感也。
010_0280_b_19L聞朝家另下終身之俸。聖恩罔極。何以
010_0280_b_20L報答。古師有云。受恩深處宜先退。得
010_0280_b_21L意濃時便好休。不可改也。畦衣之下。
010_0280_b_22L親奉天顔。帶得敎旨之任。勝國或有。
010_0280_b_23L而入我朝。寂無所聞。不知吾丈以何善
010_0280_b_24L緣而然耶。功成名立。至矣盡矣。知足
-
010_0280_c_01L그칠 줄을 알아야 합니다.76) 지금 가장 시급한 바람은 여러 차례 사직소77)를 올리고 물러나, 모든 것을 버리고 남쪽으로 돌아오는 일이니, 이것이 삼십육계 가운데 제일가는 방책입니다. 치밀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길 바랍니다.마음에 꽉 찬 생각을 종이가 좁아서 다 쓰지 못합니다. 그렇게 알고 보아주십시오.한 능주 필수78)께 올리는 장문 편지(上韓綾州 【必壽】長書)병술년(1766, 영조 42) 10월에 천태산인天台山人 유일은 삼가 두 번 절하고, 명부明府79) 합하께 편지를 올립니다.산인이 어제 동각東閣에서 합하를 뵈었을 때에, 합하께서는 불서의 내용 가운데 인과응보의 설에 대하여 의심하면서, 사람이 죽은 뒤에 단멸斷滅하는가 단멸하지 않는가, 서방 극락세계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얘기들을 모두 거짓(子虛)80)이라 여기고 믿지 않으셨습니다. 산인이 몽매한 사람이라 그 자리에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또 낱낱이 변론해서 말하려고 하여도 존엄한 어른께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아무 말없이 그냥 자리를 물러났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와 선방 창문 아래 누워 있자니, 산 위로 달은 훤하게 비추었습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일어나 방석에 앉아 있자니, 문득 어제 합하께서 불법을 깎아내리신 일이 생각났습니다. 마음이 영 편안하지 않아 엎치락뒤치락 생각을 하다가, 간략하게나마 이렇게 말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살펴보아 주십시오.무릇 불법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마치 허공이 쭉 펼쳐져 있는 것과도 같아서, 크기로 말하면 더 이상의 밖이 없을 만큼 크고, 작기로는 더 이상의 안이 없을 만큼 작습니다. 그러나 허공을 보기 싫어하는 자가 집을 만들어서 문을 닫아걸고 허공과 단절하고서는, 자신이 문지방을 넘어 방에 들어갔다는 것과 자신의 이목구비 하나하나에 다 허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이와 같이 한다고 끝내 허공과 단절할 수 있겠습니까. 사대부들이 총명한 재능과 지혜로 배워서 도를 알게 되는 것이 다 불법의 힘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반야의 신령한 깨달음이 천지를 진동하며 홀로 존재하기에, 예로부터 지금까지 도에 어둡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무릇 이 세상에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모든 물질은 원만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크고 작고 짧고 긴 것 등 모두가 다 달라 고르지 않은 이것들이 다 부처님의 도에 힘입어 세상에 심어져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도를 버리고서는 따로 법이 없는 것입니다. -
010_0280_c_01L知止。自今急務。願頻上乞骸之狀。擺
010_0280_c_02L脫南歸。當爲三十六策之第一。思之密
010_0280_c_03L矣。密矣思之。意滿楮狹。不盡所懷。統
010_0280_c_04L惟諒照。
010_0280_c_05L
010_0280_c_06L上韓綾州必壽長書
010_0280_c_07L丙戌十月日天台山人有一。謹再拜。上
010_0280_c_08L書于明府閤下。伏以山人昨拜東閣時。
010_0280_c_09L閤下有疑於佛書中因果報應之說。死
010_0280_c_10L後斷滅不斷滅。西方極樂世界之有無。
010_0280_c_11L以爲子虛而不信。山人蒙昧。未能酧對。
010_0280_c_12L且欲論卞一二而盡言。尊前有失禮貌。
010_0280_c_13L含嘿自輸而退。歸臥禪窓。山月皎然。
010_0280_c_14L中夜起坐蒲團。忽思閤下昨日之貶剝。
010_0280_c_15L心不自安。轉側究索。畧有所陳。伏乞。
010_0280_c_16L少垂察焉。夫佛法之在世間。如虛空之
010_0280_c_17L周徧。其大無外。其小無內。然厭見虛
010_0280_c_18L空者。塡室塞戶以絶之。而不知越閫入
010_0280_c_19L奧。及自身之耳目口鼻。皆有虛空也。
010_0280_c_20L若是而其終絶之乎。窃謂士大夫。聦明
010_0280_c_21L才智。學而知道。皆由佛法之力。以般
010_0280_c_22L若靈覺。振天地而獨存。亘古今而不昧。
010_0280_c_23L凡天地生生之物。無不圓具。洪纎短長。
010_0280_c_24L有萬不齊者。皆資之而植立。舍是無別
-
010_0281_a_01L소자첨蘇子瞻81)이 말하였습니다.“구양영숙歐陽永叔82)과 사마군실司馬君實83)은 다 부처님의 법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비추어 낸 총명함과 성취해 낸 덕행은 진실로 부처님의 법이었다.”소자첨이 어찌 세상을 속였겠습니까. 다만 한나라 때에 불서가 나왔다고는 하나 일찍이 세상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까닭에, 마치 부처님의 도가 세상에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듯 반신반의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나라 방관房琯84)과 백낙천白樂天,85) 그리고 송나라의 소동파蘇東坡와 황정견黃庭堅86) 같은 사람에 이르러서는, 고명한 재주와 뛰어난 견문으로 부처님의 도를 독실히 믿고 높이 받들었습니다. 그리고 원나라와 명나라에 와서는 모든 사람이 부처님을 믿는 무리들을 칭송하고 집집마다 불교 경전을 소장하였으니, 부처님 도를 받들어 숭상하는 풍속이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성대했겠습니까. 염계와 낙양(濂洛)87)의 여러 명철한 학자들은 유학(洙泗學)88)을 주장하면서도, 또한 그 유학이 부처님의 도와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일찍부터 부처님의 말씀을 궁구하여 도를 터득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염계濂溪가 조각照覺 선사와 사귀면서 불도의 지극한 이치의 의논을 깊이 밝힌 것이며, 이천伊川89)이 영원靈源 선사에게 물어 오묘한 자성의 뜻을 깨달은 것이며, 고정考亭90)이 대혜大惠91) 선사를 사모하여 심법心法의 요체를 깨달은 것들이 바로 그러한 일입니다. 이런 사실들은 전기에 실려 있어 바로 징험해 보일 수 있는 일이니, 속임이 없습니다.또 고정은 말년에 집에서 불경을 외면서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閑居獨無事 홀로 한가하게 별일 없이 살면서
聊披釋氏書 그저 불교 경전이나 펼쳐 보니
暫息塵累牽 잠시나마 세속 번뇌의 얽매임을 쉬고
超然與道俱 초연히 도와 더불어 함께하겠네
門掩竹林密 문을 닫아걸면 대나무 숲만 빽빽하고
禽鳴山雨餘 산비 그친 틈을 타 새들이 우는데
了此無爲法 이 무위법無爲法을 깨달으니
身心政晏如 몸과 마음이 정말 편안하구나
이것으로 본다면, 그가 불법에서 깨달은 바가 얕은 것이 아니며, 그저 사사로이 마음이 기울었던 것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불교에 대해 이理에는 매우 가깝다고 하겠지만 진眞을 크게 어지럽히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은, 몸은 도학道學을 맹세한 사람이지만 인륜을 굳건히 세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가르칠 때에는 부득불 불가의 도를 억제하고, 유가의 도를 드러내려 하였던 것입니다.그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불가의 법이 비단과 옥돌 같다면, 유가의 도는 베와 좁쌀과 같구나.”아마도 비단과 옥은 비록 귀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쓰는 물건이 아니고, 베와 좁쌀은 비록 천하긴 하나 일상생활에 절실히 필요하기에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불법을 알지 못하고 또 일상에서 유가의 도를 떠나지 못했으나, 불법의 고귀함은 인정하였습니다. 어찌 우리나라 유학자들처럼 불교의 가르침을 -
010_0281_a_01L法也。子瞻曰。歐陽永叔司馬君實。皆
010_0281_a_02L不喜佛法。然其聰明之所照了。德行之
010_0281_a_03L所成就。眞佛法也。子瞻豈欺世者哉。但
010_0281_a_04L其書出於漢世。曾所不見故。若存若亡。
010_0281_a_05L疑信相半。至於唐之房琯白樂
天。宋之蘇
010_0281_a_06L黃。以高明之才。超詣之見。篤信崇奉。
010_0281_a_07L至元明之時。人人稱瞿曇之徒。家家藏
010_0281_a_08L貝葉之書。其承奉之道。一何盛哉。濂
010_0281_a_09L洛羣哲。主張洙泗之學。而亦知其大同。
010_0281_a_10L未甞不究其說。而有得焉。濂溪之交照
010_0281_a_11L覺。而深明至理之論。伊川之問靈源。
010_0281_a_12L而妙達自性之旨。考亭之慕大惠。而契
010_0281_a_13L悟心法之要載乎。傳記可徵不誣。又考
010_0281_a_14L亭末年。有齋居誦經。詩云。閑居獨無
010_0281_a_15L事。聊披釋氏書。暫息塵累牽。超然與
010_0281_a_16L道俱。門掩竹林密。禽鳴山雨餘。了此無
010_0281_a_17L爲法。身心政晏如。觀此則其所得於佛
010_0281_a_18L者不淺。非獨私心嚮徃而已。然云彌近
010_0281_a_19L理而大亂眞者。以身爲道學主盟。扶植
010_0281_a_20L人倫故。其誨人之際。不得不抑揚彼此
010_0281_a_21L也。又云佛法如錦玉。儒道如布粟。盖謂
010_0281_a_22L錦玉雖貴。而不可常用。布粟雖淺。而
010_0281_a_23L切於日用。雖不知佛法。亦不離日用。
010_0281_a_24L而亦許其高貴也。烏有東儒之以釋敎。
-
010_0281_b_01L한결같이 허무하다고만 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경지로 치부하였겠습니까. 우리나라 유학자들은 누구나 다 이렇게 말합니다.“불씨佛氏의 교리는 모두 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일이라 믿기 어렵다.”그러면 저는 이렇게 묻겠습니다.“그렇다면 요임금ㆍ순임금ㆍ우임금ㆍ탕임금의 일은 누가 보고 누가 들었기에 믿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요임금ㆍ순임금ㆍ우임금ㆍ탕임금의 일도 역시 심히 요원한 일입니다. 지역적인 거리도 몇 천 리가 더 넘지만 세월도 벌써 몇 천 년이 지났으니,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보거나 들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전 시대의 말과 지난 시대의 행적이 경서와 역사서에 실려 있기에 항상 배우고 또 익히는 것이며, 또 그 익힌 것을 실천하는 일을 집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듯 일상적으로 하기 때문에 믿어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석씨의 도로 말할 것 같으면 지역적인 거리가 십만 리나 되고 시대도 삼세三世를 지났는데도, 그 경전이 한나라 때에 나왔다고 이단이라 생각하며 즐겨 읽거나 연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사 어쩌다 불서를 읽어 섭렵한 사람이 있다 해도 그저 기이한 말이나 묘한 구절을 뽑아서 문장을 꾸미는 이야깃거리로 사용하였을 뿐, 불서 속에 숨어 있는 말씀과 오묘한 이치는 소홀히 하여 궁구하려 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터득하여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유가 사람들이 불도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이미 하나도 괴이할 게 없는 일입니다. 유가에서 불가를 불신하는 것은, 하북河北 사람은 강남江南에 2만 섬을 실을 수 있는 큰 배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으며 강남 사람은 하북에 천 명의 사람을 덮을 수 있는 큰 장막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유씨儒氏들로 하여금 자신을 비우고 마음을 닦아 불서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그 뜻을 연구하기를 마치 유서를 익힐 때처럼 하게 한다면, 그렇게 순수하고 밝은 자질을 가지고서 어찌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불도를 연구하지는 않고 오직 공격만 하면서 혹시라도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애석함을 어쩌겠습니까.저 인과의 설은 석전釋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논어』에서도 항상 말했던 것인데, 다만 말로 드러내서 인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입니다.『주역』에서는 말합니다.“선善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고, 불선不善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다.” 92)여기서 선善과 불선不善은 인因이며, 경사와 재앙은 과果입니다.『서전』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선한 행동을 하면, 상서로운 일이 있으리라.” 93)또 『서전』에서는 말합니다.“하늘의 도리는 선한 사람에게 복福을 내려 주고, 음탕한 사람에게는 화禍를 내린다.” 94)공자도 말하였습니다.“선을 행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으로 보답해 준다.”이와 같은 말들은 제자백가서와 역사책에도 실려 있으니,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어렵습니다. -
010_0281_b_01L爲一向虛無。而歸之何有之鄕哉。東儒
010_0281_b_02L皆曰。佛氏所說。皆不見不聞之事。難
010_0281_b_03L可信。余曰。堯舜禹湯之事。孰見而孰
010_0281_b_04L聞。乃能信也。夫堯舜禹湯之事。亦甚
010_0281_b_05L綿邈。地之相去。數千餘里。世之相後。
010_0281_b_06L數千餘年。固非見聞之可及。而前言徃
010_0281_b_07L行。布在經史。常所學而習之。習而行
010_0281_b_08L之。爲家常茶飯。故信之不疑。至於釋
010_0281_b_09L氏之道。地隔十萬。時歷三世。其書出
010_0281_b_10L於漢時故。以爲異端。而不爲讀誦玩索。
010_0281_b_11L雖或涉獵。而惟摘奇言妙句。以資鈆槧
010_0281_b_12L之用。其微言奧義。略不尋繹。安得而知
010_0281_b_13L之。旣不能知無恠。夫不信也。河北人不
010_0281_b_14L信江南有二萬斛船。江南人不信河北
010_0281_b_15L有千人氊帳。政謂此也。果使儒氏。虛
010_0281_b_16L己刳心。就於佛書。潜心玩繹。如服習
010_0281_b_17L儒書之時。則以如彼粹明之資。豈有不
010_0281_b_18L知不信之理乎。顧此不爲。惟攻駮。如
010_0281_b_19L恐不及。可勝惜哉。夫因果之說。非特
010_0281_b_20L在於釋典。亦魯誥之常所談。但不顯言
010_0281_b_21L名因也。易曰積善有慶。積不善有殃。
010_0281_b_22L善不善因也。慶與殃果也。書曰作善有
010_0281_b_23L祥。又云天道。福善禍婬。子曰爲善者。
010_0281_b_24L天報之以福。如此語類。布在子史。難
-
010_0281_c_01L또 좌씨左氏가 말하였습니다.“난무자欒武子95)가 덕행이 있으니, 하늘이 그 아들을 도울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난무자의 아들 염黶이 비록 악했으나 화를 면할 수 있었고, 또 염의 아들 영盈이 비록 선했으나 아버지 염의 악행에 연루되어 환란을 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또 세상 사람들이 어려서 열심히 공부하여서 장성하여 과거시험에 합격하기도 하고, 혹 은혜로운 행동을 하고 덕행을 펼친 덕에 관직에 발탁되기도 하며, 혹 간사한 행동이나 범죄를 저질러서 형벌을 받거나 사형을 받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몸에 나타나는 인연과 과보임이 분명합니다.우보于寶에게 참새가 가락지를 갚아 주었고 수후隋侯에게 뱀이 구슬을 갚아 주었으니,96) 미미한 동물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야 어떻겠습니까.전傳97)에서는 말합니다.“곡식은 심은 지 1년 만에 수확하고, 나무는 심은 지 10년 만에 거두며, 덕은 베푼 지 100년 만에 돌아온다.”이 말 또한 인과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슬픕니다. 지금 운세가 길한 사람은 이전 세상에서 무언가 복을 베풀었기에 이렇게 좋은 보답으로 감응하는 것인데, 지금 세상에서 복을 베풀면 내세에도 또한 지금 세상에서처럼 복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어찌 생각하지 못하십니까. 그 죽은 뒤에 생전의 행적이 단멸斷滅한다는 생각은 더욱 깨뜨리기가 어렵습니다.유씨儒氏들은 다들 말합니다.“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음陰과 양陽이 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양이라는 것은 기氣이며 혼魂이고, 음이라고 하는 것은 질質이며 백魄이다.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나 궁핍하고 부유한 것은 다 천명天命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람이 죽음에 이르면 음과 양도 흩어지게 되는데, 양기陽氣는 올라가 하늘로 돌아가고, 음질陰質은 내려가 땅이 된다. 그런데 어찌 다른 무엇이 더 있어서 바뀌어 다음 생의 몸이 되겠는가?”이것이 유가 사람들이 말하는 바꿀 수 없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가의 학설은 이런 유가의 학설과는 크게 다릅니다. 대개 사람이나 가축을 막론하고 무릇 혈기血氣가 있는 무리는 다 지知가 있습니다. 그래서 배고픔과 목마름과 추위와 더위를 알고, 보고 듣고 움직이며 일어날 줄을 알며, 사랑과 미움과 고통과 즐거움을 압니다. 이것을 아는 것은 범인이나 성인, 사람이나 가축이 다 같습니다. 허철虛徹 영명靈明하여 우뚝하게 홀로 존재하면서 불생不生 불멸不滅하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니, 마치 허공처럼 어느 곳에나 다 있어서 잠시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마음이 인연을 따라 인식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나고 죽고 가고 오며, 현생의 몸을 버리고 내생의 몸에 의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성性의 식심識心98)과 진지眞知99)는 -
010_0281_c_01L以備擧。又左氏謂。欒武子有德。可以
010_0281_c_02L庇其子。故其子黶雖爲惡。而能免禍。
010_0281_c_03L黶之子盈雖善。而黶之惡累之。而及於
010_0281_c_04L難。又世人幼而做工。壯而登科。或行
010_0281_c_05L恩布德。得蒙薦拔。或作奸犯科。以受
010_0281_c_06L刊戮。此則現身因果昭然也。于寶之雀
010_0281_c_07L環。隋侯之蛇珠。微物尙然。而况人乎。
010_0281_c_08L傳曰一歲種之以穀。十歲樹之以木。百
010_0281_c_09L歲來之以德。此語亦不出因果也。噫。
010_0281_c_10L今之吉人。前世何福。感斯好報。而獨
010_0281_c_11L不思。今亦作福。則來世亦如今世耶。
010_0281_c_12L其死後斷滅之義。尤難劈破。儒氏皆云。
010_0281_c_13L人之生也。陰陽合成。陽者。氣也魂也。
010_0281_c_14L陰者。質也魄也。壽夭貧富。皆繫於天
010_0281_c_15L命。及其死也。陰陽渙散。陽氣上而歸
010_0281_c_16L天。陰質下而爲地。更有何物。轉爲後
010_0281_c_17L身也。此儒家不易之論也。吾佛所說。
010_0281_c_18L與此大相不同。盖不問人畜。凡有血氣
010_0281_c_19L之屬。皆有知。知飢渴寒熱。知視聽動
010_0281_c_20L作。知愛惡苦樂。此之所知。聖凡人畜
010_0281_c_21L皆同。虛徹靈明。卓然獨存。不生不滅。
010_0281_c_22L亘古亘今。比如虛空。無處不在。無時
010_0281_c_23L間斷也。但以此心。隨緣爲識故。受生
010_0281_c_24L滅去來。捨此托彼之身。然此識心。與
-
010_0282_a_01L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데, 어찌 단멸하여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진성眞性은 본디 선악의 인과가 아니라, 식심의 훈습薰習이 같지 않음에 따라 선이 있고 악이 있으며 염染도 있고 정淨도 있게 되는 것이니, 그것으로써 범부와 성인의 인과의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어떤 사람이 이렇게 물었습니다.“식심이 진성과 동체여서 진성에는 선과 악이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식심에는 도리어 선악이 있다는 것입니까?”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훈습이 같지 않아서 선과 악이 생기는 것이라고 앞에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마치 향기로운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더라도 오래 있으면 난초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고, 어물전에 오래 있다 보면 생선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인仁한 곳을 택하여 살라고 하였으니, 이는 훈습을 삼가라는 것입니다.”고정考亭 또한 말하였습니다.“하늘이 백성을 태어나게 할 때에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성性을 부여하지 않음이 없는데, 다만 기질氣質의 품稟이 같지 않기 때문에 그 하늘이 부여해 준 본성을 온전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대개 사람에게는 다 인의예지의 성품이 있어서 사람은 누구나 다 응당 선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숙세夙世의 훈습이 선한 자는 기가 깨끗하고 질이 순수하여 하늘이 내린 본래의 성품을 온전히 할 수 있으니 요임금과 순임금, 주공周公과 공자 같은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며, 반면에 전세의 훈습이 악한 자는 기가 탁하고 질이 혼잡하여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니 걸桀이나 주紂, 도척盜跖100)과 같은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이렇듯 사람이 지혜롭고 어리석고, 선하고 악한 것은 모두가 다 전세 훈습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것인데, 유가에서는 이것을 다 천명에 의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논합니다. 그렇다면 천명은 왜 그렇게 고르지 못한 것입니까. 요임금과 순임금에게는 뭐 얼마나 친근하다고 선한 성품을 주고, 걸과 주에게는 뭐가 얼마나 소원하여서 악한 성품을 주었던 것입니까.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오래 살고 일찍 죽고, 가난하고 부유한, 이 모두가 다 천명에 달려 있다.”그렇다면 하늘이 내려 준 명命이 어째서 그렇게 부유한 이는 적고 빈궁한 이는 많으며, 천한 이는 많고 귀한 이는 적게 한 것입니까. 안연顔淵같이 어진 사람은 궁핍하게 살다 일찍 죽게 하였으면서, 도척처럼 악한 사람은 부유하게 오래 살도록 하였습니다. 하늘의 도리가 어째서 그렇게 악한 사람에게는 부유함과 장수를 주고, 어진 사람에게는 궁핍함과 요절을 주었단 말입니까. 그런데도 성인의 가르침에는 늘 사람만을 질책할 뿐 하늘을 질책하지는 않으며, 사물의 잘못만을 탓하였지 천명을 탓하지 않는 것은 왜입니까.또 이런 말도 합니다.“모든 일은 다 자연에서 나온다.” -
010_0282_a_01L眞知之性。一而二。二而一。豈可謂斷
010_0282_a_02L滅無餘耶。則眞性本非善惡因果。而
010_0282_a_03L隨識心熏習之不同。有善有惡。有染有
010_0282_a_04L淨。以致凡聖因果之升沈也。問識心旣
010_0282_a_05L與眞性同體。而眞性無善惡。何以識心
010_0282_a_06L却有耶。答前不云熏習之不同乎。如入
010_0282_a_07L芝蘭之室。久而不聞其香。入鮑魚之肆。
010_0282_a_08L久而不聞其臭。故君子擇必處仁。愼其
010_0282_a_09L所習也。考亭亦曰。天降生民。莫不與
010_0282_a_10L之以仁義禮智之性。而但氣質之禀。不
010_0282_a_11L能齊故。不能全其所有也。盖人皆有是
010_0282_a_12L性。則應人人皆善。而但夙世熏習之善
010_0282_a_13L者。其氣淸。其質粹。能全固有之性。堯
010_0282_a_14L舜周孔是也。其熏習之惡者。其氣濁。
010_0282_a_15L其質䮕。迷失天賦之本性。桀紂盜跖是
010_0282_a_16L也。然則人之智愚善惡。皆由前習之因
010_0282_a_17L緣。而儒氏所論。皆天命之自然也。天
010_0282_a_18L命何其不均。堯舜何親而與之善。桀紂
010_0282_a_19L何踈而與之惡耶。又云壽夭貧富。皆繫
010_0282_a_20L天命。天之賦命。奚其富少貧多。賤多
010_0282_a_21L貴少乎。以顏淵之賢。而貧且夭。以盜
010_0282_a_22L跖之惡。而富且壽。天道何其惡者與之。
010_0282_a_23L賢者奪之乎。然而聖人設敎。責人不責
010_0282_a_24L天。罪物不罪命。何哉。又萬事皆出自然。
-
010_0282_b_01L정말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의와 충효를 반드시 꼭 배워야만 실행할 수 있고, 어찌하여 문장과 육예六藝를 반드시 꼭 가르쳐서 익히게 하는 것입니까.그러므로 우리 불가의 가르침에 의하면 훈습에 인연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안연은 선행을 훈습하였기 때문에 깨끗하고 순수한 기질을 받아 성자 버금가는 현인의 자질이 되었으나, 다만 장수와 부유함의 인연만은 만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에 비하여 도척은 악행을 훈습하였기 때문에 탁하고 복잡한 기질을 받아 패역悖逆한 사람이 되었으나, 다만 장수와 부유함의 인연만은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의 주소(經疏)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사람이 하는 것에 하늘이 응한다.”또 『시경』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하민下民의 재앙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그렇다면 우리 사람들은 천명만 믿고서 두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와 같이 이미 인연과 과보가 있는 것이라면, 단멸론斷滅論은 공격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어지게 마련입니다.왜 듣지 못하셨습니까. 허순許詢101)이 죽어 소찰蕭察102)이 되고 소찰이 죽어 배휴裵休103)가 되었으며, 청초당靑草堂이 증노공曾魯公이 되고 안탕승雁蕩僧104)이 진회秦檜105)가 되었다 합니다. 지영智永106)이 방관房琯이 되었고 계戒 선사가 동파東坡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또 장방평張方平107)이 낭야瑯耶108) 벽 위의 경전을 계속 이어서 썼고, 형화박邢和璞109)은 하구夏口의 항아리 속에서 나온 상像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전신과 후신이 되는 이치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와 같은 인연을 따르게 되는 법인데도, 다만 이전의 인연에 어둡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그러나 유씨儒氏들은 어쩌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믿지를 않고, 일단 죽은 뒤에는 영원히 단멸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극락세계의 설에 이르면, 유가에서만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 가운데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여 의심하는 자가 더러 있기도 하니, 지금 대략 밝혀 두겠습니다.대개 천하의 세계는 본디 이치에 근거하여 이치가 성립되는데, 이치가 이미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세계도 또한 무궁무진해서 헤아려 알 수 없고, 그 가운데 만 가지 다른 차별도 또한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다 밖 동쪽의 작은 나라이지만, 풍수와 풍속은 사방팔방 지역에 따라 각각 다릅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문인이 많이 배출되고 북쪽 지방에서는 -
010_0282_b_01L則仁義忠孝。何必學而行之。文章六藝。
010_0282_b_02L何必敎而習之乎。故吾佛設敎。則莫非
010_0282_b_03L因緣熏習也。顏淵熏習善行故。受淸粹
010_0282_b_04L之氣質。爲亞聖之資。而但壽富之因不
010_0282_b_05L作也。盜跖熏習惡行故。受渴 [80] 䮕之氣質。
010_0282_b_06L爲悖逆之人。而但壽富之因能作也。故
010_0282_b_07L經䟽云。人作之。天應之。詩云。下民之
010_0282_b_08L蘗。匪降自天。職意由人。然則吾人不可
010_0282_b_09L恃天命。而拱手無爲也。旣有因緣果報。
010_0282_b_10L則斷滅之論。不攻自破也。豈不聞乎
010_0282_b_11L許詢死爲蕭𧦴。蕭𧦴死爲裵休。靑草堂
010_0282_b_12L爲曾魯公。鴈蕩僧爲秦檜。不但智永爲
010_0282_b_13L房琯。戒禪師爲東坡也。又張方平續書
010_0282_b_14L瑯耶。壁上之經邢和璞。指夏口瓮中之
010_0282_b_15L像。則前後身之理。分明可見。人皆如
010_0282_b_16L是。而但迷昧前因。故不能記。儒氏以
010_0282_b_17L爲或然而不信。以爲旣死之後。永爲斷
010_0282_b_18L滅云云。至如極樂世界之說。非但儒家
010_0282_b_19L不信。釋子之不得其意者。亦多疑之。
010_0282_b_20L今當略卞。盖天下之世界。本依理而成
010_0282_b_21L理。旣無窮盡故。世界亦無窮盡。不可
010_0282_b_22L以數知也。其中差別萬殊。亦不可測知
010_0282_b_23L也。吾東乃海外之蕞爾小邦。而水土風
010_0282_b_24L俗。隨八路而各異。南方多出文。北方
-
010_0282_c_01L무인이 많이 배출되며, 영남의 풍속은 질質이 문文보다 우세하고 호남 사람은 문이 질보다 우세합니다. 북쪽 사람들의 의식생활은 남쪽만 못해서, 어떤 사람들은 순전히 좁쌀만 먹기도 하고 옷도 개가죽으로 만들어 입고 삽니다. 거기에 비하여 남쪽 사람은 생산한 곡식을 다 먹지 못하여 남아돌고, 면과 모시로 옷을 만들어도 다 입지 못하여 남을 만큼 넉넉합니다. 지방마다 그 살아가는 방법의 괴로움과 즐거움, 검소함과 사치스러움을 알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 하늘 아래 세계는 무한히 넓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니, 그 사이에 어떻게 지극히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과 지극히 안락하게 사는 사람, 혹은 고통과 즐거움을 고르게 받으면서 사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근래 서양의 지도를 보니, 『사기史記』에 실려 있지 않은 나라가 매우 많았고, 중원中原은 동쪽 한 구석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사기』에서 중국의 서울 낙양洛陽이 천하의 중심이라고 말한 것은 다만 중국만 가지고서 말한 것이고, 실제로는 서역西域이 천하의 중심지입니다. 주자朱子도 또한 곤륜산崑崙山을 천하의 중심지라 하였는데, 서역은 바로 그 곤륜산 아래에 있는 땅입니다. 바로 이 중국에서 서역이라고 일컬었던 것은, 중원 사람이 스스로를 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 서쪽을 가리켜 서역이라 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서역 사람이 중원을 가리켜 동진東震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방에 고망국古莽國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의 백성들은 옷도 안 입고 음식도 안 먹고 항상 잠만 잔다고 합니다. 그러다 50년 만에 한 번 깨어나게 되므로 그들에게는 꿈을 꾸는 동안이 실實이 되고 깨어났을 때가 허虛가 된다고 합니다. 또 어떤 나라에는 마시면 미치게 되는 샘물이 있다고 합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다 그 샘물의 물을 마셨기에 미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유독 그 나라의 임금만 따로 우물을 파서 물을 마셨기에 임금 한 사람만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나라의 신하와 백성은 미치지 않은 자기 임금을 미쳤다고 하면서 서로 침을 놓아서 미치게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그 임금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그 마시면 미치는 샘물을 마시고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신하와 백성들은 아주 기뻐하면서 자기 임금의 미친병이 다 나았다고 좋아하였다고 합니다. 또 우리는 다만 요임금의 눈썹이 여덟 가지 색으로 빛났고 순임금의 눈동자가 둘이었다는 말만 들어 왔지만, 그것 말고도 눈썹이 길고 눈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만 사는 나라도 있습니다. 또 우리는 단지 한나라 고조高祖110)의 가슴이 넓다는 말만 들었지만, 그 말고도 가슴이 비어 있는 사람만 사는 나라까지도 있습니다. 또 우리는 단지 주공周公111)이 현인이 찾아오면 머리를 감다가도 몇 번이나 머리칼을 움켜쥐고 나가서 맞이하였다112)는 말을 들어왔고, 또 중이重耳 113)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는 말만 들어 왔지, 또 교지국交趾國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다른 사례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
010_0282_c_01L多出武。嶺南之俗質勝文。湖南之人文
010_0282_c_02L勝質。北方之衣食。不如南方。或有純
010_0282_c_03L食粟。而衣狗皮者。南方之人。稻粱不
010_0282_c_04L可勝食。綿苧不可勝衣。其生道之苦樂
010_0282_c_05L儉奢可知也。况天下之世界。無限難測。
010_0282_c_06L則其間豈無極樂極苦。或苦樂相均者
010_0282_c_07L哉。近觀西洋國地圖。史記中不載之國
010_0282_c_08L甚多。而中原僻在東邊。史記以洛陽爲
010_0282_c_09L天下之中者。只約中國而言也。其實西
010_0282_c_10L域爲天下之中。朱子亦以崑崙爲天下
010_0282_c_11L之中。而西域在崑侖之下。正是中國。而
010_0282_c_12L稱西域者。中原之人。自以爲中故。指
010_0282_c_13L彼爲西。例如西域之人。以中原爲東震
010_0282_c_14L也。西方有古莽國。其民不衣不食而常
010_0282_c_15L睡。五十年一覺故。以夢中爲宲。以覺
010_0282_c_16L時爲虛。又有一國。有狂泉。其國人皆飮
010_0282_c_17L此水。無不爲狂。獨其君別鑿一井。而
010_0282_c_18L飮故不狂。其臣民以其君之不狂爲狂。
010_0282_c_19L相與針灸。欲醫其狂。其君不勝痛楚。
010_0282_c_20L乃同飮狂泉而爲狂。其臣民歡喜。以爲
010_0282_c_21L其君狂歇。又只聞堯眉八彩。舜幅重瞳。
010_0282_c_22L而又有長眉一目之國。只聞漢高斗胷。
010_0282_c_23L而又有胷虛之國。只聞周公反握。重耳
010_0282_c_24L騈肩。而又有交趾之國。豈非差別異事。
-
010_0283_a_01L유독 극락국極樂國만을 믿지 않는 것입니까.요사이 어떤 유학자 한 사람이 ‘극락에는 순전히 남자만 있고 여자는 없다.’는 말을 듣고는,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만물에는 다 음과 양이 있게 마련인데, 사람으로서 어떻게 순전히 양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허망한 거짓이 어찌 그렇게 심하단 말입니까?”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통감사단通鑑史斷』에 보면 여인국女人國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그곳은 순전히 여자만 살고 남자는 없는 곳이랍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여자가 물에 비추어 보기만 하면 아이를 낳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또 무슨 이치인지 말씀해 보십시오.”그러자 그 유학자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제 비로소 천하의 일에는 반드시 대對가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하늘이라는 것은 땅의 상대가 되는 것이며 해는 달의 상대가 되는 것입니다. 저기 꿈을 현실로 여기고 깨어 있는 상태를 허실로 여기는 나라는, 여기 깨어나 있는 상태를 현실로 여기고 꿈을 허실로 여기는 나라와 상대가 됩니다. 저기 미친 사람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미치지 않은 것을 미친 것으로 여기는 나라는, 여기 미친 것을 미쳤다 하고 미치지 않은 것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나라와 상대가 됩니다. 눈이 하나인 사람은 눈이 두 개인 사람과는 상대이며, 가슴이 빈 사람은 가슴이 꽉 찬 사람과 상대가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순전히 남자만 있는 것이 순전히 여자만 있는 것에 상대되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는 것입니까. 여자만 있는 나라는 역사 기록을 보고 믿으면서, 순전히 남자만 사는 나라가 있다는 말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어찌 허망하다고 합니까.시험 삼아 일찍이 극락국에는 순수하고 선한 사람만 왕생한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진실로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으로 인의仁義와 자선慈善의 마음이 지극한 사람이라면 극락국에 왕생할 수 있는 것이지, 염불한 사람만 극락국에 왕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불충不忠한 사람이나 불효不孝한 사람으로서 간사하고 패역한 사람은 다 지극히 고통스러운 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니, 불법을 헐뜯는 사람만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였습니다.“천당이 없다면 그만이지만 만약에 있다면 군자만이 갈 것이고, 지옥이 없다면 그만이지만 만약에 있다면 소인이 들어갈 것이다.”이 말이 바로 실제로 맞는 말입니다. 경經에서도 말하였습니다.“비록 십악十惡을 저지른 사람이라 해도 임종에 이르러 미타彌陀를 열 번 외우면 극락국에 왕생할 수 있다.”합하께서 지난번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평생 동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대로 모든 하고 싶은 욕심을 다하고 살다가, 나중에 죽을 때에 미타를 열 번 염불하기만 하면 그냥 극락에 갈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무엇 하러 꼭 그렇게 곤욕을 참고 고행苦行을 하면서 극락에 가기 위하여 일생을 보낼 필요가 있습니까?”그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었지요.“그것이 바로 『서전』 「다방편多方篇」에서 말한, ‘오직 광인狂人이라도 능히 생각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維狂也。 剋念作聖。)’고 한 그 뜻입니다.”평생 십악을 행한다는 것은 ‘오직 광인’이라는 뜻이며, -
010_0283_a_01L而獨不信極樂國。何哉。近有一儒。聞
010_0283_a_02L極樂純男無女之說。笑曰萬物皆有陰
010_0283_a_03L陽。豈可以人而純陽乎。誕妄何甚。余
010_0283_a_04L曰通鑑史斷有女人國。純女無男。照水
010_0283_a_05L而生之。言此又何理。儒士杜口。始知
010_0283_a_06L天下之事。無有不對。天者地之對。日
010_0283_a_07L者月之對。彼以夢爲宲。以覺爲虛之國。
010_0283_a_08L對此以覺爲實。以夢爲虛也。彼以狂爲
010_0283_a_09L不狂。以不狂爲狂者。對此以狂爲狂。
010_0283_a_10L以不狂爲不狂也。一目爲二目之對。胷
010_0283_a_11L虛爲胷全之對。亦何恠。純男爲純女之
010_0283_a_12L對。而信純女。而書之史。誕純男而謂
010_0283_a_13L之無。何哉。試甞論之。極樂之國。純善
010_0283_a_14L者。徃生之。苟能忠君孝父仁義慈善之
010_0283_a_15L心至極。則可以徃生。非但念佛也。然
010_0283_a_16L則不忠不孝奸凶悖逆者。皆入地獄之
010_0283_a_17L極苦。非但謗佛也。故古人有曰。天堂
010_0283_a_18L無則已。有則君子陞之。地獄無則已。
010_0283_a_19L有則小人入之。定實際語也。經云雖十
010_0283_a_20L惡之人。臨終十念彌陁。能得徃之。閤
010_0283_a_21L下曩曰。然則人皆平生。窮耳目之所欲。
010_0283_a_22L但於死時。十念足矣。何必忍辱苦行。
010_0283_a_23L以送一生也。汙愚對曰。此乃書所謂。惟
010_0283_a_24L狂克念作聖之義也。平生作十惡。惟狂
-
010_0283_b_01L임종에 이르러 열 번 염불을 한다는 것은 곧 ‘능히 생각한다’는 뜻이며, 극락에 왕생한다는 것은 곧 ‘성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사람이 평생 악한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그릇된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고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없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불현듯 과거의 그릇됨을 깨닫고 진실한 성품만 유독 드러나게 된다는 것입니다.마치 천 년 동안 빛 한 점 없었던 어두운 방에 어느 날 밤에 갑자기 밝은 등불을 높이 매달면, 온 방 안을 환하게 비추어 어둠이 한 점도 남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천 년 동안 어두운 방이라는 것은 평생 십악을 행하는 것과 같으며, 어느 날 밤에 등불을 매달았다는 것은 한마음에 문득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유가의 법에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온갖 죄를 저지르던 사람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면, 앞의 죄과는 기억하지 않고 나중에 개과천선한 것만 기억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십악을 행하던 사람이 부처님을 열 번 염불함으로써 극락에 왕생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만약 합하의 말씀처럼 평생 동안 실컷 악한 행동을 하다가 죽음에 임박하여 일부러 열 번 염불을 하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억지로 간교하게 속이는 마음을 만들어 낸 것이니, 어찌 마음의 청정함을 얻어 정토에 왕생할 수 있겠습니까. 마치 위魏나라 조조曺操가 평생을 간사하고 거짓된 행동만 하다가 죽을 때에야 진성眞性을 깨달았는데, 남이 엿듣는 것을 알고는 다시 다른 말을 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심機心이 하는 짓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이 찌르는 듯한 고통과 두려움을 면하지 못했던 것일 터이니, 아마도 진성은 깨달았으나 아직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슬픕니다. 평생 악을 행했더라도 죽음에 임박해서 열 번만 부처님을 염불하면 오히려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데, 하물며 30년이나 20년 동안을 전념하여 염불을 한 사람이라면 더욱더 쉽게 극락왕생을 성취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옛날 소동파는 황주黃州로 좌천되어 가는 날에 미타부처님의 형상을 그린 그림 한 축을 가지고 갔었답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왜 가지고 가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습니다.“이분은 우리 서방공西方公이십니다.”그러고는 이어서 게송을 이렇게 읊었습니다.
念念彌陁佛 미타불을 염송하고 또 염송하여도
人生七十稀 사람이 태어나 칠십 세를 사는 사람 드문데
徃來三界苦 삼계三界의 괴로움을 오가면서
幾介解知歸 몇 사람이나 도를 깨닫고 돌아갔는가
念念彌陁佛 미타불을 염송하고 또 염송하면서
平生只靠他 평생을 오직 그에게만 의지하여
此心淸淨了 이 마음 청정하게 깨달았으니
即是白蓮花 이것이 바로 백련화라네
그리고 임종할 때에는 좌선한 채로 유유히 열반에 들었다고 합니다. 소동파와 같이 병자년에 태어나 동갑이었던 경산徑山 임琳 선사禪師가 가서 소동파의 좌탈한 모습을 보고는, 그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고 합니다.“서방 극락세계로 간다는 말을 확실하게 밝히도록 힘써 보아라.”그러자 소동파가 눈을 뜨고 말하였답니다. -
010_0283_b_01L也。臨終十念。即剋念也。徃生極樂。即
010_0283_b_02L作聖也。盖斯人平生作惡。不知其非無
010_0283_b_03L所不爲。及其死也。能頓覺前非。眞性獨
010_0283_b_04L露。比如千年暗室。無一點明。忽於一
010_0283_b_05L夜。高懸明燈。一室洞照。無一點暗。千
010_0283_b_06L年暗室。如平生十惡也。一夜懸燈。如
010_0283_b_07L一念頓覺也。又如儒家之法。人有無狀
010_0283_b_08L罪過。一朝改過遷善。則不錄前過。惟
010_0283_b_09L取遷善。今十惡之十念徃生。亦此義也。
010_0283_b_10L若如閤下之言。平生故意作惡。臨死故
010_0283_b_11L意十念。此乃强作機心也。烏得心淨而
010_0283_b_12L生淨土耶。如曺操平生奸僞。死見眞性。
010_0283_b_13L而知人窃聽。更作他言。此乃機心所作
010_0283_b_14L也。故不免如鬼之刺。盖雖見眞性。而
010_0283_b_15L未能頓覺也。噫。平生作惡。臨終十念。
010_0283_b_16L猶能徃生。況三十年二十年專意念佛
010_0283_b_17L者。尤易成就。可不勉旃。昔東坡迁黃
010_0283_b_18L州日。帶彌陁像一軸。或問之。則曰此
010_0283_b_19L吾西方公據也。仍有頌曰。念念彌陁佛。
010_0283_b_20L人生七十稀。徃來三界苦。幾介解知歸。
010_0283_b_21L念念彌陁佛。平生只靠他。此心淸淨了。
010_0283_b_22L即是白蓮花。臨終坐脫。徑山琳禪師。
010_0283_b_23L與之同生。丙子徃見坐脫。拊其背曰。
010_0283_b_24L端明西方之說。正好着力。公開目曰。
-
010_0283_c_01L“힘을 쓰면 바로 어긋나느니라.”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고 떠났다고 합니다.이것이 바로 임종할 때에 정념正念이 흩어지지 않은 것이니, 극락에 왕생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이치李豸114)가 이렇게 조문弔文을 지어 문상을 하였습니다.
道大難名 도가 너무 크면 이름나기 어렵고
才高衆忌 재주가 너무 높으면 대중의 시기를 받게 되나니
皇天后土 하늘이여 땅이시여
知平生忠義之心 평생 동안 충성하며 의리를 지켜 온 마음을 아는가
名山大川 명산대천에
還千載英靈之氣 천 년 가도록 꽃다운 신령한 기운으로 환생하리라
사대부들은 이치의 이 글귀가 훌륭하다고 칭찬을 하였으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유학자나 스님들 사이에 소동파가 이렇게 임종하였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렇기에 여기 이렇게 써 보았습니다.엎드려 바라건대 합하께서는 백성을 다스리시고 남는 시간에 한편으로 이 일을 실행하시어 소동파처럼 여러 해를 계속하시옵소서. 그리하시면 마침내 임종할 때에 이르러 소동파와 같이 어지럽지 않은 정념을 얻을 수 있을지 어찌 알겠습니까. 당나라와 송나라 사이에 고명한 사대부들이 여럿 소동파의 좌탈법에 따라 임종을 하였으니, 비루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위에서 번잡하게 말씀드린 내용은, 어떤 것은 유가나 불가의 전적에서 뽑아 인용한 것도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제 나름대로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한 것입니다. 아, 뇌문雷門115)에 북(布鼓)을 울려 온 세상에 제 생각을 드러내었으니, 참으로 주제 넘는 일인 줄 알고 있습니다. 공자도 문하의 제자들에게 각자의 뜻을 말하도록 권하였었고, 옛사람들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저의 이 어리석은 생각을 다하여 소견을 말씀드리오니, 바라건대 합하께서는 특별히 받아들여 취해 주십시오.너무나 송구한 마음 견딜 수가 없습니다.『연담대사임하록』 제4권 끝간기刊記문인 계신誡身이 간행을 맡고 교정校正을 보았으며, 낭암 시연朗岩示演이 글씨를 썼다. -
010_0283_c_01L着力便差。還瞑目而逝。此乃臨終正念
010_0283_c_02L不散。其徃生乎何有。李豸爲文以吊曰。
010_0283_c_03L道大難名。才高衆忌。皇天后土。知平
010_0283_c_04L生忠義之心。名山大川。還千載英靈之
010_0283_c_05L氣。士大夫稱其辭該而美。今吾東儒釋
010_0283_c_06L間。罕知此事故。兼爲錄之。伏願閤下。
010_0283_c_07L撫字之餘。旁行此事。積之多年。則安
010_0283_c_08L知臨終不亂。亦如坡翁耶。唐宋間高明
010_0283_c_09L士大夫。亦多依而行之。勿以爲卑事
010_0283_c_10L幸甚。右陳葛藤。或援引於內外典中。
010_0283_c_11L或間附迃愚左見。鳴布鼓於雷門。照爝
010_0283_c_12L火於日下。誠知僣越。而各自言志。夫
010_0283_c_13L子推於門下。千慮一得。古人亦許。故
010_0283_c_14L竭愚覃思。以伸管見。伏惟閤下。特加
010_0283_c_15L去取。無任悚仄之至。
010_0283_c_16L蓮潭大師林下錄卷四終。
010_0283_c_17L[刊記]門人誡身管刊校正
010_0283_c_18L朗岩示演書。
010_0283_c_19L
010_0283_c_20L
- 1)좌선 자리(折床會)가 만들어졌고 : 절상折床은 사람들이 많아서 평상이 부서진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환성 노화상이 가는 곳마다 용맹정진하는 좌선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 2)시채蓍蔡 : 시귀蓍龜라고도 한다. 시초(蓍)와 거북(龜)은 고대에 점을 치는 도구였다. 여기서는 법문을 이끄는 종주宗主라는 뜻이다.
- 3)팔풍八風 : 또는 팔법八法이라고도 한다. 세상에 여덟 가지 법이 있어서 세간의 애증이 된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선동하는 이利·쇠衰·훼毁·예譽·칭稱·기譏·고苦·락樂을 말한다.
- 4)심기와 봉(機鋒) : 기機는 수행에 따라 얻은 심기心機이고 봉鋒은 심기의 활용이 날카로운 모양을 뜻한다. 선객禪客이 다른 이를 대할 때 응대하는 날카로움을 말한다.
- 5)유가儒家(西河) : 『禮記』 「檀弓 上」에 “자하가 물러나 서하 위에서 노년을 보냈다.(退而老於西河之上)”라는 말이 있는데, 후에 서하西河라는 말로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대칭代稱, 혹은 유학자를 이르는 말로 쓰게 되었다.
- 6)제자(神足) : 신족神足은 역량과 덕행이 함께 뛰어나 많은 수행승의 모범이 되는 승려, 또는 문제門弟를 가리키는 말이다.
- 7)설파 화상은 1775년 을미년에 『華嚴經』 경판을 완성하여 영각사靈覺寺에 장경각(經閣)을 세워 이 경판을 보관하였다. 그때 「重刊華嚴經序」를 연담 대사가 썼다.
- 8)십현법문十玄法門 : 십현연기十玄緣起 또는 현문玄門이라고 한다. 십현연기무애법문十玄緣起無礙法門이라고도 하니, 화엄종에서 세운 것이다. 현문은 현묘한 법문이란 뜻으로 불교를 뜻한다.
- 9)청량淸凉 : 화엄종華嚴宗의 4조祖이며, 이름은 징관澄觀이다.
- 10)임제臨濟 : 당나라 사람으로, 황벽黃檗을 이어서 임제종의 개조開祖가 되었다.
- 11)양기楊歧 : 송나라 원주袁州 양기산楊岐山의 방회方會 선사를 가리킨다. 황룡산黃龍山 혜남慧南과 더불어 모두 임제臨濟의 제6세 자명원慈明圓 선사의 법사가 되었다.
- 12)담당湛堂 : 고려 때의 승려로, 고려 조계曹溪의 제9세 조사이다. 송광사松廣寺 16국사國師 중 9번째 국사를 지냈다.
- 13)형양衡陽 : 옛날 중국 형주衡州를 말한다. 천태종 제2조 혜사惠思가 살았던 곳이다.
- 14)형양과 매양에 귀양을 갔었네 : 송나라 간신인 진회秦檜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권력을 빙자하여 대혜大慧 스님을 매양梅陽과 형양衡陽으로 귀양 보냈었다.
- 15)대나무 그림(墨竹) : 선조가 서산 대사에게 대나무를 그려 하사하신 일이 있다.
- 16)병충秉忠 : 명나라 원충袁衷의 자이다. 정통 연간에 벼슬을 하였으며, 공명정대하고 청렴하기로 유명했다. 시문에 매우 능했다고 한다.
- 17)왜적(漆齒) : 칠치漆齒는 검게 칠한 이빨이란 뜻으로, 왜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 풍습에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빨을 검게 만들었다고 하는 데서 유래한다.
- 18)사우祠宇 : 사당. 밀양 표충사에 배향하였다.
- 19)오도자吳道子 : 중국 당나라 때 천재 화가인 오도현吳道玄(700~760)을 말한다. 현종에게 그림 재주를 인정받아 궁정화가가 되었다. 원래 이름은 도자道子였는데, 현종이 도현道玄이란 이름을 내려 주었다.
- 20)사리불(鶖子) : 추자鶖子는 추로자鶖鷺子라고도 한다. 사리불舍利佛의 별명이다.
- 21)청평사淸平寺에서 나온~비갈의 글 : 청평사에서 땅속에 묻혔던 비갈이 나왔는데, 거기에는 “유충관부천리래儒衷冠婦千里來”라고 쓰여 있었다. ‘유자의 마음(儒衷)’이란 ‘지志’를 말하는 것이고, ‘관을 쓴 여자(冠婦)’는 ‘안安’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 비갈은 지안志安 대사의 것이었다고 전한다. 지안 대사의 자는 삼낙三諾이고, 호는 환성喚惺이다.
- 22)당나귀 다리(驢脚) : 선을 수행하는 사람이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될 세 가지 관문인 삼관三關 가운데 하나이다. 예를 들어 황룡산黃龍山 혜남慧南 선사는 이 세 가지를 스님들에게 질문하길 “사람마다 다 인연이 있는데(人人盡有生緣) ‘상좌의 인연은 어디 있는가(上座生緣在何處)’, ‘내 손은 어째서 부처님 손 같은가(我手何似佛手)’, ‘내 다리는 어째서 당나귀 다리 같은가(我脚何似驢脚)’이다.”라고 하였다. 『五燈會元』에 나온다.
- 23)부처님 안 계시는 세계(無佛處) : 무불처無佛處는 부처님이 머물지 않는 세계를 말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이미 입멸하고 미륵불이 아직 출현하지 아니한 동안을 말한다. 이때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출현하여 중생을 교화한다고 한다.
- 24)답답한 사람(擔板漢) : 담판한擔板漢은 널을 메고 가는 놈이라는 뜻이다. 널을 메고 가자면 한쪽밖에 보지 못하므로 사물의 한쪽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 25)진점겁塵點劫 : 지극히 오랜 시간을 표현하는 말로, 『法華經』에 삼천진점겁과 오백진점겁, 두 종류의 진점겁이 나온다. 예를 들면, 삼천진점겁은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갈아서 먹물을 만든 다음, 일천 국토를 지날 때마다 작은 티끌만 한 물방울을 한 방울 떨어뜨려 그 먹물이 다 없어졌을 때, 그 지나온 국토를 모두 모아 부수어 다시 티끌로 만들고, 그 티끌 하나를 1겁으로 세어 그 수효를 모두 계산하는 수를 나타낸다고 한다.
- 26)삼세三細 : 『起信論』에서 설한 것으로, 근본무명根本無明의 상을 셋으로 나누어, 지말무명枝末無明의 육추六麤에 대비시킨 것이니, 무명업상無明業相·능견상能見相·경계상境界相을 말한다.
- 27)육추六麤 : 중생의 미망迷妄이 생기는 차례를 근본무명根本無明과 지말무명枝末無明으로 나누는데, 육추는 근본무명 삼세三細에 대하는 여섯 가지 무명상을 말한 것이니, 지상智相·상속상相續相·집취상執取相·계명자상計名字相·기업상起業相·업계고상業繫苦相을 말한다.
- 28)한꺼번에 공해지니(一空) : 『三藏法數』 4조에, “일공一空은 일체제법이 모두 자성自性이 없고 색심의정色心依正 내지 성범인과聖凡因果의 법이 비록 여러 가지여서 같지 않으나, 그 본체본성을 찾는다면 필경은 모두 공空임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 29)능소能所 : 두 법이 마주할 때에 능동으로 동작하는 것을 능能, 동작을 받는 것을 소所라 한다. 마치 능연能緣과 소연所緣, 또는 능견能見과 소견所見 등과도 같다.
- 30)함곡관函谷關 : 함곡函谷에 있던 험준하기로 유명한 관문關門이다.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의 고사로 유명하다. 맹상군이 함곡관에서 도망할 때에, 한밤중에 종에게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게 하였다. 그러자 문지기가 새벽닭 우는 소리인 줄 알고 관문을 열었기에, 진秦나라에서 무사히 도망쳤다고 한다.
- 31)어언삼매語言三昧 : 자유자재로 말하거나 써도 그 언어에 사로잡히지 않는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언어의 세계를 말한다.
- 32)일승묘법一乘妙法 : 우주의 통일적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法華經』에서 말하는 공空의 진리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 33)쓸데없는 말(野干說) : 야간野干은 여우 비슷한 짐승으로, 색은 청황색이며, 크기는 개만 하다. 밤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우는데, 그 울음소리는 이리와 같다. 체형은 작으나 꼬리는 길고, 나무에 잘 오르지만 가지가 썩었을까 의심이 많아 나무에 잘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 34)흰 소(白牛) : 『法華經』에 나오는 세 가지 동물, 양과 사슴 그리고 흰 소 가운데 하나이다. 이 흰 소로써 최상승인 일승법一乘法에 비유한다.
- 35)사성四聖과 육범六凡 : 십계十界를 범부와 성자의 두 종류로 나누는데,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은 육범이고, 성문·연각·보살·불佛은 사성이다.
- 36)무차회無遮會 : 현성賢聖과 도속道俗, 귀천貴賤, 상하上下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재시財施와 법시法施를 행하는 대법회를 말한다.
- 37)재를 집행하는 이 사람(秉法) : 병법秉法은 부처님 앞에서 예식이나 기도, 재齋 등을 집행하는 사람의 직명이다.
- 38)일진법계一眞法界 : 화엄종에서 쓰는 지극한 이치를 말하는 것으로, 천태가天台家에서 말하는 제법실상諸法實相과 같다.
- 39)아홉 세계(九界) : 사성과 육범의 십계十界 가운데 인도人道를 제외한 나머지 아홉 계를 말한다.
- 40)좌부左符 : 부절符節을 반으로 나누었을 때 우부右符의 짝이 되는 나머지 반쪽을 말하는 것으로, 언약의 징표로 쓰인다.
- 41)여래의 궁전 : 왕사성王舍城 옆 가란타迦蘭陀 죽림에 있었던 죽림정사竹林精舍를 말한다. 가란타 장자가 부처님께 귀의한 뒤에 죽림을 부처님께 바쳤으므로 이곳에 정사를 세웠는데, 인도 사찰의 효시가 되었다.
- 42)장륙금신丈六金身 : 부처님 몸(佛身)을 말한다. 『傳燈錄』에 “서방에 부처님이 계시니, 그 형상이 여섯 길(丈六)이나 되고, 황금색이다.”라고 하였다.
- 43)이십팔천二十八天 : 삼계三界 제천諸天의 총칭으로, 곧 욕계欲界의 육천六天과 색계色界의 십팔천十八天, 그리고 무색계無色界의 사천四天을 합하여 말하는 것이다.
- 44)사대주四大洲 : 수미산에 있는 서방함해西方醎海의 사대주를 말한다. 남섬부주南贍部洲, 동승신주東勝身洲, 서구다니西瞿陀尼, 북구로주北俱盧洲를 말한다.
- 45)금륜金輪 : 세계의 사륜四輪 가운데 하나이다. 제일 아래층인 공륜空輪 위에 풍륜風輪이 있는데, 그 위를 수륜水輪이라 하며, 다시 그 위에 금륜이 있다 한다. 그리고 이 금륜 위에 구산九山과 팔해八海가 있으니, 그것을 지륜地輪이라 한다.
- 46)수륜水輪 : 세계의 사륜 가운데 하나로, 풍륜 위에 있는 광음천光音天에서 비가 내려 11억 2만 유순의 깊은 수층水層이 생기는데, 이것을 수륜이라 한다. 이 수륜의 상층이 응결하여 금륜제金輪際가 되는 것이다.
- 47)남섬부주南贍部洲 : 염부제閻浮提와 같다. 옛날에 염부주琰浮洲, 염부제비파閻浮提鞞波라고 하였던 곳으로, 수미산의 남방에 있는 큰 섬의 이름이다. 곧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을 이른다.
- 48)서구다니西瞿陀尼 : 서대주西大洲의 이름이다. 수미산의 서쪽에 있다.
- 49)동승신주東勝身洲 : 수미산 사주四洲의 하나로, 수미산 동쪽 칠금산七金山과 철위산鐵圍山 사이 짠물 바다 가운데 있으며,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땅의 사람들은 몸이 매우 훌륭하므로, 승신주勝身洲라고도 한다.
- 50)북구로주北俱盧洲 : 수미산 사주 가운데 하나로, 수미산 북방에 있다.
- 51)무정물無情物 : 돌·산·바위 등과 같은 정신의 작용이 없는 것들의 총칭이다.
- 52)조사선祖師禪 : 문자를 세우지 않고 조사祖師가 근본을 전하는 선禪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원래 『楞嚴經』에서 말한 여래선如來禪에 반하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래선은 교敎 안에서 완전 통달하지 못한 선이며, 조사선은 교 밖에서 따로 전해진 지극한 선이라고 한다.
- 53)세간의 국토(依)~몸(正)이 드러나고 : 바로 과거의 업에 따라 나의 심신을 받는 것을 정보正報라고 하고, 그 심신이 의지하는 일체 세간의 사물을 의보依報라고 한다.
- 54)용자龍子 : 큰 바다에 사는 용자는 항상 금시조한테 잡아먹혔는데, 용왕이 부처님께 청하여 가사를 얻어 입히자, 그 난을 모면했다고 한다. 『海龍王經』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 55)복덕과 지혜를 장엄하는(莊嚴福慧) : 복덕福德과 지혜 두 가지가 모두 장엄함을 말한다.
- 56)삼덕三德 : 부처님의 덕을 세 방면에서 말한 것으로, 지덕智德·단덕斷德·은덕恩德을 말한다.
- 57)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아홉 종 연꽃의 대좌臺座를 말한다. 행업의 우열에 따라 정토에 왕생하는 자가 앉는 아홉 종의 연화대蓮花臺이다.
- 58)12월(臨卦) : 임괘臨卦는 음력 12월에 해당한다. 아래 두 양陽이 점점 자라면서, 음陰을 차츰 침해하기 때문에 양기가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 59)1월(泰卦) : 태괘泰卦는 음력 1월에 해당한다. 아래 세 양이 자라면서 천지天地가 어울리고 음양陰陽이 화합하면, 만물이 무성하게 자란다는 뜻이다.
- 60)주공근周公瑾 :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명신名臣인 주유周瑜(175~210)를 말한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조조가 이끄는 위魏나라 군사를 대파하였다.
- 61)북선北禪 : 북선 지현北禪知賢. 송나라 선사. 형주衡州 북선사北禪寺에 주석하였다. 운문종 복엄 양아福嚴良雅의 제자이다. ‘북선세진北禪歲盡’이라는 공안을 남겼다.
- 62)노지백우露地白牛 : 『法華經』 「譬喩品」에서 설한 것으로, 문밖의 노지露地에 세워 둔 대백우거大白牛車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승법大乘法, 일불승一佛乘에 비유한 말이다.
- 63)고봉高峰 : 원나라 스님 원묘原妙의 법호이다. 육조 혜능의 제22대 적손인 설암 조흠雪巖祖欽의 제자로, 천목산天目山 서봉西峰의 장공동張公洞에 들어가 ‘사관死關’이라는 간판을 붙이고 15년 동안 문밖을 나가지 않으며 수행하였다.
- 64)화보華報 : 사람이 과실을 얻기 위해 나무를 심으면, 그 과실을 얻기 전에 먼저 꽃을 얻게 되는 것과 같이, 현재에 지은 업이 미래에 과보로 나타나기 전에 현세에 바로 과보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과보를 화보라고 한다.
- 65)한 기미(一機) : 동일한 종류의 기연機緣으로 마땅히 동일한 교敎를 받아야 하는 동기를 말한다. 『碧巖錄』에 “고인이 일기일경一機一境을 드리워 보이시어 긴요하게 사람들을 대하여 인도한다.”라고 했다.
- 66)도부桃符 : 새해 아침, 악귀를 쫓기 위하여 문짝에 붙이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작은 나뭇조각을 말한다.
- 67)남주南洲 : 염부제閻浮提를 말하는 것으로, 수미산 남방 함해鹹海 가운데 있는 대주大洲이다. 우리 인간이 사는 곳을 말한다.
- 68)중춘仲春 : 음력 2월을 말한다.
- 69)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桂玉) : 계옥桂玉은 타지에서 계수나무보다 비싼 땔감을 때고, 옥보다 비싼 음식을 먹고 사는 괴로움이라는 뜻으로, 물가物價가 비싼 도회지에서 힘들게 지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70)합하閤下 : 각하閣下와 같은 의미.
- 71)방백方伯 : 본래는 고대 중국의 제후諸侯를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관찰사觀察使를 달리 이르는 말로 쓰였다.
- 72)정황우政黃牛 : 여항 유정餘杭惟政 선사는 항상 노란 소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호를 정황우라고 하였다. 장당蔣堂과는 친구였지만, 장당이 여러 번 오라고 청하여도 절대 응하지 않았었다.
- 73)오석령烏石嶺 꼭대기에서~그런 일 : 설봉雪峰(832~908) 대사가 고을에 갔다 와서 대중들에게 훈시하길 “망주정에서 그대들을 다 만났고, 오석령에서도 그대들을 다 만났으며, 지금 큰방에서도 그대들을 다 만났다.(望州亭與汝相見了也。 烏石嶺與汝相見了也。 僧堂前與汝相見了也。)”라고 하였다. 나중에 설봉 대사의 제자인 보복保福이 아호鵝湖에게 묻기를 “큰방 앞에서 대중을 만난 것은 그만두고, 어떤 것이 망주정과 오석령에서 대중을 보는 것인가?”라고 하자, 아호는 걸음을 재촉하여 방장으로 들어갔고, 보복은 승당으로 들어갔다.
- 74)총섭摠攝 : 조선 시대 승려의 직책이니, 조선 후기에는 대체로 사찰의 주지를 이르는 말로도 쓰였다.
- 75)가사(畦衣) :휴의畦衣는 휴복畦服이라고도 한다. 밭두둑이 나뉘어 있는 모양으로 조각을 이은 옷이란 뜻에서 가사의 별칭으로 쓴다.
- 76)족함을 알고~알아야 합니다 : 『老子』에 “분수에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하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고 하였다.
- 77)사직소(乞骸) : 사직상소辭職上疏를 올리는 것을 걸해乞骸라고 한다. 관리가 공무에서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죽어 그곳에 묻히겠다는 뜻이다.
- 78)한 능주 필수 : 능주綾州(화순) 수령 한필수韓必壽(1715~1776)를 말한다. 본관은 청주, 자는 인수仁叟, 호는 지봉砥峯이다. 1756년 문과에 합격하고 대동찰방, 대사간, 대사헌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 79)명부明府 : 한위漢魏 이래 군수郡守·목윤牧尹의 존칭으로 쓰였고, 한대에는 현령縣令을 칭했다. 당 이후로는 현령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80)거짓(子虛)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子虛賦」에 자허子虛·오유선생烏有先生·망시공亡是公, 세 사람의 문답이 나온다. 이 때문에 후에 허구, 혹은 사실이 아닌 일을 자허라고 부르게 되었다.
- 81)소자첨蘇子瞻 : 송나라 때 문장가文章家 소식蘇軾을 말한다. 자가 자첨이고 호는 동파東坡이다.
- 82)구양영숙歐陽永叔 : 송나라 학자로서, 이름은 수修, 자는 영숙이다. 호는 취옹醉翁 또는 육일거사六一居士라 하였다. 군서群書에 널리 통달하고 시문詩文으로 천하에 이름을 날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저서로는 『新唐書』·『新五代史』, 그리고 기타 시문집詩文集 등이 있다. 『宋史』 제319권에 나온다.
- 83)사마군실司馬君實 : 송나라 명신으로, 이름은 광光, 자는 군실이다. 태사온국공太師溫國公을 증직贈職 받았으므로, 사마온공司馬溫公이라 한다. 신종神宗 때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다가 실각失脚되었고, 철종哲宗 때 정승이 되어 왕안석의 신법을 모두 폐지하였다. 저서로는 『資治通鑑』·『通鑑異考』·『獨樂園集』 등이 있다. 『宋史』 제336권에 나온다.
- 84)방관房琯 : 당唐나라 하남河南 사람으로, 자는 차율次律이다. 처음에는 육혼산陸渾山에 은거하다가 개원開元 연간에 노씨령盧氏令이 되었다. 『舊唐書』 제111권에 나온다.
- 85)백낙천白樂天 : 당나라 시인으로, 태원太原 사람이고, 이름은 거이居易, 자는 낙천이며,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다. 『唐書』 제119권에 나온다.
- 86)황정견黃庭堅 : 송나라 시인으로, 자는 노직魯直, 호는 산곡山谷이다. 강서시파江西詩派의 개조로서, 시는 소동파蘇東坡와 병칭幷稱되었으며, 서가書家로서도 송대 사대가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 87)염계와 낙양(濂洛) : 염락濂洛은 송나라 신종神宗과 철종哲宗 때 있었던 염계濂溪와 낙양洛陽의 유명한 유학자들을 말한다. 곧 주돈이周敦頤·소옹邵雍·사마광司馬光·정호程顥·정이程頤·장재張載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를 정주학파程朱學派라고도 한다.
- 88)유학(洙泗學) :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는 강의 이름인데, 공자가 이 근처에서 도를 가르쳤으므로 유학을 수사학洙泗學이라 한다.
- 89)이천伊川 : 정이程頤의 호이다.
- 90)고정考亭 : 주희朱熹를 말한다.
- 91)대혜大惠 : 대혜 종고大慧宗杲(1089~1163) 스님은 송대 임제종 양기파에 속한 분으로, 효종제孝宗帝로부터 대혜선사大慧禪師라는 호를 받았다. 저서로 『大慧語錄』 12권과 『大慧法語』 3권 등이 있다.
- 92)『周易』 곤괘坤掛에 나온다.
- 93)『書經』 「伊訓」에 나온다.
- 94)『書經』 「湯誥」에 나온다.
- 95)난무자欒武子 : 춘추春秋 진晉나라 사람으로, 경대부를 지냈다. 이름은 서書, 시호는 무자武子이다. 검소한 생활과 덕행으로 명성이 자자하였고,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 96)수후隋侯에게 뱀이~갚아 주었으니 : 초楚나라 수후가 길을 가다 소 모는 아이들이 뱀을 잡으려 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수후가 아이들에게서 뱀을 구해 치료해 주었는데, 며칠 후 달이 뜨지 않았는데도 마당이 훤해 내다보니, 뱀이 입에 야광주를 물고 있었다고 한다.
- 97)전傳 : 『史記』 「貨殖列傳」을 말한다.
- 98)식심識心 : 제6식第六識 혹은 제8식第八識의 심왕心王을 식심이라 한다. 즉 의식 작용의 본체가 되는 것으로, 대상을 향하여 일반상一般相을 인식하는 정신 작용을 말한다.
- 99)진지眞知 : 진지眞智의 지知를 말한다.
- 100)걸桀이나 주紂, 도척盜跖 : 하夏나라 걸왕桀王과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세상에서 가장 포악무도한 임금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도척은 춘추시대 노魯나라 유하혜柳下惠의 제자로, 그를 따르는 무리가 9천 명이나 되었다. 그는 남의 우마牛馬를 훔쳐 타고, 부녀를 잡아갔으며, 제후왕諸侯王을 침해하고 천하를 횡행하면서 포악무도한 행위를 서슴없이 했던 사람이다.
- 101)허순許詢 : 진晉나라 사람으로, 자는 원도元度이며, 산수山水를 유람하길 좋아했다. 당시 사람이 말하기를, “허순은 한갓 승정勝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제승지구濟勝之具가 있다.”라고 했다. 『尙友錄』 제15권에 나온다.
- 102)소찰蕭察 : 북주北周 사람으로, 소통蕭統의 셋째 아들이며, 학문을 좋아하고 글을 잘 지었다고 한다. 또한 불교의 이치에 통달하였고, 대통大通 연간에 악양왕岳陽王에 봉해졌다. 묘호는 중종中宗, 저서로는 문집과 『華嚴般若法華金光明義疏』가 있다. 『周書』 제18권에 나온다.
- 103)배휴裵休 : 당나라 사람으로, 배숙裵肅의 아들이며, 자는 공미公美이다. 대중大中 연간에 병부시랑兵部侍朗, 동중서문하평장사同中書門下平章事를 지낸 다음, 선정善政을 많이 펼쳤다. 『新唐書』 제182권에 나온다.
- 104)안탕승雁蕩僧 : 안탕은 절강성浙江省에 있는 산 이름인데, 태평흥국太平興國 초에 사문 전료全了가 이 산에 영암사靈巖寺라는 절을 지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전료를 지칭하여 안탕승이라 한 것으로 추정된다.
- 105)진회秦檜 : 남송南宋 고종高宗 때 재상宰相으로, 자는 회지會之이다. 악비岳飛를 무고誣告하여 죽이고, 주전파主戰派를 탄압하여 금金나라와 굴욕적인 화약和約을 체결하였으므로, 후세에 대표적인 간신姦臣으로 꼽힌다. 『宋史』 제473권에 나온다.
- 106)지영智永 : 남북조南北朝 때 영흔사永欣寺의 스님인데, 호는 영선사永禪師이며, 회계會稽 사람이다. 속성은 왕王 씨이고, 서예에 능하여 여러 서체를 다 잘 썼다.
- 107)장방평張方平 : 송나라 남경南京 사람으로, 자는 효달孝達, 호는 낙전거사樂全居士이다.
- 108)낭야瑯琊 : 산동성山東省 제성현諸城縣 동남쪽 낭야대瑯琊臺 위에 있는 비석이다. 진시황 28년에 세운 송덕비로, 비문에는 청 함풍咸豊 동치同治 연간까지의 대신과 종신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 109)형화박邢和璞 : 당나라 사람으로, 『穎陽書』를 지었다. 『唐書』 제204권에 나온다.
- 110)한나라 고조高祖 : 한漢나라 시조로, 성은 유劉, 이름은 방邦이다. 초楚나라 항우項羽를 해하垓下에서 격파하고, 제위에 올라 4백여 년의 왕조를 창업하였다.
- 111)주공周公 : 성은 희姬씨이며, 주周 무왕武王의 아우이다. 무왕을 도와 은殷나라 주紂를 토벌하였다.
- 112)주공周公이 현인이~나가서 맞이하였다 : 주공이 인재를 구하기에 힘쓴 것을 표현한 말로, 『史記』 「魯周公世家」에 “내가 한 번 머리를 감을 동안에 세 번 머리를 잡고 나가고, 한 번 밥을 먹는 동안에 세 번 밥을 뱉고 일어나 선비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천하의 현인을 잃을까 두려워한다.(我一沐三捉髮。 一飯三吐哺。 起以待士。 猶恐失天下之賢人。)”라고 하였다.
- 113)중이重耳 :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이름이다.
- 114)이치李豸 : 소동파의 제자로 소동파 문하의 여섯 군자(蘇門六君子) 중 하나이다.
- 115)뇌문雷門 : 고대 회계會稽의 성문 이름인데, 큰 북을 달아 놓아 우레와 같은 소리가 진동하였다고 한다.
- 1)「二」一字。編者補入。
- 1)「師」當作「獅」{編}次同。
- 1)「書」一字。編者補入。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하혜정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