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초의시고(艸依詩藁) / 艸衣詩藳卷之一

ABC_BJ_H0249_T_002

010_0831_b_02L
초의시고 권상艸衣詩藁卷上
초의 의순 중부 지음(艸衣意恂中孚 著)
이상현 (역)
총목차總目次
초의시집 서문
권상
시詩 일一(102편)
팔월 십오일 새벽에 앉아서(八月十五日曉坐)
가을날의 회포를 적다(秋日書懷)
탁옹 선생에게 봉정하다(奉呈籜翁先生)
당귀當歸를 캐면서 부른 노래(采山蘄行)
냇가에서(溪行)
만일난야에 제하다(題挽日蘭若)
이찬 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悼理贊學者)
비에 막혀 다산 초당에 가지 못하다(阻雨未往茶山草堂)
연못 속의 물고기 새끼를 보고 읊다(賦得池中魚苗)
한벽당에 올라(登寒碧堂)
만향각에서 유산과 함께 읊다(蔓香閣與酉山共賦)
파당 도중에(巴塘道中)
수종사에서 옛일을 생각하며(水鍾寺懷古)
서성의 눈 내린 밤에~(城雪夜與山泉居士金命喜拈杜樊川韻)
또 창려의 운을 써서 짓다(又拈昌黎韻)
옥경산방에서 묵으며 주인에게 증정한 삼십 운(宿玉磬山房 奉贈主人三十韻)
함벽정에서 묵으면서~(涵碧亭 奉贈鶴臯道人尹定鉉字鼎叟)
철경 대사가 지지옹에게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掣鯨大師寄止止翁韻)
철경 선사가 한양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掣鯨禪師遊漢陽)
불국사 회고(佛國寺懷古)
동쪽 별장에서~(莊奉別東老金承旨在元 覃齋金承旨敬淵 黃山金承旨逌根 秋史金待敎正喜)
산수도 팔첩에 제하다(題山水圖八帖)
다정 효렴 윤종영이 가연산에서~(亭尹孝廉鍾英賦伽延山居冬詞寄余 余賦春夏秋詞與冬詞合成四時詞還呈)
용문사에 이르러(至龍門寺)
서울에 과거 보러 가는 다정을 전송하며(送茶亭赴京試)
도촌 김인항이 초암을 방문했기에(金道村仁恒見過草菴)
도촌이 율시 한 수를 부쳤기에 차운하여 바로 부치다(道村寄一律 次韻却寄)
금강의 바위 위에서~(剛石上 與彥禪子 和王右丞終南別業之作)
또 창려의 운을 써서 함께 유거를 읊다(又拈昌黎韻 同賦幽居)
또 왕남전의 운을 써서 짓다(又拈王藍田韻)
중구일에 호의․철경․석범․하의 등 여러 스님들과~(日與縞衣掣鯨石帆荷衣諸師遊山)
내가 산에서 노닐면서~(村聞余遊山之作 次韻見寄 復和答之)
또 나의 회포를 서술하여 부치다(又叙自懷奉寄)
수재 강일형에게 부치다(寄姜秀才一炯)
송월 갑신년 운흥사에서(松月甲申 在雲興寺)
차운하여 윤다정에게 화답하다(次韻奉酬尹茶亭)
예전에 탁옹이 자하동에 머물 적에~(於籜翁之棲紫霞 余適往陪 作看花詩二篇 先生還鄕 已十餘年矣 余今結社於九曲 春物方榮 感舊傷懷 遂和前篇)
도암십영(道庵十咏)

010_0831_b_02L艸衣詩藳卷之一

010_0831_b_03L

010_0831_b_04L艸衣意恂中孚著

010_0831_b_05L1)總目次

010_0831_b_06L
卷上

010_0831_b_07L
詩一百二篇

010_0831_b_08L
八月十五日曉坐秋日書懷
奉呈
010_0831_b_09L籜翁先生采山蘄行溪行題挽日
010_0831_b_10L蘭若悼理贊學者阻雨未徃茶山草
010_0831_b_11L賦得池中魚苗登寒碧堂蔓香
010_0831_b_12L閣與酉山共賦
巴塘道中
水鍾
010_0831_b_13L寺懷古西城…拈杜樊川韻又拈昌
010_0831_b_14L黎韻宿玉磬山房奉贈主人三十韻宿
010_0831_b_15L涵碧亭奉贈鶴臯道人次掣鯨大師寄
010_0831_b_16L止止翁韻
送掣鯨禪師遊漢陽
010_0831_b_17L國寺懷古
東莊…金待敎二十
一首

010_0831_b_18L山水圖八帖
茶亭…四時詞還呈

010_0831_b_19L至龍門寺送茶亭赴京試金道村仁
010_0831_b_20L恒見過草菴道村寄一律次韻却寄
010_0831_b_21L剛…別業之作又拈昌黎韻同賦幽居
010_0831_b_22L又拈王藍田韻九日…遊山
道村
010_0831_b_23L…和答之又叙自懷奉寄
寄姜秀
010_0831_b_24L才一炯松月次韻奉酬尹茶亭
010_0831_b_25L於籜翁…和前篇道庵十咏

010_0831_c_01L쌍계사에서 차운하다(雙溪寺次韻)
교리 한진감의 시에 화운하다(奉和韓敎理鎭㦿)
차운하여 언 선자에게 답하다(次韻答彥禪子)
일지암을 중건하다(重成一枝庵)
수종사에서 석옥 화상의 시에 차운하다(水鍾寺次石屋和尙)
유산의 시에 화운하다(奉和酉山)
두릉 시사에서 여러 사백과 함께 읊다(杜陵詩社與諸詞伯同賦)
채화정의 아회雅會에서(菜花亭雅集)
채화정에서 합매를 읊다(菜花亭賦閤梅)
채화정에서 연구를 짓다(菜花亭聯句)
또 육언으로 연구를 짓다(又六言聯句)
일언에서 육언까지 연구로 짓다(一言至六言聯句)
무자년에 선사의 탑이 이루어져서~(子先師塔成 庚寅冬謁海居道人乞銘 海居與諸賢 會余于淸凉山房 爲春夜之遊 即辛卯正月之中澣也 先拈樹字 各賦五言古詩一首)
이튿날 청량산방에~(日仍留淸凉山房 海居都尉尹絅堂正鎭 李東樊丁酉山洪樗園羲人洪葯人成謨 與余合七人 分韻賦詩 以請看石上藤蘿月爲韻 余得月字 詩令禁用梵語)
또 청량사 금파산방에서 노닐다(又遊淸凉寺錦波山房)
절구 한 수를 지어 해거에게 증정하다(一絕呈海居)
금공의 방에서 유숙하며(留宿錦公房)
또 사언의 시를 읊다(又賦四言)
유산에게 증정하다(呈酉山)
동번에게 증정하다(呈東樊)
석천에서 차를 달이며(石泉煎茶)
열수에 배를 띄우고(洌水泛舟)
자하 시랑이 이월 팔일에 지은 시에 화답하다(奉和紫霞侍郞二月八日之作)
하전 김익정이 용문산을~(夏篆益鼎遊龍門山 要余偕之 遂與閔華山隨行)
노탄에서 저물어 정박하다(蘆灘暮泊)
이른 아침에 사천을 지나며(早過斜川)
낮에 사나사에 들어가다(午入舍那寺)
수월암에 올라가 묵다(上宿水月庵)
가섭봉에 올라(登迦葉峯)
윤필암(潤筆菴)
저녁에 상원에 도착하다(暮抵上院)
능산 구행원의 수연시(具綾山行遠壽宴詩)
문산 능산과 함께~(文山綾山會蓉湖金直閣邁淳宅)
두릉의 여름날 이동번이 배를 타고 오다(杜陵夏日 李東樊乘舟而至)
석호정에서 노닐며 제공과 함께 읊다(遊石湖亭與諸公賦)
석호정에서 비를 만나~(湖亭値雨 次范石湖初歸石湖韻)
빗소리를 들으며(聽雨)
여름날 서원에서 제공과 모임을 갖다(夏日西園與諸公雅集)
북선원에서 자하 노인을 뵙고(北禪院謁紫霞老人)
금령과 헤어질 때 차운하여 남겨 주다(次韻留別錦舲)
귀어산장에서 김하전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歸漁山庄 留別金夏篆)
유산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留別酉山)
기해년 구월에~(亥九月李晩蘇見訪留題一絕 次韻奉呈)
입동일에 전의를 찾았으나~(冬日 訪全醫不遇 又聞晩蘇亦出遊未還 遂次前韻 留題蒼巖而歸)
북산도인이 매화와 난초 그림을~(和北山道人咏畫梅畫蘭)
오대산 창렬이~(大山昌烈 謁酉堂於古湖 和石屋閒居韻見寄 次韻奉呈)
화원에서 북산도인 변지화에게 화답하다(花源奉和北山道人卞持和)
봄날에 비에 막혀 호산 정 처사 산장에 머물다(春日滯雨葫山鄭處士山莊)
처사 정지묵의 만사(鄭處士志默挽詞)
북산도인에게 화답하다(奉和北山道人)

010_0831_c_01L溪寺次韻
奉和韓敎理次韻答彥
010_0831_c_02L禪子
重成一枝庵水鍾寺次石屋
010_0831_c_03L和尙十二
奉和酉山十二
杜陵詩社
010_0831_c_04L與諸詞伯同賦菜花亭雅集菜花亭
010_0831_c_05L賦閤梅菊花亭聯句又六言聯句
010_0831_c_06L一言至六言聯句戊子…五言古詩一
010_0831_c_07L翌日…梵語又遊淸凉寺錦
010_0831_c_08L波山房一絕呈海居留宿錦公房
010_0831_c_09L又賦四言呈酉山呈東樊石泉煎
010_0831_c_10L洌水泛舟奉和紫霞侍郞二月八
010_0831_c_11L日之作金夏篆…隨行蘆灘暮泊
010_0831_c_12L早過斜川午人舍那寺上宿水月庵
010_0831_c_13L登迦葉峯潤筆菴暮抵上院具綾
010_0831_c_14L山行遠壽宴詩與文山綾山會蓉湖金
010_0831_c_15L直閣邁淳宅杜陵夏日李東樊乘舟而
010_0831_c_16L
遊石湖享與諸公賦石湖享…歸
010_0831_c_17L石湖韻
聽雨夏日西園與諸公雅
010_0831_c_18L北禪院謁紫霞老人次韻留別錦
010_0831_c_19L歸漁山庄留別金夏篆留別酉
010_0831_c_20L己亥九月…奉呈立冬日…蒼巖
010_0831_c_21L而歸奉和北山道人咏畫梅畫蘭
010_0831_c_22L大山…次韻奉呈十二
花源奉和北山道
010_0831_c_23L人卞持和
春日滯雨葫山鄭處士山
010_0831_c_24L
鄭處士志默挽詞奉和北山道
010_0831_c_25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0832_a_01L정양도인 신태희에게 화답하다(奉和晶陽道人申泰熙)
정양이 청량사 모임의 내 시에~(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 復和答之)
북산이 앞 시에 화운하여~(山和前韻寄來求和)
북산이 두륜에 이르러~(山至頭輪見贈 次韻奉和)
대나무를 심다(種竹)
금호에서 산천도인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琴湖留別山泉道人)
기산이 차를 보내 준 것에~(山以謝茶長句見贈 次韻奉和兼呈雙修道人)
쌍수도인과 함께 가을에 장천의 별업에서 묵다(與雙修道人秋宿長川別業)
갑오년 국화꽃 피는 가을에~(午菊秋將辭苕溪 拈司空圖詩品 流水今日明月前身八字 各賦三韻短律 余得水字)
또 조당의 운을 취하다(又拈曺唐)
관서의 찬 상인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西贊上人求語 聊以一偈贈送)
미타불 개금 모연소 뒤에 제하다(題彌陀佛改金募緣疏後)
금강산 유람시(遊金剛山詩)
운엄도인에게 증정하다(贈雲广道人)
권하
시詩 이二(44편)
세화 도중에 만소를 만나~(花道中 逢晩蘇 旋別歸山 晩蘇和余詩二首 又押山字 合三絕寄來 又和而答之)
사문 김금릉과 수재 이창애가~(斯文金陵 李秀才蒼崖 並寄書求偈 遂更次前韻 三疊以寄)
만소가 오언고시 한 수를~(蘇以五古一首見贈 次韻奉呈 幷衍爲七言一首以寄)
한번 보고는~(見大作可槩其人 臨行遙贈四絕)
차운하여 이광려에게 답하다(次韻答李匡廬)
여름날에 죽림정사에서 모임을 갖다(夏日會竹林精舍)
가을날에 앞의 운을 써서~(日用前韻寄吳河槎永河)
안일인이 부친 시에 차운하다(次安逸人見寄之作)
은고부를 애도하다(哀殷古阜)
백운동에서 백학의 날개를 보고 짓다(白雲洞見白鶴翎有作)
한 그루 나눠 받고 또 첩운하여 한 수 짓다(借分一株又疊一首)
만소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晩蘇不遇 留宿蒼巖夜雨)
운주루에서 수사 심공 낙신을 모시고~(籌樓陪水使沈公樂臣同賦)
봄날에 유산이 절구를 보내왔기에 화답하다(春日酉山見寄一絕 奉和答之)
풍입송風入松
임강선臨江仙
신월을 읊은 어제에 삼가 화운하다(奉和御題咏新月)
앞의 운을 써서 수사 심공에게 봉정하다(用前韻奉呈水使沈公)
수사가 단오절 선물로 부채를 보내왔기에 사례하다(謝水使惠送節扇)
차운하여 수사 심공에게 삼가 부치다(次韻奉柬水使沈公)
수사가 조정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奉餞水使還朝)
처사 서상군에 대한 만사(徐處士尙君挽詞)
문춘호가 찾아와서 나에게 시를 보여 주기에~(春湖見訪有贈 次韻和之)
북산 목관의 시에 차운하다(次北山牧官韻)
제주목사 이공 원조가 시를 청하기에~(牧李公源祚索詩 遂次望京樓韻)

010_0832_a_01L奉和晶陽道人申泰熙
晶陽…
010_0832_a_02L和答之
北山和前韻寄來求和

010_0832_a_03L山至頭輪見贈次韻奉和
種竹
010_0832_a_04L湖留別山泉道人起山…雙修道人
010_0832_a_05L雙修道人秋宿長川別業甲午…余得
010_0832_a_06L水字又拈曺唐關西贊上人求語聊
010_0832_a_07L以一偈贈送題彌陀佛改金募緣疏後
010_0832_a_08L遊金剛山詩贈雲广道人

010_0832_a_09L
卷下

010_0832_a_10L
詩(二) 四十四篇

010_0832_a_11L
細花…和而答之
金斯文…以寄

010_0832_a_12L晚蘇…以寄
一見…一絕
次韻答
010_0832_a_13L李匡廬
夏日會竹林精舍秋日用
010_0832_a_14L前韻寄吳河槎永河次安逸人見寄之作
010_0832_a_15L哀殷古阜白雲洞見白鶴翎有作借分
010_0832_a_16L一株又疊一首訪晩蘇不遇留宿蒼巖
010_0832_a_17L夜雨運籌樓陪水使沈公樂臣同賦

010_0832_a_18L春日…答之
風入松臨江仙
010_0832_a_19L和御題咏新月用前韻奉呈水使沈公

010_0832_a_20L謝水使惠送節扇
次韻奉柬水使沈公
010_0832_a_21L奉餞水使還朝徐處士尙君挽詞
010_0832_a_22L春湖見訪有贈次韻和之
次北山牧官
010_0832_a_23L
濟牧李公源祚索詩遂次望京樓韻

010_0832_b_01L운옹과 월사가 전운을 써서~(翁月槎用前韻見寄 次韻却寄)
백장에서 노닐며 차운하다(遊柏庄次韻)
고일인과 함께 금성으로 가려다가~(高逸人 將向錦城 途中逢雨 得行字)
독락재에서 차운하다(獨樂齋次韻)
우석 신공이 준 시에 삼가 화운하다(奉和于石申公見贈)
해종암에서 연옹의 시에 차운하다(海宗庵次蓮翁韻)
영주에서 이연죽에게 답하다(瀛洲答李然竹)
운엄도인의 시에 차운하다(次雲广道人韻)
어초자가 마침 왔기에~(樵子適來 次韻一首 和而答之)
현재에서 차운하여 함께 읊다(縣齋拈韻同賦)
지현 한공 계원의 시는 다음과 같다(知縣韓公啓源詩)
고향에 돌아와서(歸故鄕)
목진 휴장정을 지나며 차운하다(過木鎭休將亭次韻)
유산이 부친 시에 화운하다(奉和酉山見寄)
유산의 다시에 화답하다(奉答酉山茶詩)
운포의 다시에 화답하다(奉答耘逋茶詩)
일속암가一粟庵歌
일속암 주인의 시에 차운하여 화답해 부치다(次韻寄答一粟菴主人)
차를 받고 인사로 보내온 산천도인의 시에 화답하다(奉和山泉道人謝茶之作)
문文(16편)
천불전 상량문千佛殿上樑文
청허비각 상량문淸虛碑閣上樑文
대둔사에 새로 세운 광명전의 상량문(大芚寺新建光明殿上樑文)
천불을 다시 조성하고 지은 기문(重造成千佛記)
미황사 만일회萬日會의 기문(美黃寺萬日會記)
남을 대신해서 그의 스승을 천도한 글(代人作薦師疏)
혜운을 대신해서 그의 스승을 천도한 글(代惠雲作薦師疏)
땅에서 솟아난 불탑을 중수하며 개금한 글(地踴佛塔重修故金疏)
불상 개금 모연문佛像改金募緣文
해인사 대웅전 및 대장각 중수 권선문(海印寺大雄殿及大藏閣重修勸善文)
대둔사 승보안 서문(大芚寺僧寶案序)
승보안 발문(僧寶案跋)
해거도인 시집 발문(海居道人詩集跋)
완당 김공에 대한 제문(阮堂金公祭文)
해거도인에게 올린 글(上海居道人書)
일미 선생에게 올린 글(上一味先生書)
초의 대종사 탑비명艸衣大宗師塔碑銘
초의시고 발문(艸衣詩藁跋)
시詩 일一
팔월 십오일 새벽에 앉아서정묘년(1807, 순조7) 쌍봉에서(八月十五日曉坐丁卯 在雙峰)
惺起北窓眠        북창 가에서 잠자다 깨어나 보니
河傾遙夜闌        은하수 기울고 멀리 날 새고 있네
四山峭且㴱        사방 산들 높고 또 골짜기 깊으니
孤菴寂而閒        외론 암자 적막하고 또한 한가해라

010_0832_b_01L雲翁月槎用前韻見寄次韻却寄
遊柏
010_0832_b_02L庄次韻與高逸人將向錦城途中逢雨
010_0832_b_03L得行字獨樂齋次韻奉和于石申公
010_0832_b_04L見贈
海宗庵次蓮翁韻瀛洲答李
010_0832_b_05L然竹
次雲广道人韻
漁樵子適
010_0832_b_06L來次韻一首和而答之縣齋拈韻同賦
010_0832_b_07L知縣韓公啓源詩歸故鄕過木鎭休
010_0832_b_08L將亭次韻奉和酉山見寄奉答酉山
010_0832_b_09L茶詩
奉答耘逋茶詩
一粟庵歌
010_0832_b_10L次韻寄答一粟菴主人奉和山泉道人
010_0832_b_11L謝茶之作

010_0832_b_12L
十六篇

010_0832_b_13L
千佛殿上樑文淸虛碑閣上樑文
010_0832_b_14L芚寺新建光明殿上樑文重造成千佛記
010_0832_b_15L美黃寺萬日會記代人作薦師疏
010_0832_b_16L惠雲作薦師疏地踴佛塔重修故金疏
010_0832_b_17L佛像改金募緣文海印寺大雄殿及大
010_0832_b_18L藏閣重修勸善文大芚寺僧寶案序
010_0832_b_19L寶案跋海居道人詩集跋院堂金公
010_0832_b_20L祭文上海居道人書上一味先生書

010_0832_b_21L
艸衣大宗師塔碑銘

010_0832_b_22L

010_0832_b_23L1)詩(一) [1]

010_0832_b_24L八月十五日曉坐丁卯在雙峰

010_0832_b_25L
惺起北窓眠河傾遙夜闌

010_0832_b_26L四山峭且㴱孤菴寂而閒

010_0832_c_01L皎皎月入樓        훤하게 달빛은 다락에 새어 들고
嫋嫋風生欄        산들거리는 바람은 난간에 이네
沈沈氣冪樹        어둑하게 새벽 기운은 숲을 덮고
零露流竹竿        떨어지는 이슬은 대나무에 흐르네
檢素終違己        서한이 끝내는 나의 뜻과 달라서
對此還苦顔        이를 대하노라니 또한 걱정되네
人不解意表        사람이 언외의 뜻을 알지 못하니
難超嫌疑間        세상의 혐의 벗어나기 어려우리라
胡不防未然        어찌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는가?
履霜方惡寒        서리를 밟으니 추위가 싫어지네
漸看東頭明        점점 동쪽 하늘 밝아 옴 보이고
曉霞起前山        새벽 안개는 앞산에서 일어나네
가을날의 회포를 적다4수(秋日書懷四首)
護我隱居存底物      나의 거처를 보호하고 있는 물건은
紫篔烏䇢滿階除      자색 흑색 대나무로 섬돌 가득하네
此君未礙淸秋路      차군이 가을 옴에 구애되지 않음은1)
已被寒商薄綺疏     이미 추위에 고운 옷 입어서 이네
秋水遠從千㵎落      멀리 일천 계곡에서 떨어지는 가을 물이
小池新受碧潺潺      작은 못을 거쳐서 잔잔히 흘러가네
菱錢荇帶知何去      마름꽃과 연잎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惟蘸分明雨後山     비 온 뒤의 산빛만 산뜻하게 잠겼어라
尋源政到淸池曲      근원 찾다 마침내 맑은 못 굽이에 이르러
手弄漣漪坐不歸      손으로 물결 장난하며 앉아 돌아갈 일 잊네
薄晚溪橋烟色起      어스름 저녁 시냇가 다리에 안개 피어나니
山雲已自濕禪衣     산 구름은 벌써 저절로 옷자락에 스며드네
經行剛怕損蒼苔      큰길로 가면 푸른 이끼 다칠까 봐
汲澗常尋別徑廻      물 길으며 항상 다른 길로 돌아오네
昨暮呦呦山鹿過      어제저녁에 사슴이 울며 지나가더니
朝看綠髮帶輕埃     아침에 먼지 속에서 초록 털이 보이네
탁옹 선생에게 봉정하다기사년(1809, 순조9) 대둔사에서(奉呈籜翁先生己巳 在大芚寺)
富送人以財        부자는 전송할 때 재물로 하고
仁送人以言        인자는 전송할 때 말로 하는 법
今將辭夫子        지금 선생의 곁을 떠나는 때에
可無攸贈旃        한마디 말이 없을 수 있으리오
先敬舒陋腹        먼저 소승의 감회를 토로하여
請陳隱几前        선생에게 아뢸까 하노이다
眞風遠告逝        참된 기풍이 멀리 사라지면서
大僞斯興焉        큰 속임수가 일어나게 되어2)
閭巷滿章甫        세상에 선비는 가득하여도
千里無一賢        천 리에 현인은 한 사람도 없네
州里旣悐悐        고을이 온통 소란한 가운데
蠻㹮理固然        오랑캐의 땅이 된 것도 당연한 일

010_0832_c_01L皎皎月入樓嫋嫋風生欄

010_0832_c_02L沈沈氣冪樹零露流竹竿

010_0832_c_03L檢素終違己對此還苦顏

010_0832_c_04L人不解意表難超嫌疑間

010_0832_c_05L胡不防未然履霜方惡寒

010_0832_c_06L漸看東頭明曉霞起前山

010_0832_c_07L秋日書懷四首

010_0832_c_08L
護我隱居存底物紫篔烏䇢滿階除

010_0832_c_09L此君未礙淸秋路已被寒商薄綺疏(一)

010_0832_c_10L秋水遠從千㵎落小池新受碧潺潺

010_0832_c_11L菱錢荇帶知何去惟蘸分明雨後山(二)

010_0832_c_12L尋源政到淸池曲手弄漣漪坐不歸

010_0832_c_13L薄晚溪橋烟色起山雲已自濕禪衣(三)

010_0832_c_14L經行剛怕損蒼苔汲澗常尋別徑廻

010_0832_c_15L昨暮呦呦山鹿過朝看綠髮帶輕埃(四)

010_0832_c_16L奉呈籜翁先生己巳 在大芚寺

010_0832_c_17L
富送人以財仁送人以言

010_0832_c_18L今將辭夫子可無攸贈旃

010_0832_c_19L先敬舒陋腹請陳隱几前

010_0832_c_20L眞風遠告逝大僞斯興焉

010_0832_c_21L閭巷滿章甫千里無一賢

010_0832_c_22L州里旣悐悐蠻貊理固然

010_0832_c_23L「詩一」二字編者補入

010_0833_a_01L我生當此時        내가 이런 때에 태어난데다가
質亦非堪硏        자질도 그다지 좋지 못한 터에
所以行己道        나의 도를 제대로 행하기 위해
將向問無緣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어라
歷訪芝蘭室        지란의 방을 차례로 찾았지만
竟是鮑魚廛        끝내는 모두 생선 가게였을 뿐3)
南遊窮百城        남쪽의 일백 성을 돌아다니느라
九違靑山春        청산의 봄을 아홉 차례 보냈네4)
豈謂窮海曲        어찌 알았으랴 궁벽진 바닷가에
天降孟母鄰        하늘이 좋은 이웃을 내렸을 줄을
德業冠邦國        덕업은 우리나라의 으뜸이요
文質兩彬彬        문과 질이 모두 빈빈하시네5)
燕居恒抱義        평소 거처에도 항상 의를 품고
經行必戴仁        나가서는 머리에 인을 받드셨네
旣滿如不盈        이미 가득 찼어도 차지 않은 듯
常以虛受人        항상 텅 비워 남을 받아 주셨네
君子貴遇時        군자는 때를 만남이 중하지만
不遇亦不嚬        만나지 못해도 찡그리지 않는 법
道大本不容        도가 커서 본래 용납되지 못하였고
流落且誾誾        어려워도 마음을 온화하게 하셨다네
我爲求此道        내가 이 도를 찾고자 하여
遠來致恂恂        멀리 와서 공경히 떠받들었네
且將違座側        장차 선생의 곁을 떠나게 되어
摳衣請諄諄        삼가 가르침 간곡히 청하옵니다
儻贈謝車言        곡진한 말씀 한마디해 주시면
鏤肝復書紳        명심하여 결코 잊지 않으리이다
당귀當歸를 캐면서 부른 노래경오년(1810, 순조10) 대둔사에서(采山蘄行庚午 在大芚寺)
採蘄復採蘄        당귀를 캐네 당귀를 캐네
迢遞躋巑岏        아스라이 높은 산 위에 올라
谷曙草露繁        풀잎에 이슬 맺힌 새벽의 산골
山深嵐氣寒        산이 깊어서 으스스 한기 도네
始愁樵徑斷        처음엔 오솔길 끊길까 걱정이더니
漸喜洞天寛        점점 동천이 트여서 마음 놓이네
層壁含雲翠        층암절벽은 구름 머금어 푸르르고
輕霞帶陽丹        가벼운 노을은 햇빛을 띠고 붉어라
隔葉喧怪鳥        나뭇잎 사이로 새들은 울부짖고
觸石鳴哀湍        바위 부딪는 여울물 애처롭게 울리네
爰持三尺鑱        석 자 되는 삽을 손에 들고서
採採周巖巒        산을 돌아다니며 캐고 또 캐나니
靈根深不見        신령스러운 뿌리는 보이지 않아도
嫩苗馨如蘭        여린 싹의 향기는 난초 같아라
天境旣寧靜        하늘의 경계도 안정되어 고요하니
余志亦安閒        나의 마음도 편안하고 한가롭네
永言謝淆俗        영원히 세속과 뒤섞이지 않고서
欣酧戀考槃        움막 짓고 한유하게 소요하고 싶어라
樂心在所適        즐거운 마음은 알맞은 것에 있으니
寧憂蔬蔌餐        어찌 나물밥 먹은 것을 걱정하리오

010_0833_a_01L我生當此時質亦非堪硏

010_0833_a_02L所以行己道將向問無緣

010_0833_a_03L歷訪芝蘭室竟是鮑魚廛

010_0833_a_04L南遊窮百城九違靑山春

010_0833_a_05L豈謂窮海曲天降孟母鄰

010_0833_a_06L德業冠邦國文質兩彬彬

010_0833_a_07L燕居恒抱義經行必戴仁

010_0833_a_08L旣滿如不盈常以虛受人

010_0833_a_09L君子貴遇時不遇亦不嚬

010_0833_a_10L道大本不容流落且誾誾

010_0833_a_11L我爲求此道遠來致恂恂

010_0833_a_12L且將違座側摳衣請諄諄

010_0833_a_13L儻贈謝車言鏤肝復書紳

010_0833_a_14L采山蘄行庚午 在大芚寺

010_0833_a_15L
採蘄復採蘄迢遞躋巑岏

010_0833_a_16L谷曙草露繁山㴱嵐氣寒

010_0833_a_17L始愁樵徑斷漸喜洞天寛

010_0833_a_18L曾壁含雲翠輕霞帶陽丹

010_0833_a_19L隔葉喧怪鳥觸石鳴哀湍

010_0833_a_20L爰持三尺鑱採採周巖巒

010_0833_a_21L靈根㴱不見嫩苗馨如蘭

010_0833_a_22L天境旣寧靜余志亦安閒

010_0833_a_23L永言謝淆俗欣酧戀考槃

010_0833_a_24L樂心在所適寧憂蔬蔌餐

010_0833_b_01L長懷軒冕者        언제나 높은 벼슬 원하는 이들은
醉夢方未闌        취한 듯 꿈인 듯 깨지 않았으리니
焉知林下客        어찌 알리요 숲속의 나그네가
采蘄靑雲端        푸른 구름 끝에서 당귀를 캐는 줄을
냇가에서(溪行)
採蔌休溪畔        나물 캐다가 냇가에서 쉬노라니
溪流淸且漣        흐르는 시냇물 맑고 또 잔잔하네
新藤經雨淨        새 등나무 덩굴은 비를 맞아서 깨끗하고
古石依雲娟        오래된 바위는 구름에 가려 산뜻해라
嫩葉憐方展        고운 잎새 어여쁘게 막 돋아나가고
蕤花欣未蔫        꽃들은 기쁘게도 아직 시들지 않았네
靑巖當繡屛        푸른 바위는 수놓은 병풍같이 쳐 있고
碧蘚代紋筵        파란 이끼는 꽃자리를 대신할 만하네
人生亦何求        인생에서 무엇을 또 찾을 것 있으리오
支頣澹忘還        턱 괴고 앉아 조용히 돌아감도 잊었네
滄凉山日暮        썰렁한 산속의 해는 저무는데
林末起暝煙        숲속 끝에서 연무가 일어나네
만일난야에 제하다(題挽日蘭若)
側棧欹厓款款行      잔도棧道 걸린 비탈길 조심조심 넘어가서
上方林木愜幽情      꼭대기 절간의 나무숲 보니 회포가 풀어지네
春闌尙有林花發      봄은 갔어도 숲속에 꽃들은 아직 피어 있고
山靜惟容澗鳥鳴      산은 고요하여 냇가의 새소리만 울리네
石面碧雲生細細      바위 위엔 푸른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池心白塔到亭亭      연못 속으론 하얀 탑이 뚜렷이 비쳐 있네
先生新記多顔色      영광스러워라 선생이 지어 준 글이여
玉篆烏絲照翠屛      검은 칸 속의 글씨가 푸른 병풍 비추네
이찬 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고향에서 병으로 죽었다. 임신년(1812, 순조12)에 대둔사에서(悼理贊學者病死故鄕 壬申 在大芚寺)
早悟人間生死愁      인간의 생사의 근심을 일찍 깨닫고서
割恩遙入碧雲邱      은혜를 끊어 버리고 저승길로 갔네
硏心未透三玄趣      침잠했어도 삼현6)의 의취 뚫지 못한 채
撒手長行萬事休      손 놓고 멀리 떠나니 만사가 그만일세
庭樹凄凉零雨夕      뜰앞 나무 처량하고 비 내리는 저녁 싸늘한데
家山蒼翠冷烟秋      푸른 고향 산에 찬 연무 낀 가을날이라
這間獨露天眞面      그 사이에 천진한 면목 홀로 드러나니
可自回光莫遠遊      가히 스스로 빛을 돌려 멀리 가지 마소서
비에 막혀 다산 초당에 가지 못하다계유년(1813, 순조13)(阻雨未往茶山草堂癸酉)
我思紫霞洞        내가 생각건대 지금 자하동은
花木正紛繽        꽃나무가 바야흐로 흐드러졌을 텐데
淫雨苦相防        장맛비가 모질게 방해를 부려
束裝踰二旬        행장을 꾸리고도 이십 일을 넘겼네
深孤長者命        어른의 명을 외람되게 어기게 된
無由訴情眞        저간의 속사정을 호소할 길이 없네
星月露中宵        별과 달이 한밤중에 밝게 빛나고
屯雲散淸晨        머물던 구름 걷히자 새벽이 밝네

010_0833_b_01L長懷軒冕者醉夢方未闌

010_0833_b_02L焉知林下客采蘄靑雲端

010_0833_b_03L溪行

010_0833_b_04L
採蔌休溪畔溪流淸且漣

010_0833_b_05L新藤經雨淨古石依雲娟

010_0833_b_06L嫩葉憐方展蕤花欣未蔫

010_0833_b_07L靑巖當繡屛碧蘚代紋筵

010_0833_b_08L人生亦何求支頣澹忘還

010_0833_b_09L滄凉山日暮林末起暝煙

010_0833_b_10L題挽日蘭若

010_0833_b_11L
側棧欹厓款款行上方林木愜幽情

010_0833_b_12L春闌尙有林花發山靜惟容澗鳥鳴

010_0833_b_13L石面碧雲生細細池心白塔到亭亭

010_0833_b_14L先生新記多顏色玉篆烏絲照翠屛

010_0833_b_15L悼理贊學者病死故鄕 壬申 在大芚寺

010_0833_b_16L
早悟人間生死愁割恩遙入碧雲邱

010_0833_b_17L硏心未透三玄趣撒手長行萬事休

010_0833_b_18L庭樹凄凉零雨夕家山蒼翠冷烟秋

010_0833_b_19L這間獨露天眞面可自回光莫遠遊

010_0833_b_20L阻雨未在往茶山草堂癸酉

010_0833_b_21L
我思紫霞洞花木正紛繽

010_0833_b_22L淫雨苦相防束裝踰二旬

010_0833_b_23L㴱孤長者命無由訴情眞

010_0833_b_24L星月露中宵屯雲散淸晨

010_0833_c_01L欣然起長策        흔연히 지팡이 잡고 길을 나서니
物色正鮮新        물색이 정말 깨끗하고 산뜻하네
褰裓涉幽㵎        옷을 걷고서 시냇물도 건너고
俛首穿深筠        머리 숙이고 대나무 숲도 지났네
行至萬瀑橋        걸음이 만폭교에 이르렀을 때
天容忽㪅顰        날씨가 또 갑자기 돌변하더니
谷風動林起        골바람이 숲을 흔들며 일어나
流氣被嶙峋        산꼭대기까지 휘몰아치고
飛沬跳水面        빗방울이 물 위에 뛰어오르며
細紋起鱗鱗        잔물결이 희부옇게 일어났어라
中行成獨復        중간에 가다가 혼자서 되돌아온
惆悵難具陳        딱한 이 사정 설명하기 어렵네
由旬尙如此        가까운 거리도 이와 같거니
何以窮八垠        사방 끝까지 어떻게 다니리오
哀哉七尺身        슬프도다 일곱 자 이 몸이여
輕擧諒無因        훌쩍 가고자 해도 진정 길이 없네
연못 속의 물고기 새끼를 보고 읊다(賦得池中魚苗)
晴霞暎沼日華淸      청명한 날 맑은 노을 비치는 연못
小小魚兒水面行      어린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노니네
亦有靈明作遊戱      또한 신령스러운 기운 있어 유희를 하나니
天機潑潑憐含生      천기 발랄한 생명들이 어여쁘도다
吹浪未搖山影碧      물결을 일으켜도 산 그림자 흔들리지 않고
投竿解隱池中石      낚시를 던지면 돌 밑으로 숨을 줄도 안다네
交頸相靡親似友      목을 서로 비비면서 벗처럼 친하다가
分尾各散疎如客      꼬리 나눠 흩어지며 객처럼 멀어지누나
安知異日不能       어찌 알랴 이들이 뒷날
一蹴直到龍門       용문에 곧장 이르러서
春透過三層        세 계단 폭포 뛰어올라
燒尾鱗爾若        꼬리를 태우지 않을 줄을7)
不思故淵漣漪水      너희가 만약 옛 연못 잔잔한 물가를 생각지 않는다면
吾爲移汝淸江裏      내가 너희를 맑은 강으로 옮겨 줄 수 있으리라
한벽당에 올라을해년(1815, 순조15) 처음 경도에 들어가는 여행이었다(登寒碧堂乙亥 初入京都之行)
田衣當水榭        전의8)로 찾아온 물가의 정자
云是故王州        여기는 바로 옛날 왕의 고을9)
谷靜禽聲遠        골짜기 고요하니 새소리 멀리 들리고
溪澄樹影幽        맑은 냇물에 나무 그림자 그윽해라
迅商催晩日        서풍西風은저무는 해를 재촉하고
積雨洗新秋        장마 비가 씻은 듯한 초가을이네
信美皆吾土        진실로 우리의 땅 아름답나니
登臨寧賦樓        등루부登樓賦10) 지을 것이 뭐가 있으리요
만향각에서 유산11)과 함께 읊다4수(蔓香閣與酉山共賦四首)
冽水踰來便兩年      한강을 건너온 지 어느덧 두 해
忽驚芳艸翠芊眠      방초가 푸르게 우거져 홀연 놀랐네
南雲不礙重樓眼      남쪽 구름은 누대서 거듭 봄 구애 없는데
北極終差四度天      북극은 끝내 사도의 하늘과 어긋나네

010_0833_c_01L欣然起長筞物色正鮮新

010_0833_c_02L褰裓涉幽㵎俛首穿㴱筠

010_0833_c_03L行至萬瀑橋天容忽㪅顰

010_0833_c_04L谷風動林起流氣被嶙峋

010_0833_c_05L飛沬跳水面細紋起鱗鱗

010_0833_c_06L中行成獨復惆悵難具陳

010_0833_c_07L由旬尙如此何以窮八垠

010_0833_c_08L哀哉七尺身輕擧諒無因

010_0833_c_09L賦得池中魚苗

010_0833_c_10L
晴霞暎沼日華淸小小魚兒水面行

010_0833_c_11L亦有靈明作遊戱天機潑潑憐含生

010_0833_c_12L吹浪未搖山影碧投竿解隱池中石

010_0833_c_13L交頸相靡親似友分尾各散疎如客

010_0833_c_14L安知異日不能一蹴直到龍門

010_0833_c_15L春透過三層燒尾鱗爾若

010_0833_c_16L不思故淵漣漪水吾爲移汝淸江裏

010_0833_c_17L登寒碧堂乙亥 初入京都之行

010_0833_c_18L
田衣當水榭云是故王州

010_0833_c_19L谷靜禽聲遠溪澄樹影幽

010_0833_c_20L迅商催晩日積雨洗新秋

010_0833_c_21L信美皆吾土登臨寧賦樓

010_0833_c_22L蔓香閣與酉山共賦四首

010_0833_c_23L
冽水踰來便兩秊忽驚芳艸翠芊眠

010_0833_c_24L南雲不礙重樓眼北極終差四度天

010_0834_a_01L粉蝶舞欄紅雨外      나비는 난간 밖 붉은 꽃 속에서 춤추고
黃鸝聲切綠陰邊      꾀꼬리는 푸른 숲속에서 간절히 우짖네
深思故壑鍾聲裏      생각나네 옛 골짜기 종소리 속에
靜有寒燈照淨禪     찬 등불 아래 정선12)을 닦던 그때가
一生叅學了今年      평생을 해야 할 참선 공부 금년에 마쳤으니
未妨北窓淸晝眠      창가의 낮잠 즐겨도 무방하리라
白屛山尖孤照水      뾰족한 하얀 병풍산 홀로 물에 비치고
黃曉江色澹連天      누런 새벽 강물 빛은 하늘에 이어졌네
筆牀茶竈春風裏      봄바람 속 책상에는 다기가 차려 있고
藥末香塵小醉邊      가벼이 취한 속에 약 찌꺼기 향기 이네
已信誌公譚實相      이미 지공이 실상을 말한 것을 믿나니
要知喧靜兩皆禪     시끄럽고 고요함 모두가 선임을 아는 것이네
萬緣消盡晝如年      일체의 인연이 사라지니 하루가 마치 일 년 같고
散帙將成隱几眠      책을 펼쳐 놓은 채 책상에 기대어 졸고 있네
零落山花紅滿座      산 꽃이 떨어져서 자리를 붉게 물들이고
霏昇磵霧細縈天      시냇가 안개 피어올라 하늘 가득 덮고 있네
鳥遊跡每尋書內      새가 노닌 자취는 매번 책 속에서 찾고
鹿過痕多印井邊      사슴 지난 흔적 대부분 우물가에 찍혀 있네
排遣俗緣乾淨了      세상 인연 남김없이 떨쳐 버리고서
燒香引我坐談禪     향 피우고 나와 앉아 선을 이야기하네
檢方無藥駐流年      흐르는 세월 잡아 둘 방법이 없으니
只合消搖信意眠      소요하며 마음껏 잠자면 그저 그만
淸斝欲邀松上月      술잔 들어 솔 위의 달을 맞이하려고
小舠先赴水中天      배 타고 물속의 하늘로 먼저 향했소
津頭柳綠疎煙外      성긴 연기 너머엔 나루의 푸른 버들이요
江口山紅落照邊      지는 해 옆에는 강어귀의 붉은 산이로세
靑史如能記閒散      역사에 만약 한가로움도 기록한다면
汗簡應載泛湖禪     죽간에는 호수에 배 띄운 선승 실어야 하리
파당 도중에2수(巴塘道中二首)
殊方誰復解相憐      타향에서 누가 또 서로 아껴 주겠는가
惆悵鄕音轉杳然      고향 소식 갈수록 아득해서 슬프도다
晚鴨將雛當近渚      오리는 새끼 데리고 가까운 물가로 가고
冥鴻曳響度遙天      기러기는 길게 울면서 먼 하늘 날아가네
氣寒翠壁秋雲薄      찬 기운의 푸른 벼랑엔 가을 구름이 끼어 있고
雨斂澄江暮景鮮      비 걷힌 맑은 강엔 저녁 경치가 깨끗해라
爲有酉山傾蓋舊      경개여구傾蓋如舊13)한 우리 유산이 있기에
燈笻重向洌東邊     지팡이 짚고 다시 한강 동쪽 향하노라
客遊同野鶴        나그네 발길 들판의 학과 같으니
無復定西東        다시 이쪽저쪽이라 정할 수 없네
沙晚蕪菁綠        저녁나절 모래밭엔 순무 무성하고
村荒薜荔紅        황량한 마을엔 등덩굴 붉게 올랐네
澄鮮愁隱水        투명해서 시름겨운 은자의 냇물이요
娟妙愛廻峯        수려해서 아름답게 봉우리 감싸 있네
好向苕江宿        초강에 가서 하룻밤 묵길 좋아하는 것은
應論小雪翁       소설옹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이네
수종사에서 옛일을 생각하며(水鍾寺懷古)

010_0834_a_01L粉蝶舞欄紅雨外黃鸝聲切綠陰邊

010_0834_a_02L㴱思故壑鍾聲裏靜有寒燈照淨禪(一)

010_0834_a_03L一生叅學了今年未妨北窓淸晝眠

010_0834_a_04L白屛山尖孤照水黃曉江色澹連天

010_0834_a_05L筆牀茶竈春風裏藥末香塵小醉邊

010_0834_a_06L已信誌公譚實相要知喧靜兩皆禪(二)

010_0834_a_07L萬緣消盡晝如年散帙將成隱几眠

010_0834_a_08L零落山花紅滿座霏昇磵霧細縈天

010_0834_a_09L鳥遊跡每尋書內鹿過痕多印井邊

010_0834_a_10L排遣俗緣乾淨了燒香引我坐談禪(三)

010_0834_a_11L檢方無藥駐流年只合消搖信意眠

010_0834_a_12L淸斝欲邀松上月小舠先赴水中天

010_0834_a_13L津頭柳綠疎煙外江口山紅落照邊

010_0834_a_14L靑史如能記閒散汗簡應載泛湖禪(四)

010_0834_a_15L巴塘道中二首

010_0834_a_16L
殊方誰復解相憐惆悵鄕音轉杳然

010_0834_a_17L晚鴨將雛當近渚冥鴻曳響度遙天

010_0834_a_18L氣寒翠壁秋雲薄雨斂澄江暮景鮮

010_0834_a_19L爲有酉山傾蓋舊燈笻重向洌東邊(一)

010_0834_a_20L客遊同野鶴無復㝎西東

010_0834_a_21L沙晚蕪菁綠村荒薜荔紅

010_0834_a_22L澄鮮愁隱水娟妙愛廻峯

010_0834_a_23L好向苕江宿應論小雪翁(二)

010_0834_a_24L水鍾寺懷古

010_0834_b_01L
飛樓半破碧山光      누대 반쯤 무너지고 푸른 산빛만
經始爲誰費疋量      누가 재물 희사하여 경영하였나
優鉢花殘沈梵唄      범패 소리 속에 우담발화 꽃잎 지고
毘藍風急咽鋃鐺      비람풍14) 속에 풍경風磬 소리 울리네
更深月入樓心靜      밤 깊어 달빛은 다락 속에 들어오고
夢攪魂將夜意凉      꿈 깬 혼은 밤을 보내며 처량하여라
想像翠微曾駐蹕      생각건대 이 산에 임금님 머무실 때
佛香輕裊御爐香      불전의 향불 가볍게 피어올랐으리라
서성의 눈 내린 밤에 산천거사김명희15)와 함께 두번천16)의 운을 써서 시를 짓다(西城雪夜與山泉居士金命喜拈杜樊川韻)
誰于斯世遙遺物      누가 이 세상에서 외물을 멀리 초월하여
度俗委懷溟涬然      세속을 떠나 우주의 시초에 마음을 둘까
力盡梅花寒自墮      힘이 다한 매화는 싸늘히 저절로 떨어지고
灰深香縷細猶連      재가 쌓인 향불은 가늘게 실처럼 올라가네
名場早樹凌煙閣      명장에서 능연각17)의 공을 얼른 세우고
覺海同莊載月船      각해에서 달 실은 배에 함께 타야지
豪貴愈當勤學道      귀해질수록 도를 더욱 열심히 배워야 하니
人生難得換芳年      인생에서 꽃다운 나이 다시 얻기 어렵다네
또 창려18)의 운을 써서 짓다(又拈昌黎韻)
大道至深廣        대도는 지극히 깊고 넓어서
如海浩無潯        넓은 바다처럼 그 끝이 없네
普作羣有依        널리 만물의 의지처가 되어
如樹覆凉陰        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것과 같네
妙用明歷歷        묘용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을
强號謂之心        억지로 표현해 마음이라 한다네
焉敢持不根        어찌 감히 근거 없는 말을 하리오
曾聞海潮音        나는 일찍이 해조음19)을 들었다오
況入君子室        더군다나 군자의 방에 들어와서
共爲如實吟        함께 여실히 읊조리고 있음에랴
月冷雪明夜        달빛 차고 눈빛 밝은 오늘 밤에
靜休諸緣侵        조용히 쉬어도 뭇 인연 침노하네
君看無生理        그대가 무생의 도리를 볼 수 있다면
萬古即長今        만고의 시간이 곧 영원한 현재이리라
산천의 시에(山泉詩曰)
天四海知名久      미천 사해20)의 이름 오래전에 알았는데
雪裏相逢更皎然      눈 속에서 상봉하니 더욱 분명해지네
梅發還如東閣好      매화꽃은 동각관매東閣觀梅21)를 연상케 하고
鍾聲忽似上方連      종소리는 홀연히 천상에서 들리는 듯하네
前身酒肆藏金粟      전생의 몸은 주점에 숨긴 금속22)이었고
後約名山證鐵船      후생에는 명산의 철선23)을 증득하리라
願向海師叅妙悟      원컨대 해사24)에게 나아가 깨달음 참구하리니
悔從桃飯送流年      도반 따라 흘려보낸 세월이 후회된다네
옥경산방에서 묵으며 주인에게 증정한 삼십 운주인의 이름은 이노영으로, 자는 공무요 호는 학산이다(宿玉磬山房 奉贈主人三十韻李魯榮 字公茂 號學山)
昔我在南陬        옛날 내가 남쪽 궁벽진 곳에서
已聞聲譽專        이미 뛰어난 명성을 들었나니

010_0834_b_01L
飛樓半破碧山光經始爲誰費疋量

010_0834_b_02L優鉢花殘沈梵唄毗藍風急咽鋃鐺

010_0834_b_03L㪅㴱月入樓心靜夢攪魂將夜意凉

010_0834_b_04L想像翠微曾駐蹕佛香輕裛御爐香

010_0834_b_05L西城雪夜與山泉居士金命
拈杜樊
010_0834_b_06L川韻

010_0834_b_07L
誰于斯世遙遺物度俗委懷溟涬然

010_0834_b_08L力盡梅花寒自墮灰㴱香縷細猶連

010_0834_b_09L名場早樹淩烟閣覺海同莊載月船

010_0834_b_10L豪貴愈當勤學道人生難得換芳年

010_0834_b_11L又拈昌黎韻

010_0834_b_12L
大道至㴱廣如海浩無潯普作羣有

010_0834_b_13L依如樹覆凉陰妙用明歷歷强號謂

010_0834_b_14L之心焉敢持不根曾聞海潮音況入

010_0834_b_15L君子室共爲如實吟月冷雪明夜靜

010_0834_b_16L休諸緣侵君看無生理萬古即長今

010_0834_b_17L山泉詩曰

010_0834_b_18L
彌天四海知名久雪裏相逢㪅皎然

010_0834_b_19L梅發還如東閣好鍾聲忽似上方連

010_0834_b_20L前身酒肆藏金粟後約名山證鐵船

010_0834_b_21L願向海師叅妙悟悔從桃飯送流年

010_0834_b_22L宿玉磬山房奉贈主人三十韻李魯
010_0834_b_23L字公茂號學山

010_0834_b_24L
昔我在南陬已聞聲譽專

010_0834_c_01L妙少登詞場        연소한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卓犖絶比肩        탁월함 뛰어나 비견할 이 없었네
巍巍山斗名        태산북두와 같은 높은 명성이
高與日月懸        해와 달처럼 높이 걸렸네
海內衆豪傑        이 세상의 많은 호걸들이
爲國寶名賢        국보요 명현이라 하였다오
從懷一識願        한번 뵙고 싶은 소망을 품고
遙遙苦長天        멀리서 오래도록 갈망하다가
瑩然披霧夕        맑은 모습을 대하는 그 순간에
豁爾鄙吝蠲        비루한 마음이 말끔히 씻겨졌나니
秉燭成夜遊        촛불 들고 밤에 노닐기도 하고
亹亹襟袂連        항상 함께 어울리며 지냈지요
高情許玄度        고상한 정취는 허현도25)와 같고
淸詩陰子堅        맑은 시풍은 음자견26)이로다
雅論無多調        논의하면서 꾸미는 일이 없고
冲襟寂而玄        마음이 적막하게 텅 비었으니
旣荷不相棄        일단 이 몸이 버림받지 않은 이상
中心且可宣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좋으리
嗟且溝中斷        아 나는 구중단27)의 신세로서
早爲世所捐        일찌감치 세상의 버림을 받고
飄零無棲泊        머물 곳 없이 떠돌아다녔나니
伶俜竟誰憐        떠도는 이 몸을 누가 가엾어하리오
放身名敎外        유교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서
禀命摩羯前        부처의 가르침에 의지한 뒤에
結跡竆山裏        궁벽진 산속에 틀어박혀서
聊以遺物緣        애오라지 세상 인연을 버렸다오
蕪沒生公房        잡초로 뒤덮인 생공28)의 방에서
惆悵撫雪蓮        설련을 슬프게 매만지기도 하고
依俙尋遺蹟        유적을 어렴풋이 찾아다니며
牢落徒空筌        쓸쓸히 빈 자취만 확인하였지요
已無言語受        이미 언어로 받을 수도 없으니
況復有心傳        하물며 마음으로 전할 수 있을까
虛廣金寶坊        공연히 절간을 돌아다니며
縱橫野狐禪        멋대로 야호선29)만 닦았더라오
如聆龍象泣        마치 용상의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여
臨風涕潺湲        바람 앞에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네
眞依竟寂莫        참다운 귀의처 끝내 찾지 못했으니
何由塞前愆        지난날 허물 어떻게 막아 내리오
且從靑雲士        이제 청운의 선비를 따라
孤陋希一湔        고루함을 한번 씻어 보리라
在人分緇素        사람들은 승속을 구분하지만
於道無中邊        도에는 안과 밖이 따로 없네
細玩竆微密        자세히 그 내면을 궁구해 보면
也無有正偏        응당 그 속에 옳고 그름 없다네
君子之所行        군자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由來貴洗然        본디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
恬淡自安逸        담박하게 스스로 편안히 여기며
淸塗無攸遷        맑은 길에서 옮기는 일이 없다네

010_0834_c_01L妙少登詞場卓犖絕比肩

010_0834_c_02L巍巍山斗名高與日月懸

010_0834_c_03L海內衆豪傑爲國寶名賢

010_0834_c_04L從懷一識願遙遙苦長天

010_0834_c_05L瑩然披霧夕豁爾鄙吝蠲

010_0834_c_06L秉燭成夜遊亹亹襟袂連

010_0834_c_07L高情許玄度淸詩陰子堅

010_0834_c_08L雅論無多調冲襟寂而玄

010_0834_c_09L旣荷不相棄中心且可宣

010_0834_c_10L嗟且溝中斷早爲世所捐

010_0834_c_11L飄零無棲泊伶俜竟誰憐

010_0834_c_12L放身名敎外禀命摩羯前

010_0834_c_13L結跡竆山裏聊以遺物緣

010_0834_c_14L蕪沒生公房惆悵撫雪連

010_0834_c_15L依俙尋遺蹟牢落徒空筌

010_0834_c_16L已無言語受況復有心傳

010_0834_c_17L虛廣金寶坊縱橫野狐禪

010_0834_c_18L如聆龍象泣臨風涕潺湲

010_0834_c_19L眞依竟寂莫何由塞前愆

010_0834_c_20L且從靑雲士孤陋希一湔

010_0834_c_21L在人分緇素於道無中邊

010_0834_c_22L細玩竆微密也無有正偏

010_0834_c_23L君子之所行由來貴洗然

010_0834_c_24L恬淡自安逸淸塗無攸遷

010_0835_a_01L結綬金馬庭        대궐 뜰에서 벼슬을 받는 일이
曷若簾肆眠        염사30)에서 잠드는 것과 같으랴
蕭灑遊澗壑        산골짜기에서 소쇄하게 노닐고
消搖臥雲烟        운무 사이에 누워 소요하리라
未嘗妙指音        아직 묘한 가르침 듣지 못했으니
難解攸勉旃        힘써 할 바를 알지 못하네
覼縷塵淸覽        실낱같은 티끌도 맑게 살피시어
冀不孤願言        저의 소원 저버리지 않기 바라노라
莫令遊歡地        서로 즐겨 노니는 처지로 하여금
萬古重韓顚        거듭 만고의 한유 태전31) 되게 마소서
함벽정에서 묵으면서 학고도인이름은 윤정현이고 자는 정수에게 증정하다병자년(1816, 순조16)(宿涵碧亭 奉贈鶴臯道人尹定鉉字鼎叟 丙子)
海㽭少名士        바닷가 궁벽진 곳 명성 있는 선비는 적고
滔滔盡樵牧        모두 나무하고 소 치는 백성들뿐이네
孤陋無所聞        고루하여 들은 것이 없어서
瞀瞀珍魚目        무지하게 고기 눈을 진주라 한다오
瓢鉢偶北遊        떠돌다 우연히 북쪽에서 노닐며
水落隨僧粥        수락동 절간에서 공양을 하였네
迢遞湖上亭        멀리 호숫가 정자에 이르러서
偶成桑下宿        우연히 상하32)에서 묵게 됐다네
有斐此君子        문채 빛나는 우리 군자여
綠竹瞻淇澳        기욱의 푸른 대를 보았네33)
屢揜王裒詩        몇 번이나 덮은 왕부의 시요34)
深居申屠屋        깊이 들어앉은 신도35)의 집일세
堦戺淨如栻        섬돌은 깨끗하기 그지없고
花藥紛馥郁        작약은 향기를 물씬 풍기는데
戶內納湖光        호수의 빛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靜坐狎飛鶩        조용히 앉아 따오기와 벗한다오
自愛鳳毛長        절로 사랑스러운 봉황의 터럭36)이요
一任鳶肩速        누구나 인정하는 솔개의 어깨37)로서
縱譚先後天        선천 후천을 거침 없이 얘기하다
泝至三十六        삼십육궁三十六宮까지 올라가는데38)
豈意楊子雲        어찌 알았으리 후세의 양자운이
現在乃追逐        지금 바로 뒤따라왔을 줄을39)
春月似可人        봄날의 달이 이분과 같아서
照庭薄如縠        명주처럼 얇게 뜨락을 비추네
破衲且南歸        낡은 누더기 옷 입고 남쪽으로 돌아가려
臨行嘆迅倏        출발에 임하여 세월의 빠름을 탄식하네
寧秘捨車言        주인이여 귀한 말씀 아끼지 말고
使我運百福        떠나는 자의 행운을 빌어 주셨으면
철경 대사가 지지옹에게 부친 시에 차운하다2수. 대둔사에서(次掣鯨大師寄止止翁韻二首 在大芚)
邀貪䞉覺死生偕      탐욕스럽게 굴다가 생사의 바다 속으로
賓館愁凝夜雨階      객관의 시름 자아내는 섬돌의 밤비여
薛郡那成三窟兔      설군의 세 개의 토끼 굴40)을 어떻게 팔까
秦關羞逐五㪅鷄      진관의 오경의 닭 소리 흉내41) 부끄러워라
閒情已負山中隱      한가로운 정 이미 산속 은자 생활 저버렸고
細恨空將地下埋      세세한 한도 부질없이 땅속에 묻었네

010_0835_a_01L結綬金馬庭曷若簾肆眠

010_0835_a_02L蕭灑遊澗壑消搖臥雲烟

010_0835_a_03L未嘗妙指音難解攸勉旃

010_0835_a_04L覼縷塵淸覽冀不孤願言

010_0835_a_05L莫令遊歡地萬古重韓顚

010_0835_a_06L宿涵碧亭奉贈鶴臯道人尹定鉉
字鼎叟
丙子

010_0835_a_07L
海㽭少名士滔滔盡樵牧

010_0835_a_08L孤陋無所聞瞀瞀珍魚目

010_0835_a_09L瓢鉢偶北遊水落隨僧粥

010_0835_a_10L迢遞湖上亭偶成桑下宿

010_0835_a_11L有斐此君子綠竹瞻淇澳

010_0835_a_12L屢揜王裒詩㴱居申屠屋

010_0835_a_13L堦戺淨如栻花藥紛馥郁

010_0835_a_14L戶內納湖光靜坐狎飛鶩

010_0835_a_15L自愛鳳毛長一任鳶肩速

010_0835_a_16L縱譚先後天㴑至三十六

010_0835_a_17L豈意楊子雲現在乃追逐

010_0835_a_18L春月似可人照庭薄如縠

010_0835_a_19L破衲且南歸臨行嘆迅倏

010_0835_a_20L寧秘捨車言使我運百福

010_0835_a_21L次掣鯨大師寄止止翁韻二首在大芚

010_0835_a_22L
邀貪䞉覺死生偕賓館愁凝夜雨階

010_0835_a_23L薛郡那成三窟兔秦關羞逐五㪅鷄

010_0835_a_24L閒情已負山中隱細恨空將地下埋

010_0835_b_01L白拂朱藤紫蓮榻      백불과 주등42)의 자색 연꽃 탑상榻上에서
對來應得首頻低     응대하며 자꾸만 머리 숙일 수밖에 없네
雲山頂上早橫經      구름 산 정상에서 일찍이 경을 펼쳐놓고
淸辯流如瀉淨甁      청아한 말씀 맑은 물병 쏟는 듯하네
飄泊只今頭半白      떠돌아다닌 지금 머리는 반백이지만
伶俜依舊眼雙靑      고단해도 눈동자는 예전처럼 반가워라
葉公未就朝鳧影      섭공은 날아오지 않고 오리 그림자만43)
華表空歸野鶴翎      화표에 돌아오지 않고 학의 날갯짓만44)
自言慣讀眞宗偈      스스로 말하길 진종의 게송 많이 읽었다더니
風雨頻驚筆底聲     비바람도 붓 놀림 소리에 자주 놀라겠네
철경 선사가 한양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정축년(1817, 순조17)(送掣鯨禪師遊漢陽丁丑)
趙州七十重行脚      조주 스님 나이 일흔에도 행각을 중히 여겨
一笻隨緣遍河洛      지팡이 하나로 인연 따라 하락45)을 편력하였네
酒肆茶坊花柳巷      술집이나 찻집 화류의 거리 어디이든 간에
身似浮雲無住着      몸이 마치 뜬구름처럼 집착함이 없었어라
今君出處隨機權      지금 그대 역시 출처를 상황에 맞게 하며
逸志早曾斷拘攣      세상을 초월하여 구속을 끊어 버렸나니
雲堂講罷華嚴敎      구름처럼 운집한 절에서 화엄경 강의 마쳤고
霞觀兼讀招隱篇      신선의 거처에서 초은46)의 시 읽기도 하였네
收拾山中烟霞趣      산중의 연하의 흥취를 거두어 모아
盡入詩囊煩封纏      시 보따리에 넣어 묶어 두기도 한다네
知音今將訪時哲      지음이 지금 명사名士를 방문하려고
錫杖飛下雲霞末      석장錫杖을 구름 끝으로 날리는구나
白露泫空玉宇淸      백로가 맺히며 옥우는 청명하고
修坰生煙寒潭潔      교외에 연기 일며 차가운 연못 깨끗해라
此去政合苕谿遊      이번 여행이 정녕 초계의 놀이와 같아서
把酒扣舷弄明月      술잔 들어 뱃전 치며 명월을 희롱하리라
玉磬山房蔓香亭      옥경산방과 만향정에서도
爭迎接宿竆歡悅      다투어 맞아 묵으며 즐거움 다하리라
西入長安通幽期      장안에 들어가서 한 번 기별하면
一時冠蓋傾城出      사대부가 모두 나와 환영하리라
翠錦靑絲絡馬驅      푸른 비단 푸른 실 두른 말이 치달리고
蕙帶蘭佩當玉玦      향초를 패옥으로 허리에 찬 가운데
班荊交話長松下      낙락장송 아래에서 반형47)처럼 얘기하며
憐君咳唾繁玉屑      옥가루 같은 그대의 말을 경청하리라
乘興㪅抵石瓊樓      흥이 겨워 다시 석경루에 이르니
彰義門外晩山稠      창의문 밖 산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
石老空庭苔蘚古      오래된 바위 빈 뜰에는 이끼가 고아하고
秋深虛囿灌木幽      가을 깊은 빈 동산엔 관목이 그윽해라
簾透斜暉紋相煥      주렴 뚫고 석양 무늬 환히 비치고
滿房圖畫翠爛漫      방 가득 도화엔 푸른 빛 난만한데
烏几金爐珊瑚甁      오궤와 금로와 산호병을 비롯해서
古董雜雜排奇玩      골동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었으리
紅藤拄杖白氎巾      붉은 등나무 주장자와 하얀 첩건48)
爲君別置龍鬚筵      그대를 위해 특별히 펼쳐놓은 화문석
紙香春波漾落花      종이 향기는 물 위에 꽃잎이 일렁이듯 하고
墨暈秋毫盤松煙      붓 끝에 번지는 먹물은 솔에 어린 연기 같으리

010_0835_b_01L白拂朱藤紫蓮榻對來應得首頻低(一)

010_0835_b_02L雲山頂上早橫經淸辯流如瀉淨甁

010_0835_b_03L飄泊只今頭半白伶俜依舊眼雙靑

010_0835_b_04L葉公未就朝鳧影華表空歸野鶴翎

010_0835_b_05L自言慣讀眞宗偈風雨頻驚筆底聲(二)

010_0835_b_06L送掣鯨禪師遊漢陽丁丑

010_0835_b_07L
趙州七十重行脚一笻隨緣遍河洛

010_0835_b_08L酒肆茶坊花柳巷身似浮雲無住着

010_0835_b_09L今君出處隨機權逸志早曾斷拘攣

010_0835_b_10L雲堂講罷華嚴敎霞觀兼讀招隱篇

010_0835_b_11L收拾山中烟霞趣盡入詩囊煩封纏

010_0835_b_12L知音今將訪時哲錫杖飛下雲霞末

010_0835_b_13L白露泫空玉宇淸修坰生煙寒潭潔

010_0835_b_14L此去政合苕谿遊把酒扣舷弄明月

010_0835_b_15L玉磬山房蔓香亭爭迎接宿竆歡悅

010_0835_b_16L西入長安通幽期一時冠蓋傾城出

010_0835_b_17L翠錦靑絲絡馬驅蕙帶蘭佩當玉玦

010_0835_b_18L斑荆交話長松下憐君咳唾繁玉屑

010_0835_b_19L乘興㪅抵石瓊樓彰義門外晩山稠

010_0835_b_20L石老空庭苔蘚古秋㴱虛囿灌木幽

010_0835_b_21L簾透斜暉紋相煥滿房圖畵翠爛漫

010_0835_b_22L烏几金爐珊瑚甁古董雜雜排奇玩

010_0835_b_23L紅藤拄杖白㲲巾爲君別置龍鬚筵

010_0835_b_24L紙香春波漾落花墨暈秋毫盤松煙

010_0835_c_01L揮毫落紙群鴻戱      종이에 휘갈기면 뭇 기러기 희롱하듯49)
一字價重靑瑤鐫      청옥靑玉에 새긴 것보다 가치가 더한 글씨
明朝各得詩千首      다음 날 아침 각자 천 수의 시를 얻고 나면
流轉如丸喧衆口      공처럼 굴러다니며 떠들썩하게 전해지리라
寒巖鏟跡聲並消      찬 암혈巖穴에서 자취 없이 숨어 사니
此身無復東西趣      이 몸이야 또 무슨 취향이 있겠소만
羅含宅內幽蘭馨      나함의 집안에는 난초 향기 그윽하고50)
孫綽庭前長松茂      손작의 뜰 앞에는 큰 소나무 무성하리라51)
山深難繫鴈足書      산이 깊어 소식 전하기도 어렵지만
舊遊耳目芳鮮餘      옛날에 노닐던 일 눈과 귀에 그대로 있네
五雲鄕見蓬萊客      신선의 고향에서 봉래객을 보시거든
道洵問訊今何如      지금 어찌 지내는지 소식 좀 물어 주오
불국사 회고9수. 정축년 6월 경주에서佛國寺懷古九首 丁丑六月 在慶州
野鸎烟樹綠迢迢      안개 낀 푸른 나무 꾀꼬리 소리 아득한데
蕭寺無人晝寂寥      절간에는 사람 없이 대낮에도 적요하네
翠竹樓連綠楊閣      취죽루는 녹양각 옆에 있고
紫霞門對白雲橋     자하문은 백운교를 마주 대했네
昇天橋外九蓮池      승천교 밖 구련지에
七寶樓臺水底移      칠보의 누대가 물속에서 일렁이네
無影塔看還有影      무영탑에 도리어 그림자가 보이나니
阿斯來鑑到今疑     아사가 와서 비추는지 지금도 의심되네
사지寺志에 이르기를 뜰에 두 개의 탑이 있는데, 하나는 무영탑無影塔이라고 한다. 탑을 만든 석공石工이 중국 사람이었는데, 그 누이의 이름이 아사阿斯이다. 아사가 찾아와서 그림자 비친 물가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데 궁전宮殿과 당탑幢塔은 모두 물속에 보였지만, 뜰 안의 다보탑多寶塔만은 그림자가 없었다. 그래서 그 탑의 이름을 무영탑이라고 하였다고 한다.(寺志云, 庭有二塔, 一名無影塔. 造塔石工唐人, 其妹名阿斯, 尋來在外影池畔, 見宮殿幢塔, 皆現水中, 唯庭中多寶塔無影, 故因名曰無影塔也.)
雕欄人靜落花香      난간에 인적 없고 진 꽃향기 가득한데
嫩綠淸陰滿地凉      짙푸른 맑은 녹음 천지 가득 시원하네
行到學藏東壁下      걸음이 광학장 동벽 아래에 이르르니
依俙猶記憲康王     어렴풋이 헌강왕이 기억 나는 듯하네
사지寺志에 이르길, 광학장光學藏 동쪽 벽에 헌강왕憲康王의 초상화를 그려 바쳤다고 한다.(寺志云, 光學藏東壁畵獻康王像.)
刹竿本表藏林寺      찰간이 본래는 장림사를 표했는데
零落今埋荒草蹊      지금은 영락하여 잡초에 묻혀 있네
無緣㪅覓香臺路      향대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는지
風蔓烟蘿帀地迷     나무 덩굴만 땅에 가득 덮여 있네
朱欄浮動紫檀烟      붉은 난간에 자단 향의 연기 떠 있는데
古殿唯餘淨侍禪      오래된 법당엔 선정에 든 스님 남아 있네
剗却中庭芳艸了      뜰 안의 방초를 베어 버리고서
閒持白拂對花眠     한가히 백불 쥐고 꽃 앞에 졸고 있네
中書奉敎寫眞詮      중서가 왕명으로 참된 진리를 베껴서
玉躞牙籖錦繡纒      옥섭과 아첨은 비단실로 수놓았네
行覓遺芳都冷了      옛 자취 찾으려 해도 모두 사라져서
題詩淸淚染華牋     시를 짓자니 눈물이 종이를 적시네
雲鬢毁形落寶釵      탐스러운 머리 자르니 비녀는 떨어지고
黃裳新換紫袈裟      붉은 치마도 자색 가사로 갈아입었네

010_0835_c_01L揮毫落紙羣鴻戱一字價重靑瑤鐫

010_0835_c_02L明朝各得詩千首流轉如丸喧衆口

010_0835_c_03L寒巖鏟跡聲並消此身無復東西趣

010_0835_c_04L羅含宅內幽蘭馨孫綽庭前長松茂

010_0835_c_05L山㴱難繫鴈足書舊遊耳目芳鮮餘

010_0835_c_06L五雲鄕見蓬萊客道洵問訊今何如

010_0835_c_07L佛國寺懷古九首 丁丑六月在慶州

010_0835_c_08L
野鸎烟樹綠迢迢蕭寺無人晝寂寥

010_0835_c_09L翠竹樓連綠楊閣紫霞門對白雲橋(一)

010_0835_c_10L昇天橋外九蓮池七寶樓臺水底移

010_0835_c_11L無影塔看還有影阿斯來鑑到今疑寺志

010_0835_c_12L庭有二塔一名無影塔造塔石工唐人其妹名阿斯
尋來在外影池畔見宮殿幢塔皆現水中唯庭中多
010_0835_c_13L寶塔無影故因
名曰無影塔也
(二)

010_0835_c_14L雕欄人靜落花香嫩綠淸陰滿地凉

010_0835_c_15L行到學藏東壁下依俙猶記憲康王寺志

010_0835_c_16L光學藏東壁畵
獻康王像
(三)

010_0835_c_17L刹竿本表藏林寺零落今埋荒草蹊

010_0835_c_18L無緣㪅覓香臺路風蔓烟蘿帀地迷(四)

010_0835_c_19L朱欄浮動紫檀烟古殿唯餘淨侍禪

010_0835_c_20L剗却中庭芳艸了閒持白拂對花眠(五)

010_0835_c_21L中書奉敎寫眞詮玉躞牙籖錦繡纒

010_0835_c_22L行覓遺芳都冷了題詩淸淚染華牋(六)

010_0835_c_23L雲鬢毁形落寶釵黃裳新換紫袈裟

010_0836_a_01L霜魂雪魄依俙在      상설 같은 혼백이 방불하게 있듯
紅粉闌頭佛鉢花     홍분의 난간 머리에 불발화가 피었네
월자 누이가 만년에 비구니가 되었다.(月姊晩節爲尼.)
生長大成尙有村      대성이 성장한 마을이 아직 있는데
牟梁萬古變浮雲      모량의 이름이 부운으로 바뀌었네
福安薰發因緣子      복안의 집에서 인연의 싹이 텄나니
誰遣開師說六輪     누가 스님 보내 육륜을 설하게 했나
사지寺志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재상宰相 김대성金大成은 전생前生에 걸인乞人이었다. 점개漸開라는 승려가 육륜회六輪會를 열기 위해 시주를 하다가 복안福安의 집에 이르렀다. 김대성이 그 승려의 말을 듣고 마침내 그동안 모은 재물을 모조리 희사喜捨하며 발원發願하였는데, 그 뒤에 다시 태어나 김대성이 되었다. 그가 살던 모량촌牟梁村은 지금 부운촌浮雲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寺志云, 宰相金大成, 前生時爲乞人. 有僧漸開, 爲說六輪會, 化緣至福安家. 遂傾施乞貨, 因發願, 其後生爲金大成. 居牟梁村, 今改名浮雲村.)
苦憶先生久在行      오래 길에 있는 선생을 못내 그리며
紫霞門外看新晴      자하문 밖에서 맑게 갠 풍경 바라보네
佛國人間寧易得      불국토를 인간이 어찌 쉽게 얻으리오
相邀始可遂閒情     서로 만나 비로소 회포를 풀 수 있겠네
동쪽 별장에서 동로 승지 김재원과 담재 승지 김경연과 황산 승지 김유근과 추사대교 김정희와 헤어지며 지은 시21수(東莊奉別東老金承旨在元 覃齋金承旨敬淵 黃山金承旨逌根 秋史金待敎正喜二十一首)
旅館違良知        여관에서 좋은 벗과 헤어지려니
竟日愁悄悄        종일토록 근심 속에 섭섭하네
獨憐霽後峯        나 홀로 비 갠 뒤의 산봉우리가
姸姸露林表       곱게 숲 밖으로 드러남 사랑하네
忽開上方信        홀연히 상방에서 온 서신 펼쳐 보니
鸞驂稅雲端        유덕군자 선비들이 절에 모였다네
悠然起長策        유연히 긴 주장자 짚고 일어나
超遞躋巑岏       깎아지른 높은 산을 넘어갔다네
澗口雲方合        시내 어구에는 구름이 모여들고
山頂日未顯        산 위에는 아직 해도 뜨지 않았네
吁嗟虛谷中        아 텅 빈 계곡 속으로
孤往竟誰戀       홀로 감은 그 누가 그리워인가
香山希弘護        향산52)은 홍호를 희구하였고
趙國待丈夫        조나라도 대장부를 기다렸다네
二者俱不中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면
此行眞可愚       이 행동 진정 어리석다 하리라
旋瀨縈重丘        휘도는 여울이 중구를 맴돌고
回潨鋪石磴        감도는 물살 돌다리에 걸렸네
垂成千丈瀑        천 길의 폭포수를 이루었으니
雷動空山應       우레같은 소리 텅 빈 산 울리리라
細烟生樹梢        나무 끝에서 가는 연기 일어나고
微磬響雲中        구름 속에서 경쇠 소리 들려오네
不知雲樹裏        모르겠네 구름 숲 저 속에
禪樓信幾重       선루가 몇 층으로 되어 있는지

010_0836_a_01L霜魂雪魄依俙在紅粉闌頭佛鉢花月姊
晩節
010_0836_a_02L
(七)

010_0836_a_03L生長大成尙有村牟梁萬古變浮雲

010_0836_a_04L福安薰發因緣子誰遣開師說六輪寺志

010_0836_a_05L宰相金大成前生時爲乞人有僧漸開爲說六輪會
化緣至福安家遂傾施乞貨因發願其後生爲金大
010_0836_a_06L居牟梁村
今改名浮雲村
(八)

010_0836_a_07L苦憶先生久在行紫霞門外看新晴

010_0836_a_08L佛國人間寧易得相邀始可遂閒情(九)

010_0836_a_09L東莊奉別東老金承旨在元 覃齋金
010_0836_a_10L承旨敬淵 黃山金承旨逌根 秋史金
010_0836_a_11L待敎正喜二十一首

010_0836_a_12L
旅館違良知竟日愁悄悄

010_0836_a_13L獨憐霽後峯姸姸露林表(一)

010_0836_a_14L忽開上方信鸞驂稅雲端

010_0836_a_15L悠然起長策超遞躋巑岏(二)

010_0836_a_16L澗口雲方合山頂日未顯

010_0836_a_17L吁嗟虛谷中孤往竟誰戀(三)

010_0836_a_18L香山希弘護趙國待丈夫

010_0836_a_19L二者俱不中此行眞可愚(四)

010_0836_a_20L旋瀨縈重丘回潨鋪石磴

010_0836_a_21L垂成千丈瀑雷動空山應(五)

010_0836_a_22L細烟生樹梢微磬響雲中

010_0836_a_23L不知雲樹裏禪樓信幾重(六)

010_0836_b_01L宿雨解南榮        장맛비는 저쪽 처마 끝으로 개고
旭日射層欞        아침 햇살이 층계 진 난간에 비치네
粲粲明霞爛        밝은 노을이 반짝이며 빛나고
濛濛細霧縈       엷은 안개가 자욱이 끼었네
聖筆銀鉤連        은빛 갈고리53) 이어진 성상의 필체
御書金榜耀        친히 붓을 들어 금방54)을 빛냈나니
天散並蒂花        하늘에서 떨어지는 병체화55) 꽃잎이요
檐響共命鳥       처마에서 들려오는 공명조56) 소리로세
彼美四君子        저 아름다운 네 분의 군자시여
高堂倂華筵        고당에 화려한 자리를 베풀었네
雜雜排古玩        갖가지 골동품이 배열된 가운데
疎疎羅嬋姸       드문드문 고운 모습 벌여 놓았네
掩冄墨暈淸        먹물이 맑게 배어나오고
繞繚茶烟碧        차 연기가 푸르게 감도네
瞻眺自藹然        보는 사이에 절로 애연해지며
鉛華籠淨壁       시문이 깨끗한 벽을 장식하네
鼠鬚羊毫管        쥐 수염과 양털로 만든 붓으로
落花流水牋        낙화유수 무늬의 종이에 글을 쓰네
章罷龍蛇動        문장이 다하니 용사가 꿈틀거리는 듯하고
筆飛鸞鳳騫十一      붓끝선 난봉이 날아오르는 듯하네십일
振纓希往古        옛사람처럼 갓끈을 씻고
綴佩雜蘭荃        허리에는 향초를 둘러찼네
雅懷和而潤        가슴속은 화평하고 윤택하며
高談淸且玄十二      담론은 맑고 현묘하다네십이
寶所何年別        서울에서 어느 해에 작별했던가
偶來宿化城        우연히 화성에 와서 묵게 되었네
庶憑淸凉法        모쪼록 청량한 법문에 의지하여
一洗遊宦情十三      벼슬길의 고달픔 모두 씻으시게십삼
床上有楞嚴        책상 위에 능엄경이 있는데
推我講徵心        나에게 강설하여 마음을 경계하네
聽到無言處        다 듣고 무언의 경지에 이르게 되니
悠然忘華簪十四      유연히 부귀영화도 다 잊게 되네십사
鶴眠高墉陰        학은 높은 나무 그늘 아래 잠들고
樹凉重閣晩        숲의 기운은 저문 누각에 서늘하네
佳辰成佳會        좋은 때에 아름다운 모임 이뤘으니
雅合論一段十五      고아한 마음공부 논함이 제격이네십오
依依虛心竹        속이 텅 빈 대나무를 보고
六根俱已淸        육근 모두가 이미 맑아졌네
入夜陰猶合        밤이 되어도 나무 그늘이 합쳐지고
無風韻可聽十六      바람이 없어도 운을 들을 만하네십육
幽蘭蔚靑靑        그윽한 난초는 푸르러 아름답고
異香醉魂馨        기이한 향 정신을 취하게 하네
但使同其臭        그 향기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誰復恨分形十七      누가 또 이별을 아쉬워하랴십칠
空山流水句        텅 빈 산에 물 흐르는 듯한 시구를
能得幾回聞        능히 몇 번을 더 들을 수 있을까
明如秋岸菊        밝기는 가을 언덕에 핀 국화와 같고
靄若春空雲十八      애연하기는 봄날 떠가는 구름 같네십팔

010_0836_b_01L宿雨解南榮旭日射層欞

010_0836_b_02L粲粲明霞爛濛濛細霧縈(七)

010_0836_b_03L聖筆銀銘連御書金榜耀

010_0836_b_04L天散並蒂花檐響共命鳥(八)

010_0836_b_05L彼美四君子高堂倂華筵

010_0836_b_06L雜雜排古玩疎疎羅嬋姸(九)

010_0836_b_07L掩冄墨暈淸繞繚茶烟碧

010_0836_b_08L瞻眺自藹然鉛華籠淨壁(十)

010_0836_b_09L鼠鬚精毫管落花流水牋

010_0836_b_10L章罷龍蛇動筆飛鸞鳳騫(十一)

010_0836_b_11L振纓希往古綴佩雜蘭荃

010_0836_b_12L雅懷和而潤高談淸且玄(十二)

010_0836_b_13L寶所何年別偶來宿化城

010_0836_b_14L庶憑淸凉法一洗遊宦情(十三)

010_0836_b_15L床上有楞嚴推我講徵心

010_0836_b_16L聽到無言處悠然忘華簮(十四)

010_0836_b_17L鶴眠高墉陰樹凉重閣晩

010_0836_b_18L佳辰成佳會雅合論一段(十五)

010_0836_b_19L依依虛心竹六根俱已淸

010_0836_b_20L入夜陰猶合無風韻可聽(十六)

010_0836_b_21L幽蘭蔚靑靑異香醉魂馨

010_0836_b_22L但使同其臭誰復恨分形(十七)

010_0836_b_23L空山流水句能得幾回聞

010_0836_b_24L明如秋岸菊靄若春空雲(十八)

010_0836_c_01L東老題後跋        동로가 시축 뒤에 발문을 쓴 것은
爲識雪鴻遊        눈밭에 노닌 기러기57) 발자국 새김이네
明朝成今古        내일 아침엔 이미 지난 일이 되리니
殊覺此生浮十九      우리 인생 허망함을 새삼 느끼겠네십구
將解潮州袂        장차 조주에서 이별할 임시에
更題河梁篇        다시 지은 하량의 시편들58)
詞惋體古淡        옛사람의 시처럼 담박하여
勝獲靑瑤鐫二十      청옥靑玉에 새긴 것보다 낫네이십
夕陽芳艸路        해 질 녘에 방초의 길을
鳴騧就駸駸        말이 울며 달려 나아가네
臨高一遙送        언덕에 올라 멀리 전송하노라니
秋山嵐氣侵二十一     가을 산의 남기가 몸에 스며드네이십일
산수도 팔첩에 제하다8수. 임오년(1822, 순조22)에 대둔사에서(題山水圖八帖八首 壬午 在大芚)
冉冉谷中雨        부슬부슬 산골에 비가 내리더니
晩來霽湖天        날 저물며 호수가 하늘 개네
娟娟湖上峯        곱디고운 호수 가의 산봉우리여
蒼翠插橫煙        푸른 산이 안개 속에 둘려 있네
森森綠樹下        빽빽하게 우거진 푸른 나무 아래로
輕輕泛虛船        가벼이 빈 배를 띄워 노니네
塵紛遙相絶        세상 티끌 멀리 끊어 버리고서
知君長醉玄       그대의 현묘함에 길이 취함 알겠네
霞橫碧梧底        노을은 벽오동 아래로 비끼고
屋露翠柳端        집은 버들 끝으로 드러나 보이네
冷冷飛來泉        차디찬 물 흩어져 날아오는데
雲外藏幾灣        구름 밖엔 물굽이 몇이나 숨었을까
傳聞水窮處        전해 듣건대 물이 다하는 곳에
瀟灑玉䦨干        소쇄한 옥 난간이 있다고 하네
即此上淸界        여기는 바로 신선의 경계라서
不許世人攀       사람들 오르는 것 허락지 않네
花龕鎻雲跡        화감은 구름 속에 잠기고
珠樓隱金碧        주루는 단청 빛이 희미해라
上有步虛臺        그 위에는 보허대가 있고
去天不盈尺        하늘에서 한 자도 안 떨어졌네
瘦老太古松        늙어 고목이 된 태곳적 소나무와
削立天山石        가파르게 하늘 닿을 듯 바위 있네
羣仙朝玉京        뭇 신선들이 옥경에 조회하느라
留取鶴一隻       학 한 마리를 머물러 두었네
氊榻承案淨        전탑은 궤안을 이어 깨끗하고
膽甁傍爐香        호리병은 화로 옆에 향기로워라
古石含蒼潤        옛 돌은 푸른 윤기를 머금었고
新苗舒嫩黃        새싹은 누런 순이 뻗어 나갔네
裊裊茶烟碧        가늘게 피어나는 차 연기 푸르고
冉冉雲氣凉        뭉게뭉게 이는 구름 기운 서늘하네
側想幽人意        생각건대 숨어 사는 이의 뜻은
皎皎潔氷霜       맑고 깨끗하기 찬 얼음 같으리라
山雨曉澄霽        산비가 새벽에 맑게 개면서
雲歸嵐未歛        구름은 걷혔어도 이내는 여전하네

010_0836_c_01L東老題後跋爲識雪鴻遊

010_0836_c_02L明朝成今古殊覺此生浮(十九)

010_0836_c_03L將解潮州袂㪅題河梁篇

010_0836_c_04L詞惋體古淡勝獲靑瑤鐫(二十)

010_0836_c_05L夕陽芳艸路鳴騧就駸駸

010_0836_c_06L臨高一遙送秋山嵐氣侵(二十一)

010_0836_c_07L題山水圖八帖八首 壬午在大芚

010_0836_c_08L
冉冉谷中雨晩來霽湖天

010_0836_c_09L娟娟湖上峯蒼翠插橫煙

010_0836_c_10L森森綠樹下輕輕泛虛船

010_0836_c_11L塵紛遙相絕知君長醉玄(一)

010_0836_c_12L霞橫碧梧底屋露翠柳端

010_0836_c_13L冷冷飛來泉雲外藏幾灣

010_0836_c_14L傳聞水竆處瀟灑玉䦨干

010_0836_c_15L即此上淸界不許世人攀(二)

010_0836_c_16L花龕鎻雲跡珠樓隱金碧

010_0836_c_17L上有步虛臺去天不盈尺

010_0836_c_18L瘦老太古松削立天山石

010_0836_c_19L羣仙朝玉京留取鶴一隻(三)

010_0836_c_20L氊榻承案淨膽甁傍爐香

010_0836_c_21L古石倉蒼潤新苗舒嫩黃

010_0836_c_22L䙚䙚茶烟碧冉冉雲氣凉

010_0836_c_23L側想幽人意皎皎潔永霜(四)

010_0836_c_24L山雨曉澄霽雲歸嵐未歛

010_0837_a_01L芳樹含淸潤        나무는 맑은 윤기를 머금고
綠溪揚泛灧        시냇물은 반짝이며 흘러가누나
隔花茅檐淨        꽃 너머 띳집 처마는 깨끗하고
隱柳烟沼暗        버들에 숨은 연못 안개 어둑하네
憐君高臥處        어여쁘도다 그대 높이 드러누워
邈爾謝榮艶       부귀영화를 멀리 사양하시네
懸瀑丹霞外        폭포는 붉은 노을 밖에 걸려 있고
寶刹翠屛中        절집은 푸른 병풍 속에 들어 있네
露洗秋山淨        이슬은 가을 산을 깨끗이 씻어 주고
霜醉晩林紅        서리는 저녁 숲을 붉게 취하게 하네
白雲凝下界        흰 구름이 사람 사는 속세 덮고 있어
無路世相通        세상과 서로 통할 길 모두 없도다
唯有淸心磬        오직 마음 맑게 하는 풍경 소리가
裊裊度冷風       가늘게 찬바람 타고 들려오네
凉臺臨碧㵎        푸른 시내 굽어보는 서늘한 누대요
胡床覆松陰        소나무 그늘에 가려진 호상이로세
花氣薰野酌        꽃 기운은 술에 취한 듯 훈훈하고
山風韻綺琴        산바람은 거문고 치듯 운치 있도다
蒼巖饒古色        푸른 바위는 예스러움이 넘쳐나고
上有凌雲岑        위에는 봉우리가 구름 위로 솟았어라
莫測五雲裏        오색구름 속에 얼마나 깊이
瓊樓信幾深       하늘 궁전이 있는지 모르겠도다
新占閒田地        새로이 한가한 터전을 점쳐 닦으니
眞賞窮愉悅        참된 경치에 흡족하기가 다함 없네
履雜澗底雲        신발은 시내 밑의 구름과 뒤섞이고
窓含松上月        창문은 소나무 위의 달을 머금었도다
觀魚臨淸漣        맑은 물결 굽어보며 물고기 구경하고
聽禽坐晩樾        저물녘 그늘에 앉아 새소리 듣노라
自笑憂慮重        우스워라 늘 근심 걱정하는 일이
終懷杞天蹶       기나라 하늘 무너질까 걱정함과 같네59)
다정 효렴 윤종영이 가연산에서 보낸 겨울의 시를 지어 나에게 부쳤기에, 내가 봄 여름 가을의 시를 지은 뒤에 겨울의 시와 합쳐서 사시의 시를 완성하여 돌려주었다9수. 임오년(茶亭尹孝廉鍾英賦伽延山居冬詞寄余 余賦春夏秋詞與冬詞合成四時詞還呈九首 壬午)
幽徑莓苔綠漸肥      오솔길 푸른 이끼 점점 번져가나니
靜憐塵跡到來稀      속인의 발자취 드문 것이 어여뻐라
㝡難理會片雲意      조각구름 뜻 알기가 가장 어려워
度澗常穿白竹扉     시내 건너 늘 대나무 사립문 찾노라
閉門芳艸綠萋萋      방초 푸르게 우거진 곳에 문을 닫고서
良日佳辰揔自迷      좋은 시절 돌아와도 전혀 알지 못한다오
水面烟消山影淨      물 위의 안개 사라지니 산 그림자 고요하고
樓頭風暖野禽啼     누대 위 따스운 바람결에 산새가 지저귀네
繞屋山花百本紅      집을 에워싼 온갖 들꽃 붉게 피어서
經行常在暗香中      길 걷노라면 항상 은은한 향기 감도네
飄零也似供幽賞      지는 꽃은 또한 그윽한 완상 주는 듯하니
著意飛隨薜茘風     뜻대로 덩굴에 부는 바람 따라 흩어지네

010_0837_a_01L芳樹含淸潤綠溪揚泛灧

010_0837_a_02L隔花茅擔淨隱柳烟沼暗

010_0837_a_03L憐君高臥處邈爾謝榮艶(五)

010_0837_a_04L懸瀑丹霞外寶刹翠屛中

010_0837_a_05L露洗秋山淨霜醉晩林紅

010_0837_a_06L白雲凝下界無路世相通

010_0837_a_07L唯有淸心磬䙚䙚度冷風(六)

010_0837_a_08L凉臺臨碧㵎胡床覆松陰

010_0837_a_09L花氣薰野酌山風韻綺琴

010_0837_a_10L蒼巖饒古色上有凌雲岑

010_0837_a_11L莫測五雲裏瓊樓信幾㴱(七)

010_0837_a_12L新占閒田地眞賞竆愉悅

010_0837_a_13L履雜澗底雲窓倉松上月

010_0837_a_14L觀魚臨淸連聽禽坐晩樾

010_0837_a_15L自笑憂慮重終懷杞天蹶(八)

010_0837_a_16L茶亭尹孝廉鍾英賦 伽延山居冬詞
010_0837_a_17L寄余余賦春夏秋詞與冬詞合成
010_0837_a_18L四時詞還呈九首壬午

010_0837_a_19L
幽徑莓苔緣漸肥靜憐塵跡到來稀

010_0837_a_20L㝡難理會片雲意度㵎常穿白竹扉(一)

010_0837_a_21L閉門芳艸綠萋萋良日佳辰揔自迷

010_0837_a_22L水面烟消山影淨樓頭風暖野禽啼(二)

010_0837_a_23L繞屋山花百本紅經行常在暗香中

010_0837_a_24L飄零也似供幽賞著意飛隨薜茘風(三)

010_0837_b_01L이상은 봄에 대한 시이다.(右春詞)
落紅點點滿靑莎      점점이 지는 붉은 꽃잎 풀밭 위 가득하고
獨倚香風聽鳥歌      홀로 바람결에 새들의 노랫소리 듣네
碧沼涵雲晴影薄      푸른 못에 구름 그림자 얇게 잠기고
綠陰繞砌晩凉多     섬돌에 녹음 뒤덮인 저녁 서늘하여라
茅屋迢迢隱碧岑      초가집이 아스라이 푸른 산속에 숨었나니
煙雲罩徑杳難尋      구름이 길을 뒤덮어 아득히 찾기 어려워라
無緣更禮靑峯色      인연 따라 푸른 산빛에 거듭 예를 표하니
十笏房深玉磬沈     십홀방60)에 깊이 경쇠 소리 잦아드네
晩覺綠陰窓下眠      녹음 진 창가에서 늦게야 잠을 깨어
捲簾放出鵲爐烟      발을 걷고 향로의 연기를 내보내네
風欞因甚凉如洗      바람 부는 난간 씻은 듯 시원한데
得傍冷冷落澗泉     옆에서 차갑게 샘물이 떨어지네
이상은 여름에 대한 시이다.(右夏詞)
滿園珍果霜初熟      뜰 가득한 과일 서리 맞아 익어 가니
壓盡仙人九轉丹      신선의 구전단보다 훨씬 낫다오
學得朱眞淸意了      신선의 맑은 뜻을 배워 터득했다 해도
無人解到白雲端     흰 구름 끝 이를 줄 아는 사람은 없다네
白露初凝天氣冷      찬 이슬 처음 내리자 날씨 싸늘해지고
珍山隔海晩蒼蒼      진산은 물 건너편서 저물녘 더욱 푸르네
誰知羃䍥千峯裏      누가 알까 일천 봉우리 빽빽한 그 속에서
得對澄瀛一線長     한줄기 긴 맑은 시냇물 마주할 수 있음을
夜凉幽興逼人淸      사람을 맑게 하는 서늘한 밤의 흥치
一道松風山月明      한 가닥 솔바람에 밝은 산달이로세
千聖若言傳不得      일천 성인이 말을 해도 전할 수 없는 것은
因何動著野人情     무엇 때문에 야인의 정이 일렁이는지
이상은 가을에 대한 시이다.(右秋詞)
용문사에 이르러(至龍門寺)
山空春去後        텅 빈 산에 봄이 떠나가고
雲起客來時        구름이 일며 객이 찾아왔네
不干去來者        오든지 가든지 상관하지 않고
終不爲人知        알아주기도 바라지 않는다네
서울에 과거 보러 가는 다정을 전송하며(送茶亭赴京試)
才華迥出衆人先      재능이 누구보다도 훨씬 뛰어나니
富貴應須致妙年      젊은 나이에 응당 부귀를 이루리라
月窟枝香攀手內      달 속의 계수나무 가지 손에 부여잡고61)
春塘草綠走毫邊      못가 봄 풀의 시구를 붓으로 달리리라62)
取恩初浥流霞醉      은총 받아 처음 유하63)를 마셔 취하고
酒面猶依彩仗眠      발그레한 얼굴로 의장대 기대어 잠들리라
賦獻淸平詞曲好      청평64)의 악부 멋지게 지어 바치리니
滿身惹出御爐烟      몸에 가득한 어전 향로 연기 피어오르네
도촌 김인항이 초암을 방문했기에(金道村仁恒見過草菴)

010_0837_b_01L
右春詞

010_0837_b_02L
落紅點點滿靑莎獨倚香風聽鳥歌

010_0837_b_03L碧沼涵雲晴影薄綠陰繞砌晩凉多(四)

010_0837_b_04L茅屋迢迢隱碧岑煙雲罩徑杳難尋

010_0837_b_05L無緣㪅禮靑峯色十笏房㴱玉磬沈(五)

010_0837_b_06L晩覺綠陰窓下眠捲簾放出鵲爐烟

010_0837_b_07L風欞因甚凉如洗得傍冷冷落澗泉(六)

010_0837_b_08L
右夏詞

010_0837_b_09L
滿園珍果霜初熟壓盡仙人九轉丹

010_0837_b_10L學得朱眞淸意了無人解到白雲端(七)

010_0837_b_11L白露初凝天氣冷珍山隔海晩蒼蒼

010_0837_b_12L誰知羃䍥千峯裏得對澄瀛一線長(八)

010_0837_b_13L夜凉幽興逼人淸一道松風山月明

010_0837_b_14L千聖若言傳不得因何動著野人情(九)

010_0837_b_15L
右秋詞

010_0837_b_16L至龍門寺

010_0837_b_17L
山空春去後雲起客來時

010_0837_b_18L不干去來者終不爲人知

010_0837_b_19L送茶亭赴京試

010_0837_b_20L
才華迥出衆人先富貴應須致妙年

010_0837_b_21L月窟枝香攀手內春塘草綠走毫邊

010_0837_b_22L取恩初浥流霞醉酒面猶依彩仗眠

010_0837_b_23L賦獻淸平詞曲好滿身惹出御爐烟

010_0837_b_24L金道村仁恒 見過草菴

010_0837_c_01L
去聖三千載        성인이 떠난 지 어언 삼천 년
道喪世方渾        도 잃어 세상이 혼란한 때이네
獨將閒日月        홀로 한가로이 세월 보내며
閉門詩書敦        문 닫고 시서를 벗하였다네
心事天眞古        심사는 천진하여 예스럽고
德業忠孝尊        덕업은 충효를 높이신 분이네
令聞掀一時        뛰어난 명성 한 시대에 드높으니
軒蓋駐蓬門        고관의 수레가 집에 몰려들었네
牢讓自潜跡        굳게 사양하고 종적을 숨기니
厭被時人論        사람들의 말을 많이도 들었다네
竟棄人間事        결국은 세상의 일을 버리고
雲林來避喧        시끄러운 세상 피해 산에 들어왔다네
聞我巖居靜        조용히 산에 사는 내 소식을 듣고는
披雲到松軒        구름 헤치고 소나무 숲 집 찾았다오
掬泉烹雷笑        샘물을 떠다가 차를 달이고
焚香演道言        향을 피우며 도를 논했다네
英姿鶴毛古        영걸스러운 자태는 학과 같고
淸談玉露繁        맑은 담화는 옥 이슬 같았어라
雅晤時將晩        얘기하는 사이에 날이 어두워져
頻嗟歲疾奔        시간의 빠름을 자주 탄식하였네
有如林中蘭        마치 숲속에 향기로운 난초 있어
將謝藹葐蒀        장차 가득한 기운을 떠나는 듯하네
丈夫知有道        도가 있는 것을 장부가 알았다면
唯當奮朝聞        오직 조문65)의 각오로 분발하리라
旣能知深淺        일단 깊고 얕음을 알고 난 뒤에는
也須辨僞眞        응당 진위도 분별할 줄 알아야 하리
精究消長理        소장의 이치를 정밀히 연구하고
明核死生根        사생의 뿌리 분명히 파헤치리라
細硏窮微密        오묘한 경지를 상세히 궁구하면
便悟可長存        문득 그대로인 본성 깨달으리라
苟能淸自守        맑게 자신을 지킬 수만 있다면
何足希人援        어찌 족히 남의 이끎 바라리요
富貴非天爵        부귀는 하늘이 준 벼슬이 아니고
修飾非素薰        꾸밈은 본래의 향기가 아니라네
靈臺元固基        영대가 원래 견고한 바탕이요
智水本澄源        지수가 본래 맑은 근원이라네
心遊白玉京        마음을 백옥경에서 노닐게 하면
名耀紫微垣        이름은 자미원에 밝게 빛나리라
回看營營者        복잡한 이 세상을 뒤돌아보니
天地即一樊        천지가 곧바로 한 울타리이네
도촌이 율시 한 수를 부쳤기에 차운하여 바로 부치다(道村寄一律 次韻却寄)
道村恬養處        도촌이 조용히 함양하는 곳은
心遠日遲遲        마음은 멀고 해는 더디 지리라
徑逼幽蘭砌        길은 난초 섬돌에 가까이 있고
門臨曲沼碕        문은 굽은 연못 언덕에 임하였네
鍊藥消閒疾        단약을 제련하여 병을 없애고
品茶減睡癡        차 맛을 품평하며 졸음을 쫓네

010_0837_c_01L
去聖三千載道喪世方渾

010_0837_c_02L獨將閒日月閉門詩書敦

010_0837_c_03L心事天眞古德業忠孝尊

010_0837_c_04L令聞掀一時軒蓋駐蓬門

010_0837_c_05L牢讓自潜跡厭被時人論

010_0837_c_06L竟棄人間事雲林來避喧

010_0837_c_07L聞我巖居靜披雲到松軒

010_0837_c_08L掬泉烹雷笑焚香演道言

010_0837_c_09L英姿鶴毛古淸淡玉露繁

010_0837_c_10L雅晤時將晩頻嗟歲疾奔

010_0837_c_11L有如林中蘭將謝藹葐蒀

010_0837_c_12L丈夫知有道唯當奮朝聞

010_0837_c_13L旣能知㴱淺也須辨僞眞

010_0837_c_14L精究消長理明核死生根

010_0837_c_15L細硏竆微密便悟可長存

010_0837_c_16L苟能淸自守何足希人援

010_0837_c_17L割貴非天爵修飾非素薰

010_0837_c_18L靈臺元固基智水本澄源

010_0837_c_19L心遊白玉京名耀紫微垣

010_0837_c_20L回看營營者天地即一樊

010_0837_c_21L道村寄一律次韻却寄

010_0837_c_22L
道村恬養處心遠日遲遲

010_0837_c_23L徑逼幽蘭砌門臨曲沼碕

010_0837_c_24L鍊藥消閒疾品茶減睡癡

010_0838_a_01L宿昔烟霞約        예전에 맺은 연하의 약속은
淸秋始赴宜        늦가을쯤에야 지킬 수 있으리라
부록. 운흥사로 거처를 옮기는 초의와 이별하며 김도촌(附別艸衣移棲雲興寺 金道村)
築數間庵         몇 칸 암자를 터 잡아 짓고
觀禪七歲迄        꼬박 칠 년 동안 참선하였네
見星悟佛心        별빛을 보면서 불심을 깨달았고
開石通神術        바위가 열리며 신술을 통했다네
毒龍何所憂        악독한 용도 걱정이 없고
暴虎不能聒        포학한 범도 떠들지 못하리니
仁谷應爲隣        인곡이 응당 이웃이 될 것이요
海峯亦遇弼        해봉 또한 보필을 만날 것이라
三絶君才兼        그대는 삼절의 재주를 겸하고서
百憂吾道窒        우리 도가 막힐 것을 걱정한다네
如君淸淨流        그대처럼 청정한 분께서는
笑我風塵汨        풍진에 골몰하는 나를 비웃으리
願言一片心        바라는 말은 일편단심으로
同昭兩鄕月        달이 두 곳을 함께 비추듯 해 주게
雲霞縱伴隨        구름과 노을 따라 동행한다면
花鳥爲誰物        꽃과 새가 누구의 물건이 될까
雲寺多名禪        운흥사엔 유명한 선승이 많아
千秋竪萬碣        일만 개의 비갈이 서 있다지요
듣건대 초의 스님이 은사의 병 때문에 운흥사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라고 하였다.(聞草師, 以恩師病, 方擬移棲雲寺.)
금강의 바위 위에서 언 선자와 함께 왕 우승의 종남별업66)에 화운하다(金剛石上 與彥禪子 和王右丞終南別業之作)
聽鳥休晩叅        새소리 들으며 저녁 참선도 쉬고
薄遊古澗陲        잠깐 고즈넉한 물가에 포행 나왔네
遣興賴佳句        좋은 시구 찾아내어 흥취도 풀고
賞心會良知        좋은 벗 만나서 마음도 달랜다오
泉鳴石亂處        샘물은 바위틈에서 온통 울리고
松響風來時        소나무는 바람 불자 소리 울리네
茶罷臨流靜        차 마시고 흐르는 물 조용히 굽어보며
悠然忘還期        유연히 돌아가야 할 기약 잊는다네
또 창려의 운을 써서 함께 유거를 읊다(又拈昌黎韻 同賦幽居)
竟日窮嬿婉        종일 좋은 경치 찾아다니다
輟策古磵潯        옛 시냇가에서 지팡이 멈췄소
幽蘭含新粉        난초는 새로 분을 머금었고
佳樹貯淸陰        나무는 맑은 그늘을 쌓았네
秋水晩更綠        가을 물이 저녁에 더욱 푸르러
澂凉洗煩心        맑고 서늘하게 마음을 씻어 주네
美景欣同賞        경치를 함께 감상해서 기쁘오만
野調愧知音        격조가 촌스러워 지음에 부끄럽소
違離哲匠遠        거리가 옛 성현에서 너무 머니
誰憐秋蟲吟        누가 가을벌레 소리 가련히 여길까
廻風起將夕        회오리바람이 밤 들자 일어나고
靑崖嵐氣侵        푸른 산에 이내의 기운 스며드네
即事當可悅        지금의 일을 마땅히 기뻐할 것이요
休論去來今        과거 현재 미래는 논하지 마오
또 왕남전의 운을 써서 짓다(又拈王藍田韻)
自成淸谿隱        청계에 숨어 살면서부터
邈與世相疎        아득히 세상과 멀어졌네
緣羅制疎攡        등라 따라 성긴 울 만들고

010_0838_a_01L宿昔烟霞約淸秋始赴宜

010_0838_a_02L附別艸衣移棲雲興寺 金道村

010_0838_a_03L
卜築數間庵觀禪七歲迄

010_0838_a_04L見星悟佛心開石通神術

010_0838_a_05L毒龍何所憂暴虎不能聒

010_0838_a_06L仁谷應爲隣海峯亦遇弼

010_0838_a_07L三絕君才兼百憂吾道窒

010_0838_a_08L如君淸淨流笑我風塵汨

010_0838_a_09L願言一片心同昭兩鄕月

010_0838_a_10L雲霞縱伴隨花鳥爲誰物

010_0838_a_11L雲寺多名禪千秋竪萬碣聞草師以恩師病
方擬移棲雲寺

010_0838_a_12L金剛石上與彥禪子和王右丞終南
010_0838_a_13L別業之作

010_0838_a_14L
聽鳥休晩叅薄遊古㵎陲

010_0838_a_15L遣興賴佳句賞心會良知

010_0838_a_16L泉鳴石亂處松響風來時

010_0838_a_17L茶罷臨流靜悠然忘還期

010_0838_a_18L又拈昌黎韻同賦幽居

010_0838_a_19L
竟日竆嬿婉輟策古磵潯幽蘭含新

010_0838_a_20L粉佳樹貯淸陰秋水晩㪅綠澂凉洗

010_0838_a_21L煩心美景欣同賞野調愧知音違離

010_0838_a_22L哲匠遠誰憐秋蟲吟廻風起將夕靑

010_0838_a_23L崖嵐氣侵即事當可悅休論去來今

010_0838_a_24L又拈王藍田韻

010_0838_a_25L
自成淸谿隱邈與世相疎緣羅制疎

010_0838_b_01L依巖結茅廬        바위에 의지해서 띳집 엮었네
只應松俱老        그저 소나무와 함께 늙어 가고
逝將鳥與居        새들과 더불어 살아가리라
養志高僧語        고승의 말대로 뜻을 기르고
洗心古佛書        불경의 내용에 마음 씻으리라
從今休萬事        지금부터는 만사를 잊고
永爲賦遂初        길이 수초부67)를 읊으리라
朋來時染翰        벗이 찾아오면 때때로 시를 짓고
松檐雨凉餘        솔숲 처마 비 온 뒤 청량함 가득하네
惟君饒古意        바라건대 그대는 고아한 뜻 두었으니
從我學淸虛        나와 청허의 경지 배워 봄이 어떻겠소
중구일에 호의․철경․석범․하의 등 여러 스님들과 함께 산에서 노닐다4수. 계미년(1823, 순조23)(九日與縞衣掣鯨石帆荷衣諸師遊山四首 癸未)
袖拂朝霞上赤城      소매로 노을 헤치고 적성에 오르니
紅泉翠壁愜幽情      붉은 샘물 푸른 벽에 마음이 흡족하네
芝香無復綺黃採      영지靈芝는 향기로워도 캐는 기황68) 없고
松老空爲樵牧輕      솔은 늙어 부질없이 목동도 가벼이 여기네
廢井新疏銀盌淨      오래된 우물 길어 내니 은 사발처럼 맑고
崩榛重剷玉峯靑      쓰러진 덤불 걷어 내니 옥 봉우리 푸르러라
何當更起三椽屋      어떡하면 세 칸의 오두막 다시 일으켜
高臥北窓聽鳥聲     북창에 높이 누워 새소리 들을까
이는 영심암 옛터에 올라가서 지은 것이다.(右登營深菴舊址.)
浮生已覺似乾城      부생이 건성69) 같음을 이미 알았거니
幻業何愁不稱情      환업이 뜻에 안 맞는다 걱정을 하랴
繫俗難敎雙眼淨      세속에 매이면 두 눈이 맑을 리 있나
無營方始一身輕      안달하지 않아야 한 몸이 가벼우리
孤笻幾度穿山翠      지팡이 짚고 몇 번이나 산에 올랐지만
一棹也能汎海靑      배를 저어 푸른 바다 건널 수도 있다오
今日重陽凌絶頂      오늘 중양절에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天空塞晩鴈流聲     기러기 소리가 저녁 하늘을 채우네
이는 범영봉에 올라가서 지은 것이다.(右登泛瀛峯.)
借問西遊七寶城      묻나니 서쪽 칠보성에서 노닐던 때와
何如此地暢眞情      진정이 통하는 이곳과는 어떠한가
新晴絶壁歸雲細      막 비 갠 절벽에 구름이 가늘게 돌아오고
薄暮層陰度鳥輕      박모의 짙은 그늘을 가볍게 새가 건너가네
閒似白鷗頭尙黑      한가한 갈매기 같아도 머리는 검고
健如黃犢眼終靑      송아지처럼 건장하게 눈빛 푸르네
惟當各自崇明德      각자 밝은 덕을 드높여야 할 것이니
長向千秋垂令聲     길이 천추에 훌륭한 명성 드리우소서
六賊歸降靜意城      육적70)이 투항하여 내면이 고요하니
更無一事可關情      마음을 동요시킬 일이 더 이상 없네
逸如野馬逢場戱      야생마처럼 자유롭게 놀기도 하고
放似虛舟觸處輕      빈 배처럼 어디나 가볍게 부딪치네
飛雪渾忘頭上白      눈 날리는 흰 머리칼 완전히 잊고서
名山長入眼中靑      눈 안에 그리던 명산 길이 간직했소
諸君傑句含芳潤      여러분의 멋진 시구 향기로운데
慚愧陽春和俚聲     양춘71)을 속되게 화답하니 부끄럽네
이상 두 수는

010_0838_b_01L㰚依巖結茅廬只應松俱老逝將鳥

010_0838_b_02L與居養志高僧語洗心古佛書從今

010_0838_b_03L休萬事永爲賦遂初朋來時染翰松

010_0838_b_04L檐雨凉餘惟君饒古意從我學淸虛

010_0838_b_05L九日與縞衣掣鯨石帆荷衣諸師遊
010_0838_b_06L四首癸未

010_0838_b_07L
袖拂朝霞上赤城紅泉翠壁愜幽情

010_0838_b_08L芝香無復綺黃採松老空爲樵牧輕

010_0838_b_09L廢井新疏銀盌淨崩榛重剷玉峯靑

010_0838_b_10L何當㪅起三椽屋高臥北窓聽鳥聲右登
營深
010_0838_b_11L菴舊
(一)

010_0838_b_12L浮生已覺似乾城幻業何愁不稱情

010_0838_b_13L繫俗難敎雙眼淨無營方始一身輕

010_0838_b_14L孤笻幾度穿山翠一棹也能汛海靑

010_0838_b_15L今日重陽凌絕頂天空塞晩鴈流聲右登
泛瀛
010_0838_b_16L
(二)

010_0838_b_17L借問西遊七寶城何如此地暢眞情

010_0838_b_18L新晴絕壁歸雲細薄暮層陰度鳥輕

010_0838_b_19L閒似白鷗頭尙黑健如黃犢眼終靑

010_0838_b_20L惟當各自崇明德長向千秋垂令聲(三)

010_0838_b_21L六賊歸降靜意城㪅無一事可關情

010_0838_b_22L逸如野馬逢場戱放似虛舟觸處輕

010_0838_b_23L飛雪渾忘頭上白名山長入眼中靑

010_0838_b_24L諸君傑句含芳潤慚愧陽春和俚聲二首
登象

010_0838_c_01L 상왕대에 올라가서 지은 것이다.(二首登象王臺.)
내가 산에서 노닐면서 시를 지었다는 말을 도촌이 듣고는 차운하여 보냈기에 내가 다시 화답하였다(道村聞余遊山之作 次韻見寄 復和答之)
德行爭傳聞帝城      다투어 전해 궁궐에 알려진 덕행이여
人人各自蘊其情      사람들이 각자 가슴속에 담고 있다네
如何深自藏微密      어떻게 은밀한 곳에 깊숙이 감추고서
終不許人論重輕      경중을 논하지 못하게 끝내 막으리오
翠菊經霜香冉冉      국화는 서리 내려 향기 더욱 물씬하고
幽蘭浥露蔚靑靑      난초는 이슬을 머금고 한결 푸르러라
尋常孤發蓼莪咏      심상하게 홀로 발하는 육아72)의 노래여
此曲知君別有聲      이 곡이 그대에겐 특별한 뜻이 있으리라
또 나의 회포를 서술하여 부치다3수(又叙自懷奉寄三首)
四面蒼厓繞鐵城      사방 푸른 산은 철성으로 에웠으니
此中堪暢道人情      이 속에서 도인의 정을 풀 수 있겠네
晩窓黃霧濛濛濕      저녁 창가에 누런 안개 자욱이 젖어 들고
霽壁丹霞細細輕      비 갠 벽에 붉은 노을 가볍게 흔들리네
春盡任他花歛粉      봄이 다해 꽃이 시들면 시드는 대로
雨闌從爾草生靑      비 그치자 푸른 풀이 뒤따라 돋아나네
誰知當檻霜根竹      누가 알까 난간 앞 흰 뿌리의 대나무가
搖綠常供碎玉聲     잎 흔들어 항상 옥소리 내 주는 것을
自從踏着覺皇城      스스로 거닐다 황성에 온 것 깨달으니
物物拈來穩稱情      손대는 것마다 모두 뜻에 맞네
體弱花蒙淸露重      꽃은 몸이 약해서 맑은 이슬이 무겁고
䕺長柳拂軟風輕      버들은 가지가 길어 미풍에 휘날리네
雲霞影裏投身老      운하의 그림자 속에 늙은 몸을 던지고
山水光中洗眼靑      산수의 빛 속에서 푸른 눈을 씻노매라
多謝幽居無俗韻      고마워라 그윽한 거처 속된 기운 없으니
虛欞常帶澗松聲     빈 창가엔 늘 냇물 솔바람 소리 들리네
休言防意要如城      성곽처럼 뜻을 막아라73) 말하지 마오
已得顔回超遠情      이미 안회처럼 멀리 떠난 정을 터득했네
但覺眞身空蕩蕩      진신이 탕탕하게 빈 것을 알면 그만이지
寧將法水洗輕輕      어찌 법수로 또 씻을 필요 있으리오
孤輪月漾千江淨      외로운 달 바퀴는 일천 강 위에 일렁이고
一色春含萬國靑      온통 봄빛 머금어 만물 푸르게 하네
長愛娟娟松上雨      어여뻐라 부슬부슬 솔 위에 내리는 비여
均然潤物細無聲     골고루 소리 없이 만물을 적셔 주네
수재 강일형에게 부치다(寄姜秀才一炯)
鏖炎更把晩凉施      찌는 무더위 저녁에 서늘해지니
天意於人慰所思      하늘도 사람을 위로해 주려는 듯하네
苑僻金葩沈酒遠      정원 한쪽으론 국화주 향기가 진하게 나고
巷深玉磬出雲遲      깊은 골 경쇠 소리 구름 밖에 더디 번지네
久棲固爾難堅約      오래 지체하면 약속 지키기 어려운 법
一訪如何不展期      어찌해 한번 와서 회포 풀지 않으시나

010_0838_c_01L
(四)

010_0838_c_02L道村聞余遊山之作次韻見寄復和
010_0838_c_03L答之

010_0838_c_04L
德行爭傳聞帝城人人各自蘊其情

010_0838_c_05L如何㴱自藏微密終不許人論重輕

010_0838_c_06L翠菊經霜香冄冄幽蘭浥露蔚靑靑

010_0838_c_07L尋常孤發蓼莪咏此曲知君別有聲

010_0838_c_08L又叙自懷奉寄三首

010_0838_c_09L
四面蒼厓繞鐵城此中堪暢道人情

010_0838_c_10L晩窓黃霧濛濛濕霽壁丹霞細細輕

010_0838_c_11L春盡任佗花歛粉雨闌從爾草生靑

010_0838_c_12L誰知當檻霜根竹搖綠常供碎玉聲(一)

010_0838_c_13L自從踏着覺皇城物物拈來穩稱情

010_0838_c_14L體弱花蒙淸露重䕺長柳拂軟風輕

010_0838_c_15L雲霞影裏投身老山水光中洗眼靑

010_0838_c_16L多謝幽居無俗韻虛欞常帶澗松聲(二)

010_0838_c_17L休言防意要如城已得顏回超遠情

010_0838_c_18L但覺眞身空蕩蕩寧將法水洗輕輕

010_0838_c_19L孤輪月漾千江淨一色春含萬國靑

010_0838_c_20L長愛娟娟松上雨均然潤物細無聲(三)

010_0838_c_21L寄姜秀才一炯

010_0838_c_22L
鏖炎㪅把晩凉施天意於人慰所思

010_0838_c_23L苑僻金葩沈酒遠巷㴱玉磬出雲遲

010_0838_c_24L久棲固爾難堅約一訪如何不展期

010_0839_a_01L佳節果成文酒會      좋은 시절 글과 술의 모임을 열려 하니
盡將秋色入新詩      가을 경치 다 모아 새 시 속에 넣어 보세
송월 갑신년(1824, 순조24) 운흥사에서(松月甲申 在雲興寺)
冉冉窓外松        낙락히 늘어진 창 밖의 소나무
妍妍松上月        어여쁘게 비치는 솔 위의 달님
淸響一何幽        맑은 음향 어쩌면 그리도 그윽하고
澂暉一何澈        은은한 빛 어쩌면 그리도 애틋한가
貞華兩相宜        정화가 둘 다 서로 온당하고
韻操雙奇絶        운조가 양쪽 모두 기특하도다
始憐含疎翠        처음엔 성글고 푸른 그림자가
榻在玉欄闑        옥 난간에 비껴 자리했네
終愛描寒柯        나중엔 찬 가지가 장막을 넘어
踰幔侵書帙        책을 비치는 것을 사랑하게 됐소
皎皎淸入髓        골수에 스며드는 교교한 달빛이여
颯颯凉沁骨        뼛속을 파고드는 삽삽한 솔바람이여
轉山愁己陰        산을 돌아 그늘지면 시름겹나니
度空願無疾        하늘을 빨리 건너가지 말기를 바라네
縱被橫雲掩        구름에 잘못 가려진다 해도
終能永夜潔        끝내는 긴 밤을 환히 밝히네
如何夜未闌        어떻게 밤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團團隱嶻嶭        둥근 달이 높은 산에 숨었을까
蕭蕭瘦影長        쓸쓸히 수척한 솔 그림자 길고
凄凄如遠別        처량하게 멀리 이별하는 듯하네
凄凄復凄凄        처량하고 또 처량해서
近聽聲嗚咽        가까이 들으면 오열하는 듯하네
祗緣舊情深        하지만 서로 옛정이 깊어
終不便永訣        영원히 결별하지는 않는다오
時來逢晴霽        때가 돌아와 하늘이 맑게 개고
玉宇浮雲滅        하늘에 뜬 구름이 걷히리라
耿耿山野凉        산야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며
悠悠昇淸質        유유히 맑은 달이 떠오르리라
瀼瀼玉露繁        옥구슬 같은 이슬이 흠뻑 맺혀서
淨洗圓容出        둥근 자태 깨끗이 씻어 보이리라
文彩添新翠        새로 푸르게 문채를 더해 주면
光明殊未缺        밝은 빛 이지러지지 않으리라
屋角生寒潮        지붕 모서리에 파도 소리 일으키고
階面鏤輕▼(木+戊)        섬돌 표면에 가벼운 몸짓 아로새기리
方秋固淡爽        바야흐로 가을 담박하고 상쾌해졌으니
在夏益淸越        여름보다 맑은 운치가 더하리라
照燭熱惱鄕        뜨거운 번뇌의 고향에도 맑게 비추어
盡使休煩暍        번뇌의 갈증 모두 다 쉬어지리라
虛明襟期合        밝고 텅 빈 흉금이 서로 걸맞는지라
萬古同處列        만고토록 함께 거하며 벌여 놓으리라
차운하여 윤다정에게 화답하다(次韻奉酬尹茶亭)
蜜果如知換苦蘆      단 과일을 쓴 나물과 바꿀 줄 안다면야
寳藏寧假別人沽      감춘 옥을 사람에게 팔 것이 있으리오74)

010_0839_a_01L佳節果成文酒會盡將秋色入新詩

010_0839_a_02L松月甲申 在雲興寺

010_0839_a_03L
冄冄窓外松妍妍松上月

010_0839_a_04L淸響一何幽澂暉一何澈

010_0839_a_05L貞華兩相宜韻操雙奇絕

010_0839_a_06L始憐含疎翠榻在玉欄闑

010_0839_a_07L終愛描寒柯踰幔侵書帙

010_0839_a_08L皎皎淸入髓颯颯凉沁骨

010_0839_a_09L轉山愁己陰度空願無疾

010_0839_a_10L縱被橫雲掩終能永夜潔

010_0839_a_11L如何夜未闌團團隱嶻嶭

010_0839_a_12L蕭蕭瘦影長凄凄如遠別

010_0839_a_13L凄凄復凄凄近聽聲嗚咽

010_0839_a_14L祗緣舊情㴱終不便永訣

010_0839_a_15L時來逢晴霽玉宇浮雲滅

010_0839_a_16L耿耿山野凉悠悠昇淸質

010_0839_a_17L瀼瀼玉露繁淨洗圓容出

010_0839_a_18L文彩添新翠光明殊未缺

010_0839_a_19L屋角生寒潮階面鏤輕▼(木+戊)

010_0839_a_20L方秋固淡爽在夏益淸越

010_0839_a_21L照燭熱惱鄕盡使休煩暍

010_0839_a_22L虛明襟期合萬古同處列

010_0839_a_23L次韻奉酬尹茶亭

010_0839_a_24L
蜜果如知換苦蘆寳藏寧假別人沽

010_0839_b_01L久爲迷海算沙者      해변에서 길 잃고 모래알을 세는 자가
可向滄浪弄月乎      푸른 물결 향하여 달을 희롱하겠는가
玉鉢藏經隨獵士      옥 발우에 경을 담아 엽사를 따라가고
鐵船載笛逐漁夫      철선에 피리 싣고 어부 뒤를 좇는도다
秖今歸取寒巖靜      지금은 암혈巖穴에 돌아와 조용히 지내면서
閒對長松一樹臞      한가로이 마른 소나무 그루 마주 대한다오
예전에 탁옹이 자하동에 머물 적에 내가 찾아가 곁에서 모시면서 간화시 2편을 지었다. 선생이 고향에 돌아간 지 이미 십여 년이 되었는데, 내가 지금 구곡에서 결사를 하다가 봄 경치가 한창 무르익었기에 옛날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어 마침내 예전의 시에 화운하였다정축년(1817, 순조17)(昔於籜翁之棲紫霞 余適往陪 作看花詩二篇 先生還鄕 已十餘年矣 余今結社於九曲 春物方榮 感舊傷懷 遂和前篇丁丑)
예전의 시 2수(前詩 二首)
來花間遊         길손이 와서 꽃 사이에 노니니
風細幽香散        산들바람에 향기가 발산하네
書樓日華晴        서루엔 햇빛이 맑게 쏟아지고
野塘春漪滿        호수엔 봄빛이 가득 출렁이네
赴香蝶喧繁        향기 쫓아 나비 바쁘게 날고
採蜜蜂紛纂        꿀 따러 나비는 어지럽게 모여드네
淸和知不久        청화한 시절 오래가지 않으리니
良會不可緩       좋은 모임을 늦춰서는 안 되리라
窈窕紫霞洞        깊숙이 들어앉은 자하동
松樓鏟香林        향림 속에 송루가 자리하였네
一線靑蘭路        외길 푸른 난초 곁으로 나 있으니
把馨爲幽尋        향기 따라 승경을 찾아간다네
試回想柏意        시험 삼아 잣나무의 뜻 회상해 보고
細叅看花心        자세히 꽃 속을 들여다보기도 하네
眞悟無二源        근원이 둘이 아님을 진정 깨닫나니
微凉生虛襟        서늘한 기운이 텅 빈 가슴에 이네
山靜明鳥響        산은 고요하고 새소리 그윽한데
池晩淨花陰        저녁 연못에 꽃 그림자 깨끗하네
幽勝㝡關懷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경치는
蒼翠隔海岑       바다 너머 보이는 푸른 산봉우리
지금 화운한 시 2수(今和 二首)
上禽聲喧         해가 뜨자 새소리 들리면서
漸覺紅霞散        붉은 노을이 차츰 흩어지네
行玩羣芳榮        활짝 핀 온갖 방초 감상하노라니
俱欣春意滿        봄날의 뜻 충만하여 모두 기뻐라
嫩藥藹菲菲        향기 물씬 풍기는 여린 약초들
名花蕤纂纂        무더기로 피어난 이름난 꽃들
深感物我情        물아의 정이 마음 깊이 느껴져서
覓句步自緩       시구 찾다 보니 걸음이 절로 느려지네
自愛蓮社幽        연사의 그윽함을 사랑하노니
靑山隔花林        꽃 숲 너머로 푸른 산 가득하네

010_0839_b_01L久爲迷海算沙者可向滄浪弄月乎

010_0839_b_02L玉鉢藏經隨獵士鐵船載笛逐漁夫

010_0839_b_03L秖今歸取寒巖靜閒對長松一樹臞

010_0839_b_04L昔於籜翁之棲紫霞 余適往陪 作
010_0839_b_05L看花詩二篇 先生還鄕 已十餘年
010_0839_b_06L矣 余今結社於九曲 春物方榮
010_0839_b_07L感舊傷懷 遂和前篇丁丑

010_0839_b_08L前詩 二首

010_0839_b_09L
客來花間遊風細幽香散

010_0839_b_10L書樓日華晴野塘春漪滿

010_0839_b_11L赴香蝶喧繁採蜜蜂紛纂

010_0839_b_12L淸和知不久良會不可緩(一)

010_0839_b_13L窈窕紫霞洞松樓鏟香林

010_0839_b_14L一線靑蘭路把馨爲幽尋

010_0839_b_15L試回想柏意細叅看花心

010_0839_b_16L眞悟無二源微凉生虛襟

010_0839_b_17L山靜明鳥響池晩淨花陰

010_0839_b_18L幽勝㝡關懷蒼翠隔海岑(二)

010_0839_b_19L今和 二首

010_0839_b_20L
日上禽聲喧漸覺紅霞散

010_0839_b_21L行玩羣芳榮俱欣春意滿

010_0839_b_22L嫩藥藹菲菲名花蕤纂纂

010_0839_b_23L㴱感物我情覓句步自緩(一)

010_0839_b_24L自愛蓮社幽靑山隔花林

010_0839_c_01L白雲封古路        흰 구름이 옛길을 봉쇄했나니
不許世人尋        세상 사람이 찾는 것 허락지 않네
蒼霞縈階面        푸른 노을은 섬돌을 휘감아 돌고
白藕淨池心        하얀 연꽃은 연못 속에서 청정하네
上有千尺松        위에 서 있는 일천 척의 소나무여
託爾展我襟        너를 통해 나의 회포 펼치리라
歲去鑑華髮        세월 속에 비치는 머리는 세어지고
時暄憇凉陰        더위 오며 시원한 그늘에서 쉬리라
細憶賞花地        꽃을 감상했던 곳 추억하노니
蒼翠餘古岑       푸르름이 옛 산에 남아 있구나
도암십영기축년(1829, 순조29)道庵十咏己丑
靈境幽閒淨侶空      그윽한 명승지가 승려도 없이
幾年冷鎻翠烟重      연무에 갇힌 것이 몇 년이런가
白雲更得靑山主      백운이 다시 청산의 주인을 얻어
物色懷新逞舊容      물색이 생기 돌며 옛 모습 살아나네
이는 도암신성이다.(右道菴新成.)
藏峯東秀插天長      장봉이 동으로 수려하게 하늘에 꽂혀
常吐月明供我堂      항상 명월 토해 내며 우리 집에 선사하네
空庭對酌成三友      빈 뜰에서 대작하면 세 사람의 벗75)
淸粉時時裛桂香      맑은 달빛이 때때로 계수 향기 풍기네
이는 장봉명월이다.(右藏峯明月.)
蒼厓萬仭出雲耑      구름 끝에 치솟은 만 길의 푸른 절벽
石鼎冷冷貯碧瀾      돌 솥에 냉랭하게 벽란이 쌓였어라
不借人間烟火氣      밥 짓는 불기운을 가까이하지 않고
長涵天上玉繩寒      하늘의 별자리가 항상 잠겨 있다네
이는 북산석정이다.(右北山石鼎.)
小雨濛濛浥曙煙      부슬부슬 아침 연기 적시는 가랑비
細勻春色轉鮮姸      봄빛을 가다듬어 더욱더 산뜻하네
藏雲和霧交相幻      구름과 안개가 환술을 부리지만
餘意都將濟晚天      의외로 저녁에는 하늘 맑게 개네
이는 용암세우이다.(右龍巖細雨.)
雲散洞空山更幽      골에 구름 걷혀 산 더욱 그윽한데
林花寂寂水悠悠      들꽃은 적적하고 냇물은 유유해라
淸歌一曲掀巖響      산골을 뒤흔드는 맑은 노래 한 곡조
洗盡人間多少憂      인간 세상 근심을 모조리 씻어 주네
이는 응산초가이다.(右鷹山樵歌.)
層巓將歛夕陽紅      포개진 산들은 붉은 석양 거두려 하고
幽谷低含積翠濃      골은 낮게 쌓인 푸르름 짙게 머금었네
藏著蓮坊知不遠      절간이 머지않은 곳에 숨어 있는 듯
微鍾裊裊度冷風      종소리 가늘게 바람결에 건너오네
이는 성암모종이다.(右星庵暮鍾.)

010_0839_c_01L白雲封古路不許世人尋

010_0839_c_02L蒼霞縈階面白藕淨池心

010_0839_c_03L上有千尺松託爾展我襟

010_0839_c_04L歲去鑑華髮時暄憇凉陰

010_0839_c_05L細憶賞花地蒼翠餘古岑(二)

010_0839_c_06L道庵十咏己丑

010_0839_c_07L
靈境幽閒淨侶空幾年冷鎻翠烟重

010_0839_c_08L白雲㪅得靑山主物色懷新逞舊容

010_0839_c_09L
右道菴新成

010_0839_c_10L
藏峯東秀插天長常吐月明供我堂

010_0839_c_11L空庭對酌成三友淸粉時時裛桂香

010_0839_c_12L
右藏峯明月

010_0839_c_13L
蒼厓萬仭出雲耑石鼎冷冷貯碧瀾

010_0839_c_14L不借人間烟火氣長涵天上玉繩寒

010_0839_c_15L
右北山石鼎

010_0839_c_16L
小雨濛濛浥曙煙細勻春色轉鮮妍

010_0839_c_17L藏雲和霧交相幻餘意都將濟晚天

010_0839_c_18L
右龍巖細雨

010_0839_c_19L
雲散洞空山㪅幽林花寂寂水悠悠

010_0839_c_20L淸歌一曲掀巖響洗盡人間多少憂

010_0839_c_21L
右鷹山樵歌

010_0839_c_22L
層巓將歛夕陽紅幽谷低含積翠濃

010_0839_c_23L藏著蓮坊知不遠微鍾䙚䙚度冷風

010_0839_c_24L
右星庵暮鍾

010_0840_a_01L天畔孤峯落點殘      하늘가 봉우리의 작은 불빛 하나
傳光䞉得照長安      장안까지 그 빛이 너끈히 전해지네
八方寧靜一旹報      온 누리가 모두 평안하다는 소식
願使至尊長解顏      부디 임금님 얼굴을 펴시도록
이는 마산석봉이다.(右摩山夕烽.)
淸明時節日華繁      청명의 시절이라 날씨가 화사하고
碧海澂消萬里雲      벽해에 만 리의 구름 말끔히 걷힌 때
誰信瀛洲山一抹      누가 믿을까 영주의 한 가닥 능선이
皎然戴白際蒼垠      푸른 하늘가에 흰 눈을 덮어 쓴 것을
이는 나산춘설이다.(右拿山春雪.)
梁湖水色接天池      양호의 물빛이 하늘 못과 잇닿았나니
秋淨偏憐一帆遲      맑은 가을 떠가는 돛배 하나 어여뻐라
玉繪銀蓴輕解紱      순채와 회 생각에 곧장 벼슬 그만두고
令人長憶季鷹歸      돌아간 계응을 사람들 언제나 생각하리76)
이는 양포귀범이다.(右梁浦歸帆.)
時向東頭坐晩晴      가끔 동쪽 향해 맑은 저녁에 앉으면
象王山色不勝淸      상왕의 산색이 그지없이 맑게 비치네
紅鱗翠鬣紫烟集      자색 연기 속에 홍린과 취렵77)이 모였나니
想得人家占太平      아마도 집집마다 태평세월을 누리리라
이는 완산송취이다.(右莞山松翠.)
쌍계사에서 차운하다2수(雙溪寺次韻二首)
行到招提境        발걸음이 절간의 경내에 이르니
淸遊興末闌        청유의 흥치가 끝없이 일어나네
水回溪路曲        물은 계곡을 구불구불 돌아가고
山繞洞天團        산은 동천을 동그랗게 에워쌌네
松籟凝虛閣        솔바람 소리는 빈 누각에 불고
竹陰寫靜瀾        대나무 그늘 맑은 물속에 비치네
重來成夜宿        두 번이나 찾아와서 밤에 묵으니
眞契更何難       진정 계합하는 일이 뭐가 어려우리
濛濛藏寺雨        장사에 부슬부슬 비가 오더니
竟霽晩潮天        만조의 하늘이 마침내 개었네
日薄寒烟外        썰렁한 연기 너머 햇빛은 엷고
樓空老樹前        늙은 나무 앞에 누대는 비었어라
盤龍含舊照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 옛 빛 머금고
睡鴨伴齋筵        재 지내는 자리의 조는 오리 향로라
惆悵黃梅路        쓸쓸하도다 황매78)의 길이여
難求五祖禪       오조의 선을 찾기 어렵도다
교리 한진감의 시에 화운하다(奉和韓敎理鎭㦿)
多謝春風解薄寒      고마워라 꽃샘추위 녹여 주는 봄바람이여
遠遊應得意將䦨      멀리 노니는 분의 뜻도 막바지에 달했을 듯
丹丘休覓淸眞客      단구에서 청진의 객을 찾으려 하지 마오
金闕還須侍講官      금궐에서 시강의 관원을 기다리고 계시니까

010_0840_a_01L
天畔孤峯落點殘傳光䞉得照長安

010_0840_a_02L八方寧靜一旹報願使至尊長解顏

010_0840_a_03L
右摩山夕烽

010_0840_a_04L
淸明時節日華繁碧海澂消萬里雲

010_0840_a_05L誰信瀛洲山一抹皎然戴白際蒼垠

010_0840_a_06L
右拿山春雪

010_0840_a_07L
梁湖水色接天池秋淨偏憐一帆遲

010_0840_a_08L玉繪銀蓴輕解紱令人長憶季鷹歸

010_0840_a_09L
右梁浦歸帆

010_0840_a_10L
時向東頭坐晩晴象王山色不勝淸

010_0840_a_11L紅鱗翠鬛紫烟集想得人家占太平

010_0840_a_12L
右莞山松翠

010_0840_a_13L雙溪寺次韻二首

010_0840_a_14L
行到招提境淸遊興末闌

010_0840_a_15L水回溪路曲山繞洞天團

010_0840_a_16L松籟凝虛閣竹陰寫靜瀾

010_0840_a_17L重來成夜宿眞契㪅何難(一)

010_0840_a_18L濛濛藏寺雨竟霽晩潮天

010_0840_a_19L日薄寒烟外樓空老樹前

010_0840_a_20L盤龍含舊照睡鴨伴齋筵

010_0840_a_21L惆悵黃梅路難求五祖禪(二)

010_0840_a_22L奉和韓敎理鎭㦿

010_0840_a_23L
多謝春風解薄寒遠遊應得意將䦨

010_0840_a_24L丹丘休覓淸眞客金闕還須侍講官

010_0840_b_01L北極至今星彩耀      지금 북극의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데다
陽臺況復雨㾗乾      더구나 양대에 비 온 흔적이 말랐음이리오79)
無私天意知有在      사심 없는 하늘의 뜻이 분명히 있으리니
敎悟人間行路難      인간의 행로난80)을 깨닫게 하려 함이로세
차운하여 언 선자에게 답하다5수. 경인년(1830, 순조30)(次韻答彥禪子五首 庚寅)
久結林泉伴        오래도록 임천에서 교분을 맺고
相持歲月深        서로 기대며 지내 온 세월이여
探幽能遠擧        승경 찾아 멀리 떠나기도 하고
慰寂更遙尋        적적함 달래려고 멀리 찾았네
纖弱蕙蘭質        육신은 난초처럼 연약하여도
堅貞鐵石心        마음은 철석처럼 굳건하여라
淸聞久已冷        맑은 명성 오랫동안 적막했지만
猶在燕鸎音       오히려 꾀꼬리 소리 그대로 있네
憶昔誅茅日        예전에 풀 깎아 오두막 짓고
單居碧嶂深        푸른 산 깊숙이 홀로 거했지
檐端留雲宿        처마 끝엔 구름이 유숙하고
天際月來尋        하늘가엔 달이 찾아왔었네
消遣千生累        일천 생의 업장을 녹이면서
澄瑩古佛心        옛 부처의 마음을 밝혔지요
唯君嘗我趣        오직 그대가 나의 흥취 이해하여
舊曲有餘音       옛 곡조의 여운이 감도는구려
重營碧山屋        푸른 산에 집을 다시금 짓고
更掃白雲深        흰 구름을 말끔히 씻어 냈다네
綠樹縈千曲        일천 굽이 에워싼 푸른 나무요
蒼岸擁萬尋        일만 길 포옹한 푸른 언덕이라
世遙堪隱跡        세상이 멀어서 자취를 숨길 만하고
塵靜可專心        육진六塵이 고요하니 전심할 만하네
爰命猗蘭操        이에 의란조81)라 명명하고는
和君遺世音       그대에게 화운하여 세상 소리 버리노라
覓伴誰隨我        짝을 찾지만 누가 나를 따르랴
浩然歸意深        훌훌 털고 돌아가고만 싶어라
披雲成獨往        구름을 헤치고 혼자서 떠나나니
步月儻幽尋        달빛 밟으며 그윽이 찾았네
永晦當時事        지금의 세상일은 길이 잊어버리고
細論千古心        천고의 마음을 자세히 논하련다
眞賞樂無歇        감상하는 즐거움이 끝이 없어서
山水有淸音       산과 물의 맑은 소리 가득하네
芝堂與蘭室        지초의 집과 난초의 집이
限竹卜鄰深        대나무 사이로 나란히 이웃했네
晩定花間約        꽃 사이에 정한 만년의 기약이여
幽期澗底尋        약속 지키려고 계곡 밑을 찾았다오
雪華凝椀面        눈꽃은 바리때에 엉겨 붙었고
鶴舞和琴心        학은 춤을 추며 거문고에 화답하네
色色非塵事        색마다 속진의 일이 아니요
聲聲不世音       소리마다 세상의 음이 아닐세
일지암을 중건하다(重成一枝庵)

010_0840_b_01L北極至今星彩耀陽臺況復雨㾗乾

010_0840_b_02L無私天意知有在敎悟人間行路難

010_0840_b_03L次韻答彥禪子五首 庚寅

010_0840_b_04L
久結林泉伴相持歲月㴱

010_0840_b_05L探幽能遠擧慰寂㪅遙尋

010_0840_b_06L纖弱蕙蘭質堅貞鐵石心

010_0840_b_07L淸聞久已冷猶在燕鸎音(一)

010_0840_b_08L憶昔誅茅日單居碧嶂㴱

010_0840_b_09L檐端留雲宿天際月來尋

010_0840_b_10L消遣千生累澄瑩古佛心

010_0840_b_11L唯君嘗我趣舊曲有餘音(二)

010_0840_b_12L重營碧山屋㪅掃白雲㴱

010_0840_b_13L綠樹縈千曲蒼岸擁萬尋

010_0840_b_14L世遙堪隱跡塵靜可專心

010_0840_b_15L爰命猗蘭操和君遺世音(三)

010_0840_b_16L覓伴誰隨我浩然歸意㴱

010_0840_b_17L披雲成獨往步月儻幽尋

010_0840_b_18L永晦當時事細論千古心

010_0840_b_19L眞賞樂無歇山水有淸音(四)

010_0840_b_20L芝堂與蘭室限竹卜鄰㴱

010_0840_b_21L晩定花間約幽期㵎底尋

010_0840_b_22L雪華凝椀面鶴舞和琴心

010_0840_b_23L色色非塵事聲聲不世音(五)

010_0840_b_24L重成一枝庵

010_0840_c_01L
烟霞難沒舊因緣      연하의 옛 인연을 잊기 어려워
甁鉢居然屋數椽      병발82)의 몇 칸 집을 엮어 보았소
鑿沼明涵空界月      못을 파서 하늘의 달이 비치게 하고
連竿遙取白雲泉      대를 연결해 백운의 물을 끌어왔다오
新添香譜搜靈藥      영약을 찾아 향보에 새로 추가하고
時接圓機展妙蓮      법화경 펴고서 때로 원기를 접한다네
礙眼花枝剗却了      눈 가리는 꽃가지 싹둑 베어 내니
好山仍在夕陽天      석양의 하늘에 산이 우뚝 서 있네

禪因緣結墨因緣      선승과 묵객의 인연이 결합하여
架翠空濛屋聚椽      자욱이 푸르름 얹은 집을 맞대었네
卓錫先於飛鶴響      나는 학의 소리보다 지팡이 먼저 꼽고
尋香從自下流泉      흘러가는 샘물 따라 향기를 찾아왔소
手栽定出三花樹      손으로 심어 나올 예정인 삼화의 나무83)
身淨長依九品蓮      몸이 깨끗해 길이 의지할 구품의 연대84)
覓句有時叅色相      시구 찾으려고 색상을 참구하노라니
山茶紅發雪中天      눈 내린 하늘에 동백이 붉게 피었네
이는 금령의 시이다.(錦舲)
수종사에서 석옥 화상의 시에 차운하다12수(水鍾寺次石屋和尙十二首)
夢回誰進仰山茶      꿈 깬 뒤에 누가 앙산의 차를 올릴까85)
懶把殘經洗眼花      잔경 잡고 병든 눈 씻는 일도 게을러라
賴有知音山下在      지음이 산 아래에 있는 덕분에
隨緣來往白雲家     인연 따라 백운의 집을 왕래하네
此生無地不安身      이생에 몸을 편안히 못할 곳이 없나니
落葉聲中靜掩門      낙엽 지는 소리 속에 조용히 문을 닫노라
小界圓通知不遠      작은 일 통하면 깨달음 멀지 않음을 아노니
古松鴉噪也堪聞     노송의 까마귀 소리도 들을 만하네
寺下淸江江上煙      절 아래 맑은 강 흐르고 안개 가득하니
峯巒如畫插蒼天      산봉우리가 그림처럼 하늘에 꽂혔네
有力雷公藏不得      힘 있는 뇌공도 숨겨 둘 수 없는가 봐
玄冥搨在殿中間     현명이 전각 중간에 드리워 있네
着脚家鄕無可爲      고향에 도착하면 할 일이 없는데
圓明一句世難知      원명의 한 구절을 아는 사람 없네
一句如能明得了      한 구절을 분명히 터득하기만 한다면
誰嫌彌勒下生遲     미륵의 하생이 더디다고 누가 원망하랴
憶曾鏟跡五雲間      예전에 오운 사이에 자취를 감췄을 때
門外淸溪溪上山      문밖엔 시내요 시내 위엔 산이었네
孤負溪山珍重意      시내와 산의 진중한 뜻을 저버리고서
等閒透出祖師關     조사의 관문 뚫는 일을 등한히 했네
門前養得千竿竹      문 앞에는 천 그루 대나무를 기르고
屋後生成百尺松      집 뒤에는 백 척의 소나무가 서 있네
最憐節操雙奇絶      가장 어여쁜 건 절조가 둘 다 기특하여
一片枯心歲暮同     한 조각 고고한 마음이 세모에 같구나
地位淸高景物低      지위는 청고하고 경물은 낮게 있어
探幽曾不下山蹊      승경 찾으러 산골을 내려간 적 없네
唯將一副閒心目      오직 하나의 한가한 심목을 가지고
早向東頭晩向西     아침에는 동쪽 저녁엔 서쪽 향한다오
一笻遊盡五湖西      지팡이 짚고 오호 서쪽 모두 돌아다녔지만
不泊雲門度偃溪      운문에 정박해 언계를 건너지는 못하였네

010_0840_c_01L
烟霞難沒舊因緣甁鉢居然屋數椽

010_0840_c_02L鑿沼明涵空界月連竿遙取白雲泉

010_0840_c_03L新添香譜搜靈藥時接圓機展妙蓮

010_0840_c_04L礙眼花枝剗却了好山仍在夕陽天

010_0840_c_05L
禪因緣結墨因緣架翠空濛屋聚椽

010_0840_c_06L卓錫先於飛鶴響尋香從自下流泉

010_0840_c_07L手栽㝎出三花樹身淨長依九品蓮

010_0840_c_08L覓句有時叅色相山茶紅發雪中天

010_0840_c_09L水鍾寺次石屋和尙十二首

010_0840_c_10L
夢回誰進仰山茶懶把殘經洗眼花

010_0840_c_11L賴有知音山下在隨緣來住白雲家(一)

010_0840_c_12L此生無地不安身落葉聲中靜掩門

010_0840_c_13L小界圓通知不遠古松鴉噪也堪聞(二)

010_0840_c_14L寺下淸江江上煙峯巒如畫插蒼天

010_0840_c_15L有力雷公藏不得玄冥搨在殿中間(三)

010_0840_c_16L着脚家鄕無可爲圓明一句世難知

010_0840_c_17L一句如能明得了誰嫌彌勒下生遲(四)

010_0840_c_18L憶曾鏟跡五雲間門外淸溪溪上山

010_0840_c_19L孤負溪山珍重意等閒透出祖師關(五)

010_0840_c_20L門前養得千竿竹屋後生成百尺松

010_0840_c_21L最憐節操雙奇絕一片枯心歲暮同(六)

010_0840_c_22L地位淸高景物低探幽曾不下山蹊

010_0840_c_23L唯將一副閒心目早向東頭晩向西(七)

010_0840_c_24L一笻遊盡五湖西不泊雲門度偃溪

010_0841_a_01L常憶江南三月裏      언제나 생각나는 것은 강남의 삼월
百花香動鷓鴣啼     꽃향기 진동하는 속에 자고새 우짖네
明亮窓前雪月光      눈 위의 달빛에 창문 앞이 환하기에
將身並坐小禪牀      몸 이끌고 작은 선상에 함께 앉았네
細論古往今來事      예와 지금의 일을 자세히 논하다가
著意相憐鬢染霜     머리 하얗게 센 것을 서로 동정하네
籠山雪意晩霏霏      산을 뒤덮은 눈구름 저녁에 부슬부슬
繞塔班班鹿印蹄      불탑 주위에 사슴의 발자국 얼룩덜룩
憐爾靈明誰敎得      너의 영명함이 누가 시킨 것이리오
莊生物我可相齊     물아가 평등하다 장생이 일렀느니라86)
幽懷錯莫誰當識      착잡한 이 생각을 누가 알아줄까
惠化門寒雪霰斜      혜화문에 찬 눈발만 휘날리누나
可但玄都前度客      현도에 다시 돌아온 객87)만 그렇겠는가
山僧今亦悟桃花十一      산승도 지금 복사꽃의 화두를 깨닫네십일
北雪霏霏南鴈冥      북쪽에 눈 내리고 남쪽에 기러기 가듯
我來君去似無情      그대와 나도 무심한 듯 오고 가누나
但敎踐得當時約      다만 당시의 약속은 지킬 수 있기를
白藕池邊弄月明十二      흰 연꽃 핀 못가에서 달구경하네십이
유산의 시에 화운하다12수(奉和酉山十二首)
淨土何曾尋向西      어찌 극락정토 찾아 서쪽을 향하리오
一條明訓禀曹溪      한 덩어리 분명한 가르침 조계에서 받네
淸閒㝡是關情遠      청한함은 가장 먼저 속된 정을 멀리해야 하니
浮艶從他照眼低      들뜬 마음이 일어나 눈앞을 어지럽게 하네
總道摩尼澄濁水      마니 구슬이 탁수를 맑게 한다 말들 하는데
誰知陀利淨淤泥      진흙 속에서 다리88)가 정결함은 누가 알리오
血流滿樹都無用      나무 가득 피 흘려도 아무 소용없어
猶向空山和月啼     여전히 빈산에서 달 보고 울고 있네
由來根境不相關      육근六根 육경六境과는 본래 상관없이
物我都將付八還      물아는 모두 팔환89)에 부쳐지게 마련이네
慮淡隨時無適莫      생각이 담박하면 항상 적부適否가 없고
身安即地是寛閒      몸이 편안하면 어디서나 느긋하고 한가롭네
空林照入天涯月      빈 숲엔 하늘 끝 달이 비쳐 들어오고
野水朙涵雪後山      들 물엔 눈 온 뒤 산빛이 밝게 잠겼네
慚愧遠公新結社      부끄러워라 원공90)은 새로 결사했다는데
徑飛錫杖度人間     곧장 석장 날려 세상에 건너온 것이
蕪蕪蘭蕙世難分      무성한 난초를 세상은 알아보지 못하지만
移植栴檀物也薰      전단을 옮겨 심으면 향기 응당 가득하리
鳳彩鸞章驚俗見      세상의 눈을 놀라게 한 봉황의 문채요
金聲玉振洗凡聞      범인의 귀를 씻어 준 금성 옥진91)이라
茶烟夜浥三淸露      차 연기는 밤에 삼청의 이슬에 무젖고
窓日朝含五色雲      창가의 해는 아침에 오색구름 머금었네
三樂人間兼享了      세상에서 삼락92)을 모두 누렸나니
何曾更使利名奔     어찌 다시 명리名利에 치달리리오
老栝霜根絡澗沙      늙은 솔의 흰 뿌리는 냇가 모래와 뒤엉기고
雲龕一半掩藤蘿      구름 낀 불당은 절반이 등라에 가려 있네
光陰但惜人間促      인간을 촉박하게 하는 광음이 아쉬울 뿐
風浪誰知世外過      세상 밖에 지나는 풍랑을 누가 알리오

010_0841_a_01L常憶江南三月裏百花車動鷓鴣啼(八)

010_0841_a_02L明亮窓前雪月光將身並坐小禪牀

010_0841_a_03L細論古往今來事著意相憐鬢染霜(九)

010_0841_a_04L籠山雪意晩霏霏繞塔班班鹿印蹄

010_0841_a_05L憐爾靈明誰敎得莊生物我可相齊(十)

010_0841_a_06L幽懷錯莫誰當識惠化門寒雪霰斜

010_0841_a_07L可但玄都前度客山僧今亦悟桃花(十一)

010_0841_a_08L北雪霏霏南鴈冥我來君去似無情

010_0841_a_09L但敎踐得當時約白藕池邊弄月明(十二)

010_0841_a_10L奉和酉山十二首

010_0841_a_11L
淨土何曾尋向西一條明訓禀曺溪

010_0841_a_12L淸閒㝡是關情遠浮艶從他照眼低

010_0841_a_13L總道摩尼澄濁水誰知陀利淨淤泥

010_0841_a_14L血流滿樹都無用猶向空山和月啼(一)

010_0841_a_15L由來根境不相關物我都將付八還

010_0841_a_16L慮淡隨時無適莫身安即地是寛閒

010_0841_a_17L空林照入天涯月野水朙涵雪後山

010_0841_a_18L慚愧遠公新結社徑飛錫杖度人間(二)

010_0841_a_19L蕪蕪蘭蕙世難分移植栴檀物也薰

010_0841_a_20L鳳彩鸞章驚俗見金聲玉振洗凡聞

010_0841_a_21L茶烟夜浥三淸露窓日朝含五色雲

010_0841_a_22L三樂人間兼享了何曾㪅使利名奔(三)

010_0841_a_23L老栝霜根絡澗沙雲龕一半掩藤蘿

010_0841_a_24L光陰但惜人間促風浪誰知世外過

010_0841_b_01L繡佛粧經眞樣少      수불과 장경은 모양이 아담하고
金毛玉麈暗塵多      금모와 옥주는 먼지가 자욱하네
除非一物無形外      형체를 초월한 일물을 제외하고서
至竟誰能遁滅磨     마침내 누가 마멸을 피할 수 있겠는가
劚斷雲根起小臺      구름 뿌리93) 깎아내고 세운 작은 누대
畵欄直壓碧巒開      난간 바로 아래 푸른 산이 툭 트였네
看花不待春風至      봄바람 불지 않아도 꽃을 볼 수 있고
賞雪兼携好月來      눈 감상에 밝은 달 구경까지 한다오
詩偈同和鸞鳳操      시를 지어 난봉의 곡조에 화운하고
絃歌一洗象龍哀      노래 불러 상룡의 비애를 씻어 내네
錦衣公子傳幽訊      꾀꼬리가 전해 준 그윽한 소식에
好把烟霞一榻裁     연하를 헤치고 한 터전 이룩하였네
白雲斷處好山家      흰 구름 끊어진 곳에 고운 산골 집
明月圓時玩雪華      밝은 달 둥근 때 눈꽃을 감상하네
近酒恐傷淸意態      술은 맑은 정신 상할까 걱정이 되고
愛僧却羨澹生涯      스님 오히려 담박한 생애 부러워하네
石埋那忍山中虎      바위가 묻힌 것이 어찌 산속의 범이리오
眼淨無疑杯裏蛇      눈이 맑으니 잔 속의 뱀94) 의심 없네
一道氷河明似畵      한 줄기 언 물이 그림처럼 선명한데
隔林時聽叫塞鴉     숲 너머 가끔씩 찬 까마귀 소리 들려오네
詩句逢場落幾層      시구는 몇 층 위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文章不屑惠休能      문장은 혜휴95)의 재능을 탐탁지 않게 여기네
常言採妙遺糟粕      조박을 버리고 진수를 취한다 말하지만
猶未除陳爛葛藤      진부함 여태 못 버린 채 갈등에 얽혀 있네
出世因從三省客      삼성의 객96)을 따라 이 세상에 나왔더니
被人喚作六和僧      육화97)의 중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네
爲憐種性生依水      물에 의지해 사는 같은 속성이 어여뻐서
栽藕因將不去菱     연꽃을 심으며 마름도 버리지 않았다오
山暉欲沒冷烟澄      산속에 해 질 녘에 싸늘한 안개는 맑고
暝色因依凍不騰      저녁 빛도 얼어붙어 떠오르지 않네
雪壓千峯塵耗絶      눈이 천 산을 짓눌러 티끌 하나 볼 수 없고
風鳴萬竅暮寒增      바람이 만 구멍에 불어 저녁에 더 추워라
瀹茗且禮耽詩客      차를 달여 시 좋아하는 객에게 올리고
劑藥相憐問字僧      글자 묻는 중이 가엾어 약을 지었다네
病起還尋舊遊跡      병석에서 일어나 옛 유적을 찾았더니
留題催和更多情     시에 화답하라고 또 다정히 재촉하네
物外淸光未足誇      물외의 청광을 자랑할 것 없나니
一家知後更無家      한 집만 알고 다른 집은 모르는걸
疑遙事在中金橐      황금 전대의 일은 의심스럽지만
無隱香傳小桂花      계수의 꽃향기는 숨길 수 없다오
凡手誰當分水乳      범인이 어떻게 물과 우유 구분할까
靈眸人可辨金沙      눈 밝아야 황금과 모래를 분간하지
但敎熟讀檀郞句      단랑98)의 시구를 익히 읽게만 한다면
何必茹芝隱碧霞     하필 산에 숨어 자지紫芝를 먹으리오99)
歷遍知君不可尋      돌아다녀도 그대를 찾을 수 없음 아는데
況言得住此山林      하물며 이 산속에 산다고 말하네
柳煙暮郭孤笻遠      버들에 연기 낀 저녁 성곽 지팡이로 멀리 와서
花雨春窓一夢深      꽃비 내리는 봄 창가에 꿈속은 깊어라

010_0841_b_01L繡佛粧經眞樣少金毛玉塵暗塵多

010_0841_b_02L除非一物無形外至竟誰能遁滅磨(四)

010_0841_b_03L劚斷雲根起小臺畵欄直壓碧巒開

010_0841_b_04L看花不待春風至賞雪兼携好月來

010_0841_b_05L詩偈同和鸞鳳操絃歌一洗象龍哀

010_0841_b_06L錦衣公子傳幽訊好把烟霞一榻裁(五)

010_0841_b_07L白雲斷處好山家明月圓時玩雪華

010_0841_b_08L近酒恐傷淸意態愛僧却羨澹生涯

010_0841_b_09L石埋那忍山中虎眼淨無疑杯裏蛇

010_0841_b_10L一道氷河明似畵隔林時聽叫塞鴉(六)

010_0841_b_11L詩句逢場落幾層文章不屑惠休能

010_0841_b_12L常言採妙遺糟粕猶未除陳爛葛藤

010_0841_b_13L出世因從三省客被人喚作六和僧

010_0841_b_14L爲憐種性生依水栽藕因將不去菱(七)

010_0841_b_15L山暉欲沒冷烟澄暝色因依凍不騰

010_0841_b_16L雪壓千峯塵耗絕風鳴萬竅暮寒增

010_0841_b_17L瀹茗且禮耽詩客劑藥相憐問字僧

010_0841_b_18L病起還尋舊遊跡留題催和㪅多情(八)

010_0841_b_19L物外淸光未足誇一家知後㪅無家

010_0841_b_20L疑遙事在中金橐無隱香傳小桂花

010_0841_b_21L凡手誰當分水乳靈眸人可辨金沙

010_0841_b_22L但敎熟讀檀郞句何必茹芝隱碧霞(九)

010_0841_b_23L歷遍知君不可尋況言得住此山林

010_0841_b_24L柳煙暮郭孤笻遠花雨春窓一夢㴱

010_0841_c_01L天向雲消揚月色      하늘은 구름이 사라져 달빛을 드날리고
水因波靜漾山陰      물은 파도가 조용해 산 그림자 일렁이네
未能到得無生境      무생의 경지를 터득하지 못한다면
誰免將心去覓心     누가 마음 가지고 마음 찾는 일 면하리오
廬陵當局遠公推      바둑 솜씨는 역시 여산廬山의 혜원慧遠
撾鼓上堂收散碁      북 울리며 상당하여 바둑돌을 거두네
我向玄黃難理會      내가 현황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誰於黑白未分知      흑백이야 누가 분간하지 못할까
塵生公案迷書笈      먼지는 공안에 일고 책 상자 어지러운데
雪壓詩窓涷硏池      눈이 시인의 창에 내려 벼루 연지 얼었네
安得人間眞惺客      어떡하면 세상에서 맑게 깬 객을 얻어
好將淨法助明詩十一      정법을 가지고 밝은 시심 도울 수 있을까십일
畫屛不願借人模      병풍 그림에 남의 규범 빌리기 원치 않네
千疊生陳造化圖      일천 겹으로 펼쳐진 조화의 그림일세
列岳疑抽生彩筆      줄지은 산악은 채색 붓에서 뽑아낸 듯
雙江可挹灌香厨      두 개의 강물은 부엌에 부어도 되겠네
雲舖似海潮方進      자욱한 구름바다 조수가 밀려오는 것 같고
烟澹如塗潤未枯      담박한 안개 색칠한 윤기 아직 안 마른 것 같네
張放四時無捲日      사철 펼쳐져 있으니 걷힐 날 없으니
春晴偏近煮茶爐十二      비 갠 봄날 곁에 하고 화로에 차 달이네십이
두릉 시사에서 여러 사백과 함께 읊다(杜陵詩社與諸詞伯同賦)
雲蹤到此愛幽居      떠돌다가 여기 와서 유거를 사랑하나니
邱壑情緣笑未除      구학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이 우스워라
細月娟娟新霽夕      가는 달은 금방 비 갠 저녁에 아리땁고
斜陽艶艶澹烟墟      비낀 해는 묽은 연기 속에 곱기도 해라
安貧達士誰能致      안빈하는 달사를 누가 불러들이리오
高尙明時易見疎      고상하면 밝은 때에도 소외되기 쉽도다
江近林深人跡少      강 가깝고 숲 깊어 인적이 드문지라
此中友樂半禽魚      이 속 벗의 즐거움 산새와 물고기라네

不出蕭然環堵居      쓸쓸한 누옥 밖에 나가지 않고서도
梅花開落見乘除      피고 지는 매화 통해 성쇠를 보노라
年華忽幻雲歸壑      좋은 시절 바뀌면서 구름은 골로 돌아가고
夜色空明水接墟      밤빛이 공명한 속에 물은 하늘과 잇닿았네
使酒堪憐窮後數      궁한 뒤의 잦은 술주정 이해할 만도
談禪還惜病中疎      선 이야기 병중에 뜸해서 서운해라
只須共向臨平老      다만 함께 평생을 같이 늙어 가면서
君在風蒲我釣魚      그대 바람 쏘이고 나는 물고기 낚으리
이는 유산 정학연이 지은 것이다.(右丁酉山學淵.)
歲暮寥寥木石居      세모에 쓸쓸히 목석처럼 거하면서
但看烏鵲到階除      새들이 섬돌에 내려앉는 것만 보네
寒沙帶雪迷溪港      모래밭의 눈발에 계항이 안 보이고
冷柳含烟表市墟      버들에 낀 연기는 저자를 둘렀도다
老態每因身病促      신병 때문에 노태가 부쩍 늘어나고
冥棲遂與世情疎      조용히 살다 보니 세정과 멀어지네
江村少飮饒風味      강촌에서 한잔하니 흥취 넉넉하고
煮熟氷江尺鯉魚      언 강 깨고 잉어 잡아 요리를 하네
이는 운포 정학유가 지은 것이다.(右丁耘逋學遊.)

010_0841_c_01L天向雲消揚月色水因波靜漾山陰

010_0841_c_02L未能到得無生境誰免將心去覓心(十)

010_0841_c_03L廬陵當局遠公推撾鼓上堂收散碁

010_0841_c_04L我向玄黃難理會誰於黑白未分知

010_0841_c_05L塵生公案迷書笈雪壓詩窓凍硏池

010_0841_c_06L安得人間眞惺客好將淨法助明詩(十一)

010_0841_c_07L畫屛不願借人模升疊生陳造化圖

010_0841_c_08L列岳疑抽生彩筆雙江可挹灌香厨

010_0841_c_09L雲舖似海潮方進烟澹如塗潤未枯

010_0841_c_10L張放四時無捲日春晴偏近煮茶爐(十二)

010_0841_c_11L杜陵詩社與諸詞伯同賦

010_0841_c_12L
雲蹤到此愛幽居邱壑情緣笑未除

010_0841_c_13L細月娟娟新霽夕斜陽艶艶澹烟墟

010_0841_c_14L安貧達士誰能致高尙明時易見疎

010_0841_c_15L江近林㴱人跡少此中友樂半禽魚

010_0841_c_16L不出蕭然環堵居梅花開落見乘除

010_0841_c_17L年華忽幻雲歸壑夜色空明水接墟

010_0841_c_18L使酒堪憐竆後數談禪還惜病中疎

010_0841_c_19L只須共向臨平老君在風蒲我釣魚

010_0841_c_20L右丁酉山學淵

010_0841_c_21L歲暮寥寥木石居但看烏鵲判階除

010_0841_c_22L寒沙帶雪迷溪港冷柳含烟表市墟

010_0841_c_23L老態每因身病促冥棲遂與世情疎

010_0841_c_24L江村少飮饒風味煮熟氷江尺鯉魚

010_0841_c_25L右丁耘逋學遊

010_0842_a_01L高僧住錫野人居      고승이 야인의 집에 주석했나니
晼晩流光逼歲除      한 해도 차츰 저물어 어느덧 세밑
幸値雲蹤時出世      세상 밖의 구름 자취 접하고 보니
自慚淺見日拘墟      우물 안 개구리의 소견이 부끄럽네
風前叢薄聲全吼      바람 앞에 나무숲은 온몸으로 부르짖고
臘後殘梅影半疎      납월 뒤의 매화는 그림자 반쯤 성글어라
剪燭况題臨別語      작별하며 촛불 아래 지어 보는 말들
空門儻有寄書魚      공문에서도 혹 서한을 부쳐 보내올까
이는 진재 박종림이 지은 것이다.(右朴眞齋鍾林.)
棲棲何事不安居      무슨 일로 애태우며 불안하게 거하는가
匹馬東歸歲欲除      한 해가 저무는 때 필마로 돌아가려 하네
一架藏書消日月      한 시렁 책 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百年種樹護村墟      백 년 뒤 내다보고 나무 심어 마을 보호하네
流水對人襟袍遠      유수로 사람을 대하니 흉금의 회포 멀고
殘梅伴釋世精疎      성긴 매화처럼 스님 짝하니 세속 소원하네
花亭宛似禪房靜      정자에 꽃 완연하니 선방처럼 고요한고
只欠中宵響木魚      다만 한밤중 목어 소리 들리는 게 흠이네
이는 광산 박종유가 지은 것이다.(右朴匡山鍾儒.) [1]
채화정의 아회雅會에서(菜花亭雅集)
水雲鄕裏久藏身      수운의 마을 속에 몸을 오래 감추고서
詩酒相歡不厭頻      자주 만나 시주의 즐거움을 나눈다네
不是淵明記裏客      연명100)의 시문에 나오는 객이 아니면
應爲摩詰畵中人      응당 마힐101)의 그림 속의 사람이로다
烟霞釀作容儀古      용의를 예스럽게 빚어낸 연하요
風雨飜傾句法新      구법을 참신하게 바꾼 풍우로세
好是士常眞戒在      선비가 항상 지니는 진짜 경계가 있나니
請車帶索不言貧      청거 대색102)에 가난을 말하지 않는 것이네

白頭重證見阿身      백발이 되어 새삼 느낀 외톨이 신세
曉月春風入夢頻      새벽달 봄바람이 자주 꿈속에 드네
華表悲吟應此地      화표의 슬픈 노래103) 응당 여기일 텐데
窮途痛哭是何人      궁도의 통곡104)을 하는 이는 누구인가
嘗看柏酒三杯賴      일찍이 백주 석 잔에 의지를 함을 보았고
問着桃花半偈新      도화에게 물으니 반게의 시 새로워라
但得名山隨法侶      다만 명산의 도반道伴 따를 수 있다면
不愁厨裏庾郞貧      유랑의 가난한 밥상105)이 무슨 걱정이랴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畵中湖泖作閒身      그림 속 잔잔한 호수처럼 한가한 신세
開口常因得酒頻      항상 술을 마신 뒤엔 말이 많아진다네
地僻㝡宜因樹屋      땅이 외지니 나무에 집 짓기 적당하고
時淸那有耦耕人      시대가 맑으니 어찌 우경인106)이 있으리오
柳梢裊娜生心動      간들거리는 버들가지에 마음이 생동하고
雲物徘徊滿眼新      배회하는 눈 안에 눈물이 새롭게 가득해라
堪笑古來安分小      능히 예로부터 안분하는 이 적단 말 우습네
逐貧無計更邀貧      가난 쫓으려 하지 않아도 다시 가난해지네
이는 운포가 지은 것이다.(耘逋)
半世無端老此身      반평생 하는 일 없이 늙어 가는 몸
屠蘇到手太頻頻      도소107) 술잔을 자꾸만 쥐게 되누나
竹林放達皆名士      여러분 모두 죽림의 방달한 명사
蓮社風流屬上人      연사의 풍류는 아무래도 우리 상인
閤裏雪消梅韻歇      누각 안에 눈이 녹으며 매화 운치 시들하고
岸頭臘過柳梢新      언덕 위에 납월이 지나며 버들가지 새로워라
細君能待尊中酒      아내가 항상 술 단지를 채워 주었다면
楊子何勞賦逐貧      양자108)가 가난 쫓는 노래를 왜 불렀을까
이는 진재가 지은 것이다.(眞齋)

010_0842_a_01L高僧住錫野人居晼晩流光逼歲除

010_0842_a_02L幸値雲蹤時出世自慚㴱見日拘墟

010_0842_a_03L風前叢薄聲全吼臘後殘梅影半疎

010_0842_a_04L剪燭况題臨別語空門儻有寄書魚

010_0842_a_05L右朴眞齋鍾林

010_0842_a_06L棲棲何事不安居匹馬東歸歲欲除

010_0842_a_07L一架藏書消日月百年種樹護村墟

010_0842_a_08L流水對人襟袍遠殘梅伴釋世精疎

010_0842_a_09L花亭宛似禪房靜只欠中宵響木魚

010_0842_a_10L菜花亭雅集

010_0842_a_11L
水雲鄕裏久藏身詩酒相歡不厭頻

010_0842_a_12L不是淵明記裏客應爲摩詰畵中人

010_0842_a_13L烟霞釀作容儀古風雨飜傾句法新

010_0842_a_14L好是士常眞戒在請車帶索不言貧

010_0842_a_15L白頭重證見阿身曉月春風入夢頻

010_0842_a_16L華表悲吟應此地竆途痛哭是何人

010_0842_a_17L嘗看柏酒三杯賴問着桃花半偈新

010_0842_a_18L但得名山隨法侶不愁厨裏庾郞貧


010_0842_a_19L畵中湖泖作閒身開口常因得酒頻

010_0842_a_20L地僻㝡宜因樹屋時淸那有耦耕人

010_0842_a_21L柳梢䙚娜生心動雲物徘徊滿眼新

010_0842_a_22L堪笑古來安分小逐貧無計㪅邀貧


010_0842_a_23L半世無端老此身屠穌到手太頻頻

010_0842_a_24L竹林放達皆名士蓮社風流屬上人

010_0842_a_25L閤裏雪消梅韻歇岸頭臘過柳梢新

010_0842_a_26L細君能待尊中酒楊子何勞賦逐貧


010_0842_b_01L携君一壑共安身      그대와 함께 몸 편히 산골에서 지내며
夜夜西齋剪燭頻      밤마다 서재에서 불똥을 자주 자르네
歲月侵尋如過客      지나는 길손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에
江湖零落盡詩人      강호에서 영락한 이 모두 시인이라네
堪憐小閤梅花謝      소합의 매화 작별하려니 안쓰럽기만
會待春宵月色新      봄밤의 청신한 달빛을 기다릴 수밖에
但得芳樽供醉話      좋은 술에 취해서 얘기할 수만 있다면
不妨仍作去年貧      작년처럼 가난이 계속된들 어떠리오
이는 광산이 지은 것이다.(匡山)
채화정에서 합매를 읊다경인년. 동지 후 2일(菜花亭賦閤梅庚寅 冬至後二日)
病樹婆娑遠客前      병든 나무 너울너울 길손 앞에 춤추며
强將枯澹作妖妍      고담을 억지로 요연하게 만들려 하네
新沾細水疑承雨      가는 물줄기 적시는 것은 빗물 받는 듯
舊罩輕紗似隔煙      얇은 깁으로 덮은 것은 연무를 격한 듯109)
一院香風宜靜夜      고요한 밤에 걸맞은 일원의 향풍이요
四山氷雪獨芳年      방년에 홀로 빼어난 사산의 빙설이라
麫犧自足充蟬腹      국수 한 그릇이면 배를 충분히 채우나니
休把饅頭惜此筵      만두 가지고 이 자리 애석하게 마오

萼綠仙姿小閤前      소합 앞에 서 있는 악록110)의 신선 같은 자태
漢宮半面曉粧姸      화장한 궁녀의 얼굴이 새벽에 반쯤 보이는 듯
荒墟有鳥啼殘月      황허의 희미한 달빛 속에 새는 울어대고
驛路無人濕冷烟      역로에 사람 없이 찬 연무에 몸 적시네
沈醉放翁空樹樹      나무 아래 방옹은 공연히 취해 드러눕고
苦吟處士自年年      해마다 처사는 매화 시 짓느라 신음하네
水邊籬落偏宜性      물가나 울 곁이 천성에 유독 어울리나니
絕勝鎖金帳裏筵      화려한 장막 속에 갇힌 것보다 훨씬 나아라
채화정에서 연구를 짓다(菜花亭聯句)
坐久茆齋闃華山      적막한 띳집에 오래 앉아서화산
挑燈鼎話時眞齋      심지 돋우고 정담을 나누는 때진재
寒星搖不定酉山      썰렁한 별은 멀리서 깜박거리고유산
缺月靜猶移草衣      조각달은 그래도 조용히 움직이네초의
感嘆成文具耘逋      감탄하며 문구를 이루었으나운포
流光惜可知匡山      흐르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네광산
또 육언으로 연구를 짓다(又六言聯句)
紙帳殘梅數片       지장에는 몇 조각의 잔매요
紗窓缺月三更      사창에는 삼경의 조각달이라화산
生前樂事友鹿       생전의 즐거운 일은 사슴과 벗하는 것
醉後大言膾鯨      취한 뒤의 큰 소리는 고래를 회 치는 것진재
結社眞同元亮       결사는 참으로 원량과 같고111)
畢婚應是向平      자식 결혼 뒤엔 향평처럼 살리라112)유산
良譚落落難會       청담은 희소해서 모이기 어렵고
佳運駸駸易傾      가운은 급히 달려 기울어지기 쉽네초의
雪峀嶙峋玉削       구름 산은 우뚝 옥을 자른 듯
風林浙瀝金鳴      바람 숲은 쏴아 악기 울리는 듯운포
歲暮無人起我       세모에 나를 불러주는 사람 없으니
且對芳樽盈盈      철철 넘치는 술 단지나 마주해야지광산
일언에서 육언까지 연구로 짓다(一言至六言聯句)

010_0842_b_01L携君一壑共安身夜夜西齋剪燭頻

010_0842_b_02L歲月侵尋如過客江湖零落盡詩人

010_0842_b_03L堪憐小閤楳花謝會待春宵月色新

010_0842_b_04L但得芳樽供醉話不妨仍作去年貧

010_0842_b_05L菜花亭賦閤梅庚寅冬至後二日

010_0842_b_06L
病樹婆娑遠客前强將枯澹作妖妍

010_0842_b_07L新沾細水疑承雨舊罩輕紗似隔煙

010_0842_b_08L一院香風宜靜夜四山氷雪獨芳年

010_0842_b_09L麫犧自足充蟬腹休把饅頭惜此筵

010_0842_b_10L蕚綠仙姿小閤前漢宮半面曉粧姸

010_0842_b_11L荒墟有鳥啼殘月驛路無人濕冷烟

010_0842_b_12L沈醉放翁空樹樹苦吟處士自秊年

010_0842_b_13L水邊籬落偏宜性絕勝鎖金帳裏筵

010_0842_b_14L菜花亭聯句

010_0842_b_15L
坐久茆齋闃華山挑燈鼎話時眞齋

010_0842_b_16L寒星搖不㝎酉山缺月靜猶移草衣

010_0842_b_17L感嘆成文具耘逋流光惜可知匡山

010_0842_b_18L又六言聯句

010_0842_b_19L
紙帳殘梅數片紗窓缺月三㪅

010_0842_b_20L生前樂事友鹿醉後大言膾鯨

010_0842_b_21L結社眞同元亮畢婚應是向平

010_0842_b_22L良譚落落難會佳運駸駸易傾

010_0842_b_23L雪峀嶙峋玉削風林浙瀝金鳴

010_0842_b_24L歲暮無人起我且對芳樽盈盈

010_0842_b_25L一言至六言聯句

010_0842_c_01L
年            한 해
           그리고 또 한 해화산
過隙           틈을 지나가듯113)
逝川          물이 흘러가듯114)진재
眞醉夢          정말 술 취하고 꿈꾼 것 같은데
笑華顚         우스워라 어느새 백발이로세유산
撫茲龜鶴         이 거북과 학을 어루만지며
睠彼靈仙        저 신선들을 돌아보노라초의
駐顔誰石煮        누가 돌을 구워 먹고 늙지 않을까115)
粘日欲膠煎       아교풀로 태양을 붙여 놓고 싶네운포
莫惜寒梅盡落       찬 매화 모두 졌다 아쉬워 마오
有時明月重圓      밝은 달이 다시 둥글어질 때 있네광산
무자년에 선사의 탑이 이루어져서, 경인년 겨울에 해거도인을 찾아가 명銘을 청했다. 해거가 제현과 함께 청량산방에서 나를 만나 봄밤의 놀이를 가졌으니, 이때는 바로 신묘년 정월 중순이었다. 먼저 수樹 자를 운으로 하여 각각 오언고시 한 수씩을 지었다(戊子先師塔成 庚寅冬謁海居道人乞銘 海居與諸賢 會余于淸凉山房 爲春夜之遊 即辛卯正月之中澣也 先拈樹字 各賦五言古詩一首)
頻來慣幽尋        자주 찾다 보니 눈에 익어서
免失林間路        숲속의 길을 잃지 않았네
山深風猶暖        산은 깊어도 바람이 따스하여
春意生古樹        고목에 봄빛이 돋아나려 하네
鳴杖初入門        지팡이 짚고 문에 들어서니
鸞驂已先住        선비들이 먼저 와 있네
荊扉烟將起        사립문엔 연기가 일어나려 하고
松檐日欲暮        솔 난간엔 해가 기울어지려 하네
淸言無多調        청담에 많은 말이 필요하리오
眞契在機悟        참된 모임 기틀 깨침에 있네
機悟情相和        여기에 정이 또 서로 어우러져
如月含古渡        마치 나루에 달이 비치듯 하네
情溢成佳句        정이 넘쳐 우러나온 멋진 시구들
精華自相露        정화가 절로 밖으로 드러나네
自慚詩思短        부끄러워라 나는 시상이 짧아서
竟難陳情素        마침내 본래의 정 펼치기 어렵네

良覿有定緣        좋은 만남은 정해진 인연이 있는 법
緩促分外付        빨리 상봉한 것은 분외의 영광이라
柳意舒遠郊        교외의 버들은 뜻을 펴려 하고
艸心萌舊圃        남새밭 푸성귀는 싹이 트려 하네
藍輿出東城        남여가 동쪽 성 안에서 나와
行行入松樹        줄지어 솔숲으로 들어가네
松間復松間        여기저기 소나무 숲 사이에
瀟灑置庵固        소쇄하게 암자가 자리하였네
待人人不來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天末飛白鷺        하늘 끝에서 백로만 날아오네
해거도인은 영명위 홍현주洪顯周이다.(海居道人, 永明尉顯周.)
이튿날 청량산방에 그대로 머물러서, 해거 도위와 경당 윤정진과 이동번과 정유산과 저원 홍희인과

010_0842_c_01L
過隙逝川 眞醉夢笑華顚
010_0842_c_02L龜鶴睠彼靈仙 駐顏誰石煮
010_0842_c_03L粘日欲膠煎 莫惜寒梅盡落有時明
010_0842_c_04L月重圓

010_0842_c_05L戊子先師塔成 庚寅冬謁海居道
010_0842_c_06L人乞銘 海居與諸賢會 余于淸凉
010_0842_c_07L山房 爲春夜之遊 即辛卯正月之
010_0842_c_08L中澣也 先拈樹字 各賦五言古
010_0842_c_09L一首

010_0842_c_10L
頻來慣幽尋免失林間路

010_0842_c_11L山㴱風猶暖春意生古樹

010_0842_c_12L鳴杖初入門鸞驂已先住

010_0842_c_13L荆扉烟將起松檐日欲暮

010_0842_c_14L淸言無多調眞契在機悟

010_0842_c_15L機悟情相和如月含古渡

010_0842_c_16L情溢成佳句精華自相露

010_0842_c_17L自慚詩思短竟難陳情素

010_0842_c_18L良覿有定緣緩促分外付

010_0842_c_19L柳意舒遠郊艸心萠舊圃

010_0842_c_20L藍輿出東城行行入松樹

010_0842_c_21L松間復松間瀟灑置庵固

010_0842_c_22L待人人不來天末飛白鷺海居道人
永明尉顯周

010_0842_c_23L翌日仍留淸凉山房 海居都尉尹
010_0842_c_24L絅堂正鎭 李東樊丁酉山洪樗園

010_0843_a_01L약인 홍성모와 나까지 합쳐서 모두 일곱 사람이 운을 나누어 시를 지었다. 이때 ‘청간석상등라월’116)을 운으로 하여, 나는 월月 자를 얻었는데, 시령에 범어는 쓰지 못하게 하였다.(翌日仍留淸凉山房 海居都尉尹絅堂正鎭 李東樊丁酉山洪樗園羲人洪葯人成謨 與余合七人 分韻賦詩 以請看石上藤蘿月爲韻 余得月字 詩令禁用梵語)
칠언고시七言古詩 경당絅堂
月中澣淸凉山       정월 중순에 청량산에서
六衣冠叅一禪境      여섯 선비에 한 선승이 참석하였네
禪境相看禁禪語      선승에게 선어를 금하였더니
活機注與心機省      활기를 불어넣어 심기를 일깨우네
譬如平湖靜無波      비유컨대 호수가 조용히 물결도 일지 않고
汪汪琉璃三萬頃      삼만 이랑에 유리 빛으로 펼쳐져 있다 할까
師今遠涉人間世      선사가 멀리 인간 세상 내려온 지금
名津渡頭西風猛      이름난 나루터에 서풍이 매섭도다
我有朝衣不堪贈      내게 조복 있으나 감히 드릴 수가 없으니
何以竟副禪師請      무엇으로 선사의 청에 부응하리오117)
칠언절구七言絕句 유산酉山
公胷次本來寛       상공은 흉금이 본래 널찍한 분
貯得餐霞飮淥寒      신선의 술잔을 실컷 기울였네
忘却明朝靑瑣直      내일 대궐에서 숙직할 일도 잊고
碧山無數倚松看      솔에 기대어 청산을 무수히 보네
오언고시五言古詩 약인葯人
酒纔一巡         술이 한 순배 돌아가자마자
駸駸日將夕        어느새 해가 기울려고 하네
緩步松間路        솔 사이의 길을 산보하노라니
鍾聲度前陌        종소리가 앞 기슭을 건너오네
柴門老樹合        사립문 옆에는 늙은 나무가 모여 있고
茅簷澹雲滴        처마에선 엷은 구름 조각이 떨어지네
雲光與樹影        구름의 빛과 나무의 그림자가
供我幽情劇        나에게 한껏 정취를 선사하네
此時渾忘言        이런 때는 모두 언어를 잊고
詩思靜無跡        시상도 고요히 자취가 없네
新春多少意        새봄을 맞는 감회에 젖으면서
遙望遠山碧        멀리 바라보니 먼 산이 푸르네
名區不可忘        이 명승지를 잊을 수가 없어
題詩遍大石        지은 시들이 바위에 즐비하네
사언고시四言古詩 해거海居
東有寺          성 동쪽에 자리 잡은 절
境還眺曠         조망이 멀리 툭 트였네
山門如舊         산문은 예전과 같고
松石無恙         송석도 별 탈이 없네
郊旭初舒         교외에 아침 햇살이 퍼지고
谷春始釀         골짜기에 봄빛이 떠오르네
選日命侶         날을 잡아 벗을 불렀더니
高師是訪         도 높은 스님이 찾아왔네
相視而笑         서로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兩心一樣         두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네
乃展厥襞         답답한 가슴을 활짝 펴고서
遞韻迭唱         운을 바꾸어 노래하였네
千載西園         천년 전 서원118)에서 노닐던 일에
判不相讓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네
過去來今         과거 현재 미래의 일을
證此石上         이 바위가 증거해 주리라

010_0843_a_01L人洪葯人成謨 與余合七人 分韻
010_0843_a_02L賦詩 以請看石上藤蘿月爲韻 余
010_0843_a_03L得月字 詩令禁用梵語

010_0843_a_04L七言古詩 絅堂

010_0843_a_05L
正月中澣淸凉山六衣冠叅一禪境

010_0843_a_06L禪境相看禁禪語活機注與心機省

010_0843_a_07L譬如平湖靜無波汪汪琉璃三萬頃

010_0843_a_08L師今違涉人間世名津渡頭西風猛

010_0843_a_09L我有朝衣不堪贈何以竟副禪師請

010_0843_a_10L七言絕句 酉山

010_0843_a_11L
相公胷次本來寛貯得餐霞飮淥寒

010_0843_a_12L忘却明朝靑瑣直碧山無數倚松間

010_0843_a_13L五言古詩 葯人

010_0843_a_14L
行酒纔一巡駸駸日將夕緩步松間

010_0843_a_15L路鍾聲度前陌柴門老樹合茅簷澹

010_0843_a_16L雲滴雲光與樹影供我幽情劇此時

010_0843_a_17L渾忘言詩思靜無跡新春多少意遙

010_0843_a_18L望遠山碧名區不可忘題詩遍大石

010_0843_a_19L四言古詩 海居

010_0843_a_20L
城東有寺境還眺曠

010_0843_a_21L山門如舊松石無恙

010_0843_a_22L郊旭初舒谷春始釀

010_0843_a_23L選日命侶高師是訪

010_0843_a_24L相視而笑兩心一樣

010_0843_a_25L乃展厥襞㴲韻迭唱

010_0843_a_26L千載西園判不相讓

010_0843_a_27L過去來今證此石上

010_0843_b_01L칠언율시七言律詩 저원樗園
宿山行病未能       병 때문에 산수를 유람하지 못했는데
胡然羸馬涉川氷      맘먹고 말을 타고 언 강을 건너왔네
春風始動城邊樹      춘풍이 처음 성곽 옆 나무에 움직이고
佳句新傳海外僧      좋은 시구 바다 밖의 승려에게 전해지네
瞑路不分樵子跡      길이 어두워서 초자의 흔적 흐릿하고
寒雲遙掛上方燈      찬 구름은 멀리 상방의 등에 걸렸네
寺門咫尺情還急      절 문이 지척인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衝斷胡孫萬歲藤      호손의 만세등119)을 그만 부러뜨렸다네
오언절구五言絕句 초의艸衣
來暝烟集         객이 오니 저녁연기 모여들고
野寺鍾聲歇        들녘 절에는 종소리 쉬어지네
併榻淸凉夜        탑상 나란히 한 청량사의 밤에
同看松上月        함께 소나무 위에 뜬 달님 보네
또 청량사 금파산방에서 노닐다(又遊淸凉寺錦波山房)
佳辰共作采眞遊      명절에 함께 즐기는 채진120)의 놀이
春城東頭淸凉境      봄날 마을 동쪽 끝 청량사에서였네
春山寂寂春日遲      봄 산은 적적하고 봄날은 기나긴데
暄暖扶人心機省      따스함이 사람의 마음을 부추기네
詩罷看碁長松下      시 짓고는 솔 아래 바둑 구경하노니
百年疑過爛柯頃      백 년이 훌쩍 지나 도낏자루 썩을 듯하네
諸天人物畫中硏      그림 속에 나올 빼어난 제천121)의 인물들
幾生修道用力猛      몇 생을 용맹스럽게 도를 닦았을까
十善人間今誰勤      세상의 십선122) 지금 누가 부지런히 행하랴
寶座遙煩玉女請      부처님 앞 먼 옥녀의 청이 번거롭기만 하네
절구 한 수를 지어 해거에게 증정하다(一絕呈海居)
綺席元來海樣寛      수놓은 자리 원래 바다처럼 넓어서
亦容癩可瘦權寒      나가와 수권123)의 썰렁한 시도 용납하네
敢將禁體翻新案      감히 금체로 책상을 뒤엎었으니
無字經中試擧看      글자 없는 경 속에서 한번 보시기를
금공의 방에서 유숙하며(留宿錦公房)
聞香客意定        향 내음에 안정을 찾는 길손의 마음
春山微雨夕        봄 산에 가랑비 내리는 저녁이라
正憶休輪鞅        달리는 수레와 말도 있지 않으니
黃埃淨九陌        도성 거리의 누런 먼지도 없다오
深侵溪煙濕        시냇가 연무가 번져 축축하게 젖고
飄灑松露滴        솔 이슬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네
開懷坐長夜        가슴을 터놓고 기나긴 밤 앉아서
高談淸轉劇        고상한 이야기 갈수록 맑아지네
混然忘物我        혼연히 너와 나를 모두 잊고서
自爾並心跡        마음의 자취까지 토로했다오
鏗鏗深樓鍾        맑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속에
冷冷曉天碧        싸늘히 떠 있는 푸른 새벽하늘
窓外小沙彌        창밖에선 어린 사미승이
然薪煮白石        불을 지펴 백석산의 차를 달이네

010_0843_b_01L七言律詩 樗園

010_0843_b_02L
水宿山行病未能胡然羸馬涉川氷

010_0843_b_03L春風始動城邊樹佳句新傳海外僧

010_0843_b_04L瞑路不分樵子跡寒雲遙掛上方燈

010_0843_b_05L寺門咫尺情還急衝斷猢孫萬歲藤

010_0843_b_06L五言絕句 艸衣

010_0843_b_07L
客來暝烟集野寺鍾聲歇

010_0843_b_08L併榻淸凉夜同看松上月

010_0843_b_09L又遊淸凉寺錦波山房

010_0843_b_10L
佳辰共作採眞遊春城東頭淸凉境

010_0843_b_11L春山寂寂春日遲暄暖扶人心機省

010_0843_b_12L詩罷看碁長松下百年疑過爛柯頃

010_0843_b_13L諸天人物畫中硏幾生修道用力猛

010_0843_b_14L十善人間今誰勤寶座遙煩玉女請

010_0843_b_15L一絕呈海居

010_0843_b_16L
綺席元來海樣寛亦容癩可瘦權寒

010_0843_b_17L敢將禁體翻新案無字經中試擧看

010_0843_b_18L留宿錦公房

010_0843_b_19L
聞香客意定春山微雨夕

010_0843_b_20L正憶休輪鞅黃埃淨九陌

010_0843_b_21L㴱侵溪煙濕飄灑松露滴

010_0843_b_22L開懷坐長夜高談淸轉劇

010_0843_b_23L混然忘物我自爾並心跡

010_0843_b_24L鏗鏗㴱樓鍾冷冷曉天碧

010_0843_b_25L窓外小沙彌然薪煮白石

010_0843_c_01L또 사언의 시를 읊다(又賦四言)
綺采春融         화려한 풍채는 무르익은 봄기운
神襟秋曠         신령한 금회는 툭 트인 가을 하늘
鍾鼎有暇         부귀한 집은 한가함이 넘쳐 나고
山林無恙         산림의 은자도 아무 탈이 없다네
愧此凡鉛         부끄러워라 변변치 못한 이 몸이
沾彼仙釀         신선이 빚은 술에 입을 적시다니
豈是形求         어찌 형체를 구함이리오
實惟道訪         실로 도를 찾기 위해서라오
紫氣寫貌         자기의 모습을 그려 내고
朱頂呈樣         주정의 모양을 드러내나니
堂堂外護         당당하게 외호하면서
觥觥互唱         씩씩하게 노래 부르네
古路得意         옛길에 뜻을 얻었으니
半座不讓         좁은 자리인들 양보할까
今日及第         오늘 이곳에 오셨으니
一癡和上         소승이 화답하여 올리나이다
유산에게 증정하다(呈酉山)
休算可能不可能      가능 불가능을 따지지 말고
梅花開處試扣氷      매화 핀 곳의 얼음을 깨 보시라
酒邀已錯紅塵客      술 먹여 홍진객은 벌써 잘못되었지만
詩禁何關赤脚僧      맨발의 중에게 시금이 무슨 상관이랴
佳日石泉槐火夢      명절날 석천의 괴화의 꿈이요124)
新春竹屋紙窓燈      새 봄날 대숲 집네 지등을 밝히네
到頭雲水初無定      끝내 정처 없는 구름과 물처럼
幾輛桐鞵一股藤      몇 켤레 나막신에 지팡이 하나
동번에게 증정하다(呈東樊)
步步金沙軟        금모래 사뿐사뿐 밟는 발걸음
珊珊鳴玉珂        짤랑짤랑 울리는 말방울 소리
山深日易夕        산이 깊어 날도 쉽게 어두워지고
洞廓雲初過        구름이 걷히니 골짜기 환해지네
帳別時將近        작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옴에
淸詩意更多        맑은 시의 뜻도 더욱 착잡해라
靑門歸不遠        벼슬길 돌아감이 멀지 않으니
且緩出松蘿        느긋이 솔숲 길을 걸어가시오
석천에서 차를 달이며(石泉煎茶)
天光如水水如烟      하늘빛은 물 같고 물이 안개 같은데
此地來遊已半年      이곳 와서 지낸 것 벌써 반년 되었네
良夜幾同明月臥      좋은 밤 몇 번이나 명월과 함께 눕고
淸江今對白鷗眠      맑은 강에서 지금 백구 대하며 조네
嫌猜元不留心內      혐의하고 시기함 원래 마음에 없으니
毁譽何曾到耳邊      헐뜯고 칭찬함 어찌 귓가에 들려오겠나
袖裏尙餘驚雷笑      소매 속에 아직 뇌소차 남아 있으니
倚雲更試杜陵泉      구름 헤쳐 두릉의 샘물을 길어 오네

010_0843_c_01L又賦四言

010_0843_c_02L
綺采春融神襟秋曠

010_0843_c_03L鍾鼎有暇山林無恙

010_0843_c_04L愧此凡鉛沾彼仙釀

010_0843_c_05L豈是形求實惟道訪

010_0843_c_06L紫氣寫貌朱頂呈樣

010_0843_c_07L堂堂外護觥觥互唱

010_0843_c_08L古路得意半座不讓

010_0843_c_09L今日及第一癡和上

010_0843_c_10L呈酉山

010_0843_c_11L
休算可能不可能梅花開處試扣氷

010_0843_c_12L酒邀已錯紅塵客詩禁何關赤脚僧

010_0843_c_13L佳日石泉槐火夢新春竹屋紙窓燈

010_0843_c_14L到頭雲樹初無㝎幾輛桐鞵一股藤

010_0843_c_15L呈東樊

010_0843_c_16L
步步金沙軟珊珊鳴玉珂

010_0843_c_17L山㴱日易夕洞廓雲初過

010_0843_c_18L帳別時將近淸詩意㪅多

010_0843_c_19L靑門歸不遠且緩出松蘿

010_0843_c_20L石泉煎茶

010_0843_c_21L
天光如水水如烟此地來遊已半年

010_0843_c_22L良夜幾同明月臥淸江今對白鷗眠

010_0843_c_23L嫌猜元不留心內毁譽何曾到耳邊

010_0843_c_24L袖裏尙餘驚雷笑倚雲㪅試杜陵泉

010_0844_a_01L열수에 배를 띄우고(洌水泛舟)
斜日西馳雨散東      해는 서로 지고 비는 동쪽에 흩어지는데
詩囊茶椀小舟同      시 주머니와 다구를 갖고 작은 배에 오르네
雲開正滿天心月      구름 걷힌 하늘엔 달빛이 가득하고
夜靜微凉水面風      고요한 밤 수면엔 바람이 산들 부네
千里思歸何所有      천 리 돌아갈 생각뿐 무엇이 또 있으랴만
一身餘累竟難空      일신에 남은 누는 끝내 비우기 어려워라
誰知重疊靑山客      누가 알았으랴 깊은 산속 나그네가
來宿金波萬頃中      일만 이랑 금물결 속에 와서 묵을 줄을
자하 시랑이 이월 팔일에 지은 시에 화답하다(奉和紫霞侍郞二月八日之作)
二月八與四月八      이월 팔일이니 사월 팔일이니
釋迦生辰紛紛說      석가의 탄일에 대해 말들이 많네
細考又不止周昭      자세히 고찰하면 주소125)뿐 아니라
上溯武乙並夏桀      무을과 하걸126)까지 올라간다오
夜明還是莊王時      밤이 환했던 것은 장왕 때의 일
春秋元不差月日      춘추는 원래 일월이 틀림없다네127)
不知昭王更何據      모르겠다만 소왕은 또 무슨 근거로
甲午甲寅復相聒      갑오년이니 갑인년이니 시끄럽네
或云入道非生辰      혹자는 입적 날이지 탄신일 아니라는데
本起那含詳記莂      본기와 나함128)에 기별이 상세하다네
鷲嶺聖人法印傳      취령에서 성인이 법인을 전하고
石柱文字玄機泄      석주의 문자가 현기를 누설했네
聲聞依俙滯方隅      성문은 흐릿하게 변방에 응체되고
離迦飜轉恣訛脫      이가는 변환하여 멋대로 와전됐네
妙吉祥原曼殊利      묘길상은 원래 만수리요129)
無盡意乃阿差末      무진의는 바로 아차말130)이라
百千燈影攝牟尼      백천 등불 그림자가 부처를 보좌하니
二月不妨作四月      이월이든 사월이든 무슨 관계 있겠소
然而我佛元無生      하지만 우리 부처는 원래 무생이신걸
出門一笑空江闊      문을 나서 공활한 강에서 한바탕 웃네

釋迦生辰遇今蚤      석가의 생신은 바로 오늘 아침
非我臆說亦有考      나의 억설 아니요 근거가 있네
周正夏正建寅子      주정과 하정은 자월과 인월을 써서
四月二月隨顚倒      사월과 이월이 그래서 바뀌었네131)
昭王甲寅四月八      소왕 갑인년 사월 팔일에
西方聖作徴乾道      서방의 성인이 천도에 응해 태어났네
恒星不見井泉溢      항성은 안 보이고 우물물이 넘치자
太史蘇繇占奇兆      태사 소요가 점치며 예언했다네
是則夏正之二月      이때는 바로 하정으로 이월인데
世俗不考何艸艸      세상은 아무도 따져 보려 하지 않네
東人不重上元節      우리나라는 정월 보름 중시하지 않고
竸說浴佛燃燈好      욕불과 연등을 다투어 좋아하네
遂令四月初八日      그래서 마침내 사월 초파일을
硬做佛誕燈火閙      불탄일로 정하고 등화를 밝힌다네
今我鬢絲寄禪榻      내가 백발로 선탑에 기댄 지금은
二月八日春江曉      바로 이월 팔일 봄 강의 새벽이네
我燈無盡本無燈      나의 등은 무진이라 본래 등이 없어132)
作詩佛事心虔禱      시 짓는 불사로 경건히 기도하네

010_0844_a_01L洌水泛舟

010_0844_a_02L
斜日西馳雨散東詩囊茶椀小舟同

010_0844_a_03L雲開正滿天心月夜靜微凉水面風

010_0844_a_04L千里思歸何所有一身餘累竟難空

010_0844_a_05L誰知重疊靑山客來宿金波萬頃中

010_0844_a_06L奉和紫霞侍郞二月八日之作

010_0844_a_07L
二月八與四月八釋迦生辰紛紛說

010_0844_a_08L細考又不止周昭上溯武乙並夏桀

010_0844_a_09L夜明還是莊王時春秋元不差月日

010_0844_a_10L不知昭王㪅何據甲午甲寅復相聒

010_0844_a_11L或云入道非生辰本起那含詳記莂

010_0844_a_12L鷲嶺聖人法印傳石柱文字玄機泄

010_0844_a_13L聲聞依俙滯方隅離迦飜轉恣訛脫

010_0844_a_14L妙吉祥原曼殊利無盡意乃阿差末

010_0844_a_15L百千燈影攝牟屍二月不妨作四月

010_0844_a_16L然而我佛元無生出門一笑空江闊

010_0844_a_17L
釋迦生辰遇今蚤非我臆說亦有考

010_0844_a_18L周正夏正建寅子四月二月隨顚倒

010_0844_a_19L昭王甲寅四月入西方聖作徴乾道

010_0844_a_20L恒星不見井泉溢太史蘇繇占奇兆

010_0844_a_21L是則夏正之二月世俗不考何艸艸

010_0844_a_22L東人不重上元節竸說浴佛燃燈好

010_0844_a_23L遂令四月初八日硬做佛誕燈火閙

010_0844_a_24L今我鬢絲寄禪榻二月八日春江曉

010_0844_a_25L我燈無盡本無燈作詩佛事心虔禱

010_0844_b_01L玻瓈萬頃綠浪上      유리 같은 일만 이랑에 푸른 물결 일고
遠山八字修眉掃      먼 산은 팔자 눈썹 그려 놓은 듯하네
中間湧出蓮花臺      중간에 연화대가 솟구쳐 나왔나니
法相端嚴衣七寶      법상이 단엄하게 칠보를 입었어라
稽首白佛佛無言      부처에게 사뢰어도 말씀 없으니
意援妙諦心自了      마음으로 묘한 진리 자득할 따름이네
一切榮辱本平等      일체의 영욕은 본래 평등한 것
再要業障消煩惱      다시 업장 번뇌를 녹여야 하리
作如是想忽無覩      이런 생각 하노라니 홀연히 사라지며
遍身山色江光繞      온몸에 산빛과 강 빛이 감싸고 도네
이는 자하의 원래의 시이다.(紫霞原詩)
하전 김익정이 용문산을 유람하면서 나에게 동행을 요구하기에 마침내 민화산과 함께 따라가다신묘년(1831, 순조31) 4월(金夏篆益鼎遊龍門山 要余偕之 遂與閔華山隨行辛卯四月)
輕帆數幅向龍門      용문을 향하는 몇 폭의 가벼운 돛
一帶澄江抱幾園      강물이 띠처럼 원릉園陵을 둘렀네
憐過好山旋注目      지나는 산에 얼굴 돌려 눈길 주고
爲搜佳句坐忘言      좋은 시구 찾아 앉아서 말을 잊네
良辰共作眞遊少      좋은 때 함께 유람하기 드문 일인데
靈境誰知勝事繁      선경에 멋진 일 많은 것을 누가 알까
淸賞但要時取適      맑은 감상 때에 맞게 취하면 그뿐
虛名何必寫長存      허명을 길이 보존할 필요 있으리오
노탄에서 저물어 정박하다(蘆灘暮泊)
暮山蒼翠接天霞      저녁 산의 푸르름이 하늘의 노을과 잇닿고
芳草湖邊落日斜      방초 우거진 호반에 해가 비껴 떨어지네
沙上煙交初暗柳      모래밭 위 안개 저무는 버들 가에 피어나고
風前葉護已殘花      바람 앞의 잎사귀는 시든 꽃을 보호하네
塵緣俗想俱爲化      속진의 인연과 생각은 모두 사라지고
水意山情可自誇      산과 물의 정취를 절로 자랑할 만하여라
聞道禪房猶是遠      듣건대 선방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下船仍宿水邊家      배에서 내려 물가의 인가에 그냥 묵었네
이른 아침에 사천을 지나며오래된 절간의 옛터가 남아 있었다(早過斜川古寺遺址)
輕霞冉冉曙光晴      노을이 엷게 끼고 청랑한 새벽빛 속에
旭日娟娟上赤城      태양이 어여쁘게 적성 위로 떠오르네
朝冷烟從溪面起      아침이 싸늘해 연기가 시내 위에 일고
岸高人在樹巓行      언덕이 높아서 사람이 나무 끝을 걷네
林深尙見餘花發      숲이 깊어서 아직도 피는 꽃 남아 있고
春盡猶聞好鳥聲      봄이 갔어도 새소리는 여전히 들리누나
惆悵龍門山下路      서글퍼라 용문산 아래 지나는 길이여
寶坊遺與野人耕      옛 절터 남아 있는 밭 농부들이 갈고 있네
낮에 사나사에 들어가다(午入舍那寺)
寂寂回廊生澹烟      적적한 회랑에 일어나는 묽은 연기
萬緣消盡晝如年      온갖 인연 소진된 한낮이 일 년 같네
浮雲影薄山花落      뜬구름 엷은 그림자 속 산꽃은 지고
流水聲長岸柳眠      흐르는 물소리에 언덕 버들 잠드네

010_0844_b_01L玻瓈萬頃綠浪上遠山八字修眉掃

010_0844_b_02L中間湧出蓮花臺法相端嚴衣七寶

010_0844_b_03L稽首白佛佛無言意援妙諦心自了

010_0844_b_04L一切榮辱本平等再要業障消煩惱

010_0844_b_05L作如是想忽無覩遍身山色江光繞

010_0844_b_06L
紫霞原詩

010_0844_b_07L金夏篆益鼎 遊龍門山 要余偕之
010_0844_b_08L遂與閔華山隨行辛卯四月

010_0844_b_09L
輕帆數幅向龍門一帶澄江抱幾園

010_0844_b_10L憐過好山旋注目爲搜佳句坐忘言

010_0844_b_11L良辰共作眞遊少靈境誰知勝事繁

010_0844_b_12L淸賞但要時取適虛名何必寫長存

010_0844_b_13L蘆灘暮泊

010_0844_b_14L
暮山蒼翠接天霞芳草湖邊落日斜

010_0844_b_15L沙上煙交初暗柳風前葉護已殘花

010_0844_b_16L塵緣俗想俱爲化水意山情可自誇

010_0844_b_17L聞道禪房猶是遠下船仍宿水邊家

010_0844_b_18L早過斜川古寺遺址

010_0844_b_19L
輕霞冉冉曙光晴旭日娟娟上赤城

010_0844_b_20L朝冷烟從溪面起岸高人在樹巓行

010_0844_b_21L林㴱尙見餘花發春盡猶聞好鳥聲

010_0844_b_22L惆悵龍門山下路寶坊遺與野人耕

010_0844_b_23L午入舍那寺

010_0844_b_24L
寂寂回廊生澹烟萬緣渭盡晝如年

010_0844_b_25L浮雲影薄山花落流水聲長岸柳眠

010_0844_c_01L苔遍古松全老後      폭삭 늙은 소나무엔 이끼가 잔뜩 끼고
草深荒屋半頹邊      반쯤 무너진 집 가엔 무성한 풀이로다
可憐荊棘林中子      가련타 가시나무 숲속의 사람이여
妙手誰能救爾懸      누가 묘수로 매달린 너를 구제할까
수월암에 올라가 묵다(上宿水月庵)
地位淸高衆壑深      지위가 청고하고 골이 깊은 곳
白雲峯下舊叢林      백운봉 아래 옛 총림이로다
塔磨霄漢星傍轉      탑은 하늘과 맞닿아 별이 옆에서 돌고
雨鎻人寰月上臨      비로 막힌 세상 위에서 달이 굽어보네
試向名山閒訪古      명산에 와서 한가로이 고찰을 찾아
偶同良夜細論心      좋은 밤 함께하며 마음을 논하노라
化城終是非眞境      화성은 끝내 진경이 되지 못하나니
寶所應須世外尋      보소는 응당 세상 밖에서 찾아야 하리
가섭봉에 올라(登迦葉峯)
登山莫登逶迤山      산을 오름에 비탈진 산 오르지 말라
逶迤之山凡艸樹      비탈진 산은 모두 풀숲으로 가득하네
君不見          그대 아는가
迦葉崚𡾓白雲上      백운 위 험준한 가섭봉이
直入銀漢吐風雨      은하에 곧장 들어가 비바람 일으키네
懸松倒柞許人攀      높은 나무는 거꾸로 매달려 오를 수 있어도
崩崖落石縈細路      이곳은 비탈의 낙석이 좁은 길에 깔려 있네
强欲一步進        억지로 한 걸음 내딛으려면
已覺退三步        세 걸음 뒤로 물러나야 한다네
危磴幾屈膝        가파른 돌길 몇 번이나 무릎을 꿇고
側棧屢驚度        잔도를 여러 차례 겁내며 건넜나니
絕驗難寄飛猱足      원숭이도 발 딛기 어려운 험준한 곳이요
嵩峻倒壓戾天羽      매도 오르지 못할 만큼 까마득한 곳이라
終凌絕頂非人力      꼭대기에 오르려면 인력으론 안 되고
知有山靈冥祐護      아무래도 산신령이 보호해 주어야만
不知幾萬丈之穹隆     모르긴 해도 몇 만 길이나 치솟은 절벽이
峭壁下臨無地       아래로 내려다봐도 땅이 보이지를 않아
目眩足酸不敢俯      아찔하고 다리가 떨려 감히 굽어볼 수 없네
列岳攢峯爭盤紆      뭇 산의 봉우리 모여들어 다투어 휘감으며
騰驤起伏勢難數      뛰고 달리는 그 형세 형언하기 어렵나니
環坐陳險艱        함께 둘러앉아 험난함을 얘기하고
慰言如相訴        서로 호소하듯 위로하는 말을 하네
掬嘗巖竇泉        바위 구멍 샘물을 움켜 마시니
神爽如發悟        정신이 상쾌하기가 깨달음 얻음과 같네
摘蔬裹簞食        나물 뜯어서 대그릇 밥 싸 먹으면
靈香通胃腑        기이한 향내가 몸속 깊이 스며드네
談論恐非人間意      담론하는 것도 세상의 내용 아니요
賦咏疑是天上趣      노래하는 시도 천상의 악장이라
地上神仙眞茲是      이것이 바로 지상의 신선 생활이니
何必吸風復飮露      어찌 꼭 바람 이슬 마셔야

010_0844_c_01L苔遍古松全老後草㴱荒屋半頹邊

010_0844_c_02L可憐荆棘林中子妙手誰能救爾懸

010_0844_c_03L上宿水月庵

010_0844_c_04L
地位淸高衆壑㴱白雲峯下舊叢林

010_0844_c_05L塔磨宵漢星傍轉雨鎻人寰月上臨

010_0844_c_06L試向名山閒訪古偶同良夜細論心

010_0844_c_07L化城終是非眞境寶所應須世外尋

010_0844_c_08L登迦葉峯

010_0844_c_09L
登山莫登逶迤山逶迤之山凡艸樹

010_0844_c_10L君不見迦葉崚𡾓白雲上

010_0844_c_11L直入銀漢吐風雨

010_0844_c_12L懸松倒柞許人攀崩崖落石縈細路

010_0844_c_13L强欲一步進已覺退三步

010_0844_c_14L危磴幾屈膝側棧屢驚度

010_0844_c_15L絕驗難寄飛猱足嵩峻倒壓戾天羽

010_0844_c_16L終凌絕頂非人力知有山靈冥祐護

010_0844_c_17L不知幾萬丈之穹隆峭壁下臨無地

010_0844_c_18L目眩足酸不敢俯

010_0844_c_19L列岳攢峯爭盤紆騰驤起伏勢難數

010_0844_c_20L環坐陳險艱慰言如相訴

010_0844_c_21L掬嘗巖竇泉神爽如發悟

010_0844_c_22L摘蔬裹簞食靈香通胃腑

010_0844_c_23L談論恐非人間意賦咏疑是天上趣

010_0844_c_24L地上神仙眞玆是何必吸風復飮露

010_0845_a_01L윤필암133)潤筆菴
削立蒼崖路欲窮      길도 끊어지려 하는 깎아지른 단애
精藍蕭灑翠微中      절간이 소쇄하게 취미 속에 자리했네
水因照影方知淨      물은 그림자 통해서 깨끗한 줄 알겠고
山到無雲始見空      산은 구름 없는 곳에 텅 빈 곳이 보이네
碍日何妨剗茂綠      햇빛 가리는 푸른 가지야 쳐낸들 어떠랴만
惜春不遣掃殘紅      봄이 아까워 낙화는 차마 쓸지를 못하겠네
前程但得無岐派      앞으로 갈림길을 만나지 않게 해 주기를
不向人尋西復東      서쪽 동쪽으로 사람 찾아다니지 않게
저녁에 상원에 도착하다(暮抵上院)
正到山深處        바야흐로 산 깊은 곳에 이르자
蕭灑一庵僻        소쇄하게 암자 한쪽에 있네
空林春雨去        텅 빈 숲에 봄비가 지나가니
山翠濃欲滴        푸른 산 방울져 떨어질 듯하네
拂檐花影澹        처마에 흔들리는 담박한 꽃 그림자
繞門流水碧        문을 에워싸고 푸른 물 흐르네
誰言雲無心        구름에 마음이 없다 누가 말하는가
我來生穹石        내가 오자 큰 바위에서 피어나네
冉冉度中峯        쉬엄쉬엄 중봉을 넘어와서
遲遲留遠客        먼 길손 못 떠나고 그냥 머무네
依汝松俱住        그대 솔에 의지해 함께 거하면
差可並心跡        조금은 마음 자취 함께할 만하네
능산 구행원의 수연시신묘년 4월(具綾山行遠壽宴詩辛卯四月)
洌水忽逢綾山翁      한강에서 홀연히 만난 우리 능산 옹
雲情鶴性道人容      구름과 학의 성정에 도인의 용모로세
西入長安乞句至      장안에 들어가 시문을 간절히 구했나니
入懷明月光玲瓏      명월의 영롱한 광채를 가슴에 품었어라
皆言海上盤桃熟      모두 해상의 선도仙桃만 얘기할 뿐
不言人間光陰促      인간의 촉박한 광음은 말하지 않네
縱言人間光陰促      인간의 촉박한 광음을 말하더라도
不言劫外春風遲      겁외의 춘풍이 더딘 것은 말하지 않네
劫外春風若爲遲      겁외의 춘풍이 만약 더디다면
殊覺人間萬事非      인간의 만사가 그른 것을 깨달으리라
萬事一覺非        만사가 그른 것을 한번 깨달으면
始睹天眞面        천진의 면목을 비로소 보게 되리라
阿那個是天眞面      어떠한 것이 천진의 면목인가
覓則知君不可見      찾으려 하면 그대 볼 수 없으리라
不干生老死        생로병사와 상관이 없고
欣悲都沒殺        기쁨과 슬픔도 모두 사라지네
是爲眞綾山        이것이 능산의 진면목이니
其壽同天地        그 수명 천지와 함께하리라
문산 능산과 함께 직각 용호 김매순의 댁에서 모이다(與文山綾山會蓉湖金直閣邁淳宅)

010_0845_a_01L潤筆菴

010_0845_a_02L
削立蒼崖路欲竆精藍蕭灑翠微中

010_0845_a_03L水因照影方知淨山到無雲始見空

010_0845_a_04L碍日何妨剗茂綠惜春不遣掃殘紅

010_0845_a_05L前程但得無岐派不向人尋西復東

010_0845_a_06L暮抵上院

010_0845_a_07L
正到山㴱處蕭灑一庵僻

010_0845_a_08L空林春雨去山翠濃欲滴

010_0845_a_09L拂檐花影澹繞門流水碧

010_0845_a_10L誰言雲無心我來生穹石

010_0845_a_11L冉冉度中峯遲遲留遠客

010_0845_a_12L依汝松俱住差可並心跡

010_0845_a_13L具綾山行遠壽宴詩辛卯四月

010_0845_a_14L
洌水忽逢綾山翁雲情鶴性道人容

010_0845_a_15L西入長安乞句至入懷明月光玲瓏

010_0845_a_16L皆言海上盤桃熟不言人間光陰促

010_0845_a_17L縱言人間光陰促不言劫外春風遲

010_0845_a_18L劫外春風若爲遲殊覺人間萬事非

010_0845_a_19L萬事一覺非始睹天眞面

010_0845_a_20L阿那個是天眞面覓則知君不可見

010_0845_a_21L不干生老死欣悲都沒殺

010_0845_a_22L是爲眞綾山其壽同天地

010_0845_a_23L與文山綾山會蓉湖金直閣邁淳

010_0845_b_01L
淸景從來兩得稀      청경은 원래 두 가지 모두 얻기 어려운 일134)
江湖霽碧月猶微      강호가 맑게 개었는데 달빛은 희미하네
苕溪一別雲生夢      초계의 이별 뒤로 구름이 꿈속에 나왔는데
蘭室重過露滿衣      난실을 다시 찾음에 이슬이 옷에 가득하네
至理低垂深發省      지리를 낮게 드리워 깊이 성찰하게 하고
天機高秉憺忘歸      천기를 높이 잡아 돌아갈 일도 잊게 하네
玄言終愧浮山遠      현언은 끝내 부산135)에 멀어진 것 부끄러워
當局難敎便解圍      국한되면 문득 해탈하기 어려우리라

盡日鸎啼俗事稀      종일 속세의 일은 없고 꾀꼬리 소리뿐
半簾疎雨晩凉微      성근 비 주렴에 비껴 저녁녘 서늘하네
靑燈伴客仍投轄      청등을 짝한 손님은 비녀장을 던지고136)
白首逢僧欲解衣      백발에 만난 스님은 옷 벗어 주고 싶네137)
五夜身隨雲共宿      오경의 육신은 구름 따라 함께 묵고
百年心與月同歸      백 년의 마음은 달과 함께 돌아가네
餘閒更說江湖勝      여담으로 강호의 승경 이야기하노라니
留取高樓燭影圍      고루의 촛불 그림자 사방에 어른거리네
이는 능산이 지은 것이다.(綾山)
老去相逢此席稀      늙어 가며 이런 자리 만나기 어려워
滿天星露轉依微      하늘 가득 별빛도 점점 희미해지네
疎梧半砌凉生檻      섬돌의 성긴 오동 난간이 서늘하고
落月西峯澹上衣      서산에 지는 달빛 옷 위에 내려앉네
靜夜懸燈騷客注      고요한 밤에 등불은 시인의 마음 밝히고
明朝飛錫遠師歸      내일 아침 지팡이 짚고 스님은 돌아가리
爲誰留伴江聲枕      누굴 위해 남아 강물 소리 들으며 묵을까
詩酒多情坐共圍      시와 술 더불어 다정히 함께 둘러앉아 있네
이는 문산 진사 이재의가 지은 것이다.(文山進士李載毅)
多君奇格世間稀      세간에 드물게 기걸 찬 그대의 풍모
酒聖詩神兩入微      주성과 시신의 묘한 경지에 들었네
五斗纔驚焦遂辯      다섯 말 술로 놀라게 하는 초수의 웅변이요138)
高岡同振左思衣      높은 언덕에서 휘날리는 좌사의 옷자락이라139)
閒雲幽谷何曾約      구름과 계곡이 언제 약속한 적 있으리오
明月窺林故不歸      명월도 숲을 엿보느라 돌아가지 못하네
可笑詞場牽習氣      우스워라 사장에서 습기에 이끌리는 데다
又提殘甲墮重圍      또 회갑을 맞았다고 겹겹이 포위되었으니
이는 용호 김 직각 매순이 지은 것이다.(蓉湖金直閣邁淳)
두릉의 여름날 이동번이 배를 타고 오다(杜陵夏日 李東樊乘舟而至)
來乘淸興浩無邊      배 타고 온 맑은 흥치 끝이 없나니
綠漲盈盈遠接連      푸른 물 넘실넘실 하늘과 잇닿았네
開酒論心明月夜      밝은 달밤에 술 마시며 마음 논하고
登船濯足晩江天      저녁의 강 하늘에 배 타고서 발을 씻네
深深巷轉黃鸝語      깊고 깊은 산속 꾀꼬리 소리 들려오고
寂寂村凝碧樹烟      적적한 마을 푸른 숲엔 안개 자욱하네
但得同君此中老      그대와 이 속에서 늙어 갈 수만 있다면
菖陽誰復問延年      창양140)으로 누가 또 수명 연장 물을까

鹺船三板浪濤邊      소금 배 삼판이 있는 파도 치는 물가에
一笑居然小榻連      한번 웃고서 태연히 작은 자리 연했네
古檜相交陰鏤地      회나무는 서로 엇갈려 땅에 그림자 새기고
丹榴亂發晩燒天      석류는 어지럽게 피어 저녁 하늘 불태우네

010_0845_b_01L
淸景從來兩得稀江湖霽碧月猶微

010_0845_b_02L苕溪一別雲生夢闌室重過露滿衣

010_0845_b_03L至理低垂㴱發省天機高秉憺忘歸

010_0845_b_04L玄言終愧浮山遠當局難敎便解圍

010_0845_b_05L
盡日鸎啼俗事稀半簾疎雨晩凉微

010_0845_b_06L靑燈伴客仍投轄白首逢僧欲解衣

010_0845_b_07L五夜身隨雲共宿百年心與月同歸

010_0845_b_08L餘閒㪅說江湖勝留取高樓燭影圍


010_0845_b_09L老去相逢此席稀滿天星露轉依微

010_0845_b_10L疎梧半砌凉生檻落月西峯澹上衣

010_0845_b_11L靜夜懸燈騷客注明朝飛錫遠師歸

010_0845_b_12L爲誰留伴江聲枕詩酒多情坐共圍

010_0845_b_13L
文山進士李載毅

010_0845_b_14L
多君奇格世間稀酒聖詩神兩入微

010_0845_b_15L五斗纔驚焦遂辯高岡同振左思衣

010_0845_b_16L閒雲幽谷何曾約明月窺林故不歸

010_0845_b_17L可笑詞場牽習氣又提殘甲墮重圍

010_0845_b_18L
蓉湖金直閣邁淳

010_0845_b_19L杜陵夏日李東樊乘舟而至

010_0845_b_20L
來乘淸興浩無邊綠漲盈盈遠接連
010_0845_b_21L開酒論心明月夜登船濯足晩江天

010_0845_b_22L㴱㴱巷轉黃鸝語寂寂村凝碧樹烟

010_0845_b_23L但得同君此中老菖陽誰復問延年

010_0845_b_24L
鹺船三板浪濤邊一笑居然小榻連

010_0845_b_25L古檜相交陰鏤地丹榴亂發晩燒天

010_0845_c_01L詩因久隔都成滓      시는 오래 뜸하다 보니 모두 찌꺼기요
夢亦衰頹欲化烟      꿈속에도 쇠퇴해서 연기로 화하려 하네
只少晉卿揮灑字      진경이 휘둘러 쓴 글자만 없을 뿐
杜陵風物似前年      두릉의 풍물은 전년과 비슷하네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漢上靑山積水邊      한양의 푸른 산빛 쌓인 물가에
孤帆遠勢暮雲連      돛배 멀리 떠가고 저녁 구름 연했네
羣峯落照紅殷地      뭇 산에 지는 해는 대지를 붉게 색칠하고
兩岸平蕪綠染天      양안의 초원은 하늘을 파랗게 물들이네
楊柳牽情巴曲雨      파곡의 비에 마음 끌리는 버들가지요
鳬鷗同夢渼陰煙      미음의 연기에 물새들은 꿈꾸는 듯하네
始知疇昔多艱險      알겠노라 그동안 얼마나 험난했는지
逆浪行再到此年      물결 헤치고 다시 금년에 도착하였네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積水涵空沒雨邊      강물에 비친 하늘 빗줄기 속에 파묻혀
黃驍江色綠驍連      누런 강물 빛이 초록 색깔과 합쳐졌네
千層逆撑脚跟浪      천 층으로 밀려오는 다리 아래 물결이요
一樣戴來頭上天      일양으로 떠받드는 머리 위의 하늘이라
家釀再傾先發暈      가양주 재차 기울임에 먼저 홍조를 띠고
爐香重爇細揚烟      향로를 다시 사름에 가늘게 연기 피어나네
艱危過到平安地      위험한 길 건너서 평안한 땅에 왔으니
握手論襟可判年      손잡고 회포 논하며 일 년도 머물겠네

一似扶桑若木邊      부상과 약목141)의 변두리와 흡사한데
那知消息此相連      소식이 서로 통할 줄 어찌 알았으랴
看他槎客窮河水      하수를 끝까지 찾은 저 사객을 보소
免得漁人失洞天      동천을 잃은 어부를 면할 수 있었네142)
晤語燈廻新藕影      담소하며 등불 바꾸니 새 연꽃 그림자요
沈疴爐颺舊茶煙      고질병에 난로 피우니 옛 차 연기로세
難忘小艇苔溪路      조각배 띄운 태계의 길 잊기 어려운데
斷送鸎聲負去年      지난해와 달리 꾀꼬리 소리 안 들리네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早識舟亭是岸邊      나루가 언덕 가인 줄 일찍 알았지만
枉愁波浪幾顚連      물결에 뒤집힐까 몇 번을 걱정했던가
思君日積三篙水      그대 생각은 날로 상앗대 물만큼 쌓이고
送我風長一線天      나를 보내는 바람은 먼 하늘서 불어오네
舊屋平安花竹石      옛집에는 평안한 꽃과 대와 돌이요
新詩第次雨風烟      새 시엔 차례로 비와 바람과 연기로세
不須重繹燈前話      등불 앞의 얘기를 되풀이할 것까지야
依羕今霄只去年      오늘의 일이 지난해와 똑같을 텐데 뭘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석호정에서 노닐며 제공과 함께 읊다(遊石湖亭與諸公賦)
容與孤舟引興長      객은 배를 타고 가며 흥취 길게 일고
小亭新霽上朝陽      비 갠 정자에 아침 해 떠오르네
澄江靜似臨明鏡      맑은 강물 조용해서 명경을 대한 듯
絕境閒如到上方      멋진 경치 한가해 상방에 온 듯하네
掃蘚重廻舊欄面      이끼를 벗기니 옛 난간 얼굴이 돌아오고
删枝添顯遠山光      가지를 쳐내니 먼 산빛이 더욱 드러나네
綠陰如海無人覺      녹음이 바다와 같은 것을 아무도 몰라
分許幽禽盡日凉      온종일 시원하게 산새에 나눠 주네

石面松身百尺長      바위 곁에 아름드리 소나무 서 있고
半空樓影薄朱陽      허공에 걸린 누대 그림자 석양은 저무네
蒲飛帆幅知風正      부들이 돛에 날리니 바람이 순한 걸 알겠고
岸夾靴紋見水方      물가에 주름이 생기니 물의 방향을 알겠네
春去尙延花性命      봄은 갔어도 꽃의 생명은 아직 이어지고
地高應倍月輝光      땅이 높으니 달빛도 갑절은 더 빛나리라

010_0845_c_01L詩因久隔都成滓夢亦衰頹欲化烟

010_0845_c_02L只少晋卿揮灑字杜陵風物似前年


010_0845_c_03L漢上靑山積是邊孤帆遠勢暮雲連

010_0845_c_04L羣峯落照紅殷地兩岸平蕪綠染天

010_0845_c_05L楊柳牽情巴曲雨鳬鷗同夢渼陰煙

010_0845_c_06L始知疇昔多艱險逆浪行再到此年

010_0845_c_07L
積水涵空沒雨邊黃驍江色綠驍連

010_0845_c_08L千層逆撑脚跟浪一樣戴來頭上天

010_0845_c_09L家釀再傾先發暈爐香重爇細揚烟

010_0845_c_10L艱危過到平安地握手論襟可判年

010_0845_c_11L
一似扶桑若木邊那知消息此相連

010_0845_c_12L看他槎客竆河水免得漁人失洞天

010_0845_c_13L晤語燈廻新藕影沈疴爐颺舊茶煙

010_0845_c_14L難忘小艇苔溪路斷送鸎聲負去秊


010_0845_c_15L早識舟亭是岸邊枉愁波浪幾顚連

010_0845_c_16L思君日積三篙水送我風長一線天

010_0845_c_17L舊屋平安花竹石新詩第次雨風烟

010_0845_c_18L不須重繹燈前話依羕今霄只去年

010_0845_c_19L遊石湖1) [2] 新篁翠積半窓與諸公賦

010_0845_c_20L
容與孤舟引興長小亭新霽上朝陽

010_0845_c_21L澄江靜似臨明鏡絕境閒如到上方

010_0845_c_22L掃蘚重廻舊欄面删枝添顯遠山光

010_0845_c_23L綠陰如海無人覺分許幽禽盡日凉

010_0845_c_24L
石面松身百尺長半空樓影薄朱陽

010_0845_c_25L蒲飛帆幅知風正岸夾靴紋見水方

010_0845_c_26L春去尙延花性命地高應倍月輝光
010_0845_c_27L「亨」疑「亭」{編}

010_0846_a_01L村居苦惱多塵襍      시골 생활 고달픔에 세속 번뇌 쌓이니
準擬淹留送夜凉      오래 머물러 밤의 청량함에 흘려보내네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江水江雲一意長      강물과 강 구름만도 흥치가 유장한데
石湖亭子又斜陽      여기에 또 석호정에 지는 저녁 해라
孤舟待客猶中沚      배는 손을 기다리며 모래톱에 있고
廢榭携僧似上方      낡은 정자 스님 모시니 절인 듯하네
迥出沙從弦月勢      모래밭은 활 모양의 달처럼 멀리 굽었고
浮來野轉藍天光      들판엔 남색 하늘빛이 떠서 아른거리네
松靑杉碧離人境      솔 푸르고 잣 푸르러 인간 세계 떠났나니
非是新晴借雨凉      신선함은 비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라오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檻外悠悠綠水長      난간 밖에 유유히 흐르는 푸른 물
令人惆悵憶山陽      슬피 생각나게 하는 산양의 추억143)
壞墻苔色自無定      담장의 이끼 색은 정해진 것이 없고
深樹鳩鳴還有方      나무의 비둘기는 우는 방향이 있네
對酒傳茶皆勝地      술과 차를 권하는 곳은 모두가 승지
垂竿蕩槳任流光      강물에 내맡기고 낚시하며 노 젓노라
微吟却作忘形坐      읊조리며 형체 잊고 앉았노라니
林日蒼蒼到夕凉      푸른 숲의 해는 저녁 되자 서늘해지네
이는 운포가 지은 것이다.(耘逋)
석호정에서 비를 만나 범석호의 초귀석호144) 시에 차운하다2수(石湖亭値雨 次范石湖初歸石湖韻二首)
礮車雲起紫生烘      폭풍의 구름 일어나며 푹푹 찌더니
釀出煙霏暗自東      안개비 자욱이 동쪽부터 어두워 오네
細浪轉添魚網外      잔물결이 어망 밖에 점점 늘어나고
圓紋旋逐虎渦中      둥그런 모양 소용돌이 속에 몰아치네
滯愁不耐維舟客      배를 매는 손 시름을 참지 못하나니
幽興都輸戴笠翁      흥치가 삿갓 쓴 노인145)보다 못하도다
勝地佳朋謀一宿      승지에서 벗님네와 묵기로 하였으니
此行記跡未全空      이 여행의 발자취도 허망하진 않도다

雲脚崩頹半日烘      먹구름이 무너뜨린 한나절의 무더위
雨絲初掛粤溪東      월계 동쪽부터 비가 실실 내리누나
竹蓬近隔蕭蕭外      죽봉은 쓸쓸히 근처에 떨어지고
漁舍遙推黯黯中      어사는 캄캄하게 멀리 밀려났네
聊與淹留黃帽客      함께 오래 머물게 된 황모객146)이요
不須歸去碧溪翁      돌아갈 필요 없게 된 벽계옹이라
柳梢凭檻思無限      난간에서 버들 보며 끝없는 생각 속으로
疊嶂烟江一夢空      첩장 연강은 허망한 하나의 꿈이었네147)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午日韜雲火似烘      한낮의 태양 구름 가려도 불태우는 듯
不知雨色暗西東      비 내려 서쪽 동쪽 어두워질 줄 몰랐네
已知澹靄汀洲外      모래섬 밖에 묽은 연기 일어나더니
先播微聲葦柳中      갈댓잎에 가는 빗소리 먼저 퍼지네
迫迮幾時愁野屋      시골집 시름겹게 짓누른 때는 언제였나
淸閒一世屬漁翁      한 세상의 청한함이 어옹에게 속하였네
鷺鷥別有依歸地      백로는 별도로 돌아갈 곳이 있나 봐
直欲長辭向遠空      곧장 하직하며 먼 하늘 향하려 하네
이는 운포가 지은 것이다.(耘逋)
水凉灑撥午炎烘      한낮의 무더위 시원하게 물로 씻는데
亭在微風細雨東      정자에 미풍 불며 동쪽에 가랑비 오네
蕭颯有聲人語外      사람의 말소리 외에 빗소리 소삽한데
廉纎不見客愁中      나그네 시름 중에 비는 가늘어 안 보이네
靑雲夢寐孤舟子      청운의 꿈을 꾸는 일엽편주의 사나이요
白鳥形骸一笠翁      백조의 형해를 갖춘 삿갓 쓴 노인이라

010_0846_a_01L村居苦惱多塵襍準擬淹留送夜凉


010_0846_a_02L江水江雲一意長石湖亭子又斜陽

010_0846_a_03L孤舟待客猶中沚廢榭携僧似上方

010_0846_a_04L迥出沙從弦月勢浮來野轉藍天光

010_0846_a_05L松靑析碧離人境非是新晴借雨凉


010_0846_a_06L檻外悠悠綠水長令人惆悵憶山陽

010_0846_a_07L壞墻苔色自無㝎㴱樹鳩鳴還有方

010_0846_a_08L對酒傳茶皆勝地垂竿蕩漿任流光

010_0846_a_09L微吟却作忘形坐林日蒼蒼到夕凉

010_0846_a_10L石湖亭値雨次范石湖初秋歸石湖
010_0846_a_11L韻二首

010_0846_a_12L
礮車雲起紫生烘釀出煙霏暗自東

010_0846_a_13L細浪轉添魚網外圓㓙旋逐虎渦中

010_0846_a_14L滯愁不耐維舟客幽興都輸戴笠翁

010_0846_a_15L勝地佳朋謀一宿此行記跡未全空

010_0846_a_16L
雲脚崩頹半日烘雨絲初掛粤溪東

010_0846_a_17L竹蓬近隔蕭蕭外漁含遙推黯黯中

010_0846_a_18L聊與淹留黃帽客不須歸去碧溪翁

010_0846_a_19L柳梢凭檻思無限疊嶂烟江一夢空


010_0846_a_20L午日韜雲火似烘不知雨色暗西東

010_0846_a_21L已知澹靄汀洲外先播微聲葦柳中

010_0846_a_22L迫迮幾時愁野屋淸閒一世屬漁翁

010_0846_a_23L鷺鷥別有依歸地直欲長辭向遠空


010_0846_a_24L水凉灑撥午炎烘亭在微風細雨東

010_0846_a_25L蕭颯有聲人語外廉纎不見客愁中

010_0846_a_26L靑雲夢寐孤舟子白鳥形骸一笠翁

010_0846_b_01L鎭夕淹留看霽色      저녁 내내 머물다 맑은 기색 보이나니
竹窓新月照來空      대나무 창가의 초승달이 공중에 비치네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雲繡衣裳草染裾      구름 수놓은 의상에 풀빛 물든 옷자락
憑欄直欲醉玄虛      난간에 기대어 곧장 현허에 취하고 싶네
境深雅稱行仙樂      경내가 깊으니 신선의 낙을 칭할 만하고
世遠眞堪賦遂初      세상이 머니 수초부148)를 진정 읊을 만하네
竪拂可望龍聽法      불자를 세우니 용청법문을 들을 수 있겠고
嚴車準擬鳳含書      엄거에는 봉함서를 실을 만하네
諸公才德人知少      선비들의 재덕을 아는 사람 드물지만
蕭散江湖興有餘      강호에서 한가로우니 흥취 넉넉하여라

夏日林亭一散裾      여름날 숲 정자에서 소요하는 한 나그네
陰陰濃翠入欄虛      짙게 그늘진 푸르름이 난간에 들어오네
烟水空濛帆去後      돛배 떠난 뒤에 부옇게 연무 낀 물이요
巖扉淸寂雨來初      비가 내리며 적막이 깃든 산골 문이라
睡醒泉送怡神響      잠을 깨니 샘은 명랑한 음향을 보내 주고
酒罷詩多放意書      술이 파하니 시에는 마음 놓는 글이 많네
却向澹中成此樂      담박한 가운데 이러한 낙이 나오나니
連宵盡日味猶餘      밤새우며 종일토록 흥미가 진진하네
이는 운포가 지은 것이다.(耘逋)
盡日蒼苔上客裾      푸른 이끼에 종일 물든 객의 옷자락
雨聲江榭四檐虛      강변 정자 사방 처마에 빗소리로세
安排睡刻微凉後      조금 시원하면 잠을 청할까 하였는데
引動詩情薄瞑初      시정이 무르익으니 어스름 저녁 되었네
遠樹漸渲徐子畫      먼 나무숲 바림질한 서자149)의 그림이요
疎篷欲濕米家書      성긴 봉창 젖을 듯한 미가150)의 글씨로다
今來緬憶黃壚酒      지금 와서 황공주로黃公酒壚151) 돌이켜보니
如水年光二十餘      물처럼 흐른 세월 어언 이십여 년이네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遠江襟帶草連裾      먼 강물 휘감아 돌고 풀빛은 옷자락까지
斜倚中峯俯碧虛      중봉에 비껴 기대어 푸른 물 굽어보네
兩岸夕陽帆落後      돛배 지난 뒤에 양 언덕의 석양이요
一樓風雨酒醒初      술이 막 깨면서 한 누대의 풍우로세
樹身淸似新聞偈      나무의 몸은 새로 게를 들은 것처럼 맑고
山意昏於舊覽書      산의 뜻은 옛날 글을 보던 때보다 어둡네
臨水思量浮世事      물을 대하며 허망한 세상일 생각하니
萬緣都盡釣竿餘      온갖 인연이 낚싯대 끝에서 사라지네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빗소리를 들으며(聽雨)
江上晩來雨        강변에 늦게 비가 내려서
舟遊滯石湖        석호의 뱃놀이 지체되었네
淹因物外靜        세상 밖에 조용히 머물다 보니
聽與人間殊        세상 속의 빗소리와는 달리 들리네
冷入羈愁緬        나그네 시름 속으로 파고드는 찬 기운
滴殘歸夢孤        빗방울 떨어지며 고향 꿈이 외로워라
靑山燈影夕        청산에 등불 그림자 어른거리는 저녁
誰復憶今吾        누가 또 지금의 나를 생각해 주리오

江亭夜帶雨        강가 정자에 비가 밤에 내리니
忽若艤窮湖        홀연히 궁호에 배를 댄 것 같네
林籟吹何自        숲속의 바람 소리 어디서 불어오나
雲泉瀉更殊        쏟아지는 물소리도 더욱 유다르네
窓欞留燭迥        창틀에 남은 촛불 멀리 깜박이고
浦漵會船孤        개펄에 모인 배는 외롭기도 해라

010_0846_b_01L鎭夕淹留看霽色竹窓新月照來空

010_0846_b_02L
雲繡衣裳艸染裾憑欄直欲醉玄虛

010_0846_b_03L境㴱雅稱行仙樂世遠眞堪賦遂初

010_0846_b_04L竪拂可望龍聽法嚴車俊擬鳳含書

010_0846_b_05L諸公才德人知少蕭散江湖興有餘

010_0846_b_06L
夏日林亭一散裾陰陰濃翠入欄虛

010_0846_b_07L烟水空濛帆去後巖扉淸寂雨來初

010_0846_b_08L睡醒泉送怡神響酒罷詩多放意書

010_0846_b_09L却向澹中成此樂連宵盡日味猶餘


010_0846_b_10L盡日蒼苔上客裾雨聲江榭四檐虛

010_0846_b_11L安排睡刻微凉後引動詩情薄瞑初

010_0846_b_12L遠樹漸渲徐子畵疎篷欲濕米家書

010_0846_b_13L今來緬憶黃墟酒如水年光二十餘


010_0846_b_14L遠江襟帶艸連裾斜倚中峯俯碧虛

010_0846_b_15L兩岸夕陽帆落後一樓風雨酒醒初

010_0846_b_16L樹身淸似新聞偈山意昏於舊覽書

010_0846_b_17L臨水思量浮世事萬緣都盡釣竿餘

010_0846_b_18L聽雨

010_0846_b_19L
江上晩來雨舟遊滯石湖

010_0846_b_20L淹因物外靜聽與人間殊

010_0846_b_21L冷入羈愁緬滴殘歸夢孤

010_0846_b_22L靑山燈影夕誰復憶今吾

010_0846_b_23L
江亭夜帶雨忽若艤竆湖

010_0846_b_24L林籟吹何自雲泉瀉㪅殊

010_0846_b_25L窓欞留燭迥浦漵會船孤

010_0846_c_01L一榻凉如此        하나의 탑상이 이처럼 썰렁한데
嬉娛子與吾        좋아하는 사람은 그대와 나뿐이네
이는 운포가 지은 것이다.(耘逋)
客來聞夜雨        객지에 와서 듣는 밤비 소리
燈盡臥江湖        등불 끄고 강호에 누웠어라
簷語幽泉似        처마에선 그윽한 샘물 소리 같고
窓鳴衆葉殊        창가엔 뭇 새들 소리 들리네
南僧身共遠        남녘 승려는 몸이 함께 머나멀고
北帆夢何孤        북쪽 돛배는 꿈에 어찌 외로운지
賴有君家酒        그대 집에 술이 있는 덕분에
沈沈醉得吾        마음껏 마시고 취하였어라
이는 동번이 지은 것이다.(東樊)
夢寐天隨子        꿈속서 천수자152) 같은 그댈 그리다
相逢烟雨湖        서로 안개 낀 호수에서 이제 만났소
嫩寒吹柳動        버들가지 흔드는 썰렁한 바람이요
疎響入蘆殊        갈대숲에 떨어지는 성긴 빗소리라
引酒終愁薄        술을 마시니 끝내 시름이 줄어들고
懸燈更覺孤        등불을 내거니 고독이 더욱 느껴지네
不眠君莫笑        잠 못 든다 그대여 웃지를 마오
自爾我忘吾        저절로 나는 나를 잊었으니까153)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여름날 서원에서 제공과 모임을 갖다신묘년(夏日西園與諸公雅集辛卯)
谷雲冉冉吐凉陰      그늘 드리우는 골짜기 구름 뭉게뭉게
選勝移來境轉深      장소를 옮겨 오니 경치 더욱 그윽해라
澗水琮琤寒射石      시냇물은 콸콸 바위에 차게 부딪치고
茶煙繚繞細穿林      차 연기는 휘감으며 가늘게 숲을 뚫네
神淸䞉覺松風在      정신이 맑으니 솔바람 소리가 실감 나고
心遠都無俗韻侵      마음이 심원하니 속운이 범접을 못하네
千里誰知叅雅會      천 리 멀리 모임에 끼일 줄 누가 알았으랴
野聲終愧和高吟      촌스러워서 고음에 화답하기 부끄럽네
북선원에서 자하 노인을 뵙고신묘년 8월(北禪院謁紫霞老人辛卯八月)
開門人記閉門旋      문 연 이가 닫은 일을 기억하나니154)
回首中間五十年      뒤돌아보면 그 사이에 오십 년 세월
秘閣丹鉛前學士      비각에서 단연을 쥔 예전의 학사님이
梵宮香火上乘禪      범궁에 향화 올리며 상승선 닦는다네
綠陰滿地三槐老      땅에 가득한 늙은 삼괴의 그늘이요
玉響穿雲一磬圓      구름을 뚫는 둥근 일경의 옥 소리라
慚愧闍黎情想在      사리155)로서 정을 둠이 부끄럽지만
憑將曉夢暗相牽      새벽 꿈속에서 남몰래 서로 이끌리네

道潛坡老共周旋      도잠156)과 파로가 함께 어울려 놀았는데
此樂衰年有此年      노쇠한 나이에 이런 낙을 누릴 줄이야
苦茗嚴時宜砭俗      쓴 차 엄한 때는 세속 깨치기 알맞고
好詩佳處合叅禪      멋진 시 좋은 곳은 참선에 합치되네
乞銘二夢師如在      이몽의 명을 청한 스님이 앞에 있는 듯
彈指三生性自圓      삼생도 잠시일 뿐 본성은 원래 원만해라
檀越滿城歸不得      단월이 성에 가득 돌아가지 못하나니
忘情時有爲情牽      정을 잊어도 때로는 정에 이끌리누나
이는 자하가 지은 것이다.(紫霞)
금령과 헤어질 때 차운하여 남겨 주다(次韻留別錦舲)
丹砂未肯掃繁絲      단사로 흰 머리칼 막아 보려 하지 않고
嬾把殘年問鍊師      여생을 연사에게 묻는 일도 게을렀소

010_0846_c_01L一榻凉如此嬉娛子與吾


010_0846_c_02L客來聞夜雨燈盡臥江湖

010_0846_c_03L簷語幽泉似窓鳴衆葉殊

010_0846_c_04L南僧身共遠北帆夢何孤

010_0846_c_05L賴有君家酒沈沈醉得吾


010_0846_c_06L夢寐天隨子相逢烟兩湖

010_0846_c_07L嫩寒吹柳動疎響入蘆殊

010_0846_c_08L引酒終愁薄懸燈㪅覺孤

010_0846_c_09L不眠君莫笑自爾我忘吾

010_0846_c_10L夏日西園與諸公雅集辛卯

010_0846_c_11L
谷雲冉冉吐凉陰選勝移來境轉㴱

010_0846_c_12L澗水琮琤寒射石茶煙繚繞細穿林

010_0846_c_13L神淸䞉覺松風在心遠都無俗韻侵

010_0846_c_14L千里誰知叅雅會野聲終愧和高吟

010_0846_c_15L北禪院謁紫霞老人辛卯八月

010_0846_c_16L
開門人記閉門旋回首中間五十年

010_0846_c_17L秘閣丹鉛前學士梵宮香火上乘禪

010_0846_c_18L綠陰滿地三槐老玉響穿雲一磬圓

010_0846_c_19L慚愧闍黎情想在憑將曉夢暗相牽

010_0846_c_20L
道潛坡老共周旋此樂衰秊有此年

010_0846_c_21L苦茗嚴時宜砭俗好詩佳處合叅禪

010_0846_c_22L乞銘二夢師如在彈指三生性自圓

010_0846_c_23L檀越滿城歸不得忘情時有爲情牽

010_0846_c_24L次韻留別錦舲

010_0846_c_25L
丹砂未肯掃繁絲嬾把殘年問鍊師

010_0847_a_01L明月每廻留客夜      손이 머무는 밤에는 명월이 돌아오고
好山常對卷簾時      발을 걷으면 멋진 산이 항상 보인다오
玫瑰花上靑春遠      해당화 꽃잎 위에 푸른 봄은 머나멀고
碁局聲中白日遲      바둑 두는 소리 속에 흰 해는 길고 기네
重續淸遊更何處      다시 어느 곳에서 맑은 놀이 이을꺼나
白雲紅樹證佳期      백운과 홍수가 우리 기약 보증하리라
귀어산장에서 김하전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신묘년 8월(歸漁山庄 留別金夏篆辛卯八月)
秋氣澄惺積翠冥      가을 기운 맑디맑고 청산은 어둑한데
半輪明月可中庭      반달로 뜬 밝은 달 뜨락에 가득하네
列朝勳業傳靑史      청사에 전해질 열조의 훈업이요
一國淸門照德星      덕성이 비치는 일국의 청문이라
山客幾霑孔融酒      산객이 얼마나 공융주157)에 적셨던가
江商時進楚王萍      강상은 때때로 초왕평158)을 바치겠지
傷心送我南州去      남주로 가는 나를 상심하며 보내나니
可柰金風玉露零      금풍에 옥로 지는 이 시절을 어찌할꼬
그의 원래 시(原)
逢旋別曉沈冥       만났다 금방 헤어지는 어두운 새벽
未忍相分久立庭      차마 이별 못한 채 오래 뜰에 서 있네
日閱君詩應不蠧      그대 시 매일 보면 좀 슬지 않겠지만
夢勞吾鬢易添星      꿈속에 시달리면 내 머리 더 세리라
還憐秋氣鬆歸袂      가을 기운 소매에 마구 파고드는데
悵望舟行礙泛萍      마름처럼 배 띄우지 못해 서글퍼라
從此又當南郭去      이제 또 남곽으로 떠나가고 나면
可堪籬菊任開零      국화 혼자 피고 질 테니 어떡할거나
유산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留別酉山)
龍章鳳操久叅聞      뛰어난 문장 훌륭한 풍격 이미 들었나니
擲地金聲思不羣      생각이 뛰어나 땅에 던지면 쇳소리159)나네
幽徑落花紛似雪      오솔길엔 지는 꽃잎 눈처럼 나부끼고
繞欄芳樹藹於雲      난간엔 나무숲이 구름보다 자욱해라
偶然遊世多招謗      세상에 나왔다가 비방을 많이 받았나니
久不歸山已勒文      오래 산에 안 돌아가 하마 글을 새겼으리160)
細數人生今古恨      인생의 고금의 한을 가만히 헤아려 보면
最難堪是遠離分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이별하는 것이네

鏗然竹錫遠猶聞      지팡이 짚는 소리 멀리서도 들렸는데
悵望眞同放鶴羣      학을 날려 보내는 것처럼 창망하여라
楡葉西塘惟澹月      유엽의 서당엔 오직 묽은 달빛이요
橘花南嶺自孤雲      귤화의 남령엔 절로 외로운 구름이라
罷禪可有懷陶夢      선을 파하면 도잠陶潛 그리는 꿈을 꿀지도
淹病仍無送暢文      병들었어도 문창文暢161) 보내는 글이 없을 수야
蓮社結盟渾謾事      백련사白蓮社의 맹약은 모두 허튼일
鬢邊霜雪已三分      귀밑머리 서리 되어 벌써 세 번 이별했네
이는 유산이 지은 것이다.(酉山)
기해년 구월에 만소 이희가 방문하여 절구 한 수를 지어 주기에 이에 차운하여 봉정하였다(己亥九月李晩蘇見訪留題一絕 次韻奉呈)
遍踏山中碧蘚場      이끼 낀 산속 도량 두루 답사하고
披雲更覓小林塘      다시 구름 헤치고 작은 임당 찾았네

010_0847_a_01L明月每廻留客夜好山常對卷簾時

010_0847_a_02L玫瑰花上靑春遠碁局聲中白日遲

010_0847_a_03L重續淸遊㪅何處白雲紅樹證佳期

010_0847_a_04L歸漁山庄留別金夏篆辛卯八月

010_0847_a_05L
秋氣澄惺積翠冥半輪明月可中庭

010_0847_a_06L列朝勳業傳靑史一國淸門照德星

010_0847_a_07L山客幾霑孔融酒江商時進楚王萍

010_0847_a_08L傷心送我南州去可柰金風玉露零

010_0847_a_09L

010_0847_a_10L
乍逢旋別曉沈冥未忍相分久立庭

010_0847_a_11L日閱君詩應不蠧夢勞吾鬢易添星

010_0847_a_12L還憐秋氣鬆歸袂悵望舟行礙泛萍

010_0847_a_13L從此又當南郭去可堪籬菊任開零

010_0847_a_14L留別酉山

010_0847_a_15L
龍章鳳操久叅聞擲地金聲思不羣

010_0847_a_16L幽徑落花紛似雪繞欄芳樹藹於雲

010_0847_a_17L偶然遊世多招謗久不歸山已勒文

010_0847_a_18L細數人生今古恨最難堪是遠離分

010_0847_a_19L
鏗然竹錫遠猶聞悵望眞同放鶴羣

010_0847_a_20L楡葉西塘惟澹月橘花南嶺自孤雲

010_0847_a_21L罷禪可有懷陶夢淹病仍無送暢文

010_0847_a_22L蓮社結盟渾謾事鬢邊霜雪已三分

010_0847_a_23L己亥九月李晩蘇見訪留題一絕
010_0847_a_24L次韻奉呈

010_0847_a_25L
遍踏山中碧蘚場披雲㪅覓小林塘

010_0847_b_01L偸閒半日談心坐      틈내어 앉아서 마음 논한 한나절
翠竹高梧送晩凉      대와 오동이 서늘한 저녁 선사하네
입동일에 전의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고, 또 만소도 나가 노닐면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앞의 시에 차운하여 창암에 제하고 돌아왔다(立冬日 訪全醫不遇 又聞晩蘇亦出遊未還 遂次前韻 留題蒼巖而歸)
倦鳥歸來樹影長      나무 그림자 길어지자 지친 새들 돌아오고
層巓冉冉掛殘陽      산마루에는 뉘엿뉘엿 지는 해가 걸려 있네
惆悵鸞驂遊不返      수레 타고 나가신 분 아직 돌아오지 않아
寒城空對菊花香      썰렁한 성의 국화 향기 공연히 맡아 보네
북산도인이 매화와 난초 그림을 노래한 시에 삼가 화답하다(奉和北山道人咏畫梅畫蘭)
玉潔氷淸放寒艶      청결한 빙옥에서 피는 차가운 꽃잎
花源藏着綵雲間      채색 구름 사이에 화원이 숨었어라
䞉有先生珍管領      선생이 진관을 너끈히 손에 넣었으니
風流應不減孤山     그 풍류 고산162)보다 결코 못하지 않으리
菊香自有種        국향은 종자가 따로 있나니
產在深林間        깊은 숲속에서 태어난다오
獨把馨香德        홀로 형향의 덕을 가지고서
常怡君子顏       군자의 얼굴 펴지게 한다네요
오대산 창렬이 고호로 유당을 방문하여 석옥의 한거 시에 화운해서 나에게 부쳤기에 내가 이에 차운하여 봉정하였다(吳大山昌烈 謁酉堂於古湖 和石屋閒居韻見寄 次韻奉呈)
卜築應同西岐西      서기의 서쪽에 집을 지을 수는 있어도
風流難得似鸞溪      난계와 같은 풍류를 얻기는 어려워라
只留明月籠山靜      그저 명월 잡아 두어 산을 감싸게 하고
盡放晴雲度㵎低      맑은 구름 흩으면서 시내를 건너가네
戒德爭堪蓮出水      계율 덕행은 다투어 피는 연꽃 같고
禪心尙愧絮粘泥      선심은 진흙에 붙은 버들163) 같음 부끄럽네
忘機自有飛來鳥      기심機心을 잊으니 저절로 새가 날아와서
薄暮虛簷盡意啼     어스름 저녁에 처마에서 마음껏 울어대네
花豁夜闢雪中關      꽃 피는 봄에 눈 속의 관문을 열고
卓犖群賢與往還      탁월한 현인들과 오고 가고 하였네
傾蓋初驚仙骨秀      처음 만나서 뛰어난 선골에 놀랐고
聯襟相愛道心閒      함께 노닐며 한가한 도심을 사랑했소
當時自喜攀珠樹      당시 주수164)를 매만지며 기뻐하였으니
別後能忘對玉山      이별 뒤 옥산165)의 대면을 잊을 수 있으리오
今日煩封霞上作      오늘 하상의 작품을 번거롭게 봉하시어
多情遠寄白雲閒     다정하게 백운 속에 멀리 부치셨구려
舞鸞騫鳳兩難分      난새인지 봉황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翡翠蘭苕照更薰      비취와 난초 어울린 듯 더욱 화려해라
絕操由來多不唱      절창은 본래 따라 부르기 어려운 법
陋方能得幾廻聞      누방에서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었으랴
論心未卜靑山雨      마음은 논해도 청산의 비는 점칠 수 없고
望眼長穿碧海雲      눈 들어 벽해의 구름 뚫어지게 바라보네

010_0847_b_01L偸閒半日談心坐翠竹高梧送晩凉

010_0847_b_02L立冬日 訪全醫不遇 又聞晩蘇
010_0847_b_03L亦出遊未還 遂次前韻 留題蒼巖
010_0847_b_04L而歸

010_0847_b_05L
倦鳥歸來樹影長層巓冉冉掛殘陽

010_0847_b_06L惆悵鸞驂遊不返寒城空對菊花香

010_0847_b_07L奉和北山道人咏畫梅畫蘭

010_0847_b_08L
玉潔氷淸放寒艶花源藏着綵雲間

010_0847_b_09L䞉有先生珍管領風流應不減孤山(一)

010_0847_b_10L國香自有種產在㴱林間

010_0847_b_11L獨把馨香德常怡君子顏(二)

010_0847_b_12L吳大山昌烈 謁酉堂於古湖和石
010_0847_b_13L屋 閒居韻見 寄次韻奉呈

010_0847_b_14L
卜築應同西岐西風流難得似鸞溪

010_0847_b_15L只留明月籠山靜盡放晴雲度㵎低

010_0847_b_16L戒德爭堪蓮出水禪心尙愧絮粘泥

010_0847_b_17L忘機自有飛來鳥薄暮虛簷盡意啼(一)

010_0847_b_18L花豁夜闢雪中關卓犖羣賢與往還

010_0847_b_19L傾蓋初驚仙骨秀聯襟相愛道心閒

010_0847_b_20L當時自喜攀珠樹別後能忘對玉山

010_0847_b_21L今日煩封霞上作多情遠寄白雲閒(二)

010_0847_b_22L舞鸞騫鳳兩難分翡翠蘭苕照㪅薰

010_0847_b_23L絕操由來多不唱陋方能得幾廻聞

010_0847_b_24L論心未卜靑山雨望眼長穿碧海雲

010_0847_c_01L安得身生雙羽翰      어떡하면 이 몸에 양 날개가 돋아나서
飛空自在若鴻奔     기러기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볼까
草香步步軟金沙      향기로운 풀에 걸음마다 부드러운 금모래166)
樹老枝枝掛月蘿      고목 가지마다 달빛 어린 넝쿨나무 걸렸네
檐溜滴殘知雨捲      낙숫물 소리로 비가 그친 것을 알겠고
窓陰斷續認雲過      창가의 그늘로 구름이 지남을 알겠네
林間異鳥秋來少      숲속의 기이한 새는 가을 들어 줄어들고
花外靑山日暮多      꽃 너머 푸른 산은 해가 저물며 늘어나네
物物拈來總家事      어느 것을 가져와도 모두 집안의 일
塵緣無一可消磨     지워 버릴 속진의 인연 하나도 없네
安瀾淨水照靈臺      고요히 멈춰 영대를 비추는 물
曾向胷中寶鑑開      가슴속을 향해 보감을 열었네
半歲交情鸎化去      반년의 우정은 꾀꼬리처럼 떠나가고
一天凉意鴈將來      차가운 계절이 기러기 따라 찾아왔네
只應同酌孔融酒      공융의 술잔167)을 주고받아야 마땅할 터
誰復能忘庾信哀      유신의 비애168)를 누가 또 잊을 수 있으리
重理殘梅塵裏閣      진세의 누각에서 잔매를 다시 감상하며
碧紗籠月影難裁     벽사가 감싼 달그림자 정을 누르기 어려워라
陂水明涵岸上家      방죽 물 위에 선명히 비치는 언덕 위의 집
晩芳花色淨年華      늦 계절의 꽃 색깔이 봄빛보다 깨끗해라
人閒野艇橫孤渡      사람이 없는 시골 배는 외로이 횡단하고
城近笙歌聞兩涯      성 근처 피리 소리 물가 양쪽에 들려오네
月露成章騰曙鳳      월로의 문장을 이루니 새벽 봉황이 날고
雲英落紙綰秋蛇      운영의 종이에 붓을 대니 가을 뱀 잡아맨 듯
雅俗淸塵元一致      아속과 청진이 원래 일치하나니
不別鳴蟬與噪鴉     매미와 까마귀 소리 구별할 것 없도다
理將歸一自生層      하나로 돌아가도 원래 층이 나는 법
拋得自然未易能      포기는 자연히 쉽게 할 수 없다네
事去心懷寒似水      일이 지나 심회는 물처럼 차갑고
病來骨格瘦如藤      병이 들어 골격은 등나무처럼 말랐네
密雲苦嶂尋眞客      구름 짙은 산에서 진리 찾는 객이요
疊巘爭環出定僧      첩첩산중에서 선정을 파한 중이라
但使靈源澄得徹      마음의 근원이 맑아질 수만 있다면
不妨輕浪舞萍菱     물결에 춤추는 마름이야 상관있으랴
霜露流天玉宇澄      상로의 기운 자욱한 맑은 하늘 위에
鴈來鷰去謾飛騰      제비는 떠나가고 기러기 날아오네
地緣心淨閒方好      땅은 마음이 맑아서 한가함 새삼 느끼고
景得時良趣更增      경치는 시절이 좋아서 흥취 더욱 우러나네
竹籟蕭凉疑有雨      댓잎 소리 스산해서 비가 오나 의심했고
松庵幽寂似無僧      솔숲 암자 적막해 스님 없는 줄 알았네
眞交惟賴靑山在      진정한 벗은 바로 청산이 있지 않나
蒼翠臨軒不世情     난간에 임한 푸른 빛 세속 정 아니네
秋意眞堪雨後誇      비 온 뒤에 한결 돋보이는 가을의 뜻
故將淸景媚山家      맑은 경치로 산골 집 곱게 단장했네
山明氣爽松凝籟      삽상한 산기운에 솔바람 소리 엉겨 붙고
露冷風凄菊放花      찬 이슬 바람 맞고 국화는 꽃을 터뜨리네
石面雲生開錦繡      바위에 구름 일며 금수가 펼쳐지고
庭心苔遍沒泥沙      뜨락에 이끼 가득 진흙을 뒤덮었네

010_0847_c_01L安得身生雙羽翰飛空自在若鴻奔(三)

010_0847_c_02L艸香步步軟金沙樹老枝枝掛月蘿

010_0847_c_03L檐溜滴殘知雨捲窓陰斷續認雲過

010_0847_c_04L林間異鳥秋來少花外靑山日暮多

010_0847_c_05L物物拈來總家事塵緣無一可消磨(四)

010_0847_c_06L安瀾淨水照靈臺曾向胷中寶鑑開

010_0847_c_07L半歲交情鸎化去一天凉意鴈將來

010_0847_c_08L只應同酌孔融酒誰復能忘庾信哀

010_0847_c_09L重理殘梅塵裏閣碧紗籠月影難裁(五)

010_0847_c_10L陂水明涵岸上家晩芳花色淨年華

010_0847_c_11L人閒野艇橫孤渡城近笙歌聞兩涯

010_0847_c_12L月露成章騰曙鳳雲英落紙綰秋蛇

010_0847_c_13L雅俗淸塵元一致不別鳴蟬與噪鴉(六)

010_0847_c_14L理將歸一自生層拋得自然未易能

010_0847_c_15L事去心懷寒似水病來骨格瘦如藤

010_0847_c_16L密雲苦幛尋眞客疊巘爭環出㝎僧

010_0847_c_17L但使靈源澄得徹不妨輕浪舞萍菱(七)

010_0847_c_18L霜露流天玉宇澄鴈來鷰去謾飛騰

010_0847_c_19L地緣心淨閒方好景得時良趣㪅增

010_0847_c_20L竹籟蕭凉疑有雨松庵幽寂似無僧

010_0847_c_21L眞交惟賴靑山在蒼翠臨軒不世情(八)

010_0847_c_22L秋意眞堪雨後誇故將淸景媚山家

010_0847_c_23L山明氣爽松凝籟露冷風凄菊放花

010_0847_c_24L石面雲生開錦繡庭心苔遍沒泥沙

010_0848_a_01L與君安得同心坐      어떡하면 그대와 한마음으로 앉아서
看盡斜陽暎落霞     석양에 비치는 저녁노을 만끽할꺼나
遐心長荷費幽尋      승경을 찾는 마음을 항상 지니다가
明月風流傍道林      명월의 풍류를 도림 곁에서 누리네
古雅裁將詩思遠      시상이 원대해서 옛 노래 지어내고
淸眞道得性情深      성정이 깊어서 청진의 도를 얻었네
江山特地呈新樣      강산이 특별히 새 모습을 보여 주나니
風雨今朝解積陰      풍우가 오늘 아침 쌓인 음기 해소했네
金策鏗聲猶未振      금 지팡이 소리 아직 울리지 않았는데169)
憑誰說與此時心     누가 지금 이 마음을 설명해 줄거나
體瑩俱已澹無推      전체가 형철하고 담박하기 그지없지만
只欠同看竹裏棋      단지 흠은 죽림서 함께 바둑 못 두었네
象外烟霞非爾主      물외의 연하는 그대가 주인 아니거니
壺中風景有誰知      호로병 속의 풍경을 아는 자 누구일까
空花盡使消銀海      허공꽃이 모두 눈동자에서 사라지고
靈液能敎潤玉池      영액이 입안에 가득 고이게 한다네
排遣四魔無定力      사마170)를 물리칠 선정의 힘이 없나니
此時㝡是憶君時十一      이런 때에 그대가 가장 생각난다오십일
有誰同此展弘模      이 큰 판국을 누구와 함께 펼쳐 볼까
遊戱靈丘得上圖      선경에서 노니는 것이 제일 상책일세
法演三周來寶塔      보탑에 와서 삼주171)의 법문을 설하고
泉含八德近香廚      향주에 가까운 샘은 팔덕172)을 갖추었네
林藏宿霧花仍濕      숲에 잠긴 안개로 꽃은 습기에 마냥 젖고
庭泊濃陰蘚不枯      뜰에 드리운 그늘로 이끼는 마르지 않네
禪誦讒過竹爐冷      염불을 마치자마자 죽로가 식어
更添殘火換銅爐十二      다시 불씨를 더해서 동로로 바꾸네십이
화원에서 북산도인 변지화에게 화답하다2수. 북산이 이때 진도 목관에 임명되었다. 임진년(1832, 순조32)(花源奉和北山道人卞持和二首 北山時任珍島牧官 壬辰)
心路曾敎一線通      마음 길이 일직선으로 통하고 나서
今朝始拂彩雲紅      오늘 아침 비로소 채색 구름 헤쳤네
琴淸官閣長閒日      관각의 맑은 거문고 소리 종일 한가하고
樹近凉檐引細風      나무숲 가까운 처마에 미풍 이네
至理嘆君談實相      실상을 말하는 지리는 그대에게 감탄하고
玄機愧我悟眞空      진공을 깨닫는 현기는 내가 부끄러울 따름
何時更會碧山夜      어느 때 푸른 산 밤중에 다시 만나
共證無生明月中     밝은 달빛 속에 무생을 함께 논할꺼나
藍輿竹錫許相通      벼슬하는 그대와 대 지팡이 짚은 내가 교류하니
洞口桃花藹暎紅      동구의 복사꽃은 아련히 붉게 비치네
山深宛若神仙府      산이 깊어 완연히 신선의 고을이요
海隔疑無世俗風      바다로 막혀 세속의 바람도 없을 듯
日落孤亭寒照水      해 지는 썰렁한 정자 물 위에 비치고
烟消遠黛碧連空      연무 걷힌 푸른 능선 허공에 맞닿았네
野菊生香時節近      들국화 향기 물씬한 시절이 가까우니
幽期細繹月明中     달 밝은 속에 만나 천천히 음미해 봤으면
봄날에 비에 막혀 호산 정 처사 산장에 머물다3수(春日滯雨葫山鄭處士山莊三首)

010_0848_a_01L與君安得同心坐看盡斜陽暎落霞(九)

010_0848_a_02L遐心長荷費幽尋明月風流傍道林

010_0848_a_03L古雅裁將詩思遠淸眞道得性情㴱

010_0848_a_04L江山特地呈新樣風雨今朝解積陰

010_0848_a_05L金策鏗聲猶未振憑誰說與此時心(十)

010_0848_a_06L體瑩俱已澹無推只欠同看竹裏棋

010_0848_a_07L象外烟霞非爾主壺中風景有誰知

010_0848_a_08L空花盡使消銀海靈液能敎潤玉池

010_0848_a_09L排遣四魔無定力此時㝡是憶君時(十一)

010_0848_a_10L有誰同此展弘模遊戱靈丘得上圖

010_0848_a_11L法演三周來寶塔泉含八德近香廚

010_0848_a_12L林藏宿霧花仍濕庭泊濃陰蘚不枯

010_0848_a_13L禪誦讒過竹爐冷㪅添殘火換銅爐(十二)

010_0848_a_14L花源奉和北山道人卞持和二首

010_0848_a_15L時任珍島
牧官壬辰

010_0848_a_16L
心路曾敎一線通今朝始拂彩雲紅

010_0848_a_17L琴淸官閣長閒日樹近凉檐引細風

010_0848_a_18L至理嘆君談實相玄機愧我悟眞空

010_0848_a_19L何時㪅會碧山夜共證無生明月中(一)

010_0848_a_20L藍輿竹錫許相通洞口桃花藹暎紅

010_0848_a_21L山㴱宛若神仙府海隔疑無世俗風

010_0848_a_22L日落孤亭寒照水烟消遠黛碧連空

010_0848_a_23L野菊生香時節近幽期細繹月明中(二)

010_0848_a_24L春日滯雨葫山鄭處士山莊三首

010_0848_b_01L
徵君別業近        그대가 별장으로 불러 줘서
佳節赴幽期        가절에 약속 지켜 찾아갔네
地暖春常早        땅이 따스해 봄이 항상 빠르고
風恬花謝遲        바람이 순해서 꽃이 늦게 지네
林藏山雨細        숲에 숨은 산 비는 가늘게 내리고
門到世人稀        문은 세상 사람이 거의 찾지 않네
信宿芝蘭室        지란의 방에서 이틀 밤을 묵었더니
淸香滿客衣       맑은 향기가 나그네 옷에 가득하네
性本愛山水        본래 산수를 좋아하는 성품이라
早懷遺世情        세상 떠날 마음을 일찍 지녔다네
幽貞欣獨就        은둔의 길을 홀로 기꺼이 택했나니
名節羨雙淸        이름과 절조가 맑은 것이 부러워라
煉藥周芳澤        약을 만들어 널리 혜택을 베풀고
執蘭拾翠馨        난초를 쥐고서 향기를 모은다네
時來成夜宿        때때로 찾아와 밤에 묵곤 하나니
惟德近休明       그 덕이 휴명의 시대에 가깝다네
斯人德義全        덕성과 의리가 모두 온전하신 분
文采世俱賢        그 문채 세상에서 우러러본다네
信矣仁在良        인애가 양심에 있다는 말 미덥나니
以之景物妍        그 때문에 경물도 더욱 아름답다네
林端朝遠嶠        나무숲 끝에 멀리 아침에 보이는 산
竹裏響幽泉        대숲 속에 그윽이 울리는 샘물 소리
更有淸宵笛        여기에 또 맑은 밤의 피리 가락이
細揚雲外綿       구름 너머 가늘게 잇따라 날아가네
처사 정지묵의 만사(鄭處士志默挽詞)
早謝人間名利場      명리 다투는 인간 세상 일찍 사절하고
南郊卜築水雲鄕      남쪽 교외 수운향에 터 잡고 살았다네
誰知事外乾坤靜      일 밖에 건곤이 고요한 것을 누가 알까
自愛閒中日月長      한가한 중에 일월이 긴 것을 사랑했네
慕古思張三代敎      옛날을 사모해서 삼대의 가르침 펼쳤고
濟時勤採百花香      백화의 향을 채취해 시대 구제하려 했네
晨煙暮靄家林適      아침저녁 연무 속에 동산에서 자적했고
春煦秋陰世事將      봄과 가을 경치 속에 세상일을 보냈다오
夷晧菁華尋斷馥      이호의 청화의 끊어진 향기를 찾고
隨光英積繼餘芳      수광의 영적의 남은 향기를 이었네
藝臺未暇拈銀筆      예대에선 은필을 쥘 겨를이 없었지만
蘭谷先驚下玉霜      난곡에선 옥상이 내리자 먼저 놀랐네
共惜顔回竟短折      안회가 끝내 요절한 것을 모두 슬퍼하고
俱憐徐穉徒賢良      서치가 단지 현량한 것을 모두 동정하네
好廉克己顯名節      호렴과 극기의 명절이 드러났나니
誄德無人加惠康      혜강의 뇌덕을 가할 사람이 없어라
兒女還當逢地下      지하에 내려가 다시 아녀를 만나리니
恩憐應不改天常      은애의 인륜이 응당 변하지 않으리라
贈終也有靑山客      청산의 나그네가 마지막 길 보내면서
哭向秋風淚染裳      추풍 속에 곡하니 눈물이 옷을 적시네
북산도인에게 화답하다(奉和北山道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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徵君別業近佳節赴幽期

010_0848_b_02L地暖春常早風恬花謝遲

010_0848_b_03L林藏山雨細門到世人稀

010_0848_b_04L信宿芝蘭室淸香滿客衣(一)

010_0848_b_05L性本愛山水早懷遺世情

010_0848_b_06L幽貞欣獨就名節羨雙淸

010_0848_b_07L煉藥周芳澤執蘭拾翠馨

010_0848_b_08L時來成夜宿惟德近休明(二)

010_0848_b_09L斯人德義全文采世俱贒

010_0848_b_10L信矣仁在良以之景物妍

010_0848_b_11L林端朝遠嶠竹裏響幽泉

010_0848_b_12L㪅有淸宵笛細揚雲外綿(三)

010_0848_b_13L鄭處士志默挽詞

010_0848_b_14L
早謝人間名利場南郊卜築水雲鄕

010_0848_b_15L誰知事外乾坤靜自愛閒中日月長

010_0848_b_16L慕古思張三代敎濟時勤採百花香

010_0848_b_17L晨煙暮靄家林適春煦秋陰世事將

010_0848_b_18L夷晧菁華尋斷馥隨光英積繼餘芳

010_0848_b_19L藝臺未暇拈銀筆蘭谷先驚下玉霜

010_0848_b_20L共惜顏回竟短折俱憐徐稺徒賢良

010_0848_b_21L好廉克己顯名節誄德無人加惠康

010_0848_b_22L兒女還當逢地下恩憐應不改天常

010_0848_b_23L贈終也有靑山客哭向秋風淚染裳

010_0848_b_24L奉和北山道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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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書六藝具精通      시서 육예에 모두 정통함은 물론이요
文采雙全曉日紅      문채도 완전해서 붉은 아침 해 같아라
北老詞華繁玉露      북로의 사화는 옥 이슬이 맺힌듯
晶翁神氣濯淸風      정옹의 신기는 맑은 바람 불어오듯
黃花宿約時將近      황화의 약속 날짜 점점 다가오는데
明月佳氣已半空      명월의 맑은 기운은 벌써 반공중에
靜掃明窓常獨坐      창가를 정돈하고 홀로 앉아 있노라면
秋山蒼翠冷烟中      가을 산은 찬 안개 속에 더욱 푸르네
정양도인 신태희에게 화답하다5수. 해남현감이다. 임진년(奉和晶陽道人申泰熙五首 海南縣監 壬辰)
休官彭澤羨明通      명통이 부러워 팽택의 벼슬 그만두고
投紱歸誰面發紅      벼슬 내놓고 고향 오니 얼굴 밝아지네
無事每邀東嶺月      할 일 없이 동산의 달을 매번 마중하고
長閒高臥北窓風      한가로이 북창에 누워 바람을 맞는다네
眞情直寫詩常好      진정을 토로하는 시가 언제나 좋고
至樂惟須酒不空      지락은 오로지 술독이 비지 않는 것
公亦何時披鶴氅      공도 어느 때나 학창의 걸쳐 입고
淸琴坐撫草廬中     초려에 앉아 거문고를 연주하려나
邊城秋晩葉辭林      변성의 늦가을에 낙엽은 숲을 하직하고
水國天長鴈影沈      수국의 먼 하늘에 기러기 그림자 잠기네
從古罕聞賢得意      예로부터 현인이 뜻 얻기 쉽지 않았는데
況今易會好知音      더구나 지금 지음을 만나기가 쉽겠는가
遐荒懶撫猗蘭操      변방에서 의란조173)를 연주하려 하지 않고
北極常懸捧日心      항상 마음으로 북극의 임금님 그린다오
妙手開張新聖化      묘한 솜씨 발휘하며 성화를 새롭게 해
務宣仁政入人深     힘써 인정 펼쳐 사람을 깊이 감화시키리라
秋意無端塞鴈傳      기러기가 무단히 전해 주는 가을 정취
異鄕懷抱感蕭然      타향의 회포가 숙연하게 느껴지누나
畫船孤負澄江月      맑은 강물 달빛 홀로 등진 그림배요
古壘寒生薄暮烟      어스름 저녁연기 일어나는 옛 보루라
窓外莎雞鳴不盡      창밖에는 끝없이 귀뚜라미 울음소리
夢中莊蝶去無邊      꿈속 장주莊周의 나비는 멀리 날아갔네
寛愁有酒誰同酌      시름 풀 술잔을 누구와 함께 들꺼나
尙友須親卷裏賢     서책 속의 옛 현인을 벗할 수밖에
高賢每恨不曾逢      고현을 만나지 못함을 한탄하면서
師友時時憶遠公      사우가 때때로 공을 멀리 생각하네
綺語删窮餘是訥      기어를 지우고 남는 것은 눌언訥言이요
壯心降盡已無雄      장심을 내려놓아 웅심雄心 이미 없어라
松間赴約多情月      약속 지키러 가는 소나무의 다정한 달
林下請交可意風      사귀고 싶은 숲속의 마음에 맞는 바람
物物消融歸自己      만물을 융화하여 자기에게 돌리면
無情還與有情同     무정물도 유정물과 다름없으리라
大道蹭蹬久不留      대도가 험난하니 오래 머물 수 있나
氷盈懷抱雪盈頭      회포엔 얼음 가득 머리엔 흰 눈 가득
天時可忍黃花老      이 시절에 황화가 차마 시들게 할 수야
風景還驚碧海秋      푸른 바다 가을 풍경 오히려 놀라워라
靈藥誰同雲外採      영약을 누구와 함께 구름 밖에서 캘까
枯枝自向㵎邊收      마른 가지를 시냇가에서 절로 거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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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書六藝具精通文采雙全曉日紅

010_0848_c_02L北老詞華繁玉露晶翁神氣濯淸風

010_0848_c_03L黃花宿約時將近明月佳氣已半空

010_0848_c_04L靜掃明窓常獨坐秋山蒼翠冷烟中

010_0848_c_05L奉和晶陽道人申泰熙五首 海南縣
監n壬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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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官彭澤羨明通投紱歸誰面發紅

010_0848_c_07L無事每邀東嶺月長閒高臥北窓風

010_0848_c_08L眞情直寫詩常好至樂惟須酒不空

010_0848_c_09L公亦何時披鶴氅淸琴坐撫艸廬中(一)

010_0848_c_10L邊城秋晩葉辭林水國天長鴈影沈

010_0848_c_11L從古罕聞賢得意況今易會好知音

010_0848_c_12L遐荒懶撫猗蘭操北極常懸捧日心

010_0848_c_13L妙手開張新聖化務宣仁政入人㴱(二)

010_0848_c_14L秋意無端塞鴈傳異鄕懷抱感蕭然

010_0848_c_15L畫船孤負澄江月古壘寒生薄暮烟

010_0848_c_16L窓外莎鷄鳴不盡夢中莊蝶去無邊

010_0848_c_17L寛愁有酒誰同酌尙友須親卷裏賢(三)

010_0848_c_18L高賢每恨不曾逢師友時時憶遠公

010_0848_c_19L綺語删竆餘是訥壯心降盡已無雄

010_0848_c_20L松間赴約多情月林下請交可意風

010_0848_c_21L物物消融歸自己無情還與有情同(四)

010_0848_c_22L大道蹭蹬久不留氷盈懷抱雪盈頭

010_0848_c_23L天時可忍黃花老風景還驚碧海秋

010_0848_c_24L靈藥誰同雲外採枯枝自向㵎邊收

010_0849_a_01L遙遙南國蘭成望      멀리 남쪽 나라를 난성174)처럼 바라보며
獨倚欄干生暮愁     홀로 난간에 기대니 저녁 시름 몰려오네
정양이 청량사 모임의 내 시에 화운하여 보내왔기에 내가 다시 화답하다8수(晶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 復和答之八首
一睡過三春        한 번의 잠에 삼춘이 지나가고
門縈藤蘿互        문에는 등라 덩굴이 뒤엉겼네
雲凉通臥內        구름 조각이 침실까지 들어오고
苔色上衣屨        이끼 빛이 신발과 옷 위에 올라오네
花飛自盈庭        꽃잎이 휘날려 절로 뜰을 채우고
錯雜如綉布        수놓은 옷감처럼 서로 뒤섞이네
如何絕澗烟        어찌하여 깊은 골짜기 연무가
冥冥含莫樹        저녁 숲을 침침하게 에우는 걸까
此地最幽野        이 땅이 가장 그윽한 곳이라서
遊子多迷誤        나그네가 많이 길을 잃는다네
問君何得住        그대는 어떻게 여기에 거하는가
住得緣無慕        그것은 바라는 것이 없어서라오
人生期百年        우리 인생 백 년을 기약해도
彈指已云故        순식간에 벌써 지나고 마네
佳山及麗水        좋은 산 그리고 좋은 물을
猶未遑一顧        한번 돌아볼 틈이나 있겠는가
松埏草未宿        소나무 길엔 풀이 아직 묵지 않고
蕙帳塵已汚        난초 장막은 먼지로 더러워졌네
生爲三才中        삼재의 하나로 태어나면서
洪均受天賦        천성을 골고루 품부 받았네
徒謂方寸內        우리 마음 안에 모든 이치를
森然衆理具        삼연히 구비했다 말을 할 따름
未明一事歸        하나도 못 밝히고 돌아간다면
悲風凝墓樹        무덤 나무에 바람이 슬프리라
耳目豈不聰        이목이 어찌 총명하지 않으랴만
良導悔不遇       좋은 스승 만나지 못함 후회되네
嶺海早曾懷抱寬      산과 바다에서 일찍이 회포 풀었고
瘴煙飮盡齒猶寒      이가 시리도록 장연을 실컷 마셨네
流水繞門山對戶      물이 문을 휘돌고 산을 마주 대하는 곳
雲霞五色坐中看     오색구름 노을을 앉아서 바라보네
幾坐疎星曉        몇 번이나 별 성긴 새벽에 앉아
相思明月夕        달 밝은 밤의 일을 생각했던가
所思在何處        생각하는 것은 어디에 있나
烟柳蔭長陌        버들 그늘 드리운 기나긴 도로
春酒淸如澠        봄 술은 맑기가 민수澠水와 같고175)
春陰濃欲滴        짙은 봄 그늘은 방울져 떨어질 듯
一醉大化中        대화 속에 한번 취하고 보면
萬事眞兒劇        만사가 참으로 아이들 장난 같구나
緬遊羲皇上        멀리 희황의 시대로 돌아가서
逸嘯方自得        한가히 파람 불며 자득하노라
風雨醉一醒        비바람 속에 취한 것도 깨어나고
天地洗更碧        천지도 씻겨서 더욱 산뜻하네

010_0849_a_01L遙遙南國蘭成望獨倚欄干生暮愁(五)

010_0849_a_02L晶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復和
010_0849_a_03L答之八首 [2]

010_0849_a_04L
一睡過三春門縈藤蘿互

010_0849_a_05L雲凉通臥內苔色上衣屨

010_0849_a_06L花飛自盈庭錯雜如綉布

010_0849_a_07L如何絕澗烟冥冥含莫樹

010_0849_a_08L此地最幽野遊子多迷誤

010_0849_a_09L問君何得住住得緣無慕

010_0849_a_10L人生期百年彈指已云故

010_0849_a_11L佳山及麗水猶未遑一顧

010_0849_a_12L松埏草未宿蕙帳塵已汚

010_0849_a_13L生爲三才中洪均受天賦

010_0849_a_14L徒謂方寸內森然衆理具

010_0849_a_15L未明一事歸悲風凝墓樹

010_0849_a_16L耳目豈不聰良導悔不遇(一)

010_0849_a_17L嶺海早曾懷抱寬瘴煙飮盡齒猶寒

010_0849_a_18L流水繞門山對戶雲霞五色坐中看(二)

010_0849_a_19L幾坐疎星曉相思明月夕

010_0849_a_20L所思在何處烟柳蔭長陌

010_0849_a_21L春酒淸如澠春陰濃欲滴

010_0849_a_22L一醉大化中萬事眞兒劇

010_0849_a_23L緬遊羲皇上逸嘯方自得

010_0849_a_24L風雨醉一醒天地洗㪅碧

010_0849_b_01L爲問寒巖翁        물어봅시다 한산寒山 노인이여
底事入山石       무슨 일로 산골에 들어왔는지
一對玉山         한번 옥산을 대하면
塵心昭曠         티끌 마음 정화되고
妙論入髓         묘론이 골수에 들면
如醉仙釀         신선의 술에 취한 듯
靜濯心垢         마음의 때를 씻어 내면
爽起昏恙         현기증도 거뜬하다네
春風一別         봄바람 속에 이별했다가
秋月再訪         가을 달 아래 다시 찾았네
蕙媚幽姿         그윽한 자태 뽐내는 난초요
菊修彩樣         문채가 돋보이는 국화로세
解塵成契         세상 굴레 벗고서 계합을 하고
飮露同唱         이슬 마시면서 함께 노래하네
韓顚奚追         한전이 어떻게 쫓아오리오
周閔不讓         주민도 양보하지 않는다네
會當遐擧         당연히 멀리 떠날 것이니
遠期雲上        기약은 저 높은 구름 위까지
正毅廉平總有能      정의와 염평의 능력을 모두 지니고
靈臺淨似玉壺氷      영대가 옥호의 얼음처럼 정결하네
佳期細憶橘中叟      장래의 기약은 귤 속의 노인176)을 떠올리고
貧病遙憐林下僧      병든 지금은 숲속의 승려를 동경하네
一闋楚詞歌夜雨      초나라 가사 본받아 밤비를 노래하고
半瓶鄭酒話春燈      정나라 술 마시며 봄 등불 아래 얘기하네
何時象外雲間路      어느 때나 세상 밖 구름 속의 길을 따라
踏破蒼苔曳瘦藤     푸른 이끼 밟으며 지팡이 끌어 볼꼬
語稀無俗韻        속된 음운 없이 말도 드문드문
地僻靜鳴珂        외진 땅에 울리는 말방울 소리
已矣靑春老        아서라 청춘이 이제 늙었나니
悠哉好事過        좋은 일은 어느새 다 지나갔네
晴欄垂柳細        난간의 버들 가늘게 늘어지고
晩徑落花多        저녁 오솔길에 낙화도 많아라
漸得安閒趣        점차 편안하고 한가한 정취 얻어
開顔對薜蘿       얼굴 펴고서 벽라를 대하노라
漸與世相冥        점차로 세상과 멀어지면서
塵毛取次歇        속진이 차례로 사그라지네
時來拾得翁        가끔 습득 노인이 찾아와서
共證指端月       손가락 끝의 달을 함께 논한다네
북산이 앞 시에 화운하여 나에게 부치면서 화답을 청하기에7수(北山和前韻寄來求和七首)
胷海安瀾靜靈臺      가슴속이 편안하고 영대가 고요하면
人間無處不佳境      인간 세상 어디나 좋지 않은 곳이 없네
隨所立處作得主      서 있는 곳마다 주인이 될 수 있나니
肯別空山與華省      공산과 화성을 구별할 것 있으리오
莫道空山閒意饒      공산이 한가하다 말하지도 말 것이요
休向華省惜俄頃      화성의 시간을 아까워하지도 말 것이라
一般人間無彼此      보통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없나니
只要眞工勇加猛      단지 용맹 공부를 참되게 해야겠지

010_0849_b_01L爲問寒巖翁底事入山石(三)

010_0849_b_02L一對玉山塵心昭曠

010_0849_b_03L妙論入髓如醉仙釀

010_0849_b_04L靜濯心垢爽起昏恙

010_0849_b_05L春風一別秋月再訪

010_0849_b_06L蕙媚幽姿菊修彩樣

010_0849_b_07L解塵成契飮露同唱

010_0849_b_08L韓顚奚追周閔不讓

010_0849_b_09L會當遐擧遠期雲上(四)

010_0849_b_10L正毅廉平總有能靈臺淨似玉壺氷

010_0849_b_11L佳期細憶橘中叟貧病遙憐林下僧

010_0849_b_12L一闋楚詞歌夜雨半瓶鄭酒話春燈

010_0849_b_13L何時象外雲間路踏破蒼苔曳瘦藤(五)

010_0849_b_14L語稀無俗韻地僻靜鳴珂

010_0849_b_15L已矣靑春老悠哉好事過

010_0849_b_16L晴欄垂柳細晩徑落花多

010_0849_b_17L漸得安閒趣開顏對薜蘿(六)

010_0849_b_18L漸與世相冥塵毛取次歇

010_0849_b_19L時來拾得翁共證指端月

010_0849_b_20L北山和前韻寄來求和七首

010_0849_b_21L
胷海安瀾靜靈臺人間無處不佳境

010_0849_b_22L隨所立處作得主肯別空山與華省

010_0849_b_23L莫道空山閒意饒休向華省惜俄頃

010_0849_b_24L一般人間無彼此只要眞工勇加猛

010_0849_c_01L勇猛工夫無證修      용맹 공부에 증수할 것이 없게 된다면
許君堪受輪王請     그대가 윤왕의 청을 받을 만하다 인정하리
春月娟娟夜意寬      곱디고운 봄달 넉넉한 밤의 정취
小樓吹徹玉笙寒      작은 누대에 기대어 옥 피리 부네
妙手今無摩詰在      마힐177)의 묘한 솜씨 지금 있지 않으니
請誰離得畫中看     누구에게 부탁해 그림으로 구경할까
時沒去來今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없나니
龍漢即一夕        용한178)도 바로 하루 저녁에 불과할 뿐
香海不盈勺        향해179)로도 한 잔을 채우지 못하나니
世界分區陌        세계는 구맥으로 나뉘어지는도다
眞常絕欣悲        진상은 기쁨과 슬픔 여의었는데
涕淚緣誰滴        누구 때문에 눈물방울 떨구는가
況復造化能        더구나 조화의 권능에 속하는데
那由敢戱劇        무엇 때문에 감히 희극을 벌이는가
掃白丹不效        단을 안 배워도 백발을 지우나니
求玄方得得        도를 구해야만 자유로워지리라
焉知華藏界        어찌 알리요 연화장蓮華藏 세계에는
珠樓聳金碧        주루가 화려하게 솟아 있는 것을
玄鬢長不改        검은 머리가 길이 변하지 않나니
銖衣拂劫石       수의로 겁석을 스쳐 없어질 때까지180)
養靜北山         북산에서 정양하는 것은
思愜幽曠         마음이 그윽하고 텅 비어 흡족하네
氣全容寂         기운 온전하고 용모 적막하니
烟霞久釀         연하 속에서 오래 빚었음이라
梨棗生心         좋은 책 만들어 마음을 펼치니
焉有閒恙         어찌 한가히 병이 있겠는가
尙友悠悠         옛 현인을 벗으로 삼으려고
惟古是訪         서책 속을 두루 찾아다닌다네
雲松虛襟         운송과 같은 텅 빈 가슴이요
水月眞樣         수월과 같은 참된 모습이라
淸咏孤發         홀로 발하는 맑은 노래여
白雪其唱         부르나니 백설곡181)이라네
鶴書再飛         학서가 재차 날아와도
竟不宥讓         끝내 신념을 변치 않고서182)
銀章照秋         은장183)을 가을날에 비추며
遠鎭海上        멀리 바닷가까지 진수하네
心跡相幷愧未能      마음과 자취 일치 안 돼 부끄러워
舊時懷抱冷如氷      예전의 회포 차갑기가 얼음 같네
誰知華表歸來鶴      누가 알까 화표에 돌아온 학이
早是林間入定僧      일찍 숲속에서 입정한 중인 줄을
賸有綺思籠彩筆      생각은 화려하게 채필을 감돌건만
羞將衰髮照靑燈      쇠한 머리칼 민망하게 청등을 비추네
年來我亦師無語      연래에 나도 무언을 스승 삼아
奮刃芟除爛葛藤     칼 휘둘러 엉긴 갈등 베고 있다오
空庭山雨霽        빈 뜨락에 산비가 그친 뒤에
石瀨響淸珂        돌 여울 음향이 맑게 울리네
採蜜蜂紛纂        꿀 따는 벌들 바쁘게 모여들고
含泥鷰數過        진흙 문 제비들 자주 지나가네

010_0849_c_01L勇猛工夫無證修許君堪受輪王請(一)

010_0849_c_02L春月娟娟夜意寬小樓吹徹玉笙寒

010_0849_c_03L妙手今無摩詰在猜誰離得畫中看(二)

010_0849_c_04L時沒去來今龍漢即一夕

010_0849_c_05L香海不盈勺世界分區陌

010_0849_c_06L眞常絕欣悲涕淚緣誰滴

010_0849_c_07L況復造化能那由敢戱劇

010_0849_c_08L掃白丹不效求玄方得得

010_0849_c_09L焉知華藏界珠樓聳金碧

010_0849_c_10L玄鬢長不改銖衣拂刼石(三)

010_0849_c_11L養靜北山思愜幽曠

010_0849_c_12L氣全容寂烟霞久釀

010_0849_c_13L梨棗生心焉有閒恙

010_0849_c_14L尙友悠悠惟古是訪

010_0849_c_15L雲松虛襟水月眞樣

010_0849_c_16L淸咏孤發白雪其唱

010_0849_c_17L鶴書再飛竟不宥讓

010_0849_c_18L銀章照秋遠鎭海上(四)

010_0849_c_19L心跡相幷愧未能舊時懷抱冷如氷

010_0849_c_20L誰知華表歸來鶴早是林間入定僧

010_0849_c_21L䞉有綺思籠彩筆羞將衰髮照靑燈

010_0849_c_22L年來我亦師無語奮刃芟除爛葛藤(五)

010_0849_c_23L空庭山雨霽石瀨響淸珂

010_0849_c_24L採蜜蜂紛纂含泥鷰數過

010_0850_a_01L林間佳友少        숲 사이에 좋은 벗이 적어도
天外好山多        하늘 밖에 좋은 산은 많다네
竟日無來往        종일토록 오고 가는 일 없어
松門鎻綠蘿       솔 문 푸른 덩굴 속에 닫혀 있네
佳會竟無成        좋은 모임 결국 갖지 못한 채
空山春又歇        빈산에 봄은 또 지나가네
幽奇慚獨享        그윽함 홀로 누리기 미안한 것은
㝡是花間月       그중 특히 꽃 속의 달님이라네
북산이 두륜에 이르러 시를 선물하기에 차운하여 화답하다5수(北山至頭輪見贈 次韻奉和五首)
幽期歷歷舊傳聞      유기를 역력히 옛날에 전해 들었건만
雪滿空山路不分      눈이 산에 가득해 길을 찾지 못했다네
幾回孤負松間月      몇 번이나 솔 사이의 달을 저버리다가
始得安排㵎底雲      이제야 냇물 밑의 구름을 안배했다네
一院春深論往事      봄 깊은 일원에서 지난 일을 논하고
九橋烟煖踏斜曛      연무 따스한 구교에서 석양을 밟네
㝡是方池如玉鑑      그중에서도 옥 거울 같은 모난 연못에
紅霞明漾影繽紛     붉은 노을 밝게 져서 그림자 어지럽네
靈源止水細生波      영원의 고인 물에 가늘게 이는 물결
猶是春風和意多      봄바람 온화한 뜻 많이도 머금었네
直到澄恬成一碧      곧장 잔잔해져 하나의 푸르름 이루면
萬形應得照森羅     삼라만상이 그대로 제 모습 비추리라
嘗聞漢留侯        일찍이 듣건대 한나라 유후가
遠從赤松子        멀리 적송자를 따라갔다네184)
竟未得長生        마침내 장생술을 얻지 못했다니
所憂豈在此       걱정하는 것이 어찌 이에 있겠소
相望靑海曲        푸른 바다 굽이 바라보며
雅會白雲中        흰 구름 속에 서로 모였네
文彩芝蘭併        문채는 지란과 비슷하고
襟懷水月同        금회는 수월과 똑같아라
體仁勤聖學        인을 체득하며 유학에 부지런했고
析理富眞功        이치 논하며 불교 공부에 넉넉하네
好是龍屠手        용을 잡는 솜씨의 소유자가
空成鶴髮翁        어느새 학발의 노인이 되었네
深親海居丈        친분이 깊은 해거도인이요
宿契晶陽公        숙연을 맺은 정양도인이라
曾奉高賢命        일찍이 고현의 명을 받들고서
一扣萬法空        만법이 공함을 한번 논하기도
結交惟道在        우리 우정은 도에 있을 뿐이니
追陪豈形從        어찌 형체를 따르는 것이리오
別館明朝路        별관을 떠날 내일 아침의 길
天長意不窮       하늘 멀리 뜻은 끝없어라
遊仙消息山中聞      유선의 소식을 산중에서 들어보니
駕鴻歸來踏春雲      기러기 타고 돌아와 봄 구름 밟는다네
春雲還將隨鴻去      봄 구름 밟다 다시 기러기 따라 떠나면
更問佳期在何許      물어보세 언제나 좋은 기약 있을는지
千疊羣巒烟樹深      첩첩산중 깊숙이 연무 짙은 나무숲
北山山水有淸音     북산의 산수에는 맑은 소리 있겠네

010_0850_a_01L林間佳友少天外好山多

010_0850_a_02L竟日無來往松門鎻綠蘿(六)

010_0850_a_03L佳會竟無成空山春又歇

010_0850_a_04L幽奇慚獨享㝡是花間月(七)

010_0850_a_05L北山至頭輪見贈次韻奉和五首

010_0850_a_06L
幽期歷歷舊傳聞雪滿空山路不分

010_0850_a_07L幾回孤負松間月始得安排㵎底雲

010_0850_a_08L一院春㴱論往事九橋烟煖踏斜曛

010_0850_a_09L㝡是方池如玉鑑紅霞明漾影繽紛(一)

010_0850_a_10L靈源止水細生波猶是春風和意多

010_0850_a_11L直到澄恬成一碧萬形應得照森羅(二)

010_0850_a_12L嘗聞漢留侯遠從赤松子

010_0850_a_13L竟未得長生所憂豈在此(三)

010_0850_a_14L相望靑海曲雅會白雲中

010_0850_a_15L文彩芝蘭併襟懷水月同

010_0850_a_16L體仁勤聖學析理富眞功

010_0850_a_17L好是龍屠手空成鶴髮翁

010_0850_a_18L㴱親海居丈宿契晶陽公

010_0850_a_19L曾奉高賢命一扣萬法空

010_0850_a_20L結交惟道在追陪豈形從

010_0850_a_21L別館明朝路天長意不窮(四)

010_0850_a_22L遊仙消息山中聞駕鴻歸來踏春雲

010_0850_a_23L春雲還將隨鴻去更問佳期在何許

010_0850_a_24L千疊羣巒烟樹㴱北山山水有淸音(五)

010_0850_b_01L대나무를 심다계사년(1833, 순조33)에 일지암에서(種竹癸已 在一枝菴)
憶昔結茅處        예전에 살던 띳집 중에는
金剛最幽境        금강산이 가장 그윽했나니
巖障嵩峻秀        산이 높아 준수한 데다가
水鏡澄虛冷        물이 거울처럼 맑고 찼어라
森森羅佳木        빽빽이 줄지은 나무 중에
未與此君幷        차군185)과 겨룰 자가 없기에
移栽赤蓮傍        적련 옆에 옮겨 심었나니
困觸非我頃        곤촉은 아경이 아니었네
雅感主人眷        주인의 사랑에 감격해서
不辭踰重嶺        높은 산도 기꺼이 넘어와
霜根頗易托        뿌리도 꽤나 쉽게 내리고
雲榦亦易挺        줄기도 쉽게 뻗어 나갔네
藹然松俱茂        애연히 솔과 함께 우거지면서
軒墀增幽景        섬돌의 경치가 더욱 그윽했는데
我時適遠遊        내가 마침 멀리 나가 있는 때에
林室被灾眚        암자가 그만 재앙을 입었다네
灰場誰復歸        잿더미 속에 누가 돌아가리오
遙遙滯雲頂        멀리 구름 정상에 머물렀나니
十年歸不得        돌아갈 수 없었던 십 년 동안
悵別此君永        차군과 슬프게 이별하였다네
昨來營芋社        예전에 암자를 경영할 적에
金剛距不夐        금강과 거리가 멀지 않기에
徑往看此君        차군을 보려고 얼른 갔더니
古路草暝暝        옛길이 잡초로 뒤덮였어라
榛葛煩縈紆        나무 덩굴이 어지럽게 뒤엉기고
樵牧恣侵橫        나무꾼이 제멋대로 침범했나니
嗟此凌雲質        하늘을 찌르는 아름다운 이 자질이
甘與衆卉等        다른 초목과 같은 취급을 받아서야
我來雖云晩        내가 온 것이 비록 늦긴 하였지만
胡爲不相拯        어찌 그대를 구해 주지 않으리오
解衣抽身健        옷을 벗어 맨몸을 드러내고
把刃奮手猛        칼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芟蕪焚雜穢        잡초를 베어 불을 태우고
剪棘除頑獷        고약한 잡목을 제거하니
蕭然貞標露        곧은 자태가 소연히 드러나
慰意方未賸        마음이 조금은 위로되었어라
久闊一相遇        오랜 이별 뒤에 서로 만났으니
那忍重違屛        어찌 차마 또 다시 헤어질 수야
新址頗幽曠        새로운 거처도 꽤나 심원하여
白石淸池暎        맑은 연못에 흰 돌이 비친다네
誓將君與居        맹세컨대 그대와 함께 거하리니
願君聽我迎        바라건대 나의 청을 받아 줬으면
庶當贖往愆        나도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고서
虛心師君正        마음 비우고 그대의 정직함 따르리라
疎密與淺深        성글고 빽빽하게 그리고 깊고 얕게
栽養法新領        재배하는 방법을 새로 터득했는데

010_0850_b_01L種竹癸已在一枝菴

010_0850_b_02L
憶昔結茅處金剛最幽境

010_0850_b_03L巖障嵩峻秀水鏡澄虛冷

010_0850_b_04L森森羅佳木未與此君幷

010_0850_b_05L移栽赤蓮傍困觸非我頃

010_0850_b_06L雅惑主人眷不辭踰重嶺

010_0850_b_07L霜根頗易托雲榦亦易挺

010_0850_b_08L藹然松俱茂軒墀增幽景

010_0850_b_09L我時適遠遊林室被灾眚

010_0850_b_10L灰場誰復掃遙遙滯雲頂

010_0850_b_11L十年歸不得悵別此君永

010_0850_b_12L昨來營芋社金剛拒不夐

010_0850_b_13L徑往看此君古路草暝暝

010_0850_b_14L榛葛煩縈紆樵牧恣侵橫

010_0850_b_15L嗟此凌雲質甘與衆卉等

010_0850_b_16L我來雖云晩胡爲不相拯

010_0850_b_17L解衣抽身健把刃奮手猛

010_0850_b_18L芟蕪焚雜穢剪棘除頑獷

010_0850_b_19L蕭然貞標露慰意方未賸

010_0850_b_20L久闊一相遇那忍重違屏

010_0850_b_21L新址頗幽曠白石淸池暎

010_0850_b_22L誓將君與居願君聽我迎

010_0850_b_23L庶當贖往愆虛心師君正

010_0850_b_24L疎密與淺㴱栽養法新領

010_0850_c_01L況今梅雨潤        더구나 지금은 매우가 적셔 주어
地理軟肥幷        땅이 부드럽고 비옥한 때임에랴
空庭被苔紋        이끼 무늬 뒤덮인 뜨락이요
虛囿宿雲影        구름 그림자 머무는 동산이라
旣得時候良        이미 좋은 절후까지 만났으니
差可少移病        조금 이식移植해도 무방하리라
纔經龍生日        용생일186)이 금방 지나자마자
婆娑一醉醒        너울거리며 취한 것도 깨어나
艸堂頓改觀        초당이 갑자기 모습이 달라지며
物意俱欣慶        물의가 모두 기뻐하고 경축했어라
蔭蓋漣漪凉        잔물결에 서늘한 그늘 지우고
韻叅松檜淸        청랑한 솔바람과 합주하나니
魚遊得暗湛        물고기도 어두운 휴식처를 얻고
鳥語添幽靜        새소리도 유정한 정취를 더하네
光含夕露明        저녁 이슬 머금어 밝게 빛나고
翠交朝煙淨        아침 안개 사귀는 정결한 모습
欣情無俗韻        속운이 없어서 마음이 기쁘고
悅目非艶靚        미색이 없어도 눈이 즐거워라
旣蒙託幽契        이미 서로들 의기투합하였는데
攄蘊寧不罄        속마음을 어찌 토로하지 않으리오
先將敍令德        그대의 훌륭한 덕을 먼저 서술하고
次陳我窮命        다음에 나의 궁한 명을 개진하리라
品類六十一        예순한 개의 그대의 품종이
均賦君子性        군자의 성품을 똑같이 품부 받았나니
虛貞至理抱        허정한 것은 지극한 이치를 내포하고
正直天機秉        정직한 것은 하늘의 기틀을 쥐었어라
微霜一下瀹        무서리에 한 번 젖기만 하면
艸木皆荒零        초목이 모두 시들고 마는데
鬱鬱氣益壯        그대는 기운이 더욱 씩씩하고
蒼蒼色轉勝        푸르른 색깔이 더욱 진해지며
擺拂臘雪重        납월의 무거운 눈도 털어 버리고
禦碎朔風勁        매서운 삭풍에도 끄떡도 없다네
祁寒北來緊        북쪽에서 혹한이 몰려올 때면
飛霰爲我梗        싸락눈 날려 날 위해 막아 주고
朱炎南馳酷        남쪽에서 무더위가 올라오면
淸陰爲我盛        맑은 그늘로 날 위해 식혀 주네
風欞春樹昏        춘수 어두운 바람 부는 난간에서
分凉灑我警        서늘한 기운 나누어 나를 씻어 주고
月窓山雨霽        산비 그친 달 밝은 창가에서
起我益惺惺        나를 더욱 정신 나게 해 준다네
導我眞師友        나를 인도하는 진정한 사우
思我如骨鯁        강직하게 나를 생각해 주니
回看十年交        십 년의 우리 우정 돌아보건대
操誰同一柄        이 같은 절조를 누가 보여 줄까
言心謂斷金        마음을 말하면 단금이라 할 것이요
背面如遺鑛        얼굴을 돌리면 유광과 같다 하리니
諷義塵沙沒        풍간하는 의리에는 진사가 없고
徇利羽毛輕        이익을 따름은 우모처럼 가볍다네

010_0850_c_01L況今梅雨潤地理軟肥幷

010_0850_c_02L空庭被苔紋虛囿宿雲影

010_0850_c_03L旣得寺候良差可少移病

010_0850_c_04L纔經龍生日婆娑一醉醒

010_0850_c_05L艸堂頓改觀物意俱欣慶

010_0850_c_06L蔭蓋漣漪凉韻叅松檜淸

010_0850_c_07L魚遊得暗湛鳥語添幽靜

010_0850_c_08L光含夕露明翠交朝煙淨

010_0850_c_09L欣情無俗韻悅目非艶靚

010_0850_c_10L旣蒙託幽契攄蘊寧不罄

010_0850_c_11L先將叙令德次陳我窮命

010_0850_c_12L品類六十一均賦君子性

010_0850_c_13L虛貞至理抱正直天機秉

010_0850_c_14L微霜一下瀹艸木皆荒零

010_0850_c_15L鬱鬱氣益壯蒼蒼色轉勝

010_0850_c_16L擺拂臘雪重禦碎朔風勁

010_0850_c_17L祁寒北來緊飛霰爲我梗

010_0850_c_18L朱炎南馳酷淸陰爲我盛

010_0850_c_19L風欞春樹昏分凉灑我警

010_0850_c_20L月窓山雨霽起我益惺惺

010_0850_c_21L導我眞師友思我如骨鯁

010_0850_c_22L回看十年交操誰同一柄

010_0850_c_23L言心謂斷金背面如遺鑛

010_0850_c_24L諷義塵沙沒徇利羽毛竸

010_0851_a_01L誘上萬仞岡        만 길 언덕 위에 오르기도 하고
欺竄千尋穽        천 길 계곡 아래 쫓기기도 하며
險巇踰太行        험준한 태항산 넘어가기도 하고
嶄絕過孟門        깎아지른 맹문을 지나기도 한다네
嗟我爲而拘        아 나는 그동안 일에 구속되어
推移久蹭蹬        추이하며 오래 낭패를 당했나니
知止恨日淺        지지187)가 얼마 안 된 것을 한탄하고
休復悔晩憬        휴복188)이 뒤늦은 것을 후회하노라
事好改前非        이제 예전의 잘못을 고치고서
趣有得新經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니
庶從今日去        오늘부터 마음을 작정하고서
絕侶自閒靖        절친한 벗과 조용히 지내리라
方丈皎雪壁        방장이라 흰 눈이 쌓인 석벽에
要君演眞乘        그대 청해 진승을 설하게 해서
金篦開眼翳        금비189)로 안 보이는 눈을 뜨게 하고
寶杵磨聽瑩        보저로 안 들리는 귀 들리게 하리니
桑葉能通禪        뽕나무 잎도 선에 능통하고
柏樹亦入定        잣나무도 선정에 들 것이며
巉巖林中石        깎아지른 산속의 바위들도
亦皆點頭聽        모두 머리 끄덕이며 경청하리라
餘日凡幾許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애에
且爲寄淸興        그대에게 맑은 흥취 부치리니
至樂在所遇        지극한 낙도 만나야 가능한 법
此遇豈非幸        이 만남이 어찌 다행이 아니리오
多謝南陽老        남양의 노인이 나를 위해서
爲我垂明證        밝게 증명해 준 것을 감사하노니
聽君無情說        그대의 무정설법을 들으면서
伽陀頌君咏        그대 위해 게송을 읊으리라
금호에서 산천도인과 작별하며 남겨 주다갑오년(1834, 순조34)(琴湖留別山泉道人甲午)
憶曾傾蓋西館雪      예전에 서관의 눈 속에서 만났을 때
更闌華燭光明滅      밤 깊어 촛불이 꺼지도록 얘기했지
颯爽不似在人間      삽상한 것이 인간 세상과 같지 않았나니
爲近仙子氷玉潔      빙옥처럼 고결한 선자가 옆에 있었으니까
忽聞氛祲久冥冥      억울한 일 당했다는 말 홀연히 들은 뒤로
海闊天長鱗鴻絕      넓은 바다 먼 하늘에 소식의 왕래 끊겼네
참소로 인해 십여 년간 두절되었다.(因讒阻絕十有餘年.)
明月久曠同澄輝      명월을 오래 함께 감상하지 못하고
白雲空復淸怨結      백운이 또 공연히 원망하게 하면서
天涯涕淚爲汍闌      하늘 끝에서 눈물만 줄줄 흘리다가
舊日天機還高挈      예전의 우정을 다시 찾게 되었어라
고호에서 본 뒤로 다시 옛날처럼 친하게 되었다.(古湖見後, 還如舊好.)
蘭操細將幽恨傳      노래 속에 한스러움이 전해지고
償音最是關情切      시 속에 절실한 심정이 담겼나니
當時世事何崢嶸      당시 세상일 얼마나 어려웠던가
太行孟門同嶻嶭      태행과 맹문산처럼 험난했어라

010_0851_a_01L誘上萬仞岡欺竄千尋穽

010_0851_a_02L險巇踰太行嶄絕過門孟

010_0851_a_03L嗟我爲而拘推移久蹭蹬

010_0851_a_04L知止恨日淺休復悔晩憬

010_0851_a_05L事好改前非趣有得新經

010_0851_a_06L庶從今日去絕侶自閒靖

010_0851_a_07L方丈皎雪壁要君演眞乘

010_0851_a_08L金篦開眼翳寶杵磨聽瑩

010_0851_a_09L桑葉能通禪柏樹亦入定

010_0851_a_10L巉巖林中石亦皆點頭聽

010_0851_a_11L餘日凡幾許且爲寄淸興

010_0851_a_12L至樂在所遇此遇豈非幸

010_0851_a_13L多謝南陽老爲我垂朙證

010_0851_a_14L聽君無情說伽陀頌君咏

010_0851_a_15L琴湖留別山泉道人甲午

010_0851_a_16L
憶曾傾蓋西館雪更闌華燭光明滅

010_0851_a_17L颯爽不似在人間爲近仙子氷玉潔

010_0851_a_18L忽聞氛䘲久冥冥海闊天長鱗鴻絕因讒
阻絕

010_0851_a_19L十有
餘年

010_0851_a_20L明月久曠同澄輝白雲空復淸怨結

010_0851_a_21L天涯涕淚爲汍闌舊日天機還高挈古湖
見後
010_0851_a_22L還如
舊好


010_0851_a_23L蘭操細將幽恨傳償音最是關情切

010_0851_a_24L當時世事何崢嶸太行孟門同嶻嶭

010_0851_b_01L千理忽傳新安耗      천 리서 홀연 전해진 신안의 소식190)이여
공이 고호에 있을 때 어린 자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公在古湖, 聞夭慽之報.)
人間何怨可相埓      인간 세상 어떤 원한이 이와 같을까
我亦曾看英妙姿      나도 일찍이 영묘한 자태를 보았나니
玉蘭銀桂藹將擷      난초와 계수의 향기가 우러나왔어라
我若詳言恐斷腸      내가 자세히 말하면 애가 끊길 것 같아
爲君且置休煩說      그대를 위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련다
扶旺今日泰運來      좋은 운세 도래하는 오늘을 맞아
琴堂影翠摩漢洌      금당의 그림자 푸르게 은하에 드리웠네
조정의 사면을 받고 서울에 올라와 현재 금호에 거하고 있다.(蒙宥上洛, 時居琴湖.)
三秋高會窮憐歡      가을날 고아한 모임은 기쁨을 다했고
갑오년 가을에 금석정에서 다시 만났다.(甲午秋, 重會琴石亭.)
閒碾鳳團燒鷄舌      한가히 봉단차에 계설향 살랐네
人生聚散苦難常      정해지지 않은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
凄勵風前復遠別      처량하게 바람 앞에 다시 먼 이별하네
또 남쪽으로 돌아가며 이별 시를 짓게 되었다.(留別南歸.)
醉德飽義更何時      덕에 취하고 의리로 배 불릴 날 다시 언제일까
此身還復如飢餮      이 몸은 도리어 금방 굶주려 배고픈 것 같네
기산이 차를 보내 준 것에 감사하는 장구를 보내왔기에 이에 차운하여 화답하면서 아울러 쌍수도인에게도 바치다쌍수도인은 추사의 별호이다(起山以謝茶長句見贈 次韻奉和兼呈雙修道人雙修道人 秋史別號)
萬事從來春消雪      만사는 원래 봄에 눈이 녹듯 하지만
誰知個中自有一段難磨滅  그중에 마멸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누가 알까
秋空淨涵明月光      가을 하늘에 조촐히 잠겨 있는 밝은 달빛
淸和難將比皎潔      청화하여 교결함을 비교하기 어려워라
殊相劣形誰擬議      누가 형상을 차별하며 우열을 따지리오
眞名假號總元絕      진짜와 가짜의 명호가 모두 끊어졌는걸
始未相動那伽定      원래 나가정191)은 동요하지 못하는 법
誰道香火舊緣結      향화의 인연 맺었다 누가 말하는가
雙放雙收沒處尋      서로 놓아 주고 거두니 찾을 곳 없고
同生同死休提挈      함께 죽고 사니 끌어 줄 일 없네
一廻見面一廻歡      한번 얼굴 보고 한번 즐거워하니
有甚情懷可更切      무슨 정회가 이보다 더 절실할까
三十柱杖曾不畏      삼십 방망이 맞는 것도 겁내지 않고
等閒隨雲下嶻嶭      한가로이 구름 따라 산을 내려왔소
却看維摩方丈居      사방 한 길 되는 유마의 방을 보소
白玉界中黃金埒      백옥의 세계 속의 황금 울타리라
玉女時將天花散      옥녀가 때때로 하늘에서 꽃을 뿌려
曼殊分陀蒂相擷      만수와 분다192)가 분분히 떨어진다네
無底鉢擎衆香飯      밑 없는 발우에 중향의 밥을 담고
沒根耳聽無言說      뿌리 없는 귀로 무언의 설법 듣네

010_0851_b_01L千里忽傳新安耗公在古湖
夭慽之報


010_0851_b_02L人間何怨可相埓

010_0851_b_03L我亦曾看英妙姿玉蘭銀桂藹將擷

010_0851_b_04L我若詳言恐斷腸爲君且置休煩說

010_0851_b_05L扶旺今日泰運來琴堂影翠摩漢洌蒙宥
上洛
010_0851_b_06L時居
琴湖


010_0851_b_07L三秋高會窮憐歡甲午秋
會琴石亭


010_0851_b_08L閒碾鳳團燒鷄舌

010_0851_b_09L人生聚散苦難常凄勵風前復遠別又留
別南
010_0851_b_10L


010_0851_b_11L醉德飽義更何時此身還復如飢餐

010_0851_b_12L起山以謝茶長句見贈 次韻奉和
010_0851_b_13L兼呈雙修道人雙修道人
秋史別號

010_0851_b_14L
萬事從來春消雪

010_0851_b_15L誰知個中自有一段難磨滅

010_0851_b_16L秋空淨涵明月光淸和難將比皎潔

010_0851_b_17L殊相劣形誰擬議眞名假號總元絕

010_0851_b_18L始未相動那伽㝎誰道香火舊緣結

010_0851_b_19L雙放雙收沒處尋同生同死休提挈

010_0851_b_20L一廻見面一廻歡有甚情懷可更切

010_0851_b_21L三十柱杖曾不畏等閒隨雲下嶻嶭

010_0851_b_22L却看維摩方丈居白玉界中黃金埓

010_0851_b_23L玉女時將天花散曼殊分陀蒂相擷

010_0851_b_24L無底鉢擎衆香飯沒根耳聽無言說

010_0851_c_01L熱惱塵垢無着處      번뇌와 티끌이 붙을 곳이 없는데
有誰更願濯淸洌      누가 또 깨끗이 씻으려 하겠는가
不二門中三十人      불이문에 들어간 삼십 인에게는
都無所用廣長舌      광장설이 도대체 소용이 없다네
君不見          그대는 아는가
末後都將伊字喩      이후로는 이자의 비유라서
縱橫並分也難別      종횡을 분별하기도 어렵다는 것을193)
我從長者請下一轉語    내가 그대에게 일전어를 청하노니
法喜供禪悅食       법희의 선열식으로
還將容饕餮        탐욕스러운 중생 용납해 주오194)
쌍수도인과 함께 가을에 장천의 별업에서 묵다(與雙修道人秋宿長川別業)
始未曾離性道場      본성의 도량을 떠난 적이 없으니
也堪同會水雲鄕      수운향에서 함께 모일 만도 하여라
携來明月指端正      달빛 속에 와서 곧바로 단정히 앉으니
自動淸風裟角凉      절로 이는 청풍은 가사 끝에 서늘해라
至理庵摩圓法界      암자에서 지리를 논하니 법계가 원만하고
妙譚獅吼洗煩腸      사자처럼 묘담을 발하니 번뇌가 사라지네
一般天趣誰無分      일반의 천취를 누가 분간 못하랴만
只恨井深綸不長      단지 우물 깊은데 두레박줄 짧아 한이네
갑오년 국화꽃 피는 가을에 장차 초계를 떠날 즈음에 사공도의 시품에 나오는 유수금일명월전신이라는 여덟 글자를 가지고 각각 삼 운의 짧은 시를 지었는데 나는 수水 자를 얻었다(甲午菊秋將辭苕溪 拈司空圖詩品 流水今日明月前身八字 各賦三韻短律 余得水字)
不成東嶽遊        동악의 유람 이루지 못하고
重納斗陵履        다시 두릉의 신발 끈 매었네
揚論展舊遊        옛 추억 신나게 떠들어 대며
夜闌情未已        밤 깊도록 정이 다함이 없네
窓外來寒月        창밖에는 찬 달이 찾아오고
門前明秋水        문 앞에는 가을 물이 밝아라
또 조당의 운을 취하다(又拈曺唐)
敍別當秋晩        깊은 가을 당해 이별할 때면
含情獨自知        그 느낌 어떤지 혼자서 알지
寒螿鳴雨夜        늦 매미 밤비 속에 울고
霜雁唳天時        서리 맞은 기러기 때를 알고 우네
黃葉侵鞵跡        누런 잎 발길에 떨어지고
靑燈照鬢絲        푸른 등 흰 머리카락 비추네
指端一輪月        손가락 끝의 수레바퀴 같은 달을
兩處相望宜        두 곳에서 의당 바라보리라
관서의 찬 상인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게송 한 수를 지어 송별하다병신년(1836, 헌종2) 가을(關西贊上人求語 聊以一偈贈送丙申秋)

010_0851_c_01L熱惱塵垢無着處有誰更願濯淸洌

010_0851_c_02L不二門中三十人都無所用廣長舌

010_0851_c_03L君不見未後都將伊字喩

010_0851_c_04L縱橫並分也難別

010_0851_c_05L我從長者請下一轉語

010_0851_c_06L法喜供禪悅食還將容饕餮

010_0851_c_07L與雙修道人秋宿長川別業

010_0851_c_08L
始未曾離性道場也堪同會水雲鄕

010_0851_c_09L携來明月指端正自動淸風裟角凉

010_0851_c_10L至理庵摩圓法界妙譚獅乳洗煩腸

010_0851_c_11L一般天趣誰無分只恨井㴱綸不長

010_0851_c_12L甲午菊秋 將辭苕溪 拈司空圖詩
010_0851_c_13L品 流水今日明月前身八字 各賦
010_0851_c_14L三韻短律 余得水字

010_0851_c_15L
不成東嶽遊重納斗陵履

010_0851_c_16L揚論展舊遊夜闌情未已

010_0851_c_17L窓外來寒月門前明秋水

010_0851_c_18L又拈曺唐

010_0851_c_19L
敍別當秋晩含情獨自知

010_0851_c_20L寒螿鳴雨夜霜鴈唳天時

010_0851_c_21L黃葉侵鞵跡靑燈照鬢絲

010_0851_c_22L指端一輪月兩處相望宜

010_0851_c_23L關西贊上人求語 聊以一偈贈送
010_0851_c_24L丙申秋

010_0852_a_01L
再遊南國百城烟      다시 남쪽 유람하니 일백 성195)엔 안개 끼고
雅會仲秋明月前      중추의 밝은 달 앞에 고아한 모임 가졌네
妙語曾叅格外手      묘한 언어는 격외의 수법에 참여했고
眞工早辦火中蓮      참된 공부는 불 속의 연꽃을 피웠어라
雲情鶴性應高養      높이 길러야 할 구름과 학의 성정이요
玉振金聲可要專      전일한 자세 요구하는 옥진금성196)이라
三寶今將呈似一      삼보를 지금 한결같이 올리려 하니
急流灘上戒爭先      급한 여울물에 선두 다투지 말도록
미타불 개금 모연소 뒤에 제하다(題彌陀佛改金募緣疏後)
一帶雲山一艸堂      구름 덮인 산에 초당 하나 있어
一瓶淨水一爐香      정안수 한 그릇에 향 한 대 사르네
兩臺欣厭憐懷玉      두 누대는 흔염은 옥 품어 어여쁘고
三道引歸羨啓芳      삼도에 들어가니 꽃다운 향 부러워라
金面潤黃期壽永      불상에 황금 입혀 영원한 수명 기약하고
銀毫發燄照恩長      백호白毫에서 빛 발하여 항상 은혜받도록
此中有曲無人會      이 속의 노래를 아는 사람 없으니
更請知音和一場      지음의 화답을 간절히 청하노라
금강산 유람시무술년(1838, 헌종4) 봄에 수홍과 함께 짓다(遊金剛山詩戊戌春 與秀洪同作)
山萬疊兮水萬重      산도 일만 겹 물도 일만 겹
重重疊疊鬱穹窿      중중 첩첩이 불룩 에워쌌네
崢嶸叅錯奇秀傑      들쭉날쭉 기걸 차게 치솟은 산들
皆含肅穆正齊容      모두 엄숙히 용모를 가다듬었네
琮琤喧吼遞相響      여기저기 옥 소리 울리는 물들
時會碧潭靜溶溶      푸른 못에 고요히 잠겨 있기도
闊脚步步尋源去      한 걸음 한 걸음 근원을 찾아보지만
境深步窮源不窮      끝까지 걸어도 근원은 찾을 수 없네
風凉雲暖日華妍      서늘한 바람 따스한 구름 빛나는 태양
樹葉相舒花欲紅      나뭇잎 벋어 나고 꽃은 붉게 피려 하네
將恨春歸無覓處      떠난 봄을 찾을 길 없다 한탄했는데
誰知轉入此中住      봄이 여기 와서 머무는 줄 알았으랴
蕤英收藏堅固林      꽃들은 견고한 숲속에 감춰져 있고
流曦攝入光明戶      햇빛은 환한 문틈으로 새어 나오네
我願與爾同住持      나는 그대와 함께 주지하면서
長年常作主中主      주중주197)의 관계를 맺고 싶다네
淸洞㵎流瘦如藤      등나무처럼 마른 골짜기 냇물이요
鐵心石腸寒無慕      철석간장같이 차가워 바라는 것 없다네
霧露雲霞作衣裳      안개 이슬 구름 노을로 옷을 만들고
霜花雪葉充糇糧      서리 꽃 눈 잎으로 양식을 대신하네
水邊林下乾坤靜      물가 숲속에 천지가 고요한데
像外壺中日月長      세상 밖 선경에 일월이 길어라
也有家風自展揚      여기에도 가풍이 절로 드러나나니
鳥歌花舞弄一場      새와 꽃이 한바탕 가무를 선보이네
共居不知觀自在      함께 거하며 관자재인 줄 알지 못하고
相逢不拜妙吉祥      서로 만나도 묘길상에게 절하지 않네
若人問我向他道      만약 그 도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면
只緣識得自金剛      그저 금강에서 터득했을 뿐이라고

010_0852_a_01L
再遊南國百城烟雅會仲秋明月前

010_0852_a_02L妙語曾叅格外手眞工早辦火中蓮

010_0852_a_03L雲情鶴性應高養玉振金聲可要專

010_0852_a_04L三寶今將呈似一急流灘上戒爭先

010_0852_a_05L題彌陀佛改金募緣疏後

010_0852_a_06L
一帶雲山一艸堂一瓶淨水一爐香

010_0852_a_07L兩臺欣厭憐懷玉三道引歸羨啓芳

010_0852_a_08L金面潤黃期壽永銀毫發燄照恩長

010_0852_a_09L此中有曲無人會㪅請知音和一場

010_0852_a_10L遊金剛山詩戊戌春 與秀洪同作

010_0852_a_11L
山萬疊兮水萬重重重疊疊鬱穹窿

010_0852_a_12L崢嶸叅錯奇秀傑皆含肅穆正齊容

010_0852_a_13L琮琤喧吼遞相響時會碧潭靜溶溶

010_0852_a_14L闊脚步步尋源去境深步竆源不竆

010_0852_a_15L風凉雲暖日華妍樹葉相舒花欲紅

010_0852_a_16L將恨春歸無覓處誰知轉入此中住

010_0852_a_17L蕤英收藏堅固林流▼(口+羲) [3] 攝入光明戶

010_0852_a_18L我願與爾同住持長年常作主中主

010_0852_a_19L淸洞㵎流瘦如藤鐵心石腸寒無慕

010_0852_a_20L霧露雲霞作衣裳霜花雪葉充糇糧

010_0852_a_21L水邊林下乾坤靜像外壺中日月長

010_0852_a_22L也有家風自展揚鳥歌花舞弄一場

010_0852_a_23L共居不知觀自在相逢不拜妙吉祥

010_0852_a_24L若人問我向他道只緣識得自金岡

010_0852_b_01L해거도인이 화운한 시(海居道人俯和)
雲夢夢相遮重       구름과 꿈이 서로 겹친 가운데
海天萬里垂穹窿      드넓은 바다에 하늘이 드리워졌네
자주에 “일찍이 십 년 전 꿈속에서 하나의 부처를 해안에서 만났는데, 나에게 ‘구름 밖의 구름이요 꿈속의 꿈이로다. 점점이 박힌 산에 하나의 푸른 점.’이라는 게송을 지어 주었다.”라고 하였다.(自註云, “曾於十年前夢, 偶一佛於海岸, 贈余一偈曰, ‘雲外雲夢中夢. 點點山一點靑.’”)
林下把臂八年後      숲속에서 만난 지 지금 어언 팔 년
我已衰甚舊塵容      나는 이미 옛 모습이 너무 쇠했다네
師從怾怛山中來      기달산 속에서 내려온 우리 스님
兩眼瑩集千潭溶      맑은 두 눈에 천담의 물이 담겼네
我亦前生佛弟子      이 몸도 전생에는 부처님 제자
苔岑輪廻互不窮      서로 벗으로 끝없이 윤회하리
夜燈耿耿仍不寐      깜박이는 등불 아래 잠 못 이루다가
箯輿出郭初暾紅      아침 해 뜨면 가마 타고 성을 나서네
鉢錫本自無定所      승려는 본래 정해 둔 곳이 없으니
奇緣蹔得我墅住      내 별장에 잠시 머문 것 인연이네
千峯暖翠圍屏障      푸른 일천 봉우리 병풍처럼 에워싸서
滿野濃陰當窓戶      창문 앞에는 들판 가득 짙은 그늘이라
持此可供一宵宿      이만하면 하룻밤 여관 제공할 만하니
以師喚作賓中主      스님을 바꿔 빈중주로 불러도 되리
聊將翰墨作佛事      애오라지 필묵으로 불사를 지으면서
篆烟一穗絕外慕      향을 피울 뿐 외물을 부러워하지 않네
手製新茶感珍貺      고마워라 손수 만든 귀한 차를 주시다니
暴富詩廚三夏糧      시의 주방엔 여름 석 달 양식이 넉넉하네
忽漫相逢卽相別      홀연히 상봉했다가 곧바로 헤어지려니
懷緖自與柳絲長      늘어진 버들가지처럼 회포가 유유해라
惡詩悔深灾棗梨      나쁜 시로 판목 해칠까 너무도 후회되니
只恐汚穢淸淨場      청정한 도량을 더럽힐까 두렵기만 하네
濫想申乞一語弁      외람되게 서문을 거듭 부탁드리고 싶나니
頂禮非比祝吉祥      예배하며 길상을 비는 일에 비할 바 아니라
觀山不足爲師重      산을 보는 것이 스님에겐 시시할는지도
師心堅固一金剛      스님의 마음은 금강처럼 견고하니까
운엄도인에게 증정하다2수(贈雲广道人二首)
七十返故鄕        나이 칠십에 고향에 돌아오니
無人識壺公        호공198)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네
還入頭崙山        두륜산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棲止白雲中        흰 구름 속에 자리를 잡았다네
虛夜迎禪伯        허전한 밤에 선백을 맞이하고
靜室使仙童        고요한 방에서 선동을 부리네
演道兼論詩        도를 연설하고 시를 토론하며
說有復談空        유를 설하고 공을 얘기한다네
玄機多妙悟        현기에 깨우치는 점이 많나니
衆理盡靈通        사물의 이치에 모두 통했다오
良晤苦月短        반가운 만남에 달이 짧아 괴로워
屢剪燭火紅        자꾸 불똥 자르며 심지를 돋우네
道術多留意        도술에 많이 유의하면서도
文章屢擊蒙        문장 역시 누차 일깨웠다네
鍊丹術已疎        연단의 술법이 이미 서툰데
無由躡輕風        바람을 어떻게 밟을 수 있겠는가

010_0852_b_01L海居道人俯和

010_0852_b_02L
雲雲夢夢相遮重海天萬里垂穹窿自註云
曾於十
010_0852_b_03L牟前夢偶一佛於海岸贈余一偈
雲外雲夢中夢點點山一點靑


010_0852_b_04L林下把臂八年後我已衰甚舊塵容

010_0852_b_05L師從怾怛山中來兩眼瑩集千潭溶

010_0852_b_06L我亦前生佛弟子苔岑輪廻互不竆

010_0852_b_07L夜燈耿耿仍不寐箯輿出郭初暾紅

010_0852_b_08L鉢錫本自無㝎所奇緣蹔得我墅住

010_0852_b_09L千峯暖翠圍屏障滿野濃陰當窓戶

010_0852_b_10L持此可供一宵宿以師喚作賓中主

010_0852_b_11L聊將翰墨作佛事篆烟一穗絕外慕

010_0852_b_12L手製新茶感珍貺暴富詩廚三夏糧

010_0852_b_13L忽漫相逢即相別懷緖自與柳絲長
010_0852_b_14L惡詩悔深灾棗梨只恐汚穢淸淨場

010_0852_b_15L濫想申乞一語弁頂禮非比祝吉祥

010_0852_b_16L觀山不足爲師重師心堅固一金剛

010_0852_b_17L贈雲广道人二首

010_0852_b_18L
七十返故鄕無人識壺公

010_0852_b_19L還入頭崙山棲止白雲中

010_0852_b_20L虛夜迎禪伯靜室使仙童

010_0852_b_21L演道兼論詩說有復談空

010_0852_b_22L玄機多妙悟衆理盡靈通

010_0852_b_23L良晤苦月短屢剪燭火紅

010_0852_b_24L道術多留意文章屢擊蒙

010_0852_b_25L鍊丹術已疎無由躡輕風

010_0852_c_01L怕死殘年計        만년에 죽음이 두려워지면
宜可學邵雍        소옹199)을 배우는 것도 좋으리
安養有歸路        안양200)의 길로 돌아간다면
行當與之同       응당 함께 동행하리라
矯矯靑山客        씩씩했던 청산의 나그네가
俱爲鶴髮翁        모두 학발의 노인이 되었네
人生期百歲        우리 인생 백 년을 기약해도
百歲奄將中        백 년 역시 순식간일 따름이라
惟見恒河性        항하와 같은 성품을 보시게나
依然如孩童        어린아이 때와 변함이 없다네201)
士常久已安        선비도 항상 편안하게 여기면서
單瓢任屢空        단표의 누공도 개의치 않았다오202)
餘生無所憂        남은 생애에 걱정할 것은 없으나
所憂道未通        걱정은 도를 아직 통하지 못한 것
況且歲盡頭        더구나 해가 저물려고 하는 지금
容易夕陽紅        붉은 석양을 되돌리기 쉽겠는가
願君如金粟        바라건대 그대는 금속203)과 같이
相將啓吳蒙        부디 오몽204)을 계발시켜 주기를
幽谷廻煖律        깊은 골에 따스한 기운이 돌아와
寒巖闢春風        차가운 바위에 봄바람이 일어나네
頓令面背粹        홀연히 얼굴과 등이 밝게 펴지며
和氣正溫雍        화기가 바야흐로 무르익는 때
相得形骸外        형해 밖에서 친하게 지내는데
誰言道不同       도가 같지 않다고 누가 말하리오

010_0852_c_01L怕死殘年計宜可學邵雍

010_0852_c_02L安養有歸路行當與之同(一)

010_0852_c_03L矯矯靑山客俱爲鶴髮翁

010_0852_c_04L人生期百歲百歲奄將中

010_0852_c_05L惟見恒河性依然如孩童

010_0852_c_06L士常久已安單瓢任屢空

010_0852_c_07L餘生無所憂所憂道未通

010_0852_c_08L況且歲盡頭容易多陽紅

010_0852_c_09L願君如金粟相將啓吳蒙

010_0852_c_10L幽谷廻煖律寒巖闢春風

010_0852_c_11L頓令面背粹和氣正溫雍

010_0852_c_12L相得形骸外誰言道不同(二)
  1. 1)차군이 가을~구애되지 않음은 : 늘 푸른 모습으로 꼿꼿이 서 있는 대나무도 가을이 오는 것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말이다. 차군此君은 대나무의 별칭이다.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잠깐 빈집에 거할 적에도 문득 대나무를 심도록 하였는데,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묻자 “어떻게 하루라도 차군이 없이 지낼 수가 있겠는가!(何可一日無此君耶!)”라고 대답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晋書』 「王徽之傳」.
  2. 2)참된 기풍이~일어나게 되어 :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감사불우부感士不遇賦≻ 서문에 “참된 기풍이 사라지면서, 큰 속임수가 일어나게 되었다.(自眞風告逝, 大僞斯興.)”라는 말이 나온다. 참된 기풍은 성인聖人의 정도正道를 뜻하고, 큰 속임수는 사도邪道를 뜻한다.
  3. 3)지란의 방을~가게였을 뿐 : 『孔子家語』 4권 육본六本에 “선인과 함께 지내는 것은 난초 향기 그윽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오래 있다 보면 난초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그 향기와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불선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은 생선 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오래 있다 보면 악취를 맡지 못하는 것은 또한 자기 자신이 그 냄새와 동화되었기 때문이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라는 말이 나온다.
  4. 4)남쪽의 일백~차례 보냈네 : 초의가 9년 동안 선지식을 찾아다녔다는 말이다. 구도 보살求道菩薩 선재 동자善財童子가 처음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찾아갔다가 다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하여 1백 10성城의 53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며 법문을 구한 결과 마침내 미진수微塵數의 삼매문三昧門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華嚴經』 「入法界品」에 나온다.
  5. 5)문과 질이 모두 빈빈하시네 : 탁옹이 군자다운 풍모를 보였다는 말이다. 『論語』 「雍也」에 “본바탕이 외부의 형식을 압도하면 촌스럽고 외부의 형식이 본바탕을 이기면 겉치레일 따름이니, 본바탕과 외부의 형식이 잘 조화된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는 말이 나온다.
  6. 6)삼현三玄 : 『周易』과 『老子』와 『莊子』를 말한다. 『周易』은 진현眞玄, 『老子』는 허현虛玄, 『莊子』는 담현談玄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각각 유有와 무無와 유무有無를 통해서 현玄을 밝혔다고 한다.
  7. 7)어찌 알랴~않을 줄을 : 황하黃河 상류에 세 계단으로 된 폭포가 있는데, 이를 용문龍門이라고 한다. 대어大魚가 이 밑에까지 와서 그 폭포를 뛰어올라야만 용이 되는데, 이때 우레가 쳐서 그 꼬리를 번갯불로 태워 없애 준다는 전설이 있다.
  8. 8)전의田衣 : 승려가 입는 가사袈裟의 별명이다. 그 옷의 도안圖案이 마치 종횡으로 펼쳐진 밭고랑처럼 네모진 모양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9. 9)여기는 바로~왕의 고을 : 한벽당이 있는 전주全州는 옛날 후백제後百濟의 서울이었다.
  10. 10)등루부登樓賦 : 후한後漢 말 위魏나라 왕찬王粲이 지은 사부辭賦 이름이다. 그가 동탁董卓의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을 적에, 유표에게 그다지 중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고향 생각이 절실해지자, 강릉江陵의 성루城樓에 올라가서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이 부賦를 지었는데, 그중에 “실로 아름답지만 우리 땅이 아님이여, 어찌 잠깐만이라도 머물 수 있으리오!(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라고 탄식하며 객지의 시름을 토로한 구절이 나온다. ≺登樓賦≻는 『文選』 권11에 수록되어 있다.
  11. 11)유산酉山 :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큰아들 정학연丁學淵(1783~1859)의 호이다.
  12. 12)정선淨禪 :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의 준말이다. 규봉 종밀圭峰宗密이 지은 『禪源諸詮集都序』에 선禪을 외도선外道禪․범부선凡夫禪․소승선小乘禪․대승선大乘禪․여래청정선의 다섯 종류로 나누고, 그중에서 여래청정선이 최상승선最上乘禪이라고 규정하였다.
  13. 13)경개여구傾蓋如舊 : 길가에서 서로 만나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 잠깐 이야기하는 사이에 오랜 벗처럼 여기게 된다는 말로, 한 번 만나보자마자 의기투합意氣投合하여 지기知己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리킨다. 『史記』 「鄒陽列傳」에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 잠깐 이야기해도 오랜 벗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白頭如新, 傾蓋如故.)”라는 말이 나온다.
  14. 14)비람풍毘藍風 : ⓢ vairambhaka의 음역音譯으로, 우주가 개벽할 때와 멸망할 때 불어온다는 신속하고 맹렬한 폭풍을 말한다. 보통 비람풍毘嵐風이라고 쓰며, 수람풍隨藍風․선람풍旋藍風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거센 바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15. 15)김명희金命喜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동생이다.
  16. 16)두번천杜樊川 : 번천은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호이다. 두보杜甫를 노두老杜라 하고 두목을 소두小杜라 한다.
  17. 17)능연각凌煙閣 : 당 태종唐太宗이 정관貞觀 17년(643)에 장손무기長孫無忌․두여회杜如晦․위징魏徵․방현령房玄齡 등 공신功臣 24명의 초상화를 그려서 걸어 놓게 한 누각 이름인데, 그 뒤로 공신각功臣閣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18. 18)창려昌黎 : 당나라 한유韓愈의 별호別號이다.
  19. 19)해조음海潮音 : 불보살佛菩薩의 장엄한 음성音聲을 비유한 말이다.
  20. 20)미천彌天 사해四海 : 유자儒者와 불승佛僧의 교분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진晉나라 고승高僧 도안道安이 형주荊州에 와서 저명한 문학가인 습착치習鑿齒를 만나, “나는 미천 석도안彌天釋道安이요.”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습착치 역시 “나는 사해 습착치四海習鑿齒요.”라고 재치 있게 답변하며 서로 친해진 고사가 전한다. 『晉書』 권82 「習鑿齒傳」. 미천은 하늘에까지 잇닿았다는 말로, 지기志氣가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이다.
  21. 21)동각관매東閣觀梅 : 추운 겨울에 매화를 감상하면서 시흥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남조南朝 양梁의 하손何遜이 양주揚州 고을의 매화를 잊지 못한 나머지 다시 자청해서 그곳으로 부임한 뒤에 마침 만개한 매화꽃을 보며 하루 종일 그 곁을 떠나지 못했던 고사가 전하는데, 이를 인용하여 지은 두보杜甫의 “동각의 관매에 일어나는 시흥이여, 양주 고을 하손도 어쩌면 이와 같았으리.(東閣觀梅動詩興, 還如何遜在揚州.)”라는 유명한 구절이 전해 온다. 『杜少陵詩集』 권9 ≺和裵迪登蜀州東亭送客逢早梅相憶見寄≻.
  22. 22)금속金粟 : 유마거사維摩居士의 전신前身이었다는 금속여래金粟如來의 준말로 곧 불佛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백李白의 시에 “주점에 삼십 년 동안 이름을 감췄다.(酒肆藏名三十春.)”라면서, 자기가 금속여래의 후신(金粟如來是後身)이라고 칭한 대목이 나온다. 『李太白集』 권18 ≺答湖州迦葉司馬問白是何人≻.
  23. 23)철선鐵船 : 여산廬山의 철선봉鐵船峯을 가리킨다. 남조南朝 송宋의 시승詩僧인 혜휴惠休가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24. 24)해사海師 : 자재해사自在海師의 준말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찾아다닌 55명의 선지식善知識 중 23번째 인물이다. 바시라婆施羅 혹은 선사船師라고도 하는데, 선재동자에게 보살행과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에 대해서 일러 주었다.
  25. 25)허현도許玄度 : 현도는 고승高僧 지도림支道林과 청담을 나눴던 동진東晉의 명사 허순許詢의 자字이다.
  26. 26)음자견陰子堅 : 자견은 남조南朝 양梁의 저명한 시인인 음갱陰鏗의 자字이다. 두보杜甫가 “이후의 멋진 시구는 왕왕 음갱과 비슷하다.(李侯有佳句, 往往似陰鏗.)”라고 하여, 이백李白의 시재詩才를 음갱에게 비유하기도 하였다. 『杜少陵詩集』 권1 ≺與李十二白 同尋范十隱居≻.
  27. 27)구중단溝中斷 : 제기祭器를 깎으면서 생긴 나무 부스러기가 도랑 속에 버려진다는 말로, 쓸모없는 물건의 뜻으로 쓰이는 비유인데, 『莊子』 「天地」에 나온다.
  28. 28)생공生公 : 진晉나라 고승 축도생竺道生에 대한 존칭으로, 보통 고승高僧을 지칭한다. 축도생이 호구산虎丘山에서 돌멩이들을 제자로 삼아 한 곳에 모아 놓고는 『涅槃經』을 강의하다가, 성불成佛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 온 천제闡提까지도 불성佛性이 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부처의 본회本懷와 부합되느냐?”라고 물어보자, 돌멩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蓮社高賢傳』 「道生法師」.
  29. 29)야호선野狐禪 : 진정으로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은 것처럼 행세하는 사이비似而非의 선을 말한다.
  30. 30)염사簾肆 : 발을 내린 시장의 가게라는 뜻이다. 촉蜀나라 엄군평嚴君平이 성도成都 저잣거리에서 점을 쳐서 생활에 필요한 백 전의 돈을 번 뒤에는 가게 문을 닫고 발을 내린 뒤에 『老子』를 강의했던 고사가 전한다. 남조南朝 양梁의 강엄江淹이 지은 「詣建平王上書」에 “엄군평은 염사의 사이에 숨었고, 정자진鄭子眞은 암석의 아래에 누웠다.(隱於簾肆之間, 臥於巖石之下.)”라는 말이 나온다.
  31. 31)한유韓愈 태전太顚 : 당나라 때 한유는 본래 배불주의자였는데 당시 덕이 높은 태전 선사의 도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기생 홍련紅蓮으로 하여금 파계하도록 하였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두 사람이 오히려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돈독한 우정을 맺었다고 한다. 태전 선사가 홍련의 치마폭에 써준 다음 시를 보고 한유가 선사의 도가 높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十年不下祝融峰, 觀色觀空印色空. 如何曺溪一適水, 肯墮紅蓮一葉中. 虛空刀杖雨我身, 寸寸節節割我體. 我若不渡生死海, 終不離此菩提坐.”
  32. 32)상하桑下 : 뽕나무 아래라는 말로, 승려가 기숙寄宿할 때 쓰는 말이다. 『後漢書』 「襄楷傳」에 “불법佛法을 닦는 승려가 뽕나무 아래에서 사흘 밤을 계속 묵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세속에 대한 애착이 생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 이는 그야말로 정진精進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浮屠不三宿桑下, 不欲久生恩愛, 精之至.)”라는 말이 나온다.
  33. 33)문채 빛나는~대를 보았네 : 주인의 덕을 찬미한 것이다. 『詩經』 ≺衛風 淇澳≻은 위衛나라 사람이 위 무공武公의 높은 덕을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인데, 그중에 “저 기수 가 후미진 곳을 보니,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도다. 문채 빛나는 우리 군자여, 짐승의 골각骨角을 끊고 갈 듯, 옥석玉石을 쪼고 갈 듯하도다.(瞻彼淇澳, 綠竹猗猗. 有斐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라는 말이 나온다.
  34. 34)몇 번이나~왕부의 시요 : 주인이 지극한 효자라는 말이다. 『詩經』 ≺小雅 蓼莪≻는 돌아가신 어버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시인데, 진晉나라 왕부王裒가 『詩經』을 가르칠 적에 이 시편의 “슬프고 슬프다 우리 부모여, 나를 낳아 기르느라 얼마나 애쓰셨나.(哀哀父母, 生我劬勞.)”라는 구절을 접할 때마다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으므로 학생들이 나중에는 이 편을 생략하고 덮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王裒傳」.
  35. 35)신도申屠 : 후한後漢 신도반申屠蟠을 가리킨다. 당화黨禍가 일어나자 산속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의지해 집을 짓고 살면서(因樹爲屋), 대장군 하진何進과 동탁董卓 등의 초빙을 뿌리친 채 절조를 보전하면서 천수를 누렸다. 『後漢書』 「申屠蟠傳」.
  36. 36)봉황의 터럭 : 부조父祖의 유풍遺風을 이어받은 걸출한 인물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진晉 나라 왕소王劭와 남조南朝 제齊의 사초종謝超宗이 각각 환온桓溫과 제齊 무제武帝로부터 “봉모鳳毛를 확실히 이어받아 가지고 있다.”라는 찬사를 받았던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容止」, 『南齊書』 「謝超宗傳」.
  37. 37)솔개의 어깨 : 관운官運이 좋아서 빨리 승진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당나라 마주馬周가 재주가 많고 기민하여 태종太宗의 총애를 받았는데, 잠문본岑文本이 그를 평한 말 중에 “어깨가 솔개와 같고 안색이 붉으니, 위로 뛰어오르는 것은 필시 빠르겠지만, 오래 가지 못할까 걱정이다.(鳶肩火色, 騰上必速, 恐不能久.)”라는 대목이 나온다. 『新唐書』 「馬周傳」.
  38. 38)선천 후천을~삼십육궁三十六宮까지 올라가는데 : 우주 개벽과 천지 음양 등 철학적인 담론이 계속해서 펼쳐진다는 말이다. 참고로 송宋나라 소옹邵雍의 관물음≺觀物吟≻에 “천근 월굴이 한가로이 왕래하는 가운데, 삼십육궁이 모두 봄이로구나.(天根月窟閒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는 말이 나오는데, 월굴月窟은 음陰에 해당하고, 천근天根은 양陽에 해당한다.
  39. 39)어찌 알았으리~뒤따라왔을 줄을 : 초의 자신이 주인의 실력을 알아주는 일종의 지기知己로서 함께 어울려 논의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후세에 제대로 평가해 주는 식견이 높은 사람을 기다린다고 할 때, 흔히 양자운揚子雲과 소요부邵堯夫를 거론하곤 하는데, 자운은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자字이고, 요부는 송宋나라 소옹邵雍의 자이다.
  40. 40)설군薛郡의 세~토끼 굴 : 전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처음 설薛 땅에 봉해졌을 때, 그의 문객門客인 풍훤馮諼이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狡免有三窟, 僅得免其死耳.)”라고 하면서 세 가지 계책을 건의하였는데, 맹상군이 그 말대로 따른 결과 수십 년 동안 제 나라 재상宰相으로 있으면서 조금도 화禍를 입지 않았던 고사가 있다. 『戰國策』 「齊策」.
  41. 41)진관秦關의 오경의~소리 흉내 : 맹상군이 진秦나라에 갇혀 있다가 요행으로 탈출하여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는데, 관법關法에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는 객을 내보내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때 마침 맹상군의 문객門客 중에 닭 울음소리 흉내를 잘 내는 자가 있어서 그가 닭 울음소리를 내자 다른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울었으므로, 마침내 관문關門이 열려 탈출할 수 있었던 고사가 있다. 『史記』 「孟嘗君列傳」.
  42. 42)백불白拂과 주등朱藤 : 백불은 흰색의 불진拂塵을, 주등은 붉은 등나무 지팡이를 가리킨다.
  43. 43)섭공葉公은 날아오지~오리 그림자만 : 동한東漢 왕교王喬가 섭현葉縣의 수령으로 나간 뒤에 조정에 올라올 적마다, 예전에 상서尙書의 관속으로 있을 적에 받았던 신발을 오리로 변하게 하여 그 위에 올라타고 왔다는 전설이 있다. 『後漢書 方術傳上』 「王喬傳」.
  44. 44)화표華表에 돌아오지~학의 날갯짓만 :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되고 나서 1천 년 만에 학으로 변해 다시 고향을 찾아와서는 요동 성문의 화표주華表柱 위에 내려앉았는데, 소년 하나가 활을 쏘려고 하자 허공으로 날아 올라가 배회하면서 “옛날 정령위가 한 마리 새가 되어, 집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 처음 돌아왔소.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은 모두 바뀌었나니, 신선술 왜 안 배우고 무덤만 이리도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탄식하고는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다. 『搜神後記』 권1.
  45. 45)하락河洛 : 황하 일대와 낙수 주변.
  46. 46)초은招隱 : 『楚辭』에 수록된 한漢나라 회남 소산淮南小山의 ≺招隱士≻ 시를 말한다.
  47. 47)반형班荊 : 옛 친구를 만난 기쁨을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다. 춘추 시대 초楚 나라 오거伍擧가 채蔡 나라 성자聲子와 세교世交를 맺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우연히 정鄭나라 교외에서 만나 형초荊草를 자리에 깔고 앉아서(班荊)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左傳』 襄公 26年.
  48. 48)첩건氎巾 : 면포棉布로 만든 두건으로, 승려를 표현할 때 쓰는 시어詩語이다. 명明 나라 장훤張萱의 『疑耀』 목면木棉에 “조계曹溪의 육조대사六祖大師 혜능慧能이 전해 받은 의발衣鉢이 바로 백첩포白氎布인데, 이는 서역西域의 목면木棉으로 짠 것으로 실제로는 갈褐과 비슷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 두보杜甫가 승려에게 준 ≺大雲寺贊公房≻이라는 시에 “밝게 빛나는 하얀 첩건(光明白氎巾)”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소식蘇軾의 시 ≺贈月長老≻와 ≺紙帳≻에 “오늘 밤에 손님을 많이 데리고 와서, 스님의 하얀 첩건을 더럽히게 해서 유감이오.(今宵恨客多, 汚子白氎巾.)”라는 표현과 “승려가 쓰는 하얀 첩포의 두건처럼 깨끗하다.(潔似僧巾白氎布.)”라는 표현이 각각 나온다.
  49. 49)종이에 휘갈기면~기러기 희롱하듯 : 종이에 쓴 붓글씨 솜씨가 절묘하다는 말이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진晉의 이묘二妙라 일컬어진 위관衛瓘과 색정索靖이 죽은 뒤론 필법의 세계가 텅 비었는데, 지금 홀연히 구름 바다에서 뭇 기러기가 희롱하는 글씨를 보고는 깜짝 놀랐네.(二妙凋零筆法空, 忽驚雲海戱群鴻.)”라는 표현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권33 ≺遊寶雲寺云云≻.
  50. 50)나함羅含 집안에는~향기 그윽하고 : 진晉나라 나함이 덕망이 높아서, 관사官舍에 있을 적에는 흰 참새가 모여들었고, 치사致仕하고 나서 집에 거할 적에는 난초와 국화가 홀연히 뜰에 무더기로 피었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羅含傳」.
  51. 51)손작孫綽의 뜰~소나무 무성하리라 : 진晉나라의 저명한 문학가 손작이 자기 서재 앞에 한 그루 소나무를 심어 놓고 항상 손수 기르면서 애지중지했던 고사가 있다. 『晉書』 「孫綽傳」.
  52. 52)향산香山 : 백거이白居易의 별호.
  53. 53)은빛 갈고리 : 초서草書의 멋진 필법으로 써 넣은 글씨를 말한다. 진晉나라 색정索靖이 서법書法을 논하면서 “멋지게 휘돌아가는 은빛 갈고리(婉若銀鉤)”라는 표현으로 초서를 형용한 고사가 있다. 『晉書』 권60 「索靖傳」.
  54. 54)금방金榜 : 대과大科 급제자 명단을 발표한 게시판을 말한다.
  55. 55)병체화並蒂花 : 하나의 꼭지에 두 개의 꽃송이가 달려 있는 꽃을 말한다.
  56. 56)공명조共命鳥 : ⓢ jīvaṃ-jīvaka. 기바기바가耆婆耆婆迦의 의역意譯으로, 명명조命命鳥 혹은 생생조生生鳥라고도 한다. 꿩과에 속하는 새로, 설산雪山의 신조神鳥로 여겨지는데, 새소리가 아름다워서 가릉빈가迦陵頻伽와 함께 불전佛典에 자주 등장한다.
  57. 57)눈밭에 노닌 기러기 : 눈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이 눈이 녹으면 없어지는 것처럼 허무한 인생의 역정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인생 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하다 할까? 눈밭의 기러기 발자국과 같다 하리. 우연히 발톱 자국 남겨 놓았을 뿐, 날아가면 어찌 다시 동쪽 서쪽 헤아리리!(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蹈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라는 시구에서 유래한 것이다. 『蘇東坡詩集』 권3 ≺和子由澠池懷舊≻.
  58. 58)조주潮州에서 이별할~하량河梁의 시편들 : 유자儒者인 사대부들이 승려인 초의와 헤어지면서 시를 지었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조주자사潮州刺史로 있을 적에 친하게 지냈던 노승 태전太顚과 작별할 적의 이야기가 그의 「與孟尙書書」에 실려 있다. 하량의 시편은 송별 시를 말한다. 한漢나라 이릉李陵이 흉노 땅에서 소무蘇武와 헤어질 적에 지은 시에 “손을 잡고서 다리 위에 오르나니, 나그네는 저녁에 어디로 가는가?(攜手上河梁, 游子暮何之?)”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文選』 권29 「與蘇武」.
  59. 59)기杞나라 하늘~걱정함과 같네 :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 기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자기 몸을 붙일 곳이 없게 된다 하여 침식寢食을 폐하고 걱정을 했다는 기국우천杞國憂天의 고사가 있다. 『列子』 「天瑞」.
  60. 60)십홀방十笏房 : 방장실方丈室을 뜻한다. 당唐나라 현경顯慶 연간에 왕현책王玄策이 인도에 가다가 서역西域 비야리성毗耶離城에 있는 유마거사維摩居士의 석실石室에 들러 홀笏로 재 보았더니 가로와 세로가 10홀이었으므로 방장실이라고 명명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淵鑑類函』 권353 佛寺2.
  61. 61)달 속의~손에 부여잡고 : 우수한 성적으로 과거에 급제할 것이라는 말이다. 진晉나라 극선郤詵이 과거에 장원 급제한 뒤에 월계수月桂樹 가지를 꺾었다고 자칭했던 ‘월궁절계月宮折桂’의 고사가 전한다.
  62. 62)못가 봄~붓으로 달리리라 : 멋있는 시를 지어낼 것이라는 말이다. 남조南朝 송宋의 시인 사영운謝靈運이 봄 풍경에 알맞은 시구를 찾으려고 골몰하다가 꿈속에서 족제族弟인 사혜련謝惠連을 만나 보고는 “못가에 봄풀이 돋아난다.(池塘生春草.)”라는 명구名句를 지어낸 일화가 전한다.
  63. 63)유하流霞 : 한 잔만 마셔도 몇 달 동안 배고픔을 모른다는 신선의 술 이름인데, 여기서는 궁중의 술을 가리킨다.
  64. 64)청평淸平 : 악부樂府의 하나인 청평조淸平調를 말한다. 당唐 현종玄宗이 침향정沈香亭에서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목작약木芍藥 꽃을 완상하다가 금화전金花牋을 하사하며 한림翰林 이백李白을 불러 새 악장樂章을 짓게 하자 이백이 그 자리에서 ≺청평조사淸平調詞≻ 3장章을 지어 올린 고사가 전한다.
  65. 65)조문朝聞 :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라는 공자孔子의 말을 요약한 것이다. 『論語』 「里仁」.
  66. 66)왕우승王右丞의 종남별업終南別業 : 왕우승은 상서우승尙書右丞을 지낸 당唐나라 시인 왕유王維를 가리킨다. ≺終南別業≻은 『王右丞集』 권3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에 “물이 다하는 곳까지 가서, 구름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라는 명구가 나온다.
  67. 67)수초부遂初賦 : 번잡한 인간 세상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와 숨어 살겠다는 뜻의 노래를 말한다.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십여 년 동안 산수山水를 유람한 뒤에, 산림에 은거하려고 마음먹은 처음의 뜻을 마침내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遂初賦≻를 지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68. 68)기황綺黃 : 기리계綺里季와 하황공夏黃公의 합칭으로, 상산사호商山四皓를 가리킨다. 진秦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商山에 은거하던 네 노인 즉 동원공東園公․기리계․하황공․녹리선생甪里先生 등 사호四皓가 자지紫芝 즉 자줏빛 영지버섯을 캐먹으면서 ≺紫芝歌≻를 지어 불렀다 한다.
  69. 69)건성乾城 : 불교 용어인 건달바성乾闥婆城의 준말로, 실체가 없이 공중에 나타나는 신기루蜃氣樓와 같은 현상을 말한다.
  70. 70)육적六賊 : 육경六境 즉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을 가리킨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의 육근六根을 오염시킨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데, 육마六魔 혹은 육진六塵이라고도 한다.
  71. 71)양춘陽春 : ≺白雪曲≻과 함께 따라 부르기 어렵기로 유명한 옛날 초楚나라의 고아高雅한 가곡歌曲 이름이다. 춘추 시대에 초나라에서 어떤 나그네가 ≺下里≻와 ≺巴人≻의 대중가요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陽阿≻와 ≺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 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陽春≻과 ≺白雪≻의 노래를 부르니 몇 십 명밖에는 따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文選』 「宋玉對楚王問」.
  72. 72)육아蓼莪 : 『詩經』 ≺小雅≻의 편명으로, 돌아가신 어버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시이다. 각주34) 참조.
  73. 73)성곽처럼 뜻을 막아라 : 주희朱熹의 『敬齋箴』에 “입을 지키기를 마개 닫힌 병처럼 하고, 뜻을 막기를 성곽처럼 하라.(守口如甁, 防意如城.)”라는 말이 나온다.
  74. 74)단 과일을~것이 있으리오 : 안빈낙도安貧樂道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자기의 재능을 과시하며 출세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아름다운 옥이 여기에 있는데, 궤에 담아서 감춰둘 것입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팔 것입니까?(有美玉於斯, 韞櫝而藏諸, 求善賈而沽諸?)”라고 묻자, 공자가 “팔아야지, 팔아야지! 그러나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사람이다.(沽之哉沽之哉! 我待賈者也.)”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論語』 「子罕」.
  75. 75)빈 뜰에서~사람의 벗 : 이백李白의 ≺月下獨酌≻이라는 시에 “꽃그늘 아래에서 한 병의 술을, 친한 이도 하나 없이 홀로 마시네.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마중하노니, 나와 달과 그림자가 세 사람을 이루었네.(花下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라는 명구名句가 나온다.
  76. 76)순채蓴菜와 회~언제나 생각하리 : 계응季鷹은 진晉나라 장한張翰의 자字이다. 그가 낙양洛陽에서 벼슬살이를 하다가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인 오吳 땅의 순채 국과 농어 회 맛이 생각나서 벼슬을 그만두고 곧장 내려갔던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識鑑」.
  77. 77)홍린紅鱗과 취렵翠鬣 : 용의 붉은 비늘과 푸른 갈기라는 뜻으로, 각각 소나무 껍질과 소나무 잎을 비유한 표현이다.
  78. 78)황매黃梅 : 누렇게 익은 매실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중국 선종禪宗의 5조祖인 홍인弘忍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홍인은 기주蘄州 황매 사람으로, 7세에 4조 도신道信을 따라 황매 서북쪽 쌍봉산雙峰山의 동산사東山寺로 출가하였고, 나중에 황매 동북쪽 풍무산馮茂山의 진혜사眞惠寺에서 교화를 펼쳤으므로, 세상에서 홍인을 오조황매五祖黃梅 혹은 그냥 황매라고 일컫게 되었다. 선종에서 『楞伽經』 대신 『金剛經』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홍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79. 79)지금 북극의~흔적이 말랐음이리오 : 가뭄이 든 것을 형용한 말이다. 별빛이 찬란하게 빛난다는 것은 구름 한 점 없어서 비가 올 가능성이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또 전국 시대 초楚 나라 시인 송옥宋玉의 ≺高唐賦≻에, 초왕楚王과 무산巫山 신녀神女의 연애戀愛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서로 작별할 적에 무산 신녀가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를 내리면서 언제까지나 양대 아래에 있겠다.(旦爲朝雲, 暮爲行雨, 朝朝暮暮, 陽臺之下.)”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80. 80)행로난行路難 : 세상 길의 험난함과 처세의 어려움을 노래한 악부잡곡가사樂府雜曲歌辭의 이름이다.
  81. 81)의란조猗蘭操 : 공자孔子가 일찍이 위衛나라로부터 노魯나라에 돌아와서 때를 만나지 못해 도道를 행할 수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여 지은 거문고 곡조 이름이다.
  82. 82)병발甁鉢 : 승려의 필수품인 정병淨甁과 발우鉢盂의 합칭이다.
  83. 83)삼화三花의 나무 : 1년에 세 번 개화開花한다는 패다수貝多樹를 가리킨다. 불경佛經을 서사書寫한 나무 잎사귀를 패다라貝多羅 혹은 패엽貝葉이라고 한다.
  84. 84)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왕생往生할 때 아홉 등급으로 나뉘는 연화대蓮花臺라는 뜻이다. 『觀無量壽經』에 의하면, 중생의 근기를 상품上品․중품中品․하품下品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상생上生․중생中生․하생下生으로 나누어 아홉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이에 따라 왕생하는 정토도 구품의 정토로 나뉘고, 이들을 맞는 아미타불阿彌陀佛도 구품의 미타로 나뉘고, 수인手印도 구품의 수인으로 나뉘고, 염불念佛 방법도 구품의 염불로 나뉜다.
  85. 85)꿈 깬~차를 올릴까 : 앙산仰山은 향엄香嚴의 잘못으로, 초의가 착각한 듯하다. 향엄원몽香嚴原夢이라는 선종禪宗의 공안公案이 있는데, 원몽은 꿈풀이라는 뜻이다. 당唐나라 위산 영우潙山靈祐 선사禪師가 낮잠을 자다가 깨어나 제자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물어보았는데, 앙산 혜적仰山慧寂은 한 동이 물과 수건을 가지고 오고, 향엄 지한香嚴智閑은 한 잔의 차를 받들고 오니, 위산이 “두 사람의 견해가 추자鶖子보다 낫다.”라고 평한 일화가 『景德傳燈錄』 권9 「潙山靈祐」에 나온다. 추자는 부처의 십대 제자 중 지혜 제일로 꼽히는 사리불舍利弗의 별칭이다.
  86. 86)물아物我가 평등하다 장생이 일렀느니라 : 장생莊生은 장자莊子를 말한다. 『莊子』 「齊物論」에 이 사상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87. 87)현도에 다시 돌아온 객 : 당唐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을 가리킨다. 그가 조정에서 쫓겨나 낭주사마朗州司馬로 좌천되었다가 10년 만에 부름을 받고 입경入京하여 현도관玄都觀에서 노닐 적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복사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는 감개무량하여 “현도관 속에 핀 일천 그루 복사꽃, 유랑이 떠난 뒤에 모두 새로 심었구려.(玄都觀裏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라는 시를 지었다. 그런데 그 뒤에 다시 외방으로 나갔다가 14년 뒤에 장안에 돌아와 보니 현도관에 복사꽃 나무가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이를 탄식하는 시를 지었는데, 그중에 “복사꽃 심은 도사는 어디로 갔나? 저번에 왔던 유랑이 지금 다시 왔는데.(種桃道士歸何處? 前度劉郞今又來)”라는 구절이 나온다. 유랑은 유우석 자신을 가리킨다.
  88. 88)다리陀利 : ⓢ puṇḍarīka의 음역音譯인 분다리화分陀利花의 준말로, 백련화白蓮花를 가리킨다.
  89. 89)팔환八還 : 세간의 여러 변화하는 현상들이 각자 근본 원인이 되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 여덟 종류가 있다는 말인데, 『楞嚴經』 권2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소식蘇軾의 ≺次韻道潛留別≻라는 제목의 시에 “물아는 결국 팔환에 부쳐지게 마련(物我終當付八還)”이라는 시구가 나온다. 『蘇東坡詩集』 권23.
  90. 90)원공遠公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惠遠을 가리킨다. 그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念佛 결사結社를 맺은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91. 91)금성金聲 옥진玉振 : 집대성한 인물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孟子』 「萬章」下에 “공자孔子는 집대성한 분이시다. 집대성이란 종鍾과 같은 금의 소리가 먼저 퍼지게 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경쇠와 같은 옥의 소리로 거둬들이는 것을 말한다.(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라는 말이 나온다.
  92. 92)삼락三樂 : 맹자孟子가 말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말한다. 『孟子』 「盡心」上에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부모가 모두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라는 말이 나온다.
  93. 93)구름 뿌리 : 산 위의 바위를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의 안에 있는지라, 마을 인가가 구름의 뿌리 아래 모여 있네.(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에 부딪쳐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권14 ≺題忠州龍興寺所居院壁≻.
  94. 94)잔 속의 뱀 : 아무것도 아닌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며 괴로워할 때 쓰는 말이다. 진晉 나라 악광樂廣이 친구와 술을 마실 적에 그 친구가 술잔 속에 비친 활 그림자를 뱀으로 오인하고는 마음속으로 의심한 나머지 병이 들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는 병이 절로 나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권43 「樂廣傳」.
  95. 95)혜휴惠休 : 남조南朝 송宋의 저명한 시승詩僧이다. 그는 포조鮑照와 서로 시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교유하였는데, 속성俗姓이 탕씨湯氏이기 때문에 탕혜휴湯惠休 혹은 탕공湯公, 탕사湯師로 일컫기도 한다.
  96. 96)삼성三省의 객 : 유자儒者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유산酉山 즉 정약용丁若鏞의 큰아들인 정학연丁學淵을 가리킨다. 삼성은 『論語』 「學而」의 “나는 하루에 세 가지 일로 자신을 반성한다. 그것은 즉 남을 위해 도모할 적에 충심으로 하지 않았는가, 벗과 사귈 때 신의를 잃지는 않았는가, 전수 받은 것을 익히지 않은 것은 없는가이다.(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라는 증자曾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97. 97)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준말로, 불교에서 서로 함께 애경愛敬해야 할 여섯 가지 종류의 일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신화경身和敬․구화경口和敬․의화경意和敬․계화경戒和敬․견화경見和敬․이화경利和敬을 통해, 공주共住하고 무쟁無諍하고 동사同事하고 동수同修하고 동해同解하고 동균同均하는 것을 가리킨다.
  98. 98)단랑檀郞 : 진晉나라 문학가인 반악潘岳을 가리킨다. 그의 소자가 단노檀奴이고, 또 그의 자태가 아름다워서 낙양洛陽 부녀자들의 애모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그가 세상의 명리를 좇은 나머지, 석숭石崇 등과 함께 당시의 권신權臣인 가밀賈謐에게 아첨하면서, 가밀이 외출할 때마다 수레가 일으키는 먼지를 바라보며 절을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潘岳傳」.
  99. 99)하필 산에~자지紫芝를 먹으리오 : 상산사호商山四皓처럼 은둔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각주66) 참조.
  100. 100)연명淵明 : 진晉나라 시인 도잠陶潛의 자字이다.
  101. 101)마힐摩詰 : 성당盛唐의 시인 왕유王維의 자이다. 그의 별장이 있는 망천輞川의 승경 20군데를 그가 직접 그린 망천도輞川圖는 지금까지도 명화名畵로 꼽혀 온다.
  102. 102)청거請車 대색帶索 : 수레를 청하고, 허리띠를 새끼줄로 했다는 말로, 모두 가난을 뜻하는 표현이다.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가 죽었을 때 안회의 부친인 안로顔路가 집안이 가난해서 공자의 수레를 청해 장례 비용을 마련하려 했던 고사가 『論語』 「先進」에 나온다. 또 공자가 태산泰山을 유람할 적에 새끼줄로 허리띠를 하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유유자적하는 영계기榮啓期라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감탄한 영공삼락榮公三樂의 고사가 『列子』 「天瑞」에 나온다.
  103. 103)화표華表의 슬픈 노래 :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되고 나서 1천 년 만에 학으로 변해 다시 고향을 찾아와서는 요동 성문의 화표주華表柱 위에 내려앉았는데, 소년 하나가 활을 쏘려고 하자 허공으로 날아 올라가 배회하면서 “옛날 정령위가 한 마리 새가 되어, 집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 처음 돌아왔소.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은 모두 바뀌었나니, 신선술 왜 안 배우고 무덤만 이리도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슬피 탄식하고는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다. 『搜神後記』 권1.
  104. 104)궁도窮途의 통곡 : 막다른 길에서 통곡한다는 뜻으로,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의 고사이다. 그가 울분을 달래려고 혼자 수레를 타고 나갔다가 길이 막히면 문득 통곡하고 돌아왔다고 하는데, 보통 곤경困境에 떨어져서 희망이 전무한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晉書』 「阮籍傳」.
  105. 105)유랑庾郞의 가난한 밥상 : 남조南朝 제齊의 유고지庾杲之가 청빈한 생활을 하며 밥을 먹을 때에도 오직 부추(韭菜)를 조리한 세 종류의 반찬만 있었는데, 어떤 이가 이를 희롱하며 “유랑이 가난하다고 누가 말하는가? 반찬이 항상 27종이나 되는걸.(誰謂庾郞貧? 食薤常有二十七種.)”이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27종이라고 한 것은 삼구三九의 음이 삼구三韭와 같기 때문에 그렇게 익살을 부린 것이다. 『南齊書』 「庾杲之傳」.
  106. 106)우경인耦耕人 : 짝지어 밭 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소란한 세상을 피해 은거하여 농사짓는 사람을 뜻한다. 공자孔子가 제자들을 데리고 천하를 주유周遊하다가 초楚나라에 들렀을 때 은자隱者인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이 짝을 지어 밭을 갈고 있는 것(耦而耕)을 보고는 자로子路에게 나루터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게 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論語』 「微子」.
  107. 107)도소屠蘇 :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 이름이다. 귀기鬼氣를 도절屠絶하고 인혼人魂을 소성蘇醒한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本草綱目』에 의하면 화타華佗의 비방秘方이라고 한다. 새해 아침에 가족 모두가 의관을 정제하고 모여서 차례로 도소 술잔을 어른에게 올린 뒤에 나이 어린 사람부터 일어나서 나가는 풍습이 있었다. 『荊楚歲時記』.
  108. 108)양자楊子 : 한漢나라 양웅楊雄을 가리킨다. 그의 12편의 부賦 중에 ≺逐貧賦≻가 들어 있다.
  109. 109)얇은 깁으로~격한 듯 : 정자에 걸린 귀한 시문은 깁을 덮어서 보호하는데, 그것이 흡사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110. 110)악록萼綠 : 꽃잎이 푸르스름한 매화를 말한다. 흔히 녹영매綠英梅 혹은 녹악매綠萼梅라고 한다.
  111. 111)결사結社는 참으로 원량과 같고 : 원량元亮은 도잠陶潛의 자字이다. 진晉나라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수많은 고사高士들과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였고, 도잠陶潛․육수정陸修靜과도 두터운 교분을 맺고서 친하게 지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112. 112)자식 결혼 뒤엔 향평처럼 살리라 : 상평向平은 자字가 자평子平인 한漢나라의 고사高士 상장向長을 가리킨다.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나서 집안의 일을 완전히 정리한 뒤에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분부하고는 마음 내키는 대로 떠돌아다니며 오악五岳 등을 유람하다가 생을 마쳤다고 한다. 『後漢書』 「逸民列傳」.
  113. 113)틈을 지나가듯 : 『莊子』 「知北游」에 “천지 간의 인생이란 마치 하얀 망아지가 담장의 틈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이 나온다.
  114. 114)물이 흘러가듯 : 공자孔子가 시냇가(川上)에서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이고 낮이고 멈추는 법이 없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탄식한 말이 『論語』 「子罕」에 보인다.
  115. 115)누가 돌을~늙지 않을까 : 백석선생白石先生이라는 전설상의 고대 선인이 백석산에 살면서 항상 백석을 구워 먹고 살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神仙傳』 권2.
  116. 116)청간석상등라월請看石上藤蘿月 : 두보杜甫의 ≺秋興≻ 8수> 중 두 번째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杜少陵詩集』 권17에 수록되어 있다.
  117. 117)내게 조복~청에 부응하리 :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조주자사潮州刺史로 있을 적에 친하게 지냈던 노승 태전太顚과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선물로 남겨 주었던 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 내용은 한유의 「與孟尙書書」에 나온다.
  118. 118)서원西園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업도鄴都에 있던 동작원銅雀園을 말하는데, 위魏 문제文帝 조비曹丕가 글 잘하는 시종신들을 이곳에 모아 연회를 베풀며 달을 감상했던 고사가 전한다.
  119. 119)호손胡孫의 만세등萬歲藤 : 지팡이를 말한다. 이백李白의 시에 “병 속에는 천년을 경과한 석가의 사리를 봉안하고, 손에는 만년을 경과한 호손의 등나무 지팡이를 쥐었다.(甁裏千年舍利骨, 手中萬歲胡孫藤.)”라는 구절이 나온다. 『李太白集』 권6 ≺僧伽歌≻ 호손은 원숭이를 뜻하는데, 등나무 종류에 호손등胡孫藤이 있다고 한다.
  120. 120)채진采眞 : 천성天性에 순응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소요逍遙를 즐긴다는 뜻의 도가道家 용어로, 『莊子』 「天運」에 채진지유采眞之遊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121. 121)제천諸天 :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나무 덩굴 저 너머에 응당 암자가 있으련만, 깜깜해진 뒤에나 겨우 꼭대기에 오르겠군.(諸天合在藤蘿外, 昏黑應須到上頭.)”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권12 「涪城縣香積寺官閣」.
  122. 122)십선十善 : 불교의 용어로, 십악十惡을 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십악은 살생殺生․투도偸盜․사음邪淫․망어妄語․양설兩舌․악구惡口․기어綺語․탐욕貪欲․진에瞋恚․사견邪見을 가리킨다.
  123. 123)나가癩可와 수권瘦權 : 송宋나라 강서파江西派에 속하는 시승詩僧 조가祖可와 선권善權의 별칭이다. 조가는 악질惡疾에 걸렸으므로, 사람들이 나병에 걸린 조가라는 뜻으로 나가라고 불렀다 하며, 선권은 모습이 파리하게 여위었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청수淸瘦하다고 하여 수권이라고 불렀다 한다.
  124. 124)명절날 석천의 괴화의 꿈이요 : 소식蘇軾의 「參寥泉銘」 서문序文에 “꿈속에서 서로 시를 읊을 적에 한식청명석천괴화의 구절이 있었는데, 말은 매우 아름다웠으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夢相與賦詩, 有寒食淸明石泉槐火之句, 語甚美, 而不知其所謂.)”라는 말이 나온다.
  125. 125)주소周昭 : 주周나라 소왕昭王을 가리킨다. 『周書異記』에 의하면, 주 소왕 즉위 24년 혹은 26년 갑인甲寅 4월 8일에 우물물이 넘쳐흐르고 궁전이 진동하고 항성恒星이 보이지 않고 오성五星이 태미원太微垣을 관통하는 이변이 발생하자, 왕이 태사太史 소요蘇繇에게 물으니, 소요가 “대성인이 서방에 태어났는데, 1천 년 뒤에는 그 교법이 중국에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26. 126)무을武乙과 하걸夏桀 : 무을은 황음무도하기로 유명한 은殷나라의 제25대 왕이고, 하걸은 하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걸왕을 말한다.
  127. 127)밤이 환했던~일월이 틀림없다네 : 『春秋』 장공莊公 7년에 “여름철 4월 신묘일 밤에 항성이 보이지 않았다.(夏四月, 辛卯夜, 恒星不見.)”라는 경문經文이 나오고, 이를 해설한 『左傳』에 “여름철에 항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밤이 환하게 밝아서였다.(夏, 恒星不見, 夜明也.)”라는 말이 나온다. 『歷代三寶記』 권1에는 “노나라 『춘추』에 의하면, 장공 7년 여름 4월 신묘일 밤에 항성이 보이지 않고 한밤중에 별이 비처럼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 기록을 보면 그때가 바로 여래가 왕궁에서 탄생한 때와 일치한다.(魯春秋, 莊公七年夏四月辛卯夜, 恒星不見, 夜中星隕如雨, 案此即是如來誕生王宮時也.)”라는 말이 나온다. 노나라 장공 7년은 주나라 장왕莊王 10년 갑오甲午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해 4월은 초하루가 정해丁亥인 만큼, 신묘일은 8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이설도 있다.
  128. 128)본기本起와 나함那含 : 각각 『修行本起經』과 『阿那含經』을 말한다.
  129. 129)묘길상妙吉祥은 원래 만수리曼殊利요 : 묘길상이라고 하거나 만수리라고 하거나 내용은 똑같다는 말이다. 만수리는 ⓢ Mañjuśrī를 음역音譯한 만수실리曼殊室利의 준말로, 묘길상이라고 의역意譯된다. 문수사리文殊師利 즉 문수보살文殊菩薩을 가리킨다.
  130. 130)아차말阿差末 : ⓢ Akṣayamatir의 음역으로, 무진의無盡意 혹은 무량의無量意로 의역된다. 아차말보살 즉 무진의보살은 현겁賢劫 16존尊의 하나이다.
  131. 131)주정周正과 하정夏正은~그래서 바뀌었네 : 주정 즉 주나라의 정삭正朔은 자월子月인 11월을 세수歲首로 삼고, 하정夏正 즉 하나라의 정삭은 인월寅月인 1월을 세수로 삼아, 서로 2개월의 격차를 보이는데, 조선 시대나 지금 쓰는 음력은 하력夏曆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주나라 소왕昭王 갑인년 4월 8일은 현행 음력으로 2월 8일이니, 석가의 탄일도 2월 8일이 맞다는 것이 자하紫霞 신위申緯의 주장이다.
  132. 132)나의 등은~등이 없어 : 소식蘇軾의 시에 “끝없이 등불을 전하는 분은 본래 자기의 등불이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네.(始知無盡本無燈.)”라는 구절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권9 ≺上元過祥符僧可久房 蕭然無燈火≻.
  133. 133)윤필암潤筆庵 : 윤필은 원래 글을 지어 주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사례금으로서 집필료執筆料를 말하는데, 그 윤필로 지은 암자라는 뜻이다. 『新增東國輿地勝覽』 8권 지평현砥平縣 불우佛宇 조에, “이색이 왕명을 받들고 나옹의 부도명을 지어 주자, 문도들이 윤필의 재물을 마련하여 사례하였는데, 이색이 그것을 받지 않고 허물어진 절을 수리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윤필암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李穡以王旨撰懶翁浮屠銘, 其徒致潤筆物, 穡不受使修廢寺, 因名之.)”라고 하여 윤필암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134. 134)청경淸景은 원래~어려운 일 : 좋은 경치와 좋은 모임을 동시에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식蘇軾의 시에 “인생의 회합은 예로부터 기필하기 어려운 일, 이 경치와 이 모임 두 개를 어떻게 얻으리오.(人生會合古難必, 此景此行那兩得.)”라는 표현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권8 「催試官考較戲作」.
  135. 135)부산浮山 : 나부산羅浮山의 준말이다. 포박자抱朴子 즉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나부산에서 연단鍊丹하여 선약仙藥을 만들고 시해尸解했다 한다.
  136. 136)청등靑燈을 짝한~비녀장을 던지고 : 손님이 중도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붙잡아 둔다는 말이다. 한漢나라 진준陳遵이 술을 좋아해서 주연을 크게 벌이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손님들이 가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 손님들의 수레바퀴에서 비녀장을 빼내어 우물 속에 던져 넣었으므로,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끝내 가지 못했다는 관문투할關門投轄의 고사가 전한다. 『漢書』 「陳遵傳」. 비녀장은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굴대 머리 구멍에 지르는 큰 못이다.
  137. 137)백발에 만난~주고 싶네 :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노승 태전太顚에게 옷을 선물한 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각주115) 참조.
  138. 138)다섯 말~초수의 웅변이요 : 두보杜甫의 ≺飮中八仙歌≻에 “초수는 다섯 말의 술을 마셔야 비로소 기운이 나는데, 그 고담과 웅변은 사방의 잔치 자리를 놀라게 한다.(焦遂五斗方卓然, 高談雄辯驚四筵.)”라는 말이 나온다.
  139. 139)높은 언덕에서~좌사의 옷자락이라 : 진晉나라 좌사左思의 ≺詠史詩≻에 “천 길 언덕 위에서 옷자락을 휘날리고, 만리 강물에 발을 담그고 씻노매라.(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라는 말이 나온다.
  140. 140)창양菖陽 : 약초 이름이다. 일명 석창포石菖蒲라고 한다.
  141. 141)부상扶桑과 약목若木 : 부상은 동해 속에 있다는 상상의 신목神木 이름으로, 해가 뜰 때에는 이 나뭇가지를 흔들고서 올라온다고 한다. 약목도 고대 신화에 나오는 나무 이름인데, 서방의 해가 지는 곳에서 자라는 큰 나무라고 한다.
  142. 142)하수河水를 끝까지~수 있었네 : 이동번이 험란한 물길을 헤치고 다행히 일행을 찾아올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수는 황하黃河를 가리킨다. 전한前漢의 장건張騫이 무제武帝의 명을 받고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나가서 황하의 근원을 찾을 적에 뗏목(槎)을 타고 달포를 지나 은하수 위로 올라가서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나고 왔다는 전설이 전한다. 『天中記』 권2 .동천洞天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무릉武陵의 어부가 복숭아꽃이 떠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계속 올라가 보니 포악한 진秦나라 시대에 난리를 피해서 들어 온 사람들이 선경仙境 속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돌아온 뒤에 다시 찾아가 보려고 하였지만 길을 잃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도연명陶淵明의 『桃花源記』에 나온다.
  143. 143)산양山陽의 추억 : 지금은 세상을 떠난 벗들과 산골에서 즐겁게 노닐었던 옛 추억을 말한다. 진晉나라 상수向秀가 혜강嵆康 여안呂安 등과 산양山陽에서 친하게 지냈는데, 두 사람이 죽고 나서 상수가 다시 옛 벗의 집을 찾았을 때 이웃에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思歸賦≻를 지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晉書』 권49 「向秀傳」.
  144. 144)범석호范石湖의 초귀석호初歸石湖 : 범석호는 송宋나라 시인 범성대范成大를 가리킨다. 그의 호가 석호거사石湖居士이다. ≺初歸石湖≻라는 제목의 칠언율시는 『石湖詩集』 권20에 나온다.
  145. 145)삿갓 쓴 노인 : 빗속의 어부를 가리킨다. 참고로 연파조도煙波釣徒라고 자칭한 당唐나라 장지화張志和의 ≺漁父詞≻에 “푸른 삿갓 쓰고 초록색 도롱이 걸쳤으니, 비낀 바람 가랑비에 굳이 돌아갈 것 없네.(靑蒻笠綠簑衣, 斜風細雨不須歸.)”라는 명구가 나온다.
  146. 146)황모객黃帽客 : 누런 모자의 객이라는 뜻으로, 뱃사람을 가리킨다. 토土가 수水를 이긴다는 뜻에서, 토의 색깔인 황색 모자를 썼으므로, 황모랑黃帽郞 혹은 황두랑黃頭郞이라고 했다 한다. 『漢書』 권93 「鄧通傳」.
  147. 147)첩장疊嶂 연강은~하나의 꿈이었네 : 연강첩장도烟江疊嶂圖와 같은 그림 속의 경치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되어 아쉽다는 말이다. 이 그림은 소식蘇軾과 동시대의 왕진경王晉卿 즉 왕선王詵이 그린 것인데, 『蘇東坡詩集』 권30에 ≺왕정국이 소장한 연강첩장도에 쓰다.(書王定國所藏煙江疊嶂圖)≻라는 제목의 시로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148. 148)수초부遂初賦 : 각주65) 참조.
  149. 149)서자徐子 : 서희徐熙를 가리킨다. 그는 오대五代에서 송초宋初까지 활동한 저명한 화가로, 주로 묵필墨筆을 쓰고 채색彩色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특히 화죽花竹에 뛰어났다고 한다.
  150. 150)미가米家 : 북송北宋의 서화가인 미불米芾을 가리킨다. 그가 항상 배에다 서화書畫를 싣고서 강호를 유람했던 ‘미가선米家船’의 고사가 전하는데, 황정견黃庭堅의 ≺對贈米元章≻ 시에 “창강에 밤새도록 무지개가 달을 꿰니, 정녕코 미가의 서화 실은 배로세.(滄江盡夜虹貫月, 定是米家書畫船.)”라는 표현이 나온다.
  151. 151)황공주로黃公酒壚 : 죽림칠현竹林七賢인 왕융王戎과 혜강嵆康 완적阮籍 등이 질탕하게 마셔대던 술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회상할 때 흔히 비유하는 표현이다. 혜강과 완적이 죽은 뒤에 왕융이 상서령尙書令 신분으로 이곳을 지나가다가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관직에 매인 자신의 처지를 탄식한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傷逝」.
  152. 152)천수자天隨子 : 당唐나라 시인 육귀몽陸龜蒙의 별호이다. 그는 배 안에 다기茶器와 필상筆床과 낚시 도구 등을 싣고서 항상 강호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153. 153)저절로 나는 나를 잊었으니까 : 보기에는 앉아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가매假寐 상태에 들어가 있는 만큼 충분히 수면을 보충하고 있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소식蘇軾의 ≺客位假寐≻라는 시에 “어찌 주인이 객을 잊은 것 뿐이리오, 지금 나도 나를 잊었다오.(豈惟主忘客, 今我亦忘吾.)”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아망오我忘吾는 『莊子』 「齊物論」의 “나는 나를 잃었다.”라는 오상아吾喪我에서 나온 것으로서, 무아지경 즉 가매에 빠져들었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 시는 『蘇東坡詩集』 권3에 나온다.
  154. 154)문 연~일을 기억하나니 : 명明나라 왕수인王守仁이 사전思田을 평정하고 돌아올 적에 남안南安의 한 사원에 들러서 굳게 잠긴 선실禪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책상 위에 먼지 쌓인 하나의 글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에 “오십 칠 년 뒤에 왕수인이 자물쇠를 열고 들어와 먼지를 털어내고 이 글을 볼 것이다. 만약 전생의 일을 묻는다면, 문을 연 사람이 바로 문을 닫은 사람이니라.(五十七年王守仁, 啓吾鑰, 拂吾塵. 若問前生事, 開門人是閉門人.)”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江西通志』 권1.
  155. 155)사리闍黎 : ⓢ ācārya의 음역音譯인 아사리阿闍黎의 준말로, 제자를 바른길로 인도하며 가르치는 모범적인 스승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궤범사軌範師․정행正行 등으로 의역意譯되며, 도사導師로 칭해지기도 한다. 사리闍梨로 쓰기도 한다.
  156. 156)도잠道潛 : 송宋나라의 저명한 시승詩僧으로 소동파蘇東坡와 매우 친하게 지내었다. 그의 호인 삼료자參寥子로 많이 알려졌으며, 『三寥子詩集』이 세상에 전한다.
  157. 157)공융주孔融酒 : 한말漢末의 학자 공융孔融이 성품이 온유하여 후진을 잘 돌보아 주었으며 한직에 물러난 뒤에도 그의 집을 찾는 손님이 끊일 날이 없었다고 하는데, “자리 위에 손님이 항상 가득하고, 술동이 속에 술이 늘 비지만 않는다면, 내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坐上客恒滿, 尊中酒不空, 吾無憂矣.)”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孔融傳」.
  158. 158)초왕평楚王萍 : 얻기 힘든 물건이나 진귀한 식품을 뜻한다. 초楚 소왕昭王이 강江을 건너다가 크기가 말(斗) 만하고 둥글면서 붉은 물체를 보고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몰랐으므로 사람을 노魯나라에 보내 공자孔子에게 물어보니, 공자가 “이것은 부평초 열매(萍實)로서 쪼개서 먹을 수가 있다. 이는 패자覇者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서 길상吉祥한 물건이다.”라고 대답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說苑』 「辨物」.
  159. 159)땅에 던지면 쇳소리 :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천태산부天台山賦를 지어 놓고는 친구인 범영기范榮期에게 “그대는 시험 삼아 이 부를 땅에 던져 보게나. 의당 금석의 소리가 날 것일세.(卿試擲地, 當作金石聲.)”라고 말한 고사가 전하는데, 보통 문장이 매우 아름다운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晉書』 「孫綽傳」.
  160. 160)오래 산에~글을 새겼으리 : 사람들이 「北山移文」과 같은 글을 지어서 자기의 입산入山을 막을 것이라는 말이다. 육조六朝 시대에 고사高士 주언륜周彦倫이 북산北山에 은거하여 명망이 있었는데, 후에 세상에 나가 해렴현령海鹽縣令이 되었다가 다시 벼슬을 그만두고 북산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의 친구인 공치규가 산신山神의 뜻을 가탁假托하여 그의 입산을 거절하는 내용으로 「北山移文」 지은 고사가 있다.
  161. 161)문창文暢 : 당唐나라 승려의 이름이다. 한유韓愈가 그를 전송하며 써 준 「送浮屠文暢師序」가 있다. 『古文眞寶』와 『唐宋八家文讀本』에도 나온다.
  162. 162)고산孤山 : 송宋나라 은사隱士 임포林逋의 호인데, 그가 고산에 매화를 많이 심었다.
  163. 163)선심은 진흙에 붙은 버들 : 진흙에 달라붙은 버들개지처럼 외물外物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선승禪僧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송宋나라의 시승詩僧 도잠道潛이 서주徐州에 가서 소식蘇軾을 방문했을 때, 소식이 주석酒席에서 한 기녀妓女를 시켜 유혹하게 하며 장난삼아 시를 청하게 하자, 도잠이 즉시 “고맙구려 술잔 앞의 요조한 여인이여, 초 양왕 들뜨게 한 그윽한 꿈을 선사하니. 하지만 선승의 마음은 진흙에 붙은 버들개지라서, 봄바람 따라 위아래로 흩날리지 않는다오.(多謝尊前窈窕娘, 好將幽夢惱襄王. 禪心已作沾泥絮, 不逐東風上下狂.)”라고 절구絶句를 지은 고사가 송宋나라 조령치趙令畤의 『侯鯖錄』 권3에 나온다.
  164. 164)주수珠樹 : 나뭇잎이 모두 구슬로 되어 있다는 신화 속의 나무로, 준재俊才 혹은 타인의 뛰어난 시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165. 165)옥산玉山 : 풍모가 아름다운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삼국 시대 위魏 나라 혜강嵇康이 체격 좋고 풍채가 뛰어났으므로 그를 보는 사람들마다 찬탄해 마지않았는데, 그에 대해서 친구인 산도山濤가 “평소에는 오연傲然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은데, 술에 취하기만 하면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 마치 옥산이 무너지려는 것과 같다.(巖巖若孤松之獨立, 其醉也, 傀俄若玉山之將崩.)”라고 평한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容止」. 송宋나라 진여의陳與義의 ≺次韻光化松堂年主簿見寄≻ 시에 “꿈에서도 주수를 매만질 수 있었는데, 이별 뒤에 옥산이 무너짐을 잊을 수 있겠는가.(夢中猶得攀珠樹, 別後能忘倒玉山.)”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 대본의 대옥산對玉山은 도옥산倒玉山의 잘못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166. 166)향기로운 풀에~부드러운 금모래 : 두보杜甫의 시에 “오솔길에 금빛 모래 부드러운데, 사람은 없고 푸른 풀만 향기로울 뿐.(有徑金沙軟, 無人碧草芳.)”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권13 ≺陪王使君晦日泛江就黃家亭子≻.
  167. 167)공융孔融의 술잔 : 각주155) 참조.
  168. 168)유신庾信의 비애 : 고향을 떠나 간난신고를 겪으며 정처 없이 떠도는 슬픔을 말한다. 북주北周의 저명한 시인인 유신이 전란 통에 각지를 유력하다가 고향 생각에 젖어 ≺哀江南賦≻를 지은 고사가 전한다. 『周書』 「庾信傳」.
  169. 169)금 지팡이~ 울리지 않았는데 : 진晉나라 손작孫綽의 ≺遊天台山賦≻에 “털이 다 해진 누더기 옷을 입고, 금 지팡이 소리 울리며 간다.(被毛褐之森森, 振金策之鈴鈴.)”라는 말이 나온다.
  170. 170)사마四魔 : 불교 용어로, 온마蘊魔․번뇌마煩惱魔․사마死魔․천자마天子魔를 말하는데, 앞의 세 가지를 내마內魔, 뒤의 한 가지를 외마外魔라고 한다.
  171. 171)삼주三周 : 부처가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3회에 걸쳐서 『法華經』을 설했다는 천태종天台宗의 주장을 말한다. 즉 법설주法說周와 비설주譬說周와 숙세인연주宿世因緣周가 그것인데, 각각 상․중․하의 근기를 위해 설한 것이라고 한다.
  172. 172)팔덕八德 : 서방 극락세계의 못이 갖추고 있는 여덟 가지 공덕을 가리키는데, 그 공덕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징정澄淨․청랭淸冷․감미甘美․경연輕軟․윤택潤澤․안화安和․제기갈除饑渴․장양제근長養諸根 등이라고 한다.
  173. 173)의란조猗蘭操 : 공자가 지었다는 거문고 곡조 이름이다. 각주79) 참조.
  174. 174)난성蘭成 : 북주北周 유신庾信의 소자小字이다. 그가 난리를 만나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강남江南의 고향을 생각하며 ≺哀江南賦≻를 지은 고사가 있다.
  175. 175)봄 술은~민수澠水와 같고 : 『左傳』 소공昭公 12년에 “술은 민수澠水처럼 많고, 고기는 언덕처럼 쌓였다.(有酒如澠, 有肉如陵.)”라는 말이 나온다.
  176. 176)귤 속의 노인 : 촉蜀나라 사람이 귤원橘園에서 항아리만 한 크기의 귤을 수확해서 쪼개 보니, 그 속에서 두 노인이 한가로이 누대 위에서 바둑을 두며 내기하고 있더라는 이야기가 당唐나라 우승유牛僧孺의 『玄怪錄』 권3에 나온다.
  177. 177)마힐摩詰 : 왕유王維의 자字이다. 각주99) 참조.
  178. 178)용한龍漢 :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원시천존元始天尊 연호年號의 하나로, 그 기간이 대략 41억만 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용한겁龍漢劫이라고도 한다.
  179. 179)향해香海 : 불경佛經에서 말하는 수미산須彌山 주위의 바다 이름이다.
  180. 180)수의銖衣로 겁석을~없어질 때까지 : 수의는 불교의 도리천忉利天에서 입는 매우 가벼운 옷이라고 한다. 또 가로세로 높이가 각각 40리 되는 반석磐石을 천인天人이 백 년에 한 번씩 옷자락으로 스쳐서 다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소겁小劫이라 하고, 8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중겁中劫, 80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대아승지겁大阿僧祇劫 즉 무량겁無量劫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菩薩瓔珞本業經』 권하에 나오는데, 그 반석을 겁석劫石이라고 한다.
  181. 181)백설곡白雪曲 : 전국 시대 초楚나라에서 ≺陽春曲≻과 함께 가장 고아高雅한 가곡으로 꼽히던 노래로, 뛰어난 시문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초나라 송옥宋玉의 ≺對楚王問≻에 “양춘곡과 백설곡은 얼마나 고상한지 온 나라를 통틀어도 이 노래를 이어서 창화唱和할 자가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다.(其爲陽春白雪, 國中屬而和者, 不過數十人.)”라는 말이 나온다.
  182. 182)학서鶴書가 재차~변치 않고서 : 다시 조정의 부름을 받고 복귀하는 것을 말한다. 남조南朝 송宋의 공치규孔稚珪가 지은 「北山移文」에 “사자使者를 태운 말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골짜기에 들어오고, 조정에서 부르는 학서가 산 언덕을 넘어왔다.(鳴騶入谷, 鶴書赴隴.)”라는 말이 나온다.
  183. 183)은장銀章 : 한漢나라 때 2천 석石 이상의 관원이 찼던 은인銀印으로 보통 군수郡守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지방의 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184. 184)일찍이 듣건대~적송자를 따라갔다네 : 한漢나라의 개국공신開國功臣인 장량張良이 유후留侯의 봉작封爵을 받고 나서 “바라건대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신선인 적송자를 따라 노닐고 싶다.(願棄人間事, 欲從赤松子遊耳.)”라고 말하고는 벽곡辟穀과 도인導引의 술법을 행했다는 기록이 『史記』 「留侯世家」에 나온다.
  185. 185)차군此君 : 대나무의 별칭이다. 각주2) 참조.
  186. 186)용생일龍生日 : 대나무를 옮겨 심는 최적最適의 날로 꼽히는 음력 5월 13일을 가리킨다. 절조가 강해서 무척 까다로운 대나무도 이날만은 술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며 나른해지기 때문에 이식移植을 해도 잘 살아난다고 한다. 그래서 죽취일竹醉日 혹은 죽미일竹迷日이라고도 한다.
  187. 187)지지知止 :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대신에, 그만둘 줄을 알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道德經』 44장에 “만족할 줄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만둘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된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188. 188)휴복休復 : 『周易』 복괘復卦 육이六二에 나오는 말로, 아름답게 회복한다는 뜻인데, 군자를 가까이하며 몸을 낮춰 닦아 나가는 것을 말한다.
  189. 189)금비金篦 : 안과 수술용 쇠칼이라는 말이다. 옛날 인도의 양의良醫가 금비를 가지고 맹인의 눈알에 덮인 희끄무레한 백태白苔를 긁어내어 광명을 되찾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涅槃經』 권8에 나온다.
  190. 190)신안新安의 소식 :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말한다. 진晉나라 반악潘岳의 ≺西征賦≻에 “어린 자식이 신안에서 죽어서, 길옆에 구덩이 파고 묻었다네.(夭赤子於新安, 坎路側而瘞之.)”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191. 191)나가정那伽定 : 불타의 선정禪定을 뜻하는 말이다. 나가那伽는 ⓢ nāga의 음역音譯으로 보통 용龍으로 의역意譯되지만, 여기서는 다시 생사生死의 윤회輪回를 거듭하지 않는(不來) 부처의 뜻으로 쓰였다. 혹은 나가대정那伽大定이라고도 한다.
  192. 192)만수曼殊와 분다分陀 : 만수는 만수사화曼殊沙華를 가리킨다. 부처가 『法華經』을 설하려고 삼매三昧에 들었을 적에 하늘에서 만다라화曼陀羅華,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 만수사화曼殊沙華, 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 등 네 종류의 꽃이 무수히 떨어졌다고 한다. 분다는 ⓢ puṇḍarīka의 음역音譯인 분다리화分陀利花의 준말인데, 백련화白蓮花로 의역意譯된다.
  193. 193)그대는 아는가~어렵다는 것을 : 불법佛法의 진리를 비유한 말은 상식적인 차원에서는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게끔 되어 있다는 말이다. 말후末後는 말후구末後句, 혹은 말후일구末後一句의 준말이다. 철저하게 깨닫고 나서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자伊字는 세 개의 점으로 만들어진 범어梵語 글자로, 이 세 점이 종렬縱列도 아니고 횡렬橫列도 아닌 삼각형의 모양을 보이기 때문에, 불일불이不一不異․비전비후非前非後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194. 194)법희法喜의 선열식으로~용납해 주오 : 법희는 보살의 이름으로,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 혹은 법기보살法起菩薩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오대산五臺山을 주처住處로 삼는 것처럼, 이 보살은 영산靈山인 금강산에 거한다고 한다. 선열식禪悅食은 선정禪定에 들어 마음이 자적自適하며 희열喜悅하게 해 주는 음식이라는 뜻인데, 음식이 육체를 길러 주는 것처럼 선정에 드는 것이 정신을 길러 준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이다. 도철饕餮은 끝없이 탐욕을 부리면서 사람을 해치는 전설상의 괴물의 이름인데, 요순堯舜 시대의 사흉四凶 중에도 이 이름이 들어 있다.
  195. 195)다시 남쪽~일백 성 :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닌 선재동자善財童子의 일화를 인용한 말이다. 각주5) 참조.
  196. 196)옥진금성玉振金聲 : 집대성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각주89) 참조.
  197. 197)주중주主中主 : 임제종臨濟宗의 창시자 의현義玄이 학인學人을 제접提接하기 위해 제창한 사빈주四賓主 중의 하나이다. 원래 임제의 사빈주는 빈간주賓看主․주간빈主看賓․주간주主看主․빈간빈賓看賓 등 사구四句였으나, 후세에 풍혈 연소風穴延沼가 다시 빈중빈賓中賓․빈중주賓中主․주중빈主中賓․주중주主中主로 바꾸었는데, 간看을 중中으로 고쳤을 뿐 의미는 동일하다. 빈간주는 제자가 스승의 기략機略을 꿰뚫어 아는 것이고, 주간빈은 스승이 제자의 내심을 환히 아는 것이고, 주간주는 선기禪機와 선안禪眼을 갖춘 사제가 서로 만나는 것이고, 빈간빈은 안목을 갖추지 못한 양자가 서로 만나는 것이다.
  198. 198)호공壺公 : 호로병 속에 들어가서 선경仙境의 낙을 즐겼다는 후한後漢 때의 선인仙人 이름이다.
  199. 199)소옹邵雍 : 송宋나라의 철인哲人이다. 자신의 오두막을 안락와安樂窩라고 명명하고, 자신의 호를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고 하였으며, 평생 쾌활하고 명랑하게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였다. 그의 병이 위독해지자 사마광司馬光과 장재張載와 정호程顥․정이程頤 형제가 조석으로 문후하며 외정外庭에서 장례에 대한 일을 의논하였는데, 그 말소리를 안에서 모두 듣고는 아들인 소백온邵伯溫을 불러 “제군은 나를 성 가까운 지역에 장사지내려 하지만, 선영先塋에 묻도록 하라.”라고 당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임종臨終할 무렵에 “태평 시대에 태어나서, 태평 시대에 죽는다. 누가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육십 하고 칠년이로다. 천지 간을 부앙하건대, 호연히 홀로 부끄러움이 없도다.(生於太平世, 死於太平世. 客問年幾何, 六十有七歲. 俯仰天地間, 浩然獨無愧.)”라는 시를 짓고는 그날 밤 5경更에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200. 200)안양安養 :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곳이라는 뜻으로, 불교의 극락세계極樂世界를 가리킨다.
  201. 201)항하恒河와 같은~변함이 없다네 : 인도의 파사닉왕波斯匿王이 “내가 세 살 때에 이 강물을 건너면서 이것이 항하수恒河水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하니, 부처가 “그대의 머리칼이 하얗게 변하고 그대의 얼굴에 주름이 생겼으니, 이는 어린아이 때에 비해 노쇠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항하수를 보면 어린아이 때와 비교해서 변한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왕이 변한 것이 없다고 대답하자, 부처가 “주름이 지는 것은 변하는 것이요, 주름이 지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는 것은 생멸이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원래 생멸이 없다.(皺者爲變, 不皺非變. 變者受滅, 彼不變者, 元無生滅.)”라고 일러 준 이야기가 『楞嚴經』에 나온다.
  202. 202)단표簞瓢의 누공도 개의치 않았다오 : 빈궁한 속에서도 도를 즐기는 생활을 하였다는 말이다. 『論語』 「雍也」에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顔回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孔子의 말이 나오고, 또 「先進」에 “안회는 거의 도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는 자주 쌀독이 비는 데도 태연하였다.(回其庶幾乎. 屢空.)”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203. 203)금속金粟 : 유마거사維摩居士의 전신前身이었다는 금속여래金粟如來를 가리킨다. 석가모니釋迦牟尼가 문수보살文殊菩薩을 보내 유마거사의 병을 위문하게 했을 때, 유마가 말없이 불이법문不二法門을 펼쳐서 깨닫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維摩詰所說經』 「入不二法門品」.
  204. 204)오몽吳蒙 : 오하아몽吳下阿蒙의 준말로, 삼국 시대 오吳나라 명장 여몽呂蒙을 가리킨다. 손권孫權이 여몽을 군정軍政에 참여시키면서 독서할 것을 권하였는데, 여몽이 군중軍中에 일이 많아서 책을 읽을 여가가 없다고 사양하니, 손권이 “내가 어찌 경에게 경서를 연구하여 박사가 되라고 하는 것이겠는가? 지금 대강이라도 지나간 일을 섭렵해서 알아 두라는 것일 뿐이다.(孤豈欲卿治經爲博士耶? 但當今涉獵見往事耳.)”라고 하였다. 여몽이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였는데, 워낙 천품이 총명해서 숙유宿儒보다도 뛰어난 식견을 보였다. 뒤에 노숙魯肅이 여몽과 담론하다가 학식이 몰라보게 진보한 것에 탄복하면서 “나는 현제賢弟가 무사武事만 아는 줄로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건대 학식이 깊고 넓으니 과거에 보던 오하의 아몽이 아니다.(吾謂大弟但有武略耳, 至于今者, 學識英博, 非復吳下阿蒙.)”라고 칭찬하니, 여몽이 “선비는 사흘만 헤어져 있어도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되는 법이다.(士別三日, 卽更刮目相待.)”라고 대답하였다. 『三國志』 「吳志 呂蒙傳」 裴注 오하吳下는 소주蘇州를 가리키고, 아몽阿蒙은 여몽이라는 뜻으로 아는 어조사이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詩一」二字。編者補入。
  3. 1)「亨」疑「亭」{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