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 / 新刊梵音集删補序

ABC_BJ_H0277_T_002

011_0459_a_04L
신간범음집산보서新刊梵音集删補序
범음梵音을 지은 것은 조위曺魏 시대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우리 동방의 진감眞鑑 노스님이 중국(中華)에 들어가서 그 법을 익히고 돌아온 뒤에 옥천사玉泉寺1)에 남긴 메아리가 우렛소리처럼 울리자 온 산문이 모두 호응하니 개구리 소리처럼 비루하던 것이 일변하여 지나支那와 인도印度의 범패와 방불彷彿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사람마저 드문데 범음 또한 이를 따라 감히 포고布鼓2)의 소리를 가지고 당돌하게 하늘의 우렛소리에 대적하려 하니, 그 도도滔滔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방장方丈의 음音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으니 귀를 기울여 들을 만하도다. 그 읊는 구절과 게송은 선禪·법法·율律 삼장三藏에서 대부분 수집한 것이고, 혹은 어느 시기에 명언名彦들의 손에서 나온 것도 있다. 그런데 입으로 가르치고 손으로 전하면서 오언烏焉3)을 가려낼 수 없게 되었으니, 일반인은 속일 수 있다 하더라도 성인을 속일 수 있겠는가?

크고 작은 자리를 시설施設하여 부처님과 천신天神과 땅의 신(祇)을 공양할 때 성인들이 그 잘못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 아, 아! 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지금의 지환智還 스님은 방장方丈의 무리이다. 사람됨은 단아하고 말소리는 웅장하니 그야말로 발군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성교聲敎의 물결이 무너지고 마음에 욕심만 가득한 것을 개탄하면서 이집異執4)을 알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지만,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고 음악에 걸출한 이들을 청하여 번잡한 것은 깎아 내고 빠진 것은 보충하였으며 옳은 곳은 그대로 따르고 틀린 곳은 바르게 고쳐서 세 축軸으로 나누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고증考證을 청하고 그 전말顚末을 서문에 써 달라고 하였다. 나는 재주가 없다고 굳게 사양하였으나 그 사람의 청이 너무도 굳세었으므로 나는 가까운 사람들이 달아날 것을 돌아보지 않고, 감히 서자西子5)를 본받으려 한다.

계묘癸卯년 중춘仲春 일日에 무용 수연無用秀演6)이 삼가 서문을 쓰다.


011_0459_a_04L新刊梵音集删補序

011_0459_a_05L
011_0459_a_06L
梵音之作權輿於曺魏而我東眞鑑老
011_0459_a_07L入中華模還而後玉泉遺響雷振山應
011_0459_a_08L蛙音之陋一變而彷彿乎支那印度焉
011_0459_a_09L今則法墜人踈音亦隨之敢以布鼓
011_0459_a_10L揬天雷者滔滔皆是可言哉然而方丈
011_0459_a_11L之音蔽一國耳堪傾乎其所詠句偈
011_0459_a_12L則多摭於禪法律三藏之中或出於當
011_0459_a_13L其時名彥之乎而口訓手傳烏焉莫分
011_0459_a_14L人雖欺聖可欺乎小大設筵供佛天神
011_0459_a_15L祇之際諸聖若見其過則人無開口者
011_0459_a_16L可畏㢤今也智還上人方丈之徒
011_0459_a_17L其人端其音雄可謂拔萃者慨其聲
011_0459_a_18L敎波頽心欲會其異執正其訛舛
011_0459_a_19L不自用期以請諸聲徒之傑然者删其
011_0459_a_20L補其闕是者仍之非者改之分爲
011_0459_a_21L三軸旣又乞余考證而序其巓末
011_0459_a_22L以不才讓之固而之人之請堅其甚
011_0459_a_23L余不顧隣人之走敢效西子爲

011_0459_a_24L
癸卯仲春日無用秀演敬序
  1. 1)옥천사玉泉寺 : 쌍계사의 옛 이름. 삼법 화상이 창건하였는데 처음에는 옥천사玉泉寺라 하였다.
  2. 2)포고布鼓 : 소리가 나지 않는 북을 말한다.
  3. 3)오언烏焉 : 오烏와 언焉의 글자가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지 못한다는 의미로서 오자誤字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4. 4)이집異執 : 이론異論이나 정리正理에 어긋난 설을 굳이 고집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일.
  5. 5)서자西子 : 서시西施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서시봉심西施捧心’의 뜻으로 풀이된다. 즉 같은 행위라도 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경우에 따라 효과가 다른 것을 뜻한다. 서시가 가슴이 아파 가슴에 손을 대고 아픔을 참으려 얼굴을 찡그렸다. 이를 본 추한 여인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얼굴을 찡그렸는데 얼굴이 더욱 추악해져 이웃 사람들이 놀라 달아났다고 한 고사故事에서 온 말이다.
  6. 6)무용 수연의 생몰연대는 1651년~1719년이다. 1663년이든 1723년이든 적절치 않다. 『범음집산보서梵音集删補序』 각주 6)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