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일지암문집(一枝庵文集) / 一枝庵文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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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암문집 제2권(一枝庵文集卷之二)
문文
원불상 모연문願佛像募緣文
원불願佛이란 항상 의뢰하여 소원을 구하고 소원을 얻는 것을 말한다. 관세음보살은 지난 과거 무량겁 전에 천광왕정주여래千光王靜住如來의 위신력을 입었기 때문에 십지十地62)를 훌쩍 뛰어넘어 몸에 일천 개의 손과 눈(千手眼)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지금까지 보관寶冠 위에다 항상 그 부처를 이고서 원불로 삼고 있다. 지장보살도 역시 지난 겁에 각화정자재왕여래覺華定自在王如來의 위신력을 입어서 옥중에 갇혀 있는 어머니의 환난을 구하였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석장(鳴杖) 위에 항상 그 부처를 받들어 원불로 삼고 있다.
우리 서산 법로西山法老께서는 옛날 섬나라 오랑캐의 난에 임금님께서 서쪽으로 피난하시고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지성으로 기도하여 정법명왕正法明王의 신통력에 의지하여 마군魔軍을 퇴치하고 어가御駕를 모시고 도성으로 돌아오셨다. 사명 선사泗溟禪師께서도 병란(火馬)을 퇴치하고 강한 도적의 무리를 습격하실 때 역시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께서 신통력으로 몰래 살펴 주시는 가피를 입으셨다. 앞뒤 두 성인의 지난 자취를 비추어 볼 것 같으면 이 두 노사老師님의 사우祠宇 옆에 원불을 봉안할 전각이 없어서는 안 된다. 삼승三乘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고 제도하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부처님의 신통력에 힘입지 않고는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묘향산妙香山의 수충사酬忠祠에도 원불전願佛殿이 있고 밀양密陽의 표충사表忠祠에도 원불전이 있는 것인데, 그런데 유독 해남海南 표충사表忠祠에만 원불전이 없으니 이는 법전에 크게 흠을 내는 일이다. 선사께서 비록 시적示寂하거든 의발을 옮기라고 당부하셨다고 하더라도,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을 구원하신 신령스러운 조화가 아직도 생시인 듯 생생하다.

012_0265_a_02L一枝庵文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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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265_a_04L1)

012_0265_a_05L願佛像募緣文

012_0265_a_06L
願佛者所常依賴而求願得願之謂也
012_0265_a_07L觀世音菩薩乃往過去無量劫前蒙千
012_0265_a_08L光王靜住如來威神力故超過十地
012_0265_a_09L具千手眼自是至今寶冠上常戴其
012_0265_a_10L以爲願佛地藏菩薩亦於往劫
012_0265_a_11L覺華定自在王如來威神力救母難於
012_0265_a_12L牢獄之中自是至今鳴杖上常奉其
012_0265_a_13L以爲願佛我西山法老昔當隝夷
012_0265_a_14L之亂乘輿西幸臣民大懼先師遂至
012_0265_a_15L祈仗於正法明王威神力退魔軍
012_0265_a_16L陪駕還都泗溟禪師滅火馬襲强奴
012_0265_a_17L亦蒙正法明王如來神力之冥加照前
012_0265_a_18L後二聖之古轍兩老祠宇之傍不可無
012_0265_a_19L願佛奉安之殿以三乘爲利濟之業者
012_0265_a_20L不蒙佛神力不成就所作故也故香山
012_0265_a_21L酧忠祠有願佛殿密陽表忠祠亦有
012_0265_a_22L願佛殿獨於海南表忠祠無願佛殿
012_0265_a_23L是大欠典錐惟先師雖云示寂移衣
012_0265_a_24L徙盋屬意有在報國援民神化如生

012_0265_b_01L그런데 다른 곳엔 있는 것이 이곳에는 없다니 이 어찌 선사의 원래 뜻을 손상하고 신령스러운 조화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는 제향을 드리면서도 그 뜻을 받들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어찌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이제 주산住山의 정국正局에 전각 세 칸을 새로 지어 놓고 막 불상과 단청의 채색을 꾸미려 한다. 그러나 재력이 워낙 없어서 오로지 선행을 좋아하는 군자君子들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으니, 기꺼이 보장寶藏을 열어 참된 공덕을 조성하여 선사께서 부처님을 의지하는 교화가 전보다 배가 되게 한다면 그 진실한 공덕과 오묘한 공적이 어찌 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 두 성인보다 못하겠는가? 봉축 하노이다.
적련암 개금 모연소경신년赤蓮庵改金募緣疏庚申
보산寶山이 남쪽에서 솟아나니 상서로운 기운이 열흘 동안이나 떠 있었고, 정성淨聖63)이 서쪽에서 오시자 오색구름 속에 꽃비가 내리니 하늘에서는 꽃다운 탄생을 알리고 땅에서는 아름다운 상서를 드리웠다. 삼가 생각건대, 관세음보살은 널리 자비관慈悲觀을 닦아 신통력을 갖추시고, 모습은 연꽃처럼 하얗게 나투시며 손에는 푸른 버들을 잡고 있다. 이에 억만의 중생을 제도하시고 백천 가지 삼매를 닦으시니, 성문聲聞들은 묘음妙音・범음梵音・해조음海潮音을 영험하게 느끼고 마음속으로 자비만원慈悲滿願・행원倖願・청정원淸淨願의 자비를 기약한다. 그리하여 함이 없는(無爲) 업業을 세우고 방편의 문을 널리 열었다.
이 적련암赤蓮庵 옛 암자를 회고해 보면, 원래 백의白衣의 관음을 받들던 곳이다. 구름이 달빛을 씻을 때 자금의 아름다운 집(輪煥)을 바칠 사람이 없었기에 안개가 하늘 옷을 깨끗이 함에 푸른 구슬을 바꾸어 장엄할 주인을 두었습니다. 이제 노련한 장인의 손을 빌어서 새롭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으니, 모름지기 큰 시주들께서는 서원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한 치가 한 자가 되고 한 자가 한 길이 되도록 한 생각이 싹을 틔워 뻗어나가고, 내가 사람들에게 권하고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권한다면 원만한 삼신三身의 공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얼어붙듯이 우리 대사大師의 말씀은 결코 헛된 것이 없으시니, 산처럼 능陵처럼 크게 여러 시주께서 복을 얻게 하리라.

012_0265_b_01L彼有此無寧不有傷於先師之本意
012_0265_b_02L致其神化之未全歟此有亨而不亨
012_0265_b_03L志也惡乎可哉今於住山正局新搆
012_0265_b_04L殿三間方營造佛金彩等事財力本空
012_0265_b_05L厥耑由於樂善君子惟欣開寶藏造成
012_0265_b_06L眞功更使先師仗佛宣化倍于前其
012_0265_b_07L眞功妙績豈復有讓於觀音地藏二聖
012_0265_b_08L之下也奉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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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265_b_10L赤蓮庵改金募緣疏庚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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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山南涌瑞浮十日之間淨聖西來
012_0265_b_12L榮降五雲之內天開華旦地薦美祥
012_0265_b_13L恭惟觀世音菩薩廣脩慈悲觀具足神
012_0265_b_14L通力相現蓮花之白手執楊柳之靑
012_0265_b_15L度億萬衆生修百千三昧聲聞靈感
012_0265_b_16L妙音梵音海潮音心契慈悲滿願倖願
012_0265_b_17L淸淨願植立無爲之業廣開方便之門
012_0265_b_18L睠玆赤蓮之古庵素奉白衣之淨聖
012_0265_b_19L瀋月面獻紫金輪煥之無人霞淨天衣
012_0265_b_20L換珠翠莊嚴之有主要憑老匠手圖新
012_0265_b_21L須向大檀家宣願寸成尺尺成丈
012_0265_b_22L胎一念經綸我勸人人勸他圓滿三
012_0265_b_23L身功德滴水滴凍我大師斷不妄言
012_0265_b_24L如岡如陵諸施主盡敎獲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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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사 비로전 신건 화연소大芚寺毘盧殿新建化緣疏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다라니(摠持)64)의 가르침은 창생을 널리 제도하시고자 함이니, 사람들이 큰 자비의 은혜를 입으려면 의당 먼저 백법白法65)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진실로 이 진여 공덕에 귀의한다면 그 감동하며 응하심이 어찌 더디 오겠습니까? 이 절은 유명한 천년 고찰이며, 이 지방에서는 명승인 절입니다. 처음에는 하늘이 아끼고 귀신이 감추어 바른 자리(正局)를 점치지 못했지만, 이제 때가 이르러 운수가 열려 신령한 터전이 저절로 밝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제 비로毘盧66)의 보배 전각을 세워 신령하고 맑은 명당이 열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비로자나는 부처의 총통總統이니 몸은 온 법계와 하나가 되어 두루 미치고 있으며, 은혜로 생령生靈을 빠뜨림 없이 감싸 덮고 있습니다. 마치 커다란 종은 속이 텅 비어 있어서 오는 것에는 무엇이든지 응답하지 않음이 없고, 깊은 골짜기는 사사로운 마음이 없어서 이르는 것은 모두 메아리로 울려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다만 그 현묘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아서 자비의 광명(慈照)으로 하여금 신령한 빛을 가리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돌림병이나 굶주리는 기근이 연이어 들끓어도 감당하기 어려웠고, 일찍 죽거나 횡사하는 일이 생겨도 망연히 슬퍼할 뿐 호소할 데가 없었습니다. 이에 은밀한 가르침을 따라 참다운 자비 널리 펼치길 바라오니, 그 공력은 재앙을 녹이고 허물을 씻으며 그 도道는 더러움을 씻어 줄 것입니다. 이렇게 원한을 없애고 감정을 풀어 주면 아래로는 동네를 편히 하고 집안을 조용하게 할 수 있고 위로는 나라가 복되고 임금이 만수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해마다 곡식이 잘 익어 거듭 풍년이 들게 될 것이며 똑똑한 후계자와 우수한 자손을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공력을 일으키기 어렵기에 이렇게 감히 소문(疏) 한 장을 써서 청원을 올립니다. ‘선행을 쌓으면 경사가 생긴다(積善有慶)’는 말씀은 옛 경전에서 이미 숭상하던 것이며, ‘혼자서 즐기는 것이 영화롭다(獨樂爲榮)’는 말은 옛 성현들도 허락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그러므로 선행 중에는 남에게 선행을 권하는 것보다 더한 선행이 없고, 즐거움 중에는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與民同樂)이 없습니다.
옛날 오도자吳道子67)가 풍도豊都에다 부처님의 변상變相을 그리니 두 도시에서 복을 닦은 이가 수천 명이나 되었고, 고개지顧愷之68)가 유마維摩의 진신眞身을 그리자 3일 동안 선행을 일으킨 것이 백만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삼존의 신묘한 모습을 장엄해 낸다면 아마도 만인의 묵은 재앙을 참회시킬 수 있을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세상 어떤 복이 이보다 더 클 수가 있으리오? 한 생애 동안에

012_0265_c_01L大芚寺毘盧殿新建化緣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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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說摠持敎欲普濟於蒼生人蒙大慈
012_0265_c_03L宜先信於白法苟依歸之眞功
012_0265_c_04L感應之斯遲第念本寺千古名藍
012_0265_c_05L方勝刹天慳神秘正局失點於當初
012_0265_c_06L時至運開靈基自明於今日是營毘盧
012_0265_c_07L之寶殿正啓靈淑之明堂恭惟毘盧
012_0265_c_08L是佛總統躰合法界而周遍恩覆生靈
012_0265_c_09L而無遺其猶洪鍾虛受無來不應
012_0265_c_10L谷無私有至斯響惟其玄鍵無人啓
012_0265_c_11L使慈照掩神光由是疾疫饑荒之交
012_0265_c_12L煎而難當夭零橫殞之徒傷而無告
012_0265_c_13L爰遵密敎布廣眞慈功在淘殃汰愆
012_0265_c_14L道存消寃釋感下之可以安坊靜室
012_0265_c_15L之可以福國壽君信歲熟而年登期嗣
012_0265_c_16L賢而胤秀第難獨力而興功敢述一疏
012_0265_c_17L而陳願夫積善有慶先典攸高獨樂
012_0265_c_18L爲榮往哲不與故善莫善於勸人爲善
012_0265_c_19L樂莫樂於與民同樂昔者吳道子作豊
012_0265_c_20L都之變相兩市之修福者幾千顧愷之
012_0265_c_21L畫維摩之眞身三日而興善者百萬
012_0265_c_22L果莊嚴三尊之妙相庶可禮懺萬人之
012_0265_c_23L宿殃何福能過此福之多一生可積千
012_0265_c_24L「文」一字編者補入

012_0266_a_01L천 생애의 선행을 모두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여러 군자께서는 크나큰 마음을 발하여 은혜를 베풀고 큰 재물을 보시하여 공덕을 이루소서. 그렇게 하면 모든 듣고 보는 이들이 누군들 기뻐하며 경하하지 않으리오? 엎드려 축원하나니, 황금의 수레바퀴(金輪)는 더욱 견고하여 만 년을 지나도록 크나큰 복으로 응답하시고, 옥엽玉葉은 길이 번창하여 백세가 지나도록 넉넉한 꽃향기를 뿌려주소서.
삼조사 영당 중건소환성・호암・연담三祖師影堂重建疏喚惺虎巖蓮潭
개구리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면 돌아오는 것은 그 근본을 잊지 않기 때문이며, 까마귀가 깃이 돋아 다 자라고 나면 도리어 어미를 먹여 살리는(反哺) 것은 그 은혜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빨이 나고 머리카락을 가진 볼만한 존재인 인간이 어미를 봉양하는 반포의 은혜를 아는 까마귀나 밭두덕의 개구리만도 못해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조종祖宗의 사당이 기울어 버린 지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제자들이 사당을 다시 수리하는 일을 어떻게 감히 늦출 수가 있으리오? 만약 방안까지 다 썩어서 뻥 뚫리고 창고에 곰팡이가 생길(陳紅) 때까지 둔다면, 그때는 더 이상 수리할 기회가 없을 것이고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을 것입니다. 하얀 옥돌로 빚은 누각에 추위가 들이치면 은혜를 저버린 사사로운 한탄이 끝이 없고, 은색의 바다빛이 전해오면 크나큰 은공을 잊은 부끄러움이 한이 없을 것입니다.
이에 이 소문(疏) 한 편을 지어 서원을 올리니, 부디 여러 인연의 힘을 빌려 공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받들어 축원하나니, 금륜金輪은 더욱 견고하여지고 옥엽玉葉은 길이 번창하소서.
진도 쌍계사 대웅전의 불상 개금을 위해 올리는 소문계해년(珍島雙溪寺大雄殿佛像改金疏)癸亥
삼가 살피건대 부처에는 법신불法身佛이 있고 화신불化身佛이 있으니, 정계淨界에 편안히 머물면서 항상 변하지 않는 것을 법신法身이라 하고 세상으로 자취를 나투시어 사물을 구제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을 화신化身이라 한다. 화신은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중생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쇠약하고 시들어가는 변천하는 모습도 또한 면할 수 없게 된다.
본 절은 신라와 고려 시대의 옛 사찰로서 연대가 멀고 세월이 오래되어 스님은 없어지고 절도 쇠퇴하게 되었다. 연화대(花臺)와 보배탑(寶塔)을 지키고 보호할 사람이 없으니 부처님 머리 위에 얹힌 푸른 연꽃도 비바람에 씻겨 버렸다.

012_0266_a_01L生之善伏願諸君子發大心而行惠
012_0266_a_02L施巨貨而成功凡在瞻聆孰不欣慶
012_0266_a_03L奉祝金輪益固應景祚於萬年玉葉
012_0266_a_04L永昌播餘芳於百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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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266_a_06L三祖師影堂重建疏喚惺虎巖蓮潭

012_0266_a_07L
蛙朝遷而暮還不忘其本烏羽成而反
012_0266_a_08L蓋知其恩何含齒戴髮之可觀
012_0266_a_09L哺烏田蛙之不若惟祖宗之祠宇久已
012_0266_a_10L欹傾而弟子之重新寧敢遲緩若待
012_0266_a_11L室饒朽貫廪有陳紅是乃營擧無時
012_0266_a_12L死歸有日玉樓寒入負恩之私恨無窮
012_0266_a_13L銀海光傳忘大之幽慚何限玆將一疏
012_0266_a_14L而陳願庶假衆緣而成功奉祝金輪
012_0266_a_15L益固玉葉永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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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266_a_17L珍島雙溪寺大雄殿佛像改金疏
012_0266_a_18L

012_0266_a_19L
謹按佛有法身佛有化身佛安住淨界
012_0266_a_20L常恒不變之謂法身降跡人間濟物利
012_0266_a_21L生之謂化身以在人間而示同衆生故
012_0266_a_22L亦未免於衰謝遷變之相也本寺羅麗
012_0266_a_23L古刹而年久歲深至於僧殘寺敗
012_0266_a_24L臺寶榻持護無人紺髮靑蓮櫛風沐

012_0266_b_01L황금빛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지경에 이르렀어도 발원을 일으켜 장엄하고 보수하는 이가 없는 것은, 이 불사는 일은 큰데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제 고을 안의 덕 높은 어르신들 가운데 이 일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차마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하는 여러분들이 있어, 저에게 소문疏文을 가지고 다니며 인연을 찾아 모금하라고 권하였기에 내가 직접 지팡이에 늙은 몸을 의지하고 다니면서 뒤를 따라 발원을 권하게 되었다. 기필코 성공할 것을 기약하였는데 벌써 정말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희사받은 황금과 비단으로 장엄을 계도하고 먼지와 티끌을 바꾸어 크고 아름다운 집(輪煥)을 만들었다. 세 번 목욕하고 세 번 분향하며 한결같은 정성과 한결같은 의지로 82상의 원만한 상호를 갖추고 천만 억의 공경하는 마음을 열었도다.
큰 시주들께서는 기꺼이 보시하는 문을 열어서 반드시 왕생할 땅에 선과善果를 심을 수 있으리라. 옛날에 어떤 목동牧童은 삿갓 하나를 가지고도 지극히 존귀한 몸이 되었다고 하니, 오늘 여러 장자님께서 천금을 희사하신다면 기필코 한량없고 끝없는 복을 얻게 되리라.
미황사 상수암의 불상을 개금하기 위한 모연문(美黃寺上峀庵佛像改金募緣文)
고개지顧凱之가 와관사瓦棺寺에서 유마維摩를 그린 지 3일 만에 시줏돈이 백만 전이나 모였고, 오도자吳道子가 풍도산酆都山에서 변상도變相圖를 그리자 두 도시에서 복을 빌러 찾아온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처럼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게 하려면 마땅히 먼저 장엄한 원력을 빌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 암자는 동쪽으로는 뾰족뾰족 높은 봉우리가 뒤를 에워싸고, 서쪽에는 바다가 출렁거리며 바로 앞에까지 닿아 있다. 정토의 구슬 궁전(珠宮)이 언제나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옥지玉池의 연꽃 속처럼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세월이 흘러 거듭 물외物外의 연하煙霞를 겪게 되었으니 시절이 변하고 변하여 눈빛 푸른 스님의 의발은 이슬 안개가 되고 말았고, 광택이 점차 사라져 황금의 부처님 얼굴빛은 연기에 그을려 가려지고 말았다. 이제 먼지 티끌을 바꾸어 황금빛 단청을 만들고자 하는데, 어느 누가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서 영광을 이을 수 있겠는가?
저희가 이제 세 번 목욕하고 세 번 분향하며 사방을 향하여 한 번 바라보고 한 번 예배하오니, 진실로 82상 원만한 모습을 새롭게 하고

012_0266_b_01L致有金色脫落成斑未有發願而莊
012_0266_b_02L嚴補完者以其事巨而力綿矣今乃境
012_0266_b_03L內之高賢長者多有興感而不忍棄置
012_0266_b_04L命寺僧而持疏募緣策扶老而隨後
012_0266_b_05L勸發期必成功乃已誠能捐金帛而
012_0266_b_06L啓莊嚴化塵埃而成輪煥三沐三薰
012_0266_b_07L一誠一志具八十二圓滿之相啓千萬
012_0266_b_08L億恭敬之心開大檀以樂施之門種善
012_0266_b_09L果於必生之地昔牧童一笠而尙得至
012_0266_b_10L尊至貴之身今長者千金而定獲無量
012_0266_b_11L無邊之福云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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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266_b_13L美黃寺上峀庵佛像改金募緣文

012_0266_b_14L
顧凱之畫瓦棺寺維摩三日而施錢百
012_0266_b_15L吳道子作鄷都山變相兩市之修福
012_0266_b_16L幾千蓋欲生敬信之心應先假莊嚴之
012_0266_b_17L玆庵也東嶽崢嶸而擁後西洋滉
012_0266_b_18L瀁而當前淨土之珠宮尋常在眼
012_0266_b_19L池之蓮胞正可托身然人間之日月
012_0266_b_20L屢經物外之烟霞時變變而爲霧雨
012_0266_b_21L眼僧檀鉢鞱光經而致烟煤黃身佛金
012_0266_b_22L顏掩曜今欲化塵埃而爲金碧誰能興
012_0266_b_23L敬信而繼光榮今將三沐三薰普向一
012_0266_b_24L瞻一禮苟能新八十二圓滿相眞可啓

012_0266_c_01L천만 억 기뻐하며 공경하는 마음을 열 수 있으리라. 큰 시주들께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보시의 문을 여시어, 반드시 왕생할 그 땅에 선과善果를 심도록 하소서. 옛날 어떤 목동은 삿갓 하나로도 지극히 귀한 몸이 되었다고 하니, 오늘 어르신들께서는 천금을 희사한 공덕으로 끝없는 복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수보살계첩규受菩薩戒牒規
도광道光 8년 10월 모일에 아무개 등 여러 비구는 사바세계 남섬부주 해동 조선국 전라우도 남평현 운흥사 남암南庵의 불상 앞에서, 은혜로운 윤허로 보살계 받기를 구하여 마침내 모든 부처님을 공경히 청해 세 분의 스승께서 가르침을 이어서 대신 설법하시었으니 인하여 계첩戒牒을 수여합니다.
수보살법문受菩薩法文
대장경(多羅藏)69) 5천 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승大乘이며 보살행菩薩行 8만 조항에서 가장 요점이 되는 것은 정계淨戒이다. 생각해 보면 대승의 정계는 바로 실상實相의 묘심妙心이니, 이 마음을 잃지 않음을 안다면 곧 이 계를 본래 갖추었음을 깨닫게 될 것인데, 잠시 잊었기에 다시 받는다고 말하며 거듭 범하며 잘 지켰는가를 어찌 걱정하는가?
믿음이 터득되면 오위五位70)의 빼어난 공훈도 당장 한 생각에서 문득 이루어질 것이고, 요달하면 3신三身71)의 구극한 과보도 한 찰나에 원만하게 갖추어 짐이니, 환하게 성인과 범인의 간격이 없으면 계율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미혹하여 전도된 것이다. 장차 꽃빛자리(花光座)로 가서 현재의 수승한 인연을 받게 될 것이며 감로단甘露壇에 모여서 앞으로 이 세상에 내려오실 부처님(下生佛)께 들게 되리라.
또(又)

012_0266_c_01L千萬億欣敬心開大檀以樂施之門
012_0266_c_02L善果於必生之地昔牧童一笠而尙得
012_0266_c_03L至貴之身今長者千金而正獲無量之
012_0266_c_04L

012_0266_c_05L

012_0266_c_06L受菩薩戒牒規

012_0266_c_07L
道光八年十月日某某等諸比丘於娑
012_0266_c_08L婆世界南瞻部洲海東朝鮮國全羅
012_0266_c_09L右道南平縣雲興寺南庵佛象前因惠
012_0266_c_10L求受菩薩戒遂敬請諸佛作三師承
012_0266_c_11L敎代說因授戒牒

012_0266_c_12L

012_0266_c_13L受菩薩法文

012_0266_c_14L
多羅藏五千部所最重者大乘菩薩行
012_0266_c_15L八萬條所至要者淨戒惟大乘之淨戒
012_0266_c_16L乃實相之妙心能知不失此心便悟
012_0266_c_17L本具斯戒由其暫忘而言受何慮重犯
012_0266_c_18L而疑持信得則五位之殊勳頓成於當
012_0266_c_19L了郤則三身之極果圓備於刹那
012_0266_c_20L昭然靡隔聖凡持者還爲迷倒且向華
012_0266_c_21L光座上禀了現在之殊勝因會看甘露
012_0266_c_22L添介當來之下生佛

012_0266_c_23L

012_0266_c_24L

012_0267_a_01L대저 이 계품을 받아 행한다는 것은 참된 마음을 따라 흘러나오는 것이며 당사자의 바른 몸가짐 위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마주치면 같은 집안의 일이지만 떨어진다 해도 이치가 다를 것은 없어서, 원만 타타陀陀한 광명의 본체가 삼제三際를 두루 비추고 깨끗하고 견고한 몸이 시방세계에 홀로 드러나는 것이다. 지극히 미세한 티끌까지(隣虛)72)도 수습하여 간격이 없고 항하사 세계를 포함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범부의 미혹함에 들어서는 물에 탄 소금 맛과 같고 성현의 깨달음에 있어서는 색깔 속의 아교가 맑은 것과 같다.
비록 십만의 지옥세계(鐵城)에 떨어져도 일찍이 멀리하거나 잃지 않으며, 비록 백천의 화장華藏세계에 오르더라도 보존하거나 묶어 둘 수 없다. 온 마음이 온통 부처이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일마다 그대로 공空하기에 막힘이 없다. 귀를 막고 눈을 가려도 오히려 피할 곳이 없으니 한계限界에 서서 길상吉祥을 찾는 일에 무엇 하러 후학을 속이겠는가?
다만 모름지기 달을 본 후에는 손가락을 잊어야 하니 모습에 집착하여 사邪를 행해서는 안 된다. 그런 까닭으로 상좌上佐는 귀를 가려도 바로 그 자리에서 원만하게 성취할 수 있고 높은 사미는 단에 오르지 않아도 바로 구족계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진실로 짊어지고 갈 수 있으면 열 가지 무거운 허물도 서리처럼 녹아내리고,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잡아가면 마흔여덟 가지의 가벼운 때도 연기처럼 사라진다. 가볍게 연기처럼 사라지는 곳에서 네 가지 큰 서원(四弘誓願)이 발원되고, 무거운 서리 사라질 때 삼취三聚73)의 청정한 계율이 원만해진다. 부디 위없는 부처님 길을 이루어 또다시 이루어야 할 길이 없게 하고, 무수한 중생을 제도하여 더 이상 제도할 중생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지금 세상의 참된 보살이며, 또한 내세의 불세존이다.
대둔사 탑원에서 다례를 올리는 제문(大芚寺塔院茶禮祭文)
엎드려 생각해보면, 선천先天의 상서로운 향기는 널리 시기대범천왕(尸棄梵)의 황옥색黃玉色 꽃에서 나오고, 겁외刼外의 봄바람은 이미 가섭바迦葉波의 자금광紫金光 무더기(聚)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이로부터 등불이 등불을 이어 계속 타올랐기에 다함이 없는 빛이라 이름하였고, 인印에서 인印으로 마음을 전하였기에 유위有爲의 형상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제1세의 청허 대화상淸虛大和尙은

012_0267_a_01L
蓋此戒品從行者眞心中流出就當人
012_0267_a_02L正躰上擧揚卽之而事同一家離之而
012_0267_a_03L理無異轍圓陀陀光明躰三際周暉
012_0267_a_04L淨躶躶堅密身十方獨露收攝隣虛而
012_0267_a_05L無間包含沙界而有餘入凡夫之迷也
012_0267_a_06L如水中鹽味在賢聖之悟也似色裡膠
012_0267_a_07L雖墮鐵城十萬之中未嘗違失
012_0267_a_08L登華藏百千之內無所保綏全心全佛
012_0267_a_09L而難言卽事卽空而無碍塡耳塞眼
012_0267_a_10L猶回避之無方立限求祥何瞞盰於後
012_0267_a_11L直須見月而忘指不可執相而行邪
012_0267_a_12L所以然上佐走掩耳當處圓成高沙彌
012_0267_a_13L不登壇便名具足苟能擔荷得去一十
012_0267_a_14L之重愆霜消信手拈來六八之輕垢烟
012_0267_a_15L輕烟滅處發四弘之誓言重霜消
012_0267_a_16L圓三聚之淨戒成無上之佛道
012_0267_a_17L道可成度無數之衆生無生可度
012_0267_a_18L爲現今眞菩薩亦名來後佛世尊

012_0267_a_19L

012_0267_a_20L大芚寺塔院茶禮祭文

012_0267_a_21L
伏以先天瑞馥謾隨於尸棄梵黃玉色
012_0267_a_22L劫外春風已泄於迦葉波紫金光聚
012_0267_a_23L自是燈燈續燄乃命無盡之光印印傳
012_0267_a_24L非住有爲之相恭惟第一世淸虛大

012_0267_b_01L산문을 연 첫 조사로서 임제臨濟의 적손이십니다. 부용芙蓉74) 문하의 최초구最初句이고 말후구末後句75)이면서 그 중간까지 아울러서 전해 받으셨고, 모란봉牧丹峯 아래에서 오랑캐가 일으킨 먼지를 쓸어 내고 마구니들이 덮은 티끌을 깨끗이 하여 임금님 행차를 모시고 도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배로운 게송을 지어 참모습(眞耀)을 찬미하니 붉은 골짜기(丹壑)76)에 임금님의 문장이 빛났고, 황금빛 글씨로 표창하는 편액을 내리시니 푸른 언덕에 임금님의 필체가 빛났습니다. 그다음 제2세 이하의 모든 큰 화상께서도 다 이 가르침의 바다(敎海)를 날아오르는 용의 자손이며 선禪의 숲에서 높이 나는 봉황의 자손입니다.
물길은 고요하고 여울은 잔잔하니 가을 하늘에 밝은 달을 찍어 놓은 듯하고, 신령스러운 마음이 텅 비어 맑으니 푸른 바다에 밝은 구슬을 쌓은 듯합니다. 3공三空에 밝게 통하고 2제二諦를 깊이 밝혔으니, 황금빛 사자좌(金獅子)의 높은 자리에 걸터앉아 옥빛 고라니 꼬리털(玉麈)77)을 들고서 현묘한 말씀(玄談)을 드날립니다.
사방에서 북을 치고 종을 울리어 이르는 곳마다 다 살아갈 방도를 만들어 주었고, 구비구비 골짝(九曲)마다 기연機緣을 모아 주고 돌아와 크게 가풍家風을 펼쳤습니다. 허깨비 같은 그림자(幻影)는 설사 다른 산문에서 입적하였어도 참된 몸 진신(眞身)은 모두 이 땅으로 귀의하여, 마침내 높은 탑(鵠塔)78)을 겹겹이 쌓아 푸른 산 한 면을 점점이 덮었고 거북 비석(龜碑)을 뾰죽뾰죽 푸른 산허리에 나란히 세웠습니다.
이것이 어찌 여러 세대 이어온 도량일 뿐이겠습니까? 모든 산문 조상의 사당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승려 된 사람은 누구인들 그 후손이 아니겠습니까? 은사恩師며 법사法師며 계사戒師며 선사禪師를 망라하여 스승이 되고 자손이 되며, 현명하고 어리석고 귀하고 천한 차별 없이 다 아우가 되고 형이 되는 것입니다. 비록 일찍이 무이無二의 종宗을 보았다 하나 어찌 재삼在三의 의義79)에 모자람이 있었겠습니까? 다만 살아가느라 다른 겨를이 없어서 오래도록 계절마다 제사를 미처 올리지 못했을 뿐 입니다.
이제 시절이 다시 돌아와 인연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향을 올리는 마음으로 인연을 닦으면 위아래 인정이 조화를 이루고 평화로운 뜻으로 정성을 바치면 어른과 어린아이 모두가 기뻐할 것입니다. 더구나 지초와 난초로 비유될 정도로 오랠수록 더욱 향기롭고, 쇠와 돌로 비유될 만큼 영원토록 견고할 것입니다. 오늘 날씨가 맑고도 화창하니 일진이 좋은 날이라 대나무 향로엔 치자꽃(薝蔔)80) 향기를 바치고 난초 깔개(蘭藉)에는 변변치 못한 제수(蘋蘩)81)를 바칩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여러 대존숙大尊宿께서는 도솔천兜率天 위에서 모두 다 수승한 인연을 이루어 주시고,

012_0267_b_01L和尙爲開山之初祖是臨濟之適孫
012_0267_b_02L芙蓉室中最初句末後句并中間而傳
012_0267_b_03L牧丹峰下掃蠻塵淨魔塵御龍駕
012_0267_b_04L而還都寶偈賛眞耀宸章於丹壑
012_0267_b_05L書㫌額光睿筆於翠崕其次第二世以
012_0267_b_06L下諸大和尙皆是敎海之騰驤龍子
012_0267_b_07L林之軒翥鳳雛定水安瀾印秋空之朗
012_0267_b_08L靈襟虛淨蘊滄海之明珠洞徹三
012_0267_b_09L深明二諦踞金獅子之高座振玉
012_0267_b_10L [6] 之玄談震鍾鼓於諸方到處摠成活
012_0267_b_11L湊機緣於九曲歸來大展家風
012_0267_b_12L影或於他山示滅眞身皆以此地爲歸
012_0267_b_13L遂使鵠塔重重點盡靑山一面龜碑屹
012_0267_b_14L撑齊翠壁半腰豈惟累世之道場
012_0267_b_15L是信諸山之祧稱凡是爲僧者孰非其
012_0267_b_16L裔乎摠恩法戒禪而爲傅爲子無賢
012_0267_b_17L愚貴賤而曰弟曰兄雖嘗觀無二之宗
012_0267_b_18L寧有缺在三之義只緣營生之無暇
012_0267_b_19L致節亨之未遑時節斯還因緣在卽
012_0267_b_20L香心修契上下均情和意呈凾老幼
012_0267_b_21L咸喜况芝蘭引譬久而彌芳金石設
012_0267_b_22L永而爲固是日也氣淸天朗日吉
012_0267_b_23L辰良竹爐獻薝蔔之香蘭藉薦蘋蘩之
012_0267_b_24L伏願諸大尊宿兜率天上齊成勝

012_0267_c_01L상적광常寂光에서 기묘한 모습 번갈아 비추어 주시옵소서. 그리고 그 남은 빛을 빌려 이 말학자末學者들에게 비추시어 이파리마다 길이 향기로운 꽃내음을 전하게 하시고, 일정한 힘을 받들어 뭇 인연들을 구제하시어 가지마다 마침내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
수선사의 탑비에 올리는 제문(樹先師塔碑祭文)
함풍咸豊 8년 무오戊午(1858)년 6월 을사삭乙巳朔 11일 을묘乙卯에, 법을 받은 제자 아무개 등은 삼가 계절 음식(時羞)으로 제물을 차려놓고 먼저 가신 스승님의 영탑靈塔 앞에서 감히 아뢰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지극한 진여는 텅 비고 고요하여도 현묘한 빛을 감추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경계에 닿으면 곧바로 번거로운 것과 중요한 것으로 나뉩니다. 번거로운 것은 거짓으로 인해 내려가고 중요한 것은 올바름으로 인해 올라가나니, 거짓을 버리고 올바름으로 나아간다면 자신의 그 공덕이 이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스승님께서는 정중正中에서 오셔서 옥승玉繩으로 상서로움을 드러내시며 어머니의 태 안에 자취를 내리셨습니다. 천진한 어린아이 적에 출가(童眞出家)하여 댕기 땋은 채 경전을 외워서 아름다운 이름이 일찍부터 떠들썩하게 알려지고 아이 때나 늙어서나 덕스러운 향기를 심으셨습니다. 빛바랜 불상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만드셨고 허물어진 전각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19년 동안 교승敎乘을 강의하였고 일천세 분의 불상을 조성하여 빛을 더하셨습니다. 좋은 일(能事)을 원만하게 성취하고는 자취를 거두고 한적하게 숨어 지내시니 싸늘한 바위 암자에 달빛 환하고 은밀한 방안은 향기롭고 따뜻하였습니다. 관정觀定으로 은밀함을 펼치고 깨달음의 거울(佛鏡)에 정신을 깃들이니 마음과 하나가 되어 본성이 함께 청정하였습니다. 응진應眞께서 오시어 하신 말씀을 모두 알아서 인연이 생겨나고 교화를 거두어 진리를 증득하게 하시니 섶나무를 다 태워도 불길은 전해지는 법입니다.
그러나 하늘 높이 탑은 세웠지만 비문을 아직 새기지 못한 채 덧없이 세월만 흘렀기에 마음속에 한이 맺혔으니, 하늘이 원만하게 영원히 정해지는 것도 모두 이 비석과 함께이기 때문입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어빠진 이 오悟와 순恂은 머리카락과 귀밑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았고 뼈마디가 쑤시고 살가죽은 쭈그러들어, 마치 저 지는 해와 같이 서서히 잠기려고 하니 숨결 한 번도 되돌리기 힘들어 한이 있어도 말로 풀어놓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마디 말을 온 힘을 다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쌍훈雙訓과 고운孤雲이 응원해 일어나 힘을 보태주었던 덕분이니, 은빛 붓으로 글씨를 휘갈겨 써서 구름 같은 문장으로 덕을 칭송해 주었고 비단 수를 놓은 듯 현란한 무늬를 새겨

012_0267_c_01L常寂光中迭耀奇相假餘光而昭
012_0267_c_02L末學永使葉葉傳芳推定力而濟衆緣
012_0267_c_03L終敎枝枝結果

012_0267_c_04L

012_0267_c_05L樹先師塔碑祭文

012_0267_c_06L
維咸豊八年戊午六月乙巳朔十一日乙
012_0267_c_07L受法弟子某等謹以時羞之奠
012_0267_c_08L昭告于先和尙靈塔之前伏以至眞虛
012_0267_c_09L葆合玄耀微涉動境乃分煩要
012_0267_c_10L以僥降要以正上捐僥就正功不由
012_0267_c_11L恭惟和尙從正中來玉繩現瑞
012_0267_c_12L迹胚胎童眞出家辮髮繙經令名早
012_0267_c_13L童壽德馨有像漫漶必從重成
012_0267_c_14L殿傾側必從重營一十九年講授敎
012_0267_c_15L一千三佛火浴增瑩能事已圓
012_0267_c_16L跡就間寒巖月皎密室香溫宣密觀
012_0267_c_17L捿神佛鏡心與爲一性得同瀞
012_0267_c_18L眞來辭知盡生緣收化歸證薪盡火
012_0267_c_19L有塔斯穹銘詞未鐫荏苒歲月
012_0267_c_20L結心腑旻圓永定并玆物故餘存孱
012_0267_c_21L惟悟與恂霜巓雪鬢骨崚皮皴
012_0267_c_22L彼落日冉冉將淪一息不回恨也難
012_0267_c_23L末后一言盡力道得雙訓孤雲
012_0267_c_24L起効力銀筆書行雲章頌悳錦綉紋

012_0268_a_01L검은 옥돌에 아름다운 빛을 내주었습니다.
배가 해남海南에 닿아 탑을 세울 돌을 세우고 탑에 명문이 새겨지니 영화가 옛 정원에 흘러넘칩니다. 향기로운 산봉우리 기이함을 바치고 높고 뾰족한 산은 수려함을 표방합니다. 솔잎 거문고 시냇물 비파가 아래위로 소리를 울리고 흰 구름 밝은 달이 밤이나 새벽이나 찾아옵니다. 무정無情의 약속 맺고 무생無生의 즐거움을 누리며 상적광常寂光 안에 평안히 안착하였으니, 상서로운 풀잎 다복다복 돋아나고 이름난 꽃들 반짝반짝 빛납니다.
변변치 못한 음식을 이렇게 올리고 난초 자리를 받들어 올리며, 우러러 참다운 자비를 기원하고 고개 숙여 이 복을 기뻐합니다. 엎드려 원하옵건대, 진여의 경계 안에 본체는 진기한 상서로 빛나고 보리菩提의 뜰 안에서 남은 빛을 이어 가시옵소서. 어린 계수나무의 꽃다운 떨기를 두루두루 푸르게 하시어 가지마다 열매를 맺고 잎마다 꽃향기를 전하게 하옵소서. 흠향하소서.
비각에 다례를 올리는 제문(碑閣茶禮祭文)
저희들 아무개들은 향기로운 난초 꽃물에 목욕재계하고 향과 차를 정성껏 갖추어 감히 여러 대덕 스님의 진신사리가 담긴 보탑寶塔 풍비豊碑82) 앞에 예를 올리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여러 훌륭한 스승들께서는 산악의 신령처럼 고상하고 특출하시며 바다의 도량처럼 깊고 너그러우십니다. 어린 나이에 진리를 사모하여 난초 향기 날리며 노을에 옷깃을 적시고, 웅장한 의지로 출가하여 대쪽 같은 정조와 서릿발 같은 절개를 지키셨습니다.
지혜가 용의 거울(龍鏡)에 달렸으니 밝은 빛 깊은 어둠 속에서 환히 비추고, 울림이 큰 종에 드니 큰 일깨움의 소리가 기나긴 밤을 울립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번개가 치듯이 오묘한 작용을 맑은 영혼에 전하시고, 범이 내달리고 용이 뛰어오르듯 큰 지혜에서 온전한 기틀을 터득하셨습니다. 상서로운 바람이 넓은 부채에서 일어나고 은혜로운 햇살이 여기에서 거듭 빛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오직 독선獨善의 종풍만을 높이 숭상하다 보니 겸제兼齊의 도를 넓힐 겨를이 없었습니다83). 혹 곡천穀穿의 저녁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허공에 빛나고, 혹 다비(火浴)84)의 새벽에는 신령스러운 구슬이 불꽃 속에서 도약하였습니다.
그러다 임금께서 내리신 금빛 문장(金文)이 서쪽으로 와서 빛을 내기에 이르러 사방의 산이 교화를 살피는 방향으로 에워싸고, 서산대사의 옥발우(玉鉢)가 남쪽으로 흘러오자 구곡의 물은 진여가 깃든 땅을 둘러쌌습니다. 이후로부터 신통한 스님들이 안개처럼 모이고 이름난 스님이 구름처럼 몰려왔으며, 신령한 수레와 꽃다운

012_0268_a_01L彩光烏玉船海南迫樹塔之石
012_0268_a_02L蕆銘誌榮溢舊囿香岑獻奇輪嶠摽
012_0268_a_03L松琴澗瑟上下宣音白雲明月
012_0268_a_04L曉叅尋結無情契亨無生樂常寂光
012_0268_a_05L好是安著瑞艸蕤蕤名花焯焯
012_0268_a_06L蘩斯將蘭藉承爵仰祈眞慈俯歆斯
012_0268_a_07L伏願眞如界內躰曜奇祥菩提園
012_0268_a_08L推延餘光嫰桂榮叢久遍蒼蒼
012_0268_a_09L枝結果葉葉傳芳尙饗

012_0268_a_10L

012_0268_a_11L碑閣茶例祭文

012_0268_a_12L
某等齋沐蘭湯虔具香茶敢禮獻于列
012_0268_a_13L祖大德眞身舍利寶塔豊碑之前伏以
012_0268_a_14L諸大尊宿高挺岳靈深涵海量弱齡
012_0268_a_15L慕道蘭粉霞襟壯志出家筠貞霜操
012_0268_a_16L智懸龍鏡朗逸照於重昏韵入鳬鍾
012_0268_a_17L警洪音於長夜風旋雷擊傳妙用於澄
012_0268_a_18L虎驟龍躟得全機於大智祥風由
012_0268_a_19L其廣扇惠日於是重暉乃更有惟高尙
012_0268_a_20L於獨善之風未暇弘於兼齊之道或於
012_0268_a_21L縠穿之夕瑞氣瑩空或於火浴之晨
012_0268_a_22L靈珠跳熖至若金文西耀四山擁觀化
012_0268_a_23L之方玉鉢南流九水繞捿眞之地
012_0268_a_24L玆以降神僧霧聚名釋雲駈靈軌芳

012_0268_b_01L자취가 언덕과 골짜기를 메우고 높은 이론과 좋은 계책이 글줄마다 넘쳐났습니다. 한 떨기 구슬같이 뾰족 솟은 바위는 거북 등 무늬에 형산 바위(荊巖)85)의 기운이 서렸고, 밝은 구슬이 순수하게 빛나니 기러기 입술에 바다의 정기가 쌓인 듯합니다. 이렇게 하여 이 산이 우리 선사의 도량이 되었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저희 제자들은 비질만을 기억하는(誦埽)86) 우둔한 근기와 삼을지는(擔麻)87) 얕은 소견으로 외람되이 승보僧寶에 이름을 얹고 법문法門에 자취를 끼워 넣었습니다. 비록 법을 중히 여기고 삶을 가벼이 여긴다고 해도 한갓 문장의 줄을 찾거나 글자의 수를 헤아렸을 뿐입니다. 떡을 놓아 사모하는 마음을 쌓으니(遺餠積慕) 부처님 받드는 자리에선 정성이 깊고, 나무에 의탁하여 나무람을 일으키니(託樹興譏) 문당門堂의 예에 부끄러움이 간절합니다.
이에 옛 스승님의 맑은 가르침에 의지하여 감히 소자小子의 작은 정을 기울입니다. 산에서 나는 차를 올리고 산초장을 올리며 혜초 절임을 드리며 난초 자리를 깔았습니다. 푸른색과 노란색이 섞인 과일은 자연스러운 무늬가 진기하고, 단맛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채소는 여러 가지의 품수로 귀중합니다. 싸락눈 다시 개이니 높은 나무 위로 푸른 안개가 깃들고, 싸늘한 해가 막 떠오르자 무성한 숲에 붉은 안개가 퍼지고 향로봉에 안개 둘리니 향기는 백옥 같은 선상禪床의 바람을 전하고, 돌여울 소리 소용돌이치니 메아리 소리가 호리병 속의 물에까지 들어옵니다. 학의 정수리에서 온갖 껍질들이 벗어지고 눈 속에서 붉은 꽃봉오리가 터지며, 까치 꼬리에 사향 연기가 끌리고 바람결의 아지랑이는 푸르름에 휘감깁니다.
정처사 제산 축문鄭處士祭山祝文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먼저 하늘이 법칙을 세우자 뒤에 땅이 도읍을 정하였으니 덮어주는 하늘에 상응하여 실어주는 땅이 있기에 온갖 만물이 그 가운데에서 번영할 수 있고, 모든 생명을 가진 것이 어느 것인들 이에 힘입지 않았겠습니까? 덕이 산이 되고 자비가 장막이 되었으니, 울창한 산처럼 깊고도 넓어서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황금으로 쌓은 제단과 백옥 같은 사원에는 은빛 시냇물 잔잔히 흐르고 옥 나무 구슬 숲에는 진귀한 새들이 지저귑니다. 천천히 머물러 살면서 소요하니 숨어 수행하는 일이 전일하고 정밀하며 사랑을 머금고 자비로 응하니 오로지 사물에 은혜롭고 생명에 이로워서, 마치 매달려 있는 종처럼 치기만 하면 바로 울립니다.
아, 슬프게도 이 천한 사람은 타고난 자질이 모자라고 몸도 약하며 운수가 박하여서 장애는 많고 도움은 적었으니

012_0268_b_01L塡丘塞壑高論良謨盈簡溢篇
012_0268_b_02L玉崢嶸龜背絢荊巖之氣明珠粹朗
012_0268_b_03L雁唇蘊滄海之精於是乎此山爲我先
012_0268_b_04L師之道場伏念弟子誦埽鈍根擔麻
012_0268_b_05L賤見叨名僧寶預迹法門雖重法而
012_0268_b_06L輕生徒尋行而數墨遺餅積慕虔深
012_0268_b_07L奉佛之筵託樹興譏愧切門堂之禮
012_0268_b_08L爰依先師之淸訓敢傾小子之微情
012_0268_b_09L山茗兮椒漿薦蕙肴兮蘭藉靑黃雜糅
012_0268_b_10L果珍受命之文芳辣調和菜重入篇之
012_0268_b_11L微雪新霽栖翠靄於崇榮寒日初
012_0268_b_12L列朱霞於複樹爐峰轉霧香傳玉
012_0268_b_13L几之風石瀨鳴湍響入銅壺之水
012_0268_b_14L羣甲於鶴頂紅綻雪裡之榮曳麝煤於
012_0268_b_15L鵲尾靑繚風前之靄

012_0268_b_16L

012_0268_b_17L鄭處士祭山祝文

012_0268_b_18L
伏以先天立極後地是京應覆斯載
012_0268_b_19L萬類中榮凡厥有生孰不賴靈德以
012_0268_b_20L爲岳慈以爲帡鬱嵂幽曠娟妙娉婷
012_0268_b_21L金壇玉宇銀溪琤琤琦樹瓊林珍禽
012_0268_b_22L嚶嚶栖遲逍遙穩脩專精含慈應悲
012_0268_b_23L惠物利生如鍾在鐻有扣斯鳴哀此
012_0268_b_24L賤子禀質瘦儜身窮命薄障重祐輕

012_0268_c_01L일을 꾀하여도 맞아떨어지지 않아 대부분의 일이 완성되기 어려웠습니다. 나이 늙도록 힘써 일을 하였으나 수입은 넉넉하지 못하였고, 조금씩 일하여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였으니 마음이 항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이제 변변치 못한 음식이나마 공손한 마음으로 차려 놓고 감히 마음과 정성을 바치오니, 부디 불쌍하게 여기시어 이 저의 작은 충정을 굽어 비추어 주소서. 흉함을 길함으로 돌리시고 재앙을 없애 복을 오게 하시며 허물을 녹이고 죄를 쓸어 집안이 편하고 몸이 평안하게 하여 주시옵고 가업이 온전하여 흥하게 하시고, 터가 완전하여 기울어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 날은 길하고 때가 좋으며 하늘이 맑고 날씨 쾌청한데, 난초 자리에 혜초 안주를 올리며 날개 술잔에 계수나무 술을 올리니 부디 영광스럽게 임하셔서 제가 올리는 것을 가득 받으소서.
수계사 제문授戒師祭文
속세를 떠나 출가한 일은 내가 좋아서 기쁘게 한 일이지만, 계율을 보배 삼아 몸을 단속한 것은 스승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단에 오르는 규칙이나 행동거지의 규범에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라 마땅함을 잊은 적이 없고 십계十戒나 삼취三聚를 지금껏 의지하고 있습니다.
늘 받들면서 오래도록 평생을 따르려 하였는데, 오늘에 이렇게 거두어 영원히 떠나실 줄 누군들 생각했겠습니까? 이에 향과 차를 차려 놓고 슬픔을 호소하오니,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라 오장이 무너집니다. 우러러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이에 밝게 살펴 주시옵소서. 음향하소서.
상좌 제문上佐祭文
생각해 보면 옛날 어버이를 하직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깎았을 때는, 오직 스승을 의지하여 은혜를 받으며 사랑하고 즐거워했었습니다. 저도 자라고 스승님도 늙어 은혜와 의리는 깊고 두터워지면서 늘 덧없는 일이 기약 없이 침입할까 두려웠습니다. 신령님과 부처님과 하느님(神佛天)에게 긴 수명 누리기 서원하였는데, 생명의 인연이 문득 여기에서 닫히어 영감靈龕을 어루만지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애통한 마음을 하소연하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다비식(火浴)도 끝나 이제 스승님의 모습과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으니 창자 끊어지는 슬픔으로 눈물이 흐릅니다. 다시 만날 곳 없이 이제 영원히 떠나시니, 아! 슬픕니다. 흠향하소서.

012_0268_c_01L謀有不中事多難成窮年力作所收
012_0268_c_02L不贏營些塗糊志常不盈恭陳薄薦
012_0268_c_03L冒貢丹誠願垂哀愍曲照微情回凶
012_0268_c_04L反吉去殃來禎淘愆汰尤家安身寧
012_0268_c_05L業全有興基完無傾日吉辰良天朗
012_0268_c_06L氣淸蕙肴蘭藉桂醑羽觥願賜榮臨
012_0268_c_07L滿我攸䝼

012_0268_c_08L

012_0268_c_09L授戒師祭文

012_0268_c_10L
謝塵出家由我欣厭寶戒嚴身賴師
012_0268_c_11L指點登壇軌則進止威儀一依師敎
012_0268_c_12L無所失宜十戒三聚迄今依持隨時
012_0268_c_13L巾拂永從百歲誰謂今日收化長逝
012_0268_c_14L玆設香茶號訴哀哀斯爲永訣五內
012_0268_c_15L分崩仰希眞慈明鑑于玆尙饗

012_0268_c_16L

012_0268_c_17L上佐祭文

012_0268_c_18L
憶昔辭親投佛剃落唯師是依受恩
012_0268_c_19L愛樂我長師老恩重誼深每恐無常
012_0268_c_20L不期來侵誓神佛天願享遐齡孰知生
012_0268_c_21L奄此卽冥撫龕躃踊用訴慟情
012_0268_c_22L浴斯畢永隔儀形有腸斯斷有淚如傾
012_0268_c_23L無處更逢斯爲永別嗚乎哀哉尙饗

012_0269_a_01L
오계상좌 제문五戒上佐祭文
스님이 되는 일은 수계로부터 비롯되니 계를 받지 않으면 스님이 아닙니다. 우리는 스승을 의지해 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엄숙하고 청정한 계율(毘尼)88)로 우리를 포살布薩89)하게 하시고 보리도를 증득하여 여래의 방에 들어가게 하신 일들, 모두 스승님으로 말미암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계를 주신 공덕이 이렇듯 큰 은혜지만 그 만 가지 중에 하나조차도 갚지 못하고, 목숨의 한계(大限)가 눈앞에 닥쳐 돌아가는 길을 멈추지 못합니다. 흰 구름은 막막하고 푸른 물은 싸늘하여 푸른 산 가랑비에 눈물이 섞여 함께 떨어집니다. 맑은 차 한 잔으로 이 슬픈 마음 호소하오니, 아! 슬프도다. 흠향하소서.
수법제자 제문受法弟子祭文
내 일찍이 스승님에게서 마음의 법을 전해 받아 한 길로 서로 따랐더니 마치 물과 젖이 합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발을 받들어 멀리 백세까지 모시기를 기대했는데 어찌 중도에 저를 버리고 먼저 가버리시나이까? 다비식(火浴)도 끝나 법신만 홀로 드러내시니, 감히 이 변변치 않은 음식을 올리며 이렇게 슬픔을 호소하오니, 흠향하소서.
문형제 제문門兄弟祭文
일찍이 지난 겁에는 한 부처를 함께 섬겼고 지금은 같은 세상에 태어나 함께 한 법을 전하였습니다. 가고 머무르고 걷고 쉬는 일에 한 문중을 떠나지 않았으며 괴로움과 즐거움도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였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마치 좌우의 손과 같이 서로 도왔고 먹을 것이 있으면 함께 맛을 보았으니 마치 한목숨 한 입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를 버리고 먼저 멀리멀리 떠나십니다. 이에 하찮은 음식이나마 올리며 감히 나의 슬픈 심정의 실마리를 풀어 놓습니다. 아! 슬프도다. 흠향하소서.
대승계중 축문大乘契中祝文
생각해 보면 옛날 어버이께 하직 인사하고 집을 나와 부처님께 투신했을 때 온갖 성씨들이 도道를 함께 하니 석가로 성姓을 삼았습니다.

012_0269_a_01L五戒上佐祭文

012_0269_a_02L
爲僧由戒無戒非僧我等依師得戒
012_0269_a_03L爲僧嚴淨毘尼爲我布薩證菩提道
012_0269_a_04L入如來室莫不由師授戒功德如此
012_0269_a_05L洪恩未報萬一大限當前有歸無停
012_0269_a_06L白雲漠漠綠水冷冷靑山疎雨和淚
012_0269_a_07L同零淸茶一椀訴此哀情嗚乎哀哉
012_0269_a_08L尙饗

012_0269_a_09L

012_0269_a_10L受法弟子祭文

012_0269_a_11L
我曾從師傳受心法一道相應如水
012_0269_a_12L乳合願奉巾拂遐期百齡如何中塗
012_0269_a_13L棄我先傾火浴斯竟法身獨露敢薦
012_0269_a_14L蘋蘩訴此哀慕尙饗

012_0269_a_15L

012_0269_a_16L門兄弟祭文

012_0269_a_17L
曾在曩劫同事一佛今生一世同傳
012_0269_a_18L一法捲舒行藏不離一門有苦有樂
012_0269_a_19L共悲同欣有難相救如左右手有餌
012_0269_a_20L同嘗如共命口今先捨我悠悠長逝
012_0269_a_21L玆薦薄羞敢陳哀緖嗚乎哀哉尙饗

012_0269_a_22L

012_0269_a_23L大乘契中祝文

012_0269_a_24L
念昔辭親投佛出家五姓同道氏以

012_0269_b_01L육신은 삼보三寶에 참여하고 이름은 육화六和에 더하면서, 함께 큰 계를 받아 포살布薩을 한 도량에서 하였습니다. 성문聲聞의 경계를 뛰어넘어 보살과菩薩科에 올라 복은 천인天人보다 뛰어나고 항하사 같은 죄를 소멸하기를 오랜 세월 누리어 먼 훗날까지 함께 하자고 기약했었습니다. 어째서 걸음을 재촉하여 혼자 먼저 안개 수레를 타고 현감玄龕의 문을 영원히 닫았습니까?
다비식(闍維)도 이미 끝나서 육신(四大)이 모두 공으로 돌아갔으니 한 영혼이 어디에 의지하겠습니까? 영혼은 본시 의지함이 없으니 끝없이 넓고 넓어 법계法界를 포함하며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참된 모습이 어찌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에서 빛을 돌리면 정토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같은 계원들이 마지막 그대를 떠나보내는 슬픈 탄식입니다. 아! 슬프도다. 흠향하소서.
백련화상 영찬白蓮和尙影賛
一幅眞儀掛壁上   한 폭 초상화 벽 위에 걸렸는데
云是白蓮和尙    이름을 백련화상이라고 이르도다.
這是先師幻影    이는 선사의 허깨비 같은 그림자
不是先師眞象    이것이 선사의 참모습 아니라네.
欲知先師眞象麽   선사의 참모습을 알고자 하는가?
雲開頭輪碧海東   두륜산 바다 동쪽에 구름 열리네.
華山萬朶靑芙蓉   화산華山 일만 송이 푸른 연꽃
旭日朝霞光玲瓏   해 돋는 안개에 빛도 영롱하구나.
個個明暗半面紅   낱낱의 명암으로 반쯤 붉었는데
其中一朶不受別艶  한 떨기 특별히 고운 것 아니나
欺雪皎玉潔時廷奇  눈과 옥처럼 깨끗한 빛 뛰어나네.
圓明寂照徧河沙   밝고 원만히 항하사 두루 비추나
亦不曾離這形儀   일찍이 저 모습 떠나지 않았구나.
是爲先師眞法相   이것이 선사의 참다운 법상이시니
好把香花動供養   향과 꽃 들고 부지런히 공양하소서.
미봉화상 영찬眉峰和尙影賛
始纔昇堂生涯落落  처음 당堂에 오르실 때 생애 쓸쓸하더니
爲佛玄裔富貴若若  부처의 후손 되어서 부귀가 넉넉해졌네.
悟空煩惱根     번뇌 망상 뿌리에서 본래 공함 깨치고
脫袪菩提縛     보리의 결박에서 영겁을 벗어나셨네.
只緣眞歸      다만 진여를 반연해 돌아가니
無門行處都難摸𢱢  문 없는(無門) 행처行處라 찾기 어렵네.
萬疊湖山靑朶    만 겹 호산湖山은 푸르게 늘어지고
一天星月光爍爍   온 하늘 가득한 별과 달이 찬란하다네.
欲識吾師眞面目   우리 스님의 본래 진면목 알고자 하면
須向這裡禮拜著   모름지기 이런 곳 향하여 예배하소서.

012_0269_b_01L釋迦身預三寶名忝六和同受大戒
012_0269_b_02L一場布薩超聲聞界登菩薩科福勝
012_0269_b_03L天人罪滅河沙謂享大年共期於遐
012_0269_b_04L如何催行先獨乘霞玄龕永閉闍維
012_0269_b_05L已過四大俱空一靈依何靈本無依
012_0269_b_06L恢廓亡涯包含法界中不容他天眞
012_0269_b_07L面目豈不是耶於此回光淨土不賖
012_0269_b_08L此我同契送終之嗟嗚乎哀哉尙饗

012_0269_b_09L

012_0269_b_10L白蓮和尙影賛

012_0269_b_11L
一幅眞儀掛壁上云是白蓮和尙這是
012_0269_b_12L先師幻影不是先師眞象欲知先師眞
012_0269_b_13L象麽雲開頭輪碧海東華山萬朶靑芙
012_0269_b_14L旭日朝霞光玲瓏個個明暗半面紅
012_0269_b_15L其中一朶不受別艶欺雪皎玉潔時
012_0269_b_16L廷奇圓明寂照徧河沙亦不曾離這形
012_0269_b_17L是爲先師眞法相好把香花動供養

012_0269_b_18L

012_0269_b_19L眉峰和尙影賛

012_0269_b_20L
始纔昇堂生涯落落爲佛玄裔富貴
012_0269_b_21L若若悟空煩惱根脫袪 [7] 菩提縛只緣
012_0269_b_22L眞歸無門行處都難摸𢱢萬疊湖山
012_0269_b_23L1) [8] 一天星月光爍爍欲識吾師眞
012_0269_b_24L面目須向這裡禮拜著

012_0269_c_01L
영월화상 영찬靈月和尙影賛
靈光獨耀逈脫根塵  신령하신 빛 유독 빛나 육근 먼지 멀리 벗으셨고
如秋朗月皎潔離雲  가을날 밝은 달처럼 밝고 깨끗하게 구름 벗었다.
本眞無形影從何依  본래 모습 없으니 그림자 무얼 따라 의지하리오?
珊瑚數株琅玕一枝  두어 그루 산호 나무와 한 가지 낭간琅玕 구슬을
何處得來兩手分持  어디에서 가져오셔서 두 손에 나눠 가지셨나?
念窮已到無念處   생각 끝나 이미 생각 없는 자리(無念處) 이르시니
常寂光中恁麽住   상적광常寂光 안에 처하여 마음 편히 머무소서.
설곡화상 영찬雪谷和尙影賛
忠直信敏恭儉溫良  충성, 강직, 믿음, 민첩, 공손, 검소, 온화, 현량.
凡此八德乃師天常  이 여덟 가지 덕 스님의 타고난 천성이시네.
豊公廉私      공公에는 풍성했고 사私에는 인색했으며
來短去長      받는 것 작게 하고 주는 것은 크게 하였으니
寺依而持山以之光  절은 이에 유지되고 산은 이로써 빛났다.
曾鍊世諦晩靜祖堂  일찍 세속 연마하고 만년 조당서 지냈으니
離則雙美合則兩當  떼놓면 다 아름답고 합치면 둘이 온당하여라.
쌍수도인에게 답하다(答雙修道人)
쌍수도인雙修道人90)을 해양海陽91)에서 작별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으니 우러러 그리운 마음에 일분일초가 한 해 같습니다. 손수 써서 보내 주신 편지를 오래 보관하고 있으면서 수시로 꺼내 읽으니, 맑은 모습을 뵙고 높은 말씀을 듣는 듯 황홀합니다.
아뢰올 말씀은 강상江上과 복중復中이 같은가 다른가 하는 논의입니다. ‘만약 다르다면 아마도 금강신金剛神92)이 남산율사南山律師93)를 멀리 피하지는 않았을 듯하고, 만약 같다면 어찌하여 강상江上은 탁하고 더러운데 복중腹中만 홀로 향기로울 수 있겠습니까?’ 하시며 비유가 뚜렷하여 사람들을 깨우칠 만하다고 말씀하였습니다만,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저 밀적역사(密迹)가 멀리서 남산율사(南山)를 호위하는 것은 뱃속(腹中)이 불결한 것을 꺼려해서가 아니라 그 더러운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올까 해서입니다. 지금 더러운 강가(江上)를 보고서 향기롭지 못한 뱃속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찌 이것과 다르겠습니까?

012_0269_c_01L靈月和尙影賛

012_0269_c_02L
靈光獨耀逈脫根塵如秋朗月皎潔
012_0269_c_03L離雲本眞無形影從何依珊瑚數株
012_0269_c_04L琅玕一枝何處得來兩手分持念窮
012_0269_c_05L已到無念處常寂光中恁麽住

012_0269_c_06L

012_0269_c_07L雪谷和尙影賛

012_0269_c_08L
忠直信敏恭儉溫良凡此八德乃師
012_0269_c_09L天常豊公廉私來短去長寺依而持
012_0269_c_10L山以之光曾鍊世諦晩靜祖堂離則
012_0269_c_11L雙美合則兩當

012_0269_c_12L

012_0269_c_13L答雙修道人

012_0269_c_14L
雙修道人悵別海陽已經七個月於玆
012_0269_c_15L仰企之懷寸陰若歲賴手書之遠
012_0269_c_16L時時披讀怳然若奉淸顏聽高論
012_0269_c_17L就中有江上腹中同異之論若其異也
012_0269_c_18L金剛神似不遠避於南山律師若其同
012_0269_c_19L寧復江上濁穢腹中自香引辟昭
012_0269_c_20L令人可悟然以洵觀之有不然者在
012_0269_c_21L夫密迹之所以遠衛於南山者非歉腹
012_0269_c_22L中之不潔爲其外穢之有鼻也今見江
012_0269_c_23L上之穢濁不計腹中之不香曷嘗異此
012_0269_c_24L「朶」下疑脫「朶」{編}

012_0270_a_01L대저 깨끗하지 못한 강가는 바깥에 놓여서 낭자하게 흩어져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모두 피하지만, 향기롭지 못한 뱃속은 안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똑같은 예로 들어서 말하겠습니까? 서시西施 같은 미인이라도 더러운 것을 뒤집어쓰면 모든 사람이 코를 막고 지나갈 것이고, 비록 악한 사람이라도 목욕재계하면 하느님에게도 제사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재계한 사람이 뱃속까지도 깨끗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금강신(密迹)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뱃속이 겉의 더러움과 다르지 않은 것을 싫어하게 만든다면 비록 여래의 화신이라 하여도 가까이에서 호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유독 금강신만 그러하겠습니까? 비록 지금 선생을 사랑하는 이들, 예를 들어 천인天人 같은 자라 하여도 하루도 선생과 함께 거처하지 못할 것입니다.
위대하고 기이하십니다. 선생의 나아가심이여. 이미 뱃속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그 냄새를 구분하려 않고 더러운 똥을 대하고도 난초의 향기처럼 여기신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어려운 생각입니다. 가르침 가운데 “모든 성문인聲聞人은 비록 성과聖果를 증득하여도 오히려 사바세계의 더러움을 보지만, 범왕梵王은 평범한 사람(凡人)의 지위에 있어도 그 세계의 더러운 모습을 보지 않는다. 그것은 전생의 무수한 겁 동안 수행하여 보살의 지위를 증득하였기 때문에 비록 범인의 몸으로 나투었어도 혜안이 밝고 맑은 까닭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선생께서도 또한 비록 인간 세상에 처했어도 지난 겁 동안에 닦은 것이 있어서 모든 더러움이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저 말씀만 이렇게 하실 뿐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러러보고 있는 것입니까? 옛사람이 말하기를 “허점이 많은 것은 실상이 적은 것보다도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물상은 하나로 모인다(萬像主一)’는 말씀에 대해서도 비록 드릴 말씀은 있긴 하지만, 선생께서 화지일성㘞地一聲94)으로 깨닫게 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유산에게 보내는 편지(與酉山書)
지난 가을 상훈尙薰 스님이 돌아올 때 삼가 편지를 전해 받고 대부인大夫人의 병환으로

012_0270_a_01L蓋江上之不淨放於外而狼籍故
012_0270_a_02L人皆見而避之腹中之不香藏於內而
012_0270_a_03L無見故人無得而歉焉豈以一例言之
012_0270_a_04L如西子蒙不潔則人皆掩鼻而過之
012_0270_a_05L惡人齋戒沐浴則可以祀上帝此齋戒
012_0270_a_06L亦能乾淨腹中歟若使密跡金剛
012_0270_a_07L歉人腹中與外穢無殊則雖如來化身
012_0270_a_08L不狎衛歟豈獨金剛神爲然雖今世之
012_0270_a_09L愛先生如天人者未嘗一日與先生處
012_0270_a_10L偉乎奇哉先生之所造也以己腹
012_0270_a_11L曾有是物處汚濁而不分其臭
012_0270_a_12L糞穢而如蘭斯馨眞所謂稀有難思者
012_0270_a_13L敎中有之諸聲聞人雖證聖果
012_0270_a_14L1)沙波之穢濁梵王猶處凡位不見
012_0270_a_15L此界穢相以其往劫修證菩薩之位故
012_0270_a_16L雖現梵身慧眼明淨故今先生亦能
012_0270_a_17L雖處人間以有往劫所修凡諸穢濁
012_0270_a_18L能照眼耶抑或徒有其言而尙與我輩
012_0270_a_19L同一俯昂古人有言多虛不如少實
012_0270_a_20L願更思之也萬像主一案雖有所供之
012_0270_a_21L待先生㘞地一聲始得開悟也

012_0270_a_22L

012_0270_a_23L與酉山書

012_0270_a_24L
前秋向薰 [9] 之回謹拜履疏以大夫人患

012_0270_b_01L한참 걱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찍이 보지 못한 타고난 효성에 감동되어 곧바로 회복되시지 않으셨는지요? 삼가 여쭈오니 혹독한 삼복더위에 여묘살이(廬墓)를 하는 애절한 심정은 또 어떠하신지요? 구구절절 많은 생각에 애모哀慕의 마음을 가누지 못합니다. 저는 부처님의 보호로 근근이 한목숨을 보존하고 있습니다만, 산속에서나 산문 밖에서나 한결같이 동업으로 감응하여 다들 전염병(時疾)에 걸려 쓰러지고 있고 또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려 뿔뿔이 흩어지는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더구나 구렁에 떨어지지 않고 요행히 목숨을 부지하는 이도 다시 도적이 되지 않은 이가 거의 없으니, 한두 푼의 돈을 빼앗다가 피살되는 이도 있고 맨몸으로 옷을 빼앗기고 피살되는 이도 있습니다. 그 외에 물건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있다가 길거리에서 피해를 당하는 이는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비록 십 리 이내의 가까운 거리라도 혼자서 다니는 것을 서로 경계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문상가서 위문할 시기를 초봄으로 단단히 예정(大定)을 해 놓고도 막상 떠나지 못하였는데 늦봄이나 여름이 되어서 또 전염병에 걸려 죽고 마는 이가 전보다 배나 늘어났습니다. 열 집 가운데 문 닫힌 집이 반이나 되고 5리 안에 횡사한 이도 열이 넘습니다. 8년 전쟁의 그 험난한 시절이라 하여도 사상자가 이보다 많을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길에 도적이 조금 잠잠해졌으니 어찌 복더위를 핑계로 주저하겠습니까만, 병이 아직 낫지 않아 당장은 감히 먼 길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가을을 기다려 올라가려고 하오니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병사에게 답하다(答李兵使)
삼가 답장 올립니다. 세밑의 독한 추위 속에서도 자애로운 정사를 펼치는 당신께서는 하루 종일 도道와 하나가 되어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시고 서 있는 곳마다 진실하시겠지요(隨處作主 立處皆眞). 늘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이 어디 짧은 시간도 한 해같이 느껴지는 그 정도뿐이겠습니까?
“본래 가지고 있는 바닥의 풍광이 본래의 진면목이다(本地風光 本來面目).”을 물으셨습니다. 자신에게 궁극처(究竟處)가 있으니 이미 궁극처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느 곳에서인들 궁극처를 직접 체득하지 못하겠습니까? 궁극처가 있다는 것을 알면 이미 체득한 것이고 궁극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012_0270_b_01L方直憂煎未嘗天孝所感旋卽平
012_0270_b_02L復耶謹問庚炎酷熱居廬哀候更若
012_0270_b_03L何區區不任哀慕之誠恂佛天所護
012_0270_b_04L僅保一息山中山外一以同業所感
012_0270_b_05L匀染時疾而靡又悃於饑寒而流離分
012_0270_b_06L不可勝數其不塡於溝壑而幸以
012_0270_b_07L支息者又不爲梁上君子之行者無幾
012_0270_b_08L奪一兩銅而被死者有之空身脫衣
012_0270_b_09L而被死者有之其他持物之饒而被害
012_0270_b_10L於道路者指不勝屈雖十里之內
012_0270_b_11L戒獨行所以趍哭拜慰之期大定于春
012_0270_b_12L初者往此未遂至於晩春及夏則染
012_0270_b_13L疾而死者倍加於前十室而閉門者居
012_0270_b_14L五里之橫死者逾十未知八年干戈
012_0270_b_15L之險難死傷者能有過此乎今則道盜
012_0270_b_16L沈息豈敢辭庚炎而蹰躇病猶未霽
012_0270_b_17L敢遽作遠行以待秋序發上恕量若何

012_0270_b_18L

012_0270_b_19L答李兵使

012_0270_b_20L
謹問歲暮窮寒爲政慈軆道與爲一
012_0270_b_21L於二六時隨處作主立處皆眞區區
012_0270_b_22L仰企之懷何啻寸陰若歲示喩本地風
012_0270_b_23L本來面目自有究竟處旣知有究
012_0270_b_24L何處不軆取知有者旣躰得知有

012_0270_c_01L그것이 바로 궁극처입니다.
육조 혜능(盧行者)95)이 도명선사道明禪師에게 말하길96). “모든 인연을 물리치고 선과 악을 생각하지 않을 때 그것이 바로 그대 본래의 면목을 밝히는 것이며, 반연攀緣을 끊고 선악을 여의는 곳에서 밝힌다면 곧 본래의 면목을 체득하여 얻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말하길 “세속의 얽매임에 마음이 잠겨서 집착에 머무름이 병이 되고, 병이 된 줄 알지 못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드러난 실상 아닌 것에 집착하는 것은 곧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다.”하였고 또 이르길 “눈앞의 경계는 실제로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물리치는 것이 좋은 일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엄회상에서 정진혜보살精進慧菩薩은 부처님께 이렇게 게송으로 아뢰었습니다.

若能了邪法     삿된 법인 줄 안다면
如實不顚倒     실상과 같아서 전도하지 않고
知妄本自眞     망妄이 본래 진眞임을 알면
見佛卽淸淨     부처님 보아서 청정해지리라.

지금 만약 눈앞의 경계에서 그 실체를 따라 깨달아서 뒤집히지 않는다면, 비록 온갖 물상이 날마다 요란하게 흔들리고 온갖 업무가 앞에 쌓여 있더라도 모습마다 실상이 아닌 모습이 없고 일마다 부처님의 일 아닌 것이 없을 것입니다. 다음의 게송에서 이른 것과 같습니다.

佛法在世間     부처님 법이 세간世間에 있으니
不離世間覺     세상을 떠나서는 깨칠 수 없도다.
離世覔菩提     세상 떠나서 보리 찾으려 한다면
恰如求兎角     흡사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격이리라.

또 말하길

湼槃勝樂      열반의 수승한 즐거움은
擔却一邊      짐을 한 편에 버려둠이라

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짐을 진 사람은 누구이며 즐거움이란 어떤 물건입니까? 또 짐을 벗어 한 편으로 던져 버릴 줄 아는 이는 누구란 말입니까? 육조六祖께서 말씀하시길 “항상 즐거운 열반이 도리어 괴로움이 되는데도 종일을 내달으며 구하는 것을 부처님께서 불쌍하게 여기셨기 때문에 열반의 참다운 즐거움을 보이셨다. 한 찰나에도 나는 모습(生相)이 없고 한 찰나에도 멸하는 모습(滅相)이 없으며 더구나 나고 멸하는 것을 멸하게 할 수도 없으니 이래서 적멸寂滅이라고 이름하며, 지금 바로 눈앞에 당한 때라도 지금 바로 앞이라는 헤아림이 없으니 이것을 일러 상락常樂이라고 한다. 이 즐거움은 받은 자도 없고 또한 받지 않는 자도 없다.”하시니 어찌 사람들의 짐이 되어 한 편에 버려지겠습니까? 다만 빛을 되돌려 고요히 비출 수만 있다면 곧 이 즐거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위와 같은 갈등을 감히 스스로 해석하여 올릴 수 없어서 대개 옛말을 끌어다

012_0270_c_01L便是究竟如盧行者謂道明禪師
012_0270_c_02L屛息諸緣不思善惡時那個是明上佐
012_0270_c_03L本來面目明於絕攀緣離善惡處便躰
012_0270_c_04L取本來面目又曰俗累薰心住著爲
012_0270_c_05L無知爲病則著非實着乃出於不
012_0270_c_06L得已者又曰目前境界爲實有却是
012_0270_c_07L好事華嚴會上精進慧菩薩對佛說偈
012_0270_c_08L若能了邪法如實不顚倒知妄本
012_0270_c_09L自眞見佛卽淸淨今若於目前境界
012_0270_c_10L隨知其實體而不受顚倒則雖萬像日
012_0270_c_11L衆務營前像像無非實相事事無
012_0270_c_12L非佛事如有偈云佛法在世間不離
012_0270_c_13L世間覺離世覔菩提恰如求兎角
012_0270_c_14L湼槃勝樂擔却一邊擔是何人
012_0270_c_15L是何物知其擔却於一邊者復是阿誰
012_0270_c_16L六祖曰以常樂湼槃翻爲苦相終日
012_0270_c_17L馳求佛愍此故乃示湼槃眞樂刹那
012_0270_c_18L無有生相刹那無有滅相更無生滅可
012_0270_c_19L是名寂滅現前當現前時亦無現
012_0270_c_20L前之量乃謂常樂此樂無有受者
012_0270_c_21L無有不受者豈爲人之所擔却聽在一
012_0270_c_22L邊也但能回光寂照便受此樂矣
012_0270_c_23L上葛藤非敢自解所供蓋是援古而仰
012_0270_c_24L「沙波」疑「娑婆」{編}

012_0271_a_01L물으신 말씀에 대답하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다면 당연히 한 바탕 웃음을 보이시리라 생각되옵니다.
정승지에게 드리는 편지(上丁承旨書)
생각하건대 선생께서는 자애가 높고도 깊어서 인자하게 사물을 포용하시니, 그런 까닭으로 지금의 세상 사람들 누구나 마음이 맞아 경도 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소승처럼 어리석은 사람까지도 외람되이 가르침의 자리에 끼어서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요행히 지난 해 가을밤 특별히 어리석음을 씻도록 저를 거두어 주시는 은혜를 베푸시어 역학易學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도록 허락해 주시고 한 부를 베껴 쓰게 해 주셨습니다. 지극히 어리석고 누추하며 미천한 소생으로 너무나 성대한 은덕을 얻게 되었기에 그때 이후로 소생은 선생의 높으신 의리에 감복하여 지금껏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어떤 요망한 산승이 소승이 송암松巖에서 해를 지낸 것을 두고 장차 유림儒林으로 돌아갈 조짐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소문이 저의 스승님에게까지 미치자 서로 쫓아서 의심하시게 되었습니다. 소승이야 두려운 것이 없지만 진실로 이런 말 때문에 스승님의 훌륭한 덕에 누가 될까 염려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왕래마저 드물어졌으니 마음속이 영 편하질 않습니다. 비록 다시 옆에서 모실 기회가 오더라도 주변의 수군거림으로 인해 마음속을 다 펼쳐 놓지 못하게 될 것이기에, 이에 삼가 편지를 올리니 우러러 밝게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듣자 하니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진리는 정결하고 미묘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많은 명철한 선비들이 한갓 의논만 무성하였을 뿐 그 깊은 이치를 맛본 사람은 드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생께서는 맑은 기상과 빼어난 기질로 드문 기개를 받아 우뚝하게 태어나셔서 아름다운 포부가 뛰어나고 신령스러운 계책이 원대하시어 옛적 현명한 이들도 도달하지 못한 것을 통달하시고 옛 경전에서 들지 못했던 것도 깨우쳐서 세 분 성인(三聖)을 멀리 이어 오늘을 빛내고 어제를 빛내셨습니다.
이 어찌 하늘의 신(皇天)과 땅의 신(后土)이 황금 자물쇠를 굳게 닫아 놓고서 천 년 뒤에 올 선생을 기다렸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선생으로 하여금 시끄러운 곳을 피하여 조용히 지내면서 손으로 현묘한 열쇠를 열고 마음으로는 깊은 묘리를 깨우치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늘날 사라지고 자라기도 하며 나아가고 물러나기도 하는 실마리와 미루고 옮기고 오고 가는

012_0271_a_01L對識難想讀至此當發一笑也

012_0271_a_02L

012_0271_a_03L上丁承旨書

012_0271_a_04L
伏以先生慈愛隆深以仁容物所以
012_0271_a_05L當世人物莫不翕然蘄向故以小釋之
012_0271_a_06L蒙叨忝敎府仰累鞭策幸於前秋
012_0271_a_07L之夜特蒙不鄙之惠許以易學會
012_0271_a_08L翻抄一部自以至愚極陋之微生獲此
012_0271_a_09L盛德之賜自玆以後感服高義悚佩
012_0271_a_10L至今然而近者山僧妖怪或以小禪之
012_0271_a_11L守歲松巖也將有回嚮儒林之兆言及
012_0271_a_12L師僧師師亦從而疑之在小僧則可
012_0271_a_13L無攸懼而誠恐以此成言仰累盛德
012_0271_a_14L遂今往來稀疎致使心地荒澀雖復時
012_0271_a_15L來侍側又緣左右之喧嘩未陳所蘊
012_0271_a_16L謹玆覼縷此紙仰塵淸覽伏聞易之爲
012_0271_a_17L潔精靜微古徃今來幾多明哲
012_0271_a_18L費商量鮮味至頤而先生當淑葉而
012_0271_a_19L秀質禀間氣而挺生所以英襟超逸
012_0271_a_20L神算遐長通昔賢之所未達悟前典之
012_0271_a_21L所未聞廻繼三聖輝今曜古此豈非
012_0271_a_22L皇天后土牢鎻金鑰以待先生於千
012_0271_a_23L載之下而復使離喧居靜手啓玄鍵
012_0271_a_24L心鑚幽眇遂今消長進退端推移往來

012_0271_b_01L이치를 다시 세상에 밝게 빛나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진리를 배우려는 모든 사람이 선생의 뜰에 구름처럼 달려가고 비처럼 모여들어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껏 무릎을 꿇어야 할 것입니다. 뜻을 가지런히 하고 모습을 단정히 하여 밤낮으로 피로를 잊고 늘 삼가고 우러러 육신을 돌보지 않으면서 지극한 도에 오로지 뜻을 모으는 사람이 아마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선생의 문 앞에 이렇듯 쓸쓸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아마도 선생의 도가 너무나 커서 지금 세상에서는 용납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물며 하늘이 아껴서 비밀스럽게 감추어 둔 것도 오히려 이같이 숭상하거늘 경박하고 어지러운 풍속이나마 그나마 귀한 줄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애석합니다.
대저 선생을 깊은 산 속 적막한 집에 홀로 거처할 수 없도록 하고 또 이 소승의 갓을 벗고 머리를 깎아 겉모습을 바꾸어 버려서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따르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그렇기에 참다운 근본을 받기를 빌며 홀로 깊숙한 곳에 거처하는 것이며,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산골에 모습을 숨기고 사는 것입니다. 세속의 번뇌를 씻고 미묘법微妙法을 먹으니 은혜가 번성하고 맛은 참되어, 이로써 육신을 윤택하게 하고 이로써 마음을 씻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몸을 평안히 하고 천명을 세울 곳(安心立命處)이고 또 심공에 급제하여 돌아가는 일(心空及第歸)입니다. 누가 이익으로 유혹하며 누가 권세로 굴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비록 맑은 물로 귀를 씻었다는 지조(淸潁洗耳之操)97)나 누추한 거처에서 표주박에 담긴 밥으로도 즐거워한 일(陋巷簟瓢之樂)98)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전생이나 이승에서도 다하지 못할 저의 깊은 소원입니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 마음이 견고한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의 견고함은 선생께서 허여해 주심에 달려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선생께서는 깊이 헤아려 주십시오. 저의 이 소원이 비록 이루어지게 되더라도 어찌 감히 이것으로써 스스로 자만하여 세속 사람들이 엿보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또한 어찌 선생께서 소승을 허여한 뜻을 잊고 함부로 제 몫을 못 할 사람들에게 전해 주겠으며, 또한 어찌 깊이 숨겨 두고서 도덕군자의 참된 안목에 이것을 전하여 보여주지 않아 선생의 큰 도가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게 하겠습니까? 그리하여 삼가 백지 다섯 묶음과 청동靑銅 한 꾸러미를 같이 가져왔으니

012_0271_b_01L之理復昭然於世也哉然則凡其爲學
012_0271_b_02L是道者雲趍雨集於先生之門庭伏膺
012_0271_b_03L懇誠執屈膝整意端容霄夜忘疲
012_0271_b_04L終虔仰不顧形骸專情至道者想不
012_0271_b_05L可勝數也而其門巷寂寥若是者
012_0271_b_06L蓋先生之道至大莫能容於當世
012_0271_b_07L而况天慳神秘猶尙如此而澆風
012_0271_b_08L淆俗莫之知貴也惜矣夫旣不使先
012_0271_b_09L生單居深山之靜室又能使小釋脫冠
012_0271_b_10L翦髮毁形文身妨害相從也故願乞受
012_0271_b_11L眞本獨處幽棲泯迹人間潛形山谷
012_0271_b_12L濯累飡微恩繁味眞以此潤身以此
012_0271_b_13L洗心這箇是安身立命處1)𢙾 [10] 當心空
012_0271_b_14L及第歸也誰可以利誘誰可以勢屈
012_0271_b_15L淸潁洗耳之操陋巷簟瓢之樂亦不必
012_0271_b_16L相讓也此宿世今生未了之深願也
012_0271_b_17L願之成不成在此心之堅否此心之堅
012_0271_b_18L在先生之許否伏惟先生深思之使雖
012_0271_b_19L成願豈敢以此妄自矜誇便被流俗
012_0271_b_20L之所可窺測也亦何以忘先生之所以
012_0271_b_21L與小禪之意而妄自傳布於非其人手
012_0271_b_22L亦惟深藏之而不傳示於道德君子
012_0271_b_23L之眞眼遂令先生之大道不丕顯於世
012_0271_b_24L謹以白紙五束靑銅一緡今並持來

012_0271_c_01L어떤 처분을 내리실지 모르겠습니다.

012_0271_c_01L伏未知處分何居

012_0271_c_02L
一枝庵文集終

012_0271_c_03L
012_0271_c_04L
  1. 62)십지十地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41위로부터 50위까지의 환희지歡喜地․이구지離垢地․발광지發光地․염혜지焰慧地․극난승지極難勝地․현전지現前地․원행지遠行地․부동지不動地․선혜지善彗地․법운지法雲地를 말한다.
  2. 63)정성淨聖 : 관세음보살을 말한다.
  3. 64)총지總持 : 다라니의 한역으로, 한량없이 많은 것을 지니고 기억하여 잊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4. 65)백법白法 : 백정白淨의 법으로, 일체의 선법善法을 총칭한 것이다. 『대집경大集經』 51권에 “다음 5백 년 동안 싸움과 다툼이 심해져서, 모든 선한 법은 다 숨고 소멸하고 말 것이다(後五百年, 鬪諍堅固, 白法隱沒)”이라 하였다.
  5. 66)비로毘盧 :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약칭으로, 부처의 진신眞身을 말한다. 본뜻은 광명편조光明遍照이다.
  6. 67)오도자吳道子 : 당唐 나라 때의 화가인 오도현吳道玄을 말한다. 도자는 오도현의 자이다. 양적인陽翟人으로 그림을 잘 그렸고 필법이 뛰어나서 당시에 화성畵聖이라고 불리었다. 현종玄宗 때에 불러들여 공봉供奉이 되었으며, 특히 불상을 잘 그렸다고 한다.
  7. 68)고개지顧愷之 : 진晉 나라 때 화가이며, 특히 인물화에 뛰어났다. 그가 일찍이 금릉金陵 와관사瓦棺寺의 벽에 유마힐維摩詰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려 넣을 즈음에 관중으로부터 3일 동안 백만 전錢을 얻어 절에 보시했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송서』 권81 『남사南史』 권35에 나온다.
  8. 69)다라多羅 : 옛날 인도에서 패다라나무 잎에 불경佛經을 썼던 것을 패다라貝多羅라고 한다. 따라서 다라는 불경을 말하는 것이고, 다라장多羅藏이란 불경을 모은 대장경을 말하는 것이다.
  9. 70)불교에는 구사, 유식, 천태, 화엄등 갖가지의 오위五位가 있어서 어느 것인지 자세하지 않다. 여기서는 동산 양개((洞山良价, 807 ~ 869년)의 오위공훈五位功勳로, 즉 중생에게 불성이 갖춰져 있음을 안다면 처음 불과를 얻기를 구하여 최후에는 자유자재의 경계를 얻는다는 向, 奉, 功, 共功, 功功의 다섯을 말하는 것 같다.
  10. 71)삼신대각三身大覺 : 격위格位에 따라 나눈 부처님의 세 가지 몸인 법신法身․보신報身․응신應身을 말한다. 즉 부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11. 72)인허隣虛 : 색법色法, 즉 물질 중 가장 미세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극미極微, 혹은 인허진隣虛塵이라 한다.
  12. 73)삼취三聚 : 대승大乘의 보살이 받아서 지니는 계율이 지악止惡・수선修善・이타利他의 3면을 포괄적으로 보유한다하여 삼취정계三聚淨戒라고도 한다.
  13. 74)부용芙蓉, 1485-1572 : 조선중기의 승려 영관靈觀의 호는 부용 또는 은암隱庵이라고 하였다. 경상남도 사천 출신으로 연선도인蓮船道人이라고도 한다. 1498년(연산군 4)에 출가하여 1501년에 신총信聰에게서 불경을 배우고 위봉威鳳에게서 참선을 배웠다. 1530년에 지리산으로 지엄智嚴을 찾아가 3년 동안 수행한 뒤 황룡산黃龍山·팔공산八公山·대승동大乘洞·의신동義信洞·연곡동燕谷洞 등에서 40여 년 동안 후학을 지도하였다. 나이 87세, 법랍 72세로 입적하였다. 제자 법융法融·영응靈應·대선大禪 등 8인이 영골靈骨을 거두어서 연곡사燕谷寺 서쪽 기슭에 부도浮屠를 세웠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휴정休靜이 있다.
  14. 75)선구禪句에는 최초구最初句와 말후구末後句가 있다. 최초구는 최상승을 나타낸 것이고 말후구는 임의자재한 용用을 나타내는 것이다.
  15. 76)단학丹壑 : 적색赤色이 어린 산골짜기, 전하여 선경仙境을 뜻한다.
  16. 77)옥주玉麈 : 남북조南北朝 시대에, 청담淸淡을 하는 선비들이 백옥주미白玉麈尾를 손에 들고 담론談論하였는데, 백옥주미는 사슴의 꼬리에 옥으로 자루를 한 것이다.
  17. 78)곡탑鵠塔 : 곡림鵠林은 부처가 세상을 떠난 곳인 쌍림雙林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 부처의 사리를 간직한 탑을 세웠기에 곡탑이라고 한다.
  18. 79)재삼지의在三之義 : 가장 존경하여야 할 세 사람, 즉 임금·부모·스승을 말한다.
  19. 80)담복薝蔔 : 치자꽃을 말하는 것으로 꽃이 희면서 향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인도에 특히 많아서 불서에서 치자숲이라고 말하면 절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20. 81)빈번蘋蘩 : 개구리밥과 흰 쑥으로, 전하여 변변치 못한 제수祭需의 뜻으로 쓰인다. 『시경』「국풍國風」 채번采蘩과「대아大雅」 형작泂酌에서 인용한 것이다.
  21. 82)풍비豊碑 : 장례 의식에서 하관下棺 때에 사용하는 장치이다.
  22. 83)독선獨善 : 자기 한 몸만을 수양함을 말한다. 『맹자孟子』「진심盡心」 상편에 “궁하게 살면 자신의 몸 하나만을 착하게 닦고, 나아가 벼슬을 하게 되면 천하 사람을 다 착하게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고 하였다.
  23. 84)화욕火浴 : 불로 목욕한다는 뜻으로, 다비를 말한다.
  24. 85)형암荊巖 : 형산荊山은 중국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산으로 옥玉이 유명한 명산인데, 이 바위가 형산의 옥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25. 86)송소誦埽 : 송소둔근誦埽鈍根은 비질을 기억하는 둔한 근기라는 말이다. 경전에 의하면 주리반특가周利槃特迦는 한 구의 게송조차도 외우지 못해 아무도 가르칠 수가 없었는데 부처님께서 다만 비질할 것만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여기서 유래한 말로 둔한 근기를 이르는 말이다.
  26. 87)담마擔麻 : 담마기금擔麻棄金으로 삼을 택하고 금을 버린다는 뜻으로, 귀한 것을 버리고 하찮은 것을 택함을 이른다.
  27. 88)비니毘尼 : 석가모니가 제자를 위하여 마련한 모든 계율로, 비나야毘奈耶라고도 한다.
  28. 89)포살布薩 : 포샤다의 음역으로, 포사다布沙陀, 포사타布沙他, 포쇄타布灑他, 포살타바布薩陀婆, 우보타바優補陀婆, 오포사타烏逋沙他라고도 하며, 정주淨住, 선숙善宿, 장양長養, 장주長住, 설계說戒라고 번역한다. 스님들이 보름마다 한데 모여서 계경戒經을 독송하고 각자 그동안의 죄과를 참회하는 것을 말한다.
  29. 90)쌍수도인雙修道人: 추사 김정희를 말한다. 추사의 편지글은 『완당전집阮堂全集』 제5권「서독書牘」에 실려있다.
  30. 91)해양海陽 : ①전라도의 옛 이름이다. 고려 성종成宗 14년(995)에 나주羅州・광주光州・정주靜州・낭주朗州 등의 주현州縣을 해양도라 하였다가 현종顯宗 때 강남도江南道와 함께 전라도에 합하였다. ②해주海州의 옛 이름이다. ③길주吉州의 옛 지명이다.
  31. 92)밀적역사密迹力士 : 범명은 Guhyapāda vajra, Saṇḍa라고 하며 음역하여 산나散那라고 표기한다. 불법을 수호하는 야차신夜叉神이다. 또는 집금강신執金剛神・밀적금강密迹金剛・금강밀적金剛密迹・금강역사金剛力士・밀적사密迹士・밀적密迹이라고도 한다. 『대일경소大日經疏』 권1에 의하면 야차왕의 몸(身)․입(口)․뜻(意) 등을 재빨리 숨겨서 알 수 없게 하기 때문에 밀적이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또 부처님 가까이에서 부처님의 비밀스런 일의 자취를 듣기를 원하기 때문에 밀적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이 신은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불법을 수호하기 때문에 또 금강신金剛神・금강수金剛手・집금강執金剛이라고도 한다. 보통 절의 문 양쪽에 안치된 두 왕 가운데 하나가 밀적역사이다. 『대보적경大寶積經』 권9「밀적금강력사회密迹金剛力士會」와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6, 그리고 『현응음의玄應音義』 권1에 나온다.
  32. 93)남산율사南山律師(596~667) : 당대唐代의 율사律僧 도선道宣을 말한다. 남산대사는 남산율종南山律宗의 조종으로, 중국 절강성(浙江) 오흥吳興 사람이라고도 하고, 일설에는 강소성(江蘇) 윤주潤州 단도丹徒 사람이라고도 한다. 속성은 전錢이고, 자는 법편法遍이다. 16세에 출가하여 일엄사日嚴寺 혜군慧君과 대선정사大禪定寺 지수智首에게 율律을 배우고, 나중에는 장안長安 남쪽 종남산終南山 방장곡倣掌谷에 백천사白泉寺를 세우고 사분율四分律을 연구하고 알렸기에 그 종파를 남산율종南山律宗이라 칭한다. 여러 지방을 다니며 율학을 강설하고 또한 현장玄奘의 역장譯場에도 참여하였다. 계품戒品을 엄격하게 지키며 선나禪那를 아주 좋아하였다. 숭의사崇義寺・풍덕사豐德寺・정업사淨業寺 등에 주석하였다. 현경顯慶 3년(658)에는 왕명을 받들어 장안 서명사西明寺 상좌를 맡았고 얼마 후 『석문장복의釋門章服儀』, 『석문귀경의釋門歸敬儀』 등을 편찬하였다. 용삭龍朔 2년(662) 고종高宗이 승려는 반드시 군친君親에게 예배를 올리도록 하라는 칙령을 내리자, 대사와 현장 등이 상서를 올려 애써서 이 일을 막았다. 건봉乾封 2년 2월의 정업사淨業寺 창립 계단戒壇에 여러 곳에서 찾아와 계戒를 받으려는 사람이 20여 명 되었는데, 이 일이 후세에 계단을 세우는 법식이 되었다. 이해 10월에 입적하였으니 세수 72, 법랍 52세였다. 시호는 징조澄照이다. 대사가 저술한 『사분율산번보궐행사초四分律刪繁補闕行事鈔』 12권, 『갈마소羯磨疏』 2권, 『계본소戒本疏』 6권, 『습비니의초拾毘尼義鈔』 6권, 『비구니의초比丘尼義鈔』 6권이 율학 5대부五大部라고 일컬어진다. 그 가운데 『행사초』는 사분율을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책이다. 그 외에도 『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 10권을 저술하였는데, 일종의 경전을 정리한 목록서이다. 또 도교의 학설에 맞서 『고금불도론형古今佛道論衡』 4권과 『광홍명집廣弘明集』 30권 등을 편찬하여 불교를 선양하였다. 그밖에 『속고승전續高僧傳』 10권, 『석씨략보釋氏略譜』, 『석가방지釋迦方志』, 『삼보감통록三寶感通錄』 등의 여러 책을 저술하였다.
  33. 94)화지일성㘞地一聲 : 육지로 배를 끌고 가는 것을 화지㘞地라고 하며 배를 끄느라 힘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을 화지일성이라고 한다. 이는 진리를 궁구하다가 홀연히 큰 진리를 깨쳤을 때 자기도 모르게 크게 내지르는 소리를 뜻한다.
  34. 95)노행자盧行者 : 노행자는 선종禪宗의 동토東土 제6조사 혜능慧能을 이른다. 혜능의 성은 노씨인데 처음에 5조 홍인弘忍의 밑에서 도를 닦았으므로 노행자라 하고, 혹은 노거사盧居士라 칭하기도 하였다.
  35. 96)육조 혜능이 동선사에서 오조 흥인에게 의발을 전해 받고 떠나자 흥인의 제자 중 혜명이 대유령까지 쫓아와서 의복과 바리때를 빼앗으려 하였다. 혜능이 바위 위에 의발을 던지면서 “이 옷은 믿음을 표시한다. 너의 힘으로 다툴 수 있다면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였다. 혜명이 의발을 들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혜명은 그제야 부처님 뜻을 깨닫고 혜능에게 법을 청하였는데, 여기에 나오는 말이 혜명을 위하여 설한 내용이다. 뒷날 혜명은 혜능의 ‘혜’자를 피휘避諱하여 ‘도명’으로 이름을 고쳤다.
  36. 97)청영세이지조淸潁洗耳之操 : 중국 요堯 임금 때의 고사高士 허유許由가 요임금이 천하를 물려주려 하여도 거절하고 귀를 씻고 기산箕山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는 고사를 말한다.
  37. 98)누항점표지락陋巷簟瓢之樂 : 공자孔子가 제자 안연顔淵을 칭찬한 말이다. 공자가 이르기를 “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一簞食一瓢飮)로 누추한 시골에서 지내자면 남들은 그 곤궁한 근심을 감당치 못하거늘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옹야雍也」에 나온다.
  1. 1)「文」一字。編者補入。
  2. 1)「朶」下疑脫「朶」{編}。
  3. 1)「沙波」疑「娑婆」{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