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206_T_005
- 011_0317_a_01L육도집경 제5권
- 011_0317_a_01L六度集經卷第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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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 011_0317_a_02L吳康居國沙門康僧會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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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욕도무극장(忍辱度無極章)[여기에 13장이 있음] - 011_0317_a_03L忍辱度無極章第三 此有十三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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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도무극(忍辱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보살은 깊이 생각하였다.
‘중생의 마음은 어리석어 스스로 막고 큰 체, 높은 체하며 항상 남을 이기려고 하며, 관작(官爵)과 국토와 6정의 좋음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만약 남이 가진 것을 보면 곧 어리석게 탐내고 질투한다. 안에는 탐욕과 질투가 들어 있고, 밖에는 성냄과 분노가 나타나서 행동하되 그칠 줄을 모르니, 그것은 미치고 취한 것이어서 오래 눈멀어 어둠에 처하고, 5도(道)에 전전하다가 태산지옥에서 태워지고 지져지며 아귀와 축생계에서 고통을 한량없이 쌓는다.’
보살은 이렇게 보고 곧 깨달아서 탄식하였다.
“중생이 살아서는 나라가 망하고 집이 파괴되고 몸이 위태롭게 되고 친족이 멸하는 이러한 환난이 있고, 죽으면 3도(道)의 허물이 있는 이유는 참는 마음을 품고 인자함을 행하지 않는 까닭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보살은 깨닫고 곧 스스로 맹세하였다.
“내가 차라리 끓는 물이나 타는 불의 형벌과 도마에 난도질되고 소금으로 절여지는 환난을 당할지언정 끝까지 성낸 독기를 중생에게 가하지 않으리라. 대저 참지 못할 것을 참는 것은 만복의 근원이 것이다.”
이렇게 자각한 뒤로 세세에 자비를 행하여서 중생이 자기를 꾸짖고 욕하고, 때리고, 재산과 처자와 국토를 빼앗고, 몸을 위태롭게 하고, 목숨을 해치더라도 보살은 곧 모든 부처님의 참는 힘의 복으로써 독한 성냄을 없애고, 자비로 연민히 여기어 건지고 보호하며, 만약 그가 허물을 면하면 그를 위하여 기뻐하느니라. - 011_0317_a_04L“忍辱度無極者,厥則云何?菩薩深惟:‘衆生識神,以癡自壅,貢高自大,常欲勝彼,官爵國土六情之好,己欲專焉。若睹彼有,愚卽貪嫉,貪嫉處內、瞋恚處外,施不覺止,其爲狂醉,長處盲冥矣。展轉五道,太山燒煮,餓鬼畜生,積苦無量。’菩薩睹之卽覺,悵然而歎:‘衆生所以有亡國破家、危身滅族,生有斯患,死有三道之辜,皆由不能懷忍行慈,使其然矣。’菩薩覺之,卽自誓曰:‘吾寧就湯火之酷、葅醯之患,終不恚毒加於衆生也。夫忍不可忍者,萬福之原矣。’自覺之後,世世行慈,衆生加己罵詈捶杖,奪其財寶妻子國土,危身害命,菩薩輒以諸佛忍力之福,迮滅毒恚,慈悲愍之追而濟護,若其免咎,爲之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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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세상이 더럽고 흐려 임금과 신하가 무도하며, 참된 것을 등지고 삿된 데로 향하여 인도하고 교화하기 어려움을 보고, 지혜를 숨기고 몸을 감추어 무덤 사이에서 인욕의 수행을 익혔다.
그런데 거기에 송아지가 있었다. 늘 그의 똥오줌을 가져다가 음식을 삼아 연명하고 뜨거운 노천에서 참선을 하니, 얼굴이 추하고 검어져서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그를 보고 또 말하였다.
“이 땅에 귀신이 있다.”
그리고는 보는 자마다 침 뱉고 욕하며 흙덩이와 돌로 때리었다. 그러나 보살은 조금도 성냄이 없고 인자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겨 말하였다.
“불쌍하구나. 이 사람들은 부처님의 경을 보지 않고 이런 나쁜 짓을 하는구나.”
그리고는 맹세하였다.
“내가 여래ㆍ무소착ㆍ정진각도자(正眞覺道者)가 되어서 반드시 이들을 제도하리라.”
보살은 법인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法忍度無極], 인욕(忍辱)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17_a_21L“昔者菩薩,睹世穢濁,君臣無道,背眞向邪,難以導化,故隱明藏影處于塚閒,習其忍行。塚閒有牛犢子,常取其屎尿以爲飮食,連其軀命暴露精思,顏貌醜黑人皆惡焉。國人睹之,更相告曰:‘斯土有鬼。’見者靡不唾罵,土石撲之。菩薩無絲髮之恚,慈心愍曰:‘痛夫斯人,不睹佛經而爲斯惡。’誓曰:‘吾爲如來、無所著、正眞覺道者,必度茲焉。’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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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이름은 섬(睒)이었다. 항상 큰 자비심을 품어 윤택이 중생에게 미쳤다.
여러 우매한 사람들이 3존을 보지 않음을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면서 그 부모를 모시고 산택에 살았다. 부모가 나이 연로하매 두 눈이 멀었는데 섬이 매우 슬퍼하였고 그것을 말하면 울었다. 밤에도 늘 세 번씩 일어나서 춥고 더운 것을 살펴 문안하니 지극한 효성의 덕의 향기[德香]가 하늘을 감동시켰고, 지기(地祇)와 해룡(海龍)과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알았다.
부처님의 10선(善)을 받들어서 중생을 죽이지 않고, 길에 흘린 것도 줍지 않으며, 동정(童貞)을 지켜 장가들지 않으니, 몸의 화근이 모두 그쳤다. 이간하는 말ㆍ참소ㆍ비방ㆍ사특ㆍ허위 따위 입의 허물을 다 없애고, 마음속의 여러 가지 더러운 질투ㆍ성냄ㆍ탐욕 따위 마음의 때를 모두 가라앉혔으며, 선(善)에는 복이 있고, 악에는 재앙이 있음을 믿으며, 풀과 띠로 지붕을 이고 쑥으로 자리를 삼아서 청정하여 욕심이 없으니, 뜻이 천금(天金)과 같았다. 산에는 흐르는 샘이 있어서 그 속에서 연꽃이 났고, 여러 가지 달고 맛난 과실이 그 둘레에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과실을 땄지만 먼저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어짊이 멀리 비치매 새와 짐승들도 믿고 따랐다.
양친이 목이 마르다 하매 섬이 물을 길러 갔다. 그때 가이국(迦夷國)의 왕이 산에 들어와서 사냥을 하는데 활을 쏘아 사슴을 잡으려다가 잘못하여 섬의 가슴에 화살이 맞았다. 화살의 독이 퍼져 나가니 그 아픔을 말할 수 없었다. 좌우를 돌아보고 울면서 크게 말하였다.
“누가 한 화살을 가지고 세 명의 도사(道士)를 죽이느냐? 우리 부모님이 늙으셨고 또 모두 눈까지 머셨으니, 하루아침에 내가 없어지고 보면 그분들도 따라서 돌아가실 수밖에 없다.”
또한 목소리를 높여 슬프게 말하였다.
“코끼리라면 상아가 있고 물소라면 뿔이 있고 비취새라면 그 털이 있다. 상아도 뿔도 빛나는 털도 없는 나를 무엇 때문에 죽이느냐?”
왕이 슬픈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서 물었다.
“너는 깊은 산에서 무엇을 하느냐?”
“나는 양친을 모시고 이 산중에 있으면서 세상의 더러움을 제거하여 도를 배워 나갑니다.” - 011_0317_b_09L“昔者菩薩,厥名曰睒,常懷普慈,潤逮衆生,悲愍群愚不睹三尊。將其二親處于山澤,父母年耆兩目失明,睒爲悲楚,言之泣涕。夜常三興,消息寒溫,至孝之行,德香熏乾,地祇海龍國人竝知。奉佛十善,不殺衆生,道不拾遺,守貞不娶,身禍都息,兩舌惡罵,妄言綺語,譖謗邪僞,口過都絕,中心衆穢,嫉恚貪餮,心垢都寂。信善有福,爲惡有殃。以草茅爲廬,蓬蒿爲席,淸淨無欲,志若天金。山有流泉,中生蓮華,衆果甘美周旋其邊,夙興採果,未嘗先甘,其仁遠照,禽獸附恃。二親時渴,睒行汲水,迦夷國王入山田獵,彎弓發矢,射山麋鹿,誤中睒胸,矢毒流行,其痛難言。左右顧眄,涕泣大言:‘誰以一矢殺三道士者乎?吾親年耆,又俱失明,一朝無我,普當殞命。’抗聲哀曰:‘象以其牙,犀以其角,翠以其毛,吾無牙角光目之毛,將以何死乎?’王聞哀聲,下馬問曰:‘爾爲深山乎?’荅曰:‘吾將二親處斯山中,除世衆穢,學進道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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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듣고 눈물을 흘리고 매우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어질지 못하여서 많은 생명을 잔인하게 죽였고, 또 지극한 효자를 죽였구나.”
이에 큰 소리로 슬퍼하였다.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
여러 신하들도 모두 목메어 울었다.
왕이 거듭 말하였다.
“내가 한 나라의 힘으로써 그대의 목숨을 구하리라. 어버이의 계신 곳은 어디인가 알려 달라. 내가 자백하여 사과하고자 하노라.”
“저 작은 길로 가면 얼마 안 가서 작은 초막이 있는데 우리 양친이 거기 계십니다. 나를 위하여 어버이께 말씀드려 주십시오. 이제부터 길이 이별이오니 바라옵건대 여년(餘年)을 마치시도록 아예 생각을 마시라고.”
마지막 기운을 내어 슬퍼하고는 문득 숨이 끊어지니, 왕과 군사들이 또 한 번 애통해 하며 가리킨 길을 찾아서 그 어버이의 처소에 이르니, 왕을 따르는 무리가 여럿인지라 초목에 버석버석 소리가 났다. 두 어버이가 듣고 그 이상한 인기척을 의심하여 말하였다.
“거 누구십니까?”
“나는 가이국의 왕입니다.”
“임금님께서 여기를 오시다니 황송하옵니다. 여기 풀자리나마 좀 쉬십시오. 단 과일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물을 길러 갔으니, 이제 곧 돌아올 것입니다.”
왕이 그 어버이가 사랑으로써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보고 거듭 목이 메었다. - 011_0317_c_07L王聞睒言,哽噎流淚,甚痛悼之。曰:‘吾爲不仁,殘夭物命,又殺至孝。’擧哀云:‘奈此何?’群臣巨細莫不哽咽。王重曰:‘吾以一國救子之命,願示親所在,吾欲首過。’曰:‘便向小徑,去斯不遠有小蓬廬,吾親在中。爲吾啓親,自斯長別,幸卒餘年,愼無追戀也。’勢復擧哀,奄忽而絕。王逮士衆,重復哀慟,尋所示路到厥親所。王從衆多,草木肅肅有聲,二親聞之,疑其異人,曰:‘行者何人?’王曰:‘吾是迦夷國王。’親曰:‘王翔茲甚善,斯有草席可以息涼,甘果可食,吾子汲水,今者且還。’王睹其親以慈待子,重爲哽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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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8_a_01L왕이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내가 두 도사께서 사랑으로써 아들을 기다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량없이 아픕니다. 도사의 아들 섬을 내가 쏘아 죽였습니다.”
어버이가 놀라서 떨면서 말하였다.
“내 자식을 무슨 죄로 죽였다는 것입니까? 자식은 마음이 어질어서 땅을 밟아도 항상 땅이 아파할까 두려워하는 놈인데, 그 무슨 죄가 있기에 대왕은 죽이셨습니까?”
“지극한 효자요, 실로 높은 현자인 것을 내가 사슴을 쏘다가 잘못 맞춰서 그렇게 된 것일 뿐입니다.”
“자식이 이미 죽었다면 장차 무엇을 믿겠습니까? 나도 이제 죽을 것이니, 원컨대 대왕은 우리 두 늙은이를 끌어다가 자식의 주검 곁에 놓아 주시오. 정말 죽었나를 보고 같이 재가 되고 흙이 되겠습니다.”
왕이 어버이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애통해 하면서 손수 그 어버이를 이끌고 주검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는 그의 발을 끌어안고 입을 빨고 발을 핥으면서 한 손으로는 상처를 어루만지고 또 한 손으로는 자기 가슴을 치고 뺨을 치면서 머리를 우러르고 부르짖었다.
“천신, 지신과 목신(木神)과 수신(水神)이시여, 내 아들 섬이 부처님을 받들고, 법을 믿고, 성현을 존경하고, 어버이에 효성하며, 한없이 넓은 어짊을 품어서 덕이 초목에 미치는 줄 압니다.
만약 자식이 과연 부처님을 받들고 지극한 효성이 있어서 하늘이 아실진대 마땅히 화살이 뽑히고 중독이 소멸되어서 자식이 살아나 그 지극한 효성을 다하게 하옵소서. 자식의 행실이 그렇지 않다면 제 말도 성실(誠實)한 것이 아니오니 마땅히 죽어서 함께 재와 흙이 되게 하소서.”
천제석과 사천대왕(四天大王)과 지기(地祇)와 해룡(海龍)이 그 어버이의 슬픈 소리를 듣고 그 말들을 믿어서 모두 소동(騷動)하였다. - 011_0317_c_20L王謂親曰:‘吾睹兩道士以慈待子,吾心切悼甚痛無量。道士子睒者,吾射殺之。’親驚怛曰:‘吾子何罪而殺之乎?子操仁惻,蹈地常恐地痛,其有何罪而王殺之?’王曰:‘至孝之子,實爲上賢,吾射麋鹿誤中之耳!’曰:‘子已死,將何恃哉?吾今死矣。惟願大王牽吾二老,著子屍處,必見窮沒,庶同灰土。’王聞親辭,又重哀慟,自牽其親,將至屍所。父以首著膝上,母抱其足,嗚口吮足,各以一手捫其箭瘡,椎胸搏頰仰首呼曰:‘天神地神、樹神水神,吾子睒者,奉佛信法,尊賢孝親,懷無外之弘仁,潤逮草木。’又曰:‘若子審奉佛至孝之誠上聞天者,箭當拔出,重毒消滅子獲生存,卒其至孝之行;子行不然,吾言不誠,遂當終沒,俱爲灰土。’天帝釋、四天大王、地祇、海龍,聞親哀聲,信如其言,靡不擾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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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이 내려와서 그 어버이에게 말하였다.
“이 지극히 효성스러운 아들을 내가 능히 살려 주리라.”
하늘의 신약(神藥)을 섬의 입 속에 흘려 넣으니, 섬은 홀연히 소생하였다. 부모와 본인은 물론 왕과 신하와 따라온 자들이 슬픔과 기쁨이 뒤섞이어 또 한 번 소리내어 울었다.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을 받들고 극진한 효도를 한 덕이 이에 이른 것이로다.”
드디어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이제부터 이후로는 온 나라 인민들이 다 부처님의 10덕의 선을 받들고, 섬과 같은 지극한 효행을 닦으라.”
온 나라가 따랐고, 그런 뒤로는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이 편안하여 드디어 태평세계가 되었다. - 011_0318_a_15L帝釋身下,謂其親曰:‘斯至孝之子,吾能活之。’以天神藥灌睒口中,忽然得蘇。父母及睒,王逮臣從,悲樂交集,普復擧哀。王曰:‘奉佛至孝之德,乃至於斯。’遂命群臣:‘自今之後率土人民,皆奉佛十德之善,修睒至孝之行。’一國則焉,然後國豐民康,遂致太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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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8_b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세에 모든 부처님을 받들고 지극한 효행을 하였기 때문에 덕이 높아지고 복이 융성하여져서 드디어 하늘 중의 하늘로서 삼계에 독보하게 되었느니라. 그때 섬은 바로 나였으며, 국왕은 아난이었고, 섬의 아버지는 지금 나의 아버지였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 사묘였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18_a_22L佛告諸比丘:“吾世世奉諸佛至孝之行,德高福盛,遂成天中之天三界獨步。時睒者,吾身是。國王者,阿難是。睒父者,今吾父是。母者,吾母舍妙是。天帝釋者,彌勒是也。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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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한때 바라문이 되었다. 이름은 찬제화(羼提和)였는데, 산택에 처하여서 나무 밑에서 정밀하게 사유하고, 과실과 샘물로써 음식을 삼았으며, 안으로 번뇌가 다 없어졌고, 비고 고요한 곳에 처하여서 널리 6통을 밝혀 다 알아 얻으니, 슬기로운 이름과 인격의 향기가 팔방 상하에 사무쳤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연일각과 응진 성중들이 칭찬하지 않음이 없었고,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ㆍ해룡ㆍ지기(地祇)들이 아침저녁으로 경건하게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교화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나라를 옹호하니, 바람과 비가 순조롭게 때를 맞췄고, 오곡이 풍족하게 익었으며, 독이 사라지고 재앙이 없어졌으며, 군신(君臣)이 번성하였다.
그때 왕의 이름은 가리(迦梨)였다. 산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다가 사슴을 쫓아서 그 발자국을 찾았더니, 보살의 앞으로 지나간지라, 왕이 도사에게 물었다.
“짐승의 발자국이 이리로 지나갔는데 그것이 어디로 갔느냐?”
보살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중생이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직 몸과 목숨 때문이다. 죽는 것을 무서워하고 살기를 탐하는 것이 나의 마음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만약 왕에게 말하면 학살하여 어질지 않으리니 죄가 왕과 같아지고, 만약 보지 못하였다고 하면 내가 속이는 것이 된다.’
마음속으로 난처해서 머리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 - 011_0318_b_04L“昔者菩薩,時爲梵志,名羼提和,處在山澤,樹下精思,以果泉水而爲飮食。內垢消盡,處在空寂,弘明六通得盡知之。智名香熏聞八方上下,十方諸佛、緣一覺道、應儀聖衆靡不咨嗟。釋梵四王、海龍地祇,朝夕肅虔叉手稽首,稟化承風擁護其國,風雨順時,五穀豐熟,毒消災滅,君臣熾盛。其王名迦梨,入山畋獵,馳逐麋鹿,尋其足迹歷菩薩前,王問道士:‘獸迹歷茲,其爲如行乎?’菩薩默惟:‘衆生擾擾,唯爲身命,畏死貪生,吾心何異哉?吾儻語王,虐殺不仁,罪與王同;儻云不見,吾爲欺矣。’中心恧然低首不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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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8_c_01L왕이 곧 노하였다.
“죽여서 마땅할 거지야, 내가 현재 제왕으로서 한 나라의 어른이거늘, 묻는데 즉시 대답하지 않고 거짓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느냐?”
그 나라의 체수조(揥手爪)가 말하였다.
“그렇지 않은가?”
보살은 딱하기만 하였다.
“아니거든 왕께 못 보았다고 하라.”
왕이 말하였다.
“짐승의 발자국이 이리로 지나갔는데 못 보았다고 한다는 말이냐? 왕의 세력은 자재(自在)한 것이다. 능히 너를 죽이지 못할 줄 아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저는 왕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인욕(忍辱)하는 사람입니다.”
왕이 노하여서 칼을 빼어 그의 오른팔을 끊었다.
보살이 생각하였다.
‘내가 높은 도에 뜻을 두고 다투는 일이 없는데도 이 왕은 오히려 내게 칼질을 하니, 하물며 일반 백성들이랴. 원컨대 부처가 되어서 반드시 먼저 제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그 악을 본받음이 없게 하리라.’
왕이 또 말하였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인욕하는 사람입니다.”
왕은 또 그의 왼팔을 끊었다. 이렇게 한 번 묻고 한 번 끊어서 그의 다리를 끊고 귀를 끊고 코를 끊으니, 피가 샘솟듯 하여 흘렀으며, 그 아픔이 한량 없었다.
천지가 진동하고 해가 어두워졌다. - 011_0318_b_18L王卽怒曰:‘當死乞人,吾現帝王一國之尊,問不時對而佯低頭乎?’其國名揥手爪曰不,菩薩惆悵,揥手爪曰不乎,示王以爲不見。曰:‘獸迹歷茲而云不見,王勢自在,爲不能戮爾乎?’菩薩曰:‘吾聽王耳。’王曰:‘爾爲誰耶?’曰:‘吾忍辱人。’王怒拔劍截其右臂。菩薩念曰:‘吾志上道,與時無諍,斯王尚加吾刃,豈況黎庶乎?願吾得佛必先度之,無令衆生效其爲惡也。’王曰:‘若爲誰乎?’曰:‘吾忍辱人。’又截其左手,一問一截,截其腳,截其耳,截其鼻,血若流泉,其痛無量,天地爲震動,日卽無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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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대왕이 모두 함께 내려와서 같은 소리로 성내어서 말하였다.
“이 왕의 가혹함이 아무도 이와 같기 어려울 것이다.”
도사에게 말하였다.
“언짢은 마음을 없이 하시라. 우리가 왕과 그의 처자를 베고 아울러서 나라를 멸함으로써 그 악함을 드러내리라.”
도사가 대답하였다.
“그 무슨 말씀입니까? 이 앙화는 내가 전 세상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고 저에게 독해를 가하였기 때문에 악한 짓을 한 앙화가 마치 그림자가 형체에 매인 것처럼 쫓아온 것입니다.
예전에 조금 심은 것을 지금에 많이 거두는 것이니, 내가 만약 천왕의 뜻에 순종한다면 그 앙화가 하늘땅과 같아서 여러 겁 동안 그 죄를 받아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백성들이 천지의 변을 보고 달려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사과하여 말하였다.
“도사께서 여기 계시면서 나라를 도와서 윤택하게 하시고 재앙을 물리치고 병을 없애 주셨는데, 이 지극히 어리석은 임금이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 거취가 밝지 못하여서 성인께 악을 가한 것이오니, 오직 원컨대 성인께서는 우리들에게 상제(上帝:사천대왕)의 보복이 없게 하여 주소서.”
보살이 대답하였다.
“왕이 무고한 악으로써 아픔을 내 몸에 가하였으니, 내가 이를 불쌍히 여기기를 마치 착한 어머니가 그 갓난애기를 불쌍히 여기듯 하였거늘 백성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원망하리요. 만일 의심이 되거든 내 끊어진 팔을 가지고 오라.”
백성이 곧 집으니 그 끊어진 팔에서 젖이 흘렀다.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자비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지녔기 때문에 이제 그 표신이 여기 나타난 것이다.”
백성들이 그 넓은 믿음을 보고 모두 감화를 받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 011_0318_c_08L四天大王僉然俱臻,同聲恚曰:‘斯王酷烈,其爲難齊。’謂道士曰:‘無以污心。吾等誅王及其妻子,幷滅一國,以彰其惡。’道士答曰:‘斯何言乎?此殃由吾前世不奉佛教加毒于彼,爲惡禍追,猶影之繫形矣。昔種之少,而今獲多,吾若順命,禍若天地,累劫受咎,豈可畢哉?’黎民睹變,馳詣首過齊聲而曰:‘道士處茲,景祐潤國,禳災滅疫;而斯極愚之君,不知臧否,不明去就,惡加元聖。惟願聖人,無以吾等報上帝也。’菩薩答曰:‘王以無辜之惡痛加吾身,吾心愍之,猶慈母之哀其赤子也;黎庶何過而怨之乎?假有疑望,爾捉吾斷臂以來。’民卽捉之,乳湩交流。曰:‘吾有慈母之哀,今其信,現於茲。’民睹弘信,靡不稟化,欣懌而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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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9_a_01L보살에게 아우가 있었는데 역시 도의 근본을 본 이었다. 다른 산에 있다가 천안통으로써 보니, 천신과 귀신ㆍ용들이 회의를 하는데, 왕의 악함에 분노를 품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형에게 덕을 손상하는 마음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신족으로써 형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상한 데가 있습니까?”
“아니다. 네가 나의 믿음을 알고자 하거든 끊어진 팔다리ㆍ귀ㆍ코를 제자리에 붙여 보라. 회복되면 곧 내가 믿은 것이니라.”
아우가 붙이니 곧 회복되었다.
형이 말하였다.
“나의 넓고 인자한 믿음이 이제 나타난 것이로다.”
천신과 지기가 슬퍼하다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머리 조아려 선을 칭송하고, 다시 서로 권하고 인도하여 높은 수행에 뜻을 두고 계를 받고 물러갔다.
이런 뒤로는 해와 달이 빛이 없고 5성(星)이 법도를 잃었으며, 요괴(妖怪)가 연달았고, 마르고 가물어서 곡식이 귀하니, 백성들이 살 수 없어서 그 왕을 원망하였다. - 011_0319_a_01L菩薩有弟,亦睹道元,處在異山,以天眼徹視,睹天神鬼龍會議王惡,靡不懷忿。懼兄有損德之心,以神足之兄所。曰:‘有所中傷乎?’答曰:‘不也。爾欲照吾信。取斷手足耳鼻著其故處,復者卽吾信矣。’弟續之卽復,兄曰:‘吾普慈之信于今著矣。’天神地祇靡不悲喜,稽首稱善,更相勸導,進志高行,受戒而退。自斯之後日月無光,五星失度,妖怪相屬,枯旱穀貴,民困怨其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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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찬제화는 나였고, 아우는 미륵이었으며, 왕은 나한(羅漢) 구린(拘隣)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19_a_11L佛告諸比丘:“時羼提和者,卽吾身是。弟者,彌勒是。王者,羅漢拘鄰是。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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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9_b_01L
45
예전에 보살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니 그 집에서 기르지 못하고 속옷으로 싸서 밤에 사람이 없을 때 가만히 네거리에 두고 아울러서 돈 1천도 그 길에 놓아 두었다.
나라 풍속이 그 날을 좋은 날이라 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들에 모여서 군자나 소인이나 각각 그 무리끼리 성찬(盛饌)을 장만하고 즐겼다.
바라문이 노는 것을 보고 모인 자들을 칭찬하여 말하였다.
“아아, 오늘 모인 자의 구별이 마치 뉘가 없는 것과 같아서 그 향기가 대단하구나. 만약 오늘 낳는 아들ㆍ딸이라면 귀하고도 어진 사람이 될 텐데.”
자리에 한 부호가 있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듣고서 속으로 기뻐하면서 사람을 사방에 놓아서 혹 버린 아들이 없는가 찾아보게 하였다.
심부름꾼이 길 가던 사람에게 물었다.
“버려진 아이를 보았는가?”
길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어느 홀어머니가 데려갔다.”
사람을 시켜 찾아서 그가 있는 곳을 알고 가서 말하였다.
“나는 4성의 부자로서 아들이 없는데 그대가 아기를 주면 많은 재산을 얻으리라.”
홀어미가 좋다고 하고 돈을 받고 아기만 보내면서 욕심껏 재산을 요구하여 뜻대로 얻어 내었다. - 011_0319_a_14L“昔者菩薩,生於貧家,貧家不育,以褺裹之,夜無人時,默置四街,幷錢一千送著其道。國俗以斯日爲吉祥之日,率土野會,君子小人,各以其類盛饌快樂。梵志睹戲,讚會者曰:‘嗟于今日會者!別有如粳米純白無糅,厥香苾芬。若夫今日產生男女,貴而且賢。’坐中有一理家,獨而無嗣,聞之默喜,令人四布索棄子者,使問路人曰:‘睹有棄子者乎?’路人曰:‘有獨母取焉。’使人尋之,得其所在,曰:‘吾四姓富而無嗣,爾以兒貢,可獲衆寶。’母曰:‘可留錢送兒,從欲索貨。’母獲如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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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른 지 두어 달 만에 아내가 임신을 하니, ‘내가 아들이 없어서 남의 자식을 길렀더니, 이제 하늘이 내게 복을 주시어 자식이 생긴 것이다.’ 하고 속옷으로 싸서 밤에 구덩이 속에 던졌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는 양이 날마다 가서 젖을 먹였다. 양을 기르는 사람이 살피다가 아이를 보고 곧 감탄하였다.
“상제가 어찌하여 아들을 이런 곳에 떨어뜨렸을까?”
그리고는 데려다가 양의 젖으로 길렀다.
4성이 알고 힐난하였다.
“무엇 때문에 젖을 훔치느냐?”
대답하였다.
“제가 하늘이 버린 자식을 얻어서 젖으로 기릅니다.”
4성이 뉘우치고 도로 데려다가 기르는데 두어 달 만에 아내가 드디어 아들을 낳으니, 나쁜 생각이 다시 일어났다.
또 전과 같이 속옷으로 싸서 수레바퀴 자국 가운데에 놓아두었다.
아이의 마음에는 부처님 3보가 있어서 자비로써 그 어버이에 향하였다. - 011_0319_b_04L育兒數月,而婦妊身,曰:‘吾以無嗣故育異姓,天授余祚,今以子爲?’以褺裹之夜著汫中。家羊日就而乳,牧人尋察睹兒,卽歎曰:‘上帝何緣落其子於茲乎?’取歸育之以羊湩乳。四姓覺知,誥曰:‘緣竊湩乎?’對曰:‘吾獲天之遺子,以湩育之。’四姓悵悔。還育數月,婦遂產男,惡念更生,又復如前以褺裹之著車轍中,兒心存佛三寶,慈向其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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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상인들의 수백 대의 수레가 이 길을 경유하는데 소가 멈추고 나가지 않았다. 상인이 그 까닭을 살피다가 아이를 보고 놀라서 말하였다.
“천제(天帝)의 아들이 어찌하여 여기에 있느냐?”
그리고는 수레 속으로 안아들이니 그제야 소는 흐르듯이 나아갔다. 20리쯤 가서 정자 곁에 소를 쉬게 하는데, 홀어머니가 있다가 보고 상인에게 사정하였다.
“아이를 내게 주어 늙은이의 고독을 면하게 해주시오.”
곧 그에게 아이를 주었다. 그 어머니가 기른 지 얼마 안 되는 동안에 4성이 또 듣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나의 어질지 못함이 천덕(天德)을 잔해하였구나.”
또 많은 재물로써 아이를 바꾸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목메어 울면서 자책하고 똑같이 두 아이를 길러 수 년이 되었다. 그 동안에 아이의 슬기가 뛰어남을 보고 나쁜 생각이 또 났다.
‘이 놈은 지혜가 넘치는 정도인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하니, 반드시 이 놈에게 눌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는 싸 가지고 산에 들어가서 대밭 속에 버리면서 말하였다.
‘먹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아이가 착한 생각을 일으켜서 말하였다.
“내가 뒤에 부처가 되어서 반드시 여러 가지 고통을 건지리라.” - 011_0319_b_13L晨有商人數百乘車,徑路由茲,牛躓不進,商人察其所以,睹兒驚曰:‘天帝之子,何緣在茲乎?’抱著車中,牛進若流,前二十里息牛亭側,有獨母白商人乞曰:‘以兒相惠濟吾老窮。’卽惠之矣。母育未幾,四姓又聞,愴然而曰:‘吾之不仁殘天德乎?’又以衆寶請兒歸家,哽噎自責,等育一兒。數年之閒,睹兒之智奇變縱撗,惡念又生曰:‘斯明溢度,吾兒否哉,必虜之矣。’褺裹入山,棄著竹中絕食必殞。兒興慈念曰:‘吾後得佛,必濟衆苦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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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19_c_01L산 가까이에 시냇물이 있었다. 아이가 제 힘으로 움직여서 대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져 내려와서 물가에 이르러 20리나 내려가니, 죽은 사람을 떠메고 가는 것 같았다.
나무를 하던 사람이 멀리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는 쫓아가서 보고 탄식하였다.
‘이것은 상제가 그 아들을 떨어뜨린 것이냐?’
안고 돌아가서 기르는데, 4성이 또 듣고 그 뉘우침이 전과 같아서 여러 가지 훌륭한 보배를 주고 데려다가 글과 수학과 천문과 지리와 여러 가지 도술을 가르치니, 한 번만 보아도 곧 능하였으며, 성품이 어질고 효성스러워서 말하면 곧 교화가 되니, 나라 사람들이 성인이라 일컫고,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 011_0319_c_02L山近谿水,兒自力搖從竹墮地,展轉至其水側。去水二十里,有擔死人陬,陬有人行取樵,遙見小兒,就視歎曰:‘上帝落其子乎?’抱歸育焉。四姓又聞,厥恨如前,以衆名寶請歸悲泣,幷教書數仰觀俯占,衆道之術過目卽能,稟性仁孝,言輒導化,國人稱聖,儒士雲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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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 흉악한 생각을 내니, 그 성질이 더욱 악해졌다. 앞집에 대장장이가 있었다. 성에서 7리쯤 떨어져 있었는데 아이를 죽이려고 도모하고 서신으로 대장장이에게 신칙하였다.
“전부터 이 아이를 길러 왔는데, 이 아이가 내 집에 들어오면서 병이 떠나지 않고 재산이 없어지고 가축이 죽곤 해서 태복(太卜)에게 점을 쳐 보니 아이가 이러한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이었소. 이 글을 가지고 도 착하거든 꼭 붙잡아서 불 속에 던져 주오.”
그리고 거짓으로 아이에게 명령하였다.
“내 나이 이제 서산에 기운 석양인 데다가 중한 병까지 들었구나. 너는 대장장이한테 가서 돈과 보배를 계산하여 오너라. 네 한평생의 재산이다.”
아이가 명령을 받고 가다가 성문 안에서 아우가 동무들과 호도를 차면서 노는 것을 보았다.
아우가 말하였다.
“형이 와서 내가 잘 되었다. 심부름은 내가 갈 테니 나를 위하여 형은 돌아가라.”
형이 말하였다.
“아버지의 명령이다. 내가 가야 한다.”
“괜찮다. 내가 가겠다.”
곧 서신을 빼앗아 가지고 대장장이에게 가니 대장장이가 서신을 보고 아우를 불 속에 던졌다.
한편 아비는 마음이 불안하여 부리는 사람을 시켜 아이를 찾아보게 하였다. 부리는 사람이 형을 보고 물었다.
“아우는 어디에 갔느냐?”
형이 사실대로 대답하고, 돌아가서 또 그대로 말하니, 아비가 역마를 놓아 쫓았지만 아이는 이미 재가 되어 있었다. - 011_0319_c_09L父兇念生,厥性惡重,前家有冶師去城七里,欲圖殺兒,書勅冶師曰:‘昔育此兒,兒入吾家,疾疫相仍,財耗畜死。太卜占云:“兒致此災。”書到極攝,投之火中。’訛命兒曰:‘吾年西夕加有重疾,爾到冶師所諦計錢寶,是爾終年之財。’兒受命行,於城門內,睹弟與輩彈胡桃戲,弟曰:‘兄來吾之幸矣,爲吾復折。’兄曰:‘父命當行。’弟曰:‘吾請行矣。’奪書之冶師所。冶師承書,投弟于火。父心忪忪而怖,遣使索兒,使睹兄曰:‘弟如之乎?’兄如狀對。兄歸陳之,父驛馬追兒已爲灰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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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0_a_01L아비가 몸뚱이를 내던지고 하늘을 부르다가 기가 맺혀서 속을 막으니 드디어 큰 병이 되었다.
또 독한 생각을 내었다.
‘내가 자식이 없어지고 말았으나 이 자식을 자식으로 할 수는 없다. 반드시 죽이고야 말리라.’
아비에게 별장이 있었는데 나라에서 천 리나 되었다. 이 아이를 보내면서 말하였다.
“저기에는 내 재산이 흩어져 있으니 네가 가서 정리하여라. 지금 별장에 보내는 서신을 주머니에 넣어서 밀로 봉하였으니, 너는 급히 가지고 가라.”
그리고 그 서신에 비밀로 신칙한 내용은 “이 아이가 도착하거든 급히 돌을 허리에 묶어서 깊은 못에 집어넣어라”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명령을 받고 머리를 조아리고 가볍게 말을 달려서 반쯤 갔다. 거기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전부터 서로 절친하여 항상 서로 안부를 물어서 서신으로 자주 왕래하였다. - 011_0319_c_21L父投躬呼天結氣內塞,遂成癈疾。又生毒念曰:‘吾無嗣已,不以斯子爲?必欲殺之。’父有邸閣去國千里,仍遣斯兒曰:‘彼散吾財,爾往計挍。今與邸閣書,囊藏蠟封,爾急以行。’書陰勅曰:‘此兒到,急以石縛腰沈之深淵。’兒受命稽首,輕騎進半。道有梵志,與父遙相被服,常相問遺書數往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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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라문에게 딸이 있었는데 아주 현명하여서 깊이 길흉과 천문을 알고 기후를 점쳤다.
아이가 바라문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
“우리 아버지의 친구이신 바라문이 여기 사신다.”
종자(從者)에게 말하였다.
“이제 지나는 길에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 어떠한가?”
종자가 좋다고 하였다.
곧 들어가서 뵈니 바라문이 기뻐서 “우리 형의 아들이 왔다” 하고, 곧 네 이웃에 알렸다.
학사와 유생과 노덕들이 모여들어서 잔치를 베풀고 즐기면서 아울러 의심나는 것을 묻곤 하니, 모두 기뻐하는 중에 낮이 다하고 밤이 깊었다.
각기 피로하여 자는데, 딸이 남자의 허리띠에 찬 주머니에 봉서(封書)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풀어 내어 자세히 그 사연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는 슬퍼서 탄식하였다.
“아무리 요망하고 악하기로서니 어진 아들을 해하는 데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느냐?”
그 글을 찢어 버리고 다시 썼다. 그 사연은 이러하였다.
“내 나이 서쪽으로 기울었고 중한 병이 날로 더하오. 저 바라문은 나의 친구이고, 그 딸은 이미 어질고 또 밝아서 고금에 다시없는 우리 아이의 짝이니 보배로 폐백을 극진히 갖추어서 장가들이되, 잘 힘써서 예가 작더라도 정중하게 하도록 할 것이니, 아내를 들이는 날에 이 부탁대로 하여 주기 바라오.”
이렇게 써서 도로 봉하여 넣었다. - 011_0320_a_06L梵志有女,女旣賢明,深知吉凶天文占候,兒行到梵志所居曰:‘吾父所親梵志正在斯止。’謂從者曰:‘今欲過修禮之,可乎?’從者曰:‘善!’卽過覲禮。梵志喜曰:‘吾兄子來。’便命四鄰學士儒生耆德雲集,娛宴歡樂,幷諮衆疑靡不欣懌,終日極夜各疲眠寐。女竊睹男,見其腰帶佩囊封之書,默解取還,省讀其辭,悵然而歎曰:‘斯何妖厲,賊害仁子乃至斯乎?’裂書更之,其辭曰:‘吾年西垂,重疾日困,彼梵志吾之親友也,厥女旣賢且明,古今任爲兒匹,極具寶帛娉禮務好小禮大娉,納妻之日,案斯勅矣。’爲書畢,開關復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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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0_b_01L다음날 새벽에 길을 떠났다. 바라문과 여러 선비들로서 모두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별장지기가 서신을 받아 보고 명령을 받들어서 예를 갖추어 가지고 바라문의 집에 나아갔다.
바라문 부처가 서로 의논하였다.
“대체로 혼인은 궁합을 보고 택일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저쪽에서 예를 잘 갖추면 그때에 내가 허락하여야 할 것인데, 이제 남자 측에서 중매도 통하지 않고 빙례(娉禮)를 하자고 왔으니 저쪽에서 어찌 그렇게 거만한가?”
또 물러나와 모여서 말하였다.
“남녀가 짝이 되는 것은 자고로 그런 것인데 남자가 어질고 여자가 정숙함을 진실로 또한 만나기 어렵다.”
드디어 예를 올리고 종친이 모이니 구족이 칭찬하면서 말하였다.
“이 영화가 대대로 전하라.”
아내를 들이는 예를 이루고는 별장지기가 달려가서 알리니 4성이 듣고 맺혀진 병이 더욱 위독하여졌다.
아들이 어버이의 병을 듣고 목이 메어서 말하였다.
“대체로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렵도다. 허깨비와 같아서 참된 것이 아니로다.”
바라문이 좋은 날을 가려서 돌려보내고자 하니, 보살이 마음이 아파서 그대로 따르지 않고 곧 아내를 거느리고 달려 돌아가서 당에 올라서 어버이께 머리를 조아렸다.
아내는 두 번 절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세 걸음을 나아가서 또 절하고는 이름을 일컬으면서 말하였다.
“저는 아들 아무개의 아내이옵니다. 어버이께옵서 저를 며느리라고 불러주옵소서. 마땅히 종사 (宗嗣)를 받들고 키질과 비질을 맡겠나이다. 예절을 다하여 효도를 닦겠사오니, 오직 원컨대 아버님께서는 어서 병이 나으시고 복을 받으셔서 영원히 마침이 없는 수명을 보전하시와 이 뜻을 펴서 효부(孝婦)의 덕을 쌓게 하옵소서.”
4성이 분이 맺혀서 속이 막혀 죽으니 보살이 빈소를 차리고 인자하고 측은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사모하여 마지않으니 온 나라가 효자라 일컬었고, 장례를 마치고 행실을 닦으니 인격의 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 011_0320_a_20L明晨進路,梵志衆儒靡不尋歎。邸閣得書,承命具禮詣梵志家。梵志夫妻議曰:‘夫婚姻之儀,始之於擇行問咎占兆,彼善禮備卽吾許焉。今現男不媒禮娉便臻,彼豈將慢乎?’又退宴息曰:‘男女爲偶,自古然矣。男賢女貞,誠亦難値。’遂納禮會宗,九族歎曰:‘斯榮傳世。’納妻禮成,邸閣馳啓,四姓聞之結疾殊篤。兒聞親疾,哽咽而言;‘夫命難保,猶幻非眞。’梵志欲擇良日遣還,菩薩內痛不從其云,室家馳歸升堂稽首,妻尋再拜,垂泣而進三步又拜,稱名曰‘妾是子男某妻,親召妾爲某,當奉宗嗣箕帚之使,盡禮修孝。惟願大人疾瘳福臻,永保無終之壽,令其展情獲孝婦之德。’四姓結忿內塞而殞。菩薩殯送慈惻哀慕,一國稱孝,喪畢修行馨熏十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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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동자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였으며, 4성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0_b_14L佛告諸比丘:“童子者,吾身是也。妻者,俱夷是。四姓者,調達是。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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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0_c_01L
46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서 항상 4무량심[四等]으로써 중생을 길러서 보호하니, 명성이 원근에 떨쳐서 덕을 찬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외삼촌도 또한 왕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 있었는데, 성품이 탐욕스럽고 염치가 없으며 흉포함으로써 강건함을 삼았다. 보살들이, 보살이 하늘 땅의 은혜를 품은 것을 모두 찬탄하니, 거짓말로 허물을 만들어서 비방하고 군사를 일으켜서 보살의 나라를 빼앗고자 하였다.
보살의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차라리 하늘처럼 어진 이에게 천하게 여겨질지언정 승냥이와 이리 같은 이에게 귀한 대접을 받지 않겠다.”
백성들이 말하였다.
“차라리 도를 지닌 임금의 가축이 될지언정 무도한 임금의 백성이 되지 않으오리다.”
이에 무사를 선발하여 군대를 조직하였다. 국왕이 대에 올라서 군정(軍情)을 사열하다 몸을 돌려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 한 몸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죽일 것인가. 나라가 망하여도 회복하기 어렵지만 사람의 몸도 얻기가 어렵다. 내가 도망하면 국경이 다 편안할 것이니 누구에게 환난이 있으랴.”
왕이 왕후와 함께 나라를 버리고 떠나갔다.
외삼촌이 들어와 나라에 처하여 탐욕과 잔악으로써 정사를 하며, 충성되고 곧은 이를 죽이고, 아첨하고 고혹하는 무리를 등용하니, 정치가 가혹하고 백성이 살 수 없어서 원망하는 울음이 서로 따랐고, 옛 임금을 생각하는 것이 마치 효자가 인자한 어버이를 생각하듯 하였다. - 011_0320_b_17L“昔者菩薩爲大國王,常以四等育護衆生,聲動遐邇靡不歎懿。舅亦爲王,處在異國,性貪無恥,以兇爲健。開士林歎:‘菩薩懷二儀之仁惠。’虛誣謗訕爲造訧端,興兵欲奪菩薩國。菩薩群僚僉曰:‘寧爲天仁賤,不爲豺狼貴也。’民曰:‘寧爲有道之畜,不爲無道民矣。’料選武士陳軍振旅,國王登臺觀軍情猥,流淚涕泣交頸曰:‘以吾一躬毀兆民之命,國亡難復,人身難獲,吾之遁邁,國境咸康,將誰有患乎?’王與元后俱委國亡。舅入處國,以貪殘爲政,戮忠貞、進佞蠱,政苛民困,怨泣相屬,思詠舊君猶孝子之存慈親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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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왕후와 함께 산림에서 살았는데 바다에 사특한 용이 있어 왕비의 빛나는 얼굴에 욕심을 품고 바라문으로 화하여 와서 능청스럽게 합장하고 꿇어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고요히 생각하는 체하니, 도사가 참선을 할 때와 흡사하였다. 왕이 보고 기뻐하여 날마다 과일을 따다가 바쳤다.
용이, 왕이 나간 틈을 타서 왕비를 납치하여 가지고 바다의 제 처소로 돌아가는데, 길이 두 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경유하게 되었다. 거기 큰 새가 있다가 날개를 펴서 길을 막고 용과 한바탕 싸웠다. 용이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 큰 새의 오른쪽 날개를 쳐서 끊고는 마침내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 011_0320_c_08L王與元妃處于山林,海有邪龍,好妃光顏,化爲梵志,訛叉手箕坐垂首靖思,有似道士惟禪定時。王睹欣然,日採果供養。龍伺王行,盜挾妃去,將還海居。路由兩山夾道之徑,山有巨鳥,張翼塞徑,與龍一戰焉。龍爲震電擊鳥,墮其右翼,遂獲還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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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1_a_01L왕이 과일을 따 가지고 돌아오니 그의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슬퍼서 탄식하였다.
“내가 숙세에 어긋난 행동을 하여서 재앙이 여기까지 온 것인가.”
활과 살을 가지고 모든 산을 헤매면서 왕비를 찾아다녔다.
구비구비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보고 그 근원에 도달하니 큰 원숭이가 있어 애통해 하였다. 왕이 더욱 처량해져서 물었다.
“너는 또 무엇 때문에 그리 슬퍼하냐?”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외삼촌과 함께 왕이었는데 외삼촌의 힘이 세어서 나의 무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억울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오. 그런데 당신은 무슨 일로 이 험한 산에 오셨나요?”
“듣고 보니 너도 나와 같은 처지로다. 나는 게다가 또 아내까지 잃었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노라.”
원숭이가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도와 싸워서 나의 무리들을 돌아오게 해주면 당신을 위하여서 함께 찾아 드리리다. 마침내 반드시 찾게 될 것입니다.”
왕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좋다고 하였다.
다음날 원숭이가 외삼촌과 더불어 싸우는데 왕이 활시위에 살을 끼어 겨냥하고 팔과 다리를 벌려 힘을 주니 외삼촌이 멀리서 무서워 어정거리다가 도망하였다.
원숭이 왕이 무리가 돌아오자 무리들에게 명령하였다.
“인간 왕의 왕비가 이 산에서 길을 잃은 모양이다. 너희들은 퍼져서 찾아보라.”
원숭이 무리들이 각기 다니다가 날개를 잃은 새를 보았다. 새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찾느냐?”
“인간의 왕이 그 정비(正妃)를 잃었는데 우리가 찾는 것이다.”
“용이 도적질하여 갔는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바닷속 큰 섬에 있다.”
이 말을 하고 새는 죽었다. - 011_0320_c_15L王採果還,不見其妃,悵然而曰:‘吾宿行違,殃咎鄰臻乎?’乃執弓持矢,經歷諸山尋求元妃。睹有滎流,尋極其原,見巨獼猴而致哀慟。王愴然曰:‘爾復何哀乎?’獼猴曰:‘吾與舅氏倂肩爲王,舅以勢强奪吾衆矣,嗟乎無訴。子今何緣翔茲山岨乎?’菩薩答曰:‘吾與爾其憂齊矣!吾又亡妃,未知所之。’猴曰:‘子助吾戰,復吾士衆;爲子尋之,終必獲矣。’王然之曰:‘可。’明日猴與舅戰,王乃彎弓擩矢,股肱勢張,舅遙悚懼,播徊逬馳,猴王衆反,遂命衆曰:‘人王元妃,迷在斯山,爾等布索。’猴衆各行,見鳥病翼,鳥曰:‘爾等奚求乎?’曰:‘人王亡其正妃,吾等尋之。’鳥曰:‘龍盜之矣!吾勢無如,今在海中大洲之上。’言畢鳥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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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좁은 길로 바다에 다다랐으나 건널 수 없는 것이 걱정이었다.
천제석이 곧 원숭이로 화하였는데 몸이 옴병투성이었다. 와서 말하였다.
“이제 군사들이 바다의 모래보다도 많은데 왜 저 섬에 건너가지 못할 것을 걱정합니까? 이제 각각 돌을 져 날라다가 바다를 막으면 높은 산이라도 될 텐데 어찌 다만 섬에 통할 수 있을 뿐이겠습니까?”
원숭이의 왕이 곧 그를 감독으로 삼았다. 무리들이 그 꾀를 따라서 돌을 져 나르니 그 공이 이루어져서 무리들이 건너갈 수 있었다. 섬을 여러 겹으로 포위하니, 용이 독한 안개를 피워서 원숭이들이 모두 아파서 땅에 쓰러지지 않음이 없었다. 두 왕이 걱정하니 감독하던 작은 원숭이가 또 말하였다.
“무리들의 병을 낫게 하오리니 염려하지 마옵소서.”
곧 하늘약을 무리들의 코 속에 넣으니 모두 재채기를 하고 일어나서 힘이 전보다 더해졌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일으켜서 하늘과 해를 가리니 번개가 바다에 번쩍였고, 뇌성벽력이 천지를 진동하였다. 작은 원숭이가 말하였다.
“사람의 임금님은 활을 잘 쏘시니 저 번쩍이는 번개를 쏘십시오. 그것이 용이오니 화살로 그 흉악한 놈을 제거하면 백성에게 복을 가져올 것이며 여러 성현들도 원망이 없을 것입니다.”
번쩍거리는 번개 빛을 향하여 왕이 살을 쏘니 정통으로 용의 가슴에 맞았다. 용이 살을 맞고 죽으니 원숭이들이 좋다고 하였다. 작은 원숭이가 용의 궁문 자물쇠를 벗기자 왕비가 나오니 하늘도 귀신도 다 기뻐하였다.
두 왕이 함께 본산으로 돌아와서 다시 서로 사례하니 겸손한 빛이 사양으로 높아졌다. - 011_0321_a_08L猴王率衆,由徑臨海,憂無以渡。天帝釋卽化爲獼猴,身病疥㿅,來進曰:‘今士衆之多,其踰海沙,何憂不達於彼洲乎?今各復負石杜海,可以爲高山,何但通洲而已?’猴王卽封之爲監,衆從其謀,負石功成,衆得濟度,圍洲累沓。龍作毒霧,猴衆都病無不仆地。二王悵愁,小猴重曰:‘令衆病瘳,無勞聖念。’卽以天藥傅衆鼻中,衆則奮鼻而興,力勢踰前。龍卽興風雲以擁天日,電耀光海,勃怒霹靂震乾動地。小猴曰:‘人王妙射,夫電耀者卽龍矣。發矢除凶,爲民招福,衆聖無怨矣。’霆耀電光,王乃放箭,正破龍胸,龍被射死,猴衆稱善。小猴拔龍門鑰,開門出妃,天鬼咸喜。二王俱還本山,更相辭謝,謙光崇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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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1_b_01L마침 외삼촌인 왕이 죽었는데 뒤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신하와 백성들이 옛 임금을 찾아서 분주히 헤매다가 저 산에서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만나매 감격하여 울다가 함께 돌아와서 외삼촌의 나라도 아울러 얻으니 백성들이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
크게 사면을 내리고 정치를 너그럽게 하니 백성들의 마음이 모두 기뻐서 웃음을 머금고 다녔다.
왕이 왕비에게 말하였다.
“아내가 남편을 떠나서 하룻밤만 외박을 하여도 남들의 의심을 사거늘 하물며 달포이리요. 그대는 친정으로 돌아가는 일이 옛 도리에 합당할 것이오.”
왕비가 말하였다.
“내가 비록 더러운 벌레의 굴에 있었사오나 마치 연꽃이 진흙탕에 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 말에 틀림이 없거든 땅이 갈라지옵소서.”
말을 마치자 곧 땅이 갈라지니 말하였다.
“이것으로 내 말의 증거가 나타났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장하오. 대체로 곧고 결백함은 사문(沙門)의 행인 줄 아오.”
이로부터 나라 안에 장사하는 사람이 이익을 양보하고, 벼슬하는 자가 지위를 사양하며, 귀족이 능히 천한 것을 참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지 않음은 왕의 교화 때문이었고, 음란한 여자가 지조를 지키고 목숨이 위태로워도 정조를 지키고, 사기하던 자가 신의를 숭상하며 교묘히 거짓된 행위를 하는 자가 진실함을 지키게 됨은 왕비의 감화 때문이었다. - 011_0321_b_01L會舅王死,無有嗣子,臣民奔馳尋求舊君,於彼山阻君臣相見,哀泣俱還,幷獲舅國,兆民歡喜稱壽萬歲,大赦寬政,民心欣欣含笑且行。王曰:‘婦離所天隻行一宿,衆有疑望,豈況旬朔乎?還于爾宗事合古儀。’妃曰:‘吾雖在穢虫之窟,猶蓮華居于污泥。吾言有信,地其坼矣。’言畢地裂,曰:‘吾信現矣。’王曰:‘善哉!夫貞潔者沙門之行。’自斯國內,商人讓利,士者辭位,豪能忍賤,强不陵弱,王之化也。婬婦改操,危命守貞,欺者尚信,巧僞守眞,元妃之化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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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그때 국왕은 나였고, 왕비는 구였으며, 외삼촌은 조달이었고, 천제석은 미륵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1_b_13L佛告諸比丘:“時國王者,我身是也。妃者,俱夷是。舅者,調達是。天帝釋者,彌勒是也。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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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1_c_01L
47
예전에 보살이 몸이 원숭이가 되니, 힘이 무리에서 뛰어났고 밝은 지혜가 사람보다 나았으며, 항상 넓은 자비를 품고 중생을 건지기에 힘썼다. 깊은 산에 처하여서 나무에 올라 과실을 따다가 산골짜기 깊은 구렁에 사람이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수일을 애절하게 하느님을 부르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가 듣고 불쌍한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기를 서원한 것은 오직 이러한 무리들을 위함이었다. 이제 이 사람을 구출하지 않는다면 그는 반드시 죽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언덕을 찾아 골짜기에 내려가서 업고 나오리라.”
드디어 깊은 골로 들어가서 사람을 업고 풀포기를 더위잡고 산으로 올라와서 평지에 놓고 산골의 좁은 길을 가르쳐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가고 싶은 데로 가시고, 헤어져서 간 뒤로는 삼가 나쁜 짓을 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사람을 끌어내기에 피로가 심하여서 한가한 데 나아가서 누워 쉬는데 사람이 생각하였다.
‘골짜기에서 허기가 졌더니 이제 나와서도 역시 그러하다면 빠졌을 때와 무엇이 다르랴.’
마음속에 마땅히 원숭이를 죽여서 먹음으로써 자기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으로 돌로써 머리를 치니 피가 흘러서 땅이 붉게 물들었다.
원숭이가 놀라서 일어나니 현기가 일어 쓰러지려는 것을 나무에 의지하였다. 그러나 마음에 성내는 뜻이 없고, 사랑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그가 악한 생각을 품은 것을 슬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내 힘으로 건지지 못할 자는 내세에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가르침을 믿고 받아 제도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도록 하옵소서.’ - 011_0321_b_16L“昔者菩薩,身爲獼猴,力幹尟輩,明哲踰人,常懷普慈拯濟衆生。處在深山,登樹採果,睹山谷中有窮陷人,不能自出,數日哀號,呼天乞活。獼猴聞哀,愴爲流淚曰:‘吾誓求佛,唯爲斯類耳。今不出此人,其必窮死。吾當尋岸下谷,負出之也。’遂入幽谷,使人負己,攀草上山置之平地,示其徑路曰:‘在爾所之,別去之後愼無爲惡也。’出人疲極,就閑臥息。人曰:‘處谷飢饉,今出亦然,將何異哉?’心念:‘當殺獼猴噉之,以濟吾命。不亦可乎!’以石椎首,血流丹地,猴臥驚起,眩倒緣樹,心無恚意,慈哀愍傷悲其懷惡,自念曰:‘吾勢所不能度者,願其來世常逢諸佛,信受道教行之得度。世世莫有念惡如斯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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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원숭이는 나였고, 골짜기 속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1_c_09L佛告諸比丘:“獼猴者,吾身是也。谷中人者,調達是。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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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예전에 보살이 아난(阿難)과 함께 죄 받음을 마치고 용이 되었었다. 그 한 용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와 함께 바다 속에 있어서는 못 본 것이 없으니, 이번에 함께 육지에 올라가서 놀면 좋지 않겠는가?”
또 한 용이 대답하였다.
“육지에는 사람이 악독하다는데 비상한 사태라도 만나면 벗어날 수 없다.”
한 용이 거듭 말하였다.
“작은 뱀으로 화하여서 만약 길에 사람이 없거든 큰 길에서 놀다가 사람을 만나거든 숨으면 될 것인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이에 서로 좋다고 합의되어 함께 올라가서 놀기로 하였다.
물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길에서 독을 머금은 살무사[蚖]를 만났다. 이 살무사가 두 뱀을 보더니, 갑자기 흉악한 생각이 나서 가서 해치려고 뜨거운 독거품을 두 뱀에게 토하였다.
두 뱀 중에서 한 뱀이 뜻을 일으켜 위엄과 신력으로써 이 독을 품은 살무사를 죽이려고 하니, 한 뱀이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면서 말리며 말하였다.
“대체로 높은 선비는 마땅히 어리석은 무리들을 용서하되 참지 못할 것을 참아야 하나니, 이것이 부처님의 바르고 참된 큰 계율이 아닌가.”
곧 게송을 설하였다. - 011_0321_c_12L“昔者菩薩與阿難俱畢罪爲龍,其一龍曰:‘惟吾與卿共在海中靡所不睹,寧可俱上陸地遊戲乎?’答曰:‘陸地人惡,起逢非常,不可出也。’一龍重曰:‘化爲小蛇耳。若路無人,尋大道戲;逢人則隱。何所憂乎?’於是相可,俱升遊觀。出水未久。道逢含毒蚖,蚖睹兩蛇厥兇念生,志往犯害,則吐毒喣沫兩蛇。一蛇起意,將欲以威神殺斯毒蚖;一蛇慈心,忍而諫止曰:‘夫爲高士,當赦衆愚,忍不可忍者,是乃爲佛正眞之大戒也。’卽說偈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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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2_a_01L
탐욕으로 미친 사람이 되어
어질고 옳은 마음이 없고
질투하여 거룩함을 해하려 해도
오직 잠잠이 참으면 편안하네. -
011_0322_a_01L‘貪欲爲狂夫,
靡有仁義心,
嫉妒欲害聖,
唯默忍爲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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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아니며 상궤(常軌)가 아닌 자가
마음에 측은한 마음이 없고
인색함과 사나움으로 보시를 방해해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
011_0322_a_03L 非法不軌者,
內無惻隱心,
慳惡害布施,
唯默忍爲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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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하여 계행 없는 사람이
혹독한 도적의 마음을 품고
도(道)와 덕(德)에 순종하지 않더라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
011_0322_a_04L 放逸無戒人,
酷害懷賊心,
不承順道德,
唯默忍爲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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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등져 갚는 일이 없고
허식으로 아첨과 거짓을 행하는
아주 지극히 우치한 자에게도
오직 묵묵히 참으면 편안하네. -
011_0322_a_05L背恩無反復,
虛飾行諂僞,
是爲愚癡極,
唯默忍爲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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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뱀이 참는 덕을 칭송하여 게송으로 뜻을 펴니, 한 뱀이 또한 공경하여 받아들이고 드디어 살무사를 해하지 않았다. 한 뱀이 말하였다.
“우리가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옳겠다.”
서로 그렇다고 하고 함께 가는데 그 위엄과 신력을 떨치니 하늘이 진동하고 땅이 움직였다.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면서 변화 속에 용이 빛나니 사람도 귀신도 모두 놀랐다.
살무사는 무서워서 기절하여 정신을 잃고 7일을 먹지 못하였다. - 011_0322_a_07L一蛇遂稱頌忍德,說偈陳義,一蛇敬受,遂不害蚖。一蛇曰:‘吾等還海中,可乎?’相然俱去,奮其威神震天動地,興雲降雨變化龍耀,人鬼咸驚,蚖乃惶怖,屍視無知七日絕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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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살무사를 해하려고 한 용은 아난이었고, 참는 법을 설한 용은 나였으며, 독을 품은 살무사는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이 어느 세상에서나 인욕을 행하여서 비록 금수 중에 처하더라도 그 행을 잊지 않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2_a_12L佛告諸比丘:“爾時,欲害蚖龍者,阿難是也。說忍法龍者吾,身是也。含毒蚖者,調達是也。菩薩所在世世行忍,雖處禽獸不忘其行也。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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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2_b_01L
49
예전에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마천라(摩天羅)였고, 왕의 이름은 난(難)이었는데, 학문이 신명에 통하여 아무리 깊은 것이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세상이 무상함을 깨닫고 말하였다.
“내 이 몸뚱이도 마땅히 썩어서 흙이 될 것이니 어찌 나라를 보전하랴.”
영화와 환락을 버리고 보살[大士]의 법복을 입고 한 발우의 밥으로 만족하면서 사문의 계를 받고 산림에서 살기 30년이었다.
나무 가에 구덩이가 있는데 그 길이가 30길이나 되었다. 그때 어떤 사냥꾼이 사슴을 쫓아서 달리다가 사슴이 구덩이 속에 떨어졌다. 또 까마귀와 뱀이 하나씩 있다가 역시 놀라서 함께 떨어졌는데 몸뚱이가 모두 상하였고 몹시 지쳐 있었다.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부짖으니 그 소리가 아주 애절하였다. 도사가 처량한 생각이 나서 불로 비추어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구덩이를 향하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의 어려움을 구하여 주리라.”
곧 긴 밧줄을 만들어서 달아 올리니 세 것이 혹은 물고 혹은 붙들고 하여 매달려 올라와서 모두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다. 함께 머리를 조아리면서 감사하여 말하였다.
“저희들 목숨이 눈깜짝할 동안에 부지되었습니다. 도사님의 인자하신 은혜가 한량없이 넓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다시 하늘을 보게 하여 주셨습니다. 원컨대 이 몸이 다하도록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을 대드려서 작은 것으로나마 중한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겠습니다.” - 011_0322_a_16L“昔者有國名摩天羅,王名難,學通神明,靡幽不睹,覺世非常,曰:‘吾身當朽爲世糞壤,何國之可保?’捐榮棄樂,服大士之法服,一鉢食爲足,稟沙門戒,山林爲居積三十年。樹邊有坑,坑深三十丈。時,有獵者,馳騁尋鹿墮于坑中。時,有鳥、蛇各一,亦驚俱隕焉,體皆毀傷,俱亦困矣。仰天悲號,有孤窮之音。道士愴然,火照見之,涕泣交頸,臨坑告曰:‘汝等無憂,吾拔汝重難。’卽作長繩懸以登之,三物或銜或持,遂獲全命。俱叩頭謝曰:‘吾等命在轉燭,道士仁惠弘普無量,令吾等得睹天日。願終斯身給衆所乏,以微報重,萬不賽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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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가 말하였다.
“나는 국왕이 되어서 나라도 크고 백성도 많고 궁전ㆍ보배ㆍ채녀 등이 모든 나라보다 많으니, 원하면 곧 메아리처럼 응하거늘 무엇을 구하여서 얻지 못하랴. 그러나 나는 나라를 원망의 소굴로 알고, 빛ㆍ소리ㆍ향기ㆍ맛ㆍ화려한 옷ㆍ삿된 생각을 여섯 개의 칼이나 화살로 알고, 그것이 내 몸을 자르고 내 몸을 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여섯 가지 삿됨을 말미암아 윤회하면서 고통을 받는다. 3도의 혹독한 고통은 참기 어렵고 견디기 어려우니, 나는 이를 싫어하여 나라를 버리고 사문이 되어서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가 되어 중생들을 교화하여 근본으로 돌아가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니, 어찌 너희들 셋뿐이랴. 각기 집으로 돌아가서 너희들 친척을 만나 보고 3보에 귀의하게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김이 없도록 하여라.” - 011_0322_b_08L道士曰:‘吾爲國王,國大民多,宮寶婇女諸國爲上,願卽響應何求不得?吾以國爲怨窟,以色聲香味華服邪念,爲六劍截吾身,六箭射吾體,由斯六邪輪轉受苦,三塗酷烈難忍難堪,吾甚厭之。捐國爲沙門,願獲如來、無所著、正眞道、最正覺、道法御、天人師,開化群生令還本元,豈但汝等三人而已乎?各還舊居見汝所親,令三自歸無違佛教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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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 말하였다.
“세상에 처하기 여러 해에 비록 선비들이 덕을 쌓고 선을 하는 것을 보았으나 어찌 불제자처럼 자기를 견제하고 중생을 건지면서 숨어서 그 이름을 나타내지 않는 자가 있으랴. 만약 도사께서 틈이 있으시면 원컨대 저의 집에 오셔서 작은 공양이나마 받으시오.”
까마귀가 말하였다.
“제 이름은 발(鉢)입니다. 도사께서 어려움이 있으시면 제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제가 마땅히 달려가겠습니다.”
뱀이 말하였다.
“제 이름은 장(萇)입니다. 만약 도사께서 환난이 있으시면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꼭 와서 은혜를 갚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각기 물러갔다. - 011_0322_b_17L獵者曰:‘處世有年,雖睹儒士積德爲善,豈有若佛弟子恕己濟衆,隱處而不揚名者乎?若道士有之,願至吾家乞微供養。’烏曰:‘吾名鉢,道士有難,願呼吾名,吾當馳詣。’蛇曰:‘吾名萇,若道士有患,願呼吾名,必來報恩。’辭畢各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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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2_c_01L어느 날 도사가 사냥꾼의 집에 가니 사냥꾼이 멀리서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말하였다.
“저기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 오는데, 내가 네게 찬을 장만하라고 하거든 꾸물꾸물 하는 체하여라. 저 사람은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는다.”
아내가 도사를 보더니 거짓 반색을 하면서 앉으라고 식사를 차리겠다고 빈말만 하고는 한낮을 넘겼다.
도사가 물러나와 산으로 돌아와서 까마귀를 보고 “발아”하고 불러 보았다.
까마귀가 물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사냥꾼의 집에 갔다가 온다.”
“식사를 하셨습니까?”
“저기서 준비가 덜 되었는데, 한낮이 지나서 먹을 때가 아니므로 그냥 돌아왔다.”
“흉물스런 귀신은 인자하게 제도하기 어렵습니다. 어짊을 어기고 은혜를 등짐은 흉역(凶逆) 중에 큰 것입니다. 저는 남은 음식이 없어 공양할 수 없사오니 느긋하게 앉아 계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반차국으로 날아가서 왕의 후궁으로 들어갔다.
왕의 부인이 누웠는데 머리 장식 속에 명월주(明月珠)가 있는 것을 보고 까마귀가 머금고 날아서 도사께 바쳤다. - 011_0322_b_23L他日,道士之獵者舍,獵者遙見其來,告妻曰:‘彼不祥之人來,吾勅汝爲饌。’徐徐設之,彼過日中卽不食矣。妻睹道士勃然作色,訛留設食,虛談過中。道士退矣,還山睹烏,呼名曰:‘鉢。’烏問曰:‘自何來耶?’曰:‘獵者所來。’烏曰:‘已食乎?’曰:‘彼設未辦而日過中,時不應食故吾退耳。’烏曰:‘凶咎之鬼難以慈濟,違仁背恩,凶逆之大也。吾無飮食,無以供養。留心坐斯,吾須臾還。’飛之般遮國,入王後宮,睹王夫人臥,首飾之中有明月珠。烏銜馳還,以奉道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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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자나깨나 찾다가 못 찾고 곧 임금에게 알렸다. 왕이 신민에게 칙명하였다.
“얻어서 바치는 자에게는 상으로 금과 은 각각 천 근씩과 소와 말 각각 천 마리씩 주리라. 얻고도 바치지 않는 자는 죄를 중히 하여 친족을 멸 하리라.”
도사가 사냥꾼에게 주었더니 사냥꾼이 도사를 묶어 가지고 아뢰었다.
왕이 물었다.
“네가 어떻게 이 보배를 얻었느냐?”
도사가 깊이 생각하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한 나라의 까마귀가 모두 죽게 될 것이고, 훔쳤다고 말하면 이건 불제자가 아니다.’
말을 하지 않고 고문을 받으니 몽둥이의 고초가 천 수에 달하였으나 왕을 원망하지 않았고 저 사람 사냥꾼도 미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넓은 자비심으로 맹세하였다.
“나로 하여금 부처가 되게 하소서. 중생들의 모든 고통을 건지겠나이다.” - 011_0322_c_12L夫人寐寤,求之不獲,卽以上聞。王勅臣民:‘有得之者,賞金銀各千斤,牛馬各千首;得不貢者,罪重滅宗。’道士惠獵者,獵者縛而白之。王曰:‘汝從何得斯寶乎?’道士深惟:‘以狀言之,卽一國烏皆死矣;云盜得之,斯非佛弟子也。’默然受拷,杖楚千數,不怨王,不讎彼,弘慈誓曰:‘令吾得佛,度衆生諸苦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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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3_a_01L왕이 명령하였다.
“이 도사놈을 끌어다가 묻되 그 머리만 나오게 하여라. 내일 죽이리라.”
도사가 뱀을 불렀다.
“장아, 장아.”
뱀이 듣고 말하였다.
“천하에 내 이름을 아는 자가 없고 오직 도사밖에 모르는데 소리를 높여서 부르니 필시 까닭이 있는 것이다.”
곧 빨리 가서 도사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물었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도사가 갖추어 그렇게 된 사유를 말하니, 뱀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도사의 어짊이 천지와 같은데도 오히려 화를 만나거늘 하물며 무도한 자를 누가 장차 도우랴. 하늘같이 어지신 이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왕에게는 태자가 오직 한 사람뿐이고 다른 아들이 없습니다. 제가 궁에 들어가서 태자를 물어 죽일 것이오니, 저의 신약을 전하십시오. 곧 나을 것입니다.”
뱀이 밤에 궁에 들어가서 태자를 물으니 바로 죽었다. 3일 동안 시체를 놓아 두고 영을 내렸다.
“태자를 살리는 자가 있으면 나라를 나눠 주리라.”
결국 시체를 싣고 산에서 화장을 하려고 가다가 도사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도사가 말하였다.
“태자가 무슨 병이 있어서 돌아가셨습니까. 아직 장사 지내지 마십시오. 내가 살리오리다.”
종자(從者)가 듣고 달려가서 왕에게 알리니 슬프고 기쁘고 해서 다시금 애통해 하면서 말하였다.
“내가 너를 용서하고 나라를 나눠서 왕으로 삼으리라.”
도사가 약을 태자의 몸에 전하니 태자가 홀연히 일어나서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되어서 여기에 있느냐?”
종자가 이유를 자세히 말하였다.
태자가 궁에 돌아오니 모두 기뻐서 춤을 추었다. - 011_0322_c_20L王曰:‘取道士埋之,唯出其頭,明日戮焉。’道士乃呼蛇曰:‘萇。’蛇曰:‘天下無知我名者,唯有道士耳。揚聲相呼,必有以也。’疾邁,見道士若茲,叩頭問曰:‘何由致此?’道士具陳厥所由然。蛇流淚曰:‘道士仁如天地,尚與禍會,豈況無道,誰將祐之乎?天仁無怨,斯王唯有太子一人,無他儲副,我將入宮咋殺太子,以吾神藥傅之卽愈。’蛇夜入宮,咋之卽絕。停屍三日,令曰:‘有能活太子者,分國而治。’載之山閒,當火葬之。行徑歷道士邊,道士曰:‘太子何疾而致喪身乎?且無葬矣!吾能活之。’從者聞說,馳以上聞。王心悲喜,重更哀慟曰:‘吾赦爾罪,分國爲王。’道士以藥傳身,太子忽然興曰:‘吾何緣在斯乎?’從者具陳所以。太子還宮,巨細喜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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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나누어 주니 하나도 받는 바가 없었다. 왕이 깨닫고 말하였다.
“나라를 나누어 주어도 받지 않는데 어찌 도적에 해당하랴.”
“그대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그리고 어찌하여 사문이 되었으며, 어떻게 하여서 구슬을 얻었는가? 행실이 그렇게도 높은데 이러한 환을 당하였으니, 어떻게 된 까닭인가?”
도사가 본말을 진술하니, 왕이 감격하여 눈물이 얼굴로 흘러내렸다. 왕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라에 공훈이 있으니 구친을 다 불러오라. 내가 중히 상주고자 하노라.”
사냥꾼의 친척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다 국문으로 모이니 왕이 말하였다.
“어질지 않고 은혜를 등지는 것은 악의 으뜸이니라.”
곧 모두 처형하여 버렸다.
도사가 산으로 올라가서 도를 배우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다가 목숨을 마쳐 천상에 태어났다. - 011_0323_a_14L分國惠之,一無所受。王寤曰:‘分國不受,豈當盜哉?’問:‘子何國人?以何見爲沙門乎?何從獲珠?行高乃然,忽罹斯患,將以何由?’道士本末陳焉,王爲愴然泣淚流面。王告獵者曰:‘子有功勳於國,悉呼九親來,吾欲重賜之。’親無巨細皆詣宮門,王曰:‘不仁背恩,惡之元首。’盡殺之矣。道士入山學道,精進不惓,命終生天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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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3_b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도사는 나였고, 까마귀는 사리불이었고, 뱀은 아난이었으며, 사냥꾼은 조달이었고, 그 아내는 회반(懷槃) 여자였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3_a_22L佛告諸比丘:“時道士者,吾身是也。烏者,鶖鷺子是也。蛇者,阿難是,獵者。調達是。其妻者,懷槃女子是也。菩薩弘仁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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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예전에 구심(拘深)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왕의 이름은 억가달(抑迦達)이었다. 그 나라가 광대하고 인민이 번성하였으며, 나라를 다스리되 바름으로써 하여 백성을 괴롭히지 않았다.
왕에게 자식 두 사람이 있었으니 1남 1녀였다. 사내의 이름은 수달(須達)이요, 여자의 이름은 안사난(安闍難)인데, 품행이 단정하고 청정하니 왕이 매우 소중히 여겨 그들을 위하여 금 못을 만들었다.
두 아이가 들어가서 목욕하는데, 못 가운데 거북이 있었다. 거북의 이름은 금(金)이었고, 눈 하나가 멀었었다. 역시 이놈도 물에서 놀다가 두 아이의 몸에 닿았는데 아이들이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왕이 까닭을 물으니, 못 속에 무엇이 있는데 우리들을 건드려서 무섭게 한다고 대답하였다.
왕이 노하여서 말하였다.
“못은 아이들을 위하여서 만든 것인데 무엇이 들어가서 우리 아이들을 놀라게 하느냐?”
곧 그물을 쳐서 잡아 내라고 하였다. 귀신과 용이 기이하게 여겨 거북을 몰아 잡히게 하니, 그물장이[罟師]가 거북을 잡아 냈다.
왕이 어떻게 죽이는 것이 좋으냐고 하니, 여러 신하가 혹은 머리를 베라고 하였고, 혹은 산 채로 태우라고 하였고, 혹은 썰어서 국을 끓이자고 하였는데, 한 신하가 말하였다.
“그렇게 죽이는 것은 혹독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큰 바다에 던져야만 이것이 이른바 혹형입니다.”
거북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오직 그것이 혹독하다.”
왕이 시켜 강 가운데 던졌다. - 011_0323_b_03L“昔者拘深國王名抑迦達,其國廣大,人民熾盛,治國以正,不枉兆民。王有子二人,一男一女,男名須達,女名安闍難,執行淸淨,王甚重之。爲作金池,二兒入池浴,池中有龜,龜名金,瞽一眼,亦於水戲,觸二兒身,兒驚大呼!王則問其所以?云:‘池中有物,觸怖我等。’王怒曰:‘池爲兒設,何物處之而恐吾兒?’令施罛取之,鬼龍奇怪,趣使得之。罟師得龜,王曰:‘當作何殺之?’群臣或言:‘斬首。’或言:‘生燒。’或言:‘剉之作羹。’一臣曰:‘斯殺不酷,唯以投大海中,斯所謂酷者也。’龜笑曰:‘唯斯酷矣。’王使投之江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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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환을 모면하고 기뻐서 용왕에게로 달려가서 자진하여 말하였다.
“인왕 억가달이 딸을 두었는데 단정하고 빛나고 화려하여 천녀에 견줄 만 합니다. 인왕의 마음이 경건하고 정성스러운데, 대왕께서 그 딸로써 사돈을 맺고자 합니다.”
용왕이 말하였다.
“너 그것이 진실이냐?”
“그러하옵니다.”
거북을 위하여 성찬을 갖추어 차리는데 다 보배 그릇으로써 하였다.
거북이 말하였다.
“빨리 어진 신하를 파견하여 상의하십시오. 저희 왕은 이 일을 확정하고자 하십니다.”
용이 어진 신하 열여섯 명을 보내어 거북을 따라서 인왕의 성 아래 해자[塹]에 이르렀다. 거북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여기 있으라. 내가 가서 왕에게 말하리라.”
거북이 드디어 가더니 도망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 011_0323_b_17L龜得免,喜馳詣龍王所,自陳曰:‘人王抑迦達有女,端正光華,天女爲雙,人王乃心區區,大王欲以女結爲媛親。’龍曰:‘汝誠乎?’龜曰:‘唯然。’爲龜具設盛饌皆以寶器,龜曰:‘早遣賢臣相尋,吾王欲得其決。’龍遣賢臣十六,從龜至人王城下塹中,龜曰:‘汝等止此!吾往上聞。’龜遂遁邁不復來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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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3_c_01L열여섯 명의 신하들이 초조하고 답답하여 성에 들어가서 왕을 알현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용들은 어찌 왔느냐?”
용들이 대답하였다.
“천왕께서는 어지신 은혜로 신들을 접견하시는군요. 왕께서 귀하신 따님으로써 저희 왕비를 삼고자 하시므로 용왕께서 신들을 보내셔서 맞이하러 왔나이다.”
왕이 노하였다.
“어찌 사람의 왕의 딸이 사룡(蛇龍)과 베필이 될 수 있겠느냐?”
용이 대답하였다.
“대왕께옵서 일부러 신구(神龜)를 보내셔서 대왕의 뜻을 전달하였기에 그래서 온 것이옵고, 신들이 공연히 온 것이 아니옵니다.”
왕이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용들이 변화하여 궁중의 여러 가지 물건을 다 용이 되게 하여 왕의 앞뒤로 도니 왕이 무서워서 부르짖었고, 여러 신하들이 놀라 다 정전 아래 이르러서 까닭을 물었다.
왕이 그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니 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어찌 한 딸 때문에 나라를 망치겠나이까?” - 011_0323_c_01L十六臣悁悒俱入城見王,王曰:‘龍等來爲?’對曰:‘天王仁惠接臣等,王欲以貴女爲吾王妃,故遣臣等,來迎。’王怒曰:‘豈有人王之女與蛇龍爲偶乎?’龍對曰:‘大王故遣神龜宣命,臣等不虛來。’王不許之。諸龍變化,令宮中衆物皆爲龍,耀遶王前後。王懼叫呼!群臣驚愕,皆詣殿下質問所以。王具說其狀,衆臣僉曰:‘豈可以一女之故,而亡國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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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여러 신하들이 물에 다다라 딸을 보내니, 드디어 용의 왕비가 되어 남녀 두 사람을 낳았는데, 남자의 이름은 반달(槃達)이었다. 용왕이 죽으니, 아들이 그 위를 이어 왕이 되었으나 세속 영화의 더러움을 버리고 높은 수행을 배우고자 뜻하였다.
그 아내의 수가 만 명인데, 모두 찾아서 따라다녀 도피하여 깊이 숨었으나 그래도 면하지 못하였다.
드디어 육지에 올라가서 사리수(私梨樹) 밑에 몸을 숨기고 뱀의 몸으로 변화하여서 서리고 누웠다. 밤에는 밝은 등불이 출현하여 나무 밑에 수십 개나 있었고, 날마다 몇 가지 꽃이 쏟아져 내리니, 그 빛이 밝고 향기가 아름다워서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011_0323_c_10L王及群臣臨水送女,遂爲龍妃,生男女二人。男名槃達,龍王死,男襲位爲王。欲捨世榮之穢,學高行之志,其妻有萬數,皆尋從之,逃避幽隱猶不免焉。登陸地於私梨樹下,隱形變爲蛇身槃屈而臥。夜則有燈火之明,在彼樹下數十枚矣,日日雨若干種華,色曜香美非世所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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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4_a_01L나라 사람 중에 용을 다루는 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피도(陂圖)였다. 산에 들어가서 용을 구하여 구걸하는 데 쓰고자 하였다.
소 치는 아이를 보고 용이 있는지를 물으니 아이가 말하였다.
“제가 한 뱀이 이 나무 밑에 서리고 누운 것을 보았는데, 밤이면 나무 위에 수십 개의 등불이 빛나고, 꽃이 눈같이 쏟아지는데 밝은 빛과 아름다운 향기를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몸으로 건드려 봐도 또한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 없더이다.”
술사(術師)가 말하였다.
“좋다. 내 원대로 되었구나.”
곧 독약으로써 용의 치아에 바르니 치아가 다 빠졌고, 지팡이로써 치니 가죽이 상하고 뼈가 부러졌다.
술사가 머리에서 꼬리까지 손으로 만지니 그 아픔이 한량이 없었으나 용은 역시 원망하는 마음이 없이 스스로 숙세에 행한 것이 없어지지 않고 이러한 화를 가져온 것임을 탓하였다. 그리고 서원하였다.
“내가 부처가 되어 중생들을 제도하되 모두 안온하게 하여서 지금 나와 같은 일이 없도록 하리라.” - 011_0323_c_18L國人有能厭龍者,名陂圖,入山求龍欲以行乞,睹牧牛兒問其有無。兒曰:‘吾見一蛇,槃屈而臥於斯樹下,夜樹上有數十燈火,光明耀曄,華下若雪,色耀香美其爲難喩,吾以身附之,亦無賊害之心。’術士曰:‘善哉!獲吾願矣。’則以毒藥塗龍牙齒,牙齒皆落,以杖捶之,皮傷骨折。術士自首至尾以手捋之,其痛無量,亦無怨心,自咎宿行不杇乃致斯禍,誓願曰:‘令吾得佛,拯濟群生都使安隱,莫如我今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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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사가 용을 잡아 작은 상자 속에 넣어서 지고 다니면서 구걸하는데, 이르는 나라마다 용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니, 모든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술사가 금은 각각 천 근과 노비 천 사람과 코끼리ㆍ말ㆍ소ㆍ수레와 여러 가지 가축을 각각 천 수로 달라고 하니, 이르는 나라마다 얻는 바가 다 그러하였다.
전전하여 용왕의 외조부의 나라에 들어갔다. 그 어머니와 용의 형제가 다 육지로 올라와서 그를 찾아다니다가 새로 화하여 왕궁에 내려앉았다.
마침 술사가 거기 이르렀다. 용왕이 다섯 머리로 화하여 나와서 춤을 추려고 하다가 그 어머니와 누이를 보고 부끄러워서 위축되어 가지고 다시 나와서 춤을 추지 않으니, 술사가 부르기를 대여섯 번 만에 용이 드디어 꺾이고 엎드렸다.
그 어머니가 다시 사람의 몸을 회복하여 왕과 서로 만나보고 그 본말을 진술하니, 왕과 신민들로서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왕이 술사를 죽이고자 하니 용이 간하였다.
“제가 숙세에 행하여 심은 바를 이제 마땅히 과보로 받는 것이오니, 죽이지 말으시와 뒤에 원수를 더함이 없게 하옵시고, 구하는 대로 베풀어 주옵소서. 넓은 자비가 이러하여야 부처님의 도를 얻을 수 있나이다.”
왕이 곧 다른 나라의 예에 준하여 좋아하는 바를 갖추어 모두 주었다. - 011_0324_a_06L術士取龍著小篋中,荷負以行乞丐。每所至國,輒令龍舞,諸國群臣兆民靡不懼之。術士曰:‘乞金銀各千斤,奴婢各千人,象馬牛車衆畜事各千數。’每至諸國,所獲皆然。轉入龍王祖父之國,其母及龍兄弟,皆於陸地求之,化爲飛鳥依偟王宮。術士至,龍王化爲五頭,適欲出舞而見其母兄妹,羞鄙逆縮不復出舞。術士呼之五六,龍遂頓伏。母復爲人形,與王相見,陳其本末。王及臣民莫不興哀,王欲殺術士,龍請之曰:‘吾宿行所種,今當受報,無宜殺之以益後怨,從其所求以施與之。弘慈如斯,佛道可得也。’王卽以異國爲例,具其所好悉以賜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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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4_b_01L술사가 이 중보(重寶)를 얻어 가지고 기뻐하면서 출국하다가 다른 나라에서 도적을 만나 몸은 난도질 당하여 젓 담겨졌고, 재물은 모두 빼앗겼다.
용의 모자가 왕과 결별하면서 말하였다.
“만약 대왕께서 저를 생각하고 이름을 부르시면 곧 오겠으니 상심하지마옵소서.”
왕과 신민이 물가에 다다라 전송하니, 온 나라가 모두 슬퍼하여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 011_0324_a_21L術士得斯重寶,喜以出國,於他國界逢賊,身見葅醯,財物索盡。龍母子與王訣別:‘若大王念我呼名,吾則來,無憔悴矣。’王逮臣民臨渚送之,一國哀慟靡不躄踊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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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반달용왕은 나였고, 억가달 국왕은 아난이었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였으며, 남동생은 사리불이었고, 여동생은 청련화 비구니이었으며, 용을 혹사하던 사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4_b_02L佛告諸比丘:“槃達龍王者,吾身是也。抑迦達國王者,阿難是也。母者,今吾母是也。男弟者,鶖鷺子是也。女妹者,靑蓮華除饉女是也。時,酷龍人者,調達是也。菩薩弘慈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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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왕경(雀王經) - 011_0324_b_07L雀王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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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의 몸이 공작의 왕이 되어서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건지되 인자한 어머니보다 심하였고, 저들의 괴로움을 불쌍히 여겼으니, 그 마음이 부모와 자식이 헤어진 것과 같았다. 무리가 도를 받는 것을 보면 기뻐하기를 자기가 편안한 것과 같이 하였으며, 중생을 사랑하여 기르기를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듯 하였다.
어떤 범이 짐승을 먹다가 뼈가 이빨에 버티어서 병들어 장차 죽게 되었다. 공작이 그렇게 된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면서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먹는 것이 화가 된다고 하셨다더니 과연 그렇다.”
범의 입에 들어가서 뼈를 쪼았다. 날마다 이렇게 하니, 공작의 입에는 상처가 나고 몸은 파리해졌다.
뼈가 나오니 범은 살아났다. 공작이 날아서 나무에 올라가 부처님의 경을 설하였다.
“죽임은 흉학한 짓이라 그 악이 더 클 수 없다. 만약 저가 나를 죽인다면 어찌 좋겠느냐? 마땅히 자신을 미루어 남을 헤아린다면 생명을 기르는 봄 하늘과 같은 어짊이 있게 될 것이다. 어짊이란 큰 사랑이라 복이 메아리처럼 응하여 오고, 흉악하여 중생을 잔해하면 화가 그림자 따라오듯 찾아오느니라. 너는 부디 내 말을 생각하여라.”
범이 공작의 훈계를 듣고 발끈 성을 내어 말하였다.
“네가 비로소 내 입을 떠나가지고 감히 말이 많으냐?”
공작이 그를 교화할 수 없음을 보고 딱하게 생각하면서 곧 날아가고 말았다. - 011_0324_b_08L“昔者菩薩身爲雀王,慈心濟衆有尚慈母,悲彼艱苦情等親離,睹衆稟道喜若己寧,愛育衆生猶護身瘡。有虎食獸,骨柱其齒,病困將終。雀睹其然,心爲悲楚曰:‘諸佛以食爲禍,其果然矣。’入口啄骨,日日若茲。雀口生瘡,身爲瘦疵,骨出虎蘇。雀飛登樹,說佛經曰:‘殺爲兇虐,其惡莫大;若彼殺己,豈悅之乎?當恕己度彼,卽有春天之仁。仁者普慈,祐報響應;兇虐殘衆,禍尋影追。爾思吾言矣。’虎聞雀誡,勃然恚曰:‘爾始離吾口而敢多言乎?’雀睹其不可化,愴然愍之,卽速飛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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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공작의 왕은 나였고, 범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이 세세에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건지는 것을 바쁜 일로 삼아서 마치 자기의 몸을 걱정하듯 하였다.”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4_b_21L佛告諸比丘:“雀王者,吾身是也。虎者,調達是也。開士世世慈心濟衆,以爲惶務猶自憂身。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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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4_c_0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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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국경(之裸國經) - 011_0324_c_01L之裸國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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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형제 두 사람이 있었다. 각각 나라의 재물을 받아 함께 나체의 나라로 가면서 동생이 말하였다.
“대체로 복이 많은 자는 의식이 자연히 넉넉하지만 복이 엷은 자는 노력을 해야 됩니다. 이제 저 나체의 나라에는 부처님도 안 계시고 법도 없고 사문들도 없으니, 이를테면 사람이 없는 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서 구부리고 우러르고 하면서 그 뜻을 취하자면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나라에 들어가면 풍속을 따라서 진퇴를 그대로 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말은 공손히 하면서 밝음을 숨기고 어리석은 체하는 것이 보살의 생각인가 합니다.”
형이 말하였다.
“예절은 생략할 수 없고 덕은 물리칠 수 없거늘 어찌 벗은 몸으로 나의 옛 위의를 헐겠느냐?”
동생이 말하였다.
“옛 성인의 법에 몸은 죽어도 행은 죽지 않아야 계율의 떳떳함이라 하였습니다. 속은 금이 되고 겉은 구리가 되어서 위의를 놓고 시속을 좇으면 처음은 속이는 것이 되지만 뒤에는 감탄할 것이니, 이것은 큰 방편인가 합니다.”
드디어 거기까지 함께 가서 형이 말하였다.
“네가 이제 먼저 들어가서 그 형편을 보고 심부름꾼을 보네어 진실을 고하여라.”
동생이 응낙하였다. 한 열흘 만에 삼부름꾼이 돌아와서 형에게 고하였다.
“꼭 풍속을 따라야 합니다.”
형이 발끈해서 말하였다.
“사람의 도리를 놓고 짐승의 행동을 따르는 짓을 어찌 군자가 하겠느냐? 동생은 하더라도 나는 아니한다.” - 011_0324_c_02L“昔者菩薩,伯叔二人,各資國貨俱之裸鄕。叔曰:‘夫福厚者衣食自然,薄祐者展乎筋力。今彼裸鄕,無佛、無法、無沙門衆,可謂無人之土矣,而吾等往,俯仰取其意,豈不難哉?入國隨俗,進退尋儀,柔心言遜,匿明揚愚,大士之慮也。’伯曰:‘禮不可虧,德不可退,豈可裸形毀吾舊儀乎?’叔曰:‘先聖影則隕身不隕行,戒之常也。內金表銅,釋儀從時,初譏後歎,㩲道之大矣!’遂俱之彼。伯曰:‘爾今先入,觀其得失,遣使告誠。’叔曰:‘敬諾。’旬日之閒使返告伯,曰:‘必從俗儀。’伯勃然曰:‘釋人從畜,豈君子行乎?叔爲,吾不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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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5_a_01L그 나라의 풍속은 매달 그믐과 보름날 밤에는 항상 즐기는데, 마유고(麻油膏)를 머리에 바르고, 백토(白土)로 몸에 그림을 그리고, 여러 가지 뼈로 된 영락을 목에 걸고, 돌멩이 두 개를 서로 치면서 사내와 계집이 손을 잡고 흥청거리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이었다.
보살이 따라서 하니 나라 사람들이 기뻐하였다.
왕이 사랑하고 백성이 존경하여 손님으로 대접하였으며 왕이 물건을 모두 사고 값을 열 배나 주었다.
형이 수레를 타고 나라에 들어와서 엄한 법을 말하여 곧 민심을 어겼다. 왕이 분노하고 백성은 거만하여 재물을 빼앗고 매질을 하는 것을 동생이 사정하여 놓아 주었다. 함께 본국으로 돌아오는데 동생을 전송하는 자는 길을 메웠고, 형을 욕하는 자는 귀가 시끄러웠다.
형이 부끄럽고 노여워서 말하였다.
“저것들이 너와는 어찌하여 친하고 나와는 어찌하여 원수며, 네게는 주는데 내게서는 빼앗으니 어찌 네가 모략한 것이 아니겠느냐?”
동생을 띠로 결박하면서 말하였다.
“이 뒤로는 세세에 혹독하게 하여 끝까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보살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서 맹세하였다.
“나로 하여금 세세에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배우고 사문을 받들며, 4은(恩)으로 널리 덮어 윤택하게 중생을 구제하며, 형을 몸과 같이 받들게 하소서. 이 맹세를 어기지 않겠나이다.”
이런 뒤로 형이 동생을 억눌러도 동생은 항상 형을 구제하였다. - 011_0324_c_16L其國俗,以月晦十五日夜常爲樂,以麻油膏膏首,白土畫身,雜骨瓔頸,兩石相叩,男女攜手,逍遙歌舞;菩薩隨之,國人欣歎。王愛民敬賓俟相屬,王悉取貨,十倍雇之。伯車乘入國,言以嚴法,輒違民心。王忿民慢,奪財撾捶。叔請乃釋,俱還本國。送叔者被路,罵伯者聒耳。伯恥怒曰:‘彼與爾何親?與吾何讎?爾惠吾奪,豈非讒言乎?’結叔帶曰:‘自今之後,世世相酷,終不赦爾。’菩薩愴然流淚誓曰:‘令吾世世逢佛見法親奉沙門,四恩普覆潤濟衆生,奉伯若己,不違斯誓也。’自此之後,伯輒剋叔,叔常濟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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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동생은 나였고, 형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5_a_06L佛告諸比丘:“時叔者,吾身是也。伯者,調達是也。菩薩慈柔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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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년수기필죄경(六年守飢畢罪經) - 011_0325_a_08L六年守飢畢罪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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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서 3존께 귀의하고 10선(善)을 갖추어 받드니, 덕이 원근에 미쳐 그 덕화의 바람을 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군사와 무기를 쓰지 않았고 감옥이 없었으며, 바람과 비가 제때에 오니 나라가 풍족하고 백성들이 부유하였으며, 사방이 편안하여 거리에 원성이 없었다. 화사하고 거짓된 소인의 글은 온 나라가 입에 담지 않았고, 6바라밀의 참된 교화를 사람마다 외우지 않음이 없었다.
그때 어떤 바라문이 지조를 청정하게 지켜 한가롭게 산림에 살면서 세속을 좋아하지 않고 오직 덕을 쌓기에만 힘썼다. 밤에 목이 말라서 가서 마신 것이 잘못하여 나라 사람이 연꽃을 심어 놓은 연못의 물이었다.
마시고 나서 깨닫고 말하였다.
“저 주인이 이 못을 사서 꽃은 부처님 사당에 바치고 물과 과실은 자기가 쓰려고 한 것인데, 내가 그 물을 마시면서 그 주인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곧 도둑질을 한 것이다.
대체로 도둑의 죄는 먼저 태산지옥에 들어갔다가 다음엔 축생이 되어서 도살되어 저자에 팔림으로써 묵은 빚을 갚아야 한다. 그 뒤에 다행히 사람이 되어도 마땅히 노비가 되는 것이니, 내가 일찌감치 지금에 그 죄를 끝내어서 후환을 남기지 않으리라.” - 011_0325_a_09L“昔者菩薩爲大國王,歸命三尊具奉十善,德被遐邇靡不承風,兵刃不施,牢獄無有,風雨時節國豐民富,四表康休,路無怨嗟,華僞小書擧國絕口,六度眞化靡人不誦。時有梵志,執操淸淨,閑居山林不豫流俗,唯德是務。夜渴行飮,誤得國人所種蓮華池水,飮畢意悟曰:‘彼買此池,以華奉佛廟,水果自供;吾飮其水,不告其主,斯卽盜矣。夫盜之爲禍,先入太山,次爲畜生,屠賣于市以償宿債。若獲爲人,當爲奴婢。吾不如早畢於今,無遺後患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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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5_b_01L대궐에 나아가서 자백하여 말하였다.
“제가 도둑죄를 범하였으니 대왕께옵서 법으로 다스려서 죄를 지금에 마치도록, 그리하여 뒤에 근심이 없도록 하여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그것은 자연의 물이라 보배로운 물건이 아니거늘 어찌 죄가 있느냐?”
“대체로 집을 사면 곧 그 우물을 소유하고 밭을 차지하면 그 풀도 아끼는 것이어서 우물을 긷고 꼴을 베는 데는 주인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온데, 제가 이제 말하지 않고 마셨으니 어찌 도둑이 아니옵니까? 원컨대 대왕께옵서는 처벌하여 주소서.”
왕이 말하였다.
“국사가 많으니 잠시 정원에 앉아 있으라.”
태자가 정원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있도록 하였다. - 011_0325_a_22L詣闕自告云其犯盜,唯願大王以法相罪,畢之於今乞後無尤。王告曰:‘斯自然之水,不寶之物,何罪之有乎?’對曰:‘夫買其宅卽有其井,占其田則惜其草,汲井刈芻非告不取。吾不告而飮,豈非盜耶?願王處之。’王曰:‘國事多故,且坐苑中。’太子令之深處苑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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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일이 바빠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6일 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바라문이 그대로 있느냐?”
그리고는 빨리 불러오게 하였다.
바라문이 계를 지키면서 6일 동안 굶주리다가 앞에 가서 서는데 몸이 수척하여서 일어나다가 비틀거리니, 왕이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 허물이 중하도다.”
왕후는 곁에 있다가 웃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서 바라문에게 목욕을 시키고 성찬을 갖추어서 몸소 공양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였다.
“내가 임금이 되어서 백성이 굶으면 나도 굶어야 하고, 추우면 곧 홑옷으로 지내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도를 품고 덕을 베푸는 선비이리까? 온 나라의 착한 선비의 복은 행이 높은 현자 한 사람의 덕만 못할 것입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며, 사시(四時)가 순조롭고 곡식이 풍성하게 되는 것이 계행의 덕이 아니면 누구의 힘이겠습니까?”
도사에게 말하였다.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물을 마신 죄도 이와 같거늘 어찌 하물며 참도둑에게 중한 죄가 없겠습니까. 이것으로써 그대를 용서하니 반드시 뒤에는 환이 없을 겁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의 넓은 덕을 입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011_0325_b_05L王事摠猥忘之六日。忽然悟曰:‘梵志故在乎?疾呼之來。’梵志守戒飢渴六日,之王前立,厥體瘦疵,起而蹌地,王睹流淚曰:‘吾過重矣。’王后笑之。王遣人澡浴梵志,具設餚饌,自身供養,叩頭悔過曰:‘吾爲人君,民飢者吾自飢,寒者卽衣單,豈況懷道施德之士乎?一國善士之福,不如高行賢者一人之德,國寧民安,四時順穀豐穰,非戒之德其誰致之乎?’謂道士曰:‘飮水不告,罪乃若此,豈況眞盜不有重咎乎?以斯赦子,必無後患也。’梵志曰:‘大善!受王洪潤矣。’
- 이런 뒤로 생사에 윤회하여 끝이 없었다. 부처가 됨에 이르러서 6년을 먹지 않음으로써 죄를 마치고 도를 이루었으며, 구이가 스스로 몸을 풀어서 라운(羅云)이 태어났다. 태자가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서 근행(勤行)하니 사견(邪見)의 무리들이 모두 미쳤다고 하면서 비방하는 소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태자가 듣고도 이 욕된 비방을 참고 뒤에 자비로써 제도하니, 복이 높아지고 도가 이루어져서 모든 하늘이 구름처럼 모이고 머리를 조아려 교화를 받았으며, 제왕과 신민들이 귀의하지 않음이 없었다.
- 011_0325_b_18L自斯之後,生死輪轉無際,至臨得佛不食六年,罪畢道成,以俱夷自解,羅云乃生。太子棄國勤于山林,邪見之徒咸謂狂惑,謗聲非一。太子聞焉,忍斯辱謗,追以慈濟,福隆道成,諸天雲集,稽首承風,帝王臣民靡不歸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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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5_c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왕은 나였고 부인은 구이였으며, 태자는 라운(羅云)이었느니라. 대체로 악에는 화가 따르고 덕에는 복이 돌아가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왕이 도사를 잊고 6일을 굶게 하였으므로 6년 동안 죄를 받아서 굶다가 겨우 굶주림을 없앴다. 6일 뒤에 왕이 몸소 공양했기 때문에 6년의 재앙을 마치고 도를 이룬 것이니라. 구이는 웃었으므로 이제 라후라를 배었으나, 6년 동안 중병을 치렀다. 태자는 바라문으로 하여금 깊이 동산 안에 처하게 하였으므로 6년 동안 어둠 속에 있었던 것이니라. 어리석은 자는 거듭 어두워서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고,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과 사문을 대한다. 바라문으로 손이 끊기고 혀가 잘리더라도 이것은 한세상의 고통뿐이지만, 망령되이 손으로 때리고 허황하게 입으로 비방한 죄는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지옥의 귀신이 그 혀를 빼어 내어 뜨거운 모래 위에 놓고 소로써 그 위를 갈며 또 불에 달군 못으로 그 오체를 못박는데 죽으려고 하여도 죽지도 못하나니, 앙화가 이러한지라 순리로 행하여 삿됨이 없이 할지니라.”
보살은 법인(法忍)으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인욕을 행함이 이와 같았다. - 011_0325_c_01L佛告諸比丘:“時王者,則吾身是也。夫人者,俱夷是。太子者,羅云是。夫崇惡禍追,施德福歸,可不愼哉!王忘道士令餓六日,受罪六年飢饉纔息,六日之後王身供養故,今六年殃畢道成。俱夷笑之,今懷羅云六年重病。太子以梵志深著苑內故,六年處于幽冥。愚夫重闇不明去就,以惡心向佛、沙門、梵志,截手拔舌者,斯一世之苦;妄以手捶,虛以口謗,死入太山,太山之鬼拔出其舌,著於熱沙,以牛耕上,又以然釘釘其五體,求死不得。殃惡若此,順行無邪。菩薩法忍度無極行忍辱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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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석가필죄경(釋家畢罪經) - 011_0325_c_14L釋家畢罪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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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6_a_01L예전에 보살이 계율을 지키고 행을 청정히 하여 공을 쌓고 덕을 쌓아서 드디어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이 되시어 사위국에 노닐면서 계셨다.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로서 귀의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고혹의 도[蠱道]와 사특한 술법은 부처님의 밝고 높은 법을 만나니, 마치 밝은 해가 떠오르자 반딧불이 숨어 버리는 것과 같았다. 탐욕과 질투가 일어나면 몸을 망치는 불을 보지 못한다.
사특한 무리들이 모략을 꾸미고 호수(好首)라는 여제자(女弟子)에게 권하여 부처님을 헐뜯게 하니 진실을 자세히 모르는 나라 사람이 심각한 태도로 의심하고 모든 사문들을 의심하였으며, 왕도 또한 괴이하게 여겼으나, 고혹의 도가 탐하고 혼탁하여 재물을 다투고 서로 고소하니 탁한 것이 드러나면서 화가 돌아가서 즉시에 폐해졌고 바르고 참된 것이 밝게 드러나매 천상과 인간에서 선함을 찬탄하였다.
왕이 정사(精舍)에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허물을 뉘우쳤다. 이로 말미암아 왕은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중매를 통하여 말하였다.
“부처님의 누이동생을 맞이하여 혼인의 굳음을 맺음으로써 석씨 가문과의 원한을 끊을까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서 세속의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혼인에 대한 것은 부왕께 의논 하십시오.”
이에 사자를 보내어서 경의를 표하고 결친(結親)하자는 말을 하니, 모든 석씨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왕이 말하였다.
“부처님이 그 나라에 처하여 그로 말미암아서 왕래하고 있다. 밝은 자는 원수를 없이 하고 어리석은 자는 원수를 두나니, 딸은 나의 천첩의 자식인 것을 어찌 구태여 원한을 불러오랴.”
왕이 좋다고 허락하였다. 드디어 혼인을 이루었고, 아들을 두었는데, 한 번 외삼촌들을 보고 싶다고 하여 석씨의 나라에 갔었다. - 011_0325_c_15L“昔者菩薩守戒行淨,積功累德,遂獲如來、無所著、正眞道、最正覺,遊處舍衛國。天龍鬼神、帝王臣民靡不歸宗,蠱道邪術値佛影隆,猶日明盛螢火隱退。貪嫉之興,不睹亡身之火,邪黨搆謀,勸女弟子名曰好首,以毀天尊。國人未獲眞諦者,有沈吟之疑,心疑諸沙門,王亦怪焉。蠱道貪濁,諍財相訴,濁現禍歸,卽時見廢,貞眞照現,天人歎善!王詣精舍頓首悔過,由斯王有慚心,因媒啓問,求佛女妹,結婚姻之固,以絕釋家之怨。衆祐曰:‘吾去家爲沙門,不豫世業,嫁娶之事,一由父王。’於是遣使者致敬,宣結親之辭。諸釋不許,王曰:‘佛處其國爾由往來,明者無怨,愚夫有讎。女吾賤妾之子,何足以致恨乎?’王許曰:‘可。’遂成婚姻。有男嗣一,請見諸舅,卽之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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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6_b_01L그 때는 마침 부처님께서 돌아오셔서 모든 석씨에게 교화를 여는 계제였다. 모든 석씨들이 기뻐서 부처님의 정사를 짓는데, 땅을 석 자를 파고 전단향으로써 채우고 나라의 여러 보배를 거둬서 부처님 정사를 만드니, 빛나고 눈부신 것이 천궁(天宮)과 같았다. 소문이 이웃 나라에 들리니 모두들 뛰어왔다.
부처님께서 아직 앉지도 않으셨는데, 저 서자인 외손이 들어가서 보고 말하였다.
“이 정사의 교묘함과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의 묘함은 오직 천제의 궁이라야 필적할 만하겠다.”
그리고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오시기 전에 내가 한 번 앉아 보았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서자가 총애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두가마(頭佉摩)인데, 말하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어찌 또한 잃으랴.”
곧 자리에 올라가 앉으니, 석씨의 큰 선비들이 큰 소리로 꾸짖었다.
“부처님의 높은 자리는 천제도 못 앉는 법인데 어찌 계집종의 자식이 감히 자리에 올라가느냐?”
자리를 찢어 버리고 다시 만드니 서자가 나와서 그 친구에게 말하였다.
“이 욕이 더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왕만 되어 보라. 너도 이것을 잊지 말아라.”
친구도 말하였다.
“그러자.”
돌아가서 그 어머니에게 태자가 되고 싶다고 졸랐다.
어머니가 요망스럽고 고혹적인 수단으로써 아들의 원대로 청하니 왕이 말하였다.
“자고로 듣지 못한 일이다. 미친 소리를 하여 스스로 부끄러움을 불러오지 말라.”
그러나 요망스럽고 고혹적인 것이 안에 있고 아첨하는 간신이 교묘하게 말하니, 드디어 두 태자를 세워서 백성을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다. - 011_0326_a_10L時,佛當還開化諸釋,諸釋欣欣興佛精舍,掘土三尺,以栴檀香塡之,撿國衆寶爲佛精舍,焜焜弈弈有若天宮,聲聞鄰國靡不躍逸。佛未坐之,而彼庶子入觀曰:‘斯精舍之巧、衆珍之妙,唯天帝宮可爲匹矣。’曰:‘佛未翔茲,吾一坐座,沒命不恨也。’庶子嬖友,名曰頭佉摩,對曰:‘夫亦何失?’卽升坐矣。釋氏雄士,壯聲呵曰:‘衆祐尊座,天帝不臨,何婢之子敢升座乎?’裂坐更興。庶子出,謂其友曰:‘斯辱無外矣!吾若爲王,爾無忘茲。’友曰:‘俱然。’旋守其母欲爲太子,母以妖蠱請如子願。王曰:‘古來未聞!無設狂言自招恥也。’妖蠱處內,佞臣巧辭,遂立二嫡分民正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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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 죽으니, 자리는 두 나라로 갈라졌고, 백성들은 기뻐하는 바를 따르니, 인(仁)과 흉(兇)이 무리를 나누어 어진 편은 형을 받들었고, 흉악한 측은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동생의 나라에서는 친구가 상국이 되어 가지고 방패와 창을 수선하고 여러 가지 군비(軍備)를 단단히 하고 나서 옛 일로써 아뢰니, 왕이 좋다고 하고, 곧 큰 장수와 무사들을 거느리고 진군하여 나가다가 부처님께서 길가에 반은 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신 것을 보고, 왕이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부처님께옵서 싱싱하게 산 나무 그늘에 앉지 않으시고 반이나 죽은 나무 밑에 앉으셨으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나무의 이름은 석(釋)인데 내가 그 이름을 사랑합니다. 어진 도로써 그 어려움을 구제하고 그 마른 것을 적셔서 그를 살리려는 것입니다.”
왕이 송구하고 속으로 부끄러워서 아뢰었다.
“부처님의 인자하심이 넓고 넓어서 혜택이 초목에까지 미치시오니, 어찌 하물며 사람이오리까?”
군사를 돌이켰다. - 011_0326_b_02L大王崩,位立兩國,民隨所悅,仁凶分流,仁卽奉兄,兇馳詣叔。友爲相國,修治干戈,軍用衆備,以舊事聞。王曰:‘可。’卽寵雄將武士就路,睹佛道邊坐乎半枯之樹。王進稽首曰:‘佛不坐純生而處半枯,將有由乎?’衆祐曰:‘斯樹名釋,吾愛其名,以仁道濟其難,潤其枯惠其生也。’王悵然內恥曰:‘佛仁弘普,惠逮草木,豈況人乎?’於是旋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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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이 천문을 우러러 살펴보니 석씨가 숙세의 복이 다하고 화가 일어난지라, 다시 왕에게 말하여 또 출군하여 석씨의 성 수 리 밖에 이르렀는데, 성 안에서 활과 쇠뇌를 쏘는 소리가 풍우와 같고 이쪽의 기치와 일산대가 부러지고 갑옷이 찢어지고 군사와 말이 어지럽게 뛰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므로 왕은 또 돌아갔다.
석씨들이 부처님께 이뢰었다.
“도적을 어떻게 막아야 하옵니까?”
“관문을 굳게 하고 참교(塹橋)를 폐하라.”
왕이 또 출군하니 목련이 아뢰었다.
“제가 나한의 위신으로써 화현으로 천망(天網)을 만들어서 성을 덮어 40리에 달한다면 왕이 석씨들을 어떻게 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를 어떻게 할 수 없느니라.”
또 아뢰었다.
“다른 국토로 옮기면 어떠하오리까?”
“죄를 어떻게 할 수 없느니라.”
목련이 아뢰었다.
“제가 능히 형체가 있는 것은 막는다 하더라도 형체가 없는 죄는 어찌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악을 심어서 화가 생기는 것을 누가 능히 막겠느냐? 석씨의 한 어린이를 내 발우 밑에 보호하여 두어라. 그 실제를 증험하리라.”
목련이 명하신 대로 하였다. - 011_0326_b_11L相國仰察天文,睹釋氏宿福索禍興,復以聞之。軍又出,未至釋氏城有數里,城中弓弩矢聲猶風雨,幢幡傘蓋斷竿截斗,裂鎧斬控,士馬震奔靡不失魄。王又奔歸。釋人啓佛:‘當那賊何?’曰:‘牢關門,廢塹橋。’王又出軍,目連啓言:‘吾欲以羅漢威神化爲天網,覆城面四十里,王奈釋人何?’衆祐曰:‘無奈罪何?’又言:‘跳著他方剎土?’曰:‘無奈罪何?’目連言:‘吾能攘有形,無奈無形罪何?’衆祐曰:‘種惡禍生,孰能攘之?取釋氏一子置吾鉢下,以效其實。’目連如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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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6_c_01L석씨의 모든 나이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문을 지키는데 마군[魔]이 노덕(老德)으로 화하여서 모든 석씨들을 꾸짖었다.
“저편 왕이 길을 빌어서 갈 데가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 저를 거절한다면 장차 후환이 더할 터인데, 불제자의 행동이 그럴 수가 있느냐?”
마군이 힘을 떨쳐서 자물쇠를 빼어 문을 미니 군사가 들어오는데, 마치 못 둑이 터져서 물이 용솟음치는 것과 같았다.
석마남(釋摩南)이 대장군이 되었는데 저쪽 왕의 선왕(先王)과 같은 스승 밑에서 배웠고, 생사를 맹세한 친구 사이였다. 저쪽 왕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사나운 군사들을 한 식경만 멈추어 주면 성 안의 사람들을 내보내어 목숨을 건지도록 하리라.”
왕이 좋다고 하였다.
대장군이 물가에서 부처님 계신 데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의 이 미천한 목숨으로써 저 소인에게 청하였습니다. 원컨대 시방의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중생을 건지며, 덕이 하늘땅에 합하고, 이리와 뱀 같은 독으로 중생을 해치는 이런 무도한 왕과 같은 이가 없게 하소서.”
물에 들어가서 머리털을 나무 뿌리에 감으니 조금 있다가 목숨이 끊어졌다. 왕이 보낸 사자가 와서 보고는 돌아가서 사실대로 말하였다.
군사가 들어가서 땅을 파고 석씨 사람들을 반 토막만 묻고는 재목을 가로로 놓고 코끼리로 끌게 해서 쓸어 파서 죽거나 혹 말이 짓밟거나 혹 군사가 칼로 찌르거나 하였다. - 011_0326_b_23L釋諸耆舊承教守門,魔化爲舊德,呵諸釋曰:‘王假塗有所之,爾其絕彼,將益後尤。佛弟子行,可得爾乎?’魔奮勢拔鑰排門兵入,猶塘決水翻。釋摩南爲大將軍,與王先王同師而學,有死友之誓,謂王曰:‘住爾兇士一飡之頃,令城中人獲出全命。’王曰:‘可。’大將軍臨水向佛,叩頭流淚而曰:‘以吾微命請彼少人,願令十方群生皆奉佛教,恕己濟衆,潤合二儀,無爲狼蚖之毒殘賊衆生,若斯無道之王矣。’入水以髮纏樹根,有頃命終。王遣使者視之,還如事云。兵入掘地半埋釋人。橫材象牽,概殺之矣,或馬蹟,或兵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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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7_a_01L부처님께서는 그때 머리가 아팠는데, 그 아픈 것이 말할 수 없었다. 범왕ㆍ제석ㆍ사대천왕이 모두 합장하고 모시면서 마음 아파하였다.
석씨 사람들이 스스로 3존께 귀의하는 자, 경을 외우는 자, 자비심을 일으키는 자가 있었다.
석씨에게 세 성(城)이 있었는데, 정벌이 끝이 안 났으나 왕이 석마남이 제 몸을 죽여 여러 목숨을 청한 것을 생각하고 슬퍼하여 회군하면서 사자를 부처님께 보내어서 공손히 아뢰었다.
“군사들이 피로하여 나라로 돌아가서 군사를 쉬겠나이다. 다른 날 예의를 갖추어서 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몸을 조심하라는 인사를 전하였다.
사자가 물러가는 것을 부처님께서 유심히 보시니 아난이 법복을 정제하고 머리를 조아려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헛되이 보시지 않는데, 그 연유가 반드시 있는가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석씨의 죄는 끝나고 왕의 죄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7일 후에 태산귀(太山鬼)가 불로써 왕과 왕의 신민을 불태우는데 왕의 죄를 구제하기 어려움이 마치 석씨의 재앙을 막기 어려웠던 것과 같으리라.”
그리고는 아난으로 하여금 발우를 들게 하고 보니, 발우 밑에 보호되었던 사람이 역시 죽어 있었다. - 011_0326_c_14L佛時首疾,其痛難言。梵王帝釋、四大天王,皆叉手侍,爲之痛心。釋人有自歸命三尊者,誦經者,起慈心者。釋有三城,征事未畢,王憶釋摩南殺身請衆命,爲之愴然,旋師罷軍,遣使者致敬曰:‘士衆疲勞,還國息師。’異日束修稽首足下。佛教謝,王自愛。使者退,佛視之矣。阿難整法服稽首曰:‘佛不虛視,其必有緣。’衆祐曰:‘釋罪畢也,王罪興矣。卻後七日,太山鬼以火燒王及其臣民,王罪難救猶釋禍難攘矣。’佛使阿難擧鉢,鉢下人亦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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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을 거느리시고 바라문의 강당에 이르시는 길에 모든 석씨들이 죽은 곳을 지나는데 혹은 이미 죽었고, 혹은 팔과 엉덩이와 정강이가 부러져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혹은 제 뺨을 치면서 신음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법에 귀의합니다. 성중(聖衆)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시방의 중생들이 모두 길이 편안함을 얻어서 우리들과 같은 이가 없게 되어지이다.”
그때 저절로 상이 땅에서 솟아 나왔는데 그 땅에 빈틈이 없었다. 거기에 사문들이 다 앉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왕의 도리에 어긋난 죄가 넓고 넓으니라.”
또 사문들에게 물으셨다.
“혹 도살하고 사냥하고. 고기잡고 하는 자가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는 것을 보았느냐?”
“못 보았나이다.”
“훌륭하다. 나도 또한 보지 못하였노라. 이것은 저 뭇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4등심(等心)이 없기 때문이다.” - 011_0327_a_03L佛將諸沙門至梵志講堂,道經諸釋死地,或有已死或折臂髀脛者,睹佛來,或搏頰呻吟云:‘歸命佛、歸命法、歸命聖衆,願十方群生皆獲永康,莫如我等也。’時自然牀從地出,其地無閒,諸沙門皆坐。佛言:‘斯王勃逆,興罪弘廣矣。’又問沙門:‘若見屠獵魚網者,獲爲飛行皇帝乎?’對曰:‘不見。’佛言:‘善哉!吾亦不見,以其無四等心惠彼群生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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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7_b_01L왕이 호숫가에 거닐고 무리들은 물에 들어가 목욕하더니, 신이 화하여 독충이 되어 가지고 그 군사의 무리를 쏘았다. 독이 돌아서 몸이 검어지고 혹은 물 속에서 죽는 자, 혹은 백 보에서 죽거나, 혹은 1리를 나가다가 죽는 자가 속출하였다.
또 반쯤 나라에 들어갔을 때 흉귀(兇鬼)가 구름처럼 궁중에 모여들어 밤중에 사람의 소리가 나고 물건이 우니,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말하였다.
“내일 아침까지 살 것인가?”
해와 달이 어두워지고, 성수(星宿)가 법도를 잃고, 괴이한 일이 잇달아 일어나니 왕을 원망하지 않음이 없었다.
왕이 부처님께서 화변(火變)의 이상을 경계하셨다는 것을 듣고 속이 끓고 타서 사자를 보내어 그 일을 여쭈매 부처님께서 위와 같이 말씀하시니, 사신이 돌아가서 자세히 보고하였다.
나라가 흔들려 기와가 무너지니 왕이 여러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혹은 산을 말하고 혹은 물을 말하다가 드디어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니, 강하고 부한 자는 따라갈 수 있었고, 가난하고 약한 자는 나라에 남았다.
왕과 내궁인(內宮人)들이 배에 올라 옷을 올리고, 불을 바라보고서 옷을 풀고 양수주(陽燧珠)를 벗겨 옷 위에 놓았다. 그날 구름이 일어 흐리고 음산하더니 풍우가 사나워지면서 닻줄이 끊어지고 배가 표류하니, 신민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나쁜 왕이 흉악한 짓을 해서 이런 재앙이 온 것이다.”
한낮이 된 때에 해가 나면서 양수주에 쪼이더니 양수주가 불로 화하여서 왕의 배부터 태웠고, 태산 귀신과 구름이 모이더니 벼락을 치면서 산 채로 온통 태산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언덕에 남아 있던 자들만 약간 무섭기는 했으나 온전하였다. - 011_0327_a_12L王行湖邊,衆入水浴,神化爲毒虫螫其士衆,毒行身黑,或於水中死者,或百步一里死者。且半入國,兇鬼雲集。宮中夜時人聲物鳴,聚居相持,須旦爲命,日月薄蝕,星宿失度,怪異首尾,靡不怨王也。王聞佛戒火變之異,內如湯灼,遣使者參其事。佛說如上,使返具聞,國振瓦崩。王會群臣,議言:‘或於山,或於水。’遂乘舩入海,强富得從,貧羸留國。王內宮人登舩上服,望火解衣,脫陽燧珠著服上。其日雲興,壅壅曀曀,風雨淩淩,笮絕舟漂,臣民僉曰:‘弊王行凶,乃致兇禍。’向中之時日出炙陽,燧陽燧化爲火,始自王舟,大山鬼神雲集礕礰,率土生入太山地獄,留在岸者,微怖而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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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이날 자심정(慈心定)에 드시니 모든 사문들이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나오지 않으시는가?”
대답하였다.
“한 나라가 크게 죽으니 부처님께서 자심정에 드셔 아니 나오신다.”
부처님께서 다음날 새벽에 나오시니 모든 사문들이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제석ㆍ범천ㆍ사왕[四天王]과 모든 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들이 역시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에 나아갔다.
아난이 옷을 정제하고 두 나라의 화변의 근원을 묻고 말하였다.
“원컨대 대중의 의심을 풀어 주시와 중생들로 하여금 화와 복의 말미암은 바를 알게 하옵소서.” - 011_0327_b_04L佛於是日興慈心定,諸沙門問阿難:“佛不出乎?”答曰:“一國大喪,佛興慈定,故爲不出也。”佛明晨出,諸沙門稽首于地,釋梵四王、諸龍鬼神、帝王臣民稽首就座。阿難整服,問二國禍變之元:“願釋衆疑,令群生照禍福所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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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7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세 나라가 있어서 이웃하여 왕이 되었더니라. 그 때는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여서 경전을 닦지 않았었다. 보살이 처한 나라에 호수와 못이 있어서 고기를 수없이 잡으니, 가까운 나라에서 듣고 기뻐하여 재물을 가지고 와서 사가니, 고기가 다 없어지고 참혹한 일이 돌아왔다. 먼 데 나라는 알지 못하였고, 따라서 살 마음도 없었더니라. 고기를 잡은 나라는 지금 죽은 석씨 3억 인이 이들이고, 또 한 나라, 기뻐서 고기를 사간 나라는 지금 온 성 안 사람들로서 무서워하고 재물을 없앤 이들이며, 먼 나라여서 고기 얻은 것을 듣지 못한 나라는 지금 온 성 안 사람들로서 왕이 온 것을 알지 못한 자들이니라. 내가 그때 고기의 머리를 부수는 것을 보고 ‘좋다’고 실언을 했더니, 이제 이미 부처가 되어 삼계의 어른이로되, 오히려 머리가 아픈 것을 면하지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범부 서민이겠느냐.
모든 제자들아, 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과 은혜를 일으켜서 중생을 편안하게 하라. 자기를 미루어 남을 제도하여 삼가 살생을 하거나,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아내가 아닌데 간음하거나, 이간하는 말ㆍ사나운 욕설ㆍ거짓말ㆍ꾸미는 말을 하거나, 질투하거나, 성내고 어리석거나, 3존을 비방하거나 하지 말라. 화의 큰 것이 10악보다 더함이 없고, 복과 영화의 높은 것이 오직 10선에 있느니라. 다른 것을 죽이는 것이 자신을 죽이는 것이요, 다른 것을 살리는 것이 자신을 살리는 것이니라.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몸으로 악을 행함을 채찍하는 것은 힘써 마음으로 도를 생각하고 입으로 도를 말하고 몸으로 도를 행함만 못하느니라.
선을 베풀면 복이 오고, 악을 하면 화가 오는 것이 마치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쫓는 것과 같나니, 이러한 변을 본 자는 삼가 봄 하늘과 같은 어짊을 어기고 승냥이와 이리의 사나움을 높이지 말지니라.” - 011_0327_b_10L佛告阿難:“昔有三國比鄰而王,時,佛去世久遠,經典不修。菩薩所處之國,致有湖池,獲魚無數。近國聞喜,資財來買,魚盡慘還。遠國不知,亦無買心。漁獵國者,今釋三億人死者是也。其一國喜欲買魚者,今一城人恐徒亡財者是也。遠國不聞得魚者,今一城中人不知王來者是也。我時見破魚首,失言可之;今已得佛爲三界尊,尚不免首疾之殃,豈況凡庶乎?諸弟子端爾心、興德惠、安群生,恕己濟彼,愼無殺生,盜人財物,婬彼非妻,兩舌惡罵,妄言綺語,嫉妒恚癡,誹謗三尊。禍之大莫尚十惡,福榮之尊夫唯十善矣。殺物者爲自殺,活物者爲自活。策心念惡、口言惡、身行惡,莫若勞心念道、口言道、身行道。施善福追,爲惡禍尋,猶響之應聲影之追形也。睹斯變者,愼勿違春天之仁,而尚豺狼之兇也。”
-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4부 제자와 하늘ㆍ용ㆍ귀신들이 다 크게 환희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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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27_c_06L佛說經竟,四輩弟子、天龍鬼神,皆大歡喜,稽首而去。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