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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204_a_01L무구우바이문경(無垢優婆夷問經)
후위(後魏) 반야류지(般若流支) 한역(漢譯)
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사바제성(舍婆提城)의 적정궁전(寂靜宮殿) 안에 있는 중각강당(重閣講堂)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무구(無垢) 우바이와 현(賢) 우바이 등 여러 우바이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는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예를 올리고 나서는 물러나 한쪽에 자리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무구 우바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우바이는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게으른 마음을 내지 않는가?”
우바이가 아뢰었다.
“저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무구 우바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항상 어떻게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며, 또한 어떻게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는가?”
무구 우바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일찍 일어나 불탑(佛塔) 주위를 청소합니다. 청소한 다음에는 탑 둘레에 네 채의 부속 건물이 자리한 네 곳도 닦고 치웁니다. 깨끗하게 닦고 치운 후에는 꽃을 뿌리고 향을 사릅니다.
이와 같이 공양한 뒤에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선정(禪定)에 들어 네 가지 범행(梵行)1)을 닦고 3귀(歸)2)를 떠나지 않으며 5계(戒)3)를 받아 지닙니다.
항상 이와 같이 하니, 저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무구 우바이가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불탑이 있는 곳을 청소하는 선근공덕(善根功德)이 있으면 어떠한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네 채의 부속 건물을 닦고 치우는 선근공덕이 있으면 어떠한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꽃을 뿌리고 향을 태워 불탑에 공양하는 선근공덕이 있으면 어떠한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삼보에 귀의하며 5계를 받아 지니는 선근공덕이 있으면 어떠한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무구 우바이에게 말씀하셨다.
“불탑이 있는 곳을 청소하면 다섯 가지 복의 과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자기의 마음이 청정해져 다른 사람이 그를 바라보면 청정한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며, 둘째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며, 셋째는 하늘이 마음으로 기뻐하는 것이며, 넷째는 단정하고 바른 업(正業)을 모을 수 있는 것이며, 다섯째는 수명을 다하고 나면 선도천(善道天)에 태어나는 것이다.
무구 우바이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불탑이 있는 곳을 청소하면 복의 과보가 이와 같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믿어 둥근 바퀴 모양으로 불탑이 있는 곳을 문질러 닦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살라 이와 같이 공양하면, 나는 말하니, 그 사람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했을 때 불바제(弗婆提)4)에 태어나 부귀와 욕락이 자재하고, 그곳에서 수명이 다하면 다시 화락천(化樂天)에 태어날 것이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믿어 반달 모양으로 불탑이 있는 곳을 문질러 닦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살라 이와 같이 공양하면, 나는 말하니, 그 사람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했을 때 구타니(瞿陀尼)5)에 태어나 부귀와 욕락이 자재하고,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면 다시 도솔천에서 태어날 것이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믿어 불탑 부근의 사방을 문질러 닦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살라 이와 같이 공양하면, 나는 말하니 그 사람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했을 때 울단왈(鬱單曰)6)에 태어나 부귀와 욕락이 자재하고,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면 염마천(炎摩天)에 태어날 것이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믿어 사람 얼굴 모양으로 불탑이 있는 곳을 문질러 닦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살라 이와 같이 공양하면, 나는 말하니, 그 사람은 몸이 무너져 목숨이 다했을 때 염부제에서 태어나 부귀와 욕락이 자재하고,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면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태어날 것이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렇게 탑이 있는 곳을 문질러 닦고 꽃을 뿌리며 향을 사르면 소유하는 선근의 과보가 이와 같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선정(禪定)에 들어 네 가지 범행(梵行)을 닦고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 지니면, 나는 말하니, 그 사람은 한량없고 무수한 선근공덕의 복의 과보가 무궁무진하여 후에 열반을 얻을 것이다.
무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성문이나 연각에 귀의하여 수행을 쌓고 계를 간직한다면, 이와 같이 다함이 없는 열반에 이를 수 없다. 왜냐하면 5계를 받아 지니고 선정에 들어 네 가지 범행을 닦아 얻는 과보는 오직 열반 말고는 다시 받을 곳이 없으니, 복이 많기 때문이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무구 우바이는 마음속에 의심스런 생각이 일었으나 침묵한 채 말하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입으로부터 넓고 긴 혀[廣長舌]를 내셔서 자신의 얼굴 위에 있는 두 귀와 두 눈과 두 콧구멍을 덮으신 다음 두루 허공을 덮으셨고, 허공을 덮으신 다음에는 다시 입속으로 거두어 들이셨다.
입속으로 거두어들이시고 나서 다시 무구 우바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일찍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나 이간질하거나 험한 욕설을 하거나 꾸미는 말을 하는 사람이 이와 같은 혀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때 무구 우바이가 이 말씀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도 이런 혀를 갖고 있지 않은데, 하물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겠는가?
오직 여래ㆍ응공ㆍ정변지만이 무시(無始)이래로 항상 진실한 말을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혀를 얻은 것이다.”
그때 무구 우바이가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알아듣고 의심을 여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게송으로 찬탄해 말했다.
저는 천억 겁 동안
일찍이 생각하거나 본 적이 없으며
이와 같이 훌륭한 법보(法寶)를
공양하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세간 등불을
제가 오늘에야 뵐 수 있었으니,
이미 이와 같이 보았으므로
제일가는 법을 들은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무구 우바이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그대가 듣고 나서 성스러움을 이루었으니
이것은 진실되고 훌륭한 법보로다.
청정하고 적정(寂靜)한 법으로
열반의 성(城)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세존께서 말씀하시고 나자 무구 우바이는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으며,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 일체 모든 대중들과 천상ㆍ인간ㆍ아수라ㆍ건달바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그 훌륭하심을 찬탄하여 말했다.
이 경은 인간과 천상의 과보를 받는 인연이고
또한 열반에 이르는 길이니
이를 행하는 이는 인간과 천상을 향하고
또한 열반의 문으로 나아가리라.
이 경을 번역하는 공덕을 지어
널리 모든 중생들에게 베풀고
원컨대 인지(因地)7)의 도를 재빨리 닦아
인간이나 천상, 열반 얻기 바라나이다.
- 020_1204_a_01L無垢優婆夷問經後魏中印度三藏瞿曇般若流支譯如是我聞。一時,婆伽婆住舍婆提城寂靜宮殿重閣講堂。爾時,無垢優婆夷、賢優婆夷等諸優婆夷往詣佛所,到佛所已,頭面禮足,禮佛足已,退坐一面。爾時,世尊卽告無垢優婆夷言:‘汝優婆夷不放逸行懈怠心不?’優婆夷言:我不懈怠,不放逸行。’佛告無垢優婆夷言:‘汝常云何不懈怠耶?又汝云何不放逸行?’無垢優婆夷白佛言:‘世尊,我常早起掃佛塔地,掃已塗治四廂四處,淸淨塗已,散華燒香。如是供飬,然後入房,旣入房已,次復入禪,修四梵行,不離三歸,受持五戒,常恒如是。我不懈怠,不放逸行。’無垢優婆夷作是語已,復白佛言:‘世尊,我今未知掃佛塔地,所有善根得何福報?四廂塗治,所有善根得何福報?散華燒香,供飬佛塔,所有善根得何福報?禪四梵行,三歸五戒,所有善根得何福報?唯願世尊,爲我解說。’佛告無垢優婆夷言:‘掃佛塔地,得五福報,何等爲五?一者自心淸淨他人見已生淸淨心,二者爲他所愛,三者天心歡喜,四者集端正業,五者命終生於善道天中。無垢當知掃佛塔地,福報如是。無垢當知若人信佛,作圓輪形,塗佛塔地,散花燒香。如是供飬,我說彼人身壞命終,生弗婆提,富樂自在,於彼壽終,生化樂天。無垢當知若人信佛,作半月形,塗佛塔地,散華燒香。如是供飬,我說彼人身壞命終,生瞿陁尼,富樂自在,於彼壽終,生兜率天。無垢當知若人信佛,於佛塔邊,四方塗地,散花燒香。如是供飬,我說彼人身壞命終,生鬱單曰,富樂自在,於彼壽終,生炎摩天。無垢當知若人信佛,作人面形,塗佛塔地,散華燒香。如是供飬,我說彼人身壞命終,生閻浮提,富樂自在,壽終生於三十三天。無垢當知此塗塔地,散華燒香,所有善根果報如是。無垢當知若人入禪修四梵行,歸佛法僧,受持五戒,我說彼人無量無數,善根福報無窮無盡,後得涅槃。無垢當知若人歸依聲聞、緣覺,修集戒聚,不能如是,無盡涅槃。何以故?受持五戒,禪四梵行,所得果報。唯除涅槃,更無處受,以福多故。’世尊爾時如是說已,無垢優婆夷心生疑念,默而無言。爾時,世尊知心念已,卽從面門,出廣長舌,遍覆自面二耳二眼幷二鼻已,遍覆虛空,覆虛空已,還攝入口,攝入口已,復語無垢優婆夷言:‘汝頗曾見妄語之人,兩舌惡口綺語之人,有如是色舌相以不?’爾時,無垢優婆夷旣聞是語,從坐而起,合掌向佛白言:‘世尊,未曾見也。有實語者未有此舌,況妄語人。唯除如來應正遍知,無始已來,常實語,故得如是舌。’爾時,無垢優婆夷,知佛實語,離疑心喜,以偈讚曰:我於千億劫 不曾憶念見 如是勝法寶不憶曾供飬。 我今日得見 如是世閒燈旣如是見已 得聞第一法。爾時,世尊偈答無垢優婆夷曰:汝聞已成聖 此眞勝法寶 淸淨寂靜法得入涅槃城。世尊說已,無垢優婆夷心大歡喜,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一切衆會,天、人、阿修羅、乾闥婆等聞佛說已,讚言善哉。此經人天因 亦是涅槃道 行者向人天亦趣涅槃門。 譯此經功德 普施諸衆生願速修因道 得人天涅槃。無垢優婆夷問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 1)정행(淨行)으로 번역하며, 청정한 행위를 말한다. 범천은 음욕을 떠났으므로 음욕을 여의는 것을 범행이라 한다.
- 2)불ㆍ법ㆍ승의 삼보에 의지하여 구호를 청하는 것을 말한다.
- 3)재가불자가 지켜야할 다섯 가지 계율로, 죽이지 말라ㆍ훔치지 말라ㆍ음행하지 말라ㆍ거짓말 하지 말라ㆍ술 마시지 말라 등이다.
- 4)범어로는 Videha이며 수미사대부주(須彌四大部州)의 하나이다. 이는 수미산 동쪽 방향의 함해(鹹海) 중에 있으며,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몸은 뛰어나다. 따라서 몸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 5)범어로는 Godnīya이며 수미산 서쪽 지방에 있는 주(洲)이다. 소를 수집하여 화폐로 바꾸는 교역방식을 행하기 때문에 서우화주(西牛貨洲)라고도 한다.
- 6)범어로는 Uttarakuru이며, 대개 북구로주(北俱盧洲)로 의역(意譯)된다. 수미사대부주(須彌四大部洲)의 하나로서 수미산 북쪽 방향의 함해 가운데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자기 것이라는 집착이 없어 도적이나 악인이 없고 싸우는 일이 없으며 사람들은 나무 숲 속에 살면서 남녀가 다른 곳에 거주하며 혼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음욕이 일어나면 모두 함께 모여 즐긴다.
- 7)과지(果地)의 대칭으로 불도(佛道)를 닦아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반야류지(般若流支, Prajñāruci)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