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辟支佛因緣論卷下

ABC_IT_K0978_T_002
029_0575_c_01L벽지불인연론 하권
029_0575_c_01L辟支佛因緣論卷下


실역 인명
진록(秦錄)에 첨부한다
송성수 번역
029_0575_c_02L失譯人名今附秦錄


왕사성의 대장자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바라내 국왕 월출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구사미 국왕 대제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구사미 국와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바라내 국왕 친군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전륜성왕의 막내 아들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5_c_03L王舍城大長者悟辟支佛緣波羅柰國王月出悟辟支佛緣拘舍彌國王大帝悟辟支佛緣拘舍彌國王悟辟支佛緣波羅柰國王親軍悟辟支佛緣轉輪聖王最小子悟辟支佛緣


4. 왕사성1)의 대장자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5_c_09L王舍城大長者悟辟支佛緣

비유하면 빽빽한 숲 속에서는
큰 나무를 끌고 나오려 해도
가지와 줄기가 서로 걸려서
끌고 나올 방법이 없네.
029_0575_c_10L譬如稠林中
欲挽大樹出
枝柯相妨㝵
求出將無由

집에서 사는 것은 빽빽한 숲과 같고
여러 사무[務]는 가지와 줄기 같나니
벗어나는 요긴한 법 구하도 싶어도
속박과 집착으로 영원히 인(因)이 없다.
029_0575_c_12L在家如稠林
衆務如枝柯
雖欲求出要
縛著永無因

숲이나 들판의 고요한 곳에서
경계를 관하여 그 마음을 닦고
온갖 인연과 사무를 해탈하고
가까이하고 사랑하던 모든 것에서 떠나
홀로 살아가는 행을 닦아라
무소에게 두 개의 뿔이 없는 것처럼.
029_0575_c_13L靜處於林野
觀境修其心
解脫衆緣務
離諸所親愛
修於獨一行
如犀角無二

옛 스승들께서 서로에게 전한
이런 일을 나는 듣게 되었네.
029_0575_c_15L先師相傳授
我得聞斯事
029_0576_a_01L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과거의 다섯 부처님2) 처소에서 항상 모든 선(善)을 닦았으나 우바새가 되어 집안일을 좋아하고 집착하였기에 비록 여러 부처님을 뵙긴 하였지만 출가를 원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재가의 계(戒)를 지켜 훼손하거나 범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선근(善根)이 점점 더하여 가섭부처님의 처소에서 출가해 도를 배웠고, 즐거이 두타(頭陀)를 닦으며 여섯 가지 물건3)을 두루 갖추었으며, 욕심내기를 싫어하였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천궁(天宮)에 태어나게 되었고, 하늘의 수명이 다하고는 왕사성의 큰 장자(長者) 집에 태어났는데, 이 장자 집은 재물이 한량없어서 창고가 가득 차 넘쳤다. (그는) 점차 성장하여 드디어 성년(盛年)이 되었으며, 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비사문(毘沙門)4)의 아들 나라구복라(那羅究福羅)처럼 뜻대로 쾌락을 누렸다.
029_0575_c_16L昔有辟支佛於過去五佛所恒修諸爲優婆塞樂著家事雖睹諸佛求出家然其專心持在家戒無有毀善根漸增於迦葉佛所出家學道樂修頭陁六物具足厭惡於欲於彼命終得生天宮從天壽盡生王舍城大長者家此長者家財富無量倉庫盈溢以漸長大遂至盛年父命終後從意快樂如毘沙門子那羅究伏羅
자기 집에서 지내며 온갖 인연과 사무를 좋아하였고, 아들과 딸을 각각 서른 명씩 낳아 길렀으며 창고와 일꾼의 수효도 매우 많았다. 그는 아들딸을 혼인시키는 등의 그런 일이 너무도 많아서 눈앞의 일만 경영하느라 닦아야 할 법을 잊어버렸고, 일에 속박되어 집안일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일꾼으로부터 여러 친척들의 많은 죽음과 딸[女] 아무개 집이 상화(喪禍)를 만났고 또 생업을 잃게 되었다는 등의 소식을 들어야 했다. 죽거나 망했다는 이런 소식이 널리 들릴 때면 근심의 독[愁毒]으로 괴로워지는 것이 마치 백 개의 화살이 일시에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다.
또한 아름답고 좋으며 사랑할 만한 소식을 들기도 하였으니, 집안의 장사꾼이 값진 보물을 많이 얻어 안전하게 돌아왔다거나 그의 아들 아무개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었으며, 또 자신의 딸이 복스러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에는 다시 기쁜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나쁘고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근심과 기쁨이 교차하는 것이 마치 광대가 돌리는 수레바퀴와 같았다.
029_0576_a_02L在己家中樂諸緣務生育男女各三十人庫藏僕從其數甚衆男女婚娶其事衆多但營目前忘所修法爲緣務所縛不捨家業於僕從所聞諸親戚多有死喪女某甲舍旣遭喪禍失業焉廣聞如是喪失之聲愁毒懊如似百箭一時入心亦聞美善可愛之語家之估客大獲珍寶安隱還其子某甲產生男兒又聞已女生於福子復生歡喜聞向衰利憂喜交猶如作伎所旋之輪
어느 날 한 친한 벗과 동산으로 가 이리저리 다니며 유람하고 있었다.
어떤 숲에 이르러 큰 나무를 베는 한 사람을 보았는데, 가지와 줄기며 잎이 너무 무성하여 많은 코끼리로도 끌고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잔가지가 없는 작은 나무를 하나 베었고, 한 사람이 혼자 끌어도 전혀 막히거나 걸리는 일이 없어 곧 숲에서 끌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일을 보고 나서 곧 스스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야 인연(因緣)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6_a_13L與一親友園苑中適行遊觀到一林閒見有一斫於大樹枝柯條葉繁美茂盛使多象挽不能令出斫一小樹無諸枝一人獨挽都無滯㝵卽挽出林斯事已卽自思惟而作是言我於今得見因緣卽說偈言

나는 큰 나무를 벤 것을 보았는데
가지와 잎이 너무 무성하고 많아
빽빽한 숲에 여기저기 걸려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네.
029_0576_a_19L我見伐大樹
枝葉極繁多
稠林相鉤挂
無由可得出

세간 또한 그와 같나니
아들과 딸이며 모든 권속들
사랑과 미움에 묶인 마음은
삶과 죽음의 빽빽한 숲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029_0576_a_21L 世閒亦如是
男女諸眷屬
愛憎繫縛心
於生死稠林
不可得解脫

잔가지가 없는 작은 나무는
빽빽한 숲에 걸리지 않나니
그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네
친하고 사랑하는 일을 끊으면
삶과 죽음의 빽빽한 숲에서
저절로 해탈을 얻는다는 걸.
029_0576_a_22L小樹無枝柯
稠林不能㝵
觀彼覺悟我
斷絕於親愛
於生死稠林
自然得解脫
029_0576_b_01L
그는 곧 그곳에서 벽지불의 도(道)를 얻었다.
이때 그의 친한 벗이 그에게 말하였다.
“날이 벌써 저물어 갑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십시다.”
친한 벗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는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나는 집으로 갈 인(因)을 이제 이미 끊었습니다.”
친한 벗이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끊었다는 것입니까?”
029_0576_b_01L卽於彼處得辟支佛道時彼親友卽語之言日已向暮可共還家答親友汝自歸家我向家因今以斷竟友問言汝云何斷
대답하였다.
“내 지난날 애착으로 말미암아 집에 붙어살았으나 이제 나는 이미 이와 같은 애착의 업을 끊었습니다. 사람들이 애착하는 바는 처자(妻子)와 권속이니, 어린 아들과 손자들의 은혜와 사랑을 마음껏 누리는 것입니다. 아버지를 보면 재롱떠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우르르 달려와 부여잡나니, 이런 일들을 그리워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애착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나는 처자와 권속들의 이와 같은 일에 대해 애착하던 마음이 영원히 쉬었습니다. 나는 과거 집에 있을 적에 갖가지 사무를 처리하면서 외출하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였고, ‘그에게 주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것을 취하라’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029_0576_b_05L答言我昔由愛故著居家今我已斷如此愛業人所愛著妻子眷屬小子稚孫恩愛憍恣見父時弄聲不了疾走攀緣戀著此故生愛著我於妻子及以眷屬此之事愛心永息我本在家營理衆或出或入或言與彼或言取此言應作或言不應作
나는 이제 이와 같은 일을 이미 끊었고, 이미 욕락(欲樂)을 버리고 해탈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나무의 뿌리를 베어버리고 여러 세계[趣]로 가는 문을 닫았으며 큰 어둠의 장막을 없애버렸습니다.
나는 갓난아이마저도 도리어 원수와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여깁니다. 지금 내가 이와 같은데 어떻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까?”
이때 그 친한 벗은 곧 그의 집으로 돌아가 그의 아들딸에게 말하였다. 그가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를 보러 나섰다.
권속들이 도착했을 땐, 그의 아버지가 이미 사문이 되어 법복을 입고 허공에 날아올라 있는 것만 보였다. 아들과 딸들은 아뢰었다.
“지금 무슨 일 때문에 권속을 싫어하고 미워하시면서 허공에 계십니까?”
그러자 곧 위의 게송으로 아들딸에게 대답하였다.
029_0576_b_12L如此之事我今已斷已捨欲樂獲解脫樂伐愛樹根閉諸趣門滅大闇障我於赤子反似怨家等無有異今我如是云何而當復還家耶時其親友卽還家中語其男女男女大小聞其不來悉往就看眷屬旣至但見其父沙門法服飛昇虛空男女白言今以何事厭惡眷屬處虛空中卽說上偈以答男女
029_0576_c_01L그리고 게송을 마치자마자 즉시 설산(雪山)으로 날아가 여러 벽지불과 자리를 함께하였고, 그런 뒤에 앞서 도를 얻었던 동산으로 다시 돌아와 몸을 버리고 열반하였다.
그때 그 권속들이 그를 위하여 탑묘(塔廟)를 세우니, 당시 사람들이 그로 인하여 이름을 다자탑(多子塔)이라 하였다.
무릇 선근(善根)이 성숙한 모든 지혜로운 사람[智人]은 조그마한 인연으로도 곧 깨치게 된다.
029_0576_b_20L旣說偈已卽時飛至雪山之中與諸辟支佛共集會已還來到本得道園捨身涅槃時其眷屬爲造塔廟人因名爲多子塔凡諸智人善根成以少因緣便得開悟


5. 바라나 국왕 월출(月出)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6_c_02L波羅柰國王月出悟辟支佛緣

처자(妻子)와 친우(親友)와 재물은
생사(生死) 중의 허물과 근심이니
숲에서 살며 고요히 해탈하라
무소의 외뿔처럼.
029_0576_c_03L妻子親友財
生死中過患
處林寂解脫
猶如犀一角

선서(善逝)로부터 들은 것이
전해져 나의 스승에게까지 이르렀으니
나도 또 스승으로부터 들은 것을
이제 마땅히 연설하리라.
029_0576_c_05L從善逝所聞
傳至於我師
我復從師聞
今當演說之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가섭불(迦葉佛) 처소에서 1만 2천 년 동안 범행(梵行)을 수행하였고, 항상 인욕(忍辱)을 닦으며 중생들을 자비로 대하면서 사소한 계도 일찍이 훼손하거나 범한 일이 없었다.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태어났고, 그 하늘의 수명이 끝난 뒤에는 내려와 인간세상의 바라나 국왕의 집에 태어났는데, 달이 솟아오를 때에 태어났으므로 이름을 월출(月出)이라 하였다.
그는 점차 성장해 태자(太子)가 되었고, 그의 부왕(父王)이 죽은 뒤에는 왕위를 계승하고 전생의 선한 힘으로 바른 법을 행하는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며, 보상(輔相)의 아들을 파견해 작은 나라를 맡아 다스리게 하고 그의 딸을 아내로 주었다.
029_0576_c_06L有辟支佛於迦葉佛所萬二千歲修行梵行恒修忍辱慈悲衆生乃至微戒不曾毀犯命終生天彼天命終下生人閒波羅柰國國王之家月出時生因名月出以漸長大立爲太子其父王崩紹繼王位以宿善力作正法王治國遣輔相子典領小國以女妻之
이 보상의 아들은 용기와 힘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많은 권속이 있었으므로 스스로 씩씩함과 귀함을 믿고 그릇되고 방일하는 것이 도를 지나쳤다.
그때 국왕의 아들과 보상의 아들은 처남 매부지간이었기에 매우 친했었다. 그로 인하여 사사로이 으슥하고 조용한 곳에서 잔치를 벌이면서 은밀히 참계(讒計)를 꾸미고 왕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숙부와 형제와 권속의 수효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세간 사람은 대부분 아내의 말을 잘 듣습니다. 당신의 부왕께서 하루아침에 돌아가시면 당신의 여러 어머니들은 헐뜯고 아첨하여 자기의 아들을 추대하려 할 것이므로 당신 부왕의 자리는 분명 당신에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029_0576_c_14L此輔相子勇力絕倫多有眷屬自恃憍豪越逸過度時國王子以輔相子是姊妹夫極成親昵因其私屛閑宴之處陰遘讒計語王子言爾之叔父兄弟眷屬其數甚多而世人多用婦語爾之父王一旦傾覆爾之諸母或生讒謟自用其子以此推之父王位必不至汝
029_0577_a_01L그러니 왕께서 깨닫기 전에 일찌감치 도모하셔야 합니다. 대저 왕위란 천하에서 제일 높은 것이요, 지극히 즐거운 곳이라 천상과 다름이 없으며, 모든 세간사람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믿고 승복하는 자리입니다. 만일 국왕이 되어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만 한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비유하면 맛있는 살코기는 모든 이들이 좋아하듯 왕위 또한 그러하여 탐내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6_c_21L曼王未覺宜早圖夫王位者天下之尊極樂之處天無異一切世人無不信伏若爲國以法治國命終之後必得生天如美肉衆皆嗜之王位亦爾無不貪卽說偈言

비유하면 홍수가 닥치기 전에
힘써 교량(橋梁)을 만들어야 하나니
만일 폭류(瀑流)가 갑자기 닥치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029_0577_a_03L譬如水未至
宜務造橋梁
瀑流若卒至
不得有所爲

왕위 또한 그와 같아서
마땅히 먼저 도모해야 하리니
당신 손아귀에 사로잡아 둔다면
그땐 스스로 안심해도 되리라
형제들이 서로 질투한 뒤에
왕위를 얻으려하면 매우 어려우리다.
029_0577_a_05L王位亦如是
宜應先圖之
擒獲在汝手
爾乃可自安
兄弟更相嫉
後求甚不易

왕자는 생각하였네.
이와 같이 친한 벗이라는 자가
장차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하는구나.
마치 재로 훨훨 타는 불을 덮어둔 것처럼
현재에도 이미 즐거움이 없을 것이고
내세에 큰 고통을 얻게 되리라.
029_0577_a_07L王子思惟言
如此親友者
將欲陷墜我
如灰覆熾火
現在旣無樂
來世獲大苦

그때 왕자는 부왕에게 가서 위의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왕은 왕자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눈을 부릅뜨는 것이 마치 벌건 구리[赤銅]와 같았다.
왕은 당장 사신에게 칙명을 내렸다.
“그 일이 아직 누설되지 않은 것처럼 하고 급히 추격해 그를 데리고 오라.”
그때 왕자는 보상의 아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 나가 맞이하였는데, 서로 만나고 나서는 이내 갑작스런 병이 들고 말았다.
사신은 돌아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자께서 병이 들어 아주 위독합니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곧 몸소 나가 살펴보았다. 벌써 그 아들은 병이 아주 위독하여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있었고 네 가지의 큰 고통5)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029_0577_a_09L爾時王子具以上事往白父王王聞子語顰蹙怒眼目如赤銅王當是時勅語使言曼其未泄急追將來時王子聞輔相子來卽便出迎旣相見已尋時遇患使還白王言王子病極成痿篤王聞是事卽自出看旣睹其子所患困篤命在危惙四大苦痛
029_0577_b_01L이런 일은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이 왕위라는 것은 아주 큰 악이로구나, 저처럼 보상 부자가 몰래 나의 아들을 시켜 패역(悖逆)과 반상(反常)을 저지르게 하는 법답지 못한 짓을 하다니. 그렇다고 나의 왕위를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아들은 지금 병의 고통으로 목숨이 거의 다해가고 있으니, 온갖 세간 사람이 모두 탐내고 시샘하겠구나.’
그리고 말하였다.
“알아야 한다. 왕위야말로 나쁘고 더럽고 볼품없는 자리이다. 무엇 때문에 더럽고 볼품없는 자리라 하는가? 왕위 때문에 그의 선행(善行)을 버리게 되고, 왕위 때문에 아버지 할아버지와 친한 이들을 해치는 큰 허물과 죄악을 짓게 되며, 부끄러움[慙愧]도 모르고 교만하고 방일하게 되며, 조그마한 쾌락 때문에 후세(後世)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7_a_16L見此事已便自思惟此王位者甚爲大惡然彼輔相父子陰教我子悖逆天常欲爲不軌而我王位非彼能得我子今者患苦垂命一切世人皆生貪嫉以此而言當知王位惡鄙弊處何故鄙弊以王位故捨其善行爲王位故害父及祖爲親厚者作大過惡捨於慚愧能使憍逸爲少樂故不畏後世卽說偈言

나방이 훨훨 타는 불길에 몸을 던지듯
나라를 탐내는 눈먼 자들 또한 그렇게 하는구나.
029_0577_b_02L如蛾投熾火
貪國盲亦爾

득(得)과 실(失)에 깊이 집착해
무엇은 하고 또 무엇은 하지 않으면서
나라 일이라는 진흙구덩이에 빠져
고요하고 안정된 곳 얻지 못하네.
029_0577_b_03L深著於得失
作以及不作
沒國事淤泥
不得寂定處

이렇게 생각했을 때
몸의 행이 지극히 청정해졌고
염오(厭惡)하는 마음을 체득(逮得)하여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네.
029_0577_b_04L作是思惟時
身行極淸淨
逮得厭惡心
卽獲辟支佛

다시 어떤 스승이 말하였다.
“이 왕은 아들의 병을 보고 나서 곧 궁중으로 돌아왔는데, 이웃 나라의 친한 왕이 적의 침범을 당하자 곧 사신을 파견해 도움을 청하였다.
이 왕은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그 왕을 도우러 갔다. 그러나 그 나라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싸움이 연이어져 서로를 무참히 살해하고 나아가 부인의 태 안에 있는 어린아이까지 꺼내 죽인 뒤였다.
왕은 이런 일을 보고서 깊이 왕위에 대한 싫증을 내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7_b_06L復有師云此王見兒患已卽便還宮有一鄰國親厚之王爲賊所逼卽遣使來求索援助此王聞已尋將兵衆往救彼王旣到彼國連兵交刃極相殺害乃至婦人胎中小兒剝而殺之王見斯事深於王位生於厭惡卽說偈言

나라의 조그마한 즐거움을 탐내고
욕심의 진흙구덩이에 빠져
욕심과 분노를 키워서는
전쟁을 벌이며 시비를 일으키고
재물과 이익을 탐내는 까닭에
똑같이 서로를 살해하는구나.
029_0577_b_13L貪國微小樂
沒溺欲泥中
欲忿旣增長
鬪戰生是非
以貪財利故
互共相殺害

수승한 해탈을 구하지 않고
왕위를 쫓다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
마치 훨훨 타오르는 불길에
불나방이 몸을 던져 죽는 것 같구나.
029_0577_b_15L不求勝解脫
盡滅於王位
如大熾火中
飛蛾投而死

괴이하구나, 삶과 죽음 속에서
하는 짓마다 전도되어
힘들고 어려운 일 악착같이 하지만
도리어 쓰라린 재앙을 얻는구나.
029_0577_b_17L怪哉生死中
所作事顚倒
極作劬勞業
返獲其苦殃

마치 저 높은 산꼭대기와
낭떠러지 가에 꿀벌이 있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별 것도 아닌 맛을 탐내
고통에 떨어지는 걸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도다.
029_0577_b_18L如彼高山巓
崖傍有蜜蜂
愚人貪少味
不覺墮墜苦

이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다가
곧 벽지불이 되었다.
029_0577_b_19L如是自思惟
卽得辟支佛
029_0577_c_01L
그리고는 곧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쁜 사람의 말을 따르지도 않았고 패역(悖逆)의 뜻도 없었다. 네가 만일 나라를 다스린다면 반드시 바른 법으로써 하겠구나. 나는 이제 나라를 너에게 맡기고 떠나려 한다.’
아들과 보상(輔相)과 모든 권속이 왕의 이 말을 듣고 모두가 다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합장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 불찰입니다. 대왕이시여, 어디로 가려 하시나이까?’
그때 부왕은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해 뜨는 산 위에서 위와 같은 게송으로 말하고는, 사문의 옷을 입고 열여덟 가지의 신변[十八種變]6)을 나타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이를 보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비유하면 잘 조련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아도 곧바로 주인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 또한 그러하여 고통 받는 다른 사람을 보면 마음이 곧 조순(調順)하게 된다.
029_0577_b_20L卽告子言汝能不用惡人之言無勃逆意汝若治國必以正法我今以國付囑於汝吾將欲去子及輔相一切眷屬聞王此語悉皆懊惱涕泣流淚合掌白王不審大王欲何處去爾時父王踊身虛空在日出山上說如上著沙門服作十八種變國人見者無不歡喜譬如調馬若見鞭影卽便調順智人亦爾見他受苦心卽調順


6. 구사미(拘舍彌)7) 국왕 대제(大帝)가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7_c_06L拘舍彌國王大帝悟辟支佛緣

부모와 처자
곡식과 비단과 재보(財寶) 등을
잠깐 스쳐가는 것이 객사(客舍)와 같음을
지혜로운 이는 깊이 관찰하고
애욕(愛慾)을 버리고서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간다네.
029_0577_c_07L父母及妻子
穀帛財寶等
智者深觀察
蹔過如客舍
棄捨於愛欲
獨行如犀角

나는 옛날 여러 스승들로부터
전해 온 이런 일을 들었다.
029_0577_c_09L我昔從諸師
傳授聞此事

일찍이 옛날 가섭불(迦葉佛) 때에 비구가 있었다. 그는 지혜가 총명하고 민첩하며 부드럽고 온화하게 인욕(忍辱)하였으며, 모든 법의 진실한 체성(體性)을 항상 관하였으니, 이른바 ‘음(陰)은 고(苦)요, 공(空)이며,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다. 마치 파초(芭蕉)와 같고, 더운 날 아지랑이와 같으며, 요술과 같고,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다’고 관찰하였다. 이렇게 잘 관찰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닦았다.
그리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났고, 하늘의 수명이 다하고는 내려와 구사미성(拘舍彌城) 국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름을 대제(大帝)라 하였다.
그의 부왕이 돌아가시자 선업(先業)을 이어받아 왕위를 계승하고서 겁초(劫初)의 모든 왕처럼 계행(戒行)을 잘 닦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029_0577_c_10L有曾於迦葉佛所作比丘智慧聰忍辱於日日中常觀諸法眞實體性所謂觀陰無常無我如芭蕉熱時之炎如幻如夢如水泡能善觀察自修其心命終生天天壽盡下生拘舍彌城爲國王子曰大帝其父王崩承嗣先業紹繼王如劫初諸王善修戒行正法治國
029_0578_a_01L그때 성안에 큰 장자가 있었으니 재부(財富)가 한량없었다. 그는 대제왕(大帝王)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라 서로 지극히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장자의 몸이 중병에 걸렸다. 왕은 그가 앓는다는 소식을 듣고 몸소 찾아가 문병하였다. 장자가 병이 들어 모습이 초췌한 것을 보고 왕은 마음이 언짢아져 머리를 숙이고 근심하며 슬퍼하였다.
그러자 그 장자는 칠보8)의 발우[鉢]에 금을 가득 담아 왕에게 바쳤다.
왕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병환으로 몹시 괴로우시지요?”
장자가 대답하였다.
“원컨대, 왕께서는 잘 살펴보시고 제가 하는 말을 들으십시오.”
029_0577_c_18L爾時城中有大長者財富無量與大帝王少爲親舊極相厚昵彼大長者身嬰重病王聞其疾躬自往問見長者病形容萎悴王心不樂低頭愁慘時彼長者以七寶鉢盛滿中金用奉獻王王言長者汝今疾苦極困篤耶長者對曰願王顧視聽我所說

저희 집은 매우 큰 부자이니
마치 비사문(毘沙門)과 같습니다.
사랑스런 말씨[愛語]와 재보(財寶)에
친한 벗들도 많이 모이고
처자와 권속들과
동복(僮僕)과 하인도 많습니다.
029_0578_a_02L我家大巨富
猶如毘沙門
愛語及財寶
多集親友衆
妻子與眷屬
僮僕諸走使

나는 모두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도
대우도 지극히 후하게 했습니다만
지금 제가 죽을 때에 이르러선
저와 짝할 이가 한나도 없습니다.
029_0578_a_04L我皆恣所欲
待遇極豐厚
今我死時至
無一爲我伴

왕이 곧 위로하면서 말하였다.
그 말은 매우 진실합니다.
당신의 아들과 모든 친척
재보(財寶)와 많은 창고
029_0578_a_06L王卽慰勞言
此語極眞實
汝子與諸親
財寶衆庫藏

그리고 나의 용건(勇健)한 힘과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
비록 이러한 것들이 있다고 해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029_0578_a_07L及我勇健力
象馬車步兵
雖有如是等
無能救拔者

우리 모든 친한 벗들은
그대가 병고에 시달림을 보면서도
그저 위로하는 말만 하고
근심하며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029_0578_a_08L我等諸親友
見汝遇苦患
但有慰喩言
憂愁流涕淚

또 당신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나니
오직 그 동안에 지었던 선(善)만을
그대 스스로 가지고 갈 뿐입니다.
029_0578_a_10L及汝命將絕
無能救濟者
唯當自持汝
由來所作善

왕은 그의 병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마음이 선정을 얻은 자와 같아져
중생에게는 온갖 고환(苦患)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깊이 깨쳤네.
029_0578_a_11L王諦觀其病
心如得禪者
深悟諸苦患
衆生決定有

온갖 생류(生類)들은
반드시 병이 들게 되어 있으니
병이 늘 사람을 괴롭히건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 없네.
029_0578_a_12L一切有生類
必爲病所趣
病常惱患人
無有哀愍心

모든 세간 사람들
반드시 죽음의 길에 들게 되건만
전혀 싫증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네, 이들이 나의 처자라고.
029_0578_a_14L一切世閒人
決定入死道
都不生厭畏
言此我妻子

저들이 바로 나의 친척이라 하고
이것이 바로 나의 재물(財物)이라 하며
그는 나를 도탑게 대하였다 하고
나는 그의 친한 벗이라고 하네.
029_0578_a_15L彼是我親屬
此是我財賄
彼親厚於我
我親友於彼

어리석음의 병에 걸린 마음으로
멋대로 이와 같은 생각을 지어내
화재 같은 우환(憂患)이 앞에 있는데도
어리석고 눈멀어[愚盲] 보지 못하나니
위에서 말한 친한 이들 어느 누구도
구제할 수 있는 자는 없네.
029_0578_a_16L意爲癡所病
撗作如是想
火災患在前
愚盲而不睹
上來諸所親
無能拔濟者

이것에 대하여 바르게 사유하자
곧 벽지불의 도를 얻게 되었다.
029_0578_a_18L於此正思惟
卽獲辟支佛

왕의 친척과 내외의 권속은 왕이 도를 얻어 세간의 일을 끊어버리는 것을 보고, 사랑하던 이와의 이별에 불길에 타듯 크게 괴로워하였다. 그때 벽지불이 허공으로 올라가 열여덟 가지의 신변[十八種變]을 나타내고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다.
029_0578_a_19L王之所親內外眷屬見王得道絕棄世事爲愛別離火之所燒燃生大惱熱時辟支佛身昇虛空作十八種變說如上偈
029_0578_b_01L다시 어떤 이가 말하였다.
“이 왕이 왕자(王子)로 있을 적에 동산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러 소경들이 서로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왕자가 왔다는 말을 듣고 음식이 있을 것이라 여겨 길옆에 있다가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크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다.
그래서 즉사한 이도 있었고, 머리가 깨진 이도 있었으며, 손발이 부러진 이도 있었고, 몸이 부서진 이도 있었다.
그때 왕자는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근심하면서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이들이 나를 깨치게 하였도다. 이와 같은 소경들 역시 예전엔 부귀(富貴)를 누렸을 터인데 멋대로 방일한 까닭에 지금 이런 고통을 얻는구나. 나는 이제 이런 일을 보았으니, 행(行)을 잘 단속해 방일하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8_a_23L復有說云此王爲王子時入園苑中見諸盲者更互相捉聞王子出謂有飮食在於道側不見道路墮大深坑有卽死者有頭破者手腳折者身體碎壞爾時王子見是衆苦厭患思惟而作是言此覺悟我如是盲人亦曾富貴由縱逸故今得是苦我於今者睹是事已宜好撿行不應放逸卽說偈言

비유하면 불에 달군 금가발로
머리를 장식하면
금가발이 비록 값지고 아름답긴 하나
뜨거운 불길에 결국 해를 입듯
029_0578_b_09L譬火燒金鬘
而用爲首飾
金鬘雖珍妙
熾火終成害

왕위 또한 그와 같아서
삼가하며 방일하지 말아야 하리니
이 소경들이 나를 깨우치네
스스로 방종해서는 안 된다고.
029_0578_b_11L王位亦如是
當愼莫放逸
此盲覺悟我
不宜自寬縱

이 왕위로 인하여
몸으로 큰 교만(憍慢)을 일으키고
위력으로 나라의 인민들을 핍박해
모두를 고뇌하게 한다면
뒤에 스스로 고통을 받을 때
그 고통이 백천 배나 더 심하리라.
029_0578_b_12L因此王位故
身起大憍慢
威迫國人民
皆令生苦惱
後自受苦時
苦劇百千倍

고통 받는 다른 사람을 눈으로 보고도
어떻게 스스로 편안할 수 있으랴
이들이 바로 나의 스승이라
온갖 고환(苦患)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029_0578_b_14L目睹他受苦
云何能自安
此卽是我師
示我衆苦患

이러한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
029_0578_b_15L作此思惟時
卽獲辟支佛

그때 왕자는 소경들에게 재물과 값진 보물을 크게 하사하고는 사문이 되어 법복을 입고 허공으로 올라가 모든 신변(神變)을 나타내고는 가까웠던 모든 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성냄과 두려움과 근심이 없기에, 그대들을 혐오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국토와 국민을 버렸고, 원수도 친구도 재물도 보물도 전혀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8_b_16L爾時王子大賜盲者錢財珍寶沙門法服身昇虛空現諸神變語諸親言而我今者不以瞋恚怖畏憂愁故嫌汝等故我捨親愛國土人民都無怨親錢財寶物如上說偈


7. 구사미 국왕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8_b_21L拘舍彌國王悟辟支佛緣

웃고 장난치던 뭇 쾌락의 도구들
침을 뱉어버리듯 버리고
벗어남을 참고 즐기면서
모든 고(苦)를 끊어 없애라.
029_0578_b_22L戲笑衆樂具
棄捨如涕唾
忍樂於出離
斷滅於諸苦
029_0578_c_01L
탐애(貪愛)와 어리석음을 없앨 수 있으면
그 마음 해탈을 얻으리니
해탈을 얻음으로 말미암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029_0578_c_01L能盡貪愛癡
其心得解脫
由得解脫故
獨一如犀角

일찍이 옛 스승들로부터
이와 같은 일을 듣게 되었다.
029_0578_c_02L曾從先師所得聞如是事

옛날에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과거 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닦았으며, 맨 나중의 몸[最後身]으로 구사미국에 태어나 구사미국의 왕이 되었다.
그 국토에 큰 가뭄과 지독한 바람과 다섯 별9)이 뒤바뀌고 서로 어긋나는 큰 재앙이 있자, 왕이 태사(太史)와 점상(占相)을 보는 무리10)를 불러 놓고 게송으로 물었다.
029_0578_c_03L有辟支佛於過去佛所修諸善根於最後身生拘舍彌國爲拘舍彌王其國土內有大災變大旱惡風五星倒錯王召太史占相之徒說偈問言

무슨 연유로 이런 재변이 있는 것인가?
큰 가뭄이 들어서 비가 오지 않네.
허공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해를 살펴보아도 위광(威光)이 없구나.
029_0578_c_07L何緣有是災
大旱不降雨
虛空無雲翳
觀日無威光

고기를 먹는 여러 나쁜 새
까마귀ㆍ수리와 솔개ㆍ올빼미들이
허공에서 빙빙 맴돌고 있으니
보는 이들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구나.
029_0578_c_09L食肉諸惡鳥
烏鷲及鴟梟
迴翔虛空中
見者生恐怖

모두들 말하네, 이와 같은 재난은
도대체 누가 저지르는 것이기에
온갖 이상한 일들과 괴변이
이렇게 일어나게 하는 것일까?
029_0578_c_10L咸言如是災
是誰之所作
能使諸妖異
怪變乃如是

그때 태사가 곧 왕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아는 대로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모든 국민에게 반드시 핍박과 괴로운 일이 있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방법으로 이 재앙과 근심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태사가 아뢰었다.
“왕께서 만일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저의 말을 따르셔야 합니다.”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8_c_11L爾時太史卽答王言隨我所知今當爲說如我意者一切國民必有逼迫苦惱之事王復問言當以何方禳此災患太史白言王若欲令國安隱者當隨我語卽說偈言

왕께서 만일 왕위에서 물러나
왕의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섯 달이 다 차도록
남루한 옷으로 걸식을 하신다면
재앙과 환란 저절로 사라지고
왕은 보름달처럼 되실 겁니다.
029_0578_c_16L王若能退位
脫服與餘人
具足滿六月
微服而行乞
災患自消除
王當如滿月
029_0579_a_01L
왕은 그의 말에 따라 곧 왕위를 버리고 남루한 옷을 입고 나라를 돌아다녔으며, 여기저리를 지나가다 걸음이 바시다성(婆翅多城)에 이르렀다.
그 성에 도착한 뒤에 다른 나라의 왕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고, 바시다의 왕도 나라의 안락을 위해 병사를 일으켜 가서 항거하게 되었다.
두 나라 군사들이 서로 싸우다가 두 나라 왕이 모두 죽게 되자 바시다성의 여러 왕자들이 나라를 차지하려고 서로 다퉈 다시 큰 싸움이 벌어졌다.
비라선왕(毘羅仙王)은 이 일을 보고 나서 부르짖었다.
“괴이하구나.”
그리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8_c_18L王隨彼語卽捨其位微服行國漸漸經歷行到婆翅多城到彼城已有異國王興軍來伐婆翅多王爲國樂故興兵往拒兩陣交戰二王俱死婆翅多城諸王子等競共諍國復大戰鬪毘羅仙王見是事已唱言怪哉卽說偈言

왕위가 비록 높고 호사스럽다 하나
그 즐거움은 너무도 보잘 것 없거늘
어찌 이것을 위하여
온갖 지독한 고통을 감수하는 걸까?
029_0579_a_02L王位雖尊豪
其樂甚輕微
云何爲是故
具受諸苦毒

다투는 마음으로 전쟁을 일으켜
좋아하고 집착하며 온갖 악을 좇는 것이
저 파리가 꿀을 탐식하다가
꿀에 달라붙어 모조리 죽는 것 같나니
사람 또한 그와 같아서
조그마한 즐거움을 탐하는 까닭에
전쟁을 벌려 스스로 상해하네.
029_0579_a_04L競心生鬪戰
樂著隨衆惡
如蠅貪食蜜
著蜜無不喪
人亦復如是
爲貪小樂故
鬪戰自傷害

왕위는 비루하고 천하다 하겠으니
온갖 고뇌(苦惱) 많이도 불러 보아
그 환해(患害)로 멸망에 이르나니
마치 독이 섞인 음료수를 마시면
독이 퍼지면서 몸이 죽게 되는 것과 같다.
029_0579_a_06L王位可鄙賤
多集諸苦惱
患害用至滅
如飮雜毒漿
毒消身敗喪

자기 한 몸만 위하기 때문에
상해(傷害)하는 바가 많은 것
어리석은 자 왕의 즐거움을 탐내지만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너무도 많나니
나는 지금부터 영원히 그만두어
다시는 이런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리라.
029_0579_a_08L爲一己身故
多有所傷害
愚貪王者樂
樂少苦甚多
我從今永止
更不求此樂

그리고 이 나라의 사무(事務)에는
그 속에 근심과 두려움이 가득하니
영화와 쾌락은 잠시 동안이요
근심과 괴로움은 오래 이어지는 법.
029_0579_a_10L而此國事務
憂怖充其中
榮樂須臾頃
憂患苦延長

비유하면 아름다운 황금으로 된 집이
불길에 훨훨 타는 것과 같나니
지혜로운 이는 화상이 두려워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029_0579_a_11L譬如妙金屋
火焚炎熾然
智者畏燒害
不應入其中

이런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깨달았으며
신통의 힘 때문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졌네.
029_0579_a_12L作是思惟時
卽悟辟支佛
以神通力故
鬚髮自然落

곧 사문의 형상이 되어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올라갔고
이내 허공에서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다.
029_0579_a_14L卽作沙門形
踊身昇虛空尋於虛空中
卽說如上偈

그가 곧 날아서 설산의 여러 벽지불 처소에 이르자, 그곳의 벽지불들이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도과(道果)를 깨치게 되셨습니까?”
그는 위의 게송으로 자세히 대답하였다.
029_0579_a_15L卽飛至雪山中諸辟支佛所時彼辟支佛問言以何因緣得悟道果具說上偈答之


8. 바라나 국왕 친군(親軍)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9_a_18L波羅柰國王親軍悟辟支佛緣

세간에서 웃고 노는 쾌락
그리고 사랑스런 아(我)와 아소(我所)를
모두 다 놓아 버리고
마음과 뜻이 해탈을 얻어
모든 근이 다 적정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029_0579_a_19L世閒戲笑樂
及愛我我所
悉皆放棄捨
心意得解脫
諸根悉寂定
獨行如犀角

나는 옛날 스승들로부터
이와 같은 일을 전해 들었다.
029_0579_a_21L我昔從先師
傳聞如此事
029_0579_b_01L
과거 바라나성에 친군(親軍)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두 부인을 마음으로 너무도 사랑하여 음행을 즐기고 집착하였으며, 늘 방일하게 취한 사람처럼 여색에 빠져 지냈으며, 또한 마치 향산(香山)11)의 제멋대로인 코끼리가 향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마리산(摩梨山)12)으로 들어가 음행을 마음껏 저지르는 것과 같았다.
그때 두 부인은 서로를 질투하여 각자 기회를 엿보다가 한 부인이 곧 독약을 그의 심복에게 주었고 그 심복은 약을 가져다 다른 부인에게 먹였다. 그 부인은 약을 먹고 미칠 듯 답답해하며 누워서 몹시 고통스러워하다가 곧 목숨을 마쳤다.
다른 부인은 그가 목숨을 마친 것을 보고는 거짓으로 몹시 슬퍼하며 괴로운 척하고 스스로 그의 머리를 흩뜨리고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니, 온 궁중이 가엾이 여기면서 슬퍼하였다. 왕도 그의 죽음을 듣고 크게 괴로워하였다.
029_0579_a_22L過去波羅柰城王名曰親軍有二夫心甚愛悅樂著欲事恒爲放逸荒如醉亦如香山逸象香流出時摩梨山自縱欲事時二夫人更相妒各相伺便其一夫人便以毒藥其親信親信齎藥與彼夫人夫人得狂悶而臥甚大苦毒尋便命終二夫人見其命終詐現懊惱自頊其搥胸而哭擧宮哀慼王聞其死大苦惱
부인의 좌우에 있던 직인(直人)은 걸치고 있던 영락(瓔珞)과 몸을 치장한 꾸미개들을 모두 떼어버리고 흙을 몸에 발랐으니, 근심의 독이 심장을 꿰뚫는 것이 마치 저 비둘기 떼가 매에게 쫓기는 것과 같고 금시조(金翅鳥)13)가 모든 용녀(龍女)들을 놀라게 하는 것과 같았다. 궁중의 채녀(采女)들도 죽음에 놀라워하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 궁중은 묘지와 같았고, 또 검은 먼지가 광명을 가린 것처럼 모든 궁인(宮人)들이 근심에 싸인 것 또한 그와 같았다.
왕은 궁중 사람들이 이와 같이 근심하고 괴로워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천관(天冠)과 영락과 몸에 걸쳤던 복식(服飾)을 모조리 땅에 버리고 시신(屍身) 곁으로 갔고, 모든 채녀들이 너무도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왕은 이것을 보고 나서는 더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다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9_b_09L夫人左右所有直人所著瓔珞嚴身之具悉皆挽絕以土坌身毒入心如彼群鵠爲鷹所逐如金翅鳥驚諸龍女宮中婇女爲死所驚復如是爾時宮中譬如塚閒又如黑塵掩蔽光明諸宮人等爲憂所弊亦復如是王聞宮人如是憂苦心中驚天冠瓔珞著身服飾皆棄于地到喪邊見諸婇女哀苦理極王見是生大愁惱而自思惟卽說偈言

비유하면 한창 더운 날에
아름다운 꽃이 볕에 시들듯
죽음이 찾아오면 사람의 형상이 소멸하여
얼굴빛이 검푸르게 변하는구나.
029_0579_b_18L譬如盛暑日
能炙好花萎
死日消人形
面色變靑黑

입술과 이는 먼지와 때에 더럽혀지고
눈은 꺼지고 콧날은 틀어지고
노래하고 춤추던 아름다운 자태
빳빳해져 목석(木石) 같구나.
029_0579_b_20L脣齒塵垢穢
眼陷鼻角戾
歌舞妙容儀
矗直如木石

예전에는 나로 하여금
최고의 즐거움이라며 애착하게 하던 것이
왜 갑자기 오늘은
나를 두렵게 할까?
029_0579_b_21L先者能令我
愛著極樂處
云何卒今日
能生我怖畏
029_0579_c_01L
싫구나, 삶과 죽음의 재앙이여
청정하지 못하고 지극히 더러우며
꿈처럼 허망하여 진실하지 않고
또한 파초의 속과 같아
튼튼하고 충실한 모양 없으며
허깨비ㆍ물거품ㆍ아지랑이와 같고
잠깐 나타나는 것이 물결과 같나니
지혜로운 자라면 싫어할 바로다.
029_0579_b_22L可惡生死患
不淨極臭穢
如夢虛不實
亦如芭蕉心
無有堅實相
如幻泡焰沫
蹔現如水波
智者所厭惡

자세히 살필 줄 모르는 이는
좋아하고 집착하는 생각을 멋대로 일으키고
이 부정(不淨)한 것에 대해
몸이라는 생각을 멋대로 일으켜
답답하게도 지키고 집착하는 것이
마치 잠자는 사람과 같구나.
029_0579_c_02L不知觀察者
撗生樂著想
於此不淨中
撗生於身想
迷悶而守著
猶如睡眠者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그리 길지 않은 사이에 부인의 시신을 화장하고 장례를 마쳤다.
다른 부인은 자기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좋은 음식을 미리 먹고는 거짓으로 몹시 슬퍼하고 괴로운 척하면서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며 슬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허물이 드러나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수심이 맺혔고, 수심이 맺힌 탓에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 곧 큰 병이 되었다.
왕은 그가 병이 난 것을 보고 갑절이나 더 슬퍼하고 괴로워하다가 곧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와 같은 것이 모두 생사(生死)의 과환(過患)이로구나’ 하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29_0579_c_04L如是思惟未久之閒燒夫人屍喪事已竟第二夫人爲藏已過食好飮食詐自懊惱言欲斷食現作哀慘然恐其過彰露發覺心中愁結以愁結故飮食不消卽成大病王見病已倍增懊惱卽生厭惡如此皆是生死過患卽說偈言

여인이 사랑을 일으키게 하는 것처럼
누(累)를 끼치는 것도 지극히 많구나.
사람치고 그렇지 않은 자 없나니
사랑으로 인해 즐거움을 일으키다
도로 다시 큰 미움을 일으키네.
029_0579_c_11L如女能生愛
生累極衆多
人中無不爾
因愛生於樂
還復生大惡

사랑은 괴로움의 근본
사랑이 모이는 때를 보면
이것이 무상(無常)한 줄 반드시 알아야 하니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던 이
단정하고 한창인 나이였지만
하루아침에 죽음이 찾아왔지.
029_0579_c_13L愛爲苦根本
見愛合會時
必知是無常
我所愛樂者
端政與盛年
一旦死來集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어떻게 여기에 즐거움이 있겠는가?
지혜로운 자라면
은혜와 사랑이 합하여 모일 때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킬 자 누가 있을까?
늙고 병들고 죽는 우환이 두려우니
이 때문에 나는 영원히 여의리라.
029_0579_c_15L以是故當知
云何有是樂
誰有智慧人
恩愛合會時
而當生喜樂
畏老病死患
是故我永離

이런 생각을 했을 때
곧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
029_0579_c_17L作此思惟時
卽得辟支佛

그는 곧 왕자(王者)의 의복과 영락을 걸치고는 날아서 허공으로 올라가 허공에서 위와 같은 게송을 말하였고, 사문으로 변해 설산(雪山)의 여러 벽지불 처소로 날아갔다.
029_0579_c_18L卽著王者衣服瓔珞飛昇虛空於虛空中說如上偈變成沙門飛到雪山中諸辟支佛所


9.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막내아들이 깨쳐서 벽지불이 된 인연
029_0579_c_21L轉輪聖王最小子悟辟支佛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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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량겁(無量劫) 때에 한 전륜성왕이 있었는데 천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막내아들은 아버지가 금륜보(金輪寶)를 타고, 칠보(七寶)를 구족하고, 사병(四兵)14)이 호위하면서 따르고, 북[鼓]과 일산[蓋]이며 몸치장이 모두 다 갖추어진 것을 보고서, 그 막내아들이 곧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는 언제 이런 일산 등 갖가지 장식물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머니가 곧 대답하였다.
“너는 뼈가 썩을 때까지도 이런 것을 얻을 수 없다.”
아들이 물었다.
“어째서 얻을 수 없습니까?”
“너에게는 999명의 형들이 있으니, 그들이 의당 그 자리를 계승해야 한다. 그 차례를 세어 보아라. 도무지 너에게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029_0579_c_22L過去無量劫時有一轉輪聖王千子具足其最小子見父乘金輪寶七寶具足四兵翼從鼓蓋容飾悉皆具備其最小子卽問母言我當何時得是蓋等種種容飾母卽答言汝至骨朽亦不得是兒卽問言何以不得汝有九百九十九大兄應得紹位計其次都不至汝
아들은 곧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저와 같은 몸차림을 할 수 없는 것이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어서 몸과 뼈가 썩고 마는 것이구나.’
이렇게 갖가지 생사의 과환(過患)을 생각하다가 바로 깨쳐 벽지불이 되어 몸이 허공으로 올라가서는 열여덟 가지의 신변을 나타냈다.
그러자 어머니가 곧 다시 청원(請願)하였다.
“멀리 떠나지 마시고 정원에 머물면서 나의 공양을 받으시오.”
이때 벽지불은 여러 어머니들의 청을 받아들여 곧 후원(後園)에 머물면서 날마다 공양을 받으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때 벽지불이 몸뚱이가 존재하기는 것이 싫어 곧 버리고 열반에 들자 여러 어머니들은 그를 그리워하면 향나무를 수북이 쌓아 그의 몸을 화장하였고, 그의 사리(舍利)를 거두어 보배 병에 담아 곧 후원에다 그를 위하여 큰 탑을 세웠다.
029_0580_a_07L兒卽思惟我旣不得如是容飾生必有死形骨腐敗以是種種思惟生死過患卽時覺悟得辟支身昇虛空作十八變母卽復請莫遠去園苑中住受我供養時辟支佛受諸母請卽住後園日日供養歷多時時辟支佛厭是有身卽便棄而入涅槃諸母戀念大積香薪燒其身收其舍利盛著寶甁卽於後爲起大塔
이때 전륜왕이 사성(四城)을 유람하고 돌아와 후원에 이르러서 큰 탑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묻자, 정원지기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왕의 막내 아드님 것입니다. 벽지불이 되어 여기서 열반하시자 여러 어머님들이 여기에다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우셨습니다.”
그러자 전륜성왕은 곧 그의 어머니를 불러 물었다.
“나의 아들이 어떻게 죽었기에 이 탑을 세운 것이오?”
그 어머니가 위의 일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자 왕은 그의 어머니를 책망하였다.
“나의 아들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을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소? 지금 비록 열반했지만 왕의 몸치장을 탑 위에 설치하리라.”
029_0580_a_16L時轉輪王遊四城還後園中見有大塔怪而問之時守園者卽白王言是王最小之子得辟支於此涅槃諸母於此爲其起塔轉輪王卽召其母而問之言我子云何死而起此塔時其母等具以上事而白於王王責其母我兒欲得何不語我今雖涅槃以王容飾置於塔上
029_0580_b_01L이 인연을 말미암아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전륜성왕이 되어 저절로 복을 누리면서 지금까지도 다하지 않고 있다.
만일 생사(生死)에 처했다면 마땅히 2500세상 동안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나 성불하셨기 때문에 2500개의 보배 일산[寶蓋]을 받으셨으니, 아사세왕(阿闍世王)15)이 부처님께 500개의 일산을 올렸고, 비사리(毘舍離)의 율차(律車) 자손들16)이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으며, 바다의 용왕이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고, 아수라왕(阿修羅王)17) 역시 부처님께 500개의 보배 일산을 올렸으며, 하늘의 제석[天帝釋] 역시 부처님께 500개의 일산을 올렸다.
029_0580_a_23L由是因緣無量劫中恒爲轉輪聖王食自然福至今不盡若處生死應二千五百世爲轉輪聖王由成佛故二千五百寶蓋阿闍世王上佛五百寶蓋毘舍離律車子上佛五百寶蓋海龍王上佛五百寶蓋阿須羅王亦上佛五百寶蓋天帝釋亦上佛五百寶蓋
그때 세존께서는 단 하나의 일산도 받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장래의 제자들이 만일 의복과 음식의 공양이 모자라게 되면 이 복력(福力)으로써 장차 사람과 하늘들로 하여금 저절로 공급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인연 때문에 현성(賢聖)의 복전(福田)은 깊고 넓으면서 한량없는 줄 알아야 한다.
029_0580_b_08L爾時世尊唯不受一蓋何以故爲將來弟子若乏衣食供養以此福當使人天自然供給以是因緣知賢聖福田深廣無量
辟支佛因緣論卷下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㓮造
  1. 1) Rāja-gaha의 의역이다. 중인도 마가다국의 고대 수도이고, 나열기(羅閱祈)ㆍ나열게리혜(羅閱揭梨醯)ㆍ나열기가라(羅閱祈迦羅)ㆍ나야흘리혜(羅惹訖哩呬)ㆍ할라사길리혜(曷羅闍姞利呬)로 음역하기도 한다.
  2. 2)과거에 출현하신 부처님 가운데 가섭불(迦葉佛) 이전의 다섯 분, 즉 비바시불(毘婆尸佛)과 시기불(尸棄佛)과 비사부불(毘舍浮佛)과 구류손불(拘留孫佛)과 구나함모니불(俱那含牟尼佛)을 말한다.
  3. 3)비구가 항상 몸에 지니는 여섯 가지의 용구(用具)이다. 첫째는 승가리(僧伽梨)이니 구조(九條) 내지 이십오조의 큰 옷인데 마을이나 궁중에 들어갈 때에는 입는다. 둘째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이니 칠조로 된 중간 옷[中衣]인데 예불ㆍ독경ㆍ청강ㆍ포살(布薩) 등을 할 때에 입는다. 셋째는 안타회(安陀會)이니 오조로 된 하의(下衣)인데 절 안에서 작업할 때나 또는 상(床)에 누울 때에 입는다. 넷째는 철다라(鐵多羅)인데 철발우[鐵鉢]를 말하고, 다섯째는 니사단(尼師壇)인데 좌구(坐具)를 말하며, 여섯째는 녹수낭(漉水囊)인데 물을 거르는 기구이다.
  4. 4)사천왕(四天王)의 하나이다. 폐실라마나(吠室羅摩拏)ㆍ비실라만낭(鞞室羅滿囊)ㆍ비사라바나(毘舍羅婆羅)ㆍ벽실라말나야(蘗室羅末拏也)라고도 쓰며, 다문(多聞)ㆍ보문(普聞)으로 의역한다. 일명 구폐라(俱吠羅)라고도 한다. 수미산 중턱 제4층의 수정타(水精埵)에 있으면서 야차ㆍ나찰의 두 귀신을 거느리고 북방의 수호와 세상 사람에게 복덕을 주는 일을 맡았으므로 북방천(北方天)이라고도 한다. 늘 부처님의 도량을 수호하면서 불법을 들으므로 다문천(多聞天)이라고도 한다. 나라구복라(那羅究福羅)는 나라구라(那羅鳩羅)라고도 쓰며, 비사문의 아들이다.
  5. 5)사상(四相)의 고통을 말한다. 첫째는 생고(生苦)이니 곧 태(胎)에 들어가서 태에서 나올 때까지의 고통이요, 둘째는 노고(老苦)이니 출생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쇠변(衰變)하는 동안에 받는 고통이며, 셋째는 병고(病苦)이니 병들었을 때에 받는 몸과 마음의 고통이요, 넷째는 사고(死苦)이니 목숨이 마칠 때의 고통이며, 또는 병으로 죽거나 혹은 수재ㆍ화재로 인해서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일찍 죽을 때의 고통이다.
  6. 6)불ㆍ보살이 나타내는 열여덟 가지 신변부사의(神變不思議)이다. 진동(震動)ㆍ치연(熾然)ㆍ유포(流布)ㆍ시현(示現)ㆍ전변(轉變)ㆍ왕래(往來)ㆍ권(券)ㆍ서(舒)ㆍ중상입신(衆像入身)ㆍ동류왕취(同類往趣)ㆍ은(隱)ㆍ현(顯)ㆍ소작자재(所作自在)ㆍ제타신통(制他神通)ㆍ능시변재(能施辯才)ㆍ능시억념(能施憶念)ㆍ능시안락(能施安樂)ㆍ방대광명(放大光明)이다.
  7. 7)Kauśāmbī의 음역으로 교상미(憍賞彌)ㆍ구섬미(拘睒彌)ㆍ교섬미(憍睒彌)ㆍ구섬비(拘睒鞞)로 음역하기도 한다. 중인도에 있던 옛 왕국 이름이다.
  8. 8)일곱 가지 보옥(寶玉)이다. 첫째는 금(金)이요, 둘째는 은(銀)이며, 셋째는 유리(瑠璃:검푸른 보옥)요, 넷째는 파려(玻瓈:수정)이며, 다섯째는 자거(硨磲:백산호)요, 여섯째는 적주(赤珠:적진주)이며, 일곱째는 마노(碼碯:짙은 녹색의 보옥)이다.
  9. 9)화(火)ㆍ수(水)ㆍ목(木)ㆍ금(金)ㆍ토(土)의 다섯 행성을 말한다.
  10. 10)성수(星宿:별자리)를 보고 점(占)을 치는 이들을 말한다.
  11. 11)무열지(無熱池)의 북쪽에 있고 염부제주(閻浮提洲)의 최고 중심에 있다. 『구사론(俱舍論)』에서는 향취산(香醉山)이라 하였다.
  12. 12)산의 이름이며 전단(栴檀)이 생산되는 곳이라 한다.
  13. 13)가루라(迦樓羅)ㆍ가유라(加留羅)ㆍ게로다(揭嚕茶)라고 음역한다. 묘시조(妙翅鳥)라고도 번역하며 일명 소발랄니(蘇鉢剌尼)라고도 한다. 조류의 괴수로서 용을 잡아먹는다고 한다. 독수리처럼 사나운 성질을 가진 새로 신격화한 새이며 인도 사람이 상상하는 큰 새이다. 팔부중(八部衆)의 하나이다.
  14. 14)전륜왕(轉輪王)이 다닐 때 따라다니는 병기의 네 가지인데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이다. 인도의 군제(軍制)는 네 가지로 나뉘었다. 상병은 코끼리에 술을 먹여 취하게 하여 적군의 진중에 놓아서 적병을 밟아 죽이게 한 것이요, 마병은 기병(騎兵)을 말하며, 거병은 전차(戰車)이다.
  15. 15)중인도의 마가다국의 왕이며 아사다설돌로(阿闍多設咄路:阿社多設咄路)라고도 한다. 미생원(未生怨)이라 번역하며,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왕사성(王舍城)의 치자(治者)였다.
  16. 16)율차(律車)는 licchavī의 음역으로 비사리(毘舍離) 일대에 거주했던 찰제리 종족 이름이다. 리차(離車)ㆍ리차(利車)ㆍ리사(離奢)ㆍ률창(栗唱)ㆍ례차(隷車)ㆍ려창(藜昌)ㆍ리차비(梨車毘)ㆍ률첩바(栗呫毘)로 음역하기도 한다.
  17. 17)아소라(阿素羅)ㆍ아소락(阿素洛)ㆍ아수륜(阿須倫)라고도 음역하고 줄여서 수라(修羅)ㆍ비천(非天)ㆍ비류(非流)ㆍ부단정(不端正)이라고 번역한다. 아수라는 육취(六趣) 중의 하나이며 싸우기를 좋아하여 언제나 전투에 존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