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阿育王經卷第三 寫

ABC_IT_K1013_T_003
030_0358_b_01L아육왕경 제3권
030_0358_b_01L阿育王經卷第三 寫


양 부남 승가바라 한역
김영률 번역
030_0358_b_02L梁扶南三藏僧伽婆羅譯


3. 보리수에 공양한 인연품[供養菩提樹因緣品]
030_0358_b_03L供養菩提樹因緣品第三
030_0358_c_01L
이때 아육왕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곳과 득도(得道)하신 곳, 법륜을 굴리신 곳, 열반에 드신 곳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각각의 장소마다 다 10만 금씩 공양하였다.
그리고 보리수(菩提樹) 앞에서는 믿음과 기쁨을 배로 내면서 생각하였다.
‘이곳이 바로 세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곳이로구나.’
그러면서 날마다 가장 빼어나고 진기한 보배를 가져다 이 나무에 공양하였다.
그러자 아육왕의 첫째 부인인 미묘낙기다(微妙落起多)1)광호(光護)라 번역한다가 성내는 마음을 내었다.
‘대왕은 나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어째서 아름답고 진기한 보배를 보리수에게 갖다 주는 거야?’
그래서 즉시 전타리(旃陀利)2)하성(下姓)이라 번역한다여인을 불러서 말했다.
“저 보리수가 바로 나의 원수다. 네가 능히 죽일 수 있겠는가?”
여인이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론 당신이 내게 금을 주어야 합니다.”
부인이 말했다.
“그렇게 하겠다.”
그러자 전타리 여인은 즉시 나무에 주술(呪術)을 걸고서 꽁꽁 얽어매어 버렸다. 그리하여 보리수는 점점 말라 죽어갔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이 보리수가 차츰 말라 죽어갑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 앉으시어
일체의 온 세상을 다 아시고
일체의 종지(種智)3)를 얻으셨는데
그런데 이 나무가 지금 죽어가는구나.

왕이 이 말을 듣고 번민하다가 그만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물을 뿌리자 한참 만에 겨우 깨어나서는, 눈물을 흘리며 게송으로 말했다.

내가 이 수왕(樹王)4)을 볼 때는
꼭 여래를 보는 것 같은데
수왕이 만약 말라 죽는다면
나의 목숨 역시 따라 죽게 되리라.

이때 그 부인은 왕이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만약 제가 보리수를 살아나게 하지 못한다면, 저는 왕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 역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왕이 대답했다.
“당신이 만약 보리수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냥 여인이 아니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이곳에 머무시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부인이 전타리 여인을 다시 불러 말했다.
“너는 저 나무를 다시 살아나게 하여서, 처음처럼 만들 수 있겠느냐?”
전타라 여인이 대답했다.
“만약 보리수가 뿌리까지 죽지만 않았다면, 얼마든지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전타리 여인은 보리수를 얽어매고 있던 것들을 제거하고, 보리수 둘레에 구덩이를 파서 날마다 1천 항아리나 되는 우유를 그 구덩이에다 부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나무는 점점 살아나서, 마침내 본래의 모습대로 회복하였다.
이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는 지금 큰 공덕을 지었습니다.
보리수가 이제 다시 생명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보리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보리수 사이에 이르러 보리수를 우러러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게송으로 말했다.

병사왕(甁沙王)5)을 비롯하여
모든 다른 국왕들도
위없는 12인연(因緣)6)
모두 다 지을 수는 없었다.

내가 보리수를
향색유(香色乳)로 목욕시켰으니
다시 마땅히 성자(聖者)의 무리이신
오부(五部)7)의 스님들께 공양을 닦으리라.

이때 아육왕은 금과 은과 유리(琉璃)로 만든 항아리 천(千) 개를 준비하여 향수(香水)를 가득 담고, 또 갖가지 음식과 향화(香花) 등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천 항아리의 향수로써 보리수를 목욕시키고 갖가지 비단옷을 입혔다. 왕은 이때에 다시 8계(戒)8)를 받았으며, 8계를 받고 나서는 손으로 향로를 잡아서 전(殿)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방의 승려들을 청하며 말했다.
“세존의 제자이신 사방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시여, 저를 가엾이 여기어 거두어 구제하기 위하여 모두 이리로 와 주십시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바른 행의 부처님[善逝]9) 제자로
6근(根)10)이 고요하여 욕심을 떠난 이는
마땅히 공양 받을 큰 복밭[福田]이시니
하늘과 사람이 귀의하는 바입니다.

가장 수승한 부처님의 제자로
선정(禪定)을 행하면서 애착과
아수라(阿修羅)의 의지처를 버리신 분
마땅히 오시어 저를 거두어 주소서.

계빈국(罽賓國)11)
큰 숲과 어두운 숲에 계시는
모든 아라한께서는
마땅히 오시어 저를 거두어 주소서.

여래의 제자로 선(禪)을 즐기며
아뇩달(阿耨達)12)의 못에 거처하거나
강산(江山)과 석굴(石窟)에 계시는 이
마땅히 오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말을 잘하시는 여래의 제자로서
사리사(舍利沙)의 궁전에 머무시는 이
근심이 없는 자비심으로
마땅히 오시어 저를 거두어 주소서.

큰 용맹과 신통력으로
향취산(香醉山)13)에 머무시는 이
제가 아라한을 청하오니
마땅히 모두 이곳으로 오소서.

이때 아육왕이 이 말을 마치자 30만의 비구가 화합(和合)했는데, 그 중에 10만은 아라한이며 20만은 학인(學人)이었고, 그 외에도 정진하는 범부가 무수하게 많았다. 그런데 여러 승려들 가운데 가장 윗자리 한 곳에는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아육왕은 6통(通)14)의 신통력을 가진 상좌(上座)인 야사(耶舍)에게 말했다.
“첫 번째 자리에는 어찌하여 아무도 없습니까?”
야사가 대답했다.
“그 자리는 첫째 상좌(上座)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왕이 또 말했다.
“대덕(大德) 말고도 또 다른 상좌가 더 계십니까?”
야사가 대답했다.
“계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제자 중에 능히 사자후를 하신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첫째입니다.
그 분의 성은 파라타(頗羅墮)이고 이름은 빈두로(賓頭盧)15)라고 하는데, 첫 번째 자리는 바로 그 분이 앉으실 곳입니다.”
아육왕은 이 말을 듣고는 마치 가담파(柯曇婆)16) 꽃과 같이 온 몸의 털이 거꾸로 섰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대덕이시여, 비구들 가운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보았던 분이 지금 계시는지요.”
장로가 대답했다.
“계십니다. 성을 파라타라 하고 이름을 빈두로라고 하는 그 분이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왕은 또 물었다.
“제가 지금 그 분을 뵈올 수가 있겠습니까?”
장로가 대답했다.
“왕이 찾으시면 마땅히 뵈올 것입니다. 그 분이 지금 곧 오실 것입니다.”
이때 왕이 듣고는 크게 환희심을 내어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지금 크나큰 이익과
비할 수 없는 보살핌과 제도를 받아서
빈두로라고 하는
대덕을 뵙게 되었다네.

그리고 아육왕은 합장을 하고서 허공을 우러러 보며 눈을 잠시도 떼지 않았다. 그때 빈두로는 수행하는 무수한 아라한들에게 반달형으로 둘러싸인 채 마치 안왕(雁王)17)이 공중에서 내려오듯이 내려와 그 첫 번째 자리에 앉았다.
아육왕은 파라타 빈두로가 오는 것과 더불어 시방의 비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또 빈두로의 머리는 희고 이마의 눈썹이 다 드리워져 얼굴을 덮은 것이 마치 연각(緣覺)의 몸과 같은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땅에 엎드려 빈두로의 발에 예배를 드렸는데, 마치 큰 나무가 쓰러지는 것과 같았다. 또 혀로 그 분의 발을 핥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우러러 보며 눈물을 흘리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대지와 바다를 옷으로 삼고
산을 하나의 우산으로 장엄했으며
원수를 없애고 이 땅을 얻은 일이
나로 하여금 기쁨이 솟게 하였어도

그러나 오늘 이렇게
대덕을 뵙는 것만은 못하네.
지금 내가 대덕을 뵙고 보니
마음속 생각이 배나 더 샘솟는다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대덕께서는 세존을 뵈었습니까?”
이때 빈두로는 두 손으로 눈썹을 들어 올리고 아육왕을 보면서 문득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여러 번 여래를 뵈었는데
견줄 수 없고 비유할 수 없는 분이셨네.

서른두 가지 상호(相好)가 있었으며
얼굴은 가을 하늘의 둥근달 같으시고
맑고 깨끗한 음성[梵音]18)으로 번뇌를 없애어
다툼이 없는[無諍] 삼매(三昧)19)에 드셨느니라.

아육왕이 그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대덕께서는 어느 곳에서 어떻게 뵈었습니까?”
장로가 대답했다.
“대왕이여, 세존은 번뇌를 없앤[漏盡]20) 5백 명 아라한의 수행을 받으며 최초로 왕사성(王舍城)에서 안거(安居)를 하셨습니다. 나는 그때 이들 가운데 있으면서 구족(具足)하신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욕심도 없고 따르고자 하는 것도 없으신
마하모니(摩訶牟尼)21) 세존께서
당시에 이곳에서 안거하시었기에
나는 구족하신 부처님을 뵈었네.
당신이 지금 나를 보는 것처럼
그와 같이 나도 부처님을 뵈었네.

“그리고 또 대왕이시여, 세존께서는 또 사위국에서 외도(外道)를 제압하기 위해, 갖가지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무수한 부처님으로 변화하시었습니다. 그리고 상호(相好)를 장엄하여 차례로 올라가서 아가니타(阿迦膩吒)22) 하늘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그때에도 역시 그 가운데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과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이때 모든 외도들이
갖가지 사도(邪道)를 행했으나
세존께서는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그들을 항복시켰다네.
그때에 나는 부처님을 뵈었으니
세간이 다 즐거워하였네.

“그리고 또 대왕이여, 세존은 삼십삼천(三十三天) 위에서 안거하시며 어머니를 위해 설법을 마치시고 여러 하늘무리에게 둘러싸이어 승가사(僧柯奢)23)광명(光明)이라 번역한다 나라에 내려가셨습니다.
나는 그때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모든 하늘 무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울파라(鬱波羅)24)청련화(靑蓮華)라 번역한다반니가(槃尼柯) 색(色)이라 번역한다라고 하는 비구니를 보았는데, 그가 전륜성왕으로 변화하여 7보(寶)로 구족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하늘에 올라가 안거를 마치고
부처님께서는 바로 그곳에서 내려오셨네.
나는 그때 대중 가운데 있었으니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을 뵈었다네.

“그리고 또 대왕이시여, 고독장자(孤獨長者)25)
의 딸 수마가타(修摩伽陀) 풀어 번역하지 않는다가 부처님과 5백 아라한을 청하여,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분타발타국(分陀跋陀國)풀어 번역하지 않는다에 이르셨을 때에도, 나는 신통력으로 산을 들고 허공중에 따라서 역시 그 나라에 갔었습니다. 이때 여래께서는 저를 경계하며 꾸짖으시기를 ‘너는 열반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나의 법에 머물게 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수마가타가 청하였을 때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그곳에 이르시기에
나도 신력으로 산을 들고
따라서 분타국에 이르렀다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경계하여 꾸짖으시며
나로 하여금 법에 머물도록 하셨네.
바로 이런 인연 때문에
구족하신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네.
“그리고 또 대왕이여, 당신은 전생에 어렸을 때에 동자(童子)의 마음으로써,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들어가시어 걸식하실 때에 나는 부처님께 보리쌀을 바쳤고 당신은 부처님께 모래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성호(成護)는 그때 덩달아 기뻐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수기하셨습니다.
‘이 아이는 내가 열반에 든 지 백년 뒤에 마땅히 파타리성(城)에 태어나 아수가라는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사분(四分)의 전륜왕이 되고 법을 다스리는 법의 왕[法王]이 되어서, 마땅히 널리 사리를 공양하여 8만 4천의 법왕의 탑을 세울 것이다.’
그때에도 나는 역시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왕이 전생에 아이였을 때
합장하면서 모래를 보시했나니
나는 그때에도 역시
그 일을 모두 다 보았네.

아육왕은 다시 빈두로에게 물었다.
“대덕께서는 어느 곳에 머무르고 계십니까?”
빈두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북쪽 아뇩달의 연못가
향취산 가운데
여러 도반들과 함께
나는 그곳에 머물고 있소.

아육왕은 다시 빈두로에게 물었다.
“대덕을 따르는 무리는 얼마나 됩니까?”
빈두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6만의 아라한이
빙 둘러 싸고 나를 따르네.
나와 모든 대중들은
모두 번뇌의 독을 소멸해버렸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대왕은 어째서 이렇게 의심을 하십니까?
어서 속히 스님들에게 음식 공양을 베푸십시오. 대중들이 공양을 마치고 난 다음에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덕의 가르침이 그러하듯이 부처님을 생각하라고 나에게 가르쳤으니, 저는 마땅히 보리수를 보아야겠습니다.
보리수를 본 다음에는 마땅히 스님에게 가지가지 음식으로써 공양하겠습니다.”
이때 아육왕은 일체우(一切友)라고 하는 비구에게 말했다.
“나는 스님에게 10만 금과 천 개의 금과 은과 유리로 만든 항아리를 보시하겠습니다. 대중들에게 내가 다섯 부류의 스님[五部衆僧]들에게 공양을 했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이때 구나라(鳩那羅)26)새의 이름으로, 풀어 번역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아육왕의 왕자가 왕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왕자는 부왕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감히 말은 하지 못하고, 갑자기 비구를 끌어당기더니 두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복을 닦는 것을 그의 아버지보다 배로 많이 하겠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대중들은 구나라가 배로 복을 짓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모두 다 크게 웃었다.
그러자 왕이 대중이 웃는 것을 보고 대신 성호에게 말했다.
“그대가 한 일이 옳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웃은 것이다.”
성호가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은 공덕 짓기를 바랍니다. 만약 공덕을 지으려면 반드시 배로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아육왕이 말했다.
“나는 마땅히 30만의 금으로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고 3천 개의 보배 항아리에 향수를 가득 담아 보리수를 목욕시키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다섯 부류의 스님[五衆]들에게 공양을 했다고 대중들 앞에서 내 이름을 말해 주십시오.”
그러자 구나라는 다시 네 개의 손가락을 들어서 비구에게 보였다.
마침내 대왕은 화를 내면서 성호 대신에게 말했다.
“내가 공덕을 닦겠다는데, 지금 누가 감히 나와 다투려고 하는가? 세간의 법[世法]을 몰라도 아주 모르는구나.”
성호는 대왕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대왕의 발에 예배하였다.
“누가 감히 왕과 더불어 공덕 짓는 일을 다투겠습니까?”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누가 감히 왕과 더불어
공덕 닦기를 다투겠습니까.
이는 구마라가
왕과 더불어 다툰 것입니다.

이때 아육왕은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구나라 왕자를 보고는, 빈두로를 향해 말했다.
“대덕이시여, 나는 지금 오직 7보(寶)의 창고만 제외하고 모든 땅과 궁인(宮人)과 대신과, 아울러 내 몸과 구나라(鳩那羅)까지도 모두 대중 스님들에게 보시하겠습니다. 제가 다섯 부류의 스님[五衆]들에게 공양했다고 대중들 사이에 제 이름을 일컬어 주십시오.”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궁안의 모든 재물을
오직 진보(珍寶)만 제외하고
궁인과 대신들까지도
모두 대중 스님들에게 보시하나니

대중 스님들은
복밭이 되는 곳이라
나와 왕자는
공덕을 구족하리라.

아육왕은 빈두로 등 대중 스님들에게 보시를 마치고, 보리수 주위에 담장을 세웠다. 그리고 아육왕은 스스로 담장 위에 올라서 4천 개의 항아리에 향수를 담아서 보리수를 목욕시켰다. 그러자 그 보리수는 전과 같이 다시 살아났다.
게송으로 말했다.

보리수를 목욕시키니
보리수는 다시 살아났네.
가지와 잎이 무성하니
공덕 역시 자라나리라.

대왕이 보리수를 목욕시키고 나자 본래대로 다시 살아나서 가지와 잎이 푸릇푸릇 보드랍고 새로운 싹도 다시 나왔다. 그것을 본 왕과 대신과 모든 백성들이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고서 또 음식을 대중에게 공양했다.

그들 대중 가운데 이름을 야사(耶舍)라고 하는 한 대덕이 있었는데, 그가 왕에게 말했다.
“지금 이곳 대중은 참으로 가히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 만합니다. 왕은 지금 공양하면서 다른 마음을 일으키지는 마십시오.”
그때 아육왕은 상좌(上座)로부터 시작하여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손수 음식을 돌렸다. 마침 대중의 말석에 있는 두 사미(沙彌)가 밀가루를 버무려서 환희환(歡喜丸)을 만들어 서로 던지면서 놀고 있었다.
아육왕이 그것을 보고는 웃으며 생각하였다.
‘이 두 사미는 아이들 같이 장난을 하는구나.’
그리고 아육왕은 다시 상좌의 처소로 가서 차례로 음식을 돌리고, 야사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에 대덕 야사는 다시 왕에게 말했다.
“대왕은 대중 스님들을 보고 믿지 않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왕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왕은 다시 상좌 야사에게 말했다.
“두 사미가 밀가루를 뭉쳐 서로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야사가 대답했다.
“이 두 사미는 다 심해탈(心解脫)27)과 혜해탈(慧解脫)28)을 갖춘 아라한입니다.
왕이 듣고는 이미 마음에 크게 기뻐하며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미 모든 대중에게 공양했다. 이제 다시 좋은 옷을 구해서 두 사미에게 보시하리라.’
이때 두 사미는 왕의 뜻을 알고, 문득 공덕의 힘을 나타내 보였다. 한 사미는 신통 변화로 철기(鐵器)를 하나 만들어서 그의 앞에 놓았고, 다른 한 사미는 건타수(揵陀水)29) 등을 신통 변화로 만들었다.
왕이 물었다.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사미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나는 왕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대왕께서 대중에게 공양을 마친 다음 나에게 따로 옷을 보시하려고 하시니, 나는 지금 그것을 염색하려고 합니다.”
이때 왕이 듣고는 곧 생각했다.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말로 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은 이미 나의 마음을 아는 것일까?’
그리고 즉시 땅에 엎드려 그 발에 공경히 예배를 드리고 두 사미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나 공작(孔雀)30) 대왕은
대신과 백성들에게
공덕을 지어서
일체의 큰 이익을 얻게 했으며
정진하는 곳에 믿음을 내어
베풀 것을 나는 이미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아육왕은 두 사미에게 말했다.
“저는 당신들로 인해서 다른 모든 스님들에게도 다 3의(衣)31)를 보시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육왕은 다섯 대중들에게 공덕을 다 짓고 난 다음,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3의를 보시하였다. 또 40만 금을 대중 스님들에게 보시하였으며, 다시 무수한 금과 은으로써 이 대지(大地)와 궁인(宮人)과 대신과 아울러 최후말신[末身]32)과 구나라를 도로 찾았다.
030_0358_b_04L爾時阿育王於佛生處得道轉法輪入般涅槃於一一處各以十萬金供養於菩提樹倍生信樂作是思惟此是世尊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處日之中最勝珍寶供養此樹是時育王第一夫人名微沙落起多翻光護嗔恚心大王旣愛念我云何以好珍寶與菩提樹卽喚旃陁利女翻下姓而語菩提樹是我怨汝能殺不答言汝當與我金夫人語言如是旃陁利女卽便呪樹以綖縛之是菩提樹漸漸枯死有人白王是菩提樹漸漸枯死而說偈言佛坐菩提樹 知一切世閒 得一切種智此樹今日死王聞是語已悶絕躄地諸臣以水灑王良久乃醒卽便啼泣而說偈言我見此樹王 卽是見如來 樹王若枯死我命亦隨滅彼夫人見王憂惱便白王言若我不能令菩提樹生者我亦不能令王歡喜王答言汝若能令菩提樹生者汝非女人何以故佛住此處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時夫人喚旃陁利女而語言汝能令樹更生如其先答言若菩提樹其根不死能令更乃至栴陁利除所縛綖周帀掘坑日日以罌乳灌之坑中少日之閒漸還生遂得如本人白王王於今大生功德菩提之樹今得生故聞此言心大歡喜卽便往至菩提樹瞻菩提樹目不能捨而說偈言從於甁沙王 及諸餘國王 無上二因緣悉所不能作 當於菩提樹 灌以香色乳復當修供養 聖衆五部僧阿育王以千金銀琉璃罌盛以香復持種種飮食及香花等千罌香浴菩提樹以種種綵衣而以衣之王於是時復受八戒受八戒竟手執香爐而登殿上請四方僧說言世尊弟子在四方者爲攝受我故悉應來而說偈言正行善逝子 根寂靜離欲 應供大福田天人所歸依 最勝善逝子 行禪離愛著阿修羅所依 當來攝受我 於罽賓國處大林及暗林 有諸阿羅漢 當來攝受我如來子樂禪 住阿耨達池 及江山石窟當來作慈悲 善言如來子 住舍利沙殿無憂慈悲心 當來攝受我 大勇之神力住於香醉山 我請阿羅漢 當悉來此處阿育王說此言已有三十萬比丘和合阿羅漢十萬學人二十萬及精進凡夫無數於衆僧中上座一處無有人坐阿育王白六通上座耶舍第一坐處何故無人答言此是第一上座之處王又白言除大德外有上座耶答言有佛說第子中有能師子吼此爲第一姓頗羅墮名賓頭第一坐處是其所坐阿育王聞其此言身毛爲豎如柯曇婆花又說大德有比丘見佛未入涅槃今猶在者不長老答言有姓頗羅墮名賓頭其人見佛王又問言我於今者見其人不長老答言王尋當見其今應來王聞已大生歡喜而說偈言我今得大利 及無比攝受 以得見大德名曰賓頭盧阿育王合掌仰看空中目不暫捨賓頭盧與無數阿羅漢隨從圍繞如半月形猶若鴈王從空中下於第一處坐是時阿育王見頗羅墮賓頭盧來及見十萬比丘皆從坐起又見賓頭盧頭髮皓白額皮眉毛悉垂覆如緣覺身見已五體投地禮賓頭盧足如大樹倒舌舐其足長跪合掌瞻仰啼泣而說偈言大地海爲衣 山莊嚴一繖 除怨得此地令我生歡喜 不如於今日 與大德相見我今見大德 倍生於心念復次大德見世尊不是時賓頭盧以兩手擧其眉毛視阿育王便說偈言我數見如來 無等無譬類 有三十二相面如秋滿月 梵音除煩惱 入無諍三昧阿育王復問大德於何處云何見老答言大王世尊與五百漏盡阿羅漢隨從最初於王舍城安居是時此衆中得具足見佛便說偈言無欲無欲從 摩訶牟尼尊 是時此安居我具足見佛 如汝今見我 如是我見佛復次大王世尊又於舍衛國爲勝外故現種種神力作無數化佛相好莊嚴次第而上至阿迦膩咤天我於爾時亦在其中見佛種種神變說偈言時有諸外道 行種種邪道 世尊以神力示現降伏之 是時我見佛 令世閒歡喜復次大王世尊於三十三天上安居爲母說法竟與諸天衆圍繞下僧柯翻光明國我於爾時在大衆中見諸天衆復見比丘尼名鬱波羅翻靑蓮華尼柯翻色見其化作轉輪聖王具足七而說偈言上天安居竟 佛便從彼下 我時在衆中是故得見佛復次大王修摩陁伽不解翻孤獨女兒請佛及五百阿羅漢佛以神力至分陁跋陁國不解翻我以神力擧山從虛空中亦至彼國是時如來誡勅於我不得入涅槃至我法住而說偈言修摩伽陁請 佛神力至彼 我以力擧山隨至分陁國 是時佛誡勅 令我至法住以是因緣故 得具足見佛復次大王汝先小時以小兒意佛入王舍城乞食我奉佛麨汝奉佛沙成爾時起隨喜心如佛所記此小兒於我涅槃百年後當生波咤利城阿輸柯爲四分轉輪主領法王當廣供養舍利起八萬四千法王塔我於是時亦在其中而說偈言王昔爲小兒 合掌以沙施 我亦於是時具足見此事阿育王復問賓頭盧大德何處住偈答言北方阿耨池 於香醉山中 我住於彼處及諸同學衆阿育王復問賓頭盧大德幾人隨從以偈答言六萬阿羅漢 圍繞隨於我 我及諸大衆悉盡煩惱毒復次大王何事此疑當速施僧食僧食竟當更共語王答言爾如大德以念佛教我當觀菩提樹觀菩提當與僧食以種種飮食當以供養阿育王語比丘名一切友我當施僧十萬金及一千金琉璃罌於大衆中當說我名供養五部僧阿育王兒名鳩那羅鳥名不解翻 住王右邊是時王子畏其父故不敢發言便擧二指唱導比丘表其修福倍多其父大衆見鳩那羅一倍作福悉皆大笑王見大衆笑語大臣成護汝所作是故人笑成護答言多人欲作功若作功德必以一倍是爲正當育王答言我當以三十萬金供養衆以三千寶罌盛以香水灌菩提樹當以我名在大衆說供養五衆乃至鳩那羅復擧四指以示比丘大王瞋語成護大臣我修功德誰今與我而欲諍大不識世法成護見大王瞋禮大王足誰敢與王爭作功德而說偈言誰敢與王 諍修功德 是拘摩羅與王諍作是時阿育轉身右邊見拘那羅王子向賓頭盧說言大德我今唯除七寶庫藏一切大地宮人大臣幷以我身及鳩那羅悉施衆僧當以我名在大衆說供養五衆復說偈言一切宮內 唯除珍寶 宮人大臣悉施衆僧 大衆之僧 爲福田處我及王子 具足功德是時阿育王於賓頭盧等大衆中布施竟於菩提樹周帀起牆阿育王自登牆上以四千罌盛以香水灌菩提樹其菩提樹還生如本而說偈言已灌菩提樹 菩提樹還生 枝葉極茂盛功德亦增長大王灌菩提樹竟還生如本枝葉靑新芽更出王及大臣一切人民大歡喜復次飮食供養衆僧於大衆有一大德名耶舍語王言今此大衆實可愛重王今供養勿起異心阿育王自手行食從上座爲始盡於一衆於衆僧末有二沙彌以麨相扮歡喜丸等共戲相擲阿育王見笑思惟此二沙彌爲小兒戲乃至阿育王復往上座所次第行食至耶舍所大德耶舍復語王言大王於衆僧中不得起不信心王答言復白上座耶舍言有二沙彌以麨等相戲耶舍答言此二沙彌具心解脫及慧解脫皆阿羅漢王聞是已心大歡喜復生心言我已供養衆僧復覓好衣施二沙彌二沙彌卽知王意便現功德之力一沙彌化作鐵器以置其前沙彌化作揵陁水等王見問曰用此何爲答言大王我見王心供養僧竟別施我衣我欲染之王聞已卽便生意我本在心未發言說云何此人已知我心卽以五體投地敬禮其足向二沙彌而說偈言我孔雀大王 及大臣人民 功德我已作一切得大利 精進處生信 可施我已施乃至阿育王語二沙彌我以汝故一切僧悉施三衣阿育王於五衆已作功德復於一一人悉施三衣又以四十萬金布施衆僧復以無數金銀贖此大地宮人大臣幷以末身及拘那羅

1) 비다수가(毘多輸柯)33)의 인연
030_0361_a_20L毘多輸柯因緣
030_0361_b_01L이때 아육왕은 불법에 큰 신심(信心)을 내어 8만 4천의 탑을 세우고, 오중(五衆)34)의 대회(大會)를 열어서 음식을 공양하였다. 여기에 모인 아라한은 30만이었고 학인은 그 배나 되었으며, 정진하는 범부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아육왕은 배로 더 신심을 내게 되었다.
당시에 아육왕의 아우 비다수가(毘多輸柯)는 외도(外道)의 법을 믿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석가모니의 제자는 해탈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항상 즐거운 행[樂行]을 즐기고 고행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아육왕은 그 아우에게 말했다.
“너는 그른 곳에다 신심을 내지 말고 마땅히 불법(佛法)에 신심을 내어야 한다.”
아육왕이 다른 어느 날에 사냥을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아육왕의 아우가 그 산중에 한 선인(仙人)이 오열(五熱)35)로 몸을 달구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고행하는 과정에서 참다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라 여기고 그곳으로 가서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말했다.
“대덕께서는 이곳에 얼마나 머물렀습니까?”
선인이 대답했다.
“12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음식을 먹습니까?”
대답했다.
“항상 나무의 열매나 뿌리를 먹습니다.”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떤 옷을 입습니까?”
대답했다.
“띠풀을 엮어서 옷을 만들어 입습니다.”
다시 물었다.
“어디에 누워 잡니까?”
대답했다.
“풀을 땅에 깔아놓고 눕습니다.”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일로 인해서 번뇌가 일어납니까?”
대답했다.
“사슴이 성욕(性欲)을 행하는 것을 보면 나도 욕망의 마음이 일어나서, 그 욕심의 불길이 나의 마음속에서 타오릅니다.”
이때 아육왕의 아우는 마음에 곧 의심이 생겼다.
‘이와 같이 고행을 하는 데도 오히려 욕심이 일어나는데, 부처님의 제자처럼 항상 낙행(樂行)을 닦는다면 어찌 색욕(色欲)을 보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이미 욕심이 일어나게 되었을 때에 어떻게 그 욕심을 싫어하여 여읠 생각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즉시 게송으로 말했다.

선인이 고행하는 숲에 갔더니
나무의 꽃과 열매와 뿌리를 먹고
기(氣)를 마시면서 더러운 음식을 제거했지만
애욕을 소멸하지는 못했더라.

그런데 석가모니의 제자는
소락(酥酪)과 유미(乳味)를 먹고
갖가지 옷을 입으면서
모든 것을 다 버리지 못하는구나.

만약 6근(根)을 항복받은 자라면
빈타산(頻陀山)36) 위에 능히 뜨리라.

아육왕의 아우는 또 다시 말했다.
“석가모니의 제자는 아육왕을 속여서 공덕을 짓게 했습니다.”
이때 아육왕은 이 말을 듣고는 즉시 방편을 베풀어서 대신(大臣)에게 말했다.
“나의 아우가 외도에게 믿음을 내고 있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그가 불법에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그러자 대신이 아육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어떻게 제가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왕이 대신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목욕하러 저 욕실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천관(天冠)과 의복 등을 다 벗어 놓을 것이다. 너는 나의 옷과 장식품을 가져다 나의 아우를 장엄하여 왕의 자리에 오르게 하여라.”
신하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뒤이어 아육왕이 장엄구(莊嚴具)를 다 벗어 놓고 욕실에 들어갔다.
이때 대신이 아육왕의 아우에게 말했다.
“만약 아육왕이 계시지 않는다면 당신께서 마땅히 왕이 되실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험삼아 천관을 쓰고 천의[天衣]를 입고 왕의 자리에도 한 번 올라보십시오.”
대신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천관과 천의를 주면서 입게 하고, 왕의 자리에도 오르게 하였다.
그리고 대신은 아육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시키신 대로 신이 모두 마쳤습니다.”
그러자 아육왕이 나와서 그 아우가 천관을 쓰고 왕의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내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너는 이미 왕이 되었구나.”
아육왕은 화를 내며 즉시 그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몸에 푸른 옷을 걸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방울을 잡은 사람이 도착하여, 왕에게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이제 무엇을 하고자 하십니까?”
왕이 말했다.
“나는 이 아우를 버리고자 하니 너는 그를 죽이도록 하라.”
왕의 말이 끝나자 곧 많은 사람들이 여러 무기를 쥐고서 그를 에워쌌다.
이때 대신이 아육의 발에 예를 올리고 왕에게 말했다.
“이 분은 왕의 아우입니다. 원컨대 왕께서 참으시어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마시옵소서.”
이때 아육왕은 대신에게 말했다.
“나는 마땅히 7일 동안 참겠다. 나의 아우에게 7일 동안 잠시 나라를 내주어 그로 하여금 왕이 되게 하겠다. 그에게 가지가지 기악(伎樂)과 채녀(婇女)를 그에게 공급할 것이다.
신하와 백성들은 모두 그에게 가서 문안하도록 하라.”

살인(殺人)을 집행하는 사람은 칼을 잡고 문 앞에 서서 날마다 왕에게 아뢰었다.
“이제 하루가 지났으니 6일이 남았습니다.”
이와 같이 하여 6일이 이미 지나고 남은 날은 겨우 하루가 되었다. 제7일째가 되자 왕의 장엄구와 천관과 의복이 아육왕에게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대신과 모든 사람들은 비다수가를 데리고 함께 아육왕을 찾아왔다.
이때 왕이 물었다.
“너는 7일 동안 왕이 되어 갖가지 기악(伎樂)과 좋은 것을 듣고 보았느냐?”
아우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만약 사람이 색(色)을 보고
소리를 듣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그렇다면 왕에게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왕이 다시 말했다.
“나는 너에게 나라를 주어 7일간 왕이 되게 하였다. 백 가지 기악을 다 너의 마음대로 하게 했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날마다 방문하여 너에게 주원(呪願)을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아무 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 것도 듣지 못했으며 맛있는 것을 먹지도 못했다고 말하는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는 7일 동안
보지도 소리를 듣지도 못했으며
냄새도 맛도 몰랐으며
또한 모든 감각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나의 몸에 장엄구를 갖추고
여러 채녀들과 함께 했으나
죽음을 생각하니 두려움뿐이므로
이런 일들을 알지 못했습니다.

기녀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나
궁전이나 침상도
대지의 온갖 진귀한 보배도
아예 즐거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살인을 집행하는 자가
칼을 잡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또 요령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뿐이었습니다.

죽음의 말뚝을 심장에 박았으니
아름다운 5욕락(欲樂)37)도 알 수 없었고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는 병에 걸렸기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죽음이 장차 닥칠 것을 생각하니
밤이 이미 지난 것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때 아육왕은 아우에게 말했다.
“비다수가여, 너는 살아 있는 내내[一生中] 죽음의 고통을 생각하느라, 비록 훌륭한 5욕락을 얻었어도 좋아하며 가질 수가 없었다. 하물며 출가한 비구는 12처(處)38)에 들어가 한량없는 생사(生死)와 무상(無常)을 생각하고 있으니 어떻게 번뇌를 일으키겠는가? 또 지옥의 고통과 모든 축생(畜生)들이 서로 해치고 죽이는 것과 아귀(餓鬼)들이 배고픔과 갈증과 같은 온갖 고통에 핍박받는 것을 생각하며, 사람들이 사방으로 달음박질치면서 애초부터 안락함이라고는 없었던 것을 생각하며, 천상(天上)의 즐거움이 허물어질 때의 괴로움을 생각한다. 이와 같은 5도(道)39)에서는 몸과 마음이 괴로울 뿐, 즐거운 곳이라고는 없다. 이렇게 5음(陰)40)이 무상(無常)하여 괴롭고 공(空)하며, 무아(無我)하여 실체가 없다는 것을 관찰하나니, 마치 텅 빈 촌락에 거주하는 백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과 같이 한다.
이처럼 5음은 공하여 무아하다는, 무상의 불길이 세상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는 항상 이렇게 관찰하는데 어떻게 번뇌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너는 하루 중에
생사의 두려움만 생각하느라
기쁨과 즐거움이라곤 없었고
탐애심(貪愛心)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날마다 나고 죽음을 관찰하는데
어찌 기쁨과 즐거움이 일어날 것이며
번뇌의 마음이 일어나겠는가.

음식과 의복과
침구 등과 같은 물건에서도
해탈의 법을 생각하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몸을 보기를 원수의 집같이 하고
3유(有)를 불타는 집[火宅]41)과 같이 여겨
무슨 방편으로
거기에서 해탈할까만 생각한다.

깊이 해탈의 법을 즐기고
5욕의 즐거움에 탐착하지 않으니
그 마음은 연꽃과 같아
물속에 있어도 물이 묻지 않는다네.

이처럼 아육왕은 훌륭한 방편과 불법으로써 비다수가를 교화하였다.
그러자 비다수가는 합장하고 왕을 보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와 법과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의 얼굴은 연꽃과 같으시어
하늘과 사람의 귀의처이오니
무루(無漏)의 법과 승가에 귀의합니다.

이때 아육왕이 두 손으로 아우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잘못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너로 하여금 불법을 믿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너를 위해 이러한 방편을 썼던 것이다.”
이때 비다수가는 갖가지 꽃과 향수와 모든 기악(伎樂)을 부처님의 탑에 공양했으며 갖가지 음식을 대중에게 공양했다. 그리고 다시 계사(鷄寺)에 머무는 6통(通)의 신력을 지닌 아라한인 야사 상좌(耶舍上座)의 처소로 갔다. 그곳에 가서 야사를 마주하고 앉아 법을 듣고자 했다.
이때 야사는 신통력으로 전생에 이미 지은 선업(善業)과 금생에 최후신(最後身)42)으로 아라한을 얻게 된 것을 보이며, 그를 위해 법을 설하고 출가(出家)를 찬탄하였다.
비다수가는 법을 듣고 나자 곧바로 출가하고자 하여, 즉시 일어나 합장하고 야사에게 아뢰었다.
“좋은 법과 율(律)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도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43)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불법 가운데서 범행(梵行)을 닦고자 합니다.”
야사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돌아가 아육왕에게 출가를 허락해 주기를 아뢰겠는가?”
그래서 비다수가는 즉시 아육왕의 처소로 돌아와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지금 마땅히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소서. 저는 불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저의 마음 어지러워 머무르지 못함은
마치 고삐 없는 코끼리와 같습니다.
왕의 마음은 쇠고삐와 같으시니
저의 출가를 막지 마십시오.

왕은 땅 가운데 왕이시니
마땅히 저의 출가를 들어줄 것입니다.
부처님은 세상의 빛이시니
지금 그 분의 행을 닦고자 합니다.

아육왕이 그 말을 듣고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으며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비다수가여, 그런 마음을 내지 말아라. 왜냐하면 출가한 사람은 누더기 옷을 입어 거친 모습을 하고 있고, 음식은 남에게 빌어먹어야 하며, 잠도 나무 아래에서 잔다. 너는 지금 마음을 억제하여 출가하려는 마음을 갖지 말라.”
비다수가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저는 지금 성난 마음 때문에 출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탐욕 때문도 아니며 빈곤 때문도 아니며, 또한 원수의 집을 벗어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세상의 갖가지 많은 고통과 생사가 계속 이어져서 벗어날 곳이 없음을 보았기에, 오직 불법의 바른 길만이 능히 생사를 벗어나서 마침내 두려움이 없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기쁜 마음으로 출가하고자 합니다.”
아육왕이 이 말을 듣고 다시 더욱 슬피 울었다.
이때 비다수가는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생사는 줄에 매달린 듯 위태롭고
사람은 항상 움직입니다.
높은 데 있는 것은 반드시 추락하고
화합한 것은 반드시 흩어지게 됩니다.

이때 아육왕이 다시 말했다.
“너는 마땅히 먼저 걸식하는 것을 익혀라. 그런 뒤에 출가하도록 하라.”
이때 왕의 뒷동산에 큰 나무 하나가 있었는데, 그 나무 아래 풀을 깔아 놓고 그 아래에서 지내게 하였다. 그리고 진흙으로 만든 발우 하나를 주면서 궁궐에 들어가 걸식하게 했다.
비다수가는 즉시 발우를 가지고 걸어서 궁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갖가지 좋은 음식을 주어서 그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자 아육왕은 궁 안의 사람들에게 성을 내며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어찌하여 걸식하는 자에게 좋은 음식을 주는 것이냐?
이제부터는 마땅히 거친 음식을 주도록 하여라. 보리로 밥을 지은 다음 하룻밤을 묵혀서 썩어 문드러지거든 그에게 주도록 하여라.”
비다수가는 그런 음식을 얻어먹으면서도 싫어하지 않았다.
아육왕이 그것을 보고는 비다수가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이런 음식을 먹지 말아라. 너의 출가를 허락하겠다. 그러나 출가한 후에도 항상 와서 나를 보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비다수가는 길을 떠나 계사(鷄寺)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곳에 이르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여기로 출가한다면 사람과 물건이 나를 어지럽게 하여 수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마땅히 먼 곳으로 가서 출가해야겠다.’
그는 곧 비제국(毘提國)44)으로 가서 거기에서 출가하여, 사유(思惟)하고 정진하여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그때 장로 비다수가는 아라한을 얻어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는 다시 생각했다.
‘옛날에 출가하고 나서도 항상 가서 왕을 뵙기로 왕과 약속을 했었다. 나는 이제라도 그 본래의 약속을 지켜야겠다.’
그리하여 조금씩 걸어서 파타리불다국에 이르렀다. 장로 비다수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나라 안으로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례차례 나아가 아육왕의 성(城)에 이르렀다. 그리고 문지기에게 말했다.
“너는 들어가서 왕에게 ‘비다수가가 지금 문 밖에서 대왕을 뵙고자 한다’고 아뢰어라.”
문지기는 곧 들어가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비다수가가 와서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
이때 아육왕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궁궐 안으로 모시고 들어오너라.”
비다수가가 궁궐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육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를 올렸는데, 마치 큰 나무가 넘어지듯 하였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합장하고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슬피 울면서 말했다.

일체의 모든 중생은
화합(和合)을 즐거워하는데
그대는 지금 화합을 버리고
고요한 마음을 음미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그대의 마음을 알겠다.
지혜로써 지치지도 만족하지도 않는 것을.

이때 이름을 선호(善護)라고 하는 아육왕의 대신이 있었는데, 비다수가가 분소의(糞掃衣)45)를 입고 질그릇 발우를 들고 차례차례 다니며 걸식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다수가가 거친 음식을 받거나 좋은 음식을 받거나 마음에 아무런 분별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아육왕에게 아뢰었다.
“비다수가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압니다. 그리고 할 일을 이미 다 갖추었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환희심을 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까닭을 게송으로 말했다.

항상 걸식을 하고
분소의를 입고
나무 아래에 머물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안정되는 것은

마음이 너그러워 번뇌가 없고
몸에는 병이 없으며
정명(正命)46)으로 스스로 살아가면서
항상 환희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육왕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에 크게 즐거워하면서 곧 게송으로 말했다.

공작(孔雀)이라는 성(姓)과
마가다국(摩伽陀國)과
갖가지 진기한 보배와
가장 좋은 5욕의 즐거움을 버리고

성자가 되는 네 가지 행위[聖種]47)를 좋아하여
교만과 번뇌를 제거하고
대정진(大精進)을 행하면서
명성을 나의 나라에 드날리는구나.
가장 빼어난 10력(力)의 법을
그대는 능히 받아 가졌구나.

이때 아육왕은 손으로 그를 받들어서 좋은 자리 위에 앉게 하고, 갖가지 음식을 손수 그에게 주었다.
공양을 마치자 발우를 씻어 한 곳에 둔 다음, 아육대왕은 그의 앞에 앉아 법을 설하는 것을 들었다. 이때 비다수가는 왕을 위해 법을 설하고 게송으로 말했다.

왕은 지금 자재(自在)함을 얻었으나
마땅히 방일(放逸)하지 말고 닦으십시오.
삼보(三寶)는 참으로 만나기 어려우니
왕은 마땅히 부지런히 공양을 올리십시오.

아육왕은 5백 명의 대신들과 온 나라의 백성들과 함께 스스로 비다수가를 둘러쌌다. 그리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비다수가를 떠나보냈다.
대신과 백성들이 게송으로 말했다.

대형(大兄) 아육왕께서
지금 공경하며 아우를 보내니
출가의 빼어난 과보가
지금 나타나 증명되는구나.

이때 장로 비다수가는 그 공덕을 나타내고자 허공을 날아갔는데, 일체의 백성들이 모두 그가 가는 것을 보았다.
이때 아육왕은 여러 대중과 더불어 합장하고 그를 보고는 눈을 잠시도 떼지 않고 게송으로 말했다.

다시는 육친의 우애를 돌보지 않고
새처럼 허공을 날아서 가네.
나는 탐애(貪愛)의 사슬에 묶여
자재하게 떠나기가 힘들다네.

선정(禪定)에는 수승한 과보가 있는지라
몸은 자재함을 얻었고
뜻대로 행하여도
일체 걸림이 없구나.

애욕에 눈이 멀어서
능히 이러한 법을 보지 못하니
그대는 지금 신통력으로
나의 애욕 일으킴을 경멸하겠구나.

나는 본래 지혜를 자만하였지만
이제 그대가 가장 빼어나구나.
우리 세상의 법에 집착한 자들은
성현을 보아야 비로소 두려움을 안다네.
지금 우리들이 우는 것은
그대가 지금 나를 버렸기 때문이라네.

그리하여 장로 비다수가는 변방의 땅에 이르렀다. 그곳에 도착한 뒤에 병을 얻었는데, 병이 중하였기 때문에 머리 전체에 종기가 났다. 왕이 그 소식을 듣고는 즉시 급사(給事)48)와 의약을 보내어 치료하게 하였다. 그 후 조금 차도가 있게 되자 비다수가는 의사와 급사들을 다 돌려보냈다. 그리고 몸을 유지하려면 오직 우유를 먹어야 했으므로, 그는 걸식하기 위하여 소가 많은 곳으로 갔다.
다시 분나파타나(分那婆陀那)49)정증장(正增長)이라 번역한다라는 이름의 한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외도(外道)를 믿고 받아들였다. 또 어떤 사람이 외도의 법을 받아들여 벌거벗은 모습[裸形]의 신(神)50)을 섬겼는데, 그는 여래(如來)가 그 신(神)의 발에 예배하는 광경을 그림으로 그렸다.
어떤 부처님의 제자가 이 일을 보고 아육왕에게 아뢰니, 왕이 그 말을 듣고는 빨리 잡아 오라고 명령했다.

아육왕이 거느리는 영토를 볼 것 같으면, 허공으로 반 유순(半由旬) 올라가는 곳의 야차(夜叉)가 다 왕의 권속이었으며, 땅으로는 일 유순 내려가는 곳의 모든 용(龍)이 다 왕의 권속이었다. 그러므로 야차가 왕의 말을 듣고 한 생각 사이[一念頃]에 즉시 외도의 제자와 화상(畵像)까지 아울러 가지고 왔다. 아육왕이 그 그림을 보고는 크게 성내는 마음이 일어 분나파타나국의 모든 외도를 다 죽여 버렸다. 그렇게 하루에 죽인 외도가 10만 8천 명이나 되었다.
또 다른 외도의 제자가 외도의 법을 받고 벌거벗은 형상의 신을 섬기면서, 여래가 그 신의 발에 예배하는 광경을 그림으로 그렸다. 아육왕이 또 그 소식을 듣고 즉시 다른 사람에게 칙령을 내려 그 사람과 친속까지 다 잡아오게 하여 한 건물 안에 넣고는 불로 태워버렸다.
그리고 왕은 다시 칙령을 내려 말했다.
“만약 누구라도 니건타(尼犍陀)51) 외도의 머리를 가져오면, 내가 그에게 금전(金錢) 하나를 주겠다.”
이때 장로 비다수가는 소를 기르는 곳에 들어가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병이 든 지가 오래 되었으므로 머리털과 수염과 손톱이 모두 길게 자랐으며 의복은 해지고 더러워져 광색(光色)이라고는 없었다.
이때 소를 기르는 여자가 혼자 가만히 생각하였다.
‘지금 니건(尼揵)이 나의 집에 들어왔구나.’
그래서 바로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 니건을 죽이고 머리를 아육왕에게 갖다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반드시 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남편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칼을 빼들고 비다수가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의 머리를 베려고 했다.
이때 장로는 혼자 생각하였다.
‘업보(業報)를 보니 벗어날 곳이 없구나.’
그래서 그대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소치는 남자는 머리를 가지고 아육왕의 처소에 이르러 금을 요구하였다. 왕이 비다수가의 두발(頭髮)을 빼앗아서 보더니, 마음속에 의심을 생겨 의사와 급사인(給事人)에게 물었다. 그러자 의사와 급사인은 곧 왕에게 아뢰었다.
“이는 비다수가의 머리입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이 답답하여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는데, 물을 뿌리자 조금 있다가 일어났다.
이때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무루(無漏)를 얻은 사람이라 해도 이러한 고통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모든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베푸셔야 합니다.”
그러자 아육왕은 즉시 그의 말을 따라 모든 백성들에게 다시는 니건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명령을 선포하였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의심이 생겨 우파급다에게 물었다.
“비다수가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지금 이렇게 남에게 죽임을 당하는 과보를 받게 된 것입니까?”
우파급다가 대답했다.
“장로는 잘 들으시오. 과거 세상에 사슴의 무리를 많이 죽인 사냥꾼이 하나 있었소. 그때 큰 숲 속에 샘물이 하나 있었는데, 사냥꾼은 그물을 쳐서 끈으로 묶어 물가에 두었소. 그렇게 하여 하루에도 많은 사슴들을 죽였던 것이오. 이때는 아직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지 않았을 때였소.
어느 날 어떤 연각(緣覺)이 그 물 가에서 음식을 먹게 되었소.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깨끗이 씻은 뒤에 나무 아래로 돌아와서 앉아 있었소. 그러자 사슴 무리들이 연각의 냄새를 맡고는 물가로 가지를 않았소. 마침 사냥꾼이 와서 사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즉시 발자국을 따라 벽지불(辟支佛)52)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간 것이오.
그리고 벽지불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던 것이오.
‘이 사람이 여기 앉아 있기 때문에 사슴이 오지 않잖아.’
그리고는 즉시 칼로 벽지불을 죽였던 것이오. 여기서 장로는 마땅히 알아야 하오. 옛날의 그 사냥꾼이 바로 지금의 비다수가인데, 날마다 많은 사슴들을 죽였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여러 가지 병과 고통을 많이 겪게 된 것이오. 또 옛날에 벽지불을 죽인 까닭에 이 업의 인연[業緣]으로 무수한 세월을 항상 지옥에 있으면서 여러 고통의 과보를 받았던 것이오. 그리고 5백 세 동안 인도(人道)에 있으면서도, 태어나는 곳마다 남에게 살해되었던 것이오. 그래서 지금 최후의 과보로 비록 나한(羅漢)53)이 되었지만, 오히려 남의 해침을 당하게 된 것이오.”
여러 비구들이 다시 우파급다에게 물었다.
“그런 사람은 어찌하여 다시 대성(大姓)의 집안에 태어나고, 또 아라한의 과보까지 얻게 되었습니까?”
우파급다가 대답했다.
“이 사람은 옛날 가섭불(迦葉佛)54)의 법(法)에 출가하여 즐겨 보시를 행했으며, 항상 단월(檀越)55)을 교화하여 갖가지 음식을 대중에게 공양했었소. 또 어느 한 부처님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공양하기 위해 세운 탑[髮瓜塔]이 있었는데, 그는 향수와 꽃과 번기와 일산과 갖가지 기악(伎樂)으로써 그 탑에 공양을 했었소. 그는 이러한 업의 과보로 큰 성씨의 가문에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오. 또 10만 년 동안 항상 범행(梵行)을 닦고, 거기다 바른 원(願)을 세웠기에 이러한 업의 과보로 아라한과를 얻게 된 것이오.”
030_0361_a_21L是時阿育王於佛法生大信心起八萬四千塔已作五衆大會以飮食供有三十萬阿羅漢學人一倍精進凡夫無數阿育王倍生信心阿育王弟毘多輸柯信外道法言釋迦牟尼弟子無有解脫何以故常樂樂行畏苦行故乃至阿育王語其弟言汝於非處莫起信心於佛法處當生信心育王於異時中欲爲捕獵阿育王弟於彼山中見一仙人五熱炙身其於苦道而起實意往其所禮其足說言大德住此幾時仙人答言經十二年復更問言汝食何食答言常食樹木果根復問汝衣何衣答言結茅爲衣復問臥處云何答言以草鋪地又問汝因何事而起煩惱答言見鹿行欲起我欲心以欲心火燒於我心育王弟心便生疑如此苦行尚起欲佛之弟子常修樂行云何見欲而不起心旣起欲心何得於欲而起厭卽說偈言仙人往苦林 食樹花果根 服氣除穢食不能滅欲愛 釋迦牟尼子 食酥酪乳味於種種衣服 悉皆不能捨 若伏諸根者頻陁山能浮阿育王弟復更說言釋迦弟子誑阿育王令作功德阿育王聞其此言卽設方便語大臣言我弟於外道生當以方便令其得入佛法大臣答阿育王言大王云何教我所作語大臣我今欲洗入彼浴室應脫天冠及衣服等汝當以我服飾莊嚴我令登王座臣答言及至阿育王將入浴室脫莊嚴具入浴室已是時大臣語阿育王弟若無阿育汝當作是故今者試著天冠被天衣服登王座大臣語已而便與著令登王大臣卽白阿育王言王所勅使臣已作竟阿育王出觀其弟著天冠及登王座而語言我今未滅汝已作阿育王嗔卽命行殺之人身著靑披髮執鈴至已禮王白言今者欲何所作王語言我捨此弟汝可殺之王語已竟便有多人執諸器仗而圍繞之是時大臣禮阿育王足而白王此是王弟願王忍辱莫起嗔心阿育王答大臣言我當忍辱至於七日爲我弟故於七日中暫與其國其作王種種伎樂及諸婇女以供給一切臣民皆往問訊行殺之人執刀門立日日白王今一日已過餘六日在如是乃至六日已過餘一日在至第七日王莊嚴具天冠衣服還阿育王大臣諸人將毘多輸柯共往問訊阿育大王王問言汝七日爲王種種伎樂好聞見不弟以偈答言若人見色 及聞音聲 食種種味此能答王王復語言我與汝國七日爲王百種伎樂皆恣汝意無數衆人日日問訊呪願於汝云何而言不見不聞不得好味復以偈答我於七日中 不見不聞聲 不嗅不嘗味亦不覺諸觸 我身莊嚴具 及諸婇女等思惟懼死故 不知如此事 伎女歌舞聲宮殿及臥具 大地諸珍寶 初無歡喜心以見行殺者 執刀在門立 又聞搖鈴聲令我懷死畏 死撅釘我心 不知妙五欲旣著畏死病 不得安隱眠 思惟死將至不覺夜已過是時阿育王語其弟言毘多輸柯於一生中思惟死苦雖得上妙五欲而不生愛出家比丘於十二入思惟無量生死無常云何而得起煩惱耶又復思惟地獄之苦及諸畜生更相殘害餓鬼飢渴衆苦所逼思惟人中四方馳走初無安樂思惟天上壞敗之苦如是五道身心之苦無有樂處觀此五陰無常無我不實譬如空村無有居民如是五陰皆空無我以無常火燒諸世閒佛諸弟子常作此觀云何而得起煩惱耶復說偈言汝於一日中 思惟生死畏 而無有歡樂不起貪愛心 佛諸弟子等 日日觀生死云何生歡樂 而起煩惱心 於飮食衣服及以臥具等 思惟解脫法 而不起著心觀身如怨家 三有如火宅 思惟何方便而得解脫之 深樂解脫法 不貪於五欲其心如蓮華 處水而不著阿育王以善方便佛法教化毘多輸柯毘多輸柯合掌向王而說言大王我於今者歸依如來及以法而說偈言我今歸依佛 佛面如蓮華 天人所歸依無漏法及僧阿育王以兩手抱其弟頸而語言我不悞汝爲欲令汝信佛法故是故爲汝現此方便毘多輸柯以種種華香及諸伎樂供養佛塔以種種飮食供養衆僧復往鷄寺耶舍上座六通羅漢所至已對耶舍坐爲欲聞法耶舍以神通力見其前世已造善業今於此生是最後身得阿羅漢爲其說法讚歎出家旣得聞法便樂出家卽起合掌白耶舍言善說法律我得出家受具足不於佛法中欲修梵行耶舍答言善男子汝可還白阿育王聽出家不毘多輸柯卽還阿育王至已合掌白言大王今當聽我出我於佛法欲修梵行復說偈言我心亂不住 猶如象無鉤 王意如鐵鉤勿制我出家 王爲地中主 當聽我出家佛作世閒光 今欲修其行阿育王聞其言手抱其頸悲泣落淚而語言毘多輸柯勿作此意何以故出家之人形服麤弊飮食假人眠臥樹下汝今制心勿欲出家毘多輸柯答言大王我於今者不爲瞋故而欲出家亦不爲貪欲不爲貧苦亦不爲脫怨家但見世閒種種諸苦生死相無有脫處唯見佛法正路能脫死終無所畏是故我今樂欲出家育王聞之更增悲泣毘多輸柯復說偈言生死爲懸繩 有人則恒動 在上必復墮和合必分離阿育王復語之言汝當先習乞食然後乃得出家王後園有一大樹以草布地令住其下與一瓦鉢令入宮乞食毘多輸柯卽便持鉢行入宮種種上食而便得之阿育王嗔宮內人汝於今者云何乃與乞食者上食從今已去當以麤食施之乃至以麥爲飯經宿臭壞乃可施與多輸柯得而食之不以爲惡阿育王見而語之言汝今勿食此食聽汝出出家之後恒來見我乃至毘多輸柯往至鷄寺至已思惟我若於此出人物亂我不得修道當於遠處而出家也便往毘提國於彼出家思惟精進得阿羅漢果是時長老毘多輸柯得阿羅漢已受解脫樂復思惟言昔與王約出家之後恒來見王我於今者應滿本約乃至次第行至波咤利弗多國是時長老毘多輸柯早起著衣持鉢入國乞食次第行至阿育王城語門人言汝入白王云毘多輸柯今在門外欲見大王守門人卽入白王今毘多輸柯至欲見大王阿育王而語之言汝可將入令至宮毘多輸柯卽便入宮阿育王見卽從座起爲其作禮如大樹倒起而合視之無厭悲泣而言一切諸衆生 當樂於和合 汝今除和合而味寂靜心 我今知汝心 以慧無厭足阿育大臣名曰善護見毘多輸柯著糞掃衣執持瓦鉢次第乞食麤好俱受心無分別見已白阿育王言多輸柯少欲知足所作已辨王當生歡喜心何以故常行乞食 著糞掃衣 住於樹下心常在定 心廣無漏 其體無病正命自活 常生歡喜阿育王聞是語已心大歡喜便說偈言捨於孔雀姓 及摩伽陁國 種種諸珍寶上妙之五欲 樂於四聖種 除憍慢煩惱行於大精進 名聞顯我國 最勝十力法而汝能受持阿育王以手捧之置好座上種種飮食自手與之食竟洗鉢置之一處阿育大王於其前坐聽其說法是時毘多輸柯爲王#說法而說偈言王今得自在 當修不放逸 三寶甚難値王應勤供養阿育王與五百大臣及國人民以自圍繞合掌恭敬送毘多輸柯大臣人民而說偈言大兄阿育王 今恭敬送弟 出家有勝果於今爲現證是時長老毘多輸柯欲顯其功德升虛空一切人民皆見其去阿育王與諸大衆合掌觀之目不暫捨說偈言無復親友愛 如鳥飛虛空 我以貪愛鎖不能自在去 禪定有勝果 於身得自在隨意之所行 一切無罣㝵 爲欲愛所盲不能見此法 汝今以神力 輕我起欲愛我本有慧慢 今汝爲最勝 我等著世法見聖始知畏 今我等啼泣 由汝今捨我長老毘多輸柯往至邊地至已得以病重故頭皆發瘡王聞之遣給事醫藥療治後得小差醫師給事悉遣令還其體所資唯食牛乳乞食故往多牛處復有一國名分那婆陁那翻正增長彼國一切信受外道復有一人受外道法事裸形神畫作如來禮其神足有一佛弟子見此事阿育王王時聞已語駛將來阿育王所領於虛空中半由旬上一切夜叉悉繫屬王地下一由旬一切諸龍悉繫屬王是時夜叉聞王語已於一念卽將外道弟子幷畫像來阿育王見已生大瞋心於分那婆陁那國一切外道悉皆殺之於一日中殺十萬八千外道復有一外道弟子受外道事裸形神畫作如來禮其神足阿育王復聞是事卽勅餘人令取此及其親屬置一屋中以火焚之王復勅若有人能得一尼揵首者當與其金錢一枚是時長老毘多輸柯入養牛處一日停住毘多輸柯病來多日頭鬚髮爪悉皆長利衣服弊無有光色養牛女竊生是念此尼揵來入我舍便語其夫汝應殺此尼揵取頭與阿育王必當得金夫聞已卽便拔刀往毘多輸柯所欲斬其頭此長老卽自思惟見其業至無得脫處卽便受死而將頭至阿育王所欲求覓金王卽觀之見其頭髮駮奪心中生疑卽問其醫師及給事醫師給事人卽白王言此是毘多輸柯頭王聞是已悶絕躄地以水灑之良久乃起有大臣白王無漏之人不滅此苦大王當施衆生無畏乃至阿育卽隨其言宣令一切不得復殺尼揵諸比丘生疑問優波笈毘多輸柯昔造何業今受此報人所殺優波笈多答言長老當聽去世時有一獵師多殺群鹿於大林中有一泉水此獵師張施羅網其繩羂取置於水邊日日之中多殺諸鹿是時佛未出世有一緣覺於水邊食竟澡洗還樹下坐彼群鹿聞緣覺香不往水邊獵師至不見鹿卽尋其迹往辟支佛所見已作是念言坐是人故令鹿不來卽便以刀殺辟支佛長老當知昔獵師者而今卽是毘多輸柯以其日日多殺諸鹿故今者多諸病苦復以昔殺辟支佛以此業緣於無數年常在地獄諸苦報於五百世在人道中生生之常爲他殺今是最後果報雖得羅猶爲他害諸比丘復問優波笈多此人云何復生大姓又得阿羅漢果優波笈多答言先於迦葉佛法出家樂行布施常教檀越種種飮食供養衆僧有一佛髮爪塔以香華幡蓋種伎樂而供養之以是業報生於大十萬年中常修梵行復發正願是業緣得阿羅漢阿育王經卷第三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범어 비바라크쉬타의 음역으로 미사락기다(微沙落起多)라고도 표기한다. 아육왕의 부인이자 구나라 태자의 계모였다.
  2. 2)전다라(旃陀羅)를 말하는 것으로, 범어 찬달라의 음역이다. 전다라(旃茶羅)라고도 쓴다. 인도의 종성(種姓) 중의 하나로, 주로 어로나 수렵, 도살 등에 종사하는 종족이었다.
  3. 3)일체종지(一切種智)란 3지(智), 혹은 4지(智) 가운데 하나로서, 부처의 지혜를 말한다. 즉 모든 불법을 통달한 지혜이다.
  4. 4)나무 중의 왕이란 뜻으로,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첫째는 보리수(菩提樹)를 가리키는 말이고, 둘째는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를 가리키는 말이다.
  5. 5)빈비사라왕(頻鞞裟羅王)의 옛 번역이 병사왕(甁沙王)이다. 석가모니의 재세 당시 마가다국의 왕이다.
  6. 6)12가지 요소가 서로 인과 관계를 이루어 가면서 성립되는 인연을 12인연이라고 한다. 이육지연(二六之緣)ㆍ12지연기(十二支緣起)ㆍ12인연기(十二因緣起)ㆍ12연기(十二緣起)ㆍ12연생(十二緣生)ㆍ12연문(十二緣門)ㆍ12인생(十二因生)이라고도 하는데, 유정이 생존하는 12가지 조건을 구성하는 것이다.
  7. 7)원래 소승의 5부파를 말하는 것으로, 담무덕부(曇無德部), 살바다부(薩婆多部), 미사색부(彌沙塞部), 가섭유부(迦葉遺部), 독자부(犢子部)의 5부(部)를 말한다. 여기서는 출가한 승려의 다섯 집단을 뜻하는 5중(衆)의 뜻으로 쓰였다. 5중은 비구, 비구니, 식차마나, 사미, 사미니를 가리킨다.
  8. 8)속세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남자와 여자가 육재일에 지켜야 하는 여덟 가지 계행(戒行)을 8계(戒)라고 한다. 즉, 중생을 죽이지 말 것, 훔치지 말 것, 음행(淫行)하지 말 것, 거짓말하지 말 것, 술 먹지 말 것, 꽃다발을 쓰거나 몸에 향을 바르고 구슬로 된 장식물을 하지 말며 노래하고 춤추지 말 것, 높고 넓으며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 것, 때가 아니면 먹지 말 것 등이다. 팔관재계(八關齋戒), 또는 팔재계(八齋戒)라고도 한다.
  9. 9)석가모니를 부르는 열 가지 호칭 중 하나인 선서(善逝)는 윤회의 생사해(生死海)에 빠지지 않고 피안의 언덕으로 잘 간 이라는 뜻이다.
  10. 10)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이라는 여섯 가지 감관을 6근(根)이라고 한다. 안은 색깔과 형체를 보는 눈, 이는 소리를 듣는 귀, 비는 냄새를 맡는 코, 설은 맛을 느끼는 혀, 신은 닿음을 느끼는 피부, 의는 생각하는 마음을 말한다. 또는 이 감관의 기능이나 능력으로서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인식하여 생각하는 작용을 말한다. 이것들은 6경(境)이라는 객관을 감지하는 주관이며, 한편으로는 6식(識)의 대상이 된다.
  11. 11)가습미라국의 옛 이름이 계빈국(罽賓國)이다. 현재의 카슈미르 지역인 가습미라를 기반으로 했던 고대 인도의 나라로, 간다라의 동북쪽 지역에 있었다.
  12. 12)아뇩달지(阿耨達池), 또는 아뇩지(阿耨池)라고 하는 연못이다. 남섬부주의 북쪽에는 세 겹의 흑산이 있고, 흑산 북쪽에는 대설산(大雪山)과 향취산이 있으며, 그 사이에 Anotatta, 즉 무열뇌(無熱惱) 혹은 무열(無熱)이라고 부르는 큰 연못이 있는데, 무열은 청량(淸涼)이라는 뜻이다. 이 못에서 갠지즈 등의 네 강이 흘러나와 동남북서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13. 13)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우주관에서, 염부제의 가장 북쪽에 있다는 산이 향취산(香醉山)이다.
  14. 14)아라한이 갖춘 능력으로, 3명(明), 즉 숙명통(宿命通), 천안통(天眼通), 누진통(漏盡通) 등에 천이통(天耳通), 타심통(他心通), 신족통(神足通) 등 세 가지를 더하여 6통(通)이라 한다.
  15. 15)범어 핀돌라 바라드와자를 음역하여 빈두로 파라타(賓頭盧頗羅墮)라고 쓴다. 16나한 중 제1나한으로, 빈두로는 이름이고 성은 발라타사(跋羅惰闍)이다. 핀돌라는 부동(不動), 바라드와자는 이근(利根) 또는 첩질(捷疾)이라고 번역한다. 교상미국(憍賞彌國)의 우전왕(優塡王) 때, 어린 나이로 출가했다. 아라한과를 증득하였고, 특히 신통력이 뛰어났으며, 백발과 긴 눈썹을 가진 모습으로 유명하다. 남인도의 마리산(摩梨山)에 머물면서 중생들을 제도하였는데, 후대에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각별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16. 16)범어 kadamba의 음역으로, 조경(條莖)이라고 번역한다. 또는 가담파수(迦曇婆樹)라고도 표기한다. 인도에서 나는 교목으로 6월경에 꽃이 피는데, 꽃은 향기가 좋고 공 모양을 하였으며, 흰 바탕에 황록색을 띄고 있다.
  17. 17)부처의 별칭이다.
  18. 18)범음(梵音)이란 부처님의 32상 중의 하나이다.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내는 음성에 다섯 가지가 있고, 또 부처님의 음성도 그러하다.
  19. 19)무쟁삼매(無諍三昧)란 범어 araṇa-samādhi를 번역한 것으로, 공(空)의 이치에 머물면서 남과 다투지 않는 삼매를 말한다. 불제자 가운데 해공제일(解空第一)의 수보리(須菩提)가 공리(空理)를 가장 통달하여 이해하였으므로 제자 중에서 무쟁삼매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였다.
  20. 20)누진(漏盡)이란 말은 범어 āsrava-kṣaya, kṣaya-āsrava의 의역이다. 누(漏)는 번뇌의 이칭인데, 성지(聖智)로 번뇌를 끊어 다 없앴기 때문에 누진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루(無漏)와 같은 뜻이다.
  21. 21)마하(摩訶)는 대(大), 다(多), 승(勝)의 뜻을 갖고 있다. 즉 크고, 많고,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데, 대체로 크다는 의미로 쓰인다. 모니(牟尼)는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마하모니(摩訶牟尼)는 위대한 석가모니의 뜻이 된다.
  22. 22)범어 아카니슈타의 음역이다. 아가니타(阿迦尼吒)라고도 쓴다.
  23. 23)범어 Sāṃkāśya, Saṃkāśya, 파리명 Saṃkassa의 음역으로, 중인도 항하 유역의 고대 국가의 이름이다. 승가시사국(僧伽尸沙國), 승가시국(僧迦施國), 승가사국(僧迦奢國), 승가사국(僧迦舍國), 승가사국(僧柯奢國), 상가시국(桑迦尸國) 등으로 표기한다. 겁비타국(劫比他國), 니구박말다국(泥口縛襪多國)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24. 24)꽃 이름이다. 우파라(優波羅) 또는 우발라(優鉢羅)와 같이 쓰인다. 범어 utpala의 음역으로, 수련(睡蓮)을 말하는 것이다. 오발라와(烏鉢羅花)ㆍ구발라화(漚鉢羅花)ㆍ우발라화(優鉢剌花)ㆍ올발라화(殟鉢羅花) 등으로도 불린다. 청련화(靑蓮花)라고 의역한다.
  25. 25)사위국(舍衛國)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를 말하는 것으로, 기원정사(祇苑精舍)를 부처님께 헌납한 시주(施主)이다. 본명은 수달다(須達多)이며, 소달다(蘇達多)라고도 한다. 번역하면 선여(善與)ㆍ선급(善給)ㆍ선수(善授)ㆍ선온(善溫) 등으로 표기된다.
  26. 26)범어 쿠날라의 음역으로, 아육왕의 태자의 별칭이다. 왕자의 눈이 마치 구나라(鳩那羅) 새의 눈처럼 아름답고 맑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본명은 달마바다나(達磨婆陀那)였다. 계모였던 미사락기다(微沙落起多)는 구나라의 눈에 반하여 연정을 품었다가 거절당하자, 나쁜 계략을 써서 그의 두 눈을 뽑아 버렸다고 한다.
  27. 27)마음이 탐욕과 번뇌의 장애를 벗어나 해탈을 성취하는 것으로, 지혜에 의해 해탈을 성취하는 혜해탈(慧解脫)에 대응되는 말이다.
  28. 28)27현성(賢聖), 9무학(無學) 중의 하나로, 무루(無漏)의 지혜로써 견혹(見惑)과 사혹(思惑), 2혹을 끊고 정(定)에 자재로와지는 것이다.
  29. 29)범어 gandha를 음역한 건타(乾陀)는 의역하면 향(香)의 뜻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건타수(揵陀水) 역시 건타(乾陀)의 다른 표기로, 향수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30. 30)고대 인도의 왕조 이름인 마우리야(maurya)의 번역으로 공작(孔雀)이라고 하였다. 또는 고대 중인도의 지명인 마투라를 번역한 말로도 쓰인다.
  31. 31)출가자가 입는 세 가지의 옷이라는 뜻에서 3의(衣)라고 한다. 3종의 가사(袈裟)를 가리킨다. 승가리(僧伽梨)는 대의(大衣)이고, 울다라승(鬱多羅僧)은 상의(上衣)이며, 안타의(安陀衣)는 중의(中衣)이다.
  32. 32)최후말신(最後末身)을 가리키는 말로 보인다. 생사(生死)를 유전하던 윤회가 끊기는 마지막 몸이라는 뜻에서 최후신(最後身), 또는 최후말신이라고 표현한다. 수행이 완성되어 불과(佛果)에 이르려고 하는 몸으로, 소승에서는 무여열반을 증득(證得)하는 아라한, 대승에서는 불과를 증득하는 보살의 몸을 말한다.
  33. 33)비다수가(毘多輸柯) 또는 비다수가(毗多輸柯)라고도 쓰는데, 아육왕(阿育王)의 동생 이름이다.
  34. 34)출가한 다섯 집단이라는 뜻에서 5중(衆)이라고 한다. 즉 비구, 비구니, 식차마나, 사미, 사미니를 가리킨다.
  35. 35)고대 인도의 외도들이 고행하던 방법 가운데 하나로, 맹렬한 태양 아래서 볕을 쬐면서 몸을 사방에서 불을 사르는 고행을 말한다. 그래서 오열자신외도(五熱炙身外道)라고 부른다.
  36. 36)빈타산(頻陀山), 혹은 빈타림산(賓陀林山)이라고도 한다. 범명 Vindhya, Vin- dhyāṭavi는 총림(叢林)이라는 뜻이다. 지금 그 위치는 확실하지 않다.
  37. 37)재욕(財欲)ㆍ성욕(性欲)ㆍ음식욕(飮食欲)ㆍ명예욕(名譽欲)ㆍ수면욕(睡眠欲)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다섯 가지 욕망에서 비롯되는 즐거움이라고 하여 5욕락(欲樂)이라고 부른다.
  38. 38)여섯 가지의 감각 기관인 6근(根)과 이 기관의 각각에 대응하는 여섯 가지의 대상인 6경(境)을 모두 합쳐서 12처(處)라고 부른다. 지각이 생기는 12종의 장소 또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성립 조건을 주관과 객관의 대립 관계에서 열거할 때의 눈[眼]과 색(色), 귀[耳]와 소리[聲], 코[鼻]와 향기[香], 혀[舌]와 맛[味], 피부[身]와 접촉[觸], 마음[意]과 생각되는 것[法]을 말한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6근을 6내처(內處)라고 칭하며,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는 6경(境)을 6외처(外處)라고 칭하므로, 12처는 6근과 6경을 총칭한 것이다. 따라서 주관의 면인 동시에 내적인 여섯 조건(6근)과 객관의 면인 동시에 외적인 여섯 조건(6경)에는 그 각각이 서로 대응 관계가 있음을 묶어 표현한 것이 12처이다. 즉 눈은 색깔과 형체에, 귀는 소리에, 코는 향기에, 혀는 맛에, 피부는 접촉되는 것에, 마음은 생각되는 것에 각기 대응한다. 원시불교에서 12처는 세계의 모든 것인 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대상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 기관인 6근은 곧 인간이라는 존재를 가리키고, 6경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 환경을 가리킨다고 이해된다. 12처는 원시불교 이래 불교를 대표하는 존재 체계의 하나로 간주되며, 5온, 12처, 18계를 열거하여 3과(科)라고 칭한다. 12입(入) 또는 12처(處), 12입처(入處)라고도 한다.
  39. 39)각자 지은 업에 따라 태어나는 지옥(地獄)ㆍ아귀(餓鬼)ㆍ축생(畜生)ㆍ인간(人間)ㆍ천상(天上) 등 다섯 곳을 가리켜 5도(道)라고 한다.
  40. 40)나고 사라지는, 변화하는 모든 것을 종류(種類)에 따라 다섯 가지로 나눈 것으로, 색온ㆍ수온ㆍ상온ㆍ행온ㆍ식온 등을 말한다. 5음(陰) 혹은 5온(蘊)이라고 한다.
  41. 41)불가에서는 번뇌에 시달리는 이 속계(俗界)를 불타는 집, 즉 화택(火宅)으로 비유하고 있다. 『법화경(法華經)』 「비유품(譬喩品)」에 “편안치 못한 이 삼계, 불타는 집과 같도다[三界無安 猶如火宅]”라고 하였다.
  42. 42)생사(生死)를 유전하던 윤회가 끊기는 마지막 몸이라는 뜻에서 최후신(最後身)이라고 표현하였다. 수행이 완성되어 불과(佛果)에 이르려고 하는 몸으로, 소승에서는 무여열반을 증득(證得)하는 아라한, 대승에서는 불과를 증득하는 보살의 몸을 말한다.
  43. 43)출가 수행자로서의 자격과 위의(威儀)를 얻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계(戒)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사미와 사미니를 거친 뒤에 비구 또는 비구니로서의 인정을 받게 되는 의식을 치를 때 구족계(具足戒)를 받는다. 구족계를 받아야 비로소 자격을 온전히 갖춘 출가자가 되는 것이다.
  44. 44)수미(須彌) 4대부주(大部洲)의 하나로, 수미산 동쪽의 염해(鹹海)에 있다고 하는 대륙의 이름이 비제하주(毘提訶洲)이다. 범명 Videha의 음역이다. 원래의 이름은 불파비제하주(弗婆毘提訶洲)이다. 또는 동비제하주(東毘提訶洲)ㆍ포리파비제하주(逋利婆鼻提賀洲)ㆍ불비제하주(弗毘提訶洲)ㆍ불파제주(弗婆提洲)ㆍ불우체주(弗于逮洲)라고도 부른다. 또 의역하여 동승신주(東勝身洲)ㆍ동종종신주(東種種身洲)ㆍ동종종여주(東種種與洲)ㆍ전리체주(前離體洲)라고도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몸이 수승하기 때문에 승신(勝身)이라고 이름한다.
  45. 45)범어로는 pāṃsu-kūla, 파리어로는 paṃsu-kūla인데, 분소(糞掃)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또는 납의(衲衣)ㆍ백납의(百衲衣)라고도 한다. 찢어져서 분뇨와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진 낡은 옷이나 헝겊을 깨끗하게 씻어서 만든 가사를 말한다.
  46. 46)8정도(正道) 가운데 하나로서, 불제자가 정법을 따르면서 신구의(身口意) 3업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주술과 점복과 같은 5종의 사악한 생계 방법을 멀리하고, 법대로 의복과 음식과 탕약과 침상 같은 생활 도구를 구하는 것을 정명이라고 한다. 또는 제수(諦受)ㆍ정명도지(正命道支)라고도 한다.
  47. 47)네 가지 뭇 성스러움을 낼 수 있는 종자인, 의복희족성종(衣服喜足聖種)과 음식희족성종(飮食喜足聖種)과 와구희족성종(臥具喜足聖種)과 낙단낙수성종(樂斷樂修聖種)을 4성종(聖種)이라고 한다. 앞의 세 가지는 의식주를 얻어 희열을 느낌으로써 만족하는 것으로, 욕심을 적게 하고 만족할 줄 알라는 것이다. 뒤의 한 가지는 번뇌를 끊고 성도(聖道)를 닦는 희열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통해서 성과(聖果)를 얻게 되므로 성종(聖種)이라고 하는 것이다.
  48. 48)궁중을 출입하며 왕의 측근에서 심부름을 하는 관직이다.
  49. 49)분나벌탄나국(奔那伐彈那國)이라고도 한다. 분나벌탄나는 범명 Puṇḍra-vardhana의 음역이다. 또는 분도발달나국(奔荼跋達那國)ㆍ분나파타나국(分那婆陀那國)ㆍ분타림국(奔陀林國)이라고도 한다. 의역하여 만부국(滿富國)ㆍ만증국(滿增國)ㆍ복증국(福增國)ㆍ복장국(福長國)이라고 한다. 동인도의 고대 국가로, 가마루파국(迦摩縷波國)의 서남쪽에 위치하였다.
  50. 50)6사 외도의 하나인 나형외도(裸形外道)를 말하는 것이다.
  51. 51)고대 인도의 6사외도 중 하나인 니건외도(尼乾外道)를 말하는 것이다. 니건은 니건타(尼犍陀)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52. 52)연각 또는 독각의 원어인 프라티예카 붓다의 간략한 음역.
  53. 53)아라한(阿羅漢)을 줄여서 나한이라고 부른다. 아라한은 범어 Arhat의 주격인 arhan의 음사이다. 나한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①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성자의 뜻이다. 또는 ②부처님의 뜻으로 쓰여서, 10호(號)의 하나인 응공(應供)이라 번역한다. ③대승불교에서는 소승의 성자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54. 54)범어 카쉬야파 붓다의 음역이다. 현겁(賢劫) 천불(千佛) 중 제3불이며, 과거 7불 중 제6불이다. 석가모니가 세상에 나오기 전, 인간의 수명이 2만 세였을 때에 바라내성의 바라문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은 가섭이고 이름이 범덕(梵德)이었고, 어머니는 재주(財主)였다. 출가하여 니구루다수(尼拘樓陀樹)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으며, 제자의 수가 2만 명이나 되었다.
  55. 55)범어 다나파티의 음역으로 시주(施主)라 번역한다. 보시를 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