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法句譬喩經卷第二

ABC_IT_K1020_T_002
030_0528_b_01L 법구비유경 제2권
030_0528_b_01L法句譬喩經卷第二

진세 사문 법거ㆍ법립 공역
030_0528_b_02L晉世沙門法炬共法立 譯

12. 화향품 ②
030_0528_b_03L喩華香品之二

옛날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득도(得道)하시고 나열기국(羅閱祇國)에 계시면서 교화하시다가 다시 사위국(舍衛國)으로 가셨다. 그러자 그 국왕과 신하들은 모두 부처님을 존경하고 우러러 보았다.
그때 파리(波利)라고 하는 큰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는 5백 상인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구하였다.
그때 그 바다 신[海神]이 한 움큼의 물을 떠가지고 나와 파리에게 물었다.
“이 바닷물이 더 많은가, 이 한 움큼의 물이 더 많은가?”
파리가 대답하였다.
“그 한 움큼의 물이 더 많다. 왜냐 하면 바닷물이 아무리 많아도 당장 쓰기에는 아무 이익이 없어 저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을 구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움큼의 물은 비록 양이 적을지라도 목마른 사람에게 주면 목숨을 구제할 수 있고, 또 태어나는 세상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 신이 기뻐하면서 칭찬하여 말했다.
“훌륭하다.”
그리고 몸에 걸쳤던 일곱 가지 보배로 장식한 향기로운 영락을 풀어 파리에게 주고는 바다 신이 그를 전송하였다. 파리는 편안히 그곳에서 돌아와 사위국에 이르렀다.
030_0528_b_04L昔佛始得道在羅閱祇國教化轉到舍衛國國王群臣莫不宗仰時有賈客大人名曰波利與五百賈人入海求寶時海神出掬水問波利言海水爲多掬水爲多波利答曰掬水爲多所以者何海水雖多無益時用不能救彼飢渴之人掬水雖少値彼渴者持用與之以濟其命世世受福不可稱計海神歡喜讚言善哉卽脫身上八種香瓔挍以七寶以上波利海神送之安善往還到舍衛國
030_0528_c_01L그는 바다 신에게서 얻은 향기로운 영락을 바사닉왕(波斯匿王)에게 바치면서 그 내력을 자세히 아뢰었다.
“생각건대 이 영락은 소인(小人)이 쓸 물건이 아니기에 삼가 바치오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왕은 그 향기로운 영락을 받고는 매우 신기한 것이라 생각하며, 곧 여러 부인들을 불러 앞에 세워놓고 말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 이 영락을 주겠소.”
그러자 6만 부인들은 모두 치장하고 나왔다. 왕이 물었다.
“말리(末利) 부인은 왜 나오지 않았는가?”
시녀가 대답하였다.
“오늘은 보름날이라, 부처님 법에 따라 재(齋)를 행하느라 소복(素服)을 입고 장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왕은 곧 화를 내며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재를 행한다는 핑계로 왕의 명령을 어길 것인가?”
이렇게 세 번을 되풀이하자, 말리 부인은 소복을 한 채로 여러 사람 앞에 나타났는데 그 모습은 마치 해와 달덩이 같아서 평소보다 갑절이나 더 아름다웠다.
030_0528_b_15L持此香瓔上波斯匿王具陳所由念是香瓔非小人所服謹以貢上願蒙納受王得香瓔以爲奇異卽呼諸夫人羅列前若最好者以香瓔與之六萬夫人盡嚴來出王問末利夫人何以不出侍人答言今十五日持佛法齋素服不嚴是以不出王便瞋恚遣人呼曰汝今持齋應違王主之命不乎如是三末利夫人素服而出在衆人中如日月倍好於常
왕도 흠짓 놀라 더욱더 공손하게 물었다.
“어떤 도덕(道德)이 있기에 지금 그다지도 유난히 얼굴이 빛나는 것이오?”
부인이 아뢰었다.
“제 생각으로는 저는 복이 적어 이렇게 여자의 몸을 받았고, 마음과 몸에는 더러운 때[垢]가 밤ㆍ낮으로 산처럼 쌓였습니다. 더구나 사람의 목숨은 짧고 급박하여, 죽은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三塗]에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그러므로 달마다 부처님 법의 재를 받들어, 애욕을 끊고 도를 따름으로써 태어나는 세상마다 복을 받으려 합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곧 향기로운 영락을 말리 부인에게 주었다.
부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재를 행하는 중이라 이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주십시오.”
030_0528_c_03L王意悚然加敬有何道德炳然有異夫人白王念少福稟斯女形情態穢垢日夜山人命促短懼墜三塗是以日月奉佛法齋割愛從道世世蒙福王聞歡便以香瓔以與末利夫人夫人答我今持齋不應著此可與餘人
왕은 말하였다.
“내가 처음 생각을 내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 이것을 주기로 하였소, 지금 그대가 가장 아름답고 또 법대로 재를 받들어 도의 뜻이 특별히 높기 때문에 이것을 그대에게 주는 것인데, 만일 그대가 받지 않는다면 내 이것을 어디다 쓰겠소?”
부인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걱정 마십시오. 원컨대 마음을 굽혀 저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영락을 세존께 올리고, 또 거룩한 가르침을 들음으로써 여러 겁의 복을 받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왕은 허락하고 곧 수레를 꾸며 타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왕의 자리에 물러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다 신이 준 이 향기로운 영락은 파리가 내게 준 것입니다. 6만 부인은 모두 탐내어 얻으려 하였으나 이 말리 부인은 주어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법대로 재(齋)를 받들어 마음에 탐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삼가 부처님께 올리오니 부디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세존의 제자는 마음을 다잡아 재를 받들어 그 곧은 신심이 이와 같거늘 어찌 복에 마음을 두겠습니까?”
030_0528_c_09L我本發意欲與勝者卿今最勝奉法齋道志殊高是以相與若卿不吾將安置夫人答言大王勿憂王屈意共到佛所以此香瓔奉上世幷採聖訓累劫之福矣王卽許焉卽勅嚴駕往到佛所稽首於地卻就王位王白佛言海神香瓔波利所上六萬夫人莫不貪得末利夫人與而不取持佛法齋心無貪欲謹以上佛願垂納受世尊弟子執心護齋直信如此豈有福乎
이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영락을 받으시고 곧 게송을 읊으셨다.
030_0528_c_20L於是世尊爲受香瓔卽說偈言

보배꽃을 많이 엮어
걸고 거닐면 고운 비단 드리운 듯
좋은 공덕 많이 쌓으면
태어나는 곳마다 더욱 좋으리라.
030_0528_c_21L多作寶華
結步搖綺
廣積德香
所生轉好

진기한 풀과 향기로운 꽃도
바람을 맞이하지 않으면 향내나지 못한다네.
도를 가까이해 피어나오는
덕 있는 사람의 향기 두루 하리라.
030_0528_c_23L琦草芳華
不逆風熏
近道敷開
德人逼香
030_0529_a_01L
전단(旃檀)나무의 짙은 향기와
푸른 연꽃의 꽃다운 향기
아무리 그 향기 짙다 하여도
계율의 향기만은 못하다네.
030_0529_a_01L栴檀多香
靑蓮芳花
雖曰是眞
不如戒香

꽃향기는 그 기운 약하여
진실한 것이라 말할 수 없지만
계율 지키는 사람의 향기는
하늘에 이르러도 빼어나고 훌륭하리라.
030_0529_a_02L華香氣微
不可謂眞
持戒之香
到天殊勝

계율 갖추어 완전하게 성취하고
행실에 조금도 방일함 없으면
선정의 뜻으로 번뇌를 벗어나
영원히 악마의 길 떠날 것이네.
030_0529_a_04L戒具成就
行無放逸
定意度脫
長離魔道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재를 받들면 복을 많이 받고 그 이름이 멀리 퍼집니다. 비유하면 천하의 열여섯 큰 나라에 가득한 보물을 모두 보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말리 부인이 하루 낮 하루 밤 동안 부처님 법대로 재를 받드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만일 그 복을 비교한다면 마치 저 수미산(須彌山)과 한 말의 콩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복을 쌓고 지혜를 배워야 열반[泥洹]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과 부인과 높고 낮은 신하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정성을 다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030_0529_a_05L佛說偈已重告王曰齋之福祐明譽廣遠譬如天下十六大國滿中珍寶持用布施不如末利夫人一日一夕持佛法齋如比其福須彌以豆矣福學慧可到泥洹王及夫人群臣大莫不歡喜執戴奉行

옛날 부처님께서 나열기국(羅閱祇國)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다.
그때 성 안에 살고 있던 장자의 아들 50명이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모든 행(行)은 무상(無常)하고 괴롭고 공(空)한 것이며, 모든 법(法)에는 나[我]라는 것이 없다. 은애(恩愛)는 꿈과 같아서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것이며, 어떠한 부귀와 영화도 근심과 슬픔이 따르게 마련이다. 오직 열반만이 생사(生死)를 영원히 여읠 수 있고, 온갖 재앙이 모두 사라져 비로소 큰 안락을 얻게 될 것이다.”
그때 50명의 왕자들이 이 설법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아.”
그렇게 말씀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카락은 저절로 떨어졌고 법복이 갖추어져 곧 사문이 되었다.
030_0529_a_11L昔佛在羅閱祇耆闍崛山中於時城中有長者子五十人往詣佛所作禮卻坐時佛爲說無常苦空非身之法恩愛如夢會當別離尊榮豪貴亦有憂慼有泥洹永離生死群殃盡滅乃可大安時五十人聞法喜悅願爲弟子佛言善來比丘鬚髮自墮法衣具足卽成沙
030_0529_b_01L이 사문들에게는 친한 장자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사문들이 집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기사굴산으로 가 서로 만나 보고 찬탄하여 말하였다.
“제군(諸君)들이여, 유쾌하구려. 그대들은 그런 생각을 가져 이제 참으로 좋은 이익을 얻었구려.”
그리고 단(壇)을 만들고 부처님과 대중 스님들을 초청하기로 하였다. 이튿날 부처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그들의 집으로 가서 공양을 마치시고 나서, 설법하시고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오셨다. 그 새로 된 여러 사문들은 그 친척들이 그리워 모두 속가로 되돌아갈 생각을 품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서 그들을 데리고 성문 밖으로 나가셨다.
밭 어귀 개울[溝]의 더러운 진창 속에 다섯 가지 빛깔의 연꽃이 피었는데, 맑고 은은한 향기가 풍겨 다른 더러운 냄새를 없애는 것을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곳으로 가서 연꽃으로 인하여 게송을 읊으셨다.
030_0529_a_19L此諸沙門有親友長者聞其出家意大歡喜往到崛山與之相見讚言諸君快哉善利乃有此志爲之設壇請佛及明日佛與衆會就其舍食食訖說法晡時乃還此諸新學沙門戀慕宗黨皆欲返退佛知其意將出城門見田溝中污泥糞壤中生蓮華五色香潔其香芬熏乃蔽諸臭佛便趣之因說偈言

마치 밭가에 도랑 만들되
큰 길 가깝게 두어
그 가운데 연꽃이 피면
향기롭고 깨끗함이 마음에 들 듯이
030_0529_b_04L如作田溝
近於大道
中生蓮華
香潔可意

나고 죽음도 이와 같아서
범부들 그 속에 살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출가하여
부처의 제자가 되느니라.
030_0529_b_06L有生死然
凡夫處邊
智者樂出
爲佛弟子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고 곧 바로 산으로 돌아오시자, 현자(賢者) 아난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아까 부처님께서 밭가 개울에 다다랐을 때 두 글귀의 게송을 읊으셨는데, 그 이치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개울의 더러운 진창 속에 피어난 연꽃을 보았느냐?”
“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도 계속해서 바뀌어 태어난다. 수명은 기껏해야 백 년인데 혹은 그보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며, 아내와의 애정과 주리고 목마름과 추위와 더위로 인해 혹은 슬퍼하기도 하고 혹은 기뻐하기도 한다. 첫째 흉(凶)함, 둘째 길(吉)함, 셋째 독(毒)함, 넷째 뒤바뀜, 다섯째 쌓임, 여섯째 경계[入], 일곱째 의식[識], 여덟째 삿됨[邪], 아홉째 번뇌[惱], 열째 악행[惡] 등 이런 것들은 마치 그 개울에 쌓인 더러운 진창과 같은 것들이다.
거기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세상은 무상한 것임을 깨닫고, 도를 배우려는 마음을 내어 청정한 뜻을 닦고 정신을 모아 생각을 끊어 스스로 도를 얻으면, 그것은 저 더러운 진창 속에 피어난 연꽃과 같다.
제 자신이 도를 얻고는 다시 돌아가 친족들을 제도하고, 모든 중생들이 다 그의 깨우침에 혜택을 입으면, 그것은 저 연꽃 향기가 다른 더러운 냄새를 없애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030_0529_b_07L佛說偈已卽還山中賢者阿難前白佛言向者世尊臨田溝上所說二偈不審其義願聞其意佛告阿難汝見溝中污泥不淨糞壤之中生蓮華不唯然見之佛言阿難人在世閒展轉相生計壽百歲或長或短妻子恩愛飢渴寒熱或悲或欣一凶二吉三毒四倒五陰六入七識八邪九惱十惡猶如田溝畜藏糞壤污泥不淨欻有一人覺世無常發心學道修淸淨志凝神斷想自致得道亦如污泥生好蓮華身自得道還度宗親一切衆生皆蒙開解亦如華香奄蔽臭穢
50명의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아갈 뜻이 더욱 견고해져 곧 아라한도를 얻었다.
030_0529_b_20L五十比丘聞佛說法進志堅固卽得阿羅漢道

13. 우암품(愚闇品)
030_0529_b_22L法句譬喩經愚闇品第十三
030_0529_c_01L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셨다.
그때 성 안에 나이 80먹은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재물이 수없이 많았으나, 그의 사람됨이 완고하고 미련하며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교화하기 어려웠다. 도덕을 알지도 못하고 무상함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집 짓기를 좋아하여 앞에는 사랑채를 짓고, 뒤에는 별당을 지었으며, 시원한 다락과 따듯한 방을 만들고, 동서 양쪽으로는 수십 칸의 행랑을 지었다. 다만 뒤채 별당의 앞 차양을 아직 마치지 못했을 뿐이었는데, 그 바라문은 항상 직접 그 공사를 경영하면서 온갖 일을 지휘하고 있었다.
030_0529_b_23L昔佛在舍衛國時城中有婆羅門年向八十財富無數爲人頑闇慳貪難化不識道德不計無常更作好舍前庌後堂涼臺煖室東西廂廡數十梁閒唯後堂前拒陽未訖時婆羅門恒自經營指授衆事
부처님께서는 도의 눈[道眼]으로 그 노인이 그 날이 다하기 전에 죽을 것을 아셨다. 그러나 그는 그런 줄도 모르고 한창 바삐 돌아다니느라 몸은 여위고 힘은 다 빠져 정신이 없었으니 매우 가엾은 일이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을 데리고 그 집으로 가서 그를 위로하셨다.
“노인장, 얼마나 고생스럽소? 지금 이 집들을 이렇게 지어 누가 살려고 하는 것이오?”
그가 대답하였다.
“앞 사랑채에서는 손님을 대접하고 뒤채 별당에서는 내가 살고, 동ㆍ서 양쪽의 행랑에서는 자식과 종들을 살게 하고 또 재물을 보관할 것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다락에 오르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 들어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노인장의 이름은 이미 오래 전에 들었는데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늦었소. 마침 생사(生死)와 관련된 중요한 게송이 있어 일러 주고 싶었는데, 잠깐 일을 멈추고 같이 앉아 이야기할 수 없겠소?”
그가 대답하였다.
“지금 한창 바빠 앉아서 이야기할 겨를이 없습니다. 뒷날 다시 오시면 함께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게송이 있다 하셨으니 그 게송이나 말씀해 주십시오.”
030_0529_c_06L佛以道眼見此老翁命不終日當就後世不能自知而方悤形瘦力竭精神無福甚可憐愍佛將阿難往到其門慰問老翁得無勞惓今作此舍皆何所安老翁答言前庌待後堂自處東西二廂當安兒息財物僕使夏上涼臺冬入溫室佛語老翁久聞宿德思遲談講偶有要偈存亡有益欲以相贈不審可小廢事共坐論不也老翁答言今正大懅不容坐後日更來當共善敍所云要偈便可說之
이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을 말씀하셨다.
於是世尊卽說偈言

자식이 있고 재물이 있다 하여
어리석은 사람 공연히 허덕이누나.
나[我]라 하는 이 몸도 내가 아니거니
자식과 재물을 무엇 때문에 걱정하리.
030_0529_c_17L有子有財
愚惟汲汲
我且非我
何憂子財

더울 때는 여기서 머물고
추울 때는 저기서 머물겠다고
어리석은 사람 미리 걱정 많건만
다가오는 변고는 알지 못하네.
030_0529_c_19L暑當止此
寒當止此
愚多豫慮
莫知來變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사람은
제 자신을 두고 지혜롭다 하나니
어리석은데 뛰어나게 지혜롭다 말하면
그야말로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네.
030_0529_c_20L愚蒙愚極
自謂我智
愚而勝智
是謂極愚
030_0530_a_01L
그 바라문이 말하였다.
“이 게송을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바쁘니 뒤에 와서 다시 얘기를 나눕시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를 못내 가엾게 여기시면서 그곳을 떠나셨다.
그 뒤로 그 노인은 손수 서까래를 올리다가 서까래가 떨어지면서 머리를 치는 바람에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쳤다. 그 집 안에서 퍼져 나오는 슬픈 울음소리는 온 이웃에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아직 멀리 가시기 전에 그런 변이 생긴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시다가 그 마을 어귀에서 수십 명의 범지(梵志)를 만나셨다. 그들은 다가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죽은 노인 집에 가서 그를 위해 설법하였으나 그는 부처의 말을 믿지 않고 무상함을 알지 못하다가 지금 갑자기 저승으로 갔다.”
부처님께서 그 범지들을 위하여 게송의 이치를 다시 말씀하셨고, 그들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곧 도적(道跡)을 증득하였다.
030_0529_c_21L婆羅門言善說此偈今實太懅後來更論之於是世尊傷之而去老翁於後自授屋椽椽墮打頭卽時命過室家啼哭驚動四鄰佛去未遠便有此變到里頭逢諸梵志有數十人前問佛言從何所來佛言屢到此死翁舍爲翁說不信佛語不知無常今者忽然已就後世具爲諸梵志更說前偈義聞之欣然卽得道迹
그때 세존께서 다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於是世尊而說偈言

미련한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과 친함은
마치 국자로 국맛을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더라도
오히려 바른 법을 알지 못하네.
030_0530_a_07L愚闇近智
如瓢斟味
雖久狎習
猶不知法

깨달은 이가 지혜로운 사람과 친함은
마치 혀로 음식 맛을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잠깐동안 친하게 지냈더라도
곧 참다운 도의 뜻을 깨닫느니라.
030_0530_a_09L開達近智
如舌嘗味
雖須臾習
卽解道要

어리석은 사람이 베푸는 보시는
그 몸에 근심을 불러 오나니
유쾌한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스스로 무거운 재앙을 부른다.
030_0530_a_10L愚人施行
爲身招患
快心作惡
自致重殃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한 뒤에는
물러나 뉘우치고 안타까워하면서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나니
묵은 습관에서 비롯된 과보이다.
030_0530_a_11L行爲不善
退見悔悋
致涕流面
報由宿習

그때 모든 범지들은 다시 이 게송을 듣고 신심이 더욱 돈독해져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030_0530_a_13L時諸梵志重聞此偈益懷篤信爲佛作禮歡喜奉行
030_0530_b_01L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급고독정사(給孤獨精舍)에 계시면서,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그때 바사닉왕에게 과부가 된 딸 하나가 있었는데 이름을 금강(金剛)이라 하였다.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아직 재혼(再婚)하지 못했으므로 그 부모가 매우 가엾게 여겨, 특별히 궁(宮)을 짓고 아주 좋은 방을 만들어 주고는 5백 명의 기녀(妓女)를 주어 즐기게 하였다.
그 기녀들 가운데 늙은 여종이 있었는데 이름을 도승(度勝)이라 하였다. 그는 항상 시장에 나가 연지와 분과 향과 꽃을 사오곤 하였는데, 마침 수많은 남녀 대중들이 각기 향과 꽃을 가지고 성을 나가는 것을 보고 곧 그들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삼계(三界)에 가장 존귀한 분으로서, 중생들을 제도하여 모두 열반을 얻게 하십니다.”
도승은 그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렇게 늙은 나이에 부처님을 뵙게 된 것은 전생의 복이다.’
그리고는 곧 향을 살 돈을 떼어 가지고 가서 좋은 꽃을 사가지고 여러 사람들을 따라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한 뒤, 한쪽에 물러서서 꽃을 흩뿌리고 향을 살랐다.
030_0530_a_15L昔佛在舍衛國給孤獨精舍爲諸天人說法時波斯匿王有一寡女名曰金壯寡未歸父母哀愍別爲宮舍作好舍宅給五百妓女以娛樂之衆中有一長老靑衣名曰度勝恒行市買脂粉香時見男女無數大衆各齎香華出城詣佛卽問行人欲何所至衆人答言出於世三界之尊度脫衆生皆得泥度勝聞之心悅意喜卽自念言老見佛宿世之福便分香直持買好隨衆人輩往到佛所作禮卻立散華燒香
일심으로 법을 듣고서 절에서 나와 다시 시장을 지나다가 향을 샀는데 설법을 들은 공덕과 전생에 지은 업의 힘으로, 그 향은 더욱 냄새가 짙었고 그 양도 평상시보다 곱절이나 많았다. 그러나 집에서는 늦게 돌아왔다 하여 모두들 꾸짖자, 도승은 도를 받들어 곧 사실대로 말하였다.
“이 세상에 거룩한 스승님께서 계시는데 삼계에 가장 존귀한 분으로서, 위없는 법북[法鼓]을 울려 삼천(三千) 세계를 진동시키며, 그 법을 듣는 사람이 한량없었습니다. 그들을 따라가 그 법을 듣다가 그만 늦어졌습니다.”
금강의 무리들은 부처님 법의 이치가 깊고 미묘하여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한편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스스로 탄식하였다.
“우리들은 무슨 죄로 그 법을 듣지 못했는가?”
그리고는 도승에게 말하였다.
“시험삼아 우리를 위해 그 법을 설명해다오.”
도승이 말했다.
“몸은 천하고 입은 더러워 감히 그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시 부처님께 가서 여쭈어 본 뒤에 분부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금강의 무리들은 곧 도승을 보내면서 다시 부탁하였다.
“설법하는 의식(儀式)까지 자세히 알아가지고 오라.”
030_0530_b_04L一心聽法已過市取香因聽法功德宿行所追香氣熏聞斤兩倍前嫌其遲晩而共詰之度勝奉道卽如事言世有聖師三界之尊擊無上法鼓震動三千往聽法者無央數人隨聽法是以稽遲金剛之徒聞說世尊法義深妙非世所聞悚然心歡而自歎曰吾等何罪獨自不聞卽報度試爲我說之度勝白曰身賤口穢不敢便宣乞更諮受如命說之卽便遣出重告之曰具受儀式
그런데 도승이 미처 돌아오기 전에 금강의 시녀(侍女)가 중간 뜰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모습은 마치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도승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돌아가서 설법하면 많은 사람을 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설법하는 의식은 먼저 높은 자리를 만들어라.”
도승은 분부를 받고 돌아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였고, 대중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각자 옷 한 벌씩을 벗어 쌓아 높은 자리를 만들었다.
도승이 목욕한 뒤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이치에 맞게 설법하자, 금강의 무리 5백 명은 의심이 풀리고 죄악이 사라져 모두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증득하였다.
그러나 그 설법이 너무 훌륭하였기 때문에 그만 모르는 사이에 불이 일어나 모두 한꺼번에 타 죽어 곧 천상에 가서 태어났다.
왕은 사람들을 데리고 불을 끄려고 왔다가 그들이 모두 죽은 것을 보고, 시체들을 수습해 관에 넣어 장사를 치른 뒤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나 평범한 자리에 앉았다.
030_0530_b_14L度勝未還金剛侍女側息中庭如子待母佛告度勝汝還說法多所度脫說法之儀先施高座度勝受勅具宣聖旨皆大歡喜各脫衣服一領積爲高座度勝洗承佛威神如應說法金剛之等五百餘人疑解破惡得須陁洹道說法甚美不覺失火一時燒死卽生天上王將人從來欲救火見之已燃收拾棺殮葬送畢訖往過佛所爲佛作禮卻坐常位
030_0530_c_01L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왕은 합장하고 아뢰었다.
“뜻밖에 화재가 일어나 제 딸 금강과 많은 사람들이 불행히도 불에 타 죽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장사를 치르고 오는 길입니다. 그들은 무슨 죄로 그런 화재를 만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아직 듣지 못한 그 인연을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030_0530_c_01L佛問王曰所從來也王叉手女金剛不幸不覺失火大小燒盡適棺殮還不審何罪遇此火害唯願世尊彰告未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어느 세상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장자의 부인이 5백 명의 시녀들을 데리고 성 밖에 나가 큰 제사를 지냈는데 그 법이 매우 삼엄하여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은 그 곁에 얼씬도 하지 못했고, 만일 그 곁에 오는 사람이 있으면 사이가 가깝거나 멀거나를 따지지 않고 모두 불 속에 집어 던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상에는 가라(迦羅)라는 벽지불(辟支佛)이 있었습니다. 그는 산 속에 살면서 날마다 새벽이면 마을에 내려가 걸식하고 저물면 산으로 돌아가곤 했었는데 그 날도 그는 걸식하러 마을에 내려갔다가 마침 제사 지내는 장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장자의 부인은 그를 보자 매우 화를 내며 가라를 붙잡아 불 속에 던졌습니다. 그러나 가라는 온몸이 불에 타면서도 곧 신통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고, 여러 여자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고 두려워 눈물을 흘리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땅에 꿇어앉아 머리를 들고 하소연하였습니다.
‘저희 여자들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아라한[至眞]을 몰라보고 신령(神靈)스런 분을 함부로 욕보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보니 허물과 죄악이 산처럼 무겁습니다. 원컨대 거룩한 그 덕을 드리워 이 중한 재앙을 소멸시켜 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그 소리를 따라 이내 내려와 열반[般泥洹]에 들었고, 여러 여자들은 거기에 탑을 세우고 사리(舍利)를 만들어 공양하였습니다.”
030_0530_c_04L佛告大王過去世時有城名波羅奈有長者婦將婇女五百人至城外大祠祀其法難犯他姓之人不得到邊不問親疏其有來者擲著火中時世有一辟支佛名曰迦羅處在山中晨來分衛暮輒還山迦羅分衛來趣郊祠長者婦見之忿然瞋恚捉迦羅撲著火中擧身燋爛便現神飛昇虛空衆女驚怖泣淚悔過跪擧頭而自陳曰女人惷愚不識至群愚荒騃毀辱神靈自惟過舋罪惡若山願降尊德以消重殃尋聲卽下而般泥洹諸女起塔供養舍利
부처님께서 다시 대왕을 위해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0_c_16L佛爲大王而說偈言

어리석은 사람은 악을 행하면서도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다가
재앙이 따라와 제 몸을 태우고
그 죄는 마침내 불꽃처럼 왕성하리라.
030_0530_c_17L愚惷作惡
不能自解
殃追自焚
罪成熾燃

어리석은 사람은 제가 바라는 것이
고통받을 일 아니라 하다가
재앙(災殃)의 땅에 떨어지게 되어서야
비로소 나쁜 일이었음을 깨닫느니라.
030_0530_c_19L愚所望處
不謂適苦
臨墮厄地
乃知不善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그 장자의 부인은 바로 지금 대왕의 딸 금강이고, 5백 명의 시녀들은 바로 지금의 저 도승 등 5백 명의 기녀들입니다. 죄와 복은 사람을 따라다니다가 결코 나타나지 않는 일이 없고, 선과 악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마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030_0530_c_20L佛告大王爾時長者婦今王女金剛五百侍女今度勝等五百伎女是罪福追人久無不彰善惡隨人如影隨形
030_0531_a_01L부처님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높고 낮은 벼슬아치들은 모두 믿고 탄복하고 기뻐하면서, 삼존(三尊)께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는 곧 도적(道跡:須陀洹)을 증득하였다.
030_0531_a_01L說是法時國內大小信伏歡喜咸歸三尊皆受五戒卽得道迹

14. 명철품(明哲品)
030_0531_a_02L法句譬喩經明哲品第十四

옛날 어떤 범지가 있었다. 그는 나이 20세였는데 타고난 천재(天才)로서, 크고 작은 어떤 일이라도 그 눈을 스치기만 하면 모두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 총명만을 믿고 스스로 맹세하였다.
‘천하의 기술은 기어코 다 배우고야 말 것이다. 만일 한 가지 기예라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밝게 통달했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맹세하고 그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유학하면서 어떤 스승이고 찾지 않은 데가 없었다. 여섯 가지 기예와 잡술ㆍ천문ㆍ지리ㆍ의약, 그리고 무너지는 산과 흔들리는 땅을 진압하는 법, 도박ㆍ장기ㆍ바둑ㆍ기악(妓樂)ㆍ박찰(搏撮)과 옷 재단하기와 비단에 수놓기, 고기 썰기와 음식 만들기 등, 인간의 일치고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사내로서 이만하면 누가 감히 당할 수 있겠는가? 시험삼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나에게 대적하는 이를 꺾어 항복받음으로써,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기술이 하늘을 찌를 듯해진 다음에 그 공적을 역사에 실어 백대(百代)까지 남기리라.’
그렇게 그는 돌아다니다가 어느 나라의 시장에 들어가 구경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앉아서 각궁(角弓) 만드는 것을 보았다. 소힘줄을 쪼개고 소뿔을 다듬는데 놀리는 손이 마치 나는 것 같았고, 활을 만들어 다루는 솜씨가 걸림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앞다투어 활을 사갔다.
030_0531_a_03L昔有梵志其年二十天才自然事無大小過目則能自以聰哲而自誓曰天下技術要當盡知一藝不通則非明達也於是遊學無師不造六藝雜天文地理醫方鎭壓山崩地動蒱博弈妓樂博撮裁割衣裳文繡綾廚膳切割調和滋味人閒之事無不兼達心自念曰丈夫如此誰能及試遊諸國摧伏觝對奮名四海技術衝天然後載功竹帛垂勳百代是遊行往至一國入市觀視見有一人坐作角弓析筋治角用手如飛作弓調快買者諍前
030_0531_b_01L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젊을 때부터 모든 것을 두루 배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활을 만드는 사람을 보아도 그것을 업신여겨 배우지 않았었다. 만일 저 사람과 기술을 겨룬다면 내가 저 사람보다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저 사람을 따라가서 배워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그 활쟁이에게 제자 되기를 청하여 마음을 다해 배웠고 그런지 한 달만에 활 만드는 법을 모두 익혀 그의 기술은 스승보다 나아졌다. 그래서 그는 재물로 보답하고는 하직하고 떠났다.
또 다른 나라로 가다가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뱃사공이 배를 저어가는데 마치 나는 것 같았고 배를 돌리는 솜씨와 거슬러 올라가고 내려감에 있어서 그 빠르기가 견줄 데가 없었다.
그는 또 생각하였다.
‘비록 내 기술이 많다 하지만 아직 배 부리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아무리 천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알지 못하면 안 된다. 나는 저것을 배워 온갖 기술을 모두 갖추어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그 뱃사공에게 제자되기를 청하여, 공경을 다하여 받들어 섬기고 열심히 노력하여 한 달만에 그 기술을 전부 익혔다. 그래서 배를 이리저리 돌리는 기술이 스승보다 나았다. 그는 또 재물로 보답하고는 하직하고 떠났다.
030_0531_a_16L卽自念曰少來所學自以具足邂逅自輕不學作弓彼鬪技吾則不如矣當從受學耳從弓師求爲弟子盡心受學月日之中具解弓法所作巧妙乃踰於師施財物奉辭而去去之一國當渡江有一船師用船若飛迴旋上下便疾無雙復自念曰吾技雖多未曾習雖爲賤術其於不知宜當學之技悉備遂從船師願爲弟子供奉盡敬竭力勞懃月日之中知其逆順船迴旋乃踰於師布施財物奉辭而
그는 또 어느 나라로 갔는데 천하에 짝할 만한 것 없는 그 나라 국왕의 궁전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궁전을 지은 목수의 기술이 어쩌면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은둔해 살았기 때문에 그만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 만일 지금 저 사람과 기술을 겨룬다면 반드시 이기지 못할 것이니 또 마땅히 저 기술을 배워야 마음이 놓일 것같다.’
그리고는 그 궁전을 지은 목수를 찾아가서 제자 되기를 청하여 정성을 다해 공양하면서 끌과 도끼를 잡았다.
그래서 한 달만에 자질하기ㆍ칫수재기ㆍ모[方]내기ㆍ둥글리기ㆍ둥근 자와 네모난 자[規矩] 다루는 방법 따위를 모두 익히고, 무늬파기ㆍ새겨넣기 등 목수 일을 다 배웠다. 그는 뛰어난 천재(天才)였기에 하는 일이 모두 스승보다 나았다. 그는 다시 재물로 보답하고 하직하고 떠났다.
이리하여 천하의 열여섯 큰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상대에게 명령하여 기술을 겨루고는 마음대로 말하고 혼자 다녀도 아무도 감히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잔뜩 교만해져서 이 천지 사이에 누가 감히 나를 당하겠는가라고 생각하였다.
030_0531_b_05L復至一國國王宮殿天下無雙自念曰作此殿匠巧妙乃爾自隱遊來偶不學之若與競術必不勝矣當復學意乃足耳遂求殿匠願爲弟盡心供養執持斤斧月日之閒具解尺寸方圓規矩雕文刻鏤木事盡天才明朗事輒勝師布施所有辭師而去周行天下遍十六大國命敵角技獨言隻步無敢應者心自貢高天地之閒誰有勝我者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멀리서 이 사람을 보시고는 제도할 수 있음을 아시고, 곧 신통으로 한 사람의 사문으로 변화하여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들고 그의 앞으로 가셨다.
그 범지는 원래 그 나라에는 도법이 없고 사문(沙門)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인지 괴상히 여겨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물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금 있다가 사문이 오자 범지가 물었다.
“어떤 왕족도 그대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고, 어떤 옷차림도 그런 차림새는 없었으며 아무리 종묘(宗廟)의 특이한 기물(器物)이라 해도 그런 그릇은 보지 못하였소. 그대는 무엇 하는 사람이기에 형상과 옷차림새가 보통 사람과 다릅니까?”
사문이 대답하였다.
“나는 몸을 다스리는 사람이오.”
그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을 몸을 다스린다고 합니까?”
030_0531_b_14L佛在祇洹遙見此人應可化度佛以神足化作沙門拄杖持鉢在前而來梵志由來國無道法未見沙門怪是何人須至當問須臾來到梵志問曰百王之則未見君輩衣裳制度無有此服宗廟異物不見此器君是何人形服改常沙門答曰吾調身人也復問何謂調
그때 사문은 그전에 배운 것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於是沙門因其所習而說偈言

활 만드는 사람은 뿔[角]을 다루고
뱃사공[水人]은 배를 다루며
목수는 나무를 다루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제 몸을 다스린다.
030_0531_b_22L弓匠調角
水人調船
巧匠調木
智者調身
030_0531_c_01L
비유하면 저 무거운 바위는
바람이 옮길 수 없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뜻이 무거워
비방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다.
030_0531_c_01L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毀譽不傾

비유하면 저 깊은 못물이
맑고 고요하며 투명하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도(道)를 듣고는
마음이 깨끗해짐을 좋아한다네.
030_0531_c_02L譬如深淵
澄靜淸明
慧人聞道
心淨歡然

그때 사문은 그 게송을 마치고 허공으로 날아 올라, 다시 부처님의 몸을 나타냈는데 32상(相)1)과 80종호(種好)2)의 광명이 환히 트여 온 천지를 두루 비추었다. 부처님께서 허공에서 내려와 그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도덕과 변화는 몸을 잘 길들인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은 온몸을 땅에 던지고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원컨대 몸을 길들이는 방법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5계(戒)ㆍ10선(善)ㆍ4등(等:無量心)ㆍ6도(度:波羅蜜)ㆍ4선(禪)ㆍ3해탈(解脫)을 닦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다 몸을 다스리는 법이다. 대개 활 만들기ㆍ배 부리기ㆍ목수와 또 여섯 가지 기예 따위의 기술은 다 겉만 꾸미고 치장하는 것으로서, 몸을 방탕하게 하고 마음을 방자하게 하여 나고 죽음의 길에서 윤회하게 하느니라.”
범지는 이 말씀을 듣고 즐거워하면서 믿고 이해하여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사문아.”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져 곧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거듭 그를 위하여 4제(諦)3)와 8해탈(解脫)의 법을 설명하셨고 그는 곧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1_c_03L於是沙門說此偈已身昇虛空還現佛身三十二相八十種好光明洞達照曜天地從虛空來下謂其人曰道德變化調身之力也於是其人五體投地稽首問曰願聞調身其有要佛告梵志五戒十善四等六度禪三解脫此調身之法也夫弓船木匠六藝奇術斯皆綺飾華譽之事身縱意生死之路也梵志聞之欣然信解願爲弟子佛言沙門善來鬚髮自墮卽成沙門佛重爲說四諦八解之尋時卽得阿羅漢道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셨다. 그 나라에서 5백 리 밖에 5, 60가구가 사는 산촌이 있었고 그 마을에는 한 가난한 집이 있었다. 그 집 부인이 아기를 배어 열 달 만에 사내 아이 쌍둥이를 낳았는데 그 얼굴은 견줄 데 없이 단정하였다.
부모는 매우 사랑하여 첫째의 이름은 쌍덕(雙德)이라 하였고, 둘째의 이름은 쌍복(雙福)이라 하였다. 난 지 5, 60일쯤 되는 날 아버지는 소를 먹이고 돌아와 한쪽 평상 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불 땔 나무를 주우러 밭에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030_0531_c_15L昔佛在舍衛國有山民村五六十家去國五百里村中有一貧家其主人婦懷妊十月雙生二男甚大端政無比父母愛之便爲作字一名雙德二名雙福生五六十日其父放牛來還息卻臥牀上其母出田拾薪未還
030_0532_a_01L두 아이는 좌우를 돌아보다가 그 어머니가 보이지 않자 한 아이가 한탄하면서 다른 아이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막 도를 얻게 되었는데 어리석은 생각으로 목숨은 항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 생사(生死) 윤회에 떨어져 헤아릴 수 없는 겁을 지내다가 이제야 이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짚덤불 속에 누워 담요 한 자락을 덮고 살며, 거친 음식으로 겨우 몸을 지탱해 갈 뿐이니, 이렇게 해서야 아무리 오래 지낸들 어떻게 도를 얻겠는가? 이것은 다 전생에 부귀를 탐하여, 몸을 방일하게 하고 마음이 산만해져 잠깐 동안 쾌락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이와 같이 고생하는 것이니, 장차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하겠는가?”
한 아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그때 너무 어려워서 한동안 애써보았지만 끝내 정진하지 못했고 여러 세상에서 온갖 고통을 받아 왔다. 이것은 다 내 스스로 지은 것이요, 부모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것을 당할 뿐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030_0531_c_21L二小兒左右顧視不見父母便共相語一人言前世之時垂當得道坐愚意謂命可常退墮生死不可計今乃得生此貧家作子穰草之中以氈褐自覆食飮麤惡纔自支身此至久云何得道皆坐前世戀慕富放身散意快樂須臾從爾以來長塗受苦如今憂惱當何恃怙一人答我爾時小難一時之懃竟不意精進而令數世遭諸苦患此是自爲非父母作也但共當之復何所言
그 아버지는 그들이 이와 같이 서로 자책하는 소리를 듣고 매우 괴상히 여겨 생각하였다.
‘아아, 이것은 삿된 귀신이 와서 이런 재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떻게 난 지 수십 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 훗날 부모를 죽이고 일가를 멸할 것이다. 더 자라기 전에 죽여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한 아버지는 빨리 나가 문을 닫고, 그들을 버려둔 채 밭으로 나갔는데 땔감을 주워 가지고 와서 불을 놓아 태워 죽이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돌아와 그 남편에게 물었다.
“이 땔감은 무엇에 쓰려는 것입니까?”
남편이 말하였다.
“아주 괴상한 일이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이들은 아마도 귀신인 것 같소. 반드시 우리 집안을 망칠테니, 그래서 더 크기 전에 태워 죽이려는 것이오.”
030_0532_a_09L父聞二子相責如是甚大怪之謂呼是鬼祟來生災變云何數十日小兒乃作此恐其後日殺親滅族曼小未大宜當殺之其父驚出閉門捨去到田取薪欲燒殺之其母來還問夫用此薪爲夫言甚大可怪所說如是似是鬼必破人門族以其曼小欲燒殺之
그러자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깜짝 놀랐으나 그래도 망설이면서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였다.
“며칠 더 기다려 봅시다. 다시 그런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이튿날 그들 부부는 함께 사립문 밖에 나가 가만히 들어보았다. 두 아이는 방 안에서 앞에서와 같이 제각기 한탄하였다. 그들 부부는 함께 그 아이들의 말을 듣고 그 까닭을 매우 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땔감을 모아다가 몰래 태워 죽이려 하였다.
030_0532_a_17L其母聞此意中愕然猶豫未信小停數日更聽其言至明日夫婦俱出於戶外潛聽二兒在內相責如故夫婦重共聞之甚怪所以便共集薪密欲燒之
030_0532_b_01L부처님께서 천안(天眼)으로 부부가 두 아들을 태워 죽이려 하는 것을 보시고 가엾게 여기시면서, 그들이 전생에 지은 복이 있으므로 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그 마을로 가서 두루 광명을 놓으시자, 천지가 크게 진동하고 산천초목이 전부 금빛으로 변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라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기뻐하였고, 또한 부처님께서는 지극한 신통력을 갖추시어 삼계에서 비할 데가 없음을 알았다.
부처님께서는 그 쌍둥이의 집으로 가셨다. 쌍둥이들은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고, 부모들도 놀라워하면서 제각기 한 아이씩 안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이 아이들은 난 지 5, 60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러이러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괴상히 여겨 어떤 재변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불에 태워 죽이려 하였는데, 마침 부처님께서 오셔서 죽이지 못하였습니다. 알 수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무슨 귀신입니까? 부디 해설하여 주십시오. 이 무슨 재변이옵니까?”
아이들은 부처님을 보고 기뻐 날뛰었고,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시고 크게 웃으시자 입에서 다섯 빛깔의 광명이 나와 온 천지를 두루 비추었다.
030_0532_a_21L佛以天眼見此夫婦欲燒殺二子愍其可憐宿福應度往到其村普放光明天地大動山川樹木皆作金色村中大小驚到佛所爲佛作禮莫不歡喜知佛至神三界無比佛到雙生小兒家二兒見佛光明喜踊難父母又驚各抱一子將至佛所佛世尊此小兒生來五六十日所說如是甚共怪之恐作禍害欲火燒殺正値佛來未及得燒不知此小兒爲是何等鬼魅也唯願解說是何災小兒見佛踊躍歡喜佛見小兒大口出五色光普照天地
부처님께서 아이들의 부모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어린아이는 귀신이 아니다. 복덕을 짓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옛날 가섭(迦葉)부처님 때 이 아이들은 일찍이 사문이 되었었다. 어릴 때부터 친구가 되어 뜻을 같이하였고 집을 떠나 각기 정진하여 거의 도를 얻게 되었었는데, 갑자기 삿된 생각을 일으켜 그만 타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세상의 영화를 누리다가 복에 의해 하늘에 태어났고, 다시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제후나 국왕이나 장자가 된다는 믿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곧 타락하여 열반을 얻지 못하고 이렇게 생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여러 겁 동안 서로 붙어 다니다가 지금 나의 세상에 와서 비로소 쌍둥이로 태어난 것이다. 과거에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 아직 그 복이 남아 있어 제도할 수 있으며, 죄가 없어지고 복이 생겨 전생 일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와서 구제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와서 구제하지 않았더라면 잘못 불에 타 죽었을 것이다.”
030_0532_b_10L佛告小兒父母及村人大小此二小兒非是鬼福德之子前迦葉佛時曾作沙門小共爲朋友同志出家各自精進當得道欻起邪想共相沮敗樂世榮華恃福生天下爲侯王國主長者起是想便墮退轉不得涅槃更此生彌連劫數常相鉤牽輒共雙生我世時今始乃生已往供養佛功德故餘福應度罪滅福生自識宿命是以世尊故來度之我不度者撗爲火所燒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2_b_20L於是世尊卽說偈言

대인(大人)은 원래 탐욕이 없어
머무는 곳마다 밝은 모습 빛나고
혹 괴로움이나 즐거움을 만나도
잘난 체하며 지혜를 드러내지 않는다.
030_0532_b_21L大人體無欲
在所照然明
雖或遭苦樂
不高現其智

대현(大賢)은 세상일에 관심 없어
자식이나 재물이나 나라도 원치 않고
항상 계율과 지혜의 도를 지켜
그릇된 부귀를 탐하지 않는다.
030_0532_b_23L大賢無世事
不願子財國
常守戒慧道
不貪邪富貴
030_0532_c_01L
지혜로운 사람은 알고 있다네.
마치 저 모래밭의 나무처럼 흔들려
친구간에 뜻이 굳세지 못하면
빛깔 따라 흰 바탕 물이 든다네.
030_0532_c_01L智人知動搖
譬如沙中樹
朋友志未强
隨色染其素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아이들은 부처님을 보고 그 몸이 불쑥 자라나 마치 여덟 살 먹은 아이와 같아졌고 아이들은 곧 사문이 되어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의 광명 모습과 또 아이들의 몸이 변해 불쑥 자라난 것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며 수다원도를 증득하였다. 그리고 그 부모들도 의심이 풀리고 또 법안(法眼)을 얻었다.
030_0532_c_02L佛說是時小兒見佛其身卽踊如八歲小兒卽作沙彌得羅漢道村人大小見佛光相又見小兒形變踊大大歡喜得須陁洹道父母疑解亦得法眼

15. 나한품(羅漢品)
030_0532_c_07L法句譬喩經羅漢品第十五

옛날 한 나라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나리(那梨)라고 하였다. 그 나라는 남해(南海) 가에 근접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진주(眞珠)와 전단향을 캐는 것으로 생업을 삼았다.
그 나라의 어떤 집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그들은 살림을 나누려고 하였다. 그 집에는 분나(分那)라는 종이 있었는데 그 종은 나이는 어리지만 총명하였다. 그는 시장에 나가 장사도 하고 또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기도 하여, 살림살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그들 형제는 집 재산을 두 몫으로 나눌 때 종 분나도 한 몫으로 넣기로 약속하고 산가지[籌]를 던져 그 아우가 분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우는 그 처자와 분나만을 데리고 빈 손으로 집을 떠났다. 그때 마침 흉년이 들어 살아갈 방법이 없게 되자 아우는 걱정을 하였다. 그러자 분나가 주인에게 말하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분나가 꾀를 내어 한 달 안에 형님보다 형편이 나아지게 하겠습니다.”
주인이 말하였다.
“만일 진실로 그렇게만 된다면 네가 평민이 되도록 놓아주겠다.”
그 주인의 부인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진주가 있었는데 그것을 분나에게 주어 밑천을 삼게 하였다.
030_0532_c_08L昔有一國名曰那梨近南海邊其中人民採眞珠栴檀以爲常業其國有一家兄弟二人父母終亡欲求分異家有一奴名曰分那年少聰了賈販市買入海治生無事不知居家財物分爲一以奴分那持作一分兄弟擲籌弟得分那止將妻子空手出舍時世飢儉唯得分那恐不相活以爲愁憂時奴分那白大家言願莫愁憂分那作計月日之中當令勝兄大家言若審能爾放汝爲良人大家夫人有私珠物與分那作本
030_0533_a_01L그때 바다에는 조수가 밀려들어 성 안의 사람들은 모두 바닷가에 나가 나무를 주웠다. 분나는 그 진주를 가지고 성 밖으로 나갔다. 그때 그는 나무를 파는 어떤 거지를 보았는데, 그 나무 속에는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 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어떤 중병도 고칠 수 있는 것으로서, 한 냥 값이 천 냥의 금값과 맞먹었는데 그 당시는 단 한 냥도 얻을 수 없는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분나는 그것을 알고 돈 두 닢[枚]으로 그 향을 산 다음 돌아와 수십 개로 쪼갰다. 그때 어떤 장자가 중병이 들었는데 반드시 이 우두전단향 두 냥을 약에 넣어야 그 병을 치료할 수 있었으므로 그것을 구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분나는 그 사실을 알고 그에게 그것을 팔아 곧 2천 냥의 금을 얻었다. 이렇게 하여 그 향 전부를 다 팔아 얻은 재산이 그 형보다 열 곱이나 많았다. 주인이 분나의 은혜를 생각하여 그와 한 약속을 어기지 않고, 분나가 평민이 되도록 놓아주어 마음대로 살아가게 하였다.
030_0532_c_20L時海潮來城內人民至水邊取薪分那持珠物出至城外見一乞兒負薪薪中有牛頭栴檀香可治重病一兩直千兩金時世有一不可常得分那識之以金錢二枚買得持破作數十段時有長者得重病須此牛頭栴檀香二兩合藥求不能分那持往卽得二千兩金如是賣所得不訾富兄十倍大家感念分那之恩不違言誓放爲良人隨意所樂
그래서 분나는 주인에게 하직하고 떠나 도를 배우기 위해 사위국에 이르러 부처님께 예배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출신은 미천하오나 마음은 도덕을 좋아합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제도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분나여.”
그러자 그의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저절로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자 그는 이내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그는 가만히 앉아 생각하였다.
‘지금 내가 6신통[通]4)을 얻어 살고 죽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데 이것은 다 주인의 은혜 때문이다. 내가 지금 가서 그 주인을 제도하고 또 그 나라 사람들을 교화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분나는 본국으로 돌아가 주인의 집을 찾아가자, 주인은 못내 반가워하면서 자리에 앉히고 음식을 내왔다.
030_0533_a_06L是分那辭行學道到舍衛國爲佛作禮長跪白佛所出微賤心樂道德唯願世尊垂慈濟度佛言善來分那頭髮自法衣著身卽成沙門佛爲說法得羅漢道坐自思惟今得六通存亡自由皆主人之恩今當往度幷化國於時分那往到本國至主人家人歡喜請坐設食
그는 음식을 먹고 손을 씻고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몸을 여러 개로 나누더니, 몸 반쪽에서는 물을 내뿜고, 반쪽에선 불을 내뿜으며 광명을 두루 비추었다. 그리고는 내려와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 신비스러운 덕은 다 주인이 나를 놓아주신 덕택에 이룬 것이며 부처님께 배운 것입니다.”
주인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신비한 교화의 미묘함이 그러하다면 나도 부처님을 뵙고 그 가르침을 받고 싶네.”
분나가 대답하였다.
“그러시다면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음식을 차리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 세 가지를 통달한 지혜가 있으시니 틀림없이 직접 오실 것입니다.”
그는 곧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해 하룻밤 사이에 다 마련하고 사위국을 향하여 꿇어앉아 향을 사르고 부처님을 청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 왕림하시어 일체 중생을 널리 구제해 주십시오.”
030_0533_a_14L食訖澡手飛昇虛分身散體半出水火光明洞達上來下告主人曰此之神德皆是主人放捨之福往到佛所所學如是人答曰佛之神化微妙乃爾願見世尊受其教訓分那答曰但當志心供設饌具佛三達智必自來矣卽便設供宿昔已辦向舍衛國稽首長跪燒香請佛唯願屈尊廣度一切
030_0533_b_01L부처님께서 그 뜻을 아시고서 곧 5백 아라한들과 함께 각기 신통을 부려 그 집으로 가셨다. 그 나라의 왕과 백성들은 모두 공경하고 엄숙하게 부처님께 나아가,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한 뒤 왕의 자리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으신 뒤 주인과 왕과 관리들을 위하여 밝은 법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들은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부처님 제자가 되어 부처님 앞에 서서 분나를 찬탄하였다.
“집에 있을 때는 부지런히 일하고, 집을 떠나서는 도를 얻었구나. 그 신기한 덕이 높고 멀어 온 나라가 구제를 받았도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그 은혜를 갚아야 할까?”
030_0533_a_22L佛知其卽與五百羅漢各以神足往到其國王人民莫不敬肅來至佛所五體投地卻坐王位食畢澡訖佛爲主人及王官屬廣陳明法皆受五戒爲佛弟子起住佛前歎分那曰在家精出家得道神德高遠家國蒙度當云何以報其恩
이에 부처님께서 곧 게송을 읊으셨다.
030_0533_b_06L於是世尊重歎分而說偈言

마음이 이미 고요해지고
말과 행도 또한 그쳐
바른 해탈 따르면
적연히 멸도에 돌아가리라.
030_0533_b_07L心已休息
言行亦止
從正解脫
寂然歸滅

욕심 버리고 집착이 없어
이 삼계(三界)의 장애를 없애고
바라는 마음 이미 끊어지니
이를 일러 상인(上人)이라 한다네.
030_0533_b_09L棄欲無著
缺三界障
望意已絕
是謂上人

마을에 있거나 들에 있거나
평지에 있거나 높은 언덕에 있거나
아라한이 지나는 곳이라면
어느 누가 그의 은혜 입지 않으리.
030_0533_b_10L若聚若野
平地高岸
應眞所過
莫不蒙度

그는 고요한 곳 좋아하나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다네.
상쾌하구나. 그는 욕망이 없으니
아무것도 구하려고 하지 않네.
030_0533_b_11L彼樂空閑
衆人不能
快哉無望
無所欲求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자, 주인과 왕은 더욱 기뻐하였다. 그리고 이렛동안 부처님을 공양한 뒤 수다원의 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3_b_13L佛說偈已主人及王益加歡喜供養七日得須陁洹道

16. 술천품(述千品)
030_0533_b_15L法句譬喩經述千品第十六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다. 그때 한 장로(長老)비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반특(般特)이라 하였다. 그는 갓 비구가 된 사람으로서 성품이 매우 암둔하고 막혀 있었다. 부처님께서 5백 명의 아라한들을 시켜 날마다 가르쳤으나 1년 동안에 게송 하나도 외우지 못하였다. 그 나라 안 4부대중들은 모두 그가 암둔한 것을 알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게 여기시어 앞에다 불러 놓고 한 구의 게송을 가르쳐 주셨다.

입을 지키고 마음을 다잡아
몸으로 나쁜 일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실천하는 이는
이 세상을 잘 지낼 수 있다.
030_0533_b_16L昔佛在舍衛國有一長老比丘字般新作比丘稟性闇塞佛令五百羅漢日日教之三年之中不得一偈中四輩皆知其愚冥佛愍傷之卽呼著前授與一偈守口攝意身莫犯非是行者得度世
030_0533_c_01L
그때 반특은 부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동되어 기뻐하고 마음이 열리어, 곧 그 게송을 그대로 외웠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이 늙어서야 겨우 게송 하나를 외웠을 뿐이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니 그리 신기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그 이치를 해설할 것이니 한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반특은 분부대로 경청하였고,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몸으로 짓는 세 가지 행과 입으로 짓는 네 가지 말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에 대한 것과 그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이유를 관찰할 것을 말씀하셨다. 또한 그것으로 말미암아 3계(界)와 5도(道)를 쉬지 않고 윤회하는 것과, 그것 때문에 하늘에 태어나기도 하고 깊은 못에 떨어지기도 하며 또 도를 증득하기도 한다는 것과, 열반은 자연이라는 것을 분별하여 말씀하시고, 또 한량없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그러자 반특은 그 마음이 밝아져서 곧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그때 5백 명의 비구니들은 다른 절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날마다 비구 한 사람씩을 보내 그들을 위해 경법(經法)을 설법하게 하셨는데, 그 다음 날은 반특이 갈 차례가 되었다.
030_0533_b_22L時般特感佛慈恩歡欣心開誦偈上口佛告之曰汝今年老方得一偈人皆知之不足爲奇今當爲汝解說其義一心諦聽般特受教而聽佛卽爲說身三口四意三所由其所起察其所滅三界五道輪轉不由之昇天由之墮淵由之得道槃自然分別爲說無量妙法時般特㸌然心開卽得羅漢道爾時有五百比丘尼別有精舍佛日遣一比丘爲說經法明日般特次應當行
비구니들은 그 말을 듣고 비웃었다.
“내일 그가 오거든 우리는 다 같이 그를 맞이하고는 도리어 우리가 게송을 설하여 그로 하여금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하여 아무 말도 못하게 하자.”
이튿날 반특은 그 절로 갔고, 여러 비구니들은 모두 나와 맞이하여 예배하고는 저희끼리 서로 바라보면서 비웃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공양이 나왔다.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고는 반특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그때 반특은 곧 높은 자리에 올라가 수줍어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덕이 엷고 재주가 모자라 맨 끝자리의 사문이 되었으나, 본래부터 완고하고 우둔하여 배운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게송 한 구절을 알고 그 이치를 약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설하려고 한다. 모두들 조용히 들으시오.”
그때 나이 어린 여러 비구니들이 앞질러 게송을 설하려 하였으나 입이 열리지 않아, 모두들 놀라고 두려워하여 스스로 자책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뉘우쳤다.
반특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즉 몸과 뜻이 연유하게 된 것과 죄와 복의 안팎, 하늘에 오르는 것, 도를 얻는 것, 정신을 집중하여 생각을 끊어 선정에 드는 법 등을 낱낱이 분별하여 설명하였다.
비구니들은 그 설법을 듣고 매우 이상하게 여기면서 일심으로 기뻐하여 모두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3_c_09L諸尼聞之皆豫含笑明日來者我等當共逆說其令之慚愧無所一言明日般特往比丘尼大小皆出作禮相視而笑坐畢下食食已澡手請令說法時般特卽上高座自慚否曰薄德下才末爲沙門鈍有素所學不多唯知一偈粗識其當爲敷演願各靜聽諸年少比丘尼欲逆說偈口不能開驚怖自責稽首悔過般特卽如佛所說一一分別身意所由罪福內外昇天得道凝神斷想入定之法卽時諸尼聞其所說甚怪甚異一心歡喜皆得羅漢道
030_0534_a_01L뒷날 바사닉왕은 부처님과 대중을 초청하여 정전(正殿)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반특의 위신력(威神力)을 나타내고자 하시어, 그에게 발우를 들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문지기가 그를 알아보고 막아서서 말하였다.
“그대는 사문으로서 한 구의 게송도 알지 못하면서 왜 초청에 응하려고 하는가? 나는 속인인데도 오히려 게송을 아는데 더구나 사문이겠는가? 아무 지혜도 없는 그대에게는 보시한다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 문 안에 들어오지 말라.”
그리하여 반특은 문 밖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정전 위에 앉아 계실 때 벌써 물을 다 돌려 마쳤는데 반특은 팔을 펴서 멀리서 부처님께 발우를 받들어 올렸다. 왕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 그리고 태자와 거기 모인 사부대중들은 팔은 보이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자 모두 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팔은 누구의 팔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저 반특 비구의 팔입니다. 그는 요즘에 도를 얻었습니다. 아까 내가 내 발우를 가지고 뒤따라오라고 주었는데, 문지기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에 팔을 펴 내게 발우를 주는 것입니다.”
왕은 곧 반특을 청해 들였는데 그 위신은 보통 때보다 곱절이나 더하였다.
030_0533_c_21L日國王波斯匿請佛衆僧於正殿會佛欲現般特威神與鉢令持隨後而門士識之留不聽入卿爲沙門一偈不了受請何爲吾是俗人由尚知豈況沙門無有智慧施卿無益不須入門時般特卽住門外佛坐正殿上行水已畢般特卽擎鉢申臂遙以授佛及群臣夫人太子衆會四輩見臂來入不見其形怪而問佛是何人臂佛言是般特比丘臂也近日得道向吾使持鉢門士不聽來入是以申臂授吾鉢耳卽便請入威神倍常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반특은 본래 성품이 우둔하여 겨우 게송 하나를 외운다는 말을 들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꼭 많이 배워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천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반특은 겨우 한 게송의 이치를 알고 있지만 그 정밀한 이치는 신(神)의 경계에 들었으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은 고요해지고 깨끗해져서 마치 순금과 같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 뜻을 해득하지 못하고 또 실천하지 못하면 한낱 정신만 해치는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030_0534_a_10L王白佛言聞般特本性愚鈍方知一偈何緣得佛告王曰學不必多行之爲上特解一偈義精理入神身口意寂淨如天金人雖多學不解不行徒喪識有何益哉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於是世尊卽說偈言

비록 천 마디 말을 외우더라도
그 글귀의 뜻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단 한 마디의 법을 듣고서
온갖 악한 생각 멸함만 못하다.
030_0534_a_15L雖誦千章
句義不正
不如一要
聞可滅惡

비록 천 마디 말을 외우더라도
이치를 모르면 무슨 이익 있으리.
단 하나의 이치라도 듣고 실천하여
해탈하느니만 못하느니라.
030_0534_a_17L雖誦千言
不義何益
不如一義
聞行可度

아무리 많은 경전 외우더라도
깨닫지 못하면 무슨 이익 있으리.
단 한 구의 법 구절이라도 깨달아
그대로 실천하여 도를 얻음만 못하느니라.
030_0534_a_18L雖多誦經
不解何益
解一法句
行可得道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자 3백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고, 왕ㆍ신하ㆍ부인ㆍ태자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030_0534_a_19L佛說偈已三百比丘得阿羅漢道及群臣夫人太子莫不歡喜
030_0534_b_01L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정사(精舍)에서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 어떤 바라문 장자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을 남달(藍達)이라고 하였다. 그는 매우 큰 부자로서 그 집의 재산은 이루 다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생각하였다.
‘범지의 법에 따라 큰 시주가 되어 이름을 드러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그는 제 집의 재물을 모두 내어 보시하되, 반사우슬(般闍于瑟)을 열어 5천 여명의 바라문을 공양하였다. 그는 5년 동안 의복과 평상ㆍ의약과 진기한 보물과 제사 기구를 공급하면서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다른 범지들은 5년 동안 그 라마달(羅摩達) 장자를 위해, 여러 하늘과 네 산과 다섯 큰 산과 별ㆍ물ㆍ불 등에게 제사 지내면서 어디서나 장자는 오랜 세월 동안 복을 받게 해달라고 주원(呪願)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5년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 되자, 그 장자는 아주 크게 보시하였는데 장자의 법에 따라 하였다. 즉 금발우에는 은가루를 담고 은발우에는 금가루를 담고, 코끼리ㆍ말ㆍ수레ㆍ남종ㆍ여종ㆍ재물 그리고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옷과 비단일산ㆍ가죽신ㆍ사슴가죽으로 만든 옷ㆍ지팡이ㆍ걸상ㆍ물통ㆍ물주전자ㆍ평상ㆍ요ㆍ자리 등, 필요한 것 모두를 저들의 필요에 따라 얻을 수 있게 하는 등 8만 4천 가지 물건을 다 보시하였다.
030_0534_a_21L昔佛在舍衛國精舍之中爲天人說時舍衛國中有婆羅門長者名藍大富無極其家資財不可計數志之法當作大壇以顯名譽盡家之財持用布施作般闍于瑟供養婆羅門五千餘人五年之中供給衣被牀榻醫藥珍琦寶物郊祠供具盡所愛諸梵志等五年之中爲羅摩達長祭祀諸天四山五嶽星宿水火不周遍呪願長者長夜受福五歲已最後一日極大布施如長者法鉢盛銀粟銀鉢盛金粟象馬車乘奴婢資財七寶服飾散蓋履屣鹿皮之錫杖踞牀澡罐澡盤牀榻席薦應當得事事八萬四千盡持布施
그 날이 되자 모두 대회에 모여 왔는데 귀신ㆍ국왕ㆍ대신ㆍ범지ㆍ대성(大姓) 등이 다 모여 와 앉아, 부산하게 떠들어대면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시고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저 큰 성을 지닌 범지가 왜 저리도 어리석은가? 보시는 저와 같이 많이 하건만 그 복의 과보는 보잘것없이 적구나. 마치 불 속에다가 종자를 심는 것 같나니 어디서 보답을 얻겠는가? 만일 내가 교화하지 않으면 저는 영원히 법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세존께서 곧 일어나 옷을 근엄하게 입으시고, 신통으로 땅 속에서 솟아나 큰 광명을 놓아 그 대회를 두루 비추었다. 대중들은 그것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히 여겨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어떤 신(神)인지 알지 못해 하였다. 장자 라마달과 대중들은 땅에 얼굴과 머리를 대어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030_0534_b_13L其爾日皆來大會鬼神國王大臣梵志大姓悉來會坐隱隱闐闐莫不歡佛見如是歎然言曰此大姓梵志何以愚癡所施大多福報薄少如種火中何從得報也若我不化長離法於是世尊便起嚴服化從地出大光明普照衆會大小見之怪未曾驚怖悚懼不知何神長者羅摩達及諸大衆頭面著地爲佛作禮
부처님께서 그들이 공경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시고 공손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4_b_22L佛見衆人皆有敬心因其恭肅便說偈言
030_0534_c_01L
한 달에 천 번씩 제사를 올려
목숨이 다하도록 끊이지 않아도
잠깐 동안 한마음으로
바른 법을 생각하는 그것만 못하나니
030_0534_b_23L月千反祠
終身不徹
不如須臾
一心念法

한 생각 동안이라도 도를 행한 그 복이
죽을 때까지 제사 지낸 것보다 나으리라.
비록 백 년을 다 마치도록
불신[火神]을 받들어 섬기더라도
030_0534_c_02L一念造福
勝彼終身
雖終百歲
奉事火神

잠깐 동안 삼존(三尊:佛ㆍ法ㆍ僧)께
공양하는 것만 못하나니
한 번 공양한 그 복이
백 년 동안 제사 지낸 것보다 나으리라.
030_0534_c_03L不如須臾
供養三尊
一供養福
勝彼百年

그때 세존께서 람달에게 말씀하셨다.
“보시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보시인가?
첫째, 보시는 많이 했는데도 그 복의 과보가 적은 것이요, 둘째 보시는 적게 했지만 그 복의 과보가 많은 것이며, 셋째 보시도 많이 하고 복의 과보도 많은 것이요, 넷째 보시도 적게 하고 복의 과보도 적은 것이니라.
보시는 많이 했는데도 그 복의 과보가 적은 보시는 어떤 것인가? 사람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생물을 죽여 제사지내고 술을 마시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니, 재물만 없애고 복된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보시도 적고 그 과보도 적은 보시는 어떤 것인가? 아끼고 탐하는 나쁜 생각으로 평범한 도사에게 보시하는 것이니 둘 다 어리석기 때문에 복이 없느니라.
030_0534_c_04L於是世尊告藍達曰施有四事何等爲四一者施多得福報少二者施少得福報多三者施多得福報多四者施少得報亦少何謂施多得福報少者人愚癡殺生祭祠飮酒歌儛破損財無有福慧何謂施少得報少者慳貪惡意施凡道士俱兩愚癡是故無福
보시는 적은데 복의 과보가 많은 보시는 어떤 것인가? 인자한 마음으로 도덕이 있는 사람을 받들고 그 도인도 그것을 받아먹고는 부지런히 공부하면, 그 보시는 비록 적으나 복의 과보는 매우 크다.
보시도 많고 그 복의 과보도 많은 보시는 어떤 것인가? 만일 어떤 현명한 사람이 세간은 덧없는 것임을 깨닫고, 즐거운 마음으로 재물을 내어, 탑과 절을 세우고 과수원을 만들거나, 삼존(三尊)에게 옷ㆍ신ㆍ평상ㆍ음식을 공양하면, 그 복은 마치 다섯 강이 흘러 큰 바다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 복의 흐름도 이와 같아서 태어나는 세상마다 끊어지지 않나니, 이것이 이른바 보시도 많고 그 복의 과보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를 비유하면 농사짓는 땅이 비옥한 것도 있고 매마른 것도 있어 그 수확이 같지 않음과 같으니라.”
030_0534_c_12L何謂施少得福多者能以慈心奉道德人道士食已精進學誦施此雖少其福彌大何謂施多得福多者有賢者覺世無常好心出財起立塔寺精舍菓園供養三尊衣服履屣牀榻廚斯福如五河流入於大海福流如是世世不斷是爲施多其報轉多譬如農家地有厚薄所得不同
그때 람달 장자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부처님의 신통을 본 뒤에 또 설법까지 듣고는 모두 기뻐하였다. 그래서 여러 하늘과 사람 그리고 귀신들 모두가 수다원도(須陁洹道)를 증득했으며, 5천 범지들도 모두 사문이 되어 아라한도를 증득했고 주인 남달과 그 집 식구들은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또 도적(道迹)을 증득했으며, 국왕과 대신들은 모두 삼보에 귀의[三自歸]하고 우바새(優婆塞)가 되어 법안을 얻었다.
030_0534_c_19L爾時藍達長者座中會人見佛變化聞說法言皆大歡喜諸天人神皆得須陁洹道五千梵志皆作沙門得應眞道主人藍達居家大小皆受五戒亦得道迹國王大臣皆受三自歸爲優婆塞亦得法眼
030_0535_a_01L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정사에서 교화하고 계실 때 나열기국(羅閱祇國)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됨이 흉악하고 어리석어 부모에게 불효하고 선량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살고 있는 가문에 손해만 끼쳐 아무 일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불을 섬겨 복을 구하려 하였다.
불을 섬기는 법은 해가 막 지려 할 때 큰 불무더기를 피워 놓고 그것을 향해 꿇어앉아 밤중이 되어 불이 꺼져야만 그만두곤 하였다. 그렇게 3년 동안 계속하였으나 복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음에는 해와 달을 섬겼다. 해와 달을 섬기는 법은 낮에 해가 뜨고 밤에 달이 뜨면 그 해와 달을 향해 절하다가, 해가 지고 달이 져야 그만두곤 하였다. 이렇게 3년을 계속했으나 또 아무 복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다음에는 하늘을 섬겼다. 향을 피우고 꿇어앉아 좋은 향과 꽃과 맛난 술과 마른 고기와 돼지ㆍ양ㆍ송아지를 잡아 올렸다. 그러느라 마침내는 빈곤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복은 얻지 못하였다. 그렇게 갖은 애를 써보았으나 몸은 여위고 병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위국에 부처님께서 계신데 여러 하늘들이 받든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도 가서 받들어 섬기면 반드시 복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정사의 문에 이르러 세존을 바라보니, 광명의 모습은 환히 빛나고 얼굴은 특이하여 마치 별 가운데 달과 같았다.
030_0535_a_01L昔佛在舍衛精舍教化時羅閱祇國有一人爲人凶愚不孝父母輕侮良善不敬長老居門衰耗常不如意便行事火欲求福祐事火之法日適欲沒燃大火聚向之跪拜或至夜半火滅乃止如是三年不得其福更事日事日月法晝以日出夜以月明日月拜沒乃休止如是三年復不得轉復事天燒香跪拜奉上甘美香華酒脯豬羊牛犢遂至貧困故不得懃苦憔悴病不去門聞舍衛國有諸天所宗當往奉事必望得福到佛所至精舍門瞻睹世尊光相晃然容顏奇異如星中月
그는 부처님을 뵙고 못내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자라도록 어리석고 미련하여 삼보를 알지 못하고, 불ㆍ해ㆍ달과 여러 하늘 신을 섬기면서, 9년 동안 열심히 애썼으나 조그만 복도 얻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얼굴빛은 초췌해지고 기운이 쇠약하여 몸[四大]에는 질병만 많아졌으니, 이제 언제 죽을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사람을 제도하시는 스승님이시라는 말을 듣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귀의하오니 원컨대 복을 내려 주소서.”
030_0535_a_15L見佛歡喜面作禮叉手白佛生長愚癡不識三事火日月及諸天神九年精懃永不蒙福顏色憔悴氣力衰微四大多患死亡無日伏承世尊度人之師遠自歸願垂福慶
030_0535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섬기는 것은 모두 다 요사스런 귀신이 아니면 도깨비들[魑魅魍魎]이었다. 거기에 빌고 제사하기를 산(山)만큼 하였으니 그 죄도 강이나 바다와 같을 것이다. 생물을 죽여 복을 구하면 벌써 복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비록 백 겁 동안 애쓰고 고달파하면서 온 천하의 돼지와 염소를 다 잡아 기도하고 제사지내더라도, 그 죄는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복은 겨자씨만큼도 없을 것이며, 한낱 재물만 없앨 것이니 어찌 미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또 그대는 사람됨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어질고 선량한 사람을 업신여기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잘난체하고 뽐내면서 세 가지 독이 불꽃처럼 치성하여, 죄만 쌓여 날로 깊어가거늘 무슨 인연으로 복을 얻겠는가? 만일 스스로 마음을 고쳐 어진 이에게 예배하고 공경하며, 위의와 예절로써 어른을 받들어 섬기며, 악을 버리고 선을 믿으며, 내 몸을 닦고 어진 이를 높이면, 네 가지 복이 날로 늘어나 세상마다 걱정이 없을 것이다.
어떤 것들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얼굴이 단정한 것이요, 둘째는 기력이 왕성한 것이며, 셋째는 안온하여 병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목숨이 늘어나 끝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는 것이니, 이렇게 행하여 게으르지 않으면 또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030_0535_a_20L佛告之曰汝之所盡是妖邪魑魅魍魎禱祀如山罪如江海殺生求福去福遠矣正使百劫懃苦盡殺普天豬羊持用禱祀如須彌福無芥子徒自費喪豈不惑又卿爲人不孝父母輕易賢善敬長老憍慢貢高三毒熾盛罪舋日深何緣得福若能改心禮敬賢者儀禮節供奉長老棄惡信善修己崇四福日增世世無患何等爲四者顏色端政二者氣力豐强三者安隱無病四者益壽終不抂撗行之不懈亦可得道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於是世尊卽說偈言

신(神)에게 제사하여 복을 구하고
뒤에 올 보답 기대하지만
어진 이에게 예배한 복의
4분의 1도 되지 못하리.
030_0535_b_09L祭神以求福
從後觀其報
四分未望一
不如禮賢者

능히 예절을 잘 지키고
늘 어른을 공경해 섬기면
네 가지 복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니
형색ㆍ힘ㆍ수명ㆍ안락함이니라.
030_0535_b_11L能善行禮節
常敬長老者
四福自然增
色力壽而安

그때 그 사람은 부처님의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믿고 이해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온갖 번뇌에 덮여 9년 동안 죄를 쌓다가 다행히 자비하신 교화를 입고 이제야 마음이 열렸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그러자 그의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져 곧 사문이 되었다.
그는 마음으로 안반(安般)을 생각하여 곧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5_b_12L於是其人聞佛此偈歡喜信解稽首作禮重白佛言罪垢所蔽積罪九年幸賴慈化今得開解唯願世尊聽爲沙門佛言善來比丘頭髮自墮卽成沙門內思安般卽得羅漢道

17. 악행품(惡行品)
030_0535_b_17L法句譬喩經惡行品第十七
030_0535_c_01L
옛날 부처님께서 나열기국에 계시면서, 수만(須漫)이라는 한 아라한에게 부처님의 머리털과 손톱을 주어 계빈국(罽賓國) 남쪽 어느 산으로 가서 탑사를 세우게 하셨다. 그리하여 5백 아라한들은 항상 그 속에 살면서 아침ㆍ저녁으로 향을 피우고 탑을 돌며 예배하게 하였다.
그때 그 산에는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있었다. 원숭이들은 여러 도인들이 탑에 공양하는 것을 보고, 모두 깊은 시냇가로 가서 진흙과 돌을 가져다가 도인들을 본받아 불탑을 만들고 나무 기둥을 세우고 비단 번기를 그 위에 매달고, 꼭 도인들처럼 아침ㆍ저녁으로 예배하였다.
그러나 어느 때에 산에서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한꺼번에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 죽었고, 그 혼신(魂神)은 곧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상(忉利天上)에 태어났다. 그곳에는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궁전이 있고 옷과 음식도 저절로 생겼다. 그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여기 나게 되었는가?”
그리고 곧 천안(天眼)으로 그들의 전생의 몸을 살펴보았더니 그들은 전생에 원숭이 몸이었는데 도인들을 본받아 장난삼아 탑을 만들었으므로 몸은 비록 물에 휩쓸려 죽었지만 영혼은 이 천상에 나게 된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 인간 세상에 내려가 옛 몸의 시체에 대해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각기 시종을 데리고 꽃과 향을 가지고 풍류를 울리면서 전생은 시체 곁으로 가서,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그 시체를 일곱 바퀴 돌았다.
030_0535_b_18L昔佛在羅閱祇國遣一羅漢名曰須漫持佛髮爪至罽賓南山中作佛啚寺百羅漢常止其中旦夕燒香繞塔禮時彼山中有五百獼猴見諸道人供養塔寺卽便相將至深㵎邊負輦泥石效作佛啚豎木立剎幣幡繫頭夕禮拜亦如道人時山水瀑漲五百獼猴一時漂沒魂神卽生第二忉利天上七寶殿舍衣食自然各自念言從何所來得生天上卽以天眼自見本形獼猴之身效諸道人戲作塔寺雖身漂沒神得生天今當下報故屍之恩各將侍從華香伎樂臨故屍上散華燒香繞之七帀
그때 그 산에는 5백 명의 바라문이 있었다. 그들은 외도의 삿된 견해를 배웠으므로 죄와 복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천인(天人)들이 원숭이 시체 위에 꽃을 뿌리고 풍악을 울리며 도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여러 하늘들의 광명과 그림자는 위풍당당한데, 왜 여기까지 내려와 이 시체에 공양하는 것입니까?”
천인들은 대답하였다.
“이 시체는 우리들의 전생 몸이다. 우리는 이 곳에 살면서 도인들을 본받아 장난삼아 탑을 세웠었는데, 산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내려와 우리들이 모두 그 물에 빠져 죽었었다. 그러나 탑을 세운 그 조그만 복 때문에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일부러 내려와 꽃을 뿌려 전생 몸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장난삼아 탑을 세웠어도 이러한 복을 받거늘,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불세존(佛世尊)을 받든다면 그 공덕은 비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대들은 삿된 견해를 가지고 바르고 진실한 법을 믿지 않아 백 겁 동안 애쓰고 괴로워하지만 하나도 얻은 것이 없다. 차라리 함께 기사굴산(耆闍崛山)으로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섬기고 공양하여 한없는 복을 얻는 것만 못할 것이다.”
바라문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천인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온몸[五體]을 땅에 던져 예배하고 꽃을 뿌려 공양하였다.
030_0535_c_09L時山中有五百婆羅外學邪見不信罪福見諸天人散華作樂繞獼猴屍怪而問曰諸天光影巍巍乃爾何故屈意供養此屍天人言此屍是吾等故身昔在此閒效諸道人戲立塔寺山水瀑漲漂殺吾等以此微福得生天上今故散華以報故身之恩戲爲塔寺獲福如此若當至心奉佛世尊其德難喩卿等邪見不信正眞百劫懃苦無所一得不如共往至耆闍崛山禮事供養得福無卽皆欣然共至佛所五體作禮散華供養
030_0536_a_01L그리고 천인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과거에 이 세상에서 원숭이로 태어났었는데, 세존의 은혜를 입고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뵙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워 지금 일부러 와서 스스로 귀의하나이다.”
그리고 다시 아뢰었다.
“저희들은 전생에 무슨 죄가 있었기에 이 원숭이의 몸을 받았으며, 또 탑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물에 휩쓸려 죽었습니까?”
030_0535_c_21L諸天人白佛我等近世獼猴之身蒙世尊之恩得生天上恨不見今故自歸重白佛言我等前世有何罪行受此獼猴身雖作塔寺身被漂殺
부처님께서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인연이 있나니, 공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너희들을 위해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오랜 옛날에 젊은 바라문 5백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다같이 산에 들어가 신선의 도를 구하려고 하였다.
그때 그 산 위에 어떤 사문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사문은 산 위에 있는 절을 진흙으로 수리하려고, 골짜기로 내려와 물을 길어 가는데 그 몸이 나는 것처럼 빨랐다. 5백 명의 바라문들은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다같이 소리내어 비웃으며 말하였다.
‘오르내리는 저 사문의 빠르기가 마치 원숭이 같구나. 그러나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 사문은 쉬지 않고 물을 길어 날랐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오래지 않아 산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 그 바라문들이 모두 물에 휩쓸려 죽어 버렸다.”
030_0536_a_02L佛告天人此有因緣不從空吾當爲汝說其所由乃往昔時有五百年少婆羅門共行入山欲求仙時山上有一沙門欲於山上泥治精舍下谷取水身輕若飛五百婆羅門興嫉姤意同聲笑之今此沙門上下飜疾亦如獼猴耳何足爲奇也是取水不止山水一來溺殺不久
부처님께서 이어 여러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거기에서 오르내리던 사문은 바로 지금의 나요, 저 5백 명의 젊은 바라문들은 바로 지금의 저 5백 원숭이의 몸으로서, 실없이 비웃어 죄를 지었으므로 직접 그 과보를 받은 것이니라.”
030_0536_a_09L告諸天人爾時上下沙門我身是也五百年少婆羅門者五百獼猴身是戲笑作罪身受其報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6_a_12L於是世尊卽說偈言

실없는 장난과 비웃음도 악이 되나니
이미 그것을 몸으로 행했다가
울부짖으며 그 과보 받게 되었으니
그 행한 업을 따라 죄가 오기 때문이네.
030_0536_a_13L戲笑爲惡
已作身行
㘁泣受報
隨行罪至
030_0536_b_01L
부처님께서 다시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전생에 비록 짐승의 몸으로 있었지만 장난으로나마 탑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으니 죄는 사라지고 복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 스스로 와서 몸소 바른 가르침을 받으니, 이 인연으로 온갖 괴로움을 아주 영원히 여의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마자 5백 명의 천인들은 곧 도적(道迹)을 증득하였고, 그들과 함께 온 5백 명의 바라문들은 죄와 복의 과보란 말을 듣고 스스로 탄식하며 말하였다.
“우리는 신선의 도를 배운 지 여러 해가 되었으나 아직 그 과(果)를 얻지 못하였다. 그것은 저 원숭이들이 장난삼아 복을 짓고 천상에 태어난 것만도 못하다. 부처님의 도덕은 진실로 미묘하기 이와 같구나.”
그리고는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제자가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그러자 그들은 곧 사문이 되었고, 날마다 부지런히 도를 닦아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6_a_15L佛告諸天人汝之近世雖爲獸身能戲笑起作塔寺今得生天罪滅福今者復來躬奉正教從此因緣長離衆苦佛說是已五百天人卽得道其所共來水邊五百婆羅門聞罪福之報而自歎曰吾等學仙積有年未蒙果報不如獼猴戲笑爲福得生天上佛之道德實妙乃爾於是稽首佛足願爲弟子佛言善來比丘成沙門精進日脩遂得羅漢道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있는 정사에서 여러 천인(天人)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그 나라 왕의 둘째 아들 유리(瑠璃)는 나이 20세로서 관리들을 거느리고 아버지를 쫓아내고 형인 태자를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야리(耶利)라는 악한 신하가 유리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전에 태자로 계실 때 사이국(舍夷國) 밖 집들이 있는 곳에 이르렀었는데 부처님께서 계시는 정사를 구경하던 중 여러 석씨(釋氏)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욕설과 꾸짖음을 당했습니다. 그때 저희들에게 ‘만일 내가 왕이 되거든 잊지 말고 이 사실을 내게 말해 일깨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이제 때가 이르렀고 군사와 말들도 강성하니 원수를 갚으십시오.”
그러자 유리왕은 곧 수레를 장엄하게 하고 군사와 말들을 이끌고 사이국을 정벌하러 갔다.
030_0536_b_02L昔佛在舍衛國精舍之中爲諸天人說時國王第二兒名曰瑠璃其年二將從官屬退其父王伐兄太子自禪爲王有一惡臣名曰耶利白瑠璃王本爲皇子時至舍夷國外家舍看到佛精舍中爲諸釋種子所呵詈無有好醜爾時見勅若我爲王便啓此事今時已到兵馬興盛宜當報卽勅嚴駕引率兵馬往伐舍夷國
부처님의 둘째 제자 마하목건련(摩訶目揵連)은 유리왕이 군사를 이끌고 와서 사이국을 정벌하여 원수를 갚으려 하는 것을 보고 ‘지금 저들이 제자들인 4부대중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라고 하고서 그들을 가엾게 여겨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유리왕이 사이국을 치러 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저는 네 가지 방편으로 사이국 사람들을 구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사이국 사람들을 모두 허공에 옮겨다 두는 것이요, 둘째는 사이국 사람들을 큰 바다 속으로 옮겨다 두는 것이며, 셋째는 사이국 사람들을 두 철위산(鐵圍山) 틈에 옮겨다 두는 것이요, 넷째는 사이국 사람들을 다른 지역의 큰 나라 중앙에 옮겨다 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유리왕으로 하여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게 할 것입니다.”
030_0536_b_11L佛有第二弟子名摩訶目揵連見琉璃王引率兵士伐舍夷國以報宿怨今當伐殺四輩弟子念其可憐便往到佛所白佛言今琉璃王攻舍夷國我念中人當遭辛苦我欲以四方便救舍夷國人一者擧舍夷國人著虛空二者擧舍夷國人著大海中三者擧舍夷國人著兩鐵圍山閒四者擧舍夷國人著他方大國中央令琉璃王不知其處
030_0536_c_01L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에게 비록 그런 지혜와 덕이 있어서 사이국 사람들을 편히 있게 할 수 있을 줄은 나도 잘 안다. 그러나 모든 중생에게는 피할 수 없는 일곱 가지가 있다. 그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나는 것[生]이요, 둘째는 늙는 것이며, 셋째는 병드는 것이요, 넷째는 죽음이며, 다섯째는 죄요, 여섯째는 복이며, 일곱째는 인연이다. 이 일곱 가지 일은 아무리 피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대의 그와 같은 위신력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전생에 지은 죄의 과보는 여의게 할 수 없느니라.”
그때 목련은 예배하고 물러나 제가 생각했던 대로 사이국의 친구와 신도들 4, 5천 명을 발우에 담아 허공의 별들 사이에 옮겨다 두었다.
그때 유리왕은 사이국을 정벌하여 3억 인구를 죽이고는, 군사를 이끌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030_0536_b_21L佛告目連雖知卿有是智能安處舍夷國人萬物衆生有七不可避何謂爲七一者生二者老者病四者死五者罪六者福七者因此七事意雖欲避不能得自在卿威神可得作此宿對罪負不可得
그러자 목련은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스스로 잘난 체하고 뽐내면서 아뢰었다.
“유리왕이 사이국을 칠 때, 이 제자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사이국 사람 4, 5천 명을 구하였습니다. 지금 저 허공에서 모두 그 재난을 벗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 발우 안의 사람들을 가서 살펴보았는가?”
“아직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대는 먼저 저 발우 안의 사람들을 가서 살펴보아라.”
그러자 목련이 도력으로 발우를 살펴보니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래서 목련은 슬피 울면서 그들의 그 참담함을 불쌍하게 여겼다. 그리고 부처님께 돌아가 아뢰었다.
“발우 안의 사람들이 지금 다 죽어 있습니다. 도덕의 신통력으로도 그들이 전생에 지은 죄를 면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 일곱 가지 일은 부처님이나 여러 성인이나 신선 도인들이 얼굴을 숨기고 몸을 흩는 재주가 있어도 이 일곱 가지 일만은 모면할 수 없느니라.”
030_0536_c_04L於是目連禮已便去自以私意取舍夷國人知識檀越四五千人盛著鉢中擧著虛空星宿之際瑠璃王伐舍夷國殺三億人已引軍還國於是目連往到佛所爲佛作禮自貢高曰瑠璃王伐舍夷國弟子承佛威神舍夷國人四五千人今在虛空皆盡得脫佛告目連卿爲往看鉢中人不未往視之佛言卿先往視鉢中人衆目連以道力下鉢見中人皆死於是目連悵然悲泣愍其辛苦白佛言鉢中人者今皆死盡道德神力不能免彼宿對之罪佛告目連此七事佛及衆聖神仙道士隱形散體皆不能免此七事
그리고는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6_c_18L於是世尊卽說偈言

허공도 안 되고 바다 속도 안 되며
깊은 산 바위로 안 된다.
전생에 내가 지은 악업으로 인한 재앙은
이 세상 어디서도 피할 수 없다.
030_0536_c_19L非空非海中
非隱山石閒
莫能於此處
避免宿惡殃

중생에게는 고뇌(苦惱)가 있으니
늙음과 죽음을 면하지 못함이다.
오직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만이
남의 잘못과 허물을 생각하지 않는다.
030_0536_c_21L衆生有苦惱
不得免老死
唯有仁智者
不念人非惡
030_0537_a_01L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자리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무상법(無常法)을 듣고 슬퍼하면서 제가 지은 업의 과보는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기쁘게 도를 행해 수다원을 증득하였다.
030_0536_c_22L佛說是時座上無央數人聞佛說無常法皆共悲哀念對難免欣然得道逮須陁洹證

18. 도장품(刀仗品)
030_0537_a_02L法句譬喩經刀仗品第十八

옛날 현제(賢提)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때 어떤 장로 비구가 오랜 병으로 위중하여 현제국에 있는 정사(精舍)에 누워 있었는데, 몸은 여위고 더러워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5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셔서 여러 비구들을 같이 돌보고 죽을 끓여 먹이게 하셨다. 그러나 모든 비구들은 그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에 그를 천대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제석천을 시켜 더운물을 가져오게 하시고 몸소 금강(金剛)의 손으로 앓는 비구의 몸을 씻어 주셨다. 그러자 땅이 진동하고 천지가 환히 밝아지니 사람들은 모두 놀라 숙연해졌고, 국왕ㆍ신하ㆍ백성ㆍ하늘ㆍ용ㆍ귀신과 무수한 사람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로서, 삼계(三界)에서 견줄 이 없고 도덕을 이미 갖추셨거늘, 왜 마음을 낮추시어 이 병들어 여위고 더러운 비구의 몸을 씻어 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국왕과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이 세상에 나온 까닭은 바로 이와 같이 돌봐주는 이 없고 곤궁하고 재앙을 만난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병들고 약한 사문ㆍ도사나 또 가난하고 고독한 노인에게 공양하면, 그 복은 한량이 없어 소원하는 것이 뜻대로 될 것이니라. 마치 다섯 강물이 흐르듯, 복이 오는 것도 그와 같아서 공덕이 점점 원만해져서 마침내는 도를 얻을 것이니라.”
030_0537_a_03L昔有一國名曰賢提時有長老比丘病委頓羸瘦垢穢在賢提精舍中臥無瞻視者佛將五百比丘往至其所使諸比丘傳共視之爲作糜粥而諸比丘聞其臭處皆共賤之佛使天帝釋取湯水佛以金剛之手洗病比丘身體地尋震動㸌然大明莫不驚肅國王臣民天龍鬼神無央數人往到佛所稽首作禮白佛言佛爲世尊界無比道德已備云何屈意洗此病瘦垢穢比丘佛告國王及衆會者來所以出現於世正爲此窮厄無護者供養病瘦沙門道士及諸貧窮孤獨老人其福無量所願如意譬五河流福來如是功德漸滿會當得道
030_0537_b_01L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비구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여러 해 동안 병으로 고생하였으며, 또 고치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악행(惡行)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매우 엄하고 사나워 힘센 오백(五百)이란 우두머리를 시켜 채찍을 들고 사람들을 때리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오백은 왕의 위엄과 노여움을 빙자하여 사사로운 관계를 가지고 혹은 엄하게 다루기도 하였고 혹은 느슨하게 다루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을 때릴 때 뇌물을 요구하여 뇌물을 바치면 채찍질이 가볍고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채찍질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근심하였습니다.
어떤 선량한 사람이 남의 모함을 당해 채찍질을 받게 되자 오백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부처님 제자로서 원래 죄가 없는데 남의 모함을 받아 억울하오니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백은 그가 부처님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 손을 가볍게 놀려 채찍이 그대로 지나 몸에 닿지 않았습니다.
030_0537_a_18L白佛言今此比丘宿有何罪困病積年療治不差佛告王曰往昔有王名曰惡行治政嚴暴使一多力五百主令鞭人五百假王威怒私作寒熱欲鞭人責其價數得物鞭輕不得鞭擧國患之有一賢者爲人所誣應當得鞭報五百言吾是佛弟子素無罪爲人所抂願小垂恕五百聞是佛弟子輕手過鞭無著身者
그 뒤 오백은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져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 고통을 받다가 죄업이 소멸되자 그곳에서 나와 다시 축생으로 태어나, 5백여 생 동안 채찍을 맞았습니다. 거기서 죄가 끝나고 사람이 되어서는 늘 중병을 앓으며 고통이 몸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국왕은 바로 지금의 저 조달(調達)이요, 그때 저 오백은 바로 지금 이 앓는 비구이며, 그때 그 선량한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내가 전생에 그에게 용서를 받아 채찍으로 몸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은혜로 지금 세존이 몸소 그의 몸을 씻어 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선이나 악을 지으면 재앙과 복이 그 몸을 따르나니 비록 나고ㆍ죽어 이 몸이 바뀐다 하더라도 그 과보를 면할 수는 없습니다.”
030_0537_b_04L五百壽終墮地獄中考掠萬毒罪滅復出墮畜生中恒被撾杖五百餘世罪畢爲人常嬰重病痛不離身爾時國王者今調達是也時五百者今此病比丘是也賢者者吾身是也吾以前世爲其所恕鞭不著身是故世尊躬爲洗之人作善惡殃福隨身雖更生死不可得免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030_0537_b_11L於是世尊卽說偈言

선량한 사람에게 채찍을 가하고
죄 없는 사람을 거짓으로 모함하면
그 재앙 열 배도 넘어
끝끝내 그 재앙 용서받지 못하리.
030_0537_b_12L撾杖良善
妄讒無罪
其殃十倍
災卒無赦

살아서는 혹독한 고통을 받아
온몸이 부서지고 꺾인다.
스스로 병에 걸려 번민하면서
실의에 빠져 멍해지리라.
030_0537_b_14L生受酷痛
形體毀折
自然惱病
失意恍忽

언제나 남에게 모함을 받고
혹은 관청의 형벌[厄] 받으며
재산은 모두 탕진하게 되고
친척들과 서로 헤어지게 되리라.
030_0537_b_15L人所誣者
或縣官厄
財產耗盡
親戚離別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은
화재로 모두 타버리며
죽어서는 지옥으로 들어가나니
이것이 열 가지 재앙이니라.
030_0537_b_16L舍宅所有
災火焚燒
死入地獄
如是爲十

그때 병든 비구는 부처님의 이 게송과 또 전생의 일을 듣고, 제가 지은 본래의 죄를 깨닫고는 부처님 앞에서 자책(自責)하였다. 그 비구는 곧 병이 나아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고요해져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현제국의 왕도 기뻐하며 믿고 이해하여 이내 5계(戒)를 받고 청신사(淸信士)가 되어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행하다가 수다원도를 증득하였다.
030_0537_b_18L時病比丘聞佛此偈及宿命事自知本剋心自責卽於佛前所患除愈安意定卽得羅漢道賢提國王歡喜信解尋受五戒爲淸信士沒命奉行得須陁洹道
030_0537_c_01L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있는 정사에서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동방엔 울다라파제(鬱多羅波提)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예부터 있어왔던 5백 명의 바라문들이 서로 항하 강변으로 가려고 하였다. 그 강 언덕에는 신(神)에게 제사지내는 세 개의 못이 있었다. 그들은 거기 들어가 더러운 때를 씻고 발가벗은 형태로 신선의 도를 구하였는데, 그것은 마치 니건(尼揵)의 법과 같았다. 그들은 마침 큰 늪을 지나가다 길을 잃어 더 나아갈 수가 없었고 중도에서 그들은 양식마저 떨어졌다. 그러다가 멀리 큰 나무가 보였는데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거기에 사람이 살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나무 밑으로 달려갔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라문들은 큰 소리를 내어 통곡하였고, 굶주림과 목마름에 지쳐 그 늪 속에서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030_0537_b_23L昔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精舍中爲天人龍鬼說法東方有國名鬱多羅波提昔有婆羅門等五百人相率欲詣恒水岸邊有三祠神池沐浴垢穢裸形求仙如尼揵法道由大澤迷不得過中道乏糧遙望見一大樹如有神想有人居馳趣樹下了無所見羅門等擧聲大哭飢渴委厄窮死斯
그때 그 늪의 나무신[樹神]이 나타나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 범지 도사들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길인가?”
그들은 같은 소리로 대답하였다.
“신선의 도를 구하러 저 신지(神池)로 목욕하러 가는 길인데 지금 허기와 갈증이 심합니다. 불쌍히 여겨 구원해 주시면 다행스럽겠습니다.”
나무신은 손을 들자, 온갖 맛있는 음식이 그 손에서 흘러 넘쳐 나왔다. 그들은 그것을 받아 먹고 모두 배가 불렀다. 그리고 남은 음식은 길을 가는 도중에 먹고도 남을 만큼 넉넉했다.
그곳을 떠나가면서 그들은 그 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본래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그런 훌륭한 일을 성취하였습니까?”
030_0537_c_09L樹神人現問諸梵志道士那來欲何行同聲答曰欲詣神池澡浴望今日飢渴幸哀矜濟樹神卽擧手百味飮食從手流溢給衆飯食皆得飽滿其餘食飮足供道糧臨當別去神請問本行何德致此巍巍
030_0538_a_01L그 신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본래 사위국에 살았었는데 그때 그 나라의 수달(須達)이라는 대신이 부처님과 대중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려고 시장에 나가 타락[酪]을 샀는데 타락을 들고 갈 사람이 없어 좌우를 둘러보다가 나를 시켜 그것을 들게 하였다. 그리고 정사에 가서도 나를 시켜 그것을 대접하게 하였다. 나는 손 씻을 물을 돌리고는 엄숙하게 앉아 설법을 들었는데, 여러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나를 두고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
그때 나는 재(齋)를 받들고 저녁 늦게 돌아오느라고 밥을 먹지 못했다. 아내가 이상히 여겨 내게 물었다.
‘왜 밥을 먹지 못했습니까?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불쾌한 일은 없었소. 나는 시장에 나갔다가 수달 장자가 동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려는 것을 보고 거기 따라가 재를 받았는데 그 재 이름은 팔관재(八關齋)라 하였소.’
아내는 벌컥 화를 내며 말하였다.
‘구담(瞿曇)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인데 무엇 때문에 그의 말을 받아들입니까? 당신은 전해 오는 법칙을 깨뜨렸습니다. 지금부터 재앙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면서 핍박했기 때문에 둘이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런데 나는 그날 밤중에 내 생명이 다해 목숨을 마쳤고 영혼이 여기 와서 태어난 것이다. 그 미련한 아내가 재법(齋法)을 깨뜨렸기 때문에 나는 재법을 마치기도 전에 이 늪에 와서 이 나무 신이 되었고, 그 타락을 들고 간 복으로 손에서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내가 그때 그 재법을 마쳤더라면 반드시 천상에 나서 수용(受用)이 자유로웠을 것이다.”
030_0537_c_14L神答梵吾本所居在舍衛國時國大臣名曰須達飯佛衆僧詣市買酪無提酪左右顧視倩我提之往到精舍使我斟酌訖行澡水儼然聽法一切歡喜稱善無量時我奉齋暮還不飡怪問我不食何恨答曰不恨也吾行於市見長者須達於園飯佛我往持齋名八閞其婦瞋恚忿然言曰曇亂俗奚足採納君毀遺則禍從此踧迫不已便共俱食時我爾夜年壽算盡終於夜半神來生此爲是愚婦敗我齋法不卒其業來生斯澤作此樹神提酪之福手出飮食若終齋法應生天上封受自然
그리고 곧 그는 범지들을 위해 다시 게송을 말하였다.
030_0538_a_05L卽爲梵志而說頌曰

신에게 제사하여 재앙의 뿌리 심어
밤낮으로 그 가지 자라게 하며
부질없이 몸을 괴롭혀 무너뜨리지만
재법은 이 세상의 신선을 구제한다.
030_0538_a_06L祠祀種禍根
日夜長枝條
唐苦敗身本
齋法度世仙

범지들은 이 게송을 듣고 미혹이 풀려 그 법을 믿고 받들고는 사위국으로 돌아갔는데, 사위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그들은 구람니(拘藍尼)라는 나라를 지나게 되었다. 그 나라에는 미음(美音)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미음의 사람됨이 은혜롭고 인자하여 사람들이 모두 존경하고 우러러 보았다. 범지들은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장자가 범지들에게 물었다.
“도사들은 어디서 오시며 이제 어디로 가시려고 합니까?”
범지들은 늪에 있는 나무신의 공덕을 자세히 설명한 뒤 저 사위국으로 가서 수달 장자에게 재법을 배워 그로써 복을 얻을까 하여 가는 길이라고 대답하였다.
미음 장자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래서 하룻밤을 묵고 떠날 때 사람을 딸려 보낼 뜻을 우선 밝히고 명령을 내려 우리 친척들 중에 누가 이 분들과 함께 가서 재계법(齋戒法)을 배워 오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두 5백 사람이나 그 명령에 응하였다. 그들은 소원의 힘에 이끌려 위의를 갖추고 나와 함께 사위국을 향해 떠났다.
030_0538_a_08L梵志聞偈迷解信受旋還舍衛路由一國名拘藍尼有長者名曰美音爲人恩仁衆人敬仰梵志過宿長者問曰士那來今欲所至具陳彼澤樹神功欲詣舍衛造須達所攢採齋法冀蒙得福美音喜踊宿行所追且自解宣令宗室誰能共行受齋戒法五百人僉然應命本願相引威儀嚴出共詣舍衛
그런데 미처 기원정사에 이르기도 전에 길에서 수달을 만났으나 서로 알지 못하고 그를 따르는 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 장부는 누구시냐?”
“수달 장자십니다.”
범지들은 못내 기뻐하여 따라가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소원을 이루었다. 우리가 찾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는 달려가서 그를 만나보고는 같은 소리로 찬탄하였다.
“저 나무 신이 당신의 덕을 칭찬하고 우러러 겸손한 마음으로 그 내력을 이야기하면서 찬탄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와서 그 재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장자는 수레를 멈추고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구하는 일은 참으로 좋은 법입니다. 우리에게 스승이 계신데 여래 중우(衆佑)라고 불리는 분으로 그 분은 모든 인류를 구제하십니다. 요즘 기원정사에 계신데 여러분들이 직접 가서 보십시오.”
030_0538_a_17L未至祇洹道逢須遇而不識顧問從者此何丈夫對曰須達也梵志衆等喜而追曰吾願成矣求人得人馳趣相見同聲歎曰樹神歎德注仰虛心具說所嗟故來投託冀示法齋住車答曰所求大善吾有尊師號曰如來衆祐度脫人類近在祇洹可共親造
030_0538_b_01L범지들은 모두 공경하고 공손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는 한량없이 기뻐하는 마음으로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한 뒤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가 다시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처음에 집을 떠날 때에는 저 세 못으로 가서 목욕하고 신선의 도를 구하려 하였는데 길에서 나무 신을 만났습니다. 그가 이러이러한 말을 하기에 몸을 던져 의지합니다. 원하옵건대 지극한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030_0538_a_24L卽皆敬諾恭肅進前遙見如來情喜難量五體投地退坐一面皆共長跪白世尊曰本初發欲至三池沐浴求仙經由樹神所陳如此是故投化願示極靈
그러자 세존께서 그들의 수행법에 대하여 곧 게송을 읊으셨다.
030_0538_b_04L於是世尊因其所行而說偈言

비록 옷을 벗고 머리를 깎고
오랜 세월 풀옷을 만들어 입으며
목욕하고 돌 위에 걸터앉더라도
어리석음의 번뇌를 어이하리요.
030_0538_b_05L雖裸翦髮
長服草衣
沐浴踞石
奈疑結何

때리거나 죽이거나 태우지 않고
또한 이기기를 구하지 않으며
천하의 사람을 사랑하면
어디를 가나 원망이 없으리라.
030_0538_b_07L不伐殺燒
亦不求勝
仁愛天下
所適無怨

5백 범지들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며 사문이 되어 모두 아라한도[應眞]를 증득하였다. 그리고 미음의 친척들은 모두 법안(法眼)을 얻었다.
030_0538_b_08L五百梵志聞偈歡喜皆作沙門得應眞道美音宗等逮得法眼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5백 범지들과 또 장자들은 본래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저처럼 빨리 도를 얻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어느 땐가 이 세상에 가섭(迦葉)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미래 세계에 다섯 가지 혼탁한 세상이 올텐데 그때 범지와 장자 천 명이 다함께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들로 하여금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을 만나게 하여 주소서.’
그때 그 범지들이 지금 이들 범지요, 그때 그 장자는 지금의 미음 장자이다. 이러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곧 깨달은 것이니라.”
030_0538_b_10L諸比丘白佛言五百梵志及長者等本行何德得道何速世尊告曰過去久遠時有佛名曰迦葉爲諸弟子說法當來五濁之時時有梵志長者千人同發是言令我遭見釋迦文佛爾時梵志今此等梵志是爾時長者今美音等是從是因緣見我便解
그러자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030_0538_b_17L比丘歡喜作禮奉行
法句譬喩經卷第二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범어로는 Dvātriṃśatmahāpuruṣā-lakṣaṇāni 라고 함. 부처님 몸에 갖춘 32표상(標相). 32대인상(大人相)ㆍ32대장부상(大丈夫相)이라고도 함. 이 상(相)을 갖춘 이는 세속에 있으면 전륜왕(轉輪王)이 되고, 출가하면 부처가 된다고 함.
  2. 2)80수형호(隨形好)라고도 함. 부처님 몸에 갖추어진 여든 가지 출중한 모양을 말함. 이는 32상을 다시 세밀하게 나눈 것으로 경ㆍ논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3. 3)범어로는 Catvāri-āryasatyāni 라고 함. 4성제(聖諦)라고도 하며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불교 불변의 진리를 나타낸 것. 고제(苦諦)는 현실을 바로 고(苦)라고 관하는 것이고, 집제(集諦)는 고(苦)의 이유 근거 혹은 원인을 말하며, 고의 원인은 번뇌인데 특히 애욕과 업(業)을 말함. 멸제(滅諦)는 깨달을 목표 즉 이상(理想)의 열반을 말하고, 도제(道諦)는 열반에 이르는 방법 즉 실천하는 수단을 말함. 4제 중 앞의 2제는 유전(流轉)하는 인과(因果)이고, 뒤의 2제는 깨달음[悟]의 인과를 나타낸 것이다.
  4. 4)4)6종신통력(種神通力)이라고도 함. 여섯 가지 신통력으로 불가사의한 공덕 작용을 말함. 첫째는 천안통(天眼通)으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신통이요, 둘째는 천이통(天耳通)으로 보통 귀로는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신통이며, 셋째는 타심통(他心通)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세하게 아는 신통이요, 넷째는 숙명통(宿命通)으로 지나간 세상의 생사를 자세하게 아는 신통이며, 다섯째는 신족통(神足通)으로 불가사의하게 경계를 변하여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대로 날아다니기도 하는 신통이요, 여섯째는 누진통(漏盡通)으로 자재하게 번뇌를 끊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