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智度論釋歎信行品第四十五

ABC_IT_K0549_T_066
014_1153_b_01L대지도론 제66권
014_1153_b_01L大智度論釋歎信行品第四十五卷六十六


용수 지음
후진 구자국 구마라집 한역
송성수 번역
014_1153_b_02L聖者龍樹造
後秦龜茲國三藏鳩摩羅什譯


45. 탄신행품(歎信行品)을 풀이함①

【경】이때 석제환인이 생각했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반야바라밀을 듣는 귀를 얻으면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공덕을 지었고 선지식(善知識)을 따랐을 것이거늘 하물며 받아 지니고 가까이하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면서 말씀하신 대로 행하는 것이랴.
014_1153_b_04L【經】爾時釋提桓因作是念若善男子女人得聞般若波羅蜜經耳者是人於前世佛作功德與善知識相隨況受持親近正憶念如說行
그러므로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모든 부처님을 많이 가까이하고 듣고 받았으며 말씀하신 대로 수행하면서 잘 물었고 잘 대답하였을 것이며,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전세에 많이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들어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겁내지도 않는 줄 알겠구나.
014_1153_b_08L知是善男子善女人多親近諸佛得聽如說行能問能答當知是善男子善女人於前世多供養親近諸佛故聞是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不畏
그리고 이 사람은 또한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단바라밀과 시라바라밀과 찬제바라밀과 비리야바라밀과 선바라밀과 반야바라밀을 행했는 줄 알겠구나.”
014_1153_b_13L當知是人亦於無量億劫行檀波羅蜜尸羅波羅蜜羼提波羅蜜梨耶波羅蜜禪波羅蜜般若波羅蜜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서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으며 들은 뒤에는 받아 지녀서 가까이하고 말씀하신 대로 익히고 행하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마치 아비발치(阿鞞跋致) 보살마하살과 같은 이입니다.
014_1153_b_15L爾時舍利弗白佛言世尊若有善男善女人聞是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不畏聞已受持親近如說習行當知是善男子善女人如阿鞞跋致菩薩摩訶薩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어서 만일 전생에 오래도록 단바라밀과 시라바라밀과 찬제바라밀과 비리야바라밀과 선바라밀과 반야바라밀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결코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014_1153_b_20L何以故世尊是般若波羅蜜甚深若先世不久行檀波羅蜜尸羅波羅蜜羼提波羅蜜毘梨耶波羅蜜禪波羅蜜般若波羅蜜終不能信解深般若波羅蜜
014_1153_c_01L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으로서 깊은 반야바라밀을 헐뜯는 이면 이런 사람은 전세에도 역시 깊은 반야바라밀을 헐뜯었는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깊은 반야바라밀의 설법을 들었을 적에 믿음도 없고 즐거움도 없고 마음이 청정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014_1153_c_02L世尊若有善男善女人呰毀深般若波羅蜜者知是人前世亦呰毀深般若波羅蜜何以故是善男子善女人聞說深般若波羅蜜時無信無樂心不淸淨
또 이런 선남자나 선여인은 전생에 모든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어떻게 단바라밀과 시라바라밀과 찬제바라밀과 비리야바라밀과 선바라밀과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하는 것입니까? 어떻게 내공을 닦아야 하고 나아가 어떻게 무법유법공을 닦아야 하며, 어떻게 4념처를 닦아야 하고 나아가 어떻게 8성도분을 닦아야 하며, 어떻게 부처님의 10력을 닦아야 하고 나아가 어떻게 18불공법을 닦아야 합니까?’라고 묻지도 않았으며 따지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014_1153_c_06L當知是善男子善女人先世不問不難諸佛及弟子云何應行檀波羅蜜尸羅波羅羼提波羅蜜毘梨耶波羅蜜禪波羅般若波羅蜜云何應修內空乃至云何應修無法有法空云何應修四念處乃至云何應修八聖道分云何應修佛十力乃至云何應修十八不共法
석제환인이 사리불에게 말했다.
“이것은 깊은 반야바라밀입니다.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오래도록 단바라밀과 시라바라밀과 찬제바라밀과 비리야바라밀과 선바라밀과 반야바라밀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내공 내지는 무법유법공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4선(禪)과 4무량심(無量心)과 4무색정(無色定)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4념처 내지는 8성도분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부처님의 10력 내지는 18불공법을 수행하지 않았으면, 이러한 사람이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고 이해하지 못한다 하여 무엇이 괴이하겠습니까.
014_1153_c_14L釋提桓因語舍利弗是深般若波羅蜜若有善男子善女人不久行檀波羅蜜尸羅波羅蜜羼提波羅蜜毘梨耶波羅蜜禪波羅蜜般若波羅不行內空乃至無法有法空不行四禪四無量心四無色定不行四念處乃至八聖道分不行佛十力乃至十八不共法——如是人不信解是深般若波羅蜜有何可怪
대덕(大德) 사리불이여, 저는 반야바라밀에 예배하오니, 반야바라밀에 예배하는 것이 곧 일체지(一切智)에 예배하는 것입니다.”
014_1153_c_22L大德舍利弗我禮般若波羅蜜禮般若波羅蜜是禮一切智
014_1154_a_01L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교시가야, 반야바라밀에 예배하는 것이 곧 일체지에 예배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모든 부처님의 일체지는 모든 반야바라밀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니, 일체지가 곧 반야바라밀이니라.
014_1154_a_01L佛告釋提桓因如是如是憍尸禮般若波羅蜜是禮一切智何以憍尸迦諸佛一切智皆從般若波羅蜜生一切智卽是般若波羅蜜
그러므로 교시가야, 선남자와 선여인이 일체지에 머무르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에 머물러야 하느니라.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도종지(道種智)를 내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온갖 모든 번뇌[結]와 습기(習氣)를 끊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014_1154_a_04L是故憍尸迦善男子善女人欲住一切當住般若波羅蜜若善男子善女人欲生道種智當習行般若波羅蜜欲斷一切諸結及習當習行般若波羅蜜
선남자와 선여인이 법륜(法輪)을 굴리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선남자와 선여인이 수다원의 과위와 사다함의 과위와 아나함의 과위와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벽지불의 도를 얻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014_1154_a_09L善男子善女人欲轉法輪當習行般若波羅蜜善男子善女人欲得須陁洹果斯陁含果阿那含果阿羅漢果當習行般若波羅蜜欲得辟支佛道當習行般若波羅蜜
중생으로 하여금 수다원의 과위와 사다함의 과위와 아나함의 과위와 아라한의 과위와 벽지불의 도를 얻게 하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며,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려 하거나 비구승(比丘僧)을 모두 다 포섭하려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014_1154_a_13L欲敎衆生令得須陁洹果斯陁含果阿那含果阿羅漢果辟支佛道當習行般若波羅蜜若善男子善女人欲敎衆生令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若欲㧾攝比丘僧當習行般若波羅蜜
【논】해석한다. 석제환인은 바로 모든 하늘의 임금이라 근기가 예리하고 지혜가 뛰어난데다 부처님의 법을 믿기 때문에 갑절 더하게 되나니, 마치 불이 바람을 만나면 더욱더 훨훨 타는 것과 같다.
014_1154_a_18L【論】釋曰釋提桓因是諸天主利根智勝信佛法故倍復增益如火得風愈更熾盛
014_1154_b_01L수보리가 갖가지 인연으로 반야바라밀을 찬탄하자 부처님께서는 깊은 이치로써 그 찬탄함을 증명하시는 것을 듣고 제석은 희유한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기를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으로서 『반야경(般若經)』을 듣는 귀를 얻은 이면 이 사람은 전세에 모든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고 큰 공덕을 지었을 것이요, 금세에는 좋은 스승과 동학(同學) 등 선지식을 만난 사람일 것이다.
014_1154_a_21L聞須菩提以種種因緣讚般若波羅蜜佛以深理成其所讚帝釋發希有心作是念若善男子善女人得聞『般若經』耳者是人於前世多供養諸佛作大功德今世得遇好師同學等善知識
전세에 부처님께 공양한 것이 인(因)이 되고 금생에 선지식을 만난 것이 연(緣)이 되기 때문에 반야바라밀을 들으면 능히 믿게 되거늘 하물며 읽고 외우고 생각하고 바르게 기억하면서 선정을 닦아 익히며 이치를 헤아리고 분별하면서 그 일을 잘 이룩하여 마침이겠는가.”라고 했다.
014_1154_b_03L因先世供養佛緣今世善知識故聞般若波羅蜜能信何況讀思惟正憶念修習禪定籌量分別義趣能成辦事者
이런 사람이야말로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제자들로부터 깊은 반야바라밀의 이치를 듣고 믿어 받아서 두려워하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014_1154_b_06L當知是人從過去諸佛及弟子聞深般若波羅蜜義不怖不畏
왜냐하면 이 사람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6바라밀 등의 모든 공덕을 행했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아직 아비발치(阿鞞跋致)의 지위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깊은 법 가운데서 의심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는다. 비유하건대 마치 새로 난 마른 솜털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날아가거니와 물에 젖은 솜털이나 촘촘하게 자은 줄은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다.
014_1154_b_08L何以故是人於無量阿僧祇劫行六波羅蜜等諸功德是故雖未得阿鞞跋致地於深法中不疑不悔譬如新劈乾毳隨風東西濕毳緤緻則不可動
새로 발심한 보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오래도록 덕을 닦았거나 복을 짓지 않았으면 천박(淺薄)한지라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가서 반야바라밀을 믿고 받을 수가 없거니와 만일 오래도록 복덕을 닦았으면 다른 이의 말을 따르지 않고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고 받으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게 된다.
014_1154_b_12L新發意菩薩亦如是不久修德作福淺薄隨他人語不能信受般若波羅蜜若久修福德不隨他語則能信受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
제석이 생각하기를 ‘반야바라밀을 염(念)하면 한량없는 공덕이 있겠구나.’라고 하자, 때에 사리불은 제석의 생각을 알고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비록 보살의 지위에 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고 받으면서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말씀하신 대로 수행하면 이 사람은 큰 복덕과 지혜와 믿음의 힘 때문에 아비발치 보살과 다름이 없는 이인 줄 알겠습니다.”고 한다.
014_1154_b_16L帝釋思惟念般若波羅蜜有無量功德舍利弗知帝釋所念而白佛言世尊善男子善女人雖未入菩薩位能信受深般若波羅蜜不驚不如說修行是人大福德智慧信力故當知如阿鞞跋致無異
이 가운데서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인연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반야바라밀은 매우 그 이치가 깊으므로 모양으로 취할 수 있거나 믿을 수 있거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믿고 받을 수 있다면 이것은 희유한 것이니, 마치 사람이 공중에 씨를 심으려는 것과 같아서 이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고 하신다.
014_1154_b_21L此中佛自說因緣般若波羅蜜甚深無相可取可受若能信受是爲希有如人空中種殖是爲甚難
014_1154_c_01L온갖 범부가 뛰어난 어떤 법을 얻으면 본래의 일을 버리는 것이 마치 선정의 즐거움을 얻으면 5욕의 즐거움을 버리고 나아가 유정처(有頂處)에 의거해서 무소유처(無所有處)의 공덕을 버리는 것과 같다.
014_1154_c_01L一切凡夫得勝法則捨本事如得禪定樂捨五欲樂至依有頂處捨無所有處功德
의지할 것이 없는데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은 마치 자벌레[尺蠖]가 나뭇가지를 기어갈 때 앞발은 그대로 두고 뒷발을 머리 쪽에 갖다 대면서 기어가다가 나뭇가지 끝에 다다라 더 이상 의지할 데가 없어지면 본래의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
아직 도를 얻지 못한 보살이면 반야바라밀에 의지할 데는 없지만 복덕을 잘 닦고 5욕(欲)을 버리는 것이니 이런 일은 희유한 것이다.
014_1154_c_03L不能無所依止而有所捨如尺蠖尋條安前進後足盡樹端更無所依止還歸本處是菩薩未得道於般若波羅蜜無所依止而能修福德捨五欲是事希有
이 가운데서 그 인연을 말하되 “이런 사람은 전생에 믿고 오랫동안 6바라밀을 행하고 크게 모든 복덕을 쌓았거니와 믿음과 서로 어긋나는 반야바라밀을 헐뜯는 것이다. 마치 복덕이 두꺼운 이는 오래전부터 쌓은 것과 같아서 믿지 않고 헐뜯는 이도 역시 오래전부터 익힌 것이다.”고 한다.
014_1154_c_08L是中說因緣是人先世信受行六波羅蜜大集諸福德與信相違則毀呰般若波羅蜜如厚福德者從久積集不信毀呰者亦從久習
【문】만일 전생에 헐뜯고 비방했다면 마땅히 지옥에 떨어졌어야 했거늘 무슨 인연으로 다시 반야를 들을 수 있는가?
014_1154_c_11L問曰若先世毀呰誹謗應墮地獄何緣復得聞般
【답】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서 죄를 다 받고 마친 뒤에 도로 와서 헐뜯는 것이지, 바로 다음에 받는 몸을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업을 짓고 쌓은 것이 두껍고 중하면 곧 그 과보가 있게 되거니와 이 사람은 전생에 비록 믿지는 않았다 해도 업을 쌓은 것이 아직 두껍지 않으면 아직 그 과보를 받지 않은 것이니, 그 밖의 복덕 때문에 인간 세계에 태어나서도 계속하여 다시 믿지 않는 것이다.”고 한다.
014_1154_c_13L答曰有人言是人墮地獄罪畢來毀呰不說次後身有人言作業積集厚重則能與果報是人前世雖不而積業未厚則未得果報以餘福德故生人中續復不信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5역죄를 지은 이도 바로 다음의 몸으로 반드시 남은 죄를 받으며, 그렇지 않으면 혹 바로 다음의 몸이거나 혹은 오래된 뒤의 몸으로 받기도 한다.”고 한다.
014_1154_c_17L復次有人言五逆罪次後身必受餘罪不爾或次後身或久後身
그때 제석이 사리불에게 말하기를 “이 반야바라밀은 마침내 공하여서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매우 깊습니다. 보살이 오랫동안 공덕을 행하지 않았으면 집착하는 마음이 견고하고 믿는 힘이 미약하므로 반야바라밀 내지는 일체지를 믿지 않는 것인데 무엇이 괴이하겠습니까.”라고 한다.
014_1154_c_19L爾時帝釋語舍利弗是般若波羅蜜畢竟空無所有故甚菩薩不久行功德則著心堅固力微弱不信般若波羅蜜乃至一切何足怪
014_1155_a_01L그리고 제석은 생각하기를 ‘반야바라밀을 믿으면 그 복덕은 한량없거니와 믿지 않는 이는 죄를 얻는 것이 깊고 중하다.’고 하며, 반야바라밀을 깊이 사랑하고 공경하기 때문에 말하기를 “나는 이 반야에 예배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반야에 예배하는 것은 곧 일체지에 예배하는 것이요, 일체지에 예배하는 것은 곧 시방 3세의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고 한다.
014_1154_c_23L帝釋思惟籌量信般若波羅蜜福德無量不信者得罪深重愛敬般若波羅蜜故發是言我當禮是般若何以故禮般若波羅蜜則爲禮一切智禮一切智者則禮三世十方諸佛
그때 부처님께서는 그의 말을 옳다 하시면서 다시 반야바라밀을 찬탄하는 인연을 말씀하시되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온갖 지혜는 모두가 반야 가운데서 생긴다.”고 하시며, 이 때문에 말씀하시되 “만일 어떤 보살이 일체지에 머무르고 나아가 비구승을 모두 포섭하고자 하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한다.”고 하신다.
014_1155_a_05L爾時佛可其言復說讚般若波羅蜜因緣所謂諸佛一切智慧皆從般若中生是故言若有菩薩欲住一切智中乃至摠攝比丘僧當習行般若波羅蜜
【경】그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고자 할 적에 어떻게 하면 반야바라밀과 선바라밀과 비리야바라밀과 찬제바라밀과 시라바라밀과 단바라밀에 머무르는 것인지요?
014_1155_a_09L【經】釋提桓因白佛言世尊菩薩摩訶薩欲行般若波羅蜜時何名住般若波羅蜜禪波羅蜜毘梨耶波羅蜜羼提波羅蜜尸羅波羅蜜檀波羅蜜
어떻게 하면 내공 내지는 무법유법공에 머무르고 어떻게 하면 4선(禪)과 4무량심과 4무색과 5신통에 머무르며, 어떻게 하면 4념처 내지는 8성도분에 머무르고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10력 내지는 18불공법에 머무르는지요?
014_1155_a_13L云何住內空乃至無法有法云何住四禪四無量心四無色定神通云何住四念處乃至八聖道分云何住佛十力乃至十八不共法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에서 단바라밀까지와 내공에서 18불공법까지를 익히고 행하는 것인지요?”
014_1155_a_16L菩薩摩訶薩云何習行般若波羅蜜乃至檀波羅蜜內空乃至十八不共法
014_1155_b_01L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교시가야, 그대는 즐거이 그런 일을 물을 수 있구나. 모두 이것은 부처님의 신력이니라.
교시가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물질[色]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만일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과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접촉[觸]ㆍ법[法]과 눈의 경계[眼界]에서 의식의 경계[意識界]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014_1155_a_19L佛語釋提桓因善哉善哉憍尸汝能樂問是事皆是佛神力憍尸若菩薩摩訶薩行般若波羅蜜時若不住色中爲習行般若波羅蜜不住受識中爲習行般若波羅界乃至意識界亦如是
교시가야,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선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선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비리야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비리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찬제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찬제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시라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시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단바라밀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으면 단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니라.
014_1155_b_02L憍尸迦若菩薩摩訶薩不住般若波羅蜜中爲習般若波羅蜜不住禪波羅蜜中爲習禪波羅蜜不住毘梨耶波羅蜜中習毘梨耶波羅蜜不住羼提波羅蜜爲習羼提波羅蜜不住尸羅波羅蜜爲習尸羅波羅蜜不住檀波羅蜜爲習檀波羅蜜
이와 같으니라. 교시가야, 이것을 바로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에 머무르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014_1155_b_09L如是憍尸迦是名菩薩摩訶薩不住般若波羅蜜爲習般若波羅蜜
교시가야, 내공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내공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나아가 무법유법공 가운데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무법유법공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4선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4선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4무량심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4무량심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4무색정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4무색정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니라.
014_1155_b_11L憍尸迦不住內空中習內空乃至不住無法有法空爲習無法有法空不住四禪爲習四禪住四無量心爲習四無量心不住四無色定爲習四無色定
5신통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5신통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4념처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4념처를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나아가 8성도분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8성도분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10력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부처님의 10력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요, 나아가 18불공법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 18불공법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니라.
014_1155_b_15L不住五神通爲習五神通不住四念處爲習四念乃至不住八聖道分爲習行八聖道分不住佛十力爲習行佛十力至不住十八不共法爲習行十八不共法
왜냐하면 교시가야, 이 보살은 머무를 수 있고 익힐 수 있는 물질의 처소를 얻지 못하며, 나아가 머무를 수 있고 익힐 수 있는 18불공법의 처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014_1155_b_20L何以故憍尸迦是菩薩不得色可住可習處乃至十八不共法不得十八不共法可住可習處
014_1155_c_01L또 교시가야, 보살마하살은 물질을 익히지 않느니라. 만일 물질을 익히지 않으면 이것을 바로 물질을 익힌다 하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물질의 전제(前際)를 얻을 수 없고 중제(中際)를 얻을 수 없으며 후제(後際)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나아가 18불공법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014_1155_b_22L復次憍尸菩薩摩訶薩不習色若不習色名習色識乃至十八不共法亦如是何以故是菩薩摩訶薩色前際不可得中際不可得後際不可得乃至十八不共法亦如是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질의 여(如)가 매우 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심히 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의 여가 매우 깊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매우 깊으며, 나아가 18불공법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014_1155_c_04L舍利弗白佛言世尊是般若波羅蜜甚深佛言色如甚深故般若波羅蜜甚深識如甚深故般若波羅蜜甚深至十八不共法亦如是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측량(測量)하기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질을 측량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측량하기 어려우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을 측량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측량하기 어려우니라.”
014_1155_c_08L舍利弗言是般若波羅蜜難可測量佛言難可測量故般若波羅蜜難可測量識乃至十八不共法難可測量故般若波羅蜜難可測量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한량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질이 한량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한량없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이 한량없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도 한량없느니라.”
014_1155_c_12L世尊是般若波羅蜜無量佛言色無量故般若波羅蜜無量識乃至十八不共法無量故般若波羅蜜無量
부처님께서 이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물질의 매우 깊음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매우 깊음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물질의 매우 깊은 모양은 물질이 아니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매우 깊은 모양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이 아니기 때문이니, 이와 같이 행하지 않는 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니라.
014_1155_c_15L佛告舍利弗若菩薩摩訶薩行般若波羅蜜時不行色甚深爲行般若波羅蜜不行受識乃至不行十八不共法甚深爲行般若波羅蜜何以色甚深相爲非色乃至十八不共法甚深相爲非十八不共法如是不行爲行般若波羅蜜
014_1156_a_01L사리불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물질의 측량하기 어려움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측량하기 어려움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물질의 측량하기 어려운 모양은 물질이 아니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측량하기 어려운 모양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014_1155_c_22L舍利弗若菩薩摩訶薩行般若波羅蜜時行色難測量爲行般若波羅蜜不行乃至不行十八不共法難測量爲行般若波羅蜜何以故色難測量相爲非色乃至十八不共法難測量相爲非十八不共法
사리불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물질의 한량없음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한량없음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물질의 한량없는 모양은 물질이 아니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의 한량없는 모양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는 18불공법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014_1156_a_06L舍利弗若菩薩摩訶薩行般若波羅蜜時不行色無量爲行般若波羅蜜不行受乃至不行十八不共法無量爲行般若波羅蜜何以故是無量相爲非色乃至十八不共法無量相爲非十八不共法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습니다. 매우 깊은 모양은 보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헤아릴 수 없으므로 새로 뜻을 낸 보살 앞에서는 설하지 않아야 합니다.
014_1156_a_12L舍利弗白佛言世尊是般若波羅蜜甚深甚深相難見難解不可思量不應在新發意菩薩前說
왜냐하면 새로 뜻을 낸 보살이 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들으면 혹시 놀라고 두려워하며 마음에 의심과 뉘우침을 내면서 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믿지도 않고 행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니, 마땅히 아비발치의 보살 앞에서 설해야만 합니다. 이런 보살은 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들어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음으로 의심하거나 뉘우치지 않으면서 잘 믿고 행할 것입니다.”
014_1156_a_15L何以故新發意菩薩聞是甚深般若波羅蜜或當驚怖心生疑悔不信不行是甚深般若波羅蜜當在阿鞞跋致菩薩摩訶薩前是菩薩聞是甚深般若波羅蜜不怖心不疑悔則能信行
석제환인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만일 새로 뜻을 낸 보살마하살 앞에서 이렇게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설하면 어떠한 허물이 있게 됩니까.”
014_1156_a_20L釋提桓因問舍利弗若在新發意菩薩摩訶薩前說是深般若波羅蜜有何等過
014_1156_b_01L사리불이 석제환인에게 대답했다.
“교시가여, 만일 새로 뜻을 낸 보살 앞에서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설하면 혹 놀라고 두려워하며 헐뜯으면서 믿지 않을 수 있으니, 이 새로 뜻을 낸 보살은 혹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새로 뜻을 낸 보살이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헐뜯으면서 믿지 않으면 3악도(惡道)의 업을 심게 되니, 이런 업의 인연 때문에 오래 지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어렵게 됩니다.”
014_1156_a_22L舍利弗報釋提桓因憍尸迦若在新發意菩薩前說是深般若波羅蜜當驚怖呰毀不信是新發意菩薩或有是處若新發意菩薩聞是深般若波羅蜜毀呰不信種三惡道業是業因緣故久久難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논】해석한다. 그때 제석은 부처님으로부터 반야바라밀을 구족(具足)하게 찬탄하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이제 부처님께 여쭈기를 “보살이 어떻게 하면 반야바라밀과 선바라밀 내지는 18불공법에 머무르나이까?”라고 한다.
014_1156_b_06L【論】釋曰爾時帝釋從佛聞讚般若波羅蜜具足故今問佛菩薩云何住般若波羅蜜從禪波羅蜜乃至十八不共法
부처님께서 그를 “참으로 훌륭하구나.”라고 찬탄하시는 것은 석제환인은 모든 하늘 가운데서도 주인이라 그가 하는 말은 반드시 믿게 될 것이므로 이런 일을 물음으로써 대중들의 의심을 끊어 주고 통달케 하여 장애가 없도록 하며 큰 이익을 주기 때문에 참으로 훌륭하다고 말씀하신다.
또 부처님께서는 제석이 으뜸가고 묘한 5욕의 즐거움과 7보로 된 궁전을 버리고 부처님께 성현으로서 행할 것을 물었으므로 “훌륭하다.”고 하신 것이다.
014_1156_b_09L讚言善哉善哉以釋提桓因諸天中言必可信問是事斷大衆疑通達無能大利益故言善哉善哉復次佛以帝釋能捨上妙五欲七寶宮殿能問佛賢聖所行事是故言善哉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그대는 즐거이 이런 일을 묻는구나”고 하시는데, 이 가운데는 더 훌륭한 모든 하늘이 부처님의 거룩한 덕[神德]이 한량없음을 관찰하고 있는데도 지금 제석이 대중 가운데서 불사(佛事)를 묻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곧 부처님의 위신력이다.”고 하시는 것이니, 마치 『지심경(持心經)』에서 “부처님의 광명이 몸속으로 들어가 있으므로 불사를 물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014_1156_b_14L以佛神力汝能樂問此事是中更有上妙諸天觀佛神德無量今帝釋能於大衆中諮問佛事故是佛威神如『持心經』佛光明入身中能問佛事
부처님께서 교시가에게 대답하시되 “만일 보살이 물질 등에 머무르지 않으면 이것이 곧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다.”고 함은, 이 보살은 무상하고 괴로운 물질의 허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머무르지 않으며 만일 물질에 머무르지 않으면 곧 그것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하는 것이다.
014_1156_b_18L佛答憍尸迦若菩薩不住色等是習行般若波羅蜜是菩薩見色無常苦等過故不住色若不住色卽是能習行般若波羅蜜
014_1156_c_01L범부는 물질을 보면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에 뒤바뀐 번뇌를 일으켜서 이 반야바라밀의 도(道)를 잃는 것이니, 이 때문에 머무르지 않는 이가 반야바라밀을 잘 익히고 행하는 것이다. 5중(衆)과 12입(入)과 18계(界)도 또한 그와 같다.
014_1156_b_22L凡夫人見色著色故顚倒煩惱失是般若波羅蜜道以是不住者能習行般若波羅蜜五衆十二入十八界亦如是
【문】무엇 때문에 6바라밀 등에 각각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그의 행을 익힌다고 하는가?
014_1156_c_02L問曰何以故不住六波羅蜜等各各自習其行
【답】이 6바라밀 등은 모두가 착한 법의 행법(行法)이다. 그러므로 6바라밀[六度] 등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각각 그 행을 익힌다.”고 하는 것이며, 5중ㆍ18계ㆍ12입도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한다고 한다.
014_1156_c_03L是六波羅蜜等皆是善法行法是故說不住六度等言各習其行爲習行般若波羅蜜
만일 이 법 가운데서 집착하지 않으면 애착을 끊는 것이요, 애착을 끊기 때문에 물질 등 모든 법 가운데서 청정하게 익히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는 머무르지 않는 인연을 말씀하고 있나니, 이른바 ‘법이 머무르는 곳으로서의 물질 등을 얻지 못하며, 법을 익히는 곳으로서의 물질 등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이런 일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그 인연을 말씀하신 것이다.
014_1156_c_06L若於是法中不著則斷愛著斷愛著故色等諸法中淸淨習此中說不住因緣所謂不得色等法住處不得色等法習處佛以此事難解故更說因緣
‘물질을 익히지 않는다.’고 함은, 이 보살은 물질의 허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물질 안에 머무르지 않으며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익히지 않나니, 물질을 익힌다는 것은 물질의 모양이 항상하다거나 무상하다는 등으로 취하는 것이다.
014_1156_c_10L不習是菩薩見色過故不住色中住故不習習色名取色相若常若無常等
또 보살은 항상 착한 법을 행하면서 바른 말[正語]과 바른 행위[正業] 등을 쌓고 익힘이 순후(純厚)하기 때문에 물질을 익힌다고 하거니와 지금은 보살이 반야를 행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 물질을 분산하고 파괴해서 익히지 않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과거의 물질은 이미 소멸되었고, 미래의 물질은 아직 있지 않기 때문에 익힐 수가 없으며, 현재의 물질은 생기자마자 곧 소멸하게 되므로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014_1156_c_13L復次菩薩常行善法正語正業積習純厚故名習色今菩薩欲行般若故散壞是色不習所以者何去色已滅未來色未有故不可習現在色生時卽滅故不住
한 생각 동안 머무른 것조차도 오히려 익히는 것이 없거늘 하물며 생각마다 소멸하는 것이랴. 이 때문에 이 가운데서는 물질을 익히지 않는다는 인연을 설명했다.
014_1156_c_17L若住一念尚無習何況念念滅是故此中說不習色因緣
3세(世)의 물질은 얻을 수 없으며, 나아가 18불공법도 그와 같나니, 만일 이와 같이 모든 법의 분산과 파괴를 관찰하면서 모양을 취하지 않으면 이것을 바로 물질 등 모든 법의 실상을 익히는 것이라 한다.
014_1156_c_19L三世色不可得乃至十八不共法亦如是若能如是觀諸法散不取相是名能習色等諸法實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이치를 듣고 기뻐하면서 공한 지혜에 깊이 들어가서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습니다.”고 하였고, 부처님께서는 그의 말을 옳다고 인가하시면서 그 찬탄을 완성시키며 “물질 등 모든 법은 여(如)하기 때문에 심히 깊다.”고 하신다.
014_1156_c_22L爾時舍利弗從佛聞是義歡喜深入空智白佛般若波羅蜜甚深佛然可成其所讚色等諸法如故甚
014_1157_a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되 “눈으로 보는 물질만이 매우 깊은 것이 아니요 반야바라밀로써 물질을 분별하여 여실(如實)한 데에 들기 때문에 매우 깊다.”고 하신다. 마치 빗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은 매우 깊다고 하지 않고 그것이 한데 모여서 흘러내려 큰 바다에 들어가야 비로소 매우 깊다고 하는 것과 같다.
014_1157_a_02L佛語不但眼見色甚深以般若波羅蜜分別色入如實故甚深如雨渧不名甚深和合衆流入於大海乃名甚深
물질 등도 그와 같아서 천안(天眼)이나 육안(肉眼)으로는 보는 것이 깊지 않거니와 만일 혜안(慧眼)으로써 관찰한다면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 매우 깊기 때문에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로되 오직 모든 부처님만이 그 밑까지 모조리 보실 수 있다.
그리고 매우 깊어서 측량할 수 없기 때문에 한량없다고 한다.
014_1157_a_05L色等亦如是天眼肉眼見淺而不深若以慧眼觀則深不可測甚深故難可測量唯有諸佛乃盡其底深不可測量故名無量
지혜가 없으면 물질 등의 실상(實相)에 항상하다, 무상하다는 모양을 취하면서 헤아리는 허물이 있기 때문에 이때에 사리불이나 그 듣는 이들이 생각하기를 “반야바라밀은 측량할 수도 없고 한량없는데 보살은 어떻게 행해야 할까’라고 한다.
014_1157_a_08L無有智慧能取色等實相若常若無常籌量有過罪故是時舍利弗及諸聽者作是般若波羅蜜不可測量無有量薩當云何行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시되 “보살마하살이 만일 물질 등의 매우 깊은 것을 행하면 곧 반야바라밀을 잃게 되거니와 만일 물질의 매우 깊은 것을 행하지 않으면 바로 반야바라밀을 얻는 것이다.”고 하셨다.
014_1157_a_12L佛知其念告舍利弗薩摩訶薩若行色等甚深者則爲失般若波羅蜜若不行色甚深是爲得般若波羅蜜
범부는 근기가 둔하기 때문에 ‘매우 깊다.’고 하거니와 만일 한 마음에 복덕이 있고 근기가 예리한 이면 매우 깊은 것이 아니다. 비유하건대 마치 물이 깊고 얕은 것에는 일정함이 없어서 어린아이에게는 깊지만 어른에게는 얕은 것과 같으며, 나아가 큰 바다는 사람들에게는 깊지만 나후아수라왕(羅睺阿修羅王)1)에게는 얕은 것과 같다.
014_1157_a_15L凡夫鈍根故言甚深有一心福德利根者爲非甚深譬如水深淺無定若於小兒則深長者則乃至大海於人則深於羅睺阿修羅王則淺
그와 같아서 범부와 새로 뜻을 낸 게으른 이에게는 매우 깊지만, 오래도록 덕을 쌓은 아비발치에게는 얕은 것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나후아수라왕과 같아서 온갖 법에 대하여 깊은 것이 없나니, 무애해탈(無礙解脫)을 얻었기 때문이다.
014_1157_a_19L如是於凡夫人新發意怠者爲甚深於久積德阿鞞跋致則諸佛如羅睺阿修羅王於一切法無有深者得無碍解脫故
이 때문에 중생과 시절, 날카로움과 둔함, 처음인 것과 오래된 것, 게으름과 정진 등을 아시기 때문에 깊고 얕은 것을 분별해서 말씀하나니, 측량할 수 없고 한량없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014_1157_a_22L以是故知爲衆生及時節利鈍初久懈怠精進分別說深淺不可測量無有量如是
014_1157_b_01L이 가운데서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인연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물질 등 법의 매우 깊은 모양은 물질이 아니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두려움으로 마음이 침몰하여 의심과 후회를 내기 때문이다. 물질을 매우 깊다고 해도 물질의 모양에는 깊은 것이 없나니,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014_1157_b_02L此中佛自說因緣色等法甚深相爲非色何以故怖畏心沒疑悔故以色爲甚深色相則無深如先說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이 반야바라밀은 매우 깊습니다.”고 했는데, 이 매우 깊은 모양은 보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014_1157_b_04L利弗白佛言世尊是般若波羅蜜甚甚深相難見難解
【문】위에서 “보살이 매우 깊음을 행하지 않는 것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고 하셨거늘 지금 사리불은 무엇 때문에 다시 매우 깊다고 말하시는가?
014_1157_b_06L問曰上說菩薩不行甚深爲行般若波羅蜜今舍利弗何以復說甚深
【답】사리불의 일정한 마음으로 매우 깊음을 말한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의향을 얻고서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일부러 매우 깊다고 말한 것이니, 그러므로 이 가운데서 “세존이시여, 새로 뜻을 낸 보살 앞에서는 이 반야바라밀을 설하지 말아야 합니다. 새로 배우는 보살이 이 깊은 지혜를 들으면 곧 마음이 침몰할 것이니, 마땅히 아비발치의 보살 앞에서 설해야 합니다.”고 한다.
014_1157_b_08L答曰舍利弗非定心說甚深得佛意趣爲人故說甚深是故此中說世尊不應於新發意菩薩前說是般若波羅蜜新學菩薩聞是深智慧則心沒應當在阿鞞跋致菩薩前說
아비발치 보살은 지혜가 깊기 때문에 믿어서 침몰하지 않는다. 마치 깊은 물을 어린아이에게 건너게 하지 말고 어른으로 하여금 건너게 해야 하는 것과 같다.
014_1157_b_13L阿鞞跋致智慧深故信而不沒譬如深水不應使小兒渡應敎大人令渡
제석은 사리불에게 묻기를 “만일 새로 뜻을 낸 보살을 위하여 설하면 어떠한 허물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사리불이 대답하기를 “새로 뜻을 낸 이에게 설하면 믿지도 않고 마음이 침몰한다. 마음이 침몰하기 때문에 의심과 뉘우침과 두려움을 내게 된다. 그리고 만일 온갖 공한 법을 받으면 ‘나는 어찌하여 단멸(斷滅) 가운데에 떨어져야 하는가?’라고 하고, 만일 받지 않으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왜 받지 않아야 하는가?’라고 하나니, 이 때문에 두려워해서 의심과 후회를 낸다.”고 하였다.
014_1157_b_15L帝釋問舍利弗若爲新發意菩薩說有何等過舍利弗答是新發意者則不信心沒心沒故生疑悔怖畏——若受一切空法我云何當墮斷滅中若不受者佛所說法何可不受是故怖畏生疑悔
만일 마음이 정해지면 악하고 삿된 소견으로 헐뜯게 되나니, 헐뜯은 데에 대한 과보는 지옥품(地獄品) 중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이 가운데서는 “3악도(惡道)에 떨어질 업의 인연을 심고 오래도록 최상의 도를 얻기 어렵다.”고 간략하게 설명한다.
014_1157_b_20L若心定則生惡邪毀毀呰果報如「地獄品」中說此中略說種三惡道業因緣久久難得無上道
014_1157_c_01L【경】석제환인이 사리불에게 물었다.
“혹시 아직 수기(授記)를 받지 못한 보살마하살로서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이가 있습니까?”
사리불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교시가여,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로서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런 보살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되 한 부처님 또는 두 부처님을 지나지 않는 줄 알아야 합니다.”
014_1157_b_22L【經】釋提桓因問舍利弗頗有未受記菩薩摩訶薩聞是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者不舍利弗言如是憍尸迦有菩薩摩訶薩聞是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當知是菩薩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不久不過一佛兩佛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오래전에 뜻을 내어 6바라밀을 수행하였고 모든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였으므로,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도 않으며 들은 뒤에는 곧 받아 지니어 반야바라밀 가운데서 설한 그대로 행하는 것이니라.”
014_1157_c_05L佛告舍利弗如是如是是菩薩摩訶薩久發意行六波羅蜜多供養諸佛聞是深般若波羅蜜不驚不怖不畏聞卽受持如般若波羅蜜中所說行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유를 들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보살의 도를 구하는 선남자ㆍ선여인이 꿈속에서 반야바라밀을 닦고 선정에 들어 부지런히 정진해서 인욕(忍辱)을 구족하고 계행을 수호하며 보시하고 내공과 외공을 수행하며, 나아가 도량(道場)에 앉는다 하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워진 줄 알아야 합니다.
014_1157_c_09L舍利弗白佛言世尊我欲說譬喩如求菩薩道善男子善女人夢中修行般若波羅蜜入禪定勤精進具足忍辱守護於戒行布施修行內空乃至坐於道場當知是善男子女人近阿耨多羅三藐三菩提
그러니 하물며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여 깨어 있을 때에 반야바라밀을 닦고 선정에 들어 부지런히 정진해서 인욕을 구족하고 계행을 수호하며 보시한다면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도량에 앉지 않겠는지요.
014_1157_c_15L何況菩薩摩訶薩欲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覺時修行般若波羅蜜入禪定勤精進具足忍辱守護於戒行布施而不疾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於道場
세존이시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선근(善根)을 성취하고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어 받아 지니고 나아가 말씀하신 대로 행한다면, 이 보살마하살은 오래전에 뜻을 내어 선근을 심었고 모든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면서 선지식을 따랐는 줄 알아야 합니다.
014_1157_c_20L世尊善男子善女人善根成得聞般若波羅蜜受持乃至如說當知是菩薩摩訶薩久發意種善多供養諸佛與善知識相隨
014_1158_a_01L이런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잘 받아 지니고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면 이 사람이야말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오래지 않아 받을 이인 줄 알겠으며, 이런 선남자ㆍ선여인은 아비발치의 보살마하살과 같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동요하지 않고 깊은 반야바라밀을 얻을 수 있으며, 얻은 뒤에는 잘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는 이인 줄 알아야 합니다.
014_1157_c_23L是人能受持般若波羅蜜乃至正憶念知是人近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當知是善男子善女人如阿鞞跋致菩薩摩訶薩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不動轉能得深般若波羅蜜能受持乃至正憶念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백 유순(由旬), 또는 2백ㆍ3백ㆍ4백 유순도 더 넘는 넓은 들판과 험한 길을 갈 적에, 혹 가축을 치는 이나 강토의 경계[壃界]나 동산 숲 등의 이러한 여러 모양이 보였기 때문에 성읍(城邑)이나 마을들이 가까워졌음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모양들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내가 본 모양과 같아 성읍이나 마을이 멀지 않은 데에 있는 줄 알겠구나.’고 하고, 마음이 안온해지면서 도둑의 재난이나 독벌레들이나 배고프고 목마름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014_1158_a_06L世尊如人欲過百由旬若二百三百四百由旬曠野嶮道先見諸相若放牧者若疆界若園林如是等諸相故知近聚落是人見是相已作如是念如我所見相當知城聚落不遠得安隱不畏賊難惡虫飢渴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 만일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얻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오래지 않아 받을 이인 줄 알아야 하며, 이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이인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미리 나타난 모든 조짐인 이른바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고 보게 되고 받게 되어서 바르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014_1158_a_12L世尊薩摩訶薩亦如是若得是深般若波羅蜜受持誦乃至正憶念當知近受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不久當知是菩薩摩訶薩不應畏墮聲聞辟支佛地是諸先相所謂甚深般若波羅蜜得聞得見得受乃至正憶念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니라. 그대는 다시 말하고 싶거든 뜻대로 말해 보아라.”
014_1158_a_19L佛告舍利弗如是如是汝復樂說便說
“세존이시여, 비유하건대 마치 사람이 큰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어 앞으로 나갈 적에 나무들이 보이지 않고 산들이 보이지 않으면 이 사람은 비록 아직은 큰 바다를 보지 못했기는 하나 큰 바다가 그리 멀지 않은 데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큰 바다가 있는 곳에는 편편하면서 나무들도 없고 산들도 없기 때문입니다.
014_1158_a_20L世尊譬如人欲見大海發心往趣不見樹相不見山相是人雖未見大海知大海不遠何以故大海處無樹相無山相故
014_1158_b_01L이와 같아서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반야바라밀을 듣고서 받아 지니고 나아가 바르게 기억할 때는 비록 아직 부처님 앞에서 겁수(劫數)의 수기로서 백 겁ㆍ천 겁ㆍ만 겁ㆍ백천만 겁 뒤라는 수기는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보살은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오래지 않아 받게 될 것임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서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014_1158_a_23L如是世尊菩薩摩訶薩聞是深般若波羅蜜受持乃至正憶念時雖未佛前受劫數之記劫百千劫萬劫百千萬億劫是菩薩自知近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不久何以故我得聞是深般若波羅蜜誦乃至正憶念故
세존이시여, 비유하건대 마치 초봄에 여러 나무에 붙은 묵은 잎들이 다 떨어졌으면 이 나무에는 오래지 않아서 새 잎과 꽃과 열매가 나올 것임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나무에서 미리 나타나는 조짐 때문에 지금부터 오래지 않아서 잎과 꽃과 열매가 나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니, 이때에 염부제 사람들은 나무에 나타나는 조짐들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014_1158_b_06L世尊譬如初諸樹陳葉已墮當知此樹新葉華果出在不久何以故見是諸樹先相知今不久葉華果出是時閻浮提見樹先相皆大歡喜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얻어 듣고서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면서 말씀대로 행하면 이 보살은 선근을 성취하고 모두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였는 줄 알 수 있습니다.
014_1158_b_10L世尊菩薩摩訶薩得聞是深般若波羅蜜受持誦乃至正憶念如說行當知是菩薩善根成就多供養諸佛
그리고 이 보살은 생각하기를 ‘전생에 심은 선근을 추적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나아가고 있구나.’라고 해야 하리니, 이런 인연 때문에 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보게 되고 듣게 되어서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고 말씀대로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014_1158_b_13L是菩薩應作是念先世善根所追趣阿耨多羅三藐三菩提以是因緣故得見得聞是深般若波羅蜜受持誦乃至正憶如說行
이 안에 있는 모든 천자들로서 일찍이 부처님을 뵈온 이는 기뻐 날뛰면서 생각하기를 “먼저의 모든 보살마하살도 역시 이러한 수기를 받을 조짐이 미리 나타났었는데 지금 이 보살마하살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오래지 않아 받겠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014_1158_b_17L是中諸天子曾見佛者喜踊躍作是念言先諸菩薩摩訶薩亦有如是受記先相今是菩薩摩訶薩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亦不久
세존이시여, 비유하건대 마치 여인이 아이를 배었을 적에 몸이 괴롭고 무거우며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앉고 일어나기가 불안하며 잠과 음식이 갈수록 적어지고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본래 하던 일들에 싫증을 내고 고통을 느끼고 있으면 그 밖의 어머니가 된 다른 이가 그의 이런 조짐을 보고는 오래지 않아 아이를 낳을 것임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014_1158_b_20L世尊譬如母人懷妊身體苦重行步不便坐起不安眠食轉少不喜言語厭本所習受苦痛故有異母人見其先相當知產生不久
014_1158_c_01L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선근을 심었고 모든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였으며 오래도록 6바라밀을 행하였고 선지식을 따랐으며 선근을 성취한지라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어서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하고 말씀하신 대로 행하므로, 모든 보살들도 역시 이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오래지 않아 받게 될 것임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014_1158_c_01L菩薩摩訶薩亦如是種善根多供養諸佛久行六波羅蜜與善知識相隨善根成就得聞深般若波羅蜜受持誦乃至正憶如說行諸菩薩亦知是菩薩摩訶薩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不久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그대가 자유자재로 말하는 것은 바로 모두가 부처님의 힘 때문이니라.”
014_1158_c_06L告舍利弗善哉善哉汝所樂說皆是佛力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희유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라하(阿羅訶)ㆍ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는 모든 보살마하살의 일을 잘 부촉하십니다.”
014_1158_c_08L爾時須菩提白佛言希有世尊諸多陁阿伽度阿羅呵三藐三佛陁善付諸菩薩摩訶薩事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많은 중생을 안온하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하나니,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고 안락하게 하며 이롭게 하기 때문이니라.
이 모든 보살은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네 가지 일로써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을 거두어 주나니, 이른바 보시(布施)와 사랑으로 하는 말[愛語]과 이익(利益)과 일을 같이하는[同事] 것이니라.
014_1158_c_10L佛告須菩提是諸菩薩摩訶薩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安隱多衆生令無量衆生得憐愍安樂饒益諸天人故是諸菩薩行菩薩道時以四事攝無量百千衆生所謂布施愛語利益同事
또한 10선도(善道)로써 중생을 성취시키며, 자기 자신이 초선(初禪)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초선을 닦게 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이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를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비유상비무상처를 닦게 하느니라.
014_1158_c_15L亦以十善道成就衆生自行初禪亦敎他人令行初禪乃至自行非有想非無想處亦敎他人令行乃至非有想非無想
014_1159_a_01L자기 자신이 단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단바라밀을 닦게 하고, 자기 자신이 시라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시라바라밀을 닦게 하며, 자기 자신이 찬제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찬제바라밀을 닦게 하며, 자기 자신이 비리야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비리야바라밀을 닦게 하며, 자기 자신이 선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선바라밀을 닦게 하며, 자기 자신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반야바라밀을 닦게 하느니라.
014_1158_c_19L自行檀波羅蜜亦敎他人令行檀波羅蜜自行尸羅波羅蜜亦敎他人令行尸羅波羅蜜自行羼提波羅蜜亦敎他人令行羼提波羅蜜自行毘梨耶波羅蜜亦敎他人令行毘梨耶波羅蜜自行禪波羅蜜亦敎他人令行禪波羅蜜自行般若波羅蜜亦敎他人令行般若波羅蜜
이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얻어 방편의 힘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여 수다원의 과위를 얻게 하면서 자기 자신은 안[內]에서 증득하지 않고, 중생들을 교화하여 사다함의 과위와 아나함의 과위와 아라한의 과위를 얻게 하면서 자기 자신은 안에서 증득하지 않으며, 중생을 교화하여 벽지불의 도를 얻게 하면서 자기 자신은 안에서 증득하지 않느니라.
014_1159_a_03L是菩薩得般若波羅蜜以方便力敎衆生令得須陁洹果自於內不證敎衆生令得斯陁含果阿那含果阿羅漢果自於內不證敎衆生令得辟支佛道自於內不證
자기 자신이 6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또한 한량없는 백천만의 모든 보살에게도 6바라밀을 닦게 하고 자기 자신이 아비발치(阿鞞跋致)의 지위에 머무르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아비발치의 지위에 머무르게 하며, 자기 자신이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부처님의 세계를 청정하게 하고, 자기 자신이 중생을 성취시키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중생을 성취시키게 하느니라.
014_1159_a_08L自行六波羅蜜亦敎無量百千萬諸菩薩令行六波羅蜜自住阿鞞跋致地亦敎他人住阿鞞跋致地淨佛世界亦敎他人淨佛世界自成就衆生亦敎他人成就衆生
자기 자신이 보살의 신통을 얻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보살의 신통을 얻게 하고, 자기 자신이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청정하게 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다라니문을 청정하게 하며, 자기 자신이 요설변재(樂說辯才)를 완전히 갖추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요설변재를 완전히 갖추게 하느니라.
014_1159_a_12L自得菩薩神通亦敎他人令得菩薩神通淨陁羅尼門亦敎他人淨陁羅尼門自具足樂說辯才亦敎他人具足樂說辯才
자기 자신이 색(色)의 성취를 누리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색의 성취를 누리게 하고, 자기 자신이 32상(相)을 성취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32상을 성취하게 하며, 자기 자신이 동진(童眞)의 지위를 성취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동진의 지위를 성취하게 하고, 자기 자신이 부처님의 10력을 성취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부처님의 10력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014_1159_a_16L自受色成就亦敎他人令受色成就自成就三十二相亦敎他人成就三十二相自成就童眞地亦敎他人成就童眞地自成就佛十力敎他人令成就佛十力
자기 자신이 4무소외(無所畏)를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4무소외를 닦게 하고, 자기 자신이 18불공법(不共法)을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18불공법을 닦게 하며, 자기 자신이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수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대자대비를 닦게 하느니라.
014_1159_a_20L自行四無所亦敎他人行四無所畏自行十八不共法亦敎他人行十八不共法行大慈大悲亦敎他人令行大慈大
014_1159_b_01L자기 자신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으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일체종지를 얻게 하고, 자기 자신이 온갖 번뇌[結使]와 습기(習氣)를 여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온갖 번뇌와 습기를 여의게 하며, 자기 자신이 법륜(法輪)을 굴리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법륜을 굴리게 하느니라.”
014_1159_b_01L自得一切種智亦敎他人令得一切種智自離一切結使及習亦敎他人令離一切結使及習自轉法輪敎他人轉法輪
【논】해석한다. 그때 제석이 사리불에게 묻기를 “혹시 아직 수기(授記)를 받지 못한 보살로서 이 깊은 반야를 들을 적에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이가 있습니까”라고 했다. 사리불이 말하기를 “수기를 받지 않고서는 반야를 듣고 믿을 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믿는 이도 있나니, 그는 수기를 받으면서도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을 뵙기 전에 곧 수기를 받게 될 이인 줄 알아야 합니다.”고 한다.
014_1159_b_04L【論】釋曰爾時帝釋問舍利弗頗有未受記菩薩聞是深般若不驚不怖者不利弗言無有不受記聞般若能信者若或時能信者當知垂欲受記不過見一佛二佛便得受記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의 말을 옳다 하셨고 사리불은 부처님께서 그가 하는 말에 인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는 마음을 내면서 다시 분명하게 이 일을 알게 하려고 비유를 들어 말씀드리기를, “꿈속의 마음은 잠에 덮여 있기 때문에 진실한 마음에서 짓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꿈속에서 뜻을 내어 6바라밀을 행하고 나아가 도량(道場)에 앉게 되면 이 사람은 복덕이 경미(輕微)하면서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을 날이 가까워 졌는 줄 알 수 있거늘 하물며 보살마하살이 깨어 있을 때에 진실한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어 6바라밀을 행하고 있는데도 수기를 받을 날이 가깝지 않겠습니까.
014_1159_b_09L佛可舍利弗舍利弗聞佛可其所說心生歡喜復欲分明了了是事故說譬喩作是夢中心爲睡所覆故非眞心所作若善男子善女人於夢中發意行六波羅蜜乃至坐於道場當知是人福德輕微近於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何況菩薩摩訶薩覺時實心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行六波羅蜜而不近受記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6도(道)를 왕래하면서 나고 죽고 하는 동안에 혹시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 이인 줄 알아야 하니, 마치 낚시를 문 고기가 비록 못 속에서 유희한다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 끌려 나올 것임을 알아야 하듯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반야바라밀을 깊이 믿고 좋아한 이는 생사(生死)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고 한다.
014_1159_b_18L世尊若人往來六道生死中或時得聞般若波羅蜜受持正憶念必知是人不久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如呑鉤之魚雖復遊戲池中當知出在不久行者亦如是深信樂般若波羅蜜不久住於生死
014_1159_c_01L이 가운데서 사리불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험한 길을 지나가려 할 때의 비유를 들어 말하고 있다. ‘험한 길’이라 함은 곧 이 세간이다. 백 유순이란 바로 욕계(欲界)요, 2백 유순이란 바로 색계(色界)이며, 3백 유순이란 바로 무색계(無色界)요, 4백 유순이란 바로 성문이나 벽지불의 도이다.
014_1159_b_23L此中舍利弗自說譬喩——若人欲過險險道者卽是世閒百由旬者是欲二百由旬者是色界三百由旬是無色界四百由旬者是聲聞辟支佛
또 4백 유순이란 바로 욕계요, 3백 유순이란 바로 색계이며 2백 유순이란 바로 무색계요, 백 유순이란 바로 성문과 벽지불에 비유한 것이다.
014_1159_c_05L復次四百由旬是欲界三百由旬色界二百由旬是無色界百由旬是聲辟支佛
‘나오려 한다.’고 함은 반야바라밀을 믿고 받아서 수행하는 사람이다. ‘미리 모든 법의 조짐을 본다.’고 함은 큰 보살이 세간의 욕락(欲樂)을 버리고 깊은 마음으로 반야바라밀을 좋아하는 일을 본다는 것이다.
014_1159_c_07L欲出是信受行般若波羅蜜人先見諸法相見大菩薩捨世閒欲樂深心樂般若波羅蜜
‘강토의 경계[疆界]’라 함은 모든 법을 분별하면서 “이것이 바로 성문의 법이요 이것이 바로 벽지불의 법이며 이것이 바로 대승의 법이다. 이와 같이 이익이 작은 것은 바로 성문이요 이익이 큰 것은 바로 보살이다. 악마의 경계(魔界)는 바로 나고 죽는 생사요 부처님의 경계[佛界]는 바로 반야바라밀인 감로(甘露)의 법 맛이며 죽지 않는 곳이다.”고 하는 것이다.
014_1159_c_09L疆界分別諸法——是聲聞法是辟支佛法大乘法如是小利是聲聞大利是菩魔界是生死佛界是般若波羅蜜甘露法味不死之處
‘동산 숲[園林]’이라 함은 선정과 지혜 등 불도의 즐거움을 따르는 이러한 등의 한량없는 착한 법의 모양이다.
‘마을[聚落]’이라 함은 곧 유순법인(柔順法忍)이요, ‘읍(邑)’이라 함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이며, ‘성(城)’이라 함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
014_1159_c_13L園林隨佛道禪智慧等樂如是等無量善法相是柔順法忍是無生法忍是阿耨多羅三藐三菩提
‘안온(安穩)을 얻는다.’ 함은 보살이 이런 법을 듣고는 생각하고 헤아리고 행하되 “나는 이 법을 얻고 마음이 안온해졌으므로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고 하는 것이다.
‘도둑[賊]’이라 함은 나 등 62종의 삿된 소견이요, ‘나쁜 벌레[惡蟲]’라 함은 애욕과 성냄 등의 모든 번뇌이다.
014_1159_c_16L得安隱菩薩聞是法思惟籌量行我得是法心安隱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我等六十二邪見惡虫恚等諸煩惱
‘도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함은 사람들이 틈[便]을 얻지 못하는 것이요, ‘나쁜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함은 사람 아닌 것[非人]이 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며, ‘배고픔[飢]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함은 성인의 참된 지혜를 얻지 못할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목마름[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함은 선정ㆍ해탈 등의 법락(法樂)의 맛을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014_1159_c_20L不畏賊人不得便不畏惡虫非人不得便不畏飢不畏不能得聖人眞智慧不畏渴不畏不能得禪定解脫等法樂味
014_1160_a_01L이 가운데서 스스로가 인연을 말하면서 “보살마하살이 먼저 나타나는 조짐을 보면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요, 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014_1159_c_23L中自說因緣菩薩摩訶薩得先相者不久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畏墮惡道中
‘굶주려서 죽는다.’ 함은 성문의 지위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거친[麤] 것으로써 미세한[細] 것에 비유하고 세간(世間)으로써 출세간(出世間)에 비유하셨으며, 그의 비유를 인가하셨다. 그 밖의 세 가지 비유도 위에서와 같이 분별하여 설명해야 할 것이다.
014_1160_a_03L飢餓死不畏墮聲聞辟支佛地佛然可其喩以麤喩細世閒喩出世閒餘三譬喩亦應如上分別說
‘큰 바닷물’이라 함은 바로 최상의 도[無上道]요, ‘편평한 땅에 나무도 없고 산도 없다.’ 함은 이 반야바라밀의 경전 등이다. ‘나무의 열매’는 곧 최상의 도요, ‘나무의 꽃’은 곧 아비발치의 지위이며, ‘봄철에 묵은 잎이 떨어지고 다시 새 잎이 난다.’ 함은 이 모든 번뇌와 삿된 소견과 의심 등이 소멸하고 반야바라밀의 경전을 얻는다는 것이다.
014_1160_a_06L大海水是無上道平地無樹無山是般若波羅蜜經卷等樹果無上道樹華是阿鞞跋致地春時陳葉落更生新葉是諸煩惱邪見疑等能得般若波羅蜜經卷等
‘어머니’라 함은 곧 수행하는 이요, ‘아이를 밴 몸’이라 함은 곧 최상의 도이며, ‘아이를 낳으려는 조짐’이라 함은 보살이 오랫동안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한다는 데에 비유한다.
‘본래 익히던 일에 싫증을 낸다.’고 함은 세간의 음욕과 쾌락을 우환으로 삼아 다시는 기뻐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014_1160_a_10L母人行者所任身是無上道欲產相是菩薩久習行般若波羅蜜厭本所習患世閒婬欲樂不復喜著
부처님께서는 그가 말한 것을 “훌륭하다.”고 칭찬하셨다. 그때 수보리는 부처님께서 사리불이 하는 말을 훌륭하다고 칭찬하시는 것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뜻으로 이 보살을 깊이 공경하고 생각해 주시는 것을 알고는 이 때문에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심히 희유한 일입니다. 보살의 일을 잘 부촉하셨습니다.”고 한 것이다. ‘보살의 일’이라 함은 공의 도[空道]와 복덕의 도[福德道]이다.
014_1160_a_13L佛讚其所說善哉爾時須菩提聞佛然舍利弗所說讚其善哉知佛意深敬念是菩是故白佛言世尊甚爲希有善付菩薩事菩薩事空道福德道
또한 부처님께서는 갖가지 전체의 모양[總相]과 각각의 모양[別相]에 대한 설명으로 아난(阿難)과 미륵(彌勒) 등에게 부촉하시고는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드셨으므로 뒷날 잘 받들어 행해서 중생들에게 가르쳐 보이고 이익되게 하여 잘못됨이 없게 하시니, 부처님께서 ‘잘 부촉하신 인연’이라 한다.
014_1160_a_17L亦如佛種種摠相別相說以寄付阿難勒等入無餘涅槃後好自奉行敎示利益衆生無令謬錯佛說善付因緣
‘모든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많은 중생들을 안온하게 한다.’ 함은 온갖 중생들은 한량없고 끝이 없는 아승기여서 부처님을 제하고는 헤아리거나 알 수 있는 이가 없으며 부처님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이도 셀 수조차 없기 때문에 ‘많은[多]’이라고 한다.
014_1160_a_20L諸菩薩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安隱多衆生一切衆生中無量無邊阿僧祇除佛無能計知者從佛得利益者不可數故名
014_1160_b_01L‘안온케 한다.’ 함은 항상하다고 집착하는 중생에게는 무상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즐거운 것이라고 집착하는 중생에게는 괴롭다는 것을 가르쳐 주며 진실한 것이라고 집착하는 이에게는 공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나라고 집착하는 이에게는 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나니, 이와 같은 것 등을 ‘안온케 한다.’고 한다.
014_1160_b_01L安隱衆生著常敎無常著樂者敎苦著實者著我者敎無我——如是等名安隱
범부는 이것을 듣고 그 당시에는 비록 기쁘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안온한 쾌락을 얻게 되나니, 마치 쓴 약을 먹으면 그 당시에는 써서 괴롭다 하더라도 뒤에는 병환이 낫게 되는 것과 같다.
014_1160_b_03L夫人聞是當時雖不喜樂久久滅諸煩惱得安隱樂如服苦藥當時雖苦後得除患
‘한량없는 중생이 즐거움을 얻는다.’ 함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구하여 아직 성취하지 못했을 적에도 금세와 후세의 즐거움으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니, 『보살본생경(菩薩本生經)』에서 “만일 반야바라밀을 얻는다면 이미 모든 번뇌가 끊어지고 또한 세간의 즐거움과 출세간의 즐거움으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만일 최상의 도를 얻을 때에는 다만 출세간의 즐거움으로써만 중생을 이익되게 할 뿐이다.”라고 한 것과 같다.
014_1160_b_06L無量衆生得樂菩薩求般若波羅蜜未得成就時以今世世樂利益衆生如『菩薩本生經』說得般若波羅蜜已斷諸煩惱亦以世閒樂出世閒樂利益衆生若得無上道時但以出世閒樂利益衆生
‘안락하게 하고 이익되게 한다.’ 함은, 다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써만이 안락하게 하고 이익되게 할 뿐이다.
‘이롭게[饒] 한다.’ 함은 하늘과 사람들을 많이 이익되게 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요, 그 밖의 갈래[道]에서는 이롭게 함이 적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는다.
‘이익되는 일’이라 함은 이른바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이다. 재물의 보시[財施]와 법의 보시[法施]의 두 가지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는 것이다.
014_1160_b_11L安樂饒益但以憐愍心故安樂饒益饒者多利益天餘道中饒益少故不說益事所謂四攝法以財施法施二種攝取衆生
‘사랑으로 하는 말[愛語]’에도 두 가지가 있나니, 첫째는 그의 뜻을 따르면서 부드럽고 사랑으로 하는 말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사랑하는 법을 따르면서 그를 위하여 설해 주는 것이다.
이 보살이 아직 도를 얻지 못했으면 중생을 가엾이 여기면서 자신의 교만을 파괴하고 그의 뜻을 따르면서 법을 설할 것이요, 만일 도를 얻었으면 제도하기에 알맞은 법을 따르면서 그를 위하여 설하는 것이다.
014_1160_b_15L愛語有二種一者隨意愛語二者隨其所愛法爲說是菩薩未得道憐愍衆生自破憍慢隨意說若得道隨所應度法爲說
뽐내는 부자에게 보시하기를 찬탄하는 것은 이 사람에게는 다른 이의 물건을 얻게 하는 이익이 있으므로 그의 명성과 복덕 때문이거니와 만일 그에게 지계(持戒)를 찬탄하고 파계(破戒)를 비방하면 마음에 기뻐하지 않을 것이니, 이와 같은 등으로 그가 응해 옴에 따라 그를 위해 법을 설하는 것이다.
014_1160_b_18L高心富爲讚布施是人能得他物利名聲福德故若爲讚持戒毀呰破戒則心不喜樂——如是等隨其所應而爲說法
014_1160_c_01L이익되게 하는 데도 두 가지가 있나니, 첫째는 이 세상에서의 이익과 뒷세상에서의 이익으로 그에게 설법하면서 법답게 생계를 다스리고 이익되는 일을 부지런히 닦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아직 믿지 못한 이면 교화하여 믿게 하고 파계한 이면 계율을 지니게 하며, 식견이 적은 이면 많이 듣게 하고 보시하지 않는 이면 보시를 하게 하며, 어리석은 이면 지혜로써 교화하나니, 이와 같은 등의 착한 법으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한다.
014_1160_b_21L利益亦有二種一者今世利後世利爲說法以法治生勤修利事二者未信敎令信破戒令持戒寡識令多聞施者令布施癡者敎智慧——如是等善法利益衆生
‘일을 같이한다[同事]’ 함은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여 착한 법을 행하게 하되 그의 소행을 보살의 착한 마음에 동화(同化)되게 하고 중생이 나쁜 마음을 지니면 그 악(惡)을 교화하여 자기의 선행에 동화되게 하는 것이다.
014_1160_c_03L同事菩薩敎化衆令行善法同其所行菩薩善心生惡心能化其惡令同己善
이 보살은 네 가지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고 10선도(善道)에 머무르게 한다.
두 가지 보시 가운데서 법의 보시[法施]는 그가 좋아하는 것에 따라 법을 설해 주는 것이니, 사랑으로 하는 말 가운데서도 맨 첫째간다.
중생은 수명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니, 10선도를 행하게 하면 오래 살게 된다.
014_1160_c_05L是菩薩以四種攝衆生令住十善道是廣說四攝義於二施中法施隨其所樂而爲說法是愛語中第一衆生愛惜壽令行十善道則得久壽
‘이익되게 한다.’ 함은, 온갖 보물들의 이익 가운데서도 법의 이익[法利]이 가장 뛰어난 것이니, 이것을 이익되게 한다고 한다.
‘일을 같이한다.’는 데에 있어서도 선행을 같이 하는 일이 가장 수승한 것이니, 이 보살은 자기 자신이 10선을 행하면서 또한 다른 이들도 하게 한다.
014_1160_c_09L利益於一切寶物利中法利最勝是爲利益事中同行善法爲勝是菩薩自行十亦以敎人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뒤에 스스로 10선 등을 행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네 번째의 같이한다[同]는 이치이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말하기를 “자기 자신이 10선을 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행하게 하며 자기 자신이 초선(初禪)을 행하면서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행하게 한다.”고 한다.
014_1160_c_12L有人言後自行十善等是第四同義是故說自行十善亦敎人行自行初禪亦敎他行
초선 등은 다 같이 욕심을 여의고 다 같이 계율을 지니는 것이니, 이 때문에 서로가 거두어 준다고 하며 서로가 거두어 주기 때문에 점점 3승(乘)의 법으로써 제도할 수 있으며,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그와 같다.
014_1160_c_14L初禪等同離欲同持戒是故名相攝相攝故漸能以三乘法度乃至非有想非無想處亦如是
자기 자신이 6바라밀을 행하면서 또한 다른 이에게도 행하게 하며 반야로 인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반야의 분(分)을 얻게 하나니, 이른바 수다원(須陀洹) 등의 방편의 힘을 얻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증득하지 않는다.
014_1160_c_17L自行六波羅蜜亦以敎因般若故令衆生得般若分所謂得須陁洹等方便力故自不證
이 사람의 복덕과 지혜의 힘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을 교화하여 6바라밀에 머무르게 하고, 자기 자신이 아비발치(阿鞞跋致)의 지위 등에 머무르면서 또한 다른 이들에게도 머무르게 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이 법륜을 굴리면서 또한 다른 이들에게도 법륜을 굴리게 한다. 이 때문에 “나는 자비심으로 이 보살의 일을 잘 부촉한다.”고 하나니, 애착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014_1160_c_19L是人福德智慧力增益故敎無量阿僧祇菩薩令住六波羅蜜自住阿鞞跋致地等亦以敎他乃至自轉法輪亦敎他轉法輪是故我以慈悲心故善付是菩薩事不以愛著故
大智度論卷第六十六
庚子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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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범어로는 Rāhu-asura-rā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