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添品妙法蓮華經卷第二

ABC_IT_K0118_T_002
009_0909_a_01L첨품묘법연화경 제2권
009_0909_a_01L添品妙法蓮華經卷第二


사나굴다ㆍ달마급다 공역
오진탁 번역
009_0909_a_02L隋天竺三藏闍那崛多共笈多譯


3. 비유품[譬喩品]
009_0909_a_03L譬喩品第三

그 때 사리불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즉시 일어나 합장한 채로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면서 아뢰었다.
“지금 세존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음(法音)을 들으니 마음이 뛸 듯이 기뻐서 미증유(未曾有)를 얻었나이다. 왜냐 하면 제가 예전에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러 보살들은 수기를 받아서 성불하리란 걸 보았지만, 저희들은 그 일에 끼지를 못하여 크게 아픔을 느끼면서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知見)을 잃었다고 했기 때문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산림이나 나무 아래에서 홀로 있을 때 앉아 있든 걸어다니든 항상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들도 똑같이 법의 성품[法性]에 들어갔는데, 어째서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시는 것일까?’
그러나 이는 저희들의 허물이지 세존의 탓은 결코 아닙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所因]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렸다면, 반드시 대승으로 해탈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저희들은 방편에 입각해 마땅함에 따라서 설하신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부처님의 법을 듣자마자 곧바로 믿고 받아 들여서[信受] 스스로 증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밤낮으로 스스로를 질책했지만,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법을 듣고서야 비로소 온갖 의심과 회한을 끊어서 몸과 마음이 태연하게 되고 크게 안온하게 되었으니, 금일에야 참된 부처님의 자식으로서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법에서 화생(化生)하여 부처님 법의 분수를 얻게 되었나이다.”
009_0909_a_04L爾時舍利弗踊躍歡喜卽起合掌瞻仰尊顏而白佛言今從世尊聞此法心懷踊躍得未曾有所以者何昔從佛聞如是法見諸菩薩受記作而我等不預斯事甚自感傷失於如來無量知見世尊我嘗獨處山林樹下若坐若行每作是念我等同入法性云何如來以小乘法而見濟度是我等咎非世尊也所以者何若我等待說所因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必以大乘而得度脫然我等不解方便隨宜所說初聞佛法遇便信受思惟取證世尊我從昔來終日竟夜每自剋責而今從佛聞所未聞未曾有法斷諸疑悔身意泰然快得安隱今日乃知眞是佛子從佛口生從法化生得佛法分
이 때에 사리불은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09_a_21L爾時舍利弗重宣此義而說偈言
009_0909_b_02L
내가 이 법음(法音)을 듣고
미증유의 법을 얻음으로서
마음에 커다란 환희심 품고
의심의 그물을 모두 끊었나니
예전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승법을 잃지 않은 탓입니다.
009_0909_a_22L我聞是法音
得所未曾有
心懷大歡喜
疑網皆已除
昔來蒙佛敎
不失於大乘

부처님 말씀은 너무나 희유해서
중생의 번뇌를 능히 없애니
나는 이미 번뇌가 다해서
번뇌와 근심을 끊었나이다.
009_0909_b_03L佛音甚希有
能除衆生惱
我已得漏盡
聞亦除憂惱

제가 산골짜기에 머물거나
혹은 숲의 나무 아래에 있거나
앉기도 하고 경행하기도 하면서
항상 이 일을 사유하면서
스스로 깊이 자책하기를,
‘어째서 스스로를 속이는가?
우리 또한 불자이기에
똑같이 무루법에 들었지만
미래 세상에서 능히
위없는 도를 연설하지 못하며
금빛 몸과 삼십이상
십력(十力)과 모든 해탈도
똑같이 한 법 속이건만
이 일을 얻지 못하였으며
009_0909_b_05L我處於山谷
或在林樹下
若坐若經行
常思惟是事
嗚呼深自責
云何而自欺
我等亦佛子
同入無漏法
不能於未來
演說無上道
金色三十二
十力諸解脫
同共一法中
而不得此事

여든 가지 오묘한 상호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
이와 같은 공덕들을
나는 모두 잃어버렸네.’
009_0909_b_09L八十種妙好
十八不共法
如是等功德
而我皆已失

또 나 혼자서 경행하면서
대중 속에 계신 부처님 바라보니
그 명성이 시방에 가득해서
중생에게 널리 이익을 주거늘
내가 이런 이익을 잃은 것은
스스로를 속인 탓이네.
009_0909_b_11L我獨經行時
見佛在大衆
名聞滿十方
廣饒益衆生
自惟失此利
我爲自欺誑

저는 늘 밤낮으로
이 일을 매양 생각하면서
참으로 잃었는지 잃지 않았는지를
세존께 묻고 싶었는데
009_0909_b_13L我常於日夜
每思惟是事
欲以問世尊
爲失爲不失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을
항상 칭찬하는 것을 보고는
밤낮으로 이 일에 대해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009_0909_b_14L我常見世尊
稱讚諸菩薩
以是於日夜
籌量如此事

이제 부처님의 음성을 들으니
마땅함에 따라서 법을 설하여
무루(無漏)이자 불가사의하게
중생을 도량으로 이끌게 했네.
009_0909_b_15L今聞佛音聲
隨宜而說法
無漏難思議
令衆至道場

저는 본래 삿된 소견에 집착하여
모든 범지(梵志)의 스승이 되었으나
세존께서 내 마음을 알아내셔서
삿됨을 뽑고 열반을 설하시니
009_0909_b_17L我本著邪見
爲諸梵志師
世尊知我心
拔邪說涅槃

나는 삿된 소견을 다 없애고
공(空)의 법을 증득했는데
그 때 마음속으로 스스로
멸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닫고 보니
그것은 참된 열반이 아니었습니다.
009_0909_b_18L我悉除邪見
於空法得證
爾時心自謂
得至於滅度
而今乃自覺
非是實滅度

만약 부처가 되었을 때는
삼십이상을 구족해서
하늘과 야차(夜叉)의 무리들
그리고 용과 신 등이 공경하니
이 때야 비로소 영원히 멸진한
무여열반이라고 하겠습니다.
009_0909_b_20L若得作佛時
具三十二相
天人夜叉衆
龍神等恭敬
是時乃可謂
永盡滅無餘

부처님께서 대중 속에서
나도 성불한다고 설하시니
이와 같은 법음을 듣고서야
의심과 후회가 다 없어졌나이다.
009_0909_b_22L佛於大衆中
說我當作佛
聞如是法音
疑悔悉已除

처음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땐
너무나 놀라고 의심스러워서
혹시 마군이 부처가 되어서
내 마음을 혼란시키는가 의심했다가
009_0909_b_23L初聞佛所說
心中大驚疑
將非魔作佛
惱亂我心耶
009_0909_c_02L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과
다양한 비유와 능숙한 말씀으로
마음을 바다처럼 편안케 하시니
나는 의심의 그물을 끊어버렸나이다.
009_0909_c_02L佛以種種緣
譬喩巧言說
其心安如海
我聞疑網斷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지난 세상의
한량없는 열반한 부처님들께서는
방편 속에 편안히 머물면서
모두 이 법을 설하셨고
009_0909_c_03L佛說過去世
無量滅度佛
安住方便中
亦皆說是法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들
그 수가 한량이 없지만
역시 온갖 방편으로써
이와 같은 법을 연설하셨고
009_0909_c_04L現在未來佛
其數無有量
亦以諸方便
演說如是法

오늘날 출현한 세존께서도
태어나고 출가해서
도를 얻어 법륜을 굴리실 때
역시 방편으로 말씀하시니
009_0909_c_06L如今者世尊
從生及出家
得道轉法輪
亦以方便說

세존만이 진실한 도를 말씀하시지
마왕 파순은 이런 일이 없으리라
그래서 저는 결정적으로
마(魔)가 부처가 되지 않음을 알았나이다.
009_0909_c_07L世尊說實道
波旬無此事
以是我定知
非是魔作佛

저는 의심의 그물에 빠졌기 때문에
마군의 짓이라고 여겼으나
부처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심원하고 아주 미묘하게
청정법을 펼치는 걸 듣고는
내 마음이 크게 기뻐하면서
의심과 후회를 영원히 끊고
실다운 지혜에 안주했나이다.
009_0909_c_08L我墮疑網故
謂是魔所爲
聞佛柔軟音
深遠甚微妙
演暢淸淨法
我心大歡喜
疑悔永已盡
安住實智中

저도 반드시 부처가 되어서
하늘과 사람의 공경을 받으며
위없는 법륜을 굴리어서
모든 보살을 교화하겠나이다.
009_0909_c_11L我定當作佛
爲天人所敬
轉無上法輪
敎化諸菩薩

이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하늘, 인간, 사문, 바라문 가운데서 말하고자 하노라. 나는 예전에 일찍이 2만억 부처님의 처소에서 위없는 도를 위하여 항상 그대를 교화하였고, 그대들도 또한 그처럼 기나긴 세월동안 나를 따르면서 배웠으므로 내가 방편으로 그대를 인도하여 나의 법 가운데 태어나게 된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나는 예전에 그대를 교화하여 부처님의 도에 뜻을 두도록 했거늘, 그대는 지금 모두 잃어버린 채 스스로 이미 멸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느니라. 그래서 내 이제 그대로 하여금 본래의 서원을 따라서 행하던 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여러 성문들에게 이 대승 경전을 설하나니, 이 경전의 명칭은 『묘법연화경』으로서 보살들을 가르치는 법이고 부처님께서 호념하는 바이니라.
009_0909_c_12L爾時佛告舍利弗吾今於天沙門婆羅門等大衆中說我昔曾於二萬億佛所爲無上道故常敎化汝汝亦長夜隨我受學我以方便引導汝故生我法中舍利弗我昔敎汝志願佛汝今悉忘而便自謂已得滅度今還欲令汝憶念本願所行道故諸聲聞說是大乘經名『妙法蓮華敎菩薩法佛所護念』
009_0910_a_02L사리불이여, 그대는 미래에 한량없고 가이없는 불가사의한 겁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정법을 받들면서 보살이 행해야 하는 도를 구족한 뒤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 그 명호는 화광(華光)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니라. 그 불국토 이름은 이구(離垢)인데, 그 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해서 청정하게 장엄되어 있으며, 안온하여 풍요로워서 하늘과 사람이 치성(熾盛)하고, 유리로 된 땅에는 여덟 갈래의 길이 있는데 황금빛 줄로 길가에 경계를 치고, 또 길옆에는 칠보로 된 가로수가 심어져서 항상 꽃과 열매로 가득하리라. 화광여래 또한 삼승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교화할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화광여래가 출현하는 시대는 비록 나쁜 세상은 아니지만, 본래의 서원으로 인해 삼승의 법을 설하게 되니라. 그 겁의 명칭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니, 왜 대보장엄이라 일컬을까? 그 불국토에서는 보살로써 커다란 보배를 삼기 때문이니라.
그 보살들은 한량없고 가이없고 불가사의해서 계산이나 비유로도 미칠 수 없으니, 부처님의 지혜의 힘이 아니면 제대로 알 수 있는 자가 없느니라. 보살들이 길을 걷고자 할 때는 보배 꽃이 발을 받들 것이니, 이 모든 보살들이 처음 발심한 보살[初發意]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오래 동안 덕의 뿌리를 심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아서 항상 부처님으로부터 찬탄을 받았으며, 언제나 부처의 지혜를 닦아서 대신통력을 갖추고 모든 법의 문을 잘 알았고, 질박하고 정직하여 거짓이 없어서 그 뜻과 생각이 견고하니, 이러한 보살들이 그 국토에 가득할 것이리라.
009_0909_c_21L舍利弗汝於未來世過無量無邊不可思議劫供飬若干千萬億佛奉持正法具足菩薩所行之道當得作佛號曰華光如來正遍知明行足善逝世間解無上調御丈夫天人師世尊國名離其土平正淸淨嚴飾安隱豐樂人熾盛琉璃爲地有八交道黃金爲繩以界其側其傍各有七寶行樹有華果華光如來亦以三乘敎化衆舍利弗彼佛出時雖非惡世以本願故說三乘法其劫名大寶莊嚴故名曰大寶莊嚴其國中以菩薩爲大寶故彼諸菩薩無量無邊不可思算數譬喩所不能及非佛智力無能知者若欲行時寶華承足此諸菩薩非初發意皆久殖德本於無量百千萬億佛所淨修梵行恒爲諸佛之所稱歎常修佛慧具大神通善知一切諸法之門質直無僞志念堅固是菩薩充滿其國
009_0910_b_02L사리불이여, 화광여래의 수명은 왕자의 신분으로 성불하기 전의 기간을 제외하면 12소겁(小劫)이며, 또 그 나라 백성들의 수명은 8소겁이니라. 화광 여래는 12소겁을 지낸 뒤에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내리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견만보살은 다음에 부처가 되리니, 그 명호는 화족안행(華足安行),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訶),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이며, 그 부처님의 국토도 이와 같으리라.’
사리불이여, 화광 여래가 멸도한 이후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32소겁이고, 상법(像法)이 머무는 기간 또한 32소겁이리라.”
009_0910_a_18L舍利弗華光佛壽十二小劫除爲王子未作佛時其國人民壽八小劫華光如來過十二小授堅滿菩薩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告諸比丘是堅滿菩薩次當作號曰華足安行多陁阿伽度阿羅三藐三佛陁其佛國土亦復如是舍利弗是華光佛滅度之後正法住世三十二小劫像法住世亦三十二小劫
세존께서는 곧이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10_b_04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사리불이여, 그대는 내세에
부처인 보지존(普智尊)을 이루리니
그 명호는 화광여래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
009_0910_b_05L舍利弗來世
成佛普智尊
號名曰華光
當度無量衆

무수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보살행을 구족하여서
십력(十力) 등의 공덕을 이루고
위없는 도를 증득하리라.
009_0910_b_07L供飬無數佛
具足菩薩行
十力等功德
證於無上道

한량없는 겁을 경과하면
겁의 이름이 대보장엄이고
그 국토의 이름은 이구(離垢)이니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으며
유리로 된 땅에
황금 줄로 길을 장엄하고
칠보로 된 가로수에는
꽃과 과일이 넘치리라.
009_0910_b_08L過無量劫已
劫名大寶嚴
世界名離垢
淸淨無瑕穢
以琉璃爲地
金繩界其道
七寶雜色樹
常有花果實

저 불국토의 보살들은
뜻과 생각이 항상 견고하고
신통력과 바라밀을
모두 다 이미 갖추었으며
009_0910_b_11L彼國諸菩薩
志念常堅固
神通波羅蜜
皆已悉具足

무수한 부처님 처소에서
보살의 도를 잘 배웠으니
이와 같은 대사(大士)들을
모두 화광여래가 교화했네.
009_0910_b_12L於無數佛所
善學菩薩道
如是等大士
華光佛所化

그 부처님이 왕자로 태어났지만
나라와 영화를 모두 버리고
마지막 최후의 몸으로
출가하여 불도를 이루리라.
009_0910_b_13L佛爲王子時
棄國捨世榮
於最末後身
出家成佛道

화광여래 세상에 머물 때
그 수명은 12소겁이며
그 불국토의 백성들은
수명이 8소겁이라네.
009_0910_b_15L華光佛住世
壽十二小劫
其國人民衆
壽命八小劫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32소겁에 이르니
그 동안 널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009_0910_b_16L佛滅度之後
正法住於世
三十二小劫
廣度諸衆生

정법이 멸하고 나서는
상법도 32소겁 동안 유지되면서
사리가 널리 유포되어
하늘과 사람이 두루 공양하리라.
009_0910_b_17L正法滅盡已
像法三十二
舍利廣流布
天人普供飬

화광여래께서 하시는
그 일이 모두 이와 같아서
그 양족존(兩足尊) 부처님은
너무나 수승해서 견줄 수 없으며
그 여래가 곧 그대 몸이니
마땅히 스스로 기뻐해야 하리라.
009_0910_b_19L華光佛所爲
其事皆如是
其兩足聖尊
最勝無倫匹
彼卽是汝身
宜應自欣慶
009_0910_c_02L
그 때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기뻐서 펄쩍 펄쩍 뛰며 각각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석제환인과 범천왕 등도 무수히 많은 천자와 함께 또한 하늘의 기묘한 옷ㆍ만다라꽃ㆍ마하만다라꽃 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 뿌린 하늘의 옷이 허공 가운데에서 맴돌면서 회전하였고, 여러 하늘에서 백천만 가지 음악이 허공에서 일시에 울렸으며, 하늘 꽃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다함께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예전에 바라내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시더니, 지금 또 다시 위없는 가장 큰 법륜을 굴리시는구나.”
009_0910_b_21L爾時四部衆比丘比丘尼優婆塞婆夷夜叉乾闥婆阿脩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等大衆見舍利弗於佛前得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大歡喜踊躍無量各各脫身所著上衣以供飬佛釋提桓因梵天王與無數天子亦以天妙衣天曼陁羅華摩訶曼陁羅華等供飬於佛散天衣住虛空中而自迴轉諸天伎樂百千萬種於虛空中一時俱作衆天華而作是言佛昔於波羅柰初轉法輪今乃復轉無上最大法輪
그 때 여러 천자들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10_c_10L時諸天子欲重宣此義而說偈言

먼 옛날 저 바라내에서
사제(四諦) 법륜을 굴리셔서
모든 법과 오온의 생멸을
분별하여 말씀하시더니
지금 다시 가장 묘하고
위없는 대법륜을 굴리시네.
009_0910_c_11L昔於波羅柰
轉四諦法輪
分別說諸法
五衆之生滅
今復轉最妙
無上大法輪

이 법이 너무나 깊고 오묘해서
믿을 자가 희귀하나니,
우리들은 예전부터
자주 세존의 설법을 들었지만
지난날에는 이와 같이
깊고 묘한 최상의 법을 듣지 못했네.
009_0910_c_13L是法甚深奧
少有能信者
我等從昔來
數聞世尊說
未曾聞如是
深妙之上法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셔서
우리는 모두 따라서 기뻐하며
지혜 제일의 사리불이
이제 세존의 수기를 받사오니
009_0910_c_15L世尊說是法
我等皆隨喜
大智舍利弗
今得受尊記

저희들 또한 마찬가지로
반드시 부처가 되어서
일체 세간에 있어서
가장 존귀한 이 되오리다,
009_0910_c_17L我等亦如是
必當得作佛
於一切世閒
最尊無有上

불가사의한 부처의 도를
방편으로 알맞게 말씀하시니
이 세상과 지난 세상의
제가 지은 온갖 복업(福業)과
부처님을 뵈온 공덕을
모두 불도에 회향하옵니다.
009_0910_c_18L佛道叵思議
方便隨宜說
我所有福業
今世若過世
及見佛功德
盡迴向佛道
009_0911_a_02L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조금의 의혹도 없이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나이다. 그러나 여기 마음이 자재한 1천 2백의 대중은 예전에 배우는 자리[學地]에 머물 때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나이다.
‘나의 법은 능히 생로병사를 여의어서 구경의 열반에 이르게 하느니라.’
그래서 이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이[有學]과 배울 것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이[無學]들도 각각 아견(我見)이나 있다[有], 없다[無] 등의 소견을 여의고서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지금 세존의 앞에서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말씀을 듣고 한결같이 의혹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기의 사부대중을 위해 그 인연을 말씀하여서 의혹과 후회를 여의게 하옵소서.”
009_0910_c_20L爾時舍利弗白佛言世尊我今無復疑悔親於佛前得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是諸千二百心自在者住學地佛常敎化言我法能離生究竟涅槃是學無學人亦各自以離我見及有無見等謂得涅槃今於世尊前聞所未聞皆墮疑惑世尊願爲四衆說其因緣令離疑
009_0911_b_02L그러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모든 부처님께서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언사와 방편으로 법을 설하는 것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함이라고. 이와 같은 모든 가르침은 한결같이 보살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니라.
그러나 사리불이여, 지금 비유를 통해 다시금 이 뜻을 분명히 밝히고자 하니. 지혜 있는 인물이라면 이 비유로써 이해시킬 수 있으리라.
사리불이여, 어느 나라의 한 취락에 부유한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는데,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재물이 한량이 없었고 전답과 가옥, 노비가 매우 많았느니라. 그의 집은 광대했지만 대문은 오직 하나 뿐이었고, 사람들도 많아서 1백, 2백 때로는 5백 명이 그 속에 살고 있었는데, 집과 누각은 낡아서 벽과 담이 무너지고 기둥뿌리도 썩었으며 대들보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위태로웠느니라.
그런데 집 주위에서 홀연히 일시에 불이 일어나 집들을 태웠는데, 장자의 아이들이 대략 십ㆍ2십 내지 3십 명이 집안에서 놀고 있었느니라. 장자는 사방에서 커다란 불길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비록 불타고 있는 문에서 안전하게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불타는 집에서 장난하느라 불이 난 줄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구나. 앞으로 불길이 몸에 닿아서 고통이 심할 것인데도 싫어하거나 걱정할 줄도 몰라서 빠져 나오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구나.’
사리불이여,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내 몸에 아직 힘이 있으니, 옷 담는 함이나 책장에 앉혀서 밖으로 벗어나게 해야겠다.’
그러다가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이 집에는 문이 하나 뿐이고 매우 협소하다. 어린 것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혹시라도 떨어지면 불에 탈 것이다. 그러므로 화재의 무서움을 알려주어서 집안이 이미 불길에 휩싸였으니 속히 집밖으로 벗어나야 불에 타지 않을 수 있다고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장자는 아들들에게 속히 집밖으로 벗어나라고 외쳤느니라.
아버지가 불쌍히 여겨서 간곡한 말로 타일렀건만, 아이들은 장난하는 일에만 빠져서 믿으려 하지 않았으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움도 없어서 나오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더구나 불이 무엇인지, 집이 무엇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장난하는 일에 동분서주하면서 아버지를 바라볼 뿐이었느니라.
009_0911_a_06L爾時佛告舍利弗我先不言諸佛世尊以種種因緣譬喩言辭方便說皆爲阿耨多羅三藐三菩提耶諸所說皆爲化菩薩故舍利弗當復以譬喩更明此義諸有智者以譬喩得解舍利弗若國邑聚落有大長者其年衰邁財富無量多有田宅及諸僮僕其家廣大唯有一門多諸人衆一百二百乃至五百人止住其堂閣朽故牆壁頹落柱根腐敗棟傾危周帀俱時欻然火起焚燒舍長者諸子若十二十或至三十此宅中長者見是大火從四面起大驚怖而作是念我雖能於此所燒之門安隱得出而諸子等於火宅內樂著嬉戲不覺不知不驚不怖火來逼身苦痛切己心不厭患無求出意舍利弗是長者作是思惟我身手有當以衣裓若以机案從舍出之更思惟是舍唯有一門而復陜小子幼稚未有所識戀著戲處或當墮落爲火所燒我當爲說怖畏之事舍已燒宜時疾出無令爲火之所燒作是念已如所思惟具告諸子等速出父雖憐愍善言誘喩而諸子等樂著嬉戲不肯信受不驚不畏了無出心亦復不知何者是火何者爲云何爲失但東西走戲視父而已
009_0911_c_02L이 때 장자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집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으니, 아이들이 이 시각에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불에 탈 것이다. 나는 이제 방편을 써서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재난을 면하게 하리라.’
아버지는 아이들이 갖가지 진기하고 기이한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느니라.
‘너희들이 갖고 놀기 좋은 희귀한 장난감이 여기 있는데, 지금 당장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여기 갖가지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문 밖에 있어서 갖고 놀기 좋으니,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당장 나오너라.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너희에게 주겠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진기한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매우 기뻐하면서 서로 밀치고 다투면서 불타는 집에서 빠져 나왔느니라.
이 때 장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빠져 나와서 네거리 길 복판의 맨 땅에 앉아서 더 이상의 장애가 없게 되자, 그 마음이 태연해지면서 기쁘기 한량없었느니라.
그 때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느니라.
‘아버지께서 주시겠다던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지금 저희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009_0911_b_10L爾時長者卽作是念此舍已爲大火所燒我及諸子若不時出必爲所焚我今當設方便令諸子等得免斯害父知諸子先心各有所好種種珍玩奇異之物情必樂著而告之言汝等所可玩好希有難得汝若不取後必憂悔如此種種羊車鹿車牛車今在門外可以遊戲汝等於此火宅宜速出來隨汝所欲皆當與汝爾時諸子聞父所說珍玩之物適其願故心各勇銳互相推排競共馳走爭出火宅是時長者見諸子等安隱得出皆於四衢道中露地而坐無復障礙其心泰然歡喜踊躍時諸子等各白父言父先所許玩好之具羊車鹿車牛車願時賜與
사리불이여, 그 때 장자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으니, 그 수레는 크고 넓고 온갖 보배로 꾸며져 있었으며, 수레 주위에는 난간이 쳐져 있었으며 사면에는 방울이 달려 있었느니라. 또 그 위에는 갖가지 기이한 보배로 장식된 덮개가 씌워져 있었는데, 보배 끈이 엮어져 있고 온갖 꽃과 영락이 드리워졌으며, 부드럽고 편안한 자리를 겹겹으로 깔고 붉은 베개가 놓여 있었느니라. 또 흰 소에 멍에를 메웠는데, 그 소는 빛깔이 깨끗하고 형체가 특히 좋았으며, 힘이 좋아서 걸음이 바르면서도 바람처럼 빨리 달렸느니라. 또한 여러 하인들이 수레 곁에서 호위하였으니, 왜냐 하면 장자는 재물이 한량없어서 온갖 창고마다 보배로 가득했기 때문이니라.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내게 재물은 한량이 없으니,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이 아이들은 모두 나의 자식이니 치우침 없이 똑같이 사랑해 주리라. 내게는 이와 같이 칠보로 장엄된 큰 수레가 한량없이 많으니 응당 평등한 마음으로 골고루 나누어 줘야지 차별해서는 안 되리라. 왜냐 하면 나의 재물은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더라도 여전히 남게 되거늘, 하물며 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경우이랴.’
그 때 아이들은 각기 커다란 수레를 타고서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게 되었지만, 이는 본래 소망하던 것이 아니었느니라.
009_0911_c_03L舍利弗爾時長者各賜諸子等一大車其車高廣衆寶莊挍帀攔楯四面懸鈴又於其上張設㦥亦以珍奇雜寶而嚴飾之寶繩交垂諸華纓重敷綩綖安置丹枕以白牛膚色充潔形體姝好有大筋力行步平正其疾如風又多僕從而侍衛之所以者何是大長者財富無種種諸藏悉皆充溢而作是念財物無極不應以下劣小車與諸子今此幼童皆是吾子愛無偏黨有如是七寶大車其數無量應當等心各各與之不宜差別所以者何我此物周給一國猶尚不匱何況諸是時諸子各乘大車得未曾有本所望
사리불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자가 아이들에게 보배 수레를 똑같이 나누어 준 것이 허망한 짓인가, 허망한 짓이 아닌가?”
009_0911_c_18L舍利弗於汝意云何是長者等與諸子珍寶大車寧有虛妄不
009_0912_a_02L이에 사리불이 답했다.
“허망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단지 여러 아이들로 하여금 화재를 면하게 해서 목숨을 온전하게 한 것만으로도 허망한 짓이라고 할 수 없겠나이다. 왜냐 하면 목숨을 보존한 것만으로도 이미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은 것인데, 게다가 방편을 써서 그들을 불난 집에서 무사히 구제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설령 이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 하나마저 주지 않았더라도 허망한 짓이라 할 수 없으니, 왜냐 하면 장자가 앞서 생각하기를 ‘나는 방편을 써서 아이들을 집밖으로 구해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장자의 행위는 허망하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자신의 재산이 한량없음을 알고서 아이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큰 수레를 골고루 나누어준 것이겠습니까.”
009_0911_c_19L利弗言不也世尊是長者但令諸子得免火難全其軀命非爲虛妄何以若全身命便爲已得玩好之具復方便於彼火宅而拔濟之世尊是長者乃至不與最小一車猶不虛何以故是長者先作是意我以方便令子得出以是因緣無虛妄也況長者自知財富無量欲饒益諸子等與大車
그러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사리불이여, 여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서 모든 세간의 아버지이니라. 여래는 온갖 공포, 나약함, 근심걱정, 그리고 무명의 어두운 가리움이 영원히 남김없이 다했으며, 한량없는 지견(知見), 열 가지 힘과 무소외(無所畏), 대신통력과 지혜의 힘을 성취했고, 방편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구족하게 갖추었고, 대자대비로서 늘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항시 착한 일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느니라.
그리하여 삼계의 낡고 썩은 불타는 집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생로병사와 근심걱정, 슬픔, 고뇌, 어리석음과 미혹과 같은 삼독(三毒)의 불길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가르침을 베풀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게 하려는 것이니라.
내가 중생들을 살펴보니, 그들은 생로병사, 근심걱정, 슬픔, 고뇌의 불꽃에 타고 있고, 또한 다섯 가지 욕심과 재물의 이익에 빠져서 온갖 고통을 받고 있으며, 또 탐욕과 집착으로 인해 현세에서 갖가지 괴로움을 당하다가 나중에는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고통을 받기도 하며, 어쩌다가 천상이나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가난과 빈곤의 고통, 원망과 애증의 괴로움을 겪으니, 이와 같은 온갖 고통 속에 푹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들은 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서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더욱이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아서 해탈을 구하려고 하지도 않느니라. 이처럼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동분서주할 뿐 설령 커다란 고통을 만날지라도 그것을 걱정하지도 않느니라.”
009_0912_a_05L佛告舍利弗善哉善哉汝所言舍利弗如來亦復如是則爲一切世閒之父於諸怖畏衰惱憂患無明闇蔽永盡無餘而悉成就無量知見力無所畏有大神力及智慧力具足方便智慧波羅蜜大慈大悲常無懈惓恒求善事利益一切而生三界朽故火宅爲度衆生生悲苦惱愚癡闇蔽三毒之火敎化令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見諸衆生爲生憂悲苦惱之所燒煮以五欲財利故受種種苦又以貪著追求故現受衆苦後受地獄畜生鬼之苦若生天上及在人閒貧窮困愛別離苦怨憎會苦如是等種種諸苦衆生沒在其中歡喜遊戲不覺不知不驚不怖亦不生厭不求解脫於此三界火宅東西馳走雖遭大苦不以爲患
009_0912_b_02L사리불이여, 부처님은 중생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중생의 아버지로서 마땅히 저 고통을 뿌리뽑아서 중생으로 하여금 한량없고 가이없는 부처님 지혜의 기쁨을 주어서 누리도록 하리라.’
사리불이여, 여래는 또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만일 신통력과 지혜의 힘만으로 방편을 저버리고 중생을 향해 여래의 지견과 힘과 무소외(無所畏)를 찬탄하기만 한다면 중생은 구제를 받을 수 없으리라. 왜냐 하면 중생들은 생로병사, 근심과 슬픔, 고뇌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타고 있거늘, 어떻게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리불이여, 예컨대 저 장자는 비록 몸에 큰 힘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쓰지 않고 다만 은근히 방편을 통해서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구해 낸 뒤에 진귀하고 보배로운 커다란 수레를 각각에게 주었듯이, 여래 또한 마찬가지라서 비록 힘과 무소외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단지 지혜와 방편만으로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성문ㆍ벽지불ㆍ불승(佛乘)의 삼승을 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 머물기를 즐기지 말고, 거칠고 변변치 않은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에 탐닉하지도 말라. 만일 탐닉하여 애착한다면 그대로 타게되리라. 그러나 그대들이 속히 삼계에서 벗어나면 성문ㆍ벽지불ㆍ불승의 삼승을 증득할 것이니라.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해 이 일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증할 터이니, 모름지기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해야 하리라.’
여래는 이러한 방편으로 중생을 달래서 나오게 한 뒤에 다시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이 삼승법은 모든 성인이 칭찬하고 찬탄한 바로서 아무런 속박 없이 자재하며 의지하여 구하는 바가 없느니라. 이 삼승법을 탄다면 무루(無漏)의 근(根)ㆍ힘[力]ㆍ깨달음[覺]ㆍ선정ㆍ해탈ㆍ삼매 등을 스스로 즐기면서 문득 한량없는 안온함과 쾌락을 얻게 되느니라.’
009_0912_a_23L舍利弗佛見此已便作是我爲衆生之父應拔其苦難與無量無邊佛智慧樂令其遊戲舍利弗如來復作是念若我但以神力及智慧力捨於方便爲諸衆生讚如來知見力無所畏者衆生不能以是得度所以者何是諸衆生未免生憂悲苦惱而爲三界火宅所燒何由能解佛之智慧舍利弗如彼長者雖復身手有力而不用之但以慇懃方便免濟諸子火宅之難然後各與珍寶大車如來亦復如是雖有力無所畏而不用之但以智慧方便於三界火宅拔濟衆生爲說三乘——聲聞辟支佛乘——而作是言汝等莫得樂住三界火宅勿貪麤弊色觸也貪著生愛則爲所燒汝等速出三界當得三乘聲聞辟支佛佛乘我今爲汝保任此事終不虛也汝等但當勤修精進如來以是方便誘進衆生作是言汝等當知此三乘法皆是聖所稱歎自在無繫無所依求乘是三以無漏根禪定解脫三昧而自娛樂便得無量安隱快樂
009_0912_c_02L사리불이여, 어떤 중생이 마음에 지혜의 성품을 갖춰서 세존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꾸준히 정진하여 속히 삼계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열반을 얻고자 한다면, 그를 바로 성문승(聲聞乘)이라 하느니라. 예컨대 양이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과 마찬가지이리라.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은근히 정진해서 스스로 자연의 지혜[自然智]를 구하고, 혼자 고요한 곳에 있기를 즐기고, 일체법의 인연을 깊이 안다면, 그를 벽지불승(辟支佛乘)이라 하리라. 비유컨대 사슴이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에 해당되느니라.
또한 어떤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정진해서 일체지(一切智), 부처님의 지혜[佛智], 자연지(自然智), 스승 없이 직접 얻은 지혜[無師智], 여래의 지견, 힘, 무소외를 구하고, 무수한 중생을 가엾이 여겨서 안락하게 하고자 생각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롭게 함으로써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킨다면 그를 대승 보살이라 말하리라. 이 대승의 수레를 구하는 까닭에 마하살이라 이름하기도 하나니, 비유컨대 소가 끄는 수레를 얻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들에 해당되느니라.
사리불이여, 마치 저 아이들이 불타는 집으로부터 무사히 빠져 나와서 안전한 곳에 이르게 된 것을 보자, 장자가 자신의 재산이 한량없음을 생각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듯이, 여래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서 모든 중생의 아버지인지라 한량없는 억천(億千)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삼계의 고통과 두렵고 험한 길에서 벗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보고는 여래는 이 때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무소외 등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가졌는데, 이 모든 중생들은 나의 자식들이니 평등하게 대승의 법을 주어야지 어느 한 중생만 멸도에 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며, 똑같이 여래의 멸도로써 멸도에 들어가게 하리라.’
그리하여 삼계에서 벗어난 중생에게 모든 부처님의 선정과 해탈 등의 오락기구를 주었으니, 모두 한 모양[一相] 한 종류[一種]로서 성인들이 칭찬하는 바라서 청정하고 미묘하기 으뜸인 즐거움을 낳느니라.’
009_0912_b_23L利弗若有衆生內有智性從佛世尊聞法信受慇懃精進欲速出三界自求涅槃是名聲聞乘如彼諸子爲求羊車出於火宅若有衆生從佛世尊聞法信受慇懃精進求自然慧樂獨善寂深知諸法因緣是名辟支佛乘如彼諸子爲求鹿車出於火宅若有衆生從佛世尊聞法信受勤修精進求一切智佛智自然智無師智如來知見無所畏愍念安樂無量衆生利益天人度脫一切是名大乘菩薩求此乘故名爲摩訶薩如彼諸子爲求牛車出於火宅舍利弗如彼長者見諸子等安隱得出火宅到無畏處自惟財富無量等以大車而賜諸子如來亦復如是爲一切衆生之父見無量億千衆生以佛敎門出三界苦怖畏險道得涅槃樂如來爾時便作是念我有無量無邊智慧無畏等諸佛法藏是諸衆生皆是我子與大乘不令有人獨得滅度皆以如來滅度而滅度之是諸衆生脫三界悉與諸佛禪定解脫等娛樂之具皆是一相一種聖所稱歎能生淨妙第一之樂
009_0913_a_02L사리불이여, 저 장자가 애초에 세 가지 수레로 아이들을 유인한 연후에 나중에 보배로 장엄된 지극히 안온한 수레를 주었으나, 그러나 저 장자에게는 허망한 허물이 없는 것처럼 여래 또한 마찬가지로 허망함이 없느니라. 처음엔 삼승을 설해서 대중을 인도한 연후에 단지 대승으로만 제도하여 해탈시켰으니, 왜냐 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무소외 등의 온갖 법장을 갖추고서 모든 중생에게 대승의 법을 전해줄 수 있지만 다만 중생이 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이런 인연으로 모든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일불승을 삼승으로 나누어 말하게 된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009_0913_a_02L舍利弗如彼長者初以三車誘引諸子然後但與大車寶物莊嚴安隱第一然彼長者無虛妄之咎如來亦復如是無有虛妄初說三乘引導衆生然後但以大乘而度脫之何以故如來有無量智慧無所畏諸法之藏能與一切衆生大乘之法但不盡能受舍利弗以是因緣當知諸佛方便力故於一佛乘分別說三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13_a_10L佛欲重宣此義而說偈言

비유하건대 어떤 장자가
커다란 저택을 소유했지만
그 집이 오래된 까닭에
매우 낡고 또한 피폐했으니
009_0913_a_11L譬如長者
有一大宅
其宅久故
而復頓弊

집채가 지극히 위태롭고
기둥뿌리는 점점 썩어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지고
축대는 훼손되어 있으며
009_0913_a_13L堂舍高危
柱根摧朽
梁棟傾斜
基陛頹毀

장벽은 허물어져 가고 있고
진흙 벽은 흙이 떨어졌으며
이엉은 썩어서 흩어지고
그 결과 서까래가 드러났으며
009_0913_a_14L牆壁圯坼
泥塗搋落
覆苦亂墜
椽梠差脫

황폐해진 진입로에는
쓰레기만 가득한데
그 집에 5백 명이
모여서 살고 있네.
009_0913_a_15L周障屈曲
雜穢充遍
有五百人
止住其中

솔개ㆍ올빼미ㆍ부엉이ㆍ독수리
까마귀ㆍ까치ㆍ비둘기ㆍ뻐꾸기
독사ㆍ뱀ㆍ살모사ㆍ전갈
지네ㆍ그리마ㆍ도마뱀ㆍ노래기
족제비ㆍ살쾡이ㆍ쥐
이같이 혐오스런 짐승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009_0913_a_17L鴟梟雕鷲
烏鵲鳩鴿
蚖蛇蝮蝎
蜈蚣蚰蜓
守宮百足
狖狸鼷鼠
諸惡蟲輩
交撗馳走

똥오줌 냄새나는 곳에
더러움이 넘쳐나는데
말똥구리 따위의 벌레들이
그 집 주위에 운집하며
009_0913_a_19L屎尿臭處
不淨流溢
蜣蜋諸虫
而集其上

여우ㆍ이리ㆍ야간(夜干)이
죽은 시체를
이리 물고 저리 뜯어서
살과 뼈가 곳곳에 낭자하거늘
굶주린 개떼들이
몰려와서 물고 당기고
먹이를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면서
009_0913_a_21L狐狼野干
咀齰踐踏
䶩齧死屍
骨肉狼藉
由是群狗
競來搏撮
飢羸慞惶
處處求食

서로 싸움질을 일삼아
으르렁 짖어대니
그 집안의 두려움과
참상이 이와 같았다.
009_0913_a_23L鬪爭䶥掣
嘊喍嗥吠
其舍恐怖
變狀如是
009_0913_b_02L
여기저기 도처에는
온갖 도깨비와 망량(魍魎)
야차(野叉)와 악귀가 있어서
사람 고기를 씹어먹고
009_0913_b_02L處處皆有
魑魅魍魎
夜叉惡鬼
食噉人肉

여러 독충의 무리와
사나운 금수들은
알을 까고 새끼를 쳐서
제각기 품고서 보호하지만
야차들이 달려와서
앞다투어 잡아먹고
009_0913_b_03L毒虫之屬
諸惡禽獸
孚乳產生
各自藏護
夜叉競來
爭取食之

먹고 나서 배가 부르면
악한 마음 더욱 치성하여
싸우고 짖는 소리가
참으로 무서웠노라.
009_0913_b_05L食之旣飽
惡心轉熾
鬪爭之聲
甚可怖畏

구반다(鳩槃茶) 귀신들은
흙더미에 걸터앉아서
어떤 때는 땅 위로
한 자씩 또는 두 자씩
뛰어 오르기도 하고
009_0913_b_06L鳩槃茶鬼
蹲踞土埵
或時離地
一尺二尺
往返遊行

이리저리 오가면서
제멋대로 장난하는데
개의 두 다리를 잡고서는
때려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다리로 목을 눌러서
무서워하는 걸 스스로 즐기네.
009_0913_b_08L縱逸嬉戲
捉狗兩足
撲令失聲
以腳加頸
怖狗自樂

또한 여러 귀신들은
그 몸이 장대한데
검고 야위고 벗은 몸으로
그 가운데 항상 머물면서
009_0913_b_10L復有諸鬼
其身長大
裸形黑瘦
常住其中

큰 소리로 악을 쓰면서
먹이를 찾아 절규하고
또한 어떤 귀신들은
목구멍이 바늘 같고
009_0913_b_11L發大惡聲
叫呼求食
復有諸鬼
其咽如鍼

또 다른 귀신들은
머리가 소와 같은데
혹은 사람을 살을 먹고
또는 개도 잡아먹으니
009_0913_b_12L復有諸鬼
首如牛頭
或食人肉
或復噉狗

머리칼은 헝클어져서
사납고 흉측하기 그지없는데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서
울부짖으며 치달리네.
009_0913_b_14L頭髮蓬亂
殘害兇險
飢渴所逼
叫喚馳走

야차와 아귀들과
온갖 사나운 새와 짐승들이
배고파서 사방을 다니면서
창문 틈으로 넘보나니
이와 같은 온갖 환란과
두려움이 한량이 없네.
009_0913_b_15L夜叉餓鬼
諸惡鳥獸
飢急四向
窺看窗牖
如是諸難
恐畏無量

이와 같이 낡은 집이
한 사람에게 속했는데
그 사람이 집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009_0913_b_17L是朽故宅
屬于一人
其人近出
未久之閒

나중에 그 집에서
홀연히 불이 일어나서
사면으로부터 일시에
불길에 휩싸이더니
009_0913_b_18L於後舍宅
欻然火起
四面一時
其焰俱熾

대들보ㆍ석가래ㆍ기둥이
튀는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고
꺾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장벽이 무너져 내리니
009_0913_b_20L棟梁椽柱
爆聲震裂
摧折墮落
牆壁崩倒

온갖 귀신들이
소리내어 울부짖고
부엉이와 독수리
구반다와 귀신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스스로 나올 수가 없었네.
009_0913_b_21L諸鬼神等
揚聲大叫
雕鷲諸鳥
鳩槃茶等
周慞惶怖
不能自出

사악한 짐승과 독충들은
황급히 구멍 속으로 숨었고
비사사(毘舍闍) 귀신도
그 집에서 머물더니만
009_0913_b_23L惡獸毒虫
藏竄孔穴
毘舍闍鬼
亦住其中
009_0913_c_02L
매우 박복한 까닭에
사나운 불길에 좇기다가
서로 다투며 해치다가
피를 마시고 살을 씹네.
야간의 무리들은
모두가 이미 죽은지라
크고 악한 짐승들이
몰려와서 먹어대고
냄새나는 연기가 자욱하여
사방에 가득 차 있고
009_0913_b_24L薄福德故
爲火所逼
共相殘害
飮血噉肉
野干之屬
竝已前死
諸大惡獸
競來食噉
臭煙熢㶿
四面充塞

지네와 그리마
그리고 독사의 무리들은
불에 탄 채로
다투어 구멍에서 나오는데
구반다 귀신들이
보는 대로 잡아먹고
009_0913_c_05L蜈蚣蚰蜒
毒蛇之類
爲火所燒
爭走出穴
鳩槃茶鬼
隨取而食

또한 모든 아귀들은
머리 위에 불이 붙고
뜨겁고 배가 고파서
황급히 치달리니
그 집이 이처럼
매우 두렵고 무서우니
독한 해로움과 불의 재앙으로
온갖 재난이 한 둘이 아니더라.
009_0913_c_07L又諸餓鬼
頭上火燃
飢渴熱惱
周慞悶走
其宅如是
甚可怖畏
毒害火災
衆難非一

그 때 이 집의 주인은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일러주기를
‘당신의 여러 아이들이
장난을 매우 좋아해서
이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리고 무지한 탓에
노는 데만 빠져 있소.’
009_0913_c_09L是時宅主
在門外立
聞有人言
汝諸子等
先因遊戲
來入此宅
稚小無知
歡娛樂著

장자는 이 말을 전해 듣고
깜짝 놀라서 불타는 집에 들어가
마땅히 구제하여서
타죽지 않게 하려고
아이들을 타이르면서
모든 환난을 설명하되,
009_0913_c_12L長者聞已
驚入火宅
方宜救濟
令無燒害
告喩諸子
說衆患難

‘악한 귀신 독한 벌레에
불길까지 집안에 만연해서
온갖 고통들이 차례차례
끊임없이 몰려오고
009_0913_c_14L惡鬼毒虫
災火蔓莚
衆苦次第
相續不絕

살무사와 전갈
또한 여러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야간ㆍ여우ㆍ개
009_0913_c_15L毒蛇蚖蝮
及諸夜叉
鳩槃茶鬼
野干狐狗

부엉이ㆍ독수리ㆍ솔개
올빼미ㆍ지네ㆍ그리마 등
이러한 해충과 짐승들이
굶주림과 목마름에 쫓기어서
009_0913_c_17L雕鷲鴟梟
百足之屬
飢渴惱急

괴로움에 허덕이는 꼴이
무섭기 짝이 없는데
이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더욱이 큰불까지 일어났구나.’
009_0913_c_18L甚可怖畏
此苦難處
況復大火

그러나 아이들은 무지하여서
비록 아버지의 훈계를 들었으나
놀이에만 열중한 까닭에
놀기를 그치지 않더라.
009_0913_c_19L諸子無知
雖聞父誨
猶故樂著
嬉戲不已

그러자 다시 장자는
이렇게 생각을 했네
‘아이들이 이처럼
내 근심만 돋구는구나.
009_0913_c_20L是時長者
而作是念
諸子如此
益我愁惱

이제 이 집에서는
즐길만한 것이 하나도 없건만
그런데도 아이들은
노는 데만 팔려 있고
내 말을 듣지 않으니
불에 타고 말리라.’
009_0913_c_21L今此舍宅
無一可樂
而諸子等
耽湎嬉戲
不受我敎
將爲火害
009_0914_a_02L
이렇게 생각하고는
즉시 온갖 방편을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말하되,
‘나에게 있는 갖가지 귀하고
진기한 장난감 중에서
묘한 보배로 된 좋은 수레인
양이 끄는 수레와 사슴이 끄는 수레
그리고 큰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문 밖에 마련되어 있으니
너희들은 밖으로 나오너라.
내가 너희를 위해
이런 수레를 만들었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실컷 가지고 놀도록 하라.’
009_0913_c_23L卽便思惟
設諸方便
告諸子等
我有種種
珍玩之具
妙寶好車
羊車鹿車
大牛之車
今在門外
汝等出來
吾爲汝等
造作此車
隨意所樂
可以遊戲

이런 수레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듣고 나서
즉시 서로 앞다투어
재빨리 달려 나와서
빈터에 이르게 되자
온갖 고난에서 벗어났네.
009_0914_a_05L諸子聞說
如此諸車
卽時奔競
馳走而出
到於空地
離諸苦難

장자는 이제 아이들이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
네거리에 머문 것을 보고는
사자좌(獅子座)에 앉아서
스스로 기뻐하며 말했네.
009_0914_a_07L長者見子
得出火宅
住於四衢
坐師子座
而自慶言

‘나는 이제 즐겁구나
이 여러 아이들은
애를 써서 길렀거늘
몽매하고 무지해서
위험한 집에 들어가니
009_0914_a_09L我今快樂
此諸子等
生育甚難
愚小無知
而入險宅

사나운 독충이 우글거리고
도깨비도 무서운데
사나운 불길까지
사방에서 일어나거늘
009_0914_a_10L多諸毒虫
魑魅可畏
大火猛焰
四面俱起

그런데도 이 아이들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것을
내가 이미 구해내어서
재난을 면하게 되었으니
그러므로 사람들아
나는 이제 즐겁다네.’
009_0914_a_12L而此諸子
貪樂嬉戲
我已救之
令得脫難
是故諸人
我今快樂

그 때 그의 아이들은
편안히 앉아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네.
009_0914_a_14L爾時諸子
知父安坐
皆詣父所
而白父言

‘원컨대 저희들에게
세 가지 보배 수레를 주소서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저희가 밖으로 나오면
009_0914_a_15L願賜我等
三種寶車
如前所許
≺諸子出來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세 가지 수레를 준다고 하셨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어서 수레를 내려 주소서.’
009_0914_a_16L當以三車
隨汝所欲
今正是時
惟垂給與

그 장자는 매우 부유하여
보물 창고도 많았으므로
금과 은과 유리
자거 그리고 마노 등
009_0914_a_18L長者大富
庫藏衆多
金銀琉璃
硨磲碼碯

갖가지 보배들로써
큰 수레를 만들어
훌륭하게 장엄하였으니
주변에는 난간도 두르고
009_0914_a_19L以衆寶物
造諸大車
莊挍嚴飾
周帀欄楯

사방에는 풍경을 달았으며
황금 줄을 늘어뜨리고
진주로 만든 그물로써
그 위를 장식하고는
009_0914_a_20L四面懸鈴
金繩交絡
眞珠羅網
張施其上

금빛 꽃과 갖은 영락을
곳곳마다 드리우고
갖가지 장식품으로
주위를 에워쌌으며
009_0914_a_22L金華諸纓
處處垂下
衆彩雜飾
周帀圍繞
009_0914_b_02L
부드러운 비단으로
자리를 만들고서
천억이나 값나가는
너무나 희고 정결한
최상의 모직 천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살찌고 힘이 센
커다란 흰 소의
특별히 뛰어난 몸에다
멍에와 보배 수레를 달고
009_0914_a_23L柔軟繒纊
以爲茵蓐
上妙細㲲
價直千億
鮮白淨潔
以覆其上
有大白牛
肥壯多力
形體姝好
以駕寶車

수많은 마부와 시종들이
모시고 호위하는
이와 같은 묘한 수레를
아이들에게 내려주었더니
그 때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보배 수레를 타고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재미있게 놀고 즐거워하는 것이
자재하고 걸림이 없었네.
009_0914_b_03L多諸儐從
而侍衛之
以是妙車
等賜諸子
諸子是時
歡喜踊躍
乘是寶車
遊於四方
嬉戲快樂
自在無碍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성인 중에서 가장 존귀하며
세간의 아버지인지라
009_0914_b_07L告舍利弗
我亦如是
衆聖中尊
世間之父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나의 자식이건만
세간의 쾌락에 깊이 집착해서
지혜의 마음이 전혀 없으며
009_0914_b_08L一切衆生
皆是吾子
深著世樂
無有慧心

삼계가 편안하지 못함이
마치 불난 집과 같아서
갖가지 고통이 가득하여
무섭고 두렵기가 짝이 없고
009_0914_b_09L三界無安
猶如火宅
衆苦充滿
甚可怖畏

항상 생로병사와
근심과 걱정이 있으니
이와 같은 불길이
치열해서 그치지 않노라.
009_0914_b_11L常有生老
病死憂患
如是等火
熾燃不息

여래는 이미 삼계의
불타는 집으로부터 벗어나
고요하면서도 안온하게
숲과 들에서 거처하지만
009_0914_b_12L如來已離
三界火宅
寂然閑居
安處林野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다 나의 것이고
그 가운데 사는 중생
모두 나의 자식이거늘
그런데도 지금 이곳은
온갖 환난으로 가득 찼노라.
009_0914_b_13L今此三界
皆是我有
其中衆生
悉是吾子
而今此處
多諸患難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구제할 수 있어서
비록 다시 가르치고 훈계했지만
그런데도 믿고 받아들이지 않음은
온갖 욕심에 깊이 오염되어서
탐욕과 집착이 깊기 때문이라.
009_0914_b_15L唯我一人
能爲救護
雖復敎詔
而不信受
於諸欲染
貪著深故

이 때문에 방편으로
삼승법을 설함으로써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의 고통을 알게 하고
세간을 벗어나는 도를
연설하여 보인 것이니
009_0914_b_17L是以方便
爲說三乘
令諸衆生
知三界苦
開示演說
出世閒道

나의 여러 아이들이
마음을 결정한다면
삼명(三明)을 구족하고
육신통을 두루 갖춘
불퇴전의 보살이나
연각(緣覺)을 얻으리라.
009_0914_b_19L是諸子等
若心決定
具足三明
及六神通
有得緣覺
不退菩薩

그대, 사리불이여
나는 중생을 위해
이러한 비유를 통해
일불승을 설하나니
009_0914_b_21L汝舍利弗
我爲衆生
以此譬喩
說一佛乘

그대들이 이 말을
능히 믿고 받아들인다면
모두가 빠짐없이
불도를 이루리라.
009_0914_b_23L汝等若能
信受是語
一切皆當
成得佛道

일승법은 미묘하고
청정하기가 으뜸이니
모든 세간에 있어서
더 나은 게 없으므로
009_0914_b_24L是乘微妙
淸淨第一
於諸世閒
爲無有上
009_0914_c_02L
부처님도 크게 기뻐하니
일체의 중생들도 다 함께
칭찬하고 찬탄하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예배해야 하네.
009_0914_c_02L佛所悅可
一切衆生
所應稱讚
供飬禮拜

한량없는 억천(億千) 가지
모든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
그리고 다른 부처님 법을
009_0914_c_04L無量億千
諸力解脫
禪定智慧
及佛餘法

모두 일불승에서 얻으니
이는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오랜 겁 동안 밤낮으로
항상 노닐도록 하며
009_0914_c_05L得如是乘
令諸子等
日夜劫數
常得遊戲

수많은 보살들과
모든 성문 대중들이
이 보배 수레를 타고
곧바로 도량에 이르게 하리라.
009_0914_c_06L與諸菩薩
及聲聞衆
乘此寶乘
直至道場

이와 같은 까닭으로
시방에서 구하더라도
부처님 방편을 제외하고는
다시 다른 수레는 없느니라.
009_0914_c_08L以是因緣
十方諦求
更無餘乘
除佛方便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그대들, 모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이고
나는 그대들의 아버지라서
009_0914_c_09L告舍利弗
汝諸人等
皆是吾子
我則是父

그대들이 오랜 겁에 걸쳐서
온갖 고통으로 타고 있는 것을
내가 모두 제도하고 뿌리뽑아서
삼계에서 벗어나게 했노라.
009_0914_c_10L汝等累劫
衆苦所燒
我皆濟拔
令出三界

내가 일찍이 그대들에게
멸도한다고 말했으나
단지 생사만 다했을 뿐
참된 멸도는 결코 아니니
지금 응당 해야 할 바는
오직 부처님 지혜 뿐이라.
여기의 대중 가운데에서
만일 어떤 한 보살이
능히 한마음으로
부처의 진실한 법을 듣는다면
009_0914_c_12L我雖先說
汝等滅度
但盡生死
而實不滅
今所應作
唯佛智慧
若有菩薩
於是衆中
能一心聽
諸佛實法

여러 부처님께서 똑같이
방편을 사용했을지라도
교화를 받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일 따름이니라.
009_0914_c_15L諸佛世尊
雖以方便
所化衆生
皆是菩薩

만약 사람이 지혜가 작아서
애욕에 깊이 집착한다면
바로 이런 자들을 위해
고제(苦諦)를 말한 것이니
009_0914_c_16L若人小智
深著愛欲
爲此等故
說於苦諦

중생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미증유를 얻게 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설한 고제는
진실하여 다름이 없어라.
009_0914_c_18L衆生心喜
得未曾有
佛說苦諦
眞實無異

만일 어떤 중생들이
고통의 근본을 몰라서
고통의 원인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라도 버리질 못하면
009_0914_c_19L若有衆生
不知苦本
深著苦因
不能暫捨

이런 자들을 제도하기 위해
방편으로 도(道)를 설했으되
온갖 고통의 근본 원인은
탐욕을 근본으로 삼으니[苦諦]
탐욕을 다 소멸한다면
의지할 곳 없어져서
온갖 고통이 멸진하면
제삼제(第三諦; 滅諦)라 이름하니
009_0914_c_20L爲是等故
方便說道
諸苦所因
貪欲爲本
若滅貪欲
無所依止
滅盡諸苦
名第三諦

이 멸제(滅諦)를 얻기 위해
도제(道諦)를 수행하여
온갖 속박으로부터 풀려나면
이름하여 해탈이라 하느니라.
009_0914_c_23L爲滅諦故
修行於道
離諸苦縛
名得解脫
009_0915_a_02L
이 사람은 어떤 연고로
해탈을 얻게 되었을까
단지 허망함을 여의기만 하면
이름하여 해탈이라 하지만
009_0914_c_24L是人於何
而得解脫
但離虛妄
名爲解脫

실제로는 일체의 해탈을
얻은 것은 아니므로
부처님은 이 사람에게
진실한 멸도가 아니라고 했네.
009_0915_a_03L其實未得
一切解脫
佛說是人
未實滅度

이 사람이 아직은
위없는 도를 얻지 못했기에
참된 멸도를 얻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노라.
009_0915_a_04L斯人未得
無上道故
我意不欲
令至滅度

나는 지금 법왕으로써
모든 법에 자재한데
중생을 안온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출현했노라.
009_0915_a_05L我爲法王
於法自在
安隱衆生
故現於世

그대, 사리불이여
나의 이 법인(法印)은
세간을 이롭게 하고 싶어서
중생에게 설하는 것이니
어디를 가더라도
허망하게 전하지는 말라.
009_0915_a_07L汝舍利弗
我此法印
爲欲利益
世閒故說
在所遊方
勿妄宣傳

만약에 이 법문을 들은 이가
따라 기뻐하면서 받든다면
반드시 알라, 이 사람은
아유월치(阿惟越致)이니라.
009_0915_a_09L若有聞者
隨喜頂受
當知是人
阿惟越致

이 경전의 법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지난 세상에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경하면서 공양하고
이 법까지 들은 것이니라.
009_0915_a_10L若有信受
此經法者
是人已曾
見過去佛
恭敬供飬
亦聞是法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그대가 설한 것을 믿는다면
이는 곧 나를 보는 것이고
또한 그대를 보는 것이고
또한 비구와 보살들을
보는 것과 다름없느니라.
009_0915_a_12L若人有能
信汝所說
則爲見我
亦見於汝
及比丘僧
幷諸菩薩

이 묘법연화경은 깊은 지혜가
있는 이에게 설하는 경전이니
얕은 견식(見識)으로 들으면
미혹되어서 이해하지 못하니라.
009_0915_a_14L斯『法華經』
爲深智說
淺識聞之
迷惑不解

모든 성문이나
또한 벽지불은
이 경전에 대해서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느니라.
009_0915_a_15L一切聲聞
及辟支佛
於此經中
力所不及

그대 사리불마저도
믿음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이 경전을 들을 수 있었거늘
하물며 여타의 성문이겠는가.
009_0915_a_17L汝舍利弗
尚於此經
以信得入
況餘聲聞

나머지 다른 성문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믿는 까닭에
이 경전을 따를 뿐이지
제 지혜의 분수는 아니니라.
009_0915_a_18L其餘聲聞
信佛語故
隨順此經
非己智分

또한 사리불이여,
교만하고 나태하여
나란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이 경전을 설하지 말고
009_0915_a_19L又舍利弗
憍慢懈怠
計我見者
莫說此經

견식이 얕은 범부는
오욕락에 깊이 집착해서
들어도 이해할 수 없으니
역시 설하지 말라.
009_0915_a_21L凡夫淺識
深著五欲
聞不能解
亦勿爲說

어떤 사람이 믿지 않고
이 경전을 훼손하면
모든 세간의 부처 씨앗을
단절하는 짓이니
009_0915_a_22L若人不信
毀謗此經
則斷一切
世閒佛種

혹은 빈정거리면서
의혹을 품는다면
이 사람의 죄업을 설할 테니
그대는 들어보거라.
009_0915_a_23L或復嚬蹙
而懷疑惑
汝當聽說
此人罪報
009_0915_b_02L
부처님 세상에 머물거나
혹은 멸도한 이후에라도
이와 같은 경전에 대해
비방하는 이가 있거나
009_0915_b_02L若佛在世
若滅度後
其有誹謗
如斯經典

이 경전을 독송하고
쓰고 지니는 이를 보고서
천대하거나 미워하며
원수 같이 생각하면
그 사람의 죄와 업보를
그대는 이제 귀기울여 들어라.
그 사람이 목숨을 마치면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1겁 동안 지내다가
겁이 다하면 다시 태어나니
이와 같이 전전하기를
무수한 겁 동안 반복하리라.
009_0915_b_03L見有讀誦
書持經者
輕賤憎嫉
而懷結恨
此人罪報
汝今復聽
其人命終
入阿鼻獄
具足一劫
劫盡更生
如是展轉
至無數劫

지옥에서 설령 빠져나와도
또한 축생계에 떨어져
개나 야간으로 태어나서
그 모습이 수척하고 검으며
009_0915_b_07L從地獄出
當墮畜生
若狗野干
其形頓瘦

여의고 옴이 올라서
사람과 접촉하면
다시 천대를 받거나
미움을 받게 되고
009_0915_b_08L黧黮疥癩
人所觸嬈
又復爲人
之所惡賤

항상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뼈와 살이 말라붙고
살아서는 매맞는 고통이요
죽어서는 돌더미에 묻히니
부처 씨앗을 끊었기 때문에
이런 죄의 과보를 받느니라.
009_0915_b_10L常困飢渴
骨肉枯竭
生受楚毒
死被瓦石
斷佛種故
受斯罪報

만일 낙타가 되거나
당나귀로 태어나면
항상 등짐을 몸에 싣고
채찍을 수시로 맞지만
009_0915_b_12L若作駱駝
或生驢中
身常負重
加諸杖捶

풀과 물만 먹으려 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런 죄를 받게 되었느니라.
009_0915_b_13L但念水草
餘無所知
謗斯經故
獲罪如是

혹은 야간이 되어서
마을에 내려오면
몸에 옴이나 버짐이고
한쪽 눈까지 멀어서
동네 아이들이 쫓아와
발로 차고 매를 때리니
온갖 고통을 당하다가
심지어 죽기까지 하나니
009_0915_b_14L有作野干
來入聚落
身體疥癩
又無一目
爲諸童子
之所打擲
受諸苦痛
或時致死

이렇게 죽게 되면
다시 구렁이 몸을 받는데
그 형체가 장대해서
5백 유순에 달하고
009_0915_b_17L於此死已
更受蟒身
其形長大
五百由旬

귀도 없고 발도 없어서
꾸물꾸물 기어가고
갖가지 작은 벌레가
물어대고 빨아먹으니
009_0915_b_18L聾騃無足
宛轉腹行
爲諸小虫
之所唼食

밤낮으로 받는 고통이
그칠 날이 없으리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죄를 얻느니라.
009_0915_b_20L晝夜受苦
無有休息
謗斯經故
獲罪如是

어쩌다 사람 몸으로 나더라도
6근이 어둡고 둔하여서
난장이나 절름발이
장님ㆍ귀머거리ㆍ곱사가 되며
009_0915_b_21L若得爲人
諸根闇鈍
矬陋攣躄
盲聾背傴

그가 입을 열어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고
입에선 항상 냄새가 나서
귀신들이 붙어 다니고
빈궁하고 천박하여
어디서나 남의 부림을 당하고
병을 앓고 수척해도
의지할 데가 없으며
009_0915_b_22L有所言說
人不信受
口氣常臭
鬼魅所著
貧窮下賤
爲人所使
多病痟瘦
無所依怙
009_0915_c_02L
다른 사람과 친하려 해도
그 사람은 그럴 뜻이 없고
혹시 소득이 있을지라도
곧바로 다시 잃게 되며
009_0915_c_02L雖親附人
人不在意
若有所得
尋復忘失

만일 의사가 되어서
처방대로 병을 치유해도
곧 다른 병이 생기거나
금방 다시 죽게 되며
009_0915_c_03L若修醫道
順方治病
更增他疾
或復致死

자기에게 병이 나도
치료해 줄 사람이 없고
좋은 약이 있을지라도
병만 더욱 악화되네.
009_0915_c_05L若自有病
無人救療
設服良藥
而復增劇

다른 사람의 반역죄나
강도죄나 절도죄에
이유 없이 걸려들어서
그 재앙을 당하게 되니
009_0915_c_06L若他反逆
抄劫竊盜
如是等罪
撗羅其殃

이와 같은 죄인들은
영원토록 부처님을 못보고
성인 가운데 법왕께서
법을 설해 교화해도
009_0915_c_07L如斯罪人
永不見佛
衆聖之王
說法敎化

이와 같은 죄인들은
항상 난처(難處)에 태어나고
귀먹고 마음도 산란하여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리라.
009_0915_c_09L如斯罪人
常生難處
狂聾心亂
永不聞法

항하사와 같은 무수한 겁 동안
날 적마다 귀머거리가 되거나
벙어리가 됨으로서
6근이 갖추어지지 않고
009_0915_c_10L於無數劫
如恒河沙
生輒聾瘂
諸根不具

항상 지옥에 살기를
동산에서 노닐 듯하고
다른 악도(惡道)에 태어나기를
마치 자기 집 드나들 듯하고
009_0915_c_11L常處地獄
如遊園觀
在餘惡道
如己舍宅

낙타ㆍ나귀ㆍ돼지ㆍ개가
그가 태어날 곳이니
이 경전을 비방한 까닭에
이런 죄의 과보를 얻음이라.
009_0915_c_13L駝驢猪狗
是其行處
謗斯經故
獲罪如是

만일 사람으로 태어나면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이고
빈궁함과 쇠락함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009_0915_c_14L若得爲人
聾盲瘖瘂
貧窮諸衰
以自莊嚴

수종이나 조갈 증세
옴ㆍ나병ㆍ등창 등
이와 같은 질병으로
의복을 삼으며
009_0915_c_15L水腫乾痟
疥癩癰疽
如是等病
以爲衣服

몸에서는 항상 냄새가 나서
더럽고 청정하지 않으며
나라는 소견에 깊이 집착하여
성내는 일만 더욱 많아지며
009_0915_c_17L身常臭處
垢穢不淨
深著我見
增益瞋恚

음욕이 크게 성해서
금수마저 안 가리니
이 경전을 비방했기에
이런 죄의 과보를 얻음이라.
009_0915_c_18L婬欲熾盛
不擇禽獸
謗斯經故
獲罪如是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이 경전을 비방한 자의
그 죄를 다 말하려면
겁이 다해도 모자라니.
009_0915_c_19L告舍利弗
謗斯經者
若說其罪
窮劫不盡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그대에게 말하나니
지혜 없는 사람에게
이 경전을 말하지 마라.
009_0915_c_21L以是因緣
我故語汝
無智人中
莫說此經

만일 근기가 날카로워서
지혜가 매우 밝으며
다문(多聞)하고 잘 기억해서
부처의 도를 구하는 이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으며
009_0915_c_22L若有利根
智慧明了
多聞强識
求佛道者
如是之人
乃可爲說
009_0916_a_02L
또는 어떤 사람이 지난 세상에
억백천(億百千)의 부처님을 뵙고
온갖 선의 근본을 심고
믿는 마음이 깊고 견고하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으리라.
009_0915_c_24L若人曾見
億百千佛
殖諸善本
深心堅固
如是之人
乃可爲說

어떤 불자가 정진하여
항상 자비심을 닦되
신명을 아끼지 않는다면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03L若人精進
常修慈心
不惜身命
乃可爲說

어떤 사람이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없고
온갖 어리석음을 여의고서
홀로 산 속에 처해 있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04L若人恭敬
無有異心
離諸凡愚
獨處山澤
如是之人
乃可爲說

또한 사리불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나쁜 친구를 버리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하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06L又舍利弗
若見有人
捨惡知識
親近善友
如是之人
乃可爲說

만약 어떤 불자가
마치 맑고 밝은 구슬처럼
청정하게 계율을 지니면서
대승의 경전을 구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겐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08L若見佛子
持戒淸潔
如淨明珠
求大乘經
如是之人
乃可爲說

만약 어떤 사람이 성내지 않고
질박하고 정직하고 유연하며
항상 일체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모든 부처님을 공경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10L若人無瞋
質直柔軟
常愍一切
恭敬諸佛
如是之人
乃可爲說

또한 어떤 불자들이
여러 대중 가운데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갖가지 인연과
비유와 언사(言辭)로서
법을 설하는데 걸림이 없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12L復有佛子
於大衆中
以淸淨心
種種因緣
譬喩言辭
說法無碍
如是之人
乃可爲說

혹은 어떤 비구가
일체지(一切智)를 위하여
사방으로 법을 구하면서
합장하고 받들되
오로지 대승경전만을
받아 지니기를 즐기고
그밖에 다른 경전은
게송 하나라도 받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고
009_0916_a_15L若有比丘
爲一切智
四方求法
合掌頂受
但樂受持
大乘經典
乃至不受
餘經一偈
如是之人
乃可爲說

어떤 사람이 지극 정성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구하듯이
이와 같은 경전을 구해서
받들어 공경할 뿐
그 사람이 또 다시
다른 경전을 구하지 않고
외도의 서적들은
생각한 적도 없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비로소 설해줄 수 있노라.
009_0916_a_18L如人至心
求佛舍利
如是求經
得已頂受
其人不復
志求餘經
亦未曾念
外道典籍
如是之人
乃可爲說

사리불에게 고하나니
내가 설한 이런 모습으로
불도를 구하는 이라면
겁이 다하도록 끝이 없으니
009_0916_a_22L告舍利弗
我說是相
求佛道者
窮劫不盡

이와 같은 사람이라야
능히 믿고 이해할 수 있으리니
그 사람에게는 반드시
법화경을 설해주도록 하여라.
009_0916_a_24L如是等人
則能信解
汝當爲說
『妙法華經』
009_0916_b_02L
4. 신해품(信解品)
009_0916_b_02L添品妙法蓮華經信解品第四

그 때 혜명(慧命) 수보리, 마하가전연, 마하가섭,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법을 듣게 되고, 또 사리불이 세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걸 보고서 희유한 마음으로 기뻐 날뛰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나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는 일심으로 합장하면서 몸을 숙여 공경을 표한 뒤에 고개를 들어 세존의 존안(尊顔)을 우러르면서 말씀을 올렸다.
“저희들은 승가(僧伽)의 윗자리에 앉아서 나이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열반을 얻었으니, 더 이상 감당할 것이 없다’고 여기고서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나이다.
세존께서 예전에 오랫동안 설법하셨건만, 당시 저희들은 자리에 있었으나 몸이 피곤하고 나태해서 공(空)ㆍ무상(無相)ㆍ무작(無作)만을 염(念)할 뿐이었고, 보살의 법과 신통으로 유희하는 것과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은 달가운 마음을 내지 않았나이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벗어나 열반을 증득하도록 했으며, 게다가 저희들은 연로하다는 이유로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해서는 조금도 좋다는 마음을 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희들은 세존께서 성문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내리시는 말씀을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환희심을 내면서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게 되었나이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이런 희유한 법을 듣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으니, 스스로 이 행운을 심히 기뻐하고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량없는 보물을 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저절로 갖게 된 것과 같사옵니다.
009_0916_b_03L爾時慧命須菩提摩訶迦旃延摩訶迦葉摩訶目犍連從佛所聞未曾有世尊授舍利弗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發希有心歡喜踊躍卽從座起整衣服偏袒右肩右膝著地一心合掌曲躬恭敬瞻仰尊顏而白佛言我等居僧之首年竝朽邁自謂已得涅槃無所堪任不復進求阿耨多羅三藐三菩提世尊往昔說法旣久時在座身體疲懈但念空無相無作於菩薩法遊戲神通淨佛國土成就衆生心不喜樂所以者何世尊令我等出於三界得涅槃證又今我等年已朽邁於佛敎化菩薩阿耨多羅三藐三菩提不生一念好樂之心我等今於佛前聞授聲聞阿耨多羅三藐三菩提記心甚歡喜得未曾有不謂於今忽然得聞希有之法深自慶幸獲大善利無量珍寶不求自得
009_0916_c_02L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비유를 들어서 이 뜻을 밝혀 보겠습니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어버이를 저버리고 집에서 뛰쳐나가서 다른 나라에서 십년, 2십년, 또는 5십년의 오랜 세월을 머물렀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009_0916_b_22L世尊我等今者樂說譬喩以明斯義譬若有人年旣幼稚捨父逃逝久住他國或十二十至五十歲年旣長大加復窮困馳騁四方以求衣食漸漸遊行遇向本國其父先來求子不得中止一城其家大富財寶無量琉璃珊瑚琥珀頗梨珠等其諸倉庫悉皆盈溢多有僮僕臣佐吏民車乘羊無數出入息利乃遍他國商估賈客亦甚衆多時貧窮子遊諸聚落經歷國邑遂到其父所止之城父每念子與子離別五十餘年而未曾向人說如此事但自思惟心懷悔恨念老朽多有財物金銀珍寶倉庫盈無有子息一旦終沒財物散失無所委付是以慇懃每憶其子復作是念我若得子委付財物坦然快樂無復憂慮
가난만 더할 뿐이어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옷과 음식을 구하다가 우연히 조국으로 향하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다니다가 찾지 못한 채 중간에 어느 성에서 머물러 살게 되었는데, 그 아버지는 커다란 부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어서 금, 은, 유리(琉璃), 산호(珊瑚), 호박(琥珀), 파리(頗梨), 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했고, 노예, 가신(家臣), 일꾼도 많았으며, 코끼리, 말, 수레, 소, 양도 헤아릴 수 없었고, 이익을 주고 받는 일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쳐서 장사치나 고객들도 역시 매우 많았나이다.
그러던 중 가난한 아들[窮子]이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고 많은 나라를 편력하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사는 성에 이르게 되었사옵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들 생각을 했는데, 아들과 헤어진 지 5십여 년이나 지났건만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않았고 다만 자기 마음속으로 이렇게 한탄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었다. 재물은 매우 많아서 금은보화가 창고마다 넘치건만 자식이 없으니, 하루아침에 내가 죽고 나면 재산은 흩어져서 맡길 데가 없겠구나.’
그래서 은근히 매일매일 아들만 생각하면서 또한 이렇게 생각했사옵니다.
‘내가 아들을 다시 만나서 재산을 물려줄 수만 있다면, 너무나 기뻐서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으련만.’
009_0916_c_17L世尊爾時窮子傭賃展轉遇到父舍住立門側遙見其父踞師子牀寶机承足諸婆羅門剎利居士皆恭敬圍繞以眞珠纓絡價直千萬莊嚴其吏民僮僕手執白拂侍立左右以寶帳垂諸華幡香水灑地散衆名羅列寶物出內取與有如是等種種嚴飾威德特尊窮子見父有大力卽懷恐怖悔來至此竊作是念或是王或是王等非我傭力得物之不如往至貧里肆力有地衣食易若久住此或見逼迫强使我作是念已疾走而去
009_0917_a_02L세존이시여, 그 무렵 가난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집에 이르러 대문 옆에 멈추어 섰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아버지가 사자좌에 앉아서 보배의 궤로 발을 받히고 있었으며, 모든 바라문, 찰리(刹利),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면서 에워싸고 있었으며, 값이 천만 냥이나 나가는 진주와 영락(瓔珞)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있었으며, 시중과 하인들이 흰 털이개를 손에 들고 좌우에서 모시고 있었습니다.
또 보배로 된 휘장을 치고 온갖 꽃으로 된 깃발을 드리웠으며, 향수가 땅에 뿌려져 있고 유명한 꽃을 곳곳에 뿌렸으며, 진귀한 보물을 벌려놓고서 집안으로 들여오기도 하고 집밖으로 내어가기도 하는 등 이와 같은 갖가지 일로 장엄되어 있어서 그 위엄과 덕이 특별히 존귀했습니다.
가난한 아들은 아버지가 커다란 권세를 갖춘 것을 보고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곳에 이르게 된 것을 후회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혹시 왕이거나 왕과 비슷한 사람일 터이니, 내가 품을 팔아서 삯을 얻을만한 곳이 아니다. 다른 가난한 마을에 가서 땅을 경작하여 옷이나 음식을 얻는 편이 나으리라. 이 문 앞에 오래 지체했다간 혹시 핍박을 받아서 강제로 노역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한 아들은 재빨리 그곳을 떠났습니다.
009_0917_a_06L時富長者於師子見子便識心大歡喜卽作是念財物庫藏今有所付我常思念此子無由見之而忽自來甚適我願我雖年朽猶故貪惜卽遣傍人急追將還
그 때 부유한 장자는 사자좌에서 한 눈에 아들을 알아보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나이다.
‘창고에 가득한 내 재물을 이제 맡길 수가 있겠구나. 내가 이 아들을 항상 생각했는데도 만날 수가 없더니, 갑자기 스스로 이렇게 찾아오니 내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지는구나. 내 비록 연로하기는 해도 여전히 재물을 아끼노라.’
장자는 곧바로 사람을 시켜서 아들을 데리고 오도록 했습니다. 이에 심부름꾼이 빨리 달려가서 붙잡으니, 아들은 크게 놀라면서 ‘나는 죄를 짓지 않았거늘 어째서 잡아가는가’라고 크게 원망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들고서 끌고 가려고 하자, 아들은 ‘아무런 죄도 없이 이처럼 끌려가니 죽음을 피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더욱 놀라고 두려워서 황망히 기절하여 땅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저 멀리서 이 광경을 본 아버지가 심부름꾼에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필요 없으니 억지로 데려오지는 말게나. 찬물을 얼굴에 뿌려서 정신차리도록 한 뒤에 그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왜냐 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뜻과 생각이 하열한 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귀가 아들에게 어려움을 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장자는 아들임을 분명히 알고 있긴 했지만,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통해서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그대를 놓아줄 터이니 그대 뜻대로 가라’
그랬더니 가난한 아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땅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옷과 음식을 구했습니다.
009_0917_a_10L爾時使者疾走往捉窮子驚愕稱怨大喚我不相犯何爲見捉使者執之逾急强牽將還于時窮子自念無罪而被囚執此必定死轉更惶怖悶絕躄地父遙見之而語使言不須此人勿强將來以冷水灑面令得醒悟莫復與語所以者何父知其子志意下劣自知豪貴爲子所難審知是子而以方便不語他人云是我子使者語之我今放汝隨意所趣窮子歡喜得未曾有從地而起往至貧里以求衣食
009_0917_b_02L그 때 장자는 아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방편을 마련했으니, 형색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아들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그대들은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가난한 아들에게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이 두 배나 된다≻고 넌지시 말한 뒤에 그가 따라오려고 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도록 하라. 만일 그가 무슨 일이냐고 묻거들랑 분뇨를 치우는 일이라고 답한 뒤에 너희 두 사람도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하도록 하라.’
009_0917_a_21L爾時長者將欲誘引其子而設方便密遣二人形色顦顇無威德者汝可詣彼徐語窮子≺此有作處倍與汝直窮子若許將來使作若言欲何所作便可語之≺雇汝除糞我等二人亦共汝作
그래서 두 사람은 곧바로 가난한 아들을 찾아가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건넸고, 가난한 아들은 먼저 품삯을 받고 분뇨를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나이다.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가엾이 여기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어느 날 창문을 통해서 멀리서 바라보니, 아들의 몸은 야위고 초췌하고 분뇨와 먼지로 뒤범벅되어서 더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영락과 장신구와 부드러운 옷을 벗고는 때가 묻은 허름한 옷을 입고, 게다가 먼지를 온 몸에 덮어쓴 채 오른손으로는 분뇨를 치우는 기구를 들고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일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대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장자는 이러한 방편을 써서 아들에게 접근한 후에 다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쯧쯧, 여보게, 자네는 계속 여기서만 일하고 다른 곳으로는 가지 말게나. 자네의 품삯도 올려 줄 것이고, 생활에 필요한 그릇, 쌀, 밀가루, 소금, 장(醬) 등도 걱정하지 말게나. 늙은 일꾼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충분히 줄 터이니 여기서 편하게 지내게나. 나는 자네 아버지와 다름없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 것이니, 왜냐 하면 나는 연로하고 자네는 젊지 않은가. 자네는 일할 때 눈을 속이거나 게으름 피우거나 성내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아서 다른 일꾼과는 정말 다르더군. 앞으로는 그대를 내가 낳은 친자식처럼 여기겠네.’
장자는 그에게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아들을 삼았습니다.
009_0917_b_04L時二使人卽求窮子旣已得之具陳上事爾時窮子先取其價尋與除糞其父見子愍而怪之又以他日於窗牖中遙見子身羸瘦顦顇糞土塵坌污穢不淨卽脫纓絡細軟上服嚴飾之具更著麤弊垢膩之衣塵土坌身右手執持除糞之器狀有所畏語諸作人汝等勤作勿得懈息以方便故得近其子又復告言咄男子常此作勿復餘去當加汝價諸有所瓫器米麪鹽酢之屬莫自疑難有老弊使人須者相給好自安意如汝父勿復憂慮所以者何我年老大而汝少壯汝常作時無有欺怠瞋恨怨言都不見汝有此諸惡如餘作自今已後如所生子卽時長者與作字名之爲兒
이 때 가난한 아들은 이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기쁘기는 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천한 일꾼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2십 년 동안 항상 분뇨를 치우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서야 서로 믿고 친하게 되어서 스스럼없이 왕래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거처는 본래 있던 곳이었습니다.
009_0917_b_20L爾時窮子雖欣此猶故自謂客作賤人由是之故二十年中常令除糞過是已後心相體信入出無難然其所止猶在本處
009_0917_c_02L세존이시여, 그러던 어느 날 장자는 병이 났습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는 가난한 그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금은보화가 많아서 창고마다 가득하니, 그대는 재물의 많고 적음과 주고 받는 처리를 모두 알아서 하라. 내 마음이 이와 같으니 이 뜻대로 실행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이제 그대와 나는 조금도 다름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을 잘 써서 빠뜨리거나 잃어버림이 없게 하라.’
009_0917_b_23L世尊爾時長者有疾自知將死不久語窮子言我今多有金銀珍寶倉庫盈溢其中多少所應取與汝悉知之我心如是當體此意所以者何今我與汝便爲不異宜加用心無令漏失
이 때 가난한 아들은 그 명령을 받고서 금은보화와 모든 창고를 관리했지만, 밥 한 그릇 더 가질 생각이 없었고 여전히 자기 처소에 머무르면서 하열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사옵니다.
다시 얼마가 지난 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점점 넓어져서 큰 뜻을 지니게 되었고, 또 예전의 용렬한 마음을 부끄러워하게 된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나이다. 임종의 순간이 다가오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 국왕, 대신, 찰리, 그리고 거사를 모두 모이도록 한 다음에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여기 이 사람은 제 아들입니다. 내가 낳아서 길렀지만, 어느 성에서 나를 버리고 달아나서 오십여 년 동안 갖은 고생을 다했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였고 내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예전에 고향에서 늘 근심하면서 찾아다녔는데 홀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 이 사람은 실로 내 아들이고 나는 그의 아버지입니다. 내가 지닌 모든 재산은 모두 이 아이의 소유이고, 예전에 주고받은 재물의 출납에 대해서도 모두 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이오.’
009_0917_c_05L爾時窮子卽受敎勅領知衆物金銀珍寶及諸庫藏而無悕取一飡之意然其所止故在本處下劣之心亦未能捨復經少時父知子意漸以通泰成就大志自鄙先心臨欲終時而命其子幷會親族國王大臣剎利居士皆悉已集卽自宣言諸君當知此是我子我之所生於某城中捨吾逃走伶俜辛苦五十餘年其本字某我名某甲昔在本城懷憂推覓忽於此閒遇會得之此實我子我實其父今我所有一切財物皆是子有先所出內是子所知
세존이시여, 그 때 가난한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게 크게 기뻐하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나이다.
‘나는 본래 바라는 마음이라곤 전혀 없었는데, 이제 이와 같은 보배 광[寶藏]이 저절로 이르렀구나.’
세존이시여, 재물이 풍족한 장자가 바로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부처님 아들과 다름없사옵니다. 여래께서는 항상 저희들을 가리켜 아들이라고 말씀하셨나이다.
009_0917_c_18L世尊是時窮子聞父此言卽大歡喜得未曾有而作是念我本無心有所悕求今此寶藏自然而至世尊大富長者則是如來我等皆似佛子如來常說我等爲子
009_0918_a_02L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 가지 고통으로 인해 생사 가운데에서 온갖 번뇌와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미혹하고 무지한 까닭에 작은 법에 애착하였나이다.
금일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론(戱論)에 불과한 분뇨를 치우도록 하시니, 저희들은 그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겨우 하루 품삯에 불과한 열반을 얻었습니다. 이를 얻고 나서는 크게 환희하고 자족한 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불법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정진한 까닭에 얻은 소득이 매우 크구나.’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어리석고 욕심이 많아서 소승법을 즐기는 줄을 미리 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내버려두셨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도 ‘여래 지견의 보배 광[寶藏]이 그대들의 것’이라고 분별하지 않고,
009_0917_c_22L世尊我等以三苦故於生死中受諸熱惱迷惑無知樂著小法今日世尊令我等思惟蠲除諸法戲論之糞我等於中勤加精進得至涅槃一日之價旣得此心大歡喜自以爲足而便自謂佛法中勤精進故所得弘多然世尊先知我等心著弊欲樂於小法便見縱捨不爲分別汝等當有如來知見寶藏之分
세존께서는 방편의 힘으로 여래의 지혜를 설하셨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하루 품삯에 불과한 열반을 얻고는 큰 소득이라고 여겼을 뿐 이 대승에 대해서는 조금도 구할 뜻이 없었나이다.
또한 저희들은 여래의 지혜로 인해 모든 보살을 위해 열어 보이고 연설하였지만, 스스로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소승법을 즐기는 것을 아시고서 방편의 힘으로 저희들에게 맞춰서 설하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자신이 참된 부처님의 아들인 줄 몰랐나이다.
이제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나이다. 왜냐 하면 저희들은 오래 전부터 참으로 부처님 아들인데도 단지 저희들이 소승법을 즐겼기 때문이니, 만일 저희들이 대승을 마음 깊이 즐겼더라면 부처님께서는 저희에게 대승의 법을 설하셨을 것입니다.
이 경전에서는 오로지 일승(一乘)만 말씀하시고, 또 예전에도 보살들 앞에서 성문들은 소승법만 즐긴다고 꾸짖으시긴 했지만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대승으로써 교화를 하셨나이다. 따라서 저희들은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법왕의 위대한 보배가 저절로 이르러서 부처님 아들로서 마땅히 얻어야 할 바를 모두 얻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009_0918_a_08L世尊以方便力說如來智我等從佛得涅槃一日之價以爲大得於此大乘無有志求我等又因如來智慧爲諸菩薩開示演說而自於此無有志願所以者何佛知我等心樂小法以方便力隨我等說而我等不知眞是佛子今我等方知世尊於佛智慧無所悋惜所以者何我等昔來眞是佛子而但樂小法若我等有樂大之心佛則爲我說大乘法此經中唯說一乘而昔於菩薩前毀呰聲聞樂小法者然佛實以大乘敎是故我等說本無心有所悕求法王大寶自然而至如佛子所應得者皆已得之
이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18_a_22L爾時摩訶迦葉欲重宣此義而說偈言

저희들이 오늘에서야
부처님의 법음을 듣고
기뻐하고 날뛰면서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009_0918_a_23L我等今日
聞佛音敎
歡喜踊躍
得未曾有
009_0918_b_02L
성문들도 성불을 이룬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셔서
위없는 보배 덩어리를
구하지 않아도 얻게 되었습니다.
009_0918_b_02L佛說聲聞
當得作佛
無上寶聚
不求自得

비유컨대 어린 아이가
유치하고 몽매해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쳐서
멀리 낮 설은 타향 땅에서
009_0918_b_03L譬如童子
幼稚無識
捨父逃逝
遠到他土

여러 나라 떠돌기를
어언 오십여 년이 되었으니
그 아버지는 걱정이 되어서
사방으로 찾아다녔네.
찾다 찾다 지친 끝에
돌연 어느 성에 머물러서
큰 저택을 새로 짓고
오욕락을 누리는데
009_0918_b_04L周流諸國
五十餘年
其父憂念
四方推求
求之旣疲
頓止一城
造立舍宅
五欲自娛

그 집이 거부(巨富)라서
금은보화가 한량없고
자거(車渠)와 마노(瑪瑙)
진주와 유리(琉璃)
009_0918_b_07L其家巨富
多諸金銀
車渠馬瑙
眞珠琉璃

코끼리, 말, 소, 양
가마[輦輿]와 수레
논과 밭과 시종들과
사람들이 많았네.
009_0918_b_08L象馬牛羊
輦輿車乘
田業僮僕
人民衆多

주고받는 이익이
다른 나라까지 두루하여
장사꾼과 고객들이
곳곳마다 있었으며
009_0918_b_10L出入息利
乃遍他國
商估賈人
無處不有

천만억 사람들이
주위에서 공경하고
왕이나 왕족들에게
항상 아낌을 받았으며
009_0918_b_11L千萬億衆
圍繞恭敬
常爲王者
之所愛念

여러 신하와 호족이
다 함께 존중하였으니
이런저런 인연으로
왕래하는 사람이 많았네.
이와 같이 부유하고
권세도 대단하건만
나이가 연로함에 따라
자식 생각만 더 깊어져서
자나깨나 생각하였네.
009_0918_b_12L群臣豪族
皆共宗重
以諸緣故
往來者衆
豪富如是
有大力勢
而年朽邁
益憂念子

‘죽을 날이 가깝거늘
어리석은 아들은 나를 버리고
집 떠난 지 오십여 년이니
창고에 가득 찬 재물
어떻게 하여야 할까?’
009_0918_b_15L夙夜惟念
死時將至
癡子捨我
五十餘年
庫藏諸物
當如之何

그 때 가난한 그 아들은
옷과 음식을 구하기 위해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여러 나라 떠돌면서
009_0918_b_17L爾時窮子
求索衣食
從邑至邑
從國至國

어떤 땐 얻기도 하지만
어떤 땐 얻지 못해서
굶주리고 헐벗어
몸에는 종기와 옴이 났고
009_0918_b_19L或有所得
或無所得
飢餓羸瘦
體生瘡癬

이와 같이 헤매다가
아버지 사는 성에 이르러
품을 팔며 전전하다가
아버지 집에 이르렀네.
009_0918_b_20L漸次經歷
到父住城
傭賃展轉
遂至父舍

이 때에 부유한 장자
자기 집 문 안에서
보배 휘장 휘두르고
사자좌에 앉아 있고
009_0918_b_21L爾時長者
於其門內
施大寶帳
處師子座

권속들은 둘러싸고
사람들은 시위(侍衛)하며
어떤 이는 금은보화를
계산하고 따지면서
주고받는 많은 재물을
출납부에 기록하더라.
009_0918_b_23L眷屬圍繞
諸人侍衛
或有計算
金銀寶物
出內財產
注記劵疏
009_0918_c_02L
아버지의 부귀와 존엄을
가난한 아들이 보면서
그를 왕이거나
혹은 왕족으로 생각해서
‘이곳에 왜 왔는가’
스스로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여기에 오래 머물다간
혹 핍박을 당하거나
강제로 노역을 받으리라.’
009_0918_c_02L窮子見父
豪貴尊嚴
謂是國王
若是王等
驚怖自怪
何故至此
復自念言
我若久住
或見逼迫
强驅使作

이렇게 생각한 아들은
재빨리 달아나서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품팔이를 하였어라.
009_0918_c_05L思惟是已
馳走而去
借問貧里
欲往傭作

이 때 장자(長者)는
사자좌에 앉아서
저 멀리 있는 아들을
묵묵히 알아보고는
009_0918_c_06L長者是時
在師子座
遙見其子
默而識之

심부름꾼에게 명을 내려
잡아오게 하였더니
아들은 크게 놀라서
땅바닥에 쓰러지며
009_0918_c_08L卽勅使者
追捉將來
窮子驚喚
迷悶躄地

‘이 자가 나를 잡아가니
필시 죽임을 당하겠구나
어째서 먹을 것을 구하려고
내가 이곳에 왔던가?’
009_0918_c_09L是人執我
必當見殺
何用衣食
使我至此

장자는 자기 아들이
우매하고 용렬해서
나의 말도 믿지 않고
아버지임도 믿지 않을 걸 알고서
009_0918_c_10L長者知子
愚癡狹劣
不信我言
不信是父

즉시 방편을 사용해서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는데,
애꾸눈에다 난쟁이여서
위덕(威德)이 없는 사람이라
009_0918_c_12L卽以方便
更遣餘人
眇目矬陋
無威德者

네가 가서 말하기를
‘저기에 품삯 일이 있으니
분뇨나 치우는 일로서
두 배의 품삯을 준다’고 하라.
009_0918_c_13L汝可語之
云當相雇
除諸糞穢
倍與汝價

아들은 이 말을 전해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분뇨를 치우기도 하고
방과 주위를 청소했네.
009_0918_c_14L窮子聞之
歡喜隨來
爲除糞穢
淨諸房舍

장자는 창문으로
늘 아들을 보며 생각하기를
‘저 아이가 어리석고 용렬해서
비천한 일만 좋아하는구나.’
009_0918_c_16L長者於牖
常見其子
念子愚劣
樂爲鄙事

그래서 장자는
낡은 옷으로 갈아입고
분기(糞器)를 들고는
아들 있는 곳으로 가서
009_0918_c_17L於是長者
著弊垢衣
執除糞器
往到子所

방편으로 말하기를
‘부지런히 일한다면
품삯도 올려주고
발에도 기름을 발라주고
음식도 충분히 주고
잠자리도 따뜻하게 해주겠노라.’
009_0918_c_18L方便附近
語令勤作
旣益汝價
幷塗足油
飮食充足
薦席厚暖

이와 같이 충고하면서
‘부지런히 일하라’고 하고
또 부드러운 말로
‘너는 나의 아들 같다’고도 했네.
009_0918_c_20L如是苦言
汝當勤作
又以軟語
若如我子

장자는 지혜가 있어서
점점 드나들게 하면서
2십 년이 지난 뒤에는
집안 일도 보게 하며
009_0918_c_22L長者有智
漸令入出
經二十年
執作家事

금은보화, 진주, 파려도
있는대로 보여주며
모든 재물의 출입을
모두 맡아보게 했네.
009_0918_c_23L示其金銀
眞珠頗梨
諸物出入
皆使令知
009_0919_a_02L
하지만 여전히 문밖에 있는
초막에 머물면서
스스로 가난하다 생각하여
내겐 이런 재물은 없다 했네.
009_0918_c_24L猶處門外
止宿草庵
自念貧事
我無此物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넓어짐을 알아보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즉시 주위의 여러 친척과
국왕과 대신과 찰리와
거사들을 모아놓고는
이 대중에게 말하였네.
009_0919_a_03L父知子心
漸已曠大
欲與財物
卽聚親族
國王大臣
剎利居士
於此大衆

‘그는 바로 내 아들이니
나를 버리고 타향에서
5십여 년을 지내다가
스스로 다시 찾아와서
함께한 지 20여 년이오.
009_0919_a_05L說是我子
捨我他行
經五十年
自見子來
已二十年

옛날 어느 성에서
이 아들 잃어 버려서
사방으로 찾아 헤매다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니
009_0919_a_07L昔於某城
而失是子
周行求索
遂來至此

이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집이나 하인 등을
모두 다 물려주어서
마음대로 쓰게 하겠노라.’
009_0919_a_08L凡我所有
舍宅人民
悉以付之
恣其所用

그러자 아들은 예전에는
가난하고 뜻도 용렬했지만
이제 아버지 처소에서
진귀한 보물과 큰 집 등
모든 재물을 얻었다고 생각하여
예전에 없던 일이라고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009_0919_a_09L子念昔貧
志意下劣
今於父所
大獲珍寶
幷及舍宅
一切財物
甚大歡喜
得未曾有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로서
내가 소승을 즐김을 알고서
일찍이 성불하리란 말씀을
전혀 말씀하시지 않고
009_0919_a_12L佛亦如是
知我樂小
未曾說言
汝等作佛

저희들에게는 단지
여러 무루법을 성취한
소승의 성문 제자라고
말씀을 하셨나이다.
009_0919_a_13L而說我等
得諸無漏
成就小乘
聲聞弟子

부처님께서는 저희에게
최상의 도를 말씀하시면서
이 법을 닦아서 익히는 자는
반드시 성불한다고 하시기에
저희는 부처님 말씀 받들어서
대보살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인연과
갖가지 비유와
약간의 언사(言辭)로써
위없는 도를 설했더니
009_0919_a_15L佛勅我等
說最上道
修習此者
當得成佛
我承佛敎
爲大菩薩
以諸因緣
種種譬喩
若干言辭
說無上道

여러 불자들이
나에게서 법을 듣고
밤낮으로 사유하며
부지런히 닦아 익혔습니다.
009_0919_a_18L諸佛子等
從我聞法
日夜思惟
精勤修習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
즉시 수기를 내리시되
‘너희들은 내세에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009_0919_a_20L是時諸佛
卽授其記
汝於來世
當得作佛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비밀리에 간직한 법을
단지 보살만을 위해
그 실사(實事)를 말씀하시고
저희들에겐 그 진요(眞要)를
설하지 않았사옵니다.
009_0919_a_21L一切諸佛
秘藏之法
但爲菩薩
演其實事
而不爲我
說斯眞要

예컨대 저 가난한 아들이
아버지를 가까이 하면서
모든 재물을 맡았지만
가질 마음이 없는 것처럼
009_0919_a_23L如彼窮子
得近其父
雖知諸物
心不悕取
009_0919_b_02L
저희들도 입으로는
불법의 보장(寶藏)을 말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뜻이 없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009_0919_a_24L我等雖說
佛法寶藏
自無志願
亦復如是

저희들은 안으로 멸도하고는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면서
오직 이 일만을 마쳤을 뿐
다시 다른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009_0919_b_03L我等內滅
自謂爲足
唯了此事
更無餘事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고
중생들을 교화하는 일을
저희들이 듣긴 했지만
도무지 즐거움이 없었습니다.
009_0919_b_04L我等若聞
淨佛國土
敎化衆生
都無欣樂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다 공적(空寂)하여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크고 작음도 없고
샘[漏]도 없고 함[爲]도 없다고
이와 같이 생각했기에
기쁨이나 즐거움을 내지 않았나이다.
009_0919_b_05L所以者何
一切諸法
皆悉空寂
無生無滅
無大無小
無漏無爲
如是思惟
不生喜樂

저희들은 오랜 세월 동안
부처님 지혜에 대해서는
탐내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고
또한 구하려는 뜻도 없어서
자신의 이 법만이
구경(究竟)이라고 여겼습니다.
009_0919_b_08L我等長夜
於佛智慧
無貪無著
無復志願
而自於法
謂是究竟

저희들은 오랫동안
공법(空法)을 닦아 익혀서
삼계의 온갖 고뇌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최후의 몸인
유여열반에 머물면서
009_0919_b_10L我等長夜
修習空法
得脫三界
苦惱之患
住最後身
有餘涅槃

부처님이 교화한 대로 도를 얻어
헛되지 않다고 하면서
부처님의 크나큰 은혜를
갚았다고 자부했나이다.
009_0919_b_12L佛所敎化
得道不虛
則爲已得
報佛之恩

저희들이 불자들에게
보살의 가르침을 설하여서
부처의 도를 구하라고 했어도
그러나 이 법에 대해서
영원히 원하는 바가 없자
009_0919_b_13L我等雖爲
諸佛子等
說菩薩法
以求佛道
而於是法
永無願樂

이런 저의 마음을 살폈기 때문에
도사(導師)께서는 그냥 내버려둔 채
처음부터 참된 이익이 있다고
설하여서 권하지 않았네.
009_0919_b_15L導師見捨
觀我心故
初不勸進
說有實利

마치 부유한 장자가
아들의 뜻이 용렬함을 알고서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부드럽게 조복하고
그런 뒤에 모든 재물을
맡긴 것과 마찬가지이니
009_0919_b_17L如富長者
知子志劣
以方便力
柔伏其心
然後乃付
一切財寶

부처님 또한 이처럼
희유한 일을 나타내어서
소승을 좋아하는 무리에게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조복한 후에
대승의 지혜를 가르치니
009_0919_b_19L佛亦如是
現希有事
知樂小者
以方便力
調伏其心
乃敎大智

저희들은 오늘에야
미증유법을 얻어서
바라지도 않던 것을
이제 저절로 얻으니
마치 저 가난한 아들이
한량없는 보배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009_0919_b_21L我等今日
得未曾有
非先所望
而今自得
如彼窮子
得無量寶

세존이시여, 저희가 지금에야
도를 얻고 과(果)를 얻게 되니
무루법 가운데에서
청정한 눈을 얻었으며
009_0919_b_23L世尊我今
得道得果
於無漏法
得淸淨眼

저희들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을 지켰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과보를 얻었으며
009_0919_b_24L我等長夜
持佛淨戒
始於今日
得其果報
009_0919_c_02L
법왕의 법 중에서
범행(梵行)을 오래 닦아서
이제야 무루(無漏)의
위없는 큰 과보 얻었으니
009_0919_c_02L法王法中
久修梵行
今得無漏
無上大果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으로 성문이 되어
불도(佛道)의 음성으로
일체에게 들려주었고
009_0919_c_04L我等今者
眞是聲聞
以佛道聲
令一切聞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된 아라한이 되어서
모든 세간의 하늘과 인간
마군과 범천(梵天) 등
이러한 무리 속에서 널리
공양을 받게 되었나이다.
009_0919_c_05L我等今者
眞阿羅漢
於諸世閒
天人魔梵
普於其中
應受供飬

세존의 높으신 그 은혜
희유한 일이오니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서
교화하고 이익을 주시니
한량없는 억겁일지라도
누가 능히 보답할 수 있으랴.
009_0919_c_07L世尊大恩
以希有事
憐愍敎化
利益我等
無量億劫
誰能報者

손발이 되어 받들고
머리를 숙여 공경하고
온갖 것을 공양해도
능히 보답할 수 없으며
009_0919_c_09L手足供給
頭頂禮敬
一切供飬
皆不能報

머리 위에 높이 받들거나
양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항하사 겁 동안에
마음을 다해 공경하고
009_0919_c_10L若以頂戴
兩肩荷負
於恒沙劫
盡心恭敬

또한 아름다운 음식과
한량없는 보배 옷과
갖가지 이부자리와
온갖 탕약 등을 올리고
009_0919_c_12L又以美膳
無量寶衣
及諸臥具
種種湯藥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
갖가지 보배로써
탑묘를 건립하고
보배 옷을 땅에 까는 등
009_0919_c_13L牛頭栴檀
及諸珍寶
以起塔廟
寶衣布地

이와 같은 갖가지 일로
항하사 겁 동안이나
공양을 올린다 해도
그 은덕은 갚지 못하리.
009_0919_c_14L如斯等事
以用供飬
於恒沙劫
亦不能報

모든 부처님은 희유하여
한량없고 가이없으며
불가사의한 대신통력을
두루 갖추셨으며
009_0919_c_16L諸佛希有
無量無邊
不可思議
大神通力

무루(無漏)이자 무위(無爲)인
모든 법의 왕이지만
용렬한 이들을 위하여
이런 일을 참으시고
모습에 집착하는 범부 위해
마땅함에 따라서 설하십니다.
부처님은 온갖 법에
가장 자재하시므로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욕망과 쾌락만이 아니라
의지와 능력도 아시고는
감당하는 바에 따라서
한량없는 비유를 써서
법을 설하고 계시며
009_0919_c_17L無漏無爲
諸法之王
能爲下劣
忍于斯事
取相凡夫
隨宜而說
諸佛於法
得最自在
知諸衆生
種種欲樂
及其志力
隨所堪任
以無量喩
而爲說法

모든 중생들의
숙세(宿世)의 선근에 따라서
그 성숙함이나 미숙함을
갖가지로 헤아려서
분별하여 알고 나서는
일승(一乘)의 도를 마땅함에 따라
삼승(三乘)으로 설하셨나이다.
009_0919_c_22L隨諸衆生
宿世善根
又知成熟
未成熟者
種種籌量
分別知已
於一乘道
隨宜說三
品妙法蓮華經卷第二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