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添品妙法蓮華經卷第三

ABC_IT_K0118_T_003
009_0920_a_01L첨품묘법연화경 제3권
009_0920_a_01L添品妙法蓮華經卷第三


사나굴다ㆍ달마급다 공역
오진탁 번역
009_0920_a_02L隋天竺三藏闍那崛多共笈多譯


5. 약초유품(藥草喩品)
009_0920_a_03L藥草喩品第五
009_0920_b_02L
그 때 세존께서 마하가섭과 위대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가섭이여.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잘 말했도다. 진정으로 그대가 말한 것처럼 여래에게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 공덕이 있으니, 그대들이 설사 한량없는 억겁 동안 말할지라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가섭아, 여래는 일체 법의 왕이라서 말씀하신 바가 어느 한 마디라도 헛되지 않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일체 법에 대해 지혜와 방편으로 연설하는데, 그 설해진 법은 모두 일체지(一切智)의 경지에 이르느니라. 여래는 일체 법이 귀일하는 곳을 관찰해 알고, 또한 일체 중생의 마음 깊숙한 움직임도 통달해서 걸림이 없으며, 모든 법을 남김없이 규명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일체의 지혜를 보이노라.
가섭아, 가령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산ㆍ강ㆍ골짜기ㆍ땅 위에서 자라는 모든 초목과 숲, 그리고 약초는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그 명칭과 색깔도 갖가지이니라. 그러다가 빽빽한 구름이 퍼져서 삼천대천세계를 뒤덮고 있다가 일시에 비를 내려서 평등하게 골고루 적셔 주면, 모든 초목, 숲, 약초들의 작은 뿌리ㆍ작은 줄기ㆍ작은 가지ㆍ작은 잎, 중간 뿌리ㆍ중간 줄기ㆍ중간 가지ㆍ중간 잎, 큰 뿌리ㆍ큰 줄기ㆍ큰 가지ㆍ큰 잎, 또는 크고 작은 갖가지 나무가 상ㆍ중ㆍ하를 따라서 제각각 비를 받게 되는데,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비는 한결같지만 나무들은 저마다 품종의 성질에 맞게 수분을 섭취해 자라나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게 되느니라. 똑같이 땅에서 자라나고 똑같이 비를 맞기는 하지만,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다르게 성장하느니라.
009_0920_a_04L爾時世尊告摩訶迦葉及諸大弟子善哉善哉迦葉善說如來眞實功德誠如所言如來復有無量無邊阿僧祇功德汝等若於無量億劫說不能迦葉當知如來是諸法之王若有所說皆不虛也於一切法以智方便而演說之其所說法皆悉到於一切智地如來觀知一切諸法之所歸趣亦知一切衆生深心所行通達無礙又於諸法究盡明了示諸衆生一切智慧迦葉譬如三千大千世界谿谷土地所生叢林及諸藥草種類若干名色各異密雲彌布遍覆三千大千世界一時等澍其澤普洽叢林及諸藥草小根小莖小枝小葉中根中莖中枝中葉大根大莖大枝大葉諸樹大小隨上各有所受一雲所雨稱其種性而得生長華菓敷實雖一地所生一雨所潤諸草木各有差別
가섭아, 여래의 가르침 또한 이와 같다는 걸 알아야 하느니라. 세상에 여래가 출현함은 마치 커다란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위대한 음성이 시방 세계의 하늘ㆍ인간ㆍ아수라 등에게 두루 퍼지는 것은 흡사 저 커다란 구름이 삼천대천 세계를 뒤덮는 것과 같으니라. 그래서 여래는 대중에게 다음같이 말씀하느니라.
‘나는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니, 제도 받지 못한 중생을 제도하고, 불법을 이해하지 못한 중생을 이해시키고, 마음이 불안한 중생을 편안하게 하고, 열반에 들지 못한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리라. 나는 금세(今世)와 후세(後世)를 여실하게 아나니, 나는 일체를 아는 자이며, 일체를 보는 자이며, 도를 아는 자이며, 도를 열어 보이는 자이며, 도를 설하는 자이니라. 그대들, 하늘ㆍ사람ㆍ아수라 등은 모두 여기에 와야 하나니, 이는 법을 듣기 위함이니라.’
이 때 무수한 천만억 종류의 중생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법을 들었느니라. 그러자 여래께서 여러 중생들의 근기의 날카로움과 아둔함, 정진력과 나태함을 살펴서 저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법을 설함으로서 갖가지 한량없는 중생들을 모두 기쁘게 하고 제각기 이익을 얻게 하였노라.
이 중생들은 가르침을 받아서 현생에서는 안온함을 얻고 내생에서는 좋은 세상에 태어남으로서 도로써 즐거움을 누리는 동시에 법을 얻게 되었느니라. 이미 법을 듣게 되자 온갖 장애를 여의게 되고, 온갖 법 속에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점차 도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비유컨대 커다란 구름이 비를 내리자 초목, 숲, 약초들이 각자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서 충분히 습기를 취해 가지각색으로 성장하는 것과 같느니라.
009_0920_b_03L迦葉當知如來亦復如是出現於世如大雲起以大音聲普遍世界天阿脩羅如彼大雲遍覆三千大千國土於大衆中而唱是言我是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世尊未度者令度未解者令解未安者令安未涅槃者令得涅槃世後世如實知之我是一切知者切見者知道者開道者說道者汝等阿脩羅衆皆應到此爲聽法故爾時無數千萬億種衆生來至佛所而聽法如來于時觀是衆生諸根利精進懈怠隨其所堪而爲說法種無量皆令歡喜快得善利是諸衆生聞是法已現世安隱後生善處道受樂亦得聞法旣聞法已離諸障於諸法中任力所能漸得入道彼大雲雨於一切卉叢林及諸藥如其種性具足蒙潤各得生長
009_0920_c_02L여래의 설법은 한 모습(一相)이고 한 맛(一味)이니, 이른바 해탈의 모습(解脫相)이고 여의는 모습(離相)이고 멸하는 모습(滅相)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일체종지(一切種智)에 이르는 것이니라. 어떤 중생이 여래의 법을 듣고서 그 말씀대로 지니고 독송하고 그대로 수행한다면, 그가 얻는 공덕은 스스로도 알 수 없으리라. 왜냐 하면 오직 여래만이 그 중생이 어떤 종류의 모습이고, 어떤 체성(體性)이고, 어떤 일을 염(念)하고, 어떤 일을 생각하고, 어떤 일을 닦고, 무엇을 염(念)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닦고, 어떤 법을 통해서 염(念)하고, 어떤 법을 통해서 사유하고, 어떤 법을 통해서 닦고, 어떤 법을 통해서 어떤 법을 얻는지를 알기 때문이니, 중생이 갖가지 처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오직 여래만이 실답게 보고 명백히 요달해서 걸림이 없느니라.
가령 풀, 나무, 숲, 약초 등은 자신의 품성이 상ㆍ중ㆍ하 중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여래는 그것이 한 모습, 한 맛의 법이란 걸 아나니, 이른바 해탈의 모습이고 여의는 모습이고 멸하는 모습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열반의 적멸상(寂滅相)이니 끝내는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이를 알면서도 중생의 마음과 욕망을 살펴서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에 곧바로 일체종지를 설하지는 않느니라.
그래서 그대들과 가섭은 여래의 근기에 따른 설법을 능히 알아서 믿고 받아들이기가 매우 드문 것이니,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불세존(佛世尊)의 근기에 따른 설법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니라.”
009_0920_b_22L來說法一相一味所謂解脫相離相滅相究竟至於一切種智其有衆生聞如來法若持讀誦如說修行所得功德不自覺知所以者何唯有如來知此衆生種相體性念何事思何事修何事云何念云何思云何修以何法念以何法思以何法修以何法得何法衆生住於種種之地唯有如來如實見之明了無碍如彼卉叢林諸藥草等而不自知上下性如來知是一相一味之法所謂解脫相滅相究竟涅槃常寂滅相終歸於佛知是已觀衆生心欲而將護之是故不卽爲說一切種智汝等迦葉甚爲希有能知如來隨宜說法能信能受所以者何諸佛世尊隨宜說法難解難知
그리고 세존께서는 그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20_c_16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존재[有]에 대한 소견을 타파한
법왕(法王)께서 세간에 출현하사
중생의 욕망에 따라서
갖가지로 말씀하시니
009_0920_c_17L破有法王
出現世閒
隨衆生欲
種種說法

여래는 존귀하고 귀중하며
지혜도 깊고 원대한지라
오랫동안 이 요체(要諦)에 대해 침묵하면서
신속하게 말씀하려고 하지 않았으니
009_0920_c_19L如來尊重
智慧深遠
久默斯要
不務速說

지혜 있는 중생이 들으면
능히 믿고 이해할 수 있지만
지혜 없는 중생은 의심하다가
영원토록 잃게 되기 때문이다.
009_0920_c_20L有智若聞
則能信解
無智疑悔
則爲永失

그러므로 가섭아
중생의 능력에 따라서
갖가지 인연으로 설하는 것은
그들이 정견(正見)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009_0920_c_21L是故迦葉
隨力爲說
以種種緣
令得正見

가섭이여, 반드시 알아야 한다.
가령 크게 운집한 구름이
이 세간에서 일어나
일체를 두루 뒤덮었다면
009_0920_c_23L迦葉當知
譬如大雲
起於世間
遍覆一切

그 지혜의 구름은 습기를 머금고
번갯불은 번쩍거리고
우레 소리가 멀리 울려 퍼져서
온갖 만물을 다 기쁘게 하네.
009_0920_c_24L惠雲含潤
電光晃曜
雷聲遠震
令衆悅豫
009_0921_a_02L
햇빛은 가려져서
땅 위는 서늘해지고
뭉게 구름 드리워진 것이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데
009_0921_a_02L日光掩蔽
地上淸涼
靉靆垂布
如可承攬

그 비는 두루 평등하게
사방으로 골고루 내리고
한량없이 흘러가서
온 땅을 충분히 적셔주네
009_0921_a_04L其雨普等
四方俱下
流澍無量
率土充洽

그리하여 산과 강, 그리고 험한 계곡 등
깊숙한 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갖가지 초목과 약초와
크고 작은 나무들
그리고 온갖 곡식의 싹들
사탕수수나 포도 등이
비에 흠뻑 젖어서
흡족하지 않음이 없고
메마른 땅도 고루 적셔서
약초와 나무가 모두 무성하다네.
009_0921_a_05L山川嶮谷
幽邃所生
卉木藥草
大小諸樹
百穀苗稼
甘蔗蒲桃
雨之所潤
無不豐足
乾地普洽
藥木竝茂

저 구름에서 쏟아지는 비는
한 맛을 가진 물이지만
모든 초목과 무성한 숲은
분수에 따라서 습기를 흡수하나니
009_0921_a_08L其雲所出
一味之水
草木叢林
隨分受潤

일체의 온갖 나무들이
큰 것, 중간 것, 작은 것 등
그 크고 작음에 맞추어서
저마다 낳아서 자라나고
009_0921_a_10L一切諸樹
上中下等
稱其大小
各得生長

뿌리, 줄기, 가지, 잎
꽃과 열매의 빛깔이
한 맛의 비를 맞고서
모두가 선명하고 윤택하게 되네.
009_0921_a_11L根莖枝葉
華果光色
一雨所及
皆得鮮澤

가령 그 체상(體相)은
성품의 분수에 따라서 크고 작지만
비의 은택은 한 가지라서
저마다 흡수해서 무성해진다네.
009_0921_a_12L如其體相
性分大小
所潤是一
而各滋茂

부처님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세간에 출현하시는 것이
마치 저 커다란 구름이
일체를 두루 덮는 것과 같다네.
009_0921_a_14L佛亦如是
出現於世
譬如大雲
普覆一切

이미 세간에 출현해서는
온갖 중생을 위하여
온갖 법의 진실을
분별해서 연설하시네.
009_0921_a_15L旣出于世
爲諸衆生
分別演說
諸法之實

위대한 성인 세존께서는
모든 하늘과 사람들
그리고 일체 중생을 향해서
이렇게 선언하신다.
나는 바로 여래이자
양족존(兩足尊)이니,
009_0921_a_16L大聖世尊
於諸天人
一切衆中
而宣是言
我爲如來
兩足之尊

내가 세간에 출현함은
비유컨대 광대한 구름이
메마른 일체 중생을
흠뻑 윤택하게 하는 것과 같으니
009_0921_a_18L出于世閒
猶如大雲
充潤一切
枯槁衆生

모두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안온한 즐거움을 얻고
세간의 즐거움을 얻고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하리라.
009_0921_a_20L皆令離苦
得安隱樂
世閒之樂
及涅槃樂

하늘과 인간의 무리들아
한마음으로 잘 듣고서
누구나 이곳에 이르러서
더없이 존귀한 이를 뵈어야 한다
009_0921_a_21L諸天人衆
一心善聽
皆應到此
覲無上尊

나는 바로 세존으로서
누구와도 견줄 수 없지만
중생을 안온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여서
대중을 위해 감로(甘露)의
청정한 법을 설하노라.
009_0921_a_22L我爲世尊
無能及者
安隱衆生
故現於世
爲大衆說
甘露淨法
009_0921_b_02L
그 법이 한 맛이라서
해탈이자 열반이니
한결같은 오묘한 음성으로
이 뜻을 펼쳐 나가면서
항상 대승을 위하여
인연을 짓는 것이니라.
009_0921_a_24L其法一味
解脫涅槃
以一妙音
演暢斯義
常爲大乘
而作因緣

내가 일체를 살펴보건대
모두가 두루 평등하여
이것과 저것이 있지 않고
애착과 미움의 마음이 없으니
나는 집착과 탐욕 없고
또한 아무런 걸림도 없노라
009_0921_b_03L我觀一切
普皆平等
無有彼此
愛憎之心
我無貪著
亦無限碍

항상 일체 중생을 위해서
평등하게 법을 설하는데
마치 한 사람을 위하는 듯하나
많은 무리들도 똑같이 듣는다네.
009_0921_b_05L恒爲一切
平等說法
如爲一人
衆多亦然

항상 법을 펼쳐서 설할 뿐
다른 일은 있은 적이 없으니
오고 가고 앉고 서고 하여도
끝내 피로하거나 싫증냄 없노라.
009_0921_b_07L常演說法
曾無他事
去來坐立
終不疲厭

그리하여 세간을 충족시키는 것이
마치 비가 일체를 두루 적시듯이 하니
귀하든 천하든, 높든 낮든
계율을 지키든 지키지 않든
009_0921_b_08L充足世間
如雨所潤
貴賤上下
持戒毀戒

위의(威儀)를 구족하고 있든
위의를 구족하지 못했든
바른 견해이든 삿된 견해이든
날카로운 근기이든 아둔한 근기이든
평등하게 법의 비(法雨)를 내리는 걸
게으름 없이 하노라.
009_0921_b_09L威儀具足
及不具足
正見邪見
利根鈍根
等雨法雨
而無懈惓

나의 법문을 듣는
일체의 모든 중생들은
능력에 따라 받아들여서
갖가지 경지에 머무나니
009_0921_b_11L一切衆生
聞我法者
隨力所受
住於諸地

혹은 천상이나 인간에 처하고
전륜성왕이나 제석천이 되거나
범천이 되기도 하니
이는 작은 약초에 해당되네.
009_0921_b_13L或處人天
轉輪聖王
釋梵諸天
是小藥草

그러나 무루법(無漏法)을 알면
열반을 능히 증득하고
육신통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삼명(三明)마저 얻으니
009_0921_b_14L知無漏法
能得涅槃
起六神通
及得三明

산림에 홀로 거처하면서
항상 선정을 수행하는 자는
연각의 깨달음을 얻으면
그는 바로 중간의 약초이네.
009_0921_b_15L獨處山林
常行禪定
得緣覺證
是中藥草

세존의 경지를 구하기 위해서
반드시 나는 부처를 이루겠다고 하면서
정진과 선정을 행하는 자는
바로 최상의 약초라고 할 수 있네.
009_0921_b_17L求世尊處
我當作佛
行精進定
是上藥草

또한 여러 불자(佛子)가
온 마음으로 불도를 닦고
항상 자비를 실천해서
스스로의 성불을 믿어
조금도 의심이 없으면
이를 작은 나무라 명명한다네.
009_0921_b_18L又諸佛子
專心佛道
常行慈悲
自知作佛
決定無疑
是名小樹

신통(神通)에 편안히 머물면서
불퇴전(不退轉)의 법륜을 굴려
헤아릴 수 없는 많고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는 자는
바로 보살로서
큰 나무라 일컫는다네.
009_0921_b_20L安住神通
轉不退輪
度無量億
百千衆生
如是菩薩
名爲大樹

부처님의 평등한 설법
마치 한 맛의 비와 같건만
중생의 성품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은 저마다 다르니
비유컨대 저 풀과 나무가
품수(稟受)받은 것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네.
009_0921_b_22L佛平等說
如一味雨
隨衆生性
所受不同
如彼草木
所稟各異
009_0921_c_02L
세존께서 이런 비유를 사용해서
방편을 열어 보이시고
갖가지 말씀으로써
한 가지 법을 베푸는데,
이런 것은 부처님의 지혜에서
바닷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네.
009_0921_b_24L佛以此喩
方便開示
種種言辭
演說一法
於佛智慧
如海一渧

내가 법의 비를 내려서
세간을 충만히 적시면
이 한 맛의 법을
능력에 따라서 수행함은
009_0921_c_03L我雨法雨
充滿世間
一味之法
隨力修行

마치 저 숲에서 자라는
여러 약초와 나무가
크고 작음에 따라서
점차 자라나는 것과 마찬가지네.
009_0921_c_04L如彼叢林
藥草諸樹
隨其大小
漸增茂好

부처님의 가르침은
항상 한 가지 맛으로
모든 세간의 중생을
두루 구족케 함으로서
점점 닦아 나아가
도과(道果)를 얻게 하노라.
009_0921_c_06L諸佛之法
常以一味
令諸世間
普得具足
漸次修行
皆得道果

성문이나 연각이
산림 속에 머물면서
최후의 몸에 머물러서
법을 듣고 과보를 얻으면
009_0921_c_08L聲聞緣覺
處於山林
住最後身
聞法得果

이를 일컬어 약초가 각각
자라나는 것과 같다고 하네.
009_0921_c_09L是名藥草
各得增長

만일 여러 보살들이
지혜가 견고해서
삼계를 요달하여
최상승(最上乘)을 구한다면
이를 일러서 작은 나무가
자라나는 것과 같다고 하네.
009_0921_c_10L若諸菩薩
智慧堅固
了達三界
求最上乘
是名小樹
而得增長

또한 선정에 안주하여
신통력을 얻고
온갖 법의 공(空)함을 듣고
커다란 환희심을 일으켜
009_0921_c_12L復有住禪
得神通力
聞諸法空
心大歡喜

무수한 광명을 놓아서
온갖 중생을 제도하면
이는 일러서 커다란 나무가
자라나는 것과 같다고 하네.
009_0921_c_13L放無數光
度諸衆生
是名大樹
而得增長

이와 같이 가섭아
부처님의 설하신 법은
예컨대 커다란 구름이
한 맛의 비로써
사람과 꽃을 적셔서
저마다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같노라.
009_0921_c_14L如是迦葉
佛所說法
譬如大雲
以一味雨
潤於人華
各得成實

가섭아, 마땅히 알지니
여러 가지 인연법과
갖가지 비유로써
부처님의 도를 열어 보이는 것은
바로 나의 방편인 것이고
이는 모든 부처님도 마찬가지다.
009_0921_c_16L迦葉當知
以諸因緣
種種譬喩
開示佛道
是我方便
諸佛亦然

이제 그대들을 위해서
가장 실다운 일을 설하겠으니,
온갖 성문의 무리들은
모두 멸도(滅度)하지 못했노라
009_0921_c_18L今爲汝等
說最實事
諸聲聞衆
皆非滅度

그대들이 행할 바는
이 보살도일 뿐이니
점점 수학(修學)하여 정진하면
모두가 성불하리라.
009_0921_c_20L汝等所行
是菩薩道
漸漸修學
悉當成佛
009_0922_a_02L
세존께서 말씀을 계속하셨다.
“또한 가섭아, 여래는 일체 중생을 조금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조복(調伏)한다. 가섭아, 가령 일월의 광명이 세간을 밝게 비출 때는 선을 짓든 불선(不善)을 짓든, 또는 높은 곳에 처하든 낮은 곳에 처하든, 혹은 향기가 나든 악취가 나든, 온갖 처소를 조금도 치우침이 없이 평등하게 비추는 것과 같느니라.
이와 마찬가지로 가섭아, 여래는 이 정변지(正遍知:올바르고 보편적으로 앎), 일체종지(一切種智:일체의 차별법을 식별하는 지혜)라는 마음의 광명으로 온갖 오취(五趣)의 중생이 생명을 받는 가운데서나 대승이나 연각승 또는 성문승을 믿고 이해하는 가운데서나 정법을 평등하게 굴려서 설하는 것이며, 그러면서도 여래의 지혜는 조금도 증가하거나 감소함이 없는 채로 그 복과 지혜가 모여서 생기는 것이다.
가섭아, 삼승의 차별은 원래 있지 않건만 오직 저 중생들이 서로 다르게 행하는 까닭에 삼승을 마련하게 된 것이니라.”
009_0921_c_21L復次迦葉如來於諸衆生調伏平等迦葉譬如日月光明照於世閒若作若作不善若高處住若下處住若臭諸處平等光照無偏如是如來正遍知一切種智心之光於諸五趣衆生受生之中如其信解大乘緣覺乘聲聞乘中爲說正法平等而轉如來智慧亦無增減如其福智聚集而生迦葉無有三乘唯彼衆生別異行故施設三乘
그러자 혜명(慧明)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삼승이 없다면, 어떤 이유로 현세에 성문ㆍ연각ㆍ보살을 마련하게 되었습니까?”
009_0922_a_08L慧命摩訶迦葉白佛言世尊若無三乘何故現世施設聲聞緣覺菩薩
부처님께서 혜명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그릇을 만들 때는 어느 그릇이나 똑같이 진흙을 사용해서 만들었겠지만, 만들어진 그릇 중에는 사탕을 담는 그릇도 있고 소(酥)를 담는 그릇도 있고 우유제품을 담는 그릇도 있고 혹은 오물을 담는 그릇도 있을 것이다. 진흙에는 조금도 차이가 없지만 거기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릇은 갖가지로 다양하게 마련되느니라. 이처럼 가섭아, 소위 대승이라 불리는 일승(一乘)만이 있을 뿐 이승도 없고 삼승도 없느니라.”
009_0922_a_10L佛告慧命摩訶迦葉譬如作瓦器者等和土埿而用作器彼中或有盛沙糖器或盛蘇或盛乳酪器或盛惡糞穢器埿亦無有種種別異而物著中隨所受量器則種種別異施設如是迦葉此唯一乘所謂大乘無有二乘及以三乘
그러자 혜명 마하가섭이 부처님께 말씀을 올렸다.
“세존이시여, 저 중생들은 그 이해와 믿음이 가지각색이나이다. 중생들이 삼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일승의 열반을 지향해야 하옵니까, 이승이나 삼승의 열반을 지향해야 하옵니까?”
009_0922_a_16L慧命摩訶迦葉白佛言世尊彼諸衆生種種信解若出三界彼等爲一涅爲當二
009_0922_b_02L부처님께서 혜명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온갖 법의 바탕(體)이 평등한 열반이란 걸 깨닫는다면 오직 일승만 있을 뿐 이승이나 삼승은 없는 것이니라.
가섭아, 이 뜻에 맞추어서 내가 그대를 위해 비유를 들겠노라.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이 비유를 통해서 내가 설한 뜻을 반드시 이해할 것이니라.
가섭아, 예를 들어서 맹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다.
‘좋다거나 나쁘다는 등의 색(色)은 없으며, 또한 좋다거나 나쁘다는 등의 색을 볼 수도 없다. 해, 달, 별 등은 없으며, 또한 해, 달, 별 등을 볼 수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 맹인 앞에서 이렇게 말하느니라.
‘좋다거나 나쁘다는 등의 색은 있으며, 또한 좋다거나 나쁘다는 등의 색을 볼 수도 있다. 해, 달, 별 등은 있으며, 또한 해, 달, 별 등을 볼 수도 있다.’
저 맹인은 이 말을 들었건만 받아들이지 않았느니라. 그 때 어느 뛰어난 의사는 모든 병을 잘 알았는데 저 맹인을 보고서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저 맹인은 지난 생의 악업으로 인해 금생에 장님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 병은 네 가지 종류가 있으니, 이른바 중풍[風]ㆍ황(黃)ㆍ꼽추 등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의사는 그의 병을 고치기 위해 또 다시 이렇게 생각한다.
‘세간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로는 이 병을 치유할 수 없고 오직 설산(雪山王)에서 나는 네 가지 약이 있을 뿐이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이른바 첫째는 순입제색미처(順入諸色味處)이고, 둘째는 해탈제병(解脫諸病)이고, 셋째는 파괴제독(破壞諸毒)이고, 넷째는 수소주처시여안약(隨所住處施與安樂)의 네 가지이다.’
009_0922_a_19L佛告慧命摩訶迦葉覺諸法體等涅槃彼亦唯一無有二迦葉以彼義故我當爲汝作喩以此喩故有智丈夫則當解我所說之義迦葉譬如生盲丈夫作如是言無有惡等色亦無好惡等色可見無有星宿等亦無星宿等可見有異丈夫於彼生盲者前說如是言有好惡等色亦有好惡等色可見有日星宿等亦有星宿等可見生盲丈夫雖聞其說而不信受時有良醫能知諸病見彼生盲丈夫如是念言其彼丈夫先有惡業今有病生若其病生則有四種所謂風黃與癃及以等分時彼良醫爲欲滅其病故又復方便如是思惟所有藥物世所行者彼等不能療治此病唯雪山王有四種藥何等爲四所謂初名順入諸色味處二名解脫諸病三名破壞諸毒四名隨所住處施與安樂是爲四種
009_0922_c_02L이 때 의사는 저 맹인에 대해 가엾은 생각이 일어나서 이러한 방편의 생각을 일으켰느니라.
‘저 약을 구하기 위해서 방편으로 설산을 가야겠다. 정상에 이르게 되면 아래로 내려가거나 혹 옆으로 다니면서 두루 전체적으로 살펴야지. 이렇게 살피고 나면 네 가지 약을 얻으리라. 약을 혹 이빨 등으로 씹어서 그에게 주기도 하고, 혹 돌에 갈거나 다른 약물과 섞어서 달여 주기도 하고, 또는 생약(生藥)과 섞어 주기도 하고, 혹은 침을 놓아 그 구멍에 넣어 주기도 하고, 혹은 불로 구워서 주기도 하고, 또는 다른 약물과 섞어 화합시킨 뒤 주기도 하고, 혹은 음식과 함께 주기도 하리라.’
저 맹인은 마침 이 방편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즉시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느니라. 눈이 밝아져서 안과 밖, 멀고 가까움, 해와 달의 광명, 성수(星宿)를 비롯한 모든 빛깔을 볼 수 있게 되자, 그는 이렇게 말했느니라.
‘오호라,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예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도 나는 믿지 않았지만, 이젠 나도 무엇이든 볼 수 있게 되었다. 눈먼 장님에서 벗어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나보다 수승한 사람은 없으리라.’
009_0922_b_15L時彼良醫於生盲所發生悲愍興起如是方便思惟以彼方便詣雪山王到已上頂或下入或傍行周遍觀察旣觀察已得四種藥於中或以齒等咀嚼作已與之或以石磨或復和別藥物煮熟與之或復和生藥物作已與之或鍼刺身與作孔穴或有與火炙燒或以別異藥物相和乃至飮食和而與之時彼生盲以方便相應故卽時得眼彼得眼已光明星宿諸色皆悉得見說如是言嗚呼我甚愚癡我聞先說本不信受我今此時皆悉得見我盲已脫亦已得眼無勝我者
009_0923_a_02L바로 그 때 또한 오통선인(五通仙人)이 있었으니, 천안통(天眼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전생을 기억하는 능력[憶念宿住]ㆍ지혜가 크게 밝은 능력[善證智通]을 지녔느니라. 그가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된 그 장님에게 말했다.
‘여보게, 그대는 오직 눈만 떴을 뿐이지 다른 것은 어느 하나도 모른다네. 그대는 지금 무슨 연고로 그렇게 교만을 부리는가. 그대는 아직 지혜의 선교(善巧)가 없네.’
오통 선인은 선교방편으로 또 다음같이 말하기도 했느니라.
‘그대는 방으로 들어가서 앉아보게나. 방 밖에 있는 다른 것은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을 걸세. 또한 그대는 중생들의 착한 마음이나 악한 마음도 모르지 않는가. 5유사나(踰闍那) 정도 떨어져서 나는 말소리, 북소리 등을 그대는 또한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네. 구로사(拘盧舍) 정도 떨어지면 두 발을 옮기지 않으면 그곳에 이를 수도 없다.
그리고 성장해서는 모태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데, 그대는 어째서 교묘한 지혜가 있다고 말하는가. 또한 그대는 어인 일로 무엇이든 볼 수 있다고 말하는가. 여보게, 어둠에서 밝음을 알아야 하고, 밝음에서 어둠을 알아야 하네.’
그러자 그는 선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느니라.
‘무슨 방편을 쓰고 어떤 청정한 업을 지어야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까? 아울러 그대들에 대한 청정한 믿음의 힘 때문에 나도 또한 마땅히 이런 공덕을 얻어야 합니다.’
저 오통 선인이 맹인에게 말했다.
‘만일 그와 같이 되고자 한다면, 그대는 마땅히 깊은 산의 굴속에 들어가 앉은 자세로 사유하고 법을 염(念)해서 번뇌를 끊어야만 비로소 응당 신통력을 얻어 공덕이 구족하게 되리라.’
그래서 그는 이 말을 받아 들여서 즉시 출가하여 한적한 곳에서 거처하였느니라. 그리고 한마음을 오로지 지켜서 세간에 대한 갈애(渴愛)를 끊고는 오신통을 얻었으며, 오신통을 얻고나서는 이렇게 생각했느니라.
‘나는 전생에 다른 업(業)을 지었으니, 그 인연으로 인해 공덕이 전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이제 이 순간부터 사념(思念)하는 바에 따라도 즉시 여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날에는 지혜가 적었기 때문에 장님처럼 살았다.’
009_0922_c_06L彼時復有五通仙人天眼天耳了知他心憶念宿住善證智通語丈夫言丈夫汝唯得眼餘無一知汝今何故已生憍慢汝亦未有智慧善巧彼復作如是言丈夫汝入室坐外有別色不見不知汝亦不知衆生善心惡心五踰闍那邊住所有言說貝等聲汝亦不聞不知拘盧舍邊不擧兩足不能往到及生長已母胎作業汝亦不念云何汝有巧智云何作如是言≺我悉得見≻又汝丈夫闇作明知明作闇知時彼丈夫語仙人言以何方便又作何等淸淨業已當得是智及於汝等淨信力故我亦當得如此功德時彼仙人語丈夫言若欲如是汝應當住空閑山窟坐思念法及斷煩惱當得神通具足功德時彼丈夫受其義已卽行出家住空閑處專守一心斷世渴愛得五神通旣得五神通已思惟我先作於別業以彼因故無一功德可以證知我念此時隨所思念卽能得去我於昔時少智少慧有盲而住
가섭아, 이 비유를 든 것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게 하고자 함이니, 이 비유의 뜻을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가섭아, 저 장님이란 예컨대 육도 세계에서 유전하는 중생에 해당되느니라. 중생이 정법을 지각하지 못하면 번뇌의 어둠이 당장 증가되면서 저 무명의 어둠까지 미친다. 무명의 어둠으로 인해 행(行)의 업이 쌓이고, 이 행의 업을 연(緣)으로 삼기 때문에 명색(名色)으로부터 유(有)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괴로움만 쌓여가게 되느니라. 이러한 무명의 어둠을 낳기 때문에 중생은 유전(流轉) 속에서 머물게 되는데, 오직 여래만이 삼계(三界)에서 벗어나 중생에 대한 자비와 연민을 일으키니 마치 인자한 어버이가 외아들을 사랑하는 것과 같느니라. 여래는 자비와 연민을 일으켜 아래로 삼계에 들어가서는 저 중생들이 생사유전의 수레바퀴 속을 헤맬 뿐 그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여실하게 알지 못함을 보게 되느니라.
부처는 부처의 눈으로 살펴보는데, 보고 나서는 이 중생들이 지난날 선을 닦았는지, 성내는 일은 적었지만 욕심은 두터웠는지, 혹은 욕심은 적었지만 성내는 일은 많았는지, 또는 지혜는 작았는지, 혹은 교묘한 지혜가 있는지, 또는 성숙하고 청정했는지, 또는 삿된 소견이 있는지를 요달해 알았느니라.
이런 중생들을 위해서 여래는 방편으로 삼승법을 교묘히 설하게 되었나니, 마치 저 오신통의 청정한 눈을 얻은 선인, 즉 보살이 보리심을 내어 무생인(無生忍)을 얻고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無上正眞之覺]을 증명해 자각하는 것과 같으니라.
009_0923_a_05L迦葉作此譬喩欲令知義於此義中復應當見迦葉其生盲者卽是六趣流轉中住所有衆生若於正法未有知覺煩惱盲闇則當增長及彼無明闇冥以無明闇冥故行業聚集以行業爲緣故名色乃至唯有大苦之聚積集當生如是無明闇冥衆生流轉中住唯有如來超出三界發生悲愍亦如慈父愛念一子發悲愍已下入三界見彼衆生於流轉輪中行不如實知出離流轉佛以佛眼而觀見之見已了知此等衆生先世作善少瞋厚欲少欲厚瞋或有少智或有巧慧或有成熟淸淨或有邪見彼等衆生佛爲方便巧說三乘如彼仙人五通淨眼者卽是菩薩提心生得無生忍證覺無上正眞之
009_0923_b_02L비유 속에 등장한 위대한 의사는 응당 여래라고 보아야 하며, 저 눈먼 장님은 어리석고 우매한 중생이라고 보아야 하며, 저 중풍[風]ㆍ황(黃)ㆍ꼽추 등은 곧 탐욕, 성냄, 어리석음 및 예순 두 가지 삿된 소견이라고 보아야 하느니라. 네 가지 약은 바로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삼해탈문(三解脫門)이라고 보아야 하니, 약을 복용하면 그에 따라 병이 소멸되는 것이 바로 공ㆍ무상ㆍ무원의 해탈문이니라.
올바르게 염(念)을 닦아서 마치면 무명이 당장에 소멸되고, 무명이 소멸되기 때문에 행(行)이 멸하고, 나아가 유(有)의 커다란 괴로움의 덩어리도 소진되나니, 이와 같이 사유해서 선에도 머물지 말고 또 악에도 머물지 말 것이니라.
장님이 눈을 뜨는 것은 바로 성문승과 연각승으로 보아야 하니, 생사유전과 번뇌의 결박을 끊어서 번뇌로부터 벗어나고 육취의 세계와 삼계로부터 해탈하는 것이니라.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성문승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다시 증명해서 깨달아야 할 다른 법은 있지 않으니, 나는 열반에 이미 이르렀다.’
바로 이 때 여래는 그를 위해 설법하나니, 만약 모든 법을 다 도달하지 못했다면 어느 곳에서 그에게 구경의 열반이 있겠는가. 그들은 여래께서 보리로 교화하자 보리심을 발하게 되어서 생사의 유전에도 머물지 않고 열반에도 이르지 않느니라. 그들은 삼계와 시방 세계가 공적(空寂)하여 모두가 환화(幻化), 꿈, 아지랑이, 메아리와 같다는 걸 깨달아서 모든 법의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속박도 아니고 해탈도 아님과 밝음도 아니고 어둠도 아니란 걸 살펴보게 되느니라. 이처럼 지극히 깊고 깊은 법을 보게 되나니, 그들의 봄[見]에는 본 바가 없으면서도 삼계를 가득 채운 온갖 중생 마음의 갖가지 믿음과 이해를 또한 항상 보느니라.”
009_0923_a_22L如彼大醫卽是如來當如是見彼生盲卽是癡闇衆生當如是見彼風癃等卽是欲瞋及癡六十二當如是見如四種藥卽是空無相無願涅槃門當如是見隨所服藥病隨滅卽是空無相無願解脫門修念已無明當滅無明滅故行滅至唯有大苦聚滅如是思惟不住善亦不惡中如盲得眼卽是聲聞覺乘當如是見割斷流轉煩惱繫縛解脫煩惱解脫六趣及以三界以彼義故聲聞乘者如是念言無有別法更須證覺我今已得到於涅槃爾時如來爲彼說法若於諸法未能悉到何處彼有究竟涅槃彼等佛以菩提敎化發菩提心不住流轉不到涅槃彼悟三界十方空寂皆如化夢及以焰響觀見諸法不生不滅不縛不解不闇不明如是見甚深法彼見亦無所見而亦恒見滿諸三界別異衆生心之信解
이어서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23_b_19L爾時世尊欲重宣此義說偈言

비유컨대 해와 달의 광명이
선이든 악이든 차별 없이
삼천 세계를 평등하게 비추면서도
그 광명에는 늘거나 줄어듦이 없듯이
009_0923_b_20L譬如日月光
平等照三千
於善及於惡
而光無增減
009_0923_c_02L
여래의 지혜 광명도
해와 달같이 평등하게
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이
온갖 중생을 교화한다네.
장인(匠人)이 그릇을 만들 때
똑같은 진흙을 쓰지마는
그 그릇 속에 담겨진 것은
사탕이나 우유나 물이 있고
혹은 깨끗하지 못한 것도 있고
또는 우유제품이 담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똑같이 하나의 진흙으로
장인이 그릇으로 만들지만
그 안에 담는 물건에 따라
그릇의 이름이 달라지듯이
009_0923_b_22L如來智慧光
平等如日月
敎化諸衆生
無增亦無減
如瓦師作器
平等和土埿
於中器或盛
沙糖乳蘇水
或有盛不淨
或有盛於酪
彼唯取一埿
瓦師用爲器
若物墮其內
因彼知器名

마찬가지로 모든 중생에 대해서도
여래는 그들의 욕망의 차이에 따라서
승(乘)의 차별을 설하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오직 불승(佛乘) 뿐이라네.
009_0923_c_03L如衆生無餘
如來隨別欲
雖說乘差別
決定唯佛乘

지혜가 없어서 윤회에 빠져
적멸(寂滅)을 알지 못하지만
누구든 능히 공(空)을 알아서
법(法)과 아(我)를 멀리 여의면
그는 부처이신 세존(世尊)을 알아서
올바르고 참된 깨달음을 얻으리라.
009_0923_c_05L無智故輪轉
而不知寂滅
若人能知空
遠離於法我
彼知佛世尊
所得正眞覺

안주한 곳이 중간의 지혜[中智]이면
그를 이름하여 연각이라 하고
공의 지혜로 교화하면
그의 드러난 이름은 성문이 되고
만약 온갖 법을 능히 깨달으면
그를 이름하여 정변지(正遍知)라 일컫네.
태어나면서 장님인 자는
해, 달, 별을 보지 못하므로
그는 문득 이렇게 말하리라.
‘온갖 색깔의 종류는 있지 않다’고.
009_0923_c_07L安置處中智
說名緣覺者
空智敎化已
顯名爲聲聞
若能覺諸法
說名正遍知
如有生盲者
不見日月星
彼便如是言
無有諸色類

저 맹인을 어느 위대한 의사가
사랑하고 연민하게 되어서
직접 설산(雪山)을 찾아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다니면서
009_0923_c_10L大醫於生盲
爲其入慈愍
往詣雪山已
上下及傍行

훌륭한 약을 찾아다니다가
순입제색미처(順入諸色味處) 등
네 가지 약을 얻어서
이를 화합하여 치료하나니
009_0923_c_11L求得於良藥
順入色味處
如是等四種
和合而療治

혹은 이빨로 씹어서 주고
또는 돌로 갈아서 주고
침을 놓아 몸에 주입해서
태어나면서 장님인 자를 치료했다네.
009_0923_c_13L或有用齒齧
或有以石磨
或以鍼入身
療治生盲者

장님은 눈을 뜨게 되자
금방 해와 달의 광명을 보고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네.
지난날 아무 지혜도 없이 말했으니
009_0923_c_14L彼旣得眼已
卽見日月光
復作如是念
昔時無智說

이는 생사에 유전하는 중생이라네.
나면서부터 장님이라 아무 지혜도 없어서
생(生)을 반연하고 운(運)에 따라 굴러다니며
지혜가 없어서 고통을 받았어라.
무지하고 어리석게 세상을 살기 때문에
이처럼 일체지(一切智)를 지니신
위대한 의사이신 여래께서
자비와 연민을 일으키셨네.
그리하여 뛰어난 방편을 펼쳐서
적멸의 정법을 연설하시고
위없는 불각(佛覺)의 지혜로
최고의 승(乘)을 말씀하셨네.
009_0923_c_15L是流轉衆生
生盲大無智
緣生輪所運
無智受苦道
無智癡世中
如是一切智
如來大良醫
出生悲愍體
彼以善方便
演說寂正法
無上佛覺智
演說最勝乘

중제(中際)에 처할 것을 자세히 설하자
중간의 지혜[中智]를 지닌 도사(導師)는
생사의 유전을 두려워해서
보리도를 찬탄하는구나.
009_0923_c_19L廣說處中際
中智導師者
怖畏於流轉
爲讚異菩提

삼계에서 벗어나서 여의면
성문은 스스로 머물 줄 알아서
열반의 청정한 안락함을
나는 얻었다고 생각하나니
응당 일체 법을 깨달아서
열반의 감로처(甘露處)를 얻었다고 본다네.
009_0923_c_21L出離三界已
聲聞自知住
如是念我得
涅槃無垢安
當得諸法覺
涅槃甘露處

이런 성문에 대해 선인(仙人)은
자비심과 연민을 일으켜서
그대의 어리석음이라고 고하면서
나를 지혜로서 여기지 말라고 하시네.
009_0923_c_23L大仙於彼故
爲其入悲愍
告言汝愚癡
莫念我是智

예컨대 어딘가 창고가 있어서
그대가 그 속에 머물 때는
지혜가 적은 그대로서는
바깥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하리라
009_0923_c_24L若有於倉舍
汝住彼中時
外有則不知
汝是小智者
009_0924_a_02L
그 속에 머물 때는
밖에서 짓거나 짓지 않은 일은
그대는 결코 알 수 없거늘
게다가 지혜까지 적은 경우에랴
009_0924_a_02L若住彼中時
知外作未作
彼亦未是知
況汝小智者

다섯 유사나[踰闍那] 떨어진 곳에서
만약 소리가 난다면
그대는 소리를 듣지 못하나니
하물며 저 멀리서 나는 경우에랴
009_0924_a_04L五踰闍那量
若有音聲出
汝不能聞彼
何況別遠住

다른 사람이 그대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인지 미워하는 마음인지
그대는 결코 알 수 없거늘
하물며 교만한 마음을 내는 경우에랴
009_0924_a_05L他人於汝所
若愛若惡心
汝不能知彼
如何生普慢

구로사(俱盧舍) 떨어진 곳이라도
발을 옮기지 않으면 갈 수 없나니
그대가 모태 속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는 잊었지 않는가.
009_0924_a_06L欲向俱盧舍
不步不能往
汝胎所有事
汝亦忘彼時

만일 오신통을 얻는다면
일체지라고 일컬으니
그대는 지극히 어리석으면서도
이와 같은 지혜를 말하는구나.
009_0924_a_08L若得五神通
乃名一切智
汝癡無一智
而說是智者

그대가 일체지를 얻어
신통을 부리고 싶어서
한적한 곳에서 정진한다면
신통력을 낼 수 있으리니
청정한 법을 생각하면
응당 신통력을 얻게 되리라.
여래의 말대로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방에 들어가 사유하면
오신통을 얻게 되어서
머지않아 공덕을 갖추리라.
009_0924_a_09L汝欲一切智
出生於神通
若住空閑處
神通則可出
思惟淸淨法
則當得神通
受義詣空閑
思惟入靜室
得五神通已
不久具功德

이와 같이 여러 성문들이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부처가 그들에게 설한 것은
작은 휴식은 열반이 아니라 했네.
009_0924_a_12L如是諸聲聞
念得涅槃想
諸佛說彼時
小息非涅槃

이 모든 부처의 방편은
이러한 도를 설하기 위함이니
만약 일체지를 여읜다면
열반을 발하지 못하리라.
009_0924_a_14L是諸佛方便
爲說如此道
若離一切智
無有發涅槃

삼세의 지혜가 끝이 없고
육도의 만행도 청정하여
공적(空寂)과 무상(無相)과
그리고 원(願)을 짓는 것도 버려서
009_0924_a_15L三世智無邊
六度行淸淨
空寂及無相
作願亦除捨

오직 보리심이라는 별개의 법으로
열반을 지향하고
아울러 네 가지 범행(梵行)과
사섭법(四攝法)도 찬양하고 설해서
이렇게 중생을 위해 교화했으니
뛰어난 선인이라면 이 법을 설했노라.
009_0924_a_16L及以菩提心
別法向涅槃
及四種梵行
四攝亦讚說
爲敎化衆生
勝仙而說此

만약 다시 일체 법의 자성(自性)이
허깨비나 꿈과 같고
파초처럼 알맹이가 없고
또한 메아리와 같음을 안다면,
009_0924_a_18L若復知諸法
自性如幻夢
不實似芭蕉
亦與音響等

그리하여 삼계가 남김 없이
자성이 그렇다는 걸 안다면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어서
따로 멸도함을 알지 못하며
009_0924_a_20L及知彼自性
三界無餘殘
不縛亦不解
不知於滅度

일체 법은 평등하게 공하여서
다른 체(體)가 있지가 않으니
이 또한 보는 바가 없어서
한 법도 살피지를 않노라.
009_0924_a_21L諸法平等空
無有異體者
此亦無所見
不觀於一法

그대가 이 위대한 지혜를 본 자라면
그 법신은 가이없을 것이니
이는 삼승에 있지 않으며
오직 일승 속에 있을 뿐이네.
009_0924_a_22L彼見大智者
法身無餘殘
無有於三乘
一乘此中有

일체 법은 모두가 평등하지만
평등하면서도 항상 등등(等等)하니
이런 지혜를 알고 나야
열반의 감로에 안주하리라.
009_0924_a_24L諸法皆平等
平等常等等
知如是智已
涅槃甘露安
009_0924_b_02L
6. 수기품(授記品)
009_0924_b_02L添品妙法蓮華經授記品第六

이 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마치신 뒤 대중들을 향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의 제자 마하가섭은 앞으로 삼백만억이나 되는 무수히 많은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공양을 올리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대법(大法)을 널리 펼 것이다. 그러다가 최후의 몸에서 성불하게 되는데, 그 명호를 광명(光明)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며, 국명(國名)은 광덕(光德)이고 겁명(劫名)은 대장엄(大莊嚴)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처의 수명은 12소겁이며,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20소겁이며, 상법 또한 20소겁 동안 세상에 머물 것이니라.
그 불국토는 장엄하게 장식되어서 온갖 오염된 것이나, 기와 조각ㆍ돌 부스러기ㆍ가시덤불ㆍ똥오줌이 없으며, 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해서 높고 낮은 데가 없고 구덩이나 언덕이 없으며, 땅은 유리로 되어 있고 길가에는 보배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도로 주위를 황금의 줄로 장식하고 갖가지 보배 꽃이 뿌려져 있어서 온통 전체가 청정할 것이니라. 또 그 불국토에는 보살이 무량천억(無量千億)이고 성문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마군이 일을 벌이지 못할 것이며, 설령 마군과 그 권속이 있을지라도 그들은 모두 불법을 보호할 것이니라.”
009_0924_b_03L爾時世尊說是偈已告諸大衆唱如是言我此弟子摩訶迦葉於未來世當得奉覲三百萬億諸佛世尊供飬恭敬尊重讚歎廣宣諸佛無量大法於最後身得成爲佛名曰光明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間解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國名光德劫名大莊嚴佛壽十二小劫法住世二十小劫像法亦住二十小國界嚴飾無諸穢惡瓦礫荊棘便不淨其土平正無有高下坑坎堆琉璃爲地寶樹行列黃金爲繩以界道側散諸寶華周遍淸淨其國菩薩無量千億諸聲聞衆亦復無數有魔事雖有魔及魔民皆護佛法
이어서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다.
009_0924_b_18L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여러 비구들에게 고하노니
내가 부처님의 눈으로
나의 제자 가섭을 보건대
그는 무수한 겁을 지나서
다가올 미래 세상에는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라.
009_0924_b_19L告諸比丘
我以佛眼
見是迦葉
於未來世
過無數劫
當得作佛

그리고 내세에서는
삼백만억에 달하는
무수히 많은 부처님을
모시면서 공양 올리고
부처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청정한 범행을 닦으리라.
가장 존귀한 존재인
양족존(兩足尊)께 공양 올리고
갖가지 위없는
지혜를 닦아서
최후의 몸을 받아서
마침내 성불하리라.
009_0924_b_21L而於來世
供飬奉覲
三百萬億
諸佛世尊
爲佛智慧
淨修梵行
供飬最上
兩足尊已
修集一切
無上之慧
於最後身
得成爲佛
009_0924_c_02L
그 불국토 청정하여
땅은 유리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보배나무로
길가를 장식하고
황금의 줄로 장엄함으로서
보는 이마다 환희심 일으키고
009_0924_c_02L其土淸淨
琉璃爲地
多諸寶樹
行列道側
金繩界道
見者歡喜

늘 좋은 향내를 내는
온갖 이름 있는 꽃들이
도처에 흩뿌려져 있고
갖가지 기묘한 것으로
곳곳마다 장엄되어 있으며
그 땅은 평평하고 반듯해서
구덩이나 언덕이 없네.
009_0924_c_04L常出好香
散衆名華
種種奇妙
以爲莊嚴
其地平正
無有丘坑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온갖 보살의 무리들은
그 마음을 조복해서
커다란 신통을 얻으며
모든 부처님의 대승경전을
크게 받들어 지니리라.
009_0924_c_06L諸菩薩衆
不可稱計
其心調柔
逮大神通
奉持諸佛
大乘經典

온갖 성문의 무리들로서
무루(無漏)의 최후 몸을 받은
법왕의 아들도 또한
헤아릴 수조차 없나니
설사 천안으로 본다 해도
그 수를 헤아려 알 수 없으리.
009_0924_c_08L諸聲聞衆
無漏後身
法王之子
亦不可計
乃以天眼
不能數知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소겁이나 되고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20소겁 동안 이어지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또한 20소겁이리니
광명여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이와 같으리라.
009_0924_c_10L其佛當壽
十二小劫
正法住世
二十小劫
像法亦住
二十小劫
光明世尊
其事如是

 이 때 대목건련과 수보리, 그리고 마하가전연 등은 두려워하면서 일심으로 합장한 채 고개를 들어 눈을 잠시도 깜박거리지 않고 세존을 우러러보면서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009_0924_c_13L爾時大目犍連須菩提摩訶迦栴延皆悉悚慄一心合掌瞻仰世尊不蹔捨卽共同聲而說偈言

대웅(大雄)이자 용맹스러운 세존이시여
모든 석씨(釋氏)의 법왕이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부처님의 말씀을 내려주소서.
009_0924_c_16L大雄猛世尊
諸釋之法王
哀愍我等故
而賜佛音聲

저희의 깊은 마음을 아셔서
수기(授記)를 내리신다면
마치 감로수로 씻어서
열을 없애고 청량함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009_0924_c_18L若知我深心
見爲授記者
如以甘露灑
除熱得淸涼

가령 흉년이 든 나라에서 왔다가
홀연히 대왕을 만나서 음식을 얻었으나
여전히 마음에 의심을 품고 두려워하느라고
감히 음식을 즉시 먹지 못하다가
009_0924_c_19L如從飢國來
忽遇大王膳
心猶懷疑懼
未敢卽便食

다시 대왕의 가르침을 받고서야
비로소 감히 먹게 되는 것처럼
저희들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늘 소승의 허물만 생각할 뿐
어찌해야 부처의 위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009_0924_c_20L若復得王敎
然後乃敢食
我等亦如是
每惟小乘過
不知當云何
得佛無上慧

비록 부처님의 음성으로
우리가 부처가 된다는 말씀을 들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근심하고 두려워할 뿐
감히 먹지를 못하였나이다.
009_0924_c_22L雖聞佛音聲
言我等作佛
心尚懷憂懼
如未敢便食
009_0925_a_02L
그러나 만일 부처님의 수기를 받는다면
이내 쾌락하고 안락해질 것입니다,
대웅이자 용맹스러운 세존께서는
항시 세간의 안락함을 도모하시니
원컨대 저희들에게 수기를 내리소서
마치 주린 자에게 먹으라고 하듯이.
009_0924_c_24L若蒙佛授記
爾乃快安樂
大雄猛世尊
常欲安世間
願賜我等記
如飢須敎食

이 때 세존께서는 큰 제자들이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비구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여기 수보리는 미래 세상에 삼백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친견해서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하고 항시 범행을 닦아 보살도를 구족할 것이니라. 그리고 최후의 몸에서 성불할 것이니, 그 명호는 명상(名相)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며, 겁의 명칭은 유보(有寶)이고 국토의 이름은 보생(寶生)이라 할 것이니라.
그 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한데 파리(頗梨)로 땅이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되어 있으며, 언덕이나 웅덩이ㆍ모래ㆍ조약돌ㆍ가시나무와 더러운 똥오줌이 없으며, 보배 꽃이 국토를 뒤덮어서 온 전체가 청정할 것이며, 그 불국토의 백성은 누구나 보대(寶臺)와 진귀한 누각에 살 것이니라.
성문의 제자는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숫자나 비유로는 헤아려 알 수가 없으며, 보살의 무리들도 헤아릴 수 없는 천만억 나유타나 되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며,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이십 소겁이며, 상법 또한 이십 소겁 동안 머물 것이니라. 그 부처님은 늘 허공에 계신 채 대중을 위해 법을 설함으로서 한량없는 보살과 성문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킬 것이니라.”
009_0925_a_03L爾時世尊知諸大弟子心之所念諸比丘是須菩提於當來世奉覲三百萬億那由他佛供飬恭敬尊重常修梵行具菩薩道於最後身得成爲佛號曰名相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間解無上士調御丈天人師世尊劫名有寶國名寶其土平正頗梨爲地寶樹莊嚴諸丘坑沙礫荊棘便利之穢寶華覆地周遍淸淨其土人民皆處寶臺妙樓閣聲聞弟子無量無邊算數譬喩所不能知諸菩薩衆無數千萬億那由他佛壽十二小劫正法住世二十小劫像法亦住二十小劫其佛常處虛空爲衆說法度脫無量菩薩及聲聞衆
이어서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25_a_19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그대들, 여러 비구들이여
내 이제 그대들에게 고하나니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내가 설하는 바를 듣거라.
009_0925_a_20L諸比丘衆
今告汝等
皆當一心
聽我所說

나의 큰 제자인
수보리란 사람은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명호는 명상(名相)이니라.
009_0925_a_22L我大弟子
須菩提者
當得作佛
號曰名相

헤아릴 수 없는 천만억의
온갖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의 행하심을 따라서
점점 대도(大道)를 갖추어
009_0925_a_23L當供無數
萬億諸佛
隨佛所作
漸具大道
009_0925_b_02L
마침내 최후의 몸에서
삼십 이상을 구족하였으니
단정하고 남달리 미묘한 것이
마치 보배로운 산과 같으리라.
009_0925_a_24L最後身得
三十二相
端正殊妙
猶如寶山

그가 머무는 불국토는
장엄함과 청정함이 으뜸가니
이를 보는 중생들은
누구나 사랑하고 즐거워하네.
009_0925_b_03L其佛國土
嚴淨第一
衆生見者
無不愛樂

부처님은 그 속에서
한량없는 중생 제도하나니
그 부처님의 법 속에서
무수히 많은 보살들이 있는데
009_0925_b_04L佛於其中
度無量衆
其佛法中
多諸菩薩

모두 다 근기가 날카로워서
불퇴전의 법륜을 굴리니
저 국토는 항상
보살들로 장엄되리라.
009_0925_b_05L皆悉利根
轉不退輪
彼國常以
菩薩莊嚴

여러 성문의 무리들도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데,
모두 다 삼명(三明)을 얻고
육신통까지 갖추었으며
팔해탈(八解脫)에 머물러서
커다란 위엄과 덕이 있다네.
009_0925_b_07L諸聲聞衆
不可稱數
皆得三明
具六神通
住八解脫
有大威德

그 부처가 법을 설하면서
한량없는 신통변화와
불가사의를 나타내면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하늘과 사람의 무리들이
한결같이 합장한 자세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리라.
009_0925_b_09L其佛說法
現於無量
神通變化
不可思議
諸天人民
數如恒沙
皆共合掌
聽受佛語

명상여래의 수명은
십이 소겁에 이르고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이십 소겁이나 되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이십 소겁에 달하리라.
009_0925_b_11L其佛當壽
十二小劫
正法住世
二十小劫
像法亦住
二十小劫
009_0925_c_02L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겠노라. 대가전연은 미래의 세상에서 갖가지 공양물로 팔천억 부처님을 공양하고 받들어 모시면서 공경하고 존중하다가, 부처님들이 입멸하신 이후에는 높이는 천 유순이고 사방의 넓이는 오백 유순에 달하는 탑을 세울 것이니라. 탑은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진주ㆍ민괴의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들어지고, 갖가지 꽃ㆍ영락(瓔珞)ㆍ도향(塗香)ㆍ말향(抹香)ㆍ소향(燒香)ㆍ증개(繒蓋)ㆍ당번(幢幡)으로 탑묘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라. 그런 뒤에 다시 이만 억 부처님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양할 것이며, 공양을 마친 후에는 보살도를 갖추어 성불을 하리니, 그 명호는 염부나제금광(閻浮那提金光)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리라.
그 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해서 파리(頗梨)로 땅이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되어 있으며, 황금의 줄로 길을 장식하고 묘한 꽃이 늘 땅을 덮어서 온 전체가 청정하므로 보는 사람마다 환희심을 일으킬 것이니라. 육도(六道) 가운데 네 가지 악한 세계 ― 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는 찾아볼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인(天人)ㆍ보살ㆍ성문들이 그 불국토를 장엄하게 되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이십 소겁이리라.”
009_0925_b_13L爾時世尊復告諸比丘衆我今語汝是大迦旃延於當來世以諸供具飬奉事八千億佛恭敬尊重諸佛滅各起塔廟高千由旬縱廣正等五百由旬以金琉璃車璖馬瑙眞珠玫瑰七寶合成衆華瓔珞塗香末香燒香繒蓋幢幡供飬塔廟過是已後當復供飬二萬億佛亦復如是供飬是諸佛已具菩薩道當得作佛號曰閻浮那提金光如來應供正遍知行足善逝世間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其土平正頗梨爲地寶樹莊嚴黃金爲繩以界道側妙華覆地周遍淸淨見者歡喜無四惡道地獄餓鬼畜生阿修羅道多有天人諸聲聞衆及諸菩薩無量萬億莊嚴其國佛壽十二小劫正法住世二十小劫像法亦住二十小劫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서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25_c_08L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여러 비구들아
한마음으로 경청할지니
내가 설하는 것은
진실하여 다름이 없노라.
009_0925_c_09L諸比丘衆
皆一心聽
如我所說
眞實無異

나의 제자 가전연은
갖가지 다양하면서도
묘하고 훌륭한 공양구(供養具)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다가
009_0925_c_11L是迦旃延
當以種種
妙好供具
供飬諸佛

부처님께서 멸도한 뒤에는
일곱 가지 보배와 향기로운 꽃으로
장엄된 칠보탑을 세워서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하다가
마침내 최후의 몸에서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어서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리라.
009_0925_c_12L諸佛滅後
起七寶塔
亦以華香
供飬舍利
其最後身
得佛智慧
成等正覺

그 불국토는 청정해서
한량없는 만억의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니
모두가 시방 세계에서
공양을 받게 되리라.
009_0925_c_14L國土淸淨
度脫無量
萬億衆生
皆爲十方
之所供飬

부처님의 광명도
능가할 자가 없어서
그 명호도 또한
염부금광이라 하는 것이며
009_0925_c_16L佛之光明
無能勝者
其佛號曰
閻浮金光

일체의 유(有)를 끊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보살과 성문들이
그 국토를 장엄하리라.
009_0925_c_17L菩薩聲聞
斷一切有
無量無數
莊嚴其國
009_0926_a_02L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겠노라. 위대한 목건련은 여러 가지 공양구로 부처님 팔천여 분을 공양하면서 공경하고 존중하다가, 여러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는 높이는 천 유순이고 사방의 넓이는 오백 유순에 달하는 탑을 세울 것이니라. 이 불탑은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진주ㆍ민괴의 일곱 가지 보배로 건립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꽃ㆍ영락ㆍ바르는 향ㆍ가루향ㆍ태우는 향ㆍ증개ㆍ당번으로 공양을 올릴 것이니라.
이 일을 마친 후에는 다시 이백만억 부처님에게 이런 방식으로 공양하고 나서 성불하리니, 그 명호는 다마라발전단향(多摩羅跋旃檀香)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며, 겁의 명칭은 희만(喜滿)이고 국토의 이름은 의락(意樂)이라 하리라.
그 불국토는 평평하고 반듯해서 파리로 땅이 되고 보배 나무로 장식되어 있으며, 진주로 된 꽃을 뿌려서 온 전체가 청정하여 누구나 환희심을 일으킬 것이니라. 온갖 천인도 많고 보살, 성문의 수도 한량없이 많을 것이며, 그 부처의 수명은 이십사 소겁이고,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도 사십 소겁이며 상법이 머무는 기간도 사십 소겁일 것이니라.”
009_0925_c_19L爾時世尊復告大衆我今語汝是大目犍連當以種種供具供飬八千諸恭敬尊重諸佛滅後各起塔廟高千由旬縱廣正等五百由旬以金琉璃車璖馬瑙眞珠玫瑰七寶合成衆華纓絡塗香末香燒香繒蓋幢幡以用供飬過是已後當復供飬二百萬億諸佛亦復如是當得成佛號曰多摩羅跋旃檀香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天人師世尊劫名喜滿國名意其土平正頗梨爲地寶樹莊嚴眞珠華周遍淸淨見者歡喜多諸天菩薩聲聞其數無量佛壽二十四小劫正法住世四十小劫像法亦住四十小劫
이어서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해서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26_a_12L爾時世尊欲重宣此義說偈言

나의 뛰어난 제자
대목건련은
그 몸을 버리고 나서는
팔천이백만억이나 되는
불세존을 만날 것이니라.
부처의 도를 얻기 위해서
그들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서
항시 범행을 닦아
한량없는 겁 동안이나
불법을 받들고 지니리라.
009_0926_a_13L我此弟子
大目犍連
捨是身已
得見八千
二百萬億
諸佛世尊
爲佛道故
供飬恭敬
於諸佛所
常修梵行
於無量劫
奉持佛法

그리고 여래가 멸도한 뒤에는
칠보탑을 건립하여
황금 찰간(刹干)으로 길게 표시하고
꽃과 향과 음악으로써
온갖 부처님들의 탑묘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라.
009_0926_a_17L諸佛滅度
起七寶塔
長表金剎
花香伎樂
而以供飬
諸佛塔廟

그리하여 점차적으로
보살도를 구족해서
의락국(意樂國)에서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명호는 다마라발전단향으로서
수명은 이십사 겁이 되리라.
항상 하늘과 사람 위해
부처님의 도를 말씀하시니
항하의 모래알처럼
한량없는 성문들도
삼명과 육신통을 갖추어
위엄과 덕을 갖추었으며
009_0926_a_19L漸漸具足
菩薩道已
於意樂國
而得作佛
號多摩羅
栴檀之香
其佛壽命
二十四劫
常爲天人
演說佛道
聲聞無量
如恒河沙
三明六通
有大威德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도
굳은 뜻으로 수행 정진하여
부처님의 지혜에서
모두 물러남이 없을 것이니라.
009_0926_a_24L菩薩無數
志固精進
於佛智慧
皆不退轉
009_0926_b_02L
그 부처님이 열반한 후에는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기간이
사십 소겁이고
상법 또한 같으리라.
009_0926_b_02L佛滅度後
正法當住
四十小劫
像法亦爾

나의 제자 가운데
위엄과 덕을 구족한 자는
그 수효가 오백 명이니
모두 수기를 받아서
미래 세상에는
누구나 성불하리라.
009_0926_b_04L我諸弟子
威德具足
其數五百
皆當授記
於未來世
咸得成佛
我及汝等
宿世因緣
吾今當說
汝等善聽

이제 나와 그대들이
지난날 맺은 인연을
내 이제 설할 것이니
그대들은 잘 들을지니라.
009_0926_b_07L添品妙法蓮華經化城喩品第七


7. 화성유품(化城喩品)
009_0926_b_08L佛告諸比丘乃往過去無量無邊可思議阿僧祇劫爾時有佛名大通智勝如來應供正遍知明行足善逝世閒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世尊其國名好成劫名大相諸比丘彼佛滅度已來甚大久遠譬如三千大千世界所有地種假使有人磨以爲墨過於東方千國土乃下一點如微塵又過千國土復下一點如是展轉盡地種墨於汝等意云何是諸國土若算師若算師弟子能得邊際知其數不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날 한량없고 가이없고 불가사의한 아승기겁 이전에 어떤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명호는 대통지승(大通智勝)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선서ㆍ세간해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었고, 그 불국토의 명칭은 호성(好城)이고 겁의 이름은 대상(大相)이었느니라.
여러 비구들아, 저 부처님은 멸도한지가 지극히 오래 되었으니,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 세계에 있는 모든 땅을 갈아서 먹물로 만든 뒤에 동쪽으로 일천 국토를 지나면서 티끌 정도의 먹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다시 일천 국토를 지날 때마다 다시 먹물 한 방울 떨어뜨리기를 계속해서 그 먹물이 다했다고 하자.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까지 지나간 국토를 수학을 전공한 학자나 그 제자가 분명하게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不也世尊
“세존이시여, 알 수 없나이다.”
009_0926_b_20L諸比丘是人所經國土若點不點盡末爲塵一塵一彼佛滅度已來復過是數無量無邊百千萬億阿僧祇劫我以如來知見力故觀彼久遠猶若今日
“비구들아, 그 사람이 지나간 국토 가운데 먹물을 떨어뜨렸든 혹은 떨어뜨리지 않았든, 모든 국토를 티끌로 만들어서 티끌 하나를 1겁으로 치더라도, 저 대통지승여래가 열반한 지는 그 수효보다 훨씬 오래되어서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아승기겁이나 되느니라. 나는 여래의 지견의 힘이 있기 때문에 저 아득히 오래된 일을 마치 오늘의 일 보듯 하느니라.”
009_0926_b_24L爾時世欲重宣此義而說偈言
이어서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으셨다.
009_0926_c_02L我念過去世
無量無邊劫
有佛兩足尊
名大通智勝
009_0926_c_02L
지나간 세상 돌이켜 보니
한량없고 가이없는 겁 전에
양족존(兩足尊)의 부처님 계셨으니
그 명호는 대통지승여래이니라.
009_0926_c_04L如人以力磨
三千大千土
盡此諸地種
皆悉以爲墨

가령 어떤 사람이 힘으로
삼천대천의 국토를 갈아서
이 모든 땅이 다하도록
모두 다 먹물로 만든 뒤에
009_0926_c_05L過於千國土
乃下一塵點
如是展轉點
盡此諸塵墨

일천 국토를 지날 때마다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계속하여서
이 티끌의 먹물이 다했다고 하자.
009_0926_c_06L如是諸國土
點與不點等
復盡末爲塵
一塵爲一劫

먹물이 떨어진 나라든지
떨어지지 않은 나라든지
다시 부수어서 티끌로 만들어
티끌 하나를 일겁이라 해도
009_0926_c_08L此諸微塵數
其劫復過是
彼佛滅度來
如是無量劫

이 미진수(微塵數)의 티끌보다도
그 겁의 수가 더 많나니
저 여래가 멸도한 지는
이처럼 한량없는 겁이니라.
009_0926_c_09L如來無碍智
知彼佛滅度
及聲聞菩薩
如見今滅度

여래는 걸림없는 지혜로
저 부처의 멸도하심과
그 때의 성문과 보살을
오늘 멸도한 듯이 보노라.
009_0926_c_10L諸比丘當知
佛智淨微妙
無漏無所碍
通達無量劫

비구들이여, 알아야 하나니
청정하고 미묘한 부처의 지혜는
번뇌가 없고[無漏] 장애도 없어서
한량없는 겁을 통달하느니라.
009_0926_c_12L佛告諸比丘大通智勝佛壽五百四十萬億那由他劫其佛本坐道場魔軍已垂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而諸佛法不現在前如是一小劫乃至十小劫結跏趺坐身心不動而諸佛法猶不在前爾時忉利諸天先爲彼佛於菩提樹下敷師子座高一由佛於此坐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適坐此座時諸梵天王雨衆天面百由旬香風時來吹去萎華雨新者如是不絕滿十小劫供飬於乃至滅度常雨此華四王諸天爲供飬佛常擊天鼓其餘諸天作天伎滿十小劫至於滅度亦復如是
009_0927_a_02L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통지승여래의 수명은 오백사십만억 나유타 겁이었느니라. 그 여래는 본래의 도량에 앉아 마군을 타파하고 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했지만, 부처의 진리가 현시되지 않았노라. 그래서 1소겁으로부터 10소겁에 이르도록 결가부좌한 채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모든 부처님의 법은 여전히 현전하지 않았느니라.
그 때 도리천의 하늘들이 먼저 저 부처를 위해 보리수 아래 사자좌를 1유순 높이로 마련했으니, 그 여래가 이 사자좌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대통지승여래가 그 자리에 앉자마자, 때마침 여러 범천왕이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려서 사방으로 일백 유순까지 뒤덮었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서 시들은 꽃잎을 날려보내면 다시 새로운 꽃비를 내렸으니, 이처럼 끊임없이 10소겁 동안이나 부처님을 공양했고 나아가 열반한 이후에도 꽃비를 계속 내렸느니라. 또 사천왕은 이 부처를 공양하기 위해 쉴새없이 하늘의 북을 울렸고, 다른 여러 하늘도 천상의 음악을 연주했으니, 10소겁이 다하고 멸도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공양을 올렸느니라.
009_0927_a_03L比丘大通智勝佛過十小劫諸佛之法乃現在前成阿耨多羅三藐三菩其佛未出家時有十六子其第一者名曰智積諸子各有種種珍異玩好之具聞父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皆捨所珍往詣佛所諸母涕泣而隨送之其祖轉輪聖王與一百大臣及餘百千萬億人民皆共圍繞隨至道場咸欲親近大通智勝如來恭敬尊重讚歎到已頭面禮足佛畢已一心合掌瞻仰尊顏以偈頌曰
여러 비구들아, 대통지승여래는 10소겁이 지나서야 모든 부처님의 법이 현전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했느니라.
그 부처가 아직 출가하기 이전에 열 여섯 명의 왕자를 두셨는데, 첫째 왕자의 이름은 지적(智積)이었다. 왕자들은 각각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들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했다는 말을 전해 듣자 모두가 보배를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갔느니라. 그러자 왕자의 어머니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전송을 하였고, 할아버지인 전륜성왕은 백 명의 대신과 나머지 백천만억 백성과 더불어 왕자들의 주위를 에워싼 채 그 도량으로 갔느니라. 그들은 대통지승여래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으며, 다가간 뒤에는 머리를 숙여서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주위를 돌고 나서 일심으로 합장한 채 대통지승여래의 존안(尊顔)을 우러르면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느니라.
009_0927_a_14L大威德世尊
爲度衆生故
於無量億歲
爾乃得成佛
諸願已具足
善哉吉無上

위엄과 덕을 갖추신 세존께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한량없는 겁만에
비로소 성불을 이루게 되어서
온갖 염원을 이미 구족했으니
너무나 훌륭하고 더 없이 길합니다.
009_0927_a_16L世尊甚希有
一坐十小劫
身體及手足
靜然安不動

세존께서 매우 드물게도
한 번 앉으매 10소겁 동안
몸과 팔과 다리를 고요히 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009_0927_a_18L其心常惔怕
未曾有散亂
究竟永寂滅
安住無漏法

그 마음도 늘 맑고 고요해서
산란한 적이 없었으니
궁극적으로는 영원히 적멸해서
무루법(無漏法)에 안주하셨네
009_0927_a_19L今者見世尊
安隱成佛道
我等得善利
稱慶大歡喜

이제 세존께서 안온하시게
불도를 이룬 걸 보았으며
우리들도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나이다.
009_0927_a_20L衆生常苦惱
盲冥無導師
不識苦盡道
不知求解脫

중생들은 늘 고뇌와 어둠에 빠진 채
이끌어줄 스승이 없는 탓으로
고통이 다하는 길도 알아채지 못하고
해탈을 구할 줄도 몰라서
009_0927_a_22L長夜增惡趣
減損諸天衆
從冥入於冥
永不聞佛名

오랜 세월 동안 악취(惡趣)만 늘어나고
온갖 하늘 사람들도 줄어들어서
어둠으로부터 다시 어둠으로 들어가며
부처님 명호를 영영 듣지 못했습니다.
009_0927_a_23L今佛得最上
安隱無漏道
我等及天人
爲得最大利
是故咸稽首
歸命無上尊

이제 부처님께서 가장 높은
안온한 무루법을 얻으셔서
저희들과 하늘 사람도
최대의 이익을 얻게 되었으니
이 때문에 더없이 존귀한 분에게
머리를 숙여서 귀의합니다.
009_0927_b_02L爾時十六王子偈讚佛已勸請世尊轉於法輪咸作是言世尊說法多所安隱憐愍饒益諸天人民
009_0927_b_02L
이렇게 열 여섯 왕자는 게송을 읊어서 찬탄한 뒤에 세존께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청하였다.
“세존께서 설법하시면 크게 안온함을 얻을 것이니,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고 이롭게 하소서.”
重說偈言
 왕자들은 거듭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009_0927_b_05L世雄無等倫
百福自莊嚴
得無上智慧
願爲世間說

백 가지 복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신
세간에서 비할 바 없는 영웅이시여,
세간의 중생을 위해 설법하시어
009_0927_b_07L度脫於我等
及諸衆生類
爲分別顯示
令得是智慧
若我等得佛
衆生亦復然

저희들과 온갖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여 해탈케 하시고
모든 법을 분별하고 보여주셔서
지금 당장 지혜를 얻게 하소서.
저희들이 성불하면
중생 또한 그럴 것입니다.
009_0927_b_09L世尊知衆生
深心之所念
亦知所行道
又知智慧力

세존께서는 중생들을 알고 있으니,
그들의 마음 깊이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그들이 행해야 할 도를 아시고
그들의 지혜의 능력도 아시고
009_0927_b_10L欲樂及修福
宿命所行業
世尊悉知已
當轉無上輪

그들의 욕망과 기호, 닦아온 복
그리고 지난 세상에 지은 업까지
세존께서는 모두 알고 계시나니
응당 위없는 법륜을 굴리셔야 합니다.
009_0927_b_11L佛告諸比丘大通智勝佛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十方各五百萬億諸佛世界六種震動其國中間幽冥之處日月威光所不能照而皆大明其中衆生各得相見咸作是言此中云何忽生衆生又其國界諸天宮殿乃至梵宮六種震動大光普照遍滿世界勝諸天光爾時東方五百萬億諸國土中梵天宮殿光明照曜倍於常明諸梵天王各作是念今者宮殿光明昔所未有以何因緣而現此相是時諸梵天王卽各相詣共議此事時彼衆中有一大梵天王名救一切爲諸梵衆而說偈言

그러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대통지승불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때, 시방 세계의 오백만억 부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그 국토 가운데 해와 달의 빛이 미치지 못한 깊숙한 곳까지 크게 밝았느니라. 그러자 중생들이 저마다 서로 보면서 ‘어째서 보이지 않던 중생들이 생겨났을까’ 하고 말했느니라. 또한 그 국토에 있는 모든 하늘 궁전과 범천의 궁궐들도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커다란 광명이 두루 비춰서 세계에 가득했는데 어떤 하늘의 광명보다 뛰어났느니라.”
그 때 동방의 오백만억 국토 속에 있는 범천의 궁전에 평소보다 두 배나 밝은 광명이 비치자, 범천왕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궁전에 비치는 광명은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인연으로 이 광명이 나타난 것일까.’
그래서 여러 범천왕이 모여서 이 일을 논의했는데, 그들 중에서 구일체(救一切)라는 대범천왕이 다른 범천왕들에게 게송을 읊었다.
009_0927_c_02L我等諸宮殿
光明昔未有
此是何因緣
宜可共求之
009_0927_c_02L
우리들의 궁전에 비추는
이 광명은 일찍이 없던 것이네
이는 무슨 인연에서일까
마땅히 함께 알아봐야 하리라.
009_0927_c_04L爲大德天生
爲佛出世閒
而此大光明
遍照於十方

대덕(大德)의 탄생함일까
부처님이 세간에 출생하신 것일까
이처럼 밝은 광명이
시방 세계에 두루 비치다니.
009_0927_c_05L爾時五百萬億國土諸梵天王與宮殿俱各以衣裓盛諸天華共詣西方推尋是相見大通智勝如來處于道場菩提樹下坐師子座諸天龍王闥婆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恭敬圍繞及見十六王子請佛轉法輪卽時諸梵天王頭面禮佛繞百千帀卽以天華而散佛上其所散華如須彌山幷以供飬佛菩提樹其菩提樹高十由旬華供飬已各以宮殿奉上彼佛而作是言唯見哀愍饒益我等所獻宮殿願垂納受爾時諸梵天王卽於佛前一心同聲以偈頌曰

그 때 오백만억 국토의 범천왕들이 각자의 궁궐과 함께 옷자락에는 갖가지 하늘 꽃을 가득 지닌 채 모두 서방으로 모여들어서 이 상서로운 현상을 찾아 나섰는데, 그들은 대통지승여래께서 도량의 보리수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있고 여러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人非人) 등이 여래를 공경하며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또 열 여섯 왕자가 부처님께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느니라.
그 때 범천왕들은 대통지승불의 발에 머리를 숙여서 예를 올린 뒤에 부처님 주위를 백천 번이나 돌고서 하늘 꽃을 부처님 위에 뿌렸는데, 뿌려 놓은 꽃이 수미산만큼이나 쌓였으며, 아울러 부처님이 앉아 계신 보리수에도 하늘 꽃으로 공양을 올렸는데 그 보리수 높이는 십 유순이나 되었느니라. 꽃 공양을 마치고 나자 범천왕들은 각각 자기의 궁전을 부처님에게 받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느니라.
‘저희를 불쌍히 여기고 이롭게 하기 위해 바치는 궁전이니, 부디 받아들여 주옵소서.”
그리고 나서 범천왕들은 부처님 앞에서 한마음, 한 목소리로 다음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7_c_18L世尊甚希有
難可得値遇
具無量功德
能救護一切

세존은 참으로 희유하신 분이니
정말로 만나 뵙기가 어려워라
한량없는 공덕을 갖추어서
일체 중생 구원하고 보호하시고
009_0927_c_20L天人之大師
哀愍於世間
十方諸衆生
普皆蒙饒益

하늘과 인간의 큰 스승으로서
세간을 불쌍히 여기시니
시방 세계의 중생들은
두루 다 이익을 받습니다.
009_0927_c_21L我等所從來
五百萬億國
捨深禪定樂
爲供飬佛故

저희들 범천왕은
오백만억 국토에서 왔고
깊은 선정의 기쁨도 버리고서
부처님께 공양하려고 왔습니다.
009_0927_c_22L我等先世福
宮殿甚嚴飾
今以奉世尊
唯願哀納受

저희가 지은 전생의 복덕으로
깊이 장엄된 궁전을
지금 세존께 바치오니
부디 불쌍히 여겨서 거두어 주소서.
009_0927_c_24L爾時諸梵天王偈讚佛已各作是言唯願世尊轉於法輪度脫衆生開涅槃道時諸梵天王一心同聲而說偈言
009_0928_a_02L
범천왕들은 여래를 찬탄하는 게송을 읊고 나서 이렇게 말을 이었느니라.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법륜을 굴려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 열반의 도를 열어 주옵소서.’
그리고는 범천왕들은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8_a_04L世雄兩足尊
唯願演說法
以大慈悲力
度苦惱衆生

세상의 영웅이신 양족존이여
오직 법을 설해주길 바라오니
대자대비의 힘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구해주소서.
009_0928_a_06L爾時大通智勝如來默然許之

그러자 대통지승여래는 말없이 그 요청을 수락했느니라.
009_0928_a_07L又諸比丘東南方五百萬億國土諸大梵各自見宮殿光明照曜昔所未有歡喜踊躍生希有心卽各相詣共議此事時彼衆中有一大梵天王名曰大悲爲諸梵衆而說偈言
또 비구들아, 동남쪽 오백만억 국토의 대범천들이 저마다 자기 궁전에 예전에 없었던 밝은 광명이 비추는 걸 보자, 크게 환희심을 일으키고 희유하게 생각해서 함께 모여 이 일을 의논하였는데, 그 때 대비(大悲)라는 대범천왕이 모든 범천의 무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8_a_12L是事何因緣
而現如此相
我等諸宮殿
光明昔未有

이 광명이 나타난 것은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일까
우리들의 궁전에 비친 광명은
예전엔 없던 일일세.
009_0928_a_14L爲大德天生
爲佛出世間
未曾見此相
當共一心求

커다란 덕이 있는 천자의 탄생일까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일까
이런 광경은 일찍이 본 적이 없으니
다 함께 한마음으로 알아보세.
009_0928_a_15L過千萬億土
尋光共推之
多是佛出世
度脫苦衆生

설사 천만억 국토를 지날지라도
광명을 찾아서 다 함께 나가보세
아마도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셔서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리라.
009_0928_a_16L爾時五百萬億諸梵天王與宮殿俱各以衣裓盛諸天華共詣西北方推尋是相見大通智勝如來處于道場菩提樹下坐師子座諸天龍王乾闥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恭敬圍繞及見十六王子請佛轉法輪諸梵天王頭面禮佛繞百千帀卽以天華而散佛上所散之華如須彌山幷以供飬佛菩提樹華供飬已各以宮殿奉上彼佛而作是言唯見哀愍饒益我等所獻宮殿願垂納處爾時諸梵天王卽於佛前一心同聲以偈頌曰
009_0928_b_02L
그러자 오백만억 범천왕들이 저마다 궁전들과 함께 옷자락에는 갖가지 하늘 꽃을 가득 지닌 채 모두 서북쪽으로 모여들어 이 상서로운 현상을 찾아 나섰는데, 그들은 대통지승여래가 그 도량의 보리수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고 여러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저 여래를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또 열 여섯 왕자가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느니라.
그래서 범천왕들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숙여서 예를 올린 뒤에 그 주위를 백천 번 돌고 나서 하늘 꽃을 부처님 위에 뿌렸는데, 뿌려 놓은 꽃이 수미산만큼이나 쌓였느니라. 아울러 부처님께서 앉은 보리수에도 하늘 꽃으로 공양을 올렸으며, 공양을 마치고는 각각의 궁전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씀을 올렸느니라.
“저희를 불쌍히 보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바치는 궁전이오니, 부디 받아들여 주옵소서.”
그리고 범천왕들은 부처님 앞에서 한마음 한 목소리로 이렇게 게송을 말씀드렸다.
009_0928_b_06L聖主天中王
迦陵頻伽聲
哀愍衆生者
我等今敬禮
성주(聖主)이자 하늘 중의 왕이며
저 가릉빈가의 음성을 지니고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분께
우리들은 지금 예를 올리나이다
009_0928_b_08L世尊甚希有
久遠乃一現
一百八十劫
空過無有佛

세존께서는 매우 희유하셔서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한 번 출현하시니
180겁이 지나도록
부처님은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009_0928_b_09L三惡道充滿
諸天衆減少
今佛出於世
爲衆生作眼
世間所歸趣
救護於一切

그래서 삼악도의 무리만 가득하고
온갖 하늘의 무리들은 줄었지만
이제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중생을 위해 눈이 되어 주시고
세간 중생의 귀의처가 되어서
일체를 구원하고 보호하십니다.
009_0928_b_11L爲衆生之父
哀愍饒益者
我等宿福慶
今得値世尊

이처럼 중생의 어버이가 되어서
불쌍히 여기고 이익을 내려주시니
저희는 전생의 복덕으로
이제 세존을 만나게 되었나이다.
009_0928_b_12L爾時諸梵天王偈讚佛已各作是言唯願世尊哀愍一切轉於法輪度脫衆生時諸梵天王一心同聲而說偈言

범천왕들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계속 이렇게 말했느니라.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서 법륜을 굴리시어 중생을 해탈케 하옵소서.”
그리고는 다시 범천왕들은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8_b_15L大聖轉法輪
顯示諸法相
度苦惱衆生
令得大歡喜

세존께서 법륜을 굴리시어
온갖 법의 실상을 드러내 보이셔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여
커다란 기쁨을 얻게 하옵소서.
009_0928_b_17L衆生聞是法
得道若生天
諸惡道減少
忍善者增益

중생이 이 법을 들으면
도를 얻어서 하늘에 태어나리니
그 때는 삼악도는 줄어들고
인내와 선을 행하는 자가 늘어나리라.
009_0928_b_18L爾時大通智勝如來默然許之

그러자 대통지승여래는 말없이 청법을 허락하셨느니라.
009_0928_b_19L又諸比丘南方五百萬億國土諸大梵天各自見宮殿光明照曜昔所未有喜踊躍生希有心卽各相詣共議此以何因緣我等宮殿有此光明彼衆中有一大梵大王名曰妙法諸梵衆而說偈言
또한 여러 비구들아, 남쪽 오백만억 국토들의 대범천왕은 각자의 궁전에 일찍이 없었던 광명이 비치자,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희유하게 생각해서 함께 모여 의논을 하게 되었느니라.
‘무슨 인연으로 우리들의 궁전에 이런 광명이 비치게 되었을까?’
그 때 여러 범천왕 가운데 묘법(妙法)이란 대범천왕이 다른 범천왕들에게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8_c_02L我等諸宮殿
光明甚威曜
此非無因緣
是相宜求之
009_0928_c_02L
우리들의 궁전에 비친
그 광명은 지극히 빛나는데
어떤 인연이 없을 수 없으니
그 까닭을 찾아보리라.
009_0928_c_04L過於百千劫
未曾見是相
爲大德天生
爲佛出世間

지나간 백천 겁 동안
일찍이 이런 모습 본 적이 없으니
커다란 덕을 가진 천(天)의 탄생일까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걸까.
009_0928_c_05L爾時五百萬億諸梵天王與宮殿俱各以衣裓盛諸天華共詣北方推尋是相見大通智勝如來處于道場菩提樹下坐師子座諸天龍王乾闥婆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恭敬圍及見十六王子請佛轉法輪時諸梵天王頭面禮佛繞百千帀卽以天華而散佛上所散之華如須彌山以供飬佛菩提樹華供飬已各以宮殿奉上彼佛而作是言唯見哀愍饒益我等所獻宮殿願垂納處爾時諸梵天王卽於佛前一心同聲以偈頌曰

곧이어 오백만억 범천왕들이 각자의 궁궐과 함께 옷자락에는 하늘 꽃을 가득 지닌 채 북쪽으로 모여서 이 상서로움을 찾아 나섰는데, 대통지승여래가 도량의 보리수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셨고 여러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대통지승여래를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또 열 여섯 왕자가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느니라.
그래서 범천왕들은 대통지승여래의 발아래 머리를 숙여서 예를 올린 뒤에 부처님 주위를 백천 번 돌고 나서 하늘 꽃을 뿌렸는데, 뿌려 놓은 꽃이 수미산만큼이나 쌓였느니라. 아울러 부처님이 앉은 보리수에도 하늘 꽃으로 공양을 올렸으며, 공양을 마치고는 각각의 궁전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면서 말했느니라.
‘저희를 불쌍히 보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바치는 궁전이오니, 부디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리고 범천왕들은 부처님 앞에서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노래했느니라.
009_0928_c_18L世尊甚難見
破諸煩惱者
過百三十劫
今乃得一見
諸飢渴衆生
以法雨充滿

세존은 친견하기가 매우 어렵고
온갖 번뇌를 타파하신 분으로서
130겁이 지나서야
지금에 한번 뵙게 되었으니
주리고 목마른 중생들에게
법의 비[法雨]로 충만하게 하소서
009_0928_c_20L昔所未曾睹
無量智慧者
如優曇鉢羅
今日乃値遇

일찍이 본 적이 없는
한량없는 지혜를 갖춘 분으로서
우담발화 꽃이 피듯이
오늘에야 비로소 뵙게 되었네
我等諸宮殿
蒙光故嚴飾

저희들의 여러 궁전들도
광명을 받아서 장엄되었으니
세존께서는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이 궁전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009_0928_c_22L世尊大慈愍
唯願垂納受
009_0929_a_02L
범천왕들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자 이렇게 말씀을 올렸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법륜을 굴리시어 온갖 세간의 하늘, 마군, 범천, 사문, 바라문들을 편안하게 인도하셔서 해탈을 얻게 하소서.’
그리고는 범천왕들은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8_c_23L爾時諸梵天王偈讚佛已各作是言唯願世尊轉於法輪令一切世間諸天魔梵沙門婆羅門皆獲安隱而得度脫時諸梵天王一心同聲而說偈言

하늘과 인간에서 존귀한 분이시여
부디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고
위대한 법(法)의 북을 울리시고
위대한 법의 고동을 불어주시고
009_0929_a_05L惟願天人尊
轉無上法輪
擊于大法鼓
而吹大法蠡

위대한 법의 비를 두루 내리셔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소서
저희들은 모두 귀의하고 청하오니
깊고 원대한 음성을 펼쳐주소서.
009_0929_a_07L普雨大法雨
度無量衆生
我等咸歸請
當演深遠音

그러자 대통지승여래는 말없이 수락하셨느니라.
서남쪽과 하방(下方)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또한 이런 일이 일어났느니라.
009_0929_a_08L爾時大通智勝如來默然許之西南方乃至下方亦復如是
그 때 상방(上方) 오백만억 국토의 범천왕들이 각자의 궁전에 일찍이 없었던 광명이 밝게 비추는 광경을 보자, 크게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희유한 일이라 생각해서 함께 모여 이 일을 의논하게 되었느니라.
‘무슨 인연으로 우리 궁궐에 이와 같은 광명이 비치게 된 것일까?’
이 때 범천왕들 가운데 시기(尸棄)라는 대범천왕이 다른 범천왕들에게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9_a_10L爾時上方五百萬億國土諸梵天王皆悉自睹所止宮殿光明威曜昔所未有歡喜踊躍生希有心卽各相詣共議此事以何因緣我等宮殿有斯光明時彼衆中有一大梵天王名曰尸棄爲諸梵衆而說偈言

지금 어떤 인연으로
우리들의 이 궁전에
위덕(威德)이 있는 광명이 비치니
일찍이 없었던 일이 아니던가.
009_0929_a_16L今以何因緣
我等諸宮殿
威德光明曜
嚴飾未曾有

이와 같은 묘한 모습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니
커다란 덕을 지닌 천(天)의 탄생일까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신 걸까.
009_0929_a_18L如是之妙相
昔所不聞見
爲大德天生
爲佛出世閒
009_0929_b_02L
그래서 오백만억 범천왕들은 각각의 궁궐과 함께 옷자락에는 하늘 꽃을 가득 지닌 채 그 광명을 찾아서 아래쪽으로 모여들어 이 상서로움을 찾아 나섰는데, 대통지승여래가 도량의 보리수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셨고 여러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대통지승여래를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또한 열 여섯 왕자가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느니라.
그리하여 범천왕들은 그 부처님의 발아래 머리를 숙여서 예를 올린 뒤에 그 주위를 백천 번 돌고 나서 부처님 위에 하늘 꽃을 뿌렸는데, 뿌려 놓은 꽃이 수미산만큼이나 쌓였느니라. 아울러 부처님이 앉은 보리수에도 하늘 꽃으로 공양을 올렸으며, 공양을 마치고는 각자의 궁전들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면서 말씀을 올렸느니라.
“저희를 불쌍히 보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바치는 궁전이오니, 부디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리고 나서 범천왕들은 부처님 앞에서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9_a_19L爾時五百萬億諸梵天王與宮殿俱各以衣裓盛諸天華共詣下方推尋此相見大通智勝如來處于道場菩提樹下坐師子座諸天龍王乾闥婆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恭敬圍及見十六王子請佛轉法輪時諸梵天王頭面禮佛繞百千帀卽以天華而散佛上所散之華如須彌山以供飬佛菩提樹華供飬已各以宮殿奉上彼佛而作是言唯見哀愍饒益我等所獻宮殿願垂納處爾時諸梵天王卽於佛前一心同聲以偈頌曰

삼계의 지옥에서
능히 온갖 중생을 구원하고
세간을 구하는 어른이신
부처님을 뵈오니 너무나 기쁩니다.
009_0929_b_08L善哉見諸佛
救世之聖尊
能於三界獄
勉出諸衆生

광대한 지혜를 지닌 천상과 인간의 어른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셔서
감로의 법문 능히 열어서
널리 일체를 구하십니다.
009_0929_b_10L普智天人尊
哀愍群萌類
能開甘露門
廣度於一切

지나간 한량없는 겁 동안
부처님이 계시지 않았으니
세존께서 나오시지 않을 때는
시방 세계가 늘 어두웠습니다.
009_0929_b_11L於昔無量劫
空過無有佛
世尊未出時
十方常闇冥

그래서 삼악도가 늘어나고
아수라도 번성했지만
하늘의 무리는 도리어 줄어들어서
죽어서 악도에 떨어진 자 많았습니다.
009_0929_b_12L三惡道增長
阿脩羅亦盛
諸天衆轉減
死多墮惡道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지 못해서
늘 선행을 닦지 못했으니
육신의 힘과 그 지혜는
나날이 감소되었고
009_0929_b_14L不從佛聞法
常行不善事
色力及智慧
斯等皆減少

죄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즐거움과 즐겁다는 생각도 잃고
삿된 소견에 머물러서
선의 의칙(儀則)을 알지 못하고
009_0929_b_15L罪業因緣故
失樂及樂想
住於邪見法
不識善儀則

부처님의 교화를 입지 못해서
늘 악도에만 떨어졌는데
세간의 눈이 되는 부처님께서
오랜 후에야 비로소 출현하셨습니다.
009_0929_b_16L不蒙佛所化
常墮於惡道
佛爲世間眼
久遠時乃出

온갖 중생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세간에 출현하여서
마침내 정각을 성취하시니
저희들은 너무나 기뻤으며
다른 일체의 중생들도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합니다.
009_0929_b_18L哀愍諸衆生
故現於世間
超出成正覺
我等甚欣慶
及餘一切衆
喜歎未曾有

저희들의 궁전은
광명에 의해 장엄되었는데
이제 세존께 바치나니
원컨대 거두어 주옵소서.
009_0929_b_20L我等諸宮殿
蒙光故嚴飾
今以奉世尊
唯垂哀納受

바라노니, 이러한 공덕이
일체 중생에게 두루 미쳐서
저희들과 모든 중생이
다 함께 불도를 이루게 하소서.
009_0929_b_21L願以此功德
普及於一切
我等與衆生
皆共成佛道
009_0929_c_02L
이렇게 해서 오백만억 범천왕들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자 말씀을 올렸느니라.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법륜을 굴리셔서 많은 중생들을 안온케 하고 해탈하게 하소서.”
또한 범천왕들은 한마음, 한 목소리로 게송을 읊었느니라.
009_0929_b_22L爾時五百萬億諸梵天王偈讚佛已各白佛言唯願世尊轉於法輪多所安隱多所度脫時諸梵天王一心同而說偈言

세존께서는 법륜을 굴리시어
감로법의 북을 울리시고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여서
열반의 길을 열어 주소서.
009_0929_c_04L世尊轉法輪
擊甘露法鼓
度苦惱衆生
開示涅槃道

부디 저희들의 청법을 받아들여서
지극히 미묘한 음성으로
한량없는 겁 동안 익힌 법을
연민의 마음으로 펼쳐 주소서.
009_0929_c_06L唯願受我請
以大微妙音
哀愍而敷演
無量劫集法
009_0930_a_02L
그러자 대통지승여래는 시방세계의 여러 범천왕과 열여섯 왕자의 설법 요청을 받아들여서 삼전십이행(三轉十二行)의 법륜을 굴렸느니라. 이 법륜은 사문, 바라문, 하늘, 마군, 범천, 그리고 세간의 어느 누구라도 굴릴 수 없는 것인데, 소위 괴로움[苦], 괴로움의 발생[集], 괴로움의 소멸[滅],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이니라.
또 대통지승여래는 십이인연법을 자세하게 말씀하셨으니, 즉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행(行)이 일어나고, 행으로 인해 식(識)이 일어나며, 식으로 말미암아 명색(名色)이 생기고, 명색으로 인하여 육입(六入)이 생기며, 육입으로 말미암아 촉(觸)이 일어나고, 촉을 인연하여 수(受)가 생기고, 수로 말미암아 애욕(愛欲)이 생기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취(取)가 발생하며, 취로 인하여 유(有)가 생기고, 유로 인하여 생겨남[生]이 일어나며, 이 생겨남으로 말미암아 늙음[老], 죽음[死]이라든가 근심, 슬픔, 고뇌가 생기게 되느니라.
따라서 무명이 사라지면 행이 사라지고, 행이 사라지면 식이 소멸되며, 식이 소진되면 명색이 소진되며, 명색이 소진되면 육입이 사라지며, 육입이 사라지면 촉이 소멸되고, 촉이 소멸되면 수가 사라지고, 수가 사라지면 애욕이 다하게 되고, 애욕이 다하면 취가 사라지고, 취가 사라지면 유가 소진되고, 유가 소진되면 생겨남이 없어지고, 생겨남이 다하면 늙음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고뇌마저 소멸되리라.
대통지승 부처님께서 하늘과 사람에게 이 말씀을 하실 때, 육백만억 나유타 중생들이 어떤 법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번뇌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해탈하였고, 깊고 미묘한 선정, 삼명(三明), 육신통을 얻고 팔해탈(八解脫)을 갖추었느니라.
또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설법을 하실 때도 천만억 항하사(恒河沙) 나유타 중생들이 또한 일체의 법을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에 번뇌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해탈하였으며, 이후로도 온갖 성문의 무리들이 한량없고 가이없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느니라.
009_0929_c_07L爾時大通智勝如來受十方諸梵天及十六王子請卽時三轉十二行法輪——若沙門婆羅門若天梵及餘世間所不能轉——謂是苦是苦集是苦是苦滅道及廣說十二因緣法明緣行行緣識識緣名色名色緣六六入緣觸觸緣受受緣愛愛緣取取緣有有緣生生緣老死憂悲苦惱無明滅則行滅行滅則識滅識滅則名色滅名色滅則六入滅六入滅則觸滅觸滅則受滅受滅則愛滅愛滅則取滅取滅則有滅有滅則生滅滅則老死憂悲苦惱滅佛於天人大衆之中說是法時六百萬億那由他以不受一切法故而於諸漏心得解脫皆得深妙禪定三明六通具八解脫第二第三第四說法時千萬億恒河沙那由他等衆生亦以不受一切法故而於諸漏心得解脫從是已後諸聲聞衆無量無邊不可稱數
그 때 열여섯 왕자가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사미가 되었느니라. 열 여섯 명 모두가 근기가 예리하고 지혜가 밝았으니, 이미 일찍이 백천만억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니라. 그들이 다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한량없는 천만억 대덕의 성문들이 이미 해탈을 성취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제 저희들을 위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함께 정진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다 여래의 지견을 원하오니, 깊은 마음으로 염원하는 것을 여래께서는 이미 증명해 아실 것이옵니다.”
그 때 전륜성왕이 이끌고 온 무리 가운데 팔만억 대중이 열 여섯 왕자의 출가를 보고서 자신들도 출가하고 싶어하자, 전륜성왕은 즉시 허락하였느니라.
009_0930_a_04L時十六王子皆以童子出家而爲沙諸根通利智慧明了已曾供飬百千萬億諸佛淨修梵行求阿耨多羅三藐三菩提俱白佛言世尊是諸無量千萬億大德聲聞皆已成就世尊亦當爲我等說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我等聞已皆共修學世尊我等悉願如來知見深心所念佛自證知爾時轉輪聖王所將衆中八萬億人見十六王子出家亦求出家王卽聽
009_0930_b_02L그리고 열 여섯 사미의 요청을 받은 저 부처님께서는 2만 겁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사부대중을 위해 대승경전을 설법하시니, 그 명칭은 『묘법연화』이며 보살을 가르치는 법으로서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는 것이었느니라.
이 경전 설법을 마치자 열 여섯 사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했기 때문에 이 경전을 지니고 독송해서 통달하였느니라. 이 경전을 들었을 때 열 여섯 명의 보살 사미는 모두 다 믿고서 받아들였으며, 성문들 가운데서도 믿고 이해하는 자가 있었지만, 그러나 나머지 중생 천만억의 무리는 모두 의심을 일으킬 뿐이었느니라.
대통지승 부처님께서는 무려 팔천 겁 동안이나 조금도 쉬지 않고 이 경전을 설법하셨는데,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는 곧바로 조용한 방에 들어가서 8만 4천 겁 동안이나 선정에 머물렀느니라. 그래서 열 여섯 명의 보살 사미는 부처님께서 선실(禪室)에 들어가 고요히 선정에 들어간 것을 알고는 각각 법좌에 올라서 역시 팔만 사천 겁 동안 사부대중을 위해 『묘법연화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분별하였느니라. 이처럼 열 여섯 명의 보살 사미는 저마다 육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가르침을 베풀어 기쁘게 하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도록 하였느니라.
009_0930_a_15L爾時彼佛受沙彌請過二萬劫已乃於四衆之中說是大乘經名『妙法蓮華敎菩薩法佛所護念』說是經已十六沙彌爲阿耨多羅三藐三菩提皆共受持諷誦通利說是經時六菩薩沙彌皆悉信受聲聞衆中亦有信解其餘衆生千萬億種皆生疑佛說是經於八千劫未曾休廢此經已卽入靜室住於禪定八萬四千劫是時十六菩薩沙彌知佛入室寂然禪定各昇法座亦於八萬四千爲四部衆廣說分別『妙法華經』一皆度六百萬億那由他恒河沙等衆生示敎利喜令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대통지승불은 팔만 사천 겁이 지나자 삼매에서 일어나 법좌에로 나아가 편안하게 앉은 뒤에 대중들에게 말씀했느니라.
“열 여섯 명의 보살 사미는 아주 드물게 근기가 뛰어나고 지혜가 밝았으니, 일찍이 한량없는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서 부처님 처소에서 항상 범행을 닦았으며, 부처 지혜를 받아 지녀서 중생에게 열어 보여주었기 때문이니라.
그대들은 자주 보살 사미를 친견해서 공양을 올려야 할 것이니, 왜냐 하면 성문이든 벽지불이든 혹은 보살이든 이 열 여섯 보살이 설법한 가르침을 믿고 받아들이면서 훼손하지 않는다면, 그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여래의 지혜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009_0930_b_06L大通智勝佛過八萬四千劫已從三昧起往詣法座安詳而坐普告大衆是十六菩薩沙彌甚爲希有諸根通利智慧明了已曾供飬無量千萬億數諸佛於諸佛所常修梵行受持佛智開示衆生令入其中汝等皆當數數親近而供飬之所以者何若聲聞辟支佛及諸菩薩能信是十六菩薩所說經法受持不毀者是人皆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如來之慧
009_0930_c_02L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이 열 여섯 보살은 항상 『묘법연화경』을 즐거이 설했으니, 열 여섯 보살이 각각 교화한 육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들은 세세생생 이 보살들과 함께 태어나서 가르침을 받고는 모두 다 믿고 받들게 되었느니라. 이 인연으로 그들은 사만억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서 지금까지도 그 인연은 끝나지 않았느니라.
여러 비구들아, 내가 너희에게 말하나니, 저 부처님의 제자인 열 여섯 사미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시방 세계의 국토에서 현재 설법을 하고 있는데,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보살과 성문들이 그 권속이 되었느니라.
열 여섯 사미 가운데 두 사미는 동방에서 성불했으니, 한 사미의 명호는 아촉(阿閦)으로 환희국(歡喜國)에 있고, 다른 사미는 명호가 수미정(須彌頂)이니라. 동남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사자음(獅子音)과 사자상(獅子相)이고, 남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허공주(虛空住)와 상멸(常滅)이고, 서남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제상(帝相)과 범상(梵相)이고, 서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아미타(阿彌陀)와 도일체세간고뇌(度一切世間苦惱)이고, 서북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다마라발전단향신통(多摩羅跋栴檀香神通)과 수미상(須彌相)이며, 북방에도 두 부처님이 계시니 운자재(雲自在)와 운자재왕(雲自在王)이고, 동북방에 계신 부처님의 명호는 괴일체세간포외(壞一切世間怖畏)이고, 마지막 열 여섯 번째 사미는 나 석가모니 부처로서 사바세계 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했느니라.
009_0930_b_16L佛告諸比丘是十六菩薩常樂說是『妙法華經』一一菩薩所化六百萬億那由他恒河沙等衆生世世所生與菩薩俱從其聞法悉皆信解此因緣得値四萬億諸佛世尊于今不盡諸比丘我今語汝彼佛弟子十六沙彌今皆得阿耨多羅三藐三菩於十方國土現在說法有無量百千萬億菩薩聲聞以爲眷屬其二沙彌東方作佛一名阿閦在歡喜國名須彌頂東南方二佛一名師子音二名師子相南方二佛一名虛空住二名常滅西南方二佛一名帝相名梵相西方二佛一名阿彌陁二名度一切世閒苦惱西北方二佛一名多摩羅跋旃檀香神通二名須彌相北方二佛一名雲自在二名雲自在東北方佛名壞一切世間怖畏十六我釋迦牟尼佛於娑婆國土阿耨多羅三藐三菩提
009_0931_a_02L여러 비구들아, 우리가 사미였을 때 각각 한량없는 백천만억 항하사 중생들을 교화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법문을 들은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한 것이었느니라.
이 중생들 중에서 지금 성문의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들을 나는 항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교화했으니, 이 사람들은 응당 이 법에 의해 점진적으로 부처의 길에 들어갈 것이니라. 왜냐 하면 여래의 지혜는 믿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니라. 당시 교화했던 한량없는 중생들이란 바로 그대 비구들과 내가 멸도한 후에 미래 세상에 태어날 성문제자이니라.
내가 입멸한 뒤 제자들은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보살이 행할 도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한 채 자기가 얻은 공덕만을 가지고 멸도의 상념을 일으켜서 열반에 들어야겠다고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가 다른 나라에서 성불하여 다른 명호를 가졌을 때, 이 사람이 비록 멸도의 상념을 일으켜서 열반에 들었을지라도 저 국토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여 이 경전을 듣게 되리라. 오직 불승(佛乘)으로만 멸도를 얻을 수 있을 뿐 다시 다른 승(乘)은 없는 것이니, 다만 여래께서 방편으로 설한 법은 제외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여래께서 스스로 열반할 때가 되었다고 안다면, 또 대중들이 청정할 뿐만 아니라 믿음과 이해가 확고부동해서 공의 도리를 요달하고 선정에 깊이 들어간다면, 여래는 즉시 보살과 성문을 모아놓고 이 경전을 설하리라. 세간에서 이승으로는 멸도를 얻을 수 없고 오직 일불승으로만 멸도를 얻을 수 있느니라.
009_0930_c_12L諸比丘我等爲沙彌時各各敎化無量百千萬億恒河沙等衆生從我聞法爲阿耨多羅三藐三菩提此諸衆生于今有住聲聞地者我常敎化阿耨多羅三藐三菩提是諸人等應以是法漸入佛所以者何如來智慧難信難解時所化無量恒河沙等衆生者汝等諸比丘及我滅度後未來世中聲聞弟子是也我滅度後復有弟子不聞是經不知不覺菩薩所行自於所得功德生滅度想當入涅槃我於餘國作佛更有異名是人雖生滅度之想入於涅槃而於彼土求佛智慧得聞是經唯以佛乘而得滅度更無餘乘除諸如來方便說法諸比丘若如來自知涅槃時到衆又淸淨信解堅固了達空法深入禪定便集諸菩薩及聲聞衆爲說是經世閒無有二乘而得滅度唯一佛乘得滅度耳
009_0931_b_02L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여래가 중생의 성품 깊숙이 들어가서 그들이 소법을 즐기고 다섯 가지 욕심에 깊이 집착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방편으로 열반의 진리를 말씀했거늘, 그런데도 이런 사람은 들으면 곧바로 믿고서 받아들였느니라.
가령 오백 유순이나 되는 멀고 험난한 나쁜 길이 있다고 하자. 황막해서 인적조차 끊어진 매우 두려운 곳인데, 여러 사람이 이 길을 지나서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고자 하느니라. 그 때 한 길잡이가 지혜가 밝아서 험난한 길과 막히고 뚫린 길의 사정을 환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을 이끌고 그 험한 길을 지나고자 했는데,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귀찮고 돌아가고 싶어서 길잡이에게 이렇게 말했느니라.
“저희들은 매우 피곤한데다가 겁이 나서 더 이상 나갈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자 온갖 방편을 지닌 길잡이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느니라.
‘이 사람들은 참으로 불쌍하구나. 어째서 진귀한 보물을 버리고 돌아가려 할까?’
이렇게 생각한 길잡이는 방편의 힘을 써서 험난한 길의 삼백 유순되는 지점에다가 성 하나를 화현(化現)하고서 대중에게 말했느니라.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리고 돌아가려고 하지도 마시오. 이제 저 큰 성에 머물면서 그대들 뜻대로 하시오. 만약 이 성에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안온할 것이며, 만약 보물이 있는 곳에 가고자 하면 또한 계속 갈 수도 있소.”
그러자 피곤에 지친 대중들은 크게 기뻐하며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자신들은 이제 이처럼 험난한 여정을 모면하고 편안히 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느니라. 그래서 대중들은 앞에 있는 화성(化城)으로 들어가서 이미 제도 받았다는 상념과 안온하다는 생각을 일으켰느니라.
얼마 후 길잡이는 대중들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해서 피로를 회복한 것을 보고는 다시 화성을 없앤 뒤에 대중들에게 말했느니라.
“여러분, 다시 길을 떠납시다. 보물이 있는 곳이 여기서 멀지 않았소. 예전의 큰 성은 그대들을 쉬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화현시킨 것이오.”
009_0931_a_08L比丘當如來方便深入衆生之性知其志樂小法深著五慾爲是等故說於涅是人若聞則便信受譬如五百由旬險難惡道曠絕無人怖畏之處有多衆欲過此道至珍寶處有一導師聰慧明達善知險道通塞之相導衆人欲過此難所將人衆中路懈退白導師言我等疲極而復怖畏能復進前路猶遠今欲退還導師多諸方便而作是念此等可愍云何捨大珍寶而欲退還作是念已以方便於險道中過三百由旬化作一城告衆人言汝等勿怖莫得退還今此大城可於中止隨意所作若入是城快得安隱若能前至寶所亦可得去是時疲極之衆心大歡喜歎未曾有我等今者免斯惡道快得安隱於是衆人前入化城生已度想生安隱想爾時導師知此人衆旣得止息無復疲倦卽滅化城語衆人言汝等去來寶處在近向者大城我所化作爲止息耳
비구들아, 여래도 마찬가지이니, 이제 그대들을 위해 큰 도사가 된 것이니라. 그러나 온갖 생사와 번뇌의 나쁜 길이 험난하고도 멀다는 것을 알고 또 응당 떠나야하고 건너야한다는 걸 알지만, 중생이 단지 일불승만을 들으면 부처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또 가까이하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부처님의 도는 너무나 멀고 아득해서 오래도록 노력해야만 겨우 성취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그 같은 나약하고 열등한 마음을 미리 아시고서 방편의 힘으로 중간에서 쉬도록 하기 위해 두 가지 열반을 말씀하게 되었느니라.
만약 중생이 이 두 가지 열반에 머무르면, 여래는 곧 다음과 같이 말씀하리라.
“그대들의 수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느니라. 지금 그대들이 머문 경지는 부처님 지혜에 가깝기는 하지만 마땅히 깊이 관찰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리라. 그대들이 얻은 열반은 진실한 열반이 아니니, 단지 여래가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삼승으로 나누어 말씀한 것일 뿐이니라.
마치 저 길잡이가 대중들을 쉬게 하기 위해서 큰 성을 화현시키고, 이미 쉰 뒤에는 ‘보배가 있는 곳이 멀지 않소. 이 성은 실제로 있는 성이 아니고 내가 화현시킨 것일 뿐이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009_0931_b_07L諸比丘如來亦復如是今爲汝等作大導師知諸生死煩惱惡道難長遠應去應度若衆生但聞一佛乘者則不欲見佛不欲親近便作是佛道長遠久受勤苦乃可得成知是心怯弱下劣以方便力而於中爲止息故說二涅槃若衆生住於二地如來爾時卽便爲說汝等所作未辦汝所住地近於佛慧當觀察籌所得涅槃非眞實也但是如來方便之力於一佛乘分別說三如彼導師爲止息故化作大城旣知息已告之言寶處在近此城非實我化作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서 게송을 읊었느니라.
爾時世尊欲重宣此義而說偈言

대통지승여래께서
십 겁 동안 도량에 앉았건만
불법이 현전하지 않아서
부처님의 도를 이루지 못했을 때
009_0931_b_20L大通智勝佛
十劫坐道場
佛法不現前
不得成佛道

여러 하늘, 신, 용왕들과
아수라의 무리들이
늘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려서
저 부처님을 공양했고
009_0931_b_22L諸天神龍王
阿脩羅衆等
常雨於天花
以供飬彼佛

하늘들도 천고(天鼓)를 울리고
아울러 갖가지 풍악 연주했으며
향기로운 바람이 시든 꽃 날리면
다시 새롭고 좋은 꽃비가 내렸노라.
009_0931_b_23L諸天擊天鼓
幷作衆伎樂
香風吹萎花
更雨新好者
009_0931_c_02L
이렇게 십 소겁 경과한 뒤에
부처의 도를 성취하시니
하늘과 세간의 인간들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네.
009_0931_b_24L過十小劫已
乃得成佛道
諸天及世人
心皆懷踊躍

저 부처님의 열 여섯 왕자는
그 권속의 무리들과 함께
천만억 대중에게 둘러싸인 채
부처님 처소로 다같이 가서
머리 숙여서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했으니,
009_0931_c_03L彼佛十六子
皆與其眷屬
千萬億圍繞
俱行至佛所
頭面禮佛足
而請轉法輪

‘거룩한 사자여, 법비를 내려서
나와 일체 중생을 적셔주소서.
세존을 뵙기는 정말 어려워서
오랜 겁 지나야 한번 출현하시니
중생을 깨닫게 하기 위해
일체를 진동시키소서.’
009_0931_c_05L聖師子法雨
充我及一切
世尊甚難値
久遠時一現
爲覺悟群生
振動於一切

동방에 있는 여러 세계
오백만억 국토마다
범궁(梵宮)에 비친 광명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니
009_0931_c_07L東方諸世界
五百萬億國
梵宮殿光曜
昔所未曾有

이 광경을 본 여러 범천은
부처님 처소를 찾아가
꽃을 뿌려서 공양하고
아울러 궁전까지 바치면서
009_0931_c_08L諸梵見此相
尋來至佛所
散花以供飬
幷奉上宮殿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고
게송으로 찬탄을 하였지만
부처님은 때가 오지 않음을 아시고
청을 받아도 침묵만 지키셨더라.
009_0931_c_09L請佛轉法輪
以偈而讚歎
佛知時未至
受請默然坐

삼방(三方)과 사유(四維)
상하 또한 마찬가지로
꽃을 뿌리고 궁전을 바치면서
법륜을 굴려달라고 청하였으니,
009_0931_c_11L三方及四維
上下亦復爾
散華奉宮殿
請佛轉法輪

‘세존을 만나기는 정녕 어려우니
원컨대 대자대비로써
널리 감로의 문을 열어서
위없는 법륜을 굴려주소서.’
009_0931_c_12L世尊甚難値
願以大慈悲
廣開甘露門
轉無上法輪

한량없는 지혜 지닌 세존께서
저 대중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사제(四諦)와 십이인연 등
갖가지 법을 펼치셨네.
009_0931_c_13L無量慧世尊
受彼衆人請
爲宣種種法
四諦十二緣

‘무명(無明)에서 노사(老死)까지
모두가 생(生)을 반연해서 있으니
이와 같은 온갖 허물과 고통을
그대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009_0931_c_15L無明至老死
皆從生緣有
如是衆過患
汝等應當知

이 법을 널리 펴실 때
육백만억 나유타 중생이
모든 괴로움이 다하여
아라한이 되었으며
009_0931_c_16L宣暢是法時
六百萬億姟
得盡諸苦際
皆成阿羅漢

두 번째 설법할 때에도
천만억 항하사 중생이
모든 법을 받아들이지 않고서
역시 아라한이 되었노라.
009_0931_c_17L第二說法時
千萬恒沙衆
於諸法不受
亦得阿羅漢

이후로도 도를 얻은 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으니
만겁 동안 계산을 한다 해도
다 셀 수가 없으리라.
009_0931_c_19L從是後得道
其數無有量
萬億劫算數
不能得其邊

그 때 열 여섯 왕자들이
출가해서 사미가 되어
다 함께 부처님께 청하기를
대승법을 설해달라 하셨네.
009_0931_c_20L時十六王子
出家作沙彌
皆共請彼佛
演說大乘法

‘저희들과 이 권속들
반드시 부처의 도 이루어서
바라건대, 부처님과 같은
가장 청정한 혜안을 얻게 하소서.’
부처님은 동자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의 숙세에 행실도 알았기에
한량없는 인연과
갖가지 비유로써
육바라밀과 신통의 일을
두루 말씀해 주셨으며
009_0931_c_21L我等及營從
皆當成佛道
願得如世尊
慧眼第一淨
佛知童子心
宿世之所行
以無量因緣
種種諸譬喩
說六波羅蜜
及諸神通事
009_0932_a_02L
또 진실한 법인
보살이 행할 도를 분별하고
항하사만큼 많은 게송으로
이 법화경을 설하셨네.
009_0932_a_02L分別眞實法
菩薩所行道
說是『法華經』
如恒河沙偈

설법 마친 저 부처님
선실(禪室)에서 선정에 들어가
한마음 한 곳에서
팔만 사천 겁을 지내셨네
009_0932_a_03L彼佛說經已
靜室入禪定
一心一處坐
八萬四千劫

저 열 여섯 사미들은
부처님이 선정에 드심을 알고
한량없는 수만억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를 설하고자
009_0932_a_04L是諸沙彌等
知佛禪未出
爲無量億衆
說佛無上慧

각각 법좌에 올라서
이 대승경전을 설하였고
부처님 열반한 이후에도
교화하는 법을 도우니
009_0932_a_06L各各坐法座
說是大乘經
於佛宴寂後
宣揚助法化

하나 하나의 사미들이
교화한 중생들의 수효는
육백만억 항하사로서
매우 많은 무리였노라.
009_0932_a_07L一一沙彌等
所度諸衆生
有六百萬億
恒河沙等衆

저 부처님 열반한 뒤에도
설법을 들은 자들은
가는 곳마다 불국토에서
스승과 함께 태어났노라.
009_0932_a_08L彼佛滅度後
是諸聞法者
在在諸佛土
常與師俱生

열 여섯 사미들은
부처님의 도를 구족히 행하여
지금의 시방 세계에 나타나서
저마다 정각을 성취하였네.
009_0932_a_10L是十六沙彌
具足行佛道
今現在十方
各得成正覺

그 때 법을 들은 자들로서
각각 온갖 부처님 처소에 있던
성문의 경계에 머무른 자들을
점차로 부처님의 도로써 가르쳤노라.
009_0932_a_11L爾時聞法者
各在諸佛所
其有住聲聞
漸敎以佛道

나 또한 열 여섯의 하나로서
일찍이 그대들에게 가르침 베풀었네
이런 까닭에 방편으로써
그대들을 부처 지혜로 이끄는 것이며
009_0932_a_12L我在十六數
曾亦爲汝說
是故以方便
引汝趣佛慧

본래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제 이 법화경을 설해서
그대들을 불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
무서워하거나 놀라지 말라.
009_0932_a_14L以是本因緣
今說『法華經』
令汝入佛道
愼勿懷驚懼

가령 인적도 없고 맹수도 많으며
또한 풀과 나무도 없어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곳인
험난한 길이 있다고 하자.
009_0932_a_15L譬如險惡道
迥絕多毒獸
又復無水草
人所怖畏處

무수한 천만 대중이
이 험한 길을 건너려 하나
그 길이 너무나 아득하고 멀어서
오백유순이나 되었는데
009_0932_a_16L無數千萬衆
欲過此險道
其路甚曠遠
經五百由旬

그 때 어떤 길잡이가 있으니,
식별도 잘하고 지혜도 밝으며
분명히 알고 마음도 결정되어서
험한 길의 어려움을 건너는데
009_0932_a_18L時有一導師
强識有智慧
明了心決定
在險濟衆難

대중은 모두가 피로하고 힘들어서
길잡이에게 이렇게 말했노라.
‘우리들은 기력이 다했으니
여기서 되돌아가고 싶소.’
009_0932_a_19L衆人皆疲倦
而白導師言
我等今頓乏
於此欲退還

길잡이는 생각하기를,
‘이들은 너무나 불쌍하다,
귀한 보물을 앞에 두고
어찌하여 돌아가려고 하는가.’
009_0932_a_20L導師作是念
此輩甚可愍
如何欲退還
而失大珍寶

이에 깊이 방편을 생각했으니,
‘응당 신통력을 사용해서
큰 성곽을 화현시켜서
온갖 집과 저택을 장엄하고
009_0932_a_22L尋時思方便
當設神通力
化作大城郭
莊嚴諸舍宅

주변에는 동산이 있고
시냇물과 연못이 있으며
이중문의 높은 누각을 건립해서
남녀들을 모두 살게 하리라.’
009_0932_a_23L周帀有園林
流渠及浴池
重門高樓閣
男女皆充滿
009_0932_b_02L
이렇게 화성을 만들고는
대중들에게 위로의 말을 했나니
‘두려워말고 이 성에 들어가서
각자 마음대로 즐기시오.’
009_0932_a_24L卽作是化已
慰衆言勿懼
汝等入此城
各可隨所樂

성안으로 들어간 대중은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면서
모두 편안하다는 상념을 일으키며
스스로 이미 건넜다고 생각했노라.
길잡이는 충분히 쉰 것을 알고서
대중들을 모아놓고 말했노라.
‘여러분, 앞으로 갑시다.
이것은 화현된 성일 뿐이오.
피곤에 지친 그대들이
중도에서 돌아가고자 하기에
009_0932_b_03L諸人旣入城
心皆大歡喜
皆生安隱想
自謂已得度
導師知已息
集衆而告言
汝等當前進
此是化城耳
我見汝疲極
中道欲退還

내가 방편의 힘을 써서
임시로 이 성을 화현시킨 것이니
그대들은 이제 부지런히 노력해서
반드시 보배 있는 곳으로 가야 하오.’
009_0932_b_06L故以方便力
㩲化作此城
汝今勤精進
當共至寶所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일체를 인도하는 스승이니
온갖 구도자가 중간에서
지치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생사와 번뇌의 험한 길을
건너지 못하는 걸 보았기에
009_0932_b_07L我亦復如是
爲一切導師
見諸求道者
中路而懈廢
不能度生死
煩惱諸險道

나는 방편의 힘을 사용해서
그대를 쉬도록 하기 위해
열반--즉 ‘그대는 이미 고통을 없앴고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말한 것이네.
009_0932_b_09L故以方便力
爲息說涅槃
言汝等苦滅
所作皆已辦

이미 열반에 이르러서
아라한을 얻은 걸 알았으니
이에 대중을 모아놓고
진실한 법을 설하겠노라.
009_0932_b_11L旣知到涅槃
皆得阿羅漢
爾乃集大衆
爲說眞實法

온갖 부처님들은 방편의 힘으로
삼승을 분별해서 설하지만,
오직 일불승만이 있을 뿐으로
쉬도록 하기 위해 이승을 말한 것이네.
009_0932_b_12L諸佛方便力
分別說三乘
唯有一佛乘
息處故說二

이제 그대들에게 진실을 설하나니,
그대들이 얻은 것은 멸도가 아니므로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를 위해서
응당 대정진을 발해야 하네.
009_0932_b_13L今爲汝說實
汝所得非滅
爲佛一切智
當發大精進

그대들이 일체지를 증득하고
십력(十力)의 불법을 얻고
삼십이상(三十二相)을 두루 갖춰야
바로 진실한 멸도라고 하니라.
009_0932_b_15L汝證一切智
十力等佛法
具三十二相
乃是眞實滅

중생을 인도하는 모든 부처님은
쉬도록 하기 위해서 열반을 말하였으며
이미 쉬었다는 걸 알고 나면
부처의 지혜로 들어가도록 인도하노라.
009_0932_b_16L諸佛之導師
爲息說涅槃
旣知是息已
引入於佛慧
品妙法蓮華經卷第三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