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해동조계제육세원감국사가송(海東曺溪第六世圓鑑國師歌頌) / 海東曹溪第六世 圓鑑國師歌頌

ABC_BJ_H0089_T_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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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 조계 제6세 원감국사가송
시자侍者가 기록하다侍者錄
총목차總目次
詩三百二十四篇 原集
五篇 補遺
文五篇 續集
䟽四十六篇 續集
表五篇 續集
附錄 續集
[시삼백이십사편 원집詩三百二十四篇 原集]
유거幽居
棲息紛華外       복잡한 세상 밖에 둥지를 틀고
優游紫翠間       푸른 산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네
松廊春更靜       솔 회랑은 봄에 더욱 고요하고
竹戶晝猶關       대쪽 문은 대낮에도 닫혔어라
檐短先邀月       처마가 짧아서 먼저 달을 맞고
牆低不礙山       담장이 낮아서 산이 다 보이네
雨餘溪水急       비 온 뒤에 시냇물은 급히 흐르고
風定嶺雲閑       바람이 자니 산 구름이 한가해라
谷密鹿攸伏       깊은 골짜기에 사슴이 엎드리고
林稠禽自還       빽빽한 숲에는 새들이 돌아오네
翛然度晨暝       한가로이 아침저녁 보내노니
聊以養疎頑       게으른 몸에게는 적격이라오
우연히 짓다(偶書)
世人終日競犇忙     종일토록 분망한 세상 사람들
羶蟻燈蛾莫可方     전의와 등아4)는 비교가 되지 않네
坐穩那知船底漏     앉은 채로 편안하면 어찌 배 밑바닥 새는 것을 알리오
途長猶愛樹陰凉     길이 멀어야 나무 그늘 시원함을 아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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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371_a_02L海東曹溪第六世
006_0371_a_03L圓鑑國師歌頌

006_0371_a_04L

006_0371_a_05L侍者錄

006_0371_a_06L1)目次

006_0371_a_07L
詩三百二十四篇原集

006_0371_a_08L五篇補遺

006_0371_a_09L文五篇續集

006_0371_a_10L䟽四十六篇續集

006_0371_a_11L表五篇續集

006_0371_a_12L附錄續集

006_0371_a_13L[詩]

006_0371_a_14L2)幽居

006_0371_a_15L
棲息紛華外優游紫翠間

006_0371_a_16L3)廊春更靜竹戶晝猶關

006_0371_a_17L4)檐短先邀月5)牆低不礙山

006_0371_a_18L雨餘溪水急風定嶺雲閑

006_0371_a_19L谷密鹿攸伏林稠禽自還

006_0371_a_20L翛然度晨暝聊以養疎頑

006_0371_a_21L偶書

006_0371_a_22L
世人終日競犇忙羶蟻燈蛾莫可方

006_0371_a_23L坐穩那知船底漏途長猶愛樹陰凉

006_0371_b_01L彭殤縱異終誰在     팽상5)이 달라도 끝내 누가 남으리요
顏跖雖殊竟等亡     안척6)이 다르지만 죽는 것은 똑같은걸
爭似鍾山無事漢     그보다는 종산의 일 없는 사나이가
露眠不管踐牛羊     소와 양이 밟든 말든 노숙함이 나으리7)
병인년(1266년) 여름에 처음 감로사에 들어가서 함께 기거하는 스님들에게 보이다(丙寅夏月初入甘露示同袍)
親傳一脉曹溪水     친히 전한 한 줄기 조계산의 물이요
點作十分甘露漿     방울져 가득 모인 감로사의 장이라
千里殷勤來普洒     천리에 은근히 와서 널리 뿌림은
要令火宅變淸凉     화택8)을 청량하게 바꿔 보려고
變淸凉大地       청량하게 바뀐 대지 위에서
何人更熱忙       누가 또 열기에 들뜨겠는가
산을 유람하고 돌아오다 삼랑루를 지나며 배 안에서 짓다(遊山迴過三郞樓舟中作)
杖迴五老峰前路     지팡이 짚고 오로봉 앞 길을 돌아
舟過三郞樓下灣     배 타고 지나는 삼랑루 아래 물가
沙鳥馴人不驚避     물새는 사람과 친해 피하지도 않고
掠帆飛過又飛還     돛 스쳐 날아갔다 또다시 돌아오네
박 안렴이 밀성 삼랑루에 제한 시에 차운하다(次朴按廉題密城三郞樓詩韻)
湖上靑山山上樓     호수 위의 푸른 산, 푸른 산 위의 누각
美名長與水同流     아름다운 그 이름 물과 함께 흐르네
傍洲沙店排蝸殼     모래톱 주막은 달팽이집처럼 늘어서고
逐浪風船舞鷁頭     물결 좇는 돛배 위엔 익조9)가 춤을 추네
桑柘煙深千里暮     뽕밭에 내 짙은데 천리 멀리 해 저물고
芰荷華老一江秋     연꽃도 시들어 강은 가을빛 완연하네
落霞孤鶩猶陳語     낙하 고목10)은 오히려 진부한 표현이라
故作新詩記勝遊     새 시 지어서 멋진 유람 기록하노라
한가한 생활을 자축하며(閑中自慶)
日日看山看不足     날마다 산을 보지만 보아도 부족하고
時時聽水聽無厭     때때로 물소리 듣지만 들어도 싫지 않네
自然耳目皆淸快     자연히 눈과 귀가 모두 맑고 쾌하나니
聲色中間好養恬     그 소리와 빛 속에서 담박함을 기르노라
지원 9년(1272년) 3월에 처음 정혜사에 들어가서 시를 지어 승려들에게 보이다(至元九年壬申三月 初入定惠作 偈示同梵)
鷄足峰前古道場     계족봉 앞에 서 있는 오래된 도량
今來山翠別生光     지금 오니 푸른 산빛 특별히 빛나누나
廣長自有淸溪舌     맑은 시내 속에 광장설이 있는 걸11)
何必喃喃更擧揚     어찌 꼭 재잘재잘 다시 뇌까리리요
자인 화상에게 올린 시병서(上慈忍和尙詩幷序)
계봉鷄峯의 사원이 너무 심하게 퇴락하긴 했지만, 산과 물의 경치가 다른 곳보다 훨씬 뛰어나니 참으로 좋은 도량이다. 어제 화상이 몸소 문도를 이끌고 사원을 찾아오셔서

006_0371_b_01L彭殤縱異終誰在顏跖雖殊竟等亡

006_0371_b_02L爭似鍾山無事漢露眠不管踐牛羊

006_0371_b_03L丙寅夏月初入甘露示同袍6)碑塔并
在庵前後

006_0371_b_04L
親傳一脉曹溪水點作十分甘露漿

006_0371_b_05L千里殷7)勤來普洒要令火宅變淸凉

006_0371_b_06L變淸凉大地何人更熱忙

006_0371_b_07L8)遊山迴過三郞樓舟中作

006_0371_b_08L
杖迴五老峰前路舟過三郞樓下灣

006_0371_b_09L沙鳥馴人不驚避掠帆飛過又飛還

006_0371_b_10L9)次朴按廉題密城三郞樓詩韻

006_0371_b_11L
湖上靑山山上樓美名長與水同流

006_0371_b_12L傍洲沙店排蝸殼逐浪風10)船舞鷁頭

006_0371_b_13L桑柘煙深千里暮芰荷11)華老一江秋

006_0371_b_14L落霞孤鶩猶陳語故作新詩記勝遊

006_0371_b_15L12)閑中自慶

006_0371_b_16L
日日看山看不足時時聽水聽無厭

006_0371_b_17L自然耳目皆淸快聲色中間好養恬

006_0371_b_18L至元九年壬申13)三月初入定惠
006_0371_b_19L偈示同梵

006_0371_b_20L
鷄足峰前古道場今來山翠別生光

006_0371_b_21L廣長自有淸溪舌何必喃喃更擧揚

006_0371_b_22L上慈忍和尙詩幷序

006_0371_b_23L
鷄峯雖殘廢太甚溪山形勝斗異諸
006_0371_b_24L實佳道場也昨蒙和尙躬率入院

006_0371_c_01L황공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기에, 삼가 졸시 2수를 지어 조실祖室에 증정하려니 그지없이 떨리는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哺鷇終敎揷翼鶱     어린 새 날개 달고 솟구치게 하였으니
老婆深愛更休論     사랑하는 노파심 더 말할 게 있으랴
殷勤送到鷄峯下     은근히 계봉 아래 전송해 주시다니
粉骨如何報此恩     뼈가 가루 된들 이 은혜 어찌 갚을까

樓閣重重古梵宮     누각이 첩첩이 서 있는 오래된 범궁
溪山形勝甲寰中     계산의 형승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다
我來繼席誠非分     내가 자리 이은 것은 참으로 과분한 일
恐忝當年國老風     당년의 국로의 풍도 더럽힐까 두려워라
대중을 이끌고 고사리를 캐고 돌아와서 승려들에게 보이다(率衆採蕨 迴示同梵)
提籃曉出碧崔嵬     바구니 들고 새벽에 푸른 산 나갔다가
林下閑挑野菜來     숲속에서 한가로이 야채 뜯고 돌아왔소
欲識箇中無限意     이 속의 무한한 뜻 알고 싶으시오
白雲時與暮禽迴     백운이 때로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오
한가한 중에 우연히 짓다(閑中偶書)
寺在千峰裏       1천 봉우리 속에 들어 있는 절간
幽深未易名       그윽한 경지를 쉽게 이름할 수 없네
開窓便山色       창을 열면 바로 산색이요
閉戶亦溪聲       문을 닫으면 또 냇물 소리라
谷密晴猶暗       골짜기가 깊어서 맑은 날도 어둡고
樓高夜自明       누각이 높아서 밤에 절로 환하다오
竹風生几席       궤석에선 대 바람이 일어나고
松露滴檐楹       처마 기둥에는 솔 이슬이 돋네
境靜棲遲穩       고요한 경계 속에 거처는 안온하고
身閑擧止輕       한가한 몸이라 행동거지도 편하다오
困來時偃息       피곤하면 때로 누워서 쉬고
睡足或經行       실컷 자고 나선 슬슬 걷기도 하네
累盡無欣慼       번뇌가 다해서 희로애락도 없고
賓稀少送迎       손이 드물어 송영할 일도 없다네
飢餘林蔌軟       배고프면 산나물이 넉넉하고
渴有石泉淸       목마르면 맑은 샘물이 있다오
秪是安衰疾       쇠하고 병든 몸 편안하면 그저 그만
元非養道情       원래 도심道心 기르려 함이 아닐세

006_0371_c_01L不勝驚惶荷戴之至謹成拙詩二
006_0371_c_02L仰呈籌室無任14)戰兢之至
006_0371_c_03L哺鷇終15)敎揷翼鶱老婆深愛更休論

006_0371_c_04L16)勤送到鷄峯下粉骨如何報此恩

006_0371_c_05L樓閣重重古梵宮溪山形勝甲寰中

006_0371_c_06L我來繼席誠非分恐忝當年國老風

006_0371_c_07L率衆採蕨 迴示同梵

006_0371_c_08L
17)籃曉出碧崔嵬林下閑挑野菜來

006_0371_c_09L欲識箇中無限意白雲時與暮禽迴

006_0371_c_10L閑中偶書

006_0371_c_11L
寺在千峰裏幽深未易名開窓便山色

006_0371_c_12L閉戶亦溪聲谷密晴猶暗樓高夜自明

006_0371_c_13L竹風生几席松露滴檐楹境靜棲遲穩

006_0371_c_14L身閑擧止輕困來時偃息睡足或經行

006_0371_c_15L累盡無欣慼賓稀少送迎飢餘林蔌軟

006_0371_c_16L渴有石泉淸秪是安衰疾元非養道情

006_0371_c_17L目次在圓鑑國師語錄序之前編者移置於
006_0371_c_18L此ㆍ甲本無有
此詩亦在東文選(朝鮮後期刊
006_0371_c_19L乙亥字覆刻版本卷一一第七張){編}
「廊」作
006_0371_c_20L「廓」{甲}
「檐」作「擔」{甲}ㆍ東文選作「簷」{編}
006_0371_c_21L
「牆」東文選作「墻」{編}「碑塔…前後」七字
006_0371_c_22L無有{甲}
「勤」作「勒」{甲}此詩亦在東文選
006_0371_c_23L(卷二○第一七張){編}
此詩亦在東文選(卷
006_0371_c_24L一四第一七張){編}
「船」作「舡」{甲}「華」東
006_0371_c_25L文選作「花」{編}
「閑」作「閒」{甲}「三月」
006_0371_c_26L無有{甲}
「戰」作「禪」{甲}「敎」下有「捕」{甲}
006_0371_c_27L
「勤」作「勒」{甲}「籃」下有一字空白{甲}

006_0372_a_01L箇中何限意       이 속의 정취가 어찌 한정이 있겠소만
切忌與人評       사람들과 평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오
여름날에 규봉 인 선백을 생각하며(夏日懷圭峰印禪伯)
一臥圭峯上       한번 규봉 위에 누운 뒤로
于今歲月移       지금 세월이 많이 흘렀네
片雲隨步武       조각구름 따라 걸음 옮기고
孤鶴伴棲遲       외로운 학 벗 삼아 소요하시리
鐵脊久彌硬       무쇠 등은 오랠수록 더욱 튼튼해지고
氷姿老不衰       얼음 자태는 늙어도 쇠하지 않으시네
秋凉何日至       서늘한 가을날이 언제나 올까
吾欲往從之       얼른 가서 함께 지내고 싶네
안렴사 박 시랑에게 부치다(寄按廉朴侍郞)
我住黃山中       내가 황산에 머물 때에는
値公巡游東       공이 마침 동쪽을 순유하였고
我移歸老菴       내가 노암으로 옮겼을 때는
適公按江南       공이 마침 강남을 다스렸다네
閑忙兩殊途       바쁘고 한가한 두 길이 워낙 달라
會合誠難圖       한번 만나기도 정말 어려운데
處處得相眄       가는 곳마다 서로들 보았으니
因緣固不淺       인연이 참으로 얕지 않소이다
況復十年前       더구나 또 10년 이전부터
相識知幾千       아는 이가 셀 수도 없겠지만
請公試屈指       공이여 한번 손가락을 꼽아 보소
交分孰予比       나와 같은 교분이 누가 있었는지
願公念舊故       바라건대 옛 우정을 생각하셔서
終始作外護       언제까지 곁에서 보호해 주셨으면
가을날에 아침 일찍 조계산을 떠나 계봉에 돌아와서 짓다(秋日 早發曹溪 迴至鷄峰 有作)
早發千岩萬壑中     천암만학을 아침 일찍 떠났나니
穿林渡水路無窮     숲 뚫고 물 건너며 길이 끝도 없네
麻鞋踏破濃霜白     미투리는 하얀 된서리 밟고 지나고
竹杖行分亂葉紅     지팡이는 날리는 단풍잎 헤치고 가네
上嶺殘星猶耿耿     재에 오르니 새벽 별 아직 깜박깜박
出山初日已曈曈     산을 나오니 아침 해 어느새 두둥실
却迴鷄嶠天將暮     계봉에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면서
隱隱鐘聲響半空     은은히 종소리가 허공중에 퍼지네
지난번 도자 혜초가 돌아오는 편에, 자인慈忍 화상和尙이 주신 납의 한 벌을 받았으므로, 황공하면서도 감격스러운 심정을 금할 수 없기에, 삼가 시 한 수를 지어 멀리 조실祖室에 증정하며 한번 보시게 했다(昨者 道者惠超迴 伏蒙法賜衲衣一領 不勝驚惶感戴之至 謹成荒句 遙呈籌室 伏冀賜覽)
法信降從慈忍室     법신12)이 자인의 방에서 내려왔나니
忽驚殊寵耀山門     산문을 빛낸 은총이 뜻밖에 놀라워라
裁縫細密看逾好     꼼꼼한 바느질 솜씨 볼수록 더욱 좋고
製量寬襜着便溫     만든 품도 넉넉해서 입으면 따뜻해라
諗老七斤何足擬     심노의 일곱 근13)이 어찌 견줄 수 있으리오
飮光三事敢同論     음광의 세 가지 일14)을 감히 함께 논하노라
披來特地雙肩重     몸에 걸치자 새삼 두 어깨가 무겁나니
斗覺渾身是大恩     온몸이 은혜로 뒤덮인 것을 깨닫겠노라
한가한 중에 흥을 풀며15)(閑中遣興)

006_0372_a_01L箇中何限意切忌與人評

006_0372_a_02L夏日懷圭峰印禪伯

006_0372_a_03L
一臥圭峯上1)今歲月移

006_0372_a_04L片雲隨步武孤鶴伴棲遲

006_0372_a_05L鐵脊久彌硬2)姿老不衰

006_0372_a_06L秋凉何日至吾欲往從之

006_0372_a_07L寄按廉朴侍郞

006_0372_a_08L
我住黃山中値公巡3)淅東

006_0372_a_09L我移歸老菴適公按江南閑忙兩殊途

006_0372_a_10L會合誠難圖處處得相眄因緣固不淺

006_0372_a_11L況復十年前相識知幾千請公試屈指

006_0372_a_12L交分孰予比願公念舊故終始作外護

006_0372_a_13L秋日 早發曹溪 迴至鷄峰 有作

006_0372_a_14L
早發千岩萬壑中穿林渡水路無窮

006_0372_a_15L麻鞋踏破濃霜白竹杖行分亂葉紅

006_0372_a_16L上嶺殘星猶耿耿出山初日已瞳瞳

006_0372_a_17L却迴鷄嶠天將暮隱隱鐘聲響半空

006_0372_a_18L昨者道者惠超迴伏蒙法賜衲
006_0372_a_19L衣一領不勝驚惶感戴之至
006_0372_a_20L成荒句遙呈籌室伏冀賜覽

006_0372_a_21L
法信降從慈忍室忽驚殊寵耀山門

006_0372_a_22L裁縫細密看逾好製量寬襜着便溫

006_0372_a_23L諗老七斤何足擬飮光三事敢同論

006_0372_a_24L披來特地雙肩重斗覺渾4)身是大恩

006_0372_b_01L
野性便幽獨       성격이 원래 고독을 좋아하여
栖遲寄翠微       푸른 산에 기대어 살아간다네
光陰雙雪鬢       광음 속에 눈처럼 하얀 머리칼
活計一霞衣       생계는 하나의 하의16)뿐이라오
帶雨移松栽       비를 맞으며 솔을 옮겨 심었나니
和雲掩竹扉       구름과 어울려 사립문을 가리네
山華輕綉幕       산꽃은 수놓은 장막처럼 간들거리고
庭栢當羅幃       뜰의 잣나무는 비단 휘장을 드리웠네
靜對爐煙細       향로의 가는 연기 조용히 마주하며
閑看磴蘚肥       섬돌에 번지는 이끼 한가로이 바라보네
人來休問我       사람들이여 나에게 와서 묻지를 마오
早與世相違       일찌감치 세상과 서로 결별했으니까
차운하여 감로사 장로에게 답시를 받들어 올리다(次韻奉答甘露長老)
瑞鳳不時出       상서로운 봉황이 불시에 출현하여
厥苞生有九       나면서부터 구포17)를 갖췄는데
寄栖必高梧       반드시 높은 오동나무에 깃드나니
燕雀豈其友       제비와 참새가 어떻게 벗이 되리오
參差五彩明       알록달록하게 오색이 찬란하여
而爲衆禽首       모든 새들의 으뜸이 되었는데
忽從崛山頂       홀연히 굴산 꼭대기에서
飛下莢江口       협강 어구로 내려왔도다
鸞鶴竟相隨       난새와 학도 끝내 서로 따르면서
雲霄意自負       하늘 높이 솟구칠 뜻 자부하나니
鷄峰一老鷄       계봉의 일개 늙은 닭이
敢望逐其後       그 뒤를 감히 따를 생각하리오
自憐風雨解知時     가련해라 비바람도 시절을 아는 터에
晨鳴强趁木魚吼     새벽에 울며 억지로 목어 소리만 따르니
산에서 지내는 늦봄의 즉흥시(山居暮春即事)
節屬三春暮       석 달의 봄날도 저물어 가는 시절
風和物色齊       온화한 바람 속에 물색도 가지런
早鶯初出谷       꾀꼬리는 골짜기에서 막 나오고
新燕已啣泥       제비는 벌써 진흙을 입에 물었네
雲羃山屏暗       구름은 산 병풍을 어둡게 뒤덮고
煙籠樹幄低       연기는 나무 장막을 낮게 감싸네
巖華紅馥馥       산야의 꽃은 빨갛게 흐드러지고
庭草碧萋萋       뜨락의 풀은 푸르게 무성하여라
雨歇鳩呼婦       비가 개자 비둘기는 짝을 부르고18)
林深鹿養麛       깊은 숲에선 사슴이 새끼를 기르네
睡餘聊散步       잠에서 깨어나 천천히 걷노라니
日在小窓西       저녁 해가 작은 창 서쪽에 있네
봄을 아쉬워하며(惜春)
杏火纔着枝       불 같은 살구꽃이 가지에 붙자마자
梅雪已掃地       눈 같은 매화가 벌써 땅을 쓰나니
春風能幾時       봄바람이 얼마나 가겠는가
隙駒不受轡       극구19)라 고삐를 맬 수도 없네
老病與衰羸       늙고 병들고 쇠약해지는 것이
看看日夜至       밤낮으로 완연히 눈에 보이는데
平昔心所期       평소 마음으로 기약한 일 중에
百事無一遂       어느 것 하나도 이룬 것이 없네
每念至於斯       생각이 여기에 이를 때마다
使我成顦顇       나를 초췌하게 만들곤 하니
不如百不思       그보다는 온갖 걱정 떨쳐 버리고
聊打一場睡       잠이나 자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
법형 묵공이 나의 거처가 외롭고 쓸쓸하다는 말을 듣고서 글을 보내 위로해 주었기에 내가 우스개로 단가를 지어서 답하였다(法兄默公 聞予門庭單丁枯淡 以書見慰 戱作短歌以答之)
鷄峯寂寞兮       계봉이 적막하다고
傳者之訛        전해진 것은 잘못이니
活計現威兮       생활이 넉넉해서

006_0372_b_01L閑中5)

006_0372_b_02L
野性便幽獨栖遲寄翠微光陰雙雪鬢

006_0372_b_03L活計一霞衣帶雨移松栽和雲掩竹扉

006_0372_b_04L山華輕綉幕庭栢當羅幃靜對爐煙細

006_0372_b_05L閑看磴蘚肥人來休問我早與世相違

006_0372_b_06L次韻奉答甘露長老

006_0372_b_07L
瑞鳳不時出厥包生有九寄栖必高梧

006_0372_b_08L燕雀豈其友參差五彩明而爲衆禽首

006_0372_b_09L忽從崛山頂飛下6)莢江口鸞鶴竟相隨

006_0372_b_10L雲霄意自負鷄峰一老鷄敢望逐其後

006_0372_b_11L自憐風雨解知時晨鳴强趁木魚吼

006_0372_b_12L山居暮春即事

006_0372_b_13L
節屬三春暮風和物色齊早鶯初出谷

006_0372_b_14L新燕已啣泥雲羃山屏暗煙籠樹7)幄低

006_0372_b_15L8)巖華紅馥馥 庭草碧萋萋雨歇鳩呼婦

006_0372_b_16L林深鹿養麛睡餘聊散步日在小窓西

006_0372_b_17L惜春

006_0372_b_18L
杏火纔9)着枝梅雪已掃地春風能幾時

006_0372_b_19L隙駒不受10)老病與衰羸看看日夜至

006_0372_b_20L平昔心所期百事無一遂每念至於斯

006_0372_b_21L使我成顦顇不如百不思聊打一場睡

006_0372_b_22L法兄默公聞予門庭單丁枯淡
006_0372_b_23L以書見慰戱作短歌以答之

006_0372_b_24L
鷄峯寂寞兮傳者之訛活計現威兮

006_0372_c_01L不同小小        궁핍하지 않다오
象骨峯前兮       상골봉 앞에는
粥飯無虧        먹을 것이 없지 않고
馬駒堂下兮       마구당 아래에는
鹽醬不少        염장도 부족하지 않네
淸溪兮盤迴       맑은 냇물이 감싸 주고
碧嶂兮繚繞       푸른 산이 에워쌌으며
風欞兮虛凉       바람 부는 창가는 시원하고
水閣兮䆗窱       물가의 누각은 그윽하다오
或坐或臥兮       앉거나 혹 누워서
神遊物初        태초에 정신을 노닐고
獨唱獨和兮       홀로 부르고 화답하며
趣逸天表        세상 밖 흥취를 누린다네
湛然無營兮       담연히 꾀하는 일이 없이
一味自娛        일미의 경지를 즐기고
閴爾忘懷兮       고요히 생각을 잊고서
萬緣都了        모든 인연을 쉬었나니
興亡兮莫我干      흥망도 나를 범하지 못하고
榮辱兮莫我擾      영욕도 나를 흔들지 못한다오
鳧鶴一貫兮       오리와 학도 한 꾸러미이니
孰短孰長        어느 것이 짧고 길다 할 것이며20)
彭殤同壽兮       팽상도 수명이 같으니
誰壽誰夭        누가 장수하고 요절했다 할까21)
一帔兮閱寒暑      저고리 하나로 추위와 더위를 겪고
一鉢兮度昏曉      바리때 하나로 아침과 저녁 보내나니
憨痴痴兮        멍청하고 어리석으며
百醜千拙        누추하고 졸렬하기 그지없는
予誰之似兮       이 몸이 무엇과 비슷하다 할까
栖芦倦鳥        갈대에 둥지 튼 지친 새 한 마리22)
차운하여 규봉 인 선백에게 답하다(次韻答圭峯印禪伯)
靑從藍出勝於藍     청색이 쪽에서 나와 쪽보다도 푸르니
見過多公續指南     식견이 남보다 뛰어나 지남을 이었어라
衆鳥共驚鸞翽翽     봉황이 나래 치니 뭇 새가 모두 놀라고
群狐爭避虎耽耽     범이 노려보니 여우가 다투어 피하누나
筆頭雲起閑中詠     붓 끝에서 구름 이는 것이 한가함 속에 읊조림이라면
麈尾風生格外談     주미23)에서 바람 이는 것은 격외의 담론일세
道譽詩名走天下     도의 명예 시의 명성이 천하를 치달리니
恐妨松月臥孤庵     송월의 암자에 눕는 데 방해가 될는지도
차운하여 난송 선사 인공에게 답하다(次韻答蘭松禪師印公)
鷄山最深處       계산의 가장 깊은 곳에
高臥遠紛華       높이 누워 분화를 멀리하노라
鏡裏元無翳       거울 속엔 원래 티끌이 없고
壺中自有家       호리병 안에는 집이 있도다24)
庭空松子落       텅 빈 뜨락에는 솔방울이 뚝뚝
室靜篆煙斜       고요한 방에는 향 연기 꼬불꼬불
何以療飢渴       어떻게 기갈을 면하느냐면
香蔬與釅茶       나물 무침에 진한 차 한 잔

006_0372_c_01L不同小小象骨峯前兮粥飯無虧
006_0372_c_02L駒堂下兮鹽醬不少淸溪兮盤迴
006_0372_c_03L嶂兮繚繞風欞兮虛凉水閣兮
006_0372_c_04L或坐或臥兮神遊物初獨唱獨和兮
006_0372_c_05L趣逸天表湛然無營兮一味自娛
006_0372_c_06L爾忘懷兮萬緣都了興亡兮莫我11)
006_0372_c_07L榮辱兮莫我擾鳧鶴一貫兮孰短孰長
006_0372_c_08L彭殤同12)壽兮誰壽誰夭13)帔兮閱寒
006_0372_c_09L一鉢兮度昏曉憨痴痴兮百醜千
006_0372_c_10L予誰之似兮栖芦倦鳥

006_0372_c_11L次韻答圭峯印禪伯

006_0372_c_12L
靑從藍出勝於藍見過多公續指南

006_0372_c_13L衆鳥共驚鸞翽翽14)狐爭避虎15)耽耽

006_0372_c_14L筆頭雲起閑中詠16)塵尾風生格外談

006_0372_c_15L道譽詩名走天下恐妨松月臥孤庵

006_0372_c_16L次韻17)答蘭松禪師印公

006_0372_c_17L
鷄山最深處高臥遠紛華鏡裏元無翳

006_0372_c_18L壺中自18)有家庭空松子落室靜篆煙斜

006_0372_c_19L何以療飢渴香蔬與釅茶

006_0372_c_20L「今」作「令」{甲}「姿」作「婆」{甲}「淅」作
006_0372_c_21L「游」{甲}
「身」作「自」{甲}「遣」下有「興」{甲}
006_0372_c_22L
「莢」作「黃」{甲}「幄」作「」{甲}「巖」作
006_0372_c_23L「岩」{甲}
「着」作「眷」{甲}「轡」作「」{甲}
006_0372_c_24L
「干」作「于」{甲}「壽」作「籌」{甲}「帔」作
006_0372_c_25L「怶」{甲}
「狐」作「孤」{甲}「耽耽」作「䏙䏙」
006_0372_c_26L{甲}
「麈」作「塵」{甲}「答」無有{甲}「有」
006_0372_c_27L作「在」{甲}

006_0373_a_01L
안렴사 김 시어에게 부친 시병서(寄按廉金侍御詩并序)
제형 학사각하提刑學士閣下가 안비按轡25)할 즈음에 먼저 산속의 나를 찾아 주어 감격스러운 심정을 가눌 수 없기에, 억지로 거친 시를 지어 행차에 기증하면서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청하였다.

州郡爭瞻怨後予     주군이 다투어 우러르며 후여를 원망하는데26)
廉公先訪老僧居     안렴사께서 노승의 거처를 먼저 찾아 주셨네
通宵軟語雖云足     밤새워 도란도란 충분히 얘기했다지만
積日幽懷尙未攄     종일토록 속마음은 털어놓지 못하였네
髣髴高吟猶在耳     고상한 노래는 귓가에 방불하게 맴돌고
殷勤淸夢自隨車     맑은 꿈은 은근히 수레를 절로 따라가네
一麾早晩重相過     조만간 행차하여 다시 들러 주셨으면
月榻風欞已掃除     달맞이 책상 바람 창가 이미 소제했으니까
다시 앞의 운을 써서 김 제형에게 부치다(復用前韻寄金提刑)
一軸詩來忽起予     한 축의 시가 와서 홀연히 나를 흥기시키니
十分光彩耀山居     광채가 산속을 찬란하게 비치누나
感情已借燈心結     등심에 기대어 맺힌 감정이라면
戀意空憑筆舌攄     필설을 빙자해 토로한 그리움이라
堆案簿書妨宴寢     책상에 쌓인 문서는 휴식을 방해하고
滿街旌旆閙征車     길 가득 깃발들로 행차가 시끄러우리
何如暇日尋僧話     그보다는 한가한 날 노승 찾아 얘기하며
萬種塵緣盡屏除     세상 먼지 모조리 털어 버림이 어떠할지
분간사分揀使 김 시랑에게 우스개로 답하다·2수(戱答分揀金侍郞·二首)
嶺外初聞杖節行     부절符節 쥔 행차 소식 영외에서 처음 듣고
幾迴魂夢役長程     몇 번이나 꿈 속에서 먼 길을 따랐던가
使君何惜一郵吏     시랑께선 어찌하여 우체부 하나 아끼시오
不獨山僧似薄情     산승만 박정한 것 같지는 않소이다

昔向關東萬里行     예전에 관동으로 만 리 길 행차할 때27)
遙將老淚洒歸程     멀리 늙은 눈물 귀로에 뿌렸지요
此迴重見眞如夢     이번에 다시 본다면 정말 꿈 같은 일
何害停車話舊情     수레 멈추고 옛 정을 얘기함이 어떠리오
운흥 법주 대이를 곡하다(哭雲興法主大怡)
雲興堂上王老師     운흥 당상의 우리 왕 노사는
祖室修梁苦河筏     조실의 동량이요 고하의 뗏목
眼光爛爛巖下電     빛나는 안광은 바위 아래 벼락이요28)
風儀皎皎星中月     점잖은 자태는 별들 속의 달이었네
妙年遐擧便出塵     묘년에 멀리 날아 속진을 떠났나니
有似冥鴻不可弋     명홍29)과 같아서 잡을 수가 없었다네
江東嶺南山水間     강동과 영남의 산과 물 사이를
一杖雲行遍遊歷     지팡이 하나로 구름처럼 다녔나니
晚年歷坐三道場     만년에 차례로 세 도량에 머문 것도
蓋屑就耳非所欲     대중의 뜻이었지 원해서가 아니었네

006_0373_a_01L寄按廉金侍御詩并序

006_0373_a_02L
伏蒙提1)刑學士閣下按轡之初
006_0373_a_03L訪山居不勝感荷强成山語寄呈
006_0373_a_04L行軒仍邀再訪云

006_0373_a_05L
州郡爭瞻怨後予2)廉公先訪老僧居

006_0373_a_06L通宵軟語雖云足 積日幽懷尙未攄

006_0373_a_07L3)髣髴高吟猶在耳殷勤淸夢自隨車

006_0373_a_08L一麾早晩重相過月榻風欞已掃除

006_0373_a_09L復用前韻寄金提*刑

006_0373_a_10L
一軸詩來忽起予十分光彩耀山居

006_0373_a_11L感情已4)借燈心結戀意空憑筆舌攄

006_0373_a_12L堆案簿書妨宴寢滿街旌旆閙征車

006_0373_a_13L何如暇日尋僧話萬種塵緣盡屏除

006_0373_a_14L戱答分揀金侍郞二首

006_0373_a_15L
嶺外初聞杖5)節行幾迴魂夢役長程

006_0373_a_16L使君何惜一郵吏不獨山僧似薄情

006_0373_a_17L昔向關東萬里行遙將老淚6)洒歸程

006_0373_a_18L此迴重見眞如夢何害停車話舊情

006_0373_a_19L哭雲興法主大怡

006_0373_a_20L
雲興堂上王老師祖室修梁苦河筏

006_0373_a_21L眼光爛爛巖下電風儀皎皎星中月

006_0373_a_22L7)妙年遐擧便出塵有似冥鴻不可8)

006_0373_a_23L江東嶺南山水間一杖雲行遍遊歷

006_0373_a_24L晚年歷坐三道場蓋屑就耳非所欲

006_0373_b_01L待人以誠不以貌     외모가 아니라 진정으로 남을 대했고
行己眞率勿邊幅     자기 행동은 진솔하게 꾸미지 않았으며
一言不曾渉非實     진실 아닌 말은 한 마디도 없었고
一芥不私常住物     상주물30)은 사사로이 소유하지 않았다네
精麁甘苦與衆同     작건 크건 고락을 대중과 함께 하면서
常說佛事身爲舌     몸이 혀가 되어 불사를 역설하였으며
潜神禪悅深得妙     선열에 잠겨 묘함을 깊이 체득했고
餘事篇章亦臻極     여사로 하는 시문도 극치에 이르렀네
衲子愛之猶愛母     납자들은 그를 자모慈母처럼 사랑하여
所至森森如立竹     어디나 대나무가 빽빽이 서 있듯 하였고
公卿士庶聞其風     공경과 사서들도 그 풍도를 듣고서
競欲膝行親禮足     다투어 공경하며 예배하려 하였다네
慈雲法雨三十年     자비의 은혜 펼친 30년 동안
多少含生賴其福     얼마나 많은 중생이 복을 받았던가
顧予曾忝葭莩親     나는 멀리 친척의 인연이 있을뿐더러
又復早年資目擊     이른 나이에 뵙고서 가르침도 받았으며
支提九夏檀那秋     선원에서 여름철에 안거할 적에
再得相隨侍瓶錫     다시 뒤따르며 시봉도 하였다네
師住雲興我甘露     스님은 운흥에 나는 감로에 있으면서
來往時時奉談劇     때때로 왕래하며 말씀도 많이 나눴는데
自我移栖鷄足峯     내가 계족봉으로 거처를 옮긴 뒤로는
東望懸懸不能釋     그리움 풀지 못한 채 동쪽 하늘만 바라봤네
每欲乘閑一馳往     매양 한가한 틈이 나면 한번 달려가서
偕笑從容話心曲     담소하며 속마음을 토로하려 하였는데
時艱心事苦多乖     시대도 어렵고 심사도 많이 어긋나서
十載因循徒極目     뜻만 간절할 뿐 10년을 머뭇거렸다네
昨有人來傳訃音     어제 사람이 와서 부음을 전할 적에
不覺使我心肝裂     나도 몰래 심장이 찢어질 듯하였나니
苦河未濟船筏沉     고하를 못 건넜는데 배가 가라앉고
祖室將欹棟梁折     조실이 기우는데 동량이 부러졌네
何期遽厭濁惡世     어찌 알았으랴 혼탁한 세상 싫어서
一朝命理新州楫     하루아침에 피안으로 훌쩍 떠날 줄
嗟哉七衆將疇依     아 칠중31)은 장차 어디에 의지할까
空使人天共垂泣     인천이 모두 눈물을 흘리게 하네
借問合笑不合哭     물어보세 웃어야 하고 곡하면 안 되는지32)
金寶山頭孤月白     금보산 꼭대기에 두둥실 뜬 달님이여
금보산은 운흥산의 이름이다.
혼자 장난삼아 짓다(自戱)
予曾少多病       나는 어려서부터 병이 많았는데
今又到衰年       지금은 또 쇠한 나이에 이르렀네
佛尙慵瞻禮       부처님 예배도 게으른 터에
經奚要諷宣       불경을 어찌 소리 높이 욀까
逢餐輒飽送       밥상을 대하면 배불리 먹고
値晚即橫眠       어두워지면 실컷 잠잔다네
休問祖師意       조사의 뜻33)일랑 묻지 마오
從來不會禪       원래 선은 알지 못하니까
평양 수재守宰로 새로 임명된 아우문개가 고을의 치소治所에 부임할 즈음에 먼저

006_0373_b_01L待人以誠不以貌行己眞率勿邊9)

006_0373_b_02L一言不曾渉非實一芥不私常住物

006_0373_b_03L精麁甘苦與衆同常說佛事身爲舌

006_0373_b_04L潜神禪悅深得妙餘事篇章亦臻極

006_0373_b_05L衲子愛之猶愛母所至森森如立竹

006_0373_b_06L公卿士庶聞其風競欲膝行親禮足

006_0373_b_07L慈雲法雨三十年多少含生賴其福

006_0373_b_08L顧予曾忝葭莩親又復早年資目擊

006_0373_b_09L支提九夏檀那秋再得相隨侍10)瓶錫

006_0373_b_10L師住雲興我甘露來往時時奉談劇

006_0373_b_11L自我移栖鷄足峯東望懸懸不能釋

006_0373_b_12L每欲乘閑一馳往11)偕笑從容話心曲

006_0373_b_13L時艱心事苦多乖十載因循徒極目

006_0373_b_14L昨有人來傳訃音不覺使我心肝裂

006_0373_b_15L苦河未濟船筏沉祖室將欹棟梁12)

006_0373_b_16L何期遽厭濁惡世一朝命理新州楫

006_0373_b_17L嗟哉七衆將疇依空使人天共垂泣

006_0373_b_18L借問合笑不合哭金寶山頭孤月白金寶
山者


006_0373_b_19L雲興
山名

006_0373_b_20L自戱

006_0373_b_21L
予曾少多病今又到衰年佛尙慵瞻禮

006_0373_b_22L經奚要諷宣逢餐輒飽送値晚即橫眠

006_0373_b_23L休問祖師意從來不會禪

006_0373_b_24L13)舍弟平陽新守文愷將抵州治

006_0373_c_01L산중을 찾아왔다. 이 날 저녁에 마침 비가 왔는데, 10여 년 동안 헤어진 정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새벽이 되는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그리고 소설당34)이 자유에게 준 시 중에서 인용한 위 소주의 “어느 때나 비바람 치는 밤에, 다시 이렇게 침상을 마주해 잘까”라는 시구35)가 기억나기에, 절구 한 수를 지어 주었다(舍弟平陽新守文愷將抵州治 先到山中 是夕會有雨 相與話盡十餘年睽離之意 不覺至天明 因記蘇雪堂贈子由詩中 所引韋蘇州 何時風雨夜 復此對床眠之句 作一絕以贈之)
與君相別十三年     그대와 이별한 지 어언 13년
洛北江南兩杳然     낙북과 강남에서 서로 묘연했지
那料鷄峯風雨夜     어찌 알았으랴 계봉의 비바람 치는 밤에
白頭今復對床眠     백발로 지금 다시 침상을 마주해 잘 줄을
막내 동생인 중추원 당후관堂後官이 앞의 시를 듣고 차운하여 보냈기에, 다시 그 운을 써서 답하였다(季弟樞院堂後聞前詩 次韻見寄 復用其韻答之)
世亂今年勝去年     세상 난리가 거년보다 금년이 더하니
四方何處不騷然     사방 어느 곳인들 시끄럽지 않으리오
陟岡謾自勞相望     언덕에 올라 속절없이 바라보나니
蓋被無因得共眠     함께 침상 마주하고 잘 길이 없어서
전 동각 사인 우공이 또한 차운하여 시를 부쳤기에, 그 운을 써서 답하였다(前東閣舍人于公 亦次韻寄示 用其韻答之)
出處睽離二十年     출처를 달리해 헤어진 지 어언 20년
西湖會合豈徒然     서호에서 만난 것이 어찌 우연이리오
朅來鷄足峯前寺     계족봉 앞 절간으로 돌아온 뒤로
空憶當時對榻眠     당시 침상 마주하고 자던 일 추억하오
공이 양주梁州를 다스릴 적에 내가 감로사에 있었으므로 서로 왕래하며 어울렸는데, 공이 황산강黃山江을 가리켜 서호西湖라고 하였다.

西湖一別幾經年     서호에서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건만
往日遺蹤尙宛然     전일에 남긴 자취 아직도 완연해라
聞道邇來人事變     듣건대 그동안 인간 세상 변했다니
風塵無地可安眠     풍진 속에 편히 잠들 곳도 없으리

移棲鷄嶺度三年     계령으로 옮겨 온 3년의 세월 동안
目斷天涯幾悵然     하늘 끝을 얼마나 창연히 바라보았던가
幸有茶煙禪榻在     다행히 차 연기 나부끼는 선탑이 있는데
鬢絲何日一來眠     하얀 귀밑머리 어느 날 와서 잠들는지36)


006_0373_c_01L到山中是夕會有雨相與話盡十
006_0373_c_02L餘年睽離之意不覺至天明因記
006_0373_c_03L蘇雪堂贈子由詩中所引韋蘇州
006_0373_c_04L何時風雨夜復此對床眠之句
006_0373_c_05L一絕以贈之

006_0373_c_06L
與君相別十三年洛北江南兩杳然

006_0373_c_07L那料鷄峯風雨夜白頭今復對床眠

006_0373_c_08L季弟樞院堂後聞前詩次韻
006_0373_c_09L見寄復用其韻答之

006_0373_c_10L
世亂今年勝去年四方何處不騷然

006_0373_c_11L陟岡謾自勞相望蓋被無因得共眠

006_0373_c_12L前東閣舍人于公亦次韻寄示
006_0373_c_13L用其韻答之

006_0373_c_14L
出處睽離二十年西湖會合豈徒然

006_0373_c_15L朅來鷄足峯前寺空憶當時對榻眠公曾
守梁

006_0373_c_16L予住甘露往來相從
公謂黃山江爲西湖


006_0373_c_17L西湖一別14)幾經年往日遺蹤尙宛然

006_0373_c_18L聞道邇來人事變風塵無地可安眠

006_0373_c_19L移棲鷄嶺度三年目斷天涯幾悵然

006_0373_c_20L幸有茶煙禪榻在鬢絲何日一來眠

006_0373_c_21L「刑」作「形」{甲}次同「廉」無有{甲}「髣」
006_0373_c_22L無有{甲}
「借」作「惜」{甲}「節」作「笻」{甲}
006_0373_c_23L「洒」作「酒」{甲}
「妙」無有{甲}「弋」作「戈」
006_0373_c_24L{甲}
「幅」作「愊」{甲}「瓶」作「鉼」{甲}「偕」
006_0373_c_25L作「諧」{甲}
「折」作「析」{甲}此詩亦在東文
006_0373_c_26L選(卷二○第一七~一八張){編}
「幾」作「元」
006_0373_c_27L{甲}

006_0374_a_01L煙塵匝地已多年     연진37)이 땅을 휩쓴 지 벌써 몇 년째
自喜僧家獨晏然     절간은 그래도 평화로워 기뻐라
欲識山中閑氣味     산중의 한가한 기미 알고 싶으시오?
飢斯飯了困斯眠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잔다오

臨川不用嘆流年     시냇가에서 흐르는 세월 탄식하리오38)
代謝推移理固然     뒤바뀌면서 옮겨 가는 것은 이치인걸
那復狂吟似當日     어떻게 또 옛날처럼 신나게 읊을 수야
老蠶今已過三眠     늙은 누에는 지금 벌써 석 잠을 잤는걸
한가한 중에 우연히 짓다·2수(閑中偶書 ‧ 二首)
寺藏深谷裏       절은 깊은 골짜기 속에 숨어 있고
樓壓小溪西       누각은 작은 시내 서쪽에 우뚝 섰네
灌木和烟暗       연기 속에 어두운 떨기 나무요
叢篁冒雨低       비 맞고 고개 숙인 대숲이로세
簷頭蛛作網       처마 끝엔 거미가 그물을 치고
墻下燕啣泥       담 아래엔 제비가 진흙을 물었네
晝睡晚初覺       낮에 잠들어 저녁에 막 깨어나니
林鵶爭返棲       까마귀가 다투어 둥지로 돌아오네

平生嗜幽獨       평생토록 고독을 좋아하여
窮谷寄衰羸       깊은 산골에 쇠한 몸 기댔네
地僻花開晚       땅이 외지니 꽃이 늦게 피고
山高日出遲       산이 높으니 해가 더디게 뜨네
蕉心抽不盡       계속 뻗어 나오는 파초의 새 순이요
溪舌吼無時       언제나 사자후를 토하는 계설39)이라
此樂少人會       이 낙을 아는 이 얼마나 될까
㗳然空自怡       무심히 혼자서 즐길 뿐일세
규봉 인공이 월헌 강 박사에게 준 시운에 차하다·4수(次圭峯印公贈月軒康博士詩韻·四首)
竹間茗椀呼僧共     대숲에 중을 불러 차를 함께 마시고
松下碁枰遣客饒     솔 아래 바둑 두며 돌을 먼저 몇 점 놓네
自有歲寒高節在     세한의 높은 절조40) 원래 지녔으니
不將桃李鬪芳條     도리가 어떻게 화려함을 다투리오41)

巷深人靜晝眠穩     깊고 조용한 동네에 낮잠이 편안하고
稻熟魚肥秋興饒     벼 익고 고기 살지는 추흥이 넉넉해라
只恐才名妨此樂     단지 재명이 이 즐거움 방해할는지도
士林應不棄長條     사림이 인재를 놔두려 하지 않을 테니

簡篇堆案世緣少     서책이 책상에 쌓였을 뿐 세연은 적고
蘭玉滿庭春色饒     난옥이 뜰에 가득하여 봄빛이 무르익네
天遣窮愁知有意     곤궁하게 한 하늘의 뜻이 있으리니
要君氷雪琢三條     그대에게 세 가닥 빙설42) 쪼게 하려고

座中但使淸樽凸     좌중에 술 단지만 가득 채워져 있다면
鏡裏何憂白髮饒     거울 속의 백발을 걱정할 것 있으리요
高臥北窓無一事     하나의 일도 없이 북창 아래 누웠나니43)
門前五柳自千條     문 앞의 오류44)도 저절로 1천 그루라오
내가 처음 출가하고 나서 다시는 서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런데 금년을해년 : 1275년3월에 삼가 조서를 받드니 서울로 올라오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관가의 독촉을 받고

006_0374_a_01L煙塵匝地已多年自喜僧家獨晏然

006_0374_a_02L欲識山中閑氣味飢斯飯了困斯眠

006_0374_a_03L臨川不用嘆流年代謝推移理固然

006_0374_a_04L那復狂吟似當日老蠶今已過三眠

006_0374_a_05L閑中偶書 二首

006_0374_a_06L
寺藏深谷裏樓壓小溪西灌木和1)烟暗

006_0374_a_07L叢篁冒雨低 2)簷頭蛛作網墻下燕啣泥

006_0374_a_08L晝睡晚初覺林鵶爭返棲平生嗜幽獨

006_0374_a_09L窮谷寄衰羸地僻花開晚山高日出遲

006_0374_a_10L蕉心抽不盡溪舌吼無時此樂少人會

006_0374_a_11L㗳然空自怡

006_0374_a_12L次圭峯印公贈月軒康博士詩韻
006_0374_a_13L四首

006_0374_a_14L
竹間茗椀呼僧共松下碁枰遣客饒

006_0374_a_15L自有歲寒高節在不將桃李鬪芳條

006_0374_a_16L巷深人靜晝眠穩稻熟魚肥秋興饒

006_0374_a_17L只恐才名妨此樂士林應不棄長條

006_0374_a_18L簡篇堆案世緣少3)玉滿庭春色饒

006_0374_a_19L天遣窮愁知有意要君氷雪琢三條

006_0374_a_20L座中但使淸樽凸鏡裏何憂白髮饒

006_0374_a_21L高臥北窓無一事門前五柳自千條

006_0374_a_22L予自始出家誓不復蹈京師越今
006_0374_a_23L乙亥
年也
三月伏蒙下詔徵赴上都
006_0374_a_24L事出非意初欲無行被官家敦逼

006_0374_b_01L거부할 수가 없어서 마침내 역마를 타고 길에 올랐다가, 웅천에 왔을 때 사람을 보내 진정陳情하며 병을 핑계로 굳게 사양하였다. 그리고는 서원에 왔는데, 서원의 목백 상서 농서 공은 바로 나의 평생의 벗이었다. 그가 나를 보고 반가워하더니 급히 고을의 관리에게 명하여 경내의 화정사를 깨끗이 치우게 하고는 나를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그 뜻이 너무도 간절해서 어길 수가 없기에 내가 보따리를 풀고 석장錫杖을 걸어 놓고서 그곳에서 여름철 결제結制를 하게 되었다. 아, 내가 처음 계봉을 떠날 때에는 서원의 화정사에서 여름을 보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으니,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하든 간에 결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그렇게 만드는 어떤 것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맹가가 그 일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45)이 지금 와서 더욱 실감나기에, 절구 한 수를 지어서 하늘의 뜻에 답하였다(予自始出家 誓不復蹈京師 越今年乙亥年也三月 伏蒙下詔 徵赴上都 事出非意 初欲無行 被官家敦逼 辭不獲已 遂乘傳上道 行至熊川 馳介抗書 牢辭以微疾 乃抵西原 西原牧伯尙書隴西公 是予平生友也 見之欣然 遽命州吏 洒掃州之華井寺 勉留之 其意勤至 不可違 因解包掛錫 而結夏焉 噫 方初發鷄峯也 曾不意度夏於西原華井寺 今其乃爾 凡人之一行一止 固不可自裁 而殆必有使之者歟 孟軻所謂行止非人之所能爲 乃今益信之矣 因作一絕 以答天意云)
拂衣高步謝塵區     옷깃 떨치고 발걸음 드높이 속세를 떠나
膠膝雲山二十秋     구름 낀 산속에 붙박은 지 어언 20년
下詔急徵今始覺     조서로 급히 부른 뜻을 이제야 알았나니
蓋天移我著淸州     하늘이 나를 옮겨 청주46)에 있게 하려고
원흥사 임정에서 노닐다(遊元興寺林亭)
滿山松栢鬱蒼蒼     산 가득 송백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
中有高禪水石莊     그 속에 자리잡은 고선의 수석 별장
一杖來遊良有意     지팡이 짚고 와서 노니는 뜻이 있나니
小亭閑味要同當     정자의 한가한 맛 함께 음미해 보려고
왕암에 와서 묵으며, 청유한 그 경지가 사랑스럽기에, 시 한 수를 짓다(抵宿王巖 愛其境地淸幽 因書拙語)
避喧求靜到王巖     소란 피해 고요 찾아 왕암에 오니
滿眼幽奇未易談     눈 가득 그윽한 경치 형언할 수 없네
石上松孤類巢許     바위 위의 외로운 솔은 소허47)와 유사하고
門前杉老似彭聃     문 앞의 늙은 삼나무48)는 팽담49)과 비슷하네
千重岳色深還淺     천 겹의 산 색은 깊으면서도 얕고
一派泉流冷且甘     한 줄기 샘물은 차면서도 달콤하네
二八應眞曾駐錫     십육 나한이 석장을 머물렀던 곳
暫來聊喜得同龕     잠깐 와서 감실을 함께 함이 기쁘네

006_0374_b_01L辭不獲已遂乘傳上道行至熊川
006_0374_b_02L馳介抗4)牢辭以微疾乃抵西
006_0374_b_03L西原牧伯尙書5)隴西公是予
006_0374_b_04L平生友也見之欣然遽命州吏
006_0374_b_05L洒掃州之華非寺勉留之其意勤
006_0374_b_06L不可違因解包掛錫而結夏焉
006_0374_b_07L6)初發鷄峯也曾不意度夏於
006_0374_b_08L西原華井寺今其乃爾凡人之一
006_0374_b_09L行一止固不可自裁而殆必有使
006_0374_b_10L之者歟孟軻所謂行止非人之所
006_0374_b_11L能爲乃今益信之矣因作一絕
006_0374_b_12L以答天意云

006_0374_b_13L
拂衣高步謝塵區膠膝雲山二十秋

006_0374_b_14L下詔急徵今始覺蓋天移我著淸州

006_0374_b_15L遊元興寺林亭

006_0374_b_16L
滿山松栢鬱蒼蒼中有高禪水石莊

006_0374_b_17L一杖來遊良有意小亭閑味要同當

006_0374_b_18L7)抵宿王8)愛其境地淸幽
006_0374_b_19L因*書拙語

006_0374_b_20L
避喧求靜到王巖滿眼幽9)奇未易談

006_0374_b_21L石上松孤類巢許

006_0374_b_22L門前10)11)一本
作柳
老似彭聃

006_0374_b_23L千重12)岳色深還淺一派泉流冷且甘

006_0374_b_24L二八應眞曾駐錫暫來聊喜得同龕

006_0374_c_01L
서원 목백 상서 이공이 전송하며 포천 자씨원까지 왔다. 헤어질 즈음에 울적한 마음을 금할 수 없기에, 억지로 변변찮은 시를 지어서 좌우에 봉정하였다·2수(西原牧伯尙書李公 送至布川慈氏院 臨別之際 不勝悒悒 强綴蕪辭 奉呈左右·二首)
道喪人誰肯斷金     도가 없어진 지금 누구와 쇠를 자르리오50)
感公恩愛久彌深     갈수록 깊어지는 공의 은애가 고마워라
仰憑慈氏靑蓮眼     미륵보살 청련의 눈이 보는 앞에서
質我平生一片心     나의 평생의 일편단심을 보증하노라

閑忙相聚勢誠難     한망의 형세가 달라서 모이기 정말 힘든데
世故年來況漸艱     세상일도 연래에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네
此去重逢應未易     이번에 떠나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으리니
臨分可免涕潺湲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리오
서원 이 상서에게 부치다(寄西原李尙書)
相從語軟思華井     화정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던 추억이여
遠送恩深記布川     포천까지 멀리 전송해 준 그 은덕이여
別恨感情渾入骨     이별의 아쉬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逢人說着便澘然     사람 만나 얘기하다 눈물 줄줄 흘렸소
지원 13년(1276년) 12월에 요청을 받고 다시 서원에 와서 현암사에 우거하며 목백 상서 이공에게 봉정하다(至元十三年十二月 受請重到西原 寓居玄巖蘭若 奉呈牧伯尙書李公)
去年華井小軒中     거년에 화정의 자그마한 암자에서
旦夕相從笑語同     아침저녁으로 함께 웃고 얘기했지
別淚未乾重到此     이별의 눈물 마르기 전에 다시 여기 온 건
只緣恩愛少如公     단지 우리 공과 같은 은애가 드물기 때문에
밤에 대설이 내렸는데도 전혀 알지 못하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성 안을 바라보며 한 수 짓다(夜大雪 都不覺知 曉起望城中 有作)
但認更深月照來     밤 깊어 달이 비치는 줄만 알았지
不知庭院雪成堆     정원에 눈이 쌓이는 줄은 몰랐네
平明起向城中望     새벽에 일어나서 성 안을 바라보니
萬樹梅花一夜開     1만 나무에 매화가 밤 사이에 피었네

006_0374_c_01L西原牧伯尙*書李公送至布川慈
006_0374_c_02L氏院臨別之際不勝悒悒强綴
006_0374_c_03L蕪辭奉呈左右二首

006_0374_c_04L
道喪人誰肯斷金感公恩愛久彌深

006_0374_c_05L仰憑慈氏靑蓮眼質我平生一片心

006_0374_c_06L閑忙相聚勢誠難13)世故年來況漸艱

006_0374_c_07L此去重逢應未易臨分可免涕潺湲

006_0374_c_08L寄西原李尙書

006_0374_c_09L
相從語軟思華井遠送恩深記布川

006_0374_c_10L別恨感情渾入骨逢人說着便澘然

006_0374_c_11L至元十三年十二月受請重到
006_0374_c_12L西原寓居玄巖蘭若奉似牧伯
006_0374_c_13L尙書李公

006_0374_c_14L
去年華井小軒中旦夕相從笑語同

006_0374_c_15L別淚未乾重到此只緣恩愛少如公

006_0374_c_16L夜大雪都不覺知曉起望城中
006_0374_c_17L有作

006_0374_c_18L
但認更深月照來不知庭院雪成堆

006_0374_c_19L平明起向城中望萬樹梅花一夜開

006_0374_c_20L「烟」作「煙」{甲}「簷」作「檐」{甲}「玉」作
006_0374_c_21L「主」{甲}
「書」作「晝」{甲}次同「隴」作「嚨」
006_0374_c_22L{甲}
「初」作「知」{甲}此詩亦在東文選(卷
006_0374_c_23L一四第一七張){編}
「巖」作「嵓」{甲}「奇」
006_0374_c_24L「寄」{甲}
「杉」東文選作「柳」{編}「一本作
006_0374_c_25L柳」無有{甲}
「岳」東文選作「嶽」{編}「世」無
006_0374_c_26L有{甲}

006_0375_a_01L
전 서원 반자51) 이 직강행짐에게 부치다(寄前西原半刺李直講)
重來上黨曾遊地     예전에 노닐던 상당52)에 다시 와서
度臘仍經十日春     세밑을 지나 그대로 새 봄의 열흘
松麓柘林渾似舊     송악 기슭 솔밭은 예전과 똑같은데
座中唯少去年人     좌중엔 지난해의 사람 줄어들었네
차운하여 노 교서에게 답하다(次韻 答盧校書)
蓮坊䆗窱移雙徑     그윽한 절간은 오솔길 모습이 바뀌고
臺榭虛凉髣雨川     썰렁한 정자는 비 오는 냇가에 어렴풋
九夏同遊已陳迹     여름날의 우리 유람 벌써 과거의 자취
一迴廻首一悽然     고개 돌리는 곳마다 모두가 애달파라
천안부수 한 낭중에게 부치다(寄天安府守韓郞中)
君鬢靑靑我未鬚     그대 머리 새까맣고 내 수염 안 났을 때
幾年相逐共相娛     몇 년이나 어울리며 함께 노닐었던가
莫言今日閑忙異     금일 바쁨이 다르다고 말하지 마오
交道寧隨象服殊     우정이 어찌 복장 따라 달라지리오
꽃이 애석해서 부른 노래(惜花吟)
臘月念六初入郭     섣달 26일에 처음 성에 들어와서
轉頭春已七十有三日   순식간에 봄날이 벌써 일흔하고 사흘
去年今年同逝川     거년과 금년이 흐르는 물과 같고
昨日今日甚奔馹     어제와 오늘이 역말보다도 빠르네
昨日看花花始開     어제 꽃을 보니 꽃이 처음 피더니
今日看花花欲落     오늘 꽃을 보니 꽃이 지려 하는구나
花開花落不容惜     꽃 피고 지는 것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春至春皈誰把捉     봄이 오고 가는 것은 누가 붙잡으리오
世人但見花開落     세인은 단지 꽃이 피고 지는 것만을 볼 뿐
不知身與花相若     자기 신세가 꽃과 같은 줄은 알지 못하네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朝臨明鏡誇紅顏     아침에 거울 앞에서 홍안을 자랑하다가
暮向北邙催紼翣     저녁에 상여에 실려 북망으로 가는 것을
須信花開花落時     믿을지어다, 꽃이 피고 꽃이 질 때
分明說箇無常法     분명히 무상의 법문을 설하는 것을
정축년(1277년) 3월 13일에 진각사에서 노닐다(丁丑三月十三日遊眞覺寺)
西原牧伯與書記     서원의 목백과 서기로 말하면
賢相敵兮心不二     똑같이 어질면서 마음이 하나
仁風三載邑居寧     3년의 인정仁政에 고을이 편안하여
竟日官閒無一事     종일토록 관아는 일 없이 한가하네
時方淸明最佳節     지금은 청명이라 가장 좋은 시절
百紫千紅爭嫵媚     꽃들이 다투어 교태를 부리는 때
試携儒釋同道人     뜻 맞는 선비와 승려 손을 맞잡고서
遊到麒麟峯下寺     기린봉 아래 절로 놀러 나왔다네

006_0375_a_01L寄前西原半刺李直講

006_0375_a_02L
重來上黨曾遊地度臘仍經十日春

006_0375_a_03L松麓柘林渾似舊座中唯少去年人

006_0375_a_04L次韻 答盧校書

006_0375_a_05L
蓮坊窱移雙經1)臺榭虛凉髣雨川

006_0375_a_06L九夏同遊已陳迹一迴廻首一悽然

006_0375_a_07L寄天安府守韓郞中

006_0375_a_08L
君鬢靑靑我未鬚幾年相逐共相娛

006_0375_a_09L莫言今2)日閑忙異交道寧隨象服殊

006_0375_a_10L3)惜花4)

006_0375_a_11L
臘月念六初5)入郭

006_0375_a_12L轉頭春已七十有三日

006_0375_a_13L去年今年同6)逝川昨日今日甚奔馹

006_0375_a_14L昨日看花花始開今日看花花欲落

006_0375_a_15L花開花落不容惜春至春皈誰把捉

006_0375_a_16L世人但見花開落不知身與花相若

006_0375_a_17L君不見朝臨明鏡誇紅顏

006_0375_a_18L暮向北邙催紼翣須信花開花落時

006_0375_a_19L分明說箇無常法

006_0375_a_20L丁丑三月十三日遊眞覺寺

006_0375_a_21L
西原牧伯與書記賢相敵兮心不二

006_0375_a_22L仁風三載邑居寧竟日官閒無一事

006_0375_a_23L時方淸明最佳節百紫千紅爭嫵媚

006_0375_a_24L試携儒釋同道人遊到7)麒麟峯下寺

006_0375_b_01L甎爐石銚自提挈     질화로와 돌냄비를 손에 들고서
側足行行上層翠     조심조심 한 걸음씩 산 위에 올라
烹蔬煑茗有餘歡     나물 삶고 차 달이며 기쁨을 만끽하고
眺水看山無限思     산과 물을 보며 한없이 사색에 잠겼네
由來四事固難并     원래 네 가지 일을 함께 하기 어려우니53)
似此一歡那易致     이와 같은 환락을 어찌 쉽게 이루리오
淸吟雅笑但自適     노래하고 담소하며 유유자적하였을 뿐
不覺西峯紅日墜     서산에 붉은 해가 지는 줄은 몰랐다오
皈來閉閣想前遊     돌아와서 문 닫고 놀던 일 회상하니
怳然一枕邯鄲睡     한단의 베개 위의 꿈54)과 흡사한지라
他年勝事恐堙沒     훗날 이 멋진 일이 잊힐지도 몰라
故作此詩聊自識     이렇게 시를 지어 기록해 두노매라
현암사에서 자리를 파하고 돌아올 즈음에 시 한 수를 남기다(罷玄巖席 將還 留一偈)
一片閑雲蕩勿依     한 조각 한가한 구름 매인 곳 없이
飄然南北信風飛     표연히 남북으로 바람이 부는 대로
昔來華井井邊住     전에는 화정의 우물가에 머물렀고
今向玄巖巖下皈     지금은 현암의 바위 아래 돌아왔네
玄巖巖淺竟非所     현암은 바위가 얕아 거할 곳이 못 되어
却向雞峯峯裏去     문득 계봉 향해 산속으로 떠나노라
若問雞峯在何許     계봉이 어느 곳에 있냐고 묻는다면
嗚那靑靑黯黯處     아, 푸르디푸르고 어둡디어두운 곳55)
서원의 도속이 성을 나와 울면서 전송하기에 감격하여 짓다(西原道俗出城泣送 感而有作)
大都餞客意難平     대도의 전별에 뜻이 편치 않은 것은
爲有從前繾綣情     예전부터 끈끈한 정이 얽혔기 때문
底事滿城緇與白     무슨 일로 성 가득 승려와 속인들이
一時揮涕送吾行     일시에 눈물 뿌리며 나를 보내는가
서원을 떠나 회덕에 이르러, 서원 성 밖의 이별을 추억하는 시를 지어서, 목백 영각에 부치다(發西原至懷德 追記西原城外之別 作詩 寄牧伯鈴閣)
烟濃風澹日遲遲     연기 짙고 바람 따스한 길고 긴 한낮
細草橋邊柳絮飛     잔풀 돋은 다리 옆에 버들개지 날리네
誰道死灰無復煖     불 꺼진 재라 온기 없다 누가 말하는가
臨分未免涕霑衣     헤어지며 눈물로 옷깃을 적셨는걸
비 내리는 회덕 여관에서(懷德旅舍雨中)
蕭條旅舘似村家     시골집 연상케 하는 쓸쓸한 여관
縣古人稀語不譁     사람 드물어 조용한 오래된 고을
日永東軒春睡足     해 긴 동쪽 마루에서 봄 잠을 실컷 자고
坐看疎雨打梨花     배꽃 때리는 성긴 빗방울 앉아서 보네
3월 24일에 천호산 개태사에 와서 묵으며(三月二十四日抵宿天護山開泰寺)
충남 연산군에 있다.

一年三過天護山     1년에 세 번이나 천호산을 지난다고
天護山中白雲白     천호산 속 흰 구름이 말을 걸어 오네

006_0375_b_01L8)甎爐石銚自提挈側足行行上層翠

006_0375_b_02L烹蔬煑茗有餘歡眺水看山無限思

006_0375_b_03L由來四事固難并似此一歡那易致

006_0375_b_04L淸吟雅笑但自適不覺西峯紅日墜

006_0375_b_05L皈來閉閣想前遊怳然一枕邯鄲睡

006_0375_b_06L他年勝事恐堙沒故作此詩聊自識

006_0375_b_07L罷玄巖席 將還 留一偈

006_0375_b_08L
一片閑雲蕩勿依飄然南北信風飛

006_0375_b_09L昔來華井井邊住今向玄巖巖下皈

006_0375_b_10L玄巖巖淺竟非所却向雞峯峯裏去

006_0375_b_11L若問雞峯在何許鳴那靑靑黯黯處

006_0375_b_12L西原道俗出城泣送 感而有作

006_0375_b_13L
大都餞客意難平爲有從前繾綣情

006_0375_b_14L底事滿城緇與白一時揮涕送吾行

006_0375_b_15L發西原至懷德 追記西原城外之
006_0375_b_16L別 作詩 寄牧伯鈴閣

006_0375_b_17L
9)烟濃風澹日遲遲細草橋邊柳絮飛

006_0375_b_18L誰道死灰無復煖臨分未免涕霑衣

006_0375_b_19L懷德旅舍雨中

006_0375_b_20L
蕭條旅舘似村家10)縣古人稀語不譁

006_0375_b_21L11)永東軒春睡足坐看疎雨打梨花

006_0375_b_22L12)三月二十四日抵宿天護山開
006_0375_b_23L泰寺13)忠南連
山郡

006_0375_b_24L
一年三過天護山天護山中白雲白

006_0375_c_01L白雲自負山中閒     백운은 산중의 한가함을 자부하며
應笑山前遠行客     산 앞을 지나는 먼 길손을 비웃겠지
寄語白雲毋笑我     백운이여 나를 부디 비웃지 마시기를
我行無可無不可     나의 걸음은 가도 불가도 없으니까56)
安知不卜好林壑     어찌 알겠는가 좋은 산수에 터를 잡고
歸來與子相酬酢     돌아와서 그대와 서로 수작하는지를
우연히 진나라 사람 곽문의 전傳을 보다가, 그가 신세를 도외시하고 산수 사이에서 마음껏 즐긴 것이 부럽기에, 나의 회포를 서술하여 28운의 시를 지었다(偶閱晋人郭文傳 愛其能外身世 放情於山水間 因叙鄙懷 成二十八韻)
吾聞昔郭文       내가 듣건대 옛날 곽문은
少小愛山水       어릴 적부터 산수를 좋아하여
遊歷華山陰       화산 북쪽을 차례로 유람하고
深入窮谷裏       깊은 산골로 들어간 뒤에
斬木倚於樹       나무에 기대어 오두막을 엮고
覆苫作居止       거적을 덮어 거처로 삼았다네
不虞飢與寒       배고픔과 추위를 걱정하지 않고
但喜山水美       산수의 아름다움만 좋아하면서
孑尒處其中       고독하게 그 속에 들어앉아
坐閱十餘祀       10여 년 세월을 보냈더라네
于時虎入室       언젠가 범이 집에 들어왔는데57)
害人頗多矣       사람을 꽤나 많이도 해쳤건만
而文樂不徹       곽문은 그 낙을 그만두지 않고
安然傲生死       편안히 생사에 초연하였다네
文也是俗士       곽문은 속세의 사람인데도
逸想尙如彼       출세 생각이 그와 같았는데
嗟哉浮圖人       슬프게도 불도를 닦는 사람이
宜尒反不尒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한단 말인가
圖飽復圖煖       배부름과 따뜻함만 도모하고
遊獵意不已       계속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며
營營度一生       정신없이 한평생을 보내면서도
竟不知愧恥       끝내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누나
顧予本書生       돌아보면 나는 본디 서생으로
稚齒遊闕里       어려서부터 궐리58)에 노닐면서
名題金牓魁       금방의 첫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59)
迹厠玉堂士       한림학사의 반열에 끼었다네
當時靑紫意       당시에 품었던 관직의 뜻이
豈止拾芥耳       어찌 지푸라기 줍는 것일 뿐이겠는가마는60)
一朝慕獨住       하루아침에 혼자 머물길 사모하여
弃官如弊屣       헌 신짝 내버리듯 벼슬을 그만두고
便欲山水間       곧장 산수 사이에 처하여
翺翔一終始       처음부터 끝까지 소요하려 하였다네
爭奈障根深       하지만 업장의 뿌리가 깊어
難逃業力使       업력의 부림을 면치 못한 나머지
累爲叢席主       몇 번이나 총림의 주인이 되어
日與衆人比       날마다 사람들과 어울렸다네
聞其不堪聞       듣지 못할 것을 귀로 듣고
視所不欲視       보기 싫은 것을 눈으로 보며
低頭長隱忍       고개 숙인 채 참고 견딘 것이

006_0375_c_01L白雲自負山中閒應笑山前遠行客

006_0375_c_02L寄語白雲毋笑我我行無可無不可

006_0375_c_03L安知不卜好林壑歸來與子相酬酢

006_0375_c_04L偶閱晋人郭文傳愛其能外身世
006_0375_c_05L放情於山水間因叙鄙懷成二十
006_0375_c_06L八韻

006_0375_c_07L
吾聞昔郭文少小愛山水遊歷華山陰

006_0375_c_08L深入窮谷裏斬木倚於樹覆苫作居止

006_0375_c_09L不虞飢與寒但喜山水美孑尒處其中

006_0375_c_10L坐閱十餘祀于時虎入14)害人頗多矣

006_0375_c_11L而文樂不徹安然傲生死文也是俗士

006_0375_c_12L逸想尙如彼嗟哉浮圖人宜尒反不尒

006_0375_c_13L圖飽復圖煖遊獵意不已營營度一生

006_0375_c_14L竟不知愧恥顧予本書生稚齒遊闕里

006_0375_c_15L名題金牓魁迹厠玉堂士當時靑紫意

006_0375_c_16L豈止拾芥耳一朝慕獨住弃官如弊屣

006_0375_c_17L便欲山水間翺翔一終始爭奈障根深

006_0375_c_18L難逃業力使累爲叢席主日與衆人比

006_0375_c_19L聞其不堪聞視所不欲視低頭長隱忍

006_0375_c_20L「臺」無有{甲}「日」作「月」{甲}此詩亦在
006_0375_c_21L東文選(卷六第一七張){編}
「吟」作「冷」{甲}」
006_0375_c_22L
「入」作「八」{甲}「逝」作「遊」{甲}「麒麟」
006_0375_c_23L作「騏驎」{甲}
「甎」作「」{甲}「烟」作「煙」
006_0375_c_24L{甲}
「縣」作「懸」{甲}「永」作「求」{甲}此詩
006_0375_c_25L亦在東文選(六第一七張){編}
「忠南連山
006_0375_c_26L郡」無有甲東文選亦同
「室」作「屋」{甲}

006_0376_a_01L如聾瞽相似       귀머거리나 소경과 같았다네
居然喪初心       초심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念此輙顙泚       부끄러워 이마에 땀이 흐르는데
旣往雖難追       과거의 잘못은 어쩔 수 없다 해도
來者猶可企       앞으로는 잘할 수도 있지 않겠나
近聞好山中       요즘 듣건대 경치 좋은 산 속에
有地平如砥       숫돌처럼 평평한 곳이 있는데
土肥泉又甘       땅이 기름지고 샘물이 맑은 데다
窮僻遠塵累       궁벽져서 속진을 벗어났다니
逝將結茅茨       앞으로 여기에 띠집을 엮고
於焉寄衰齒       쇠한 여생을 부칠 생각이라
捿息共林麞       숲 속의 노루와 함께 서식하고
飮啄同澤雉       못 가의 꿩과 함께 마시면서
生兮樂於斯       살아서는 여기에서 즐기다가
死兮埋於此       죽어서는 여기에 묻힐 것이니
此言如有飾       이 말에 어찌 꾸밈이 있으리오
天遙耳即邇       하늘이 멀어도 귀는 가까운걸
한가한 중에 우연히 짓다(閒中偶書)
地僻人誰肯見尋     땅이 외지니 그 누가 찾아 주리오
老來唯有病相侵     늘그막에 오직 병마가 침노할 뿐
臂酸倩客煩書字     팔이 저려서 손에게 글자를 써 달라 하고
目暗呼童代衽針     눈이 어두워 아이 불러 옷을 기우게 하네
計拙未成葵衛足     생계가 서툴러 발 돌보는 해바라기61)는 못되지만
神安無愧竹虛心     마음은 편해서 속 빈 대나무에 부끄럽지 않아라
小軒睡起松陰轉     작은 난간에 잠이 깨니 솔 그늘이 옮겨졌는데
洒面淸風直萬金     얼굴을 스치는 맑은 바람의 값이 만금이로세
무인년(1278년) 11월 6일에 대중을 이끌고 산을 나와 그 다음 날에 장경을 나누어 메고 돌아오면서 게송을 짓다(戊寅十一月六日 率衆出山 明日分負藏經迴 有偈)
昨趂晨曦下翠微     어제 아침 해 뜰 때 푸른 산그늘에서 내려와
今隨夕照入松扉     오늘 저녁 해 질 때 솔 사립에 들어가네
諸人莫恠雙肩重     두 어깨 무겁다 괴이하게 생각 마오
擔得龍宮海藏歸     용궁의 대장경을 짊어지고 오는걸
조계산의 누교를 지나다가 원주 신공이 개축하여 중건한 것을 보고는 감탄을 금할 수 없기에 한 수를 지어 찬미하였다(過曹溪樓橋 見院主信公 修葺起廢 不勝嘉歎 作句以美之)
雨側風欹度幾年     비와 바람에 퇴락한 지 몇 년이런가
今朝喜復見輪奐     오늘 다시 윤환62)한 모습을 보니 기뻐라
架空飛閣鸞鳳擧     공중에 지어 놓은 누각은 봉황이 나는 듯
跨谷長橋螮蝀連     계곡에 걸친 다리는 무지개가 이어진 듯
十里松陰濃滿地     십 리의 솔 그늘은 땅에 짙게 가득하고
千重岳色翠浮天     천 겹의 산빛은 하늘에 푸르게 떠 있네
信公起廢佳聲在     신공이 중건한 아름다운 명성이여
應與溪流萬古傳     흐르는 물과 함께 만고토록 전하리라
정혜사 현판의 운에 차운하다(次定慧板上韻)
순천군 북쪽 계족산雞足山에 있다.

缾盂初向北峯留     바리때가 처음 북봉에 머물렀나니
衰病如今已倦遊     쇠하고 병든 지금 유람도 이미 지쳤네
落石犇川淸碎玉     바위에 쏟는 냇물은 옥처럼 부서지고
入雲層翠冷磨秋     구름에 든 석벽은 싸늘히 가을을 가네

006_0376_a_01L如聾瞽相似居然喪初心念此輙顙泚

006_0376_a_02L旣往雖難追來者猶可企近聞好山中

006_0376_a_03L有地平如砥土肥泉又甘窮僻遠塵累

006_0376_a_04L逝將結茅茨於焉寄衰齒1)捿息共林麞

006_0376_a_05L飮啄同澤雉生兮樂於斯死兮埋於此

006_0376_a_06L此言如有飾天遙耳即邇

006_0376_a_07L2)閒中偶書

006_0376_a_08L
地僻人誰肯見尋老來唯有病相侵

006_0376_a_09L臂酸倩客煩書字目暗呼童代衽針

006_0376_a_10L計拙未成3)葵衛足神安無愧竹虛心

006_0376_a_11L小軒睡起松陰轉4)洒面淸風直萬金

006_0376_a_12L戊寅十一月六日率衆出山
006_0376_a_13L日分負藏經迴有偈

006_0376_a_14L
昨趂晨䂀下翠微今隨夕照入松扉

006_0376_a_15L諸人莫恠雙肩重擔得龍宮海藏歸

006_0376_a_16L過曹溪樓橋見院主信公修葺
006_0376_a_17L起廢不勝5)嘉歎作句以美之

006_0376_a_18L
雨側風欹度6)幾年今朝喜復見輪焉

006_0376_a_19L架空飛閣鸞鳳擧跨谷長橋螮蝀連

006_0376_a_20L十里松陰濃滿地千重岳色翠浮天

006_0376_a_21L信公起廢佳聲在應與溪流萬古傳

006_0376_a_22L次定慧板上韻7)順川郡北
雞足山

006_0376_a_23L
8)缾㿻初向9)北峯留衰病如今已倦遊

006_0376_a_24L落石犇川淸碎玉入雲層翠冷磨秋

006_0376_b_01L登臨興逸千巖月     천산의 달 바라보는 흥취 빼어나고
歸老歡餘萬壑流     만학의 물에 돌아가는 늙은이 기쁨이 넉넉해라
寂寞山家無所有     적막한 산속의 집에 무엇이 있으리오
客來唯餉小軒幽     객이 오면 난간의 그윽함 선물할 밖에
또(又)
好山何處不堪留     좋은 산 어느 곳인들 머물지 못하랴만
淸勝那如此院遊     이곳의 유람만큼 맑은 흥치 또 있을까
柏殿松廊渾似畵     백전과 송랑은 모두 그림 속의 풍경이요
風欞水閣自生秋     풍령과 수각에선 가을 기운이 우러나네
採樵小徑橫蒼璧     나무꾼의 오솔길은 절벽을 가로지르고
汲井危梯跨碧流     우물 긷는 사다리는 냇물 위에 걸쳐 있네
四海干戈獨無事     온 세상이 전쟁통인데 나 홀로 무사하니
邇來偏喜卜居幽     그윽한 거처에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방문한 김 시랑에게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採訪金侍郞)
一麾何日更尋幽     일휘63)께서 어느 날 또 찾아 주실까
極目瀛洲道里悠     눈에 가득 영주는 길이 멀어라
雨過郊原還草色     비 지난 들판에는 풀빛이 살아나고
氷消巖谷放溪流     얼음 녹은 골은 냇물을 흘려 보내네
正宜佳節同行樂     함께 즐겁게 지내야 할 좋은 계절에
空歎窮山獨坐愁     외진 산에 홀로 앉아 시름하다니 원
唯喜時時如對面     그래도 때때로 마주 본 듯 기쁜 것은
舊題淸句壁間留     예전에 지어 벽에 남긴 맑은 시구들
벽자 운의 시에 화답하여 삼장의 장실에 올리다(和碧字韻詩 寄呈三藏丈室)
我師古儒仙       우리 스님은 옛날 신선 같은 선비라
襟韻少拔俗       시상이 어려서부터 비범하여
吟成千首詩       천 수의 시를 지어 노래하면서
輕彼萬鍾祿       만종의 봉록64)은 가볍게 여겼어라
自靳廣陵散       스스로 광릉산65)을 아꼈나니
誰和陽春曲       누가 양춘곡66)에 창화했으리오
當時儒林士       당시에 유림의 인사들이
多於太倉粟       태창67)의 곡식보다 많았지만
淸姿獨照人       맑은 자태가 홀로 뛰어나서
皎皎霜中菊       서리 속의 국화처럼 교교했다오
人世悟浮休       인간 세상은 덧없음을 깨닫고
功名知止足       공명은 지족68)할 줄을 알아서
超然徑謝去       초연히 곧장 속세를 떠났으니
遺藁誰採錄       유고를 누가 채록했으리오
遊歷好山中       좋은 산속을 유람하고
淸泉自挹掬       맑은 샘물 떠 마시면서
永言與世隔       길이 세상과 동떨어진 채
蹤跡混麋鹿       사슴과 뒤섞여 살았다오
人天忽推出       홀연히 인천의 추대를 받은 것도
此豈師所欲       어찌 스님이 원한 것이었으리오
當仁故不讓       인을 행함에 사양하지 않은 것이니69)
行藏無局束       처신에 구속을 받음이 없었다오
而予亦何幸       그런데 나는 또 얼마나 다행인지
靑顧謬曾辱       청고의 은혜70)를 일찍이 받았나니
甚欲詣堂下       우리 스님을 얼른 찾아뵙고서
微言常佩服       항상 귀한 말씀을 새기고 싶었지요
因循久未遂       하지만 오래도록 미적거리면서
時復慙且恧       후회하고 부끄러워하였나니
何當掣身去       어떡하면 이 몸을 이끌고 가서
得與願相適       마음껏 소원을 풀 수 있을는지
不敢期上賓       감히 귀빈의 대우를 기대하리오
庶可齒下客       그저 하객의 자리에 끼워 주시면
便爲雲從龍       곧장 구름이 용을 따르는 것71)처럼

006_0376_b_01L登臨興逸千巖月歸老歡餘萬壑流

006_0376_b_02L寂寞山家無所有客來唯餉小軒幽

006_0376_b_03L

006_0376_b_04L
好山何處不堪留淸勝那如此院遊

006_0376_b_05L10)柏殿松11)廊渾似畵風欞水閣自生秋

006_0376_b_06L採樵小徑橫蒼12)汲井危梯跨碧流

006_0376_b_07L四海13)干戈獨無事邇來偏喜卜居幽

006_0376_b_08L次韻答採訪金侍郞

006_0376_b_09L
一麾何日更尋幽極目瀛洲道里悠

006_0376_b_10L雨過郊原還草色氷消巖谷放溪流

006_0376_b_11L正宜佳節同行樂空歎窮山獨坐愁

006_0376_b_12L唯喜時時如對面舊題淸句壁間留

006_0376_b_13L和碧字韻詩 寄呈三藏丈室

006_0376_b_14L
我師古儒仙襟韻少拔俗吟成千首詩

006_0376_b_15L輕彼萬鍾祿自靳廣陵散誰和陽春曲

006_0376_b_16L當時儒林士多於14)太倉粟淸姿獨照人

006_0376_b_17L皎皎霜中菊人世悟浮休功名知止足

006_0376_b_18L超然徑謝去遺藁誰採錄遊歷好山中

006_0376_b_19L淸泉自挹掬永言與世隔蹤跡混麋鹿

006_0376_b_20L人天忽推出此豈師所欲當仁故不讓

006_0376_b_21L行藏無局束而予亦何幸靑顧謬曾辱

006_0376_b_22L甚欲詣堂下微言常佩服因循久未遂

006_0376_b_23L時復慙且恧何當掣身去得與願相適

006_0376_b_24L不敢期上賓庶可齒下客便爲雲從龍

006_0376_c_01L處處逐高迹       어디나 높은 자취를 뒤따를 텐데
但愧靑蒿枝       단지 부끄러운 것은 푸른 쑥대가
濫倚長松碧       외람되게 큰 솔에 기대는 것이라오72)
또(又)
首陽二餓夫       수양산에 들어가 굶어 죽은 두 사람73)
貪竸鄙時俗       탐욕에 다투는 시속을 비루하게 여겼나니
潔身遠淆漓       혼탁함을 멀리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高蹈傲爵祿       작록을 우습게 보며 높이 뛰어올랐네
相携上西山       서로 손을 잡고 서산에 올라가서
共唱採薇曲       함께 채미곡을 노래하였나니
殺身欲成仁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루려 하면서74)
義不食周粟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았다네
楚澤獨醒人       초나라 택반의 홀로 깨어 있던 사람75)
飮露餐秋菊       이슬을 마시고 가을 국화를 먹었지76)
嫉彼世上人       세상 사람들이 술지게미 먹으면서77)
餔糟不知足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미워했나니
壯憤寄離騷       분개한 심정을 이소의 글에 부치고
簡牘有遺錄       간독에도 기록들을 남겨 전했다네
幾悲秋渚蘭       가을 물가의 난초를 캐고 캐어도
采采不盈掬       한 움큼도 안 되는 걸 얼마나 슬퍼하였던가
寧甘死葬魚       차라리 죽어 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78)
豈肯生指鹿       어떻게 지록의 세상79)에서 살려고 했겠는가
賢哉彼三子       훌륭하도다 저 세 사람이여
與世殊嗜欲       좋아함이 세상과 전혀 달라서
抗節隻千古       천고에 절조를 우뚝 세우며
終不受羈束       끝내 구속을 받지 않았나니
考迹雖或異       자취를 살피면 혹 다를지라도
同是身不辱       몸을 욕되지 않게 함은 똑같도다
嗟予生苦晩       아, 나는야 매우 늦게 태어나서
聞之空歎服       듣고는 공연히 탄복할 따름이나
幸曾逃世來       다행히 세상을 도망쳐 나왔으니
予亦無甚恧       나도 그다지 부끄러울 것은 없네
當復脫叢林       응당 총림에서 다시 빠져 나와
聊以適吾適       애오라지 내 뜻대로 살아갈지니
結茅對靑山       띠집 지어 청산을 마주하고서
酬酢成主客       주고받으며 주인과 객이 되리라
遂令趨世流       끝내 세상을 붙좇는 무리들은
不敢討蹤跡       감히 종적을 찾지 못하겠지만
師能一訪來       스님이 한번 찾아와 주시면
相對兩眸碧       푸른 두 눈동자 마주하리라
절구絕句
林茂鳥聲樂       숲이 무성해 새 소리 즐겁고
谷深人事稀       골이 깊어 사람 일 드물어라
夢迴寒瀑落       폭포 소리에 꿈속에서 깨어나
目送斷雲飛       조각구름 나는 것을 바라보노라
다시 앞 운을 차운하여 방문한 김 시랑에게 답하다(復次前韻 答採訪金侍郞)
千峯影裏小堂幽     1천 산 그림자 속에 그윽한 초당
獨坐寥寥白日悠     긴 대낮에 적요하게 홀로 앉았네

006_0376_c_01L處處逐高迹但愧靑蒿枝15)倚長松碧

006_0376_c_02L

006_0376_c_03L
首陽二餓夫貪竸鄙時俗潔身遠淆漓

006_0376_c_04L高蹈傲爵祿相携上西山共唱採薇曲

006_0376_c_05L殺身欲成仁義不食周粟楚澤獨醒人

006_0376_c_06L飮露餐秋菊嫉彼世上人餔糟不知足

006_0376_c_07L壯憤寄離騷簡牘有遺錄幾悲秋渚蘭

006_0376_c_08L采采不盈掬寧甘死葬魚豈肯生指鹿

006_0376_c_09L賢哉彼三子與世殊嗜欲抗節隻千古

006_0376_c_10L終不受羈束考迹雖或異同是身不辱

006_0376_c_11L嗟予生苦晩聞之空歎服幸曾逃世來

006_0376_c_12L予亦無甚恧當復脫叢林聊以適吾適

006_0376_c_13L結茅對靑山酬酢成主客遂令趨世流

006_0376_c_14L不敢討蹤跡師能一訪來相對兩眸碧

006_0376_c_15L絕句

006_0376_c_16L
林茂鳥聲樂谷深人事稀

006_0376_c_17L夢迴寒瀑落目送斷雲飛

006_0376_c_18L復次前韻 答採訪金侍郞

006_0376_c_19L
千峯影裏小堂幽獨坐寥寥白日悠

006_0376_c_20L「捿」作「棲」{甲}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
006_0376_c_21L第一七張){編}
「葵」作「蔡」{甲}「洒」作「酒」
006_0376_c_22L{甲}
「嘉」作「喜」{甲}「幾」作「元」{甲}「順
006_0376_c_23L川…足山」七字無有{甲}
「缾」無有{甲}「北」
006_0376_c_24L作「此」{甲}
「柏」作「栢」{甲}次同「廊」作「廓」
006_0376_c_25L{甲}
「璧」作「壁」{甲}「干」作「于」{甲}「太」
006_0376_c_26L作「大」{甲}
「倚」作「侍」{甲}

006_0377_a_01L滿篋新詩經幾閱     상자 가득한 시들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一燈淸話憶曾遊     등불 아래 대화하며 옛 유람을 추억하네
却因有限逢時樂     만나서 즐거움을 잠시 누렸다고 해서
剩得無窮別後愁     이별 뒤의 한없는 시름 맛보다니 원
莫負松巒重會約     송악에서 다시 만날 약속 저버리지 마오
良辰應不爲人留     좋은 시절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까
빗속에 홀로 앉아(雨中獨坐)
寂寞山堂雨更幽     적막한 산당이라 빗소리 더욱 그윽한데
獨吟誰會我心悠     홀로 읊는 나의 유유한 마음을 누가 알까
林踈未敢容羣羽     성긴 숲은 여러 새들을 포용하지 못하니
海淺那能納衆流     얕은 바다가 어찌 뭇 흐름을 용납하리오
逸翮投籠徒受困     수리는 새장에 갇혀 곤욕을 당하고
飛蹄繫皀不勝愁     준마는 구유에 묶여 시름에 잠겼네
何當卜得安身地     어떡하면 몸 편안한 땅을 얻어서
一繭茆庵杖屨留     조그마한 초당에 행장을 머물거나
한가한 중에 우연히 짓다·2수(閑中偶書·二首)
古寺無人到       찾아오는 사람 없는 오래된 절간
林深日更長       숲이 깊어서 날이 더욱 길어라
嫩苔初上砌       여린 이끼는 섬돌에 막 올라오고
新竹欲過墻       새 대나무는 담을 넘어서려 하네

雨浥芭蕉綠       비에 젖은 파초의 푸른 잎이요
風傳芍藥香       바람이 전하는 작약의 향기로세
坐慵聊散步       앉아 있기 따분해서 산보를 하니
襟袂有餘凉       소매 속에 서늘함이 넘쳐나누나
또(又)
閑居心自適       한거하니 마음이 절로 쾌적하고
獨坐味尤長       홀로 앉으니 선미禪味 더욱 장해라
古柏連高閣       노송은 높은 누각에 이어지고
幽花覆短墻       들꽃은 낮은 담장을 뒤덮었네

甆甌茶乳白       자기 찻잔에는 우유처럼 하얀 차요
榧机篆烟香       비자 궤 안에는 꼬불꼬불 향 연기라
雨歇山堂靜       비 그친 고요한 산당에서
臨軒快晚凉       난간에 기대니 서늘한 저물녘 좋아라
듣건대, 금녕의 최 태수가 사직하고 서울에 갔는데, 주상이 고을 백성들의 소망이라면서 다시 고을로 돌아가 다스리게 했다고 하기에 시를 지어 부쳤다(聞金寧崔太守引罷如京 主上以州人之望 勑還州治 作句寄之)
簿書叢裏倦爲州     문서 더미 속의 고을 원 되기 따분해서
引罷朝天覲冕旒     사직하고 서울 가서 임금님을 뵈었더니
主上欲煩重臥治     주상은 중망 빌려 와치하라 당부하고80)
吏民爭借一年留     이민은 1년만 더 빌려 달라 애원했네81)
却辭金馬迴前旆     대궐을 하직하고 깃발을 되돌려서
還帶銅魚佩舊符     예전의 동어부銅魚符82)를 다시 찼나니
想見朱轓入城日     상상컨대 수레 타고 성읍에 들어가는 날
塡街父老淚難收     부로들이 길 메우고 눈물 금치 못하리라
차운하여 채방사採訪使 김 시랑에게 답하다(次韻答採訪金侍郞)
遙望行塵映遠山     멀리 바라보니 먼 산에 어리는 길 먼지
急鞭羸馬渡犇灘     급히 말에 채찍질하여 여울을 건너네

006_0377_a_01L滿篋新詩經幾閱一燈淸話憶曾遊

006_0377_a_02L却因有限逢時樂剩得無窮別後愁

006_0377_a_03L莫負松巒重會約良辰應不爲人留

006_0377_a_04L雨中獨坐

006_0377_a_05L
寂寞山堂雨更幽獨吟誰會我心悠

006_0377_a_06L林踈未敢容羣羽海淺那能納衆流

006_0377_a_07L逸翮投籠徒受困飛蹄繫皀不勝愁

006_0377_a_08L何當卜得安身地一繭茆庵杖屨留

006_0377_a_09L閑中偶書 二首

006_0377_a_10L
古寺無人到林深日更長嫩苔初上砌

006_0377_a_11L新竹欲過墻雨浥芭蕉1)風傳芍藥香

006_0377_a_12L坐慵聊散步襟袂有餘凉

006_0377_a_13L

006_0377_a_14L
閑居心自適獨坐味尤長古*柏連高閣

006_0377_a_15L幽花覆短墻甆甌茶乳白榧机篆2)烟香

006_0377_a_16L雨歇山堂靜臨軒快晚凉

006_0377_a_17L聞金寧崔太守引罷如京主上
006_0377_a_18L以州人之望勑還州治作句寄之

006_0377_a_19L
簿書叢裏倦爲州引罷朝天覲冕旈

006_0377_a_20L主上欲煩重臥治吏民爭借一年留

006_0377_a_21L却辭金馬迴前旆還帶銅魚佩舊符

006_0377_a_22L想見朱轓入城日3)塡街父老淚難收

006_0377_a_23L次韻答採訪金侍郞

006_0377_a_24L
遙望行塵映遠山急鞭羸馬渡犇灘

006_0377_b_01L挽留又恨時還促     만류하려니 시절이 급한 것이 한스러워
晤語猶含意未安     마주 보고 얘기해도 마음이 편치 않네
握手難分空飮泣     공연히 울먹이며 손 잡고 작별 못한 채
開顏强笑不成歡     얼굴 펴고 억지로 웃지만 기쁠 리 있나
別來多少胸中蘊     헤어진 뒤 가슴속에 쌓인 회포를
說着令人鼻帶酸     귀인에게 말하려니 코끝이 시큰하네
규봉 인 선백을 생각하며(有懷圭峯印禪伯)
光景駸駸不可攀     말처럼 달리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나니
那堪聚散似循環     모이면 다시 흩어지는 걸 어찌 하리오
薰蕕昔日曾同器     향초와 잡초가 옛날엔 뒤섞여 있었는데
駑驥今朝却異閑     준마와 둔마가 오늘은 우리를 달리했네
瞻望徒勞長極目     눈 들어 부질없이 멀리 바라볼 뿐
游從無計暫開顏     잠시라도 회포 풀며 노닐 길이 없네
他時相見應驚愕     다른 날 서로 만나면 깜짝 놀라겠지
衰鬢春來半已斑     봄 이래로 귀밑머리 반쯤 희끗해졌으니
굉소 선인이 산중을 찾아와 지어 준 시에 뒤이어 화답하다(追和宏紹禪人訪到山中見贈之什)
鷄桀元非丹鳳留     닭이 앉는 홰에는 봉황이 머물지 않고
駑閑不是瑞麟遊     둔마의 우리에는 기린이 놀지 않는데
豈圖微雨同床夜     가랑비 속에 하룻밤 침상을 함께하고
正値新凉別洞秋     산골의 서늘한 가을 맞을 줄 어찌 알았으랴
高捲踈簾看疊翠     성긴 발 높이 걷으면 보이나니 푸른 산들
靜憑危檻聽犇流     난간에 조용히 기대면 들리나니 여울물 소리
邇來淸景無人共     그동안 맑은 경치 함께 맛볼 사람 없어
竟日寥寥守獨幽     온종일 적요하게 고독을 즐겼더라오
운흥의 장실에 올리다(寄呈雲興丈室)
世亂音書亦漸稀     세상이 어지러워 소식도 점점 뜸해지니
再陪淸論固難期     다시 모시고 말씀 나눌 기약도 어려워라
只將一隻沙門眼     단지 사문의 일척안83) 안목을 가지고서
小慰朝昏眷眷思     조석으로 그리운 생각 조금 달랠 뿐
백운암의 검 선객이 게송 세 수를 기증하며 최근 고요함 속에서 얻은 경지를 조금 보여 주었는데, 읽는 동안에 감탄을 금할 수 없기에 차운하여 답하였다·4수(白雲菴儉禪客 寄示伽陁三首 略露近日靜中所得 讀之不勝嘉歎 次韻答之·四首)
胸次十虛何廓落     흉금이 텅 비어 막힘이 없으니
目前一物自靈通     눈앞의 일물이 절로 영통해라
從今獨步曹溪路     지금부터 조계의 길 독보하리니
當見諸方立下風     제방이 발 아래 무릎을 꿇으리라

呼吸雲烟呈伎倆     구름과 이내 호흡하며 기량을 보이고
運搬柴水逞神通     물 긷고 나무하며 신통을 드러내네
象王蹴踏非驢事     상왕이 밟는 길은 나귀의 일이 아니거니84)
除子誰能繼祖風     그대 말고 누가 조사의 가풍을 이으리오

潜行密用兀如愚     바보처럼 몰래 은밀하게 행하면서
一片身心蕩不抅     한 조각 몸과 마음 흔들리지 말지니

006_0377_b_01L挽留又恨時還促晤語猶含意未安

006_0377_b_02L握手難分空飮泣開顏强笑不成4)

006_0377_b_03L別來多少胷中5)說着令人鼻帶酸

006_0377_b_04L有懷圭峯印禪伯

006_0377_b_05L
光景駸駸不可攀那堪聚散似循環

006_0377_b_06L薰蕕昔日曾同器駑驥今朝却異閑

006_0377_b_07L瞻望徒勞長極目游從無計暫開顏

006_0377_b_08L他時相見應驚愕衰鬢春來半已斑

006_0377_b_09L追和宏紹禪人訪到山中見贈之什

006_0377_b_10L
鷄桀元非丹鳳留駑閑不是瑞麟遊

006_0377_b_11L豈圖微雨同床夜正値新凉別洞秋

006_0377_b_12L高捲踈簾看疊翠靜憑危檻聽犇流

006_0377_b_13L邇來淸景無人共竟日寥寥守獨幽

006_0377_b_14L寄呈雲興丈室

006_0377_b_15L
世亂音書亦漸稀再陪淸論固難期

006_0377_b_16L只將一隻沙門眼小慰朝昏眷眷思

006_0377_b_17L白雲菴儉禪客寄示伽陁三首
006_0377_b_18L略露近日靜中所得讀之不勝
006_0377_b_19L6)嘉歎次韻答之四首

006_0377_b_20L
胸次十虛何廓落目前一物自靈通

006_0377_b_21L從今獨步曹溪路當見諸方立下風

006_0377_b_22L呼吸雲*烟呈伎倆7)搬柴水逞神通

006_0377_b_23L象王蹴踏非驢事除子誰能繼祖風

006_0377_b_24L潜行密用兀如愚一片身心蕩不抅

006_0377_c_01L念念但能相續去     생각마다 이처럼 상속해 나간다면
祖翁前轍別無殊     조옹이 밟은 길을 그대로 밟으리라

淸白家風似大愚     대우85)와 같은 청백한 가풍이여中虛外物莫吾抅     텅 빈 마음에 외물이 범접하랴
洗光佛日君當勉     그대여 모쪼록 불일을 빛내시라
知有根機與衆殊     근기가 비범함을 알고 있으니까
김 찰방이 작별할 때 준 시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金察訪臨別見贈)
使君王事畢       사군은 나라의 일을 끝마치고
返旆赴宣室       깃발 돌려 대궐로 나아가면서
千里倦乘軺       천리 길 지루하게 역마를 타고
九霄忙覩日       구중궁궐 임금님 뵙기 바쁜지라
平陽二月暮       평양의 2월 저녁에
征鞍苦催發       행장을 추슬러 급히 떠났다네
我方欲歸寧       나는 어버이 찾아뵈려 하면서
中路期再謁       중도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는데
且恐或相違       혹시라도 길이 서로 어긋나서
寸情終未達       마음을 전달하지 못할까 하여
促裝行併日       행장을 급히 꾸려 서둘러 떠나
波波急追至       정신없이 그 뒤를 쫓아가다가
適公憇郵亭       마침 공이 우정에서 휴식하기에
遂得挽歸轡       마침내 돌아가는 고삐를 잡았다네
相將到山村       서로 이끌고 산골 마을에 이르러
共宿竹間寺       대숲 사이 절간에서 함께 묵고는
明朝欲分離       다음 날 아침에 작별하려 하니
未免無從涕       어찌 눈물이 나오지 않으리오
仍懷兒女悲       아녀자처럼 서글픈 생각에 잠겨
喪盡丈夫志       장부의 뜻은 모두 잃어버린 채
悒悒獨歸來       울적하게 홀로 떠나게 되었으니
此恨何窮已       이 한이 어찌 끝이 있으리오
願公好朝天       모쪼록 공은 임금님 잘 뵙고서
副我區區意       나의 구구한 뜻에 부응하시라
상국 농서 공존비이 천금의 자제 두 명을 두었다. 하나는 숙위의 선발에 뽑혀 약관의 나이에 입조하였으며, 하나는 조계의 공문空門에 나아가 10세의 나이에 머리를 깎았다. 상국이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하면서 시를 지어 나에게 부쳤는데, 거듭 읽는 동안에 감탄을 금할 수 없기에, 삼가 원운에 의거하여 화답하는 두 편의 시를 지어서 각하께 올렸다(相國隴西公尊庇有二千金之嗣 其一充宿衛之選 弱冠入朝 其一詣曹溪之空 十齡被剃 相國且喜且悲 作詩見寄 伏讀再三 不勝感歎 謹依元韻 和成二篇 寄呈閣下)
弱冠抱義向龍沙     약관에 의기 품고 용사86)로 향했나니
符節看羊未足多     부절 쥐고 양 돌본 것도 대단할 것 없네87)
淚洒庭闈初去國     고향 집 눈물 뿌리며 서울을 처음 떠나
心專社稷便忘家     오직 사직 생각뿐 곧장 집은 잊었다오

006_0377_c_01L念念但能相續去祖翁前轍別無殊

006_0377_c_02L淸白家風似大愚中虛外物莫吾抅

006_0377_c_03L洗光佛日君當勉知有根機與衆殊

006_0377_c_04L次韻答金察訪臨別見贈

006_0377_c_05L
使君王事畢返旆赴宣室千里倦乘軺

006_0377_c_06L九霄忙覩日平陽二月暮征鞍苦催發

006_0377_c_07L我方欲歸寧中路期再謁8)怨或相違

006_0377_c_08L寸情終未達促裝行併日波波急追至

006_0377_c_09L適公憇郵亭遂得挽歸轡相將到山村

006_0377_c_10L共宿竹間寺明朝欲分離未免無從涕

006_0377_c_11L仍懷兒女悲9)盡丈夫志悒悒獨歸來

006_0377_c_12L此恨何窮已願公好朝天副我區區意

006_0377_c_13L相國隴西公尊庇有二千金之嗣
006_0377_c_14L其一充宿衛之選弱冠入朝其一
006_0377_c_15L詣曹溪之空十齡被剃相國且喜
006_0377_c_16L且悲作詩見寄伏讀再三不勝
006_0377_c_17L感歎謹依元韻和成二篇寄呈
006_0377_c_18L10)

006_0377_c_19L
弱冠抱義向龍沙伏節看羊未足多

006_0377_c_20L淚洒庭闈初去國心專社稷11)便忘家

006_0377_c_21L「綠」作「緣」{甲}「烟」作「煙」{甲}次同「塡」
006_0377_c_22L作「墳」{甲}
「歡」作「歎」{甲}「蘊」作「薀」{甲}
006_0377_c_23L
「嘉」作「喜」{甲}「搬」作「般」{甲}「怨」作
006_0377_c_24L「恐」{甲}
「盡」作「書」{甲}「下」無有{甲}
006_0377_c_25L「便」作「使」{甲}

006_0378_a_01L雲橫秦塞音書少     구름 걸린 진나라 변방에 소식도 끊겼나니
月苦燕城夢寐何     달빛 차가운 연나라 성의 꿈자리 어땠으리
靑史功名休更問     역사적 공명일랑 더 이상 묻지 마오
鴨江從此不生波     압강에 지금부터 물결 일지 않을 테니
右美胤子         - 이는 맏아들을 찬미한 것이다.

曹溪新得小禪和     조계에서 어린 선화를 새로 얻었나니
汗血神駒一已多     한혈마88)는 하나로도 이미 충분하다네
嵩嶽珪公初出俗     숭악의 규공도 초년에 출가했고
海昌安老早辭家     해창의 안로도 일찍 집을 떠났지
端知法器非聊爾     법기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겠노니
旋覺魔軍不奈何     마군이 어찌할 수 없음을 또 알겠도다
定作濟人舟萬斛     만곡의 배에 사람 실어 건네주리니
苦河誰復困風波     고해에서 누가 또 풍파에 시달리랴
右美季男         - 이는 막내 자제를 찬미한 것이다.

숭악嵩嶽의 규珪 선사는 성이 이씨로, 어린 나이에 출가하였으며, 뒤에 안 국사를 참알參謁하여 즉시 진종眞宗으로 현지玄旨를 돈오하였다. 염관 진국鹽官鎭國 해창원海昌院의 안安 선사는 성이 이씨로, 태어날 때 신령스러운 빛이 방을 비췄다. 또 이승異僧이 그에게 말하기를 “무승당無勝幢을 세워 불일佛日을 다시 빛낼 사람이 어찌 그대가 아니겠는가”라고 하였으므로, 마침내 운종 선사雲宗禪師에 귀의해서 머리를 깎았는데, 대적大寂이 그를 한번 보고 기특하게 여겨 바로 입실을 명하고는 은밀히 왕법王法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산속의 봄날(山中春日)
人間炎熱正紛然     세상에 무더위가 한창일 때에도
氷谷尋常獨臘天     얼음골만은 예사로 섣달의 기온
若使東君隨世態     가령 봄 신령이 세태를 따른다면
肯敎春暖到山巓     온기를 산마루까지 보내 주겠는가
더위 속에 사람에게 보여 주다(暑中示人)
水色山光相射      물과 산의 빛이 서로 비치고
松陰竹影交加      솔과 대의 그림자 뒤섞였으니
猶導困於炎熱      무더위에 곤욕을 당할지라도
寧思野店村家      어찌 시골 객점을 생각하리오
안렴사 반공이 산에 와서 재를 지내려다가 죽청까지 왔을 때 폭우로 냇물이 불어나 건널 수 없자 곧장 평양으로 향했다는 말을 듣고는 섭섭한 마음이 들기에 시를 지어 부쳤다(按廉潘公 欲到山設齋 行至竹靑 雨甚川壯不得渉 便向平陽 聞之悔惋 作句寄之)
他時重會固難期     뒷날 다시 만나기 참으로 어렵겠기에
甚欲挑燈話所思     등불 돋우며 다정히 얘기하려 하였는데
尺地反成千里隔     가까이 왔다가 도로 천리 멀리 떠나다니
此心唯有彼蒼知     이 마음은 오직 저 하늘이 알아주시리
차운하여 삼장의 장실에 올리다(次韻寄呈三藏丈室)
目擊當初意已深     눈길 마주쳤을 때 뜻이 이미 깊었나니
平生霞棗滿胸襟     평생 선인의 뜻이 흉금에 가득했네
不應更待三分話     짧은 말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始是全抛一片心     처음부터 한 조각 마음 온통 맡겨 버렸네

006_0378_a_01L1)橫秦塞音2)書少月苦燕城夢寐何

006_0378_a_02L靑史功名休更問鴨江從此不生波

006_0378_a_03L右美胤子

006_0378_a_04L
曹溪新得小禪和3)汗血神駒一已多

006_0378_a_05L嵩嶽珪公初出俗海昌安老早辭家

006_0378_a_06L端知法器非聊爾旋覺魔軍不奈何

006_0378_a_07L定作濟人舟萬4)苦河誰復困風波

006_0378_a_08L右美季男嵩嶽之珪禪師姓李氏
歲出家後謁安國師即以

006_0378_a_09L眞宗頓悟玄旨鹽官鎭國海昌5)院安禪師姓李
6)生時神光照室復有異僧謂之曰建無勝幢

006_0378_a_10L使佛日廻照者豈非汝乎遂依雲宗禪師落
大寂一見異之乃命入室密示王法云云

006_0378_a_11L山中春日

006_0378_a_12L
人間炎熱正紛然氷谷尋常獨臘天

006_0378_a_13L若使東君隨世7)肯敎春暖到山巓

006_0378_a_14L暑中示人

006_0378_a_15L
水色山光相射松陰竹影交加

006_0378_a_16L猶導困於炎熱寧思野店村家

006_0378_a_17L按廉潘公欲到山設8)行至
006_0378_a_18L竹靑雨甚川壯不得渉便向
006_0378_a_19L平陽聞之悔惋作句寄之

006_0378_a_20L
他時重會固難期甚欲挑燈話所思

006_0378_a_21L尺地反成千里隔此心唯有彼蒼知

006_0378_a_22L次韻寄呈三藏丈室

006_0378_a_23L
目擊當初意已深平生霞棗滿胸襟

006_0378_a_24L不應更待三分話始是全抛一片心

006_0378_b_01L銕鈍未堪爐鞴鍛     무딘 쇠가 대장간 단련을 어떻게 견디리오
松貞爭受雪霜侵     곧은 솔이 눈과 서리 침해를 어찌 받으리오
風流來往吾何敢     풍류의 내왕이야 어찌 감당하리오마는
屢造摳衣誓自今     지금부터 자주 뵙고서 문안을 올리리다

敢向曹溪測淺深     감히 조계의 얕고 깊음을 따지리오
頑資眞箇馬牛襟     말과 소에 옷만 걸친 둔한 자질인걸
不嫌是處供他笑     남이야 웃건 말건 무슨 상관 있소
獨喜吾師照此心     우리 스님이 알아주니 마냥 기쁜걸
已縱談鋒頻折倒     이미 토론하며 자주 쓰러졌는데
更驅筆陣數來侵     다시 글을 보내 자꾸 도전하네
年同剗草寧聊爾     같은 나이 삭발이 어찌 우연이리오
賾老餘芳尙到今     색로89)의 남은 향기 아직도 새로워라

스님은 30세 되기 1년 전에 승려가 되었고, 변변찮은 나 역시 외람되게 같은 나이에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근래에 권효문勸孝文을 보건대, 장로 색長蘆賾공도 29세에 승려가 되었다고 하기에 이렇게 말하였다.
삼장의 공이 거처를 옮겨 동쪽으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는 서툰 글솜씨로 절구 세 수를 지어서 올리다(聞三藏之公將移錫東行 作惡語三絕 寄呈)
宴坐頭流水石中     두류산 수석 가운데 좌선하면서
十年慈澤洽禪叢     10년 동안 은택이 총림에 흡족했는데
一朝忽起江東興     하루아침에 강동의 흥치를 일으키니
聞說玆山旋已空     이 산이 벌써 텅 비었다는 말이 들리네

陟窮臺嶠楓巒上     풍악에 올라 명승을 모두 돌아보고
行遍沙汀鏡浦湄     경포의 모래밭을 두루 거니시겠지
且爲江東山水賀     강동의 산수를 위해 축하하노니
明年方始得淸詩     명년에는 맑은 시를 얻을 테니까

平時縱未日相隨     평시에 날마다 뒤따르지 못했어도
尙喜寒暄易得知     안부를 쉽게 알 수 있어 흐뭇했는데
此去信音應漸少     이번에 가시면 소식이 점차 뜸할 테니
擧頭東望謾含悲     동쪽 하늘 바라보며 괜히 슬퍼집니다
안렴사 반공이 다시 산중을 방문했기에 시를 지어 봉정하다(按廉潘公再訪山中 作山語奉呈)
每歲觀風閱兩番     매년 풍속 살피러 두 번 순시하나니
淸平誰有似高軒     이보다 맑은 정사를 누가 또 행할까
閭閻枕穩聞爭賀     여염은 편히 잠들며 태평을 축하하고
囹圄庭空絕滯寃     감옥의 뜰은 텅 비어 원망이 없어졌네
憂國日添鬚髮皓     나라 걱정에 날마다 흰머리 늘어나도
訪僧時許笑談溫     이따금 중을 찾아 담소를 나눈다오
定看褒詔徵還旆     조정에서 표창하며 부를 것이 확실한데
莫忘山中對榻論     산중의 우리 대화 부디 잊지 마시기를
날이 맑은 것이 기뻐서(喜晴)
夏來三月雨淋漓     여름철 석 달 동안 구질구질 내리는 비
六合陰陰迷夜旦     천지 사방이 밤낮으로 온통 음침하기만
今朝雲散日昇空     오늘 아침 구름 걷히고 공중에 해 떴는데
且喜靑天猶不爛     하늘이 아직 뜨겁지 않은 것도 좋아라
농서 상국존비이 영광스럽게도 절구 두 수와

006_0378_b_01L9)銕鈍未堪爐鞴鍜松貞爭受雪霜侵

006_0378_b_02L風流來往吾何敢屢造摳衣誓自今

006_0378_b_03L敢向曹溪測淺深頑資眞箇馬牛襟

006_0378_b_04L不嫌是處供他笑獨喜吾師照此心

006_0378_b_05L已縱談鋒頻折倒更驅筆陣數來侵

006_0378_b_06L年同剗草寧聊爾賾老餘芳尙到今10)
11)

006_0378_b_07L12)立年而零染下愚亦濫躡高躅近閔勸
孝文長蘆賾公亦二十九而剃度故云

006_0378_b_08L聞三藏之公將移錫東行作惡語
006_0378_b_09L三絕寄呈

006_0378_b_10L
宴坐頭流水石中十年慈澤洽禪叢

006_0378_b_11L一朝忽起江東興聞說玆山旋已空

006_0378_b_12L陟窮臺嶠楓巒上行遍沙汀鏡浦湄

006_0378_b_13L且爲江東山水賀明年方始得淸詩

006_0378_b_14L平時縱未日相隨尙喜寒暄易得知

006_0378_b_15L此去信音應漸少擧頭東望謾含悲

006_0378_b_16L按廉潘公再訪山中 作山語奉呈

006_0378_b_17L
每歲觀風閱兩番淸平誰有似高軒

006_0378_b_18L閭閻枕穩聞爭賀囹圄庭空絕滯寃

006_0378_b_19L憂國日添鬚髮皓訪僧時許笑談溫

006_0378_b_20L定看褒詔徵還旆莫忘山中對榻論

006_0378_b_21L喜晴

006_0378_b_22L
夏來三月雨淋13)六合陰陰迷夜14)

006_0378_b_23L今朝雲散日昇空且喜靑天猶不爛

006_0378_b_24L15)伏蒙隴西相國尊庇辱示嘉什二

006_0378_c_01L인 한 수를 보여 주었다. 절구 중 하나는 일본을 정벌하는 군사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서술하였고, 하나는 군수 물자를 조달하는 어려움을 서술하였는데, 그것을 받들어 음미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에 삼가 원시에 차운하여 억지로 서툰 글솜씨로 시를 지어서 한번 웃으시라고 각하께 올렸다·4수(伏蒙隴西相國尊庇辱示嘉什二絕并引一首 一以敍東征軍容之盛 一以敍攴辦軍須之艱 奉玩忘斁 謹次元韻 强成山語 寄呈閣下 以資抵掌云·四首)
인에 차운한 시는 다음과 같다.
風塵梗路訊音稀     “풍진으로 길이 막혀 소식이 뜸해
相府寒暄恨未知     상부의 안부를 몰라 한스러웠는데
賴有長江通兩地     다행히 두 곳을 통하는 장강이 있어
喜逢雙鯉送新詩     쌍리90)가 시를 보내니 얼마나 기쁜지요.”

天王號令走如雷     중국 천자의 호령이 우레처럼 내리심에
諸將東馳幕府開     제장이 동으로 치달려 막부를 열었도다
彩鷁千艘飛截海     익조91) 그린 천 척의 배가 바다를 횡단하면
未秋應奏凱歌來     가을 되기 전에 개선가 부르며 돌아오리

東溟日夜鼓濤雷     밤낮으로 우레처럼 물결 치는 동쪽 바다
兵艦將行古鏡開     전함이 건너갈 땐 옛 거울92)처럼 개이리라
風伯亦知天假手     하늘이 손을 빌리는 줄 풍백도 잘 알아서93)
徑從西北送帆來     얼른 서북쪽에서 바람을 돛배에 불어 주리

相公能虎又能文     우리 상공은 문무를 겸비하셨나니
妙略英鞱早出羣     일찍부터 육도삼략六鞱三略에 뛰어났지
溪壑徵來何足慮     끝없이 부리는 야욕을 걱정할 것 있으리오
也應談笑却秦軍     담소하며 진나라 군대를 물리치실 텐데94)

一時英傑競爲文     한 시대의 영걸이 다투어 글을 짓지만
相國才華獨不羣     상국의 재화만은 아무도 못 따를걸
兩絕新詩眞俊逸     참으로 준일한 두 편의 절구 시여
未堪輕比鮑參軍     포 참군95)도 함부로 끼어들지 못하리라
즉사即事
人間炎熱正紛然     세상에 무더위가 한창일 때에도

006_0378_c_01L絕并引一首一以敍東征軍容之
006_0378_c_02L一以敍攴16)辦軍須之艱奉玩
006_0378_c_03L忘斁謹次元韻强成山語寄呈
006_0378_c_04L閣下以資抵掌云17)風塵梗路訊
006_0378_c_05L音稀相府寒暄恨未知賴有長江
006_0378_c_06L通兩地喜逢雙鯉送新詩18)時在曹
溪四首

006_0378_c_07L
天王號令走如雷諸將東馳幕府開

006_0378_c_08L彩鷁千艘飛截海未秋應奏凱19)歌來

006_0378_c_09L東溟日夜鼓濤雷

006_0378_c_10L兵艦將行20)21)一本
作若
鏡開

006_0378_c_11L風伯亦知天假手徑從西北送帆來

006_0378_c_12L相公能虎又能文妙略英22)鞱早出羣

006_0378_c_13L溪壑徵23)求何足慮也應談笑却秦軍

006_0378_c_14L一時英傑競爲文相國才華獨不羣

006_0378_c_15L兩絕新詩眞俊逸未堪輕比鮑參軍

006_0378_c_16L即事

006_0378_c_17L「橫」作「撗」{甲}「書」作「晝」{甲}「汗」作
006_0378_c_18L「汙」{甲}
「斛」作「解」{甲}「院」下有「齊」{甲}
006_0378_c_19L
「氏」無有{甲}「態」作「熊」{甲}「齋」作「齊」
006_0378_c_20L{甲}
「銕」作「鉄」{甲}「師」下有「年」{甲}
006_0378_c_21L「未」下有「而」{甲}
「立」下有「一」{甲}「漓」
006_0378_c_22L作「灕」{甲}
「旦」作「且」{甲}此詩四首中
006_0378_c_23L前二首亦在東文選(卷二○第一八張){編}

006_0378_c_24L「辦」作「辨」{甲}
「引風…四首」三十五字東文
006_0378_c_25L選無有{編}
「時在曺溪四首」無有{甲}「歌」
006_0378_c_26L作「欹」{甲}
「古」東文選作「若」{編}「一本作
006_0378_c_27L若」無有{甲}
「鞱」作「韜」{甲}「求」作「來」
006_0378_c_28L{甲}

006_0379_a_01L半晴半雨天陰陰     반쯤 개고 반쯤 비 오며 음침한 하늘
似暖似寒春寂寂     따스한 듯 차가운 듯 적적한 봄날
閉門憨臥到黃昏     문 닫고 멍청히 누워 해 질 녘까지
隱隱踈鐘撼窻壁     창문 벽을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
게송을 지어 스님들께 보이다(作偈 示諸德)
千峰突兀攙白雲     1천 봉우리는 우뚝 흰 구름을 뚫고
一水潺湲瀉蒼石     냇물은 졸졸 푸른 바위에 쏟아지네
自然聞見甚分明     자연히 들리고 보임이 매우 분명하니
爲報諸人休外覔     여러분은 부디 밖에서 찾지 마시도록
서툰 솜씨로 회포를 서술하여 단양 상국 각하께 올리다(山語敍懷 寄呈丹陽相國閣下)
相公巡督征東船     상공이 정동하는 선박을 감독하느라
三年飛傳窮海堧     3년 동안 역마 타고 바닷가를 누볐나니
何曾暫避寒與暑     잠시라도 추위와 더위 피한 적 있으리오
雖復雨雪無敢延     비와 눈 속에서도 지체할 수 없었어라
朝馳每踏驛程月     아침엔 달빛 밟으며 역마를 치달리고
夜宿幾投村舍煙     밤에는 시골 집 들어가 잠을 청하고
艱難辛苦日甞遍     매일 간난신고를 두루 맛보면서도
愛僧時向僧窓眠     중을 사랑해 가끔 절간 찾아 묵었다오
而予自昔辱靑顧     나는 예전부터 보살핌을 받았는데
此迴益復承恩憐     이번에는 더더욱 은혜를 입었나니
鷄峯水軒凉月下     계족봉의 물가 난간 시원한 달빛 아래
松社竹閣靑燈前     송광사의 대나무 집 푸른 등불 앞에
相隨促席奉談劇     서로 바짝 다가앉아 나눈 이야기꽃
至今歷歷餘耳邊     지금도 역력히 귓가에 맴돈다오
自初迴車赴行殿     수레 돌려 행궁으로 떠나신 뒤로
幾度想望空悵然     몇 번이나 그리며 슬픔에 잠겼던가
唯瞻東樓板上墨     누각 현판에 걸린 시만 바라보며
小慰旦夕心懸懸     조석으로 애타는 마음 위로했나니
我此感情并戀情     이와 같은 나의 감정과 연정을
請公質彼蒼者天     공이여 저 창천에 물어 보시라
영남의 고달픈 상황을 읊은 24운(嶺南艱苦狀 二十四韻)
경진년(1280년)에 일본을 정벌하는 전함을 만들 때 지었다.

嶺南艱苦狀       영남의 힘들고 고달픈 상황을
欲說涕將先       말하려니 눈물이 먼저 나오네
兩道供軍料       양도에서는 군료를 공급하고
三山造戰船       삼산에서는 전선을 만든다네
征徭曾百倍       세금은 예전보다 백 배는 되고
力役亘三年       부역은 3년 동안 이어졌다네
星火徵求急       성화처럼 급하게 징집하니
雷霆號令傳       뇌정처럼 호령이 전해지네
使臣恒絡繹       사신은 왕래가 끊임이 없고
京將又聯翩       경장도 잇따라 나붓거리네
有臂皆遭縛       팔뚝은 모두 결박당하고
無胰不受鞭       채찍 맞지 않은 등이 없다네
尋常迎送慣       보내고 맞음이 익숙해지고
日夜轉輸連       운송은 밤낮으로 이어진다네
牛馬無完脊       우마도 온전한 등뼈가 없고
人民鮮息肩       인민은 어깨를 쉴 틈이 없네
凌晨採葛去       꼭두새벽에 칡을 캐러 나가고
踏月刈茅還       달 아래 띠풀 베어 돌아온다네
水手驅農畝       물 젖은 손이 농토에 말을 치달리고
梢工卷海堧       뱃사공이 바닷가를 온통 누비네
抽丁擐甲冑       뽑힌 사내는 갑주를 걸치고

006_0379_a_01L
半晴半雨天陰陰似暖似寒春寂寂

006_0379_a_02L閉門憨臥到黃昏隱隱踈鐘撼窻壁

006_0379_a_03L作偈 示諸德

006_0379_a_04L
千峰突兀攙白雲一水潺湲瀉蒼石

006_0379_a_05L自然聞見甚分明爲報諸人休外覔

006_0379_a_06L山語敍懷 寄呈丹陽相國閣下

006_0379_a_07L
相公巡督征東1)三年飛傳窮海堧

006_0379_a_08L何曾暫避寒與暑雖復雨雪無敢延

006_0379_a_09L朝馳每踏驛程月夜宿幾投村舍煙

006_0379_a_10L艱難辛苦日甞遍愛僧時向僧窓眠

006_0379_a_11L而予自昔辱靑顧此迴益復承恩憐

006_0379_a_12L鷄峯水軒凉月下松社竹閣靑燈前

006_0379_a_13L相隨促席奉談劇至今歷歷餘耳邊

006_0379_a_14L自初迴車赴行殿幾度想望空悵然

006_0379_a_15L唯瞻東樓板上墨小慰2)旦夕心懸懸

006_0379_a_16L3)此我感情并戀情請公質彼蒼者天

006_0379_a_17L嶺南艱苦狀 二十四韻庚辰年造東
征戰艦時作

006_0379_a_18L
嶺南艱苦狀欲說4)涕將先兩道供軍料

006_0379_a_19L三山造戰船征徭曾百倍力役亘三年

006_0379_a_20L星火徵求急雷霆5)號令傳使臣恒絡繹

006_0379_a_21L京將又聯翩有臂皆遭縛無胰不受鞭

006_0379_a_22L尋常迎送慣日夜轉輸連牛馬無完脊

006_0379_a_23L人民鮮息肩凌晨採葛去踏月刈茅還

006_0379_a_24L水手驅農畝6)梢工卷海堧抽丁擐甲冑

006_0379_b_01L選壯荷戈鋋       선발된 장정은 창을 메었네
但促尋時去       늦지 않게 떠나도록 재촉을 하니
寧容寸刻延       어찌 촌각인들 지체할 수 있으리오
妻孥啼躃地       처자는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지고
父母哭號天       부모는 통곡하며 하늘에 호소하네
自分幽明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섰으니
那期性命全       목숨이 온전하길 어찌 기약하랴
孑遺唯老幼       남아 있는 이는 노인과 어린애뿐
强活尙焦煎       근근이 살아가며 애를 태우네
邑邑半逃戶       고을마다 반절은 도망간 집이요
村村皆廢田       마을마다 모두 황폐한 논밭이라
誰家非索爾       어느 집인들 삭막하지 않으며
何處不騷然       어느 곳인들 시끄럽지 않으리오
官稅竟難免       관세를 어떻게 면할 수 있으며
軍租安可蠲       군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으리오
瘡痍唯日甚       곤고한 정상이 날로 심해지니
疲瘵曷由痊       병든 백성을 어떻게 구제할까
觸事悉堪慟       일마다 모두 비통할 따름이니
爲生誠可憐       민생이 참으로 가련하도다
雖知勢難保       버티기 어려운 형세인 줄 알지만
爭柰訴無緣       호소할 길 없으니 어떻게 하나
帝德靑天覆       하늘처럼 덮어 주는 제왕의 덕이요
皇明白日懸       태양처럼 내걸린 황제의 밝음이라
愚民姑且待       어리석은 백성이 잠시 참고 기다리면
聖澤必當宣       성상의 은택이 반드시 베풀어지리니
行見三韓內       머지않아 우리 삼한 땅에서
家家奠枕眠       집집마다 편히 잠들 수 있으리라
도통사 홍 상국자번 막하에 올리다(寄呈都統洪相國幕下子藩)
嶧陽佳處碧梧高     역양의 멋진 곳 벽오동이 높아야만
能致來儀鳳九苞     구포의 봉황을 불러올 수 있는 법96)
幽谷空餘荊棘樹     산골엔 공연히 잡목만 넘쳐나니
年年唯見野禽巢     해마다 산새의 둥지만 볼 수밖에
안집사 권 시어에게 부치다(寄安集權侍御)
截鐙留鞭歲月移     절등유편97)한 뒤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平陽舊澤尙淪肌     평양의 옛 은택은 아직도 살 속에 스며드네
今來再謁雖堪喜     지금 다시 뵙게 되어 기쁘면서도
暫遇還離最可悲     금방 또 헤어지려니 너무 슬프기만
戀意難將千古盡     그리운 뜻 천고토록 다하기 어려운데
感情唯冀兩心知     서로 마음으로 이 감정 알아 주었으면
願公終始思前好     공이여 옛 우정을 시종 생각하여
在在時時永不遺     언제 어디서나 길이 잊지 말아주오
중구일에 꽃을 보며 느낀 감상(重九日 對花有感)
干戈匝地起       병란이 각처에서 일어나
四海皆煙塵       사해가 온통 전쟁의 먼지
烝民困煎熬       들들 볶이는 괴로운 백성들
觸目吁可哀       보이는 것마다 슬픈 광경뿐
悒悒度晨暝       울적하게 보내는 아침과 저녁
那知佳節來       명절이 온 것을 어떻게 알리오
珍重東籬菊       진중하여라 동쪽 울의 국화여
殷勤及時開       은근히 시절 맞춰 피어났구나
金葩競媚嫵       황금 꽃잎 다투어 아양을 떨며
似欲慰我懷       나의 회포를 위로해 주려는 듯
强起到花下       억지로 일어나 꽃 아래 찾아가서
遶叢久徘徊       떨기 주위를 오래도록 배회하네
龍山落帽客       모자 떨어뜨린 용산의 객98)
白骨成塵埃       백골이 이미 진토가 되고
彭澤嗜酒翁       술 즐기던 팽택의 어르신99)
一往不復迴       한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네

006_0379_b_01L選壯荷戈鋋但促尋時去寧容寸刻延

006_0379_b_02L妻孥啼躃地父母哭號天自分幽明隔

006_0379_b_03L那期性命全孑遺唯老幼强活尙焦煎

006_0379_b_04L邑邑半逃戶村村皆廢田誰家非索爾

006_0379_b_05L何處不騷然官說竟難免軍租安可蠲

006_0379_b_06L瘡痍唯日甚疲瘵曷由痊觸事悉堪慟

006_0379_b_07L爲生誠可憐雖知勢難保爭柰訴無緣

006_0379_b_08L帝德靑天覆皇明白日懸愚民姑且待

006_0379_b_09L聖澤必當宣行見三韓內家家奠枕眠

006_0379_b_10L寄呈都統洪相國幕下子藩

006_0379_b_11L
嶧陽佳處碧梧高能致來儀鳳九包

006_0379_b_12L幽谷空餘荊棘樹年年唯見野禽巢

006_0379_b_13L寄安集權侍御

006_0379_b_14L
截鐙留鞭歲月移平陽舊澤尙淪肌

006_0379_b_15L今來再謁雖堪喜暫遇7)還離最可悲

006_0379_b_16L戀意難將千古盡感情唯冀兩心知

006_0379_b_17L願公終始思前好8)在時時永不遺

006_0379_b_18L重九日 對花有感

006_0379_b_19L
9)干戈匝地起四海皆煙塵

006_0379_b_20L10)烝民困煎熬觸目吁可哀

006_0379_b_21L悒悒度晨暝那知佳節來珎重東籬菊

006_0379_b_22L殷勤及時開金葩競媚嫵似欲慰我懷

006_0379_b_23L强起到花下遶叢久徘徊龍山落11)帽客

006_0379_b_24L白骨成塵埃彭澤嗜酒翁一往不復迴

006_0379_c_01L無人肯見賞       감상해 줄 사람이 없는데도
花開亦悠哉       꽃은 또한 유연히 피어났어라
弔古復傷今       옛날을 애도하고 지금을 슬퍼하노니
幽懷難自裁       그윽한 회포를 달래기 어려워라
섣달 20일에 폭풍이 하루 종일 불고 간간이 눈발이 날리기에, 문을 닫고 한가로이 지내며 자축하는 심정으로 절구 두 수를 지었다(臘月念日 大風彌日 飛雪間之 閉閣燕居 自慶于懷 因書二絕)
朔吹掀天糝玉塵     하늘 흔드는 삭풍 속에 흩날리는 쌀가루
巖扉晝掩絕來人     산문은 대낮에 닫혀 찾는 사람도 없는데
圍爐坐擁七斤衲     화로를 끼고 앉은 일곱 근의 납의衲衣여
始信幽居不負身     산중 생활을 잘 택했다는 생각도 드누나

顚風撼屋雪堆檐     바람이 집을 흔들고 눈이 처마에 쌓이면
日宴開門睡正甘     날마다 노닐면서 단잠을 즐기기 좋은데
想見滿城朱紫輩     아마도 도성 가득 벼슬하는 사람들은
雞鳴劫劫趂朝參     새벽부터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으렷다
또(又)
窻外朔風號怒      창 밖엔 삭풍이 성내어 울부짖고
爐中榾柮通紅      화로 속엔 빨갛게 불붙은 나무 숯들
食罷和衣打睡      밥 먹고는 옷 입은 채 꿈속 나라로
憨憨一箇懶翁      어수룩한 하나의 게으른 노인
초봄에 열 선백에게 부치다(春初寄悅禪伯)
寒暄代謝是尋常     추위와 더위 바뀌는 건 예사로운 일인데
人盡奔波賀歲忙     새해 축하하느라 사람들 모두 바쁘기만
舊去新來何所喜     옛것이 가고 새것이 온들 뭐가 기쁘리오
鬢邊添得一莖霜     귀밑에 서리 맞은 머리만 더 늘어났는걸
동정송東征頌
皇帝御天下       황제께서 천하를 통치하심에
神功超放勛       신공이 방훈100)보다 뛰어나시어
德寬包有截       덕은 크게 구주九州를 포용하시고
澤廣被無垠       은택은 끝없이 드넓게 펼쳐졌나니
車共千途轍       수레는 모든 길에 치수가 같고
書同九域文       글은 온 누리에 문자가 같다네101)
唯殘島夷醜       오직 추악한 섬 오랑캐가
假息鼎魚羣       정어의 목숨102)을 부지하면서
但恃滄溟隔       바다로 막힌 것만을 믿고는
仍圖疆場分       강역을 분리하려 꾀하는가 하면
苞茅曾不入       포모103)를 바치려 하지 않으며
班瑞亦無聞       반서104)도 듣지 않은 체하네

006_0379_c_01L無人肯見賞花開亦悠哉弔古復傷今

006_0379_c_02L幽懷難自裁

006_0379_c_03L臘月念日大風彌日飛雪間之
006_0379_c_04L閉閣燕居自慶于懷因書二絕

006_0379_c_05L
朔吹掀天糝玉塵12)巖扉晝掩絕來人

006_0379_c_06L圍爐坐擁七斤衲始信幽居不負身

006_0379_c_07L顚風撼屋雪堆檐日宴開門睡正甘

006_0379_c_08L想見滿城朱紫輩雞鳴劫劫趂朝參

006_0379_c_09L

006_0379_c_10L
窻外朔風號怒爐中榾柮通紅

006_0379_c_11L食罷和衣打睡憨憨一箇懶翁

006_0379_c_12L春初寄悅禪伯

006_0379_c_13L
寒喧代謝是尋常人盡奔波賀歲忙

006_0379_c_14L舊去新來何所喜鬢邊添得一莖霜

006_0379_c_15L13)東征頌

006_0379_c_16L
皇帝御天下神功超放勛德寬包有截

006_0379_c_17L澤廣被無14)車共千途轍書同九域文

006_0379_c_18L唯殘島夷醜假息鼎魚羣但恃滄溟隔

006_0379_c_19L仍圖疆場分苞茅曾不入班瑞亦無聞

006_0379_c_20L「船」作「般」{甲}「旦」作「且」{甲}「此我」
006_0379_c_21L作「我此」{甲}
「涕」作「剃」{甲}「號」作「旆」
006_0379_c_22L{甲}
「梢」作「捎」{甲}「還」作「不」{甲}「在」
006_0379_c_23L作「年年」{甲}
「干」作「于」{甲}「烝」作「蒸」
006_0379_c_24L{甲}
「帽」作「」{甲}「巖」作「嵒」{甲}
006_0379_c_25L亦在東文選(卷一一第七~八張){編}
「圻」
006_0379_c_26L作「坼」{甲}

006_0380_a_01L帝乃赫斯怒       황제가 이에 크게 노하여
時乎命我君       우리 임금에게 정벌을 명했나니
一千龍鵲舸       1천 척의 거대한 전함과
十萬虎貔軍       10만 명의 용감한 병사로
問罪扶桑野       부상105)의 벌판에서 죄를 물으려고
興師合浦濆       합포106)의 물가에서 군대를 일으켰네
鼓鼙轟巨浸       북소리는 바다를 진동하고
旌旆拂長雲       깃발은 구름처럼 휘날리는데
驍將皆趨死       효장은 모두들 죽음을 맹서하고
英雄競立勳       영웅은 다투어 공을 세우려 하면서
江思韓信背       강에선 한신의 배수진을 생각하고107)
舟欲孟明焚       배는 맹명108)처럼 불태우려 하니
係越奚專美       월왕을 묶어 오는 것109)만 대단하리오
平吳不足云       오나라 평정110)도 대수로울 것이 없네
斫營應瞬息       순식간에 적진을 때려 부수고
獻捷在朝曛       아침저녁 사이로 승전보 올리리니
玉帛爭修貢       옥백의 공물을 다투어 바치고
干戈盡解紛       전쟁의 분란이 모두 해소되리라
元戎錫圭卣       대장은 조정의 훈상을 받고
戰卒返耕耘       군졸은 돌아가 농사지을 것이요
快劔匣三尺       삼척의 칼은 상자 속에 보관하고
良弓櫜百斤       백근의 양궁은 활주머니에 간직하리
四方歌浩浩       사방에 태평가 울려 퍼지고
八表樂欣欣       세상이 온통 희희낙락하며
烽燧收邊警       변방의 봉화烽火도 평온해지고
風塵絕塞氛       요새要塞에는 풍진이 사라지리니
當觀聖天子       우리 성천자께서 만세토록
萬歲奏南薰       남훈곡111) 연주함을 보게 되리라
도순문 이 자추존비의 행차에 올려, 방문해 주기를 청하다(寄呈都巡問李紫樞行軒以邀見訪尊庇)
一夕淸歡要再攀     하룻밤 재회의 기쁨 나누고자 하노니
莫言前已會松巒     예전에 송악松岳에서 만났다 말하지 마오
雞峰重見亦何害     계봉에서 다시 본들 무슨 상관 있으리오
濃墨如今尙未乾     진한 먹의 자취 아직도 마르지 않았는걸

공이 예전에 글을 보내 송악으로 나를 부르면서 말하기를 “송악에서 먼저 서로 만나고, 뒤에 계봉에서 다시 만난다면, 안 될 것이 뭐가 있으리오.”라고 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보림 입공이 서울로 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절구를 지어 부치다(聞寶林立公將如京 作句寄之)
寶林林裏有梧枝     보림사 숲속의 오동나무 가지에
引得營巢瑞鳳兒     둥우리 틀고서 봉황 새끼 길렀는데
聞道乘春欲飛去     봄이 되자 훌쩍 날아가려 한다니
不知何日更來儀     어느 날 다시 춤사위 보여 줄는지
병중에 듣건대, 홍 상국이 깃발을 돌려 대궐로 돌아간다고 하기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서툰 시를 억지로 지어 행막에 올렸다(病中聞洪相國返旆歸關 不勝瞻戀 强成惡語 寄呈行幕)
臥聞飛轡忽朝天     누워서 듣건대 고삐 날려 상경하신다니
萬里關山入一鞭     만 리의 관산이 채찍 하나에 들었어라
安得公心化明月     어떡하면 공의 마음 밝은 달이 되어
照予林下苦懸懸     숲속의 그리는 내 마음 비추게 할까
사자수의 공이 강동 백운암으로 거소를 옮긴다는 말을 듣고 감탄하여 짓다(聞師子岫之公 移錫江東白雲庵 歎美而作)

006_0380_a_01L帝乃赫斯怒時乎命我君一千龍鵲舸

006_0380_a_02L十萬虎貔軍問罪扶桑野興師合浦濆

006_0380_a_03L鼓鼙轟巨浸旌旆拂長雲1)將皆趨死

006_0380_a_04L英雄競立勳江思韓信背舟欲孟明焚

006_0380_a_05L係越奚專美平吳不足云2)所營應瞬息

006_0380_a_06L獻捷在朝曛玉帛爭修貢干戈盡解紛

006_0380_a_07L元戎錫圭3)戰卒返耕耘

006_0380_a_08L4)劔匣三尺良弓櫜百斤

006_0380_a_09L四方5)歌浩浩八表樂欣欣烽燧收邊警

006_0380_a_10L風塵絕塞氛當觀聖天子萬歲奏南6)

006_0380_a_11L寄呈都巡問李紫樞行軒以邀見
006_0380_a_12L尊庇

006_0380_a_13L
一夕淸歡要再攀莫言前已會松巒

006_0380_a_14L雞峰重見亦何害濃墨如今尙未乾公前
以書

006_0380_a_15L招予松巒云前松巒相會後於
雞峰重見何厭之有哉故云

006_0380_a_16L聞寶林立公將如京 作句寄之

006_0380_a_17L
寶林林裏有梧枝引得營巢瑞鳳兒

006_0380_a_18L聞道乘春欲飛去不知何日更來儀

006_0380_a_19L病中聞洪相國返旆歸關不勝
006_0380_a_20L瞻戀强成惡語寄呈行幕

006_0380_a_21L
臥聞飛轡忽朝天萬里關山入一鞭

006_0380_a_22L安得公心化明月照予林下苦懸懸

006_0380_a_23L聞師子岫之公移錫江東白雲
006_0380_a_24L歎美而作

006_0380_b_01L
主席艱難可勝云     주석하는 어려움을 형언할 수 있으리오
邇來違境日紛紜     마음에 거슬려 날마다 짜증만 나는 걸
羡他師子山中老     부러워라 저 사자산 속의 어르신이여
一杖飄然往白雲     지팡이 짚고 표연히 백운으로 떠나시니
농사일을 걱정하며 계미년(1283년) 4월 초하루에 빗속에서 짓다(憫農 黑羊四月旦日 雨中作)
農事須及時       농사는 때에 맞춰야 하니
失時無復爲       때를 놓치면 다시 할 수 없네
農時苦無幾       농사지을 시기는 얼마 없나니
春夏交爲期       봄과 여름이 교체하는 때라네
春盡夏已生       봄이 가고 벌써 여름이 되니
農事不可遲       농사일을 지체할 수 없네
上天解時節       상천도 시절을 잘 알아서
膏澤方屢施       고택을 누차 베풀어 준다네
征東事甚急       동쪽 정벌이 매우 급하니
農事誰復思       농사를 누가 또 생각하리오
使者恒絡繹       사자는 항상 끊이지 않고
東馳復西馳       동쪽 서쪽으로 말을 달리네
卷民空巷閭       마을이 텅 비게 백성을 동원해서
長驅向江湄       강변으로 강제로 몰고 나가네
日夜伐山木       밤낮으로 산의 나무를 베어
造艦力已疲       전함을 만드느라 힘이 다했네
尺地不墾闢       약간의 땅이라도 개간하지 않으면
民命何以資       백성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民戶無宿粮       민가엔 비축한 식량이 없어서
太半早啼飢       태반은 아침부터 배고파 우네
況復失農業       더구나 농사일을 또 망쳤으니
當觀死無遺       하나도 빠짐없이 죽고 말겠네
嗟予亦何者       아, 나는 또 무엇하는 사람인가
有淚空漣洏       눈물만 속절없이 흘러내리네
哀哉東土民       슬프다 우리 동방의 백성이여
上天能不悲       상천이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安得長風來       어떡하면 장풍이 멀리 불어와서
吹我泣血詞       피 맺힌 나의 말을 실어다 줄까
一吹到天上       한번 불어 하늘 위에까지 가서
披向白玉墀       대궐 뜨락에서 아뢰게 하여
詞中所未盡       나의 말 중에 미진한 부분을
盡使上帝知       상제가 모두 알게 해 줬으면
한 평양사기이 최 선사의 죽음을 애도한 시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韓平陽謝奇哭崔禪師)
漏盡鍾鳴夜正闌     시간이 다했다 종 울리는 한밤중
旅亭行客苦催還     여인숙의 길손 돌아갈 길 바빠라
臨程一句分明在     저승길에 임해 한 구절이 분명히 있는데
誰解逢人擧似看     만나는 사람에게 말해 준들 누가 알까
재를 마치고 그냥 우스개 시 한 편을 지어서 인 선백에게 기증하다(齋餘 偶作戱語一篇 寄示印禪伯)
雞峯一鉢飯       계봉의 밥 한 그릇
麁細何辨白       연하고 거친 것을 어찌 따지리오
人以麥爲草       사람들은 보리를 잡초로 여기지만
我以草和麥       나는 보리 대신 잡초를 섞는다네
雞峰一㿻羮       계봉의 국 한 그릇
滋味休擬議       맛이 어떤지 따지려 하지 마오
人以豉和鹽       사람들은 소금 대신 된장을 치지만
我以鹽爲豉       나는 소금을 된장으로 여긴다네
何殊神鼎諲       신정인112)이 10년 동안
十年無醬食       장 없이 먹은 것과 뭐가 다르리오
亦如大愚芝       대우 지113)가 죽도 제대로
粥飯繼不得       먹지 못한 것과 또한 같네
單丁與枯淡       단출하고 담박한 생활은
擧世倫比絕       세상에서 견줄 자가 없나니
主人處其中       주인이 그 안에 거처하면서
怡然樂不徹       그 즐거움을 바꾸려 하지 않네
賓來問其然       객이 와서 그 이유를 물었지만
主人笑不答       주인이 웃으며 대답하지 않자

006_0380_b_01L
主席艱難可勝云邇來違境日紛7)

006_0380_b_02L羡他師子山中老一杖飄然往白雲

006_0380_b_03L憫農 黑羊四月旦日 雨中作

006_0380_b_04L
農事須及時失時無復爲農時苦無幾

006_0380_b_05L春夏交爲期春盡夏已生農事不可遲

006_0380_b_06L上天解時節膏澤方屢施征東事甚急

006_0380_b_07L農事誰復思使者恒絡繹東馳復西馳

006_0380_b_08L卷民空巷閭長驅向江湄日夜伐山木

006_0380_b_09L造艦力已疲尺地不墾闢民命何以資

006_0380_b_10L民戶無宿粮8)太半早啼飢況復失農業

006_0380_b_11L當觀死無遺嗟予亦何者有淚空漣洏

006_0380_b_12L哀哉東土民上天能不悲安得長風來

006_0380_b_13L吹我泣血詞一吹到天上披向白玉墀

006_0380_b_14L詞中所未盡盡使上帝知

006_0380_b_15L次韻答韓平陽謝奇哭崔禪

006_0380_b_16L
漏盡鍾鳴夜正䦨旅亭行客苦催還

006_0380_b_17L臨程一句分明在誰解逢人擧似看

006_0380_b_18L齋餘 偶作戱語一篇寄示印禪伯

006_0380_b_19L
雞峯一鉢飯麁細何辨白人以麥爲草

006_0380_b_20L我以草和麥雞峰一㿻羮滋味休擬議

006_0380_b_21L人以豉和鹽9)以鹽爲豉何殊神鼎諲

006_0380_b_22L10)十年無醬食亦如大愚芝粥飯繼不得

006_0380_b_23L11)丁與枯淡擧世倫比絕主人處其中

006_0380_b_24L怡然樂不徹賓來問其然主人笑不答

006_0380_c_01L賓却笑主人       객이 문득 주인을 비웃었나니
趣尙寡所合       취향이 맞는 점이 없기 때문이라
蚖哉烏覩龍       도롱뇽이 어떻게 용의 뜻을 알며
燕雀焉知鵠       참새가 어떻게 고니의 뜻을 알랴
賓乎爾且去       객이여 그대는 떠나가거라
與爾不同欲       그대와는 소망이 같지 않으니
爾愛飫珍羞       그대는 진수성찬 좋아하지만
我愛蔬與糲       나는 나물과 거친 밥 좋아하고
爾愛服輕裘       그대는 가벼운 가죽 옷 좋아하지만
我愛布與葛       나는 베와 칡 옷을 좋아한다네
爾喜事紛華       그대는 번화한 일 좋아하지만
我喜處窮僻       나는 궁벽한 곳을 좋아하고
爾喜人所趨       그대는 사람이 따름을 좋아하지만
我喜人所斥       나는 사람이 배척함을 좋아한다네
水樂遶我軒       물은 나의 난간을 돌아 나가고
山屏圍我屋       산은 나의 집을 병풍 쳐 주네
我有萬株松       나는 만 그루의 솔이 있고
我有千竿竹       나는 천 그루의 대가 있으니
貴不羡王侯       왕후의 귀함도 부럽지 않고
富不羡金谷       금곡114)의 부유함도 부럽지 않네
偃仰適我適       누웠다 일어났다 내 뜻대로 하며
於焉樂幽獨       그윽한 고독함을 사랑하노니
曾不識張三       장씨의 셋째 아들도 알지 못하거늘
安知有李四       이씨의 넷째 아들을 어찌 알리오
凡我所自養       그러니 나 혼자 생활하는 것을
何以爾所嗜       그대가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賓聞赧而退       객이 듣고 부끄러워 물러나기에
索筆書大略       붓을 찾아 대략 글로 지어서
寄示同心友       마음 통하는 벗에게 보여 주노니
庶以資一噱       그저 한번 크게 웃어 주었으면
우연히 절구 한 수를 짓다(偶書一絕)
雨餘庭院靜如掃     비 온 뒤의 정원은 고요하기 쓴 것 같고
風過軒窓凉似秋     바람 지나는 창가는 서늘하기 가을 같네
山色溪聲又松籟     산 빛과 시냇물 소리 그리고 솔바람 소리
有何塵事到心頭     그 무슨 속진의 일이 마음속에 들어오랴
만연의 선로에게 답한 절구 두 수(酬萬淵之禪老二絕)
大慈兼愛勿親踈     친소의 구별 없이 자애로운 분
況我偏承肯暫孤     나는 더욱 특별히 은혜 받았지
安得相隨函丈下     어떡하면 함장115) 아래 뒤따르면서
餘生日月付遊娛     여생의 일월을 즐겁게 노닐거나

但知世路行難穩     세상 길 걷기 어려움만 알았을 뿐
那料山林勢倍艱     산림이 훨씬 어려운 줄 알았으랴
若不得師相吐膽     스님 만나 속마음 토로하지 못한다면
也應無處可開顏     어디 가서 얼굴 한번 펼 곳도 없으리라
김 시랑에게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金侍郞)
長松翠鬱鬱       낙락장송은 울울창창하여
四序留春暄       1년 내내 봄기운을 띠나니
開謝不須臾       피고 지는 때가 얼마 되지 않는
肯數葵與萱       해바라기와 원추리야 따질 게 있으리오
我公抱貞節       우리 공의 곧은 절개야말로
可與長松論       낙락장송과 견줄 수 있나니

006_0380_c_01L賓却笑主人趣尙寡所合蚖哉烏覩龍

006_0380_c_02L燕雀焉知鵠賓乎爾且去與爾不同欲

006_0380_c_03L爾愛飫珍羞我愛蔬與糲爾愛服輕裘

006_0380_c_04L我愛布與葛爾喜事紛華我喜處窮僻

006_0380_c_05L爾喜人所趨我喜人所斥水樂遶我軒

006_0380_c_06L山屏圍我屋我有萬株松我有千竿竹

006_0380_c_07L貴不羡王侯富不羡金谷偃仰適我適

006_0380_c_08L於焉樂幽獨曾不識張三安知有李四

006_0380_c_09L凡我所自養何以爾所嗜賓聞赧而退

006_0380_c_10L索筆書大略寄示同心友庶以資一噱

006_0380_c_11L偶書一絕

006_0380_c_12L
雨餘庭院靜如掃風過軒窓凉似秋

006_0380_c_13L山色溪聲又松籟有何塵事到心頭

006_0380_c_14L酬萬淵之禪老二絕

006_0380_c_15L
大慈兼愛勿親踈況我偏承肯暫孤

006_0380_c_16L安得相隨凾12)丈下餘生日月付遊娛

006_0380_c_17L但知世路行難穩那料山林勢倍艱

006_0380_c_18L若不得師相吐膽也應無處可開顏

006_0380_c_19L次韻答金侍郞

006_0380_c_20L
長松翠鬱鬱四序留春暄開謝不須臾

006_0380_c_21L肯數葵與萱我公抱貞節可與長松論

006_0380_c_22L「將」作「勇」{甲}東文選亦同「所」作「䂨」{甲}
006_0380_c_23L
「卣」作「因」{甲}「劔」作「釼」{甲}「歌」作
006_0380_c_24L「欹」{甲}
「薰」作「重」{甲}ㆍ東文選作「熏」{編}
006_0380_c_25L
「耘」作「紜」{甲}「太」作「大」{甲}「以」作
006_0380_c_26L「爲」{甲}
「十」作「一」{甲}「丁」作「一」{甲}
006_0380_c_27L
「丈」作「文」{甲}

006_0381_a_01L紛紛榮悴中       분분히 피고 지는 속에서도
落落常獨存       변함없이 항상 우뚝하여라
坐此不容世       이 때문에 세상에 용납되지 않아
深居牢杜門       굳게 문 닫고 깊이 들어앉았으나
一時高尙流       한 시대의 고상한 인사들이
從遊集如雲       구름처럼 모여 어울린다네
賓歸樂幽獨       손이 돌아가면 고독을 즐기고
賓至共誰欣       손이 오면 누구와도 기뻐하며
身閑適其適       한가로이 자기의 낙을 누리나니
聊足一小軒       하나의 작은 집이면 충분하여라
咫尺紅塵陌       지척엔 홍진이 자욱이 일어나고
世事日繽紛       날마다 세상 일 어수선해지니
信知大隱居       참으로 알겠도다 크게 은거하는 자는
不出城市間       성시 사이를 벗어나지 않고서도
座中有仙壺       앉은 자리 가운데 선호116)를 소유하고
胸次藏雲山       가슴속에 구름 산을 간직한다는 것을
人皆走朱門       사람들은 모두 주문117)에 달려가서
競欲承其顏       다투어 아첨하며 붙좇으려 하는데
而公所嗜好       우리 공이 좋아하고 즐기는 바는
與彼殊醎酸       그들과는 완전히 같지 않아서
唯思尋二禪       오직 생각하는 것은 두 선승을 찾아
品座成壹歡       셋이서 즐거운 자리 이루는 것이라오
請公試着眼       공이여 눈을 한번 들어 보면
刼外天地寬       겁외에 천지가 넓고 넓으니
安知不相聚       어찌 알리오 우리 서로 모여
談舌爭翻瀾       이야기 꽃을 피우지 않을 줄을

보내 온 시에 “장차 조랑말 한 마리 사서,118) 계산을 찾고 또 찾으리라.(行當買款段 去去尋雞山)”라고 하였고, 또 “만연 선로禪老도 초청한다면, 자리가 훨씬 더 즐거우리라.(仍邀萬淵老 品坐陪淸歡)”라고 하였다.
선석암에 우거하며 대나무를 심어 놓고 감상하다(寓居禪石庵 觀種竹)
移植亭亭竹一竿     우뚝 높다란 대나무를 옮겨 심어 놓고
愛看千尺倚巖間     바위에 기댄 천 척의 모습 즐겨 보네
夜來風雨鳴蕭瑟     밤중에 풍우에 소슬하게 울리는 소리
似泊湘江渭水灣     상강과 위수119)에 배를 댄 듯하여라
암주가 산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기에 절구를 지어 부치다(庵主出山久不返 作句寄之)
老人出山去       노인이 산을 떠나고 나니
禪石已生埃       선석암에 벌써 먼지가 이네
爲報急迴錫       알리노니 급히 석장錫杖을 돌려
無令猿鶴哀       원숭이와 학이 슬프게 하지 마시기를120)
참선하는 여가에 절구 한 수를 지어 함께 거처하는 스님들에게 보여 주다(禪餘得句 書示同袍)
塵刹都盧在一庵     한 암자에 진진찰찰이 다 들어 있으니
不離方丈遍詢南     방장을 떠나지 않은 채 남방을 두루 순례하네
善財何用勤劬甚     선재는 뭐 하러 죽을 고생 다하면서
百十城中枉歷參     110성을 쓸데없이 찾아다녔는고121)
가을날에 우연히 짓다(秋日偶書)
遶檐竹密雨聲慣     처마 주위 대숲에선 귀에 익은 빗소리요
滿洞楓殷秋色多     산골 가득 단풍에는 가을빛이 풍성해라
艶艶黃花啼曉露     아리땁게 국화꽃은 새벽이슬 떨구고
蕭蕭赤葉下庭柯     우수수 지는 붉은 낙엽 뜨락에 떨어지네
잠에서 깨어(睡起)
秋抄淒凉日色薄     늦가을 처량해라 햇빛은 엷고
山容索寞霜華淸     산 모습 삭막해라 서리 꽃 맑네

006_0381_a_01L紛紛榮悴中落落常獨存坐此不容世

006_0381_a_02L深居牢杜門一時高尙流從遊集如雲

006_0381_a_03L賓歸樂幽獨賓至共誰欣身閑適其適

006_0381_a_04L聊足一小軒咫尺紅塵陌世事日繽紛

006_0381_a_05L信知大隱居不出城市間座中有仙壺

006_0381_a_06L胸次藏雲山人皆走朱門競欲承其顏

006_0381_a_07L而公所嗜好與彼殊醎酸唯思尋二禪

006_0381_a_08L品座成壹歡請公試着眼刼外天地寬

006_0381_a_09L安知不相聚談舌爭翻瀾來詩云行當買
欵殿去去尋雞

006_0381_a_10L又云仍邀萬淵
1)品坐陪淸歡

006_0381_a_11L寓居禪石庵 觀種竹

006_0381_a_12L
移植亭亭竹一2)竿愛看千尺倚巖間

006_0381_a_13L夜來風雨鳴蕭瑟似泊湘江渭水灣

006_0381_a_14L庵主出山久不返 作句寄之

006_0381_a_15L
老人出山去禪石已生埃

006_0381_a_16L爲報急迴錫無令猿鶴哀

006_0381_a_17L禪餘得句 書示同袍

006_0381_a_18L
塵刹都盧在一庵不離方丈遍詢南

006_0381_a_19L善財何用勤劬甚百十城中3)枉歷參

006_0381_a_20L秋日偶書

006_0381_a_21L
遶檐竹密雨聲慣滿洞楓殷秋色多

006_0381_a_22L艶艶黃花啼曉露蕭蕭赤葉下庭柯

006_0381_a_23L睡起

006_0381_a_24L
秋抄淒凉日色薄山容索寞霜華淸

006_0381_b_01L閉門坐睡便成夢     문 닫고 앉아 졸다가 꿈속 나라로
驚起林鴉三兩聲     깨어 일어나니 까마귀 두세 마디
오산 꼭대기에 좌선암과 행도석이 있는데, 이곳은 대개 선각과 진각의 두 분 국로가 좌선하며 수도한 유적이다. 근래에 사내의 명덕인 노공이 좌선암 아래에 터를 잡은 뒤에, 잡목을 제거하고 암자를 만들어 거처하였는데, 그곳의 뛰어난 경치는 실로 형용할 수가 없다. 마침내 회당 화상에게 이름을 청하니, 선석이라고 이름하고 게를 지었다. 노공이 나에게 다시 그 뒤를 이어 글을 지어 달라고 권하였는데, 그 뜻이 간절해서 사양할 수가 없기에, 억지로 서툰 글을 지어 법제에 화운하는 한편 노공 장하에 봉정하게 되었다(鼇山之頂 有坐禪巖 行道石 盖先覺眞覺兩國老 宴坐修道之遺跡也 近者 社內名德盧公 卜地於 坐禪巖下 化榛莽爲蘭若而居之 其地之絕奇勝 固不可形容也 遂乃請名于晦堂和尙 和尙以禪石名之 因有偈 盧公勸予以續貂 其意勤懇 辭不獲已 强綴蕪辭 仰賡法製 奉呈盧公丈下)
螺點一旋成絕嶠     소라처럼 점 찍어 빙 둘러서 산맥 이루고
屏圍六疊作奇巖     육첩 병풍이 에워싸 기암을 만들었네
鑿開戴石千尋頂     암석을 머리에 인 천 길 꼭대기 개척하여
化出凌虛八尺庵     허공에 솟구친 팔 척의 암자를 지었어라
瞻望頭頭窮嶽瀆     바라보면 산과 강이 모두 눈 안에 들어오고
躋攀步步踏雲嵐     등반하면 구름과 안개가 발 아래 밟힌다네
曹劉翰墨題難好     조유122)의 한묵으로도 표현하기 어렵고
顧陸丹靑畵未堪     고륙123)의 단청으로도 그려낼 수 없으리라
勝槩也應魁宇內     멋진 경치가 세계에서 으뜸이리니
美名奚獨隻江南     어찌 강남에서만 이름을 독점하랴
坐禪行道今猶古     좌선과 행도는 지금도 옛날과 같으니
二老并師只是三     두 분 국로에 우리 스님 합쳐서 세 분이로다
눈 속에서 고한시를 지어 한 평양사기에게 부치다(雪中 作苦寒詩 寄韓平陽謝奇)
雪厭山堂冷似氷     눈에 눌린 산당 얼음처럼 차가운데
坐來寒涕輙垂膺     앉아서 찬 눈물 가슴으로 흘리노라
何時造化迴春暖     어느 때나 조화는 따뜻한 봄을 돌려줄까
空歎天工不我矜     공연히 천공이 나에게 무심하다 탄식하네
정회를 읊다(書情)
野禽終歲困籠囚     산새가 1년 내내 새장 속에 갇혔으니
歸意寧容寸刻留     돌아가고 싶은 뜻 촌각인들 지체할까
奮翼一飛當有日     날개 떨치고 한번 날아갈 날 있으리니
何山雲月不堪遊     어느 산 구름과 달에 노닐지 못하리오
지난번에 퇴직한 시중 하동 영공이 화전 한 폭을 보내며

006_0381_b_01L閉門坐睡便成夢驚起林鴉三兩聲

006_0381_b_02L鼇山之頂有坐禪巖行道石
006_0381_b_03L先覺眞覺兩國老宴坐修道之遺
006_0381_b_04L跡也近者社內名德盧公地於
006_0381_b_05L坐禪巖下化榛莽爲蘭若而居之
006_0381_b_06L其地之絕奇勝固不可形容也
006_0381_b_07L乃請名于晦4)堂和尙和尙以禪石
006_0381_b_08L名之因有偈盧公勸予以續貂
006_0381_b_09L其意勤懇辭不獲已强綴蕪辭
006_0381_b_10L仰賡法製奉呈盧公丈下

006_0381_b_11L
螺點一旋成絕嶠屏圍六疊作奇巖

006_0381_b_12L鑿開戴石千尋頂化出5)凌虛八尺庵

006_0381_b_13L瞻望頭頭窮嶽瀆躋攀步步踏雲嵐

006_0381_b_14L曹劉翰墨題難好顧陸丹靑畵未堪

006_0381_b_15L勝槩也應魁宇內美名奚獨隻江南

006_0381_b_16L坐禪行道今猶古二老并師只是三

006_0381_b_17L雪中作苦寒詩寄韓平陽謝奇

006_0381_b_18L
雪厭6)於葉切
鎭也
山堂冷似氷

006_0381_b_19L坐來寒涕輙垂膺何時造化迴春暖

006_0381_b_20L空歎天工不我矜

006_0381_b_21L書情

006_0381_b_22L
野禽終歲困籠囚歸意寧容寸刻留

006_0381_b_23L奮翼一飛當有日何山雲月不堪遊

006_0381_b_24L頃蒙致政侍中河東令公送花

006_0381_c_01L산승의 시를 청하기에 억지로 절구 네 수를 지어서 멀리서 각하께 올렸다(頃蒙致政侍中河東令公送花牋一幅 杜索山語 强成四絕 遙呈閣下)
頭上蟬冠傳世系     머리에 쓴 선관124)은 대대로 전해지고
腰間龜印帶兵權     허리에 찬 귀인125)은 병권을 상징하네
位崇冢宰功名足     지위 높은 총재126)로 공명이 족한지라
綠野懸車已數年     녹야127)에 은퇴한 지 벌써 몇 년이라오

再登台鼎馴池鳳     태정에 두 번 올라 지봉을 길들이고
四握文衡放谷鶯     문형을 네 번 잡아 곡앵을 놓아줬네
解組歸來身自適     인끈 풀고 돌아와 유유자적한 몸
唯將佛事付餘生     오직 불사에 여생을 부쳤다오

蠅棘一朝成貝錦     가시나무 쉬파리가 패금을 이루어서128)
鯨波三度滌簪紳     큰 물결이 세 번이나 조정을 휩쓸었네
終無蟻缺休驚恠     끝내 의결129)이 없다면서 괴이하게 생각 마오
豈有乾坤陷吉人     건곤이 어찌 길인을 궁지에 빠뜨리리오

竹倚蒲團忘夜旦     대나무 의자 부들 방석으로 밤낮을 잊고
蔬餐㵎飮度炎凉     나물밥에 냇물 마시며 염량을 보낸다네
掃門當日因緣在     대문 앞을 청소한 당일의 인연이 있기에130)
爐上頻添薦壽香     화로에 자꾸 향 피우며 장수 기원합니다
이 사관이 호종하여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절구를 지어 부치다(喜聞李史舘扈從還朝 作句寄之)
春日行行覲北宸     봄날에 가고 가서 황제를 뵐 적에
皎然風彩最淸新     환한 그 풍채 가장 청신했으리라
想知殊俗爭驚指     아마도 타국에서 놀라 가리키며
導是東韓第一人     동한의 제일인으로 꼽았으리라

夏鶯初囀別神州     꾀꼬리 우는 여름날에 중국을 떠나
萬里歸來已雁秋     만리 길 돌아오니 벌써 기러기 가을
馬上淸吟應滿軸     말 위에서 멋진 시들 많이 읊었을 테니
何妨寄示慰幽愁     나에게 부쳐 시름을 위로해 주면 어떠하리
이 상국이 가산 섭무실131)이 만든 먹 1정을 보냈기에 사례하다(謝李相國寄惠柯山葉茂實所製佳墨一鋌)
柯山妙手天下獨     가산의 묘수는 천하에 독보라서
壓倒廷珪與潘谷     정규와 반곡132)을 압도하는 터라
一枝翠餅百金輕     취병133) 하나에 백금의 값도 헐하니
奚啻隋珠兼卞玉     어찌 수주와 변옥134) 정도일 뿐이리오
自從柯山上昇去     가산이 하늘로 올라간 뒤로
當世求之不易得     당세에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006_0381_c_01L牋一幅 杜索山語强成四絕
006_0381_c_02L遙呈閣下

006_0381_c_03L
頭上蟬冠傳世系腰間龜印帶兵權

006_0381_c_04L位崇冡宰功名足7)綠野懸車已數年

006_0381_c_05L再登台鼎8)馴池鳳四握文衡放谷鶯

006_0381_c_06L解組歸來身自適唯將佛事付餘生

006_0381_c_07L蠅棘一朝成貝錦鯨波三度滌簪紳

006_0381_c_08L終無蟻缺休驚恠豈有乾坤陷吉人

006_0381_c_09L竹倚蒲團忘夜9)蔬餐㵎飮度炎凉

006_0381_c_10L掃門當日因緣在爐上頻添薦壽香

006_0381_c_11L喜聞李史舘扈從還朝作句
006_0381_c_12L寄之

006_0381_c_13L
春日行行覲北宸皎然風彩最淸新

006_0381_c_14L想知殊俗爭驚指導是東韓第一人

006_0381_c_15L夏鶯初囀別神州萬里歸來已雁秋

006_0381_c_16L馬上淸吟應滿軸何妨寄示慰幽愁

006_0381_c_17L謝李相國寄惠柯山葉茂實所製
006_0381_c_18L佳墨一鋌

006_0381_c_19L
柯山妙手天下獨壓倒廷珪與潘谷

006_0381_c_20L一枝翠餅百金輕奚啻10)隨珠兼卞玉

006_0381_c_21L自從柯山上昇去當世求之不易得

006_0381_c_22L「品」無有{甲}「竿」作「竽」{甲}「枉」作「狂」
006_0381_c_23L{甲}
「堂」作「當」{甲}「凌」作「陵」{甲}「於
006_0381_c_24L葉切鎭也」無有{甲}
「綠」作「緣」{甲}次同
006_0381_c_25L「馴」作「馳」{甲}
「旦」作「且」{甲}「隨」作
006_0381_c_26L「隋」{甲}

006_0382_a_01L況今時遙風土殊     더구나 먼 후대 다른 나라 땅에서
而我何由致其墨     내가 무슨 수로 그 묵을 얻으리오
昨朝忽得相公信     저번에 홀연히 상공의 서신 받들건대
書中有語誠款曲     글 속의 말씀이 참으로 간절했나니
謂言燕都獲此墨     연도에서 이 먹을 입수하고 나서
分寄曹溪與鷄足     조계산과 계족산에 나눠 보내셨다네
開緘龍麝香滿手     봉함을 여니 용사향이 손에 가득하고
光彩瑩澤驚人目     광채와 윤택에 사람 눈이 부신데
波紋數寸縮溟渤     몇 치의 파문이 명발에 응축되고
中有雙龍戱相逐     그 속에 쌍룡이 장난치며 뒤따르네
仲將點漆何足珍     중장135)의 점칠먹도 귀할 게 있으리오
承晏軟劑非所欲     승안136)의 연제먹도 욕심나지 않는 걸
十襲藏爲篋中寶     열 겹으로 보관하여 보배로 삼았나니
不敢磨硏書簡牘     어찌 감히 간독을 쓰는 데 사용하랴
相公厚意何以酬     상공의 후의를 어떻게 갚으리오
但把爐煙勤薦祝     그저 향을 피우면서 축수할 수밖에
願公千春又萬春     바라건대 우리 공 천년만년토록
兩鬢長如點蛾綠     귀밑머리 먹처럼 길이 검으시기를
우러러 법제에 화운하여 자인실에 봉정하다(仰賡法製 奉呈慈忍室)
早懷飄然物外思     일찍부터 표연히 출가할 생각 품었는지라
不可已中能得已     그만둘 수 없는 속에서 그만둘 수 있었다네
雲遊不復夢紈綺     부귀는 다시 꿈꾸지 않고 구름처럼 노닐며
要使心源滌塵滓     찌꺼기 씻어내고 심원을 찾으려 하였다네
自從御勒到無似     고삐 매고 따른 뒤로 성취한 것 하나 없이
十年伏櫪空垂耳     10년 동안 구유에 누워 고개만 떨궜다네
天禀難移固其理     천품을 바꾸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
終日悲鳴念千里     종일토록 슬피 울며 천리 길 달리려 하네
矧今老病誰扶起     더구나 지금 늙고 병든 몸 누가 부축할까
祗欲深居養衰齒     그저 깊이 숨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네
願迴慈悲諒此意     바라건대 자비 베풀어 이 뜻을 살피시고
放我尩殘無用軀     쓸모없는 쇠잔한 이 몸 놓아 주시어
置之荒僻不爭地     다툼 없는 황벽한 곳에 있게 해 주셨으면
지병마 김 상서에게 부치다(寄知兵馬金尙書)
공이 그때 탐라에서 적을 토벌하고 있었다.137)

萬騎重來鎭海涯     1만 기병 거듭 와서 해변을 진압하며
威風先向橘州馳     위풍이 먼저 귤주138) 향해 치달렸도다
一鞭尙可笞蠻越     채찍 하나로 만월을 혼낼 수 있으니
小寇雖狂不足疑     좀도둑이 발광한들 무슨 대수리오

紫髯金甲氣凌雲     붉은 수염 황금 갑옷 하늘 찌르는 기상
餘事篇章亦不群     여사로 짓는 시문도 발군이고 말고
往日松巒遺恨在     전일 송악의 한이 아직 남았는데
一燈何夕細論文     언제 등불 켜고 자세히 글을 논해 볼까
5월 15일 밤에 동루에 오르니, 음산한 구름이 모두 걷히고 달빛이 대낮처럼 밝은 가운데, 솔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서로 어울려 일어나서,

006_0382_a_01L況今時遙風土殊而我何由致其墨

006_0382_a_02L1)昨朝忽得相公信書中有語誠款曲

006_0382_a_03L謂言燕都獲此墨分寄曹溪與鷄足

006_0382_a_04L開緘龍麝香滿手光彩瑩澤驚人目

006_0382_a_05L波紋數寸縮溟渤中有雙龍戱相2)

006_0382_a_06L仲將點漆何足珍承晏軟劑非所欲

006_0382_a_07L十襲藏爲篋中寶不敢磨硏書簡牘

006_0382_a_08L相公厚意何以酬但把爐煙勤薦祝

006_0382_a_09L願公千春又萬春兩鬢長如點蛾*綠

006_0382_a_10L仰賡法製奉呈慈忍室

006_0382_a_11L
早懷飄然物外思不可已中能得已

006_0382_a_12L雲遊不復夢紈綺要使心源滌塵滓

006_0382_a_13L自從御3)勒到無似十年伏4)櫪空垂耳

006_0382_a_14L天禀難移固其理終日悲鳴念千里

006_0382_a_15L矧今老病誰扶起祗欲深居養衰齒

006_0382_a_16L願迴慈悲諒此意放我尩殘無用軀

006_0382_a_17L置之荒僻不爭地

006_0382_a_18L寄知兵馬金尙書碩公時方討
賊於耽人

006_0382_a_19L
萬騎重來鎭海涯威風先向橘州馳

006_0382_a_20L一鞭尙可笞蠻越小寇雖狂不足疑

006_0382_a_21L紫髯金甲氣凌雲餘事篇章亦不群

006_0382_a_22L往日松巒遺恨在一燈何夕細論文

006_0382_a_23L五月十五夜登東樓陰雲卷盡
006_0382_a_24L月色如晝松韻水聲相和而起

006_0382_b_01L오래 앉아 있어도 피곤한 것도 잊은 채 의사가 소산하였으니, 산중의 즐거움을 형용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 한 평양과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럴 수도 없기에 시를 지어서 그 뜻을 기록하였다(五月十五夜 登東樓 陰雲卷盡 月色如晝 松韻水聲 相和而起 坐久忘疲 意思蕭散 山中之樂 有不可形容者 思與韓平陽共之 而不可得 詩以志之)
夜靜山空群動絕     고요한 밤 텅 빈 산에 뭇 움직임 끊어지고
積陰散盡湧銀闕     층층 구름 흩어지며 은빛 누대 솟구쳤네
爽氣入座凉於秋     삽상한 기운 자리에 일어 가을보다 서늘하고
皓色滿地白如雪     밝은 달빛이 대지에 가득 눈처럼 새하얗네
松風瑟瑟淸衣衿     솔바람은 소슬해서 옷깃이 시원하고
岩溜冷冷醒肌骨     산골 물은 차가워서 기골을 일깨우네
翛然獨坐到更深     초연히 홀로 앉아 밤이 점점 깊어지니
金盆欲側杜鵑歇     금분139)이 기울며 두견이 소리 뜸해지네
箇中至味誠難名     이 속의 지극한 맛을 형용하기 어렵나니
只可自怡向誰說     그저 혼자 즐길 뿐 누구에게 얘기하랴
安得平陽韓使君     어떡하면 평양의 한 사군과 더불어
共倚此樓看此月     이 누대에 기대어 이 달빛을 볼거나
게송을 지어 선석암의 선로에게 부치다(作偈 寄禪石禪老)
一朶危峯石作堆     돌이 쌓여서 높이 솟은 산봉우리
翠巖環列似屛開     푸른 바위 빙 둘러 병풍을 친 듯한데
羡師解解安禪地     부러워라 안선의 땅에서 훌훌 떨치고
獨結茅茨養聖胎     우리 스님 띠집 짓고 성태를 기르시니
만연의 선로에게 차운하여 삼가 화답하다·2수(次韻奉酬萬淵之禪老·二首)
北羽南鱗變一身     북우와 남린은 한 몸이 변했으니140)
誰言會合兩無因     둘이 만날 인연 없다 누가 말하랴
共爲闕里門前客     다 함께 궐리의 문 앞의 객으로서
同作曹溪路上人     똑같이 조계의 길을 걷게 되었네141)
詩韻縱難追俊逸     준일한 시운이야 따라가기 어려워도
家風猶可較淸貧     청빈한 가풍은 그래도 비교할 만하네
平生出處都相似     평생의 출처가 모두 서로 비슷한데
但愧枯株不受春     봄을 모르는 고목이 부끄러울 따름

本是迂踈沒用身     본래 오활해서 쓸모없는 이 몸이
年來老病又相因     연래엔 또 노병이 서로 잇따르네
斗筲器小那容衆     두소142)의 작은 그릇이 대중을 포용하리오
瓦礫資頑敢齒人     와력143)의 무딘 자질이 감히 끼일 수 있으리오
學問未精機益鈍     정밀한 학문이 없으니 근기 더욱 둔해지고
修行無力道常貧     수행한 법력이 없으니 도가 빈약할 수밖에
何當退處窮山裡     어떡하면 궁벽진 산속으로 물러나서
送了浮生一夢春     한바탕 봄꿈 같은 뜬 인생을 보낼거나
차운하여 연곡 선사에게 답하다(次韻答燕谷禪師)
老來童習尙紛如     어릴 때 습관이 늙어서도 완연해서
惟喜蕭條水石居     쓸쓸한 수석의 거처를 좋아한다네
機鈍每遭新進笑     근기가 둔하니 신진의 비웃음을 당할 수밖에
病多爭恠故人踈     병이 많으니 친구들이 멀어짐도 이상할 것 없네

006_0382_b_01L坐久忘疲意思蕭散山中之樂
006_0382_b_02L有不可形容者思與韓平陽共之
006_0382_b_03L而不可得詩以志之

006_0382_b_04L
夜靜山空群動絕積陰散盡湧銀闕

006_0382_b_05L爽氣入座凉於秋皓色滿地白如5)

006_0382_b_06L松風瑟瑟淸衣6)岩溜冷冷醒肌骨

006_0382_b_07L翛然獨坐到更深金盆欲側杜鵑歇

006_0382_b_08L箇中至味誠難名只可自怡向誰說

006_0382_b_09L安得平陽韓使君共倚此樓看此月

006_0382_b_10L作偈 寄禪石禪老

006_0382_b_11L
一朶危峯石作堆翠巖環列似屛開

006_0382_b_12L羡師解解安禪地獨結茅茨養聖胎

006_0382_b_13L次韻奉酬萬淵之禪老二首

006_0382_b_14L
北羽南鱗變一身誰言會合兩無因

006_0382_b_15L共爲闕里門前客同作曹溪路上人

006_0382_b_16L詩韻縱難追7)後逸家風猶可較淸貧

006_0382_b_17L平生出處都相似但愧枯株不受春

006_0382_b_18L本是迂踈沒用身年來老病又相因

006_0382_b_19L斗筲器小那容衆瓦礫資頑8)敢齒人

006_0382_b_20L學問未精機益鈍修行無力道常貧

006_0382_b_21L何當退處窮山裡送了浮生一夢春

006_0382_b_22L次韻答燕谷禪師

006_0382_b_23L
老來童習尙紛如惟喜蕭條水石居

006_0382_b_24L機鈍每遭新進笑病多爭恠故人踈

006_0382_c_01L南檐月白宵趺上     남쪽 처마 달 밝은 밤에는 가부좌하고
北牖風淸晝睡餘     북쪽 창에 바람이 서늘하니 낮잠이 넉넉해라
珍重吾師記衰懦     진중한 우리 스님 게으른 나를 기억하여
時時頻辱問安書     때때로 문안하는 글을 자주 보내 주네
다시 차운하여 연곡 선사에게 답하다(復次韻答燕谷禪師)
頭流形勝畵難如     두류산 형승은 그림으로도 보이기 어려운데
獨占林泉最處居     임천의 가장 좋은 곳을 홀로 차지했네
院靜日遲禪味永     조용한 사원에 해 더디어 선미도 길고
谷深村遠俗緣踈     깊은 산골에 마을 멀어 속연도 멀어라
豈惟趣逸興亡外     어찌 흥취만 흥망밖에 뛰어날 뿐이리오
兼復詩鳴博奕餘     장기 바둑 여가에 시의 명성도 울렸다오
再辱佳招眞不分     두 번이나 불러줄 줄은 정말 몰랐나니
感懷千筆可殫書     이 감회 천 자루 붓으로도 어찌 다 쓰리

平生懶拙莫吾如     나처럼 평생 게으른 자는 없을 텐데
矧老那堪與衆居     게다가 늙었으니 대중과 어떻게 거처하랴
長短已從人揣度     장단을 사람들 판단에 이미 맡겼거니
是非何患世分踈     세상이 시비 따지는 일 어찌 걱정하랴
淸泉翠石幽棲穩     맑은 샘 푸른 바위 안온한 은자의 삶
脆筍香蔬野興餘     여린 죽순 산나물 산야의 흥치 물씬
早晚相隨成二老     조만간 두 늙은이 서로 어울리며
白雲深處臥看書     백운 깊은 곳에 드러누워 글을 보리라
보내온 시에 이웃해서 살자는 말이 있었으므로 이렇게 언급한 것이다.
능가산에서 노닐며(遊楞伽山)
전북 부안군 소래사蘇來寺

舊聞海上有名山     바닷가에 명산이 있다는 말 들었는데
幸得遊尋斷宿攀     다행히도 유람하며 숙원을 풀었네
萬壑烟嵐行坐裡     1만 골짜기 안개는 걷고 앉는 속에
千重島嶼顧瞻間     1천 겹의 섬들은 돌아보는 사이에
義湘菴峻天連棟     의상암 높아라 하늘이 기둥에 이어졌고
慈氏堂深石作關     자씨당 깊어라 바위가 문이 되었네
避世高棲無此地     세상 피해 깃들일 곳 이만한 데 없나니
堪誇倦鳥解知還     지친 새 돌아올 줄 안 것이 자랑스러워

이때 능가산에 옮겨 살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006_0382_c_01L9)檐月白宵趺上北牖風淸書睡餘

006_0382_c_02L珍重吾師記衰懦 時時頻辱問安書

006_0382_c_03L復次韻答燕谷禪師

006_0382_c_04L
頭流形勝畵難如獨占林泉最處居

006_0382_c_05L院靜日遲禪味永谷深10)林遠俗緣踈

006_0382_c_06L豈惟趣逸興亡外兼復詩鳴11)博奕餘

006_0382_c_07L再辱佳招眞不分感懷千筆可殫書

006_0382_c_08L平生懶拙莫吾如矧老那堪與衆居

006_0382_c_09L長短已從人揣度是非何患世分踈

006_0382_c_10L淸泉翠石幽棲穩脆筍香蔬野興餘

006_0382_c_11L早晚相隨成二老白雲深處臥看書前詩
有卜


006_0382_c_12L隣之語
故及之

006_0382_c_13L12)遊楞伽山13)全北扶安
郡蘇來寺

006_0382_c_14L
舊聞海上有名山幸得遊尋斷宿攀

006_0382_c_15L萬壑烟嵐行坐裡千重島嶼顧瞻間

006_0382_c_16L義湘14)菴峻天連棟慈氏堂深石作關

006_0382_c_17L避世高棲無此地堪誇倦鳥解知還15)
欲移


006_0382_c_18L棲楞伽
故云

006_0382_c_19L「昨」作「作」{甲}「逐」作「遂」{甲}「勒」作
006_0382_c_20L「勤」{甲}
「櫪」作「攊」{甲}「雪」作「雲」{甲}
006_0382_c_21L
「衿」作「襟」{甲}「後」作「俊」{甲}「敢」作
006_0382_c_22L「取」{甲}
「檐」作「擔」{甲}「林」作「村」{甲}
006_0382_c_23L
「博」作「愽」{甲}此詩二首中後一首亦在東
006_0382_c_24L文選(卷一四第一七~一八張){編}
「全北…來
006_0382_c_25L寺」八字東文選無有{編}
「菴」作「庵」{甲}東文
006_0382_c_26L選亦同
「時欲…故云」八字東文選無有{編}

006_0383_a_01L
또(又)
四面山屛海簇      산이 바다를 사방으로 빽빽이 둘러쳤나니
誰將水墨來施      누가 수묵을 가지고 와서 이런 그림 그렸나
轉眄淸人肌骨      돌아보는 사이에 사람의 기골을 맑게 하니
飛昇何待別時      굳이 다른 때 기다려 하늘로 오를 것 있으랴
차운하여 김 시랑에게 답하다(次韻答金侍郞)
示病毗耶居士身     병들었다 시위한 비야 거사144)의 몸은
在塵終日自無塵     종일 티끌 속에서도 티끌이 본래 없다네
君看一朶優曇鉢     그대여 한번 보소 우담발화 꽃송이를
卑濕泥中色尙新     낮고 습한 진흙 속에 빛이 오히려 새롭나니

多被功名縛一身     공명을 많이 입으면 한 몸이 구속되어
終朝役役走風塵     아침부터 정신없이 풍진 속에 쫓길 따름
徐觀畢竟成何事     찬찬히 살펴보소 필경 무슨 일 이루는지
空使漁樵笑轉新     어부와 나뭇꾼의 비웃음만 살 뿐이라오

得來何喜失何悲     얻었다고 뭐 기뻐하며 잃었다고 뭐 슬퍼하랴
幻境從他順與違     세상에서 순역順逆을 그저 따를 뿐
世亂投閑天所賦     난세에 한가함도 하늘이 부여한 것
蓴絲未老早來歸     순채蓴菜 시들기 전에 일찍 돌아오시기를

平化樓前已可悲     평화루 앞의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鷲城山下又辭違     오성산 아래에서 또 이별하다니
當時兩地傷離恨     당시 두 곳에서 헤어진 한스러움이
長作翩翩夢蝶歸     나비의 꿈145) 속에서 항상 나풀거린다오
한 소향에게 부친 절구 세 수(寄韓小鄕三絶)
공이 연경에 있었다.

萬金橋外慘分襟     만금교 밖에서 슬프게 헤어진 뒤로
沙塞天遙絕信音     사막 요새의 하늘 멀리 소식 끊어졌네
只爲二年恩愛重     두 해의 은혜와 사랑이 소중하기에
別來思戀久彌深     이별 뒤로 그리움이 갈수록 깊어지오

莫因親遠屢霑襟     어버이 멀리 계신다 자주 옷깃 적시지 마오
想有平安報好音     평안하다는 좋은 소식 있으리이다
功遂却迴還舞綵     공 이루고 돌아와 색동옷 춤146)을 추리니
忠誠何負孝誠深     효성이 어찌 충성보다 못할 리 있으리까

平生風雅滿胸襟     평소 시의 운치가 흉금에 가득하여
出語皆含正始音     표현을 하면 모두 정시의 음147)이었네
久向大邦移膽氣     대국에 오래 있으면서 담력도 변했으리니
歸來詩思轉雄深     돌아오면 시상이 더욱 깊고 웅혼하리라
다리가 아파서 혼자 우스개로 짓다(病脚自戱)
訪道尋師三十年     진리 찾고 스승 찾아 어언 30년
靑纒黲衲五湖天     푸른 행전 검은 납의 오호의 하늘
不因問着蒲鞋老     포혜 노인에게 묻지는 못하고서
便學韶陽跛脚禪     소양의 파각선만 배웠군그래148)
조참 후에 목을 움츠리고 앉아 있으려니 추위를 견딜 수 없기에 2월 고한시를 지었다(朝參後 縮頸危坐 不耐寒凛 作二月苦寒詩)

006_0383_a_01L

006_0383_a_02L
四面山屛海簇誰將水墨來施

006_0383_a_03L轉眄淸人肌骨飛昇何待別時

006_0383_a_04L次韻答金侍郞

006_0383_a_05L
示病毗耶居士身在塵終日自無塵

006_0383_a_06L君看一朶優曇鉢1)卑濕泥中色尙新

006_0383_a_07L多被功名縛一身終朝役役走風塵

006_0383_a_08L徐觀畢竟成何事空使漁樵笑轉新

006_0383_a_09L得來何喜失何悲幻境從他順與違

006_0383_a_10L世亂投閑天所2)蓴絲未老早來歸

006_0383_a_11L平化樓前已可悲鷲城山下又辭違

006_0383_a_12L當時兩地傷離恨長作翩翩夢蝶歸

006_0383_a_13L寄韓小鄕三絕公在
燕都

006_0383_a_14L
萬金橋外慘分襟沙塞天遙絕信音

006_0383_a_15L只爲二年恩愛重別來思戀久彌深

006_0383_a_16L莫因親遠屢霑襟想有平安報好音

006_0383_a_17L功遂却迴還舞綵忠誠何負孝誠深

006_0383_a_18L平生風雅滿胸襟出語皆含正始音

006_0383_a_19L久向大邦移膽氣歸來詩思轉雄深

006_0383_a_20L3)病脚自戱

006_0383_a_21L
訪道尋師三十年靑纒黲衲五湖天

006_0383_a_22L不因問着蒲鞋老便學韶陽跛脚禪

006_0383_a_23L朝參後縮頸危坐不耐寒凛
006_0383_a_24L作二月苦寒詩

006_0383_b_01L
誰言仲春漸暄暖     중춘에 점점 따뜻해진다 누가 말했는가
凛冽却勝窮冬時     살을 에는 추위가 한겨울보다 더 심한걸
柳眼初擡凍將槁     버들 눈은 막 움트려다가 얼어 죽겠고
梅脣半吐乾欲萎     매화 꽃잎은 반쯤 토하다 말라 죽겠네
顚風撼屋屋瓦墜     미친 바람 집 흔들어 기왓장이 와르르
積雪堆檐檐板欹     쌓인 눈이 처마 짓눌러 추녀가 기우뚱
谷冷飢麞競入穴     주린 노루는 찬 골에서 다투어 굴로 들고
巢寒宿鳥無安枝     자는 새는 둥지가 추워 가지가 편치 않네
夜爐頻添榾柮擁     화로에 나무 숯 자주 넣어 밤에 껴안고
曉閣急尋裘褐披     털옷 급히 찾아 새벽 전각에서 껴입네
只恐從今造化變     지금부터 조화가 변하는가 두렵기도 하고
又疑自此陰陽移     이제부터 음양이 바뀌나 생각해 보네
細思天意必有屬     찬찬히 생각하면 하늘 뜻 분명히 있으리니
爲報庶民毋怨咨     서민들이여 원망하고 탄식하지 말지어다
규봉 인공이 월헌 강 박사에게 준 시에 다시 차운하다(復次圭峯印公贈月軒康博士詩韻)
茶凝椀面淸香郁     잔에 엉긴 차의 맑은 향기 물씬하고
菓飣盤心美味饒     소반 위의 과자 맛 정말 감미로워라
莫怪狂唫驚四座     좌중을 놀래킨 광음 괴이하게 생각 마오
年來石筍解抽條     근래에 석순이 가지를 길게 뻗었으니까

庭栢含煙自淸瘦     뜰의 잣나무 연기 머금어 절로 청수하고
盆蓮帶雨更嬌饒     화분의 연꽃 비를 맞으니 더욱 요염해라
淸凉高格渾呈露     청량의 높은 품격 모두 드러내었으니
何待山藤六十條     덕산의 육십 방망이149) 기다릴 것 있으리오

時平海宇歡情洽     시대가 태평하여 세상에 기쁨 넘치고
歲熟田家樂事饒     풍년 들어 농가에 즐거운 일도 많아라
急趁良辰賦歸去     얼른 명절에 맞춰 귀거래사 읊을지니
邇來巖桂長新條     그동안 계수나무 새 가지도 자랐으리
한거閑居
香蔬一鉢卯餐足     아침은 나물 밥 한 그릇으로 충분
黲衲七斤春睡甘     일곱 근 누더기 봄 잠이 감미로워
且問庵中誰與共     물어 보세 암자에 뉘와 함께 있는지
曼殊童子是同龕     만수동자150)가 감실龕室에 머문다오
우연히 짓다(偶書)
富貴猶輕五鼎飡     부귀하면 오정손151)도 우습겠지만
貧窮自足一簞食     빈궁하면 일단사152)로 충분하다오
等是浮休百歲間     100년 안쪽에 부휴153)하긴 마찬가진데
此何爲失彼何得     피차 무엇을 잃고 얻었다 하겠는가
나한 율림 항 선객에게 부치다(寄羅漢栗林恒禪客)
曉入栗林下       새벽에 밤나무 숲에 들어가서
提籃踏山翠       바구니 들고 푸른 산빛을 밟고
暮歸茅舍中       저녁에 띠집 속으로 돌아와서
展脚和衣睡       다리 뻗고 옷 입은 채 잠든다네
曾不失其時       한 번도 때를 놓치는 일이 없이
作息能了事       일하고 쉬면서 정확히 작동하는

006_0383_b_01L
誰言仲春漸暄暖4)冽却勝窮冬時

006_0383_b_02L柳眼初擡凍將5)稿梅脣半吐乾欲萎

006_0383_b_03L顚風撼屋屋瓦墜積雪堆檐檐板欹

006_0383_b_04L谷冷飢麞競入穴巢寒宿鳥無安枝

006_0383_b_05L夜爐頻添榾6)柮擁曉閣急尋裘褐披

006_0383_b_06L只恐從今造化變又疑自此陰陽移

006_0383_b_07L細思天意必有屬爲報庶民毋怨咨

006_0383_b_08L復次圭峯7)印公贈月軒康博士
006_0383_b_09L詩韻

006_0383_b_10L
茶凝8)椀面淸香9)菓飣盤心美味饒

006_0383_b_11L莫怪狂10)唫驚四座年來石筍解抽條

006_0383_b_12L庭栢含煙自淸瘦盆蓮帶雨更嬌饒

006_0383_b_13L淸凉高格渾呈露 何待山藤六十條

006_0383_b_14L時平海宇歡情洽歲熟田家樂事饒

006_0383_b_15L急趁良辰賦歸去邇來巖桂長新條

006_0383_b_16L閑居

006_0383_b_17L
香蔬一鉢卯餐足黲衲七斤春睡甘

006_0383_b_18L且問庵中誰與共曼殊童子是同龕

006_0383_b_19L偶書

006_0383_b_20L
富貴猶輕五鼎飡11)貧窮自足一12)簞食

006_0383_b_21L等是浮休百歲間此何爲失彼何得

006_0383_b_22L寄羅漢栗林恒禪客

006_0383_b_23L
曉入栗林下提籃踏山翠暮歸茅舍中

006_0383_b_24L展脚和衣睡曾不失其時作息能了事

006_0383_c_01L看看什麽物       어떤 물건인지 한번 보시라
得恁甚靈利       그 얼마나 신기하고 영묘한지
咄           억
차운하여 한 사군에게 부치다(次韻寄韓使君)
寺在煙霞掩映中     사원은 연무와 노을에 어리비치고
小軒臨水坐生風     물가의 작은 난간 자리에 바람 이네
未能半日煩來倚     반일도 채 못 되어 자주 와 기대면서
紙上寒暄謾屢通     부질없이 종이로 안부만 물어 보네

品彙咸蘇一雨中     한 줄기 빗속에 소생하는 만물
摧殘古木亦春風     쇠잔한 고목에도 봄바람이 이네
雖然等是無私澤     똑같이 사심없는 은택이라지만
且喜當年信息通     당년의 소식 전하는 것이 기뻐라
초봄에 한 사군에게 부치다(春初寄韓使君)
春來瑞日漸舒長     봄이 되어 낮 시간 점점 길어지니
萬物熙熙盡有光     만물이 기뻐하며 모두 빛이 나네
早晩玉簪重扣戶     조만간 옥잠도 다시 문을 두드리며
新年佛法要商量     신년의 불법을 상량하시렷다
차운하여 홍 상국 막하에 절하고 올리다·6수(次韻拜呈洪相國幕下·六首)
靑綬銀章亦太遲     청수 은장154)이 또한 너무 늦었나니
傳家令聞早驚時     가문 이은 명성을 일찍 떨쳤어라
新詩勁筆淸相稱     새 시의 굳센 필치 맑다 일컬어지나니
琢出珊瑚映月枝     달빛 어린 산호 가지 쪼아낸 듯하여라

上到靑雲日尙遲     청운에 오르는 날이 아직 더딜 때에도
鬢邊霜早爲憂時     일찍 백발로 바뀐 것은 시대 걱정 때문
天生雅摻同夷嶮     하늘이 험난함 함께 하게 붙잡은 것은
知有孤松耐雪枝     소나무가 눈발 견뎌낼 줄 알기 때문

淸標卓爾仰彌高     볼수록 더욱 높은 맑은 자태 우뚝
門外曾無受一包     문 밖에 꾸러미 하나 받은 적 없네
公不拒人人自遠     공이 막지 않아도 사람이 멀리 하나니
只緣鷄鶴不同巢     닭과 학은 둥지를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挺然直節配崧高     곧은 절조 우뚝하여 숭산과 짝하고
德廣何曾有不包     덕이 넓어 포용하지 않음이 없어라
匡國安民丈夫事     나라 바루고 백성 편케 함이 장부의 일이거니
潔身孤遁鄙由巢     혼자 깨끗하려고 도망친 유소155)는 비루하도다

水雲深處寄棲遲     물과 구름 깊은 곳에 느긋하게 둥지 틀고서
困睡飢飱且過時     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으며 세월 보내네
縱遇樵夫寧見採     설령 나뭇꾼 만난들 벌채를 당하리오
年來病木老無枝     근래에 병든 나무 늙어서 가지도 없는데


006_0383_c_01L看看什麽物得恁甚靈利

006_0383_c_02L次韻寄韓使君

006_0383_c_03L
寺在煙霞掩映中小軒臨水坐生風

006_0383_c_04L未能半日煩來倚紙上寒暄謾屢通

006_0383_c_05L品彙咸蘇一雨中摧殘古木亦春風

006_0383_c_06L雖然等是無私澤且喜當年信息通

006_0383_c_07L春初寄韓使君

006_0383_c_08L
春來瑞日漸舒長萬物熙熙盡有光

006_0383_c_09L早晩玉簮重扣戶新年佛法要商量

006_0383_c_10L次韻拜呈洪相國幕下 六首

006_0383_c_11L
靑綬銀章亦太遲傳家令聞早驚時

006_0383_c_12L新詩勁筆淸相稱琢出珊瑚映月枝

006_0383_c_13L上到靑雲日尙遲鬢邊霜早爲憂時

006_0383_c_14L天生雅摻同夷嶮知有孤松耐雪枝

006_0383_c_15L淸標卓爾仰彌高門外曾無受一包

006_0383_c_16L公不拒人人自遠只緣鷄鶴不同巢

006_0383_c_17L挺然13)直節配崧高德廣何曾有不包

006_0383_c_18L匡國安民丈夫事潔身孤遁鄙由巢

006_0383_c_19L水雲深處寄棲遲困睡飢飱且過時

006_0383_c_20L縱遇樵夫寧見採年來病木老無枝

006_0383_c_21L「卑」作「旱」{甲}「賦」作「賊」{甲}此詩
006_0383_c_22L在東文選(卷二○第一八張){編}
「冽」作「列」
006_0383_c_23L{甲}
「秙」作「稿」{甲}「柮」作「拙」{甲}「印」
006_0383_c_24L作「卯」{甲}
「椀」作「枕」{甲}「郁」作「都」{甲}
006_0383_c_25L
「唫」作「吟」{甲}「貧」作「貪」{甲}「簞」作
006_0383_c_26L「簟」{甲}
「直」作「卓」{甲}

006_0384_a_01L力微爭竪法幢高     힘이 약하니 어떻게 법당을 높이 세우리오
偶愛林泉暫解包     우연히 임천 사랑하여 잠시 보따리 풀었을 뿐
氷谷春來猶墮指     얼음골에 봄 왔어도 여전히 손가락 떨어질 듯
怯寒孤鶴未安巢     외로운 학 추위가 겁나 둥지가 편치 않다오
김 소경이 양주 수령으로 좌천되었다는 말을 듣고 절구를 지어 부치다(聞金小卿謫守襄州 作句寄之)
東鄙溪山甲海東     동쪽 변방 산하는 해동의 으뜸인데
人烟久斷路難通     오래 인적 끊어져 길도 통하지 않으니
不因謫官何時到     좌천하지 않으면 어느 때나 가 보리오
好拾幽奇入卷中     승경을 시권 속에 주워 담기도 좋으리라
다시 앞의 운을 써서, 김 양주가 새로 사업에 임명되어 부름을 받고 대궐에 가게 된 것을 축하하며 부치다(復用前韻 寄賀金襄州新除司業 被召赴闕)
一朝蒼璧落江東     하루아침에 푸른 옥이 강동에 떨어져서
正始徽音久不通     정시의 휘음156)이 오래 통하지 않았는데
聞道靈臺上封事     듣건대 대궐에 상소문 올려졌다니
瑞光還耀泮宮中     서광이 다시 반궁157)을 환히 비추겠네
김 시랑의 ‘송 선객을 보내는 시’를 삼가 보고 차운하여 부치다(伏見金侍郞 送松禪客詩 次韻寄之)
杜門高臥草堂淸     문 닫고 높이 누우니 초당이 청량해라
不管時人較重輕     세상 사람이 경중을 따지든 말든
莫爲蒼生思一起     창생 위해 한번 일어날 생각일랑 마오158)
世途巇嶮漸難行     세상 길 험난해서 점점 걷기 어려우니
고양 가는 길에 제호조 소리를 듣고 짓다(高陽道上 聞提壺鳥159) 有作)
당시에 금주령이 내려졌다.

已敎陶令爲茶侶     도령160)도 차나 마시는 벗이 되게 하였으니
無復高陽會酒徒     더 이상 고양 술꾼161) 만날 수 없게 되었는데
山鳥不知王令急     산새는 왕의 명령 급한 것도 모르고서
隔林猶自勸提壺     건너편 숲에서 술잔 들라 여전히 권하누나
주상 폐하가 중국에 조회하러 가서 특별히 보살핌을 받고 편안히 귀국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심정을 걷잡을 수 없기에, 삼가 성덕송 18운을 지어 하례하면서 왕정에서 발로 뛰고 손으로 춤추고 싶은 심정을 대신하였다(伏聞主上陛下 利覲天朝 別承寵眷 穩迴鑾馭 誠歡誠抃 且倒且顚 謹賀盛德頌十八韻 以當王庭之蹈舞云)
靑丘得釐降       청구가 이강162)을 얻었나니
玄德類虞鰥       현덕이 우환163)과 비슷했네
遂使君臣際       마침내 군신의 관계가
全成父子間       부자의 관계를 이루었네
守藩供漢職       번방藩邦을 지키며 상국의 직책을 수행하고
分閫討苗頑       곤외閫外164)에서 완악한 오랑캐를 토벌했네
睿澤雖頻沐       성은을 자주 입으면서도
宸階尙阻攀       황궁에 올라가 뵙지 못했네
逢春思再覲       봄을 맞아 다시 뵈려 생각했나니
行路任多艱       가는 길 어려움 많은들 대수리오
命駕辭東土       수레에 멍에 매어 동토를 떠나
鳴鑾入北關       방울 소리 울리며 북관에 들어갔네

006_0384_a_01L力微爭竪法1)幢高偶愛林泉暫解包

006_0384_a_02L氷谷春來猶墮指怯寒孤鶴未安巢

006_0384_a_03L聞金小卿 謫守襄州作句寄之

006_0384_a_04L
東鄙溪山甲海東人烟久斷路難通

006_0384_a_05L不因謫官何時到好拾幽奇入卷中

006_0384_a_06L復用前韻寄賀金襄州新除司
006_0384_a_07L被召赴闕

006_0384_a_08L
一朝蒼璧落江東正始徽音久不通

006_0384_a_09L聞道靈臺上封事瑞光還耀泮宮中

006_0384_a_10L伏見金侍郞送松禪客詩次韻
006_0384_a_11L寄之

006_0384_a_12L
杜門高臥草堂淸不管時人較重輕

006_0384_a_13L莫爲蒼生思一起世途巇嶮漸難行

006_0384_a_14L高陽道上聞提壺鳥有作時有
酒禁

006_0384_a_15L
已敎陶2)令爲茶侶無復高陽會酒徒

006_0384_a_16L山鳥不知王令急隔林猶自勸提壺

006_0384_a_17L3)伏聞主上陛下利覲4)天朝
006_0384_a_18L5)樣寵6)穩迴7)鑾馭8)歡誠
006_0384_a_19L9)10)且倒且顚11)謹賀12)盛德13)
006_0384_a_20L十八韻以當王庭之蹈舞云14)時在
曹溪

006_0384_a_21L
靑丘得釐降玄德類虞鰥遂使君臣際

006_0384_a_22L全成父子間守藩供15)漢職分閫討苗頑

006_0384_a_23L睿澤雖頻沐宸階尙阻攀逢春思再覲

006_0384_a_24L行路任多艱命駕辭東土鳴鑾入北關

006_0384_b_01L迢迢過秦壘       멀고 멀리 진루를 지나고
去去度燕山       걷고 걸어 연산을 넘었네
兩掖同隨侍       양액165)이 함께 따르며 모시고
千官共衛環       1천 관원이 주위를 호위했네
雲端瞻雉尾       구름 끝의 치미166)를 바라보고
天上覩龍顏       하늘 위의 용안을 우러렀네
骨肉歡情洽       골육이 만난 기쁨이 흘러 넘쳐
毛皮禮貌刪       형식적인 예모는 생략했다네
累承嘉讌賜       궁중의 잔치를 누차 베풀고
仍受異恩頒       특별한 은혜를 반포하였네
舊削地皆復       잃었던 옛 땅도 모두 회복하고
曾逋民盡還       망명한 백성들도 귀환했다네
廻轅花未黦       꽃이 시들기 전에 수레를 돌려
歸國葉初殷       나뭇잎 우거질 때 귀국하셨네
巷拜渾黃髮       여항에선 백발노인들이 절을 하고
途迎半白鬟       길에선 반백의 부녀들이 환영했네
頌聲騰普率       찬송하는 소리 전국에 울리고
瑞氣溢區寰       상서로운 기운 온 누리에 넘치네
已見乾坤泰       천지의 태평함을 이미 보았으니
當觀甲刄閑       전란도 당연히 종식되겠지
老僧誠鄙拙       노승이 참으로 볼품 없지만
喜淚亦潺湲       그래도 기쁨의 눈물 흘러내리네
所恨林栖遠       단지 유감은 은거하는 숲이 멀어
難叅鷰賀班       하례하는 반열에 끼이지 못하는 것
새 붓을 시험하려고 손 가는 대로 게송 하나를 써서 시자에게 주다(試新筆 次信手書一偈 贈侍者)
擎茶日遣滋吾渴     차 받들어 날마다 나의 갈증 풀게 하고
過飯時敎療我飢     걸식하여 때때로 나의 주림 덜게 했나니
若謂山僧無指示     산승이 아무 가르침 없었다고 말한다면
知君辜負老婆慈     그대가 나의 친절한 자비심 저버렸다 하리라
가을 산(秋山)
秋深林壑盡斕斑     가을 깊어 산골짜기 현란하게 알록달록
散步經行畵障閒     그림 병풍 사이를 산보하며 걷노라니
恰似錢王歸故里     흡사 전왕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都將錦繡裹溪山     금수로 산하를 온통 감싼 것 같네167)
병중에 뜻을 말하다(病中言志)
一室靜無事       집안이 고요하여 아무 일 없으니
任他世亂離       세상이야 소란하고 어지럽든 말든
年衰便懶散       쇠한 나이라 자꾸만 게을러지고
病久謝遊嬉       병이 오래되어 유희도 사양하네
釅茗聊澆渴       갈증 나면 차로 목을 축이고
香蔬足療飢       배고프면 나물로 충분하다네
箇中深有味       이 속에 깊은 맛 들어 있는데
且喜沒人知       아무도 모르는 것 또한 기뻐라
또(又)
古寺秋深木葉黃     옛 절에 가을 깊어 나뭇잎 누렇고
風高天色正蒼凉     바람 높은 하늘 빛 정말 푸르고 청량해라
閑無撿束甘年老     한가로이 구속 없어 늙은 나이 즐기고
病似抅囚覺日長     병든 몸 죄수처럼 해가 길게 느껴지네
霜冷急尋三事衲     찬 서리에 급히 찾는 두툼한 옷이요
室空唯對一爐香     텅 빈 방에 마주하는 하나의 향로로세
沙彌不解蔬飡淡     사미는 나물로 먹는 담백한 맛 모르고서
來點山茶勸我甞     차 잎을 달여 나에게 맛보라 권하누나

006_0384_b_01L迢迢過秦壘去去度燕山兩掖同隨侍

006_0384_b_02L千官共衛環16)端瞻雉尾天上覩龍顏

006_0384_b_03L骨肉歡情洽毛皮禮貌刪

006_0384_b_04L累承17)嘉讌18)仍受異恩頒

006_0384_b_05L舊削地皆復曾逋民盡還19)迥轅花未黦

006_0384_b_06L歸國葉初殷巷拜渾黃髮20)迎半白鬟

006_0384_b_07L頌聲21)騰普率瑞氣溢區寰已見乾坤泰

006_0384_b_08L當觀甲刄閑老僧誠鄙拙喜淚亦潺湲

006_0384_b_09L所恨林栖遠22)難叅*鷰賀班

006_0384_b_10L試新筆次信手書一偈贈侍者

006_0384_b_11L
擎茶日遣滋吾渴過飰時敎療我飢

006_0384_b_12L若謂山僧無指示知君辜負老婆慈

006_0384_b_13L秋山

006_0384_b_14L
秋深林壑盡23)斑爛散步24)經行畵障25)

006_0384_b_15L恰似錢王歸故里都將錦繡裏溪山

006_0384_b_16L病中言志

006_0384_b_17L
一室靜無事任他世亂離年衰便懶散

006_0384_b_18L病久謝遊嬉釅茗聊澆渴香蔬足療飢

006_0384_b_19L箇中深有味且喜沒人知

006_0384_b_20L26)

006_0384_b_21L
古寺秋深木葉黃風高天色正蒼凉

006_0384_b_22L閑無27)撿束甘年老病似抅囚覺日長

006_0384_b_23L霜冷急尋三事衲 室空唯對一爐香

006_0384_b_24L沙彌不解蔬28)飡淡來點山茶勸我甞

006_0384_c_01L
겨울 방석을 시주한 광림 선로에게 사례하며 부치다(寄謝冬席施主廣林禪老)
一闢三冬大施門     삼동에 보시의 문 크게 열었나니
供雲芬馥雜衣雲     공운의 진한 향기 의운과 뒤섞였네
此恩若欲知輕重     이 은혜 경중을 알고자 한다면
須向無星秤上分     눈금 없는 저울로 달아야 하리
우연히 짓다(偶書)
邯鄲枕上事荒唐     황당해라 한단의 베개 위의 일168)
寵辱眞同夢一塲     영욕이 참으로 한바탕 꿈이로세
盡道吾能窮此理     모두들 이 도리 잘 안다 말하지만
逢些順境却顚忙     일이 좀 풀리면 어쩔 줄 모른다네
원옥 상인이 산중에 와서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고하기에, 그가 말한 내용을 기록하여 한 편의 시를 지어서 전별하였다(圓玉上人到山中 吿歸上國 記其所道之語 作一篇以贐行)
去年出燕壘       지난해 연나라 보루를 떠날 때
行裝唯杖履       행장은 오직 지팡이와 신발뿐
間關數千里       기구하게 수천 리를 떠돌다가
始到東韓裏       비로소 동한 땅에 이르렀다네
東韓故鄕國       동한은 바로 고향이 있는 나라
人非城郭是       옛 사람은 없고 성곽만 그대로
往事怳如夢       지난 일이 마치 꿈처럼 어렴풋
倏忽三十祀       순식간에 흘러간 30년 세월
往事怳如夢       지난 일이 어렴풋이 꿈같은 속에
散遊無定止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栖遲台嶠雲       태교의 구름 속에 머물기도 하고
游泳曹溪水       조계의 물속에서 유영도 했다오

006_0384_c_01L寄謝冬席施主廣林禪老

006_0384_c_02L
一闢三冬大施門供雲芬馥雜衣雲

006_0384_c_03L此恩若欲知輕重須向無星秤上分

006_0384_c_04L偶書

006_0384_c_05L
邯鄲枕上事荒唐寵辱眞同夢一塲

006_0384_c_06L盡道吾能窮此理逢些順境却顚忙

006_0384_c_07L圓玉上人到山中吿歸上國記其
006_0384_c_08L所道之語作一篇以贐行

006_0384_c_09L
去年出燕壘行裝唯杖履間關數千里

006_0384_c_10L始到東韓裏東韓故鄕國人非城郭是

006_0384_c_11L往事怳如夢倏忽三十祀往事怳如夢

006_0384_c_12L散遊無定止栖遲台嶠雲游泳曹溪水

006_0384_c_13L「幢」作「憧」{甲}「令」作「今」{甲}此頌
006_0384_c_14L亦在東文選(卷一一第八~九張){編}
「天」作
006_0384_c_15L「大」{甲}
「樣」作「承」{甲}東文選亦同「眷」
006_0384_c_16L作「睠」{甲}東文選亦同
「鑾」東文選作「鸞」{編}
006_0384_c_17L次同
「歡」東文選作「懽」{編}「抃」東文選
006_0384_c_18L作「忭」{編}
「且倒且顚」作「且顚且倒」{甲}東文
006_0384_c_19L選亦同
「謹」下有「成」{甲}東文選亦同
006_0384_c_20L「盛」作「成」{甲}
「頌」下有「一」{甲}東文選亦
006_0384_c_21L
「時在曺溪」無有{甲}東文選亦同「漢」作
006_0384_c_22L「浂」{甲}
「端」作「瑞」{甲}「嘉」作「喜」{甲}
006_0384_c_23L「賜」作「錫」{甲}
「迥」作「廻」{甲}東文選亦同
006_0384_c_24L「迎」作「卯」{甲}ㆍ東文選作「逢」{編}
「騰」東文
006_0384_c_25L選作「登」{編}
「難」作「離」{甲}「斑爛」作「爛
006_0384_c_26L班」{甲}
「經」作「徑」{甲}「閒」作「間」{甲}
006_0384_c_27L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八張){編}
「撿」
006_0384_c_28L東文選作「檢」{編}
「飡」東文選作「餐」{編}

006_0385_a_01L數載飽叅尋       몇 년 동안 마음껏 참구하면서
高興猶未已       높은 흥치가 아직도 남았으련만
幡然思上都       갑자기 중국의 서울을 생각하여
歸意不少弛       돌아갈 뜻 조금도 늦추지 않네
問胡不肯留       왜 머물지 않느냐고 물어보니까
答云良有以       이유가 있다면서 이렇게 대답하네
方今階泰平       “지금 태평의 운세가 도래하여
幸遇聖天子       다행히 성천자의 시대를 만나
九州成一家       천하가 한 집안을 이루었으니
遐邇無彼此       원근에 피차가 없게 되었는데
吾豈學匏瓜       내가 어찌 박이나 오이처럼
長繫一隅耳       한 군데에 내내 매달려 있겠는가169)
曾聞吳越間       일찍이 듣건대 오월 지방이
山水淸且美       산수가 맑고 아름답다 하니
逝將適其地       앞으로 그곳을 찾아가서
無處不周視       빠짐없이 모두 돌아보리라
然後却歸來       그리고는 곧바로 돌아오리니
相逢一彈指       우리의 상봉도 금방이리라”
大哉鴻鵠志       아, 크도다 홍곡의 뜻170)이여
難以醯鷄比       혜계171)가 어찌 견줄 수 있겠는가
好去好重還       잘 갔다가 다시 잘 돌아와서
無使苦瞻企       간절하게 기다리지 말게 하시라
그냥 써서 여러 선자에게 묻다(偶書 問諸禪者)
朝來共喫粥       아침에 함께 죽을 먹고
粥了洗鉢㿻       먹고 나면 발우를 씻나니
且問諸禪客       어디 물어보세 선객들이여
還曾會也無       이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어떤 선자가 답하다(有一禪者答云)
寅漿飫一杓       새벽에는 한 국자의 죽
午飯飽一㿻       점심에는 한 그릇의 밥
渴來茶三椀       갈증엔 석 잔의 차 마시면 그뿐
不管會有無       깨닫거나 말거나 관여치 않는다오
나 자신에게 주다(自貽)
窮陰積三分       막바지 음기가 삼분쯤 쌓여
寒日舒一刻       차가운 날씨도 조금 풀렸네
代謝無暫停       신진대사 잠시도 쉬지 않나니
看看催老色       갈수록 늙음을 재촉하는도다
那將有限生       어찌하여 유한한 우리 인생을
終歲困啣勒       고삐 매고 신음하며 마쳐야 하나
不見亮西山       그대는 양 서산172)을 보지 못하는가
千載仰高識       천년토록 높은 식견 우러를지니
고산 대선이 방문했기에 시를 지어 주다(孤山大禪見訪 作詩似之)
平生交分匪尋常     평생의 교분이 심상하지 않아
十載睽離戀更長     10년 이별에 더욱 그리웠는데
及値相逢唯一笑     막상 만나서는 오직 한 번 웃을 뿐
誰知却有好商量     누가 알랴 그 속의 많은 생각들을
한거閑居
百結霞衣五綴盂     백 번 기운 누더기에 다섯 번 고친 발우173)
平生睡足復何須     평생 잠이 충분하니 더 무엇을 바라리오
雨餘深院無人到     찾는 이도 없는 비 온 뒤의 깊숙한 사원
閑倚風櫺只自娛     바람 부는 창가에 기대어 혼자 즐길 따름

006_0385_a_01L數載飽叅尋高興猶未已1)幡然思上都

006_0385_a_02L歸意不少弛問胡不肯留答云良有以

006_0385_a_03L方今2)階泰平幸遇聖天子九州成一家

006_0385_a_04L遐邇無彼此吾豈學匏瓜長繫一隅耳

006_0385_a_05L曾聞吳越間山水淸且美逝將適其地

006_0385_a_06L無處不周視然後却歸來相逢一彈指

006_0385_a_07L大哉鴻鵠志難以3)醘鷄比好去好重還

006_0385_a_08L無使苦瞻金

006_0385_a_09L偶書問諸禪者

006_0385_a_10L
朝來共喫粥粥了洗鉢㿻

006_0385_a_11L且問諸禪客還曾會也無

006_0385_a_12L有一禪者答云

006_0385_a_13L
寅漿4)飫一杓午飯飽一㿻

006_0385_a_14L渴來5)茶三椀不管會有無

006_0385_a_15L自貽冬至
後作

006_0385_a_16L
窮陰積三分寒日舒一刻代謝無暫停

006_0385_a_17L看看催老色那將有限生終歲困6)啣勒

006_0385_a_18L不見亮西山千載仰高識

006_0385_a_19L孤山大禪見訪作詩似之

006_0385_a_20L
平生交分匪尋常十載睽離戀更長

006_0385_a_21L及値相逢唯一笑誰知却有好商量

006_0385_a_22L閑居

006_0385_a_23L
百結霞衣五綴㿻平生睡足復何須

006_0385_a_24L雨餘深院無人到閑倚風櫺只自7)

006_0385_b_01L
만연의 공의 시에 답하다·병서(酬萬淵之公詩·幷序)
곡일171 다음 날에 심부름꾼이 와서 귀한 게송 두 수를 보여 주었다. 하나는 노경에 봄을 만나 쇠모의 감정을 느끼면서 나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은 생각을 서술하였고, 하나는 대장경을 재차 열람하려는 소원을 다시 발하면서 나와 함께 그 소원을 같이 이루려는 뜻을 서술하였다. 이것을 읽고 감읍하며 경앙하는 지극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는데, 마침 속객이 와서 소란했으므로 즉시 답하지 못하였다. 입춘일에 심부름꾼이 돌아갈 적에 다행히 내가 혼자 있고 아무 일이 없기에, 서툰 솜씨로 절구 네 수를 지어 기증하게 되었다. 이 시를 보고 불민함을 용서해 주기 바랄 뿐이다.

境靜何曾與世交     경계가 고요한데 세상과 사귀리오
老禪方丈似中條     노선의 방장은 중조와 흡사해라
願言日侍經軒側     원컨대 날마다 서고 옆에서 모시면서
夢裏光陰笑裏消     꿈속의 광음을 웃음 속에 보냈으면

春候纔將臘候交     섣달 그믐 지나고 겨우 봄이 되었는데
溪邊弱柳已垂條     시냇가의 버들은 벌써 가지 드리웠네
唯餘鬢上千莖雪     오직 남은 것은 눈처럼 흰 귀밑머리
縱遇春風不解消     봄바람을 만나도 해소되지 않는구나

日開虬藏閱金文     날마다 용궁 속의 불경을 펼치노라면
遍界慈霖與法雲     자비의 비와 진리의 구름 가득하리라
一轉尙難能再轉     한 번 전장轉藏174)도 어려운데 두 번씩이나
勝功須信是前熏     수승한 공덕은 전생의 인연 때문이리

琅凾玉軸五千文     낭함 옥축에 담긴 오천의 글자
再閱是眞供養雲     재차 열람은 진짜 공양의 구름
旣一鏡中同得見     하나의 거울 속에 함께 비치듯
盡於來際願同熏     내세에도 인연을 함께 했으면
소 사제영소의 방문을 사례하다(謝紹師弟見訪靈紹)
叢林零落甚秋林     가을 숲보다도 심하게 영락한 총림
潦倒那堪萬累侵     별의별 귀찮은 일 어떻게 견디리오
病與貧俱唯有骨     병과 가난이 함께 하니 오직 뼈만 남고
老將慵會似無心     늙음에 게으름 더치니 무심해지는 듯도
困魚幾戀淸波濶     땅 위의 물고기 얼마나 넓은 강물 그렸던가
倦鳥空思美蔭深     지친 새는 공연히 짙은 그늘만 생각하네
悒悒同誰消永日     누구와 긴 날 보낼까 울적했는데
感君得得遠來尋     일부러 멀리 찾아온 그대 고마워라
보낸 뒤에 다시 앞의 운을 써서 부치다(送後復用前韻寄之)
昨蒙吾子訪雲林     어제 그대가 구름 숲을 찾아준 덕에
萬種窮愁莫我侵     온갖 시름이 나를 침범하지 못했네

006_0385_b_01L酬萬淵之公詩幷序

006_0385_b_02L
8)月後一專使至蒙示寶偈二

006_0385_b_03L一以敍老境逢春感念衰暮
006_0385_b_04L與下愚同餞殘年一以叙更發勝願
006_0385_b_05L重閱藏敎欲與下愚同其願海讀之
006_0385_b_06L不勝感泣敬仰之至適有俗客來擾
006_0385_b_07L9)未奉酬立春日專使迴幸獨處

006_0385_b_08L無事方成拙語四絕書以寄呈

006_0385_b_09L垂電覽以恕不敏云

006_0385_b_10L
境靜何曾與世交老禪方丈似中條

006_0385_b_11L願言日侍經軒側夢裏光陰笑裏消

006_0385_b_12L春候纔將臘候交溪邊弱柳已垂條

006_0385_b_13L唯餘鬢上千莖雪縱遇10)春風不解消

006_0385_b_14L日開虬藏閱金文遍界慈霖與法雲

006_0385_b_15L一轉尙難能再轉勝功須信是前熏

006_0385_b_16L琅凾玉軸五千文再閱是眞供養雲

006_0385_b_17L旣一鏡中同得見盡於來際願同熏

006_0385_b_18L謝紹師弟見訪 靈紹

006_0385_b_19L
叢林零落甚秋林潦倒那堪萬累侵

006_0385_b_20L病與貧俱唯有骨老將慵會似無心

006_0385_b_21L困魚幾戀淸波濶倦鳥空思美蔭深

006_0385_b_22L悒惟同誰消永日感君得得遠來尋

006_0385_b_23L送後復用前韻寄之

006_0385_b_24L
昨蒙吾子訪雲林萬種窮愁莫我侵

006_0385_c_01L笑極歡娛頻抵掌     즐겁다 못해 손뼉 치며 자주 웃었고
言無忌諱細論心     거리낌 없이 말하면서 자세히 마음 논했지
故知投分終非淺     우리 정분 결코 얕지 않음을 확인했고
尤喜交情轉更深     교분이 갈수록 깊어져서 더욱 기뻤네
別後幽懷何以慰     이별 뒤의 회포를 무엇으로 위로할까
戀中唯恃約重尋     그리움 속에 믿는 것은 다시 온다는 약속
야우송을 지어 동지에게 보이다(作野牛頌 示同志)
野牛天性本難馴     들소의 천성은 본래 길들이기 어려워
細草平田自在身     잔디 깔린 평야에서 자유로운 몸
何意鼻端終有索     어찌 알았으랴 코끝에 새끼 꿰어
牽來牽去摠由人     끌려오고 끌려감이 모두 사람에게 달릴 줄
신사 박공이 세운 방광 원소 난야에 제하다(題信士朴公所創放光圓炤蘭若)
頭流西畔放光南      두류산 서쪽 방광촌 남쪽
卜吉祥墟創一庵      좋은 터 잡아 암자 하나 세웠네
榛莽化爲鍾鼓地      잡초 덤불이 가람으로 변했나니
大哉功德豈容談 豈容談  위대한 그 공덕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175)
想有龍天感至誠      생각건대 용천이 지성에 감동했으리니
當見得霑斯善者      응당 보리로다 비로 흠뻑 적셔 주며
與公遊戱聖伽藍      공과 함께 가람에서 유희하는 것을

두류頭流는 산 이름이고 방광放光은 마을 이름이다.
한 시랑사기에게 시를 부치다·병서(寄韓侍郞謝奇詩·并序)
근래에 사제 보궐이 각하가 송도에 있을 때 준 시 세 편을 보여 주었는데, 그 말장에 “계봉의 밤 이야기 잊지 못하여, 송하에서 항상 꿈속에 떠오르네. 나를 위해 은근히 한마디 전해 주오, 자비로운 은혜가 요즘 덜해진 것 같다고.(鷄峯夜話未忘情 松下尋常夢裏行 爲我殷勤傳一語 大悲恩似邇來輕)”라고 하였다. 이 대목을 읽고는 놀랍고 감격스러워 때때로 반복하여 읊으면서 그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에 차운하여 억지로 서툰 시 두 수를 지어서 풍편에 부쳤다

공이 이때 연경에 있었다.


006_0385_c_01L笑極歡娛頻抵掌言無忌諱細論心

006_0385_c_02L故知投分終非淺尤喜11)交情轉更深

006_0385_c_03L別後幽懷何以慰戀中唯恃約重尋

006_0385_c_04L12)作野牛頌示同13)

006_0385_c_05L
野牛天性本難馴14)草細平田自在身

006_0385_c_06L何意鼻端終有索牽來牽去摠由人

006_0385_c_07L題信士朴公所創放光圓炤蘭若

006_0385_c_08L
頭流西畔放光南卜吉祥墟創一庵

006_0385_c_09L榛莽化爲鍾皷地大哉功德豈容談

006_0385_c_10L豈容談想有龍天感至誠當見得霑
006_0385_c_11L斯善者與公遊戱聖伽藍頭流山名
放光村名

006_0385_c_12L寄韓侍郞 謝奇并序

006_0385_c_13L
近者舍15)弟補闕寄示閣下在松都時
006_0385_c_14L所贈盛作三其末章云鷄峯夜話未
006_0385_c_15L忘情松下尋常夢裏行爲我殷勤
006_0385_c_16L傳一語大悲恩似邇來輕讀至于
006_0385_c_17L且驚且感時復諷詠想望不能
006_0385_c_18L次韻强成山語二首因風有寄云
006_0385_c_19L公時在
燕京

006_0385_c_20L「幡」作「憣」{甲}「階泰」作「泰階」{甲}「醘」
006_0385_c_21L作「醢」{甲}
「飫」作「」{甲}「荼」作「茶」{甲}
006_0385_c_22L
「啣」作「」{甲}「誤」作「娛」{甲}「月」作
006_0385_c_23L「日」{甲}
「未」無有{甲}「春」作「東」{甲}
006_0385_c_24L「交」作「丈」{甲}
此頌亦在東文選(卷二○第
006_0385_c_25L一八張){編}
「人」東文選作「志」{編}「草細」
006_0385_c_26L作「細草」{甲}東文選亦同
「弟」作「第」{甲}

006_0386_a_01L
屢通寒淑豈無情     누차 소식 통했는 걸 어찌 정이 없다 하랴
誰爲山僧吿此行     누가 산승에게 이 행차 알려 주었던가
莫挹道交方世友     도의 교제를 세상의 사귐과 비교하지 마라
兩心相契固非輕     두 사람 마음 계합함이 진정 가볍지 않으니

地隔誠難寄遠情     땅이 막혀 멀리 마음 전하기 어려우니
嶺梅猶阻附人行     매화도 사람 편에 부쳐 보낼 수가 없네
早年廝結眉毛在     이른 나이에 서로 만나 뜻을 같이 했으니
聚散何曾有重輕     모이고 헤어짐에 어찌 차이가 있으리오
12월 11일에 눈보라가 휘날리는데 김공을 전송하였다(臘月十一日 風雪交作 送金公)
공이 이때 상喪을 마치고 형제와 작별하였다.

朔風號怒雪漫天     삭풍은 울부짖고 눈은 하늘을 뒤덮고
北望京都更杳然     북쪽 서울 바라보니 더욱 아득하여라
跋渉艱辛那忍說     어려운 여행길 어찌 차마 말을 하랴
別離悽楚最堪憐     헤어지는 비통함 가장 가련하도다
征鞍幾處催晨發     말 타고 몇 곳이나 새벽에 일찍 떠날까
旅枕誰家寄凍眠     누구 집에 묵으면서 추운 밤 눈 붙일까
但願途中終善保     그저 도중에 끝까지 몸을 보중하여
平安速遣尺書傳     평안하다는 소식 빨리 전해 주기만을
12월 18일에 가랑눈이 내리는 가운데 짓다(臘月十八日 微雪中作)
風勁天陰糝玉塵     거센 바람 흐린 하늘 휘날리는 옥가루
山居寥落似無人     사람이 아예 없는 듯 쓸쓸한 산중 생활
地爐幸有柴頭在     다행히 땅속 화로 지필 땔감이 있어
煨爇能迴一室春     불 피워 방안에 봄이 돌아오게 하네
월남 인공에게 시를 지어 부치다. 공이 규봉 조월암에 있다가 보월산 월남암으로 출세하였다(寄新月南印公 公自圭峰祖月庵 出世於寶月山之月南)
寶月光移祖月光     보월산의 빛이 조월암에서 옮겨 왔나니
玉輪纔出耀塵方     옥륜이 나오자마자 티끌 세상 환해졌네
茫茫宇宙皆同曉     망망한 우주가 모두 함께 밝아져서
且喜人天得所望     인천의 소망 이루어져 마냥 기쁘네
평양 한 태수에게 부치다(寄平陽韓太守)
玉樹風儀要一攀     옥수와 같은 풍채를 한번 뵙고 싶어서
竚看軒蓋入雲間     수레가 구름에 드는 것을 서서 보았소
若言簿領妨尋事     공문서에 매어 한 번 찾지도 못하겠다면
三載應無半日閑     3년 동안 반나절의 한가함도 없겠구려176)

보내온 시에 “항상 공문서 사이에 매어 있는 것이 슬프다.(却嗟長繫簿書間)”라고 하였다.
지원 21년(1284년) 5월 하순에 진변 원수 김 상국주정이 변방을 순찰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는 절구 두 수를 지어서 올렸다(至元二十一年五月下旬 聞鎭邊元帥金相國周鼎來巡邊戍 作詩寄呈二絕)

006_0386_a_01L屢通寒椒豈無情誰爲山僧吿此行

006_0386_a_02L1)挹道交方世友兩心相契固非輕

006_0386_a_03L地隔誠難寄遠情嶺梅猶阻附人行

006_0386_a_04L早年廝結眉毛在聚散何曾有重輕

006_0386_a_05L臘月十一日風雪交作送金公
006_0386_a_06L公時服闋與兄弟別

006_0386_a_07L
朔風號怒雪漫天北望京都更杳然

006_0386_a_08L跋渉艱辛那忍說別離悽楚最堪憐

006_0386_a_09L征鞍幾處催晨發旅枕誰家寄凍眠

006_0386_a_10L但願途中終善保平安速遣尺書傳

006_0386_a_11L臘月十八日微雪中作

006_0386_a_12L
風勁天陰糝玉塵山居寥落似無人

006_0386_a_13L地爐幸有柴頭在2)爇能迴一室春

006_0386_a_14L寄新月南3)印公公自圭峰祖月
006_0386_a_15L出世於寶月山之月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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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月光移祖月光玉輪纔出耀塵方

006_0386_a_17L茫茫宇宙皆同曉且喜人天得所望

006_0386_a_18L寄平陽韓太守

006_0386_a_19L
玉樹風儀要一攀4)竚看軒蓋入雲間

006_0386_a_20L若言簿領妨尋事三載應無半日閑

006_0386_a_21L來詩云却嗟
長繫簿書5)

006_0386_a_22L至元二十一年五月下旬聞鎭
006_0386_a_23L邊元6)帥金相國 周鼎來巡邊戍
006_0386_a_24L作詩寄呈二絕7)在曹

006_0386_b_01L
興天南畔是靑田     흥천관 남쪽은 바로 청전177)
曾見軒軒毛羽鮮     일찍이 산뜻한 학의 깃털 보았지
飛上九霄聞已久     구천에 오른 소문 오래전에 들었는데
忽驚仙翮下巡邊     변방 순찰차 내려오시어 깜짝 놀랐소

화경花景 흥천관興天舘 남쪽에 상공이 생장한 집이 있다.

緬想淸風三十春     맑은 풍채 생각한 지 어언 30년
喜聞黃鉞過南濱     황월178)이 남쪽 물가 지난다니 기뻐라
拜塵蓮幕非無意     연막179) 찾아가 뵐 생각이 없지 않지만
爭奈時方守蠟人     불상을 지키고 있으니 어찌 하리오
또 김 원수에게 부친 시·병서(又寄上金元帥詩·并序)
저번에 원수 행차가 산중을 지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뜻밖의 기쁨에 손뼉을 치며 환호해 마지않았는데, 얼마 뒤에 듣건대 행색이 이미 평양을 향했다고 하였으니, 그동안 기다린 그 회포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뒤이어 나의 졸시拙詩에 화답하는 멋진 시를 지어 보내면서, 군대를 점검하고 깃발을 돌릴 적에 산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보여 주었으므로, 감격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앞의 운을 그대로 써서 서투른 시를 다시 지어 원수 상국 막하에 올렸다.

이때 계산雞山에 있었다.

鷄峰深處有金田     계봉 깊은 곳에 자리한 금전180)
雨後松篁色更鮮     비 온 뒤에 더욱 산뜻한 송죽松竹
是日霖雨新霽      이날 장맛비가 막 개었다.
洒掃風軒望來倚     소쇄한 난간에 기대어 기다렸나니
那堪軒蓋過山邊     산문 방문 소식에 얼마나 놀랐으랴
紅蓮幕府爛迴春     홍련의 막부181)에 화창한 봄이 옴에
行點邊兵并海濱     변방의 군대와 바닷가를 순찰하고
返旆扣門言款曲     깃발 돌리며 들르겠다는 간곡한 말씀
相公應不誑山人     상공께서는 산인을 속이지 않으시리
원수 상국이 특별히 막료를 보내어 방문하지 못하게 된 뜻을 알려 주기에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올렸다(元帥相國 特遣僚佐 諭其所以未訪之意 復用前韻寄呈)
負郭何須二頃田     성곽 등진 두 마지기 땅182)이 필요하리오
金章玉佩兩爭鮮     금장과 옥패가 선명한 빛을 다투는걸
不敎聖主憂南紀     임금님의 남방 근심 덜어 드리려고
故輟文衡出鎭邊     문형을 그만두고 진변으로 나왔다오

이 해에 동정東征을 중지하고 문사文士를 뽑아서 진변鎭邊 원수로 내보내었다.

摧殘槁木不知春     쇠잔한 고목은 봄을 알지 못하고
點撿餘生死已濱     여생을 점검하니 죽음이 눈앞에
幸値南巡猶未遇     남순의 때 당해서도 만나지 못했으니
也應無復謁高人     다시는 높은 어른 뵐 수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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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天南畔是靑田曾見軒軒毛羽鮮

006_0386_b_02L飛上九霄聞已久忽驚仙翮下巡邊


006_0386_b_03L興天舘南是相
公生長之宅也


006_0386_b_04L緬想淸風三十春喜聞黃鉞過南濱

006_0386_b_05L拜塵蓮幕非無意爭奈時方守蠟人

006_0386_b_06L又寄上金元*帥詩 并序

006_0386_b_07L
昨聞黃鉞將過山中喜出非望抃躍
006_0386_b_08L未已俄聞行色已指平陽瞻望之懷
006_0386_b_09L敷叙奚盡尋蒙8)令製垂和拙語

006_0386_b_10L蒙示以點軍返旆之際歷扣松門之

006_0386_b_11L不勝感荷仍用前韻復成山語
006_0386_b_12L寄呈元*帥相國幕下9)在雞

006_0386_b_13L
鷄峰深處有金田雨後松篁色更鮮是日
霖雨

006_0386_b_14L


006_0386_b_15L洒掃風軒望來倚那堪軒蓋過山邊

006_0386_b_16L紅蓮幕府爛迴春行點邊10)兵并海濱

006_0386_b_17L返旆扣門言款曲相公應不誑山人

006_0386_b_18L元*帥相國特遣僚佐諭其所
006_0386_b_19L以未訪之意復用前韻寄呈

006_0386_b_20L
負郭何須二頃田金章玉佩兩爭鮮

006_0386_b_21L不敎聖主憂南紀故輟文衡出鎭邊


006_0386_b_22L停東選土出
作鎭邊元*帥


006_0386_b_23L摧殘11)槁木不知春點撿餘生死已濱

006_0386_b_24L幸値南巡猶未遇也應無復謁高人

006_0386_c_01L
우연히 짓다(偶書)
飄然一葉泛風濤     풍파에 나부끼며 떠도는 나뭇잎 하나
萬扤千搖浪轉高     물결이 높아지며 천번 만번 흔들어도
本自舟中無一物     본래 배 안에 한 물건도 있지 않으니
陽侯惱殺也徒勞     양후183)가 아무리 괴롭혀도 헛수고로세

客去庭院靜       객이 떠나가고 조용한 정원에서
風來襟袂凉       바람이 부니 옷소매가 시원하네
信知髑髏樂       확실히 알겠네 해골의 즐거움이
不愽南面王       제왕의 즐거움보다 낫다는 것을184)
달밤에 동루에 오르다(月夜登東樓)
小樓高與廣寒隣     높이 광한185)과 이웃한 자그마한 누대
露洗風磨絕點塵     이슬과 바람에 씻겨 티끌 한 점 없네
入夜登臨肌骨爽     밤에 올라 굽어보니 뼛속까지 시원
應逢駕鶴羽衣人     학을 탄 신선을 만날 수도 있겠네
사람에게 보여 주다(示人)
審雨堂前天地濶     심우당 앞엔 천지가 드넓고
遊仙枕上歲年長     유선침 위엔 세월이 길도다
縱然客路猶堪樂     나그네 길이라도 즐길 수는 있겠지만
爭似催裝返故鄕     행장 꾸려 고향에 돌아감만 하겠는가

『천보유사天寶遺事』에 “구자국龜玆國에서 하나의 베개를 바쳤는데, 색깔이 마노瑪瑙와 같았다. 이 베개를 베고 자면 십주十洲와 삼도三島와 오호五湖가 모두 꿈속에 보였으므로, 황제가 이 베개를 유선침遊遊仙枕이라고 이름하였다.”라고 하였다. 심우당審雨堂은 괴안槐安의 고사186)를 차용한 것이다.
달을 읊다(賦月)
1자에서 7자까지.

月           달
月           달
旣圓          둥글고
且潔          깨끗해라
陰雲收         흐린 구름 걷히고
積雨歇         오랜 장마 개이니
空懸玉盤        공중엔 옥 쟁반이 걸리고
海湧銀闕        바다엔 은빛 궁궐 솟았네
周天如轉輪       수레바퀴 돌듯 하늘을 일주하고
滿地似鋪雪       흰눈이 덮이듯 대지가 온통 환해라
風吹丹桂婆娑      단계는 바람에 불려 너울거리고
露洗金波瑩澈      금파는 이슬에 씻겨 영롱하도다
岑公席上歡有餘     잠공187)의 자리 위엔 기쁨이 넘쳐나고
政老盆中吟不徹     정로의 동이 속엔 시가 끊이지 않으리
금장 대선이 새 차를 보내 주어 사례하다(謝金藏大禪惠新茶)
慈貺初驚試焙新     놀라워라 새로 덖은 차 보내 주다니
芽生爛石品尤珍     난석에서 나온 싹 더욱 귀한 품종일세188)

006_0386_c_01L12)

006_0386_c_02L
飄然一葉泛風濤13)扤千搖浪轉高

006_0386_c_03L本自舟中無一物陽候惱殺也徒勞

006_0386_c_04L客去庭院靜風來襟袂凉

006_0386_c_05L信知髑髏樂不愽南面王

006_0386_c_06L月夜登東樓

006_0386_c_07L
小樓高與廣寒隣露洗風磨絕點塵

006_0386_c_08L入夜登臨肌骨爽應逢駕鶴羽衣人

006_0386_c_09L示人

006_0386_c_10L
審雨堂前天地濶遊仙枕上歲年長

006_0386_c_11L縱然客路猶堪樂爭似催裝返故鄕天寶
遺事


006_0386_c_12L龜玆國進一枕色如瑪瑙枕之則十洲三島五
湖盡在夢中帝名爲遊仙枕審雨堂用槐安事

006_0386_c_13L賦月14)從一
至七

006_0386_c_14L
旣圓且潔陰雲收積雨歇

006_0386_c_15L空懸玉盤海湧銀闕

006_0386_c_16L周天如轉輪滿地似鋪雪

006_0386_c_17L風吹丹桂婆娑露洗金波瑩澈

006_0386_c_18L岺公席上歡有餘政老盆中吟不徹

006_0386_c_19L謝金藏大禪惠新茶

006_0386_c_20L
慈貺初驚試焙新芽生爛石品尤珍

006_0386_c_21L「挹」作「把」{甲}「爇」作「熟」{甲}「印」作
006_0386_c_22L「卯」{甲}
「竚」作「」{甲}「閒」作「閑」{甲}
006_0386_c_23L
「帥」作「師」{甲}次同「在曺溪」無有{甲}
006_0386_c_24L「令」作「今」{甲}
「在雞山」無有{甲}「兵」作
006_0386_c_25L「岳」{甲}
「槁」作「橋」{甲}「書」下有「二首」
006_0386_c_26L{甲}
「扤」作「儿」{甲}「從」無有{甲}

006_0387_a_01L平生只見膏油面     평생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차만 보다가
喜得曾坑一掬春     땅 속의 한줌 봄 기운을 얻어서 기뻐라
소 사제의 시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紹師弟)
逸韻英標禀自天     뛰어난 풍도를 하늘에서 품부 받아
妙齡曾見鶴昻然     묘령에 고고한 학의 풍채 선보였네
精金不必重經火     순금이라 다시 담금질이 필요없고
駿足何須更受鞭     준족이라 채찍도 다시 필요없다오
況我顓蒙都未曉     더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이니
致君叅叩固無緣     그대가 나에게 배울 것이 뭐가 있으리오
雲來雲去自多事     구름은 오고 가며 원래 일이 많으니
豈是靑山有黨偏     어찌 청산에 치우침이 있겠는가

보내온 시에 작은 풀줄기와 거대한 종(寸筳巨鍾)이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189) 이렇게 말한 것이다.
흠산이 “노승은 평생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가 똑같을 뿐이다”라고 하였는데,190) 내가 그 말을 좋아하여 게송을 지어서 기록하였다(欽山云老僧平生 百無所會 只是日日一般 予愛其語 作偈以誌之)
趙州放下着       조주는 내려놓으라고 했고191)
汾陽莫妄想       분양은 망상하지 마라192) 했나니
兩箇老作家       이 두 늙은 작자는 모두
俱揚聲止響       소리 질러 메아리를 그치려 했네
爭如邃導師       이 어찌 우리 문수193) 도사가
抱鈍以自安       바보처럼 편안히 지내면서
平生百不會       평생 하나도 아는 것 없이
日日只一般       매일 똑같다 한 것과 같으리오
사람에게 보여 주다(示人)
浮生正似隙中駒     인생은 망아지가 틈새 지나는 것과 같나니194)
得喪悲歡何足數     얻고 잃음 슬픔과 기쁨을 따질 것이 있으랴
君看貴賤與賢愚     그대여 한번 보소 귀천과 현우가 모두
畢竟同成一丘土     필경엔 똑같이 한 언덕 흙이 되는 것을
팔이 짧은 것을 노래함(臂短歌)
속어를 써서 어떤 일을 두고 지었다.

世人之臂長復長      세상 사람들은 팔이 길고 길어
東推西推無歇辰      동쪽 서쪽 쉴 새 없이 팔을 뻗치는데
山僧之臂短復短      산승의 팔은 짧고 짧아서
平生不解推向人      평생 남에게 뻗칠 줄을 모른다네
大凡世上臂短者      무릇 세상의 팔이 짧은 자는
人皆白首長如新      백발이 되어도 처음과 같은데195)
而況今昨始相識      더구나 어제 오늘 처음 알고서
肯顧林下窮且貧      숲속의 빈궁한 나를 돌아보려 하겠는가
我臂旣短未推人      내 팔이 짧아서 남에게 뻗치지 못했으니
人臂推我誠無因      남이 나에게 팔을 뻗을 리도 없고 말고
嗚呼            아
安得吾臂化爲千尺與萬尺  어떡하면 나의 팔을 천척 만척 길게 하여
坐使四海之內皆吾親    세상 사람을 모두 나와 가깝게 만들거나
서툰 솜씨로 회포를 적어 표형 선로에게 보여 주다(拙語布懷 示表兄之禪老)

006_0387_a_01L平生只見膏油面喜得曾坑一掬春

006_0387_a_02L次韻答紹師弟

006_0387_a_03L
逸韻英標禀自天妙齡曾見鶴昻然

006_0387_a_04L精金不必重1)經火駿足何須2)更受鞭

006_0387_a_05L況我顓蒙都未曉致君叅叩固無緣

006_0387_a_06L雲來雲去自多事豈是靑山有黨偏來詩
有寸

006_0387_a_07L蓬巨鍾之
語故云耳

006_0387_a_08L欽山云老僧平生百無所會只是
006_0387_a_09L日日一般予愛其語作偈以誌之

006_0387_a_10L
趙州放下着汾陽莫妄想兩箇老作家

006_0387_a_11L俱揚聲止響爭如邃導師抱鈍以自安

006_0387_a_12L平生百不會日日只一般

006_0387_a_13L示人

006_0387_a_14L
浮生正似隙中駒得喪悲歡何足數

006_0387_a_15L君看貴賤與賢愚畢竟同成一丘土

006_0387_a_16L臂短歌用俚語
因事作

006_0387_a_17L
世人之臂長復長東推西推無歇辰

006_0387_a_18L山僧之臂短復短平生不解推向人

006_0387_a_19L大凡世上臂短者人皆白首長如新

006_0387_a_20L而況3)今昨始相識肯顧林下窮且貧

006_0387_a_21L我臂旣短未推人人臂推我誠無因

006_0387_a_22L嗚呼安得吾臂化爲千尺與萬尺

006_0387_a_23L坐使四海之內皆吾親

006_0387_a_24L拙語布懷示表兄之禪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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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月如逝水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刹那不少止       어느 순간 조금도 쉬지 않나니
若以無常觀       만약 무상관196)에 입각한다면
朝夕保亦難       조석도 보전하기 어렵다 하리
縱復免殤夭       설령 요절을 면한다 해도
古來七十少       예로부터 칠십은 드물었는데197)
況我早衰羸       더구나 어려서부터 쇠약한 내가
七十安可期       칠십을 어떻게 기약하리오
儻或登七旬       혹시 칠십 세를 산다고 해도
前去纔十春       앞으로 겨우 10년일 뿐이니
餘齡能幾時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不卜亦自知       점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何苦徇時俗       어찌하여 굳이 시속을 따라
營營不知足       만족을 모르고 부산을 떨까
默坐細思惟       조용히 앉아 찬찬히 생각함에
掩泣難勝悲       슬픔에 겨워 홀로 눈물 흘리네
安得好山谷       어떡하면 경치 좋은 산골에
深栖伴麋鹿       깊이 숨어 사슴과 짝하면서
耳畔絕是非       귓가에는 시비의 소리가 끊어지고
目前無順違       눈앞엔 순역順逆의 경계가 없게 할까
翛然常獨行       가뿐하게 항상 홀로 행하며
放曠終吾生       자유롭게 내 삶을 마치고 싶은
尋常抱此志       이런 뜻을 항상 마음에 품고
窹寐曾不二       자나 깨나 잊은 적이 없었다오
天明心下燭       하늘은 밝아서 마음을 비춰 보니
寧不從我欲       어찌 나의 소원 들어주지 않으리오
憂來書寸情       근심 속에 가슴속의 회포를 적어
持以示吾兄       우리 형에게 보여 드리오
수재 홍 상공에게 부친 시·병서(寄上睡齋洪相公詩·并序)
산승이 평소에 듣건대, 상공 각하는 평생토록 한번 물러나고 한번 나아가는 것이 봉황의 상서로운 모습을 연상케 하고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를 보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갈 때를 당해서는 그 몸을 평발198)과 같이 하여 조정 위에서 소요하며 만세의 공명을 수립하였고, 물러날 때를 당해서는 그 뜻을 혜완199)과 같이 하여 술과 시의 세계 속에서 노닐며 엄청난 부귀의 생활도 버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맑은 풍도를 상상하고 그 높은 의리를 우러르면서 한 번만이라도 형주를 알고 싶어 한 것200)이 오래되었습니다. 산승과 결사結社를 한 벗인 둔재 김공은 사람됨이 바르고 굳세며 명백하고 청수한 데다, 시에도 조예가 깊고 교유에도 독실하기 때문에, 조금의 틈도 없이 산승과 서로 믿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와 여러 차례 산중에서 글을 주고받았는데, 그가 글을 보낼 때마다 반드시 각하의 훌륭한 덕을 입이 닳도록 칭송해 마지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각하가 손수 쓴 아름다운 시를 부쳐 주기도 하였는데, 산승이 이것을 받고는 놀라워하고 기뻐하며 항상 책상 위에 놓아두고서 가끔 그 시를 다시 읊어 보기도 하고 그 글씨를 음미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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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月如逝水刹那不少止若以無常觀

006_0387_b_02L朝夕保亦難縱復免殤夭古來七十少

006_0387_b_03L況我早衰羸七十安可期儻或登七旬

006_0387_b_04L前去纔十春餘齡能幾時不卜亦自知

006_0387_b_05L何苦徇時俗營營不知足默坐細思惟

006_0387_b_06L掩泣難勝悲安得好山谷4)栖伴麋鹿

006_0387_b_07L耳畔絕是非目前無順違5)翛然常獨行

006_0387_b_08L放曠終吾生尋常抱此志窹寐曾不二

006_0387_b_09L天明心下燭寧不從我欲憂來書寸情

006_0387_b_10L持以示吾兄

006_0387_b_11L寄上睡6)齋洪7)相公詩并序

006_0387_b_12L
山野素聞8)相公閣下平生一去一就
006_0387_b_13L若瑞鳳之來儀冥鴻之遐擧方其就
006_0387_b_14L平勃其身翺翔乎廊廟之上
006_0387_b_15L萬世之功名及其去也嵆阮其志
006_0387_b_16L優游乎詩酒之中唾千鍾之富貴

006_0387_b_17L想其淸風仰其高誼願一識荆州者
006_0387_b_18L久矣山野之社友鈍材金公爲人貞
006_0387_b_19L固勁正明白淸9)而深於爲詩
006_0387_b_20L於交友者也與山野相信間不容絲
006_0387_b_21L髮矣屢以書往還於山中每書必稱
006_0387_b_22L道閣下之盛德孜孜不已而往往以
006_0387_b_23L閣下手書佳什寄之山野受之且驚
006_0387_b_24L且喜常置案上時復諷詠其詩耽玩

006_0387_c_01L그럴 때면 완연히 목소리와 모습을 서로 접하는 것 같고, 언어와 기운이 서로 어울리는 것 같았으니, 이것이 어쩌면 형상과 의복은 비록 달라도 묘기는 둘이 아니고 조야는 비록 멀어도 도계는 이웃이라고 한 것201)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항상 글 한 통을 써서 각하에게 올리려고 하였으나, 산승의 성품이 본래 성글고 느린 데다 늙고 병이 많아서 편지로 문안드리는 일마저 게을리한 탓으로, 정성을 바치지 못한 채 머뭇거리다가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행히 천원 전군天阮全君이 거상居喪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기에, 억지로 어설픈 절구 시 다섯 편을 지어 각하께 부쳐 올리게 되었습니다. 감히 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지 나의 심정을 대략 서술하면서 소식을 서로 통하는 계기로 삼고자 할 뿐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굽어 살펴 열람하시고 한가한 중에 한번 웃으시는 거리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五湖煙月一帆風     오호의 내 낀 달에 하나의 돛배를 탄
千古令人愛范公     범공202)을 천고토록 사람들은 사랑하지만
爭似丁年安社稷     청년 시절에 사직을 안정시키고
却來高臥睡齋中     수재에 높이 누운 분과 어떻게 비교하랴

洪崕名與赤松儔     적송203)과 필적하는 홍애204)의 명성
跡混人間問幾秋     인간 속에 끼인 자취 몇 년이런가
上界似聞官府足     상계의 관부도 족하단 말 들은 듯한데
故應遊戱寄浮漚     세상에 부러 내려와서 유희하는 것이리

石鼎茆菴竹火爐     돌솥 초가집 대나무 화로
莅君高跡似張扶     나라 위한 높은 자취 장부205)와 같네
鼓琴敎罷胎仙舞     거문고 두드려 태선206)의 춤 마치면
閒倚匡床撿藥壺     침상에 기대어 약호207)를 점검한다오

端知玉雪是精神     옥설이 정신임을 단적으로 알겠노니
勁筆淸詩兩絕塵     굳센 필치 맑은 시 속진을 모두 벗어났네
時有殊珍來入手     때때로 특별한 보배 손에 들어오나니
此恩多謝鈍材人     이 은혜 둔재에게 감사해야 하고말고

栖雲夢不到城闉     구름 속 생활 꿈에도 성을 찾지 않아
茗席無由齒下賓     차 마시는 말석에 끼일 수도 없지만
淸德令名聞早熟     맑은 덕 뛰어난 명성 익히 들었나니
豈須相見始相親     어찌 꼭 만나야만 친해질 수 있으리오

006_0387_c_01L其書宛若音容之相接言氣之相投
006_0387_c_02L則豈所謂像服雖殊妙期不二朝野
006_0387_c_03L雖緬道契則隣者乎每欲修一書
006_0387_c_04L以聞於閣下而山野性本踈緩加以
006_0387_c_05L年衰多疾懶於書問以故未果裁貢
006_0387_c_06L因循至于今日也今者幸値天院全
006_0387_c_07L服闋朝京强成山語五絕附達
006_0387_c_08L閣下非敢爲詩也但欲下情之粗叙
006_0387_c_09L而且圖信息之始通爾伏望俯垂電
006_0387_c_10L以爲閑中抵掌之資焉詩曰

006_0387_c_11L五湖煙月一帆風千古令人愛范公

006_0387_c_12L爭似丁年安社稷却來高臥睡*齋中

006_0387_c_13L洪崕名與赤松儔跡混人間問幾秋

006_0387_c_14L上界似聞官府足故應遊戱寄浮漚

006_0387_c_15L石鼎茆10)菴竹火爐11)莅君高跡似張扶

006_0387_c_16L鼓琴敎罷胎仙舞12)閒倚匡床撿藥壺

006_0387_c_17L端知玉雪是精神勁筆淸詩兩絕塵

006_0387_c_18L時有殊珍來入手此恩多謝鈍材人

006_0387_c_19L栖雲夢不到城闉茗席無由齒下賓

006_0387_c_20L淸德令名聞早熟豈須相見始相親

006_0387_c_21L「經」作「輕」{甲}「更」作「臾」{甲}「今昨」
006_0387_c_22L作「令作」{甲}
「栖」作「拪」{甲}「翛」作「脩」
006_0387_c_23L{甲}
「齋」作「齊」{甲}次同「相」下有「國」{甲}
006_0387_c_24L
「相」作「松」{甲}「精」作「粹」{甲}「菴」作
006_0387_c_25L「庵」{甲}
「莅」作「」{甲}「閒」作「閑」{甲}

006_0388_a_01L
이공 행검에게 답하다(答李公行儉)
古園家業日荒凉     오래된 가업은 날로 황량해지고
遊子迷津去路長     길 잃은 나그네 갈 길이 멀다마는
若向箇中迴眼覷     만약 그 속에서 눈 돌려 바라보면
元來脚下是吾鄕     원래 발 아래가 나의 고향이로세
남원의 조 태수가 방문하여 시를 주기에 차운하여 사례하다(南原趙太守見訪有詩 次韻謝之)
내가 일찍이 남원 태수에게 시를 부치기를 “천리에 풍류가 같으면 바로 벗님이니, 하필 눈으로 보아야만 서로 친하리오. 누가 알까 계족산 속의 노승이, 옛날 용두회208) 자리의 빈객이었음을.(千里同風便故人 何須目擊始相親 誰知鷄足山中老 曾是龍頭會上賓)”이라고 하였는데, 남원 태수가 여기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때 정혜사定慧寺에 있었다.

再捷龍門第一人     두 번이나 용문의 제일인에 올라
공이 춘장春場에서 장원하고, 전시殿試에서 장원하였다.
便將忠孝奉君親     임금과 어버이를 충효로 받드신 분
欲窮世出世間事     세간과 출세간의 일 알고 싶거든
來作鷄峯社裏賓     계봉사의 손님이 한번 되시기를

我本踈頑人外人     나는 본시 오활한 세상 밖의 사람
황룡 단黃龍斷 화상이 설두雪頭 선사를 방문하고 시를 짓기를 “나는 본시 세상밖의 사람으로 세상 밖의 경계를 찾으러 왔소(我本人外人 來尋人外境)”라고 하였다.
世間誰復肯來親     세간의 누가 또 찾아와 친해지려 하랴
不知今日亦何幸     모르겠네 오늘은 또 무슨 행운으로
坐致玉皇門下賓     옥황상제 문하의 손님을 맞게 되었는지
청암에서 계봉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짓다(自靑巖將還鷄峯有作)
隨處隨緣寄此身     어디나 인연 따라 이 몸 부칠 뿐이니
五峯鷄嶺孰踈親     오봉과 계령 어디가 좋고 나쁘리오
不妨兩地雲無定     정처 없는 구름이라 둘 다 상관없나니
元是乾坤一旅人     본시 천지 사이 하나의 나그네인걸
심정을 읊다(書情)
得辭鷄嶺樂如何     계령을 떠난 즐거움이 어떠하신가
正似羸牛卸角駄     힘 없는 소가 짐을 풀어놓은 듯하오209)
昨夜枕前風一陣     어젯밤 베갯머리에 한바탕 바람이 불어
已吹歸夢到楞伽     꿈속에 능가산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오
염 상국승익의 시에 차운하여 답시를 올리다(次韻奉答廉相國承益2수二首
君王倚作濟川舟     군왕이 큰물 건너는 배210)로 삼은 이래
獻替何曾得暫休     헌체211)를 언제 잠시 쉰 적이 있으리오
莫爲一身思獨善     한 몸 독선212)할 생각일랑 결코 하지 마오
魚龍方喜泳洪流     어룡이 지금 큰물에서 잘들 놀고 있으니

보내온 시에 “급류에서 용퇴한다.(急流勇退)”는 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十載華亭空艤舟     십 년 동안 화정에 공연히 배를 대었는데
豈期黃檗得裴休     황벽이 배휴 얻을 줄 어찌 생각했으리오213)
若無大手隄防力     만약 제방처럼 막아낼 큰 손의 힘이 없다면
爭使曹溪不倒流     어떻게 조계를 제대로 흐르게 하랴

006_0388_a_01L答李公行儉

006_0388_a_02L
古園家業日荒凉遊子迷津去路長

006_0388_a_03L若向箇中迴眼覷元來脚下是吾鄕

006_0388_a_04L南原趙太守見訪有詩次韻謝之
006_0388_a_05L予曾寄南原詩云千里同風便故人何須目
擊始相親誰知鷄足山中老曾是龍頭會上

006_0388_a_06L南原是
處故再云
1)在定慧寺

006_0388_a_07L
再捷龍門第一人公以春場壯元
作殿試壯元


006_0388_a_08L便將忠孝奉君親欲窮世出世間事

006_0388_a_09L來作鷄峯社裏賓我本踈頑人外人黃龍
斷和

006_0388_a_10L訪雪2)頭詩云我本
人外人來尋人外境


006_0388_a_11L世間誰復肯來親不知今日亦何幸

006_0388_a_12L坐致3)玉皇門下賓

006_0388_a_13L自靑4)巖將還鷄峯有作

006_0388_a_14L
隨處隨緣寄此身五峯鷄嶺孰踈親

006_0388_a_15L不妨兩地雲無定元是乾坤一旅人

006_0388_a_16L書情

006_0388_a_17L
得辭鷄嶺樂如何正似羸牛卸角駄

006_0388_a_18L昨夜枕前風一陣已吹歸夢到楞伽

006_0388_a_19L次韻奉答廉相國承益二首

006_0388_a_20L
君王倚作濟川舟獻替何曾得暫休

006_0388_a_21L莫爲一身思獨善魚龍方喜泳洪流


006_0388_a_22L有急流勇退
之語故云


006_0388_a_23L十載華亭空艤舟豈期黃蘗得裴休

006_0388_a_24L若無大手隄防力爭使曹溪不倒流

006_0388_b_01L
한 시랑이 내가 조계의 법통을 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보내 축하하기에 차운하여 답하다(韓侍郞 聞予嗣席曹溪 以詩寄賀 次韻答之)
誰敎窮子濫傳家     누가 궁자214)에게 함부로 가업을 잇게 했나
愧把巴音續郢歌     파음으로 영가를 이어 부끄럽기만 하네215)
若問山中何事業     산중에서 하는 일이 뭐냐고 만약 묻는다면
一盂蔬了一甌茶     한 발우 나물에 한 사발 차라고 대답하리
죽당 이 중사에게 답하다·2수(答竹堂李中舍·二首)
瑞羽靈芝出海東     해동에서 나온 봉황과 영지
嘉聲時復及山中     명성이 때로 산중까지 들리네
自嗟朝野成胡越     도성과 산야가 남북으로 아득해서
無計同分一榻風     탑상의 바람 나누지 못해 아쉬워라

紅輪杲杲曉昇東     붉은 해 쨍쨍 동쪽 하늘에 떠오르면
雲翳渾消六合中     온 세상 가린 구름 말끔히 걷히나니
若信十方都一照     시방이 하나의 빛임을 믿는다면
便知千里亦同風     천리 또한 같은 바람임을 알리라
장륙 선사 진공이 서울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丈六禪師璡公如京)
少年曾共乃翁遊     소년 시절에 자네 부친과 노닐었나니
屈指俄經四十秋     손가락 헤어 보면 어느새 40년 세월
今復與君針芥合     지금 다시 자네와 침개216)처럼 합했나니
是知緣幸有來由     좋은 인연이 유래가 있음을 알겠도다
만연의 새 장로 묵공을 전송하며(送萬淵新長老默公)
近日曹溪溪水淺     요즈음 조계의 냇물이 얕아져서
難容舊蟄老龍眠     오래 묵은 늙은 용 잠들기도 힘든지라
一朝忽爾興雷雨     하루아침에 홀연히 뇌우 일으켜
奮鬣揚鬐向萬淵     갈기 떨치고 수염 날리며 만연을 향하누나
운흥의 새 장로 열공을 전송하며(送雲興新長老悅公)
相從歲云久       상종한 세월이 오래되어서
情好踰同胎       동기보다 훨씬 정이 들었는데
一朝遠分首       하루아침에 멀리 헤어지려니
使我心肝摧       나의 애간장이 무너지는 듯
矧我耳順餘       더구나 내 나이 육십이 넘어
衰病日夜催       노쇠함과 병이 밤낮으로 침노하니
敢望留寸晷       잠깐이라도 시간을 정지시켜
復與一笑開       언제 다시 웃음꽃 피워 보리오
愧我心未灰       나의 마음 아직 재가 되지 않아
念此不勝哀       이런 생각하면 슬픔이 몰려올 뿐
好去好安禪       부디 잘 가서 선정을 잘 닦아
慰我款款懷       간절한 내 심정 위로해 주기를
계봉의 장로 우공에게 답하다(答鷄峰長老友公)
寺僻遠城邑       궁벽진 절간이 성읍과 멀어
蕭然人事無       사람의 일없이 소연할 따름
時方三月暮       바야흐로 3월이 지는 시절
百卉爭芬敷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네
憑軒一縱目       난간에 기대어 눈을 한번 돌리면
物色如新摹       물색이 마치 새로 그림을 그린 듯
靑山自入戶       청산이 절로 문에 들어오니
不待相邀呼       굳이 불러들일 필요도 없네
嘉我賢主人       어여뻐라 우리 어진 주인이여

006_0388_b_01L韓侍郞聞予嗣席曹溪以詩寄
006_0388_b_02L次韻答之

006_0388_b_03L
誰敎窮子濫傳家愧把巴音續郢歌

006_0388_b_04L若問山中何事業一㿻蔬了一5)甌茶

006_0388_b_05L答竹堂李中舍6)二首

006_0388_b_06L
瑞羽靈芝出海東嘉聲時復及山中

006_0388_b_07L自嗟朝野成胡越無計同分一榻風

006_0388_b_08L紅輪7)杲杲曉昇東雲翳渾消六合中

006_0388_b_09L若信十方都一照便知千里亦同風

006_0388_b_10L送丈六禪師璡公如京

006_0388_b_11L
少年曾共乃翁遊屈指俄經四十秋

006_0388_b_12L今復與君針芥合是知緣幸有來8)

006_0388_b_13L送萬淵新長老默公

006_0388_b_14L
近日曹溪溪水淺難容舊蟄老龍眠

006_0388_b_15L一朝忽爾興雷雨奮鬣揚鬐向萬淵

006_0388_b_16L送雲興新長老悅公

006_0388_b_17L
相從歲云久情好踰同胎一朝遠分首

006_0388_b_18L使我心肝摧矧我耳順餘衰病日夜催

006_0388_b_19L敢望留寸晷復與一笑開愧我心未灰

006_0388_b_20L念此不勝哀好去好安禪慰我款款懷

006_0388_b_21L答鷄峰長老友公

006_0388_b_22L
寺僻遠城邑蕭然人事無時方三月暮

006_0388_b_23L百卉爭芬敷憑軒一縱目物色如新摹

006_0388_b_24L靑山自入戶不待相邀呼嘉我賢主人

006_0388_c_01L萬德嚴其軀       온갖 덕으로 몸을 장엄했나니
逍遙物之外       세상 밖에서 소요하면서
樂與猿鳥俱       원숭이 새와 함께 즐기고
晴窓靜無塵       티끌 없이 고요한 맑은 창가에
危坐忘朝晡       단정히 앉아 조석을 잊는다오
想見東樓上       상상컨대 동쪽 누대 위에는
淸風生座隅       청풍이 앉은 자리에서 일고
夜深山月湧       밤 깊어 산 달이 솟을 때에는
肅肅凉侵膚       서늘한 기운이 피부에 스미면서
松陰與竹影       솔 그림자 대 그림자가
交加上跏趺       가부좌한 다리 위에 교차하리라
天龍愛公賢       천룡이 훌륭한 우리 공을 사랑하여
遺此一奧區       그윽한 이 구역을 선물로 주었나니
人勝境亦勝       사람도 뛰어나고 경계도 뛰어나서
相稱如合符       부절이 합하듯 서로 잘도 어울리네
보내온 시에 “사람과 경계가 부합하지 않는다.(人境不相符)”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언급한 것이다.
吾衰寡儔侶       내가 쇠해 벗들도 만나는 일이 적어
一歡未易謀       즐거운 한때 갖기도 쉽지 않은 터에
何幸成二老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두 노인네가
來往得娛遊       왔다 갔다 즐겁게 노닐 수 있으니
득得이 다른 데는 공共으로 되어 있다.
산중 생활(山居)2수二首
飢飡一鉢靑蔬飯     배고프면 먹나니 한 발우 나물밥
渴飮三甌紫筍茶     목마르면 마시나니 자순차 석 잔
只个生涯有餘樂     이런 생활 속에 즐거움이 넘치나니
不將枯淡愽豪華     담박함을 호화로움이 어찌 미치리오

雨飄華蘂堆蒼蘚     비에 나부낀 꽃잎들 이끼 위에 쌓이고
風颺茶煙鏁碧蘿     바람에 날린 차 연기 등나무에 감겼네
手有笻枝肩有衲     손에는 대 지팡이 어깨에는 누더기 한 벌
山家活計尙嫌多     산사의 살림엔 그것도 많을까 걱정일세
장난삼아 짓다(戱書)
諸君手裏有錢神     여러분의 손 안에는 전신217)이 들어 있어
到處能回滿面春     어디서나 얼굴 가득 춘풍이 불게 하는데
自笑山僧與時左     우스워라 산승은 시대와 어긋나서
唯將冷語屢氷人     썰렁한 말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니
조백론218)을 강의하면서 게송을 지어 같은 사찰 승려들에게 보이다(演棗栢論次 有偈 示同梵諸德)
曹溪水漲毘盧海     조계의 물은 비로의 바다에 넘실거리고
小室山開解脫門     소실의 산은 해탈의 문을 활짝 열었네
脚下踢迴摩竭國     마갈다국摩竭陀國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手中斷取給孤園     급고독원給孤獨園을 손으로 끊어 버렸네219)
百城差別詢皆遍     1백 성의 차별을 두루 물었나니220)
九會莊嚴儼尙存     구회의 장엄이 엄연히 상존해라221)

006_0388_c_01L萬德嚴其9)逍遙物之外樂與猿鳥俱

006_0388_c_02L晴窓靜無塵危坐忘朝晡想見東樓上

006_0388_c_03L淸風生座隅夜深山月湧肅肅凉侵膚

006_0388_c_04L松陰與竹影交加上跏趺天龍愛公賢

006_0388_c_05L遺此一奧區人勝境亦勝相稱如合符

006_0388_c_06L來詩有人境不相
符之語故及之
吾衰寡儔侶一歡未易謀

006_0388_c_07L何幸成二老來往得娛遊得一
作共

006_0388_c_08L山居二首

006_0388_c_09L
飢飡一鉢靑蔬飯渴飮三甌紫筍茶

006_0388_c_10L只个生涯有餘樂不將枯淡愽豪華

006_0388_c_11L雨飄華蘂堆蒼蘚風颺茶煙鏁碧蘿

006_0388_c_12L手有笻枝肩有衲山家活計尙嫌多

006_0388_c_13L戱書

006_0388_c_14L
諸君手裏有錢神到處能回滿面春

006_0388_c_15L自笑山僧與時左唯將冷語屢氷人

006_0388_c_16L演棗栢論次有偈示同梵諸德

006_0388_c_17L
曹溪水漲毘盧海小室山開解脫門

006_0388_c_18L脚下踢迴摩竭國手中斷取給孤園

006_0388_c_19L百城差別詢皆遍九會莊嚴儼尙存

006_0388_c_20L「在定慧寺」無有{甲}頭」作「豆」{甲}「玉」
006_0388_c_21L作「王」{甲}
「巖」作「宕」{甲}甌」作 「瓶」{甲}
006_0388_c_22L
「昆」作「混」{甲}「杲杲」作「果果」{甲}「由」
006_0388_c_23L下有「朔吹掀天萬木凋念君衣薄路迢迢皈期
006_0388_c_24L要趂煙花暖莫使林間久寂寥」{甲}
「軀」作
006_0388_c_25L「驅」{甲}

006_0389_a_01L箇裏若能深得妙     이 속에서 묘한 이치 터득한다면
便知禪講本同源     선교禪敎의 근원이 같음을 알게 되리라
조백론 강의를 마치는 날에 계봉이 장구 4운을 주기에 차운하여 답하다(棗栢論演畢之日 鷄峰投以長句四韻 次韻答之)
痛信斯門已有年     이 법문 깊이 믿은 지 이미 여러 해
將期畢命廣弘宣     목숨 다해 널리 전파하려고 다짐했네
敎兒獅子機雖妙     새끼 기르는 사자의 기틀이 묘하건만
논서의 저자를 가리킨 것이다.
負乘牛王力未全     부승222)한 우왕의 힘은 온전하지 못해라
나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痴習難迴蠅叩紙     창호지 뚫는 파리의 습관223) 되돌리기 어려워도
渴心猶似驥犇川     목마른 말 냇가로 달리듯 마음만은 간절하오
互爲主伴從今始     서로 주반 되는 일224) 이제부터 시작이니
伴夏同熏豈小緣     여름철 함께 공부한 것이 어찌 소소한 인연이리오
계봉의 우공이 사원을 떠나 진원의 취봉 난야로 거처를 옮기고는 시를 지어 보냈기에 차운하여 답하다(鷄峯友公 捨院 移栖珍原之鷲峯蘭若 以詩見寄 次韻答之)
缾盂移向鷲峯安     취봉으로 편안하게 발우를 옮겨
夢斷平陽城北山     평양성 북쪽 산은 꿈도 안 꿀 테니
應笑白雲情愛在     응당 웃겠지 백운은 미련이 남았다고
朝離舊岫暮思還     아침에 산을 떠나 저녁에 돌아올 생각 하니

法弱動遭怨害嬈     법이 약해 걸핏하면 원망을 받는 세상
嗟予末季謬匡徒     아 나는 말세에 사람을 잘못 지도했네
唯師卜得安身地     오직 스님은 몸 편히 할 땅을 얻었으니
無復從人踏世途     다시는 사람 따라 세상 길 밟지 말기를

鳳兮何歎德之衰     봉의 덕이 쇠했다225)고 어찌 탄식하는가
道譽詩名日西馳     해가 서산에 기울 제 도와 시의 명예로세
縱使西施藏白地     설령 서시가 눈을 피해 꼭꼭 숨는다 해도
終然晦跡恐難期     끝까지 종적 숨기기는 어려울 듯하여라226)
무더위를 읊다·3수(苦熱吟·三首)
乾坤一爐鞴       하늘과 땅이 하나의 용광로
無地覔淸寒       시원한 곳은 찾아볼 수가 없네
赫日昇丹轂       태양은 붉은 수레바퀴 떠올리고
層雲聳赭巒       층층 구름은 붉은 산 위에 솟았네
醺顏氣似酒       얼굴은 술에 취한 듯 후끈후끈
浹背汗如潘       등은 뜨물 같은 땀으로 후줄근
景下微凉至       해 지면서 약간 서늘 기운 일어나
臨軒得暫歡       난간에 임해 잠시 얼굴을 펴네

有地盡炎爀       대지는 온통 화염으로 이글이글
無階奔廣寒       광한루225로 달아날 사다리도 없네
瀑川思雪岳       생각하나니 설악의 폭천이요
風穴憶氷巒       떠올리나니 빙산의 풍혈이라
未學乘飇列       바람을 탄 열자列子는 배우지 못하고
空希愛華潘       화산 사랑한 반악潘岳만 부러워하네
何當酷吏去       어떡하면 혹독한 관리 곁을 떠나
得與故人歡       벗과 기쁨을 나눌 수 있을거나

屬玆嗔酷暑       혹독한 더위 화 나는 오늘을 당해
悔昔怨祁寒       추위를 원망한 옛날이 후회되네
產吹憐叢竹       대숲에 이는 바람 기운 어여쁘고
遮輝愛衆巒       햇빛 가리는 산들이 사랑스러워
恨難登岱華       태산 화산 오르지 못해 유감이요

006_0389_a_01L箇裏若能深得妙便知禪講本同源

006_0389_a_02L1)柏論演畢之日鷄峰投以長
006_0389_a_03L句四韻2)次答之

006_0389_a_04L
痛信3)斯門已有年將期畢命廣弘宣

006_0389_a_05L敎兒4)獅子機雖妙指論


006_0389_a_06L負乘牛王力未全


006_0389_a_07L痴習難迴蠅叩紙渴心猶似驥犇川

006_0389_a_08L互爲主伴從今始5)伴夏同熏豈小緣

006_0389_a_09L鷄峯友公捨院移栖珍原之鷲峯
006_0389_a_10L蘭若以詩見寄次韻答6)

006_0389_a_11L
7)缾㿻移向鷲峯安夢斷平陽城北山

006_0389_a_12L應笑白雲情愛在朝離舊岫暮思還

006_0389_a_13L法弱動遭怨害嬈嗟予末季謬匡徒

006_0389_a_14L唯師卜得安身地無復從人踏世途

006_0389_a_15L鳳兮何歎德之衰道譽詩名日西馳

006_0389_a_16L8)縱使西施藏白地終然晦跡恐難期

006_0389_a_17L9)苦熱吟三首

006_0389_a_18L
乾坤一爐鞴無地覔淸寒赫日昇丹轂

006_0389_a_19L層雲聳赭巒顏氣似酒浹背10)汗如潘

006_0389_a_20L景下微凉至臨軒得暫歡有地盡炎11)

006_0389_a_21L無階奔廣寒瀑川思雪岳風穴憶氷12)

006_0389_a_22L未學乘13)飇列空希愛華潘何當酷吏去

006_0389_a_23L得與故人歡屬玆嗔酷暑悔昔怨祁寒

006_0389_a_24L14)產吹憐叢竹遮輝愛衆巒恨難登岱華

006_0389_b_01L痛欲泳溜潘       유수 반수 헤엄치고 싶은 생각뿐
要待秋蟾滿       가을에 달이 찰 때까지 기다려서
吟看打一歡       시 읊고 달 구경하며 즐길 수밖에

하남부河南府에 유수溜水와 반수潘水가 있고, 설악에 폭천瀑川이 있으며, 빙산氷山에 풍혈風穴이 있다.
한중잡영閑中雜詠6수六首
藥圃引泉澆國老     약초밭에 샘 끌어와 국로에 물을 대고
筠庭插棘護朝童     대나무 뜰에 울타리 쳐서 조동을 막네
杜門不受興亡擾     문 닫고 흥망의 시끄러움 듣지 않나니
我是世間無事翁     나는야 세상 속의 일 없는 늙은이로세
국로國老는 감초甘草의 다른 이름이다.

雨餘牆下抽新筍     비 온 뒤의 담 밑에는 새 죽순이 삐죽
風過庭隅襯落花     바람 지난 뜰 모퉁이엔 낙화가 수북
盡日一爐香炷外     하루 종일 화로에 향 사르는 일 외엔
更無閑事到山家     더 이상 산사에 군더더기 일이 없네

秋淺彤雲猶在漢     초가을에도 뜨거운 구름 은하에 있고
更深素月欲含山     밤이 깊자 하얀 달은 산을 집어 삼킬 듯
定迴篆畝香煙冷     향 연기 꼬불꼬불 선정에서 깨어나니
一點龕燈炤壁間     감실의 한 점 등불이 벽 사이를 비치네

卷箔引山色       주렴 올려 산 빛을 끌어들이고
連筒分㵎聲       대통 이어 냇물 소리 나누어 듣네
終朝少人到       아침 내내 찾아오는 사람은 없고
杜宇自呼名       두견이 혼자서 이름을 불러 대네

山靑仍過雨       푸른 산 배경으로 비가 지나가고
柳綠更含煙       초록 버들은 연기를 또 머금었네
逸鶴閑來往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하는 학이요
流鶯自後先       앞뒤에서 들려오는 꾀꼬리 소리

溪喧山更寂       냇물이 요란하니 산이 더욱 적막하고
院靜日彌長       사원이 고요하니 날이 더욱 길어라
採蜜黃蜂閙       누런 벌들은 꿀 따느라 부산하고
營巢紫燕忙       보라색 제비는 집 짓느라 바쁘도다
도안 장로에게 부치다(寄道安長老)
情存見道還迷道     도를 보리라 생각하면 오히려 도를 못 보고
心要求安轉不安     마음이 편안하고자 하면 도리어 불안한 법
安到無安見無見     편안이 편안 없음에 봄이 봄 없음에 이르면
方知此事勿多般     이 일이 별것 아님을 알게 되리라
평양의 신임 태수 이공세기에게 부치다(寄平陽新太守李公世祺)
到郡未旬月       부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官事日相續       관청의 일이 날마다 이어지리니
想見郡齋中       생각건대 고을 청사 안에는
簿書雜鞭扑       문서가 쌓이고 채찍 소리 들리겠지
山中有禪房       산중의 선방으로 말하면
古屋映林麓       산기슭에 비치는 오래된 절간
蕭條人事稀       쓸쓸히 인간 세상일은 드물고
松栢間脩竹       솔과 잣과 그 사이에 대나무뿐
胡不歸去來       어찌하여 여기에 돌아와서
憑軒一寓目       난간에 기대어 눈길 주지 않으리오
我雖未曾識       내가 일찍 알지는 못했지만
聞名固已熟       이름은 실로 익히 들었는데
今來莅平陽       지금 평양에 부임한 것도

006_0389_b_01L痛欲泳溜潘要待秋蟾滿吟看打一歡

006_0389_b_02L河南府有溜水潘水15)
嶽有瀑川氷山有風穴

006_0389_b_03L16)閑中雜詠六首

006_0389_b_04L
藥圃引泉澆國老筠庭插棘護朝童

006_0389_b_05L杜門不受興亡擾我是世間無事翁


006_0389_b_06L甘草
異名


006_0389_b_07L雨餘牆下抽新筍風過庭隅襯落花

006_0389_b_08L盡日一爐香炷外更無閑事到山家

006_0389_b_09L秋淺彤雲猶在漢更深素月欲含山

006_0389_b_10L定迴篆畝香煙冷一點龕燈炤壁間

006_0389_b_11L17)卷箔引山色連筒分18)㵎聲

006_0389_b_12L終朝少人到杜宇自呼名山靑仍過雨

006_0389_b_13L柳綠更含煙逸鶴閑來往流鶯自後先

006_0389_b_14L溪喧山更寂院靜日彌長採蜜黃蜂閙

006_0389_b_15L營巢紫19)燕忙

006_0389_b_16L寄道安長老

006_0389_b_17L
情存見道還迷道心要求安轉不安

006_0389_b_18L安到無安見無見方知此事勿多般

006_0389_b_19L寄平陽新太守李公 世祺

006_0389_b_20L
到郡未旬月官事20)日相續

006_0389_b_21L想見郡21)齋中簿書雜鞭22)

006_0389_b_22L山中有禪房古屋映林麓蕭條人事稀

006_0389_b_23L松栢間脩竹胡不歸去來憑軒一寓目

006_0389_b_24L我雖未曾識聞名固已熟今來莅平陽

006_0389_c_01L豈天從我欲       어쩌면 하늘이 소원을 들어준 듯하니
相對一笑開       서로 마주하고 한번 웃으면
平生意已足       평생의 뜻이 모두 풀어지겠네
我有沒絃琴       나에게 줄 없는 거문고가 있는데
無人耳相屬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거늘
待公入山來       그대가 산으로 나를 찾아오면
爲公彈一曲       그대 위해 한 곡조 연주하리라
지난 일을 생각하며 절구 두 수를 지어 계봉 장로에게 부치다(作懷舊吟二絕 寄鷄峯長老)
虎頭石下穿林影     호두석 아래 숲 그림자 뚫고
象鼻巖邊踏水聲     상비암 주변 물소리 밟았나니
一十四年行樂地     14년 동안 즐겁게 노닐던 곳
如今迴首似前生     지금 돌이켜보니 전생 같아라

一離鷄嶺度三霜     계령 떠난 뒤로 3년의 세월
時復思量似故鄕     이따금 생각하면 고향 같나니
未必彼中能勝此     그곳이 여기보다 꼭 나은 건 아니지만
都緣熟處例難忘     눈에 익은 곳은 잊기 어려운 법이라서
조계산 방장 동쪽 담 아래에 동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무자년 봄에 오래도록 꽃이 피지 않다가 4월과 5월이 바뀌는 때에 비로소 활짝 피었으므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서 괴이하게 여겨지기에 시를 지어 기록하였다(曹溪山方丈東牆之下 有山茶一株 戊子春久無花 至四月五月之交 方始盛開 恠未曾有 作句以記之)
夏炎將半百花盡     여름도 중반이라 꽃들이 다 졌는데
喜見山茶方盛開     활짝 핀 동백꽃을 보는 이 기쁨이여
應是天工憐寂寞     아마도 조물주가 적막한 이곳을 동정하여
小留春色着山隈     잠시 봄빛을 산모퉁이에 붙잡아 두었나 봐


006_0389_c_01L豈天從我欲相對一笑開平生意已足

006_0389_c_02L我有沒絃琴23)人耳相屬

006_0389_c_03L待公入山來爲公彈一曲

006_0389_c_04L作懷舊吟二絕寄鷄峯長老

006_0389_c_05L
虎頭石下穿林影象鼻巖邊踏水聲

006_0389_c_06L一十四年行樂地24)如今迴首似前生

006_0389_c_07L一離鷄嶺度三霜時復思量似故鄕

006_0389_c_08L未必彼中能勝此都緣熟處例難忘

006_0389_c_09L25)曹溪山方丈東牆之下有山茶
006_0389_c_10L一株戊子春久無花至四月五
006_0389_c_11L月之交方始盛開恠未曾有
006_0389_c_12L作句以記之

006_0389_c_13L
夏炎將半百花盡喜見山茶方盛開

006_0389_c_14L應是天工憐寂寞小留春色着山隈

006_0389_c_15L「柏」作「栢」{甲}「次」下有「韻」{甲}「斯」作
006_0389_c_16L「期」{甲}
「獅」作「師」{甲}「伴」作「半」{甲}
006_0389_c_17L「之」下有「三首」{甲}
「缾」作「餅」{甲}「縱」
006_0389_c_18L作「從」{甲}
此詩亦在東文選(卷九第一六
006_0389_c_19L張){編}
「汗」作「汙」{甲}「爀」東文選作「赫」
006_0389_c_20L{編}
「巒」下東文選有「本朝雪岳有瀑川氷山
006_0389_c_21L有風穴」{編}
「飇」作「颷」{甲}東文選亦同
006_0389_c_22L「產」作「彥」{甲}
「雪嶽…風穴」無有{甲}
006_0389_c_23L詩六首中後三首亦在東文選(卷一九第五~
006_0389_c_24L六張){編}
「卷」作「歲」{甲}「㵎」作「澗」{甲}
006_0389_c_25L東文選亦同
「燕」東文選作「鷰」{編}「日」
006_0389_c_26L作「月」{甲}
「齋」作「齊」{甲}「扑」作「朴」{甲}
006_0389_c_27L
「人」下有「身」{甲}「如」作「知」{甲}「曹溪
006_0389_c_28L山」無有{甲}

006_0390_a_01L每歲陵寒先早梅     매년 추위 무릅쓰고 매화에 앞서 피었는데
今年何事殿春開     올해는 무슨 일로 봄이 지나서 피었는고
花心只欲驚人眼     꽃 마음도 사람 눈을 놀라게 해 주려고
故閟紅房待夏來     꽃집 닫고서 여름 오기를 기다렸나 봐
선 국사가 원소암에 못을 파고 연꽃을 심으며 지은 시에 삼가 화운하다(恭和先國師圓炤庵開池種蓮之作)
種藕像他梅沼沚     매복227)의 못 본따서 연꽃을 심었나니
移根來自華山巓     화산 꼭대기에서 뿌리를 옮겨 왔다네
弱莖易偃微風曉     새벽의 미풍에도 쉽게 눕는 약한 줄기요
亂葉先鳴驟雨天     소낙비에 먼저 우는 어지러운 잎이로세
日暖波間戱江使     따뜻한 날 물결 속엔 강사228)가 장난 치고
煙濃岸上立胎仙     연기 짙은 언덕 위엔 태선229)이 서 있네
冷如霜雪甘如蜜     차기는 눈서리 같고 달기는 꿀과 같은
愧我甞新玉井蓮     옥정의 연을 새로 맛보아 부끄러워라230)

『방여기方輿記』231)에 “복지福池는 풍우지風雨池라고도 하는데, 매복이 연꽃을 심은 연못이다.”라고 하였고, 『한시韓詩』232)에 “태화봉 꼭대기 옥정의 연은, 꽃 피면 직경이 열 길 둘레가 배 같다네. 차기는 눈 서리 같고 달기는 꿀과 같아, 한 조각만 입에 넣어도 묵은 병이 낫는다네.(大華峰頭玉井蓮開花十丈藕如船 冷比雪霜甘比蜜 一片入口沉疴痊)”233)라고 하였다.
산거山居
參差殿閣倚雲根     들쭉날쭉 전각이 운근234)에 기댔나니
日晏林間尙掩門     숲속에 해 저물도록 문이 닫혀 있네
山近翠嵐朝入座     산이 가까워 푸른 이내가 아침 자리에 들고
川迴白氣夜侵軒     냇물이 휘돌아 흰 안개가 밤 난간에 젖어 드네
養松爲愛猿猴掛     솔 기르며 원숭이 매달린 것을 좋아하고
種竹從敎鳥雀喧     대나무 심어 새들이 마음껏 지저귀게 하네
我不遠人人自遠     사람을 멀리 않건만 사람이 멀리하나니
嗒然孤坐度晨昏     탑연235)히 홀로 앉아 아침저녁 보내노라
가을날에 진락대에 오르다(秋日登眞樂臺)
동쪽 방장方丈 뒤에 있다.

溫溫朝旭上東岡     따스한 아침 해가 동쪽 뫼에 떠오르자
閒陟高臺坐石牀     높은 대에 한가로이 올라 돌 평상에 앉았네
和日丹楓映霞衲     햇빛 속에 단풍이 납의를 비추니
忽驚身着錦衣裳     몸에 비단옷 걸쳤나 깜짝 놀랐네
원소암 벽 위의 옛 시를 보고 짓다(圓炤庵壁上有舊題 見而錄之)
小院寥寥冬日溫     고요한 작은 암자 따뜻한 겨울 햇빛
和衣展脚晝關門     옷 입은 채 다리 뻗고 낮에 문을 닫았네
五侯萬乘渾忘却     천자며 제후를 모두 잊어버렸나니
世上誰如衲子尊     세상에 그 누가 납자만큼 높으리오
나의 일상을 서술하다(自叙)
光陰忽已邁       세월은 어느새 모두 흘러가고
老病鎭相依       늙음과 병이 항상 따라다니네
脚跛笻全力       다리는 절뚝거려 지팡이에 기대고
身羸帶減圍       몸은 말라서 허리띠 자꾸 줄어드네
飽閒仍得懶       한가함 만끽하니 게으름만 늘고
飱道不成肥       도는 먹어도 살찌지 않네
日晏方麤糲       해가 늦어서야 먹는 거친 밥이요
春深尙衲衣       깊은 봄에도 여전히 누더기옷일세
居貧禪侶少       생활이 가난하니 도반도 적고

006_0390_a_01L每歲陵寒先早梅今年何事殿春開

006_0390_a_02L花心只欲驚人眼故閟紅房待夏來

006_0390_a_03L恭和先國師圓炤庵開池種蓮之作

006_0390_a_04L
種藕像他梅沼沚移根來自華山巓

006_0390_a_05L弱莖易偃微風曉亂葉先鳴驟雨天

006_0390_a_06L日暖波間戱江使煙濃岸上立胎仙

006_0390_a_07L冷如1)霜雪甘如蜜愧我甞新玉井蓮
輿

006_0390_a_08L2)福池一名風雨池梅福種蓮池也韓詩云
華峰頭玉井蓮開花十丈藕如船冷此雪霜甘比蜜

006_0390_a_09L一片入口
3)疴痊

006_0390_a_10L山居

006_0390_a_11L
參差殿閣倚雲根日晏林間尙掩門

006_0390_a_12L山近翠嵐朝入座川迴白氣夜侵軒

006_0390_a_13L養松爲愛猿猴掛種竹從敎鳥雀喧

006_0390_a_14L我不遠人人自遠嗒然孤坐度晨昏

006_0390_a_15L秋日登眞樂臺4)在東方
丈後

006_0390_a_16L
溫溫朝旭上東岡閒陟高臺坐石牀

006_0390_a_17L和日丹楓映霞衲忽驚身着錦衣裳

006_0390_a_18L圓炤庵壁上有舊題見而錄之

006_0390_a_19L
小院寥寥冬日溫和衣展脚書關門

006_0390_a_20L五侯萬乘渾忘却世上誰如衲子尊

006_0390_a_21L5)自叙

006_0390_a_22L
光陰忽已邁老病鎭相依脚跛笻全力

006_0390_a_23L身羸帶減圍6)閒仍得懶飱道不成肥

006_0390_a_24L日晏方麤糲春深尙衲衣居貧禪侶少

006_0390_b_01L城遠俗緣稀       성읍이 머니 세상 인연도 없네
獨有孤雲伴       오직 짝하는 것은 외로운 구름뿐
時從檐下歸       이따금 처마 밑으로 찾아온다네
연숙 선자가 어버이를 뵈러 서울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淵淑禪者歸覲京師)
送君北去覲庭闈     어버이 뵈러 북으로 가는 군을 보내노니
杖末心先一鳥飛     지팡이 끝에 마음이 새보다 먼저 날아가리
只恐紅塵汙霞衲     다만 홍진이 중옷을 더럽힐까 걱정이니
春風纔動早來歸     봄바람 불기만 하면 얼른 돌아오려무나
원각경소를 강의하면서 짓다(開演圓覺䟽次 有作)
圓覺伽藍周法界     원각의 가람이 이 법계에 두루하여
四門當路豁然開     동서남북으로 문이 활짝 열렸건만
終朝把手拽復拽     아침 내내 손을 잡고 끌고 또 끌어도
爭奈無人肯入來     들어오려 하지 않으니 어떻게 하랴
새벽에 일어나 새소리를 듣고 짓다(曉起 聞鳥聲 有作)
人間到處足歡塲     인간 세상 어딜 가나 환락이 넘쳐
絲竹尋常閙畵堂     화당의 풍악 소리 언제나 요란한데
冷淡山家無可樂     냉담한 산사에는 즐길 만한 것이 없어
天敎百鳥咽笙篁     하늘이 새들에게 피리 불게 하는구나
신묘년(1291년) 여름에 난을 피하기 위해 불대사에 갔다가, 선 국사가 남긴 귀한 게송을 보고는 감탄을 금할 수 없기에, 두 번 절하고 삼가 화운하였다(辛卯首夏 因避亂抵佛臺寺 伏覩先國師所留寶偈 不勝感欷 謹再拜奉賡云)
樹幄低垂殿宇幽     나무 장막 낮게 드리워 어둑한 전각
滿軒松竹別藏秋     난간 가득 송죽은 따로 가을을 숨겨 둔 듯
當時象駕今何處     당시의 상가236)는 지금 어느 곳에 있나
只有長溪盡日流     단지 긴 시냇물만 하루 종일 흐를 뿐
밤에 앉아·2수(夜坐·二首)
松韻溪聲夜送凉     밤마다 시원한 솔과 냇물 소리
更深月彩滿虛堂     밤 깊어 빈 마루에 가득한 달빛
想應此樂世無有     생각건대 이 즐거움 세상에 없으니
安得題封貢我皇     어떻게 시 지어 임금님께 바칠 수 있으랴

松篁接影籠高閣     송죽의 그림자 어울려 전각을 감싸고
榴橘交柯羃小庭     유자와 귤 가지 얽혀 뜨락을 뒤덮었네
自有淸風來几席     궤석에 맑은 바람 불어옴은 물론이요
更邀明月入窓櫺     창문으로 밝은 달을 다시 불러들이네
윤 사군이 산중을 찾아왔기에 머물도록 붙잡았으나 하룻밤도 묵지 않고 떠났으므로 그를 보낸 뒤에 시를 지어 부쳤다(尹使君來訪山中 挽留之 不可一宿而行 送後作句寄之)
古寺霜寒晝掩扃     낮에도 문 닫힌 썰렁한 옛 절간에
豈期軒蓋忽來經     귀인이 찾아올 줄 어찌 생각했으리오
雖悲兩鬢添新白     귀밑머리 늘어난 백발은 슬프지만
尙喜雙眸帶舊靑     두 눈동자 여전히 푸른 것237)이 기쁘도다

006_0390_b_01L城遠俗緣稀獨有孤雲伴時從7)檐下歸

006_0390_b_02L送淵淑禪者皈覲京師

006_0390_b_03L
送君北去覲庭闈杖末心先一鳥飛

006_0390_b_04L只恐紅塵汙霞衲春風纔動早來歸

006_0390_b_05L開演圓覺䟽次有作

006_0390_b_06L
圓覺伽藍周法界四門當路豁然開

006_0390_b_07L終朝把手拽復拽爭奈無人肯入來

006_0390_b_08L曉起聞鳥聲有作

006_0390_b_09L
人間到處足歡塲絲竹尋常閙畵堂

006_0390_b_10L冷淡山家無可樂天敎百鳥咽笙篁

006_0390_b_11L辛卯首夏因避亂抵佛臺寺
006_0390_b_12L覩先國師所留寶偈不勝感欷
006_0390_b_13L謹再拜奉賡云

006_0390_b_14L
8)幄低垂殿宇幽滿軒松竹別藏秋

006_0390_b_15L當時象駕今何處只有長溪盡日流

006_0390_b_16L夜坐 二首

006_0390_b_17L
松韻溪聲夜送凉更深月彩滿虛堂

006_0390_b_18L想應此樂世無有安得題封貢我皇

006_0390_b_19L松篁9)接影籠高閣榴橘交柯羃小庭

006_0390_b_20L自有淸風來几席更邀明月入窓櫺

006_0390_b_21L尹使君來訪山中挽留之
006_0390_b_22L可一宿而行送後作句寄之

006_0390_b_23L
古寺霜寒書掩扃豈期軒蓋忽來10)

006_0390_b_24L雖悲兩鬢添新白尙喜雙眸帶舊靑

006_0390_c_01L信口高吟驚鬼壯     입으로 그냥 읊는 시는 귀신도 놀래키고
通身淸德襲人馨     온몸의 맑은 덕은 향기를 듬뿍 안겨 주네
挽留欲盡三分話     만류하여 심중의 얘기 토로하려 했으나
慚愧洪鐘噎寸筳     풀 줄기로 큰 종을 친 듯해서 부끄럽기만238)
빨리 돌아오라고 진행·진경 두 소사에게 시를 지어 부치다(催皈語寄示眞行眞冏兩小師)
萬壑蒼烟鎻       1만 골은 푸른 연기로 잠기고
千林赤葉飛       1천 숲엔 붉은 잎이 휘날린다
結冬期已迫       겨울 결제 기한이 닥쳐왔으니
將子早來歸       얼른 돌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소사 심선이 취봉에서 돌아올 적에 취봉 노인이 준 옛 율조의 시 한 편을 가지고 와서 보여 주었는데, 이것을 읽고 감탄한 나머지 병중에 억지로 차운하여 노인의 좌하에 삼가 부쳤다(小師心璇 自鷲峯迴 持鷲峯老人所贈古調詩一篇來示 讀之嘉嘆 病中强次其韻 奉寄老人座下)
我師早逃禪       우리 스님은 일찍 도선239)하여
四海飽參訪       사해를 실컷 돌아다니다가
歸來臥杜門       돌아와서는 문 닫고 드러누워
一庵藏影響       암자 하나에 종적을 감췄다네
舊德洽叢林       원숙한 덕이 총림을 흠뻑 적셔
衲子皆屬望       납자들이 모두 신망하였나니
道韻亞盧能       도의 경지는 노능240)에 버금가고
詩名壓文暢       시의 이름은 문창241)을 압도했네
笑彼世上兒       우스워라 세상 사람들은
聚蚊酣一餉       음식에 쉬파리 모이듯 하는데
胡亂三十年       스님은 호란 뒤로 30년 동안
曾不少鹽醬       한 번도 염장이 부족하지 않았다네242)
終日獨隱几       하루 종일 홀로 궤안에 기대다가
有時閒策杖       때때로 한가로이 산책하면서
幽尋蒼壁間       푸른 절벽 사이 승경도 찾고
散步淸溪上       맑은 냇가를 거닐기도 한다오
草堂臨平原       초당이 평평한 들판에 임하여
村歌聞擊壞       마을의 태평가가 귀에 들려오고
田夫與牧竪       밭 가는 농부와 소 치는 아이들도
亦解爭歸向       앞 다투어 귀의할 줄을 아나니
凝然心自灰       고요히 마음이 불 꺼진 재와 같아
無事可思想       분별해서 생각할 일이 전혀 없다네
嗟予久纒痾       아 나는 오래도록 병마에 얽혀
西望謾悽悵       서쪽 바라보며 마냥 슬퍼할 뿐
想見松桂間       생각해 보건대 솔과 계수 사이에
軒戶對靑嶂       창문은 푸른 산을 마주할 것이요
翠靄入疎簾       파란 안개는 성긴 발에 들어오고
白雲遶方丈       흰 구름은 방장실을 에워싸리라
豈唯幽且深       어찌 그윽하고 깊을 뿐이리오
奇勝固難狀       기이한 경치 표현할 수 없으리니
應見綠毛翁       검푸른 모발 노인이 문을 두드리며
扣門來合掌       합장하는 광경도 보게 되리라

006_0390_c_01L信口高吟驚鬼壯通身淸德襲人馨

006_0390_c_02L挽留欲盡三分話慚愧洪鐘噎寸莛

006_0390_c_03L催皈語寄示眞行眞冏兩小師

006_0390_c_04L
萬壑蒼11)烟鎻千林赤葉飛

006_0390_c_05L結冬期已迫將子早來歸

006_0390_c_06L小師心12)自鷲峯迴持鷲峯老
006_0390_c_07L人所贈古調詩一篇來示讀之嘉
006_0390_c_08L病中强次其韻奉寄老人座下

006_0390_c_09L
我師早逃禪四海飽參訪歸來臥杜門

006_0390_c_10L一庵藏影響舊德洽叢林衲子皆屬望

006_0390_c_11L道韻亞盧能詩名壓文暢笑彼世上兒

006_0390_c_12L聚蚊酣一餉胡亂三十年曾不少鹽醬

006_0390_c_13L終日獨隱几有時閒策杖幽尋蒼壁間

006_0390_c_14L散步淸溪上草堂臨平原村歌聞擊壞

006_0390_c_15L田夫與牧竪亦解爭歸向凝然心自灰

006_0390_c_16L無事可思想嗟予久纒痾西望謾悽悵

006_0390_c_17L想見松桂13)軒戶對靑嶂翠靄入疎簾

006_0390_c_18L白雲遶方丈豈唯幽且深奇勝固難狀

006_0390_c_19L應見14)綠毛翁扣門來合掌

006_0390_c_20L「霜雪」作「雪霜」{甲}「曰」作「日云」{甲}
006_0390_c_21L「疴」作「痾」{甲}
「在東方丈後」無有{甲}
006_0390_c_22L亦在東文選(卷一一第八張){編}
「閒」作
006_0390_c_23L「閑」{甲}
「檐」作「擔」{甲}ㆍ東文選作「簷」{編}
006_0390_c_24L「幄」作「」{甲}
「接」作「按」{甲}「經」作
006_0390_c_25L「輕」{甲}
「烟」作「煙」{甲}「璇」作「琁」{甲}
006_0390_c_26L
「閒」作「間」{甲}次同「綠」作「緣」{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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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봉의 선로가 찾아와서 절구 세 수를 주기에 차운하여 답하다(鷲峯禪老來訪 贈詩三絕 次韻答之)
剛健聰明日更加     강건하고 총명함이 날로 더하는 분
공이 항상 총명하고 강건함을 과시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一庵危坐篆烟斜     좌선하는 암자엔 향 연기만 비끼네
從來壽骨天難老     원래 장수할 몸 하늘도 늙게 못 하리니
莫道前程已不賖     여생이 얼마 안 남았다 말하지 마오
공이 ‘서산에 해가 진다(西峰日斜)’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喜公甕穴烟嵐窟     기쁘도다 공의 옹혈의 연람굴이
공이 옹성甕城의 혈암穴菴으로 이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隣我松巓紫翠堆     나의 송전 자취퇴와 이웃한 것이
자취紫翠는 나의 처소 이름이다.
每一來過留數日     한 번 올 때마다 며칠씩 머물면서
終期一月復三迴     한 달에 두세 번 오고 가면 좋겠네
사뇌思惱의 말을 사용하였다.

看經曾不透牛皮     경을 보아도 쇠가죽을 뚫지 못했으니
공이 재차 대장경을 열람하고 있다.
閒坐終朝豈是爲     아침 내내 한가로이 앉아만 있을 수야
我欲往從成二老     나도 따라가 두 늙은이가 되고 싶나니
个中賓與主人誰     그러면 그 속에 누가 주인이고 객이리오
한가한 중에 회포를 읊다(閒中詠懷)
蕭條棲息寄山阿     쓸쓸히 산언덕에 기대어 사는 생활
老去安閒不厭多     늙어 가며 편안함이 그다지 싫지 않네
隱几雲煙幾舒卷     궤안에 기대니 구름 연기 펼쳤다 뭉쳤다
杜門光景自消磨     문 닫으니 그 광경이 저절로 없어지네
사성찬(四聖讚)
利欲陷身坑       이욕은 몸을 빠뜨리는 구덩이
智者當遠避       지자는 응당 멀리 피하나니
一或墜其中       한번 그 속에 떨어지고 나면
多劫竟難離       끝내 벗어나기 어렵나니라
吾身終不動       내 몸은 꼼짝하지 않겠다고 한
美矣妙華意       묘화의 뜻 얼마나 아름다우며
서방의 묘화 존자妙華尊者는 국왕이 세 번이나 불렀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이에 왕이 사람을 보내 또 부르면서 “만약 오지 않으면 왕이 목을 벨 것이다.”라고 말하게 하였는데, 존자가 말하기를 “목을 베려면 베라. 나의 몸은 꼼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니, 왕이 듣고서 기이하게 여겨 더 예우하였다.

延頸就白刄       흰 칼날 앞에 목을 내놓은
喜哉信老志       신로243)의 뜻 얼마나 유쾌한가
懶瓚臥衡山       나찬244)은 형산에 높이 누워
不答天書至       천자의 조서에도 답하지 않았고
盧能在曹溪       노능은 조계에 있으면서
抗表謝中使       항표로 중사를 물리쳤네245)
惟彼四大士       저 네 분의 대사들이
豈肯嬰世累       어찌 세속에 얽히리오
觀身如水泡       자기 몸을 물거품처럼 보고
視世猶夢事       세상 일을 꿈처럼 여겼을 따름
超然傲生死       초연히 생사에 오연傲然하여
其道誠不二       그 도가 참으로 둘이 아니었나니
邈爾千萬古       아득히 천고 만고토록
令人仰高致       높은 그 운치 우러르게 하는구나

006_0391_a_01L鷲峯禪老來訪贈詩三絕次韻答
006_0391_a_02L

006_0391_a_03L
剛健聰明日更加公常誇聰明
且健故云


006_0391_a_04L一庵危坐篆烟斜從來壽骨天難老

006_0391_a_05L莫道前程已不賖公有西峰日
斜之1)故語


006_0391_a_06L喜公甕穴烟嵐窟公欲移栖甕城
2)菴故云


006_0391_a_07L隣我松巓紫翠堆紫翠是
吾軒名


006_0391_a_08L每一來過留數日終期一月復三迴


006_0391_a_09L惱中


006_0391_a_10L看經曾不透牛皮公再
閱藏


006_0391_a_11L3)閒坐終朝豈是爲我欲往從成二老

006_0391_a_12L个中賓與主人誰

006_0391_a_13L*閒中詠懷

006_0391_a_14L
蕭條4)棲息寄山阿老去安*閒不厭多

006_0391_a_15L隱凡雲煙幾舒卷杜門光景自消磨

006_0391_a_16L四聖讚

006_0391_a_17L
利欲陷身坑智者當遠避一或墜其中

006_0391_a_18L多劫竟難離吾身終不動美矣妙華意

006_0391_a_19L西方妙華尊者5)王召不來使人又召曰如不來
王當斬爾尊者曰斬即斬吾身不動王聞而異之

006_0391_a_20L加禮
延頸就白刄喜哉信老志

006_0391_a_21L懶瓚臥衡山不答天書至盧能在曹溪

006_0391_a_22L抗表謝中使惟彼四大士豈肯嬰世累

006_0391_a_23L觀身如水泡視世猶夢事超然傲生死

006_0391_a_24L其道誠不二邈爾千萬古令人仰高致

006_0391_b_01L
원소암 탑원에서 가을날 빗속에 짓다(圓炤塔院 秋日雨中作)
小院凄凉秋雨零     작은 절간 처량하게 가을 비 내리는데
踈林病葉墮空庭     성긴 숲에 병든 잎새 빈 뜰에 떨어지네
倚檐唯有山茶樹     오직 동백나무가 처마에 기대 서서
暑去寒來一樣靑     더위 가고 추위 와도 똑같이 푸르네
감로사의 장로에게 답하다(酬甘露長老)
浮生急景似跳丸     나는 공처럼 세월이 빨리 흘러
別後俄然歲再䦨     이별 뒤로 어느새 두 해가 지나갔네
老倒幽懷誰與說     노년의 회포를 누구와 얘기할까
望公飛錫一來看     석장錫杖 날려 한 번 찾아와 주었으면
시자가 게송을 구하기에 써서 주다(侍者求偈 書以贈之)
吾常呼汝汝斯應     내가 너를 부르면 네가 응답하고
汝或訊吾吾輒酬     네가 나에게 물으면 내가 답하나니
莫道此間無佛法     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 말하지 마라
從來不隔一絲頭     원래 한 올만큼도 간격이 없나니라
빗속에 잠에서 깨어(雨中睡起)
禪房閴寂似無僧     중도 없는 듯한 적막한 선방
雨浥低檐薜茘層     처마엔 비에 젖은 등나무 덩굴
午睡驚來日已夕     낮잠을 깨니 날은 벌써 저녁
山童吹火上龕燈     산동은 장명등에 불을 붙이네
우연히 읊다(偶吟)
舊輕衲重知衰甚     가볍던 옷이 무거우니 매우 쇠함을 알겠고
曾熟經生覺病深     익숙한 경문이 생소하니 병이 깊음을 알겠네
唯有此心終不老     하지만 이 마음은 끝내 늙지 않아
興來時復一長吟     흥이 나면 이따금 한 번씩 읊는다오
늦봄의 즉흥시(暮春即事)
春深日永人事絕     봄 깊어 해는 긴데 사람 일 끊어지고
風打梨花滿庭雪     바람에 배꽃 날려 뜨락에 흰 눈 가득
倚檐佳木影交加     처마 끝 나무 그림자 서로 얽힌 속에
散步行吟自怡悅     산보하며 읊노라니 절로 기쁨이 차오르네
봄을 아쉬워하며 읊다(惜春吟)
春風大無情       봄바람이 너무도 무정해서
棄去不我顧       나를 버리고 돌아보지 않네
垂楊徒有絲       수양버들도 실만 늘어뜨릴 뿐
曾不解繫駐       세월을 묶을 줄은 알지 못하누나
紅桃怨春歸       붉은 도화는 가는 봄 원망하며
朝來空泣露       아침 이슬 떨구며 눈물 흘리고
山鳥亦哀呼       산새도 슬피 부르짖으며
似欲向人訴       사람 향해 호소하려는 듯
幽懷無以寫       그윽한 회포 쏟을 길 없어
細履繞園圃       동산을 돌아 조용히 걷노라니246)
群芳掃已盡       꽃들은 쓸어낸 듯 이미 사라지고
綠葉滿林樹       푸른 잎만 나무 숲에 가득하네
春歸也任歸       가는 봄이야 가도록 놔둔다 해도
爭奈催衰暮       자꾸 늙는 것은 또 어떻게 하나
人生宇宙間       우리 인생은 우주 사이에서

006_0391_b_01L圓炤塔院秋日雨中作

006_0391_b_02L
小院凄凉秋雨零踈林病葉6)墮空庭

006_0391_b_03L7)檐唯有山茶樹暑去寒來一樣靑

006_0391_b_04L酬甘露長老

006_0391_b_05L
浮生急景似跳丸別後俄然歲再䦨

006_0391_b_06L老倒幽懷誰與說望公飛錫一來看

006_0391_b_07L侍者求偈書以贈之

006_0391_b_08L
吾常呼汝汝斯應汝或訊吾吾輒酬

006_0391_b_09L莫道此間無佛法從來不隔一絲頭

006_0391_b_10L8)雨中睡起

006_0391_b_11L
禪房閴寂似無僧雨浥低9)檐薜茘層

006_0391_b_12L午睡驚來日已夕山童吹火上龕燈

006_0391_b_13L10)11)

006_0391_b_14L
舊輕衲重知衰甚曾熟經生覺病深

006_0391_b_15L唯有此心終不老興來時復一長吟

006_0391_b_16L暮春即事

006_0391_b_17L
春深日永人事絕風打梨花滿庭雪

006_0391_b_18L倚檐佳木影交加散步行吟自怡悅

006_0391_b_19L惜春吟

006_0391_b_20L
春風大無情棄去不我顧垂場徒有絲

006_0391_b_21L曾不解繫駐紅桃怨春歸朝來空泣露

006_0391_b_22L山鳥亦哀呼似欲向人訴幽懷無以寫

006_0391_b_23L細履繞園圃群芳掃已盡綠葉滿林樹

006_0391_b_24L春歸也任歸爭奈催衰暮人生宇宙間

006_0391_c_01L何異暫覊寓       잠깐 머무는 여인숙과 같은 것
置之不用悲       그만두어라 슬퍼할 게 있으리오
代謝固有數       대사는 원래 자연의 법칙인 것을
聊乘化歸盡       변화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姑以信天賦       천명에 내맡기면 되지 않겠는가247)
한가한 중에 우연히 짓다(閒中偶書)
飢來喫飯飯尤美     배 고플 때 밥 먹으면 밥이 더 맛있고
睡起啜茶茶更甘     잠 깨어 차 마시면 차가 더 감미로워
地僻縱無人扣戶     땅이 외져 문 두드리는 사람 없어도
庵空喜有佛同龕     감실에 부처와 함께 있는 것이 기뻐라
큰 소나무(長松)
설두雪豆의 사자봉師子峰 시를 본떠서 짓다.

落落長松數千尺     수천 척의 낙락장송이여
歲寒勁節終難摧     세한248)의 굳은 절조 꺾이지 않으리
天敎秀拔自繁茂     하늘이 우뚝 혼자서 번성케 하였으니
何假區區人力培     구구하게 사람 힘을 빌릴 것이 있으리오
옛 시를 본떠서 지었던 것을 추가하여 써넣다(曾有擬古之作 追而錄之)
大湖萬頃餘       만 이랑이 넘는 거대한 호수도
風息波亦息       바람이 자면 물결이 잠잠한데
人心方寸間       사방 한 치 사람의 마음속에선
浪起常千尺       항상 천 척의 물결이 이는구나
사람을 경계하다·2수(誡人·二首)
此身若信同泡幻     이 몸이 물거품이요 허깨비임을 믿는다면249)
刀割香塗豈二心     칼로 베고 향을 바름에 두 마음을 지니리오250)
只爲多生顚倒執     단지 다생에 전도된 집착 때문에
順違波裡枉遭沉     순역順逆의 물결 속에 잘못 빠져들 뿐

巧言令色雖足恭     교언과 영색과 주공251)을 한다 해도
爭奈利刀藏笑中     웃음 속에 칼 숨긴 걸 어떻게 하랴
質直無華無詐委     질직하고 꾸밈 없고 거짓이 없는 것을
是名眞實道人風     진실한 도인의 풍도라 이름 하나니라
내가 평소에 풍악의 빼어난 경치를 소문으로 듣고는 목을 빼어 동쪽을 바라본 지가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사람들과 함께 갈 약속이 있었으나, 불행히도 어느 날 저녁에

006_0391_c_01L何異暫覊寓置之不用悲代謝固有數

006_0391_c_02L聊乘化歸盡姑以信天賦

006_0391_c_03L12)閒中偶書

006_0391_c_04L
飢來喫飯飯尤美睡起啜茶茶更甘

006_0391_c_05L地僻13)從無人扣戶庵空喜有佛同龕

006_0391_c_06L長松効雪豆師
子峰詩

006_0391_c_07L
落落長松數千尺歲寒勁節終難摧

006_0391_c_08L天敎秀拔自繁茂何假區區人力培

006_0391_c_09L曾有擬古之作追而錄之

006_0391_c_10L
大湖萬頃餘風息波亦14)

006_0391_c_11L人心方寸間浪起常千尺

006_0391_c_12L誡人二首

006_0391_c_13L
此身若信同泡幻刀割香塗豈二心

006_0391_c_14L只爲多生顚倒執順違波裡枉遭沉

006_0391_c_15L巧言令色雖足恭爭奈利刀藏笑中

006_0391_c_16L質直無華無詐委是名眞實道人風

006_0391_c_17L予素聞楓岳奇勝引領東望久矣
006_0391_c_18L近與人有同往之約不幸一夕
006_0391_c_19L「故語」作「語故云」{甲}「菴」作「庵」{甲}
006_0391_c_20L「閒」作「閑」{甲}次同
「棲」作「捿」{甲}「王」
006_0391_c_21L下有「三」{甲}
「墮」作「隨」{甲}「檐」作「詹」
006_0391_c_22L{甲}
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九張){編}
006_0391_c_23L
「檐」東文選作「簷」{編}此詩亦在東文選
006_0391_c_24L(卷二○第一九張){編}
「吟」東文選影印本(中
006_0391_c_25L宗明宗間刊行活字本)作「今」{編}
此詩亦在
006_0391_c_26L東文選(卷二○第一九張){編}
「從」東文選作
006_0391_c_27L「縱」{編}
「息」作「波」{甲}

006_0392_a_01L실족하여 발을 다치는 바람에 조금도 걸을 수 없게 되었으므로 동쪽으로 유람할 계획이 아득히 멀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다생에 업장業障이 깊고 죄가 많아서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깊이 뉘우치며 자책하는 마음으로 시 한 편을 지어서 스스로 위로하였다(予素聞楓岳奇勝 引領東望久矣 近與人有同往之約 不幸一夕脚跌而傷足 寸步不得行 東遊計 墮於杳茫 此豈多生障濃垢重所致然歟 深有悔責 乃作一篇以自慰云)
정혜사定惠寺에 있을 때 지었다.

二月七日天正陰     2월 7일 하늘이 정말 음침하여
夜色沉沉如潑墨     밤 빛 침침하기가 먹물을 뿌린 듯
下階脚跌損一足     계단 내려오다 헛디뎌 발을 다쳐서
跬步之間行不得     반걸음 사이도 걸을 수 없게 됐네
自笑行年五十餘     우스워라 오십이 넘은 나이에
却與孩兒學匍匐     어린아이처럼 기는 것을 배우다니
低徊未離衽席間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성이는 몰골이
何異飛禽垂折翼     날개 꺾인 새와 무엇이 다르리오
曾聞江東有名阜     일찍이 듣건대 강동에 있는 명산은
象骨撑空逈不極     상골252)이 끝도 없이 공중에 멀리 솟아
皓然不受塵一點     깨끗한 그 모습 티끌 한 점 없이
積雪埋巓無別色     흰 눈이 산을 덮어 다른 색은 없다네
豈唯形勝難具陳     어찌 형승만 말로 표현 못 하리오
異跡奇蹤固莫測     기이한 자취도 헤아릴 수 없나니
菩薩眞身住於此     보살의 진신이 여기에 머물고 보면253)
即此山中眞淨國     이 산이야말로 진정토眞淨土254)라 하리라
我欲乘春徑馳往     내가 봄날에 곧바로 달려가서
探勝尋奇恣登陟     절승 찾아 마음껏 오르려 하였나니
靑纒布襪裝未了     행전 차고 버선 신고 떠나기 전에
夢魂先遶松蘿側     꿈은 먼저 송라255) 곁을 감돌았다네
忽然歸意墮杳茫     홀연히 떠날 계획 아득해졌으니
慚愧平生多障惑     평생의 많은 업장이 부끄럽기만
何當平復償素志     어떡하면 본래의 뜻 다시 이룰까
願借大聖神通力     대성의 신통력을 빌리고도 싶네
飜思大千在一塵     하지만 대천세계도 한 티끌이니
安有東西與南北     동서남북이 어디 따로 있으리오
誰知不出鷄足峯     누가 알까 계족봉을 벗어나지 않고서
已禮楓岳善知識     풍악의 선지식을 두루 찾아뵙는 것을
상국 농서공이 중국 사신과 함께 영남의 동정하는 군함을 감독하러 왔다가, 밤중에 몸소 산으로 나를 찾아왔기에, 감격을 가누지 못한 나머지 서툰 시 한 편을 지어 행막에 올렸다(相國隴西公 伴上朝中使 監督嶺南東征兵艦 夜半躬訪山居 不勝感荷 作惡詩一篇 寄呈行幕)
정혜사에 머물 때에 지었다.

世人定交貴勢利     세상 사람 교제는 세리를 중히 여기나니
誰敢施恩不報地     보답 받지 못할 곳에 누가 은혜를 베풀리오
相公獨與時俗異     상공만은 홀로 이 세상과 달라서
出處升沈心不二     출처와 승침에 두 마음이 없어라

006_0392_a_01L1)跌而傷足寸步不得行東遊計
006_0392_a_02L墮於杳2)此豈多生障濃垢重所
006_0392_a_03L致然歟3)有悔責乃作一篇
006_0392_a_04L自慰云在定
惠作

006_0392_a_05L
二月七日天正陰夜色沉沉如潑墨

006_0392_a_06L下階脚*跌損一足跬步之間行不得

006_0392_a_07L自笑行年五十餘却與孩兒學匍匐

006_0392_a_08L低徊未離4)衽席間何異飛禽垂折翼

006_0392_a_09L曾聞江東有名阜象骨撑空迴不極

006_0392_a_10L皓然不受塵一點積雪埋巓無別色

006_0392_a_11L豈唯形勝難具陳異跡奇蹤固莫測

006_0392_a_12L菩薩眞身住於此即此山中眞淨國

006_0392_a_13L我欲乘春徑馳往探勝尋奇恣登陟

006_0392_a_14L靑纒布襪裝未了夢魂先遶松蘿側

006_0392_a_15L忽然皈意墮杳茫慚愧平生多障惑

006_0392_a_16L何當平復償素5)願借大聖神通力

006_0392_a_17L飜思大千在一塵安有東西與南北

006_0392_a_18L誰知不出鷄足峯已禮楓6)岳善知識

006_0392_a_19L相國隴西公伴上朝中使監督嶺
006_0392_a_20L東征兵艦夜半躬訪山居
006_0392_a_21L勝感荷作惡詩一篇寄呈行幕
006_0392_a_22L住定惠
7)寺時作

006_0392_a_23L
世人定交貴勢利 誰敢施恩不報地

006_0392_a_24L相公獨與時俗異出處升沉心不二

006_0392_b_01L我曾逃世脫塵累     나는 세상 피해 속진을 벗어나서
蹤跡便向雲山寄     구름 산을 향해 자취를 부쳤고
公乃遭時得其志     공은 때를 만나고 뜻을 얻어서
歷盡淸資登相位     청직淸職을 두루 거쳐 재상이 되었어라
閑忙旣已兩殊致     한가하고 바쁜 신분 서로 다를뿐더러
況我疎頑無可記     나는 어수룩해서 특기할 것도 없는데
公猶眷眷不遐棄     공은 그래도 멀리 버리지 않으시고
終始恩情等昆季     시종 형제처럼 다정하게 대하셨네
何當一迴得相値     어떡하면 서로 한 번 만날까 하고
北望時時苦瞻企     북쪽 하늘 바라보며 때때로 그리워하였는데
上天元不逆人意     하늘은 원래 사람 마음 거스르지 않으니
苟有所欲必敎遂     소원을 반드시 들어주리라 믿었다오
前春來伴天子使     지난봄에 천자의 사신과 함께 와서
因向松巒迴玉轡     송만 향해 수레를 돌리신다기에
我時聞之即馳至     내가 그 말 듣고 곧장 달려가서
一夕攀陪償宿冀     하룻저녁 모시고서 숙원을 풀었는데
怱怱未暇話心事     너무 바빠 속마음 토로할 틈도 없이
握手無言但相視     손 잡고 말없이 보기만 하였어라
別來遺恨滿胸次     이별 뒤로 유한이 가슴에 가득하여
時復懸懸勞夢寐     꿈속에서도 그리움에 시달리던 차에
俄有人來傳信字     얼마 뒤에 사람이 전한 글을 보니
又向江南監戰備     또 전비 감독하러 강남에 가는데
此行當須訪山寺     이번에는 산사를 꼭 방문할 테니
爲報主人且相遲     주인은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네
開緘喜閱至數四     봉함 뜯고 기뻐서 세 번 네 번 읽고
急掃風軒望來墍     바람 난간 급히 쓸며 기다리면서도
方將中使馳馹騎     중국 사신 동반하여 달리는 길이라
竊恐尋僧誠不易     중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 걱정했는데
何期半夜踏山翠     어찌 생각했으리오 한밤중에 산길 밟고
叩門驚我禪餘睡     참선하고 조는 나를 문 두드려 깨울 줄을
倒屣欣迎促座侍     정신없이 영접하여 자리에 모시고서
從容半日論情思     조용히 반일 동안 정사를 논했나니
平生幾度受恩賜     평생에 은사를 몇 차례나 받았지만
此迴此惠固無譬     이번의 이 은혜와 어떻게 비교할까
歡娛未足促飛駟     즐거움 못 다하고 벌써 이별할 시간
斗覺梅酸先入鼻     어느새 코끝이 먼저 시큰해지면서
中心兀兀漸如醉     마음속 얼얼한 것이 마치 취한 듯
使我一朝顏色悴     하루아침에 내 안색 초췌해졌네
感情離恨無與誶     이별의 한을 토로할 사람도 없이
獨坐誰知抆雙淚     홀로 앉아 닦는 눈물 누가 알리오
사자수의 공이 조계산에서 회강암으로 가는 중에 나의 거처를 방문하고 이틀 동안 머물다가 미을장에 가서 묵으면서 게송을 지어 부쳤기에 차운하여 봉답하다(師子岫之公 自曹溪向檜岡庵次 歷訪弊止 留二日 至宿味乙莊 作偈寄之 次韻奉答)
정혜사에서 지었다.

遠別仍遭喪亂秋     멀리 이별하며 상란의 때를 만났기에
謂言無復奉淸遊     다시는 함께 노닐지 못하리라 여겼는데

006_0392_b_01L我曾逃世脫塵累蹤跡便向雲山寄

006_0392_b_02L公乃遭時得其志歷盡淸資登相位

006_0392_b_03L閑忙旣已兩殊致況我疎頑無可記

006_0392_b_04L公猶眷眷不遐棄終始恩情等昆季

006_0392_b_05L何當一迴得相値北望時時苦瞻企

006_0392_b_06L上天元不逆人意苟有所欲必敎遂

006_0392_b_07L前春來伴天子使因向松巒迴玉轡

006_0392_b_08L我時聞之即馳至一夕攀陪償宿冀

006_0392_b_09L怱怱未暇話心事握手無言但相視

006_0392_b_10L別來遺恨滿胸次時復懸懸勞夢寐

006_0392_b_11L俄有人來傳信字又向江南監戰備

006_0392_b_12L此行當須訪山寺爲報主人且相遲

006_0392_b_13L開緘喜閱至數四急掃風軒望來墍

006_0392_b_14L方將中使馳馹騎竊恐尋僧誠不易

006_0392_b_15L何期半夜踏山翠叩門驚我禪餘睡

006_0392_b_16L倒屣欣迎促座侍從容半日論情思

006_0392_b_17L平生幾度受恩賜此迴此惠固無譬

006_0392_b_18L歡娛未足促飛駟斗覺梅酸先入鼻

006_0392_b_19L中心兀兀漸如醉使我一朝顏色悴

006_0392_b_20L感情離恨無與誶獨坐8)誰知9)抆雙淚

006_0392_b_21L師子岫之公自曹溪向檜岡庵
006_0392_b_22L歷訪弊止留二日至宿味
006_0392_b_23L乙莊作偈寄之次韻奉答

006_0392_b_24L
遠別仍遭喪亂秋謂言無復奉淸遊

006_0392_c_01L今來再會眞天幸     지금 재회한 것은 참으로 천행이라서
念此時時忭相知     이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즐거워진다오
忭皮面切音便喜樂貌  忭은 음이 변으로서, 즐겁고 기쁜 모양이다.
嗟予剛直動違時     아 나는 강직해서 걸핏하면 세상과 어긋나
夙昔交遊鮮不遺     옛날 노닐던 이들도 거의 나를 버렸는데
多感吾師終見顧     우리 스님은 끝까지 나를 돌보아 주며
平生心膽許相知     평생의 지기 허락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우연히 두 수를 짓다·6언(偶書二首·六言)
風過庭除如掃      바람 지난 뜰은 빗자루로 쓴 듯
雨餘景物爭鮮      산뜻함 다투는 비 온 뒤의 경물
觸目都無纎累      보이는 것 모두 한 점 티끌 없이
全身常在深禪      몸 전체가 항상 깊은 선정 속에

落石水聲咽咽      돌 구르는 물소리 오열하는 듯
連雲山色蒼蒼      구름에 연한 산은 짓푸르기만
老倒仍兼病懶      노쇠한 데다 병마에 게으름까지
坐煩萬像敷揚      쓸데없이 만상이 떠오르기만
둔재 김공에게 우스개로 답한 두 수(戱答鈍才金公二首)
조계산에 머물 때 지었다.

爲人幸自甘無用     사람됨이 다행히 쓸모없음을 좋아하고
卜地仍兼要不爭     자리 잡는 것도 다투지 않으려 하였건만
叵耐業風吹落此     어떡하오 업풍이 불어 이곳에 떨어져서
平生雅志未能成     평소에 지닌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보내온 시에 “조계는 어찌하여 사람들이 다투는가.(曹溪胡奈有人爭)”라는 구가 있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一時鋒鏑今何恠     지금 한때 다툰 것이 이상할 게 있으리오
六代衣盂古亦爭     옛날 육대에도 의발을 서로 다투었는걸256)
縱使毘嵐敢搖落     설령 비람257)이 감히 흔들어댄다 해도
少林花果本圓成     소림사258)의 꽃과 열매는 본시 끄떡없다오
삼가 보내온 시에 차운하여 수재 홍 상공 좌우에 올리다(謹次來韻 寄呈睡齋洪相公座右)
但使身心觸處安     그저 심신이 편안하면 그만이니
不須捿息要名山     굳이 명산 찾아 머물 필요 없겠지만
我生況與雲無定     나의 삶은 구름처럼 정한 곳이 없으니
楓嶠何難得解顏     풍교에서 한번 웃기 뭐가 어려우리

006_0392_c_01L今來再會眞天幸念此時時忭相知


006_0392_c_02L面切音便
喜樂貌


006_0392_c_03L嗟予剛直動違時10)夙昔交遊鮮不遺

006_0392_c_04L多感吾師終見顧平生心膽許相知

006_0392_c_05L偶書二首六言

006_0392_c_06L
風過庭除如掃雨餘景物爭鮮

006_0392_c_07L觸目都無纎累全身常在深禪

006_0392_c_08L落石水聲咽咽連雲山色蒼蒼

006_0392_c_09L老倒仍兼病懶坐煩萬像敷揚

006_0392_c_10L戱答鈍11)才金公12)二首住曹溪
時作

006_0392_c_11L
爲人幸自甘無用卜地仍兼要不爭

006_0392_c_12L13)叵耐業風吹落此平生雅志未能成

006_0392_c_13L14)來詩有曹溪胡奈
有人爭之句故云


006_0392_c_14L一時鋒鏑今何恠六代衣㿻古亦爭

006_0392_c_15L縱使毘嵐敢搖落少林花果本圓成

006_0392_c_16L謹次來韻寄呈睡15)齋洪相16)
006_0392_c_17L座右

006_0392_c_18L
但使身心觸處安不須捿息要名山

006_0392_c_19L我生況17)與雲無定楓嶠何難得解顏

006_0392_c_20L「跌」作「趺」{甲}次同「茫」作「萢」{甲}「有」
006_0392_c_21L作「自」{甲}
「衽」作「社」{甲}「志」作「忘」{甲}
006_0392_c_22L
「岳」作「巒」{甲}「寺」無有{甲}「誰」作「唯」
006_0392_c_23L{甲}
「抆」作「坟」{甲}「夙」無有{甲}「才」
006_0392_c_24L作「材」{甲}
「晅」作「暄」{甲}「叵」作「匹」{甲}
006_0392_c_25L
「來」作「東」{甲}「齋」作「齊」{甲}「公」作
006_0392_c_26L「国」{甲}
「與」作「興」{甲}

006_0393_a_01L보내온 시에 “조계산에서 주석한 뒤로부터는, 풍악에서 한번 서로 웃을 길이 없네(自從主席曹溪後 楓岳無由一破顏)”라고 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千里來書枉問安     천리에 글을 보내 소식 물어 주시다니
淸風髣髴到窮山     궁벽진 산에 맑은 바람이 불어온 듯
雖然不涉根塵事     근진259)의 일에 걸리지 않는 것도 좋겠지만
爭似相逢一覩顏     서로 만나 한번 얼굴 보는 것만 하리오
한 소경사기이 연경에서 부친 시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韓少卿謝奇在燕都所寄)
去歲春風慘別離     지난해 봄바람 속에 슬피 이별한 뒤로
至今空有夢相隨     지금은 속절없이 꿈속에서만 어울리네
但能善保千金重     천금 같이 중한 몸 잘 보전만 하신다면
一笑寧無再面時     다시 만나 한번 웃을 때가 어찌 없으리

보내온 시에 “이생에서 다시 만날 때는 언제일까.(此生重面是何時)”라고 하였다.
평양의 신임 수령이 시랑으로 있다가 처음으로 지방 행정을 맡았다는 말을 듣고 시를 지어 부치다(聞平陽新守 自侍郞始宣政化 作詩寄似)
肇開鈴閣扇仁風     집무실 활짝 열어 인풍을 일으키니
一境欣然喜已同     한 경내가 흔연히 똑같이 기뻐하네
昨夜禪餘眠更穩     어젯밤 참선 뒤에 잠이 더욱 편했나니
是知新化及山中     새로운 교화가 산중까지 미친 줄 알겠도다
앞의 운을 다시 써서 한 국박사기에게 부치다(復用前韻 寄韓國博謝奇)
一封芳信到山中     산중에 날아온 한 통의 서신
髣髴親瞻玉樹風     옥수의 풍채를 직접 보는 듯
兩地相望無限意     그리워하는 두 곳의 무한한 뜻
借毛錐子逞神通     모추자260) 빌려서 신통을 보였어라
별동에서 노닐며(遊別洞)
계봉雞峯에 있을 때 지었다.

從汝楓巒與五臺     풍만과 오대도 그냥 놔두고
任他廬岳及天台     여악과 천태도 내버려 뒀나니
欲看水石最佳處     제일 좋은 수석을 보고 싶으면
須向雞峰別洞來     계봉의 별동에 와야만 하리라
계봉의 괴로움(鷄峯苦)
정혜사定惠寺에 있을 때 우스개로 지었다.

鷄峯之苦今無譬     지금 비유할 곳 없는 계봉의 괴로움이여
欲說一二先酸鼻     한두 가지 말하려니 코가 먼저 시큰하네
經營歲久屋甚老     지은 지 오래된 집은 매우 낡아서
檐牆壁皆傾地      처마 기와 담벽 모두 땅에 기울어
每遇淋漓下雨時     매번 장마철 만나 비가 내릴 때면
屋漏如篩無處庇     체처럼 빗물이 새어 피할 곳이 없네
四時執爨唯數髡     사시 취사炊事를 맡은 몇 명의 중은
衣裳繿縷顏色悴     남루한 의상에 초췌한 안색으로
齋時蔬藕晨淡粥     재 올릴 땐 나물이요 아침은 묽은 죽
陟嶮搬柴日三四     나무하러 산 위로 하루에도 서너 번
何曾揀擇寒與暑     추위와 더위 가릴 틈이나 있으리오
雖復雨雪不敢避     비와 눈이 와도 감히 피할 수가 없네

006_0393_a_01L來詩云自從主席曹溪後
楓岳無由一破顏故云


006_0393_a_02L千里1)來書枉問安淸風髣髴到窮山

006_0393_a_03L雖然不涉根塵事爭似相逢一覩顏

006_0393_a_04L次韻答韓少卿2)在燕都所寄

006_0393_a_05L
去歲春風慘別離至今空有夢相隨

006_0393_a_06L但能善保千金重一笑寧無再面時

006_0393_a_07L來詩云此生
重面是何時

006_0393_a_08L聞平陽新守自侍郞始宣政化
006_0393_a_09L作詩寄似

006_0393_a_10L
肇開鈴閣扇仁風一境欣然喜已同

006_0393_a_11L昨夜禪餘眠更穩是知新化及山中

006_0393_a_12L復用前韻寄韓國3)謝奇

006_0393_a_13L
一封芳信到山中髣髴親瞻玉樹風

006_0393_a_14L兩地相望無限意借毛錐子逞神通

006_0393_a_15L遊別洞在雞4)
時作

006_0393_a_16L
從汝楓巒與五臺任他5)廬岳及天台

006_0393_a_17L欲看水石最佳處須向雞峰別洞來

006_0393_a_18L鷄峯苦在定惠
時戱作

006_0393_a_19L
鷄峯之苦今無譬欲說一二先酸鼻

006_0393_a_20L經營歲久屋甚老牆壁皆傾地

006_0393_a_21L每遇淋6)漓下雨時屋漏如篩無處庇

006_0393_a_22L四時執爨唯數髠衣裳繿縷顏色悴

006_0393_a_23L7)齋時蔬藕晨淡粥陟嶮8)搬柴日三四

006_0393_a_24L何曾揀擇寒與暑雖復雨雪不敢避

006_0393_b_01L園頭老僧只一個     원두261)의 소임 맡은 늙은 중 한 사람은
薙草倒地折一臂     풀 베다 넘어지며 팔뚝이 부러져서
山椒菜圃小如掌     손바닥만 한 조그만 산초 채소밭을
草深沒膝無人理     가꿀 사람 없어 풀이 무릎까지 찼네
深村丁力四五戶     심심산골에 장정의 집은 너댓 집뿐
茅茨不完蓬滿地     초가도 방치된 채 쑥대만 땅에 가득
男出耕耘女踏碓     남자는 농사짓고 여자는 방아 찧고
長年力役到童稚     어른이 할 일을 아이들까지 거드니
十日驅使一日休     열흘 동안 근무하고 하루 휴식하는
奚暇仕家營自利     사가의 편의를 도모할 틈이 있으리오
秋至蕭然無所穫     가을에도 쓸쓸히 거둘 것이 없어
但向人田拾遺穗     남의 밭에서 이삭이나 주워 모을 뿐
每說明年必不堪     매양 말하기를 내년엔 견디지 못해
遠邇不復見玆寺     원근이 다시 이 절을 보지 못할 것이라네
獨眼院主頻來言     외눈박이 원주가 자주 와서 하는 말이
이때에 원주院主가 눈이 하나였다.
糧罄將無數月備     몇 달치 양식도 없어 장차 떨어지리니
欲令齋鉢不全空     바리때가 완전히 비지 않게 하려면
急須將貨糴於肆     얼른 돈을 마련해서 양식을 구할 것이오
不然晨夕省其費     그렇지 않으면 아침저녁의 비용을 줄여
草加於飯鹽加豉     밥에 풀 된장엔 소금을 더 넣어야 한다네
鷄峯之苦苦復苦     고달프고 고달픈 계봉의 이 고통이여
具說豈止唯此事     다 말하기로 하면 어찌 이 일뿐이리오
旣不是北洲鬱單越    여기가 북주울단월262)이 아닌 이상
衣食隨心而自至     옷과 밥이 뜻대로 채워질 리도 없고
又不能毗耶老居士    또 비야의 노거사가 될 수도 없는 이상
上方取飯而分施     상방에서 밥 가져와 나눠 줄 수도 없으니263)
不如將此千般萬般    차라리 천 가지 만 가지의 이 괴로움을
苦都付風軒一場睡    풍헌의 한바탕 꿈에 부치는 것이 나으리라
병중에 홀로 앉아 회포를 적다(病中獨坐書懷)
默坐觀我生       말없이 앉아서 나의 생을 살펴보니
灼然同夢幻       분명히 꿈이요 허깨비와 같다 하리
不是徒强言       그냥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라
自信固無間       진정 틀림없다고 스스로 믿네
何於夢幻塲       어찌하여 꿈과 허깨비 세상에서
歷歷足憂患       이것저것 근심 걱정 많기도 한지
譁譁惡聞頻       왁자지껄 나쁜 소문도 자주 듣고
擾擾嫌見慣       요란하게 싫은 광경도 늘상 본다네
豈無窮山中       어찌 궁벽한 산속에 들어가면
長松翳幽㵎       장송에 가려진 냇물이 없으리오
不如歸去來       그곳으로 얼른 되돌아가서
於焉養踈慢       게으른 생활 즐김이 좋으리라
秋至拾橡栗       가을 되면 도토리와 밤을 줍고
春來採藜莧       봄이 오면 명아주와 비름 뜯고
石銚茶七甌       돌 냄비에는 일곱 잔의 찻물이요
瓦爐香一瓣       질 화로에는 한 줄기 향이로세
嬴顚復劉蹶       영씨와 유씨264)가 계속해서 쓰러져도
聊樂我國晏       내 나라에서 편안하게 즐기면 그뿐
寄謝世上人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여 고하노니
逍遙異鵬鷃       붕안265)은 소요하는 방법이 다르다네
우연히 설당의 운을 써서 인과 묵 두 선인에게 보이다(偶用雪堂韻 示印默二禪人)
이하 5수는

006_0393_b_01L園頭老僧只一個薙草倒地9)折一臂

006_0393_b_02L山椒菜圃小如掌草深沒膝無人理

006_0393_b_03L深村丁力四五戶茅茨不完蓬滿地

006_0393_b_04L男出耕耘女踏碓長年力役到童稚

006_0393_b_05L十日驅使一日休奚暇仕家營自利

006_0393_b_06L秋至蕭然無所穫但向人田10)拾遺穗

006_0393_b_07L每說明年必不堪11)邇不復見玆寺

006_0393_b_08L獨眼院主頻來言時有院主
12)一目


006_0393_b_09L糧罄將無數月備13)令齋鉢不全空

006_0393_b_10L急須將貨糴於肆不然晨夕省其費

006_0393_b_11L草加於飯鹽加豉鷄峯之苦苦復苦

006_0393_b_12L具說豈止唯此事旣不是北洲鬱單越

006_0393_b_13L衣食隨心而自至又不能毗耶老居士

006_0393_b_14L上方取飯而分施不如將此千般萬般

006_0393_b_15L都付風軒一場睡

006_0393_b_16L病中獨坐書懷

006_0393_b_17L
默坐觀我生灼然同夢幻不是徒强言

006_0393_b_18L自信固無間何於夢幻塲歷歷足憂患

006_0393_b_19L譁譁惡聞頻擾擾嫌見慣豈無窮山中

006_0393_b_20L長松翳幽14)不如歸去來於焉養踈慢

006_0393_b_21L秋至拾橡栗春來採藜莧石銚茶七甌

006_0393_b_22L瓦爐香一15)嬴顚復劉蹶聊樂我國晏

006_0393_b_23L寄謝世上人逍遙異鵬鷃

006_0393_b_24L偶用雪堂韻示印默二禪人此下
16)

006_0393_c_01L조계산에서 지었다.

曹溪不獨龍象窟     조계는 용상266)의 굴이 될 뿐 아니라
春晩園林最奇絕     봄 늦은 동산의 숲은 최고의 절경
數枝山茶紅似火     몇 가지 동백꽃은 불타는 듯 빨갛고
千樹梨花白於雪     1천 나무 배꽃은 눈보다도 희다오

竹外紅桃開最晚     가장 늦게 피는 대숲 너머 복숭아꽃
正似卯酒初上顋     해장술 오르는 발그레한 뺨과 같네
朝來山雨洒如飛     아침에 오는 산비 날리듯 흩뿌려
但見綠葉相低垂     푸른 잎새 낮게 숙인 것만 보이네

良辰美景古難得     예로부터 얻기 어려운 양신과 미경267)
我今行樂嗟暮遲     나의 지금 행락 늦은 것이 서글퍼라
憑君急呼二三子     그대여 얼른 몇 사람 불러와서
論詩煑茗供遊嬉     시 논하고 차 달이며 함께 놀아 보세나
앞의 운을 써서 반가운 비에 답하다(用前韻 答喜雨)
懶龍貪睡久伏窟     게으른 용이 잠에 취해 오래 굴에 엎드려서
冬旱連春時雨絕     겨울 가뭄이 봄까지 이어져 비가 오지 않네
田翁日夜號蒼天     농부가 밤낮으로 하늘 향해 호소하자
晩向春分得微雪     늦게 춘분 무렵에야 싸락눈이 내렸네

微雪豈足滋農功     싸락눈이 어떻게 농사일을 도우리오
恐見菜色生民顋     백성들 얼굴이 누렇게 뜰까 걱정이더니
天公鞭起雷車飛     천공이 채찍 들고 천둥 수레 달리게 하여
五日淋漓膏澤垂     5일 동안 질펀하게 기름진 은택 내렸네

扶犂荷鍤誰敢後     쟁기 들고 삽 메는 일 누가 감히 뒤지리오
競出揷秧唯恐遲     모내기 늦을세라 다투어 뛰어나가네
秋來南畝應大熟     가을 되면 앞 들판에 크게 풍년들 터이니
吾當皷腹含哺嬉     나도 잔뜩 먹고 배 두드리며 즐기리라
앞의 운을 써서 인 선백에게 답하다(用前韻 答印禪伯)
楓巒古稱眞聖窟     풍만을 옛날에는 진성굴이라 칭했나니
萬壁千巖競巉絕     1만 절벽 1천 바위 너도 나도 솟아 있네
莫論冬日苦凝嚴     겨울의 혹독한 추위 말할 것이 있으리오
五月庵前餘積雪     5월에도 암자 앞에 쌓인 눈이 남았는걸

凡人到山未數日     누구나 산에 오면 며칠이 되기 전에
已覺秀色迴雙顋     양쪽 뺨에 수색이 돌아옴을 느낀다네

006_0393_c_01L在曹
溪作

006_0393_c_02L
曹溪不獨龍象窟春晩園林最奇絕

006_0393_c_03L數枝山茶紅似火千樹梨花白於雪

006_0393_c_04L竹外紅桃開最晚正似卯酒初上頰

006_0393_c_05L朝來山雨洒如飛但見綠葉相低垂

006_0393_c_06L良辰美景古難得我今行樂嗟暮遲

006_0393_c_07L憑君急呼二三子論詩煑茗供遊嬉

006_0393_c_08L用前韻答喜雨

006_0393_c_09L
懶龍貪睡久伏窟冬旱連春時雨絕

006_0393_c_10L田翁日夜號蒼天晩向春分得微雪

006_0393_c_11L微雪豈足滋農功恐見菜色生民頰

006_0393_c_12L天公鞭起雷車飛五日淋*漓膏澤垂

006_0393_c_13L扶犂荷17)鍤誰18)敢後競出揷秧唯恐遲

006_0393_c_14L秋來南畝應大熟吾當皷腹含哺嬉

006_0393_c_15L用前韻答印禪伯

006_0393_c_16L
楓巒古稱眞聖窟萬壁千巖競巉絕

006_0393_c_17L19)莫論冬日苦凝嚴五月庵前餘積雪

006_0393_c_18L凡人到山未數日已覺秀色迴雙頰

006_0393_c_19L「來書」作「書來」{甲}「奇」作「寄」{甲}「博」
006_0393_c_20L作「愽」{甲}
「澤」作「峯」{甲}「廬」作「盧」{甲}
006_0393_c_21L
「漓」作「灕」{甲}次同「齋」作「齊」{甲}「搬」
006_0393_c_22L作「般」{甲}
「折」作「拆」{甲}「拾」作「捨」{甲}
006_0393_c_23L
「邇」作「逋」{甲}「一」無有{甲}「令」作「今」
006_0393_c_24L{甲}
「㵎」作「澗」{甲}「瓣」作「辨」{甲}「首」
006_0393_c_25L下有「在衆時」{甲}
「鍤」作「」{甲}「敢」作
006_0393_c_26L「取」{甲}
「莫」無有{甲}

006_0394_a_01L當年一杖逐雲飛     당년에 지팡이 하나 구름 따라 날려
選勝探奇三載垂     기이한 경치 찾은 지 어언 3년일세

歸來道骨更淸瘦     돌아온 도골이 더욱 청수해졌나니
遙知山鶴怨迴遲     산학은 안 돌아온다 원망할 줄 알겠네
他時再向松蘿行     다른 때 송라 향해 다시 간다면
能許相將携手嬉     서로 손 잡고 기꺼이 따르리라
앞의 운을 써서 암자의 즐거움을 적다(用前韻 書庵中樂)
經春杜門作窠窟     봄 내내 문 닫고서 틀어박혔나니
庭院蕭條人跡絕     정원은 쓸쓸하게 인적이 끊어졌네
飣鉢蔬芽初脫甲     발우 속엔 껍질 벗고 싹 틔운 나물이요
滿甌茶乳輕浮雪     사발 가득 다유268)에는 눈송이가 떠 있네

困來枕臂鼾成雷     피곤하면 팔을 베고 우레처럼 드르렁
睡起淸香餘齒顋     잠을 깨면 맑은 향기 입가에 남아 있네
踈雨絲絲野花飛     보슬보슬 성긴 비에 들꽃은 나부끼고
輕煙羃羃溪柳垂     늘어진 냇가 버들에 옅은 연기 엉겨 있네

坐穩方知一牀足     편히 앉으니 평상 하나 족함을 알겠고
身閑正好春日遲     몸이 한유하니 봄날이 긴 것이 좋아라
獨唫獨嘯無人和     홀로 읊고 파람 불 뿐 답하는 사람 없이
細履松蹊聊自嬉     솔 길 살살 거닐면서 혼자 즐기노라
앞의 운을 써서 인 선백에게 답하다(用前韻 答印禪伯)
君不見王家甲第稱富窟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부굴로 불린 왕가의 저택은
花間錢徑纎塵絕     꽃 사이의 돈 길이 티끌 하나 없는 것을269)
又不見東郭先生最寒餓  또 보지 못하는가 지극히 가난한 동곽 선생은
敗履出門行踏雪     해진 신발 신고 눈 위를 밟고 다닌 것을270)

從來臧穀俱亡羊     원래 장과 곡이 모두 양을 잃었는데271)
誰使奔馳紅發顋     누가 얼굴 붉히며 뛰어다니게 하나
幸今天子六龍飛     다행히 지금은 천자가 새로 등극하여
盛澤日將甘雨垂     단비의 성대한 은택을 날마다 내려 주네

耦耕行當問桀溺     우경하는 걸익에게 나루도 묻고272)
學圃亦欲師樊遲     학포의 번지273)도 스승으로 삼고 싶네
不用腰錢駕鶴昇靑天   돈 두르고 학 타고서 날아갈 필요 있나274)
一飽自足平生嬉     한번 배불러 자족하면 평생토록 즐거운걸
삼현을 애도한 시·병서(悼三賢詩·并序)
우연히 오원伍員과 굴원屈原과 가의賈誼 삼현의 전기를 읽다가, 그들이 강직한 충의의 절조 때문에 오히려 참소를 당해 마침내 쫓겨났고 끝내 그 원한을 풀지 못한 것을 슬프게 여겨, 시를 지어서 애도하였다.

屬鏤無眼識英奇     영특한 인재 못 알아보고 촉루를 내려
果遣姑蘇伏野麋     고소에 사슴이 엎드려 놀게 하였도다275)
能智能愚是賢者     바보가 될 수도 있어야 현자라 할 텐데
子何忠諫不知時     그대 어찌 충간만 하고 때는 몰랐는가

006_0394_a_01L當年一杖逐雲飛選勝探奇三載垂

006_0394_a_02L歸來道骨更淸瘦遙知山鶴怨1)迴遲

006_0394_a_03L他時再向松蘿行能許相將携手嬉

006_0394_a_04L用前韻書庵中樂

006_0394_a_05L
經春杜門作窠窟庭院蕭條人跡絕

006_0394_a_06L飣鉢蔬芽初脫甲滿甌茶乳輕浮雪

006_0394_a_07L困來枕臂鼾成雷睡起淸香餘齒頰

006_0394_a_08L踈雨絲絲野花飛輕煙羃羃溪柳垂

006_0394_a_09L坐穩方知一牀足身閑正好春日遲

006_0394_a_10L2)唫獨嘯無人和細履松蹊聊自嬉

006_0394_a_11L用前韻答印禪伯

006_0394_a_12L
君不見王家甲第稱富窟花間錢徑纎

006_0394_a_13L塵絕又不見東郭先生最寒餓敗履出

006_0394_a_14L門行踏雪從來臧糓俱亡羊誰使奔馳

006_0394_a_15L紅發頰幸今天子方龍飛盛澤日將甘

006_0394_a_16L雨垂耦耕行當問桀溺學圃亦欲師樊

006_0394_a_17L不用腰錢駕鶴昇靑天一飽自足平

006_0394_a_18L生嬉

006_0394_a_19L悼三賢詩并序

006_0394_a_20L
偶讀伍員屈原賈誼三賢傳哀其以

006_0394_a_21L鯁直忠義之節反爲讒諂所傷卒見

006_0394_a_22L斥逐竟不得雪其寃作詩以悼之

006_0394_a_23L
屬鏤無眼識英奇果遣姑蘇伏野麋

006_0394_a_24L能智能愚是賢者子何忠諫不知時

006_0394_b_01L이는 오원伍員을 애도한 것이다.

被髮行吟楚水湄     머리 풀고 읊조린 초나라 물가276)
至今遺跡使人悲     지금껏 그 유적이 슬프게 하네
誰知萬古煙波裏     누가 알까 만고의 내 낀 물결 속에
一片忠誠死不移     죽어도 변치 않는 한 조각 충성심을
이는 굴원屈原을 애도한 것이다.

由來見忌坐才名     재명이 있으면 시기를 당하는 법
故作長沙萬里行     그래서 장사 땅 만리 길 귀양갔다네277)
祗是讒言成見錦     단지 참언이 패금278)을 이뤘기 때문이지
非關聖主不聰明     성주가 총명치 못해 그런 것은 아니었네
이는 가의賈誼를 애도한 것이다.
신임 승선 이공에게 축하하는 시를 부치다·3수(寄賀新承宣李公 ‧ 三首)
공이 깊이 선열禪悅에 들어갔다.

高爵當早取       높은 벼슬은 일찍 취해야지
衰年亦何求       쇠년에 또 어떻게 구하리오
嘉公未四十       멋지다 공이여 40세도 안 되어
獨步拜龍侯       홀로 앞서서 용후에 임명되었으니

綠鬢連頳頰       검은 머리에 불그레한 두 뺨
紅腰映紫衿       붉은 허리띠에 보라색 관복
遙知拜龍寵       멀리서도 알겠네 임금님 총애 받아
光彩動詞林       그 광채가 문단을 진동시킬 줄을

富貴順人情       부귀가 인정에 맞는다 해도
能令擾方寸       마음을 곧잘 동요시키는 법
願公猛提撕       바라건대 철저히 단속을 하여
愼勿遭折困       부디 좌절을 당하지 말기를
산중의 즐거움(山中樂)
처음 출가해서 백련암에 머물 때 지었다.

山中樂         산중의 즐거움이여
適自適兮養天全     내 좋아하는 것 좋아하며279) 천성을 기른다네
林深洞密石逕細     우거진 숲 깊은 골에 가느다란 돌길이요
松下溪兮岩下泉     소나무 밑엔 냇물 바위 아래는 샘이로세
春來秋去人跡絕     봄이 오고 가을 가도 사람 자취 끊어져서
紅塵一點無緣      속세의 티끌은 한 점도 붙을 수가 없다네
飯一盂蔬一盤      한 발우의 밥에 한 소반의 나물
飢則食兮困則眠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드네
水一缾茶一銚      한 병의 물에 한 냄비의 차
渴則提來手自煎     목마르면 가져와 손수 끓인다네
一竹杖一蒲團      대지팡이 하나에 부들 방석 하나
行亦禪兮坐亦禪     걸어가도 선이요 앉아서도 선일세
山中此樂眞有味     산중의 이 즐거움 참으로 맛이 있나니
是非哀樂盡忘筌     시비와 희노애락 모두 잊고 산다오
山中此樂諒無價     산중의 이 즐거움 참으로 맛이 있나니
不願駕鶴又腰錢     학 타고 허리에 돈 차는 것 바라지 않소
適自適無管束      내 좋아하는 것 좋아하고 구속받지 않으면서
但願一生放曠終天年   일생 자유롭게 천명을 마칠 수 있기만을

이상 『해동 조계 제6세 원감 국사 가송海東曹溪第六世圓鑑國師歌頌』 끝

006_0394_b_01L3)右悼伍員

006_0394_b_02L
被髮行吟楚水湄至令遺跡使人悲

006_0394_b_03L誰知萬古煙波裏一片忠誠死不移

006_0394_b_04L*右悼屈原

006_0394_b_05L
由來見忌坐才名故作長沙萬里行

006_0394_b_06L祗是讒言成見錦非關聖主不聰明

006_0394_b_07L*右悼賈誼

006_0394_b_08L寄賀新承宣李公三首公深於
禪悅

006_0394_b_09L
高爵當早取衰年亦何求嘉公未四十

006_0394_b_10L獨步拜龍候綠鬢連頳頰紅腰映紫衿

006_0394_b_11L遙知拜龍寵光彩動詞林富貴順人情

006_0394_b_12L能令擾方寸願公猛提撕4)勿遭折困

006_0394_b_13L山中樂初出家住白
蓮庵時作

006_0394_b_14L
山中樂適自適兮養天全

006_0394_b_15L林深洞密石5)逕細松下溪兮岩下泉

006_0394_b_16L春來秋去人跡絕紅塵一點無緣

006_0394_b_17L飯一㿻蔬一盤飢則食兮困則眠

006_0394_b_18L水一缾茶一銚渴則提來手自煎

006_0394_b_19L一竹杖一蒲團行亦禪兮坐亦禪

006_0394_b_20L山中此樂眞有味是非哀樂盡忘筌

006_0394_b_21L山中此樂諒無價不願駕鶴又腰錢

006_0394_b_22L適自適無管束但願一生放曠終天年

006_0394_b_23L
6)海東曹溪第六世圓鑑國師歌頌終

006_0394_b_24L

006_0394_c_01L
대덕大德 원년 정유년(1297년) 충렬왕 23년 모일에 문인門人 진경眞冏이 쓰다.

대덕大德 정유년에 개간開刊한 『해동 조계 제6세 원감 국사 가송海東曹溪第六世圓鑑國師歌頌』 즉 문인 진경眞冏의 서본書本은 세월이 오래 흐르면서 글자가 마멸되어 보는 사람이 안타깝게 여겼다. 이에 한가한 틈을 타서 사람들을 모아 다시 간행함으로써 널리 불후하게 전하려 한다.
정통正統 12년(1447년) 세종 29년 정묘년 7월 모일에 나주목羅州牧에서 개간하다
홍진弘眞 학비學丕 계담戒淡 학생 이초李初 선사 해의海義 극정克精
각수刻手 대선사 행환行還 승 혜원惠元
도색都色 전前 섭호장攝戶長 박근朴根
교정校正 성균생원 김사한金思漢
선교랑宣敎郞 나주목판관 겸 권농병마단련판관羅州牧判官兼勸農兵馬團練判官 한계미韓繼美
중직대부中直大夫 나주목사 겸 권농병마단련사羅州牧使兼勸農兵馬團練使 최효손崔孝孫
승의랑承議郞 도관찰출척사 경력소도사都觀察黜陟使經歷所都事 유柳ㅇㅇ
가선대부嘉善大夫 도관찰출척사 겸 감창안집전수권농관 학사제조이옥병마공사都觀察黜陟使兼監
倉安集轉輸勸農管學士提調利獄兵馬公事 이사임李思任
[발跋]
발문跋文
달마 대사達磨大師가 말하기를 “가르침 밖에 따로 전하면서 문자를 세우지 않았다.(敎外別傳 不立文字)”라고 하였다. 조사師祖의 말씀을 누가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문文과 도道의 관계로 말하면, 산 너머 연기와 같고 담장 너머 뿔과 같으니, 그 연기를 보면 어찌 불이 있는 줄을 모를 것이며, 그 뿔을 보면 어찌 소가 있는 줄을 모르겠는가.
대저 외국과 우리나라는 공간적으로 땅이 서로 떨어진 것이 천만 리나 되고, 시간적으로 세대가 서로 떨어진 것이 천만 년이나 되지만, 그 글을 보기만 하면 작자作者의 뜻을

006_0394_c_01L
大德元年丁酉十月門人眞冏書
006_0394_c_02L於大德丁酉開刊海東曹溪第六世圓鑑
006_0394_c_03L國師歌頌門人眞冏書本歲久字
006_0394_c_04L者病焉幸承閑務乃募遊手俾重鋟梓
006_0394_c_05L7)廣傳不朽云爾

006_0394_c_06L
正統十二年丁卯七月羅州牧開刊

006_0394_c_07L
弘眞學丕戒淡學生李初禪師海
006_0394_c_08L克精刻手大禪師行還僧惠元
006_0394_c_09L色前攝戶長朴根校正成均生員金思
006_0394_c_10L宣敎郞羅州牧判官兼勸農兵馬團
006_0394_c_11L練判官韓繼美中直大夫羅州牧使兼
006_0394_c_12L勸農兵馬團練使崔孝孫承議郞都觀
006_0394_c_13L察黜陟使經歷所都事柳嘉善大夫都
006_0394_c_14L觀察黜陟使兼監倉安集轉輸勸農管學
006_0394_c_15L士提調利獄兵馬公事李思8)

006_0394_c_16L[跋]

006_0394_c_17L

006_0394_c_18L
達磨大師曰敎外別傳不立文字師祖
006_0394_c_19L之言誰可誣哉雖然恁麽文與道者
006_0394_c_20L隔山煙似隔墻角見其煙則豈不知有火
006_0394_c_21L見其角則豈不知有牛耶夫外國與吾
006_0394_c_22L則地之相去也千萬里古之與今
006_0394_c_23L世之相後也千萬歲苟見其書則作者之
006_0394_c_24L「迴」作「逈」{甲}「唫」作「吟」{甲}「右」無
006_0394_c_25L有{甲}次同
「勿」作「忽」{甲}「逕」作「徑」{甲}
006_0394_c_26L
「海東…冏書」二十八字無有{甲}「廣」作
006_0394_c_27L「庶」{甲}
「任」下有文如下「海東曺溪第六世
006_0394_c_28L圓鑑國師歌頌終大德元年丁酉十月日門人
006_0394_c_29L眞冏書延寶八年歲次庚申林鍾之吉刊行」{甲}

006_0395_a_01L분명히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겠는가.
원감 국사圓鑑國師는 조계曹溪의 물을 떠 마시고 회당晦堂280)의 선禪에 참여하였다. 서술한 어록 한 질을 보면 글자마다 정화精華를 토해 내고 구절마다 현리玄理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를 읊노라면 맑은 쇳소리처럼 속진俗塵을 벗어난 취향을 발휘하고, 이를 음미하노라면 적적한 가운데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심연深淵을 투사透寫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 춤추고 발로 구르게 되곤 한다. 그 글은 인위적으로 조작한 흔적이 전혀 없고, 그 뜻은 웅혼하여 마치 옥구슬이 소반 위를 구르는 것과 같으니, 우리 시가詩家의 활법活法을 깊이 얻은 자가 간혹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분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본조本朝에서 문집을 아직 간행하지 않아 아름다운 글이 반쯤 좀먹고 묘한 글씨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으니, 어찌 방관만 할 수가 있겠는가. 이 때문에 기궐씨(剞劂氏 : 판각하는 사람)에게 간행하도록 명하여, 국사國師의 참된 풍모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 아, 이 일이 앞으로 발을 잘리는 죄에 해당될 것인가, 아니면 연성連城의 값을 얻게 될 것인가.281)
연보延寶 경신년일본 영원靈元의 연호로 우리나라 숙종肅宗 6년(1680년)이다. 4월에 천향산하淺香山下 사문沙門 소명小螟은 낙양洛陽 대은헌大隱軒에서 발문을 쓰다
연보延寶 8년 경신년 6월 초하루(林鐘之吉)에 간행하였다
원감록圓鑑錄 인사印寫 발문
옛날 용맹존자(勇猛尊者 : 龍樹)가 인도印度에 출현하여 염부閻浮282)의 글을 읽다가 읽을 만한 것이 없자, 가라迦羅 용궁龍宮에 들어가 그곳에 보관된 장경藏經을 모두 읽고 나서 『약본略本 화엄경華嚴經』을 송출誦出하여 염부 및 사방 천하에 반포하였다. 그 뒤에 삼장三藏이 계속 나와 번역해서 방외方外에 전한 것이 바로 이 대경大經이 아니겠는가.
지금 조계산曹溪山 제6세 원감 국사圓鑑國師가 지은 가송록歌頌錄 1책은 원래 본산本山 방판方板의 소장所藏인데 불행하게도 병화兵火에 소실되었고, 개인적으로 소장한 것도 없어서 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학자들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무오년(1918년) 봄에 산승山僧 해은공海隱公이, 한성漢城에 있는 육당六堂 최공(崔公 : 崔南善)의 책 상자에 『원감록』이 보관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을 치며 크게 탄식하기를 “이것을 얻기 어려운 것이 용의 턱 아래에서 구슬을 빼내는 것보다도 더하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듣고서야 어떻게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즉시 행장을 꾸려 한성에 가서 육당六堂 최공(崔公)을 방문하여 책을 빌려서 옮겨 적고 원본을 돌려주었다. 이는 마치 옛 구슬을 다시 갈아서 더욱 빛을 내는 것과도 같았다. 이 책이 유통된 맥락을 적자면, 해은海隱이 육당六堂에게 빌리고 육당은

006_0395_a_01L1)躍如也然則是亦不爲貴乎粤圓鑑
006_0395_a_02L國師酌流曹溪參禪晦堂所述語錄一
006_0395_a_03L2)帙字字吐華句句譚玄3)唫之則鏗鏗
006_0395_a_04L發揮出塵絕4)俗趣向味之則寂寂然
006_0395_a_05L寫透無聲無臭淵蘊自是不知手之舞之
006_0395_a_06L足之5)蹈之則其文終無斧鑿痕其意渾
006_0395_a_07L走盤一美璞而已矣所謂間有深得吾
006_0395_a_08L詩家活法者其斯人乎本朝未有栞行
006_0395_a_09L菚半蝕墨妙將亡其可恝哉是故命剞
006_0395_a_10L劂氏鍥梓而欲國師眞風不落地者也
006_0395_a_11L値刖足罪歟將得連城價歟旹延寶庚申
006_0395_a_12L6)日靈元年號
我肅宗六年
7)四月淺香山下沙門小螟
006_0395_a_13L跋于洛陽大隱軒

006_0395_a_14L
8)延寶八年歲次林鐘之吉刊行

006_0395_a_15L

006_0395_a_16L圓鑑錄印寫跋文

006_0395_a_17L
昔龍猛尊者現于印度讀閻浮書無可
006_0395_a_18L讀者入迦羅龍宮其所藏經莫不畢閱
006_0395_a_19L而誦出略本華嚴經頒於閻浮及四天下
006_0395_a_20L其後三藏輩出譯傳方外者莫是大經歟
006_0395_a_21L今曹溪山第六世圓鑑國師所著歌頌錄一
006_0395_a_22L原是本山方板所藏而不幸爲兵燹所
006_0395_a_23L亦無私藏罕所見聞頗爲學者病焉
006_0395_a_24L黃馬之春山之釋海隱公竊聞本錄藏於
006_0395_a_25L漢城留東京臨濟宗閑堂禪師軍持中
006_0395_a_26L膺太息曰此之難得難於龍頷下穿珠也
006_0395_a_27L然而寧以不聞聞何不求哉即裏足抵漢
006_0395_a_28L與六堂崔公圖周覔得若磨刮焉六堂

006_0395_b_01L아베(阿部)에게 빌리고, 아베는 또한 한당閑堂 선사에게 빌린 것이다. 이렇게 은공隱公이 책을 얻고는 뛸 듯이 기뻐하며 매우 보배로 여겼다. 그래서 책을 지니고 조계曹溪에 이르니, 대중이 모두 절하고서 보고는 서로 축하하기를 “포주浦珠가 되돌아오고, 화벽和璧을 온전히 지켰다.”283)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추고 발로 구르며 어찌 할 줄을 몰랐다. 그러나 판본으로 간행할 겨를이 없었으므로 관부官府에 고해 허락을 얻고 나서 단지 2백 부만 인쇄하여 나누어 보관하고는 장차 판각하는 인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아, 용맹자勇猛子는 여래가 입멸하고 738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가라迦羅 용궁에 들어가서 대경大經을 송출誦出하였다. 그런데 해은공海隱公이 국사가 입멸하고 624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경도京都에 올라가서 육당이 소장한 『원감록』을 가져왔으니, 해은의 공이 용맹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요, 육당과 아베의 공 역시 해은공보다 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당의 공은 용장龍藏에 비할 수 있고, 인판印版의 공은 또 삼장三藏의 덕보다 못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하늘에 있어서는 오성五星과 같고, 땅에 있어서는 오행五行과 같아서, 하나만 빠뜨려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으니, 오연五緣이 모두 구비되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속일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나는 조계종曹溪宗의 물결에 목을 적시고 국사의 법유法乳를 마시며 자란 지 지금 어언 40년이 되는데, 『원감록』을 받들어 읽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기만 한다. 이상과 같이 기록하여 대중에게 고하노니, 오직 달자達者는 함께 증명해 주리라 믿는 바이다.

상장上章군탄涒灘(1920년)에 조계曹溪 후학後學 보정寶鼎이 다송실茶松室에서 쓰다
원감시 보유(圓鑑詩 補遺)
다보사에서 읊다(多寶寺吟)
전남 해남군 금강산에 있다.

地幽衰草尙蒙茸     궁벽진 땅에 쇠한 풀들 아직 더부룩
松檜重重碧玉幢     송백은 겹겹으로 푸른 옥 당간일세
一榻烟霞留勝迹     멋진 자취 남아 있는 일탑의 연하라면
百年香火福吾邦     우리나라 복되게 하는 100년의 향화로세
空庭得月鋪晴雪     흰 눈 깔아 놓은 듯한 빈 뜰의 달빛이요
遠壑來風吼夜江     밤 강물 울부짖는 먼 골의 바람이라
衲被蒙頭寒不寐     장삼 뒤집어쓰고 추워서 잠 못 이루는 밤
壁間蘭焰吐殘缸     벽 사이 등잔에선 난 같은 불꽃 토해 내네

006_0395_b_01L介於阿部部亦膠索於閒堂堂心許而傳
006_0395_b_02L之阿阿傳之六六傳之海海寶而賷之
006_0395_b_03L抵曹溪衆皆拜觀而相賀曰浦珠還歟
006_0395_b_04L和璧完歟不覺舞蹈莫知攸云然而不
006_0395_b_05L暇壽木而吿于府得印許但印版二百袠
006_0395_b_06L分藏之以待剞劂氏之時緣如何也吁龍
006_0395_b_07L猛子於如來滅後七百三十八年間入迦
006_0395_b_08L羅藏而誦出大經海隱公於國師滅後六
006_0395_b_09L百二十四年時上京都閒堂藏而賷來本
006_0395_b_10L海之功不下於龍猛六阿之功亦莫
006_0395_b_11L上於海公閒堂之功比諸龍藏印版之功
006_0395_b_12L又不下於三藏之德矣在天如五星在地
006_0395_b_13L若五行可謂闕一不可五緣俱成者信不
006_0395_b_14L誣也鼎飮啄于曹溪宗波長養乎國師
006_0395_b_15L乳者四十年于此矣奉讀本錄不覺泣淚
006_0395_b_16L而記之如右吿于大衆唯達者同垂證明

006_0395_b_17L
上章涒灘

006_0395_b_18L
曹溪后學寶鼎書茶松室中

006_0395_b_19L

006_0395_b_20L圓鑑詩補遺

006_0395_b_21L

006_0395_b_22L多寶寺吟全南海南
郡金剛山

006_0395_b_23L
地幽衰草尙蒙茸松檜重重碧玉幢

006_0395_b_24L一榻烟霞留勝迹百年香火福吾邦

006_0395_b_25L空庭得月鋪晴雪遠壑來風吼夜江

006_0395_b_26L衲被蒙頭寒不寐壁間蘭焰吐殘缸

006_0395_c_01L
흥룡사에서 읊다(興龍寺吟)
전남 나주군 금강진錦江津 북쪽에 있다.

城郭摧頽草木深     성곽은 무너지고 초목만 무성한데
當年淸蹕駐江潯     당년에 왕의 행차 강변에 머물렀지
北山霜樹欹華蓋     화개가 의지했던 북산의 단풍나무요
南岸烟篁聳羽林     우림이 솟았던 남안의 내 낀 대숲이라
輦路螢飛封蘚暈     연로에 날던 반디는 이끼 속에 묻혔고
彤闈禽噪鏁松陰     궁문의 새소리는 솔 그늘에 갇혔어라
秋風破院蟬聲晚     무너진 절엔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저녁 매미 소리
獨倚欄干感古今     난간에 홀로 기대 고금의 감회에 젖네
최이가 다향을 보낸 것을 사례한 시(謝崔怡送茶香韻)
최이가 순천 지주사知奏事가 되어 글과 함께 다향과 『능엄경』을 보냈다. 사자가 돌아가며 답서를 요청하자, 스님이 말하기를 “나는 이미 속세를 떠났으니, 편지를 써서 왕복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사자가 굳이 청하므로 시를 지어 주었다.

瘦鶴靜翹松頂月     여읜 학은 소나무 끝 달 속에 고요히 서 있고
閒雲輕逐嶺頭風     한가한 구름은 재 위의 바람을 사뿐히 좇네
箇中面目同千里     이 속의 면목은 천 리가 똑같을 텐데
何更新飜語一通     또 무슨 한 통의 말을 새로 펼치랴
아우 문개가 벼슬길에 나아간 것을 축하한 시(祝舍弟文凱就官韻)
원개(元凱 : 원감 국사)의 동생이 장원급제하여 벼슬이 평양군수에 이르렀다고, 원개의 시에 적혀 있다.

黃金榜首吾曾占     황금 방의 수석을 내가 차지했었는데
丹桂巍科子亦收     단계의 외과284)를 아우도 거두었군그래
千萬古來稀有事     이는 천고 만고토록 보기 드문 일
一家生得二龍頭     한 집에서 용두285)가 둘이나 나왔으니
금강 나루에서 읊다(錦江津吟)
夕陽峯影落汀洲     석양에 봉우리 그림자 물가에 지는데
破笠枯籐立渡頭     해진 삿갓 마른 지팡이 나루터에 섰네
江水悠悠山杳杳     유유히 흐르는 강물 아득히 이어진 산
不堪秋色動人愁     가을 빛이 사람의 수심을 자아내누나
문편文篇
조계曹溪 후학後學 기산자(綺山子 : 林錫珍)가 수집蒐輯하였다
충경 왕사冲鏡王師286)의 제문
지 사주之社主를 대신하여 지었다

006_0395_c_01L興龍寺吟在全南羅州
郡錦江津北

006_0395_c_02L
城郭摧頽草木深當年淸蹕駐江潯

006_0395_c_03L北山霜樹欹華蓋南岸烟篁聳羽林

006_0395_c_04L輦路螢飛封蘚暈彤闈禽噪鏁松陰

006_0395_c_05L秋風破院蟬聲晚獨倚欄干感古今

006_0395_c_06L謝崔怡送茶香韻崔怡爲順天知奏事
以書遣茶香及楞嚴

006_0395_c_07L使還請報書師曰予已絕俗何修
書往復爲使强迫之且以詩贈

006_0395_c_08L
瘦鶴靜翹松頂月閒雲輕逐嶺頭風

006_0395_c_09L箇中面目同千里何更新飜語一通

006_0395_c_10L祝舍弟文凱就官韻

006_0395_c_11L
黃金榜首吾曾占丹桂巍科子亦收

006_0395_c_12L千萬古來稀有事一家生得二龍頭

006_0395_c_13L錦江津吟

006_0395_c_14L
夕陽峯影落汀洲破笠枯籐立渡頭
006_0395_c_15L江水悠悠山杳杳不堪秋色動人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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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395_c_17L圓鑑國師集文篇

006_0395_c_18L

006_0395_c_19L曹溪後學綺山子蒐輯

006_0395_c_20L9)冲鏡王師祭文

006_0395_c_21L「躍」作「嚁」{甲}「帙」作「怢」{甲}「唫」作
006_0395_c_22L「吟」{甲}
「俗」作俉」{甲}「蹈」作「踏」{甲}
006_0395_c_23L「日靈元年號我肅宗六年」無有{甲}
「四」上有
006_0395_c_24L「夏」{甲}
「延寶…刊行」十二字在跋文前
006_0395_c_25L{甲}
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二七~二
006_0395_c_26L八張){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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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靈이시여. 왕사王師께서는 자화慈和 온정溫靖하고 명백明白 탄이坦夷하였습니다. 행동거지가 자연스럽고 꾸미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며, 언제나 태연히 담소하면서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였습니다. 일찍이 속세를 벗어나 물외物外에서 노닐었으며, 학식은 삼교(三敎 : 儒佛道)를 아우르고 기상은 제방諸方을 압도하였습니다.
왕사께서는 오래도록 진각眞覺287)의 문하에서 노닐고 깊이 소융小融288)의 방안에 들어갔습니다. 학인學人을 제접提接할 때에는 하루 종일 자상하게 가르치면서 피곤한 줄을 몰랐고, 지리至理를 궁구窮究할 때에는 1년 내내 부지런히 탐구하며 싫어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생四生289)이 나루를 건너는 다리처럼 의지하고, 칠중七衆290)이 북두성처럼 우러러보았습니다.
생각건대 비졸鄙拙한 저 역시 평소에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화도花都에서 조서詔書를 응대하시던 때에 문하에 나아가 삭발하였고, 송교松嶠에서 법등法燈을 이으셨을 때에는 시봉侍奉하는 영광을 얻었으며, 귀부龜阜에 퇴휴退休하고 용만龍巒에 귀로歸老하셨을 때에도 걸음마다 항상 병석甁錫의 뒤를 따랐고, 때때로 겸추鉗鎚의 단련을 받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근기가 얕고 미약하니 어떻게 감히 가죽을 얻고 골수를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291)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사께서는 깊이 자비를 베푸시어 간담肝膽을 모두 드러내 보여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돌아보건대 24년 동안 받은 은혜야말로 천만억 겁劫에 걸친 다행스러운 인연이라고 할 것인데, 이제 버리고 떠나셨으니 어디에 의지하여 돌아간단 말입니까.
겨울 바지를 입고 여름 적삼을 벗듯 나고 죽는 것은 우리 집안의 유희遊戱요, 천당에 오르고 불토佛土에 가는 것 역시 우리 본분 상의 소요逍遙입니다. 그런데 더구나 지위는 임금의 스승이 되고 연세가 팔순八旬을 넘겼으며, 이름이 천하에 퍼지고 도道가 인천人天을 뒤덮은 분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교화 인연을 사방에 두루 끼치고 세제世諦를 따라 적멸寂滅에 드시어, 이미 앞뒤로 광명이 발하고 있는 만큼 시종 유감이 없게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별하여 따를 수 없게 되었으니, 어느 날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또 긴 들보가 이미 부러졌으니 앞으로 조실祖室을 누가 떠받칠 것이며, 큰 삿대가 홀연히 물속에 잠겼으니 고하苦河를 어떻게 건너가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두 줄기 눈물이 흐르는 것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어찌 저의 한 몸만을 위해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다시 생각건대, 지난번에 단연檀筵에 참석하는 일 때문에 마침내 주실籌室에서 모시는 일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위독하시다는 말씀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와 뵈었습니다마는, 입적入寂하실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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惟靈慈和溫靖明白坦夷擧措天然
006_0396_a_02L都無緣飾笑談自若雅合平常早曾
006_0396_a_03L脫略乎域中便乃翺翔于物表識兼三
006_0396_a_04L1)壓諸方久遊眞覺之門深入小
006_0396_a_05L融之室提接來機則竟日循循而不倦
006_0396_a_06L硏窮至理則終年矻矻而無厭四生倚
006_0396_a_07L爲津梁2)衆仰若星斗念惟鄙拙
006_0396_a_08L切傾翹會應詔花都就求剗草及傳
006_0396_a_09L燈松嶠獲坫摳衣洎龜阜之退休
006_0396_a_10L3)鷄巒之歸老步步常隨於缾錫時時
006_0396_a_11L久費於鉗鎚根器淺微安敢得皮而得
006_0396_a_12L慈悲深切徒勞吐膽而吐心顧二
006_0396_a_13L十四年之恩憐實千萬億劫之緣幸
006_0396_a_14L其捨去安所依歸4)著冬袴脫夏衫
006_0396_a_15L自家之遊戱升天堂適佛土亦本分之
006_0396_a_16L逍遙而況位尊萬乘之師齒邁八旬之
006_0396_a_17L名流夷夏道蓋人天曁化緣之方
006_0396_a_18L順世諦而圓寂旣有光於前後
006_0396_a_19L無憾於始終然此生長別之難追復何
006_0396_a_20L日重逢之可冀抑又脩梁已折莫知祖
006_0396_a_21L室之誰支巨檝忽沉叵耐苦河之安濟
006_0396_a_22L故難禁於雙淚奚獨爲於一身重念昨
006_0396_a_23L因屑就於檀筵遂致阻陪於籌室忽聞
006_0396_a_24L示疾顚倒絕馳而歸寧奚及遷神

006_0396_b_01L남기신 가르침을 어떻게 종용히 받들 수 있었겠습니까. 인연이 가장 두터운 것을 더욱 기뻐했던 저의 입장에서 볼 때, 점점 더해 가는 비통함과 사모의 정을 어떻게 가눌 수 있겠습니까. 마침 단칠斷七292)의 날을 당하여 귀삼歸三293)의 자리를 대략 베풀고, 이와 함께 변변찮은 제물을 올려 슬픈 마음을 쏟게 되었으니, 저의 정성을 밝게 살피시어 흠향해 주소서.
혜소 국사慧炤國師의 제문
모년 모월 모일에 계족산鷄足山 정혜사定慧社 사문은 삼가 향다香茶와 몇 가지 제수祭羞를 바쳐 이 산문山門을 개창開創한 시조인 혜소 국사慧炤國師의 영전靈前에 공경히 제사를 올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법은 저절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큰 기량의 소유자에 의해서 펼쳐지는 것이요, 그러한 기량의 소유자는 대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천 년에 한 번쯤 나오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생각건대, 우리 국사께서는 원력願力으로 이 땅에 몸을 나투시어, 타고난 자질이 영리하고 지혜가 밝은 가운데 밤낮으로 부지런히 오직 도道를 행하였습니다. 바다를 항해하여 서쪽으로 건너가서 정인淨因의 정수를 얻었으며, 동쪽 땅에 돌아와서는 교화가 한 시대를 적셔 주었습니다. 임금이 제자의 예를 갖추어 한 나라의 스승으로 삼으니, 사중四衆이 귀의하며 대하大廈의 연작燕雀처럼 서로 축하하였습니다.294) 덧없는 영화榮華를 지푸라기처럼 여기고 숲속의 생활을 간절히 동경하여, 이 보방寶坊을 세우고서 여기에 돌아와 노년老年을 보내려고 하였는데,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너무도 일찍 세상을 버리셨습니다.
그 뒤로 자손이 대를 이어 큰 도량을 이루었는데, 근세에 들어와서 해마다 병란兵亂이 일어나고 흉년이 든 나머지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더욱 황폐해지고 있으니,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탄식하며 애석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돌아보건대, 소자小子가 외람되게 남기신 자취를 잇게 되었으므로, 자비로운 음덕을 힘입어 이 도량을 다시 일으켜 세움으로써, 본원本願을 떨어뜨리지 않고 많은 복을 받게 하고자 합니다. 지금 원단元旦을 맞이하여 변변찮은 제물을 올리오니, 부디 보살펴 주시고 항상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 주소서. 상향尙饗.
박량泊良 최 선사崔禪師의 제문
아, 영靈이시여. 선사는 품성이 화평하고 순수하였으며, 몸가짐이 검소하고 공손하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승려가 되어

006_0396_b_01L容曲受於遺訓尤喜因緣之最厚曷勝
006_0396_b_02L悲慕之漸加適當斷七之晨略展歸三
006_0396_b_03L之席兼陳非奠粗寫哀衷覬諒誠虔
006_0396_b_04L許紆歆顧

006_0396_b_05L

006_0396_b_06L5)慧炤國師祭文

006_0396_b_07L
維年月日雞足山定慧社沙門謹以香
006_0396_b_08L茶庶羞之奠敬祭于當山開剏始祖慧
006_0396_b_09L炤國師之靈伏以法不自弘弘之由器
006_0396_b_10L器不世出千載一致惟我國師願力
006_0396_b_11L示生天資頴悟慧解精明夙夜孜孜
006_0396_b_12L惟道是履航海西邁得淨因髓消還
006_0396_b_13L東土化洽于時天子北面爲一國師
006_0396_b_14L四*衆歸依大厦6)燕雀芥視浮榮
006_0396_b_15L思林壑剏玆寶坊將以歸老厥志未遂
006_0396_b_16L貪程7)太早子孫繼繼成大道塲降及
006_0396_b_17L近世連歲兵荒因致殘廢月益日益
006_0396_b_18L凡其有識孰不嘆惜顧予小子濫承
006_0396_b_19L遺躅冀蒙慈蔭以致興復無墜本願
006_0396_b_20L介以多福今當元日聊薦菲儀庶賜
006_0396_b_21L歆顧念玆在玆伏惟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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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396_b_23L8)泊良崔禪師祭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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惟靈禀性夷粹行己儉恭妙齡披剃

006_0396_c_01L선종禪宗의 세계에서 활보하였습니다. 방외方外의 흥취가 뛰어나서 명리名利는 타기唾棄하였으며, 표연히 지팡이 하나로 새처럼 날고 구름처럼 다녔습니다. 중간에 환난을 만나 온갖 험한 일들을 겪었는데,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 도가 더욱 빛을 발하였으니, 이는 마치 쇠가 단련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정미롭고 강해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진餘塵이 아직 다하지 않아 다시 승려 대열에 발을 딛고서, 고질誥秩의 지위에 올라 사산四山의 주지를 역임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오직 경영에만 힘썼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절조를 지켜 옥같이 깨끗하고 얼음같이 맑았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한 푼 없어도 도제徒弟가 무리 지어 모여들었으니, 그 덕과 그 행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새로웠습니다. 인자하고 후덕하였으므로 반드시 건강하게 장수하리라 생각하였는데, 어찌하여 길을 재촉해서 이처럼 바쁘게 떠나갔단 말입니까.
나는 아동 때부터 그대와 노닐었는데, 지금 손을 헤아려 보니 어언 4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평생의 교분이 실로 형제와 같았는데, 지금 부음訃音을 듣게 되었으니 그 애통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한 발우의 밥과 석 잔의 차가 제물로는 너무도 변변치 못하다고 하겠습니다만 정성만큼은 여기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영혼은 응당 어둡지 않을 것이니, 한 번 흠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아, 슬프다, 내 마음이여.
이오李敖 상서尙書의 제문
아, 세차歲次는 수양(水羊 : 계미년 ; 1283년)에 있고 율려律呂는 협종(夾鍾 : 仲春)에 맞을 때 세 사람이 동행하여 오봉烏峯에 가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소매를 맞대며 몇 년을 함께 어울렸습니다. 이 인연으로 인해 세월이 갈수록 교분이 더욱 두터워져서 마치 형제처럼 우애하였습니다. 각기 출처出處가 다르고 간혹 행장行藏이 다를지라도 시종 막역하여 난초 향기295)가 더욱 그윽이 풍겼습니다.

006_0396_c_01L高步南宗趣逸方外便唾利名飄然
006_0396_c_02L一杖鳥飛雲行中罹患難嶮岨備甞
006_0396_c_03L萬死一生其道益光如金經9)轉更
006_0396_c_04L精剛餘塵未盡復躡緇班位登誥秩
006_0396_c_05L住歷四山然其所至10)厥經營始終
006_0396_c_06L秉操玉潔水淸囊無一錢徒弟侁侁
006_0396_c_07L之德之行愈久愈新以仁且厚謂必
006_0396_c_08L壽康何乃貪程其去*太忙予方童丱
006_0396_c_09L始與子遊如今屈指四十四秋平生
006_0396_c_10L交分實如弟昆今其聞訃哀痛可論
006_0396_c_11L一㿻冷飯三椀釅茶物雖甚薄誠則
006_0396_c_12L有加魂應不昧冀許一歆夫復何言
006_0396_c_13L嗚呼予心

006_0396_c_14L

006_0396_c_15L11)李敖尙書祭文

006_0396_c_16L
嗚呼歲在木羊律中來鐘三人同行
006_0396_c_17L至于烏峯比肩聯袂數載相從因玆
006_0396_c_18L交分愈久愈堅友之愛之若兄弟然
006_0396_c_19L一出一處或行或藏終始莫逆蘭臭彌
006_0396_c_20L「壓」東文選作「厭」{編}「衆」東文選作「象」
006_0396_c_21L{編}次同
「鷄」東文選作「龍」{編}「著」東文
006_0396_c_22L選作「着」{編}
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
006_0396_c_23L二八~二九張){編}
「燕」東文選作「鷰」{編}
006_0396_c_24L
「太」東文選作「大」{編}此文亦在東文選
006_0396_c_25L(卷一○九第二九張){編}
「煉」東文選作「鍊」
006_0396_c_26L{編}
「厥」東文選作「務」{編}此文亦在東文
006_0396_c_27L選(卷一○九第二九~三○張){編}

006_0397_a_01L
아, 하늘이 보우保佑하지 않아 운로雲老가 일찍 죽어서 거문고 줄을 끊은 슬픔296)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데, 어찌하여 오늘날 공이 또 그 뒤를 이어서 떠난단 말입니까. 아, 나의 슬픈 심정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머리를 돌려 사방을 돌아보니 오직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조용히 생각해 보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이 벼슬길에서 좌천되어 서원(西原 : 淸州)을 다스릴 적에 두 번이나 나를 불러서 날마다 대화를 나누었는데, 겨울철의 현암玄巖과 여름날 화정華井의 그 자리가 때때로 기억나면서 완연히 눈앞에 펼쳐지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침상을 마주하는 일(對牀)297)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매양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늙은이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곤 합니다.
부음訃音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십순(十旬 : 卒哭)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간소하게 재齋를 올려 선유仙遊를 인도하고, 아울러 변변찮은 제물을 베풀어 밝게 흠향해 주시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영혼이 만약 어둡지 않다면, 나의 마음을 곡진히 살펴주소서.
조사祖師에게 예참禮懺하며 발원한 글
석가모니께서 꽃을 집어 들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파안미소破顔微笑를 지었는데, 이로부터 인도에서 불법佛法의 등불이 28대를 전하였습니다.298) 보리달마가 면벽面壁을 하자 신광神光이 팔을 잘랐는데, 이로부터 지나 (支那 : 중국)에서 선禪의 불꽃이 6가家에 이어졌습니다.299) 구봉九峯의 종파가 상구桑丘에 벌어짐에 이르러, 오엽五葉의 향기가 송교松嶠에 이어졌습니다.300) 조사祖師의 법맥法脈이 이로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선종禪宗의 물길이 이로부터 면면히 흘러내려 왔습니다. 이 문정門庭에 들어온 사람으로서 그 은력恩力을 받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가 난야練若301)에 이름을 두고 외람되게 부도(浮圖 : 僧伽)에 자취를 끼었습니다만, 근기가 미약해서 선하禪河의 궁극까지 이르지는 못했어도, 서원誓願만은 원대해서 조실祖室을 붙들어 세우려는 뜻을 항상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미천한 정성을 다하여 귀의하면 은밀히 가피加被해 주시리라고 여겨지기에, 참회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약소하나마 공양하는 의식을 베풀게 되었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우리 대화상大和尙을 열성列聖께서 다함께 가호加護해 주시고, 백령百靈이 모두 호위해 주소서. 그리하여 색신色身이 항상 편안하여 음양의 두 기운이 조금도 어그러지는 일이 없게 해 주시고, 법랍法臘이 멀리 늘어나서 천지와 함께 장구하게 되도록 해 주소서.
다음으로 원하옵건대,

006_0397_a_01L嗚呼天其不佑雲老早亡斷絃之
006_0397_a_02L猶在肺膓奈何今日公又繼行
006_0397_a_03L呼予心曷極哀情迴首四顧唯我孑
006_0397_a_04L靜言思之云胡不悲公曾謫宦
006_0397_a_05L治西原再邀朽質日與晤言玄巖冬
006_0397_a_06L華井夏筵時乎記憶宛在目前
006_0397_a_07L矣此生無復對牀每念至此1)淚汪
006_0397_a_08L聞訃未幾十旬已周略修齋席
006_0397_a_09L導仙遊兼陳薄奠以丐明歆魂如不
006_0397_a_10L曲諒我心

006_0397_a_11L

006_0397_a_12L2)祖師禮懺兼發願文

006_0397_a_13L
牟尼拈花迦葉破顏印度傳燈之四七
006_0397_a_14L3)摩面壁神光斷臂支那續焰者
006_0397_a_15L二三家洎九峯列派於桑丘抑五葉連
006_0397_a_16L芳於松嶠祖脈從玆而繼繼宗途自爾
006_0397_a_17L以綿綿凡其入此門庭孰不承他恩力
006_0397_a_18L伏念弟子假名練若濫跡浮圖器淺
006_0397_a_19L根微雖未到禪河之窮底願弘志遠
006_0397_a_20L恒不忘祖室之扶4)謂殫卑懇以歸依
006_0397_a_21L可獲冥熏之加被玆展懺磨之席略陳
006_0397_a_22L供養之儀伏願我大和尙列聖同加
006_0397_a_23L百靈共衛色身常穩竟無二氣之5)
006_0397_a_24L法臘遐延終與兩儀而并6)小久次願

006_0397_b_01L이 제자도 다생多生의 죄구罪垢를 씻어 버리고 역겁歷劫의 장애를 털어 버리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가 다할 때까지, 신심과 근기가 더욱 굳건해져서 어느 세상에 태어나거나 이 문을 밟아서 거울 같은 지혜가 단번에 밝아지도록 해 주시고, 어디에 있든 간에 이 법을 널리 펼 수 있도록 해 주소서.
혹시 검수劍樹와 도산刀山의 지옥 위에 있거나 불구덩이와 끓는 기름 가마 속에 들어가더라도, 중생을 이롭게 할 수만 있다면, 끝내 목숨을 바치는 것도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중생의 세계가 모두 없어진 뒤에야 정각正覺의 원만한 과보를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니, 순야다舜若多302)의 성질이 없어질 수는 있을지언정, 삭가라爍迦羅303)의 마음만은 결코 흔들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널리 원하옵건대, 사생四生304) 구류九類305)가 다함께 시방十方 삼신三身306)의 부처의 몸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소서.
소편 疏篇
거란본 대장경을 경찬慶讃한 소
원오 국사圓悟國師가 행하였다

도道는 이름과 모양을 초월하였고, 법法은 보이고 들리는 것을 떠났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바다를 건너고 강을 건너려면 배나 뗏목을 이용해야 하고, 물고기를 잡고 토끼를 잡으려면 통발이나 올가미를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더군다나 문장마다 반야般若의 광명을 드러내고 글자마다 비로자나毘盧遮那의 법인法印을 나타내고 있는 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황권(黃卷 : 서책)을 떠나서 따로 현기玄機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조음潮音307)을 모두 엮은 것을 해장海藏이라고 부르는데, 용수龍樹가 암송하여 서축西竺에 전하였고,308) 법란法蘭이 말에 싣고 중화中華에 들어왔습니다.309) 이는 구우일모九牛一毛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천함千函에 만축萬軸이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판각하여 간행하기가 어려워서 널리 유통시킬 수가 없었으며, 간혹 경영한 적이 있었어도 으레 정묘하지 못한 흠이 있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방異邦에서 들어온 이 대보大寶로 말하면, 권질卷秩을 축소하고 부수部數를 줄여서 2백 함函이 넘지 않게 하고, 얇은 종이에 조밀한 글자로 써서

006_0397_b_01L弟子滌去多生之罪垢蠲除歷劫之障
006_0397_b_02L自從現在之時窮盡未來之際
006_0397_b_03L根轉固生生常踐於斯門鏡智頓明
006_0397_b_04L在在廣宣於此法或劍樹刀山之上
006_0397_b_05L火坑湯鑊之中苟有利於含生終不辭
006_0397_b_06L於殞命必待衆生之界盡方期正覺之
006_0397_b_07L果圓舜若多性兮可有消亡爍迦羅心
006_0397_b_08L兮決無動轉普願四生九類同成十方
006_0397_b_09L三身

006_0397_b_10L
圓鑑國師集文篇終

006_0397_b_11L
006_0397_b_12L

006_0397_b_13L圓鑑國師集疏篇

006_0397_b_14L

006_0397_b_15L曹溪後學綺山子蒐輯

006_0397_b_16L7)丹本大藏慶讃䟽

006_0397_b_17L
道絕名邈法離見聞然渡8)河渡河
006_0397_b_18L要由船9)凡得魚得兎必借筌蹄
006_0397_b_19L況文文攄般若之光字字揭毘盧之印
006_0397_b_20L豈離黃卷別討玄機竊以結盡湖音
006_0397_b_21L號爲海藏龍樹誦傳於西竺法蘭駄入
006_0397_b_22L於中華雖九牛之一毛尙千凾而萬軸
006_0397_b_23L故難雕印莫廣流通間或得而經營
006_0397_b_24L例皆失於精10)念玆大寶來自異邦
006_0397_b_25L秩簡部輕凾未盈於二百紙薄字密

006_0397_c_01L1천 책冊이 되지 않게 하였는데, 이는 사람의 공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요, 귀신의 재주를 빌린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대저 성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는 것은 만물의 이치요, 이루어졌다가 무너지는 것은 사물의 속성입니다. 이 대장大藏 역시 달로 흩어지고 날로 망가진 나머지 함函에는 권卷이 빠지고 권에는 폭幅이 빠졌으며, 먼지가 끼고 좀이 먹은 나머지 행行에는 자字가 부족하고 자에는 획畫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장차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될 지경에 처했으니, 참으로 비통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제자가 삼가 듣건대, 옛것을 수선하는 것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배나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원사禪源寺에 우거寓居할 때부터 수선하려는 마음을 내었고, 송광사松廣社로 옮긴 뒤에는 더욱 온전히 복구해 보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함函과 권卷이 빠진 것은 인행印行하여 완전하게 만들고, 자字와 행行이 부족한 것은 글자를 써넣어서 갖추어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주施主의 돈을 얻어서 그 목록을 쓰고, 궁중의 폐백을 받아서 표지를 장정裝幀한 뒤에, 낭함琅函에 담아 보장寶藏에 봉안하였습니다. 이것이 비록 삼베를 꿰매어 비단의 터진 곳을 메운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돌을 구워 터진 하늘을 메운 것310)과 같기도 해서, 광채가 다시 나고 장엄莊嚴이 모두 갖추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공사를 마치게 됨에 이를 기념하는 낙성落成의 의식을 행하면서, 1천 명의 선류禪流를 모아 구순九旬의 해회海會를 열게 되었습니다. 대장경을 펼쳐 연설하면 손과 눈이 서로 응하고, 전지詮旨를 찾아 얻으면 입과 마음이 같아질 것입니다. 어떤 이는 정혜定慧를 오롯이 하여 자신의 마음을 환히 볼 것이요, 어떤 이는 예념禮念을 열심히 하여 묵은 업장業障을 참회하며 없앨 것이니, 불법의 수레바퀴가 크게 구르는 곳에 지혜의 거울이 두루 비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덕일德日이 불일佛日과 나란히 비치게 하고, 인풍仁風이 선풍禪風과 함께 불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금륜(金輪 : 왕권)이 더욱 견고해져서 아름다운 복을 만년토록 받게 해 주시고,

006_0397_c_01L冊不滿於一千殆非人11)功所成似借
006_0397_c_02L神巧而就大抵或盛或衰者物之理
006_0397_c_03L成有壞者事之常月散日亡凾脫卷卷
006_0397_c_04L脫幅塵侵蠧蝕行缺字字缺文將無
006_0397_c_05L孑遺良可深痛弟子竊聞修舊實倍
006_0397_c_06L圖新自寓禪源始發誠於脩12)洎移
006_0397_c_07L松社終竭力於繕完凾卷之脫則印之
006_0397_c_08L使全字行之缺則書而令具得檀13)
006_0397_c_09L之金而自書其目受御帑之帛而使賁
006_0397_c_10L其衣盛以琅凾安於寶藏雖似綴
006_0397_c_11L麻而完錦庶同鍊石以補天光彩更生
006_0397_c_12L莊嚴悉備比及厥功之吿畢擬憑箇事
006_0397_c_13L以落成集千指之禪流開九旬之海會
006_0397_c_14L發藏演經則手將14)瞻應尋詮得旨
006_0397_c_15L口與心同或專定慧而照見自心或勤
006_0397_c_16L禮念而懺除宿障法輪大轉智鏡普周
006_0397_c_17L伏願云云德日連佛日以齊輝仁風共
006_0397_c_18L禪風而15)玆扇金輪益固膺景祚於萬
006_0397_c_19L「淚」東文選作「泪」{編}此文亦在東文選
006_0397_c_20L(卷一一二第二~三張){編}
「摩」東文選作
006_0397_c_21L「磨」{編}
「巓」東文選作「顚」{編}「乘」東文選
006_0397_c_22L作「小乖」{編}
「小」東文選無有{編}此疏亦在
006_0397_c_23L東文選(卷一一二第一~二張){編}
「河」東文
006_0397_c_24L選作「海」{編}
「筏」東文選作「茷」{編}「竗」東
006_0397_c_25L文選作「妙」{編}
「功」東文選作「巧」{編}「輯」
006_0397_c_26L東文選作「緝」{編}
「櫜」東文選作「槖」{編}
006_0397_c_27L「瞻」東文選作「眼」{編}
「玆」東文選作「竝」{編}

006_0398_a_01L옥엽(玉葉 : 왕족)이 더욱 번창해서 넘치는 향기를 백세百世토록 퍼뜨리게 해 주소서.
감로원甘露院에 들어가서 법수法壽를 축원한 소
보광당普光堂 위의 참다운 광명은 청동 거울로 간담을 비추는 것과 같고, 자인암慈忍庵 안의 법유法乳는 감로甘露를 가져와서 마음에 붓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사심 없는 각응覺應에 의지하여 끝없는 스승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어려서부터 선문禪門에 의지하며 진승眞乘을 깊이 사모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버이에게 여러 번 글을 올려 출가하겠다고 간청하였습니만, 다겁多劫에 지은 중한 업장業障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속진俗塵을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10년 동안이나 세상일에 쫓기며 살아왔으나, 처음에 다짐했던 마음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우리 송령 화상松嶺和尙이 저 화산도량花山道場에 계셨으므로, 평소의 뜻을 이루고 싶어서 마침내 공경히 찾아뵙고 말씀드렸더니, 숙세宿世의 인연이 계합되었는지 즉시 머리를 끄덕이며 저의 청을 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황매黃梅의 파강簸糠311)에는 부끄러워도, 단하丹霞의 잔초剗草312)를 본받을 수 있었는데, 뒤이어 남쪽에 가서 두루 선지식을 찾아보라는(南詢) 가르침을 받고서,313) 오래도록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은혜를 사모해 오다가, 조계曹溪의 법석法席을 이으셨을 때에 비로소 적취(積翠 : 청산) 속에서 시자侍者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특별히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가르침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스승의 간절한 노파심은 항상 뱃속에 있는 것까지 모두 쏟아 주셨지만, 제자는 광자狂者처럼 우둔하여 손가락에 묻혀 입술을 적시며 맛보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입실入室한 사람 축에도 끼이지 못했으니, 더구나 집안을 이을 자식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성품이 한적한 것을 좋아하고 행동은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그저 운수雲水의 신세가 되기에 적당할 뿐이니, 어찌 총림叢林의 수령이 되기에 합당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상和尙께서는 자식을 불쌍하게 여겨 추한 것을 감싸 주시고, 사람을 취함에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으시어, 천상의 덕음德音으로 유도하며 관동關東의 명찰名刹을 맡기셨습니다.
처음에 명을 듣고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건대, 멋대로 행동하는 몸을 승묵繩墨의 장소에 놔두게 되면, 그 모양이 마치 우리에 갇힌 원숭이와 같을 것이요, 무지몽매한 몸이 사범師範의 직책을 맡게 되면, 그 형세가 마치 수레 위에 올라 탄 학鶴314)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06_0398_a_01L玉葉寢昌播餘芳於百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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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398_a_03L1)甘露入院祝法壽疏

006_0398_a_04L
普光堂上之眞輝如以靑銅照膽慈忍
006_0398_a_05L2)庵中之法乳宛將甘露沃心宜憑覺
006_0398_a_06L應之無私小報3)私恩之罔極伏念弟子
006_0398_a_07L幼依禪藪深慕眞乘屢曾書達於二親
006_0398_a_08L以求剃度爭奈障濃於多劫未獲脫離
006_0398_a_09L因而趨末利於十年常不負初心於一
006_0398_a_10L適吾松嶺和尙坐彼花山道場
006_0398_a_11L志欲償遂膝行而仰吿宿緣所契即頷
006_0398_a_12L肯而俯從雖竊愧黃梅之4)尙得
006_0398_a_13L效丹霞之剗草尋禀南詢之敎久勞北
006_0398_a_14L望之恩及當嗣席於曹溪始得摳衣於
006_0398_a_15L積翠自爾別承於眷愛迨今久費於陶
006_0398_a_16L心切老婆常自傾膓而倒腹頑同
006_0398_a_17L狂子莫能染指以霑唇故未叅入室之
006_0398_a_18L況肯作克家之子而予性便閑適
006_0398_a_19L行謝規繩只堪爲雲水形骸豈合作叢
006_0398_a_20L林首領和尙乃憐兒不覺醜也取人無
006_0398_a_21L求備焉導垂天上之德音5)香以關東
006_0398_a_22L之名刹方初聞命徐自省躬屈疎逸
006_0398_a_23L之質於繩墨之場則狀同繫檻之猿
006_0398_a_24L顓蒙之資於師範之職則勢若乘軒之

006_0398_b_01L이 두 가지 길 모두 가당치 않으므로, 백 번 생각을 해도 받을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호겁浩劫의 은정을 해칠까 두려워서 평소의 바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비구들과 함께 사원에 와서 향화香火를 사르며 얼마 동안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으니, 이것이 비록 소자의 본회本懷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인大人의 후의厚意에서 나온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범연梵筵의 수승殊勝한 자리를 마련하여 법랍法臘이 장구해지기를 기도하면서, 이 참공덕이 신묘한 불감佛鑒에 감응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우리 대화상大和尙을 천룡이 함께 호위하여 수명이 동원 노인東院老人315)과 가지런해지게 하고, 조야朝野가 모두 귀의하여 지위가 남양 고불南陽古佛316)과 동등하게 해 주소서.
정혜원定慧院에 들어가서 법수法壽를 축원한 소
감응하는 길이 열리면 천 기千機 만 기萬機가 일제히 응하는 법이지만, 사제師弟로 만나는 인연은 일 겁一劫 이 겁二劫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에 자비로운 음덕에 의지해서 조금이라도 법유法乳에 보답하려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의 식견은 후배를 깨우치기에 미약하고, 도는 선배와 나란히 하기에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어령魚嶺 북쪽 수승殊勝한 가람의 법석을 외람되게 차지했다가, 이번에는 또 계봉雞峯 앞쪽 청정한 사찰의 향 피우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사찰은 두 시냇물이 휘감고 돌아 속진俗塵의 인연이 한 점도 없고, 1천 봉우리가 공중에 서려서 십분 상쾌한 기운이 저절로 우러납니다. 실로 도를 닦기에 빼어난 땅이요, 참선하기에 알맞은 그윽한 구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돌아보건대, 옛날 혜소 성사慧炤聖師께서 다행히 예종과 같은 명군明君의 시대를 만나, 10년 동안 머문 도성의 번잡함을 싫어하여, 천 리 멀리 맑고 그윽한 임학林壑을 생각하시고는, 장차 이 산에 돌아와서 노년을 보낼 요량으로, 마침내 이 사찰을 창건하셨습니다. 그리고 청진 국사(淸眞國師 : 수선사 제3세)의 시대에 내려와서는 크게 선풍禪風을 떨치셨고, 충경 국사(冲鏡國師 : 수선사 제4세)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계속해서 조사祖師의 도道를 붙들어 일으키셨습니다. 무릇 이 경내에 거하려면 반드시 그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할 텐데, 제가 무슨 인연으로 말품末品의 용렬한 자질을 가지고서 전인前人의 높은 자취를 외람되게 밟게 되었단 말입니까.
이는 대개 용맹龍猛의 발우 안에 바늘을 집어넣지는 못했지만,317)

006_0398_b_01L6)觀二途並無可者擬百計終不受
006_0398_b_02L然恐傷浩劫之恩情未得遂平生之
006_0398_b_03L志願爰與苾蒭而到寺7)肇香火以過
006_0398_b_04L縱非小子之本懷8)開出大人之
006_0398_b_05L厚意玆展梵筵之殊勝用祈法臘之崇
006_0398_b_06L冀此眞功格于妙鑒伏願大和尙
006_0398_b_07L龍天共衛壽齊東院老人朝野咸歸
006_0398_b_08L位等南陽古佛

006_0398_b_09L

006_0398_b_10L9)定慧入院祝法壽疏

006_0398_b_11L
感應道交即千機萬機之10)齊赴師資
006_0398_b_12L緣會非一劫二劫之由來宜仗慈冷
006_0398_b_13L小酬法乳伏願弟子識微覺後道未
006_0398_b_14L齊先魚嶺北殊勝名藍始叨守席
006_0398_b_15L峯前淸淨寶利又忝司香玆寺也雙溪
006_0398_b_16L繞寺兮殊無一點塵緣千嶂盤空兮
006_0398_b_17L自有十分爽氣實爲助道之勝地眞箇
006_0398_b_18L安禪之奧區緬惟慧11)炤聖師幸際睿
006_0398_b_19L宗明主十年厭城隍之紛擾千里思林
006_0398_b_20L壑之淸幽誓將歸老於此峰遂乃剏開
006_0398_b_21L於玆寺降及淸眞之世大振禪風
006_0398_b_22L于冲鏡之時繼興祖道凡居是境
006_0398_b_23L待其人何緣末品之庸資濫躡前修之
006_0398_b_24L高躅此蓋縱未投針於龍猛㿻底亦曾

006_0398_c_01L석두石頭의 불전 앞에서 풀을 깎은 인연318)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과거에 여러 해 동안 모실 수 있었던 덕분에, 오늘날 다시 단련을 받게 되었고, 심지어는 몸소 이끌어 정혜원定慧院에 들어오게 하며 손수 의발을 전수해 주시기까지 하였으니, 평생토록 베풀어 주신 이 자비와 사랑이야말로, 억만 겁이 다한들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탕공옥帑空屋의 노인은 필시 그 근심을 감당치 못했을 것입니다만, 덕원경德原境의 가자佳子는 항상 즐겁게 지내기만 하였습니다. 은덕을 갚으려니 힘이 부족한 것이 부끄럽습니다만, 복을 비는 마음만은 실로 참다운 정성에서 우러나왔습니다.
이에 길일을 택하여 특별히 범연梵筵을 마련하였으니, 한 가닥 향의 구름이 피어 일어남에 시방十方 찰해刹海에 그 향기가 널리 퍼질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연월年月의 재액이 모두 없어지고, 음양의 요기妖氣도 금세 풀어지게 해 주소서. 그리고 강건한 기운을 항상 유지하여 천금의 신약神藥도 쓸모없게 해 주시고, 수명이 더욱 늘어나서 한 꿰미의 염주알로 세어도 모자라게 해 주소서.
법수法壽를 축원하는 재齋를 올리며 지은 소
원오 국사圓悟國師를 위해서 행하였다
1천 겹 보주寶珠의 영상影像 속에는 성인과 범부가 함께 들어 있고, 한 면面 고경古鏡의 광채 속에는 스승과 제자가 같이 비칩니다. 이법계理法界에는 피아彼我의 차이가 없을지라도, 사법계事法界에는 자타의 구별이 있습니다. 귀의함이 없는 귀의로 부처님께 귀의하며, 축원함이 없는 축원으로 스승님을 축원하려 합니다.
생각건대, 우리 조계曹溪의 노화상老和尙이야말로 진단震旦의 대사문大沙門으로서, 한번 용광로와 풀무를 설치하여 각종 근기를 제접提接하심에, 얼마나 많은 인천人天들이 그 복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자비의 화신으로 출현하여 범속凡俗을 따라 동진同塵319)하시다 보니,

006_0398_c_01L剗草於石頭堂前因久叨執侍於多年
006_0398_c_02L故再受陶甄於今日至躬率而入院
006_0398_c_03L手授以付衣平生慈愛之有加窮劫言
006_0398_c_04L宣而曷旣帑空屋老人必不堪其憂
006_0398_c_05L12)原境佳13)子常以爲之樂報恩雖愧
006_0398_c_06L於瑣力薦福實出於眞誠爰卜吉辰
006_0398_c_07L特修妙梵一穗香雲之纔起十方刹海
006_0398_c_08L之普熏伏願年月厄之並消陰陽沴之
006_0398_c_09L頓釋節宣常適千金神藥之無功
006_0398_c_10L算彌增一串數珠之不足

006_0398_c_11L

006_0398_c_12L14)法壽齋疏爲圓悟
國師行

006_0398_c_13L
千重寶珠影裏聖乎凡乎一面古鏡光
006_0398_c_14L師也弟也理雖無彼我之異事則有
006_0398_c_15L自他之殊宣歸佛兮無歸而歸乃祝師
006_0398_c_16L以不祝之祝惟曹溪老和尙是震旦大
006_0398_c_17L沙門一開爐鞴以接機幾許人天之賴
006_0398_c_18L旣慈悲出現且隨凡俗以同塵故寒
006_0398_c_19L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三~四張){編}
006_0398_c_20L
「庵」東文選作「菴」{編}「私」東文選作「師」
006_0398_c_21L{編}
」東文選作「簸」{編}「香」東文選作
006_0398_c_22L「委」{編}
「觀」東文選作「顧」{編}「肇」下東
006_0398_c_23L文選有「開」{編}
「開」東文選無有{編}此疏
006_0398_c_24L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四~五張){編}
「齊」
006_0398_c_25L東文選作「齋」{編}
「炤」東文選作「照」{編}
006_0398_c_26L「原」東文選作「厚」{編}
「子」東文選作「予」{編}
006_0398_c_27L
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五張){編}

006_0399_a_01L추위와 더위가 반복해서 뒤바뀌며 어느새 춘추가 환갑이 되셨습니다. 그러니 눈이 멀어 헤매는 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찌 겁나고 두려운 심정을 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물방울처럼 작은 공덕의 인연을 닦아, 허공처럼 끝없는 수명을 축원하면서, 한 조각 참된 이 정성이 시방을 비추는 묘한 거울에 감응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대화상大和尙의 법랍이 장구해져서 갑자甲子가 하늘을 일주一周해도 늙지 않게 해 주시고, 색신色身이 영원히 강건해져서 비람毘嵐320)이 산악을 무너뜨려도 항상 강녕하게 해 주소서.
원나라 황제를 축수祝壽하는 재를 올리면서 지은 소
토전土田을 돌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본사本社를 대신하여 짓다

성천자聖天子의 우악優渥한 은혜는 아무리 멀어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대각황大覺皇의 묘명妙明한 조감照鑑은 감응이 있으면 반드시 통하게 마련입니다.321) 이에 자비로운 음덕에 의지하여, 내려 주신 큰 복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5대 조문祖門을 외람되게 이어 받아, 지금 선석禪席을 자격도 없이 주관하고 있는데, 비록 황벽荒僻한 모퉁이에 거하고 있지만, 특별히 성명聖明의 교화를 입고 있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는 것 모두가 순舜 임금의 은덕이기에, 저녁에 등을 켜고 아침에 향을 사르면서 오직 요년堯年322)을 축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 특별히 우로雨露의 은혜를 드리워 멀리 토전土田을 내려 주셨으니, 그 기쁨은 마른 나무가 봄을 만난 것과 같고, 그 상쾌함은 땅바닥 위의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습니다. 하늘의 은택이 이미 보통을 뛰어넘었으니, 태양을 향하는 해바라기의 마음이 어찌 평시보다 갑절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중구重九의 명절을 맞이하여 대천大千의 찰토刹土에 널리 예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귀의하는 심정이 간절하여 사람은 많아도 마음은 하나요, 기원하는 마음이 진실하여 입은 달라도 목소리는 똑같으니, 물방울처럼 작은 이 공덕이 거울처럼 비추는 불지佛智에 감응되었으면 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억만 년이 다하도록 부모가 되어 만백성을 길러 주시고, 백천 세世가 다하도록 자손에게 전하여 길이 사해가 안정되도록 해 주소서.
또(又)
본사本社에서 행하였다

밝은 달이 하늘 가운데에 솟아오름에, 아무리 깊은 곳에 있는 자라 할지라도 반드시 비추어 줍니다. 그러니 해바라기의 마음으로 임금을 떠받듦에, 아무리 멀리 있다 하더라도 어찌 마음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참된 음덕에 의지하여 제왕의 장수長壽를 기원하려 합니다.

006_0399_a_01L暑推移已涉春秋於環甲 其在迷盲之
006_0399_a_02L盍懷戰懼之情肆修同涓滴之功緣
006_0399_a_03L用薦等虛空之壽量冀眞誠之一片
006_0399_a_04L妙鑑於十方伏願大和尙法臘增崇
006_0399_a_05L甲子周天而不老色身永固毘嵐偃嶽
006_0399_a_06L而恒寧

006_0399_a_07L

006_0399_a_08L1)大元皇帝祝壽齋疏

006_0399_a_09L
聖天子優渥之恩無遠不屆大覺皇妙
006_0399_a_10L明之鑒有感必通宜仗慈庥小酬洪
006_0399_a_11L伏念弟子濫紹祖門於五葉謬司
006_0399_a_12L禪席於一時縱居荒僻之陬殊荷聖明
006_0399_a_13L之化飢餐渴飮悉爲舜德所霑夕點
006_0399_a_14L朝焚專是堯年之祝矧今特垂雨露
006_0399_a_15L2)遠錫土田喜同枯木之逢春快若涸
006_0399_a_16L鱗之得水天澤旣殊於常等葵心盍倍
006_0399_a_17L於平時爰當重九之辰普禮大千之刹
006_0399_a_18L歸依之懇兮人衆而心一蘄嚮之誠兮
006_0399_a_19L口異而音同冀此涓功格于鏡智
006_0399_a_20L願皇帝陛下億萬年爲父爲母載育兆
006_0399_a_21L百千世傳子傳孫永綏四海

006_0399_a_22L

006_0399_a_23L
桂魄當中雖處幽者必照葵心奉上
006_0399_a_24L何在遠而不傾宜仗眞庥用祈帝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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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생각건대, 제자가 멀리 황복荒服323)에 살고 있지만 다행히 성조聖朝의 시대를 만난 덕분에, 자격도 없이 오세五世의 조문祖門을 이어서, 외람되게 삼한의 선석禪席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황천皇天이 신소辰所에 떨어져 있어서 공북拱北의 반열에 참여하지는 못합니다마는,324) 솔토率土가 모두 왕신王臣이라서 그래도 기남曁南의 교화를 입었습니다.325)
우리가 편안히 잠자고 우리가 편안히 밥 먹는 것이, 어느 분의 넓은 은혜 때문이며, 어느 분의 큰 은덕 때문이겠습니까. 이에 그지없이 감격하여 마음에 새기면서, 나름대로 보답할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황제께서 부유하기로는 구주九州를 소유하셨으니 그 부를 어떻게 더 보태드리겠으며, 귀하기로는 만승천자가 되셨으니 그 귀를 어떻게 더 보태드리겠습니까. 다만 자신의 분수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오직 수명을 비는 이외에는 더 축원할 것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향화香火하는 하나의 장소에서 아침마다 저녁마다 정진하며, 오직 강릉岡陵처럼326) 억만 년 동안 장수하시라고 마음마다 생각마다 기도드리고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훈공熏功이 지극하지 못할까 걱정되기에 특별히 범연梵筵을 베풀어 따로 재齋를 올리게 되었으니, 이 간절한 정성이 저 원명圓明한 조감照鑑에 계합되기만 바랄 따름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제 폐하께서 양의(兩儀 : 천지)와 수명을 나란히 하시고, 이요(二耀 : 일월)와 밝음이 같게 해 주소서. 그리고 우로雨露에 젖은 곳 모두 신복臣僕이 되게 해 주시고, 건곤乾坤처럼 오래 지속될 계통을 드리워서 길이 자손에게 전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또(又)
자비의 광명은 걸림이 없어서 법계의 티끌 속에까지 빠짐없이 비추고, 밝은 은택은 사사로움이 없어서 바다 모퉁이 숲속까지 적셔 줍니다. 어찌 진경眞境의 뛰어난 공덕을 맺어서 황궐皇闕의 장수를 기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외람되게 조문祖門을 계승하여 황복荒服에 멀리 거하고 있습니다. 성주聖主께서 구토九土를 통치하며 군림하시면서부터 소방小邦은 하나의 하늘을 따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조지詔旨를 거듭 내리시어 우리 승려들이 편히 살게 해 주신 은혜이겠습니까. 세 칸의 오두막 아래에서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게 된 것 역시 먼 곳까지 편안하게 해 주시려는 인덕仁德 아님이 없습니다. 사계절 사이에 저녁에는 등을 켜고 새벽에는 향을 사르는 것 또한 오로지 장수를 축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범석梵席을 펼치고서 특별히 훈과熏科를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점점이 켜진 등불의 심지에는 요堯 임금 뜨락의 상서로운 태양이 빛을 더하고, 삼삼鬖鬖히 나부끼는 불자拂子의 꼬리에는 순舜 임금 궁전의 훈훈한 바람이 더욱 불어옵니다.

006_0399_b_01L伏念弟子邈居荒服幸際聖朝謬膺
006_0399_b_02L五世之祖門濫首三韓之禪席皇天隔
006_0399_b_03L於辰所縱未叅拱北之聯率土盡是王
006_0399_b_04L猶得被曁南之化吾眠之穩矣
006_0399_b_05L食之安矣3)恩之4)廣歟5)德之6)
006_0399_b_06L玆極感銘竊圖7)服效富有九州也
006_0399_b_07L富何以益貴爲萬乘也貴莫以加
006_0399_b_08L分上所未得專惟壽外更無可薦故香
006_0399_b_09L火一場之精進朝朝焉夕夕焉惟岡陵
006_0399_b_10L億載之蘄傾心心念念猶恐熏功
006_0399_b_11L之未至特張梵采以別修冀玆悃愊之
006_0399_b_12L契彼圓明之鑑伏願皇帝陛下
006_0399_b_13L儀齊壽二耀並明盡霜露所霑之方
006_0399_b_14L共爲臣僕垂乾坤偕久之統永錫子孫

006_0399_b_15L

006_0399_b_16L
慈光不㝵照窮法界之塵中睿澤無私
006_0399_b_17L霑及海隅之林下盍締勝功於眞境
006_0399_b_18L祈遐算於皇闈伏念弟子濫紹祖門
006_0399_b_19L邈居荒服自聖主統臨於九土而小邦
006_0399_b_20L別戴於一天矧伊詔旨之荐垂俾我僧
006_0399_b_21L徒而寧處三椽下飢餐渴飮無非綏遠
006_0399_b_22L之仁四序間夕炷晨香專是可長之祝
006_0399_b_23L玆陳梵席特擧熏科點點燈心增耀
006_0399_b_24L堯階之瑞日鬖鬖拂尾助揚舜殿之薰

006_0399_c_01L정성을 이렇게 가했으니, 감응이 어찌 빨리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삼가 원하옵건대, 황제 폐하에게 길상吉祥의 징조가 갖추어 이르고, 치세治世의 도구가 모두 펼쳐지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역수曆數가 멀리 늘어나 건곤乾坤과 함께 장구하게 되고, 천하가 모두 귀의하여 문궤文軌327)가 같아지게 해 주소서.
또(又)
국기國碁 조 시랑曺侍郞이 행하였다

근기에 맞추는 현묘한 교화는 크고 작은 것을 모두 거두어 빠뜨리는 것이 없습니다. 임금을 사랑하는 참다운 마음 또한 어찌 멀고 가까움에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에 작은 선善에 의지해서 견마犬馬의 정성을 조금이나마 펴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타고난 자질이 용렬해서 다른 재주는 하나도 없고, 단지 바둑 두는 법을 익혀서 각진 곳을 빼앗고 관문에 부딪치는 것을 조금 알 뿐입니다. 일로一路도 통하지 못하는데 감히 기성碁聖으로 일컬어진 마수명馬綏明328)을 본뜨겠습니까. 아홉 점(九枰)을 검토하지 못했으니 기선碁仙에게 배운 왕적신王積薪329)에게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말품末品의 천한 재능을 지존께서 듣고 돌아보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그리하여 대궐로 불러들여 누차 격려하는 은혜를 가하시고, 도성에 거처하도록 명하여 빈번하게 은사를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혹시 황량黃粱의 꿈330)일까 두렵기만 하였으니, 대낮에 승천한 것331)과 무슨 차이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심지어는 사신 일행에 끼어 고향에 돌아가게 함으로써, 소인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을 굽어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지없이 감사하는 마음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으니, 장수를 축원하는 이 정성을 언제 잠시라도 망각한 적이 있었겠습니까.
다행히 이 수선修禪의 정사精舍는 평소에 성수聖壽를 축원하는 도량이기에, 여기에 범연梵筵을 베풀어서 조사祖師의 도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공력이 너무 박해서 한 줌의 흙으로 태산泰山에 보태는 것과 같기도 합니다만, 만약 감응이 통한다면 하늘을 메우는 연석鍊石332)에 비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우리 황제 폐하의 밝음이 해와 달과 같게 하고, 덕이 하늘과 땅을 덮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사해를 합쳐

006_0399_c_01L誠旣有加應何不速伏願皇帝陛
006_0399_c_02L休徵備至治具畢張曆數遐延
006_0399_c_03L乾坤而並久寰區率服致文軌之僉同

006_0399_c_04L

006_0399_c_05L
8)隨機玄化普收巨細而無遺愛主丹
006_0399_c_06L豈以遐邇而有異宜仗毫毛之善
006_0399_c_07L伸犬馬之誠伏念弟子生抱庸資
006_0399_c_08L無他技止習圍碁而開局粗知奪角以
006_0399_c_09L衝關一路難通敢效馬綏明之稱聖
006_0399_c_10L九枰未較頗慙王積薪之學仙豈圖末
006_0399_c_11L品之賤能獲聞至尊之聰聽呼來禁闥
006_0399_c_12L累加密勿之恩命處都城屢降便蕃之
006_0399_c_13L祗恐黃粱之在夢何殊白日之昇天
006_0399_c_14L至充膚使以還鄕俯慰小人之懷土
006_0399_c_15L肌感極曾不弛乎斯須薦壽誠深
006_0399_c_16L何忘於造次幸此修禪之精舍素爲祝
006_0399_c_17L聖之熏塲於焉開置於梵筵遂乃請宣
006_0399_c_18L於祖道功緣甚薄雖同捧土以培山
006_0399_c_19L感應若交可比補天之鍊石伏願皇帝
006_0399_c_20L陛下明齊日月德蓋乾坤合四海爲
006_0399_c_21L此疏四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五~八張)
006_0399_c_22L{編}
「遠」東文選作「還」{編}「恩」東文選作
006_0399_c_23L「德」{編}
「廣」東文選作「大」{編}「德」東文
006_0399_c_24L選作「恩」{編}
「大」東文選作「厚」{編}「服」東
006_0399_c_25L文選作「報」{編}
「隨機」東文選作「機隨」{編}

006_0400_a_01L한 집안으로 만들어서 태평의 세상을 길이 다스리고, 만 년 그리고 억만 년이 지나도록 항상 늙지 않는 봄을 맞게 해 주소서.
축수소祝壽䟽
세상 속에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자비를 동체同體라고 합니다. 산림 속에서 임금을 축원하는 정성에 어찌 두 마음이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특별히 진휼賑恤해 주시는 사은私恩을 받았으니, 길이 복을 받으시라고 기원하는 마음이 어찌 갑절이나 되지 않겠습니까.
생각건대, 이 선류禪流의 총림이야말로 우리 조사의 가르침의 연원이 되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공력을 가하여 법륜이 항상 구르게 하고 있습니다만, 먹을 것이 입에 부족해서 발우가 자주 비는 것을 다 함께 걱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임금님께서 이 사정을 환히 굽어 살피시고, 특별히 하늘의 우로雨露를 내리시어, 한 달분의 양식을 주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다시는 물고기들이 서로 거품으로 적셔 주지 않아도 될 것은 물론이요,333) 매미의 뱃속(蟬膓)334)이 홀연히 윤택해져서 기쁘기만 합니다.
이에 정월 기망(旣望 : 16일)부터 2월 보름까지, 특별히 법연法筵을 마련하여 정성껏 재齋를 올리게 되었으니, 간절한 이 마음이 원명圓明한 저 불감佛鑒에 감응되었으면 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하늘의 복을 받아 보력寶曆이 억만 년만큼 늘어나고, 황제의 보살핌을 받아 사방의 전쟁이 종식되도록 해 주소서. 그리고 후비后妃와 원자元子도 다함께 편안하고, 종척宗戚과 의친懿親 모두 화목하게 해 주소서.
또(又)
능감菱鑑335)은 시방에 걸림이 없으니, 티끌이 조금이라도 생기는 것을 어찌 용납하겠습니까. 규심葵心은 하루도 해를 향하지 않는 날이 없는데, 더구나 태양이 특별히 비춰 주는 은혜를 입었음이겠습니까. 이에 부처님의 도움에 의지해서, 임금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합니다.
생각건대, 우리 산문山門은 현재 대표적인 선림禪林이라고 할 것입니다. 납자衲子들이 모여들어 항상 2백여 인을 밑돌지 않는데, 공양하는 비용이 모자라서 한두 달도 지탱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찬疏餐도 공급하지 못해 승려들이 거의 머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한 봉封의 자니(紫泥 : 詔書)를 드리워

006_0400_a_01L一家長御1)太平之域歷萬年又億載
006_0400_a_02L恒看不老之春

006_0400_a_03L

006_0400_a_04L2)祝壽䟽

006_0400_a_05L
塵中利物之悲是曰同體林下祝君之
006_0400_a_06L實無二心況別承賑賚之私盍倍
006_0400_a_07L薦靈長之祚惟此禪流之林藪乃吾祖
006_0400_a_08L敎之淵源人加厥功雖使法輪而常轉
006_0400_a_09L食寡於口共憂齋鉢之屢空豈意上心
006_0400_a_10L曲垂下炤特霈九霄之雨露寵頒一月
006_0400_a_11L之資粮無復爲魚沫之相濡且喜得蟬
006_0400_a_12L膓之忽潤約自孟春之旣望迄于二月
006_0400_a_13L之方中別展熏筵精修梵采冀此心
006_0400_a_14L之欵曲格他鑑之圓明伏願云云
006_0400_a_15L荷天休寶曆遐延於億載益承帝眷
006_0400_a_16L兵塵頓息於四方后妃元子之咸寧
006_0400_a_17L戚懿親之3)其睦

006_0400_a_18L

006_0400_a_19L
菱鑑乃十方無㝵豈容纎壒之忽生
006_0400_a_20L心無一日不傾矧被*太陽之偏照
006_0400_a_21L憑覺援小答皇恩念我山門爲時禪
006_0400_a_22L衲徒萃止常不減二百餘人供費
006_0400_a_23L闕如殆難支一兩許月旣已蔬餐之未
006_0400_a_24L幾乎萍跡之無留豈圖垂一封之紫

006_0400_b_01L백 석의 백미를 하사하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는 수석水石의 영광으로서 총림에 기쁨이 흘러넘칩니다.
오랫동안 학철涸轍에서 곤욕을 당하던 물고기336)가 홀연히 물을 얻었고, 10년 동안 소나무에 깃들이던 학이 다시는 둥지를 옮길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향화香火의 공을 더욱 근실히 하여, 강릉岡陵337)의 복을 기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범석梵席을 마련하여 특별히 훈과熏科를 베풀게 되었으니, 진실한 이 정성이 묘명妙明한 저 불감佛鑑에 감응되었으면 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폐하께서는 낟알 하나를 1년으로 계산하여 백 곡斛을 다해도 수명이 다하지 않게 해 주시고, 1만 흐름이 만복의 근원이 되어서 사해의 바다가 마르는 한이 있어도 복은 다함이 없게 해 주소서.
또(又)
각월覺月의 외로운 바퀴는 흩어져서 1천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심향心香의 한 조각 향기는 퍼져서 구중궁궐의 상서를 이룹니다. 이에 수승한 공덕에 의지해서, 오래 사시기를 축원하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성조盛朝의 시대를 만나 크나큰 사은私恩을 입었습니다. 넓은 하늘 아래 어느 지역인들 우리 임금님이 사랑하여 길러 주지 않겠습니까마는, 맑은 시냇가 경치 좋은 산속에서 우리처럼 소요逍遙하는 자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이렇게 향화香火를 올리면서 기원하는 것이야말로 총림에서 응당 행할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바야흐로 구순九旬의 해회海會가 열리고 있는 지금, 특별히 일일一日의 공운供雲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옥 불자拂子에 바람이 이니 천룡天龍도 자연히 귀를 기울이고, 청동 화로에 향불을 사르니 조불祖佛도 어느새 머리를 끄덕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바다와 산이 길상吉祥을 내고 하늘과 땅이 상서祥瑞를 빚는 이때, 항상 건강을 유지하여 다함이 없는 춘추를 누리시고, 국가가 항상 안정되어 태평의 일월을 누리게 해 주소서. 그리고 후비의 궁전도 태평하고, 세자의 궁전도 강녕하게 해 주소서.
또(又)
우리 임금이 오래 사시고 우리나라가 장구하라고 평생토록 마음 가득 정성을 바치고, 부처님에게 귀의하고 승가僧伽에 귀의하며 어디서든 가는 곳마다 향화를 올립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006_0400_b_01L乃命賜百碩之白4)光生水石
006_0400_b_02L溢叢林多時困轍之鱗忽然得水
006_0400_b_03L載翹松之鶴無復移巢盍益勤香火之
006_0400_b_04L而仰薦岡陵之祚肆張梵席特辦
006_0400_b_05L熏科冀玆眞實之誠格彼妙明之鑑
006_0400_b_06L伏願主上陛下一粒作一年之筭百斛
006_0400_b_07L可殫而年不窮萬流爲萬福之5)
006_0400_b_08L溟寧竭而福無盡

006_0400_b_09L

006_0400_b_10L
覺月孤輪散作千江之影心香一片
006_0400_b_11L熏成九闥之祥宣仗勝功祝延遐算
006_0400_b_12L伏念弟子遭逢盛朝涵泳洪私溥天
006_0400_b_13L下率土濱何者不吾君之愛育淸㵎邊
006_0400_b_14L好山裏其誰如我輩之逍遙故玆香火
006_0400_b_15L之祈傾實是叢林之事業方設九旬之
006_0400_b_16L海會別興一日之供雲6)生柄生風
006_0400_b_17L有天龍之側耳銅爐擢穗已應祖佛之
006_0400_b_18L點頭伏願云云海岳產祥乾坤釀瑞
006_0400_b_19L節宣常適行看不盡之春秋國步恒
006_0400_b_20L坐享*太平之日月后闈帖泰儲掖
006_0400_b_21L康寧

006_0400_b_22L

006_0400_b_23L
壽吾君壽吾國平生滿肚之棗霞歸於
006_0400_b_24L佛歸於僧到處隨身之香火伏念弟子

006_0400_c_01L겨울에 규령圭嶺에서 지내다가 봄에 조계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곳에 있거나 이곳에 있거나 임금님의 은혜가 똑같이 망극하니, 나가거나 들어오거나 불공을 올리는 일에 어찌 간격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육시六時에 만세를 산호山呼하는 것338)은 실로 두 곳에서 매일 똑같이 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에 범석梵席을 마련하여 특별히 훈과熏科를 베푸니, 심향心香의 한 가닥 연기에, 각월覺月이 1천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상 폐하께서 봄부터 섣달까지 항상 옥촉玉燭의 조화339)를 이루게 하시고, 천지보다도 더 영원히 공고한 금륜金輪을 이루게 해 주소서.
축성소祝聖䟽
남쪽으로 거둥하셨을 때 본사本社에서 행하였다

제불諸佛이 인행因行을 닦는 비원悲願은 만물을 이롭게 함에 있고, 노승이 도를 연설하는 공력은 오직 임금님을 축수祝壽하기 위함입니다. 더군다나 상정常情을 크게 뛰어넘어 우악한 은혜를 특별히 받았음이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석원釋苑의 진부한 인물이요 황조皇朝의 낡은 물건입니다. 한가로운 구름이 산을 그리워하듯, 그저 깊은 숲속에서 옹졸하게 사는 것만 알 뿐, 병든 새가 갈대밭에 둥지를 틀 듯, 행전行殿에 나아가 배알하는 영광은 아직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직 종소리와 목어木魚를 따라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면서, 임금님의 행차가 강녕하시기만을 우러러 빌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과분하게 돌아보시면서 온유한 조서를 내려 주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조서를 펼쳐서 다 읽기도 전에 그지없이 황공한 심정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내려 주신 열 장의 글이 눈에 가득하고, 하사하신 한 꾸러미의 향이 코를 찌르니, 정호庭戶에 빛이 나고 총림叢林에 은총이 흘러넘칩니다.
제가 외람되게 오대五代의 뒤를 이어 조사祖師 문중의 유서遺緖를 그런대로 지켜 오고 있습니다만, 삼조三朝를 차례로 섬기는 동안 성대聖代처럼 후한 은혜를 받은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까지 사무친 은덕을 가슴에 새겨 간직해 오면서도,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보답할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006_0400_c_01L冬寄㿻於圭嶺春迴錫於曹溪在彼在
006_0400_c_02L等是皇恩之罔極若出若入何曾
006_0400_c_03L佛事之有間故六時萬歲之山呼實兩
006_0400_c_04L地日般之日用玆陳梵席特辦熏科
006_0400_c_05L心抽一篆之煙覺月落千江之影
006_0400_c_06L願皇上陛下自春徂臘常令玉燭以調
006_0400_c_07L後天與地永致金輪之鞏固

006_0400_c_08L7)祝聖䟽

006_0400_c_09L
諸佛修因之悲願在利物焉老僧演道
006_0400_c_10L之功夫惟祝君耳況承異渥大越常
006_0400_c_11L伏念弟子釋苑陳人皇朝舊物
006_0400_c_12L雲戀岫只知養拙於深林病鳥栖蘆
006_0400_c_13L未獲覩光於行殿唯趁鐘魚而焚㸃
006_0400_c_14L祈警蹕之康寧何期睿眷之稠重8)
006_0400_c_15L詔書之溫密披尋未旣隕越難堪
006_0400_c_16L牋批翰之盈眸一裏賜香之擁鼻光生
006_0400_c_17L庭戶寵溢叢林五葉叨承粗不墜祖
006_0400_c_18L門之遺緖三朝歷事曾莫如聖代之
006_0400_c_19L9)▣恩雖銘藏荷德之格天迺報效施
006_0400_c_20L「太」東文選作「大」{編}次同此疏四篇亦在
006_0400_c_21L東文選(卷一一二第八~一○張){編}
「其」
006_0400_c_22L東文選作「共」{編}
「餐」東文選作「粲」{編}
006_0400_c_23L「原」東文選作「源」{編}
「生」東文選作「玉」{編}
006_0400_c_24L
此疏一五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
006_0400_c_25L一九張){編}
「除」東文選作「降」{編}▣東文
006_0400_c_26L選作「沃」{編}

006_0401_a_01L이에 온몸의 성의를 다 바쳐서 특별히 복을 비는 법회法會를 열게 되었습니다. 육시六時의 오묘한 범음梵音은 맑은 하늘에 우레처럼 진동하고, 한 자루 불자拂子의 지고한 설법은 평지에 물결을 일으킵니다. 정성이 참으로 얕지 않으니, 지체 없이 감응이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항상 옥촉玉燭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선기璿璣340)가 바르게 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하늘이 법가法駕를 보호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남수南狩341)에 상서가 있게 하고, 귀신이 군공軍功을 도와 아침저녁으로 동정東征의 첩보捷報를 올리게 해 주소서. 행복은 천추千秋에서 다시 천추로 이어져 끝없이 향유하게 하고, 경사慶事는 만세萬世에서 다시 만세로 이어져 무궁히 흐르게 해 주소서. 그리고 끝내는 조사祖師의 도가 크게 행해지면서 국가의 기틀과 함께 영구히 전해지게 해 주소서.
또(又)
백옥白玉의 털342)이 두루 진세塵世를 비치는 것은 아무리 찬탄해도 부족합니다. 황옥黃屋의 수레343)가 멀리 해변에 임하는 것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에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귀의하면서, 행재行在에서 강녕하시기를 기도드리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외람되게 임천(林泉 : 승려)의 신분으로, 과분하게 소한(霄漢 : 하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하늘이 준 한 조각 충성심을 늙을수록 더욱 돈독히 지니고서, 날마다 삼호三呼의 축수祝壽344)를 올리는 일을 죽을 때까지 계속하리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지금 폐하께서 동정東征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친히 왕사王師를 거느리고 남쪽으로 거둥하시는 데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장기瘴氣가 서린 먼 지방에 행차하시노라면 고생이 막심할 것이요, 군대의 일이 번잡해서 성명聖明의 염려를 끼치게 될까 두렵습니다. 국가에 어려움이 많은 지금이야말로, 산승山僧이 복을 빌어야 할 때라고 하겠습니다.
이에 특별히 정진精進의 공을 닦아서 자비의 도움을 빌리고자 합니다. 신비한 주문을 외우고 성호聖號를 일컬음에 입마다 모두 같은 목소리요, 조사祖師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진종眞宗을 연설함에 마음마다 모두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폐하께서 행차할 때는 백령百靈의 호위를 받고 움직일 때는 삼보三寶의 가지加持를 입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동해에 위엄을 떨쳐 곧바로 섬 오랑캐들이 귀순하게 하고, 북신(北辰 : 皇宮)에 첩보捷報를 올려 천자의 표창을 받게 해 주소서.

006_0401_a_01L功之無地 1)玆竭通身之赬悃特開奉
006_0401_a_02L福之紺筵六時妙梵兮雷震晴空一柄
006_0401_a_03L高談兮瀾飜平地誠其不淺應必無稽
006_0401_a_04L伏願云云玉燭恒調璿璣克正天扶
006_0401_a_05L法駕始終南狩之考祥神助軍功
006_0401_a_06L暮東征之報捷享祚焉千復千秋之不
006_0401_a_07L流慶焉萬又萬世之無窮終令祖道
006_0401_a_08L以大行永與邦基而並久

006_0401_a_09L

006_0401_a_10L
白玉毫遍照塵方讚之莫及黃屋車
006_0401_a_11L遠臨海徼見所未曾宜殫悃愊以歸依
006_0401_a_12L用禱康寧於行在伏念弟子猥以林泉
006_0401_a_13L之跡過蒙霄漢之恩天生一片之忠誠
006_0401_a_14L老而益篤日用三呼之遐祝死以爲期
006_0401_a_15L矧今陛下祗承帝命於東征親統王師
006_0401_a_16L而南幸瘴炎地遠想勞警蹕之行
006_0401_a_17L旅事煩恐軫聖明之慮繄國步多艱之
006_0401_a_18L是山僧奉福之秋玆特修精進之功
006_0401_a_19L庶欲借慈悲之援諷秘詮而稱聖號
006_0401_a_20L口皆同一聲談祖敎而演眞宗心心悉
006_0401_a_21L無異念伏願主上陛下行仗百靈之翊
006_0401_a_22L動資三寶之加持東渤宣威旋見
006_0401_a_23L島夷之納欵北宸獻捷寵承天子之
006_0401_a_24L報功

006_0401_b_01L
또(又)
부처님의 열쇠가 근기에 따라 열림에 이로움이 중생에게 흡족하고, 임금님의 수레가 먼 중국에서 돌아옴에 경사가 온 나라에 흘러넘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다행히 화계華界를 만나 외람되게 선총禪叢을 맡았습니다. 조야朝野의 멀고 가까운 곳 모두 편안한 것이 임금님의 차별 없는 지인至仁에 똑같이 몸을 적신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산림 속에서 편안히 잠을 자고 편안히 밥을 먹는 것이야말로 더욱 특별히 성덕盛德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때나 정성껏 법회를 열어서, 매일 복과 이익을 받게 되기만을 기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삼궁三宮이 수레를 나란히 하여, 만 리 멀리 중국에 입조入朝하는 때를 만났음이겠습니까. 관산關山을 그리워하며 바라보시는 그 심정이야말로 여러 달이 항상 하루 같았을 것이니, 총림叢林에서 향화를 올리며 기도하는 간절한 정성 또한 육시六時에 두 마음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듣건대, 황제의 뜰에서 조회를 하고 마침내 하늘의 돌보심을 특별히 받은 뒤에, 곧바로 수레를 돌려 이미 우리 강토에 돌아오셨다고 하였습니다. 뛸 듯이 기쁜 심정이 실로 평시의 두 배는 되니, 축원하는 의식을 어찌 상례常例에만 따를 수 있겠습니까. 이에 특별히 법석을 열어서 수승한 공덕을 맺으려 하니, 하나의 화로火爐에서는 시방 세계에 향기를 내뿜고, 외로운 달은 1만 물결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폐하는 옥력玉曆과 금륜金輪이 더욱 장구해져서 천지天地가 다하도록 끝이 없게 해 주시고, 선궁(璿宮 : 왕후)과 동금(銅禁 : 세자) 역시 모두 강녕하여 송춘松椿과 더불어 늙지 않게 해 주소서. 그리고 국운國運이 길이 안정되어 전쟁이 없어지고, 천문天文이 항상 정대해서 기후가 때에 맞게 해 주소서.
또(又)
가을 연못에 달이 밝게 비치듯, 부처님의 자비로운 광명이 빠짐없이 비치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요, 북쪽 사막 머나먼 하늘 길을 임금님의 행차가 무사히 다녀온 것은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이에 수승한 의채儀采에 의지하여 창성한 복을 돕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우리 동한東韓이 상국上國에 조회하러 갈 때 길이 먼 것이 예나 이제나 걱정이었고, 풍토의 습관이 또 피차 달랐기 때문에 한 해 걸러 한 번씩 가는 것도 그 행로를 더러 어렵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반년에 두 번씩 조회하러 가는 데다, 시절이 또 혹한의 겨울철인 데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낮 삼아 말을 달려서 마침내 약속한 기한에 맞추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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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01_b_02L
慈鍵隨機而便啓利洽羣生皇輿自遠
006_0401_b_03L而言還慶流率土伏念弟子幸逢華
006_0401_b_04L2)叨守禪叢朝野間遠安邇安雖等
006_0401_b_05L沐至仁之無黨山林下眠穩食穩實偏
006_0401_b_06L承盛德之有加故時常克勵於熏修
006_0401_b_07L日用專期於福利況値三宮之並駕
006_0401_b_08L經萬里以入朝關山瞻望之寸情數月
006_0401_b_09L常如一日香火祈傾之叢懇六時罔有
006_0401_b_10L二心果聞利覲於帝庭遂乃別承於天
006_0401_b_11L旋迴其馭已復我彊抃躍之誠兮
006_0401_b_12L實倍平時薦祝之儀兮豈循常例玆特
006_0401_b_13L開於熏席而別締於勝功一爐噴十刹
006_0401_b_14L之香孤月落萬波之影伏願主上陛下
006_0401_b_15L玉曆金輪之彌久後天地以不窮璿宮
006_0401_b_16L銅禁之咸寧與松椿而難老國步永安
006_0401_b_17L而兵革絶乾文恒正而雨3)暢時

006_0401_b_18L

006_0401_b_19L
秋潭月朗慈光普現之難思朔漠天遙
006_0401_b_20L淸蹕穩迴之可慶宜憑勝采用助昌祺
006_0401_b_21L4)躬以自我東韓賓于上國道途之遠兮
006_0401_b_22L古今所憚風土之習兮彼此各殊間歲
006_0401_b_23L5)大朝尙或難於行路半年再覲況復
006_0401_b_24L適於窮冬猶能併日而馳遂乃6)定期

006_0401_c_01L이는 임금님께서 백성들이 베개를 높이 하고 편히 잠들 수 있게 해 주려고 마음을 쓰셨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덕이 깊은 것을 생각하면, 온 나라 사람들이 신명身命을 다 바쳐도 갚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산림 속의 이 늙은 중은 평소에 충성의 단심丹心을 품고 있다가, 거가車駕가 길을 떠났다는 말을 처음 듣고는, 편안히 밥을 먹고 잠잘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을 켜고 향을 피운 많은 날 동안 마음 마음이 항상 길 가운데에 걸려 있었고, 꿈을 꾸며 잠든 며칠 밤 동안 걸음걸음이 항상 수레 뒤를 따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하늘의 도움으로 제대로 조회하였음은 물론이요, 황제의 우악한 은혜를 받고서 빨리 돌아오시게 되었으니, 어찌 정진의 공을 다하여 갑절이나 더 간절히 영장靈長의 축도祝禱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범석梵席을 베풀고 특별히 법륜을 굴리니, 설법의 가루가 옥 불자拂子의 바람에 나부끼고, 공양의 구름이 목어木魚의 새벽에 일어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삼강三綱이 바르게 서고, 십서十瑞345)가 모두 이르게 해 주소서. 그리고60언제나 황제의 은혜를 받아 끝까지 화락하게 해 주시고, 날마다 후비와 더불어 복을 누리며 장수하고 강녕하게 해 주소서.
또(又)
와룡사臥龍寺에 들어가 영英 선사가 행하였다

성경聖境의 자비는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에 절실하여, 뭇 근기에 널리 응해 줍니다. 승가僧伽의 직분은 임금을 축수祝壽하는 데에 있는데, 더군다나 특별한 은택을 입었음이겠습니까. 그러니 어찌 범연梵筵을 펼쳐서 임금님의 장수를 기원하지 않겠습니까.
생각건대 자운종파慈雲宗派의 이 도량은 바로 충경 국사冲鏡國師의 음덕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경계境界와 거처가 수승하여 구산九山의 학자들이 귀의하는 곳이요, 이름과 품격이 높아서 한 시대의 큰 선사들만이 주석住錫하는 곳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근기가 미약하고 성품이 우둔하며 식견이 어둡고 재주가 서툴러서 제자의 대열에 참여하기도 부끄러운데, 감히 선사先師의 방에 들어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다행히 성조盛朝의 시대를 만나

006_0401_c_01L而往惟上心所屬欲庶民高枕而得安
006_0401_c_02L顧聖德之深雖闔國切身而難報言念
006_0401_c_03L山林之老衲素懷霞棗之忠誠方初聞
006_0401_c_04L車駕之啓行曾未暇食眠之寧處點焚
006_0401_c_05L多日心心恒掛於途中夢寐幾宵
006_0401_c_06L步常隨於輦下果獲天扶而利覲仍將
006_0401_c_07L帝渥以遄還盍殫精進之功倍切靈長
006_0401_c_08L之祝肆開梵席別展法輪談屑霏玉
006_0401_c_09L7)麈之風供雲起木魚之曉伏願云云
006_0401_c_10L三綱克正十瑞並臻時承帝閫之8)
006_0401_c_11L終和且樂日與后闈而受福旣壽
006_0401_c_12L又康

006_0401_c_13L

006_0401_c_14L
聖境慈深於利物普應羣機僧家職在
006_0401_c_15L於壽君況蒙殊澤盍憑梵采用禱皇
006_0401_c_16L9)惟慈雲宗派之道塲乃冲鏡師賓
006_0401_c_17L之蔭地境將居勝是九山學者之攸歸
006_0401_c_18L名與品高必一代巨禪而後住如予者
006_0401_c_19L根微10)器鈍識昧才踈尙愧叅諸弟之
006_0401_c_20L敢望入先師之室幸今遭逢盛朝
006_0401_c_21L「玆」東文選影印本作「慈」{編}「界」東文選
006_0401_c_22L作「旦」{編}
「暢」東文選作「晹」{編}「躬」東
006_0401_c_23L文選作「」{編}
「大」東文選作「一」{編}「定」
006_0401_c_24L東文選作「及」{編}
「麈」東文選作「塵」{編}
006_0401_c_25L「流」東文選作「疏」{編}
「齒」東文選作「齡」{編}
006_0401_c_26L
「器」東文選作「性」{編}

006_0402_a_01L우악한 은혜를 흠뻑 받은 나머지, 갑자기 순서에 끼이지도 못하는 보잘것없는 몸이 외람되게 감당하기 어려운 큰 그릇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면서 남가南柯의 꿈346)을 꾸고 있는가 의심하였으나, 나중에 한가로이 거하다 보니 오히려 상계上界에 날아 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크나큰 복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면, 기도 드리는 일에 더욱 공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특별히 향화의 자리를 개설하여 강릉岡陵과 같은 수명347)을 빌게 되었습니다. 총림을 다시 정비하니 선대先代의 전형典型이 의연依然하고, 종고鍾鼓를 새롭게 하니 한 시대의 광채가 유난히 더합니다. 참다운 정성이 이르는 곳에 묘한 불감佛鑒이 즉시 조응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제 폐하에게 부처님의 도움이 신속하게 더해지고, 하늘의 상서祥瑞가 더욱 많이 이르게 하소서. 후위(后闈 : 후비 거처)에도 길상吉祥이 가해져 장수하면서 춘추를 알지 못하게 하시고, 항상 제곤(帝閫 : 황제 거처)의 사랑을 받으며 사직이 길이 편안해지게 하소서.
또(又)
대가大駕가 남쪽으로 거둥하셨을 때

제불諸佛은 사심이 없으므로 구류九類와 사생四生348)이 모두 우러러보고, 한 사람의 경사가 있음에(一人有慶)349) 삼한의 만백성이 다 함께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더군다나 산야에 있는 몸이 일찍이 하늘의 은택을 입은 데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우리 임금님은 공경히 천조天朝를 섬기면서, 공북拱北350)의 충성심을 바쳐 정동征東351)의 명을 청하였습니다. 이에 황제가 곧바로 유음兪音을 내리고 은총을 거듭 가하면서, 중서中書의 승상丞相으로 지위를 올리고 행성行省의 병권兵權을 수여하였으니, 그 광채가 사해에 빛나고 그 위엄이 양국兩國에 떨쳐졌습니다. 이는 바로 성덕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찌 황기皇基가 더욱 공고해지도록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범채梵采를 베풀어 특별히 훈공熏功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납의衲衣를 입은 승려들의 산이 무너질 듯한 예념禮念은 우레처럼 우렁차고, 불자拂子를 휘두르며 병의 물을 쏟듯 하는 문답問答에 법운法雲이 뭉게뭉게 일어납니다. 이 참다운 정성에 저 묘한 불감佛鑒이 조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상 폐하께서 백령百靈의 도움을 받고 삼보三寶의 가지加持를 입어, 돛을 올리기 전에 바로 왜국倭國의 임금이 함벽銜璧352)을 하고, 전쟁의 먼지가 이는 대신 순舜 임금처럼 수의垂衣의 정치353)를 행하게 해 주소서.
또(又)

006_0402_a_01L涵泳優恩驟將不次之么軀濫受難堪
006_0402_a_02L之大器始而驚怪怳疑酣夢於南柯
006_0402_a_03L終乃燕居1)以飛昇於上界謂欲小
006_0402_a_04L酬於洪祚要當益勵於熏功肆特開香
006_0402_a_05L火之筵而仰薦2)崗陵之算叢林再整
006_0402_a_06L依然先代之典3)鐘鼓重新別是一
006_0402_a_07L時之光彩眞誠所格妙鑑即周伏願
006_0402_a_08L皇帝陛下覺援遄加天休滋至嘉與
006_0402_a_09L后闈而壽考不涉春秋恒承帝閫之撫
006_0402_a_10L永安社稷

006_0402_a_11L

006_0402_a_12L
諸佛無私九類四生之咸仰一人有慶
006_0402_a_13L三韓萬姓之同懽矧伊山野之資夙荷
006_0402_a_14L雲霄之澤洪惟我后祗事4)天朝意輸
006_0402_a_15L拱北之忠躬請征東之命帝乃兪音旋
006_0402_a_16L寵睠荐加俾登相位於中書仍授
006_0402_a_17L兵權於行省光生四海威振兩邦
006_0402_a_18L是爲聖德之所招盍禱皇基之益固
006_0402_a_19L陳梵采別締熏功霞襯毳衣 5)梵雷轉
006_0402_a_20L山崩之禮念風生麈柄 6)法雲興缾瀉
006_0402_a_21L之問酬冀此眞誠格他妙鑑伏願皇
006_0402_a_22L上陛下仗百靈之翊賛承三寶之加持
006_0402_a_23L帆席未張立見倭君之7)啣璧兵塵不
006_0402_a_24L坐同舜帝之垂衣

006_0402_b_01L
백호白毫의 광명이 만물을 비춤에, 시방에 빠뜨리는 곳이 조금도 없습니다. 옥색(玉色 : 임금의 안색)이 화기和氣를 잃는다면, 사해의 그 누가 편안히 거처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둔한 이 중으로 말하면, 오랫동안 우악한 은혜를 입었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항상 임금님이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건강을 잃게 되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이 소식을 들은 이래로 오장五臟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병환을 낫게 할 방도를 강구한다면 무엇보다도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법연法筵을 급히 마련하여 저의 미천한 정성을 다 바쳐서 정근精勤하게 되었습니다. 이 간절한 성의를 굽어 살펴 지체 없이 감응해 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 폐하께서는 백령百靈의 호위를 받고 중성衆聖의 인도를 받아, 병환이 바로 쾌차함으로써 말등에 싣고 온 약도 필요 없게 해 주시고, 건강이 항상 쾌적하시어 거북 등의 도안圖案354)에 길이 응하게 해 주소서.
또(又)
중생은 모두 부처님의 자식이기 때문에 똑같이 사심 없는 자비의 교화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임금의 신하이지만 누가 나처럼 임금의 은혜를 후하게 입고 있겠습니까. 그러니 어찌 부처님의 묘한 구원의 힘에 의지하여 임금님의 장수를 빌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운운云云 본래 중생을 복되고 이롭게 할 능력도 없으면서, 오래도록 불법을 널리 전할 직책을 더럽혀 왔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험한 시대를 만나서, 밥 먹고 잠잘 겨를도 거의 없었는데, 거룩하고 밝으신 우리 임금님 덕분에 향 피우고 등불을 켜는 일을 폐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정성을 다하여 축원을 해 왔는데, 더군다나 지금 특별히 우악한 은총을 거듭해서 받고 있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에 하루 동안 재齋를 올리는 공덕을 닦아서 만 년의 크나큰 복을 기원하게 되었는바, 이 간절한 마음을 저 불감佛鑒은 두루 살펴주실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부처님의 음덕이 항상 더해지고, 하늘의 상서祥瑞가 더욱 이르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불로장생의 경사가 구중궁궐에 흡족해지고, 기취旣醉의 태평가太平歌355)가 사해에 울려 퍼지게 해 주소서.
또(又)
청주에서 행하였다

성범聖凡은 같은 몸이니 어느 곳이나 모두 만물을 제접提接하는 문이 됩니다. 향화香火가 몸 가는 대로 따르니 어느 곳인들 임금님을 축수祝壽하는 땅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 적심赤心은 꾸민 것이 아니니, 현묘한 감응이 있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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毫光照物十方無地之孑遺玉色違倪
006_0402_b_03L四海有誰之寧處況如鈍衲久荷優恩
006_0402_b_04L常切祈宸寢之燕安豈意致天和之乖
006_0402_b_05L聞來震駭叵堪五內之分崩思可
006_0402_b_06L醫治莫若三歸之精進故此熏筳之急
006_0402_b_07L盡吾微懇以克勤誠其有加應必
006_0402_b_08L不阻伏願主上陛下仗百靈之翊衛
006_0402_b_09L承衆聖之提撕病孽旋消不假驢駄之
006_0402_b_10L節宣恆適永膺龜負之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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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02_b_12L
衆生俱是佛子故同承慈化之無私
006_0402_b_13L土莫非王臣誰厚沐皇恩之如我盍憑
006_0402_b_14L妙援用禱遐齡伏念云云素微福利
006_0402_b_15L之能久玷弘傳之職遭時艱梗殆未
006_0402_b_16L遑於眠食賴我聖明得不廢於焚㸃
006_0402_b_17L故每竭深誠而蘄嚮況別承異渥之稠
006_0402_b_18L爰修一日之熏功仰薦萬年之洪祚
006_0402_b_19L此心所格他鑒即周伏願云云覺蔭
006_0402_b_20L恆加天休8)滋至長生難老之慶洽于
006_0402_b_21L九重旣醉9)太平之歌騰於四海

006_0402_b_22L

006_0402_b_23L
聖凡同軆到頭皆接物之門香火隨身
006_0402_b_24L何處不祝君之地赤心非餙玄應無疑

006_0402_c_01L
삼가 생각건대, 운운 학식이 불법佛法을 널리 전하기에 미흡하고, 도는 중생을 복되고 이롭게 하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뱁새의 가지(鷦枝)를 지키면서356) 계령鷄嶺의 깊은 숲속에 숨어 살 뿐인데, 조서를 홀연히 내리시어 낭성狼城의 수승한 회상會上에 나오라고 명하셨습니다. 어찌 감히 관산關山이 멀다고 꺼리겠습니까. 곧바로 대중과 함께 나아가서, 원각圓覺의 도량을 성대히 열고 계경契經의 의해義海를 부연하였으니, 날로 달로 오로지 한 것은 하늘처럼 장수하시기를 축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지금 듣건대, 법가法駕의 명이 엄하여 장차 황제의 뜰에 나아가 조근朝覲하신다고 하니, 어찌 산에 한 줌의 흙을 더하는 힘을 다하여,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는 정성을 더욱 닦지 않겠습니까. 이에 정진의 공력을 기울여 위로 원명圓明의 불감佛鑒에 고하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 길상吉祥이 거듭 모여들고 회린悔吝이 속히 없어지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귀신이 부지扶持해 주는 힘을 의지하여 가는 곳마다 이로움이 있게 하고, 우악한 황제의 은혜를 받아 금세 귀국하게 해 주소서.
또(又)
용지龍池 선사 참일旵日이 행하였다

부처님의 감응이 금세 드러나는 것은 달빛이 물속을 뚫고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님의 은혜가 지중至重하니, 모기가 태산을 짊어진 것357)처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자비의 문을 두드려서 임금님의 장수를 기원하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조계曹溪의 적자嫡子요 품일品日358)의 후손으로서, 나와서 독립獨立의 문인門人이 되었다가 다시 굴산崛山의 선려仙侶에 끼었습니다. 헛된 영예에 젖었던 까닭에 선석(選席 : 選佛場)의 대과大科에 외람되게 뽑혔는가 하면, 임금님의 큰 사은私恩을 잘못 받아서 비련批聯의 휘호徽號까지 받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저의 능력을 벗어난 큰 허물이라서, 항상 분수를 생각하며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금지金枝에 인연을 맺은 관계로, 마침내 직질職秩을 올리는 조서까지 받게 되었으니, 이 마음이 얼마나 송구한지는 실로 삼보三寶께서 증명해 주실 것입니다.

006_0402_c_01L伏念云云識眛弘傳道微福利鷦枝
006_0402_c_02L是守僻居雞嶺之深林鳳綍忽垂
006_0402_c_03L赴狼城之勝會敢憚關山之云遠徑諧
006_0402_c_04L徒侶10)而聿來張皇圓覺之道塲敷演
006_0402_c_05L契經之義海天長之祝日月所專況聞
006_0402_c_06L法駕之命嚴將赴帝庭而修覲盍盡
006_0402_c_07L培山之力益修向日之誠玆殫精進之
006_0402_c_08L仰告圓明之鑑伏念云云吉祥荐
006_0402_c_09L悔吝頓消動資神力之扶持利有
006_0402_c_10L攸往尋荷帝恩之優渥薄言還歸

006_0402_c_11L

006_0402_c_12L
覺應頓彰有似蟾光之透水皇恩至重
006_0402_c_13L那堪蚊背之負山合叩慈扃用祈天算
006_0402_c_14L伏念弟子曹溪嫡子品日來孫出爲
006_0402_c_15L獨立之門人再亞崛山之禪侶因沾虛
006_0402_c_16L獲叨選席之大科謬沐洪私又玷
006_0402_c_17L批聯之徽號斯已踰涯之大過常居揣
006_0402_c_18L分以難安猥以忝綠於金枝遂蒙加秩
006_0402_c_19L於白誥玆一心之感懼實三寶之證知
006_0402_c_20L「以」東文選作「似」{編}「崗」東文選作「岡」
006_0402_c_21L{編}
「型」東文選作「刑」{編}「天」東文選作
006_0402_c_22L「大」{編}
「梵」東文選無有{編}「法」東文選
006_0402_c_23L無有{編}
「啣」東文選作「」{編}「滋」東文
006_0402_c_24L選影印本作「玆」{編}
「太」東文選作「大」{編}次
006_0402_c_25L
「而」東文選作「以」{編}

006_0403_a_01L그러나 은덕을 보답할 길은 없고, 그저 축수祝壽하는 간절한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에 송사(松社 : 松廣寺 修禪社)에 나아가 특별히 법연法筵을 마련하였으니, 공력은 비록 물방울처럼 지극히 미약할지라도, 정성만은 실로 붉은 한 조각 마음을 모두 기울였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신명께서 다함께 호위해 주시고, 조불祖佛께서 다같이 가지加持해 주소서. 그리하여 위제魏帝의 환약丸藥 하나359)를 빌리지 않고도 길이 불로장생하게 해 주시고, 당황唐皇의 십서十瑞360)에 부끄럽지 않게 길이 태평시대를 누리게 해 주소서.
또(又)
본사本社에서 행하였다

만물에 응하여 그 몸을 백억으로 나투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요, 천만 년을 사시라고 임금님의 장수를 축원하는 것은 사문沙門인 신의 직분입니다. 이에 승연勝筵을 베풀어 감히 미천한 정성을 펴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云云 성품이 본래 성글고 게으른 데다 나이가 또 쇠했으므로, 그저 가난함을 편안히 여겨 토굴土窟이나 지키고 옹졸하게 생활하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월남月南 정사精舍에 단나檀那의 승연勝緣이 있어서, 무너진 옛터에 절을 중건하고 낙성落成의 법회를 열 즈음에, 노승老僧이 주도하여 도道를 연설해 달라고 세 번이나 부탁하였는데, 그 말이 참으로 간절하였으므로 대중을 이끌고 기꺼이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바라기처럼 해를 향하는 마음이야 몸을 지니고 있는 한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아침저녁으로 임금님을 향해 만세를 축원하는 간절한 심정은 장소가 바뀌어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오순五旬을 머무르기로 기약했으나, 공력은 석 달을 뛰어넘을 것인바, 다시 십분十分의 단심丹心을 기울여서 특별히 하루의 법연法筵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염불하고 독경하는 소리가 우레가 울리듯 산이 무너지듯 하고, 물어보고 대답하는 광경이 구름이 일듯 병의 물을 쏟듯 합니다. 참다운 공이 맺히는 곳에, 신묘한 감응이 즉시 이를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삼보三寶가 가지加持하고 백령百靈이 보호하는 가운데, 홍범洪範 구오九五의 복361)을 밟고서 제복諸福을 불러 복이 계속해서 모두 이르게 하고, 대춘大椿의 8천 년362)을 묶어 1년으로 삼아서 해가 계속 끝없이 이어지게 하소서.
또(又)
노안부盧按部에서 행하였다

환히 비치는 능감菱鑑은 시방 세계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임금님을 받드는 신하의 해바라기 마음은 하루도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때가 없습니다. 이에 참다운 공덕을 맺어 큰 복을 우러러 기원하고자 합니다.

006_0403_a_01L然無報德之階只有祝年之懇爰趨松
006_0403_a_02L特辦檀筵功緣雖涓滴之至微
006_0403_a_03L愊實棗霞之罄倒伏願神明共衛祖佛
006_0403_a_04L同加不因魏帝之一丸永膺難老
006_0403_a_05L愧唐皇之十瑞長享*太平

006_0403_a_06L

006_0403_a_07L
應物而百億其化大覺帝之慈悲祝君
006_0403_a_08L以千萬斯年沙門臣之職分玆憑勝采
006_0403_a_09L敢布卑情伏念云云性本踈慵年其
006_0403_a_10L衰邁但安貧而守窟徒養拙以過時
006_0403_a_11L有月南之精藍有檀那之勝境重新廢
006_0403_a_12L欲設會以落成三請老僧俾主盟
006_0403_a_13L而演道由致辭之誠切乃率衆而肯來
006_0403_a_14L尋常葵向之心有身奚極晨夕山呼之
006_0403_a_15L易地皆然期止五旬功逾三月
006_0403_a_16L竭十分之丹悃別羞一日之紺筳或念
006_0403_a_17L或禮兮雷震山崩或問或酬兮雲興缾
006_0403_a_18L眞功所締妙應即周伏願云云
006_0403_a_19L寶加持百靈翊戴履洪範九五福而致
006_0403_a_20L諸福福又福之畢臻朿大椿八千年以
006_0403_a_21L爲一年年復年之無盡

006_0403_a_22L

006_0403_a_23L
菱鑑現前盡十方而無㝵葵心奉上
006_0403_a_24L何一日而不傾宜締眞功仰祈洪祚

006_0403_b_01L
삼가 생각건대, 운운 용렬하고 비루한 몸으로 거룩하고 밝은 시대를 만났습니다. 그리하여 외람되게 조서를 받들어 초헌軺軒을 타는 소임을 맡았으며, 얼마 뒤에는 또 백서(栢署 : 御史臺)로 승진하여 부월斧鉞을 쥐는 대열에 참여하였습니다. 쓸모없는 이 몸이 어떻게 해서 이처럼 큰 은택을 자주 입게 되었단 말입니까. 생성生成해 주신 덕화德化가 천지보다도 더 중한데, 보답하는 공은 털끝만큼도 있지 않습니다. 이에 장엄한 불사에 의지하여, 우악한 황은皇恩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합니다.
삼가 살펴보건대, 계봉雞峯의 고찰古刹은 취령鷲嶺의 유풍遺風363)을 크게 드날리는 곳입니다. 이제 구순九旬의 회해會海가 처음 시작되는 때를 당하여, 사흘 동안 향기로운 공양의 구름을 피워 올리는 한편, 무너져 가는 낡은 건물을 수리하여 썩지 않을 멋진 인연을 닦고자 합니다. 가슴속의 정성을 모두 바치니, 환히 살펴 감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황기皇基가 공고하여 경사가 흐르는 가운데 만세까지 멀리 번창하고, 후액(后掖 : 왕비의 궁전)이 강녕하여 기쁨이 넘치는 가운데 천추千秋토록 늙지 않게 해 주소서.
또(又)
연곡鷰谷 린 선사隣禪師가 행하였다

감응의 길이 열리면 늙은 조개가 달의 정기를 받아 진주를 품을 수도 있습니다. 도유都兪364)의 경사가 흡족하니 비룡飛龍이 하늘에 있는 것이 기쁩니다. 이에 메아리처럼 응답해 주는 사은私恩에 의지하여, 만세 삼창을 부르는 간절한 심정을 대략 표하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云云 뛰어난 천품을 받고 태어나셨으나, 세운世運이 간난艱難한 시대를 만나셨습니다. 그리하여 만백성을 안정시키려고 생각하고 계시니, 어찌 자기 한 몸의 수고를 사양하시겠습니까. 이에 상국上國에 친히 조회하여 요조窈窕한 호구好逑365)를 구하시고, 뒤이어 동한東韓에 돌아오시어 승평昇平의 대업을 회복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양국의 관계가 교칠膠漆처럼 공고해지고, 사방이 정반鼎盤처럼 안정되었으므로, 조정과 재야가 함께 기뻐하고 귀신과 사람이 서로 손뼉을 치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선림禪林의 말엽末葉이요 석원釋苑의 고근孤根입니다. 아버지는 일찍이 황조皇祖의 조정에서 지우知遇를 받고 재상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하였으며,366) 자식은 또 성고聖考의 시대에 은혜를 받고 누차 이름 있는 가람을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므로 뛸 듯이 기뻐하는 소승小僧의 이 한 마음은 서민들이 사모하는 심정보다 1백 배는 더할 것입니다. 만약 조그마한 선善이라도 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마음을 보일 수가 있겠습니까.

006_0403_b_01L伏念云云猥將庸鄙幸際聖明
006_0403_b_02L奉芝綸已玷乘軺之任俄遷栢署又叨
006_0403_b_03L持斧之聯是何無用之軀屢沐不貲之
006_0403_b_04L生成重乾坤之化報效微絲髮之功
006_0403_b_05L擬憑佛事之莊嚴小賽皇恩之優渥
006_0403_b_06L見鷄峯古刹宏揚鷲嶺遺風當九旬會
006_0403_b_07L海之權輿辦三日供雲之芬苾兼理將
006_0403_b_08L頽之老屋以修不杇之勝因悃愊所殫
006_0403_b_09L炤詳即邇伏願云云皇基鞏固慶流
006_0403_b_10L萬世以遐昌后掖康寧歡洽千秋之
006_0403_b_11L難老

006_0403_b_12L

006_0403_b_13L
感應道交何妨老蚌之孕月都兪慶洽
006_0403_b_14L且喜飛龍之在天宜憑谷答之私略表
006_0403_b_15L山呼之懇恭惟云云生稟天資之岐嶷
006_0403_b_16L時丁世運之艱難謂底綏於萬民曷辭
006_0403_b_17L勞於一己載親朝於上國仍求窈窕之
006_0403_b_18L好逑尋却返於東韓率復昇平之大業
006_0403_b_19L兩邦成膠漆之固四境致鼎盤之安
006_0403_b_20L野同懽神人交抃伏念弟子禪林末
006_0403_b_21L釋苑孤根父曾受知於皇祖之朝
006_0403_b_22L至登相位子又沐恩於聖考之代累轉
006_0403_b_23L名藍故微僧抃躍之一心與庶俗傾翹
006_0403_b_24L而百倍如不資於片善何以露於寸情

006_0403_c_01L이에 하루의 훈공熏功을 닦아서 시방을 비추는 불감佛鑒에 고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1백 가지 상서祥瑞가 거듭 모이고, 여러 가지 복이 모두 이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사해를 한 집안으로 합쳐서 창성하게 해 주고, 천추千秋 그리고 만세萬歲를 지나도록 장수하고 강녕하게 해 주소서.
또(又)
본사本社에서 행하였다

달이 1백 강물을 동시에 비추는 것처럼, 부처님의 조감照鑑은 끝이 없이 불가사의합니다. 임금님을 향해 하루도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 때가 없는데, 더군다나 옥체가 불편하신 때를 당했음이겠습니까. 그러니 어찌 요익饒益하는 불력佛力에 의지해서 쾌차하시기를 빌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나라의 복이 더 늘어나기 위해서는, 신공神功으로 재조再造하는 힘을 의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직의 안위安危 여부는 임금님 한 분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조야朝野가 모두 마음을 기울이며 억만 년토록 사시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노물老物의 경우는 오래도록 큰 은덕을 입었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언제나 매일 행하는 일은, 오로지 임금님의 장수를 축원하는 일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미천한 정성이 지극하지 못해서, 건강을 조금 해치셨다는 소식을 홀연히 듣게 되었단 말입니까. 저도 모르게 심간心肝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손발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보호해 주시는 부처님의 자비에 의지하면 즉시 임금님의 잠자리가 편안해지실 것이기에, 특별히 수월水月의 도량을 열어서 강릉岡陵367)과 같은 큰 복을 빌게 되었습니다. 이 정성이 간절한 만큼, 저 불감佛鑒이 자상하게 비춰 주실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연월年月의 액운厄運이 모두 소멸하고, 음양의 요기妖氣가 완전히 해소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병환이 즉시 완쾌되어 하루아침에 위중해지는 일이 없게끔 하고, 옥체가 항상 청명하여 온갖 길상吉祥이 모여들게 해 주소서.
또(又)
정월 초하루

각월覺月은 성공性空의 이치 끝까지 밝아서 천 찰千刹의 귀의하는 정성을 비추고, 심향心香은 법계法界에 온통 퍼져서 구중궁궐의 장수하는 상서祥瑞를 빚어냅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불법을 널리 전하는 직분을 맡고서, 오로지 복과 이익을 비는 일에 공력을 쏟고 있습니다. 총림에서 24시간 정진하며 몸과 마음이 다른 데에 있지 않고, 제단에서 백세

006_0403_c_01L玆修一日之熏功仰告十方之妙鑒
006_0403_c_02L願云云百祥荐集諸福畢臻合四海
006_0403_c_03L爲一家俾昌而熾歷千秋又萬歲
006_0403_c_04L壽且康

006_0403_c_05L

006_0403_c_06L
桂魄乃百川頓落難思覺鑑之無邊
006_0403_c_07L心何一日未傾況値聖躬之不豫盍資
006_0403_c_08L饒益用禱痊平洪惟國祚之更延
006_0403_c_09L賴神功之再造 故社稷安危之勢 係吾
006_0403_c_10L一人凡朝野翹嚮之心期以億載 矧
006_0403_c_11L伊老物久沐洪私居常日用所爲
006_0403_c_12L是天長之祝爭奈微誠之未至忽聞和
006_0403_c_13L氣之小乖不覺心肝之遽摧罔知手足
006_0403_c_14L之攸措冀仗慈庥之覆護即臻宸寢之
006_0403_c_15L康寧特開水月之道塲用薦岡陵之景
006_0403_c_16L儻玆悃愊契彼照詳伏願云云
006_0403_c_17L月厄之咸消陰陽沴之頓釋疾即除
006_0403_c_18L無一朝一夕之彌留體常淸和
006_0403_c_19L百吉百祥之雜遝

006_0403_c_20L

006_0403_c_21L
覺月亘性空而明照千刹歸依之懇
006_0403_c_22L香盡法界以起釀九重壽考之祥伏念
006_0403_c_23L弟子職忝弘傳功專福利叢席間二
006_0403_c_24L六時之精進身匪他心匪他贊階上百

006_0404_a_01L천세를 기원하며 아침이나 저녁이나 그렇게 합니다. 더구나 지금 삼원三元368)의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어찌 제성諸聖의 말없는 가호加護를 의지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특별히 하루 동안 불사를 닦아, 미천한 정성을 십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인연이 맺힌 곳이라도, 지혜의 거울은 즉시 감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황상 폐하께서는 옥전玉殿에 상서祥瑞가 모여들고 선궁璿宮에 경사가 늘어나도록 해 주소서. 그리하여 1천 재앙을 1만 복으로 돌려 복과 복이 계속해서 모이고, 억 년을 1년으로 계산하여 해와 해가 끝없이 이어지게 하소서.
대가大駕의 환국還國을 기념하며 장수를 축원한 소
자비의 법문法門이 활짝 열려, 서축西竺에서 발원한 불법이 중화에까지 흘러왔고, 임금님의 수레가 번개처럼 빨라, 아침에는 북쪽 제정帝庭에 계시다가 저녁에는 동쪽 강토에 귀환하셨습니다. 이에 불법에 귀의하는 힘을 다하여, 뛸 듯이 기쁜 이 심정을 조금 펴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만 리나 되는 먼 길은 행차하기가 가볍지 않고, 구중궁궐의 귀하신 몸은 거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은 일을 쉽게 여기고, 가볍지 않은 일을 가볍게 행하신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백성들이 함포고복含哺鼓腹하며 즐겁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니, 이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분골쇄신 한다 해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전부田夫와 야부野婦가 목소리를 같이 하고, 초동樵童 목수牧豎가 모두 말하기를 “바라건대 우리 임금님이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사시어, 우리들을 편안히 살게 해 주소서.”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산야山野의 이 몸이야말로 천지의 교화를 우악하게 입은 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구름 속에 사는 몸이라서 구천九天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임금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에 범석梵席을 베풀어 특별히 훈공熏功을 바치게 되었으니, 등불마다 한없는 광명을 나누어 법계法界에 두루할 것이요, 낱알마다 각종 향미香味로 변하여 성공性空에 충만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황제의 돌보심이 더욱 풍성해지고, 하늘의 복이 더욱 많이 이르게 해 주소서. 산악이 무너지고 바다가 마른 뒤에까지 길이 수명을 누리게 하시고, 항상 전쟁이 사라지고 풍년이 들게 하여 세상살이에 걱정이 없게 해 주소서. 그리고 왕비의 궁전에서는 관저關雎369)의 노래를 부르고, 세자의 궁전에서는 홍곡鴻鵠의 노래370)가 울려 퍼지게 해 주소서.

006_0404_a_01L千歲之祈傾朝猶是夕猶是況値三元
006_0404_a_02L之肇屆盍資諸聖之冥加玆特修一日
006_0404_a_03L之熏科于以罄十分之卑悃銖緣所締
006_0404_a_04L鏡智即周伏願皇上陛下玉殿膺休
006_0404_a_05L璿宮衍慶轉千災成萬福福又福之有
006_0404_a_06L合億載爲一年年復年之無盡

006_0404_a_07L

006_0404_a_08L1)大駕還國祝壽疏

006_0404_a_09L
慈門洞啓源西竺派中華宸馭電飛
006_0404_a_10L朝北庭暮東土宜竭歸依之力小伸抃
006_0404_a_11L躍之誠恭念萬里之遠兮跋涉非輕
006_0404_a_12L九重之貴兮興居不易乃易不易之勢
006_0404_a_13L以輕非輕之行其故匪他欲民皆鼓腹
006_0404_a_14L而樂也此恩如報雖人盡碎身而足乎
006_0404_a_15L由是田夫野婦之合辭牧竪樵童之僉
006_0404_a_16L願吾君多福多壽使我輩底綏底寧
006_0404_a_17L矧惟山野之資優荷乾坤之化 2)捿雲
006_0404_a_18L之跡縱隔於九霄愛主之心無忘於
006_0404_a_19L一日玆陳梵采別締熏功燈燈分無
006_0404_a_20L盡之光明遍周法界粒粒變多般之香
006_0404_a_21L充滿性空伏願云云帝睠彌豊
006_0404_a_22L休滋至享年有永嶽先夷而海先枯
006_0404_a_23L措世無虞兵常戢而歲常熟后掖著關
006_0404_a_24L睢之詠儲闈騰鴻鵠之歌

006_0404_b_01L
미타재彌陁齋의 소
이오李敖 상서가 행하였다

일곱 겹의 인다라망因陀羅網371)을 둘러 장엄莊嚴한 나라를 극락정토라고 하고, 구품九品의 연대蓮臺372)를 베풀어 인도하는 부처님을 아미타불이라고 합니다. 아미타 부처님이 매우 간절하게 48대원大願을 세우시고 천백억 화신化身으로 몸을 두루 나투시니, 요익饒益해 주시는 도움을 의지하기 위해서는, 어찌 모든 심력心力을 기울여 귀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한없이 오랜 옛날부터 중생들 사이에 끼어 어울리면서 선을 행한 것은 추호보다 작은 것으로도 비유할 수가 없고, 악을 지은 것은 허공계虛空界 전체로도 담기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육도六道 윤회를 빠짐없이 받으면서 개두환면改頭換面373)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기에, 항상 참회하고 자책하며 머리를 싸매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 적이 실로 많습니다.
그래서 걸림 없는 자비의 힘을 입어 미래의 고뇌를 벗어나고자, 혹은 사제私第를 소제掃除하고 혹은 범궁梵宮에 나아가서 매양 보름날 새벽에 성대하게 공양을 올리며, 앞으로 목숨이 다하도록 이렇게 하겠노라고 마음속에 다짐하였습니다.
이에 한 번 예배하며 한 번 염불하는 정성을 바치게 되었으니, 십명十明 십통十通374)의 불감佛鑒이 조응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제자의 신근信根이 더욱 견고해지고 업장業障이 곧바로 해소되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지금은 가지加持를 입어서 복만 받고 재앙은 물러나게 해 주시고, 미래에는 인도를 받아서 피안에 왕생하여 아미타부처님을 뵙게 해 주소서.
도원수都元帥 김 시중金侍中을 축수祝壽한 소
현관玄關에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교화는 감응하면 반드시 통하게 마련이요, 주벌(朱閥 : 궁궐) 아래에서 복을 받드는 정성은 독실하지 않은 때가 없습니다. 더구나 예측할 수 없는 땅을 정벌하려면, 우환을 먼저 미연에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현후賢侯는 성대聖代에 우뚝 태어나 일찍이 많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고, 마침내 양조兩朝에서 높은 직질職秩을 겸했으니, 중봉中奉과 중찬中贊이 모두 높은 직위요, 상장上將과 상상上相이 함께 귀한 자리였습니다. 초변貂弁과 선관蟬冠의 중망重望에 백관百官이 무릎을 꿇고서 걸었고, 호부虎符와 귀인龜印의 위엄에 삼군三軍이 팔뚝을 떨면서 두려워하였습니다.
이제 전차戰車를 몰고 외방에 나와서

006_0404_b_01L3)彌陁齋疏

006_0404_b_02L
施七重羅網以莊嚴國名極樂設九品
006_0404_b_03L蓮臺而迎導佛號彌陁四十八願之甚
006_0404_b_04L千百億身之普現欲資饒益盍罄歸
006_0404_b_05L伏念弟子從無始劫來 4)隨有情數
006_0404_b_06L爲善焉析秋毫而莫喩造惡則盡空
006_0404_b_07L界以難容備受輪廻換面改頭者其幾
006_0404_b_08L常勤悔責痛心疾首也實多冀蒙無㝵
006_0404_b_09L之慈悲獲脫未來之苦惱或掃除私第
006_0404_b_10L或趨詣梵宮每當月滿之晨恭辦雲蒸
006_0404_b_11L之供誓心已往畢命爲期玆一禮一
006_0404_b_12L念之5)情虔想十明十通之照證伏念
006_0404_b_13L弟子信根益固障垢旋消現荷加持
006_0404_b_14L致諸福而却諸殃當承接引生彼方而
006_0404_b_15L見彼佛

006_0404_b_16L

006_0404_b_17L6)都元帥金侍中祝壽疏

006_0404_b_18L
玄關中利生之化有感必通朱閥下奉
006_0404_b_19L福之誠無時不篤況欲征莫測之地
006_0404_b_20L盍先杜未然之虞恭念賢侯挺生聖代
006_0404_b_21L曾樹膚功於百戰遂兼峻秩於兩朝
006_0404_b_22L奉中贊之並尊上將上相之俱貴貂弁
006_0404_b_23L蟬冠之望重百辟膝行虎符龜印之威
006_0404_b_24L三軍肱7)載駕戎車而分閫將誅

006_0404_c_01L장차 반항하는 만이蠻夷를 토벌하려 합니다. 처음에 1만 기병이 치달리는 것은 제갈공명이 촉蜀을 출발한 것375)과 같고, 마침내 1천 척의 전함戰艦이 진격함은 왕준王濬이 오吳나라를 정벌한 것376)을 압도합니다. 만약 이때에 부처님의 도움을 의지한다면, 금세 개선하여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공양을 마련하여 특별히 의식을 거행하게 되었으니, 간절한 이 마음을 저 원명圓明한 불감佛鑒은 굽어살펴 주실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하나의 돛이 바다를 잘 건너가서 왜구가 창끝을 거꾸로 향하고 귀순하게 하고, 1만 깃발이 무사히 돌아와 순舜 임금의 뜰에 가서 승첩勝捷을 바치게 해 주소서. 그리고 죽백竹帛에 공명을 드리우고, 송춘松椿보다도 더 오래 살게 해 주소서.
충경 왕사冲鏡王師를 천도한 소
연지 사주淵之社主를 대신하여 짓다

지혜의 거울이 빛을 발하니, 호인胡人과 한인漢人이 동시에 나타나고, 세상의 등불이 빛을 감추니, 하늘과 땅이 하루아침에 어두워집니다. 이에 자비의 관문을 두드려, 보답하는 일을 엄숙히 거행합니다.
생각건대, 우리 스님께서는 세상에 응하여 본원本願을 받들어 행하며 선법禪法을 널리 펼치셨습니다. 교화가 인천人天에 흡족하여 일찍이 삼한의 표준이 되었고, 덕망이 조야朝野에 가득하여 마침내 이대(二代 : 高宗과 元宗)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황가皇家의 복과 이익이 되어 만개의 눈이 우러러보았고, 조도祖道의 흥하고 망함이 한 몸에 달려 있었는데, 어찌하여 세상을 싫어하여 그만 길을 재촉해서 떠나셨습니까. 총림이 삭막해졌으니 누구를 의지할 것이며, 우주가 공허해졌으니 어디에 머무른단 말입니까. 애달프고 애달프게 땅에 주저앉으니, 유모 잃은 아이의 신세와 같습니다. 가련하고 가련하게 길을 잃고 방황하니, 집 잃은 개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생각건대, 평생의 행적으로 볼 때

006_0404_c_01L卉服之不庭萬騎長驅始似孔明之出
006_0404_c_02L千艘競進終勝王濬之征吳如憑覺
006_0404_c_03L援於此時可致凱還於不日爰羞妙供
006_0404_c_04L特辦熏科倘玆悃愊之心契彼圓明之
006_0404_c_05L伏願云云一帆利涉坐看倭寇之
006_0404_c_06L倒戈萬旆穩回行詣舜庭而獻捷
006_0404_c_07L功名於竹帛 8)算歲月於松椿

006_0404_c_08L

006_0404_c_09L9)薦冲鏡王師疏

006_0404_c_10L
智鏡騰輝胡漢同時而頓現世燈匿耀
006_0404_c_11L乾坤一朝而斗昏宜叩慈關用嚴報地
006_0404_c_12L惟我師之應世乘本願以弘禪化洽人
006_0404_c_13L曾作三韓之標準望傾朝野卒爲
006_0404_c_14L二代之師賓皇家福利兮萬目攸瞻
006_0404_c_15L祖道興衰兮一身所係夫何厭世
006_0404_c_16L爾貪程叢林索寞而奚依宇宙空虛而
006_0404_c_17L安住哀哀躄地有同失乳之兒憫憫
006_0404_c_18L迷途何異喪家之狗念以平生之履踐
006_0404_c_19L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九張){編}
006_0404_c_20L
「捿」東文選作「捷」{編}此疏亦在東文選
006_0404_c_21L(卷一一二第一九~二○張){編}
「隨」東文選
006_0404_c_22L作「墮」{編}
「情」東文選作「精」{編}此疏
006_0404_c_23L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一張){編}

006_0404_c_24L「憟」東文選作「慄」{編}
「算」東文選作「鬪」
006_0404_c_25L{編}
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一張)
006_0404_c_26L{編}

006_0405_a_01L응당 본지本地에서 우유優遊하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지금 재齋를 폐하지 않고 닦는 것은 대개 세속의 정을 따르는 일을 그만둘 수 없어서입니다. 칠칠재七七齋의 기일이 이르러서 삼삼보三三寶에 공양을 올리게 되었으니, 등불마다 광명대光明臺로 변화하여 법계를 두루 비추고, 쌀알마다 묘향찬妙香饌으로 변화하여 성공性空을 가득 채울 것이요, 구구한 이 마음도 저 불감佛鑑이 환히 살펴 주실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곧바로 깨달음의 길에 올라 모든 달자達者들과 함께 어울려 노닐고, 다시 조사祖師의 문에 들어와서 하나의 중생도 빠뜨림 없이 구제하게 해 주소서.
충경 왕사冲鏡王師 소상재小祥齋의 소
원오 국사圓悟國師가 행하였다

제불諸佛은 중생을 위해 현신現身하여 자비의 문을 활짝 열고 인도해 주십니다. 스님이 세상을 떠나신 오늘, 세속의 예법에 따라 추모하는 재를 올립니다.
생각건대, 우리 충경冲鏡 노인은 바로 각성覺城의 초우初友로서, 화산花山의 법석法席을 이었을 뿐 아니라 송교松嶠(조계산)의 의발도 전수받았습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는 이 인연의 도리는 원수를 갚고 빚 받을 사람이 있는 것처럼 분명하지만, 이 세상에 나왔다가 떠나는 것을 슬퍼하며 사모하는 마음은 하늘과 땅으로도 비유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연상練祥을 맞이하여 간략하게 불공을 올리게 되었으니, 이 일심一心의 간절한 뜻을 저 삼보三寶는 밝게 살펴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충경 왕사께서는 예전에 익혔던 것이 모두 발현되어 걸음마다 부처의 길로 뛰어오르시고, 본래의 서원을 빠뜨리지 않고 티끌마다 교화의 문에 다시 들게 해 주소서.
최사립崔社立을 천도한 소
밝은 구슬은 널리 감응하여, 호인胡人과 한인漢人을 똑같이 비춰 줍니다. 큰 집이 갑자기 무너지면 제비와 참새가 어디에 의지하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허공 속의 꽃은 본래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거울 속의 환상 또한 어찌 가고 오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완연히 보이고, 가고 오는 것이 아닌데도 가고 오는 것이 역력히 보입니다. 그러니 전도되긴 했지만 범인의 속정俗情에 따라서, 보지(報地 : 정토의 莊嚴)를 자뢰資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006_0405_a_01L想應本地之優游玆不廢於修齋蓋未
006_0405_a_02L免乎順俗七七齋之方屆三三寶之是
006_0405_a_03L燈燈變作光明臺遍周法界粒粒
006_0405_a_04L化生妙香饌充滿性空區區此心
006_0405_a_05L了他鑑伏願云云徑登覺路與諸達
006_0405_a_06L者以同遊重入祖門無一衆生而不度

006_0405_a_07L

006_0405_a_08L1)冲鏡王師小祥齋䟽

006_0405_a_09L
諸佛現爲群生廣闢慈門而接引昔人
006_0405_a_10L去是今日且循世禮以追修念吾冲鏡
006_0405_a_11L老人寔我覺2)城初友旣繼花山之席
006_0405_a_12L又傳松嶠之衣終始因緣寃有頭債有
006_0405_a_13L死生悲慕天可盡地可窮今値練
006_0405_a_14L略羞雲供玆一心之懇款想三寶
006_0405_a_15L之證明伏願冲鏡王師頓發舊熏
006_0405_a_16L步超登於覺路不遺本願塵塵重入於
006_0405_a_17L化門

006_0405_a_18L

006_0405_a_19L3)薦崔社立䟽

006_0405_a_20L
明珠普應想胡漢4)齊彰大厦忽摧
006_0405_a_21L5)燕雀奚托竊以空裏浮華兮本無起
006_0405_a_22L鏡中幻像兮安有去來然而非起
006_0405_a_23L滅時起滅宛然不去來處去來歷爾
006_0405_a_24L盍順凡情之顚倒用資報地之莊嚴

006_0405_b_01L
이에 재일齋日을 맞이하여 간략하게 범석梵席을 베풀게 되었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최씨崔氏 존령尊靈께서는 일호一毫의 찰토刹土에도 현현顯現하는 자씨(慈氏 : 彌勒)의 누각 속에 걸터앉고, 만겁萬劫의 속진俗塵 속에 들어오는 보현普賢의 화림花林 안에서 함께 유희하게 해 주소서.
박량泊良 최 선사崔禪師를 천도한 소
가을 연못에 달빛이 비치는 것처럼, 불감佛鑒은 자연스럽게 사심 없이 응현應現377)합니다. 밤에 골짜기에 숨긴 배도 옮겨지나니, 이는 바로 힘 있는 자가 등에 업고 달리기 때문입니다.378)
생각건대, 세상을 떠난 박릉博陵379)의 이 영혼은 우리 성교聖嶠의 옛 벗입니다. 우거한 자취가 각각 달라서 출처出處의 행장行藏을 같이하지는 못하였으나, 사귀는 마음이 워낙 굳어서 평생에 옛 우정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환갑이 아직도 먼 나이에, 이렇게 빨리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죽음이 우리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하지만, 어리석은 마음에 침통한 생각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마침 칠칠재七七齋를 올리는 날을 맞이하여, 삼삼보三三寶의 바다에 널리 불공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공덕의 인연은 비록 작다 하더라도, 두루 굽어살펴 감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새로운 선업善業을 자뢰하고 묵은 훈습에서 빠져나와, 구품九品의 연화대蓮花臺 위를 한 걸음에 곧장 올라가고, 일곱 겹 인다라망因陀羅網의 영상 속에서 제성諸聖과 함께 유희遊戱하게 해 주소서.
망우亡友 이오李敖 상서尙書를 천도한 소
법신法身이 외물에 응하여 나타나는 것은 달이 강물에 비치는 것과 같고, 환질幻質이 인연을 따라서 없어지는 것은 허공 속에 떠 있는 꽃과 같습니다.생각건대, 농서隴西 이공李公은 저 오합烏合의 산사380)에서 알게 되었는데, 사람됨이 관후寬厚하고 불교에 대한 믿음이 정심하였습니다. 그가 선과 인을 좋아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오래 살고 귀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는데, 운명을 원수와 상의한(命與仇謀) 나머지381) 두 번이나 한산한 자리에 던져졌는가 하면, 도가 시대와 어긋나서 외방外方에 좌천을 당하기도 하였으니, 이는 마치 익조鷁鳥가 강풍 앞에 떠밀리고,382) 메기가 대나무 위를 타고 올라가는 것383)과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지위는 고작 단삼품單三品에 오르고, 연령은 60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 아직 팔좌八座384)의 반열에도 끼이지 못하고서, 갑자기 구천九泉의 나그네가 되고 말았습니다. 평생의 친구로서

006_0405_b_01L値齋晨略陳梵席伏願崔氏尊靈 6)
006_0405_b_02L毫現刹果踞慈氏樓閣之中萬劫入塵
006_0405_b_03L7)同戱普賢花林之內

006_0405_b_04L

006_0405_b_05L8)薦泊良崔禪師䟽

006_0405_b_06L
秋潭月落自然應現之無私夜壑舟移
006_0405_b_07L其乃負趨者有力惟此博陵逝魄迺吾
006_0405_b_08L聖嶠故人寓跡各殊雖未共行藏於
006_0405_b_09L出處交心旣固終不忘久要於生平
006_0405_b_10L何期耳順之尙遙忽致魂遊之大速
006_0405_b_11L曰浮生之常理那堪沉痛於愚懷適當
006_0405_b_12L七七齋晨9)遍三三寶海功緣雖小
006_0405_b_13L感應已周伏願云云新善是資宿熏
006_0405_b_14L斯發九品蓮花臺上即一步而徑登
006_0405_b_15L七重羅網影中與諸聖而同戱

006_0405_b_16L

006_0405_b_17L10)薦亡友李敖尙書䟽

006_0405_b_18L
法身應物而彰如水中月幻質隨緣而
006_0405_b_19L若空裏花念與隴西李公識彼烏
006_0405_b_20L合山寺爲人寬厚信佛精深以其好
006_0405_b_21L善與仁謂當必壽且貴然而或命與仇
006_0405_b_22L謀而再投於閑地或道將時左而一謫
006_0405_b_23L於外封鷁退風前鮎緣竹上位纔登
006_0405_b_24L於單三品齒不滿於六十年尙未階入
006_0405_b_25L座之聯而遽作九泉之客平生交契

006_0405_c_01L누가 감히 나보다 앞서겠습니까. 오늘의 비통함이 실로 형제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승채勝采에 의지하여 청승淸升을 돕고자, 마침 백일百日의 재신齋辰을 맞아 시방 불해佛海에 두루 공양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극락국에 왕생하여 여러 보살들과 함께 유희하고, 무량광불無量光佛을 친히 뵙고서 여래의 수기授記를 받도록 해 주소서.
어제御製의 족자를 하사받고 감사드리며 성수聖壽를 축원한 소
본사本社에서 행하였다

제불諸佛은 만물을 이롭게 해 주려는 자비심이 깊으니, 꾸밈없는 이 정성을 어찌 들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노승老僧은 임금을 축수祝壽하는 직분을 지니고 있는데, 더군다나 특별히 하사하신 선물을 받았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궁벽진 산골에 거하면서도 임금님의 은혜에 흠뻑 젖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온유하게 유음兪音을 드리우며 특별히 희귀한 족자簇子를 내리기까지 하셨습니다. 천장天章의 두 절구絶句는 분호粉毫와 경척瓊尺이 청신하고, 신한宸翰의 여섯 줄은 금해金薤와 은구銀鉤가 수려합니다.385)
봉미鳳尾386)를 열기도 전에 정신이 아뜩해지면서 마치 용안龍顔을 뵈온 듯 황홀하기만 합니다. 불초不肖한 이 몸이 무슨 인연으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은총을 이처럼 갑자기 받게 되었단 말입니까. 감사하는 심정이 뼈에 사무치고, 기쁨의 눈물이 옷깃을 가득 적십니다. 그러니 붉은 노을과 대추(霞棗) 같은 한 조각 마음을 모두 바쳐서, 멧부리와 구릉 같은 임금님의 장수를 갑절이나 더 축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범석梵席을 베풀고 특별히 훈공熏功을 올리게 되었으니,

006_0405_c_01L誰敢先於老愚今日慟傷實不後於昆
006_0405_c_02L庶憑勝采用助淸升適當百日齋
006_0405_c_03L供遍十方佛海伏願云云超生極
006_0405_c_04L樂國與諸菩薩同遊親覩無量光
006_0405_c_05L11)彼如來授記

006_0405_c_06L

006_0405_c_07L12)謝賜御13)製書簇祝聖䟽

006_0405_c_08L
諸佛悲深於利物肯違不14)節之誠
006_0405_c_09L僧職在於祝君矧受非常之賜伏念弟
006_0405_c_10L栖遲窮谷涵泳聖恩昨垂溫密之
006_0405_c_11L綸言特賜希奇之寶簇天章兩絶
006_0405_c_12L15)毫瓊尺之淸新宸翰六行金薤銀鉤
006_0405_c_13L之秀麗顚倒未開於鳳尾依俙若覩於
006_0405_c_14L龍顔何緣不肖之軀遽荷無前之寵
006_0405_c_15L感情到骨喜淚盈襟盍殫霞棗之片心
006_0405_c_16L倍薦岡陵之景祚肆營梵采別締熏功
006_0405_c_17L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一~二二
006_0405_c_18L張){編}
「城」東文選作「誠」{編}此疏亦在
006_0405_c_19L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張){編}
「齊」東文選
006_0405_c_20L作「齋」{編}
「燕」東文選作「鷰」{編}「一毫現
006_0405_c_21L刹」東文選作「一生圓佛」{編}
「同」東文選作
006_0405_c_22L「區」{編}
此疏 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
006_0405_c_23L張){編}
「遍」東文選作「偏」{編}此疏亦在
006_0405_c_24L東文選(卷一一二第二三張){編}
「彼」東文選
006_0405_c_25L作「被」{編}
此疏 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
006_0405_c_26L三~二四張){編}
「製」下東文選有「御」{編}
006_0405_c_27L「節」東文選作「飾」{編}
「毫」東文選作「豪」
006_0405_c_28L{編}

006_0406_a_01L하나의 화로에서 실 같은 향 연기가 피어나자마자, 1천 그릇에 바퀴처럼 둥근 달이 빠짐없이 빛을 드리울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주상主上 폐하께서는 옥력玉曆과 금륜金輪이 더욱 오래 지속되고, 선궁璿宮과 동금銅禁 모두 편안한 가운데, 길이 태평을 누리시며 함께 불로不老의 복을 받게 하소서. 그리고 기후가 알맞게 펼쳐져서 온갖 곡식이 풍년 들고, 천문天文이 제대로 운행하여 모든 정사가 고르게 이루어지도록 하소서.
영공의 장수를 축원한 소
감로사甘露寺에 들어가 행하였다

부처님의 자비의 빛은 못에 비친 달처럼 1천 물결에 일제히 나타나고, 임금님의 은혜로운 교화는 비와 이슬보다도 더 넓게 백 가지 물건을 동시에 적셔 줍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 어려서 문장文章에 종사하다가, 뒤늦게 임학林壑에 투신하였습니다. 구름과 벗하고 달에 취하여 부세浮世의 한명閑名을 모두 잊었으며, 냇물을 마시고 나물밥을 먹으면서 평생의 일취逸趣에 자적自適하였습니다. 그런데 부평초처럼 떠도는 몸이 갑자기 향화香火의 주인이 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이것이 어찌 본심本心을 잃기만 한 것이겠습니까. 또한 미천한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나갈 길도 보이지 않기에,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이 자리에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이에 하안거가 바야흐로 시작되는 때에 범과梵科를 거행하여 특별히 공양을 올려 정근精勤하면서 영공의 장수를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있는 정성을 모두 바쳤으니 즉시 밝게 굽어살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천 가지 상서祥瑞가 모여들고 백 가지 복덕福德이 이르게 해 주소서. 그리고 덕이 아형阿衡387)과 부합되어 이윤伊尹의 순일한 덕(一德)에 매진하게 하고, 공이 대려帶礪388)보다 높아서 맹씨孟氏의 삼달존三達尊389)을 누리게 해 주소서.
은문恩門 이상二相 허許를 축수祝壽한 소
선종禪宗 선별감選別監 전승全昇이 행하였다

부처의 지혜는 매우 깊어서 밝은 거울이 속속들이 간담을 비추는 것과 같고, 상공相公의 은혜는 지극히 중해서 천 길 되는 큰 산이 어깨를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불공을 올려 상서祥瑞를 축원하고자 합니다.
생각건대, 저력樗櫟과 같은 산목散木390)이 외람되게 상공의 밝은 조감藻鑑을 입었습니다. 상공은 저를 자식처럼 여기셨고, 저도 상공을 아버지로 받들었습니다.

006_0406_a_01L一爐1)煙縷之纔抽千器月輪之2)頓落
006_0406_a_02L伏願主上陛下玉曆金輪之彌久璿宮
006_0406_a_03L3)錮禁之咸寧長御大平共膺難老
006_0406_a_04L令調而九糓稔乾文正而七政齊

006_0406_a_05L

006_0406_a_06L4)祝令壽䟽

006_0406_a_07L
慈光朗若月潭千波頓現鈞化普於雨
006_0406_a_08L百物同滋伏念云云幼而從事於
006_0406_a_09L文章晚乃投身於林壑雲酣月醉
006_0406_a_10L忘浮世之閑名 5)㵎飮蔬餐自適平生
006_0406_a_11L之逸趣何意萍蓬行脚忽爲香火主人
006_0406_a_12L豈唯失其本心亦乃踰於微6)然無
006_0406_a_13L計以遁去故不屑而就居爰擧梵科
006_0406_a_14L方啓夏安之勝會 祈令算特陳日供
006_0406_a_15L以精勤悃愊所殫炤祥即邇伏願云
006_0406_a_16L千祥沓至百福畢臻德合阿衡
006_0406_a_17L尹躬咸有之一功高帶礪享孟氏達尊
006_0406_a_18L者三

006_0406_a_19L

006_0406_a_20L7)恩門二相許祝壽䟽

006_0406_a_21L
佛智甚深明鏡十分之照膽公恩至重
006_0406_a_22L大山千仞之在肩勝采是憑休禎可薦
006_0406_a_23L念以樗材之散濫叨藻鑑之明公之視
006_0406_a_24L我也若其子然我之載公也亦猶父爾

006_0406_b_01L제가 2년 동안 도를 묻고 선禪을 배우느라, 기거起居의 시봉侍奉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장수와 복덕을 기원하는 한 마음이야 어떻게 자나 깨나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이 강토에서 전쟁이 크게 일어나고, 정호鼎湖에서 궁검弓劍이 홀연히 떨어졌는데,391) 마침 저황(儲皇 : 세자, 즉 충렬왕을 가리킴)께서는 황제의 뜰에 조근朝覲하여 보위寶位가 오래도록 비게 되었고, 총재冢宰께서는 외방에 나가서 전함戰艦을 감독하느라 조정의 일을 돌볼 겨를이 없게 되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사직의 안위가 한 몸에 매어 있고 군국軍國의 책무가 한 손에 달렸으니, 아마도 지금처럼 노심초사하시는 때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축원하는 일을 평시보다 갑절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계봉雞峯에 나아가 특별히 상석象席을 베풀게 되었습니다. 경영하는 힘이 미약해서 공양供養이 성대하지는 못하다 해도, 정성만은 참으로 간절하니 곧바로 감통感通해 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몸은 항상 경사스러운 집에 거하고, 발은 위태한 곳을 밟지 않게 해 주소서. 그리고 참죽과 계수(椿桂)처럼 항상 번영하여 천추토록 늙지 말고 난초와 창포(蘭蓀)처럼 무성하여 만세토록 꽃다운 향기를 전하게 해 주소서.
상당上堂하기를 청한 소
승평昇平 수령이 행하였다

1천 봉우리가 모인 산의 모습은 원래 기묘해서 지분脂粉을 바를 필요도 없고, 한 가닥 시내의 장광설廣長舌은 예전부터 끝없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392) 눈앞에 드러난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대화상大和尙 문하文下께서는 자비의 빛이 일월을 무색하게 하고, 그 기우氣宇는 천지를 집어삼킬 만한데 구름이 감싼 옛 집에서 마갈摩竭393)의 아홉 겹 문을 닫고, 달빛이 잠긴 긴 강에서 화정의 조각배394)를 젓고 계십니다.
지금 임금님의 수레가 멀리 떠나게 되었으므로, 조야朝野가 심연深淵에 임한 듯 근심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 거하며 편히 쉴 겨를이 없게 되었으니, 나라와 임금을 축원하는 일이 어찌 급하지 않겠습니까.
삼가 바라옵건대, 잠깐 문호를 열어 약간 기봉機鋒을 펼쳐 주소서. 그리하여 짐승 모양 향로에서 연기가 퍼져 행궁行宮에 상서로운 안개를 빚게 하고, 손에 쥔 방棒에서 바람이 일어 귀로歸路의 요기妖氣를 말끔히 씻게 하소서.

006_0406_b_01L問道學禪之二載 8)雖侍於起居祝年
006_0406_b_02L祈福之一心尙何忘於寤寐矧今桑域
006_0406_b_03L干戈之大起鼎湖弓劍之忽遺會儲皇
006_0406_b_04L入覲帝庭久虛寶位抑寵宰出司兵艦
006_0406_b_05L靡暇朝謀社稷之虞兮係乎厥身
006_0406_b_06L國之務兮䕺于其手想憂勞莫如此際
006_0406_b_07L惟薦祝盍倍平時肆就雞峯特張象席
006_0406_b_08L經營力薄雖云供養之未精悃愊誠深
006_0406_b_09L必也感通之無阻伏願云云身常居於
006_0406_b_10L慶閥足不蹈於危機椿桂恒榮歷千
006_0406_b_11L秋而難老蘭蓀競茂傳萬世以彌芳

006_0406_b_12L

006_0406_b_13L9)請上堂䟽

006_0406_b_14L
千蔟山容奇妙自然脂粉之不勞一條
006_0406_b_15L溪舌廣長早是葛藤之無限要借現前
006_0406_b_16L指點方能直下承當恭惟大和尙文下
006_0406_b_17L薄日月之慈輝呑乾坤之氣宇雲籠古
006_0406_b_18L殿九重摩竭之掩關月鏁長江一葉
006_0406_b_19L華亭之倚棹今者乘輿涉遠朝野臨深
006_0406_b_20L故啓居啓處之莫遑盍壽國壽君之斯
006_0406_b_21L伏望暫開門戶略展機鋒獸口*煙
006_0406_b_22L釀作行宮之瑞霧棒頭風起掃淸
006_0406_b_23L歸路之妖氛

006_0406_c_01L
동안거를 시작하며 성수聖壽를 축원한 소
한사기韓謝奇가 행하였다

근기에 따라 두루 펼쳐지는 교화는 일시에 시방 세계에 빠짐없이 나타나고, 대궐을 연모하는 깊은 마음은 반년의 세월이 벌써 3년은 지난 듯합니다. 어찌 부처님께 귀의하는 의식에 의지해서 축원하는 정성을 조금이나마 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그동안 조정에서 가까이 모시다가 강호에 나와 수령을 맡게 되었습니다. 성상聖上의 모습이 눈에 선하니, 자나 깨나 잠시라도 잊은 적이 있겠습니까. 우로雨露의 은혜에 흠뻑 젖었으니 몸이 가루가 된다 한들 어떻게 보답하겠습니까. 다만 꾸밈없는 해바라기와 같은 마음으로,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다행히 우리 관내에 이 정사精舍가 있기에, 구순九旬의 회해(會海 : 安居)를 주선하면서, 먼저 하루 동안 공양의 구름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설법하는 불자拂子에 바람이 일면서 입마다 침을 튀기며 병에서 물이 쏟아지듯 하고, 선감禪龕에 밤이 고요하니 마음마다 마른 나무와 불 꺼진 재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참다운 공력功力에 대해서, 저 묘한 불감佛鑑이 감응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신명께서 힘을 합쳐 도와주시고, 불조佛祖께서 다 함께 가지加持해 주소서. 그리하여 성상의 복이 멀리 벋어 천지와 시종을 함께 하고, 아름다운 징조가 모두 이르러서 조야朝野가 평안을 누리게 해 주소서.
또(又)
부처님의 현묘한 감응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중에 세 마음395)을 갖추었고, 사문沙門인 신의 한 조각 단심丹心은 임금을 축원하는 외에 두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작은 선善이나마 의지하여 큰 복福을 축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화개오엽花開五葉396)의 선문禪門을 이어 받아,

006_0406_c_01L10)祝聖冬安居起始䟽

006_0406_c_02L
隨機化遍一時齊現於十方戀闕情深
006_0406_c_03L半歲已踰於三載盍仗歸依之效小伸
006_0406_c_04L薦祝之誠伏念頃從屏障之間出守江
006_0406_c_05L湖之上雲霄在目何曾寤寐之暫忘
006_0406_c_06L雨露渾身雖至粉麋而奚報但把葵心
006_0406_c_07L之不11)仰祈天算之無彊幸我12)敝封
006_0406_c_08L有玆精舍力辦九旬之會海首興一日
006_0406_c_09L之供雲談柄風生口口瀾翻而缾瀉
006_0406_c_10L禪龕夜靜心心木槁以灰寒冀此眞功
006_0406_c_11L格他妙鑑伏願云云神明協贊佛祖
006_0406_c_12L同加聖祚遐延與乾坤而終始休徵
006_0406_c_13L畢至致朝野之乂安

006_0406_c_14L

006_0406_c_15L
大覺帝十分玄應利物中具三心沙門
006_0406_c_16L臣一片丹悰祝君外無二念盍憑小善
006_0406_c_17L用薦洪休伏念弟子傳花開五葉之禪
006_0406_c_18L「煙」東文選作「烟」{編}「頓」東文選作「頽」
006_0406_c_19L{編}
「錮」東文選作「銅」{編}此疏亦在東文
006_0406_c_20L選(卷一一二第二四張){編}
「㵎」東文選作
006_0406_c_21L「澗」{編}
「悃」東文選作「分」{編}此疏
006_0406_c_22L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四~二五張){編}

006_0406_c_23L「雖」下東文選有「阻」{編}
此疏亦在東文選
006_0406_c_24L(卷一一二第二五張){編}
此疏二篇亦在東
006_0406_c_25L文選(卷一一二第二五~二六張){編}
「節」東
006_0406_c_26L文選作「飾」{編}
「敝」東文選作「弊」{編}

006_0407_a_01L지유쌍봉地有雙峯397)의 조실祖室에 들어갔습니다. 매양 구천九天의 우악한 은혜를 받아서 편안히 쉴 수 있으니, 억만 년 장수하시라고 기원하는 일을 감히 잠시라도 늦출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천문天文이 누차 변고를 보이고, 국운國運이 다사다난한 때입니다. 동쪽 변방에서는 역로逆虜가 엿보는 것을 걱정하고, 궁금宮禁 안에서는 흉년이 다시 겹칠까 근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복을 빌지 않는다면 또 어느 날에 충성을 바치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상연象筵을 특별히 열어서, 저의 미약한 힘을 다하여 재齋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등잔 심지의 난초 불꽃은 시방을 두루 비추고, 화로의 전단栴檀 향연香煙은 천계千界에 고루 퍼질 것이니, 참다운 공덕의 인연을 맺는 곳에 현묘한 불감佛鑑이 즉시 조응照應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제성諸聖께서는 말없이 가지加持해 주시고, 상천上天께서는 은밀히 보호해 주소서. 그리하여 대궐에는 경사가 있어서 왕후와 세자 모두 편안하게 해 주시고, 외경外境은 걱정이 없어져서 도적의 안개와 이리의 연기(狼煙)398)가 완전히 사라지게 해 주소서.
원나라 황제의 절일節日에 재를 올린 소
둥근 거울 속에서 인연을 따르는 부처님의 현묘한 감응은 어느 곳이나 두루 하지 않음이 없고, 넓은 하늘 아래에서 임금님을 축수하는 참다운 정성은 나보다 더한 이가 없을 것입니다. 마침 임금님이 탄생하신 영절令節을 맞아서, 부처님의 문에 요익饒益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황량한 구석에 살고 있으나, 다행히 성대한 시대를 만났습니다. 돌아보건대 이 작은 땅을 가지고 사대事大의 예의를 스스로 닦아, 궁벽진 산속에 있으면서도 항상 기남曁南의 교화399)를 입었으므로, 하루 종일 기원하는 것은 오로지 만수무강을 비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전요電繞400)의 절일節日을 맞았으니, 어찌 산호山呼401)의 정성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청정한 범연梵筵을 펼쳐 특별히 성대한 불사를 닦게 되었습니다. 난초 같은 불꽃이 빛을 발하여 요堯 임금 시대의 서기瑞氣를 빚어 내고, 전단栴檀의 연기가 향기를 내뿜어 순舜 임금 궁전의 상서로운 구름으로 엉깁니다. 이 마음을 다하는 곳에, 저 불감佛鑑이 즉시 감통하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云云 하늘처럼 광대하고 태양처럼 밝아지게 하소서. 금년으로부터

006_0407_a_01L入地有雙峯之祖室每荷九霄之異
006_0407_a_02L作息得安仰祈億載之遐齡斯須
006_0407_a_03L敢弛況今乾文屢變國步多艱東陲
006_0407_a_04L憂逆虜之窺窬內闥慮厄年之交會
006_0407_a_05L以是時而奉福更於何日而輸忠故此
006_0407_a_06L象筳之特展竭吾蚊力以別修燈心蘭
006_0407_a_07L焰兮遍炤於十方爐口檀*煙兮普熏
006_0407_a_08L於千界眞功所締妙鑑即周伏願云
006_0407_a_09L諸聖冥加上天陰隲中宸有慶
006_0407_a_10L后闈儲掖以咸寧外境無虞致賊霧狼
006_0407_a_11L*煙之頓息

006_0407_a_12L

006_0407_a_13L1)大元皇帝節日齋疏

006_0407_a_14L
圓鏡裏隨緣之妙應何處不周溥天下
006_0407_a_15L祝聖之眞誠莫予爲最適値誕彌之令
006_0407_a_16L合資饒益於玆門伏念弟子生處
006_0407_a_17L荒陬幸遭盛際顧惟小2)自修事大
006_0407_a_18L之儀雖在窮山常被曁南之化故玆
006_0407_a_19L二六時之蘄嚮專是億萬歲之壽康
006_0407_a_20L當電繞之辰盍罄山呼之懇肆展梵筳
006_0407_a_21L之淸淨特修佛事之周遮蘭焰分輝
006_0407_a_22L化作堯天之瑞氣檀*煙抽穗凝成舜
006_0407_a_23L殿之祥雲此心所殫他鑑即通伏願
006_0407_a_24L云云則天之大齊日之明從今年享

006_0407_b_01L만 년을 누리시어 만 년 또 만 년으로 한없는 만년이 되게 하고, 후세에 천 세千世를 전하여 천 세 또 천 세로 한없는 천세가 되게 하소서.
정혜원定慧院에 들어가 하안거를 시작하면서 성수聖壽를 축원한 소
부처님의 메아리 같은 응답은 천진天眞의 교화로서 사람들이 간청하는 것은 반드시 들어줍니다. 임금님의 만세를 기원하는 것은 날마다 드리는 공이지만, 제가 지금 축원하는 심정은 그보다 배나 간절합니다. 이에 겨자씨처럼 자그마한 선에 의지하여 해바라기와 같은 충성심을 대략 표하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제자는 어려서부터 진승眞乘를 사모하다가, 늦게야 선림禪林에 투신하였습니다. 그러나 단하丹霞의 선불選佛402)만 본받으려 했을 뿐이니, 어찌 감히 노노盧老가 의발衣鉢을 전수받은 것403)을 바랐겠습니까. 간신히 조사祖師의 풍도를 이어 받아 조계曹溪의 적자嫡子가 된 것만도 외람스러운 일인데, 과분하게 성상의 은덕을 입어 잘못 감로사甘露寺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야성野性이 성글고 게을러서 중연衆緣에 얽매이는 것을 견디지 못했으므로, 몸을 거두어 조용히 물러나서 목숨이 다하도록 한가로이 노닐려고 하였는데, 봉조鳳詔의 덕음德音을 내리시어 계봉雞峯의 보찰寶刹을 다시 위임하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이 절로 말하면, 세 분의 국로國老가 향기를 전한 곳이요, 여러 선옹禪翁이 불꽃을 이은 곳입니다. 분수를 헤아려 보면 감당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인을 당해서는 사양하지 않아야 하겠기에(當仁不讓),404) 선류禪流와 함께 이 절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범석梵席을 열고 임금님을 축원하게 되었습니다. 1천 촉의 기이한 봉우리는 만고토록 연하煙霞의 빛이요, 육시六時의 청아한 범음梵音은 일신一新하는 종고鍾鼓의 소리입니다. 특별히 구하 (九夏 : 安居)의 훈연熏筵을 베풀어, 만년의 장수를 축원하나니, 참된 정성이 이르는 곳에 오묘한 감응이 즉시 이를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구중궁궐에 일월이 항상 새로워서 길이 불로不老의 복을 받으시고, 사방 변경에 풍진이 완전히 없어져서 태평세월을 누리게 해 주소서.
새로 보위寶位에 오른 것을 하례하며 성수聖壽를 축원한 소
일륜一輪의 달이 원만하니 두꺼비 그림자가 백천百川에 나뉘고, 구곡九曲의 강물이 맑으니 용龍이 천재千載에 나는 것을 보겠습니다. 이에 부처님께 귀의하는 공덕에 의지해서,

006_0407_b_01L至萬年萬復萬而萬無盡俾後世傳於
006_0407_b_02L千世千又千而千不窮

006_0407_b_03L

006_0407_b_04L3)定慧入院祝聖夏安居起始疏

006_0407_b_05L
谷答是天眞之化人所願求者必從
006_0407_b_06L呼雖日用之功吾今薦祝也倍切宜憑
006_0407_b_07L芥善略表葵心伏念弟子幼慕眞乘
006_0407_b_08L晚投禪藪但竊效丹霞之選佛安敢希
006_0407_b_09L盧老之傳衣僅襲祖風濫作曹溪嫡子
006_0407_b_10L過蒙聖德謬爲甘露主人乃因野性之
006_0407_b_11L疎慵不耐衆緣之檢束擬收身而靜退
006_0407_b_12L將畢命以優游何期鳳詔之德音復委
006_0407_b_13L鷄峯之寶刹玆寺也三國老聯芳之地
006_0407_b_14L諸禪翁續焰之塲雖云揣分難堪要且
006_0407_b_15L當仁不讓爰與禪流而到寺肇開梵席
006_0407_b_16L以祝君千簇奇峯萬古*煙霞之色
006_0407_b_17L時淸梵一新鐘鼓之聲特張九夏之熏
006_0407_b_18L用薦萬年之遐算眞誠所格妙應
006_0407_b_19L即圓伏願云云九重日月之恆新
006_0407_b_20L4)膺難老四塞風塵之5)頗息坐見大平

006_0407_b_21L

006_0407_b_22L6)駕新登寶位祝聖疏

006_0407_b_23L
一輪月滿頓分蟾影於百川九曲河淸
006_0407_b_24L果見龍飛於千載宜仗歸依之效用伸

006_0407_c_01L임금님의 등극을 축하하는 정성을 펴고자 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 임금님은 거룩하고 공경하는 자질을 지니시고, 어렵고 위태한 시대를 만났습니다. 풍상風霜 속에 만 리 길을 여행하는 수고를 빠짐없이 맛보면서, 빙탄氷炭과 같은 양국이 끝내 화친의 우호 관계를 맺게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무사히 도착하실 때까지, 몇 년이나 변방 요새에서 노숙하셨습니까.405) 풍속을 따라 시대에 맞출 생각으로, 모습을 변하고 복장을 바꾸기까지 하였으며, 당가唐家의 옛 전례典例를 답습하여 마침내 규예嬀汭406)의 새 즐거움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역대에 듣기 어려운 일로서 제후들이 발돋움하고 바라보았으니, 실로 만세토록 힘입을 일이지, 어찌 한때의 아름다움만으로 그치겠습니까.
행궁行宮이 아득히 북정北庭에 있을 적에, 선왕先王의 수레가 홀연히 하늘나라에 올라갔으므로, 조야朝野가 하늘을 쳐다보고 목을 늘이면서 주면周冕407)이 끊어지지 않을까 염려하였는데, 승여乘輿를 타고 귀국하여 보위에 오르시니, 한의漢儀408)가 옛날과 같다고 다투어 기뻐하였습니다. 아, 세상은 끝내 비색否塞하지 않아, 시절이 오면 다시 번창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누란累卵의 시기를 당하여, 안정된 날을 다시 보게 되었으므로 화기和氣가 온 누리에 흘러넘치고 환성歡聲이 원근에 진동합니다.
생각건대, 궁벽한 골짜기의 이 노승은 실로 선조先朝의 구물舊物입니다. 방포(方袍 : 袈裟)와 원정(圓頂 : 삭발한 머리)의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곧은 절개와 충성심은 마음속에 변함이 없습니다. 경사스러운 소식을 귀로 들은 때부터, 옷깃 가득 기쁨의 눈물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복리福利를 주는 능력은 없을지라도 기원하는 정성만은 지니고 있기에 범연梵筵을 베풀어 특별히 불사를 마련하였습니다.
불자拂子에서 서늘 기운이 이는 것은 요堯 임금의 바람이 멀리 퍼지게 돕고자 함이요, 등잔에서 불꽃을 토하는 것은 순舜 임금의 태양이 길이 빛나게 도우려 함입니다. 정성을 다 바쳤으니, 빛나는 상서祥瑞가 어찌 막히겠습니까.

006_0407_c_01L蹈舞之誠恭惟云云以聖敬之資
006_0407_c_02L7)難危之際風霜萬里備甞跋涉之勞
006_0407_c_03L氷炭兩邦終結和親之好此日桑丘之
006_0407_c_04L土着幾年楡塞之露眠欲其順俗以權
006_0407_c_05L至乃易形而變服仍踐唐家之舊典
006_0407_c_06L遂成嬀汭之新歡歷代罕聞諸侯聳覩
006_0407_c_07L實爲萬世所賴豈特一時之休行宮邈
006_0407_c_08L在於北庭先馭忽昇於上界故朝野望
006_0407_c_09L天而引頸竊疑周冕之無遺及乘輿返
006_0407_c_10L國而膺圖爭喜漢儀之依舊於戱世不
006_0407_c_11L終否時然後昌肆當累卵之辰復見
006_0407_c_12L安盂之日和氣旁流於普率懽聲竸沸
006_0407_c_13L於邇遐念惟窮谷之殘僧實是先朝之
006_0407_c_14L舊物方袍圓頂雖然外相之有殊
006_0407_c_15L節忠誠尙爾中心之無改自聽慶音之
006_0407_c_16L落耳曷勝喜淚之盈襟縱微福利之能
006_0407_c_17L尙有蘄傾之懇玆陳妙梵特辦熏科
006_0407_c_18L麈尾産凉欲助堯風之遠播燈心吐焰
006_0407_c_19L庶增舜日以長輝悃愊旣殫 8)炤祥奚
006_0407_c_20L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七~二八
006_0407_c_21L張){編}
「至」東文選作「土」{編}此疏亦在
006_0407_c_22L東文選(卷一一二第二七~二八張){編}
「膺」
006_0407_c_23L東文選作「應」{編}
「頗」東文選作「頓」{編}
006_0407_c_24L此疏二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八~二九
006_0407_c_25L張){編}
「難」東文選作「艱」{編}「炤祥」東文
006_0407_c_26L選作「照詳」{編}

006_0408_a_01L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천지와 더불어 수명을 같이하고, 일월과 더불어 밝음을 함께 하소서. 나라는 오래되었어도 천명이 새로워져서, 백성들이 오변於變409)하는 것을 바로 보게 하시고, 하늘은 친한 자가 없고 덕 있는 이를 도와주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귀순하게 해 주소서.
또(又)
자비의 구름이 널리 퍼지니 중생들이 각각 자기의 삶을 성취하고, 성덕聖德의 태양이 새벽 일찍 떠오르니 음침한 골짜기도 환히 밝아집니다. 이에 수승한 법연法筵에 의지하여 번창하는 복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상 폐하께서는 거룩하고 신령스러우며 문무의 덕을 겸비하셨습니다. 몇 번이나 용사龍沙를 멀리 건너며 자신의 수고로움을 잊으셨으니, 마침내 접역(鰈域 : 우리나라)이 다시 소생한 것은 누구의 은덕이라고 하겠습니까. 동국의 귀한 금지金枝의 신분으로 상조上朝의 꽃다운 옥엽玉葉410)을 접하였으니, 이는 전에 없던 총행寵幸으로서 아름다운 그 상서祥瑞를 비할 데가 없습니다.
급기야 선조(先朝 : 元宗)의 안가(晏駕 : 昇遐)를 당하여, 고국에 돌아와 왕위를 계승하셨습니다. 크게 드러내고 크게 계승하였으니,411) 끝없이 이어질 주周나라의 복을 경축할 만하고,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선하니,412) 요堯 임금의 풍도는 넓고 넓어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기뻐서 부르짖는 것이 어찌 진신縉紳들만 그러하겠습니까. 뛰고 춤추는 것은 초목樵牧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생각건대, 산중의 늙고 옹졸한 이 몸은 일찍부터 임금님의 은총과 위로를 받았으니, 어찌 환희歡喜하는 정성을 모두 바쳐서, 장수를 비는 축원을 갑절이나 더 올리지 않겠습니까. 이에 훈석熏席을 펴고 공경히 범과梵科를 마련하니, 한 가닥 전단향栴檀香의 연기는 제찰諸刹에 운대雲臺를 베풀고, 1천 등불의 난초 불꽃은 시방에 광망光網을 펼칩니다. 작위作爲 없는 이 불공佛供을 불가사의한 저 불감佛鑑은 조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신명께서 다 함께 찬조하시고, 조불祖佛께서 똑같이 가지加持해 주소서. 그리하여 송죽松竹처럼 무성하게 중흥中興의 사업을 빛내게 하고, 춘계椿桂가 다하도록 불로不老의 수명을 누리게 해 주소서.
소재消災·인왕仁王·천수千手·지론智論 네 가지 법석을 베풀어 대가大駕를 축원한 소

006_0408_a_01L伏願云云兩儀齊壽二耀並明
006_0408_a_02L雖舊命惟新立見黎民之於變天無親
006_0408_a_03L德是輔坐令率土以咸賓

006_0408_a_04L

006_0408_a_05L
慈雲廣布群萌各遂其生德日初昇
006_0408_a_06L幽谷亦蒙其照合憑勝采用助昌祺
006_0408_a_07L恭惟皇上陛下乃聖乃神允文允虎
006_0408_a_08L幾度龍沙之遠涉忘己劬勞邇來鰈域
006_0408_a_09L之再蘇是誰恩力以東國金枝之貴
006_0408_a_10L接上朝1)王葉之芳寵幸無前休祥罕
006_0408_a_11L及値先朝之晏駕迺回舊壤以襲封
006_0408_a_12L丕顯哉丕承哉周祚綿綿之可慶盡美
006_0408_a_13L矣盡善矣堯風蕩蕩乎難名懽呼奚止
006_0408_a_14L於搢紳蹈舞悉同於樵牧言念山中之
006_0408_a_15L老拙夙叨輦下之恩勞盍殫鼇抃之誠
006_0408_a_16L2)倍切龜長之祝肆張熏席恭辦梵科
006_0408_a_17L一炷檀*煙布雲臺於諸刹千燈蕙熖
006_0408_a_18L施光網於十方冀玆無作之功契彼難
006_0408_a_19L思之鑑伏願云云 3)神明共賛祖佛同
006_0408_a_20L松茂竹苞光闡重興之業椿枯桂
006_0408_a_21L永膺難老之期

006_0408_a_22L

006_0408_a_23L4)祝大駕消災仁王千手智論四種
006_0408_a_24L法席疏

006_0408_b_01L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은 일찍이 간단間斷이 없었던 일이지만 어찌 향화를 특별히 올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 임금님을 축원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승여乘輿가 멀리 떠나시는 때를 당했으니 더욱 특별히 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우리 임금님은 중국 조정을 공경히 섬겨, 이강釐降413)의 남다른 은혜를 받고, 어루만져 보살피는(撫綏) 큰 은덕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산천이 멀리 가로막혀 조근朝覲하는 의례儀禮를 닦지 못한 채 세월이 여러 번 바뀌었으니, 어찌 그리워하는 생각이 끝이 있겠습니까. 이에 양궁(兩宮 : 왕과 왕비)께서 행차를 명하여 만 리 여행길에 올라 어린 금지옥엽(金枝玉葉 : 세자)을 데리고 험난한 사새철관沙塞鐵關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행재行在의 평안함을 기원하기 위해서는 부처님께 귀의하며 정진해야 할 것이기에 천사天使가 직접 내려와 조칙을 전하면서 공양할 양식을 내리기까지 하였으니, 더구나 복을 기원하는 일을 전담하는 산승의 입장에서 어찌 마음의 향불을 사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90일 동안 도량에서 안거安居하는 때를 당하여, 특별히 네 종류의 훈석熏席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혹은 소재消災의 신묘한 다라니를 염송하기도 하고, 혹은 호국의 영전靈詮을 독송하기도 합니다. 별전別傳의 종지宗旨를 드날리노라면 입마다 침을 튀기고, 대비大悲의 심주心呪를 외우노라면 소리마다 우레가 진동합니다. 각각 7일을 기한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순환하면서 정근精勤할 것이요, 항상 육시六時에 따라 행하며 대가大駕가 돌아온 뒤에야 그칠 것입니다. 이 수승한 공덕이 계속해서 쌓이는 동안 저 신묘한 불감佛鑒이 밝게 감응할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운운 중성衆聖이 가지加持해 주시고, 백령百靈이 익위翊衛해 주소서. 그리하여 가는 곳마다 이로움이 있어서, 매우 좋은 것을 보게 될 뿐만이 아니라 일마다 맞지 않는 것이 없어서 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표편 表篇
원나라 황제에게 올린 표문
조계산 수선사修禪社의 토전土田을 돌려달라고 청한 표문이다


006_0408_b_01L
歸佛曾無間斷爭如火香之別陳祝君
006_0408_b_02L蓋是尋常況値乘輿之遠涉敬惟我后
006_0408_b_03L祗事彼朝至承釐降之異恩優荷撫綏
006_0408_b_04L之大德山川夐隔曠修朝覲之儀
006_0408_b_05L月屢更曷極慕瞻之念載命兩宮之
006_0408_b_06L旋登萬里之途携金枝*王葉之幼
006_0408_b_07L冒沙塞鐵關之嶮岨欲値平安於行
006_0408_b_08L耍資精進於皈依故天使親降而傳
006_0408_b_09L仍頒信粒矧山僧素專於奉福
006_0408_b_10L炷心香爰當九夏之道塲特展四般之
006_0408_b_11L熏席或誦念消災之妙諦或諷宣護國
006_0408_b_12L之靈詮或談揚別傳宗旨則口口瀾飜
006_0408_b_13L或唱演大悲心呪則聲聲雷振各期七
006_0408_b_14L欲循環終始以克勤常趁六時
006_0408_b_15L廻蹕歸來而後已冀此勝功之積累
006_0408_b_16L他妙鑒之圓明伏願云云5)生加持
006_0408_b_17L百靈翊衛利有攸往旣見旣覯之孔嘉
006_0408_b_18L事無不諧言告言歸之斯速

006_0408_b_19L
圓鑑國師集疏篇終

006_0408_b_20L
006_0408_b_21L

006_0408_b_22L圓鑑國師集表篇

006_0408_b_23L

006_0408_b_24L曺溪後學綺山子蒐輯

006_0408_b_25L6)上大元皇帝表7)曹溪山修禪
社復田表

006_0408_c_01L
나라가 기운차게 흥성하며(其興也勃),414) 천 년 만에 풍운風雲의 도유都兪415)를 보이고 있으므로, 어찌 귀의하지 않겠느냐면서(盍歸乎來),416) 제후들이 옥백玉帛을 지니고 줄달음질쳐서 오고 있습니다.417) 태양이 비추는 곳은 어디서나 똑같이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순舜 임금처럼 총명하시고 탕왕湯王처럼 제성齊聖418)하십니다. 덕화가 만맥蠻貊에까지 흘러들어 사방이 모두 인仁으로 돌아오고, 믿음이 돈어豚魚에까지 미쳐서,419) 만물이 각각 제자리를 얻었습니다. 그 공이 큰데도 주재主宰하지 않으니, 그 성대한 덕을 이름 붙이기 어렵습니다.420)
삼가 생각건대, 신은 축토竺土의 일지一枝421)에 지체支體를 연하고, 송만松巒의 오엽五葉의 맥을 이었습니다.422) 마침 밝은 시대를 만난 것을 기뻐하며, 항상 중국의 문물을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으나, 아득히 황량한 구석에 처해 있는 관계로, 부질없이 고개만 쳐들고서 바라볼 뿐입니다.
생각건대, 수선修禪하는 이 정사精舍는 보조普照 성사聖師 때에 창건되었는데, 소방小邦의 선불장選佛場으로서 선류禪流가 수천 명을 밑돌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국의 제왕을 축수祝壽하는 장소로서 12시 중 언제나 범석梵席이 비어 있는 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임천林泉에 외따로 있고 성시城市와 멀리 떨어진 채,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거두지도 못하는 형편이라서, 낮에 밥 먹고 새벽에 죽 먹는 것도 유지하기 어려웠으므로 예전에 국왕이 근읍近邑의 토전土田을 하사하여 길이 재齋 지내는 비용에 충당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천사天使가 별궁別宮의 판적版籍을 찾아서 군량軍糧을 비축하려고 하니, 그 형세는 물을 잃은 붕어가 호소하는 것423)과 같고 그 정상은 하늘에 들리는 학의 울음424)처럼 절박하기만 합니다.
만약에 황제 폐하께서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시고 덮어 기르는 사은私恩을 베푸시어, 아국에 파견된 달로화치達魯花赤 및 병량兵糧을 관장하는 사신에게 조서詔書를 내리시되, 칙령으로 특별히 우리 총림을 보호하고 우리에게 길이 토전土田을 주게 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선림禪林으로 만들고 복을 기원하는 도량이 되게 해 주신다면, 신이 감히 훈공熏功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006_0408_c_01L
其興也勃風雲千載之都兪盍往乎來
006_0408_c_02L玉帛諸侯之奔走照臨所洎蹈舞悉均
006_0408_c_03L恭惟皇帝陛下舜厥聰明湯其齊聖
006_0408_c_04L化流蠻貊四方咸歸于仁信及豚魚
006_0408_c_05L物各得其所大功不宰盛德難名
006_0408_c_06L念臣支連竺土之一枝脉嗣松巒之五
006_0408_c_07L竊喜適逢於華旦常切觀光迺緣
006_0408_c_08L邈處於荒陬謾勞廷頸惟此修禪精舍
006_0408_c_09L創從普照聖師是小邦選佛之場禪流
006_0408_c_10L不減於數千指抑大國祝君之地梵席
006_0408_c_11L無虛於二六時然以僻在林泉遠離城
006_0408_c_12L春種秋收之盖闕午餐晨粥之難支
006_0408_c_13L昔邦君錫近邑之土田永充齋費今天
006_0408_c_14L使尋別宮之版籍將備兵粮勢同失水
006_0408_c_15L之鮒呼情迫聞天之鶴唳儻蒙皇帝陛
006_0408_c_16L廓包容之度迴覆育之私詔下我
006_0408_c_17L國達魯花赤及管句兵粮使佐勅8)
006_0408_c_18L護我叢林永錫我田壤鎭作叅玄之禪
006_0408_c_19L9)絡爲奉福之道塲則臣敢不益勵
006_0408_c_20L「王」東文選作「玉」{編}次同「倍」東文選影
006_0408_c_21L印本作「培」{編}
「神」東文選作「坤」{編}
006_0408_c_22L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九~三○張){編}
006_0408_c_23L
「生」東文選作「聖」{編}此表亦在東文選
006_0408_c_24L(四○第一六~一七張){編}
「曺溪…田表」
006_0408_c_25L九字東文選無有{編}
「令」東文選作「今」{編}
006_0408_c_26L
「絡」東文選作「終」{編}

006_0409_a_01L배전倍前의 충성을 바치지 않겠습니까. 오색 구름 그림자 속에 위궐魏闕에 대한 마음을 길이 걸어 놓고, 한 가닥 향 연기 속에 화봉華封의 축원425)을 항상 다하겠습니다.
토전土田을 돌려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원나라 황제에게 올린 표문
높은 하늘에서 은택이 내려와 마른 나무에 봄이 돌아왔습니다. 송구스러워 어찌 할 줄을 모른 채, 황공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는 덕이 백왕百王의 으뜸이시요, 공이 만세萬世에 드높으십니다.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하는 교화를 펼치시어 바다 모퉁이까지 크게 보살펴 주시고, 사방에서 귀순하는 마음을 얻어 천하를 널리 소유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칭송하는 노래가 중외中外의 지역에 온통 울려 퍼지고, 원근의 사람들이 모두 기뻐서 발로 구르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성행性行이 오활하고 소루하며, 흉금이 천박하고 비루한데, 외람되게도 조문祖門의 뒤를 이어서 석원釋苑의 지남指南이 되었습니다. 이 사원은 5대를 내려온 총림이요, 육화六和426)의 연수淵藪입니다. 대대로 선禪의 정수를 드날려서 항상 상석(象席 : 法席)에 빈 곳이 없게 하였으나, 본시 토전土田이 부족한 관계로 언제나 먹을 것을 조달하지 못하는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전일에 선후先后께서 이를 안타깝게 여기시고, 공전公田을 떼어서 하사해 주셨으므로, 이로부터는 목숨을 부지하여 살아가며, 몸 편안히 도를 펼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천사天使가 처음 와서 군수軍需를 변통하여 마련할 적에, 옛날부터 전해 오는 관적官籍을 찾아내어 전례대로 전세田稅를 징수하였으므로, 대중은 많고 먹을 것은 적어서 사세가 궁박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황궁과 멀리 떨어진 외국의 처지에서, 하정下情을 상달上達하기 어려울까 걱정을 하였는데, 뜻밖에도 황제 폐하께서 더러움까지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시어, 멀리까지 밝게 살피는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신이 그동안 성수聖壽를 축원한 정성을 알아주시고, 신이 불법佛法을 전한 조그마한 공을 생각하시어, 조서를 우악하게 내려서 옛 토전을 돌려주도록 하셨습니다.
이미 보통이 아닌 은택을 입었으니, 감사하는 마음을 어찌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이 어찌 감히 배전倍前의 정성을 바쳐 우러르면서, 더욱 대중을 격려하여 훈수熏修하지 않겠습니까. 맹세코 포류蒲柳와 같은 신의 여생을 모두 바쳐서, 삼가 춘령椿欞과 같은 폐하의 장수를 기원하겠습니다.
또(又)

006_0409_a_01L熏功倍輸忠懇五雲影裏長懸魏闕
006_0409_a_02L之心一炷香中常罄華封之祝

006_0409_a_03L

006_0409_a_04L1)上大元皇帝謝賜復土田表

006_0409_a_05L
澤下層霄春迴枯枿凌兢失措荷載
006_0409_a_06L難任恭惟皇帝陛下德冠百王功高
006_0409_a_07L萬世闡一視同仁之化丕冒海隅
006_0409_a_08L四方嚮內之心光宅天下謳歌沸於中
006_0409_a_09L蹈舞均於邇遐伏念臣性行迂踈
006_0409_a_10L襟靈淺鄙猥以祖門之踵後濫爲釋苑
006_0409_a_11L之指南玆寺也五世叢林六和淵藪
006_0409_a_12L代弘禪髓恒令衆席以無虛素乏土毛
006_0409_a_13L常患食輪之不轉頃蒙先后之憫此
006_0409_a_14L割公田而錫焉自玆支命以聊生謂可
006_0409_a_15L安身而弘道及値使華之初屆㸃出軍
006_0409_a_16L迺尋官2)籍之舊傳例收田稅衆多
006_0409_a_17L食寡事迫勢窮然外國邈隔於辰居
006_0409_a_18L恐下情難聞於天聽豈意皇帝陛下
006_0409_a_19L包荒之量迴燭遠之明知臣祝聖之積
006_0409_a_20L念臣弘法之微效優垂新綍俾復
006_0409_a_21L舊田恩旣出於尋常感何忘於頃刻
006_0409_a_22L臣敢不倍輸誠而載仰益勵衆以熏修
006_0409_a_23L誓將蒲柳之殘年恭薦椿欞之遐算

006_0409_a_24L

006_0409_b_01L
일월日月은 항상 떠올라 조그마한 틈 사이도 반드시 비춰 주며, 천지는 덮어 주고 실어 주면서 아무리 먼 곳이라도 포용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처럼 임하시는 곳 어디서나 모두 어린애처럼 사모하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운운 세상의 위대한 것427)을 차지하여, 천하의 종주宗主가 되셨습니다. 덕이 살리기를 좋아하시므로 백성이 모두 소생하고, 인仁이 멀리까지 보살펴 주므로 구주九州가 모두 심복합니다. 넓고 넓으며 높고 높은 성대한 그 왕업은 삼왕三王428)에 이어 네 번째 왕이 되게 하고, 밝고 밝으며 빛나고 빛나는 아름다운 그 광채는 천고에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태평의 영역에 들어가고, 집마다 기취旣醉429)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불법의 바닷속의 미세한 물결 하나요, 선종禪宗의 수풀 속의 노쇠한 나무 하나입니다. 그런데 아득히 외국에 살면서도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사은私恩을 입었으니, 아랫사람의 처지에서 어찌 감히 만세삼호萬歲三呼의 축원을 소홀히 하겠습니까.
삼가 바라옵건대,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시어, 두루 살피는 밝음을 비춰 주소서. 그리하여 신이 부지런히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생각하시고, 신이 덕화를 사모하는 정성을 양찰하시어, 이 사원을 원찰願刹로 삼는다는 덕음德音을 내려 주소서. 그러면 신이 어찌 감히 개미집의 흙으로 태산을 북돋우고, 반딧불로 태양의 빛을 보태는 것처럼, 미천한 정성이나마 향화에 더욱 바치면서, 강릉岡陵과 같은 큰 복을 우러러 기원하지 않겠습니까.
새로 보위寶位에 오른 것을 하례한 표문
본사本社

풍운風雲이 제회際會한 성대한 시대430)에, 용이 천 년의 한때에 하늘로 날자, 옥백玉帛을 지니고 달려오면서 제후의 오복五服이 제비처럼 하례합니다.431) 태양이 밝게 비치는 곳 어디서나 모두 똑같이 기쁨의 춤을 춥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왕成王의 태胎 속에서 가르침을 받고 태어나서 문후文后의 사부師傅를 수고롭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누차 안막鴈漠을 지나 비로소 양梁·초楚 양국의 우호 관계를 이루었고, 마침내 봉점鳳占을 쳐서 당우唐虞의 이강釐降을 다시 보게 되었으니,432) 양조兩朝의 성대한 일은 천고에 듣기 어려운 일입니다.
근래에 요대瑤臺의 준족駿足이 돌아오지 않은 때에, 정수鼎水의 호궁號弓이 홀연히 떨어졌습니다.433) 그래서 여정輿情이 두려워하면서 대보大寶가 오래 비게 될까 걱정하였는데, 임금님의 행차가 돌아왔으므로 나라의 운세가 더욱 공고해진 것을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지금 사해가 한집안이 되어 밖이 없어지고, 백왕百王의 우두머리가 되어 앞에 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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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月恒升容光必照乾坤覆燾無遠
006_0409_b_02L不包凡屬母臨悉均嬰慕恭惟云云
006_0409_b_03L居域中之大爲天下所宗德合好生則
006_0409_b_04L百姓咸蘇仁滂綏遠則九幽率服蕩蕩
006_0409_b_05L也巍巍也盛業四於三王昭昭然炳炳
006_0409_b_06L休光隻於千古人入大平之域家騰
006_0409_b_07L旣醉之歌伏念臣法海微波禪林老幹
006_0409_b_08L邈居外國獲承一視之私其在下情
006_0409_b_09L敢忽三呼之祝伏望廓包容之度迴旁
006_0409_b_10L燭之明念臣奉福之勤諒臣嚮化之懇
006_0409_b_11L賜爲願刹宣降德音則臣敢不倍蟻垤
006_0409_b_12L以裨山吐螢光而增日益竭微誠於香
006_0409_b_13L仰祈景祚於岡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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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09_b_15L3)賀新登寶位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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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雲盛際龍飛千載之一時玉帛駿奔
006_0409_b_17L4)燕賀諸侯之五服照臨所洎蹈舞悉
006_0409_b_18L恭惟云云敎自稟成王之胎生不
006_0409_b_19L勤文后之傅累經鴈漠始成梁楚之交
006_0409_b_20L終叫鳳占爰復唐虞之釐降兩朝
006_0409_b_21L盛事千古穻聞近者瑤臺之駿足未
006_0409_b_22L5)鼎水之號弓忽墮輿情是懼共憂
006_0409_b_23L大寶之久虛天蹕言還僉喜不圖之益
006_0409_b_24L家四海而無外冠百王而居先

006_0409_c_01L건곤乾坤이 재조再造의 신공神功을 돌리고 일월이 중흥의 서채瑞彩를 발합니다. 이에 경사가 온 누리에 흘러넘치고, 찬송이 온 천하에 넘쳐흐릅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일찍이 선조先朝의 은총을 받았는데, 오늘 성대盛代의 아름다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임천林泉에 매인 몸이라서 직접 뵙고 귀의할 길이 없기에, 향화의 정성을 높이 받들어 속절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기쁨의 춤을 춥니다.
대가大駕의 환조還朝를 하례한 표문
청필淸蹕434)이 꾀꼬리 소리와 함께 출발하여 북정(北庭 : 원나라)으로 떠나셨다가, 동륜彤輪435)이 기러기 날개와 함께 날아 동토東土로 돌아오셨으므로, 태양이 비치는 곳에서는 모두 손뼉을 치면서 환호하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천부적으로 영특한 자질을 품부 받고, 날로 성업盛業을 새롭게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신하인 순舜의 훌륭한 덕이 위에 들리자, 그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요堯 임금의 은혜를 내렸습니다. 이에 황궁에 대한 그리움이 쌓이자, 양궁(兩宮 : 왕과 왕비)이 모두 가서 근친覲親을 하며, 척리戚里의 신분으로 영광스럽게 참여하였으니, 오복五服의 제후가 으레 조회하는 것과 어찌 같았겠습니까.
서로 만나 사랑하는 기쁨을 다하고 나서 고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르셨나니, 노국魯國에서는 발걸음이 더디고 더딘 것436)을 탄식하였고, 임안臨安에서는 천천히 돌아가는 노래437)를 불렀습니다. 수레 먼지가 경기京畿에 미치자마자 서기가 벌써 온 누리에 휘황하였는데 더군다나 우악한 황제의 은혜를 선포하여 나라의 경계를 안정시켰으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환희하는 기운이 하늘에 떠오르고, 환호하는 소리가 땅을 휘감고 돕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몸이 임학林壑에 있지만, 눈은 임금님이 계신 하늘을 끝까지 바라봅니다. 태양을 향하는 해바라기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직접 뵙고서 의지할 분수가 되지 못하기에, 그저 필설筆舌을 빌려서 발을 구르며 춤추는 정성을 대강 진달하는 바입니다.

006_0409_c_01L坤歸再造之神功日月布重興之瑞彩
006_0409_c_02L慶流率土頌溢普天伏念臣早承睿眷
006_0409_c_03L於先朝今覩休光於盛代林泉繫跡
006_0409_c_04L旣無地以瞻依香火翹誠空望天而
006_0409_c_05L蹈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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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09_c_07L6)賀大駕還朝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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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蹕帶鶯聲而始動行指北庭彤輪將
006_0409_c_09L鴈翅而齊飛却迴東土照臨所曁
006_0409_c_10L躍悉均恭惟皇7)帝陛下天挺英姿
006_0409_c_11L新盛業以舜德之升聞荷堯恩於降嬪
006_0409_c_12L戀積帝閽爰擧兩宮而往覲榮叅戚里
006_0409_c_13L豈同五服之例朝旣相接相愛之盡歡
006_0409_c_14L乃言告言歸而戒道歎遲遲於魯國
006_0409_c_15L緩緩於臨安行塵纔及於郊圻瑞日已
006_0409_c_16L輝於寰宇矧布帝恩之優渥旋令國界
006_0409_c_17L以淸寧喜氣浮天懽聲匝地伏念臣
006_0409_c_18L身居林壑目極雲霄縱把葵心竟絶
006_0409_c_19L瞻依之分徒憑筆舌粗陳蹈舞之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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圓鑑國師集表篇終

006_0409_c_21L此表二篇亦在東文選(卷三七第二四~二五
006_0409_c_22L張){編}
「籍」東文選作「藉」{編}此表亦在
006_0409_c_23L東文選(卷三二第六~七張){編}
「燕」東文選
006_0409_c_24L作「鷰」{編}
「迥」東文選作「廻」{編}此表
006_0409_c_25L在東文選(卷三二第七~八張){編}
「帝」東文
006_0409_c_26L選作「上」{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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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조계산 제6세 증시 원감국사비명병서(曹溪山 第六世 贈謚 圓鑑國師碑銘幷序)
봉록대부奉祿大夫 국학대사성國學大司成 문한학사승지文翰學士承旨 신臣 김훈金曛이 분부를 받들어 지었다.
국사의 휘諱는 법환法桓인데, 뒤에 충지冲止로 고쳤다. 자호自號는 복암宓庵이다. 속성俗姓은 위씨魏氏이며, 정안定安(현재 장흥) 출신이다.
부친 소紹는 호부 원외랑戶部員外郞이요, 모친 송씨宋氏는 이부 원외랑吏部員外郞 자옥子沃의 딸이다.
국사는 병술년(1226년) 고종 13년 11월 17일에 태어났는데, 남다르게 미목이 수려하였다. 9세에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경서와 자사子史를 한번 보면 바로 외웠으며 글도 잘 지었다. 19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며, 일본에 사신으로 건너가서 국위를 선양하기도 하였다.
국사는 소싯적부터 속세를 떠날 뜻을 지녔다. 당시에 원오 국사圓悟國師가 선원사禪源寺에서 불법을 주재하고 있었으므로, 곧장 당하堂下에 나아가서 삭발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짚고 남쪽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강석講席을 차례로 두루 방문하였는데, 국사가 떠나고 머무는 것에 따라 총림의 경중이 정해졌다.
국사는 당초 주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대개 태438)의 고풍高風이라고 사모하였다. 그러다가 나이 41세 때에 처음으로 김해현金海縣 감로사甘露社의 주지가 되었다. 어떤 선덕禪德 한 사람이 국사의 앞에 나와서 시를 간청하자, 국사가 “봄날 계원 속에 꽃이 피어서, 소림의 바람에 은은한 향기 떠돌더니,439) 오늘 아침에 과일이 익어 감로에 젖으니, 끝없는 인천이 다 함께 한맛을 보는구나.(春日花開桂苑中 暗香浮動少林風 今朝果熟霑甘露 無限人天一味同)”라고 하였는데, 이 시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멀고 가까운 곳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두 국사의 명성을 듣고서 그 모습을 한번 보고 싶어 하였다. 그래서 국사가 주지가 되면서부터 숙덕宿德이 바람처럼 달려오고 후진後進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병술년(1286년) 충렬왕 12년 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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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10_a_02L〔附錄〕

006_0410_a_03L曹溪山第六世
006_0410_a_04L贈謚圓鑑國師碑銘幷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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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_0410_a_06L奉祿大夫國學大司成文翰
006_0410_a_07L學士承旨臣金曛奉敎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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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師諱法桓後改爲冲止自號宓庵
006_0410_a_09L俗姓魏氏定安人也考號紹戶部員
006_0410_a_10L外郞妣宋氏吏部員外郞子沃女也
006_0410_a_11L師生於丙戌十一月十七日眉面秀異
006_0410_a_12L九歲始就學凡經書子史過目即誦
006_0410_a_13L又善屬文十九登壯元第奉使日域
006_0410_a_14L顯國美於異邦少有出塵之志時圓悟
006_0410_a_15L國師主法於禪源社師直造堂即零染
006_0410_a_16L受具乃策杖南遊歷叅講肆去留爲
006_0410_a_17L叢林重輕師初不欲作住持人蓋慕大
006_0410_a_18L原孚之高風也至年四十一始住金海
006_0410_a_19L縣甘露社有一禪德進師前請詩
006_0410_a_20L云春日花開桂苑中暗香不動少林風
006_0410_a_21L今朝果熟沾甘露無限人天一味同
006_0410_a_22L詩膾炙人口遠近聞師想見其像
006_0410_a_23L師入院宿德風馳後進雲集丙戌二

006_0410_b_01L원오 국사圓悟國師가 세상을 떠나자, 대중이 국사를 천거하여 그 자리를 잇도록 위에 글을 올리니, 임금이 원외랑員外郞 김호담金浩淡에게 명하여 국사의 입원入院을 청하게 하였다. 이에 국사가 이 해 4월 16일에 입원하여 개당開堂하고 원오 국사의 뒤를 이어 제6세가 되었다. 7년 동안 수선사修禪社에 주석住錫하면서 보조 국사普照國師의 유궤遺軌를 다시 빛내었다.
그리고 황제에게 토전土田의 반환을 청하는 표문表文을 올려 예전과 같이 되돌려 받았는데, 그 표문의 대략에 “황제 폐하께서는 순舜 임금처럼 총명하시고 탕왕湯王처럼 제성齊聖하십니다. 성대한 그 왕업은 삼왕三王에 이어 네 번째 왕이 되게 하고, 아름다운 그 광채는 천고에 짝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상국上國에서 국사의 풍도風度를 듣고 국사의 덕을 아름답게 여겨 궁사宮使를 파견해서 국사를 영접하였다. 이에 국사가 역마驛馬를 타고 중하中夏에 이르자, 황제가 친히 영접하며 빈주賓主의 예로 대우하고 사부의 은혜를 기렸으며, 온 나라가 국사의 덕을 앙모하고 만백성이 그 인에 귀의하였다. 금란가사金襴袈裟와 벽수장삼碧繡長衫과 백불白拂 1쌍을 수여하였으니, 이는 모두 불도佛道와 관련된 물건이었다.
임진년(1292년) 충렬왕 18년 8월 초순에 국사가 가벼운 질환을 앓았는데, 계사년 정월 7일에 이르러 병이 더욱 중해졌다. 10일 새벽에 일어나 머리를 감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문인門人에게 이르기를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은 인간 세상의 일이다. 나는 갈 것이니, 너희들은 잘 있거라.”라고 하였다. 문인이 게송을 청하자, 국사가 다음과 같이 읊었다.

閱過行年六十七     지나온 세월 예순하고 일곱 해
及到今朝萬事畢     오늘에 이르러 모든 일이 끝났도다
故鄕歸路坦然平     평탄하게 펼쳐진 고향 가는 길
路頭分明曾未失     통로가 분명하여 헤맬 일이 없도다
手中纔有一枝笻     손 안에 그래도 지팡이 하나 있어
且喜途中脚不倦     다행히 도중에 발이 아프지 않으리라

만호萬浩 장로가 그 말을 받아서 묻기를 “고향 가는 길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하니, 국사가 “눈을 들어 바라보라.”라고 하였다. 장로가 또 묻기를 “어느 길을 바라보란 말입니까?”라고 하니, 국사가 “알았으면 됐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말을 끝내고는 조용히 입적하였는데, 안색이 산뜻하고 굴신屈伸하는 것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달 20일에 다비茶毗를 하고 뼈를 수습하니 뼈에 오색五色이 감돌면서 서로 밝게 비쳤으며, 서기가 하늘에 뻗쳐 한 달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상이 이 소식을 듣고 애도하며 칙서와 뇌서誄書를 내리고 문도門徒를 위로하였다. 그리고 원감 국사圓鑑國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호塔號를 보명寶明이라고 하였다.

006_0410_b_01L圓悟順世大衆擧師次繼席狀
006_0410_b_02L于上命員外郞金浩淡請師入院
006_0410_b_03L於是年四月十六日入院開堂而嗣圓
006_0410_b_04L爲第六世住院七年更光普照之
006_0410_b_05L遺軌乃奏請田之表復土如舊其略
006_0410_b_06L曰舜厥聰明湯其齊聖盛業四於三王
006_0410_b_07L休光隻於千古上國聞國師之風嘉師
006_0410_b_08L之德遺宮使迓師乘馹至中夏皇帝
006_0410_b_09L親自迎迓對以賓主之禮褒師傳之恩
006_0410_b_10L擧國仰德萬民歸仁授金襴袈裟碧繡
006_0410_b_11L長衫白拂一雙皆道具也至壬辰八月
006_0410_b_12L初旬師示微疾癸巳正月初七日
006_0410_b_13L彌重十日晨起淨髮更衣謂門人曰
006_0410_b_14L有生有死人世之事吾當行矣汝等好
006_0410_b_15L門人請偈句師乃偈曰閱過行年六
006_0410_b_16L十七及到今朝萬事畢故鄕歸路坦然
006_0410_b_17L路頭分明曾未失手中纔有一枝笻
006_0410_b_18L且喜途中脚不倦萬浩長老問承師言
006_0410_b_19L故鄕歸路在什麽處師云着眼看曰看
006_0410_b_20L是什麽道師云知則得言訖泊然而逝
006_0410_b_21L顔色鮮白屈伸如生是月二十日
006_0410_b_22L毘拾骨骨有五色互相明顯瑞氣亘
006_0410_b_23L彌月不已上聞之震悼下勑書誄書
006_0410_b_24L慰門徒仍贈謚曰圓鑑國師塔曰寶

006_0410_c_01L조계산 북쪽 동구지금의 감로암甘露庵이다에 부도를 세웠다.
국사의 춘추는 67세요, 법랍法臘은 39세이다. 국사는 성품이 본래 관유寬裕하고 심정이 순박하였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만물을 구제함은 천연적으로 품부 받은 것이었다. 국사의 평생의 대략을 살펴보건대, 세간과 출세간 모두 흠이 없이 구족具足해서 진정 대장부라고 할 만하였으니, 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문인門人 등이 유적지에 비석을 세우려 하면서 행장行狀을 받들어 위에 아뢰니, 상이 신에게 글을 지으라고 명하였다. 신은 일찍이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고, 또 높은 도덕과 아름다운 행동에 대해서 귀와 눈으로 자세히 듣고 보았다. 그래서 문장 실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양할 수 없기에, 억지로 글을 짓게 되었다.
명銘은 다음과 같다.

淸淨摩尼        청정한 마니 구슬은
圓潔無虧        원만하고 정결하여 흠이 없나니
隨方各現        방소에 따라 각각 비추어서
物不能欺        어떤 물건도 속일 수가 없다네.
名如意寶        여의라는 이름의 보배로운 이 구슬
動有靈奇        움직이면 신령하고 기이하나니
誰其似也        이와 비슷한 사람이 누구일까
惟我國師        우리 국사가 그런 분이라오.
有德從釋        유덕有德 석존440)의 뒤를 따라서
牧牛正嫡        목우牧牛441)의 정통 적자가 되었나니
住諸叢林        여러 총림에 머물 때마다
俱爲上客        모두 상객이 되었다네.
隨處養怡        어디에 있어도 심신이 화락하여
優遊自適        한가로이 스스로 만족하며 지냈는데
爲衆所推        대중의 추앙을 받아
繼圓悟席        원오의 법석을 이은 뒤에는
荷擔重器        무거운 책임을 한 몸에 지고
闡揚宗旨        종지를 널리 선양하였다오.
學者雲從        학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景仰高致        높은 풍도를 흠앙하였고
朝野歸崇        조야가 귀의하고 숭배하며
丐以物理        법문을 청했다네.
慮遠防微        멀리 내다보고 미리 방지하여
脫人禍機        사람들을 재앙에서 벗어나게 하고
緖餘所庇        그 나머지로 보살펴 주자
民阜國肥        백성이 윤택하고 나라가 살졌다네.442)
道尊德茂        도가 높고 덕이 성대하였건만
所嫌者壽        오직 부족한 것은 수명이라서
明月墜空        밝은 달이 허공에 지고
白日沈照        흰 해가 빛을 잃었어라.
道隨而微        도가 이제는 쇠미해졌나니
天不我祐        하늘이 우리를 돕지 않음인가.
紀美鐫珉        아름다운 자취를 빗돌에 새겨
傳之不朽        후세에 썩지 않고 전해지게 하노라.

원나라 연우延祐 원년 갑인 충숙왕 1년(1314년) 8월 일에 문인門人 대선사大禪師 정안靜眼 등은 비를 세우다
서언緖言
내가 조계曹溪 열조列祖의 아름다운 자취를 드러내 밝히려 하였으나 근거할 만한 것이 없기에,

006_0410_c_01L浮屠于曹溪之北洞今甘
露庵
師壽六十
006_0410_c_02L臘三十九師性本寬裕心情純樸
006_0410_c_03L愛人救物稟自天然觀之師平生大
006_0410_c_04L可謂於世出世具足無虧眞大丈夫
006_0410_c_05L嗚呼美哉門人等請跡立碑奉行狀
006_0410_c_06L聞于上命臣文之臣宿承慈誨又其
006_0410_c_07L高誼景行耳目所詳不可以辭語蕪淺
006_0410_c_08L爲辭故勉强而撰焉其銘曰

006_0410_c_09L淸淨摩尼圓潔無虧隨方各現

006_0410_c_10L物不能欺名如意寶動有靈奇

006_0410_c_11L誰其似也惟我國師有德從釋

006_0410_c_12L牧牛正嫡住諸叢林俱爲上客

006_0410_c_13L隨處養怡優遊自適爲衆所推

006_0410_c_14L繼圓悟席荷擔重器闡揚宗旨

006_0410_c_15L學者雲從景仰高致朝野歸崇

006_0410_c_16L焉以物理慮遠防微脫人禍機

006_0410_c_17L緖餘所庇民阜國肥道尊德茂

006_0410_c_18L所嫌者壽明月墜空白日沈照

006_0410_c_19L道隨而微天不我祐紀美鐫珉

006_0410_c_20L傳之不朽

006_0410_c_21L
大元廷祐元年甲寅八月

006_0410_c_22L門人大禪師靜眼等立碑

006_0410_c_23L

006_0410_c_24L緖言

006_0410_c_25L
予欲彰曹溪列祖之芳蹟而莫具其徵

006_0411_a_01L자료를 찾아야 하겠다는 뜻을 세운 뒤로 거의 1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마침 이번에 봄철 휴가를 맞아 우연히 『동문선東文選』과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수십 권을 섭렵하며 사료史料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원감圓鑑 국로國老의 시와 문文·소疏·표表 등을 얻어서 얼마간 절구節句를 배독拜讀하였는데, 그 글은 파란이 일면서 풍요로웠고 그 뜻은 간이簡易하면서 심오하였으므로 용솟음치는 감동을 가눌 수가 없었다.
이에 천박한 식견이 부끄러운 것도 헤아리지 못한 채, 감히 제가諸家의 시문 더미 속에 뒤섞여 있는 것들을 수습해서 ‘원감집선圓鑑集選’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은 선사先師의 위광偉光을 드러내려 함일 뿐이요 감히 편집한 공로를 내세우려 함이 아니니, 제현諸賢께서는 처음 엮어 본 이 작업을 너무 꾸짖지 않으면 좋겠다. 누락된 것이 있으면 나중에 보충하여 이 문집을 완성함으로써 조사祖師의 도를 선양할 것이요, 이와 함께 엮은 것이 부족한 아쉬움을 보완하려 한다.

응화應化 2945년 무오(1918년) 음력 2월 하순에, 한성漢城 응봉鷹峯 아래 송엄실松嚴室에서 편자編者443)가 삼가 쓰다

006_0411_a_01L乎探材者幾有逾載適値斯春之休
006_0411_a_02L而偶獵東文選及輿地勝覽等幾十卷
006_0411_a_03L得史料又獲圓鑑國老之詩文疏表等
006_0411_a_04L少節句而拜讀之其文也有瀾有豊其義
006_0411_a_05L也簡而又奧故不克踴感於是乎莫揣淺
006_0411_a_06L識薄見之戮耻而敢綴散淆諸家詩文之
006_0411_a_07L叢者而名之曰圓鑑集選斯乃爲顯先
006_0411_a_08L師之偉光不敢有容綴緝之功榮幸諸賢
006_0411_a_09L莫訾濫觚之編而儻有漏逸者隨後
006_0411_a_10L任補完成斯集以顯祖道亦助編者之
006_0411_a_11L叵足之歎云爾

006_0411_a_12L
應化二九四五年戊午陰二月下浣

006_0411_a_13L
漢城之鷹峯下松嚴室編者謹識
  1. 4)전의羶蟻와 등아燈蛾 : 누린내를 좇는 개미와 등불에 뛰어드는 나방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에 “개미는 양 고기를 좋아하여 모여든다. 양 고기는 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蟻慕羊肉 羊肉羶也)”라는 말이 나온다.
  2. 5)팽상彭殤 : 팽은 상고 시대 선인仙人으로 8백 세의 장수를 누렸다는 팽조彭祖를 가리키고, 상은 19세 이하에 죽은 소년을 가리킨다. 참고로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요절한 소년보다 더 장수한 이가 없고, 팽조가 요절했다고 할 수도 있다.(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라는 말이 나온다.
  3. 6)안척顔跖 :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 안회顔回와, 9천여 명의 도적 떼를 이끌고 천하를 횡행했다는 도척盜跖을 말한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안회와 같은 선인善人은 비참하게 살다가 일찍 죽고, 도척과 같은 악인은 천하를 횡행하며 오래 살다가 죽었다고 전제하고는, “그렇다면 도대체 하늘의 도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儻所謂天道 是邪非邪)”라고 개탄한 대목이 나온다.
  4. 7)그보다는 …… 나으리 : 참고로 송宋나라 승려 각범覺範의 시에 “소와 양이 밟든 말든 들에서 노숙하나니, 나는 종산의 일 없는 중이라오.(露眠不管牛羊踐 我是鍾山無事僧)”라는 구절이 나온다. 『석문문자선石門文字禪』 권15 「칠언절구七言絶句」 ≺합묘재合妙齋≻.
  5. 8)화택火宅 : 각종 미혹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의 세계를 불난 집에 비유한 것이다. 『법화경法華經』 권2에 삼계화택三界火宅의 비유가 나온다.
  6. 9)익조鷁鳥 : 백로와 비슷한 모양의 큰 새인데, 풍랑을 잘 견뎌낸다 하여 뱃머리에 이 새의 형상을 새겨서 걸어 놓았다고 한다.
  7. 10)낙하落霞 고목孤鶩 : 강가의 저녁 경치를 절묘하게 묘사하여 예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표현인데, 당唐나라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노을은 짝 잃은 따오기와 나란히 떠 있고, 가을 강물은 끝없는 하늘과 하나의 색이로다.(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라는 명구가 나온다.
  8. 11)맑은 …… 있는 걸 :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시냇물 소리는 바로 부처의 광장설이요, 산빛 또한 청정한 법신法身이라 아니 하리.(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23 ≺증동림총장로贈東林總長老≻. 광장설廣長舌은 부처의 이른바 32가지 대인상大人相 가운데 하나로, 얼굴을 다 덮고 머리까지 올라간다는 긴 혀를 말하는데, 설법을 뛰어나게 잘함을 말한다. 장광설長廣舌이라고도 한다.
  9. 12)법신法信 : 법을 전하는 신물信物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보통 가사와 발우 등을 지칭한다.
  10. 13)심노諗老의 일곱 근 : 종심從諗 선사의 7근 장삼七斤衫. 당唐나라의 고승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인가.(萬法歸一 一歸何處)”라고 물으니, 조주가 “내가 청주에 있을 적에 베 장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더라.(我在靑州 作一領布衫 重七斤)”라고 답한 화두가 『벽암록碧巖錄』 제45칙에 나온다.
  11. 14)음광飮光의 세 가지 일 : 석가모니 부처님이 수제자 가섭迦葉에게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해 주었다는 삼처전심三處傳心을 말한다. 참고로 삼처전심은 영산靈山에서의 염화미소拈花微笑와 다자탑多子塔에서의 분반좌分半座와 쌍림수하雙林樹下에서의 관중출족棺中出足을 말한다. 음광은 범어梵語 Kāśyapa의 의역으로, 가섭迦葉을 가리킨다.
  12. 15)한가한 …… 풀며 : 원문에는 제목이 閑中遣으로 되어 있는데, 遣 뒤에 興을 첨가해서 번역하였다.
  13. 16)하의霞衣 : 꿰맬 필요가 없이 구름과 노을(雲霞)로 지은 옷이라는 뜻으로, 보통 은자隱者나 선인仙人을 형용할 때 쓰는 표현이다.
  14. 17)구포九苞 : 봉황의 아홉 가지 특징을 말하는데, 흔히 봉황의 별명으로 쓰인다. 봉황의 출현은 태평성대의 상서로운 조짐으로 간주되었다. 원문에는 ‘厥包生有九’로 되어 있는데, 包를 苞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15. 18)비가 …… 부르고 : 하늘이 흐려지면서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비둘기 수컷이 암컷을 둥지 밖으로 내쫓고, 하늘이 맑아지면 다시 불러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이 비를 내리려 하면 비둘기가 암컷을 내쫓는다.(天將雨 鳩逐婦)”라는 속담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16. 19)극구隙駒 : 틈새를 지나는 망아지라는 뜻으로,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장자莊子』 「지북유知北游」의 “천지간의 인생이란 마치 하얀 망아지가 담장의 틈 사이를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17. 20)오리와 …… 것이며 : 『장자莊子』 「산목山木」에 “오리는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 주면 걱정하고, 학은 다리가 비록 길지만 잘라 주면 슬퍼한다.(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라는 말이 나온다.
  18. 21)팽상彭殤도 …… 할까 : 주 5 참조.
  19. 22)갈대에 …… 한 마리 : 참고로 길주吉州 조산潮山 연종延宗 선사가 산에 얼마나 주석住錫했느냐는 승려의 질문을 받고는, “우둔한 새는 갈대에 둥지를 틀고, 피곤한 물고기는 못가에 머문다.(鈍鳥棲蘆 困魚止濼)”라고 대답한 고사가 전한다. 『오등회원五燈會元』 권7 「설봉존선사법사雪峰存禪師法嗣」.
  20. 23)주미麈尾 : 고라니의 꼬리털을 매단 불자拂子를 가리키는데, 위진魏晉시대 때 사람들이 항상 손에 쥐고서 청담淸談을 펼쳤으며, 나중에는 불교의 승려들도 설법할 때에 많이 애용하였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
  21. 24)호리병 …… 있도다 : 후한後漢의 술사術士 비장방費長房이 시장에서 약을 파는 선인仙人 호공壺公을 따라 그의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일월日月이 걸려 있고 신선 세계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고대광실 안에서 맛좋은 술과 음식을 실컷 먹고 나왔다는 전설이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권82 「비장방전費長房傳」, 『신선전神仙傳』 「호공壺公」.
  22. 25)안비按轡 : 말고삐를 잡는다는 말로, 지방 장관으로 부임하는 것을 가리킨다. 남비攬轡라고도 한다. 후한後漢의 범방范滂이 기주 자사冀州刺史로 부임할 즈음에,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잡으면서 천하를 맑게 변화시키겠다는 개연한 뜻(登車攬轡 慨然有澄淸天下之志)”을 보였는데, 범방이 기주에 이르자 탐관오리들이 지레 겁을 먹고는 인끈을 자진해서 풀어놓고 달아났다는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범방전范滂傳」.
  23. 26)주군州郡이 …… 원망하는데 : 고을 백성들이 신임 안렴사按廉使의 부임을 잔뜩 기대하면서 빨리 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후여後予는 뒤로 미룬다면서 아쉬워하는 말인데, 상商나라 탕왕湯王이 동쪽으로 가면 서이西夷가 원망하고, 남쪽으로 가면 북적北狄이 원망하면서 “어째서 유독 우리만 뒤로 미루는가.(奚獨後予)”라고 탄식했다는 『서경書經』 「중훼지고仲虺之誥」의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24. 27)예전에 …… 때 : 김훤이 원元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라는 말이다. 관동關東은 함곡관函谷關 동쪽으로, 중원中原을 가리킨다.
  25. 28)빛나는 …… 벼락이요 : 진晉나라 왕융王戎의 눈빛이 형형한 것을 배해裵楷가 보고서 “눈빛이 빛나는 것이 마치 바위에 벼락이 내려꽂히는 것 같았다.(眼爛爛巖下電)”라고 형용한 고사가 전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
  26. 29)명홍冥鴻 : 까마득히 하늘 위로 치솟아 사라지는 기러기라는 뜻이다.
  27. 30)상주물常住物 : 절에 속하는 토지와 기물器物 따위의 재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28. 31)칠중七衆 : 부처를 따르는 일곱 부류의 제자라는 뜻으로, 비구·비구니·식차마나式叉摩那·사미·사미니·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가리키는데, 이 중에서 우바새와 우바이는 재가인在家人이고, 나머지는 모두 출가인出家人이다.
  29. 32)웃어야 …… 안 되는지 : 당唐나라 남전 보원南泉普願 선사가 입적入寂했을 때 그 법사法嗣인 선주관찰사宣州觀察使 육긍陸亘이 제사를 올리다가 껄껄 웃었다. 원주院主가 사제師弟 사이에 무슨 짓이냐고 꾸짖자, 육긍이 다시 큰소리로 곡을 하였다. 뒤에 장경 대안長慶大安 스님이 이 말을 듣고는 “대부는 웃어야지 곡을 해선 안 된다.(大夫合笑不合哭)”라고 평하였는데, 이에 대한 내용이 『벽암록碧巖錄』 제12칙 「동산마삼근洞山麻三斤」에 나온다.
  30. 33)조사祖師의 뜻 : 달마達磨가 서쪽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 와 불법佛法을 전한 진의眞意가 무엇인지를 묻는 선종禪宗의 화두話頭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가리키는데, 당唐나라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이 화두를 거론하여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라고 대답했던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연등회요聯燈會要』 권6 「조주종심趙州從諗」.
  31. 34)소설당蘇雪堂 : 설당은 소식蘇軾의 별칭이다. 그가 황주黃州로 유배된 뒤에 그곳에 설당이라는 초가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32. 35)위 소주韋蘇州 …… 시구 : 위 소주는 소주 자사蘇州刺史를 지낸 당나라의 시인 위응물韋應物을 가리킨다. 그의 문집인 『위소주집韋蘇州集』 권3에 ‘시전진원상示全眞元常’이라는 제목으로 이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본문에 인용된 원문과는 조금 다르다. 이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고을의 절부節符를 사양하며 떠났고, 그대는 바깥 일에 끌려다니는 처지. 어찌 알았으랴 눈보라 치는 이 밤에, 다시 이렇게 침상을 맞대고 누워 잘 줄을.(余辭郡符去 爾爲外事牽 寧知風雪夜 復此對床眠).”
  33. 36)다행히 …… 잠들는지 : 참고로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늙어서 절간에서 지내며 지은 시에 “오늘은 하얀 귀밑머리 선탑 가에서 지내나니, 차 연기가 꽃 지는 바람에 가벼이 나부끼네.(今日鬢絲禪榻畔 茶煙輕颺落花風)”라는 구절이 나온다. 『번천시집樊川詩集』 권3 ≺제선원題禪院≻.
  34. 37)연진 : 봉화烽火 연기와 전장에 이는 먼지를 말함.
  35. 38)시냇가에서 …… 탄식하리오 : 공자孔子가 시냇가(川上)에서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이고 낮이고 멈추는 법이 없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탄식한 말이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보인다.
  36. 39)계설溪舌 : 부처의 광장설廣長舌과 같은 시냇물 소리.
  37. 40)세한歲寒의 높은 절조 : 추운 겨울에도 변치 않는 소나무처럼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을 뜻하는 말로, 『논어論語』 「자한子罕」의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송백이 제일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雕)”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38. 41)도리桃李가 …… 다투리요 :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에 “꽃 피었다 반드시 일찍 떨어지니, 복사꽃 오얏꽃은 소나무만 못하다오.(開花必早落 桃李不如松)”라는 말이 나온다. 『이태백시집李太白詩集』 권2 ≺공후요箜篌謠≻.
  39. 42)세 가닥 빙설氷雪 :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오늘 그대 찾은 것도 뜻이 있나니, 세 가닥 빙설을 혼자 와서 보려고.(今日訪君還有意 三條氷雪獨來看)”라는 표현 중에서 취한 것이다. 『전당시全唐詩』 권521 ≺설청방조하가서소서雪晴訪趙嘏街西所居≻.
  40. 43)북창北窓 아래 누웠나니 :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의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 나오는 “오뉴월 중에 북창北窓 아래에 누워 있으면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내가 태곳적 희황羲皇 시대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五六月中 北窓下臥 遇凉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라는 말을 차용한 것이다.
  41. 44)문 앞의 오류五柳 :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집 옆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기에 이를 호로 삼았다.(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뒤로 고상한 은사隱士를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 되었다.
  42. 45)맹가孟軻가 …… 것 : 요堯와 순舜과 우禹가 각각 왕위를 물려준 것은 하늘의 뜻이 작용한 것이지 인력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맹자孟子가 말한 내용이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자세히 나온다.
  43. 46)청주淸州 : 서원西原은 청주의 옛 이름이다.
  44. 47)소허巢許 : 요堯 임금 때의 은자隱者인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병칭이다.
  45. 48)삼杉나무 : 버드나무(柳)로 된 판본도 있다.
  46. 49)팽담彭聃 : 장수長壽한 사람의 대명사로 꼽히는 팽조彭祖와 노담老聃의 병칭이다.
  47. 50)도가 …… 자르리요 : 세상이 혼탁해서 진정한 우정을 맺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자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서는 난초 향기가 풍겨 나온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는 말이 나온다.
  48. 51)반자半刺 : 도호부都護府의 통판通判, 즉 판관判官의 별칭이다.
  49. 52)상당上黨 : 서원西原과 함께 청주淸州의 옛 이름이다.
  50. 53)원래 …… 어려우니 : 진晉나라 사영운謝靈運의 ≺의업중시서擬鄴中詩序≻에 “아침저녁으로 즐기면서 최고의 환락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천하의 양신과 미경과 상심과 낙사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맛보기는 어려운 일이다.(朝遊夕讌 究歡愉之極 天下良辰美景賞心樂事 四者難幷)”라는 말이 나온다.
  51. 54)한단邯鄲의 …… 꿈 : 조趙나라 수도인 한단邯鄲의 객점客店에서 노생盧生이 도사 여옹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을 잠깐 자는 사이에 한평생의 부귀영화를 모두 누렸다는 허망한 꿈을 말하는데, 인간 세상의 영욕榮辱이 한바탕 꿈처럼 부질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52. 55)아 …… 곳 : 당나라 소산 환보韶山寰普 선사가 “소산의 길은 어느 곳으로 향해 가는가.(韶山路向甚麽處去)”라는 질문을 받고는, “아, 푸르디푸르고 어둡디어두운 곳으로 가노라.(嗚那靑靑黯黯處去)”라고 답변한 일화가 전한다. 『오등회원五燈會元』 권6 「협산회선사법사 낙경소산환보선사夾山會禪師法嗣 洛京韶山寰普禪師」. 원문에는 명나鳴那로 되어 있는데, 이는 오나嗚那의 잘못이다. 오나嗚那는 총림에서 대화할 때 흔히 쓰는 감탄사로 烏那·嗚哪·嗚伊라고도 한다.
  53. 56)가可도 불가不可도 없으니까 :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꼭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다는 뜻으로, 하나에 집착하는 완고한 태도를 버리고 융통자재한 중용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공자孔子가 일민逸民에 대해 평가하면서 “나는 이들과 달라서 가한 것도 없고 불가한 것도 없다.(我則異於是 無可無不可)”라고 자평한 대목이 나온다.
  54. 57)언젠가 …… 들어왔는데 : 범이 입을 벌리고 곽문에게 다가오자, 곽문이 그 입 안을 살펴보니 목구멍에 뼈가 걸려 있었으므로 손을 집어넣어 빼 주었는데, 그 뒤에 범이 사슴을 물고 와서 그 집 앞에 놔두고 갔다는 이야기가 『진서晉書』 「곽문전郭文傳」에 나온다.
  55. 58)궐리闕里 : 산동성山東省 곡부현曲阜縣에 있는 공자孔子의 고향인데, 여기서는 유교儒敎의 뜻으로 쓰였다.
  56. 59)금방金牓의 …… 올리고 : 과거에서 장원급제했다는 말이다. 금방은 대과大科 급제자 명단을 발표하는 게시판을 말한다.
  57. 60)당시에 …… 뿐이었겠는가마는 : 마치 땅 위의 지푸라기를 줍는 것처럼 높은 관직을 쉽게 얻어 출세할 수 있었으리라는 말이다. 『한서漢書』 「하후승전夏侯勝傳」에, 선비가 경술經術에 밝지 못한 것이 흠이지, 만약 경술에 밝기만 하다면, “존귀한 관직을 얻는 것은 마치 땅에 떨어진 지푸라기를 줍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其取靑紫如俛拾地芥耳)”라는 말이 나온다. 한漢나라 때에는 공후公侯와 구경九卿이 각각 자수紫綬와 청수靑綬를 찼다고 한다.
  58. 61)발 돌보는 해바라기 : 춘추시대 제齊나라 경극慶克이 영공靈公의 모부인母夫人인 성맹자聲孟子와 간통하는 것을 포장자鮑莊子가 알고는 국무자國武子에게 말하니, 국무자가 경극을 꾸짖었다. 이에 경극이 성맹자에게 고자질하니, 성맹자가 영공에게 포장자를 참소하여 발을 베는 형벌에 처하게 하였다. 이에 대해서 공자孔子가 “포장자는 해바라기보다도 자기를 보호할 줄을 모른다. 해바라기는 그래도 자기의 발을 돌볼 줄을 아는데.(鮑莊子之知不如葵 葵猶能衛其足)”라고 평하였는데, 두예杜預의 주註에 “해바라기는 잎과 꽃이 해를 향하게 하여 햇빛이 자기의 뿌리에 닿지 않게 한다.”라고 하였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성공成公 17년.
  59. 62)윤환輪奐 :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건축 공사가 완성된 것을 축하할 때의 상투적인 표현이다. 진晉나라 헌문자憲文子가 저택을 신축하여 준공하자 대부들이 가서 축하하였는데, 이때 장로張老가 말하기를 “규모가 크고 화려하여 아름답도다. 제사 때에도 여기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상사喪事 때에도 여기에서 곡읍哭泣을 하고, 연회 때에도 여기에서 국빈國賓과 종족을 모아 즐기리로다.(美哉輪焉 美哉奐焉 歌於斯 哭於斯 聚國族於斯)”라고 하니, 헌문자가 장로의 말을 되풀이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자, 군자들이 축사와 답사를 모두 잘했다고 칭찬한 고사가 전한다. 『예기禮記』 「단궁 하檀弓下」.
  60. 63)일휘一麾 : 일휘출수一麾出守의 준말로, 지방 장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조 송南朝宋의 안연지顔延之가 오군영五君詠을 지으면서, 진晉나라 완함阮咸에 대해 “몇 번 추천받아도 벼슬자리 못 얻다가, 순욱荀勗이 손 한 번 내저음에 수령으로 나갔도다.(屢薦不入官 一麾乃出手)”라고 읊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문선文選』 권21 「오군영완시평五君詠阮始平」.
  61. 64)만종萬鍾의 봉록俸祿 : 경상卿相과 같은 고관대작의 봉록을 말한다. 1종鍾은 6곡斛 4두斗이다.
  62. 65)광릉산廣陵散 : 삼국三國시대 위魏나라 혜강嵇康이 연주했던 금곡琴曲 이름으로, 다시 들을 수 없는 절향絶響의 뜻으로 쓰인다. 혜강이 평소에 이 곡을 잘 연주하였으나, 이를 숨겨 두고 남에게 전수傳授하지 않았는데, 뒤에 참소讒訴를 입어 해를 당할 적에 형장刑場에 임하여 그 곡을 한 번 타고 나서 말하기를 “광릉산이 이제는 끊어지게 되었구나.(廣陵散於今絶矣)”라고 탄식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진서晉書』 「혜강전嵇康傳」.
  63. 66)양춘곡陽春曲 : 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백설곡白雪曲과 함께 가장 고아高雅한 가곡으로 꼽히던 노래로, 뛰어난 시문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초나라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 어떤 나그네가 하리下里와 파인巴人의 노래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양아陽阿와 해로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 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양춘곡과 백설곡은 얼마나 고상한지 온 나라를 통틀어도 이 노래를 이어서 창화唱和할 자가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다.(其爲陽春白雪 國中屬而和者 不過數十人)”라는 말이 나온다.
  64. 67)태창太倉 : 서울에 있는 거대한 곡물 창고의 이름이다.
  65. 68)지족止足 :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대신에, 그만둘 줄을 알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도덕경道德經』 44장의 “만족할 줄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만둘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된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66. 69)인을 행함에 …… 것이니 :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의 “인을 행해야 할 때에는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는 법이다.(當仁不讓於師)”라는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67. 70)청고靑顧의 은혜 : 청안靑眼으로 돌아보는 은혜라는 말로, 특별히 다정하게 보살핌을 받았다는 말이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 즉 흰 눈자위를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이고, 의기투합意氣投合하는 사람을 만나면 청안靑眼, 즉 검은 눈동자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낸 고사가 전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 「간오簡傲」.
  68. 71)구름이 …… 것 : 동류同類끼리 상응하여 서로 의기투합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의 “같은 소리끼리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끼리 서로 구한다. 그래서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건조한 곳으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르는 것이다.(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69. 72)단지 …… 것이라오 : 참고로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시에 “푸른 쑥대가 큰 솔에 기대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한다.(自慚靑蒿倚長松)”라는 말이 나온다. 『한창려집韓昌黎集』 권5 ≺취류동야醉留東野≻.
  70. 73)수양산首陽山에 …… 사람 : 은殷나라가 주 무왕周武王에게 멸망당하자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면서 서산西山, 즉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채미가采薇歌를 부르며 고사리만 뜯어 먹다가 굶어 죽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가리킨다.
  71. 74)목숨을 …… 하면서 :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지사와 인인은 살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은 있지 않고,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루는 일은 있다.(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72. 75)초楚나라 …… 사람 : 전국시대 초나라의 충신으로, 모함을 받고 쫓겨난 뒤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죽은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그의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쫓겨난 뒤에 강가에서 노닐며 연못에서 읊조리고 다녔다.(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라는 말이 나오고, 또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맑고, 사람들 모두가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라는 말이 나온다.
  73. 76)이슬을 …… 먹었지 :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에 “아침에는 목란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가을 국화의 지는 꽃잎을 먹는다.(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는 구절이 나온다.
  74. 77)세상 사람들이 술지게미 먹으면서 :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흐리다면 어찌하여 함께 진흙을 휘저어서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여러 사람들이 모두 취했다면 어찌하여 함께 술지게미를 먹거나 박주를 마시지 않고서, 무슨 까닭으로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스스로 추방을 당하게 한단 말인가.(世人皆濁 何不淈其泥 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 而歠其醨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라는 말이 나온다.
  75. 78)차라리 …… 장사 지낼지언정 : 굴원의 ≺어부사≻에 “차라리 소상강 강물에 뛰어들어 고기의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결백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쓰겠는가.(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蒙世俗之塵埃乎)”라는 말이 나온다.
  76. 79)지록指鹿의 세상 : 시비是非와 흑백이 뒤바뀐 혼란한 세상이라는 말이다. 진秦나라의 환관宦官 출신 승상丞相인 조고趙高가 신하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이세 황제二世皇帝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속여 바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
  77. 80)주상主上은 …… 당부하고 : 한 무제漢武帝 때 동해 태수東海太守 급암汲黯이 병이 많아 누워서 다스렸는데도(臥治) 동해가 크게 안정되었다. 그 뒤에 회양 태수淮陽太守로 임명하자 급암이 극구 사양하니, 무제가 “나는 단지 그대의 중망을 빌리려 하는 것일 뿐이니, 그대는 병을 치료하며 누워서 다스리기만 하면 될 것이다.(吾徒得君之重 臥而治之)”라고 설득하여 부임하게 한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급암전汲黯傳」.
  78. 81)이민吏民은 …… 애원했네 :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구순寇恂이 하내河內·영천潁川·여남汝南의 태수를 연임連任하며 선정을 베풀다가 여남 태수를 그만두고 조정에 들어와서 집금오執金吾에 임명되었는데, 광무제를 따라 영천에 가서 도적의 항복을 받을 적에 고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구순을 빌려달라고 간청하자 1년 동안 머물면서 백성들을 위로하게 한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구순전寇恂傳」.
  79. 82)동어부銅魚符 : 지방 수령이 차는 관인官印을 말한다.
  80. 83)일척안一隻眼 : 비범한 식견.
  81. 84)상왕象王이 …… 아니거니 : 참고로 『유마경維摩經』 「부사의품不思議品」에 “용상이 밟고 다니는 것은 나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龍象蹴踏 非驢所堪)”라는 말이 나온다. 상왕이나 용상은 덕이 높은 고승高僧을 비유한 말이다.
  82. 85)대우大愚 : 송대宋代 임제종臨濟宗의 승려인 대우 수지大愚守芝.
  83. 86)용사龍沙 : 황막荒漠한 북변北邊의 요새지를 가리킨다.
  84. 87)부절符節 …… 없네 : 한漢나라의 충신인 소무蘇武의 충절도 이보다는 못했을 것이라는 뜻의 표현이다. 한 무제漢武帝 때 흉노에 사신으로 간 소무가 선우單于의 회유와 협박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황량한 북해北海 지역에서 항상 한나라의 부절符節을 손에 쥐고 양을 돌보면서 절조를 지켰던 고사가 전한다. 『한서漢書』 「이광전李廣傳」.
  85. 88)한혈마汗血馬 : 흘리는 땀방울이 마치 피처럼 붉은 말이라는 뜻으로, 대원大宛의 준마를 가리키는데, 보통 똑똑한 남의 아들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86. 89)색로賾老 : 송宋나라 승려인 종색 자각宗賾慈覺을 가리킨다. 29세에 진주眞州 장로사長蘆寺의 원통 법수圓通法秀에게 나아가 낙발落髮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원우元祐 연간에 장로사에 머물며 모친을 모시고 와서 승려가 되게 하였으며, 모친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권효문勸孝文 120편을 지어 세간과 출세간의 효도에 대해서 서술하였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27, 『석씨계고략釋氏稽古略』 권4.
  87. 90)쌍리雙鯉 : 한 쌍의 잉어라는 뜻으로, 남의 글을 받을 때 쓰는 상투적인 표현인데 고악부古樂府에 “손님이 먼 지방에서 와서 나에게 한 쌍의 잉어를 주기에 아이를 불러 잉어를 삶게 하였더니, 뱃속에서 한 자의 흰 비단 편지가 나왔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童烹鯉魚 中有尺素書)”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문선文選』 권27 「고악부古樂府」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88. 91)익조鷁鳥 : 백로와 비슷한 모양의 큰 새인데, 풍랑을 잘 견뎌낸다 하여 뱃머리에 이 새의 형상을 새겨서 걸어 놓았다고 한다.
  89. 92)옛 거울 : 원문인 고경古鏡의 古가 若으로 된 판본도 있다는 원주原註가 붙어 있는데, 『동문선東文選』 권20에는 若으로 되어 있다.
  90. 93)하늘이 …… 알아서 : 하늘이 고려高麗의 손을 빌려서 일본日本을 정벌하려 한다는 뜻을 바람 귀신도 알 것이라는 말이다. 『서경書經』 「이훈伊訓」에, “하늘이 하夏나라 걸왕桀王에게 재앙을 내리기 위하여, 천명을 지닌 우리 상商나라 탕왕湯王의 손을 빌렸다.(皇天降災 假手于我有命)”라는 말이 나온다.
  91. 94)담소하며 …… 물리치실 텐데 : 전진前秦의 왕 부견苻堅이 대군을 거느리고 침입하였을 때, 동진東晉의 사안謝安이 조카 사현謝玄을 보내 격파하게 하고는, 자신은 손님과 담소하며 바둑을 한가하게 즐겼던 고사가 전한다. 『진서晉書』 「사안전謝安傳」.
  92. 95)포 참군鮑參軍 : 남조 송南朝宋의 시인 포조鮑照를 가리킨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청신한 것은 유 개부요, 준일한 것은 포 참군이라.(淸新庾開府 俊逸鮑參軍)”라는 표현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유 개부는 북주北周의 유신庾信을 가리킨다.
  93. 96)역양嶧陽의 …… 법 :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앉는다고 한다.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원추라는 봉황새가 남해를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갈 적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약수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夫鵷鶵 發於南海而飛於北海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飮)”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오동나무 중에서는 중국 연주兗州 추현鄒縣에 있는 역산嶧山의 남쪽 언덕, 즉 역양嶧陽에서 자라는 오동나무가 가장 유명해서, 특산물로 바치기도 하고 최상급의 거문고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구포九苞는 봉황의 아홉 가지 특징을 말하는데, 보통 봉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원문의 九包는 九苞의 잘못이다.
  94. 97)절등유편截鐙留鞭 : 말의 등자鐙子를 떼어 내고 채찍을 잡고서 만류한다는 뜻으로, 지방 장관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의 석별의 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당唐나라 풍지馮贄의 『운선잡기雲仙雜記』 「절등유편截鐙留鞭」에, 요숭姚崇이 형주목荊州牧의 임기를 마치고 떠날 적에, 백성들이 “말 머리를 붙잡고 말의 등자를 떼어 내고 채찍을 잡고 만류하면서 애틋한 그리움을 표하였다.(撫馬首截鐙留鞭 以表瞻戀)”라는 말이 나온다.
  95. 98)모자 …… 객 : 진晉나라 맹가孟嘉를 가리킨다. 그가 중구일에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이 베푼 용산龍山의 주연酒宴에 참군參軍의 신분으로 참석했다가, 국화주에 취한 나머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던 고사가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식감識鑑」.
  96. 99)술 …… 어르신 :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된 지 80여 일 만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고 전원田園에 은거하며 술을 즐긴 진晉나라 도잠陶潛을 가리킨다. 그는 특히 국화를 좋아했는데, 그의 ≺음주飮酒≻ 20수首 중의 다섯 번째 시에 나오는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을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구절은 길이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명구로 전해진다. 『도연명집陶淵明集』 권3.
  97. 100)방훈放勛 : 지극한 공이라는 뜻으로, 요堯 임금의 이름이다. 방훈放勳이라고도 한다.
  98. 101)수레는 …… 같다네 : 세계가 원元나라의 문화권에 속하게 되어 똑같은 교화와 혜택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중용中庸』에 “지금 천하가 통일되어 수레는 바퀴의 치수를 똑같이 하고 글은 문자를 똑같이 하고 있다.(今天下車同軌書同文)”는 말이 나온다.
  99. 102)정어鼎魚의 목숨 : 매우 위태로운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남조 양南朝梁 구지丘遲의 「여진백지서與陳伯之書」에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을 비유하자면, 마치 물고기가 끓는 솥 속에서 노니는 것(魚游于沸鼎之中)과 같고, 제비가 바람에 날아가는 장막 위에다 둥지를 트는 것(燕巢于飛幕之上)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문선文選』 권43.
  100. 103)포모苞茅 : 제사용 술을 거를 때 쓰는 청모菁茅인데, 춘추시대 제 환공齊桓公이 “포모를 공물로 바치지 않았다.(爾貢苞茅不入)”는 이유로 초楚나라를 정벌한 고사에서 유래하여, 이후 조공朝貢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4년.
  101. 104)반서班瑞 : 중국 조정에서 일본의 왕을 봉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순전舜典」의 “순 임금이 사방의 제후와 구주九州의 목백牧伯을 만나보고는 여러 제후들에게 서옥瑞玉을 나누어 돌려주었다.(覲四岳羣牧 班瑞于羣后)”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서옥은 제후의 신분을 보장하는 신표信標를 뜻한다.
  102. 105)부상扶桑 :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일본을 가리킨다.
  103. 106)합포合浦 : 옛날 경상도 회원현會原縣의 치소治所로, 지금 경남 마산馬山에 있던 포구浦口의 이름이다. 고려 원종元宗 때에는 일본日本 정벌의 발진 기지發進基地가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경상우도 병마절도사慶尙右道兵馬節度使의 본영本營이 되었다.
  104. 107)강에선 …… 생각하고 : 퇴로를 미리 끊어 버리고서 강물을 등에 지고 결사적으로 싸울 생각을 한다는 말인데, 한漢나라 한신韓信이 정형구井陘口에서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싸워 조趙나라에 대승을 거둔 고사가 유명하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105. 108)맹명孟明 : 춘추시대 진 목공秦穆公의 신하로, 백리해百里奚의 아들이다. 진晉나라와 여러 차례 싸워 패하였으나, 끝내는 진나라를 이기고 제후의 패자覇者가 되게 하였는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문공文公 3년에 “진 목공이 진나라를 공격할 적에, 황하를 건너고 나서 타고 간 배를 불태웠다.(秦伯伐晉 濟河焚舟)”라는 말이 나온다. 배를 불태운 것도 배수진을 친 것처럼 결사의 의지를 군사들에게 보인 것이다.
  106. 109)월왕越王을 묶어 오는 것 : 한漢나라 간의대부諫議大夫 종군終軍이 남월南越에 사신으로 나가기를 자청하면서, 긴 밧줄 하나만 주면 남월 왕을 묶어서 궐하闕下에 바치겠다고 한 고사를 말한다. 『한서漢書』 권64 「종군전終軍傳」.
  107. 110)오吳나라 평정 : 서진西晉의 용양장군龍驤將軍 왕준王濬이 촉蜀 땅에서 건조한 거대한 전함을 이끌고 금릉金陵을 공격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킨 고사를 말한다. 『진서晉書』 권43 「왕준전王濬傳」.
  108. 111)남훈곡南薰曲 : 훈훈한 남쪽 바람의 노래라는 뜻으로, 성군聖君의 덕정德政을 비유하는 말이다.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남풍가南風歌」를 지어 부르면서 “훈훈한 남쪽 바람이여, 우리 백성의 수심을 풀어 주기를. 제때에 부는 남풍이여, 우리 백성의 재산을 늘려 주기를.(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 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이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예기禮記』 「악기樂記」.
  109. 112)신정인神鼎諲 : 송대宋代 위앙종潙仰宗의 승려인 신정 홍인神鼎洪諲을 가리킨다. 일발자족一鉢自足의 청고淸苦한 생활을 즐기며 허름한 목상木床을 사자좌獅子座로 삼아 설법하곤 하였으므로, 고조주古趙州라는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선림승보전禪林僧寶傳』 권14.
  110. 113)대우 지大愚芝 : 송대宋代 임제종臨濟宗의 승려인 대우 수지大愚守芝를 가리킨다. 황벽 희운黃檗希運의 노파老婆와 대우 수지의 요설饒舌은 학인에 대한 곡진한 가르침으로 선가禪家에서 곧잘 인용된다.
  111. 114)금곡金谷 : 진晉나라의 유명한 부자인 석숭石崇의 정원 이름이다.
  112. 115)함장函丈 : 선생과 제자 사이의 거리가 1장丈 정도 떨어져 있다는 말로, 강학講學하는 장소를 뜻한다.
  113. 116)선호仙壺 : 호공壺公의 신선 세계.
  114. 117)주문朱門 : 대문을 붉은 색으로 치장한 집으로, 귀족이 사는 고대광실을 말한다.
  115. 118)장차 …… 사서 : 원문은 行當買欵殿으로 되어 있으나, 欵殿은 款段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116. 119)상강湘江과 위수渭水 : 순舜 임금이 창오蒼梧의 들판에서 죽은 뒤 그의 두 왕비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사모하는 정을 억누르지 못해 서로 통곡하면서 상강湘江에 빠져 죽었는데, 그때 흘린 눈물이 대나무 위에 떨어지면서 얼룩이 져 소상반죽瀟湘班竹이 되었다는 고사가 있고, 또 위천渭川의 일천 이랑이 온통 대나무 밭이라는 위천천묘渭川千畝의 고사가 있기 때문에, 충지가 이 두 개의 지명을 인용한 것이다.
  117. 120)원숭이와 …… 마시기를 : 참고로 남조 제南朝齊의 공치규孔稚珪가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은자隱者가 떠나고 난 뒤의 정경을 묘사하면서 “향기로운 장막이 텅 비자 밤에 학이 원망하고, 산 사람이 떠나가자 새벽에 원숭이가 놀라 우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하였다.
  118. 121)선재善財는 …… 찾아다녔는고 :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처음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찾아갔다가 다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하여 110성城의 53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며 법문을 구한 결과 마침내 미진수微塵數의 삼매문三昧門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나온다.
  119. 122)조유曹劉 : 후한後漢 건안建安의 시인인 조식曹植과 유정劉楨의 병칭이다.
  120. 123)고륙顧陸 :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顧愷之와 남조南朝 송宋의 화가 육탐미陸探微의 병칭이다. 고개지는 화절畫絶·치절癡絶·재절才絶의 삼절三絶로 일컬어지고, 육탐미는 인물 및 산수화에 독보獨步로 일컬어졌는데,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에서 장회관將懷瓘이 “고개지는 정신을 얻었고 육탐미는 골수를 얻었다.(顧得其神 陸得其骨)”라고 평하였다.
  121. 124)선관蟬冠 : 한대漢代에 시종관侍從官이 쓰던 관으로, 위에 매미(蟬) 장식을 달고 담비(貂) 꼬리를 꽂았기 때문에 초선관貂蟬冠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고위 관원의 관을 가리킨다.
  122. 125)귀인龜印 : 거북 모양의 인장印章이라는 뜻으로, 보통 관인官印을 가리킨다.
  123. 126)총재冢宰 : 이조판서吏曹判書의 별칭이다.
  124. 127)녹야綠野 : 당 헌종唐憲宗 때의 명 재상인 배도裵度가 은퇴하고 나서 낙양洛陽 근교에다 마련한 별장 녹야당綠野堂의 준말이다. 이곳에서 그는 백거이白居易·유우석劉禹錫 등과 함께 밤낮으로 시와 술을 즐기면서 인간 세상의 일을 잊고 만년을 보내었다. 『신당서新唐書』 「배도전裵度傳」.
  125. 128)가시나무 …… 이루어서 : 소인이 근거 없이 군자를 참소讒訴했다는 말이다. 패금貝錦은 자개 무늬 비단처럼 없는 사실을 그럴 듯하게 꾸며 낸 것을 말하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 ≺항백巷伯≻의 “울긋불긋 잘도 짠 자개 무늬 비단이여, 참소하는 저 사람 또한 너무 심하지 아니한가.(萋兮斐兮 成是貝錦 彼讒人者 亦已大甚)”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 『시경』 「소아」 ≺청승靑蠅≻에 “윙윙거리는 쉬파리, 가시나무에 앉았네. 참소하는 말이 그치지 않아서, 사방 나라를 교란시키네.(營營靑蠅 止于棘 讒人罔極 交亂四國)”라는 말이 나온다.
  126. 129)의결蟻缺 : 의비지결蟻鼻之缺의 준말로, 조그마한 결점이라는 뜻이다. 『포박자抱朴子』 「논선論仙」에 “한 치의 하자 때문에 한 자의 야광주를 버리고, 조그마한 결점이 있다고 하여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명검을 손상시킨다.(以分寸之瑕 棄盈尺之夜光 以劓鼻之缺 損無價之淳鈞)”라는 말이 나온다. 또 소식蘇軾의 시에 “선생은 만금의 구슬과 같은 분이지만, 이 하나의 조그마한 결점을 지니고 있다.(先生萬金璧 護此一蟻缺)”라는 표현이 보인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23 ≺기정오수岐亭五首≻.
  127. 130)대문 …… 있기에 : 일찍이 그가 주선해 준 덕분에 바라던 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는 말이다. 전한前漢의 위발魏勃이 제상齊相으로 있던 조참曹參을 만나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조참의 사인舍人의 대문 앞을 청소해 준 인연으로 조참을 만나 그의 주선으로 내사內史에 임명된 이른바 ‘소문掃門’의 고사가 있다. 『사기史記』 「제도혜왕세가齊悼惠王世家」.
  128. 131)섭무실葉茂實 : 송宋나라 촉蜀 출신으로, 희풍熙豊 연간에 장우張遇와 쌍벽을 이룬 묵장墨匠이다. 1977년 봄에 강소성江蘇省 무진현武進縣의 무덤에서 섭무실묵葉茂實墨 반쪽 부분이 출토되었는데, 여전히 옥玉처럼 단단하고 칠漆처럼 광택이 났다고 한다.
  129. 132)정규廷珪와 반곡潘谷 : 정규는 남당南唐의 묵관墨官 이정규李廷珪를 말한다. 그가 만든 먹을 정규묵 혹은 정규라고 하여 송宋 이래로 으뜸으로 삼았다. 반곡은 송나라 흡주歙州 사람으로, 묵선墨仙으로 일컬어졌으며, 그가 만든 먹을 반곡묵이라고 하여 사람들이 애호하였다.
  130. 133)취병翠餅 : 푸른 떡이라는 뜻으로, 먹의 별칭이다.
  131. 134)수주隋珠와 변옥卞玉 : 수주는 뱀이 수후隋侯에게 보은報恩했다는 명월주明月珠를 말하고, 변옥은 천하의 보옥寶玉으로 일컬어지는 초楚나라 변화卞和의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132. 135)중장仲將 : 삼국시대 위魏나라 위탄韋誕의 자字이다. 서법書法의 명인으로, 초성草聖 장지張芝의 제자이다.
  133. 136)승안承晏 : 남당南唐의 묵공墨工 이승안李承晏을 가리킨다. 이초李超의 아들이 이정규李廷珪와 이정관李廷寬이고, 이정관의 아들이 이승안으로, 3대에 걸쳐 묵장墨匠의 이름을 떨쳤다.
  134. 137)원문은 ‘耽人’으로 되어 있는데 ‘耽羅’로 교정함.
  135. 138)귤주橘州 : 귤이 많이 나는 곳. 제주도를 가리킴.
  136. 139)금분金盆 : 황금 쟁반이라는 말로, 달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밤이 이슥토록 도란도란 얘기하다, 지는 달을 보니 마치도 황금 쟁반.(夜闌接軟語 落月如金盆)”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9 ≺증촉승려구사형贈蜀僧閭丘師兄≻.
  137. 140)북우北羽와 …… 변했으니 : 깊은 바다 속의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대붕大鵬으로 변해서 하늘 높이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첫머리에 나온다. 북우와 남린은 각각 대붕과 곤을 가리킨다.
  138. 141)다 함께 …… 되었네 : 두 사람 모두 유자儒者로서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는 말이다. 궐리闕里는 공자孔子의 고향으로서 유교儒敎를 가리킨다. 조계曹溪는 육조 대사六祖大師로 불리는 당唐나라 혜능慧能이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서 선종禪宗의 정통으로 일컬어지는 남종南宗을 개창하였기 때문에 보통 선종의 별칭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불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139. 142)두소斗筲 : 두는 1말, 소筲는 1말 2되들이의 죽기竹器를 말하는데, 보통 도량이 협소하고 식견이 천박한 자를 가리킨다.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두소 정도의 사람들을 굳이 따질 것이 뭐가 있겠는가.(斗筲之人何足算也)”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140. 143)와력瓦礫 : 기왓장과 자갈이라는 뜻으로, 둔하고 거칠어 쓸모가 없는 물건의 비유로 쓰인다.
  141. 144)비야 거사毗耶居士 : 인도 비야리성毗耶離城의 유마 거사維摩居士를 말한다. 유마 거사가 중생의 병이 다 낫기 전에는 자신의 병도 나을 수 없다면서 드러눕자, 세존이 문수보살 등을 보내 문병하게 한 고사가 『유마경維摩經』 「문질품問疾品」에 나온다.
  142. 145)나비의 꿈 : 옛날 장주莊周가 꿈속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면서 즐겁게 노닐다가 꿈을 깨고 보니 엄연히 인간인 장주더라는 호접몽蝴蝶夢의 이야기가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143. 146)색동옷 춤 : 춘추시대春秋時代 초楚나라의 은사隱士인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에도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서 춤을 추며 재롱을 떨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초학기初學記』 권17 「효자전孝子傳」.
  144. 147)정시正始의 음音 : 삼국시대 위魏나라 정시正始 연간에 출현한 현담玄談의 기풍을 뜻하는 말로, 노장老莊 사상에 유가儒家의 경의經義까지 조화시켜 현리玄理를 논하면서 자유분방한 정신을 표방하였는데, 시문에서는 순정純正한 악성樂聲이라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곤 한다.
  145. 148)포혜蒲鞋 노인 …… 그래 : 포혜는 당나라 선승 목주 도명睦州道明의 별칭이다. 속성俗姓이 진씨陳氏로, 황벽 희운黃檗希運의 법사法嗣가 되었는데, 그가 항상 부들 신발(蒲鞋)을 만들어 팔아 모친을 봉양하였기 때문에 진포혜陳蒲鞋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양韶陽은 오가칠종五家七宗의 하나인 운문종雲門宗의 개조開祖 운문 문언雲門文偃의 별칭이다. 그가 목주에게 찾아가서 3일 동안 문을 두드렸으나, 목주는 2일간은 그를 보자마자 문을 닫아 버렸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목주가 문을 열자 운문이 잽싸게 들어가려 하니, 목주가 한마디 이르라고 그에게 다그쳤다. 이때 운문이 대답을 생각하면서 잠시 머뭇거리자 목주가 그를 끌어내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秦時車度轢鑽)”이라고 매도하고는 문을 닫아 버렸으므로, 운문의 발이 그 사이에 끼이면서 부상을 당했는데, 바로 그 순간 운문이 크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운문각파雲門脚跛라는 선종의 공안公案으로 『오등회원五燈會元』 권15 「운문문언장雲門文偃章」에 수록되어 있다.
  146. 149)덕산德山의 육십 방망이 : 당唐나라 덕산 선감德山宣鑑 선사가 학승學僧을 지도할 때, 분별심을 내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다그쳐서 견성見性을 하게 할 목적으로 쓰던 특수한 방법의 하나로, “대답을 해도 삼십 방망이요, 대답을 못 해도 삼십 방망이(道得也三十棒 道不得也三十棒)”라는 그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 권7 「정주 덕산선감선사鼎州德山宣鑑禪師」. 보통 선가의 혹독한 가풍家風을 이야기할 때, 임제臨濟 선사의 “한마디 큰 고함 소리”라는 뜻의 임제할臨濟喝과 더불어 덕산방德山棒이 병칭된다.
  147. 150)만수동자曼殊童子 : 문수보살을 가리킨다. 만수는 범어梵語 Mañjuśrī를 음역音譯한 만수실리曼殊室利의 준말로, 묘길상妙吉祥으로 의역意譯된다. 밀교密敎 태장계胎藏界에서는 동자童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만수동자라고 일컫는다.
  148. 151)오정손五鼎飡 : 소·양·돼지·생선·사슴 고기 등을 구비한 진수성찬을 가리킨다. 보통 오정식五鼎食이라고 한다.
  149. 152)일단사一簞食 : 한 그릇의 밥이라는 말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면서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孔子의 말이 실려 있다.
  150. 153)부휴浮休 : 『장자莊子』 「각의刻意」의 “삶이란 물 위에 떠 있는 거품과 같고, 죽음이란 그 거품이 꺼지는 것과 같다.(其生若浮 其死若休)”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51. 154)청수靑綬 은장銀章 : 고위 관직을 비유하는 말이다. 청수는 푸른 인끈으로, 한漢나라 때에 공후公侯와 구경九卿이 각각 자수紫綬와 청수靑綬를 찼다고 한다. 은장銀章은 한漢나라 때 2천 석石 이상의 관원이 찼던 은인銀印을 말한다.
  152. 155)유소由巢 : 천하를 맡아 달라는 요堯 임금의 제의를 뿌리치고 숨어 살았다는 허유許由와 소부巢父의 병칭이다.
  153. 156)정시正始의 휘음徽音 : 순수하고 바른 음악 소리.
  154. 157)반궁泮宮 : 반수泮水 즉 반달 모양의 연못이 앞에 있는 제후국의 학궁學宮으로, 국자감國子監의 별칭이다. 사업司業이 국자감의 종4품 관원이기 때문에, 반궁을 거론한 것이다.
  155. 158)창생蒼生 …… 마오 :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회계會稽 땅 동산東山에 20여 년 동안 한가로이 은거하면서 조정의 부름에도 계속해서 응하지 않자 “안석이 나오려 하지 않으니 장차 창생을 어찌 할꼬.(安石不肯出 將如蒼生何)”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는데, 마침내 나이 40에 몸을 일으켜 벼슬길에 나아가 삼공三公의 지위에까지 이르렀던 고사가 있다. 『진서晉書』 권79 「사안전謝安傳」. 안석은 사안의 자字이다.
  156. 159)제호조提壺鳥 : 새 이름. 제호提壺는 술을 들라는 뜻이다.
  157. 160)도령陶令 : 술을 너무도 사랑했던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그가 팽택현령彭澤縣令을 지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158. 161)고양高陽 술꾼 : 예의범절이나 격식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호방한 인물을 가리킨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역이기酈食其의 면회 요청을 받고서 사람을 시켜 사절하게 하자, 역이기가 “나는 고양 출신의 술꾼이지, 유학의 글이나 떠받드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吾高陽酒徒 非儒人也)”라고 하고는 끝내 뜻을 관철했던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역생전酈生傳」.
  159. 162)이강釐降 : 요堯 임금이 딸을 순舜에게 시집보낸 『서경書經』 「요전堯典」의 고사에서 유래하여 왕녀王女를 신하에게 시집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충렬왕忠烈王이 원 세조元世祖의 딸인 홀도노게리미실忽都魯揭里迷失 공주와 결혼한 것을 가리킨다.
  160. 163)우환虞鰥 : 우순虞舜, 즉 순 임금을 가리킨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의 “홀아비가 아래에 있으니, 그 이름을 우순이라고 한다.(有鰥在下 曰虞舜)”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61. 164)곤외閫外 : 성곽의 문지방 밖이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중국의 번국藩國인 고려라는 뜻으로 쓰였다. 임금이 도성 밖으로 장수를 떠나보낼 때 수레바퀴를 밀어 주면서 “성곽의 문지방 안은 과인이 처리할 테니, 그 바깥은 장군이 알아서 처리하라.(閫以內者 寡人制之 閫以外者 將軍制之)”라고 당부했던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사기史記』 「풍당전馮唐傳」.
  162. 165)양액兩掖 : 문하성門下省과 중서성中書省의 합칭이다. 궁전의 좌우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63. 166)치미雉尾 : 꿩 꼬리로 장식한 부채라는 말로, 임금의 의장儀仗에 쓰인다. 임금이 나올 때는 이 부채 두 개를 합쳐서 임금의 모습을 가렸다가 일단 좌정하면 부채를 떼어서 모습이 보이게 하는데, 두보杜甫의 시에 “구름이 움직이며 꿩 꼬리로 만든 궁중의 부채가 양쪽으로 열린다.(雲移雉尾開宮扇)”라는 표현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7 ≺추흥팔수秋興八首 봉래궁궐대남산蓬萊宮闕對南山≻.
  164. 167)흡사 …… 같네 : 오계五季의 전왕錢王, 즉 전류錢鏐가 고향인 임안臨安으로 돌아온 뒤에 고로故老들에게 잔치를 베풀면서 산림山林을 모두 비단으로 덮고, 어렸을 때 놀던 큰 나무를 의금장군衣錦將軍이라고 불렀던 고사가 전한다. 『오대사五代史』 권67 「오월세가吳越世家」.
  165. 168)한단邯鄲의 …… 일 : 조趙나라 수도인 한단邯鄲의 객점客店에서 노생盧生이 도사道士 여옹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을 잠깐 자는 사이에 한평생의 부귀영화를 모두 누렸다는 허망한 꿈을 말하는데, 인간 세상의 영욕榮辱이 한바탕 꿈처럼 부질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66. 169)내가 …… 있겠는가 : 『논어論語』 「양화陽貨」의 “내가 어찌 박이나 오이더냐, 어떻게 한 군데 매달린 채 먹지도 못한단 말이냐.(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라는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167. 170)홍곡鴻鵠의 뜻 :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의 뜻이라는 말로, 원대한 포부를 가리킨다. 진秦나라 말기에 진승陳勝이 소싯적에 빈궁하여 남에게 고용되어 밭을 갈다가 휴식할 적에,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부귀해지거든 서로 잊지 말자.”라고 하니, 그 사람이 비웃으며 “품팔이를 하는 주제에 무슨 부귀냐.”라고 핀잔을 주었는데, 이에 진승이 장탄식을 하면서 “제비나 참새가 어떻게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의 뜻을 알겠는가.(燕雀安知鴻鵠之志哉)”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진섭세가陳涉世家」.
  168. 171)혜계醯鷄 : 술 단지에 생기는 초파리 종류의 하루살이 벌레를 말한다.
  169. 172)양 서산亮西山 : 당唐나라 홍주洪州 서산西山의 양 좌주亮座主를 가리킨다. 강경講經을 일삼다가 강서江西의 마조 도일馬祖道一을 만나 문답 끝에 마음이 아니라 “허공으로 강해야 옳다.(虛空講得)”는 말을 듣고 대오大悟한 뒤에, 절에 돌아와 청중들에게 “내가 경론을 강하면서 아무도 나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오늘 마 대사의 질문을 받고서 평생의 공부가 얼음 풀리듯 하였다.(某甲所講經論 謂無人及得 今日被馬大師一問 平生功夫氷釋而已)”라고 하고는, 서산에 들어가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8 「홍주서산양좌주洪州西山亮坐主」, 『종경록宗鏡錄』 권92.
  170. 173)다섯 번 고친 발우鉢盂 : 낡아서 파손된 부분을 보수해서 다시 쓰는 오래 된 발우라는 뜻인데, 흔히 오철발五綴鉢이라고 한다. 오철五綴 이하는 고쳐서 쓰고, 오철 이상은 새 발우로 교체한다고 한다.
  171. 174)전장轉藏 : 대장경을 전독轉讀한다는 뜻인데, 전독은 1부部의 경經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진독眞讀과 상대되는 말로, 불경이 너무 방대한 점을 감안해서 법회法會 때에 불경의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의 몇 줄 정도를 읽고서 끝내는 것을 말한다.
  172. 175)‘어찌 말로 표현하랴’는 구절이 다시 반복되는데 연문인 듯함.
  173. 176)3년 …… 없겠구려 : 태수의 임기 3년 동안 한 번 만나 한담閑談도 나누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이섭李涉의 ≺제학림사승사題鶴林寺僧舍≻라는 시에 “절간을 지나다가 스님과 만나 나눈 얘기, 떠도는 몸 반나절의 한가함을 또 얻었네.(因過竹院逢僧話 又得浮生半日閑)”라는 구절이 나온다.
  174. 177)청전靑田 : 중국 영가군永嘉郡의 지명. 백학白鶴이 많아서 유명함.
  175. 178)황월黃鉞 : 황금 장식 도끼로, 임금으로부터 군권軍權을 위임받은 장수의 상징으로 쓰인다.
  176. 179)연막蓮幕 : 재상대신宰相大臣의 막부幕府를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재신宰臣 왕검王儉의 막부를 당시 사람들이 연화지蓮花池라고 일컬은 데에서 유래하였다.
  177. 180)금전金田 : 황금을 땅에 깐 지역이라는 뜻으로 사원을 가리킨다. 금지金地라고도 한다. 인도 사위성의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석가의 설법을 듣고는 매우 경모敬慕한 나머지 정사精舍를 세워 주려고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하려고 하였다. 이에 태자가 짐짓 “황금을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고 하였는데, 수달 장자가 실제로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여 그 땅을 매도賣渡하는 한편 자기도 정원의 나무들을 희사하여 마침내 최초의 불교 사원인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6.
  178. 181)홍련紅蓮의 막부幕府 : 남조 제南朝齊의 왕검王儉이 위군장군衛軍將軍에 임명되었을 때 그 막부에 인재들이 많았으므로 사람들이 그 막부를 티끌 없이 깨끗한 연화지蓮花池라고 일컬었는데, 당시 문명文名을 떨치던 유고지庾杲之가 그 막부로 들어가자 소면蕭緬이 “녹수에 떠다니며 홍련에 기대었구나.(泛綠水 依芙蓉)”라고 찬미했던 고사가 전한다. 『남제서南齊書』 「유고지전庾杲之傳」.
  179. 182)성곽 …… 땅 : 기름진 토지를 뜻하는 말로, 문전옥답門前沃畓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전국시대 낙양인洛陽人 소진蘇秦이 합종책合縱策을 주장하며 연燕·제齊·초楚·조趙·위魏·한韓 등 6국六國의 제후를 설득하여 종약장縱約長이 된 뒤에 고향에 돌아와서 “가령 나에게 낙양의 성곽을 등진 땅 두 마지기만 있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여섯 나라 정승의 도장을 찰 수 있었겠는가.(且使我有洛陽負郭田二頃 吾豈能佩六國相印乎)”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
  180. 183)양후陽侯 : 파도 귀신 이름이다. 원래 바다에 인접한 능양국陵陽國의 제후였는데, 물에 빠져 죽은 뒤에 큰 파도를 일으켜 사람을 해치는 악귀惡鬼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초사楚辭』 「구장九章」 ≺애정哀郢≻ 주석.
  181. 184)해골의 …… 것을 : 장자莊子가 초楚나라로 가다가 도중에 깡마른 해골을 발견하고는,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느냐고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는 그날 밤에 해골을 베고 잠을 잤는데, 그 해골이 꿈에 나타나서 장자의 말을 반박하며 “그대의 말은 변사와 같다. 그대가 말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허물이요, 죽은 사람은 그런 걱정이 없다. 죽으면 위로 임금도 없고, 아래로 신하도 없으며, 또한 네 계절의 변화도 없이 편안히 천지와 수명을 같이하니, 비록 남면하는 제왕의 즐거움이라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子之談者似辯士 視子所言 皆生人之累也 死則無此矣 死無君於上 無臣於下 亦無四時之事 從然以天地爲春秋 雖南面王樂 不能過也)”라고 말한 이야기가 『장자莊子』 「지락至樂」에 나온다.
  182. 185)광한廣寒 : 광한루廣寒樓, 즉 달 속의 선궁仙宮인 광한궁廣寒宮의 누각을 말한다.
  183. 186)괴안槐安의 고사 :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술 취해서 괴목槐木 아래에 잠깐 누워 잠든 사이에 괴안국槐安國의 부마駙馬가 되어 남가南柯의 태수로 삼십 년 동안 있으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꿈을 깨고 보니 괴안국은 바로 괴목의 남쪽 가지 밑에 있는 개미의 구멍이었다는 이야기가 당唐나라 이공좌李公佐의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에 나온다. 또 노분盧汾이란 사람이 괴목의 구멍 속에 들어가서 심우당審雨堂이라는 편액이 걸린 궁전에서 유쾌하게 놀다가 폭풍으로 들보가 무너지고 말았는데, 술이 깬 뒤에 보니 정원의 오래된 괴목의 가지가 바람에 부러져 있고, 그 속에 큰 개미구멍 하나가 있더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태평광기太平廣記』 권474 「요이기妖異記 노분盧汾」.
  184. 187)잠공岑公 : 이름은 도원道願. 강릉인江陵人으로 수隋나라 말기에 만주萬州 대강大江의 남쪽 산골로 피신하여 선도仙道를 닦은 결과 피부가 빙설氷雪같이 투명해지고 마침내 시해尸解하여 떠났다고 하는데, 당송唐宋 간에 충묘 대사沖妙大師 허감 진인虛鑑眞人의 호號가 가해졌다. 그가 은거하던 곳을 잠공동岑公洞이라고 하여 시문에서 신선의 동천洞天으로 많이 비유한다.
  185. 188)난석爛石에서 …… 품종일세 : 당唐나라 육우陸羽의 『다경茶經』 「원源」에 “상등품은 난석에서 나온 것이다.(上者 生爛石)”라는 말이 나온다. 난석은 바위가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생긴 돌이다.
  186. 189)보내온 …… 때문에 : 자신은 풀줄기에 비유하고 원감은 종에 비유했다는 말이다. 풀줄기와 종은 한漢나라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답객난答客難≻의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바가지로 퍼서 바닷물을 재며, 풀줄기로 종을 치는 격이다.(以筦窺天 以蠡測海 以筳撞鍾)”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문선文選』 권45.
  187. 190)흠산欽山이 …… 하였는데 : 일촉파삼관一鏃破三關의 공안公案으로 유명한 당唐나라 흠산 문수欽山文邃 선사의 말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25 「금릉보자도량문수도사金陵報慈道場文邃導師」에 이 말이 나오는데, “老僧平生 百無所解 日日一般”이라고 하여, 여기와 글자가 약간 다르게 되어 있다.
  188. 191)조주趙州는 내려놓으라고 했고 : 당나라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엄양嚴陽 존자尊者가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一物不將來時如何)”라고 하니, 조주가 “내려놓아라.(放下著)”라고 하였나. 엄양이 다시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내려놓는단 말인가.(一物不將來 放下箇甚麽)”라고 하니, 조주가 “그렇다면 지고 가라.(恁麽則擔取去)”라고 말한 일화가 『종용록從容錄』 57칙則에 나온다. ‘일물부장래一物不將來’라는 말은 ‘부모미생기전父母未生已前·희노애락미발전喜怒哀樂未發前’ 등과 같은 말로, 선종禪宗에서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용어이다.
  189. 192)망상妄想하지 마라 : 송宋나라 임제종臨濟宗의 분양 선소汾陽善昭 선사가 애용한 말로, 『분양무덕선사어록汾陽無德禪師語錄』 권중卷中에 이 말이 나온다.
  190. 193)문수文邃 : 당唐나라의 승려로 동산 양개洞山良介의 법을 이음.
  191. 194)인생은 …… 같나니 : 『장자莊子』 「지북유知北游」에 “천지간의 인생이란 마치 하얀 망아지가 담장 사이의 틈을 지나가는 것처럼 순간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이 나온다.
  192. 195)백발이 …… 같은데 : 오랜 세월 같이 지냈어도 처음 만난 것처럼 서먹서먹하다는 말이다. 『사기史記』 「추양전鄒陽傳」에 “흰 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만난 사이처럼 생소하기만 하고, 수레를 처음 맞댄 사이면서도 오랜 옛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바로 상대방을 알고 모르는 차이를 말해 주는 것이다.(諺曰 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라는 말이 나온다.
  193. 196)무상관無常觀 : 불교 관법觀法의 일종으로, 일체 만물의 변화에 상법常法이 없다고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비상관非常觀이라고도 한다.
  194. 197)예로부터 칠십은 드물었는데 : 두보杜甫의 “외상 술값이야 세상 어디나 보통 있는 일이지만, 일흔까지 사는 사람은 예로부터 드물기만 하다네.(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명구에서 고희古稀의 고사가 나왔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6 ≺곡강曲江≻.
  195. 198)평발平勃 :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창업한 진평陳平과 주발周勃의 합칭이다.
  196. 199)혜완嵆阮 : 죽림칠현竹林七賢인 혜강嵆康과 완적阮籍의 합칭이다.
  197. 200)한 번만이라도 …… 것 : 당唐나라 한조종韓朝宗이 형주 장사荊州長史로 명망이 높아 한 형주韓荊州로 일컬어졌는데, 이백李白의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에 “태어나서 만호후에 봉해지기보다는 한 번만이라도 한 형주를 알기를 원한다.(生不用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고 사람들이 일컫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98. 201)상복像服은 …… 것 : 승조僧肇가 유유민劉遺民에게 답한 글에 나오는 말로, 『조론肇論』 권1에 수록되어 있는데 “服像雖殊 妙期不二 江山雖緬 理契則隣”이라고 하여, 여기와는 조금 다르게 되어 있다. 그 뜻은 “두 사람의 겉모습에 도속道俗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심기心期는 서로 다르지 않고, 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진리를 계합한 면에서 보면 서로 가깝게 있다.”는 말이다.
  199. 202)범공范公 : 춘추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 범려范蠡를 가리킨다. 그가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도와서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패자覇者가 되게 한 뒤에 벼슬을 그만두고는 일엽편주一葉片舟를 타고 오호五湖로 나가서 성명姓名을 모두 바꾸고 숨어 살았던 고사가 전한다. 『오월춘추吳越春秋』 권10 「구천벌오외전勾踐伐吳外傳」.
  200. 203)적송赤松 : 전설상의 선인仙人인 적송자赤松子를 말한다. 한漢나라의 개국 공신인 장량張良이 유후留侯로 봉해진 뒤에,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적송자를 따라 노닐고 싶다.”고 하고는, 불 땐 음식을 먹지 않는 벽곡辟穀과 몸을 가볍게 하는 도인導引을 행했다는 기록이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온다.
  201. 204)홍애洪崖 : 선인仙人의 이름으로, 홍애洪厓라고도 한다. 일설에 황제黃帝의 신하 영윤伶倫이라고도 하고, 한漢나라 선인 위숙경衛叔卿 등과 함께 종남산終南山에서 박희博戱를 했다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수재睡齋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202. 205)장부張扶 : 한 성제漢成帝 때 좌풍익左馮翊의 적조연賊曹掾이 되었는데, 관원이 정기적으로 쉬는 휴가가 돌아와도 관아에 남아서 일을 처리하였으므로, 좌풍익 설선薛宣이 “관청에 공적인 직무가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는 또한 사은을 바라고 있다.(曹雖有公職事 家亦望私恩意)”면서 귀가를 종용한 고사가 전한다. 『한서漢書』 권83 「설선전薛宣傳」.
  203. 206)태선胎仙 : 학鶴의 별칭이다. 학은 원래 선금仙禽이란 칭호가 있고, 또 다른 조류鳥類와 달리 새끼를 태생胎生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204. 207)약호藥壺 : 선인 호공壺公이 약을 다 팔고 나서 들어가서 쉬는 호로병이라는 뜻으로, 신선의 세계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05. 208)용두회龍頭會 : 고려 때 문과文科 장원급제자들의 모임을 말한다.
  206. 209)힘 없는 …… 듯하오 :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한다는 말이다. 『벽암록碧巖錄』 21칙則 「수시垂示」에 “굴레를 벗고 짐을 풀어놓으면 태평한 시절이 도래한다.(脫籠頭 卸角馱 太平時節)”라는 말이 나온다.
  207. 210)큰물 건너는 배 : 재상宰相을 비유하는 말이다. 은 고종殷高宗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내가 만일 큰물을 건너게 되면 그대를 배와 노로 삼겠다.(若濟巨川 用汝作舟楫)”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서경書經』 「열명 상說命上」
  208. 211)헌체獻替 : 헌가체부獻可替否의 준말로, 군왕의 입장에서 행해야 할 것은 진헌進獻하고 행해서는 안 될 것은 폐기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209. 212)독선獨善 :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의 “곤궁해지면 자기의 몸 하나만이라도 선하게 하고, 뜻을 펴게 되면 온 천하 사람들과 그 선을 함께 나눈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210. 213)십 년 동안 …… 생각했으리오 : 충지가 오랫동안 인물을 찾았으나 구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다가, 황벽黃檗이 배휴裵休를 만난 것처럼 염 상국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는 말이다. 당나라 선자 화상船子和尙이 절강浙江 화정華亭에 작은 배 한 척을 띄워 놓고 사람들을 건네주며 설법하다가, 제자 협산 선회夾山善會를 얻어 법을 전한 뒤에 배를 엎어 버리고 떠난 고사가 전한다. 선림에서는 그가 협산 선회를 만난 것을 ‘선자득린船子得鱗’이라고 한다. 『조당집祖堂集』 권5,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황벽은 당나라 단제斷際 선사 희운希運의 별칭이다. 배휴는 선종宣宗 때의 상국相國으로, 불교를 독실히 믿고 적극적으로 외호外護하여 세상에서 하동 대사河東大士라 칭했는데, 황벽을 완릉宛陵으로 초청하여 법문을 듣고서 『완릉집宛陵集』을 편찬했으며, 또 황벽의 법어를 모아 『전심법요傳心法要』 1권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6 등.
  211. 214)궁자窮子 : 『법화경法華經』 「신해품信解品」의 ≺장자궁자유長者窮子喩≻에 나오는 빈궁한 아들을 가리킨다. 어떤 장자長者의 아들이 어려서 집을 나가 떠돌며 빈궁하게 살다가, 우연히 장자의 집 부근에서 배회하던 중에 장자의 눈에 띄어 집으로 돌아와 살게 되고, 마침내는 장자가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이라고 내외에 공식 선포하면서 집안의 재산을 물려주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212. 215)파음巴音으로 …… 하네 : 자격도 없이 법통을 이어서 부끄럽다는 뜻의 겸사謙辭이다. 파음은 파인巴人의 노래라는 뜻으로, 세상의 취향에 맞는 대중가요를 가리키고, 영가郢歌는 영郢 즉 초楚나라의 고상한 가곡이라는 말이다. 춘추시대에 초나라에서 어떤 나그네가 하리下里와 파인巴人이라는 속요俗謠를 부르니 수천 명이 따라 불렀고, 양아陽阿와 해로薤露의 노래를 부르니 몇 백 명이 따라 불렀는데, 고상한 양춘陽春과 백설白雪의 가곡을 부르니 몇 십 명밖에는 따라 부르지 못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문선文選』 권23 「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
  213. 216)침개針芥 : 땅 위에 바늘을 세우고 겨자씨를 던졌을 때 그 바늘에 맞는 것.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한 말이다. 『남본열반경南本涅槃經』 「순타품純陀品」.
  214. 217)전신錢神 : 금전金錢의 위력은 신물神物과 같다는 뜻으로 돈을 일컫는 말인데, 진晉나라 때 노포魯褒가 돈에 탐욕을 부리는 세상 사람들을 풍자하여 「전신론錢神論」을 지은 고사가 있다. 『진서晉書』 권94 「은일전隱逸傳」 ≺노포魯褒≻.
  215. 218)조백론棗栢論 : 당唐나라 화엄학자華嚴學者인 이통현李通玄 거사居士의 『화엄경華嚴經』에 대한 논서論書를 말한다. 그는 왕족 출신으로 천품이 뛰어나 일정한 스승 없이 홀로 공부하여 유불儒彿에 모두 정통하였는데, 산중에서 『신역 화엄경新譯華嚴經』을 참구하면서 매일 대추(棗)와 잣나무(栢) 잎만을 먹고 살았으므로 세상에서 조백 대사棗栢大士라고 칭하였다. 개원開元 18년(730년) 3월에 감실龕室에서 향년 96세로 좌화坐化하였으며, 송 휘종宋徽宗이 그에게 현교묘엄장자顯敎妙嚴長者라는 시호를 내렸다.
  216. 219)마갈다국摩竭陀國을 …… 끊어 버렸네 : 화엄의 묘리를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부처가 일곱 군데에서 『화엄경』을 설했다는 화엄칠처설華嚴七處說이 있는데, 그중에 맨 처음의 첫 번째 장소, 즉 제1처가 부처가 성도成道한 마갈다국摩竭陀國 아란야阿蘭若 보리도량(菩提場)으로서, 이곳에서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여래현상품如來現相品·보현삼매품普賢三昧品·세계성취품世界成就品·화엄세계품華嚴世界品·비로자나품毘盧遮那品 등 6품의 경문經文을 설하였고, 마지막 일곱 번째 장소, 즉 제7처處가 급고독원給孤獨園으로서, 이곳에서 입법계품入法界品을 설했다고 한다. 급고독원은 옛날 인도의 기타 태자祇陀太子 소유의 원림園林을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가 구입하여 정사精舍를 세운 다음 석가모니에게 희사했다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준말로, 기원정사祇園精舍라고도 하는데, 죽림정사竹林精舍와 더불어 불교 초기의 양대 사원으로 꼽힌다.
  217. 220)일백 성의 …… 물었나니 : 선재 동자가 남방의 110성城을 여행하며 선지식을 찾아다닌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의 내용을 말한다.
  218. 221)구회九會의 …… 상존尙存해라 : 석가모니가 생존 시에 화엄의 교리에 대해서 직접 설법하는 것을 듣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구회는 불타佛陀가 『화엄경』을 설명하는 법회를 모두 아홉 차례 열었다는 말인데, 이는 『신역 화엄경新譯華嚴經』의 이른바 칠처구회설七處九會說을 따른 것이다. 『구역 화엄경』에는 칠처팔회七處八會로 되어 있다.
  219. 222)부승負乘 : 『주역周易』 「해괘解卦」 ≺육삼효六三爻≻의 “등에 짐을 지고서 수레를 탔는지라, 도적이 자연히 이르리라.(負且乘 致寇至)”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등짐이나 져야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화엄을 강한다는 뜻의 겸사謙辭이다.
  220. 223)창호지 뚫는 파리의 습관 : 밖으로 나가려고 창호지에 달라붙는 파리나 벌처럼, 좁은 소견에 사로잡혀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는 중생의 잘못된 습관을 뜻한다. 당나라 고령 신찬古靈神贊 선사가 창가에서 불경을 보던 중에, 벌이 창호지에 달라붙어 밖으로 나가려고 애쓰는 것(蜂子投窓紙求出)을 목도하고는, “세계가 이처럼 광활한데 그쪽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저 종이만 뚫으려 하니 당나귀의 해가 와야만 나갈 수 있겠구나.(世界如許廣闊 不肯出 鑽他故紙 驢年去得)”라고 탄식한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9 「신찬장神贊章」.
  221. 224)서로 주반主伴 되는 일 : 주主는 주체主體, 반伴은 종속從屬을 뜻한다. 일체 만유萬有는 서로 주가 되고 반이 되는 일을 반복하며 연기緣起한다는 화엄종華嚴宗의 상즉상입相卽相入 사상을 가리킨다. 화엄 십현문十玄門 중의 하나인 주반원명구덕문主伴圓明具德門은 바로 이 뜻을 드러낸 것이다.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 권1,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권1.
  222. 225)봉鳳의 덕이 쇠했다 :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은자隱者 접여接輿가 공자孔子의 수레 앞을 지나면서, 봉鳳이란 본디 태평한 시대에만 나타나고 무도한 세상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어찌하여 무도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애써 도를 행하려고 돌아다니느냐는 뜻으로 공자를 기롱하며 “봉이여 봉이여, 어쩌면 그렇게 덕이 쇠했는가.(鳳兮鳳兮 何德之衰)”라고 노래한 것을 말한다. 『논어論語』 「미자微子」.
  223. 226)설령 …… 듯하여라 :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서시 같은 미인이 술래의 눈을 피해서 아무리 숨으려 해도 소용없는 것과 흡사하다.(恰似西施藏白地)”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14 ≺조낭중견화 희부답지趙郎中見和 戲復答之≻.
  224. 227)매복梅福 : 자字는 자진子眞으로, 한漢나라 때 남창현위南昌縣尉를 지냈으며, 왕망王莽이 정권을 잡자 처자를 버리고 은거하여 신선이 되었으므로, 보통 매선梅仙으로 칭해진다. 매복의 연못은 현재 강서성江西省 남창시南昌市에 그 유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한서漢書』 권67 「매복전梅福傳」.
  225. 228)강사江使 : 청강사자淸江使者의 준말로, 거북을 가리킨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의 “거북이 청강을 위해 하백이 있는 곳에 사신으로 간다.(爲淸江使河伯之所)”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226. 229) 태선胎仙 : 학鶴의 별칭이다. 학은 원래 선금仙禽이란 칭호가 있고, 또 다른 조류鳥類와 달리 새끼를 태생胎生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227. 230)차기는 …… 부끄러워라 : 충지가 국사의 자리를 새로 이어받은 것을 비유한 겸사謙辭이다.
  228. 231)방여기方輿記 : 남당南唐의 문자학자文字學者인 서개(徐鍇, 920~974년)의 저서.
  229. 232)한시韓詩 : 전한前漢의 경학자經學者 한영韓嬰이 지은 『시경詩經)』 해설서. 「내전內傳」 4권과 「외전」 6권을 저술하였으나, 남송南宋 이후 겨우 「외전」만이 전해짐.
  230. 233)태화봉 …… 낫는다네 : 한유韓愈의 고의古意라는 제목의 시에 나오는데, 『한창려집韓昌黎集』 권3에 수록되어 있다. 태화봉太華峯은 화산華山을 가리킨다.
  231. 234)운근雲根 : 바위산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의 안에 있는지라, 마을 인가가 운근 아래 모여 있네.(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산에 부딪쳐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14 ≺제충주용흥사소거완벽題忠州龍興寺所居院壁≻.
  232. 235)탑연嗒然 : 주객主客이 분리되지 않고 혼연히 하나가 되어 무심한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용어이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첫머리에 “남곽자기가 궤안에 기대어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고 숨을 쉬니, 그 모습이 탑연嗒然하여 물아物我의 대립을 모두 잊은 듯하였다.(南郭子綦 隱机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라는 구절이 나온다.
  233. 236)상가象駕 : 상왕象王 즉 불보살佛菩薩이 타는 수레라는 말로, 선대先代의 국사國師를 비유한 말이다.
  234. 237)두 눈동자 …… 것 : 다정한 눈길로 반갑게 바라보는 것을 뜻함.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 즉 흰 눈자위를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이고, 의기투합意氣投合하는 사람을 만나면 청안靑眼 즉 검은 눈동자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낸 고사가 전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 「간오簡傲」.
  235. 238)풀 줄기로 …… 부끄럽기만 : 풀 줄기는 충지 자신을, 큰 종은 윤해를 가리킴. 풀 줄기와 종은 한漢나라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답객난答客難의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고, 바가지로 퍼서 바닷물을 재며, 풀 줄기로 종을 치는 격이다.(以筦窺天 以蠡測海 以筳撞鍾)”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문선文選』 권45.
  236. 239)도선逃禪 : 좌선하다가 도망쳐 나온다는 말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소진은 수놓은 부처 앞에 오래 재계를 하다가도, 취하면 가끔 좌선하다 도망쳐 나오길 좋아했네.(蘇晉長齋繡佛前 醉中往往愛逃禪)”라는 구절이 나온다.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 권2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237. 240)노능盧能 : 성이 노씨盧氏인 육조 대사六祖大師 혜능慧能을 가리킨다.
  238. 241)문창文暢 : 당唐나라 승려의 이름이다. 한유韓愈가 그를 전송하며 써 준 ≺송부도문창사서送浮屠文暢師序≻가 있다. 『고문진보古文眞寶』와 『당송팔가문독본唐宋八家文讀本』에도 나온다.
  239. 242)스님은 …… 않았다네 : 당唐나라 마조 도일馬祖道一이 강서江西에서 선풍禪風을 떨치고 있을 적에, 그의 스승 남악 회양南嶽懷讓이 그 경지를 알아볼 목적으로 승려를 보내어 요즘 어떠한지(作麽生) 물어보게 하자, 마조가 “호란이 있은 뒤로부터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염장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自從胡亂後 三十年不曾少鹽醬)”라고 답변하였는데, 남악이 그 말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오등회원五燈會元』 권3 「남악회양선사南嶽懷讓禪師」.
  240. 243)신로信老 : 중국 선종禪宗의 4조祖인 도신道信을 가리킨다. 정관貞觀 17년(643년)에 당 태종唐太宗이 서울로 세 차례나 불렀으나 오지 않자, 만약 또 응하지 않으면 목을 베어 오라고 명하였는데, 도신이 태연히 목을 늘이면서 베어 가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태종이 더욱 찬탄하며 비단 가사袈裟를 하사한 고사가 전한다. 『속고승전續高僧傳』 권26, 『오등회원五燈會元』 권1.
  241. 244)나찬懶瓚 : 당唐나라 형악사衡岳寺의 고승 명찬明瓚을 가리킨다. 그의 성격이 게으른데다 남이 먹다 남긴 밥만 먹기 때문에 나잔懶殘 그리고 나찬懶瓚이라는 호를 얻게 되었는데, 이필李泌이 일찍이 그 절에서 독서를 하다가 심야에 그를 찾아가자, 마침 쇠똥으로 불을 지펴 구워 먹고 있던 토란을 나눠 주면서 이필이 앞으로 재상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천자의 조서에 답하지 않은 고사는 미상이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9.
  242. 245)노능盧能은 …… 물리쳤네 : 노능은 성이 노씨인 혜능慧能을 가리킨다. 당 중종唐中宗 신룡神龍 원년(705년)에 황제가 내시內侍 설간薛簡을 파견하여 혜능을 서울로 불렀으나, 병을 핑계대고 고사固辭하며 가지 않자, 황제가 가사袈裟와 발우鉢盂 등 물품을 하사한 고사가 전한다. 항표抗表는 거절하는 표문이라는 뜻이고, 중사中使는 내시를 가리킨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8.
  243. 246)동산을 …… 걷노라니 : 참고로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만청부晩晴賦≻에 “비 갠 가을 모습 금방 목욕한 듯하여, 동산을 꺾어 돌아 조용히 거니노라.(雨晴秋容新沐兮 折繞園而細履)”라는 표현이 나온다. 『번천문집樊川文集』 권1.
  244. 247)변화 …… 않겠는가 :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맨 마지막에 “자연의 변화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천명을 즐길 뿐 또 무얼 의심하랴.(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라는 표현이 나온다.
  245. 248)세한歲寒 : 추운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르른 소나무처럼 어떤 난관도 극복하고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을 뜻하는 말로, 『논어論語』 「자한子罕」의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송백이 제일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雕)”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246. 249)이 몸이 …… 믿는다면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또한 아침 이슬이나 번갯불과 같으니, 응당 이렇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니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라는 말이 나온다.
  247. 250)칼로 …… 지니리오 : 『오등회원五燈會元』 권2 「영가진각선사永嘉眞覺禪師」에 “마음이 공과 상응하면 헐뜯거나 칭찬해도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기뻐할 것이며, 몸이 공과 상응하면 칼로 베거나 향으로 바른다 해도 무엇을 괴로워하고 무엇을 즐거워하랴.(心與空相應 則譏毀讚譽 何憂何喜 身與空相應 則刀割香塗 何苦何樂)”라는 말이 나온다.
  248. 251)교언巧言과 영색令色과 주공足恭 :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색을 좋게 꾸미고,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는데, 나도 이것을 부끄러워한다.(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249. 252)상골象骨 : 설봉雪峰의 다른 이름이다. 중국 복건福建 민후현閩侯縣에 있는 설봉산雪峰山은 원래 이름이 상골象骨이었는데, 당나라 의존義存 선사가 “산 정상은 무더운 여름인데도 눈이 쌓였다.(山頂暑月猶有積雪)”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하여 설봉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송고승전宋高僧傳』 권12 「설봉의존장雪峰義存章」.
  250. 253)보살菩薩의 …… 보면 : 『신화엄경新華嚴經』 권45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동북쪽 바다 가운데에 금강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담무갈 보살曇無竭菩薩이 1만 2천 보살과 함께 항상 반야般若를 설법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담무갈曇無竭은 범어梵語 Dharmodgata의 음역音譯인데, 보통 법기 보살法起菩薩로 많이 알려져 있다. 금강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금강산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251. 254)진정토眞淨土 : 정토는 사정토事淨土·상정토相淨土·진정토眞淨土의 세 종류로 나뉘고, 진정토는 다시 보살菩薩의 이망진토離妄眞土와 부처의 순정진토純淨眞土로 나뉜다는 말이 혜원慧遠의 『대승의장大乘義章』 권19에 나온다.
  252. 255)송라松蘿 : 금강산 만폭동萬瀑洞에 있는 송라암松蘿庵을 가리킨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47 「회양도호부淮陽都護府」.
  253. 256)옛날 …… 다투었는걸 : 중국 선종 5조祖 홍인弘忍의 문하인 혜능慧能과 신수神秀가 서로 6조祖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이른바 돈오頓悟의 남종南宗과 점수漸修의 북종北宗으로 분립分立한 것을 말한다.
  254. 257)비람毘嵐 : 비람풍毘嵐風의 준말로, 범어梵語 vairambhaka를 음역音譯한 것인데, 우주의 시초와 종말에 불어온다는 신속하고 맹렬한 바람을 말한다.
  255. 258)소림사少林寺 : 중국 선종 초조初祖인 달마達磨가 머문 사찰. 여기서는 송광사松廣寺 조계종曹溪宗의 선맥禪脈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256. 259)근진根塵 : 육근六根과 육진六塵. 육근은 인식 주체인 인간의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육진은 인식 대상인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을 말한다.
  257. 260)모추자毛錐子 : 모필毛筆 즉 붓을 가리킨다.
  258. 261)원두園頭 : 선림禪林에서 채소밭 가꾸는 일을 맡은 승려를 말한다. 원두圓頭라고도 한다.
  259. 262)북주울단월北洲鬱單越 : 수미須彌 사주四洲 중 하나로, 사주 중에서 가장 안락하고 평화로운 낙토樂土라고 한다. 대지가 황금으로 되어 있어, 주야로 항상 빛나는가 하면, 각종 물품이 풍족하여 모두 공유共有하고 도적이나 악인이 없으며, 수명은 1천 세이고 죽은 뒤에는 도리천忉利天이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난다고 한다. 북구로주北俱盧洲라고도 한다.
  260. 263)비야毗耶의 …… 없으니 : 노거사는 인도 비야리성毗耶離城에 거했던 유마 거사維摩居士를 가리킨다. 중향국衆香國의 향적 여래香積如來가 먹는 음식을 향적반香積飯이라고 하는데, 향적 여래가 이 향적반을 화보살化菩薩에게 발우鉢盂 가득 담아 주고, 화보살이 다시 유마 거사維摩居士에게 가득 담아 주어, 비야리성毗耶離城 및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그 향기가 두루 퍼지게 했다는 이야기가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향적불품香積佛品」에 나온다.
  261. 264)영씨嬴氏와 유씨劉氏 : 영정嬴政 즉 진시황秦始皇의 진秦나라와 유방劉邦의 한漢나라를 가리킨다.
  262. 265)붕안鵬鷃 : 대붕大鵬과 척안斥鷃의 합칭이다. 대붕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새이고, 척안은 메추라기와 같은 작은 새로서, 각각 대소大小를 나타내는데,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첫 머리에 이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263. 266)용상龍象 : 물 속의 용과 땅 위의 코끼리처럼 큰 힘을 지닌 아라한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인데, 보통 고승高僧의 대명사로 쓰인다.
  264. 267)예로부터 …… 미경美景 : 남조南朝 송宋 사영운謝靈運의 ≺의위태자업중집시서擬魏太子鄴中集詩序≻에 “이 세상에서 좋은 계절과 아름다운 경치와 이를 감상하는 마음과 즐거운 일 등 이 네 가지를 함께 얻기는 어려운 일이다.(天下良辰美景賞心樂事 四者難幷)”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양신良辰과 미경美景과 상심賞心과 낙사樂事를 사미四美라고 일컫게 되었다.
  265. 268)다유茶乳 : 가루차를 차 사발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저으면 일어나는 흰 거품을 가리킨다.
  266. 269)부굴富窟로 …… 것을 : 당唐나라의 거부巨富 왕원보王元寶가 금은金銀을 쌓아 집을 짓고, 구리 줄로 돈을 꿰어 뒷동산 꽃길을 장식하였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왕가부굴王家富窟’이라고 불렀다는 고사가 전한다.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 권하.
  267. 270)지극히 …… 것을 : 한 무제漢武帝 때 제齊나라 사람인 동곽 선생東郭先生이 살림이 매우 빈궁하여 바닥이 없는 신발을 신고 눈 위를 걸어 다니자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권126 ≺동곽선생전東郭先生傳≻.
  268. 271)원래 …… 잃었는데 : 현실적으로는 시비是非와 득실得失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결과가 되고 만다는 말이다. 장臧과 곡穀 두 사람이 양羊을 돌보던 중에, 장은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리고 곡은 노름을 하다가 양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나온다.
  269. 272)우경耦耕하는 …… 묻고 : 우경은 짝 지어 밭을 간다는 뜻으로, 소란한 세상을 피해 은거하여 농사짓는 것을 뜻한다. 공자孔子가 제자들을 데리고 천하를 주유周遊하다가 초楚나라에 들렀을 때 은자隱者인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이 짝을 지어 밭을 갈고 있는 것(耦而耕)을 보고는 자로子路에게 나루터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게 했던 고사가 전한다. 『논어論語』 「미자微子』.
  270. 273)학포學圃의 번지樊遲 : 공자의 제자 번지가 채마밭 가꾸는 법을 배우고 싶다(請學圃)고 하자, 공자가 “나는 채마밭의 늙은 농사꾼(老圃)만 못하다.”고 대답한 이야기가 『논어』 「자로子路」에 나온다.
  271. 274)돈 두르고 …… 있나 :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옛날에 네 사람이 각자 자기의 소원을 말하는 중에, 한 사람은 양주자사楊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 한 사람은 많은 재물을 얻기를 원하고, 한 사람은 학을 타고서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돈을 두르고, 학을 타고서 양주로 날아가고 싶다.(腰纏十萬貫 騎鶴上楊州)”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연감유함淵鑑類函』 조鳥3 학鶴3
  272. 275)영특한 …… 하였도다 : 전국시대 오왕吳王 부차夫差가 충신 오자서伍子胥에게 촉루검屬鏤劍을 내리며 자결을 명하자, 그가 죽기 전에 “나의 눈알을 뽑아서 오나라 동문에 걸어 두어,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보게 하라.(抉吾眼 置之吳東門 以觀越之滅吳也)”라고 유언한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 또 부차가 미인 서시西施를 위해 고소대姑蘇臺를 세우고는 날마다 이곳에서 노닐며 정사를 돌보지 않았으므로, 오자서伍子胥가 간절히 간했는데도 듣지 않자, 오자서가 “이제 곧 오나라가 망하여 고소대 아래에서 사슴이 노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今見麋鹿遊姑蘇之臺)”라고 경고했는데,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월越나라에게 멸망을 당했던 고사가 있다. 『사기史記』 권118 「회남왕전淮南王傳」.
  273. 276)머리 …… 물가 :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모함을 받고 조정에서 쫓겨난 뒤에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쫓겨난 뒤에 강담에서 노닐며 택반에서 읊조리고 다녔다.(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는 말이 나온다.
  274. 277)재명才名이 …… 귀양갔다네 : 성군聖君으로 일컬어지는 한 문제漢文帝 초기에 가의賈誼가 재능을 인정받아 박사博士에서 일약 태중대부太中大夫로 승진했다가, 이를 시기하는 권신權臣의 참소를 입고 장사왕태부長沙王太傅로 좌천되어 귀양간 것을 말한다. 『사기史記』 권84 「가생전賈生傳」.
  275. 278)패금貝錦 : 자개 무늬 비단처럼 없는 사실을 그럴 듯하게 꾸며 낸 것을 말하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 ≺항백巷伯≻의 “울긋불긋 잘도 짠 자개 무늬 비단이여, 참소하는 저 사람 또한 너무 심하지 아니한가.(萋兮斐兮 成是貝錦 彼讒人者 亦已大甚)”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276. 279)내가 …… 좋아하며 :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남이 좋아하는 것만 덩달아 좋아하고,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지 못하는 자(適人之適而不自適其適者)”가 되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데, 원문의 適自適은 여기에서 인용한 것이다.
  277. 280)회당晦堂 : 수선사修禪社 5세世인 원오 국사圓悟國師 천영天英의 당호堂號이다.
  278. 281)이 일이 …… 것인가 : 사람들이 이 문집을 간행한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비평할 것인지, 아니면 함께 공감하면서 진가眞價를 인정할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연성連城은 연성벽連城璧의 준말로, 전국시대 진秦나라 소왕秦昭王이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15성과 바꾸자고 청한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진귀한 옥돌을 형산荊山에서 얻어 초왕楚王에게 바쳤다가 임금을 속인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두 차례나 발이 잘려 통곡을 하였는데, 나중에 가서야 겨우 왕에게 진가를 인정받고서 천하제일의 보배인 화씨벽和氏璧을 만들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한비자韓非子』 권4 「화씨和氏」.
  279. 282)염부閻浮 : 수미산須彌山 사대주四大洲의 남주南洲에 있다는 염부제閻浮提의 준말이다. 원래는 인도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나중에는 인간 세상의 총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장아함경長阿含經』 권18 「염부제주품閻浮提洲品」.
  280. 283)포주浦珠가 …… 지켰다 : 보물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오게 되었다는 말이다. 합포合浦의 바다 속에서 진주가 많이 나오더니, 어느 태수太守가 탐욕을 부리자 점차 교지군交趾郡으로 진주가 옮겨 갔는데, 후한後漢의 맹상孟嘗이 합포에 부임하여 폐단을 개혁하고 청렴한 정사를 펼치자, 진주가 다시 예전 상태로 복귀하여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진주귀포眞珠歸浦의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순리전循吏傳」 ≺맹상孟嘗≻. 또 전국시대 조趙나라 인상여藺相如가 화씨벽和氏璧을 가지고 진秦나라에 갔다가, 15개의 성城과 바꾸겠다는 진나라의 약속이 미덥지 못하자, 다시 화씨벽을 온전히 보존해서 조나라로 돌려보냈던 완벽귀조完璧歸趙의 고사가 전한다.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
  281. 284)단계丹桂의 외과巍科 : 장원급제를 비유한 말이다. 진 무제晉武帝 때 극선郤詵이 현량대책賢良對策에서 장원壯元을 하였는데, 소감을 묻는 무제의 질문에 “계수나무 숲의 가지 하나요, 곤륜산의 옥돌 한 조각이다.(桂林之一枝 崑山之片玉)”라고 답변한 고사에서 유래하여, 계수나무가 장원급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진서晉書』 권52 「극선전郤詵傳」.
  282. 285)용두龍頭 : 장원급제를 뜻하는 말이다. 고려 때 문과 장원급제자들의 모임을 용두회龍頭會라고 하였다.
  283. 286)충경 왕사冲鏡王師 : 조계산曹溪山 수선사修禪社 제4세 진명 국사眞明國師를 가리킨다. 속성은 이씨李氏이고, 이름은 혼원混元이다. 『동문선東文選』 권117에 그의 비명碑銘이 수록되어 있다.
  284. 287)진각眞覺 : 수선사 제2세 진각 국사 혜심慧諶을 가리킨다.
  285. 288)소융小融 : 수선사 제3세 청진 국사淸眞國師 몽여夢如를 가리킨다.
  286. 289)사생四生 : 네 종류의 중생이라는 뜻의 불교 용어로,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을 가리킨다.
  287. 290)칠중七衆 : 불교 교단을 구성하는 일곱 종류의 사람들로, 출가자出家者인 비구比丘·비구니比丘尼·사미沙彌·사미니沙彌尼·식차마나式叉摩那와, 재가자在家者인 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를 가리킨다.
  288. 291)가죽을 …… 있었겠습니까 : 달마達磨가 제자 4인의 경지를 점검하면서, 3인에게는 각각 나의 가죽(皮)과 살(肉)과 뼈(骨)를 얻었다고 한 뒤에, 마지막 혜가慧可에 대해서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고 하며 의발衣鉢을 전한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보리달마菩提達磨」.
  289. 292)단칠斷七 : 사십구재四十九齋의 별칭이다. 사람이 죽은 뒤에 7일마다 재齋를 올리며 불사佛事를 행하다가, 칠칠七七, 즉 49일째 되는 날에 그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290. 293)귀삼歸三 : 귀의삼보歸依三寶의 준말로, 삼보 즉 불佛·법法·승僧에 귀의하는 것을 말한다.
  291. 294)사중四衆이 …… 축하하였습니다 : 사중은 불교의 비구比丘·비구니比丘尼·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 즉 남녀 승려와 남녀 신도를 가리키는 말로, 사부중四部衆 혹은 사부대중四部大衆이라고도 한다. 또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에 “집을 크게 지으면 제비와 참새가 서로 축하하고, 목욕할 준비를 하면 벼룩과 이가 서로 애도한다.(大厦成而燕雀相賀 湯沐具而蟣蝨相弔)”라는 말이 나온다.
  292. 295)난초 향기 :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자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말에서는 난초 향기가 풍겨 나온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293. 296)거문고 …… 슬픔 : 지기知己가 세상을 떠난 슬픔을 말한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연주할 때마다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제대로 알아듣고서 평을 하였는데,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더 이상 지음知音이 없다면서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열자列子』 「탕문湯問」, 『여씨춘추呂氏春秋』 「본미本味」.
  294. 297)침상을 마주하는 일 : 형제나 친구가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함께 잠을 자며 즐겁게 담소하는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 시인 위응물韋應物의 시에 “나는 고을의 절부節符를 사양하며 떠났고, 그대는 바깥 일에 끌려다니는 처지. 어찌 알았으랴 눈보라 치는 이 밤에, 다시 이렇게 침상을 마주하고 누워 잘 줄을.(余辭郡符去 爾爲外事牽 寧知風雪夜 復此對床眠)”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위소주집韋蘇州集』 권3 ≺시전진원상示全眞元常≻.
  295. 298)석가모니께서 …… 전하였습니다 : 제1대 마하가섭으로부터 제2대 아난존자阿難尊者를 거쳐 제28대 보리달마까지 인도의 불법이 이어졌다는 말이다.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석가가 염화시중拈花示衆했을 적에, 대중이 모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오직 가섭만이 빙그레 웃자, 석가가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正法眼藏·열반묘심涅槃妙心·실상무상實相無相·미묘법문微妙法門·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했다는 말이, 『불조통기佛祖統記』 권5와 『연등회요聯燈會要』 권1 등에 나온다.
  296. 299)보리달마菩提達磨가 …… 이어졌습니다 : 보리달마가 중국에 선을 전하여 초조初祖가 된 이후로 제2조 혜가慧可를 거쳐 제6조 혜능慧能에까지 중국의 선맥禪脈이 이어졌다는 말이다. 신광神光은 혜가의 초명初名이다. 그가 소림사로 달마를 찾아가서 밤새도록 눈이 쌓인 뜨락에 공손히 서서 도를 구했으나 달마는 면벽만을 한 채 한 마디 말도 건네지를 않았는데, 이에 신광이 계도戒刀로 자신의 왼쪽 팔을 찍어 그 팔을 바치자 달마가 혜가라고 이름을 지어 주고 비로소 입실入室을 허락했다는 ‘설중단비雪中斷臂’의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297. 300)구봉九峯의 …… 이어졌습니다 : 구봉은 신라의 구산선문九山禪門을 가리키고, 오엽五葉은 송광사松廣寺 수선사修禪社의 다섯 국사國師를 가리킨다. 상구桑丘는 우리나라의 별칭이고, 송교松嶠는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曹溪山의 별칭이다.
  298. 301)난야練若 : 범어梵語 āraṇyaka의 음역音譯인 아란야가阿練若迦의 준말로, 출가자가 수행하는 조용한 곳, 즉 사원을 말한다. 아란야阿蘭若 혹은 줄여서 난야蘭若라고도 한다.
  299. 302)순야다舜若多 : 범어梵語 śūnyatā의 음역音譯으로, 공성空性으로 의역된다.
  300. 303)삭가라爍迦羅 : 범어 cakra의 음역으로, 금강金剛으로 의역된다.
  301. 304)사생四生 :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을 가리킨다.
  302. 305)구류九類 : 삼계三界 중생衆生이 출생하는 아홉 가지 형태를 말한다. 삼계 공통인 위의 ‘사생四生’에, 색계色界의 ‘유색有色’과 무색계無色界의 ‘무색無色’과 무색계 중에서 무상천無想天을 제외한 제천諸天의 ‘유상有想’과 무색계 중 무상천의 ‘무상無想’과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을 합한 것이다.
  303. 306)삼신三身 : 부처의 세 가지 몸, 즉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말한다.
  304. 307)조음潮音 : 해조음海潮音의 준말로, 불보살의 장엄한 음성을 비유한 말이다.
  305. 308)용수龍樹가 …… 전하였고 : 불타가 입멸入滅하고 7백 년쯤 뒤에 용수가 용궁龍宮에서 『화엄경華嚴經』의 3본本을 보았는데, 상과 중 2본은 분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수지受持할 수 없었기 때문에 10만 게偈 48품品의 하본下本만 암송해서 인도에 전파했다는 기록이 당나라 법장法藏의 『화엄경전기華嚴經傳記』 권1에 전한다.
  306. 309)법란法蘭이 …… 들어왔습니다 : 후한後漢 명제明帝 영평永平 연간에, 천축天竺의 축법란竺法蘭과 섭마등攝摩騰 등 두 승려가 백마白馬에 불경을 싣고 낙양洛陽에 들어오자, 명제가 칙령을 내려 낙양의 서양문西陽門 외곽에 중국 최초의 정사精舍를 건립하게 하고 백마사白馬寺라고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 「백마사白馬寺」.
  307. 310)돌을 …… 것 : 공공씨共工氏가 전욱顓頊과 싸우다가 성이 나서 부주산不周山을 머리로 치받자 하늘 기둥이 부러지면서 하늘은 서북쪽으로 기울고 땅은 동남쪽으로 꺼졌다는데, 이에 여와씨女媧氏가 자라의 다리를 잘라서 땅의 사방 기둥을 받쳐 세우고, 오색五色의 돌을 구워서 터진 하늘을 메웠다는 전설이 있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 『열자列子』 「탕문湯問」.
  308. 311)황매黃梅의 파강簸糠 : 육조 대사六祖大師 혜능慧能이 처음 황매산黃梅山으로 오조五祖 홍인弘忍을 찾아갔을 때, 홍인이 그의 법기法器를 알아보고는 짐짓 8개월 동안 방아를 찧게 하고는, 조용히 방앗간으로 홀로 찾아가서 방아는 다 찧었느냐고 묻자, 혜능이 방아는 오래 전에 다 찧었고 ‘키로 쭉정이를 까부는 일(簸糠)’만 남았다고 대답한 일화를 말한다.
  309. 312)단하丹霞의 잔초剗草 : 당나라 단하 천연丹霞天然 선사가 석두 희천石頭希遷을 찾아가자, 석두가 3년 동안 부엌일을 시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일은 불전 앞의 풀을 깎겠다.(來日剗佛殿前草)”라고 대중에게 고하였는데, 이 말을 듣고 대중은 모두 낫을 들고서 풀을 베었으나, 단하만은 대야에 물을 떠서 머리를 감고 석두 앞에 꿇어앉으니, 석두가 웃으면서 머리를 깎아 준 일화를 말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단하천연丹霞天然」.
  310. 313)남쪽에 …… 받고서 : 선재 동자가 남방의 1백 10성城을 여행하며 선지식을 찾아다닌 고사를 인용하여 표현한 것.
  311. 314)수레 …… 학鶴 : 자격도 없이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처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시대 위衛나라 의공懿公이 학을 좋아해서 대부大夫가 타는 수레에 그 학을 태우고 다녔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민공閔公 2년.
  312. 315)동원 노인東院老人 : 조주趙州 관음원觀音院, 즉 동원東院에 머물며 선풍禪風을 떨치다가 120세의 나이로 입적한 당나라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를 말한다.
  313. 316)남양 고불南陽古佛 : 당나라의 남양 혜충南陽慧忠 국사國師를 말한다. 고불古佛은 덕이 높은 승려에 대한 존칭인데, 장벽墻壁이나 와력瓦礫 속에도 고불의 마음이 들어 있다는 혜충의 무정설법無情說法이 유명하기 때문에 충지가 이렇게 호칭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는 현종玄宗·숙종肅宗·대종代宗 삼조三朝에 걸쳐 깍듯한 예우를 받았다.
  314. 317)용맹龍猛의 …… 못했지만 : 용수龍樹에게 가나제바迦那提婆가 찾아왔을 때, 용수가 지혜를 시험해 볼 목적으로 제자에게 명하여 물을 가득 채운 발우를 그의 앞에 놓게 하였는데, 제바가 즉시 바늘 하나를 물속에 집어넣자, 용수가 크게 찬탄하며 제자로 삼은 뒤에 묘법을 전수해 주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제바는 뒤에 서천西天의 제15조祖가 되어 인도 각지를 유력하면서 외도外道를 조복調伏했다고 한다. 발우에 가득 물을 담은 것은 용수의 충만한 지혜를 상징하고, 바늘을 집어넣은 것은 밑바닥까지 철두철미하게 알고 싶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용맹龍猛은 용수의 별칭이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10과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2 등에 나온다.
  315. 318)석두石頭의 … 인연 : 주 312 참조.
  316. 319)동진同塵 :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준말로, 특별히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세상과 원만하게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노자老子』 4장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함께 한다.(和其光 同其塵)”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317. 320)비람毘嵐 : 태풍의 별칭.
  318. 321)대각황大覺皇의 …… 마련입니다 : 대각황은 부처의 별칭이다. 감응이 있으면 통한다는 말은,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적막한 가운데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도 일단 감응을 하게 되면 마침내 이 세상의 모든 일에 통하게 되는 것이다.(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또 묘명妙明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송나라 주돈이周敦頤의 『통서通書』 「성聖」 제4에 “적연부동寂然不動한 것이 성誠이요, 감이수통感而遂通하는 것이 신神이요, 움직이려 하면서도 아직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유有와 무無의 사이에 있는 것이 기幾이다. 성誠은 정精하기 때문에 명明하고, 신神은 응應하기 때문에 묘妙하고, 기幾는 미微하기 때문에 유幽하다. 성과 신과 기의 요소를 모두 갖춘 분을 성인聖人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319. 322)요년堯年 : 요 임금의 수명이라는 말인데, 옛날 화봉인華封人, 즉 화華 땅을 지키는 사람이 요 임금에게 수壽와 부富와 다남多男을 기원하며 축도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나온다.
  320. 323)황복荒服 : 왕기王畿에서 2천 5백 리 떨어진 지역으로, 오복五服 중에서 가장 먼 중국의 변두리이다.
  321. 324)황천皇天이 …… 못합니다마는 : 황제의 도성이 북두성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직접 찾아가서 조회朝會하는 대열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신소辰所는 북두성이 있는 곳을 말하고, 공북拱北은 뭇 별들이 북두성을 옹위하는 것처럼 신하가 임금을 모시는 것을 말하는데, 『논어論語』 「위정爲政」의 “덕정德政을 펴게 되면, 북두성이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뭇 별들이 옹위하는 것처럼 될 것이다.(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라는 말에서 발췌한 것이다.
  322. 325)솔토率土가 …… 입었습니다 : 온 천하 사람들이 모두 원나라 황제의 신하라서, 남쪽의 고려에 있는 충지 역시 그 교화를 받게 되었다는 말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북산北山≻의 “하늘 아래 모든 곳이 왕의 땅 아님이 없으며, 땅의 모든 물가에 이르기까지 왕의 신하 아님이 없다.(普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라는 말과, 『서경書經』 「우공禹貢」 말미의 “동쪽으로는 바다에까지 다다랐고, 서쪽으로는 유사에까지 이르렀으며, 북쪽과 남쪽에도 모두 그 힘이 미쳐서, 우禹의 명성과 교화가 온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東漸于海 西被于流沙 朔南曁 聲敎訖于四海)”라는 말을 발췌한 것이다.
  323. 326)강릉岡陵처럼 : 『시경詩經』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저 멧부리처럼, 저 구릉처럼(如岡如陵)” 하는 식으로, 아홉 가지의 예를 들어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이른바 ‘구여지축九如之祝’이 나온다.
  324. 327)문궤文軌 : 문자와 수레라는 말로, 세계가 통일되어 중국이라는 하나의 문화권 안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곧잘 쓰이는 표현이다. 『중용中庸』의 “지금 온 천하가 같은 수레를 타고 같은 문자를 쓰게 되었다.(今天下車同軌 書同文)”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325. 328)기성碁聖으로 일컬어진 마수명馬綏明 :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을 기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엄자경과 마수명에게 기성의 이름이 있는 것이다.(善圍碁者 世謂之碁聖 故嚴子卿馬綏明 有碁聖之名)”라는 말이 『포박자抱朴子』에 나온다고 『태평어람太平御覽』 권752 [교巧]에 실려 있다.
  326. 329)기선碁仙에게 배운 왕적신王積薪 : 왕적신은 당 현종唐玄宗 때의 한림학사로, 바둑의 고수였다. 그가 산골의 어느 집에 묵었을 때, 고부姑婦가 서로 동쪽과 서쪽 방에 앉아서 밤중에 등불도 없이 입으로 바둑을 두더니, 이윽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네가 졌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아홉 점밖에 이기지 못했다.(子敗矣 吾止勝九枰耳)”라고 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왕적신이 가르침을 청하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공수攻守에 대한 법을 가르쳐 주게 하였는데, 그 이후로 기예가 날로 발전하여 천하무적이 되었다고 한다. 당나라 설용약薛用弱이 지은 『집이기集異記』 「왕적신王積薪」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기선碁仙은 고부姑婦를 가리킨다.
  327. 330)황량黃粱의 꿈 : 노생盧生이 도사 여옹呂翁의 베개를 베고 잠을 자는 동안 한평생의 부귀영화를 한껏 누렸는데, 잠을 깨고 보니 아직도 메조(黃粱) 밥이 지어지지 않았더라는 꿈 이야기로, 인간 세상의 영욕榮辱이 한바탕 꿈처럼 부질없는 것을 가리킨다.
  328. 331)대낮에 승천한 것 : 신선과 같은 생활이라는 말이다.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신선이 되는 단약丹藥을 제련하여 온 가족을 이끌고 대낮에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신선전神仙傳』 「유안劉安」에 전한다.
  329. 332)하늘을 메우는 연석鍊石 : 오색 돌을 구워서 터진 하늘을 메웠다는 여와씨女媧氏의 전설을 말함.
  330. 333)물고기들이 …… 물론이요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의 “물이 바짝 말라 물고기들이 땅바닥에 처하게 되면, 서로들 김을 내뿜어 축축하게 해 주고 서로들 거품으로 적셔 준다.(相呴以濕 相濡以沫)”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331. 334)매미의 뱃속 : 매미는 이슬만 마셔서 뱃속이 텅 비고, 거북이는 배고픔을 참아 창자가 가늘기 때문에, 곤궁함을 비유할 때 선복귀장蟬腹龜腸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남제서南齊書』 「왕승건전王僧虔傳」에 “선복귀장의 처지로 지낸 날이 이미 오래되었다.(蟬腹龜腸 爲日已久)”라는 말이 나온다.
  332. 335)능감菱鑑 : 뒤에 마름꽃이 새겨진 구리 거울. 여기서는 부처님의 밝은 감식안을 말함.
  333. 336)학철涸轍에서 …… 물고기 : 곤경에 처해서 다급하게 구원을 요청할 때 쓰는 말이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수레바퀴 자국(涸轍)에 고인 얕은 물 속에서 메말라 죽어 가며 헐떡이는 붕어가 물을 조금만 부어 주면 살 수 있겠다고 애원하는 ‘학철부어涸轍鮒魚’의 이야기가 나온다.
  334. 337)강릉岡陵 : 주 326 참조.
  335. 338)육시六時에 …… 것 : 항상 임금을 위해 만세를 부르며 축수祝壽한다는 말이다. 육시는 주야晝夜를 여섯으로 나누는 불교의 시간 구분법으로, 아침(晨朝)·낮(日中)·해질 녘(日沒)·초저녁(初夜)·밤중(中夜)·새벽(後夜)을 가리킨다. 산호山呼는 한 무제漢武帝가 숭산嵩山에 올라갔을 때, 어디선가 만세 소리가 세 번 들려왔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숭호嵩呼라고도 한다. 『한서漢書』 「무제기武帝紀」.
  336. 339)옥촉玉燭의 조화 : 옥촉은 촛불이 온윤溫潤하게 밝게 비치듯 사시의 기후가 화창한 것을 말한다. 옥촉의 조화는 음양陰陽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서 계절에 따라 알맞은 기후가 펼쳐지듯이, 성군이 태평성대를 이루는 것을 가리킨다.
  337. 340)선기璿璣 :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관측하던 기구인 선기옥형璿璣玉衡의 약칭으로, 혼천의渾天儀라고도 한다. 구형球形의 표면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을 그려 넣고 사각四脚의 틀 위에 올려놓고서 이를 회전시키며 천체를 관측하였는데, 고대에는 이 기구를 바로잡는 것으로 정치의 기본을 삼았다.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선기옥형을 살펴 칠정을 가지런히 한다.(在璿璣玉衡 以齊七政)”라는 말이 나온다.
  338. 341)남수南狩 : 왕이 동정東征, 즉 일본 정벌을 독려하기 위해 남쪽 지방을 순시한 것을 말한다.
  339. 342)백옥白玉의 털 : 여래如來 32상相의 하나로, 미간眉間에 있다는 백옥과 같은 흰 털을 말하는데, 거기에서 대광명大光明을 발산하여 시방 세계十方世界를 비춘다고 한다. 백호白毫 혹은 옥호玉毫라고 한다.
  340. 343)황옥黃屋의 수레 : 누런 비단으로 덮개를 만든 수레라는 뜻으로, 제왕의 전용 수레를 말한다.
  341. 344)삼호三呼의 축수祝壽 : 숭산嵩山에서 만세 소리가 세 번 들려왔다는 한 무제漢武帝의 고사를 인용한 것.
  342. 345)십서十瑞 : 요堯 임금 때 나타났다는 열 가지 상서祥瑞를 말한다. 남조南朝 양임방梁任昉이 지은 『술이기述異記』 권상卷上에 “요 임금이 어질어서 하루에 열 가지 상서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궁중의 풀이 벼로 변했다. 봉황이 뜰에 내려왔다. 신룡이 궁중의 못에 출현했다. 역초가 섬돌에 돋아났다. 궁중의 새가 오색찬란했다. 까마귀가 하얗게 변했다. 신목에 연꽃이 피었다. 부채 만드는 부들 풀이 부엌에 돋아났다. 경성이 하늘에 빛났다. 감로가 땅에 내렸다.(堯爲仁君 一日十瑞 宮中芻化爲禾 鳳凰止於庭 神龍見於宮沼 曆草生階 宮禽五色 烏化白 神木生蓮 箑蒲生廚 景星耀於天 甘露降於地)”라는 말이 나온다.
  343. 346)남가南柯의 꿈 :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괴목槐木 아래에 술 취해서 잠깐 누워 잠든 사이에 괴안국槐安國의 부마駙馬가 되어 남가南柯의 태수로 30년 동안 있으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꿈을 깨고 보니 괴안국은 바로 괴목의 남쪽 가지 밑에 있는 개미의 구멍이었다는 이야기가 당唐나라 이공좌李公佐의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에 나온다.
  344. 347)강릉岡陵과 같은 수명 : 주 326 참조
  345. 348)구류九類와 사생四生 : 주 304, 305 참조.
  346. 349)한 사람의 경사가 있음에 : 한 사람은 임금을 가리킨다. 『서경書經』 「여형呂刑」에 “위로 임금 한 사람이 선정善政을 베풀어 경사가 있게 되면, 아래로 만백성이 그 은택을 받게 되어, 그 편안함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一人有慶 兆民賴之 其寧惟永)”라는 말이 나온다.
  347. 350)공북拱北 : 주 324 참조.
  348. 351)정동征東 : 일본 정벌을 뜻하는 말이다. 원 세조元世祖가 일본 정벌을 위해 고려에 정동행중서성征東行中書省을 설치하고, 충렬왕忠烈王을 승상에 임명하였다.
  349. 352)함벽銜璧 : 입에 구슬을 물었다는 뜻으로, 투항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 죽은 사람을 염斂할 때에 입에 구슬을 머금게 했으므로, 항복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행색을 취하는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6년에 “허나라 군주인 남작이 앞으로 손을 묶고 구슬을 입에 물었으며, 그의 대부는 상복喪服을 입고, 사는 관을 등에 졌다.(許男面縛銜璧 大夫衰絰 士輿櫬)”라는 말이 나온다.
  350. 353)수의垂衣의 정치 : 옷을 드리우고 가만히 앉아서 행하는 무위無爲의 정치라는 말로, 성군聖君의 덕치德治를 가리킨다.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황제와 요순 시대에는 임금이 옷을 드리우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어도 천하가 그 덕에 힘입어 잘 다스려졌으니, 이는 천지자연의 법도를 취했기 때문이었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 蓋取諸乾坤)”라는 말이 나온다.
  351. 354)거북 등의 도안圖案 : 하우씨夏禹氏 때에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의 등에 새겨져 있었다는 도안으로, 홍범洪範 구주九疇의 근거가 된 낙서洛書를 말하는데, 홍범구주 중에 장수를 포함한 오복五福의 항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352. 355)기취旣醉의 태평가太平歌 : 『시경詩經』 「대아大雅」 ≺기취旣醉≻는 태평시대의 기상을 읊은 시인데, 그 중에 “이미 술에 흠뻑 취하였고 이미 덕에 배가 불렀다. 군자께선 만 년토록 큰 복을 누리시기를.(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이라는 말이 나온다.
  353. 356)뱁새의 가지를 지키면서 : 자기 능력을 알고서 분수를 지켰다는 말인데,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의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하는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불과하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354. 357)모기가 …… 것 : 한계가 있는 인간의 힘을 비유하면서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는 격이다.(使蚊負山)”라고 비평한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355. 358)품일品日 :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사굴산闍崛山의 개조開祖 범일梵日의 별칭이다.
  356. 359)위제魏帝의 환약丸藥 하나 : 위제魏帝는 삼국시대 위魏나라 문제文帝, 즉 조비曹丕를 가리킨다. 그의 「절양류행折楊柳行」이라는 시에 “서산이 또 어찌나 높은지, 높고 높아 정말 끝이 없어라. 그 위에 선동 두 명이 있는데,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네. 그들이 나에게 환약 하나 줬나니, 오색의 광채가 번쩍이누나. 약을 먹은 지 사오 일 만에, 가슴에서 깃털이 돋아났다네. 가뿐히 날아 구름을 올라타고, 순식간에 만억 리를 날아가네.(西山亦何高, 高高殊無極. 上有兩仙童, 不飲亦不食. 與我一丸藥, 光耀有五色. 服藥四五日, 胸臆生羽翼. 輕舉乘浮雲, 倏忽行萬億)”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이를 인용한 소식蘇軾의 시에 “위제의 환약 하나 무슨 필요 있으랴, 우선 노동의 차 일곱 잔이나 마셔야지.(何須魏帝一丸藥, 且盡盧仝七椀茶)”라는 구절이 보인다. 『蘇東坡詩集』 卷10 「遊諸佛舍 一日飮釅茶七盞 戲書勤師壁」.
  357. 360)당황唐皇의 십서十瑞 : 당황은 도당씨陶唐氏, 즉 요堯 임금을 가리킨다. 십서는 요堯 임금 때 나타났다는 열 가지 상서祥瑞를 말한다. 남조南朝 양임방梁任昉이 지은 『술이기述異記』 권상卷上에 “요 임금이 어질어서 하루에 열 가지 상서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궁중의 풀이 벼로 변했다. 봉황이 뜰에 내려왔다. 신룡이 궁중의 못에 출현했다. 역초가 섬돌에 돋아났다. 궁중의 새가 오색찬란했다. 까마귀가 하얗게 변했다. 신목에 연꽃이 피었다. 부채 만드는 부들 풀이 부엌에 돋아났다. 경성이 하늘에 빛났다. 감로가 땅에 내렸다.(堯爲仁君 一日十瑞 宮中芻化爲禾 鳳凰止於庭 神龍見於宮沼 曆草生階 宮禽五色 烏化白 神木生蓮 箑蒲生廚 景星耀於天 甘露降於地)”라는 말이 나온다.
  358. 361)홍범洪範 구오九五의 복 : 기자箕子가 지은 홍범구주洪範九疇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나오는 오복五福을 말한다. 오복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다.
  359. 362)대춘大椿의 8천 년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상고시대에 대춘 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는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8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上古有大椿者 以八千歲爲春 以八千歲爲秋)”라는 말이 나온다.
  360. 363)취령鷲嶺의 유풍遺風 :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말이다. 취령은 석가가 설법을 한 영취산靈鷲山을 가리킨다.
  361. 364)도유都兪 : 임금과 신하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나라의 정사를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요전堯典」과 「익직益稷」 등에, 상대방의 의견에 찬성할 때에는 도都·유兪라고 하고, 반대할 때에는 우吁·불咈이라고 감탄사를 발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362. 365)요조窈窕한 호구好逑 : 충렬왕에게 시집 온 원 세조元世祖의 딸 홀도노게리미실忽都魯揭里迷失 공주를 가리킨다. 『시경詩經』 「주남周南」 ≺관저關雎≻에서 후비后妃인 태사太姒의 덕을 노래하며 “물수리는 강가 모래톱에서 다정하게 구구구,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짝이로세.(關關雎鳩 在河之洲 窈窕淑女 君子好逑)”라고 하였다.
  363. 366)아버지는 …… 하였으며 : 원감 국사의 부친이 아니고, 이 재齋를 올려 달라고 부탁한 어떤 승려의 부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감 국사는 이 글을 대신 작성해 주었을 뿐이다.
  364. 367)강릉岡陵 : 임금의 장수長壽를 빌 적에 쓰는 표현. 주 326 참조.
  365. 368)삼원三元 : 연年·월月·일日의 시작인 1월 1일을 말한다.
  366. 369)관저關雎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작품명인데,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요조숙녀인 후비와 만나 금슬처럼 사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367. 370)홍곡鴻鵠의 노래 : 세자의 지위가 굳건한 것을 뜻하는 노래이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이 여후呂后 소생의 태자를 폐하고 척부인戚夫人의 아들인 조왕趙王 여의如意를 대신 세우려 하였으나, 상산사호商山四皓가 태자를 보필하는 것을 보고는, 척부인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태자를 바꾸려고 하였으나, 저 네 사람이 보필하여 우익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흔들기 어렵게 되었다. 여후가 참으로 너의 주인이니라.(我欲易之 彼四人輔之 羽翼已成 難動矣 呂后真而主矣)”라고 하였다. 이에 척부인이 눈물을 흘리니, 고조가 “홍곡이 높이 날아 대번에 천리를 솟구쳤다. 우익이 이미 이루어져 사해를 횡단하는구나. 사해를 횡단하니 어떻게 하겠는가. 주살이 있다 해도 어디에 쓰겠는가.(鴻鵠高飛 一舉千里 羽翮已就 橫絕四海 橫絕四海 當可柰何 雖有矰繳 尚安所施)”라고 노래를 부르고는, 마침내 태자를 바꾸지 않았다. 이 노래를 홍곡가鴻鵠歌라고 칭한다.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
  368. 371)인다라망因陀羅網 : 제석천帝釋天의 궁전을 장엄한 보망寶網으로, 천제망天帝網 혹은 줄여서 제망帝網이라고 한다. 그물 하나하나에 모두 셀 수 없이 많은 보주寶珠가 붙어 있고, 그 보주 하나하나마다 모든 보주의 영상이 반영되어 중중무진하게 비치기 때문에, 『화엄경華嚴經』에서 일즉다一則多 다즉일多則一 상즉상입相卽相入의 뜻을 비유하는 말로 쓰고 있다.
  369. 372)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극락정토極樂淨土에 왕생往生할 때 아홉 등급으로 나뉘는 연화대蓮花臺를 말한다.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의하면, 아홉 등급은 중생의 근기를 상품·중품·하품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상생上生·중생中生·하생下生으로 나눈 것인데, 이에 따라 왕생하는 정토도 구품의 정토로 나뉘고, 이들을 맞는 아미타불阿彌陀佛도 구품의 미타로 나뉘고, 수인手印도 구품의 수인으로 나뉘고, 염불하는 방법도 구품의 염불로 나뉜다고 한다.
  370. 373)개두환면改頭換面 : 중생이 육도 윤회 속에 있으면서, 단지 형상만 바뀔 뿐 신식神識은 변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371. 374)십명十明 십통十通 : 『구화엄경舊華嚴經』 권28 「십명품十明品」에 나오는 열 가지 신통神通을 말하는데, 『신화엄경新華嚴經』 권44에는 ‘십명품’이 ‘십통품十通品’으로 되어 있다.
  372. 375)제갈공명諸葛孔明이 …… 것 : 촉蜀 후주後主 건흥建興 3년(225년)에 제갈량諸葛亮이 남중南中을 평정하여 4개 군郡을 재정비한 것을 가리킨다. 맹획孟獲을 일곱 번 놓아 주고 일곱 번 생포하여 심복心服하게 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도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373. 376)왕준王濬이 …… 것 : 서진西晉의 용양장군龍驤將軍 왕준王濬이 촉蜀 땅에서 건조한 거대한 전함을 이끌고 금릉金陵을 공격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킨 고사를 말한다. 『진서晋書』 권43 「왕준전王濬傳」.
  374. 377)응현應現 : 부처와 보살이 중생의 기연機緣에 응해서 현신現身하는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이다.
  375. 378)밤에 …… 때문입니다 : 인간이 어떻게 항거할 수 없는 운명적인 죽음을 형용한 말이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의 “배를 골짜기에 숨기고 그물을 늪 속에 숨겨 두고는 이제 염려 없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이 센 이가 등에 업고 달릴 수도 있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이 사실조차 깨닫지를 못한다.(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376. 379)박릉博陵 : 최씨崔氏의 별칭이다. 중국의 박릉 최씨가 유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377. 380)오합烏合의 산사 : 오합사烏合寺는 성주사聖住寺의 옛 이름이다. 충남 보령保寧 성주산聖住山에 있다. 백제 무왕武王 17년(616년)에 창건되었고, 신라 문성왕文聖王 때에 당나라에서 귀국한 무염無染 선사가 중건하고 선풍禪風을 떨쳤다. 오함사烏含寺 혹은 오회사烏會寺라고도 한다.
  378. 381)운명을 …… 나머지 :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운명을 원수와 상의하여 낭패를 당한 것이 얼마나 되었던가.(命與仇謀 取敗幾時)”라는 말이 나온다.
  379. 382)익조鷁鳥가 …… 떠밀리고 : 익鷁이라는 물새 여섯 마리가 하늘 높이 날다가 거센 바람에 떠밀려 추락하자 송宋나라 사람들이 재변災變으로 여겨 위에 보고했다는 이야기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16년」 조에 나온다.
  380. 383)메기가 …… 것 : 비늘도 없이 미끄럽기만 한 메기가 대나무를 타고 올라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을 들여도 잘 풀리지 않는 고난의 상황을 비유할 때 ‘점어죽간鮎魚竹竿’의 표현을 곧잘 쓴다. 송나라 매성유梅聖兪가 시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30년 동안 관직을 얻지 못하다가 만년에 『당서唐書』를 편수하게 되었을 때, 아내에게 “자유스럽던 원숭이가 푸대 속에 들어가 구속당한 것 같다.(可謂猢猻入布袋矣)”고 호소하자, 아내가 “당신의 벼슬살이는 메기가 대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君於仕宦 亦何異鮎魚上竹竿耶)”라고 대꾸했다는 고사가 구양수歐陽修의 『귀전록歸田錄』 권2에 나온다.
  381. 384)팔좌八座 : 팔좌상서八座尙書의 준말로, 판서급의 고위 관원을 뜻한다.
  382. 385)천장天章의 …… 수려합니다 : 임금의 시문이 뛰어나고, 임금의 필체가 우수하다는 말이다. 천장天章은 천문天文과 같은 말로, 제왕의 시문을 뜻하고, 신한宸翰은 제왕의 묵적墨跡을 뜻한다. 분호粉毫와 경척瓊尺은 각각 화필畵筆과 옥척玉尺을 뜻한다. 참고로 당나라 두목杜牧의 [증장호贈張祜] 시에 “분호로는 오직 달을 그리고, 경척으로는 단지 구름을 잰다.(粉毫唯畫月 瓊尺只裁雲)”라는 표현이 나온다. 금해金薤는 염교의 잎을 거꾸로 한 것(倒薤葉書)과 같은 글씨라는 뜻으로, 전서篆書의 미칭이고, 은구銀鉤는 은빛 갈고리라는 뜻으로, 초서草書의 미칭이다.
  383. 386)봉미鳳尾 : 봉미조鳳尾詔의 준말로, 조서를 가리킨다. 진晉나라 원제元帝가 즉위한 뒤에 제후들의 주문奏文을 승낙하며 비답批答을 내린 초서草書의 글자 끝이 봉의 꼬리 모양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384. 387)아형阿衡 : 재상에 해당하는 상商나라의 관직 이름인데, 보통 탕왕湯王의 아형이었던 이윤伊尹의 별칭으로 쓰인다. 『서경書經』 「상서商書」에 이윤이 태갑太甲 임금을 경계한 함유 일덕咸有一德의 글이 있다.
  385. 388)대려帶礪 : 허리띠와 숫돌이라는 말로, 공신功臣을 봉작封爵하며 맹세할 때 쓰는 말이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개국 공신들을 책봉하면서 “황하가 변하여 허리띠처럼 되고, 태산이 바뀌어 숫돌처럼 될 때까지, 그대들의 나라가 영원히 존속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지도록 할 것을 맹세한다.(使河如帶 泰山若礪 國家永寧 爰及苗裔)”라고 말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기史記』 권18 「고조공신후자연표高祖功臣侯者年表」.
  386. 389)삼달존三達尊 : 천하에 공통된 존경의 대상이 세 가지란 뜻으로, 『맹자孟子』 「공손추 하公孫丑下」의 “천하에 공통으로 높여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벼슬이 하나이고, 연치가 하나이고, 덕이 하나이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387. 390)저력樗櫟과 같은 산목散木 : 저력은 가죽나무와 떡갈나무의 합칭으로, 크기만 할 뿐 아무 쓸모가 없어서 어떤 목수도 돌아보지 않는 나무라는 뜻의 겸사謙辭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와 「인간세人間世」에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산목은 재목감이 못 되는 나무를 가리킨다.
  388. 391)정호鼎湖에서 …… 떨어졌는데 : 원종元宗의 죽음을 비유한 말이다. 황제黃帝가 형산荊山 아래 정호鼎湖에서 솥을 만들어 연단鍊丹을 하다가 그 일을 끝내고서 용을 타고 승천할 적에 신하와 후궁 70여 인을 함께 데리고 갔는데,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소신小臣들이 용의 수염을 잡고 있다가 용의 수염이 빠지는 바람에 모두 떨어졌고, 이때 황제의 활도 함께 떨어졌으므로, 백성들이 그 활을 안고 부르짖으면서 울었다고 하여 그 활을 오호궁嗚呼弓이라고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사기史記』 권28 「봉선서封禪書」.
  389. 392)한 가닥 …… 있습니다 :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시냇물 소리는 바로 부처의 광장설이요, 산 빛 또한 청정한 법신法身이라고 하리.(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23 「증동림총장로贈東林總長老」. 광장설廣長舌은 부처의 이른바 32가지 대인상大人相 가운데 하나로, 얼굴을 다 덮고 머리까지 올라간다는 긴 혀를 말하는데, 설법을 뛰어나게 잘하는 것을 말한다. 장광설長廣舌이라고도 한다.
  390. 393)마갈摩竭 : 석가가 설법했던 인도 중부 마갈타국摩竭陀國을 가리킨다. 수도는 왕사성王舍城이다.
  391. 394)화정華亭의 조각배 : 당唐나라 선자 화상船子和尙이 절강浙江 화정華亭에서 사람들을 배로 건네주며 설법하다가, 제자 협산 선회夾山善會를 얻어 법을 전한 뒤에 배를 엎어 버리고 떠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조당집祖堂集』 권5,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392. 395)세 마음 :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48원願 중 제18원에 나오는 지심至心·신락심信樂心·욕생심欲生心을 말하지 않나 한다.
  393. 396)화개오엽花開五葉 : 오가五家로 분립한 중국의 선종禪宗을 말한다. 중국 불교佛敎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達磨가 “내가 본래 이 땅에 온 것은, 불법을 전해 미혹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함이라. 하나의 꽃에서 다섯 잎이 나오리니,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히 이루어지리라.(吾本來茲土 傳法救迷情 一花開五葉 結果自然成)”라고 예언하였는데, 과연 그의 말대로 육조六祖 혜능慧能 이후 조동曹洞·임제臨濟·운문雲門·위앙潙仰·법안法眼의 오파五派가 나와 성황을 이룬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보리달마菩提達摩」.
  394. 397)지유쌍봉地有雙峯 : 조계曹溪를 가리킨다. 조숙량曹叔良이 육조 대사六祖大師 혜능慧能에게 땅을 희사喜捨하여 거처하게 하였는데, “그 지역에 땅에 산봉우리 두 개와 큰 냇물이 있었으므로(地有雙峰大溪)”, 조후曹侯의 성씨를 따라서 조계라고 칭했다는 기록이 『보림전寶林傳』에 전한다. 『선원몽구습유禪苑蒙求拾遺』 권1 「소림개화 조계귀근조少林開華曹溪歸根條」.
  395. 398)이리의 연기 : 이리의 똥을 태운 연기라는 뜻인데, 그 연기가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고 위로 곧장 올라가기 때문에, 옛날 군대에서 경보警報를 알리는 봉화로 썼다고 한다.
  396. 399)기남曁南의 교화 : 남쪽에 미치는 교화라는 뜻으로, 고려에 대한 원나라의 영향력을 말한다. 『서경書經』 「우공禹貢」 맨 마지막의 “동쪽으로는 바다에까지 번져 갔고, 서쪽으로는 유사 지역에까지 입혔으며, 북쪽과 남쪽의 끝까지 미쳤다. 그리하여 그의 풍성風聲과 교화가 사해에 다 미치자, 우가 검은 규를 폐백으로 올리면서 순舜 임금에게 그의 일이 완성되었다고 아뢰었다.(東漸于海 西被于流沙 朔南曁 聲敎訖于四海 禹錫玄圭 告厥成功)”라는 말에서 발췌한 것이다.
  397. 400)전요電繞 : 번갯불이 별을 휘감았다는 뜻으로, 임금의 생일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사기史記』 「오제 본기五帝本紀」에, 황제黃帝의 모친인 부보附寶가 기祁 땅 들판에 있을 적에, 번개가 크게 치며 북두칠성의 첫째 별을 휘감는 것(大電繞北斗樞星)을 보고는, 감응하여 잉태한 뒤 24개월이 지나서 황제를 낳았다는 전설이 실려 있다.
  398. 401)산호山呼 : 임금을 위해 만세를 부른다는 뜻.
  399. 402)단하丹霞의 선불選佛 : 진리를 추구하는 구도자의 열정을 뜻하는 말이다. 당나라 단하 천연丹霞天然이 처음에 유학儒學을 익혀 과거科擧에 응시하려고 할 적에, 어떤 선객禪客이 “관리 뽑는 곳보다는 부처 뽑는 곳이 낫다(選官不如選佛)”라고 말하자, 단하가 “부처 뽑는 곳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選佛當往何所)”라고 물으니, “지금 강서 마조馬祖 대사가 세상에 나왔으니, 그곳이 바로 부처 뽑는 곳이다.(今江西馬大師出世 是選佛之場)”라고 하였으므로, 마침내 과거를 그만두고 그곳에 가서 배알한 고사가 전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단하천연장丹霞天然章」.
  400. 403)노노盧老가 의발을 전수받은 것 : 혜능慧能이 5조祖 홍인弘忍의 인가를 받고 중국 선종의 6조가 된 것을 말한다. 혜능의 속성俗姓이 노씨盧氏이기 때문에 노노라고 한 것이다.
  401. 404)인仁을 …… 하겠기에 :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인을 행해야 할 때에는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는 법이다.(當仁不讓於師)”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있다.
  402. 405)몇 년이나 …… 노숙하셨습니까 : 충렬왕이 세자의 신분으로, 원종元宗 12년(1271년) 6월에 몽고에 갔다가 이듬해 2월에 변발辮髮을 하고 호복胡服 차림으로 돌아왔으며, 그해 12월에 다시 원나라에 갔다가, 원종 15년(1274년) 6월에 부왕父王이 승하하자 그해 8월에 돌아와서 즉위하였다.
  403. 406)규예嬀汭 : 『서경書經』 「요전堯典」의 “요 임금이 두 딸을 규수嬀水 북쪽에 시집보내 우순虞舜의 아내가 되게 하였다.(釐降二女于嬀汭 嬪于虞)”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신하가 황제의 딸과 결혼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고려의 충렬왕忠烈王이 원 세조元世祖의 딸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 즉 장목왕후莊穆王后와 결혼한 것을 가리킨다.
  404. 407)주면周冕 : 주나라의 면류관冕旒冠을 말한다. 관冠의 제도가 주나라 때에 와서 제대로 정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연顔淵이 일찍이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물었을 때, 공자孔子가 “하나라의 시력을 쓰고, 은나라의 수레를 타고, 주나라의 면류관을 쓰고, 음악은 소무를 써야 한다.(行夏之時 乘殷之輅 服周之冕 樂則韶舞)”라고 말한 내용이 전한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
  405. 408)한의漢儀 : 한관위의漢官威儀의 준말로, 한나라 관리의 복식과 제도 등을 말한다. 신망新莽 말년에 유수劉秀, 즉 광무제光武帝가 회양왕淮陽王 유현劉玄에 의해 사예교위司隸校尉에 발탁되었을 때, 한나라의 옛 제도를 모두 복구시키자, 늙은 관리들이 눈물을 흘리며 “오늘에 다시 한관의 위의를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였다.(不圖今日復見漢官威儀)”라고 탄식한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광무제기光武帝紀」.
  406. 409)오변於變 : 백성들이 요순堯舜과 같은 성군의 덕에 힘입어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의 “백성들이 성군의 덕에 크게 감화된 나머지 온 누리에 화평한 기운이 감돌았다.(黎民於變時雍)”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407. 410)상조上朝의 꽃다운 옥엽玉葉 : 원 세조元世祖의 딸을 가리킴.
  408. 411)크게 …… 계승하였으니 : 『서경書經』 「군아君牙」의 “아, 크게 드러내었도다 문왕의 계책이여, 크게 계승하였도다 무왕의 공렬이여. 우리 뒷사람의 앞길을 열어 주고 도와주기를, 모두 바르게 하고 결함이 없게 하였다.(嗚呼 丕顯哉 文王謨 丕承哉 武王烈 啓佑我後人 咸以正罔缺)”라는 말을 발췌한 것이다.
  409. 412)지극히 …… 선하니 : 『논어論語』 「팔일八佾」의 “공자가 소의 음악을 평하면서,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선하다고 하였다.(子謂韶盡美矣 又盡善也)”라는 말을 발췌한 것이다. 소韶는 요 임금을 계승한 우순虞舜의 음악이다.
  410. 413)이강釐降 : 원나라 세조가 충렬왕에게 딸을 시집보낸 것을 말함. 요 임금이 딸을 순에게 시집보낸 『서경書經』 「요전堯典」의 고사에서 유래하여 왕녀王女를 신하에게 시집보내는 것을 가리킨다.
  411. 414)나라가 기운차게 흥성하며 : 원나라 세조가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세상을 포용함으로써 흥성한 운세를 맞게 되었다는 말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11년의 “하夏나라 우왕禹王과 상商나라 탕왕湯王은 모든 것을 자기의 죄로 돌려 나라가 기운차게 흥성하였고, 하나라 걸왕桀王과 은殷나라 주왕紂王은 남에게 죄를 덮어씌워 나라가 갑자기 망하고 말았다.(禹湯罪己 其興也勃焉 桀紂罪人 其亡也忽焉)”라는 말을 발췌한 것이다.
  412. 415)풍운風雲의 도유都兪 : 군신君臣이 의기투합하여 허심탄회하게 정사를 논의하는 태평성대를 비유하는 말이다. 풍운은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용과 범은 임금을, 구름과 범은 신하를 가리킨다. 도유는 임금과 신하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나라의 정사를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요전堯典」과 「익직益稷」 등에, 상대방의 의견에 찬성할 때에는 도都·유兪라고 하고, 반대할 때에는 우吁·불咈이라고 감탄사를 발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413. 416)어찌 귀의하지 않겠느냐면서 :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의 “태공이 주왕을 피하여 동해의 바닷가에 거주하다가, 문왕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는 흥기하여 말하기를 ‘내가 어찌 그에게 귀의하지 않겠는가. 내가 듣건대 서백은 노인을 잘 봉양한다고 하였다’라고 하였다.(太公避紂 居東海之濱 聞文王作 興曰盍歸乎來 吾聞西伯善養老者)”라는 말에서 취한 것이다.
  414. 417)제후諸侯들이 …… 있습니다 : 옥백玉帛은 고대에 제사나 회맹會盟이나 조빙朝聘할 때 쓰던 예물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애공哀公 7년에 “우 임금이 도산에서 제후를 모을 적에, 옥백을 지닌 자들이 만 나라나 되었다.(禹合諸侯於塗山 執玉帛者萬國)”라는 말이 나온다.
  415. 418)제성齊聖 : 탕왕의 덕을 형용하는 말. 『서경』 「미자지명微子之命」에 나옴.
  416. 419)믿음이 돈어豚魚에까지 미쳐서 : 『주역周易』 「중부괘中孚卦」 ≺단사彖辭≻에 “괘사卦辭에서 돼지와 물고기에까지 미치게 되면 길하다고 한 것은, 성실함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성을 돼지와 물고기까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豚魚吉 信及豚魚也)”라는 내용이 나온다.
  417. 420)그 공이 …… 어렵습니다 : 참고로 『노자老子』 10장에 “생성해 주면서도 소유하지 않고, 일을 행하면서도 으스대지 않고, 길러 주면서도 주재하지 않으니, 이를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라는 말이 나온다.
  418. 421)축토竺土의 일지一枝 : 서축西竺에서 일어난 불교의 한 갈래를 뜻한다.
  419. 422)송만松巒의 …… 이었습니다 : 수선사修禪社 5세인 원오 국사圓悟國師 천영天英의 뒤를 이어 6세가 된 것을 가리킨다.
  420. 423)물을 …… 것 : 급히 구원을 요청할 때의 비유로 쓰이는 말. 주 336 참조.
  421. 424)하늘에 …… 울음 : 『시경詩經』 「소아小雅」 ≺학명鶴鳴≻의 “학이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우니, 그 소리가 위로 하늘에까지 들리도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422. 425)화봉華封의 축원 : 임금에게 복을 비는 것을 말함. 옛날 화봉인華封人, 즉 화華 땅을 지키는 사람이 요 임금에게 수壽와 부富와 다남多男을 기원하며 축도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나온다.
  423. 426)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준말로, 불교에서 서로 함께 애경愛敬해야 할 여섯 가지 종류의 일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신화경身和敬·구화경口和敬·의화경意和敬·계화경戒和敬·견화경見和敬·이화경利和敬을 통해, 공주共住하고 무쟁無諍하고 동사同事하고 동수同修하고 동해同解하고 동균同均하는 것을 가리킨다.
  424. 427)세상의 위대한 것 : 제왕의 지위를 말한다. 『노자老子』 25장에 “도는 위대하다. 하늘도 위대하고 땅도 위대하고 왕 역시 위대하다. 세상에는 이 네 가지 위대함이 있는데, 왕도 그 중에 하나를 차지한다.(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라는 말이 나온다.
  425. 428)삼왕三王 : 하夏·은殷·주周 삼대三代의 성왕聖王, 즉 우왕禹王과 탕왕湯王과 문왕文王을 말한다.
  426. 429)기취旣醉 :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작품명으로, 주연酒筵을 베풀며 태평시대의 기상을 노래한 시인데, 그 가사 중에 “이미 술에 흠뻑 취하였고 이미 덕에 배가 불렀도다. 군자께선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리시기를.(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이라는 말이 나온다.
  427. 430)풍운風雲이 …… 시대 :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만난 태평시대라는 말이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에서 연유한 것이다.
  428. 431)옥백玉帛을 …… 하례합니다 : 원근의 제후들이 모두 예물을 가지고 축하하러 달려온다는 말이다. 오복五服은 고대에 왕기王畿를 중심으로 주위를 5백 리씩 차례로 나눈 다섯 구역으로, 후복侯服·전복甸服·수복綏服·요복要服·황복荒服을 가리킨다. 복服에는 천자에게 복종하여 섬긴다(服事天子)는 뜻이 들어 있다. 그리고 큰 집이 이루어지면 제비가 찾아와 축하한다는 연하燕賀의 고사가 전한다.
  429. 432)봉점鳳占을 …… 되었으니 : 원 세조元世祖가 딸을 충렬왕忠烈王에게 시집보낸 것을 말한다. 봉점은 딸을 시집보낼 때 길한 점괘를 얻었다는 말로, 춘추시대 제齊나라 의중懿仲이 자기 딸을 진경중陳敬仲에게 출가시키려 할 때 점을 쳐서 “봉황새가 날아오르며 서로 어울려 운다.(鳳皇于飛 和鳴鏘鏘)”라는 등의 길한 괘를 얻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봉복鳳卜 혹은 점봉占鳳이라고도 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장공莊公 22년. 당우唐虞의 이강釐降은 요堯 임금이 신하인 순舜에게 딸을 시집보낸 것을 가리킨다.
  430. 433)요대瑤臺의 …… 떨어졌습니다 : 세자 심諶, 즉 충렬왕이 원나라에 가 있는 동안, 부왕父王인 원종元宗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이다. 요대의 준족은 주 목왕周穆王의 팔준마八駿馬를 가리킨다. 그가 천하를 두루 유람하다가 요지瑤池에 이르러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 ‘정수鼎水의 호궁號弓이 떨어졌다’는 것은 왕의 죽음을 뜻함.
  431. 434)청필淸蹕 : 맑은 행차. 임금의 거둥을 가리킴.
  432. 435)동륜彤輪 : 붉은 수레바퀴. 임금의 거둥을 가리킴.
  433. 436)노국魯國에서는 …… 것 : 『맹자孟子』 「만장 하萬章下」의 “공자가 노魯나라를 떠날 때에, ‘더디고 더디도다 나의 이 걸음이여’ 하셨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날 때의 도리이다.(孔子之去魯曰 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라는 구절을 발췌한 것이다.
  434. 437)임안臨安에서는 …… 노래 : 오대五代 때 오월왕吳越王 전류錢鏐의 후비后妃가 매년 봄에 친정인 임안臨安으로 돌아가자, 왕이 후비에게 글을 주기를 “둑 위의 꽃이 피었으니, 천천히 돌아가도 좋으리다.(陌上花開 可緩緩歸矣)”라고 하였는데, 오나라 사람들이 이 내용을 토대로 맥상화陌上花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는 기록이 소식蘇軾의 ≺맥상화陌上花≻ 3수의 서문에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10.
  435. 438)태원부太原孚 : 당말唐末 오대五代의 선사인 설봉 의존雪峰義存의 법사法嗣이다. 부상좌孚上座 혹은 부공孚公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제방諸方을 편력하여 명성을 떨쳤으며, 결코 세상에 나가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또 설봉이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키자 손을 흔들고 나가면서 문답을 나눠 깨달음의 경지를 보인 부공요두孚公搖頭의 공안公案이 유명하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9 「태원부상좌장太原孚上座章」.
  436. 439)소림의 …… 떠돌더니 : 원문에는 ‘暗香不動少林風’으로 되어 있으나, 不動을 浮動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참고로 송宋나라의 고사高士 임포林逋가 매화를 읊은 「산원소매山園小梅」 시에 “맑고 얕은 물에 성긴 그림자 가로 비끼고, 황혼 녘 달빛 속에 은은한 향기 떠도누나.(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는 명구名句가 나온다.
  437. 440)유덕有德 석존 : 석가모니에 대한 존칭이다. 여래如來 십호十號의 하나인 bhagavat를 음역音譯하여 바가바婆伽婆 혹은 박가범薄伽梵이라 하고, 이를 의역하여 세존 혹은 유덕有德이라고 한다.
  438. 441)목우牧牛 : 목우자牧牛子, 즉 조계산曹溪山 수선사修禪社를 창시한 보조 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의 호이다.
  439. 442)그 나머지로 …… 살졌다네 :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참된 도로 몸을 다스리고, 그 나머지로 나라와 집을 보살피며, 또 그 찌꺼기로 천하를 다스린다.(道之眞以治身 其緖餘以爲國家 其土苴以治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440. 443)서문에 나오는 진珍 상인上人 임석진林錫珍.
  1. 1)目次。在圓鑑國師語錄序之前。編者移置於此ㆍ甲本無有。
  2. 2)此詩。亦在東文選(朝鮮後期刊。乙亥字覆刻版本。卷一一第七張){編}。
  3. 3)「廊」作「廓」{甲}。
  4. 4)「檐」作「擔」{甲}ㆍ東文選作「簷」{編}。
  5. 5)「牆」東文選作「墻」{編}。
  6. 6)「碑塔…前後」七字無有{甲}。
  7. 7)「勤」作「勒」{甲}。
  8. 8)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七張){編}。
  9. 9)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七張){編}。
  10. 10)「船」作「舡」{甲}。
  11. 11)「華」東文選作「花」{編}。
  12. 12)「閑」作「閒」{甲}。
  13. 13)「三月」無有{甲}。
  14. 14)「戰」作「禪」{甲}。
  15. 15)「敎」下有「捕」{甲}。
  16. 16)「勤」作「勒」{甲}。
  17. 17)「籃」下有一字空白{甲}。
  18. 1)「今」作「令」{甲}。
  19. 2)「姿」作「婆」{甲}。
  20. 3)「淅」作「游」{甲}。
  21. 4)「身」作「自」{甲}。
  22. 5)「遣」下有「興」{甲}。
  23. 6)「莢」作「黃」{甲}。
  24. 7)「幄」作「」{甲}。
  25. 8)「巖」作「岩」{甲}。
  26. 9)「着」作「眷」{甲}。
  27. 10)「轡」作「」{甲}。
  28. 11)「干」作「于」{甲}。
  29. 12)「壽」作「籌」{甲}。
  30. 13)「帔」作「怶」{甲}。
  31. 14)「狐」作「孤」{甲}。
  32. 15)「耽耽」作「䏙䏙」{甲}。
  33. 16)「麈」作「塵」{甲}。
  34. 17)「答」無有{甲}。
  35. 18)「有」作「在」{甲}。
  36. 1)「刑」作「形」{甲}次同。
  37. 2)「廉」無有{甲}。
  38. 3)「髣」無有{甲}。
  39. 4)「借」作「惜」{甲}。
  40. 5)「節」作「笻」{甲}。
  41. 6)「洒」作「酒」{甲}。
  42. 7)「妙」無有{甲}。
  43. 8)「弋」作「戈」{甲}。
  44. 9)「幅」作「愊」{甲}。
  45. 10)「瓶」作「鉼」{甲}。
  46. 11)「偕」作「諧」{甲}。
  47. 12)「折」作「析」{甲}。
  48. 13)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七~一八張){編}。
  49. 14)「幾」作「元」{甲}。
  50. 1)「烟」作「煙」{甲}。
  51. 2)「簷」作「檐」{甲}。
  52. 3)「玉」作「主」{甲}。
  53. 4)「書」作「晝」{甲}次同。
  54. 5)「隴」作「嚨」{甲}。
  55. 6)「初」作「知」{甲}。
  56. 7)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七張){編}。
  57. 8)「巖」作「嵓」{甲}。
  58. 9)「奇」。作「寄」{甲}。
  59. 10)「杉」東文選作「柳」{編}。
  60. 11)「一本作柳」無有{甲}。
  61. 12)「岳」東文選作「嶽」{編}。
  62. 13)「世」無有{甲}。
  63. 1)「臺」無有{甲}。
  64. 2)「日」作「月」{甲}。
  65. 3)此詩。亦在東文選(卷六第一七張){編}。
  66. 4)「吟」作。「冷」{甲}」。
  67. 5)「入」作「八」{甲}。
  68. 6)「逝」作「遊」{甲}。
  69. 7)「麒麟」作「騏驎」{甲}。
  70. 8)「甎」作「」{甲}。
  71. 9)「烟」作「煙」{甲}。
  72. 10)「縣」作「懸」{甲}。
  73. 11)「永」作「求」{甲}。
  74. 12)此詩亦在東文選(六第一七張){編}。
  75. 13)「忠南連山郡」無有甲東文選亦同。
  76. 14)「室」作「屋」{甲}。
  77. 1)「捿」作「棲」{甲}。
  78. 2)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七張){編}。
  79. 3)「葵」作「蔡」{甲}。
  80. 4)「洒」作「酒」{甲}。
  81. 5)「嘉」作「喜」{甲}。
  82. 6)「幾」作「元」{甲}。
  83. 7)「順川…足山」七字無有{甲}。
  84. 8)「缾」無有{甲}。
  85. 9)「北」作「此」{甲}。
  86. 10)「柏」作「栢」{甲}次同。
  87. 11)「廊」作「廓」{甲}。
  88. 12)「璧」作「壁」{甲}。
  89. 13)「干」作「于」{甲}。
  90. 14)「太」作「大」{甲}。
  91. 15)「倚」作「侍」{甲}。
  92. 1)「綠」作「緣」{甲}。
  93. 2)「烟」作「煙」{甲}次同。
  94. 3)「塡」作「墳」{甲}。
  95. 4)「歡」作「歎」{甲}。
  96. 5)「蘊」作「薀」{甲}。
  97. 6)「嘉」作「喜」{甲}。
  98. 7)「搬」作「般」{甲}。
  99. 8)「怨」作「恐」{甲}。
  100. 9)「盡」作「書」{甲}。
  101. 10)「下」無有{甲}。
  102. 11)「便」作「使」{甲}。
  103. 1)「橫」作「撗」{甲}。
  104. 2)「書」作「晝」{甲}。
  105. 3)「汗」作「汙」{甲}。
  106. 4)「斛」作「解」{甲}。
  107. 5)「院」下有「齊」{甲}。
  108. 6)「氏」無有{甲}。
  109. 7)「態」作「熊」{甲}。
  110. 8)「齋」作「齊」{甲}。
  111. 9)「銕」作「鉄」{甲}。
  112. 10)「師」下有「年」{甲}。
  113. 11)「未」下有「而」{甲}。
  114. 12)「立」下有「一」{甲}。
  115. 13)「漓」作「灕」{甲}。
  116. 14)「旦」作「且」{甲}。
  117. 15)此詩四首中前二首。亦在東文選(卷二○第一八張){編}。
  118. 16)「辦」作「辨」{甲}。
  119. 17)「引風…四首」三十五字東文選無有{編}。
  120. 18)「時在曺溪四首」無有{甲}。
  121. 19)「歌」作「欹」{甲}。
  122. 20)「古」東文選作「若」{編}。
  123. 21)「一本作若」無有{甲}。
  124. 22)「鞱」作「韜」{甲}。
  125. 23)「求」作「來」{甲}。
  126. 1)「船」作「般」{甲}。
  127. 2)「旦」作「且」{甲}。
  128. 3)「此我」作「我此」{甲}。
  129. 4)「涕」作「剃」{甲}。
  130. 5)「號」作「旆」{甲}。
  131. 6)「梢」作「捎」{甲}。
  132. 7)「還」作「不」{甲}。
  133. 8)「在」作「年年」{甲}。
  134. 9)「干」作「于」{甲}。
  135. 10)「烝」作「蒸」{甲}。
  136. 11)「帽」作「」{甲}。
  137. 12)「巖」作「嵒」{甲}。
  138. 13)此頌。亦在東文選(卷一一第七~八張){編}。
  139. 14)「圻」作「坼」{甲}。
  140. 1)「將」作「勇」{甲}東文選亦同。
  141. 2)「所」作「䂨」{甲}。
  142. 3)「卣」作「因」{甲}。
  143. 4)「劔」作「釼」{甲}。
  144. 5)「歌」作「欹」{甲}。
  145. 6)「薰」作「重」{甲}ㆍ東文選作「熏」{編}。
  146. 7)「耘」作「紜」{甲}。
  147. 8)「太」作「大」{甲}。
  148. 9)「以」作「爲」{甲}。
  149. 10)「十」作「一」{甲}。
  150. 11)「丁」作「一」{甲}。
  151. 12)「丈」作「文」{甲}。
  152. 1)「品」無有{甲}。
  153. 2)「竿」作「竽」{甲}。
  154. 3)「枉」作「狂」{甲}。
  155. 4)「堂」作「當」{甲}。
  156. 5)「凌」作「陵」{甲}。
  157. 6)「於葉切鎭也」無有{甲}。
  158. 7)「綠」作「緣」{甲}次同。
  159. 8)「馴」作「馳」{甲}。
  160. 9)「旦」作「且」{甲}。
  161. 10)「隨」作「隋」{甲}。
  162. 1)「昨」作「作」{甲}。
  163. 2)「逐」作「遂」{甲}。
  164. 3)「勒」作「勤」{甲}。
  165. 4)「櫪」作「攊」{甲}。
  166. 5)「雪」作「雲」{甲}。
  167. 6)「衿」作「襟」{甲}。
  168. 7)「後」作「俊」{甲}。
  169. 8)「敢」作「取」{甲}。
  170. 9)「檐」作「擔」{甲}。
  171. 10)「林」作「村」{甲}。
  172. 11)「博」作「愽」{甲}。
  173. 12)此詩。二首中後一首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七~一八張){編}。
  174. 13)「全北…來寺」八字東文選無有{編}。
  175. 14)「菴」作「庵」{甲}東文選亦同。
  176. 15)「時欲…故云」八字東文選無有{編}。
  177. 1)「卑」作「旱」{甲}。
  178. 2)「賦」作「賊」{甲}。
  179. 3)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八張){編}。
  180. 4)「冽」作「列」{甲}。
  181. 5)「秙」作「稿」{甲}。
  182. 6)「柮」作「拙」{甲}。
  183. 7)「印」作「卯」{甲}。
  184. 8)「椀」作「枕」{甲}。
  185. 9)「郁」作「都」{甲}。
  186. 10)「唫」作「吟」{甲}。
  187. 11)「貧」作「貪」{甲}。
  188. 12)「簞」作「簟」{甲}。
  189. 13)「直」作「卓」{甲}。
  190. 1)「幢」作「憧」{甲}。
  191. 2)「令」作「今」{甲}。
  192. 3)此頌亦在東文選(卷一一第八~九張){編}。
  193. 4)「天」作「大」{甲}。
  194. 5)「樣」作「承」{甲}東文選亦同。
  195. 6)「眷」作「睠」{甲}東文選亦同。
  196. 7)「鑾」東文選作「鸞」{編}次同。
  197. 8)「歡」東文選作「懽」{編}。
  198. 9)「抃」東文選作「忭」{編}。
  199. 10)「且倒且顚」作「且顚且倒」{甲}東文選亦同。
  200. 11)「謹」下有「成」{甲}東文選亦同。
  201. 12)「盛」作「成」{甲}。
  202. 13)「頌」下有「一」{甲}東文選亦同。
  203. 14)「時在曺溪」無有{甲}東文選亦同。
  204. 15)「漢」作「浂」{甲}。
  205. 16)「端」作「瑞」{甲}。
  206. 17)「嘉」作「喜」{甲}。
  207. 18)「賜」作「錫」{甲}。
  208. 19)「迥」作「廻」{甲}東文選亦同。
  209. 20)「迎」作「卯」{甲}ㆍ東文選作「逢」{編}。
  210. 21)「騰」東文選作「登」{編}。
  211. 22)「難」作「離」{甲}。
  212. 23)「斑爛」作「爛班」{甲}。
  213. 24)「經」作「徑」{甲}。
  214. 25)「閒」作「間」{甲}。
  215. 26)此詩。亦在東文選(卷一四第一八張){編}。
  216. 27)「撿」東文選作「檢」{編}。
  217. 28)「飡」東文選作「餐」{編}。
  218. 1)「幡」作「憣」{甲}。
  219. 2)「階泰」作「泰階」{甲}。
  220. 3)「醘」作「醢」{甲}。
  221. 4)「飫」作「」{甲}。
  222. 5)「荼」作「茶」{甲}。
  223. 6)「啣」作「」{甲}。
  224. 7)「誤」作「娛」{甲}。
  225. 8)「月」作「日」{甲}。
  226. 9)「未」無有{甲}。
  227. 10)「春」作「東」{甲}。
  228. 11)「交」作「丈」{甲}。
  229. 12) 此頌。亦在東文選(卷二○第一八張){編}。
  230. 13)「人」東文選作「志」{編}。
  231. 14)「草細」作「細草」{甲}東文選亦同。
  232. 15)「弟」作「第」{甲}。
  233. 1)「挹」作「把」{甲}。
  234. 2)「爇」作「熟」{甲}。
  235. 3)「印」作「卯」{甲}。
  236. 4)「竚」作「」{甲}。
  237. 5)「閒」作「閑」{甲}。
  238. 6)「帥」作「師」{甲}次同。
  239. 7)「在曺溪」無有{甲}。
  240. 8)「令」作「今」{甲}。
  241. 9)「在雞山」無有{甲}。
  242. 10)「兵」作「岳」{甲}。
  243. 11)「槁」作「橋」{甲}。
  244. 12)「書」下有「二首」{甲}。
  245. 13)「扤」作「儿」{甲}。
  246. 14)「從」無有{甲}。
  247. 1)「經」作「輕」{甲}。
  248. 2)「更」作「臾」{甲}。
  249. 3)「今昨」作「令作」{甲}。
  250. 4)「栖」作「拪」{甲}。
  251. 5)「翛」作「脩」{甲}。
  252. 6)「齋」作「齊」{甲}次同。
  253. 7)「相」下有「國」{甲}。
  254. 8)「相」作「松」{甲}。
  255. 9)「精」作「粹」{甲}。
  256. 10)「菴」作「庵」{甲}。
  257. 11)「莅」作「」{甲}。
  258. 12)「閒」作「閑」{甲}。
  259. 1)「在定慧寺」無有{甲}。
  260. 2)頭」作「豆」{甲}。
  261. 3)「玉」作「王」{甲}。
  262. 4)「巖」作「宕」{甲}。
  263. 5)甌」作 「瓶」{甲}。
  264. 6)「昆」作「混」{甲}。
  265. 7)「杲杲」作「果果」{甲}。
  266. 8)「由」下有「朔吹掀天萬木凋。念君衣薄路迢迢。皈期要趂煙花暖。莫使林間久寂寥」{甲}。
  267. 9)「軀」作「驅」{甲}。
  268. 1)「柏」作「栢」{甲}。
  269. 2)「次」下有「韻」{甲}。
  270. 3)「斯」作「期」{甲}。
  271. 4)「獅」作「師」{甲}。
  272. 5)「伴」作「半」{甲}。
  273. 6)「之」下有「三首」{甲}。
  274. 7)「缾」作「餅」{甲}。
  275. 8)「縱」作「從」{甲}。
  276. 9)此詩。亦在東文選(卷九第一六張){編}。
  277. 10)「汗」作「汙」{甲}。
  278. 11)「爀」東文選作「赫」{編}。
  279. 12)「巒」下東文選有「本朝雪岳有瀑川氷山有風穴」{編}。
  280. 13)「飇」作「颷」{甲}東文選亦同。
  281. 14)「產」作「彥」{甲}。
  282. 15)「雪嶽…風穴」無有{甲}。
  283. 16)此詩六首中後三首。亦在東文選(卷一九第五~六張){編}。
  284. 17)「卷」作「歲」{甲}。
  285. 18)「㵎」作「澗」{甲}東文選亦同。
  286. 19)「燕」東文選作「鷰」{編}。
  287. 20)「日」作「月」{甲}。
  288. 21)「齋」作「齊」{甲}。
  289. 22)「扑」作「朴」{甲}。
  290. 23)「人」下有「身」{甲}。
  291. 24)「如」作「知」{甲}。
  292. 25)「曹溪山」無有{甲}。
  293. 1)「霜雪」作「雪霜」{甲}。
  294. 2)「曰」作「日云」{甲}。
  295. 3)「疴」作「痾」{甲}。
  296. 4)「在東方丈後」無有{甲}。
  297. 5)此詩。亦在東文選(卷一一第八張){編}。
  298. 6)「閒」作「閑」{甲}。
  299. 7)「檐」作「擔」{甲}ㆍ東文選作「簷」{編}。
  300. 8)「幄」作「」{甲}。
  301. 9)「接」作「按」{甲}。
  302. 10)「經」作「輕」{甲}。
  303. 11)「烟」作「煙」{甲}。
  304. 12)「璇」作「琁」{甲}。
  305. 13)「閒」作「間」{甲}次同。
  306. 14)「綠」作「緣」{甲}。
  307. 1)「故語」作「語故云」{甲}。
  308. 2)「菴」作「庵」{甲}。
  309. 3)「閒」作「閑」{甲}次同。
  310. 4)「棲」作「捿」{甲}。
  311. 5)「王」下有「三」{甲}。
  312. 6)「墮」作「隨」{甲}。
  313. 7)「檐」作「詹」{甲}。
  314. 8)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九張){編}。
  315. 9)「檐」東文選作「簷」{編}。
  316. 10)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九張){編}。
  317. 11)「吟」東文選影印本(中宗明宗間刊行活字本)作「今」{編}。
  318. 12)此詩。亦在東文選(卷二○第一九張){編}。
  319. 13)「從」東文選作「縱」{編}。
  320. 14)「息」作「波」{甲}。
  321. 1)「跌」作「趺」{甲}次同。
  322. 2)「茫」作「萢」{甲}。
  323. 3)「有」作「自」{甲}。
  324. 4)「衽」作「社」{甲}。
  325. 5)「志」作「忘」{甲}。
  326. 6)「岳」作「巒」{甲}。
  327. 7)「寺」無有{甲}。
  328. 8)「誰」作「唯」{甲}。
  329. 9)「抆」作「坟」{甲}。
  330. 10)「夙」無有{甲}。
  331. 11)「才」作「材」{甲}。
  332. 12)「晅」作「暄」{甲}。
  333. 13)「叵」作「匹」{甲}。
  334. 14)「來」作「東」{甲}。
  335. 15)「齋」作「齊」{甲}。
  336. 16)「公」作「国」{甲}。
  337. 17)「與」作「興」{甲}。
  338. 1)「來書」作「書來」{甲}。
  339. 2)「奇」作「寄」{甲}。
  340. 3)「博」作「愽」{甲}。
  341. 4)「澤」作「峯」{甲}。
  342. 5)「廬」作「盧」{甲}。
  343. 6)「漓」作「灕」{甲}次同。
  344. 7)「齋」作「齊」{甲}。
  345. 8)「搬」作「般」{甲}。
  346. 9)「折」作「拆」{甲}。
  347. 10)「拾」作「捨」{甲}。
  348. 11)「邇」作「逋」{甲}。
  349. 12)「一」無有{甲}。
  350. 13)「令」作「今」{甲}。
  351. 14)「㵎」作「澗」{甲}。
  352. 15)「瓣」作「辨」{甲}。
  353. 16)「首」下有「在衆時」{甲}。
  354. 17)「鍤」作「」{甲}。
  355. 18)「敢」作「取」{甲}。
  356. 19)「莫」無有{甲}。
  357. 1)「迴」作「逈」{甲}。
  358. 2)「唫」作「吟」{甲}。
  359. 3)「右」無有{甲}次同。
  360. 4)「勿」作「忽」{甲}。
  361. 5)「逕」作「徑」{甲}。
  362. 6)「海東…冏書」二十八字無有{甲}。
  363. 7)「廣」作「庶」{甲}。
  364. 8)「任」下有文如下「海東曺溪第六世圓鑑國師歌頌終。大德元年丁酉十月日。門人眞冏書。延寶八年歲次庚申林鍾之吉刊行」{甲}。
  365. 1)「躍」作「嚁」{甲}。
  366. 2)「帙」作「怢」{甲}。
  367. 3)「唫」作「吟」{甲}。
  368. 4)「俗」作俉」{甲}。
  369. 5)「蹈」作「踏」{甲}。
  370. 6)「日靈元年號我肅宗六年」無有{甲}。
  371. 7)「四」上有「夏」{甲}。
  372. 8)「延寶…刊行」十二字。在跋文前{甲}。
  373. 9)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二七~二八張){編}。
  374. 1)「壓」東文選作「厭」{編}。
  375. 2)「衆」東文選作「象」{編}次同。
  376. 3)「鷄」東文選作「龍」{編}。
  377. 4)「著」東文選作「着」{編}。
  378. 5)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二八~二九張){編}。
  379. 6)「燕」東文選作「鷰」{編}。
  380. 7)「太」東文選作「大」{編}。
  381. 8)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二九張){編}。
  382. 9)「煉」東文選作「鍊」{編}。
  383. 10)「厥」東文選作「務」{編}。
  384. 11)此文。亦在東文選(卷一○九第二九~三○張){編}。
  385. 1)「淚」東文選作「泪」{編}。
  386. 2)此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三張){編}。
  387. 3)「摩」東文選作「磨」{編}。
  388. 4)「巓」東文選作「顚」{編}。
  389. 5)「乘」東文選作「小乖」{編}。
  390. 6)「小」東文選無有{編}。
  391. 7)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二張){編}。
  392. 8)「河」東文選作「海」{編}。
  393. 9)「筏」東文選作「茷」{編}。
  394. 10)「竗」東文選作「妙」{編}。
  395. 11)「功」東文選作「巧」{編}。
  396. 12)「輯」東文選作「緝」{編}。
  397. 13)「櫜」東文選作「槖」{編}。
  398. 14)「瞻」東文選作「眼」{編}。
  399. 15)「玆」東文選作「竝」{編}。
  400. 1)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三~四張){編}。
  401. 2)「庵」東文選作「菴」{編}。
  402. 3)「私」東文選作「師」{編}。
  403. 4)」東文選作「簸」{編}。
  404. 5)「香」東文選作「委」{編}。
  405. 6)「觀」東文選作「顧」{編}。
  406. 7)「肇」下東文選有「開」{編}。
  407. 8)「開」東文選無有{編}。
  408. 9)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四~五張){編}。
  409. 10)「齊」東文選作「齋」{編}。
  410. 11)「炤」東文選作「照」{編}。
  411. 12)「原」東文選作「厚」{編}。
  412. 13)「子」東文選作「予」{編}。
  413. 14)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五張){編}。
  414. 1)此疏四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五~八張){編}。
  415. 2)「遠」東文選作「還」{編}。
  416. 3)「恩」東文選作「德」{編}。
  417. 4)「廣」東文選作「大」{編}。
  418. 5)「德」東文選作「恩」{編}。
  419. 6)「大」東文選作「厚」{編}。
  420. 7)「服」東文選作「報」{編}。
  421. 8)「隨機」東文選作「機隨」{編}。
  422. 1)「太」東文選作「大」{編}次同。
  423. 2)此疏四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八~一○張){編}。
  424. 3)「其」東文選作「共」{編}。
  425. 4)「餐」東文選作「粲」{編}。
  426. 5)「原」東文選作「源」{編}。
  427. 6)「生」東文選作「玉」{編}。
  428. 7)此疏一五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一九張){編}。
  429. 8)「除」東文選作「降」{編}。
  430. 9)▣東文選作「沃」{編}。
  431. 1)「玆」東文選影印本作「慈」{編}。
  432. 2)「界」東文選作「旦」{編}。
  433. 3)「暢」東文選作「晹」{編}。
  434. 4)「躬」東文選作「」{編}。
  435. 5)「大」東文選作「一」{編}。
  436. 6)「定」東文選作「及」{編}。
  437. 7)「麈」東文選作「塵」{編}。
  438. 8)「流」東文選作「疏」{編}。
  439. 9)「齒」東文選作「齡」{編}。
  440. 10)「器」東文選作「性」{編}。
  441. 1)「以」東文選作「似」{編}。
  442. 2)「崗」東文選作「岡」{編}。
  443. 3)「型」東文選作「刑」{編}。
  444. 4)「天」東文選作「大」{編}。
  445. 5)「梵」東文選無有{編}。
  446. 6)「法」東文選無有{編}。
  447. 7)「啣」東文選作「」{編}。
  448. 8)「滋」東文選影印本作「玆」{編}。
  449. 9)「太」東文選作「大」{編}次同。
  450. 10)「而」東文選作「以」{編}。
  451. 1)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九張){編}。
  452. 2)「捿」東文選作「捷」{編}。
  453. 3)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一九~二○張){編}。
  454. 4)「隨」東文選作「墮」{編}。
  455. 5)「情」東文選作「精」{編}。
  456. 6)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一張){編}。
  457. 7)「憟」東文選作「慄」{編}。
  458. 8)「算」東文選作「鬪」{編}。
  459. 9)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一張){編}。
  460. 1)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一~二二張){編}。
  461. 2)「城」東文選作「誠」{編}。
  462. 3)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張){編}。
  463. 4)「齊」東文選作「齋」{編}。
  464. 5)「燕」東文選作「鷰」{編}。
  465. 6)「一毫現刹」東文選作「一生圓佛」{編}。
  466. 7)「同」東文選作「區」{編}。
  467. 8)此疏 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二張){編}。
  468. 9)「遍」東文選作「偏」{編}。
  469. 10)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三張){編}。
  470. 11)「彼」東文選作「被」{編}。
  471. 12)此疏。 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三~二四張){編}。
  472. 13)「製」下東文選有「御」{編}。
  473. 14)「節」東文選作「飾」{編}。
  474. 15)「毫」東文選作「豪」{編}。
  475. 1)「煙」東文選作「烟」{編}。
  476. 2)「頓」東文選作「頽」{編}。
  477. 3)「錮」東文選作「銅」{編}。
  478. 4)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四張){編}。
  479. 5)「㵎」東文選作「澗」{編}。
  480. 6)「悃」東文選作「分」{編}。
  481. 7)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四~二五張){編}。
  482. 8)「雖」下東文選有「阻」{編}。
  483. 9)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五張){編}。
  484. 10)此疏二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五~二六張){編}。
  485. 11)「節」東文選作「飾」{編}。
  486. 12)「敝」東文選作「弊」{編}。
  487. 1)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七~二八張){編}。
  488. 2)「至」東文選作「土」{編}。
  489. 3)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七~二八張){編}。
  490. 4)「膺」東文選作「應」{編}。
  491. 5)「頗」東文選作「頓」{編}。
  492. 6)此疏二篇。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八~二九張){編}。
  493. 7)「難」東文選作「艱」{編}。
  494. 8)「炤祥」東文選作「照詳」{編}。
  495. 1)「王」東文選作「玉」{編}次同。
  496. 2)「倍」東文選影印本作「培」{編}。
  497. 3)「神」東文選作「坤」{編}。
  498. 4)此疏。亦在東文選(卷一一二第二九~三○張){編}。
  499. 5)「生」東文選作「聖」{編}。
  500. 6)此表。亦在東文選(四○第一六~一七張){編}。
  501. 7)「曺溪…田表」九字。東文選無有{編}。
  502. 8)「令」東文選作「今」{編}。
  503. 9)「絡」東文選作「終」{編}。
  504. 1)此表二篇。亦在東文選(卷三七第二四~二五張){編}。
  505. 2)「籍」東文選作「藉」{編}。
  506. 3)此表。亦在東文選(卷三二第六~七張){編}。
  507. 4)「燕」東文選作「鷰」{編}。
  508. 5)「迥」東文選作「廻」{編}。
  509. 6)此表。亦在東文選(卷三二第七~八張){編}。
  510. 7)「帝」東文選作「上」{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