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함허당득통화상어록(涵虛堂得通和尙語錄) / 涵虛堂得通和尙語錄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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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허당득통화상어록涵虛堂得通和尙語錄
함허당득통화상어록 서(涵虛堂得通和尙語錄序)
대사가 명운命運을 열고 태어나니 따뜻한 기운 가득한 봄바람인 듯, 둥근 얼굴 희고 깨끗한 가을 달인 듯하였다. 장성해서는 경서에 두루 통달하였으며, 과거장에 들어가서 한번 강론하니 글을 관장하는 이들이 모두 “이치를 궁구하는 학문(窮理之學)1)이다.”라고 하였다.
어느 날 세상이 덧없음을 보고서, 마음은 세상 밖으로 벗어나고 자취는 산속에 두면서 잃어버린 구슬2)을 찾았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얻었다. 이에 사방에서 뵙고자 하는 것이 마치 모든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 세상을 떠날 때에는 신비한 빛을 띤 사리가 환하게 빛났는데, 뭇 사람들이 모두 보았다.
문인門人 야부野夫가 대사가 평소 한 일과 사람들에게 보여 준 글귀와 게송들을 기록한 것을, 시자侍者 학미學眉가 세상에 널리 펴고자 판목에 새기게 하였으니, 살면서 세 가지 일3)에 대해 그 도리를 다하는 경우를 내가 학미에게서 보았다. 어느 날 저녁 찍어낸 글을 손에 들고 와서 나에게 보여 주며 간절하게 그 글의 서문을 구하였다.
아아, 물고기가 아니면 어찌 물고기의 마음을 알겠는가? 내가 아는 것으로 이르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
대사의 선친은 우리 선친의 외가 쪽 친족인 데다, 더욱이 대사와 나는 어려서 같이 『주역』을 읽었고, 자라서는 함께 과거를 보러 갔었으나, 대사가 산으로 들어간 뒤로 10여 년 동안은 가는 길이 서로 달라 소식이 막혔었다. 병신년(1416, 태종 16) 겨울에 내가 평산平山 학관學館의 수령으로 나갔는데, 대사가 연봉정사煙峰精舍4)에 머물고 있어서 마침내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며 자리를 펴고 앉아 회포를 풀 수가 있었는데, 그 좋아하는 것을 관찰하고 편히 여기는 것을 살펴보니,5) 세운 바가 이미 참으로 뛰어났다.
을사년(1425, 세종 7) 가을에 정병을 들고 석장을 짚고 문득 유촌柳村에 들렀는데 그때 마침 내가 없었다. 이에 대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爲驗所叅          참구한 것 징험하려
自遠來玆          멀리서 찾아왔으나
只有四山          빙 둘러 산만 에워싸고
秋色浮空          하늘엔 가을빛만 가득하네.

그가 나를 생각하는 것이 이처럼 정성스러웠다.

007_0226_a_01L[涵虛堂得通和尙語錄]

007_0226_a_02L1)涵虛堂得通和尙語錄序 [1]

007_0226_a_03L
007_0226_a_04L
師也啓運而生盖春風和氣之絪縕
007_0226_a_05L秋月圓容之皎潔年已及壯愽通經書
007_0226_a_06L試入講於塲屋主文者皆曰窮理之學
007_0226_a_07L一日觀世之無常超心物外寄迹
007_0226_a_08L山中索遺珠不數年而得之於是四
007_0226_a_09L方求見者如衆流之宗海也及其滅也
007_0226_a_10L神光舍利炳煥昭2) [2] 乃衆目之咸覩
007_0226_a_11L門人野夫記平日施爲示人句偈
007_0226_a_12L侍者學眉欲廣布於世俾鋟于梓
007_0226_a_13L於三盡其道者吾於眉見之矣日之夕
007_0226_a_14L手持印出文來示於余而懇懇求其序
007_0226_a_15L噫嘻非魚也焉知魚乎以吾所知者
007_0226_a_16L告之可乎不可乎夫師之先人吾先
007_0226_a_17L考之母族也而况師與我少共讀易
007_0226_a_18L長同赴試自入山十餘年馳道各異
007_0226_a_19L音塵相阻歲丙申冬余出守平山學館
007_0226_a_20L師寓居煙峰精舍遂聆音覿面展席開
007_0226_a_21L觀所樂察所安則其所立固已卓
007_0226_a_22L爾矣越乙巳秋瓶錫忽入柳村余時
007_0226_a_23L適不在也贈之以言曰爲驗所叅
007_0226_a_24L遠來玆只有四山秋色浮空則其顧

007_0226_b_01L이로부터 자주 만나 말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왜 이리 적막한가?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는 다음과 같은 구결을 보냈다.

旣於正道          이미 바른 길에서
結大良緣          좋은 인연을 맺었으니
願於佛會          부처님의 회상에서
更得相遇          다시 만나기를 바라네.

그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 이처럼 두터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그러니 마음을 다하도록 한번도 마음에서 잊어 본 적이 없다. 이에 그 청을 받아들여 억지로 자초지종을 기록한다.
정통正統 4년(1439, 세종 21)6) 기미己未 가을 8월 초사흗날 유촌柳村에서 전여필全汝弼 소정紹丁이 절하며 경건하게 쓰다.


007_0226_b_01L我者勤矣自是而相接話者衮衮也
007_0226_b_02L何寥哉至其將終之歲遺之以訣曰
007_0226_b_03L旣於正道結大良緣願於佛會更得
007_0226_b_04L相遇則其惠我者厚矣今安在哉
007_0226_b_05L故䀌其心而未甞忘于𢙇 [1] 是故諾其請
007_0226_b_06L而强序其始終云

007_0226_b_07L時正統四年己未秋八月哉生明
007_0226_b_08L柳村全汝弼紹丁拜手敬書

007_0226_b_09L{底}正統五年庚申七月門人文秀書刊本(서울
007_0226_b_10L大學校所藏) {甲}刊年未詳本(東國大學校所藏)
007_0226_b_11L{乙}普濟社刊鉛印本此序文甲本在卷末

007_0226_b_12L「着」作「著」{乙}
  1. 1)이치를 궁구하는 학문(窮理之學) : 성리학을 가리킨다.
  2. 2)잃어버린 구슬 : 『장자』 「천지天地」 편의 “황제가 적수의 북쪽에서 유람하고 곤륜산에 오른 뒤 남쪽으로 돌아오다가 현주를 잃었다.(黃帝遊乎赤水之北。 登乎崑崙之丘。 而南望還歸。 遺其玄珠。)”에서 나온 말로, 궁극의 진리나 도, 또는 깨달음 등을 의미한다.
  3. 3)세 가지 일 : 부모가 살아 있을 때에는 예로써 섬기고, 돌아가신 뒤에는 예로써 장례 지내고, 예로써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4. 4)연봉정사煙峰精舍 : 황해도 평산군 자모산에 있던 절.
  5. 5)좋아하는 것을~것을 살펴보니 : 『논어』 「위정爲政」 편에 “하는 것을 보고, 말미암는 것을 관찰하고, 편히 여기는 것을 살피면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라는 구절이 있다.
  6. 6)정통正統 4년 : 이 해는 기화가 세상을 떠나고 6년이 지난 해이다.
  1. 1){底}正統五年庚申七月門人文秀書刊本(서울大學校所藏) {甲}刊年未詳本(東國大學校所藏){乙}普濟社刊鉛印本。此序文。甲本在卷末。
  2. 2)「着」作「著」{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