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기암집(奇巖集) / 奇巖集卷之一

ABC_BJ_H0156_T_002

008_0157_c_01L
기암집奇巖集 권1

총목차總目次
권1
시 105편
금강산에 거하며(居金剛山)
또(又)
비로봉에 올라(登毗盧峯)
한 자루의 칼(一口釰)
또(又)
또(又)
사립문을 닫고(掩柴扉)
대동강에서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하며(大同江懷古)
송운 대사가 일본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松雲之日本國)
박 상공에게 바치다(獻朴相公)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祥師韻)
허 은계에게 바치다(獻許銀溪)
선유어사 이백주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宣諭御史白洲韻)
조 회양의 새해 시에 차운하다(次趙淮陽新歲韻)
당원사에서 묵다(宿當願寺)
인사의 방문을 받고 사례하다(謝仁師見訪)
오 방백에게 올리다(上吳方伯)
문·정 두 수재의 방문을 받고 사례하다(謝文鄭二秀才見訪)
허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許高城韻)
보덕굴寶德窟
천일대天逸臺
우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禹學士韻)
정 매계의 시에 차운하다(次鄭梅溪韻)
신 황화 상공에게 올리다(上申皇華相公)
유 흡곡에게 올리다(上兪歙谷)
이 수재에게 주다(贈李秀才)
산성의 최 수어장에게 올리다(上山城崔守禦將)
유 수찬이 산을 유람하던 중에~(承聞柳修撰 遊山滯雨~)
해사가 고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海師還故山)
오 대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悟大師求語)
잠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岑師求語)
길가의 빈집에서 비를 피하며(途傍空舍避雨)
선사의 탑을 참배하고(謁先師塔)
스스로 마음을 대신하여 육신에게 주다(自代心贈身形)
초가을 유감(初秋有感)
단풍을 노래하다(咏楓)
양양襄陽과 간성杆城 두 사군을 송별하며(送別襄杆二使君)
감회를 쓰다(書懷)
잠선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岑禪求語)
염불관念佛觀
보덕사에서 노닐며 느낌이 있기에(遊報德寺有感)
간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侃師求語)
호 장로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浩長老求語)
송운 대사가 일본국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松雲之日本國)
한식일에 송운 대사를 생각하며(寒食日憶松雲)
이 백업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李白業求語)
복진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復眞求語)
산중 잡사山中雜事
박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朴上舍韻)
중뢰 사미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重瓃沙彌求語)
산중에서 읊다(山中吟)
백천교百川橋
유 경차 상공에게 올리다(上柳敬差相公)
유 수찬이 산을 유람하던 도중에~(承聞柳修撰 遊山滯雨~)

008_0157_c_01L奇巖集卷之一

008_0157_c_02L

008_0157_c_03L1)總目次

008_0157_c_04L
卷一

008_0157_c_05L一百五篇

008_0157_c_06L居金剛山
登毗盧峯一口釰

008_0157_c_07L掩柴扉大同江懷古送松雲之日本
008_0157_c_08L獻朴相公次祥師韻獻許銀溪
008_0157_c_09L次李宣諭御史白洲韻次趙淮陽新歲
008_0157_c_10L
宿當願寺謝仁師見訪上吳
008_0157_c_11L方伯謝文鄭二秀才見訪和許高城
008_0157_c_12L寶德窟天逸臺次禹學士韻
008_0157_c_13L次鄭梅溪韻
上申皇華相公上兪
008_0157_c_14L歙谷贈李秀才上山城崔守禦將
008_0157_c_15L承聞…以律慰解送海師還故山
008_0157_c_16L悟大師求語賽岑師求語途傍空舍
008_0157_c_17L避雨謁先師塔自代心贈身形
008_0157_c_18L秋有感咏楓送則襄杆二使君
008_0157_c_19L賽岑禪求語念佛觀遊報德寺
008_0157_c_20L有感賽侃師求語 賽浩長老求語
008_0157_c_21L送松雲之日本國
寒食日憶松雲
008_0157_c_22L李白業求語賽復眞求語山中雜事
008_0157_c_23L次朴上舍韻酧重瓃沙彌求語山中
008_0157_c_24L百川橋上柳敬差相公承聞…
008_0157_c_25L目次編者作成補入

008_0158_a_01L호사에게 주다(贈浩師)
산중에서 어떤 일을 만나 읊다(山中偶事)
가을 경치를 감상하는 사인士人 세 사람이~(秋景遊士三人求語~)
산승山僧
오옹에게(吳翁)
돌다리(石橋)
시중示衆
자수암(慈受)
역사를 헤아리다(演史)
월파반재月坡半材
임종게臨終偈
새는 한 가지에서 함께 잠자고~(鳥宿共一枝(天明各自飛)
행자음行者吟
성정 선백에게 보이다(示性正禪伯)
성정 선백에게 보이다(示性正禪伯)
고동의 한천(古洞寒泉)
초여름(早夏)
백주의 시에 차운하여 조 한림을 전송하다(次白洲韻趙翰林)
구 생원의 시에 차운하여~(次具生員韻送禪師歸故山)
서산이 선종을 물은 시의 운을 써서 답하다(答西山問禪宗韻)
한과 늠 두 스님에게 주다(贈閑凛二師)
휘사에게 주다(贈輝師)
오래된 복숭아나무(古桃)
희 선자가 고산으로 돌아갈 때 시를 지어 주다(熙禪子歸故山詩贈之)
은사의 초당을 지날 때 그에게 증정하며 기다린 시 過隱士廬時贈之律詩
우연히 읊은 시(偶吟詩)
또 만사를 짓다(又作輓詞)
허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許高城韻)
한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韓高城韻)
장단구의 시를 지어서 석균 선자와 헤어지며 남겨 주다(以長短句贈別釋均禪子)
최 판서의 시에 차운하다(次崔判書韻)
이 제학에게 올리다(上李提學)
허 은계가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次許銀溪來韻)
민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敏師求語)
신감 법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神鑒法師求語)
인 어산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仁魚山求語)
급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절구를 지어 주다(伋師求語作句贈之)
도일 선자에게 주다(贈道一禪子)
광제 법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廣濟法師求語)
천 선자에게 주다(贈天禪子)
청소 수좌의 시에 차운하다(次淸素首座韻)
인견사에게 주다(贈印堅師)
밤에 읊다(夜吟)
오옹吳翁
무득無得
목옹木翁
무우無牛
남수南叟
준 상인에게 주다(贈俊上人)
우연히 읊다(偶吟)
만사輓詞
최 산인의 거처를 지나가며(過崔山人居)
이 간성의 시에 차운하다(次李杆城韻)
유감有感
권2
문(1) 19편
금강산 유점사 법당 상량문(金剛山楡岾寺法堂上樑文)
서산 대화상의 기신재忌辰齋를 지내면서 올린 소(西山大和尙忌辰齋疏)
또 올린 소(又)
송운 대사의 백재百齋를 지내면서 올린 소(松雲大師百齋疏)
또 올린 소(又)
생전예수소生前預修疏
금강산의 선암과 만회 두 암자를 중수하여~(金剛山舩岩萬廻二庵重修落成疏)
유점사상량소楡岾寺上樑疏
선암을 중수하여 낙성한 소(舩岩重修落成疏)
모친을 천도薦度하며 올린 소(薦母疏)
또 올린 소(又)
성수星宿의 천제天祭를 지내며 올린 소(星宿天醮疏)

008_0158_a_01L拙句慰解贈浩師山中偶事秋景
008_0158_a_02L…三首贈之山僧吳翁石橋
008_0158_a_03L慈受演史
月坡半材
008_0158_a_04L終偈鳥宿共一枝天明各自飛行者
008_0158_a_05L示性正禪伯示性正禪伯
008_0158_a_06L洞寒泉早夏次白洲韻趙翰林
008_0158_a_07L具生員韻送禪師歸故山答西山問禪
008_0158_a_08L宗韻贈閑凜二師
贈輝師古桃
008_0158_a_09L熈禪子歸故山詩贈之過隱士廬時贈
008_0158_a_10L之律詩
偶吟詩
又作輓詞

008_0158_a_11L和許高城韻和韓高城韻以長短句
008_0158_a_12L贈別釋均禪子次崔判書韻上李提
008_0158_a_13L學 次許銀溪來韻
賽敏師求語
008_0158_a_14L酬神鑒法師求語賽仁魚山求語
008_0158_a_15L師求語作句贈之贈道一禪子酧廣
008_0158_a_16L濟法師求語贈天禪子次淸素首座
008_0158_a_17L贈印堅師夜吟吳翁無得
008_0158_a_18L木翁無牛南叟贈俊上人
008_0158_a_19L輓詞
過崔山人居次李扞城
008_0158_a_20L有感

008_0158_a_21L卷二

008_0158_a_22L文(一) 十九篇

008_0158_a_23L金剛山楡岾寺法堂上樑文西山大和
008_0158_a_24L尙忌辰齋疏
松雲大師百齋疏

008_0158_a_25L前預修疏金剛山舩岩萬廻二庵重修
008_0158_a_26L落成疏楡岾寺上樑疏舩岩重修
008_0158_a_27L落成疏薦母疏
星宿天醮疏

008_0158_b_01L금강산 장안사에서 달마상을 조성하고~(金剛山長安寺造成達摩印出諸經慶讃疏)
유점사의 천왕상을 조성하여 점안하고 낙성한 두 개의 소(楡岾寺天王點眼落成疏二)
금강산 표훈사에서 금련金輦을 만들어 낙성한 소(金剛山表訓寺造輦落成疏)
부친을 천도薦度하며 올린 소(薦父疏)
생전예수소生前預修䟽
유점사를 중수하고 제불 및 나한 등의~(重修楡岾寺造成諸佛及羅漢等~)
권3
문(2) 23편
임진년에 강화부에서 총통銃筒과 탄자彈子를~(壬辰年江華府鑄銃筒及彈子勸善文)
천덕암의 바라鈸羅와 불기佛器에 대해 권선한 글(天德庵鈸羅兼佛器勸善文)
장안사 법당의 권선문(長安寺法堂勸文)
유점사 사천왕의 권선문(楡岾寺天王勸善文)
표훈사 해회당의 권선문(表訓寺海會堂勸善文)
석이암의 권선문(石耳庵勸善文)
권선문(勸善文)
장흥사 아미타상의 개금改金 및 영산회상탱과~(長興寺彌陁像改金靈山會幀~)
사운당중수모연문四雲堂重修募緣文
금강산 백화사에 세운 비의 발문(金剛山白華寺立碑跋記)
장안사중창권선문長安寺重創勸善文
주정 보연문鑄鼎普緣文
삼장사 개와蓋瓦 권선문(三藏盖瓦勸善文)
유점사 보광전 기단과 계단의 개축을 낙성하고~(楡岾寺普光殿基陛改築落成~)
금강산 유점사 산영루를 중수하며 권선한 글(金剛山楡岾山暎樓重修勸善文)
금강산 장안사의 법당을 조성하며 권선한 글(金剛山長安寺法堂造成勸善文)
통천군 독변로의 수치修治를 권선한 글(通川郡獨邊路輅修治勸善文)
여주 상두산 장흥사의 중창을 권선한 글(驪州象頭山長興寺重創勸善文)
금강산 유점사의 탑을 중수한 기문(金剛山楡岾寺重修塔記)
금강산낙서암중창기金剛山樂西庵重創記
금강산 백천교의 기문(金剛山百川橋記)
상당방上堂榜
수장修粧을 권선한 글 修粧勸善文
시詩

금강산에 거하며(居金剛山)
半生徧愛林泉勝  반생 동안 임천의 경치 두루 좋아하다가
始見金剛最絶奇  오늘 비로소 최고의 절승 금강산을 보게 됐네
萬壑淸聲松老少  골짜기 맑은 바람 소리는 늙고 젊은 소나무요
一窓寒影月參差  창가의 찬 그림자는 들쭉날쭉 달빛이라
鳥遷喬木巢春葉  큰 나무로 옮긴 새는 봄 잎 위에 둥지 틀고
鶴立枯査夢夜枝  마른 떼에 서 있는 학은 밤 가지에서 꿈을 꾸네
玉磬隔林傳曉漏  새벽 시간 전하는 숲 너머 경쇠 소리
想應方士禮天師  아마도 도사가 천사에게 아침 인사 드리나 봐


008_0158_b_01L剛山長安寺…慶讃疏楡岾寺天王點
008_0158_b_02L眼落成疏
金剛山表訓寺造輦落成疏
008_0158_b_03L薦父疏生前預修疏重修楡岾寺…
008_0158_b_04L慶讃疏

008_0158_b_05L卷三

008_0158_b_06L文(二) 二十三篇

008_0158_b_07L壬辰年江華府鑄銃筒及殫子勸善文
008_0158_b_08L德庵鈸羅兼佛器勸善文長安寺法堂
008_0158_b_09L勸文楡岾寺天王勸善文表訓寺海
008_0158_b_10L會堂勸善文石耳庵勸善文勸善文
008_0158_b_11L長興寺…勸善記四雲堂重修募緣文
008_0158_b_12L金剛山白華寺立碑跋記長安寺重創
008_0158_b_13L勸善文鑄鼎普緣文三藏盖瓦勸善
008_0158_b_14L楡岾寺…勸善文金剛山…勸善
008_0158_b_15L金剛山長安寺法堂造成勸善文
008_0158_b_16L川郡獨邊路修治勸善文驪州象頭山長
008_0158_b_17L興寺重創勸善文金剛山楡岾寺重修塔
008_0158_b_18L金剛山樂西庵重創記金剛山百川
008_0158_b_19L橋記上堂榜修粧勸善文

008_0158_b_20L

008_0158_b_21L

008_0158_b_22L居金剛山

008_0158_b_23L
半生徧愛林泉勝始見金剛最絶奇

008_0158_b_24L萬壑淸聲松老少一窓寒影月參差

008_0158_b_25L鳥遷喬木巢春葉鶴立枯査夢夜校

008_0158_b_26L玉磬隔林傳曉漏想應方士禮天師

008_0158_c_01L
또(又)
金剛影入半空搖  금강산 그림자 반공중에 어른거리는데
遊客先愁滑石橋  여행객은 돌다리 미끄러울까 지레 걱정일세
蕭寺飄香風拆桂  바람이 계수를 터뜨려 소사7)에 향기 나부끼고
桃源種藥雨肥苗  비가 싹을 살찌움에 도원8)에 약초를 심노매라
俯臨海底龍猜近  바다 밑 굽어보니 용이 접근을 시기하고
高步峯頭月不遙  산봉우리 높이 오르니 달이 멀지 않도다
天上帝京雖白玉  하늘 위 상제의 서울이 백옥이라 하지만
玆山方彼未曾饒  이 산도 그에 비해 전혀 못지않다 하리
비로봉에 올라(登毗盧峯)
秋風健脚上毗盧  추풍 속에 두 다리로 비로봉에 올라서니
雲外靑天手可模  구름 밖 푸른 하늘이 두 손에 잡힐 듯
逸興發時天共遠  흥치가 멀리 일어남에 하늘도 함께 멀고
此身遊處月同孤  이 몸 홀로 노닒에 달도 똑같이 홀로로다
日斜萬壑猶明滅  일만 골짜기 기운 햇빛 아직도 깜박깜박
嵐嫰千峯遆有無  일천 봉우리 어린 남기嵐氣 눈앞에 어른어른
下視八荒如蟻垤  사방팔방 내려다보니 마치 개미둑
不堪回首洛陽都  낙양 도성에 차마 머리 돌리지 못하겠네
한 자루의 칼(一口釼)
曾學屠龍按湛盧  도룡의 기술9) 배우고 담로10)를 손에 쥐었으나
盤根無試袖中模  반근11)을 시험 못한 채 소매 속에서 만지작거릴 뿐
潜擎黑地浮雲缺  암흑 속에서 슬며시 들면 부운이 조각나고
露拔靑天紫氣孤  청천에 날을 드러내면 자기가 외로워라12)
四海晏淸憑爾力  칼의 힘 빌려야만 세상이 안정되리니
一身榮達肯渠無  일신 영달할 기회가 어찌 그에게 없으리오
男兒志業知何事  남아의 지업이 무슨 일인지 알겠노니
掃斬天驕獻帝都  천교13)를 소탕해 목을 베어 제도에 바치는 것
또(又)
行道衆香邊    중향14) 쪽으로 길을 따라가다가
濯巾萬瀑泉    만폭의 샘물에서 수건 적셔 씻었소
鶴巢空日月    학의 둥지엔 속절없이 해와 달이요
寶窟尙雲烟    보굴엔 아직도 구름과 안개로세
無竭西天聖    담무갈이 서천의 성인이시라면
永郞東海仙    영랑15)은 바로 동해의 신선이시라
名高千載事    이름 높이 천년토록 전해 오는 일
回首一茫然    머리 돌려 바라보니 모두가 망연해라
또(又)
病老何曾睡    병든 노인 어떻게 잠들 수 있으리오
終宵愛燭明    밤새도록 밝은 촛불 벗하였다네
玲瓏秋月影    영롱한 가을 달 그림자에
蕭瑟夜松聲    소슬한 밤중의 솔바람 소리로세
樂道忘溫飽    도를 즐기며 온의溫衣 포식飽食 잊고
解空任死生    공 도리 깨우쳐 생사에 자유롭네

008_0158_c_01L

008_0158_c_02L
金剛影入半空搖遊客先愁滑石橋

008_0158_c_03L蕭寺飄香風拆桂桃源種藥雨肥苗

008_0158_c_04L俯臨海底龍猜近高步峯頭月不遙

008_0158_c_05L天上帝京雖白玉玆山方彼未曾饒

008_0158_c_06L登毗盧峯

008_0158_c_07L
秋風健脚上毗廬雲外靑天手可模

008_0158_c_08L逸興發時天共遠此身遊處月同孤

008_0158_c_09L日斜萬壑猶明滅嵐嫰千峯遆有無

008_0158_c_10L下視八荒如蟻垤不堪回首洛陽都

008_0158_c_11L一口釼

008_0158_c_12L
曾學屠龍按湛盧盤根無試袖中模

008_0158_c_13L潜擎黑地浮雲缺露拔靑天紫氣孤

008_0158_c_14L四海晏淸憑爾力一身榮達肯渠無

008_0158_c_15L男兒志業知何事掃斬天驕獻帝都

008_0158_c_16L

008_0158_c_17L
行道衆香邊濯巾萬瀑泉

008_0158_c_18L鶴巢空日月寶窟尙雲烟

008_0158_c_19L無竭西天聖永郞東海仙

008_0158_c_20L名高千載事回首一茫然

008_0158_c_21L

008_0158_c_22L
病老何曾睡終宵愛燭明

008_0158_c_23L玲瓏秋月影蕭瑟夜松聲

008_0158_c_24L樂道忘溫飽解空任死生

008_0159_a_01L故人書數紙    고인이 보내온 몇 장의 서한
應問大疑情    크게 의심나는 일을 물어보려 함이겠지
사립문을 닫고(掩柴扉)
柴扉不夜關    사립문을 밤에도 걸지 않나니
無事可相干    귀찮게 할 사람이 전혀 없으니까
紫陌非相識    도성 거리엔 아는 이가 없고
靑山是舊歡    청산이 바로 나의 옛 친구로세
生死猶逆旅    생사는 여인숙과 같은 것이요
天地眇彈丸    천지도 작기가 탄환 같아라
不必居何有    하유16)에 거할 것이 뭐가 있으랴
林間且考槃    숲속에서 고반17)하면 그만인 것을
대동강에서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하며(大同江懷古)
吟傍烟波古渡隈  연파 자욱한 옛 나룻가 옆에서 읊노라니
百年塵世轉堪哀  백 년의 풍진 세상이 더욱 서러워
繁華落日雲初散  번화한 도시 석양녘에 구름은 막 걷히고
徃事春風鳥獨廻  옛날과 같은 봄바람 속에 새가 홀로 돌아가네
畫角數聲人寂寞  몇 가락 뿔피리 소리뿐 사람은 적막한데
淸笳一曲客徘佪  맑은 호가胡笳 한 곡조에 길손이 서성이네
憑誰欲問興亡事  누구에게 흥망의 일을 물어볼거나
江水滔滔去不來  강물은 도도히 한번 가면 안 오는데
송운 대사가 일본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松雲之日本國)
何人着意勞驂騑  어떤 분이 피곤하게 수레 몰 뜻을 두었는고
屬國區區布漢威  속국에서 구구하게 조정의 위엄을 펼치는 일
盃渡蜃樓天縹緲  까마득한 하늘 아래 신기루 건너는 목배木盃요
櫓搖鯨額海依俙  아스라한 바다 위에 고래 등 흔드는 삿대로세
連將蹈海羞秦帝  노중련은 진제가 부끄러워 바다를 밟으려 했고18)
子欲棄桴嘆道微  부자는 쇠미한 도를 탄식하며 뗏목 타려 했지19)
爭似吾師憐世故  그보다는 우리 스님이 세상 일 동정하여
孤帆杳杳落斑衣  아득히 배 타고 일본(斑衣)20)에 감이 더 나으리
박 상공에게 바치다(獻朴相公)
欽哉綸命孰祗承  공경히 왕명을 그 누가 받들었는고
老手荊蠻欲一膺  노련한 솜씨로 형만21)을 한번 응징하려 하도다
莊海秋鵬摶萬里  가을 붕새 만 리를 치솟는 장자의 바다요22)
禹門春鯉透三層  봄 잉어 세 계단 오르는 우왕의 문이로다23)
江南已播甘棠化  강남에 감당의 교화24) 이미 퍼졌는데
塞北應傳大樹稱  새북에도 대수의 칭송25)이 전해지리라
天爲漢家扶社稷  하늘이 조정 위해 사직을 부지하려는 때
肯敎豪俊不飛騰  어찌 호걸이 날아오르지 않게 할소냐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祥師韻)
大平何用干城將  태평 시대에 간성의 장수가 필요하리오
撥亂須憑濟世才  난세를 평정하려면 제세의 인재가 있어야지
是聖是凡還是錯  성인과 범부 나누는 것도 잘못이니
非心非佛亦非臺  마음도 부처도 아니요 대도 아니로다26)

008_0159_a_01L故人書數紙應問大疑情

008_0159_a_02L掩柴扉

008_0159_a_03L
柴扉不夜關無事可相干

008_0159_a_04L紫陌非相識靑山是舊歡

008_0159_a_05L生死猶逆旅天地眇彈丸

008_0159_a_06L不必居何有林間且考槃

008_0159_a_07L大同江懷古

008_0159_a_08L
吟傍烟波古渡隈百年塵世轉堪哀

008_0159_a_09L繁華落日雲初散徃事春風鳥獨廻

008_0159_a_10L畫再數聲人寂寞淸笳一曲客徘佪

008_0159_a_11L憑誰欲問興亡事江水滔滔去不來

008_0159_a_12L送松雲之日本國

008_0159_a_13L
何人着意勞驂騑屬國區區布漢威

008_0159_a_14L盃渡蜃樓天縹緲櫓搖鯨額海依俙

008_0159_a_15L連將蹈海羞秦帝子欲棄桴嘆道微

008_0159_a_16L爭似吾師憐世故孤帆杳杳落斑衣

008_0159_a_17L獻朴相公

008_0159_a_18L
欽哉綸命孰祗承老手荆蠻欲一膺

008_0159_a_19L莊海秋鵬摶萬里禹門春鯉透三層

008_0159_a_20L江南已播甘棠化塞北應傳大樹稱

008_0159_a_21L天爲漢家扶社稷肯敎豪俊不飛騰

008_0159_a_22L次祥師韻

008_0159_a_23L
大平何用干城將撥亂須憑濟世才

008_0159_a_24L是聖是凡還是錯非心非佛亦非臺

008_0159_b_01L海中鐵樹方開蘂  바닷속 무쇠 나무에 바야흐로 꽃이 피고
窟裡蒼龍忽起雷  굴속의 푸른 용이 홀연히 우레 일으키네
門外刹竿休倒着  문밖의 찰간을 땅에 내려놓지 말고27)
聊看鞭影赤幡摧  편영을 보고서 적번을 얼른 세울지어다28)
허 은계에게 바치다(獻許銀溪)
夫子文章味脂膏  기름진 맛이 나는 부자의 문장이요
顔曾家法察秋毫  가을 털끝 살피는 안증29)의 가법이라
水因有月方知淨  물은 달이 있어야지 고요한 것을 알고
山爲無雲始見高  산은 구름이 없어야만 높은 것을 본다오
鳳息不應生壠枳  봉황이 서식하는 곳은 가시나무가 나지 않고30)
鵬搏只合接天濤  붕새가 나래 치는 곳은 하늘과 파도가 잇닿았네
可憐任氏云亡久  가련하다 임씨가 사라진 지 오래이니
誰把長竿釣巨鰲  누가 긴 낚싯대 들고 큰 자라를 낚을까31)
선유어사 이백주32)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宣諭御史白洲韻)
幽人邂逅蜀相如  은자隱者가 해후한 촉 땅의 사마상여司馬相如
高義凌空隘十虛  하늘 찌르는 높은 의기義氣 세상이 비좁아라
留節不多先急務  부절符節을 많이 머물지 않음은 급한 일 먼저 함이요
搜奇未徧後安居  승경勝景을 두루 찾지 않음은 안거를 뒤로 함이라33)
野壇花落春風暮  봄바람 부는 저녁나절 야단野壇에 꽃이 지고
蕭寺溪鳴夜雨初  밤비 내리는 쓸쓸한 절에 시내 소리 들려오네
他日靑雲須記我  뒷날 청운에 오르거든 나를 기억해 주시기를
蓬萊重度問柴廬  봉래산에 다시 오거든 사립문 찾아 주오
조 회양의 새해 시에 차운하다(次趙淮陽新歲韻)
[1]
節序相遷迅若跳  절서 바뀌는 신속함이 마치 도움닫듯
天根月窟幾盈消  천근과 월굴34)이 얼마나 차고 비었던가
乍聞魯史書雲日  얼핏 듣건대 노사는 구름과 해를 기록했고35)
又見周人賀歲朝  또 보건대 주나라 사람은 새해 아침을 하례했네
喜有使君遺玉字  사군이 글을 보내시어 기쁘기만 한데
媿無方士送金桃  도사는 선도仙桃를 못 보내어 부끄러워라
可憐白髮添雙鬢  가련하다 더 늘어난 귀밑의 백발이여
預惡春花滿樹條  가지에 만발한 봄꽃 보기 벌써부터 겸연쩍네

[2]
身內天君脫世緣  몸 안의 주인공이 세상 인연 벗어났는데
面門出入有何纒  얼굴 들고 출입함에 걸릴 것이 뭐 있으랴
受形恰似倉中黍  형체를 받은 것은 태창太倉의 곡식과 흡사해도
賦命應同雲外天  천명을 받은 것은 구름 밖 하늘과 같다 하리
聖爲致知終不退  성인은 이치를 깨달아서 물러남이 없는데
狂因罔念竟難前  광인은 생각하지 않아 발전하기 어려워라36)
也須此事當人得  이 일은 각자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법
父子雖親豈可傳  가까운 부자 사이라도 어떻게 전할 수 있으리오
당원사에서 묵다(宿當願寺)
倦客投林野    피곤한 객 임야에 투숙했더니
幽人禮數勤    유인이 정성을 다해 대접해 주네
雪殘泥更滑    눈이 남아 흙탕길은 더욱 미끌미끌
山暝日初曛    해가 막 저물면서 산골은 어둑어둑

008_0159_b_01L海中鐵樹方開蘂窟裡蒼龍忽起雷

008_0159_b_02L門外刹竿休倒着聊看鞭影赤幡摧

008_0159_b_03L獻許銀溪

008_0159_b_04L
夫子文章味脂膏顏曾家法察秋毫

008_0159_b_05L水因有月方知淨山爲無雲始見高

008_0159_b_06L鳳息不應生壠枳鵬搏只合接天濤

008_0159_b_07L可憐任氏云亡久誰把長竿釣巨鰲

008_0159_b_08L次李宣諭御史白洲韻

008_0159_b_09L
幽人邂逅蜀相如高義凌空隘十虛

008_0159_b_10L留節不多先急務搜奇未徧後安居

008_0159_b_11L野壇花落春風暮蕭寺溪鳴夜雨初

008_0159_b_12L他日靑雲須記我蓬萊重度問柴廬

008_0159_b_13L次趙淮陽新歲韻

008_0159_b_14L
節序相遷迅若跳天根月窟幾盈消

008_0159_b_15L乍聞魯史書雲日又見周人賀歲朝

008_0159_b_16L喜有使君遺玉字媿無方士送金桃

008_0159_b_17L可憐白髮添雙鬢預惡春花滿樹條(一)

008_0159_b_18L身內天君脫世緣面門出入有何纒

008_0159_b_19L受形恰似倉中黍賦命應同雲外天

008_0159_b_20L聖爲致知終不退狂因罔念竟難前

008_0159_b_21L也須此事當人得父子雖親豈可傳(二)

008_0159_b_22L宿當願寺

008_0159_b_23L
倦客投林野幽人禮數勤

008_0159_b_24L雪殘泥更滑山暝日初曛

008_0159_c_01L何處雞呼月    어디선가 달을 보고 닭이 우는데
隣家犬吠雲    이웃집 개는 구름 보고 짖어 대누나
主人情爛熳    주인의 정이 이렇게 난만할 수가
不寐對論文    잠 잊은 채 마주 보고 글을 논하네
인사의 방문을 받고 사례하다(謝仁師見訪)
風範初相識    의젓한 풍채는 오늘 처음 뵈었지만
聲華舊所聞    화려한 명성은 예전에 이미 들었어라
君應予不伴    그대는 나를 짝으로 여기지 않더라도
吾與子同羣    나 자신은 그대와 동지라고 생각하오
富有經千卷    경전은 천 권이나 되는 부자이건만
貧無衲七斤    일곱 근짜리 장삼37)도 없는 가난뱅이라오
金剛期後會    약속합시다 뒷날 금강산에서 만나
共踏萬重雲    만 겹의 구름을 함께 밟아 보기로
오 방백에게 올리다(上吳方伯)
荷簣來承話    하궤38)가 와서 이야기 받들어 듣고는
披雲見月孤    구름 헤치고 나온 외로운 달을 보았소
曾聞召伯樹    일찍이 소백의 나무를 들었는데39)
更見魏王瓠    다시금 위왕의 박을 보게 되었소40)
自塞心頭草    스스로 마음속의 잡초를 제거하면
誰無衣內珠    누군들 옷 속의 보주41)를 보지 못하리오
別離何太速    이별이 어쩌면 이렇게도 빠른지
金節且踟蹰    황금 부절符節도 아쉬워서 바로 떠나지 못하네
문·정 두 수재의 방문을 받고 사례하다(謝文鄭二秀才見訪)
喬松勞玉節    교송42)이 옥절을 수고롭게 하여
鳬舄跨空來    부석43)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셨네
爲愛山中客    산중의 나그네를 아껴 주시어
荊扉月下推    달빛 아래 사립문을 미셨구려44)
忘歸紫陌上    도성 거리에 돌아가는 일을 잊고
隔宿白雲隈    흰 구름 가에서 묵은 하룻밤
明日應爲別    내일은 응당 헤어질 텐데
佳期安在哉    다시 만날 날 언제나 있을는지
허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許高城韻)
祗受欽哉命    왕명을 새로 공경히 받드신 분
金剛思杳然    금강산이 앞으로 아득히 생각나리
桂花秋草外    계수나무 꽃은 가을 풀 밖에
蕭寺暮雲前    쓸쓸한 절은 저녁 구름 앞에
笠帶過山雨    삿갓에 듣나니 산을 지나는 빗줄기요
輿穿鎻逕烟    수레로 뚫나니 길을 막은 안개로세
爲民行促迫    백성 위해 갈 길이 촉박한 중에서도
留語別群仙    시 한 수 남겨 신선들과 작별을 하네
보덕굴寶德窟
換骨眞人昔做功  환골탈태한 진인이 예전에 지었나니
冲空遺影在琳宮  하늘을 나는 그림자가 전각 속에 남아 있네

008_0159_c_01L何處雞呼月隣家犬吠雲

008_0159_c_02L主人情爛熳不寐對論文

008_0159_c_03L謝仁師見訪

008_0159_c_04L
風範初相識聲華舊所聞

008_0159_c_05L君應予不伴吾與子同羣

008_0159_c_06L富有經千卷貧無衲七斤

008_0159_c_07L金剛期後會共踏萬重雲

008_0159_c_08L上吳方伯

008_0159_c_09L
荷簣來承話披雲見月孤

008_0159_c_10L曾聞召伯樹更見魏王瓠

008_0159_c_11L自盡心頭草誰無衣內珠

008_0159_c_12L別離何太速金節且踟蹰

008_0159_c_13L謝文鄭二秀才見訪

008_0159_c_14L
喬松勞玉節鳬舄跨空來

008_0159_c_15L爲愛山中客荆扉月下推

008_0159_c_16L忘歸紫陌上隔宿白雲隈

008_0159_c_17L明日應爲別佳期安在哉

008_0159_c_18L和許高城韻

008_0159_c_19L
祗受欽哉命金剛思杳然

008_0159_c_20L桂花秋草外蕭寺著雲前

008_0159_c_21L笠帶過山雨輿穿鎻逕烟

008_0159_c_22L爲民行促迫留語別群仙

008_0159_c_23L寶德窟

008_0159_c_24L
換骨眞人昔做功冲空遺影在琳宮

008_0160_a_01L靑山有意朝晨月  청산은 뜻이 있어 새벽달에 조회하고
翠栢多情吼晩風  송백은 정이 많아 저녁 바람에 화답하네
危磴只憑金鎻力  쇠사슬에 의지하는 위험한 비탈길이요
層軒惟賴鐵楹雄  쇠기둥으로 지탱하는 몇 층의 누대로세
不知遊賞身何在  유람하는 이 몸은 지금 어디 있는고
疑是乘鸞紫靄中  보랏빛 노을 속에 봉황의 등에 올라탄 듯
천일대天逸臺
臺中風景多奇絶  누대 위의 풍경이 이토록 절묘할 수가
踏遍山川見未曾  산천을 두루 다녔어도 일찍이 보지 못했어라
李白題詩應不盡  이백이 시를 짓더라도 끝이 없을 것이요
僧繇畫筆尙難能  승요45)가 붓을 잡더라도 그리기 어려우리
靑羅障疊山回轉  푸른 비단 봉우리들 돌고 도는 산이라면
白玉屏披石幾層  백옥 병풍 펼쳐 놓은 몇 층의 암석이라
若使淮南遊賞地  회남46)에게 이곳을 유람하게 하였다면
悔將身世綵雲升  구름 위로 올라간 신세를 후회했으리
우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禹學士韻)
豈意王孫慰病僧  왕손께서 병든 중을 위문할 줄이야
洗心奇術媿圖澄  가슴을 씻는 기술의 도징에게 부끄러워47)
石門月白風初起  달 밝은 석문에는 바람이 막 일어나고
杏閣雲披露欲凝  구름 걷힌 행각에는 이슬이 맺히려 하네
遙憶草玄飛玉屑  생각건대 초현하며 옥설을 날리실 터48)
切知高義薄雲層  높은 그 의기는 하늘에 닿을 줄 알고말고
老天不肯東方曙  하늘이 동방에 새벽을 주려 않는다면
須向昏衢點一燈  우리가 어두운 길에 등불 켜야 하겠지요
정 매계의 시에 차운하다(次鄭梅溪韻)
[1]
仙府風烟靜杳然  풍연이 아스라이 고요한 선부에서
興來吟賞困來眠  흥이 나면 읊조리고 피곤하면 잠을 자고
早知白雪少人和  백설곡 화답할 사람 적은 것을 아는 터에49)
肯把瑤琴下指絃  기꺼이 거문고 안고 줄 퉁기려 하겠는가
村味甘時饒玉食  시골 맛 감칠날 때는 진수성찬보다 낫고
苔紋深處敵金錢  이끼 무늬 깊은 곳은 금전에 필적한다오
高才泛愛憐方外  고재가 두루 사랑하여 방외인을 동정하니
應是昌黎慰太顚  창려가 태전을 위로해 준 격이로세50)

[2]
幽居三徑間相開  숨어 사는 곳에 삼경51)을 열어 놓고
獻賦金門歸去來  금문52)에 귀거래사 지어서 올렸다네
厨下日高羹綠芋  해 높은 때 주방에선 토란국을 끓이고
檻前風靜坐靑苔  난간에 바람 고요하면 이끼 위에 앉는다오
蒼生自失調元手  창생이 잃어버린 조원53)의 솜씨여
聖主寧踈濟世才  성주가 어찌 제세의 인재를 소홀히 할까
遙想考槃無與晤  아마도 고반54)하며 얘기 나눌 사람 없어
桂花香裡獨登臺  계수나무 향기 속에 혼자 누대에 오르시리

[3]
看花紫陌兢紛然  도성 거리 꽃구경 다투어 요란하니
趂艶尋芳孰暇眠  미색 좇고 꽃 찾느라 잠들 틈이나 있으리오55)
漢室傳經徒織錦  한나라 경학은 비단만 짰다 할까
齊門操瑟謾工絃  제나라 음악은 공연히 재주만 부렸다네

008_0160_a_01L靑山有意朝晨月翠栢多情吼晩風

008_0160_a_02L危磴只憑金鎻力層軒惟賴鐵楹雄

008_0160_a_03L不知遊賞身何在疑是乘鸞紫靄中

008_0160_a_04L天逸臺

008_0160_a_05L
臺中風景多奇絶踏遍山川見未曾

008_0160_a_06L李白題詩應不盡僧繇畫筆尙難能

008_0160_a_07L靑羅障疊山回轉白玉屏披石幾層

008_0160_a_08L若使淮南遊賞地悔將身世綵雲升

008_0160_a_09L次禹學士韻

008_0160_a_10L
豈意王孫慰病僧洗心奇術媿圖澄

008_0160_a_11L石門月白風初起杏閣雲披露欲凝

008_0160_a_12L遙憶草玄飛玉屑切知高義薄雲層

008_0160_a_13L老天不肯東方曙須向昏衢點一燈

008_0160_a_14L次鄭梅溪韻

008_0160_a_15L
仙府風烟靜杳然興來吟賞困來眠

008_0160_a_16L早知白雪少人和肯把瑤琴下指絃

008_0160_a_17L村味甘時饒玉食苔紋深處敵金錢

008_0160_a_18L高才泛愛憐方外應是昌黎慰太顚(一)

008_0160_a_19L幽居三徑間相開獻賦金門歸去來

008_0160_a_20L厨下日高羮綠芋檻前風靜坐靑苔

008_0160_a_21L蒼生自失調元手聖主寧踈濟世才

008_0160_a_22L遙想考槃無與晤桂花香裡獨登臺(二)

008_0160_a_23L看花紫陌競紛然趁艶尋芳孰暇眠

008_0160_a_24L漢室傳經徒織錦齊門操瑟謾工絃

008_0160_b_01L彤庭進獻專非璞  대궐에 바치는 것은 전혀 박옥璞玉이 아니요56)
畫省飛騰半是錢  관청에 날리는 것은 절반이 돈이로세
何似眞人兼吏隱  그보다는 진인으로 이은57)을 겸하여
任地西沛又東顚  동서로 떠돌며 부임하는 것이 훨씬 나으리
신 황화 상공에게 올리다(上申皇華相公)
豈意窮山召伯來  궁벽진 산골에 소백58)이 찾아오실 줄이야
幽居嬾掃小庭苔  숨어 살며 청소에 게을러 작은 뜰엔 이끼만
邏人影入溪橋斷  나졸의 그림자는 징검다리 들어가 끊어지고
鐵笛聲高石棧頹  쇠피리 소리는 돌다리 드높이 흩어지네
紅葉落時飄玉節  붉은 잎 떨어질 때 나부낀 사신의 깃발이요
白雲生處醉瓊盃  흰 구름 이는 곳에서 술 취한 옥배로다
禪心忝奉皇華使  선심으로 외람되게 왕명 받든 사절 뵙고
欲賦甘棠媿不才  감당 시59) 지으려 해도 재주가 없어 부끄럽네
유 흡곡에게 올리다(上兪歙谷)
明府於民已省刑  백성의 형벌을 대폭 감해 준 우리 원님
牛刀風化被伶仃  우도의 풍화60)가 고독한 사람에게까지
草因猛吹方知勁  풀은 폭풍 속에서 강인한 것을 알고
松爲淸霜始見靑  솔은 된서리 속에서 푸른 것을 아는 법
鸞鳳不應栖枳棘  난봉이 가시나무에 깃들 수 있나
蛟龍只合宅滄溟  교룡은 바다 속에서 살아야만 제격이지
可憐伯樂云亡久  가련하다 백락이 사라진 지 오래되어
還使鹽車駕逸䮐  소금 수레를 천리마에게 끌게 하는구나61)
이 수재에게 주다(贈李秀才)
謫仙霞衲共淸談  적선과 하납이 함께 청담을 나눴나니
半是黃庭半老聃  반은 황정이요 반은 노담이라62)
一片野雲猶滯北  한 조각 들 구름은 아직 북쪽에 머물고
九霄風翮已圖南  높은 하늘 바람 탄 날개는 이미 남쪽 향했어라63)
自誇事業時中合  사업이 때에 맞는 것을 자부하노니
誰㦖行裝格外叅  행장이 격외선格外禪 참구參究함을 누가 민망히 여기랴
別後相思在何許  이별한 뒤 어디에서 서로 그리워할까
杳然雲樹間靑嵐  아득히 운수64) 사이 푸른 산기운 떠 있는 곳
산성의 최 수어장에게 올리다(上山城崔守禦將)
五馬歸來一逕遙  멀리 뻗은 하나의 길 오마65)가 돌아와서
石門斜日喜相邀  석문에서 석양녘에 기쁘게 상봉했네
登臨古壘傷前代  옛 성루에 오르니 가슴 아픈 전대의 일
修葺孤墉爲聖朝  성조를 위해 외로운 성곽 수리했다오
帷幄運籌驚鬼魅  귀신도 놀라는 유악의 운주요66)
轅門決策採蒭蕘  추요에게도 물어보는 원문의 결책이라67)
材官劒客爭麾下  무관과 검객이 다투어 휘하에 드나니
自是將軍慣射鵰  원래 장군이 예사로 수리를 쏘아 맞추니까
유 수찬이 산을 유람하던 중에 비에 길이 막혀 마하연에서 날이 맑기를 기다리다가 비로봉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는 율시를 지어서 위로하다(承聞柳修撰 遊山滯雨 摩訶衍待晴 上毗盧峰云 以律慰解)


008_0160_b_01L彤庭進獻專非璞畫省飛騰半是錢

008_0160_b_02L何似眞人兼吏隱任地西沛又東顚(三)

008_0160_b_03L上申皇華相公

008_0160_b_04L
豈意窮山召伯來幽居嬾掃小庭苔

008_0160_b_05L邏人影入溪橋斷鐵笛聲高石棧頹

008_0160_b_06L紅葉落時飄玉節白雲生處醉瓊盃

008_0160_b_07L禪心忝奉皇華使欲賦甘棠媿不才

008_0160_b_08L上兪歙谷

008_0160_b_09L
明府於民已省刑牛刀風化被伶仃

008_0160_b_10L草因猛吹方知勁松爲淸霜始見靑

008_0160_b_11L鸞鳳不應栖枳棘蛟龍只合宅滄溟

008_0160_b_12L可憐伯樂云亡久還使鹽車駕逸䮐

008_0160_b_13L贈李秀才

008_0160_b_14L
謫仙霞衲共淸談半是黃庭半老聃

008_0160_b_15L一片野雲猶滯北九霄風翮已圖南

008_0160_b_16L自誇事業時中合誰㦖行裝格外叅

008_0160_b_17L別後相思在何許杳然雲樹間靑嵐

008_0160_b_18L上山城崔守禦將

008_0160_b_19L
五馬歸來一逕遙石門斜日喜相邀

008_0160_b_20L登臨古壘傷前代修葺孤墉爲聖朝

008_0160_b_21L帷幄運籌驚鬼魅轅門決策採蒭蕘

008_0160_b_22L材官劒客爭麾下自是將軍慣射鵰

008_0160_b_23L承聞柳修撰遊山滯雨摩訶衍待
008_0160_b_24L上毗盧峰云以律慰解

008_0160_c_01L
尋眞怾怛用工夫  진경眞景 찾으려 공력을 절실히 쏟았을 텐데
草屋柴狀夢寐孤  초옥에서 기다리며 꿈속에서도 외로웠으리
山雨有情留玉節  산비는 생각이 있어 옥절을 만류했겠지만
洞雲無賴覆毗盧  골짜기 구름은 무뢰하게도 비로봉을 덮었구만
天晴始見凌霄頂  날이 개서야 하늘 찌르는 정상을 보고
足履方知近日隅  발로 밟고야 해 가까운 자리를 알았으리
欲識群仙朝上帝  신선들이 상제에게 조회하는 걸 아시려면
請君鳬舄住斯須  그대여 부석68)을 잠시 머물러 보시기를
해사가 고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海師還故山)
來自天磨還聖居  천마산에서 와서 다시 성거산으로
多君行色與人踈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그대의 행색 대단하기도
登仙已添枯心鶴  등선에서 고심의 학에 이미 들었으니
選佛應叅點額魚  선불에서도 점액의 물고기에 응당 끼어야겠지69)
觀彼物華知造化  저 물화를 관찰하면 조화를 알고
省吾氣息識盈虛  나의 기식을 살펴보면 영허를 안다네
老僧尙未輕離別  노승은 아직도 이별이 쉽지 않아
回首雲山問所如  구름 산 돌아보며 가는 곳을 물어보네
오 대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悟大師求語)
千年田主是誰翁  천 년의 땅 주인이 누구의 할아버지인가
末葉雲孫世係同  말엽의 먼 후손들 모두 같은 족보로다
家語竺墳幷魯誥  집에서 말하는 것은 불서佛書와 유서儒書요
親朋明月與淸風  친하게 지내는 벗은 명월과 청풍이라
無絃錦瑟彈成曲  줄 없는 거문고 연주하여 곡을 만들고
沒字塵經講得通  글자 없는 경서를 강독하여 통하노라
終日兀然閑坐處  종일토록 올연히 한가로이 앉은 곳에
春來芳草落花紅  봄이 되자 방초에 붉은 꽃잎 떨어지네1
잠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岑師求語)
放下排包久息眉  집착을 그만두고 오래 마음 쉬노라면
襟懷虗朗月當天  가슴속이 명랑해지며 중천에 뜬 달 같다네
年來不肯三玄句  연래엔 삼현의 구70)도 심드렁하고
老去無心一指禪  늙어 가며 일지의 선71)도 관심 없어라
洗鉢徐行山影裡  발우 씻고 산 그림자 속에서 산보하거나
收衣宴坐樹陰邊  옷 여미고 나무 그늘에 좌선을 할 뿐
自今踏着金剛路  지금 금강산 길을 밟고 가면서
始悔從前謾學仙  종전에 괜히 신선 배운 걸 후회하노라
길가의 빈집에서 비를 피하며(途傍空舍避雨)
小齋寥落雨聲寒  텅 빈 작은 집에 싸늘한 빗소리만
百結行裝捴未乾  누더기 행장이 온통 마른 곳이 없네
借問蘇萊山下路  소래산 내려가는 길을 물어보았더니
耕夫遙指白雲端  농부가 멀리 흰 구름 끝을 가리키네
선사의 탑을 참배하고(謁先師塔)
西山風化等彌盧  서산의 풍화가 미로와 같았나니
臨濟門庭再不孤  임제의 문정이 다시는 외롭지 않으리라72)

008_0160_c_01L
尋眞怾怛用工夫草屋柴狀夢寐孤

008_0160_c_02L山雨有情留玉節洞雲無賴覆毗盧

008_0160_c_03L天晴始見凌霄頂足履方知近日隅

008_0160_c_04L欲識群仙朝上帝請君鳬舄住斯須

008_0160_c_05L送海師還故山

008_0160_c_06L
來自天磨還聖居多君行色與人踈

008_0160_c_07L登仙已添枯心鶴選佛應叅點額魚

008_0160_c_08L觀彼物華知造化省吾氣息識盈虛

008_0160_c_09L老僧尙未輕離別回首雲山問所如

008_0160_c_10L酬悟大師求語

008_0160_c_11L
千年田主是誰翁末葉雲孫世係同

008_0160_c_12L家語竺墳并魯誥親朋明月與淸風

008_0160_c_13L無絃錦瑟彈成曲沒字塵經講得通

008_0160_c_14L終日兀然閑坐處春來芳草落花紅

008_0160_c_15L賽岑師求語

008_0160_c_16L
放下排包久息眉襟懷虗朗月當天

008_0160_c_17L年來不肯三玄句老去無心一指禪

008_0160_c_18L洗鉢徐行山影裡收衣宴坐樹陰邊

008_0160_c_19L自今踏着金剛路始悔從前謾學仙

008_0160_c_20L途傍空舍避雨

008_0160_c_21L
小齋寥落雨聲寒百結行裝捴未乾

008_0160_c_22L借問蘇萊山下路耕未遙指白雲端

008_0160_c_23L謁先師塔

008_0160_c_24L
西山風化等彌盧臨濟門庭再不孤

008_0161_a_01L縱使僧繇難寫影  비록 승요73)라도 영정을 그리기 어려워
空山謾樹石浮屠  빈산에 석탑만 속절없이 서 있어라
스스로 마음을 대신하여 육신에게 주다(自代心贈身形)
我生落地即憑渠  내가 땅에 태어난 것은 바로 그대 통해서
渠我相將五十餘  그대와 내가 어울리기 어언 오십여 년
秪恐與渠分手日  다만 걱정은 우리 서로 헤어질 때
百年交道一朝踈  백 년 우정이 하루아침에 멀어질까 봐
초가을 유감(初秋有感)
一片秋聲落井桐  오동잎 우물에 지는 한 조각 가을 소리
老僧驚起問西風  노승 놀라 일어나서 서풍에게 물어보네
朝來獨步臨溪上  아침에 홀로 걸어 냇가에서 굽어보니
七十年光在鏡中  칠십 년 세월의 빛이 거울 속에 비치네
단풍을 노래하다(咏楓)
孤根不勁怯秋風  외로운 뿌리 연약하여 추풍에 겁을 먹고
綠葉霜前變作紅  푸른 잎이 서리 내리기도 전에 빨갛게 변했어라
縱使山光明似錦  산 빛이 비단처럼 환하다고 하더라도
爭如獨翠歲寒松  어찌 홀로 푸르른 세한의 솔만 하겠는가
양양襄陽과 간성杆城 두 사군을 송별하며(送別襄杆二使君)
爲愛金剛遺郡事  금강을 사랑해서 고을 일 보류하였는데
玉峯鳬舄共差池  옥봉의 부석은 모두 차질을 빚었어라74)
可憐却踏來時路  가련해라 왔던 길 도로 밟다니
無限秋山付與誰  가을 산 무한한 정취 누구에게 부칠거나
감회를 쓰다(書懷)
南北東西信意遊  동서남북 어디든 내 마음 가는 대로
世間無事肯回頭  세간엔 일 없으니 머리 어찌 돌리리오
若將些子欺方寸  조금이라도 마음을 속이려 한다면
對與人言滿面羞  사람과 말할 때 부끄러움이 얼굴 가득
잠선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岑禪求語)
跫聲鳴石逕    발자국 소리는 돌길을 울리고
笻影蘸晴川    지팡이 그림자는 맑은 시내에 잠겼어라
寂寞西來意    적막하여라 서쪽에서 온 뜻75)이여
誰憐一指禪    누가 일지선76)을 어여삐 여겨 줄까
염불관念佛觀
極樂堂前滿月容  극락당 앞에 달님의 모습이 가득
玉毫金相照虗空  옥호의 금상77)이 허공을 비추네
若能一念稱名號  만약 일념으로 명호를 제대로 칭한다면
頃刻圓成無量功  무량한 공덕을 경각간에 원만하게 이루리
보덕사에서 노닐며 느낌이 있기에(遊報德寺有感)
岑樓紺殿五雲籠  잠루와 감전78)에 오색구름 감도는데
金刹亭亭半入空  금찰이 우뚝 절반이나 공중에 들었어라

008_0161_a_01L縱使僧繇難寫影空山謾樹石浮屠

008_0161_a_02L自代心贈身形

008_0161_a_03L
我生落地即憑渠渠我相將五十餘

008_0161_a_04L秪恐與渠分手日百年交道一朝踈

008_0161_a_05L初秋有感

008_0161_a_06L
一片秋聲落井桐老僧驚起問西風

008_0161_a_07L朝來獨步臨溪上七十年光在鏡中

008_0161_a_08L咏楓

008_0161_a_09L
孤根不勁怯秋風綠葉霜前變作紅

008_0161_a_10L縱使山光明似綿爭如獨翠歲寒松

008_0161_a_11L送別襄杆二使君

008_0161_a_12L
爲愛金剛遺郡事玉峯鳬舃共差池

008_0161_a_13L可憐却踏來時路無限秋山付與誰

008_0161_a_14L書懷

008_0161_a_15L
南北東西信意遊世間無事肯回頭

008_0161_a_16L若將些子欺方寸對與人言滿面羞

008_0161_a_17L賽岑禪求語

008_0161_a_18L
跫聲鳴石逕笻影蘸晴川

008_0161_a_19L寂寞西來意誰憐一指禪

008_0161_a_20L念佛觀

008_0161_a_21L
極樂堂前滿月容玉毫金相照虗空

008_0161_a_22L若能一念稱名號頃刻圓成無量功

008_0161_a_23L遊報德寺有感

008_0161_a_24L
岑樓紺殿五雲籠金刹亭亭半入空

008_0161_b_01L試問經營誰施貨  물어보세 이 절 지을 때 누가 시주한 것인지
老僧含淚說中宮  노승이 눈물 머금고 중궁을 얘기하네
간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侃師求語)
靑天白日爲知己  청천과 백일이 나의 지기요
惡虎頑蛇是故人  사나운 범과 뱀이 나의 친구라
我若忘機皆道友  내가 기심機心 잊으면 모두가 도 닦는 벗
何須皮裡揀踈親  겉만 보고 친소親疎를 따질 것이 있으랴
호 장로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浩長老求語)
遠向臺山求一語  멀리 오대산 향해 청한 한마디 말
千經萬論是誰言  천경 만론이 누구의 말이냐고
涅槃眞說猶魔說  열반경의 진실한 말도 마귀의 설일진대
況復老僧動舌根  노승의 말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송운 대사가 일본국에 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松雲之日本國)
[1]
遠別佳人雲海間  멀리 운해 사이로 가인과 이별하면
經年無計可承顏  오랫동안 뵐 길이 없으리니
此身欲作千精衛  이 몸이 천 마리 정위가 되어
塡却東溟步徃還  동해를 메워 걸어서 갔다 오게 했으면79)

[2]
別離衰鬂盡成絲  이별에 쇠한 머리칼 모두 하얀 실
不敢明言有所思  감히 그리움을 말로 밝히지 못하겠네
乳燕雙飛春寂寂  제비 새끼 쌍으로 나는 적적한 이 봄날에
落花樓上獨移時  꽃 지는 누대 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노라

[3]
終日思君不見君  종일 그대 생각해도 그대 보지 못한 채
倚樓魂斷海天雲  바다 구름 보며 누대에 기대어 애 끊기오
那堪落葉秋風外  어떻게 견딜까나 낙엽 지는 추풍 속에
半夜踈鍾月下聞  달 아래 들리는 한밤중 성긴 종소리를
한식일에 송운 대사를 생각하며(寒食日憶松雲)
江籬初綠柳眉白  강리 풀은 막 푸르고 버들잎은 하얗고
此日誰將勸酒頻  오늘 누구와 술잔을 주고받을꺼나
縱見殊方花似錦  이역異域에서 비단 같은 꽃을 볼지라도
想應回首洛陽春  생각건대 낙양의 봄에 머리를 돌리리라
이 백업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李白業求語)
性不死生無量壽  생사 없는 성품이 무량수불이요
心中惻隱是觀音  측은한 마음이 관세음보살이라
時時二聖如相對  두 분 불보살을 때때로 마주하면
佛國何須別處尋  불국토를 딴 데에서 찾을 것이 있으리오
복진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復眞求語)
生天入地不由他  천상과 지옥에 나는 것은 다른 이유 없나니
我若無心佛亦何  내가 만약 무심하면 부처도 어떻게 하랴
端坐收情稱聖號  단정히 앉아 마음 거두고 성호를 칭하면
不曾移步見彌陀  반걸음도 옮기지 않고서 아미타불을 보리라
산중 잡사(山中雜事)


008_0161_b_01L試問經營誰施貨老僧含淚說中宮

008_0161_b_02L賽侃師求語

008_0161_b_03L
靑天白日爲知己惡虎頑蛇是故人

008_0161_b_04L我若忘機皆道友何須皮裡揀踈親

008_0161_b_05L賽浩長老求語

008_0161_b_06L
遠向臺山求一語千經萬論是誰言

008_0161_b_07L涅槃眞說猶魔說況復老僧動舌根

008_0161_b_08L送松雲之日本國

008_0161_b_09L
遠別佳人雲海間經年無計可承顏

008_0161_b_10L此身欲作千精衛塡却東溟步徃還(一)

008_0161_b_11L別離衰鬂盡成絲不敢明言有所思

008_0161_b_12L乳燕雙飛春寂寂落花樓上獨移時(二)

008_0161_b_13L終日思君不見君倚樓魂斷海天雲

008_0161_b_14L那堪落葉秋風外半夜踈鍾月下聞(三)

008_0161_b_15L寒食日憶松雲

008_0161_b_16L
江籬初綠柳眉白此日誰將勸洒頻

008_0161_b_17L縱見殊方花似錦想應回首洛陽春

008_0161_b_18L酧李白業求語

008_0161_b_19L
性不死生無量壽心中惻隱是觀音

008_0161_b_20L時時二聖如相對佛國何須別處尋

008_0161_b_21L賽復眞求語

008_0161_b_22L
生天入地不由他我若無心佛亦何

008_0161_b_23L端坐收情稱聖號不曾移步見彌陀

008_0161_b_24L山中雜事

008_0161_c_01L
慵踈不剪覆齋茅  게을러서 지붕의 띠풀도 자르지 않고
掬飮寒泉手半凹  찬 샘물도 손으로 반 움큼 떠서 마신다네
幻境何須勞眼界  허깨비 경계에 눈을 피곤케 할 것 있나
簷前坐睡睷長交  처마 앞에 눈을 감고 앉아서 잠든다네
박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朴上舍韻)
石門斜日照    돌 성문에는 저녁 햇빛 비치고
風磴小溪流    바람 부는 언덕에는 작은 시냇물
有累天猶窄    걸림이 있으면 하늘도 좁겠지만
無營地自幽    일이 없으면 땅이 절로 외지다오
世情皆桂玉    세상 형편은 모두가 계옥80)이요
山興只林丘    산림의 흥취는 단지 숲과 구릉뿐
後會知何處    나중에 우리 어디에서 서로 만날까
時危慘去留    때가 위태로워 떠나건 머물건 참담한데
중뢰 사미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重瓃沙彌求語)
誰使爾名瓃    누가 네 이름을 뇌라고 하였느냐
深藏待價來    깊이 감췄다가 제값을 받아야지81)
雕文還喪德    무늬를 새기면 오히려 덕을 잃고
着足反傷材    발을 붙이면 거꾸로 재질을 상하리라
楚壁令人刖    초벽은 사람의 발을 잘리게 했고82)
隋珠按劒猜    수주는 칼자루 만지며 노려보게 했지83)
波斯如不遇    파사84)를 만약 만나지 못한다면
錯認乃家財    가재도구家財道具쯤으로 잘못 알리라
산중에서 읊다(山中吟)
鬪草歸山逕    풀숲을 헤치며 돌아온 산길
將枝拂石苔    나뭇가지 들고서 바위 이끼 털어 내네
晩來花下坐    저녁 나절 꽃 아래 앉아 있노라니
林吹送香來    나무숲이 향기를 불어 보내네
백천교百川橋
晩凉森木戰西風  서늘한 저녁에 서풍과 싸우는 삼목
楓葉松梢間翠紅  단풍잎 솔가지 뒤섞여 울긋불긋
萬瀑飛泉鳴落照  만폭동 폭포수가 석양녘에 떨어지니
水聲添箇錦屏中  비단 병풍 안에 물소리가 더해지네
유 경차 상공에게 올리다(上柳敬差相公)
落葉蕭蕭古逕深  낙엽이 쓸쓸히 지는 깊은 옛 산길
探尋幾費短長吟  절경 감상하는 시구 그동안 얼마나 읊었을까
誰云世少楊州鶴  세상에 양주 학85) 없다 그 누가 말하는가
鳬舄于今過碧岑  부석86)이 지금 푸른 산을 지나가는걸
유 수찬이 산을 유람하던 도중에 비에 길이 막혀 마하연에서 날이 맑기를 기다리다가 비로봉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는 졸구를 지어서 위로하다(承聞柳修撰 遊山滯雨 摩訶衍待晴 登毗盧峯云 以拙句慰解)


008_0161_c_01L
慵踈不剪覆齋茅掬飮寒泉手半凹

008_0161_c_02L幻境何須勞眼界簷前坐睡睷長交

008_0161_c_03L次朴上舍韻

008_0161_c_04L
石門斜日照風磴小溪流

008_0161_c_05L有累天猶窄無營地自幽

008_0161_c_06L世情皆桂玉山興只林丘

008_0161_c_07L後會知何處時危慘去留

008_0161_c_08L酧重瓃沙彌求語

008_0161_c_09L
誰使爾名瓃深藏待價來

008_0161_c_10L雕文還喪德着足反傷材

008_0161_c_11L1)壁令人刖隋珠按劒猜

008_0161_c_12L波斯如不遇錯認乃家財

008_0161_c_13L山中吟

008_0161_c_14L
鬪草歸山逕將枝拂石苔

008_0161_c_15L晩來花下坐林吹送香來

008_0161_c_16L百川橋

008_0161_c_17L
晩凉森木戰西風楓葉松梢間翠紅

008_0161_c_18L萬瀑飛泉鳴落照水聲添箇錦屏中

008_0161_c_19L上柳敬差相公

008_0161_c_20L
落葉蕭蕭古逕深探尋幾費短長吟

008_0161_c_21L誰云世少楊州鶴鳬舄于今過碧岑

008_0161_c_22L承聞柳修撰遊山滯雨摩訶衍待
008_0161_c_23L登毗盧峯云以拙句慰解

008_0161_c_24L「壁」疑「璧」{編}

008_0162_a_01L
錦繡層屏慰遠遊  금수의 병풍들이 원유를 위로하는 때에
秋霖底事漲溪流  가을 장마가 무슨 일로 계류를 넘치게 하였는고
永郞也喜逢知己  영랑87)도 지기를 만난 것이 즐거워서
故遣情人滯雨留  정인을 보내 비에 막혀 머무르도록 하였나 봐
호사에게 주다(贈浩師)
擧世皆明我獨憨  온 세상 모두 똑똑한데 나만 어수룩
當時萬事不須叅  이 세상 모든 일에 참견할 것이 있나
五臺若遇均提子  오대에서 만약 균제자를 만난다면
草問前三與後三  전삼삼과 후삼삼을 한번 물어보도록88)
산중에서 어떤 일을 만나 읊다(山中偶事)
秋風落葉亂盈庭  추풍에 낙엽이 어지럽게 뜰을 채우는 때
手補寒衣保拙形  몸을 보호하려고 손으로 추운 옷 여미네
世事不堪開老眼  세상 일 눈뜨고는 볼 수가 없어
夕陽惟看遠山靑  석양에 멀리 푸른 산만 바라보노라
가을 경치를 감상하는 사인士人 세 사람이 한마디말을 청하기에 같은 운으로 세 수89)를 지어 증정하다(秋景遊士三人求語 以同韻三首贈之)
[1]
拂袖秋江郡    가을날 강 고을에 소매 떨치고
林泉駕鶴歸    임천으로 학 타고서 돌아간다네
天香襲杖屨    천향은 지팡이와 신발에 묻어나고
雲外桂花飛    구름 밖엔 계수나무 꽃이 날리네

[2]
錦繡濃幽逕    수놓은 비단이 짙게 깔린 오솔길을
秋風五馬歸    가을 바람 속에 귀한 행차90) 돌아가네
肩輿何處息    가마는 어디쯤에서 내려놓을까
靑嶂白雲飛    푸른 산에 흰 구름 날리는 그곳
산승山僧
休粮形色澹依依  양식 없어도 형색은 여전히 담담
收拾松花石逕歸  송화를 수습해서 돌길 돌아오네
行遠不知山欲暮  멀리 나가 산이 저무는 줄도 모른 채
獨尋孤寺夕陽微  석양의 희미한 빛 속에 외로운 절 홀로 찾네
오옹에게(吳翁)
石室柴扉午未間  석실의 사립문은 오시와 미시 사이
秋山落葉沒深堦  가을 산의 낙엽에 뜰이 깊이 묻혔네
煩君莫隱渠家事  그대여 부디 집안 일 숨기지 말고
明月淸風共徃來  명월 청풍처럼 함께 왕래합시다
돌다리(石橋)
風翻飛瀑亂銀堆  바람이 폭포 뒤집어 튀기는 은물결이요
噴玉晴空百里雷  공중에 옥을 뿜어내며 백 리에 천둥소리로세
一帶垂虹橫萬仞  만 길에 비껴 드리운 한 자락 무지개여
幾人能度石門開  몇 사람이나 건너서 석문을 열었을까
시중示衆


008_0162_a_01L
錦繡層屏慰遠遊秋霖底事漲溪流

008_0162_a_02L永郞也喜逢知己故遣情人滯雨留

008_0162_a_03L贈浩師

008_0162_a_04L
擧世皆明我獨憨當時萬事不須叅

008_0162_a_05L五臺若遇均提子草問前三與後三

008_0162_a_06L山中偶事

008_0162_a_07L
秋風落葉亂盈庭手補寒衣保拙形

008_0162_a_08L世事不堪開老眼夕陽惟看遠山靑

008_0162_a_09L秋景遊士三人求語 以同韻三首
008_0162_a_10L贈之

008_0162_a_11L
拂袖秋江郡林泉駕鶴歸

008_0162_a_12L天香襲杖屨雲外桂花飛(一)

008_0162_a_13L錦繡濃幽逕秋風五馬歸

008_0162_a_14L肩輿可處息靑嶂白雲飛(二)

008_0162_a_15L山僧

008_0162_a_16L
休粮形色澹依依收拾松花石逕歸

008_0162_a_17L行遠不知山欲暮獨尋孤寺夕陽微

008_0162_a_18L吳翁

008_0162_a_19L
石室柴屝午未間秋山落葉沒深堦

008_0162_a_20L煩君莫隱渠家事明月淸風共徃來

008_0162_a_21L石橋

008_0162_a_22L
風翻飛瀑亂銀堆噴玉晴空百里雷

008_0162_a_23L一帶垂虹橫萬仞幾人能度石門開

008_0162_a_24L示衆

008_0162_b_01L
林僧禪寂共安居  임승이 선적에 잠겨 함께 안거하는 곳
不但無非是亦無  비가 없을 뿐 아니라 시 또한 없느니라
縱有藥欄生惡草  설령 작약 밭에 잡초가 생겨나도
爲憐春意不鋤除  봄의 뜻이 어여뻐서 베어 내지 않으리라
자수암(慈受)
萬重山裡一閒庵  일만 겹 깊은 산속 한가한 암자 하나
風味翛然秪自諳  걸림 없는 이 풍미는 혼자 속으로 알 따름
着處即當吾分事  발 딛는 곳이 바로 나의 본분사에 해당하니
何須向北又圖南  북쪽으로 남쪽으로 쏘다닐 것이 뭐 있으랴
역사를 헤아리다(演史)
[1]
茅舍低簷壓紫藤  띠집에 낮은 처마 등나무 덩굴 뒤덮인 곳
長年不下碧山層  오랜 세월 푸른 산 아래 내려가지 않았어라
存亡凡楚憑渠聽  범초의 존망이야 아무래도 좋은 것91)
始覺吾生世外僧  내가 세상 밖 중인 것을 새삼 깨닫겠노라

[2]
天荒地老歲崢嶸  천지가 황폐해질 만큼 쌓인 세월
千古興亡幾死生  천고의 흥망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었나
借子韋編看一徧  그대에게 역사책 빌려 한번 훑어보니
當時萬事眼縱橫  당시의 온갖 일이 눈앞에 어지럽게 펼쳐지네
월파반재月坡半材
三家分住溪南北  시내 남북으로 나눠 사는 세 집
半是山根半水邊  절반은 산기슭이요 절반은 물가로세
芳草落花春一㨾  방초 낙화의 봄은 하나의 모양인데
依依只隔綠楊烟  연무에 싸여 휘휘 늘어진 버들만 격했어라
임종게臨終偈
打破虗空埋日月  허공을 쳐부수고 일월을 파묻으며
山河大地一坑藏  산하대지를 한 구덩이에 집어넣네
病中不病者何去  병중에 병들지 않는 것이 어디로 가랴
溪水金剛今古聲  금강의 시냇물 소리 예나 지금이나 같은걸
새는 한 가지에서 함께 잠자고 날 밝으면 각자 날아간다(鳥宿共一枝天明各自飛)
宿鳥辭群別恨多  하룻밤 자고 헤어지니 이별의 한이 많아
啾啾如泣又如歌  짹짹거리며 우는 듯 혹은 노래하는 듯
可憐異趣飛南北  어여뻐라 취향 따라 남북으로 날아가며
萬水千山自在過  수많은 산과 물을 자유롭게 넘나드니
행자음行者吟
寄食空門有髮僧  공문에 기식한 머리 기른 중
佛書初把夜排燈  불서를 처음 잡고 밤에 등불 배설排設하네
尊堂㝎省情猶在  부모를 정성92)하던 마음 여전히 남아
千里關河夢渡氷  천 리 고향 찾아 꿈에 언 강물 건너가리
성정 선백에게 보이다(示性正禪伯)
不堪衰謝命如絲  노쇠하여 실낱 같은 목숨 견디지 못하는데
況復于今又別離  더구나 지금 또 이별을 하게 되다니

008_0162_b_01L
林僧禪寂共安居不但無非是亦無

008_0162_b_02L縱有藥欄生惡草爲憐春意不鋤除

008_0162_b_03L慈受

008_0162_b_04L
萬重山裡一閒庵風味翛然秪自諳

008_0162_b_05L着處即當吾分事何須向北又圖南

008_0162_b_06L演史

008_0162_b_07L
茅舍低簷壓紫藤長年不下碧山層

008_0162_b_08L存亡凡楚憑渠聽始覺吾生世外僧(一)

008_0162_b_09L天荒地老歲崢嶸千古興亡幾死生

008_0162_b_10L借子韋編看一徧當時萬事眼縱橫(二)

008_0162_b_11L月坡半材

008_0162_b_12L
三家分住溪南北半是山根半水邊

008_0162_b_13L芳草落花春一㨾依依只隔綠楊烟

008_0162_b_14L臨終偈

008_0162_b_15L
打破虗空埋日月山河大地一坑藏

008_0162_b_16L病中不病者何去溪水金剛今古聲

008_0162_b_17L鳥宿共一枝 天明各自飛

008_0162_b_18L
宿鳥辭群別恨多啾啾如泣又如歌

008_0162_b_19L可憐異趣飛南北萬水千山自在過

008_0162_b_20L行者吟

008_0162_b_21L
寄食空門有髮僧佛書初把夜排燈

008_0162_b_22L尊堂㝎省情猶在千里關河夢渡氷

008_0162_b_23L示性正禪伯

008_0162_b_24L
不堪衰謝命如絲況復于今又別離

008_0162_c_01L萬壑淸聲松老少  골짜기 맑은 바람 소리는 늙고 어린 소나무요
一窓寒影月參差  창가의 찬 그림자는 들쭉날쭉 달빛이라
鳥遷喬木巢春葉  큰 나무로 옮긴 새는 봄 잎 위에 둥지 틀고
鶴立枯楂夢夜枝  마른 떼에 서 있는 학은 밤 가지에서 꿈을 꾸네
時事安危知許幾  지금 시절이 얼마나 위태한지 아노니
須君且莫負歸期  그대여 부디 돌아올 기약 어기지 마오
성정 선백에게 보이다(示性正禪伯)
無位眞人鎭相隨  무위진인이 항상 따라다니는데
如何厥狀頗不肖  어찌하여 모습이 이다지도 불초한고93)
我自樂兮渠自悲  나 혼자 기뻐하고 그 혼자 슬퍼할 뿐
渠何壽兮吾何夭  그는 오래 사는데 나는 왜 일찍 죽나
茫茫天地尙云老  망망한 천지는 오히려 늙어 간다지만
歷歷阿伊猶年少  역력한 아이는 여전히 어리다오
悲歡得失於我何  비환과 득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랴
生死寄歸如過鳥  생사기귀라 지나가는 새 같은걸94)
天君泰然六國淸  천군이 태연하면 육국이 편안해지는 법95)
野老不聞堯皇詔  야로가 요임금 명령 들을 것이 없는데
何必股肱如周召  주소와 같은 고굉96)이 무슨 필요 있으리오
고동의 한천(古洞寒泉)
朝浮雲片白    아침엔 흰 조각구름 떠 있고
夜浸月華明    밤에는 밝은 달 잠기네
適口充腸冷    한 모금 시원하게 장을 채우면
神淸肌骨凉    정신이 맑아지며 뼛속까지 서늘하지
초여름(早夏)
洞裡無雲別有天  동구 안에 구름 한 점 없는 별천지
桃花似錦柳如烟  도화는 비단 같고 버들은 연무 같네
仙家不會論春夏  선가에선 봄 여름이 따로 없고요
石爛松枯是一年  돌이 흙이년이라오
백주의 시에 차운하여 조 한림을 전송하다(次白洲韻趙翰林)
臨別慇懃問所如  이별할 임시에 가는 곳을 은근히 물어보니
手將鳬舄欲凌虛  손으로 부석97) 쥐고 허공으로 날려 하네
洞深雲遠迷僧路  깊은 동구 먼 구름엔 중의 길 희미하고
石老松枯露鶴居  늙은 바위 마른 솔엔 학의 둥지 드러났네
種藥金剛雖似晩  금강에 작약 심는 것은 늦은 듯해도
題名玉牋最當初  옥전에 이름 적은 것은 가장 먼저로세
永郞若訊來何處  어디서 왔느냐고 영랑98)이 물어보면
萬二千峰一草廬  일만 이천 봉의 하나의 초가집이라고
구 생원의 시에 차운하여 선사가 고산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次具生員韻送禪師歸故山)
多君來訪老幽人  숨어 사는 늙은이 고맙게도 찾아 주어
共坐金剛萬瀑漘  금강산 만폭동 가에 함께 앉았네
衰病惟須餐玉法  쇠한 병에는 찬옥99)의 방법을 써야 하고
全生只合保身仁  온전한 생은 보신하는 인에 합치해야지

008_0162_c_01L萬壑淸聲松老少一窓寒影月參差

008_0162_c_02L鳥遷喬木巢春葉鶴立枯楂夢夜枝

008_0162_c_03L時事安危知許幾須君且莫負歸期

008_0162_c_04L示性正禪伯

008_0162_c_05L
無位眞人鎭相隨如何厥狀頗不肖

008_0162_c_06L我自樂兮渠自悲渠何壽兮吾何夭

008_0162_c_07L茫茫天地尙云老歷歷阿伊猶年少

008_0162_c_08L悲歡得失於我何生死寄歸如過鳥

008_0162_c_09L天君泰然六國淸野老不聞堯皇詔

008_0162_c_10L何必股肱如周召

008_0162_c_11L古洞寒泉

008_0162_c_12L
朝浮雲片白夜浸月華明

008_0162_c_13L適口充腸冷神淸肌骨凉

008_0162_c_14L早夏

008_0162_c_15L
洞裡無雲別有天桃花似錦柳如烟

008_0162_c_16L仙家不會論春夏石爛松枯是一年

008_0162_c_17L次白洲韻趙翰林

008_0162_c_18L
臨別慇懃問所如手將鳬舄欲凌虛

008_0162_c_19L洞深雲遠迷僧路石老松枯露鶴居

008_0162_c_20L種藥金剛雖似晩題名玉牋最當初

008_0162_c_21L永郞若訊來何處萬二千峰一草廬

008_0162_c_22L次具生員韻送禪師歸故山

008_0162_c_23L
多君來訪老幽人共坐金剛萬瀑漘

008_0162_c_24L衰病惟須餐玉法全生只合保身仁

008_0163_a_01L林泉自有神淸爽  임천은 저절로 정신을 맑게 하는데
塵世誰無數否屯  진세는 운수가 기박함을 누가 부정하랴
想待吾師飛錫處  우리 스님 어디로 석장을 날리실까
路遙山水㝎經旬  산과 물길이 멀어 열흘은 걸리겠지
서산이 선종을 물은 시의 운을 써서 답하다(答西山問禪宗韻)
單刀橫把跨天際  단도 비껴 잡고 하늘가에 뛰어 올라
斬盡前來佛也僧  앞에 오는 부처와 조사를 모조리 베네
霜刃指山崖欲烈  칼날이 산을 향하면 벼랑이 무너질 듯
寒光當處冷氷氷  싸늘한 빛 닿으면 차갑게 얼음 맺힐 듯
聲前有喝聞千里  소리 이전의 할은 천 리에 들리고
句後無言透萬層  일구一句 뒤의 무언은 만 층에 사무치네
箇裡啇量無受授  아무리 헤아려도 주고받을 수 없는데
何人傳得古燃燈  어떤 사람이 옛 연등을 전해 얻을까
한과 늠 두 스님에게 주다(贈閑凛二師)
[1]
休將好眼眯塵沙  밝은 눈에 티끌과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하라
佛祖於人不奈何  불조도 그런 사람은 어찌할 수 없느니라
四十九年多小說  사십구 년 동안 많은 설법 하였지만
怜如盲鶴使投羅  가련하게도 눈 먼 학이 그물에 걸리게 하였도다

[2]
吾與吾師意不差  나와 우리 스님은 뜻이 차이 나지 않아
相將出入衽相磨  서로 어울려 출입하며 옷깃을 마주쳤지
浮雲聚散何須恨  뜬구름 모였다 흩어져도 한탄할 게 있으리오
千里山河共一家  천 리 산하가 모두 하나의 집안인걸
휘사에게 주다(贈輝師)
裡安居千萬佛  뱃속에 천만의 부처 편안히 계시나니
心頭便是古靈山  마음속이 바로 옛날의 영취산이니라
長途行履雖多事  먼 길 밟고 갈 때 비록 일이 많더라도
發軔先須打祖關  출발하면 제일 먼저 조사의 관문을 깨부숴야지
오래된 복숭아나무(古桃)
王母堦前擅異名  왕모의 뜨락에서 명성을 독점한 나무100)
千年枝上子垂成  천 년 묵은 가지 위에 열매 맺어 드리웠네
至今含露春風泣  지금도 이슬 머금고 춘풍에 눈물 흘리면서
悔使靈雲瞎眼睛  영운의 눈을 멀게 한 것을 후회한다나요101)
희 선자가 고산으로 돌아갈 때 시를 지어 주다(熈禪子歸故山 詩贈之)
揖送吾師臨水流  우리 스님 전송하며 물가에 임하니
悠悠別恨不堪憂  이별의 한 유유하여 시름을 금치 못하겠네
故山知己如相問  옛 산의 지기가 소식 물어보거든
桂子香飄對月遊  계수 향기 퍼지는 속에 달을 보며 노닌다고
은사의 초당을 지날 때 그에게 증정하며 기다린 시(過隱士廬時贈之待詩)
[1]
千里行裝只一釰  천 리 길 행장은 단지 칼 한 자루
鋒鋩凛凛帶秋霜  서슬 퍼런 칼날은 가을 서리를 띠었네
潜擎黑水蛟迷穴  흑수에 내려치면 교룡이 갈 곳을 모르고
露投靑天鬼失常  청천에 빼 들면 귀신이 정신을 잃는다오

[2]

008_0163_a_01L林泉自有神淸爽塵世誰無數否屯

008_0163_a_02L想待吾師飛錫處路遙山水㝎經旬

008_0163_a_03L答西山問禪宗韻

008_0163_a_04L
單刀橫把跨天際斬盡前來佛也僧

008_0163_a_05L霜刃指山崖欲烈寒光當處冷氷氷

008_0163_a_06L聲前有喝聞千里句後無言透萬層

008_0163_a_07L箇裡啇量無受授何人傳得古燃燈

008_0163_a_08L贈閑凛二師

008_0163_a_09L
休將好眼眯塵沙佛祖於人不奈何

008_0163_a_10L四十九年多小說怜如盲鶴使投羅(一)

008_0163_a_11L吾與吾師意不差相將出入衽相磨

008_0163_a_12L浮雲聚散何須恨千里山河共一家(二)

008_0163_a_13L贈輝師

008_0163_a_14L
裡安居千萬佛心頭便是古靈山

008_0163_a_15L長途行履雖多事發軔先須打祖關

008_0163_a_16L古桃

008_0163_a_17L
王母堦前擅異名千年枝上子垂成

008_0163_a_18L至今含露春風泣悔使靈雲瞎眼睛

008_0163_a_19L熈禪子歸故山 詩贈之

008_0163_a_20L
揖送吾師臨水流悠悠別恨不堪憂

008_0163_a_21L故山知己如相問桂子香飄對月遊

008_0163_a_22L過隱士廬時贈之待詩二首

008_0163_a_23L
千里行裝只一釼鋒鋩凛凛帶秋霜

008_0163_a_24L潜擎黑水蛟迷穴露投靑天鬼失常(一)

008_0163_b_01L揮摧倚雲魔戰慄  구름에 기대 휘두르면 악마가 벌벌 떨고
磨礱莊匣賊悲凉  장갑에서 갈고 닦으면 적의 간담이 떨어지네
非徒六國淸平術  육국102)을 평정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能使三精郤老方  삼정103)이 늙음을 물리치게도 한다오
우연히 읊은 시(偶吟詩)

[1]
男兒一釰㝎乾坤  남아가 칼을 들면 천지를 안정시켜
塞外烟塵永不聞  변방의 전쟁 티끌 영원히 사라지리
一片中心橫碧落  창공에 비낀 일편단심이여
百年幄未甞昏  백 년토록 유악104)이 어둡지 않았나니
[2]
斬取顔良百萬兵  안량의 백만 군대 목 베어 취했나니
雲長一釰孰能當  관운장의 한 칼을 그 누가 대적하랴
叅禪若不如斯志  참선을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難使吾王六國平  우리 임금이 육국을 평정하기 어려우리105)
또 만사를 짓다(又作輓詞)
[1]
返魂香滅燼成灰  반혼향106) 모두 타고 찬 재로 변했나니
泉路㝠㝠去不廻  아득한 황천길 한번 가면 못 온다네
世事百年何處是  세상 일 백 년 뒤엔 어디로 가나
只將功業白楊栽  단지 한 일 가지고 백양 심은 언덕107)으로

[2]
百年光影轉頭非  백 년의 세월이 어느새 잘못되어
㝠路茫茫獨自歸  망망한 저승길 혼자서 돌아가네
世事萬般將不去  세상만사 어느 것도 가져가지 못한 채
寒林惟有鷺飛  찬 숲엔 오직 백로만 날아갈 뿐

[3]
一曲薤歌淚濕衣  눈물로 옷 적시는 한 곡조 만가
輀車丹旐杳依依  상여는 붉은 만장에 싸여 아련히 떠나가네
招魂想得歸來處  초혼하면 아마 돌아오는 곳 있겠지
谷口雲橫山色微  곡구의 구름 가로놓인 산 빛깔 희미한 곳

[4]
幾多紅艶委黃泥  얼마나 많은 홍안이 황토에 버려졌나
野鳥如歌又似啼  노래 같은 산새 소리도 우는 것 같네
庭前惟有薔薇在  뜰 앞에 피어 있는 장미꽃 하나
花似殘粧葉似衣  꽃은 남은 장식 같고 잎사귀는 옷 같구나

[5]
溪水流別山    시냇물은 흘러서 산과 이별하는데
挽歌入雲間    만가는 구름 사이로 들어가 흩어지네
黃泉知何許    황천은 과연 어디쯤에 있는 것인지
無限去不還    한번 가면 영영 오지 못하는데
허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許高城韻)
伶仃父老出郊迎  고독한 부로들 교외에 나와 맞이하며
爭賀牛刀風化淸  우도의 맑은 풍화108) 다투어 경하하네
聽訟猶人明政令  송사를 남만큼 처리하며109) 정령을 밝히고
視民如子省刑名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며 형벌을 없앴다네
四仙遺榭堪乘興  사선이 남긴 정자110) 저절로 흥이 나고
萬瀑飛泉可濯纓  만폭의 날리는 물은 갓끈을 씻을 만하네111)
幸際王喬來葉縣  왕교가 섭현으로 온 때를 다행히 만나112)
二天雨露却忘生  이천113)이 문득 생을 잊는다네
한 고성의 시에 화운하다(和韓高城韻)


008_0163_b_01L揮摧倚雲魔戰慄磨礱莊匣賊悲凉

008_0163_b_02L非徒六國淸平術能使三精郤老方(二)

008_0163_b_03L偶吟詩二首

008_0163_b_04L
男兒一釰㝎乾坤塞外烟塵永不聞

008_0163_b_05L一片中心橫碧落百年幄未甞昏(一)

008_0163_b_06L斬取顏良百萬兵雲長一釰孰能當

008_0163_b_07L叅禪若不如斯志難使吾王六國平

008_0163_b_08L又作輓詞

008_0163_b_09L
返魂香滅燼成灰泉路㝠㝠去不廻

008_0163_b_10L世事百年何處是只將功業白楊栽(一)

008_0163_b_11L百年光影轉頭非㝠路茫茫獨自歸

008_0163_b_12L世事萬般將不去寒林惟有鷺(二)

008_0163_b_13L一曲薤歌淚濕衣輀車丹旐杳依依

008_0163_b_14L招魂想得歸來處谷口雲橫山色微(三)

008_0163_b_15L幾多紅艶委黃泥野鳥如歌又似啼

008_0163_b_16L庭前惟有薔薇在花似殘粧葉似衣(四)

008_0163_b_17L溪水流別山挽歌入雲間

008_0163_b_18L黃泉知何許無限去不還(五)

008_0163_b_19L和許高城韻

008_0163_b_20L
伶仃父老出郊迎爭賀牛刀風化淸

008_0163_b_21L聽訟猶人明政令視民如子省刑名

008_0163_b_22L四仙遺榭堪乘興萬瀑飛泉可濯纓

008_0163_b_23L幸際王喬來葉縣二天雨露却忘生

008_0163_b_24L和韓高城韻

008_0163_c_01L
江郡殘民際勝緣  강 고을 잔약한 백성들 좋은 인연 만나
牛刀風化解愁纒  우도의 풍화에 엉긴 시름 풀어지네
蒲鞭示罰懷三德  포편114)으로 벌을 대신함에 삼덕115)을 사모하고
麥秀呈祥感二天  보리 이삭의 상서116) 보임에 이천117)에 감사하네
聽訟猶人知所末  송사를 남만큼 처리함은 추구할 바를 안 것이요
視民如子邁於前  백성을 자식처럼 여긴 것은 전고에 뛰어났네
無私雨露沾方外  우로를 공평하게 방외인까지 적셔 주니
豈止佳聲一邑傳  칭송이 어찌 한 고을에만 전하리오
장단구의 시를 지어서 석균 선자와 헤어지며 남겨 주다(以長短句贈別釋均禪子)
近別離尙且愁  가까이 이별해도 걱정일 텐데
况復遠去情何堪  또 멀리 가니 정을 어찌 가누리오
野老欲住蓬萊頂  야로는 봉래산 정상에 머물렀으면 하는데
禪和自擬將圖南  선화는 멀리 남쪽으로 날아가려 하는구나
山千水萬隔雲樹  운수118) 저 너머 산 넘고 물을 건너
禪坊妙訣誰與談  선방의 묘결을 누구와 얘기할꼬
靑嵐白石共悽然  청람과 백석도 다 함께 처연하여
欲遮歸路橫尖簪  갈 길 막으려고 첨잠을 비꼈어라
去矣各異趣    가거라 각자 취향이 다른 것을
金剛桂花浮淸潭  금강의 계화가 청담에 부유하는도다
山中豈無可語者  산중에 얘기할 자가 어찌 없으리요마는
不見狐腋徒言甘  호액은 보이지 않고 감언하는 사람뿐119)
他年如有重相訪  먼 훗날 다시 찾아오는 일 있다면
萬二千峯第一庵  일만 이천 봉 속의 제일암으로
최 판서의 시에 차운하다(次崔判書韻)
云子行裝世不群  세상에 보기 드문 그대의 행장
栖栖山水窮且獨  산수 간에 떠돌며 곤궁하고 고독해라
金剛遯入寒且飢  금강에 숨어들곤 춥고 굶주리며
夜着雲衣暮餐玉  밤엔 구름옷 입고 저녁엔 옥가루 먹었다네
玄談洒落逈超倫  멀리 속세 벗어난 쇄락한 현담이여
座間禪侶皆括目  함께한 선려들도 모두 눈 씻고 볼 사람들
自緣樂水兼樂山  원래 산과 물을 좋아했기 때문이지
不是荷簣逃空谷  빈 골짜기로 도망쳐 온 하궤120)가 아니라오
琪峰玉樹信意遊  기봉과 옥수를 마음대로 유람하며
萬一千峰殆遍躅  일만 이천 봉을 거의 모두 답사했지
風乎石上枕乎溪  바위 위에서 바람 쐬고 시내에서 베개 베고
萬瀑頭上雙趺浴  가부좌하고 만폭의 물로 몸을 씻었다오
嗟爾一眼萬事空  눈에 보이는 온갖 일 무상할 따름
看他世路頗碌碌  이 세상 일 참으로 보잘것이 없어라
師乎去矣各異趣  스님이여 잘 가시오 각자 취향대로
他年重訪一病客  훗날 병객을 다시 한번 찾아 주기를
이 제학에게 올리다121)(上李提學)
此道於人何乏少  사람에게 이 도가 어찌 모자라리오
吾民分上富良能  원래 양지 양능良知良能122) 풍부한걸
若敎返省天初賦  하늘이 처음 내려 준 걸 돌이켜 살핀다면
顔跖無殊一野僧  안척123)도 이 야승과 다를 것이 없으리다


008_0163_c_01L
江郡殘民際勝緣牛刀風化解愁纒

008_0163_c_02L蒲鞭示罰懷三德麥秀呈祥感二天

008_0163_c_03L聽訟猶人知所末視民如子邁於前

008_0163_c_04L無私雨露沾方外豈止佳聲一邑傳

008_0163_c_05L以長短句贈別釋均禪子

008_0163_c_06L
近別離尙且愁况復遠去情何堪

008_0163_c_07L野老欲住蓬萊頂禪和自擬將圖南

008_0163_c_08L山千水萬隔雲樹禪坊妙訣誰與談

008_0163_c_09L靑嵐白石共悽然欲遮歸路橫尖簪

008_0163_c_10L去矣各異趣金剛桂花浮淸潭

008_0163_c_11L山中豈無可語者不見狐腋徒言甘

008_0163_c_12L他年如有重相訪萬二千峯第一庵

008_0163_c_13L次崔判書韻

008_0163_c_14L
云子行裝世不群栖栖山水窮且獨

008_0163_c_15L金剛遯入寒且飢夜着雲衣暮餐玉

008_0163_c_16L玄談酒落逈超倫座間禪侶皆括目

008_0163_c_17L自緣樂水兼樂山不是荷簣逃空谷

008_0163_c_18L琪峰玉樹信意遊萬一千峰殆遍躅

008_0163_c_19L風乎石上枕乎溪萬瀑頭上雙趺浴

008_0163_c_20L嗟爾一眼萬事空看他世路頗碌碌

008_0163_c_21L師乎去矣各異趣他年重訪一病客

008_0163_c_22L上李提學

008_0163_c_23L
此道於人何乏少吾民分上富良能

008_0163_c_24L若敎返省天初賦顏跖無殊一野僧

008_0164_a_01L
허 은계가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次許銀溪來韻)
[1]
更把仙書靑眼看  보내신 글 다시 쥐고 반갑게 살펴보니
聲華千里昭然見  성화가 천 리 넘어 뚜렷하게 보이네
平生塵世少知音  평생토록 진세에 지음이 적었는데
却被使君相識面  사군의 알아줌을 받게 될 줄이야

[2]
茅君酒盡石壺傾  석호 기울여 모군124)의 술을 다 마시니
夜漏將殘玉磬鳴  경쇠 소리 울리면서 밤 시간 끝나려 하네
豈意謫仙題遠寄  적선께서 시를 지어 멀리 부쳐 보내
謾敎郵卒誇山行  우졸이 산행을 뻐기게 할 줄 알았으랴
민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敏師求語)
當陽一句無多子  당양의 일구125)는 대단할 것이 없나니
千聖重來不奈何  천성이 다시 와도 어찌할 수 없으리라
箇裡若敎容異針  그 속에 다른 일침을 허용한다면
堯宮翻作跖人家  요임금 궁전이 도척의 집으로 뒤바뀌리라
신감 법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神鑒法師求語)
伽趺盤石草蒲團  반석에 가부좌하면 바로 부들방석이요
遮眼金文字欲刓  금문을 보면 글자가 닳아 없어진다네
擧手未前先見月  손을 들기 전에 달을 먼저 보아야지
笑他癡子指頭看  우습게도 저 바보는 손가락 끝만 보누나
인 어산이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仁魚山求語)
頌佛聲高淸且和  부처님 예찬하는 노래 맑고도 화기로워
却敎神象舞婆娑  신상이 너울너울 춤을 추게 만드누나
多君玉齒潮音壯  대단하이 그대 입 속의 해조음海潮音이여
不識胷藏幾頃波  가슴에 몇 이랑 물결을 담았는지 모르겠네
급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절구를 지어 주다(伋師求語作句贈之)
今年貧甚去年貧  금년의 가난이 거년의 가난보다 심해
無物臨行可贈君  떠날 때에도 그대에게 줄 것이 없네
惟付西來庭下栢  오직 당부할 것은 서래정하백126)
時時着意又書紳  때때로 생각하고 띠에도 써 넣도록127)
도일 선자에게 주다(贈道一禪子)
世事千層浪    세상일은 천 층의 물결이요
人心百尺竿    사람 마음은 백 척의 간짓대라
別離雖似易    이별하기가 쉬운 것 같아도
聚會也應難    모이기는 또 어려운 법이니라
行道自猶勉    혼자 노력하며 도를 행하겠지만
論懷誰與寬    누구와 논하면서 회포를 풀까
嗟君如我意    아 그대는 나의 뜻과 같은 사람
雲樹眼長寒    운수의 눈길이 길이 시리리라128)
광제 법사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酧廣濟法師求語)
贈君一口劒    그대에게 한 자루 칼을 주어
要汝當三軍    삼군의 지휘를 맡기려 하노라

008_0164_a_01L次許銀溪來韻

008_0164_a_02L
更把仙書靑眼看聲華千里昭然見

008_0164_a_03L平生塵世少知音却被使君相識面(一)

008_0164_a_04L茅君酒盡石壺傾夜漏將殘玉磬鳴

008_0164_a_05L豈意謫仙題遠寄謾敎郵卒誇山行(二)

008_0164_a_06L賽敏師求語

008_0164_a_07L
當陽一句無多子千聖重來不奈何

008_0164_a_08L箇裡若敎容異針堯宮翻作跖人家

008_0164_a_09L酬神鑒法師求語

008_0164_a_10L
伽趺盤石草蒲團遮眼金文字欲刓

008_0164_a_11L擧手未前先見月笑他癡子指頭看

008_0164_a_12L賽仁魚山求語

008_0164_a_13L
頌佛聲高淸且和却敎神象舞婆娑

008_0164_a_14L多君玉齒潮音壯不識胷藏幾頃波

008_0164_a_15L伋師求語作句贈之

008_0164_a_16L
今年貧甚去年貧無物臨行可贈君

008_0164_a_17L惟付西來庭下栢時時着意又書紳

008_0164_a_18L贈道一禪子

008_0164_a_19L
世事千層浪人心百尺竿

008_0164_a_20L別離雖似易聚會也應難

008_0164_a_21L行道自猶勉論懷誰與寬

008_0164_a_22L嗟君如我意雲樹眼長寒

008_0164_a_23L酧廣濟法師求語

008_0164_a_24L
贈君一口劒要汝當三軍

008_0164_b_01L臨亂雖遊刃    난리에는 실력을 발휘하더라도
淸平莫運斤    청평할 때는 휘두르지 말지어다
藏身驚鬼魅    몸을 숨기면 귀신이 놀라고
出匣絶妖氛    칼날을 빼 들면 요기가 사라지리
六國如相戰    육국129)이 혹시 서로 싸우거든
單刀竪大勳    단도로 큰 공훈을 세울지어다
천 선자에게 주다(贈天禪子)
妄體無從從性起  망체가 난데없이 본성에서 일어나
還傷性體喪眞明  도리어 성체를 해치고 진명을 없앤다네
若敎心地淸如鏡  만약 심지가 거울처럼 맑아지면
耳見靑黃眼聽聲  귀로 청황을 보고 눈으로 소리를 들으리
청소 수좌의 시에 차운하다(次淸素首座韻)
從他鬂髮吐絲華  머리카락이 하얀 실을 토하든 말든
不許關心守夜叉  문 닫고서 야차를 지키게도 하지 않네130)
不是賔無除萬事  빈131)이 아니라 만사를 몰아낼 것도 없나니
元來萬事便空花  원래 만사는 허공에 이는 꽃이니까
인견사에게 주다(贈印堅師)
解夏金剛向洛陽  금강산 하안거 마치고 이제 낙양으로
恐君行色汙塵傷  그대의 행색이 속진에 물들까 두려워라
江湖應有多風雨  강호에 풍우가 많기도 하겠지만
還記休粮入洞房  양식 없이 동방에 든 일 기억하도록
밤에 읊다(夜吟)
驚夢四時月上天  꿈을 깨니 사시에 달이 중천에
依然行履舊山川  여전히 옛 산천을 밟고 다녔어라
一條垢衲新凉入  한 자락 누더기에 서늘 기운 들어오며
片雨初收萬瀑泉  소낙비가 만폭의 물소리 거두어들이네
오옹吳翁
靑山爲壁水爲籬  청산이 벽이라면 물은 울타리
上覆雲霞下碧池  위에는 운하가 덮고 아래는 푸른 못이라오
更有伊家奇勝事  또 이 집안에 기막힌 경치 있나니
梨花滿地月明時  달 밝을 때 배꽃이 땅에 가득한 것
무득無得
生涯踈懶任瓢空  게으른 평생 표주박 텅 비게132) 놔뒀을 뿐
聖代深藏不是窮  성대에 깊이 숨은 것은 궁해서가 아니라오
山裡祝天忠孝事  산속에서 축원하는 일이 바로 충효이니
區區何必入秦中  구구하게 도성에 들어갈 필요 있으리오
목옹木翁
自生陰壑老査根  그늘진 골에 자라난 늙은 나무뿌리
錯節依俙骨節痕  골절 흔적이 뒤엉켜 희미하게 남아 있네
逢着春風好事客  춘풍 속에 호사객을 만난 덕분에
相將移入假山村  서로 이끌고 옮겨 들어온 가산촌假山村이여


008_0164_b_01L臨亂雖遊刃淸平莫運斤

008_0164_b_02L藏身驚鬼魅出匣絶妖氛

008_0164_b_03L六國如相戰單刀竪大勳

008_0164_b_04L贈天禪子

008_0164_b_05L
妄體無從從性起還傷性體喪眞明

008_0164_b_06L若敎心地淸如鏡耳見靑黃眼聽聲

008_0164_b_07L次淸素首座韻

008_0164_b_08L
從他鬂髮吐絲華不許關心守夜叉

008_0164_b_09L不是賔無除萬事元來萬事便空花

008_0164_b_10L贈印堅師

008_0164_b_11L
解夏金剛向洛陽恐君行色汙塵傷

008_0164_b_12L江湖應有多風雨還記休粮入洞房

008_0164_b_13L夜吟

008_0164_b_14L
驚夢四時月上天依然行履舊山川

008_0164_b_15L一條垢衲新凉入片雨初收萬瀑泉

008_0164_b_16L吳翁

008_0164_b_17L
靑山爲壁水爲籬上覆雲霞下碧池

008_0164_b_18L更有伊家奇勝事梨花滿地月明時

008_0164_b_19L無得

008_0164_b_20L
生涯踈懶任瓢空聖代深藏不是窮

008_0164_b_21L山裡祝天忠孝事區區何必入秦中

008_0164_b_22L木翁

008_0164_b_23L
自生陰壑老査根錯節依俙骨節痕

008_0164_b_24L逢着春風好事客相將移入假山村

008_0164_c_01L
무우無牛
綠楊芳草間離離  방초 사이에 휘휘 늘어진 푸른 버들
牧爾縱橫任所歸  소를 치며 종횡으로 가는 대로 놔둔다네
忽放索頭無縱迹  홀연히 새끼줄 놓고 종적 모른 채
閑將鐵笛故山吹  한가로이 쇠피리 들고 고산에서 불어 대네
남수南叟
溪上秋園採辛芋  시냇가 가을 동산에서 토란을 캐고
責牛尙不知歸路  소를 몰면서도 돌아갈 길 모른다네
地幽客少懶衣冠  외진 땅에 객이 적어 의관에 게을러서
經日葛巾猶挂樹  갈건도 종일 나무에 걸어 놓는다나요
준 상인에게 주다(贈俊上人)
飛錫雲山千萬重  천만 겹 구름 산으로 날리는 석장 하나
不知何處憶踈慵  모르겠네 못난 이 몸 어디에서 생각해 줄지
諸處知己如相問  각처에서 지기가 혹시 소식을 물어보거든
高臥金剛第一峯  금강산 제일봉에 높이 누웠다 전해 주기를
우연히 읊다(偶吟)
七十老僧坐白雲  칠십 노승이 백운 속에 앉았나니
白雲爲室又爲門  백운이 방이 되었다가 또 문이 되었다가
有人若問心中事  만약 어떤 이가 심중의 일을 묻는다면
不似乾坤朝又昏  아침저녁 뒤바뀌는 건곤과는 다르다 하리
만사輓詞
[1]
閨下兒孫淚蒲襟  집안의 자손들 옷깃에 눈물 적시며
哀哀聲送透寒林  슬프게 우는 소리 찬 숲에 사무치네
可憐一帶靑山土  가련하다 한 줄기 청산의 땅에
埋却夫人貞靜心  부인의 정숙한 마음 함께 묻다니

[2]
丹旐飛飛向碧山  붉은 만장 나부끼며 향하는 푸른 산속
輀車新入鬼門關  귀신의 관문으로 상여가 새로 들어가네
可憐今古寄歸後  가련하다 예나 이제나 기귀133)한 뒤로
地下淸魂有幾還  지하에서 맑은 혼이 몇이나 돌아왔나

[3]
落盡靑松百草深  잡초 우거진 속에 우뚝 선 푸른 소나무
斜日叫寒林  백로가 해 질 녘에 찬 숲에서 울어 대네
可憐蒿里一杯土  가련하다 호리134)의 한 줌 흙 속에
埋却人間烈女心  인간 세계 열녀의 마음을 파묻다니

[4]
何亡何有備家常  무엇이 있고 없는지 항상 집안 보살피며
宜弟宜兄暫不忘  형제간의 우애를 잠시도 잊지 않았어라
閨裡聲容今寂㝠  규방 속의 그 모습 지금은 적막한데
碧山凉月照依床  산 위의 달은 여전히 침상을 비추누나
최 산인의 거처를 지나가며(過崔山人居)
星壇上與白雲齊  성단은 높이가 흰 구름과 가지런
手掃焚香拜斗奎  청소하고 분향하며 별님에게 절을 하네
玄應自天光耿耿  하늘에서 감응하여 별빛이 깜박깜박
祥風吹桂夜凄凄  계수나무에 바람 불어 밤이 서늘해라

008_0164_c_01L無牛

008_0164_c_02L
綠楊芳草間離離牧爾縱橫任所歸

008_0164_c_03L忽放索頭無縱迹閑將鐵笛故山吹

008_0164_c_04L南叟

008_0164_c_05L
溪上秋園採辛芋責牛尙不知歸路

008_0164_c_06L地幽客少懶衣冠經日葛巾猶桂樹

008_0164_c_07L贈俊上人

008_0164_c_08L
飛錫雲山千萬重不知何處憶踈慵

008_0164_c_09L諸處知己如相問高臥金剛第一峯

008_0164_c_10L偶吟

008_0164_c_11L
七十老僧坐白雲白雲爲室又爲門

008_0164_c_12L有人若問心中事不似乾坤朝又昏

008_0164_c_13L輓詞

008_0164_c_14L
閨下兒孫淚蒲襟哀哀聲送透寒林

008_0164_c_15L可憐一帶靑山土埋却夫人貞靜心(一)

008_0164_c_16L丹旐飛飛向碧山輀車新入鬼門關

008_0164_c_17L可憐今古寄歸後地下淸魂有幾還(二)
008_0164_c_18L落盡靑松百草深斜日叫寒林

008_0164_c_19L可憐蒿里一杯土埋却人間烈女心(三)

008_0164_c_20L何亡何有備家常宜弟宜兄暫不忘

008_0164_c_21L閨裡聲容今寂㝠碧山凉月照依床(四)

008_0164_c_22L過崔山人居

008_0164_c_23L
星壇上與白雲齊手掃焚香拜斗奎

008_0164_c_24L玄應自天光耿耿祥風吹桂夜凄凄

008_0165_a_01L三淸玉牒添新譜  삼청135)의 보첩譜牒은 새 계보를 더하고
百歲塵寰改舊題  백 년의 세상은 옛 제목을 바꿨어라
鳴磬數聲山欲曉  몇 차례 경쇠 소리에 산에도 동이 틀 듯
楡花明滅鵲移棲  유화가 명멸하며 까치도 둥지를 떠나누나
이 간성의 시에 차운하다(次李扞城韻)
嗟吾夫子同中異  아 우리 부자는 같으면서도 다른데
酣味斯文度幾春  사문에 심취하여 몇 봄을 보냈던가
四海蒼生候出處  사해의 창생은 출처를 기다리고
一心忠孝轉淸新  일심의 충효는 갈수록 청신해라
儻來軒冕非關己  높은 벼슬이 오더라도 자신과 관계없는데
邂逅功名豈累身  공명을 해후하여 몸에 누를 끼치리오
況復數書方外者  더구나 승려에게까지 몇 번 글을 보내
尙思交道淡而親  담담해서 친해지는 우정136)을 생각하는 데야
유감有感
壬辰之亂腐心肝  임진년 난리에 얼마나 속을 썩였던가
甲午年飢命未完  갑오년 기근엔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네
揔是不知履霜戒  이는 모두 이상의 경계137)를 알지 못한 탓
作圖留與後人看  그림으로 남겨 주어 후인이 보게 해야지


008_0165_a_01L三淸玉牒添新譜百歲塵寰改舊題

008_0165_a_02L鳴磬數聲山欲曉楡花明滅鵲移棲

008_0165_a_03L次李扞城韻

008_0165_a_04L
嗟吾夫子同中異酣味斯文度幾春

008_0165_a_05L四海蒼生候出處一心忠孝轉淸新

008_0165_a_06L儻來軒冕非關己邂逅功名豈累身

008_0165_a_07L況復數書方外者尙思交道淡而親

008_0165_a_08L有感

008_0165_a_09L
壬辰之亂腐心肝甲午年飢命未完

008_0165_a_10L揔是不知履霜戒作圖留與後人看
  1. 7)소사蕭寺 : 양 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이 절을 짓고 나서 소자운蕭子雲을 시켜 비백飛白의 서체로 자기의 성씨인 소蕭 자를 크게 써서 붙이게 한 고사에서 나온 말로, 불교의 사찰을 가리킨다. 『석씨요람釋氏要覽』 권상 「거처居處」 (T54, 263c).
  2. 8)도원桃源 :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준말로, 여기서는 금강산의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3. 9)도룡屠龍의 기술 : 용 잡는 기술이라는 말로, 세상에 발휘하지 못한 채 혼자서만 지니고 있는 특출한 기예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장자』 「열어구列御寇」의 “주평만이 지리익에게서 용 잡는 기술을 배웠는데, 천금의 가산家産을 다 쏟으면서 삼 년 만에 그 기예를 완전히 익혔지만, 그 기교를 발휘해 볼 곳이 없었다.(朱泙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 而無所用其巧)”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4. 10)담로湛盧 : 춘추 시대에 월越나라 사람 구야자歐冶子가 만들었다는 보검 이름인데, 오왕吳王 합려闔閭가 무도無道한 것을 싫어하여 오나라를 떠나 초楚나라로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다. 『오월춘추吳越春秋』 권4 「합려내전闔閭內傳」.
  5. 11)반근盤根 : 반근착절盤根錯節의 준말로, 뿌리와 가지가 뒤엉킨 것처럼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어 처리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는데, 후한後漢의 우후虞詡가 “반근착절의 상황을 만나지 않는다면 칼이 예리한지 무딘지 분간할 수가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내가 공을 세울 기회이다.(不遇盤根錯節 無以別堅利 此乃吾立功之秋)”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후한기後漢紀』 「안제기安帝紀」 1.
  6. 12)청천에~외로워라 : 참고로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중국 풍성豊城 땅에 묻혀 있으면서 밤마다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자기紫氣를 발산했다는 전설이 있다. 『진서晋書』 권36 「장화전張華傳」.
  7. 13)천교天驕 : 세력이 강대한 북방의 오랑캐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 무제漢武帝 때 흉노의 선우單于가 글을 보내면서 “우리 호인胡人은 하늘이 아끼는 아들이다.(胡者天之驕子也)”라고 자칭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서漢書』 권94 「흉노전匈奴傳」 제64상.
  8. 14)중향衆香 : 담무갈曇無竭이 주인이라는 중향성衆香城의 준말로, 금강산을 가리킨다. 담무갈은 범어梵語 Dharmodgata의 음역으로, 보살菩薩 이름이다. 보통 법기보살法起菩薩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밖에도 법희보살法喜菩薩·법기보살法基菩薩·보기보살寶基菩薩·법상보살法尙菩薩·법용보살法勇菩薩 등의 별칭이 쓰인다.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오대산五臺山을 주처住處로 삼는 것처럼, 담무갈은 영산靈山인 금강산에 거한다고 하는데, 금강산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으나 보통은 우리나라의 금강산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9. 15)영랑永郞 : 신라 효소왕孝昭王 때의 화랑으로, 술랑述郞·남랑南郞·안상安詳 등과 더불어 이른바 4선仙의 하나로 꼽힌다. 전설에 의하면 이들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무술대회에 나가기 위하여 삼일포三日浦에서 3일 동안 쉬다가 금성金城으로 가는 길에 영랑호永郞湖에 도착하였는데, 영랑이 이 호반의 풍치에 도취된 나머지 대회 참석도 잊고 그만 거기에서 노닐었으므로 호수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0. 16)하유何有 :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준말로, 유무有無와 시비是非 등 모든 대립적 요소가 사라진 이상향理想鄕 혹은 선경仙境을 뜻하는 말인데, 『장자』 「소요유逍遙遊」의 “지금 자네가 큰 나무를 가지고 있으면서 쓸모가 없다고 걱정한다면, 어찌하여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의 광막한 들판에다 심어 놓고, 그 옆에서 하는 일 없이 쉬면서 그 아래에서 누워 지내며 소요하지 않는 것인가.(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於無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1. 17)고반考槃 : 산림에 은거하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은사隱士의 생활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시경』 「위풍衛風」 ≺고반考槃≻의 “산골 시냇가에 움막 짓고 한가히 소요하나니, 현인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澗 碩人之寬)”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2. 18)노중련魯仲連은~했고 :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고사高士 노중련이 위魏나라 사자使者인 신원연辛垣衍과 담판을 하면서, 만약 포악무도한 진秦나라가 황제로 천하에 군림할 경우에는 “동해 바다를 밟고서 죽을지언정 차마 그 백성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連有蹈東海而死耳 吾不忍爲之民也)”는 뜻을 단호하게 밝힌 내용이 『사기史記』 권83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 제23에 나온다.
  13. 19)부자夫子는~했지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나의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道不行 乘桴浮于海)”라고 탄식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14. 20)일본(斑衣) : 정몽주鄭夢周가 일본에 갔을 때 지은 시 ≺우제偶題≻에 “얼룩 옷은 진나라 애들에게서 물려받았을 것이요, 칠한 이는 월나라 풍속과 통하는구나(斑衣想自秦童化 染齒曾將越俗通)”라는 표현이 있다.
  15. 21)형만荊蠻 : 남만南蠻과 같은 말로, 여기서는 왜적을 가리킨다.
  16. 22)가을~바다요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대붕大鵬이 남쪽 바다로 옮겨갈 적에, 바다의 물결을 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위로 치솟는 것이 구만 리이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라는 말이 나온다.
  17. 23)봄~문이로다 : 황하黃河 상류의 용문龍門이 세 계단의 폭포로 되어 있는데, 수천 마리의 대어大魚들이 이 밑에 모여들어서 이 폭포를 뛰어 올라가야만 용이 된다는 고사가 있다. 우왕禹王이 이곳을 뚫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우문禹門이라고도 한다.
  18. 24)감당甘棠의 교화 : 주周나라 소공召公이 각 고을을 순행하다가 감당 나무 아래에서 공평하게 정사를 행하며 선정善政을 베풀었으므로 그가 떠난 뒤에도 백성들이 은혜를 잊지 못해 그 나무를 보호하면서 감당甘棠의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고사가 전한다. 『시경』 「소남召南」 ≺감당甘棠≻.
  19. 25)대수大樹의 칭송 : 후한後漢의 명장 풍이馮異가 전투를 승리로 끝낸 뒤에 여러 장수들이 서로들 공을 다투는데 혼자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대수장군大樹將軍이라고 일컬으며 칭송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권17 「풍이전馮異傳」.
  20. 26)마음도~아니로다 : 참고로 중국 불교 선종禪宗의 오조五祖인 홍인 선사弘忍禪師의 상좌上佐 신수神秀가 게를 짓기를 “몸은 바로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와 같다. 때때로 부지런히 닦아서, 먼지가 일지 않게 해야 한다.(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拂拭勤 勿使惹塵埃)”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 혜능慧能이 반박하여 게를 짓기를 “보리는 본디 나무가 아니요, 명경은 또한 대가 아니다. 본디 한 물건도 없거늘, 먼지가 어디에서 일어난단 말인가.(菩提本非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라고 하였다.『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제목48, 348b).
  21. 27)문밖의~말고 : 아난阿難이 가섭迦葉에게 “세존世尊이 금란가사金襴袈裟를 전한 외에 별도로 무슨 물건을 또 전해 주었는가.”라고 물었는데, 가섭이 “아난이여.” 하고 부르자, 아난이 바로 “예!”라고 대답하니, “문 앞의 찰간을 땅에 내려놓아라.(倒卻門前刹竿著)”라고 일갈一喝한 선종의 이른바 ‘가섭도각찰간迦葉倒卻刹竿’의 공안公案이 전한다. 『무문관無門關』 제22칙 「가섭찰간迦葉刹竿」(제목48, 295c)에 나온다. 찰간은 절 앞에 세우는 깃대와 비슷한 물건을 말한다.
  22. 28)편영鞭影을~세울지어다 :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깨닫고 얼른 도를 성취하여 승리의 깃발을 올리라는 말이다. 편영은 채찍 그림자라는 뜻이고, 적번赤幡은 붉은 깃발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근기를 말에 비유하여, 채찍의 그림자만 보고도 정신을 차려서 잘 달리는 말과 같은 사람을 가장 뛰어난 근기로 묘사한 기록이 『잡아함경雜阿含經』 권33 「922경」(T2, 234a)에 나온다. 또 “고대 인도에서는 토론을 하여 이긴 사람이 손에 붉은 깃발을 쥔다.(西天論議 勝者手執赤旛)”라는 말이 『벽암록碧巖錄』 권2 「제13칙」 (제목48, 154a)에 보인다.
  23. 29)안증顔曾 :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와 증삼曾參의 병칭이다.
  24. 30)봉황이~않고 : 후한後漢의 고성령考城令 왕환王渙이 구람仇覽을 주부主簿로 임명하려다가 그의 그릇이 워낙 큰 것을 보고서 “가시나무는 봉황이 서식할 곳이 못 된다. 백 리의 지역이 어떻게 대현이 밟을 땅이리오.(枳棘非鸞鳳所棲 百里豈大賢之路)”라고 탄식하고는 한 달치 월급을 구람의 태학太學 학자금으로 내준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권76 「순리전循吏傳」 ≺구람仇覽≻.
  25. 31)가련하다~낚을까 : 옛날 임공자任公子가 어마어마하게 큰 낚싯대를 만들어 50마리의 소를 미끼로 달아 놓은 뒤에, 동해東海에 던져 큰 고기를 잡아서 백성들을 실컷 먹였다는 이야기가 『장자』 「외물外物」에 나온다.
  26. 32)백주白洲 : 이명한李明漢의 호이다.
  27. 33)부절符節을~함이라 : 참고로 송宋나라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안락하게 되고 나서 내가 그 다음에 안락을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는 말이 나온다.
  28. 34)천근天根과 월굴月窟 : 각각 양陽과 음陰을 비유한 것으로, 천지 음양의 이치를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관물음觀物吟」에서 “이목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천지 조화가 부여한 것이 빈약하지 않도다. 월굴을 찾아야만 물을 알게 되는 법, 천근을 못 오르면 사람을 어떻게 알까. 건괘가 손괘를 만난 때에 월굴을 보고, 지괘가 뇌괘를 만난 때에 천근을 보는도다. 천근과 월굴이 한가히 왕래하는 중에, 삼십육 궁이 모두 봄이로구나.(耳目聰明男子身 洪鈞賦與不爲貧 須探月窟方知物 未躡天根豈識人 乾遇巽時觀月窟 地逢雷處見天根 天根月窟閒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고 읊은 데에서 나온 것이다.
  29. 35)얼핏~기록했고 : 노사魯史는 노나라 역사라는 말로 『춘추春秋』를 가리킨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노희공魯僖公」 5년 정월 신해일 초하루에, “희공이 마침내 망루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과 같은 천문 현상을 기록하게 하였으니, 이는 예에 맞는 일이었다.(遂登觀臺以望 以書雲物 禮也)”라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천문天文·역수曆數·측후測候·각루刻漏의 일을 맡아보는 관청을 서운관書雲觀이라고 하였다.
  30. 36)광인狂人은~어려워라 : 『서경』 「다방多方」에 “성인이라도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광인이 될 수 있고, 광인이라도 제대로 생각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라는 말이 있다.
  31. 37)일곱 근짜리 장삼 : 칠근삼七斤衫의 화두를 시어로 활용한 것이다. 당唐나라의 고승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인가.(萬法歸一 一歸何處)”라고 물으니, 조주가 “내가 청주에 있을 적에 베 장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더라.(我在靑州 作一領布衫 重七斤)”라고 답한 화두가 『벽암록碧巖錄』 권5 「제45칙」(제목48, 181c)에 나온다.
  32. 38)하궤荷簣 : 삼태기를 멘 사람이라는 뜻으로, 혼란한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은자隱者를 가리키는데, 그가 공자의 경쇠 치는 소리를 듣고는 “경쇠를 두들김이여, 마음이 세상에 있구나.(有心哉 擊磬乎)”라고 비평하자, 공자가 “세상을 잊는 데에 과감하구나. 출처를 그렇게만 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果哉 末之難矣)”라고 말한 내용이 『논어』 「헌문憲問」에 나온다. 여기서는 물론 작자 자신을 가리킨다.
  33. 39)일찍이~들었는데 : 선정善政을 베푼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말이다. 주 24 참조. 소백召伯은 소공召公과 같다.
  34. 40)다시금~되었소 : 거대한 담론을 접했다는 말이다. 위왕이 혜시에게 박씨를 주기에 혜시가 그것을 심었더니 그 용량이 무려 5석石이나 되는 큰 박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온다.
  35. 41)옷 속의 보주 : 불성佛性을 뜻하는 말이다. 『법화경法華經』 권4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授記品」 제8(T9, 29b)에 “속옷 속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로운 구슬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不覺內衣裏 有無價寶珠)”라는 말이 나온다.
  36. 42)교송喬松 : 전설의 선인仙人인 왕자교王子喬와 적송자赤松子의 병칭인데, 여기서는 두 수재를 비유하였다.
  37. 43)부석鳧舃 : 오리 신발이라는 뜻인데, 후한後漢 왕교王喬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가 섭현葉縣의 현령으로 있으면서 매월 삭망朔望 때마다 먼 길을 거기車騎도 없이 항상 조정에 나오곤 하였는데, 임금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태사太史로 하여금 탐지하게 한 결과, 그가 올 때마다 동남쪽에서 두 마리의 오리(雙鳧)가 날아왔으므로, 그물을 쳐서 이를 잡아놓고 보니 바로 상서령尙書令 때 하사받았던 신발(舃)이 있더라는 전설이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방술전方術傳」 상 ≺왕교전王喬傳≻. 왕교는 왕자교와는 다르다. 왕자교는 신선이 되었다는 주 영왕周靈王의 태자 진晉을 가리킨다.
  38. 44)달빛~미셨구려 : 당唐나라 가도賈島가 하루는 나귀를 타고 도성 거리에 나가 돌아다니다가 “새는 못가의 나무에서 잠자고, 중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린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라는 시구를 얻고는, 두드릴 고敲와 밀 퇴推 자 사이에서 수없이 고심을 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는 어떤 일에 대해서 나중에 반복해서 거듭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39. 45)승요僧繇 : 남북조 시대南北朝時代의 화공畫工 장승요張僧繇를 가리킨다. 양 무제梁武帝가 절을 꾸미려고 그에게 단청丹靑을 하게 하였는데, 네 마리 용 중에서 눈동자의 점을 찍은 두 마리는 곧바로 날아가 버리고 눈동자를 찍지 않은 두 마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화룡점정畫龍點睛의 고사가 전한다.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 권7 「장승요張僧繇」.
  40. 46)회남淮南 : 한漢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을 가리킨다. 그가 단약丹藥을 제련하여 온 가족을 이끌고 대낮에 승천昇天하였는데, 그때 그 집의 개와 닭들까지도 그릇에 남은 약을 핥아 먹고는 뒤따라 하늘로 올라와서, 닭은 하늘 위에서 울고 개는 구름 속에서 짖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신선전神仙傳』 「유안劉安」.
  41. 47)가슴을~부끄러워 : 도징圖澄은 불도징佛圖澄(232~348)을 가리킨다. 그는 천축天竺 혹은 귀자국龜玆國 출신으로, 서진西晉 영가永嘉 연간에 중국에 건너와서 신통력을 발휘하며 후조後趙의 석륵石勒과 석호石虎의 귀의를 받았던 명승이다. 그는 좌측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평소에는 솜으로 막고 있다가 밤에 독서할 때에는 그 구멍을 열어서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고 하며, 또 “재를 지낼 날이 오면 물가로 가서 내장을 꺼내 씻은 다음에 다시 안에 집어넣었다.(齋日輒至水邊 引腸洗之 還復內中)”는 기록이 『고승전高僧傳』 권9 「신이神異」 상 ≺축불도징竺佛圖澄≻ 1(T50, 387a)에 나온다.
  42. 48)생각건대~날리실 터 : 문장 실력을 발휘하면서 저술에 전념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초현草玄은 한漢나라 양웅揚雄이 세상 욕심을 모두 잊고 담박하게 경전에 침잠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한 것을 말한다. 옥설玉屑은 약재로 쓰이는 옥 가루를 말하기도 하고 내리는 눈을 형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시문의 미사여구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한서漢書』 권87 「양웅전揚雄傳」 하.
  43. 49)백설곡白雪曲~터에 : 전국 시대 초楚나라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 ‘하리下里’와 ‘파인巴人’ 같은 대중가요는 사람들 모두가 곧잘 따라 부르지만, ‘양춘陽春’이나 ‘백설白雪’과 같은 가곡은 너무 고상하기 때문에 따라 부르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말이 나온다. 『문선文選』 권45.
  44. 50)고재高才가~격이로세 : 당시 천대받던 승려에 대해서도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면서, 옛날 유학자인 한유韓愈와 승려인 태전太顚의 관계처럼 돈독한 우의를 보여 주었다는 말이다. 창려昌黎는 창려백昌黎伯에 봉해진 한유를 가리킨다. 그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있을 적에 친하게 지냈던 노승 태전과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남겨 주기까지 했던 이야기가 그의 「여맹간상서서與孟簡尙書書」에 실려 있다.
  45. 51)삼경三徑 : 은자가 산책하는 오솔길을 말한다. 서한西漢 말의 장후蔣詡가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에 돌아온 뒤에, 산보하는 길 세 개(三徑)를 만들어 놓고는 오직 절친한 벗인 양중羊仲·구중求仲 두 사람과 소요하며 즐겼던 고사가 전한다. 『삼보결록三輔決錄』 「도명逃名」. 도연명陶淵明도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여 “삼경은 황폐해졌어도, 솔과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읊기도 하였다.
  46. 52)금문金門 : 한漢나라 궁문인 금마문金馬門의 약칭으로 보통 조정을 가리킨다.
  47. 53)조원調元 : 원기元氣를 조리調理한다는 뜻으로, 국정을 총괄하는 재상 혹은 그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48. 54)고반考槃 : 은자隱者의 생활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 17 참조.
  49. 55)도성~있으리오 : 사람들이 도성의 기녀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자를 뒤쫓아 다니느라 잠들 틈도 없을 것이라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인데,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심방尋芳 일화가 유명하기 때문에 이를 인용하여 표현한 것인 듯싶다. 두목이 호주湖州에서 노닐 적에 10여 세 되는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흠뻑 빠진 나머지, 10년 안에 다시 돌아와 가약을 맺겠다면서 폐백을 듬뿍년 뒤에 돌아와 보니 그 여인이 벌써 시집을 가서 두 아들을 낳기까지 하였으므로, “꽃을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 한스럽네, 그때에는 꽃봉오리 피어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바람에 날려 꽃잎도 다 흩어진 채, 푸른 잎 그늘 이루고 가지엔 열매만 가득하네.(自恨尋芳到已遲 往年曾見未開時 如今風擺花狼藉 綠葉成陰子滿枝)”라고 ≺탄화시歎花詩≻를 읊었던 일화가 전한다. 『당시기사唐詩紀事』 「두목杜牧」.
  50. 56)대궐에~아니요 :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진귀한 박옥璞玉을 초왕楚王에게 바쳤다가 임금을 속인다는 누명을 쓰고 두 차례나 발이 잘렸으나, 나중에 왕에게 진가를 인정받고서 천하 제일의 보배인 화씨벽和氏璧을 만들게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한비자韓非子』 권4 「화씨和氏」.
  51. 57)이은吏隱 : 벼슬살이를 하면서도 이록利祿을 마음에 두지 않고 은자처럼 사는 것을 말한다.
  52. 58)소백召伯 : 소공召公과 참조.
  53. 59)감당甘棠 시 : 팥배나무를 읊은 시. 여기서는 어진 정치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시경』 「소남召南」 편에 ≺감당≻ 시가 있는데, 이는 소공을 사모하는 백성들이 그가 쉬어간 적이 있는 팥배나무를 아끼는 노래로 해석된다. 『사기』 권34 「연소공세가燕召公世家」 제4에는 “소공이 지방을 순행할 적에 팥배나무 아래에서 옥사를 다스렸는데 높은 벼슬아치나 백성들이 모두 그 합당한 자리를 얻어 직책을 잃는 이가 없었다. 소공이 죽자 백성들이 소공의 정치를 그리워하여 팥배나무를 마음에 두고 감히 베지 못하고, 노래로 읊어 감당 시를 지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54. 60)우도牛刀의 풍화 : 인정仁政을 베푼다는 말인데, 이와 함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채 고을 수령으로 좌천되어 불우하게 된 것을 은근히 비유하는 뜻이 들어 있다.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수령으로 있을 때, 조그마한 고을에서 예악禮樂의 정사를 펼치는 것을 보고는, 공자가 웃으면서 “닭을 잡는 데에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랴.(割雞焉用牛刀)”라고 말했던 고사가 있다. 『논어』 「양화陽貨」.
  55. 61)가련하다~하는구나 : 현재賢才가 세상에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매몰되어 곤경에 처한 것을 말한다. 옛날 늙은 천리마千里馬가 누구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소금 수레(鹽車)를 끌고 험준한 태행산太行山을 넘어가다가 힘에 지쳐서 더 이상 못 가고 쓰러졌는데, 백락伯樂이 이 말을 알아보고는 통곡하며 옷을 벗어 덮어 주자 천리마가 백락을 쳐다보며 슬프게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전국책戰國策』 권17 「초楚」 4. 백락은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 때에 준마駿馬를 잘 알아보기로 유명했던 사람인데, 전국 시대에 종횡가縱橫家인 소대蘇代가 순우곤淳于髡에게 “준마를 팔기 위해서 사흘 동안이나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백락이 한번 돌아보자 하루아침에 그 말의 값이 10배나 뛰어올랐다.”라고 말한 내용이 『전국책』 권30 「연燕」 2에 나온다.
  56. 62)적선謫仙과~노담이라 : 적선은 이백李白의 별칭으로 이 수재를 가리키고 하납霞衲은 기암 자신을 가리킨다. 황정黃庭은 도교의 경서인 『황정경黃庭經』을 가리키고 노담老聃은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을 가리킨다.
  57. 63)높은~향했어라 : 붕새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 하늘 위로 올라가서 남쪽 바다를 향해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온다.
  58. 64)운수雲樹 :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생각할 때 흔히 쓰는 시적 표현이다.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이라는 시에 “내가 있는 위수渭水 가엔 봄날의 나무, 그대 있는 강남 땅엔 저녁의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유래한 것이다.
  59. 65)오마五馬 : 한漢나라 때 태수가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던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방 수령이나 외직外職의 높은 관원을 가리킨다.
  60. 66)귀신도~운주運籌요 : 작전 계획을 뛰어나게 잘 세운다는 말이다. 유악帷幄은 막사라는 뜻으로 유장帷帳과 같다. 『사기』 권55 「유후세가留侯世家」 제25에 “사령부 막사 안에서 작전 계획을 수립하여, 천 리 밖의 전쟁터에서 승부를 결정짓게 한 것은 바로 장자방張子房의 공이다.(運籌策帷帳中 決勝千里外 子房之功也)”라는 말이 나온다.
  61. 67)추요蒭蕘에게도~결책決策이라 : 아랫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신중하게 계책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추요는 나무꾼이다. 『시경』 「대아大雅」 ≺판板≻에 “옛날 성현 말씀에 나무꾼에게도 물어보라 하셨다네.(先民有言 詢于芻蕘)”라는 말이 나온다. 원문轅門은 군문軍門과 같다.
  62. 68)부석鳬舃 : 주 43 참조.
  63. 69)등선登仙에서~끼어야겠지 : 출가하기 전의 과거 응시에서 실패한 뒤를 이어 승려의 과거 고시에서도 급제하지 못한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선불選佛은 승려의 실력을 시험하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그 장소를 선불장選佛場이라고 하고 그 시험을 공부선工夫選이라고 한다. 고심枯心은 낙심과 같다. 점액點額은 이마를 다친다는 말로, 물고기들이 용문龍門에서 용이 되기 위해 뛰어오르다가 실패하면 이마를 다치고 돌아온다는 용문점액龍門點額의 고사에서 유래하여 낙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64. 70)삼현三玄의 구句 : 임제종臨濟宗의 창시자인 임제 의현臨濟義玄이 학인을 지도하면서 사용하던 방법인데, 이에 대해서는 해설이 분분하나 전통적인 해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구. “임제 내가 제시한 삼요의 인을 찍으면 붉은 도장 자국이 비좁기만 한데, 어떻게 생각할 사이도 없이 주인과 객의 신분이 분별되고 만다.(三要印開朱點窄 未容擬議主賓分)” 제2구. “문수보살이 어찌 교학을 닦는 무착의 질문을 수용하겠는가마는, 방편이라 하더라도 어찌 뛰어난 근기를 저버리기야 하겠느냐.(妙解豈容無着問 漚和爭負截流機)” 제3구. “무대 위의 꼭두각시 춤을 보아라. 앉고 서고 하는 것이 숨은 사람의 짓이니라.(看取棚頭弄傀儡 抽牽元是裏頭人)” 『벽암록碧巖錄』 권4(제목48, 177a).
  65. 71)일지一指의 선禪 : 당唐나라 구지 화상俱胝和尙이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 하나만을 세워서 학인을 지도했던 것을 말한다. 구지는 일찍이 천룡 화상天龍和尙의 일지一指를 통해서 대오大悟를 한 기연機緣이 있는데, 그가 시적示寂할 즈음에 “내가 천룡 화상으로부터 일지선을 배우고 나서 일생 동안 사용했어도 다 쓰지 못하였다.(吾得天龍一指頭禪 一生用不盡)”라고 술회하기도 하였다. 『벽암록』 권2 「제19칙」(제목48, 159b)에 나온다.
  66. 72)서산西山의~않으리라 : 서산 대사 휴정休靜이 크게 교화하며 임제종臨濟宗의 선풍禪風을 떨쳤다는 말이다. 미로彌盧는 수미산須彌山 즉 수미로산須彌盧山(ⓢSumeru)의 준말이다. 수미산은 원래 인도 신화 속에 나오는 산 이름인데, 불교의 우주관에서 이를 전용轉用하여 세계의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산으로 일컬었다. 이 산을 중심으로 하여 주위에 팔산八山과 팔해八海가 에워싸면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그 세계를 수미세계須彌世界라고 한다.
  67. 73)승요僧繇 : 화가 장승요張僧繇를 말한다. 주 45 참조.
  68. 74)옥봉玉峯의~빚었어라 : 두 사람 모두 금강산에 등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부석鳬舄은 귀인의 행차를 뜻하는 말이다. 주 43 참조.
  69. 75)서쪽에서 온 뜻 : 선가에서 흔히 쓰는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라는 화두를 말한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달마達磨가 서쪽으로부터 중국에 와서 선법禪法을 전한 그 궁극적인 뜻이 무엇인가 참구하는 것으로 불법의 대의大義를 뜻하는데, 당唐나라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이 화두를 거론하여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라고 대답했던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연등회요聯燈會要』 권6 「조주관음종심선사趙州觀音從諗禪師」(X79, 57c).
  70. 76)일지선一指禪 : 주 71 참조.
  71. 77)옥호玉毫의 금상金相 : 옥호는 여래 삼십이상의 하나로 미간에 있다는 백옥白玉과 같은 흰 털(白毫, ⓢūrṇā-keśa)을 말하는데, 거기에서 대광명大光明을 발산하여 시방세계를 비춘다고 한다. 금상은 황금을 입힌 불상을 말한다.
  72. 78)감전紺殿 : 감전은 사찰의 다른 이름인데 감원紺園·감방紺坊·감우紺宇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모발이 감유리색紺琉璃色(靑色)과 같고 불국토의 색상이 감청색이라고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기신론소필삭기起信論疏筆削記』a)에 “진체와 같다는 것은 성덕정인이 태허와 같다는 것이다. 비록 모실과 감전이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그 가운데 허공은 어찌 차이가 있겠는가.(眞體等者 謂性德正因 其猶太虛 雖茅室紺殿有殊 其中虛空 豈有別異)”라고 하였다.
  73. 79)이 몸이~했으면 : 염제炎帝의 막내딸인 여왜女娃가 동해에 빠져 죽은 뒤에 정위精衛라는 작은 새가 되어 항상 서산西山의 나무와 돌을 입에 물고 동해를 메우려고 한다는 전설이 남조南朝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述異記』 상권에 보인다.
  74. 80)계옥桂玉 : 계수나무 땔나무와 옥으로 지은 밥이라는 말로, 물자가 부족하여 생활하기가 지극히 곤란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 시대 소진蘇秦이 초楚나라 왕에게 “초나라의 밥은 옥보다도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보다도 비싸다. 지금 내가 옥으로 지은 밥을 먹고 계수나무로 불을 때고 있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楚國之食貴于玉 薪貴于桂 今臣食玉炊桂 不亦難乎)”라고 불만을 토로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전국책戰國策』 권16 「초책楚策」 3.
  75. 81)누가~받아야지 : 뇌瓃는 옥기玉器이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고 할 때, 이것을 상자 속에 그냥 감춰두어야 합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팔아야 합니까?(有美玉於斯 韞櫝而藏諸 求善賈而沽諸)”라고 묻자, 공자가 “팔아야지, 팔아야 되고말고. 나 역시 제값을 주고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라고 대답한 고사가 『논어』 「자한子罕」에 나온다.
  76. 82)초벽楚璧은~했고 : 초나라 화씨벽和氏璧의 고사이다. 주 56 참조.
  77. 83)수주隋珠는~했지 : 수주는 뱀이 수후隋侯에게 보은報恩했다는 명월주明月珠를 말한다. 한漢나라 추양鄒陽의 옥중 상서獄中上書에 “명월주나 야광벽夜光璧을 캄캄한 밤에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던져 주면 누구나 칼자루를 만지면서 노려볼 것이다. 그 이유는 까닭 없이 자기에게 구슬이 왔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기』 권83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 제23.
  78. 84)파사波斯 : 보석 감정인을 말한다. 파사는 지금의 이란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파라사波剌斯(波剌私, 셁Pārasya)·파라실波囉悉이라고도 한다. 역사적으로는 안식安息이라고 칭했다. 고대 중국인은 파사를 보물이 생산되는 해외의 지방으로 인식했는데, 그래서 보석을 감식하는 외국 상인을 파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권11(T51, 938a)에 “이곳(狼揭羅國)에서 서북쪽으로 가면 파라사국波剌斯國(비록 인도의 국가는 아니지만 가는 도중에 접해 있어 눈에 뜨인다. 舊譯에서는 波斯라고 하였는데 줄인 말이다.)에 당도한다. 파라사국의 둘레는 수만 리에 달하며 나라의 큰 도성은 소랄살당나蘇剌薩儻那라고 하는데 둘레는 40여 리에 달한다. 강 주변의 땅이 매우 넓고 기후 또한 다른데 대체로 따뜻하며 물을 끌어다 밭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풍요롭고 금과 유석·파지·수정 등 진귀한 보석이 많다.(自此西北 至波剌斯國(雖非印度之國 路次附見 舊曰波斯 略也) 波剌斯國 周數萬里 國大都城 號蘇剌薩儻那 周四十餘里 川土既多 氣序亦異 大抵溫也 引水為田 人戶富饒 出金 鍮石 頗胝 水精 奇珍異寶)”라고 하였다.
  79. 85)양주楊州 학鶴 : 인생에서 거의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기막히게 좋은 일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어떤 이는 양주 자사楊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이는 많은 재물을 얻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나는 허리에 십만 관貫의 돈을 두르고, 학을 타고서 양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하였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감유함淵鑑類函』 「조鳥」 3 ≺학鶴≻ 3.
  80. 86)부석鳬舄 : 귀인의 행차를 뜻하는 말로, 유 상공을 가리킨다. 주 43 참조.
  81. 87)영랑永郞 : 금강산에서 노닐었다는 신라 사선四仙의 하나이다. 주 15 참조.
  82. 88)오대五臺에서~물어보도록 : 균제자는 문수보살의 시자侍者인 균제均提 동자를 말한다. 당唐나라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문수보살을 예배하러 오대산으로 들어가다가 소를 끄는 노인을 만나 어느 절간으로 따라 들어갔는데, 노인이 균제라는 이름의 동자를 불러서 영접하게 한 뒤에 무착과 대화를 나눴다. 노인의 여러 가지 물음에 대답하고 나서 무착이 “여기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주지하고 있느냐.(此間佛法 如何住持)”라고 묻자 노인이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범인과 성인이 함께 살고 있다.(龍蛇混雜 凡聖同居)”라고 대답하였으며, 다시 “대중의 숫자는 얼마나 되느냐.(眾幾何)”라고 묻자 “앞이 삼삼이요, 뒤가 삼삼이다.(前三三 後三三)”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저녁이 되자 노인이 동자에게 무착을 전송하게 하였는데, 무착이 동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노인이 바로 문수보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동자에게 절을 하며 한마디 말을 청했으나, 동자가 칠언절구의 시를 노래한 뒤에 종적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불조통기佛祖統紀』 권41 「헌종憲宗」 5년(제목49, 381b).
  83. 89)제목은 3수이나 『한불전』에는 2수만 수록되어 있다.
  84. 90)귀한 행차 : 주 65 참조.
  85. 91)범초凡楚의~것 : 흥망성쇠하는 세상의 일은 굳이 개의할 것이 못된다는 말이다. 초楚나라 왕이 범凡나라 임금과 앉아 있을 적에, 범나라가 멸망할 징후가 세 가지 있다고 초나라 신하가 말하자, 범나라 임금이 “범나라가 멸망한다고 해서 내가 존재하는 것을 없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범나라가 멸망한다고 해서 내가 존재하는 것을 없게 할 수가 없다면, 초나라가 보존된다고 해서 그 존재를 있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범나라는 당초에 망한 적이 없고, 초나라는 당초에 보존된 적이 없다고 할 것이다.(凡之亡也 不足以喪吾存 夫凡之亡不足以喪吾存 則楚之存不足以存存 由是觀之 則凡未始亡而楚未始存也)”라고 대답한 내용이 『장자』 「전자방田子方」에 나온다.
  86. 92)정성定省 : 혼정신성昏定晨省의 준말로 어버이를 제대로 봉양하는 것을 말한다. 『예기』 「곡례曲禮」 상에 “자식이 된 자는 어버이에 대해서,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려야 하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고 아침에는 문안 인사를 올려야 한다.(冬溫而夏凊 昏定而晨省)”라는 말이 나온다.
  87. 93)무위진인無位眞人이~불초한고 :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중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느냐는 말이다. 무위진인은 임제 의현臨濟義玄이 애용한 말로,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는 진여眞如 불성을 뜻하는 선림禪林의 용어인데, “고깃덩어리 속에 하나의 무위진인이 있어서, 항상 여러분들의 감각 기관을 통해 들락거리고 있다.(赤肉團上有一無位眞人 常從汝等諸人面門出入)”는 말이 『임제록臨濟錄』(제목47, 496c)에 실려 있다.
  88. 94)생사기귀生死寄歸라~같은걸 : 생사기귀는 생기사귀生寄死歸와 같은 말로, 삶이란 여인숙에 잠깐 몸을 부치는 것과 같고, 죽음은 고향 집에 돌아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지나가는 새는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시어인데, 진晉나라 장협張協의 시에 “사람이 이 세계 안에서 사는 것은, 새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잠깐 사이이다.(人生瀛海內 忽如鳥過目)”라는 말이 나온다. 『문선文選』 권15 「잡시10수雜詩十首」. 또 소식蘇軾의 시에도 “세월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백 년 인생도 눈앞을 지나가는 새와 같다.(流光安足恃 百歲同過鳥)”라는 말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49 「화기천선장관和寄天選長官」.
  89. 95)천군天君이~법 : 임금이라 할 마음이 안정되면 신하라 할 다른 기관들도 평정을 되찾게 된다는 말이다. 천군은 본래의 마음을 가리킨다. 『순자荀子』 「천론天論」에 “마음이 한가운데 빈자리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감각 기관을 다스리는 까닭에 마음을 하늘의 임금님이라고 하는 것이다.(心居中虛 以治五官 夫是之謂天君)”라는 말이 나온다. 육국六國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등 육근六根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90. 96)주소周召와 같은 고굉股肱 : 주소는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보좌한 주공 단周公旦과 소공 석召公奭의 병칭이고, 고굉은 고굉지신股肱之臣의 준말로 임금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신하를 말한다.
  91. 97)부석鳬舄 : 주 43 참조.
  92. 98)영랑永郞 : 주 15 참조.
  93. 99)찬옥餐玉 : 옥가루를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고대 선가仙家에서는 이 방법으로 수명을 연장했다는 전설이 있다.
  94. 100)왕모王母의~나무 : 전설적인 선녀인 서왕모西王母가 거처하는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었다는 선도仙桃 나무를 가리킨다. 서왕모가 한 무제漢武帝에게 그 복숭아를 먹여 주었을 때, 무제가 그 씨를 남겨 두어 땅에 심으려고 하자 서왕모가 웃으면서 “그 복숭아는 삼천 년에 한 번 열매를 맺을 뿐 아니라, 중국은 땅이 척박하니 심어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박물지博物志』 권8 「한무제내전漢武帝內傳」.
  95. 101)지금도~후회한다나요 : 당나라 영운 지근靈雲志勤 선사가 복사꽃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기연機緣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운은 위앙종潙仰宗의 개조인 위산 영우潙山靈祐의 제자인데, 어느 날 복사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도를 깨닫고 나서 “복사꽃 핀 것을 한번 본 뒤로는, 지금까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노라.(自從一見桃華後 直至如今更不疑)”라는 게를 남겼다. 두 눈을 멀게 하였다는 것은 그에게 깨달음의 계기를 주었다는 뜻으로, 폄억貶抑하는 말 속에 찬미하는 뜻을 담은 반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96. 102)육국六國 : 주 95 참조.
  97. 103)삼정三精 : 해와 달과 별을 가리킨다.
  98. 104)유악帷幄 : 『한불전』에는 간악幄이라 되어 있는데 이를 유악으로 비정하여 해석한다. 유악은 막사라는 뜻으로 유장帷帳과 같다. 주 66 참조.
  99. 105)우리~어려우리 : 주 95 참조.
  100. 106)반혼향返魂香 : 서쪽 바다 끝에 취굴주聚窟洲가 있고 그 위에 반혼수返魂樹가 있는데, 그 나무 뿌리를 솥에 고아서 즙을 낸 뒤에 반혼향이라는 환약을 만들어 죽은 이의 코에 대면 기사회생한다는 전설이 있다. 『술이기述異記』 권상.
  101. 107)백양白楊 심은 언덕 : 묘소를 가리킨다. 인생무상을 읊은 고시에 “수레 달려 위쪽 동문을 빠져나가, 북망산의 묘지를 멀리 바라보니, 백양나무는 바람 속에 소소히 울어 대고, 넓은 길 양편에는 송백이 가득하더라.(驅車上東門 遙望郭北墓 白楊何蕭蕭 松栢夾廣路)”에서 유래하여, 묘소를 비유할 때 백양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문선文選』 권29 「고시19수古詩十九首」 제13.
  102. 108)우도牛刀의 맑은 풍화 : 선정善政을 뜻하는 말이다. 주 60 참조.
  103. 109)송사를 남만큼 처리하며 : 『논어』 「안연顔淵」에 “송사를 처리하는 것은 나도 남처럼 할 수 있으나, 당초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끔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라고 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104. 110)사선四仙이 남긴 정자 : 사선정四仙亭을 가리킨다. 이 정자는 신라 시대의 사선四仙인 영랑永郞·술랑述郞·남석랑南石郞·안상랑安詳郞이 사흘 동안 노닐었다는 고성固城 삼일포三日浦 앞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105. 111)갓끈을 씻을 만하네 : 진속塵俗을 초탈하여 고결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을 뜻할 때 쓰는 말인데, 전국 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의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06. 112)왕교王喬가~만나 : 신선 같은 분이 현령으로 와 있다는 말이다. 주 43 참조.
  107. 113)이천二天 : 두 개의 하늘이라는 뜻으로,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지방 장관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 소장蘇章이 기주 자사冀州刺史로 부임했을 적에 옛 친구가 그의 관할 구역인 청하淸河의 태수로 있으면서 불법적으로 부정행위를 범한 사실을 적발하고는 그 친구를 불러 술을 같이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옛날의 우정을 서로 나누었는데, 그 친구가 기뻐하며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하늘을 가지고 있지만 나만은 두 개의 하늘을 가지고 있다.(人皆有一天 我獨有二天)”고 하자, 소장이 “오늘 저녁에 내가 자연인自然人으로서 옛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것은 사은私恩이요, 내일 기주 자사로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공법公法이다.” 하고는 마침내 그의 죄를 바로잡아 처벌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소장전蘇章傳」.
  108. 114)포편蒲鞭 : 때려도 아프지 않도록 부들 가지로 만든 회초리를 말한다. 후한後漢 유관劉寬이 남양 태수南陽太守로 있을 적에 관리와 백성들이 혹 과실을 범하더라도 형벌 대신 포편으로 다스려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여 감화시킨 고사가 있다. 지방 장관이 백성을 사랑하며 심복시킬 때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 『후한서後漢書』 「유관전劉寬傳」.
  109. 115)삼덕三德 :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나오는 나라를 다스리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으로, 정직正直과 강극剛克과 유극柔克을 말하는데, 이에 대한 본문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 가지 덕으로 말하면, 첫째가 바르고 곧은 것이요, 둘째가 강함으로 이기는 것이요, 셋째가 부드러움으로 이기는 것이다. 평화롭고 안락한 자에게는 정직으로 대하고, 강경해서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강함으로 극복하고, 유화하여 굽신거리는 자에게는 부드러움으로 극복한다. 그리고 조금 부족한 듯하면서 뒤로 물러나 숨으려 하는 자에게는 강함으로 극복하고, 조금 지나친 듯하면서 높이 드러내려 하는 자에게는 부드러움으로 극복한다.(三德 一曰正直 二曰剛克 三曰柔克 平康正直 彊不友剛克 爕友柔克 沈潛剛克 高明柔克)”
  110. 116)보리 이삭의 상서 : 보리에 두 개의 이삭이 달리는 것으로,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겨졌으며 관리의 탁월한 치적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후한後漢의 장감張堪이 호노狐奴에서 전답을 개간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자 백성들이 ‘보리에 이삭이 두 개씩 달렸다(麥穗兩歧)’고 좋아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고사가 있다. 『후한서後漢書』 「장감전張堪傳」.
  111. 117)이천二天 : 주 113 참조.
  112. 118)운수雲樹 : 주 64 참조.
  113. 119)호액狐腋은~사람뿐 : 비범하게 뛰어난 사람은 없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양 1천 마리의 가죽보다는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천 명의 신하가 아첨을 떠는 것보다는 한 사람의 선비가 올곧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낫다.(千羊之皮 不如一狐之腋 千人之諾諾 不如一士之諤諤)”라는 말이 나온다.
  114. 120)하궤荷簣 : 은자隱者를 가리킨다. 주 38 참조.
  115. 121)이 제학李提學에게 올리다 : 이 제학은 택당澤堂 이식李植을 가리킨다. 그의 문집인 『택당선생속집澤堂先生續集』 제4권에 이 시와 관련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법견 장로法堅長老를 내가 어렸을 적에 호남에서 만나 보았는데, 그때는 학동學童을 가르치는 일로 업業을 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듣건대, 금강산 백련암白蓮菴에 머물러 있다 하기에, 내가 유점사楡岾寺에 와서 글로 소식을 물었더니, 마침내 가마를 타고 나를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는 자기 말로, 이 산에 머문 지가 삼십여 년이요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지 않은 지가 또 이십 년 가까이 된다고 하였는데, 지금 나이가 팔십일 세나 되건마는 이목耳目이 아직 총명聰明한데다 옛 사람과 같은 순후淳厚한 기상이 또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선禪에 관한 뜻을 이야기할 적에는 왕왕 기발奇拔한 면모가 엿보이기도 하는 등, 호남에서 만나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안겨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그동안 살아온 출처出處의 대략大略을 물어 보기도 하고, 또 호남에서 옛날 노닐었던 사람들과 향당鄕黨의 생사 여부를 알아보면서 함께 처연悽然한 감정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이윽고 나에게 말하기를 ‘영공令公이 세상 맛을 이미 잔뜩 맛보았으나, 우리 불가佛家의 일만은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오. 하지만 유가儒家의 가르침 중에도 심성心性에 관한 학설이 있지 않소. 생사生死의 일이 참으로 중대하니, 아무쪼록 이 점에 대해서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오.’ 하였는데, 그 말 속에 상당히 깨우쳐 주는 점이 있었다. 그가 장차 돌아가려고 할 즈음에 또 손수 절구絶句 한 수를 지어서 나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 시에 ‘사람에게 이 도가 어찌 모자라리오, 우리 백성 원래가 양지 양능良知良能 풍부한걸. 하늘이 처음 내려 준 걸 돌이켜 살핀다면, 안척도 이 야승과 다를 것이 없으리다.(此性於人何乏少 吾民分上富良能 若敎反省天初賦 顔跖無殊一野僧)’ 하였다. 이에 내가 다음과 같이 그 시에 차운하여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본래 줄지도 않고 늘어남도 없는 성품, 안회顔回와 민자건閔子騫이 걸어간 길 도척盜跖도 행할 수 있겠지요. 단지 삼생의 문자 벽에 걸린 이 몸, 흰머리로 기로에 서니 산승에 부끄럽소이다.(本來無欠亦無增 顔閔功程跖亦能 只爲三生文字癖 白頭歧路愧山僧)’”
  116. 122)양지 양능良知良能 : 『맹자孟子』 「진심盡心」 상에 나오는 말로, 배우지 않고도 알고 행할 수 있는 천부적인 지능知能을 말한다.
  117. 123)안척顔跖 :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 안회顔回와 9천여 명의 도적 떼를 이끌고 천하를 횡행했다는 도척盜跖을 말한다.
  118. 124)모군茅君 : 삼모진군三茅眞君의 준말로, 한 경제漢景帝 때 구용句容 구곡산句曲山에서 수도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모영茅盈·모충茅衷·모고茅固의 3형제를동천洞天의 여덟 번째 골짜기로 화양동華陽洞이라고도 하는데, 이곳을 삼모진군이 다스린다고 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화양동에 잘못 들어가서, 모군의 술을 훔쳐 마셨네.(誤入華陽洞 竊飮茅君酒)”라는 구절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26 「양강공유석상여취도사위부차시楊康功有石狀如醉道士爲賦此詩」.
  119. 125)당양當陽의 일구一句 : 중국 선종의 5조 홍인弘忍이 입적한 뒤에 호북湖北의 강릉江陵 당양산當陽山으로 옮겨서 전법한 신수神秀의 게송을 말한다. 주 26 참조. 중국 남쪽 광동廣東 조계산曹溪山에서 돈오頓悟 사상을 주장하며 설법한 6조 혜능慧能의 이른바 남종선南宗禪에 대해서, 점오漸悟를 주장하며 장안長安과 낙양洛陽 등지에서 교세를 떨친 신수의 선을 북종선北宗禪이라고 칭하며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120. 126)서래정하백西來庭下栢 : 선종의 공안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와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를 말한다. 주 75 참조.
  121. 127)띠에도 써 넣도록(書紳) : 잊지 않기 위하여 큰 띠에 적어 둠. 紳은 큰 띠를 말한다.
  122. 128)운수雲樹의~시리리라 : 멀리 떨어져서 항상 그리워하며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주 64 참조.
  123. 129)육국六國 : 육근六根을 비유한 말이다. 주 95 참조.
  124. 130)문~않네 :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옥천은 어느 날에나 금궐에 조회할까, 백주에 문 닫고서 야차가 못 오게 지키는걸.(玉川何日朝金闕 白晝關門守夜叉)”이라는 표현이 있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8 「화소동년희증가수수재和邵同年戲贈賈收秀才」
  125. 131)빈賓 : 임제臨濟 사빈주四賓主의 ‘빈’을 가리킨다.
  126. 132)표주박 텅 비게(瓢空) : 단표누공簞瓢屢空의 준말로 빈궁한 생활을 가리킨다. 『논어』 「옹야雍也」에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나오고, 또 「선진先進」에 “안회는 쌀독이 자주 비는데도 태연하였다.(回也其庶乎 屢空)”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127. 133)기귀寄歸 : 생기사귀生寄死歸의 준말로, 여인숙에 몸을 부치는 것처럼 잠깐 살다가 고향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죽는다는 말이다.
  128. 134)호리蒿里 : 태산泰山 남쪽에 있는 산의 이름인데, 사람이 죽으면 여기에 묻었던 고사에서 유래하여 후세에 묘지墓地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129. 135)삼청三淸 : 도교의 용어로,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을 말하는데, 신선을 삼청객三淸客이라 하고 도관道觀을 삼청전三淸殿이라고 한다.
  130. 136)담담해서 친해지는 우정 : 참고로 『장자莊子』 「산목山木」에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해서 친해지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해서 끊어진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라는 말이 나온다.
  131. 137)이상履霜의 경계 : 미세한 조짐을 보고서도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알아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역』 「곤괘坤卦」 ≺초육初六≻의 “서리를 밟으면 두꺼운 얼음이 어는 때가 곧 닥친다.(履霜堅冰至)”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壁」疑「璧」{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