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기암집(奇巖集) / 奇巖集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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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집奇巖集 권3
文문(2)

임진년에 강화부에서 총통銃筒과 탄자彈子를 주조하는 일로 권선한 글
왕공王公은 요새를 설치하여 나라를 지킴으로써 미리 준비하여 방어하는 방도를 굳건히 하고, 군자는 상대를 이롭게 하여 사람을 구제함으로써 베풀어 주는 도리를 확대합니다. 그런데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하고, 기공奇功을 세우기 위해서는 응당 계책을 모아야 합니다. 바라건대 만부萬夫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부디 일궤一簣244)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강화부로 말하면 바다를 굽어보고 해자垓字 역할을 하면서 일면은 창해滄海요 삼면은 조석潮汐이 드나들고 있으며 깎아지른 벼랑에 기대어 만첩청산이 사방 백 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흑지탄환黑誌彈丸245)처럼 땅은 비록 절도絶島에 치우쳐 있지만 오지奧地의 험한 요새로서 하늘이 실로 신고神皋를 열어 준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란 군대가 독기를 부리면서도 고려의 선도仙島에는 감히 곁눈질을 하지 못하였고, 이를 물들인 왜적이 잠식蠶食하였을 때에도 상국上國의 장주長洲에는 감히 발을 딛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팔방이 풍우의 난병亂兵에 휩싸여 있을 때에도 이 일역一域만은 상마桑麻246)의 낙토를 유지하였습니다.
국가가 유비무환을 생각하여 방어 대책을 강화할 목적으로 구지九地의 지형에 나아가 만세萬世의 이익을 도모하려 하고 있습니다. 죽목竹木을 깎아 창루槍壘를 세워서 저서儲胥에 호락虎落을 늘어놓고 나무로 널리 울타리를 둘러 정진渟陣에 사진蛇陣을 배열하였습니다. 인석石을 갖추어 거곡渠谷에 포진하고 병장기를 손질하여 군용軍容을 웅장하게 하면서 강을 경계로 하여 사수할 결의를 보이고 있으니 성을 버리고서 떠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포루砲樓를 새로 설치하고 총통銃筒을 일찍 경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방 주위에 설치할 돈대墩臺가 일백 곳이요 포砲 하나씩 안치할 곳이 일천 혈穴인데, 큰 것은 더러 일만 냥兩에 이르고 작은 것도 백 근斤을 밑돌지 않습니다. 그런데 촉지蜀地는 길이 멀어서

008_0174_a_01L奇巖集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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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174_a_03L1)文(二)

008_0174_a_04L壬辰年江華府鑄銃筒及殫 [32] 子勸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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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174_a_06L
王公設險以守國方殷備禦之方君子
008_0174_a_07L利物以濟人式廣舍施之道然而成大
008_0174_a_08L必資群力建奇功合賛象 [33] 願乞
008_0174_a_09L靈於萬夫請致意於一簣惟於江華府
008_0174_a_10L臨不測以爲池一邊滄海三面潮
008_0174_a_11L倚絶崖以作鎭萬疊靑山百里周
008_0174_a_12L黑誌彈丸地雖偏於絕島奧區險
008_0174_a_13L天實闢於神皋是以丹兵毒螫
008_0174_a_14L麗不敢睥䁛於仙島染齒荐 [34] 上國何
008_0174_a_15L敢足跡於長洲八方風雨之亂兵一域
008_0174_a_16L桑麻之樂土國家慮有備而無患念置
008_0174_a_17L戍而增埤就九地形爲萬世利木擁
008_0174_a_18L槍壘橫虎落於儲胥樹廣藩籬列蛇
008_0174_a_19L陣於渟陣石布渠谷除戎器壯軍
008_0174_a_20L將示畫江而守之不欲棄城而去也
008_0174_a_21L此砲樓所以創構而銃筒早宜經營
008_0174_a_22L四園之百墩峙一砲者千穴大者或兼
008_0174_a_23L萬兩小者不下百斤蜀地路遙未鏟 [35]

008_0174_b_01L동산銅山의 이로움을 캐지 못하고, 위국魏國은 시대가 멀어서 금불金佛의 형상을 녹일 수 없는 형편입니다.
모등某等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무리입니다만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서 보잘것없는 성의나마 바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부愚夫가 산을 옮기는 것247)처럼 자신의 역량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원금寃禽이 바다를 메우는 것248)처럼 온 정신을 쏟으려 하고 있습니다. 태양을 두고 맹세하건대 이 마음 하나만은 다른 뜻이 없이 진실합니다. 사람의 인연으로 일을 이루는 것이니 녹록碌碌하게 귀결된다 한들 혐의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각각 복전福田을 개척하고 함께 덕해德海를 개방하여 적든 많든 경중輕重의 차이를 두지 말고 이 글을 보는 대로 다 같이 희사喜捨하여 곧장 눈앞에 보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음양과 천지가 석탄이 되고 용광로가 되는 가운데, 불귀신이 화염을 일으켜 금정金精이 위로 타오를 것이요 바람귀신이 풀무질을 하여 동액銅液이 아래로 흘러내릴 것이니, 산에 가서 공사를 할 필요도 없이 불을 토해 내는 무기를 주조鑄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귀탄鬼彈이 번개 치듯 장천長天에 장성長星처럼 날아가고 포석奅石이 구름 날듯 대낮에 번개(列缺)를 몰고 가서 잠자리 위에서 적을 물리치고 술자리(樽俎)에서 적의 창끝을 꺾어 막을 것이니,249) 위로는 금탕金湯에 장기長技를 비축하고 아래로는 생령生靈을 도탄에서 보위할 것입니다. 이는 모두 제공諸公의 힘이니 어찌 조금만 혜택을 주었다고 하겠습니까.
대저 초제招提250)는 보찰寶刹인데 강화(石島)는 궁박하여 의발을 전수(依授)해 주는 하안거(結夏)는 알맞지만 왕래하는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덕을 행하려는 자는 삼생三生의 인연을 맺어야 하고 천금의 비용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더구나 이 총통으로 말하면 나라의 이기利器요 전쟁의 신병神兵으로서 희사하는 것은 미세해도 그 효과는 가장 큰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를 활용하면 만 명을 상대할 수가 있으니 그 은혜가 어찌 천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그치겠습니까.251) 이렇게 간절히 청하는 바이니 한번 천금千金의 응낙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덕암의 바라鈸羅와 불기佛器에 대해 권선한 글
음악을 연주하는 기구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으니 토부土缶와 금용金鏞이 그것이요, 음식을 담는 그릇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있으니 토궤土簋와 옥배玉杯가 그것입니다.

008_0174_b_01L銅山之利魏國代遠誰銷金佛之形
008_0174_b_02L某等遷徒之徒流離之子欲圖螻螘
008_0174_b_03L擬效涓埃愚夫移山不知力量寃离
008_0174_b_04L塡海冀寓專精指日誓心但用斷斷
008_0174_b_05L而已因人成事何嫌碌碌之歸伏願
008_0174_b_06L各拓福田俱開德海銖兩輕重儻能
008_0174_b_07L筆下句銷施予聯翩便可眼前輸委
008_0174_b_08L當見陰陽天地爲炭成爐噓回祿於天
008_0174_b_09L之和金精上獨皷飛廉於槖籥之動
008_0174_b_10L銅液下流不暇即山之工可鑄吐火之
008_0174_b_11L鬼彈電激走長星於長天奅石雲
008_0174_b_12L驅列缺於白日却敵衽席之上
008_0174_b_13L爼之間上之儲長技於金湯下之
008_0174_b_14L衛生靈於塗炭是諸公之力也豈小惠
008_0174_b_15L之云乎夫以寶刹招提石島略約
008_0174_b_16L依授之結夏無徃來之蹇裳然而爲功
008_0174_b_17L德者要結三生之緣不惜千金之費
008_0174_b_18L況此銃筒者國之利器戰也 [36] 神兵
008_0174_b_19L捐雖微得賴最鉅厥用可以敵萬
008_0174_b_20L恩何止活千斯請氷御 [37] 一回金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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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174_b_22L天德庵鈸羅兼佛器勸善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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奏樂之具有大有小土缶金鏞之謂也
008_0174_b_24L盛食之器有貴有賤土簋玉杯之謂也

008_0174_c_01L토부의 소리를 듣는 자는 팔음八音과 육률六律의 소리에 대해서 더불어 말하기 어렵고, 토궤의 그릇을 쓰는 자는 금은金銀과 옥주玉珠의 그릇에 대해서 더불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의 편견을 없앤 뒤에야 청정한 사당(淸廟)의 음악과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供佛) 그릇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개 법악法樂을 처음 연주할 적에 먼저 동발銅鈸을 울리는 것은 금성金聲으로 조리條理를 시작하기 위함이요,252) 백미百味를 장차 진설할 적에 모름지기 보기寶器에 담는 것은 옥립玉粒을 바야흐로 바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음악 소리가 조화되지 않게 하고 기명器皿이 정결하지 못하다면 상제上帝와 귀신에게 제향을 올리고 싶어도 모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나무꾼 노래와 사악社樂을 조정에서 연주할 수는 없고, 부엌바가지(厨瓢)와 나무 잔으로는 왕의 음식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음악은 처음과 끝이 갖추어진 뒤에야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릇은 금은과 진완珍玩이 갖추어진 뒤에야 선열식禪悅食253)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쓴다면 어디에 간들 안 될 것이 있겠습니까. 교외郊外에서 쓰면 천신이 감응하고 사당에서 쓰면 인귀가 흠향할 것이며, 도관道觀과 승원僧院에서 쓰면 금선金仙과 도군道君이 모두 임재臨在할 것이요 산천 시망柴望254)에서 쓰면 봉황이 와서 춤을 출 것이니, 어찌 오오烏烏라고 고함을 치며 혼자 멋대로 기분을 내는 것255)과 같겠습니까.
그런데 방외方外의 예악은 바로 서건西乾의 문물인데, 그 풍류와 곡조가 중국과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종과 같은 금속 악기의 소리가 먼저 퍼지게 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경쇠와 같은 옥의 소리로 거둬들이는 것은 대체로 공자孔子와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 암자를 중창한 뒤에 백사百事가 대략 완비되었으나 부족한 것은 오직 이 두 가지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산야에서 보낸 해는 얼마 되지 않아도 이 뜻을 지닌 것은 오래되었는데,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이 물건을 마련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만, 산중의 힘만으로는 미약하기 그지없어서 다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단신檀信에게 널리 고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여러 선사善士와 인인仁人들은 부운浮雲과 같은 부귀256)를 덜어내고 뜻을 상하게 하는 진재塵財를 희사喜捨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적선積善의 이름을 이루면 가문에 남은 경사가 반드시 있게 될 것입니다.257)

008_0174_c_01L聽其土缶者難與道八音六律之聲
008_0174_c_02L其土簋者難與道金銀玉珠之器也
008_0174_c_03L此二見然後可與論淸廟之樂供佛之
008_0174_c_04L器也蓋以法樂初陳之際先鳴以銅鈸
008_0174_c_05L金聲之條理百味將集之時須盛
008_0174_c_06L以寶器者玉粒方獻也若使樂音不和
008_0174_c_07L器皿不潔則雖享上帝鬼神皆不可得
008_0174_c_08L何耶樵歌社樂不可以奏朝廷
008_0174_c_09L瓢木盃不可以盛王膳也是以樂備始
008_0174_c_10L然後所謂集大成也器具金銀珍玩
008_0174_c_11L然後所謂成禪悅也以此用之則何徃
008_0174_c_12L而不可用之於郊則天神格用之於
008_0174_c_13L則人鬼享用之於道觀僧院則金
008_0174_c_14L仙道君俱臨用之於山川柴望則鳳凰
008_0174_c_15L來儀也豈同呼烏烏而獨樂樂者哉
008_0174_c_16L而方外之禮樂乃西乾之文物雖風流
008_0174_c_17L曲操似異於華制而金聲而玉振之者
008_0174_c_18L大同於夫子也且也此庵重新之餘
008_0174_c_19L事粗完而所乏者惟兩物故山野年雖
008_0174_c_20L而志則老矣唾手金盟欲辨此物
008_0174_c_21L而事山力蚊須假他助故普告檀信
008_0174_c_22L願諸善士仁人省浮雲之富貴捨損志
008_0174_c_23L之塵財以遂積善之名則門蘭餘慶
008_0174_c_24L「文二」編者補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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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 법당의 권선문
아, 선심의 쓰임이 크기도 합니다. 몸에 쓰면 백행百行이 갖추어지고 마음에 쓰면 온갖 악행이 없어지며 천하 국가에 쓰면 정치가 아름다워지면서 상하가 화목하게 됩니다. 어찌 잠자리에 누웠을 때나 집안 뜰 사이가 어지럽지 않게 될 뿐이겠습니까. 이 때문에 맹자가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충분한 법이다.258)(好善優於天下)”라고 하였고, 『서경』에 이르기를 “선하다고 생각되면 행동으로 옮겨라.259)(慮善以動)”라고 하였고, 문중자文中子가 말하기를 “요순의 도는 성선에 지나지 않는다.(堯舜之道 不過性善也)”라고 말했던 것입니다.260)
반대로 선을 일신一身에 제대로 쓰지 못하면 패가망신하여 처자도 보전하지 못하고, 천하 국가에 제대로 쓰지 못하면 대중이 배반하고 친지가 이탈하여 끝내는 독부獨夫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가 말하기를 “선하지 못한 자는 즐기지 못한다.261)(不善者 不樂)”라고 하였고, 『한서漢書』에 이르기를 “집안에 거하면서 선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262)(居家爲善最樂)”라고 하였고, 『주역』에 이르기를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이 받을 남은 경사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263)(積善之家 必有餘慶)”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하늘의 도는 선인에게 복을 내리고 악인에게 화를 내린다.264)(天道 福善禍淫)”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이상 몇 마디 말은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선심을 발하고 몹시 인색한 것을 막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심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행사로 베풀지 못한다면 이것은 이른바 도선徒善265)이라고 할 것이니 언급할 것이 또 뭐가 있겠습니까. 반드시 사람의 배를 채워 주고 사람의 추위를 막아 주고 사람의 위급함을 구해 주고 사람의 간청을 들어준 뒤에야 구구설설區區屑屑한 선善을 벗어나서 박시제중博施濟衆의 인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량이나 원우院宇도 모두 복을 심는 바탕이 된다고 하겠지만 이 천중천天中天(부처님의 별칭)이 거하는 전당보다는 아무래도 못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원이 신라 시대에 창건된 뒤로 거듭 중수하는 일이 어느 세대이고 없는 때가 없었습니다. 또 전조前朝에 왕씨王氏가 창업을 함에 이르러서는 정찰淨刹을 숭상하면서 도문度門 주위의 산을 개간하여 전민田民에게 하사함으로써 향화香花의 인연을 맺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008_0175_a_01L可知也已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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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175_a_03L長安寺法堂勸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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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戱善之爲用大矣用之於身則百
008_0175_a_05L行備焉用之於心則衆惡消焉用之
008_0175_a_06L於天下國家則政治美而上下和焉
008_0175_a_07L止衽席之上戶庭之間得之以不亂哉
008_0175_a_08L是故孟子曰好善優於天下書云慮善
008_0175_a_09L以動文仲 [38] 子曰堯舜之道不過性善
008_0175_a_10L苟不能用之於一身則敗家亡身
008_0175_a_11L而不保妻孥不能用之於天下國家
008_0175_a_12L衆叛親離而終爲獨夫故孟子曰
008_0175_a_13L善者不樂漢書曰居家爲善最樂
008_0175_a_14L積善之家必有餘慶又云天道福善
008_0175_a_15L禍淫如上數言皆使人人發其善心
008_0175_a_16L而遏其鄙吝者也然而有善心而不施
008_0175_a_17L於行事則所謂徒善何足道哉必須望
008_0175_a_18L人之腹禦人之寒賙人急惠人之乞
008_0175_a_19L然後可以免區區屑屑之善而能成愽
008_0175_a_20L施濟衆之仁也且橋梁院宇雖皆樹福
008_0175_a_21L之地未若此天中天所居之殿也故此
008_0175_a_22L寺肇基於新羅重重經始無世無之
008_0175_a_23L至於前朝王氏弈命崇淨刹闢度門
008_0175_a_24L環山下田民以資香花之緣逮及我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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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우리 태조께서 등극하던 처음에 더욱 이 산을 중시하고 이 절을 아껴 사문(桑門)266)에 널리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후세에 성자聖子와 신손神孫이 계속해서 번성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또 언제나 이 절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친히 산문山門에 거동하여 임천林泉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고, 내탕內帑의 재화財貨를 꺼내어 이 불전佛殿을 중흥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후세에 석풍釋風의 법을 무시하여 감히 하지 못할 일을 하기도 했지만, 장차 중건하는 역사를 행하려 할 때에는 선왕先王의 인덕을 생각하여 재물을 아끼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이 사원이 장구하게 유지된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구구한 몇 명의 승려가 이 경박한(澆漓) 세상에 처하여 하루도 존재할 수가 없었을 텐데 하물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올 수가 있었겠습니까. 모든 단신檀信들은 전대前代에 복을 심은 사람들을 거울삼아 백행百行의 바탕으로 삼기 바랍니다. 공자는 부귀가 자기에게는 뜬구름과 같다고 하였는데, 이 말이 어찌 사람을 속이는 것이겠습니까. 위로는 하나라 걸왕(夏桀)과 은나라 주왕(殷紂)부터 아래로는 동산銅山267)과 금곡金谷268)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재물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으니, 부디 이것을 귀감으로 삼아 모두 이 글을 보고서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랍니다.
유점사 사천왕의 권선문
아, 천지(二儀)가 처음 나뉘고 삼재三才가 비로소 배열되면서 천지가 있고 사방이 서게 되었습니다. 일단 지역이 나뉜 뒤에는 또한 주재하는 자가 많이 나와서, 하늘에는 상제上帝가 있고 땅에는 신기神祗가 있게 되었습니다.
대저 현극玄極의 안에 임어臨御하고 구천九天의 위에 수공垂拱하면서 일기一機에 의해 만화萬化를 주도하고 무형無形으로 운용運用함을 보이는 자는 옥황상제이고, 상제의 명을 받들어 하나의 방면을 담당하며 각각 직분을 수행하여 사방을 선화宣化하는 자는 바로 사천왕四天王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저 사천왕이 주재하는 것으로 말하면 원형이정元亨利貞과 인의예지와 춘하추동의 왕이요, 형적形迹으로 말하면 금목수화토와 청황적백과 동서남북의 자리라고 할 것입니다.
또 각각 사방을 진압하면서 인의예지로 마음을 삼아

008_0175_b_01L祖龍飛之初尤重此山深器玆寺廣度
008_0175_b_02L桑門故後世聖子神孫咸繼睿文
008_0175_b_03L玆在玆故或親行山門驚蹕林泉
008_0175_b_04L出其帑錢中興玆殿故雖後世悔釋風
008_0175_b_05L之法而有所不敢將有重建之役則思
008_0175_b_06L先王之仁而不吝財此其長久之道也
008_0175_b_07L不然以區區數髠處於澆漓之世
008_0175_b_08L日不可存況綿歷至今乎凡百檀信
008_0175_b_09L乎前代樹福之人以爲百行之資也
008_0175_b_10L子富貴於我如淨雲豈欺人哉上自桀
008_0175_b_11L下至銅山金谷之流皆以財滅亡者
008_0175_b_12L [39] 願以此爲殷鑑以咸有感於斯文

008_0175_b_13L

008_0175_b_14L楡岾寺天王勸善文

008_0175_b_15L
於戱二儀肇判三才始列爰有天地
008_0175_b_16L乃立四方旣分方隅亦多主者天有
008_0175_b_17L上帝地有神祗也夫臨御玄極之中
008_0175_b_18L垂拱九天之上繞萬化於一機示運用
008_0175_b_19L於無形者玉皇上帝也秪承帝命
008_0175_b_20L面一方各勸厥職宣化四方者其惟
008_0175_b_21L四天王歟且夫以其主宰言之則元亨
008_0175_b_22L利貞仁義禮智春夏秋冬之王也以其
008_0175_b_23L形迹言之則金木水火土靑黃赤白
008_0175_b_24L西南北之位也又於各鎭四方以仁義

008_0175_c_01L각각 시생始生하고 증장增長하고 숙살肅殺하고 수장收藏하는 권한을 행사하니, 이는 바로 그 공이 조화造化에 참여하고 도道가 건곤에 합하는 것으로서, 위엄이 떨치지 않음이 없고 덕이 이루어지지 않음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번 노하면 여귀厲鬼가 두려워하고 편안히 거하면 귀국鬼國이 잠잠해지니, 불교(浮屠)에 보탬이 될 뿐만이 아니요 천하 국가에 은덕을 끼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을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이라고 하는 것이니, 어찌 공연히 세상을 속이는 음사婬祠나 단지 백성을 미혹하는 무격巫覡 따위와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안으로는 성자聖慈를 감추고 밖으로는 신위神威를 드러내는 가운데, 천상을 선회旋回하고 진환塵寰에 오르내리면서 위로 국조國祚를 부식扶植하고 아래로 생령을 보우하니, 적막한 속에서 은밀히 보살펴 주는 존재라고 말할 만합니다.
아, 석씨釋氏가 제세안민濟世安民의 마음을 품고서 초제招提269)에 영상影像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아성亞聖으로 예의를 다하여 존숭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어찌 무익한 일을 공연히 벌이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려는 것이겠습니까. 단지 백성을 복되게 하고 세상을 보우하려는 정성이 마음속에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연등불의 스승이고 연등불은 석가모니불 (能仁)의 스승인데, 사천왕은 바로 석가모니불의 법을 수호하는 자입니다. 불법을 수호하는 자도 그러한데 더군다나 부처님의 스승이겠습니까.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교화야말로 어떻다고 해야 하겠습니까.
또 이 산을 보면 뿌리가 풍이馮夷270)에 뻗치고 가지가 태청太淸271)에 닿았습니다. 일만 이천의 옥 같은 봉우리(玉峯)가 태양 주변에 들쭉날쭉하고 팔십 구십의 임궁琳宮272)이 구름 밖에 숨었다 나타났다 합니다. 천 길의 학의 둥지가 오히려 승려의 발밑에 있고 구만 리의 부상扶桑이 항상 길손의 눈길을 끕니다. 산이 이와 같고 사원도 이 산에 걸맞는데 여기에 또 사천왕과 문수 등의 상像을 가한다면 산은 광채를 더하고 사원은 가명佳名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산야山野에서 큰마음을 발하여 위와 같은 상을 빚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산중의 힘이 미약해서 반드시 여러분의 손을 빌려야만 하겠으니, 모든 인인仁人과 선사善士들은

008_0175_c_01L禮智爲心而各掌其事始生增長肅殺
008_0175_c_02L收藏之權直是功叅造化道合乾坤
008_0175_c_03L威無不振德無不濟一怒而諸厲懼
008_0175_c_04L安居而鬼國熄非徒有補於浮屠亦乃
008_0175_c_05L德之於天下國家故名曰護世四天王
008_0175_c_06L豈比夫空誣世之婬祠但蠱民之巫
008_0175_c_07L覡者哉內秘聖玆 [40] 外現神威回旋天
008_0175_c_08L陟降塵寰上扶國祚下佑生靈
008_0175_c_09L謂陰隲於冥冥之中也釋氏以濟世
008_0175_c_10L安民爲心者影之像之於招提禮之尊
008_0175_c_11L之於亞聖豈可徒事無益以求感 [41] 世者
008_0175_c_12L只爲福民佑世之誠切於心腑故也
008_0175_c_13L又文珠普賢者燃燈之師燃燈能仁之
008_0175_c_14L四天王者護法於能仁者也護法
008_0175_c_15L者尙爾而況佛之師乎文殊普賢之爲
008_0175_c_16L如何哉且觀此山根透馮夷秀接
008_0175_c_17L太淸萬二千之玉峯叅差於日邊八九
008_0175_c_18L十之琳宮隱現於雲外千仞底鶴巢
008_0175_c_19L反下於僧履九萬里之扶桑常供於客
008_0175_c_20L山旣如斯寺亦稱山使加之以四
008_0175_c_21L天大王文殊等像即山添光移 [42] 寺得佳
008_0175_c_22L名也故山野爰發大心欲塑如上等像
008_0175_c_23L第以事山力1) [12] 必借衆手凡百仁人善
008_0175_c_24L「蛟」疑「蚊」{編}

008_0176_a_01L양무梁武의 시립施笠한 사람273)을 돌이켜 생각하고 맥주麥舟274)의 은혜를 폐하지 않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역』에 “선을 쌓으면 경사가 있다.(積善有慶)”라고 하였고, 전傳에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275)(出爾反爾)”라고 하였으며, 『서경』에 “밭을 갈지 않으면 어떻게 수확을 하겠는가.276)(不耘胡穫)”라고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선사善士들은 밝은 가르침을 돌아보고 모두 성함을 서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삼가 양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표훈사 해회당의 권선문
아, 금은 옥백金銀玉帛은 인정이 중하게 여기는 것이고 박시제중博施濟衆은 성인도 부족하게 여긴 바입니다.277) 인정이 중하게 여기는 것을 가지고 성인도 부족하게 여긴 일을 행한다면 선인 군자라고 일컬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선善은 사람에게 있어서 어디에 가도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어버이에게 행하면 효가 되고 임금에게 행하면 충이 되며, 이해를 당해서 구차하지 않게 하면 의가 되고 생사가 걸린 때에 변하지 않으면 절節이 되며, 향당鄕黨과 붕우에 행하면 이인里仁이 되고 도관道觀과 승원僧院에 행하면 보시가 됩니다. 이름은 비록 달라도 똑같은 선이니, 이것이 바로 “오랑캐의 땅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 된다.278)(之夷狄不可棄也)”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이 비록 만 가지로 많다고 해도 이를 잘 택해서 행해야 할 것입니다. 대저 금강산은 천하에 둘도 없는 산이고 표훈사表訓寺는 국찰國刹에 유례가 없는 사원입니다. 만약 선을 행하려고 한다면 이곳을 놔두고 또 어디를 택하겠습니까. 이 해회당海會堂은 바로 먼 길을 온 나그네가 묵는 곳이요 총림叢林에서 객을 대접하는 곳입니다. 봄바람이 불고 가을 달이 뜨고 여름비가 내리고 겨울 눈이 내릴 적에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과 발초첨풍撥草瞻風279)하는 자들이 여기에서 차를 마시고 여기에서 어깨를 쉬며 자유롭게 한가함을 맛보곤 하니, 주인은 객을 후하게 대접하는 풍도가 있고 객은 주인을 귀찮게 하는 일이 없이 둘 다 모두 온당함을 얻은 가운데 지내온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불행하게도 을사년 장마 때에 물이 넘쳐 허물어졌는데 그 뒤로 이를 중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폐허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행객의 발길도 끊어지고 편히 쉴 곳도 없어져서 사원은 면목이 없고 산도 안색을 잃게 되었으므로 거인居人이나 과객過客이나 모두 걱정을 하였습니다.

008_0176_a_01L緬想梁武施笠之人無廢麥舟之惠
008_0176_a_02L何如易曰積善有慶傳曰出爾反爾
008_0176_a_03L書云不耘胡穫願諸善士顧視明敎
008_0176_a_04L咸暑 [43] 氷御 [44] 伏惟僉鑑

008_0176_a_05L

008_0176_a_06L表訓寺海會堂勸善文

008_0176_a_07L
於戱金銀玉帛人情之所重愽施濟衆
008_0176_a_08L聖人之所病以人情之所重行聖人之
008_0176_a_09L所病則謂之善人君子也何則善之
008_0176_a_10L於人無徃而不在也行於父則孝
008_0176_a_11L於君則忠當於利害而不苟則義行於
008_0176_a_12L死生而不變則節行於鄕黨朋友則里
008_0176_a_13L行於道觀等院則布施名雖殊而同
008_0176_a_14L一善也所謂之夷狄不可棄也然善雖
008_0176_a_15L萬方擇而爲之可也夫金剛山天下
008_0176_a_16L無雙表訓寺國刹無倫也如欲作善
008_0176_a_17L捨是而誰此堂乃遠客之舍舘叢林之
008_0176_a_18L待客春風秋月夏雨冬霜 [45] 跋涉途道之
008_0176_a_19L撥草1) [13] 風之輩點茶於斯息肩於
008_0176_a_20L自在安閑主有厚客之風客無煩 [46]
008_0176_a_21L之事兩得其便而多歷年所不幸
008_0176_a_22L巳淫雨圯于狂湍而無人繼創爲墟
008_0176_a_23L久矣頓乏行旅無處安頓寺以之無
008_0176_a_24L山以之失色居人過客咸以爲憂

008_0176_b_01L이에 산야山野에서 발원을 하고 전인前人이 창건한 그 업적을 이으려 하고 있으니, 바라건대 선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함께 복전福田에 심었으면 합니다.
혹자는 “그대의 말이 참으로 옳긴 옳다. 그러나 승가僧家에다가 선을 짓는 것이 세교世敎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내가 “아, 이것이 무슨 말인가. 대개 오형五刑의 법을 보면 3천 종류나 되는 것이 단지 악인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지 선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 내가 한 집안에 권하여 선을 행하게 하면 한 집안에 형벌이 없어지고 한 고을에 권하여 선을 행하게 하면 한 고을에 또한 형벌이 없어질 것이요, 이와 같이 해서 천하 국가에 이르면 이제二帝와 삼왕三王의 정치를 오늘날에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이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맹자가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충분하다고 하였는데,280) 그가 어찌 사람을 속였겠는가.”라고 답변하렵니다.
바라건대 여러 선인들은 모두 이 글에 공감해 주셨으면 합니다.
석이암의 권선문
청산이 천 리에 이어 있고 백운이 만 겹으로 에워싼 가운데 바윗돌이 겹겹이 쌓여 하늘에까지 높이 잇닿아 있는데 그 속에 단궁丹宮이 있으니 이름을 석이石耳라고 합니다. 북으로는 여강驪江을 베개 삼고 남으로는 호서湖西를 제압하며 말은 천상天上을 놀라게 하고 눈은 장궁長宮을 다하기 때문에 서지棲遲(은둔)하며 식식食息하는 자들도 이 지역을 일컫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창건한 뒤로 청선淸禪 현려玄侶(승려)가 이곳에 모여서 성단星壇에 향화를 올리며 위로는 국조國祚를 부호扶護하고 아래로는 생령을 보우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임진년에 변란이 일어나 왜적의 독기가 하늘에 가득하여 임천林泉에까지 화가 미쳤으므로 임금도 피난을 떠나고 암자 역시 공허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연려椽梠가 어긋나고 동량이 기울어진 채 꽃을 입에 문 새들도 오지 않고 불경을 듣던 범도 종적이 없어졌으므로 산은 이 때문에 적막해지고 물은 이 때문에 오열하게 되었습니다.
유인幽人과 석자釋子가 모두 중건할 뜻을 지니고는 있었으나 앞장서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내가 동지 두세 명과 함께 사문社文을 마련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008_0176_b_01L山野唾手於此欲斆前人肇基之績
008_0176_b_02L諸作善人同樹福田也或曰吾子之言
008_0176_b_03L是則固是然作善於僧家何關於世敎
008_0176_b_04L是何言耶盖五刑之法三千之屬
008_0176_b_05L只爲惡人而制不爲善人而作也今余
008_0176_b_06L勸一家爲善則錯刑一家勸一鄕而爲
008_0176_b_07L則亦錯刑於一鄕如是而至於天下
008_0176_b_08L國家則二帝之治三王之政可復見
008_0176_b_09L於今日乎故孜孜爲善者爲他非爲己
008_0176_b_10L孟子曰好善優於天下豈欺人哉
008_0176_b_11L願諸善人咸有感於斯文之言也

008_0176_b_12L

008_0176_b_13L石耳庵勸善文

008_0176_b_14L
靑山千里白雲萬重維石巖巖峻極于
008_0176_b_15L爰有丹宮名曰石耳北枕驪江
008_0176_b_16L控湖西語漢天上目盡長宮捿遲食
008_0176_b_17L息之流亦稱其地故肇基之後淸禪
008_0176_b_18L玄侶叢萃于玆香火星壇上扶國祚
008_0176_b_19L下佑生靈不幸壬辰之變賊毒漫天
008_0176_b_20L禍被林泉聖人遁去庵亦空虛椽梠
008_0176_b_21L差脫棟梁傾寫含花之鳥不來聽經
008_0176_b_22L之虎無跡山以之寂寞水以之嗚咽
008_0176_b_23L幽人釋子皆懷重建之志而莫有首事
008_0176_b_24L故余欲與同志二三子共辦社文

008_0176_c_01L그리하여 자신의 재물을 모두 내놓은 뒤에 여러 단월檀越(시주)에게 고하게 되었으니, 금백金帛을 아끼지 말고 전정前程을 닦아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권선징악에 대한 것은 전傳에 분명한 가르침이 있으니 번거롭게 인용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맹자가 선하지 못한 자는 즐기지 못한다고 하였고 동평왕東平王은 선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하였으니,281) 즐거움을 취하려고 한다면 이것을 놔두고 또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은 모두 선을 행하며 즐거워했던 전대의 사람들을 스승으로 삼아서 이 글을 보고 다 함께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선문
삼가 생각건대 금은 칠보七寶는 세상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바요 박시제중博施濟衆은 성현도 어렵게 여긴 바입니다.282) 세상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지고 성현도 어렵게 여기는 일을 행한다면 인인仁人 군자君子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傳에서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이 받을 경사가 반드시 남아 있게 마련이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이 받을 재앙이 반드시 남아 있게 마련이다.283)(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라고 하였는데, 이 ‘적積’이라는 하나의 글자는 아침 저녁 사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근본을 심은 것이 굳건하고 발원하는 것이 깊고 깊은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유교에서는 명命이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업業이라고 하는데, 명이라는 것은 궁달窮達과 통하는 것이요 업이라는 것은 삼세三世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유교에서는 말하기를 “사람의 빈부귀천과 고락苦樂 요수夭壽는 모두 명으로서 하늘에 달려 있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하늘이라고 하는 것은 이理를 말하는 것일 뿐이요 명이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처음 태어날 때에 품부 받은 것으로서 사람의 심성이 되어 일용日用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초에 성범聖凡의 차이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인데 더구나 빈부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비록 그렇긴 하지만 천지가 내는 것으로 금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요 품부 받은 것도 똑같은 이理일 뿐인데 어떻게 해서 고락과 요수가 천차만별을 보인단 말입니까. 이는 하늘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땅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아니면 부모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하늘과 땅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한데 어찌 사람들로 하여금 누구는 빈천하게 하고

008_0176_c_01L擻己財然後告諸檀越毋悋金帛
008_0176_c_02L修前程爲幸懲惡勸善傳有明訓
008_0176_c_03L必繁引且孟子曰不善者不樂也
008_0176_c_04L平王曰爲善最樂如欲取樂捨是而
008_0176_c_05L凡百諸員以前代作善取樂之人爲
008_0176_c_06L明師而咸有感於斯文

008_0176_c_07L

008_0176_c_08L勸善文

008_0176_c_09L
伏以金銀七寶人世之所重愽施濟衆
008_0176_c_10L聖賢之所難以世人之所重行聖賢之
008_0176_c_11L所難則庶幾入於仁人君子之域矣
008_0176_c_12L傳曰積善之家必有餘慶積不善之
008_0176_c_13L必有餘殃此之一積字非朝夕之謂
008_0176_c_14L乃植本固而發源深深者也 2) [47]
008_0176_c_15L所謂命釋之所謂業也命者通乎窮達
008_0176_c_16L業者該乎三世也儒之言曰人之貧富
008_0176_c_17L貴賤苦樂夭壽皆命乃在天俟命於
008_0176_c_18L所謂天者理而已命者賦於人物
008_0176_c_19L生之初而使之爲人心性而日用者也
008_0176_c_20L其初尙無聖凡之殊而況貧富之異乎
008_0176_c_21L雖然天地所生自禽獸外均是人也
008_0176_c_22L所賦者亦均是理也奈之何苦樂萬
008_0176_c_23L夭壽千差耶天乎地乎父母乎
008_0176_c_24L地至公無私豈使人人某也貧賤
008_0176_c_25L「贍」疑「瞻」{編}「濡」疑「儒」{編}

008_0177_a_01L누구는 요수하게 하는 등 그 사이에 사정私情을 두기야 하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하늘이라고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구나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어떻게 우수憂愁와 곤궁과 빈천과 요절을 당하게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도의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 어찌 이유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겠습니까. 어제 지은 것을 오늘 받는 것이고 앞에서 초래하여 뒤에 보응하는 것입니다. 행위의 선악에 따라 경사慶事와 재앙의 보응을 받는 것이니, 콩을 심으면 콩을 얻고 벼를 심으면 벼를 얻는 것처럼 심은 그대로 틀림없이 거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옛사람은 생전에 음덕을 쌓아 사후의 보응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사마駟馬가 드나들 정도로 문을 크게 만들어 놓고서 기다리기도 하였고,284) 어떤 이는 마당에 느티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고서 기다리기도 하였는데,285) 후세에 멋지게 들어맞은 것이 마치 부절符節을 합한 것과 같았습니다. 이것을 보면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286)는 말이 분명히 맞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본다면 오늘 받는 명이 전세前世의 업이 아닌지 어떻게 알 것이며, 금세今世에 취한 행동이 후일의 명이 되지 않을지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명과 이 업이야말로 언제나 사람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서 고락苦樂이 천차만별로 일어나게 되는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 온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선을 닦지는 않고 단지 하늘만 바라보며 기대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하면서 말하기를 “명도命途가 많이 어긋나고 시운이 맞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이는 실로 씨앗을 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이치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傳에 이르기를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 내려다보신다.”287)라고 하였으니, 하늘의 명命이라는 것도 사람을 따르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훼목卉木이나 총림叢林을 보아도 뿌리 없이 꽃이 피는 것은 있지 않습니다. 하물며 우리는 가장 신령스럽다고 할 사람인데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숙세宿世의 인업因業에 따라 오늘날 귀천이 나뉜 것이니 어찌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사람의 재앙과 경사는 아침저녁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니, 바라건대 오복五福을 바라는 분들은 이 의리를 자세히 살피셨으면 합니다.
이 사원은 옛적에 정람精藍이라고 일컬어져 왔는데 근래에 병화兵火를 입어 당우堂宇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전에 선승禪僧 조기祖奇라는 이가 중건할 생각을 하고는 공인工人을 모으고 재목을 모으다가 홀연히 물귀신의 노여움을 입고 갑자기 굶주린 교룡蛟龍의 먹이가 되는 운명에 처하여 거꾸로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선방禪坊에서 선善을 행한 것이

008_0177_a_01L也夭壽以容情於其間哉若爾則不得
008_0177_a_02L謂之天也況父母之於子豈欲憂愁因
008_0177_a_03L窮賤且夭哉然而至於此極者豈無自
008_0177_a_04L而然哉昔作而今受前招而後應也
008_0177_a_05L行之善惡應之殃慶種豆種粟種種
008_0177_a_06L不差也是故古人積陰於身前而責
008_0177_a_07L報身後或門容駟馬而待之或庭植三
008_0177_a_08L槐而望焉其後世休應若契符節
008_0177_a_09L必出爾友 [48] 爾者也由是則今日所受之
008_0177_a_10L安知非前世之業今世所作之行
008_0177_a_11L又安知非後日之命耶此命之與業
008_0177_a_12L爲人之根本而使其苦樂萬般者也
008_0177_a_13L擧世之人躬不修善而徒欲責望於天
008_0177_a_14L如不得之則怨天尤人曰命途多舛
008_0177_a_15L時運不濟此固不知無因而不可得之
008_0177_a_16L之理也傳曰天視自我民視天命由
008_0177_a_17L於人者明矣且卉木叢林未有無根而
008_0177_a_18L發秀者也況此最靈之人宿世因業
008_0177_a_19L而今日貴賤偶爾爲之乎予故曰
008_0177_a_20L之殃慶非朝夕也願諸希望五福者
008_0177_a_21L當審此義也此寺古稱精藍近罹兵革
008_0177_a_22L堂宇壞隤前有禪僧祖奇者思欲重建
008_0177_a_23L鳩工聚材木幸忽被馮夷之怒暴落飢
008_0177_a_24L蛟之涎反以爲世人口實禪坊爲善

008_0177_b_01L끝내 이익은 없이 부처를 섬기는 길을 막는 결과가 되고 말았는데, 내가 극구 해명을 하였으나 그 미혹을 풀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옛날에 안자顔子가 명을 누리지 못한 것과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라고 탄식한 것이288) 어찌 그의 덕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었겠습니까.
바라건대 단월檀越들은 인색한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고 모두 이 글에 서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흥사 아미타상의 개금改金 및 영산회상탱과 서방구품회탱의 중수를 권선한 글
이치는 단서가 끊어져 있지만 『주역』을 지은 자는 반드시 상象을 말해서 뜻을 밝히려 하였고, 불교는 본디 공적空寂하지만 세상을 제도하는 자는 반드시 색상에 의지해서 참을 구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거울을 가리켜 마음을 비유하는 것이나 나무를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참으로 상지上智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본지本旨를 터득하며 언어를 잊고서 부처님은 상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상을 통해서 공空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석가모니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에, 우전국優闐國의 왕이 후대 아손兒孫들이 오래도록 첨앙瞻仰하지 못한 채 보려고 해도 볼 수 없게 될 것을 깊이 걱정한 나머지 전단旃檀으로 조각하고 금니金泥로 그림을 그렸으니, 이것이 바로 영상影像이 흥기하게 된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한 분의 정신(神)은 온 천하에 변재遍在하는 법이니,만 개의 달 그림자가 강물에 각각 비치지만 그림자마다 모두 물속의 달빛이 스며들어서 하나하나가 모두 밝은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특별히 땅을 가려서 수용하겠습니까. 대개 인연을 따라서 감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상을 제작한 것이 바로 희주姬周의 소왕昭王과 목왕穆王 때부터 서역에서 시작되긴 하였지만, 후한後漢 명제明帝의 영평永平 연간에 중국 땅에 영입되어 국군國君과 신민臣民이 진불眞佛처럼 받들게 되었습니다.천 년 전의 일이니 그동안 얼마나 천지의 분열과 풍우의 변태를 겪었겠습니까. 형상이 없는 진불이야 본디 고금이 없다고 하겠지만 형상이 있는 영상이야 어찌 성휴成虧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숙세夙世에 선근善根을 심은 자들이 세상에 결코 없지 않은 덕분에 훼손되는 대로 곧장 보수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혹은 청록靑綠을 칠하여

008_0177_b_01L竟無利益以沮事佛之路予雖苦口
008_0177_b_02L末由解迷也且如顏子無命斯人有斯
008_0177_b_03L豈德行不足而然耶冀諸檀越
008_0177_b_04L膠鄙吝咸署斯文

008_0177_b_05L

008_0177_b_06L長興寺彌陁像改金靈山會幀西方
008_0177_b_07L九品會幀重修勸善記

008_0177_b_08L
理絕端倪作易者必擬言象而明指
008_0177_b_09L佛本空寂度世者須資色相而求眞
008_0177_b_10L謂如指鏡喩心撼樹占風也苟其上智
008_0177_b_11L則得旨忘言悟佛非相也惟其不然
008_0177_b_12L乃即相而觀空故我迦文生時優闐國
008_0177_b_13L深慮後代兒孫久失瞻仰欲見無
008_0177_b_14L乃以旃檀刻之金泥畫焉此影像
008_0177_b_15L之所由興也歟然此一人之神徧於普
008_0177_b_16L其猶萬影沈江影影皆水孤光透
008_0177_b_17L一一皆明夫豈擇地而容盖以隨
008_0177_b_18L緣而應也且夫影像之作雖始於西域
008_0177_b_19L而乃自姬周昭穆二王之時也厥後漢
008_0177_b_20L明永平中迎入中土國君臣民奉之
008_0177_b_21L如眞佛焉於今三千年矣幾見地坼天
008_0177_b_22L風雨變態耶無相之眞固無古今
008_0177_b_23L有形之像豈無成虧賴以夙植善根者
008_0177_b_24L殆無乏世隨毁即補或堆靑抹綠

008_0177_c_01L고본古本을 거듭 꾸미기도 하고 혹은 금은을 입혀서 유상遺像을 다시 단장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그 몸은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흡사한 형상은 그래도 남아 있게 되어 예불을 올리는 일이 산문山門에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묘상妙像과 신화神畫로 표현된 것이 누구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덩어리의 연석燕石에 32상의 미타彌陀를 조각하고 수 폭의 제환齊紈289)에 서방西方 구품九品의 가회嘉會와 영산靈山 일회一會의 광경을 담은 것 또한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상이 서로 마주하여 마치 거울로 거울을 비추는 것과 같은 가운데, 중중重重한 상운祥雲이 현관玄關에 짙게 드리우고 외외巍巍한 금빛 얼굴이 둥근 달처럼 밝게 빛나고 있으므로, 밝음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덕이 입혀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색色을 보고 이 소리를 들음에 성인이 지나가기만 해도 교화가 되어 신령함이 간직되므로, 한번 그 명호名號를 부르기만 하면 억겁(浩劫)의 공을 금세 뛰어넘고 잠시 그 영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연화蓮華의 영역 안으로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머리를 풀고 좌임左衽290)하는 야만국이나 풀옷을 입고 북상투를 튼 미개한 백성들도 풀잎이 바람에 쓸리듯 감화된 나머지 급히 달려와 귀의하면서 조금도 아끼는 일이 없이 금전을 희사하는가 하면, 가난함을 무릅쓰고 혹시라도 남에게 뒤질세라 정성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 어찌 진세塵世에서 뜰 가득 채찍으로 내려쳐 주구誅求만을 일삼으면서 약육강식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까. 이는 이른바 말하지 않아도 백성이 믿고 권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따라온다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공자는 말하기를 “서방에 있는 분이 무위無爲의 교화를 행하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분이 과연 어떤 분인지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분이 부처가 아닌 줄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런데 한번 이루어진 것은 반드시 무너지는 법이요 회화繪畫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색상이 흐릿해지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금니金泥는 떨어져서 거북 등처럼 갈라진 흔적이 있고 가벼운 베는 찢어져서 바람에 시달린 깃발을 매달아 놓은 것 같으니, 안은 비록 청정하다고 할지라도 밖은 매우 초라하기만 합니다. 이는 제왕帝王이 해진 누더기를 걸친 것이나 서자西子291)가 오물을 뒤집어쓴 것과 흡사해서, 고개를 들어 쳐다보아도 본래 모습 같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보아도 외경심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금改金하고 중수하여 전인前人의 업적을 이어보려고 합니다.
혹자가 “불자佛者는 회신灰身을 종지宗旨로 삼고 적멸寂滅을 낙으로 여기는 법인데, 무엇 때문에 상을 만들고 개금하는 일을 일삼으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008_0177_c_01L重營古本或塗銀鏤金而更餙遺像
008_0177_c_02L故其身已化而似相猶存香火山門
008_0177_c_03L至于今不絶況此妙像神畫不知出於
008_0177_c_04L何人斯燕石一塊雕三十二相之彌陁
008_0177_c_05L齊紈數幅掃西方九品之嘉會靈山一
008_0177_c_06L亦出其手影像相對如鏡照鏡
008_0177_c_07L重祥雲密布玄關巍巍金面皎若圓
008_0177_c_08L明無不燭德無不被見色聞聲
008_0177_c_09L化存神故一聲其號徑超浩却 [49] 之功
008_0177_c_10L片時觀像已躋蓮華之域由是披髮左
008_0177_c_11L衽之國卉服魋結之民莫不草靡於風
008_0177_c_12L駿奔而歸依捐金爲施而略無吝
008_0177_c_13L割貧投誠而惟恐居後豈若塵世
008_0177_c_14L鞭扑盈庭誅求是務强食弱肉者哉
008_0177_c_15L所謂不言而民信不勸而物從者也
008_0177_c_16L子曰西方有人無爲而化雖不顯言
008_0177_c_17L其人庸詎知其非佛者矣然有成者必
008_0177_c_18L有壞繪畫已久色相將微金泥剝落
008_0177_c_19L似有龜坼之痕輕羅烈 [50] 若掛風幟之
008_0177_c_20L內雖淸淨外頗朴陋恰似帝王之
008_0177_c_21L被毁絮而西子之蒙不潔也望之不似
008_0177_c_22L就之無畏故予欲改金重修以續前人
008_0177_c_23L之績也或曰佛者以灰身爲宗寂滅
008_0177_c_24L爲樂奚以像設改金爲乎子不見

008_0178_a_01L저는 “옛날의 성인이 백성에게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며 추모하는 도리를 가르치면서, 제사를 올릴 적에 사당에는 나무로 신주神主를 만들고 손자를 시동尸童으로 모시고서 제사 드리게 한 뜻을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나무로 된 신주와 시동인 손자가 비록 진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아니면 살아계신 것처럼 제사 지내야 하는 정성을 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처의 부처됨은 물론 색상에 있지 않지만 그 색상으로 표현해 보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부처와 흡사한 모양을 통해서라도 찾지 않으면 귀향歸向하는 마음을 둘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후세의 자제가 된 자들이 사당에 신주를 안치하고 사원에 부처를 봉안하고는, 볼 수 있는 형상을 통하여 볼 수 없는 몸을 공경하려고 한 것이니, 상설像設의 풍속이 있게 된 것은 참으로 이런 이유에서이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청컨대 인인仁人 선사善士들은 상자와 궤 속에 든 재물을 희사喜捨하여 앞길을 닦도록 하소서. 옛사람이 신상神像을 조성하여 큰 이익을 받은 사실이 전기傳記에 분명히 기재되어 있으니 이 글을 보시고 모두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랍니다.
사운당중수모연문
사람이 한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누가 객客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자신의 도를 행하기 위해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닐 적에 정鄭나라에 이르러서는 자산子産의 집을 자신의 숙소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맹자가 제후에게 기식寄食하며 제齊나라와 양梁나라에서 유세할 적에도 “먼 곳에서 온 신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누구의 집에 머물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292)라고 하였습니다. 저 성현들도 나그네가 되어 여행할 적에 오히려 누구의 집을 택해야 할지 주의하였습니다. 그러니 더구나 주인이 된 자로서 객을 대접하는 예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국가는 여저旅邸를 두어 타국의 사신을 머물게 하고 사관使官은 객사客舍를 두어 왕래하는 경상卿相을 머물게 하는 것이며, 도로에는 원우院宇를 두어 곤핍한 여행객을 머물게 하고 사원에는 객실을 두어 강호의 운수납자雲水衲子를 대접하는 것입니다. 성현과 치백緇白293)이 비록 다르다고 할지라도 객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객이 주인의 거소에서 기다린다면 주인을 무시하는 폐단이 있게 되고, 주인이 객을 공경하는 기풍이 없으면 인도人道가 없어지게 됩니다.

008_0178_a_01L古之聖人敎民報本追遠之道而於祭
008_0178_a_02L祀之禮庙則木爲之主祭則孫爲之尸
008_0178_a_03L木之與孫雖非其眞非此無以致其
008_0178_a_04L如在之誠故也且佛之爲佛固不在於
008_0178_a_05L色相而況於其色相者乎苟不自其似
008_0178_a_06L而求之又將無所措其歸向之心是故
008_0178_a_07L後世爲人子弟者庙在主寺在佛
008_0178_a_08L其可見之相而敬其不可見之身也
008_0178_a_09L設之風良由是矣請諸仁人善士
008_0178_a_10L箱發樻以修前程古人修營神像
008_0178_a_11L大益者昭載傳記咸有感於斯文

008_0178_a_12L

008_0178_a_13L四雲堂重修募緣文

008_0178_a_14L
人生一世孰不爲客孔子欲行其道
008_0178_a_15L轍環天下而至於鄭則以子產之家爲
008_0178_a_16L官舍孟子傳食諸侯遊齊梁而乃曰
008_0178_a_17L觀遠臣以其所爲主彼聖賢者作客旅
008_0178_a_18L尙有擇主之意況爲主者其無待
008_0178_a_19L客之禮乎故國有旅邸以舍其他邦使
008_0178_a_20L使官有客舍以舍其徃來卿相路有
008_0178_a_21L院宇以舍其頓乏行旅寺有客室
008_0178_a_22L接其江湖雲水衲子也聖賢緇白雖殊
008_0178_a_23L爲客一也苟徒主之所則客有凌主之
008_0178_a_24L主無敬客之風而人道滅矣故國

008_0178_b_01L그러므로 국색國色이나 원관院觀 모두 객사를 상방上房으로 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운수당雲水堂으로 말하면 저들과 완전히 달라서, 세상을 경시하고 외물을 무시하며 선도仙道를 찾아 배우는 사람들이 사해四海에서 운집하기 때문에 사운당四雲堂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여기는 범성凡聖이 함께 어울리고 용사龍蛇가 뒤섞여 있는 곳으로서, 양식이 떨어진 사람들이 유숙하며 입정入定하기도 하고 흰 눈썹에 가사袈裟를 걸친 이들이 지나가며 휴식하기도 하는 등 자유스럽게 즐기면서 자기 편할 대로 지내면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공이 승료僧寮 중에 최고이고 그 덕이 법전法殿보다도 낫다고 할 것이니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공경히 사람을 섬기기 때문입니다.
천지간의 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입니다. 임금이 되고 성인이 되고 선인仙人이 되고 범인凡人이 되는 것도 모두 사람에게서 말미암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을 제대로 공경하기만 한다면 효제충신孝悌忠信과 자비보시慈悲布施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니, 어찌 관사나 길가의 원우에 비교하겠습니까.
다만 이 사운당을 중건한 뒤로 세월이 많이 흘러서 동우棟宇는 비를 피할 수 없고 벽은 바람을 막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위에서는 빗물이 새고 아래는 축축하게 젖은 가운데 온갖 일이 모두 폐해져서, 옛날에 머물렀던 객들도 지금은 문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어오지 않고 먼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도 흘겨보기만 할 뿐 거들떠보지 않으니, 산객山客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절의 가풍에도 누를 끼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수해서 전규前規를 이어 보려고 합니다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워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인인仁人들에게 널리 권하게 되었습니다. 북돋우고 쓰러뜨림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선인과 악인에게 복과 재앙을 내리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모두 서명하여 동참해 주시기를 삼가 축원하는 바입니다.
금강산 백화사에 세운 비의 발문
청허 대사淸虛大師의 만문晩門 고제高弟인 기機와 흘仡 등 두 명의 아사리(闍梨 : 승려)는 스승의 정수를 얻은 자인데, 갚지 못한 선사先師의 은덕을 갚으려고 생각하여 겁석劫石에 새겨서 후세에 전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선사의 법맥과 연원을 깊이 고찰하고

008_0178_b_01L [51] 院觀皆以客舍爲上房也況此雲水
008_0178_b_02L堂者逈異於彼輕世傲物求仙學道
008_0178_b_03L之人四海雲集故名焉凡聖交叅
008_0178_b_04L蛇混雜之地也休粮絕粒之類或入㝎
008_0178_b_05L而留宿雪眉霞衲之輩或歇性而徑過
008_0178_b_06L自在安樂任己隨便故功最僧寮
008_0178_b_07L勝法殿也何則敬事人故也天地間
008_0178_b_08L萬物中唯人最貴也作之君作之聖
008_0178_b_09L作之仙作之凡皆由於人也苟能敬之
008_0178_b_10L則孝悌忠信慈悲布施一擧兩得之矣
008_0178_b_11L豈比夫官舍路院哉但重建此堂積有
008_0178_b_12L年矣棟無免雨之具壁無防風之紙
008_0178_b_13L上漏下濕百務俱廢昔日栖遲之客
008_0178_b_14L今皆過門而不入當來遠方之人亦皆
008_0178_b_15L睥睨而不顧非徒無益於山客抑願 [52]
008_0178_b_16L累於寺風故予欲重修以續前䂓
008_0178_b_17L以獨力難成須資衆手普勸仁人栽培
008_0178_b_18L傾覆存乎其人福善禍淫在於彼天
008_0178_b_19L咸署金諾伏祝

008_0178_b_20L

008_0178_b_21L金剛山白華寺立碑跋記

008_0178_b_22L
淸虛太 [53] 師晩門高弟機仡等兩闍梨
008_0178_b_23L師得髓者也思報先師不報之德乃鐫
008_0178_b_24L劫石以傳後世是以深考先師法派 [54]

008_0178_c_01L생연生緣의 세계世系와 본말에 대해서도 탐색하였다. 그리고는 월사月沙(李廷龜) 상공相公에게 글을 요청하고 부마駙馬 신공申公294)에게 글씨를 간청했는데, 일단 승낙을 받자 기뻐하며 산에 돌아와서 자금을 모으고 공인工人을 모았다.
그리하여 숭정崇禎 신미년(1631, 인조 9) 2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다음해인 임신년 6월에 공사를 완료한 뒤에 마침내 금강산 장안사長安寺의 위쪽이요 표훈사表訓寺의 아래쪽인 오구奧區295)에 비를 세웠으니 이곳은 바로 옛 백화사白華寺의 터이다. 이 비석의 문장과 서법書法이야말로 귀룡龜龍의 인갑鱗甲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근고近古에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바이다.
아, 선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30년 동안 아무도 거행하지 못했던 일을 몇 년 사이에 빛나게 성취하였다. 이는 그 형제가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쓴 결과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제방諸方의 법을 받은 권속들(法眷)이 함께 노력한 공도 알아야 할 것이다.
아, 선사가 시중示衆하며 이르기를 “선문의 본지는 본디 전수할 수가 없다. 전해 준 것도 없고 전해 받은 것도 없는 이것이 진정으로 전해 주고 전해 받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비석으로 세우지 않은 비석을 참다운 비석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말에 수긍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수긍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수긍을 한다고 해도 선사를 저버리는 일이요 수긍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선사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 두 가지 길을 벗어나서 뭐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만폭동萬瀑洞 물소리는 쉬지 않고 흘러가고 일천 봉우리 빼어난 빛은 언제나 푸르도다. 억!
선사의 도덕은 만고의 장강長江이요 비명碑銘으로 모사摸寫한 것은 일조一朝의 풍월風月이다. 장강이 풍월을 만난 뒤에야 파란波瀾이 널리 퍼져가고 선사의 비명이 세워진 뒤에야 풍화風化가 멀리 전해질 것이니, 우리 문도門徒가 찬앙鑽仰하는 이 비를 보고서 후세의 운손雲孫들은 아마도 눈물을 흘리리라.
법사法嗣 문제門弟 및 재물을 시주한 단월檀越은 뒷면에 그 명단을 기록한다. 노승老僧 법견法堅도 문제門弟의 뒤에 거하여 삼가 발문을 쓴다.
장안사중창권선문
유구하여라, 이 사찰의 역사여. 신라 시대에 처음 터를 잡은 이래 지금까지 면면히 유지되어 왔습니다. 기나긴 세월 동안 무너진 것도 비일비재하였습니다만 각 시대마다 선인善人이 나와서 훼손되는 대로 보수하였는데,

008_0178_c_01L亦探生緣世系本末於是請文於月
008_0178_c_02L沙相公懇筆於附 [55] 馬申公旣受金諾
008_0178_c_03L喜踴還山聚財鳩工結手于崇禎辛未
008_0178_c_04L仲春畢功於壬申季夏遂堅于金剛山
008_0178_c_05L長安上表訓下奧區焉乃古寺百花 [56]
008_0178_c_06L文章書法龜龍鱗甲近古所未嘗
008_0178_c_07L有也於戱先師順世後三十年所未擧
008_0178_c_08L之事數稔間煥然營建雖其兄弟腁
008_0178_c_09L胝之勞而亦諸方法眷之同船也
008_0178_c_10L師示衆云禪門之旨本無傳授無傳
008_0178_c_11L無受是眞傳授無奈以不碑之碑爲眞
008_0178_c_12L碑耶其肯其不肯若道肯辜負先師
008_0178_c_13L若道不肯亦辜負先師除此二途
008_0178_c_14L何道得萬瀑泉聲流不歇千峯秀色鎭
008_0178_c_15L長靑先師道德萬古長江摸寫碑
008_0178_c_16L一朝風月長江得風月然後波瀾
008_0178_c_17L先師竪碑銘然後風化遠斯其爲
008_0178_c_18L吾徒所鑚仰而後世雲孫墮淚者哉
008_0178_c_19L嗣門弟及財施檀越開列在后法堅
008_0178_c_20L老僧亦居門弟後謹跋

008_0178_c_21L

008_0178_c_22L長安寺重創勸善文

008_0178_c_23L
久哉此寺也肇基羅代綿歷于今
008_0178_c_24L祀不億興廢非一代有善人隨毁修

008_0179_a_01L전적으로 국력에 의지하는 한편으로 여재餘財를 널리 구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병술년(1586, 선조 19)에 중건할 때에도 우리 선종대왕宣宗大王(선조)의 의인왕후懿仁王后296)가 대단월大檀越이 되어 우로雨露와 같은 은혜를 내린 결과 보전寶殿이 이루어졌는데 우뚝 선 층각層閣의 규모가 예전보다 갑절이나 더하였습니다.
다만 이루어지고 나면 다시 무너지기도 하는데 이는 하늘이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꾸려고 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술년(1622, 광해군 14) 12월에 주먹만 하고 방석만 한 눈송이가 마구 쏟아져서 능곡陵谷을 메우고 임목林木의 가지 위까지 덮었습니다. 눈이 쌓인 높이가 몇 길이나 되고 무게가 천 석石이나 나갈 정도여서, 이 전당殿堂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는 서까래가 어긋나 이탈되는가 하면 붉고 푸른 기왓장이 눈과 섞여 떨어지면서 땅에 무너지는 소리가 골짜기를 울렸는데, 사승寺僧이 분주히 뛰어다녔으나 이를 구할 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金仙)도 알몸을 드러낸 채 풍설風雪을 그대로 맞으며 참혹하게 여기는 기색이 있는 듯하였는데, 그 근심을 알고서 함께 걱정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처럼 씩씩한 노승이 있으니 그 이름을 현민玄敏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팔십을 넘어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나, 선善을 좋아하는 그 뜻만은 늙어갈수록 더욱 분명해서, 차라리 선을 행하다가 죽을지언정 안일한 생을 추구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에 직접 권선문을 지어서 사람들을 인도하여 선사善士 여러분이 혹 적선積善하는 군자가 되도록 권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적선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불가한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몸에 쌓으면 반드시 여경餘慶이 있게 마련이고 집안에 쌓으면 부모가 안락하게 되고 천하 국가에 쌓으면 전쟁이 길이 종식되면서 걱정 없는 태평시대가 올 것이니, 어찌 잠자리에 누웠을 때나 집안 뜰 사이가 편안한 것으로만 그치겠습니까. 불선不善을 쌓으면 이와 반대로 자신은 현륙顯戮297)을 받고 그 화가 종족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찾아올 보응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혹자는 “재물을 희사하여 부처를 받든다고 해서 세상에 이로운 일이 무엇이 있는가. 그저 쓸데없는 일을 벌여 백성을 더욱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얼토당토않은 말로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듣건대 인간의 오형五刑과 지부地府의 십옥十獄은 단지 불선不善한 자들 때문에 만든 것이지 적선하는 사람 때문에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당세에

008_0179_a_01L全籍國力而旁求餘財故去丙戌
008_0179_a_02L之年重建之辰惟我宣宗大王懿仁王
008_0179_a_03L作大檀越綸恩露墜寶殿俄成
008_0179_a_04L嶸層閣倍勝前䂓也第以成乃敗基
008_0179_a_05L天欲改舊壬戌季冬雨雪無正如手
008_0179_a_06L如席陵谷失險林木沒杪高可數丈
008_0179_a_07L重若千石此殿不堪而椽梠差脫
008_0179_a_08L甍碧瓦混雪而下撲地之聲震于洞
008_0179_a_09L寺僧馳走無力可救金仙露體
008_0179_a_10L雪交加似有慘然之色也而無一人憂
008_0179_a_11L其憂者有老僧矍鑠翁者玄敏其名也
008_0179_a_12L年過八十歸期朝夕而好善之志
008_0179_a_13L而彌邵寧爲作善死不作安逸之生也
008_0179_a_14L於是手執勸文導人以善士諸人或作
008_0179_a_15L積善君子也所謂積善無徃不可也
008_0179_a_16L盖積之於身則必有餘慶積之於家
008_0179_a_17L則父母安樂積之於天下國家則干戈
008_0179_a_18L永息大平無虞也豈止衽席之上戶庭
008_0179_a_19L之間爲安哉不善者反是自受顯戮
008_0179_a_20L禍延宗旅來報可知也或曰捨財奉佛
008_0179_a_21L於世何有無乃徒事無益使民益窮乎
008_0179_a_22L是何言歟子惟知其一未知二也
008_0179_a_23L吾聞人間五刑地府十獄只爲不善者
008_0179_a_24L而設未聞爲積善人而作也若使當世

008_0179_b_01L귀천을 막론하고 탐람하여 부정을 범하는 관리들이 적선하라는 저의 말을 듣고서, 사욕私慾을 막고 선심善心을 보존하여 선으로 집안을 다스린다면 이 시대에 형벌을 담당하는 관원은 하나의 집안에 형벌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요, 한 고을이 적선을 한다면 또한 한 고을에 형벌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요, 나아가 천하 국가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처럼 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옛사람이 태평 시대를 이룬 것도 형벌을 쓰지 않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선의 삼백육십여 고을 모두가 적선을 힘쓰면서 나라를 위하고 집안을 위한다면 우리 성주聖主를 이제二帝처럼 되게 하고 삼왕三王처럼 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권선勸善은 세상을 위한 것일 뿐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니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고 구실을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맹자는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충분하다.”고 하였고 또 “부지런히 선을 행하는 자는 성인의 제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어찌 사람을 속였겠습니까. 사람이 참으로 선을 행하기만 하면 하늘이 그에게 복과 수명을 내려 줄 것이니, 시주施主를 하면서 가난해지거나 요절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쌓아 놓은 재물을 베풀고 싶어도 아직 실천하지 못한 일을, 다른 걱정을 하지 말고서 결단을 내려 실행한다면 무척 다행이겠습니다. 옛사람이 득실은 몽록夢鹿298)이요 사생은 조균朝菌299)이라고 하였으니 여러 인인仁人들은 모두 이 글을 보고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정鑄鼎 보연문
크도다, 솥의 쓰임이여. 이 솥에 미음을 끓이고 이 솥에 죽을 끓여서300) 상제上帝와 신기神祇를 제향祭享하기도 하고 백성을 양육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백성이 하늘로 여기는 것은 먹는 것인데,301) 먹는 음식을 짓는 것은 바로 솥입니다. 비록 노릉盧陵의 옥 같은 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리하는 그릇이 없으면 육미六味의 진수珍羞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산의 이 암자는 공자公子 왕손王孫과 유인幽人 석자釋子들이 산수를 유람하러 끊임없이 왕래하며 기숙寄宿하는 곳인데,

008_0179_b_01L或貴或賤1) [14] 或婪或汙之吏輩
008_0179_b_02L我積善之言而遏欲存善以善爲家
008_0179_b_03L則此時典刑之官錯刑於一家也一鄕
008_0179_b_04L爲積善則亦錯刑於一鄕也以至於天
008_0179_b_05L下國家則亦若是矣古人之致大平
008_0179_b_06L不過錯刑已而也況使朝鮮三百六十
008_0179_b_07L餘州皆以積善爲務而爲國爲家
008_0179_b_08L致使聖主可三於二帝必四於三王也
008_0179_b_09L然則勸善爲世非爲己也且莫以惑世
008_0179_b_10L誣民爲口實也孟子曰好善優於天下
008_0179_b_11L又曰孜孜爲善者聖人之徒也豈欺人
008_0179_b_12L人苟爲善則天與之福而且壽也
008_0179_b_13L莫愁行施而2) [15] 夭也以箱金庫財
008_0179_b_14L施未果之際決意爲之而毋慮其餘
008_0179_b_15L幸甚幸甚古云得失夢鹿死生朝菌
008_0179_b_16L顧諸仁人咸有感於斯文

008_0179_b_17L

008_0179_b_18L鑄鼎普緣文

008_0179_b_19L
大哉鼎之爲用也饘於是粥於是以享
008_0179_b_20L上帝神秪及長養生民之具也且民之
008_0179_b_21L所天者食也食之所成者鼎也雖有盧
008_0179_b_22L陵玉粒若無烹飪之器則不爲六味之
008_0179_b_23L珍羞矣而況此山是庵公子王孫幽人
008_0179_b_24L釋子遊山翫水者憧憧不絶寄宿之

008_0179_c_01L익혀서 먹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 솥을 만들어서 중인衆人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려고 하니, 여러 선사善士들이 재물을 할애하여 다 함께 좋은 인연을 닦는다면 그런 다행이 없겠습니다.
삼장사 개와蓋瓦 권선문
우리 백만억 단월檀越들은 모두 저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저는 도로의 유기兪騎302)로서 좋은 길로 인도해 드리는 사람이니, 만약 저의 말을 따르면 천하의 바른 길로 걸어가고 사람이 거할 편안한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303)
제가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불선不善한데도 부귀를 길이 누린 경우는 있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대개 부귀는 천하의 공기公器로서 선하면 얻고 불선하면 잃는 것이니, 하늘이 저쪽에서 뺏어서 이쪽에 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이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나긴 과거의 세월 동안 천자天子로부터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모두 흥망성쇠를 보였습니다만, 이는 하늘의 뜻이 그 사이에 작용한 것이 아니라 바로 선·불선의 여하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저 제왕의 경우도 그러한데 하물며 필부가 오로지 탐욕스럽게 굴면서 적선積善할 줄을 알지 못한다면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주역』에 이르기를 “불선을 쌓으면 반드시 뒤에 재앙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맹자』에 이르기를 “불선한 자는 즐기지 못한다.”라고 하였고, 『한서漢書』에 이르기를 “집에 거하면서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라고 한 것입니다.
제가 이 때문에 손수 권선勸善하는 글을 지어서 집집마다 선을 쌓고 인仁을 행하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선을 행하는 것이 절대로 무익하지 않습니다. 가령 산야山野에서 십실十室의 고을과 삼가三家의 마을에 권유해서 한 집안이 선을 행하게 되면 당시의 위정자가 한 집안에 형벌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이와 같이 해서 천하 국가에 이르면 앉아서 태평을 이루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가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려도 넉넉하다.”라고 한 것입니다.


008_0179_c_01L甚病熟食故欲成玆器以濟衆人腹果
008_0179_c_02L願諸善士割貧捨財共修良由幸甚
008_0179_c_03L幸甚伏惟

008_0179_c_04L

008_0179_c_05L三藏盖瓦勸善文

008_0179_c_06L
惟我百萬億檀越咸聽余言也余爲道
008_0179_c_07L路之兪騎導人於善道人若從之
008_0179_c_08L得行於天下之正路而入於人之安宅
008_0179_c_09L以余觀於徃古未有不善而長享富
008_0179_c_10L貴者也何則盖富貴天下之公器也
008_0179_c_11L爲善則得之不善則失之非天奪彼與
008_0179_c_12L惟我所召也故長長萬古自天子
008_0179_c_13L以至於庶人興亡盛衰非天有意於其
008_0179_c_14L乃善不善爲如何而已彼帝王尙
008_0179_c_15L而況匹夫者專務貪婪而不知積
008_0179_c_16L善者乎故易曰積不善必有餘殃
008_0179_c_17L子曰不善者不樂也漢書曰居家爲
008_0179_c_18L善最樂也 余由是袖䟽勸善之文
008_0179_c_19L使家家戶戶積善行仁殆非有善無益
008_0179_c_20L如以山野之言十室之邑三家之
008_0179_c_21L一家爲善則當時爲政者錯刑於
008_0179_c_22L一家也如是而至於天下國家則坐致
008_0179_c_23L大平而不難也故孟子曰好善優於天
008_0179_c_24L「貧」疑「貪」{編}次同「貪」疑「貧」{編}

008_0180_a_01L
하지만 복福을 심어서 상서롭게 되려면 반드시 땅을 가려서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산은 아름다운 명성을 독점하면서 금강金剛이라는 이름으로 천하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먼 외국 사람들도 이 산에 대한 소문을 전해 듣고는 우리나라에 태어나 금강산의 면목을 한번이라도 보면 좋겠다고 모두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산속의 이 암자가 또 어떠할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지은 지 오래된 탓으로 서까래는 비록 완전하다고 해도 기와가 벗겨져서 위에서는 빗물이 새고 아래는 축축하게 젖는 등 마른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불상(金軀)이 비에 목욕하고 존의尊儀가 물기에 젖기까지 하니 어찌 여기서 사는 사람들만 괴롭게 여기겠습니까. 지나가는 자들도 모두 슬퍼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가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서 장맛비(陰雨)의 걱정에 미리 대처하여 주무綢繆하는 새304)를 본받고자 합니다만, 뜻만 있지 재물이 없기에 널리 단신檀信에게 고하게 되었으니 이 글을 보고 모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점사 보광전 기단과 계단의 개축을 낙성하고 수륙재를 지내면서 권선한 글
아, 천지는 여인숙과 같고 부생浮生은 하루살이 벌레와 같으니 유유한 원회元會305) 사이와 망망한 우주 아래에서, 위로는 제왕으로부터 아래로는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초연히 독존獨存하며 이 세상을 떠나지 않는 자는 없습니다. 살아 있을 적에는 만민의 주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죽은 뒤에는 함께 죽어서 시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이렇게 본다면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고혼孤魂이라고 할 것인데, 이 고혼의 고통을 구하기 위해서는 수륙무차대재水陸無遮大齋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혹자가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추원追遠하고 보본報本하는 예를 행할 때에는 모두 제사와 증상烝嘗306)의 이름을 쓰고 있는데, 불교에서 봉불奉佛하고 초혼招魂하는 일을 행할 때에는 모두 수륙水陸의 이름을 쓰고 있으니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하기에 제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방내方內의 예禮만 알 뿐이요 방외方外의 의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저 제사로 말하면 그 의리가 넓지 못하고 베푸는 것이 두루 미치지 못해서, 관계가 친한 이에게만 통하고 소원한 자에게는 미치지 않으며

008_0180_a_01L下也然樹福致祥必其地擇而施之可
008_0180_a_02L且此山獨擅嘉聲以金剛鳴於天
008_0180_a_03L故遠夷之人耳食之輩莫不願生
008_0180_a_04L其下一見金剛面目云則山中此庵
008_0180_a_05L亦可知矣第以經始久矣椽梠雖完
008_0180_a_06L盖瓦缷脫上漏下濕殆無乾處以至金
008_0180_a_07L沐雨尊儀浸潤則豈獨居人苦之
008_0180_a_08L過之者皆悲余不揆其力欲效綢繆
008_0180_a_09L之鳥以補陰雨之患然而有志無財
008_0180_a_10L普告檀信咸有感於斯文

008_0180_a_11L

008_0180_a_12L楡岾寺普光殿基陛改築落成水陸
008_0180_a_13L勸善文

008_0180_a_14L
嗚呼如逆旅之天地若朝菌之浮生
008_0180_a_15L悠悠元會之間茫茫宇1) [16] 之下上自帝
008_0180_a_16L下至衆庶未有超然獨存而不逝者
008_0180_a_17L生雖爲萬民之主而死無一人殉侍
008_0180_a_18L故無貴無賤皆曰孤魂也欲度孤
008_0180_a_19L魂之苦無過水陸無遮大齋也或曰
008_0180_a_20L天子至於庶人追遠報本之禮皆以
008_0180_a_21L祭祀蒸嘗爲名浮屠者奉佛招魂之事
008_0180_a_22L擧以水陸爲名何耶子惟知其方內
008_0180_a_23L之禮而不知其方外之義也夫祭祀者
008_0180_a_24L其義不普其施不慱通於親而不及於

008_0180_b_01L예의에 구애되고 자비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법상 제사를 행해야 할 경우에는 제사를 올리지만 그럴 수 없을 때에는 그만두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외에서는 단지 천신에게만 제사 드리고 사당에서는 인귀人鬼에게만 제향을 올리는 것이며, 나아가 사직 산천 번시燔柴307) 고성告聖의 제사에 있어서도 오직 주위主位가 되는 신령만 공경할 뿐이요 다른 신령들은 끼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사람은 제사 지낼 귀신이 아니면 제사 지내지 않는 것이요, 귀신은 그 예법이 맞지 않으면 흠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제사 지낼 귀신이 아닌데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하는 것이라고 하였고,308) 또 태산泰山의 신령도 계씨季氏의 여제旅祭를 흠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309) 그런데 수륙재水陸齋는 이와는 완전히 달라서 베푸는 것이 두루 미치고 구제하는 대상이 다양합니다. 그리하여 원친寃親과 귀천貴賤을 동등하게 대하면서, 수水와 육陸에 의지해 붙어 있는 혼령들 모두가 이익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재齋라고 하는 것은 가지런하다(齊)는 뜻과 구제한다(濟)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제聖帝·명군明君·충신忠臣·효자孝子·열녀烈女·정남貞男 및 용군庸君·암주暗主·난신亂臣·적자賊子·악처惡妻·완손頑孫 내지 물에 사는 고기와 육지에 사는 짐승을 포함해서, 기자飢者·한자寒者·고자苦者·비자悲者 등 천태만상의 중생들에게 음식으로 재시齋施하고 불법으로 제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륙의 이름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아, 지난 시대에 사람이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적에 몸을 온전히 하여 돌아간 자는 한둘에 불과하였고 참혹한 죽음을 맞은 자는 천만이나 되었습니다. 이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근세의 비통한 일을 대략 거론하면서 눈물을 닦고 써 볼까 합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삼경三京을 지키지 못한 채 만백성이 어육魚肉이 되었고 또 정묘호란 때에는 서쪽 변방이 함락되어 억조 창생이 결딴이 났습니다. 그리하여 해골이 들판을 덮고 핏물이 시내에 넘칠 정도가 되었는데, 부자父子가 모두 죽었으니 누가 장사 지내고 누가 매장할 것이며 부처夫妻가 모두 죽었으니 누가 봉분封墳하고 누가 제사 지낸단 말입니까.
아, 이것이 하늘 탓입니까 사람 탓입니까. 아니면 명운입니까 운수입니까. 어찌하여 사람이 도탄에 빠진 것이 이와 같이 극도의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까. 애달프게 살아서 죽은 이를 슬퍼하며 흐느끼는 소리가 천음天陰 월석月夕 아래에 뒤섞여 들리는데, 저 창천은 죽이는 것을 싫어하니 음양의 조화를 해쳐

008_0180_b_01L局於禮義而不及於慈悲故禮之所
008_0180_b_02L當爲則爲之不可則止之故郊則只格
008_0180_b_03L天神廟則惟享人鬼以至社㮨山川燔
008_0180_b_04L柴告聖之祭惟敬其所當主者而餘
008_0180_b_05L神不得與焉故人不事非其鬼鬼不享
008_0180_b_06L非其禮也是以孔子曰非其鬼而祭之
008_0180_b_07L謂之謟泰山亦不饗季氏之旅也且水
008_0180_b_08L陸者逈異於彼其施之也愽濟之也
008_0180_b_09L等於寃親同於貴賤以至水陸依
008_0180_b_10L附魂靈無不蒙益也所謂齋者齊也
008_0180_b_11L濟也謂聖帝明君忠臣孝子烈女貞
008_0180_b_12L及庸君暗主亂臣賊子惡妻頑孫
008_0180_b_13L乃至水之鱗介陸之飛走飢者寒者
008_0180_b_14L苦者悲者萬狀千般齋施以食濟度
008_0180_b_15L以法故以水陸名焉徃代人生
008_0180_b_16L命捐 專歸者一二而異處者千萬
008_0180_b_17L難可俱陳略擧近世悲痛之事而拭淚
008_0180_b_18L書也壬辰之亂三京失守萬姓魚肉
008_0180_b_19L又於丁卯之冦西邊陸沉億兆菹醢
008_0180_b_20L白骨徧野靑血盈川父子俱喪誰葬
008_0180_b_21L誰埋夫妻偕死孰封孰祀嗚呼天耶
008_0180_b_22L人耶命耶數耶何斯人之塗炭至此
008_0180_b_23L極耶生哀哀死啾啾之聲雜糅於天陰
008_0180_b_24L月夕之下彼蒼惡殺恐于 [57] 陰陽之和

008_0180_c_01L재앙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만약 방외의 신력神力을 의지하지 않는다면 원혼을 해탈하게 하기 어렵겠기에, 산야山野에서 무궁한 대원大願을 세워 유정有情의 고혼孤魂을 구제하려고 하니, 부모와 처자를 천도하려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 모두가 이 글을 읽고서 동참해 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옛날에 양장良將이 귀신 하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결초 보은結草報恩310)을 받은 일이 있는데, 더구나 수륙의 천도薦度를 통해 고통을 면하고 즐거움을 얻게 해 준다면 정령精靈들이 어찌 보은할 생각을 갖지 않겠습니까. 모두 잘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금강산 유점사 산영루를 중수하며 권선한 글
풍산군豊山郡에서 서북쪽으로 70리쯤에 영악靈嶽이 있으니 그 이름을 금강산金剛山이라고 합니다. 그 산속에 고사古寺가 있으니 이름을 대수성보덕사大壽聖報德寺라고 합니다. 그 사원의 남쪽에 능파각凌波閣이 있으니 이름을 산영루山暎樓라고 합니다.
그 누대를 에워싼 것은 모두가 산입니다. 그중에서도 서북쪽 봉우리들의 깊은 숲이 더욱 아름다운데, 멀리 바라봄에 우뚝 높고 거대한 것이 바로 비로봉毗盧峯입니다. 산 하나의 지극히 존엄한 자리를 독점한 것이 마치 별들의 제왕 같고 옥을 깎은 듯한 천만 개의 봉우리가 높고 낮게 서 있는 것은 군신群臣이 옹위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금강산의 장관입니다.
남쪽에는 만경봉萬景峯이 있습니다. 봉우리 아래 두 골짜기의 시냇물이 길을 나눠 흐르다가 위쪽 소사蕭寺 앞에서 합류하여 그야말로 거대한 시내를 형성하고는 댓돌과 수풀을 집어삼키면서 아래로 흩어져 흘러갑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물을 건너는 것을 힘들게 여기고는 두 언덕에 돌을 쌓아 지류支流가 모이는 그 위에 교각을 세웠는데, 멀고 가까운 산봉우리가 모두 그 처마 앞에 비치고 있기 때문에 산영루라고 이름 지은 것입니다.
이 누각에 오르는 자는 각자 소회에 따라 흥치를 발하는 것이 같지 않습니다. 방백方伯 군후郡侯와 같은 사람들이 술잔을 쥐고 난간을 굽어보노라면 세상 걱정이 사라지고 총애와 욕됨을 모두 잊은 가운데 도성 거리의 꽃구경을 후회하는 마음이 일어날 것이요,

008_0180_c_01L以致之灾也若不憑方外神力則難使
008_0180_c_02L寃魂解脫所以山野運無窮之大願
008_0180_c_03L濟有情之孤魂凡諸在心於薦父母妻
008_0180_c_04L孥之人咸有感於斯文幸甚古之良
008_0180_c_05L聽用一鬼之囑尙得結草之報
008_0180_c_06L況水陸所薦離苦得樂汝等精靈豈無
008_0180_c_07L報效之情乎伏惟僉鑑

008_0180_c_08L

008_0180_c_09L金剛山楡岾山暎樓重修勸善文

008_0180_c_10L
豊山郡西北七十許有靈嶽焉曰金剛
008_0180_c_11L山也山之中有古寺焉曰大壽聖報
008_0180_c_12L德寺也寺之南有凌波閣焉曰山暎
008_0180_c_13L樓也環樓皆山西北諸峯林壑尤美
008_0180_c_14L望之蔚然高大者毘盧峯也擅一山之
008_0180_c_15L極尊若衆星之帝王制玉千萬峰
008_0180_c_16L低拱立類群臣之相灑此金剛大觀也
008_0180_c_17L南有萬景峯峯下兩洞澗水界道分流
008_0180_c_18L而會合於上蕭寺前乃巨川懷砌襄林
008_0180_c_19L渙散而去人皆病涉兩岸疊石以會
008_0180_c_20L支派上架橋閣近遠峯巒捴暎簷前
008_0180_c_21L故名焉若夫登斯者各隨所懷發興
008_0180_c_22L不同方伯郡候 [58] 之流把酒臨軒則消
008_0180_c_23L遣世慮寵辱俱忘起紫陌看花之悔
008_0180_c_24L「寅」疑「宙」{編}

008_0181_a_01L공자公子 왕손王孫의 무리가 길게 읊조리며 누대에 기대노라면 벽공碧空에 시선을 돌리고 티끌 세상을 우습게 보면서 공자孔子가 천하를 작게 여긴 말311)을 흠모할 것이요, 나아가 요산요수樂山樂水하며 끊임없이 왕래하는 사람들도 모두 자기의 낙을 나름대로 즐길 수가 있을 것입니다.
대개 절승絶勝의 땅에는 반드시 절승의 사람이 와서 노닐게 마련이니, 중향성衆香城의 영랑永郞과 삼일포三日浦의 사선四仙이 때때로 이 누각에 와서 서로 만나지 않았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때 당시에 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을 이가 누구이겠습니까. 껄껄껄.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 줄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아, 천태산天台山의 석교石橋312)와 은하수의 오작교를 이름만 들었는데, 모르긴 해도 과연 이 누대와 같기야 하겠습니까. 귀로 들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눈으로 본 것은 천하게 여기는 것이 온 세상 사람들의 속성이라서 항상 보는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누대를 세운 뒤로 세월이 오래 흘러서 나날이 무너지고 있기에 산야山野의 이 몸이 중신重新해 보겠다고 나섰습니다만,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 반드시 대중의 힘을 빌려야 하겠기에 이렇게 널리 고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인인仁人과 선사善士들은 진재塵財를 시주하여 불후不朽한 복을 세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역』에 이르기를 “선을 쌓으면 경사가 있게 된다.”라고 하였고, 전傳에 이르기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자로부터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선을 행하여 복을 얻었다는 말만 들었지 악을 행하여 복록을 향유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모두 밝게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금강산 장안사의 법당을 조성하며 권선한 글
여러 단신檀信들은 모두 저의 말을 들으시오. 금은金銀 옥백玉帛은 세상에서 소중히 여기는 바요, 박시제중博施濟衆은 성인도 어렵게 여기는 바입니다.313) 세상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지고 성인도 어렵게 여기는 일을 행한다면 지선至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善 하나를 행하기만 하면 어디에 가도 불가할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몸에 행하면 백행百行이 갖추어지고, 집안에 행하면 육친六親이 화목해지고,

008_0181_a_01L公子王孫之輩長嘯倚樓則嵬眼碧空
008_0181_a_02L眇視塵寰慕孔子小天下之言至於樂
008_0181_a_03L山樂水憧憧徃來之人皆得樂其樂也
008_0181_a_04L盖其絶勝之地必有絶勝之人來遊故
008_0181_a_05L安知其衆香城之永郞三日浦之四
008_0181_a_06L時相不遇於此樓乎當時爲主而待
008_0181_a_07L貧者誰也阿呵阿呵吾不知也然又
008_0181_a_08L安知吾所不知之非不知也於戱天台
008_0181_a_09L石橋銀河烏鵲但聞其名不知果如
008_0181_a_10L此樓者否貴耳賤目渾世皆然必以
008_0181_a_11L常所見者爲不貴也然斯樓經始旣久
008_0181_a_12L日以破壞山野唾手重新獨不堪任
008_0181_a_13L必借衆力普告諸員願諸仁人善士
008_0181_a_14L捨施塵財以樹不朽之福何如易曰
008_0181_a_15L善有慶傳曰出爾反爾 只聞自天子
008_0181_a_16L至於庶人爲善得福未聞爲惡而享祿
008_0181_a_17L者也伏惟僉鑑

008_0181_a_18L

008_0181_a_19L金剛山長安寺法堂造成勸善文

008_0181_a_20L
凡百檀信咸聽余言金銀玉帛人世
008_0181_a_21L之所重愽施濟衆聖人之所難以人
008_0181_a_22L世之所重行聖人之所難則所謂至於
008_0181_a_23L [59] 爲善一行何徃不可行之於身
008_0181_a_24L則百行備焉行之於家則六親睦焉

008_0181_b_01L천하 국가에 행하면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도가 이루어집니다. 맹자가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려도 넉넉하다.”라고 하였는데 그가 어찌 사람을 속였겠습니까. 참으로 한 집안이 선을 좋아하면 위정자爲政者가 한 집안에 형벌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고, 한 고을이 선을 좋아하면 또 한 고을에 형벌을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조선 삼백육십여 고을이 모두 이와 같이 된다면 성강成康314)의 풍화風化를 우리 동방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이 금강산은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서 영랑永郞 신선이 거주한 곳이요 53성인이 머문 곳입니다. 그래서 또 봉래蓬萊라고 부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천하의 명산이라고 할 것입니다. 장안사長安寺 역시 나라에 둘도 없는 사원으로서 산문山門에만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인세人世에도 보탬이 되는 점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도성都城의 이름으로 이름 지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신라 시대에 창건된 뒤로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 오는 동안 수많은 세월 속에 흥폐를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각 시대마다 선인善人이 나와서 훼손되는 대로 보수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조前朝의 왕 태조는 도선道詵 국사로 하여금 땅을 가리고 터를 닦아서 선암禪庵 팔십여 곳을 세우게 한 뒤에 산 주위의 토지를 민전民田으로 하사하여 향화香火를 받들게 하면서 어느 시대이고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성조聖朝의 세조대왕 때에 이르러서는 삼연三輦이 함께 행차하여 이 사원에 머무르기까지 하였으니, 당시에 얼마나 정찰淨刹을 숭상하고 도문度門을 간행하였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또 선종대왕宣宗大王(宣祖) 때에 이르러서는 의인왕후懿仁王后가 대단신大檀信이 되어 이 사찰을 중건하면서 우로雨露와 같은 은혜를 베푼 결과 전각이 별처럼 늘어선 가운데 고층의 동헌이 산봉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붉고 푸른 기와가 깊은 숲 사이에 빛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존재이건 간에 한번 성하면 쇠하는 것이 원래 운명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기사년 5월에 병정 동자丙丁童子(불)의 횃불 하나에 복전福田이 그만 초토가 되고 말았으므로 산은 이 때문에 면목이 없게 되고 물은 이 때문에 슬프게 흐느꼈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탓이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사람이 굴뚝을 고치고 나뭇단을 옮기지 않아서 생긴 재앙315)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속에는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바꾸라는 뜻이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중흥中興할 대공덕주大公德主가 진작에 태어나서 시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까요.

008_0181_b_01L行之於天下國家則修齊治平之道成
008_0181_b_02L孟子曰好善優於天下豈欺人哉
008_0181_b_03L苟能一家好善則爲政者錯刑於一家
008_0181_b_04L一鄕好善則亦錯刑於一鄕以至朝鮮
008_0181_b_05L三百六十餘州皆如是則成康之風化
008_0181_b_06L可復見於吾東方也豈不美哉況此金
008_0181_b_07L三山之一也永郞仙子之所居五十
008_0181_b_08L三聖之所住亦故曰蓬萊乃天下山也
008_0181_b_09L長安亦國寺無雙也非徒爲關於山門
008_0181_b_10L抑亦裨補於人世故以都城之名名之
008_0181_b_11L是以肇基羅代綿歷于今甲子不
008_0181_b_12L興廢非一代爲善人隨毁修補
008_0181_b_13L前朝王太祖乃使道詵相地開基
008_0181_b_14L建禪庵八十餘所環山下民田以奉香
008_0181_b_15L無世無之至於聖朝世祖大王
008_0181_b_16L輦並幸駐驆此寺當時崇淨刹闢度門
008_0181_b_17L不言可知也又至宣宗大王懿仁王后
008_0181_b_18L作大檀信重營此刹綸恩露墜殿閣
008_0181_b_19L星羅高棟層軒撑並乎峯巒碧瓦朱
008_0181_b_20L照曜於林壑然物盛而衰固其數
008_0181_b_21L己巳鶉首之月丙丁童一炬福田
008_0181_b_22L燋土山以之無顏水以之嗚咽云誰
008_0181_b_23L咎哉無奈人無曲突徒薪之禍耶夫去
008_0181_b_24L故就新 [60] 之意耶重興大功德主早生待

008_0181_c_01L이것은 바로 천의天意와 인심人心이 서로 부합된 것이 아니라고 또 어떻게 단정하겠습니까.
이 때문에 산승山僧이 감히 엄명嚴命에서 도망치지 못하고는 다시 서원誓願을 발하여 위로는 국가의 힘에 의지하고 아래로는 중서衆庶의 재물을 모아서 이 전당을 세워 보려고 하였는데, 산중의 힘이 미약해서 여러분들에게 널리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문중자文中子는 이르기를 “재물을 쌓아두면 그 주인에게 해독을 끼친다.”라고 하였고, 대전大傳의 소疏에 이르기를 “재물이 많으면 허물이 늘어난다.”라고 하였으며, 전傳에 이르기를 “재물을 흩으면 백성이 모인다.”라고 하였고, 역易에 이르기를 “선을 쌓으면 경사가 이른다.”라고 하였습니다. 성인이 어찌 공연히 그런 말을 하였겠습니까.
윤회 보응의 설은 이승과 저승으로 막혀 있어서 사람들이 확인하지 못할 것입니다마는 근세의 일을 가지고 증명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임진년 변란 때에 이백 년 동안 공사 간에 창고에 비축해 놓은 금은金銀이 하루아침에 거꾸로 해적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으니, 부세浮世의 진재塵財의 운명이 어떠한지를 대개 알 수 있습니다. 시詩에 이르기를 “타산의 돌이 옥을 갈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여러 인인仁人 군자君子들은 산승의 이 말을 옥을 가는 도구로 삼아서 선업善業을 탁마琢磨하소서. 그러면 옥과 같은 온윤溫潤한 덕을 자연히 갖추어 연성連城316)의 값을 얻게 될 것이니 모두 밝게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통천군 독변로의 수치修治를 권선한 글
시詩에 이르기를 “주周나라 길은 숫돌처럼 평평하다.”317)라고 하였는데 이 길은 위태하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금강산의 동쪽 산기슭은 바닷가에 웅크리고 있는데, 위는 층암層巖 낙석落石이 드높이 반천半天을 떠받치고 있고 아래는 바다의 큰 파도를 굽어보면서 아득히 부상扶桑과 접하고 있습니다. 이 절벽을 타고 오르다가 한번 발을 삐끗하기만 하면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풍이馮夷(물귀신)의 문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수레 탄 사람(乘車者)과 짐을 이고 진 사람(負戴者), 관청의 일을 보는 사람(官事者)과 개인 일을 보는 사람(私務者), 빨리 뛰는 사람(星馳者)과 천천히 가는 사람(徐行者) 등이 모두 이 길을 만나기만 하면 잔뜩 겁을 먹고 벌벌 떨다가 일단 지나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그리고 우마牛馬를 끌고 가는 사람들은 엎어져 쓰러질까 두려워서 이러 쯧쯧 하는 소리가

008_0181_c_01L時之然耶安知其天意人心不相際會
008_0181_c_02L由是山僧不敢逃逸嚴命又發誓
008_0181_c_03L上朦國家之力下慕 [61] 衆庶之財
008_0181_c_04L建此殿也事山力蚊普勸諸員文仲 [62]
008_0181_c_05L子曰財鴆其主䟽大傳曰多財益過
008_0181_c_06L傳曰財散民聚易曰積善爲慶也聖人
008_0181_c_07L之言豈徒然哉輪回報應之說隔在
008_0181_c_08L幽明人所不見且以近世之事爲證
008_0181_c_09L壬辰之變二百年公私所儲庫藏金銀
008_0181_c_10L一朝反齋 [63] 海賊之粮則浮世塵財槩可
008_0181_c_11L知矣詩云他山之石可以攻玉願諸
008_0181_c_12L仁人君子以山野之言爲攻玉之具
008_0181_c_13L而琢磨善業則自爲溫潤之德而他得
008_0181_c_14L連城之價矣伏惟僉鑑

008_0181_c_15L

008_0181_c_16L通川郡獨邊路修治勸善文

008_0181_c_17L
詩云周道如砥此路危而且險也
008_0181_c_18L剛東麓蹲踞海涯上有層岩落石
008_0181_c_19L撑於半天下臨鯨海鵾波杳接於扶桑
008_0181_c_20L壁絕攀躋如一跌足則堆轉而下
008_0181_c_21L落憑夷之門故乘車者負戴者官事
008_0181_c_22L私務者星馳者徐行者當於此路
008_0181_c_23L則莫不魂悸悚神過之後安1) [17] 若將
008_0181_c_24L牛驅馬之輩恐其仆墮虛虛之聲
008_0181_c_25L▣疑「心」{編}

008_0182_a_01L입에서 계속 끊이지 않고 또 우마 역시 사람과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벌벌 떨며 발걸음을 겨우 떼어 놓으니, 비록 추풍秋風과 같은 천리마가 있더라도 힘껏 달릴 수가 없고 산을 뽑을 만한 힘이 있어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어깨를 마주칠 수가 없고 수레바퀴를 나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독변로獨邊路라고 부르게 되었으니, 비록 촉도蜀道와 구절양장(九折)의 험난한 길이라고 할지라도 어찌 이 길보다 더하다고 하겠습니까.
이 때문에 이 도의 관찰사가 아무개 등 네 명의 승려에게 이 길의 수치修治를 부탁하여 인물人物이 왕래하는 고통을 덜어 주고 죽는 폐단이 없게끔 하였습니다. 이에 승僧 등이 엄명을 받고는 감히 거절할 수 없기에, 산중에 거할 겨를이 없이 취락聚落에 뛰어다니면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이 일을 공동으로 이루어 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돌을 쌓고 나무를 베어 위험한 곳을 메우고 산을 뚫고 바위를 깨뜨려 협소한 곳을 넓힘으로써, 존비尊卑 상하上下의 인물이 평안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여주 상두산 장흥사의 중창을 권선한 글
위대하도다, 선善이여. 태산泰山과 화산華山도 평지로 만들 수 있고 장강長江과 한수漢水도 메울 수가 있으며 음식도 안 먹을 수가 있고 목숨도 버릴 수가 있지만 선은 잠시라도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현이 생生을 버리고 의義를 취한 것이요 죽음을 보기를 집에 돌아가듯 한 것입니다.
대저 선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품부 받아 우리의 성性이 된 것으로서 고금에 걸쳐 바뀌지 않고 상하에 관통하여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천지와 함께하고 일월과 나란히 하여 계속 이어지며 그치는 일이 없으니, 사람의 만행萬行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이에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제왕帝王이 이것으로 천하를 다스리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고, 경대부卿大夫가 이것으로 임금을 섬기면 충성스럽게 섬길 수 있고, 사람의 자식이 이것으로 부모를 섬기면 효성스럽게 섬길 수 있고, 이것으로 교제하면 붕우 간에 신의가 있고, 이것으로 교제郊祭를 지내면 천신天神이 흠향하고, 이것으로

008_0182_a_01L吃之言連不絶口又其牛馬則雖其
008_0182_a_02L人物有間畏死之情一也故觳觫而步
008_0182_a_03L戰股而行雖有追風之驥未展其足
008_0182_a_04L拔山之力無所施力人肩不磨車轂
008_0182_a_05L不並故曰獨邊路也雖曰蜀道之難
008_0182_a_06L折之1) [18] 豈有過於此路者乎是故此
008_0182_a_07L道方伯囑命某等四僧使之修治
008_0182_a_08L濟人物徃來之苦致死之弊故僧等恭
008_0182_a_09L禀嚴命不敢牢讓未遑山居奔走聚
008_0182_a_10L欲與同志者共成此事疊石棧 [64]
008_0182_a_11L以補危處鑿山代石以賽俠處以使
008_0182_a_12L尊卑上下人物平安徃來云爾

008_0182_a_13L

008_0182_a_14L驪州象頭山長興寺重創勸善文

008_0182_a_15L
大哉善也泰華可夷也江漢可塡也
008_0182_a_16L飮食可無也 命可捐也善不可須臾
008_0182_a_17L離也故聖賢捨生取義視死如歸也
008_0182_a_18L夫善者禀於天而爲性也亘古今而不
008_0182_a_19L通上下而爲常同天地並日月
008_0182_a_20L繼行不息者也人之萬行無一不由於
008_0182_a_21L此也盖帝王以之爲天下則天下治
008_0182_a_22L卿大夫以之爲事君則事君忠人子以
008_0182_a_23L之爲事父母則事父孝以之爲交際
008_0182_a_24L則朋友信以之爲郊則天神格以之

008_0182_b_01L사당에 제사를 지내면 인귀人鬼가 흠향합니다.
우리 한 몸에 적용해도 그렇습니다. 이것으로 용모를 취하면 공손해지고, 이것으로 말을 하면 순종하게 되고, 이것으로 보면 밝아지고, 이것으로 들으면 잘 듣게 되고, 이것으로 생각하면 지혜로워지고, 이것으로 진퇴하고 주선하면 예의에 맞으면서 엄숙하고 성스러운 경지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불선不善하면 이와 정반대가 될 것이니, 금수와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맹자가 “불선한 자는 소유하고 있어도 즐기지 못한다.”라고 하였고, 동평왕東平王이 “집안에 거하면서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라고 하였고, 선제先帝(劉備)가 후주後主(劉禪)를 경계하면서 “선은 사소한 것도 하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였고, 『역易』에 이르기를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게 마련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모두 성현과 제왕이 개물성무開物成務318)한 것으로서, 순박한 풍속을 고취시키고 알욕遏欲(욕망을 그침)을 가르치고 선행善行을 권면하고 탐욕을 경계시켜, 사람으로 하여금 욕심을 끊고 재물을 잊어버리게 하는 동시에 힘껏 선을 행하면서 악으로 들어가지 않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행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을 사랑하여 은혜를 베푸는 것이 최고라고 할 것입니다. 이는 자기에게 있는 것을 희사喜捨하여 남에게 없는 것을 구제해 주는 것이니, 남의 부족한 것을 도와주고 남의 곤궁한 것을 구해 주고 남의 추운 것을 막아 주고 남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면서 마음속으로 아깝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그런 사람은 재물이 없어질까 걱정하지 않는 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재물을 산처럼 쌓아 두기만 하고 흩어서 나눌 줄을 알지 못한다면, 원망이 많아지고 허물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또한 자기의 몸을 해치는 장본이 되고 말 것입니다. 혹시 이를 믿지 못한다면 옛일을 인용해서 증거할 수도 있습니다. 거교鉅橋와 녹대鹿臺의 재물은 탕무湯武가 인덕仁德을 베푸는 자본이 되었고,319) 영씨嬴氏의 오창敖倉의 곡식은 유·항劉項이 군사를 먹이는 밑천이 되었으며,320) 석가石家의 금곡金谷의 전재錢財는 손수孫秀가 참살讒殺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321) 이 몇 사람이 당시에 만약 재물을 쓰는 도리를 알아서 재물을 모을 때처럼 흩어서 나눠 주었더라면, 어찌 명조鳴條와 목야牧野322)의 멸망이 있었겠으며 진秦을 도륙屠戮하고 무덤을 파헤치는 참혹한 일이 있었겠으며 꽃처럼 몸을 날려 옥처럼 부서지는 비참한 일이 있었겠습니까. 제왕과 거부巨富의 경우도 그러한데 더군다나 중인衆人의 경우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리고 동산銅山323)과 금곡의 무리로 말하면

008_0182_b_01L爲廟則人鬼享至於一身以之爲兒 [65]
008_0182_b_02L則恭以之爲言則從以之爲視則明
008_0182_b_03L以之爲聽則聰以之爲思則睿以之爲
008_0182_b_04L進退周旋則中於禮義而庶幾於肅又
008_0182_b_05L聖也不善者反是其違禽獸何遠
008_0182_b_06L孟子曰不善者雖有此不樂也東平
008_0182_b_07L王之言曰居家爲善最樂先帝戒後主
008_0182_b_08L善無2) [19] 而不爲易曰積善之家
008_0182_b_09L有餘慶此皆聖賢帝王之開物成務也
008_0182_b_10L扇以淳風敎以遏欲勉以善行戒以
008_0182_b_11L貪婪使人絕嗜欲忘貨財勉强爲善
008_0182_b_12L而不入乎惡也且夫善行雖萬愛人施
008_0182_b_13L惠爲最捨己之所有以濟人之所無
008_0182_b_14L賙人之乏賕人之窮禦人之寒果人
008_0182_b_15L之腹而心無悋惜則可謂不患其無財
008_0182_b_16L用者矣若積聚丘山而未知散財之道
008_0182_b_17L則非惟多怨益過亦乃害身之謀也
008_0182_b_18L或不信引古爲證鉅橋綠 [66] 臺之粟
008_0182_b_19L湯武施仁之資嬴氏敖倉之糓爲劉項
008_0182_b_20L犒軍之齎石家金谷之錢作孫秀譖殺
008_0182_b_21L之堦此數君者當時若能知用財之道
008_0182_b_22L散之如聚之則惡有鳴條牧野之亡
008_0182_b_23L秦發塜之酷花飛玉碎之慘乎帝王鉅
008_0182_b_24L富尙爾況衆人乎至如銅山金谷之輩

008_0182_c_01L모두 타인의 창고지기인 데야 논할 것이 또 뭐가 있겠습니까.
반면에 박시제인博施濟人은 모두 재물을 베풀어 선을 행하는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불우佛宇를 중건하는 것이야말로 그 공이 만선萬善 가운데 최고를 차지하고 그 덕이 삼생三生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니, 복을 심으려고 한다면 이것을 놔두고 또 무엇을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이 누대는 방료房寮의 예와는 완전히 달라서 중각重閣이 구름에 이어지고 복도複道(지붕 있는 통로)가 허공에 솟구쳤으므로, 이 누대에 오르는 자는 천외天外에 눈을 높이 들고 운변雲邊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소요하곤 합니다. 그리고 유인幽人 사객詞客은 하조荷篠324)를 만나 돌아갈 줄을 모른 채 백구白駒325)를 매어 놓고 서성이면서 경세오물輕世傲物(세상을 가벼이 여김)하는 뜻을 발하며 음풍영월吟諷咏月하는 시구를 읊었고, 청허적멸淸虛寂滅한 자는 현빈玄牝 곡신谷神326)의 경지에서 공空을 보고 도道를 즐기면서 만물萬物을 하나의 손가락과 똑같이 간주하고는327) 중상衆相을 모아 하나의 무無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존재이건 성하면 쇠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서, 창건한 뒤로 쇠퇴하는 정도가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동량棟梁이 기울어지고 서까래가 어긋나는가 하면 비가 오면 진흙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면 기왓장이 떨어져서 산은 이 때문에 빛을 잃게 되고 절은 이 때문에 면목이 없게 되었습니다. 전날에 오르던 사람들도 이제는 누대에 기대는 흥치를 맛볼 수 없게 되었으므로 모두들 무너짐에 대한 탄식을 일으키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를 보수하여 창건한 공을 보조할 요량으로 먼저 바랑 속에 저축한 것을 꺼내 놓은 뒤에 제인諸人의 곳간 속의 재화財貨를 청하게 되었으니, 일조一朝의 물건을 아끼다가 천재千載의 후회를 하는 일이 없게 하시면 무척 다행이겠습니다. 보응報應의 설이 달자達者의 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역시 알아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선악의 이치를 이미 위에서 설명해 놓았으니 여러 인인仁人들은 이 글을 보고 모두 서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금강산 유점사의 탑을 중수한 기문
사람에게는 고금이 있고 만물에는 성쇠가 있으니 그 유래를 대략 거론하여 후세에 고할까 한다.
이 절은 전한前漢년 갑자년에 창건되어

008_0182_c_01L皆爲他人庫子者也奚足論哉且愽施
008_0182_c_02L濟人皆施財行善之地而重建佛宇者
008_0182_c_03L功最萬善德潤三生如欲植福捨是
008_0182_c_04L而誰耶況此樓殆非房寮之例重閣連
008_0182_c_05L複道凌空登斯樓者嵬眼天外
008_0182_c_06L首雲邊幽人詞客則植 [67] 荷篠而忘歸
008_0182_c_07L縶白駒而盤桓發輕世慠物之情題吟
008_0182_c_08L風咏月之句淸虛寂滅者則玄牝谷神
008_0182_c_09L觀空樂道齊萬物於一指會衆相而賔
008_0182_c_10L然物盛而衰理固然也肇基衰頹
008_0182_c_11L日漸年深棟梁傾危椽梠差池泥塗
008_0182_c_12L帶雨落覆瓦隨風墜山以之無光
008_0182_c_13L以之厚顏前日登臨之輩了無倚樓之
008_0182_c_14L咸起傾覆之歎故予欲創修以補肇
008_0182_c_15L基之功先出囊中所貯之物後求諸人
008_0182_c_16L庫藏貲毋惜一朝之物以致千載之悔
008_0182_c_17L幸甚報應之說雖非達者之論亦不
008_0182_c_18L可不知也善惡之理已陳上項願諸
008_0182_c_19L仁人下眼斯文咸署氷御

008_0182_c_20L

008_0182_c_21L金剛山楡岾寺重修塔記

008_0182_c_22L
人有古今物有盛衰略擧來由以告
008_0182_c_23L于後此寺前漢平帝元始四年甲子創
008_0182_c_24L「憸」疑「險」{編}「徵」疑「微」{編}

008_0183_a_01L유점楡岾이라는 현판을 걸었으니, 이 해는 바로 신라 제2대 남해왕南解王 원년(서기 4년)이다. 그 뒤로 세계世係가 점차 멀어지면서 낡아 가는 현상을 면치 못하였는데, 자순資順과 행전行田 등이 서로 이어 중신重新하여 지원至元 갑오년(1294, 충렬왕 20)에 그 공을 이루었다.
탑을 세운 것은 도인道人 효초孝初와 문소文素 등이다. 그들이 서로 말하기를 “절에 탑이 없을 수 없다.”라고 하고는, 공인工人을 모으고 재물을층 탑을 만들어서 대전大殿 앞에 세웠으니, 그때가 바로 태정太定 28년 무신년328)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경태景泰 5년(1454, 단종 2) 계유년329) 여름에 화마가 기승을 부려 감실과 탑이 모두 불탔다. 대선사大禪師 성유性柔가 다시 조성하려고 효령대군孝寧大君에게 고하자 대군이 승낙하고는 재물을 희사하며 공인에게 위촉하였다. 이에 예전의년 만에 완공하였으니, 그때가 천순天順 5년(1461, 세조 7) 신사년이었다.
그러다가 만력萬曆 23년(1595, 선조 27)330) 을미년 여름에 다시 화재를 당하여 몇 년에 걸쳐 이룩한 전탑殿塔이 하루아침에 초토焦土로 변했다. 판조계종도대선判曺溪宗都大禪 유정惟政이 중건하려고 하면서 여러 불우佛宇와 승료僧寮는 각각 적임자에게 맡겨 부지런히 경영하도록 하고 탑의 보수는 오로지 도인 선순善淳에게 위촉하였다. 선순이 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고는 제처諸處에서 널리 모집해서 공인과 자금을 모두 얻었다. 그리하여 예전의 제도와 조금 다르게 전석鐫石의 층계를 더하여 여러 층의 석탑을 몇 년에 걸쳐 다시년(1611, 광해군 3) 신해년 가을에 완공하였다.
아, 이 탑의 성패는 이 절의 흥폐와 관계가 있고 이 절의 흥폐는 기수氣數의 성쇠와 관계가 있고 기수의 성쇠는 우리 도道의 오융汚隆과 관계가 있다. 석자釋子가 만약 도道로써 자신을 보지保持한다면 기수의 길흉과 같은 것은 저절로 해소되어 천지와 시종始終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낙서암중창기


008_0183_a_01L榜曰楡岾乃新羅第二葉南解王元
008_0183_a_02L年也世係寢遠未免凋廢爰有資順
008_0183_a_03L行田等相繼重新逮至元甲午歲
008_0183_a_04L乃成厥功也建塔者道人孝初文素等
008_0183_a_05L相謂曰有寺而不可無塔於是鳩工聚
008_0183_a_06L以靑石造十三層塔立于大殿前
008_0183_a_07L即太㝎二十八年戊申歲也不幸至景
008_0183_a_08L泰五年癸酉夏丙丁肆熖龕塔俱焚
008_0183_a_09L大禪師性柔志欲再造告于孝寧大君
008_0183_a_10L大君然之施財請工依㨾前䂓五載
008_0183_a_11L乃成當天順五年辛巳歲也又於萬歷
008_0183_a_12L二十二年乙未夏再罹魔火積年殿塔
008_0183_a_13L一朝燋土判曺溪宗都大禪惟政乃欲
008_0183_a_14L重建凡百佛宇僧僚 [68] 則各付堪任者
008_0183_a_15L黽勉經始補塔則專以道人善淳勉囑
008_0183_a_16L淳莫逆於心廣募諸處工財俱得
008_0183_a_17L稍異舊制鐫石加級更成幾層石塔經
008_0183_a_18L畢手於萬歷三十九年辛亥秋也
008_0183_a_19L此塔之成敗此寺之興廢也此寺
008_0183_a_20L之興廢氣數之盛衰也氣數之盛衰
008_0183_a_21L道之汙隆也䆁子苟以道自持則氣數
008_0183_a_22L之祥庶可消矣而與天地相終始也

008_0183_a_23L

008_0183_a_24L金剛山樂西庵重創記

008_0183_b_01L
융경隆慶 2년(1568, 선조 1)에 판조계종사判曺溪宗事 혜능 대사慧能大師가 대중을 버리고 입산하여 가시넝쿨을 제거하고 암자를 세운 뒤에 낙서암樂西庵이라고 편액扁額하였다. 그러나 사람이 가고 성상星霜이 바뀌는 동안 이 암자도 성쇠의 변화를 겪어, 동량은 좀이 슬고 기왓장은 갈라지고 서까래는 어긋나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설매雪梅 장로가 창건한 업적을 이어 중건하는 역사를 벌이고자 하여, 신해년(1611, 광해군 3) 봄에 공인工人을 모아 계축년(1613, 광해군 5) 가을에 완공하였는데, 이는 옛날의 제도를 상당히 확장한 것으로 예전의 규모보다 웅장하고 화려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기문記文을 쓰라고 명하였는데 내가 세 번 사양하였으나 더욱 간절히 청하기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되었다.
이른바 낙서樂西라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사바세계의 서쪽에 하나의 국토가 있는데 그 속에 사는 인민은 오복五福을 길이 향유하고 육극六極331)의 재앙을 당하지 않는 가운데 장생불사長生不死하며 즐거움만 누릴 뿐 걱정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타방他邦의 인물도 그곳의 낙을 좋아하면서 마음을 서쪽으로 향하면 반드시 그 나라에 거주하는 인민과 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니, 이는 전傳에서 말하는 바 낙국樂國이나 낙토樂土의 종류와 같다고 하겠다.
아, 이 집이 일단 완성되어 살아갈 방도가 구족具足하고 풍경이 아름다우니 맛있는 국을 마시지 않고 흰 쌀밥을 먹지 않아도 사람의 얼굴은 연하煙霞와 같고 몸의 형체는 야학野鶴과 흡사할 것이다. 귀에 가득한 대자연의 음향은 바람과 이슬에 젖은 솔숲이요 눈에 가득한 청광淸光은 구름과 비 걷힌 달빛이라. 맑은 시내를 굽어보노라면 소보巢父가 귀 씻던 생각332)이 날 것이요, 성긴 종소리를 앉아서 듣노라면 장수莊叟가 나비로 변한 꿈333)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런데 더구나 텅 빈 방에서 밝은 빛이 뿜어 나오고,334) 멈춰 있는 물이 거울처럼 밝게 비추어,335) 물物과 아我가 명합하고 인人과 경境이 적요한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만약 여기에서 저 극락세계(樂邦)를 생각하며 부지런히 쉬지 않고 염불한다면 낙방이 바로 이 암자요 이 암자가 바로 낙방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음은 원숭이처럼 시끄럽고 뜻은 말처럼 날뛰며 앉아서 다른 세계로 치달릴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문을 닫고 벽을 쳐다보며 조사祖師의 관문關門에서 솜씨를 발휘한다면 소림少林이 바로 이 암자요 이 암자가 바로 소림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무에 붙은 정령精靈이나 모래로 밥 짓는 어리석은 이가 되고 말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008_0183_b_01L
隆慶二年判曺溪宗事慧能大師捨衆
008_0183_b_02L入山披荊棘建蘭若額曰樂西庵
008_0183_b_03L去星移物盛而衰蟲禦棟梁龜坼盖瓦
008_0183_b_04L椽梠差脫傾寫不日於是雪梅長老
008_0183_b_05L欲纉肇基之績重擧經營之役鳩工于
008_0183_b_06L辛亥春畢手於癸丑秋頗增舊制
008_0183_b_07L麗前䂓命余記之余三辭而請益勤
008_0183_b_08L不得已而書焉所謂樂西何則謂沙
008_0183_b_09L界之西有一國土其中人民長享五
008_0183_b_10L不遭六極長生不死有樂無憂
008_0183_b_11L邦人物亦樂其樂而心西則必作其國
008_0183_b_12L普率之氓故名焉猶傳所謂樂國樂土
008_0183_b_13L之類也於戱此舍旣成活計具足
008_0183_b_14L景不疎飮不濕羮咬無米飯烟霞人
008_0183_b_15L野鶴身形聞盈天籟風回露濕之
008_0183_b_16L見滿淸光雲收雨霽之月俯臨淸
008_0183_b_17L起巢父洗耳之思坐聽踈鐘驚莊
008_0183_b_18L叟化蝶之夢又況虛室生白水止鑑明
008_0183_b_19L物我㝠然人境寂爾若能於此念彼
008_0183_b_20L樂方孜孜不息則樂方即此庵此庵
008_0183_b_21L即樂方若不然者心猿擾擾意馬喧
008_0183_b_22L坐馳異類若能於此杜門壁觀
008_0183_b_23L刃祖關則少林即此庵此庵即少林
008_0183_b_24L若不然者付木精靈蒸沙迷客若能

008_0183_c_01L경서經書를 늘어놓고 토론하며 달을 보고 손가락을 잊는다면 영산靈山이 바로 이 암자요 이 암자가 바로 영산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공연히 이 세상에 와서 헛되이 광음光陰을 보내며 구유九有(세상)에 침륜沈淪하고 삼도三途336)에 포복匍匐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암자를 지은 것에도 손해와 이익이 있고 이 암자에 거하는 것에도 이익과 손해가 있다고 할 것이니 부디 여러 형제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황금으로 기와를 만들고 백은白銀으로 벽을 만들지라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데 더군다나 토목土木으로 만드는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내가 어찌 망령된 말을 하겠는가. 은감殷鑑이 멀리 있지 않다.337) 전일에 혜능 대사는 손수 이 암자를 짓고는 낙서의 공부를 하여 성도成道하고 출세出世하였다. 그래서 신화薪火338)할 즈음에 사리舍利를 얻어 부도浮屠를 세웠으니 이것이 좋은 증거이다.
또 설매 장로 역시 위대하다고 하겠다. 그는 성품이 평소에 간거簡倨하여 사람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범상한 사람들은 그와 사귈 수가 없었다. 일찍이 사명四溟의 문하에서 20여 년 동안 종유從遊하면서 그 집안의 부전不傳의 묘리妙理를 모두 터득하였다. 그래서 갚지 못한 그 은혜를 갚고자 하여 진영眞影을 그려서 이 암자에 봉안하고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치제致祭를 한다고 한다.
만력萬曆 43년(1615, 광해군 7) 을묘년 5월에 기암은 쓰다. 아울러 도와준 인연이 있는 제인諸人의 성씨姓氏를 뒤에 열기列記한다.
금강산 백천교의 기문
산이 산답게 되는 것은 물이 있기 때문이다. 짙푸르게 높이 솟은 봉우리가 있다 하더라도 콸콸 흘러내리는 냇물이 없다고 한다면, 솜털 같은 흰 구름이 어디에서 나올 것이며 시끄러운 세속의 소리에 찌든 귀를 어디에서 씻을 것인가. 아름답도다, 금강金剛이여. 서쪽에는 만폭萬瀑이 있고 동쪽에는 백천百川이 있도다. 소나기가 산을 지나갈 때면 은물결이 일만 골짜기에 넘쳐 나고 바람이 폭포에 거세게 불어올 때면 옥가루가 일천 봉우리에 흩날린다. 물이 이와 같고 보면 산이 또 어떠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니,

008_0183_c_01L於此橫經問難見月忘指則靈山即
008_0183_c_02L此庵此庵即靈山若不然者空來斯
008_0183_c_03L虛度光陰沉淪九有匍匐三途
008_0183_c_04L則作此庵者有損有益居此庵者
008_0183_c_05L利有害願諸兄弟宜知之也若知之
008_0183_c_06L則雖以黃金爲瓦白銀爲壁尙可堪任
008_0183_c_07L而況土木爲之乎吾豈耄言殷鑑不遠
008_0183_c_08L前日能師手構此庵以樂西功夫
008_0183_c_09L道出世故新 [69] 火之際獲舍利竪浮屠
008_0183_c_10L此良證也偉哉梅老也性素簡倨
008_0183_c_11L肯容人中庸之輩不得與之爲友也
008_0183_c_12L嘗遊四溟之門二十餘年盡得渠家不
008_0183_c_13L傳之妙欲報不報之恩繪畫眞影
008_0183_c_14L于此庵以致如在云爾

008_0183_c_15L
萬歷四十三年栴蒙大火降婁月
008_0183_c_16L巖書并以助緣諸人性氏開列于後

008_0183_c_17L

008_0183_c_18L金剛山百川橋記

008_0183_c_19L
山之所以爲山以其有水也雖有靑靑
008_0183_c_20L峻極之峯而無粼粼白水之流則英英
008_0183_c_21L白雲從何而出聒聒塵耳於何而洗
008_0183_c_22L美哉金剛也西有萬瀑東有百川
008_0183_c_23L驟雨過山則銀堆萬壑猛吹飜瀑
008_0183_c_24L玉洒千峰水旣如此山亦可知此所

008_0184_a_01L이것이 바로 금강산이 우뚝 빼어나 천하의 명산으로 전해지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인자仁者와 지자智者가 모두 좋아하여 끊임없이 왕래하며 감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이 있어도 다리가 없으면 사람들 모두가 건너는 데에 불편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이 돌을 쌓고 나무를 베어 허술하게나마 다리를 걸쳐 놓았는데, 오늘날 산인山人이 매우 멋있게 설계하여 교루橋樓를 직접 세울 결심을 하고는, 병술년 가을에 공사를 시작하여 몇 달 만에 공사를 마쳤다. 그런데 을사년 가을에 비가 마구 퍼부어 산과 언덕을 집어 삼키자 이 다리도 미친 물결에 휩쓸려 자취 없이 떠내려가 버리고 말았는데, 기유년 봄에 전인前人이 예전의 규모와 흡사하게 이 다리를 또다시 만들었다.
아, 일개 야승野僧의 힘으로 전후에 걸쳐 냇물을 건너게 한 그 공이 어떻다고 하겠는가. 얼음이 풀려서 물 위에 떠다니는 날이나 장맛비로 개울이 넘쳐날 때에, 가마를 메는 사람(肩輿者), 말 탄 사람(馬上者), 짐을 진 사람(負者), 짐을 인 사람(戴者) 등이 모두 물 위의 다리로 걸음을 옮기며, 옷을 걷고 물을 건너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 진수溱水를 건네주는 사적인 은혜339)와 같다고 하겠는가. 조금이나마 왕정王政에 보탬을 주는 일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그 당시에 나와 뜻을 같이하여 공사를 함께 거행한 공덕주功德主의 성씨를 뒤에 열기列記한다.
상당방
용호방龍虎榜340) 아래 점액點額341)한 문경무위文經武緯342)의 재질이요, 불조장佛祖場 안의 원수元首인 천종天縱 지비地備의 덕이로다. 그래서 공문孔門의 쌍오雙五의 철제哲弟에 비길 만하고 영산靈山의 수십 현도賢徒를 표상하는도다. 사자獅子가 빈신嚬呻(신음함)하니 반척反擲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상왕象王이 축답蹴踏하니 어찌 회향하여 베풀어 줌(回施)이 없으리오. 전륜성왕의 계주䯻珠343)를 짓부수고 유마維摩의 장실丈室344)을 불태우도다. 인仁에 당해서는 사양하지 않는 법이니 일에 임하여 미루지 말지어다. 바라건대 한 배를 탄 여러분은 근질근질한 솜씨를 멋지게 보여 주지 않겠는가. 각자의 직분을 살펴보고 모두 능력을 발휘해 보시라.
꽃다운 성함姓銜을 삼가 갖추어 뒤에 열기列記하노라.

008_0184_a_01L以拔萃而鳴於天下也故仁智者皆樂
008_0184_a_02L而憧憧來賞也然而有水無橋則人皆
008_0184_a_03L病涉故古人以累石棧木粗成徒杜 [70]
008_0184_a_04L今有山人者心匠極巧自作橋樓
008_0184_a_05L丙戌秋始役數月畢手至乙巳秋
008_0184_a_06L雨無正懷山襄陵橋被狂湍潭沒無
008_0184_a_07L至己酉春前人又造此橋恰似前䂓
008_0184_a_08L於戱以一野僧之力前後濟川之
008_0184_a_09L爲如何哉氷雪流澌之日淫雨漲
008_0184_a_10L溢之時肩輿者馬上者負者戴者擧獲
008_0184_a_11L凌波之步而忘其揭厲之勞也則豈同
008_0184_a_12L濟溱之私惠庶補王政之萬一也夫當
008_0184_a_13L時與我同志共擧脩樑者功德姓氏
008_0184_a_14L列于後

008_0184_a_15L

008_0184_a_16L上堂榜

008_0184_a_17L
龍虎榜下點額文經武緯之才佛祖場
008_0184_a_18L中元首天縱地備之德所以擬孔門雙
008_0184_a_19L五之哲弟標靈山數十之賢徒獅子嚬
008_0184_a_20L不妨反擲象王蹴踏豈無回施
008_0184_a_21L輪王之䯻珠火維摩之丈室當仁不讓
008_0184_a_22L臨事毋推冀諸同舟盍盡拔癢僉看
008_0184_a_23L厥職各逞其能謹俱芳銜開列于后

008_0184_b_01L
수장修粧을 권선한 글
이 암자를 경영하는 것은 고찰을 중수하여 잔결殘缺을 보완하는 것에 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이는 바로 가시넝쿨을 제거하고 잡초를 뽑으며 산을 뚫고 바위를 부수어서 그 터를 새로 닦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미년 봄부터 공인工人과 재목을 모아 공사를 시작해서 지금 막 들보를 올리고 겨우 모양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제 급히 서둘러야 할 것은 치장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가람을 건립하는 것이 어찌 공연히 하는 것이겠습니까. 방외의 현류玄流가 이곳에 모여서 마루 위에 앉거나 눕고 난간에서 소요하게 하려는 것이며, 겨울에는 추위를 막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하려는 것이며, 창을 열어 달을 끌어들이고 문을 밀쳐 바람을 맞으려고 하는 것이며, 밤에는 문을 닫아 당도當塗(고관)의 환란에 대비하고 낮에는 문을 열어 하궤荷簣(은자)의 방문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한 뒤에는 거하는 사람들이 각자 정업淨業에 힘쓰는 가운데, 아침저녁으로 향화香火가 꺼지지 않게 하여 억만년토록 성수聖壽를 축원하고 한 세상이 반석 위에 놓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재물을 시주한 사람들 모두가 혜택을 받게 하고 서식棲息하는 무리가 편히 거하며 먹고 쉬게 하려는 것이니, 단장하여 수리하는 공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건물만 대략 완성해 놓고 치장을 하지 않는다면 산우山雨와 계풍溪風이 끊임없이 침입하여, 겨울에는 상설霜雪의 추위를 막지 못하고 여름에는 우로雨露의 피해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인幽人 석자釋子가 흘겨보면서 지나갈 따름이요 머물러 있으려는 마음을 전혀 내지 않아 그저 숲 속의 텅 빈 집이 되고 말 것이니, 집을 짓고 대臺를 쌓아올린 공이 어디에 있다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본다면 치장하는 일이 어찌 건립하는 일보다 못하다고 하겠습니까.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서자西子(西施)가 비록 경국지색이라고 하더라도, 비단 옷을 입고 지분脂粉을 바르고 주취珠翠로 머리를 단장함은 물론이요 말하고 웃고 걸어다니는 모든 행동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철저히 연습을 한 뒤에야 경국傾國의 미녀가 되어 오왕吳王과 침상을 함께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그녀가 타고난 바탕만 믿고

008_0184_b_01L修粧勸善文

008_0184_b_02L
經結此庵類非重修古刹以補殘缺之
008_0184_b_03L比也乃披荊撥草鑿山隳石以肇其
008_0184_b_04L故自丁未春鳩工聚材始手于役
008_0184_b_05L纔擧脩樑僅成模様今者所急粧繕之
008_0184_b_06L事也且建立伽藍豈徒然哉欲使方
008_0184_b_07L外玄流叢萃于此坐卧乎堂之上
008_0184_b_08L遙乎軒之中冬以之禦寒夏以之乘凉
008_0184_b_09L開窓以引月排戶而迎風至於夜則關
008_0184_b_10L門以備當塗之患書則開局以待荷簣
008_0184_b_11L之遊然後又使所居之人各勤淨業
008_0184_b_12L寅昏不廢香火祝聖壽於億萬安一世
008_0184_b_13L於盤石以至施財之人咸蒙其澤
008_0184_b_14L息之輩安居食息者粧理之功居多也
008_0184_b_15L若以徒成大槩而不爲粧點則山雨溪
008_0184_b_16L交流如織冬不能禦寒霜雪夏不
008_0184_b_17L能免雨露幽人釋子睥睨而過之
008_0184_b_18L無栖遲之心徒爲林下空舍已而作室
008_0184_b_19L築臺之功安在由是觀之修粧之事
008_0184_b_20L豈在於建立之下耶比之於人西子雖
008_0184_b_21L曰國色然衣之以綿繡畫之以脂粉
008_0184_b_22L梳粧珠翠言笑步武凡百研態皆習
008_0184_b_23L棣棣然後可以爲傾國之美姝而與吳
008_0184_b_24L王同匡床也若使彼徒恃本質而不事

008_0184_c_01L부인婦人의 꾸밈을 일삼지 않았다면 결국은 저라산苧羅山345) 시냇가에서 빨래하는 촌부村婦로 일생을 마쳤을 것이니, 어찌 미색으로 만고에 전해질 수 있었겠습니까. 치장의 일은 바로 이와 같으니 여러 달인達人들은 이 일을 소홀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명幽明 간에 응보를 받는 일로 말하면, 군자가 숭상하는 일이 아닐 뿐더러 시간적으로도 매우 멀어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우선 근세의 어떤 사람의 예를 들어서 말해 보겠습니다. 다만 그의 성명을 잊어버려서 누구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사람의 금은金銀과 기완奇玩은 한 나라에서 첫손에 꼽혔고 그의 집은 말 타고 오는 빈객들로 성시城市처럼 붐볐는데, 하루아침에 일이 잘못되어 패가망신하면서 당시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그가 그동안 모아서 쌓아 둔 물건이 재앙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비록 지나간 허물을 고치고 새롭게 되려고 하더라도 후회막급일 것입니다.346)
바라건대 여러 선사善士들 모두가 이 일을 밝은 거울로 삼아, 재물을 흩어서 복을 심는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순치順治 5년(1648, 인조 26) 무자년 4월 일에, 삭녕朔寧 땅 용복사龍腹寺에서 유진留鎭하며.

008_0184_c_01L其婦人之修飾則終爲苧羅溪邊浣紗
008_0184_c_02L之村婦而已豈能以色鳴於萬古乎
008_0184_c_03L粧之事正猶是矣願諸達人毋忽
008_0184_c_04L毋忽且幽明報應之事非君子之所尙
008_0184_c_05L而亦深遠難見也且以近世之人爲言
008_0184_c_06L但忘其姓名未知何人斯金銀奇
008_0184_c_07L甲於一國鞍馬賔客閙若城市
008_0184_c_08L朝蹉跎身危家敗爲一時笑具也
008_0184_c_09L此知其向之所以積聚之物適足爲身
008_0184_c_10L累也雖欲改舊從新筮臍難及也
008_0184_c_11L諸善士咸以此爲明鑑而散財植福
008_0184_c_12L幸甚

008_0184_c_13L
008_0184_c_14L
順治五年戊子四月日留鎭于朔寧地
008_0184_c_15L龍腹
  1. 244)일궤一簣 : 한 삼태기의 흙이라는 말로, 여기서는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서경』 「여오旅獒」의 “자그마한 행동이라도 신중히 하지 않으면 큰 덕에 끝내 누를 끼칠 것이니, 이는 마치 아홉 길 산을 만들 적에 한 삼태기의 흙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공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다.(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2. 245)흑지탄환黑誌彈丸 : 흑자탄환黑子彈丸과 같은 말로, 매우 작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북주北周 유신庾信이 지은 「애강남부哀江南賦」의 “땅은 검은 사마귀만 하고, 성은 탄환과 같다.(地惟黑子 城猶彈丸)”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3. 246)상마桑麻 : 뽕나무와 삼나무를 가리키는데,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상마지교桑麻之交라는 말이 있는데, 뽕나무와 삼나무를 벗삼아 지낸다는 뜻으로, 권세와 영달의 길을 버리고 전원에 은거하며 농부와 친하게 사귐을 말하기도 한다.
  4. 247)우부愚夫가~것 : 북산北山의 우공愚公이 앞에 산이 가로막혀 통행이 불편하였으므로, 가족들과 함께 산을 옮기려고 매일 흙을 퍼 나르기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산신령이 비웃었으나 자자손손 대대로 이 일을 행하겠다는 우공의 뜻을 알고는 천제에게 보고하자, 이에 감동한 천제가 신력神力의 소유자인 과아씨夸娥氏를 내려보내 그 산을 등에 업고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다는 설화가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온다.
  5. 248)원금寃禽이~것 : 정위精衛의 고사를 말한다. 주 79 참조.
  6. 249)술자리(樽俎)에서~것이니 : 준조절충樽俎折衝, 준조지사樽俎之師를 말한다. 준조樽俎는 술통과 고기안주 그릇을 말하며, 술자리(酒宴)를 뜻한다. 술자리(樽俎間)에서 유연한 담소談笑로 적의 창끝을 꺾어 막는다(折衝)는 뜻으로, 외교를 비롯하여 그 밖의 교섭에서 유리하게 담판하거나 흥정함을 이르는 말이다. 한나라 유향劉向의 『신서新序』 「잡사雜事」 1에 “중니가 들은 것을 말하였다. ‘술자리를 나가지 아니하고 천 리 밖을 안다고 하는데, 그것은 안자晏子(晏嬰)를 두고 하는 말이니, 적의 창끝을 꺾어 막는다(折衝)고 할 만하다.(仲尼聞之曰 夫不出於樽俎之間 而知千里之外 其晏子之謂也 可謂折衝矣)”라고 하였다.
  7. 250)초제招提 : ⓢcatur-diśa, 설catu-disa. 척투제사拓鬪提奢, 초투제사招鬥提舍의 준말. 원래 사방四方, 한곳에 머물지 않는 수행승이라는 뜻이고, 이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마련한 절이 바로 사방승방四方僧坊이다. 여기서는 사찰을 말한다. 『번역명의집翻譯名義集』 권7(T54, 1167b)에 “초제는 『일체경음의』에서 ‘범어 초투제사招鬪提奢(catur-diśa)는 당나라 말로 사방승물四方僧物이라고 한다. 단지 필자가 잘못해서 초제招提라고 한 것인데, 이를 번역하면 별방시別房施, 또는 대면시對面施라고 하며 혹은 범어로 승발僧鬘이라고 하는데 이를 번역하면 대면시對面施이다.……북위北魏 태무제太武帝가 424년(始光元年)에 가람을 건립하여 초제사招提寺라고 하였는데, 이로부터 절을 초제라고 하였다.(招提 經音義云 梵云 招鬪提奢 唐言 四方僧物 但筆者 訛稱招提 此翻 別房施 或云 對面施 或云梵言 僧鬘 此翻對面施……後魏太武 始光元年 造伽藍創立 招提之名)”라는 말이 나온다.
  8. 251)그 은혜가~그치겠습니까 : 소식蘇軾의 시에 “응당 백세토록 제사를 올려야 할 것이니, 그 은혜가 어찌 천 사람만 살렸겠는가.(固應祠百世 何止活千人)”라는 말이 나온다.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19 ≺대행태황대후고씨만사大行太皇大后高氏挽詞≻.
  9. 252)법악法樂을~위함이요 : 『맹자』 「만장萬章」 하에 “공자는 집대성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집대성이란 종과 같은 금속 악기의 소리가 먼저 퍼지게 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경쇠와 같은 옥의 소리로 거두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맨 처음에 금속 악기로 소리를 내는 것은 음악의 조리를 시작함이요, 옥으로 거두어들이는 것은 음악의 조리를 끝냄이다.(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 金聲也者 始條理也 玉振之也者 終條理也)”라는 말이 나온다.
  10. 253)선열식禪悅食 : 선정禪定에 들어 마음이 자적自適하며 희열하게 해 주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음식이 육체를 길러 주는 것처럼 선정에 드는 것이 정신을 길러 준다는 뜻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인데, 법희식法喜食과 함께 성현이 취하는 이식二食이라고 한다. 『화엄경』 권10 「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T10, 708c). 『법화경』 권4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受記品」 제8(T9, 28a).
  11. 254)시망柴望 : 제사. 시柴는 섶을 태워 하늘에 지내는 제사, 망望은 산천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킨다. 『서경』 「무성武成」의 공전孔傳.
  12. 255)오오烏烏라고~것 : 격식을 갖추지 않고 세련되지 않은 음악으로 투박하게 감정을 발산하는 것을 말한다. 『한서漢書』 「양휘전楊煇傳」에 “술 마시고 나서 귀에 열이 나면 하늘을 쳐다보고 질장구를 치며 ‘오오’라고 고함을 친다.(酒後耳熱 仰天拊缶 而呼烏烏)”라는 말이 나온다.
  13. 256)부운浮雲과 같은 부귀 : 참고로 『논어』 「술이述而」에 “나물밥에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나니,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14. 257)적선積善의~것입니다 : 참고로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이 받을 남은 경사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는 말이 나온다.
  15. 258)선을~법이다 : 『맹자』 「고자告子」 하에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충분한 법이다. 그런데 더구나 노나라 정도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好善優於天下 而況魯國乎)”라는 말이 나온다.
  16. 259)선하다고~옮겨라 : 『서경』 「열명說命」 중에 “선하다고 생각되면 행동으로 옮기되, 오직 때를 살펴서 행동해야 한다.(慮善以動 動惟厥時)”라는 말이 나온다.
  17. 260)문중자文中子가~것입니다 : 문중자는 수隋나라의 사상가인 왕통王通의 사시私諡인데, 기암이 인용한 글은 전거 미상이다.
  18. 261)선하지~못한다 : 『맹자』에 이런 말은 없고, 대신 기러기와 사슴이 뛰노는 왕의 못가에서 “현인이 된 뒤에야 이것을 즐길 수 있지, 현자가 아니면 이것이 있다 해도 즐기지 못한다.(賢者而後樂此 不賢者雖有此不樂也)”라고 말한 대목이 「양혜왕梁惠王」 상에 나온다.
  19. 262)집안에~즐겁다 :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의 여덟째 아들인 동평왕東平王 유창劉蒼이 집에 있을 때 어떤 일이 가장 즐겁냐는 광무제의 물음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爲善最樂)”라고 대답한 고사가 전한다. 『후한서後漢書』 「동평헌왕창전東平憲王蒼傳」.
  20. 263)선행을~마련이다 : 주 257 참조.
  21. 264)하늘의~내린다 : 『서경』 「탕고湯誥」에 “하늘의 도는 선인에게 복을 내리고 악인에게 화를 내린다. 그래서 하나라에 재앙을 내려 그 죄를 드러나게 한 것이다.(天道 福善禍淫 降災于夏 以彰厥罪)”라는 말이 나온다.
  22. 265)도선徒善 : 그저 선하기만 한 것을 말한다. 『맹자』 「이루離婁」 상에 “그저 선하기만 한 것으로는 정치를 하기에 부족하고, 한갓 법만 가지고는 저절로 행해지지 못하는 법이다.(徒善不足以爲政 徒法不能以自行)”라는 말이 나온다.
  23. 266)상문桑門 : 사문沙門의 이칭이다. 주1 참조.
  24. 267)동산銅山 : 한 문제漢文帝가 농신弄臣으로 총애한 등통鄧通에게 하사한 촉군蜀郡 엄도嚴道의 동산을 가리킨다. 등통은 여기에서 채굴한 동으로 마음대로 돈을 주조하여 거부巨富가 되었으나, 나중에는 면직되어 재산이 모두 관아에 몰수된 채 돈 한 푼도 없이 굶어 죽는 신세가 되었다. 『사기史記』 「영행열전佞幸列傳」 ≺등통鄧通≻.
  25. 268)금곡金谷 : 진晉나라 부호 석숭石崇의 원명園名이다. 그의 생활이 지극히 사치스러워서 땔나무 대신 밀초를 사용하여 밥을 짓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당시 권세를 독점했던 손수孫秀가 석숭의 가기家妓인 녹주綠珠를 원했으나 응하지 않다가 결국 살해당하였다. 『진서晉書』 「석숭전石崇傳」.
  26. 269)초제招提 : 사찰을 말한다. 주 250 참조.
  27. 270)풍이馮夷 : 물을 맡은 신神의 이름이다. 곧 하백河伯을 달리 이르는 말로 빙이氷夷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대양大洋을 말한다.
  28. 271)태청太淸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 세계로 삼청三淸 가운데 하나이다. 공중으로 40리를 올라가면 그곳이 태청이라 하는데, 즉 선경仙境을 뜻한다.
  29. 272)임궁琳宮 : 신선이 사는 궁전인데, 여기서는 사찰을 가리킨다.
  30. 273)양무梁武의 시립施笠한 사람 : 전거 미상이다. 오자가 아닌가 한다.
  31. 274)맥주麥舟 : 보리를 실은 배라는 뜻으로, 상사喪事 등 곤경에 처한 사람을 물질적으로 도와줄 때에 쓰는 말이다. 송宋나라 범요부范堯夫가 보리 5백 곡斛을 배에 싣고 오다가 단양丹陽에서 석만경石曼卿이 두 달 동안이나 상을 치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그 배를 모두 그에게 내준 뒤에 자신은 단기單騎로 돌아왔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냉재야화冷齋夜話』 권10.
  32. 275)너에게서~돌아간다 : 『맹자』 「양혜왕梁惠王」 하에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出乎爾者 反乎爾者)”라는 말이 나온다.
  33. 276)밭을~하겠는가 : 전거 미상이다. 『서경』에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34. 277)박시제중博施濟衆은~바입니다 : 박시제중은 은혜를 널리 베풀어 민중을 구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요순도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겼을 것이다.(堯舜其猶病諸)”라고 평한 공자의 말이 『논어』 「옹야雍也」에 나온다.
  35. 278)오랑캐의~안 된다 : 번지樊遲가 인仁을 묻자, 공자가 “집에 거처하기를 공손히 하고, 일을 행하기를 조심스럽게 하고, 남을 대할 때 성의를 다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비록 오랑캐의 땅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 된다.(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雖之夷狄 不可棄也)”라고 답한 내용이 『논어』 「자로子路」에 나온다.
  36. 279)발초첨풍撥草瞻風 : 무명無明의 잡초를 뽑아 없애고 불조佛祖의 현풍玄風을 우러러본다는 뜻의 선림禪林 용어이다. 발초참현撥草參玄이라고도 한다.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제목47, 507b) 참고.
  37. 280)맹자가~하였는데 : 『맹자』 「고자告子」 하에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더라도 충분하다. 그러니 노나라 정도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好善優於天下 而況魯國乎)”라는 말이 나온다.
  38. 281)맹자가~하였으니 : 주 258과 261 참조.
  39. 282)박시제중博施濟衆은~바입니다 : 주 277 참조.
  40. 283)선행을~마련이다 :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나온다.
  41. 284)사마駟馬가~하였고 : 한漢나라 우공于公이 옥사獄事를 공정하게 처리하여 억울한 사람들을 많이 구제하였으므로 사람들에 의해 생사生祠가 세워지기까지 하였는데, 그가 일찍이 집을 수리하면서 “내가 음덕을 많이 쌓은 만큼 우리 자손 중에 고관이 많이 나올 테니 좁은 문을 개조해서 사마駟馬의 수레가 드나들 수 있도록 크게 만들어야 하겠다.”라고 하고는 대문을 높이 세웠다. 그런데 그가 말한 대로 뒤에 그의 아들 우정국于定國이 승상이 된 뒤를 이어서 대대로 자손들이 봉후封侯되었던 ‘우공 고문于公高門’의 고사가 전한다. 『한서漢書』 「우정국전于定國傳」
  42. 285)마당에~하였는데 : 느티나무 세 그루, 즉 삼괴三槐는 삼공三公을 비유하는 말로, 주周나라 때 삼공이 궁정宮庭의 느티나무 세 그루를 정면으로 향한 위치에서 조회朝會를 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송宋나라 왕우王祐가 자기 마당에 느티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고는 자기의 자손이 반드시 삼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는데, 뒤에 과연 그의 둘째 아들 단旦이 재상에 올랐던 내용을 소재로 해서 소식蘇軾이 삼괴당명三槐堂名을 지은 일화가 유명하다.
  43. 286)너에게서~돌아간다 : 주 275 참조.
  44. 287)하늘은~내려다보신다 : 『서경』 「태서泰誓」 중에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 내려다보시고, 하늘은 우리 백성의 귀를 통해 들으신다.(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는 말이 나온다.
  45. 288)안자顔子가~ 것이 : 공자의 제자 염백우冉伯牛가 나병癩病에 걸리자, 공자가 그의 손을 잡고는 “이런 병에 걸릴 리가 없는데, 운명인가 보다.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라고 탄식한 고사가 『논어』 「옹야雍也」에 나온다.
  46. 289)제환齊紈 : 제나라의 비단. 좋은 비단을 가리킨다.
  47. 290)좌임左衽:오른쪽 옷섶을 왼쪽 옷섶 위로 여미는 오랑캐의 의복 제도를 말한다. 『논어』 「헌문憲問」에, 공자가 관중管仲의 공을 찬양하면서 “만약에 관중이 없었더라면 우리들은 머리를 풀고 좌임하는 오랑캐의 신세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微管仲 吾其被髮左衽矣)”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48. 291)서자西子 : 춘추 시대 월越나라의 미녀인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전설에 의하면 범려范蠡가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그녀를 보내 오나라를 패망케 하였다 한다. 『오월춘추吳越春秋』 권9 「구천음모외전勾踐陰謀外傳」.
  49. 292)먼 곳에서~된다 : 『맹자』 「만장萬章」 상에 “조정의 신하를 관찰할 때에는 누구를 묵게 하느냐를 살펴보고, 먼 곳에서 온 신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누구의 집에 머물고 있는지를 살펴본다.(觀近臣 以其所爲主 觀遠臣 以其所主)”라는 말이 나온다.
  50. 293)치백緇白 : 출가한 무리와 재가 무리를 함께 이르는 말.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 권5.
  51. 294)부마駙馬 신공申公 : 선조宣祖의 딸 정숙옹주貞淑翁主와 결혼하여 동양위東陽尉에 봉해진 신익성申翊聖을 가리킨다. 그는 신흠申欽의 아들이다.
  52. 295)오구奧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풍수학상으로 명당인 곳을 가리킨다. 당나라 예종睿宗의 능을 읊은 두보杜甫의 ≺교릉시삼십운인정현내제관橋陵詩三十韻因呈縣內諸官≻에 “영원히 오구와 굳건하리니, 물과 언덕이 아스라하네.(永與奧區固 川原紛眇冥)”라는 구절이 있다.
  53. 296)의인왕후懿仁王后 : 선조宣祖의 비로 성은 박씨이다. 선조 2년(1569)에 왕비에 책봉되어 가례를 올렸고, 선조 33년(1600)에 소생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54. 297)현륙顯戮 : 죄를 분명히 밝혀 처형함.
  55. 298)몽록夢鹿 : 사슴 꿈이라는 뜻이다. 사슴을 잡은 나무꾼이 늪지대 속에 나무로 덮어 감춰두었다가 나중에 그 장소를 잊어버리고는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닌가 여기고 말았는데,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사슴을 찾아내자, 나중에 그 사람과 소송을 벌이며 꿈 얘기를 주제로 다투었다는 설화가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에 나온다.
  56. 299)조균朝菌 : 하루살이 벌레를 뜻한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하루살이 벌레는 초하루와 그믐을 알지 못하고, 가을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朝菌不知晦朔 蟪蛄不知春秋)”라는 말이 나온다.
  57. 300)이 솥에~끓여서 : 참고로 공자의 선조인 정고보正考父의 솥(鼎)에 “대부 때에는 고개를 수그리고, 하경下卿 때에는 등을 구부리고, 상경上卿 때에는 몸을 굽히고서 길 한복판을 피해 담장을 따라 빨리 걸어간다면, 아무도 나를 감히 업신여기지 못하리라. 나는 이 솥에 미음을 끓이고 이 솥에 죽을 끓여서 내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리라.(一命而僂 再命而傴 三命而俯 循墻而走 亦莫余敢侮 饘於是 鬻於是 以餬余口)”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7년.
  58. 301)백성이~것인데 : 참고로 『사기史記』 「육가전陸賈傳」에 “다스리는 자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라는 말이 나온다.
  59. 302)유기兪騎 : 유아기兪兒騎의 준말로, 제왕의 대가大駕가 행차할 때 의장대儀仗隊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호위 기마병을 말한다. 유아는 발걸음이 날쌔어 잘 달리는 등산登山 귀신 이름이다.
  60. 303)만약~것입니다 : 『맹자』 「이루離婁」 상에 “인은 사람이 거할 편안한 집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갈 바른 길인데, 편안한 집을 버려두고서 거하지 않고, 바른 길을 버리고서 따르지 않으니, 애처로울 따름이다.(仁 人之安宅也 義 人之正路也 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라는 말이 나온다.
  61. 304)장맛비(陰雨)의~새 : 주무綢繆는 단단히 얽어서 매어 놓는다는 뜻으로, 환란이 닥치기 전에 미리 조처해서 예방한다는 말이다. 『시경』 「빈풍豳風」 ≺치효鴟鴞≻에 “하늘에서 아직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저 뽕나무 뿌리를 거두어다가 출입구를 단단히 얽어서 매어 놓는다면, 지금 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 혹시라도 감히 우리 새들을 업신여길 수 있겠는가.(迨天之未陰雨 徹彼桑土 綢繆牖戶 今此下民 或敢侮予)”라는 말이 나온다.
  62. 305)원회元會 : 원회운세元會運世의 준말이다. 송宋나라의 상수학자象數學者 소강절邵康節은 하나의 태극太極에서 음양과 사상四象과 팔괘와 육십사괘 등으로 발전하는 것처럼, 이 세계 역시 원회운세의 주기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일원소장지수一元消長之數를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운運은운, 1원元은만 9천6백 년이 되는 이 1원 동안에 우주가 한번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63. 306)증상烝嘗 : 증烝은 겨울 제사, 상嘗은 가을 제사를 가리킨다.
  64. 307)번시燔柴 : 섶나무를 태우며 하늘에 제사 지냄.
  65. 308)공자가~하였고 : 『논어』 「위정爲政」에 “제사 지낼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를 지낸다면 그것은 아첨하는 것이요, 의로운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非其鬼而祭之 謟也 見義不爲 無勇也)”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66. 309)태산泰山의~것입니다 : 계씨季氏가 대부大夫의 신분으로 참람하게 제후의 예를 행하면서 태산에 여제旅祭를 지내자, 태산의 신령도 그 제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자가 비난한 내용이 『논어』 「팔일八佾」에 나온다.
  67. 310)결초 보은結草報恩 : 풀포기를 묶어 은인을 구해 주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죽어서 혼령이 되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춘추 시대에 진晉나라 위무자魏武子가 병이 들자 아들 위과魏顆를 불러 말하기를 “내가 죽거든 나의 첩을 다른 곳으로 개가改嫁시켜라.”라고 하였는데, 병이 위독해서 죽기 직전에는 다시 유언하기를, “내가 죽거든 첩을 순장殉葬하라.” 하였다. 위무자가 죽은 뒤에 위과가 말하기를 “개가시키라는 것은 부친의 정신이 정상적일 때의 명령이요, 순장하라는 것은 정신이 비정상일 때의 명령이니, 나는 앞의 명령을 따르겠다.” 하고는 첩을 개가시켰다. 그 뒤에 위과가 진秦나라 장수 두회杜回와 싸울 적에, 한 노인이 풀밭의 풀포기를 묶어서 쓰러뜨린 덕분에 두회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그대가 개가시킨 첩의 아비이다. 그대가 나의 딸을 순장하지 않고 개가시킨 그 은혜를 갚으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고사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에 나온다.
  68. 311)공자孔子가~말 : 『맹자』 「진심盡心」 상에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69. 312)천태산天台山의 석교石橋 : 북송北宋 때의 서화가 미불米芾(1051~1107)이 천태산에 처음 왔을 때 천연의 석교石橋가 창룡이 하늘가에 가로로 걸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감탄한 미불은 “제일기관第一奇觀”이라고 써 놓았다. 명나라 서하객徐霞客(1586~1641)도 유람하고는 글을 남겼다.
  70. 313)박시제중博施濟衆은~바입니다 : 주 277 참조.
  71. 314)성강成康 : 주周나라 성왕成王과 그 아들 강왕康王의 병칭인데, 이 시대에 약 40년 동안 천하가 안정되고 죄수가 없어 감옥이 텅 비는 등 태평 시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72. 315)사람이~재앙 :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순우곤淳于髡이 이웃집에 손님으로 왔다가 화재의 염려가 있다면서, 굴뚝을 고치고 옆에 있는 나뭇단을 다른 곳으로 멀리 옮기라고 충고했는데도 그 주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침내 불이 난 결과 그 불을 끄느라 머리카락이 타고 이마가 그을렸다는 곡돌 사신曲突徙薪의 이야기가 전한다. 『한서漢書』 「곽광전霍光傳」.
  73. 316)연성連城 : 연성벽連城璧의 준말로, 전국 시대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에게 15성과 바꾸자고 청한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74. 317)주周나라~평평하다 : 『시경』 「소아小雅」 ≺대동大東≻에 “주나라 길은 숫돌처럼 평평하고 곧기가 화살 같도다.(周道如砥 其直如矢)”라는 말이 나온다.
  75. 318)개물성무開物成務 : 만물의 속성을 드러내 밝혀 천하의 일을 성취시킨다는 뜻으로, 『주역』 「계사전繫辭傳」 상 11장에 나온다.
  76. 319)거교鉅橋와~되었고 : 거교는 은銀나라 주왕紂王이 양곡을 저장했던 창고의 이름이고, 녹대鹿臺는 주옥珠玉과 전백錢帛 등을 저장했던 누대의 이름이다. 『서경』 「무성武成」에 “녹대의 재물을 흩어 주고 거교의 곡식을 풀어서 크게 사해에 주니 만백성이 기뻐하여 복종하였다.(散鹿臺之財 發鉅橋之粟 大賚于四海 而萬姓悅服)”라는 말이 나온다. 탕무湯武는 상商나라 탕왕湯王과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병칭인데, 탕왕을 함께 언급한 것은 기암의 착오이다.
  77. 320)영씨嬴氏의~되었으며 : 오창敖倉은 진秦나라 양곡 창고의 이름이다. 유항劉項은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병칭이다. 한漢나라 유방의 군대가 형양滎陽에 주둔하여 오창의 곡식을 취했다는 기록이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온다. 영씨는 진나라 황실의 성씨이다.
  78. 321)석가石家의~되었습니다 : 금곡金谷은 진晉나라 부호富豪 석숭石崇의 정원 이름이다. 당시 조왕 윤趙王倫의 하수인으로서 권세를 전횡했던 손수孫秀가 석숭의 애기愛妓인 녹주綠珠의 미색을 탐하여 자기에게 보내라고 요구했으나 석숭이 듣지 않자, 조왕 윤에게 참소하여 석숭을 잡아 죽이도록 권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석숭을 체포하기 위해 금곡원으로 갑사甲士들이 들이닥쳤는데, 그때 마침 석숭이 녹주를 데리고 청량대靑涼臺에서 노닐고 있다가 녹주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 너 때문에 죽게 되었다.”고 하니, 녹주 역시 슬피 울면서 청량대 아래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서晉書』 「석숭전石崇傳」.
  79. 322)명조鳴條와 목야牧野 : 명조는 상나라 탕왕이 하나라 걸왕을 정벌한 곳이고, 목야는 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정벌한 곳이다.
  80. 323)동산銅山 : 한 문제漢文帝가 농신弄臣으로 총애한 등통鄧通에게 하사한 촉군蜀郡 엄도嚴道의 동산을 가리킨다. 주 267 참조.
  81. 324)하조荷篠 : 『논어』에 등장하는 은둔자.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하조장인荷蓧丈人을 만나 공자의 행방을 묻자, 공자를 조롱하는 말을 하고는 ‘지팡이를 꽂고서 계속 김을 맸다(植其杖而芸)’는 이야기가 전한다. 『논어』 「미자微子」.
  82. 325)백구白駒 : 흰 말. 백구지과극白駒之過隙의 준말로 흰 말이 벽 틈으로 지나간다는 말로, 인생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비유한다. 『장자』 「지북유知北遊」에 “사람이 천지간에 태어남은 마치 흰 말이 벽 틈을 스치듯 지나가는 잠시일 따름이다.(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라는 말이 나온다.
  83. 326)현빈玄牝 곡신谷神 : 『노자』 6장에 “곡신은 영원히 죽지 않으니, 이것을 현빈이라고 하는데, 현빈의 문을 바로 천지의 근원이라고 한다.(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라는 말이 나온다.
  84. 327)만물萬物을~간주하고는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 설명하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 설명하는 것만 같지 않고, 말을 가지고 말이 말이 아님을 설명하는 것은, 말이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 말이 아님을 설명하는 것만 같지 않으니, 하늘과 땅은 하나의 손가락이요, 만물은 하나의 말이다.(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 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라는 말이 나온다.
  85. 328)태정太定 28년 무신년 : 연표에 나오지 않는다. 오자가 있는 듯하다.
  86. 329)계유년 : 갑술년의 잘못이 아닌가 한다. 계유년은 경태 4년이다. 경태는 명 경제景帝의 연호이다.
  87. 330)만력萬曆년으로 되어 있으나 정엽鄭曄(1563∼1625)의 「금강록金剛錄」 등에 의거하여 수정한다. 만력은 명 신종神宗의 연호이다.
  88. 331)육극六極 : 여섯 가지의 큰 불길不吉함을 말한다. 주 211 참조.
  89. 332)소보巢父가~생각 : 허유許由와 소보巢父가 기산箕山 영수潁水에 숨어 살았는데, 요堯임금이 제위帝位를 맡기려 하자 허유가 이를 거절하고서 귀를 씻었고, 이 말을 들은 소보는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고 하여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는 전설이 전한다.
  90. 333)장수莊叟가~꿈 : 장자가 꿈속에 나비로 변하여 훨훨 날아다닌 호접몽蝴蝶夢 이야기가 『장자』 「제물론齊物論」 말미에 나온다.
  91. 334)텅 빈~나오고 : 참고로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저 비어 있는 공간을 볼지어다. 텅 빈 방에서 밝은 빛이 뿜어 나오지 않는가. 길상의 경지는 부동不動의 경지에서 이루어지나니, 부동이 되지 않는 상태 그것을 앉아서 치달린다고 하느니라.(瞻彼闋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夫且不止 是之謂坐馳)”라는 구절이 나온다.
  92. 335)멈춰~비추어 : 참고로 『장자』 「덕충부德充符」에 “사람들은 흐르는 물에 비춰 보지 않고 멈춰 있는 물에 비춰 보나니, 오직 멈춰 있는 것만이 멈추려고 하는 것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라는 말이 나온다.
  93. 336)삼도三途 : 화도火塗·도도刀途·혈도血途니, 지옥·아귀·축생을 말한다.
  94. 337)은감殷鑑이~않다 :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거울로 삼아야 할 일은 바로 전대前代의 하夏나라 걸왕桀王이 무도한 정치를 하다가 망한 데에 있다는 뜻으로, 본보기로 삼아야 할 선례가 바로 가까운 데에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95. 338)신화薪火 : 기름이 연소되는 것처럼 사람의 기력이 소진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기암이 다비茶毘의 뜻으로 전용하였다. 『장자』 「양생주養生主」의 “관솔불의 기름은 다할 때가 있지만, 불씨는 새로 전해져 끝날 줄을 알지 못한다.(指窮於爲薪 火傳也 不知其盡也)”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96. 339)진수溱水를~은혜 : 정鄭나라 자산子産이 진수溱水와 유수洧水에서 자기 수레로 사람들을 건네주었는데, 이에 대해서 맹자가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치할 줄은 모르는 것이다.(惠而不知爲政)”라고 하면서, 다리를 만들어서 건너가게 해 주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평한 말이 『맹자』 「이루離婁」 하에 나온다.
  97. 340)용호방龍虎榜 : 문과·무과에 합격한 사람의 이름을 게시하던 나무판. 나중에는 종이를 썼다.
  98. 341)점액點額 : 이마에 점을 찍음. 여기서는 합격자 명단에 기재됨을 뜻한다.
  99. 342)문경무위文經武緯 : 문무를 겸함을 뜻한다.
  100. 343)전륜성왕의 계주䯻珠 : 전륜성왕 상투 속의 밝은 구슬로 가장 뛰어나고 소중한 보물, 즉 일승一乘의 가르침을 비유한 것이다. 『법화경』 권5 「안락행품安樂行品」 제14(T9, 38c)에 전륜성왕이 여러 나라를 쳐서 항복을 받고 여러 장수 가운데 전공이 있는 이에게 논밭·집·옷·보배 등을 줄 때에, 가장 공로가 큰 이에게는 왕이 자기의 상투 속에 있던 보배 구슬을 준다고 하였다. 이는 전륜성왕은 여래如來를, 상투는 이승二乘 방편교方便敎를, 구슬은 일승一乘 진실교眞實敎를 비유한 것이다. 『법화경』의 설법이 지금까지 이승 방편교에 가려 있던 일승 진실교를 열어 나타내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101. 344)유마維摩의 장실丈室 : 유마힐의 방장方丈. 방장은 사방으로 1장丈이 되는 간소한 거처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권중 「부사의품不思議品」 제6(T14, 546b)에서 유마거사가 사방만 2천의 사자좌를 벌려 놓았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선원에서 절의 주지가 거처하는 방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법력法力 또는 도력道力이 특출한 스님을 의미하기도 한다.
  102. 345)저라산苧羅山 : 중국 절강성浙江省에 있는 산. 월越나라의 구천句踐이 그 산 아래에서 나무꾼의 딸을 얻었는데 그가 바로 서시西施였다. 『오월춘추吳越春秋』 「구천음모외전句踐陰謀外傳」.
  103. 346)후회막급일 것입니다 : 서제난급筮臍難及. 서제噬臍는 배꼽을 물어뜯음. 사냥꾼에게 잡힌 사향노루가 자신의 불행이 배꼽의 향내 때문이라 하여 배꼽을 물어뜯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는 데서, 어쩔 수 없음 또는 때가 늦음을 이르는 말. 서제막급噬臍莫及과 같은 말이다.
  1. 1)「文二」編者補入。
  2. 1)「蛟」疑「蚊」{編}。
  3. 1)「贍」疑「瞻」{編}。
  4. 2)「濡」疑「儒」{編}。
  5. 1)「貧」疑「貪」{編}次同。
  6. 2)「貪」疑「貧」{編}。
  7. 1)「寅」疑「宙」{編}。
  8. 1)▣疑「心」{編}。
  9. 1)「憸」疑「險」{編}。
  10. 2)「徵」疑「微」{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