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허백집(虛白集) / 虛白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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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집 제2권(虛白集 卷之二)
칠언절구七言絶句
안주 절도사1) 남이흥2)의 전사에 곡함(哭安州節度使南而興戰死)
掃盡㐫奴正塞外  오랑캐 쓸어버려 북쪽 변방 안정시키더니
骨爲塵土臥他鄕  유골은 한 줌 흙이 되어 타향에 누웠구나
軒門未遂平生志  헌문에서 평생의 뜻 다 이루지 못한 채
化蝶春前自斷膓  봄날 나비로 화했으니 내 창자 끊어지는 듯
방어사3) 김준4)의 전사에 곡함(哭防禦使金俊戰死)
胡塵竸作靑丘沒  오랑캐 먼지 다투어 일어나 이 나라 뒤덮으니
塞外天山挂一弓  국경 밖 천산에 활 한 개를 걸어 놓았네
鐵石忠心何處在  철석 같은 충성심 어느 곳에 두었기에
淸川殺氣射神虹  청천강의 살기가 신비한 무지개를 쏘는가
해남의 여러 수재의 시운을 따서(次海南諸秀才韻)
瓶錫飄然曾駐此  물병 들고 지팡이 짚고 표연히 여기 와 머무니
更無方外扣柴扉  다시는 속가에 가서 사립문 두드리는 일 없으리
幸逢今日眞高士  다행히 오늘 참다운 고사5)를 만났는데
筆法詞源萬古稀  필법과 문장이 만고에 드문 사람
공민 장로 만사【2수】(挽公敏長老【二】)
[1]
靈光獨曜徧河沙  신령한 빛 홀로 빛나 이 세상을 다 비추고
凡聖從來共一家  범부와 성인이 종래에 일가를 이루었소
脫殼今朝無罣碍  오늘 아침에 껍질 벗고 걸림이 없으시니
刹塵諸佛盡空華  많고 많은 모든 부처 허공 꽃 다하였네

[2]
平生鍊業成何事  평생토록 업을 닦아 무슨 일을 이루셨나
佛殿經營是大功  법당을 경영한 게 바로 큰 공이 되지
送想樂邦稱聖號  극락세계 가기를 생각하며 성인 명호 칭양하니
風柯月渚踏蓮宮  바람 가지 물속 달처럼 연꽃 궁전 밟으소서
오 장로에게 부쳐 줌(寄悟長老)
昨日承書披讀罷  어제 날짜로 책을 받아 다 읽고 보니
强牽人情問栖遅  억지로 인정 끌어 서지6)하는 이에게 따지네
前程屈指能何許  앞길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언제쯤이 될는지
遠想吾君未易歸  멀리서 그대를 생각하나 쉬 돌아가질 못하오
섣달 이전에 피지 않는 동백꽃을 조롱하며(嘲臘前冬栢花不開)
臘雪由來冬栢新  유래를 보면 섣달에 동백꽃 핀다던데
此時開發正天眞  이때 피는 꽃이 진정으로 천진하다지
如何不綻猶含蘂  어찌하여 피지 않고 꽃봉오리 머금은 채
苦待明年柳絮春  내년 봄에 버들 꽃 필 때를 기다리는고

008_0385_c_01L虛白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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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85_c_03L七言絕句

008_0385_c_04L哭安州節度使南而興戰死

008_0385_c_05L
掃盡㐫奴正塞外骨爲塵土臥他鄕

008_0385_c_06L軒門未遂平生志化蝶春前自斷膓

008_0385_c_07L哭防禦使金俊戰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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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塵竸作靑丘沒塞外天山挂一弓

008_0385_c_09L鐵石忠心何處在淸川殺氣射神虹

008_0385_c_10L次海南諸秀才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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瓶錫飄然曾駐此更無方外扣柴扉

008_0385_c_12L幸逢今日眞高士筆法詞源萬古稀

008_0385_c_13L挽公敏長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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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光獨曜徧河沙凡聖從來共一家

008_0385_c_15L脫殼今朝無罣碍刹塵諸佛盡空華(一)

008_0385_c_16L平生鍊業成何事佛殿經營是大功

008_0385_c_17L送想樂邦稱聖號風柯月渚踏蓮宮(二)

008_0385_c_18L寄悟長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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昨日承書披讀罷强牽人情問栖遅

008_0385_c_20L前程屈指能何許遠想吾君未易歸

008_0385_c_21L嘲臘前冬栢花不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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臘雪由來冬栢新此時開發正天眞

008_0385_c_23L如何不綻猶含蘂苦待明年柳絮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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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자에게 줌(贈朴正字)
蓬萊仙洞幾栖遅  봉래산 선동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
眞境探尋下海湄  좋은 경치 찾아서 바닷가로 내려가네
適値尊賢情意破  마침 존현을 만나 정의를 깨뜨리니
半窓明月色依依  창문 반쯤 비치는 밝은 달빛만 어렴풋하네
인한 스님이 법어를 구하기에(印閑求語)
吾師意氣若雷霆  우리 스님 의기는 마치 우레와 같고
凜凜威風霹靂聲  늠름한 위풍은 흡사 벽력과 같네
五欲海中如見賊  만약 오욕의 바다에서 적을 만나거든
一揮神釼血迸鯨  신검 휘둘러 단칼에 악한 맘7) 물리치시게
대흥사 대중들이 선게를 지어 후대에 전하게 해 달라는 간청을 받고(受大興衆請作禪偈傳後代)
熖裏寒霜凝結滯  불길 속에 찬 서리 엉겨 구슬을 맺고
花開鐵樹暎輝明  쇠 나무에 꽃이 피어 찬란하게 빛난다
泥牛哮吼海中走  진흙 소는 울면서 바닷속을 달리고
木馬嘶風滿道聲  나무말의 울음소리 길을 가득 메운다
심 스님에게 부쳐 줌(寄諶師)
世內風波鼎沸沸  세상 속 풍파는 솥에서 끓는 물 같아
無非處處盡羊膓  가는 곳마다 어렵지 않은 데가 없구나
臺山路直何須問  대산의 길이 곧바른데 하필 물을 필요 있나
今入淸凉禮吉祥  지금 청량사에 들어 보살께 예 올리네
병인년 섣달에 순영8)에 붙들려 들어감(丙寅臘被入巡營)
霜風冽冽透寒衣  차가운 서릿바람 허름한 옷 뚫고 스며드는데
到處行裝與志違  가는 곳마다 행장들 내 뜻과는 마냥 다르구나
乾道分明曾已㝎  하늘의 뜻은 이미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데
樂夫天命更何疑  천명 즐기며 사는 사람에게 무슨 의심할 게 있는가
전쟁에서 패한 뒤 장안산으로 들어감【2수】(戰敗後入長安山【二】)
[1]
禪菴獨坐寂無事  선암에 홀로 앉았으니 일 없어 적막한데
來徃雲霞訪草扉  오고 가는 구름만이 초가집 사립문을 찾네
仙鳥亂鳴芳綠樹  신선 새는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지만
一身孤影亦哀哀  이 한 몸 외로운 그림자는 역시 서글프네

[2]
地僻無人絕世境  외딴 곳에 사람 없어 세속 경계 끊겼는데
焚香祝聖依柴扉  분향하고 성수무강 빌며 사립문에 기대섰네
密旨眞經看讀罷  비밀한 뜻 담긴 참다운 책 읽고 나니
戰場遺恨滿腔脾  싸움터 남은 한이 가슴속에 가득하네
정묘년에 분탕질이 있은 뒤 부름을 받아 평양에 들어감(丁卯焚湯後被招入平壤)
永崇宮殿黎三尺  영숭전9)엔 명아주 세 자나 자라 있고
虹霓門樓已成煻  홍예문10) 누각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네
憶萬人家何處去  억만이나 되던 인가는 어디로 가고
春風燕子說興亡  봄바람에 제비만 흥망의 일 조잘대네

008_0386_a_01L贈朴正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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蓬萊仙洞幾栖遅眞境探尋下海湄

008_0386_a_03L適値尊賢情意破半窓明月色依依

008_0386_a_04L印閑求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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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師意氣若雷霆凜凜威風霹靂聲

008_0386_a_06L五欲海中如見賊一揮神釼血迸鯨

008_0386_a_07L受大興衆請作禪偈傳後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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熖裏寒霜凝結滯花開鐵樹暎輝明

008_0386_a_09L泥牛哮吼海中走木馬嘶風滿道聲

008_0386_a_10L寄諶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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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內風波鼎沸沸無非處處盡羊膓

008_0386_a_12L臺山路直何須問今入淸凉禮吉祥

008_0386_a_13L丙寅臘被入巡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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霜風冽冽透寒衣到處行裝與志違

008_0386_a_15L乾道分明曾已㝎樂夫天命更何疑

008_0386_a_16L戰敗後入長安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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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菴獨坐寂無事來徃雲霞訪草扉

008_0386_a_18L仙鳥亂鳴芳綠樹一身孤影亦哀哀(一)

008_0386_a_19L地僻無人絕世境焚香祝聖依柴扉

008_0386_a_20L密旨眞經看讀罷戰場遺恨滿腔脾(二)

008_0386_a_21L丁卯焚湯後被招入平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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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崇宮殿黎三尺虹霓門樓已成煻

008_0386_a_23L [1] 萬人家何處去春風燕子說興亡

008_0386_a_24L香山上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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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 상원(香山上院)
崔巍金殿近中天  우뚝 솟은 금전은 하늘에 근접하고
瀑㳍飛流挂長川  폭포는 날아 흘러 하늘 높이 걸려 있네
噴雪龍潭珠玉撒  하얀 물 내뿜는 용담은 구슬을 뿌리는 듯
鶴眠僧臥碧空邊  푸른 하늘가엔 학이 졸고 스님도 누워 있네
한강을 건너며(渡漢江)
折蘆橫乘渡漢江  갈대 꺾어 비껴 타고 한강을 건너니11)
江亭歌舞又吹簧  강가 정자에 노래하고 춤추며 또 생황도 부는구나
五湖烟景在何處  오호의 노을 진 경치 어느 곳에 있는가
此是仙間白玉景  이곳이 바로 신선 세계 백옥경12)인 것을
불정대에 올라서(登佛頂臺)
遠客初登萬仭臺  멀리서 온 길손 만 길 불정대에 오르니
▼(氵+助)然滄海扁船歸  푸른 바다 아득히 작은 배가 돌아가네
乘風長嘯兼吹笛  긴 휘파람과 피리 소리는 바람 타고 들리고
俯見皇州土一塊  황주13)를 굽어보니 작은 흙덩이만 하구나
총석대(總石臺)
解纜乘舟滄海去  닻줄 풀어 배를 타고 푸른 바다 건너가니
蘆花飛處白▼(丘+鳥)閑  갈대꽃 날리는 곳 흰 갈매기 한가롭네
撑天總石無人見  하늘 떠받친 총석 아무도 보는 이 없어
停舶排徊落照還  배 멈추고 배회하다 해 질 녘에 돌아왔네
천불 천탑을 보고 옛 생각을 하며(千佛千塔懷古)
此是人間眞佛國  이곳이야말로 인간세계의 참다운 불국이니
千重鴈塔卓雲林  천 개의 안탑14)만이 구름 속에 우뚝하네
啼鳥開花誰與和  새 울고 꽃 피는 정경 그 누가 화답하랴
松風蕭瑟㝎知音  솔솔 부는 솔바람이 이를 알아줄 뿐이라네
밤을 주우며(拾栗)
不忍飢膓似電鳴  허기진 창자 꼬르륵대는 소리 참지 못해
經行拾栗入雲扄  천천히 걸으며 밤알을 주우려고 구름 속에 들었네
夕陽山色如紅錦  석양의 산 빛 마치 붉은 비단 같은데
秋雨霏霏落葉聲  내리는 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 소리
식 스님을 이별하며(別式師)
遠別悠悠情幾許  멀리 이별하니 그리운 정 얼마나 갈까
不堪哀聽杜鵑聲  슬피 우는 두견새 소리 견디기 힘들구나
他年倘有相尋計  다른 해에 혹 날 찾아올 계획이 있거들랑
太白山中一草堂  태백산 중 한 작은 초당으로 찾아오게나
성진 선자를 이별하며(別性眞禪子)
臨溪分手千山隔  개울가에서 이별하고 나니 일천 산 가로막아
何處相逢說舊情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나 옛정을 이야기하리
蟬咽夕陽楓葉落  매미 우는 저녁에 단풍잎은 떨어지고
芳林啼鳥兩三聲  숲속에선 새들만 조잘조잘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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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巍金殿近中天瀑㳍飛流挂長川

008_0386_b_02L噴雪龍潭珠玉撒鶴眠僧臥碧空邊

008_0386_b_03L渡漢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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折蘆橫乘渡漢江江亭歌舞又吹簧

008_0386_b_05L五湖烟景在何處此是仙間白玉景

008_0386_b_06L登佛頂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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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客初登萬仭臺 𣵪然滄海扁船歸

008_0386_b_08L乘風長嘯兼吹笛俯見皇州土一塊

008_0386_b_09L總石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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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纜乘舟滄海去蘆花飛處白𩿨閑

008_0386_b_11L撑天總石無人見停舶排 [1] 徊落照還

008_0386_b_12L千佛千塔懷古

008_0386_b_13L
此是人間眞佛國千重鴈塔卓雲林

008_0386_b_14L啼鳥開花誰與和松風蕭瑟㝎知音

008_0386_b_15L拾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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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忍飢膓似電鳴經行拾栗入雲扄

008_0386_b_17L夕陽山色如紅錦秋雨霏霏落葉聲

008_0386_b_18L別式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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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別悠悠情幾許不堪哀聽杜鵑聲

008_0386_b_20L他年倘有相尋計太白山中一草堂

008_0386_b_21L別性眞禪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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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溪分手千山隔何處相逢說舊情

008_0386_b_23L蟬咽夕陽楓葉落芳林啼鳥兩三聲

008_0386_b_24L賀姪子及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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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급제를 축하함(賀姪子及第)
靑年懃學萬人敵  젊은 나이에 열심히 배워 많은 사람 물리치고
欲報忠誠着力思  충성으로 갚으려고 온 힘 다하리라 생각했네
桂樹一枝須折取  계수나무 한 가지를 꺾어 취하여야 하리니
海東天地是男兒  해동 천지에 이 사람이 바로 대장부로세
어머님께 하직 인사를 하며(拜辭萱堂)
七月初秋來駐此  7월 초가을에 여기 와서 머물다가
孟冬風雪促裝歸  초겨울 눈보라에 행장 꾸려 돌아가네
萱堂拜別寒雲隔  어머님께 절하고 이별하니 찬 구름 가로막아
去路茫然淚滿衣  갈 길이 아득하니 눈물 흘러 옷 적시네
싸움터에서 만난 스님(遇戰場僧)
烟霞一入經年月  안개 속에 한번 들어 세월을 보냈는데
今日逢君意轉深  오늘 그댈 만나니 생각 더욱 깊어지네
欲說密城交戰事  밀성15)에서 싸웠던 일 이야기하려 하면
不堪哀淚自沾襟  슬픔 견딜 길 없어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오
늑 스님의 시운을 따서(吹勒師韻)
月中桂樹當窓影  달 속의 계수나무 그림자 창가에 드리우고
風雪交馳點點飛  눈보라 이리저리 나부껴 점점이 휘날리네
徹夜坐來眠不得  밤새도록 좌선에 들어 잠자지 아니하고
着疑歸一一何歸  만법이 하나에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나 참구했네
원신 상인16)에게 주다(贈元信上人)
元元正氣非他得  근본 정기 다른 데서 얻는 게 아니라
信也從來在性中  진실로 옛날부터 자기 성품 속에 있다네
鐵壁懸崖翻一擲  까마득한 철벽에서 한번 뒤집어 몸 던지면
大千沙界眼前空  모래처럼 많은 눈앞의 대천세계 다 공한 것을
강론을 마치고 늑 선사의 시운을 따서(講罷次勒禪韻)
摩耶肚裏堂前月  마야부인 배 속의 밝은 달이
照破人人一夢身  사람마다 한바탕 꿈속의 몸 비추어 깨뜨리네
提撕密旨無多子  비밀한 뜻 들춰 봐도 많은 말 없거니
何必區區紙上伸  하필이면 종이 위에 구차히 펼 것인가
입추立秋
庭畔梧桐一葉落  마당가 오동나무 잎 하나 떨어지니
秋風轉處白頭吟  가을바람 가는 곳에 ≺백두음≻17)을 읊는다
凭几熟眠殘夢破  안석에 기대 잠에 빠졌다가 잔몽을 깨니
夕陽蟬咽促光陰  석양에 매미 우는 소리가 세월을 재촉하네
벗과 이별하며(別交友)
莫道山人情愛斷  산에 사는 사람이라 정마저 끊어졌다 말 마라
槐亭分袂暗生愁  괴정에서 이별한 후 남몰래 시름겹네
何年更接靑芬面  청분한 그대 얼굴 어느 해 다시 만나리
恨對南溪夜夜流  밤마다 흘러가는 앞 시내만 바라보며 한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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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年懃學萬人敵欲報忠誠着力思

008_0386_c_02L桂樹一枝須折取海東天地是男兒

008_0386_c_03L拜辭萱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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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初秋來駐此孟冬風雪促裝歸

008_0386_c_05L萱堂拜別寒雲隔去路茫然淚滿衣

008_0386_c_06L遇戰場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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烟霞一入經年月今日逢君意轉深

008_0386_c_08L欲說密城交戰事不堪哀淚自沾襟

008_0386_c_09L [1] 勒師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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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中桂樹當窓影風雪交馳點點飛

008_0386_c_11L徹夜坐來眠不得着疑歸一一何歸

008_0386_c_12L贈元信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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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元正氣非他得信也從來在性中

008_0386_c_14L鐵壁懸崖翻一擲大千沙界眼前空

008_0386_c_15L講罷次勒禪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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摩耶肚裏堂前月照破人人一夢身

008_0386_c_17L提撕密旨無多子何必區區紙上伸

008_0386_c_18L立秋

008_0386_c_19L
庭畔梧桐一葉落秋風轉處白頭吟

008_0386_c_20L凭几熟眠殘夢破夕陽蟬咽促光陰

008_0386_c_21L別交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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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道山人情愛斷槐亭分袂暗生愁

008_0386_c_23L何年更接靑芬面恨對南溪夜夜流

008_0386_c_24L次尹處士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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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처사의 시운을 따서【2수】(次尹處士韻【二】)
[1]
身形鍊得逍遙客  몸 연단하는 법 터득한 소요하는 나그네
不厭塵緣不望眞  세속 인연 싫어 않고 신선 또한 구하지 않네
優遊刹海無邊境  그지없이 많고 많은 경계 여유롭게 노니니
可謂淸閑物外人  맑고 한가한 세속 밖의 사람이라 할 만하네

[2]
聞說金沙洞裏幽  금사동 골짜기 그윽하단 말 듣고
淸談今日共閑流  함께 한가한 속에서 청아한 이야기 나누었네
翛然物外山中味  세상 밖 소연한 산속의 이 맛에 젖어
恐落人間世俗流  인간세계 세속의 흐름에 떨어질까 저어하네
내원의 청허당(內院淸虛堂)
獨立雲林舊影堂  구름에 덮인 숲 옛 영당에 홀로 서 있으니
月明秋夜起淸凉  가을밤 밝은 달이 맑고 서늘한 기운 일으키네
不知何處眞僧去  청허 참스님은 어디로 가셨는지 알지 못하는데
霜菊離離▼(扌+(漢-氵))鼻香  서리 속에 무성하게 핀 국화 향기만 코를 찌르네
김 천총18)을 이별하며(別金千摠)
揮鞭高士入雲扄  채찍 휘두르며 고결한 선비 구름 문에 들었는데
與我年庚自解情  나와는 동갑 나이라 마음이 저절로 놓이네
分袂悠悠還惜別  손 놓아 아쉽게 이별하고 유유히 돌아오니
隔林啼鳥兩三聲  빽빽한 숲속에선 새 우는 소리만 조잘거리네
행준 스님이 법어를 구하기에(行俊求語)
萬疑都就一疑看  만 가지 의심 묶어 한 가지 의심으로 보되
疑去疑來疑自看  의심해 오고 의심해 가면 의심 저절로 보이리
動地驚天俱打了  땅 흔들리고 하늘 놀람을 다 타파해 마치고 나면
大千沙界眼前看  모래알처럼 많은 대천세계大千世界가 눈앞에 보이리
친구를 기다리며(待友)
登樓悵望故人形  누각에 올라 친구의 모습 하염없이 바라보건만
軒外無聞杖策聲  난간 밖에는 지팡이 소리조차 들리지 않네
何日禪窓親覿面  어느 날에나 선창에서 얼굴을 볼 수 있을지
終霄剪燭洩深情  밤새 촛불이 다 타도록 깊은 정 누설하네
『남화경南華經』 강론을 마치던 날 보은에게 줌【2수】(南華講罷日贈普訔【二】)
[1]
自從一見南華後  『남화진경』을 한번 보고 난 후로
累載殷懃▼(㲺/米)園書  여러 해 은근히 『장자』19)를 즐겨 읽는다네
講罷叮嚀傳實事  강의를 끝내고 간곡하게 사실을 전하니
快如騎鶴上雲梯  통쾌하구나! 학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로세

[2]
吾師志願非他願  스님 생각이야 다른 소원 아니라
欲閱莊書鐵石心  『장자』에서 철석같은 마음 보려 함이겠지
數五卷文今讀罷  몇 권의 책을 이제 다 읽고 나니
始知千載子期音  천년의 종자기 같은 지음知音을 처음 알았네
한 생원20)을 이별하며(別韓生員)
觀渠天理抱淸質  저 사람의 천품을 관찰하니 맑은 바탕 품고 있어
頭揷仙花定不疑  머리에 신선 꽃 꽂는 일 결단코 의심할 여지 없네
夢裡相逢還惜別  꿈속에서 서로 만났다 다시 아쉽게 이별하니
月中桂影色依依  달 속의 계수나무 그림자만 어른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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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形鍊得逍遙客不厭塵緣不望眞

008_0387_a_02L優遊刹海無邊境可謂淸閑物外人(一)

008_0387_a_03L聞說金沙洞裏幽淸談今日共閑流

008_0387_a_04L翛然物外山中味恐落人間世俗流(二)

008_0387_a_05L內院淸虛堂

008_0387_a_06L
獨立雲林舊影堂月明秋夜起淸凉

008_0387_a_07L不知何處眞僧去霜菊離離𢴁鼻香

008_0387_a_08L別金千摠

008_0387_a_09L
揮鞭高士入雲扄與我年庚自解情

008_0387_a_10L分袂悠悠還惜別隔林啼鳥兩三聲

008_0387_a_11L行俊求語

008_0387_a_12L
萬疑都就一疑看疑去疑來疑自看

008_0387_a_13L動地驚天俱打了大千沙界眼前看

008_0387_a_14L待友

008_0387_a_15L
登樓悵望故人形軒外無聞杖策聲

008_0387_a_16L何日禪窓親覿面終霄剪燭洩深情

008_0387_a_17L南華講罷日贈普訔

008_0387_a_18L
自從一見南華後累載殷懃▼(㲺/米)園書

008_0387_a_19L講罷叮嚀傳實事快如騎鶴上雲梯(一)

008_0387_a_20L吾師志願非他願欲閱莊書鐵石心

008_0387_a_21L數五卷文今讀罷始知千載子期音(二)

008_0387_a_22L別韓生員

008_0387_a_23L
觀渠天理抱淸質頭揷仙花定不疑

008_0387_a_24L夢裡相逢還惜別月中桂影色依依

008_0387_b_01L
붉은 국화(紅菊)
千林黃葉霜風落  온 산 숲 단풍잎은 찬바람에 떨어지고
唯有菊紅獨耐寒  오직 붉은 국화꽃만 홀로 추위를 견뎌 내네
家國興亡都不管  국가의 흥하고 망함은 전혀 개의치 않고
破顏開笑向人閑  얼굴을 활짝 펴고 웃음 열어 사람을 바라보네
각준 어산21)이 국화 심는 것을 찬탄함(賛覺俊魚山種菊)
庭前紅菊誰人植  마당 앞 붉은 국화 그 누가 심었는가
覺俊魚山借種華  각준 어산이 꽃모종 얻어다 심었다네
恳恳栽培非愛色  정성껏 심고 가꿈은 그 색色 좋아해서가 아니라
深懷梵唄喝香花  범패22)를 할 적에 할향23)하는 꽃을 생각해서라네
능 판사의 시운을 따서(次能判事韻)
桂影婆娑春夜晴  맑은 봄날 밤에 계수나무 그림자 하늘하늘
夢中蝴蝶惱神情  꿈속에 호랑나비 정신을 괴롭게 하네
誰知仙客千金句  선객의 천금 같은 구절 누가 알랴
飛落雲庭案上呈  구름 덮인 마당에 날아와 책상 위에 드리네
엄 스님의 평상함을 돌이켜 도에 합한다는 뜻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賽嚴師返常合道問)
吉凶常道言多路  길하고 흉한 불변의 이치에 여러 갈래 길이 있으니
恨結胸中已幾年  가슴속에 한 맺힌 채 몇 년이나 지냈는가
偶閱全書開合意  우연히 책을 펼쳐 보니 내 마음에 꼭 맞아
披雲見日五湖天  구름 걷히니 오호의 하늘에 해가 밝구나
서글픈 가을(悲秋)
楓葉蕭蕭落洞庭  단풍잎 우수수 마당에 떨어지니
草菴孤客欲魂驚  작은 암자 외로운 나그네 넋이 놀라네
風光景物年光促  자연의 풍경이 나이를 재촉하니
病裏難消萬斛情  병든 몸 숱한 생각 없애기 어렵구나
이 진사의 시운을 따서(次李進士韻)
平生愛着煙霞味  안개와 노을의 맛 평생토록 애착하여
高臥雲扄得自閑  구름 빗장 속 높이 누워 한가함을 즐긴다
今日仙翁談笑足  신선 늙은이와 오늘 나눈 이야기 만족하니
何須策杖訪啇山  지팡이 짚고 상산商山24)을 찾아갈 필요 있겠나
이 정자에게 보여 줌(示李正字)
杜口毘耶一老僧  비야리성에서 입을 닫은 한 늙은 스님
白雲行止碧山層  흰 구름도 푸른 산언덕에 멈추어 있네
舌頭細嚼烟霞味  혀끝의 세작은 안개 노을 맛 그것이라
不學人間姓字能  인간세계 명예 위한 학문 배우지 않으리
행각승 일현에게 줌(贈日玄行脚)
發軔叅尋何所事  길 떠나 무슨 일로 이곳을 찾았는가
要當心裏去貪嗔  마음속 탐냄과 성냄 버리는 게 중요하지
若聞毁譽如風過  헐뜯거나 칭찬 들어도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物色無心道自新  물색에 무심하면 도는 절로 새로워지지

008_0387_b_01L紅菊

008_0387_b_02L
千林黃葉霜風落唯有菊紅獨耐寒

008_0387_b_03L家國興亡都不管破顏開笑向人閑

008_0387_b_04L賛覺俊魚山種菊

008_0387_b_05L
庭前紅菊誰人植覺俊魚山借種華

008_0387_b_06L恳恳栽培非愛色深懷梵唄喝香花

008_0387_b_07L次能判事韻

008_0387_b_08L
桂影婆娑春夜晴夢中蝴蝶惱神情

008_0387_b_09L誰知仙客千金句飛落雲庭案上呈

008_0387_b_10L賽嚴師返常合道問

008_0387_b_11L
吉凶常道言多路恨結胸中已幾年

008_0387_b_12L偶閱全書開合意披雲見日五湖天

008_0387_b_13L悲秋

008_0387_b_14L
楓葉蕭蕭落洞庭草菴孤客欲魂驚

008_0387_b_15L風光景物年光促病裏難消萬斛情

008_0387_b_16L次李進士韻

008_0387_b_17L
平生愛着煙霞味高臥雲扄得自閑

008_0387_b_18L今日仙翁談笑足何須策杖訪1) [3]

008_0387_b_19L示李正字

008_0387_b_20L
杜口毘耶一老僧白雲行止碧山層

008_0387_b_21L舌頭細嚼烟霞味不學人間姓字能

008_0387_b_22L贈日玄行脚

008_0387_b_23L
發軔叅尋何所事要當心裏去貪嗔

008_0387_b_24L若聞毁譽如風過物色無心道自新

008_0387_c_01L
현 스님에게 줌(贈玄師)
春遊楓岳香爐洞  봄에는 풍악산 향로봉을 유람했고
秋臥靈珠錦繡峰  가을에는 영주의 금수봉에 누워 있네
共宿仙龕淸夢破  선감에 함께 자며 맑은 꿈 깨지니
依依寒月上高峰  오락가락 싸늘한 달만 높은 봉우리 비추네
성원에게 줌(贈性圓)
聞道聲華年已久  도 들었단 화려한 명성 이미 오래되었는데
那知今日激玄機  오늘 어찌 현기에 이를 줄 알았겠나
終霄智燭團欒話  밤새 지혜의 촛불 켜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니
明月淸風是子期  밝은 달 시원한 바람이 바로 그 종자기로세
백빈 스님이 법어를 해 달라기에(白彬求語)
講罷華嚴無言處  『화엄경』 말없는 진리를 강론하여 마치니
唯師怡悅獨開顏  오직 스님만이 기뻐하며 혼자서 얼굴을 펴네
重重刹海猶芥子  중중무진한 세계도 오히려 겨자씨와 같은데
何事巡南百十還  무슨 일로 남쪽을 순행하며 백십 번 돌았는가
명주 스님과 이별하며(別明珠)
數月同床還易別  여러 달 같이 지냈는데 다시 쉬 이별하려니
不堪離恨洩情談  보내는 한 견디지 못해 마음속 이야기 다했네
尊師若問栖身處  존사께서 만일 몸 머물 곳을 묻는다면
寶盖山中一草菴  보개산 속에 있는 한 작은 암자라 말하리
혜관 장로에게 줌(贈慧觀長老)
緘㬺奇骨尋千里  향주머니 기이한 몸 천 리 먼 길 찾아오니
一大功成亦報恩  큰 공을 이룬데다 은혜까지 갚으셨구려
志願殷懃如岱海  은근하게 원하는 뜻 대해와 같아
神珠數箇落天掀  신통한 구슬 몇 개 높은 하늘에서 떨어진다
성일 스님에게 줌(贈性逸師)
吾與吾師意不差  나와 스님은 생각의 차이가 없으니
同生同死氣相磨  생사를 같이하며 기운을 연마하리
浮雲聚散何須恨  뜬구름 무리 흩어지면 무슨 한계 있으랴
萬里江山共一家  만 리 강산이 다함께 한집안인 것을
성암 스님에게 줌(贈性菴)
拈搥竪拂非他事  방망이 뽑아 들고 불자를 세우는 일 다름이 아니라
直使當人自到家  다만 사람들을 당면하여 제집으로 돌아가게 함일세
噴志功成翻一擲  뜻을 분발해 이룬 공을 한번 던져 버리면
大千沙界眼前花  모래알 같은 대천세계가 눈앞의 꽃인 것을
인학 스님이 게송을 요구하기에(印學求偈)
從師踏盡萬山雲  스님 따라 온갖 산의 구름 다 밟고
超入靈珠斷髮根  영주에 뛰어들어 머리털을 끊었구나
世上功名如幻夢  세상의 공명은 허깨비나 꿈과 같은 것
時時疑着布衫斤  때때로 포삼근25)에 의심을 붙이시게

008_0387_c_01L贈玄師

008_0387_c_02L
春遊楓岳香爐洞秋臥靈珠錦繡峰

008_0387_c_03L共宿仙龕淸夢破依依寒月上高峰

008_0387_c_04L贈性圓

008_0387_c_05L
聞道聲華年已久那知今日激玄機

008_0387_c_06L終霄智燭團欒話明月淸風是子期

008_0387_c_07L白彬求語

008_0387_c_08L
講罷華嚴無言處唯師怡悅獨開顏

008_0387_c_09L重重刹海猶芥子何事巡南百十還

008_0387_c_10L別明珠

008_0387_c_11L
數月同床還易別不堪離恨洩情談

008_0387_c_12L尊師若問栖身處寶盖山中一草菴

008_0387_c_13L贈慧觀長老

008_0387_c_14L
緘㬺奇骨尋千里一大功成亦報恩

008_0387_c_15L志願殷懃如岱海神珠數箇落天掀

008_0387_c_16L贈性逸師

008_0387_c_17L
吾與吾師意不差同生同死氣相磨

008_0387_c_18L浮雲聚散何須恨萬里江山共一家

008_0387_c_19L贈性菴

008_0387_c_20L
拈搥竪拂非他事直使當人自到家

008_0387_c_21L噴志功成翻一擲大千沙界眼前花

008_0387_c_22L印學求偈

008_0387_c_23L
從師踏盡萬山雲超入靈珠斷髮根

008_0387_c_24L世上功名如幻夢時時疑着布衫斤

008_0387_c_25L「啇」通用「商」{編}

008_0388_a_01L
흠 스님이 생각나(憶欽師)
香嶽靈珠幾千里  향악(묘향산)과 영주가 몇 천 리던가
蓬萊情話夢依依  봉래산에서 정겨웠던 이야기 꿈속에 오락가락
春風芳草笻音斷  봄바람에 꽃다운 풀 지팡이 소리 끊어지고
靜夜思君淚濕衣  고요한 밤 그대 생각에 눈물이 옷깃 적신다
정 진사의 시운을 따서(次鄭進士韵)
意氣賢才已超群  뜻과 기상 어진 재주는 이미 뭇사람 뛰어넘었고
胸中學海動乾坤  가슴속 바다처럼 넓은 학문 천지를 뒤흔드네
世間名利都忘却  세간의 명예와 이익 모두 다 잊어버린 채
今向靑山伴白雲  지금 푸른 산을 향하여 흰 구름과 벗하네
원 스님과 이별하며(別元師)
吾與吾師意不異  나와 스님은 생각이 다르지 않아
同心同息洩深情  같은 맘으로 함께 살며 깊은 정 나누었네
如今送別南溪岸  그런데 지금 남쪽 냇가 언덕에서 송별하니
惆悵泉流夜夜聲  슬픔에 겨워 냇물도 밤새도록 소리 내어 흐르네
심오 스님의 만사(挽心悟)
[1]
惑年功業轉頭非  40년 쌓은 공업 돌이켜 생각하니 어리석어
鄕路迢迢獨自歸  멀고 먼 고향 길을 혼자서 돌아갔구나
今日黃昏何處是  오늘 밤 날 저문데 그 어디에 계신가
白楊枝上突雲飛  백양나무 가지에 돌연히 구름이 이네

[2]
悲心哀哭徹雲山  슬픈 마음 애통한 곡소리 구름 산에 사무치고
風動梧桐恨萬端  바람이 오동나무 흔드니 만 가지 한이 생겨나네
暗想眞靈歸去處  가만히 생각건대 참다운 혼령 어디로 갔을꼬
蓮邦隨意自由閑  극락에서 마음대로 자유롭고 한가할 테지
윤 진사를 맞이하여(奉尹進士)
意氣超然逈出群  의지와 기상 초연하여 뭇사람을 초월했네
仙山有約踏層雲  선산26)에 약속 있어 층층 구름 밟았구나
相逢一笑還離別  서로 만나 한바탕 웃다가 다시 이별하게 되니
回首歸程雪正紛  고개 돌려 돌아오는 길에 눈만 어지러이 날리네
윤 정자를 맞이하여(奉尹正字)
海外窮山一老僧  바다 밖 궁산27)의 한 늙은 승려가
幸逢仙客更挑燈  다행히 신선 나그네 만나 다시 등불 돋우었네
淸談未盡天將曉  좋은 이야기 다 못했는데 날은 어느새 밝아 오니
共把羅衫恨未能  서로 옷소매 부여잡고 아쉬움을 한탄하네
섣달 그믐날 오 스님과 이별하며(除夜別悟師)
人間歲月如流水  인간세계 세월은 흘러가는 물과 같고
天上光陰似隙駒  하늘나라 광음은 문틈으로 달리는 말을 보는 것 같네
此夜吾君相別後  오늘 밤 그대와 서로 이별하고 나면
不知何處更同遊  어느 곳에서 다시 함께 노닐지 모르겠구려
윤 참의28)를 맞아서(奉尹叅議)

008_0388_a_01L憶欽師

008_0388_a_02L
香嶽靈珠幾千里蓬萊情話夢依依

008_0388_a_03L春風芳草笻音斷靜夜思君淚濕衣

008_0388_a_04L次鄭進士韵

008_0388_a_05L
意氣賢才已超群胸中學海動乾坤

008_0388_a_06L世間名利都忘却今向靑山伴白雲

008_0388_a_07L別元師

008_0388_a_08L
吾與吾師意不異同心同息洩深情

008_0388_a_09L如今送別南溪岸惆悵泉流夜夜聲

008_0388_a_10L挽心悟

008_0388_a_11L
惑年功業轉頭非鄕路迢迢獨自歸

008_0388_a_12L今日黃昏何處是白楊枝上突雲飛(一)

008_0388_a_13L悲心哀哭徹雲山風動梧桐恨萬端

008_0388_a_14L暗想眞靈歸去處蓮邦隨意自由閑(二)

008_0388_a_15L奉尹進士

008_0388_a_16L
意氣超然逈出群仙山有約踏層雲

008_0388_a_17L相逢一笑還離別回首歸程雪正紛

008_0388_a_18L奉尹正字

008_0388_a_19L
海外窮山一老僧幸逢仙客更挑燈

008_0388_a_20L淸談未盡天將曉共把羅衫恨未能

008_0388_a_21L除夜別悟師

008_0388_a_22L
人間歲月如流水天上光陰似隙駒

008_0388_a_23L此夜吾君相別後不知何處更同遊

008_0388_a_24L奉尹叅議

008_0388_b_01L蓬萊方丈一閑僧  봉래산 방장의 어떤 한가한 스님
敬奉仙軒點小燈  신선 수레 경건히 모시고 작은 등에 불붙였네
話到更深天欲曙  진리 이야기 깊어지니 날 새는 줄 몰랐는데
數聲淸磬出雲層  두어 소리 맑은 경쇠 구름층을 뚫는구나
삼가 백헌의 시운을 따서【2수】(敬次百軒韵【二】)
[1]
領相曾言向此期  영상이 일찍이 이곳에 오겠노라 약속했는데
乘輿長笛杜花時  수레 타고 장적 불며 진달래 필 때라네
談玄說妙高樓上  높은 누각 위에서 깊은 진리 묘한 말씀 나누니
洗滌胸襟萬慮愁  가슴속을 씻어 낸 듯 온갖 시름 사라지네

[2]
飄然瓶錫向仙山  표연히 병들고 지팡이 짚고 선산 향해
跋渉風塵幾渡灣  내 건너며 풍진 속에 몇 구비나 지나왔나
如入頭崙壺裏境  만일 두륜산 신선의 병 속 경계에 들어가면
白雲行止碧虛間  흰 구름도 푸른 하늘에 걸음 멈추고 쉴 테지
관산의 오 스님에게 부쳐 줌(寄冠山悟師)
別後深懷能幾許  이별한 뒤 깊은 시름으로 얼마나 지냈는가
冠山悵望思悠悠  관산의 스님 시름없이 기다리며 생각이 아득하다
今承一扎開緘見  오늘 편지 한 통을 받아 뜯어서 읽어 보니
不勝悽然意轉幽  슬픈 마음 견딜 수 없어 생각 더욱 어둡구나
오대산 청 스님에게 부쳐 줌(寄臺山淸師)
昔日蓬萊相別後  지난날 봉래산에서 서로 이별한 뒤로
兩鄕思憶幾春秋  양쪽 마을에서 몇 년이나 그리워했던가
挑燈對語知何節  등불 돋우고 마주 앉아 이야기한 시절 언젠지 아는가
遙想尊顏不勝愁  멀리서 존안을 생각하니 시름을 견딜 수 없소
남인 스님을 생각하건만 오지 않아서(想南印不來)
西去西京猶不返  서쪽 서경으로 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老僧孤宿意何如  늙은 중 혼자 자는 밤 마음이 어떻겠나
相思日夜情無極  밤낮으로 그리워하는 마음 다함이 없어
悵望天涯恨有餘  시름없이 먼 하늘 바라보니 한만 가득 서리네
호연 스님의 시자 승정이 영골을 모시려고 보개산에 들어가 사리를 꺼내 가지고 돌아감(浩然侍者勝淨持靈骨入寶盖出舍利而歸)
平生行止林泉月  평생을 숲속에서 샘과 달과 함께 지내고
盡日徘徊伴鶴遊  온종일 서성이며 학을 벗 삼아 노니네
適作香城敲骨客  때마침 향성사香城寺29)에 사리탑 세운 나그네
功成歸去喜難遒  뜻을 이루어 돌아가니 그 기쁨 다할 길 없어라
신기 스님에게 줌(贈信機)
靈珠月夜一開顏  영주봉 달밤에 활짝 한번 웃고는
拂袖飄然萬里還  소매 떨치고 표연히 만 리 길 돌아갔네
若問仙山淸興味  만약 신선 산의 청아한 맛을 묻는다면
數聲鐘磬出雲間  종과 경쇠 두어 소리 구름 사이에서 나온다네

008_0388_b_01L
蓬萊方丈一閑僧敬奉仙軒點小燈

008_0388_b_02L話到更深天欲曙數聲淸磬出雲層

008_0388_b_03L敬次百軒韵

008_0388_b_04L
領相曾言向此期乘輿長笛杜花時

008_0388_b_05L談玄說妙高樓上洗滌胸襟萬慮愁(一)

008_0388_b_06L飄然瓶錫向仙山跋渉風塵幾渡灣

008_0388_b_07L如入頭崙壼裏境白雲行止碧虛間(二)

008_0388_b_08L寄冠山悟師

008_0388_b_09L
別後深懷能幾許冠山悵望思悠悠

008_0388_b_10L今承一扎開緘見不勝悽然意轉幽

008_0388_b_11L寄臺山淸師

008_0388_b_12L
昔日蓬萊相別後兩鄕思憶幾春秋

008_0388_b_13L挑燈對語知何節遙想尊顏不勝愁

008_0388_b_14L想南印不來

008_0388_b_15L
西去西京猶不返老僧孤宿意何如

008_0388_b_16L相思日夜情無極悵望天涯恨有餘

008_0388_b_17L浩然侍者勝淨持靈骨入寶盖出舍
008_0388_b_18L利而歸

008_0388_b_19L
平生行止林泉月盡日徘徊伴鶴遊

008_0388_b_20L適作香城敲骨客功成歸去喜難遒

008_0388_b_21L贈信機

008_0388_b_22L
靈珠月夜一開顏拂袖飄然萬里還

008_0388_b_23L若問仙山淸興味數聲鐘磬出雲間

008_0388_b_24L贈法心

008_0388_c_01L
법심 스님에게 줌(贈法心)
自從楓嶽扣雲扄  풍악에서 찾아와 구름 빗장 두드리니
一笑相迎似舊情  한번 웃고 맞는 즐거움 옛정이 그대롤세
禪話未終還拜別  선 이야기 채 끝나기도 전에 간다고 하니
隔林啼鳥兩三聲  숲 사이에 새들만 조잘조잘 우짖는구나
호연 문인 수십 명이 사리를 내어 달라고 간청함(浩然門人數十徒乞請出舍利)
先師靈骨微欠在  선사의 영골 사리가 그리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니
鑽極之人亦不成  깊이 공부한 사람도 사리는 이루지 못하는 것을
僉也若無關羽志  모두들 관우와 같은 의지가 없으면
鐫文良玉喪眞名  좋은 옥에 글자 새겨도 참다운 이름 잃고 마네
정인 스님을 이별하며(別正印)
朝遊妙德開心嶺  아침에는 미묘한 덕 개심산 마루에 노닐고
暮徃大乘萬瀑邊  저녁에는 대승이 만폭폭포 언덕으로 가노라
偲切未深還拂錫  굳세고 간절함 깊지 못해 석장 날리며 돌아와
不堪回首夕陽天  고개 돌려 보니 석양 하늘을 견딜 길 없네
인 선자를 이별하면서(別印禪子)
問師今欲向何方  스님은 지금 어느 곳으로 가려는가 물었더니
西指關西路杳茫  서쪽 아득하게 먼 관서로 가는 길 가리키네
曾得同栖還惜別  일찍이 한곳에서 살았는데 다시 아쉽게 이별하니
莫敎孤客結愁膓  외로운 나그네로 하여금 시름을 맺게 하지 마시게
회포를 서술하다(叙懷)
楓岳洞天虛白子  풍악산 신선이 사는 마을 허백자가
餬餅藏鉢幾千春  발우에 호병을 간직한 지 몇 천 봄인가
何時偶得仙它客  어느 때에나 선타객30)을 만나서
一介能傳夜路人  한 개의 법 밤길 가는 사람에게 전할까나
정 동지의 시운을 따서(次鄭同知韵)
高士探眞入雲扄  고상한 선비 진인 찾아 구름 덮인 집에 들어
仙茶吸盡塵心滅  신선의 차 마시고 나니 세속 마음 사라지네
世間榮辱似浮漚  세간의 영화와 욕됨의 일은 물거품과 같은 것
萬像森羅爲一物  널려 있는 온갖 사물 그 현상은 한 물건이라네
정양사31)의 가을밤(正陽寺秋夜)
千疊奇峰霜夜月  천 겹 기묘한 산봉우리 서리 친 밤에 뜬 달
蕭蕭楓葉帶秋風  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 가을바람 둘렀네
更深寂寞身心靜  밤 깊어 적막하자 몸과 마음 고요하니
萬像森羅影現中  삼라만상의 그림자가 마음속에 나타나네
양식을 빌러 간 스님을 기다리면서(待乞粮僧)
一身無怙無依客  이 한 몸 믿고 의지할 데 없는 나그네가
萬疊山中獨閉關  1만 겹 산속에서 홀로 문 닫아걸었네
斫額多時何日已  이마에 손을 대고32) 멀리 바라보는 일 언제나 그치려나
夢中蝴蝶去頻還  꿈속의 호랑나비 빈번하게 오락가락하는구나

008_0388_c_01L
自從楓嶽扣雲扄一笑相迎似舊情

008_0388_c_02L禪話未終還拜別隔林啼鳥兩三聲

008_0388_c_03L浩然門人數十徒乞請出舍利

008_0388_c_04L
先師靈骨微欠在鑽極之人亦不成

008_0388_c_05L僉也若無關羽志鐫文良玉喪眞名

008_0388_c_06L別正印

008_0388_c_07L
朝遊妙德開心嶺暮徃大乘萬瀑邊

008_0388_c_08L偲切未深還拂錫不堪回首夕陽天

008_0388_c_09L別印禪子

008_0388_c_10L
問師今欲向何方西指關西路杳茫

008_0388_c_11L曾得同栖還惜別莫敎孤客結愁膓

008_0388_c_12L叙懷

008_0388_c_13L
楓岳洞天虛白子餬餅藏鉢幾千春

008_0388_c_14L何時偶得仙它客一介能傳夜路人

008_0388_c_15L次鄭同知韵

008_0388_c_16L
高士探眞入雲扄仙茶吸盡塵心滅

008_0388_c_17L世間榮辱似浮漚萬像森羅爲一物

008_0388_c_18L正陽寺秋夜

008_0388_c_19L
千疊奇峰霜夜月蕭蕭楓葉帶秋風

008_0388_c_20L更深寂寞身心靜萬像森羅影現中

008_0388_c_21L待乞粮僧

008_0388_c_22L
一身無怙無依客萬疊山中獨閉關

008_0388_c_23L斫額多時何日已夢中蝴蝶去頻還

008_0388_c_24L寄諶師

008_0389_a_01L
심 스님에게 부쳐 줌(寄諶師)
相思累月隔淸芬  여러 달 동안 서로 생각하나 청분33)한 그대 가로막아
天逸樓臺夢裡人  천일대天逸臺34) 누각 위에서 단꿈에 빠진 사람
何日重逢眞面目  어느 날 진면목을 다시 만날 수 있으랴
却言香嶽綠楊春  문득 말하노니 향악의 버드나무는 푸른 봄이로세
운 스님에게 부쳐 줌(贈雲師)
一見音容春夢過  한번 음성을 듣고 얼굴 뵘이 봄꿈처럼 지나고 나니
不知何日共同衾  어느 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습니다
瀟湘歸鴈啼思北  소상강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북쪽 생각하며 우는데
月照空窓意轉深  빈 창가에 달빛만 비치니 생각만 더욱 깊어집니다
평 스님에게 부쳐 줌【2수】(寄平師【二】)
[1]
眞歇臺前三更月  진헐대 앞 삼경에 뜬 달
分明兩地憶情人  두 곳에 분명하여 정든 사람 생각하네
何年直入蓬萊洞  어느 해 곧바로 봉래산 마을로 들어와
與我同遊萬瀑濱  나와 함께 만폭동 폭포 가에 앉을까나

[2]
憶昔香爐同鼎約  생각하니 지난날 향로봉에서 한솥밥 먹자던 약속
光陰暗變幾年經  광음이 어느새 몇 년이나 지났는가
靑猿歸蜀難傳信  푸른 원숭이 촉나라로 돌아가 소식 전할 길 없더니
適値尊兄寄遠情  마침 존형을 만나 먼 곳에서 소식 부치오
발연사鉢淵寺35)에서 자면서 진표 율사에 대한 감회가 있어서(宿鉢淵感眞表律師)
奇岩恠石眞師像  기이한 암석 괴상한 바위 진표 율사 형상 같고
噴水龍潭說法聲  용담에 솟구치는 물 법 설하는 소리로세
對此不疑當日事  이 풍경 대하고 보니 당시의 일 의심할 여지 없어
始知靑嶂古今靑  비로소 알겠네 푸른 산이 고금에 푸른 이유
묘향산의 친구에게 부쳐 줌(寄妙香知己)
緬惟太白親心友  태백산의 마음속 친한 친구 생각하다가
魂夢紛紛幾到家  꿈속에서 분분하게 몇 번이나 집에 갔던가
舊識從來情不淺  오래된 친구라 지금까지의 정 얕지 않으니
秋風高拂訪如何  가을바람 불거든 날 한번 찾아옴이 어떤가
봄비 속에 사물을 감상함(春雨賞物)
春風細雨勢猶寒  봄바람 가랑비에 날씨마저 쌀쌀한데
八字禪窓賞物懽  팔자처럼 생긴 창에 사물 감상 기쁘구나
桃李薔薇含露笑  복사 오얏 장미는 이슬 머금은 채 웃고 있고
數峯蒼翠卓雲間  푸르스레한 산봉우리는 구름 사이 솟아 있다
금강산에 있으면서 고향 친구가 생각나서(在金剛山憶故人)
釼戟層峯豈可盡  칼과 창 같은 층층 봉우리 어찌 다 말할 거며
羊膓曲路幾千回  양의 창자처럼 굽은 산길 몇 천 구비 돌았는가
煙霞一入經新節  안개 노을 속에 한번 들어 새 계절이 지나건만
不見關西舊識來  관서로 간 옛 친구는 나타나지 않는구나
금강산 꼭대기에 올라(登金剛山頂)
日出扶桑開佛面  부상에 해가 뜨니 부처님 모습 나타나고
月臨濸海亦尊顏  푸른 바다에 달이 뜨니 그 또한 존안이라

008_0389_a_01L
相思累月隔淸芬天逸樓臺夢裡人

008_0389_a_02L何日重逢眞面目却言香嶽綠楊春

008_0389_a_03L贈雲師

008_0389_a_04L
一見音容春夢過不知何日共同衾

008_0389_a_05L瀟湘歸鴈啼思北月照空窓意轉深

008_0389_a_06L寄平師

008_0389_a_07L
眞歇臺前三更月分明兩地憶情人

008_0389_a_08L何年直入蓬萊洞與我同遊萬瀑濱(一)

008_0389_a_09L憶昔香爐同鼎約光陰暗變幾年經

008_0389_a_10L靑猿歸蜀難傳信適値尊兄寄遠情(二)

008_0389_a_11L宿鉢淵感眞表律師

008_0389_a_12L
奇岩恠石眞師像噴水龍潭說法聲

008_0389_a_13L對此不疑當日事始知靑嶂古今靑

008_0389_a_14L寄妙香知己

008_0389_a_15L
緬惟太白親心友魂夢紛紛幾到家

008_0389_a_16L舊識從來情不淺秋風高拂訪如何

008_0389_a_17L春雨賞物

008_0389_a_18L
春風細雨勢猶寒八字禪窓賞物懽

008_0389_a_19L桃李薔薇含露笑數峯蒼翠卓雲間

008_0389_a_20L在金剛山憶故人

008_0389_a_21L
釼戟層峯豈可盡羊膓曲路幾千回

008_0389_a_22L煙霞一入經新節不見關西舊識來

008_0389_a_23L登金剛山頂

008_0389_a_24L
日出扶桑開佛面月臨濸海亦尊顏

008_0389_b_01L行行步步琉璃界  걷고 걷는 걸음마다 온통 유리세계이니
知是人間第一山  금강산이 인간세계 제일 산인 줄 알겠네
동해 명사를 거닐며(東海鳴沙行)
鳴沙汀岸獨行笻  명사 모래섬 언덕을 홀로 걸으며
東望扶桑接海平  동쪽 해 뜨는 곳 바라보니 평평한 바다에 닿아 있네
白▼(丘+鳥)飛處蘆花落  흰 갈매기 나는 곳엔 갈대꽃 떨어지고
雲逐淸風雲自輕  시원한 바람에 쫓기는 구름 저절로 가볍구나
봉래산에서 묘향산 옛 친구를 이별하며(蓬萊別香山故友)
八月秋風落葉飛  팔월 가을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暮雲山色遠微微  저녁 구름에 산 빛은 멀리 희미하네
松亭告別情何極  송정에서 이별하니 그 마음 어찌 다하며
惆悵天涯獨自歸  슬픈 마음으로 하늘가에서 나 홀로 돌아오네
희 장로에게 부쳐 줌(寄熙長老)
歲月如流近授衣  세월은 유수처럼 빨라 겨울옷 장만이 엊그제 같은데
寒風陣陣透衾衣  찬바람은 계속 불어 이불과 옷에 스며드네
思心汲汲歸慈室  생각하는 마음 급급하여 어머님께 돌아가니
何日重圓一捲衣  어느 날 다시 만나36) 옷 한번 몸에 두를까나?
행 스님에게 주다(贈行師)
高菴寂寞絕來徃  높은 곳 암자라 오가는 이 없어 적막한데
旅寓生涯日月新  나그넷길 같은 인생 날로 달로 새롭구나
料得尊君相欲見  생각건대 귀하신 그대 한번 만나 보려고 하면
夢隨蝴蝶入雲頻  꿈속에 호랑나비가 되어 구름 속에 들어야 하리
봄에 풍악산을 유람하면서(春遊楓嶽)
坐斷層崖與海濱  층층 절벽과 바닷가에 좌정하니
紫黃靑白盡同春  붉고 누렇고 푸르고 흰 것 똑같이 봄이로세
何須向外尋眞界  어찌 반드시 밖을 향해 참다운 경계 찾으랴
山色莊嚴法性身  장엄한 산 색깔이 법성이요 법신인 것을
오 스님이 눈 속에 날 찾아왔기에 감사하며(謝悟師雪中來訪)
仙庵誰訪扣柴關  신선의 암자 그 누가 찾아와 사립문 두드리랴
寂寞禪窓獨自閑  적막한 선창에 나 홀로 한가하네
深謝故人留舊意  친구에게 깊이 감사하오, 옛 생각 못 잊어
脚耕春雪苦來還  봄 눈길 휘저으며 고생고생 찾아오신 것을
회포를 읊음(咏懷)
久住香爐樂自多  오래 향로봉에 머물다 보니 즐거운 일 많아
金剛移入樂尤多  금강산 옮겨 갈 적마다 즐거움 또한 많네
樂來樂去非塵樂  즐겁게 오고 감은 세속의 즐거움이 아니라
共樂無生樂亦多  함께 무생을 즐기니 그 즐거움 많다네
오 스님을 생각하면서(憶悟師)
去月相逢今已久  지난 달 만난 지 지금 이미 오래이니
淸談還似夢邯鄲  좋은 이야기도 도리어 한단의 꿈일레라

008_0389_b_01L行行步步琉璃界知是人間第一山

008_0389_b_02L東海鳴沙行

008_0389_b_03L
鳴沙汀岸獨行笻東望扶桑接海平

008_0389_b_04L白𩿨飛處蘆花落雲逐淸風雲自輕

008_0389_b_05L蓬萊別香山故友

008_0389_b_06L
八月秋風落葉飛暮雲山色遠微微

008_0389_b_07L松亭告別情何極惆悵天涯獨自歸

008_0389_b_08L寄熙長老

008_0389_b_09L
歲月如流近授衣寒風陣陣透衾衣

008_0389_b_10L思心汲汲歸慈室何日重圓一捲衣

008_0389_b_11L贈行師

008_0389_b_12L
高菴寂寞絕來徃旅寓生涯日月新

008_0389_b_13L料得尊君相欲見夢隨蝴蝶入雲頻

008_0389_b_14L春遊楓嶽

008_0389_b_15L
坐斷層崖與海濱紫黃靑白盡同春

008_0389_b_16L何須向外尋眞界山色莊嚴法性身

008_0389_b_17L謝悟師雪中來訪

008_0389_b_18L
仙庵誰訪扣柴關寂寞禪窓獨自閑

008_0389_b_19L深謝故人留舊意脚耕春雪苦來還

008_0389_b_20L咏懷

008_0389_b_21L
久住香爐樂自多金剛移入樂尤多

008_0389_b_22L樂來樂去非塵樂共樂無生樂亦多

008_0389_b_23L憶悟師

008_0389_b_24L
去月相逢今已久淸談還似夢邯鄲

008_0389_c_01L此時縱欲重尋話  이때에 비록 다시 이야기 나누려 해도
事與心違豈不難  일과 마음 어긋나니 어찌 어렵지 않으리?
행 스님과의 약속을 기억하면서(憶行師有約)
徃年秋月故鄕境  작년 가을에 고향 마을에 가서
與我同盟結契情  나와 동맹하자 약속한 그 심정
佳節已過無影迹  아름다운 계절 지나도 그림자 흔적마저 없고
但聞春鳥弄春聲  다만 봄새가 봄을 희롱하는 울음소리만 들리네
동산 스님의 시적에 감회가 있어서(感東山示寂)
帝鄕眞界乘雲去  천제天帝의 마을 참 경계로 구름 타고 갔으니
濟世慈船折棹傾  세상 건질 자비의 배에 노와 돛대 꺾어졌네
靈鷲拈花何處在  영취산 꽃 뽑아 들던 소식 어디에 있기에
少林寒月獨圓明  소림에 싸늘한 달만 홀로 밝게 비추나
감사 홍득일37)을 받들어【2수】(奉洪監使得日【二】)
[1]
錦繡山光秋夜靜  비단 같은 산 빛 가을밤은 조용한데
吟風賞月興長連  시 읊으며 달을 감상하니 흥 길게 이어지네
壺中仙景何須問  항아리 속 신선 세계 이 경치 어찌 물을 필요 있나
疑是蓬萊別有天  봉래산은 아마도 별유천지인 듯하네

[2]
鶉衣百結無方漢  누덕누덕 기운 옷38)에 일정한 방소 없는 사람
到處行裝只一瓶  가는 곳마다 행장으론 물병 하나뿐이라네
相國仁波餘及釋  상국의 어진 물결 우리 석씨에도 미치니
山門留憇祝君明  산문에 머물러 쉬면서 그대 위해 기도하네
치악산 상원(薙嶽山上院)
披雲渉水强登峀  구름 헤치고 물 건너 억지로 산등성이 올라오니
蕭寺巍巍掛半空  고요한 절 우뚝 솟아 반공에 걸려 있네
俯見人寰如蟻垤  세속 마을39) 굽어보니 마치 개미집 같은데
廓然滄海眼前平  넓고 넓은 푸른 바다 눈앞이 평편하네
가야산 취적봉(伽耶山吹笛峰)
春山花發色彌明  봄 산에 꽃이 만발하니 색 더욱 선명하고
瀑水飛流晝夜鳴  폭포수 날아 흘러 밤낮으로 우는구나
可惜孤雲何處去  고운 선생은 지금 어느 곳으로 갔는지
但聞臺上吹簫聲  단지 누대 위에서 피리 소리만 들리네
해인사 대장전(海印大藏殿)
百間滿室眞經板  백 간 방에 가득한 불경의 판목版木들
八萬金文藏此留  『팔만대장경』이 여기에 간직되어 있다네
何事龍宮龍樹出  무슨 일로 용궁에서 용수보살이 가지고 나와
後來靑眼哂非休  뒷세상 푸른 눈의 스님 미소가 그치지 않네
옥 스님에게 부쳐 줌(寄玉師)
靑年同住金剛頂  청년 시절에 우리 함께 금강산 꼭대기에 머물렀고
白髮重逢薙岳邊  백발이 되어선 다시 치악산에서 만났구먼
一見相離如夢蝶  한번 만나 서로 이별함이 꿈속의 나비 같아
問君期會又何年  그대에게 묻노니 어느 해에 우리 다시 만날까

008_0389_c_01L此時縱欲重尋話事與心違豈不難

008_0389_c_02L憶行師有約

008_0389_c_03L
徃年秋月故鄕境與我同盟結契情

008_0389_c_04L佳節已過無影迹但聞春鳥弄春聲

008_0389_c_05L感東山示寂

008_0389_c_06L
帝鄕眞界乘雲去濟世慈船折棹傾

008_0389_c_07L靈鷲拈花何處在少林寒月獨圓明

008_0389_c_08L奉洪監使得日

008_0389_c_09L
錦繡山光秋夜靜吟風賞月興長連

008_0389_c_10L壼中仙景何須問疑是蓬萊別有天(一)

008_0389_c_11L鶉衣百結無方漢到處行裝只一瓶

008_0389_c_12L相國仁波餘及釋山門留憇祝君明(二)

008_0389_c_13L薙嶽山上院

008_0389_c_14L
披雲渉水强登峀蕭寺巍巍掛半空

008_0389_c_15L俯見人寰如蟻垤廓然滄海眼前平

008_0389_c_16L伽耶山吹笛峰

008_0389_c_17L
春山花發色彌明瀑水飛流晝夜鳴

008_0389_c_18L可惜孤雲何處去但聞臺上吹簫聲

008_0389_c_19L海印大藏殿

008_0389_c_20L
百間滿室眞經板八萬金文藏此留

008_0389_c_21L何事龍宮龍樹出後來靑眼哂非休

008_0389_c_22L寄玉師

008_0389_c_23L
靑年同住金剛頂白髮重逢薙岳邊

008_0389_c_24L一見相離如夢蝶問君期會又何年

008_0390_a_01L
도영 스님에게 주다【3수】(贈道英【三】)
[1]
少林消息幾年春  소림의 소식 몇 봄이나 지났는가
雪裏神光六代新  눈 속의 신광40)이 6대에 새로워라
叔世兒孫誰繼此  말세 아손 중에 누가 이 법을 이었는가
可憐不見一臂人  가련하다! 한 팔 자른 사람 보지를 못했다네

[2]
荊樹▼(只+只)林非鳳息  가시나무 탱자 숲엔 봉황이 쉬지 않고
汚池河水豈藏龍  더러운 못 물속에 어찌 용이 살겠는가
願君將有挐雲氣  바라건대 그대는 장차 구름 기운 잡아서
坐斷香爐第一峯  향로봉 제일가는 봉우리에 좌정하시게

[3]
芳草三春花滿發  파릇파릇 삼춘에 꽃들은 만발한데
梨亭送別恨如何  이정에서 송별하니 그 한 어떻겠나
他年倘有相思意  다른 해에 혹 서로 그리운 맘 있거들랑
一入香爐一訪余  한번 향로봉에 들어와 나를 찾으시게
계정 스님에게 주다(贈戒淨)
昔日金剛眞歇殿  지난날엔 금강산 진헐대 법당에서 만났는데
如今相會豈緣輕  이제 다시 만나니 어찌 가벼운 인연이랴
臨溪惜別多情意  냇가에서 아쉬운 이별 생각 많게 하는데
柳上鶯啼一二聲  버드나무 가지 위에 꾀꼬리가 조잘거리네
삼가 백헌의 시운을 따서【2수】(敬次百軒韵【二】)
[1]
名山踏盡隔塵喧  명산을 다 다니며 세속 인연 끊었더니
隨類騰騰入市門  친구 따라 등등하게 시장 문을 들어갔네
仁義慈悲同話處  인의와 자비가 같이 이야기하는 곳에
秋天明月已斜軒  가을 하늘 밝은 달이 어느새 난간에 비꼈구나

[2]
瓶錫搖空蝶舞輕  물병과 지팡이 허공을 흔드니 나비춤 가벼워
都城華地自由行  도성의 화려한 곳 자유롭게 다니는구나
雖然不染紅塵累  아무리 붉은 먼지41)에 물들지 않는다 하나
爭似曺溪一滴淸  어찌 조계의 깨끗한 물 한 방울과 같으리?
정 선자에게 주다(贈正禪子)
平生願解胸中結  평생의 소원은 가슴속 맺힌 것을 푸는 것
偶得舒懷盡忘愁  우연히 생각을 펴고 나니 시름을 다 잊었네
拜別今朝情似薄  오늘 아침 이별하고 보니 감정이 얇아지고
冲心遺在幾時休  깊은 속마음만 남았는데 그것도 얼마나 가려는지
부석사의 의상 대사가 심었다는 희비화【이황의 시운을 따서】(浮石義湘所植嬉悲花【次李璜韻】)
飄然遊戱海西門  표연히 바다 서쪽 문을 유희하다가
執錫還歸卓此根  지팡이 들고 돌아와 세웠는데 뿌리가 내렸다네
刼外春風花爛熳  겁외의 봄바람에 꽃이 난만하게 피었으니
何緣天地養生恩  무슨 인연으로 천지의 양생 은혜 입었는가
영 스님에게 부쳐 줌(寄英師)
鶴樹雲庭含淚別  입적하신 구름 덮인 뜰에서 울며 이별하니
秋風蟬咽意茫然  가을바람에 매미조차 오열하여 마음이 망연하네
生涯各異無期會  사는 길이 각기 달라 만날 기회 없으니
愁緖紛紛夢寐邊  근심과 슬픔이 꿈속에 분분하네

008_0390_a_01L贈道英

008_0390_a_02L
少林消息幾年春雪裏神光六代新

008_0390_a_03L叔世兒孫誰繼此可憐不見一臂人(一)

008_0390_a_04L荊樹▼(只+只)林非鳳息汚池河水豈藏龍

008_0390_a_05L願君將有挐雲氣坐斷香爐第一峯(二)

008_0390_a_06L芳草三春花滿發梨亭送別恨如何

008_0390_a_07L他年倘有相思意一入香爐一訪余(三)

008_0390_a_08L贈戒淨

008_0390_a_09L
昔日金剛眞歇殿如今相會豈緣輕

008_0390_a_10L臨溪惜別多情意柳上鶯啼一二聲

008_0390_a_11L敬次百軒韵

008_0390_a_12L
名山踏盡隔塵喧隨類騰騰入市門

008_0390_a_13L仁義慈悲同話處秋天明月已斜軒(一)

008_0390_a_14L瓶錫搖空蝶舞輕都城華地自由行

008_0390_a_15L雖然不染紅塵累爭似曹溪一滴淸(二)

008_0390_a_16L贈正禪子

008_0390_a_17L
平生願解胸中結偶得舒懷盡忘愁

008_0390_a_18L拜別今朝情似薄冲心遺在幾時休

008_0390_a_19L浮石義湘所植嫸悲花次李璜韻

008_0390_a_20L
飄然遊戱海西門執錫還歸卓此根

008_0390_a_21L劫外春風花爛熳何緣天地養生恩

008_0390_a_22L寄英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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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樹雲庭含淚別秋風蟬咽意茫然

008_0390_a_24L生涯各異無期會愁緖紛紛夢寐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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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대에서 한가롭게 읊다(佛影閑咏)
祝聖焚香門晝閉  향 사르고 축성하느라 낮에도 문을 걸어 닫아
此身閑逸此心閑  이 몸 한가하게 노니니 이 마음 또한 한가롭네
有時臺上徘徊望  어느 때는 누대 위에서 서성이며 멀리 바라보니
楓葉靑紅落照間  지는 해 사이로 울긋불긋 단풍잎이 떨어지네
둥근 모양42)의 나무 뚜껑(圓相木盖)
格外禪風無表示  격외선43) 가풍에는 표시가 없는데
南陽忠老作形容  남양 혜충南陽慧忠44) 선사가 형용을 만들었네
莫言華土頗相遠  화엄정토와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一片圓光入室中  한 조각 원광이 방 가운데 들어갔네45)
불영대(佛影臺)
逍遙臺畔禪床坐  소요대 경내 선상에 앉으니
物外風光洗我情  현실 밖의 풍광이 내 마음 씻어 준다
且恐世人知此勝  세상 사람들 이 승경勝景을 알까 염려되는데
時來憑問扣雲扄  가끔씩 문안드리러 구름 빗장 두드리네
거듭 묘향산에 들어가서(重入妙香)
二十餘年遊覽罷  20여 년 동안의 유람을 마치고
白頭重入妙香天  흰머리로 다시 묘향산에 들어왔네
如今坐斷毘盧頂  만일 지금 비로봉 정상에 좌정하고 앉는다면
世慮塵緣自蕩然  세상 생각과 세속 인연 저절로 씻어지리
돌이켜 생각함(返思)
道不遠人人自遠  도가 사람을 멀리함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멀리하니
勿須求釼刻舟尋  반드시 뱃머리에 새겨 놓고 거기서 칼 찾지 말게나
身中猶有吾家物  몸 안에 오히려 내 집의 보물이 있나니
回就殷懃念者心  나아가 은근하게 염하는 이의 생각을 돌이켜 보시게
허깨비 알음알이(幻智)
幻去幻來俱是幻  허깨비가 오고 가니 모두가 다 허깨비네
誰知幻法本無根  본래 근거 없는 허깨비 법을 어느 누가 알리오
縱然識得皆爲幻  비록 그러나 모두가 허깨비인 줄 알기만 한다면
滅智方登涅槃門  알음알이 없애 비로소 열반의 문에 오르리
월정사月精寺
江湖萬里尋眞客  만 리 강호에서 진리 찾는 나그네가
日暮悠悠獨上樓  날이 저물자 유유히 혼자 누각에 오르네
庭塔傀偉天外出  뜰에 선 불탑은 우뚝 하늘 밖을 벗어났고
鍾聲遙振白雲頭  멀리서 울려오는 종소리 백운 가를 지나네
개성 유수46)를 맞아(奉開城留守)
一府恩波沾四俗  한 관아의 은혜의 물결 세속에 미치니
天磨峰下老僧閑  천마산 봉우리 아래 늙은 중은 한가롭네
金文看讀無餘事  불경을 읽는 일 외에 다른 일이 없고
祝壽焚香獨掩關  기도하고 향 사르느라 홀로 사립문 닫아거네

008_0390_b_01L佛影閑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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祝聖焚香門晝閉此身閑逸此心閑

008_0390_b_03L有時臺上徘徊望楓葉靑紅落照間

008_0390_b_04L圓相木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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格外禪風無表示南陽忠老作形容

008_0390_b_06L莫言華土頗相遠一片圓光入室中

008_0390_b_07L佛影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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逍遙臺畔禪床坐物外風光洗我情

008_0390_b_09L且恐世人知此勝時來憑問扣雲扄

008_0390_b_10L重入妙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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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餘年遊覽罷白頭重入妙香天

008_0390_b_12L如今坐斷毘盧頂世慮塵緣自蕩然

008_0390_b_13L返思

008_0390_b_14L
道不遠人人自遠勿須求釼刻舟尋

008_0390_b_15L身中猶有吾家物回就殷懃念者心

008_0390_b_16L幻智

008_0390_b_17L
幻去幻來俱是幻誰知幻法本無根

008_0390_b_18L縱然識得皆爲幻滅智方登涅槃門

008_0390_b_19L月精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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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湖萬里尋眞客日暮悠悠獨上樓

008_0390_b_21L庭塔傀偉天外出鍾聲遙振白雲頭

008_0390_b_22L奉開城留守

008_0390_b_23L
一府恩波沾四俗天磨峰下老僧閑

008_0390_b_24L金文看讀無餘事祝壽焚香獨掩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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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즐거움【2수】(山中樂【二】)
[1]
松花飢拾平生足  송화로 주린 배 채우며 평생토록 만족하고
渴飮流泉世味淸  목마를 때 샘물이면 세상맛 시원하네
懶臥雲間無一事  게을러 구름 사이 누우니 아무 일이 없고
禪床閑坐說眞經  선상에 한가로이 좌정하고 불경을 설하네

[2]
三間草屋沒人情  세 간 초가집에 사람이라곤 볼 수 없고
亡却功名濁世榮  탁한 세속의 공명과 영화 다 잊었네
行住叅尋衫一嶺  다니고 머물며 참선하매 장삼 한 벌뿐이요
耳邊寧有擊鍾聲  귓가에는 종 치는 소리만 들려온다
세상을 경책함(警世)
世上功名如草芥  세상의 공명이란 초개와 같은 것
人間浮命似溪流  인간의 목숨도 흐르는 냇물과 같다네
今生若不須懃做  금생에 만약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으면
未識將何得自由  장차 어느 때에 자유를 얻을지 알지 못하리
진영 속에서 회포를 씀(陣中書懷)
爲國行權孰我先  나라 위해 권세 부림 나와 어느 것 우선하나
三年獨宿漳江邊  3년을 홀로 장강 가에 숙직했네
腰間佩釼誠何事  허리에 찬 칼 참으로 무슨 일 있는가
一爲蒼頭一爲天  하나는 백성들 위해 하나는 법을 위함이지
박 찰방47)을 이별하며【2수】(別朴察訪【二】)
[1]
香爐楓岳逍遙客  향로봉과 풍악산을 소요하는 나그네
愿對尊顏說世情  삼가 존안을 뵈옵고 세간의 정 말합니다
寶界談玄還告別  보배 세계 깊은 진리 담론하다 다시 이별을 고하니
隔林春鳥送怨聲  빽빽한 숲속에서 봄새가 송별 노래 부르네

[2]
衙軒月夜一開顏  관아 난간에 얼굴 내민 밝은 달
身與浮雲石逕還  이 몸은 구름과 함께 오솔길로 돌아가네
別夢依然松摺下  부러진 솔가지 밑 이별은 꿈처럼 의연한데
未知何日共遊閑  어느 날 다시 만나 놀 수 있을지 모르겠네
평 스님에게 주다(贈平師)
吾與尊君情久熟  나와 존귀한 그대는 정든 지 오래인데
深嗟一別幾春秋  한번 이별 후 몇 해나 지났는지 너무 슬프오
禪風漏洩知何日  선문의 가풍 누설 어느 날일지 아는가
獨想悠悠不禁愁  혼자만의 생각 아득해 시름 금할 길 없네
윤 참판의 사당에 하직 인사를 함(尹叅判庙前辭別)
哀哀痛切心中哭  슬픔이 뼈에 사무쳐 마음속 깊이 통곡하고
泣泣呑聲豈偶然  소리 삼키며 울고 우는 일 어찌 우연이겠나
露葉淸茶三獻後  이슬 젖은 잎 맑은 차 석 잔을 올린 뒤에
永辭靈庙入香天  영묘靈廟 길이 하직하고 향천으로 드옵니다

008_0390_c_01L山中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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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花飢拾平生足渴飮流泉世味淸

008_0390_c_03L懶臥雲間無一事禪床閑坐說眞經(一)

008_0390_c_04L三間草屋沒人情亡却功名濁世榮

008_0390_c_05L行住叅尋衫一嶺耳邊寧有擊鍾聲(二)

008_0390_c_06L警世

008_0390_c_07L
世上功名如草芥人間浮命似溪流

008_0390_c_08L今生若不須懃做未識將何得自由

008_0390_c_09L陣中書懷

008_0390_c_10L
爲國行權孰我先三年獨宿漳江邊

008_0390_c_11L腰間佩釼誠何事一爲蒼頭一爲天

008_0390_c_12L別朴察訪

008_0390_c_13L
香爐楓岳逍遙客愿對尊顏說世情

008_0390_c_14L寶界談玄還告別隔林春鳥送怨聲(一)

008_0390_c_15L衙軒月夜一開顏身與浮雲石逕還

008_0390_c_16L別夢依然松摺下未知何日共遊閑(二)

008_0390_c_17L贈平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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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與尊君情久熟深嗟一別幾春秋

008_0390_c_19L禪風漏洩知何日獨想悠悠不禁愁

008_0390_c_20L尹叅判庙前辭別

008_0390_c_21L
哀哀痛切心中哭泣泣呑聲豈偶然

008_0390_c_22L露葉淸茶三獻後永辭靈庙入香天

008_0390_c_23L

008_0390_c_24L七言律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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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언율시七言律詩
을묘년 가을에 보개산에서 해남 대흥사로 와서(乙卯秋自寶盖至海南大興寺)
海外仙區今始還  바다 밖 신선 경계 이제 처음 돌아오니
崢嶸殿閣翠微間  우뚝한 전각이 하늘 높이 솟아 있네
長春洞裏花猶笑  장춘 마을엔 아직도 꽃이 피어 있고
白玉峰頭雲自閑  백옥봉 꼭대기엔 구름 절로 한가하다
簫簫松籟生前壑  쓸쓸히 부는 솔바람 계곡에서 일어나고
瑟瑟秋風起後山  솔솔 부는 가을바람 뒷산에서 불어온다
入定眞僧都不管  선정에 든 스님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嗒然無語臥禪關  우두커니 말없이 선문 안에 누워 있다
정묘년 정월 초팔일에 안주 진영에 들어가 용정48)이 서쪽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강화도를 가리키면서 통곡하며 지음(丁卯正月初八日入安州鎭聞龍㫌西指江華島痛哭而作)
金鑾西幸江華島  임금의 수레 서쪽 강화도로 행차하니
千載王基一夕空  천년의 왕궁이 하루 저녁에 비었구나
百萬阿衡悲路側  온갖 벼슬아치 길가에서 슬퍼하고
三千宮女泣途中  삼천 궁녀들도 도중에서 흐느낀다
陣雲舒卷愁無盡  개었다 흐렸다 하는 전쟁 먼지에 시름이 끝없고
角唄高低恨不窮  나팔 소리의 높낮음이 그지없이 안타깝네
願抱龍泉誅賊藪  용천검 뽑아 들고 적의 무리 모두 베어
宸襟回復大明宮  임금님 다시 대명궁으로 돌아오시기 소원이다
정묘년 정월 초하루 의승을 거느리고 안주 대진에 들어가 접전하다(丁卯正月元日領義僧入安州大鎭接戰)
綸說飛來募義兵  의병을 모집하란 왕명이 날아와
壯丁紏合四千名  장정들 규합하니 4천 명이네
江邊只見㫌旗色  강가엔 다만 깃발 색만 보이고
城上唯聞羽撽聲  성 위엔 화살 소리만 들려온다
溝壑塡委誰最恨  구렁을 메운 시체 누구의 한인가
道塗狼狽我深驚  길마다 앞뒤로 갈 수 없어 내 매우 놀랐네
百祥樓下淸川水  백상루 아래 흘러가는 청천강 저 물도
長帶餘悲徹夜鳴  길이 슬픔을 띠고 밤새워 울어 댄다
전쟁에서 진 뒤에 요행히 살아남아 전쟁에 패한 진장과 군졸을 생각하며(戰敗後幸得殘生憶戰亡鎭將與軍卒)
一身超入煙霞裏  안개 같은 먼지 속에 한 몸으로 들었다가
殘命凄凉集百憂  처량하게 남은 목숨 온갖 걱정 다 쌓이네
將相何殊親骨肉  장상이라 하여 육친의 골육 그 무엇이 다르랴
軍人恰似野狐裘  군인들 모습이 흡사 여우의 가죽 같구나
雲邊拭淚晨昏度  구름 속에서 눈물 닦으며 하루 종일 보내고
床上含悲歲月流  침상 위에서 슬픔 머금은 채 세월만 보내네
遙想當時退皷事  아련히 당시의 퇴각 북소리 떠올리며
嗒然無語恨悠悠  멍하니 말없이 한숨만 내쉬누나

008_0391_a_01L乙卯秋自寶盖至海南大興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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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外仙區今始還崢嶸殿閣翠微間

008_0391_a_03L長春洞裏花猶笑白玉峰頭雲自閑

008_0391_a_04L簫簫松籟生前壑瑟瑟秋風起後山

008_0391_a_05L入定眞僧都不管嗒然無語臥禪關

008_0391_a_06L丁卯正月初八日入安州鎭聞龍㫌
008_0391_a_07L西指江華島痛哭而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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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鑾西幸江華島千載王基一夕空

008_0391_a_09L百萬阿衡悲路側三千宮女泣途中

008_0391_a_10L陣雲舒卷愁無盡角唄高低恨不窮

008_0391_a_11L願抱龍泉誅賊藪宸襟回復大明宮

008_0391_a_12L丁卯正月元日領義僧入安州大鎭
008_0391_a_13L接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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綸說飛來募義兵壯丁紏合四千名

008_0391_a_15L江邊只見㫌旗色城上唯聞羽撽聲

008_0391_a_16L溝壑塡委誰最恨道塗狼狽我深驚

008_0391_a_17L百祥樓下淸川水長帶餘悲徹夜鳴

008_0391_a_18L戰敗後幸得殘生憶戰亡鎭將與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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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391_a_20L
一身超入煙霞裏殘命凄凉集百憂

008_0391_a_21L將相何殊親骨肉軍人恰似野狐裘

008_0391_a_22L雲邊拭淚晨昏度床上含悲歲月流

008_0391_a_23L遙想當時退皷事嗒然無語恨悠悠

008_0391_a_24L丙寅七月受大將印領義僧在平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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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년 7월에 대장 인수를 받고 의승을 거느리고 평양 관습진에 있으면서 회포를 서술함(丙寅七月受大將印領義僧在平壤舘習鎭書懷)
髫年薙髮入雲扄  어린 시절 머리 깎고 산문에 들었거늘
元帥壐書趣利聲  원수의 직책으로 명리의 명성이 따를 줄이야
全軆揚名全孝義  이 몸 온전히 이름 날림은 효도와 충의 때문이고
安民保國切忠情  백성들의 안정 나라의 보전도 간절한 충정 때문이다
雖然不作山林客  비록 그러나 산림의 나그네가 되지 못한다면
也是難悛佛淨行  부처님의 청정한 행 따르기 어려우리
何日手傾滄海水  어느 날 저 푸른 바닷물을 뒤엎어서
一洗眞僧大將名  참다운 중으로 대장의 이름 씻을라나
안주 대진에 있을 때에 변방의 보고를 받고 성에 들어가 군병을 점검하면서 씀(在安州大陣見邊報入城軍點而作)
羽檄傳馳星火速  별똥처럼 날아드는 격문과 전갈
義僧招集次第行  의로운 승 불러 모아 차례로 사열하네
長旗幟影掀山岳  나부끼는 깃발에 산마루도 흔들리고
角唄高低動江城  울리는 나팔 소리 강마을에 요동친다
精鍊習操連九旬  고된 전술훈련 석 달이나 계속되고
巡更木鐸過三更  순찰하는 목탁 소리 한밤을 지새운다
同盟揷血抽寶釼  피를 머금어 동맹하며 뽑아 든 칼
斬盡胡兵報聖明  오랑캐 다 베어 임금 은혜 보답하리
회기와 청신 두 판사가 생각나서(憶誨機與淸信兩判事)
平生知己知音者  평생의 지기로서 내 마음을 아는 사람
信與機公一二人  회기 스님과 청신 스님 한두 사람뿐이라네
夜夜依依顏面美  밤마다 오락가락 얼굴 모습 아름답고
時時耿耿笑談眞  때때로 반짝반짝 웃으며 말하는 진리
歸魂不碍千山夢  혼으로 돌아가면 천산의 꿈도 걸림 없고
明月應懸兩地垠  해맑은 달은 두 곳 모두에 걸려 있겠지
死別生離情不異  죽어 이별하고 살아 이별함이 정리는 다르지 않아
天涯遙望淚沾巾  하늘 끝만 우두커니 바라보니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부벽루49)에 올라(登浮碧樓)
醉杯長篴倚瓊樓  술 취해 긴 피리 들고 부벽루에 기대 있자니
來徃浿江片帆舟  패강50)에 작은 배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丘+鳥)鴨浮沉紅蓼岸  여뀌 붉게 핀 강가에 물오리 오르내리고
鱗魚出沒碧波頭  푸른 물 위엔 고기들 나왔다 사라지네
金鍾蕩雪千秋恨  쇠북 종소리 천추의 한 깨끗이 씻어 주고
玉笛能消萬代愁  옥피리 소리는 만대의 시름 녹여 없애네
仙境名區何勝此  이름 있는 선경인들 이보다 어찌 더하랴
快如騎鶴上瀛洲  속 시원히 학을 타고 영주51)에나 올랐으면
삼각산三角山
漢江沙岸烟如織  한강 모래 언덕엔 노을이 직물을 짜 놓은 듯
三角奇岩獨超閑  삼각산 기이한 바위는 홀로 우뚝 한가롭네
遠望鄕關猶未返  멀리 바라보는 고향 마을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却留城市亦遲還  문득 성안 저자엔 머무르다 돌아감이 더디네
峯巒半出浮雲外  산봉우리 반쯤 솟아 뜬구름 밖에 떠 있고
宮闕全依落照間  궁궐은 온전하게 낙조 사이에 의연하다

008_0391_b_01L舘習鎭書懷

008_0391_b_02L
髫年薙髮入雲扄元帥壐書趣利聲

008_0391_b_03L全軆揚名全孝義安民保國切忠情

008_0391_b_04L雖然不作山林客也是難悛佛淨行

008_0391_b_05L何日手傾滄海水一洗眞僧大將名

008_0391_b_06L在安州大陣見邊報入城軍點而作

008_0391_b_07L
羽檄傳馳星火速義僧招集次第行

008_0391_b_08L長旗幟影掀山岳角唄高低動江城

008_0391_b_09L精鍊習操連九旬巡更木鐸過三更

008_0391_b_10L同盟揷血抽寶釼斬盡胡兵報聖明

008_0391_b_11L憶誨機與淸信兩判事

008_0391_b_12L
平生知己知音者信與機公一二人

008_0391_b_13L夜夜依依顏面美時時耿耿笑談眞

008_0391_b_14L歸魂不碍千山夢明月應懸兩地垠

008_0391_b_15L死別生離情不異天涯遙望淚沾巾

008_0391_b_16L登浮碧樓

008_0391_b_17L
醉杯長篴倚瓊樓來徃浿江片帆舟𩿨鴨浮沉紅蓼岸鱗魚出沒碧波頭

008_0391_b_18L金鍾蕩雪千秋恨玉笛能消萬代愁

008_0391_b_19L仙境名區何勝此快如騎鶴上瀛洲

008_0391_b_20L三角山

008_0391_b_21L
漢江沙岸烟如織三角奇岩獨超閑

008_0391_b_22L遠望鄕關猶未返却留城市亦遲還

008_0391_b_23L峯巒半出浮雲外宮闕全依落照間

008_0391_c_01L誰料萍蹤鶉衲客  그 누가 부평같이 떠도는 누더기 옷의 중을 알리
犻怜淸節暫盤桓  혼자서 외롭게 맑은 절개에 잠시 서성인다
망고대에 올라(登望高臺)
犻上蓬萊望絕頂  혼자서 봉래산에 올라 맨 꼭대기를 바라보니
萬千峰白玉爲城  천만 봉우리 하얀 것이 옥으로 만든 성 같구나
旋踵可蹙南明月  발길 돌려 남쪽으로 밝은 달 쫓아가고
返掌能磨北斗星  손바닥 뒤집어서 북두칠성을 어루만진다
溺水三千臺下遠  물에 잠긴 삼천 봉우리 망고대 아래 멀고
扶桑萬里眼前平  동쪽 해 뜨는 곳 만 리가 눈앞에 평편하다
乾坤盡入眉毛裏  온 천지가 다 눈썹 속에 들어오고
臥聽牽牛織女聲  누워서 견우와 직녀의 속삭임을 듣는다
송도에서 옛날을 생각하며(松都懷古)
太祖受天眞寶位  태조52)가 천명을 받들어 보위에 오르니
松京王氣暗然收  송경53)에 왕의 기운 암연히 거두었네
未央踈柳千年色  미앙궁未央宮54)의 성긴 버들 천년의 색 지녔고
長樂殘歌此日愁  장락궁長樂宮55)의 남은 노래 오늘엔 시름으로
溪水潺潺鳴澗谷  잔잔한 시냇물 계곡 사이에 졸졸거리고
山雲片片鎻峰頭  산속 구름 조각조각 산봉우리 빙 둘렀네
昔年文物今何在  저 옛날 문물들 지금은 어디로 가고
軒外南江入海流  헌문 밖 남강만이 바다로 흘러드는가
지리산 쌍계사雙溪寺56)에서 묵으며(宿智異山䨥溪寺)
䨥溪洞裏夕陽秋  쌍계 마을 속에 가을날 석양을 맞아
爲閱風光犻上樓  풍광을 헤치고 홀로 누각에 올랐네
蕭寺夜深金皷動  쓸쓸한 절 밤은 깊은데 북소리 울리고
碧空雲盡火星流  벽공에 구름 걷히니 별똥별만 흐르누나
崔碑只帶千年恨  최치원57)의 비석 천년의 한 띠고 있고
蜀鳥能催萬代愁  두견새는 만대의 시름을 재촉하네
可惜先師何處去  애석하게도 선사는 어디로 가셨기에
夢中相見意悠悠  꿈속에서 만나려 하나 생각만 아득하다
신흥사58)神興寺
萬古巋然此古寺  만고에 우뚝 솟은 저 오래된 사찰
海東天地一精藍  해동 천지에 유일하게 조용한 가람59)일세
僧堂晝靜雲長鎻  승당은 대낮에도 고요해 구름 길게 잠겨 있고
法殿更深月易沉  법당은 더욱 깊어 달빛마저 쉬 지는구나
紅樹枝邊花灼灼  가지마다 꽃 피어 붉게 물들이고
白沙洞裏鳥喃喃  백사장 마을 속엔 새들만 조잘대네
傍人莫恠殷懃賞  옆 사람들아, 은근히 구경하는 나를 괴이타 하지 마라
徹骨淸風喜不斟  뼛속까지 사무치는 맑은 바람 좋아 잔질도 않는다네
가지사60)에서 자며(宿迦智寺)
策杖徐行海外遊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바다 밖을 노니니
綠楊芳草興悠悠  푸르른 수양버들 꽃다운 풀 시흥을 일으키네
月垂細練霄爲晝  보드라운 비단처럼 드리운 달, 밤에도 낮처럼 밝고
風送微凉夏是秋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여름이건만 가을 같구나

008_0391_c_01L誰料萍蹤鶉衲客犻怜淸節暫盤桓

008_0391_c_02L登望高臺

008_0391_c_03L
犻上蓬萊望絕頂萬千峰白玉爲城

008_0391_c_04L旋踵可蹙南明月返掌能磨北斗星

008_0391_c_05L溺水三千臺下遠扶桑萬里眼前平

008_0391_c_06L乾坤盡入眉毛裏臥聽牽牛織女聲

008_0391_c_07L松都懷古

008_0391_c_08L
太祖受天眞寶位松京王氣喑然收

008_0391_c_09L未央踈柳千年色長樂殘歌此日愁

008_0391_c_10L溪水潺潺鳴澗谷山雲片片鎻峰頭

008_0391_c_11L昔年文物今何在軒外南江入海流

008_0391_c_12L宿智異山䨥 [1] 溪寺

008_0391_c_13L
[2] 溪洞裏夕陽秋爲閱風光犻上樓

008_0391_c_14L蕭寺夜深金皷動碧空雲盡火星流

008_0391_c_15L崔碑只帶千年恨蜀鳥能催萬代愁

008_0391_c_16L可惜先師何處去夢中相見意悠悠

008_0391_c_17L神興寺

008_0391_c_18L
萬古巋然此古寺海東天地一精藍

008_0391_c_19L僧堂晝靜雲長鎻法殿更深月易沉

008_0391_c_20L紅樹枝邊花灼灼白沙洞裏鳥喃喃

008_0391_c_21L傍人莫恠殷懃賞徹骨淸風喜不斟

008_0391_c_22L宿迦智寺

008_0391_c_23L
策杖徐行海外遊綠楊芳草興悠悠

008_0391_c_24L月垂細練霄爲晝風送微凉夏是秋

008_0392_a_01L鴈塔光輝千古秀  안탑의 찬란한 광명 천고에 우뚝하고
龜碑亹跡萬年流  구비에 아름다운 행적 만년을 흘러가리
大雄堂下龍潭水  대웅보전 아래에 있는 연못의 물은
五色祥雲日夜浮  오색 상서로운 빛이 밤낮으로 떠 있네
정묘년 난리61)를 겪은 후 가을에(丁卯亂後逢秋)
亂後殘民猶困薄  전쟁 겪은 뒤 남은 백성 지금도 고단하고 힘든데
况聞霜鴈報秋風  더구나 기러기 울어 가을 소식 알려 오네
蟬聲咽咽庭前樹  뜰 앞 나무에선 매미 소리62) 오열하고
錦色微微岸上楓  언덕엔 미미한 비단 빛으로 단풍이 지네
北地赤眉城市滿  성안엔 북녘 눈썹 붉은 오랑캐63)만 득실거리고
南天黑髮郭村空  외곽 마을엔 머리 검은 우리 백성 하나도 없네
何時勝得淸平世  어느 때나 넉넉하게 태평한 세상을 이루어
滿酌金罍彈竹筩  좋은 잔에 술 가득 채우고 퉁소를 불어 볼까
향로봉에 올라(登香爐峯)
拔萃香爐掛半空  우뚝 솟은 향로봉 반공에 걸려 있는데
登臨一望四方通  거기 올라 바라보니 사방이 탁 틔었네
連天溟渤微茫外  저 멀리 아득하게 하늘과 바다 잇닿았고
▼(扌+(漢-氵))地閭閻指顧中  짧은 거리64) 안에는 여염집들 줄지었다
舒卷白雲迷絕塞  흰 구름은 끼었다 걷혔다 변방을 끊어 놓고
去來黃鶴點高穹  오가는 누런 꾀꼬리 높은 언덕에 자취 남기네
華夷楚越今方盡  중화 동이 초나라 월나라 여기선 방소 따로 없으니
疑是經行桂月宮  아마도 계수나무 월궁月宮을 경행하는 것 아닌지
천관산65) 탑사에서 노닐면서(遊天冠山塔寺)
東接頭流南接海  동으론 두류산이 잇닿았고 남으론 바다가 접했는데
白雲凝宿檻前松  누각 앞 소나무엔 흰 구름 서리어 잠들었네
扁舟來徃汀洲外  섬 밖 바다엔 작은 배가 오락가락하고
沙鳥浮沉浩渺中  넓고 넓은 백사장엔 갈매기만 오르락내리락한다
寥廓天河應咫尺  확 트인 하늘의 은하수66)가 지척에 있는 듯하고
杳㝠桑樹是窮通  막막한 살림에 그나마 뽕나무가 가난을 면케 하네
逍遙鴈塔忘塵域  안탑 주위 거닐면서 세간 번뇌 다 잊고 보니
疑得人間別世穹  인간이 신선의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네
의평의 시운을 따서(次義平韻)
常憶尊君日夜遅  늘 소중한 그대 생각에 밤낮이 더디 가니
夢中蝴蝶幾休時  꿈속의 호랑나비 신세 어느 때나 면할까
情詩一幅慰何我  마음 담긴 시 한 수가 어찌 날 위로하랴
胸臆多懷說與誰  가슴속의 많은 생각 누구에게 다 말하리
陣陣秋風應別恨  끊임없이 불어오는 가을바람 이별의 한 같고
昭昭霜月且新思  밝디 밝은 하얀 달은 생각을 새롭게 하네
來書定計依山住  편지 속 담긴 내용 산속에 머물 생각이라니
談笑揚眉必未期  눈썹 치켜세우며 담소할 날 기약 못하겠네
이 정자의 시운을 따서(次李正字韻)
乘雲仙客入靑苔  구름 선객 푸른 이끼 속에 들어오니
正是香林花正開  이야말로 향림에 꽃이 활짝 피겠구나

008_0392_a_01L鴈塔光輝千古秀龜碑亹跡萬年流

008_0392_a_02L大雄堂下龍潭水五色祥雲日夜浮

008_0392_a_03L丁卯亂後逢秋

008_0392_a_04L
亂後殘民猶困薄况聞霜鴈報秋風

008_0392_a_05L蟬聲咽咽庭前樹錦色微微岸上楓

008_0392_a_06L北地赤眉城市滿南天黑髮郭村空

008_0392_a_07L何時勝得淸平世滿酌金罍彈竹筩

008_0392_a_08L登香爐峯

008_0392_a_09L
拔萃香爐掛半空登臨一望四方通

008_0392_a_10L連天溟渤微茫外𢴁地閭閻指顧中

008_0392_a_11L舒卷白雲迷絕塞去來黃鶴點高穹

008_0392_a_12L華夷楚越今方盡疑是經行桂月宮

008_0392_a_13L遊天冠山塔寺

008_0392_a_14L
東接頭流南接海白雲凝宿檻前松

008_0392_a_15L扁舟來徃汀洲外沙鳥浮沉浩渺中

008_0392_a_16L寥廓天河應咫尺杳㝠桑樹是窮通

008_0392_a_17L逍遙鴈塔忘塵域疑得人間別世穹

008_0392_a_18L次義平韻

008_0392_a_19L
常憶尊君日夜遅夢中蝴蝶幾休時

008_0392_a_20L情詩一幅慰何我胸臆多懷說與誰

008_0392_a_21L陣陣秋風應別恨昭昭霜月且新思

008_0392_a_22L來書定計依山住談笑揚眉必未期

008_0392_a_23L次李正字韻

008_0392_a_24L
乘雲仙客入靑苔正是香林花正開

008_0392_b_01L我說彌天靈鷲勝  내가 미천 영취의 수승함을 말하니
君稱四海武陵才  그대는 사해 무릉의 재주를 일컫더이다
逍遙世外塵思靜  세속 밖을 소요하니 세속 생각 없어지고
遊戱山中累習灰  산속에 유희하니 나쁜 버릇 사라지네
幸得眞人論聖旨  요행히도 진인 만나 성인의 뜻 거론하니
虎溪明月照靈▼(合/土)  호계의 밝은 달이 영대靈臺를 비춘다
호 판사의 시운을 따서【2수】(次浩判事韻【二】)
[1]
松月門庭滿海東  송월의 문정엔 동쪽 바닷물만 가득한데
數枝拔萃正肩同  우뚝 솟은 나무 몇 그루 어깨를 같이하네
春坡少室黃海子  봄 언덕 작은 방엔 황해의 아들이요
秋澤花山碧眼翁  가을 못 꽃동산엔 벽안의 늙은이라
當世揚名褒位德  당세에 이름 떨친 위덕을 기리고
後來傳法續家風  뒷세상에 법을 전해 가풍을 이었구나
若非兩介無方漢  만약 이 두 일정한 방향 없는 사람이 없었다면
誰作人天豁醫瞳  누가 인천 되어 의술의 눈 뜨겠는가

[2]
楓岳龍潭開一笑  풍악산 용담이 한번 웃음을 띠니
靈珠船澤喜難禁  영주산 선택 기쁨을 금할 길 없네
恩情只在備金志  은혜 갚는 뜻 다만 비금의 의지에 있고
交結猶存抱柱心  친구 맺음은 오직 포주抱柱의 마음67)에 있다
何日爐邊團欒話  어느 날에 화롯가에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며
幾時門側共相吟  어느 때에 문가에서 서로 시를 읊을까
願爲接得靑蓮面  바라건대 맑고 티 없는 얼굴을 맞아서
洗滌胸中世慮襟  가슴속의 세상 걱정하는 마음 씻어 냈으면
경 스님에게 보임(示瓊師)
萬事行裝與志違  온갖 일 겪으며 다니는 행각, 뜻에 어긋나니
夢分香嶽幾經時  묘향산의 꿈같은 이별 몇 년이나 흘렀는가
柴扉犬吠無消息  사립문에 개 짖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고
嶺峀猿啼絶是非  산마루에 원숭이 우니 온갖 시비 끊어지네
衾裏愁懷猶亂緖  이불 속 서린 수심 엉클어진 실오리 같고
鏡中衰髮已成絲  거울 속 늙은 모습 어느새 백발이 되었구나
何當更接靑蓮面  언제 다시 맑고 티 없는 그대 얼굴 마주하여
暢叙禪談格外機  선 이야기 토해 내며 격외 기미 나눌까
금강산에 있으면서 흠과 특 두 선승의 내방을 받고(在金剛待欽特二禪來訪)
秋風新入金剛洞  가을바람 처음으로 금강산에 불어오는데
獨坐悠悠不勝愁  유유히 홀로 앉으니 시름을 이길 길 없네
北地親朋無扣寂  북쪽에 있는 친한 벗은 고요한 문 두드림 없고
南天故友罔同遊  남쪽 하늘 옛 친구도 함께 놀려 하지 않네
冬初夜夜思難盡  초겨울 긴긴 밤 그대들 생각 다하기 어렵고
春後時時戀未休  늦봄에도 때때로 그리워하는 맘 그치질 않네
佳節已歸朱夏首  좋은 시절 이미 지나고 이제는 더운 초여름
靑嶠空鎻五雲幽  오색구름 자욱하게 푸른 다리에 잠기네
운수암68)에서 흥취를 쓰다(在雲水庵書興)
香爐仙洞累栖遅  향로봉 신선 마을에 여러 번 머물렀다가
移入蓬萊已一期  봉래산에 들어온 지 어느새 한 해가 지나네

008_0392_b_01L我說彌天靈鷲勝君稱四海武陵才

008_0392_b_02L逍遙世外塵思靜遊戱山中累習灰

008_0392_b_03L幸得眞人論聖旨虎溪明月照靈𡋛

008_0392_b_04L次浩判事韻

008_0392_b_05L
松月門庭滿海東數枝拔萃正肩同

008_0392_b_06L春坡少室黃海子秋澤花山碧眼翁

008_0392_b_07L當世揚名褒位德後來傳法續家風

008_0392_b_08L若非兩介無方漢誰作人天豁醫瞳(一)

008_0392_b_09L楓岳龍潭開一笑靈珠船澤喜難禁

008_0392_b_10L恩情只在備金志交結猶存抱柱心

008_0392_b_11L何日爐邊團欒話幾時門側共相吟

008_0392_b_12L願爲接得靑蓮面洗滌胸中世慮襟(二)

008_0392_b_13L示瓊師

008_0392_b_14L
萬事行裝與志違夢分香嶽幾經時

008_0392_b_15L柴扉犬吠無消息嶺峀猿啼絕是非

008_0392_b_16L衾裏愁懷猶亂緖鏡中衰髮已成絲

008_0392_b_17L何當更接靑蓮面暢叙禪談格外機

008_0392_b_18L在金剛待欽特二禪來訪

008_0392_b_19L
秋風新入金剛洞獨坐悠悠不勝愁

008_0392_b_20L北地親朋無扣寂南天故友罔同遊

008_0392_b_21L冬初夜夜思難盡春後時時戀未休

008_0392_b_22L佳節已歸朱夏首靑嶠空鎻五雲幽

008_0392_b_23L在雲水庵書興

008_0392_b_24L
香爐仙洞累栖遅移入蓬萊已一期

008_0392_c_01L野鶴山禽眞道伴  들 학과 산새가 오직 진실한 도반이요
金文寶訣正明師  부처님의 보배 가르침이 진정한 스승일세
冷冷澗水慰唯我  졸졸 흐르는 시냇물만이 나를 위로해 주는데
瑟瑟松風和與誰  솔솔 부는 솔바람은 누구에게 화답하는가
塵世興亡皆幻夢  세간의 흥하고 망함은 다 허깨비와 꿈같은 것
逍遙雲水臥支頥  소요하는 운수납자 턱을 괴고69) 누워 있다
봄날 고성 이 군수를 찾아뵙고(春日謁李高城)
飄飄雲衲到神州  팔랑팔랑 운수납자 신주에 이르니
處處春光興未收  곳곳마다 봄볕에 시흥을 거둘 길 없네
亭閣西園靑竹影  정자 서쪽 동산에 푸른 대 그림자 드리우고
舘郵南海白▼(丘+鳥)浮  관사 역참 남쪽 바다엔 흰 갈매기 나는구나
滿街兒曲歌仁化  어진 정사 덕택에 온 거리엔 아이들 노래 넘치고
列坐叟吟播風流  빙 둘러앉은 늙은이들 시 읊어 풍류를 전한다
堯代乾坤何煩問  요임금 때 태평세대 어찌 번거롭게 물으리
杜花高揷醉杯遊  두견화 높이 꽂고 술에 취해 노는구나
향로봉에서 우연히 읊음(香爐峰偶吟)
犻上香爐最絕頂  나 홀로 향로봉 맨 꼭대기에 오르니
層巒聳翠幾千重  우뚝 솟은 층층 산봉우리 몇 천 겹인가
雲生嶺外山顏白  고개 너머 구름 생겨 산 얼굴 하얗고
花發溪邊水面紅  냇가에 꽃이 피니 냇물 얼굴 빨갛구나
東下麻姑驂紫鳳  마고70)는 동쪽 아래에서 붉은 봉황 참마 삼고
西來王母駕黃龍  왕모71)는 서쪽에서 누런 용을 타고 오네
回瞻四海星河近  사해를 돌아보니 은하수에 근접해 있고
萬國都城一望中  온 나라의 도성이 한눈에 들어오네
자비령 산성이란 제목으로(題慈悲嶺山城)
何代何年築此城  어느 시대 어느 해에 이 산성 쌓았는가
山回水擁有蓂靈  산 돌고 물 안고 흐르는 곳에 명령72)이 있구나
嵬嵬殿閣雲中出  우뚝 솟은 전각은 구름 속에 솟아 있고
裊裊烟霞洞裏生  안개 노을 하늘하늘 마을 안에 피어오르네
靑甓至今硬似鐵  푸른 벽돌 지금까지 굳어져 쇠처럼 단단하고
粉墻依舊重如鉎  단청한 담장 예전 그대로 겹겹이 녹슨 듯
雖云魏地千年寶  비록 위지에는 천년의 보물이라 말하지만
禾▼(禾/米)叢中百鳥鳴  벼와 기장 우거진 속에서는 온갖 새만 조잘거리네
청신 판사의 시운으로 화답함 【보현사를 중건하여 순영을 이룩함으로 인하여 인신을 받다】(和淸信判事韻【以普賢重建致巡營受印信】)
空門學道是眞因  불가에서 배우는 도야말로 바로 진정한 것이거늘
豈謂山僧佩印身  어찌 산승이 관인官印을 몸에 찬단 말인가
書曰修心君不厭  유서에는 마음 닦는다 했는데 그걸 그댄 싫어하나
經云建刹我何嗔  불경에는 사찰을 세운다 했으니 내 어찌 성을 내랴
當時若不徵諸物  당시에 만약 승병들을 부르지 않았다면
他日應無救庶人  다른 날 응당 백성들 구제할 수 없었으리
願體綸言陳燕賀  바라노니 임금의 말씀 따라 연하를 베풀었으니
一生休譽逈超倫  일생 동안 아름다운 명예 뭇사람들보다 뛰어나리

008_0392_c_01L野鶴山禽眞道伴金文寶訣正明師

008_0392_c_02L冷冷澗水慰唯我瑟瑟松風和與誰

008_0392_c_03L塵世興亡皆幻夢逍遙雲水臥支頥

008_0392_c_04L春日謁李高城

008_0392_c_05L
飄飄雲衲到神州處處春光興未收

008_0392_c_06L亭閣西園靑竹影舘郵南海白𩿨浮

008_0392_c_07L滿街兒曲歌仁化列坐叟吟播風流

008_0392_c_08L堯代乾坤何煩問杜花高揷醉杯遊

008_0392_c_09L香爐峰偶吟

008_0392_c_10L
犻上香爐最絕頂層巒聳翠幾千重

008_0392_c_11L雲生嶺外山顏白花發溪邊水面紅

008_0392_c_12L東下麻姑驂紫鳳西來王母駕黃龍

008_0392_c_13L回瞻四海星河近萬國都城一望中

008_0392_c_14L題慈悲嶺山城

008_0392_c_15L
何代何年築此城山回水擁有蓂靈

008_0392_c_16L嵬嵬殿閣雲中出裊裊烟霞洞裏生

008_0392_c_17L靑甓至今硬似鐵粉墻依舊重如鉎

008_0392_c_18L雖云魏地千年寶禾𥞫叢中百鳥鳴

008_0392_c_19L和淸信判事韻以普賢重建致巡營受
008_0392_c_20L印信

008_0392_c_21L
空門學道是眞因豈謂山僧佩印身

008_0392_c_22L書曰修心君不厭經云建刹我何嗔

008_0392_c_23L當時若不徵諸物他日應無救庶人

008_0392_c_24L願體綸言陳燕賀一生休譽逈超倫

008_0393_a_01L
유점사 산영루【2수】(楡岾寺山暎樓【二】)
[1]
千峯影裏最高樓  일천 봉우리 그림자 속에 가장 높은 누각
水色山光勝十洲  산수의 풍경이 십주보다 뛰어난 경치로고
覺樹陰中風味足  보리수 그늘 밑의 풍미가 만족하고
曇花香裏月暎周  우담바라 꽃 속에 달빛 두루 비치네
松琴澗曲長仙樂  소나무 거문고와 시냇물 노랫소리 선경의 즐거움이요
瑞靄祥雲洗客愁  상서로운 노을과 구름은 나그네 시름을 씻어 준다
物外淸標難盡洩  세속 밖 맑은 기품 다 누설하기 어려워서
但題好興浿江頭  다만 좋은 흥취로 패강 가에서 시를 짓네

[2]
金剛山影暎高樓  금강산 그림자 높은 누각에 드리우고
萬景森羅眼下收  펼쳐진 온갖 경치 눈 아래 거둬지네
溪水潺潺鳴澗壑  잔잔한 시냇물은 골짜기에 울려 퍼지고
白雲片片鎻峯頭  하얀 구름 조각조각 산봉우리 잠갔구나
榭臺怳惚祗陁苑  정자 누각 황홀하여 기타동산73) 온 듯하고
殿閣依俙寂滅郵  법당 전각 아련하여 적멸궁에 들어온 듯
滿眼風光何廓落  눈가에 가득한 풍광 어이 이리 넓은지
始知楓岳等瀛洲  비로소 풍악산이 영주산과 동등한 줄 알았네
산에 삶을 읊음(山居吟)
石逕嵯峨行且危  높고 험한 돌 오솔길 나다니기 위험하고
人寰逈絶徃來稀  사람 사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오가는 이 드무네
月中香桂庭前落  달 속의 향기로운 계수나무 뜰 앞에 떨어졌고
雲外歸鴻天際飛  구름 속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하늘 끝으로 날아가네
瑟瑟秋風侵踈屋  스산한 가을바람 낡은 집 틈새로 스며들고
蕭蕭楓葉撲班衣  우수수 지는 단풍 옷깃에 떨어져 수를 놓네
而今永別紅塵世  이제는 홍진의 세속을 아주 이별하고서
願作明心救庶期  마음 밝혀 세간 중생 구제하길 바라네
징 장로의 시운을 따서(次澄長老韻)
靈庵透出挂靑空  영암 우뚝 솟아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釼戟層崖勢似恭  창칼 같은 층계 벼랑 그 형세는 공손한 듯
風雪交馳如玉狀  눈보라 휘날리니 옥가루 떨어지는 것 같고
雲霞相逐類波容  구름과 노을 서로 쫓으니 파도가 일렁이듯
淸光物色千差異  맑은 광채 사물 색은 천 가지로 다르고
水響猿聲萬古同  물소리 원숭이 울음 만고에 똑같구나
入定神僧都不管  선정에 든 신승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禪窓高臥聽更鍾  선창에 높이 누워 삼경 종소리 듣는다
불기권선시佛器勸善詩
新刱招提無器皿  새로 지은 절에 사용할 그릇이 없으니
不宜檀越種福時  시주님 복 짓는 일에 적절한 시기 아니겠소
儒門爼豆陳宗廟  유교에서도 조두74)에 음식 담아 종묘에 진설하고
仙室瓦甖列宰祠  도교에서도 와앵에 제물 담아 제사를 지낸다오
孔道祭靈成禮法  공자의 도에도 제 올릴 때는 예법을 갖춰야 한다고 했는데
況而供聖盍威儀  더구나 성인이신 부처님 공양에 어찌 위의가 없으리
吉凶禍福隨類至  길하고 흉함과 재앙과 복은 지은 만큼 이르나니
城市材氓施箱貲  성시 중에 재산 많은 사람들 상자 속 재물 보시하소

008_0393_a_01L楡岾寺山暎樓

008_0393_a_02L
千峯影裏最高樓水色山光勝十洲

008_0393_a_03L覺樹陰中風味足曇花香裏月暎周

008_0393_a_04L松琴澗曲長仙樂瑞靄祥雲洗客愁

008_0393_a_05L物外淸標難盡洩但題好興浿江頭(一)

008_0393_a_06L金剛山影暎高樓萬景森羅眼下收

008_0393_a_07L溪水潺潺鳴澗壑白雲片片鎻峯頭

008_0393_a_08L榭臺怳惚祗陁苑殿閣依俙寂滅郵

008_0393_a_09L滿眼風光何廓落始知楓岳等瀛洲(二)

008_0393_a_10L山居吟

008_0393_a_11L
石逕嵯峨行且危人寰逈絕徃來稀

008_0393_a_12L月中香桂庭前落雲外歸鴻天際飛

008_0393_a_13L瑟瑟秋風侵踈屋蕭蕭楓葉撲班衣

008_0393_a_14L而今永別紅塵世願作明心救庶期

008_0393_a_15L次澄長老韻

008_0393_a_16L
靈庵透出挂靑空釼戟層崖勢似恭

008_0393_a_17L風雪交馳如玉狀雲霞相逐類波容

008_0393_a_18L淸光物色千差異水響猿聲萬古同

008_0393_a_19L入定神僧都不管禪窓高臥聽更鍾

008_0393_a_20L佛器勸善詩

008_0393_a_21L
新刱招提無器皿不宜檀越種福時

008_0393_a_22L儒門爼豆陳宗廟仙室瓦甖列宰祠

008_0393_a_23L孔道祭靈成禮法況而供聖盍威儀

008_0393_a_24L吉凶禍福隨類至城市材氓施箱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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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잇달아 오는 것을 원망함(怨春雨連日)
春雨霏霏幾日晴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어느 날에나 그치려나
虛捐節序廢田耕  부질없이 절서만 지나가니 농사를 망치겠네
滔滔泓水魚龍喜  도도히 흐르는 큰물에 어룡들 기뻐하고
皎皎江月鳥雀驚  교교하게 밝은 달빛 새들이 놀란다
鳳閣人君祈雨士  대궐의 임금님은 비의 신에게 기도하고
庙堂將相拱天京  묘당의 장상들도 하늘 도성에 예 올린다
緬思昔日焦勞思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불에 타듯 마음 졸이고
今古綸恩憫庶氓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 불쌍히 여기는 임금의 은혜
선관 10조禪觀十調
調心不昏不馳  마음을 조복하되 어둡지도 않고 치달리지도 않으며
調息不澀不滑  호흡을 고르되 거칠지도 않고 미끄럽지도 않으며
調身不頃不久  몸을 길들이되 짧게 하지도 않고 오래 하지도 않으며
調眼不高不卑  눈을 조절함에 높게 보지도 않고 낮게 보지도 않으며
調鼻不垂不擧  코를 조절하되 처지지도 않고 들리게도 않으며
調舌不柱不下  혀를 고르되 천장을 받치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으며
調手不撒不忒  손을 조절하되 흩어지지도 않고 어긋나지도 않으며
調眠不恣不節  잠을 조절하되 멋대로 하지 않고 절제하지도 않으며
調食不飢不飽  음식을 조절하되 모자라게도 않고 배부르게도 않으며
調脊不前不後  척추를 조절하되 앞으로도 않고 뒤로도 않아야 한다
허백집 제2권 끝(虛白集 卷之二 終)

008_0393_b_01L怨春雨連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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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雨霏霏幾日晴虛捐節序廢田耕

008_0393_b_03L滔滔泓水魚龍喜皎皎江月鳥雀驚

008_0393_b_04L鳳閣人君祈雨士庙堂將相拱天京

008_0393_b_05L緬思昔日焦勞思今古綸恩憫庶氓

008_0393_b_06L禪觀十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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調心不昏不馳調息不澀不滑

008_0393_b_08L調身不頃不久調眼不高不卑

008_0393_b_09L調鼻不垂不擧調舌不柱不下

008_0393_b_10L調手不撒不忒調眠不恣不節

008_0393_b_11L調食不飢不飽調脊不前不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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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白集卷之二終
  1. 1)절도사節度使 : 고려 시대에는 995년(성종 14) 지방행정구역을 12주州로 나누고 주 장관으로 절도사를 두었다. 1012년(현종 3) 5도호都護·75도道를 설치하면서 절도사를 없애고 안무사按撫使를 대신 두었다. 조선 시대에는 병마절도사(종2품)와 수군절도사(정3품)로 나누어 각 주진主鎭을 관장하였다.
  2. 2)남이흥南而興 : 광해군 때 사람.
  3. 3)방어사防禦使 : 조선 시대 지방 관직으로 각 도의 요지를 방어하는 병권을 가지고 있었다.
  4. 4)김준金俊(1556~1593) : 자는 준민俊民, 호는 절암節庵. 도총관공 경신敬臣의 후손이며, 시정侍正 홍서弘緖의 아들. 보성 출신. 1573년(선조 6) 무과에 급제하여 1583년 경원에서 오랑캐의 무리를 정벌하였다. 거제현령으로 재임 중 숙부 홍업弘業과 함께 의병을 모아 고성固城의 의병장 최강崔堈과 더불어 왜장 무리를 격파하고, 다음해에 진주성 사수에 임하게 되었다. 김천일은 우도절제사, 최경회는 좌도절제사, 공公은 군부장軍部將으로 동문을 사수, 9일간 역전하다가 서북문이 터지고 화살이 다하고 칼과 창마저 일그러지니, 맨주먹과 죽창으로 종일 악전고투, 사력을 다하였으나 순국하였다.
  5. 5)고사高士 : 인격이 높고 성품이 깨끗한 선비. 특히 산속에 숨어 살며 세속에 물들지 않은 덕망 있는 선비를 이른다.
  6. 6)서지栖遲 : 여유로운 심경으로 한가롭게 지낸다는 의미이다.
  7. 7)악한 맘 : 원시에는 ‘경鯨’으로 되어 있다. 고래는 물속의 사나운 동물로 불가佛家에서는 악한 사람에게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8. 8)순영巡營 : 감사監司가 일을 보던 관아.
  9. 9)영숭전永崇殿 :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진영을 모신 사당.
  10. 10)홍예문虹霓門 : 문의 윗머리가 무지개같이 반원형半圓形이 되게 만든 문.
  11. 11)갈대 꺾어~한강을 건너니 : 달마대사가 동으로 올 적에 갈대 한 가지를 잘라 타고 양자강을 건넜다는 고사를 인용하여 묘사한 것이다.
  12. 12)백옥경白玉景 : 옥황상제가 산다는 천상의 궁전을 백옥경白玉京이라 하는데, 여기에서는 그 세계의 경치를 이르는 말인 듯하다.
  13. 13)황주皇州 : 국왕이 있는 도성을 말한다.
  14. 14)안탑鴈塔 : 인드라사일라구아산(Indrasailaguhā : 帝釋窟山)의 동쪽 봉우리에 있었다고 하며, 옛날 보살菩薩이 정육淨肉을 먹는 승려를 바로잡기 위해서 기러기로 화하여 하늘에서 떨어진 흔적이라고 전한다. 또 당나라 현장玄奘이 652년 서안西安에 세운 대자은사大慈恩寺의 탑을 통칭 대안탑大鴈塔이라고 하며, 또한 서안 대천복사大薦福寺의 연와조煉瓦造의 전탑塼塔을 소안탑小鴈塔이라고 한다.
  15. 15)밀성密城 : 지금의 밀양密陽.
  16. 16)상인上人 : ① 지덕智德이 갖추어져 있는 불제자. ② 승려를 높이어 일컫는 말.
  17. 17)≺백두음白頭吟≻ : ① 악부 곡명의 하나. 머리가 센 것을 슬퍼한 노래. ② 상화가초조곡相和歌楚調曲에 속한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는 전한前漢의 사마상여司馬相如의 부인 탁문군卓文君의 작作이라고 하며, 상여가 첩을 얻으려고 하자, 이 시를 지어 결별의 뜻을 밝혀 상여가 첩 얻는 것을 단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한대漢代의 민가民歌이며 탁문군과는 무관하다. 남자가 변심하여 여자가 헤어질 결의를 읊은 가운데 단념하지 못하는 고뇌의 기색을 엿볼 수 있다.
  18. 18)천총千摠 : 조선 시대 훈련도감訓鍊都監·금위영禁衛營·어영청御營廳·총융청摠戎廳·진무영鎭撫營 따위에 딸려 있던 정3품의 무관직. 임진왜란 후 오군영을 두면서 설치되었는데, 훈련도감에 2명, 금위영에 4명, 어영청에 5명, 총융청에 2명, 관리영에 3명, 진무영에 4명의 정원이 있었다. 이들은 각 군영대장의 중군中軍 밑에 있었던 지휘관으로 영 밑의 부部를 지휘하였다.
  19. 19)『장자莊子』 : 원시에는 칠원서漆園書로 되어 있다. 장주莊周는 전국 시대 송宋에 속한 칠원漆園의 관리였으므로 『莊子』를 칠원서라 한다.
  20. 20)생원生員 : ① 소과小科, 종장終場의 경의經義 시험에 합격한 사람. ② 나이 많은 선비를 대접하는 뜻으로, 그 성姓 밑에 붙이어 부르던 말.
  21. 21)어산魚山 : 범패 수도장의 발상지. 인도는 이민달라산, 중국은 어산이 범패의 발상지라고 한다. 불경의 게송에 곡을 붙인 노래를 범패라 하는데, 위魏나라 때에 진사왕辰斯王 조식曺植이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지닝(濟寧)주에 있는 위산에서 놀다가, 공중에서 범천이 소리하는 음성을 듣고, 그 음률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22. 22)범패梵唄 : 불교의 의식 음악. 일명 범음梵音·위산(魚山), 또는 인도印度 소리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 샤브다비디아의 번역어이다. 범패는 리듬과 화성이 없는 단성선율로서 절에서 재를 올릴 때 쓰이는 불교의식의 음악이다. 고대 인도에서는 성전 베다에 곡절을 붙여 읊은 것에서 브라만교의 음악이 발달했다고 한다. 불교에서도 당시 여러 종교에서 가졌던 정기적인 패송설법의 집회를 부처가 허락해 준 예나, 기악伎樂에 의한 승려공양을 부처가 권장한 예가 있다. 또 『賢愚經』 권11에는 아름다운 소리로 인하여 국왕의 군세가 정지한 패비구唄比丘의 이야기가 나온다. 『長阿含經』 권5에서는 5종 청정淸淨이 있는 것을 범패라 한다고 설명하고, 『十誦律』 권37에서는 범패에는 5종 이익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 브라만교의 곡조는 금지되었다. 후대 대승불교의 마명馬鳴이 부처의 일대기를 읊은 산스크리트 시 ≺부다차리타≻ 등은 찬가의 걸작으로서 유명하다.
  23. 23)할향喝香 : 할喝은 찬탄한다, 알린다는 의미이고, 모든 경을 독송할 때 시작하는 정구업진언과 같은 부분이며, 정성껏 올리는 한 조각의 향의 덕을 찬탄함으로써 불보살과 대중들에게 시작을 알리는 오언五言 사구게四句偈의 게송이다.
  24. 24)상산商山 : 중국 섬서성陝西省 상현商縣 동쪽에 있는 산. 이 산에는 진말秦末 난을 피하여 숨은 상산사호商山四皓, 즉 동원공東園公·기리계綺里季·하황공夏黃公·각리선생角里先生 네 사람이 은거하여 장생의 신약 자지초紫芝草를 캐 먹고 신선이 되었다는 고사가 전해져 오고 있다.
  25. 25)포삼근布衫斤 : 마삼근麻三斤 화두를 가리킨다. 동산 양개洞山良价(807~869)에게 어떤 스님이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하니, 선사가 답하기를, “삼 서 근이니라.”라고 하였다. 『碧巖錄』 12, 『無門關』 18.
  26. 26)선산仙山 : 우리나라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蓬萊·瀛洲·方丈)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글 내용으로 보아 봉래산인 지금의 금강산을 지칭한 듯하다.
  27. 27)궁산窮山 : 『山海經』에 등장하는 서쪽에 있는 산이다.
  28. 28)참의參議 : 조선 때 육조에 소속된 정3품 벼슬.
  29. 29)향성사香城寺 : 신라 진덕여왕 6년(652)에 자장 율사가 처음 창건한 절로 지금의 신흥사이다.
  30. 30)선타객仙它客 : 뛰어나게 슬기롭고 총명한 사람.
  31. 31)정양사正陽寺 : 강원도 회양군 내금강면 장연리 금강산에 있는 사찰. 31본산 시절에는 금강산 유점사의 말사였다. 백제의 고승 관륵觀勒과 강운降雲이 600년(무왕 1)에 창건하고 661년(문무왕 1)에 원효가 중창하였다. 고려 태조가 중창한 뒤로 사세가 커졌다. 태조와 법기보살法起菩薩의 전설이 있는 방광대放光臺와 태조가 절을 했다는 배점拜岾이 남아 있다. 불전은 반야전으로, 본존은 법기보살이다. 법기보살 아래 대장경을 봉안해 놓았는데 시대는 알 수 없다. 반야전 맞은편 약사전의 벽화는 오도자吳道子의 필화를 모사한 것이라 하며, 석조약사여래상은 신라 시대 유물로 추정된다.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은 2층 기단의 전형적인 신라 시대 석탑으로 탑거리 탑, 신림사神琳寺 탑과 더불어 금강 삼고탑三古塔이라 불린다. 석등은 고려 초기의 것으로 북한 보물급 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되었다. 경내 오른쪽에 있는 갈성루는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32. 32)이마에 손을 대고(斫額) : 작액斫額은 손을 이마에 대고 멀리 바라보는 모양.
  33. 33)청분淸芬 : 맑고 높은 덕행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4. 34)천일대天逸臺 : 금강산 정양사 올라가는 도중에 있는 정자.
  35. 35)발연사鉢淵寺 : 금강산에 있는 유점사의 말사. 절 입구에 발우 모양의 못이 있어 이 이름이 유래하였다. 신라 혜공왕 때에 진표 율사가 창건하여 점찰법회를 열고 7년간 있었다 하며, 지금은 작은 암자만 남아 있다.
  36. 36)다시 만나(重圓) : 중원重圓은 파경중원破鏡重圓에서 따온 말이다. 깨진 거울이 다시 둥근 모습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다시 만나 자리를 같이한다는 의미이다. 파경중원의 다른 뜻은 생이별한 부부가 다시 결합한 것을 말하기도 한다.
  37. 37)감사 홍득일洪得日 : 홍득일洪得一(1577~?). 조선의 문신. 자는 형제亨諸, 호는 만회晩悔·후포後浦. 사효思斅의 아들로 1609년(광해군 1) 생원生員이 되고, 1613년 증광문과增廣文科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여 1617년 호조좌랑戶曹佐郞, 이듬해 예조좌랑을 역임한 뒤 1624년(인조 2) 동래부사東萊府使로 선정善政을 베풀어 소리素裏를 하사받았다. 1628년 동부승지同副承旨, 이듬해 우부승지右副承旨를 거쳐 강원도 관찰사를 지내고, 1647년 좌승지左承旨에 이르렀다.
  38. 38)누덕누덕 기운 옷(鶉衣) : 순의鶉衣는 ① 메추라기 모양 같은 남루한 옷, ② 군데군데 기운 해진 옷, 낡은 옷을 뜻한다.
  39. 39)세속 마을(人寰) : 인환人寰은 인간 세상, 세간, 속세를 뜻한다.
  40. 40)신광神光(487~593) : 위진남북조 스님. 하남성 낙양 출신으로 중국 선종의 제2조 혜가慧可 대사이다. 속성은 희姬씨이며 아명이 신광이다. 어려서 노장과 불교를 공부하고 나중에 낙양 용문의 향산香山에 이르러 보정寶靜 선사 문하에 출가, 영목사永穆寺에서 수계한 뒤 여러 곳을 유력하며 수행하였고, 32세 때 다시 향산으로 돌아와 8년 동안 수행에 힘썼다. 북위 정광 원년(520)인 나이 40세에 숭산 소림사의 보리달마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6년간 수행하였으며, 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흰 눈 속에서 팔을 끊어 구도의 신심을 나타내 보인 일화는 ‘입설단비立雪斷臂’란 고사로 유명하다. 북제北齊 천보 3년(550), 제자 3조 승찬에게 법을 전하였고, 하남성 업도에서 34년간 법을 설하여 종풍을 크게 선양하였고, 수隋 개황開皇 13년 계축 3월 16일 입적했다. 당 태조가 정종보각대사正宗普覺大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41. 41)붉은 먼지(紅塵) : 홍진紅塵은 붉게 일어나는 먼지. 번거로운 세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42. 42)둥근 모양(圓相) : 원상圓相은 평등하고 원만한 중생의 마음을 동그라미 모양으로 나타낸 형상. 주로 선종에서 쓰인다. 혜충 국사가 처음 만들었다.
  43. 43)격외선格外禪 : 참선의 도리는 보통 사람의 범상한 소견에서 벗어난 것으로, 있는 마음으로나 없는 마음으로나 다 알지 못하는 것(有心無心俱透不得)이다. 따라서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있는 이치를 초월한 선법을 말한다.
  44. 44)남양 혜충南陽慧忠(?~775) : 당나라 스님. 속성은 염冉씨, 월주越州 제기諸曁 사람. 육조 혜능慧能에게 인가를 받고, 오령산·나부산·사명산·천목산 등 여러 명산을 다니다가, 남양 백애산 당자곡에 들어가 40여 년 동안을 지냈다. 현종·숙종·대종 등 3대 임금의 두터운 귀의를 받고, 뒤에 경사京師에 이르러 교화를 폈다. 항상 남악 혜사南岳慧思의 종풍을 사모하고, 임금에게 주청하여 형악의 무당산에 태일 연창사를, 당자곡에 향엄 장수사를 창건하고, 『大藏經』 1부를 모셨다. 당 태력 10년 12월 입적하였으며 시호는 대증선사大證禪師이다.
  45. 45)한 조각~가운데 들어갔네 : 이 이야기는 『禪門拈頌』 권7 208칙則 「圓相」에서 마곡麻谷이 원상을 가지고 혜충 국사의 입실건당을 허락받은 내용을 말한 것이다.
  46. 46)유수留守 : 조선에서는 개성·강화·광주·수원 등에 설치했는데, 품계는 정2품 또는 종2품이고, 정원은 각각 2명씩 두었다. 1407년(태종 7) 종래의 개성부를 개성유후사開城留後司로 고치고, 유후를 두었다가 1438년(세종 20) 다시 개성부로 승격하면서 유수를 두었는데, 『經國大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품계는 종2품으로 하되, 유수 가운데 1명은 경기관찰사가 겸직하게 하고, 대신 행정과 군사업무는 전임專任 유수가 담당하였다.
  47. 47)찰방察訪 : 조선 때 종4품 관직으로 각 역에 소속된 벼슬.
  48. 48)용정龍㫌 : 임금의 행차.
  49. 49)부벽루浮碧樓 : 평양 팔경의 하나로 금수산錦繡山 모란봉의 동쪽 청류벽淸流壁 위에 있다. 원래는 영명사永明寺의 부속 건물로서 고구려 시대인 393년에 세워진 영명루永明樓였다. 12세기 초 고려 예종이 군신과 더불어 잔치를 베풀고 그 자리에서 이안李顔에게 명하여 이름을 다시 짓게 했는데, 거울같이 맑고 푸른 물이 감돌아 흐르는 청류 벽 위에 떠 있는 듯한 누정이라는 뜻에서 부벽루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후 임진왜란 때 불타서 1614년에 중건하였고, 현재 건물은 6·25전쟁 때 불탄 것을 1956년과 1959년에 복원한 것이다. 정면 5칸(14.5m), 측면 3칸(7.68m)에 이익공 두공을 얹은 흘림기둥이 합각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단층 목조건물로,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이 누각은 뛰어난 건축술뿐만 아니라 모란봉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로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조선 3대 누각의 하나로 이름이 높았다. 한편 고려 때의 시인인 김황원은 이곳 경치를 보고 시를 절반 지어 놓았다가 부벽루의 아름다운 경치를 시에 다 담을 수 없다 하여 붓을 놓고 통곡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50. 50)패강浿江 : 대동강의 옛 이름.
  51. 51)영주瀛洲 : 삼신산의 하나이다. 동해안에 있는데 신선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한다. 우리나라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하기도 한다.
  52. 52)태조太祖 : 여기서는 고려 태조인 왕건王建을 이르는 듯하다.
  53. 53)송경松京 :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을 말한다.
  54. 54)미앙궁未央宮 : 중국 협서성陝西省 서안시西安市 교외에 있는 한漢나라 고조 때 만든 궁전. 동서 길이 136m, 남북 길이 455m, 남쪽 측면 높이 1m, 북쪽 측면 높이 14m로 알려져 있다. 내부는 정전正殿, 여름에 시원한 청량전淸凉殿, 겨울에 따뜻한 온실, 빙고氷庫인 능실凌室 등을 짓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부근에서 와편瓦片이 발견되었다. 여기에서는 고려 임금이 살던 궁전을 거기에 비유한 것이다.
  55. 55)장락궁長樂宮 : 한漢나라 태후가 거처하였던 궁전의 이름. 여기에서도 이것을 고려 태조의 후비가 거처하던 곳에 비유한 것인 듯하다. 서경(平壤)에 장락궁이 있긴 하지만 개성을 노래하는 곳에 서경의 장락궁을 지칭한 것은 아닌 듯하다.
  56. 56)쌍계사雙溪寺 :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208번지에 있는 사찰. 조계종 25개 본사 중 하나. 쌍계사는 두 갈래의 계곡이 하나로 만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를 건너 조금 오르면 큰 바위 두 개와 장승 두 개가 나온다. 바위 위에는 쌍계, 석문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고운 최치원이 지팡이로 새긴 것이라고 한다.
  57. 57)최치원崔致遠 :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이다. 아버지는 견일肩逸로, 숭복사崇福寺를 창건할 때 그 일에 관계한 바 있다. 경주 사량부沙梁部 출신이다.
  58. 58)신흥사神興寺 : 지리산에 있었던 신흥사를 말하는 듯하다.
  59. 59)가람伽藍 : ⓢ saghrma를 음역한 승가람마僧伽藍摩·승가람僧伽藍의 준말이다. 승원僧院·승원僧園이라고도 한다. 본래 의미는 중원衆園으로 여러 승려들이 모여 불도를 닦는 숲 등의 장소를 가리켰는데, 나중에 사원의 건축물을 일컫게 되었다. 절은 대개 일곱 종류의 건물을 갖추어야 하나의 가람으로 완성되는데, 이것을 칠당가람七堂伽藍이라 한다. 그러나 반드시 일곱 종류로만 제한되지는 않으며, 약간의 가감이 있을 수 있다. 칠당은 보통 사람의 몸, 즉 머리(頂)·코(鼻)·입(口)·눈(兩眼)·귀(兩耳) 또는 머리(頭)·마음(心)·음부陰部·팔(兩手)·다리(兩脚)에 비유되기도 한다. 칠당의 배치와 명칭은 시대와 종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교종사찰敎宗寺刹은 탑塔·금당金堂·강당講堂·종루鐘樓·장경루藏經樓·승방僧房·식당으로 구성되고, 선종사찰禪宗寺刹은 불전佛殿·법당·승당僧堂·고방庫房·산문山門·서정西淨·욕실浴室로 구성된다.
  60. 60)가지사迦智寺 : ①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산에 있던 절. ②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가지산에 있던 절. 지금의 보림사인 듯하다. 1407년(태종 7) 조계종 사찰에 소속되었다. ③ 함경남도 안변군 오압산에 있던 절.
  61. 61)정묘년 난리 : 1627년(인조 5) 만주에 본거를 둔 후금後金(淸)의 침입으로 일어난 조선과 후금 사이의 싸움. 1616년 만주에서 건국한 후금은 광해군의 적절한 외교정책으로 큰 마찰이 없이 지냈으나 광해군의 뒤를 이은 인조가 ‘향명배금向明排金’ 정책을 표방하고, 요동遼東을 수복하려는 모문룡毛文龍 휘하의 명明나라 군대를 평북 철산鐵山의 가도椵島에 주둔시키고 이를 은연히 원조하자, 1627년 l월 아민阿敏이 이끄는 3만의 후금의 군대는 앞서 항복한 강홍립姜弘立 등 조선인을 길잡이로 삼아 압록강을 건너 의주義州를 공략하고, 이어 용천龍川·선천宣川을 거쳐 청천강淸川江을 넘었다. 조선에서는 장만張晩을 도원수都元帥로 삼아 싸웠으나 평산에서부터 후퇴를 거듭, 그 본진이 개성으로 후퇴하였고, 인조 이하 조신朝臣들은 강화도로 피하고 소현昭顯 세자는 전주로 피란하였다. 황주에 이른 후금군은 2월 9일 부장 유해劉海를 강화도에 보내 명나라의 연호를 쓰지 말 것, 왕자를 인질로 할 것 등으로 화의를 청하였고, 양측은 정묘조약丁卯條約을 맺고, 3월 3일에 그 의식을 행하였다.
  62. 62)매미 소리(咽咽) : 인인咽咽은 빨리 치는 북소리. 여기서는 매미가 요란하게 우는 소리를 뜻한다.
  63. 63)눈썹 붉은 오랑캐(赤眉) : 적미赤眉는 붉은 눈썹. 오랑캐를 일컫는 말.
  64. 64)짧은 거리(指顧) : 지고指顧는 손가락질하며 살펴본다는 뜻으로, 짧은 거리 또는 짧은 시간을 이르는 말.
  65. 65)천관산天冠山 : 천풍산天風山 또는 지제산支提山이라고도 한다. 높이 723m. 지리산智異山·월출산月出山·내장산內藏山·내변산內邊山과 함께 호남지방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신라 김유신金庾信과 사랑한 천관녀天官女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삼림이 울창하고 천관사·보현사를 비롯해 89개의 암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석탑과 터만 남아 있다.
  66. 66)은하수(天河) : 천하天河는 밤하늘에 흐르는 물처럼 떠 있는 별 무리, 은하銀河를 일컸는다.
  67. 67)포주抱柱의 마음(抱柱心) : 포주심抱柱心은 다리 기둥을 끌어안고 죽은 미생尾生의 고사를 말한다.
  68. 68)운수암雲水庵 : 강원도 회양군 금강산에 있는 절.
  69. 69)턱을 괴고(支頥) : 지이支頥는 손으로 턱을 받친다는 뜻이다.
  70. 70)마고麻姑 : 중국의 옛적 선녀仙女의 이름. 한漢나라 환제桓帝 때에 고여산姑餘山에서 수도하였는데, 길고 새 발톱처럼 생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어 주면 한없이 유쾌해 하였다고 한다.
  71. 71)왕모王母 : 곤륜산崑崙山의 서왕모西王母. 전국시대의 곤륜산 신선설神仙說 속에서 신선화되었다. 전한前漢 말기 경세는 여신女神이라 하여 신앙의 객체가 되었고, 후한後漢 시대에는 태산泰山 신앙이 동태산東泰山에 짝하는 서왕모가 되어 도교의 신으로 되었다. 후에 요지금모瑤地金母로도 불렸다.
  72. 72)명령蓂靈 : 박지원은 “꽃이 하루에 한 잎씩 피어 열두 잎 다 피면 보름이 된 것과 달이 이지러지는 것을 알게 되며, 꽃이 하루 한 잎씩 말아 들어가 꽃 꼬투리가 떨어지면 그믐이 된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것을 명수蓂樹라고 부르고, 또 영수靈樹라고도 부른다고 하였다.
  73. 73)기타동산(祗陁苑) : 기타원祗陁苑은 제타의 숲을 말한다. 기원祇洹이라고도 한다. 수달須達 장자가 석가모니에게 설법과 수도의 장소로서 헌납한 숲의 이름이다. 수달 장자는 그 숲에 기수급고독원을 지어 바쳤다. 흔히 기원정사로 불리는데, 왕사성의 죽림정사와 함께 석가모니 당시의 2대 정사로 꼽힌다.
  74. 74)조두俎豆 : 제사祭祀 때 신 앞에 놓는 나무로 만든 그릇의 한 가지.
  1. 1)「啇」通用「商」{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