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허정집(虛靜集) / 虛靜集卷之上

ABC_BJ_H0196_T_002

009_0488_a_02L
허정집 상권(虛靜集 卷之上)
총목차總目次
허정집 상권(虛靜集 卷之上)
사辭-3편
산중사山中辭
유거사幽居辭
한가롭게 읊다(閑詠)
고풍古風-4편
오래 슬피 바라보다(長悵望)
운월 대사께 드립니다(贈雲月大師)
감회를 읊어 뜻을 밝히다(咏懷言志)
차운하여 문도들에게 보이다(次示同徒)
사언절구四言絶句-5편
오두막(草堂)
스스로 경책하다(自警)
맑은 밤(淸夜)
그윽한 거처(幽居)
사실을 애도하다(悼四室)
육언절구六言絶句-5편
세상 밖에서(物外)
산에서 살다(山居)
일용의 근심(日用憂)
일용의 찬탄(日用讃)
삼각산三角山
오칠언五七言-4편
고요한 밤(夜靜)
산에서 살다(山居)
병이 들어(病吟)
백봉 서휘를 송별하다(送白峯)
삼오칠언三五七言-5편
백운암白雲庵
일화에게 드립니다(贈一華)
은선대隱仙臺
백운대白雲臺
금강산金剛山
오언절구五言絶句-77편
권중경 참의의 운을 따라(次權叅議韻)
일생一生
의상암에 제하다(題義湘庵)
홍익중 진사의 운을 따라(次洪進士韻)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의 운을 따라(次伽耶山海印寺一柱門韻)
금화산 징광사金華山澄光寺
백운 산인에게 보이다(示白雲山人)
차운하여 의흠을 송별하다(次送義欽)

009_0488_a_02L虛靜集卷之上

009_0488_a_03L

009_0488_a_04L1)總目次

009_0488_a_05L
卷上

009_0488_a_06L
三篇

009_0488_a_07L
山中辭
幽居辭閑詠

009_0488_a_08L
古風四篇

009_0488_a_09L
長悵望贈雲月大師咏懷言志
009_0488_a_10L次示同徒

009_0488_a_11L
四言絕句五篇

009_0488_a_12L
草堂自警淸夜幽居悼四
009_0488_a_13L

009_0488_a_14L
六言絕句五篇

009_0488_a_15L
物外山居
日用憂日用讃
009_0488_a_16L三角山

009_0488_a_17L
五七言四篇

009_0488_a_18L
夜靜山居病吟送白峯瑞暉

009_0488_a_19L
三五七言五篇

009_0488_a_20L
白雲庵贈一華隱仙臺白雲臺
009_0488_a_21L金剛山

009_0488_a_22L
五言絕句七十七篇

009_0488_a_23L
次權參議重經韻一生題義湘庵
009_0488_a_24L次洪進士益重韻次伽耶山海印寺一
009_0488_a_25L柱門韻金華山澄光寺示白雲山

009_0488_b_01L호남으로 가는 환몽을 송별하다(送幻夢之湖南)
학수암에서 지낼 때 월임강에서 승당의~(在鶴樹時月臨江逢僧堂僧喚惺夜話)
문촌 유 처사의 운을 따라(次文村柳處士韻)
차운하여 석봉 현변을 송별하다(次送石峯)
백암 대사의 운을 따라 춘곡에게 보이다(次栢庵大師韻示春谷)
계를 지키다(護戒)
춘곡 일화의 운을 따라(次春谷韻)
백천문 진사 황지리 처사와 함께~(白進士黃處土同遊白沙場韻次)
차운하여 청옥 수좌에게 보이다(次示淸玉首座)
차운하여 옥혜 수좌에게 보이다(次示玉慧首座)
차운하여 육공 수좌에게 보이다(次示六空首座)
차운하여 남악 태우 대사를 송별하다(次送南岳大師)
차운하여 월저 대화상께 올립니다(次奉月渚大和尙)
조급하게 배우는 자에게 보이다(示學卞)
비 개이고(雨晴)
궁벽한 마을(窮村)
천연 무희자에게 보내다(寄天然無餙子)
만행하는 행자께 드립니다(贈萬行行者)
회암 겸용자께 드립니다(贈檜岩兼用子)
우연히 읊다(偶吟)
병이 들어(病吟)
고향 생각(思鄕)
쾌즙 대사께 드립니다(贈快楫大師)
송광사 무용 대사의 운을 따라(松廣寺無用大師韻次)
삼가 월저 대화상의 운을 따라(敬次月渚大和尙韻)
신선을 찾아갔다가 길을 잃다(訪仙失路)
사선정의 운을 따라(次四仙亭韻)
강계의 아객 정 진사 형제에게 보냅니다(寄江界衙客鄭進士昆季)
차운하여 의진 수좌에게 보이다(次示義眞首座)
차운하여 신흡 도인을 송별하다(次送信洽道人)
차운하여 우암 초흠에게 보내다(次寄牛巖)
지리산에서 절곡하는 승려 현옥에게 보이다(示智異山絶穀僧玄玉)
차운하여 백봉 서휘에게 보내다(次寄白峯)
차운하여 백운자 구승 대사를 송별하다(次送白雲子)
차운하여 만루 보정 장로께 올립니다(次奉萬累長老)
금산사 환성 대사의 운을 따라(次金山寺喚惺大師韻)
차운하여 내원암의 성곡 민기 대사께 보이다(次示內院城谷大師)
차운하여 백운암의 집중 포일 대사께 보이다(次示白雲執中大師)
매미 소리를 듣고(聞蟬)
삼남으로 내려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중악을~(憶中岳下三南久不來)
산에서 추암 각성을 만나(山中逢楸巖)
차운하여 설잠에게 보내다(次寄雪岑)
차운하여 지순 지전에게 드립니다(次贈智淳知殿)
차운하여 동향인 운서 거사에게 드립니다(次贈同鄕人居士)
대공 각민 도인에게 보이다(示大工道人)
차운하여 처유 상인에게 보이다(次示處宥上人)
은자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訪隱不遇)
두 번째(其二)
묘향산 금선대(香山金仙臺)
차운하여 보제 채영 장로에게 보이다(次示普濟長老)
차운하여 호현 천열 사주에게 보이다(次示護賢寺主)
차운하여 축림을 송별하다(次送竺林)
가을 산에서 홀로 지내며(秋山獨居)
차운하여 금강산 도일 수좌에게 보이다(次示金剛山道一首坐)
해문 도인에게 보이다(示海文道人)
강천江天

009_0488_b_01L次送義欽送幻夢之湖南
009_0488_b_02L鶴樹時…喚惺夜話次文村柳處士
009_0488_b_03L次送石峯玄辯次栢庵大師韻示
009_0488_b_04L春谷護戒次春谷一花韻
009_0488_b_05L進士…白沙塲韻次
次示淸玉首
009_0488_b_06L次示玉慧首座次示六空首座
009_0488_b_07L次送南岳泰宇大師次奉月渚大和
009_0488_b_08L示學卞雨晴窮村寄天然
009_0488_b_09L無餙子贈萬行行者贈檜岩兼
009_0488_b_10L用子偶吟病吟思鄕贈快
009_0488_b_11L楫大師松廣寺無用大師韻次
009_0488_b_12L次月渚大和尙韻
訪仙失路
009_0488_b_13L四仙亭韻
寄江界衙客鄭進士昆
009_0488_b_14L次示義眞首座次送信洽道人
009_0488_b_15L次寄牛巖示智異山絕穀僧玄玉
009_0488_b_16L寄白峯瑞輝次送白雲子次奉萬
009_0488_b_17L累普淨長老次金山寺喚惺大師韻
009_0488_b_18L次示內院城谷敏機大師次示白雲
009_0488_b_19L執中抱一大師聞蟬憶中岳下三
009_0488_b_20L南久不來山中逢楸巖覺性次寄
009_0488_b_21L雪岑次贈智淳知殿次贈同鄕人
009_0488_b_22L雲瑞居士示大工覺敏道人次示
009_0488_b_23L處宥上人訪隱不遇
香山金仙
009_0488_b_24L次示普濟采英長老次示護賢
009_0488_b_25L天悅寺主次送竺林秋山獨居
009_0488_b_26L示金剛山道一首坐示海文道人

009_0488_c_01L고향을 그리며(望鄕)
‘서도회고’를 차운하여(次西都懷古)
‘동도회고’를 차운하여(次東都懷古)
‘송도회고’를 차운하여(次松都懷古)
한양漢陽
원응 대기를 송별하다(送圓應)
모은 명현과 이별하며(別慕隱)
대혜 보우와 이별하며(別大慧)
차운하여 팽계 월영에게 보내다(次寄彭溪)
차운하여 식암 한붕에게 보내다(次寄息巖)
차운하여 금곡 신청을 송별하다(次送金谷)
차운하여 환월 태봉을 송별하다(次送幻月)
‘사시사’를 차운하여(次四時詞)
묘향산 운사(香山雲舍)
오언율五言律-35편
차운하여 백운자 구승에게 드립니다(次贈白雲子)
삼성대三聖臺
구월산에 올라(登九月山)
한식寒食
구룡산九龍山
능파 희세자 서연에게 보내다(寄綾坡希世子)
스스로 한탄하다(自歎)
인호대引虎臺
김일경 사군의 운을 따라(次金使君韻)
최종주 명부의 운을 따라(次崔明府韻)
차운하여 성휘 상인을 송별하다(次送性輝上人)
차운하여 수이 삼안에게 보내다(次寄守夷)
권엽 도사의 운을 따라(次權都事韻)
능파 희세자를 송별하다(送綾坡希世子)
조용히 살다(靜居)
골짜기 깊어(洞深)
가을 풍경(秋景)
천연 무희자를 송별하다(送天然無餙子)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嵓和尙韻)
하늘(天)
땅(地)
해(日)
두 번째(其二)
달(月)
두 번째(其二)
바람(風)
구름(雲)
소나무(松)
대나무(竹)
노송나무(檜)
측백나무(栢)
정시숙 찰방의 운을 따라(次鄭察坊韻)
묘향산 보현사(香山普賢寺)
황곡 지문에게 보내다(寄黃谷)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巖和尙韻)
묘향산 상원(香山上院)
칠언절구七言絶句-38편
김창흡 거사의 운을 따라(次金居士韻)
삼가 월저 대사의 운을 따라(敬次月渚大師韻)
묘향산 상운암에 제하다(題香山上雲庵)
박수발 처사의 운을 따라(次朴處士)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岩和尙韻)
성성자의 운을 따라(次惺惺子韻)
장난삼아 행각승 낙현에게 드립니다(戱贈行脚僧)
길인화 진사의 운을 따라(次吉進士韻)
월곡 명조를 송별하다(送月谷)
임수원 수재의 운을 따라(次林秀才韻)
옛 시의 운을 따라(次古韻)
눈(雪)
노을(霞)
임광하 석사를 송별하다(送林碩士)
능문 대사의 운을 따라(次能文大師韻)

009_0488_c_01L望鄕次西都懷古次東都懷
009_0488_c_02L次松都懷古漢陽送圓應
009_0488_c_03L大機別慕隱明顯別大慧普愚
009_0488_c_04L次寄彭溪月影次寄息巖漢鵬
009_0488_c_05L送金谷信淸次送幻月太鳳次四
009_0488_c_06L時詞香山雲舍

009_0488_c_07L
五言律三十五篇

009_0488_c_08L
次贈白雲子三聖臺登九月山
009_0488_c_09L九龍山寄綾坡希世子
009_0488_c_10L引虎臺次金使君一鏡韻
009_0488_c_11L崔明府宗周韻次送性輝上人
009_0488_c_12L寄守夷三眼次權都事熀韻送綾
009_0488_c_13L坡希世子靜居洞深秋景
009_0488_c_14L天然無餙子敬次雪嵓和尙韻
009_0488_c_15L


009_0488_c_16L次鄭察坊時叔韻香山
009_0488_c_17L普賢寺寄黃谷智文悼雪巖和尙
009_0488_c_18L敬次雪巖和尙韻香山上院

009_0488_c_19L
七言絕句三十一篇

009_0488_c_20L
次金居士昌翕韻
敬次月渚大師韻
009_0488_c_21L題香山上雲庵次朴處士秀發敬次
009_0488_c_22L雪岩和尙韻次惺惺子韻戱贈行
009_0488_c_23L脚僧樂玄次吉進士仁和韻送月谷
009_0488_c_24L明照次林秀才秀源韻次古韻
009_0488_c_25L送林碩士光夏次能文大師韻
009_0488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489_a_01L윤중회에게 보냅니다(寄尹仲晦)
장필문 진사의 운을 따라(次張進士)
이만추 진사의 운을 따라(次李進士韻)
장난삼아 허영에게 보이다(戱示虛影)
삼가 청허당의 운을 따라(敬次淸虛堂韻)
창파자 취원 대사께 드립니다(贈滄波子翠遠大師)
독조 쌍침에게 보내다(寄獨照)
묘향산 비로봉(香山毘盧峯)
섣달그믐에 화초를 만들며 권하는 게송(分歲造花草勸偈)
옛 절 법홍사(法弘古寺)
만경대에 올라(登萬景臺)
몰량 대사께 올립니다(奉沒量大師)
벽허 대사께 올립니다(奉碧虛大師)
천수암天授庵
가뭄(旱)
비(雨)
‘소상팔경’을 차운하여(瀟湘八景次韻)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瀟湘夜雨)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平沙落鴈)
먼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遠浦歸帆)
어촌의 낙조(漁村落照)
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烟寺暮鍾)
저물녘에 내리는 강천의 눈(江天暮雪)
산시, 맑은 아지랑이(山市晴嵐)
‘평원십영’을 차운하여(平遠十詠次韻)
가을 호수에 어지러운 돛단배(秋湖亂帆)
달 밝은 산의 맑은 아지랑이(月山晴靄)
서강의 고기잡이 불빛(西江漁火)
북산의 나무꾼 노래(北山樵唱)
쌍지의 연꽃(雙池菡萏)
물가 양 언덕의 갈대꽃(兩渚蘆花)
매화 동산의 새벽달(梅園曉月)
대숲 길의 맑은 바람(竹逕淸風)
송만의 낙조(松巒落照)
버드나무 거리에 날리는 개지(柳巷飛絮)
제일봉을 오르다 해가 저물어 중봉사에서 자고~(上第一峯日暮宿中峯夢占)
꿈속에서 성주를 찬양하다(夢中讃聖主)
생일날 자모의 교훈을 기록하다(生辰記慈母敎訓)
봄눈(春雪)
자응의 운을 따라(次慈應韻)
잡체雜體-17편
양관체로 산중의 묘한 향기를 찬탄하다(陽關體讃山中妙香)
황산곡체로 고향으로 가는 혜원을 송별하다(黃山谷體送惠遠之故鄕)
회문체로 묘향산에 제하다(回文體題香山)
무산일단운체로 금강산에 제하다(巫山一段雲體題金剛山)
옥련환체로 문도들에게 권면하다(玉連環體勸同徒)
동파체東坡體
측입체側入體
굴곡체屈曲體
요체抝體
일이언체로 안곡에게 보내다(一二言體寄安谷)
수시체數詩體
건제체建除體
연아체로 묘체를 훈계하다(演雅體誡妙體)
다시 연아체를 읊어 묘체에게 보이다(更占演雅體示妙體)
회문체로 ‘청산공백두’의 운을 따라(回文體次靑山空白頭題韵)
동파체로 재차 짓다(東坡體再步)
장두체로 장난삼아 중악 타화 스님에게 드립니다(藏頭體戱贈中嶽妥化師)

009_0489_a_01L寄尹仲晦次張進士弼文次李進
009_0489_a_02L士萬秋韻戱示虛影敬次淸虛堂
009_0489_a_03L贈滄波子翠遠大師寄獨照雙琛
009_0489_a_04L香山毘盧峯分歲造花草勸偈
009_0489_a_05L弘古寺登萬景臺奉沒量大師
009_0489_a_06L碧虛大師天授庵

009_0489_a_07L
瀟湘八景次韻八篇

009_0489_a_08L
洞庭秋月瀟湘夜雨平沙落鴈
009_0489_a_09L遠浦歸帆漁村落照烟寺暮鐘
009_0489_a_10L江天暮雪山市晴嵐

009_0489_a_11L
平遠十詠次韻十五篇

009_0489_a_12L
秋湖亂帆月山晴靄西江漁火
009_0489_a_13L北山樵唱雙池菡萏兩渚蘆花
009_0489_a_14L梅園曉月竹逕淸風松巒落照
009_0489_a_15L柳巷飛絮上第一峯日暮宿中峯夢
009_0489_a_16L夢中讃聖主
生辰記慈母敎
009_0489_a_17L春雪次慈應韻

009_0489_a_18L
雜體十七篇

009_0489_a_19L
陽關體讃山中妙香黃山谷體送惠
009_0489_a_20L遠之故鄕回文體題香山巫山一
009_0489_a_21L段雲體題金剛山玉連環體勸同徒
009_0489_a_22L東坡體側入體屈曲體抝體
009_0489_a_23L
一二言體寄安谷數詩體
009_0489_a_24L除體演雅體誡妙體更占演雅體
009_0489_a_25L示妙體回文體次靑山空白頭題韵
009_0489_a_26L東坡體再步藏頭體戱贈中嶽妥化師

009_0489_b_01L칠언율七言律-67편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패강의 송별(浿江送別)
문화 아객 윤중회의 운을 따라(次文化衙客尹仲晦韻)
차운하여 연초 대사를 송별하다(次送演初大師)
차운하여 김세장 수재를 송별하다(次送金秀才)
‘업도회고’를 차운하여(鄴都懷古次韻)
‘함양회고’를 차운하여(咸陽懷古次韻)
‘강선루’의 운을 따라(次降仙樓韻)
밤에 임금님과 부모님 꿈을 깬 뒤에 바로 입으로 읊다(夜夢君親破後口占)
자응의 운을 따라(次慈應韻)
면곡 사임의 운을 따라(次綿谷韻)
차운하여 강수일 진사께 보냅니다(次寄姜進士)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월저 대화상을 애도하며(悼月渚大和尙)
학봉 경흠을 송별하다(送鶴峯)
‘부벽루’의 운을 따라(次浮碧樓韻)
객창에서 회포를 쓰다(旅䆫書懷)
차운하여 해남으로 가는 법명을 송별하다(次送法明之海南)
차운하여 여심 대사에게 보냅니다(次寄汝諶大師)
낙화루에 차운하다(落花樓次韻)
묘향산에 숨어 살다(香山幽居)
섣달 그믐밤(除夕)
오두막(草堂)
‘비로봉’의 운을 따라(次毘盧峯韻)
꿈을 깨고 바로 입으로 읊어 용암에게 보이다(夢破口占示龍巖)
차운하여 양곡 청연을 송별하다(次送陽谷)
석봉 현변에게 보내다(寄石峯)
만월 천심에게 보내다(寄滿月)
차운하여 유함향에게 보내다(次寄柳㴠鄕)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고향에 체류하며 산을 그리워하다(滯鄕憶山)
차운하여 광제 윤규를 송별하다(次送廣濟)
차운하여 박근발 수재를 송별하다(次送朴秀才)
차운하여 응감을 송별하다(次送應感)
삼가 설암 화상께 올립니다(奉寄雪巖和尙)
묘향산(香山)
보련대寶蓮臺
스스로 시름을 떨치다(自遣)
한식寒食
고향을 그리며(望鄕)
회암이 보낸 편지에 바로 입으로 읊다(檜巖見寄口占)
묘향산을 그리며(望香山)
스님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訪師不遇)
이필 장련의 운을 따라(次李長連韻)
차운하여 백봉 서휘를 전송하다(次送白峯)
사선정四仙亭
발연암의 옛날을 생각하다(鉢淵庵懷古)
용암 성각을 송별하다(送龍巖)
차운하여 용계 지명을 송별하다(次送龍溪)
지리산 대암智異山臺巖
쌍계사雙溪寺
임발 석사의 운을 따라(次林碩士韻)
차운하여 망명 도인 종현에게 보이다(次示亡名道人)
차운하여 연초 대사를 송별하다(次送演初大師)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묘향대’의 운을 따라(次妙香臺韻)
‘향산폭포’의 운을 따라(次香山瀑布韻)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선암사仙巖寺
불영대佛影臺
일화의 운을 따라(次一華韻)
추모하며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追次雪嵓和尙韻)
설암 화상을 추도하며(追悼雪嵒和尙)
환암 종임의 운을 따라(次幻巖韻)
은선암隱仙庵
차운하여 우암 초흠에게 드립니다(次贈牛巖)

009_0489_b_01L
七言律六十七篇

009_0489_b_02L
次金剛山韻
浿江送別次文化
009_0489_b_03L衙客尹仲晦韻
次送演初大師
009_0489_b_04L送金秀才世章鄴都懷古次韻
009_0489_b_05L陽懷古次韻次降仙樓韻夜夢君
009_0489_b_06L親破後口占次慈應韻次綿谷思
009_0489_b_07L任韻次寄姜進士壽一悼雪巖和尙
009_0489_b_08L悼月渚大和尙送鶴峯景欽

009_0489_b_09L浮碧樓韻旅䆫書懷次送法明之
009_0489_b_10L海南次寄汝諶大師落花樓次韻
009_0489_b_11L香山幽居除夕草堂次毘盧
009_0489_b_12L峯韻夢破口占示龍巖次送陽谷
009_0489_b_13L淸演寄石峯玄辯寄滿月天心
009_0489_b_14L次寄柳涵鄕悼雪巖和尙滯鄕憶
009_0489_b_15L次送廣濟允規次送朴秀才根
009_0489_b_16L次送應感奉寄雪巖和尙
009_0489_b_17L寶蓮臺自遣寒食望鄕
009_0489_b_18L檜巖見寄口占望香山訪師不遇
009_0489_b_19L次李長連苾韻次送白峯瑞輝
009_0489_b_20L仙亭鉢淵庵懷古送龍巖性覺
009_0489_b_21L次送龍溪智明智異山臺巖雙溪
009_0489_b_22L次林碩士發韻次示亡名道人
009_0489_b_23L宗玄次送演初大師次金剛山韻
009_0489_b_24L次妙香臺韻次香山瀑布韻次金
009_0489_b_25L剛山韻仙巖寺佛影臺次一華
009_0489_b_26L追次雪嵓和尙韻追悼雪巖和
009_0489_b_27L次幻巖宗任韻隱仙庵次贈

009_0489_c_01L묘향산 상원(香山上院)
잡저雜著-4편
이세추 상사의 운을 따라(次李上舍韻)
홍익중 진사의 운을 따라(次洪進士韻)
근심 속에서 고향에 머물다(滯憂關山)
임종게臨終偈
허정집 하권(虛靜集 卷之下)
기記-8편
착정기鑿井記
봉린산 안국사기鳳獜山安國寺記
봉미산 청룡사기鳳尾山靑龍寺記
내보현암 중즙기內普賢庵重葺記
보현사 다보전기普賢寺多寶殿記
고원 학산 성불암기高原鶴山成佛庵記
영변 철옹성 천주사기寧邊鐵瓮城天柱寺記
보현사 개와개부기普賢寺盖瓦改覆記
비명碑銘-5편
백화당 형주 대사 비명白華堂浻珠大師碑銘
삼화부 이의적 설리비명三和府李義積設利碑銘
영허 대사 비명靈虛大師碑銘
와룡산 용천사 비명臥龍山湧泉寺碑銘
천성산 관음사 비명天聖山觀音寺碑銘
권문勸文-6편
금화산 징광사 개와권문金華山澄光寺盖瓦勸文
금강산 유점사 중창권문金剛山楡岾寺重創勸文
흥성암 중창권문興成庵重創勸文
용강 번석교 권문龍岡翻石橋勸文
묘향산 보현사 사천왕 중수권문(香山普賢寺四天王重修勸文)
안주천변 수륙권문安州川邊水陸勸文
소䟽-8편
아버지를 천도하는 소(薦父䟽)
어머니를 천도하는 소(薦母䟽)
스승을 천도하는 소(薦師䟽)
월저당을 천도하는 소(薦月渚堂䟽)
애운당 예수대례소愛雲堂預修大禮䟽
밤에 올리는 소(夜上䟽)
중별中別
갑계 수륙중소甲契水陸中䟽
발跋-2편
진경 후발眞經後跋
화엄경 후발華嚴經後跋

009_0489_c_01L牛巖草欽香山上院

009_0489_c_02L
雜著四篇

009_0489_c_03L
次李上舍世樞韻次洪進士益重韻
009_0489_c_04L滯憂關山臨終偈

009_0489_c_05L
卷下

009_0489_c_06L
八篇

009_0489_c_07L
鑿井記鳳獜山安國寺記鳳尾山
009_0489_c_08L靑龍寺記內普賢庵重葺記普賢
009_0489_c_09L寺多寶殿記高原鶴山成佛庵記
009_0489_c_10L邊鐵瓮城天柱寺記普賢寺盖瓦改
009_0489_c_11L覆記

009_0489_c_12L
碑銘五篇

009_0489_c_13L
白華堂浻珠大師碑銘并序三和府
009_0489_c_14L李義積設利碑銘并序靈虛大師碑
009_0489_c_15L銘并序臥龍山湧泉寺碑銘并序
009_0489_c_16L聖山觀音寺碑銘并序

009_0489_c_17L
勸文六篇

009_0489_c_18L
金華山澄光寺盖瓦勸文金剛山楡
009_0489_c_19L岾寺重創勸文興成庵重創勸文
009_0489_c_20L岡翻石橋勸文香山普賢寺四天王
009_0489_c_21L重修勸文安州川邊水陸勸文

009_0489_c_22L
八篇

009_0489_c_23L
薦父䟽薦母䟽薦師䟽薦月
009_0489_c_24L渚堂䟽愛雲堂預修大禮䟽夜上
009_0489_c_25L中別甲契水陸中䟽

009_0489_c_26L
二篇

009_0489_c_27L
眞經後跋華嚴經後跋

009_0490_a_01L녹錄-2편
유금강록遊金剛錄
속향산록續香山錄
간기刊記
사辭1)
산중사山中辭
[1]
松風吹兮山牕      솔바람 불어오는 산창
蘿月明兮虛枕      나월蘿月2)이 밝은 텅 빈 베개
獨臥兮塵夢淸      홀로 누우니 맑아지는 속세의 꿈
萬緣兮都一寢      온갖 인연 모두 단박에 쉬노라.

[2]
山中兮草堂       산속 오두막
石牕兮虛靜       석창石牕은 텅 비고 고요하기만
一宿兮夢初回      하룻밤 꿈 막 깨고 보니
千峯兮月已影      일천 봉우리에 아롱진 달그림자.
유거사幽居辭
天爲幕兮地爲席     하늘을 장막 삼고 땅을 깔개로 삼아
雲作扃兮山作壁     구름으로 문 만들고 산으로 벽 만드니
事自簡兮身自閑     일이 절로 간소해지네. 몸은 절로 한가롭고
境亦幽兮心亦寂     경계도 그윽하여라. 마음 역시 즐겁구나
生兼死兮旣都忘     삶과 죽음이여, 모두 이미 잊었어라
榮與辱兮念自釋     영화와 욕됨이여. 생각이 절로 사라지네
送吾年兮髮已霜     내 생애를 보내리라. 머리는 이미 희끗희끗
操不移兮松長碧     지조 지키며 살리라.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가롭게 읊다허정虛靜의 노래(閑詠虛靜歌)
靑山疊兮白雲層     청산은 첩첩 백운은 층층
草堂深兮虛靜閑     오두막 깊구나 이 몸도 한가롭네
渴即飮兮山泉      목마르면 마시지 산골짝 샘물
飢即餐兮松花      배고프면 먹지 뽀얀 송홧가루
坐相對兮蘿月華     앉아서 마주하네 나월의 꽃
常披看兮貝多葉     항상 펼쳐 읽는다네 패다라 잎3)
或吟咏兮風月      간혹 노래도 하지 바람과 달을
經行兮泉石       경행도 하지 산수 빼어난 곳으로
任遨遊兮        이리저리 맘대로 노닌다네
送一生之百年兮     백 년 한 생애를 보낸다네.
고풍4)古風
오래 슬피 바라보다(長悵望)
朝亦長悵望       아침에도 그저 슬피 바라보다
暮亦長悵望       저녁에도 그저 슬피 바라보네
悵望在何處       슬피 바라보는 곳 어디에 있나
白雲天外嶂       하늘 밖 봉우리에 걸린 하얀 구름

009_0490_a_01L
二篇

009_0490_a_02L
遊金剛錄續香山錄

009_0490_a_03L

009_0490_a_04L

009_0490_a_05L山中辭

009_0490_a_06L
松風吹兮山牕蘿月明兮虛枕

009_0490_a_07L獨臥兮塵夢淸萬緣兮都一寢(一)

009_0490_a_08L山中兮草堂石牕兮虛靜

009_0490_a_09L一宿兮夢初回千峯兮月已影(二)

009_0490_a_10L幽居辭

009_0490_a_11L
天爲幕兮地爲席雲作扃兮山作壁

009_0490_a_12L事自簡兮身自閑境亦幽兮心亦寂

009_0490_a_13L生兼死兮旣都忘榮與辱兮念自釋

009_0490_a_14L送吾年兮髮已霜操不移兮松長碧

009_0490_a_15L閑詠虛靑歌

009_0490_a_16L
靑山疊兮白雲層草堂深兮虛靜閑

009_0490_a_17L渴即飮兮山泉飢即餐兮松花

009_0490_a_18L坐相對兮蘿月華常披看兮貝多葉

009_0490_a_19L或吟咏兮風月經行兮泉石

009_0490_a_20L任遨遊兮送一生之百年兮

009_0490_a_21L

009_0490_a_22L古風

009_0490_a_23L長悵望

009_0490_a_24L
朝亦長悵望暮亦長悵望

009_0490_a_25L悵望在何處白雲天外嶂

009_0490_b_01L山疊水亦闊       산은 첩첩이요 강 또한 광활하니
魚沉鴈亦障       물고기도 빠지고 기러기도 막히겠네
斫額更斫額       이마에 손을 얹고 또 얹으며
悵望復悵望       슬피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운월 대사께 드립니다(贈雲月大師)
雲生嶺上白       고갯마루 피어오르는 구름 하얗고
月到天心明       하늘 복판 닿은 달님 밝기도 하지
二物元來淨       달과 구름 원래 청정하기에
取之立道名       이를 취해 도道라는 이름을 세우노라
雲能復舒卷       구름은 모였다 다시 흩어질 수 있고
月亦有虧盈       달님 역시 찼다 기울었다 하지만
何似太虛色       어찌 태허太虛의 빛깔만이야 할까
蒼蒼無變更       푸르디푸른 빛깔 변함이 없노라.
감회를 읊어 뜻을 밝히다(咏懷言志)
萬法從眞起       모든 법 진여眞如에서 일어나고
諸心等水漚       온갖 마음 물거품과 같나니
乾坤一幻夢       하늘과 땅은 한바탕 허깨비 꿈
生死亦蜉蝣       삶과 죽음 역시 하루살이.
차운하여 문도들에게 보이다(次示同徒)
[1]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나
面前夾竹桃花發     얼굴에는 협죽도夾竹桃 꽃 만발했지만
背後侵天荊棘沒     등 뒤로 하늘을 찌를 가시를 숨겼다는 걸5)
相對笑中藏利刀     마주한 웃음 속에 예리한 칼을 감추고
暗殺人如鬼殺亟     몰래 사람을 죽이는 솜씨 귀신처럼 빠르다네
天可量地可度      하늘도 헤아릴 수 있고, 땅도 잴 수 있지만
惟有人心不可測     사람의 마음만은 예측할 수 없나니
屑屑私談喋喋間     자질구레한 사담 털어놓는 사이라 해도
誰知已抱犲狼臆     누가 알까, 이미 늑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2]
又不見         또 보지 못했나
世路崎嶇蜀道難     세상길 기구하여 촉도蜀道6)처럼 험난하고
人心翻覆若波瀾     사람의 마음 뒤집히기 파도와 같다는 걸
跖門不可陳堯語     도척 앞에서는 요임금의 말씀 늘어놓을 수 없지
魔穴誰能報佛言     마귀 소굴에 누가 부처님 말씀 전할 수 있으랴
長亦觀短亦看      장점도 보고, 단점도 보라
惟是無心第一安     오직 이 무심無心만이 제일의 안락이니
切須閉口深藏舌     모름지기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춰
莫敎烏龜自語謾     오귀烏龜7)들이 엉터리 말 못하게 하라.
사언절구서산西山8)을 본받아(四言絶句效西山)
오두막(草堂)

009_0490_b_01L山疊水亦闊魚沉鴈亦障

009_0490_b_02L斫額更斫額悵望復悵望

009_0490_b_03L贈雲月大師

009_0490_b_04L
雲生嶺上白月到天心明

009_0490_b_05L二物元來淨取之立道名

009_0490_b_06L雲能復舒卷月亦有虧盈

009_0490_b_07L何似太虛色蒼蒼無變更

009_0490_b_08L咏懷言志

009_0490_b_09L
萬法從眞起諸心等水漚

009_0490_b_10L乾坤一幻夢生死亦蜉蝣

009_0490_b_11L次示同徒

009_0490_b_12L
君不見面前夾竹桃花發

009_0490_b_13L背後侵天荊棘沒

009_0490_b_14L相對笑中藏利刀暗殺人如鬼殺亟

009_0490_b_15L天可量地可度惟有人心不可測

009_0490_b_16L屑屑私談喋喋間誰知已抱犲狼臆(一)

009_0490_b_17L又不見世路崎嶇蜀道難

009_0490_b_18L人心翻覆若波瀾

009_0490_b_19L跖門不可陳堯語魔穴誰能報佛言

009_0490_b_20L長亦觀短亦看惟是無心第一安

009_0490_b_21L切須閉口深藏舌莫敎烏龜白語謾(二)

009_0490_b_22L

009_0490_b_23L四言絕句效西山

009_0490_b_24L草堂

009_0490_c_01L草堂虛靜        오두막은 텅 비고 고요하며
風月長閑        바람과 달은 늘 한가롭네
主人獨臥        주인 홀로 누웠으니
數重靑山        청산은 몇 겹이런가.
스스로 경책하다『도경道經』에서 “지인의 마음은 텅 빈 고요함을 잘 보존하여 물처럼 깊고 맑다.”라고 하였다.(自警道經云。 至人之心。 善保虛靜。 如水淵澄。)
守志堅石        견고한 바위처럼 뜻을 지키고
凝神潔氷        깨끗한 얼음처럼 정신을 모아
善保虛靜        텅 빈 고요함 잘 보존하고
亦如水澄        또한 물처럼 맑게 하라.
맑은 밤9)(淸夜)
水面風生        수면에 바람 일고
潭心月落        못 가운데 달이 지네
一般淸味        한결같은 청아한 이 맛
無人自樂        즐길 줄 아는 이 없네.
그윽한 거처(幽居)
風颼竹冷        거센 바람에 싸늘한 대
露滴松寒        이슬에 젖어 차가운 솔
幽人醉臥        숨어 사는 사람 취해 누우니
明月空山        텅 빈 산에 달만 휘영청.
사실四室10)을 애도하다(悼四室)
西山日落        서산엔 해 지고
四溟風寒        사명은 바람이 차다
月渚夜冷        월저는 밤이 서늘하고
雪庵燈殘        설암은 등불이 남았구나.
육언절구六言絶句
세상 밖에서(物外)
物外淸閑獨居      세상 밖에서 한가롭게 홀로 살자고
山中明月相約      산속의 밝은 달과 약속하였지
禪牕栢樹長春      선창의 측백나무는 언제나 봄날인데
講席天花時落      강석의 하늘 꽃은 때맞춰 떨어지네.
산에서 살다(山居)
[1]
山隱隱水㳙㳙      아득한 산 졸졸 흐르는 물
雲漠漠林欝欝      막막한 구름 울창한 숲
幽居逈阻人烟      인가의 연기 까마득해 그윽한 거처에
從我淸風明月      나를 따르는 맑은 바람 밝은 달.

[2]
月色牕前皎潔      창가에는 밝고 깨끗한 달빛
溪聲枕上淸冷      베갯머리엔 맑고 시원한 개울 소리
春夢遽然覺罷      일장춘몽 화들짝 깨고 보니
胸懷快活惺惺      쾌활하고 또렷또렷한 마음속 회포.

009_0490_c_01L
草堂虛靜風月長閑

009_0490_c_02L主人獨臥數重靑山

009_0490_c_03L自警道經云至人之心
保虛靜如水淵澄

009_0490_c_04L
守志堅石凝神潔氷

009_0490_c_05L善保虛靜亦如水澄

009_0490_c_06L淸夜

009_0490_c_07L
水面風生潭心月落

009_0490_c_08L一般淸味無人自樂

009_0490_c_09L幽居

009_0490_c_10L
風颼竹冷露滴松寒

009_0490_c_11L幽人醉臥明月空山

009_0490_c_12L悼四室

009_0490_c_13L
西山日落四溟風寒

009_0490_c_14L月渚夜冷雪庵燈殘

009_0490_c_15L

009_0490_c_16L六言絕句

009_0490_c_17L物外

009_0490_c_18L
物外淸閑獨居山中明月相約

009_0490_c_19L禪牕栢樹長春講席天花時落

009_0490_c_20L山居

009_0490_c_21L
山隱隱水㳙㳙雲漠漠林鬱鬱

009_0490_c_22L幽居逈阻人烟從我淸風明月(一)

009_0490_c_23L月色牕前皎潔溪聲枕上淸冷

009_0490_c_24L春夢遽然覺罷胸懷快活惺惺(二)

009_0491_a_01L
일용日用의 근심(日用憂)
資父兮孝爲先      어버이 봉양에는 효가 우선
事君兮忠爲最      임금님 섬김에는 충이 최고
父不子君不臣      자식 노릇도 신하 노릇도 하지 못했으니
兩大錯一大罪      두 가지 모두 큰 잘못 큰 죄로다.
일용의 찬탄(日用讃)
普天下尊謂佛      온 천하가 우러러 부처님이라 하고
一國中主曰王      한 나라의 주인이기에 왕이라 하네
佛亦尊王亦大      부처님 존귀하시고 왕 역시 위대하셔라
祝如陵祝如岡      구릉처럼 산마루처럼 장수하시길.11)
삼각산비▣(三角山比▣)
一望嶒峻三角      한눈에 들어오는 뾰족한 삼각산
千尋高揷五雲      천 길 높이 솟아 오색구름에 꽂혔네
獨秀群峯磔卓      홀로 빼어난 뭇 봉우리들 우뚝우뚝
勢欲爭出天門      앞다퉈 하늘 문으로 나가려는 기세.
오칠언五七言
고요한 밤(夜靜)
夜靜風鳴鐸       고요한 밤에 바람은 풍경을 흔들고
山空月暎牕       텅 빈 산에 달님은 창을 비추네
上房寂歷囂塵絶     소란스러움 사라진 적막한 상방上房12)에서
几坐蒲團聽遠淙     포단蒲團13)에 앉아 멀리 물소리를 듣는다.
산에서 살다(山居)
靑山吟裏靜       푸른 산은 노래 속에 고요하고
白日夢中閑       밝은 태양은 꿈속에 한가로워
無事坐來忘甲子     일 없이 앉아 세월을 잊노라니
春風依舊草斑斑     봄바람 여전하고 풀잎은 알록달록.
병이 들어(病吟)
臨衰雙鬂白       늙어 세어 버린 허연 귀밑머리
思友寸心丹       더욱 간절해지는 친구 생각
不見故人來問疾     문병 오는 친구 보이지 않고
床頭唯有碧燈殘     침상맡엔 꺼져 가는 푸른 등잔뿐.
백봉 서휘를 송별하다(送白峯瑞暉)
江天日已暮       강과 하늘에 해는 저물어
暝色古渡濱       옛 나루터엔 자욱한 어둠
鴈送秋風兼送客     기러기 가을바람 보내고 객도 보내니
春歸莫作未歸人     봄 오거든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마소서.

009_0491_a_01L日用憂

009_0491_a_02L
資父兮孝爲先事君兮忠爲最

009_0491_a_03L父不子君不臣兩大錯一大罪

009_0491_a_04L日用讃

009_0491_a_05L
普天下尊謂佛一國中主曰王

009_0491_a_06L佛亦尊王亦大祝如陵祝如岡

009_0491_a_07L三角山比▣

009_0491_a_08L
一望嶒崚三角千尋高揷五雲

009_0491_a_09L獨秀群峯磔卓勢欲爭出天門

009_0491_a_10L

009_0491_a_11L五七言

009_0491_a_12L夜靜

009_0491_a_13L
夜靜風鳴鐸山空月暎牕

009_0491_a_14L上房寂歷囂塵絶几坐蒲團聽遠淙

009_0491_a_15L山居

009_0491_a_16L
靑山吟裏靜白日夢中閑

009_0491_a_17L無事坐來忘甲子春風依舊草斑斑

009_0491_a_18L病吟

009_0491_a_19L
臨衰雙鬂白思友寸心丹

009_0491_a_20L不見故人來問疾床頭唯有碧燈殘

009_0491_a_21L送白峯瑞暉

009_0491_a_22L
江天日已暮暝色古渡濱

009_0491_a_23L鴈送秋風兼送客春歸莫作未歸人

009_0491_b_01L
삼오칠언三五七言
백운암白雲庵
白雲庵         흰 구름 암자
靑山郭         푸른 산 성곽
蘿月照仙牕       나월이 신선의 창을 비추고
松風吹講席       솔바람이 강석에 불어오나니
這間高臥者爲誰     이런 곳에 높이 누운 자 그 누군가
物外無心虛靜客     세상 밖에 무심한 허정虛靜이란 나그네.
일화의주 승려에게 드립니다(贈一華義州僧)
掃蘿影         넝쿨 그림자 쓸고
誦蓮經         『묘법연화경』 독송하다
一朝還告別       하루아침에 다시 이별을 고하니
千里不堪情       그리운 정 감당할 수 없는 천 리 길
停笻更問今歸路     지팡이 멈추고 다시 묻네, 이제 어디로 가려나
遙指西邊鴨海靑     저 멀리 서쪽 끝 푸른 압해鴨海를 가리킨다.
은선대隱仙臺
尋眞入         진경 찾아 들어갔네
隱仙臺         신선이 은거하는 누대
洞裏烟霞老       골짜기 안 자욱한 안개와 노을
壺中日月開       호리병 속14)에 펼쳐진 해와 달
流水桃源人世隔     흐르는 물로 인간세계와 격리된 도원桃源15)에서
赤松靑鶴共徘徊     적송자赤松子16) 청학靑鶴17)과 함께 배회하노라.
백운대白雲臺
流水洞         유수동
白雲臺         백운대
淸風吹面洒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상쾌한 얼굴
明月照襟開       비치는 밝은 달빛에 탁 트이는 가슴
塵慮自忘仙興足     분분한 생각 절로 잊고 신선의 흥취도 충분해
松壇鶴塌久徘徊     소나무 단 학의 걸상에서 한참을 배회했네.
금강산金剛山
萬瀑洞         만폭동
九龍潭         구룡담
山色華嚴相       산색은 화엄의 변상도變相圖요
溪聲般若談       개울 소리는 반야의 담론
如能信此無生理     이 무생無生의 이치를 믿는다면
更不用工著力叅     다시는 애써 참구할 필요 없으리라.
오언절구五言絶句
권중경18) 참의의 운을 따라원운 첨부(次權叅議重經附原韻)

009_0491_b_01L三五七言

009_0491_b_02L白雲庵

009_0491_b_03L
白雲庵靑山郭

009_0491_b_04L蘿月照仙牕松風吹講席

009_0491_b_05L這間高臥者爲誰物外無心虛靜客

009_0491_b_06L贈一華義州僧

009_0491_b_07L
掃蘿影誦蓮經

009_0491_b_08L一朝還告別千里不堪情

009_0491_b_09L停笻更問今歸路遙指西邊鴨海靑

009_0491_b_10L隱仙臺

009_0491_b_11L
尋眞入隱仙臺

009_0491_b_12L洞裏烟霞老壺中日月開

009_0491_b_13L流水桃源人世隔赤松靑鶴共徘徊

009_0491_b_14L白雲臺

009_0491_b_15L
流水洞白雲臺

009_0491_b_16L淸風吹面洒明月照襟開

009_0491_b_17L塵慮自忘仙興足松壇鶴塌久徘徊

009_0491_b_18L金剛山

009_0491_b_19L
萬瀑洞九龍潭

009_0491_b_20L山色華嚴相溪聲般若談

009_0491_b_21L如能信此無生理更不用工著力叅

009_0491_b_22L

009_0491_b_23L五言絕句

009_0491_b_24L次權叅議重經附原韻

009_0491_c_01L
[1]
夢踏靑雲來       꿈결에 청운靑雲19)을 밟고 왔다가
夢踏靑雲去       꿈결에 청운을 밟고 떠나네
忽罷靑雲夢       홀연히 청운의 꿈 깨고 보니
靑雲在何處       청운은 어디에.

[2]
靑山白雲來       푸른 산에 흰 구름 찾아왔다
白雲靑山去       흰 구름 푸른 산을 떠나네
靑山本不動       푸른 산 본래 움직이지 않고
白雲無㝎處       흰 구름은 정처가 없다네.
원운原韻 [1]
僧自白雲來       흰 구름 사이에서 오신 스님
還向白雲去       흰 구름 사이로 다시 떠나네
白雲無定居       정처 없는 흰 구름
明日又何處       내일은 또 어디에.
일생시의 내용에 의거하여 제목을 붙였다. 당나라 시인의 풍치가 있다.(一生因詩立題。 唐人風致。)
一生居妙香       한평생 묘향산에서 살며
幾見妙香春       묘향산의 봄을 몇 번이나 보았나
妙香春長在       묘향산의 봄날 길고도 길지만
紅綠新又新       분홍빛 초록빛은 새롭고 또 새롭구나.
의상암에 제하다(題義湘庵)
獨坐靑山裏       청산에 홀로 앉으니
松梢白日長       솔가지 끝 해님 길기도 해라
蓮經時誦罷       『묘법연화경』 때맞춰 독송하고 나면
花雨散天香       꽃비에 흩날리는 하늘 나라 향기.
홍익중 진사의 운을 따라(次洪進士益重韻)
相送門前路       서로를 보내는 문 앞의 길
落花人不掃       떨어진 꽃 사람들 쓸지도 않네
春風便有情       봄바람은 그래도 정이 있는지
吹散磎邊草       시냇가 풀들을 헤집는구려.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의 운을 따라(次伽耶山海印寺一柱門韻)
古寺鍾初㝎       고찰의 종소리 막 잦아들고
空門日欲曛       텅 빈 문에 황혼이 질 무렵
梨花春又晩       배꽃 흐드러진 봄날 그것도 만춘
風動雪紛紛       한바탕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
금화산 징광사20)설암 화상께서 귀전歸全21)하신 곳이다.(金華山澄光寺雪巖和尙歸全處)
鶴歸山海暮       학이 돌아간 산해山海의 저녁
雲散洞天秋       구름 흩어진 동천洞天22)의 가을
㳙㳙石上水       졸졸졸 돌 위로 흐르는 물
萬古長含愁       만고의 슬픔 길이 머금었네.
백운 산인에게 보이다(示白雲山人)
來從白雲來       올 때도 흰 구름 사이에서 와
去逐白雲去       갈 때도 흰 구름 좇아 떠나네
白雲山中僧       흰 구름 자욱한 산속의 스님
常與白雲處       언제나 흰 구름과 함께한다네.

009_0491_c_01L
夢踏靑雲來夢踏靑雲去

009_0491_c_02L忽罷靑雲夢靑雲在何處(一)

009_0491_c_03L靑山白雲來白雲靑山去

009_0491_c_04L靑山本不動白雲無㝎處(二)

009_0491_c_05L[原韻]
僧自白雲來還向白雲去

009_0491_c_06L白雲無定居明日又何處

009_0491_c_07L一生因詩立題唐人風致

009_0491_c_08L
一生居妙香幾見妙香春

009_0491_c_09L妙香春長在紅綠新又新

009_0491_c_10L題義湘庵

009_0491_c_11L
獨坐靑山裏松梢白日長

009_0491_c_12L蓮經時誦罷花雨散天香

009_0491_c_13L次洪進士益重

009_0491_c_14L
相送門前路落花人不掃

009_0491_c_15L春風便有情吹散磎邊草

009_0491_c_16L次伽耶山海印寺一柱門韻

009_0491_c_17L
古寺鍾初㝎空門日欲曛

009_0491_c_18L梨花春又晩風動雪紛紛

009_0491_c_19L金華山澄光寺雪巖和尙歸全處

009_0491_c_20L
鶴歸山海暮雲散洞天秋

009_0491_c_21L㳙㳙石上水萬古長含愁

009_0491_c_22L示白雲山人

009_0491_c_23L
來從白雲來去逐白雲去

009_0491_c_24L白雲山中僧常與白雲處

009_0492_a_01L
차운하여 의흠강서 사람을 송별하다(次送義欽江西人)
落日離亭上       해 지는 이별의 정자에서
殷勤手更擕       은근히 다시 손을 붙잡네
別魂招不得       떠나간 혼 불러도 소용없어
先爾到江西       그대보다 먼저 강서에 닿으리.
호남으로 가는 환몽23)을 송별하다(送幻夢之湖南)
歸去路千里       돌아갈 길은 천 리
又遮山萬重       막힌 산은 또 만 겹
望君不相見       그대 그리워도 볼 수 없어
夜夜夢中逢       밤마다 꿈속에서 만나리.
학수암에서 지낼 때 월임강24)에서 승당의 승려 환성25)을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在鶴樹時月臨江逢僧堂僧喚惺夜話)
鶴樹龍門後       용문암 뒤쪽의 학수암
僧堂佛影前       불영대 앞쪽의 승당
相逢半夜話       만나서 밤새 얘기 나누었지
薩水月臨邊       살수薩水26) 월임강 가에서.
문촌 유 처사의 운을 따라(次文村柳處士韻)
群鴉亂噪聲       까마귀 떼 시끄러운 소리에
忽憶歸山路       문득 산으로 돌아갈 길 생각나
携笻即出門       지팡이 짚고 곧장 문을 나서니
萬壑秋光暮       산골짜기마다 저무는 가을빛.
차운하여 석봉 현변을 송별하다(次送石峯玄辯)
梧桐一葉秋       오동 한 잎 지는 가을27)
獨送千山路       첩첩 산길로 홀로 보내고
回看白鴈群       돌아보니 하얀 기러기 떼
嘐喨江天暮       큰 소리로 우는 강천의 저녁.
백암28) 대사의 운을 따라 춘곡에게 보이다(次栢庵大師韻示春谷)
牕梅橫月夜       창가의 매화 달빛 두른 밤
簾雪散花時       주렴 사이 눈발 꽃처럼 흩날릴 때
半壁懸燈下       벽 가운데 매달린 등불 아래에서
披文慰旅思       글을 읽으며 나그네 시름 달랜다.
계를 지키다(護戒)
財色螯張尾       재물과 여색에 게처럼 길게 꼬리를 빼고
珍肴鼈縮頭       진수성찬에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나니
可酣三昧酒       삼매의 술 즐기기에 충분한데
何更揖浮丘       어찌 다시 부구浮丘29)에게 절하리오.
춘곡 일화의 운을 따라(次春谷一花韻)
[1]
石牕天月白       석창에는 하얀 하늘의 달님
金壁佛燈靑       금당 벽엔 파란 불단의 등불

009_0492_a_01L次送義欽江西人

009_0492_a_02L
落日離亭上殷勤手更擕

009_0492_a_03L別魂招不得先爾到江西

009_0492_a_04L送幻夢之湖南

009_0492_a_05L
歸去路千里又遮山萬重

009_0492_a_06L望君不相見夜夜夢中逢

009_0492_a_07L在鶴樹時月臨江逢僧堂僧喚惺夜
009_0492_a_08L

009_0492_a_09L
鶴樹龍門後僧堂佛影前

009_0492_a_10L相逢半夜話薩水月臨邊

009_0492_a_11L次文村柳處士韻

009_0492_a_12L
群鴉亂噪聲忽憶歸山路

009_0492_a_13L携笻即出門萬壑秋光暮

009_0492_a_14L次送石峯玄辯

009_0492_a_15L
梧桐一葉秋獨送千山路

009_0492_a_16L回看白鴈群嘐喨江天暮

009_0492_a_17L次栢庵大師韻示春谷

009_0492_a_18L
牕梅橫月夜簾雪散花時

009_0492_a_19L半壁懸燈下披文慰旅思

009_0492_a_20L護戒

009_0492_a_21L
財色螯張尾珍肴鼈縮頭

009_0492_a_22L可酣三昧酒何更揖浮丘

009_0492_a_23L次春谷一花

009_0492_a_24L
石牕天月白金壁佛燈靑

009_0492_b_02L伏枕常吟病       베개에 엎드려 늘 병으로 신음해도
無人問死生       살았는지 죽었는지 묻는 사람 없어라.

[2]
月光兼雪白       눈과 어우러진 달빛 하얗고
燈色帶烟靑       안개 두른 등불의 빛 파랗네
病床殊寂寞       병자의 침상 너무 적막해라
誰與說無生       뉘와 더불어 무생을 이야기할까.
백천문 진사 황지리 처사와 함께 백사장에서 노닐다 차운하다(白進士天文黃處土地理同遊白沙場韻次)
[1]
古聞名對人       예전에 이름만 들었던 사람
今見名同客       이제 이름이 같은 나그네를 보았네
黃應憂地黃       황黃은 우국충정의 황이라 하겠고
白是樂天白       백白은 바로 천명을 즐긴 백30)이구려.

[2]
我是水雲僧       내가 바로 운수납자
誰言風月客       누가 풍월객이라 하나
禪心一片丹       선정의 마음이야 일편단심이지만
鬂髮三分白       귀밑머리는 삼 할이나 세어 버렸지.
차운하여 청옥 수좌에게 보이다(次示淸玉首座)
獨入山中庵       산중 암자로 홀로 들어와
相逢物外客       세상 밖 나그네와 만났지
凝心夜水淸       응연한 마음 깊은 밤 강물처럼 맑고
掛衲秋雲白       걸어 둔 납의 가을날 구름처럼 하얗구려.
차운하여 옥혜 수좌에게 보이다(次示玉慧首座)
足不躡紅塵       홍진을 밟지 않은 발로
來爲雲水客       찾아와 운수의 나그네 되어
都忘甲子年       나이도 세월도 모두 잊은 채
一坐香山白       좌선하며 묘향산에서 늙어 가네.
차운하여 육공 수좌에게 보이다(次示六空首座)
無心世上人       세상에 무심한 사람
獨坐山中客       산중에 홀로 앉은 나그네
常對萬千峯       언제나 천만 봉우리를 마주하니
只看雲黑白       보이는 건 그저 검고 흰 구름뿐.
차운하여 남악 태우 대사를 송별하다(次送南岳泰宇大師)
抱病長吟人       병들어 늘 신음하는 사람
秋風又送客       가을바람에 또 나그네를 보내는구려
空門獨倚思       텅 빈 문에 홀로 기대 그리워하노라면
落月西䆫白       떨어지는 달빛 서쪽 창에 하얗겠지요.
차운하여 월저 대화상께 올립니다(次奉月渚大和尙)
宗門誰是主       종문의 주인이 누군가
月渚我師師       내 스승의 스승이신 월저 스님
師去師猶在       스님 가셨어도 여전히 계시나
偏深後學思       더욱 깊어지는 후학의 그리움.

009_0492_b_01L伏枕常吟病無人問死生(一)

009_0492_b_02L月光兼雪白燈色帶烟靑

009_0492_b_03L病床殊寂寞誰與說無生(二)

009_0492_b_04L白進士天文黃處士地理同遊白沙
009_0492_b_05L場韻次

009_0492_b_06L
古聞名對人今見名同客

009_0492_b_07L黃應憂地黃白是樂天白(一)

009_0492_b_08L我是水雲僧誰言風月客

009_0492_b_09L禪心一片丹鬂髮三分白(二)

009_0492_b_10L次示淸玉首座

009_0492_b_11L
獨入山中庵相逢物外客

009_0492_b_12L凝心夜水淸掛衲秋雲白

009_0492_b_13L次示玉慧首座

009_0492_b_14L
足不躡紅塵來爲雲水客

009_0492_b_15L都忘甲子年一坐香山白

009_0492_b_16L次示六空首座

009_0492_b_17L
無心世上人獨坐山中客

009_0492_b_18L常對萬千峯只看雲黑白

009_0492_b_19L次送南岳泰宇大師

009_0492_b_20L
抱病長吟人秋風又送客

009_0492_b_21L空門獨倚思落月西䆫白

009_0492_b_22L次奉月渚大和尙

009_0492_b_23L
宗門誰是主月渚我師師

009_0492_b_24L師去師猶在偏深後學思

009_0492_c_01L
조급하게 배우는 자에게 보이다온갖 잡다한 재주를 익히기에 훈계하다.(示學卞雜事百工故誡示)
才被無才使       재주꾼은 재주 없는 놈이 부리기 마련
無才勝有才       재주 없는 게 재주 있는 것보다 낫지
巧才不須學       훌륭한 재주 꼭 배워야 하는 것 아니니
才拙德應來       재주가 졸렬해야 덕이 찾아오느니라.
비 개이고(雨晴)
積雨初晴處       쏟아지던 비 막 개인 곳
殘陽欲歛 [1] 時       남은 햇살 거두려 할 때
無端石溪響       까닭 없는 계곡의 메아리
添却遠人思       멀리 떠난 사람 그리움만 더하네.
궁벽한 마을(窮村)
竹屋依山結       산비탈에 기대 대나무집 짓고
柴門向水開       개울 쪽으로 사립문 여니
淸幽塵不到       맑고 그윽해 속인들 오지 않고
僧亦少徘徊       스님 역시 배회할 일 적구나.
천연 무희자에게 보내다(寄天然無餙子)
漠漠山河隔       막막한 산과 강이 막아
紛紛夢想多       분분한 꿈속 생각만 더하는데
積年消息斷       여러 해 소식마저 끊어지니
幽約恐蹉跎       그윽한 약속 어긋난 건 아닌지.
만행萬行하는 행자께 드립니다(贈萬行行者)
道本心中得       도란 본래 마음에서 얻는 것인데
人多向外尋       사람들 대부분 밖에서 찾지
莫行童子路       동자童子31)의 길로 다니지 말고
歸坐老胡林       늙은 오랑캐32)의 숲으로 돌아가 앉아라.
회암 겸용자께 드립니다(贈檜岩兼用子)
月華䆫底白       창 아래엔 새하얀 달님 꽃
松韻枕邊淸       베개 가엔 청아한 솔의 노래
一夜殷勤話       하룻밤 은근히 나누는 이야기
多年遠別情       긴 세월 멀리 이별하는 정.
우연히 읊다(偶吟)
時節從天運       천운에 따른 시절 인연
人心逐世途       세상길 좇는 사람의 마음
白雲千載下       흰 구름 천년을 떠돈 뒤
回首一長吁       돌아보고 한바탕 길게 탄식한다.
병이 들어(病吟)
寂曆山房臥       적막한 산방에 누워 있자니
孤燈照夜長       외로운 등불만 밤새 비추네
何時甘露飮       언제일까, 감로수 마시고
身與病俱忘       몸과 병을 함께 잊을 날.

009_0492_c_01L示學卞雜事百工故誡示

009_0492_c_02L
才被無才使無才勝有才

009_0492_c_03L巧才不須學才拙德應來

009_0492_c_04L雨晴

009_0492_c_05L
積雨初晴處殘陽欲歛 [1]

009_0492_c_06L無端石溪響添却遠人思

009_0492_c_07L窮村

009_0492_c_08L
竹屋依山結柴門向水開

009_0492_c_09L淸幽塵不到僧亦少徘徊

009_0492_c_10L寄天然無餙子

009_0492_c_11L
漠漠山河隔紛紛夢想多

009_0492_c_12L積年消息斷幽約恐蹉跎

009_0492_c_13L贈萬行行者

009_0492_c_14L
道本心中得人多向外尋

009_0492_c_15L莫行童子路歸坐老胡林

009_0492_c_16L贈檜岩兼用子

009_0492_c_17L
月華䆫底白松韻枕邊淸

009_0492_c_18L一夜殷勤話多年遠別情

009_0492_c_19L偶吟

009_0492_c_20L
時節從天運人心逐世途

009_0492_c_21L白雲千載下回首一長吁

009_0492_c_22L病吟

009_0492_c_23L
寂曆山房臥孤燈照夜長

009_0492_c_24L何時甘露飮身與病俱忘

009_0493_a_01L
고향 생각백발의 병든 부모님이 고당高堂33)에 계시기 때문이다.(思鄕鶴髮病親在高堂故)
踈雨秋山外       가을 산 너머 성근 비 내리고
斜陽古樹邊       고목나무 가로 기우는 햇살
暮天孤鴈響       저녁 하늘 외로운 기러기 소리
何事客愁牽       어인 일로 나그네 시름 끌어내나.
쾌즙 대사께 드립니다(贈快楫大師)
水順風兼順       물이 순조로우니 바람도 순조롭고
舟流岸亦流       배가 흘러가니 언덕도 흘러가네
數聲漁笛裏       몇 가락 어부의 피리 소리 속에
明月滿江秋       밝은 달빛 강에 가득한 가을.
송광사 무용34) 대사의 운을 따라(松廣寺無用大師韻次)
松月當牕白       솔밭의 달님 창에 환하고
巖泉入戶鳴       문으로 흘러드는 바위틈 샘물 소리
見聞皆活物       보고 들음이 모두 활발발한 물건
獨坐意惺惺       홀로 앉으니 그 마음 또렷또렷.
삼가 월저 대화상의 운을 따라(敬次月渚大和尙韻)
[1]
地若無紋席       대지는 문양 없는 돗자리
天如不柱廳       하늘은 기둥 없는 청사廳舍
一人閑獨坐       한 사람 한가히 홀로 앉아
常講大千經       항상 대천경大千經35)을 강설하시네.

[2]
日月似螢火       해와 달은 반딧불
乾坤如草廳       하늘과 땅은 헛간
若知這一物       저 한 물건36)을 안다면
何讀萬藏經       뭣하러 만 권의 장경 읽으리오.

[3]
大地以爲座       대지를 좌석으로 삼고
長天又作廳       긴 하늘을 또 청사로 삼아
居常出入息       평상시 들고 나는 호흡마다
能轉百千經       능히 백천 가지 경을 굴리시네.

[4]
棄身如弊屣     떨어진 나막신처럼 몸을 버리고
厭世似虛廳     텅 빈 청사처럼 세상 싫어하니
月照空王殿     달님은 공왕空王37)의 전각을 비추고
風翻沒字經     바람은 글자 없는 경전을 넘기다.
신선을 찾아갔다가 길을 잃다(訪仙失路)
跌足千巖頂       일천 봉우리에서 발을 헛디뎌
墜身萬壑砯       일만 골짜기로 몸을 던지는 소리
忽聞淸磬落       홀연히 들려오는 맑은 경쇠 소리에
知在白雲層       그제야 알았네, 층층 흰 구름 속이란 걸.
사선정38)의 운을 따라(次四仙亭韻)
[1]
四仙去何處       네 분의 신선 어디로 가셨나
千古思悠悠       천고에 그리움만 유유해
滄茫東海月       아득한 동해 바다로 달 떠오르고
漁笛數聲秋       어부의 피리 소리 늘어지는 가을.


009_0493_a_01L思鄕鶴髮病親在高堂故

009_0493_a_02L
踈雨秋山外斜陽古樹邊

009_0493_a_03L暮天孤鴈響何事客愁牽

009_0493_a_04L贈快楫大師

009_0493_a_05L
水順風兼順舟流岸亦流

009_0493_a_06L數聲漁笛裏明月滿江秋

009_0493_a_07L松廣寺無用大師韻次

009_0493_a_08L
松月當牕白巖泉入戶鳴

009_0493_a_09L見聞皆活物獨坐意惺惺

009_0493_a_10L敬次月渚大和尙韻

009_0493_a_11L
地若無紋席天如不柱廳

009_0493_a_12L一人閑獨坐常講大千經(一)

009_0493_a_13L日月似螢火乾坤如草廳

009_0493_a_14L若知這一物何讀萬藏經(二)

009_0493_a_15L大地以爲座長天又作廳

009_0493_a_16L居常出入息能轉百千經(三)

009_0493_a_17L棄身如弊屣厭世似虛廳

009_0493_a_18L月照空王殿風翻沒字經(四)

009_0493_a_19L訪仙失路

009_0493_a_20L
跌足千巖頂墜身萬壑砯

009_0493_a_21L忽聞淸磬落知在白雲層

009_0493_a_22L次四仙亭韻

009_0493_a_23L
四仙去何處千古思悠悠

009_0493_a_24L滄茫東海月漁笛數聲秋(一)

009_0493_b_01L[2]
山空月皎皎       텅 빈 산에 교교한 달빛
石老雲悠悠       늙은 바위에 유유한 구름
獨立高亭上       높은 정자에 홀로 서니
長天碧海秋       긴 하늘 푸른 바다가 온통 가을빛.
강계의 아객衙客39) 정 진사 형제에게 보냅니다(寄江界衙客鄭進士昆季)
地接江爲界       강과 접해 경계가 되는 땅
天連水作涯       물과 닿아 끝이 되는 하늘
望之人不見       아무리 기다려도 그 사람 보이지 않고
迢遰亂山遮       멀리멀리 어지러운 산들이 가리는구려.
차운하여 의진 수좌에게 보이다아래에 뒤섞인 집구集句가 있다.(次示義眞首座下有集句相錯)
碧壇淸桂閾       푸른 단 맑은 계수나무 경계
寶月兩重圓       보배로운 달 두 겹으로 둥그네
玉粒捐應久       쌀 떨어진 지 한참일 텐데도
無心到處禪       무심히 이르는 곳마다 선정.
차운하여 신흡 도인을 송별하다(次送信洽道人)
別路雲同散       갈라진 길에 구름도 같이 흩어져
關山月共愁       관산關山에 걸린 달40)을 함께 슬퍼하네
後期俱未㝎       두 사람 다 훗날의 기약 정하진 않았지만
應想雪吹頭       눈보라 몰아칠 때쯤으로 생각하겠지요.
차운하여 우암 초흠에게 보내다(次寄牛巖草欽)
一別千山後       천 산 너머로 한번 이별한 후
吟詩寄幾篇       시 지어 몇 편이나 보냈던가
仲秋月圓夜       한가위 둥근달 뜬 밤에
相憶草堂前       오두막 앞에서 서로를 그리네.
지리산에서 절곡絶穀41)하는 승려 현옥에게 보이다(示智異山絶穀僧玄玉)
禪叅北秀前       선을 참구한 건 북종 신수神秀42) 이전
道繼南能後       도를 계승한 건 남종 혜능慧能43) 이후
噉松久絶粮       솔잎 씹으며 오래도록 양식을 끊어
形帶烟霞瘐       안개와 노을 감도는 수척한 몸.
차운하여 백봉 서휘에게 보내다(次寄白峯瑞輝)
牛嶽龍江外       구룡강 밖의 우악牛嶽
馬山鴨水邊       압록강 가의 마산馬山에서
相逢忽契會       서로 만나 홀연히 뜻이 통했지
針芥共投然       바늘 끝에 겨자씨 꽂히듯.
차운하여 백운자 구승 대사를 송별하다(次送白雲子九僧大師)
春風忽相離       봄바람에 홀연히 이별하네
萬水千山隔       만 강 천 산 저 너머로
悵別欲追之       이별이 서글퍼 뒤쫓고 싶어도
雲蹤何處覔       구름의 자취를 어디서 찾으랴.
차운하여 만루 보정 장로께 올립니다(次奉萬累普淨長老)

009_0493_b_01L山空月皎皎石老雲悠悠

009_0493_b_02L獨立高亭上長天碧海秋(二)

009_0493_b_03L寄江界衙客鄭進士昆季

009_0493_b_04L
地接江爲界天連水作涯

009_0493_b_05L望之人不見迢遰亂山遮

009_0493_b_06L次示義眞首座下有集句相錯

009_0493_b_07L
碧壇淸桂閾寶月兩重圓

009_0493_b_08L玉粒捐應久無心到處禪

009_0493_b_09L次送信洽道人

009_0493_b_10L
別路雲同散關山月共愁

009_0493_b_11L後期俱未㝎應想雪吹頭

009_0493_b_12L次寄牛巖草欽

009_0493_b_13L
一別千山後吟詩寄幾篇

009_0493_b_14L仲秋月圓夜相憶草堂前

009_0493_b_15L示智異山絕穀僧玄玉

009_0493_b_16L
禪叅北秀前道繼南能後

009_0493_b_17L噉松久絕粮形帶烟霞瘐

009_0493_b_18L次寄白峯瑞輝

009_0493_b_19L
牛嶽龍江外馬山鴨水邊

009_0493_b_20L相逢忽契會針芥共投然

009_0493_b_21L次送白雲子九僧大師

009_0493_b_22L
春風忽相離萬水千山隔

009_0493_b_23L悵別欲追之雲蹤何處覔

009_0493_b_24L次奉萬累普淨長老

009_0493_c_01L物外孤閑客       세상 밖 홀로 한가로운 나그네
人間萬事空       인간 세상 온갖 일 부질없어
冥心坐巖畔       고요한 마음으로 바위 가에 앉으니
花落又春風       꽃은 떨어지고 또 봄바람.
금산사 환성 대사의 운을 따라(次金山寺喚惺大師韻)
鶴榻僧無夢       학의 걸상에 앉은 스님 꿈도 없는데
仙䆫月有情       신선의 창가에 뜬 달님 다정도 하지
金文披讀罷       부처님 말씀 모조리 독파하고 나자
林外石泉鳴       숲 너머 들려오는 바위틈 샘물 소리.
차운하여 내원암의 성곡 민기44) 대사께 보이다(次示內院城谷敏機大師)
月明秋冷夜       달 밝은 가을 서늘한 밤
雲散石樓空       구름 흩어진 텅 빈 돌 누각
萬籟此俱寂       온갖 소리 이젠 모두 잦아들고
簷鈴獨轉風       처마 끝 풍경만 바람에 뎅그렁.
차운하여 백운암의 집중 포일 대사께 보이다(次示白雲執中抱一大師)
洞深雲影密       골짜기 깊어 빽빽한 구름
山疊水聲幽       산이 첩첩이라 그윽한 물소리
香閣無人跡       향기로운 전각에는 사람 자취 없는데
莎䆫宿斗牛       향부자로 엮은 창에 별들만 잠들었네.
매미 소리를 듣고(聞蟬)
趣雨荒山過       황량한 산에 소나기 지나가고
寒蟬響夕陽       석양에 울리는 철 지난 매미 소리
無端離別思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이별한 그 사람
忽入客愁膓       갑자기 스미는 나그네 설움.
삼남三南45)으로 내려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중악을 생각하며(憶中岳下三南久不來)
惆悵復惆悵       슬프고 또 슬프구려
欲忘還未忘       잊고 싶어도 잊히질 않아
遲遲送夕影       석양의 그림자 더디더디 보내다
達夜迎朝光       밤을 새우고 맞이하는 아침 햇살.
산에서 추암 각성을 만나(山中逢楸巖覺性)
玉峀和雲白       구름 어우러져 새하얀 옥 골짜기
巖泉帶日淸       햇살 받아 맑은 바위틈 샘물
相逢坐磐石       서로 만나 너럭바위에 앉아서
摘葉共題名       잎을 따 함께 이름을 짓는다.
차운하여 설잠에게 보내다집이 삼천三川에 있다.(次寄雪岑家在三川)
別路殘山外       먼 산 너머 이별 길 따라
還鄕巨海邊       큰 바닷가 고향으로 돌아갔지
相思一枕夢       그리워하다 살포시 든 꿈에
隨水到三川       물길 따라 삼천까지 갔다오.
차운하여 지순 지전知殿46)에게 드립니다(次贈智淳知殿)

009_0493_c_01L
物外孤閑客人間萬事空

009_0493_c_02L冥心坐巖畔花落又春風

009_0493_c_03L次金山寺喚惺大師韻

009_0493_c_04L
鶴榻僧無夢仙䆫月有情

009_0493_c_05L金文披讀罷林外石泉鳴

009_0493_c_06L次示內院城谷敏機大師

009_0493_c_07L
月明秋冷夜雲散石樓空

009_0493_c_08L萬籟此俱寂簷鈴獨轉風

009_0493_c_09L次示白雲執中抱一大師

009_0493_c_10L
洞深雲影密山疊水聲幽

009_0493_c_11L香閣無人跡莎䆫宿斗牛

009_0493_c_12L聞蟬

009_0493_c_13L
趣雨荒山過寒蟬響夕陽

009_0493_c_14L無端離別思忽入客愁膓

009_0493_c_15L憶中岳下三南久不來

009_0493_c_16L
惆悵復惆悵欲忘還未忘

009_0493_c_17L遲遲送夕影達夜迎朝光

009_0493_c_18L山中逢楸巖覺性

009_0493_c_19L
玉峀和雲白巖泉帶日淸

009_0493_c_20L相逢坐磐石摘葉共題名

009_0493_c_21L次寄雪岑家在三川

009_0493_c_22L
別路殘山外還鄕巨海邊

009_0493_c_23L相思一枕夢隨水到三川

009_0493_c_24L次贈智淳知殿

009_0494_a_01L太白山中寺       태백산 깊은 산중의 사찰
僧推月下門       스님이 달빛 아래 문을 미니47)
梵閣寒鍾擊       범천의 누각에 싸늘한 종소리
淸晨拜世尊       맑은 새벽 세존께 예경드린다.
차운하여 동향인 운서 거사에게 드립니다(次贈同鄕人雲瑞居士)
野客吟笻至       시골 나그네 지팡이 짚고 왔더니
山人枕石眠       산골 사람 돌 베고 잠이 들었네
相看一笑後       서로 쳐다보며 한바탕 웃고는
獨入千峯前       일천 봉우리로 홀로 들어간다.
대공 각민 도인에게 보이다금동사에 있을 때(示大工覺敏道人金同寺在時)
月吐寒巖角       달님 토해낸 싸늘한 봉우리
風殘古樹枝       바람 잦아든 고목나무 가지
上方僧獨坐       상방上方48)의 스님은 홀로 앉아
擊竹唱阿彌       죽비 치며 노래하네, 나무아미타불.
차운하여 처유 상인에게 보이다(次示處宥上人)
鍾報三更夜       종소리 삼경을 알리는 밤
寒燈雪屋明       눈 덮인 집에 차가운 등불 밝히고
梵壇仙籙玩       범천의 단에 앉아 신선 비결 희롱하니
藏葉白魚驚       대장경 종이 갉아 먹던 좀벌레가 놀란다.
은자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訪隱不遇)
幾想林間社       숲 속의 모임 자주 생각나
尋僧到翠微       스님 찾아 산기슭까지 갔지
山中不相見       허나 산중에서 만나지 못해
更與白雲飛       다시 흰 구름과 함께 날아간다네.
두 번째(其二)
古寺寂無人       적막한 고찰에 사람은 없고
脫巾唯掛壁       벗어 놓은 두건만 벽에 걸렸네
白雲門外深       문밖에 흰 구름 자욱하니
何處尋行跡       어디서 발자국을 찾을까.
묘향산 금선대(香山金仙臺)
白玉仙臺古       오래된 백옥의 선대仙臺
琉璃寶殿平       평평한 유리보전琉璃寶殿에
一僧年八十       여든 먹은 승려 하나
月下了殘經       달빛 아래 낡은 경전을 읽는다.
차운하여 보제 채영 장로에게 보이다(次示普濟采英長老)
雲白山兼白       새하얀 구름에 산도 하얗고
林靑水亦靑       숲은 푸르고 물조차 파랗네
香風簷外動       처마 끝에 부는 향기로운 바람에
桂子落仙扄       계수나무 씨앗 떨어지는 신선의 빗장.
차운하여 호현 천열 사주에게 보이다(次示護賢天悅寺主)

009_0494_a_01L
太白山中寺僧推月下門

009_0494_a_02L梵閣寒鍾擊淸晨拜世尊

009_0494_a_03L次贈同鄕人雲瑞居士

009_0494_a_04L
野客吟笻至山人枕石眠

009_0494_a_05L相看一笑後獨入千峯前

009_0494_a_06L示大工覺敏道人金同寺在時

009_0494_a_07L
月吐寒巖角風殘古樹枝

009_0494_a_08L上方僧獨坐擊竹唱阿彌

009_0494_a_09L次示處宥上人

009_0494_a_10L
鍾報三更夜寒燈雪屋明

009_0494_a_11L梵壇仙籙玩藏葉白魚驚

009_0494_a_12L訪隱不遇

009_0494_a_13L
幾想林間社尋僧到翠微

009_0494_a_14L山中不相見更與白雲飛

009_0494_a_15L其二

009_0494_a_16L
古寺寂無人脫巾唯掛壁

009_0494_a_17L白雲門外深何處尋行跡

009_0494_a_18L香山金仙臺

009_0494_a_19L
白玉仙臺古琉璃寶殿平

009_0494_a_20L一僧年八十月下了殘經

009_0494_a_21L次示普濟采英長老

009_0494_a_22L
雲白山兼白林靑水亦靑

009_0494_a_23L香風簷外動桂子落仙扄

009_0494_a_24L次示護賢天悅寺主

009_0494_b_01L林外溪鳴石       숲 밖에는 개울에서 우는 바위
䆫前月影松       창 앞에는 달빛 두른 소나무
談玄殊未已       현묘한 담론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忽報五更鍾       홀연히 오경을 알리는 종소리.
차운하여 축림을 송별하다그의 형 경원과 나는 동갑이고 마음이 맞는 벗이다.(次送竺林厥兄冏元與我同庚腹心朋)
兄去弟隨去       형이 떠나고 아우도 따라가니
愁深恨亦深       시름도 깊어지고 원망도 깊어지네
江天秋暮夕       강과 하늘에 가을이 저무는 저녁
獨立聽寒禽       홀로 서서 싸늘한 새소리를 듣는다.
가을 산에서 홀로 지내며(秋山獨居)
古路無行客       옛길에 길손 없고
空齋不見君       빈 재실에 그대 보이지 않네
秋風正蕭索       가을바람은 참으로 쓸쓸하구나
落葉豈堪聞       뒹구는 저 낙엽 소리 어찌 들을까.
차운하여 금강산 도일 수좌에게 보이다(次示金剛山道一首坐)
一坐孤峯上       외로운 봉우리에 한번 앉고는
終年不下山       평생 산을 내려가지 않으시네
草衣兼木食       풀로 옷 짓고 나무 열매 먹으니
無事到人間       인간세계 찾아갈 일이 없구려.
해문 도인에게 보이다(示海文道人)
身外但三衣       몸 말고는 달랑 옷 세 벌
持齋唯一食       재계 지키며 오직 한 끼만
滿面雪毫垂       얼굴 가득 새하얀 눈썹
瘦形無血色       핏기 없는 수척한 모습.
강천江天
江天夜月生       강과 하늘에 밤 깊어 달 떠오르고
水國秋風送       물나라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
漁笛一聲來       다가오는 한 가락 어부의 피리 소리
忽驚孤客夢       홀연히 외로운 나그네의 꿈을 깨운다.
고향을 그리며백발의 병든 부모님이 고당에 계시기 때문이다.(望鄕鶴髮病親在高堂故)
細雨寒江外       차가운 강 너머 가랑비 내리고
殘霞落日邊       지는 해 곁으로 잦아드는 노을
故鄕在何處       내 고향 어디쯤일까
遙望白雲天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만 바라본다.
‘서도西都49)회고’를 차운하여(次西都懷古)
落日空城外       텅 빈 성 너머로 기우는 햇살
寒江暮雨中       저녁 비 내리는 차가운 강
前朝千古事       옛 왕조 천년의 역사
漁笛數聲風       바람에 실린 어부의 피리 소리.
‘동도東都50)회고’를 차운하여(次東都懷古)

009_0494_b_01L
林外溪鳴石䆫前月影松

009_0494_b_02L談玄殊未已忽報五更鍾

009_0494_b_03L次送竺林厥兄冏元與我同庚腹心朋

009_0494_b_04L
兄去弟隨去愁深恨亦深

009_0494_b_05L江天秋暮夕獨立聽寒禽

009_0494_b_06L秋山獨居

009_0494_b_07L
古路無行客空齋不見君

009_0494_b_08L秋風正蕭索落葉豈堪聞

009_0494_b_09L次示金剛山道一首坐

009_0494_b_10L
一坐孤峯上終年不下山

009_0494_b_11L草衣兼木食無事到人間

009_0494_b_12L示海文道人

009_0494_b_13L
身外但三衣持齋唯一食

009_0494_b_14L滿面雪毫垂瘦形無血色

009_0494_b_15L江天

009_0494_b_16L
江天夜月生水國秋風送

009_0494_b_17L漁笛一聲來忽驚孤客夢

009_0494_b_18L望鄕鶴髮病親在高堂故

009_0494_b_19L
細雨寒江外殘霞落日邊

009_0494_b_20L故鄕在何處遙望白雲天

009_0494_b_21L次西都懷古

009_0494_b_22L
落日空城外寒江暮雨中

009_0494_b_23L前朝千古事漁笛數聲風

009_0494_b_24L次東都懷古

009_0494_c_01L夕陽闚廢堞       석양이 엿보는 부서진 성가퀴
踈雨散荒臺       성근 비 흩날리는 황폐한 누대
山色依前碧       산색은 여전히 푸르건만
江聲似訴哀       강물 소리 슬픔을 호소하는 듯.
‘송도松都51)회고’를 차운하여(次松都懷古)
細雨崧 [1] 山路       가랑비 내리는 숭산崧山52)
斜陽滿月臺       햇살이 기우는 만월대53)
一聲牛背笛       소를 탄 목동의 한 가락 피리 소리
風送暮天哀       바람에 실린 해질녘 서글픔.
한양漢陽
北背山三角       북쪽으로 삼각산을 등지고
南臨漢一江       남쪽으로 한 줄기 한강을 굽어보네
欝葱佳氣望       무성하게 서린 서기 조망해 보니
獨勝更無雙       홀로 빼어나 견줄 곳이 없구나.
원응 대기를 송별하다(送圓應大機)
握手添新恨       맞잡은 손에 새삼 원망이 더하는데
分裾背舊情       옷자락 떨치고 옛정을 등지는구려
豈堪人世路       인생길 어찌 감당할까
頻此別離行       이별이 이리 잦으니.
모은 명현과 이별하며(別慕隱明顯)
已結烟霞約       안개와 노을 속에서 살자 약속하고
相談水月情       물과 달의 정을 서로 이야기했는데
一夕楓橋別       어느 날 밤 알리는 풍교楓橋의 이별
山蟬處處鳴       산속 매미들 곳곳에서 우는구려.
대혜 보우와 이별하며(別大慧普愚)
十年情有契       십 년 세월에 맺어진 정
一別恨無窮       한번 이별에 끝없는 슬픔
秋山獨倚立       가을 산에 홀로 기대어 서니
黃葉落西風       누런 잎이 서풍에 지는구려.
차운하여 팽계 월영에게 보내다(次寄彭溪月影)
昔別何年月       지난 이별 어느 해 어느 달인가
山花又一春       온 산에 꽃 피는 또 한 번의 봄
鳥啼庵寂寂       적적한 암자에는 새들만 울고
古路沒荒榛       우거진 잡초에 묻혀 버린 옛길.
차운하여 식암 한붕에게 보내다(次寄息巖漢鵬)
巖前花笑日       바위 앞에는 햇살에 웃음 짓는 꽃
林下鳥哢枝       수풀 아래엔 가지에서 지저귀는 새
三春今已晩       석 달의 봄날도 이젠 저물었는데
惆悵可期遲       슬프구려, 기약은 더디기만 하네.
차운하여 금곡 신청을 송별하다(次送金谷信淸)

009_0494_c_01L
夕陽闚廢堞踈雨散荒臺

009_0494_c_02L山色依前碧江聲似訴哀

009_0494_c_03L次松都懷古

009_0494_c_04L
細雨崧 [2] 山路斜陽滿月臺

009_0494_c_05L一聲牛背笛風送暮天哀

009_0494_c_06L漢陽

009_0494_c_07L
北背山三角南臨漢一江

009_0494_c_08L鬱葱佳氣望獨勝更無雙

009_0494_c_09L送圓應大機

009_0494_c_10L
握手添新恨分裾背舊情

009_0494_c_11L豈堪人世路頻此別離行

009_0494_c_12L別暮隱明顯

009_0494_c_13L
已結烟霞約相談水月情

009_0494_c_14L一夕楓橋別山蟬處處鳴

009_0494_c_15L別大慧普愚

009_0494_c_16L
十年情有契一別恨無窮

009_0494_c_17L秋山獨倚立黃葉落西風

009_0494_c_18L次寄彭溪月影

009_0494_c_19L
昔別何年月山花又一春

009_0494_c_20L鳥啼庵寂寂古路沒荒榛

009_0494_c_21L次寄息巖漢鵬

009_0494_c_22L
巖前花笑日林下鳥哢枝

009_0494_c_23L三春今已晩惆悵可期遲

009_0494_c_24L次送金谷信淸

009_0495_a_01L客路燕山外       연산燕山 너머 나그넷길
離亭鴿水邊       합수鴿水 가 이별의 정자
秋風一白衲       가을바람에 하얀 납의 하나
翩翩又蹁蹁       펄럭펄럭 너울너울.
차운하여 환월 태봉을 송별하다(次送幻月太鳳)
落花春雨後       봄비 내린 뒤 꽃 지고
流水夕陽時       흐르는 물에 석양이 질 때
携手更携手       손을 잡고 또 손을 잡고
殷勤問會期       다시 만날 날 은근히 묻네.
‘사시사四時詞’를 차운하여(次四時詞)
春風落花洞       봄바람에 꽃 지는 골짜기
夏雨冒雲峯       여름비에 구름 모자 쓴 봉우리
秋夜虫鳴月       가을밤이면 벌레 우는 달
冬山雪壓松       겨울 산에는 눈에 짓눌린 솔.
묘향산 운사(香山雲舍)
嶺上白雲片片      산마루 위 흰 구름은 조각조각
洞中流水冷冷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냉랭
客散空門半掩      나그네 흩어진 텅 빈 문은 반쯤 닫히고
猿啼僧夢初醒      원숭이 울음소리에 막 꿈에서 깬 스님.
오언율五言律
차운하여 백운자 구승에게 드립니다(次贈白雲子九僧)
問爾在何處       그대에게 물었지, 어디서 지내셨소?
白雲無㝎蹤       흰 구름은 정해진 자취가 없지요
朝吟楓嶽月       아침에는 풍악산에서 달을 읊다가
暮宿妙香松       저녁이면 묘향산 솔밭에서 잠들었죠
八路分雙屐       팔도를 고루 밟은 두 짝 나막신
三山散一笻       삼산三山에 흩뿌린 하나의 지팡이
答來還告別       대답하곤 다시 이별을 고하고
飛去萬千峯       천만 봉우리로 날아가시네.
삼성대54)三聖臺
獨入香山寺       홀로 묘향산 절로 들어와
三春任自遊       석 달 봄날 마음대로 노닐자니
鳥啼孤塔靜       외로운 탑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       흐르는 실개울에 꽃이 지는구나
紫府松杉老       자부紫府55)에 소나무 삼나무 늙어 가고
蒼崖日月幽       푸른 절벽에는 그윽한 햇빛 달빛
千年遺古躅       천년의 유적 옛 자취에
回首思悠悠       고개 돌리니 유유한 그리움만.
구월산에 올라(登九月山)

009_0495_a_01L
客路燕山外離亭鴿水邊

009_0495_a_02L秋風一白衲翩翩又蹁蹁

009_0495_a_03L次送幻月太鳳

009_0495_a_04L
落花春雨後流水夕陽時

009_0495_a_05L携手更携手殷勤問會期

009_0495_a_06L次四時詞

009_0495_a_07L
春風落花洞夏雨冐雲峯

009_0495_a_08L秋夜虫鳴月冬山雪壓松

009_0495_a_09L香山雲舍

009_0495_a_10L
嶺上白雲片片洞中流水冷冷

009_0495_a_11L客散空門半掩猿啼僧夢初醒

009_0495_a_12L

009_0495_a_13L五言律

009_0495_a_14L次贈白雲子九僧

009_0495_a_15L
問爾在何處白雲無㝎蹤

009_0495_a_16L朝吟楓嶽月暮宿妙香松

009_0495_a_17L八路分雙屐三山散一笻

009_0495_a_18L答來還告別飛去萬千峯

009_0495_a_19L三聖臺

009_0495_a_20L
獨入香山寺三春任自遊

009_0495_a_21L鳥啼孤塔靜花落小溪流

009_0495_a_22L紫府松杉老蒼崖日月幽

009_0495_a_23L千年遺古躅回首思悠悠

009_0495_a_24L登九月山

009_0495_b_01L九月千峯上       구월산 일천 봉우리에 올라서니
八紘一望平       한눈에 들어오는 평평한 팔굉八紘56)
天連夷狄國       하늘은 오랑캐 나라로 이어지고
地闢漢陽城       땅은 한양성으로 열렸구나
雪裏三山白       눈 속에는 하얀 삼산三山57)
雲邊四海靑       구름 끝에는 푸른 사해
前程餘萬里       가야 할 길이 만 리가 넘어
難把短笻行       짧은 지팡이 짚고는 가기 어렵네.
한식寒食
寒食淸明日       한식寒食58)에 청명일淸明日59)
三春欲暮天       석 달 봄날도 저물어 가는 하늘
雨晴芳草岸       비 개인 언덕엔 향기로운 풀
風息落花川       바람 그친 시내엔 떨어진 꽃
蜀魄啼殘月       촉蜀 망제望帝의 혼백60)은 희미한 달빛에 울고
介魂怨冷烟       개자추介子推의 혼백61) 원망하는 싸늘한 연기
松楸麥飯恨       한스럽구나, 송추松楸에 보리밥 한술62)
偏覺客中牽       나그네 심정 끌리는 걸 새삼 깨닫네.
구룡산설암 화상께서 탄생하신 곳이다.(九龍山雪嵓和尙降生處)
昨過江東縣       어제 강동현江東縣을 지나
今登帝釋山       오늘 제석산帝釋山에 올랐더니
庵疑三聖住       암자엔 세 분의 성인이 계신 듯
峙若九龍蟠       산마루엔 아홉 마리 용이 서린 듯
地勝人應傑       지세가 수승해 사람 응당 영걸하고
天靈鬼亦慳       하늘의 신령도 귀신도 아끼는 땅
雲烟獨悽愴       구름과 안개가 유독 애통한가 보다
遺躅不堪看       남기신 자취 차마 보지 못하겠네.
능파 희세자 서연에게 보내다(寄綾坡希世子瑞燕)
山房殊寂寞       너무도 적막한 산방
秋夜獨留連       가을밤 홀로 미적거리자니
月白蛩音外       귀뚜라미 소리 너머로 하얀 달님
霜淸鴈影邊       기러기 그림자 가에는 맑은 서리
出門看遠峀       문을 나서 먼 골짜기 바라보고
倚枕聽寒泉       베개에 기대 차가운 샘물 소리 듣나니
何處相逢是       서로 만날 곳 어디로 정할까
妙香花雨天       꽃비 내리는 날 묘향산.
스스로 한탄하다(自歎)
佛敎衰微甚       불교가 이리 쇠미해진 것
無他在我徒       다름 아닌 우리의 잘못
重生輕法界       삶을 중히 여기고 법계法界를 가벼이 여겨
求利逐名途       이익을 구하고 명예의 길만 좇았지
世樂非玄樂       세간의 즐거움은 현묘한 즐거움 아니지
貧憂豈道憂       가난 근심이 어찌 도에 대한 근심이리오
深慚稱釋子       석제자釋弟子란 호칭 너무도 부끄러워
獨立復長吁       홀로 서서 다시 길게 탄식한다.

009_0495_b_01L
九月千峯上八紘一望平

009_0495_b_02L天連夷狄國地闢漢陽城

009_0495_b_03L雪裏三山白雲邊四海靑

009_0495_b_04L前程餘萬里難把短笻行

009_0495_b_05L寒食

009_0495_b_06L
寒食淸明日三春欲暮天

009_0495_b_07L雨晴芳草岸風息落花川

009_0495_b_08L蜀魄啼殘月介魂怨冷烟

009_0495_b_09L松楸麥飯恨偏覺客中牽

009_0495_b_10L九龍山雪嵓和尙降生處

009_0495_b_11L
昨過江東縣今登帝釋山

009_0495_b_12L庵疑三聖住峙若九龍蟠

009_0495_b_13L地勝人應傑天靈鬼亦慳

009_0495_b_14L雲烟獨悽愴遺躅不堪看

009_0495_b_15L寄綾坡希世子瑞燕

009_0495_b_16L
山房殊寂寞秋夜獨留連

009_0495_b_17L月白蛩音外霜淸鴈影邊

009_0495_b_18L出門看遠峀倚枕聽寒泉

009_0495_b_19L何處相逢是妙香花雨天

009_0495_b_20L自歎

009_0495_b_21L
佛敎衰微甚無他在我徒

009_0495_b_22L重生輕法界求利逐名途

009_0495_b_23L世樂非玄樂貧憂豈道憂

009_0495_b_24L深慚稱釋子獨立復長吁

009_0495_c_01L
인호대63)引虎臺
懸崖攀銕上       까마득한 벼랑 쇠줄 잡고 올라
絶壁倚松窺       소나무에 기대 절벽을 엿보니
怒瀑從天落       사나운 폭포 하늘에서 떨어지고
危巖截地支       아찔한 바위 지축을 잘라 놓은 듯
樹雲深益勝       숲과 구름 깊어 더욱 수승하고
風月老尤奇       바람과 달 시들해 더욱 기이하니
物景眞非世       참으로 이 세상 것이 아닌 경치
還嫌俗客知       도리어 속객俗客들이 알까 겁나네.
김일경64) 사군使君65)의 운을 따라(次金使君一鏡韻)
府伯淸遊日       부백府伯66)께서 맑게 노니시는 날
山僧勝賞同       좋은 구경에 산승도 동참하니
黃花開九月       노란 국화 피는 구월에
白雪亂千峯       하얀 눈 흩날리는 일천 봉우리
逕草如春滑       오솔길 풀들은 봄처럼 반들반들
溪雲似夏濃       계곡의 구름은 여름처럼 뭉글뭉글
四時好風景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都入一毫中       하나의 털 속으로 모두 들어갔구려.
최종주67) 명부明府68)의 운을 따라(次崔明府宗周韻)
一別山中後       산중에서 한번 이별한 후
多年獨倚家       여러 해 홀로 집에서 지내며
夜來吟皓月       밤이 오면 흰 달빛 노래하고
春去對殘花       봄이 가면 시든 꽃 마주했네
寂寂時將晩       적적한 세월 장차 만년인데
依依物自華       무성한 만물은 절로 화사하기만
樹雲千里外       숲과 구름이 천 리 밖에 있으니
長恨道路賖       머나먼 길이 마냥 한스럽구려.
차운하여 성휘 상인을 송별하다호남에 있을 때 북쪽으로 가는 그를 전송했기 때문이다.(次送性輝上人在湖南送北故)
憂中兼抱病       상중에 또 병까지 들고
況復送吾君       더구나 그대까지 보내니
望斷南來鴈       남쪽으로 오는 기러기 보이지 않고
愁連北去雲       북으로 가는 구름에 수심만 이어지네
天涯山杳杳       아득한 하늘가 산
客裏夢紛紛       분분한 나그네 꿈
獨坐吳州月       홀로 앉아 오주吳州의 달69) 바라보며
相思椘越分       초나라 월나라70)로 떨어진 서로를 그리겠지.
차운하여 수이 삼안에게 보내다(次寄守夷三眼)
昔別秋江路       예전에 가을 강가에서 이별하고
還山已數春       산으로 돌아온 지 벌써 여러 해
長爲關外客       늘 관외關外71)의 나그네 신세기에
時作夢中人       때때로 꿈속 사람이나 되었다오
見面情仍舊       얼굴 보니 옛정 여전하고
論心語更新       마음을 논하는 말 더욱 새롭구려

009_0495_c_01L引虎臺

009_0495_c_02L
懸崖攀銕上絕壁倚松窺

009_0495_c_03L怒瀑從天落危巖截地支

009_0495_c_04L樹雲深益勝風月老尤奇

009_0495_c_05L物景眞非世還嫌俗客知

009_0495_c_06L次金使君一鏡

009_0495_c_07L
府伯淸遊日山僧勝賞同

009_0495_c_08L黃花開九月白雪亂千峯

009_0495_c_09L逕草如春滑溪雲似夏濃

009_0495_c_10L四時好風景都入一毫中

009_0495_c_11L次崔明府宗周

009_0495_c_12L
一別山中後多年獨倚家

009_0495_c_13L夜來吟皓月春去對殘花

009_0495_c_14L寂寂時將晩依依物自華

009_0495_c_15L樹雲千里外長恨道路賖

009_0495_c_16L次送性輝上人在湖南送北故

009_0495_c_17L
憂中兼抱病況復送吾君

009_0495_c_18L望斷南來鴈愁連北去雲

009_0495_c_19L天涯山杳杳客裏夢紛紛

009_0495_c_20L獨坐吳州月相思椘越分

009_0495_c_21L次寄守夷三眼

009_0495_c_22L
昔別秋江路還山已數春

009_0495_c_23L長爲關外客時作夢中人

009_0495_c_24L見面情仍舊論心語更新

009_0496_a_01L但從今日願       다만 오늘부터 소원하네만
何用涙沾巾       눈물로 수건은 적셔 뭣하겠나.
권엽72) 도사都事의 운을 따라(次權都事韻)
風塵車馬客       먼지바람 속 거마를 탄 나그네
來踏梵王宮       범천왕의 궁궐로 찾아와
閑着謝公屐       한가롭게 사영운謝靈運의 나막신73) 신고
醉吟宣子笻       한바탕 취해 선자宣子74)의 지팡이 노래하네
水殘氷裏響       얼음 속에서 메아리치는 잔잔한 물
山壯雪中容       눈 속에서도 우뚝한 웅장한 산
更約明春入       내년 봄에 오리라 다시 약속하고
共登第一峯       함께 제일봉으로 오른다.
능파 희세자를 송별하다(送綾坡希世子)
生平丈夫氣       한평생 장부의 기상을
消盡別離中       이별하며 다 써 버렸네
白衲飄寒月       차가운 달빛에 휘날리는 하얀 납의
靑藜響晩風       저녁 바람에 메아리치는 청려장靑藜杖75)
浮沉知有數       뜨고 가라앉음에는 운수가 있고
聚散亦無窮       모이고 흩어짐 역시 끝이 없나니
莫說今朝恨       오늘 아침 한스럽다 말하지 말게
因緣後日逢       인연 있으면 다음에 또 만나리.
조용히 살다(靜居)
靜居多有日       여러 날 조용히 지내며
機慮掃無餘       온갖 생각 남김없이 쓸어버리고
閑坐曇花影       우담바라 꽃그늘에 한가히 앉아
披看貝葉書       패엽貝葉의 서적76)을 뒤적거린다
存亡凡楚寂       여전한지 망했는지 범나라 초나라가 고요하고77)
指馬是非踈       손가락과 말을 두고 시비하는 짓 드무니78)
永絶人間客       영원히 인간세계에 발길 끊은 나그네
淸遊得自如       맑게 노닐며 천연의 여여함 누리노라.
골짜기 깊어(洞深)
洞深山水富       골짜기 깊어 산수는 풍성한데
峯逈客僧稀       봉우리 아득해 객승이 드무네
境寂禪心靜       경계가 적막해 선정의 마음 고요하고
身閑世慮微       몸이 한가로워 세상 걱정 사라진다
藤侵嵓下路       등나무가 침범한 바위 아랫길
花壓月中扉       꽃이 뒤덮은 달빛 아래 빗장
倚枕覺春夢       베개에 기대 봄날의 꿈을 깨니
松牕淸影輝       솔창에 반짝이는 맑은 그림자.
가을 풍경(秋景)
碧海頑雲卷       푸른 바다에 짙은 구름 걷히고
荒山積雨晴       황량한 산에 장맛비 개이니
水天連一色       물과 하늘 맞닿아 한 빛깔이요
風月偶雙淸       바람과 달 짝지어 쌍으로 맑구나

009_0496_a_01L但從今日願何用涙沾巾

009_0496_a_02L次權都事

009_0496_a_03L
風塵車馬客來踏梵王宮

009_0496_a_04L閑着謝公屐醉吟宣子笻

009_0496_a_05L水殘氷裏響山壯雪中容

009_0496_a_06L更約明春入共登第一峯

009_0496_a_07L送綾坡希世子

009_0496_a_08L
生平丈夫氣消盡別離中

009_0496_a_09L白衲飄寒月靑藜響晩風

009_0496_a_10L浮沉知有數聚散亦無窮

009_0496_a_11L莫說今朝恨因緣後日逢

009_0496_a_12L靜居

009_0496_a_13L
靜居多有日機慮掃無餘

009_0496_a_14L閑坐曇花影披看貝葉書

009_0496_a_15L存亡凡楚寂指馬是非踈

009_0496_a_16L永絕人間客淸遊得自如

009_0496_a_17L洞深

009_0496_a_18L
洞深山水富峯逈客僧稀

009_0496_a_19L境寂禪心靜身閑世慮微

009_0496_a_20L藤侵嵓下路花壓月中扉

009_0496_a_21L倚枕覺春夢松牕淸影輝

009_0496_a_22L秋景

009_0496_a_23L
碧海頑雲卷荒山積雨晴

009_0496_a_24L水天連一色風月偶雙淸

009_0496_b_01L石井梧桐落       돌우물에 오동잎 떨어지고
莎囱蟋蟀鳴       향부자 굴뚝에 귀뚜라미 우는데
秋懷吟不盡       가을의 회포 읊어도 다하지 않아
獨對曉燈明       새벽까지 밝힌 등불 홀로 마주한다.
천연 무희자를 송별하다지문79)과 셋이서 모두 호남에서 지내다 북으로 송별하며 탄식한 것이다.(送天然無餙子智文三皆在湖南送北之歎)
[1]
他鄕爲客久       타향에서 나그네살이 오래라
故國欲還程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길
歲暮成相別       세모에 서로 이별하게 되어
天寒送獨行       추운 날 홀로 떠나는 그대를 보낸다
樹雲迷遠浦       구름 낀 숲에 먼 포구는 어딘가
風雪暗邊城       눈보라에 어둑한 변방의 성
何處逢除夜       어느 곳에서 제야를 맞으실까
孤燈費旅情       외로운 등불 나그네 심정 태우리.

[2]
擔囊扶竹杖       바랑 메고 죽장 짚고
踏雪向雲程       눈 밟으며 구름 향하는 길
有客携君去       그대를 데리고 가는 나그네 있건만
無人導我行       나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네
夢魂飛北極       꿈속의 혼은 북극으로 날지만
蹤跡滯南城       발길은 남쪽 성에 묶였으니
千尺桃花水       천 척 도화수桃花水80)로도
猶難較此情       이 맘 견주기 어렵구려.

[3]
初來同作路       처음 올 땐 길을 함께했는데
還去各分程       돌아갈 땐 각자 길이 갈렸구려
落日投林宿       해 떨어지면 숲에 들어 잠자고
寒天冐雪行       추운 날씨에 눈을 쓰고 걷겠지
茫茫南海域       망망한 남쪽 바닷가
杳杳北山城       아득한 북쪽의 산성
斷橋相送處       끊어진 다리 서로 헤어지는 곳
流水亦含情       흐르는 물마저 정을 머금었네.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嵓和尙韻)
海天霜鴈過       바다를 지나는 서리 맞은 기러기
香嶽憶師君       묘향산에서 스승님 생각하자니
萬樹飛黃葉       일만 나무에 누런 잎 흩날리고
千巖散白雲       일천 봉우리에 흰 구름 흩어지네
秋懷堪自忍       가을의 회포야 스스로 참는다지만
別恨向誰云       이별의 한을 누구에게 말하리오
獨立沙門外       모래밭 문밖에 홀로 서 있자니
西山日已曛       서산의 해는 이미 뉘엿뉘엿.
하늘(天)
鼠宮初闢處       쥐들의 궁전이 처음 열린 곳
高擧勢輕淸       높이 나는 기세 가볍고 맑구나
配地渾如盖       대지와 딱 들어맞아 뚜껑과 흡사하고
庥人又似甍       사람을 쉬게 하니 또 용마루와 비슷하네

009_0496_b_01L石井梧桐落莎囱蟋蟀鳴

009_0496_b_02L秋懷吟不盡獨對曉燈明

009_0496_b_03L送天然無餙子智文三皆在湖南送
009_0496_b_04L北之歎

009_0496_b_05L
他鄕爲客久故國欲還程

009_0496_b_06L歲暮成相別天寒送獨行

009_0496_b_07L樹雲迷遠浦風雪暗邊城

009_0496_b_08L何處逢除夜孤燈費旅情(一)

009_0496_b_09L擔囊扶竹杖踏雪向雲程

009_0496_b_10L有客携君去無人導我行

009_0496_b_11L夢魂飛北極蹤跡滯南城

009_0496_b_12L千尺桃花水猶難較此情(二)

009_0496_b_13L初來同作路還去各分程

009_0496_b_14L落日投林宿寒天冐雪行

009_0496_b_15L茫茫南海域杳杳北山城

009_0496_b_16L斷橋相送處流水亦含情(三)

009_0496_b_17L敬次雪嵓和尙韻

009_0496_b_18L
海天霜鴈過香嶽憶師君

009_0496_b_19L萬樹飛黃葉千巖散白雲

009_0496_b_20L秋懷堪自忍別恨向誰云

009_0496_b_21L獨立沙門外西山日已曛

009_0496_b_22L

009_0496_b_23L
鼠宮初闢處高擧勢輕淸

009_0496_b_24L配地渾如盖庥人又似甍

009_0496_c_01L風雲交產穴       바람과 구름을 번갈아 낳는 구멍
日月互行程       해와 달이 교대로 운행하는 길
雨露陰陽化       비와 이슬 음과 양의 조화로
生生萬物亨       모든 생령 만물이 형통하도다.
땅(地)
重濁陰爲土       무겁고 탁한 음의 기운 땅이 되니
形方色又黃       방정한 형태에 또 누런 빛깔
五行滋運局       오행이 왕성하게 운행하는 바탕
萬物養生塲       만물이 생명을 기르는 마당
中設千邦列       그 가운데 천 개의 나라 늘어놓고
邊圍四海藏       주변으로 사해를 둘러 감추고선
仰承天降澤       하늘이 내리는 은택을 받들어
慈育正如孃       꼭 어미처럼 사랑으로 기르네.
해(日)
玉京金暈上       옥경玉京81)에 금빛 태양 떠오르면
萬國仰區區       만국이 정성을 다해 우러르나니
奪目光如火       눈을 멀게 하는 빛 불덩이 같고
翬頭勢似烏       훨훨 나는 기세 까마귀 같네
隱雲藏匣鏡       구름에 숨으면 상자에 감춘 거울
露漢走盤珠       은하에 드러나면 쟁반에 구르는 구슬
幾掛西山暮       몇 번이나 서산에 걸려 저물었던가
頻回遠客顱       자주 멀리 온 길손의 머리 위를 맴도네.
두 번째(其二)
曜靈出暘谷       빛나는 태양 양곡暘谷82)에서 나오자
黃道闢中央       하늘 한가운데 황도黃道83)가 열리네
入海乾坤暗       바다로 들어가면 건곤이 어둡고
登天宇宙光       하늘로 오르면 우주가 빛난다
四生皆荷照       사생四生84)이 모두 그 비춤을 힘입고
萬物盡傾陽       만물이 다 그 따스함을 향하나니
但恐升沉促       다만 두려운 것은 승침升沉을 재촉해
人間歲月忙       인간 세월 훌쩍 흘러가 버리는 것.
달(月)
晦望雖圓缺       그믐 보름으로 둥글었다 기울지만
寒光奪衆星       서늘한 빛에 숱한 별빛 묻히나니
東昇天面白       동쪽으로 뜨면 환해지는 하늘의 얼굴
西落地心明       서쪽으로 지면 밝아지는 대지의 마음
幾入詩人興       시인의 흥취로 몇 번이나 들어왔던가
長傷遠客情       먼 길 가는 나그네 마음 늘 아프게 했지
更當山室夜       그러다 다시 산방에 밤이 찾아오면
淸影讀書呈       독서하라고 맑은 그림자 바치네.
두 번째(其二)
每當三五夜       늘 십오일 밤이면
圓暈出雲端       둥근 달님 구름 끝에 나오네

009_0496_c_01L風雲交產穴日月互行程

009_0496_c_02L雨露陰陽化生生萬物亨

009_0496_c_03L

009_0496_c_04L
重濁陰爲土形方色又黃

009_0496_c_05L五行滋運局萬物養生塲

009_0496_c_06L中設千邦列邊圍四海藏

009_0496_c_07L仰承天降澤慈育正如孃

009_0496_c_08L

009_0496_c_09L
玉京金暈上萬國仰區區

009_0496_c_10L奪目光如火翬頭勢似烏

009_0496_c_11L隱雲藏匣鏡露漢走盤珠

009_0496_c_12L幾掛西山暮頻回遠客顱

009_0496_c_13L其二

009_0496_c_14L
曜靈出暘谷黃道闢中央

009_0496_c_15L入海乾坤暗登天宇宙光

009_0496_c_16L四生皆荷照萬物盡傾陽

009_0496_c_17L但恐升沉促人間歲月忙

009_0496_c_18L

009_0496_c_19L
晦望雖圓缺寒光奪衆星

009_0496_c_20L東昇天面白西落地心明

009_0496_c_21L幾入詩人興長傷遠客情

009_0496_c_22L更當山室夜淸影讀書呈

009_0496_c_23L其二

009_0496_c_24L
每當三五夜圓暈出雲端

009_0497_a_01L團勢黃金餅       동그란 형세 황금 호떡인가
平貌白玉盤       평평한 모양 백옥 쟁반인가
曲欄花影轉       굽은 난간에는 꽃 그림자 구르고
幽砌樹陰寒       그윽한 섬돌엔 싸늘한 나무 그늘
最好書生案       가장 좋기로는 서생의 책상에서지
兼宜醉客看       아울러 취객이 보는 것도 좋지.
바람(風)
大塊初噓氣       대괴大塊85)가 태초에 숨을 쉬자
林巒簸又掀       산과 숲 나부끼고 들썩였지
俄然沙石走       휙휙 돌과 모래가 구르고
倐尔海波翻       훌쩍 뒤집히는 바다의 파도
盪窟龍難蟄       굴을 헤집어 용도 칩거하기 어렵고
搖山虎亦奔       산을 흔들어 호랑이 역시 도망치니
吾將假爾力       내 장차 그대의 힘을 빌려
降伏衆魔群       온갖 마귀들 항복시키리라.
구름(雲)
一片觸石生       한 조각 바위에 스치며 피어나
須臾天地橫       잠깐 사이 천지를 뒤덮더니
從龍爲變化       용을 좇아 온갖 변화 나타내네
如兎作祥禎       토끼가 상서로운 징조를 만들듯
乍露靑山色       청산의 빛깔 잠깐 보여 주다
忽韜白日明       대낮의 밝음마저 홀연히 감추더니
油然甘澍下       뭉게뭉게 흠뻑 단비를 내려
南畝慰鋤畊       김매고 밭 가는 농사일 위로하네.
소나무(松)
掘地蟠龍曲       땅으로 파고든 구불구불한 반룡蟠龍86)
擎天偃盖張       하늘을 떠받친 기다란 일산日傘
貞心猶傲竹       곧은 마음은 대나무마저 업신여기고
勁節且凌霜       굳은 절개는 서리마저 깔본다
靜夜風生爽       고요한 밤이면 바람 일어 상쾌하고
晴朝露滴香       맑은 아침이면 이슬방울 향기롭네
歲寒常獨立       세모의 추위에도 항상 홀로 서서
浮翠色蒼蒼       날아오르는 비취색 푸르디푸르구나.
대나무(竹)
葉拂雲戈勢       구름을 터는 잎은 창의 기세
根盤地龍模       땅에 서린 뿌리는 용의 모양
琅玕宜鳳食       낭간琅玕87)은 봉황의 먹이로 적당하고
[1] 篠可人扶       가는 조릿대도 사람을 부축할 수 있지
瑟瑟風聲細       사르륵사르륵 바람 소리 섬세하고
森森日影癯       촘촘히 우거져 햇살도 시들시들
貞姿寒更綠       곧은 자태 추울수록 더욱 푸르러
暗笑柳兼蒲       은근한 미소 버들이요 부들이로다.
노송나무(檜)

009_0497_a_01L團勢黃金餅平貌白玉盤

009_0497_a_02L曲欄花影轉幽砌樹陰寒

009_0497_a_03L最好書生案兼宜醉客看

009_0497_a_04L

009_0497_a_05L
大塊初噓氣林巒簸又掀

009_0497_a_06L俄然沙石走倐尔海波翻

009_0497_a_07L盪窟龍難蟄搖山虎亦奔

009_0497_a_08L吾將假爾力降伏衆魔群

009_0497_a_09L

009_0497_a_10L
一片觸石生須臾天地橫

009_0497_a_11L從龍爲變化如兎作祥禎

009_0497_a_12L乍露靑山色忽韜白日明

009_0497_a_13L油然甘澍下南畝慰鋤畊

009_0497_a_14L

009_0497_a_15L
掘地蟠龍曲擎天偃盖張

009_0497_a_16L貞心猶傲竹勁節且凌霜

009_0497_a_17L靜夜風生爽晴朝露滴香

009_0497_a_18L歲寒常獨立浮翠色蒼蒼

009_0497_a_19L

009_0497_a_20L
葉拂雲戈勢根盤地龍模

009_0497_a_21L琅玕宜鳳食 [3] 篠可人扶

009_0497_a_22L瑟瑟風聲細森森日影癯

009_0497_a_23L貞姿寥更綠暗笑柳兼蒲

009_0497_a_24L

009_0497_b_01L
巖壑千秋閱       바윗골에서 천추의 세월 지켜보니
風雲四節春       비바람 사계절에 늘 봄이로구나
葉尖靑鶴羽       푸른 학의 깃털처럼 뾰족한 잎
皮老黑龍鱗       검은 용의 비늘처럼 늙은 껍질
落落升仙骨       고고하게 신선의 골격 이어받고
森森脫俗塵       우뚝우뚝 속세의 먼지 벗고서
此君默相契       차군此君88)과 묵묵히 뜻을 합하고
松栢且爲隣       소나무 측백나무를 또 이웃 삼네.
측백나무(栢)
弄月淸光冷       달빛 희롱하는 맑은 광채 서늘하고
凌霜翠色芬       서리 능멸하는 비취 빛깔 향기롭다
顏非桃柳質       용모도 복숭아나 버들의 성질 아니요
心是竹杉筋       마음에는 대나무나 삼나무 같은 힘줄
夜靜聲如雨       고요한 밤이면 비 내리는 소리
秋晴影似雲       맑은 가을이면 구름 같은 그림자
若論松茂悅       만약 소나무보다 좋은 점 논한다면
眞介信人懃       참으로 미더운 사람처럼 은근하다네.
정시숙 찰방察訪89)의 운을 따라(次鄭察坊時叔韻)
一驛開平野       들판에 설치된 역사 하나
閭閻八九家       여염집은 여덟이나 아홉 채
斷橋濃柳葉       끊어진 다리에는 짙은 버들잎
流水泛桃花       흐르는 물에는 떠가는 복사꽃
亭榭三春晩       정자엔 삼월도 저물고
田園萬物華       전원에는 만물 번성하니
湖西千里路       호서 땅 천 리 길로
應入夢中賖       꿈결에 느릿느릿 들어가야겠네.
묘향산 보현사(香山普賢寺)
梵刹樓臺壯       웅장한 범찰과 누대
眞如大講堂       진여를 설하는 큰 강당
天花來縹緲       하늘 나라 꽃 아스라이 지고
曇雨下淸凉       우담바라 비 시원하게 내린다
境勝人無慾       경계 수승해 사람도 욕심 없고
山深麝有香       산은 깊어 사향노루 향기 퍼지는데
庭前雙石塔       뜰 앞에 선 두 개의 석탑이여
爾閱幾興亡       너는 흥망을 몇 번이나 보았나.
황곡 지문에게 보내다(寄黃谷智文)
自君相別後       그대와 서로 이별한 뒤
幽抱更何依       이내 속마음 또 어디에 의지할까
地隔人應絶       땅이 떨어져 사람 당연히 끊어지고
天長鴈亦稀       하늘 아득해 기러기도 드물구려
孤身隨歲變       외로운 몸 세월 따라 변해 가고
萬事與心違       세상만사가 내 마음과 어긋나
獨倚高樓柱       홀로 높다란 누각 기둥에 기대
幾回見落暉       지는 햇살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

009_0497_b_01L
巖壑千秋閱風雲四節春

009_0497_b_02L葉尖靑鶴羽皮老黑龍鱗

009_0497_b_03L落落升仙骨森森脫俗塵

009_0497_b_04L此君默相契松栢且爲隣

009_0497_b_05L

009_0497_b_06L
弄月淸光冷凌霜翠色芬

009_0497_b_07L顏非桃柳質心是竹杉筋

009_0497_b_08L夜靜聲如雨秋晴影似雲

009_0497_b_09L若論松茂悅眞介信人懃

009_0497_b_10L次鄭察坊時叔

009_0497_b_11L
一驛開平野閭閻八九家

009_0497_b_12L斷橋濃柳葉流水泛桃花

009_0497_b_13L亭榭三春晩田園萬物華

009_0497_b_14L湖西千里路應入夢中賖

009_0497_b_15L香山普賢寺

009_0497_b_16L
梵刹樓臺壯眞如大講堂

009_0497_b_17L天花來縹緲曇雨下淸凉

009_0497_b_18L境勝人無慾山深麝有香

009_0497_b_19L庭前雙石塔爾閱幾興亡

009_0497_b_20L寄黃谷智文

009_0497_b_21L
自君相別後幽抱更何依

009_0497_b_22L地隔人應絕天長鴈亦稀

009_0497_b_23L孤身隨歲變萬事與心違

009_0497_b_24L獨倚高樓柱幾回見落暉

009_0497_c_01L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不幸人皆有       불행이란 사람마다 다 있는 일이지만
凶奇我獨偏       기이한 흉사 유독 나에게 심해
一身多病際       이 한 몸에 병도 많은 이때
千里疊憂牽       겹겹의 슬픔 천 리 길로 나를 이끄네
日暮殘山外       아득히 먼 산 너머로 해는 지고
風悲古木邊       고목나무 가로 바람이 구슬픈데
邈然天地內       이 천지 안에서는 아득하여라
回首涕漣漣       고개 돌리고 눈물만 주룩주룩.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巖和尙韻)
偏憐根器鈍       둔한 근기를 유독 사랑하시고
提誨又頻頻       또 자주자주 깨우쳐 주셨기에
始讀初心者       처음에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읽던 놈이
終爲後學人       결국 이렇게 후학이 되었지요
敎風曇蘂發       가르침의 바람에 우담바라 꽃 피고
法雨道芽新       법의 비에 도의 싹 새로 돋았으니
自此知明鏡       이제는 알겠습니다, 밝은 거울은
元來不惹塵       원래부터 때 타지 않는다는 걸.
묘향산 상원집구集句90)(香山上院集句)
[1]
巖下多幽景。潘逍遙      바위 아래 그윽한 풍경도 많아반소요91)
高僧精舍開。劉賔客      고승이 정사를 열었네유빈객92)
池晴龜出曝。司空曙      못물 맑아지면 거북이 나와 햇볕 쬐고사공서93)
鍾㝎虎常來。于鵠      종소리 잦아들면 호랑이 항상 찾아오네우곡94)
畫壁燈光焰。 [1] 魚玄機      그림 그려진 벽엔 타오르는 등불어현기95)
禪牕 [2] 嶽影回。周賀      선방 창가엔 빙빙 도는 산 그림자주하96)
逍遙 [3] 無一事。韋蘇州      아득히 노닐며 아무 일도 없는데위소주97)
何必上天台。 [4] 楊烱      굳이 천태산天台山을 올라야 할까.양형98)

[2]
路自中峯上。僧處默      길은 중봉 위에서 시작되고승려 처묵
香門絶頂開。盧綸      향기의 문 꼭대기에 열렸네노륜99)
巖房高且靜。僧虛中      바위의 암자 높고도 고요해승려 허중
山月暝還來。僧皎然      산의 달님도 어둑하면 다시 온다승려 교연100)
伏檻排雲出。楊烱      나지막한 난간 구름 뚫고 솟았고101)양형
流泉繞砌回。孟浩然      흐르는 샘물 섬돌을 맴도는데맹호연102)
坐看霞色晩。同人      앉아서 저녁노을 바라보자니103)맹호연
到此憶天台。張喬      이제야 천태가 그립구나.장교104)
칠언절구七言絶句
김창흡105) 거사의 운을 따라원운 첨부(次金居士昌翕附原韻)
[1]
雙屐飛時路八域     나막신 두 짝 날릴 때면 팔도로 이어진 길
一笻揮處山千層     지팡이 하나 휘두른 자리에 산은 천 층
淸儀落落眞仙客     낙락한 위의威儀 진짜 신선 나그네요
行色飄飄正衲僧     표표한 행색 진정한 납자로다.


009_0497_c_01L悼雪巖和尙

009_0497_c_02L
不幸人皆有凶奇我獨偏

009_0497_c_03L一身多病際千里疊憂牽

009_0497_c_04L日暮殘山外風悲古木邊

009_0497_c_05L邈然天地內回首涕漣漣

009_0497_c_06L敬次雪巖和尙韻

009_0497_c_07L
偏憐根器鈍提誨又頻頻

009_0497_c_08L始讀初心者終爲後學人

009_0497_c_09L敎風曇蘂發法雨道芽新

009_0497_c_10L自此知明鏡元來不惹塵

009_0497_c_11L香山上院集句二

009_0497_c_12L
巖下多幽景潘逍
高僧精舍開劉賔


009_0497_c_13L池晴龜出曝司空
鍾㝎虎常來


009_0497_c_14L畫壁燈光焰魚玄
禪牕嶽影回


009_0497_c_15L逍遙無一事韋蘇
何必上天台
(一)

009_0497_c_16L路自中峯上僧處
香門絕頂開


009_0497_c_17L巖房高且靜僧虛
山月暝還來僧皎


009_0497_c_18L伏檻排雲出
流泉繞砌回孟浩


009_0497_c_19L坐看霞色晩
到此憶天台
(二)

009_0497_c_20L

009_0497_c_21L七言絕句

009_0497_c_22L次金居士昌翕附原韻

009_0497_c_23L
雙屐飛時路八域一笻揮處山千層

009_0497_c_24L淸儀落落眞仙客行色飄飄正衲僧(一)

009_0498_a_01L[2]
赤脚行頭流水曲     맨발로 걷는 길목에는 굽이쳐 흐르는 물
靑藜飛下白雲層     날아가는 청려장 아래엔 층층의 백운
名山勝蹟多驚俗     명산에 남긴 수승한 자취 속인들 자주 놀라게 하고
玉韻淸篇幾贈僧     옥 같은 시 맑은 글을 승려들에게 얼마나 주었던가.
원운
脚底東西南北路     발밑에는 동서남북 길
杖頭一萬二千層     지팡이 끝에는 일만 이천 봉
大明天下無家客     대명 천하에 집 없는 나그네요
太白山中有髮僧     태백산 산중의 머리 기른 승려.
삼가 월저 대사의 운을 따라원운 첨부(敬次月渚大師韻附原韻)
笻邊八域路千里     지팡이 짚은 팔도 길은 천 리
足下四名山萬層     발 디딘 사방의 명산은 만 층
靑春昔日尋眞客     청춘이던 지난날 진리 찾던 나그네
白髮今時抱病僧     백발인 오늘은 병든 승려.
원운
百里千里萬里路     백 리 천 리 만 리 길
東山北山西山層     동산 북산 서산도 층층
野寺草庵多少刹     촌구석 절 오두막 암자 이런저런 사찰에서
少年年老老長僧     소년이 나이 먹어 늙어 버린 승려.
묘향산 상운암에 제하다(題香山上雲庵)
靑山綠水萬重餘     청산도 녹수도 만 겹
中有蕭然一草廬     그 가운데 쓸쓸한 오두막 한 채
浮世風塵飛不到     뜬세상 먼지바람 날아오지 않는다고
天敎虛靜道人居     하늘이 허정 도인더러 예서 살라 하셨네.
박수발 처사의 운을 따라(次朴處士秀發)
昔人初癯後還肥     옛사람 처음엔 수척했다 뒤에 다시 살쪘으니
吾亦于今戰勝歸     나도 지금부터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리라106)
三月懶遊花下路     삼월이라 느긋하게 꽃 아랫길 노닐자니
春風時拂碧蘿衣     봄바람 간간이 벽라의碧蘿衣107)를 터는군요.
삼가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敬次雪岩和尙韻)
梵宮深裏玉壇淸     깊은 범천의 궁궐 속에는 옥단玉壇이 맑고
松籟殘邊桂月明     시든 솔바람 소리 곁에는 계월桂月108)이 밝네
襟鐵稜稜難做夢     옷깃이 쇠처럼 차갑고 시려 잠들기도 어려워
短檠燈火却多情     짧은 등잔걸이의 등불이 도리어 다정스럽구나.
성성자의 운을 따라강계의 아객이다.(次惺惺子韻江界衙客)
亂峯飛雪下廉纎     뭇 봉우리에 날리던 눈발 부슬부슬 내리는데
獨閉巖扄夜話叅     홀로 바위 빗장을 닫고 밤새 화두 참구하다가
遙想石州歸去路     아득히 석주石州로 돌아갈 길 생각하니
塞天寒氣曉來嚴     변방의 추위는 새벽에 더 심해지네.
장난삼아 행각승 낙현에게 드립니다(戱贈行脚僧樂玄)
山山水水悠悠客     이 산 저 산 이 강 저 강 유유히 떠도는 나그네
寺寺庵庵處處家     이 절 저 절 이 암자 저 암자 곳곳마다 집이로다
迢迢曲曲嶇嶇路     아득아득 구불구불 험난한 길
役役匆匆步步過     부지런히 총총히 걸음걸음 지나가네.

009_0498_a_01L赤脚行頭流水曲靑藜飛下白雲層

009_0498_a_02L名山勝蹟多驚俗玉韻淸篇幾贈僧(二)

009_0498_a_03L[原韻]
脚底東西南北路杖頭一萬二千層

009_0498_a_04L大明天下無家客太白山中有髮僧

009_0498_a_05L敬次月渚大師韻 附原韻

009_0498_a_06L
笻邊八域路千里足下四名山萬層

009_0498_a_07L靑春昔日尋眞客白髮今時抱病僧

009_0498_a_08L[原韻]
百里千里萬里路東山北山西山層

009_0498_a_09L野寺草庵多少刹少年年老老長僧

009_0498_a_10L題香山上雲庵

009_0498_a_11L
靑山綠水萬重餘中有蕭然一草廬

009_0498_a_12L浮世風塵飛不到天敎虛靜道人居

009_0498_a_13L次朴處士秀發

009_0498_a_14L
昔人初癯後還肥吾亦于今戰勝歸

009_0498_a_15L三月懶遊花下路春風時拂碧蘿衣

009_0498_a_16L敬次雪岩和尙韻

009_0498_a_17L
梵宮深裏玉壇淸松籟殘邊桂月明

009_0498_a_18L襟鐵稜稜難做夢短檠燈火却多情

009_0498_a_19L次惺惺子韻江界衙客

009_0498_a_20L
亂峯飛雪下廉纎獨閉巖扄夜話叅

009_0498_a_21L遙想石州歸去路塞天寒氣曉來嚴

009_0498_a_22L戱贈行脚僧樂玄

009_0498_a_23L
山山水水悠悠客寺寺庵庵處處家

009_0498_a_24L迢迢曲曲嶇嶇路役役匆匆步步過

009_0498_b_01L
길인화 진사의 운을 따라(次吉進士仁和韻)
神交不在形容見     진정한 사귐109)은 모습을 직접 보는 데 있지 않나니
山海何嫌隔水雲     산과 바다에 강과 구름이 막았다고 어찌 불평하리오
鱗羽相通亦餘事     물고기와 새들이 서로 통함도 어렵지 않은 일이니
只將心月照多君     그저 마음 달로 자주 그대 비추었으면.
월곡 명조를 송별하다(送月谷明照)
三庚陰雨及秋晴     삼복110)에 내리던 궂은 비 가을이 와 개이고
風入梧桐一葉鳴     오동나무에 바람 불어와 잎사귀 하나가 우는데
宋玉懷兼江俺 [1] 別     송옥宋玉의 심정111)이요 강엄江淹의 이별112)이라
朗山澧水不堪情     낭산朗山113)과 예수澧水114)도 그 정을 감당 못하겠네.
임수원 수재秀才115)의 운을 따라(次林秀才秀源韻)
共得東坡竹院閑     동파東坡116)의 죽원竹院에서 함께 한가함 즐기며
一燈淸夜說名山     맑은 밤 등불 하나 밝히고 명산 얘기 나누자니
高談不是人間客     고상한 담론 인간세계 나그네가 아니건만
無乃蓬壺駕鶴還     학 타고 돌아갈 봉래산117)이 없네 그려.
옛 시의 운을 따라(次古韻)
酒戒持行尙避糟     주계酒戒를 지키는 행 술지게미마저 피하는데
矧惟財色不如螯     하물며 재물과 여색에 게처럼 하지 않으랴
身邊解脫衣常淨     몸에 두른 해탈의 옷 언제나 청정한데
那用淸川洗且鏖     뭣하러 맑은 시냇물로 씻고 빨겠나.
눈(雪)
紛紛飄落冷雲中     찬 구름 속에서 어지럽게 떨어지니
高嶽先成白玉峯     높은 산이 먼저 백옥의 봉우리가 되네
着樹疑梨花滿發     나무에 쌓이면 배꽃이 만발했나 싶고
飛空如蝶舞春風     하늘을 날면 봄바람에 춤추는 나비인 듯.
노을(霞)
雨晴鴻 [1] 洞洞門斜     비 개인 하늘에 끝없는 시름118) 동구로 기우니
嵐霧形同赤氣加     안개와 같은 모습에 곁들여진 붉은 기운
一抹夕陽光彩彰     한 가닥 석양빛에 찬란한 그 광채
如綃如錦又如紗     명주 같고 비단 같고 또 실타래 같구나.
임광하 석사碩士119)를 송별하다(送林碩士光夏)
門前相送洞雲飛     문 앞에서 전송하자 골짜기 구름 날고
山雨霏微欲濕衣     산비 보슬보슬 옷을 적시려 하네
何處客牕投宿夜     어느 곳 객창에서 하룻밤 잠들다
隔林遙聽不如歸     멀리 숲 너머 불여귀不如歸120) 소리 들을런지.
능문 대사의 운을 따라(次能文大師韻)
獨入山中臥月明     홀로 산으로 들어와 밝은 달빛 아래 누우니
松風時動爽幽情     솔바람 때때로 불어 그윽한 마음 상쾌하네
仙牕一覺人間夢     신선의 창가에서 인간 세상의 꿈 한번 깨시니
不待燒金道骨淸     황금을 녹일 필요도 없이 청아한 도인의 골격.

009_0498_b_01L次吉進士仁和

009_0498_b_02L
神交不在形容見山海何嫌隔水雲

009_0498_b_03L鱗羽相通亦餘事只將心月照多君

009_0498_b_04L送月谷明照

009_0498_b_05L
三庚陰雨及秋晴風入梧桐一葉鳴

009_0498_b_06L宋玉懷兼江俺 [4] 朗山澧水不堪情

009_0498_b_07L次林秀才秀源

009_0498_b_08L
共得東坡竹院閑一燈淸夜說名山

009_0498_b_09L高談不是人間客無乃蓬壺駕鶴還

009_0498_b_10L次古韻

009_0498_b_11L
酒戒持行尙避糟矧惟財色不如螯

009_0498_b_12L身邊解脫衣常淨那用淸川洗且鏖

009_0498_b_13L

009_0498_b_14L
紛紛飄落冷雲中高嶽先成白玉峯

009_0498_b_15L着樹疑梨花滿發飛空如蝶舞春風

009_0498_b_16L

009_0498_b_17L
雨晴鴻洞洞門斜嵐霧形同赤氣加

009_0498_b_18L一抹夕陽光彩彰如綃如錦又如紗

009_0498_b_19L送林碩士光夏

009_0498_b_20L
門前相送洞雲飛山雨霏微欲濕衣

009_0498_b_21L何處客牕投宿夜隔林遙聽不如歸

009_0498_b_22L次能文大師韻

009_0498_b_23L
獨入山中臥月明松風時動爽幽情

009_0498_b_24L仙牕一覺人間夢不待燒金道骨淸

009_0498_c_01L
윤중회에게 보냅니다문화의 아객이다.(寄尹仲晦文化衙客)
病蟄岩叢不出關     병으로 바위틈 틀어박혀 빗장 나서지 않아
閑情多在別離間     이별한 사이 한가로운 정이 많았는데
禪林昨夜春風起     선방 숲에 어젯밤 봄바람 일어
忽憶詩仙望遠山     홀연히 시선詩仙이 생각나 먼 산을 바라보았다오.
장필문 진사의 운을 따라(次張進士弼文)
想應風範玉壺淸     생각해 보면 그 풍모 옥호玉壺121)처럼 맑아
更倚朱欄待月明     붉은 난간에 또 기대어 밝은 달 기다렸지
三笑別來今已久     삼소三笑의 이별122)도 이젠 오래전 일인데
虎溪流水尙含情     호계虎溪에 흐르는 물은 아직도 옛정 그대로라오.
이만추 진사의 운을 따라원운 첨부(次李進士萬秋附原韻)
荊州曾未識仙容     신선의 용모인 형주荊州를 여태 모르고 지내다가123)
此日龍門喜見蹤     오늘 용문龍門에서 기쁘게도 발자취를 보았지
喚鶴看庵投虎錫     학을 불러 암자 둘러보고는 호석虎錫124)을 던져
夕陽飛下白雲峯     석양빛에 백운봉을 날아서 내려오셨네.
원운
曾見淸篇未見容     일찍이 청아한 시편만 보고 직접 뵙지 못하다가
香爐昨夜訪仙蹤     향로봉으로 어젯밤 신선의 자취를 찾아갔지요
浮雲出峀無心返     뜬구름 산굴에서 나왔다 무심히 돌아가기에
追上龍門望碧峯     용문으로 쫓아 올라가 푸른 봉우리 바라봅니다.
장난삼아 허영에게 보이다125)(戱示虛影)
石屋淵源流太古     돌집126)에서 솟은 깊은 샘물 태고의 세월127)을 흘러
幻庵龜谷碧溪聲     허깨비 암자128) 거북 골짜기129)에 푸른 시냇물130) 소리
芙蓉峯下淸虛月     연꽃 봉우리131) 아래엔 맑고 허허로운 달님132)
虛靜堂前虛影明     텅 비고 고요한 집133) 앞에 빈 그림자134) 밝구나.
삼가 청허당의 운을 따라(敬次淸虛堂韻)
登階大士冲天鵠     등계 대사登階大士135) 고니처럼 하늘을 가르니
滿地兒孫聚族雞     방방곡곡에 자손들 닭 떼처럼 모였네
末葉高風重欲振     끝자락 후손 높은 풍도를 다시 떨치고 싶지만
文章道德仰難齊     문장과 도덕 아무리 우러러도 같기가 어려워라.
창파자 취원 대사께 드립니다(贈滄波子翠遠大師)
道德淵源出自高     도덕의 연원은 높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법
幾將思憶夢魂勞     그리움으로 꿈속의 혼이 몇 번이나 찾아갔던가
方知黌海滄波濶     학문의 바다 창파의 광활함을 비로소 알겠구려
倘得宗風作巨濤     종풍 일으켜 큰 파도 한번 일으켜 주셨으면.
독조 쌍침에게 보내다(寄獨照雙琛)
君去春山問幾秋     봄 산에 그대 떠나고 몇 번째 가을인가
空林 [1] 鶴已多愁     텅 빈 숲 속 원숭이와 학136) 수심도 많아
石牕晴月相思夢     석창 밝은 달빛에 그대 그리다 꿈꾸면
長入龍門寺裏游     늘 용문으로 들어가 절에서 노닌다네.
묘향산 비로봉(香山毘盧峯)

009_0498_c_01L寄尹仲晦文化衙客

009_0498_c_02L
病蟄岩叢不出關閑情多在別離間

009_0498_c_03L禪林昨夜春風起忽憶詩仙望遠山

009_0498_c_04L次張進士弼文

009_0498_c_05L
想應風範玉壺淸更倚朱欄待月明

009_0498_c_06L三笑別來今已久虎溪流水尙含情

009_0498_c_07L次李進士萬秋附原韻

009_0498_c_08L
荊州曾未識仙容此日龍門喜見蹤

009_0498_c_09L喚鶴看庵投虎錫夕陽飛下白雲峯

009_0498_c_10L[原韻]
曾見淸篇未見容香爐昨夜訪仙蹤

009_0498_c_11L浮雲出峀無心返追上龍門望碧峯

009_0498_c_12L戱示虛影

009_0498_c_13L
石屋淵源流太古幻庵龜谷碧溪聲

009_0498_c_14L芙蓉峯下淸虛月虛靜堂前虛影明

009_0498_c_15L敬次淸虛堂韻

009_0498_c_16L
登階大士冲天鵠滿地兒孫聚族雞

009_0498_c_17L末葉高風重欲振文章道德仰難齊

009_0498_c_18L贈滄波子翠遠大師

009_0498_c_19L
道德淵源出自高幾將思憶夢魂勞

009_0498_c_20L方知黌海滄波濶倘得宗風作巨濤

009_0498_c_21L寄獨照雙琛

009_0498_c_22L
君去春山問幾秋空林 [5] 鶴已多愁

009_0498_c_23L石牕晴月相思夢長入龍門寺裏游

009_0498_c_24L香山毘盧峯

009_0499_a_01L
白日香山霽雪新     대낮의 묘향산 눈 개이니 새롭구나
半空層出玉嶙峋     반공에 층층이 솟은 옥 봉우리
依然億丈毘盧佛     의연하신 억 길 비로자나부처님
脫盡莊嚴獨露眞     온갖 장엄 다 버리고 진여만 드러냈네.
섣달그믐에 화초를 만들며 권하는 게송(分歲造花草勸偈)
北禪露地烹牛白     노지에서 백우白牛를 삶는 것137)이 북방의 선138)
西祖寒潭點月淸     차가운 못에 찍힌 청아한 달은 서산 조사139)
今我歲分造何物     지금의 나는 섣달그믐에 무엇을 만드나
菩提枝上覺花情     보리수 가지 위에 깨달음이란 마음의 꽃.
옛 절 법홍사나옹140) 도량(法弘古寺懶翁道塲)
石爛松枯不記時     부서진 돌 말라 버린 소나무, 언제 이리 되었을까
僧殘寺廢益悽其     스님들 흩어지고 절마저 폐허가 되니 더욱 처량해
當日仙翁去何處     그날의 선옹께서는 어디로 가셨을까
寒蟬聲送夕陽枝     석양 나뭇가지에 철지난 매미 소리만.
만경대에 올라호남 전주 땅에 있다.(登萬景臺在湖南全州地)
萬景登吟又一塵     만경대 올라 시 읊자니 또 한 가지 번뇌
依然日暮客愁新     늘 그렇게 지는 해에 새삼스런 나그네 시름
白雲天末家山遠     흰 구름 저 하늘 끝 아득한 고향 산
幾憶高堂鶴髮親     고당에 계신 백발의 부모님 얼마나 그리운지.
몰량 대사께 올립니다(奉沒量大師)
黌海汪洋蠡莫測     드넓은 학문의 바다 좀벌레가 측량할 수 없고
義天寥廓管難窺     탁 트인 의리의 하늘 대롱으로 엿보기 어렵군요
雕虫小技將何用     조충彫蟲의 보잘것없는 기예141) 어디에 쓰겠습니까
慚愧大人偃健儀     대인의 당당한 위의에 그저 부끄럽습니다.
벽허142) 대사께 올립니다선사의 호를 일설에는 사봉이라 한다.(奉碧虛大師先師號一曰沙峯)
身逐心生豊體度     마음 따라 몸도 생겨나 풍성한 체도體度143)
德因才大播聲名     재주 따라 덕도 커져 파다한 명성
能令月渚暝烟夕     월저月渚마저 어둠에 가둔 저녁연기에도
高柱沙峯落照明     높다란 기둥 사봉沙峯은 낙조에 밝도다.
천수암天授庵
數疊靑山一境幽     첩첩 청산에 그윽한 한 경계
桃花流水去悠悠     복사꽃 흐르는 물에 유유히 떠간다
人間逈阻塵喧靜     인간세계 뚝 떨어져 풍진의 소란 고요한 곳
天授高僧物外遊     하늘이 고승에게 주어 세상 밖에서 놀라 하셨네.
가뭄(旱)
農夫耘望登秋     농부는 김매며 가을이 오기만 바랐는데
旱魃驕陽白死愁     한발旱魃144)의 따가운 땡볕에 타 죽는 슬픔
山枯川渴海欲▣     산도 시내도 마르고 바다마저 ▣
▣▣▣▣▣▣流     ▣▣▣▣▣▣ 흐른다.
비(雨)

009_0499_a_01L
白日香山霽雪新半空層出玉嶙峋

009_0499_a_02L依然億丈毘盧佛脫盡莊嚴獨露眞

009_0499_a_03L分歲造花草勸偈

009_0499_a_04L
北禪露地烹牛白西祖寒潭點月淸

009_0499_a_05L今我歲分造何物菩提枝上覺花情

009_0499_a_06L法弘古寺懶翁道塲

009_0499_a_07L
石爛松枯不記時僧殘寺廢益悽其

009_0499_a_08L當日仙翁去何處寒蟬聲送夕陽枝

009_0499_a_09L登萬景臺在湖南全州地

009_0499_a_10L
萬景登吟又一塵依然日暮客愁新

009_0499_a_11L白雲天末家山遠幾憶高堂鶴髮親

009_0499_a_12L奉沒量大師

009_0499_a_13L
黌海汪洋蠡莫測義天寥廓管難窺

009_0499_a_14L雕虫小技將何用慚愧大人偃健儀

009_0499_a_15L奉碧虛大師先師號一曰沙峯

009_0499_a_16L
身逐心生豊體度德因才大播聲名

009_0499_a_17L能令月渚暝烟夕高柱沙峯落照明

009_0499_a_18L天授庵

009_0499_a_19L
數疊靑山一境幽桃花流水去悠悠

009_0499_a_20L人間逈阻塵喧靜天授高僧物外遊

009_0499_a_21L

009_0499_a_22L
農夫耘望登秋旱魃驕陽白死愁

009_0499_a_23L山枯川渴海欲▣▣▣▣▣▣▣流

009_0499_a_24L

009_0499_b_01L
廉纎霡霂普滋晴     보슬보슬 가랑비 흠뻑 적시고 개이자
蛙號鷰忙▣▣▣     개구리 울고 제비들 바쁜 ▣▣▣
▣▣▣▣▣▣足     ▣▣▣▣▣▣ 충분해
野老謳歌百穀榮     촌 늙은이 구가謳歌145) 소리에 백곡이 영근다.
‘소상팔경瀟湘八景’146)을 차운하여(瀟湘八景次韻)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鴈行高處椘天寬     기러기 행렬 높은 곳에 드넓은 초나라 하늘
湖水溶溶去不還     호수의 물은 넘실넘실 가고 돌아오지 않네
此夜誰家吹鐵笛     이 밤에 뉘 집에서 쇠 피리147)를 부는 걸까
最宜秋月照君山     가장 좋기론 가을 달이 군산君山148)을 비출 때.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瀟湘夜雨)
夜雨霏霏斑竹枝     부슬부슬 밤비에 얼룩진 대나무 가지149)
聲聲哀似舜妃悲     애절한 그 소리소리 순비舜妃150)의 슬픔인 듯
扁舟孤客祠前泊     일엽편주 외로운 나그네 사당 앞에 정박하고
[1] 盡寒燈費慮時     심지 다 탄 찬 등불 앞에서 생각만 허비할 때.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平沙落鴈)
海闊天長日已斜     광활한 바다 긴 하늘에 해는 벌써 기울고
數行征鴈響蘆花     줄지어 날던 기러기 떼 갈대밭에서 우네
乘風飛過衡陽下     바람 타고 날아서 형양衡陽151)으로 내려갔다가
更向平湖落岸沙     다시 반반한 호숫가 모래밭에 내려앉는다.
먼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遠浦歸帆)
蒼茫湖水遠連天     창망한 호수 저 멀리 하늘에 닿고
欸乃一聲隔岸傳     언덕 너머 들려오는 뱃노래152) 한 자락
日暮西風吹又急     해 지고 서쪽 바람 거세게 불어오니
片帆飛過落霞邊     지는 노을 가에 날아가는 돛단배.
어촌의 낙조(漁村落照)
秋晩江村岸葉稀     가을 깊은 강촌 언덕엔 나뭇잎도 드물고
海門殘照遠依依     해문海門153)에 시드는 햇살만 멀리 하늘하늘
腥烟欲暝寒潮落     비릿한 연기 어둑하고 차가운 조수 빠지자
短髮漁翁荷釣歸     짧은 머리의 늙은 어부 낚싯대 메고 돌아온다.
안개 낀 절의 저녁 종소리(烟寺暮鍾)
澹澹秋天日欲曛     담박한 가을 하늘에 해가 저물자
蒼蒼松翠帶烟氛     창창한 푸른 소나무 안개를 두른다
衲僧尋寺飛笻處     납승이 절을 찾아 지팡이를 날리는 곳
嘐喨鍾聲出白雲     흰 구름에서 흘러나오는 크고 맑은 종소리.
저물녘에 내리는 강천의 눈(江天暮雪)
凍雲垂地暗漁船     언 구름 땅에 드리워 어선을 가리고
雪放光明已暮天     눈발이 빛을 뿜으니 이미 저문 하늘

009_0499_b_01L
廉纎霡霂普滋晴蛙號鷰忙▣▣▣

009_0499_b_02L▣▣▣▣▣▣足野老謳歌百穀榮

009_0499_b_03L

009_0499_b_04L瀟湘八景次韻

009_0499_b_05L洞庭秋月

009_0499_b_06L
鴈行高處椘天寬湖水溶溶去不還

009_0499_b_07L此夜誰家吹鐵笛最宜秋月照君山

009_0499_b_08L瀟湘夜雨

009_0499_b_09L
夜雨霏霏斑竹枝聲聲哀似舜妃悲

009_0499_b_10L扁舟孤客祠前泊 [6] 盡寒燈費慮時

009_0499_b_11L平沙落鴈

009_0499_b_12L
海闊天長日已斜䫫行征鴈響蘆花

009_0499_b_13L乘風飛過衡陽下更向平湖落岸沙

009_0499_b_14L遠浦歸帆

009_0499_b_15L
蒼茫湖水遠連天欸乃一聲隔岸傳

009_0499_b_16L日暮西風吹又急片帆飛過落霞邊

009_0499_b_17L漁村落照

009_0499_b_18L
秋晩江村岸葉稀海門殘照遠依依

009_0499_b_19L腥烟欲暝寒潮落短髮漁翁荷釣歸

009_0499_b_20L烟寺暮鍾

009_0499_b_21L
澹澹秋天日欲曛蒼蒼松翠帶烟氛

009_0499_b_22L衲僧尋寺飛笻處嘐喨鍾聲出白雲

009_0499_b_23L江天暮雪

009_0499_b_24L
凍雲垂地暗漁船雪放光明已暮天

009_0499_c_01L倘使孫康逢此景     혹 손강孫康154)이 이 광경을 만났다면
讀書連夜破韋篇     독서로 밤새우다 가죽끈 끊어지리.
산시山市,155) 맑은 아지랑이(山市晴嵐)
雨後晴嵐起遠林     비 온 후 맑은 아지랑이 먼 숲에 피어오르니
樓臺隱映翠微深     산기슭 깊은 곳에 은은히 비치는 누대
徘徊一抹隨風去     배회하다 한순간 바람 따라 사라지니
天外羣峯面面陰     하늘 밖 뭇 봉우리 얼굴마다 그늘일세.
‘평원십영平遠十詠’156)을 차운하여(平遠十詠次韻)
가을 호수에 어지러운 돛단배(秋湖亂帆)
潦盡秋湖㶑灔光     장마 끝난 가을 호수에 찰랑거리는 빛
海門平闊即滄浪     반반하고 탁 트인 해문에는 곧 푸른 물결
一邊踈雨寒烟外     그 끝 성근 비 뿌리는 차가운 안개 너머
簇簇蒲帆亂夕陽     총총한 부들 돛 석양에 어지럽다.
달 밝은 산의 맑은 아지랑이(月山晴靄)
數峯爭出揷天靑     다투듯 솟은 수많은 봉우리 푸른 하늘에 꽂히고
瑞翬 [1] 初升活畫屏     상서로운 달님 막 떠오르자 살아나는 그림 병풍
爽射晴光金闕冷     상쾌하게 비추는 맑은 빛에 황금 궁궐 서늘하고
玉欄珠箔影中庭     옥난간의 구슬주렴 그 그림자 가득한 뜰.
서강의 고기잡이 불빛(西江漁火)
水滿平湖長鱖鱸     물 그득한 반반한 호수에 줄지은 쏘가리며 농어
戱晴爭 [2] 動萍蕪     맑은 물 희롱하며 서로 뻐끔뻐끔 마름을 흔드네
夜深寂曆 [3] 秋江岸     밤은 깊어 적막이 감도는 가을 강 언덕에서
數點篝燈映白榆     몇 점의 구등篝燈157) 불빛 흰 느릅나무158) 비춘다.
북산의 나무꾼 노래(北山樵唱)
繁霜刻削亂峯秋     된서리가 깎고 다듬어 가을 깊은 뭇 봉우리
葉落踈林谷口幽     잎 지고 성글어진 숲에 그윽한 골짜기 입구
日暮前村紅欲歛 [1]      해 지는 앞마을에 붉은 노을 가시려는데
樵歌晩唱北山頭     나무꾼의 저녁 노래 북산에서 들려온다.
쌍지의 연꽃159)(雙池菡萏)
雙池菡萏正芬芳     두 연못의 연꽃 진정 향기로워라
碧葉田田浴水香     무성한 푸른 잎은 향수로 씻은 듯
淸曉寢邊潭月白     맑은 새벽 침상 곁엔 못 속의 하얀 달님
滿塘風露襲衣凉     바람과 이슬 둑에 가득해 옷에 스미는 서늘함.
물가 양 언덕의 갈대꽃(兩渚蘆花)
霜風初動海天遒     하늘과 바다에 서릿바람 불어오자
兩岸蘆花一色秋     두 언덕의 갈대꽃이 온통 가을빛
橫笛數聲江月白     몇 자락 피리 소리에 강에는 달이 휘영청
汀洲驚起宿沙鷗     물가에는 놀라서 깬 잠자던 모래밭 갈매기.
매화 동산의 새벽달(梅園曉月)

009_0499_c_01L倘使孫康逢此景讀書連夜破韋篇

009_0499_c_02L山市晴嵐

009_0499_c_03L
雨後晴嵐起遠林樓臺隱映翠微深

009_0499_c_04L徘徊一抹隨風去天外羣峯面面陰

009_0499_c_05L

009_0499_c_06L平遠十詠次韻

009_0499_c_07L秋湖亂帆

009_0499_c_08L
潦盡秋湖㶑灔光海門平闊即滄浪

009_0499_c_09L一邊踈雨寒烟外簇簇蒲帆亂夕陽

009_0499_c_10L月山晴靄

009_0499_c_11L
數峯爭出揷天靑瑞翬初升活畫屏

009_0499_c_12L爽射晴光金闕冷玉欄珠箔影中庭

009_0499_c_13L西江漁火

009_0499_c_14L
水滿平湖長鱖鱸戱晴爭 [7] 動萍蕪

009_0499_c_15L夜深寂曆 [8] 秋江岸數點篝燈映白榆

009_0499_c_16L北山樵唱

009_0499_c_17L
繁霜刻削亂峯秋葉落踈林谷口幽

009_0499_c_18L日暮前村紅欲歛 [9] 樵歌晩唱北山頭

009_0499_c_19L雙池菡萏

009_0499_c_20L
雙池菡萏正芬芳碧葉田田浴水香

009_0499_c_21L淸曉寢邊潭月白滿溏風露襲衣凉

009_0499_c_22L兩渚蘆花

009_0499_c_23L
霜風初動海天遒兩岸蘆花一色秋

009_0499_c_24L橫笛數聲江月白汀洲驚起宿沙鷗

009_0499_c_25L梅園曉月

009_0500_a_01L
玲瓏冷蘂曉䆫新     영롱하고 찬 꽃술 새벽 창에 새로워라
瘦影橫斜磵水濱     개울가에 비스듬히 기운 여윈 그림자160)
惆悵西湖高士死     슬프구나, 서호西湖의 고사高士161)는 가시고
崢嶸月色故園春     달빛만 우뚝한 옛 동산의 봄.
대숲 길의 맑은 바람(竹逕淸風)
竹瘦苔深一逕迷     대나무 여의고 이끼 무성해 미로가 된 오솔길
曲通幽谷碧巖西     벽암 서쪽 그윽한 골짜기로 구불구불 통하네
淸風搖翠生長嘯     맑은 바람 푸른빛 흔들자 긴 휘파람 소리
疑是孫登隱此棲     아마도 손등孫登162)이 이곳에 숨었나 보다.
송만의 낙조(松巒落照)
松巒蒼翠接天盤     소나무 산의 푸른빛 하늘에 맞닿아 둥글고
萬壑陰陰暝色寒     만 골짜기 그늘도 짙어 어둑한 빛 차갑네
宿鳥亂飛相聚噪     잠자러 온 새들 분주히 날며 떼 지어 떠들기에
移時矯首倚簷看     한참 동안 고개를 들고 처마에 기대 바라본다.
버드나무 거리에 날리는 개지(柳巷飛絮)
嫋嫋長條一巷斜     간들간들 긴 가지 한 거리에 늘어지자
春風飄拂白綿花     봄바람이 표표히 불어 하얀 목화를 터네
[1] 橋幾度人相別     파교灞橋163)에서 몇 차례나 서로 이별했던가
只使黃鸝喚物華     그저 꾀꼬리 시켜 화사한 풍경 불러온다.
제일봉을 오르다 해가 저물어 중봉사에서 자고 몽점夢占164)을 치다(上第一峯日暮宿中峯夢占)
夜夢龍顏奉拜前     어젯밤 꿈엔 용안을 받들어 그 앞에 예배하고
幸承金諾上華筵     다행히 황금 같은 허락165) 얻어 화연華筵166)에 올랐지
覺來身在中峯寺     허나 깨어 보니 중봉사에 있는 몸
可占雲開見日天     구름 걷히고 해 보리란 걸 점칠 수 있겠네.
꿈속에서 성주를 찬양하다(夢中讃聖主)
[1]
始克纉承覇業弘     시종일관167) 드넓은 패업을 잇고 계승하시니
非龍非虎可相逢     용도 호랑이도 아닌 자168) 만날 수 있으리다
君臣聖代時將至     군신이 화평한 태평성대 시절 장차 이르리니
忠輔吾王效太公     우리 임금 충정으로 보필해 태공太公을 본받으리.

[2]
羣臣爲國各忘形     여러 신하들 나라 위해 제각기 몸을 잊고서
上輔君王下理氓     위로 군왕 보필하고 아래로 백성 다스리네
太平聖代因今日     태평성대가 오늘부터 시작되리니
豈獨成康久措刑     어찌 성강成康169)만 오래도록 형벌을 폐지하리오.
생일날 자모慈母의 교훈을 기록하다경술년(1670) 사월 초파일이 생신이다. 태어난 해는 부자夫子와 같고 날짜는 세존과 같다.(生辰記慈母敎訓生辰即庚戌四月初八日也。 年同夫子。 日若世尊。)
夢見飛龍感有娠     용이 날아오르는 태몽을 꾸고 임신하여
今宵分產被袈身     오늘 밤 아이 낳아 가사를 입히셨지
別炊勸飰摩頭語     따로 밥 지어 먹으라시며 쓰다듬고 하신 말
早學須爲上大人     일찍부터 배워 꼭 상대인上大人이 되어라.
봄눈3월 27일에 큰 눈보라가 쳤다.(春雪三月二十七日大雪飄風)

009_0500_a_01L
玲瓏冷蘂曉䆫新瘦影橫斜磵水濱

009_0500_a_02L惆悵西湖高士死崢嶸月色故園春

009_0500_a_03L竹逕清風

009_0500_a_04L
竹瘦苔深一逕迷曲通幽谷碧巖西

009_0500_a_05L淸風搖翠生長嘯疑是孫登隱此棲

009_0500_a_06L松巒落照

009_0500_a_07L
松巒蒼翠接天盤萬壑陰陰暝色寒

009_0500_a_08L宿鳥亂飛相聚噪移時矯首倚簷看

009_0500_a_09L柳巷飛絮

009_0500_a_10L
嫋嫋長條一巷斜春風飄拂白綿花

009_0500_a_11L㶚橋幾度人相別只使黃鸝喚物華

009_0500_a_12L上第一峯日暮宿中峯夢占

009_0500_a_13L
夜夢龍顏奉拜前幸承金諾上華筵

009_0500_a_14L覺來身在中峯寺可占雲開見日天

009_0500_a_15L夢中讃聖主

009_0500_a_16L
始克纉承覇業弘非龍非虎可相逢

009_0500_a_17L君臣聖代時將至忠輔吾王效太公(一)

009_0500_a_18L羣臣爲國各忘形上輔君王下理氓

009_0500_a_19L太平聖代因今日豈獨成康久措刑(二)

009_0500_a_20L生辰記慈母敎訓生辰即庚戌四月初八
日也年同夫子日若
009_0500_a_21L

009_0500_a_22L
夢見飛龍感有娠今宵分產被袈身

009_0500_a_23L別炊勸飰摩頭語早學須爲上大人

009_0500_a_24L春雪三月二十七日大雪飄風

009_0500_b_01L
三月每看花爛熳     삼월이면 꽃이 흐드러진 걸 늘 보곤 했는데
今何風雪亂林吹     올해는 왜 눈보라가 온 숲을 헤집는 걸까
也應仙苑嫌春晩     분명 신선 동산에 봄이 저무는 게 싫어
變作銀華玉葉枝     은 꽃에 옥 잎과 가지로 변화시킨 거겠지.
자응170)의 운을 따라(次慈應韻)
[1]
浮雲流水情無着     뜬구름 흐르는 물처럼 집착 없는 마음
秋月春風興自張     가을 달 봄바람에 흥은 절로 늘어져
獨倚淸虛堂上枕     맑고 텅 빈 집171) 베개에 홀로 기대
金文閑把送斜陽     한가롭게 경전 읽으며 석양을 보낸다.

[2]
一鉢行裝到底空     발우 하나뿐인 행장 밑바닥까지 휑하고
老婆心客喜相從     노파심으로 나그네와 흔쾌히 어울리시네
仙厨已鑄金鐺在     신선의 부엌엔 이미 주조한 황금 솥이 있어
白石通宵煮作供     하얀 조약돌172) 밤새 구워 공양 올리시네.
잡체14편 모두 옛 글을 본뜬 것이지만 번거로워 기재하지는 않는다.(雜體十四皆效古製而煩不書效)
양관체173)로 산중의 묘한 향기를 찬탄하다(陽關體讃山中妙香)
四時長翠色芬芳     사시사철 늘 푸른빛 빛깔마다 향기롭고
正若仙宮嫩桂昌     신선의 궁전처럼 예쁜 계수나무도 무성
遊人翫取山中妙     노니는 사람 산중의 묘함 맘껏 즐기나니
遙訪金剛無此香     멀리 금강산 찾아가도 이 향기는 없으리.
황산곡174)체로 고향으로 가는 혜원을 송별하다(黃山谷體送惠遠之故鄕)
遠師今去我鄕關     혜원 스님 이제 떠나네, 내 고향으로
到處逢人相拜間     도착해 사람 만나거든 인사하는 틈에
叉手殷勤報問安     차수하고 은근히 문안이나 여쭤 주오.
회문체175)로 묘향산에 제하다(回文體題香山)
長天碧豁眼高望     탁 트인 파란 하늘 높이 바라보니
上下層分庵子堂     위층 아래층으로 나뉜 암자의 당
凉壑夜聲川聒聒     서늘한 계곡에는 한밤의 소리, 시내는 콸콸
照䆫寒影月蒼蒼     창을 비추는 차가운 그림자, 달빛은 창창
光開玉處收雲白     얼굴 내민 달님 곁엔 거둬진 구름 하얗고
色散金時落葉黃     빛깔 바랜 가을철이라 떨어진 잎은 누런색
忘却世間人事萬     세간의 만 가지 인간사 모두 잊어버리고
狂遊浪踏遍山香     온 산의 향기 두루 밟으며 미친 듯이 노니노라.
무산일단운체176)로 금강산에 제하다(巫山一段雲體題金剛山)
望中大海平       한눈에 들어오는 판판한 대해
足下千峯列       발아래 늘어선 일천 봉우리
老木几如人立殺     안석 같고 사람이 선 것 같은 노목에
奇巖白勝雪       눈보다 하얀 기이한 바위
嶽露華嚴形       산악은 화엄의 모습 드러내고
溪含般若說       개울은 반야의 설법 머금었네

009_0500_b_01L
三月每看花爛熳今何風雪亂林吹

009_0500_b_02L也應仙苑嫌春晩變作銀華玉葉枝

009_0500_b_03L次慈應韻

009_0500_b_04L
浮雲流水情無着秋月春風興自張

009_0500_b_05L獨倚淸虛堂上枕金文閑把送斜陽(一)

009_0500_b_06L一鉢行裝到底空老婆心客喜相從

009_0500_b_07L仙厨已鑄金鐺在白石通宵煮作供(二)

009_0500_b_08L

009_0500_b_09L雜體十四皆效古製而煩不書效

009_0500_b_10L陽關體讃山中妙香

009_0500_b_11L
四時長翠色芬芳正若仙宮嫩桂昌

009_0500_b_12L遊人翫取山中妙遙訪金剛無此香

009_0500_b_13L黃山谷體送惠遠之故鄕

009_0500_b_14L
遠師今去我鄕關到處逢人相拜間

009_0500_b_15L叉手殷勤報問安

009_0500_b_16L回文體題香山

009_0500_b_17L
長天碧豁眼高望上下層分庵子堂

009_0500_b_18L凉壑夜聲川聒聒照䆫寒影月蒼蒼

009_0500_b_19L光開玉處收雲白色散金時落葉黃

009_0500_b_20L忘却世間人事萬狂遊浪踏遍山香

009_0500_b_21L巫山一段雲體題金剛山

009_0500_b_22L
望中大海平足下千峯列

009_0500_b_23L老木几如人立殺奇巖白勝雪

009_0500_b_24L嶽露華嚴形溪含般若說

009_0500_c_01L於玆認得曇無竭     여기에서 담무갈曇無竭177)을 알아차린다면
頭頭本寂滅       두두 물물이 본래 적멸이리라.
옥련환체178)로 문도들에게 권면하다(玉連環體勸同徒)
一住香山寺       묘향산 절에 일단 머물렀으면
寸陰皆有情       촌음마다 온 마음을 다하라
靑春勤學者       청춘 시절 배움에 힘쓴 자
白首做功名       늙어서 공명을 이루리라
口誦尋仙誌       신선을 탐방한 기록 입으로 낭송하고
心行向道誠       도를 향하는 정성 마음으로 행하여
成人仍作佛       사람이 되고 또 부처가 되어야지
弗費力長生       장생長生에 힘을 허비하지는 말라.
동파체179)東坡體
堂雲          오두막에는 구름
路苔緣色字         길에는 이끼초록색 글자
欄望          난간에서 바라보니
陽催          석양이 재촉하네.

草堂高接白雲隈     오두막은 높이 흰 구름 가에 닿고
小路中開長綠苔     오솔길 한가운데 기다란 초록 이끼
病脚倚欄回首望     병든 다리로 난간에 기대 고개 돌려 바라보니
斜陽西下遠山催     기우는 햇살 서쪽 아래로 먼 산이 재촉하네.
소로小路는 세로細路라 해도 된다. 小路亦可細路
측입체4구 모두 (첫 글자에) 측성의 입성을 사용했다.(側入體四句皆用側入)
古寺客來絶       오래된 절에 나그네 발길 끊어지고
松扉常掩堂       소나무 빗장 항상 닫혀 있는 오두막
萬壑欝盤渦       온 골짜기에는 빙빙 도는 소용돌이
巖泉淸冽香       바위틈 샘물에는 맑고 차가운 향기
一鳥不鳴樹       새 한 마리 울지 않는 나무
孤僧閑臥牀       외로운 승려 한가롭게 누운 침상
指馬永岑寂       손가락과 말180) 길이 고요해
煩塵心忽忘       객진 번뇌 마음에서 홀연히 잊었네.
굴곡체屈曲體
扁舟橫截滄海瀰     일엽편주 가로지르는 창해는 드넓고
風殘洲渚帆影遲     바람 잦은 모래톱엔 돛 그림자 느릿느릿
白鷗浮水雪黏鏡     물에 뜬 흰 갈매기는 거울에 붙은 눈
黃鳥穿柳金懸絲     버드나무 헤집는 꾀꼬리는 줄에 매달린 황금
怒浪萬頃綠烟外     초록빛 안개 너머엔 성난 파도 만 이랑
漁歌一曲紅蓼湄     붉은 여뀌 물가엔 어부의 노래 한 자락
茫茫天際日欲暮     망망한 하늘 끝에 해가 저물려 하니
遠鄕客子懷更悲     먼 고향 나그네 심정 다시 슬퍼지네.
요체抝體

009_0500_c_01L於玆認得曇無竭頭頭本寂滅

009_0500_c_02L玉連環體勸同徒

009_0500_c_03L
一住香山寺寸陰皆有情

009_0500_c_04L靑春勤學者白首做功名

009_0500_c_05L口誦尋仙誌心行向道誠

009_0500_c_06L成人仍作佛弗費力長生

009_0500_c_07L東坡體

009_0500_c_08L
1)堂雲路苔緣色
欄望陽催

009_0500_c_09L草堂高接白雲隈小路中開長綠苔

009_0500_c_10L病脚倚欄回首望斜陽西下遠山催


009_0500_c_11L亦可
細路

009_0500_c_12L側入體四句皆用側入

009_0500_c_13L
古寺客來絕松扉常掩堂

009_0500_c_14L萬壑鬱盤渦巖泉淸冽香

009_0500_c_15L一鳥不鳴樹孤僧閑臥牀

009_0500_c_16L指馬永岑寂煩塵心忽忘

009_0500_c_17L屈曲體

009_0500_c_18L
扁舟橫截滄海瀰風殘洲渚帆影遲

009_0500_c_19L白鷗浮水雪黏鏡黃鳥穿柳金懸絲

009_0500_c_20L怒浪萬頃綠烟外漁歌一曲紅蓼湄

009_0500_c_21L茫茫天際日欲暮遠鄕客子懷更悲

009_0500_c_22L抝體

009_0500_c_23L「堂雲路苔欄望陽催」之韻字底本作各各異

009_0500_c_24L體{編}

009_0501_a_01L
[1]
臨海庵登已夕暉     바닷가 암자에 오르니 이미 석양빛
白蘋寒渚蘆花飛     흰 마름 뜬 차가운 물가에 흩날리는 갈대꽃
秋風水國鴈初落     가을바람 부는 수국水國181)에 기러기 처음 내려앉고
暮雨石門僧獨歸     저녁 비 내리는 석문石門182)으로 승려 홀로 돌아가네
野渡潮生岸灧灧     들판 나루에는 조수가 일어 언덕이 일렁일렁
沙汀烟暝林依依     모래밭엔 안개가 짙어 숲이 아른아른
紅塵萬事杳如夢     홍진 같은 세상만사 꿈처럼 아득해
自此人間忘是非     이로부터 인간 세상 시시비비 잊는다.

[2]
江干野寺斜陽暉     강변 시골 절에 석양이 기울고
紅蓼白蘋踈雨飛     붉은 여뀌 흰 마름에 성근 비 날리는데
杳杳雲邊一鴈去     아득한 구름 가로 외기러기 떠나가고
茫茫天際孤帆歸     망망한 하늘 끝에 외로운 돛단배 돌아온다
心如秋水有何累     가을 강물 같은 마음 무슨 얽매임 있으랴
身逐浮萍無所依     부평초 좇는 이내 몸 의지할 곳 없어라
百慮萬機都脫畧     백 생각 만 가지 일 모두 벗어 던지니
不知是是而非非     옳은지도 그른지도 내사 모르겠네.
일이언체로 안곡에게 보내다한 글자에서 열 글자까지(一二言體寄安谷一言至十言)
依           아련하고 
俙           희미하네 
道體          도체道體도
禪衣          선의禪衣도
要相見         보고 싶어 하면서도
恨長違         늘 어긋나 서운하기만
一別久別        한번 이별이 긴긴 이별이 되어
言歸未歸        돌아온다 하고선 돌아오지 않으니
十年雲水隔       십 년 세월을 구름과 강에 막혀
千里夢魂飛       천 리 길 꿈속에서 혼만 날아다녔구려
關外遠離鶴態      관문 너머로 학의 자태를 멀리 이별하고
山中獨閉松扉      산중에서 홀로 소나무 빗장을 닫고서는
禪心却向人情薄     마음이 선정에 잠기자 도리어 사람을 향한 정 얕아지고
道念翻爲世事微     일념으로 도를 구하자 오히려 세상사 보잘것없었는데
風敲九月黃花方發    바람 부는 구월이라 노란 국화 만발하고
霜落千林紅葉已稀    서리 내린 일천 숲엔 붉은 잎도 이미 드문드문
愁裏鴈聲嘐喨江天暮   수심 속 쩌렁거리는 기러기 소리에 강과 하늘이 저물고
吟邊月色依微夜枕輝   시를 읊조리는 베갯머리에 희미한 달빛만 빛나는구려
鷐風遠地相問候非攸望  바람 타고 먼 곳에서 서로 안부 묻는 것 바라지 않는다네
花雨諸天同賞春是所希  온 하늘에 꽃비 내릴 때 함께 봄을 감상하는 게 이내 소원.
수시체數詩體
一入緇門後       한번 치문緇門183)으로 들어온 뒤
便爲出家兒       곧바로 출가한 사람이 되어
二十學禪佛       스물에 선과 불법을 배우며
歷叅諸講師       여러 강사들 두루 참방하였네
三十作宗匠       서른에 종장이 되어
龍虵混拂槌       뒤엉킨 용과 뱀들 단련시키다
四十胷作痞       마흔에 가슴에 체증이 들고
又增嘔吐嘻       또 헛구역질 늘어만 갔지
五十有九歲       이제 쉰 하고도 아홉
老疚並相隨       늙음과 고질병 따라다니고
六根忽衰變       육근六根이 갑자기 쇠약해져
筋力減四肢       힘이 빠져 버린 팔다리
七識上合湛       칠식七識이 위와 합해 탐닉하고184)
聦明漠然遺       총명함 까마득히 잊어버렸으니

009_0501_a_01L
臨海庵登已夕暉白蘋寒渚蘆花飛

009_0501_a_02L秋風水國鴈初落暮雨石門僧獨歸

009_0501_a_03L野渡潮生岸灧灧沙汀烟暝林依依

009_0501_a_04L紅塵萬事杳如夢自此人間忘是非(一)

009_0501_a_05L江干野寺斜陽暉紅蓼白蘋踈雨飛

009_0501_a_06L杳杳雲邊一鴈去茫茫天際孤帆歸

009_0501_a_07L心如秋水有何累身逐浮萍無所依

009_0501_a_08L百慮萬機都脫畧不知是是而非非(二)

009_0501_a_09L一二言體寄安谷一言至十言

009_0501_a_10L
道體禪衣要相見恨長
009_0501_a_11L一別久別言歸未歸十年雲水
009_0501_a_12L千里夢魂飛關外遠離鶴態
009_0501_a_13L中獨閉松扉禪心却向人情薄道念
009_0501_a_14L翻爲世事微風敲九月黃花方發
009_0501_a_15L落千林紅葉已稀愁裏鴈聲嘐喨江天
009_0501_a_16L吟邊月色依微夜枕輝鷐風遠地相
009_0501_a_17L問候非攸望花雨諸天同賞春是所希

009_0501_a_18L數詩體

009_0501_a_19L
一入緇門後便爲出家兒

009_0501_a_20L二十學禪佛歷叅諸講師

009_0501_a_21L三十作宗匠龍虵混拂槌

009_0501_a_22L四十胷作痞又增嘔吐嘻

009_0501_a_23L五十有九歲老疚並相隨

009_0501_a_24L六根忽衰變筋力減四肢

009_0501_a_25L七識上合湛聦明漠然遺

009_0501_b_01L八萬定慧門       팔만 가지 선정과 지혜의 문을
恨未一一闚       낱낱이 엿보지 못한 것 한스럽구나
九原路不遠       구원九原185)으로 가는 길 멀지 않아
閻羅鬼來推       염라 귀신 찾아와 등을 떠밀겠지
十聲念佛願       열 번 소리 내어 불원佛願186)을 염송하며
以待命時       천명이 다할 날만 기다리노라.
건제체187)建除體
建法立宗旨       법을 세우고 종지를 수립하면
寔爲噵世師       참으로 세간을 이끄는 스승
除糞取價棄       똥을 치우고 모은 임금 버리자188)
專付家業推       가업을 전부 맡길 자로 추대되었지
滿腔善財願       뱃속 가득히 선재善財189)의 발원 담고
歷叅諸善知       여러 선지식 두루 참방하면서
平生行脚下       한평생 행각하다 보니
雙鬂白如絲       실처럼 하얗게 센 양쪽 귀밑머리
㝎巢亦不㝎       정해진 둥지마저 머물지 않고
如雲逐風吹       구름처럼 바람을 좇았지만
執拂操拔篲       불자 들고 빗자루 잡고도
愧無二空隨       이공二空190) 따른 적 없어 부끄러워라
破衲兼蔬食       떨어진 납의와 나물밥이면
寄過一世資       한평생 보내기에 충분한 밑천
危脆身何惜       위태롭고 연약한 몸 어찌 아까워하랴
切切更偲偲       간절히 충고하고 또 권면하였지191)
成功在雪芭       성공은 파릉巴陵의 은완성설銀椀盛雪192)에 있나니
佛祖豈我欺       부처와 조사가 어찌 나를 속이리오
收衣宴坐處       옷깃 여미고 고요히 좌선해 보니
講說也大癡       풀이와 설명은 너무도 어리석은 짓
開卷爲他敎       책을 펼쳐 타인을 위해 가르치는 것이
莫如自己持       자기 스스로 지키는 것만 못하기에
閉關絶諸冗       빗장 닫고 온갖 쓸데없는 짓 끊고서
一心念阿彌       한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염하노라.
연아체193)로 묘체를 훈계하다(演雅體誡妙體)
如龍脫殼在須臾     용이 허물을 벗는 일 눈 깜빡할 사이에 있으니
兎頴垂言死後圖     토끼털 붓으로 말 늘어놓는 짓 죽은 뒤에나 도모하라
雖劂虫文聯正帙     벌레 무늬를 새겨 바른 책을 엮는다 해도
莫將魚目擬明珠     생선 눈알을 가지고 진주라 여기지는 말라
無縫鴈塔眞禪語     이음새 없는 기러기 탑194)이 진실한 선종의 말씀
沒字龜碑亦聖謨     글자 없는 거북 비석이 또한 성인의 가르침
蟬蛻行裝何事事     매미 허물 같은 행장을 왜 그리 일삼는가
鶴林遺蹟本虛無     학림鶴林195)에 남기신 자취 본래 허무하나니.
다시 연아체를 읊어 묘체에게 보이다위의 잡체시는 모두 묘체가 간절히 청하기에 어쩔 수 없이 옛것을 모아 준 것이다.(更占演雅體示妙體右此雜體。 皆因妙體之勤請。 不得已鳩聚故及之。)
[1]
世上忘機海上鷗     한 세상 만사를 잊은 바다 위 갈매기
笑他蟬噪亂啁啾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저 매미 가소롭구나
文章不過遺音鳥     문장이란 새소리의 여운에 불과하고
名利眞同衣繡牛     명리名利란 소에게 입힌 비단옷과 똑같다네

009_0501_b_01L八萬定慧門恨未一一闚

009_0501_b_02L九原路不遠閻羅鬼來推

009_0501_b_03L十聲念佛願以待命

009_0501_b_04L建除體

009_0501_b_05L
建法立宗旨寔爲噵世師

009_0501_b_06L除糞取價棄專付家業推

009_0501_b_07L滿腔善財願歷叅諸善知

009_0501_b_08L平生行脚下雙鬂白如絲

009_0501_b_09L㝎巢亦不㝎如雲逐風吹

009_0501_b_10L執拂操拔篲愧無二空隨

009_0501_b_11L破衲兼蔬食寄過一世資

009_0501_b_12L危脆身何惜切切更偲偲

009_0501_b_13L成功在雪芭佛祖豈我欺

009_0501_b_14L收衣宴坐處講說也大癡

009_0501_b_15L開卷爲他敎莫如自己持

009_0501_b_16L閉關絕諸冗一心念阿彌

009_0501_b_17L演雅體誡妙體

009_0501_b_18L
如龍脫殼在須臾兎頴垂言死後圖

009_0501_b_19L雖劂虫文聯正帙莫將魚目擬明珠

009_0501_b_20L無縫鴈塔眞禪語沒字龜碑亦聖謨

009_0501_b_21L蟬蛻行裝何事事鶴林遺蹟本虛無

009_0501_b_22L更占演雅體示妙體右此雜體皆因妙
體之勤請不得已
009_0501_b_23L鳩聚故
及之

009_0501_b_24L
世上忘機海上鷗笑他蟬噪亂啁啾

009_0501_b_25L文章不過遺音鳥名利眞同衣繡牛

009_0501_c_01L已作蟠龍深蟄計     이미 반룡蟠龍처럼 깊이 칩거하기로 마음먹고
更無尺蠖壯伸謀     자벌레처럼 몸을 펼 생각 다시는 없었는데196)
神心蠱蝕知爲苦     독벌레가 갉아 먹듯 정신이 괴롭게 된 것은
因汝攟搜雜體鳩     그대가 잡체의 비둘기를 찾기 때문이네.

[2]
羊胛光陰應蠁㫚     양의 어깨뼈를 삶는 시간197) 초파리처럼 빠르고
鼠肝身世亦蜉蝣     생쥐의 간198) 같은 이내 신세는 또한 하루살이
縠穿雀出吾知蚤     장막을 뚫고 참새 나와 보니 나의 지식은 벼룩
燕處先尋象嶽幽     참선할 곳으로 먼저 그윽한 코끼리 산을 찾았다네.
회문체로 ‘청산공백두’의 운을 따라(回文體次靑山空白頭題韵)
悠悠恨極病胷身     유유한 설움 끝없어라 가슴에 병든 몸
坐對空山靑晩春     앉아서 텅 빈 산 마주하니 푸르른 늦봄
愁裏鏡容相見照     시름에 잠겨 거울 속 모습 서로 바라보니
頭蒙雪色老生人     머리는 눈을 뒤집어 쓴 색깔, 늙어 버린 사람.199)
동파체로 재차 짓다(東坡體再步)
生身          살아온 몸으로
閱春          봄을 보노라니
道過          길을 지나가는
慼人 [1]           근심스런 사람. 

半生翻作病胷身     인생살이 반쯤에 갑자기 가슴에 병이 든 몸
臥閱空門日永春     누워서 텅 빈 문 바라보니 햇살 늘어지는 봄
大道未成虛過際     대도大道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게 지나온 세월
細心長慼白頭人     소심해지는 마음 길이 서글퍼하는 머리 허연 사람.
장두체로 장난삼아 중악 타화 스님에게 드립니다(藏頭體戱贈中嶽妥化師)
師師恩恩背報亦亦實實定定不牢如今師師法法師師法法定定送可命必物背饋可封不師師恩恩讀周二字一間句八風古

009_0501_c_01L已作蟠龍深蟄計更無尺蠖壯伸謀

009_0501_c_02L神心蠱蝕知爲苦因汝攟搜雜體鳩(一)

009_0501_c_03L羊胛光陰應蠁㫚鼠肝身世亦蜉蝣

009_0501_c_04L穀穿雀出吾知蚤燕處先尋象嶽幽(二)

009_0501_c_05L回文體次靑山空白頭題韵

009_0501_c_06L
悠悠恨極病胷身坐對空山靑晩春

009_0501_c_07L愁裏鏡容相見照頭蒙雪色老生人

009_0501_c_08L東坡體再步

009_0501_c_09L
1)生身閱春道過慼人 [2]

009_0501_c_10L半生翻作病胷身臥閱空門日永春

009_0501_c_11L大道未成虛過際細心長慼白頭人

009_0501_c_12L藏頭體戱贈中嶽妥化師

009_0501_c_13L

009_0501_c_14L師師恩恩背報亦亦實實定定不牢如今師師法法
009_0501_c_15L師師法法定定送可命必物背饋可封不師師恩恩
009_0501_c_16L讀周二字一間句八風古
009_0501_c_17L
009_0501_c_18L
009_0501_c_19L
009_0501_c_20L
009_0501_c_21L
009_0501_c_22L
009_0501_c_23L

009_0501_c_24L「生身…慼人」八字底本字體各異{編}

009_0502_a_01L
칠언율七言律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1]
登臨楓嶽洞天虛     풍악楓嶽200) 올라 보니 허허로운 동천洞天
萬瀑奇觀雨霽初     만폭동 기이한 경관에 막 개인 비
淸磬遠傳無竭院     맑은 경쇠 소리는 멀리 담무갈의 사원 알려 주고
白雲深鎻永郞居     흰 구름은 영랑永郞201)의 거처를 깊이 닫아 버렸다
風殘夜壑松聲細     바람 잦아든 밤 골짜기에는 보드라운 솔바람 소리
月入寒庭桂影踈     달빛 젖은 차가운 뜰엔 성근 계수나무 그림자
名勝東方眞可許     동방의 명승지라고 진실로 허락할 만하니
十年塵夢一宵除     십 년 세월 어지럽던 꿈 하룻밤에 가셨노라.

[2]
雪嶽層層湧碧虛     푸른 허공으로 층층이 솟은 눈 덮인 봉우리
登臨春雨乍晴初     올라가 굽어보니 봄비가 막 개이네
白雲深處迷仙路     흰 구름 깊은 곳에 신선의 길은 어디인가
淸磬鳴時認佛居     맑은 경쇠 소리 울릴 때 부처가 사는 곳 알겠구나
萬壑松風聲浙瀝     일만 골짜기에는 솔바람 그 소리 쏴아아
一牕蘿月影扶踈     하나의 창에는 나월蘿月 그 그림자 어른어른
繩床暫讀蓮華典     승상繩床202)에 앉아 잠시 『묘법연화경』 읽노라니
桂子天香落玉除     계수나무 씨앗 하늘 나라 향기가 옥 계단에 떨어진다.
패강203)의 송별(浿江送別)
碧天嘐喨鴈聲秋     푸른 하늘에 기러기 소리 쩌렁거리는 가을
葉脫山空江水流     잎 떨어져 텅 빈 산에 강물만 흐르누나
踈雨斷烟迷遠浦     성근 비에 뜨문뜨문 안개 먼 포구는 어디인가
夕陽長笛落高樓     석양에 긴 피리 소리 높은 누각에서 떨어진다
一尊酒盡情無盡     한 동이 술 다 마시고도 정은 다하지 않고
三疊歌休恨不休     삼첩가三疊歌204) 끝나고도 아쉬움 그치지 않아
獨立蕭蕭蘆荻岸     쓸쓸한 갈대밭에 우두커니 홀로 서서
亂波千里送孤舟     험한 파도 천 리 길로 외로운 배 보내노라.
문화 아객 윤중회의 운을 따라(次文化衙客尹仲晦韻)
[1]
春雪消來澗欲溶     봄눈 녹아 시냇물은 찰찰 넘치려 하고
東風搖柳又搖松     버들도 흔들고 솔가지도 흔드는 동풍
軍門曉發呼兵角     군문에선 새벽녘 병사 깨우는 호각 소리
蕭寺昏鳴禮佛鍾     산사에선 저물녘 예불 올리는 종소리
太守已瞻天上鳳     태수께선 이미 하늘 위 봉황 뵈었는데
少郞方夢水中龍     아드님은 이제야 물속의 용을 꿈꾸네
騰雲布雨知何在     높다란 구름 비 뿌리고 어디 있는지 알겠는가
普洽餘波濺遠峯     두루 적시고 남은 물결 먼 봉우리로 흘러간다.

[2]
丰姿非獨淨如溶     훤칠한 용모일 뿐만 아니라 물처럼 맑으니
水裏靑蓮雪裏松     물속의 푸른 연꽃이요, 눈 속의 소나무라
文苑墨霑淸露月     문원文苑205)에 먹물 적시니 맑은 이슬 속 달빛
仙厨茶汲白雲鍾     선주仙厨206)에 찻물 기니 흰 구름 속 종소리
依然華表千年鶴     의연한 화표華表207)의 천년 학이요
怳若冥天五彩龍     아득한 하늘의 오색 빛깔 용인 듯
別後相思回首望     이별한 뒤 그리워 고개 돌려 바라보면
門前惟有亂山峯     문 앞에는 어지러운 산봉우리만 있겠지.

009_0502_a_01L七言律

009_0502_a_02L次金剛山韻

009_0502_a_03L
登臨楓嶽洞天虛萬瀑奇觀雨霽初

009_0502_a_04L淸磬遠傳無竭院白雲深鎻永郞居

009_0502_a_05L風殘夜壑松聲細月入寒庭桂影踈

009_0502_a_06L名勝東方眞可許十年塵夢一宵除(一)

009_0502_a_07L雪嶽層層湧碧虛登臨春雨乍晴初

009_0502_a_08L白雲深處迷仙路淸磬鳴時認佛居

009_0502_a_09L萬壑松風聲浙瀝一牕蘿月影扶踈

009_0502_a_10L繩床暫讀蓮華典桂子天香落玉除(二)

009_0502_a_11L浿江送別

009_0502_a_12L
碧天嘐喨鴈聲秋葉脫山空江水流

009_0502_a_13L踈雨斷烟迷遠浦夕陽長笛落高樓

009_0502_a_14L一尊酒盡情無盡三疊歌休恨不休

009_0502_a_15L獨立蕭蕭蘆荻岸亂波千里送孤舟

009_0502_a_16L次文化衙客尹仲晦韻

009_0502_a_17L
春雪消來澗欲溶東風搖柳又搖松

009_0502_a_18L軍門曉發呼兵角蕭寺昏鳴禮佛鍾

009_0502_a_19L太守已瞻天上鳳少郞方夢水中龍

009_0502_a_20L騰雲布雨知何在普洽餘波濺遠峯(一)

009_0502_a_21L丰姿非獨淨如溶水裏靑蓮雪裏松

009_0502_a_22L文苑墨霑淸露月仙厨茶汲白雲鍾

009_0502_a_23L依然華表千年鶴怳若冥天五彩龍

009_0502_a_24L別後相思回首望門前惟有亂山峯(二)

009_0502_b_01L
차운하여 연초208) 대사를 송별하다(次送演初大師)
洛水香山兩杳然     낙동강과 묘향산 서로 아득하기만 해
一笻歸路萬林邊     지팡이 하나로 돌아가는 길은 일만 숲 끝
門前握手仍今日     문 앞에서 손 마주잡고 오늘 이때까지
燈下論文又幾年     등불 아래 문장 논하기 또 몇 해던가
渺渺馬江遙接海     아득한 마강馬江은 멀리 바다에 닿고
蒼蒼鳥嶺遠連天     창창한 조령鳥嶺은 멀리 하늘로 이어져
勞亭話別殷勤意     노정勞亭209)에서 나눈 작별 인사 은근한 마음
令我平生夢想懸     내 평생 꿈속에서 그대를 그리게 하네.
차운하여 김세장 수재를 송별하다(次送金秀才世章)
一朝相送虎溪湄     하루아침에 서로를 보내는 호계虎溪의 물가
水亦悲鳴怨別離     물마저 슬피 울며 이별을 원망하네
香嶽三年爲客久     묘향산에서 삼 년이니 나그네살이도 오래
文城千里到家遲     문성文城까지 천 리 길이니 집까지 한참이겠지
哀鴻遠呌秋風夕     저녁 가을바람에 슬픈 기러기 멀리서 울고
瘦馬長嘶落日時     해질 무렵 파리한 말 길게 울부짖나니
慚愧塵緣猶未斷     부끄럽구나, 속세의 인연 아직도 끊지 못해
臨歧難任望天涯     갈림길 감당키 어려워 하늘가만 쳐다본다.
‘업도210)회고’를 차운하여(鄴都懷古次韻)
雄豪已盡分香焰     영웅호걸도 함께 사룬 향불도 이미 사그라지고
武畧今消橫塑 [1] 聲     무제武帝의 경략도 창을 잡고 부른 노래211)도 이젠 사라졌네
秋雨寒烟迷古渡     가을비에 차가운 안개 옛 나루는 어디던가
西風落日照空城     서쪽 바람에 지는 해만 텅 빈 성을 비춘다
靑山不語依雲暮     푸른 산은 말없이 저녁 구름에 기대고
流水長喧入海平     흐르는 물 길게 울며 평평한 바다로 들어가네
惆悵時移人事變     덧없이 변하는 인간사에 한참을 서글퍼하다
只看孤月自來明     스스로 다가와 비추는 외로운 달만 쳐다본다.
‘함양212)회고’를 차운하여(咸陽懷古次韻)
千年徃事問無憑     천년이나 지난 일 물어도 알 길 없어
風物令人百感增     덧없는 만물 사람에게 감회만 더하네
禾黍高低秦代苑     나락과 기장 높고 낮은 진나라 동산
荊榛埋沒漢時陵     가시덤불에 묻혀 버린 한나라 왕릉
萬壘空城孤照月     만리장성 텅 빈 성곽에는 외로이 뜬 달
三秋寒夜數家燈     깊어 가는 가을 싸늘한 밤에 서너 집 등불만
可憐國破英雄盡     슬프구나, 나라 망하고 영웅도 다 사라지고
唯有烟山半露層     안개 낀 산에 반쯤 드러난 봉우리만 남았네.
‘강선루’213)의 운을 따라(次降仙樓韻)
秋風杖錫訪桃源     가을바람에 석장 짚고 무릉도원 찾았더니
烟水蒼茫日欲昏     안개 물결 아득하고 해는 기웃기웃
自有壺中秦歲月     여전히 호리병 속은 진나라 세월이니
雖知世上晋乾坤     누가 알랴 바깥세상 진나라 천지란 걸214)
逶迤地勢疑凾谷     구불구불한 지세는 함곡函谷215)인가 싶고
遠近山形似孟門     멀고 가까운 산세는 맹문孟門216)과 흡사해

009_0502_b_01L次送演初大師

009_0502_b_02L
洛水香山兩杳然一笻歸路萬林邊

009_0502_b_03L門前握手仍今日燈下論文又幾年

009_0502_b_04L渺渺馬江遙接海蒼蒼鳥嶺遠連天

009_0502_b_05L勞亭話別殷勤意令我平生夢想懸

009_0502_b_06L次送金秀才世章

009_0502_b_07L
一朝相送虎溪湄水亦悲鳴怨別離

009_0502_b_08L香嶽三年爲客久文城千里到家遲

009_0502_b_09L哀鴻遠呌秋風夕瘦馬長嘶落日時

009_0502_b_10L慚愧塵緣猶未斷臨歧難任望天涯

009_0502_b_11L鄴都懷古次韻

009_0502_b_12L
雄豪已盡分香焰武畧今消橫塑 [10]

009_0502_b_13L秋雨寒烟迷古渡西風落日照空城

009_0502_b_14L靑山不語依雲暮流水長喧入海平

009_0502_b_15L惆悵時移人事變只看孤月自來明

009_0502_b_16L咸陽懷古次韻

009_0502_b_17L
千年徃事問無憑風物令人百感增

009_0502_b_18L禾黍高低秦代苑荊榛埋沒漢時陵

009_0502_b_19L萬壘空城孤照月三秋寒夜數家燈

009_0502_b_20L可憐國破英雄盡唯有烟山半露層

009_0502_b_21L次降仙樓韻

009_0502_b_22L
秋風杖錫訪桃源烟水蒼茫日欲昏

009_0502_b_23L自有壺中秦歲月雖知世上晋乾坤

009_0502_b_24L逶迤地勢疑凾谷遠近山形似孟門

009_0502_c_01L更好玉聯峯十二     더 좋은 건 옥을 펼쳐 놓은 열두 봉우리
可招雲雨椘王魂     구름과 비가 초왕의 넋이라도 부르겠네.217)
밤에 임금님과 부모님 꿈을 깬 뒤에 바로 입으로 읊다(夜夢君親破後口占)
▣▣已棄忠兼孝     ▣▣ 이미 충과 효를 저버렸고
處世何專德與才     세상 살면서 어찌 덕과 재주에 전념했다 하리오
四重有恩如海▣     네 가지 무거운 은혜218)가 바다와 같건만
三生無路報㳙埃     삼생三生에 티끌만큼도 보답할 길이 없어라
西瞻地角關山隔     서쪽으로 땅끝 우러러보지만 관산關山이 막아서고
北望天門魏▣開     북쪽으로 천문天門219) 바라보지만 위▣가 열려 있네
每恨君親親不事     임금과 부모 직접 섬기지 못한 것 늘 한스러워
夢中常自謾悲哀     꿈속에서 늘 저절로 부질없이 슬퍼하게 되네.
자응의 운을 따라(次慈應韻)
水雲何處遇鍾期     운수납자 어느 곳에서 종자기鍾子期220)를 만날까
雪曲從來和者稀     〈백설곡白雪曲〉221)엔 예로부터 화답한 자 드물었지
花落小園春寂寂     꽃 떨어진 작은 동산에 봄은 고요하고
月明孤榻夢依依     달빛 밝은 외로운 선탑엔 꿈만 하늘하늘
唯聞夜鶴驚呼院     절집에서 고함치는 한밤의 학소리만 들리고
不見山僧訪扣扉     빗장 두드리며 방문하는 산승은 보이지 않아
獨說無生忘坐地     홀로 무생을 설하며 만사 잊고 앉은 자리에
檜陰松影散淸輝     노송나무 그늘 소나무 그림자 청아한 빛 흩뿌린다.
면곡 사임의 운을 따라(次綿谷思任韻)
渠今已得大師名     그대 이제 대사라는 이름을 이미 얻었으니
不可因緣返俗情     속가로 돌아가려는 마음에 연연해서는 안 되리
玉象本同仙鶴瘦     옥 같은 모습이란 본래 수척한 신선의 학과 같지
金獅寧作野犴鳴     황금빛 사자가 어찌 들여우 울음소리를 내리오
世間萬事無非苦     세간의 온갖 일은 괴로움 아닌 것이 없으니
物外孤閑正是榮     세상 벗어나 홀로 한적하면 그것이 바로 영화
莫向繁華名利國     번화한 명예와 이익의 나라로 향하지도 말고
海棠春色殺人生     해당화 흐드러진 봄 풍경 속에서 인생을 보내라.
(옥)상(玉)象은 곧 (옥)상(玉)像이다. 옥골玉骨이란 말과 같다. 象即像也。 如云玉骨。
차운하여 강수일 진사께 보냅니다이 시가 전달되기도 전에 이미 돌아가셨다.次寄姜進士壽一此詩未達早已
漢城歸路杳無蹤     한성으로 돌아간 길 아득하고 자취조차 없어
徒望長天撫短笻     그저 긴 하늘 바라보며 짧은 지팡이 매만지면
數片白雲閑出峀     몇 조각 흰 구름 한가롭게 산굴에서 나오고
一江流水遠朝宗     한 줄기 강 흐르는 물 아득히 바다로 드는구려
想思古舘吟明月     옛 여관에서 밝은 달 읊던 일 그리워하며
獨在秋山聽暮鍾     홀로 가을 산에서 저녁 종소리 듣노라면
別恨轉深成佇立     이별의 설움 더욱 깊어져 우두커니 서게 되고
悲風當夕每生松     슬픈 바람 저녁이면 늘 솔가지에서 이는구려.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人間膏火謾煎熬     인생살이 고화膏火222)가 부질없이 타오르는 것
厭彼塵區訪列曺     저 풍진세상 싫어해 선지식들 탐방하셨지

009_0502_c_01L更好玉聯峯十二可招雲雨椘王魂

009_0502_c_02L夜夢君親破後口占

009_0502_c_03L
▣▣已棄忠兼孝處世何專德與才

009_0502_c_04L四重有恩如海▣三生無路報㳙埃

009_0502_c_05L西瞻地角關山隔北望天門魏▣開

009_0502_c_06L每恨君親親不事夢中常自謾悲哀

009_0502_c_07L次慈應韻

009_0502_c_08L
水雲何處遇鍾期雪曲從來和者稀

009_0502_c_09L花落小園春寂寂月明孤榻夢依依

009_0502_c_10L唯聞夜鶴驚呼院不見山僧訪扣扉

009_0502_c_11L獨說無生忘坐地檜陰松影散淸輝

009_0502_c_12L次綿谷思任

009_0502_c_13L
渠今已得大師名不可因緣返俗情

009_0502_c_14L玉象本同仙鶴瘦金獅寧作野犴鳴

009_0502_c_15L世間萬事無非苦物外孤閑正是榮

009_0502_c_16L莫向繁華名利國海棠春色殺人生


009_0502_c_17L像也
云玉骨

009_0502_c_18L次寄姜進士壽一此詩未達
早已

009_0502_c_19L
漢城歸路杳無蹤徒望長天撫短笻

009_0502_c_20L數伊白雲閑出峀一江流水遠朝宗

009_0502_c_21L想思古舘吟明月獨在秋山聽暮鍾

009_0502_c_22L別恨轉深成佇立悲風當夕每生松

009_0502_c_23L悼雪巖和尙

009_0502_c_24L
人間膏火謾煎熬厭彼塵區訪列曺

009_0503_a_01L華表鶴歸天漠漠     화표華表에 학 돌아가니 하늘은 막막하고
金河雲散水滔滔     금하金河에 구름 흩어지니 물결만 도도하군요
眞乘道德元來業     진실한 교법의 도와 덕이 원래의 업이요
餘事文章不足褒     문장은 여사餘事니 기릴 만한 것 못 되지요
尙有寒林薪盡地     아직도 한림寒林223)에는 땔감 사그라진 땅이 있고
妙峯蒼翠仰彌高     짙푸른 묘한 봉우리 우러를수록 더욱 높군요.
월저 대화상을 애도하며(悼月渚大和尙)
出凡肌骨受於天     보통 사람을 넘는 기골을 하늘에서 받아
道德文章兩得專     도덕과 문장 두 가지 모두 전수하셨네
趺座明星知不夜     가부좌하면 샛별을 보며 밤을 잊으셨고
逢塲白雪弄無絃     장터에선 몰현금224)으로 〈백설곡〉을 타셨지
禪林蔚蔚難窺裏     그 속을 엿보기 어려운 울창한 선의 숲
法海汪汪莫測邊     그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법의 바다
留偈一朝歸火滅     게송 남기고 하루아침에 불길로 사라지시니
風烟飛散界三千     삼천대천세계에 흩날리는 바람과 연기.
학봉 경흠을 송별하다(送鶴峯景欽)
[1]
雨霽蒼山樹影稀     비 개인 푸른 산에 나무 그림자도 성근데
鴈聲嘐喨響空扉     텅 빈 사립에 메아리치는 큰 기러기 소리
浮雲白已銷靑漢     뜬구름 하얀빛은 이미 푸른 하늘을 녹였고
落日紅將歛 [1] 翠微     지는 해 붉은빛이 장차 취미翠微225)마저 거두겠지
叵耐一床情緖斷     견딜 수 없네, 한 침상을 쓴 정 실타래 끊어지니
不禁千里夢魂飛     꿈속의 혼백 천 리로 날아가는 것 막지 못하겠지
秋風每每多離別     가을바람 불어올 때마다 늘 이리 이별도 많아
心已隨人散未歸     이미 사람 따라 간 마음 흩어져 돌아오질 않네.

[2]
秋雨歇時罷勝遊     가을비 그친 틈에 좋은 놀이 마치고
不堪相送虎溪流     감당할 수 없는 송별에 호계가 흐르나니
柴門客散殘陽盡     사립문엔 객 흩어지고 남은 햇살도 다하고
巖壑猿啼暮靄收     골짜기엔 원숭이 울고 저녁 안개도 거두는구려
萍水生涯難遣興     부평초 같은 인생이라 흥을 떨치기 어렵고
別離身世豈忘憂     이별하는 신세라 어찌 근심 잊으리오
憂中八苦兼侵老     근심 속 온갖 괴로움226)에 늙음까지 침범하니
未免潘郞歎白頭     반랑潘郞227)의 흰 머리 탄식을 나도 면치 못하겠네.
‘부벽루’228)의 운을 따라(次浮碧樓韻)
箕城形勝此高樓     기성箕城229)의 빼어난 경치는 이 높은 누각
誰把長毫盡意收     누가 긴 붓을 잡고 속뜻을 다 표현할까
黃鶴晴川天半落     황학과 맑은 시내는 하늘 반쯤 걸쳐 있고
吳門烟樹地偏浮     오문吳門과 안개 낀 숲은 땅끝에 떠 있구나230)
波迎桂棹搖靑嶂     물결은 계수나무 노를 반겨 푸른 봉우리를 흔들고
風引仙帆入暮州     바람은 신선의 돛 끌고 저문 모래밭으로 들어오는데
更聽一聲漁子笛     다시 들리는 한 자락 어부의 피리 소리
夕陽吹送古都愁     석양에 실어 보내는 옛 도성의 우수.
객창에서 회포를 쓰다(旅䆫書懷)
秋雨空庭乍霽餘     가을비 텅 빈 뜰에 잠시 그치자
半弦斜月射簷虛     시위처럼 굽은 반달 빈 처마를 비추네

009_0503_a_01L華表鶴歸天漠漠金河雲散水滔滔

009_0503_a_02L眞乘道德元來業餘事文章不足褒

009_0503_a_03L尙有寒林薪盡地妙峯蒼翠仰彌高

009_0503_a_04L悼月渚大和尙

009_0503_a_05L
出凡肌骨受於天道德文章兩得專

009_0503_a_06L趺座明星知不夜逢塲白雪弄無絃

009_0503_a_07L禪林蔚蔚難窺裏法海汪汪莫測邊

009_0503_a_08L留偈一朝歸火滅風烟飛散界三千

009_0503_a_09L送鶴峯景欽二

009_0503_a_10L
雨霽蒼山樹影稀鴈聲嘐喨響空扉

009_0503_a_11L浮雲白已銷靑漢落日紅將歛 [11] 翠微

009_0503_a_12L叵耐一床情緖斷不禁千里夢魂飛

009_0503_a_13L秋風每每多離別心已隨人散未歸(一)

009_0503_a_14L秋雨歇時罷勝遊不堪相送虎溪流

009_0503_a_15L柴門客散殘陽盡巖壑猿啼暮靄收

009_0503_a_16L萍水生涯難遣興別離身世豈忘憂

009_0503_a_17L憂中八苦兼侵老未免潘郞歎白頭(二)

009_0503_a_18L次浮碧樓韻

009_0503_a_19L
箕城形勝此高樓誰把長毫盡意收

009_0503_a_20L黃鶴晴川天半落吳門烟樹地偏浮

009_0503_a_21L波迎桂棹搖靑嶂風引仙帆入暮州

009_0503_a_22L更聽一聲漁子笛夕陽吹送古都愁

009_0503_a_23L旅䆫書懷

009_0503_a_24L
秋雨空庭乍霽餘半弦斜月射簷虛

009_0503_b_01L燭殘蓮社僧眠後     촛불 꺼진 연사蓮社231)에 스님들 잠이 든 뒤
風㝎松林鶴夢初     바람 잦은 송림에 학들이 막 꿈꿀 무렵
歧路自憐窮阮籍     갈림길 맞은 불쌍한 내 신세는 곤궁한 완적阮籍232)
旅床誰問病相如     객관에 누운 병든 상여相如233)를 누가 문안할까
寒灰咄咄書空字     식은 재에다 혀를 차며 빌 공空 자를 써 보아도
客裏悲懷苦未除     나그네 신세 슬픈 마음 그 괴로움 가시지 않네.
차운하여 해남으로 가는 법명을 송별하다(次送法明之海南)
送君千里訪仙鄕     천 리 밖 신선 세계 찾아가는 그대를 보내자니
芳草斜陽欲斷膓     향기로운 풀에 기우는 햇살 창자를 끊을 듯
天雨歇時風寂寂     하늘의 비 그친 시각 바람은 고요하고
野花飛處月蒼蒼     들판의 꽃 날리는 자리 달빛은 푸르구려
十年吟病身全老     십 년이나 병을 앓아 폭삭 늙어 버린 몸
半歲覊遊恨亦長     반년 떠돌이 생활에 서글픔 또한 늘어지는데
今日離亭回首望     오늘 이별의 정자에서 고개 돌려 바라보자니
靑山無數海茫茫     푸른 산 셀 수 없고 바다도 망망하구려.
차운하여 여심 대사에게 보냅니다(次寄汝諶大師)
江雲渭水阻佳期     위수의 강과 구름이 아름다운 약속을 막아
眉宇依俙入夢思     그 얼굴 어슴푸레 꿈결에나마 그리자니
泉石舊情還淡薄     산수에 노닐던 옛정 도리어 담박해지고
弟兄幽約更差池     형제의 그윽한 약속 다시 오락가락하네
燈前忽憶同床日     등불 마주하면 홀연히 함께 자던 날 생각나니
別後那堪獨坐時     이별한 뒤 홀로 앉은 시간을 어찌 감당하리오
安得寒巖逢仲伯     어찌하면 찬 바위에서 아우와 형님이 만나
碧䆫明月和塤 [1] 篪     푸른 창 밝은 달빛에 훈壎과 지篪234)로 어울릴까.
낙화루에 차운하다(落花樓次韻)
春風搖蕩落花樓     봄바람이 헤집어 꽃 떨어지는 누각
十里平原暮靄收     십 리 들판에 저녁 아지랑이 거두는데
一片征帆靑草渡     한 조각 돛단배는 푸른 풀 우거진 나루를 지나고
數聲漁笛白鷗洲     몇 자락 어부의 피리 소리는 흰 갈매기의 모래톱에
途中行客催鞭馬     길에는 채찍질로 말을 재촉하며 지나는 나그네
野外畊夫亂叱牛     들판에는 어지럽게 소를 몰며 밭 가는 농부
回首寒江空漾碧     고개 돌리니 차가운 강 허공에 출렁이며 푸르고
夕陽西下水東流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물은 동쪽으로 흐르는구나.
묘향산에 숨어 살다(香山幽居)
名韁利鎻始除删     명예의 굴레 이익의 쇠사슬을 애초에 잘라 버리고
歸臥雲林萬疊山     구름과 숲 첩첩이 우거진 산에 돌아와 누웠더니
一鉢行裝何處樂     발우 하나뿐인 행장에 무엇이 즐거움인가
百年身世此中閑     백 년 이내 신세 이 속에서 한가롭다네
烟霞盡是當時景     안개와 노을은 모조리 당시 풍경이요
鶴無非舊日顏     원숭이와 학도 옛 모습 아닌 게 없어
剩得仙區泉石富     신선 세계 자연의 부를 넉넉하게 얻었기에
不妨生活苦多艱     생활 속 많은 어려움들 개의치 않는다네.
섣달 그믐밤(除夕)

009_0503_b_01L燭殘蓮社僧眠後風㝎松林鶴夢初

009_0503_b_02L歧路自憐窮阮籍旅床誰問病相如

009_0503_b_03L寒灰咄咄書空字客裏悲懷苦未除

009_0503_b_04L次送法明之海南

009_0503_b_05L
送君千里訪仙鄕芳草斜陽欲斷膓

009_0503_b_06L天雨歇時風寂寂野花飛處月蒼蒼

009_0503_b_07L十年吟病身全老半歲覊遊恨亦長

009_0503_b_08L今日離亭回首望靑山無數海茫茫

009_0503_b_09L次寄汝諶大師

009_0503_b_10L
江雲渭水阻佳期眉宇依俙入夢思

009_0503_b_11L泉石舊情還淡薄弟兄幽約更差池

009_0503_b_12L燈前忽憶同床日別後那堪獨坐時

009_0503_b_13L安得寒巖逢仲伯碧䆫明月和塤 [12]

009_0503_b_14L落花樓次韻

009_0503_b_15L
春風搖蕩落花樓十里平原暮靄收

009_0503_b_16L一片征帆靑草渡數聲漁笛白歐洲

009_0503_b_17L途中行客催鞭馬野外畊夫亂叱牛

009_0503_b_18L回首寒江空漾碧夕陽西下水東流

009_0503_b_19L香山幽居

009_0503_b_20L
名韁利鎻始除删歸臥雲林萬疊山

009_0503_b_21L一鉢行裝何處樂百年身世此中閑

009_0503_b_22L烟霞盡是當時景鶴無非舊日顏

009_0503_b_23L剩得仙區泉石富不妨生活苦多艱

009_0503_b_24L除夕

009_0503_c_01L
節序推遷歲已淹     절기가 차례로 옮겨 한 해도 이미 저물었는데
未成攸業老疚兼     공부는 이루지 못한 채 늙고 병까지 들었네
猶將舊日窮衰恨     곤궁했던 지난날의 한 여전히 품은 채
更向新年大易占     다시 새해의 운수를 점쳐 본다
世事盡輸燈影裏     세상일 등잔 그림자에 모두 털어 버리고
閑情都付筆端尖     한가로운 정 붓 끝에 죄다 실어 보아도
思量無復思量策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兩鬂徒然白髮添     두 귀밑머리에 부질없이 흰머리만 더하네.
오두막(草堂)
新服初成上草堂     방금 지은 새 옷을 입고 오두막에 오르니
無邊物色映人床     끝없는 만물의 색상 사람과 책상에 비치네
尊前雨霽春山碧     술잔 앞에 비 개이니 봄 산이 푸르고
洞裏花濃澗水香     동구 안에 꽃 흐드러져 시냇물 향기롭구나
咂餌羣魚爭出浪     먹이 잡는 물고기 떼 다투어 물결 위로 솟구치고
啣泥雙燕竸投樑     진흙을 문 제비 부부 다투어 들보로 날아드는데
微吟麗景晴漪玩     낮게 읊조리며 고운 경치 맑은 물결 완미하자니
時有和風拂面凉     때맞춰 온화한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쓴다.
‘비로봉’의 운을 따라(次毘盧峯韻)
獨步毘盧向上頭     홀로 비로봉 정상을 향해 걷다 보니
人間此景亦仙遊     인간세계에 이런 경치면 또한 신선놀음
波晴碧海金風夜     파도 맑은 푸른 바다에 금풍金風235)이 부는 밤
浪徹銀河玉露秋     물결 이어진 은하에 옥빛 이슬 가득한 가을
雲作帝京遮日帳     구름은 제경帝京의 해 가리는 장막이요
月爲天闕捲簾鉤     초승달은 천궐天闕의 발을 거는 갈고리
乾坤廓落無拘束     하늘과 땅이 탁 트여 어떤 구속도 없으니
身世如登十二樓     이내 신세 마치 십이루十二樓236)에 오른 듯.
꿈을 깨고 바로 입으로 읊어 용암에게 보이다(夢破口占示龍巖巖)
夢破蕭齋朝日明     꿈을 깨니 쓸쓸한 절에 아침 해 밝아 오고
萬峯春雨已新晴     일만 봉우리의 봄비도 이미 상큼하게 개어
琪花含笑呈奇色     옥 같은 꽃 웃음을 머금고 기이한 빛깔 바치고
恠鳥呼名送好聲     괴이한 새 이름을 부르며 아름다운 소리 보낸다
十地金沙塵慮散     십지十地237) 금사륜삼매金沙輪三昧238)에 분분한 생각 흩어지고
三壺玉樹鶴魂淸     삼호三壺239) 옥 나무에 학의 혼이 맑은데
白雲流水靑山外     흰 구름에 흐르는 물 푸른 산 밖에서
更聽風松子晋笙     다시 들리는 솔바람은 왕자 진晋의 생황 소리.240)
차운하여 양곡 청연을 송별하다(次送陽谷淸演)
此時揮袖幾時回     이제 소매 떨치고 떠나면 언제 돌아오려나
獨掩柴門恨不裁     홀로 사립문 닫자니 아쉬움 금치 못하겠네
落日殘雲難盡思     지는 해 남은 구름에 다하기 어려운 그리움
商風寒月有餘哀     상풍商風241) 차가운 달에 슬픔만 남겠지
玉池露冷秋光淨     옥지玉池에는 이슬 차가워 가을 풍광 깨끗하고
金井烟分霽色開     금정金井에는 연기 흩어져 맑은 기운 열렸는데
佇立離亭矯首望     이별의 정자에 우두커니 서서 목을 빼고 바라보니
亂山無限碧崔嵬     어지러운 산에 끝없는 푸른 봉우리.

009_0503_c_01L
節序推遷歲已淹未成攸業老疚兼

009_0503_c_02L猶將舊日窮衰恨更向新年大易占

009_0503_c_03L世事盡輸燈影裏閑情都付筆端尖

009_0503_c_04L思量無復思量策兩鬂徒然白髮添

009_0503_c_05L草堂

009_0503_c_06L
新服初成上草堂無邊物色映人床

009_0503_c_07L尊前雨霽春山碧洞裏花濃澗水香

009_0503_c_08L咂餌羣魚爭出浪啣泥雙燕竸投樑

009_0503_c_09L微吟麗景晴漪玩時有和風拂面凉

009_0503_c_10L次毘盧峯韻

009_0503_c_11L
獨步毘盧向上頭人間此景亦仙遊

009_0503_c_12L波晴碧海金風夜浪徹銀河玉露秋

009_0503_c_13L雲作帝京遮日帳月爲天闕捲簾鉤

009_0503_c_14L乾坤廓落無拘束身世如登十二樓

009_0503_c_15L夢破口占示龍巖

009_0503_c_16L
夢破蕭齋朝日明萬峯春雨已新晴

009_0503_c_17L琪花含笑呈奇色恠鳥呼名送好聲

009_0503_c_18L十地金沙塵慮散三壺玉樹鶴魂淸

009_0503_c_19L白雲流水靑山外更聽風松子晋笙

009_0503_c_20L次送陽谷淸演

009_0503_c_21L
此時揮袖幾時回獨掩柴門恨不裁

009_0503_c_22L落日殘雲難盡思商風寒月有餘哀

009_0503_c_23L玉池露冷秋光淨金井烟分霽色開

009_0503_c_24L佇立離亭矯首望亂山無限碧崔嵬

009_0504_a_01L
석봉 현변에게 보내다(寄石峯玄辯)
別恨離思並轉深     이별의 한과 그리움 아울러 깊지만
樹雲何日得重尋     숲의 구름 언제나 다시 찾을 수 있을지
多時爲病奇方問     여러 차례 병으로 신통한 비법 물었지
幾處因愁拙句吟     몇 곳에서 시름에 잠겨 졸구拙句를 읊조렸을까
莊蝶能通千里夢     장주莊周의 나비는 꿈결에 천 리도 통하고
桂輪分照兩鄕心     달님은 두 고을의 마음을 나눠 비춘다지만
水廻山疊鱗鴻絶     물도 굽이 산도 첩첩이라 물고기 기러기도 끊겨
獨臥松牕聽梵音     홀로 소나무 창에 누워 범음梵音이나 듣는다네.
만월 천심에게 보내다(寄滿月天心)
鴈門風緊暮天秋     안문雁門242)에 바람 거센 저녁 하늘의 가을
宋玉懷添遠別愁     송옥宋玉의 심정이 더하는 먼 이별의 슬픔
蟲入壁間吟喞喞     벌레는 벽 틈에 들어가 찌르르 읊조리고
客登樓上望悠悠     나그네는 누대로 올라 아득히 바라본다
飛雲碧海孤帆沒     구름이 나는 푸른 바다에 외로운 돛 사라지고
落葉空山亂水流     잎 지고 텅 빈 산에 어지러운 물만 흐르는데
惆悵故人今不見     슬프구려, 옛사람 이젠 보이지 않으니
香巖何日共淹留     향기로운 바위에 함께 머물 날은 언제일까.
차운하여 유함향에게 보내다(次寄柳㴠鄕)
諸天法界雨花飛     온 하늘 법계에 꽃비가 흩날리기에
獨把蓮經坐夕輝     홀로 『묘법연화경』 들고 석양에 앉았자니
玉韻忽聞香嶽遠     묘향산 멀리서 홀연히 들려오는 옥 같은 운율
蝶魂時入蜜城圍     나비의 혼 때맞춰 들어와 꿀의 성을 에워싸네
鰲山掛月誰將望     오산鼇山에 걸린 달 누가 바라보려나
娥柳搖風自欲菲     어여쁜 버들 바람에 흔들리며 스스로 무성해지려는 듯
景物三春佳節近     만물의 경치도 춘삼월이라 가절佳節이 가까운데
仙區何日拂荷衣     신선의 구역에서 어느 날 연잎 옷243)을 터실지.
설암 화상을 애도하며(悼雪巖和尙)
松門寂寞鳥空飛     적막한 소나무 문에 새들만 허공을 날고
方丈唯餘落昭輝     덩그러니 남은 방장에는 낙조만 찬란해
玉麈風殘塵沒案     옥주玉麈244)의 바람 잦아들어 티끌이 내려앉은 책상
金爐香歇衆無圍     황금 향로에 향내 그치고 호위하던 대중도 없네
春廻覺樹曇花發     봄 돌아와 보리수엔 우담바라 꽃 피어나고
日暖祗園慧草菲     날 따스해 기원祇園245)엔 지혜의 풀이 무성한데
獨坐悽凉講堂月     홀로 앉아 있노라니 처량한 강당의 달빛
不知流淚已沾衣     나도 몰래 흐른 눈물로 이미 젖은 옷깃.
고향에 체류하며 산을 그리워하다(滯鄕憶山)
一落塵緣久未收     한번 끌린 속세의 인연 여태 거두지 못하고서
妙香千里望悠悠     천 리 밖 묘향산을 유유히 바라보자니
猿啼岩壑雲歸夕     원숭이 우는 바위 골짜기로 구름 돌아가는 저녁
鴈呌江天日暮秋     기러기 우는 강과 하늘에 해가 저무는 가을
入德大途平似砥     덕德으로 들어가는 큰길 숫돌처럼 평탄한데
牽人多事曲如鉤     사람을 끄는 수많은 일 쇠고랑처럼 굽었구나

009_0504_a_01L寄石峯玄辯

009_0504_a_02L
別恨離思並轉深樹雲何日得重尋

009_0504_a_03L多時爲病奇方問幾處因愁拙句吟

009_0504_a_04L莊蝶能通千里夢桂輪分照兩鄕心

009_0504_a_05L水廻山疊鱗鴻絕獨臥松牕聽梵音

009_0504_a_06L寄滿月天心

009_0504_a_07L
鴈門風緊暮天秋宋玉懷添遠別愁

009_0504_a_08L蟲入壁間吟喞喞客登樓上望悠悠

009_0504_a_09L飛雲碧海孤帆沒落葉空山亂水流

009_0504_a_10L惆悵故人今不見香巖何日共淹留

009_0504_a_11L次寄柳㴠鄕

009_0504_a_12L
諸天法界雨花飛獨把蓮經坐夕輝

009_0504_a_13L玉韻忽聞香嶽遠蝶魂時入蜜城圍

009_0504_a_14L鰲山掛月誰將望娥柳搖風自欲菲

009_0504_a_15L景物三春佳節近仙區何日拂荷衣

009_0504_a_16L悼雪巖和尙

009_0504_a_17L
松門寂寞鳥空飛方丈唯餘落昭輝

009_0504_a_18L玉麈風殘塵沒案金爐香歇衆無圍

009_0504_a_19L春廻覺樹曇花發日暖祗園慧草菲

009_0504_a_20L獨坐悽凉講堂月不知法流已沾衣

009_0504_a_21L滯鄕憶山

009_0504_a_22L
一落塵緣久未收妙香千里望悠悠

009_0504_a_23L猿啼岩壑雲歸夕鴈呌江天日暮秋

009_0504_a_24L入德大途平似砥牽人多事曲如鉤

009_0504_b_01L世間行路崎嶇甚     세간을 다니는 길 험난하기 그지없어
幾憶林泉物外幽     세상 밖의 그윽한 숲과 샘을 그리워하기 몇 번인지.
차운하여 광제 윤규를 송별하다(次送廣濟允䂓)
吾門法界圓通內     우리 불가의 법계 원통圓通 안에서 펼쳐지니
可笑人間會即離     우습구나, 인간사여 만남이 곧 헤어짐
天地死生歸與寄     천지의 삶과 죽음은 잠시 기탁하다 돌아감인데
因緣聚散喜兼悲     인연의 모임과 흩어짐에 기뻐하고 또 슬퍼하네
白雲漠漠封山頂     흰 구름은 막막하게 산꼭대기를 차지하고
流水悠悠入海湄     흐르는 물 유유히 바닷가로 들어가는데
獨把搖琴彈妙曲     홀로 거문고 잡고 기묘한 곡조 뜯노라니
峩洋何處遇鍾期     아양峨洋의 곡조246) 어느 곳에서 종자기를 만날까.
차운하여 박근발 수재를 송별하다(次送朴秀才根發)
杖破開坪野外烟     개평開坪 들판의 짙은 안개를 지팡이로 부수고
委尋香岳洞中天     발길 따라 향악香岳의 동중천洞中天247)을 찾으시니
丈夫直操凌霜竹     장부의 곧은 지조는 서리 아랑곳 않는 대
君子淸心出水蓮     군자의 맑은 마음은 물 위로 나온 연꽃
聽法有時禪講下     때때로 선사와 강사 휘하에서 법을 듣고
讀書長夜佛燈前     밤새워 불단의 등불 앞에서 책을 읽다가
一朝告別家鄕去     하루아침에 이별 알리고 집으로 가시니
千里關河夢杳然     천 리 너머 관하關河248)에 꿈만 아득하구려.
차운하여 응감을 송별하다(次送應感)
海南千里路高低     바다 남쪽으로 천 리 높고 낮은 길
携影淸秋趂馬蹄     그림자 끌고 맑은 가을에 말발굽 쫓으니
踈雨野橋流水咽     성근 비 내리는 들판 다리엔 흐르는 물도 목메고
夕陽山樹亂蟬啼     저녁 햇살에 산과 나무에는 어지러운 매미 소리
離筵莫唱驪駒曲     이별의 자리에서 여구驪駒의 곡조249) 부르지 말게
別恨難書玉壘題     이별의 아쉬움에 옥루玉壘의 시250) 쓰기 어려우니
追想郵亭投宿夜     아마도 역참의 정자에서 투숙하는 밤이면
孤燈待聽五更雞     외로운 등불 마주하고 오경의 닭소리 듣겠지.
삼가 설암 화상께 올립니다(奉寄雪巖和尙)
獨立橋邊落日低     홀로 선 다리 곁으로 해는 지려는데
不堪千里乏霜蹄     천 리 길 감당하지 못하는 지친 상제霜蹄251)
天涯幾破周公夢     하늘가에서 몇 번이나 주공周公의 꿈252)을 깼던가
客裏應聽杜宇啼     객지에서 두견새 울음소리를 들어야만 했지요
地北烟雲迷眼界     북쪽 땅의 안개와 구름은 시야를 가리는데
海南山水入吟題     남쪽 바다의 산과 강은 시 속에서 담겼군요
何時際會重宣講     언제쯤이나 선강宣講253)하시는 자리에 다시 참석해
異類玄談弄木雞     이류異類254)의 현묘한 담론으로 나무 닭255)을 희롱할지.
묘향산(香山)
峩嵋色界正如銀     아미산峨嵋山 색계는 진정 은산철벽銀山鐵壁
玉峀奇巖洗出塵     옥 봉우리 기이한 바위 티끌을 씻은 듯
獅子窟中藏異蹟     사자의 굴속에는 기이한 행적 감추었고
旃檀林下降眞人     전단나무 숲 아래엔 진인이 내려오시네

009_0504_b_01L世間行路崎嶇甚幾憶林泉物外幽

009_0504_b_02L次送廣濟允䂓

009_0504_b_03L
吾門法界圓通內可笑人間會即離

009_0504_b_04L天地死生歸與寄因緣聚散喜兼悲

009_0504_b_05L白雲漠漠封山頂流水悠悠入海湄

009_0504_b_06L獨把搖琴彈妙曲峩洋何處遇鍾期

009_0504_b_07L次送朴秀才根發

009_0504_b_08L
杖破開坪野外烟委尋香岳洞中天

009_0504_b_09L丈夫直操凌霜竹君子淸心出水蓮

009_0504_b_10L聽法有時禪講下讀書長夜佛燈前

009_0504_b_11L一朝告別家鄕去千里關河夢杳然

009_0504_b_12L次送應感

009_0504_b_13L
海南千里路高低携影淸秋趂馬蹄

009_0504_b_14L踈雨野橋流水咽夕陽山樹亂蟬啼

009_0504_b_15L離筵莫唱驪駒曲別恨難書玉壘題

009_0504_b_16L追想郵亭投宿夜孤燈待聽五更雞

009_0504_b_17L奉寄雪巖和尙

009_0504_b_18L
獨立橋邊落日低不堪千里乏霜蹄

009_0504_b_19L天涯幾破周公夢客裏應聽杜宇啼

009_0504_b_20L地北烟雲迷眼界海南山水入吟題

009_0504_b_21L何時際會重宣講異類玄談弄木雞

009_0504_b_22L香山

009_0504_b_23L
峩嵋色界正如銀玉峀奇巖洗出塵

009_0504_b_24L獅子窟中藏異蹟旃檀林下降眞人

009_0504_c_01L溪含佛祖無生說     부처와 조사의 무생설법無生說法을 머금은 개울
松得神仙不老春     신선의 늙지 않는 청춘을 얻은 소나무
多少高僧談妙處     이런저런 고승들 묘법을 설하는 자리에
九天花雨落頻頻     자주자주 내리는 구천九天의 꽃비.
보련대寶蓮臺
蠟屐㳂泉上翠微     나막신 신고 샘물 따라 산기슭에 올랐더니
澗花庭草盡芳菲     개울의 꽃 정원의 풀이 온통 향기롭고 풍성해
山靑水綠全依舊     산도 푸르고 물도 초록빛 전부 옛날 그대론데
寺古僧殘半已非     절은 낡고 승려들 흩어져 태반이 달라졌네
一片溪光開玉鏡     한 조각 흐르는 빛 옥거울을 열고
數條松韻引金徽     여러 가락 솔바람 금휘金徽256)를 튕기는데
名禪歸去空留影     이름난 선승 돌아가시고 허공에 그림자만 남아
月下無人扣竹扉     달빛 아래 대사립문 두드리는 사람 없구나.
스스로 시름을 떨치다(自遣)
從他世上路艱關     남을 좇아가는 세상 그 길은 난관이라
聊對壺中物外山     그저 호리병 속 세상 밖 산만 마주하자니
夜雨寒塘蛙得志     밤비 내린 차가운 못에 개구리들 와글거리고
春風瞑樹鳥知還     봄바람 부는 저녁 숲으로 새들이 돌아온다
幻身不念三常足     허깨비 같은 몸 삼상三常257)의 풍족함 생각지 않고
拙句長吟萬事閑     졸렬한 시구 길게 읊조리자니 만사가 한가롭네
更有前峯新月吐     게다가 앞 봉우리에는 새로 토한 달이 있어
圖書隨意捲簾看     주렴 걷고 마음대로 책을 읽노라.
한식寒食
忽憶先塋涙濕頤     갑자기 선영 생각에 턱을 적시는 눈물
寒烟漠漠暗荒陂     막막한 찬 연기에 어둑한 비탈진 언덕
新墳有主椒漿獻     새 무덤엔 주인 있어 초장椒漿258)을 바치는데
古塚無人麥飯誰     옛 무덤엔 사람 없으니 누가 보리밥 올릴까
黃土堆邊華表立     황토 언덕 가에 화표華表는 세워져 있지만
白楊枝上老鴉窺     백양白楊259) 가지 위에 늙은 까마귀나 엿보겠지
淸明此日思恩愛     청명인 오늘 그 은혜와 사랑 생각하자니
追遠空心益自馳     가신 임 그리는 허전한 마음 더욱 치달리네.
고향을 그리며(望鄕)
香林幽處獨閑遊     향기의 숲 그윽한 곳 홀로 한가로이 노니니
誰共淸詩話唱酬     누구와 함께 맑은 시를 주고받을까
鄕夢有時生枕上     고향 꿈 때때로 베갯머리에 일더니
別懷終日結眉頭     이별의 아쉬움 종일토록 미간에 맺히네
南天雨霽蟬鳴節     남쪽 하늘엔 비 개이고 매미가 우는 계절
北塞風高鴈呌秋     북쪽 변방엔 바람 높아 기러기 우는 가을
回首關山歸未得     돌아가지 못한 관산關山260)으로 고개 돌리니
不堪吟倚夕陽樓     해 지는 누대에 기대 시 읊기도 버겁네.
회암이 보낸 편지에 바로 입으로 읊다(檜巖見寄口占)
金鴨香消白日長     금압金鴨261)에 향기 가시고 밝은 해 길기만 한데
一春離思更茫茫     어느 봄날 이별했던 생각에 다시 아득하기만

009_0504_c_01L溪含佛祖無生說松得神仙不老春

009_0504_c_02L多少高僧談妙處九天花雨落頻頻

009_0504_c_03L寶蓮臺

009_0504_c_04L
蠟屐㳂泉上翠微澗花庭草盡芳菲

009_0504_c_05L山靑水綠全依舊寺古僧殘半已非

009_0504_c_06L一片溪光開玉鏡數條松韻引金徽

009_0504_c_07L名禪歸去空留影月下無人扣竹扉

009_0504_c_08L自遣

009_0504_c_09L
從他世上路艱關聊對壺中物外山

009_0504_c_10L夜雨寒塘蛙得志春風瞑樹鳥知還

009_0504_c_11L幻身不念三常足拙句長吟萬事閑

009_0504_c_12L更有前峯新月吐圖書隨意捲簾看

009_0504_c_13L寒食

009_0504_c_14L
忽憶先塋涙濕頤寒烟漠漠暗荒陂

009_0504_c_15L新墳有主椒漿獻古塚無人麥飯誰

009_0504_c_16L黃土堆邊華表立白楊枝上老鴉窺

009_0504_c_17L淸明此日思恩愛追遠空心益自馳

009_0504_c_18L望鄕

009_0504_c_19L
香林幽處獨閑遊誰共淸詩話唱酬

009_0504_c_20L鄕夢有時生枕上別懷終日結眉頭

009_0504_c_21L南天雨霽蟬鳴節北塞風高鴈呌秋

009_0504_c_22L回首關山歸未得不堪吟倚夕陽樓

009_0504_c_23L檜巖見寄口占

009_0504_c_24L
金鴨香消白日長一春離思更茫茫

009_0505_a_01L花開雨歇堪同賞     꽃도 피고 비도 그쳐 함께 즐길 만하니
月落猿啼欲斷膓     지는 달 원숭이 울음에 창자 끊어질 듯
歸路但看雲漠漠     돌아오는 길에 그저 막막한 구름만 바라보고
閑庭空對樹蒼蒼     한가로운 뜰에서 허하니 창창한 나무나 마주했는데
咸山却喜香山近     함산咸山이 기쁘게도 묘향산과 가까워
爲我情書寄數行     나를 위해 마음 담아 몇 줄 지어 부치셨네.
묘향산을 그리며(望香山)
一下牛城又一年     우성牛城으로 한번 내려온 게 또 일 년
峩嵋物色夢依然     아미산의 물색은 꿈결에 의연해라
遙知象外饒禪興     멀어져 보니 알겠네, 세상 밖 넉넉한 선의 흥취
肯念塵間重俗緣     생각이나 했던가, 티끌세상 무거운 속세 인연
林月散明春葉露     숲의 달님 봄 잎의 이슬에 빛을 흩뿌리고
寺鍾寒度暮山烟     절집 종은 싸늘히 저녁 산의 안개를 건너겠지
關河搖落傷懷抱     관하關河에서 뚝 떨어져 상처 입은 마음
矯首難堪望遠天     머리 들고 먼 하늘 바라보기도 버겁네.
스님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訪師不遇)
撥置人間萬事非     인간 세상 그릇된 온갖 일 던져 버리고
還尋香岳舊蹊微     다시 묘향산으로 옛 오솔길 찾아오니
靑燈石室僧何去     푸른 등 켜진 석실에 스님은 어디 가셨나
明月松壇鶴不歸     밝은 달 소나무 단에 학도 돌아오지 않네
風雪一宵床席冷     눈보라 치는 하룻밤 평상과 자리 싸늘하고
樹雲千里夢魂飛     숲의 구름 천 리에 꿈속의 혼만 날아가니
却嫌長老嬰塵世     갑자기 미워지네, 장로께서 티끌세상에 얽혀
使我平生志願違     내 평생에 뜻한 소원을 망치시다니.
이필 장련의 운을 따라(次李長連韻)
二天雨露洽羣氓     두 하늘262) 비와 이슬로 뭇 백성 적셔 주어
父老爭先勝會迎     부로父老들 앞다투어 멋진 모임으로 환영하니
案下淸尊彭澤酒     책상 아래 맑은 술동이엔 팽택彭澤263)의 술
醉中歡曲武城笙     취중의 환영하는 노래는 무성武城의 생황264)
風從木葉蕭蕭冷     나뭇잎을 좇는 바람은 쓸쓸하고 시원해라
月入瓊牕皎皎明     경창瓊牕으로 드는 달빛은 교교하고 밝아라
今夜與民同樂事     오늘 이 밤 백성과 함께 즐기신 일
可鎸高碣播休聲     높은 비석에 새겨 아름다운 소문 전할 만하네.
차운하여 백봉 서휘를 전송하다(次送白峯瑞輝)
虞中相餞送君行     근심 속에서 음식 권하며 그대를 전송하자니
遲暮悲凉百感并     말년의 처량한 슬픔에 온갖 감정이 다 들어
故里烟花添夢思     고향 마을의 연기와 꽃은 꿈속 그리움 더하고
他鄕杯酒惱詩情     타향에서 기울이는 술잔은 시 짓는 마음 괴롭히네
一天從古分南北     하나의 하늘이건 예로부터 남북으로 나뉘어
兩地如今隔死生     양쪽 땅이 이젠 삶과 죽음처럼 멀어졌으니
多少別離無以慰     이런저런 이별에 위로할 방법도 없고
亂風吹雪暗歸程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돌아갈 길만 어둡구려.
사선정四仙亭

009_0505_a_01L花開雨歇堪同賞月落猿啼欲斷膓

009_0505_a_02L歸路但看雲漠漠閑庭空對樹蒼蒼

009_0505_a_03L咸山却喜香山近爲我情書寄數行

009_0505_a_04L望香山

009_0505_a_05L
一下牛城又一年峩嵋物色夢依然

009_0505_a_06L遙知象外饒禪興肯念塵間重俗緣

009_0505_a_07L林月散明春葉露寺鍾寒度暮山烟

009_0505_a_08L關河搖落傷懷抱矯首難堪望遠天

009_0505_a_09L訪師不遇

009_0505_a_10L
撥置人間萬事非還尋香岳舊蹊微

009_0505_a_11L靑燈石室僧何去明月松壇鶴不歸

009_0505_a_12L風雪一宵床席冷樹雲千里夢魂飛

009_0505_a_13L却嫌長老嬰塵世使我平生志願違

009_0505_a_14L次李長連

009_0505_a_15L
二天雨露洽羣氓父老爭先勝會迎

009_0505_a_16L案下淸尊彭澤酒醉中歡曲武城笙

009_0505_a_17L風從木葉蕭蕭冷月入瓊牕皎皎明

009_0505_a_18L今夜與民同樂事可鎸高碣播休聲

009_0505_a_19L次送白峯瑞輝

009_0505_a_20L
虞中相餞送君行遲暮悲凉百感并

009_0505_a_21L故里烟花添夢思他鄕杯酒惱詩情

009_0505_a_22L一天從古分南北兩地如今隔死生

009_0505_a_23L多少別離無以慰亂風吹雪暗歸程

009_0505_a_24L四仙亭

009_0505_b_01L
海東天地此江山     해동의 하늘과 땅 이 강산은
詩句難題畫亦難     시구로 표현하기도 그리기도 어려워라
釣叟忘機踈雨坐     낚시꾼 만사를 잊고 성근 빗속에 앉았고
漁舟唱晩夕陽還     고깃배는 저녁을 노래하며 석양에 돌아오네
烟光水色饒三面     연기의 빛과 물의 색채 삼면을 두르고
楓葉蘆花共一欄     단풍잎과 갈대꽃 모두 한 난간씩 차지해
別浦經過多海客     이별의 포구 스쳐 간 수많은 바닷길 나그네
人人錯認散仙看     사람마다 산선散仙265)을 봤다고 착각한다네.
발연암266)의 옛날을 생각하다(鉢淵庵懷古)
佛祖遺蹤逐水流     부처와 조사께서 남기신 자취 물 따라 흘러가고
感今懷舊思悠悠     감회에 젖어 옛일 생각하니 그리움만 유유해
龜碑雨濕蒼苔沒     비에 젖은 거북 비석 푸른 이끼 뒤덮이고
鵝殿烟消白日幽     향 연기 사그라진 아전鵝殿267)에 밝은 해만 그윽해라
松嶺鶴飛雲萬古     학 날아간 솔 재에는 만고의 구름
石潭龍去月千秋     용 떠나간 돌 소에는 천추의 달빛
風光不逐前人滅     풍광은 앞사람 좇아 사라지지 않았기에
一任斜陽伴客愁     기우는 햇살에 맡겨 두고 나그네 시름 함께하네.
용암 성각을 송별하다(送龍巖性覺)
河橋相送話歸期     시냇가 다리에서 전송하며 돌아올 기약 얘기하자니
雲樹依依發遠思     구름 자욱한 숲은 아른아른 먼 그리움 피어나네
昨夕論懷應暫笑     어제 저녁 터놓은 마음에 잠시 웃음 짓고
今朝叙別又堪悲     오늘 아침 이별의 말에 또 슬픔을 견딥니다
天寒渭北賔鴻節     하늘 찬 위수 북쪽에 기러기 찾아오는 계절
日暮江東亂鵲時     해 지는 강 동쪽에 까마귀 떼 어지러운 시각
千里分裾無可贐     천 리 길 헤어지면서도 드릴 노잣돈이 없어
臨行題寄數行詩     떠나는 길에 몇 줄의 시나 지어 보냅니다.
차운하여 용계 지명을 송별하다(次送龍溪智明)
龍溪相送虎溪邊     용계龍溪를 보내는 호계虎溪 가
情到無窮意惘然     정도 끝없고 뜻도 망연
此日別離令我惜     오늘의 이별 나를 아쉽게 해
後來消息寄誰傳     뒷날의 소식 누구에게 전하려나
孤身逐梗關河路     외로운 몸으로 험난함 좇는 관하의 길
兩鬂垂絲歲暮天     두 귀밑머리 실처럼 드리운 세모의 하늘
世上浮沉應有數     세상사 부침에는 응당 운수가 있는 법
幾時重續舊因緣     언제쯤 옛 인연을 다시 이을 수 있을까.
지리산 대암智異山臺巖
寶林深裏闢金田     보배로운 숲 깊은 곳에 금전金田268)을 여니
寥閴禪門隔世緣     고요한 선종의 문 세속의 인연을 끊었네
物外靈區誰卜地     세상 밖의 신령한 땅 누가 골랐을까
壺中仙景自開天     호리병 속 신선의 경치 하늘이 여셨구나
透䆫淸影三更月     창을 뚫는 맑은 그림자는 삼경의 달
入夢寒聲萬壑川     꿈에 스미는 차가운 소리는 온 골의 시내
魂爽不知爲病客     상쾌해지는 혼에 병든 나그네 신세마저 잊고
醉吟眞樂任蹁躚     참된 즐거움 취해 읊으며 발길 따라 너울너울.

009_0505_b_01L
海東天地此江山詩句難題畫亦難

009_0505_b_02L釣叟忘機踈雨坐漁舟唱晩夕陽還

009_0505_b_03L烟光水色饒三面楓葉蘆花共一欄

009_0505_b_04L別浦經過多海客人人錯認散仙看

009_0505_b_05L鉢淵庵懷古

009_0505_b_06L
佛祖遺蹤逐水流感今懷舊思悠悠

009_0505_b_07L龜碑雨濕蒼苔沒鵝殿烟消白日幽

009_0505_b_08L松嶺鶴飛雲萬古石潭龍去月千秋

009_0505_b_09L風光不逐前人滅一任斜陽伴客愁

009_0505_b_10L送龍巖性覺

009_0505_b_11L
河橋相送話歸期雲樹依依發遠思

009_0505_b_12L昨夕論懷應暫笑今朝叙別又堪悲

009_0505_b_13L天寒渭北賔鴻節日暮江東亂鵲時

009_0505_b_14L千里分裾無可贐臨行題寄數行詩

009_0505_b_15L次送龍溪智明

009_0505_b_16L
龍溪相送虎溪邊情到無窮意惘然

009_0505_b_17L此日別離令我惜後來消息寄誰傳

009_0505_b_18L孤身逐梗關河路兩鬂垂絲歲暮天

009_0505_b_19L世上溪沉應有數幾時重續舊因緣

009_0505_b_20L智異山臺巖

009_0505_b_21L
寶林深裏闢金田寥閴禪門隔世緣

009_0505_b_22L物外靈區誰卜地壺中仙景自開天

009_0505_b_23L透䆫淸影三更月入夢寒聲萬壑川

009_0505_b_24L魂爽不知爲病客醉吟眞樂任蹁躚

009_0505_c_01L
쌍계사雙溪寺
盤辟山川擁北南     빙글빙글 산과 시내가 남북을 에워싸고
中開龍象大伽藍     그 가운데 펼쳐진 용상龍象269)의 대가람
羊膓石路連金刹     양 창자 같은 돌길 황금의 사찰로 이어지고
鳳腦香烟遶玉龕     봉황 뇌 같은 향 연기 백옥 불감을 에워싸네
明月長懸王老室     밝은 달은 늘 왕 노사王老師270)의 방에 걸리고
淸風時拂趙州衫     맑은 바람 때로 조주趙州의 적삼271)을 터니
囂塵萬事俱岑寂     떠들썩한 세간의 온갖 일 모두 고요해
詩興禪心兩不堪     시흥詩興과 선심禪心 두 가지 다 감당키 어렵구나.
임발 석사의 운을 따라(次林碩士韻)
鶴峀龍門登望夕     학수鶴岫와 용문龍門에 올라 바라보는 저녁
竺風華月共吟時     천축의 바람 중화의 달 함께 읊는 시간
羨君文苑三珠樹     문원文苑의 삼주수三珠樹272)인 그대를 부러워하자니
愧我禪林一病枝     선림의 병든 한 가지인 내가 부끄럽구려
非但謫仙偏愛酒     유난히 술을 사랑한 적선謫仙273)일 뿐 아니라
也知光祿最能詩     가장 시를 잘 짓는 광록光祿274)임도 알겠네
高唱白雪今難和     〈백설곡〉 크게 불러도 이제 화답키 어려워
流水靑山憶子期     흐르는 물 푸른 산에 종자기가 그립구려.
차운하여 망명 도인 종현에게 보이다(次示亡名道人宗玄)
雲水行裝異耦耕     운수납자의 행장이라 밭 가는 농부와 다르기에
空門爲道趂亡名     텅 빈 문으로 도를 찾아 이름 없는 자 좇았더니
心中覆載乾坤廓     마음속에서 덮고 싣는 하늘과 땅이 탁 트였고
眼底升沉日月明     눈 아래에서 뜨고 지는 해와 달이 밝구려
班馬文章那有用     반고班固와 사마천司馬遷275)의 문장 어디다 쓰리오
韓彭功業竟無成     한신韓信과 팽월彭越276)도 공업을 끝내 이루지 못했지
世間萬事皆如幻     세간의 온갖 일들 모두 허깨비와 같으니
莫向風塵苦一生     괴롭게 한평생 살다 가는 풍진세계 향하지 마시게.
차운하여 연초 대사를 송별하다스님을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次送演初大師尋師不契還鄕)
世慮紛紛髮欲銀     세속 생각 분분해 귀밑머리만 희끗희끗
搔頭難避庾公塵     머리 긁어 보아도 유 공庾公의 티끌277) 피하기 어렵지
空門佛法無多子     공문의 불법에는 많은 자식 없나니
敎道師宗有幾人     도를 가르치는 종문의 스승 몇 사람이나 되던가
香社名花愁裏艶     향사香社의 이름난 꽃들 수심에 잠겨 어여쁘고
故園芳樹夢中春     옛 동산의 꽃다운 나무들은 꿈속의 봄
雲山自此遙相隔     구름과 산 이제부터 멀리 서로 떨어지지만
莫惜天涯鴈字頻     하늘가로 자주 보내는 편지 아끼지 마시게.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千古蒼蒼皆骨山     천고에 창창한 개골산皆骨山278)
瀛洲海上白雲間     영주瀛洲279)는 바다 위 흰 구름 사이에
珊瑚樹色三神洞     나무의 색 산호와 같은 삼신동三神洞
錦繡秋光九井灣     가을의 빛 비단과 같은 구정만九井灣
猿嘯巖邊仙桂落     원숭이 우는 바위 가에 신선의 계자 떨어지고
月明松下鶴襟閑     달 밝은 소나무 아래엔 학의 옷깃 한가로운데

009_0505_c_01L雙溪寺

009_0505_c_02L
盤辟山川擁北南中開龍象大伽藍

009_0505_c_03L羊膓石路連金刹鳳腦香烟遶玉龕

009_0505_c_04L明月長懸王老室淸風時拂趙州衫

009_0505_c_05L囂塵萬事俱岑寂詩興禪心兩不堪

009_0505_c_06L次林碩士

009_0505_c_07L
鶴峀龍門登望夕竺風華月共吟時

009_0505_c_08L羨君文苑三珠樹愧我禪林一病枝

009_0505_c_09L非但謫仙偏愛酒也知光祿最能詩

009_0505_c_10L高唱白雪今難和流水靑山憶子期

009_0505_c_11L次示亡名道人宗玄

009_0505_c_12L
雲水行裝異耦耕空門爲道趂亡名

009_0505_c_13L心中覆載乾坤廓眼底升沉日月明

009_0505_c_14L班馬文章那有用韓彭功業竟無成

009_0505_c_15L世間萬事皆如幻莫向風塵苦一生

009_0505_c_16L次送演初大師尋師不契還鄕

009_0505_c_17L
世慮紛紛髮欲銀搔頭難避庾公塵

009_0505_c_18L空門佛法無多子敎道師宗有幾人

009_0505_c_19L香社名花愁裏艶故園芳樹夢中春

009_0505_c_20L雲山自此遙相隔莫惜天涯鴈字頻

009_0505_c_21L次金剛山韻

009_0505_c_22L
千古蒼蒼皆骨山瀛洲海上白雲間

009_0505_c_23L珊瑚樹色三神洞錦繡秋光九井灣

009_0505_c_24L猿嘯巖邊仙桂落月明松下鶴襟閑

009_0506_a_01L桃花流水依然在     복사꽃 흐르는 물에도 그 자리를 맴도니
自是時人不可攀     이 때문에 당시 사람들 찾을 수 없었으리.
‘묘향대’의 운을 따라(次妙香臺韻)
峨嵋山上最高臺     아미산 꼭대기 가장 높은 누대
澗瑟松琴爽客懷     개울 소리 솔바람 소리에 상쾌해지는 나그네 마음
千慮只憑三昧遣     천 가지 근심 그저 삼매에 의지해 떨치고
萬峯都把一笻歸     만 개의 봉우리 한 개의 지팡이로 모두 돌았네
月中桂子仙碁落     달 속 계수나무 씨앗 신선의 바둑판에 떨어지고
刦外曇花鶴樹開     겁 밖의 우담바라 꽃 학의 나무에 피어나는데
獨坐莎牕春晝永     향부자 창에 홀로 앉으니 봄날은 늘어져
窅然淸興也難裁     아득한 맑은 흥취 정말 가누기 어렵구나.
‘향산폭포’의 운을 따라(次香山瀑布韻)
武陵臺上對孱顏     무릉대에 올라 험준한 준령 마주하고
嶷嶷層崖壁絶攀     높고 높은 층층 벼랑 절벽을 기어올랐더니
白瀑直垂千尺下     천 척 아래로 곧장 떨어지는 하얀 폭포
銀河倒掛九天間     구천의 은하수를 거꾸로 걸어 놓은 듯
風殘巖壑晴雷隱     바람도 없는 골짜기에 마른 우레 으르렁거리고
日照香峯紫靄看     해 비추는 향로봉에 자줏빛 아지랑이가 보이네
倘使謫仙題此景     혹시 적선더러 이 경치를 읊게 한다면
廬山何獨有奇觀     어찌 여산廬山280)에만 기이한 경관 있다 하랴.
‘금강산’의 운을 따라(次金剛山韻)
白雲飛逐赤松遊     흰 구름 날아서 적송자의 놀이 뒤쫓아
一遍仙區萬慮休     신선 세계 한 바퀴 둘러보니 온갖 시름 사라지네
地絶炎氛疑不夏     땅에는 열기 사라져 여름이 아닌가 싶고
臺寒爽氣欲生秋     서늘한 누대엔 상쾌한 기운 가을이 오려는지
屏開天外三千嶂     하늘 밖에 병풍처럼 펼쳐진 삼천 봉우리
鏡瀉空中十二流     허공에서 거울처럼 쏟아지는 열두 계곡
矯首試看孤鳥表     외로운 새 따라 목을 빼고 둘러보니
西風落照亂峯頭     서풍과 낙조가 봉우리에 어지럽구나.
선암사仙巖寺
積翠層巒碧漢齊     짙푸른 층층 봉우리 푸른 은하수와 나란하고
翼然飛閣出雲梯     날개를 편 높은 누각 구름사다리 위로 솟아
中天白日臨牕近     중천의 밝은 해가 창가를 맴돌고
上界銀河入戶低     상계上界의 은하수가 문 아래로 흐른다
北峀風殘踈磬落     바람 잔 북쪽 산엔 성근 경쇠 소리 떨어지고
東林月吐亂猿啼     달 토한 동쪽 숲엔 어지러운 원숭이 울음
玆遊忽憶前遊處     여기서 놀다 문득 예전에 놀던 곳 생각하니
今勝前看嶺海西     예전에 보았던 영해嶺海의 서쪽보다 지금이 낫네.
불영대佛影臺
拂來塵袖向仙山     흙 묻은 소매 털고 신선의 산을 향하여
選勝搜奇發鬼慳     수승한 경관 찾다가 발견한 귀신이 아끼는 땅
古井雨晴龜出曝     오래된 우물에 비 개이자 거북이 나와 햇볕을 쬐고
老松烟暝鶴飛還     늙은 소나무에 안개 짙자 학이 날아 돌아온다

009_0506_a_01L桃花流水依然在自是時人不可攀

009_0506_a_02L次妙香臺韻

009_0506_a_03L
峨嵋山上最高臺澗瑟松琴爽客懷

009_0506_a_04L千慮只憑三昧遣萬峯都把一笻歸

009_0506_a_05L月中桂子仙碁落刦外曇花鶴樹開

009_0506_a_06L獨坐莎牕春晝永窅然淸興也難裁

009_0506_a_07L次香山瀑布韻

009_0506_a_08L
武陵臺上對孱顏嶷嶷層崖壁絕攀

009_0506_a_09L白瀑直垂千尺下銀河倒掛九天間

009_0506_a_10L風殘巖壑晴雷隱日照香峯紫靄看

009_0506_a_11L倘使謫仙題此景廬山何獨有奇觀

009_0506_a_12L次金剛山韻

009_0506_a_13L
白雲飛逐赤松遊一遍仙區萬慮休

009_0506_a_14L地絕炎氛疑不夏臺寒爽氣欲生秋

009_0506_a_15L屏開天外三千嶂鏡瀉空中十二流

009_0506_a_16L矯首試看孤鳥表西風落照亂峯頭

009_0506_a_17L仙巖寺

009_0506_a_18L
積翠層巒碧漢齊翼然飛閣出雲梯

009_0506_a_19L中天白日臨牕近上界銀河入戶低

009_0506_a_20L北峀風殘踈磬落東林月吐亂猿啼

009_0506_a_21L玆遊忽憶前遊處今勝前看嶺海西

009_0506_a_22L佛影臺

009_0506_a_23L
拂來塵袖向仙山選勝搜奇發鬼慳

009_0506_a_24L古井雨晴龜出曝老松烟暝鶴飛還

009_0506_b_01L風琴交奏千林外     일천 숲 밖에서 교대로 연주하는 바람의 거문고
水樂爭傳萬壑間     일만 골짝 사이에서 앞다퉈 전하는 물의 음악
從今忘却人寰事     이제부턴 인간세계의 일 모두 잊고서
暫得浮生半日閑     잠시나마 덧없는 인생의 반나절 한가로움 얻으리라.
일화의 운을 따라(次一華韻)
出俗安閑物外畼     속세 벗어나 편안하고 한가한 세상 밖 경지
脫然還似馬無繮     초연한 것이 또한 고삐 없는 말과 같아
秋將竹杖遊楓嶽     가을이면 죽장 짚고 풍악산 유람하고
春拂蘿衣入妙香     봄이면 벽라의 털고 묘향산으로 들어오네
桂月方明趺坐室     좌선하는 방에는 밝아 오는 계수나무 달님
天花時落誦經床     경전 읽는 책상엔 때맞춰 떨어지는 하늘 꽃
少林暫得禪枝靜     소림에서 잠시 선정의 고요함 얻으니
無限淸風動晩凉     끝없는 맑은 바람이 저녁의 서늘함 일으키네.
추모하며 설암 화상의 운을 따라(追次雪嵓和尙韻)
我師師道徹玄微     우리 스님 스승의 도에서 현미함 통달하시고
得座披衣衆所歸     자리를 얻어 옷깃 펼치자 대중들 귀의했는데
講榻凄凉花藉藉     처량한 강당 책상엔 꽃잎만 수북수북
禪牕虛靜月依依     허정한 선방 창가엔 달빛만 아른아른
千嵓山色看如怨     일천 봉우리의 산색도 원망하듯 보이고
萬壑溪聲聽似悲     일만 골짜기의 소리도 슬퍼하듯 들리는데
惆悵溟翎高擧後     슬프네요, 아득한 날개 높이 날아가신 뒤
人龍僧鳳盡潛飛     용 같던 사람 봉황 같던 승려 모두 사라졌군요.
설암 화상을 추도하며(追悼雪嵒和尙)
百載相羊趙老門     한평생 조주趙州의 문을 서성거리다
偶隨蝴蝶入莊園     우연히 나비 따라 장주莊周의 동산으로 들어갔는데
禪燈匿耀乾坤黑     선의 등불 빛을 숨기니 하늘과 땅이 칠흑 같고
法鏡藏輝日月昏     법의 거울 빛을 감추니 해와 달마저 어두워라
葱嶺自歸悲隻履     총령葱嶺에서 돌아오며 한 짝만 남은 신발 슬펐지요281)
固林誰復吊孤魂     견고림堅固林282)에 누가 다시 외로운 혼백 조문할까요
依然講室空留影     예전 그대로인 강당에 휑하니 그림자만 남아
謾使兒孫涙洒軒     부질없이 자손들 추녀에 눈물 뿌리게 하네요.
환암 종임의 운을 따라(次幻巖宗任韻)
象外香山第一層     세상 밖 묘향산 제일 꼭대기에
蕭然獨坐水雲僧     쓸쓸히 홀로 앉은 운수납자
風吹講塔天花散     바람 부는 강원 탑엔 하늘 꽃 흩날리고
月入禪池寶鏡澄     달빛 비친 선방 연못 보배 거울처럼 맑구려
翠竹黃梅談實相     푸른 대 노란 매화 실상實相을 이야기하고
金蓮玉藻頌眞乘     황금 연꽃 옥 마름 진승眞乘283)을 노래하니
淸虛道骨元無累     맑고 허허로운 도골道骨 원래 얽매임 없어
不滌曹溪潔若氷     조계曹溪284)에 씻지 않아도 얼음처럼 깨끗해.
은선암隱仙庵
憂愁欝結豁然空     꽉 막혔던 근심 시원스레 탁 트이니
到此方知極樂同     여기에 이르러서야 극락임을 알겠네

009_0506_b_01L風琴交奏千林外水樂爭傳萬壑間

009_0506_b_02L從今忘却人寰事暫得浮生半日閑

009_0506_b_03L次一華韻

009_0506_b_04L
出俗安閑物外畼脫然還似馬無繮

009_0506_b_05L秋將竹杖遊楓嶽春拂蘿衣入妙香

009_0506_b_06L桂月方明趺坐室天花時落誦經床

009_0506_b_07L少林暫得禪枝靜無限淸風動晩凉

009_0506_b_08L追次雪嵓和尙韻

009_0506_b_09L
我師師道徹玄微得座披衣衆所歸

009_0506_b_10L講榻凄凉花藉藉禪牕虛靜月依依

009_0506_b_11L千嵓山色看如怨萬壑溪聲聽似悲

009_0506_b_12L惆悵溟翎高擧後人龍僧鳳盡潛飛

009_0506_b_13L追悼雪嵒和尙

009_0506_b_14L
百載相羊趙老門偶隨蝴蝶入莊園

009_0506_b_15L禪燈匿耀乾坤黑法鏡藏輝日月昏

009_0506_b_16L葱嶺自歸悲隻復固林誰復吊孤魂

009_0506_b_17L依然講室空留影謾使兒孫涙洒軒

009_0506_b_18L次幻巖宗任

009_0506_b_19L
象外香山第一層蕭然獨坐水雲僧

009_0506_b_20L風吹講塔天花散月入禪池寶鏡澄

009_0506_b_21L翠竹黃梅談實相金蓮玉藻頌眞乘

009_0506_b_22L淸虛道骨元無累不滌曹溪潔若氷

009_0506_b_23L隱仙庵

009_0506_b_24L
憂愁鬱結豁然空到此方知極樂同

009_0506_c_01L丹壁日高山影轉     한낮 붉은 절벽엔 산 그림자가 돌고
碧天秋晩桂香濃     늦가을 푸른 하늘엔 계수나무 향기 짙어라
八牕虛靜迎風月     허정한 팔방 창문은 풍월을 맞이하고
三逕淸凉遶竹松     청량한 세 갈래 길 송죽을 맴도는데
更見烟霞籠不卷     다시 안개와 노을을 보며 주렴을 걷지 않나니
想應靈物厭塵蹤     영물은 분명 속세의 자취 싫어하리란 생각에.
차운하여 우암 초흠에게 드립니다(次贈牛巖草欽)
獨上高樓望故鄕     홀로 높은 누대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니
白雲千里起蒼蒼     흰 구름 천 리 하늘에서 피어나네
水流山下覊思遠     물은 흘러 산 아래로 먼 그리움 몰고 가고
日暮天涯惹恨長     해는 져 하늘 끝으로 긴 아쉬움 끌어당기네
鶴髮兩親沉老病     학처럼 머리 센 부모님 이제 늙고 병드셨건만
鴈行雙弟廢畊桑     기러기처럼 행각하는 두 아우 가업을 저버렸지
煩君若到吾隣近     귀찮더라도 그대 내 고향 가까이 가시거든
傳報秋來進拜堂     가을 오면 찾아뵙겠다고 꼭 좀 전해 주오.
묘향산 상원(香山上院)
深山梵宇何寥廓     깊은 산 절집 어찌 이리 조용할까
浮世塵緣殊寂寞     뜬세상 티끌 인연은 더욱 적막해
絶壁千尋鐵索攀     절벽이 천 길이라 쇠줄 잡고 오르고
懸崖萬仞銀河落     벼랑이 만 길이라 은하수가 떨어진다
上雲峯吐月當牕     상운봉上雲峯이 토한 달님 창을 비추고
引虎臺生風轉箔     인호대引虎臺에 이는 바람 주렴을 마는데
脫洒衲僧在此中     씻은 듯 말쑥한 납승이 여기 있으니
誰人與學眞空樂     누가 함께 참된 공의 즐거움 배울까.
잡저雜著
이세추 상사上舍285)의 운을 따라(次李上舍世樞韻)
歲暮梅殘節       한 해 저물고 매화가 지는 계절
風寒雪滿巓       바람 차갑고 눈이 가득한 봉우리
流光已荏苒       세월은 어느덧 이리 훌쩍 흘렀건만
遠客尙迍邅       먼 길 나그네는 오히려 머뭇머뭇
窮若途中籍       길 가던 완적阮籍286)처럼 막히는 것이
何如査上騫       어찌 뗏목 탄 장건張騫287)만이야 할까
洛陽歸幾日       낙양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일까
漂泊已多年       이리저리 떠돈 것도 이미 여러 해
浪跡西關散       관서關西에 흩어진 떠돌이의 자취
葵心北闕懸       북궐北闕에 매달린 해바라기 마음288)
昭王招厚幣       소왕昭王이 후한 폐백으로 부르자
高士爭趍燕       고사高士들 앞다퉈 연燕나라로 찾아갔지289)
可摺賢良子       발탁될 수 있는 현량한 자가
那牽蠻貊跧       어찌 오랑캐에게 짓밟힘을 당하리오
忠誠餘白日       충성심은 밝은 태양보다 더하고
窮數任蒼天       궁한 운수는 푸른 하늘에 맡겼지
磨劒十年後       십 년 동안 칼을 간 후
飛笻千里邊       지팡이 날린 천 리 길

009_0506_c_01L丹壁日高山影轉碧天秋晩桂香濃

009_0506_c_02L八牕虛靜迎風月三逕淸凉遶竹松

009_0506_c_03L更見烟霞籠不卷想應靈物厭塵蹤

009_0506_c_04L次贈牛巖草欽

009_0506_c_05L
獨上高樓望故鄕白雲千里起蒼蒼

009_0506_c_06L水流山下覊思遠日暮天涯惹恨長

009_0506_c_07L鶴髮兩親沉老病鴈行雙弟廢畊桑

009_0506_c_08L煩君若到吾隣近傳報秋來進拜堂

009_0506_c_09L香山上院

009_0506_c_10L
深山梵宇何寥廓浮世塵緣殊寂寞

009_0506_c_11L絕壁千尋鐵索攀懸崖萬仞銀河落

009_0506_c_12L上雲峯吐月當牕引虎臺生風轉箔

009_0506_c_13L脫洒衲僧在此中誰人與學眞空樂

009_0506_c_14L

009_0506_c_15L雜著

009_0506_c_16L次李上舍世樞

009_0506_c_17L
歲暮梅殘節風寒雪滿巓

009_0506_c_18L流光已荏苒遠客尙迍邅

009_0506_c_19L窮若途中籍何如査上騫

009_0506_c_20L洛陽歸幾日漂泊已多年

009_0506_c_21L浪跡西關散葵心北闕懸

009_0506_c_22L昭王招厚幣高士爭趍燕

009_0506_c_23L可擢賢良子那牽蠻貊跧

009_0506_c_24L忠誠餘白日窮數任蒼天

009_0506_c_25L磨劒十年後飛笻千里邊

009_0507_a_01L智仁心所樂       지혜와 어짊을 마음으로 즐기자
山水興相牽       산과 강이 흥을 서로 이끌었네
理學通周易       이학理學에 있어서는 『주역』을 통달하고
高才草太玄       뛰어난 재주로 『태현경太玄經』290)을 초하며
陰陽知牝馬       음양에 있어서는 빈마牝馬291)를 알고
天地見魚鳶       천지에서 물고기와 솔개292)를 보았지
雅操標新格       고아한 지조는 새 격식을 표방하고
輕裝繼古賢       가벼운 차림새로 옛 현인을 계승해
吟風占句癖       바람을 노래하며 시를 짓는 습관
對月醉杯顚       달빛 마주해 취하면 술잔을 엎었네
玉匣騰龍筆       옥 상자에서 용의 붓 날아오르고
錦囊吐鳳篇       비단 주머니에서 봉황의 글 토해
棘圍試戰藝       과거장293)에서 기예를 겨루어
蓮牓摺題牋       지은 글이 연방蓮牓294)에 뽑혔는데
弔影西鄙僻       서쪽 변방에서 제 그림자나 위로하고295)
回膓上洛煎       뒤틀리는 오장 상락上洛에서 태우고 있으니
何時聞宸極       언제쯤이나 임금님에게 알려져
綸命到星躔       명을 받들어 성전星躔296)에 오르시려나.
홍익중 진사의 운을 따라(次洪進士益重韻)
客借仙扃宿       신선의 문에서 하룻밤 묵은 나그네
莎䆫塵夢醒       향부자 창가에서 세속의 꿈을 깨고
起看山水綠       일어나 둘러보니 산도 물도 초록빛
洞天花雨晴       동천에 흩날리던 꽃비가 그쳤구나
蠟屐登山囿       나막신 신고서 산에 오르니
飄然身世輕       표연해라 가벼운 신세
行行緣石磴       돌 비탈 따라가고 또 가니
簇簇開雲屏       펼쳐지는 구름 병풍 뭉게뭉게
高陟烟霞上       안개와 노을 위로 높이 올라
俯瞰天地平       반반한 하늘과 땅 굽어보니
吟邊風月富       노래할 바람과 달 풍요롭고
足下江山縈       발아래 강과 산은 굽이굽이
千巖流水豗       일천 봉우리엔 흐르는 물 떠들썩
萬壑白雲行       일만 골짜기로 흘러가는 흰 구름
臨風腋生翎       바람 맞으니 겨드랑이에 날개 돋고
掬水骨透淸       물 움켜쥐니 뼛속까지 맑아지네
忽然神氣爽       홀연히 정신과 기운 상쾌해지고
偶尔眸光熒       우연히 눈동자의 광채 밝아져
細審山海經       『산해경山海經』을 자세히 찾아보고
更察天河橫       비끼는 은하수를 다시 살핀다
納納乾坤廓       광대한 건곤의 울타리엔
明明日月盈       밝고 밝은 일월이 가득
一元初轉轉       하나의 근원이 태초에 구르고 구르자
萬化自生生       온갖 조화 저절로 생기고 또 생겼다네
天地雖云別       천지가 비록 다르다고는 하나
元從一權衡       원래 하나로부터 균형을 이루지
我識物如斯       내 만물이 이와 같음을 아나니
君休煩我聽       그대여 내 귀를 번거롭게 마시게

009_0507_a_01L智仁心所樂山水興相牽

009_0507_a_02L理學通周易高才草太玄

009_0507_a_03L陰陽知牝馬天地見魚鳶

009_0507_a_04L雅操標新格輕裝繼古賢

009_0507_a_05L吟風占句癖對月醉杯顚

009_0507_a_06L玉匣騰龍筆錦囊吐鳳篇

009_0507_a_07L棘圍試戰藝蓮牓擢題牋

009_0507_a_08L弔影西鄙僻回膓上洛煎

009_0507_a_09L何時聞宸極綸命到星躔

009_0507_a_10L次洪進士益重

009_0507_a_11L
客借仙扃宿莎䆫塵夢醒

009_0507_a_12L起看山水綠洞天花雨晴

009_0507_a_13L蠟屐登山囿飄然身世輕

009_0507_a_14L行行緣石磴簇簇開雲屏

009_0507_a_15L高陟烟霞上俯瞰天地平

009_0507_a_16L吟邊風月富足下江山縈

009_0507_a_17L千巖流水豗萬壑白雲行

009_0507_a_18L臨風腋生翎掬水骨透淸

009_0507_a_19L忽然神氣爽偶尔眸光熒

009_0507_a_20L細審山海經更察天河橫

009_0507_a_21L納納乾坤廓明明日月盈

009_0507_a_22L一元初轉轉萬化自生生

009_0507_a_23L天地雖云別元從一權衡

009_0507_a_24L我識物如斯君休煩我聽

009_0507_b_01L反求應有得       돌이켜 구하면 분명 얻을 것이요
莫若窮書經       경서經書 연구보다 좋은 것은 없지
道本一貫來       도란 본래 일관된 법인데
我何呶呶爭       내 어찌 시끄럽게 다투겠나
語罷相拜別       말을 마치고 공손히 헤어져
路指錦峯靑       푸른 금봉錦峯으로 향하는 길.
근심 속에서 고향에 머물다(滯憂關山)
流水洞中尋入寺     흐르는 물 골짜기 속으로 절을 찾아 들어가
白雲峯上坐經年     흰 구름 봉우리에 앉아 여러 해 보냈는데
忽逢憂慮下塵界     홀연히 근심을 만나 속세로 내려오고
仍入閭閻行市鄽     게다가 여염집에 저잣거리까지 누비네
蠏笑龍魚游淺水     용과 큰 고기가 얕은 물에서 논다고 게들이 비웃고
狐譏虎豹出深巓     호랑이와 표범이 깊은 산골 나왔다고 여우들 나무라니
端宜象外孤笻擲     세상 밖으로 외로운 지팡이 던져야 마땅하리라
其奈人間百慮牽     그 어찌 인간 세상 온갖 근심에 끌리리오
如蟪甕沉塵臼陷     옹기 속 쓰르라미처럼 번뇌의 구렁에 빠지고
似蚕繭處世緣纒     고치 속 누에처럼 세속 인연에 얽혀
不知太常持齋節     태상太常297)이 재계齋戒를 지킨 절개도 알지 못하는데
詎覺周顒奉佛虔     주옹周顒298)이 부처를 받들었던 정성을 어찌 깨달으랴
心隙侵魔難學法     마음 틈으로 마귀 침범해 법을 배우기 어렵고
口中生荊未談玄     입안에 가시가 생겨 현담玄談도 나누지 못하니
工夫鈍滯多艱苦     둔하고 막힌 공부에 어려움도 괴로움도 많은 채
歲月銷磨幾缺圓     세월의 숫돌에 갈린 달님 찼다 기울기 몇 번인가
萬事盛衰都在分     온갖 일의 성쇠는 모두 분수에 달렸고
一身窮達只由天     한 몸의 궁달窮達도 그저 하늘에 달렸으니
寡聞無識猶堪歎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어 탄식만 나오고
糲食麁衣亦可憐     거친 밥에 거친 옷 역시 가련하구나
千里暮雲愁緖外     늘어진 시름 밖에는 천 리에 뻗힌 저녁 구름
三竿落日涙痕邊     눈물 자욱 가에는 세 발 높이에서 지는 해
何時得入祖師室     언제쯤이나 조사의 방으로 들어가
依舊重叅狗子禪     예전처럼 구자선狗子禪299)을 거듭 참구할 수 있을까.
임종게臨終偈
신통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내 초상을 그려 나에게 보여 주며 “이것이 스님의 초상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그림 뒤에다 몇 자 적는다.


生前渠於我之影     생전엔 그대가 내 그림자더니
死後我於渠之影     사후엔 내가 그대의 그림자
渠我元來幻化形     그대도 나도 원래 허깨비의 형상
不知誰是其眞影     누가 그 참된 모습인지 모르겠구나.
脫殼超然出範圍     껍질 벗고 초연히 범위를 벗어나
虛空撲落無蹤跡     허공마저 때려 부수어 자취 없으니
木人唱拍哩囉囉     목인木人이 장단 맞춰 부르는 노래 리라라
石馬倒騎歸自適     석마石馬 거꾸로 타고서 유유자적 돌아가노라.
是自適處沒朕跡     유유자적하는 이곳 조짐 없으니
沒朕跡處眞湼槃     조짐이 사라진 곳이 참된 열반

009_0507_b_01L反求應有得莫若窮書經

009_0507_b_02L道本一貫來我何呶呶爭

009_0507_b_03L語罷相拜別路指錦峯靑

009_0507_b_04L滯憂關山

009_0507_b_05L
流水洞中尋入寺白雲峯上坐經年

009_0507_b_06L忽逢憂慮下塵界仍入閭閻行市鄽

009_0507_b_07L蠏笑龍魚游淺水狐譏虎豹出深巓

009_0507_b_08L端宜象外孤笻擲其奈人間百慮牽

009_0507_b_09L如蟪甕沉塵臼陷似蚕繭處世緣纒

009_0507_b_10L不知太常持齋節詎覺周顒奉佛虔

009_0507_b_11L心隙侵魔難學法口中生荊未談玄

009_0507_b_12L工夫鈍滯多艱苦歲月銷磨幾缺圓

009_0507_b_13L萬事盛衰都在分一身窮達只由天

009_0507_b_14L寡聞無識猶堪歎糲食麁衣亦可憐

009_0507_b_15L千里暮雲愁緖外三午落日涙痕邊

009_0507_b_16L何時得入祖師室依舊重叅狗子禪

009_0507_b_17L臨終偈

009_0507_b_18L
有示足畫我影示我曰此是眞影

009_0507_b_19L遂批其背曰生前渠於我之影

009_0507_b_20L後我於渠之影渠我元來幻化形

009_0507_b_21L知誰是其眞影

009_0507_b_22L
脫殼超然出範圍虛空撲落無蹤跡

009_0507_b_23L木人唱拍哩囉囉石馬倒騎歸自適

009_0507_b_24L
是自適處沒朕跡沒朕跡處眞湼槃

009_0507_c_01L眞湼槃者是甚麽     참된 열반이라니 그것이 무엇인가
是甚麽者又甚麽     그게 무엇일까 하는 그것은 또 무엇인가.
쯧쯧쯧, 허허허. 한참 있다가 또 허허허 하고는 곧 붓을 던지고 누우셨다. 咄咄咄噓噓噓。 良久。 又噓噓噓。 即投筆而臥。

009_0507_c_01L眞湼槃者是甚麽是甚麽者又甚麽
009_0507_c_02L咄咄咄噓噓噓良久
噓噓噓即投筆而臥

009_0508_a_01L
  1. 1)사辭 : 문체의 하나다. 시詩도 아니고 산문散文도 아닌 운문韻文이다.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부賦와 비슷하나,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하고, 사는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하는 점이 다르다.
  2. 2)나월蘿月 : 여라女蘿 덩굴에 걸린 달빛을 말한다. 은자隱者의 처소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3. 3)패다라 잎(貝多葉) : 불교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 패다貝多는 ⓢ Pattra의 음역인 패다라貝多羅의 줄임말이다. 인도에서 패다라라는 식물의 잎을 이용해 경전을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4. 4)고풍古風 : 수隋나라 이전의 문체로서 고체古體라고도 한다. 글자나 글귀에 일정한 수가 없고, 한 수首 안에서 평운平韻을 썼다 측운仄韻을 썼다 하여 일정한 법이 없다. 삼언三言ㆍ사언四言ㆍ오언五言ㆍ육언六言ㆍ칠언七言의 구별이 있다.
  5. 5)얼굴에는 협죽도夾竹桃~숨겼다는 걸 :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제23장에 “수보리야! 말한 바 선법이란 것은 여래가 설하되 곧 선법이 아니고 그 이름이 선법이니라.(須菩提。 所言善法者。 如來說卽非善法。 是名善法。)”라는 문구가 있다. 이에 대해 야부冶父가 “얼굴엔 협죽도 꽃이요 뱃속엔 하늘을 찌를 가시로다.(面上夾竹桃花。 肚裏侵天荊棘。)”라는 주해를 달았다. 협죽도 꽃은 자비롭고 화사한 웃음을 비유한 말이다.
  6. 6)촉도蜀道 : 촉蜀나라로 통하는 험준한 잔도棧道를 말한다.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악부樂府가 유명하다.
  7. 7)오귀烏龜 : 승려를 비하한 표현이다. 수거북을 오귀라 하는데, 수놈 거북은 교미를 하지 못해 암컷이 뱀과 교미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고사가 있다.
  8. 8)서산西山 :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을 말한다. 『선가귀감禪家龜鑑』ㆍ『삼가귀감三家龜鑑』ㆍ『청허집淸虛集』ㆍ『선교석禪敎釋』 등 4권의 저서가 있다.
  9. 9)맑은 밤(淸夜) : 송나라 철인 소옹邵雍의 〈청야음淸夜吟〉에 착안한 시이다. 〈청야음〉에서 “달이 하늘 한가운데 다다른 곳, 바람이 수면으로 불어올 때, 한결같은 청아한 이 맛, 아는 사람이 아마도 적겠지.(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라고 하였다.
  10. 10)사실四室 : 부父ㆍ조祖ㆍ증조曾祖ㆍ고조高祖, 또는 그들을 모신 사당을 말한다. 허정 법종虛靜法宗의 법계가 서산 휴정西山休靜―사명 유정四溟惟政―월저 도안月渚道安―설암 추붕雪庵秋鵬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11. 11)구릉처럼 산마루처럼 장수하시길(祝如陵祝如岡) : 『시경』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아홉 가지의 예를 들어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이른바 ‘구여지축九如之祝’이 나오는데, 그중 “산마루와 같고 구릉과 같으며(如岡如陵)”라는 구절이 있다.
  12. 12)상방上房 : 주지住持나 조실祖室 등이 거주하는 내실을 일컫는 말이다.
  13. 13)포단蒲團 : 좌선할 때 사용하는 좌구다.
  14. 14)호리병 속(壺中) : 신선 세계를 뜻한다. 후한 시대에 비장방費長房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시장에 약장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언제나 가게 앞에 항아리를 하나 두고 시장이 파하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비장방이 이상하게 여겨 그 할아버지를 찾아가자 할아버지가 그를 항아리 속으로 안내하였는데 그 속에 별천지別天地가 있었고, 약장수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유배된 신선인 호공壺公이었다고 한다.(『後漢書』 「方術傳」)
  15. 15)도원桃源 :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말한다. 무릉武陵 땅의 어부가 시내를 따라 올라가며 고기를 잡다가 홀연히 복사꽃이 만발한 별천지에 들어가서 노닐었는데, 그곳을 나와 고향으로 돌아온 뒤 다시 찾아가 보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16. 16)적송자赤松子 : 신선의 이름이다.
  17. 17)청학靑鶴 : 신선이 탄다는 푸른 학이다.
  18. 18)권중경權重經(1658~1728)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도일道一, 호는 손재巽齋ㆍ정묵당靜默堂이다. 할아버지는 영의정 대운大運이며, 아버지는 위瑋이다. 1689년(숙종 15)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교리ㆍ헌납ㆍ이조좌랑, 1691년 수찬ㆍ부교리ㆍ이조정랑, 1692년 부응교ㆍ사간ㆍ승지, 1693년 대사간ㆍ대사성, 이듬해 이조참의 등을 차례로 역임하였다. 갑술옥사로 유배되었다가 1721년(경종 1)에 풀려나 이듬해 전라도 관찰사에 기용되었으며, 1723년 함경도 관찰사에 이어 이듬해 형조참의ㆍ호조참의를 역임하였다. 1728년 척질戚姪 이인좌李麟佐가 난을 일으키자 자살하였다. 저서로 『정묵당집靜默堂集』이 있다.
  19. 19)청운靑雲 : 지위와 덕이 높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20. 20)징광사澄光寺 : 현재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면 징광리에 옛터만 남아 있다.
  21. 21)귀전歸全 : 사람이 죽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증자曾子가 “부모가 온전히 낳아 주셨으니, 자식은 온전히 보전해 돌아가야 한다.(父母全而生之。 子全而歸之。)”라고 한 말에서 나온 것이다.
  22. 22)동천洞天 : 도가道家 용어로, 신선이 사는 곳을 뜻한다. 인간 세상에 36개의 동천이 있다고 한다.(『述異記』 권하)
  23. 23)환몽幻夢 : 조선 후기 승려인 굉활宏濶(1680~1741)의 호이다. 환몽幻蒙이라 한 곳도 있다. 추붕秋鵬에게 경을 배우고 남방의 여러 종장宗匠을 찾아다니다가, 늦게 월저月渚의 문하에서 업을 마쳤다. 황주 도관사에서 나이 62세로 입적하였다.
  24. 24)월임강月臨江 : 지금의 청천강淸川江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하천 명칭의 단일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구간마다 월임강ㆍ화천강花川江ㆍ구룡강九龍江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25. 25)환성喚惺(1664~1729) : 환성喚醒이라고도 한다. 조선 스님으로 법명은 지안志安이다. 15세에 출가하여 17세에 월담 설제月潭雪霽의 법을 이었고, 27세에 직지사에서 모운慕雲의 강좌를 이어받아 명성을 떨쳤다. 이후 제방을 편력하며 수많은 학인들을 지도하였는데, 1725년 금산사에서 열었던 화엄대법회가 1728년에 일어난 이인좌의 난과 관련되었다 하여 역모죄로 체포되었다. 1729년 제주도로 유폐되었고, 유배지에 도착한 지 7일 만에 병사하였다.
  26. 26)살수薩水 : 청천강의 옛 이름이다. 고구려 을지문덕이 수隋 양제煬帝의 별동대 30만 5천 명을 궤멸시킨 살수대첩薩水大捷(612)의 현장이다.
  27. 27)오동 한 잎 지는 가을 : 입추立秋가 되면 오동나무 잎이 가장 먼저 진다고 한다. 옛말에 “오동 한 잎 떨어지면, 천하 사람이 다 가을임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라고 하였는데, 이는 『어정패문재광군방보御定佩文齋廣群芳譜』에 나온다.
  28. 28)백암栢庵(1631~1700) : 조선 스님으로 법명은 성총性聰이다. 13세에 순창 추암淳昌鷲岩에게 출가하여 18세에 방장산 취미翠微에게 9년 동안 수학하였다. 승주 송광사, 낙안 징광사, 하동 쌍계사 등지에 주석하였으며, 시詩에 능하였다. 1681년(숙종 7) 임자도에 표류한 선박에서 다량의 불서가 발견되자 이를 판각해 징광사와 쌍계사에 진장珍藏하였다. 숙종 26년 쌍계사 신흥암에서 나이 70세로 입적하였다.
  29. 29)부구浮丘 : 옛날 신선이다. 황제黃帝 때 사람이라고도 하고, 주周 영왕靈王 때 사람이라고도 하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시에 능하였다고 한다.
  30. 30)천명을 즐긴 백(樂天白) :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에 빗댄 표현이다. 낙천樂天은 그의 호다. 백거이는 만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여산廬山 향로봉香爐峯에 초당을 짓고 시승詩僧과 한적한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31. 31)동자童子 :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등장하는 선재동자善財童子를 말한다. 선재동자는 110성을 편력하며 53선지식을 친견하였다.
  32. 32)늙은 오랑캐(老胡) : 선종禪宗의 초조인 보리달마菩提達磨를 말한다. 달마는 소림사少林寺에서 9년 동안 면벽面壁하였다.
  33. 33)고당高堂 : 어버이의 거소居所를 지칭하는 말이다.
  34. 34)무용無用(1651~1719) : 조선 중기 스님으로 법명은 수연秀演이다. 19세에 조계산 송광사로 출가하여 혜관惠寬의 제자가 되었고, 혜공慧空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1673년(현종 14) 선암사仙巖寺로 침굉枕肱을 찾아가 선의 진수를 묻고 대오大悟하였고, 1676년(숙종 2)에 침굉과 함께 조계산 은적암隱寂庵으로 백암柏庵을 찾아가 인가받았다. 백암을 도와 『화엄경연의華嚴經演義』 등의 간행에 동참하였고, 선암사에서 화엄회華嚴會를 열었으며, 1700년 7월에 백암의 뒤를 이어 조실祖室이 되었다. 저서로 『무용집無用集』 3권이 전한다.
  35. 35)대천경大千經 : 경명經名이 아니라 우주의 이치에 관해 말씀하신 경, 또는 삼천대천처럼 수없이 많은 경이라는 뜻이다. 불교 우주관에서는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대주四大洲가 있고 그 바깥 주위를 대철위산大鐵圍山이 둘러싸고 있다고 보는데, 이것을 1세계 또는 1사천하四天下라 한다. 사천하를 천 개 합한 것을 1소천세계小千世界, 소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을 1중천세계中千世界, 중천세계를 천 개 합한 것을 1대천세계大千世界라 한다.
  36. 36)한 물건(一物) : 법성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동산 양개洞山良价 선사가 동지 때 태 수좌泰首座와 과자를 먹는 자리에서 물었다. “한 물건이 있어 위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아래로 땅을 지탱한다. 검기는 칠흑 같고 항상 움직이고 작용하는 가운데 있지만 움직임과 작용 가운데서는 수습할 수가 없다. 말해 보라.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有一物。 上拄天下拄地。 黑似漆。 常在動用中。 動用中收不得。 且道過在甚麼處。)” 태 수좌가 대답했다. “움직임과 작용 가운데 허물이 있습니다.(過在動用中。)” 그러자 스님께서 시자를 불러 과자 상을 물리라 하셨다.[『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T47, 511a)]
  37. 37)공왕空王 : 부처님을 지칭한다.
  38. 38)사선정四仙亭 : 신라 시대에 국선國仙으로 불렸던 영랑永郞ㆍ술랑述郞ㆍ안상安詳ㆍ남석행南石行 네 사람이 고성高城 삼일포三日浦에서 3일을 놀았던 것을 후인들이 기념하여 삼일포의 작은 섬에 지은 정자이다.
  39. 39)아객衙客 : 지방 고을의 원을 찾아와 관아官衙에 묵고 있는 손님.
  40. 40)관산關山에 걸린 달(關山月) : 〈관산월關山月〉은 한漢나라 〈횡취곡橫吹曲〉 이름으로 이별을 슬퍼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두보杜甫의 〈세병마행洗兵馬行〉에 “3년 피리 소리 속에 관산에 비친 달빛이요, 만국의 군대 앞에 초목을 휩쓰는 바람이라.(三年笛裏關山月。 萬國兵前草木風。)”라는 명구名句가 있다.(『杜少陵詩集』 권6)
  41. 41)절곡絶穀 : 단식斷食하거나 곡식을 먹지 않고 푸성귀, 송홧가루 등만 섭생하는 것을 말한다.
  42. 42)신수神秀(606~706) : 5조 홍인弘忍의 제자로 북종선北宗禪의 개조開祖로 추앙된다.
  43. 43)혜능慧能(638~713) : 홍인의 제자로 남종선南宗禪의 개조로 추앙된다.
  44. 44)성곡 민기城谷敏機 : 취미 수초翠微守初(1590∼1668)의 제자로 추측된다.
  45. 45)삼남三南 : 호서ㆍ호남ㆍ영남이다.
  46. 46)지전知殿 : 불전佛殿 관리를 담당하는 승려를 말한다. 전주殿主라고도 한다.
  47. 47)스님이 달빛~문을 미니(僧推月下門) : 당나라의 시승 무본無本, 즉 가도賈島의 시에서 인용하였다. 무본이 “새는 연못가 나무에 깃들이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라는 시구에서 ‘고敲’ 자를 쓸까 ‘퇴推’ 자를 쓸까 생각하다 경조윤京兆尹 한유의 행차 길을 침범하였다. 끌려간 무본이 사정을 이야기하자 한유는 한참 생각하다 “고敲 자가 낫겠다.”라고 하고, 가도와 시문의 벗이 되었다고 한다.(『唐詩紀事』)
  48. 48)상방上方 : 방장方丈이나 주지住持 등 사찰의 어른이 거주하는 내실內室을 말한다. 상방上房이라고도 한다.
  49. 49)서도西都 :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평양을 지칭한다.
  50. 50)동도東都 : 신라의 도읍이었던 경주를 지칭한다.
  51. 51)송도松都 : 고려의 도읍이었던 개성을 지칭한다.
  52. 52)숭산崧山 : 개성에 있는 산으로 송악松嶽이라고도 한다. 개성을 숭양崧陽이라 한다.
  53. 53)만월대滿月臺 : 고려 왕궁王宮의 정전正殿인 연경궁延慶宮 앞 계단에 있던 대臺의 이름이다.
  54. 54)삼성대三聖臺 : 묘향산에 있다.
  55. 55)자부紫府 :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서 “하늘 나라에 이르면 먼저 자부를 지나게 된다.”라고 하였다.
  56. 56)팔굉八紘 : 팔방八方의 아주 먼 곳을 가리킨다. 구주九州의 바깥에 팔인八殥이 있고, 팔인 바깥에 팔굉이 있다고 하였다.(『淮南子』)
  57. 57)삼산三山 :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 즉 봉래산ㆍ방장산ㆍ영주산을 말한다.
  58. 58)한식寒食 : 옛 풍속에 동지冬至로부터 103일이나 105일, 혹은 106일째 되는 날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때를 한식이라 했다. 이날은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람 개자추介子推가 면산綿山에서 불에 타 죽은 것을 애도하는 뜻에서 화식火食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史記』 권39 『晉世家』)
  59. 59)청명일淸明日 : 이십사절기의 하나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로 양력 4월 5일~6일경이다.
  60. 60)촉蜀 망제望帝의 혼백(蜀魄) : 두견새(杜鵑), 즉 소쩍새를 말한다. 신하에게 쫓겨난 촉나라 망제의 혼이 두견새가 되어 나라 잃은 원한에 피를 토하며 운다고 한다.
  61. 61)개자추介子推의 혼백 : 진晉 문공文公이 임금이 되기 전 개자추는 그와 함께 19년간 외국으로 유랑하였다. 문공이 즉위하고는 그를 멀리하자 개자추는 모친을 모시고 면산에 은거하였다. 그제야 문공이 후회하고 사람을 보내 불렀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산에 불을 질러도 끝내 나오지 않고 타 죽었다고 한다.(『春秋左傳』 「僖公」 24년)
  62. 62)한스럽구나, 송추松楸에 보리밥 한술 : 고향의 선영先塋을 돌보지 못하는 한스러움을 표현한 것이다. 송추는 곧 선영을 말한다. 옛날에는 묘 옆에 소나무와 개오동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보리밥은 소박한 제사상을 말한다. 당나라 주온朱溫의 어머니가 “자손들이 한식날 무덤 앞에 맥반麥飯이나 가지고 제사 지내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63. 63)인호대引虎臺 : 묘향산에 있다. 탐밀探密 스님이 가람伽藍을 지을 터를 찾다가 향기를 좇아 이곳까지 왔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었다. 그때 마침 호랑이가 나타나 하늘이 숨겨 둔 은밀한 절터로 스님을 안내하였다고 한다.
  64. 64)김일경金一鏡(1662∼1724)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인감人鑑, 호는 아계丫溪이다. 아버지는 생원 여중呂重으로 소론의 거두이다. 1687년 진사가 되어 1702년 식년문과에 장원급제하였다. 1720년 소론이 추대한 경종이 즉위하자 동부승지가 되어 소론정권을 수립하고, 1721년(경종 1) 신임사화를 일으켜 노론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1724년 영조가 즉위해 노론이 재집권하자 참형을 당하였다. 저서로 『아계집丫溪集』이 있다.
  65. 65)사군使君 : 지방행정관의 별칭이다.
  66. 66)부백府伯 : 부府의 으뜸가는 벼슬로 부사府使를 말한다.
  67. 67)최종주崔宗周(1683∼1737)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문길文吉, 호는 자봉紫峰이다. 영의정 항恒의 11대손으로, 생원 경수慶壽의 아들이다. 1705년 식년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여 사헌부지평 사과 등을 역임하였고, 신임사화로 노론의 실각과 더불어 관직을 삭탈당했다. 1724년 영조가 즉위해 노론이 재집권하자 동부승지로 기용되었고, 이후 좌승지를 역임하였다.
  68. 68)명부明府 : 지방행정관의 별칭이다.
  69. 69)오주吳州의 달(吳州月) : 이백李白의 시 〈강동江東으로 가는 장사인張舍人을 보내며(送張舍人之江東)〉에서 “오주에서 달을 보거든 천 리 밖 나를 생각해 주오.(吳州如見月。 千里幸相思。)”라고 하였다.(『古文眞寶』 전집 권1)
  70. 70)초나라 월나라(椘越) : 거리가 아주 먼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서 “서로 다른 것을 따지면 뱃속에 있는 간肝과 담膽도 초월楚越처럼 멀다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71. 71)관외關外 : 함경남북도 지방을 지칭한다.
  72. 72)권엽權熀 : 숙종 32년(1706) 정시庭試에 합격하여 승지承旨를 역임하였다.
  73. 73)사영운謝靈運의 나막신(謝公屐) : 산천을 유람하는 시인 묵객의 등산용 신발을 말한다. 동진東晉과 유송劉宋의 시인이었던 사영운이 명산을 유람하면서 산을 오를 때는 나막신(屐)의 앞굽을 떼어 버리고 산을 내려올 때는 뒷굽을 떼어 걷기 편리하도록 했다는 고사가 있다.(『宋書』 권67 「謝靈運列傳」)
  74. 74)선자宣子 :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대부 한기韓起를 말한다. 선자는 그의 시호이다.
  75. 75)청려장靑藜杖 : 명아줏대로 만든 신선의 지팡이다. 한漢 성제成帝 말년에 유향劉向이 천록각天祿閣에서 교서校書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매일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였는데, 어느 날 밤 태을지정太乙之精을 자처하는 황의노인黃衣老人이 나타나 청려장 지팡이 끝에 불을 붙여 방 안을 환히 밝힌 다음 〈홍범오행洪範五行〉 등 고대의 글을 전수하고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다.(『拾遺記』 권6)
  76. 76)패엽貝葉의 서적 : 패엽은 인도에서 종이 대신 글자를 쓰는 데 사용한 나뭇잎이다. 곧 불교 경전을 뜻한다.
  77. 77)여전한지 망했는지~초나라가 고요하고 : 세상의 흥망성쇠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초왕楚王이 범군凡君과 함께 앉았을 때 초왕의 좌우에서 ‘범나라는 망했다’라고 말하자, 범군이 말하기를, ‘우리 범나라가 망했다고 내 자신의 존재를 잃은 것은 아니다. (당신들 논리에 따르면) 초나라가 존재하는 것도 결국 존재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범나라는 애당초 망한 것이 아니요 초나라도 애당초 존재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78. 78)손가락과 말을~짓 드무니 : 갖가지 궤변으로 시비를 일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것이 곧 저것이요 저것이 곧 이것이다. 저것에도 하나의 시비가 있고 이것에도 하나의 시비가 있다.……(중략)……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고, 말(馬)로써 말의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말 아닌 것으로써 말의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다.”
  79. 79)지문智文 : 호는 황곡黃谷이다.
  80. 80)도화수桃花水 : 수량이 풍부해진 봄철 시냇물을 말한다. 복숭아꽃이 필 무렵에 봄비가 내리고 눈이 녹아서 불은 강물이라는 뜻이다.
  81. 81)옥경玉京 : 도가道家에서 천제天帝가 있는 곳을 지칭하는 말이다.
  82. 82)양곡暘谷 : 전설 속 해 뜨는 곳을 가리킨다.(『書經』 「堯典」)
  83. 83)황도黃道 : 태양이 운행하는 궤도이다.
  84. 84)사생四生 : 모든 생명체를 뜻한다. 불교에서 생명체를 태어나는 형식에 따라 태생胎生ㆍ난생卵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85. 85)대괴大塊 : 대지를 말한다. 『장자』 「제물론」에서 “대저 대지가 숨을 쉬니 이름하여 바람이라 한다.(夫大塊噫氣。 其名爲風。)”라고 하였다.
  86. 86)반룡蟠龍 : 진흙 속에 서리고 있는 용이다.
  87. 87)낭간琅玕 : 대나무, 또는 대나무 열매(竹實)의 이칭이다. 봉황은 주리면 대나무 열매를 먹고, 목마르면 천지天池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88. 88)차군此君 : 대나무의 별칭이다. 동진東晉의 왕휘지王徽之가 텅 빈 집에 기거하면서 문득 대나무를 심으라고 하였다. 그 이유를 묻자, 그가 대나무를 가리키면서 “이자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가 없다.(何可一日無此君邪)”라고 말한 고사가 있다.(『晉書』 권80 「王徽之列傳」)
  89. 89)찰방察訪 : 조선 시대에 각 도의 역참 일을 맡아보던 종육품 외직外職 문관의 벼슬이다. 공문서를 전달하거나 공무로 여행하는 사람의 편리를 도모하였다.
  90. 90)집구集句 : 전대의 시에서 한 구씩 모아 한 편의 시를 이루는 것이다.
  91. 91)반소요潘逍遙 : 송나라 시인으로 이름은 낭閬, 소요는 호다. 저서로 『소요집逍遙集』이 있다.
  92. 92)유빈객劉賓客 :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772~842)을 말한다. 자가 몽득夢得이고, 빈객 벼슬을 지낸 인연으로 빈객이란 호를 가졌다. 백낙천白樂天이 시호詩豪로 추종推宗하였으며, 그의 저서로 『유빈객문집劉賓客文集』이 있다.
  93. 93)사공서司空曙 : 당나라 시인이다. 그의 시 〈과경보사過慶寶寺〉에서 발췌하였다. 『전당시全唐詩』 권292ㆍ293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94. 94)우곡于鵠 : 당나라 시인이다. 어곡於鵠이라고도 한다. 『전당시』 권310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구절은 『전당시』 권543에 수록된 〈유운제사遊雲際寺〉에 나오는데 작자가 유부喻鳧로 되어 있다.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
  95. 95)어현기魚玄機 : 당나라 여류 시인이다. 그의 시 〈방조연사불우訪趙煉師不遇〉에서 발췌하였다. 『전당시』 권804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96. 96)주하周賀 : 당나라 시인이다. 그의 시 〈봉파공逢播公〉에서 발췌하였다. 『전당시』 권503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97. 97)위소주韋蘇州 : 당나라 시인으로 이름은 응물應物이다. 일찍이 소주 자사蘇州刺史를 지낸 인연으로 소주를 호로 삼았다. 그의 시 〈월하회서십일초당月下會徐十一草堂〉에서 발췌하였다. 세상에서 그 시풍을 도연명陶淵明에 비겨 도위陶韋라 일컬었고, 또 왕유王維ㆍ맹호연孟浩然ㆍ유종원柳宗元을 배합하여 왕맹위유王孟韋柳라고도 불렀다. 『위소주집韋蘇州集』이 전한다. 『전당시』 권186~권195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98. 98)양형楊烱 : 당나라 시인이다. 그의 시 〈화유시랑입륭당관和劉侍郎入隆唐觀〉에서 발췌하였다. 어려서 신동神童으로 천거되어 교서랑校書郞이 되었다. 당시에 왕발王勃ㆍ노조린盧照隣ㆍ낙빈왕駱賓王과 함께 사걸四傑로 칭해졌다. 『전당시』 권50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99. 99)노륜盧綸 : 당나라 시인이고, 자는 윤언允言이다. 『전당시』 권280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구절은 『전당시』 권543에 수록된 〈유운제사遊雲際寺〉에 나오는데 작자가 유부喻鳧로 되어 있다.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
  100. 100)교연皎然 : 당나라 승려로 사영운謝靈運의 10세손이다. 시문詩文에 뛰어나 제기齊己ㆍ관휴貫休와 함께 당의 3대 시승詩僧으로 꼽힌다. 저서로 『시문집詩文集』 10권이 있다.
  101. 101)나지막한 난간~뚫고 솟았고 : 〈화유시랑입륭당관和劉侍郎入隆唐觀〉에서 발췌하였다.(『全唐詩』 권50)
  102. 102)맹호연孟浩然 : 당나라 시인으로 이름은 호浩, 자는 호연이다. 오언시五言詩를 잘하였고, 왕유와 더불어 자연 시인으로 유명하였다. 양양襄陽 출신이었기에 맹양양孟襄陽이라고도 한다. 저서에 『맹호연집孟浩然集』 4권이 있다.
  103. 103)앉아서 저녁노을 바라보자니 : 〈주중효망舟中曉望〉에서 발췌하였다. 〈주중만망舟中晩望〉이라 한 곳도 있다.
  104. 104)장교張喬 : 당나라 시인이다. 『전당시』 권638ㆍ639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05. 105)김창흡金昌翕(1653~1722) : 조선 후기 학자로 자는 자익子益, 호는 삼연三淵이다. 좌의정 상헌尙憲의 증손자이며, 영의정 수항壽恒의 셋째 아들로서 김창집과 김창협의 동생이다. 1689년 기사환국 때 아버지가 사사되자 영평永平에 은거하였다. 형제들과 함께 성리학과 문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으며, 친상을 당한 후부터 불서를 탐독하여 승려들과의 교류도 빈번하였다.
  106. 106)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리라 : 병을 이겨 내 건강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107. 107)벽라의碧蘿衣 : 칡넝쿨로 만든 옷이라는 뜻이다. 은사隱士들의 옷을 일컫는 말이다.
  108. 108)계월桂月 : 달을 운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109. 109)진정한 사귐(神交) : 신교神交는 지위나 신분, 나이 따위를 초월하여 정신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말한다.
  110. 110)삼복(三庚) : 삼경三庚은 1년 중 가장 더운 한여름의 세 경일庚日, 즉 삼복三伏을 가리킨다.
  111. 111)송옥宋玉의 심정 : 송옥은 초楚나라 사람으로 굴원屈原의 문인이다. 굴원이 억울하게 추방되자 〈구변九辯〉과 초혼〈招魂〉을 지어 스승 굴원의 심정을 대변하였다. 찬바람 불어 초목 시들고 철새 날아가는 쓸쓸한 가을날에 조정을 떠나는 가난한 선비의 심정이 〈구변〉에 잘 묘사되어 있다.
  112. 112)강엄江淹의 이별 : 강엄은 남조南朝 양梁나라 시인으로 자는 문통文通이다. 그의 작품에 〈강엄별부江淹別賦〉가 있다.
  113. 113)낭산朗山 : 중국 채주蔡州에 있는 산 이름으로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확산현確山縣에 있다.
  114. 114)예수澧水 : 중국 장강長江의 4대 하천 중 하나이다.
  115. 115)수재秀才 : 학문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나 장가를 들지 않은 남자를 높여 일컫는 말이다.
  116. 116)동파東坡 : 북송의 소동파蘇東坡(1036~1101)를 말한다.
  117. 117)봉래산(蓬壺) : 봉호蓬壺는 봉래산蓬萊山의 별칭이다. 해중海中에 삼산三山이 있는데, 하나는 방호方壺로 곧 방장方丈이고, 둘째는 봉호로 곧 봉래이고, 셋째는 영호瀛壺, 곧 영주瀛洲로 그 모양이 병처럼 생겼다고 하였다.(『拾遺記』)
  118. 118)끝없는 시름(澒洞) : 홍동澒洞은 근심이 끝없이 이어짐을 비유한 말이다. 두보杜甫의 시 〈자경부봉선현영회오백자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에 “근심의 끝이 종남산과 나란하여 끝없는 시름 수습할 수 없어라.(憂端齊終南 澒洞不可掇)”라는 구절이 있다.(『杜少陸詩集』 권4)
  119. 119)석사碩士 : 벼슬이 없는 선비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120. 120)불여귀不如歸 : 한스러운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말이고, 두견새의 이칭이다. 촉나라 망제望帝가 재상 별령鱉令에게 대규모 운하 공사를 맡기고 그의 아내와 간음하였다가 왕위를 뺏기고 달아나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다. 두견새 울음소리가 망제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불여귀거不如歸去”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21. 121)옥호玉壺 : 청정하고 고결한 품격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남조南朝 송宋의 포조鮑照의 시 〈백두음白頭吟〉의 “충직하기론 붉은색 밧줄이요, 청정하기론 옥병 속의 얼음일세(直如朱絲繩。 淸如玉壺冰。)”라는 표현에서 유래된 시어詩語이다.
  122. 122)삼소三笑의 이별 : 각별한 이와의 아쉬운 이별을 뜻한다. 여산驪山 동림사東林寺의 혜원慧遠은 평소에는 손님을 전송하며 호계虎溪를 넘지 않았는데,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을 송별하면서는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다 모르는 사이 호계를 지나왔다. 이 일로 ‘세 사람이 크게 웃었다(三笑)’는 고사가 있다.
  123. 123)형주荊州를 여태 모르고 지내다가 : 평소 흠모만 하고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형주는 형주 자사荊州刺史를 지낸 한조종韓朝宗을 말한다. 이백李白이 한형주韓荊州에게 보낸 편지에서 “태어나 만호후萬戶侯에 봉해지는 것 필요 없고 그저 한번 한형주와 면식하기만 바란다.(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고 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처음 면식을 갖는 것을 흔히 식형識荊이라 한다.
  124. 124)호석虎錫 : 해호석解虎錫의 줄임말로서 곧 지팡이를 말한다. 제齊의 승주僧稠 선사가 왕옥산王屋山에서 석장으로 맹호의 싸움을 다스렸다는 고사가 있다.
  125. 125)이 시는 허정 법종이 자신의 사승 계보를 시로 표현한 것이다.
  126. 126)돌집(石屋) : 석옥 청공石屋淸珙(1272~1352) 선사를 지칭한다. 남송南宋 말 원대元代 스님으로 임제종臨濟宗 호구파虎丘派이다. 고봉 원묘高峰原妙 선사에게 참구하였고, 나중에 급암 종신及庵宗信 선사에게서 득법하였다. 고려 말 태고 보우가 그를 찾아가 인가받고 법을 이었다.
  127. 127)태고太古의 세월 :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 선사를 지칭한다. 고려 스님으로 보허普虛라고도 한다. 13세에 양주 회암사檜巖寺 광지廣智에게 출가하였고, 19세에 만법귀일萬法歸一 화두를 참구하다 성서城西의 감로사甘露寺에서 의단疑團을 타파하였다. 41세에 삼각산三角山 중흥사重興寺 동봉東峯에 태고암太古庵을 짓고 머물다가 46세에 중국으로 가서 호주湖州 하무산霞霧山의 석옥 청공에게 인가받았다. 이로 인해 해동 임제종의 시조로 추앙되었다. 『태고화상어록太古和尙語錄』이 전한다.
  128. 128)허깨비 암자(幻庵) : 환암 혼수幻庵混修(1320~1392) 선사를 지칭한다. 고려 말 조선 초 스님으로 자는 무작無作이다. 22세에 승과에 급제하고 선원사禪源寺에서 『능엄경』을 수학하였으며, 오대산五臺山 신성암神聖庵에 있을 때 고운암孤雲庵에 머물고 있던 나옹 혜근懶翁惠勤으로부터 의발을 물려받았다. 이색이 지은 비명에 태고 보우의 수좌首座로 되어 있다.
  129. 129)거북 골짜기(龜谷) : 구곡 각운龜谷覺雲 선사를 지칭한다. 호를 소은小隱이라고도 한다. 태고 보우의 적손으로 학덕이 높고 필법이 우수했으며 남원 만행산萬行山 승련사勝蓮寺의 주지를 역임하였다. 공민왕이 그 도행을 숭상하여 ‘구곡각운’이라는 친필을 하사하고, 법호를 하사하였다.
  130. 130)푸른 시냇물(碧溪) : 벽계 정심碧溪正心 선사를 지칭한다. 구곡 각운의 법을 이었다. 태종이 불교를 억압하자 환속하여 황악산黃嶽山 고자동古紫洞에 은둔하였다. 벽송 지엄碧松智儼(1464~1534)에게 선을 전하고, 정련 법준淨蓮法俊에게 교를 전하였다.
  131. 131)연꽃 봉우리(芙蓉峯) : 부용 영관芙蓉靈觀(1485~1571) 선사를 지칭한다. 부용은 당호이고, 호는 은암隱庵ㆍ연선 도인蓮船道人이다. 13세에 덕이산德異山에 입산하여 제방에서 참학하다가 지리산에서 벽송 지엄을 만나 대오하였다.
  132. 132)맑고 허허로운 달님(淸虛月) :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 선사를 지칭한다. 자는 현응玄應이다. 부용 영관에게서 법을 얻고, 30세에 승과에 급제하여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의 지위에 올랐다. 임진왜란 때 팔도도총섭이 되어 승병을 모집하고 왜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저서로 『선가귀감禪家龜鑑』ㆍ『선교석禪敎釋』ㆍ『삼가귀감三家龜鑑』ㆍ『청허집淸虛集』이 있다.
  133. 133)텅 비고 고요한 집(虛靜堂) : 작자 자신을 지칭한다.
  134. 134)빈 그림자(虛影) : 상대한 승려를 지칭한다.
  135. 135)등계 대사登階大士 : 임진왜란 때 경성을 수복하고 청허 휴정이 산으로 돌아갈 것을 청하자 선조가 국일도대선사 선교도총섭 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라는 호를 내렸다.
  136. 136)원숭이와 학(猿鶴) : 산중에 은거하는 이들을 비유하는 말이다.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서 “혜초 장막은 텅 비어 밤 학이 원망하고, 산중 사람이 떠나가매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하였다.
  137. 137)노지에서 백우白牛를 삶는 것 : 구경의 일승법마저 집착하지 않고 타파한다는 뜻이다. 『법화경』 「비유품」에서 삼승三乘, 즉 성문聲聞ㆍ연각緣覺ㆍ보살菩薩의 가르침을 양ㆍ사슴ㆍ소가 끄는 수레로 비유하고, 일승법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비유하였다.
  138. 138)북방의 선(北禪) : 신수神秀의 북종선北宗禪이 아니라 우리나라 이북 지역의 선종이란 의미로 쓰였다. 부용 영관의 법제자 가운데 청허 휴정은 묘향산을 중심으로 이북 지역에서 주로 교화를 펼쳤고, 부휴 선수浮休善修(1543~1615)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이남 지역에서 주로 교화를 펼쳤다.
  139. 139)서산 조사(西祖) : 곧 청허 휴정 선사를 지칭한다. 청허 스님은 묘향산妙香山, 즉 서산西山에 오래 주석하였기 때문에 서산 대사라 불렸다.
  140. 140)나옹懶翁(1320~1376) : 고려 승려로 법명은 혜근惠勤이고, 당호는 강월헌江月軒이다. 공덕산 묘적암에서 요연了然에게 출가하여 원나라 북경北京에서 지공指空을 뵙고 계오契悟한 바가 있었다. 이에 남쪽으로 가 평산 처림平山處林에게서 법의法衣와 불자拂子를 받고, 다시 북경으로 돌아와 지공의 법의와 불자를 전해 받았다. 1371년 왕사가 되어 회암사를 크게 중건하였으며, 여주 신륵사에서 나이 57세, 법랍 38년으로 입적하였다.
  141. 141)조충彫蟲의 보잘것없는 기예(雕虫小技) : 미사여구로 시문詩文을 엮어 가는 조그마한 기교라는 뜻으로, 자신의 문장을 비하하는 겸사謙辭이다. 조충은 벌레가 잎을 갉아 먹듯 전서篆書를 조각하는 것을 말한다.
  142. 142)벽허碧虛(1658~1753) : 조선 중기 승려로 법명은 원조圓照, 자는 한영寒影, 법호는 벽허이다. 월저月渚의 법을 이었다.
  143. 143)체도體度 : 남에게 안부를 물을 때 상대자의 건강 상태를 높여서 하는 말로 체후體候와 같은 뜻이다. 여기서는 몸집이란 의미로 쓰였다.
  144. 144)한발旱魃 : 가뭄을 주관하는 귀신이다.
  145. 145)구가謳歌 : 임금의 공덕功德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146. 146)소상팔경瀟湘八景 : 중국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 남쪽 영릉零陵 부근의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친 곳을 소상이라 부르는데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송대宋代의 풍경화가 송적宋迪이 소상의 풍경을 8폭으로 그려 평사낙안平沙落雁ㆍ원포귀범遠浦歸帆ㆍ산시청람山市晴嵐ㆍ강천모설江天暮雪ㆍ동정추월洞庭秋月ㆍ소상야우瀟湘夜雨ㆍ연사만종煙寺晩鐘ㆍ어촌석조漁村夕照 여덟 가지 화제畫題를 달았다. 그 후부터 많은 시인들이 소상팔경을 시사詩詞로 노래하였다.
  147. 147)쇠 피리(鐵笛) : 은자隱者나 고사高士들이 부는 피리다. 주희朱熹의 〈무이정사잡영武夷精舍雜詠〉에 철적정鐵笛亭의 서문이 있는데, 그 글에서 “무이산 속에 사는 은자 유군劉君은 철적을 매우 잘 불어서 마치 구름을 뚫고 바위를 찢는 듯한 소리가 난다.”라고 하였다.
  148. 148)군산君山 : 동정호洞定湖 가운데 있는 산 이름이다. 상군湘君이 노니는 곳이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149. 149)얼룩진 대나무 가지(斑竹枝) : 반죽斑竹은 고유명사로도 쓰이는데, 소상강瀟湘江 일대에서 자라는 대나무로 자줏빛 반점이 있다. 흔히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 한다. 전설에 의하면 요堯임금의 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舜임금에게 시집가 비妃가 되었는데, 순임금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다가 죽어 창오蒼梧의 들에 묻혔다. 이때 두 비가 순임금을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반점이 생겼다고 한다.(『列女傳』)
  150. 150)순비舜妃 : 순임금의 비, 즉 아황과 여영을 말한다.
  151. 151)형양衡陽 : 형산衡山 남쪽이란 뜻이다. 중국 형산 남쪽에 회안봉回雁峯이 있는데, 가을이면 북쪽에서 내려온 기러기가 이 봉우리를 넘지 못해 인근에서 머물다가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당시훈해唐詩訓解』에서 “형산 제일봉은 너무 높아 기러기도 넘지 못한다. 따라서 회안봉이라 한다.(衡山一峯極高。 雁不能過。 故名回雁峯。)”라고 하였다.
  152. 152)뱃노래(欸乃) : 애내欸乃는 뱃사공들이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어옹漁翁〉에서 “물안개 걷히고 해가 솟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애내 한 소리에 산수가 푸르구나.(烟消日出不見人。 欸乃一聲山水綠。)”라고 하였다.
  153. 153)해문海門 : 바다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동정호의 물이 장강長江에 연결되는 부분을 가리킨다.
  154. 154)손강孫康 : 진나라 사람이다. 등잔불을 대신해 눈(雪) 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설안雪案’의 고사가 전해 온다.
  155. 155)산시山市 : 산에 나타나는 신기루를 말한다. 대기의 밀도 분포가 서로 달라 광선이 굴절하면서 먼 곳에 찬란한 누대나 산천 등이 보이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바다 위에 나타나면 해시海市, 산 위에 나타나면 산시라 한다.
  156. 156)평원십영平遠十詠 : 명나라 사신 황홍헌黃洪憲이 영의정 박순朴淳의 청에 따라 그를 위해 지은 〈평원정십영平遠亭十詠〉을 가리킨다. 평원정은 박순의 고향인 전라도 나주에 있는 정자다.
  157. 157)구등篝燈 : 대쪽으로 불어리를 만들어 씌운 등.
  158. 158)흰 느릅나무(白楡) : 백유白楡는 하늘의 별을 가리킨다. 고악부古樂府 〈농서행隴西行〉 에서 “천상에 무엇이 있는가. 역력하게 백유가 심어져 있구나.(天上何所有。 歷歷種白楡。)”라고 하였다.
  159. 159)연꽃(萏) : 함담萏은 연꽃을 말한다. 『간이집簡易集』 〈영허당기盈虛堂記〉에서 “그 뿌리를 우藕라 하고, 뿌리에서 줄기가 나오면 그 줄기를 가茄라 하며, 그 줄기에서 잎이 돋아나면 그것을 가葭라 하고, 꽃이 피면 그 이름을 함담이라 한다. 그리하여 그 꽃이 열매를 맺게 되면 이것을 우리는 연蓮이라 부른다.”라고 하였다.
  160. 160)개울가에 비스듬히~여윈 그림자 : 매화梅花를 시적으로 표현할 때 ‘비스듬히 기운 그림자(橫斜影)’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는 송나라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에서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에 비스듬히 기울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 떠돈다.(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61. 161)서호西湖의 고사高士 : 서호 고산孤山에 집을 짓고 20년 동안 세상에 나가지 않은 채 매화를 심고 학을 길렀던 송나라의 은자 임포林逋를 지칭한다.
  162. 162)손등孫登 : 삼국시대 위魏나라 은사隱士로 북산北山 토굴에 살면서 일생 『주역周易』을 읽고 일현금一絃琴을 탔다고 한다. 손등이 소문산蘇門山으로 찾아가 완적阮籍을 만났는데 서로 뜻이 맞지 않자 헤어지면서 손등이 휘파람을 불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청아하여 난봉鸞鳳의 소리와 같았다고 한다.(『晉書』 「阮籍傳」)
  163. 163)파교灞橋 : 장안長安 동쪽 파수灞水에 있는 다리로 버드나무가 많고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164. 164)몽점夢占 : 꿈을 가지고 길흉을 점치는 일이다.
  165. 165)황금 같은 허락(金諾) : 진중하고 신용이 있는 말을 뜻한다. 초楚나라의 장수 계포季布는 의협심이 아주 강하여 한번 승낙한 일은 반드시 지켰다고 한다. “황금 백 근을 얻는 것이 계포의 승낙 한 번 얻은 것만 못하다.”라는 초나라 속담이 있다.
  166. 166)화연華筵 : 화려하게 수를 놓은 자리로 대궐, 존귀한 자리, 즐거운 잔치 자리 등을 뜻한다.
  167. 167)시종일관(始克) : 시극始克은 신시극종愼始克終의 줄임말로 처음을 조심하고 끝을 잘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168. 168)용도 호랑이도 아닌 자(非龍非虎) : 강태공姜太公처럼 훌륭한 재상을 말한다. 주周 문왕文王이 어느 날 사냥을 나가면서 점을 쳐 보니, 점사占辭에 “용도 아니요, 이무기도 아니요, 곰도 아니요, 말곰도 아니요, 범도 아니요, 비휴도 아니요, 얻을 것은 패왕의 보좌로다.(非龍非彲非熊非羆非虎非貔。 所獲霸王之輔。)”라고 하였다. 과연 문왕은 위수渭水 가에서 강태공을 만나 그를 후거後車에 태우고 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169. 169)성강成康 : 주周나라 성왕成王과 그 아들 강왕康王의 병칭이다. 이 시대 약 40년 동안 천하가 안정되고 죄수가 없어 감옥이 텅 비는 태평시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한나라 문제文帝와 그 아들 경제景帝의 문경文景의 치세와 더불어 지치至治의 시대로 회자된다.
  170. 170)자응慈應(1658∼1737) : 조선 후기 승려로 법명은 신화信和이다. 10세에 출가하여 벽운碧雲의 제자가 되었으며, 그 뒤 불경을 깊이 공부하여 묘리妙理를 얻고 추붕秋鵬의 법맥을 이었다. 비문이 전한다.
  171. 171)맑고 텅 빈 집(淸虛堂) : 청허당淸虛堂은 서산 휴정 선사의 당호이다.
  172. 172)하얀 조약돌 : 소박한 음식을 신선의 양식에 비유한 말이다. 고대의 선인仙人 백석白石 선생이 백석산에 살면서 항상 백석을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神仙傳』 권2)
  173. 173)양관체陽關體 : 양관은 곡조의 이름이다. 당나라 왕유王維의 시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盃酒。 西出陽關無故人。”을 뒤에 악부에 올려서 송별곡送別曲을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는데 읽는 방식이 독특하다. 예를 들면 이 시는 다음과 같이 읽는다. 〈br/〉 色芬芳。 色芬芳。 長翠色芬芳。 長翠色芬芳。 長翠色芬芳。 四時長翠色芬芳。 〈br/〉 嫩桂昌。 嫩桂昌。 仙宮嫩桂昌。 仙宮嫩桂昌。 仙宮嫩桂昌。 正若仙宮嫩桂昌。 〈br/〉山中妙。 山中妙。 翫取山中妙。 翫取山中妙。 翫取山中妙。 遊人翫取山中妙。 〈br/〉無此香。 無此香。 金剛無此香。 金剛無此香。 金剛無此香。 遙訪金剛無此香。
  174. 174)황산곡黃山谷 : 이름은 정견庭堅이고, 자는 노직魯直이다. 송나라 분녕分寧 사람으로 신종神宗 때 기거사인起居舍人에 발탁되었고, 시호는 문절文節이다. 시를 잘 지어 강서시파江西詩派의 조종이 되었고, 『산곡집山谷集』을 남겼다.
  175. 175)회문체回文體 : 한시체漢詩體의 한 가지로 순역 종횡順逆縱橫 어느 쪽으로 읽어도 체體를 이루고 의미가 통하는 시이다. 진晉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아내가 지은 〈반중시盤中詩〉가 그 효시이다. 이 시를 거꾸로 읽으면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br/〉 묘향산 두루 밟으며 미친 듯이 노니니 香山遍踏浪遊狂 〈br/〉만 가지 일 인간 세상이 싹 잊혀지네 萬事人間世却忘 〈br/〉 누런 잎 떨어질 때면 황금을 뿌려 놓은 색 黃葉落時金散色 〈br/〉흰 구름 거둔 자리엔 백옥이 빛을 뿜는다 白雲收處玉開光 〈br/〉창창한 달그림자 차가운 창에 비치고 蒼蒼月影寒䆫照 〈br/〉괄괄한 시냇물 소리 밤 골짜기에 서늘한데 聒聒川聲夜壑凉 〈br/〉 당이 자리한 암자는 상층 하층 나뉘어 堂子庵分層下上 〈br/〉높이 바라봄에 시원한 눈길 푸른 하늘이 길구나. 望高眼豁碧天長
  176. 176)무산일단운체巫山一段雲體 : 쌍조 44자, 전후단 각 4구 3평운체에 따른 것이다. 전후단 제3구가 7언구로 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다 5언구로 되어 있다. 전후단 제1구와 제2구는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이 통례다.
  177. 177)담무갈曇無竭 : ⓢ Dharmodgata의 음역으로 법기法起ㆍ법희法喜ㆍ법기法基ㆍ보기寶基ㆍ법상法尙ㆍ법용法勇 등으로 의역된다. 『화엄경』 권29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T9, 589c)에서 “사대해에 보살들이 머무는 곳이 있으니 그 이름이 지달枳怛이다. 과거에도 여러 보살이 항상 그곳에 머물렀으며, 그곳에는 현재 담무갈이라는 보살님이 계셔 1만 2천 명의 보살을 권속으로 거느리고 항상 그들에게 설법하신다.(四大海中有菩薩住處。 名枳怛。 過去諸菩薩常於中住。 彼現有菩薩。 名曇無竭。 有萬二千菩薩眷屬。 常爲說法。)”라고 하였는데, 금강산金剛山이 곧 담무갈보살의 상주처인 지달산枳怛山이라는 믿음이 우리나라에 전해진다.
  178. 178)옥련환체玉連環體 : 제1구의 끝 자인 ‘寺’ 자에서 ‘寸’을 떼어 제2구 첫 자로 삼고, 2구의 끝 자인 ‘情’ 자에서 ‘靑’을 떼어 제3구 첫 자로 삼았다. 이렇게 고리처럼 연결되도록 짓는 시를 연환체라 한다.
  179. 179)동파체東坡體 : 두 글자가 1구, 즉 일곱 글자의 뜻을 함축하는 시체이다. 예를 들면 ‘堂雲’ 두 글자가 ‘草堂高接白雲隈’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180. 180)손가락과 말(指馬) : 분분한 시비를 일컫는 말이다. p.324 주 78 참조.
  181. 181)수국水國 : 강이나 바다를 말한다.
  182. 182)석문石門 : 이백李白이 젊어서 은거하던 곳으로 은자가 사는 곳을 뜻한다.
  183. 183)치문緇門 : 승문僧門, 즉 불가佛家를 뜻한다. 승려가 치의緇衣를 입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184. 184)칠식七識이 위와 합해 탐닉하고 : 위는 곧 전육식前六識을 뜻한다. 아견我見과 아집我執의 속성을 가진 제칠식第七識이 전육식을 탐착한다는 의미이다.
  185. 185)구원九原 : 저승을 말한다. 구중九重의 땅 밑이라는 뜻으로, 구천지하九天地下ㆍ구경九京ㆍ구천九天ㆍ황천黃泉 등과 같은 말이다.
  186. 186)불원佛願 : 아미타불의 사십팔원을 말한다.
  187. 187)건제체建除體 : 남조南朝 송나라의 포조鮑照가 창시한 시체詩體이다. 건제建除는 원래 고대의 술수가術數家들이 천문天文 중 십이진十二辰이 인사人事의 건建ㆍ제除ㆍ만滿ㆍ평平ㆍ정定ㆍ집執ㆍ파破ㆍ위危ㆍ성成ㆍ수收ㆍ개開ㆍ폐閉로 구분되는 열두 가지 정황을 상징한다고 여겼던 데서 온 말이다. 모두 24구句로 이루어져 있고, 두 구마다 첫째 자리에 이 열두 글자가 각각 들어간다.
  188. 188)똥을 치우고~임금 버리자 :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궁색하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사람이 부유한 자기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도 알아보지 못해 자기 아버지 집에서 똥을 치우며 임금을 받는 이야기가 『법화경』 「신해품信解品」에 나온다.
  189. 189)선재善財 :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등장하는 구도자다. 처음 문수보살을 만나 발심하여 남방을 순례하며 53선지식을 두루 찾아뵈었으며, 마지막에 보현보살을 만나 10대원大願을 듣고 아미타불 국토에 왕생하여 입법계入法界의 지원志願을 만족하였다.
  190. 190)이공二空 :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을 말한다.
  191. 191)간절히 충고하고 또 권면하였지(切切更偲偲) : 『논어』 「자로子路」에서 공자가 “붕우는 절절切切하고 시시偲偲하게 대해야 하고, 형제는 이이怡怡하게 대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절절과 시시는 간곡하게 충고하고 자상하게 권면하는 것으로 책선責善하는 뜻이 들어 있고, 이이는 책선을 하면 정의情誼를 상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그저 사이좋게 지내기만 하는 것을 말한다.
  192. 192)파릉巴陵의 은완성설銀椀盛雪 : 어떤 스님이 파릉 호감巴陵顥鑑 화상에게 “제바종提婆宗이란 본래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파릉이 “은주발에 눈을 가득 담은 것이다.(銀椀盛雪)”라고 대답했다. 제바종은 곧 공종空宗을 뜻한다. 제바는 용수보살의 제자인 가나제바迦那提婆를 지칭한다.
  193. 193)연아체演雅體 :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으로부터 시작된 시체이다. 새, 짐승, 곤충 등 여러 동물을 소재로 삼아 각 구절마다 한 종류 혹은 두 종류의 동물 이름을 넣어서 짓는 것이 특징이다.
  194. 194)이음새 없는 기러기 탑(無縫鴈塔) : 남양 혜충南陽慧忠 국사가 열반에 들 무렵 대종代宗이 “스님께서 멸도하신 후 제자는 어떻게 스님을 추모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묻자, 국사가 “단월께서 한 기의 무봉탑無縫塔을 세워 주십시오.”라고 하였다.(『傳燈錄』 권5)
  195. 195)학림鶴林 : 중인도 구시나가라 인근의 강가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의 숲을 말한다. 석존께서 이 숲 속에서 입멸하시자 학들이 모여 앉은 것처럼 나무들이 하얗게 말라버렸다 하여 학림이라 한다. 곡림鵠林이라고도 한다.
  196. 196)이미 반룡蟠龍처럼~다시는 없었는데 :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자벌레가 몸을 굽혀 움츠리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함이요, 용과 뱀이 숨는 것은 자신의 몸을 보전하기 위함이다.(尺蠖之屈。 以求信也。 龍蛇之蟄。 以存身也。)”라는 말이 나온다.
  197. 197)양의 어깨뼈를 삶는 시간(羊胛光陰) : 생애가 짧고 빠름을 표현하는 말이다. 양갑羊胛은 양의 어깨뼈 근처를 말한다. 『신당서新唐書』 권217 「회골전回鶻傳」에서 “골리간부骨利幹部는 한해瀚海에 있다. 여기에서 더 북쪽으로 건너가면 낮이 길고 밤이 짧기 때문에 해가 질 때 양의 어깨뼈를 삶기 시작해서 그것이 다 익을 때쯤엔 벌써 동쪽 하늘이 밝아 온다.”라고 하였다.
  198. 198)생쥐의 간(鼠肝) : 경미輕微하고 비천卑賤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육유陸游의 시 〈우회寓懷〉에서 “성패는 달팽이의 양쪽 뿔과 같고, 귀천은 하나의 쥐 간과 같도다.(成敗兩蝸角 貴賤一鼠肝)”라고 하였다.
  199. 199)이 시를 거꾸로 읽으면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br/〉 인생이 늙어 가는 색깔인가 눈을 덮어쓴 머리 人生老色雪蒙頭 〈br/〉서로의 모습 바라보자니 거울 속엔 시름 照見相容鏡裏愁 〈br/〉 봄 저무는 청산 허허롭게 마주하고 앉으니 春晩靑山空對坐 〈br/〉 가슴앓이 병 심한 몸에 한스러움만 유유해라. 身胷病極恨悠悠
  200. 200)풍악楓嶽 : 금강산金剛山을 지칭한다. 금강산은 철에 따라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이라 부른다.
  201. 201)영랑永郞 : 신라 시대 네 명의 국선國仙 중 한 사람이다. 사선은 곧 영랑永郞ㆍ술랑述郞ㆍ안상安詳ㆍ남석행南石行으로 금강산 일대에 그들이 노닐었던 자취가 있다 한다.
  202. 202)승상繩床 : 호상胡床 또는 교상交床이라고도 한다. 의자의 일종으로, 간편하게 접을 수 있도록 윗부분을 노끈으로 얽어 만들었다. 낮은 지위의 관원이나 사찰에서 승려들이 사용하였다.
  203. 203)패강浿江 : 대동강大同江의 옛 이름이다.
  204. 204)삼첩가三疊歌 : 이별 노래를 뜻한다. 당나라 왕유王維의 시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를 후대에 악부에 올려 송별곡送別曲을 만들었는데, 이별의 장소가 ‘양관陽關’이었던 것에 기인해 이를 〈양관곡陽關曲〉이라 하였다. 이 〈양관곡〉은 1구를 셋으로 나누어 중복해 불렀으므로 ‘삼첩三疊’이라 하였다. 예를 들자면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의 첫 구인 “渭城朝雨浥輕塵”을 “浥輕塵。 浥輕塵。 朝雨浥輕塵。 朝雨浥輕塵。 朝雨浥輕塵。 渭城朝雨浥輕塵。”으로 불렀다.
  205. 205)문원文苑 : 홍문관弘文館과 예문관藝文館의 제학提學과 대제학大提學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문장의 동산이란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6. 206)선주仙厨 : 신선이 사는 곳의 부엌으로 선식仙食을 만드는 곳이다.
  207. 207)화표華表 : 길이나 마을 입구에 세우는 표지목標識木이다. 한漢나라 때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죽은 뒤 학鶴으로 변해 요동 땅 고향에 돌아와 성문의 화표주華表柱에 내려앉았는데, 어떤 소년이 활을 쏘려고 하자 공중을 배회하며 “집 떠난 지 천년 만에 돌아왔는데 성곽은 의구하나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떠나갔다는 설화가 전해진다.(『搜神後記』)
  208. 208)연초演初(1676∼1750) : 조선 중기 승려로 호는 설송雪松이다. 13세에 청도 운문사雲門寺로 출가하여 송운문파松雲門派 제4세 국사인 석제釋霽에게서 배우고 뒤에 편양문파鞭羊門派인 지안志安의 법을 이었다. 경상도 자인 출신으로 통도사와 운문사 등 주로 영남에서 활동하였다.
  209. 209)노정勞亭 : 이별하는 정자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녕현江寧縣 남쪽에 노로정勞勞亭이 있다. 옛날 송별하면서 떠나는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던 장소이다.(『事文類聚』)
  210. 210)업도鄴都 : 중국 삼국시대 위魏의 무제武帝, 즉 조조曹操(155~220)가 도읍으로 삼은 곳이다.
  211. 211)창을 잡고 부른 노래(橫槊聲) : 208년 백만 대군을 이끈 조조가 손권孫權(182∼252)과 유비劉備(161∼223)의 연합군과 대전을 앞두고 적벽赤壁에서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불렀다는 노래이다. 조조가 창을 옆에 끼고 불렀다 하여 〈횡삭부시橫槊賦詩〉라고도 하고, 악부의 곡조명을 따서 〈단가행短歌行〉이라고도 한다.
  212. 212)함양咸陽 : 중국 섬서성陝西省 위수渭水 유역에 있다. 진秦 효공孝公이 도읍으로 정하고, 진시황秦始皇이 함양궁咸陽宮을 세웠던 고도이다.
  213. 213)강선루降仙樓 : 평안남도 성천군成川郡 성천읍에 있는 정자로 관서팔경關西八景의 하나이다. 고려 충혜왕忠惠王 때 부사府使 오장송吳長松이 건립하였고, 1613년(광해군 5)에 중건하였다.
  214. 214)여전히 호리병~천지란 걸 : 호리병 속은 별천지 곧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말한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진晉 효무제孝武帝 태원太原 연간에 무릉武陵의 한 어부漁父가 시내를 따라서 한없이 올라갔다가 별천지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사는 이들은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처자妻子를 거느리고 은거한 자들이라 하였다.
  215. 215)함곡函谷 : 진秦나라 요새인 함곡관函谷關을 말한다. 천연적으로 견고하고 험준하여 이 함곡관을 닫으면 외적이 침범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216. 216)맹문孟門 : 역시 천연의 요새이다. 황하가 산지에서 평지로 흘러들어 가는 길목에 있는 산이다.
  217. 217)구름과 비가~넋이라도 부르겠네 : 무산지몽巫山之夢의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회왕懷王이 고당高唐에서 노닐다가 꿈속에 신녀神女를 만나 동침을 하였는데, 신녀가 떠나면서 “신첩臣妾은 무산 남쪽 높은 봉우리에 삽니다.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며 매일 아침저녁 양대陽臺 아래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文選』 〈高唐賦〉)
  218. 218)네 가지 무거운 은혜 : 부모ㆍ국왕ㆍ중생ㆍ삼보 또는 부모ㆍ국왕ㆍ스승ㆍ시주의 은혜를 말한다.
  219. 219)천문天門 : 임금이 계신 대궐을 말한다.
  220. 220)종자기鍾子期 : 지기知己, 지음知音의 벗을 뜻하는 말이다.
  221. 221)〈백설곡白雪曲〉 : 〈양춘곡陽春曲〉과 함께 초楚나라 2대 명곡으로 꼽힌다. 너무 고상하여 예로부터 창화唱和하기 어려운 곡으로 일컬어졌다.
  222. 222)고화膏火 : 기름을 태우는 불을 말한다. 전하여 사람이 재능이나 번뇌로 스스로 괴로움을 자초하는 것을 비유한다.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산의 나무는 유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를 당하고, 기름은 불이 붙기 때문에 스스로를 태운다.(山木自寇也。 膏火自煎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23. 223)한림寒林 : ⓢ Śītavana의 의역이다. 시다바나尸多婆那로 음역하기도 하며, 시다림屍陀林이라 하기도 한다. 중인도 마가다국 왕사성 근처에 있던 묘지이다. 후대에 시체를 유기하는 곳, 또는 화장하는 장소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224. 224)몰현금(無絃) : 줄 없는 거문고. 일정한 형상도 특징도 없지만 모든 현상과 특성을 발현하는 마음을 비유한 말이다.
  225. 225)취미翠微 : 먼 산에 아른거리는 푸른빛을 말한다.
  226. 226)온갖 괴로움(八苦) : 팔고八苦는 불교에서 말하는 삶의 대표적인 여덟 가지 괴로움인데, 여기에서는 그냥 ‘온갖 괴로움’이란 뜻으로 쓰였다. 팔고는 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ㆍ애별리고哀別離苦ㆍ원증회고怨憎會苦ㆍ구부득고求不得苦ㆍ오음성고五陰盛苦이다.
  227. 227)반랑潘郞 : 중국 서진西晉 때의 시인인 반악潘岳(247~300)을 말한다.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 당시의 권세가 가밀賈謐의 문객 24우友 가운데 제1인자였다. 육기陸機(261∼303)와 함께 서진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병칭된다. 감각적인 애상哀傷의 시와 산수시山水詩에 능했다.
  228. 228)부벽루浮碧樓 : 평양성 을밀대乙密臺 아래 영명사永明寺의 동쪽에 있는 누각이다. 신숙주申叔舟의 기記가 있고, 김부식金富軾ㆍ이색李穡ㆍ정몽주鄭夢周ㆍ권근權近 등의 시가 있다.(『東國輿地勝覽』 권51 「平安道」)
  229. 229)기성箕城 : 기자箕子가 도읍했던 성이란 뜻으로 평양平壤의 별칭으로 쓰인다.
  230. 230)오문吳門과 안개~떠 있구나 : 공자가 안연顔淵과 함께 노魯나라 동산東山에 올랐는데, 안연이 수천 리 밖에 있는 오문을 바라보고, “흰 비단이 한 필 있고, 그 옆에 쪽(藍)빛 풀이 있다.”라고 하자, 공자가 “아니다. 흰 말 옆에 갈대 꼴을 놓아둔 것이다.”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韓詩外傳』)
  231. 231)연사蓮社 : 백련사白蓮社의 줄임말이다. 뜻을 같이하는 승속僧俗의 모임, 또는 모임의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당시의 현사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 등과 함께 승속 123인을 규합하여 동림사東林寺에서 결사를 조직하고, 그 정사精舍 연못에 백련白蓮을 심었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僧史略』 하)
  232. 232)곤궁한 완적阮籍 : 완적(210~263)은 삼국시대 위魏나라 사상가이자 시인으로 자는 사종嗣宗이다. 보병교위步兵校尉를 지냈으므로 완보병이라고도 한다. 혜강嵆康과 함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중심인물이다. 완적은 무작정 수레를 타고 큰길을 마냥 가다가 길이 막힌 곳을 만나면 매양 통곡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233. 233)병든 상여相如 : 상여는 곧 사마상여司馬相如(B.C. 179~B.C. 117)를 지칭한다. 중국 전한前漢의 문인으로 자는 장경長卿이다. 전한 시대 문장가로 명성이 높았던 사마상여는 일찍부터 소갈병을 앓았다고 한다.
  234. 234)훈壎과 지篪 : 형제 혹은 친구 사이의 화목과 조화를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시경』 「소아小雅」 〈하인사何人斯〉에서 “맏형은 훈을 불고, 둘째 형은 지를 분다.(伯氏吹壎。 仲氏吹篪。)”라고 하였다.
  235. 235)금풍金風 : 서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다.
  236. 236)십이루十二樓 : 신선 세계를 비유하는 말이다. 황제黃帝가 곤륜산崑崙山 정상의 현포玄圃에 다섯 금대金臺와 열두 옥루玉樓를 짓고서 선인仙人을 기다렸다고 한다.
  237. 237)십지十地 : 보살의 수행 계위 52위 가운데 41위에서 50위까지를 십지라 한다.
  238. 238)금사륜삼매金沙輪三昧 : 금사金沙는 금사륜삼매의 줄임말이다. 선정을 닦아 얻는 다섯 가지 공덕 가운데 하나이다. 번뇌를 제거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지륜삼매地輪三昧ㆍ수륜삼매水輪三昧ㆍ풍륜삼매風輪三昧ㆍ금사륜삼매ㆍ금강륜삼매金剛輪三昧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면 곧바로 삼현십지三賢十地의 지위로 들어가 먼지처럼 수없는 번뇌들이 일시에 제거된다고 한다.
  239. 239)삼호三壺 : 바닷속에 있다는 신선이 사는 세 산으로 방호方壺ㆍ봉호蓬壺ㆍ영호瀛壺를 말한다. 삼신산三神山이라고도 한다.
  240. 240)왕자 진晋의 생황 소리 : 주周 영왕靈王의 태자 진晋은 생황(笙)을 잘 불어 봉의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후에 후령緱嶺에서 신선이 되어 백학白鶴을 타고 날아갔다는 고사가 전한다.(『列仙傳』)
  241. 241)상풍商風 :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오성五聲 중 상성商聲은 금성金聲에 해당하며, 금金은 또한 서방西方으로서 가을에 해당하므로 가을의 서풍을 가리킨다.
  242. 242)안문雁門 : 안왕雁王, 즉 불타의 법문法門이라는 뜻으로, 불문佛門을 일컫는 말이다.
  243. 243)연잎 옷(荷衣) : 은사들의 옷을 일컫는 말이다.
  244. 244)옥주玉麈 : 옥으로 만든 자루에 사슴 꼬리털을 엮은 털이로서 동진東晉 때 청담淸談을 나누던 현사들의 소지품에서 유래하였다. 후대 불가에서 불자拂子로 정착되어 종장의 신물로 사용되었다.
  245. 245)기원祇園 : 중인도 코살라국의 수도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던 정사인 기원정사祇園精舍를 말한다. 기타 태자祇陀太子가 소유했던 동산이라 하여 기원祇園이라 하고, 그 숲에 급고독장자給孤獨長子가 정사를 지었다 하여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이라고도 한다.
  246. 246)아양峨洋의 곡조 : 『열자列子』 「탕문湯問」에서 “백아伯牙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훌륭하도다! 높고 높은 것이 태산과도 같구나’라고 하고, 흐르는 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자, ‘좋구나! 넓고 넓은 것이 강하江河와 같구나’라고 하였다.”라는 고사가 있다.
  247. 247)동중천洞中天 : 동천洞天과 같은 말이다. 신선이 사는 곳을 일컫는 말로 곧 별천지를 의미한다.
  248. 248)관하關河 : 함곡관函谷關과 황하黃河의 병칭으로, 고향이나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이른다.
  249. 249)여구驪駒의 곡조 : 이별을 고할 때 부르는 노래를 의미한다. 여구는 시의 편명이다. 『한서漢書』 「왕식전王式傳」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객이 「여구驪駒」장을 노래하니, 주인은 「객무용귀客毋庸歸」장으로 화답했다.” 이에 대해 안사고顔師古는 주에서 “복건服虔이 말하길, 사라진 『시경』의 편명으로 『대대례大戴禮』에 보인다. 나그네가 떠나려고 부르는 노래이다.”라고 하였고, 문영文穎은 “그 가사는 ‘驪駒在門。 僕夫俱存。 驪駒在路。 僕夫整駕。’이다.”라고 하였다.
  250. 250)옥루玉壘의 시 : 시절 인연이 맞지 않아 뜻이 좌절된 안타까움을 표현한 시를 의미한다. 옥루는 중국의 촉蜀나라 수도인 성도成都 서북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이상은李商隱의 시 〈무후묘고백武侯廟古柏〉에서 “옥루산에서의 계획 원대했건만, 황금 칼의 운명이 다했다네.(玉壘經綸遠 金刀歷數終)”라고 하였다.
  251. 251)상제霜蹄 : 서리처럼 하얀 발굽을 가진 준마駿馬를 일컫는 말이다. 두보杜甫의 〈취가행醉歌行〉에서 “예전에 버들잎 맞힌 걸 진정 스스로 알거니, 잠시 헛디딘 준마 발굽은 과실이 아니란다.(舊穿楊葉眞自知。 暫蹶霜蹄未爲失。)”라고 하였다.
  252. 252)주공周公의 꿈 : 간절히 그리는 사람을 꿈에 만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에서 공자가 “심하다, 나의 쇠함이여. 오래이어라, 내 다시는 꿈속에서 주공을 뵙지 못하는구나.(甚矣吾衰也。 久矣吾不復夢見周公。)”라고 하였다. 공자는 젊었을 때 주공의 도道를 행하려는 뜻이 강했기 때문에 꿈속에서 주공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253. 253)선강宣講 : 외우고 읽으며 대중들에게 널리 강해講解하는 것이다.
  254. 254)이류異類 : 동류同類에 상대되는 말로서, 동류를 사람이라 하면 이류는 귀신이나 축생 등이 된다. 사장師匠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나귀나 말의 태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이류중행異類中行이라 한다. 또한 선가禪家에서 격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255. 255)나무 닭(木雞) : 만사에 무정한 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나무 닭은 저자에서 싸움닭을 만나도 일일이 대거리하지 않는다.(『莊子』 「達生」)
  256. 256)금휘金徽 : 금으로 만든 거문고 줄이다.
  257. 257)삼상三常 : 의식주衣食住를 말한다.
  258. 258)초장椒漿 : 산초山椒를 넣은 국이나 술을 말한다.
  259. 259)백양白楊 : 버드나무와 비슷한 교목喬木으로, 옛날 무덤가에 이 나무를 심었다.
  260. 260)관산關山 : 관문關門과 산山이란 뜻으로, 전하여 고향 산천을 의미한다.
  261. 261)금압金鴨 : 금속을 이용하여 오리 모양으로 만든 향로이다. 향로의 별칭으로 쓰인다.
  262. 262)두 하늘(二天) : 남의 특별한 은혜를 하늘에 비겨 이르는 말이다.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의 청렴한 관리인 소장蘇章이 기주 자사冀州刺史로 부임했을 때 옛 친구가 그의 관할 구역인 청하淸河의 태수太守로 있으면서 부정행위를 범한 사실을 적발하고는, 그 친구를 불러 술을 같이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옛날의 우정을 나누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기뻐하며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하늘을 가지고 있지만 나만은 두 개의 하늘을 가지고 있다.(人皆有一天。 我獨有二天。)”라고 하였다. 그러자 소장이 “오늘 저녁에 내가 자연인自然人으로 옛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것은 사은私恩이요, 내일 기주 자사로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공법公法이다.”라고 하고는 마침내 그의 죄를 바로잡아 처벌하였다는 고사가 있다.(『後漢書』 권31 「蘇章列傳」)
  263. 263)팽택彭澤 : 팽택령彭澤令을 지냈던 진나라 도잠陶潛을 지칭한다.
  264. 264)무성武城의 생황 :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의 읍재邑宰로 있을 때 예악으로 교화를 삼자 읍 사람들이 모두 노래를 연주했다고 한다.(『論語』 「陽貨」)
  265. 265)산선散仙 : 아직 선직仙職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떠도는 신선을 말한다.
  266. 266)발연암鉢淵庵 : 금강산에 있던 암자이다.
  267. 267)아전鵝殿 : 불전佛殿을 뜻한다. 인도에서 수행자들이 머무는 숲에 뱀을 물리치기 위해 거위를 키웠다고 한다. 이에 법당을 아전이라 칭하였다.
  268. 268)금전金田 : 정사精舍, 즉 사찰을 뜻한다. 급고독장자가 부처님을 위한 정사를 짓기 위해 기타 태자로부터 숲을 사면서 땅에 황금을 깔았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금지金地라고도 한다.
  269. 269)용상龍象 : 큰 위력을 지닌 부처님이나 아라한 또는 고승을 큰 힘을 가진 용과 코끼리에 비유한다.
  270. 270)왕 노사王老師 : 당나라 남전 보원南泉普願(748~834) 선사를 지칭한다. 속성이 왕씨王氏였기에 자칭 타칭 왕 노사라 칭하였다.
  271. 271)조주趙州의 적삼 : 조주는 남전 보원의 제자 조주 종심趙州從諗(778~897) 선사를 지칭한다. 어떤 승려가 조주에게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라고 묻자, 조주가 “내가 청주靑州에 있을 때 삼베 장삼 한 벌을 지었는데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라고 대답하였다.
  272. 272)삼주수三珠樹 : 황제黃帝가 아끼던 보석을 적수赤水에 빠뜨렸는데 그 적수 가에 빛나는 아름다운 나무가 한 그루 자라났다. 그 나무는 나뭇잎이 모두 빛나는 진주였고, 나무의 양쪽에 대칭으로 두 개의 가지가 뻗어 본래 줄기와 함께 세 개가 되었기에 삼주수라고 불렸다.
  273. 273)적선謫仙 : 벌을 받아 인간세계로 유배 온 신선이란 뜻으로, 시선詩仙으로 추앙되었던 당唐나라의 시인 이백李白을 지칭한다.
  274. 274)광록光祿 : 한漢나라 이래의 벼슬 이름인데 당나라 이후 사선司膳의 벼슬이었다.
  275. 275)반고班固와 사마천司馬遷 : 원문의 반마班馬는 전한前漢의 역사가인 반고와 사마천의 병칭이다.
  276. 276)한신韓信과 팽월彭越 : 원문의 한팽韓彭은 한나라 고조의 명장인 한신과 팽월의 병칭이다. 두 사람 모두 한나라를 건국하는 데 지대한 공훈을 세웠으나 결국 고조가 의심하여 죽였다.
  277. 277)유 공庾公의 티끌 : 권세의 더러움을 뜻하는 말이다. 유공은 동진東晉의 권신權臣이었던 유량庾亮으로 서쪽인 무창武昌에 살았는데, 그의 권세가 너무 중한 것을 미워하던 왕도王導는 서풍西風이 불 때마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유량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힌다.”라고 하였다.(『晉書』 권65 「王導列傳」)
  278. 278)개골산皆骨山 : 겨울의 금강산을 지칭한다.
  279. 279)영주瀛洲 : 삼신산의 하나로 영호瀛壺라고도 한다.
  280. 280)여산廬山 : 중국 강서성 북부 장시성에 있는 명산으로 해발 1,474m이며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치가 아름답고 불교 사적이 많이 남아 있다.
  281. 281)총령에서 돌아오며~신발 슬펐지요 : 스승의 죽음을 달마대사의 고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서역에서 돌아오던 송운宋雲이 총령에서 신발 한 짝을 들고 가는 달마를 만났는데 나중에 돌아와 달마의 죽음을 알고 무덤을 파 보니 신발 한 짝만 있었다는 고사가 있다.
  282. 282)견고림堅固林 : 석가모니부처님의 열반지인 쌍수림雙樹林을 뜻한다.
  283. 283)진승眞乘 : 진실한 교의라는 뜻이다.
  284. 284)조계曹溪 : 조계 보림사寶林寺에서 선풍을 크게 선양한 혜능 대사를 지칭한다.
  285. 285)상사上舍 : 조선 시대 생원시生員試나 진사시進仕試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옛날 태학에서 생원과 진사는 상사, 즉 위채에 거처하였기 때문이다.
  286. 286)길 가던 완적阮籍 : p.337 주 232 참조.
  287. 287)뗏목 탄 장건張騫 : 장건은 한나라 때의 장군이다. 장건이 황제의 명으로 서역西域으로 갔다가 길을 잃어 뗏목을 타고서 한 달 만에 어느 곳에 도착했는데, 한 여인이 베를 짜고 한 남자가 소를 끌고서 물을 마시게 하고 있었다. 장건은 베를 짜던 직녀로부터 기석機石을 받아 중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장건이 뗏목을 타고 천궁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288. 288)해바라기 마음(葵心) : 규심葵心은 해를 향해 기우는 해바라기처럼 일편단심 사모하는 마음을 말한다.
  289. 289)소왕昭王이 후한~연燕나라로 찾아갔지 : 전국시대에 제齊나라의 침략을 받았던 연나라 소왕昭王이 복수를 위해 곽외郭隗의 말을 듣고 황금대黃金臺를 건축하여 겸손한 말과 후한 폐백으로 어진 이를 초청하였다. 이에 제나라에서 추연鄒衍이 찾아오고, 위나라에서 악의樂毅가 찾아오고, 조나라에서 극신劇辛이 찾아와 연나라가 크게 강성하였다.
  290. 290)『태현경太玄經』 : 한나라의 사상가 양웅揚雄의 저서이다. 『주역』의 음양이원론陰陽二元論 대신 시始ㆍ중中ㆍ종終의 삼원三元을 주장하고 여기에 역법曆法을 가미하였다. 태太는 그 공덕을 형용한 미칭美稱이고, 현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본체이다.
  291. 291)빈마牝馬 : 성장한 암말을 말한다.
  292. 292)물고기와 솔개(魚鳶) : 현상으로 나타난 모습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인 자연의 이치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 「대아大雅」 〈한록旱麓〉에서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뛰어오른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다.
  293. 293)과거장(棘圍) : 극위棘圍는 곧 과장科場을 말한다. 과거장에는 일반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둘렀다고 한다.
  294. 294)연방蓮牓 : 소과小科, 즉 생원과 진사를 뽑던 과거 시험의 합격자 명단을 말한다.
  295. 295)제 그림자나 위로하고(弔影) : 조영弔影은 형영상조形影相弔의 줄임말이다. 아무도 없고 자신의 몸과 그림자만 있어 서로를 위로한다는 뜻으로 의지할 데 없는 외톨이 신세를 표현한 말이다.
  296. 296)성전星躔 : 북극성(宸極)을 옹호하는 별자리로서, 임금을 보좌하는 대관을 뜻한다.
  297. 297)태상太常 : 후한後漢의 주택周澤을 지칭한다. 태상은 그의 벼슬이다. 병이 나서 재궁齋宮에 누웠는데 그의 아내가 걱정되어 재궁을 엿보며 아픈 곳을 묻자 주택이 진노하여 아내에게 재금齋禁을 범했다는 죄로 조옥詔獄에 내려 사죄하게 하였다. 이에 당시 사람들이 “태상은 1년 360일 중에 359일을 재계한다.”라고 하였다.
  298. 298)주옹周顒 : 남제南齊 때 사람으로 자는 언륜彦倫이다. 『노자』와 『역경』에 능통하였고,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벼슬이 국자박사國子博士에 이르렀다. 그는 청빈과욕淸貧寡欲하여 종일토록 거친 음식만 먹고, 비록 처자가 있긴 하였으나 홀로 산사山舍에 거처하였다. 당시 하윤何胤 또한 불법을 신봉하여 처첩 없이 살았기에 태자太子가 주옹에게 묻기를, “경卿이 불도에 정진한 것과 하윤을 비교하면 서로 어떠한가?”라고 하자, 주옹이 “삼도팔난三塗八難을 두 사람 모두 면하지 못할 것이니, 각자 허물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그 허물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주옹이 “주옹은 아내가 있고, 하윤은 고기를 먹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299. 299)구자선狗子禪 :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화두를 참구하는 선이라는 뜻이다. 한 선승이 조주趙州에게 “개(狗子)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가 “없다.(無)”라고 하였다는 데서 비롯된 화두이다.(『無門關』 제1칙 「趙州狗子」)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堂雲路苔欄望陽催」之韻字。底本作各各異。
    體{編}。
  3. 1)「生身…慼人」八字。底本字體各異{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