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허정집(虛靜集) / [開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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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刊記
이상의 시문은 내가 병을 앓는 틈틈이, 좌선하는 여가에 게송으로 마음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시라고는 하였지만 정음正音인 당시唐詩의 메아리들을 온전히 듣고 익히질 못한 까닭에 음률도 제대로 모르고 어지럽게 지껄인 것이 봄날 새들이 쫑알쫑알한 것 같고 가을날 벌레가 찌르륵찌르륵한 것 같다. 그 운어韻語의 체재體裁가 자못 본받을 만한 것이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대방가大方家220)의 이목에는 감히 보이거나 들려줄 만한 것이 못된다. 문인 명현明顯과 보우普愚 등이 나의 유계시遺誡詩를 얼핏 보고는 뒷날에 있을 슬픔이 크리라고 깊이 느껴 생전에 아쉬움을 면하고자 책을 간행하여 깨우침을 널리 펴려고 하였다. 지금 나의 시문은 후인들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것이 아니기에 많은 책망과 비방이 염려스러워 두 번 세 번 제지하였지만 결국 제지할 수가 없었다. 결국 노년에 쓴 초고를 판각하도록 허락하고, 우리 문중 밖으로는 유출하지 말고 집안의 소장품으로 삼게 하였다.
옹정雍正 10년 임자년(1732) 5일 일에 향산 보현사 개간.

간공刊工 통정대부 전 승장通政大夫前僧將 별훈別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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右此詩文予病隙禪餘以偈言志耳
009_0527_b_09L詩云乎哉唐之正音遺響悉未獲聽習
009_0527_b_10L故昧音律而亂噪若春禽之喃喃似秋
009_0527_b_11L蟲之喞喞其韻語之體裁頗無倣傚
009_0527_b_12L殊未堪聽眡於大方之耳目也門人明
009_0527_b_13L顯普愚等瞷予之遺誡詩深感後有
009_0527_b_14L之愴大欲爲生前生光開刊開諭矣
009_0527_b_15L今予詩文非可爲後人模楷恐多詬
009_0527_b_16L再三止止而終不得止遂許老筆
009_0527_b_17L草稿而鋟梓使不出吾門以爲家藏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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雍正十年歲舍壬子五月日香山
009_0527_b_19L普賢寺開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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刊工通政大夫前僧將別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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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20)대방가大方家 : 문장文章이나 학술學術에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가大家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