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송계대선사문집(松桂大禪師文集) / 松桂大禪師文集卷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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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대선사문집松桂大禪師文集제2권
율律
영호루 판시에 차운하다(次映湖樓板上韻)
蓬萊仙闕鏡中開  봉래산 신선 대궐 거울 속에 펼쳐 있어
俯▼(日+敢)平沙十里回  평사 10리 구비 도는 풍경을 굽어보니
斷鴈聲隨踈雨落  외기러기 소리는 성긴 비 따라 떨어지고
飛鷗影帶暮霞來  갈매기 그림자는 저녁놀 띠고 날아오네
蘆花羌笛輸詩興  갈대 꽃밭 호적 소리는 시흥을 일으키고
楓葉山光倒酒盃  단풍 물든 산 빛은 술잔에 기우는데
怊悵英豪今不見  슬프다 영웅호걸 지금은 볼 수 없어
朗吟遺什獨徘徊  남은 시구 읊으면서 홀로 배회하누나
다시 네 명산에 이르다(再到四名山)
瘦笻遙指四名區  야윈 지팡이로 멀리 네 명산을 가리키며
到處逍遙逐景遊  가는 곳마다 소요하며 승경 따라 유람하네
覺樹香飄迎客室  보리수 향기는 영객실에 풍기고
曇花色映泛鍾樓  우담바라꽃 빛은 범종루에 어리네
靑山疊疊柱天立  청산은 첩첩 하늘 버티며 서 있고
碧水重重割地流  벽수는 겹겹 땅 가르며 흐르네
智異金剛九月去  지리 금강 구월산은 가 보았으니
妙峯雪嶽五臺畱  묘향 설악 오대산이 남아 있구나
화산회 시에 차운하여(次花山會韻)
靑山碧水是吾居  청산도 내 집이요 벽수도 내 집
樓閣玲瓏入紫虛  누각은 영롱하여 하늘로 들어갈 듯
靜裏癯容遼海鶴  고요함 속 여윈 얼굴은 요해의 학1)이요
閑中眞味越江魚  한가한 속 참된 멋은 월강의 물고기
山當小築色常滿  작은 정자 이르자 산 빛 외려 가득하고
水到石溪響更餘  돌 시내에 이르러 물소리 다시 넘치는데
外客不來花鳥語  길손이 오지 않아 꽃 새들과 얘기하고
移床松榻臥看書  솔 평상에 자리 옮겨 책 보며 누워 있네
봉황사의 작은 정자(鳳凰寺小築)
可憐茅屋遠離塵  어여쁜 이 모옥은 티끌세상 멀리 있어
收入小軀暫屈伸  작은 이 몸 잠시나마 기거함을 용납하네
蘿月松風物外友  등나무 달, 솔바람은 물외의 벗들이요
白猿靑鶴靜中賓  흰 잔나비 푸른 학은 고요 속 손님이라
看禪只覺叅心富  참선하며 다만 참구심 넉넉함 깨닫고
見性惟忘俗事貧  견성하며 오직 세속의 가난을 잊는구나
擬欲補天嗟未用  하늘 깁고자2) 하나 쓰이지 못함 탄식한다면
入山飜作一窮身  입산하여 도리어 곤궁한 몸 되어 보길

009_0577_a_02L松桂大禪師文集卷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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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577_a_05L次映湖樓板上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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蓬萊仙闕鏡中開1)▼(日+敢)平沙十里回

009_0577_a_07L斷鴈聲隨踈雨落飛鷗影帶暮霞來

009_0577_a_08L蘆花羌笛輸詩興楓葉山光倒酒盃

009_0577_a_09L怊悵英豪今不見朗吟遺什獨徘徊

009_0577_a_10L再到四名山

009_0577_a_11L
瘦笻遙指四名區到處逍遙逐景遊

009_0577_a_12L覺樹香飄迎客室曇花色映泛鍾樓

009_0577_a_13L靑山疊疊柱天立碧水重重割地流

009_0577_a_14L智異金剛九月去妙峯雪嶽五臺畱

009_0577_a_15L次花山會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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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碧水是吾居樓閣玲瓏入紫虛

009_0577_a_17L靜裏癯容遼海鶴閑中眞味越江魚

009_0577_a_18L山當小築色常滿水到石溪響更餘

009_0577_a_19L外客不來花鳥語移床松榻臥看書

009_0577_a_20L鳳凰寺小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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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憐茅屋遠離塵收入小軀暫屈伸

009_0577_a_22L蘿月松風物外友白猿靑鶴靜中賓

009_0577_a_23L看禪只覺叅心富見性惟忘俗事貧

009_0577_a_24L擬欲補天嗟未用入山飜作一窮身

009_0577_b_01L
접회의 시에 차운하다(次接會韻)
古洞雲深雨自蕭  구름 깊은 옛 골짜기 비만 제냥 쓸쓸한데
小溪雷轉梵宮搖  작은 시내 벼락 치니 범궁이 흔들린다
烟濃彷彿天台暮  연기 자욱하니 천태3)의 저녁 방불하고
霞起依俙紫府朝  노을 일어나니 자부4)의 아침 비슷하다
騷客吟詩看落瀑  시객은 시 읊으며 폭포를 바라보고
山僧無語對岧嶤  산승은 말없이 높은 산 마주하네
遙知前寺讀書士  멀리 알겠네 옛날 절 책 읽는 선비
乘興幾登一閣高  이는 흥에 몇 번이나 높은 누각 올랐는지
청위 유 공의 시에 차운하여(謹次淸渭柳公韻)
梧桐一葉報新秋  오동나무 잎 하나가 새 가을을 알리니
萬壑晴嵐露佛頭  만 골짜기 맑은 이내 불상 머리 젖어 드네
白髮蕭蕭何處至  허연 머리 쓸쓸한데 어느 곳으로 향할까
交情歷歷某丘遊  나누는 정 역력하니 그 언덕에서 노니리라
老僧偃息雲眉濶  노승은 편히 쉬어 구름 눈썹 널찍한데
夫子功名歲月流  선생의 공명은 세월 따라 흐르누나
顯晦始知時與命  현달과 은둔은 시운임을 알겠거니
笑談天借淸風樓  담소하라 하늘이 청풍루를 내주었네
김 수재에게 읊어 주다(吟贈金秀才)
小築茅堂面翠巖  작게 얽은 띠 집이 푸른 바위 마주하니
飄然身世似淸嵐  표연한 신세가 맑은 산기운 같아라
留僧烟榻終宵講  산승 머문 안개 선탑 밤새워 강론하고
邀客風欞盡日談  길손 맞는 바람 난간 온종일 얘기하네
峯帶芙蓉抽六六  부용 두른 봉우리는 삼십육봉 솟아 있고
溪鳴環玦曲三三  패옥 울리는 시냇물은 굽이가 구곡이라
松壇閑步惟怊悵  솔 동산 산보터니 더욱 쓸쓸해져
我憶伊人在寺南  절 아랫마을 머문 그대 나는 그리워라
정운 대사가 찾아왔기에 읊다(靜雲大師來見感吟)
格外叅禪我未能  격외의 참선을 나는 못하여
開軒閑坐對山層  문 열고 첩첩 산 보며 좌정을 할 뿐
蕭蕭落葉過林雨  우수수 진 낙엽에 숲속 비 지나가고
耿耿孤懷送夜燈  뒤척뒤척 외로운 마음 등불에 보내노라
衰骨無才爲世擲  쇠한 몰골 재주 없어 세상 버림 받았는데
白頭何事受人憎  늘그막에 무슨 일로 남의 미움 받는 건지
兀然長臥松廬下  우두커니 소나무 토굴에 길게 누워서
時有羣朋問大乘  때로 찾는 벗들 있어 대승을 물어보네
금구 금산사 미륵전(金溝金山寺彌勒殿)
風動寺軒翠竹長  바람 이는 절 처마에 푸른 대 길쭉한데
淡烟踈雨共蒼蒼  옅은 연기 성긴 비에 모두 다 푸릇푸릇
寒生夕磵聲搖閣  차가운 저녁 시내 소리는 절집 흔들고
紅墜朝簾色滿床  햇살 비춘 아침 주렴 빛은 책상 가득
老鶴飛驚千佛殿  늙은 학은 날아올라 천불전을 놀래키고
落雲似護萬僧堂  내려오는 구름은 만승당을 호위할 듯

009_0577_b_01L次接會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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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洞雲深雨自蕭小溪雷轉梵宮搖

009_0577_b_03L烟濃彷彿天台暮霞起依俙紫府朝

009_0577_b_04L騷客吟詩看落瀑山僧無語對岧嶤

009_0577_b_05L遙知前寺讀書士乘興幾登一閣高

009_0577_b_06L謹次淸渭柳公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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梧桐一葉報新秋萬壑晴嵐露佛頭

009_0577_b_08L白髮蕭蕭何處至交情歷歷某丘遊

009_0577_b_09L老僧偃息雲眉濶夫子功名歲月流

009_0577_b_10L顯晦始知時與命笑談天借淸風樓

009_0577_b_11L吟贈金秀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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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築茅堂面翠巖飄然身世似淸嵐

009_0577_b_13L留僧烟榻終宵講邀客風欞盡日談

009_0577_b_14L峯帶芙蓉抽六六溪鳴環玦曲三三

009_0577_b_15L松壇閑步惟怊悵我憶伊人在寺南

009_0577_b_16L靜雲大師來見感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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格外叅禪我未能開軒閑坐對山層

009_0577_b_18L蕭蕭落葉過林雨耿耿孤懷送夜燈

009_0577_b_19L衰骨無才爲世擲白頭何事受人憎

009_0577_b_20L兀然長臥松廬下時有羣朋問大乘

009_0577_b_21L金溝金山寺彌勒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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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動寺軒翠竹長淡烟踈雨共蒼蒼

009_0577_b_23L寒生夕磵聲搖閣紅墜朝簾色滿床

009_0577_b_24L老鶴飛驚千佛殿落雲似護萬僧堂

009_0577_c_01L惟有腰帶容詩客  오직 허리띠에 시 주머니 찬 시객 있어
時借仙區喜欲狂  때로 선경을 빌리곤 기뻐 미칠 듯하이
계림 불국사(題鷄林佛國寺)
佛國山中藏寶刹  불국산 산중에 감춘 보배 절
碧蘿迢遆斷塵氛  푸른 덩굴 멀리 뻗어 세속 기운 끊었네
橫橋柱石揮神斧  돌로 받친 횡교는 신의 도끼 휘두른 듯
聳塔磨天出白雲  하늘 닿을 듯 솟은 탑은 백운 위로 나간 듯
世上不知閑境界  세상에선 한가한 경계 알지 못하나
山間欣得好田園  산간에선 좋은 전원 얻어 기뻐라
靈風瑞雨淸濃處  신령스런 비에 젖고 상서 바람 맑은 곳
滿目景光揔不分  눈 가득한 이 광경을 분별치 못하겠네
읍령(泣嶺)
泣嶺沉沉黑霧曛  읍령은 침침하고 어둑한 안개 자욱한데
瘦笻遙指海天雲  앙상한 지팡이로 멀리 바다 구름 가리키네
沿溪歷盡無人地  시내 따라 차례로 사람 없는 땅 밟아 가니
逐日難逢憩息村  종일토록 쉴 만한 곳 만나기 어렵네
曾說此州多畏道  옛말에 이 고을은 위험 많은 동네라나
驚聞今夕萃奸羣  오늘 저녁 간흉배들 모였단 말에 더욱 놀라
間關隔處憑誰問  험난한 외진 곳에서 누구에게 물어볼까
萬曲蟻如出洞門  만 구비 길 가는 개미 동네 문 나서는 꼴
동경의 옛터를 방문하다(訪東京舊墟)
秋風飛錫訪鷄林  가을바람에 석장 날려 계림을 방문하니
昔日興亡底處尋  지난날의 흥망을 어느 곳에서 찾을거나
樹帶千年古國色  나무는 천년토록 고국의 빛 띠어 있고
鍾含萬歲帝都音  범종은 만세토록 왕도 소리를 담고 있네
當時文物雲東去  그때 당시 문물들은 구름 동쪽 흘러갔고
徃代繁華水北臨  지난 시대 번화로움 한수 북에 임하였네
古堞星臺殘草裏  옛 성가퀴 첨성대는 풀 속에 무너진 채
無窮歲月自流深  무궁한 세월만 절로 흘러 깊어 가네
비 개인 날 종일토록 홀로 앉아서(雨晴終日獨坐)
微紅朝日入窓明  불그레한 아침 햇살 동창을 밝히는데
草閣寥寥宿雨晴  쓸쓸한 초가집에 밤새 내린 비가 개여
雲捲山頭看舊面  구름 걷힌 산마루는 본래 모습 보여 주고
磵喧石齒聽新聲  시내 울리는 바윗돌은 새 노래 들려주네
愛光佳樹濃陰麗  때깔 좋은 멋진 나무 짙은 그늘 화려하고
和意珎禽話說輕  맘 흔드는 보배 새들 조잘 소리 가볍구나
獨倚暮樓無外客  찾는 이 없이 홀로 저녁 누각에 기대어
但吟詩句使心淸  다만 시구 읊으며 마음을 맑게 할 뿐
큰비가 넘쳐 사람이 오가지 못하다(大雨漲溢人不通)
空階滴滴落鈴寒  물에 적신 텅 빈 섬돌에 풍경 소리 서늘한데
濕衲掛枝雨不乾  젖은 납의 가지에 거니 마를 기미 전혀 없어

009_0577_c_01L惟有腰帶容詩客時借仙區喜欲狂

009_0577_c_02L題鷄林佛國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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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國山中藏寶刹碧蘿迢遆斷塵氛

009_0577_c_04L橫橋柱石揮神斧聳塔磨天出白雲

009_0577_c_05L世上不知閑境界山間欣得好田園

009_0577_c_06L靈風瑞雨淸濃處滿目景光揔不分

009_0577_c_07L泣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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泣嶺沉沉黑霧曛瘦笻遙指海天雲

009_0577_c_09L沿溪歷盡無人地逐日難逢憩息村

009_0577_c_10L曾說此州多畏道驚聞今夕萃奸羣

009_0577_c_11L間關隔處憑誰問萬曲蟻如出洞門

009_0577_c_12L訪東京舊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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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風飛錫訪鷄林昔日興亡底處尋

009_0577_c_14L樹帶千年古國色鍾含萬歲帝都音

009_0577_c_15L當時文物雲東去徃代繁華水北臨

009_0577_c_16L古堞星臺殘草裏無窮歲月自流深

009_0577_c_17L雨晴終日獨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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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紅朝日入窓明草閣寥寥宿雨晴

009_0577_c_19L雲捲山頭看舊面磵喧石齒聽新聲

009_0577_c_20L愛光佳樹濃陰麗和意珍禽話說輕

009_0577_c_21L獨倚暮樓無外客但吟詩句使心淸

009_0577_c_22L大雨漲溢人不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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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階滴滴落鈴寒濕衲掛枝雨不乾

009_0577_c_24L「▼(日+敢)」疑「瞰」{編}

009_0578_a_01L好得積雲龍變化  층층 구름이 용으로 변하니 좋아라
喜看深霧豹成斑  깊은 안개 표범처럼 얼룩지니 기뻐라
作巢燕子含泥返  둥지 짓는 제비는 진흙 머금어 돌아오고
採藥仙童洗菜還  약초 캐는 선동들은 나물 씻어 되오는데
眼拾風光心不厭  눈에 드는 모든 풍경 전혀 싫증 안 나니
淸吟終日對靑山  종일토록 청산 마주해 맑은 노래 부르네
봉황사(題鳳凰寺)
鳳山形勝道僧多  봉황산 형세 승하여 도승 많이 나왔으니
雲嶽金剛此不加  운악산 금강산도 이에 더하지 못하리라
縹緲樓臺危地聳  아스라이 높은 누대 가파른 비탈에 솟아 있고
參差峯嶂半天斜  어슷비슷 산봉우리들 허공에 비껴 있네
佛懸絶頂空中霧  불상 걸린 듯한 절정은 허공중의 안개
磬漏深雲洞裏霞  경쇠 울리는 깊은 구름은 골짝 안의 노을
最有無窮千萬景  가장 무궁한 것은 천만 가지 경치인데
誰知探翫是吾耶  뉘 알고 찾아왔나 바로 나인걸
전라도 금산사(全羅道金山寺)
金寺高懸萬丈空  금산사가 만 길 높이 허공에 걸려 있어
尋眞遊客腋生風  진경 찾는 나그네 겨드랑이 바람 이네
乾坤日月臨頭近  건곤과 일월은 머리 가까이 임하였고
宇宙山河入眼濃  우주와 산하는 두 눈 가득 들어오는데
花雨千年雲冷節  꽃 비 천년에 구름은 차가운 절기
鴻鴈萬里客閑踪  기러기 만 리에 나그네는 자취 끊었네
淸晨霧捲開圭面  맑은 새벽 구름 걷히자 옥빛 면모5) 열치니
看盡門前聳玉峯  문 앞에 솟은 옥 봉우리 한눈에 들어오네
순천 송광사(順天松廣寺)
羣峯聳出白雲端  여러 봉우리들 흰 구름 가에 우뚝 솟아
萬疊洞中寶殿寬  1만 겹겹 골짜기에 보배 전각 널찍하다
幽谷奇巖千佛靜  그윽한 골 기이한 바위에 1천 부처 고요하고
深山淸籟萬松寒  깊은 산 맑은 바람에 1만 소나무 서늘하다
高臺淨界乾坤別  높은 누대 정계는 땅과 하늘 가르고
衆處禪菴日月閑  곳곳 있는 선암에는 일월이 한가롭다
應是人間開闢節  마땅히 인간 세계 처음 열리던 날
天公粧點作僧關  조물주가 꾸며 내어 이 절집 만든 거라
지리산 쌍계사(智異山雙溪寺)
智異山寺仰彌嵬  지리산 속 사찰은 올려 볼수록 더욱 높아
緣壁攀崖路幾回  벽 잡고 벼랑 오르니 도대체 몇 구빈가
始步洞中艱用力  처음엔 골짜기 걸으며 괴로이 힘쓰다가
終登岳上爽開懷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상쾌하게 마음 트여
諸天九萬磨頭近  구만리 제천 세계 머리 닿을 듯 가깝고
世界三千入眼恢  삼천의 대천세계 눈에 널찍 들어오네
玉骨森森列海外  옥골6)은 빽빽하게 바다 밖으로 이어지고
俯觀峯角掛星台  굽어보는 봉우리 끝에 삼태성7)이 걸렸구나
칠곡 송림사(柒谷松林寺)

009_0578_a_01L好得積雲龍變化喜看深霧豹成斑

009_0578_a_02L作巢燕子含泥返採藥仙童洗菜還

009_0578_a_03L眼拾風光心不厭淸吟終日對靑山

009_0578_a_04L題鳳凰寺

009_0578_a_05L
鳳山形勝道僧多雲嶽金剛此不加

009_0578_a_06L縹緲樓臺危地聳參差峯嶂半天斜

009_0578_a_07L佛懸絕頂空中霧磬漏深雲洞裏霞

009_0578_a_08L最有無窮千萬景誰知探翫是吾耶

009_0578_a_09L全羅道金山寺

009_0578_a_10L
金寺高懸萬丈空尋眞遊客腋生風

009_0578_a_11L乾坤日月臨頭近宇宙山河入眼濃

009_0578_a_12L花雨千年雲冷節鴻鴈萬里客閑踪

009_0578_a_13L淸晨霧捲開圭面看盡門前聳玉峯

009_0578_a_14L順天松廣寺

009_0578_a_15L
羣峯聳出白雲端萬疊洞中寶殿寬

009_0578_a_16L幽谷奇巖千佛靜深山淸籟萬松寒

009_0578_a_17L高臺淨界乾坤別衆處禪菴日月閑

009_0578_a_18L應是人間開闢節天公粧點作僧關

009_0578_a_19L智異山雙溪寺

009_0578_a_20L
智異山寺仰彌嵬緣壁攀崖路幾回

009_0578_a_21L始步洞中艱用力終登岳上爽開懷

009_0578_a_22L諸天九萬磨頭近世界三千入眼恢

009_0578_a_23L玉骨森森列海外俯觀峯角掛星台

009_0578_a_24L柒谷松林寺

009_0578_b_01L風雨乾坤日影寒  비바람 치는 천지에 해 그림자 차가운데
碧松洞裏有禪關  푸른 솔숲 골짜기에 선관8)이 하나 있네
郡城連寺僧儀野  읍성이 절에 이어지나 산승 모습 조야하고
路客投門釋習頑  길손이 문을 두드려도 스님 습속 완고하네
五室塵堆無坐席  다섯 방은 먼지 쌓여 앉을 자리 없고
一匙鹽醬冷飡盤  한 숟갈 염장 차림에 저녁 밥상 싸늘하다
衆寮隨處皆如是  여러 요사 가는 곳이 모두 이와 같으니
幾去吾山解苦顏  언제 우리 산에 들어가 찡그린 얼굴 펴려나
용담사 금정암(題龍潭寺金井菴)
舞鶴臺邊斜碧松  학이 춤추는 무학대엔 푸른 솔이 비껴 있고
烟蘿菴裏臥仙翁  안개 덩굴 연라암엔 선옹이 누워 있네
靑猿抱子舞園外  푸른 잔나비는 새끼 안고 동산 밖에서 춤추고
白鶴將雛戱檻中  백학은 새끼들과 울타리에서 노니는데
夜月射窓燈不掛  달빛 창에 쏟아져 등불 걸 필요 없고
夕風起閣扇無功  저녁 바람 누각에 불어 부채도 일이 없네
終日閑坐淸幽景  온종일 한가로이 그윽한 경치에 앉아 보니
高聳尖尖玉萬峯  뾰족뾰족 옥 봉우리 하늘 높이 솟았구나
경치 완상하는 산인(翫景山人)
世事蕭條日漸貧  세상일 쓸쓸하고 나날이 가난해져
超然飛錫出紅塵  초연히 석장 날려 티끌세상 벗어났네
閑雲不繫蒼空裏  한가로운 구름은 창공에 매이지 않나니
野鶴寧傷碧海濱  들판 나는 학이 푸른 바다 상심하리
天地百年牢落意  천지 백 년에 적막한 뜻 품었다가
江山千里漫遊人  강산 천 리에 느긋이 유람하는 나그네
平生看盡名區景  평생토록 명승 경치 실컷 다 보면서
飽食烟霞不轉身  안개 놀 실컷 마시며 신세 바꾸지 않으리
시냇물 소리(聞泉)
少習詩才臥白雲  젊어서 시재 익혀 백운 간에 누웠는데
晩將霜髮墮凡羣  늘그막에 머리 희끗 범속한 무리 되었네
看書只作安心藥  책 보는 일은 마음 위로하는 약
詠句惟成爽氣文  시 읊는 일은 기운 상쾌하게 하는 처방
暮磬殘穿高嶠月  저녁 경쇠는 높은 달에 울려 퍼지고
曉燈半映曲窓門  새벽 등불은 굽은 창을 반쯤 비추는데
小菴深處人不到  작은 암자 깊은 곳에 사람은 오지 않고
日暮懸崖磵瑟聞  해 저문 깊은 골에서 시내 소리 들을 뿐
청송 대전사(靑松大典寺)
寺在白雲仙澤邊  흰 구름 속 신선 못가에 있는 절
松欄淸興鶴巢連  맑은 흥취 솔 울타리에 학 둥지 이어졌네
碧蘿香遶居僧袖  푸른 넝쿨 향기 진해 산승 소매에 스미고
綠樹霞起過客肩  초록 숲에 이내 일어 과객 어깨 스치는데
軒近三洲翠霧路  절 마루는 삼주9)의 푸른 안갯길 가깝고
戶臨五嶺赤烟川  절 문은 오령10)의 붉은 안개 내에 임하였네
乾坤萬里遊閑客  건곤 만 리에 한가로이 유람하는 나그네
恣翫名區年又年  명승지 맘껏 유람 해마다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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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雨乾坤日影寒碧松洞裏有禪關

009_0578_b_02L郡城連寺僧儀野路客投門釋習頑

009_0578_b_03L五室塵堆無坐席一匙鹽醬冷飡盤

009_0578_b_04L衆寮隨處皆如是幾去吾山解苦顏

009_0578_b_05L題龍潭寺金井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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舞鶴臺邊斜碧松烟蘿菴裏卧仙翁

009_0578_b_07L靑猿抱子舞園外白鶴將雛戱檻中

009_0578_b_08L夜月射窓燈不掛夕風起閣扇無功

009_0578_b_09L終日閑坐淸幽景高聳尖尖玉萬峯

009_0578_b_10L翫景山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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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事蕭條日漸貧超然飛錫出紅塵

009_0578_b_12L閑雲不繫蒼空裏野鶴寧傷碧海濱

009_0578_b_13L天地百年牢落意江山千里漫遊人

009_0578_b_14L平生看盡名區景飽食烟霞不轉身

009_0578_b_15L聞泉

009_0578_b_16L
少習詩才卧白雲晩將霜髮墮凡羣

009_0578_b_17L看書只作安心藥詠句惟成爽氣文

009_0578_b_18L暮磬殘穿高嶠月曉燈半映曲窓門

009_0578_b_19L小菴深處人不到日暮懸崖磵瑟聞

009_0578_b_20L靑松大典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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寺在白雲仙澤邊松欄淸興鶴巢連

009_0578_b_22L碧蘿香遶居僧袖綠樹霞起過客肩

009_0578_b_23L軒近三洲翠霧路戶臨五嶺赤烟川

009_0578_b_24L乾坤萬里遊閑客恣翫名區年又年

009_0578_c_01L
유거(幽居)
淸晨把筆坐窓前  맑은 새벽 붓을 잡고 창 앞에 앉았는데
谷鳥先吟淑景鮮  골짝 새가 먼저 울어 맑은 경치 산뜻하다
靜契每緣雲裏鶴  고요한 약속은 매번 구름 학과 맺고
幽懷長在霧中仙  그윽한 회포는 늘상 안개 속 신선에 있지
寺臨烟雨見沉鴈  안개비 밀려오는 절에 기러기 보이고
門帶林風聞杜䳌  숲 바람 부는 문에 두견새 울음 들리는데
山態水容鏡秀處  산 자태 물의 형용 거울같이 빼어난 곳
一間蘭若絶孤懸  한 칸의 난야가 끊어질 듯 외로워라
경치 완상하는 스님(翫景僧)
眼拾名區勝景多  명승지 좋은 경치 눈에 가득 담아내며
逍遙孤影伴雲斜  소요하는 외론 그림자 비낀 구름과 짝하네
寒蹤夜宿金剛雨  찬 발걸음으로 밤에는 금강산 빗속에서 묵고
瘦錫暮歸智異花  야윈 지팡이로 저물녘엔 지리 꽃산 돌아오네
水鴈拖來朝碧霧  물 기러긴 아침의 푸른 안개 끌어오고
山鷰帶去夕紅霞  산 제비는 저녁의 붉은 노을 띠고 가네
風光處處無窮在  풍광은 가는 곳마다 무궁하게 널려 있는데
誰得把嘗好味麽  진정 풍미 느끼는 이 그 뉘신고
영천 호연정(永川浩然亭)
飛閣浮空壓大湖  허공에 뜬 날 듯한 누각 큰 호수 누르는데
晩江烟景浩難圖  저문 강 안개 경치 호한하여 그리기 어렵네
寒穿水色鴈歸浦  물빛 차가워지자 기러기는 포구로 돌아가고
冷踏山光客上橋  산 빛 서늘해지자 나그네는 다리를 건너가네
瓶聳雲邊千嶂列  구름 가엔 시루 솟구친 1천 봉 늘어섰고
玉流天外萬溪高  하늘 밖엔 옥류 흐르는 1만 계곡 높았어라
斜陽人帶暮霞去  석양에 사람들이 저녁놀 띠고 돌아갈 제
五柳仙翁挽手邀  오류11)의 선옹이 손을 당겨 맞이하네
병으로 누워 과거 명산 유람을 생각하다(病臥憶曾遊名山)
南北索居度幾秋  남으로 북으로 옮겨 다닌 지 몇 해런가
烟霞興味自然悠  연하의 흥취와 멋 절로 아득해지네
當時老友皆黃壤  당시 늙은 벗들 모두 황토로 변해 갔고
昔日少朋盡白頭  옛적 젊은 벗들 모두 백발이 되었는데
已把形骸病裏寄  이미 육신을 병든 가운데 부쳐 두고
空敎魂魄夢中遊  부질없이 혼백만 꿈속에서 노닐게 하네
金剛智異更何到  금강산 지리산 언제 다시 가 보려나
萬壑千峯望外浮  만학천봉이 저기 저 너머 떠 있는데
그윽한 회포를 읊다(咏幽懷)
仙洞雲深碧霧扉  신선 골 구름 깊어 푸른 안개 삽짝 들고
東軒日暖春苗肥  동쪽 처마 따사론 햇살에 봄 새싹 물오르네
藏身福地皆玄事  복지에 몸을 감추니 모두가 현묘한 일
說法禪壇盡道機  선단에서 설법하니 모두 도의 기미
竹檻長留空翠色  대나무 울엔 쪽빛 하늘 늦도록 머무르고
梅欄恒有落紅飛  매화 울엔 붉은 꽃잎 항시 떨어지네

009_0578_c_01L幽居

009_0578_c_02L
淸晨把筆坐窓前谷鳥先吟淑景鮮

009_0578_c_03L靜契每緣雲裏鶴幽懷長在霧中仙

009_0578_c_04L寺臨烟雨見沉鴈門帶林風聞杜䳌

009_0578_c_05L山態水容鏡秀處一間蘭若絕孤懸

009_0578_c_06L翫景僧

009_0578_c_07L
眼拾名區勝景多逍遙孤影伴雲斜

009_0578_c_08L寒蹤夜宿金剛雨瘦錫暮歸智異花

009_0578_c_09L水鴈拖來朝碧霧山鷰帶去夕紅霞

009_0578_c_10L風光處處無窮在誰得把嘗好味麽

009_0578_c_11L永川浩然亭

009_0578_c_12L
飛閣浮空壓大湖晩江烟景浩難圖

009_0578_c_13L寒穿水色鴈歸浦冷踏山光客上橋

009_0578_c_14L瓶聳雲邊千嶂列玉流天外萬溪高

009_0578_c_15L斜陽人帶暮霞去五柳仙翁挽手邀

009_0578_c_16L病卧憶曾遊名山

009_0578_c_17L
南北索居度幾秋烟霞興味自然悠

009_0578_c_18L當時老友皆黃壤昔日少朋盡白頭

009_0578_c_19L已把形骸病裏寄空敎魂魄夢中遊

009_0578_c_20L金剛智異更何到萬壑千峯望外浮

009_0578_c_21L咏幽懷

009_0578_c_22L
仙洞雲深碧霧扉東軒日暖春苗肥

009_0578_c_23L藏身福地皆玄事說法禪壇盡道機

009_0578_c_24L竹檻長留空翠色梅欄恒有落紅飛

009_0579_a_01L蒼蒼月入詩樓閣  창창한 달빛이 시 짓는 누각에 들어와
淸興悠悠沒是非  맑은 흥취 유유하여 시비를 잊었노라
좌선하는 수좌에게 주다(贈坐禪首座)
曉沐新衣心自淸  새벽 목욕 새 옷 입자 마음 절로 맑아지고
銀刀斷髮好頭輕  은도로 두발 깎아 머리 가벼워 날아갈 듯
短髯漑恨塵千點  짧은 수염 물 헹구니 천 개 티끌 한스럽고
長鬢洗驚雪萬莖  긴 귀밑털 씻으니 하얀 만 줄기 놀라워라
晝閱華經一席暗  대낮에 『화엄경』 읽으니 자리 하나 어두워지고
夜脩智路半窓明  밤에 지혜의 길 닦으니 창 한쪽이 밝아 오네
莫將年代方知覺  닦는 세월 오래여야 깨친다 생각 마오
寸步不移乃有成  한 걸음 옮기지 않아 몰록 깨침 있으리라
기러기(霜鴈)
欲登賢聖一靈臺  성현들의 영대12)에 오르고자 하는데
玉兎金鴉共促來  옥토끼와 금 가마귀 재촉하여 함께 오네
山帶月光磬冷冽  달빛 물든 산에는 경쇠 소리 차가옵고
寺臨日色閣崔嵬  햇빛 환한 절에는 누각이 높고 높다
竹欄深密猿頻聚  대숲 울 울창하여 잔나비들 모여들고
松院淸幽鶴自回  솔숲 동산 그윽한 곳 백학 절로 돌아오네
夜夜焚香閑靜坐  밤마다 향 사르며 고요히 앉았나니
霜天寒鴈數聲哀  가을 하늘 찬 기러기 애원성 지르누나
해남 대둔사(海南大芚寺)
蒼壁白雲繞梵壇  푸른 절벽에 흰 구름이 범단을 두르고
珠林琪樹滿淸香  진주 숲 옥 나무에 맑은 향기 가득하네
山間風雨丹砂漲  산속의 비바람에 단사13)가 불어나고
洞裏烟霞藥草長  골짜기 속 안개 놀에 약초가 자라는데
鶴拖素光歸月幕  하얀 달빛 이끈 학은 달 장막에 돌아오고
僧催殘影入星廊  그림자 재촉 외로운 그림자는 별 회랑에 들어가네`
誰知無限大芚寺  그 누가 알겠는가 무한 흥취의 대둔사가
千古乾坤釋氏鄕  천고 세월 천지간에 부처님 고향임을
산수 유람하는 나그네(翫山水人)
昔日吾將處處遊  옛날에는 내가 장차 곳곳 유람하려 했는데
今君幽興更悠悠  이제 그대의 깊은 흥취에 다시 아련해지네
空來時命無常定  빈손으로 온 운명은 정해진 것 없으니
老去人生豈暇愁  늙어 가는 인생 어찌 근심할 틈 있으랴
碧草落花智異檻  푸른 풀 떨어지는 꽃은 지리산의 울타리요
白雲蒼壁金剛樓  흰 구름 푸른 절벽은 금강산의 누대로다
蹤分山水閑多載  발자취가 산과 물로 여러 해 가로막혀
千里相思歲月流  천 리 멀리 그리는데 세월만 흐르누나
백화 대사에게3수(贈白華大士三首)
[1]
柴扉高掩碧山庭  사립문 높이 닫아건 청산 마당에서
百歲藏身萬卷經  백 년토록 몸 감추고 만권 경서 읽노라네
富貴踈如朝後月  부귀가 소원하기는 아침 녘 달과 같고
功名虛若日邊星  공명이 헛되기는 태양 곁 별이로다

009_0579_a_01L蒼蒼月入詩樓閣淸興悠悠沒是非

009_0579_a_02L贈坐禪首座

009_0579_a_03L
曉沐新衣心自淸銀刀斷髮好頭輕

009_0579_a_04L短髥漑恨塵千點長鬢洗驚雪萬莖

009_0579_a_05L晝閱華經一席暗夜脩智路半窓明

009_0579_a_06L莫將年代方知覺寸步不移乃有成

009_0579_a_07L霜鴈

009_0579_a_08L
欲登賢聖一靈臺玉兎金鴉共促來

009_0579_a_09L山帶月光磬冷冽寺臨日色閣崔嵬

009_0579_a_10L竹欄深密猿頻聚松院淸幽鶴自回

009_0579_a_11L夜夜焚香閑靜坐霜天寒鴈數聲哀

009_0579_a_12L海南大芚寺

009_0579_a_13L
蒼壁白雲繞梵壇珠林琪樹滿淸香

009_0579_a_14L山間風雨丹砂漲洞裏烟霞藥草長

009_0579_a_15L鶴拖素光歸月幕僧催殘影入星廊

009_0579_a_16L誰知無限大芚寺千古乾坤釋氏鄕

009_0579_a_17L翫山水人

009_0579_a_18L
昔日吾將處處遊今君幽興更悠悠

009_0579_a_19L空來時命無常定老去人生豈暇愁

009_0579_a_20L碧草落花智異檻白雲蒼壁金剛樓

009_0579_a_21L蹤分山水閑多載千里相思歲月流

009_0579_a_22L贈白華大士三首

009_0579_a_23L
柴扉高掩碧山庭百歲藏身萬卷經

009_0579_a_24L富貴踈如朝後月功名虛若日邊星

009_0579_b_01L門徒盛會螗蜋散  모임 가득 문도들 버마재비처럼 흩어지고
文字鋪張夢翳驚  펼쳐졌던 문자들이 꿈에 어리니 놀라워라
師入烟霞無一事  대사가 연하에 들어가 아무 일 없으니
一靈心性幾時醒  한 가지 신령한 심성은 어느 때나 깨어날까

[2]
綠陽三月遇聯翩  녹양 춘삼월에 짝지은 새처럼 만났는데
芳草落花欲暮天  방초와 지는 꽃잎에 하루해가 지려 하네
聚散有期雲北轉  모이면 흩어질 기약이라 구름은 북으로
浮沉無計水東旋  뜨고 잠김 계획 없어 물은 동으로
數宵共榻靑山裏  몇 날 밤을 함께 청산에서 지내다가
一杖獨歸碧水邊  지팡이 하나로 홀로 푸른 물가 돌아가네
相送臨橋聽磵咽  다리에서 송별함에 시냇물 울음소리
更增雙鬢淚漣漣  또다시 양쪽 귀밑에 눈물만 주루룩

[3]
雨水頻頻晩景開  주룩주룩 비 내릴 때 저문 정경 운치 있으나
故人西望思難裁  옛 벗 서쪽 향하니 그리움 여미어지지 않네
枕依窓竹冷侵骨  대나무 창에 기대 잠드니 찬 기운 뼈에 스미고
冠掛檻梅馥滿腮  매화 난간에 갓을 거니 향기 뺨에 가득하네
鷰帶紅霞天外去  제비는 붉은 놀 띤 채 하늘 밖으로 떠나가고
鴈穿碧霧海中來  기러기는 푸른 안개 뚫고 바다에서 오는구나
形骸不到東雲遠  육신은 먼 동쪽 구름에 이르지 않아도
夢蝶頻歸山樹臺  꿈속 나비14)는 산중 누대에 자주 돌아오리
경치 완상하는 스님에게(贈翫景僧)
飛錫名區似鳥輕  승경 찾아 석장 날리니 새처럼 경쾌하고
踏來山路白雲生  걸어가는 산길에 흰 구름이 일어나네
登峯愛聽松琴冷  산 오를 땐 차간 솔 거문고 듣기 좋고
渡壑憐開澗瑟淸  골 건널 땐 맑은 시내 비파 열리니 좋아
飫嚼烟霞澄鶴志  안개와 놀 흠뻑 맛보니 맑은 학의 뜻이요
恣吟樹石淡仙情  나무와 돌 맘껏 읊으니 담백한 신선 마음
重逢身若尋湖鴈  다시 만나니 몸은 호수 찾는 기러기 같고
一鉢隨緣喚友鸚  발우 하나로 인연 따르니 벗 부르는 꾀꼬리
뜰을 걸으며(步庭中)
溪邊曳杖步蘚磯  시냇가에 석장 끌고 이끼 낀 바위 걸으며
半日看花不覺歸  반나절 꽃구경하다 돌아갈 때를 깜빡했네
綠柳風輕江鷰散  버들 살랑대는 바람에 강 제비 흩어지고
靑菰霜晩浦鴈飛  향초 늦서리에 포구 갈매기 날아오르네
雪眉道士入黃谷  눈썹 흰 도사가 누런 골짜기로 들어갈 때
雨脚寒鍾出翠微  빗발 친 차가운 가을 종소리 푸른 산 나가네
老脫衣裳臥枕席  늙어서 옷을 벗고 침석에 눕자커니
送迎長斷掩柴扉  길손 응대 길이 끊고 사립문 닫아거네
용연에서(題龍淵)
巖間綠樹匝池塘  바위 사이 초록 나무들 연못을 둘렀는데
靈澤無魚但有祥  영험한 못에 고기 없고 상서로움만 가득
檻連月去松窓冷  난간 걸친 달 떠나자 송창이 차가옵고
門帶風來草閣凉  문에 스친 바람 불자 초당이 서늘하다
僧逕遶山峯葉滑  산승의 오솔길은 산을 둘러 나뭇잎 매끈하고
寺樓臨水磵花香  산사 누각은 물가에 임해 시내 꽃들 향기롭네

009_0579_b_01L門徒盛會螗蜋散文字鋪張夢翳驚

009_0579_b_02L師入烟霞無一事一靈心性幾時醒(一)

009_0579_b_03L綠陽三月遇聯翩芳草落花欲暮天

009_0579_b_04L聚散有期雲北轉浮沉無計水東旋

009_0579_b_05L數宵共榻靑山裏一杖獨歸碧水邊

009_0579_b_06L相送臨橋聽磵咽更增雙鬢涙漣漣(二)

009_0579_b_07L雨水頻頻晩景開故人西望思難裁

009_0579_b_08L枕依窓竹冷侵骨冠掛檻梅馥滿腮

009_0579_b_09L鷰帶紅霞天外去鴈穿碧霧海中來

009_0579_b_10L形骸不到東雲遠夢蝶頻歸山樹臺(三)

009_0579_b_11L贈翫景僧

009_0579_b_12L
飛錫名區似鳥輕踏來山路白雲生

009_0579_b_13L登峯愛聽松琴冷渡壑憐開澗瑟淸

009_0579_b_14L飫嚼烟霞澄鶴志恣吟樹石淡仙情

009_0579_b_15L重逢身若尋湖鴈一鉢隨緣嗅 [4] 友鸚

009_0579_b_16L步庭中

009_0579_b_17L
溪邊曳杖步蘚磯半日看花不覺歸

009_0579_b_18L綠柳風輕江鷰散靑菰霜晩浦鴈飛

009_0579_b_19L雪眉道士入黃谷雨脚寒鍾出翠微

009_0579_b_20L老脫衣裳臥枕席送迎長斷掩柴扉

009_0579_b_21L題龍淵

009_0579_b_22L
巖間綠樹匝池塘靈澤無魚但有祥

009_0579_b_23L檻連月去松窓冷門帶風來草閣凉

009_0579_b_24L僧逕遶山峯葉滑寺樓臨水磵花香

009_0579_c_01L龍公移去他淵處  신룡이 다른 연못으로 옮겨 간 뒤에
自作空池恨更長  절로 텅 빈 못 되니 한스러움 깊어지네
이른 봄날 산골짜기(山洞早春)
松陰成幄石臺平  솔 그늘이 휘장 친 너럭바위 평평한데
月影澄空玉洞明  달그림자 밝은 하늘 옥 골짜기 환하구나
杏樹桃林深淺色  살구나무 복숭아 숲 그 빛이 울긋불긋
山禽磵鳥兩三聲  산에 산새 물에 물새 울음소리 두어 가락
春新寺檻藥苗發  새봄 되자 절 울타리에 약초 싹 돋아나고
日暖僧園花草生  따스해진 산승의 동산에 화초가 피어나네
若使喬松曾到此  신선님들15) 일찍이 이곳에 들렀다면
珠宮雖好必無行  신선 궁궐 좋다 해도 돌아갈 이 없었으리
가을날 지리산 쌍계사에 가다(秋入智異山雙溪寺)
霜菊烟濃艶晩叢  국화에 안개 짙으니 늦은 꽃떨기 아름답고
落山寒葉舞踈紅  지는 산에 찬 잎들 연붉은 빛 춤을 춘다
僧歸遠寺夕陽裏  산승은 석양 속에 먼 절로 돌아가고
鴈宿橫塘夜雨中  기러기는 밤비 내리는 연못에서 잠자는데
笻貫松陰入鶴窟  지팡이로 솔 그늘 뚫고 청학 굴로 들어가고
足穿雲影到仙宮  두 발로 구름 그림자 뚫고 신선 궁에 이르렀네
別區風味吾嘗盡  별세계의 풍미를 나는 다 맛보았으니
可笑還爲綠髮翁  우습구나 도로 검은 머리 노인 되면 어쩌나
유거(幽居)
柴扉高掩茅堂淸  사립문 높이 걸어 초당이 청정한데
庭日初斜宿霧晴  뜰에 햇살 처음 비춰 묵은 안개 개이네
朝寺磬尋松谷遠  아침 절에 경쇠 울려 솔 골 멀리 퍼지고
曉樓簾捲菊欄明  새벽 누대 주렴 걷자 국화 울이 환해지네
石溪遞濺花容落  돌 시내 졸졸 흘러 꽃잎이 떨어지고
巖竹橫穿草面生  바위 대 비죽 솟아 풀잎 얼굴 쑥 내미네
忘却殘陽林外盡  석양이 숲 너머로 다 진 것도 몰랐는데
報昏簷鳥亦多情  저녁 알리는 참새들은 참 다정도 하이
백화 대사에게(贈白華大士)
陳月十年作客遊  지나간 10년 세월 나그네로 떠돌더니
感時傷別思悠悠  계절 변화 아쉬운 이별에 마음만 아득해져
江南鴈盡靑山暮  강남으로 기러기 떠나자 청산은 저물고
水北鷰歸碧樹秋  한수 북으로 제비 돌아가자 푸른 숲에 가을빛
芳草夕陽無限憶  향기론 풀에 석양 비추니 그리움 끝이 없고
落花斜日不休愁  지는 꽃잎에 햇살 비끼니 근심은 쉼이 없네
明春更結同棲約  내년 봄에 재회하자 약속 다시 맺어 두니
莫使老吾倚路頭  늙은 내가 길목에서 기다리는 일 없으렷다
남연사(南淵寺)
石逕屬危鳥道侵  위태론 돌길 이어져 새의 길16) 침노하고
斷雲高壁冷烟沉  구름 끊긴 높은 절벽은 찬 안개에 잠겼네
靑山碧水塵緣絶  청산과 벽수는 티끌 인연 끊어 내고
蘿月松風杜宇深  넝쿨 달과 솔바람에 소쩍 소리 깊어 갈 때

009_0579_c_01L龍公移去他淵處自作空池恨更長

009_0579_c_02L山洞早春

009_0579_c_03L
松陰成幄石臺平月影澄空玉洞明

009_0579_c_04L杏樹桃林深淺色山禽磵鳥兩三聲

009_0579_c_05L春新寺檻藥苗發日暖僧園花草生

009_0579_c_06L若使喬松曾到此珠宮雖好必無行

009_0579_c_07L秋入智異山雙溪寺

009_0579_c_08L
霜菊烟濃艶晩叢落山寒葉舞踈紅

009_0579_c_09L僧歸遠寺夕陽裏鴈宿橫塘夜雨中

009_0579_c_10L笻貫松陰入鶴窟足穿雲影到仙宮

009_0579_c_11L別區風味吾嘗盡可笑還爲綠髮翁

009_0579_c_12L幽居

009_0579_c_13L
柴扉高掩茅堂淸庭日初斜宿霧晴

009_0579_c_14L朝寺磬尋松谷遠曉樓簾捲菊欄明

009_0579_c_15L石溪遞濺花容落巖竹橫穿草面生

009_0579_c_16L忘却殘陽林外盡報昏簷鳥亦多情

009_0579_c_17L贈白華大士

009_0579_c_18L
陳月十年作客遊感時傷別思悠悠

009_0579_c_19L江南鴈盡靑山暮水北鷰歸碧樹秋

009_0579_c_20L芳草夕陽無限憶落花斜日不休愁

009_0579_c_21L明春更結同棲約莫使老吾倚路頭

009_0579_c_22L南淵寺

009_0579_c_23L
石逕屬危鳥道侵斷雲高壁冷烟沉

009_0579_c_24L靑山碧水塵緣絕蘿月松風杜宇深

009_0580_a_01L寒生窓外紅霞樹  한기는 창밖 노을 진 나무에서 일어나고
香起檻前錦繡林  향기는 울 앞 비단 숲에서 일어나네
故寺南淵傍大驛  남연사 옛 절이 큰 역 가까이에 있어
古今遊客盡登臨  예나 지금 길손들 한번씩 다 올라 보네
경치 완상하는 스님(翫景僧)
僧歸萬里拜窓前  스님이 만 리 길 돌아와 창 앞에서 합장하니
山水帶來意思圓  산과 물을 두르고 온 듯 마음 원만하여라
昔別落花紅錦地  작별할 땐 낙화로 붉은 비단 땅이러니
今逢芳草碧蘿天  재회할 땐 방초로 푸른 넝쿨 하늘이네
竹廊影碎中庭月  대나무 회랑엔 뜨락의 달빛 부서지고
松檻響殘半壁泉  솔 난간엔 반벽의 샘물 소리 잦아지네
自後莫敎隨景去  오늘 후론 경치 따라 훌쩍 떠나서
獨閑高臥白雲邊  외로이 백운 가에 누워 있게 하지 마소
병환 중에 손을 맞다3수 (病中見客三首)
[1]
春風吹盡杏心香  봄바람 불고 나자 살구 속 향긋해지고
暖日漸高柳意長  따스한 해 높아질 때 버들 뜻 늘어진다
蘇武書隨寒鴈盡  소무의 편지17)는 찬 기러기 따라 날아갔고
莊周夢趂落花忙  장주의 꿈18)은 낙화 쫓느라 분주하네
波生晩澗翠搖壁  해질 녘 물결 일어 벽에 어린 푸른빛
萼墜霽林紅滿床  비 갠 숲에 꽃대 떨어져 상에 가득 붉은빛
終暮倚欄無事坐  저물도록 난간에 기대어 일없이 앉았나니
綿巒黃鳥自弄鳴  빙 두른 산에 꾀꼬리만 제멋 겹네

[2]
紅葩紫萼假春成  붉은 꽃 자색 꽃대 봄기운에 돋아나고
杏態桃容各露形  살구 자태 도화 맵시 제 모습 드러내네
勝句只愁無月色  좋은 시구에 다만 달빛 없어 안타깝고
甘眠難覺有鍾聲  단잠에 쇠북 소리 울려도 깨기 어려워
花鋪霧錦頻驅蝶  꽃은 안개 비단 펼쳐 나비 자주 쫓아내고
柳織烟絲不繫鸚  버들은 안개 실 짜 내 꾀꼬리 얽지 않네
終日柴門塵累去  온종일 사립문엔 세속 근심 떠난 채로
松林鶴子送三鳴  솔숲 깃든 어린 학의 울음소리 두어 소리

[3]
烟晴洞裏一聲鍾  안개 갠 골짜기 쇠북 소리 한 소리에
水際巖邊爽氣濃  개울 바위 가 삽상한 기운 물씬한데
只恨高樓驚醉夢  높은 누각 취한 꿈 깸이 다만 아쉽고
偏傷明鑑促愁容  밝은 달이 수심 얼굴 재촉함이 가장 섧다
繁黃霧惹檻前菊  무성한 누런 안개 울 앞 국화에 스며들고
癯翠烟凝壁下松  파리한 푸른 연기 벼랑 솔에 엉기는데
終日風欞無伴語  온종일 바람 부는 난간에서 얘기할 벗 없어
半窓殘月影玲瓏  반창에 지는 달그림자만 더욱 영롱하구나
용담사 오도암(龍潭寺悟道菴)
壁下殘溪夜影空  벼랑 가 작은 시내에 밤 그림자 비었는데
步庭僧在月明中  한 스님 밝은 달 속에 홀로 마당 걷네
鶴聲暮唳蒼松雨  창송에 비 내릴 제 저녁 학 울음을 울고
磬響朝隨碧樹風  벽수에 바람 불 제 새벽종 들려라
白水菴前看石鷰  백수암 절 앞에서 돌제비19)를 바라볼 때
紅花檻外聽江鴻  붉은 꽃 울 밖에서 강 기러기 소리 들려라

009_0580_a_01L寒生窓外紅霞樹香起檻前錦繡林

009_0580_a_02L故寺南淵傍大驛古今遊客盡登臨

009_0580_a_03L翫景僧

009_0580_a_04L
僧歸萬里拜窓前山水帶來意思圓

009_0580_a_05L昔別落花紅錦地今逢芳草碧蘿天

009_0580_a_06L竹廊影碎中庭月松檻響殘半壁泉

009_0580_a_07L自後莫敎隨景去獨閑高臥白雲邊

009_0580_a_08L病中見客三首

009_0580_a_09L
春風吹盡杏心香暖日漸高柳意長

009_0580_a_10L蘇武書隨寒鴈盡莊周夢趁落花忙

009_0580_a_11L波生晩澗翠搖壁蕚墜霽林紅滿床

009_0580_a_12L終暮倚欄無事坐綿巒黃鳥自弄鳴(一)

009_0580_a_13L紅葩紫蕚假春成杏態桃容各露形

009_0580_a_14L勝句只愁無月色甘眠難覺有鍾聲

009_0580_a_15L花鋪霧錦頻驅蝶柳織烟絲不繫鸚

009_0580_a_16L終日柴門塵累去松林鶴子送三鳴(二)

009_0580_a_17L烟晴洞裏一聲鍾水際巖邊爽氣濃

009_0580_a_18L只恨高樓驚醉夢偏傷明鑑促愁容

009_0580_a_19L繁黃霧惹檻前菊癯翠烟凝壁下松

009_0580_a_20L終日風欞無伴語半窓殘月影玲瓏

009_0580_a_21L龍潭寺悟道菴

009_0580_a_22L
壁下殘溪夜影空步庭僧在月明中

009_0580_a_23L鶴聲暮唳蒼松雨磬響朝隨碧樹風

009_0580_a_24L白水菴前看石鷰紅花檻外聽江鴻

009_0580_b_01L數間高掛翠巖上  몇 칸 절집 높다라이 푸른 바위에 걸렸으니
逈出廬山慧遠公  이는 멀리 여산의 혜원20)에서 나온 거라
홍 상사의 초정을 방문하여(過洪上舍草亭)
龍潭路過釣翁家  용담 가는 길에 들른 고기잡이 노인 집
庭對翠巖侵碧霞  푸른 바위 마주한 뜰에 비취 노을 스며드네
曉月松茶飮竹葉  새벽달 받으며 송화 죽엽 차 마시고
晩風蘭藾喫桃花  저문 바람 맞으며 난초 도화 향기 맡네
檻前露菊紅盈砌  울 앞에 이슬 국화 섬돌 가득 붉은 꽃
墻外烟林綠入紗  담 너머 안개 숲에서 사창에 든 푸르름
獨步柳邊玩澗樹  홀로 버들 가 걸으며 시내 나무 감상하니
一春隨處畫文華  이 한봄 곳곳마다 그림같이 화사쿠나
승인 수좌 토굴(勝仁首座土窟)
春時採藥碧霞天  푸른 노을 하늘 아래 약초 캐는 봄날
靈草得來洗錦川  영지초 캐어서 비단 개울에 씻는다오
風帶淡雲驚鶴夢  바람은 옅은 구름 띠고 학의 꿈 놀래키고
月斜烟樹破仙眠  달빛은 안개 나무에 비껴 신선 잠 깨우는데
蒜山縹紗無塵跡  산산21)은 아득하여 티끌 자취 전혀 없고
陰洞淸深有玉泉  그늘 골짝 맑고 깊어 옥 같은 샘 있었구나
蘿谷柴扉長掩坐  덩굴 무성 골짜기에 문 걸고 오래 앉아
不知下界變桑田  아래 세상 뽕밭으로 변한 줄도 모르는군
염주송(念珠頌)
朱玉琉璃與水精  주옥과 유리 그리고 수정을 모아서
只將葛縷貫珠纓  거친 실로 구슬 끈 만들어 꿰었네
周搖白露雙雙滴  투명 이슬 두루 흔드니 쌍쌍이 방울지고
筭數靑梅箇箇淸  푸른 매실 셈을 세니 낱낱이 맑은 기운
支頤乍驚胸裏月  턱에 괴고 보면 가슴속 달인가 싶고
垂肩疑是手端星  어깨에 드리우면 손끝 별인가 싶어라
不離百八蒲團上  백팔 부들방석 벗어나지 않은 채
長念彌陁六字名  아미타불 육자 명호 길이 염불하리라
금강산 도솔암(金剛山兜率菴)
三年無事客金剛  3년 동안 일 없는 금강산 나그네
洞裏春深瑤草長  골짜기 속 봄은 깊어 향기론 풀 자라는데
朝入紅桃錦繡寺  아침엔 도화 붉은 금수사 들어가고
暮登翠竹玉流堂  저녁엔 푸른 대숲의 옥류당에 오른다네
雲山雨過龍池暖  구름 산에 비 지나니 용 못이 따뜻해지고
水院秋來鶴谷凉  시내 동산에 가을 오니 학 골짜기 서늘하다
宇宙縱橫一衲釋  넓은 우주 종횡하는 이 한 몸 운수납자
飄然歸興但詩囊  표연히 돌아가는 흥에 시 보따리 하나뿐
다시 지리산에 와서(再到智異山)
吟杖飄然宇宙遊  석장 짚고 시 읊으며 표연히 우주 유람
春風萬里興悠悠  만 리 부는 봄바람에 춘흥이 유유하다
不歸雪岳靑山暮  설악산 가기 전에 청산이 저물었고
未到金剛碧水秋  금강산 이르기 전 벽수에 물든 가을

009_0580_b_01L數間高掛翠巖上逈出廬山慧遠公

009_0580_b_02L過洪上舍草亭

009_0580_b_03L
龍潭路過釣翁家庭對翠巖侵碧霞

009_0580_b_04L曉月松茶飮竹葉晩風蘭藾喫桃花

009_0580_b_05L檻前露菊紅盈砌墻外烟林綠入紗

009_0580_b_06L獨步柳邊玩澗樹一春隨處畫文華

009_0580_b_07L勝仁首座土窟

009_0580_b_08L
春時採藥碧霞天靈草得來洗錦川

009_0580_b_09L風帶淡雲驚鶴夢月斜烟樹破仙眠

009_0580_b_10L蒜山縹紗無塵跡陰洞淸深有玉泉

009_0580_b_11L蘿谷柴扉長掩坐不知下界變桑田

009_0580_b_12L念珠頌

009_0580_b_13L
朱玉琉璃與水精只將葛縷貫珠纓

009_0580_b_14L周搖白露雙雙滴筭數靑梅箇箇淸

009_0580_b_15L支頤乍驚胸裏月垂肩疑是手端星

009_0580_b_16L不離百八蒲團上長念彌陁六字名

009_0580_b_17L金剛山兜率菴

009_0580_b_18L
三年無事客金剛洞裏春深瑤草長

009_0580_b_19L朝入紅桃錦繡寺暮登翠竹玉流堂

009_0580_b_20L雲山雨過龍池暖水院秋來鶴谷凉

009_0580_b_21L宇宙縱橫一衲釋飄然歸興但詩囊

009_0580_b_22L再到智異山

009_0580_b_23L
吟杖飄然宇宙遊春風萬里興悠悠

009_0580_b_24L不歸雪岳靑山暮未到金剛碧水秋

009_0580_c_01L樹帶夕陽紅錦落  석양 물든 나무숲엔 붉은 비단 떨어지고
寺臨巖間綠紗流  바위 임한 절 밑으론 푸른 비단 흐르는데
蒼茫淸景盡難畫  아득 푸른 맑은 경치 그려 내기 어렵나니
天作禪林一別區  조물주가 선림 하나 별천지에 만든 거라
어떤 미친 노승이 자칭 유불에 다 통달했다고 하여(痴狂老僧自稱儒釋兼通)
萬疊山間伴鶴僧  만첩 깊은 산간에 학을 짝한 노승 하나
自言儒釋我皆能  자칭 유불에 능통하다 말을 하네
松風臺上臥三日  솔바람 부는 누대에 3일을 누웠다가
蘿月窓邊飮八升  넝쿨 달 창가에서 여덟 되 술 마시는데
孔孟詩書揔愽識  『공자』 『맹자』 『시경』 『서경』에 모두 박식하다면서
祖禪經敎但毛繩  조사선과 경전 교학 털끝만큼 알 뿐이라
平生飽得烟霞趣  평생에 연하 흥취 실컷 누렸을 터
秋水胸藏寶鑑澄  가을 물로 가슴속 보배 거울 맑게 했으면
영천 관루(永川官樓)
登欄詠句暫徘徊  난간 올라 시 읊으며 잠시 배회하노라니
詩賦慚非宋玉才  시부는 송옥22)의 재주만 못함이 부끄럽다
滿目山光皆揖列  눈 가득한 산 빛은 읍한 채 늘어섰고
對眼水色盡環回  마주 보는 물빛은 빙 둘러 흐르는데
鴈飛浦外斜陽去  포구 밖 나는 기러기는 해를 비껴 날아가고
舟到沙邊倒影來  모래사장 향한 배는 그림자 떨구며 오는구나
促杖烟村歸去客  석장을 재촉하여 안개촌 돌아가는 나그네
意中難得此樓臺  아마도 이 누대를 다시 만나긴 어려우리
수우 대사에게 주다(贈守愚大士)
一札欲傳客未過  서찰 전하려 하나 지나가는 길손 없고
愁懷遠隔萬頃波  그리움은 멀리 만경창파 너머 있네
檻心花落朝風急  아침 바람 세차니 울밑 꽃은 떨어지고
階面草荒曉雨多  새벽 비 쏟아지니 섬돌 풀이 무성쿠나
情泛晴江魂浩渺  비 갠 강에 정 띄워 보내 마음이 아득한데
恨歸晩峀夢嵯峨  저문 산에 한 안고 돌아오니 꿈속이 편치 않네
生涯不問知師憶  생애는 묻지 않아도 대사 생각 알 만하니
前閱經文兩手摩  경문 놓고 뒤적이며 두 손 합장하겠지요
낙서암 송계당(樂西菴松桂堂)
綠陰紅蘂借春便  녹음과 붉은 꽃술이 봄소식 빌어다가
粧點江上作錦天  강가에 점을 찍어 비단 하늘 만들었네
桃李影移金檻畔  도리꽃은 금 난간 가로 그림자 옮기고
磵泉波動玉窓前  골짝 샘은 옥 창문 바로 앞서 물결치네
晴光遠送朝濃霧  맑은 빛은 짙은 아침 안개 멀리 보내고
霽景輕飜暮靄烟  비 갠 빛은 안개 낀 저녁놀 가볍게 날리는데
自愧未爲仙府客  신선 나라 나그네가 되지 못함 부끄러워
等閑高臥白雲邊  무심히 백운 가에 느긋 누워 지내노라
화부23) 영호루24)(花府映湖樓)
福州城外映湖樓  복주성 밖에 우뚝 선 영호루
綠樹紅霞錦水流  초록 숲 붉은 노을에 비단 물줄기 흘러내리네

009_0580_c_01L樹帶夕陽紅錦落寺臨巖間綠紗流

009_0580_c_02L蒼茫淸景盡難畫天作禪林一別區

009_0580_c_03L痴狂老僧自稱儒釋兼通

009_0580_c_04L
萬疊山間伴鶴僧自言儒釋我皆能

009_0580_c_05L松風臺上臥三日蘿月窓邊飮八升

009_0580_c_06L孔孟詩書揔愽識祖禪經敎但毛繩

009_0580_c_07L平生飽得烟霞趣秋水胸藏寶鑑澄

009_0580_c_08L永川官樓

009_0580_c_09L
登欄詠句暫徘徊詩賦慚非宋玉才

009_0580_c_10L滿目山光皆揖列對眼水色盡環回

009_0580_c_11L鴈飛浦外斜陽去舟到沙邊倒影來

009_0580_c_12L促杖烟村歸去客意中難得此樓臺

009_0580_c_13L贈守愚大士

009_0580_c_14L
一札欲傳客未過愁懷遠隔萬頃波

009_0580_c_15L檻心花落朝風急階面草荒曉雨多

009_0580_c_16L情泛晴江魂浩渺恨歸晩峀夢嵯峨

009_0580_c_17L生涯不問知師憶前閱經文兩手摩

009_0580_c_18L樂西菴松桂堂

009_0580_c_19L
綠陰紅蘂借春便粧點江上作錦天

009_0580_c_20L桃李影移金檻畔磵泉波動玉窓前

009_0580_c_21L晴光遠送朝濃霧霽景輕飜暮靄烟

009_0580_c_22L自愧未爲仙府客等閑高臥白雲邊

009_0580_c_23L花府映湖樓

009_0580_c_24L
福州城外映湖樓綠樹紅霞錦水流

009_0581_a_01L松畔有舟渡萬客  송림 언덕 걸린 배는 1만 길손 건네주나
檻前無酒已千秋  난간 앞에 주막이 없어진 지는 이미 천년
晴潮霧雨迎歸夢  맑은 밀물 안개비는 돌아가는 꿈 맞이하고
晩浦烟光送暮愁  늦은 포구 안개 빛은 저녁 근심 보내는데
今夕淸遊誰有識  오늘 저녁 맑은 유람 그 누가 알아줄까
斜陽只在一沙鷗  석양 모래톱에 기러기 한 마리만 오락가락
갈라산 율목사(葛蘿山栗木寺)
露桃烟柳點春新  이슬 복숭아와 안개 버들에 새봄 기운 돋더니
紅錦靑絲色始勻  분홍 비단 푸른 실에 빛깔 비로소 움이 트네
水寺早聞鸎羽翼  강가 절엔 벌써부터 꾀꼴 날갯짓 들리더니
山樓晩見鴈精神  산 누각엔 이제야 기러기 마음 보이는군
祇將物外僧爲伴  다만 물외에 노니는 스님과 벗이 될 뿐
不把人間俗作隣  인간 세상 사람들과 이웃 되지 않으리라
淸興滿懷誰與說  맑은 흥 가득한 회포 뉘와 함께 얘기하리
全題一句但吟呻  오롯이 시구 하나로 읊어 낼 뿐이어늘
송계암 조실(松桂菴祖室)
松桂山中萬景多  송계암 산속에는 1만 경치 다채론데
尋眞客子幾經過  진경 찾는 나그네들 거쳐 간 이 몇 명인가
花枝笑日妬紅粉  꽃가지는 해 보고 방긋 붉은 가루로 시샘하고
菜粥酌風生綠波  나물죽은 바람에 잔질하여 푸른 물결 일으키네
烟柳雨餘光映霧  안개 버들에 비 그치자 빛은 안개 비추고
露梅春半影含霞  이슬 매화에 봄이 한창이라 그림잔 노을 머금네
詩情已逐林川散  시 짓는 정은 숲과 내 따라 흩어졌는데
松桂淸儀付碧蘿  송계 조실 맑은 위의 푸른 등줄기에 부치네
봄 경치(春景)
僧寮蕭灑最淸奇  절집은 소쇄하여 무척 맑고 기이한데
景物飄流不入詩  경물은 살랑 흘러 시에 들일 수 없네
丹壁水聲新雨後  새 봄비 내린 후 붉은 절벽 물소리요
碧巖山色晩晴時  저녁 비 늦 개인 때 푸른 바위 산 빛이여
朝霞雲脚風牽斷  아침 이내와 구름은 바람 쓸려 끊어지고
暮樹花枝鳥踏垂  저녁 나무 꽃가지는 새가 앉아 늘어졌는데
半掩柴扉無外客  반쯤 닫힌 사립문엔 나그네 오지 않으니
獨居滋味誰人知  홀로 사는 이 재미를 그 누가 알겠는가
봄꿈(春夢)
禪榻無人忽入夢  선탑에 아무도 없어 홀연 꿈에 들자마자
淸魂先我到仙區  맑은 혼이 나보다 앞서 신선 땅 들어갔네
黃鶴樓光眞絶勝  황학루25) 광경은 참말로 빼어난 경치요
鳳凰臺景浩難收  봉황대 정경은 호탕하여 시에 담지 못하네
三山盡落靑天外  삼산은 모두 청천 밖에 떨어져 있고
二水元流白鷺洲  두 강물은 백로주26)에서 갈라져 나오네27)
瀟湘鸚鵡岳陽勝  소상강28) 앵무주29) 악양루30) 명승지를
一夜飄然爛熳遊  하룻밤에 너울너울 흐드러지게 노닐었네
개골산皆骨山

009_0581_a_01L松畔有舟渡萬客檻前無酒已千秋

009_0581_a_02L晴潮霧雨迎歸夢晩浦烟光送暮愁

009_0581_a_03L今夕淸遊誰有識斜陽只在一沙鷗

009_0581_a_04L葛蘿山栗木寺

009_0581_a_05L
露桃烟柳點春新紅錦靑絲色始勻

009_0581_a_06L水寺早聞鸎羽翼山樓晩見鴈精神

009_0581_a_07L祇將物外僧爲伴不把人間俗作隣

009_0581_a_08L淸興滿懷誰與說全題一句但吟呻

009_0581_a_09L松桂菴祖室

009_0581_a_10L
松桂山中萬景多尋眞客子幾經過

009_0581_a_11L花枝笑日妬紅粉菜粥酌風生綠波

009_0581_a_12L烟柳雨餘光映霧露梅春半影含霞

009_0581_a_13L詩情已逐林川散松桂淸儀付碧蘿

009_0581_a_14L春景

009_0581_a_15L
僧寮蕭灑最淸奇景物飄流不入詩

009_0581_a_16L丹壁水聲新雨後碧巖山色晩晴時

009_0581_a_17L朝霞雲脚風牽斷暮樹花枝鳥踏垂

009_0581_a_18L半掩柴扉無外客獨居滋味誰人知

009_0581_a_19L春夢

009_0581_a_20L
禪榻無人忽入夢淸魂先我到仙區

009_0581_a_21L黃鶴樓光眞絕勝鳳凰臺景浩難收

009_0581_a_22L三山盡落靑天外三水元流白鷺洲

009_0581_a_23L瀟湘鸚鵡岳陽勝一夜飄然爛熳遊

009_0581_a_24L皆骨山

009_0581_b_01L金剛萬疊玉重重  금강 1만 봉우리에 옥이 겹겹 쌓였는데
翫客登臨興未窮  유람 길손 올라 보니 감흥이 끝이 없네
金殿佛還烟繞榻  금전에 부처님 돌아오니 연기는 선탑 두르고
玉窓僧去草連空  옥창에 스님 떠나니 향초는 하늘 이어지는데
仙音不盡靑宵月  선녀 음악은 맑은 밤 달에 끊이지 않고
鶴唳微聞碧樹風  학 울음은 푸른 나무 바람에 들리지 않네
唯有至今淸磬在  오직 지금까지 맑은 경쇠 소리 여운 있어
踈聲時到暮雲中  때로 저문 구름 사이 드문드문 들려오네
조 원장의 입암정 시에 차운하다(次趙院長立巖亭韻)
文翁移接立巖亭  글 짓는 늙은이가 입암정으로 거처 옮겨
風物淸和起小軒  풍물 맑고 화창한 곳에 작은 정자 세웠다네
勝地邃幽塵念斷  경승지 깊고 그윽하여 티끌 생각 끊어지고
仙區岑閴淨心存  신선 땅 높고 고요하여 맑은 마음 지녔어라
幽懷閑把素琴過  그윽한 회포에 한가로이 거문고31) 줄 타고
靜契唯從玄鶴論  고요한 언약에 오직 검은 학32) 따라 의론하네
長得湖山詩興足  오래도록 산수의 시흥을 넉넉하게 얻었으니
百年高臥掩柴門  백 년을 사립 닫고 높이 드러누우리라
오언장편五言長篇
월란사로 가는 학 대사를 보내며(送學大士之月瀾寺)
嗟爾學禪室    아 그대 학 선사여
捨我今何之    날 버리고 지금 어딜 가시는가
自君一去後    그대 한번 떠난 후로
使我長相思    난 긴 그리움에 젖어 들걸세
耳如接淸響    귀로는 맑은 음성 듣는 것 같고
目若對手儀    눈은 마주 합장한 것 같으리
露浥庭畔菊    이슬은 마당 가 국화를 적시고
風鳴石上枝    바람은 돌 위의 가지를 울리리라
婆娑寒月影    너울너울 차가운 달그림자
寥朗夜色移    맑고 텅 빈 밤빛이 옮겨 가는데
懷君屬此時    그대 향한 그리움은 예껏 이어져
散步空蹰踟    산보하며 공연히 머뭇거리네
矯首向天外    머리 들어 하늘 밖 멀리 향하니
眼寒心煩馳    눈은 차가운데 마음은 번뇌로 치달리네
君年未二十    그대 아직 스무 살이 안 되었으나
學識超等夷    학식이 동료들보다 빼어났었지
容貌始煒燁    용모도 비로소 빛이 나기 시작하니
芙蕖出綠池    연꽃이 푸른 연못에서 나온 격
心垢已淨盡    마음의 때는 이미 다 정화하였으니
氷壺貯琉璃    빙호33)에 유리를 담아 놓은 격
太顚頗聰明    태전34)처럼 자못 총명하였고
文暢能解詩    문창35)처럼 능히 시를 알았지
傳心述古聖    이심전심으로 옛 성인을 조술하고
受戒禀祖師    계율은 조사께 품부 받았지

009_0581_b_01L
金剛萬疊玉重重翫客登臨興未窮

009_0581_b_02L金殿佛還烟繞榻玉窓僧去草連空

009_0581_b_03L仙音不盡靑宵月鶴唳微聞碧樹風

009_0581_b_04L唯有至今淸磬在踈聲時到暮雲中

009_0581_b_05L次趙院長立巖亭韻

009_0581_b_06L
文翁移接立巖亭風物淸和起小軒

009_0581_b_07L勝地邃幽塵念斷仙區岑閴淨心存

009_0581_b_08L幽懷閑把素琴過靜契唯從玄鶴論

009_0581_b_09L長得湖山詩興足百年高臥掩柴門

009_0581_b_10L

009_0581_b_11L1)五言長篇

009_0581_b_12L送學大士之月瀾寺

009_0581_b_13L
嗟爾學禪室捨我今何之

009_0581_b_14L自君一去後使我長相思

009_0581_b_15L耳如接淸響目若對手儀

009_0581_b_16L露浥庭畔菊風鳴石上枝

009_0581_b_17L婆娑寒月影寥朗夜色移

009_0581_b_18L懷君屬此時散步空蹰踟

009_0581_b_19L矯首向天外眼寒心煩馳

009_0581_b_20L君年未二十學識超等夷

009_0581_b_21L容貌始煒燁芙蕖出綠池

009_0581_b_22L心垢已淨盡氷壺貯琉璃

009_0581_b_23L太顚頗聦明文暢能解詩

009_0581_b_24L傳心述古聖受戒禀祖師

009_0581_c_01L勇登般若舟    용맹으로 반야용선에 오르고
疑到菩提墀    의심으로 보리 계단 도달하였네
手挹一應器    손으로 한 그릇을 적당히 떠서
不繼昨夕資    어제 남긴 양식을 들지 않았지
一片靈臺上    한 조각의 영대36) 위에서
怡談却些兒    이 아이와 이야기 나눔 기뻤네
緬離親與黨    멀리 친척과 일가 떠나서
辛勤來住岐    고생스레 찾아와 기산에 머물러
潮音響玉磬    해조음37)은 옥경 소리 울리고
蓮社闢書帷    연사38)에서는 서재를 열었다네
焚膏夜作晝    기름 사르며 밤낮으로 공부하였고
矻矻忘倦疲    부지런히 닦고 게으름을 잊었지
聲名動丈室    명성이 방장실을 흔들었고
俯視羣闍梨    여러 동료 아사리39)를 굽어보았네
叉手向我道    손을 모으고 나에게 하던 말
願言日相隨    언제나 스승을 따르고 싶습니다
平生向學誠    평생에 배움 향한 정성이
從此期不虧    이때부터 흐트러지지 않았네
還羞處蟻蛭    개밋둑에 처함을 부끄러워하며
自效遷谷鸝    계곡 옮겨 가는 꾀꼬리를 본받았지40)
投閑翠壁上    한가하게 푸른 절벽 위에서 노닐고
隨跡淸溪湄    맑은 시냇가 걷는 길 따라다녔지
可憐講道塲    어여쁘게도 강학하는 도량에서는
高步窺藩籬    높이 올라 울타리 안을 엿보았고
緇門與四敎    『치문』41)이면 『치문』, 사교면 사교42)
酷嗜如啖飴    아주 좋아하여 단것 먹듯이 하였네
講劘志不懈    강마하여 의지 나약해지지 않았고
答問難所疑    물음에 답하며 의문점을 따졌네
如吾浮淺者    나같이 부박한 얕은 지식 가진 자
於君何所裨    그대에게 어찌 도움이 되었겠나
爲師縱不敢    스승 노릇 비록 감당치 못하나
厚意誠難遺    두터운 마음 진실로 외면하기 어렵네
襟期暗相符    흉금에 은연중 서로 부합하여
情誼日益罙    우리의 정의는 나날이 깊어졌지
聊知在礦土    잘 기억하게나 돌밭을 캐려면
必須資琢𤧫    반드시 쇠망치 도움 필요하다네
披心對所問    마음을 열고 묻는 것에 대답하여
端誠告攸知    곧고 성실하게 아는 바를 알려 주시게
愛君好靜坐    내 좋아하는 바는 그대 즐겨 정좌하여
所事唯唔吚    오직 책 읽는 데만 전념하는 것
綢繆兩相愛    간절하게 서로 아끼는 마음
生死誓不衰    생사 불문하고 약해지지 않기 바라네
願念今世人    잘 생각하소 요즘 사람들
習俗漸澆漓    습속이 점점 경박해져 가니
操心若履氷    마음 조심하기를 얼음 밟듯 하고
持敬如累碁    공경하기를 바둑돌 쌓듯 하게

009_0581_c_01L勇登般若舟疑到菩提墀

009_0581_c_02L手挹一應器不繼昨夕資

009_0581_c_03L一片靈臺上怡談却些兒

009_0581_c_04L緬離親與黨辛勤來住岐

009_0581_c_05L潮音響玉磬蓮社闢書帷

009_0581_c_06L焚膏夜作晝矻矻忘倦疲

009_0581_c_07L聲名動丈室俯視羣闍梨

009_0581_c_08L叉手向我道願言日相隨

009_0581_c_09L平生向學誠從此期不虧

009_0581_c_10L還羞處蟻蛭自效遷谷鸝

009_0581_c_11L投閑翠壁上隨跡淸溪湄

009_0581_c_12L可憐講道塲高步窺藩籬

009_0581_c_13L緇門與四敎酷嗜如啖飴

009_0581_c_14L講劘志不懈答問難所疑

009_0581_c_15L如吾浮淺者於君何所裨

009_0581_c_16L爲師縱不敢厚意誠難遺

009_0581_c_17L襟期暗相符情誼日益罙

009_0581_c_18L聊知在礦土必須資琢𤧫

009_0581_c_19L披心對所問端誠告攸知

009_0581_c_20L愛君好靜坐所事唯唔吚

009_0581_c_21L綢繆兩相愛生死誓不衰

009_0581_c_22L願念今世人習俗漸澆漓

009_0581_c_23L操心若履氷持敬如累碁

009_0581_c_24L「五言長篇」編者依底本之目次而補入

009_0582_a_01L陳編卷舒間    오래된 책43) 펼쳐 보는 사이에
漸覺就礪砥    점점 연마되어 감을 깨달으리
譚玄法如來    현담을 나눔에 여래를 법 삼고
講道師牟尼    불도를 강할 때 석가를 스승 삼아
駸駸詣奧旨    성큼성큼 깊은 이치에 나아가면
日日忘飽飢    나날이 배부르고 주림은 잊게 되리라
情交篤弟兄    정을 나눔에 형제같이 돈독하고
樂極和塤箎    지극한 즐거움을 형제44)와 함께하소45)
妬娟嚮學人    학인에 대하여 시샘하는 것은
世如趍下卑    비천한 세상 사람이 되어 가는 것
惟思共賦役    오직 함께 울력할 일 생각하며
只喜分爨炊    다만 나누어 밥 짓는 일 기뻐하라
佛敎掃地盡    불교를 이 땅에서 다 쓸어버렸으니
尊信便是誰    우러러 믿을 분 바로 누구일거나
磨杵工未半    절굿공이 가는46) 공부 아직 반도 안 됐는데
爾身多遭罹    그대 몸에 괴로움 많이도 만났구나
那知雲外蹤    어찌 구름 밖의 자취가
還同野鳥覊    들새의 속박과 같음을 알리오
世道苟如此    세상길이 진실로 이와 같으니
而我竟何爲    내가 마침내 무얼 할 수 있으리
恃君堅如玉    그대 굳은 마음 옥 같음을 믿나니
淸溝映金枝    맑은 도랑에 금빛 가지 비치는 듯해
君忽棄我去    그대 홀연 나를 버리고 떠나니
恨悵臨路歧    갈림길에 다다라 슬프고 안타까워
撡裙不相語    옷소매 잡으며 아무 말 없이
脉脉含涕洟    서로 마주 보며 눈물 머금네
回首屢顧我    고개 돌려 자꾸만 나를 바라보면서
出山故遲遲    산문 나설 때 짐짓 느릿느릿 걷는구나
淨菴本無緣    정암사는 본래 아무 인연 없었고
月瀾非所期    월란사 또한 정해진 곳 아니라
計君入山日    그대 산에 들어온 날 헤아려 보니
于今未周朞    지금까지 한 해도 차지 않았네
人生豈無別    사람이 살아가며 어찌 이별 없겠냐만
別爾倍我悲    그대와 작별하니 내 슬픔이 배가 되네
自從君去後    오늘 그대 떠난 이후로는
所侶鹿與麋    벗이라곤 사슴과 고라니겠지
寒泉嚬嗚咽    차가운 샘물 찡그리며 서러이 울고
靑山攢愁眉    푸른 산은 근심스레 눈썹을 모으겠지
起步明月夜    밝은 달밤에 일어나 산보할 때
誰與和淸詞    그 누구와 더불어 청담 나누리
時來入夢想    때때로 꿈속이나 찾아와서는
儀容宛在玆    그대 의용 완연히 여기 있음 알려 주기를
願君愈篤意    바라건대 그대는 더욱 뜻을 도타이 해
經訓乃畬菑    경전 공부를 밭 갈듯이 힘써서
晝靜勤披閱    고요한 낮엔 부지런히 책을 펴고
夜深費蠟脂    깊은 밤엔 밀랍 기름 태워야 하리
靜養本自餘    정양은 본디 스스로 잘하였으니
何須待切偲    어찌 꼭 간곡하게 가르칠 것 있으리

009_0582_a_01L陳編卷舒間漸覺就礪砥

009_0582_a_02L譚玄法如來講道師牟尼

009_0582_a_03L駸駸詣奧旨日日忘飽飢

009_0582_a_04L情交篤弟兄樂極和塤箎

009_0582_a_05L妬娟嚮學人世如趍下卑

009_0582_a_06L惟思共賦役只喜分爨炊

009_0582_a_07L佛敎掃地盡尊信便是誰

009_0582_a_08L磨杵工未半爾身多遭罹

009_0582_a_09L那知雲外蹤還同野鳥覊

009_0582_a_10L世道苟如此而我竟何爲

009_0582_a_11L恃君堅如玉淸溝映金枝

009_0582_a_12L君忽棄我去恨悵臨路歧

009_0582_a_13L撡裙不相語脉脉含涕洟

009_0582_a_14L回首屢顧我出山故遲遲

009_0582_a_15L淨菴本無緣月瀾非所期

009_0582_a_16L計君入山日于今未周朞

009_0582_a_17L人生豈無別別爾倍我悲

009_0582_a_18L自從君去後所侶鹿與麋

009_0582_a_19L寒泉嚬嗚咽靑山攢愁眉

009_0582_a_20L起步明月夜誰與和淸詞

009_0582_a_21L時來入夢想儀容宛在玆

009_0582_a_22L願君愈篤意經訓乃畬菑

009_0582_a_23L晝靜勤披閱夜深費蠟脂

009_0582_a_24L靜養本自餘何須待切偲

009_0582_b_01L造詣必有卓    나아감에 반드시 탁월함 있겠고
文辭日益輝    글솜씨는 나날이 빛을 더하리라
宜從物外遊    마땅히 물외에서 노닐어야 하리니
肯作塵間縻    어찌하여 티끌세상 고삐 되리오
烟霞雲水窟    안개 노을 속 운수의 토굴에
與爾携靑藜    그대와 함께 청려장 잡고 오르리니
表我不相諼    내가 그대 잊지 않는 마음 드러내어
贈君多少辭    그대에게 몇 구절 보내노라

009_0582_b_01L造詣必有卓文辭日益輝

009_0582_b_02L宜從物外遊肯作塵間縻

009_0582_b_03L烟霞雲水窟與爾携靑藜

009_0582_b_04L表我不相諼贈君多少辭

009_0582_b_05L
松桂集卷二終

009_0582_c_01L
  1. 1)요해遼海의 학 : 한漢나라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영허산靈虛山에 가서 신선술을 배워 천년이 지난 뒤에 학이 되어 요동으로 돌아왔다는 고사가 있다. 『수신후기搜神後記』.
  2. 2)하늘 깁고자(補天) : 돌을 구워 하늘을 메운다는 연석보천鍊石補天의 준말로, 불리한 형세를 만회하는 것을 가리킨다. 옛날에 공공씨共工氏가 전욱顓頊과 싸우다가 성이 나서 부주산不周山을 머리로 치받자 하늘 기둥이 부러지면서 하늘은 서북쪽으로 기울고 땅은 동남쪽으로 꺼졌는데, 이에 여와씨女媧氏가 “오색의 돌을 구워서 터진 하늘을 메우고, 자라의 다리를 잘라서 땅의 사방 기둥을 받쳐 세웠다.(鍊五色石以補蒼天。斷鼇足以立四極。)”라는 전설에 기인한 것이다.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
  3. 3)천태天台 : 천태산.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손작孫綽의 ≺천태산부天台山賦≻에서 “도사를 단구에서 방문하여 불사의 복지를 찾노라.(訪羽人於丹丘。尋不死之福庭。)”라고 하였다. 『태평어람太平御覽』 권41.
  4. 4)자부紫府 : 본 서 제1권의 주 34 참조.
  5. 5)옥빛 면모(圭面) : 규면의 원뜻은 직사각형 옥돌의 윗면이다.
  6. 6)옥골玉骨 : 옥같이 맑은 뼈라는 뜻으로 매화나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나무나 산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7. 7)삼태성 : 국자 모양으로, 북두칠성의 물을 담는 쪽에 비스듬히 길게 늘어선 세 쌍의 별.
  8. 8)선관禪關 : 참선하는 관문(화두). 여기서는 수행하는 사찰을 가리킨다.
  9. 9)삼주三洲 : 미상. 청송 지역과 관련 있는 듯하나 정확한 의미는 미상이다.
  10. 10)오령五嶺 : 미상. 청송 지역과 관련 있는 듯하나 정확한 의미는 미상이다.
  11. 11)오류五柳 : 도연명의 문 앞에 있는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말한다. 진晉나라 때 도연명이 팽택령彭澤令으로 있다가 뜻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와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 놓고 오류 선생五柳先生이라 자칭하며 음주와 독서를 하며 즐겼다 한다. 『도정절집陶靖節集』 권6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12. 12)영대靈臺 : ① 마음, ② 높은 누대. 원래는 주 문왕이 후원에 세운 누대. 『시경』 「영대」에 문왕의 덕을 칭송하면서 말하기를, “왕이 영유靈囿에 계시니, 사슴이 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도다. 사슴이 살지고 윤기 나거늘, 백조白鳥는 깨끗하고 희도다. 왕이 영소靈沼에 계시니, 아, 물고기들이 가득히 뛰놀도다.” 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13. 13)단사丹砂 :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 「금단金丹」에서 “모든 초목은 태우면 재가 되지만 단사는 태우면 수은이 된다. 태우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도로 단사가 되는데, 이를 먹으면 장수할 수 있다.” 한 데서 인용한 것으로, 선약仙藥을 뜻한다.
  14. 14)꿈속 나비(夢蝶) : 나비를 꿈꾼다는 뜻으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서 “언젠가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풀나풀 잘 날아다니는 나비의 입장에서 스스로 유쾌하고 만족스럽기만 하였을 뿐 자기가 장주인 것은 알지도 못하였는데, 조금 뒤에 잠을 깨고 보니 몸이 뻣뻣한 장주라는 인간이었다.(昔者莊周夢爲胡蝶。栩栩然胡蝶也。自喩適志與。不知周也。俄然覺則蘧蘧然周也。)”라는 나비의 꿈 이야기가 나온다.
  15. 15)신선님들(喬松) : 교喬는 주周나라 태자 왕자교王子喬이고, 송松은 적송자赤松子이다. 신선술을 익혀 불로장수한 인물들로 일컬어진다.
  16. 16)새의 길(鳥道) : 새들이 다니는 길. 새들만 다닐 수 있는 험한 길. 높은 봉우리로 통하는 오솔길.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 시에서 “서쪽으로 태백성太白星을 바라보니 조도가 있다.” 하였다.
  17. 17)소무의 편지(蘇武書) : 소무蘇武는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의 지조 있던 신하. 무제 초에 중랑장中郞將으로 흉노匈奴에 사신 갔다가 땅굴 속에 유폐되어 음식이 끊어지므로 눈과 담요의 털을 씹으며 연명하였다 한다. 또 북해 근방으로 이동되어 양을 기르고 있었는데, 역시 양식을 주지 않으므로 그는 들쥐를 잡아먹는 등 신고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사신 갈 때 가지고 갔던 한漢의 절부節符를 굳게 지켜 마침내 거기에 붙어 있던 장식물이 다 떨어져 버렸다 한다. 또 19년 만에 한나라와 화친이 되어 그를 돌려보낼 것을 요구하였으나 흉노에서 “이미 죽어 버렸다.”라고 하였다. 한에서는 “소무가 기러기발에 써 보낸 편지(雁足之書)가 한나라 상림원上林園에 도착하였으니, 그가 죽지 않고 있음을 안다.”라고 속여 마침내 되돌아오게 되었다 한다.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
  18. 18)장주의 꿈(莊周夢) : 본 서 제2권의 주 14 참조.
  19. 19)돌제비(石鷰) : 제비 모양의 돌이다. 『수경水經』 「상수湘水」 주註에서 “상수가 동남쪽으로 흘러 석연산石燕山을 지나는데, 이 산에는 까만 제비 모양의 돌이 있으므로 이 산의 이름을 석연산이라 하였다. 이 돌은 혹 크기도 하고 혹 작기도 하여 어미 제비와 새끼 제비와 비슷한데, 우레가 치고 바람이 불게 되면 이것이 떼를 지어 난다.” 하였다. 풍우風雨를 만나면 곧장 날아올랐다가, 풍우가 그치면 다시 돌로 변화한다고 한다.
  20. 20)여산의 혜원(廬山慧遠) : 법명은 혜원慧遠(335~417)이며, 동진 때 스님이다. 안문雁門 누번樓煩 사람으로 13세에 이미 육경을 연구하였고, 노장학에도 정통하였으며, 21세에 향산정 도안道安을 찾아가 수학하였다. 373년(전진 건원 9) 부비苻丕가 양양襄陽을 공격해 도안을 데리고 돌아가자 제자들과 함께 여산에 은거하며 동림사東林寺를 창건하였다. 그곳에서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삼법도론三法度論』을 다시 번역하고, 『십송률十誦律』을 완전히 번역하는 등 역경 사업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그의 덕을 사모해 모인 명사들과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해 염불행을 닦았다. 저서로 『대지도론요략大智度論要略』 20권, 『문대승중심의십팔과問大乘中深義十八科』 3권, 『사문불경왕자론沙門不敬王者論』, 『법성론法性論』 2권, 『사문단복론沙門袒服論』 1권 등이 있다.
  21. 21)산산蒜山 : 은퇴하여 묻혀 지내는 곳. 송나라 소식蘇軾의 시 중에 〈산산은 송림 속에 있는데, 복거卜居할 만하다. 내가 그 지역에 살려고 하는데, 금산金山에 속한 땅이라 이 시를 지어 금산의 원 장로元長老에게 준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22. 22)송옥宋玉 : 전국戰國시대 때 초楚나라 사람으로 굴원屈原의 제자. 굴원 다음가는 부賦의 작가로서 굴송屈宋이라고 일컫는다. 굴원의 추방을 슬퍼하여 지은 ≺구변九辯≻은 뛰어난 서정적 서사시이며, 모두 16편의 부를 남겼다.
  23. 23)화부花府 : 안동의 옛 이름.
  24. 24)영호루映湖樓 : 안동을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안동의 누정. 밀양의 영남루, 진주의 촉석루, 남원의 광한루와 함께 남한의 4대 명루로 평가받고 있다.
  25. 25)황학루黃鶴樓 : 호북성湖北省 무창현武昌縣의 황학산黃鶴山 위에 있는 누각이다. 옛날 촉蜀의 비문위費文褘란 사람이 신선이 되어 일찍이 황학黃鶴을 타고 이곳에서 쉬어 갔다는 고사에 의하여 황학루라 호칭하게 되었는데, 당나라의 문인 최호崔顥의 ≺황학루≻ 시가 유명하다. “옛사람이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났는지라, 이 땅에는 공연히 황학루만 남았네그려. 황학이 한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흰 구름만 천년토록 부질없이 왕래하누나. 비 갠 강물엔 한양의 숲이 역력히 비치고, 향기로운 풀은 앵무주 물가에 무성하도다. 날은 저문데 향관이 그 어드메뇨? 연기 자욱한 강가에서 사람을 시름하게 하네.(昔人已乘黃鶴去。此地空餘黃鶴樓。黃鶴一去不復返。白雲千載空悠悠。晴川歷歷漢陽樹。芳草萋萋鸚鵡洲。日暮鄕關何處是。煙波江上使人愁。)” 이 시는 이백李白으로부터 당인唐人의 칠언율시 가운데 제일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26. 26)백로주白鷺洲 : 장강 가운데 있는 모래톱의 이름.
  27. 27)삼산 모두~갈라져 나오네 : 이백李白이 봉황대에 올라서 지은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에 보면, “봉황대 위에선 일찍이 봉황새가 놀더니, 봉황은 가고 빈 대 앞에 강물만 절로 흐르네. 오나라 궁전의 화초는 오솔길에 묻혀 있고, 진나라 시대 귀인들은 옛 무덤을 이루었구나. 삼산은 푸른 하늘 밖으로 반쯤 떨어져 있고, 두 강물은 백로주에서 중간이 나뉘었네. 이 모두가 뜬구름이 태양을 가린 때문이라, 장안을 볼 수 없어 사람을 시름하게 하누나.(鳳凰臺上鳳凰遊。鳳去臺空江自流。吳宮花草埋幽徑。晉代衣冠成古丘。三山半落靑天外。二水中分白鷺洲。總爲浮雲能蔽日。長安不見使人愁。)”라 하였다. ≺봄꿈(春夢)≻의 두 구절(三山盡落靑天外。二水元流白鷺洲。)은 바로 이백의 시를 차용한 것이다.
  28. 28)소상강瀟湘江 : 중국 남쪽 동정호洞庭湖로 흘러 들어가는 강 이름. 순舜임금의 두 아내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다 죽은 순임금을 소상강 가에서 애타게 그리며 통곡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 소상팔경이라 하여 소수瀟水와 상수湘水 부근에 있는 여덟 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유명하다. 곧 평사낙안平沙落雁·원포귀범遠浦歸帆·산시청람山市晴嵐·강천모설江天暮雪·동정추월洞庭秋月·소상야우瀟湘夜雨·연사만종煙寺晩鍾·어촌석조漁村夕照 등이다.
  29. 29)앵무주鸚鵡洲 : 당唐나라 최호崔顥의 시 ≺황학루黃鶴樓≻에 “비 갠 강물엔 한양의 숲이 역력히 비치고, 향기로운 풀은 앵무주 물가에 무성하도다.(晴川歷歷漢陽樹。芳草萋萋鸚鵡洲。)”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30. 30)악양루岳陽樓 : 호남성湖南省 악양현岳陽縣에 있는 누각. 동정호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있다.
  31. 31)거문고(素琴) : 꾸미지 않은 소박한 거문고. 혹은 줄 없는 거문고. 『진서晉書』 권94 「도잠열전陶潛列傳」.
  32. 32)검은 학 : 거문고의 별칭이다. 거문고를 만든 왕산악王山岳이 거문고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와서 춤을 추었다 하여 현학금이라 한다. 현금玄琴이라고도 한다.
  33. 33)빙호氷壺 : 얼음으로 만든 호로병으로, 고결한 인품을 비유한 것이다. 두보의 ≺기배시주寄裴施州≻에서 “얼음 호로·옥거울을 맑은 가을에 걸어 놓은 듯하다.(氷壺玉鑑懸淸秋)” 하였다.
  34. 34)태전太顚(731~824) : 당나라 선사. 석두 희천石頭希遷의 제자로 조주潮州 영산靈山에 주석하였다. 태전은 유가儒家와 불가佛家의 친숙한 교류를 말할 적마다 상징적인 인물로 인용되곤 하는데 여기에는 한유韓愈와의 인연이 있었다. 한유(768~824)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명으로 뛰어난 문장가이자 시인인데, 형부시랑 벼슬을 하던 중 헌종憲宗이 부처님의 사리를 궁궐에 봉안하려고 하자 이에 반대하여 「논불골표論佛骨表」라는 상소문(819)을 올려 사리를 태워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헌종의 미움을 받아 서울(장안)에서 8천 리 떨어진 변방의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좌천되었다. 그때 조주 땅의 태전 선사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였다.
  35. 35)문창文暢 : 당唐나라 승려의 이름. 한유韓愈가 그를 전송하며 써 준 「송부도문창사서送浮屠文暢師序」가 있다. 『고문진보古文眞寶』와 『당송팔가문독본唐宋八家文讀本』에도 나온다.
  36. 36)영대靈臺 : 마음.
  37. 37)해조음海潮音 : 적절한 시기에 우렁차게 말씀하신 부처님의 설법을 조수에 비유한 말이다.
  38. 38)연사蓮社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念佛 결사結社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어서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연사고현전蓮社高賢傳』 「혜원법사慧遠法師」.
  39. 39)아사리阿闍梨 : 愥 ācārya, 愢 ācariya.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말한다. 한역하면 궤범사軌範師·규범사規範師이다.
  40. 40)계곡 옮겨~꾀꼬리를 본받았지 :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무꾼이 나무를 치면 새들이 함께 높은 봉우리의 나무로 옮겨 간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더 높고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 세속적으로는 높은 관직으로 출세하는 경우를 비유한다. 『시경』 「소아」 ≺벌목伐木≻에서 “꾀꼬리의 울음소리 재잘재잘,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교목으로 옮아가도다.(鳥鳴嚶嚶。出自幽谷。遷于喬木。)”라 하였다.
  41. 41)『치문緇門』 : 『치문경훈緇門警訓』. 중국 역대 고승들의 경훈법어를 모은 책이다. 조선 후기에 정립된 이력 과정 가운데 사미과에서 배우는 과목 중의 하나이다.
  42. 42)사교四敎 : 조선 후기에 정립된 강당의 이력 과정 중의 한 단계인 사교과四敎科를 말한다. 『능엄경』·『기신론』·『금강반야경』·『원각경』을 4년에 걸쳐 배운다.
  43. 43)오래된 책(陳編) : 옛날 책, 고서.
  44. 44)형제(塤篪) : 훈塤과 지篪는 모두 악기의 이름이다. 『시경』 ≺하인사何人斯≻에서 “형은 훈을 불고, 동생은 지를 분다.(伯氏吹塤。仲氏吹篪。)” 하였는데, 이로 인해 훈지는 형제가 모두 훌륭하고 서로 간에 우애가 지극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45. 45)『예기』 「악기」에서 “악으로 화함을 지극히 하고 예로 순함을 지극히 한다.(樂極和。禮極順。)” 하였다.
  46. 46)절굿공이 가는 : 이백李白이 젊었을 때 상이산象耳山에서 글을 읽다가 미처 학업을 성취하지 못한 채 그곳을 버리고 떠나는 도중에 한 노파를 만났는데, 그 노파가 한창 무쇠 절굿공이를 갈고 있으므로 이백이 그 까닭을 묻자, 노파가 말하기를, “이것으로 바늘을 만들려고 한다.(欲作針耳)” 하므로 이백이 그의 말에 느낀 바가 있어 마침내 다시 되돌아가서 학업을 다 마쳤다는 고사가 있다. 『촉중광기蜀中廣記』 권12.
  1. 1)「▼(日+敢)」疑「瞰」{編}。
  2. 1)「五言長篇」編者。依底本之目次而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