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송계대선사문집(松桂大禪師文集) / 書松桂師卷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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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 대사 문집 뒤에 쓰다書松桂師卷後
무릇 산에 있는 나무 중에 오직 소나무(松)와 계수나무(桂)가 가장 빼어나니, 또한 어찌 속세를 벗어나 홀로 선 옛 스님과 다르겠는가? 대개 그 티끌세상에 물들지 않고 세상의 변화를 겪으면서도 고심을 지켜 나가는 것은 곧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는 송계松桂 대사의 행장을 살펴보고 이를 더욱 징험할 수 있었다. 대사는 본래 유가儒家의 자제인데, 숙세宿世의 혜근慧根으로 불가로 도주하여 법을 강講하였다. 서산西山 대사의 7대 제자이며, 선종의 맥을 얻은 이로서 이는 진실로 쌍림雙林8) 중의 늙은 소나무요 계수나무로다. 대개 그 풍치風致를 떠올려 보면

009_0590_c_19L書松桂師卷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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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木之在山者惟松桂最秀亦奚異
009_0590_c_21L於古釋之離世獨立者哉蓋其不染浮
009_0590_c_22L閱世變守苦心則一也余於松桂
009_0590_c_23L考其狀尤驗焉師本儒家子也
009_0590_c_24L以宿世慧根逃佛講法得西山七世
009_0590_c_25L禪宗此眞雙林中老松桂也槩想其

009_0591_a_01L시방 사계沙界9)에 맑고 깨끗하니, 대사가 소나무와 계수나무로써 자신의 호를 붙인 것은 그 뜻이 심원하다 하겠다. 또 임종게를 보면, “묘각妙覺의 삼신三身은 본성과 같은데, 만고의 높은 하늘에 외로운 달만 남아 비치네.”라 하였는데, 곧 저 소나무나 계수나무는 모두 그림자인 것이니, 누가 대사의 보진葆眞10)을 알겠는가? 광명을 비추는 땅(放光之地)에서 대사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며 소나무와 계수나무에 의탁했던 이유를 물어볼 수 없음이 한스럽도다.
지금 그 법사法嗣인 웅파 상인雄波上人이 몇 편의 원고를 묶어 내어 장차 간행하여 후세에 전하려고, 고족高足인 천오天悟를 보내 나에게 치사하며 문집 끝에 한마디 말을 써 달라 하였다. 나는 공자의 문도로서 비록 물리치고 떨쳐내지는 못할지언정 어찌 글을 쓸 수 있겠는가? 다만 “소나무가 마르면 더욱 울리는 소리가 좋고, 계수나무가 죽으면 향을 남긴다.(松枯益韻。 桂死畱香。)”라는 여덟 자를 써서 보내노라. 천오 스님, 돌아가 스승에게 말을 전하시오.
“온 산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를 찾으면 곧 그대의 스승이 바로 그곳에 있거늘 어찌 글로써 알리려 하시는가?”
임오년(1822) 계춘季春(3월) 하순에 병든 늙은이 다천茶泉이 쓰다.상사공上舍公 이상발李祥發11)

009_0591_a_01L風致灑灑然十方沙界師之寓號於
009_0591_a_02L松桂者其意遠矣且其觀化一偈
009_0591_a_03L覺三如本性萬古長空孤月畱照
009_0591_a_04L彼松也桂也皆是影也孰能知師之
009_0591_a_05L葆眞乎恨不起師於放光之地與之
009_0591_a_06L酒而一問其故托松桂意也今其法
009_0591_a_07L嗣雄波上人編就其略干藁將繡梓
009_0591_a_08L以圖不朽使其高足天悟致辭於余
009_0591_a_09L要一言以尾余孔子徒也縱不能闢
009_0591_a_10L而揮之又安用文爲只書松枯益韻
009_0591_a_11L桂死畱香八字贈之云悟乎歸告
009_0591_a_12L爾師遍求萬山松桂則爾尊師在是
009_0591_a_13L何待副墨以爲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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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午季春下澣茶泉病傖書上舍公
李祥發
  1. 8)쌍림雙林 : 석가모니가 열반한 발제하跋提河 언덕 사라쌍수沙羅雙樹의 숲.
  2. 9)사계沙界 : 항하恒河의 모래와 같이 헤일 수 없이 많은 세계.
  3. 10)보진葆眞 : 순수하고 참된 본성을 지켜 가지다. 보葆는 보保와 통한다.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에서 “자연을 따름으로써 참됨을 기르며, 맑은 마음으로 만물을 포용한다.(緣而葆眞。淸而容物。)”라 하였다. 여기서는 대사의 진영眞影, 참모습을 말한다.
  4. 11)이상발李祥發(1745~?) : 본관은 영천, 거주지는 의성. 1790년 진사시에 합격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