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월파집(月波集) / [序]

ABC_BJ_H0205_T_002

009_0660_b_13L
[서序]
묘향산에 월파月波가 있다는 말을 내가 이미 오래전에 들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였다.
지난 가을에 한 납승衲僧이 연곡蓮谷의 한거閑居로 나를 찾아왔다. 한가히 지내는 중에 불승佛僧을 만나는 것도 기이한 일이라고 할 것인데, 더구나 이 사람이야말로 20년 전에 천성산天聖山에서 독서할 적에 서로 시를 논하고 차를 달이며 친애親愛하던 허임 상인許任上人임이겠는가.
몇 마디 나눈 뒤에 상인이 두 권의 책자를 꺼내 보여 주며 말하기를 “이것은 바로 월파당月波堂의 시문詩文이오. 내년 봄에 간행하려 하는데, 책머리를 장식할 서문序文이 없으면 안 되겠기에 부탁하러 왔소.”라고 하기에, 내가 웃으며 대답하기를 “산인山人이 어찌 그리도 일이 많으신가. 나는 문묵文墨 사이의 일을 내팽개친 지 이미 오래되었소. 그대를 보니 그저 기쁠 뿐이오. 서문을 쓸 생각은 없소이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상인이 침울해하며 원망을 하기에 내가 그만둘 수 없어서

009_0660_b_13L[序]

009_0660_b_14L
2)妙香之有月波余聞之已久而不識
009_0660_b_15L其何狀焉庚之秋有一衲訪余于蓮谷
009_0660_b_16L之閑居閒中遇僧可謂奇矣而況是
009_0660_b_17L二十年前讀書天聖山時所相與論
009_0660_b_18L詩煎茶愛而親之者許任上人也
009_0660_b_19L語之後上人以二册子出而示之曰
009_0660_b_20L此乃月波堂之詩若文也明年春
009_0660_b_21L爲剞劂而不可無弁卷之序故來請焉
009_0660_b_22L余笑而應之曰山人何多事也
009_0660_b_23L於文墨間事拋放已久見君只有
009_0660_b_24L喜而無序也上人郁仇之余不能

009_0660_c_01L그 책자를 펼치고 열람해 보니, 그 사람됨이 어떠한지 상상할 수가 있었다. 그는 신심이 깊고 가르침에 근실하며 그 밖의 일에도 온축蘊蓄한 바가 많았으니, 대개 공문空門을 자부하며 산중山中에 거하는 자였다. 이와 같고 보면 비록 시문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산중에 전해질 것인데, 더구나 또 이런 시문이 있음에랴.
그래서 상인에게 말하기를 “부처의 가르침은 공空을 주된 것으로 삼으니, 어디를 간들 공하지 않음이 있겠는가. 시도 공하고 문도 공할 것인데, 어찌하여 공하고 공한 것에 그렇게 부지런히 애쓰는가.”라고 하고는, 마침내 주고받은 말을 기록하여 서문으로 삼는다.
연곡산인蓮谷散人 강린康獜은 쓰다.

009_0660_c_01L已攬其册而披閱則可想其爲人深於
009_0660_c_02L信勤於敎而蓄於外餘 [1] 大抵自空門
009_0660_c_03L居於山中者也如是則雖無詩若文
009_0660_c_04L以傳於山中況又有乎此謂上人
009_0660_c_05L佛之敎以空爲主惡往而不空哉
009_0660_c_06L詩亦空矣文亦空矣何爲其勤勤於
009_0660_c_07L空空者也遂記其酬答之語以爲之
009_0660_c_08L序焉

009_0660_c_09L
蓮谷散人康獜序 [1]

009_0660_c_10L{底}乾隆三十六年香山見佛庵開刻本(東國大學
009_0660_c_11L校所藏) {甲}乾隆三十八年香山見佛庵刊本(東
009_0660_c_12L國大學校所藏)
此序文底本在跋文之前
009_0660_c_13L者移置於此

009_0661_a_01L
    1. 1){底}乾隆三十六年香山見佛庵開刻本(東國大學校所藏) {甲}乾隆三十八年香山見佛庵刊本(東國大學校所藏)。
    2. 2)此序文。底本在跋文之前。編者移置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