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월파집(月波集) / 月波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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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파집月波集
월파집月波集 서序
옛날 우리 선군先君이 살아 계실 적에 내가 서울에서 돌아왔더니, 선군께서 “저번에 늙은 선승禪僧 한 사람이 태백산太白山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그 사람됨을 보니 선풍도골仙風道骨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라고 하셨다.
이듬해 선군이 돌아가셨을 때에 예전에 사귀던 사람들 모두가 소원疏遠해져서 문항門巷이 적막하였는데, 홀연히 늙은 선승 한 사람이 조문하러 왔으니, 그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가 조문을 한 뒤에 하룻밤을 묵고 나서 시축詩軸 하나를 꺼내어 보여 주었는데, 그 이름을 ‘월파집月波集’이라고 하였다.
그 사람됨을 살펴보니 맑기가 월파月波 같았고, 그 말을 들어 보니 맑기가 월파 같았으며, 그 시를 음미해 보니 또 맑기가 월파 같았다. 그러고 보면 그 시집을 ‘월파’라고 이름 붙인 것도 참으로 허탄한 것이 아니었다. 이 시집을 장차 간행하여 세상에 전하려고 하면서 나에게 서문을 요청하였는데, 내가 거상居喪 중이기 때문에 사양하고 돌려보내었다. 그런데 지난겨울에 글을 보내고 올봄에 또 글을 보내어 기필코 한 글자의 서문을 얻으려 하였다. 돌아보건대 내가 재주가 없어서 실로 부끄러우면서도, 오히려 느껴지는 점이 있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전당錢塘의 혜근 상인惠勤上人이 구 공歐公(歐陽脩)을 따라 노닌 것이 30여 년이었는데, 공이 죽은 뒤에 공에게 말이 미치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동파자東坡子(蘇軾)가 그 사람됨을 어질게 여겨 그 시에 서문을 짓기를 “혜근은 본디 세상에 구하는 것이 없고, 공도 혜근에게 은덕을 입힌 것이 있지 않으니, 그가 눈물을 흘리며 잊지 못하는 것이 어찌 이익 때문이겠는가. 그가 사대부 사이에 줄을 서서 공명功名에 종사했다면 공을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하였고, 또 “시가 글을 기다려서 전해질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됨의 대략과 같은 것은 이 글이 아니면 전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1)

009_0660_a_01L[月波集]

009_0660_a_02L1)月波集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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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我先君之在世余自洛而還先君曰
009_0660_a_05L昨有一老禪從太白山來訪我其人
009_0660_a_06L仙風而道骨余以不見爲恨矣
009_0660_a_07L明年先君之喪也故交皆踈門巷
009_0660_a_08L寂寞忽有一老禪來吊乃其人也
009_0660_a_09L吊而仍宿出示一詩軸其名曰月波
009_0660_a_10L集也觀其人淸如月波聽其語
009_0660_a_11L如月波玩其詩又淸如月波則月
009_0660_a_12L波之名其集者信不虛也將欲鋟於
009_0660_a_13L傳於世而要余以序余以居憂
009_0660_a_14L之而送之矣去冬有書今春又有書
009_0660_a_15L必欲得一字之文顧余不才實有所
009_0660_a_16L而反有所感者何也錢塘勤上
009_0660_a_17L從歐公遊者三十有餘年而公
009_0660_a_18L薨之後語及於公未甞不流涕故東
009_0660_a_19L坡子賢其人而序其詩曰勤固無求
009_0660_a_20L於世而公非有德於勤則其所以流
009_0660_a_21L涕不忘豈爲利哉使其得列於士大
009_0660_a_22L夫之間而從事於功名其不負公也
009_0660_a_23L審矣又曰詩非待文而傳者也若其
009_0660_a_24L爲人之大略則非斯文莫之傳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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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월파와 나의 선군은 얼굴을 한 번 본 연분이 있을 뿐이다. 일면一面의 그 연분이 삼십 년 동안 종유從遊한 것보다 꼭 후하지는 않겠지만, 백 리 길을 달려와 조문하고 양 세兩世를 위로해 준 것은 혜근 상인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린 것보다 더한 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월파가 혜근 상인보다 훨씬 어진 점이 있다고도 하겠다.
동파東坡는 구 공歐公의 후생인데도 뭔가 느껴지는 점이 있어서 글을 지어 세상에 전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선군을 생각할 때에 어찌 느껴지는 점이 없어서 끝내 한 글자의 서문을 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숭정崇禎 기원후紀元後 세 번째 신묘년(1771, 영조 47) 3월 하순에 월성후인月城後人 동곽우객東郭寓客 이공李龔은 쓰다.
『월파집』 권지합일.

009_0660_b_01L月波與我先君有一面者也一面之
009_0660_b_02L未必厚於三十年之逝而百里之
009_0660_b_03L兩世之慰有以過於聞語流涕
009_0660_b_04L月波之賢於勤上人者盖亦遠矣
009_0660_b_05L坡以歐公之後生猶有所感而爲之
009_0660_b_06L以傳於世則余以先君之思
009_0660_b_07L可無所感而終不爲一字之序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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崇禎紀元後三辛卯季春下澣月城
009_0660_b_09L後人東郭寓客李龔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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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波集卷之合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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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동파자東坡子(소식蘇軾)가 그∼것이다.”라고 하였다 : 『古文眞寶』 후집에 소식의 「錢塘勤上人詩集序」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