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용담집(龍潭集) / 龍潭集

ABC_BJ_H0206_T_003

009_0678_b_02L
용담집龍潭集
용담 조관(龍潭慥冠)
총목차總目次
오언절구五言絶句
한가한 거처에서 즉흥으로 읊다(閑居即事)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노 생원에게 보냅니다(寄盧生員)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삼가 명진 화상의 시에 차운하여(謹次冥眞和尙)
우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宇丈室)
뉴암이란 호를 회기 스님에게 드립니다(以杻庵號贈會器師)
체안 선자를 보내며(送體安禪子)
선문으로 들어온 죽암 휘 도우를 칭찬하다(歎竹庵徽道友入禪)
물가에서 우연히 읊다(臨水偶吟)
또又
밖에서 찾는 승려를 탄식하다(歎僧外求)
호서의 정 도우를 보내며(送湖西淨道友)
방문한 사람을 보고(見人來訪)
월암 장로께 드립니다(贈月巖長老)
환해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幻海丈室)
우진 사미를 보내며(送宇眞沙彌)
바람결에 우연히 읊다(因風偶吟)
덕성 상인께 드립니다(贈德星上人)
개울가에서 벗에게 보이다(臨溪示友)
호서의 우 상인을 보내며(送湖西宇上人)
지홍 사미에게 주다(贈志洪沙彌)
『미타경』을 써서 가져온 지 상인께 감사하며 드립니다(謝贈知上人書彌陁經來)
선문으로 들어온 흘 상인을 보내며(送屹上人入禪)
또又
치영 사미를 보내며(送致永沙彌)
현 선사에게 드립니다(贈賢禪師)
자주 방문해 준 명봉 스님에게 감사하며(謝名鳳師頻訪)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금강산으로 여행 가는 채심 스님을 보내며(送采心師遊金剛山)
금강산 태고암(題金剛山太古窟)
사서를 보다 우연히 읊다(看史偶吟)
원주의 처사 원규의 청에 보답하며(賽原州元處士圭之請)
체안과 경화 두 스님에게 드립니다(贈體安景貨兩師)
새로 입실한 황암에게 드립니다(贈黃庵新入室)
회포를 서술하여 문도에게 보이다(述懷示徒)
낙성의 나그네에게 드립니다(贈洛城客)
운서 수재에게 보냅니다(寄雲瑞秀才)
잠·제·기 세 분의 상인께 보냅니다【정축년 봄 종단의 임무로 부임하여 표충사에 있을 때】(寄岑弟奇三上人【丁丑春。 以宗任赴。 在於表忠時。】)
자현 사미에게 보답하며(賽自賢沙彌)
향산 원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香山圓上人)
속세로 향할 계획을 가진 승수 상인에게 경계하며 보이다(戒示勝修上人有向俗之計)
개골산 관 상인에게 드립니다(贈皆骨山寬上人)
문도에게 보이다【대개 본래 마음을 밝히려고 하는 자는 마땅히 자세히 살피고 미루어 관찰해야 한다. 빛깔을 만나고 소리를 만났더라도 각관을 일으키지 않았을 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없는가? 그것이 있는가? 이미 처소가 없어 ‘있다’ ‘없다’에 떨어지지 않으면 마음의 구슬이 홀로 밝아 항상 세간을 비추고, 티끌 하나만큼의 간격도 없으리라. 단절한 모양이라곤 한 찰나 사이도 있었던 적이 없다. 게송으로 말하겠다.】(示徒【盖欲明本心者。 當審諦推察。 遇聲遇色未起覺觀時。 心何所之。 是無耶。 是有耶。 旣無處所。 不墮有無。 則心珠獨明。 常照世間。 而無一塵許間隔。 未甞有一刹那頃斷絕之相也。 偈曰。】)
고향으로 돌아가는 국태 사미에게 주다(贈國泰沙彌還鄕)
준학 사미에게 경계하며 주다(戒贈峻學沙彌)
최 처사【대선】에게 드립니다(贈崔處士【大善】)
칠언절구七言絶句
홍류동【부르는 운에 따라】(紅流洞【呼韻】)

009_0678_b_02L龍潭集

009_0678_b_03L

009_0678_b_04L1)總目次 [2]

009_0678_b_05L
五言絶句四十五篇

009_0678_b_06L
閑居即事述懷寄盧生員
009_0678_b_07L謹次冥眞和尙贈宇丈室
009_0678_b_08L杻庵號贈會器師送體安禪子
009_0678_b_09L竹庵徽道友入禪臨水偶吟

009_0678_b_10L僧外求送湖西淨道友見人來訪
009_0678_b_11L贈月巖長老贈幻海丈室送宇眞
009_0678_b_12L沙彌因風偶吟贈德星上人
009_0678_b_13L溪示友送湖西宇上人贈志洪沙
009_0678_b_14L謝贈知上人書彌陁經來送屹
009_0678_b_15L上人入禪
送致永沙彌贈賢禪
009_0678_b_16L謝名鳳師頻訪述懷送采
009_0678_b_17L心師遊金剛山題金剛山太古窟
009_0678_b_18L史偶吟賽原州元處士圭之請
009_0678_b_19L體安景貨兩師贈黃庵新入室
009_0678_b_20L懷示徒贈洛城客寄雲瑞秀才
009_0678_b_21L寄岑弟奇三上人賽自賢沙彌
009_0678_b_22L香山圓上人戒示勝修上人有向俗
009_0678_b_23L之計贈皆骨山寬上人示徒
009_0678_b_24L國泰沙彌還鄕戒贈峻學沙彌
009_0678_b_25L崔處士

009_0678_b_26L
七言絕句七十八篇

009_0678_c_01L≺유거≻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幽居韻)
바람결에 우연히 읊다(因風偶吟)
각 도우에게 보내다(寄覺道友)
남원 수령께 올립니다(呈南原倅)
유 장군이 이름을 지은 곳을 지나며(過劉將軍題名處)
길에서 객사한 포인 도우를 애도하며(哭抱仁道友客死途中)
기성 장로에게 보냅니다(寄箕城長老)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벽송사에 도착하여 회암 화상의 유적에 느낀 바가 있어(到碧松感晦庵和尙遺跡)
삼 두타에게 드립니다(贈森頭陁)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또又
기성 장로에게 보냅니다(寄箕城長老)
중백운암(題中白雲)
만폭동(題萬瀑洞)
정양사(題正陽寺)
동운 장실에게 감사하며 드립니다(謝贈東雲丈室)
부모님 생각(思親)
잠에서 깨어(睡覺)
상월 화상께 올립니다(上霜月和尙)
새벽에 읊다(曉吟)
흰 구름은 무슨 일로 멋대로 왔다 갔다(白雲何事自去來)
열 도우와 이별하며 드립니다(贈別悅友)
불두화 노래(詠佛頭花)
병으로 떠나는 윤언 사미에게 주다(贈允彥沙彌病行)
우연히 읊다(偶吟)
최 수재에게 드립니다(贈崔秀才)
행각하는 스님에게 드립니다(贈行脚僧)
또又
총 상인을 보내며(送聦上人)
윤일 사미에게 주다【무진년(1748) 가을】(贈允一沙彌【戊辰秋】)
목매어 죽은 승해 스님을 애도하며(挽縊死僧海師)
인 상인에게 드립니다(贈印上人)
새벽의 흥취(曉興)
무신년 봄(戊申春)
인 상인의 시에 차운하여(次獜上人)
우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愚上人)
숙 범음에게 드립니다(贈淑梵音)
환 어산에게 드립니다(贈還魚山)
돌아가는 삼 두타에게 드립니다(贈森頭陁之歸)
종단의 임무로 영남에 부임했을 때 기성 장로와 화답하여(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또又
또又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유여 수좌에게 드립니다(贈有如首座)
학 장실을 보내며(送學丈室)
이 처사【명재】의 효행편(題李處士【命載】孝行篇)
차운하여 여릉 스님에게 드립니다(次贈汝楞師)
명진 화상께 올립니다(上冥眞和尙)
차운을 첨부한다(附次)
지 선사에게 드립니다(贈知禪師)
기성 사에게 화답하다(酬機性士)
함께 경축하는 시(同慶吟)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기암 성 장실이 무주암에서 재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다【임신년(1752) 겨울】(聞機巖性丈室無住庵中設齋以寄【壬申冬】)
영남의 탄화 상인에게 드립니다(贈嶺南綻花上人)
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初丈室)
보개산 수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寶盖山壽丈室)
흠소 낭휘 선사에게 드립니다(贈欠笑朗輝禪師)
거삼 대사가 장실에 머물며 한 이야기를 듣고 보냅니다(聞巨三大師住室之說以寄)
돌아가는 경화 스님에게 드립니다(贈景貨師之歸)
또又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또又
선래 사미에게 주다(贈善來沙彌)
승려가 되길 청하는 양 수재에게 답하다(答梁秀才爲僧之求)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즉흥으로 읊다【대암에서】(即事【在臺巖】)
태운 상인을 보내며(送泰運上人)
계족산 활 선사에게 드립니다(贈鷄足山濶禪士)

009_0678_c_01L
紅流洞呼韻次幽居韻因風偶吟
009_0678_c_02L寄覺道友呈南原倅過劉將軍題
009_0678_c_03L名處哭抱仁道友客死途中寄箕
009_0678_c_04L城長老述懷到碧松感晦庵和尙
009_0678_c_05L遺跡贈森頭陁述懷
寄箕
009_0678_c_06L城長老題中白雲題萬瀑洞
009_0678_c_07L正陽寺謝贈東雲丈室思親
009_0678_c_08L上霜月和尙曉吟白雲何
009_0678_c_09L事自去來贈別悅友詠佛頭花
009_0678_c_10L贈允彥沙彌病行偶吟贈崔秀才
009_0678_c_11L贈行脚贈
送聰上人贈允一沙
009_0678_c_12L挽縊死僧海師贈印上人
009_0678_c_13L戊申春次獜上人贈愚上
009_0678_c_14L贈淑梵音贈還魚山贈森
009_0678_c_15L頭陁之歸以宗任赴…相和

009_0678_c_16L贈有如首座送學丈室題李
009_0678_c_17L處士命載孝行篇次贈汝楞師
009_0678_c_18L冥眞和尙贈知禪師酬機性士
009_0678_c_19L慶吟述懷聞機巖…以寄
009_0678_c_20L嶺南綻花上人贈初丈室贈寶盖
009_0678_c_21L山壽丈室贈欠笑朗輝禪師聞巨
009_0678_c_22L三大師住室之說以寄贈景貨師之
009_0678_c_23L
述懷
贈善來沙彌答梁
009_0678_c_24L秀才爲僧之求述懷即事
009_0678_c_25L泰運上人贈鷄足山濶禪士贈湖
009_0678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679_a_01L호서 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湖西岸丈室)
성주 사미에게 화답하다(酬性柱沙彌)
초 선사에게 드립니다(贈初禪師)
가을비가 보름이나 걷히지 않다(秋雨半月不收)
가르침을 청하는 활 스님에게 드립니다(贈濶師之求)
또又
일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日丈室)
관 도우에게 드립니다(贈舘道友)
선문으로 들어온 휘 장실에게 감사하며【제3구, 사문과에 주저앉으면 사문이라는 옷을 걸친 이류이다.】(謝徽丈室入禪【第三句。 得坐沙門果。 被衣沙門異類。】)
동산 심 장실에게 보냅니다(寄桐山心丈室)
스스로 불을 때다(自爇)
봄비(春雨)
심인 스님에게 드립니다(贈心印師)
또又
기성 장로의 병든 책상에 보냅니다(寄箕城長老病案)
뜰에 핀 꽃(庭花)
오언율시五言律詩
벗과 함께 도솔암에 오르다【가운데 2연은 전각이다.】(携友上兜率【中二聯前却】)
성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成上人)
병을 앓는 일 도우에게 보냅니다(寄一道友病中)
눈의 노래(詠雪)
청류정(聽流亭)
해바라기(葵花)
심원토굴(深源土窟)
보괴 두타에게 드립니다(贈寶乖頭陁)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강의를 그만둔 후 조용히 살면서 회포를 서술하다(罷講後幽居述懷)
해 선사에게 드립니다【아래 2수는 강의를 그만둔 후에 지었다.】(贈海禪師【此下二首罷講時】)
향산 봉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香山鳳上人)
기성 장로의 시에 차운하여(次箕城長老)
구월산 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九月山安丈室)
은 도우에게 드립니다(贈訔道友)
평 장실의 시와 서에 답합니다(答平丈室詩及序)
금강산에 올라(登金剛山)
정양사(題正陽寺)
홀로 살다(獨居)
작열하는 태양(熱日)
혜 선사에게 보답하며(賽慧禪師)
달원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達原上人)
성학 사미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聖學沙彌)
재차 강의를 그만두고【기묘년 겨울】(再罷講【己卯冬】)
칠언율시七言律詩
병중에 회포를 쓰다(病中書懷)
내원암(題內院菴)
단비(喜雨)
우 생원【범숙】의 시에 차운하여(次禹生員【範淑】)
안장에서 운을 부르다(鞍匣呼韻)
삼가 『서난록』에서 송운 화상을 찬양한 시의 운을 따라(謹次舒難錄讃松雲和尙韻)
각 도우에게 보냅니다(寄覺道友)
≺둥근 등불≻이란 시의 운을 따라(次圓燈韻)
묘향산으로 가는 상월 화상께 올립니다(呈霜月和尙妙香行)
≺거미≻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蛭蛛韻)
문 도우의 시를 차운하여(次文道友軸)
가르침을 청하는 연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演丈室之求)
≺그윽한 흥취≻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幽興韻)
천주봉에 올라(上天主峰)
감로사 수도 판상의 운을 따라(次甘露寺修道板上韻)
홍 남원께 받들어 올립니다(奉呈洪南原)
향산 관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香山關丈室)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송별하다(復用前韻送別)
종단의 임무로 영남에 부임했을 때 기성 장로와 서로 화답하다(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또又
또又
『법화경』을 읽다(看蓮華經)
일 도우에게 드립니다(贈一道友)
조계 회상에서 인 상인에게 드립니다(曹溪會中贈仁上人)
제 선사에게 드립니다(贈濟禪師)
강의를 그만두고 문도들에게 보이다(罷講示徒)

009_0679_a_01L西岸丈室酬性柱沙彌贈初禪師
009_0679_a_02L秋雨半月不收贈濶師之求

009_0679_a_03L日丈室贈舘道友謝徽丈室入禪
009_0679_a_04L寄桐山心丈室自爇春雨
009_0679_a_05L心印師
寄箕城長老病案庭花

009_0679_a_06L
五言律詩二十四篇

009_0679_a_07L
携友上兜率贈成上人寄一道友
009_0679_a_08L病中詠雪聽流亭葵花
009_0679_a_09L源土窟贈寶乖頭陁述懷
009_0679_a_10L講後幽居述懷贈海禪師贈香山
009_0679_a_11L鳳上人次箕城長老贈九月山安
009_0679_a_12L丈室贈訔道友答平丈室詩及序
009_0679_a_13L登金剛山題正陽寺獨居
009_0679_a_14L賽慧禪師贈達原上人
009_0679_a_15L贈聖學沙彌再罷講

009_0679_a_16L
七言律詩五十二篇

009_0679_a_17L
病中書懷題內院庵喜雨
009_0679_a_18L禹生員鞍匣呼韻謹次舒難錄讃
009_0679_a_19L松雲和尙韻寄覺道友次圓燈韻
009_0679_a_20L呈霜月和畘妙香行次蛭蛛韻
009_0679_a_21L文道友軸贈演丈室之求次幽興
009_0679_a_22L上天主峰次甘露寺修道板上
009_0679_a_23L奉呈洪南原次香山關丈室
009_0679_a_24L用前韻送別以宗任赴…相和

009_0679_a_25L蓮華經贈一道友曹溪會中贈仁
009_0679_a_26L上人贈濟禪師罷講示徒

009_0679_b_01L팔공산 기성 장로의 편지에 답하다(答八公山箕城長老書)
흘 장실이 찾아와 법을 믿는다는 말을 올리기에 감사의 뜻으로 율시 한 수를 지어 그를 권면하다(屹丈室來呈信法之語感題一律勉之)
향산 혜 장실에게 드립니다(贈香山慧丈室)
명봉 상인에게 화답하다(酬名鳳上人)
초가집을 짓고 회포를 서술해 벽에 쓰다【임신년(1752) 가을】(結草屋述懷題壁【壬申秋】)
또又
노 처사의 만각헌에 받들어 올립니다(奉呈盧處士晩覺軒)
차운을 첨부한다 附次
≺대암≻이란 시의 운을 따라(次臺庵韻)
첨복꽃(簷蔔花)
계족산 활 상인에게 드립니다【강의를 그만둔 지 10년 만에 문인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재차 대암에서 개강했을 때이다. 그래서 시 속에 언급하였다.】(贈鷄足山濶上人【罷講十年。 不拒門人請。 再開講於臺庵時。 故詩中及之。】)
청류정 외솔(題聽流亭孤松)
원각 학인에게 드립니다(贈圓覺學人)
탄식의 노래(歎吟)
차운하여 심인 사에게 드립니다(次贈心印士)
차운하여 유 상인에게 드립니다(次贈柔上人)
천봉 장로 시축의 운을 따라(次天峰長老軸韻)
정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政上人)
차운하여 담 선사에게 드립니다(次贈湛禪士)
차운하여 대은 사미에게 주다(次贈大隱沙彌)
안도 춘 상인을 보내며(送安道春上人)
부사정에 올라(登浮槎亭)
향산 척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香山倜丈室)
도일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道日上人)
유 장실이 찾아와 올린 뜻에 보답하며(賽宥丈室來呈之意)
찾아 주신 우계 이 생원께 올립니다(呈迃溪李生員之來訪)
정 수재에게 드립니다(贈丁秀才)
정 석사의 시와 편지에 답합니다(答丁碩士詩書)
전 생원이 보낸 시의 운을 따라(次全生員來韻)
원운을 첨부한다(附元韻)
황해도 연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黃海道沇丈室)
문文
임종할 때 곁에 자리한 도우들에게 부촉하면서 남기신 글(囑臨終在傍道友等遺文)
지리산 황령암 중창기智異山黃嶺庵重創記
명진 대사 출세 통문冥眞大師出世通文
서書
상과 총 두 대선사에게 답하다(答詳聦兩大禪)
파근사 조실에게(波根祖室中)
용담 대사 행장龍潭大師行狀
[발跋]
후록後錄
오언절구五言絶句
한가한 거처에서 즉흥으로 읊다(閑居即事)
山雨濛濛處    산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곳
喃喃鳥語時    재잘재잘 산새가 떠들 때
返觀心起滅    마음의 생성과 소멸 반조하자니
風動老松枝    바람에 흔들리는 늙은 소나무 가지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一衲松窓月    한 납자 달이 뜬 솔 창에서
無言獨坐時    말없이 홀로 좌선할 때

009_0679_b_01L八公山箕城長老書屹丈室…勉之
009_0679_b_02L贈香山慧丈室酬名鳳上人結草
009_0679_b_03L屋述懷題壁
奉呈盧處士晩覺軒
009_0679_b_04L次臺庵韻簷蔔花贈鷄足山濶上
009_0679_b_05L題聽流亭孤松贈圓覺學人
009_0679_b_06L歎吟次贈心印士次贈柔上人
009_0679_b_07L次天峰長老軸韻贈政上人次贈
009_0679_b_08L湛禪士次贈大隱沙彌送安道春
009_0679_b_09L上人登浮槎亭次香山倜丈室
009_0679_b_10L贈道日上人賽宥丈室來呈之意
009_0679_b_11L迃溪李生員之來訪贈丁秀才
009_0679_b_12L丁碩士詩書次全生員來韻次黃
009_0679_b_13L海道沇丈室

009_0679_b_14L
三篇

009_0679_b_15L
囑臨終在傍道友等遺文智異山黃
009_0679_b_16L嶺庵重創記冥眞大師出世通文

009_0679_b_17L
二篇

009_0679_b_18L
答詳聰兩大禪波根祖室中

009_0679_b_19L
龍潭大師行狀

009_0679_b_20L

009_0679_b_21L五言絕句

009_0679_b_22L閑居即事

009_0679_b_23L
山雨濛濛處喃喃鳥語時

009_0679_b_24L返觀心起滅風動老松枝

009_0679_b_25L述懷

009_0679_b_26L
一衲松窓月無言獨坐時

009_0679_c_01L箇中無限意    이 가운데 한량없는 뜻을
誰許鬼神窺    귀신이 엿보도록 누가 허락할까
노 생원에게 보냅니다(寄盧生員)
古澗新聲起    옛 개울에 새 소리가 일고
東林雨不收    동쪽 숲엔 비를 거두지 않아
夜來消息斷    밤부터 소식이 끊어지니
猶有定中愁    선정에 들어도 여전한 슬픔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病吟孤寺夜    병으로 신음하는 외로운 절집의 밤
惟有月窺堂    들여다보는 이라곤 오직 달님뿐
笑我心中暗    내 마음속 어둠을 비웃으며
光明照屋樑    환한 빛으로 들보를 비추시네
삼가 명진 화상의 시에 차운하여(謹次冥眞和尙)
返照靈知處    반조하여 신령하게 아는 자리
空空是物何    공마저 공하니 이 물건이 무엇인가
萬般無彼此    만 가지로 다르나 이것저것이 없으니
誰恨隔山河    산하가 막혔다고 누가 한탄하랴
우 장실1)에게 드립니다(贈宇丈室)
病色依前樣    병색은 예전 그대로
枯心憶舊情    메마른 마음으로 옛 정을 기억하네
一天明月夜    하나의 하늘에 밝은 달이 뜬 밤
啼罷子規聲    울음을 그친 소쩍새 소리
뉴암이란 호를 회기 스님에게 드립니다(以杻庵號贈會器師)
鬂邊何歲月    어느 세월에 귀밑머리는 희끗
男子惜年深    흘러간 시간이 너무도 아쉬운 남자
認覺無常世    무상한 세상임을 깨달으면
菩提可發心    보리심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체안 선자를 보내며(送體安禪子)
般若峰前月    반야봉 앞 달님이요
金剛洞裏雲    금강동 속 구름이라
兩地逢旋別    두 곳에서 만났다 곧 이별하니
何山又送君    어느 산에서 또 그대를 보낼까
선문으로 들어온 죽암 휘 도우를 칭찬하다(歎竹庵徽道友入禪)
掃蕩看經解    경을 본 알음알이 말끔히 쓸어버리고
高提格外禪    격식을 벗어난 선을 높이 제기하니
少林千古月    소림에 뜬 천고의 달
流照竹翁邊    죽옹을 쫓아 비추네
물가에서 우연히 읊다(臨水偶吟)
步出臨溪上    걸음을 나서 다다른 개울가
淸波逝不休    맑은 물결 아득히 흐르며 멈추질 않네

009_0679_c_01L箇中無限意誰許鬼神窺

009_0679_c_02L寄盧生員

009_0679_c_03L
古澗新聲起東林雨不收

009_0679_c_04L夜來消息斷猶有定中愁

009_0679_c_05L述懷

009_0679_c_06L
病吟孤寺夜惟有月窺堂

009_0679_c_07L笑我心中暗光明照屋樑

009_0679_c_08L謹次冥眞和尙

009_0679_c_09L
返照靈知處空空是物何

009_0679_c_10L萬般無彼此誰恨隔山河

009_0679_c_11L贈宇丈室

009_0679_c_12L
病色依前樣枯心憶舊情

009_0679_c_13L一天明月夜啼罷子規聲

009_0679_c_14L以杻庵號贈會器師

009_0679_c_15L
鬂邊何歲月男子惜年深

009_0679_c_16L認覺無常世菩提可發心

009_0679_c_17L送體安禪子

009_0679_c_18L
般若峰前月金剛洞裏雲

009_0679_c_19L兩地逢旋別何山又送君

009_0679_c_20L歎竹庵徽道友入禪

009_0679_c_21L
掃蕩看經解高提格外禪

009_0679_c_22L少林千古月流照竹翁邊

009_0679_c_23L臨水偶吟

009_0679_c_24L
步出臨溪上淸波逝不休

009_0680_a_01L細觀無所住    머무는 바 없음을 세밀히 관찰하자니
天地一浮漚    천지가 하나의 물거품
또又
雨餘臨澗上    비 그치고 가 본 개울가
寒浪勢懷巖    찬 물결 바위라도 부술 듯
欲飮功非八    마시고 싶지만 팔공덕수2)가 아니니
如何洗病心    어떻게 병든 마음 씻으랴
밖에서 찾는 승려를 탄식하다(歎僧外求)
梵閣依前舊    범천의 누각은 예전 그대로인데
居僧累祖翁    거주하는 승려는 누조옹3)
誰云逃世事    세상사에서 도망쳤다 누가 말하는가
世事亦山中    세상사 그대로 산중에 있는데
호서의 정 도우를 보내며(送湖西淨道友)
學道宜忘我    도를 배우려면 마땅히 나를 잊어야 하고
修身可愼言    몸을 닦으려면 말을 삼가야 하리
白頭堂上老    당 위에 계신 흰머리의 노인께
歸去孝情勤    돌아가 부지런히 효도의 마음 다하게
방문한 사람을 보고(見人來訪)
白雲何處客    흰 구름 어느 곳 나그네인가
來到扣松扉    찾아와 소나무 사립을 두드리네
携手迎登榻    손을 잡고 맞이해 평상에 올라 보니
容顏迺舊知    옛날에 알던 바로 그 얼굴
월암 장로께 드립니다(贈月巖長老)
欲作南來計    남쪽으로 오고 싶었지만
人間歲月深    인간세상에서 세월이 깊었네
莫把虛空骨    허공의 뼈를 잡지 마시고
莊嚴古佛心    옛 부처의 마음을 장엄하시길
환해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幻海丈室)
古有琴三尺    옛날부터 있던 삼척의 거문고
無絃孰解音    줄이 없으니 누가 그 소리 알까
與君相送處    그대와 서로를 보내는 자리
彈罷去留心    연주는 그치고 마음만 남아
우진 사미를 보내며(送宇眞沙彌)
歸路知何處    돌아갈 길 어느 곳인가
頭流萬丈雲    두류산 만장의 구름
明師叅盡後    명안종사들 모두 참례한 후
更扣老僧門    노승의 문을 다시 두드리게나
바람결에 우연히 읊다(因風偶吟)
風從何處來    어디선가 바람 불어와
摧折一枝松    솔가지 하나 부러뜨렸네

009_0680_a_01L細觀無所住天地一浮漚

009_0680_a_02L

009_0680_a_03L
雨餘臨澗上寒浪勢懷巖

009_0680_a_04L欲飮功非八如何洗病心

009_0680_a_05L歎僧外求

009_0680_a_06L
梵閣依前舊居僧累祖翁

009_0680_a_07L誰云逃世事世事亦山中

009_0680_a_08L送湖西淨道友

009_0680_a_09L
學道宜忘我修身可愼言

009_0680_a_10L白頭堂上老歸去孝情勤

009_0680_a_11L見人來訪

009_0680_a_12L
白雲何處客來到扣松扉

009_0680_a_13L携手迎登榻容顏迺舊知

009_0680_a_14L贈月巖長老

009_0680_a_15L
欲作南來計人間歲月深

009_0680_a_16L莫把虛空骨莊嚴古佛心

009_0680_a_17L贈幻海丈室

009_0680_a_18L
古有琴三尺無絃孰解音

009_0680_a_19L與君相送處彈罷去留心

009_0680_a_20L送宇眞沙彌

009_0680_a_21L
歸路知何處頭流萬丈雲

009_0680_a_22L明師叅盡後更扣老僧門

009_0680_a_23L因風偶吟

009_0680_a_24L
風從何處來摧折一枝松

009_0680_b_01L無像還有像    형상 없는 게 형상이었구나
衲僧笑呵呵    깔깔대며 웃는 납승
덕성 상인께 드립니다(贈德星上人)
愛君能志道    사랑스런 그대 도에 뜻을 두어
求我老僧禪    이 노승에게서 선을 찾네
看取庭前栢    저 뜰 앞의 잣나무를 보게
淸陰似舊年    푸른 그늘이 옛날과 비슷하니
개울가에서 벗에게 보이다(臨溪示友)
雨餘臨溪上    비 그치고 가 본 개울가
層浪盡奔東    층층의 물결 다 동으로 달리네
誰知滄海大    누가 알까, 저 푸른 대해로 가려면
由斯不息功    이렇게 쉬지 않고 힘써야 한다는 걸
호서의 우 상인을 보내며(送湖西宇上人)
道情方丈月    도의 마음은 방장산의 달님
塵夢故山雲    속세의 꿈은 옛 동산의 구름
强把因緣句    억지로 인연의 구절을 잡아
高吟遠送君    높이 읊조리며 그대를 멀리 보낸다
지홍 사미에게 주다(贈志洪沙彌)
夢聞窓外語    꿈결에 들은 창밖의 소리
覺後一空天    깨고 보면 하나의 텅 빈 하늘
將此無窮意    이 한량없는 뜻을 가져다
携君仔細傳    그대 손을 잡고 자세히 전하네
『미타경』을 써서 가져온 지 상인께 감사하며 드립니다(謝贈知上人書彌陁經來)
幸借吾師手    다행히 우리 스님 손을 빌려
書來護念經    호념할 경을 써서 가져오셨네
誦持應作佛    지송하면 분명 부처가 되리니
他日豈忘情    훗날 어찌 이 정을 잊으리오
선문으로 들어온 흘 상인을 보내며(送屹上人入禪)
誓願如山海    산과 바다처럼 서원을 세우게
吾門是丈夫    우리의 문은 대장부가 들어오는 문
莫歎昏散重    혼침과 산란이 심하다 탄식하지 말고
但看趙州無    그저 조주의 무자4)만 보라
또又
靜坐觀心地    고요히 앉아 마음을 관하면
虛空亦是塵    그 경지에선 허공마저 티끌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나니
然後道方親    이런 후에야 도가 비로소 가까우리라
치영 사미를 보내며(送致永沙彌)
欲聽歸西曲    서방으로 돌아가는 노래를 듣고 싶어
時來訪老僧    때맞춰 노승을 방문하였네

009_0680_b_01L無像還有像衲僧笑呵呵

009_0680_b_02L贈德星上人

009_0680_b_03L
愛君能志道求我老僧禪

009_0680_b_04L看取庭前栢淸陰似舊年

009_0680_b_05L臨溪示友

009_0680_b_06L
雨餘臨溪上層浪盡奔東

009_0680_b_07L誰知滄海大由斯不息功

009_0680_b_08L送湖西宇上人

009_0680_b_09L
道情方丈月塵夢故山雲

009_0680_b_10L强把因緣句高吟遠送君

009_0680_b_11L贈志洪沙彌

009_0680_b_12L
夢聞窓外語覺後一空天

009_0680_b_13L將此無窮意携君仔細傳

009_0680_b_14L謝贈知上人書彌陁經來

009_0680_b_15L
幸借吾師手書來護念經

009_0680_b_16L誦持應作佛他日豈忘情

009_0680_b_17L送屹上人入禪

009_0680_b_18L
誓願如山海吾門是丈夫

009_0680_b_19L莫歎昏散重但看趙州無

009_0680_b_20L

009_0680_b_21L
靜坐觀心地虛空亦是塵

009_0680_b_22L本來無一物然後道方親

009_0680_b_23L送致永沙彌

009_0680_b_24L
欲聽歸西曲時來訪老僧

009_0680_c_01L彌陁眞面目    아미타불의 참된 면목은
雲外碧層層    구름 밖 층층의 푸른 하늘
현 선사에게 드립니다(贈賢禪師)
五痛同堪苦    다섯 가지 고통5) 똑같이 감내해야 하니
於何可擧頭    어디에서 머리를 들 수 있을까
西方多勝賞    서방세계엔 좋은 구경거리도 많다데
寶樹不彫秋    보배나무가 시들지도 않는다지
자주 방문해 준 명봉 스님에게 감사하며(謝名鳳師頻訪)
頻渡前溪意    자주 앞개울을 건넌 뜻은
要知格外心    격식을 벗어난 마음이 알고 싶어
欲指難名狀    가리켜 주고 싶지만 이름과 형상으론 어려워
靑山帶夕陰    푸른 산이 저녁 어스름을 둘렀네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在家宜盡孝    재가자는 마땅히 효도를 다하고
登仕可輸誠    관직에 오른 자는 정성을 다해야 옳지
焚香祝何事    향을 사르며 무슨 일을 축원할까
憂國願年豊    나라 걱정하며 풍년을 기원하네
금강산으로 여행 가는 채심 스님을 보내며(送采心師遊金剛山)
如來眞住處    여래의 참된 주처는
自古說金剛    옛날부터 금강산이라 했지
君向金剛去    그대 금강산으로 떠나니
應見法中王    법왕을 뵈어야만 한다
금강산 태고암(題金剛山太古窟)
奇㦲一巖穴    기이하구나, 암벽의 굴 하나
先師太古蹤    선대 스님이신 태고의 자취
後來誰繼此    뒤에 오는 자 누가 이를 계승할까
求寂是禪工    고요함을 찾는 게 바로 선 공부
사서를 보다 우연히 읊다(看史偶吟)
善惡皆無定    선악 모두 정해진 것 없어라
興亡亦夢中    흥망성쇠 역시 꿈속의 일
古今天地內    옛날이나 지금이나 천지 안에는
風雨任西東    비바람만 멋대로 동쪽 서쪽으로
원주의 처사 원규의 청에 보답하며(賽原州元處士圭之請)
報國宜忠節    나라에 보답하며 마땅히 충절을 지키고
思家盡孝心    가정을 생각하며 효도의 마음 다해야지
兩途如不退    만약 이 두 길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應見佛光臨    빛으로 임하시는 부처님을 분명히 뵈리라
체안과 경화 두 스님에게 드립니다(贈體安景貨兩師)
孤僧方丈月    외로운 소승은 방장산의 달
雙衲木川雲    두 분 납자는 목천의 구름

009_0680_c_01L彌陁眞面目雲外碧層層

009_0680_c_02L贈賢禪師

009_0680_c_03L
五痛同堪苦於何可擧頭
009_0680_c_04L西方多勝賞寶樹不彫秋

009_0680_c_05L謝名鳳師頻訪

009_0680_c_06L
頻渡前溪意要知格外心

009_0680_c_07L欲指難名狀靑山帶夕陰

009_0680_c_08L述懷

009_0680_c_09L
在家宜盡孝登仕可輸誠

009_0680_c_10L焚香祝何事憂國願年豊

009_0680_c_11L送采心師遊金剛山

009_0680_c_12L
如來眞住處自古說金剛

009_0680_c_13L君向金剛去應見法中王

009_0680_c_14L題金剛山太古窟

009_0680_c_15L
奇㦲一巖穴先師太古蹤

009_0680_c_16L後來誰繼此求寂是禪工

009_0680_c_17L看史偶吟

009_0680_c_18L
善惡皆無定興亡亦夢中

009_0680_c_19L古今天地內風雨任西東

009_0680_c_20L賽原州元處士之請

009_0680_c_21L
報國宜忠節思家盡孝心

009_0680_c_22L兩途如不退應見佛光臨

009_0680_c_23L贈體安景貨兩師

009_0680_c_24L
孤僧方丈月雙衲木川雲

009_0681_a_01L路上多聲色    길에 빛깔과 소리가 넘치니
須休落見聞    보고 들음 말끔히 털어 버리시길
새로 입실한 황암에게 드립니다(贈黃庵新入室)
托迹慈悲室    자비의 집에 자취를 맡기고
遮身忍辱衣    인욕의 옷으로 몸을 가리고
法空床榻上    법공의 침상과 평상 위에서
無念應羣機    무념으로 뭇 근기에 응하게
회포를 서술하여 문도에게 보이다(述懷示徒)
採蕨饒飯羮    고사리 꺾으면 넉넉한 밥과 국
擣松剩鉢飡    송피 찧으면 발우에 넘치는 음식
生涯如是足    이 생애 이만하면 족하니
憂道不憂貧    도를 걱정하고 가난은 걱정하지 말라
낙성의 나그네에게 드립니다(贈洛城客)
客從何處至    손님이 어디서 오셨나
來自洛陽城    저 낙양성에서 오셨네
聞說新王政    새 임금님의 정치 이야기를 들어보니
堯天日復明    요임금의 하늘에 태양이 다시 밝았구나
운서 수재에게 보냅니다(寄雲瑞秀才)
始覺情無倦    시들지 않는 정임을 비로소 깨닫고
東風寄一書    봄바람에 편지 한 통 보냅니다
書中多少意    편지 가운데는 하고많은 뜻
千里夢何如    천 리에 펼친 꿈은 어떠하신지
잠·제·기 세 분의 상인께 보냅니다【정축년 봄 종단의 임무로 부임하여 표충사에 있을 때】(寄岑弟奇三上人【丁丑春。 以宗任赴。 在於表忠時。】)
三箇看經友    경을 보던 세 명의 벗
其中懶者誰    그 가운데 나태한 자 누구인가
少奇爲上首    어린 기가 으뜸이고
岑弟次應隨    잠과 제가 그 다음이겠지
자현 사미에게 보답하며(賽自賢沙彌)
石虎巖前走    돌 호랑이가 바위 앞으로 달려나오자
泥龍海底吟    진흙 용이 바다 밑바닥에서 신음하네
唱出無生闋    무생의 노래를 한 곡조 뽑아
酬君慕道心    그대의 도를 사모하는 마음에 화답하네
향산 원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香山圓上人)
釋義元非道    뜻을 해석하는 것 원래 도가 아닌데
消文豈是眞    문장을 소화한들 어찌 그게 진짜겠나
五陰山下路    오음산6) 아래 길에서
宜覔本來人    본래인7)을 찾도록 하라
속세로 향할 계획을 가진 승수 상인에게 경계하며 보이다(戒示勝修上人有向俗之計)
昔聞花卉下    옛날에 들었네, 꽃밭 밑에
元是螫盤蛇    원래 독사가 똬리를 튼다고

009_0681_a_01L路上多聲色須休落見聞

009_0681_a_02L贈黃庵新入室

009_0681_a_03L
托迹慈悲室遮身忍辱衣

009_0681_a_04L法空床榻上無念應羣機

009_0681_a_05L述懷示徒

009_0681_a_06L
採蕨饒飯羮擣松剩鉢飡

009_0681_a_07L生涯如是足憂道不憂貧

009_0681_a_08L贈洛城客

009_0681_a_09L
客從何處至來自洛陽城

009_0681_a_10L聞說新王政堯天日復明

009_0681_a_11L寄雲瑞秀才

009_0681_a_12L
始覺情無倦東風寄一書

009_0681_a_13L書中多少意千里夢何如

009_0681_a_14L寄岑弟奇三上人丁丑春以宗任
在於表忠時

009_0681_a_15L
三箇看經友其中懶者誰

009_0681_a_16L少奇爲上首岑弟次應隨

009_0681_a_17L賽自賢沙彌

009_0681_a_18L
石虎巖前走泥龍海底吟

009_0681_a_19L唱出無生闋酬君慕道心

009_0681_a_20L贈香山圓上人

009_0681_a_21L
釋義元非道消文豈是眞

009_0681_a_22L五陰山下路宜覔本來人

009_0681_a_23L戒示勝修上人有向俗之計

009_0681_a_24L
昔聞花卉下元是螫盤蛇

009_0681_b_01L莫作追攀意    쫓아가 잡을 생각 말게
其如喪命何    목숨을 잃으면 어쩌려고
개골산 관 상인에게 드립니다(贈皆骨山寬上人)
說盡無生法    무생법을 모조리 설해
慇懃付我師    우리 스님에게 은근히 부촉하니
古聖曾經處    옛 성인들께서 일찍이 지나간 자리
叮嚀爾可期    그대가 기약할 수 있길 꼭 부탁하네
문도에게 보이다【대개 본래 마음을 밝히려고 하는 자는 마땅히 자세히 살피고 미루어 관찰해야 한다. 빛깔을 만나고 소리를 만났더라도 각관을 일으키지 않았을 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없는가? 그것이 있는가? 이미 처소가 없어 ‘있다’ ‘없다’에 떨어지지 않으면 마음의 구슬이 홀로 밝아 항상 세간을 비추고, 티끌 하나만큼의 간격도 없으리라. 단절한 모양이라곤 한 찰나 사이도 있었던 적이 없다. 게송으로 말하겠다.】(示徒【盖欲明本心者。 當審諦推察。 遇聲遇色未起覺觀時。 心何所之。 是無耶。 是有耶。 旣無處所。 不墮有無。 則心珠獨明。 常照世間。 而無一塵許間隔。 未甞有一刹那頃斷絕之相也。 偈曰。】)
性地無來去    성품의 땅에는 오고 감이 없나니
何憂有死生    삶과 죽음을 뭣 하러 걱정하랴
欲知諸佛法    모든 부처님의 법을 알고 싶은가
祇是頓忘情    모든 정을 단박에 잊는 것일 뿐
고향으로 돌아가는 국태 사미에게 주다(贈國泰沙彌還鄕)
佛言淨土業    부처님은 정토의 업을 말씀하셨고
於世孝爲先    세상에서는 효를 으뜸으로 여기지
今送吾師去    이제 떠나는 우리 스님 보내자니
臨分感涕漣    헤어짐 맞아 흐르는 뜨거운 눈물
준학 사미에게 경계하며 주다(戒贈峻學沙彌)
見因能卞果    원인을 보면 결과를 판가름할 수 있고
聽語亦知心    말을 들어보면 그 마음을 알 수 있지
慷慨兼羞愧    비분강개하고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如何道不深    어찌 도가 깊어지지 않겠는가
최 처사【대선】에게 드립니다(贈崔處士【大善】)
北去南來客    북으로 가고 남으로 오는 나그네
逾山又涉川    산을 넘고 또 시내를 건너네
白雲無限意    흰 구름의 한량없는 뜻을
於世莫虛傳    세상에 헛되이 전하지 마시게나
칠언절구七言絶句
홍류동【부르는 운에 따라】(紅流洞【呼韻】)
紫雲仙界淨無塵  자줏빛 구름의 신선 세계는 깨끗해 티끌이 없고
霽月光風雨後新  말쑥한 달님에 빛과 바람이 비 온 뒤라 새롭구나
巖花亂落波中去  바위의 꽃 어지럽게 떨어져 물결에 실려 떠나니
却恨龍宮送一春  용궁으로 보내는 한 번의 봄이 도리어 한스럽네
≺유거≻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幽居韻)
新開茅屋小溪邉  작은 개울가에 새로 지은 초가집
松竹依然別一天  소나무 대나무 의연한 하나의 별천지

009_0681_b_01L莫作追攀意其如喪命何

009_0681_b_02L贈皆骨山寬上人

009_0681_b_03L
說盡無生法慇懃付我師

009_0681_b_04L古聖曾經處叮嚀爾可期

009_0681_b_05L示徒盖欲明本心者當審諦推察遇聲遇色
未起覺觀時心何所之是無耶是有
009_0681_b_06L旣無處所不墮有無則心珠獨明常照世
而無一塵許間隔未甞有一刹那頃斷絕
009_0681_b_07L之相也
偈曰

009_0681_b_08L
性地無來去何憂有死生

009_0681_b_09L欲知諸佛法祇是頓忘情

009_0681_b_10L贈國泰沙彌還鄕

009_0681_b_11L
佛言淨土業於世孝爲先

009_0681_b_12L今送吾師去臨分感涕漣

009_0681_b_13L戒贈峻學沙彌

009_0681_b_14L
見因能卞果聽語亦知心

009_0681_b_15L慷慨兼羞愧如何道不深

009_0681_b_16L贈崔處士大善

009_0681_b_17L
北去南來客逾山又涉川

009_0681_b_18L白雲無限意於世莫虛傳

009_0681_b_19L

009_0681_b_20L七言絕句

009_0681_b_21L紅流洞呼韻

009_0681_b_22L
紫雲仙界淨無塵霽月光風雨後新

009_0681_b_23L巖花亂落波中去却恨龍宮送一春

009_0681_b_24L次幽居韻

009_0681_b_25L
新開茅屋小溪邉松竹依然別一天

009_0681_c_01L不種桃花深有以  복사꽃 심지 않은 깊은 까닭 있으니
恐將消息世間傳  혹시라도 이 소식 세간에 전해질까 봐
바람결에 우연히 읊다(因風偶吟)
戶外寒風起怒聲  문밖의 차가운 바람이 사나운 소리 일으키더니
穿窓捲却案頭經  창문을 뚫고 책상머리의 경전을 걷어 버리네
應嫌老僧看文字  분명 노승이 문자 보는 것을 싫어해서겠지
直指人人本妙明  사람마다 갖춘 본심미묘의 광명을 곧장 가리키네
각 도우에게 보내다(寄覺道友)
截彼南山萬丈餘  우뚝 솟은 저 남산이여 만장이 넘고
▼(石/(䜛-言))巖維石入雲虛  가파른 암벽의 바위여 구름 속으로 들어갔네8)
從今視汝文章大  이제 그대의 훌륭한 문장은 보았지만
對此論之却不如  얼굴 마주하고 논하는 것만 못하겠지
남원 수령께 올립니다(呈南原倅)
愛民和氣政何如  백성을 사랑하는 온화한 기운, 그 정치가 어떠한가
春滿花園雨霽初  봄기운 가득한 꽃동산에 비가 막 개인 때
村巷又聞樵牧語  시골 거리에 떠도는 목동과 나무꾼들의 이야기
十年沉痾我蘇除  십 년 동안 끙끙 앓던 병이 말끔히 나았다나
유 장군이 이름을 지은 곳을 지나며(過劉將軍題名處)
將軍行處一僧過  장군이 행차한 곳 한 승려가 지나니
千古興亡若夢何  천고의 흥망이 어찌나 꿈만 같은지
神州回首風雲變  신주에서 머리 돌리니 풍운의 변화
天下傷心此地多  천하의 상심이 이곳에 유독 짙어라
길에서 객사한 포인 도우를 애도하며(哭抱仁道友客死途中)
隻影孤蹤死不返  짝 없는 그림자 외로운 발자국 죽어 돌아오지 않네
哀魂何處月三更  슬픈 혼령이여 어느 곳에 있는가, 달이 삼경인데
老釋恨無明宿眼  이 늙은이 과거를 볼 눈이 없어 한스럽구려
喚來無路說無生  불러도 무생을 설할 길이 없으니
기성 장로에게 보냅니다(寄箕城長老)
娑婆聞說樂西方  사바세계에서 즐거운 서방정토 이야기를 듣고
斷斷歸心日夜長  한결같이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밤낮이 없어라
誰開理智俱空眼  이치와 지혜가 모두 공한 안목을 누가 열어 줄까
自作蓮花好道塲  연꽃 피어나는 좋은 도량을 스스로 만들었네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一唱搔頭顧此身  한 곡조 뽑고 머리 긁으며9) 이 몸을 돌아보니
稱僧自愧未超塵  승려라 하기 부끄러워라 속진을 초월하지 못했네
文字工夫眞可笑  문자공부란 참으로 가소롭구나
虛負人間五十春  인간세상 오십 년을 헛되게 보냈으니
벽송사에 도착하여 회암10) 화상의 유적에 느낀 바가 있어(到碧松感晦庵和尙遺跡)
再到遊笻倚碧松  다시 찾아와 떠돌던 지팡이를 벽송사에 기댔네
昔年明月又淸風  지난날처럼 밝은 달님에 또 맑은 바람

009_0681_c_01L不種桃花深有以恐將消息世間傳

009_0681_c_02L因風偶吟

009_0681_c_03L
戶外寒風起怒聲穿窓捲却案頭經

009_0681_c_04L應嫌老僧看文字直指人人本妙明

009_0681_c_05L寄覺道友

009_0681_c_06L
截彼南山萬丈餘▼(石/(䜛-言))巖維石入雲虛

009_0681_c_07L從今視汝文章大對此論之却不如

009_0681_c_08L呈南原倅

009_0681_c_09L
愛民和氣政何如春滿花園雨霽初

009_0681_c_10L村巷又聞樵牧語十年沉痾我蘇除

009_0681_c_11L過劉將軍題名處

009_0681_c_12L
將軍行處一僧過千古興亡若夢何

009_0681_c_13L神州回首風雲變天下傷心此地多

009_0681_c_14L哭抱仁道友客死途中

009_0681_c_15L
隻影孤蹤死不返哀魂何處月三更

009_0681_c_16L老釋恨無明宿眼喚來無路說無生

009_0681_c_17L寄箕城長老

009_0681_c_18L
娑婆聞說樂西方斷斷歸心日夜長

009_0681_c_19L誰開理智俱空眼自作蓮花好道塲

009_0681_c_20L述懷

009_0681_c_21L
一唱搔頭顧此身稱僧自愧未超塵

009_0681_c_22L文字工夫眞可笑虛負人間五十春

009_0681_c_23L到碧松感晦庵和尙遺跡

009_0681_c_24L
再到遊笻倚碧松昔年明月又淸風

009_0682_a_01L山今水古人何去  지금의 산에 옛날의 물, 사람은 어디로 갔나
晦老前功說不窮  회암 노장의 옛 공적을 말하자면 끝이 없어라
삼 두타11)에게 드립니다(贈森頭陁)
人我山高欲海深  아상과 인상12)의 산은 높고 욕망의 바다는 깊어
此生無計免昇沈  떴다 가라앉는 일, 이 생애에서 면할 방법이 없으니
時中莫着閑聲色  때때로 한가롭게 빛깔과 소리에 집착하지만 말고
返照當人日用心  일상생활에서의 자네 마음을 반조해 보게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十年高臥白雲邉  십 년이나 흰 구름 가에 높이 누웠지만
學佛工夫未克專  부처를 배우는 공부 오로지 하지 못했지
麻衣木食知誰力  삼베옷에 나무 열매 누구의 힘인지 알기에
寶篆香凝祝聖烟  보배로운 전자향13)으로 성수를 축원한다
또又
爲祝吾王壽萬年  우리 임금님 만세를 누리시길 축원하며
淸香熱處起祥烟  맑은 향 사르는 곳에 피어나는 상서로운 연기
私門亦有雙親老  사사롭게는 또 늙으신 양친이 계시기에
永夜坍前更訴天  긴긴 밤 단 앞에서 다시 하늘에 호소하네
기성 장로에게 보냅니다(寄箕城長老)
握手餘懷尙未忘  손을 잡고 남은 회포 아직도 잊지 못해
靈源山色夢蒼蒼  영원산 산색이 꿈속에서 푸르구려
相思一惱知何處  그리움에 생긴 고뇌 하나, 어느 곳에 계실까
杜宇聲中政斷膓  소쩍새 소리가 진정 애를 끊는구려
중백운암(題中白雲)
來訪衆香城裏到  중향성14) 찾아와 속으로 들어오니
白雲中有一高庵  흰 구름 가운데 높은 암자 하나
塵襟洗滌金沙水  옷깃 먼지 씻어 버리는 금사수15)
忘却人間歲月深  인간세상 잊은 그 세월이 깊어라
만폭동(題萬瀑洞)
孤笻遠入金剛路  외로운 지팡이 멀리 금강산 길로 들어오니
萬瀑聲中鳥道斜  만폭동16) 소리에 새들의 길도 기우네
山色無非開佛面  산색은 온통 부처님 얼굴
依然松檜作袈裟  의연한 노송나무로 가사를 만들어 입으셨네
정양사(題正陽寺)
掩奇潜勝客搜登  숨은 절경을 찾아 나그네 올라 보니
蕭寺風光見未曾  한 번도 본 적 없는 절17)의 풍광
陟倚歇星樓上立  헐성루에 올라 우뚝 서자
衆香山色玉層層  중향성의 산색은 층층의 옥
동운 장실에게 감사하며 드립니다(謝贈東雲丈室)
玉聯飛到峽雲深  구름 깊은 골짜기에 주옥 같은 시 날아와
吐盡平生一片心  평생의 일편단심 모조리 토로하네

009_0682_a_01L山今水古人何去晦老前功說不窮

009_0682_a_02L贈森頭陁

009_0682_a_03L
人我山高欲海深此生無計免昇沈

009_0682_a_04L時中莫着閑聲色返照當人日用心

009_0682_a_05L述懷

009_0682_a_06L
十年高臥白雲邉學佛工夫未克專

009_0682_a_07L麻衣木食知誰力寶篆香凝祝聖烟

009_0682_a_08L

009_0682_a_09L
爲祝吾王壽萬年淸香熱處起祥烟

009_0682_a_10L私門亦有雙親老永夜坍前更訴天

009_0682_a_11L寄箕城長老

009_0682_a_12L
握手餘懷尙未忘靈源山色夢蒼蒼

009_0682_a_13L相思一惱知何處杜宇聲中政斷膓

009_0682_a_14L題中白雲

009_0682_a_15L
來訪衆香城裏到白雲中有一高庵

009_0682_a_16L塵襟洗滌金沙水忘却人間歲月深

009_0682_a_17L題萬瀑洞

009_0682_a_18L
孤笻遠入金剛路萬瀑聲中鳥道斜

009_0682_a_19L山色無非開佛面依然松檜作袈裟

009_0682_a_20L題正陽寺

009_0682_a_21L
掩奇潜勝客搜登蕭寺風光見未曾

009_0682_a_22L陟倚歇星樓上立衆香山色玉層層

009_0682_a_23L謝贈東雲丈室

009_0682_a_24L
玉聯飛到峽雲深吐盡平生一片心

009_0682_b_01L多謝慇懃情誼在  고마워라 은근한 정담 여기 있으니
校來猶勝水千尋  비교하자면 천 길 물속보다 깊어라
부모님 생각(思親)
雪落風寒鳥絕飛  내리는 눈에 찬 바람, 새들마저 날지 않으니
一笻無計下山歸  지팡이 하나로 하산하여 돌아갈 방도가 없네
庭闈久▼(門*報)斑衣舞  한참이나 색동옷 춤 보지 못한18) 우리 부모님19)
獨向西峰泣落輝  홀로 서봉을 향하자 눈물이 떨어지며 빛난다
잠에서 깨어(睡覺)
夢蝶栩然萬里行  꿈속의 나비 훨훨 만 리 길을 나서고
歸邊山水揔多情  돌아오는 길엔 산수가 다정도 했지
寒鍾五鼓聲中起  오경을 알리는 싸늘한 종소리에 일어나
僧對殘燈閱古經  꺼진 등불 마주하고 옛 경을 읽는 승려
상월20) 화상께 올립니다(上霜月和尙)
千古雜華霜月夜  천고의 꽃다발에 서리 내린 달밤21)
一秋佳景夢中奇  이 가을 아름다운 풍경이 꿈속에서 기이해라
誰知覺罷無尋處  누가 알까 깨고 보니 찾을 곳이 없네
回首諸天杜宇悲  고개 돌리니 온 하늘에 소쩍새 구슬퍼
새벽에 읊다(曉吟)
何事男兒涕未收  무슨 일로 남아가 눈물을 거두지 못하나
此心無計入淸幽  맑고 그윽함에 이 마음 들어갈 방법이 없네
遂將唱道曹溪曲  결국 조계의 곡조를 큰 소리로 뽑다가
詠罷今霄倚石樓  노래를 그친 오늘, 돌 누각에 기댄다
흰 구름은 무슨 일로 멋대로 왔다 갔다(白雲何事自去來)
老去心懷鬱未開  늙어 가며 마음속 울적함 털어놓지 못해
强將禪偈上樓臺  억지로 선문의 게송 들고 누대에 올랐네
回首碧落空無極  고개 돌리니 푸른 하늘엔 끝없는 허공
不管山雲自去來  산의 구름이 제멋대로 오가든 말든
열 도우와 이별하며 드립니다(贈別悅友)
五十人間長作夢  인간세상 오십 년 긴 꿈을 꾸다가
欠伸一覺在何時  기지개 켜고 한 번 깨니 지금은 언제지
此日山中離別涙  오늘 산중에서의 이별의 눈물
分明亦是睡中垂  분명히 이것도 꿈속에서 흘리는 것
불두화 노래(詠佛頭花)
庭前惟有一叢花  뜰 앞에는 달랑 한 무더기 꽃
其色鮮明勝雜花  선명한 그 색깔 꽃다발보다 낫네
神農昔日名何作  신농씨는 옛날에 뭐라 이름을 지었을까
我愛人稱佛頂花  사람들이 불정화라 부르는 게 나는 좋아라
병으로 떠나는 윤언 사미에게 주다(贈允彥沙彌病行)
年少如何此病深  나이도 젊은데 어쩌다 병이 이리 깊었나
今行愁殺老僧心  이렇게 떠나 노승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

009_0682_b_01L多謝慇懃情誼在校來猶勝水千尋

009_0682_b_02L思親

009_0682_b_03L
雪落風寒鳥絕飛一笻無計下山歸

009_0682_b_04L庭闈久𨷂斑衣舞獨向西峰泣落輝

009_0682_b_05L睡覺

009_0682_b_06L
夢蝶栩然萬里行歸邊山水揔多情

009_0682_b_07L寒鍾五鼓聲中起僧對殘燈閱古經

009_0682_b_08L上霜月和尙

009_0682_b_09L
千古雜華霜月夜一秋佳景夢中奇

009_0682_b_10L誰知覺罷無尋處回首諸天杜宇悲

009_0682_b_11L曉吟

009_0682_b_12L
何事男兒涕未收此心無計入淸幽

009_0682_b_13L遂將唱道曹溪曲詠罷今霄倚石樓

009_0682_b_14L白雲何事自去來

009_0682_b_15L
老去心懷鬱未開强將禪偈上樓臺

009_0682_b_16L回首碧落空無極不管山雲自去來

009_0682_b_17L贈別悅友

009_0682_b_18L
五十人間長作夢欠伸一覺在何時

009_0682_b_19L此日山中離別涙分明亦是睡中垂

009_0682_b_20L詠佛頭花

009_0682_b_21L
庭前惟有一叢花其色鮮明勝雜花

009_0682_b_22L神農昔日名何作我愛人稱佛頂花

009_0682_b_23L贈允彥沙彌病行

009_0682_b_24L
年少如何此病深今行愁殺老僧心

009_0682_c_01L誰拔萬般渠苦狀  자네의 만 가지 고통을 누가 뽑아 버릴까
大醫曾說聖觀音  대의왕22)께서 말씀하셨지, 성스러운 관세음보살이라고
우연히 읊다(偶吟)
靑山綠水兩無心  푸른 산과 초록빛 물, 둘 다 무심한데
僧在其間豈有心  그 사이에 사는 승려가 어찌 유심할까
無心不啻無他意  무심할 뿐 아니라 다른 뜻도 없어
忘却工程待悟心  마음 깨닫길 기대하던 공부마저 잊었네
최 수재에게 드립니다(贈崔秀才)
才子龍城爾有名  재주 있는 자 용성23)에서 그대가 유명하지
早年能識仲尼經  어린 나이에 중니24)의 경을 알았으니
若使出家通佛敎  만약 출가해 불교를 통달케 했다면
海東應見慧雲橫  해동에 드리운 지혜의 구름을 보았으리라
행각하는 스님에게 드립니다(贈行脚僧)
客自何來强索詩  어디서 온 나그넨데 시를 달라 떼쓰는가
十載工夫不在斯  십 년 세월 공부가 여기엔 있지 않네
雲去水流無限意  구름이 가고 물이 흐르는 한량없는 뜻
不堪收拾謝吾師  감히 거두어 우리 스님께 드릴 수가 없구려
또又
禪家無事獨憑樓  선가에 일이 없어 누각에 홀로 기댔더니
客過前溪雨過秋  나그네가 앞개울을 지나네, 비가 지나간 가을에
逢迎更問來何自  환영하고 어디서 오냐고 다시 물었더니
像外名區處處遊  만상 밖 명승지 곳곳을 노닐었다나
총 상인을 보내며(送聦上人)
半年從我共論眞  반년 동안 나를 따르며 함께 진실을 논하면서
一味商量幾許親  한결같은 맛의 헤아림에 가까움을 몇 번이나 허락했나
休言佛法宗無相  불법은 무상을 종지로 삼는다고만 말하지 말고
更顧人間泣竹人  인간세계에서 우는 대나무 인형들 다시 돌아보게
윤일 사미에게 주다【무진년(1748) 가을】(贈允一沙彌【戊辰秋】)
奇才骨法等無多  기이한 재주와 골격과 법, 비슷한 자가 별로 없지
又況風埃早出家  하물며 풍진세계에서 일찌감치 출가까지
傳經大事全望汝  경을 전하는 중대한 일을 오로지 그대에게 기대하니
汝若靡成更奈何  자네가 만약 이루지 못한다면 누가 하겠나
목매어 죽은 승해 스님을 애도하며(挽縊死僧海師)
罹疾苦吟閱幾年  지독한 병으로 고통에 신음하며 몇 년이나 보냈나
黃泉古木一枝邊  메마른 나뭇가지 하나 곁에 황천이 있었구려
人間此別雖無數  인간세계에서 이런 이별 수없이 많았지만
痛哭吾師自溘然  통곡하네, 우리 스님 스스로 홀연히 떠났네
인 상인에게 드립니다(贈印上人)
飛笻着意作遊方  뜻을 두고 지팡이 날려 제방 유람에 나섰는데
離事回頭政杳茫  만사 벗어나 고개 돌려보니 진정 아득해라

009_0682_c_01L誰拔萬般渠苦狀大醫曾說聖觀音

009_0682_c_02L偶吟

009_0682_c_03L
靑山綠水兩無心僧在其間豈有心

009_0682_c_04L無心不啻無他意忘却工程待悟心

009_0682_c_05L贈崔秀才

009_0682_c_06L
才子龍城爾有名早年能識仲尼經

009_0682_c_07L若使出家通佛敎海東應見慧雲橫

009_0682_c_08L贈行脚僧

009_0682_c_09L
客自何來强索詩十載工夫不在斯

009_0682_c_10L雲去水流無限意不堪收拾謝吾師

009_0682_c_11L

009_0682_c_12L
禪家無事獨憑樓客過前溪雨過秋

009_0682_c_13L逢迎更問來何自像外名區處處遊

009_0682_c_14L送聦上人

009_0682_c_15L
半年從我共論眞一味商量幾許親

009_0682_c_16L休言佛法宗無相更顧人間泣竹人

009_0682_c_17L贈允一沙彌戊辰

009_0682_c_18L
奇才骨法等無多又況風埃早出家

009_0682_c_19L傳經大事全望汝汝若靡成更奈何

009_0682_c_20L挽縊死僧海師

009_0682_c_21L
罹疾苦吟閱幾年黃泉古木一枝邊

009_0682_c_22L人間此別雖無數痛哭吾師自溘然

009_0682_c_23L贈印上人

009_0682_c_24L
飛笻着意作遊方離事回頭政杳茫

009_0683_a_01L自笑白雲中一衲  우습구나, 흰 구름 속 납승 하나
送君心緖似顚狂  그대 보내며 미칠 것 같은 이내 마음
새벽의 흥취(曉興)
軒堂高臥曉風吹  헌당에 높이 누우니 새벽바람이 불어
熱體輕凉自適怡  뜨겁던 몸 가뿐하고 시원해 절로 기쁘네
推枕起來庭獨立  목침을 밀치고 일어나 뜰에 홀로 서니
一般淸興有誰知  한결같은 이 맑은 흥취를 누가 알까
무신년 봄(戊申春)
末路人心可痛哭  말세의 인심이란 통곡할 만하군
不知天地大經存  천지에 대경25)이 있는지 없는지
如吾棄物將何事  나처럼 버려진 물건이 장차 무엇을 하랴
祝壽千秋拜釋尊  성수 천세를 축수하며 석존께 절이나 하리
인 상인의 시에 차운하여(次獜上人)
誰是空門骨法眞  누가 공문26)의 참다운 골격이고 법인가
嶺南惟有小師獜  영남에는 오직 젊은 스님 인獜뿐이지
今來遠入曹溪路  이렇게 찾아와 멀리 조계의 길로 들어왔으니
須憶當年一宿人  그 해에 하룻밤 자고 갔던 사람27) 꼭 기억하게
우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愚上人)
際會佳辰豈偶然  제회28)의 아름다운 날이 어찌 우연일까
頭陁雲月曜諸天  두타산 구름과 달이 온 하늘을 비추네
良緣共結華嚴法  좋은 인연 함께 맺은 화엄의 법회에서
消息西來想有傳  서쪽에서 온 소식을 전할 생각이네
숙 범음29)에게 드립니다(贈淑梵音)
落落淸音樂衆聞  듣는 대중 즐거워하는 낙락한 맑은 음성
聲端搖蕩滿山雲  온 산의 구름을 한바탕 휘저은 단정한 소리
多君二十能成業  많은 사람이 나이 스물에 업을 이룬다지만
魚梵叢中獨出羣  어산 범패로는 총림에서 홀로 무리에 뛰어났네
환 어산에게 드립니다(贈還魚山)
梵音能敎聽者驚  범음으로 능히 가르쳐 듣는 사람 놀라게 하니
玉泉遺跡繼能成  옥천30)께서 남기신 자취를 계승하여 완성하였네
可憐水月空花會  가련하구나, 물에 비친 달과 허공 꽃의 회상이여
唱佛淸音壓衆聲  부처님 노래 맑은 음성이 모든 소리를 압도했도다
돌아가는 삼 두타에게 드립니다(贈森頭陁之歸)
非孝不能佛道成  효도가 아니면 불도를 이룰 수 없지
此言經册上分明  이 말씀은 경책에도 분명하네
陳老遠遊君記否  노승에게 말했던 원유의 가르침31)을 자네 기억하나
當筵唱出勸歸情  떠나는 자리 맞아 큰 소리로 읊고 돌아가길 권하네
종단의 임무로 영남에 부임했을 때 기성 장로와 화답하여(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走上高樓待不來  달려가 오른 높은 누각에서 기다려도 오질 않네
嶺頭斜日首空擡  산마루에 해는 기우는데 공연히 머리만 기웃기웃

009_0683_a_01L自笑白雲中一衲送君心緖似顚狂

009_0683_a_02L曉興

009_0683_a_03L
軒堂高臥曉風吹熱體輕凉自適怡

009_0683_a_04L推枕起來庭獨立一般淸興有誰知

009_0683_a_05L戊申春

009_0683_a_06L
末路人心可痛哭不知天地大經存

009_0683_a_07L如吾棄物將何事祝壽千秋拜釋尊

009_0683_a_08L次獜上人

009_0683_a_09L
誰是空門骨法眞嶺南惟有小師獜

009_0683_a_10L今來遠入曹溪路須憶當年一宿人

009_0683_a_11L贈愚上人

009_0683_a_12L
際會佳辰豈偶然頭陁雲月曜諸天

009_0683_a_13L良緣共結華嚴法消息西來想有傳

009_0683_a_14L贈淑梵音

009_0683_a_15L
落落淸音樂衆聞聲端搖蕩滿山雲

009_0683_a_16L多君二十能成業魚梵叢中獨出羣

009_0683_a_17L贈還魚山

009_0683_a_18L
梵音能敎聽者驚玉泉遺跡繼能成

009_0683_a_19L可憐水月空花會唱佛淸音壓衆聲

009_0683_a_20L贈森頭陁之歸

009_0683_a_21L
非孝不能佛道成此言經册上分明

009_0683_a_22L陳老遠遊君記否當筵唱出勸歸情

009_0683_a_23L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009_0683_a_24L
走上高樓待不來嶺頭斜日首空擡

009_0683_b_01L隨流認性應亡我  흐름 따라 성품을 알아차리려면 마땅히 나를 잊어
야지
照破山河笑以廻  온 산하를 비추어 부수고는 웃으며 돌아온다
또又
夜靜虛樓有所思  고요한 밤 텅 빈 누각에서 생각하는 바 있어도
此心那得鬼神窺  이 마음을 어찌 귀신이 엿볼 수나 있을까
言窮慮絕無巴鼻  말이 바닥나고 생각 끊어져 틀어잡을 콧구멍32)
없으니
佛祖如何喚得伊  부처와 조사가 어떻게 그를 부를 수나 있을까
또又
窓寒壁冷夜無眠  싸늘한 창에 차가운 벽, 잠이 오지 않는 밤
滿腹商量揔世緣  배에 그득한 생각들은 모조리 세상사 인연
倘使吾師知我意  혹시라도 우리 스님이 내 속을 들여다본다면
想應深悵度虛年  부질없이 세월만 보냈다며 매우 슬퍼하리라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筧引潺溪洗足塵  잔잔한 개울 홈통으로 끌어 발의 먼지를 씻고
石坍歸臥爽精神  석단에 돌아와 누우니 상쾌해지는 정신
思西更唱彌陁佛  서방정토 생각하며 다시 아미타불을 부르니
於世知音有幾人  이 세상에 지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유여 수좌에게 드립니다(贈有如首座)
眉端一氣雜花春  눈썹 끝 하나의 기운은 온갖 꽃 어우러진 봄
說敎閑情在此身  교를 설하는 한가로운 정이 이 몸에 있었지
如今更發修禪志  이제 다시 선을 닦으려는 의지를 일으키고서
慚愧經坍白髮人  경전 설하던 강단을 부끄러워하는 백발의 사람
학 장실을 보내며(送學丈室)
送別情人世共傷  정다운 사람 송별하며 온 세상이 아파하는데
臨筵却說解愁方  자리에 임해 도리어 근심을 풀 방법 이야기하네
歸邊莫謂山河隔  돌아가면서 산하가 막혔다고 말하지 마시게
觸目無非古道塲  눈에 닿는 것마다 옛 도량 아닌 곳 없으니
이 처사【명재】의 효행편(題李處士【命載】孝行篇)
看君袖裏事親篇  그대 소매 속 부모님 섬긴 기록을 보니
孝道人間子獨專  오직 그대만이 효도를 오로지한 인간
余於父母曾無敬  부모님을 공경히 모신 적이 없는 나
握手當筵涙欲漣  손을 잡고 자리에 앉으니 눈물이 흐를 듯
차운하여 여릉 스님에게 드립니다(次贈汝楞師)
曾聞十界起於心  십계33)가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일찍이 들었는데
返照誰知廣又深  반조해 보라, 누가 그 넓고 또 깊음을 아는 걸까
惟有吾師來問我  오직 우리 스님만이 있어 나를 찾아와 묻기에
本來無物爲君吟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그대에게 읊조린다
명진 화상께 올립니다(上冥眞和尙)
知是叢林老作家  총림의 늙은 작가인 이 분을 아는가
三途苦海濟人多  삼도의 고해에서 건진 사람 많기도 하지

009_0683_b_01L隨流認性應亡我照破山河笑以廻

009_0683_b_02L

009_0683_b_03L
夜靜虛樓有所思此心那得鬼神窺

009_0683_b_04L言窮慮絕無巴鼻佛祖如何喚得伊

009_0683_b_05L

009_0683_b_06L
窓寒壁冷夜無眠滿腹商量揔世緣

009_0683_b_07L倘使吾師知我意想應深悵度虛年

009_0683_b_08L述懷

009_0683_b_09L
筧引潺溪洗足塵石坍歸臥爽精神

009_0683_b_10L思西更唱彌陁佛於世知音有幾人

009_0683_b_11L贈有如首座

009_0683_b_12L
眉端一氣雜花春說敎閑情在此身

009_0683_b_13L如今更發修禪志慚愧經坍白髮人

009_0683_b_14L送學丈室

009_0683_b_15L
送別情人世共傷臨筵却說解愁方

009_0683_b_16L歸邊莫謂山河隔觸目無非古道塲

009_0683_b_17L題李處士命載孝行篇

009_0683_b_18L
看君袖裏事親篇孝道人間子獨專
009_0683_b_19L余於父母曾無敬握手當筵涙欲漣

009_0683_b_20L次贈汝楞師

009_0683_b_21L
曾聞十界起於心返照誰知廣又深

009_0683_b_22L惟有吾師來問我本來無物爲君吟

009_0683_b_23L上冥眞和尙

009_0683_b_24L
知是叢林老作家三途苦海濟人多

009_0683_c_01L應想他時先導我  다음에도 먼저 나를 이끄실 게 분명하니
輪廻不怕劫恒沙  항하사 겁을 윤회한대도 두렵지 않네
차운을 첨부한다(附次)
五雲中有紫皇家  오색구름 속에 옥황상제34) 집이 있어
玉帛諸侯入貢多  옥과 비단35) 제후들의 공물이 많기도 하지
冠師何事朝臣罷  관 스님 무슨 일로 조정의 신하 그만두고
却去恒河問刧沙  도리어 항하로 가 모래알 숫자를 물을까
지 선사에게 드립니다(贈知禪師)
工夫只在廻光去  공부란 그저 빛을 돌이키는 것이라네
念起於誰境起何  생각이 누구에게서 일어나고 경계가 어디서 일어
났는가
若會元來無起處  원래 일어난 자리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不曾擡步已還家  걸음을 뗀 적도 없이 이미 집으로 돌아온 것이네
기성 사에게 화답하다(酬機性士)
休將箇事來求我  그런 일일랑 날 찾아와 묻지 마시게
妙道從來未敢言  오묘한 도는 본래 감히 말할 수 없는 것
請看巖下千尋水  바위 아래 천 길 물이나 한번 들여다보게
萬浪千波自一源  천 이랑 만 굽이가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으니
함께 경축하는 시(同慶吟)
堯風吹起海天東  요임금의 바람이 하늘 동쪽 바다에서 일어나
德政吾王執厥中  덕스러운 정치로 우리 임금 그 중도를 잡으셨네36)
即今聖母生聖子  이제 또 성모께서 성자를 낳으시니
焚香長祝壽無窮  향 사르고 수명이 끝없길 길이 축원합니다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宗眼不明說豈通  종지에 대한 안목이 밝지 못한데 설법을 어찌 통달했으랴
一生虛老四恩中  사은37)을 누리며 한평생을 헛되이 늙었네
叢林莫謂工夫我  총림이여, 나를 공부한 자라 하지 마소
慙愧緣心尙未空  반연하는 마음 여전히 비우지 못해 부끄러우니
기암 성 장실이 무주암에서 재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다【임신년(1752) 겨울】(聞機巖性丈室無住庵中設齋以寄【壬申冬】)
機巖高出嶺雲濵  기암이 높이 솟은 산마루 구름 가
不見攀登上頂人  꼭대기에 오른 사람 보이질 않네
無住雪山頭戴佛  머무름이 없는 설산에서 머리에 부처님을 이고
聞來貽我感精神  나에게 소식 전해 주시니 그 정신에 감사드립니다
영남의 탄화 상인에게 드립니다(贈嶺南綻花上人)
和氣法天幾處多  기운이 온화한 법의 하늘은 어느 곳에 많을까
嶺南初綻上人花  영남에서 처음 봉우리를 터트린 상인화
雜花叢裡香風落  꽃무더기 속에서 향기로운 바람 흩날리니
嗅着令人道味賖  향기가 배어 사람들이 도의 맛을 오래 즐기네
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初丈室)
復性工夫在靜求  성품을 회복하는 공부는 고요한 구함에 있으니
三空境上起雙修  삼공의 경계 위에서 쌍수38)를 일으키시게

009_0683_c_01L應想他時先導我輪廻不怕劫恒沙

009_0683_c_02L附次

009_0683_c_03L
五雲中有紫皇家玉帛諸候入貢多

009_0683_c_04L冠師何事朝臣罷却去恒河問刧沙

009_0683_c_05L贈知禪師

009_0683_c_06L
工夫只在廻光去念起於誰境起何

009_0683_c_07L若會元來無起處不曾擡步已還家

009_0683_c_08L酬機性士

009_0683_c_09L
休將箇事來求我妙道從來未敢言

009_0683_c_10L請看巖下千尋水萬浪千波自一源

009_0683_c_11L同慶吟

009_0683_c_12L
堯風吹起海天東德政吾王執厥中

009_0683_c_13L即今聖母生聖子焚香長祝壽無窮

009_0683_c_14L述懷

009_0683_c_15L
宗眼不明說豈通一生虛老四恩中

009_0683_c_16L叢林莫謂工夫我慙愧緣心尙未空

009_0683_c_17L聞機巖性丈室無住庵中設齋以寄
009_0683_c_18L壬申

009_0683_c_19L
機巖高出嶺雲濵不見攀登上頂人

009_0683_c_20L無住雪山頭戴佛聞來貽我感精神

009_0683_c_21L贈嶺南綻花上人

009_0683_c_22L
和氣法天幾處多嶺南初綻上人花

009_0683_c_23L雜花叢裡香風落嗅着令人道味賖

009_0683_c_24L贈初丈室

009_0683_c_25L
復性工夫在靜求三空境上起雙修

009_0684_a_01L渾忘理智空還病  이치와 지혜를 몽땅 잊은 공도 오히려 병이니
忘此忘時是大休  이런 잊음조차 잊었을 때가 바로 크게 쉬는 것
보개산 수 장실에게 드립니다(贈寶盖山壽丈室)
工夫只在信情深  공부는 마음 깊은 곳을 믿음에 있을 뿐이니
看取當人起滅心  본인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을 파악하게
精觀倘得離離即  고요히 관찰해 혹 벗어남마저 벗어난다면
受用何妨萬兩金  만 냥의 황금을 수용한들 어찌 방해가 되랴
흠소 낭휘 선사에게 드립니다(贈欠笑朗輝禪師)
欠笑渠人情特奇  웃음기 없는 그 사람 정만은 기특해
不圖鰍鱔舞苔池  미꾸라지 춤추는 이끼 낀 연못은 도모하지 않네
脩鱗若化龍門翮  비늘 가다듬어 용으로 변화하는 문을 차고 오르면
六月南天任所之  유월의 바람을 타고39) 남쪽 하늘로 맘대로 가리라
거삼 대사가 장실에 머물며 한 이야기를 듣고 보냅니다(聞巨三大師住室之說以寄)
雪翁心法汝何知  설옹의 심법을 그대가 어찌 알랴
色色元無拘滯時  색과 색이 원래 구속하거나 막힘이 없는 시절
吾曾覷罷尙多感  내 일찍이 엿보길 그만둬 오히려 유감이 많나니
勸爾臨機幸憶持  심기에 임해 부디 기억하길 그대에게 권하네
돌아가는 경화 스님에게 드립니다(贈景貨師之歸)
九夏安居智異山  지리산에서 아홉 차례 하안거를 보내고
秋風忽憶向家山  가을바람에 홀연히 생각나 고향 동산 향하네
臨分莫問途中事  헤어지는 마당에 도중의 일일랑 묻지 말게
直路難尋五蕰山  곧은길이지만 오온산은 찾기 어려우니
또又
謝師來訪老僧庵  노승의 암자를 찾아 준 스님이 고마워
爲唱無生一曲音  무생곡 한 곡조를 멋들어지게 뽑았지
欲識佛祖廻光處  부처와 조사가 빛을 돌이킨 곳 알고 싶은가
捱撮當人日用心  일상생활에서 자네 마음을 꽉 틀어쥐게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平生大欲在明心  평생의 큰 욕심을 마음 밝히는 데 두고
六載雲邊結草庵  구름 가에 초가집 짓고 육 년을 보냈네
排昏遣散渾然力  혼침과 산란 떨치려고 혼신의 힘 다했지만
慙愧多生障業深  다생의 깊은 업장 부끄러워라
또又
隈寒瘦骨木爲衣  추위가 두려운 수척한 몸 나무로 옷을 삼고
雪擁巖阿掩柴扉  눈이 에워싼 바위 언덕에 사립문을 닫았네
梵字眞言時復誦  범어로 된 진언을 때때로 반복해 암송하니
箇中消息入玄微  그 가운데 소식이 현묘하고도 미묘해라
선래 사미에게 주다(贈善來沙彌)
前林雨捲浴新溪  앞 숲에 비 개어 새 개울에 목욕하고
歸臥晴窓興欲西  돌아와 맑은 창에 누우니 서방으로 가고 싶은 흥취

009_0684_a_01L渾忘理智空還病忘此忘時是大休

009_0684_a_02L贈寶盖山壽丈室

009_0684_a_03L
工夫只在信情深看取當人起滅心

009_0684_a_04L精觀倘得離離即受用何妨萬兩金

009_0684_a_05L贈欠笑朗輝禪師

009_0684_a_06L
欠笑渠人情特奇不圖鰍鱔舞苔池

009_0684_a_07L脩鱗若化龍門翮六月南天任所之

009_0684_a_08L聞巨三大師住室之說以寄

009_0684_a_09L
雪翁心法汝何知色色元無拘滯時

009_0684_a_10L吾曾覷罷尙多感勸爾臨機幸憶持

009_0684_a_11L贈景貨師之歸

009_0684_a_12L
九夏安居智異山秋風忽憶向家山

009_0684_a_13L臨分莫問途中事直路難尋五蕰山

009_0684_a_14L

009_0684_a_15L
謝師來訪老僧庵爲唱無生一曲音

009_0684_a_16L欲識佛祖廻光處捱撮當人日用心

009_0684_a_17L述懷

009_0684_a_18L
平生大欲在明心六載雲邊結草庵

009_0684_a_19L排昏遣散渾然力慙愧多生障業深

009_0684_a_20L

009_0684_a_21L
隈寒瘦骨木爲衣雪擁巖阿掩柴扉

009_0684_a_22L梵字眞言時復誦箇中消息入玄微

009_0684_a_23L贈善來沙彌

009_0684_a_24L
前林雨捲浴新溪歸臥晴窓興欲西

009_0684_b_01L兒僧莫問經文字  사미야 경전의 문자일랑 묻지 말거라
黃葉爲錢誘汝啼  누런 잎을 돈이라며 네 울음 달래는 것40)
승려가 되길 청하는 양 수재에게 답하다(答梁秀才爲僧之求)
細讀來書暗涕洟  보내온 편지 꼼꼼히 읽고 남몰래 흘린 눈물
王孫何處可栖遲  왕손이 어느 곳이라야 오래 깃들 수 있을까
空門縱謂安閑地  공문이 비록 편안하고 한가한 땅이라 하지만
却歎藏蹤不在斯  종적을 감출 곳 여기가 아니라 도리어 탄식하네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山中滋味世誰知  산중의 맛있는 음식 세상사람 누가 알까
獨採林蔬洗澗湄  숲의 나물을 홀로 캐다 개울가에서 씻고
歸煮石鐺甘喫了  돌아와 돌솥에 삶아 달게 먹고 나서는
薜窓高臥是何時  넝쿨 창가에 높이 누우니 지금이 몇 시일까
즉흥으로 읊다【대암에서】(即事【在臺巖】)
炎雨初晴夕霧橫  장맛비 막 개자 저녁 안개 드리우고
洞天風送亂溪聲  동천41)에서 보내온 바람이 계곡을 헤집는 소리
林神應解嫌塵跡  숲의 신도 세속의 자취를 싫어할 줄 아나 봐
故乞山霏作水城  그래서 안개비 빌려다 물의 성을 만들었나 봐
태운 상인을 보내며(送泰運上人)
靈山藥水共淸遊  함께 영산과 약수를 맑게 유람하고
況復談經興轉幽  게다가 경전 논하며 흥취 더욱 그윽했지
一曲無生和未了  한 곡조 무생곡의 어울림 끝내지 못했으니
白雲何處更相酬  흰 구름 어느 곳에서 다시 서로 화답하려나
계족산 활 선사에게 드립니다(贈鷄足山濶禪士)
學道須知覺夢同  도를 배우려면 깨달음과 꿈이 같다는 것을 꼭 알라
商量不可入其中  헤아림으론 그 가운데로 들어갈 수 없다네
泉湧信邊加進力  샘솟는 믿음에 정진의 힘을 더해야
故園應對主人公  옛 동산에서 주인공을 마주하리라
호서 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湖西岸丈室)
工夫只貴悟眞機  공부란 진기42)를 깨닫는 걸 귀하게 여길 뿐
但看心佛自歸依  다만 마음의 부처를 보아 스스로 귀의하게
五陰山下如相見  오음산 아래에서 만약 서로 만나면
無限千峰帶落輝  한량없는 일천 봉우리에 낙조가 빛나리라
성주 사미에게 화답하다(酬性柱沙彌)
問君何事索詩勤  물어보세, 자넨 무슨 일로 그리 열심히 시를 찾으며
握手坍前吐數言  손을 맞잡은 단 앞에서 몇 마디 말을 토하는가
須記雪山親囑意  설산에서 친히 부촉하신 뜻을 꼭 기억하고
此生期報四深恩  네 가지 깊은 은혜 금생에 보답하리라 결심하게나
초 선사에게 드립니다(贈初禪師)
佛祖深恩切欲酬  부처와 조사의 깊은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다면
寸陰長恨極難留  붙잡아 두기 어려운 시간을 늘 한스럽게 여기게

009_0684_b_01L兒僧莫問經文字黃葉爲錢誘汝啼

009_0684_b_02L答梁秀才爲僧之求

009_0684_b_03L
細讀來書暗涕洟王孫何處可栖遲

009_0684_b_04L空門縱謂安閑地却歎藏蹤不在斯

009_0684_b_05L述懷

009_0684_b_06L
山中滋味世誰知獨採林蔬洗澗湄

009_0684_b_07L歸煮石鐺甘喫了薜窓高臥是何時

009_0684_b_08L即事在臺

009_0684_b_09L
炎雨初晴夕霧橫洞天風送亂溪聲

009_0684_b_10L林神應解嫌塵跡故乞山霏作水城

009_0684_b_11L送泰運上人

009_0684_b_12L
靈山藥水共淸遊況復談經興轉幽

009_0684_b_13L一曲無生和未了白雲何處更相酬

009_0684_b_14L贈鷄足山濶禪士

009_0684_b_15L
學道須知覺夢同商量不可入其中

009_0684_b_16L泉湧信邊加進力故園應對主人公

009_0684_b_17L贈湖西岸丈室

009_0684_b_18L
工夫只貴悟眞機但看心佛自歸依

009_0684_b_19L五陰山下如相見無限千峰帶落輝

009_0684_b_20L酬性柱沙彌

009_0684_b_21L
問君何事索詩勤握手坍前吐數言

009_0684_b_22L須記雪山親囑意此生期報四深恩

009_0684_b_23L贈初禪師

009_0684_b_24L
佛祖深恩切欲酬寸陰長恨極難留

009_0684_c_01L時時聽看寒溪水  저 차가운 개울물을 때때로 보고 듣게
不到滄溟肯便休  바다에 이르지 않았는데 어찌 쉬리오
가을비가 보름이나 걷히지 않다(秋雨半月不收)
不霽秋霏已久時  개지 않는 가을비가 내린 지 오래
皇天必有怒於斯  하늘이 우리에게 노하신 게 분명해
虛消粥飯惟余在  죽과 밥을 헛되이 소비한 자 오직 나뿐이니
厥罰人間更指誰  벌할 인간으로 다시 누구를 지목하랴
가르침을 청하는 활 스님에게 드립니다(贈濶師之求)
復性工夫在靜緣  성품을 회복하는 공부는 고요한 인연에 있으니
可觀無漏祖師禪  무루를 관할 수 있으면 조사선이라
凝心倘得離沈棹  응어리진 마음이 혹 혼침과 도거43)를 벗어난다면
諸佛如何不現前  모든 부처님이 어찌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랴
또又
不斷商量伎倆長  헤아림을 끊지 않고 기량만 늘리면서
談禪說敎肯相當  선을 이야기하고 교를 설하니 어찌 합당하랴
吾師肚裏今多病  우리 스님 뱃속에 지금 병이 많으니
更向他山問藥方  다시 다른 산으로 가 약방문을 물으시게
일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日丈室)
慧覺如無敵死生  생사를 대적할 지혜와 깨달음 없다면
此身宜借佛神明  이 몸이 마땅히 부처님의 신명을 빌려드리리
悲提可以誠心得  자비로운 방편은 진실한 마음이라야 얻을 수 있으니
晝夜休忘萬德名  밤낮으로 만고의 덕과 명성일랑 잊어버리게
관 도우에게 드립니다(贈舘道友)
見聞隨處照虛玄  견문을 따르는 곳에서 헛됨과 현묘함 관조하면
此是從來佛祖禪  이것이 바로 예로부터 부처와 조사의 선
倘得言窮心路絕  혹 말이 바닥나고 마음의 길이 끊어지게 되면
秋空雲斷月當天  구름 사라진 가을 하늘에 보름달이 뜨리라
선문으로 들어온 휘 장실에게 감사하며【제3구, 사문과에 주저앉으면 사문이라는 옷을 걸친 이류이다.】(謝徽丈室入禪【第三句。 得坐沙門果。 被衣沙門異類。】)
早逝他方晩始廻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떠났다 말년에 비로소 돌아왔으니
故園桃李幾虛開  옛 동산의 복사꽃 자두꽃이 몇 번이나 헛되이 피었던가
須知得坐被衣老  주저앉으면 노인이라는 옷을 걸치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極樂娑婆任去來  극락과 사바세계를 맘대로 오가리라
동산 심 장실에게 보냅니다(寄桐山心丈室)
夜來秋雨滴踈桐  간밤에 가을비가 성근 오동잎을 때리더니
驚起禪窓打睡翁  깜짝 놀라 일어나 선창에서 잠을 깨우는 노인
此中消息君知否  이 가운데 소식을 그대는 알겠는가
點點無非落箇中  방울방울 거기로 떨어지지 않는 게 없다네44)
스스로 불을 때다(自爇)
寒來爇竈竈烟昏  추위가 닥쳐 아궁이에 불 때니 매캐한 연기
老涙橫成兩頰痕  노인의 두 뺨엔 줄줄이 흐른 눈물 자국

009_0684_c_01L時時聽看寒溪水不到滄溟肯便休

009_0684_c_02L秋雨半月不收

009_0684_c_03L
不霽秋霏已久時皇天必有怒於斯

009_0684_c_04L虛消粥飯惟余在厥罰人間更指誰

009_0684_c_05L贈濶師之求

009_0684_c_06L
復性工夫在靜緣可觀無漏祖師禪

009_0684_c_07L凝心倘得離沈棹 [2] 諸佛如何不現前

009_0684_c_08L

009_0684_c_09L
不斷商量伎倆長談禪說敎肯相當

009_0684_c_10L吾師肚裏今多病更向他山問藥方

009_0684_c_11L贈日丈室

009_0684_c_12L
慧覺如無敵死生此身宜借佛神明

009_0684_c_13L悲提可以誠心得晝夜休忘萬德名

009_0684_c_14L贈舘道友

009_0684_c_15L
見聞隨處照虛玄此是從來佛祖禪

009_0684_c_16L倘得言窮心路絕秋空雲斷月當天

009_0684_c_17L謝徽丈室入禪第三句得坐沙門
被衣沙門異類

009_0684_c_18L
早逝他方晩始廻故園桃李幾虛開

009_0684_c_19L須知得坐被衣老極樂娑婆任去來

009_0684_c_20L寄桐山心丈室

009_0684_c_21L
夜來秋雨滴踈桐驚起禪窓打睡翁

009_0684_c_22L此中消息君知否點點無非落箇中

009_0684_c_23L自爇

009_0684_c_24L
寒來爇竈竈烟昏老涙橫成兩頰痕

009_0685_a_01L休謂暮年生計薄  말년에 살림살이가 초라하다 말하지 말게
箇中滋味不堪言  이 가운데 늘어진 맛을 말로는 할 수 없으니
봄비(春雨)
窓前流澗報新聲  창 앞에 흐르는 개울, 새로운 소리를 알리고
萬壑雲深雨乍晴  만 골짜기에 구름 깊던 비가 막 개었네
借聞壠上耕夫語  밭고랑에서 들은 농부의 말을 빌리자면
野麥山牟盡向榮  들판 보리도 산의 꼴도 다 풍성해진다나
심인 스님에게 드립니다(贈心印師)
審正工夫言路斷  바름을 살피는 공부에서는 말길이 끊어지고
諦當靈性滅心行  신령한 성품 살피자면 마음 작용이 소멸하지
但從脚下觀無念  그저 발걸음 따라 무념을 관하게나
大地山河露本明  산하대지가 본래의 밝음을 드러내리니
또又
心兮無念復無形  마음이여 생각도 없고 또 형상도 없나니
念起形生一妄情  생각이 일어나고 형상이 생기는 건 하나의 망정
觀此念形如幻法  이 생각과 형상이 허깨비와 같음을 관찰하면
箇中消息自分明  이 가운데 소식이 저절로 분명하리라
기성 장로의 병든 책상에 보냅니다(寄箕城長老病案)
小童來報體違和  어린 아이가 찾아와 몸이 편치 못하다고 알려 주니
應恨人間衆病多  인간에겐 온갖 병이 많은 게 너무나 한스럽구려
病中不病師曾說  병중에 병들지 않는 소식을 스님이 말한 적 있으니
爲唱無生一曲歌  무생곡 한 곡조를 큰 소리로 불러 보시게
뜰에 핀 꽃(庭花)
仙花一朶倚庭隈  신선의 꽃 한 떨기가 마당 귀퉁이에 기대어
攬物幽懷到此開  만물의 그윽한 회포를 잡아다 이곳에 풀어놓네
手撫誰知空即色  손으로 쓰다듬지만 누가 알까 공이 곧 색임을
商量莫作斷常來  생각으로 헤아려 단멸한다 영원하다 논하지 말라
오언율시五言律詩
벗과 함께 도솔암에 오르다【가운데 2연은 전각이다.】(携友上兜率【中二聯前却】)
兜率庵前路    도솔암으로 가는 길
從師得勝遊    스님 따라 좋은 놀이 나섰네
坐石雲盈袖    돌에 앉자 구름이 소매에 가득하고
倚松露滴頭    솔에 기대자 이슬이 머리에 떨어진다
小溪聲太古    작은 개울에는 태고의 소리
靑嶂色淸秋    푸른 봉우리엔 맑은 가을빛
相看談底事    서로 바라보며 나눈 이야기
天地一浮漚    온 천지가 하나의 물거품이라네

009_0685_a_01L休謂暮年生計薄箇中滋味不堪言

009_0685_a_02L春雨

009_0685_a_03L
窓前流澗報新聲萬壑雲深雨乍晴

009_0685_a_04L借聞壠上耕夫語野麥山牟盡向榮

009_0685_a_05L贈心印師

009_0685_a_06L
審正工夫言路斷諦當靈性滅心行

009_0685_a_07L但從脚下觀無念大地山河露本明

009_0685_a_08L

009_0685_a_09L
心兮無念復無形念起形生一妄情

009_0685_a_10L觀此念形如幻法箇中消息自分明

009_0685_a_11L寄箕城長老病案

009_0685_a_12L
小童來報體違和應恨人間衆病多

009_0685_a_13L病中不病師曾說爲唱無生一曲歌

009_0685_a_14L庭花

009_0685_a_15L
仙花一朶倚庭隈攬物幽懷到此開

009_0685_a_16L手撫誰知空即色商量莫作斷常來

009_0685_a_17L

009_0685_a_18L五言律詩

009_0685_a_19L携友上兜率中二聯
前却

009_0685_a_20L
兜率庵前路從師得勝遊

009_0685_a_21L坐石雲盈袖倚松露滴頭

009_0685_a_22L小溪聲太古靑嶂色淸秋

009_0685_a_23L相看談底事天地一浮漚

009_0685_a_24L贈成上人

009_0685_b_01L
성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成上人)
我吟無限意    내 한량없는 뜻을 읊어
分付小師成    젊은 스님 성에게 분부하니
對乞須傾已    가르침 청할 때는 모름지기 자신을 낮추고
臨經且盡誠    경전을 마주할 때는 또 온 정성을 다하라
借觀明入理    관행을 빌려 분명하게 이치로 들어가고
隨事學忘情    현상을 따르면서도 정을 잊는 걸 배우게
然后蓮花界    그런 다음 연꽃 가득한 극락세계로
携我共登程    나를 함께 데리고 가 주게나
병을 앓는 일 도우에게 보냅니다(寄一道友病中)
百丈山中寺    백장산 한가운데 절
惟師想獨吟    오직 스님 생각하며 홀로 읊나니
病仍秋可療    병은 가을 들어 나을 만하고
情自道應深    정은 도로부터 깊어졌겠지
夜永思君曉    한밤 내내 그대 생각하다 보면 새벽
蟬爭亂夢音    매미들 싸우며 꿈을 어지럽히는 소리
返觀眞面目    참된 면목을 돌이켜 관찰하게나
何待接仙襟    어찌 신선의 흉금을 접대하려나
눈의 노래(詠雪)
飄空點點雪    허공에 흩날리는 송이송이 눈
枯樹落花聲    메마른 나무에 꽃 지는 소리
能破家家暗    집집마다 어둠을 부수고
且開處處明    곳곳마다 밝음을 여는구나
夜助書生讀    밤이면 서생의 독서를 돕고
衢成浪子爭    거리에 유랑자가 넘치게 하지만
縱然光似玉    아무리 그 빛이 옥과 비슷해도
無計作燈瓶    등이나 병으로 만들 방법이 없네
청류정(聽流亭)
步出淸溪上    맑은 개울가로 걸음을 나서
倘徉逸興生    거닐자니 한가한 흥취가 이네
晩亭晴草色    저녁 정자엔 말끔한 풀 빛깔
孤寺暮鍾聲    외로운 절엔 저녁 종소리
倚岸塵胸淨    언덕에 기대자 때 묻은 가슴 맑아지고
臨流熱眼明    흐르는 물 굽어보자 밝아지는 뜨거운 눈
四圍山隔世    사방에 산을 둘러 세상과 격리시키고
天築梵王城    하늘이 범천왕의 성을 쌓았구나
해바라기(葵花)
有葵生數朶    해바라기 몇 떨기 자라
開落小庭間    피고 지는 작은 뜰
厭色雖遮眼    색을 싫어해 비록 눈은 감아도
憐渠不掩關    그대를 사랑해 빗장을 닫지 못하네
花迎堯日出    솟아오른 요임금의 해를 환영하는 꽃
葉舞舜風還    돌아온 순임금의 바람에 춤추는 잎
物亦含忠意    만물 역시 충의의 뜻을 머금었네
相看愧此顏    바라보자니 이 얼굴 부끄러워라

009_0685_b_01L
我吟無限意分付小師成

009_0685_b_02L對乞須傾已臨經且盡誠

009_0685_b_03L借觀明入理隨事學忘情

009_0685_b_04L然后蓮花界携我共登程

009_0685_b_05L寄一道友病中

009_0685_b_06L
百丈山中寺惟師想獨吟

009_0685_b_07L病仍秋可療情自道應深

009_0685_b_08L夜永思君曉蟬爭亂夢音

009_0685_b_09L返觀眞面目何待接仙襟

009_0685_b_10L詠雪

009_0685_b_11L
飄空點點雪枯樹落花聲

009_0685_b_12L能破家家暗且開處處明

009_0685_b_13L夜助書生讀衢成浪子爭

009_0685_b_14L縱然光似玉無計作燈瓶

009_0685_b_15L聽流亭

009_0685_b_16L
步出淸溪上 [3] 徉逸興生

009_0685_b_17L晩亭晴草色孤寺暮鍾聲

009_0685_b_18L倚岸塵胸淨臨流熱眼明

009_0685_b_19L四圍山隔世天築梵王城

009_0685_b_20L葵花

009_0685_b_21L
有葵生數朶開落小庭間

009_0685_b_22L厭色雖遮眼憐渠不掩關

009_0685_b_23L花迎堯日出葉舞舜風還

009_0685_b_24L物亦含忠意相看愧此顏

009_0685_c_01L
심원토굴(深源土窟)
土室憑巖築    바위에 붙여 토굴을 짓고
開窓石代樓    창문을 여니 누각을 대신하는 바위
滿庭奇草發    뜰에 가득 기이한 풀들 만발하고
繞屋瑞雲浮    집 주위로 떠도는 상서로운 구름
後圃宜栽藥    뒷밭엔 약초를 심기 딱 좋고
前潭可泛舟    앞 못엔 배라도 띄우겠네
更收無限景    다시 한량없는 풍경을 거두려고
携友賦淸流    벗을 이끌고 맑은 흐름을 노래한다
보괴 두타에게 드립니다(贈寶乖頭陁)
問君從此去    그대여 여기서 떠나면
瓶錫掛何間    정병과 석장을 어디에 걸 건가
脚下雙溪洞    발 아래엔 쌍계동이고
笻邊九月山    지팡이 곁엔 구월산이겠지
眼醒觀佛境    또렷한 눈으로 부처님 세계 관찰하고
心寂執禪坍    고요한 마음으로 선단을 지키게나
欲向蓮花國    그리고 연화세계로 가고 싶거든
彌陁仔細看    아미타불을 자세히 살피게
회포를 서술하다(述懷)
踈逸無拘撿    구속 없이 소일하며
平生任意行    평생 맘대로 다녔네
悲雲隨境起    자비의 구름 경계 따라 일어나고
心月照空明    마음의 달이 허공을 비추며 밝아
在俗無欣厭    속세에 있어도 좋고 싫음 없었고
於眞不喜驚    진계에서도 기뻐하거나 놀라지 않았지
佛天西極在    부처님 계신 하늘이 서쪽 끝에 있어
空樂想中鳴    허공의 음악이 상상 속에서 울린다
강의를 그만둔 후 조용히 살면서 회포를 서술하다(罷講後幽居述懷)
記得前人語    옛사람들의 말씀을 기억해
千峰獨閉門    일천 봉우리에서 홀로 문을 닫았네
慰飢松有密    송홧가루로 굶주림을 달래고
止渴澗無渾    혼탁함 없는 개울로 목마름 그치며
自樂玄中旨    현묘함 속의 뜻을 스스로 즐기나니
何勞意上言    어찌 알음알이로 떠들며 고생하리오
幸然知己在    다행스럽게도 지기가 있으니
般若好山尊    반야라는 좋은 산이 높도다
해 선사에게 드립니다【아래 2수는 강의를 그만둔 후에 지었다.】(贈海禪師【此下二首罷講時】)
何事晩相知    어쩌다 만년에 서로 알게 되었을까
吾家見特奇    우리 집안에서 기특한 이 보았네
靑眸談敎日    푸른 눈동자는 교를 담론하는 나날
黃髮入禪時    희끗한 머리카락은 선문으로 들어가는 때
佛誡君須記    부처님의 경계를 자네는 꼭 기억하게
師箴我欲持    나는 스승의 잠언을 굳게 지킬 생각이니

009_0685_c_01L深源土窟

009_0685_c_02L
土室憑巖築開窓石代樓

009_0685_c_03L滿庭奇草發繞屋瑞雲浮

009_0685_c_04L後圃宜栽藥前潭可泛舟

009_0685_c_05L更收無限景携友賦淸流

009_0685_c_06L贈寶乖頭陁

009_0685_c_07L
問君從此去瓶錫掛何間

009_0685_c_08L脚下雙溪洞笻邊九月山

009_0685_c_09L眼醒觀佛境心寂執禪坍

009_0685_c_10L欲向蓮花國彌陁仔細看

009_0685_c_11L述懷

009_0685_c_12L
踈逸無拘撿平生任意行

009_0685_c_13L悲雲隨境起心月照空明

009_0685_c_14L在俗無欣厭於眞不喜驚

009_0685_c_15L佛天西極在空樂想中鳴

009_0685_c_16L罷講後幽居述懷

009_0685_c_17L
記得前人語千峰獨閉門

009_0685_c_18L慰飢松有密止渴澗無渾

009_0685_c_19L自樂玄中旨何勞意上言

009_0685_c_20L幸然知己在般若好山尊

009_0685_c_21L贈海禪師此下二首
罷講時

009_0685_c_22L
何事晩相知吾家見特奇

009_0685_c_23L靑眸談敎日黃髮入禪時

009_0685_c_24L佛誡君須記師箴我欲持

009_0686_a_01L縱然殊所向    뜻대로 향하는 바를 달리하니
其奈有深思    어찌 깊은 그리움이 있으리오
향산 봉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香山鳳上人)
南來知底事    남쪽으로 찾아와 알아차린 일들을
瑣瑣喫艱辛    주절주절 늘어놓다 온갖 고초를 맛보았지
方丈今霄月    오늘 달밤엔 방장산에서
曹溪去歲春    작년 봄에는 조계산에서
講輟無常意    무상하단 생각에 강의를 그만두었지만
愁生惜別人    그대와의 아쉬운 이별에 근심이 생기는구려
莫言孤佛德    부처님의 덕을 외롭게 한다고 말하지 말게
觀壁是眞因    벽을 관하는 것이 바로 참다운 인이니
기성 장로의 시에 차운하여(次箕城長老)
古寺殘燈夜    옛 절에는 등불이 꺼진 밤
聲聲唱佛聲    소리소리 부처님 부르는 소리
聽來多慶躍    들으면 뛸 듯한 기쁨이 많아지고
思去起深誠    생각하면 깊은 정성이 일어나네
樂國誰無意    극락국에 비록 뜻이 없다지만
蓮花可托靈    연화세계에 영혼을 기탁할 수 있으니
寄言諸佛子    여러 불자들에게 부탁하는 말은
携我上頭程    나를 끌고 꼭대기로 올라 주길
구월산 안 장실에게 드립니다(贈九月山安丈室)
蹵指宜停步    종지를 쫓자면 걸음을 멈춰야지
如何到此間    어쩌자고 이곳까지 찾아왔나
一盃應渡海    술잔 하나로 바다를 건넜겠지
孤錫幾經山    외로운 석장은 또 산을 몇 개 지났을지
義重爐香夕    조석으로 향로에 향 피우는 의리는 중하고
緣輕說聽坍    강단에서 설하고 듣는 인연은 가벼우니
善爲歸去路    돌아가는 길에 조심하고
叮囑覔心看    마음을 찾아 살피길 간곡히 부탁하네
은 도우에게 드립니다(贈訔道友)
送君題沒字    그대를 보내면서 글자 없는 시를 지어
携手起長吟    손을 끌고 길게 읊조려 본다
有語知歸路    말이 있으면 돌아갈 길을 알고
無言見本心    말이 없으면 본래 마음을 보게나
倘疑諸敎淺    얕은 여러 가르침도 혹 의심하는데
焉識別傳深    심오한 교외별전을 어찌 알겠나
返思情斷處    망정이 끊어진 자리를 돌이켜 사유하면
風拂綠楊陰    바람이 초록빛 버들의 그늘을 털리라
평 장실의 시와 서에 답합니다(答平丈室詩及序)
欲叅無竭會    담무갈45)의 회상에 참여하고 싶어
來到衆香城    중향성을 찾아 여기에 이르렀네
臨水消塵慮    물을 굽어보며 때 묻은 생각을 씻고
看山起道情    산을 바라보며 도의 마음 일으켰네

009_0686_a_01L縱然殊所向其奈有深思

009_0686_a_02L贈香山鳳上人

009_0686_a_03L
南來知底事瑣瑣喫艱辛

009_0686_a_04L方丈今霄月曹溪去歲春

009_0686_a_05L講輟無常意愁生惜別人

009_0686_a_06L莫言孤佛德觀壁是眞因

009_0686_a_07L次箕城長老

009_0686_a_08L
古寺殘燈夜聲聲唱佛聲

009_0686_a_09L聽來多慶躍思去起深誠

009_0686_a_10L樂國誰無意蓮花可托靈

009_0686_a_11L寄言諸佛子携我上頭程

009_0686_a_12L贈九月山安丈室

009_0686_a_13L
蹵指宜停步如何到此間

009_0686_a_14L一盃應渡海孤錫幾經山

009_0686_a_15L義重爐香夕緣輕說聽坍

009_0686_a_16L善爲歸去路叮囑覔心看

009_0686_a_17L贈訔道友

009_0686_a_18L
送君題沒字携手起長吟

009_0686_a_19L有語知歸路無言見本心

009_0686_a_20L倘疑諸食淺焉識別傳深

009_0686_a_21L返思情斷處風拂綠楊陰

009_0686_a_22L答平丈室詩及序

009_0686_a_23L
欲叅無竭會來到衆香城

009_0686_a_24L臨水消塵慮看山起道情

009_0686_b_01L書何禪味薄    편지라고 어찌 선의 맛이 적으랴
詩使老睛明    노인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시
多謝歸西曲    서방으로 돌아가는 노래 너무 고마우니
知音汝宇平    지음은 바로 그대 우평이로다
금강산에 올라(登金剛山)
天何將勝槩    하늘은 왜 멋진 경치를
都付此山中    모조리 이 산에게 주었을까
疊嶂千層玉    첩첩 봉우리는 천 층의 옥이요
飛泉萬丈虹    날아가는 폭포는 만 길의 무지개
古松多鶴穴    늙은 소나무에는 숱한 학의 둥지
幽壑列禪宮    그윽한 계곡에는 늘어선 선찰
始覺無邊景    비로소 깨닫겠네, 가없는 풍경은
非徒擅海東    해동에서만 제일이 아니로다
정양사(題正陽寺)
一笻山雨後    산비가 내린 후 지팡이 하나로
獨上正陽樓    홀로 정양루에 올랐네
黑白千峰秀    검고 하얀 일천 봉우리 수려하고
高低萬壑流    높고 낮은 일만 골짜기 계곡물
宿霧巖松夜    바위와 솔에 안개 자욱한 밤
祥雲玉闕秋    옥의 궁궐에 구름이 상서로운 가을
古稱諸佛會    옛적부터 제불의 회상이라 일컬은 곳
香爇拜傴僂    향을 사르고 허리 굽혀 절합니다
홀로 살다(獨居)
掩戶究西敎    문을 닫고 서교46)를 연구하다
排睡暫開門    잠을 떨치려 잠깐 문을 열었더니
遠峰林潤色    먼 봉우리엔 숲이 반들거리는 빛깔
幽逕雨餘痕    그윽한 오솔길엔 비 내린 흔적
谷霧隨風捲    골짜기 안개는 바람 따라 걷히고
山溪觸石喧    산 개울은 바위에 부딪쳐 시끄럽네
箇中人獨在    이 가운데 사람이 혼자 사니
多感聖王恩    성왕의 은혜가 너무도 감사해라
작열하는 태양(熱日)
燒空當畏日    허공마저 태우는 두려운 태양
流火在南方    이글거리는 불꽃이 남쪽에 있네
立嶂疑含醉    서 있는 봉우리는 취했나 싶고
犇溪似歇狂    치달리던 개울도 광기가 멈춘 듯
氣蒸豊草落    찌는 열기에 풍성하던 풀이 시들고
光射晩花痒    쏘는 햇살에 늦게 핀 꽃들은 상처투성이
山寺亦多悶    산중의 절에서도 고민이 많아
松簾不捲堂    소나무 주렴을 걷지 못하는 법당
혜 선사에게 보답하며(賽慧禪師)
細聽搜玄話    현묘함을 찾는 이야기 찬찬히 듣다가
欣然病眼晨    너무도 기뻐 병든 눈이 번쩍 뜨이네

009_0686_b_01L書何禪味薄詩使老睛明

009_0686_b_02L多謝歸西曲知音汝宇平

009_0686_b_03L登金剛山

009_0686_b_04L
天何將勝槩都付此山中

009_0686_b_05L疊嶂千層玉飛泉萬丈虹

009_0686_b_06L古松多鶴穴幽壑列禪宮

009_0686_b_07L始覺無邊景非徒擅海東

009_0686_b_08L題正陽寺

009_0686_b_09L
一笻山雨後獨上正陽樓

009_0686_b_10L黑白千峰秀高低萬壑流

009_0686_b_11L宿霧巖松夜祥雲玉闕秋

009_0686_b_12L古稱諸佛會香爇拜傴僂

009_0686_b_13L獨居

009_0686_b_14L
掩戶究西敎排睡暫開門

009_0686_b_15L遠峰林潤色幽逕雨餘痕

009_0686_b_16L谷霧隨風捲山溪觸石喧

009_0686_b_17L箇中人獨在多感聖王恩

009_0686_b_18L熱日

009_0686_b_19L
燒空當畏日流火在南方

009_0686_b_20L立嶂疑含醉犇溪似歇狂

009_0686_b_21L氣蒸豊草落光射晩花痒

009_0686_b_22L山寺亦多悶松簾不捲堂

009_0686_b_23L賽慧禪師

009_0686_b_24L
細聽搜玄話欣然病眼晨

009_0686_c_01L即聲疑執妄    소리에 즉하면 망상에 집착한 건 아닐까 싶고
離色恐迷眞    색깔을 벗어나면 진실에 미혹할까 걱정인데
霽月家山好    말쑥한 달에 고향 동산이 아름답고
光風面目新    빛과 바람에 면목이 새로워라
請看空鳥跡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를 한번 보게나
生佛箇中塵    중생도 부처도 그 가운데 티끌이라네
달원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達原上人)
莫說相分意    헤어지는 마음 이야기하지 말게
新愁起我心    새로운 시름 내 마음에 일어나니
亂靑千嶂疊    어지러운 푸른색 천 봉우리가 첩첩이고
虛碧一溪深    하늘의 푸른색 개울 하나가 깊구려
惜別非禪術    이별의 아쉬움은 선가의 규칙 아니지
觀空是聖箴    공을 관하라고 성인께서 경계하셨지
雖然多所悵    하지만 원망스러움 너무도 많아
携手下雲岑    구름 낀 봉우리를 손을 잡고 내려간다
성학 사미에게 차운하여 주다(次贈聖學沙彌)
要知成佛道    성불하는 길 알고 싶은가
恰恰照根塵    꼭 육근과 육진을 관조하라
莫作今日事    오늘의 일47)을 짓지 말거라
難逢舊時人    옛날 사람48) 만나기 어려우니
可憐蟻子夢    가련하구나, 개미의 꿈49)
虛負玉樓春    옥루의 봄을 헛되이 저버리네
且指西歸路    서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또 가리켜 주랴
蓮紅德水濵    붉은 연꽃은 덕의 강가에 피느니라
재차 강의를 그만두고【기묘년 겨울】(再罷講【己卯冬】)
閱經何歲月    경전 열람한 것 그 세월 얼마던가
空費鬂邊春    귀밑머리의 청춘만 공연히 낭비했네
托病知人險    험한 인심을 알기에 병을 내세우고
藏蹤厭世紛    세상의 분분함이 싫어 종적을 감춘다
谷風時至友    골짜기 바람은 때맞춰 찾아 주는 벗
松月自來賓    소나무에 달님은 저절로 오는 손님
定中知己在    선정 가운데 지기가 있으니
於道喜相親    도를 기뻐하며 서로 가까이하리라
칠언율시七言律詩
병중에 회포를 쓰다(病中書懷)
剃髮工夫自不明  삭발하고 한 공부 스스로 분명하지 않은데
此身何事被虛名  이 몸은 무슨 일로 헛된 명성을 얻었나
西山落日愁邊色  서산에 지는 해는 근심스러운 모습
故寺寒鍾涙下聲  옛 절의 싸늘한 종은 눈물 흘리는 소리
黃金佛榻羞無戒  황금의 부처님 탁자에 부끄러워라, 계를 지키지 못했고
白髮萱堂恨少誠  백발의 훤당50)에 한스러워라, 정성을 다하지 못했네

009_0686_c_01L即聲疑執妄離色恐迷眞

009_0686_c_02L霽月家山好光風面目新

009_0686_c_03L請看空鳥跡生佛箇中塵

009_0686_c_04L贈達原上人

009_0686_c_05L
莫說相分意新愁起我心

009_0686_c_06L亂靑千嶂疊虛碧一溪深

009_0686_c_07L惜別非禪術觀空是聖箴

009_0686_c_08L雖然多所悵携手下雲岑

009_0686_c_09L次贈聖學沙彌

009_0686_c_10L
要知成佛道恰恰照根塵

009_0686_c_11L莫作今日事難逢舊時人

009_0686_c_12L可憐蟻子夢虛負玉樓春

009_0686_c_13L且指西歸路蓮紅德水濵

009_0686_c_14L再罷講己卯

009_0686_c_15L
閱經何歲月空費鬂邊春

009_0686_c_16L托病知人險藏蹤厭世紛

009_0686_c_17L谷風時至友松月自來賓

009_0686_c_18L定中知己在於道喜相親

009_0686_c_19L

009_0686_c_20L七言律詩

009_0686_c_21L病中書懷

009_0686_c_22L
剃髮工夫自不明此身何事被虛名

009_0686_c_23L西山落日愁邊色故寺寒鍾涙下聲

009_0686_c_24L黃金佛榻羞無戒白髮萱堂恨少誠

009_0687_a_01L況乏北宸輸盡命  하물며 북극성51)에 목숨을 바치지 못했으니
薜窓寒月不堪情  넝쿨 창에 차가운 달빛 그 정을 감당치 못하겠네
내원암(題內院菴)
卜此名區閱幾年  이 명당에 터를 잡고 보낸 세월 몇 년인가
遠山深水隔塵緣  먼 산에 깊은 계곡, 속세 인연과 격리되었지
曾聞日月壺中界  일찍이 호리병 속 세계에 해와 달이 뜬다52)고 들었는데
今見風烟像外天  지금 만상을 벗어난 하늘의 바람과 안개를 본다
溪石近窓眠可枕  계곡의 바위, 창에 가까워 잠잘 때 베개로 쓸 수 있고
松雲入檻坐宜筵  소나무의 구름, 울타리로 들어와 앉을 때 자리삼기 좋네
憑欄詠罷金剛偈  난간에 기대 금강의 게송을 노래하고 나자
怡悅襟懷不是仙  흐뭇해지는 마음의 회포, 이게 신선이 아닐까
단비(喜雨)
前溪水響激新鳴  앞개울의 물소리 새로운 울음 격동하고
天降南風好雨聲  하늘이 남풍을 내리시니 좋은 빗소리
野老鋤頭歌有樂  호미질 하는 촌 노인의 가락 즐거워라
牧童牛背唱多情  소 등에 탄 목동의 노래 다정도 하지
滴滴能抽殘苗發  방울방울 시들어 가던 싹들을 틔우며
霏霏自逐晩雲橫  부슬부슬 저녁 구름을 스스로 쫓네
桑林惠澤吾王德  상림의 혜택53)이 우리 임금님 덕이니
祝聖葵心孰不傾  성수를 축원하는 해바라기 마음54)을 누가 기울이지 않으리오
우 생원【범숙】의 시에 차운하여(次禹生員【範淑】)
易東遺跡閱何年  역동55)께서 남기신 자취 몇 해나 열람했나
有道家聲子得專  도가 있는 집안의 명성을 그대가 전하리라
操節在人寧爲後  사람이 갖춰야 할 지조와 절개 어찌 뒤지리오
識文於世想無前  세상에 대한 식견과 문장 앞설 자가 없지 싶네
靑山有意尋禪友  청산에 뜻을 두어 선의 벗을 찾아오고
浮世無心好古篇  뜬세상에 무심하여 옛글이나 좋아하네
携手莫嫌人異路  손을 이끄니 길이 다른 사람이라며 싫어하지 마소
早聞夫子詠流川  부자께서도 흐르는 시내를 노래했다56)고 일찍이 들었으니
안장에서 운을 부르다(鞍匣呼韻)
方形胡不法其天  방정한 형태 어찌 그 하늘을 본받지 않았으랴
爾墜牛山涙若川  네가 떨어지면 우산의 눈물57)이 강물 같으리
秦地路遙劉載馬  진나라 땅 길은 멀어 유방은 말에 싣고
椘江風急項藏船  초나라 강 바람 급해 항우는 배에 숨겼지
申生野蒲宜居後  신생58)의 들판 부들은 뒤에 있는 게 마땅하지만
漢武龍鱗豈在先  한왕의 용 비늘59)이 어찌 앞에 있을까
自古莊纓眞可貴  예부터 탄탄한 안장 끈은 참으로 귀했으니
誰將沽酒欲沾咽  누가 술을 받아 목을 축여 주려나
삼가 『서난록』60)에서 송운 화상을 찬양한 시의 운을 따라(謹次舒難錄讃松雲和尙韻)
弊衲東隅換鐵城  쓸모없는 납자, 동우61)를 철옹성으로 바꾸고
丈夫忠義此身并  사내대장부의 충의가 이 몸과 함께했네
衣沾醜雨孤帆遠  사나운 비에 옷 젖어 가며 외로운 돛대로 먼 나라 가고
語折讎人怒膽輕  말이 통하지 않는 원수의 성난 쓸개를 우습게 여겼도다

009_0687_a_01L況乏北宸輸盡命薜窓寒月不堪情

009_0687_a_02L題內院菴

009_0687_a_03L
卜此名區閱幾年遠山深水隔塵緣

009_0687_a_04L曾聞日月壺中界今見風烟像外天

009_0687_a_05L溪石近窓眠可枕松雲入檻坐宜筵

009_0687_a_06L憑欄詠罷金剛偈怡悅襟懷不是仙

009_0687_a_07L喜雨

009_0687_a_08L
前溪水響激新鳴天降南風好雨聲

009_0687_a_09L野老鋤頭歌有樂牧童牛背唱多情

009_0687_a_10L滴滴能抽殘苗發霏霏自逐晩雲橫

009_0687_a_11L桑林惠澤吾王德祝聖葵心孰不傾

009_0687_a_12L次禹生員 範淑

009_0687_a_13L
易東遺跡閱何年有道家聲子得專

009_0687_a_14L操節在人寧爲後識文於世想無前

009_0687_a_15L靑山有意尋禪友浮世無心好古篇

009_0687_a_16L携手莫嫌人異路早聞夫子詠流川

009_0687_a_17L鞍匣呼韻

009_0687_a_18L
方形胡不法其天爾墜牛山涙若川

009_0687_a_19L秦地路遙劉載馬椘江風急項藏船

009_0687_a_20L申生野蒲宜居後漢武龍鱗豈在先

009_0687_a_21L自古莊纓眞可貴誰將沽酒欲沾咽

009_0687_a_22L謹次舒難錄讃松雲和尙韻

009_0687_a_23L
弊衲東隅換鐵城丈夫忠義此身并

009_0687_a_24L衣沾醜雨孤帆遠語折讎人怒膽輕

009_0687_b_01L操節只從憂社稷  그저 사직에 대한 근심에서 나온 지조와 절개
襟懷豈在戀功名  마음에 어찌 공명을 바람이 있었으랴
歸邊一席君王慶  돌아와 임금님과 한자리에서 기뻐하니
試看堯風舜日明  보라, 요임금의 바람 순임금의 태양이 밝았도다
각 도우에게 보냅니다(寄覺道友)
唱出高山孰解吟  고산곡62) 크게 부르니 누가 이 노래를 알까
百年天地爾知音  백 년 세월 온 천지에 지음은 그대뿐
林禽喚夢風塵路  숲의 새들은 풍진 나그네의 꿈을 깨우고
嶺月牽情貝樹陰  산마루 달은 패수63)의 그늘로 마음을 이끈다
北峽雲籠斑虎伏  북쪽 골짜기 구름 새장에 엎드린 줄무늬 호랑이
南溟水靜彩龍潜  남쪽 바다 고요한 물속에 잠긴 오색의 용
騰去振吼期何日  날아오르고 포효할 날 언제쯤일까
願作桑門道契深  부디 도에 깊이 계합한 상문64)이 되길
≺둥근 등불≻이란 시의 운을 따라(次圓燈韻)
平腹圓形豈似▼(竹/瓢)  평평한 배에 둥근 형태 어찌 바가지와 비슷하랴
口呑油炷火生苖  입으로 기름 심지를 삼키니 불꽃이 피어나는 싹
素無嫌德猶書士  바탕에 혐오스러운 덕이 없는 글 읽는 선비요
元不管功只社猫  원래 공명을 탐하지 않는 사당의 고양이일 뿐
全身彷彿錚鼗狀  몸 전체는 징이나 땡땡이를 방불케 하고
半面依然䗖蝀腰  반쪽은 흡사 무지개의 허리인 듯
破暗山窓何待月  산창의 어둠을 부수는 데 뭣하러 달을 기다리랴
此燈明處夜潜逃  이 등이 밝은 곳에서는 밤이 후딱 도망가네
묘향산으로 가는 상월 화상께 올립니다(呈霜月和尙妙香行)
遠向明山好翠微  푸른빛이 아름다운 밝은 산으로 멀리 향하시니
不堪慈德暫相違  자비로운 덕과 잠시 떨어지는 것 감당치 못하겠네
金剛路上圓乘轉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원교의 법륜이 구르고
香嶽花邊寶襪飛  묘향산 꽃밭 주변엔 보배 버선이 분주하겠지요
龍神喜待先師塔  용과 신들이 기다리며 기뻐할 선사들의 탑
猿鶴愁分弟子扉  원숭이와 학이 헤어지며 슬퍼할 제자들의 사립문
應想錦鱗多北海  분명 북해에는 비단잉어가 많지 싶으니
幾年垂釣却忘歸  몇 년이나 낚싯대 드리우고 돌아올 날 잊으실지
≺거미≻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蛭蛛韻)
有物張羅一面懸  비단을 짜는 물건이 한 면에 매달려
志求從地又從天  뭔가 얻을 요량으로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縱知神聖能成網  신성이 그물을 짤 수 있다는 건 비록 알지만
誰信華翁得畫椽  화옹이 서까래를 단청할 수 있다는 건 누가 믿을까
影落每窺花外蝶  그림자 어른거리면 매번 꽃 밖의 나비를 엿보고
聲來只待雨中蟬  소리가 들리면 그저 빗속의 매미를 기다리네
霜風不久藏諸品  서릿바람이 오래지 않아 만물을 갈무리하리니
嗟爾機心莫謾牽  아! 그대여 솜씨와 마음 부질없이 뽑아내지 말라
문 도우의 시를 차운하여(次文道友軸)
幾千餘里海茫茫  몇 천 리이던가, 망망한 바다
欲悉金章可得量  황금의 문장을 몽땅 궁구하고 싶어

009_0687_b_01L操節只從憂社稷襟懷豈在戀功名

009_0687_b_02L歸邊一席君王慶試看堯風舜日明

009_0687_b_03L寄覺道友

009_0687_b_04L
唱出高山孰解吟百年天地爾知音

009_0687_b_05L林禽喚夢風塵路嶺月牽情貝樹陰

009_0687_b_06L北峽雲籠斑虎伏南溟水靜彩龍潜

009_0687_b_07L騰去振吼期何日願作桑門道契深

009_0687_b_08L次圓燈韻

009_0687_b_09L
平腹圓形豈似▼(竹/瓢) [4] 口呑油炷火生苖

009_0687_b_10L素無嫌德猶書士元不管功只社猫

009_0687_b_11L全身彷彿錚鼗狀半面依然螮蝀腰

009_0687_b_12L破暗山窓何待月此燈明處夜潜逃

009_0687_b_13L呈霜月和尙妙香行

009_0687_b_14L
遠向明山好翠微不堪慈德暫相違

009_0687_b_15L金剛路上圓乘轉香嶽花邊寶襪飛

009_0687_b_16L龍神喜待先師塔猿鶴愁分弟子扉

009_0687_b_17L應想錦鱗多北海幾年垂釣却忘歸

009_0687_b_18L次蛭蛛韻

009_0687_b_19L
有物張羅一面懸志求從地又從天

009_0687_b_20L縱知神聖能成網誰信華翁得畫椽

009_0687_b_21L影落每窺花外蝶聲來只待雨中蟬

009_0687_b_22L霜風不久藏諸品嗟爾機心莫謾牽

009_0687_b_23L次文道友軸

009_0687_b_24L
幾千餘里海茫茫欲悉金章可得量

009_0687_c_01L鷲嶺落花猶有恨  취령65) 지는 꽃에 오히려 한을 품고
竹林寒月亦多傷  죽림66) 싸늘한 달에 또 아픔도 많았지
禪河石老波流晩  선의 강가에서 돌은 늙고 물결도 저무는 저녁
覺樹秋殘葉墜忙  보리수에는 가을이 시들어 우수수 떨어지는 잎
愁裡幸逢千載爾  근심 속에서 다행히 천 년 만에 그대를 만났구려
自將甘露入湖長  직접 감로수 들고 호장으로 들어왔네
가르침을 청하는 연 장실에게 드립니다(贈演丈室之求)
托來無似歲三周  못난 나에게 의탁한 지도 삼 년의 세월
問法堂前愧未酬  법을 묻는 당 앞에서 답하지 못해 부끄럽네
唱道有時經對眼  때로 도를 노래하며 경전을 마주한 눈
入禪終日衲蒙頭  종일 선정에 들어 납의를 덮어쓴 머리
論心已許超倫氣  마음을 논하고는 이미 무리를 초월한 기상을 허락했는데
握手今將惜別愁  손을 잡고는 이제 아쉬운 이별의 슬픔을 안겨 주네
若作老僧知己友  만약 노승을 지기의 벗으로 삼고 싶다면
古佛深懷更轉求  옛 부처의 깊은 속내를 다시 찾아보게나
≺그윽한 흥취≻라는 시의 운을 따라(次幽興韻)
紅塵十載謝金魚  홍진 속 십 년 세월 금어67)를 사양하고
不見松扉住客車  솔 사립에 손님의 수레가 서 있는 것 보지 못했네
時倚石坍閑詠句  때로 석단에 기대 한가롭게 시나 읊고
更登蔬圃懶携鋤  다시 채마밭 올라 설렁설렁 호미질
窓前影落含花鳥  창 앞에 떨어지는 그림자는 꽃을 머금은 새
靜裡聲摧嚙脛猪  정강이 무는 멧돼지를 쫓는 정적 속 고함
移拂衲衣甘一睡  납의를 털고 달콤하게 한잠 자면
乾坤無定一丘墟  건곤이 정처 없는 하나의 폐허
천주봉에 올라(上天主峰)
智異高岡體勢雄  지리산 높은 줄기 그 웅장한 산세
鵠峰遙揷白雲中  하얀 봉우리 멀리 흰 구름 속에 꽂혔구나
崖懸壁絕難容足  까마득한 절벽엔 발을 디디기 어렵고
水急磴危未信笻  급한 물살 위험한 비탈 지팡이도 못 믿겠네
回頭北極天何近  머리 돌리면 북극성이라 하늘이 어찌나 가까운지
聘目南溟地即窮  휘휘 둘러보면 남쪽 바다라 땅도 여기서 끝이구나
潜勝掩奇收不得  숨겨 둔 기이한 절경을 다 거둘 수 없어
杳然無語倚巖松  아득히 말을 잊고 바위 소나무에 기댄다
감로사 수도 판상의 운을 따라(次甘露寺修道板上韻)
此地曾聞說勝區  이곳이 명승지란 소리 일찍이 듣고도
十年今日得淸遊  십 년 만에 오늘 맑은 놀이 하게 되네
庭前露濕諸花面  뜰 앞에는 이슬에 젖은 온갖 꽃들의 얼굴
檻外雲濃萬嶂頭  난간 밖에는 구름 짙은 만 봉우리의 머리
觀佛有時僧入定  승려들은 부처님을 관하며 때때로 선정에 들고
愛山終日客登樓  나그네는 산을 사랑해 종일 누각에 오른다
風光於此偏多興  이곳 풍광에서 유독 많아지는 흥취
絕境如何問十洲  십주68)의 절경은 물어 무엇 하랴

009_0687_c_01L鷲嶺落花猶有恨竹林寒月亦多傷

009_0687_c_02L禪河石老波流晩覺樹秋殘葉墜忙

009_0687_c_03L愁裡幸逢千載爾自將甘露入湖長

009_0687_c_04L贈演丈室之求

009_0687_c_05L
托來無似歲三周問法堂前愧未酬

009_0687_c_06L唱道有時經對眼入禪終日衲蒙頭

009_0687_c_07L論心已許超倫氣握手今將惜別愁

009_0687_c_08L若作老僧知己友古佛深懷更轉求

009_0687_c_09L次幽興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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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塵十載謝金魚不見松扉住客車

009_0687_c_11L時倚石坍閑詠句更登蔬圃懶携鋤

009_0687_c_12L窓前影落含花鳥靜裡聲摧嚙脛猪

009_0687_c_13L移拂衲衣甘一睡乾坤無定一丘墟

009_0687_c_14L上天主峰

009_0687_c_15L
智異高岡體勢雄鵠峰遙揷白雲中

009_0687_c_16L崖懸壁絕難容足水急磴危未信笻

009_0687_c_17L回頭北極天何近聘目南溟地即窮

009_0687_c_18L潜勝掩奇收不得杳然無語倚巖松

009_0687_c_19L次甘露寺修道板上韻

009_0687_c_20L
此地曾聞說勝區十年今日得淸遊

009_0687_c_21L庭前露濕諸花面檻外雲濃萬嶂頭

009_0687_c_22L觀佛有時僧入定愛山終日客登樓

009_0687_c_23L風光於此偏多興絕境如何問十洲

009_0687_c_24L奉呈洪南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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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남원께 받들어 올립니다(奉呈洪南原)
風流太守玉堂仙  풍류를 즐기시는 태수 옥당의 신선이라
多士登門恐未先  많은 선비들이 앞다퉈 문을 오르네
梅閣自將憂國慮  매각69)에서 직접 우국의 근심을 거느리고
琴軒時彈愛民絃  금헌70)에서 때로 애민의 현을 연주하시니
何年禁掖能攀桂  어느 세월에 대궐의 계수나무를 오르실까
早歲要津已着鞭  이른 나이에 요직에서 이미 시작한 채찍질
安得虎溪三笑罷  어찌 호계의 삼소71)를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强吟蔬句寄人傳  억지로 소구72)를 읊어 인편에 전합니다
향산 관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香山關丈室)
學得渠家本性淸  그 집안의 본래 청정한 성품을 배워 체득하고는
且將滋味向人傾  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대접하시네
談空不外千差色  공을 이야기하지만 천차의 빛깔을 벗어나지 않고
說事寧隨萬別聲  현상을 설하지만 어찌 만별의 소리를 따르리오
叔季誰言賢者隱  말세에는 현자가 숨는다고 누가 말하는가
昏衢始看祖燈明  캄캄한 거리에 비로소 조사의 등불이 밝았구려
由來歎法無窮恨  줄곧 법을 한탄하며 한스러움 끝이 없었는데
幸借吾師得少平  다행히 우리 스님 덕분에 조금 평안해졌다오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송별하다(復用前韻送別)
庭梧秋入節新淸  뜰의 오동은 가을 들어 절개가 더욱 맑은데
莫把離懷向我傾  이별의 회포를 잡아 나에게 쏟지 말게
遊子恨分千里手  떠도는 아들은 천 리 길 손을 한스럽게 놓고
寒蟬啼送夕陽聲  철지난 매미가 석양의 소리로 울며 보낸다
高低一路西山遠  높고 낮은 하나의 길 서산은 멀고
彼此深懷好月明  피차 깊은 속내 좋은 달만 밝아라
何處虛閑靑嶂裡  어느 곳 허허롭고 한가한 맑은 봉우리 속에서
共懸囊鉢度生平  바랑 발우 높이 걸고 한평생을 보낼까
종단의 임무로 영남에 부임했을 때 기성 장로와 서로 화답하다(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驛路秋風共苦辛  역로의 가을바람 함께 고초를 겪고
宿緣酬處結來因  숙연의 과보인 곳에서 미래의 원인을 맺으니
蓮花世界應成我  연화국토 극락세계에선 나를 분명 완성시키리라
堪忍人間好作隣  감인국토 인간세계에선 좋은 이웃이 되어 주시네
携手有時言不厭  때때로 손을 끌어 보면 그 말씀 싫지 않고
話心終日道相親  종일 마음 논해 보면 그 도가 서로 가까워
知師一念歸無亂  산란함 없는 곳으로 돌아가는 스님의 일념을 알게 되니
却愧生平誤此身  한평생 잘못 살아온 이 몸이 도리어 부끄럽구려
또又
虛擲人間五十春  헛되게 인간세계에 던져진 오십 년 세월
五更殘燭獨傷神  오경의 꺼진 촛불에 홀로 상처 입은 정신
觀心自愧蒸沙客  마음 관하며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모래를 찌던 나그네73)
究義深慚說食人  뜻을 궁구하며 깊이 부끄러워하는 밥을 설명하던 사람74)
承順易生無限喜  받들어 순응하면 한량없는 기쁨이 쉽게 생기지만
對違難抑有餘嗔  마주해 위반하면 남은 분노를 억누르기 어렵지
眞源信不師何問  참된 근원을 믿지 않고 스님은 왜 물을까
返照中情涕滿巾  반조하는 가운데 마음의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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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太守玉堂仙多士登門恐未先

009_0688_a_02L梅閣自將憂國慮琴軒時彈愛民絃

009_0688_a_03L何年禁掖能攀桂早歲要津已着鞭

009_0688_a_04L安得虎溪三笑罷强吟蔬句寄人傳

009_0688_a_05L次香山關丈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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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得渠家本性淸且將滋味向人傾

009_0688_a_07L談空不外千差色說事寧隨萬別聲

009_0688_a_08L叔季誰言賢者隱昏衢始看祖燈明

009_0688_a_09L由來歎法無窮恨幸借吾師得少平

009_0688_a_10L復用前韻送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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庭梧秋入節新淸莫把離懷向我傾

009_0688_a_12L遊子恨分千里手寒蟬啼送夕陽聲

009_0688_a_13L高低一路西山遠彼此深懷好月明

009_0688_a_14L何處虛閑靑嶂裡共懸囊鉢度生平

009_0688_a_15L以宗任赴嶺南時與箕城長老相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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驛路秋風共苦辛宿緣酬處結來因

009_0688_a_17L蓮花世界應成我堪忍人間好作隣

009_0688_a_18L携手有時言不厭話心終日道相親

009_0688_a_19L知師一念歸無亂却愧生平誤此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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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擲人間五十春五更殘燭獨傷神

009_0688_a_22L觀心自愧蒸沙客究義深慚說食人

009_0688_a_23L承順易生無限喜對違難抑有餘嗔

009_0688_a_24L眞源信不師何問返照中情涕滿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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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又
五蕰家中有主人  오온의 집 가운데 주인이 있어
去來蹤跡覔無因  오가는 종적 찾을 길이 없나니
恒沙日月隨緣客  항사겁75) 세월에 인연 따르는 나그네요
塵墨乾坤不變身  진묵겁76) 건곤에 변화하지 않는 몸이로다
從凡不是心中事  범부라지만 이 마음 가운데 일은 아니고
入聖元非面目眞  성인이 된다지만 원래 진면목은 아니지
今向吾師伸一問  이제 우리 스님에게 한 가지 물어봅시다
風光無限故山春  풍광이 한량없는 옛 동산의 봄인가요
『법화경』을 읽다(看蓮華經)
客窓無事讀蓮華  나그네 창에 일이 없어 『법화경』을 읽다가
暫見薰功幾筭沙  모래알 숫자로 헤아릴 공훈을 잠시 보았네
眞法不言諸色像  참된 법은 말 없는 저 모든 색상이요
妄緣吾有此心邪  허망한 인연은 내가 가진 이 마음의 삿됨
三車喩旨文成妙  세 수레의 비유77)는 그 문장 오묘하고
一父含情語盡嘉  한 아버지가 품은 마음은 그 말씀 다 훌륭해라
千古流通神力在  게다가 천고에 유통시킬 신력이 있으니
依然身入世尊家  흡사 이 몸이 세존의 집에 들어간 듯
일 도우에게 드립니다(贈一道友)
曾聞湖有一僧名  호남에 유명한 일 스님이 있다고 일찍이 듣고는
意謂功臻幾節程  속으로 공이 거의 절정78)에 이르렀다 여겼지
從我扣門方丈月  나를 따라 두드린 문은 방장산의 달
對渠說道上乘經  그대 마주해 설한 도는 상승의 경전
偏憐法海衣邊濕  옷깃에 젖은 법의 바다를 유독 아끼고
且愛禪燈眼上明  눈에 밝은 선의 등불을 또 사랑했네
寂寞吾家能守業  적막한 우리 집안에서 능히 업을 지키니
佛天無限老僧情  부처님 하늘처럼 한량없는 노승의 정
조계 회상에서 인 상인에게 드립니다(曹溪會中贈仁上人)
說聽分明借宿因  설하고 들음이 분명하니 숙세의 인연 덕분
執經堂畔道相親  경을 잡은 당에서는 도가 서로 가까웠지
共將智異山中月  지리산 산중의 달을 함께 가져다
移照華嚴會上筵  화엄회상 자리로 옮겨와 비추었네
志操自期凌雪竹  눈을 비웃는 대나무와 같은 지조를 스스로 기약하고
慈心應學滿山春  산에 가득한 봄기운 같은 자비로운 마음 배워야 하리
從余倘使緣無盡  나를 따르던 인연 혹 끝내고 싶지 않다면
更訪頭流面目眞  두류산의 진면목을 다시 방문하길
제 선사에게 드립니다(贈濟禪師)
少剛山有濟禪師  소강산에 제 선사가 있어
識道聦明世所奇  도를 알고 총명한 세상에서 기이한 자
從我縱無增聖解  나를 따르며 성인의 앎을 늘린 일은 비록 없지만
對君猶許結神知  그대 마주하곤 마음의 벗이 되는 걸 오히려 허락하네
當空寶月懷相讓  허공에 뜬 보배로운 달 같은 회포를 서로 사양하고
出峀閑雲迹共隨  산굴을 나선 한가로운 구름의 자취를 함께 따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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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688_b_02L
五蕰家中有主人去來蹤跡覔無因

009_0688_b_03L恒沙門月隨緣客塵墨乾坤不變身

009_0688_b_04L從凡不是心中事入聖元非面目眞

009_0688_b_05L今向吾師伸一問風光無限故山春

009_0688_b_06L看蓮華經

009_0688_b_07L
客窓無事讀蓮華暫見薰功幾筭沙

009_0688_b_08L眞法不言諸色像妄緣吾有此心邪

009_0688_b_09L三車喩旨文成妙一父含情語盡嘉

009_0688_b_10L千古流通神力在依然身入世尊家

009_0688_b_11L贈一道友

009_0688_b_12L
曾聞湖有一僧名意謂功臻幾節程

009_0688_b_13L從我扣門方丈月對渠說道上乘經

009_0688_b_14L偏憐法海衣邊濕且愛禪燈眼上明

009_0688_b_15L寂寞吾家能守業佛天無限老僧情

009_0688_b_16L曹溪會中贈仁上人

009_0688_b_17L
說聽分明借宿因執經堂畔道相親

009_0688_b_18L共將智異山中月移照華嚴會上筵

009_0688_b_19L志操自期凌雪竹慈心應學滿山春

009_0688_b_20L從余倘使緣無盡更訪頭流面目眞

009_0688_b_21L贈濟禪師

009_0688_b_22L
少剛山有濟禪師識道聦明世所奇

009_0688_b_23L從我縱無增聖解對君猶許結神知

009_0688_b_24L當空寶月懷相讓出峀閑雲迹共隨

009_0688_c_01L應闡海東吾佛化  분명 우리 부처님의 교화를 해동에 천양하리라
老僧他日願聞之  노승이 훗날 그 소식 듣기 소원이라오
강의를 그만두고 문도들에게 보이다(罷講示徒)
强吐深懷報衆知  깊은 속내를 억지로 토해 대중에게 알리니
講坍虛弄說玄奇  강단에서 헛되이 희롱하며 현묘함과 기이함 설하였네
看經縱許年靑日  경전 보는 일 비록 젊은 날에야 허락되겠지만
念佛偏宜髮白時  백발이 되었을 땐 도리어 염불이 마땅하지
生死若非憑聖力  생사에서 만약 성인의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昇沉無計任渠持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그를 지탱할 방도가 없지
況復世間頗閙閙  하물며 또 세간은 자못 시끌시끌해
白雲幽谷有歸思  흰 구름 그윽한 골짜기로 돌아갈 생각이네
팔공산 기성 장로의 편지에 답하다(答八公山箕城長老書)
八公山水久聞名  팔공산 산수야 그 명성을 들은 지 오래
況復禪翁住錫瓶  하물며 석장과 정병을 머물고 계신 선옹까지
病脚難堪行一步  병든 다리가 한 걸음 옮기는 것도 감당키 어려워
歸心不歇見高明  고명함 뵙고 싶어 돌아가는 마음이 그치질 않네
契道縱無天地遠  도에 계합하면 비록 하늘과 땅의 아득함도 없다지만
撕眉應有肺腑傾  눈썹을 뽑으면 분명 오장육부까지 드러내겠지
誰知兩老相思地  두 노인네 서로 그리워하는 경지를 누가 알까
握手要論學佛情  손을 잡고 부처 배우는 마음을 논했으면
흘 장실이 찾아와 법을 믿는다는 말을 올리기에 감사의 뜻으로 율시 한 수를 지어 그를 권면하다(屹丈室來呈信法之語感題一律勉之)
撕眉似有法中誠  눈썹을 뽑는 게 법에 대한 정성이 있는 듯하여
爲說吾家沒字經  우리 집안의 글자 없는 경을 말해 주나니
蘊界空時空不妙  오온과 십팔계가 공할 때, 그런 공은 오묘하지 않고
神光照處照非明  신비한 광명이 비추는 곳, 그런 비춤은 밝음이 아니네
泥龍走海眞消息  진흙 용이 바다를 달리는 것이 참된 소식
石虎吟風好聖靈  돌 호랑이가 바람을 노래하는 것이 좋은 성령
倘得此中無限趣  혹 이 가운데 한량없는 취향을 얻는다면
六根應斷是非情  육근에서 응당 시비의 정을 끊으리라
향산 혜 장실에게 드립니다(贈香山慧丈室)
一衲飄然自北來  납자 하나 표표히 북쪽에서 찾아와
薜窓携手病眸開  넝쿨 창에서 손을 끄니 병들었던 눈이 번쩍
論心可許稱長德  마음을 논함에 장로에 걸맞은 덕이라 허락하겠고
唱道偏憐說妙才  도를 노래함에 오묘함을 설하는 재주 유난히 사랑스럽네
淸流玉洞寒聲亂  맑은 물 흐르는 옥동에는 차가운 소리 어지럽고
老栢幽庭翠影堆  늙은 잣나무 그윽한 뜰에는 푸른 그림자 수북수북
細聽無生歌數闋  무생의 노래 여러 곡을 찬찬히 들어보니
十年塵慮欲成灰  십 년 세월 때 묻은 생각들 재가 되려 하는구려
명봉 상인에게 화답하다(酬名鳳上人)
旣見先儒斥佛言  선대 유생들이 불교를 배척한 말 이미 봤는데
掛冠何事入空門  갓을 걸고는 무슨 일로 공문으로 들어오셨나
離名絕象能知意  이름을 여의고 형상을 끊었기에 그 뜻은 알겠지만
得水隨流豈見源  물을 얻어 흐름을 따르니 어찌 그 근원을 보리오

009_0688_c_01L應闡海東吾佛化老僧他日願聞之

009_0688_c_02L罷講示徒

009_0688_c_03L
强吐深懷報衆知講坍虛弄說玄奇

009_0688_c_04L看經縱許年靑日念佛偏宜髮白時

009_0688_c_05L生死若非憑聖力昇沉無計任渠持

009_0688_c_06L況復世間頗閙閙白雲幽谷有歸思

009_0688_c_07L答八公山箕城長老書

009_0688_c_08L
八公山水久聞名況復禪翁住錫瓶

009_0688_c_09L病脚難堪行一步歸心不歇見高明

009_0688_c_10L契道縱無天地遠撕眉應有肺腑傾

009_0688_c_11L誰知兩老相思地握手要論學佛情

009_0688_c_12L屹丈室來呈信法之語感題一律勉
009_0688_c_13L

009_0688_c_14L
撕眉似有法中誠爲說吾家沒字經

009_0688_c_15L蘊界空時空不妙神光照處照非明

009_0688_c_16L泥龍走海眞消息石虎吟風好聖靈

009_0688_c_17L倘得此中無限趣六根應斷是非情

009_0688_c_18L贈香山慧丈室

009_0688_c_19L
一衲飄然自北來薜窓携手病眸開

009_0688_c_20L論心可許稱長德唱道偏憐說妙才

009_0688_c_21L淸流玉洞寒聲亂老栢幽庭翠影堆

009_0688_c_22L細聽無生歌數闋十年塵慮欲成灰

009_0688_c_23L酬名鳳上人

009_0688_c_24L
旣見先儒斥佛言掛冠何事入空門

009_0688_c_25L離名絕象能知意得水隨流豈見源

009_0689_a_01L男子腹中何歲月  남아의 뱃속에는 아득한 세월
丈夫心上舊乾坤  장부의 마음에는 옛날의 건곤
多君未了三生債  많은 사람들에게 삼생의 빚을 갚지 못해
感悟深恩拜世尊  깊은 은혜 느끼고 깨달아 세존께 예배하네
초가집을 짓고 회포를 서술해 벽에 쓰다【임신년(1752) 가을】(結草屋述懷題壁【壬申秋】)
盤結巖崖小土庵  반반한 초옥은 바위 절벽 작은 흙집 암자
圖酬常恐施恩心  보답할 일 생각하면 항상 두려운 시주들의 은혜
誅茅覆屋功嫌大  꼴을 베다 지붕 덮으며 공사가 커지는 걸 싫어했고
綯索懸窓價取廉  새끼를 꼬아 창을 매달며 청렴한 가치를 취했네
無事啓門山日晩  일이 없어 문을 열면 산자락 해가 저물고
厭塵埋路洞雲深  속진이 싫어 길을 메운 동구의 깊은 구름
林蔬亦是吾王化  숲의 채소 역시 우리 임금님의 교화이기에
掃壁時題頌德吟  벽을 쓸고 때로 덕을 칭송하는 시를 쓴다
또又
病矣於何可堪歸  병들었지만 어디 돌아갈 곳이나 있나
半年幽壁掩松扉  반년이나 그윽한 벽에 소나무 사립 닫았네
薪窮石竈愁房泠  땔감 떨어진 돌 아궁이에 걱정인 방의 냉기
粒絕沙鐺忍腹飢  양식 떨어진 모래 솥에 참아야 할 배의 허기
縫衲只仍藏瘦骨  꿰맨 납의로 겨우 수척한 몰골이나 감추고
看經自得養玄機  경을 보다 얻은 것으로 현묘한 심기나 기르며
時倚薜窓酣一睡  때로 넝쿨 창에 기대 달콤하게 한 잠 즐기면
夢魂遙逐落西輝  꿈속의 혼이 지는 석양빛을 멀리 쫓는다
노 처사의 만각헌에 받들어 올립니다(奉呈盧處士晩覺軒)
心上功夫認執中  마음공부가 중도를 잡는 것임을 알아차리고
危微箇裡已精通  위태로움과 미묘함 그 속에서 이미 정통하셨으니
能腥釋子沉空道  공의 도리에 깊이 잠긴 육식하는 석자요
且許莊翁去尙功  또 상공을 거절한 장옹이라 허락하겠네
推己待人情不倦  자신을 미루어 사람을 대하시니 그 인정 게으르지 않고
安貧居巷樂無窮  누추한 시골에서 안빈하시니79) 그 즐거움 끝없어라
殘年得力知如此  만년에 힘을 얻고 이와 같음을 알아
動靜依然振古風  움직이든 고요하든 의연히 옛 풍도를 떨치시네
차운을 첨부한다(附次)
癯然道骨臥雲中  파리한 도의 골격 구름 속에 누워
秋月精神水鏡通  가을 달의 정신 물거울에 통했구려
可惜粹盎賢士質  애석하구나, 빛나는 현사의 자질이
謾崇寂滅世尊功  부질없이 적멸인 세존의 공을 숭상하다니
胷呑法海千尋濶  가슴에 품은 법의 바다는 깊고 광활하며
口呪眞經萬理窮  입으로 외는 진경은 만 리에 끝이 없네
一席淸談蕭寺雨  비 내리는 소사에서 한 차례 청담을 나눠 보니
却欣儒釋是同風  이렇게 기쁠 수가, 유교와 석교가 같은 풍도로다
≺대암≻이란 시의 운을 따라(次臺庵韻)
碧山中有古禪園  푸른 산 가운데 오래된 선의 동산이 있어
像外人間自此分  만상 밖과 인간세계가 여기서부터 갈리네
疊嶂欲遮車馬到  첩첩 봉우리는 거마가 오는 걸 막으려 하고
喧川應斷是非聞  요란한 시내는 시비의 소문을 마땅히 끊지

009_0689_a_01L男子腹中何歲月丈夫心上舊乾坤

009_0689_a_02L多君未了三生債感悟深恩拜世尊

009_0689_a_03L結草屋述懷題壁壬申

009_0689_a_04L
盤結巖崖小土庵圖酬常恐施恩心

009_0689_a_05L誅茅覆屋功嫌大綯索懸窓價取廉

009_0689_a_06L無事啓門山日晩厭塵埋路洞雲深

009_0689_a_07L林蔬亦是吾王化掃壁時題頌德吟

009_0689_a_08L

009_0689_a_09L
病矣於何可堪歸半年幽壁掩松扉

009_0689_a_10L薪窮石竈愁房泠 [5] 粒絕沙鐺忍腹飢

009_0689_a_11L縫衲只仍藏瘦骨看經自得養玄機

009_0689_a_12L時倚薜窓酣一睡夢魂遙逐落西輝

009_0689_a_13L奉呈盧處士晩覺軒

009_0689_a_14L
心上功夫認執中危微箇裡已精通

009_0689_a_15L能腥釋子沉空道且許莊翁去尙功

009_0689_a_16L推己待人情不倦安貧居巷樂無窮

009_0689_a_17L殘年得力知如此動靜依然振古風

009_0689_a_18L附次

009_0689_a_19L
癯然道骨臥雲中秋月精神水鏡通

009_0689_a_20L可惜粹盎賢士質謾崇寂滅世尊功

009_0689_a_21L胷呑法海千尋濶口呪眞經萬理窮

009_0689_a_22L一席淸談蕭寺雨却欣儒釋是同風

009_0689_a_23L次臺庵韻

009_0689_a_24L
碧山中有古禪園像外人間自此分

009_0689_a_25L疊嶂欲遮車馬到喧川應斷是非聞

009_0689_b_01L袈裟影倒晴窓月  가사 그림자는 맑은 창가의 달을 쓰러뜨리고
夕磬聲穿晩洞雲  저녁 경쇠 소리는 저녁 골짜기 구름을 꿰뚫는데
更向曲欄甘一睡  다시 굽은 난간으로 향해 달콤하게 한잠 즐기면
歸心不逐世紛紛  돌아가는 마음이 분분한 세상을 쫓지 않는다네
첨복꽃(簷蔔花)
故圃園邊築短蹊  옛 동산 주위로 납작한 계단을 쌓아
愛將簷蔔植東西  사랑하는 첨복을 동쪽 서쪽에 심고는
時憂病幹收堆坌  때로 줄기가 병들까 걱정하며 북을 돋워 주고
且畏枯根汲小溪  또 뿌리가 마를까 두려워 작은 개울물 길어다 주었네
撫葉不嫌行草路  잎을 쓰다듬는 게 싫지 않으면 풀길을 거닐고
看花無意出山梯  꽃을 바라볼 뜻이 없으면 산비탈을 나서면서
閑中摭爇金爐上  한가할 때 주워 황금 향로에 사르고
更待新條轉蔪萋  새 가지가 더욱 무성하길 다시 기다린다
계족산 활 상인에게 드립니다【강의를 그만둔 지 10년 만에 문인들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재차 대암에서 개강했을 때이다. 그래서 시 속에 언급하였다.】(贈鷄足山濶上人【罷講十年。 不拒門人請。 再開講於臺庵時。 故詩中及之。】)
迦葉山前習㝎人  가섭산80) 앞에서 선정을 닦던 사람
十年行色道相親  십 년 동안의 행각이 도와 서로 가까웠네
家中九夏能隨俗  집에서는 여름 석 달 동안 능히 속세를 따랐고
路上三秋自守眞  길 위에서는 가을 석 달 스스로 참됨을 수호했네
透網錦鱗還滯水  그물을 뛰어넘은 비단잉어가 체수로 돌아왔으니
回頭石馬可超倫  머리를 돌린 석마라, 무리를 초월한 자라 하겠구려
吾師莫問西來旨  우리 스님 서쪽에서 온 뜻일랑 묻지 마오
翠竹黃花色色新  푸른 대 누런 국화가 빛깔마다 새로우니
청류정 외솔(題聽流亭孤松)
愛汝淸標避塵寰  풍진 세상 벗어난 그대의 맑은 의표를 사랑해
盤桓遺興憶陶君  주위를 서성거리는 옛 흥취에 도군81)이 생각나네
高枝月照驚巢鶴  높은 가지에 달 비추어 둥지의 학을 놀라게 하고
密葉風來散宿雲  빽빽한 잎에 바람 불어와 잠자던 구름 흩어놓는다
依巖古皃凌霜肅  바위에 기댄 옛 풍모는 서리의 엄숙함을 업신여기고
近水濃陰傲日熏  물가에 다가선 짙은 그늘은 따가운 햇살도 우습지
不廢渠貞吾未得  사라지지 않는 그대의 정절 나는 얻지 못했기에
坐看終日感題文  종일 앉아서 바라보다가 감격해 문장을 짓는다
원각 학인에게 드립니다(贈圓覺學人)
佛子於經仔細看  불자여, 경전을 자세히 살피고
逐流行色可尋源  흐름을 쫓아 행각하면 근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
曼殊一問離情境  문수보살82)의 한 가지 질문으로 정식의 경계 벗어나고
普眼三觀破棹昏  보안보살83)의 세 가지 관찰로 도거와 혼침을 깨뜨려라
忘心易入圓明域  마음을 잊으면 원만하고 밝은 땅에 쉽게 들어가지만
有意難超起滅門  의식이 있으면 생멸의 문을 초월하기가 어려우니
見月當天休執指  하늘에 뜬 달을 봤으면 손가락에 대한 집착은 그만두게
琅凾玉軸盡空言  옥 상자와 옥 두루마리의 경책84)이 모조리 빈말뿐이니

009_0689_b_01L袈裟影倒晴窓月夕磬聲穿晩洞雲

009_0689_b_02L更向曲欄甘一睡歸心不逐世紛紛

009_0689_b_03L簷蔔花

009_0689_b_04L
故圃園邊築短蹊愛將簷蔔植東西

009_0689_b_05L時憂病幹收堆坌且畏枯根汲小溪

009_0689_b_06L撫葉不嫌行草路看花無意出山梯

009_0689_b_07L閑中摭爇金爐上更待新條轉蔪萋

009_0689_b_08L贈鷄足山濶上人罷講十年不拒門人
再開講於臺庵時
009_0689_b_09L詩中
及之

009_0689_b_10L
迦葉山前習㝎人十年行色道相親

009_0689_b_11L家中九夏能隨俗路上三秋自守眞

009_0689_b_12L透網錦鱗還滯水回頭石馬可超倫

009_0689_b_13L吾師莫問西來旨翠竹黃花色色新

009_0689_b_14L題聽流亭孤松

009_0689_b_15L
愛汝淸標避塵寰盤桓遺興憶陶君

009_0689_b_16L高枝月照驚巢鶴密葉風來散宿雲

009_0689_b_17L依巖古皃凌霜肅近水濃陰傲日熏

009_0689_b_18L不廢渠貞吾未得坐看終日感題文

009_0689_b_19L贈圓覺學人

009_0689_b_20L
佛子於經仔細看逐流行色可尋源

009_0689_b_21L曼殊一問離情境普眼三觀破棹 [6]

009_0689_b_22L忘心易入圓明域有意難超起滅門

009_0689_b_23L見月當天休執指琅凾玉軸盡空言

009_0689_b_24L歎吟

009_0689_c_01L
탄식의 노래(歎吟)
慈尊法說孰知音  자존85)께서 법을 설하셨으니 누가 지음인가
出世風流示四心  출세간의 풍류를 네 가지 마음으로 보이셨네
靈鷲落花開活眼  영취산 지는 꽃은 살아 있는 안목을 열어 주고
祇林斜日解珍襟  기림86)에 기우는 햇살은 보배로운 옷깃을 풀어 헤치며
尸羅頓整威儀缺  시라87)는 위의의 결함을 단박에 교정하고
梵呪能消罪障深  범주88)는 깊은 죄장을 능히 소멸시키는데
吾軰此中誰信一  우리 무리들 이 가운데 누가 하나라도 믿는가
可憐虛老費光陰  가련하구나, 헛되이 늙으며 시간만 낭비했네
차운하여 심인 사에게 드립니다(次贈心印士)
古人緘口緃爲三  옛사람들은 벙어리 노릇 삼 년을 했다는데
强被吾師問指南  우리 스님 억지를 쓰며 지남89)을 묻네
求法到頭勤覔友  법을 구해 이르는 곳마다 열심히 벗을 찾고
撿身隨處愼開談  몸을 단속하여 상황에 따르면서 한담을 삼가게
偏憐操節松凌雪  유독 아낄 것은 눈을 비웃는 소나무 같은 절조
可愛襟懷月照潭  사랑할 만한 것은 못을 비추는 달 같은 마음
提起老僧無限意  노승의 한량없는 뜻을 제기해 보지만
送君今日說難堪  그대를 보내는 오늘,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구려
차운하여 유 상인에게 드립니다(次贈柔上人)
師自西山衲襲香  납의에 향기가 밴 스님 서산에서 찾아와
半年遊戱說禪塲  선을 설하는 마당에서 반년 동안 유희했네
連襟語處談鋒峻  옷깃 맞대고 말하는 자리에선 담론이 준엄하고
握手說時興味長  손잡고 설명할 때에는 흥취의 맛이 늘어졌지
遮眼莫言經有意  눈가림이니,90) 경전에 뜻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忘情可得道無方  정을 잊어야 방편이 없는 도를 얻을 수 있다네
如今欲向來時路  이제 왔던 때의 길로 향하고자 한다면
學佛爲期好晦光  부처를 배우길 결심하고 해탈을 좋아하게
천봉91) 장로 시축의 운을 따라(次天峰長老軸韻)
南來法錫知何晩  남쪽으로 오는 법의 주장자 어찌 이리 늦었을까
喜見工夫躡妙峰  희견보살의 공부로 묘봉을 밟으셨네
淸興共臨前澗水  맑은 흥취로 앞개울을 함께 굽어보고
道情同聽上方鍾  도의 정으로 하늘 종소리를 함께 들었지요
應深倚閭多時恨  동구에서 기다리며 애태울 게 뻔해 늘 그게 걱정
須速還鄕此日笻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 싶은 오늘의 지팡이
行色認行無我法  행색과 수행에 나와 법 없으셨으니
臨分更謝闡吾宗  헤어짐에 감사드리나니 종지를 드날리셨네
정 상인에게 드립니다(贈政上人)
早覺浮生不暫閑  부질없는 인생 잠시도 한가롭지 못하단 걸 일찍 깨닫고
辭親何日入雲山  부모님 하직하고 어느 날 구름 산으로 들어왔지
誠存慕道觀心上  도를 사모해 마음을 관하는 것에 정성을 기울이고
跡不隨塵混世間  속진을 따르며 세간과 섞이는 걸음 하지 않았지
焰坑豈厭投身苦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고통인들 어찌 싫어하리오
雪砌專忘立膝寒  눈 내린 섬돌에 서서 시린 무릎마저 오로지 잊었네92)
倘得工夫無念地  혹시라도 공부하여 무념의 경지를 얻는다면
故園眞是錦衣還  옛 동산에 진정으로 금의환향하리라

009_0689_c_01L
慈尊法說孰知音出世風流示四心

009_0689_c_02L靈鷲落花開活眼祇林斜日解珍襟

009_0689_c_03L尸羅頓整威儀缺梵呪能消罪障深

009_0689_c_04L吾軰此中誰信一可憐虛老費光陰

009_0689_c_05L次贈心印士

009_0689_c_06L
古人緘口緃爲三强被吾師問指南

009_0689_c_07L求法到頭勤覔友撿身隨處愼開談

009_0689_c_08L偏憐操節松凌雪可愛襟懷月照潭

009_0689_c_09L提起老僧無限意送君今日說難堪

009_0689_c_10L次贈柔上人

009_0689_c_11L
師自西山衲襲香半年遊戯說禪塲

009_0689_c_12L連襟語處談鋒峻握手說時興味長

009_0689_c_13L遮眼莫言經有意忘情可得道無方

009_0689_c_14L如今欲向來時路學佛爲期好晦光

009_0689_c_15L次天峰長老軸韻

009_0689_c_16L
南來法錫知何晩喜見工夫躡妙峰

009_0689_c_17L淸興共臨前澗水道情同聽上方鍾

009_0689_c_18L應深倚閭多時恨須速還鄕此日笻

009_0689_c_19L行色認行無我法臨分更謝闡吾宗

009_0689_c_20L贈政上人

009_0689_c_21L
早覺浮生不暫閑辭親何日入雲山

009_0689_c_22L誠存慕道觀心上跡不隨塵混世間

009_0689_c_23L焰坑豈厭投身苦雪砌專忘立膝寒

009_0689_c_24L倘得工夫無念地故園眞是錦衣還

009_0690_a_01L
차운하여 담 선사에게 드립니다(次贈湛禪士)
工夫倘許道相同  공부에 있어 혹 도가 서로 같음을 허락한다면
喚別何憂路隔東  이별이 다가온들 어찌 동쪽 먼 길을 근심하랴
時至影形宜見月  때가 이르면 어둡던 모습도 분명 달빛에 드러나고
自來音響可吟風  저절로 메아리가 찾아와 바람을 노래할 수 있으리
重重不是離渠外  중중의 인연이 그것을 벗어난 것이 아닌데
點點誰非落箇中  점점의 만물인들 누가 그 가운데 떨어지지 않으랴
歸後若知今日意  돌아간 후 만약 오늘의 뜻을 알아차린다면
一笻應作再來蹤  지팡이 하나로 다시 찾아와야만 하리다
차운하여 대은 사미에게 주다(次贈大隱沙彌)
何知佛道貴修成  불도는 닦아서 완성하는 걸 귀하게 여긴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萬水千山作此行  만 갈래 강물 천 개의 산을 행각하며 이 행을 짓거라
詢友倘知通妙道  벗에게 묻고 혹 알아차려 오묘한 도를 통달하면
歸鄕應許振佳聲  귀향을 응당 허락하리니 아름다운 명성 떨치리라
禪家活計隨窮的  선가에서 살아날 방도를 찾을 때는 궁극의 표적을 따르고
覺海工夫挹頓淸  깨달음 바다에서 공부할 때는 단박에 맑아짐을 움켜쥐어라
憐向老僧頻致語  이 노승을 가련하게 여겨 자주 말해 주면서
分明隻眼照無形  분명한 척안93)으로 형상이 없는 그것을 밝혀라
안도 춘 상인을 보내며(送安道春上人)
幾處風烟訪釣磯  바람과 안개 속에서 낚시터를 몇 곳이나 방문했나
溪山雲月上衫衣  계곡과 산 구름과 달빛이 곱게 아롱진 옷
九到莫嫌知我少  아홉 번이나 찾아와도 나를 아는 자 적다고 싫어 하지 말게
三登應許似君稀  세 차례 오르면 그대 같은 사람 드물다고 허락하리다94)
金天一面禪風起  가을 하늘 한쪽에서 선의 바람이 일어나는데
薩水千波慧錫歸  살수95)의 천 갈래 물결로 지혜의 석장이 돌아가네
回首鄕關何處是  고개 돌리니 고향땅은 어디쯤일까
鴨江秋雨古舤飛  압록강 가을비에 옛 돛단배 날아가네
부사정에 올라(登浮槎亭)
獨上浮槎亭上遊  부사정에 올라 홀로 노닐자니
却忘人世擾稠稠  인간세계 잊고 살랑살랑 흔들리네
誰知宇宙無窮意  우주의 무궁한 뜻을 누가 알까
自卜盈虛有數籌  차고 기욺 스스로 점치는 몇 개의 산대
江浪不揚時遇聖  강의 물결 일지 않으니 성군을 만난 때
渚菰爭發節迴秋  물가의 향초 다투어 피어나니 가을이 돌아온 절기
憑欄記得前人趣  난간에 기대 옛사람의 취향 새겨 보니
始覺功名可以休  공명은 없어도 괜찮음을 비로소 깨닫겠네
향산 척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香山倜丈室)
尋劒工夫問幾年  검을 찾는 공부 몇 년이나 물었던가
淸香無限去來邊  맑은 향기가 오가는 길에 한량없어라
高蹤振錫三山路  높은 자취로 삼산의 길에 석장을 떨치고
半月論心六祖禪  보름 동안 육조의 선으로 마음을 논했네
慈悲不讓江流海  바다로 흐르는 강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자비
智慧將同日上天  지혜는 장차 하늘로 오르는 태양과 같으리

009_0690_a_01L次贈湛禪士

009_0690_a_02L
工夫倘許道相同喚別何憂路隔東

009_0690_a_03L時至影形宜見月自來音響可吟風

009_0690_a_04L重重不是離渠外點點誰非落箇中

009_0690_a_05L歸後若知今日意一笻應作再來蹤

009_0690_a_06L次贈大隱沙彌

009_0690_a_07L
何知佛道貴修成萬水千山作此行

009_0690_a_08L詢友倘知通妙道歸鄕應許振佳聲

009_0690_a_09L禪家活計隨窮的覺海工夫挹頓淸

009_0690_a_10L憐向老僧頻致語分明隻眼照無形

009_0690_a_11L送安道春上人

009_0690_a_12L
幾處風烟訪釣磯溪山雲月上衫衣

009_0690_a_13L九到莫嫌知我少三登應許似君稀

009_0690_a_14L金天一面禪風起薩水千波慧錫歸

009_0690_a_15L回首鄕關何處是鴨江秋雨古舤飛

009_0690_a_16L登浮槎亭

009_0690_a_17L
獨上浮槎亭上遊却忘人世擾稠稠

009_0690_a_18L誰知宇宙無窮意自卜盈虛有數籌

009_0690_a_19L江浪不揚時遇聖渚菰爭發節迴秋

009_0690_a_20L憑欄記得前人趣始覺功名可以休

009_0690_a_21L次香山倜丈室

009_0690_a_22L
尋劒工夫問幾年淸香無限去來邊

009_0690_a_23L高蹤振錫三山路半月論心六祖禪

009_0690_a_24L慈悲不讓江流海智慧將同日上天

009_0690_b_01L別後要知眞面目  이별 후 참된 면목을 알고 싶다면
磬坍看取寶爐烟  경쇠 치는 단에서 보배로운 향 연기를 살펴보시게
도일 상인에게 드립니다(贈道日上人)
敎院誰傳衆掛名  강원에서 누가 전강한다 하면 떼로 이름을 걸지만
昔賢歸路少人行  옛 현인들께서 돌아간 길로는 가는 사람이 적지
奇言釋義稱高德  기이한 말로 뜻을 해석하면 고덕이라 칭하고
細科尋文說善經  세밀한 과목으로 문장을 분석하면 경을 잘 안다고들 하지
爭違發怒非吾意  다투고 어기고 노기를 드러내는 것 나의 뜻 아닌데
責順生歡豈汝情  규명하고 순응하고 환희하는 것 어찌 그대의 정이리오
句裡藏身如未脫  언구 속에 숨긴 몸을 만약 벗어나지 못했다면
劒山消息政分明  검산의 소식96)이 분명하리라
유 장실이 찾아와 올린 뜻에 보답하며(賽宥丈室來呈之意)
幸得吾師繼祖宗  다행히도 우리 스님 조사의 종지를 계승했으니
慧雲初漲海天東  지혜의 구름이 이제 동해 하늘에 넘실거리네
誰知道在尋文外  누가 알까, 도는 찾는 문자 바깥에 있다는 걸
只恐情存數墨中  몇 마디 문장에 정을 둘까 그저 걱정이라오
要借老胡無意手  늙은 오랑캐97)의 뜻 없는 손을 빌리고 싶어
强摩寒雪有誠躬  차가운 눈발에 성의를 다하며 몸을 문질렀네
彌陁亦設蓮池會  아미타불 역시 연꽃 가득한 회상을 베푸셨으니
莫作他年未到翁  훗날 참여하지 못한 늙은이는 되지 마시게
찾아 주신 우계 이 생원께 올립니다(呈迃溪李生員之來訪)
報道迃翁訪翠微  우옹께서 푸른 산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想應巖桂捲垂枝  바위의 계수나무도 드리운 가지를 거두리라 생각했지요
新秋入戶凉生壁  새 가을이 문에 들어와 벽에 찬기가 맴돌았는데
舊面臨門喜上眉  옛 얼굴이 문에 나타나니 눈썹에 기쁨이 솟는군요
携手不知人世險  손을 잡아끌자 험난한 인간세상 나 몰라라 하고
題詩祇說水雲奇  짓는 시에는 그저 기이한 물과 구름 이야기뿐
歸心已晩林間宿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저물어 숲에서 주무시니
遯世工夫有所思  세상 피하는 공부에 생각이 있으신가 봐
정 수재에게 드립니다(贈丁秀才)
樹密溪深鳥道微  빽빽한 숲 깊은 계곡 새 길마저 드문데
寒波涉盡又攀枝  차가운 물결 모조리 건너고 또 가지를 잡았네
奎花瑞氣君靑眼  규화의 상서로운 기운은 그대의 푸른 눈
栢樹淸陰我皓眉  잣나무 맑은 그늘은 나의 하얀 눈썹
語當出處聲聲愛  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소리소리가 사랑스럽고
詩或題時字字奇  시를 혹시 지을 때면 글자글자가 기이했지
山郭路殊分手後  산과 성곽으로 길이 나뉘어 이별한 후에는
想應松月費相思  소나무 달빛에 한참이나 그리워하지 싶군요
정 석사의 시와 편지에 답합니다(答丁碩士詩書)
松扉一隻閉千峰  외짝 소나무 사립으로 천 봉우리를 닫고서
斤七布衫畏雪縫  일곱 근 포삼98)을 눈이 겁나 꿰매는데
料外札來驚睡眼  뜻밖에 편지가 날아와 졸린 눈을 깨우고
阻餘詩至喜衰容  막혔던 시가 도착해 야윈 얼굴에 기쁨이

009_0690_b_01L別後要知眞面目磬坍看取寶爐烟

009_0690_b_02L贈道日上人

009_0690_b_03L
敎院誰傳衆掛名昔賢歸路少人行

009_0690_b_04L奇言釋義稱高德細科尋文說善經

009_0690_b_05L爭違發怒非吾意責順生歡豈汝情

009_0690_b_06L句裡藏身如未脫劒山消息政分明

009_0690_b_07L賽宥丈室來呈之意

009_0690_b_08L
幸得吾師繼祖宗慧雲初漲海天東

009_0690_b_09L誰知道在尋文外只恐情存數墨中

009_0690_b_10L要借老胡無意手强摩寒雪有誠躬

009_0690_b_11L彌陁亦設蓮池會莫作他年未到翁

009_0690_b_12L呈迃溪李生員之來訪

009_0690_b_13L
報道迃翁訪翠微想應巖桂捲垂枝

009_0690_b_14L新秋入戶凉生壁舊面臨門喜上眉

009_0690_b_15L携手不知人世險題詩祇說水雲奇

009_0690_b_16L歸心已晩林間宿遯世工夫有所思

009_0690_b_17L贈丁秀才

009_0690_b_18L
樹密溪深鳥道微寒波涉盡又攀枝

009_0690_b_19L奎花瑞氣君靑眼栢樹淸陰我皓眉

009_0690_b_20L語當出處聲聲愛詩或題時字字奇

009_0690_b_21L山郭路殊分手後想應松月費相思

009_0690_b_22L答丁碩士詩書

009_0690_b_23L
松扉一隻閉千峰斤七布衫畏雪縫

009_0690_b_24L料外札來驚睡眼阻餘詩至喜衰容

009_0690_c_01L堪憐昨夢逢淸皃  간밤 꿈에서 만난 청아한 용모가 어여뻤는데
始覺今書憶老儂  늙은 나를 기억해 준 이 편지 때문이었군요
吟讀再三回首處  두 번 세 번 읊고 읽다가 고개 돌린 곳에
洞天無語水爭舂  골짜기 하늘은 말이 없고 물만 앞다퉈 절구질
전 생원이 보낸 시의 운을 따라(次全生員來韻)
忠孝工夫早斷望  충효의 공부는 일찌감치 기대를 접고
半生吟病臥雲庄  반평생 병 앓으며 구름 산장에 누웠더니
書投陋巷多欣感  누추한 거리에서 던진 편지 너무나 감사하고
詩自仙山起慕仰  신선의 산에서 보낸 시 앙모하는 맘 일으키네
祇謂釋心元不隱  그저 승려의 마음은 원래 숨기지 않는다고 여겼더니
始知儒道亦無藏  유가의 도 역시 감춤이 없음을 비로소 알겠구려
從玆一面如相隔  이로부터 일면식은 서로 막혀 힘들어도
願見斯懷也應長  보고 싶은 이 마음은 분명 장구하리라
원운을 첨부한다(附元韻)
內院東庵入遠望  내원 동암으로 들어가길 멀리서 희망했는데
重重細霧鎻禪庄  첩첩의 세밀한 안개가 선의 산장을 가뒀네
龍潭水淨明曾熟  용담의 맑은 물 그 밝음이 이미 성숙했고
雪嶽風高道素仰  설악의 높은 바람 그 도를 평소 우러렀습니다
眼豁三千眞界濶  열린 안목에 삼천의 진실세계 광활하고
胸寬八萬大經藏  넉넉한 가슴에는 팔만대장경
恒河回首沙諸佛  항하에서 머리 돌린 모래알 같은 부처님
神徃形留意獨長  정신은 가도 형상은 남아 그 뜻 홀로 장구하여라
황해도 연 장실의 시에 차운하여(次黃海道沇丈室)
情語報余留別意  정담 어린 말 나에게 알려 이별의 뜻 남기니
水雲瓶鉢掛何間  물과 구름 같은 정병과 석장을 어디에 거실는지
淸神妙說千溪水  맑은 정신의 오묘한 설법은 천 계곡의 물이요
對眼眞容萬點山  눈으로 마주한 참된 용모는 만 점의 산이라
忘利不嫌深晦跡  이익을 잊었기에 깊고 어두운 자취도 싫어하지 않고
化人何厭强登坍  사람을 교화함에 억지로 단에 오르는 일 어찌 싫어하랴
工夫亦有歸西處  공부에 또한 서방정토에 귀의하는 것도 있으니
丈六光明仔細看  장륙 금신의 광명을 자세히 살피시길
문文
임종할 때 곁에 자리한 도우들에게 부촉하면서 남기신 글(囑臨終在傍道友等遺文)
사람의 삶 일어나고 사라짐이 구름이 허공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아 원래 실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어찌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라 여겨 자신도 힘들고 남도 힘들게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되겠는가. 도우들에게 바라노니, 노승과 이별하는 날 즉시 다비하고

009_0690_c_01L堪憐昨夢逢淸皃始覺今書憶老儂

009_0690_c_02L吟讀再三回首處洞天無語水爭舂

009_0690_c_03L次全生員來韻

009_0690_c_04L
忠孝工夫早斷望半生吟病臥雲庄

009_0690_c_05L書投陋巷多欣感詩自仙山起慕仰

009_0690_c_06L祇謂釋心元不隱始知儒道亦無藏

009_0690_c_07L從玆一面如相隔願見斯懷也應長

009_0690_c_08L附元韻

009_0690_c_09L
內院東庵入遠望重重細霧鎻禪庄

009_0690_c_10L龍潭水淨明曾熟雪嶽風高道素仰

009_0690_c_11L眼豁三千眞界濶胸寬八萬大經藏

009_0690_c_12L恒河回首沙諸佛神徃形留意獨長

009_0690_c_13L次黃海道沇丈室

009_0690_c_14L
情語報余留別意水雲瓶鉢掛何間

009_0690_c_15L淸神妙說千溪水對眼眞容萬點山

009_0690_c_16L忘利不嫌深晦跡化人何厭强登坍

009_0690_c_17L工夫亦有歸西處丈六光明仔細看

009_0690_c_18L

009_0690_c_19L1) [3]

009_0690_c_20L囑臨終在傍道友等遺文

009_0690_c_21L
人生起滅如雲起長空元無所實何可
009_0690_c_22L以不實爲實至於自勞勞他之地
009_0690_c_23L道友老僧相分之日即時闍維傳訃
009_0690_c_24L「文」一字編者補入

009_0691_a_01L망령되이 부음을 전하여 번거롭게 사람들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래도 제자라 칭하는 자들인데, 너희들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시를 전하겠는가? 이른바 재齋를 지내는 일은 동방의 법식이다. 법식에 의지하지 않으면 시비의 실마리가 없을 수 없다. 그러니 골고루 나눈 재를 깜짝 놀랄 만큼 온 정성을 다해 베풀어라. 도우들에게 바라노니, 초사흘을 시작으로 해서 약간의 쌀말로 열흘간 미타불공을 이어서 행하라. 그런 뒤에야 다행히 나눈 재를 지내는 데 비루하게 아끼는 폐단이 없게 될 것이다. 천 번 만 번 엎드려 바라노니, 이 가운데 만일 눈을 흘기며 어기고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곧 나의 문도가 아니다. 세세생생 어찌 상대할 인연이 있겠는가? 옛 조사들 중에도 강물에 몸을 던지고 개미 밥이 되었던 사례들이 많았다. 각자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라 여기지 말고 오로지 염불을 행하여 의지할 곳 없는 나를 구제하라.
지리산 황령암 중창기智異山黃嶺庵重創記
『두류지頭流誌』를 살펴보니, 황령암黃嶺庵은 두류산 중에서 홀로 제일의 명성을 차지한 곳이라 하였다. 옛날 우리 불씨께서 “삼라만상은 한 법이 드러난 것이다.”99)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를 따라 관찰해 보자면 하늘이 열린 것도 이것을 말미암아 열린 것이요, 땅이 펼쳐진 것도 이것을 말미암아 펼쳐진 것이요, 사람이 태어난 것 역시 이것을 말미암아 태어난 것이다. 이 고요히 비추고 원융한 한 법의 고요함을 움직여 저 천문天文에서 해와 달의 휴구休咎,100) 지리地理에서 산천의 아름다움과 추함, 인도人道에서 범부와 성인의 어리석음과 슬기로움이 시작된 것이다.
즉 이 암자는 지리地理의 아름다움을 품은 곳이다. 암자 뒤쪽에 불룩 솟아 곧장 구름 낀 하늘로 들어간 것은 만복萬福을 굽어보는 산이요, 암자 앞쪽에 우뚝 서서 허공의 반을 가로지른 것은 반야般若를 살피는 봉우리요, 바람과 맞서 에워싸 보호하며 암자 오른쪽에 높다란 것은 묘봉妙峰을 세우는 고개요,

009_0691_a_01L等事不得妄爲紛沓傳致雖稱爲弟
009_0691_a_02L子云者其爲無誠則何以傳示乎
009_0691_a_03L謂齋事東方之例也如不依例
009_0691_a_04L不無是非之端故爲其分齋極爲可
009_0691_a_05L願道友等自初三日爲始以若
009_0691_a_06L干米斗連行十日彌陁佛供然後幸
009_0691_a_07L無分齋卑吝之弊千萬伏望此中如
009_0691_a_08L有張目違拒者則非吾徒也世世生
009_0691_a_09L何有相對因緣乎古祖師多有投
009_0691_a_10L水飼蟻之事各勿以無實爲實而專
009_0691_a_11L行念佛以救無依之物也

009_0691_a_12L

009_0691_a_13L1)智異山黃嶺庵重創記

009_0691_a_14L
按頭流誌黃嶺庵乃頭流山中
009_0691_a_15L擅第一名者云昔吾佛氏有言森羅
009_0691_a_16L及萬像一法之所印迹此觀之天開
009_0691_a_17L由此以開地闢也由此以闢人生
009_0691_a_18L亦由此以生者也動此寂照圓融一
009_0691_a_19L法之靜肇彼天文日月之休咎地理
009_0691_a_20L山川之美惡人道凡聖之愚智則此
009_0691_a_21L庵也孕得地理之所美者也聳出庵
009_0691_a_22L直入雲霄者俯萬福之嶂特立
009_0691_a_23L庵前橫穿半空者案般若之峰
009_0691_a_24L風擁衛嵬然庵右者立妙峰之峙

009_0691_b_01L수레와 말의 자취를 끊으며 암자 왼쪽을 감싸 안은 것은 실상實相을 간직한 골짜기이다. 암자가 그 한가운데 있어 이 복과 지혜와 오묘함과 실상의 덕을 얻었으니, 황령黃嶺이라 명명한 것은 그것이 하나의 법에서 중도의 본체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101) 따라서 암자 앞에도 역시 황계수라 부르는 것이 있다.
산의 사방에 기승奇勝이란 명성을 얻은 곳이 무려 수백 곳이지만 한 법의 참된 법도를 얻은 곳은 몇 곳이 있을 뿐이다. 옛사람이 바로 이 소식을 간파하였으니, 황령을 제일이라 명한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대저 하나의 법은 변함이 없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또한 하나의 법은 인연을 따르기에 근본도 있고 지말도 있다. 그렇다면 이 암자가 창건됨에 있어 그 창건은 어느 때인가? 서산西山 대화상大和尙께서 일찍이 지으신 「황령기黃嶺記」에서 그 대강을 간략히 진술하셨고, 그 문장이 모든 산중에 인쇄되어 유포되었으니 재차 기록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직 열람하지 못한 자들이 염려스러워 그 요점만 밝히고 시말을 인용한다.
옛날 동한東漢 소제昭帝 3년(B.C. 84)에 마한이 진한과 변한에게 쫓겨 이곳으로 피해 도성을 쌓으면서 황씨와 정씨 두 장군에게 그 역사를 감독하게 하였으며, 그 성을 보존한 것이 무려 72년이었다. 이후 사람들이 두 장군의 성을 따서 이 산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황령黃嶺이 있고 정령鄭嶺이 있게 되었다. 그 후 진지왕眞知王 원년(576)에 중국의 대선사이신 운집雲集 장로長老가 이 동방에 인연처가 있음을 관하고는 동쪽으로 배를 타고 왔던 달마의 자취를 계승하여 이곳으로 들어와 배회하다가 산수의 형세가 한 법의 오묘한 작용을 구족한 것을 간파하고는 정사 하나를 세우고 황령이라는 편액을 붙였다.
뜻한 바가 있었도다. 이 스님은 현상에 즉하고 성품에 즉한 한 법에서 걸림 없는 종지를 깊이 체득했던 것이다. 암자가 세워지니, 그 가운데에는 황금전黃金殿이 있고, 동쪽에는 청련각靑蓮閣이요, 서쪽에는 백옥교白玉橋요, 병풍바위가 뒤에 있고, 황금연못이 앞에 있었다. 신승神僧과 고사高士들이 서로 계승하여 창건하고 거주하면서 없어진 시대가 없었는데,

009_0691_b_01L車馬之跡回抱庵左者有實相之洞
009_0691_b_02L庵在此中得此福與慧妙與實之
009_0691_b_03L命名黃嶺者其不失一法上中道
009_0691_b_04L之體歟故庵前亦有黃溪水云也
009_0691_b_05L之四𡑡得奇勝之名者無慮數百
009_0691_b_06L得一法之眞䂓者有幾境致古人覷破
009_0691_b_07L這箇消息命黃嶺爲第一者是也
009_0691_b_08L抵一法之無變也無始無終一法之
009_0691_b_09L從緣也有本有末則此庵之創創於
009_0691_b_10L何時西山大和尙曾所撰黃嶺記中
009_0691_b_11L畧陳梗槩其文印布諸山不欲再錄
009_0691_b_12L但恐未覽者責略引始末昔東漢昭
009_0691_b_13L帝之三年馬韓爲辰弁所逐避築都
009_0691_b_14L城於此以黃鄭兩將監其役保其
009_0691_b_15L城者七十二年矣肆以兩將之姓
009_0691_b_16L名此山故有黃嶺也有鄭嶺也
009_0691_b_17L後眞知王元年中國大禪雲集長老
009_0691_b_18L觀此方有緣之處繼達摩東泛之迹
009_0691_b_19L此徜徉窺破山水之體勢具足一法
009_0691_b_20L之妙用建一精舍仍以黃嶺額焉
009_0691_b_21L有志㦲斯人深得即相即性一法上無
009_0691_b_22L碍之旨矣庵之立也中有黃金殿
009_0691_b_23L則靑蓮閣西則白玉橋屏嶂在後
009_0691_b_24L池在前矣神僧高士相繼創居

009_0691_c_01L우리 중묘中廟102)에 이르러 무술년(1538)에 분탕질하는 난리가 일어나 빈 산 가운데 하나의 옛터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성희性熙 장로 역시 흥폐에는 운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이었다. 그가 가정嘉靖 갑진년(1544) 봄에 이 터를 유람하고는 개탄하면서 중흥시킬 뜻을 가졌고, 청신사 강연姜淵 등과 함께 발원하고 모연하여 을사년(1545) 봄에 낙성하여 끝을 알렸으니, 가히 하늘이 공사를 하고 귀신이 역사를 담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기地機가 그 아름다운 자랑거리를 얻은 것이 어떻게 이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좋은 일이 가면 나쁜 일이 오는 것은 운수에 있어 당연한 것이다. 그런 일이 이곳에도 닥쳤으니 대청太淸 건륭乾隆 13년(1748), 즉 우리나라 성상 즉위 24년 정묘년103)의 일이었다. 그해 3월에 홀연히 팔인의 재앙(八人之禍)104)이 나타나 전각이 남김없이 잿더미가 되었으니, 산빛 물색도 모두 한없는 참담함을 품었는데 어찌 하물며 의지할 곳이 없어져 눈물을 흘려야 했던 거주하던 승려들이겠는가? 당시 이 암자의 주인은 활연당豁然堂 장우長愚 대사였고, 이 암자의 도반들은 인관印寬·옥경玉鏡·교선交禪·출형出浻 등이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바라보다가 그곳을 중흥할 계획을 모의하고 말하였다.
“만물의 흥성과 쇠망은 하나의 법 가운데서 온갖 인연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운수이다. 어찌 그 쇠망을 보았다고 근심하면서 그 흥성을 보는 걸 도모하지 않겠는가.”
드디어 불타 버린 돌들을 눈물로 쓸고는 이 일을 완수하겠다고 맹세하며 스스로 화주가 되고 스스로 출납의 임무를 맡아, 스스로 오가는 일을 담당하고 스스로 양식을 구하는 일을 청하였다. 그렇게 재물을 모으고 장인들에게 명하여 그해 4월에 일을 시작해 기사년(1749)에 대웅전을 창건하고, 다음해인 경오년(1750)에 반듯한 누각을 세우고, 다음해인 신미년(1751)에 날개를 펼친 집을 세우고, 그 다음 계유년(1753) 5월에 단청을 하여 끝마치니, 굉장한 규모에 높고 탁 트인 모양새가 옛날과 비교해 몇 배는 더하였다. 가히 신비한 이치가 그럴 만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 하겠으니, 어찌 사람의 힘이 미쳐서 그렇게 되었겠는가.
변함이 없는 본체인 하나의 법에 의지하여

009_0691_c_01L世無之至於我中廟焚蕩戊戌之亂
009_0691_c_02L見空山中一遺墟而已性熙長老
009_0691_c_03L知興廢之有數嘉靖甲辰春遊覽此
009_0691_c_04L慨然有重興志與信士姜淵等
009_0691_c_05L願募檀乙巳春落成告訖可謂天功
009_0691_c_06L鬼役如非地機之得其所美焉能如
009_0691_c_07L泰徃否來爲運之當然至此太
009_0691_c_08L淸乾隆十三載即我國聖上即位廿四
009_0691_c_09L丁卯歲也其年三月忽見八人之禍
009_0691_c_10L殿閣灰燼無餘山光水色揔含無限
009_0691_c_11L之慘何況居僧之無依涕泣者乎
009_0691_c_12L爲是庵之主者豁然堂長愚大師也
009_0691_c_13L是庵之伴者印寬玉鏡交禪出浻等也
009_0691_c_14L垂涙相看謀其重興之計曰物之興
009_0691_c_15L一法中隨萬緣自然之運也
009_0691_c_16L憂見其衰不謀見其興乎泣掃燒礫
009_0691_c_17L誓成此事自作化士自任糴糶
009_0691_c_18L當徃來之役自請需養之事鳩財命
009_0691_c_19L始役於其年四月己巳創大殿
009_0691_c_20L庚午建正樓越辛未建翼室
009_0691_c_21L癸酉五月丹雘而終之宏䂓軒豁之
009_0691_c_22L較舊倍蓰可謂神理之所以然而
009_0691_c_23L豈曰人力所及而然乎依一法無
009_0691_c_24L此右側行間有「文」 編者除之

009_0692_a_01L원래 생성과 파괴의 운수가 있는 것이다. 즉 물체에 흥성과 쇠망의 극단이 있다면, 사람에게도 역시 출현과 은몰의 도가 있다. 암자가 중창되는 날이 있게 된 것처럼 사람도 다시 오는 때가 있으니, 옛날의 운집雲集과 성희性熙가 곧 오늘의 장우長愚와 옥경玉鏡이며, 오늘의 장우와 옥경이 곧 옛날의 운집과 성희인 것이 분명하다. 이 암자의 쇠망과 이 암자의 흥성이여, 운집이 사라지자 성희가 출현하고 성희가 사라지자 옥경의 무리가 출현하였으니, 물체의 흥성과 쇠망 역시 사람에게 딸린 것임을 비로소 알겠다.
아! 암자의 흥성과 쇠망, 사람의 출현과 은몰이 모두 한 법의 도장에 찍힌 것을 벗어나지 않았구나. 그렇다면 사람은 담담하면서 걸림 없이 출입하는 본체를 잃지 않았고, 물체는 복과 지혜와 오묘함과 진실이라는 끝없는 작용을 손상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근원을 미혹하고 지파를 미혹해 한 번 쇠망하고 한 번 흥성하는 사람이나 물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진실로 법의 본체를 얻은 것이라 하겠으니, 제일이라고 칭해야 마땅하다. 암자가 이미 제일이라면, 이 암자를 세운 분들 역시 어찌 제일이 아니겠는가.
쓸모없는 납자인 내가 당시 주위에 있던 사람으로서 감탄과 찬양을 금하지 못한 나머지, 또 간절한 청탁을 거절하기도 어려워 그 본말을 이렇게 간략히 서술하였다.
명진 대사 출세 통문冥眞大師出世通文
말씀드립니다. 올해 계해년(1743) 2월 12일 해시에 새로 열반하신 명진冥眞 대선사大禪師는 법호가 수일守一이고, 태인현泰仁縣 목욕동沐浴洞 사람입니다. 서산西山을 법조로 하여 5세손이고,105) 월저月渚106) 화상 문하의 제자입니다. 속성은 서씨徐氏이고, 본관은 달성達城이며, 어머니는 완산完山 이씨李氏로 인을 숭상하고 덕을 닦는 청신사 집안입니다. 나이 16세에 운주산雲住山 용장사龍莊寺 현각玄覺 장로께 규효睽爻 한 점을 던졌는데, 신령스러운 성품과 문장과 사유에 대중들이 탄복하였습니다.

009_0692_a_01L變體元有成壞數則物有興衰之邊
009_0692_a_02L人亦有出沒之道矣庵得重新之日
009_0692_a_03L有再來之時昔日雲集性熙即今日
009_0692_a_04L長愚玉鏡今日長愚玉鏡即昔日雲
009_0692_a_05L集性熙也必矣此庵之衰此庵之興
009_0692_a_06L雲集之沒性熙之出性熙之沒
009_0692_a_07L鏡軰出始知物之興衰亦係於人也
009_0692_a_08L嗚呼庵之興衰人之出沒並不外
009_0692_a_09L一法之所印則人不失湛爾無碍出入
009_0692_a_10L之體物不虧福慧妙實無邊之用
009_0692_a_11L有異於迷源迷派一衰一興之人與物也
009_0692_a_12L實爲得法之體宜爲第一之稱庵旣
009_0692_a_13L爲第一則建此庵者亦豈非第一哉
009_0692_a_14L弊衲時爲在傍之人不禁感讃之餘
009_0692_a_15L亦難孤所請之懇略序其本末云爾

009_0692_a_16L

009_0692_a_17L冥眞大師出世通文

009_0692_a_18L
云云是年癸亥二月十二日亥時
009_0692_a_19L湼槃冥眞大禪師法號守一泰仁縣
009_0692_a_20L沐浴洞人也西山法祖三 [7] 世孫月渚和
009_0692_a_21L尙門弟子俗姓徐氏貫達城母完
009_0692_a_22L山李氏崇仁修德之淸信家也年甫
009_0692_a_23L十六投點睽爻於雲住山龍莊寺玄覺
009_0692_a_24L長老靈性文思爲衆歎服十九受

009_0692_b_01L19세에 보원寶圓 선사께 구족계를 받고 이로 인해 비밀스러운 종지를 품수하셨으며, 25세에 이르러 온갖 전적들을 널리 열람해 삼장에 밝게 통달하고는 남성南城의 선지식들을 두루 참방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엄의 오묘한 종지를 월저의 겸추鉗鎚107) 곁에서 얻었으니, 참다운 법의 집에서 재차 상봉하여 크게 기꺼워한 부자의 정이었을 뿐입니다. 사방을 통달한 큰 안목이 검은 장막108)을 추켜올리고 찾아온 학인들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작은 것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은 상승上乘의 세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걱정하며 소나무 사립을 닫고 조사의 뜻을 참구한 것이 40년이었습니다.
학자들이 무더기로 몰려들었지만 모두 뿌리쳐 돌려보내고는 금강산과 묘향산의 산수 사이에서 계곡물을 마시고 솔잎을 씹으면서 모든 인연을 단박에 절단하고 자기를 구명하기를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특별히 뜻을 세웠습니다. 단전 아래 소식이 분명히 있었지만 참된 기틀이 누설될까 두려워 학자들이 물으면 항상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라 자칭하면서 선정을 뽐내는 교만이 없었으니, 이것이 깨달을 바가 없는 면목을 진실하게 지시한 것일까요? 그의 언덕으로 건너간 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번은 학자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화장세계가 모든 곳에 변재하다면 현재 천당과 지옥은 마땅히 어느 곳에 있습니까?”
“회주懷州의 소가 풀을 먹었는데, 익주益州의 말이 배가 터졌구나.”
또 물었습니다.
“이렇게 격식을 벗어나 서로 만났지만 진실로 단박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다시 일전어一轉語109)를 청합니다.”
그러자 말씀하셨습니다.
“천하 사람들이 의원을 찾아 돼지 왼쪽 허벅지에다 뜸을 뜨네.”
이로써 관찰해 보건대 이와 같은 현묘한 뜻을 누가 간파할 수 있겠습니까?
아! 대도의 인연이 다하였으니, 다른 세계에 베풀고 싶었던 걸까요? 짐짓 미질微疾을 보이시더니, 8일째 되던 날 시자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내 몸을 좀 주물러다오. 내가 이제 가야겠다.”
그리고는 깨끗한 옷과 두건을 착용하고는 몸을 돌려 서쪽을 향하시더니 앉은 채로 천화하셨습니다. 그러자 온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휘황찬란한 상서로운 채색 일곱 가닥이 허공에 뻗쳤으니, 반야의 영험이 진실로 헛말이 아니었습니다. 3일 후 다비하여 백보 남짓 떨어진 반석 옆에서 정골 두 조각과 사리(靈珠) 2과를 얻었습니다. 영롱한 감색紺色이라

009_0692_b_01L具戒於寶圓禪師因禀密旨至二十
009_0692_b_02L五歲博覽群籍明通三藏遍叅南城
009_0692_b_03L知識而得華嚴妙旨於月渚鉗鎚邊
009_0692_b_04L逢彌感實法室中父子情耳通方大
009_0692_b_05L宜褰緇帷納來學而不以得少爲
009_0692_b_06L猶恐其不到上乘界閉松扉叅祖
009_0692_b_07L意四十年矣學者坌集遂拂向金剛
009_0692_b_08L妙香山水之間飮澗餐松頓絕諸緣
009_0692_b_09L究明自己特立死限應有㘞下消息
009_0692_b_10L而恐泄眞機對學者之問恒以不逮
009_0692_b_11L無恃㝎之慢此眞實指示無所悟之
009_0692_b_12L面目耶未有一人度其涯岸者也 [8]
009_0692_b_13L有學子問曰華莊編一切處現今天
009_0692_b_14L堂地獄當在何處曰懷州牛喫草
009_0692_b_15L州馬腹脹又云此是格外相見實不
009_0692_b_16L頓入更乞一轉語曰天下人求醫
009_0692_b_17L猪左膊上以此觀之如此玄旨
009_0692_b_18L能覷破耶嗚呼大道緣盡欲施於
009_0692_b_19L他方耶假示微疾至第八日呼侍
009_0692_b_20L者曰汝撫我躬我今逝矣因著淨
009_0692_b_21L衣巾轉身向西而坐化全身放光
009_0692_b_22L彩晃然七支橫空般若靈驗信不誣
009_0692_b_23L曁三日茶毘得精骨兩片靈珠二
009_0692_b_24L於百步許磐石邊紺色玲瓏悅可

009_0692_c_01L대중들이 마음으로 기뻐하였으니, 누가 그러지 않고 누가 그러지 않겠습니까. 또 수많은 까마귀가 떼로 몰려들었다 다비한 지 7일 후에야 모두 흩어져 날아갔으니, 이것이 무슨 징조랍니까.
아,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와 같은 이적은 묻혀 버려서는 안 되기에 모든 산중의 여러 석덕과 존자들께 두루 고합니다. 엎드려 바라오니, 속히 정토의 업을 닦아서 해탈이라는 큰 법의 바다로 함께 돌아가 일체 중생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소서. 그리하신다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서書
상과 총 두 대선사에게 답하다(答詳聦兩大禪)
옛사람은 서로 그리워하는 삼매에 들어 편지의 규범 따위는 단박에 잊고 붓 가는 대로 뜻을 밝혔습니다. 우리 스님들도 서로 비추고 계시겠지요? 앞에 보내 온 편지를 읽어 보니 그 의논을 이미 끝까지 궁구하여 하늘과 땅의 약속이 진실로 말 밖에 있었습니다.
대부분 요즘 세대의 우리 무리는 지견의 숲속으로 섞여 들어가 전부 문자에 대한 해석으로만 한결같이 향하고, 그 기이한 말이나 오묘한 문자로 성인의 뜻을 논하고 헤아립니다. 그러다 부합하는 문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머리를 모아 추천하고 양보하면서 그를 으뜸으로 삼습니다. 그러기를 바라신다면 이 몸은 평소 문장을 따라 이치를 해석함에 있어서 공교하지 못했으니 어찌 한 자리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또 말을 잊고 관觀을 익힌 지혜로 삼공三空의 영역을 꿰뚫고 말을 벗어난 종문의 종지를 아득히 드날려 종가의 주춧돌을 만들라고 하신다면, 이 사람은 돌이켜 관조하는 공부에 생소한 자일 뿐만 아니라 사람 숫자에 끼일 능력도 없는 자입니다. 어쩌자고 스님들은 나를 서로 아는 벗이라 하여 외람되게 이런 인물을 대선백大禪伯이라는 도덕의 경계에 추천하는 것입니까? 밀려드는 부끄러움을 감당치 못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편지 외에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고는 진실하고 돈독하게 실천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009_0692_c_01L衆心歎之服之誰不然誰不然
009_0692_c_02L羣鴉競集闍維七日後皆飛散去
009_0692_c_03L何徵也於乎異哉若此異迹不可
009_0692_c_04L湮沒故通告諸山僉碩尊伏望速修
009_0692_c_05L淨業同歸解脫大法海普利一切衆
009_0692_c_06L生界焉千萬幸甚

009_0692_c_07L

009_0692_c_08L1) [4]

009_0692_c_09L答詳聦兩大禪

009_0692_c_10L
故人入相思三昧頓忘簡䂓信筆言
009_0692_c_11L惟師相照否前來之便讀之
009_0692_c_12L悉其誼霄壤之契姑置言外耳
009_0692_c_13L凢斯世吾徒渾入於知見叢中純尙
009_0692_c_14L一解文字以其奇語妙句論量聖意
009_0692_c_15L少有符合之文句聚頭推讓以爲巨
009_0692_c_16L擘之庶幾則此身素不巧於隨釋文理
009_0692_c_17L何可望於一數也又以忘言習觀智
009_0692_c_18L徹三空之域悠揚於離言之門指
009_0692_c_19L宗家之柱石則斯人也生踈於返觀
009_0692_c_20L工夫者亦無能於齒之之數矣如何
009_0692_c_21L師等以我相知之友濫推若是之物
009_0692_c_22L大禪伯道德之境界乎不堪慚愧之交
009_0692_c_23L并耳然書外承人之語知敦實履踐
009_0692_c_24L此書底本在卷末編者移置於此

009_0693_a_01L차오르는 잣나무의 기쁨110)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스님들의 큰 안목에서 보면 비록 만만한 군더더기 말 같겠지만 간과 쓸개를 잠시 허락하신다면 작은 재주를 감추지 않고 다시 문장을 엮어 볼까 하는데, 보고 웃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근래에 법미法味를 세밀히 살펴보고 또 사람들의 근기를 궁구해 보니, 마음과 경계가 본래 공하다는 오묘한 뜻을 먼저 관찰하여 그로 하여금 무념無念의 진실한 본체를 앉고 눕고 하는 일용생활 가운데에서 홀로 우뚝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이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다시 본분가本分家의 곧장 절단하는 언구111)를 참구하여 주관 객관의 남은 티끌들을 씻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들이 옛 성인들이 손을 잡고 서로를 따랐던 경지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스님들은 이미 그 순서를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혹시나 함부로 뛰어넘으려고 마음먹거나 또는 동분서주하는 견해를 섭렵할까 걱정되어 늙은 벗의 속정을 망령되게 늘어놓았으니, 양민을 억압한다며 책망하지 말고 이 일에 부지런히 힘쓰십시오. 그렇게 하신다면 훗날 얼굴이 어찌 서로를 비추지 못하겠습니까? 상詳 형은 마음과 경계 사이에서 졸렬하게 성질부리던 습관을 선정을 집지하는 경지에서 녹여 버렸다고 하니, 옛사람들이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어찌 천 번 만 번 마음의 벗으로 여길 뿐이겠습니까. 스님을 스승으로 여길 것입니다. 총聦 도우는 교의 가르침에 부지런히 애쓰고 또 돌이켜 관찰하는 공부에 태만하지 않다니, 종사들이 종사가 되실 때에 과연 이와 같지 않았겠습니까? 진실로 이는 면목도 없는 늙은이가 크게 축하하는 바입니다. 세간의 분분한 말들이야 언급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따라서 생략하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삼가 올립니다.
파근사 조실에게(波根祖室中)
편지가 와서 법미를 자세히 살펴보니 무사히 제접하고 있어 기쁨이 끝이 없네. 병의 액난에 쓰러지는 것을 지탱할 수가 없고 어둡고 침침함이 점점 심해지니, 이런 일이 허물이 없는 것인가? 꺾이고 부러질 조짐이로다. 그런 걸 어찌하겠는가. 하늘에 계신 은가恩家 역시 무사하신가? 마땅히 그리워하고 그리워해야 하리라.
예전부터 소지하던 공부는 한결같은가?

009_0693_a_01L之幾多不勝栢悅之至在吾師大眼
009_0693_a_02L分上雖似萬萬剩語肝膽暫許
009_0693_a_03L禁小技更效絡索其能笑領否
009_0693_a_04L來細詳法味又悉人機先觀心境本
009_0693_a_05L空妙旨使其無念眞體獨露於日用
009_0693_a_06L坐臥之中然後不以此爲足而更叅
009_0693_a_07L本分家直截言句以洗能所餘塵
009_0693_a_08L其近於古聖把手相隨之地歟師等已
009_0693_a_09L知次序而恐有越躐之期亦涉走東
009_0693_a_10L奔西之解妄陳老友之情勿以壓良
009_0693_a_11L爲咎勉力此事則他日面目胡不
009_0693_a_12L相照耶詳兄心境間暴卒之習
009_0693_a_13L融於執禪之地云則故人之大喜
009_0693_a_14L啻千萬惟心之友惟師得之耳聦友
009_0693_a_15L勤勤敎誨亦不怠返觀之功宗師之
009_0693_a_16L爲宗師果不如是乎實是無面目老
009_0693_a_17L爲所大賀處也世間紛然等說
009_0693_a_18L之何益故欠不宣伏惟

009_0693_a_19L

009_0693_a_20L波根祖室中

009_0693_a_21L
書來細悉法味無事提接爲喜無已
009_0693_a_22L病阨無撓支撑而昏矓漸深是事無
009_0693_a_23L過乎摧折之端矣如之何也天在
009_0693_a_24L恩家亦無事否當在戀戀前日所持

009_0693_b_01L더욱 늘어나고 그 사이 시들해지지는 않았는가? 오륙 년이나 이미 귓가에 간곡히 당부했으니, 혹 이 노승의 이빨을 애석해하는 정을 믿는다면 어찌 방심하거나 물러남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니, 내 어찌 감히 말하겠는가.
또한 덕이란 본래 부드럽게 어울리고 선하게 순응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 역시 항상 제기했던 이야기인데 혹시 망각했는가? 사람들이 비록 때리고 욕한다 해도 공을 설하고 헛됨을 아는 자가 어찌 한을 품겠는가? 옛사람이 말씀하기를 “남과 나를 구분하는 견해의 산이 무너진 곳에 무위의 도가 저절로 완성된다.”112)고 한 것이 이것이다. 몇몇 나어린 제자들은 설하고 듣는 사이에 『기신론』을 휴대하고 있는가?
산을 옮기는 일은 잘 생각해 보고, 따르는 무리들과 세밀하게 의논해서 편의에 따라 처리하기를 바라네. 안으로 사사로운 생각을 이겨 내는 공부를 감추고 밖으로 뽐내는 교만한 태도가 없다면 어디 간들 불편하겠는가. 내년은 인겁寅刧의 해이니, 헛되이 놀랄 일이 있을까 걱정이네. 삼가고 공부에 전념하게나. 노승이 돌아갈 날은 심인心印이 이끌 바이기에 돌아갈 날짜를 정할 수 없을 따름이네. 나머지는 일일이 말하지 않겠네. 헤아려 주시게나.【이상 두 장의 편지는 화상의 친필이다.】

009_0693_b_01L工夫如一益增而無怮於其間乎
009_0693_b_02L六年身數曾已叮囑於耳邊倘信老
009_0693_b_03L僧惜齒之情則安能放心而有退乎
009_0693_b_04L在當人吾何敢言且德之爲本起於
009_0693_b_05L柔和善順之間矣此亦常常提起之談
009_0693_b_06L或恐忘却耶人雖打罵說空知虛者
009_0693_b_07L恨之有㦲古云人我山崩處無爲道自
009_0693_b_08L成者是也若干兒子帶起信於說聽
009_0693_b_09L之間乎移山事善爲思量與相從軰
009_0693_b_10L細議從便如意處之爲望內藏剋念
009_0693_b_11L外無矜慢之態則安徃而不便㦲
009_0693_b_12L來年富刧之年恐有虛驚之事也
009_0693_b_13L專念工夫也老僧歸期爲印字
009_0693_b_14L所牽不能定歸期耳餘不一一姑惟

009_0693_b_15L
右兩張書和尙之親筆

009_0693_b_16L
  1. 1)장실丈室 : 방장실方丈室의 준말로 사방이 한 발쯤 되는 방이다. 옛날 유마거사維摩居士의 거실이 사방 한 발이었던 것에서 비롯되어 화상和尙이나 국사國師 등 고승의 처소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여기에서는 오래 수행한 승려에 대한 존칭으로 쓰였다.
  2. 2)팔공덕수八功德水 : 여덟 가지 좋은 특성을 함유한 청정한 물이다. 아뇩달지阿耨達池와 극락세계極樂世界 등지에는 금모래가 깔린 연못이 있고, 청정한 팔공덕수가 흐른다고 한다. 이를 감로수甘露水라 칭하기도 한다.
  3. 3)누조옹累祖翁 : 산중을 벗어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승려를 누조累祖에 빗대어 꾸짖은 말이다. 황제黃帝의 아들 누조는 유람하기를 좋아하다가 길에서 죽었다고 한다. 후인後人들이 그를 행신行神(도로道路의 신)으로 여겨 제사를 지냈다.
  4. 4)조주의 무자(趙州無) : 간화선看話禪의 대표적 공안 가운데 하나다. 어느 스님이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조주가 “없다(無)”고 대답하였다.
  5. 5)다섯 가지 고통(五痛) : 살생殺生·투도偸盜·사음邪淫·망어妄語·음주飮酒의 오악을 지은 이가 받아야 할 고통이다.
  6. 6)오음산五陰山 : 중생들이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을 나(我)와 나의 것(我所)으로 집착하여 교만을 떠는 것을 거대하고 견고한 산에 비유한 것이다.
  7. 7)본래인本來人 : 자아의 실상實相, 즉 진여眞如를 지칭하는 말이다.
  8. 8)우뚝 솟은~속으로 들어갔네 :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을 표현한 말이다. 『詩經』 「小雅」 ≺節南山≻에 “우뚝 솟은 저 남산이여, 바윗돌이 겹겹이 쌓여 있도다. 빛나고 빛나는 태사太師 윤씨尹氏여, 백성들이 모두 그대를 바라보도다.(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라는 구절이 있다.
  9. 9)머리 긁으며(搔頭) : 그리움이나 번뇌 따위로 마음이 괴로운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다. 『詩經』 「邶風」 ≺靜女≻에 “사랑하되 만나지 못하여 머리 긁으며 머뭇거린다.(愛而不見。 搔首踟躕。)”고 하였다.
  10. 10)회암晦庵(1685~1741) : 조선의 스님으로 법명은 정혜定慧이다. 범어사梵魚寺 자수自守에게 찾아가 출가하자 자수는 그의 그릇이 뛰어남을 보고 충허冲虛에게 보냈으며, 충허는 그를 가야산 원민圓旻에게 데려가 참학參學시켰다. 이에 원민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장경藏經을 배웠다. 이어 향산香山의 추붕秋鵬이 호남에서 강석을 열자 원민의 허락을 얻어 참석하였고, 일암一庵·환성喚醒 등 고승을 두루 참방하고 금강산에서 좌선하였다. 이후 사람들의 청으로 석왕사釋王寺·명봉사鳴鳳寺·청암사靑巖寺·벽송사碧松寺 등지에서 강석을 열었고, 만년에 청암사에 주석하다가 1741년(영조 17) 5월 20일에 입적하였다. 저서로 『華嚴經疏隱科』, 『禪源集都序著柄』, 『別行錄私記畵足』, 『諸經論疏句絶』 등이 있다. 불령산佛靈山 쌍계사雙溪寺에 그의 비가 있다.
  11. 11)두타頭陁 : ⓢ dhūta의 음역으로 두다杜多·두다杜茶·두타杜陀로도 음역하며, 수치修治·세완洗浣·기제棄除·도태淘汰 등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번뇌의 티끌을 없애기 위해 의·식·주의 편의를 절제하는 생활을 말한다. 또한 절제하는 생활을 철저히 지키는 수행자를 지칭한다.
  12. 12)아상과 인상 : 특정한 모습이나 특성을 ‘나’와 ‘너’로 규정하고 집착하는 생각을 말한다. 또는 오온五蘊의 화합인 몸과 마음에 실재하는 나(我)가 있다거나 나의 소유(我所)라고 집착하는 소견을 아상我相이라 하고, 축생이나 무정물 등등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이 존재한다고 집착하는 소견을 인상人相이라 한다.
  13. 13)전자향(篆香) : 전자篆字처럼 구불구불한 향, 또는 향 연기를 비유한 말이다.
  14. 14)중향성衆香城 : 금강산金剛山을 지칭한다. 오래전부터 금강산을 법용보살法涌菩薩 즉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상주하며 마하반야바라밀을 항상 설하고 계시는 중향성으로 여기는 믿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15. 15)금사수金沙水 : 금강산에 있는 계곡 이름이다.
  16. 16)만폭동萬瀑洞 : 내금강의 상봉인 비로봉과 중향성 일대의 물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 골골마다 나뉘어 흘러오다가 하나로 모이는 곳이다.
  17. 17)절(蕭寺) : 소사蕭寺는 사찰의 이칭이다. 양무제梁武帝가 불교를 신봉하여 사원寺院을 짓고, 소자운蕭子雲에게 명하여 비백飛白으로 소사라고 크게 쓴 것에서 유래하였다.
  18. 18)한참이나 색동옷~보지 못한 :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은사隱士 노래자老萊子는 70의 나이에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떨었다는 고사가 있다.
  19. 19)부모님(庭闈) : 정위庭闈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방을 뜻하는데, 전하여 부모님이나 가정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20. 20)상월霜月(1687~1767) : 용담의 스승이다. 조선의 스님으로 속성은 손씨孫氏, 자는 혼미混迷, 법명은 새봉璽封, 호는 상월이다. 화엄종사華嚴宗師로서 대흥사大興寺 13대종사大宗師 중 한 분이다. 조계산 선암사仙嚴寺의 극준極俊을 은사로 출가하여 화악華嶽으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18세 때 설암雪巖을 참배하고 담론하였다. 이후 벽허碧虛·남악南岳·환성喚惺·연봉蓮峯 등 고승들을 참방하고 1713년(숙종 39)에 선암사로 돌아와 개당開堂하였고, 화엄사·선암사·대흥사 등지에서 학인을 교화하였다. 저서로 『霜月大師詩集』 1권이 있다.
  21. 21)천고의 꽃다발에~내린 달밤(千古雜華霜月夜) : 화엄종주인 스승 상월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잡화雜華는 『華嚴經』을 지칭하고, 상월霜月은 스승의 법호이다.
  22. 22)대의왕大醫王 : 석가모니불을 가리킨다.
  23. 23)용성龍城 : 남원南原의 옛 이름이다.
  24. 24)중니仲尼 : 공자孔子의 자이다.
  25. 25)대경大經 :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원리原理와 법칙法則을 말한다.
  26. 26)공문空門 : 공空을 배우는 문호, 즉 불교를 뜻한다.
  27. 27)하룻밤 자고 갔던 사람(一宿人) : 당나라 영가 현각永嘉玄覺(647~713) 대사를 지칭한다. 천태의 지관법문止觀法門에 정통했던 현각은 좌계 현랑左谿玄朗의 권고로 무주 현책婺州玄策과 함께 조계의 육조 혜능六祖慧能을 참례하고, 문답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인가를 받았다. 그 즉시 떠나려다 육조의 청으로 하룻밤 자고 갔다 하여 당시 사람들이 그를 ‘일숙각一宿覺’이라 칭하였다.
  28. 28)제회際會 : 풍운제회風雲際會의 준말로서 임금과 신하가 의기투합하는 것을 말한다. 『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쫓는다.(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29. 29)범음梵音 : 범패승梵唄僧의 소리를 일컫는 말이다. 범패는 어산魚山이라고도 한다.
  30. 30)옥천玉泉 : 옥천사玉泉寺에서 처음으로 범패梵唄를 가르쳤던 진감 선사眞鑑禪師를 지칭한다. 한국 범패의 시조로 추앙된다. 「眞鑑禪師大空塔碑文」에 따르면 진감 선사는 804년(애장왕 5) 세공사歲貢使로 당나라에 갔다가 830년(흥덕왕 5)에 귀국하여 옥천사에서 범패를 가르쳤다고 한다. 옥천사는 지금의 쌍계사雙溪寺이다.
  31. 31)원유遠遊의 가르침 : 『論語』 「里仁」에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멀리 나가서 놀지 말 것이요, 나가서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처소가 있어야 한다.(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라고 하였다.
  32. 32)콧구멍 : 본래의 면목을 상징하는 말이다. 선종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33. 33)십계十界 : 모든 세계를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성문·연각·보살·불의 열 종류로 분류한 것이다.
  34. 34)옥황상제(紫皇) : 자황紫皇은 자미궁紫微宮의 황제皇帝란 뜻으로 곧 옥황상제를 뜻한다.
  35. 35)옥과 비단(玉帛) : 옥백玉帛은 고대에 천자께 조회하거나 제후諸侯들이 회맹會盟할 때 가지고 가던 예물이다. 『淮南子』 「原道」에 “우禹임금이 제후들을 도산塗山에서 회합하였는데, 옥백을 가지고 온 나라가 1만 국國이나 되었다.”고 하였다.
  36. 36)그 중도를 잡으셨네(執厥中) : 『書經』 「虞書」 ≺大禹謨≻에서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천하를 양위할 때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묘하니 오직 정밀하고 오직 한결같아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고 당부하였다.
  37. 37)사은四恩 : 네 가지 은혜로 부모·국왕·중생·삼보의 은혜, 또는 부모·스승·국왕·시주의 은혜를 사은이라 한다.
  38. 38)쌍수雙修 : 정혜쌍수定慧雙修의 준말로서 선정과 지혜를 균등히 닦는 것을 말한다.
  39. 39)유월의 바람을 타고 : 『莊子』 「逍遙遊」에서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는 수면을 치면서 삼천 리를 달리다가 회오리바람을 박차고 구만 리 상공으로 솟아올라 6월의 큰바람을 타고서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고 하였다.
  40. 40)누런 잎을~달래는 것 : 방편인 경전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大般涅槃經』 권20 「嬰兒行品」(T12, 485b)에서 “저 어린아이가 울 때에 부모가 버드나무의 누런 잎을 들고서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내가 이 황금을 너에게 줄게’라고 말하면 어린아이가 그것을 보고는 진짜 황금이라고 생각해 곧 울음을 그치는 것과 같다.(如彼嬰兒啼哭之時。 父母即以楊樹黃葉而語之言。 莫啼莫啼我與汝金。 嬰兒見已生真金想便止不啼。)”라고 하였다.
  41. 41)동천洞天 : 도가道家 용어로 신선이 사는 곳을 뜻한다. 인간세상에 36동천이 있다고 한다. 『述異記』 권하.
  42. 42)진기眞機 : 참된 심기心機, 즉 망상을 벗어난 본연의 실상인 진여眞如를 말한다.
  43. 43)혼침惛沈과 도거掉擧 : 두 가지 모두 번뇌심소煩惱心所이다. 혼침은 마음이 어둡고 답답한 것이고, 도거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들뜨는 것이다.
  44. 44)방울방울 거기로~게 없다네 : 일체 현상이 본연의 심기心機 작용作用을 벗어나지 않음을 말한다. 방온龐蘊 거사가 약산 유엄藥山惟儼을 하직할 때, 약산이 선객들에게 산문 밖까지 전송하라 하였다. 거사가 펄펄 내리는 눈을 가리키면서 “좋은 눈이로다! 송이송이 딴 곳에 떨어지지 않는구나.(好雪片片不落別處。)”라고 하였다. 『碧巖錄』 제42칙.
  45. 45)담무갈(無竭) : 무갈無竭은 담무갈曇無竭의 준말이다. ⓢ Dharmodgata의 음역으로 보살 이름이며, 담마울가타曇摩鬱伽陀라고도 하고, 법성法盛·법용法勇·법상法上·법기法起로 의역하기도 한다. 중향성衆香城의 성주이고, 항상 『般若波羅蜜多經』을 설한다고 한다.
  46. 46)서교西敎 : 서방에서 온 가르침, 즉 불교를 뜻한다.
  47. 47)오늘의 일(今日事) : 본래사本來事와 대비하여 사용하는 말이다. 평등한 본연의 성품을 등지고는 분별에 집착하여 나와 너, 이것과 저것 등으로 계교하고 그 가운데서 시비是非·득실得失·성패成敗를 따지는 것을 말한다.
  48. 48)옛날 사람(舊時人) : 본래인本來人이라고도 한다. 생멸 변화에 상관하지 않는 진면목眞面目, 즉 불성佛性을 뜻한다.
  49. 49)개미의 꿈(蟻子夢) : 인생살이의 부귀영화가 꿈처럼 부질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집 앞의 홰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가 사자使者를 따라 괴안국槐安國에 가서 국왕의 사위가 되어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 깨어나 살펴보니, 홰나무 아래에는 개미집이 있고 자기가 갔던 괴안국은 그 개미들의 나라였다고 한다.
  50. 50)훤당萱堂 : 『詩經』 「衛風」 ≺伯兮≻에 “어이하면 원추리를 얻어 북당(背)에 심어 볼까.(焉得諼草。 言樹之背。)”라고 하였는데, ‘훤諼’은 ‘훤萱’과 같다. 이에 어머니들이 거처하는 북당北堂을 훤당 혹은 훤실萱室이라 하였다.
  51. 51)북극성(北宸) : 천하의 중심인 임금을 뜻한다.
  52. 52)호리병 속~달이 뜬다 : 중국 후한 시대에 비장방費長房이라는 사람이 어느 날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시장에 약장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언제나 가게 앞에 항아리를 하나 두고 시장이 파하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비장방이 이상하게 여겨 그 할아버지를 찾아가자 할아버지가 그를 항아리 속으로 안내하였는데 그 속에 별천지가 있었고, 약장수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유배된 신선인 호공壺公이었다고 한다. 『後漢書』 「方術傳」.
  53. 53)상림桑林의 혜택惠澤 : 임금이 기우제를 지내 가뭄이 해소된 것을 말한다. 탕왕이 하夏나라 걸桀을 정벌한 후 7년 동안 혹독한 가뭄이 들었는데, 태사太史가 점을 치고 하는 말이 “사람을 희생으로 하여 비를 빌어야 한다.”고 하였다. 탕왕이 이에 자신이 희생이 되겠다고 자청하여 재계齋戒하고는 모발과 손톱을 자르고 소거素車에 백마白馬를 타고서 자신의 몸을 흰 띠풀(白茅)로 싸서 희생의 모양을 갖추고 상림의 들에 가서 세 발 달린 정鼎을 놓고 산천山川에 기도하면서 여섯 가지 일로써 자책하였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 비가 내렸다고 한다. 『事文類聚』 「天道部」 ≺禱雨≻.
  54. 54)해바라기 마음(葵心) : 해를 향해 기우는 해바라기처럼 일편단심 임금을 사모하는 마음을 말한다.
  55. 55)역동易東 : 우탁禹倬(1263~1342)을 지칭한다. 고려 말 정주학程朱學 수용 초기의 유학자로 본관은 단양丹陽이고, 자는 천장天章 또는 탁보卓甫, 호는 백운白雲 또는 단암丹巖, 시호는 문희文僖이다. 성균좨주成均祭酒로 치사致仕한 뒤 예안禮安에 은거하면서 후진 교육에 전념하였다. 경사經史에 통달하였고 역학易學에 더욱 조예가 깊어 세상에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 일컬어졌다.
  56. 56)부자께서도 흐르는 시내를 노래했다 : 『論語』 「子罕」에 “공자가 시냇가에서 말하기를 ‘떠나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는 구절이 있다.
  57. 57)우산牛山의 눈물 : 인생이 짧은 것을 한탄하는 것이다. 우산은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산이다. 제 경공齊景公이 우산에서 노닐다가 북쪽으로 국성國城을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떻게 이곳을 버리고 죽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탄식했다고 한다. 『晏子春秋』 「諫上」.
  58. 58)신생申生 : 춘추시대 진 헌공晉獻公의 태자이다. 헌공이 총애하던 애첩 여희驪姬가 태자 신생을 죽이려는 계책을 내어 신생이 아버지 헌공을 독살하려는 것처럼 꾸미니, 헌공은 노하여 태자의 스승 두원관杜原款을 죽였다. 어떤 사람이 신생에게 사실을 밝히기를 권하자 말하기를 “아버지는 여희가 아니면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배불리 먹지 못한다. 내가 해명하면 여희가 죄를 얻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이미 늙으셨으니, 내가 또 그렇게 할 수 없다.” 하였다. 또 달아나라고 권하자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그 죄를 살피지 못했으니, 이러한 누명을 쓰고 다른 나라로 도망친다면 그 누가 나를 받아들이겠는가.” 하고, 목을 매어 죽었다. 『春秋左氏傳』 희공僖公 4년.
  59. 59)용 비늘(龍鱗) : 임금의 위엄을 뜻한다.
  60. 60)『서난록舒難錄』 : 원명은 『奮忠紓難錄』이다. 조선 중기의 고승인 유정惟政의 문집으로 일기와 상소문 및 임진왜란 때의 행적 등을 기록한 책이다. 1688년(숙종 14) 5대 법손法孫 남붕南鵬 등이 편집·간행하였고, 1739년(영조 15) 신유한申維翰이 보필하여 밀양密陽 표충사表忠寺에서 개판하였다.
  61. 61)동우東隅 : 해가 뜨는 곳으로, 곧 동국東國과 같은 뜻이다.
  62. 62)고산곡(高山) : 백아伯牙가 탄 거문고 곡조를 말한다. 백아가 마음속에 ‘높은 산(高山)’을 생각하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鍾子期가 이를 알아듣고 “훌륭하구나, 험준하기가 태산과 같다.(善哉。 峨峨兮若泰山。)”라고 평하고, 백아가 마음속에 ‘흐르는 물(流水)’을 생각하고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이를 알아듣고 “훌륭하구나, 광대한 흐름이 강하와 같다.(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평하였다 한다. 『列子』 「湯問」.
  63. 63)패수貝樹 : 패엽수貝葉樹의 준말로 불경佛經을 뜻한다. ‘패貝’는 ⓢ Pattra의 음역으로 패다라貝多羅·패다貝多라고 하며, 다라多羅 나무의 잎이다. 인도에서 종이 대신에 글자를 쓰는 데 사용하였다. 패엽은 범어의 음역과 그 번역이 중복 사용된 단어이다.
  64. 64)상문桑門 : ⓢ Śramana의 음역이다. 상문喪門·사문沙門·사문婆門·사문나沙門那·사라마나舍囉摩拏라고도 하며, 식심息心·공로功勞·근식勤息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출가 수행자를 일컫는 말이다.
  65. 65)취령鷲嶺 : 유람한 산들을 부처님께서 주석하셨던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66. 66)죽림竹林 : 머무른 정사를 부처님께서 주석하였던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67. 67)금어金魚 : 잉어 모양을 새긴 금으로 만든 부절符節이다. 당나라 때 3품 이상의 관원이 찼다고 하여 고관을 뜻한다.
  68. 68)십주十洲 : 신선이 산다는 10개의 주, 곧 조주祖洲·영주瀛洲·현주玄洲·염주炎洲·장주長洲·원주元洲·유주流洲·생주生洲·봉린주鳳麟洲·취굴주聚窟洲를 말한다.
  69. 69)매각梅閣 : 매화가 활짝 핀 관아官衙를 가리킨다.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하손何遜이 양주揚州의 법조法曹로 있었는데, 관아의 동쪽 청사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꽃이 만개하였으므로 하손은 그 아래에서 매일 시를 읊곤 하였다. 하손이 뒤에 낙양洛陽으로 돌아왔으나 그 매화를 잊을 수가 없어 다시 그곳으로 부임할 것을 청하였다. 이후로 동각관매東閣官梅라 하여 지방의 관아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70. 70)금헌琴軒 : 수령의 정사당政事堂을 말한다. 공자孔子의 제자인 복자천宓子賤이 선보單父의 수령으로 있으면서 단지 거문고(琴)를 타고 노래만 부를 뿐 공당公堂에 내려간 적이 없는데도 고을이 잘 다스려졌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呂氏春秋』 「察賢」.
  71. 71)호계虎溪의 삼소三笑 : 이별을 아쉬워하는 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혜원慧遠이 평소에는 손님을 전송하며 호계를 넘지 않았는데 도연명陶淵明과 육수정陸修靜이 찾아왔을 때는 이어진 정담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호계를 지나쳤고, 이 일로 세 사람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72. 72)소구蔬句 :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는 승려들의 시문을 일컫는 말이다. 야채와 죽순을 먹고 고기는 섭취하지 않는 승려들의 시문이나 언사에 나타나는 특유의 말투와 분위기를 흔히 소순의 기미(蔬筍氣)라 한다.
  73. 73)모래를 찌던 나그네 : 소용없는 짓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首楞嚴經』 권6(T19, 131c)에서 “모래를 쪄서 그것을 밥으로 만들려 하는 것과 같나니, 백천 겁을 경과한들 그저 뜨거운 모래라 할 뿐이다.(如蒸沙石欲其成飯。 經百千劫秖名熱沙。)”라고 하였다.
  74. 74)밥을 설명하던 사람 : 입으로만 이치를 떠들 뿐, 실제로는 이익을 조금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무리 밥에 대해 잘 설명해도 주린 배가 부르진 않는다. 선가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75. 75)항사겁恒沙劫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항하恒河, 즉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량에 비유한 말이다.
  76. 76)진묵겁塵墨劫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먼지의 수량에 비유한 말이다. 진점겁塵點劫이라고도 한다.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미진微塵을 만들어 하나의 미진을 1겁으로 계산했을 때 전체 미진의 숫자에 해당하는 겁수이다.
  77. 77)세 수레의 비유 : 『法華經』 「譬喩品」에서 불타는 집 안에서 놀이에 여념이 없는 어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레로 아이들을 집 밖으로 유인해서는 그들이 불길을 빠져나오자 아이들이 기대도 하지 않은 흰 소가 끄는 훌륭한 수레를 주었다는 비유가 나온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부처님을, 아이들은 중생을, 양·사슴·소가 끄는 세 가지 수레는 삼승三乘 즉 성문·연각·보살의 가르침을, 흰 소가 끄는 수레는 일승법을 비유한다.
  78. 78)절정節程 : 송대 성리학의 기반을 다진 소강절邵康節과 정호程顥의 병칭으로 추측된다.
  79. 79)누추한 시골에서 안빈하시니 : 공자孔子가 안회顔回를 칭찬한 말에서 나왔다. 『論語』 「雍也」에서 “어질구나, 회여. 한 덩이 주먹밥과 한 바가지 물로 누추한 시골 구석에서 살자면 다른 사람은 그 걱정을 견디지 못하건만 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변치 않으니, 어질구나, 회여!(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하였다.
  80. 80)가섭산迦葉山 : 곧 계족산鷄足山을 지칭한다. 중인도 마가다국에 있는 산으로 마하가섭이 이 산에 오래도록 머물다 입적하였다.
  81. 81)도군陶君 : 동진東晉 때의 고사高士인 도잠陶潛, 즉 도연명陶淵明을 지칭한다. 그가 지은 ≺歸去來辭≻에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인다.(撫孤松而盤桓)”는 구절이 있다.
  82. 82)문수보살(曼殊) : 만수曼殊는 ⓢ Mañjuśrī의 음역인 만수실리曼殊室利의 준말이다. 문수사리文殊師利·만수시리滿殊尸利라고 하기도 하고, 줄여서 문수文殊라 하기도 한다. 대승경전에 등장하는 보살이다.
  83. 83)보안보살(普眼) : 대승경전에 등장하는 보살이다.
  84. 84)옥 상자와~두루마리의 경책 : 귀중한 서적을 비장秘藏한 것들로서 전하여 귀중한 서적을 뜻한다.
  85. 85)자존慈尊 : 자비로우신 존자라는 뜻으로 부처님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86. 86)기림祇林 : 기타태자의 숲이라는 뜻으로 기수祇樹라고도 한다. 곧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가리킨다.
  87. 87)시라尸羅 : ⓢ śīla의 음역이다. 계율戒律·율律로 번역하기도 한다. 육바라밀의 하나로 부처님이 제정한 금계와 율의를 지켜 허물을 방지하고 악을 멀리 여의는 것이다.
  88. 88)범주梵呪 : 범어로 된 주문이란 뜻으로 곧 진언眞言을 뜻한다.
  89. 89)지남指南 : 나침반이다. 사남司南이라고도 하며, 정확한 지침을 뜻한다.
  90. 90)눈가림이니(遮眼) : 경전을 마주하고 있을 뿐 사려思慮에 매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어느 날 약산 유엄藥山惟儼 선사가 책을 보고 있자, 그 방 앞을 지나던 백암栢巖이 “화상和尙께서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는 경經을 보지 못하게 하시면서 왜 스스로는 경을 보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엄이 “나는 다만 눈가림을 하기 위해 보는 것이다.(我只圖遮眼。)”라고 하였다. 『傳燈錄』.
  91. 91)천봉天峰(1710~1793) : 조선의 승려로 법명은 태흘泰屹, 자는 무등無等, 호는 천봉이다. 황해도 서흥 출신이다. 16세에 유덕사有德寺로 출가하여 명탁明琢의 제자가 되었고, 도원道圓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20세에 우첨雨霑에게 불경을 배운 뒤, 여러 선지식을 찾아 공부하였다. 뒤에 배천의 호국사護國寺에 돌아가 참선 정진하였으며, 해숙海淑의 법을 받았다.
  92. 92)눈 내린~오로지 잊었네 : 구도의 의지가 강렬함을 2조 혜가慧可 대사(487~593)의 고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40세에 숭산 소림사로 보리달마菩提達磨를 찾아간 혜가는 면벽하며 말이 없는 달마에게 가르침을 청하며 물러나지 않았는데, 그날 밤 눈이 내려 무릎까지 쌓였다고 한다.
  93. 93)척안隻眼 : 일척안一隻眼이라고도 하고, 정문안頂門眼·정안頂眼·정안正眼·명안明眼이라고도 한다. 천지를 지배하는 마혜수라의 이마에 있는 눈으로서 모든 것을 보는 눈, 즉 진실을 꿰뚫는 안목을 말한다.
  94. 94)아홉 번이나~드물다고 허락하리다 : 설봉 의존雪峰義存(822~908) 선사는 행각할 때에 투자投子에게 세 번이나 찾아가고 동산洞山에 아홉 번 올랐지만 끝내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동산의 권유로 덕산 선감德山宣鑑을 찾아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구도자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표현할 때 이 예를 많이 사용한다.
  95. 95)살수薩水 : 청천강淸川江의 옛 이름이다.
  96. 96)검산劒山의 소식 : 검산은 칼이 숲을 이룬 산으로 곧 지옥을 뜻한다. 지옥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97. 97)늙은 오랑캐(老胡) : 선종禪宗의 초조인 보리달마菩提達磨를 지칭한다.
  98. 98)일곱 근 포삼(斤七布衫) : 승려들의 장삼을 조주 스님의 고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어떤 승려가 조주趙州에게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萬法歸一。 一歸何處。)” 하고 묻자, 조주가 “내가 청주에 있을 때 삼베 적삼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었다.(我在靑州。 作一領布衫。 重七斤。)”라고 대답하였다. 『碧巖錄』 제45칙.
  99. 99)삼라만상은 한~드러난 것이다 : 『佛說法句經』 「普光問如來慈偈答品」(T85, 1435a)에 나온다. 그러나 이 『法句經』은 소승의 『法句經』과는 다른 것이다. 반야부와 화엄·법화 등 대승의 법요를 엮은 것으로 추정되는 의경疑經이다. 후진後秦의 승조僧肇가 『寶藏論』에서 “故經云森羅及萬象一法之所印。”이라고 인용한 것으로 보아 그 번역 시기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100. 100)휴구休咎 : 아름다운 징조(休徵)와 나쁜 징조(咎徵), 즉 길흉吉凶을 뜻한다.
  101. 101)황령黃嶺이라 명명한~ 않았다는 것이다 : 색깔의 ‘황黃’은 오행五行의 ‘토土’, 방위로는 ‘중앙’에 해당한다.
  102. 102)중묘中廟 : 중종中宗 치세를 뜻한다.
  103. 103)성상 즉위 24년 정묘년 : 정묘년은 1747년으로 건륭 12년, 영조 23년에 해당한다. 앞에서 건륭 13년, 영조 24년이라 한 것과 맞지 않다. 둘 중 하나는 오기로 판단된다.
  104. 104)팔인의 재앙(八人之禍) : 화재火災를 뜻한다. ‘火’ 자를 ‘八’과 ‘人’으로 파자破字한 것이다.
  105. 105)서산西山을 법조로 하여 5세손이고 : 원문은 “西山法祖三世孫。”이나 ‘三’은 ‘五’의 오자인 듯하다.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명진의 법맥은 청허 휴정─편양 언기─풍담 의심─월저 도안─명진 수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서산의 5세손이라야 옳다.
  106. 106)월저月渚(1638~1715) : 조선 승려로 법명은 도안道安이다. 9세에 출가하여 천신天信의 제자가 되었고, 금강산에 들어가 풍담 의심楓潭意諶 문하에서 휴정休靜의 밀전密傳을 참구하였으며, 화엄학華嚴學과 삼교三敎에 두루 통하였다. 1664년(현종 5) 묘향산에서 『華嚴經』을 강의하자 화엄종주華嚴宗主라 찬양하며 수많은 청중이 모였다. 저서로 시문집인 『月渚堂大師集』 2권과 『佛祖宗派圖』가 있다.
  107. 107)겸추鉗鎚 :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집게와 망치이다. 선사가 학인을 지도할 때 사용하는 매서운 수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08. 108)검은 장막(緇帷) : 고인高人과 현사賢士가 강학하는 곳에 둘러친 검은 장막을 말한다. 공자孔子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검은 장막을 치고서 『詩經』과 『書經』을 강학한 데서 비롯되었다.
  109. 109)일전어一轉語 : 선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상황을 단번에 전환시킬 한마디, 즉 본성을 깨우치게 하는 한마디를 뜻한다.
  110. 110)잣나무의 기쁨(栢悅) : 벗의 행운을 함께 기뻐한다는 뜻이다. 서진西晉 때의 문인 육기陸機의 ≺歎逝賦≻에 “참으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아! 지초가 불타면 혜초가 탄식하도다.(信松茂而栢悅。 嗟芝焚而蕙歎。)”라고 하였다.
  111. 111)본분가本分家의 곧장 절단하는 언구 : 선가禪家의 화두話頭를 말한다.
  112. 112)남과 나를~저절로 완성된다 : 야운 각우野雲覺牛의 『自警文』에서 인용하였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文」一字。編者補入。
  3. 1)此右側行間有「文」 編者除之。
  4. 1)此書。底本在卷末。編者移置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