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연담대사임하록(蓮潭大師林下錄) / 蓮潭大師林下錄卷之一

ABC_BJ_H0224_T_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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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대사임하록 제1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一)
총목차總目次
연담대사임하록 제1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一)
시 1(詩一)
범 사냥(捉虎行)
〈도징 대사와 이별하며〉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別道澄大師)
고향에 돌아가다(歸故鄕)
대둔사 상원에 부치다(題大芚上院)
한림 이현중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李翰林 【顯重】)
고금도古今島
추성의 수령인 호은 조두수와 함께 짓다(與秋城倅趙湖隱 【斗壽】)
또 짓다(又)
가을 걸식(秋乞)
법천사 상운암에 부치다(題法泉上雲庵)
눈이 내린 뒤 임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雪後次林斯文)
두류산 상봉에 올라(登頭流上峯)
산 생활을 노래하다(山居吟)
배우는 자를 권면하는 시(勉學者)
어운강정에서 짓다(題漁耘江亭)
희학 사미와 이별하며(別喜學沙彌)
개천사 준 화상을 애도하며(挽開天寺俊和尙)
해종암에 부치다(題海宗庵)
밤에 읊다(夜吟)
아침 일찍 일어나서(早起)
계주에게 주다(贈戒珠)
어운초당漁耘草堂
오 선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吳先生)
문득 짓다(偶題)
삼월三月
어운 오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挽漁耘吳先生)
문득 짓다(偶題)
늦봄(暮春)
긍현을 애도하며(挽肯玄)
관북의 준 대사와 이별하며(別關北俊大師)
취홍 시자를 보내며(送就弘侍者)
입춘에 공부의 시운을 따서 짓다(立春次工部)
늦봄(暮春)
임성 스님에게 주다(贈任性上人)
삼가 조 병상의 시운을 따서 짓다(謹次趙兵相韵)
또 ‘상’ 자 운을 따서 짓다(又次霜字)
조 공이 한번 다녀가라고 청하기에 유영에 가서~(趙公要一來故徃柳營有呈)
조 공이 체직遞職되어 돌아가기에 이별시를 지어 주다(趙公遞歸呈別章)
서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徐生韵)
달을 노래하다(咏月)
불출암에 부치다(題佛出庵)
가을밤(秋夜 【二首】)
영침대에서 소 처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影沈臺次蘇處士)
숲속 생활(林居)
가을밤에 마음속 생각을 적다(秋夜紀懷)
기 사형의 죽음에 통곡하며(哭棋師兄)
마음속 생각을 읊다(述懷)
가을밤(秋夜)
오른손이 없는 나그네에게 주다(贈無右手客)
산속 생활(山居)
영남의 식 대사에게 보내다(寄嶺南湜大師)
꿈속에서 긍현을 보고서(夢見亘賢)
면성의 수령 이만회에게 주다(呈綿城李使君 【萬恢】)
달 밝은 밤에 매화를 감상하다(月夜賞梅)
어부사漁父詞 【二首】
목동사牧童詞
『석주집』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石洲集)
국화菊花
몽탄 가는 배에서 어운동을 바라보며(夢灘舟中望漁耘洞)
한밤에 감회를 읊다(夜懷 【二首】)
대둔사의 초청을 받아 나아가서(赴大芚寺請 【二首】)

010_0215_c_02L蓮潭大師林下錄卷之一

010_0215_c_03L

010_0215_c_04L1)總目次

010_0215_c_05L
卷一

010_0215_c_06L
詩(一)百四十四篇

010_0215_c_07L
捉虎行次別道澄大師歸故鄕
010_0215_c_08L大芚上院次李翰林古今島與秋
010_0215_c_09L城倅趙湖隱
秋乞題法泉上雲庵
010_0215_c_10L雪後次林斯文登頭流上峯山居吟
010_0215_c_11L勉學者題漁耘江亭別喜學沙彌
010_0215_c_12L開天寺俊和尙題海宗庵夜吟早起
010_0215_c_13L贈戒珠漁耘草堂次吳先生偶題
010_0215_c_14L三月挽漁耘吳先生偶題暮春
010_0215_c_15L挽肯玄別關北俊大師送就弘侍者
010_0215_c_16L立春次工部暮春贈件性上人
010_0215_c_17L次趙兵相韵又次霜字趙公要一來
010_0215_c_18L故徃柳營有呈趙公遞歸呈別章
010_0215_c_19L徐生韵咏月題佛出庵秋夜

010_0215_c_20L影沈臺次蘇處士林居
秋夜紀懷
010_0215_c_21L哭棋師兄述懷秋夜
贈無右手
010_0215_c_22L山居寄嶺南湜大師夢見亘賢

010_0215_c_23L呈綿城李使君月夜賞梅漁父詞

010_0215_c_24L牧童詞次石洲集菊花夢灘舟中
010_0215_c_25L望漁耘洞夜懷
赴大芚寺請

010_0215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0216_a_01L8월 14일 밤에 감회를 적다(八月十四夜記懷)
가을날의 회포(秋懷)
비석 세우는 일로 서울에 와서 봉은사에 묵다(以碑事到京宿奉恩寺)
주인 이 봉사의 벽에 쓰다(題主人李奉事壁)
마곡 안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麻谷安生員)
흉년을 탄식하다(歎凶年)
학 대사를 애도하며(挽學大師)
해남 이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海南李生員)
윤 한림의 〈장춘동에 들어가다〉라는 시운을 따서 짓다(次尹翰林入長春洞韵)
상원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上院庵韵)
다시 윤 한림의 시운을 따서 짓다(又次尹翰林)
윤 한림의 〈입춘〉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翰林立春詩 【四首】)
조 사백이 〈입춘〉이란 시에 화답한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詞伯和立春韵 【二首】)
윤 사백이 보내온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詞伯來韵)
또 그의 오언율시의 운을 따서 짓다(又次五言律)
윤 한림의 〈섣달 그믐날 밤에〉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翰林除夜韵 【二首】)
정월 초하루에 책력과 부채를 보내준 데 감사하며~(次謝元日送曆扇 【四首】)
금호 윤면이 찾아와 지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琴湖 【沔】來韵)
금호가 찾아온 것에 대한 답례로 지은 시(謝琴湖來訪)
금호의 30운 배율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琴湖三十韵排律)
윤금호가 부쳐 온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琴湖見寄)
『명각사어록』에 부치다(題明覺師語錄)
여섯 폭 병풍에 당시를 쓰고 그 운을 따서 중암에~(六疊屛風寫唐詩次題中庵)
‘생’ 자 운을 가지고 다시 읊다(重吟生字)
중봉의 〈숨어 사는 즐거움을 노래한 가사〉에 화답하다(和中峯樂隱詞 【十六首】)
안 생원 댁에서 책을 빌리며(借册安生員宅)
영남 표충사에서 송운 대사 영정에 삼가 쓰다(嶺南表忠祠敬題松雲影圖)
독락와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獨樂窩韵)
시월十月
면주 김 생원 시의 ‘귀’ 자 운을 따서 짓는다(次綿州金生員龜字韵 【六首】)
금탑사에서 삼가 무용 화상의 시운을 따서 짓다(金塔寺謹次無用和尙韵 【回文體】)
입춘立春
일괘암에서 삼가 용암 스님의 시운을 따서 짓다(日卦庵謹次龍巖)
정월 초하루(元日)
윤금호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尹琴湖)
또 읊다(又)
원외 박명구가 당백필을 준 것에 감사하며(謝朴員外惠唐白筆 【命球】)
또 ‘회’ 자 운을 따서 짓다(又次回字)
‘향’ 자 운을 따서 짓다(次鄕字)
‘유’ 자 운을 따서 짓다(次流字)
‘상’ 자 운을 따서 짓다(次床字)
‘호’ 자 운을 따서 짓다(次湖字)
‘청’ 자 운을 따서 짓다(次靑字)
윤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尹斯文)
박양직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 【良直】【二首】)
동계 최 선생이 박 생원과 주고받은 시를 부쳐~(東溪崔先生和朴詩以寄奉和)
장춘동의 조 사백이 찾아왔기에 전에 보내온~(長春曺詞伯來訪次前詩又奉和)
조 사백이 시를 써서 내가~(曺詞伯以詩譏余爲僧反勸還俗故奉和 【四首】)
동계 노인에게 화답하다(奉和東溪老)
또 박 상사에게 화답하다(又和朴上舍)
영보촌의 신 생원이 앞의 시운을 따서 시를~(永保村愼生員次前韻以寄奉和)
밤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며(夜雨即事)
박 선비가 여덟 축의 대나무 그림에 시를~(朴斯文請八軸畫竹詩忘拙强賦)
중동仲冬

010_0216_a_01L月十四夜記懷秋懷以碑事到京宿
010_0216_a_02L奉恩寺題主人李奉事壁次麻谷安
010_0216_a_03L生員歎凶年
挽學大師次海南
010_0216_a_04L李生員次尹翰林入長春洞韵次上
010_0216_a_05L院庵韵
又次尹翰林次尹翰林立春
010_0216_a_06L
次曺詞伯和立春韵
次尹詞伯
010_0216_a_07L來韵又次五言律次尹翰林除夜韵

010_0216_a_08L次謝元日送曆扇
次尹琴湖▼(小+丐)來韵
010_0216_a_09L謝琴湖來訪
次琴湖三十韵排律
010_0216_a_10L尹琴湖見寄題明覺師語錄六疊屛風
010_0216_a_11L寫唐詩次題中庵
重吟生字和中
010_0216_a_12L峯樂隱詞十六
借册安生員宅嶺南
010_0216_a_13L表忠祠敬題松雲影圖次獨樂窩韵
010_0216_a_14L次綿州金生員龜字韵
金塔寺
010_0216_a_15L謹次無用和尙韵回文
立春日卦
010_0216_a_16L庵謹次龍巖元日次尹琴湖

010_0216_a_17L朴員外惠唐白筆又次回字次鄕字
010_0216_a_18L
次流字次床字
次湖字
010_0216_a_19L靑字次尹斯文
次朴上舍

010_0216_a_20L溪崔先生和朴詩以寄奉和
長春曺詞
010_0216_a_21L伯來訪次前詩又奉和
曺詞伯…奉
010_0216_a_22L
奉和東溪老
又和朴上舍
010_0216_a_23L永保村…以寄奉和
夜雨即事朴斯
010_0216_a_24L文請八軸畫竹詩忘拙强賦
仲冬

010_0216_b_01L박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
순찰사 심이지가 절에 와서 시를 지어 주기에~ (巡相沈公 【履之】到寺有贈謹次)
수령이 유자를 읊은 시의 운을 따서 짓는다(謹次使道咏柚韵)
『간재집』의 건제체 시운을 따서 짓다(次簡齋集建除體)
팔음가의 운을 따서 짓다(次八音歌)
감사에게 올리는 시(上棠營)
여항의 유정 선사는 항상 누런 소를~(餘杭惟政禪師。 常乘黃牛。 故號政黃牛。~)
지난 갑신년 3월 19일은 숭정 의종 황제가~(徃甲申三月十九日。 崇禎毅皇帝。~)
경기도에서 벼슬을 하던 어떤 선비가~(京圻有簮纓士。 創林下幽居。 求題咏於~)
구림마을의 박 상사 집을 방문하고 읊다(訪鳩林朴上舍宅有吟)
석옥 화상의 〈산중에서 지녀야 할 네 가지 위의〉라는~(和石屋和尙山中四威儀)
전주 감영에서 쌀을 하사한 데 감사하며(謝完營賜米)
부채를 하사한 데 감사하며(謝賜扇)
〈옥연적〉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玉硯滴韵)
선지禪旨
함께 참례하는 사람들에게 훈시하다(示同叅)
병상 이경모에게 삼가 올리다(謹呈李兵相 【景模】)
사창의 김 사백 형제가 시운을 보냈기에 그 운을 따서~(次社倉金詞伯昆季來韵)
장춘도의 조 사백이 부쳐 온 시운을 따서 짓다(次長春島曺詞伯寄示韵)
팔구월 사이에 학인들이 모두 흩어지고~(八九月之間學者皆散黃花獨發偶吟記懷)
면주의 김 사백 형제가 임 선비와 함께~(綿州金詞伯兄弟與林斯文來訪有詩奉和)
서호에 사는 박 생원이 절구 시 한 수~(西湖朴上舍寄一絶云。 偶隨獵者到山門。~)
박 상사가 눈을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雪詩)
동짓날 서호의 시운을 따서 짓다(南至日次西湖)
도백 심소암이 임기가 만료되어 삼가 이별의~(道伯沈素巖瓜遞謹呈別章 【二首】)
박 상사가 부쳐 보낸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寄示韵)
말복에 방옹의 시운을 따서 짓다(末伏次放翁)
욕실에 부치다(題浴室)
능주 봉서루에서 점필재의 시운을 따서 짓다(綾州鳳栖樓次佔畢齋)
동각에 올리다(呈東閣)
스스로를 경계하다(自警)
술을 좋아하는 스님을 경계하다(誡嗜酒禪者)
연담대사임하록 제2권(蓮潭大師林下錄 卷二)시 2詩二-161편
능성 동각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綾城東閣韵)
정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鄭生員)
오성으로 가는 길에 짓다(烏城途中)
〈정씨 족보 간행〉이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鄭氏譜成韵)
청파 장로에게 부친다(寄淸坡長老)
한 능주에게 세 벗을 보내 주기를 청하여 받고 나서(請韓綾州送三友)
보림사에 다시 와서 전에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重到寶林次前韵)
관산의 오 연리에게 주다(贈冠山吳掾吏)
영남의 지탄 스님에게 주다(與嶺南智綻上人)
전주의 신여 대사에게 주다(贈全州愼如大師)
장흥 수령인 황인영에게 드리다(呈長興使君 【黃仁榮】)
장흥 수령이 부른 시운을 따서 짓다(次長興使君呼韵)
매를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次鷹韵)
장흥 수령인 황 공이 임기가 끝나 돌아가게 되어~(長興黃使君遞歸奉別章)
제주 감진어사 박사륜 공에게 올리다(上濟州監賑御史朴公 【師崙】)
박 어사가 탐라에서 육지로 나왔기에(朴御史自耽羅出陸)
만연사에 머물며 감회에 젖어(住萬淵寺感懷)
조 선비가 보내온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斯文見寄)

010_0216_b_01L次朴上舍
巡相沈公履之到寺有贈
010_0216_b_02L謹次謹次使道咏柚韵次簡齋集建
010_0216_b_03L除體次八音歌上棠營餘杭…
010_0216_b_04L詩云徃甲申…筆跡云云京圻有
010_0216_b_05L簪…請余代作
訪鳩林朴上舍宅
010_0216_b_06L有吟和石屋和尙山中四威儀
010_0216_b_07L完營賜米謝賜扇次玉硯滴韵
010_0216_b_08L示同叅謹呈李兵相
次社倉
010_0216_b_09L金詞伯昆季來韵
次長春島曺詞伯
010_0216_b_10L寄示韵
八九月…偶吟記懷綿
010_0216_b_11L州…有詩奉和西湖朴上舍…奉和

010_0216_b_12L次朴上舍雪詩南至日次西湖道伯
010_0216_b_13L沈素巖爪遞謹呈別章
次朴上舍寄示
010_0216_b_14L
末伏次放翁題浴室綾州鳳栖
010_0216_b_15L樓次佔▼(亻+畢)齋呈東閣自警誡嗜酒禪者

010_0216_b_16L
卷二

010_0216_b_17L
詩(二)百六十一篇

010_0216_b_18L
次綾城東閣韵次鄭生員烏城途中
010_0216_b_19L次鄭氏譜成韵寄淸坡長老請韓綾
010_0216_b_20L州送三友重到寶林次前韵贈冠山
010_0216_b_21L吳椽吏與嶺南智綻上人贈全州愼
010_0216_b_22L如大師呈長興使君次長興使君呼
010_0216_b_23L次鷹韵長興黃使君遞歸奉別章
010_0216_b_24L上濟州監賑御史朴公朴御史自耽羅
010_0216_b_25L出陸住萬淵寺感懷次曺斯文見寄

010_0216_c_01L유 도곡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柳道谷韵)
사백 이효근에게 화답하다(和李詞伯 【孝根】)
조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上舍)
도곡 유 선생에게 바치다(呈道谷柳先生)
또 ‘명’ 자 운을 따서 짓다(又次鳴字)
정월 초하루(元日)
무등산에 올라(登無等山)
천초로 만든 향신료를 오성 관아에 올리며(呈椒饌烏城衙)
오성 수령이 사직하고 서울로 가게 되어 시를 지어 주다(烏城使君辭職還京呈此)
임진년 정월 초하루 입춘에(壬辰元日是立春)
만성재에 걸린 시운을 따서 짓다(次晩醒齋題咏)
오성 수령인 윤행원에게 올리다(呈烏城尹使君 【行元】)
환월이 물방아를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次喚月水碓韵)
〈포도〉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西果韵)
서울에 사는 김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京居金斯文)
환월의 오악시에 화답하다(和喚月五岳詩)
금수시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禽獸詩)
초산의 이 사백의 60운 시를 따서 짓다(次楚山李詞伯六十韵)
내소사로부터 격포에 이르러 시를 읊다(自來蘇寺至格浦有吟)
지지촌에 이르러(到知止村)
검포에서 쓰다(題黔浦)
순창현에서 비에 길이 막혀(滯雨淳昌縣)
황산비전荒山碑殿
지리산의 빈 암자인 불일암에서 쓰다(題智異山佛日空庵)
여러 유생들이 불러 준 운을 따서 짓다(次諸生呼韵)
화개동에서 최 처사를 만나(花開洞逢崔處士)
지양산에서 환월 사형을 만나(之羊山見喚月兄)
규 스님에게 주다(贈圭上人)
서울 사는 신 생원이 해남에 귀양 와 있기에~(寄呈京居辛生員謫居海南)
또 ‘구’ 자 운으로 시를 지어 대희 스님에게 주다(又吟丘字贈大稀上人)
신 생원이 방면되어 오성에 왔다는 말을 듣고~(聞辛生員蒙放到烏城徃見有呈)
계사년 섣달 그믐날 밤에 동리산에서(癸巳除夜在桐裡山)
오성 임 처사의 외소재에 부치다(題烏城林處士畏昭齋)
사집에게 보내는 시(贈私集)
사집이 화답하다(私集答)
혜철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慧徹庵韵)
화개동에서 김복현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花開洞次金上舍 【福鉉】韵)
상월 화상이 덕홍 스님의 장실에 써 준 시운을~(謹次霜月和尙贈德洪丈室韵)
장 스님에게 주다(贈壯上人)
어부漁父
묵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默庵)
침계루에서 삼가 삼연의 시운을 따서 짓다(枕溪樓謹次三淵韵)
묵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默庵)
주자가 육상산 형제와 함께 아호재에~(謹次朱子與陸象山兄弟會鵝湖齋酬唱)
〈어가오〉의 형식을 빌려 짓다(效漁家傲)
마음속 생각을 적다(紀懷)
윤화순이 과거에 합격하였다는 말을 듣고 축하하며(聞尹和順登第奉賀)
〈촉석루〉 시운을 따서 짓다(次矗石樓詩)
관북의 한 장로와 송별하며(送關北閑長老)
사정 스님에게 준다(贈師正上人)
조익현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上舍益顯)
방장산 안국사에 부치다(題方丈山安國寺)
밀양의 진암 현판에 있는 시운을 따서~(密陽眞庵次玄板韵呈孫進士棣案)
동래의 수령 유 공이 지은~(謹次東萊伯柳公請見倭舘僧)

010_0216_c_01L次柳道谷韵
和李詞伯
次曺上
010_0216_c_02L
呈道谷柳先生又次鳴字

010_0216_c_03L元日登無等山
呈椒饌烏城衙
010_0216_c_04L烏城使君辭職還京呈此壬辰元日是
010_0216_c_05L立春次晩醒齋題咏呈烏城尹使君

010_0216_c_06L次喚月水碓韵次西果韵次京居金
010_0216_c_07L斯文
和喚月五岳詩
次禽獸詩
010_0216_c_08L
次楚山李詞伯六十韵自來蘇寺
010_0216_c_09L至格浦有吟到知止村題黔浦
010_0216_c_10L雨淳昌縣荒山碑殿題智異山佛日
010_0216_c_11L空庵次諸生呼韵花開洞逢崔處士
010_0216_c_12L之羊山見喚月兄贈圭上人寄呈京
010_0216_c_13L居辛生員諦居海南
又吟丘字贈大
010_0216_c_14L稀上人
聞辛生員…有呈
癸巳
010_0216_c_15L除夜在桐裡山題烏城林處士畏昭齋

010_0216_c_16L贈私集私集答次慧徹庵韵花開
010_0216_c_17L洞次金上舍韵
謹次霜月和尙贈德洪
010_0216_c_18L丈室韵贈壯上人漁父次默庵

010_0216_c_19L枕溪樓謹次三淵韵次默庵
謹次
010_0216_c_20L朱子…酬唱
効漁家傲
紀懷

010_0216_c_21L聞尹和順登第奉賀
次矗石樓詩
010_0216_c_22L關北閑長老贈師正上人次曺上舍
010_0216_c_23L
題方丈山安國寺密陽眞庵…棣
010_0216_c_24L
謹次東萊伯柳公請見倭舘僧

010_0217_a_01L현 스님을 떠나보내며(送玹上人)
해인사에서 농암 상공의 시 58운을~(海印寺謹次農岩相公詩五十八韵)
삼가 삼연 선생이 찰 대사에게 준 시운을 따서 짓다(謹次三淵先生贈詧師韵)
도홍 스님을 떠나보내며(送道弘上人)
보경 스님을 떠나보내며(送寶璟上人)
영월과 환송 두 대사의 영각에 있는 시운을 따서 짓다(次瀛月喚松二大師影閣韵)
최우 시자에게 주다(贈最愚侍者)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올라 그 현판의 시운을 따서 짓다(登南漢將臺次玄板韵)
추월 대사의 세 ‘공’ 자를 따서 짓다(次秋月大師三空字)
이승(此生)
관북으로 돌아가는 화 스님을 전송하며(送華師歸關北)
반구대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盤龜臺韵)
불국사에서 기림사에 이르러 주인 장로에게 주다(自佛國寺到祗林贈主人長老)
경주에서 옛 자취를 돌이켜 보며(慶州懷古)
삼가 오성의 수령 정재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謹次烏城丁使君 【載遠】)
오성 동헌에 써서 올리다(上烏城東軒)
책방에 올리다(呈册房)
청파에게 부치다(寄靑坡)
문여성의 벽에 쓰다(題文汝星壁)
혁인 선자에게 주다(贈焃印禪子)
퇴암과 함께 무고를 당해 감옥에 갇혀서(與退庵被誣捏入獄)
오성 수령에게 올리다(上烏城倅)
책방 형제에게 올리다(呈册房棣案)
김 선비의 시를 차운하다(次金斯文)
개흥사開興寺
은성 사미에게 주다(贈訔性沙彌)
총석정叢石亭
총석정에서 백정봉으로 향하며(自叢石向百鼎峯)
신계사神溪寺
칠월 보름날에(中元)
심 소암이 유배지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고 추모하여~(聞沈素庵卒於謫所追挽)
영월 선사와 이별하며(別永月師)
정성 진초 장로에게 부치다(寄靜成震初長老)
연수헌에 부치다(題宴睡軒)
세밑에 회포를 적다(歲暮述懷)
금강산을 떠나며(自金剛發行)
〈어가오〉의 형식으로 공경과 우의의 뜻을 보내다(以漁家傲送敬誼)
고산 수령 홍 공이 화암사에서 기우제를~(高山使君洪公祈雨花岩寺呈此)
청파가 화암사에 부친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靑坡題花岩韵)
진산 수령의 시를 차운하여 청파를 대신하여 짓다(次珎山倅代靑坡作)
옥계 김 참봉의 맏아들이 화암사에~(玉溪金叅奉之胤郞來花岩用長字以贈又次)
추줄산 내원암에 부치다(題崷崒山內院庵)
적상산에서 삼가 택당의 시운을 따서 짓다(赤裳謹次澤堂)
겨울 결제에 『화엄경』을 강론하고(結冬講華嚴經)
배우는 사람들에게 훈시하다(示學人)
쌍용 장로에게 드리다(呈雙聳長老)
권 석사가 지은 〈퇴정〉이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權碩士退亭韵)
경시관 이석하 공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京試官 【李公錫夏】)
창평 이 사백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昌平李詞伯)
허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許生員)
창평 동헌에 바치다(呈昌平東軒)
개천사 봉익암에 부치다(題開天寺鳳翼庵)
처마 아래 매화를 노래하다(咏檐梅)
상옥 스님에게 주다(贈象玉上人)
삼가 화순 수령 임성운의 〈관어정〉 시의 운을~(謹次和順林使君 【性運】觀魚亭韵)
봉학정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鳳鶴亭)
표관에게 주다(贈表寛)
연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읊다(淵寺歸路有吟)
문 석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文碩士)
연수헌에 부치다(題宴睡軒)
무안 지주 이광현 공이 남창으로부터 절에~(務安地主李公 【光鉉】自南倉到寺同賦)
청호자에게 올리다(呈淸湖子)

010_0217_a_01L玹上人海印寺…五十八韵謹次三
010_0217_a_02L淵先生贈𧦴師韵送道弘上人送寶
010_0217_a_03L璟上人次瀛月喚松二大師影閣韵
010_0217_a_04L最愚侍者登南漢將臺次玄板韵
010_0217_a_05L秋月大師三空字此生送華師歸關
010_0217_a_06L次盤龜臺韵自佛國寺到祗林贈
010_0217_a_07L主人長老慶州懷古謹次烏城丁使
010_0217_a_08L上烏城東軒呈册房寄靑坡
010_0217_a_09L題文汝星壁
贈焃印禪子與退庵
010_0217_a_10L被誣捏入獄
上烏城倅呈册房棣
010_0217_a_11L次金斯文開興寺贈訔性沙彌
010_0217_a_12L叢石亭自叢石向百鼎峯神溪寺
010_0217_a_13L中元聞沈素庵卒於謫所追挽別永
010_0217_a_14L月師寄靜成震初長老題宴睡軒

010_0217_a_15L歲暮述懷自金剛發行以漁家傲送
010_0217_a_16L敬誼
高山使君…呈此次靑坡題
010_0217_a_17L花岩韵
次珎山倅代靑坡作玉溪
010_0217_a_18L金叅奉…以贈又次題崷崒山內院庵
010_0217_a_19L赤裳謹次澤堂結冬講華嚴經示學
010_0217_a_20L呈雙聳長老次權碩士退亭韵
010_0217_a_21L次京試官次昌平李詞伯次許生員
010_0217_a_22L
呈昌平東軒題開天寺鳳翼庵
010_0217_a_23L咏檐梅贈象玉上人謹次和順林使
010_0217_a_24L君觀魚亭韵次鳳鶴亭
贈表寛
010_0217_a_25L淵寺歸路有吟次文碩士題宴睡軒
010_0217_a_26L務安地主…同賦
呈淸湖子次梁

010_0217_b_01L양 처사의 〈소쇄원〉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梁處士蕭灑園韵)
책방에 이르러 함께 읊다(到册房共賦)
새봄에 관아에 올리다(新春呈大衙)
또 단사에 올리다(又呈檀社)
『분충록』을 읽고 삼가 택당 선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奮忠錄謹次澤堂韵)
또 다른 운을 따서 짓다(又次他韵)
묵암 화상을 애도하며(挽默庵和尙)
이호를 건너며(渡梨湖)
법사에 이르러 동헌에 올라(到法寺上東軒)
『백곡집』에 있는 〈백마강〉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白谷集白馬江韵)
운담 장로에게 주다(贈雲潭長老)
설파 화상을 추모하는 만사(追挽雪坡和尙)
삼가 동각의 〈이른 매화〉 시의 운을 따서 짓다(謹次東閣早梅韵)
정 대사의 시축에 있는 운을 따서 짓다(次政師軸)
박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斯文)
수령이 찾아왔기에 삼가 시를 지어 올리다(謹呈使君來臨)
임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는다(次林生員韵)
삼가 임금께서 채 상국의 문집에 쓰신 시운을 따서~(謹伏次御題蔡相國文集韵)
남창서재의 시운을 따서 짓는다(次南倉書齋韵)
동짓날 밤에 수령께서 전주의 제관이 되어~(冬至夜憶使君作完營祭官之行)
수령이 남악에 유람 갈 때 따라가 두보의 시운을~(從地主南岳之游拈杜韵同賦)
수령이 마포 한 필을 보낸 것에 감사하며(謝地主送麻布一匹)
수령이 임기가 만료되어 교체되므로 이별의 시를 바치다(地主瓜遞呈別章)
홍명인 장로에게 드리다(贈洪溟仁長老)
회포를 적다(紀懷)
황 수사에게 올리다(呈黃水使)
임 대아에게 주다(贈林大雅)
발문跋文
간기刊記
연담대사임하록 제3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三)
소疏-9편
송광사 영해 화상 대회에 올리는 소(松廣寺影海和尙大會䟽)
선암사 상월 화상 대회에 올리는 소(仙巖寺霜月和尙大會䟽)
시왕에게 비는 소(祝十王䟽)
법천사 동자의 삭발수계식에 올리는 소(法泉寺童行削髮䟽)
비 내리기를 비는 소(祈雨䟽)
점안법회에 올리는 소(點眼䟽)
바닷가 수륙재에 올리는 소(川邊佛事䟽)
바다 시왕님께 올리는 소(川邊十王䟽)
전주 남천교의 신설을 축하하는 소(全州南川橋新設慶賛䟽)
기記-6편
외소재기畏昭齋記
만연사 삼청각기萬淵寺三淸閣記
독락와기獨樂窩記
보흥사 성도암기普興寺成道庵記
만연사 두 국사의 영정 중수기(萬淵寺兩國師影子重修記)
회양부 무학당기淮陽府武學堂記
서序-8편
중간본 『화엄경』에 붙이는 서문(重刊華嚴經序)
『사산비명』에 붙이는 서문(四山碑銘序)
연지암 만일회의 방명록에 붙이는 서문(蓮池萬日會序)
표훈사 정양암 헐성루 중창을 기념하는 서문(表訓寺正陽庵歇惺樓重剙序)
금성의 강성규 석사가 양친을 위하여 베푼~(錦城姜碩士聖奎爲二親設回婚宴序)
『심성론』에 붙이는 서문(心性論序)
양 수재 보구에게 주는 서문(贈梁秀才寶龜序)
회덕재에 붙이는 서문(懷德齋序)

010_0217_b_01L處士蕭灑園韵
到册房共賦新春
010_0217_b_02L呈大衙又呈檀社奮忠錄謹次澤堂
010_0217_b_03L又次他韵挽默庵和尙
渡梨
010_0217_b_04L到法寺上東軒次白谷集白馬江
010_0217_b_05L贈雲潭長老追挽雪坡和尙

010_0217_b_06L謹次東閣早梅韵次政師軸次朴斯
010_0217_b_07L
謹呈使君來臨次林生員韵
010_0217_b_08L謹伏次御題蔡相國文集韵
次南倉
010_0217_b_09L書齋韵冬至夜…之行從地主…同
010_0217_b_10L
謝地主送麻布一匹
地主瓜
010_0217_b_11L遞呈別章贈洪溟仁長老紀懷
010_0217_b_12L黃水使贈林大雅

010_0217_b_13L
卷三

010_0217_b_14L
九篇

010_0217_b_15L
松廣寺影海和尙大會䟽仙巖寺霜月和
010_0217_b_16L尙大會䟽祝十王䟽法泉寺童行削
010_0217_b_17L髮䟽祈雨䟽點眼䟽川邊佛事䟽
010_0217_b_18L川邊十王䟽全州南川橋新設慶賛䟽

010_0217_b_19L
六篇

010_0217_b_20L
畏昭齋記萬淵寺三淸閣記獨樂窩
010_0217_b_21L普興寺成道庵記萬淵寺兩國師
010_0217_b_22L影子重修記淮陽府武學堂記

010_0217_b_23L
八篇

010_0217_b_24L
重刊華嚴經序四山碑銘序蓮池萬
010_0217_b_25L日會序表訓寺…重剏序錦城姜碩
010_0217_b_26L士…宴序心性論序贈梁秀才寶龜
010_0217_b_27L懷德齋序

010_0217_c_01L상량문上梁文-4편
칠불암 상량문七佛庵上梁文
대둔사 청운당 상량문大芚寺靑雲堂上梁文
태안사 법당 상량문泰安寺法堂上梁文
법천사 법당 상량문法泉寺法堂上梁文
제題-4편
‘호계삼소도’의 제문題文과 서문(題虎溪三笑圖幷序)
또(又)
제자술서요이기후題自述序要二記後
삼가 임금님께서 지으신 석왕사 비문 뒤에 붙인다(謹題御製釋王寺碑文後)
문文-16편
망하례전문望賀禮箋文
긍현 사미에 대한 제문(祭亘賢沙彌文)
서암 선사 입탑 제문瑞岩禪師入塔祭文
마을 길 보수에 동참하길 바라는 글(洞路修築文)
사성암 중창문四聖庵重剙文
불상 권선문佛像勸善文
불유 모연문佛油募緣文
불기 모연문佛器募緣文
대종을 주조하기 위한 모연문(鑄鍾募緣文)
또(又)
북을 만들기 위한 모연문(皮鼓募緣文)
바라 권선문鈸鏍勸善文
가사 권선문袈裟勸善文
관동 만세교 중수문關東萬歲橋重修文
나무다리를 놓는 글(造木橋文)
돌다리를 놓는 글(造石橋文)
찬 1贊一-3편
문수대사찬文殊大士贊
보현대사찬普賢大士贊
달마 대사찬達摩大師贊
연담대사임하록 제4권(蓮潭大師林下錄 卷之四)
찬 2贊二-13편
환성 노화상찬喚惺老和尙贊
호암 화상찬虎巖和尙贊
또(又)
월성 대사찬月城大師贊
자암 대사 진찬慈庵大師眞贊
설파 화상찬雪坡和尙贊
불과 대사찬佛果大師贊
대혜 선사찬大惠禪師贊
청허 보제존자찬淸虛普濟尊者贊
사명 홍제존자찬四溟弘濟尊者贊
환성 노화상찬喚惺老和尙贊
안빈 선사찬安貧禪師贊
자찬自贊
법어法語-6편
영산법어靈山法語
또(又)
수륙법어水陸法語
불상 점안 법어佛像點眼法語
가사 법어袈裟法語
성일 수좌 칠재 법어性日首座七齋法語
시중示衆-8편

010_0217_c_01L
上梁文 四篇

010_0217_c_02L
七佛庵上梁文大芚寺靑雲堂上梁文
010_0217_c_03L泰安寺法堂上梁文法泉寺法堂上梁文

010_0217_c_04L
四篇

010_0217_c_05L
題虎溪三笑圖并序
題自述序要二記
010_0217_c_06L謹題御製釋王寺碑文後

010_0217_c_07L
文(一) 十六篇

010_0217_c_08L
望賀禮箋文祭亘賢沙彌文瑞岩禪
010_0217_c_09L師入塔祭文洞路修築文四聖庵重
010_0217_c_10L剏文佛像勸善文佛油募緣文
010_0217_c_11L器募緣文鑄鍾募緣文
皮鼓募緣文
010_0217_c_12L鈸鏍勸善文袈裟勸善文關東萬歲
010_0217_c_13L橋重修文造木橋文造石橋文

010_0217_c_14L
賛(一) 三篇

010_0217_c_15L
文殊大士賛普賢大士賛達摩大師賛

010_0217_c_16L
卷四

010_0217_c_17L
賛(二) 十三篇

010_0217_c_18L
喚惺老和尙賛虎巖和尙賛
月城大
010_0217_c_19L師賛慈庵大師眞賛雪坡和尙賛
010_0217_c_20L佛果大師賛大惠禪師賛淸虛普濟
010_0217_c_21L尊者賛四溟弘濟尊者賛喚惺老和
010_0217_c_22L尙賛安貧禪師賛自賛

010_0217_c_23L
法語 六篇

010_0217_c_24L
靈山法語
水陸法語佛像點眼法語
010_0217_c_25L袈裟法語性日首座七齋法語

010_0217_c_26L
示衆 八篇

010_0218_a_01L동짓날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至節示衆)
입춘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立春示衆)
섣달 그믐밤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除夜示衆)
염불하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훈시(示念佛人)
섣달 그믐밤에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除夜示衆)
대중들에게 내리는 훈시(示衆)
또(又)
참선하는 사람에게 내리는 훈시(示㕘禪人)
편지書-12편
용암 노인께 올리는 편지(上龍巖老人)
기 장형께 보내는 편지(與猉丈兄)
완월에게 보내는 답장(答玩月)
또(又)
설파 화상께 올리는 편지(上雪坡和尙)
홍 판서께 올리는 편지(上洪判書)
심 방백께 올리는 편지(上沈方伯)
영남의 남악 장로께 보내는 편지(與嶺南南岳長老)
박 석사께 보내는 답장(答朴碩士)
탄 장로께 부치는 편지(寄綻長老)
보경 총섭께 보내는 편지(與寶鏡捴攝)
한 능주 필수께 올리는 장문 편지(上韓綾州 【必壽】長書)
간기
[부록附錄]-4편
연담 대사 자보행업蓮潭大師自譜行業
추기追記
연담 대사 진영찬(蓮潭大師影賛)
또(又)
연담 대화상 시집 발문(蓮潭大和尙詩集跋)
시 1詩一1) [1]
범 사냥1) 【고풍古風으로 지은 시. 15세 때인 갑인년에 지었다.】(捉虎行 【古風。 甲寅十五歲時。】)
虎矣乎 虎矣乎            호랑이야, 호랑이야
毛蟲之長              털 난 짐승 중에 으뜸이며
山中之君              산중의 군왕이로다
勇過孟賁士             맹분2)보다도 용맹스럽고
威動百獸羣             위엄은 모든 짐승을 벌벌 떨게 하며
斑皮以爲衣             얼룩무늬 가죽으로 옷을 삼고
麋鹿以爲食             고라니와 사슴을 먹이로 삼네
壯哉 虎矣乎             참으로 맹랑하구나, 호랑이야
所恃唯勇力             믿을 것이라곤 용맹한 힘뿐인데
橫行山谷猶自足           종횡무진 산과 계곡을 누비면 그만이지
徃徃噉食最靈人           어찌하여 이따금 고귀한 인명까지 해치는가 胡爲乎
和州臘月白雪滿           화주3)에 섣달 흰 눈이 쌓였는데
虎在前山行不仁           호랑이란 놈 앞산에서 못된 짓을 하고 있네
晝隱山之中             낮에는 산속에 숨어 있다가
暮行山之外             밤이 되면 산 밖을 쏘다니니
紛紛蹄跡遍雪上           여기저기 호랑이 발자취 눈 위에 찍혀 있어
去來人人盡驚畏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네
和州父老呑聲語           화순의 어르신들 수근수근 하는 말이
虎豺幾年爲人害           호랑이와 늑대가 사람 해친 지 몇 해째라 하네
去年綾州噉大儒           지난해에는 능주에서 큰선비를 해치더니
今歲官村噉孤兒           올해는 읍내 마을에서 어린아이를 물어 갔네
昨夜某村食一馬           어젯밤 어느 마을에선가 말을 잡아먹었으니
今夜某村食一牛           오늘밤 어느 마을에서 또 소를 잡아먹겠구나
馬牛不足惜             소와 말은 아까울 것 없지만
可憐人生非命死           제명에 죽지 못한 사람은 너무 가엾다
又不知幾處幾人           또 어느 곳에서 몇 사람이나 더
公然無罪死             죄 없는 사람이 공연히 죽어 갈지 모르겠구나
馮婦去後更無人           풍부4)가 죽은 뒤로는 더구나 범 잡을 사람이 없으니
誰能爲民除此患           이제 누가 백성들을 위해 이 환난을 제거해 줄까

010_0218_a_01L
至節示衆立春示衆除夜示衆示念
010_0218_a_02L佛人除夜示衆示衆
示參禪人

010_0218_a_03L
文(二) 十一篇

010_0218_a_04L
上龍巖老人與猉丈兄答玩月

010_0218_a_05L雪坡和尙上洪判書上沈方伯
010_0218_a_06L嶺南南岳長老答朴碩士寄綻長老
010_0218_a_07L與寶鏡捴攝上韓綾州必壽長書

010_0218_a_08L
附錄 四篇

010_0218_a_09L
蓮潭大師自譜行業追記蓮潭大師影
010_0218_a_10L

010_0218_a_11L

010_0218_a_12L1)(一) [1]

010_0218_a_13L捉虎行古風甲寅十五歲時

010_0218_a_14L
虎矣乎虎矣乎毛蟲之長山中之君
010_0218_a_15L勇過孟賁士威動百獸羣斑皮以爲衣
010_0218_a_16L麋鹿以爲食壯哉虎矣乎所恃唯勇
010_0218_a_17L橫行山谷猶自足胡爲乎徃徃噉食
010_0218_a_18L最靈人和州臘月白雪滿虎在前山行
010_0218_a_19L不仁畫隱山之中暮行山之外紛紛
010_0218_a_20L蹄跡遍雪上去來人人盡驚畏和州父
010_0218_a_21L老呑聲語虎豺幾年爲人害去年綾州
010_0218_a_22L噉大儒今歲官村噉孤兒昨夜某村食
010_0218_a_23L一馬今夜某村食一牛馬牛不足惜
010_0218_a_24L可憐人生非命死又不知幾處幾人
010_0218_a_25L然無罪死馮婦去後更無人誰能爲民

010_0218_b_01L太守聞之惻然感           사또가 이 소문을 듣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募得民間雄勇漢           백성 중에 용맹스러운 대장부를 뽑았지만
大獵山之中             산속에서 크게 사냥 판을 벌이고는
乃殺一豹廻             겨우 표범 한 마리를 잡아 돌아왔네
豹者虎中之小者           표범이란 호랑이 중에서 작은 놈이라
又聞大虎猶徘徊           듣자 하니 큰 호랑이는 여전히 산속을 배회하고 있다네
虎可格傷人易            호랑이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다치게 하기 쉬우니
且可伏弩閉戶            매복하여 활을 설치해 놓고 문을 잠그고 숨어서
無爲虎所得             호랑이에게 절대 잡히지 말아야 한다
虎矣乎 虎矣乎            호랑이야, 호랑이야
且休殺人              이제 그만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人不可獨殺             사람만이 죽임을 당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殺人人亦殺             사람을 죽이면 사람도 너를 죽일 것이다
人中亦有猛於虎           사람 중에도 너보다 더 사나운 자도 있어서
徒手搏虎虎不敵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으니 너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若逢李將軍             만약 이광李廣5) 장군 같은 이를 만난다면
難借陰山石             이번에는 음산의 바위를 빌리긴 어려우리라
陰山之石猶沒羽           음산의 바위에도 화살을 꽂았는데
况爾乃是血肉身           너 같은 살덩어리 몸을 못 맞히겠는가
弘農虎徙昔何義           홍농 땅의 호랑이들이 왜 옮겨 갔겠는가6)
異事千秋傳史册           특이한 일이라 천 년이 지나도록 역사에 전해 온다네
吾聞虎有愛子仁           호랑이도 제 자식은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乃知虎亦理中物           호랑이가 도리를 아는 동물임을 알겠는데
殺人如麻是何心           무슨 마음으로 마치 삼대를 베듯 마구 사람을 죽이는가
宜從朱處居三惡           주처周處7)를 따라 삼악8)에 드는 게 마땅하구나
虎矣乎 虎矣乎            호랑이야, 호랑이야
爾且遠去無害人           너는 사람을 해치지 말고 이제 멀리 떠나거라
如今申申勉誡後           지금 신신당부하여 후일을 경계하니
不去吾將殺後已           떠나지 않으면 내가 죽이고야 말리라
狡兎走鹿爾所喫           토끼와 사슴이 네가 먹을 먹이이고
窮谷深山爾所藏           깊은 산 계곡이 네가 숨어 살 곳이로다
捉一虎懲百虎            한 마리의 호랑이를 잡아 백 마리의 호랑이를 징계하리니
爾今聽我捉虎行           너는 이제 범 사냥 노래를 들어 보아라
〈도징 대사와 이별하며〉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別道澄大師)
浮生難得百年偕           덧없는 인생살이 백 년을 함께하기 어려운데
還羨雙梅共一階           쌍매화 한 뜰에 나란히 피어 있는 모습 부럽구나
佳會幸成杓建馬           아름다운 만남 5월에 성사되었으나
好緣旋盡歲居鷄           우리 좋은 인연 유년酉年9)에 끝났다네
雲橫磧水峰猶濕           강가 자갈밭에 구름 비끼니 산봉우리도 젖은 듯
雪擁梁山路亦埋           양산을 에워싼 눈 때문에 길까지 묻혔는데
怊悵河橋相送罷           하교에서 이별할 때 섭섭한 마음으로
海天回首夕陽低           돌아보니 바다와 하늘에 낮게 석양이 깔려 있었네
고향에 돌아가다 【나는 정사년에 출가하여, 임술년에 고향으로 돌아갔다.】(歸故鄕 【余丁巳出家。 壬戌歸鄕。】)
六載雲山鶴共飛           육 년을 구름 비낀 산속에서 학과 함께 날았는데
秋風忽憶故園歸           가을바람에 문득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졌네
姓名依舊書官籍           성명은 옛날처럼 호적에 그대로 쓰여 있지만
蹤跡如今付衲衣           나의 몸에는 이제 가사가 걸쳐져 있다네

010_0218_b_01L除此患太守聞之惻然感募得民間雄
010_0218_b_02L勇漢大獵山之中乃殺一豹廻豹者
010_0218_b_03L虎中之小者又聞大虎猶徘徊虎可格
010_0218_b_04L傷人易且可伏弩閉戶無爲虎所得
010_0218_b_05L虎矣乎虎矣乎且休殺人人不可獨
010_0218_b_06L殺人人亦殺人中亦有猛於虎徒手
010_0218_b_07L搏虎虎不敵若逢李將運難借陰山石
010_0218_b_08L陰山之石猶沒羽况爾乃是血肉身
010_0218_b_09L農虎徙昔何義異事千秋傳史册吾聞
010_0218_b_10L虎有愛子仁乃知虎亦理中物殺人如
010_0218_b_11L麻是何心宜從朱 [5] 處居三惡虎矣乎
010_0218_b_12L虎矣乎爾且遠去無害人如今申申勉
010_0218_b_13L誡後不去吾將殺後已狡兎走鹿爾所
010_0218_b_14L窮谷深山爾所藏捉一虎懲百虎
010_0218_b_15L爾今聽我捉虎行

010_0218_b_16L次別道澄大師

010_0218_b_17L
浮生難得百年偕還羨雙梅共一階

010_0218_b_18L佳會幸成杓建馬好緣旋盡歲居鷄

010_0218_b_19L雲橫磧水峰猶濕雪擁梁山路亦埋

010_0218_b_20L怊悵河橋相送罷海天回首夕陽低

010_0218_b_21L歸故鄕余丁巳出家
壬戌歸鄕

010_0218_b_22L
六載雲山鶴共飛秋風忽憶故園歸

010_0218_b_23L姓名依舊書官籍蹤跡如今付衲衣

010_0218_c_01L四海有家兼有食           세상 어디에나 집이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一身無是更無非           이 한 몸 잘한 것도 없지만 또 잘못한 것도 없는데
鄕人欲使吾還俗           고향 사람들 나에게 환속하라 말하면서
爭向眉間拂翠微           다투어 눈앞의 푸른 산을 떨쳐 내려 하네
대둔사 상원에 부치다 【광속匡俗 선생의 아홉 형제가 여산廬山에 살았으므로 광려匡廬라고 이름하였다.10) 】(題大芚上院 【匡谷1)先生兄弟九人。 居廬山。 號匡廬。 】))
平生性癖愛幽棲           타고난 성품이 깊은 산을 사랑하였기에
聞有名區必卜居           명산 소문을 들으면 반드시 찾아가 머물렀네
白衲卽今無惠遠           오늘날 스님 중에 혜원11) 같은 분은 없지만
靑山從古有匡廬           푸른 산엔 옛날부터 광려가 있었다네
晨鍾響落長春洞           새벽 종소리는 장춘동에 가득 메아리치고
春水流成九曲溪           봄 시내 흘러서 아홉 구비 계곡을 이루었네
莫涴人間名字垢           인간 세상 때 묻은 이름으로 더럽히지 말지어다
身雲心月本如如           구름 같은 몸 달 같은 마음 본래 여여하였다네
한림 이현중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李翰林 【顯重】)
國事重時性命輕           나랏일이 중할 때에 사람 목숨은 가벼워
不辭千里謫南城           천 리 길 사양 않고 남녘땅에 귀양 왔네
緇衫拂下人間路           가사 장삼 옷자락을 세상길에 떨치며
自笑靑山與世情           푸른 산이며 세상일 따위 혼자 웃는다네
고금도古今島
秋盡江村未得還           가을이 다 지나도록 강촌에 돌아가지 못하였더니
拍天霜氣透窓寒           하늘까지 뻗친 차가운 서리 기운 창을 뚫고 오네
孤舟一繫金陵島           외로운 배 한 척 여전히 금릉도에 매여 있고
明月重圓瑞石山           밝은 달은 서석산에 둥글게 걸려 있네
燈伴客愁明不滅           등불은 나그네 시름을 벗 삼아 꺼질 줄 모르는데
星將歸夢曉方殘           별빛은 꿈길로 돌아가고 이제 새벽이 밝으려 하네
同床法侶遙相憶           함께 공부하던 도반들을 멀리서 생각하자니
應趂冬期結制安           겨울이 되어 동안거 결제를 하였겠네
추성의 수령인 호은 조두수와 함께 짓다【연구聯句 시. 그때 나는 심원사深源寺 법운암法雲庵에 있었다.】(與秋城倅趙湖隱 【斗壽】 【聯句。 時在深源法雲庵。】)
古寺寒燈客夢淸 【隱】        옛 절 싸늘한 등불 아래 나그네 꿈은 맑아지고 【호은】
踈鍾雲外報三更           간간이 구름 저 밖에서 삼경을 알리는 종소리 들려오네 【유일】
香殘梵榻天花雨 【一】        향불 깜박이는 부처님 자리 하늘에선 꽃비 내리고 【유일】
鴈陣諸僧聽說經 【隱】        여러 스님 나란히 줄지어 앉아 강경을 듣고 있네 【호은】
또 짓다 【8운韻 배율排律12)】(又 【八韻排律】)
招提何事號深源 【隱】        절 이름은 어찌하여 심원이라 지었을까 【호은】
洞邃藤盤日月昏           깊은 계곡을 등나무 휘감아 햇빛 달빛을 가렸기 때문이라네 【유일】
數点雲浮當石逕 【一】        두어 점 떠도는 구름이 돌길을 막아서고 【유일】
一聲磬至近沙門           외마디 풍경 소리 들려오니 절집이 가까웠네 【호은】
肩輿信釋凌危閣 【隱】        가마 메고 온 중은 아슬아슬한 누각을 겁도 안내고 【호은】 手錫扶行陟晩軒           지팡이로 걸음을 도와 석양의 마루에 오르네 【유일】
飯進胡麻紛洗椀 【一】        깨를 얹은 밥을 허겁지겁 말끔히 먹고는 【유일】
蔬兼石笋細傾樽           채소와 석순 반찬에 찬찬히 술잔을 기울이네 【호은】
茶爐烟歇饒高興 【隱】        찻물 끓이는 화로에 연기 그치니 넉넉하게 흥이 오르고 【호은】
蓮榻香銷說法言           연화 자리에 향내 사라지자 법언을 설하네 【유일】

010_0218_c_01L四海有家兼有食一身無是更無非

010_0218_c_02L鄕人欲使吾還俗爭向眉間拂翠微

010_0218_c_03L題大芚上院匡谷 [6] 先生兄弟九人
居廬山號匡廬

010_0218_c_04L
平生性癖愛幽棲聞有名區必卜居

010_0218_c_05L白衲即今無惠遠靑山從古有匡廬

010_0218_c_06L晨鍾響落長春洞春水流成九曲溪

010_0218_c_07L莫涴人間名字垢身雲心月本如如

010_0218_c_08L次李翰林顯重

010_0218_c_09L
國事重時性命輕不辭千里諦南城

010_0218_c_10L緇衫拂下人間路自笑靑山與世情

010_0218_c_11L古今島

010_0218_c_12L
秋盡江村未得還拍天霜氣透窓寒

010_0218_c_13L孤舟一繫金陵島明月重圓瑞石山

010_0218_c_14L燈伴客愁明不滅星將歸夢曉方殘

010_0218_c_15L同床法侶遙相憶應趂冬期結制安

010_0218_c_16L與秋城倅趙湖隱斗壽聯句時在
深源法雲庵

010_0218_c_17L
古寺寒燈客夢淸踈鍾雲外報三更

010_0218_c_18L香殘梵榻天花雨鴈陳諸僧聽說經

010_0218_c_19L八韵排律

010_0218_c_20L
招提何事號深源洞邃藤盤日月昏

010_0218_c_21L數点雲浮當石逕一聲磬至近沙門

010_0218_c_22L肩輿信釋凌危閣手錫扶行陟晩軒

010_0218_c_23L飯進胡麻紛洗椀蔬兼石笋細傾樽

010_0218_c_24L茶爐烟歇饒高興蓮榻香銷說法言

010_0218_c_25L「一」 編者補入

010_0219_a_01L白髮翁能趨跪佛 【一】        백발노인도 부처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유일】
紅粧妓亦起張幡           어여쁜 기생도 휘장을 펼치고 일어섰네 【호은】
翠屛千刼經蘿月 【隱】        푸른 담장엔 천겁토록 덩굴 사이로 달빛 비추고 【호은】
黃卷一床護木猿           경전이 놓인 책상은 나무 원숭이가 받치고 있네 【유일】
蕪語不辭貂尾續 【一】        거친 말로 그대 귀한 글을 이어 짓는 일13) 사양하지 않으니 【유일】
通霄只爲眷情存 【隱】        이렇게 밤을 새는 것은 아끼는 정이 있기 때문이라네 【호은】
【경상經床의 다리 모양이 원숭이와 비슷하므로 나무 원숭이라 하였다.(經床足形似猿。 故云木猿也。)】
가을 걸식(秋乞)
游歷街坊化冬粮           마을 길 돌아다니며 겨울 양식을 구걸하니
一笻雙履簡行裝           지팡이 하나에 신발 두 짝 단출한 차림이네
風埃臭味備嘗久           객지의 모진 고생 오랫동안 두루 맛보았으니
丘壑身心歸夢長           골짜기 속의 몸과 마음 돌아가고 싶은 꿈이 오래라
午飯無鹽甘軟菜           점심으론 소금기 없는 보드라운 나물을 먹고
秋衣未絮㥘繁霜           가을 옷엔 미처 솜을 못 놓았으니 큰 서리가 겁나네
雲山到處如相待           구름 비낀 산자락 가는 곳마다 날 기다리듯 하지만
何况綿州非故鄕           어쩔거나 면주는 고향 땅이 아닌 것을
법천사 상운암에 부치다(題法泉上雲庵)
曦色雲庵半堵紅           햇빛 속의 상운암 담장은 반쯤 붉게 물들고
霜林初暖鳥啼風           서리 내린 숲 따뜻해지자 새소리 바람결에 날리네
不知人在蘿窓內           사람들은 덩굴 덮인 창 안에 나 있는 줄 모르리니
瞑目爐薰百念空           눈을 감으면 화로 연기 속에 온갖 망념이 사라지네
눈이 내린 뒤 임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雪後次林斯文)
六出飛深更             깊은 밤 눈꽃14)이 날아들어
拍窓微有聲             창을 치는 희미한 소리
歲寒花盡發             한겨울 추위에 눈꽃은 활짝 피어나
天曉月猶明             날이 밝아도 달빛 오히려 밝아라
掃地龍蛇走             마당의 눈을 쓸면 용과 뱀이 화들짝 달아나는 듯
搖簷蛺蝶驚             처마를 흔들면 나비가 푸드득 놀라 날리는 듯
世無戴安道             세상에 대안도같이 그리운 친구 없으니
不見郯舟行             담계郯溪로 가는 배도 볼 수가 없구나15)
두류산 상봉에 올라(登頭流上峯)
經餘飛錫賦眞游           경을 읽는 여가에 지팡이 짚고 신선놀음을 나서서
坐斷天王峯上頭           천왕봉 꼭대기에 올라 세상을 잊었네
望眼遠隨孤鳥沒           저 멀리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문득 사라져 버리고
賞心直與片雲浮           경치를 즐기던 마음은 그저 한 조각 구름을 따라 떠다니네
山消掩靄方無碍           산을 가렸던 안개 걷히니 눈앞에 아무 걸림이 없고
水到滄溟始不流           물길은 바다까지 이르러 비로소 잠잠히 멈추네
七佛三神尙輸債           삼신산 칠불암의 시 빚이 남아 있어
落花啼鳥入詩愁           떨어지는 꽃잎 우짖는 새소리도 시 걱정으로 들리는구나
산 생활을 노래하다(山居吟)
白雲無定心             흰 구름엔 정해진 마음이 없고
靑山有奇骨             푸른 산엔 기이한 기세가 있구나

010_0219_a_01L白髮翁能趨跪佛紅粧妓亦起張幡

010_0219_a_02L翠屛千刼經蘿月黃卷一床護木猿

010_0219_a_03L蕪語不辭貂尾續通霄只爲眷情存

010_0219_a_04L經床足形似猿
故云木猿也

010_0219_a_05L秋乞

010_0219_a_06L
游歷街坊化冬粮一笻雙履簡行裝

010_0219_a_07L風埃臭味備甞久丘壑身心歸夢長

010_0219_a_08L午飯無鹽甘軟菜秋衣未絮㤼繁霜

010_0219_a_09L雲山到處如相待何况綿州非故鄕

010_0219_a_10L題法泉上雲庵

010_0219_a_11L
曦色雲庵半堵紅霜林初暖鳥啼風

010_0219_a_12L不知人在蘿窓內瞑目爐薰百念空

010_0219_a_13L雪後次林斯文

010_0219_a_14L
六出飛深更拍窓微有聲

010_0219_a_15L歲寒花盡發天曉月猶明

010_0219_a_16L掃地龍蛇走搖簷蛺蝶驚

010_0219_a_17L世無戴安道不見郯舟行

010_0219_a_18L登頭流上峯

010_0219_a_19L
經餘飛錫賦眞游坐斷天王峯上頭

010_0219_a_20L望眼遠隨孤鳥沒賞心直與片雲浮

010_0219_a_21L山消掩靄方無碍水到滄溟始不流

010_0219_a_22L七佛三神尙輸債落花啼鳥入詩愁

010_0219_a_23L山居吟

010_0219_a_24L
白雲無定心靑山有奇骨

010_0219_b_01L相看可樂飢             보고 있으면 주린 배도 즐거워지는 걸
難與俗人說             속세 사람에겐 설명하기 어렵다네
飯熟菜羹香             밥과 나물국 익는 냄새도 좋고
石坐苔裀暖             바위에 앉으면 이끼 자리가 따뜻하네
含花鳥不來             꽃잎 문 새가 날아들지 않는 걸 보니
已識融公懶             법융法融16) 스님이 게으름을 피우는 모양이다
水流山答響             물이 흐르는 소리 산에 메아리치고
花發洞藏春             꽃이 피어나니 골짜기에 봄이 가득하네
紅塵飛不到             속세의 티끌 따윈 날아오지 않으니
麋鹿近隨人             고라니와 사슴 가까이서 사람을 따르네
忘情當事澹             세상의 정 잊으니 닥치는 일마다 담담하고
謀道得貧先             도를 꾀하자니 가난이 먼저 오는구나
惟有好詩句             오직 좋은 시 한 구절만 있으면
春來滿眼前             봄이 눈앞에 다가와 가득 채워 준다네
배우는 자를 권면하는 시(勉學者)
鑿井須及泉             우물을 파려면 샘을 찾을 때까지 하고
鑽火期出烟             불을 피우려면 연기가 날 때까지 할 일이다
爲報學道人             도를 배우는 자에게 말하노니
自畵終不可             스스로 단념해서는17) 절대 안 된다
不經今日難             오늘의 어려움을 겪어 내지 않고서야
安得後時易             뒷날 어떻게 쉬운 일을 얻겠는가
臘梅耐雪寒             섣달 매화는 차가운 눈발을 견디었기에
春來香撲鼻             봄이 오면 짙은 향기가 코를 찌르는 것이다
寸陰良可惜             짧은 시간이라도 참으로 아껴야 하느니
三絶豈不顒             위편삼절韋編三絶18)이 어찌 대단하지 않은가
有玉欲成器             옥돌이 있더라도 그릇을 만들려면
須借他山攻             반드시 다른 산의 돌을 빌려야 하는 법이라네19)
深山方有虎             깊은 산이라야 범이 살고
淺水不藏龍             얕은 물엔 용이 잠기지 못하니
所以君子學             군자가 배우는 까닭은
要擇大方宗             대방가大方家의 으뜸이 되려 함이라네
見賢可思齊             어진 이를 보면 나도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고20)
謀學當求晋             배움을 꾀하면 마땅히 진척이 있어야 하니
欲遂爲山功             산을 만드는 공적을 이루려고 한다면21)
要如背水陣             배수진을 치듯 결사적이어야 한다네
어운강정에서 짓다(題漁耘江亭)
背山亭子俯靑郊           산을 등진 정자 한 채 푸른 들을 굽어보고
中有幽人一枕高           그 안에 은자가 베개 높여 누워 있네
斷岸栽松秋引鶴           깎아지른 벼랑에 심은 소나무 가을이면 학을 부르고
方塘通海夜生潮           네모난 연못은 바다와 통해 밤이면 밀물이 밀려오네
身閑任是功名薄           몸을 한가롭게 놓아두고 공명에는 뜻이 없으니
歲計從他採釣饒           한 해 살림살이 그렇게 나물 캐고 낚시한 걸로 족하네
陸地神仙今始見           육지에 사는 신선을 이제 비로소 보는구나
百年無日不逍遙           인생살이 날마다 어슬렁어슬렁 소요하네
희학 사미와 이별하며(別喜學沙彌)

010_0219_b_01L相看可樂飢難與俗人說

010_0219_b_02L飯熟菜羹香石坐苔裀暖

010_0219_b_03L含花鳥不來已識融公懶

010_0219_b_04L水流山答響花發洞藏春

010_0219_b_05L紅塵飛不到麋鹿近隨人

010_0219_b_06L忘情當事澹謀道得貧先

010_0219_b_07L惟有好詩句春來滿眼前

010_0219_b_08L勉學者

010_0219_b_09L
鑿井須及泉鑚火期出烟

010_0219_b_10L爲報學道人自畵 [7] 終不可

010_0219_b_11L不經今日難安得後時易

010_0219_b_12L臘梅耐雪寒春來香撲鼻

010_0219_b_13L寸陰良可惜三絶豈不顒

010_0219_b_14L有玉欲成器須借他山攻

010_0219_b_15L深山方有虎淺水不藏龍

010_0219_b_16L所以君子學要擇大方宗

010_0219_b_17L見賢可思齊謀學當求晋

010_0219_b_18L欲遂爲山功要如背水陣

010_0219_b_19L題漁耘江亭

010_0219_b_20L
背山亭子俯靑郊中有幽人一枕高

010_0219_b_21L斷岸栽松秋引鶴方塘通海夜生潮

010_0219_b_22L身閑任是功名薄歲計從他採釣饒

010_0219_b_23L陸地神仙今始見百年無日不逍遙

010_0219_b_24L別喜學沙彌

010_0219_c_01L白雪明朝路             흰 눈 쌓인 길에 아침이 밝아 오니
靑燈此夜心             푸른 등불 아래 이 마음 어두워지네
別恨君知否             이별의 한을 그대는 알까
滄溟亦不深             바다도 이보다 깊지 않으리
昨日送樞友             어제는 추樞 벗을 보냈고
今朝又送而             오늘 아침에 또 그대를 보내니
若令吾有髮             만약 내게 머리카락이 있었다면
於此盡成絲             이참에 다 백발이 되고 말았으리
개천사 준 화상을 애도하며(挽開天寺俊和尙)
悠悠身世夢回休           유유한 세월 꿈속을 지나 몸이 돌아가니
白月寥寥天地秋           밝은 달 쓸쓸히 떠 있는 세상은 가을이라
有力負趨今始見           힘 있는 자가 지고 가 버린 것을 이제 알았으니
定知夜壑不藏舟           깊고 어두운 골짜기에 배를 감추어도 소용이 없구나22)
春風吹夢歸故鄕           봄바람 꿈결에 불어와 고향으로 돌아가니
大地無塵穩下脚           먼지 없는 깨끗한 땅에서 다리 뻗고 쉬겠네
今夜凄凄松月寒           처량한 오늘 밤 소나무에 걸린 달빛만 차가운데
舊巢不見千年鶴           옛 둥지의 천년 묵은 학 이제 보이지 않네
해종암에 부치다(題海宗庵)
何事招提號海宗           어찌하여 절 이름 해종이라 지었는가
門前一派漢江通           문 앞의 냇물 줄기 한강으로 통하기 때문이라네
漁翁收網歸朝市           어부는 그물 걷어 아침 시장에 나가고
估子傾帆待晩風           장사꾼은 돛대 기울여 저녁 바람을 기다리네
沙渚鷺飛山影裡           모래톱에 해오라기 산 그림자 속을 날고
竹樓僧倚水聲中           대숲 누대에 스님은 물소리에 기대었네
孤舟宿客驚晨磬           배에서 자던 나그네 새벽 종소리에 놀라
道是寒山夜半鍾           한산사의 한밤 종소리23)라 말하네
밤에 읊다(夜吟)
山窓瞑色至             산사의 창에 어둠이 찾아오니
鬧鬧聽飛蚊             모기 날갯짓 소리 시끄럽게 들리네
萬壑風搖樹             골짜기마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三更月漏雲             삼경 달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다
樓臺僧語靜             누대 위에서는 조용조용한 스님 말씀
砌葉虫聲喧             섬돌과 풀잎에는 소란한 벌레 소리
經敎轉多惑             경전의 가르침은 생각할수록 의혹이 많아
雙趺疊夜分             가부좌로 새는 밤이 계속되네
아침 일찍 일어나서(早起)
禮佛起常早             새벽 예불에 언제나 일찍 일어나려고
長期四點鍾             사시 종소리를 오래 기약하였네
天光濃滴翠             짙은 하늘빛은 푸르름을 쏟아 내고
燭影冷搖紅             싸늘한 촛불 그림자 빨간 불꽃을 흔드네
胡想非三昧             아무렇게나 생각을 놓아두는 것은 삼매가 아니니
無心隔一重             무심도 역시 한 겹 막힌 경지라네
昔人傳妙術             옛사람이 기묘한 술수를 전할 때에는
長喚主人公             오래도록 주인공을 불렀다 하네
계주에게 주다(贈戒珠)

010_0219_c_01L
白雪明朝路靑燈此夜心

010_0219_c_02L別恨君知否滄溟亦不深

010_0219_c_03L昨日送樞友今朝又送而

010_0219_c_04L若令吾有髮於此盡成絲

010_0219_c_05L挽開天寺俊和尙

010_0219_c_06L
悠悠身世夢回休白月寥寥天地秋

010_0219_c_07L有力負趨今如見定知夜壑不藏舟

010_0219_c_08L春風吹夢歸故鄕大地無塵穩下脚

010_0219_c_09L今夜凄凄松月寒舊巢不見千年鶴

010_0219_c_10L題海宗庵

010_0219_c_11L
何事招提號海宗門前一派漢江通

010_0219_c_12L漁翁收網歸朝市估子傾帆待晩風

010_0219_c_13L沙渚鷺飛山影裡竹樓僧倚水聲中

010_0219_c_14L孤舟宿客驚晨磬道是寒山夜半鍾

010_0219_c_15L夜吟

010_0219_c_16L
山窓瞑色至鬧鬧聽飛蚊

010_0219_c_17L萬壑風搖樹三更月漏雲

010_0219_c_18L樓臺僧語靜砌葉虫聲喧

010_0219_c_19L經敎轉多惑雙趺疊夜分

010_0219_c_20L早起

010_0219_c_21L
禮佛起常早長期四點鍾

010_0219_c_22L天光濃滴翠燭影冷搖紅

010_0219_c_23L胡想非三昧無心隔一重

010_0219_c_24L昔人傳妙術長喚主人公

010_0219_c_25L贈戒珠

010_0220_a_01L暮雲春樹幾相思           저녁 구름 봄 나무24) 몇 해나 그리워했었는데
忽漫重逢是別時           갑자기 다시 만나더니 또 헤어질 때가 되었네
臨歧欲摘楊花贐           이별 길에 버들 꽃 따서 노자라도 주고 싶지만
古岸已無前日枝           옛 언덕에는 이제 그 옛날의 버들가지 없구나
어운초당漁耘草堂
先生草閣好             선생의 초가집이 좋아서
午坐自從朝             아침부터 점심까지 앉아 있었네
前湖知水漲             집 앞 호수에 물이 불었으니
歸艇一層高             돌아가는 뱃길은 한층 더 높겠구나
오 선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 【옛말에 “기다란 무지개로 낚싯대를 만들고, 초승달로 낚싯바늘을 만들며, 흰 구름으로 미끼를 한다.”라고 하였다.】(次吳先生 【古云。 長虹爲竿。 新月爲鉤。 白雲爲餌。】)
石田茅屋藏耘谷           돌밭 풀집을 운곡 골짝에 감추어 두고
雲餌月鉤着釣臺           구름 미끼 달 바늘을 낚시터에 드리웠네
春圃燒荒瓜五種           봄이면 채마밭에 들불 놓아 오색의 참외를 심고25)
竹籬倚岸徑三開           대울타리 기댄 언덕에는 세 갈래 길을 내었네
寒江雪裡披簑去           차가운 강 눈발 속을 도롱이 입고 나서서
明月舟中串錦來           배 안에 밝은 달을 비단처럼 꿰어 오리라
宦海何人知此樂           벼슬아치들 어느 누가 이 즐거움을 알까
可憐塵事日相催           날마다 세상일에 쫓기니 불쌍하구나
문득 짓다(偶題)
百年計常短             한평생 살아가는 일 어찌나 짧은지
萬事首空搔             만사가 부질없어 머리만 긁적이네
久講經方熟             오래 익혀 온 경전은 이제 막 익숙해지려 하고
頻吟句或豪             자주 읊다 보니 시 구절도 가끔은 호방하네
山容春供畫             산 모양은 봄이면 그림 같은 풍경을 바치고
松籟夜聽濤             솔바람 소리 밤이면 파도처럼 들린다네
澹泊元吾分             담박한 이 생활이 원래 나의 분수라
功名視一毫             공명일랑 한 가닥 터럭처럼 여길 뿐이라네
삼월三月
三月東風雨             삼월 봄바람에 비가 내리니
前溪水政深             앞 시내에 물이 깊어지겠네
草生繁世念             풀 돋아나면 세상 생각이 번거롭고
花落靜禪心             꽃 지고 나면 참선 마음이 고요하네
燕補經年壘             제비는 지난해 쓰던 보금자리를 고치고
鶯添往歲音             꾀꼬리는 작년보다도 소리가 어여쁘구나
眼看春色好             눈에 들어오는 봄빛이 하도 좋아서
講後一高吟             강경 끝난 후 시 한 수를 소리 높여 읊어 본다
어운 오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挽漁耘吳先生)
紙衾木器鎭隨身           종이 이불과 나무 발우만 몸에 지니고
七十星霜又二春           칠십 년 세월에 두 해를 더 살았구려
萬卷詩書消日月           만 권의 시서와 더불어 세월을 보내며
一丘松菊遠風塵           언덕의 소나무와 국화를 벗 삼아 속세를 멀리했네
秖緣天地慳賢者           천지는 어진 사람을 탐낸다더니
竟使江湖失主人           마침내 강호의 주인을 잃게 하는구나

010_0220_a_01L
暮雲春樹幾相思忽漫重逢是別時

010_0220_a_02L臨歧欲摘楊花贐古岸已無前日枝

010_0220_a_03L漁耘草堂

010_0220_a_04L
先生草閣好午坐自從朝

010_0220_a_05L前湖知水漲歸艇一層高

010_0220_a_06L次吳先生古云長虹爲竿
月爲銘白雲爲餌

010_0220_a_07L
石田茅屋藏耘谷雲餌月鉤着釣臺

010_0220_a_08L春圃燒荒瓜五種竹籬倚岸徑三開

010_0220_a_09L寒江雪裡披簑去明月舟中串錦來

010_0220_a_10L宦海何人知此樂可憐塵事日相催

010_0220_a_11L偶題

010_0220_a_12L
百年計常短萬事首空搔

010_0220_a_13L久講經方熟頻吟句或豪

010_0220_a_14L山容春供畫松籟夜聽濤

010_0220_a_15L澹泊元吾分功名視一毫

010_0220_a_16L三月

010_0220_a_17L
三月東風雨前溪水政深

010_0220_a_18L草生繁世念花落靜禪心

010_0220_a_19L燕補經年壘鶯添徃歲音

010_0220_a_20L眼看春色好講後一高吟

010_0220_a_21L挽漁耘吳先生

010_0220_a_22L
紙衾木器鎭隨身七十星霜又二春

010_0220_a_23L萬卷詩書消日月一丘松菊遠風塵

010_0220_a_24L秖緣天地慳賢者竟使江湖失主人

010_0220_b_01L方外相從曾有分           방외에서 서로 따르며 사귀어 왔으니
不禁回首自沾巾           고개 돌려도 수건을 적시는 눈물 금할 길 없네
문득 짓다(偶題)
十月北風催歲寒           시월 북풍 싸늘하게 겨울을 재촉하는데
生衣猶自着身寬           몸에는 아직도 헐렁한 여름옷을 걸쳤네
襟懷以水欲澆水           물처럼 맑게 마음을 씻고 또 씻어 보아도
事業踰山又有山           하는 일은 산 넘어 또 산이로세
遮眼看經眞得計           눈 가리고 경전을 보아도 참 이치를 얻을 수 있지만
愁肝琢句太無端           마음 졸이며 시구를 다듬어도 영 끝이 없네
天庭黃色人相賀           미간의 누런빛을 사람들이 치하하는 까닭은
秖爲年來義勝還           해가 갈수록 의리가 욕심을 이겨 냈기 때문이라네26)
늦봄(暮春)
羲之修稧日             왕희지王羲之가 계禊를 닦던 날이요27)
點也浴沂時             증점曾點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던 때로다28)
燕語欄堪凭             제비 지저귀면 난간에 의지하여 바라보고
花香杖自隨             꽃 내음 향기로우면 지팡이 짚고 따른다네
韶華入新句             봄빛이 새로운 시구에 들어오고
白髮本前期             백발이야 뭐 본래 예상했던 일이라네
眼底乾坤闊             눈 아래 펼쳐진 하늘과 땅 넓기도 하니
閑愁不掛眉             한가한 시름 따위 미간에 걸리지도 않네
긍현을 애도하며(挽肯玄)
人皆有死何須恨           사람이야 다 죽는 것 어찌 한스러울 게 있겠냐만
惟爾之亡大不然           오직 그대 죽음만은 절대 그렇지가 못하구나
二十年光隨逝水           스물 젊은 나이에 물처럼 흘러가 버렸으니
文章氣質摠成烟           문장과 재능은 몽땅 연기가 되어 버렸구나
靑春寡母將誰托           젊으신 홀어머니 누구에게 의탁할까
白髮阿師眞可憐           백발의 스승도 참으로 가련하구나
應想九原難瞑目           그대 저승에 가서도 눈을 감기 어려워
精靈直上訴蒼天           정령이라도 하늘에 올라가 하소연하리라
관북의 준 대사와 이별하며(別關北俊大師)
三疊陽關送遠賓           〈양관곡〉을 거듭 부르며29) 멀리 나그네를 보내니
雲山何處更相親           구름 덮인 산 어디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一場佳會渾如夢           한바탕 아름다운 만남은 꿈결 같았으나
千里歸程欲暮春           천 리 귀향길에 봄날이 저물어 가네
流水落花離別恨           흐르는 물에 떨어지는 꽃은 이별의 한이리니
炎風朔雪去留人           무더운 바람 한겨울 눈발에 가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來時好道去時好           올 때 좋았던 길 갈 때도 좋을 것이니
不用逡巡且轉身           머뭇거리거나 수고로운 일일랑 부디 없길 바라네
취홍 시자를 보내며(送就弘侍者)
北風吹雪雪霏霏           북풍에 날리는 눈발 어지럽기만 한데
雪裡題詩贈爾歸           눈 속에서 시를 지어 그대 가는 길에 주노라
應想此行難再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가면 다시 오기 어려울 텐데
室中誰復過甁衣           이제 방 안에서 누가 병과 옷을 집어 줄까
【‘과過’는 ‘집어 주다’라는 뜻이다.(過。 拈也。)】

010_0220_b_01L方外相從曾有分不禁回首自沾巾

010_0220_b_02L偶題

010_0220_b_03L
十月北風催歲寒生衣猶自着身寛

010_0220_b_04L襟懷以水欲澆水事業踰山又有山

010_0220_b_05L遮眼看經眞得計愁肝琢句太無端

010_0220_b_06L天庭黃色人相賀秖爲年來義勝還

010_0220_b_07L暮春

010_0220_b_08L
羲之修稧 [8] 點也浴沂時

010_0220_b_09L燕語欄堪凭花香杖自隨

010_0220_b_10L韶華入新句白髮本前期

010_0220_b_11L眼底乾坤闊閑愁不掛眉

010_0220_b_12L挽肯玄

010_0220_b_13L
人皆有死何須恨惟爾之亡大不然

010_0220_b_14L二十年光隨逝水文章氣質摠成烟

010_0220_b_15L靑春寡母將誰托白髮阿師眞可憐

010_0220_b_16L應想九原難瞑目精靈直上訴蒼天

010_0220_b_17L別關北俊大師

010_0220_b_18L
三疊陽關送遠賓雲山何處更相親

010_0220_b_19L一場佳會渾如夢千里歸程欲暮春

010_0220_b_20L流水落花離別恨炎風朔雪去留人

010_0220_b_21L來時好道去時好不用逡巡且轉身

010_0220_b_22L送就弘侍者

010_0220_b_23L
北風吹雪雪霏霏雪裡題詩贈爾歸

010_0220_b_24L應想此行難再返室中誰復過甁衣過拈


010_0220_c_01L平生留計許相依           평생 동안 잡아 두고 의지하려 했는데
無那如今計却非           이제야 그 계획이 잘못된 줄 알겠네
緇衫半濕離筵淚           이별의 눈물로 가사 소매가 반쯤 젖었는데
自笑觀空未息機           허공을 웃어 보아도 아쉬운 마음 그치지 않네
입춘에 공부30)의 시운을 따서 짓다(立春次工部)
屈指流年三十二           손가락 꼽아 보니 지난 세월 서른두 해
工夫虛負少年時           공부를 등지고 젊은 시절 헛되이 다 보냈네
星霜若礪磨形器           세월은 숫돌처럼 이 몸을 갈아 대고
日月如梭織鬂絲           시간은 북31)처럼 귀밑머리에 흰 실을 짜네
雪壓簷梅難共笑           눈 쌓인 처마 아래 매화꽃을 봐도 함께 웃기 어렵고
雨催溪柳適增悲           빗발에 쫓기는 시냇가 버들잎에도 슬픈 생각 더하네
榮枯一任聽天分           영화와 쇠퇴를 그저 하늘에 맡겨 두고
壁上休題祝釐詩           벽에 더 이상 축리시32)를 쓰지 말 일이라
늦봄(暮春)
懷事悄無聊             마음은 근심으로 별 재미도 없는데
春光看又暮             봄빛은 보아하니 또 저물어 가는구나
山深客到稀             산 깊어 찾아오는 손님 드물고
門掩梨花雨             문 닫아거니 배꽃만 비처럼 날리네
임성 스님에게 주다(贈任性上人)
淸白家風月洗霜           청렴하고 결백한 가풍은 맑은 달을 서리로 씻은 듯
房中只有一經床           방 안엔 오직 경전 올려놓은 책상 하나뿐이네
安身肯效兎三窟           몸뚱이 보전하자고 토끼처럼 세 굴을 팔까33)
處世應如龜六藏           거북이 몸을 움츠리듯 육근을 감추고 처세할 일이라
竹吐錦萌春雨飽           흠뻑 적신 봄비에 대나무는 부드러운 싹을 토해 내고
松含黃粉野吹香           소나무 노란 꽃가루 온 들에 향기를 뿜어 대네
不求眞又不除妄           진眞을 구할 것 없이 망妄을 버릴 것도 없이
任性逍遙步大方           마음대로 소요하며 대범하게 걸음을 옮기네
【거북이는 머리와 꼬리와 네 발을 움츠려 감추면 들짐승이 침범하지 못하고, 비구가 육근을 감추면 마귀가 침범하지 못한다.(龜藏首尾四足。 野犴不能捉。 比丘藏六根。 魔不能犯。)】
삼가 조 병상34)의 시운을 따서 짓다 【동진東晋】(謹次趙兵相韵 【東晋】)
玉節乘閑日             공무가 비는 하루 날을 잡아서
肩輿水石來             물 건너 바위 넘어 가마 타고 왔구려
峽雲迷客路             골짜기 가득한 구름 나그네의 길을 가리고
松月伴仙臺             소나무 가지에 걸린 달 선대와 짝하였네
胷底藏氷雪             가슴 깊숙이 얼음 같고 눈발 같은 기상 있으니
詩中絶点埃             시 구절 안에는 티끌 한 점도 없구나
枯禪非勁敵             말라 빠진 이 선승이 무슨 대단한 적수가 된다고
新債耐相催             새 시를 지어 내라고 자꾸만 빚을 독촉하는가
또 ‘상’ 자 운을 따서 짓다(又次霜字)
轅門行色凜如霜           군영의 행색은 서릿발처럼 엄한데
何幸山僧共一床           무슨 요행으로 산승이 자리 함께하였나
瀑布有臺臨水闢           폭포 위의 누대는 물가에 바짝 닿아 서 있고
浮屠無主倩雲藏           주인 없는 부도만 구름 속에 잠겼네

010_0220_c_01L平生留計許相依無那如今計却非

010_0220_c_02L緇衫半濕離筵淚自笑觀空未息機

010_0220_c_03L立春次工部

010_0220_c_04L
屈指流年三十二工夫虛負少年時

010_0220_c_05L星霜若礪磨形器日月如梭織鬂絲

010_0220_c_06L雪壓簷梅難共笑雨催溪柳適增悲

010_0220_c_07L榮枯一任聽天分壁上休題祝釐詩

010_0220_c_08L暮春

010_0220_c_09L
懷事悄無聊春光看又暮

010_0220_c_10L山深客到稀門掩梨花雨

010_0220_c_11L贈任性上人

010_0220_c_12L
淸白家風月洗霜房中只有一經床

010_0220_c_13L安身肯效兎三窟處世應如龜六藏
010_0220_c_14L竹吐錦萌春雨飽松含黃粉野吹香

010_0220_c_15L不求眞又不除妄任性逍遙步大方龜藏
首尾

010_0220_c_16L四足野犴不能捉
丘藏六根魔不能犯

010_0220_c_17L謹次趙兵相韵東晉

010_0220_c_18L
玉節乘閑日肩輿水石來

010_0220_c_19L峽雲迷客路松月伴仙臺

010_0220_c_20L胷底藏氷雪詩中絶点埃

010_0220_c_21L枯禪非勁敵新債耐相催

010_0220_c_22L又次霜字

010_0220_c_23L
轅門行色凛如霜何幸山僧共一床

010_0220_c_24L瀑布有臺臨水闢浮屠無主倩雲藏

010_0221_a_01L醇醪氣味看來醉           막걸리 맛 진국이라 쳐다만 보아도 취하고
蘭蕙詩篇咏去香           난초 같은 시편은 읊을수록 향기롭네
聖代卽今邊警息           태평성대 요사이는 변방이 편안하니
何妨暇日暫遊方           쉬는 날 잠깐 나가 노니는 거야 어떻겠나
조 공이 한번 다녀가라고 청하기에 유영35)에 가서 지어 주다 【여항 유정餘杭惟政 선사는 항상 노란 소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호를 정황우政黃牛라고 하였다. 장당蔣堂과는 벗이었지만, 장당이 오기를 청하여도 한 번도 응하지 않았었다.】(趙公要一來故徃柳營有呈 【餘杭惟政禪師。 常乘黃牛。 故號政黃牛。 與蔣堂爲友。 堂請一來而不應。】)
瘦笻扶力下岡頭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 의지하여 산등성이 내려서니
岸樹溪藤挾路稠           언덕이나 시냇가엔 나무며 등덩굴 길마다 빽빽하네
紅雨幾番花事老           붉은 꽃비 몇 번 날리고 나니 꽃놀이도 시들해지고
黃雲萬頃麥家秋           벌판 가득 누런 물결 보리 수확이 다가왔네
轅門只爲前期顧           군문에 들어온 것은 전에 약속했었기 때문이니
詩壘非要宿債酬           시 짓는 자리에서 묵은 시 빚을 요구한 건 아니라네
岩谷暫辭塵膩襪           계곡을 잠시 떠나 발바닥에 속세 먼지 묻혔으니
餘杭羞殺政黃牛           황소 타고 다니던 여항 보기 부끄럽구나
조 공이 체직遞職되어 돌아가기에 이별시를 지어 주다(趙公遞歸呈別章)
賦別詩成路欲分           이별의 시를 다 읊고서 이제 헤어지려는데
滿城蟬咽若爲聞           성안 가득 매미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구나
瘴嵐斂氛天如洗           끈끈한 기운 다 걷힌 하늘 씻은 듯 깨끗하고
稉稻抽花野政芬           벼 이삭 쑥쑥 고개 내민 들판 향기가 한창이네
秋草馬嘶蘆嶺雨           비 오는 노령의 가을 풀 사이로 말 울음소리 들리고
夕陽颿飽漢江雲           한강의 구름 저 끝까지 석양이 비춰 주는구나
幸逢炎徼久無事           다행히 남쪽 변방이 오래도록 무사하였나 보다
不爾朝廷召將軍           그렇지 않다면 조정에서 장군을 불렀겠는가
서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徐生韵)
一段生涯分外淸           한평생 속세 떠난 삶 맑디맑고
春來薇蕨滿山靑           봄이 되니 온 산에 고사리 푸릇하네
忘飢未肯呼庚癸           배고픔을 모르니 구걸할 일36) 없고
得句端須付丙丁           지은 시는 몽땅 불살라 버릴 일37)이네
迦葉豈無三事衲           가섭이라도 어찌 납의 세 벌이야 없었겠나
藥山惟有兩函經           약산38)에게는 오직 경전 두 상자뿐이었네
倘微林下吾安徃           이 숲속이 아니면 내가 어디로 가겠는가
猨鳥依然識我情           원숭이와 새들만 여전히 내 마음 알아주누나
달을 노래하다(咏月)
玉斧修銀轂             옥도끼로 은 바퀴를 다듬어서
轉向碧空浮             푸른 하늘 향해 굴려 올렸나
影散千江夜             달그림자 천 강에 밤을 드리우고
光分萬國秋             달빛은 만국에 가을을 나누었네
鶴驚松掛璧             소나무에 걸린 둥근 옥에 학이 놀라고
魚㤼水藏鉤             물속 낚싯바늘에 물고기 겁을 먹네
賴是非錢買             저 달은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이 아니니
山家也得留             산집에서나 잡아 두고 볼 수가 있네
불출암에 부치다(題佛出庵)

010_0221_a_01L醇醪氣味看來醉蘭蕙詩篇咏去香

010_0221_a_02L聖代即今邊警息何妨暇日暫游方

010_0221_a_03L趙公要一來故徃柳柳營有呈餘杭惟政
禪師
010_0221_a_04L乘黃牛故號政黃牛與蔣
堂爲友堂請一來而不應

010_0221_a_05L
瘦笻扶力下岡頭岸樹溪藤挾路稠

010_0221_a_06L紅雨幾番花事老黃雲萬頃麥家秋

010_0221_a_07L轅門只爲前期顧詩壘非要宿債酬

010_0221_a_08L岩谷暫辭塵膩襪餘杭羞殺政黃牛

010_0221_a_09L趙公遞歸呈別章

010_0221_a_10L
賦別詩成路欲分滿城蟬咽若爲聞

010_0221_a_11L瘴嵐歛氛天如洗稉稻抽花野政芬

010_0221_a_12L秋草馬嘶蘆嶺雨夕陽颿飽漢江雲

010_0221_a_13L幸逢炎徼久無事不爾朝廷召將軍

010_0221_a_14L次徐生韵

010_0221_a_15L
一段生涯分外淸春來薇蕨滿山靑

010_0221_a_16L忘飢未肯呼庚癸得句端須付丙丁

010_0221_a_17L迦葉豈無三事衲藥山惟有兩函經

010_0221_a_18L倘微林下吾安徃猨鳥依然識我情

010_0221_a_19L咏月

010_0221_a_20L
玉斧修銀轂轉向碧空浮

010_0221_a_21L影散千江夜光分萬國秋

010_0221_a_22L鶴驚松掛璧魚㤼水藏鉤

010_0221_a_23L賴是非錢買山家也得留

010_0221_a_24L題佛出庵

010_0221_b_01L遯世元無悶             세상을 피해 온 것 본디 근심을 없애려 함이었으니
居山不厭深             산속 깊이 박혀 사는 것 싫증 나지 않는다네
衲從齋後洗             재를 올린 뒤에는 가사를 벗어 빨고
詩或講餘吟             어쩌다 강경하는 여가에는 시를 읊노라
靜壑溪鳴玉             깊고 고요한 계곡엔 옥구슬 구르는 소리
踈筠月漏金             성긴 대숲에는 금빛 달그림자 새어 나오네
幽禽共相樂             숲 깊은 곳 새들끼리 서로 즐거워
隔葉送淸音             나뭇잎 사이로 맑은 노래를 보내오네
가을밤 【2수】(秋夜 【二首】)
[1]
寂寂三更坐             삼경에 고요히 앉았노라니
寥寥萬念輕             망념이 잔잔히 가라앉네
蟲聲搖暗壁             벌레 소리 어둔 벽을 흔들어 놓고
蟾影透踈楹             달빛은 성긴 기둥 사이 뚫고 비추네
葉下飜疑雨             나부끼는 나뭇잎에 비 내리나 의심하고
螢流錯認星             흐르는 반딧불을 유성인가 착각하네
昔人緣底事             옛사람은 무슨 일로
搖落動悲情             부질없이 슬픈 느낌을 가졌을까

[2]
金風吹玉露             옥구슬 같은 이슬에 가을바람 불어오니
漸覺紙衾輕             이불이 점점 종이처럼 얇게 느껴지네
病果先辭樹             병든 과일은 먼저 나무에서 떨어지고
寒螿早入欞             가을 쓰르라미 일찌감치 처마 밑에 들어갔네
百年渾栩栩             인생사 그저 꿈속 같으니
雙鬂半星星             귀밑머리 반이나 성성하네
獨有藤蘿月             등나무 넝쿨에 걸린 저 달만이
能知此夜情             이 밤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영침대에서 소 처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影沈臺次蘇處士)
林間石逕半封苔           숲속의 돌길은 반 넘게 이끼로 덮였고
千朶芙蓉杖上開           수천 송이 연꽃이 줄기마다 흐드러지네
九萬長天何處盡           구만리 머나먼 하늘 어디서 끝날까
眼看滄海小如盃           굽어보면 푸른 바다도 조그만 술잔 같구나
숲속 생활(林居)
[1]
林下歸來歲月深           숲으로 돌아와 사는 세월이 깊을수록
了無塵事可開心           세속 잡사 전혀 없이 마음 활짝 열리네
白雲塞斷山前路           흰 구름이 산 앞의 길마저 막아 버리니
一曲無生信口吟           한 곡조 무생곡無生曲을 읊을 만하구나

[2]
一曲無生信口吟           한 곡조 무생곡을 읊노라면
蕭蕭松吹和淸音           솔솔 솔바람 맑은 소리로 화답하네
堪差䆠海風波客           벼슬길 풍파 속에 사는 나그네여
知止不如日暮禽           해 저문 것을 알아채는 새만도 못하구나39)
가을밤에 마음속 생각을 적다(秋夜紀懷)
淸宵胡不寐             청명한 이 밤 어찌하여 잠 못 드는가
秋思淡幽扃             숨어 사는 이 집에 가을 감상 담담하네
賞月行成句             달을 감상하며 걸으면서 시를 짓고
聞鍾坐數更             종소리 들으며 앉은 채 몇 시간을 보냈네

010_0221_b_01L
遯世元無悶居山不厭深

010_0221_b_02L衲從齋後洗詩或講餘吟

010_0221_b_03L靜壑溪鳴玉踈筠月漏金

010_0221_b_04L幽禽共相樂隔葉送淸音

010_0221_b_05L秋夜二首

010_0221_b_06L
寂寂三更坐寥寥萬念輕

010_0221_b_07L蟲聲搖暗壁蟾影透踈楹

010_0221_b_08L葉下飜疑雨螢流錯認星

010_0221_b_09L昔人緣底事搖落動悲情(一)

010_0221_b_10L金風吹玉露漸覺紙衾輕

010_0221_b_11L病果先辭樹寒螿早入欞

010_0221_b_12L百年渾栩栩雙鬂半星星

010_0221_b_13L獨有藤蘿月能知此夜情(二)

010_0221_b_14L影沈臺次蘇處士

010_0221_b_15L
林間石逕半封苔千朶芙蓉杖上開

010_0221_b_16L九萬長天何處盡眼看滄海小如盃

010_0221_b_17L林居

010_0221_b_18L
林下歸來歲月深了無塵事可開心

010_0221_b_19L白雲塞斷山前路一曲無生信口吟(一)

010_0221_b_20L一曲無生信口吟蕭蕭松吹和淸音

010_0221_b_21L堪差䆠海風波客知止不如日暮禽(二)

010_0221_b_22L秋夜紀懷

010_0221_b_23L
淸宵胡不寐秋思淡幽扃

010_0221_b_24L賞月行成句聞鍾坐數更

010_0221_c_01L蛩音自斷續             벌레 소리 저 혼자 끊어졌다 이어지고
樹影任縱橫             나무 그림자 제멋대로 가로세로를 긋네
世故應無我             세상의 인연이 진정 무아라면
如何白髮生             어찌하여 백발은 생긴단 말인가
기 사형의 죽음에 통곡하며(哭棋師兄)
虎窟當年衆虎兒           그 시절 호랑이 굴 속 호랑이 새끼 중에
食牛全氣獨惟師           소를 통째로 삼킬 만한 기운은 사형뿐이었지
久知龍象成羣隊           큰스님 되어서 무리를 이끌 줄 알았었는데
痛恨栴檀摧一枝           전단 나뭇가지 꺾이다니 너무도 한스럽구나
滿世聲名無處用           세상을 채웠던 명예도 아무짝에 쓸모없구나
傳家衣鉢有誰持           옷과 발우는 누가 전해 받을 것인가
空門失却諸方眼           불가가 여러 방면으로 안목을 잃게 되었으니
此淚非徒爲我私           사사로운 정 때문에 눈물 흘리는 게 아니라네
마음속 생각을 읊다 【홍기紅旗40)라고 한 것은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나온다. ◯ 형악衡岳의 구절은 나찬懶瓚 선사의 일이며, 다음 구절은 태전太顚 선사의 일이다.】(述懷 【紅旗云云。 見樂天詩。 ◯ 衡岳勾懶瓉事。 次勾太顚事也。】)
紅旗黃紙此生違           벼슬살이(紅旗黃紙)41) 한평생 내 뜻대로 되지 않아
脫入山中歌採薇           버리고 산중에 들어가 〈채미가採薇歌〉42)를 노래했네
衡岳不傳天子詔           형악43)에 천자의 조서가 전하지 않아도
融峯却受使君衣           융봉44)은 사신의 옷을 받았더라
每逢佳節添詩集           명절 맞을 때마다 시편만 늘어 가고
漸覺衰年減帶圍           늙으니 허리띠만 점점 줄어 가는구나
苦學華嚴誰與講           애써 배운 『화엄경』을 누구에게 강설할까
叢林晩歲少圓機           저물어 가는 총림에 원만한 근기가 드물구나
가을밤(秋夜)
[1]
白露洗空斗柄垂           맑은 이슬 하늘 씻어 북두칠성 드리우면
入簾松月影參差           주렴 사이 소나무 달그림자 들쭉날쭉 비치네
十分淸興牽佳句           넘치는 맑은 흥취로 좋은 시구 끌어내지만
剛被推敲喪本奇           억지로 다듬다 보면 기발한 본뜻을 잃고 만다네

[2]
星河迢迢玉繩橫           은하수 아득히 흘러 옥승45)을 가로지르고
散策中庭百念淸           마당에서 산책하니 온갖 생각 맑아지네
不分西風吹葉落           가을바람 건듯 불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隔林聽作雨來聲           숲 저 너머에서 비 다가오는 소리 들리네
오른손이 없는 나그네에게 주다(贈無右手客)
觀音菩薩有千手           관음보살님은 손이 천 개나 되는데
正眼看來誰不有           정안으로 본다면 누구인들 없겠나
一箇雖殘何須嫌           손 하나 없다 하여 어찌 걱정할 것 있겠나
猶存九百九十九           아직도 구백구십구 개의 손이 남았잖은가
산속 생활(山居)
一年衣重補             일 년에 두어 차례 옷을 기워 입고
一日鉢兩洗             하루에 두 번 발우를 씻는다네
不曉山中趣             산 살림 이런 흥취를 모른다면
山中亦塵世             산속에 살아도 속세나 마찬가지네
영남의 식 대사에게 보내다(寄嶺南湜大師)

010_0221_c_01L蛩音自斷續樹影任縱橫

010_0221_c_02L世故應無我如何白髮生

010_0221_c_03L哭棋師兄

010_0221_c_04L
虎窟當年衆虎兒食牛全氣獨惟師

010_0221_c_05L久知龍象成羣隊痛恨栴檀摧一枝

010_0221_c_06L滿世聲名無處用傳家衣鉢有誰持

010_0221_c_07L空門失却諸方眼此淚非徒爲我私

010_0221_c_08L述懷紅旗云云見樂天詩 ◆衡岳
勾懶瓉 [9] 次勾太顚事也

010_0221_c_09L
紅旗黃紙此生違脫入山中歌採薇

010_0221_c_10L衡岳不傳天子詔融峯却受使君衣

010_0221_c_11L每逢佳節添詩集漸覺衰年減帶圍

010_0221_c_12L苦學華嚴誰與講叢林晩歲少圓機

010_0221_c_13L秋夜

010_0221_c_14L
白露洗空斗柄垂入簾松月影參差

010_0221_c_15L十分淸興牽佳句剛被推敲喪本奇(一)

010_0221_c_16L星河迢迢玉繩橫散策中庭百念淸

010_0221_c_17L不分西風吹葉落隔林聽作雨來聲(二)

010_0221_c_18L贈無右手客

010_0221_c_19L
觀音菩薩有千手正眼看來誰不有

010_0221_c_20L一箇雖殘何須嫌猶存九百九十九

010_0221_c_21L山居

010_0221_c_22L
一年衣重補一日鉢兩洗

010_0221_c_23L不曉山中趣山中亦塵世

010_0221_c_24L寄嶺南湜大師

010_0222_a_01L一隔形骸問幾春           우리 두 몸이 갈라선 지 몇 해나 되었나
嶺雲湖樹望中新           영남의 구름 호남의 나무 바라볼수록 새롭다
何時斷鴈重聯字           끊어진 안부 편지 언제 다시 이어질까
此日浮萍各送根           이날에 부평초 각각 제자리로 보내졌구나
至道百家元合轍           지극한 도의 경지는 본디 백가가 한가지
同風千里亦成隣           풍속만 같다면 천 리 먼 곳도 이웃이 된다네
願言淨業須勞力           바라노니 깨끗한 업을 쌓도록 노력하여
共作龍華會上人           우리 함께 용화회상46) 사람이 되세
꿈속에서 긍현을 보고서 【장화張華47)가 육기陸機48)에게 “남들은 재주가 적은 것을 걱정하는데, 그대는 많은 것을 걱정하는구나.”라고 하였다. 벽파碧波는 진도珍島의 나루터 이름이다.】(夢見亘賢 【張華謂陸機曰。 人患才少。 君患其多。 碧波。 珎島津名也。】)
[1]
一自爾亡又一春           그대가 세상을 뜬 지 또 한 해가 지났으니
屋梁殘月幾傷神           들보 뒤로 지는 달49)을 보며 상심하길 몇 번인가
精靈忽入今宵夢           그대 혼령 오늘 밤 꿈속으로 문득 들어오니
未到覺時猶是眞           잠에서 깨기 전까진 참으로 생시 같았네

[2]
年少英才却患多           어렸을 땐 재주가 너무 많아 오히려 걱정이어서
將期雕琢可成家           갈고 다듬어 일가를 이루어 주길 기대했었네
孤舟一去無廻棹           외로운 배 한번 가고는 돌아오지 않는데
回首東風恕碧波           머리 돌려 보면 동풍에 푸른 파도 따라 이누나
면성50)의 수령 이만회51)에게 주다 【선우자준鮮于子駿이 일로一路의 복성福星이다.】(呈綿城李使君 【萬恢】 【鮮于子駿。 一路福星。】)
天敎聖化欲沾均           하늘은 임금의 교화를 고루 젖게 하고자
故遣福星臨海濱           복성52)을 바닷가 마을에 보내 주셨네
却喜繩床延地主           자리의 주인이 부임해 기뻐서 그러니
何妨鈴閤到山人           영합53)에 스님이 찾아온들 무슨 해가 되겠나
千家共照無私月           집집마다 두루 비추는 달은 사사로움이 없어서
百里偏逢有脚春           고을마다 모두 유각춘54)을 맞이하였네
爲謝文翁曾枉駕           문옹55)이 찾아오신 것을 감사하려고
不辭衣綻滿城塵           해진 옷에 저잣거리 먼지 묻는 것 사양 않았다오
【한나라 문옹은 촉蜀의 군수였다.(漢文翁。 爲蜀郡守。)】
달 밝은 밤에 매화를 감상하다(月夜賞梅)
禮訖蓮壇欲二更           불단에 예를 마치니 어느덧 이경
且親燈火了殘經           등불을 가까이하여 남은 경전을 마저 읽었네
夜深月在梅花上           밤 깊어 매화나무에 달빛이 비추니
瘦影寒香相與淸           매화 그림자와 은은한 향기 더욱 분명해지네
【‘잔殘’은 나머지란 뜻이다. 이하 ‘잔殘’ 자는 대부분 나머지라는 뜻으로 쓰였다.(殘。 餘也。 下用殘字。 多用餘意也。)】
어부사 【2수】漁父詞 【二首】
[1]
紅蓼白蘋兩岸秋           붉은 여뀌꽃과 흰 마름꽃 양 언덕엔 가을인데
好看明月臥孤舟           밝은 달을 바라보며 홀로 배에 누웠네
夜深忽見搖浮子           깊은 밤 갑자기 낚시찌가 흔들리니
自有金鱗上直鉤           금세 금빛 반짝이는 물고기 올라오겠네

[2]
滄溟活計白𩿨知           바다 살림살이는 저 흰 갈매기가 알리라 除却孤舟無一物           외로운 배 한 척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네

010_0222_a_01L
一隔形骸問幾春嶺雲湖樹望中新

010_0222_a_02L何時斷鴈重聯字此日浮萍各送根

010_0222_a_03L至道百家元合轍同風千里亦成隣

010_0222_a_04L願言淨業須勞力共作龍華會上人

010_0222_a_05L夢見亘賢張華謂陸機曰人患才少
患其多波珎島津名也

010_0222_a_06L
一自爾亡又一春屋梁殘月幾傷神

010_0222_a_07L精靈忽入今宵夢未到覺時猶是眞(一)

010_0222_a_08L年少英才却患多將期雕琢可成家

010_0222_a_09L孤舟一去無廻棹回首東風恕碧波(二)

010_0222_a_10L呈綿城李使君萬恢鮮于子
駿一路福星

010_0222_a_11L
天敎聖化欲沾均故遣福星臨海賓

010_0222_a_12L却喜繩床延地主何妨鈴閤到山人

010_0222_a_13L千家共照無私月百里偏逢有脚春

010_0222_a_14L爲謝文翁曾枉駕不辭衣綻滿城塵漢文


010_0222_a_15L蜀郡

010_0222_a_16L月夜當梅

010_0222_a_17L
禮訖蓮壇欲二更且親燈火了殘經

010_0222_a_18L夜深月在梅花上瘦影寒香相與淸

010_0222_a_19L下用殘字
用餘意也

010_0222_a_20L漁父詞 二首

010_0222_a_21L
紅蓼白蘋兩岸秋好看明月臥孤舟

010_0222_a_22L夜深忽見搖浮子自有金鱗上直鉤(一)

010_0222_a_23L滄溟活計白𩿨知除却孤舟無一物

010_0222_b_01L待得新潮別浦漁           밀물 때를 기다려 바다로 나가 고기 잡는데
去時烟雨來時月           갈 때는 안개비 오더니 올 때는 달이 떴구나
목동사收1)童詞
南北東西草裡行           사방으로 이리저리 풀숲을 헤집고 다니면서
笛橫牛背兩三聲           소 등에서 피리 빗겨 물고 두어 번 불어 대네
歸來飽飯黃昏後           황혼이 진 뒤에는 돌아와 배불리 먹고
不脫蓑衣臥月明           도롱이도 벗지 않은 채 달 아래 눕네
『석주집』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石洲集)
滿院扶踈樹影寒           절 안에 듬성듬성 나무 그늘 시원한데
隣僧才去野禽還           이웃 스님 돌아가자 들새가 돌아오네
無求到處人情好           구하는 것 없으면 어딜 가도 세상인심 푸근한데
有事從來世道難           일이 있어 오고 가는 세상살이는 어렵기만 하다
雲裡鍾聲度暗水           종소리는 구름을 헤치고 깜깜한 강물을 건너고
月中松子落空山           달빛 아래 솔방울 빈산에 떨어지네
休將萬戶侯相較           만호의 제후에 비교하지 마시게
不慱禪家一日安           좁은 절이지만 평안을 근심하는 날 없다네
국화菊花
朱朱白白媚春輝           빨갛고 하얀 온갖 꽃들 봄빛에 겨워서
嬾色芳香動一時           고운 빛깔 좋은 향기로 한 시절 뽐냈지만
摠向秋風零落盡           가을바람 불어오자 모두 다 떨어지고
東籬唯有傲霜姿           너만은 동쪽 울타리에서 서리를 견디는구나
몽탄56) 가는 배에서 어운동을 바라보며【오吳 선생이 예전에 살았던 곳이다.】(夢灘舟中望漁耘洞 【吳先生舊居】)
歲暮江村望裡孤           한 해가 저물어 가니 강가 마을도 외로워 보이고
夕陽喬木集飢烏           석양이 비추니 높다란 나무에 굶주린 까마귀모여드네
先生疇日騎魚去           선생은 오래전에 물고기를 타고 떠나셨으니
岸上人家誰姓吳           언덕 위 저 집들 사이 오씨吳氏 성은 누가 있나
한밤에 감회를 읊다 【2수】(夜懷 【二首】)
[1]
夜永星沈漢             밤이 깊으니 별들은 은하수에 잠기고
秋淸月洗霜             맑디맑은 가을 달빛 서리에 씻기누나
遙庵僧起寢             멀리 암자 스님 잠자리에서 일어나
坐聽磬聲長             오래도록 앉은 채 경쇠 소리를 듣는구나

[2]
老僧禮龕燈             노스님은 감실에서 예불을 올리고
寒蛩鳴砌葉             가을 귀뚜라미 섬돌 풀잎에서 울어 대네
扶笻步黃庭             지팡이 짚고서 누렇게 물든 마당을 걸으면
玉露袈裟濕             옥구슬 같은 이슬방울 가사를 적시네
대둔사의 초청을 받아 나아가서 【2수】(赴大芚寺請 【二首】)
[1]
再入長春洞             다시 장춘동에 들어가니
長春似昔時             기나긴 봄날은 예전 그대로네
磬傳雲外路             풍경 소리 구름 밖 길까지 들리고
花泛雪中池             눈 속의 연못에는 꽃잎이 떠가네
新塔下僧化             새 탑에는 입적한 스님이 자리했고
喬松老鶴隨             높다란 소나무엔 늙은 학이 날아드네

010_0222_b_01L待得新潮別浦漁去時烟雨來時月(二)

010_0222_b_02L [10] 童詞

010_0222_b_03L
南北東西草裡行笛橫牛背兩三聲

010_0222_b_04L歸來飽飯黃昏後不脫蓑衣臥月明

010_0222_b_05L次石洲集

010_0222_b_06L
滿院扶踈樹影寒隣僧才去野禽還

010_0222_b_07L無求到處人情好有事從來世道難

010_0222_b_08L雲裡鍾聲度暗水月中松子落空山

010_0222_b_09L休將萬戶侯相較不慱禪家一日安

010_0222_b_10L菊花

010_0222_b_11L
朱朱白白媚春輝嬾色芳香動一時

010_0222_b_12L摠向秋風零落盡東籬唯有傲霜姿

010_0222_b_13L夢灘舟中望漁耘洞吳先生舊居

010_0222_b_14L
歲暮江村望裡孤夕陽喬木集飢烏

010_0222_b_15L先生疇日騎魚去岸上人家誰姓吳

010_0222_b_16L夜懷二首

010_0222_b_17L
夜永星沈漢秋淸月洗霜

010_0222_b_18L遙庵僧起寢坐聽磬聲長(一)

010_0222_b_19L老僧禮龕燈寒蛩鳴砌葉

010_0222_b_20L扶笻步黃庭玉露袈裟濕(二)

010_0222_b_21L赴大芚寺請二首

010_0222_b_22L
再入長春洞長春似昔時

010_0222_b_23L磬傳雲外路花泛雪中池

010_0222_b_24L新塔下僧化喬松老鶴隨

010_0222_c_01L閉門山影靜             문을 닫으면 고요히 내려앉는 산 그림자
鳥語落高枝             새소리만 높은 가지에서 들려오네

[2]
鍾鳴飯熟後             공양 종소리 울리고 밥도 다 되니
香歇講闌時             향불 꺼지고 강설을 마칠 때로다
塔影橫幽砌             탑 그림자 뜰 한편에 비껴 있고
樓陰覆小池             누각 그늘 작은 연못을 덮고 있네
詩情春欲暮             시를 짓느라 봄날은 저물어 가는데
老病日相隨             오랜 병은 어느 하루 덜할 날이 없네
方丈無餘物             방장엔 다른 물건 없다네
甁花揷一枝             화병에 한 가지 꽃만 꽂혀 있다네
8월 14일 밤에 감회를 적다(八月十四夜記懷)
微雲点綴露華流           야트막하게 구름 깔리고 이슬 꽃이 내린 날
萬樹無聲獨倚樓           소리 없는 나무 사이로 나 홀로 누각에 올랐네
世事茫茫如大海           세상일 망망하여 큰 바다에 떠 있는 듯
浮生泛泛似輕舟           인생살이 두둥실 떠가는 배와 같구나
月當圓處秋當半           달 둥글어지면 가을도 반을 넘어서고
河欲傾時夜欲遒           은하수 기울 때쯤이면 밤도 다 새겠구나
九會華嚴才講六           아홉 회 화엄을 이제 여섯 회까지 강설했으니
明年今夕畢周不           내년 이 밤쯤엔 모두 다 마칠 수 있으려나
가을날의 회포(秋懷)
九月霜風葉亂飛           구월 서릿바람에 나뭇잎 어지러이 날리는데
可憐衰病着生衣           가련하다, 노쇠한 병이 옷처럼 달라붙어 있네
庵僧不怕山蹊險           암자의 스님은 험한 산길 겁도 안 나는지
盡日乞綿深夜歸           온종일 솜을 빌어 깊은 밤에야 돌아오네
비석 세우는 일로 서울에 와서 봉은사에 묵다(以碑事到京宿奉恩寺)
臥聽寒聲繞短簷           짧은 처마를 감도는 소리 누워서 듣자니
政知融雪滴纖纖           눈 녹아 물방울 똑똑 떨어지는 소리로구나
一春詩興身同倦           봄날 시흥에 몸도 함께 나른해지는데
千里羈愁骨欲尖           천 리 길 나그네의 시름 골수에 파고드네
爐爲深灰通曉煖           화로 깊숙이 묻은 재는 새벽까지 따뜻하나
燈因長夜數油添           밤이 길어 등잔에는 자주 기름을 쳐야 했네
南湖有我同床侶           호남 땅에서 함께 공부하던 나의 벗은
能記京山凍餒兼           서울의 이 춥고 배고픈 신세를 기억할까
주인 이 봉사57)의 벽에 쓰다 【통通은 말똥이다.】(題主人李奉事壁 【通。 馬矢也。】)
珉石求良匠             옥돌에는 뛰어난 장인이 필요하고
銘詞乞相公             좋은 글은 정승에게 얻어야 하네
破窓塞休紙             찢어진 창문은 못 쓰는 종이로 막고
寒堗爇殘通             차가운 온돌엔 말똥을 태우네
燕語春過半             제비 지저귀니 봄도 반은 지났나 보다
花陰日正中             꽃 그림자 보아하니 해가 중천에 떴구나
嶺湖書信斷             호남과 영남으로 서로 소식이 끊어졌으니
倚杖看來鴻             지팡이 짚고서 안부 소식 전하길 기다리네
마곡 안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麻谷安生員)

010_0222_c_01L閉門山影靜鳥語落高枝(一)
010_0222_c_02L鍾鳴飯熟後香歇講闌時

010_0222_c_03L塔影橫幽砌樓陰覆小池

010_0222_c_04L詩情春欲暮老病日相隨

010_0222_c_05L方丈無餘物甁花揷一枝(二)

010_0222_c_06L八月十四夜記懷

010_0222_c_07L
微雲点綴露華流萬樹無聲獨倚樓

010_0222_c_08L世事茫茫如大海浮生泛泛似輕舟

010_0222_c_09L月當圓處秋當半河欲傾時夜欲遒

010_0222_c_10L九會華嚴才講六明年今夕畢周不

010_0222_c_11L秋懷

010_0222_c_12L
九月霜風葉亂飛可憐衰病着生衣

010_0222_c_13L庵僧不怕山蹊險盡日乞綿深夜歸

010_0222_c_14L以碑事到京宿奉恩寺

010_0222_c_15L
臥聽寒聲繞短簷政知融雪滴纖纖

010_0222_c_16L一春詩興身同倦千里羈愁骨欲尖

010_0222_c_17L爐爲深灰通曉煖燈因長夜數油添

010_0222_c_18L南湖有我同床侶能記京山凍餒兼

010_0222_c_19L題主人李奉事壁馬矢也

010_0222_c_20L
珉石求良匠銘詞乞相公

010_0222_c_21L破窓塞休紙寒堗爇殘通

010_0222_c_22L燕語春過半花陰日正中

010_0222_c_23L嶺湖書信斷倚杖看來鴻

010_0222_c_24L次麻谷安生員

010_0223_a_01L偶到先生宅             우연히 선생 댁에 들렀더니
蕭然水竹間             시냇물 대나무 숲 너무도 고요하구나
逕仍迎客掃             손님 맞으려고 길을 쓸어 두었나
門爲讀書關             문은 글을 읽으려고 닫아걸었겠지
潭影鳥雙度             연못엔 쌍쌍의 새들 지나는 그림자 비치고
笻音僧獨還             지팡이 소리에 내다보니 스님 혼자 돌아오네
箕裘舊家業             키와 갖옷58)은 옛날의 가업일 뿐
文字富藏山             글 읽는 게 좋아서 산속으로 숨었다네
흉년을 탄식하다(歎凶年)
[1]
雲水生涯遇儉歲           떠돌며 사는 이 몸 흉년까지 만나서
盡將橡粥度朝晡           도토리 죽으로 아침 끼니 겨우 넘겼네
一盂三合吾何泰           발우 가득 세 홉 밥이 어찌 편하겠나
山下田家稗飯無           산 아래 농가에는 피밥도 없다는데

[2]
苦學經書未救飢           경서를 애써 배운들 굶기를 못 면하니
五千餘卷竟何施           오천 권의 책들을 어디에 쓰겠는가
雖然不改其中樂           그러나 그 속의 즐거움 바꿀 수 없으니
莫道從來見事遲           세상일 모른다고 탓하지 마시게

[3]
新參不到舊參去           신참이 오지 않았는데 구참 스님이 가 버렸으니
緘口三冬廢講經           겨울 석 달 입 다물고 강경도 하지 않았네
夜警賊人頻打鼓           밤이면 도적이 무서워 북을 치고
晝防乞客每關扃           낮이면 거지를 막느라 문을 닫았네
平生盡道慈悲種           평생 동안 자비를 베풀라 말해 왔는데
今日何緣鄙吝萌           이제 와 어쩌자고 인색한 마음이 싹트는지
秖爲凶年暫如此           흉년 때문에 그저 잠시 이러는 것뿐
政非吾黨本心情           우리들의 본래 심정 이런 것은 아니라네
학 대사를 애도하며(挽學大師)
浮世光陰等擲梭           덧없는 세월은 북을 던지듯59) 빠른데
蓮花日課又成科           『연화경』 읽는 일과를 일생의 업으로 삼았네
縠穿忽出甁中雀           명주 마개를 뚫고 병 속의 새는 날아가고60)
藤倒寧留井上蛇           등나무 쓰러졌으니 우물가 뱀인들 머물까61)
燈照壁間新影像           벽 위의 새로 그린 진영에 등불 비추니
香殘匣裡舊袈裟           옷상자 속 낡은 가사에는 향기가 남아 있네
枯禪尙未情根斷           가신 스님의 정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으니
皐復聲中淚迸波           혼을 부르는 복復 소리에 눈물 솟는구나
【병 속의 참새와 우물가의 뱀 이야기는 동파東坡의 주석에 나온다. 『예기』에 “지붕 위에 올라가서 울부짖어 고하며 말하기를 ‘고 아무개’라 한다.”라고 하였다. 또 그 주석에는 “북쪽으로 향하여 하늘에 대고 고하기를 ‘고 아무개’라 하는 것은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복復’이란 혼이 되돌아와 주기를 기대해서 하는 말이니, 오늘날 옷을 가지고 혼을 부르는 것(招魂)과 같다.(瓶雀井蛇。 見東坡註。 禮升屋而號告曰臯某。 復註北面告天曰臯某。 死人名也。 復者。 謂魂返復也。 即今者。 以衣招魂之類也。)】
해남 이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海南李生員)
掉頭塵世謝閑名           티끌세상 머리 저어 명예를 사양하고
高臥林泉養性情           산천에 숨어 살며 성정을 수양하네
歲去不知雙鬂白           세월 흘러 흰머리 생기는 줄도 모르고
春來只管百花明           봄 되면 온갖 꽃 피어나는 것만 기쁘다네
三生緣薄逃君父           삼생62)의 인연이 박하여 임금과 부모를 등지고
四海人多視弟兄           온 세상 사람들을 모두 형제처럼 여기네

010_0223_a_01L
偶到先生宅蕭然水竹間

010_0223_a_02L逕仍迎客掃門爲讀書關

010_0223_a_03L潭影鳥雙度笻音僧獨還

010_0223_a_04L箕裘舊家業文字富藏山

010_0223_a_05L歎凶年

010_0223_a_06L
雲水生涯遇儉歲盡將橡粥度朝晡

010_0223_a_07L一盂三合吾何泰山下田家稗飯無(一)

010_0223_a_08L苦學經書未救飢五千餘卷竟何施

010_0223_a_09L雖然不改其中樂莫道從來見事遲(二)

010_0223_a_10L新參不到舊參去緘口三冬廢講經

010_0223_a_11L夜警賊人頻打皷晝防乞客每關扃

010_0223_a_12L平生盡道慈悲種今日何緣鄙吝萌

010_0223_a_13L秖爲凶年暫如此政非吾黨本心情(三)

010_0223_a_14L挽學大師

010_0223_a_15L
浮世光陰等擲梭蓮花日課又成科

010_0223_a_16L縠穿忽出甁中雀藤倒寧留井上蛇

010_0223_a_17L燈照壁間新影像香殘匣裡舊袈裟

010_0223_a_18L枯禪尙未情根斷皐復聲中淚迸波瓶雀
井蛇
010_0223_a_19L見東坡註禮升屋而號告曰臯某復註北面告天曰
臯某死人名也復者謂魂返復也即今者以衣
010_0223_a_20L招魂之
類也

010_0223_a_21L次海南李生員

010_0223_a_22L
掉頭塵世謝閑名高臥林泉養性情

010_0223_a_23L歲去不知雙鬂白春來只管百花明

010_0223_a_24L三生緣薄逃君父四海人多視弟兄

010_0223_b_01L向上法門深幾許           법문을 향해 나아온 길 얼마쯤 깊어졌을까
前程才過又前程           눈앞의 길을 겨우 지나니 또 앞길이 보이네
윤 한림63)의 〈장춘동에 들어가다〉라는 시운을 따서 짓다【윤 한림의 이름은 숙塾64)으로, 당시 해남에 귀양 와 있었다.】(次尹翰林入長春洞韵 【名塾。 時謫海南。】)
南國秋風內翰過           남국의 가을바람에 한림이 찾아오니
飽看山水聖恩波           성은을 입은 산과 물을 실컷 보았지
粹容淨似冲霄鶴           말끔한 얼굴은 하늘을 오르는 학과 같고
妙解精如擇乳鵝           정밀하고 묘한 지혜는 우유를 가려내는 거위65) 같네
明月滿時潮水大           밝은 달이 가득 차니 조수가 불어나고
白雲斷處海山多           흰 구름 걷히니 산과 바다도 드러나네
知君詩得江山助           그대의 시는 강산의 도움을 얻었고
萬木丹楓作錦坡           온갖 나무 단풍 들어 비단 언덕을 이루었네
상원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上院庵韵)
[1]
樹老雲深舊蘭若           고목으로 둘러싸인 산 깊은 옛 암자
長春洞上第三層           장춘동보다도 삼층이나 위에 있다네
先師講榻重來坐           선사의 강탑66)에 다시 와 앉으니
二十年前侍者僧           이십 년 전의 시자승이 된 듯하구나

[2]
諸天縹緲路登登           파랗고 아득한 하늘 길 오르고 올라서
冬栢陰中度幾層           동백나무 그늘 속을 몇 층이나 지나왔던가
山鳥山雲無俗狀           산새와 산 구름은 속된 모습이라곤 없으니
白頭扶杖更何僧           백발에 지팡이 짚고 오는 스님 그 누구신지
다시 윤 한림의 시운을 따서 짓다(又次尹翰林)
吟鞭和睡洞門過           시를 읊기도 하고 졸기도 하면서 골짜기 어귀를 지나니
冬栢陰中九曲波           동백나무 그늘 아홉 구비 물결을 이루었더라
香積秋羹烹木鼈           가을이라 구수하게 토란국을 끓이고
伊蒲午饌灼桑鵝           신도67)들 점심 찬으로는 버섯을 구웠네
老僧入定西歸遠           늙은 스님 선정에 들어 서쪽 먼 길 가 버린 사이
逐客登樓北望多           귀양 온 나그네 누각에 올라 자꾸 북쪽만 바라보네
愧我機鋒輸佛印           부끄러워라 예리한 말솜씨 불인을 이길 수 없으니
難將一轉壓東坡           말 한마디로 동파를 누르기는 어려우리라
【목별木鼈은 토란68)이다. 상아桑鵝는 뽕나무 버섯을 말한다. 동파東坡가 불인 요원佛印了元을 찾아가니, 요원이 막 불법을 강의하는데 제자들이 자리에 가득하였다. 요원이 말하였다. “나리께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동파가 대답하였다. “화상의 사대四大를 빌려 앉으려고 하오.” 요원이 다시 대답하였다 “산승이 말 한마디를 할 터이니, 만일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답을 한다면 소청대로 따르겠소. 그러나 그렇게 못하면 옥대玉帶를 풀어 나에게 주시오.” 동파는 즉시 허락하였다. 요원이 말하였다. “사대는 본래 빈 것이니 어떻게 앉으려고 합니까?” 그러자 동파가 말을 못하고 주저하다 옥대를 풀었다.(木鼈。 蹲鴟也。 桑鵝。 桑菌也。 東坡訪佛印了元。 元方說法。 學人滿座。 元曰內翰何來。 此間無坐處。 坡曰欲借和尙四大爲座。 元曰山僧有一轉語。 若言下即答。 當從所請。 不能則解玉帶與我。 坡許之。 元曰四大本空。 以何爲座。 坡擬議。 解玉帶。)】
윤 한림의 〈입춘〉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 【4수】(次尹翰林立春詩 【四首】)
[1]
玄籥吹灰暖有幾           검은 피리에 재를 불어69) 따뜻한 기미가 생겼나
卽看春色動山扉           봄빛이 산속 사립문 흔드는 것이 보이네
東風淑氣靑陽布           동풍은 맑은 기운으로 햇볕을 흩뿌리고
南國休徵瑞雪飛           남녘에 풍년이 들려나 서설이 내리네
溪鳥共傳新歲語           시냇가엔 새들이 새해 소식을 전하고
梅花如見故人歸           매화꽃 피니 옛 친구가 돌아온 듯 반가워라
元正欲向諸方去           정월 초가 되면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서
先辦兜羅白衲衣           솜을 마련하여 미리 가사를 기워 두었다네
【도라兜羅는 부드러운

010_0223_b_01L向上法門深幾許前程才過又前程

010_0223_b_02L次尹翰林入長春洞韵名塾
謫海南

010_0223_b_03L
南國秋風內翰過飽看山水聖恩波

010_0223_b_04L粹容淨似冲霄鶴妙解精如擇乳鵝

010_0223_b_05L明月滿時潮水大白雲斷處海山多

010_0223_b_06L知君詩得江山助萬木丹楓作錦坡

010_0223_b_07L次上院庵韵

010_0223_b_08L
樹老雲深舊蘭若長春洞上第三層

010_0223_b_09L先師講榻重來坐二十年前侍者僧(一)

010_0223_b_10L諸天縹緲路登登冬栢陰中度幾層

010_0223_b_11L山鳥山雲無俗狀白頭扶杖更何僧(二)

010_0223_b_12L又次尹翰林

010_0223_b_13L
吟鞭和睡洞門過冬栢陰中九曲波

010_0223_b_14L香積秋羹烹木鼈伊蒲午饌灼桑鵝

010_0223_b_15L老僧入定西歸遠逐客登樓北望多

010_0223_b_16L愧我機鋒輸佛印難將一轉壓東坡木鼈
蹲鴟

010_0223_b_17L桑鵝桑菌也東坡訪佛印了元元方說法
人滿座元曰內翰何來此間無坐處坡曰欲借和
010_0223_b_18L尙四大爲座元曰山僧有一轉語若言下即答
從所請不能則解玉帶與我坡許之元曰四大本
010_0223_b_19L以何爲座
坡擬議解玉帶

010_0223_b_20L次尹翰林立春詩四首

010_0223_b_21L
玄籥吹灰暖有幾卽看春色動山扉

010_0223_b_22L東風淑氣靑陽布南國休徵瑞雪飛

010_0223_b_23L溪鳥共傳新歲語梅花如見故人歸

010_0223_b_24L元正欲向諸方去先辦兜羅白衲衣兜羅
柔軟

010_0223_c_01L솜이다.(兜羅。 柔軟之綿也。)】

[2]
江梅暗動臘前幾           강가 매화는 은은하게 섣달 분위기를 풍기고
歲暮孤城晝掩扉           세밑의 외딴 성은 대낮에도 문을 닫아걸었네
天詔佇看丹鳳吐           임금의 조서에는 봉황이 토해 내는 듯한 말씀
旅懷長對白𩿨飛           나그네 회포에 오래도록 나는 갈매기를 쳐다보네
春生海邑人猶滯           바닷가 마을에 봄이 와도 사람은 여전히 막혀 있으니
家住秦京夢屢歸           서울에 있는 집에는 꿈속에나 자주 찾아가지
今日朝廷須賈誼           지금 조정은 가의70)처럼 간하는 충신을 기다리니
長沙未必淚沾衣           장사왕도 눈물로 옷깃을 적시고만 있진 않으리라

[3]
東風入律日初遲           동풍 불고 봄이 오니 해는 길어지고
和雨濛濛映細絲           온화한 봄비 부슬부슬 실처럼 내리네
暖氣未消衰鬂雪           따뜻한 기운도 흰 눈 같은 귀밑머리엔 소용없지만
寒梅欲放舊年枝           고고한 매화의 묵은 가지엔 꽃 피우려 하는구나
忘懷鳥不含花至           기억을 잊은 새는 꽃을 물고 오지 않고
聽法龍能變貌隨           불법을 들은 용은 모습을 바꾸어 따르네
强賦春詞題壁上           억지로 봄노래를 지어 벽에 붙이니
區區非是爲吾私           구구하게 나만을 위하여 그런 것은 아니라오
【우두牛頭가 4조祖를 뵙기 전에는 온갖 새들이 꽃을 물고 와서 공양하였는데, 4조를 뵙고 나자 성속聖俗을 헤아리는 분별이 다 없어져서 새들도 꽃을 물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牛頭未見四祖時。 百鳥含花來供。 見四祖。 聖量都忘。 花鳥不來。)】

[4]
天涯逐客賜環遲           아득히 먼 귀양살이 풀려나기 더딘데
又見新春鬂欲絲           다시 새봄을 맞아 머리는 희어져 가네
愁裡鴈過南海岸           시름 속에 기러기는 남쪽 바닷가를 지나고
夢中花發上林枝           꿈속의 꽃은 상림원上林苑71)에 피었구나
玉盤生菜何由對           옥소반의 생나물을 어쩌다 마주하게 되었나
金闕朝斑末得隨           궁궐의 벼슬자리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네
聞道元朝殷網解           정월 초하루에 죄인을 사면한다 하니
歸輸丹悃答恩私           돌아가면 일편단심 은혜에 보답하리라
조 사백72)이 〈입춘〉이란 시에 화답한 시운을 따서 짓다 【2수】(次曺詞伯和立春韵 【二首】)
[1]
明滅殘燈夜尙遲           깜빡깜빡 등불 빛에 밤은 오히려 더디 가고
一牀談笑析豪絲           한 자리 담소로 미세한 터럭 끝까지 밝혀 내었네
燒痕靑入王孫草           불탄 자리의 차나무엔 푸른 싹이 돋아나고
暖谷紅歸杜宇枝           따뜻한 계곡의 진달래 가지에도 붉은빛이 돌아오네
殊道何妨深契托           도가 다르다고 서로의 깊은 정을 방해하겠는가
同心端合數追隨           한마음으로 단합하여 서로 자주 따랐었네
相看各自逢衰暮           바라보면 나이는 어느덧 절로 늙어 가는데
造化於人不用私           만물의 조화는 사람에게 사사로운 정을 두지 않는구나

[2]
明哲由來早見幾           명석한 머리로 일찍부터 세상일 알아보고
角巾韋帶臥柴扉           각건과 가죽띠를 사립문에 놓아두었네
詩從浩蕩春風得           시는 호탕한 봄바람 따라 얻어지니
興入淸虛境界飛           흥취가 청허한 경계로 날아드네
層㵎水和明月落           골짜기 계곡물은 달빛에 섞여 떨어지고
上方僧與白雲歸           상방의 스님은 구름과 함께 돌아가네
悠悠䆠海浮沈客           오래도록 벼슬길을 오르내리던 사람은
老大空悲末拂衣           일찍 떠나지 못한 일 늙어서야 부질없이 슬퍼하네73)
윤 사백이 보내온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詞伯來韵)

010_0223_c_01L之綿
(一)

010_0223_c_02L江梅暗動臘前幾歲暮孤城晝掩扉

010_0223_c_03L天詔佇看丹鳳吐旅懷長對白𩿨飛

010_0223_c_04L春生海邑人猶滯家住秦京夢屢歸

010_0223_c_05L今日朝廷須賈誼長沙未必淚沾衣(二)
010_0223_c_06L東風入律日初遲和雨濛濛映細絲

010_0223_c_07L暖氣未消衰鬂雪寒梅欲放舊年枝

010_0223_c_08L忘懷鳥不含花至聽法龍能變貌隨

010_0223_c_09L强賦春詞題壁上區區非是爲吾私牛頭
未見

010_0223_c_10L四祖時百鳥含花來供
四祖聖量都忘花鳥不來
(三)

010_0223_c_11L天涯逐客賜環遲又見新春鬂欲絲

010_0223_c_12L愁裡鴈過南海岸夢中花發上林枝

010_0223_c_13L玉盤生菜何由對金闕朝斑末 [11] 得隨

010_0223_c_14L聞道元朝殷網解歸輸丹悃答恩私(四)

010_0223_c_15L次曹詞伯和立春韵二首

010_0223_c_16L
明滅殘燈夜尙遲一牀談笑析豪 [12]

010_0223_c_17L燒痕靑入王孫草暖谷紅歸杜宇枝

010_0223_c_18L殊道何妨深契托同心端合數追隨

010_0223_c_19L相看各自逢衰暮造化於人不用私(一)
010_0223_c_20L明哲由來早見幾角巾韋帶臥柴扉

010_0223_c_21L詩從浩蕩春風得興入淸虛境界飛

010_0223_c_22L層㵎水和明月落上方僧與白雲歸

010_0223_c_23L悠悠䆠海浮沈客老大空悲末 [13] 拂衣(二)

010_0223_c_24L次尹詞伯來韵

010_0224_a_01L衲衣今已稱身裁           이미 몸에 맞는 가사를 지어 놓았으니
不怕嚴冬雪滿臺           누대에 쌓인 한겨울 눈도 두렵지 않네
天地逢春佳氣動           천지에 봄이 오면 좋은 기운 들썩이고
西南得友好懷開           서남에서 벗을 만나 회포를 모두 풀리라
炤江寒影聞征鴈           달 비친 쌀쌀한 강물엔 떠나는 기러기 소리
入戶淸香拂早梅           창을 뚫고 들어오는 맑은 매화 향기
歲暮盍簮眞勝事           세밑에 벗을 만나면74) 참으로 좋은 일이니
不妨山逕破新苔           산길에 새로 돋아난 이끼를 좀 밟은들 어떠하랴
또 그의 오언율시의 운을 따서 짓다(又次五言律)
臘月看看盡             보아하니 섣달도 다 지나서
乾坤歲欲更             한 해가 또 바뀌려 하네
瘦肩嫌衲重             수척한 어깨엔 무거운 가사가 부담스럽고
禿髮喜頭輕             벗겨진 머리는 가벼워서 좋기만 하네
已分烟霞癖             산속 생활이 이미 분수에 맞으며
還知寵辱驚             총애나 모욕 따위 꺼려야 할 것임을 안다네
與君時一笑             그대와 더불어 이따금 웃어 가면서
聊可慰餘生             그렇게 남은 생애 위로하면 좋겠네
윤 한림의 〈섣달 그믐날 밤에〉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 【2수】(次尹翰林除夜韵 【二首】)
[1]
孤燈守歲夜虛遙           외로운 등불 적막한 한 해의 마지막 밤을 지키고
寶篆燒香火未消           부처님 앞에 타던 향불 아직 꺼지지 않았네
鬱壘神茶更舊板           울루와 신다75)의 낡은 그림을 바꾸니
寒梅弱柳吐新條           고고한 매화 보드라운 버들 새 가지를 싹 틔우네
淸時萬國皆同軌           화평한 시절엔 만국의 수레 폭이 같아지니76)
聖壽千年作一朝           성수 천년이 마치 하루아침 같구나
禮訖蓮壇翹首望           예가 끝난 연화대를 머리 들어 바라보니
五雲長繞九重宵           오색구름이 구중의 하늘에 길게 둘러 있네

[2]
一入靑山與世遙           일단 청산에 들어와 세상과 멀어지니
如今萬事已氷消           모든 일들 이제는 얼음 녹듯 사라졌네
充膓藜藿全無糝           쌀알 없는 나물국으로 배 속을 채우고
掩體袈裟半失條           반 넘게 해진 가사로 몸뚱이를 가리네
浪跡東西南北寺           동서남북 이 절 저 절 걸음을 옮기며
流年三萬六千朝           떠돌아다녔던 한평생 세월이여
手中常握斬魔劒           손에는 언제나 마귀를 베어 없앨 칼을 부여잡고
凜凜寒光射碧虛           늠름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하늘을 쏘아보노라
【공자에게 나물국만 있었고 멥쌀은 없었다고 한다.(孔子藜羹。 不糝也。)】
정월 초하루에 책력과 부채를 보내준 데 감사하며 그 시의 운을 따서 짓다 【4수】(次謝元日送曆扇 【四首】)
[1]
不知今夕是何年           오늘 저녁 이날이 어느 해인지 모르도록
山外春秋政杳然           산문 밖 세상의 날들은 아득할 뿐이었는데
多謝堯蓂來錫我           보내 준 달력77)을 참으로 감사하게 받고서
三陽已啓臘前天           섣달이 벌써 지나 정월78) 됨을 알았네

[2]
記得崇禎紀號年           숭정79)의 연호를 기억하노니
大明日月尙昭然           대명의 세월은 아직도 밝아라
山僧亦有彛倫在           산승 또한 지키는 떳떳한 윤리는 있는 법
厭見昆明劫後天           오랑캐가 나타난 그 뒤 세월은 보기도 싫다네

[3]

010_0224_a_01L
衲衣今已稱身裁不怕嚴冬雪滿臺

010_0224_a_02L天地逢春佳氣動西南得友好懷開

010_0224_a_03L炤江寒影聞征鴈入戶淸香拂早梅

010_0224_a_04L歲暮盍簮眞勝事不妨山逕破新苔

010_0224_a_05L又次五言律

010_0224_a_06L
臘月看看盡乾坤歲欲更

010_0224_a_07L瘦肩嫌衲重秃髮喜頭輕

010_0224_a_08L已分烟霞癖還知寵辱驚

010_0224_a_09L與君時一笑聊可慰餘生

010_0224_a_10L次尹翰林除夜韵二首

010_0224_a_11L
孤燈守歲夜虛遙寶篆燒香火未消

010_0224_a_12L鬱壘神茶更舊板寒梅弱柳吐新條

010_0224_a_13L淸時萬國皆同軌聖壽千年作一朝

010_0224_a_14L禮訖蓮壇翹首望五雲長繞九重宵(一)

010_0224_a_15L一入靑山與世遙如今萬事已氷消

010_0224_a_16L充膓藜藿全無糝掩體袈裟半失條

010_0224_a_17L浪跡東西南北寺流年三萬六千朝

010_0224_a_18L手中常握斬魔劒凜凜寒光射碧虛孔子
藜羹

010_0224_a_19L不糝
(二)

010_0224_a_20L次謝元日送曆扇四首

010_0224_a_21L
不知今夕是何年山外春秋政杳然

010_0224_a_22L多謝堯蓂來錫我三陽已啓臘前天(一)

010_0224_a_23L記得崇禎紀號年大明日月尙昭然

010_0224_a_24L山僧亦有彛倫在厭見昆明刼後天(二)

010_0224_b_01L曆中首載乾隆年           책력의 첫머리에 건륭80) 연호가 실렸으니
一展看來一愴然           한 번 펴 볼 때마다 번번이 서글프구나
每恨當時肉食鄙           그때에 침략 당한 일 언제 생각해도 한스러워
胡塵遠及海東天           오랑캐의 흙먼지 우리나라 하늘까지 미쳤었지
【이상 두 수는 “건륭의 해와 달이 여러 하늘을 합쳤다.”라는 원래의 시 구절에 답한 것이다.(右二。 答元韵乾隆日月合諸天之句也。)】

[4]
仁風便面白團扇           인풍81)과 편면82)과 백단83) 부채에는
折得篔簹塗郯藤           왕대를 깎아서 섬계의 종이84)를 붙였다네
許與山僧還未可           산승더러 아무리 가라 해도 나는 돌아갈 수 없으니
卽今天地足蒼蠅           오늘의 세상에는 파리 떼 같은 소인배만 가득하네
【첫 구의 여섯 글자는 세 종류의 부채의 이름이다. 옛 시에 “강호에는 백조가 많고, 세상에는 파리가 들끓네.”라고 하였다. 이 시에서 백조는 바로 교룡이다. 파리는 소인에 비유한 것이다.(初句六字。 扇之三名。 古詩。 江湖多白鳥。 天地足蒼蠅。 白鳥。 蛟也。 蒼蠅喩小人也。)】
금호 윤면이 찾아와 지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尹琴湖 【沔】 來韵)
飯進朝盤粥進脯           아침 소반에 밥 대신 죽을 올리면
禪家活計未全無           절집에서 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네
蟾輪影透蝦鬚箔           달그림자 주렴85)을 뚫고 스며들고
牛首香浮鵲尾爐           약탕기에는 신농씨86)의 약 향기 피어오르네
千里從師魚共遠           천 리 길 스승 따라 나서니 편지도 멀어지고
百年多病鶴同臞           한평생 병이 많아 학처럼 야위었네
叢林安得圓機士           절집에서 어떻게 하면 근기 원만한 선비를 얻어
講說華嚴道不孤           『화엄경』 강설할 때에 외롭지 않을까
금호가 찾아온 것에 대한 답례로 지은 시(謝琴湖來訪)
[1]
滿山春色好誰看           온 산 가득한 봄빛 누구와 함께 볼까 했는데
却喜吟笻來扣關           반갑게도 시 좋아하는 손님 빗장을 두드렸네
虛室月隨君共到           비었던 방에 그대 따라 달빛도 같이 들어오고
幽林雲與我俱閑           깊은 숲의 구름도 나와 함께 한가하네
燈花細墜香爐上           등잔 불꽃 향로 위로 찬찬히 떨어지는데
詩軸交排几席間           시축을 책상 앞에 나란히 펼쳐 놓았네
一宿蒲團歸去後           이렇게 하룻밤 절집에서 묵고 가 버리면
令人愁對碧展顔           좋은 친구 다시 못 만날까 걱정이라네

[2]
虛樓獨立送君朝           빈 누각에 홀로 서서 그대를 보내는 아침
樓外千峯雪盡消           누각 밖 봉우리마다 눈은 모두 녹았구나
靑草織成寒士帶           푸른 풀로는 가난한 선비의 띠를 짜고
白雲裁作老僧袍           흰 구름 솜을 삼아 노승의 가사를 지으리
蔬章愧我多齊氣           나의 거친 문장 제나라 글처럼 속되니 부끄럽구나
雪曲知君學楚謠           그대의 〈백설곡〉87)은 초나라 노래인 걸 알겠네
瑚璉終爲廟堂器           호련88)의 바탕을 가진 그대 결국은 묘당의 그릇이 되리니
肯將蹤跡混漁樵           그대의 발자취가 어찌 어부나 나무꾼들과 섞일 수 있겠나
【정강성의 집에 부추와 같이 생긴 풀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허리띠를 만들 수 있었다. 제齊나라의 문체는 속되고 느슨하였다고 한다.(鄭康成家。 有草如薤。 可以爲帶。 齊俗文體舒緩。)】
금호의 30운 배율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琴湖三十韵排律)
雲林無鳳侶             구름 낀 숲속에는 봉황의 짝이 없어도
人世有鴻賢             저 바깥세상에는 큰선비가 있다네
一笑忘形器             한 번 마주 웃고선 서로의 입장 잊고서
三章寄簡編             세 번이나 글을 지어 편지를 부쳐 왔네

010_0224_b_01L曆中首載乾隆年一展看來一愴然

010_0224_b_02L每恨當時肉食鄙胡塵遠及海東天右二
答元

010_0224_b_03L韵乾隆日月合
諸天之句也
(三)
010_0224_b_04L仁風便面白團扇折得篔簹塗郯 [14]

010_0224_b_05L許與山僧還未可卽今天地足蒼蠅初句
六字

010_0224_b_06L扇之三名古詩江湖多白鳥天地
足蒼蠅白鳥蛟也蒼蠅喩小人也
(四)

010_0224_b_07L次尹琴湖來韵

010_0224_b_08L
飯進朝盤粥進脯禪家活計未全無

010_0224_b_09L蟾輪影透蝦鬚箔牛首香浮鵲尾爐

010_0224_b_10L千里從師魚共遠百年多病鶴同臞

010_0224_b_11L叢林安得圓機士講說華嚴道不孤

010_0224_b_12L謝琴湖來訪

010_0224_b_13L
滿山春色好誰看却喜吟笻來扣關

010_0224_b_14L虛室月隨君共到幽林雲與我俱閑

010_0224_b_15L燈花細墜香爐上詩軸交排几席間

010_0224_b_16L一宿蒲團歸去後令人愁對碧展顔(一)

010_0224_b_17L虛樓獨立送君朝樓外千峯雪盡消

010_0224_b_18L靑草織成寒士帶白雲裁作老僧袍

010_0224_b_19L蔬章愧我多齊氣雪曲知君學楚謠

010_0224_b_20L瑚璉終爲廟堂器肯將蹤跡混漁樵鄭康
成家

010_0224_b_21L有草如薤可以爲
齊俗文體舒緩
(二)

010_0224_b_22L次琴湖三十韵排律

010_0224_b_23L
雲林無鳳侶人世有鴻賢

010_0224_b_24L一笑忘形器三章寄簡編

010_0224_c_01L爐香知宿願             향로의 향기에서는 오랜 염원을 알았고
瓮像驗前緣             옹기에서 나온 모습 전생의 인연을 알았네89)
隱顯雖殊迹             숨고 드러나는 일 비록 자취는 다르지만
飛潜本一天             날거나 잠기거나 어차피 한 하늘 아래라네
托交同不露             의지하고 사귀면서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論道兩無偏             도를 논할 때에도 둘 다 치우침이 없었네
閑態雲生峀             한가한 모습은 구름 이는 산꼭대기 같고
淸標月印川             맑은 의표는 시냇물에 찍힌 달 같구나
欲參獅子座             고승의 강석에 참여하고자
暫撤虎皮筵             잠깐 호피 자리를 거뒀구나
馬渡長春水             말 몰아 장춘동의 물을 건너고
笻飛上院巓             지팡이 짚고 상원암 꼭대기로 날았네
午盤分粥飯             점심 소반에는 죽과 밥을 나누고
夜戶借床眠             밤이면 침상을 빌려 잠을 잤네
頓了三生債             문득 삼생의 빚을 다 갚고
都忘萬事攣             온갖 얽힌 인연을 모두 잊었네
迂愚非韵釋             어리석지만 시나 좋아하는 중 아니니
枯黙類寒蟬             묵묵하고 야윈 것이 가을매미90)와 같네
衣鉢尋常分             옷과 발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어 주고
經書四十年             경서를 사십 년 동안 섭렵하였네
心花閑自發             마음의 꽃은 한가하게 절로 피어나고
胸火冷無煎             가슴속 울화 차갑게 식어 타는 일 없다네
日月鉤窓過             해와 달은 갈고리처럼 창가를 지나고
乾坤螘磨旋             하늘과 땅은 개미처럼 맷돌 위를 도네
浮生良可歎             덧없는 인생 참으로 한탄스럽다
晩課實宜專             늦은 공부니 마땅히 전념해야지
竺典窺牛乘             소를 타고서도 불교경전을 읽고
魯墳覵蠹篇             너덜대도록 유교경전을 보아서
宗門傳紫衲             종문에 붉은 가사를 전하고
家業守靑氊             집안에 훌륭한 가업91)을 지켰네
栢樹通禪旨             잣나무 밑에서 선지를 통했고
芸窓秘妙筌             책방92)에는 비밀스러운 이치를 터득했네
固知同臭腐             사실 냄새로야 똑같은 사람임을 알지만
敢望較嬋姸             어여쁜 마음이야 감히 비교할 수 있겠나
短葛依松迸             짧은 칡은 소나무를 의지해 오르고
痴蠅附驥翾             못난 파리는 말에 붙어 날 수 있지93)
窘兵元局促             궁지에 몰린 병사는 그저 벌벌 떨지만
勁將任闐騈             굳센 장수는 뜻대로 펄펄 난다네
並駕疑相埒             함께 달릴 땐 언뜻 다 같은 듯 보여도
爭鞭却不然             채찍질하며 다투어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네
鈍機輸一轉             둔한 지혜로 애써 한 번 구르지만
愁思費三迁             시름겨운 생각 헛되이 세 번을 옮기네
興倦將頹枕             지쳐서 결국 베개에 쓰러지리니
心焦欲掬泉             타는 마음에 샘물이나 마시고자 하네
詎非閑事惱             한가로운 번뇌야말로 어찌
便是外魔牽             마귀의 끄달림이 아니겠는가
雪盡窮林暖             눈 녹아 깊은 숲속이 따뜻해지니
陽回細草芊             봄이 찾은 언덕에는 보드라운 풀싹이 돋네

010_0224_c_01L爐香知宿願瓮像驗前緣

010_0224_c_02L隱顯雖殊迹飛潜本一天

010_0224_c_03L托交同不露論道兩無偏

010_0224_c_04L閑態雲生峀淸漂月印川

010_0224_c_05L欲叅獅子座暫撤虎皮筵

010_0224_c_06L馬渡長春水笻飛上院巓

010_0224_c_07L午盤分粥飯夜戶借床眠

010_0224_c_08L頓了三生債都忘萬事攣

010_0224_c_09L迂愚非韵釋枯黙類寒蟬

010_0224_c_10L衣鉢尋常分經書四十年

010_0224_c_11L心花閑自發胸火冷無煎

010_0224_c_12L日月鉤窓過乾坤螘磨旋

010_0224_c_13L浮生良可歎晩課實宜專

010_0224_c_14L竺典窺牛乘魯墳覵蠹篇

010_0224_c_15L宗門傳紫衲家業守靑氊

010_0224_c_16L栢樹通禪旨芸窓秘妙筌

010_0224_c_17L固知同臭腐敢望較嬋姸

010_0224_c_18L短葛依松迸痴蠅附驥翾

010_0224_c_19L窘兵元局促勁將任闐騈

010_0224_c_20L並駕疑相埒爭鞭却不然

010_0224_c_21L鈍機輸一轉愁思費三迁

010_0224_c_22L興倦將頹枕心焦欲掬泉

010_0224_c_23L詎非閑事惱便是外魔牽

010_0224_c_24L雪盡窮林暖陽回細草芊

010_0225_a_01L人間上元屆             세상에서 정월 보름이라는 날이 돌아오니
天上滿輪懸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걸려 있네
鑽燧知新改             새해라고 불씨도 새로 바꾸었으니94)
陰陽問幾禪             음과 양은 몇 번이나 바뀌었나
遺風糲作飯             세상 풍속에는 현미로 밥을 짓고
古俗紙爲鳶             옛날 풍속에는 종이로 연을 만든다네
佳節尋前約             아름다운 명절에 옛 약속을 지켜
淸詩慰暫𠎝             좋은 시로 서로의 허물을 위로하였네紅樓千載事             홍루원紅樓院의 천 년 전 일처럼
今日合齊肩             우리 오늘 어깨를 나란히 하세
【노향爐香은 『간재집簡齋集』의 주註를 참고하라. ◯ 옹상瓮像이란 지영智永 선사와 형화박邢和璞과 관련된 고사이다. ◯ 의마선蟻磨旋은 『포박자抱朴子』에 나오는 말로 “해와 달이 오른쪽으로 돌아도 하늘을 따라서 왼쪽으로 구르게 되니, 이것은 마치 개미가 맷돌 위를 기어가는데 맷돌은 왼쪽으로 돌고 개미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것과도 같다. 맷돌이 빨리 돌면 개미는 천천히 가려 해도 할 수 없이 맷돌이 왼쪽으로 도는 것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 현미밥이란 신라 사금갑射琴匣95) 사건을 말한다. 이석李石이 이르기를 “지금의 종이 연은 실을 달고 위로 올라가서 아이들로 하여금 우러러보면서 입을 벌리게 하므로 내열을 제거하게 한다.”라고 하였다. ◯ 광선상인廣仙上人이 영호초令狐楚96)와 함께 홍루원紅樓院에서 서로 시를 주고받았다.(爐香。 見簡齋集註。 ◯ 瓮像。 智永邢和璞事。 ◯ 蟻磨旋。 抱朴子云。 日月右行。 隨天左轉。 如蟻行磨上。 磨左旋而螘右行。 磨疾而螘遲。 不得不隨。 磨左旋。 ◯ 糲飯。 新羅射琴匣事。 李石云。 今之紙鳶。 引絲以上。 令兒仰望張口。 洩內熱。 ◯ 廣仙上人。 與令狐楚。 互相酬唱於紅樓院中也。)】
윤금호가 부쳐 온 시의 운을 따서 짓다【담대멸명澹臺滅明97)은 공자의 문인이다.】(次尹琴湖見寄 【澹𡋛滅明。 孔子門人也。】)
空谷蛩音斷             빈 골짜기에 벌레 소리 끊어지고
岩扉晝不開             바위 문98)은 낮에도 열리지 않네
月姸雲自妬             달빛이 너무 고와 구름도 질투하고
花懶雨相催             꽃이 더디 피니 비가 재촉을 하네
佳節淸明至             좋은 계절 청명이 옴에
故人消息來             친구의 소식도 함께 왔구나
夕陽山影轉             석양에 산 그림자 옮겨 가는데
悄坐憶澹臺             초연히 앉아 담대멸명을 그리네
『명각사어록』에 부치다 【스님은 명나라 사람이나 순치順治99) 황제를 섬겨 명각明覺이라는 호를 받았다.】(題明覺師語錄 【師以明朝人。 事順治。 受明覺之號也。】)
生長明朝老事淸           명明에서 나고 자란 몸 늙어서는 청淸을 섬겼으니
嗟君大義未分明           안타깝지만 그대는 대의가 분명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一片丹心當不變           오로지 한결같은 진실한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할 터
首陽山色古今靑           수양산 산빛은 예나 지금이나 푸르다오
여섯 폭 병풍에 당시를 쓰고 그 운을 따서 중암에 부치다(六疊屛風寫唐詩次題中庵)
[1]
晩江潮退露晴沙           조수 빠진 저문 강에 맑게 드러난 모래밭
岸上孤村六七家           언덕 위 외딴 마을에는 인가 예닐곱 채
何處漁歌驚宿鷺           어디선가 들려오는 뱃노래 해오라기 잠을 깨우면
雙雙飛出拂汀花           쌍쌍이 날아올라 물가의 꽃을 흔들고 지나네

[2]
處處江村麥秀靑           강 마을 곳곳마다 푸릇푸릇 보리 이삭
船回南浦暮烟生           남포에 배 들어오면 저녁밥 짓는 연기 이네
樓前滄海通吳楚           누각 앞 푸른 바다 오나라 초나라로 통하니
獨立層欄萬古情           층계 난간에 홀로 서서 지난날을 그려 보네

[3]
擧世皆忙我獨閑           온 세상이 바쁜데 나만 홀로 한가하니
白雲時與靜中還           흰 구름 때때로 고요한 거처에 찾아오네
相逢却恨非吾意           만나면 한스런 이별 내 뜻은 아니지만
一宿明朝又出山           한 밤 자고 아침이면 또 산을 나가리라

[4]
漁翁橫笛夕陽天           어부의 피리 소리 석양의 하늘을 가르고
一帶滄波兩岸烟           일렁이는 푸른 물결 양쪽 언덕에 물보라 일으키네

010_0225_a_01L人間上元屆天上滿輪懸

010_0225_a_02L鑽燧知新改陰陽問幾禪

010_0225_a_03L遺風糲作飯古俗紙爲鳶

010_0225_a_04L佳節尋前約淸詩慰暫𠎝

010_0225_a_05L紅樓千載事今日合齊肩爐香見簡齋集
◆瓮像智永

010_0225_a_06L邢和璞事 ◆蟻磨旋抱朴子云日月右行隨天左
如蟻行磨上磨左旋而螘右行磨疾而螘遲

010_0225_a_07L得不隨磨左旋 ◆糲飯新羅射琴匣事 ◆李石云
今之紙鳶引絲以上令兒仰望張口洩內熱 ◆廣

010_0225_a_08L仙上人與令狐楚
相酬唱於紅樓院中也

010_0225_a_09L次尹琴湖見寄澹𡋛滅明
子門人也

010_0225_a_10L
空谷蛩音斷岩扉晝不開

010_0225_a_11L月姸雲自妬花懶雨相催

010_0225_a_12L佳節淸明至故人消息來

010_0225_a_13L夕陽山影轉悄坐憶澹臺

010_0225_a_14L題明覺師語錄師以明朝人事順
受明覺之號也

010_0225_a_15L
生長明朝老事淸嗟君大義未分明

010_0225_a_16L一片丹心當不變首陽山色古今靑

010_0225_a_17L六疊屛風寫唐詩次題中庵

010_0225_a_18L
晩江潮退露晴沙岸上孤村六七家

010_0225_a_19L何處漁歌驚宿鷺雙雙飛出拂打花(一)

010_0225_a_20L處處江村麥秀靑船回南浦暮烟生

010_0225_a_21L樓前滄海通吳楚獨立層欄萬古情(二)

010_0225_a_22L擧世皆忙我獨閑白雲時與靜中還

010_0225_a_23L相逢却恨非吾意一宿明朝又出山(三)

010_0225_a_24L漁翁橫笛夕陽天一帶滄波兩岸烟

010_0225_b_01L風浪搖竿魚不食           풍랑이 낚싯대를 흔들어 대니 고기도 물리지 않아
更謀夜釣覆簑眠           이따 밤낚시나 하자며 도롱이 덮고 잠들어 버리네

[5]
岩花片片春猶殘           봄이 아직 남았는지 바위에 꽃잎 날리고
路入松陰杖屨寒           소나무 숲 그늘에 들어서니 산책길 서늘하네
溪鳥不知行亦定           시냇가에 우짖는 새는 갈지 말지 모르고
隔林相喚欲相干           숲속의 이쪽저쪽에서 서로 찾아 불러 대네

[6]
海上孤庵枕海聲           바다 위 외딴 암자 파도 소리를 베고 누웠으니
舟中仰看若乾城           배 안에서 쳐다보면 꼭 신기루 같구나
碧桃花發詩仙到           복사꽃이 피어나면 시선이 오리니
共說山雲水月情           함께 구름이며 달이며 정답게 이야기 나누리라
【건달바신乾闥婆神이 숨을 불어 넣어 공중에 성곽을 만드는데, 해가 뜨면 사라진다고 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신기루라는 것이다.(乾闥婆神。 噓氣成空中城郭。 日出則消。 所謂蜃樓也。)】
‘생’ 자 운을 가지고 다시 읊다(重吟生字)
雲缺南天江面靑           구름 사이로 남녘 하늘 강물처럼 푸르고
白鷗飛去數峯生           흰 갈매기 날아간 곳 산봉우리 드러나네
西來祖意無人識           서쪽에서 온 조사의 뜻 아는 사람 없으니
少室山前獨感情           소실산100) 앞 나 홀로 감정이 북받치네
중봉의 〈숨어 사는 즐거움을 노래한 가사〉에 화답하다 【16수】(和中峯樂隱詞 【十六首】)
[1]
露柱灯籠              받침대가 다 드러난 등롱 밑에서
話會禪宗              선종 이야기를 나누니
何處不逢              자나불遮那佛101)을 어디서든 만나지 못할까 秖遮是
若更議擬              만일 다시 헤아리고 따진다면
手揑虛空              손으로 허공을 붙잡는 격이지
그저 산처럼 편안하고 돌처럼 굳고 칼끝처럼 날카로우리라 且安如山 堅如石 利如鋒
[2]
海上有峯              바다 위에 봉우리 있어
吐月噓風              달을 토하고 바람을 불어 대는데
高臥其中              주인집 아들이 그 가운데 높이 누웠네 主人子
魚鳥相認              고기와 새도 서로 친하고
麋鹿同踪              사슴과 고라니가 함께 뛰노네
칼로 뱀을 베고 지팡이로 범을 쫓고 주발에다 용을 감추었다네 有劒斬蛇 杖解虎 鉢藏龍
[3]
了無塵覊              속세에 얽매임이 없으니
可期蓮栖              연화대에 앉기를 기약하고
講華嚴 時逢圓機           『화엄경』 강하노라면 때로 원만한 근기를 가진 제자를 만나네
我松我食              나의 소나무를 내가 먹고
我岩我扉              나의 바위로 내 집을 삼아서
너와 나 모두 잊으며 영욕도 잊고 시비도 잊었노라 惟忘物我 忘榮辱 忘是非
[4]
有松有虀              소나무도 있고 나물도 있어
活計便宜              먹고 살기에 편안하고
身强健 盃蛇斷疑           몸 강건하니 술잔 속의 뱀102)도 의심하지 않네
雲月知己              구름과 달은 나를 알아주는 벗이고
猨鳥同嬉              원숭이와 새가 함께 뛰노는 친구라
忌衆海赴 德風吹 名翼飛       세속 바다에 나가 덕풍을 불며 명예를 날리는 일 꺼린다네

[5]
身忘儉奢              몸은 검소니 사치니 하는 생각을 잊었고
境絶喧譁              마음의 경계엔 시끄러움도 끊어졌으며
有破袈裟              두 어깨에는 찢어진 가사를 걸쳤다네 撘兩肩
夢歸安養              꿈결인 듯 극락세계에 들어가니
蓮花如車              연화대가 수레와 같구나
豈不可勉 不可樂 不可誇       어찌 힘쓰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으며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010_0225_b_01L風浪搖竿魚不食更謀夜釣覆簑眠(四)

010_0225_b_02L岩花片片春猶殘路入松陰杖屢寒

010_0225_b_03L溪鳥不知行亦定隔林相喚欲相干(五)

010_0225_b_04L海上孤庵枕海聲舟中仰看若乾城

010_0225_b_05L碧桃花發詩仙到共說山雲水月情乾闥
婆神

010_0225_b_06L噓氣成空中城郭
出則消所謂蜃樓也
(六)

010_0225_b_07L重吟生字

010_0225_b_08L
雲缺南天江面靑白鷗飛去數峯生

010_0225_b_09L西來祖意無人識少室山前獨感情

010_0225_b_10L和中峯樂隱詞十六首

010_0225_b_11L
露柱灯籠話會禪宗秖遮是何處不逢

010_0225_b_12L若更議擬手揑虛空且安如山堅如

010_0225_b_13L利如鋒(一)

010_0225_b_14L海上有峯吐月噓風主人子高臥其中

010_0225_b_15L魚鳥相認麋鹿同踪有劒斬蛇杖解

010_0225_b_16L鉢藏龍(二)

010_0225_b_17L了無塵覊可期蓮栖講華嚴時逢圓機

010_0225_b_18L我松我食我岩我扉惟忘物我忘榮

010_0225_b_19L忘是非(三)

010_0225_b_20L有松有虀活計便宜身强健盃蛇斷疑

010_0225_b_21L雲月知己猨鳥同嬉忌衆海赴德風

010_0225_b_22L名翼飛(四)

010_0225_b_23L身忘儉奢境絶喧譁撘兩肩有破袈裟

010_0225_b_24L夢歸安養蓮花如車豈不可勉不可

010_0225_c_01L[6]
行增功加              행실도 더 닦고 공덕도 더욱 쌓으면
漸抽道芽              점점 도의 싹이 트련만
日用事 種菜灌花           날마다 하는 일이란 씨 뿌리고 꽃 물 주는 일이라네
明月爲友              밝은 달 벗을 삼고
白雲爲家              흰 구름 집을 삼았으니
가사 한 벌 밥 한 발우 차 한 잔으로 만족할 일이라네 足一衲衣 一鉢飯 一椀茶
[7]
靈芝可飡              영지버섯은 먹을 수 있지만
惡草可刪              잡풀은 깎아 내야 한다네
白雲封關              왕래가 다 끊어지니 집은 구름 속에 묻혔네 絶去來
奇花多品              기이한 꽃도 가지가지
白朱相間              흰색 붉은색 마구마구 섞여 있네
得伊麽居 伊麽足 伊麽閑       이만하면 살 만하고 이만하면 만족하며 이만하면 한가하지

[8]
世道甚艱              세상살이 너무나 어려워라
蜀道非難              촉나라 가는 길103)은 어려운 것도 아니네
歸去來 梦斷塵寰           〈귀거래사〉를 노래하며 꿈길에도 속세를 끊었다네
誦諸佛敎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우며
參祖師關              조사의 요점을 참구한다네
喜僧歸寺 鶴歸松 雲歸山       스님은 절로 돌아가고 학은 소나무로 돌아가며 구름은 산으로 돌아가는구나

[9]
夜倚層樓              한밤중 누각 난간에 기대서니
簾月如鉤              발 사이로 보이는 달 갈고리 같구나
山中事 物物淸幽           산속의 모든 것은 깨끗하고 그윽하네
松花一鉢              발우 하나에 송홧가루
雪乳半甌              눈처럼 하얀 우유 반 병
聊足生涯 閑身世 度春秋       그저 이렇게 한평생 만족하고 한가롭게 지내며 세월을 보내리라

[10]
幽庵短笆              깊은 산 암자에 나지막한 대나무 울타리
瑤草琪花              어여쁜 풀과 진귀한 꽃들
三曲四斜              한 무더기 대나무는 꾸불꾸불 삐뚤빼뚤 一叢竹
簾生雲氣              발 바깥에는 구름이 일고
溪印月華              시냇물에는 달빛이 비추네
喜盤有蔬 鼎有餗 甁有茶       즐겁구나 소반에 나물 있고 솥 안에는 죽도 있고 병에는 차가 있다네
【 『전등록』에 이르기를 “자복사에 대나무가 있었는데, 세 군데가 굽었고 네 군데가 기울었다.”라고 하였다.(傳燈云。 資福寺有竹。 三曲四斜。)】

[11]
要休卽休              쉬고 싶으면 쉬고
一筆都句              한 자루 붓으로 시를 지으면서
無所爲 道亦不求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깨달음도 또한 구하지 않는다네
凡夫了事              일개 범부이면 그만이지
諸聖莫儔              여러 부처님들과 짝할 수야 없잖은가
但鶴共吟 雲共宿 魚共游       다만 학과 함께 시를 읊고 구름과 함께 잠을 자며 고기와 함께 노닐 뿐이라네

[12]
筆吐龍蛇              글씨를 슥슥 써 내려가니
文不点加              글이 흠잡을 데 없어라
枯淡去奢              운수게104)는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여라 雲水偈
雅趣誰識              이런 운치를 누군들 알까
逸興無涯              나의 흥취는 끝이 없다네
或咏春花 咏秋月 咏晩霞       혹은 봄꽃을 읊조리고 혹은 가을 달을 읊으며 혹은 저녁놀을 노래하네

[13]
無可思量              세상일 헤아릴 수 없기에
物我渾忘              온갖 분별 다 잊고서
黃卷一床              오직 두 눈으론 책상의 불경만 본다네 遮兩眼
有時熱腹              때로는 따뜻하게 온 세상을 사랑하고
有時冷膓              또 때로는 냉정하게 정을 끊네
看烏自黑 鵠自白 花自香       보아하니 까마귀는 절로 검고 따오기는 절로 희며 꽃은 절로 향기롭구나

010_0225_c_01L不可誇(五)

010_0225_c_02L行增功加漸抽道芽日用事種菜灌花

010_0225_c_03L明月爲友白雲爲家足一衲衣一鉢

010_0225_c_04L一椀茶(六)

010_0225_c_05L靈芝可飡惡草可删絶去來白雲封關

010_0225_c_06L奇花多品白朱相間得伊麽居伊麽

010_0225_c_07L伊麽閑(七)

010_0225_c_08L世道甚艱蜀道非難歸去來梦斷塵寰

010_0225_c_09L誦諸佛敎參祖師關喜僧歸寺鶴歸

010_0225_c_10L雲歸山(八)

010_0225_c_11L夜倚層樓簾月如鉤山中事物物淸幽

010_0225_c_12L松花一鉢雪乳半甌聊足生涯閑身

010_0225_c_13L度春秋(九)

010_0225_c_14L幽庵短笆瑤草琪花一叢竹三曲四斜

010_0225_c_15L簾生雲氣溪印月華喜盤有蔬鼎有

010_0225_c_16L甁有茶傳燈云資福寺
有竹三曲四斜
(十)

010_0225_c_17L要休卽休一筆都句無所爲道亦不求

010_0225_c_18L凡夫了事諸聖莫儔但鶴共吟雲共

010_0225_c_19L宿魚共游(十一)

010_0225_c_20L筆吐龍蛇文下点加雲水偈枯淡去奢

010_0225_c_21L雅趣誰識逸興無涯或咏春花咏秋

010_0225_c_22L咏晩霞(十二)

010_0225_c_23L無可思量物我渾忘遮兩眼黃卷一床

010_0225_c_24L有時熱腹有時冷膓看烏自黑鵠自

010_0226_a_01L【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양주楊朱는 배 속이 차고,105) 묵적墨翟은 배 속이 뜨겁다.106)’고 말한다.(世謂楊朱冷膓。 墨翟熱腹也。)】

[14]
打破家事              집안 살림을 다 깨부수어 버리니
人笑我狂              남들은 내가 미쳤다고 비웃네
臥南窓 踈簷景長           남쪽 창 아래 누우니 성긴 처마 밑으로 풍경이 길게 펼쳐지네
石千層峀              바위산 천 길 봉우리
雲半間房              구름 속 반 칸 방에
喜花送香 雲送影 樹送凉      꽃은 향기를 보내고 구름은 그림자 보내며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보내 주는구나
【가사家事는 그릇 등의 용구를 말한다.(家事。 器用也。)】

[15]
斯道無窮              우리 불가의 도는 무궁하여
天地根同              천지와 그 뿌리가 같은데
㝡尊貴 佛祖家風          가장 존귀한 것 불조의 가풍이라네
捲簾挹翠              발을 걷어 올려 푸르름 한 움큼 뜨고
擁爐撥紅              화로를 끼고 앉아 빨간 불길 다스리니
有金獅子 石猉獜 玉芙蓉       금부처님도 있고 돌 기린도 있고 옥 연꽃도 있구나

[16]
四十成翁              나이 사십에 벌써 노인이 다 되어
齒豁頭童              이는 빠져 엉성하고 머리도 벗어져
嗜瞌睡 萬事踈慵           그저 잠자는 것만 좋으니 만사가 게을러지는구나
黜人世外              사람 사는 세상으로부터 쫓겨 나와
置丘壑中              산골짝에 묻혀 살면서
管困眠床 渴飮水 飢吃松       까짓 피곤하면 자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며 배고프면 솔잎을 씹는다네
안 생원 댁에서 책을 빌리며(借册安生員宅)
禪林經籍閱無餘           절 안에 있는 책 남김없이 보고 나서
欲見儒家未見書           보지 못한 유가서를 보려고 하였는데
聞道鄴家藏萬軸           업가107)에 책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一鴟何日借看歟           어느 날 술 한 병 들고 찾아가 책을 빌려 볼까
【옛날에는 책을 빌릴 때에 술 한 병을 보내고, 책을 돌려줄 때에도 술 한 병을 보낸다고 하였다. ‘치瓻’는 술을 담는 병이다. 오직 소동파와 황산곡黃山谷108)의 시에만 ‘치鴟’ 자로 썼다.(古者借書。 送酒一瓻。 還書亦送一瓻。 瓻。 酒器也。 獨蘇黃詩作鴟。)】
영남 표충사에서 송운 대사 영정에 삼가 쓰다(【대사가 왜장 청정淸正에게 “우리나라에서는 너의 머리를 보배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하였다.】)
嶺南表忠祠敬題松雲影圖 【師謂倭將淸正曰。 我國以淸正頭爲寶。】
兵塵一夕動跏趺           전쟁이 일어나자 하룻저녁에 가부좌를 풀고
赤手單刀穩渡瀘           맨손에 칼 한 자루 쥐고 남쪽 바다를 건너갔네
海雨飛沾菩薩服           바다에 날리는 빗방울 보살의 옷을 적시고
蠻風吹拂丈夫鬚           적지에 부는 바람 장부의 수염을 날렸으리
語嚴淸正頭爲寶           청정의 머리가 보배라는 엄숙한 말씀
恩渥東民我得蘇           우리 백성 살려 낸 은혜 도탑고도 크구나
知是精忠終不死           순수한 충정은 끝내 없어지지 않아서
松雲長繞圈中圖           소나무와 구름이 대사의 영정을 에워싸네
독락와109)의 시운을 따서 짓다 【지공誌公 화상과 백학白鶴 도인이 여산廬山을 가지고 다투자, 무제武帝가 그들에게 각자 표를 올리라고 하였다. 그러자 지공 화상은 곧 석장을 던졌고, 백학 도인은 학을 날려 보냈는데, 석장이 먼저 이르렀기 때문에 지공 화상이 여산을 차지했다고 한다.】(次獨樂窩韵 【誌公與白鶴道人。 爭廬山。 武帝今1)各有表。 誌公投錫。 道人送鶴。 錫先至故。】)
錫飛匡麓發天慳           석장을 산기슭에 날리자 하늘이 아끼던 것 내주어
茆棟纔營一世閑           그곳에 띳집을 짓고 한가롭게 한세상을 보내었네
靜榻淸談揮麈尾           고요한 자리에서 정담을 나누니 사슴이 꼬리를 흔들고
小窓痴坐對螺鬟           조그만 창 앞에 멍하니 앉아서 부처님 나발을 바라보네

010_0226_a_01L花自香世謂楊朱冷膓
墨翟熱腹也
(十三)

010_0226_a_02L打破家事人笑我狂臥南窓踈簷景長

010_0226_a_03L石千層峀雲半間房喜花送香雲送

010_0226_a_04L樹送凉家事
用也
(十四)

010_0226_a_05L斯道無窮天地根同㝡尊貴佛祖家風

010_0226_a_06L捲簾挹翠擁爐撥紅有金獅子石猉
010_0226_a_07L玉芙蓉(十五)

010_0226_a_08L四十成翁齒豁頭童嗜瞌睡萬事踈慵

010_0226_a_09L黜人世外置丘壑中管困眠床渴飮

010_0226_a_10L飢吃松(十六)

010_0226_a_11L借册安生員宅

010_0226_a_12L
禪林經籍閱無餘欲見儒家未見書
010_0226_a_13L聞道鄴家藏萬軸一鴟何日借看歟古者
借書
010_0226_a_14L送酒一瓻還書亦送一瓻
酒器也獨蘇黃詩作鴟

010_0226_a_15L嶺南表忠祠敬題松雲影圖師謂倭將
淸正曰
010_0226_a_16L我國以淸
正頭爲寶

010_0226_a_17L
兵塵一夕動跏趺赤手單刀穩渡瀘

010_0226_a_18L海雨飛沾菩薩服蠻風吹拂丈夫鬚

010_0226_a_19L語嚴淸正頭爲寶恩渥東民我得蘇

010_0226_a_20L知是精忠終不死松雲長繞圈中圖

010_0226_a_21L次獨樂窩韵誌公與白鶴道人爭廬山
帝今 [15] 各有表誌公投錫道人
010_0226_a_22L送鶴
先至故

010_0226_a_23L
錫飛匡麓發天慳茆棟纔營一世閑

010_0226_a_24L靜榻淸談揮麈尾小窓痴坐對螺鬟

010_0226_b_01L黃花不負秋餘興           국화는 가을의 끝자락에도 변치 않고 그대론데
白髮那禁鏡裡顔           거울에 비친 얼굴의 흰 머리카락은 막을 수가 없구나
憶昨登臨搜勝句           어제는 산을 오르며 좋은 시구를 찾아내었는데
歸來追記尙斑斑           집에 돌아와 다시 쓰자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였네
시월十月
十月未結制             시월은 아직 결제 철이 아니라
居僧禮法虧             온 절 스님들 예법이 느슨하구나
窓明方起寢             창밖이 밝아야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廚晩不爲炊             저녁이 늦어도 부엌에 불을 때지 않네
餘墨痴蠅咂             쓰다 남은 먹물은 파리가 빨아 먹고
空槽凍鵲窺             얼어붙은 빈 구유 까치가 엿보네
看經吾亦嬾             경을 읽는 일 나도 또한 게을러
非睡卽吟詩             졸지 않을 때에는 시나 읊는다네
면주110) 김 생원 시의 ‘귀’ 자 운을 따서 짓는다 【6수】(次綿州金生員龜字韵 【六首】)
[1]
誰知水到竟成池           물이 이르러 연못을 이룰 줄 누가 알겠나
末習從來等畢箕           말습은 예로부터 필성과 기성처럼 다르다네111)
安得大方論不二           어떻게 하면 대방가를 얻어 불이법문을 논하고
政同浮木接盲龜           눈먼 거북이가 떠다니는 나무를 만나듯112) 부처님 법을 만날까
【필성과 기성은 말습末習의 기호嗜好가 각각 다름을 비유한 것이다.(畢箕。 喩末習之所好。 各異也。)】

[2]
出乎火宅入蓮池           생사에서 벗어나 부처님 세계로 들어간다면
那羨商臣死化箕           상신商臣113)이 죽어 기백箕伯114) 된들 무엇이 부러우랴
擧世只言三足鼈           온 세상 사람들 세 발 달린 자라에 대해서만 떠들고
不知更有六眸龜           눈동자 여섯인 거북이 있는 줄은 알지도 못하는구나
【 『자휘字彙』에는 “능能은 음音이 내耐이다. 세 발 달린 자라이다.”라고 되어 있다. 당나라 선천先天115) 연간에 강천江川에서 눈동자가 여섯인 거북을 황제에게 바쳤다고 한다.(字彙云。 能音耐。 三足鼈也。 唐先天中。 江川獻六眸龜也。)】

[3]
摸象衆盲各差池           코끼리를 더듬어 본 소경들 하는 말은 각각 달라
或言如箒或如箕           어떤 이는 빗자루 같다 또 어떤 이는 키 같다 하네
長天秋水元同色           끝없는 저 하늘이나 가을 강물 본래가 같은 색이거늘
莫向於中競鑽龜           그 안에서 거북이 점116)을 치느라 다투지 말 일이다
【소경들이 코끼리를 더듬어 보고는, 등을 더듬은 사람은 “꼭 키 같구나.”라고 말하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꼭 빗자루 같다.”라고 하였다. 찬귀鑽龜에 관한 고사는 『장자莊子』에 나온다.(盲人摸象。 摸背者云如箕。 摸尾者言箒。 鑚龜見莊子。)】

[4]
花明柳暗水盈池           꽃 활짝 피고 버들 색 짙으며 못에는 물이 가득하니
一面溪山似穎箕           둘러싼 시내와 산이 흡사 기산箕山 영수穎水117) 같구나
高臥北窓消萬慮           북으로 난 창 아래 높이 누워 온갖 시름 잊으니
野干無奈六藏龜           승냥이가 온들 거북처럼 숨어 사는 사람118)을 어쩌겠나

[5]
蛟龍得雨出泥池           교룡이 비를 만나 연못에서 나온 듯
愧我虛名似斗箕           두斗니 기箕니 헛된 명성이 부끄럽구나
吐霧興雲何敢望           안개 뿜고 구름 일으키는 일을 감히 어찌 기대하랴
十年謾作支床龜           십 년 동안 부질없이 상다리만 고이는 거북꼴이로구나
【남방노인南方老人이 거북으로 상을 고였는데, 10년이 되어도 거북이 살아 있었다고 한다.(南方老人。 以龜支床。 十年尙生。)】

[6]
懸鶉破衲洗淸池           누더기 해진 가사 맑은 못에서 빨아 입고
作粥和糠不簸箕           죽을 쑬 땐 겨를 키질하지 않고 넣는다네

010_0226_b_01L黃花不負秋餘興白髮那標鏡裡顏

010_0226_b_02L憶昨登臨搜勝句歸來追記尙斑斑爲誌
公所
010_0226_b_03L
上註

010_0226_b_04L十月

010_0226_b_05L
十月未結制居僧禮法虧

010_0226_b_06L窓明方起寢廚晩不爲炊

010_0226_b_07L餘墨痴蠅咂空槽凍鵲窺

010_0226_b_08L看經吾亦嬾非睡卽吟詩

010_0226_b_09L次綿州金生員龜字韵六首

010_0226_b_10L
誰知水到竟成池末習從來等畢箕

010_0226_b_11L安得大方論不二政同浮木接盲龜畢箕
喩末

010_0226_b_12L習之所好
各異也
(一)

010_0226_b_13L出乎火宅入蓮池那羨商臣死化箕

010_0226_b_14L擧世只言三足鼈不知更有六眸龜字彙


010_0226_b_15L能音耐三足鼈也唐先
天中江川獻六眸龜也
(二)

010_0226_b_16L摸象衆盲各差池或言如箒或如箕

010_0226_b_17L長天秋水元同色莫向於中競鑽龜盲人
摸象

010_0226_b_18L摸背者云如箕摸尾
者言箒鑚龜見莊子
(三)

010_0226_b_19L花明柳暗水盈池一面溪山似穎箕

010_0226_b_20L高臥北窓消萬慮野干無奈六藏龜(四)

010_0226_b_21L蛟龍得雨出泥池愧我虛名似斗箕

010_0226_b_22L吐霧興雲何敢望十年謾作支床龜南方
老人

010_0226_b_23L以龜支床
十年尙生
(五)

010_0226_b_24L懸鶉破衲洗淸池作粥和糠不簸箕

010_0226_c_01L萬事久知同夢鹿           세상만사 꿈에 만난 사슴119)과 같음을 알았으니
百年端合愼桑龜           한평생을 거북이 뽕나무 겁내듯120) 삼갈 일일세
【황산곡黃山谷의 시에 “사슴 꿈을 꾸고서 진짜 사슴을 알아보게 되었네.”라고 하였다. 『열자列子』에도 보인다. 상구桑龜는 『만송록萬松錄』에 나온다.(山谷詩。 夢鹿分眞鹿。 見列子。 桑龜。 見萬松錄。)】
금탑사에서 삼가 무용 화상의 시운을 따서 짓다【회문체回文體121)】(金塔寺謹次無用和尙韵 【回文體】)
生平勝事此尋來           평생에 소원하던 이곳을 찾아와 보니
境絶從知好抱開           빼어난 절경이 회포 풀기 딱 좋구나
撑漢逈峰層落落           층층이 은하수를 지탱하고 선 먼 봉우리
接天遼海巨恢恢           아득히 하늘에 맞닿은 바다 크고 넓어라
盟尋晩岸沙𩿨戱           해 저무는 언덕에 갈매기 장난치며 찾아들고目送秋雲塞鴈廻           가을 구름 속 변방 기러기들 돌아오는 게 보이네
晴日趂游供嘯咏           날이 갠 틈에 놀이를 나가 서로 시를 읊고서
鳴笻瘦石下松臺           이끼 마른 바위에 지팡이 부딪치며 송대를 내려오네
입춘 【입춘 날이 되면, 토우土牛를 만들어 밭을 간다. 입춘 날 아침에는 소가 사람의 앞에 있지만, 저녁에는 소가 사람의 뒤에 있게 된다.】(立春 【立春。 作土牛耕田。 立春早。 則牛在人前。 晩則在牛後也。】)
土牛迎春更送寒           토우를 만들어 봄을 맞고 추위를 몰아내니
今夕何夕歲將闌           오늘 저녁 무슨 날인가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네
雪色偏尋頭上至           눈은 이제 산꼭대기에만 겨우 남아 있으니
梅花已辦臘前看           섣달 전에 매화도 볼 수 있겠네
山家寧有靑絲菜           산속 암자엔 푸른 생나물도 괜찮으니
瓦鉢無辭白玉盤           질그릇에 담든 백옥 그릇에 담든 어떠하리
萬事乘除都放下           온갖 일의 잃고 얻음을 모두 놓아 버렸으니
此生無地着憂端           이 인생에 걱정거리 붙을 곳이 없으리라
일괘암에서 삼가 용암 스님의 시운을 따서 짓다(日卦庵謹次龍巖)
一竿建處自成房           막대기를 꽂은 곳에 저절로 절이 세워지니
百草明明祖意長           반짝반짝 풀잎마다 조사의 뜻이 자라나네
花木禪窓籠淑氣           꽃나무 비치는 선방 창가에 봄기운이 무르익고
金銀佛榻繞祥光           금은으로 장식한 부처님 자리에 상서로운 빛이 감도네
不須鄒衍談天辯           추연의 음양오행 따질 것도 없이
暫借魯陽揮日方           노나라 양공陽公이 해를 끌던 방법을 빌렸다네122)
往事茫茫春寂寂           지난 일 아득해도 봄날은 고요한데
幽禽啼在薜蘿墻           그윽이 새 한 마리 넝쿨진 담장에서 울고 있구나
【부처님께서 어떤 장소를 가리키며 절을 지을 만하다고 하자, 현우賢于가 그곳에 막대기 한 개를 세우고는 “사찰을 세우는 일이 이미 끝났습니다.”라고 하였다. 노나라 양공이 한나라와 싸우다가 해가 저물려 하자, 창을 휘둘러 해를 위로 끌어올려서 30리里쯤 물렸다고 한다.123) 일괘암의 이름은 이와 유사하다.(佛指一處云。 此處可建刹。 賢于建一竿云。 建刹已竟。 魯陽揮戈。 日返三舍。 此日卦之名。 類此也。)】
정월 초하루(元日)
久住海方似宿緣           전생에 인연이 있는지 바닷가에 오래 머물며
少林山下又新年           소림산 아래에서 또 새해를 맞게 되었구나
迎春廚子供湯餠           봄맞이 잔치로 부엌에서는 떡국을 내오고
送鬼齋僧燒紙錢           영가 보내는 재를 올린 스님이 종이돈을 태우네
歲月從他栽白髮           세월 따라 백발만 늘어 가는데
身心無我負靑天           몸과 마음 무아지경으로 푸른 하늘을 이고 산다네
今朝喜看黃雲氣           오늘 아침 황색 구름에서 풍년 기운을 보았으니
寄語農家力種田           농부들에게 열심히 씨를 뿌리라고 말하여 주게
【 『세시기歲時記』에 보면 “정월 초하루 아침에 구름 빛이 푸르면 벌레가 심하고, 희면 바람이 많으며, 붉으면 가물고, 검으면 수해가 있으며, 노랗게 되면 풍년이 든다.”라고 하였다.(歲時記。 元朝雲氣。 靑虫白風。 赤旱黑水。 黃豊也。)】

010_0226_c_01L萬事久知同夢鹿百年端合愼桑龜山谷


010_0226_c_02L夢鹿分眞鹿見列
桑龜見萬松錄
(六)

010_0226_c_03L金塔寺謹次無用和尙韵回文體

010_0226_c_04L
生平勝事此尋來境絶從知好抱開

010_0226_c_05L撑漢逈峰層落落接天遼海巨恢恢

010_0226_c_06L盟尋晩岸沙𩿨戱目送秋雲塞鴈廻

010_0226_c_07L晴日趂游供嘯咏鳴笻瘦石下松臺

010_0226_c_08L立春立春作土牛耕田立春旱
牛在人前晩則在牛 [16] 後也

010_0226_c_09L
土牛迎春更送寒今夕何夕歲將闌

010_0226_c_10L雪色偏尋頭上至梅花已辦臘前看

010_0226_c_11L山家寧有靑絲菜瓦鉢無辭白玉盤

010_0226_c_12L萬事乘除都放下此生無地着憂端

010_0226_c_13L日卦庵謹次龍巖

010_0226_c_14L
一竿建處自成房百草明明祖意長

010_0226_c_15L花木禪窓籠淑氣金銀佛榻繞祥光

010_0226_c_16L不須鄒衍談天辯暫借魯陽揮日方

010_0226_c_17L往事茫茫春寂寂幽禽啼在薜蘿墻佛指
一處

010_0226_c_18L此處可建刹賢于建一竿云建刹已竟
魯陽揮戈日返三舍此日卦之名類此也

010_0226_c_19L元日

010_0226_c_20L
久住海方似宿緣少林山下又新年

010_0226_c_21L迎春廚子供湯餠送鬼齋僧燒紙錢

010_0226_c_22L歲月從他栽白髮身心無我負靑天

010_0226_c_23L今朝喜看黃雲氣寄語農家力種田歲時


010_0226_c_24L元朝雲氣靑虫白風
赤旱黑水黃豊也

010_0227_a_01L
윤금호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尹琴湖)
天花時復落繽紛           하늘에는 눈꽃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을 때
說與沙彌貝葉文           사미승에게 경전 글귀를 이야기하네
柱杖每扶千嶂月           주장자로 가파른 산꼭대기 달을 붙들고
袈裟半濕一溪雲           가사는 시냇가 구름에 젖어 축축해지네
靑山別有閑田地           푸른 산속에는 버려진 옛 텃밭이 있고
黃卷常陪古聖人           불경 속에는 항상 옛 성인을 모셨네
此景此時誰共話           이런 풍경 이런 시절을 누구와 더불어 말할까
知音獨有管城君           이 마음 알아줄 이 오직 붓뿐이라네
또 읊다(又)
[1]
先儒曾漏洩             일찍이 선유가 말하지 않았던가
魚躍又鳶飛             고기는 못에서 뛰고 솔개는 하늘을 난다124)
與我雲天趣             나에게 하늘과 구름 즐기는 취미를 주셨으니
終成爛熳歸             화려한 봄의 흥취를 만끽하고 돌아가려네
【약산藥山 선사가 이르기를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네.”라고 하였으니, 이 또한 위와 아래를 고루 살핀다는 뜻이다.(藥山云。 雲在靑天水在瓶。 亦上下察之義也。)】

[2]
深林得春晩             깊은 숲속엔 늦봄이 되어도
老樹着花稀             늙은 나무에 꽃이 드물구나
回首滄江上             강줄기를 거슬러 머리를 돌려 보니
靑山掛落暉             푸른 산에는 석양만 걸려 있네

[3]
曉月引殘梦             새벽 달빛은 나를 꿈속에서 끌어내어
彷彿到江村             강촌으로 가게 하는 것 같구나
籬落潮痕在             울타리 밑까지 조수의 흔적이 남아 있고
垂楊掩竹門             늘어진 버들가지 대나무 사립문을 가렸네
원외 박명구125)가 당백필을 준 것에 감사하며【황산곡黃山谷의 〈선성이 붓을 보내오다〉라는 시에 “한 묶음의 붓이 공에게서 왔는데 천금을 주고 사려고 하여도 시중에는 없는 물건이구나.”라고 하였다.】(謝朴員外惠唐白筆 【命球】 【山谷宣城送筆詩。 一束喜從公處來。千金求買市中無。】)
毛穎絶交久             붓과는 절교한 지 오래인데
喜從公處來             기쁘게도 공께서 붓을 보내왔네
奇模非俗品             기이한 모양새는 속된 작품이 아니요
妙制自唐材             절묘하게 만든 솜씨 당나라 물건이네
白首元無禿             붓의 흰 털은 원래 모지라지지 않았고
中心本不摧             붓대는 본래부터 꺾이지 않았네
投僧良有以             이 붓을 산승에게 주는 건 다 이유가 있으리니
一欲寫經回             오로지 경전을 필사해 달라는 뜻이리라
또 ‘회’ 자 운을 따서 짓다 【이 아래 몇 수는 모두 박 정랑正郞126)의 시운을 딴 것이니, 이때 그는 해남에 귀양 와 있었다. ◯ 순循과 뇌雷는 두 고을의 이름이다. 그 지역에 관한 이야기는 두렵기만 하니, 곧 사람이 죽어 나가는 곳과 이웃한 지역이다.】(又次回字 【此下數首。 皆次朴正郞也。 時謫海南。 ◯ 循雷二州名。 其地說可怕也。 即隣死之地也。】)
死隣說怕近循雷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한 순循ㆍ뇌雷 마을과 가까워
應想肝膓日九回           날마다 아홉 번씩 마음 졸이며 두려워했으리라
世路崎嶇肱幾折           세상살이 험하고 기구하니 이 팔이 몇 번이나 꺾였던가
人情飜覆口難開           인정이란 쉽게 뒤집히는 것이라 뭐라 말하기 어렵구나
長沙見鵩曾題賦           장사에서 복鵩새를 보고는 부를 지었었고127)
巫峽聽猿獨上臺           무협에서 원숭이 소리 듣고128) 홀로 누각에 올랐었네

010_0227_a_01L次尹琴湖

010_0227_a_02L
天花時復落繽紛說與沙彌貝葉文

010_0227_a_03L柱杖每扶千嶂月袈裟半濕一溪雲

010_0227_a_04L靑山別有閑田地黃卷常陪古聖人

010_0227_a_05L此景此時誰共話知音獨有管城君

010_0227_a_06L

010_0227_a_07L
先儒曾漏洩魚躍又鳶飛

010_0227_a_08L與我雲天趣終成爛熳歸藥山云雲在靑天
水在瓶亦上下察

010_0227_a_09L之義
(一)

010_0227_a_10L深林得春晩老樹着花稀

010_0227_a_11L回首滄江上靑山掛落暉(二)

010_0227_a_12L曉月引殘梦彷彿到江村

010_0227_a_13L籬落潮痕在垂楊掩竹門(三)

010_0227_a_14L謝朴員外惠唐白筆命球山谷宣城送
筆詩一束喜
010_0227_a_15L從公處來千金
求買市中無

010_0227_a_16L
毛絶絶交久喜從公處來

010_0227_a_17L奇模非俗品妙制自唐材

010_0227_a_18L白首元無禿中心本不摧

010_0227_a_19L投僧良有以一欲寫經回

010_0227_a_20L又次回字此下數首皆次朴正郞也時謫
海南 ◆循雷二州名其地說可
010_0227_a_21L怕也即隣
死之地也

010_0227_a_22L
死隣說怕近循雷應想肝膓日九回

010_0227_a_23L世路崎嶇肱幾折人情飜覆口難開

010_0227_a_24L長沙見鵩曾題賦巫峽聽猿獨上臺

010_0227_b_01L豈使詞臣長在外           문장이 뛰어난 신하를 조정 밖에 어찌 오래 두겠는가
卽看天上賜環來           머지않아 하늘에서 환옥環玉을 내리는 것을 보게 되리라
‘향’ 자 운을 따서 짓다 【두보의 시에 “금곡과 동타는 원래 고향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 당나라 때 입직한 신하들이 꽃 그림자가 여덟 번째의 벽돌에 이르는 것으로 마감 시간을 정하여 집으로 들어갔다고 한다.】(次鄕字 【杜詩。 金谷同㐌1)非故鄕。 ◯ 唐時入直之臣。 以花影至八甎。 爲限而入也。】)
[1]
客情詩思共難量           객지의 회포와 시상은 헤아리기 어려워
金谷銅駝夢裡鄕           금곡과 동타는 꿈속의 고향일세
漠漠江天雲潑墨           막막한 강가 하늘엔 검은 구름이 뿌려지고
蒼蒼海嶠月如霜           창창한 바닷가 언덕엔 서리 같은 달빛이 내리네
每憑地主分魚米           지주에게 부탁하여 쌀과 생선을 얻고
時向山僧借室房           때로는 스님에게 절 방을 빌리기도 하였지
何日花甎重入直           어느 날에나 대궐에 다시 입직하여129)
金莖甘露沃枯膓           구리기둥의 감로수130)로 주린 창자를 채울까

[2]
衣鉢生涯絶較量           가사와 발우로 사는 인생 따질 것도 없으니
此身隨處卽爲鄕           이 몸이 가는 곳이 모두 다 고향이어라
一心淸淨蓮生水           청정한 한마음 물속에 피는 연꽃인 양
萬事駈除葉隕霜           잎이 서리를 떨쳐 버리듯 만사를 버렸다네
於菟每從採藤路           범131)이란 놈은 매번 줄거리 캐는 길을 따라왔고
夜叉長護誦經房           야차는 오래도록 승방을 지켜 주네
自他兼濟由來美           나와 남을 함께 구제할 아름다운 일이 있는데
何事楊朱是冷膓           어찌하여 양주의 차가운 창자132)를 닮을까

[3]
天意人心不可量           하늘의 뜻과 사람 마음은 헤아리지 못할 일
公元非出涸陰鄕           공은 원래 이 궁벽한 땅 사람은 아니지
爲官不見煌煌位           벼슬을 하였지만 빛나는 자리엔 오르지 못했고
積謗如臨凜凜霜           비방만 쌓여 가니 살벌한 서리를 맞은 듯하네
共說東坡前世戒           함께 소동파 전세의 경계를 이야기하지만
誰知智永後身房           지영의 후신133)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休言去國輕如葉           나뭇잎처럼 가벼이 나라를 버리리라 말하지 말라
驗得輪囷鐵石膓           크고 큰 쇠와 돌처럼 튼튼한 창자임을 징험하였네
【고음涸陰과 황황煌煌은 간재簡齋의 주에 보인다.(涸陰煌煌。 見簡齋註。)】
‘유’ 자 운을 따서 짓다(次流字)
長春雨後更添流           비 온 뒤 장춘동엔 물이 더욱 불어나니
欲洗孤臣泣玦愁           외로운 신하의 이별 눈물 씻고자 함이리라
愛我家風淸入眼           우리네 청정한 가풍을 소중히 여기며
問君時事黙搖頭           그대에게 세상일 물어도 묵묵히 머리만 흔드는구나
江山信美寧懷土           강산이 아름다우니 어떻게 고향을 그리겠나
雲月多情久倚樓           구름 비낀 달빛 다정하여 오래도록 누각에 기대섰네
勿歎漢陽歸未早           한양에 일찍 돌아가지 못한다 탄식하지 마시게
天敎南國飽眞游           하늘이 그대를 남쪽 나라에 실컷 놀게 해 주는 것이라네
‘상’ 자 운을 따서 짓다 【마소유馬少游134)가 이르기를 “조랑말을 타고 하택을 달리며 고향에서 뛰노는 것으로 만족하네.”라고 하였다.】(次床字 【馬少游云。 騎欵段馬乘下澤。 與游於鄕里。 足矣。】)
[1]
明時何事逐南荒           밝은 세상에 무슨 일 때문에 남쪽으로 귀양 왔나
下澤乘車第一方           하택에서 수레 타고 노니는 것이 제일 좋다네
爵祿元來憂患大           벼슬과 녹봉에는 원래 우환이 큰 법
文章亦自是非長           문장도 또한 시비가 많기 마련이라네
達人知命貧爲樂           통달한 사람이라야 천명을 알아 가난을 즐기지
俗士求名去益忙           속된 선비는 명예를 탐하여 갈수록 바빠진다네

010_0227_b_01L豈使詞臣長在外卽看天上賜環來

010_0227_b_02L次鄕字杜詩金谷同㐌 [17] 非故鄕 ◆唐時入直
之臣以花影至八甎爲限而入也

010_0227_b_03L
客情詩思共難量金谷銅駞夢裡鄕

010_0227_b_04L漠漠江天雲潑墨蒼蒼海嶠月如霜

010_0227_b_05L每憑地主分魚米時向山僧借室房

010_0227_b_06L何日花甎重入直金莖甘露沃枯膓(一)

010_0227_b_07L衣鉢生涯絶較量此身隨處卽爲鄕

010_0227_b_08L一心淸淨蓮生水萬事駈除葉隕霜

010_0227_b_09L於菟每從採藤路夜叉長護誦經房

010_0227_b_10L自他兼濟由來美何事楊朱是冷膓(二)

010_0227_b_11L天意人心不可量公元非出涸陰鄕

010_0227_b_12L爲官不見煌煌位積謗如臨凜凜霜

010_0227_b_13L共說東坡前世戒誰知智永後身房

010_0227_b_14L休言去國輕如葉驗得輪囷鐵石膓涸陰
煌煌

010_0227_b_15L見簡
齋註
(三)

010_0227_b_16L次流字

010_0227_b_17L
長春雨後更添流欲洗孤臣泣玦愁

010_0227_b_18L愛我家風淸入眼問君時事黙搖頭

010_0227_b_19L江山信美寧懷土雲月多情久倚樓

010_0227_b_20L勿歎漢陽歸未早天敎南國飽眞游

010_0227_b_21L次床字馬少游云騎欵段馬乘
下澤與游於鄕里足矣

010_0227_b_22L
明時何事逐南荒下澤乘車第一方

010_0227_b_23L爵祿元來憂患大文章亦自是非長

010_0227_b_24L達人知命貧爲樂俗士求名去益忙

010_0227_c_01L竹杖芒鞋如訪我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 신고서 나를 찾아온다면
不妨相與借繩床           함께 새끼로 엮은 침상을 나누어도 괜찮겠네

[2]
文人多作水曺郞           문인은 대부분 공조工曹의 일을 많이 하기에
自古頻投瘴癘方           예로부터 축축하고 더운 곳에 일 잦았네
桂嶺經年十二久           계령을 넘는 데 십이 년이 걸리고
潮陽去路八千長           조양으로 가는 길 팔천 리나 멀어라
莫敎顔色緣詩瘦           시 짓느라 안색이 파리하다고 말하지 말게
恐易衰零報主忙           늙고 병들어 임금에게 보답 못할까 두렵다네
何處何時不相對           어느 곳 어느 때에 서로 마주보지 않을까
大千都是一禪床           대천세계가 모두 하나의 선상인 것을
【박 공은 일찍이 공조工曺의 원외랑員外郞을 지냈다. 동파東坡가 “예로부터 시인이 공조의 벼슬을 많이 하였던 것은 그 자리가 한가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동파가 혜주惠州에서 귀양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 금산사金山寺 요원了元 장로에게 편지를 보내 말하길 “돌아가는 길에 마땅히 찾아뵐 것이니, 마을 어귀에 나와서 맞이하지 말고, 옛날에 조주趙州가 상등上等으로 사람을 대접한 것을 본받아 하시오.”라고 하였다. 요원이 편지를 보고서도 마을 어귀에 나가 영접하니, 동파가 “어찌하여 편지에 쓴 대로 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요원이 대답하길 “그때에 조주는 겸손하지 못하여 선상禪床에서 내려오지 않고 조왕趙王을 맞이했었지요. 금산사 무량상無量相135)에게는 대천세계가 모두 똑같은 선상인 것과 어찌 같겠습니까. 마을 어귀까지 나온 것도 또한 선상 위나 같다고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동파가 이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탄식하였다. 조주가 조왕이 오는 것을 보면 선상에 앉아 맞이하고, 대부가 오는 것을 보면 선상에서 내려와 맞이하며, 서인이 오면 마루에 내려가 맞이하곤 하였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대답하길 “왕은 높기 때문에 선상 위에서 맞고, 대부는 중간이기 때문에 중간에서 맞고, 서인은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아래에서 맞는다.”라고 하였다. 이 뜻은 상ㆍ중ㆍ하 세 등급의 근기에 달렸다는 것이다.(朴公曾爲工曺員外。 東坡云。 自古詩人。 多作水曺。 以其閑散也。 東坡自惠州放歸。 投書金山寺了元長老曰。 歸路當歷訪。 不須出洞口迎接。 效趙州上等接人。 元見書。 出洞口接之。 坡曰。 何不如書中所示耶。 元即應曰。 趙州當日少謙光。 不下禪床。 接趙王。 爭似金山無量相。 大千都是一禪床。 謂出來洞口。 亦禪床上也。 坡擊節歎服。 趙州見趙王來。 坐禪床迎之。 見大夫來。 下禪床迎之。 見庶人來。 下堂迎之。 人問其故曰。 王尊故上待。 大夫中間故中待。 庶人下故下待也。 意在上中下三根機也。)】
‘호’ 자 운을 따서 짓다 【소동파의 시에 “술에 취하여 구슬픈 노래를 부르니 침 뱉는 그릇이 다 일그러지는구나.”라고 하였다.136)】(次湖字 【坡詩。 醉後哀歌缺唾壼。】)
仙郞妙句動江湖           신선의 묘한 시가 강호를 움직이고
天寶詩宗隻手扶           당나라137) 시성詩聖의 뜻을 잡았구나
健似俊鷹冲碧落           커다란 매가 하늘로 차고 오르듯 강건하고
快如良馬走長途           좋은 말이 먼 길을 달리듯 경쾌하구나
宜登樂譜飃歌扇           마땅히 악보에 올려 부채를 흔들며 노래할 것인데
可但狂吟缺唾壺           취하여 부른 노래로 침 뱉는 그릇을 일그러뜨린
데에 비교할까千首成來輕萬戶           천 수의 시를 지으니 만호의 제후도 가볍게 보이리라
知君傍若一人無           그대와 견줄 사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겠노라
‘청’ 자 운을 따서 짓다(次靑字)
柴門獨掩海山靑           나 홀로 사립문 닫고 푸른 산과 바다 함께하니
手自搖徽耳自聆           손은 절로 거문고 타고 귀는 절로 그 소리 듣네
萬事從敎付栩栩           세상 모든 일이 그저 꿈속 나비와 같아서138)
一身直欲御冷冷           이 한 몸 그대로 차가운 바람을 타려고 하네
精金入火終成器           순금이 불에 들어가면 그릇이 되고
寶劒無塵豈假硎           보검이 녹슬지 않았는데 숫돌이 필요할까
錯把楊雄相比較           양웅과 비교는 하지 마시게
平生不作太玄經           평생에 『태현경』139)은 짓지 않았다네
윤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尹斯文)
[1]
終朝頹枕付沈冥           아침 내내 베개에 엎어져 늦잠을 잤더니
何處詩童喚睡醒           어디선가 시 짓는 아이 나를 불러 깨우네
喬木近階風打戶           섬돌 곁 높다란 나무는 바람에 창문을 두드리고
短簷連壁雨沾扃           짧은 처마 벽과 닿아 빗물이 빗장을 적시네
多君珍重瓊琚句           그대에게는 보배롭고 소중한 시구가 많을 터인데
問我平生丘壑形           어째서 한평생 산속에 묻혀 산 나에게 묻는가

010_0227_c_01L竹杖芒鞋如訪我不妨相與借繩床(一)

010_0227_c_02L文人多作水曺郞自古頻投瘴癘方

010_0227_c_03L桂嶺經年十二久潮陽去路八千長

010_0227_c_04L莫敎顔色緣詩瘦恐易衰零報主忙

010_0227_c_05L何處何時不相對大千都是一禪床朴公
曾爲

010_0227_c_06L工曺員外東坡云自古詩人多作水曺以其閑散
東坡自惠州放歸投書金山寺了元長老曰

010_0227_c_07L路當歷訪不須出洞口迎接效趙州上等接人元見
出洞口接之坡曰何不如書中所示耶元即應曰

010_0227_c_08L趙州當日少謙光不下禪床接趙王爭似金山無量
大千都是一禪床謂出來洞口亦禪床上也

010_0227_c_09L擊節歎服趙州見趙王來坐禪床迎之見大夫來
禪床迎之見庶人來下堂迎之人問其故曰王尊

010_0227_c_10L故上待大夫中間故中待庶人下
故下待也意在上中下三根機也
(二)

010_0227_c_11L次湖字坡詩醉後哀
歌缺唾壼

010_0227_c_12L
仙郞妙句動江湖天寶詩宗隻手扶

010_0227_c_13L健似俊鷹冲碧落快如良馬走長途

010_0227_c_14L宜登樂譜飃歌扇可但狂吟缺唾壼

010_0227_c_15L千首成來輕萬戶知君傍若一人無

010_0227_c_16L次靑字

010_0227_c_17L
柴門獨掩海山靑手自搖徽耳自聆

010_0227_c_18L萬事從敎付栩栩一身直欲御冷冷

010_0227_c_19L精金入火終成器寶劒無塵豈假硎

010_0227_c_20L錯把楊雄相比較平生不作太玄經

010_0227_c_21L次尹斯文

010_0227_c_22L
終朝頹枕付沈冥何處詩童喚睡醒

010_0227_c_23L喬木近階風打戶短簷連壁雨沾扃

010_0227_c_24L多君珍重瓊琚句問我平生丘壑形

010_0228_a_01L一徃見之非不切           한번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였지만
旦嫌木屐印泥庭           신발 자국 진흙 뜰에 찍히는 것이 싫었다네

[2]
學海深無底             배움의 길 바다처럼 깊어 끝이 없고
源川逝不停             샘물은 흘러흘러 멈추지 않는구나
久吟山寂寂             고요한 산속에서 오래도록 시나 읊으며
孤坐日亭亭             온종일 혼자서 꼿꼿이 앉아 있네
祖室虛生白             조실 빈 방이 환하게 밝아지고
香爐細吐靑             향로는 가늘게 푸른 연기를 토하네
機心吾已息             물욕의 마음을 나 이미 버렸으니
麋鹿入中庭             고라니 사슴 떼 뜰에 와서 노니네
박양직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 【2수】(次朴上舍 【良直】 【二首】)
[1]
風流朴上舍             풍류를 좋아하는 박 상사는
文雅是吾師             문장도 아름다워 나의 스승이라네
一笑東林寺             한 번 동림사에서 만나 담소하였더니
三傳結社詩             결사시를 세 번이나 전해 왔구나

[2]
細逕通深竹             좁다란 오솔길 대숲 깊이 뚫려 있고
幽溪隔小樓             깊숙한 계곡물 작은 누각 가로질러 흐르네
詩翁來訪我             시 짓는 노인이 나를 찾아온다면
相對泛虛舟             서로 마주하고서 마음을 비우리라
【두보의 시에 “그대를 대하면 아마도 빈 배를 띄운 듯 마음을 비우게 되지 않을까.”라고 한 말이 있다. 『장자』에 “빈 배가 와서 나의 배와 부딪치면 아무리 마음이 좁은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못한다.”140)라고 하였다.(杜詩。 對君疑是泛虛舟。 莊子。 虛舟來觸。 雖心之人。 不怒。)】
동계 최 선생이 박 생원과 주고받은 시를 부쳐 왔기에 화답한다(東溪崔先生和朴詩以寄奉和)
[1]
公與先師好             공은 나의 스승과 가까우셨기에
見公如見師             공을 보면 마치 스승을 뵙는 듯하오
愛人及烏語             사람을 좋아하면 그 집 까마귀 소리도 좋다는데
始信向來詩             애초에 시를 부쳐 오리라 믿었다오

[2]
見說東溪老             남들의 말에 동계 노인은
文章五鳳樓             문장이 오봉루와 같다고 하더이다141)
名場多坎坷             이름난 시석詩席에는 맘에 맞지 않는 일 많아서
歸臥釣魚舟             차라리 돌아와 낚싯배에 누웠다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하는 사람의 집 지붕의 까마귀까지도 좋아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자는 그 집의 울타리142)도 미워한다고 한다. 오봉루五鳳樓는 『세설世說』에 나온다. 감가感可는 수레가 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악행을 저지르는 자가 하는 일마다 모두 잘 풀리고, 선행을 행하는 자가 가는 길마다 나아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라는 말이 있다.(愛其人者。 愛其屋上之烏。 憎其人者。 憎其儲胥。 五鳳樓者。 見世說。 感可。1) 車不行㒵。 行惡者。 觸事偶偕。 行惡者。2) 觸途感可也。)】
장춘동의 조 사백이 찾아왔기에 전에 보내온 시운을 따서 짓다(長春曺詞伯來訪次前詩又奉和)
[1]
欲識山中趣             산중에 사는 맛을 알고자
來訪山中師             산중의 스님을 찾아왔구려
欲言言不及             말을 하려 해도 말로는 못하겠기에
乃進山中詩             이렇게 산중 시를 지어 올리네

[2]
儒釋相逢處             유가의 선비와 불가의 스님이 만나서
相爭半日樓             한나절이 지나도록 누대에서 토론을 하였네
塞北千人帳             북쪽 변방에는 천 사람을 덮을 큰 휘장이 있고
江南萬斛舟             강남에는 만 가마를 싣는 커다란 배가 있다 하네
【 『안씨가훈顔氏家訓』에 “강남 사람들은 북쪽 변방에 천 사람을 덮을 만큼 커다란 휘장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고, 북쪽 변방 사람들은 강남에 2만 가마를 실을 만큼 큰 배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유가의 사람들과 불가의 사람들이 서로 믿지 않는 것이 이와 같다는 뜻이다.(顏氏家訓云。 江南人不信塞北有千人帳。 塞北人不信江南有二萬斛舟。 今儒釋不相信。 如此。)】

010_0228_a_01L一徃見之非不切旦嫌木屐印泥庭(一)

010_0228_a_02L學海深無底源川逝不停

010_0228_a_03L久吟山寂寂孤坐日亭亭

010_0228_a_04L祖室虛生白香爐細吐靑

010_0228_a_05L機心吾已息麋鹿入中庭(二)

010_0228_a_06L次朴上舍良直二首

010_0228_a_07L
風流朴上舍文雅是吾師

010_0228_a_08L一笑東林寺三傳結社詩(一)

010_0228_a_09L細逕通深竹幽溪隔小樓

010_0228_a_10L詩翁來訪我相對泛虛舟杜詩對君疑是泛
虛舟莊子虛舟來

010_0228_a_11L雖心之
不怒
(二)

010_0228_a_12L東溪崔先生和朴詩以寄奉和

010_0228_a_13L
公與先師好見公如見師

010_0228_a_14L愛人及烏語始信向來詩(一)
010_0228_a_15L見說東溪老文章五鳳樓

010_0228_a_16L名場多坎坷歸臥釣魚舟愛其人者愛其
屋上之烏憎其

010_0228_a_17L人者憎其儲胥五鳳樓者見世說感可 [18]
不行㒵行惡者觸事偶偕行惡者 [19] 觸途感可也
(二)

010_0228_a_18L長春曺詞伯來訪次前詩又奉和

010_0228_a_19L
欲識山中趣來訪山中師

010_0228_a_20L欲言言不及乃進山中詩(一)

010_0228_a_21L儒釋相逢處相爭半日樓

010_0228_a_22L塞北千人帳江南萬斛舟顏氏家訓云
南人不信塞北

010_0228_a_23L有千人帳塞北人不信江南有
二萬斛舟今儒釋不相信如此

010_0228_b_01L
조 사백이 시를 써서 내가 스님이 된 것을 풍자하고 오히려 환속하기를 권하기에 시를 지어 화답하다 【4수】(曺詞伯以詩譏余爲僧反勸還俗故奉和 【四首】)
[1]
墨翟悲絲染             묵적은 실이 물드는 것을 슬퍼했고143)
楊朱泣路歧             양주는 갈림길에서 울었었지144)
黃虞忽焉沒             황제와 순임금도 이미 죽었으니
惆愴我安歸             아,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2]
天地如長夜             세상은 막막히 긴 밤과 같지만
空門通一歧             법문에는 한길이 트여 있네
旣從此路入             어차피 이 길을 따라 들어왔으니
不可反而歸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네

[3]
大聖西方出             서쪽에서 나신 큰 성인이
別開安樂歧             따로 안락한 길을 열어 주셨네
世間多疾病             세상에는 갖가지 병이 많은데
胡不服當歸             어찌 알맞은 약을 복용하지 않겠나

[4]
大方無內外             대방가에게는 안팎조차 없는데
末俗自分歧             말속이 스스로 길을 가르네
相較渾閑事             서로 비교하는 것 다 쓸데없는 일
我休君且歸             나는 그만둘 테니 그대도 돌아가게나
【첫 구는 스님이 된 뜻을 답한 것이고, 다음은 환속하라는 말에 답한 것이며, 다음은 우리 도에 돌아오기를 권한 것이고, 다음은 다투지 말기를 권한 것이다.(初首答爲僧意。 次答還俗意。 次勸歸吾道。 次勸勿相爭也。)】
동계 노인에게 화답하다(奉和東溪老)
[1]
詞林宗匠更何人           문단文壇의 종장이라기에 어떤 분인가 하였더니
得誦公詩覺有神           선생의 시를 외워 보니 신령스런 느낌이 들었네
南浦獨垂千尺釣           남포에서 천 자나 되는 낚싯대 홀로 드리우고
北窓高臥百年身           북창에서 한평생 높이 몸을 뉘었네
虛襟逈照玲瓏月           가슴을 헤치고 멀리 영롱한 달 비추며
和氣渾成爛熳春           온화한 기운은 완연한 봄과 하나 되었네
自古文章多未遇           예로부터 문장 잘하는 이는 불우한 일이 많아
幅巾韋帶老江濱           복건145)과 가죽띠로 강가에서 늙어 갔지

[2]
吾道終難說向人           우리 불가의 도는 남에게 설명하기 어려워
秖宜吾自入吾神           그저 내 자신만 신의 경지에 들어갈 뿐이라네
已將雅趣無餘念           이 좋은 취미 있기에 다른 생각 없으니
肯爲閑名誤一身           하릴없이 명예나 좇다가 한 몸을 그르치랴
心似蓮花不着水           마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처럼 물에 젖지 않고
形同枯木豈知春           몸은 말라 버린 나무와 같으니 어찌 봄을 알겠나
急流勇退今誰在           세상 험한 물살 물리칠 사람 지금 어디에 있나
擧世浮沈苦海濱           온 세상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네
또 박 상사에게 화답하다(又和朴上舍)
方外難逢知己人           바깥세상에서 날 알아줄 이 만나기는 어려운데
却從儒氏與交神           어쩌다 유가 선비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었네
德津江月如君性           덕진강 달빛이 그대의 본성이요
道岬山雲是我身           도갑산 구름은 나의 몸이라네
鍾動梦回蓮社夜           종소리 울리는 밤이면 꿈에라도 절로 돌아들고
詩成興入竹湖春           시 짓는 봄이면 흥이 나서 죽호에 들어가네

010_0228_b_01L曺詞伯以詩譏余爲僧反勸還俗故
010_0228_b_02L奉和

010_0228_b_03L
墨習悲絲染楊朱泣路歧

010_0228_b_04L黃虞忽焉沒惆悵我安歸(一)

010_0228_b_05L天地如長夜空門通一歧

010_0228_b_06L旣從此路入不可反而歸(二)

010_0228_b_07L大聖西方出別開安樂歧

010_0228_b_08L世間多疾病胡不服當歸(三)

010_0228_b_09L大方無內外末俗自分歧

010_0228_b_10L相較渾閑事我休君且歸初首答爲僧意
答還俗意次勸歸

010_0228_b_11L吾道次勸
勿相爭也
(四)

010_0228_b_12L奉和東溪老

010_0228_b_13L
詞林宗匠更何人得誦公詩覺有神

010_0228_b_14L南浦獨垂千尺釣北窓高臥百年身

010_0228_b_15L虛襟逈照玲瓏月和氣渾成爛熳春

010_0228_b_16L自古文章多未遇幅巾韋帶老江濱(一)

010_0228_b_17L吾道終難說向人秖宜吾自入吾神

010_0228_b_18L已將雅趣無餘念肯爲閑名誤一身

010_0228_b_19L心似蓮花不着水形同枯木豈知春

010_0228_b_20L急流勇退今誰在擧世浮沈苦海濱(二)

010_0228_b_21L又和朴上舍

010_0228_b_22L
方外難逢知己人却從儒氏與交神

010_0228_b_23L德津江月如君性道岬山雲是我身

010_0228_b_24L鍾動梦回蓮社夜詩成興入竹湖春

010_0228_c_01L一酬一唱無時了           시를 주고받다 보면 끝이 나지 않으니
林下終非寂寞濱           숲속에 사는 일 그저 적막하지만은 않다네
【죽호竹湖는 박 상사가 사는 곳이다.(竹湖。 朴所居也。)】
영보촌의 신 생원이 앞의 시운을 따서 시를 지어 부쳐 왔기에 화답하다 【두보의 시에 “손을 뒤집으면 구름되고 손을 엎으면 비가 되네.”라고 하였다.】(永保村愼生員次前韻以寄奉和 【杜詩。 翻手爲雲覆手雨。】)
[1]
淸時管取作閑人           태평한 시절에 한가한 사람이 되어서
高臥林泉好養神           숲속에 은거하여 고요히 정신을 수양했네
縱有功名難下手           공적과 명예가 있다 해도 손을 대지 않고
獨無榮辱可關身           다만 영욕이 없는 삶에 이 몸을 둘 뿐이네
陶潛黃菊籬邊老           도연명의 국화146)는 울타리 옆에서 시들어 가고
謝眺靑山屋後春           사조의 푸른 산147)은 집 뒤에 한창일세
萬事盡隨雲雨手           세상 모든 일이 구름과 비처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하지만148)
釣磯無恙德津濱           낚시를 드리운 덕진의 물가엔 별 탈이 없겠지

[2]
平生心事可言人           평생 마음에 둔 일 어찌 사람에게 말할 수 있나
明有靑天暗有神           밝을 때엔 하늘에다 어두울 때엔 귀신에다 말하겠네
古木不材能遠害           고목은 좋은 재목이 못 되어 벌목을 피하였고
大瓢無用任安身           큰 표주박은 쓸 곳이 없으나 몸을 편안히 하였네149)
兩函經送初中夜           경전 두 함을 초저녁부터 밤이 새도록 읽으며
百瓮虀消四十春           백 동이의 나물을 사십 년 동안 먹어 치웠네
莫笑吾儂狂簡態           우리들의 하는 양을 미친 짓이라 비웃지 말라
此心已斷利名濱           이 마음은 이미 명리를 끊어 버렸다네
【소동파가 젊었을 때 하수河水에 빠졌는데, 하신河神이 건져 언덕 위에 끌어 놓고 말하길 “그대가 빠져 죽으면 3백 동이의 은銀을 어디에 다 쓴단 말인가.”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소동파가 장차 3백 동이의 은을 녹으로 받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 뒤 어떤 선비가 이를 모방하여 스스로 하수에 몸을 던지니, 또 하신河神이 나와 건져 주며 말하길 “네가 죽으면 3백 동이의 나물은 어디에 쓴단 말인가.”라고 하였다.(東坡小時。 溺河中。 河神極1)之上岸曰。 公溺死。 三百瓮銀。 河2)處消之。 盖公食祿三百瓮銀也。 有一士效之。 自投河。 河神又極*之曰。 汝溺死。 則三百瓮韲。 何處消之乎。)】
밤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며(夜雨即事)
秋雨連三日             연 사흘 이어지는 가을비에
簷流夜更喧             처마의 낙숫물 소리 밤이면 더욱 시끄러워
狂風吹樹倒             광풍 불어와 나무를 쓰러뜨리고
怒瀑卷籬奔             성난 폭우 울타리를 말아 가네
螢火不妨濕             반딧불은 젖는 것을 꺼리지 않고
蛩吟漸聚溫             벌레 소리 점점 따뜻한 곳으로 모여드네
小兒乞綿去             솜을 얻으러 간 어린아이는
飢食宿何村             배고프면 어느 마을에서 먹고 자려는지
박 선비가 여덟 축의 대나무 그림에 시를 지어 달라하기에 내 모자람을 잊고 무리하여 지어 주다(朴斯文請八軸畫竹詩忘拙强賦)
[1]
籜龍上番出             죽순이 처음 돋아나오는 기세
勢若無舊竿             묵은 줄기는 안 보이는 것 같구나
春風勤護長             봄바람이 잘 자라도록 열심히 도와주어
擬待釣鯢桓             고래도 낚을 수 있는 대나무 되기를 바라네
【이 시는 죽순에 관한 것이다. 택룡籜龍은 죽순이고, 상번上番은 처음이라는 뜻이다. 황산곡黃山谷의 시에 “죽순이 처음으로 올라올 때에는 고래나 환어와 같다.”라고 하였다. 이 둘은 모두 물고기 이름이다. 또 환桓은 ‘이리저리 배회하다’라는 뜻이다. 『장자』에 “고래가 움직여 깊어진 곳은 깊은 연못을 이룬다.”라고 하였다.(右笋竹。 籜龍。 笋也。 上番。 初番也。 山谷詩。 笋要上番成鯢桓。 二魚名。 又桓。 盤桓也。 莊子。 鯢桓之審。 爲淵審處。)】

[2]

010_0228_c_01L一酬一唱無時了林下終非寂寞濱竹湖
朴所
010_0228_c_02L

010_0228_c_03L永保村愼生員次前韵以寄奉和

010_0228_c_04L翻手爲雲
覆手雨

010_0228_c_05L
淸時營取作閑人高臥林泉好養神

010_0228_c_06L縱有功名難下手獨無榮辱可關身

010_0228_c_07L陶潜黃菊籬邊老謝眺靑山屋後春

010_0228_c_08L萬事盡隨雲雨手釣磯無恙德津濱(一)

010_0228_c_09L平生心事可言人明有靑天暗有神

010_0228_c_10L古木不材能遠害大瓢無用任安身

010_0228_c_11L兩函經送初中夜百瓮虀消四十春

010_0228_c_12L莫笑吾儂狂簡態此心已斷利名濱東坡
小時

010_0228_c_13L溺河中河神極 [20] 之上岸曰公溺死三百瓮銀 [21]
消之盖公食祿三百瓮銀也有一士效之自投河

010_0228_c_14L河神又極之曰汝溺死
三百瓮虀何處消之乎
(二)

010_0228_c_15L夜雨即事

010_0228_c_16L
秋雨連三日簷流夜更喧

010_0228_c_17L狂風吹樹倒怒瀑卷籬奔

010_0228_c_18L螢火不妨濕蛩吟漸聚溫

010_0228_c_19L小兒乞綿去飢食宿何村

010_0228_c_20L朴斯文請八軸畫竹詩忘拙强賦

010_0228_c_21L
籜龍上番出勢若無舊竿

010_0228_c_22L春風勤護長擬待釣鯢桓右笋竹籜龍
上番初番也

010_0228_c_23L山谷詩笋要上番成鯢桓二魚名
盤桓也莊子鯢桓之審爲淵審處
(一)

010_0229_a_01L弱枝半含籜             약한 가지에 대 꺼풀이 반은 섞였고
嫩葉色非深             여린 이파리는 색이 짙지 않구나
姑欠風軟玉             바람결에 보드라운 옥구슬 소리
猶憐月漏金             달빛에 금빛 물결인 듯 어여쁘구나

[3]
裊裊旋旗卷             간들간들 깃발이 말리는 듯
蕭蕭雨雪聲             소복소복 눈비가 내리는 듯
俯仰終不屈             위로 보나 아래로 보나 굽은 데 없으니
三歎此君貞             대나무 곧음에 세 번을 감탄하였네
【위의 제2수는 새로 돋아난 대나무를 읊은 것이고, 제3수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읊은 것이다. 황산곡의 시에 “많고 많은 왕대에 깃발이 말린 듯하네.”라고 하였고, 왕자유王子猷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단 하루라도 이 대나무가 없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上第二首。 新竹。 第三。 風竹也。 山谷詩。 萬竿苦竹旌旗卷。 王子猷云。 人生不可一日無此君云云。)】

[4]
寂歷悄無響             고요하게 늘어서서 모든 소리를 죽이고
踈枝浥露低             성긴 가지는 이슬에 젖어 늘어졌네
月來微有動             달이 떠오르자 조금 흔들리는 것은
知是鳥驚栖             잠자던 새가 파드득 놀란 것이라네
【이 제4수는 밤의 대나무를 읊은 것이다. 옛 시에 “뽕나무 삼대가 고요하게 줄을 지었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조용하게 줄지어 서 있는 모양을 말한다. 요즘 사람들이 혹 적막寂寞과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용법이다.(此第四。 夜竹。 古詩。 桑麻寂歷。 謂寂然列立之㒵也。 今人或以寂寞同用。 非。)】

[5]
何妨全身濕             온몸이 젖은들 어찌 꺼릴쏘냐
葉葉綴瓔珞             이파리 이파리마다 구슬이 꿰어 있구나
三徑人不來             세 갈래 좁은 길150)로 찾아올 이 없으니
日暮愁烏雀             해 저물면 까마귀와 참새만이 걱정이네

[6]
竹媚烟亦媚             대숲이 고운데 안개까지 고와서
更添一樣奇             기이한 모습 더더욱 더해지네
此君元有斐             대나무에 원래부터 화려한 빛 있었으니
爾敢鬪猗猗             네가 감히 아름다움151)을 다투겠느냐

[7]
貞節緣底折             곧은 절개를 어쩌다 꺾였을까
無復對檀欒             가늘고 긴 모습 다시 대할 수 없네
賴有殘枝在             그래도 남은 가지 아직 있으니
相期保歲寒             추운 겨울 견뎌 내기를 기대해 보네
【위의 제5수는 비 맞은 대나무를 읊었고, 제6수는 안개 속 대나무를 읊었으며, 제7수는 꺾어진 대나무를 읊은 것이다. 단란檀欒이란 대나무의 모양이다. 소동파의 시에 “가늘고 곧은 대나무와 청아한 이야기를 나누네.”라고 하였고, 황산곡의 시에는 “야들야들 기다란 대나무 봄 안개에 쌓여 있네.”라고 하였다.(上第五。 雨竹。 第六。烟竹。 第七。 折竹。 檀欒。 竹㒵。 坡詩。 淸話對檀欒。 山谷詩。 檀欒春欒烟。)】

[8]
結實因成枯             열매를 맺고 나면 그만 말라 죽으니
人嗟我獨悅             사람들은 슬퍼하지만 나는 홀로 기뻐한다네
爲問何以然             그 이유 무엇이냐 묻는다면
鳳凰來可食             봉황이 와서 먹기 때문이라 대답하겠네
【제8수는 마른 대나무를 읊었다.(右枯竹)】
중동 【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152)에 “11월에 배추와 무를 거두어 소금에 절인다.”라고 하였다.】(仲冬 【荊楚歲時記云。 仲冬月。 收菜菁。 鹽之。】)
[1]
駸駸歲月屬鹽葅           세월도 참 빠르지 벌써 김치 담글 때가 되었나
竹下寒窓雪映書           대숲 창문 아래 환한 눈빛에 비춰 책을 읽는다
愛日臨簷捫衲虱           따사로운 햇살 처마 아래 가사의 이를 잡고
悲風度嶺聽岩狙           스산한 바람 고개 넘으면 바위 언덕 원숭이 울음 들리네
老病無鉤睡未除           늙고 병든 몸 계율의 갈고리가 없어 졸음도 쫓지 못하네
却喜黃花守晩節           계절이 지나도록 국화꽃이 버텨 주는 것이 기쁘구나
數枝籬畔冷相於           몇 가지 차가운 울타리 곁에 서로 의지하고 서 있네
【경에 “졸음을 일으키는 뱀이 너의 마음속에 있으니 계율의 갈고리를 가지고 제거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두목지杜牧之의 시에서는 “물려받은 경전과 오래된 벼루가 한가하게 서로 의지하네.”라고 하였다. ‘어於’는 ‘의지하다’라는 뜻이다.(經云。 睡蛇在汝心。 以持戒之鉤。 除之。 牧詩。 遺經古硯閑相於。 於。 依也。)】

[2]
竹裡孤庵畵裡如           그림 같은 대나무 숲속 암자에
三冬結制且安居           겨울 석 달 결제하여 안거에 들었네

010_0229_a_01L弱枝半含籜嬾葉色非深

010_0229_a_02L姑欠風軟玉猶憐月漏金(二)

010_0229_a_03L裊裊旋 [22] 旗卷蕭蕭雨雪聲

010_0229_a_04L俯仰終不屈三歎此君貞上第二首新竹
風竹也山谷詩

010_0229_a_05L萬竿苦竹旌旗卷王子猷云
人生不可一日無此君云云
(三)

010_0229_a_06L寂歷悄無響踈枝浥露低

010_0229_a_07L月來微有動知是鳥驚栖此第四夜竹古詩
桑麻寂歷謂寂然

010_0229_a_08L列立之㒵也今人
或以寂寞同用
(四)

010_0229_a_09L何妨全身濕葉葉綴瓔珞

010_0229_a_10L三徑人不來日暮愁烏雀(五)

010_0229_a_11L竹媚烟亦媚更添一㨾奇

010_0229_a_12L此君元有斐爾敢鬪猗猗(六)

010_0229_a_13L貞節緣底折無復對檀欒

010_0229_a_14L賴有殘枝在相期保歲寒上第五雨竹第六
烟竹第七折竹

010_0229_a_15L檀欒竹㒵坡詩淸話對
檀欒山谷詩檀欒春欒烟
(七)

010_0229_a_16L結實因成枯人嗟我獨悅

010_0229_a_17L爲問何以然鳳皇來可食右枯

010_0229_a_18L仲冬荊楚歲時記云
冬月收菜期鹽之

010_0229_a_19L
駸駸歲月屬鹽葅竹下寒窓雪映書

010_0229_a_20L愛日臨簷捫衲虱悲風度嶺聽岩狙

010_0229_a_21L尋常有箒愁難掃老病無鉤睡未除

010_0229_a_22L却喜黃花守晩節數枝籬畔冷相於經云
睡蛇

010_0229_a_23L在汝心以持戒之鉤除之
遺經古硯閑相於依也
(一)

010_0229_a_24L竹裡孤庵畵裡如三冬結制且安居

010_0229_b_01L雲山懷抱富不惡           구름 낀 산에 잠긴 회포 풍성하여도 나쁘지 않아
雪月軒窓淸有餘           눈에 비친 달빛 창가에 맑은 기운 넘치네
妄辨是非徒喩馬           시비를 망상으로 분별하는 일 한갓 말 얘기일 뿐153)
樂同彼此解觀魚           물고기를 보고서 피차의 즐거움 같음을 알았네154)
殘年祗合蓮花課           남은 세월 그저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추어 살려 할 뿐
講論傳經興漸踈           경전을 강론하고 전하는 흥도 점차 줄어든다네
박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
[1]
谷鳥親經榻             골짜기 새가 경상經床 가까이 날아들고
江花伴釣臺             강가에 피어난 꽃 낚시터의 벗이로다
春尋蓮社至             봄은 산속의 절집에도 찾아오고
詩共玉人來             시는 친구와 함께 오는구나
雨濕長身栢             봄비가 키 큰 잣나무를 다 적시고
風催半面梅             바람은 덜 핀 매화 꽃잎을 떨어뜨리네
情塵猶未拂             세상의 인정을 아직도 떨어내지 못하여
落日首重回             해 저물자 고갤 거듭 돌려 보네

[2]
二老林間叟             숲속에 사는 두 노인네
一竿江上臺             강가 누각에 낚싯대 하나를 놓았네
家貧無客到             가난한 살림에 찾아오는 손님은 없지만
亭好有僧來             정자 하나는 참 좋아 스님이 찾아오네
興引文章句             흥이 올라 문장과 시구를 이끌어 내면
春生處士梅             봄은 처사네 집 매화에서 생기는구나
暮年歸宿在             다 늙은 나이에 고향집에 돌아와
魚鳥共裵回             물고기와 새와 함께 배회한다네
순찰사 심이지가 절에 와서 시를 지어 주기에 그 시운을 따서 짓다(巡相沈公 【履之】 到寺有贈謹次)
東林月上夜潭潭           동림사東林寺 달 밝은 고요한 밤에
使相閑憑古佛龕           순찰사께서 한가하게 옛 절을 찾으셨네
華燭床前將爇半           상 앞에 세워 둔 촛불 반쯤이나 탔을 즈음
寒鍾雲外已鳴三           차고 맑은 종소리 구름 저 밖에서 세 번이나 울리네
登樓望美天高北           누각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면 북쪽 하늘 높기만 한데
杖節觀風路闢南           부절을 받아 풍속 살피러 남쪽 길을 열었네
文牒告終賓亦散           문서로 위임 받은 일 끝내고 사람들도 흩어지면
更携白衲做淸談           다시 흰 가사155)를 입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리라
부록 원운( 附原)
蓮花出水月盈潭           달빛 가득한 연못에 연꽃 물 위로 내밀듯
甁錫何年寄此龕           어느 해에 물병과 석장을 이 절에 두셨나
鷲嶺風光心戒五           영취산靈鷲山의 풍광 속에 다섯 계율 지니고
虎溪緣業笑成三           호계에 있었던 웃음을 세 번이나 이루었네156)
已知寶筏超涯岸           보벌157)이 이미 언덕을 넘어선 것을 알고 있으니
不恨浮雲散北南           떠다니는 구름 남북으로 흩어지는 것을 한탄하겠나
帶鎭山門終幻妄           진鎭 옆 산문에서 헛된 망상을 깨려는 듯
寒燈一穗照玄談           차가운 등불만 뾰족하게 현담하는 사람을 비추네
수령이 유자를 읊은 시의 운을 따서 짓는다【좌은坐隱은 바둑이다. 파공인巴卭人의 귤 속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다고 하였으며,158) 당시唐詩에는 “귤 숲에 열매가 없어 자손이 바쁘네.”라고 하였다.】(謹次使道咏柚韵 【坐隱。 圍棋也。 巴卭人橘中。 有二叟圍棋。 唐詩。 橘林無宲子孫忙。】)

010_0229_b_01L雲山懷抱富不惡雪月軒窓淸有餘

010_0229_b_02L妄辨是非徒喩馬樂同彼此解觀魚

010_0229_b_03L殘年祗合蓮花課講論傳經興漸踈(二)

010_0229_b_04L次朴上舍

010_0229_b_05L
谷鳥親經榻江花伴釣臺

010_0229_b_06L春尋蓮社至詩共玉人來

010_0229_b_07L雨濕長身栢風催半面梅

010_0229_b_08L情塵猶未拂落日首重回(一)

010_0229_b_09L二老林間叟一竿江上臺

010_0229_b_10L家貧無客到亭好有僧來

010_0229_b_11L興引文章句春生處士梅

010_0229_b_12L暮年歸宿在魚鳥共裵回(二)

010_0229_b_13L巡相沈公履之到寺有贈謹次

010_0229_b_14L
東林月上夜潭潭使相閑憑古佛龕

010_0229_b_15L華燭床前將爇半寒鍾雲外已鳴三

010_0229_b_16L登樓望美天高北杖節觀風路闢南

010_0229_b_17L文牒告終賓亦散更携白衲做淸談

010_0229_b_18L附原

010_0229_b_19L
蓮花出水月盈潭甁錫何年寄此龕

010_0229_b_20L鷲嶺風光心戒五虎溪緣業笑成三

010_0229_b_21L已知寶筏超涯岸不恨浮雲散北南

010_0229_b_22L帶鎭山門終幻妄寒燈一穗照玄談

010_0229_b_23L謹次使道咏柚韵坐隱圍棋也巴卭人
橘中有二叟圍棋唐詩
010_0229_b_24L橘林無宲
子孫忙

010_0229_c_01L九月寒香二月嘗           구월의 맑고 찬 향기를 이월에 맛보니
洞庭金實裡含霜           동정의 귤열매 서리를 머금었네
應緣晩節終堅固           계절이 늦은 만큼이나 단단하게 익어서
可但南民善護藏           남쪽 지방 백성들 잘 저장할 수 있겠네
坐隱豈知人世苦           바둑 두는 사람이 어찌 세상 사람의 괴로움을 알겠나
歲供能免子孫忙           세공을 바치려면 자손들이 언제인들 안 바쁘랴
樊川風度同今古           번천의 풍채는 예나 지금이나 같으니
試過楊州滿載黃           양주를 지나자면 노란 귤이 수레에 가득했지
【번천은 두목杜牧159)의 호이다. 그의 시에 “술에 취해 양주 거리를 지나노라면 귤이 수레에 가득 차는구나.”라고 하였다.(樊川。 杜牧號也。 其詩。 醉遇楊州橘滿車。)】
부록 원운( 附原)
春盤橘柚亦堪甞           봄철 소반에 담긴 귤도 꽤 맛이 좋아서
香色依然帶早霜           향기와 빛깔에 아침 서리 그대로 간직했네
淸韻尙留騷客頌           맑은 운치에는 오히려 풍류객의 시가 남아 있고
圓形眞合鶴仙藏           동그란 그 모양 참으로 신선이 숨을 만하네
棗梨顔皃經冬變           대추와 배는 겨울이 지나면 때깔이 변하고
桃杏芳華計日忙           복숭아와 살구 향기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지
珍卉年年充海舶           진귀한 과일이야 해마다 배를 타고 건너오지만
洛園誰見一枝黃           서울에서 누가 귤나무 한 가지라도 본 적이 있는가
『간재집』의 건제체160) 시운을 따서 짓다【이 문체는 포조鮑照161)로부터 시작되었다.】(次簡齋集建除體 【此體始於鮑照。】)
建中吾何敢             건제체로 감히 시를 지을 수 있을까
歧路少馳駈             이럴까 저럴까 조금 방황하였네
除非林泉在             임천에 사는 일 말고야
渠何樂有餘             무슨 다른 즐거움이 있으랴
滿案貝葉書             책상에 가득한 부처님 경전
讀來心淸虛             읽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지
平地有波濤             평지에도 파도는 있는 법
須愼濫吹竿             모름지기 피리를 마구 불지 말 일이다
定境元非俗             선정에 든 경지는 원래 세속의 경지가 아닌지라
怡然獨自娛             홀로 편안히 즐길 수 있을 뿐이나
執着還爲病             자꾸만 집착하면 도리어 병이 되나니
脫却娘生褕             벗어 버리고 어머니가 낳아 주신 원래 모습을
찾으리라破衲蒙頭臥             낡은 가사를 머리에 덮어쓰고 누우면
萬事從卷舒             모든 일은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겠네
危途多坎坷             위태로운 길에서는 머뭇거림이 많아
今古幾覆車             예나 지금이나 수레 몇 번이나 엎어졌던가
成褫自家事             이루고 못 이루는 것 자기에게 달린 일
餘二勿區區             나머지 두 가지는 구구히 말하지 말게나
收視又反聽             시선을 거두고 또 들은 것을 돌이키면
禪心政宴如             선심은 바로 편안해지리라
開單展鉢處             자리 깔고 발우를 펴는 그곳에
有道良不迂             도가 멀리 있지 않으리라
閉門山雨過             비 지나는 산속 문을 닫아거니
孤庵客來踈             외로운 암자에 오는 손님이 드물구나
팔음가162)의 운을 따서 짓다【심회沈回(당나라 때 시인)로부터 시작되었다.】(次八音歌 【始於沈回。】)

010_0229_c_01L
九月寒香二月嘗洞庭金實裡含霜

010_0229_c_02L應緣晩節終堅固 [23] 可但南民善護藏

010_0229_c_03L坐隱豈知人世苦歲供能免子孫忙

010_0229_c_04L樊川風度同今古試過楊州滿載黃樊川
杜牧

010_0229_c_05L號也其詩醉遇
楊州橘滿車

010_0229_c_06L附原

010_0229_c_07L
春盤橘柚亦堪甞香色依然帶早霜

010_0229_c_08L淸韵尙留騷客頌圓形眞合鶴仙藏

010_0229_c_09L棗梨顔皃經冬變桃杏芳華計日忙

010_0229_c_10L珍卉年年充海舶洛園誰見一枝黃

010_0229_c_11L次簡齋集建除體此體始
於鮑照

010_0229_c_12L
建中吾何敢歧路少馳駈

010_0229_c_13L除非林泉在渠何樂有餘

010_0229_c_14L滿案貝葉書讀來心淸虛

010_0229_c_15L平地有波濤須愼濫吹竿 [24]

010_0229_c_16L定境元非俗怡然獨自娛

010_0229_c_17L執着還爲病脫却娘生褕

010_0229_c_18L破衲蒙頭臥萬事從卷舒

010_0229_c_19L危途多坎坷今古幾覆車

010_0229_c_20L成褫自家事餘二勿區區

010_0229_c_21L收視又反聽禪心政宴如

010_0229_c_22L開單展鉢處有道良不迂

010_0229_c_23L閉門山雨過孤庵客來踈

010_0229_c_24L次八音歌始於
沈回

010_0230_a_01L金丹豈換骨             금단163)인들 어찌 뼈를 바꿔 새 몸 만들어 줄까
喬松但有名             왕자교王子喬와 적송자赤松子164) 이름만 있을 뿐이네
石室早歸來             석실에 일찌감치 돌아와
閑坐學無生             한가롭게 앉아서 무생을 배웠네
絲毫無所求             털끝만치도 구하는 것 없지만
誰如我富貴             누군들 나만한 부귀를 가졌을까
竹帛幾英雄             역사에 영웅이 몇이나 되는가
簡點皆有累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들 누累가 있지
匏飯與甁水             바가지에 담은 밥과 병 속의 물은
伊余悟前非             지난날 내가 잘못 살았음을 깨닫게 했네
土緣無定處             땅에 붙인 인연은 정한 곳이 없어서
千山任所歸             어느 산이나 맘 내키는 대로 돌아간다네
革弦焉足佩             활 따위를 어찌 차고 다니겠나
𦚾海寬天地             가슴속이 천지와 같이 넓은데
木末殘陽近             나무 끝으로 석양은 자꾸 가까워 가니
蓮科最上計             부처님께 의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생각이지
감사에게 올리는 시(上棠營)
憶昨征麾過梵宮           엊그제 행차가 절 앞을 지날 때에
一燈淸話與僧同           등불 아래 나눈 이야기 꼭 스님처럼 맑았네
甘棠消息春風裡           감당 소식165)이 봄바람 속에 전해 오니
栢樹工夫曉月中           새벽달 뜰 때까지 잣나무 아래에서 공부를 하였네
貧道共生庚子歲           빈도와 같은 경자년에 태어났으나
令公元是甲辰雄           영공은 원래 숫 갑진생이었구나
金山玉帶吾何望           금산의 옥대가 직접 오시기를 어찌 바랄까
惟願新詩寄一筒           새로운 화답 시 한 통 보내 주시길 바랄 뿐이네
【배진공裴晋公 도度가 혹이 달린 느티나무 가지를 얻어서 목침을 만들려고 하였다. 그때 낭중郞中 변함變咸이 여러 사물에 대하여 두루 잘 알아서, 그를 불러 여부를 물었더니, 그가 대답하길 “암나무에 생긴 혹은 쓰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배진공이 묻기를 “낭중은 몇 살인가?”라고 하니, 낭중이 대답하길 “저도 공公과 같은 갑진생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배진공이 “낭중은 암 갑진생이로구나.”라고 말하였다.(裴晋公。 度得槐癭。 欲作木枕。 時郞中變咸愽物。 乃召問庾。 曰。 雌樹廮不可用。 裴曰。 郞中年多少。 曰。 某與令公同甲辰生。 裴曰。 郞中便是雌甲辰也。)】
여항의 유정 선사는 항상 누런 소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호를 정황우라고 하였다. 시랑 장당과 친해서 그가 전당에서 수령으로 근무할 때에 정황우가 그 청사를 찾아가 종일토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당이 부탁하길 “내일 손님을 청하여 함께 놀려고 하는데, 대사께서도 머물러 동참하시지요.”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유정 선사가 허락하였으나, 막상 이튿날에는 시 한 절구만을 남기고 돌아가 버렸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어제는 오늘 함께 놀기를 약속했으나, 문밖에 나가 지팡이 짚고 다시 생각해 보았소. 스님이 되었으면 산속 절집에 사는 것이 합당한 일, 국사의 잔치 자리엔 마땅하지 않다오.” 그 시를 보고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고상한 운치가 있다고 칭찬하였다. 어제 수령께서 한번 영문에 들르라고 하셨는데, 영문에 출입하는 것은 본래 산승의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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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丹豈換骨喬松但有名

010_0230_a_02L石室早歸來閑坐學無生

010_0230_a_03L絲毫無所求誰如我富貴

010_0230_a_04L竹帛幾英雄簡點皆有累

010_0230_a_05L匏飯與甁水伊余悟前非

010_0230_a_06L土緣無定處千山任所歸

010_0230_a_07L革弦焉足佩𦚾海寛天地

010_0230_a_08L木末殘陽近蓮科最上計

010_0230_a_09L上棠營

010_0230_a_10L
憶昨征麾過梵宮一燈淸話與僧同

010_0230_a_11L甘棠消息春風裡栢樹工夫曉月中

010_0230_a_12L貧道共生庚子歲令公元是甲辰雄

010_0230_a_13L金山玉帶吾何望惟願新詩寄一筒裴晋


010_0230_a_14L得槐癭欲作木枕時郞中變咸愽物乃召問庾
雌樹廮不可用裴曰郞中年多少某與令公同甲

010_0230_a_15L辰生裴曰郞中
便是雌甲辰也

010_0230_a_16L餘杭惟政禪師常乘黃牛故號政
010_0230_a_17L黃牛與蔣侍郞堂好堂守錢塘
010_0230_a_18L政詣其府終日語堂曰明日
010_0230_a_19L請客同游師亦留之同叅政許
010_0230_a_20L明日留一絶而歸其詩云
010_0230_a_21L日曾將今日期出門扶杖更思惟
010_0230_a_22L爲僧只合投岩谷國士筵中甚不
010_0230_a_23L坐客仰其高韵昨者使道命一
010_0230_a_24L來營門而營門出入非山僧本色

010_0230_b_01L그런 까닭에 정황우의 시운을 따서 지어 올리니, 바라건대 명령을 어긴 죄를 용서하시면 다행이겠다. 시는 다음과 같다.(餘杭惟政禪師。 常乘黃牛。 故號政黃牛。 與蔣侍郞堂好。 堂守錢塘時。 政詣其府。 終日語堂曰。 明日請客同游。 師亦留之同叅。 政許之。 明日留一絶而歸。 其詩云。 作日曾將今日期。 出門扶杖更思惟。 爲僧只合投岩谷。 國士筵中甚不宜。 坐客仰其高韵。 昨者使道命一來營門。 而營門出入。 非山僧本色。 故敢依政黃牛韵以上。 伏望下恕方命之罪。 幸甚。 詩云。)
一訪牙門向有期           한번 청사를 방문하겠노라 약속을 했지만
至今回首費𩀍惟           돌이켜 생각하니 부질없는 생각이었네
不難暫理枯藜杖           청려장 짚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爭奈靑山不許宜           청산이 허락하지 않는 걸 어찌하겠나
지난 갑신년 3월 19일은 숭정 의종 황제가 명나라의 패망과 함께 죽은 날이기에 지금의 충청도 화양동에 신종과 무종 두 황제의 사당을 세우고 많은 선비들이 『춘추』를 강론하였다. 작년은 세 번째 돌아온 갑신년이었는데, 당시의 참상이 평소보다 갑절이나 생각났다. 낭주(전라남도 영암군)에 사는 현명직이 먼저 감회시 두 편을 지었고, 여러 선비들이 그에 화답한 시를 많이 지었다. 나는 비록 유가의 사람은 아니지만, 간절한 감회가 있어서 감히 화답하였다. 또 화양동의 바위에 신종과 무종의 필적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徃甲申三月十九日。 崇禎毅皇帝。 殉社之日也。 今湖西華陽洞。 創神宗武宗二皇廟。 多士講論春秋。 昨年三回甲申追遠之痛常。 朗州玄大雅命直。 唱感懷詩二律。 諸君子多和。 余雖方外之類。 亦切感憤。 敢爲奉和。 又洞石刻神武二宗筆跡云云。)
悠悠忍痛卯兼申           정묘년 갑신년의 고통을 오래도록 견뎌 왔지만
况値今年三月春           아무렴 금년 3월만큼 가슴이 아픈 적이 있었을까
忍說貂璫陰鬻國           환관들이 나라를 팔아넘긴 일 차마 어떻게 말하나
痛深龍駕忽升神           황제께서 홀연 신선이 되어 올라가셨으니 더욱 가슴 아프네
中原社稷歸無主           이렇게 중원의 사직은 주인을 잃었지만
東國春秋講有人           우리나라엔 그래도 『춘추』를 강하는 사람이 있다네
風雨勿磨華陽石           비바람아 화양동의 돌을 갈지 말아라
我皇手澤萬年新           우리 황제의 손때가 만년 동안 새로우리라
【명나라 만력萬曆 연간에 당시 커다란 권력을 쥐고 있었던 간신 엄숭嚴崇이 환관 위충현魏忠賢과 함께 나라 정사를 제멋대로 쥐고 흔들었기 때문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였다. 또 숭정 연간에도 이틈李闖이라고 하고 이자성李自成이라고도 하는 역적이 있었다. 숭정 17년 갑신년에 그 역적 무리들의 세력이 크게 번창하였기에 그때 산해관山海關을 지키고 있었던 오삼계吳三桂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하였고, 청나라 순치順治 황제가 허락하였다. 그러나 청군이 들어오기도 전에 북경에서는 역적 이자성이 성을 함락하였고, 역적의 뇌물을 받은 환관들은 궁문을 열어 놓고 적을 맞았다. 이에 황제는 매산媒山에 올라가 목을 매고 자결하였다. 청나라 황제가 갑자기 들이닥치자, 이자성은 두려워서 도망쳤고, 오삼계는 명나라 황제의 아들을 옹립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청나라 황제는 “나는 이자성에게 천하를 얻은 것이지, 명나라에서 빼앗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북경에 도읍을 정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오삼계는 청나라를 치고 명나라를 다시 회복하려 하였지만, 중도에 병이 나서 죽고 말았다. 아, 삼계가 만약 살아 있었더라면 명나라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명나라 황제의 아들이 세 성省의 성곽을 보전하여 황제의 자리에 올랐기에 홍광弘光과 경력慶曆의 두 연호가 생겼고, 그래서 숭정 뒤로도 두 황제가 더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홍광과 경력으로 정통을 이어서 촉한蜀漢의 예와 같이하여야 할 것이다.(明萬歷間。 權奸嚴崇與䆠者魏忠賢。 窃弄國柄。 天下囂然。 至崇禎。 國賊李闖。 亦云李自成。 崇禎十七年甲申。 賊勢大熾。 時吳三桂守山海關。 請大淸來救。 淸帝順治許之。 來救未至。 京賊已陷城。 逆璫受賊賂。 開門迎賊。 帝上媒山自縊。 而淸帝猝至。 賊懼而走。 吳三桂欲立明之皇子。 淸帝曰。 吾得天下於自成。 非取於明。 遂定都於燕京。 三桂將攻淸。 欲復明。 而中道發病以卒。 噫。 三桂若在。 明之復振。 可庶幾。 而明之皇子。 保三省之城。 立爲帝。 有弘光慶曆二年號。 則崇禎之後。 猶有二帝。 作史者。 當以弘光慶曆。 承正統。 如蜀漢之例也。)】
경기도에서 벼슬을 하던 어떤 선비가 벼슬에서 물러나 깊은 숲속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현 사백에게 시를 청하였는데, 나에게 대신 지어 줄 것을 청하기에 지어 주다(京圻有簮纓士。 創林下幽居。 求題咏於玄詞伯。 請余代作。)
[1]

010_0230_b_01L故敢依政黃牛韵以上伏望下恕
010_0230_b_02L方命之罪幸甚詩云

010_0230_b_03L
一訪牙門向有期至今回首費𩀍惟

010_0230_b_04L不難暫理枯藜杖爭奈靑山不許宜

010_0230_b_05L徃甲申三月十九日崇禎毅皇帝
010_0230_b_06L殉社之日也今湖西華陽洞創神
010_0230_b_07L宗武宗二皇廟多士講論春秋
010_0230_b_08L年三回甲申追遠之痛常朗州
010_0230_b_09L玄大雅命直唱感懷詩二律諸君
010_0230_b_10L子多和余雖方外之類亦切感憤
010_0230_b_11L敢爲奉和又洞石刻神武二宗筆
010_0230_b_12L跡云云

010_0230_b_13L
悠悠忍痛卯兼申况値今年三月春

010_0230_b_14L忍說貂璫陰鬻國痛深龍駕忽升神

010_0230_b_15L中原社稷歸無主東國春秋講有人

010_0230_b_16L風雨勿磨華陽石我皇手澤萬年新明萬
歷間

010_0230_b_17L權奸嚴崇與䆠者魏忠賢窃弄國柄天下囂然
崇禎國賊李闖亦云李自成崇禎十七年甲申

010_0230_b_18L勢大熾時吳三桂守山海關請大淸來救淸帝順
治許之來救未至京賊已陷城逆璫受賊賂開門

010_0230_b_19L迎賊帝上媒山自縊而淸帝猝至賊懼而走吳三
桂欲立明之皇子淸帝曰吾得天下於自成非取於

010_0230_b_20L遂定都於燕京三桂將功淸欲復明而中道發
病以卒三桂若在明之復振可庶幾而明之皇子

010_0230_b_21L保三省之城立爲帝有弘光慶曆二年號則崇禎之
猶有二帝作史者當以弘光慶曆承正統如蜀

010_0230_b_22L漢之
例也

010_0230_b_23L京圻有簮纓士創林下幽居求題咏
010_0230_b_24L於玄詞伯請余代作

010_0230_c_01L茆棟新營竹着籬           초가를 새로 짓고 대나무로 울타리를 쳐서
林泉隨分作生涯           숲속에서 분수대로 평생을 살아가리라
踈簷日永讐書倦           성긴 처마에 해 길게 걸리면 책 교정하던 일도 덮어 두고
晩瀨風和把釣宜           저녁 여울에 바람이 잔잔하니 낚싯대 잡기 딱 좋구나
好與雲松爲耐友           구름과 소나무를 오랜 벗 삼아 즐기고
笑看軒冕是些兒           벼슬살이는 사소한 아이들 장난으로 웃어넘기네
殘年飽飯能延壽           남은 세월 배불리 먹으며 오래오래 살 수 있었겠지만
須辦虀鹽日供炊           이제는 날마다 나물에 소금 반찬 장만하여 끼니를 때우리라
【두 책을 서로 맞춰 보는 것을 ‘글을 교감한다’고 한다. ‘내耐’는 ‘오래다’라는 뜻이다. 소동파의 시에 “벼슬살이 또한 애들 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166)이라 한 구절이 있다.(兩册相準曰。 讐書。 耐。 久也。 坡詩。 軒冕亦兒劇。)】

[2]
溪花淡淡映踈籬           시내에 꽃 활짝 피어 울타리 비추는데
窈窕衡茅傍水涯           아름다운 풀집이 시냇가에 서 있구나
種芋分供賓客可           토란을 심어 손님과 나눠 먹을 수 있고
藏書付與子孫宜           장서는 자손에게 물려주면 좋겠네
陽坡囓草牛呼犢           볕 든 언덕에선 풀 뜯던 소가 새끼를 부르고
晩壁含虫燕哺兒           저녁 울타리엔 벌레를 문 제비가 새끼를 먹이네
林下歸來饒閑趣           숲속에 돌아오니 한가한 흥취가 있어
從今不向劒頭炊           이제부터 싸움판에서 밥 짓는 일은 없으리라
【 『환현위설桓玄危說』에 “창머리에서 쌀을 씻고 칼머리에서 불을 땐다.”라고 말하였다. 황산곡黃山谷의 시에 “칼머리에서 불 때는 일보다 위태하네.”라고 하였다.(桓玄危說云。 矛頭浙米劒頭炊。 山谷詩。 危於劒頭炊。)】

[3]
莎徑委蛇入槿籬           잡초 무성한 산길 꾸불꾸불 무궁화 울타리까지 뻗어 든
幽齋新闢白雲涯           흰 구름 저 끝 깊숙한 자리에 새 집을 지었네
休言問舍求回鄙           집을 찾고 밭을 구한다고 더럽다 말하지 말라
始覺耕雲釣月宜           구름을 일구고 달을 낚는 일이 좋음을 알았다네
論謚豈無康子婦           시호를 논할 때에 강康이라고 할 부인이 왜 없다는 건가
充閭應有仲謀兒           충려는 응당 중모167)와 같은 아들이 있으리라
浮名從此非干意           덧없는 명예야 이제부터는 간섭하지 않고
惟喜山廚曉夕炊           산중의 부엌에서 아침저녁 밥 짓는 걸 기뻐하네
【허범許氾이 선주先主를 보고 말하길 “옛날에 원룡元龍을 찾아갔을 때에 그가 자신은 침상에 눕고, 손님은 침상 아래에 눕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주인이 손님을 대하는 예가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선주가 대답하길 “그대가 밭을 요구하고 집에 대하여 물어보았던 그것은 원룡이 비천하다고 업신여기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반산半山 왕안석의 시에 “유현덕劉玄德과 말을 섞지 말라. 집을 찾고 밭을 구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네.”라는 구절이 있다. ◯ 금루黔婁가 죽자, 증자曾子가 찾아가 조문을 하고 시호를 무엇으로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는데, 그 아내가 대답하길 “강康 자로 시호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증자가 다시 묻길 “선생께서는 입을 채울 만큼 먹어 본 적도 없었고, 몸을 충분히 가릴 만한 옷도 입어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편안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처가 대답하길 “선생께서 정승의 자리를 사양하고 나가지 않았으니 귀貴가 넉넉하고, 3천 종鍾의 녹봉을 사양하고 받지 않았으니 부富도 넉넉함이 있습니다. 세상의 담박한 생활을 달갑게 여기고 세상의 낮은 지위를 편안히 여겼으니, 이 어찌 편안하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증자가 옳다고 긍정하였다. ◯ 「자광전子光傳」에 “충려充閭 가충賈充은 태어날 때에 흰 기운이 집 안에 가득하였기에 점치는 자가 장차 크게 귀하게 될 인물이라고 하며, 이름을 충充이라 하고, 자는 공려公閭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다.(許氾見先主曰。 昔見元龍。 自臥床上。 使客臥床下。 無客主之禮。 先主曰。 君求田問舍。 是元龍所鄙也。 半山詩。 無人說與劉玄德。 問舍求田計最高。 ◯ 黔婁卒。 曾子徃吊。 問以何爲謚。 其妻曰。 以康爲謚。 曾子曰。 先生食不充口。 衣不盖體。 何以爲康。 妻曰。 先生辭相位不行。 有餘貴也。 辭粟三千鍾而不受。 有餘富也。 甘天下之淡泊。 安天下之卑位。 豈非康乎。 曾子曰唯。 ◯ 子光前曰。 充閭賈充。 生時白氣充閭。 日者曰。 將大貴故。 名曰充。 字曰公閭也。)】
구림마을의 박 상사 집을 방문하고 읊다(訪鳩林朴上舍宅有吟)
昨訪先生宅             어제 선생 댁을 방문하였을 때에
寒梅映瘦竹             고고한 매화꽃 마른 대나무를 비추고 있었네
茅齋坐無氈             초가에는 깔고 앉을 방석이 없다고
引我溪邊石             시냇가 바위로 나를 인도하였네
自言逢佳客             주인의 말로는 귀한 손님이 오셔도
春家無所食             봄철이라 집안에 먹을 것이 없다네
惟將西湖景             오직 서호의 경치를 가져다
供師可玩樂             스님에게 바치니 즐기라고 하네

010_0230_c_01L
茆棟新營竹着籬林泉隨分作生涯

010_0230_c_02L踈簷日永讐書倦晩瀨風和把釣宜

010_0230_c_03L好與雲松爲耐友笑看軒冕是些兒

010_0230_c_04L殘年飽飯能延壽須辦虀鹽日供炊兩册
相準

010_0230_c_05L讐書久也
坡詩軒冕亦兒劇
(一)
010_0230_c_06L溪花淡淡映踈籬窈窕衡茅傍水涯

010_0230_c_07L種芋分供賓客可藏書付與子孫宜

010_0230_c_08L陽坡囓草牛呼犢晩壁含虫燕哺兒

010_0230_c_09L林下歸來饒閑趣從今不向劒頭炊桓玄
危說

010_0230_c_10L矛頭浙米劒頭炊
山谷詩危於劒頭炊
(二)
010_0230_c_11L莎徑委蛇入槿籬幽齋新闢白雲涯

010_0230_c_12L休言問舍求回 [25] 始覺耕雲釣月宜

010_0230_c_13L論謚豈無康子婦充閭應有仲謀兒

010_0230_c_14L浮名從此非干意惟喜山廚曉夕炊許氾
見先

010_0230_c_15L主曰昔見元龍自臥床上使客臥床下無客主之禮
先主曰君求田問舍是元龍所鄙也半山詩無人

010_0230_c_16L說與劉玄德問舍求田計最高 ◆黔婁卒曾子徃吊
問以何爲謚其妻曰以康爲謚曾子曰先生食不

010_0230_c_17L充口衣不盖體何以爲康妻曰先生辭相位不行
餘貴也辭粟三千鍾而不受有餘富也甘天下之淡

010_0230_c_18L安天下之卑位豈非康乎曾子曰唯 ◆子光前 [26]
充閭賈充生時白氣充閭日者曰將大貴故

010_0230_c_19L曰充字曰
公閭也
(三)

010_0230_c_20L訪鳩林朴上舍宅有吟

010_0230_c_21L
昨訪先生宅寒梅映瘦竹

010_0230_c_22L茅齋坐無氈引我溪邊石

010_0230_c_23L自言逢佳客春家無所食

010_0230_c_24L惟將西湖景供師可玩樂

010_0231_a_01L龍江波浩蕩             용강 물결은 호탕하고
鵝村烟羃歷             아촌에는 연기가 덮였네
獨鶴孤山返             학 한 마리 외로이 산으로 돌아가고
閑雲九井落             구름만 하릴없이 구정봉168)에 떨어지네
名勝最南紀             남쪽 지방 가장 빼어난 명승지를
神僧鍾淸淑             신승이 맑은 기운으로 모았네
【도선국사가 구림鳩林 출신이다.(道詵國師。 鳩林出。)】
平生四海脚             평생 온 세상을 걸어 다녔으나
今日重洗目             오늘 새삼 눈을 씻게 되었네
巋然會射亭             높이 솟은 회사정에
徏倚情更適             올라가 몸을 기대니 정 더욱 깊네
深松抱幽溪             무성한 소나무 깊은 시내를 감싸고
風送無孔笛             바람 불면 피리 구멍도 없이 피리 소리를 보내네
詩人亂揮洒             시인이 어지럽게 휘갈겨 놓은 글씨는
蚯蚓走四壁             사방 벽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하네
稍稍集林叟             숲속에 어느덧 하나씩 모여든 노인들
問余何山客             나에게 어느 산에서 온 손님인가 묻네
先生浪稱譽             선생은 괜한 칭찬을 늘어놓으며
再來彌天釋             도안道安 대사169)가 환생한 것이라 하네
邀月堂前月             요월당 앞에 뜬 달은
可憐爲誰白             가련하구나 누구를 위하여 밝혀 주는가
【구림鳩林에 요월당邀月堂이 있는데, 옛날 목사 임천령林千齡의 집이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鳩林有邀月堂。 故林牧使千齡之家。 今他人居之。)】
風流今安在             풍류객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鳥鳴花寂寂             새만 울어 대고 꽃은 적적하구나
尋初齋中主             심초재 안의 주인을
【상사上舍 현명덕玄命德을 말한다.(玄上舍命德)】
邂逅山房夕             산속 절 방에서 만난 저녁
東溪子崔子             동계의 아들 최자는
去赴尋花約             꽃구경 가기로 약속을 했다고 하네
歸路忽相逢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서
植杖語移刻             지팡이 짚고 서서 한참을 이야기했네
【‘치植’의 음은 ‘치置’이다.(音置)】
夕舂羣鴉歸             저녁 방아 찧을 때가 되어 까마귀 떼 집으로 돌아가도
【 『회남자淮南子』에 이르기를 “해가 연우淵隅에 이르면 낮 방아를 찧고, 연석連石에 이르면 저녁 방아를 찧네.”라고 하였다.(淮南子曰。 至淵隅爲高舂。 至連石爲夕舂。)】
我興猶未息             나의 흥취는 영 사그라지지 않는다네
擧手揖路人             손을 들어 길 가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니
微風鳴短策             산들바람이 지팡이 아래를 스치고 가네
석옥 화상의 〈산중에서 지녀야 할 네 가지 위의〉라는 시에 화답하다 【서현棲賢 시에 “짚신은 험하기가 범과 같고, 지팡이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 꼭 용과 같구나.”라고 하였다.】(和石屋和尙山中四威儀 【賢棲詩。 草鞋獰似虎。 柱杖活如龍。】)
山中行               산중을 걸으매
芒鞋似虎獰             짚신짝도 꼭 범처럼 사납다네
岩花開劫外             바위에는 겁을 넘어선 꽃이 피고
溪鳥話無生             냇가에는 새들이 무생을 노래하네
山中住               산중에 머물매
猿鳥以爲友             원숭이와 새들과 친구가 되네
運水方朝炊             물을 길어 와 막 아침밥을 지으려는데
人間日卓午             세상 사람들은 해가 중천에 뜬 점심때라 하겠지

010_0231_a_01L龍江波浩蕩鵝村烟羃歷

010_0231_a_02L獨鶴孤山返閑雲九井落

010_0231_a_03L名勝最南紀神僧道詵國師
鳩林出
鍾淸淑

010_0231_a_04L平生四海脚今日重洗目

010_0231_a_05L巋然會射亭 [27] 倚情更適

010_0231_a_06L深松抱幽溪風送無孔笛

010_0231_a_07L詩人亂揮洒蚯蚓走四壁

010_0231_a_08L稍稍集林叟問余何山客

010_0231_a_09L先生浪稱譽再來彌天釋

010_0231_a_10L邀月堂前月可憐爲誰白鳩林有邀月堂
林牧使千齡之家

010_0231_a_11L今他人
居之

010_0231_a_12L風流今安在鳥鳴花寂寂

010_0231_a_13L尋初齋中主玄上舍
命德
邂逅山房夕

010_0231_a_14L東溪子崔子去赴尋花約

010_0231_a_15L歸路忽相逢
杖語移刻

010_0231_a_16L夕舂淮南子曰至淵隅爲
高舂至連石爲夕舂
羣鴉歸

010_0231_a_17L我興猶未息

010_0231_a_18L擧手揖路人微風鳴短策

010_0231_a_19L和石屋和尙山中四威儀賢棲 [28] 草鞋
獰似虎柱杖
010_0231_a_20L活如

010_0231_a_21L
山中行芒鞋似虎獰

010_0231_a_22L岩花開劫外溪鳥話無生

010_0231_a_23L山中住猿鳥以爲友

010_0231_a_24L運水方朝炊人間日卓午

010_0231_b_01L山中坐               산중에 앉으매
七箇蒲團破             일곱 개의 부들방석이 다 닳았네
出定捲簾看             선정에서 깨어나 발을 걷고 내다보니
虛空成粉碎             허공이 부서져 내리는구나
山中臥               산중에 누우매
忘世又忘我             세상도 잊고 나도 잊었네
客到煮新茶             손님이 오면 햇차를 끓이려고
隣庵去討火             이웃 암자에 가서 불을 빌려 온다네
전주 감영에서 쌀을 하사한 데 감사하며(謝完營賜米)
誰將畵餠解充飢           누가 그림의 떡으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가
未見蒸沙作飯時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은 보지도 못했네
多謝官家分祿米           고맙게도 관가에서 쌀을 나누어 주었으니
從此山廚日供炊           이제부터 절 부엌에선 날마다 밥을 지을 수 있겠네
부채를 하사한 데 감사하며(謝賜扇)
明月淸風備一身           맑은 바람 밝은 달 한 몸에 다 갖추어
令公手裡日相親           영공 손 안에 날마다 가까이 있었는데
如何付與山僧去           어찌하여 산승에게 주고 갔는가
聖世應無庾亮塵           오늘 같은 태평성세에는 유량의 먼지170)는 없을 것인데
〈옥연적〉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玉硯滴韵)
頻伽甁貯幾虛空           빈가병엔 얼마만 한 허공을 채웠을까
滴水涓涓注玉筒           물방울 똑똑 옥통에 떨어지네
平生獨與陶泓伍           평생을 오직 도자기 연적과 짝을 하였으니
蹤跡寧隨撲滿同           꽉 차면 깨 버려야 하는 박만을 어찌 좇겠나
正體恒如虛滿處           반듯한 모양새 언제나 물이 비었다 찼다 하는 것을 따르고
神機都在吐呑中           신기한 기능은 물을 토하고 삼키는 것에 있네
眇然一物含玄妙           조그만 이 물건이 이리 현묘한 이치를 가졌으니
君子由之道可通           군자가 이를 가까이하면 도를 통할 것이라
【 『능엄경』에 이르기를 “빈가병의 두 구멍을 막고 가득히 허공을 채운다.”라고 하였다. 병을 빈가 새 모양으로 만들었으므로, 구멍이 두 개가 나 있다. ◯ 박만撲滿은 돈을 모아 두는 그릇이다. 들어가는 구멍은 있지만 꺼내는 구멍은 없으므로, 그릇이 다 차면 깨야만 한다. 공자가 태묘太廟에 들어가니, 모양이 기울어진 그릇이 있기에, 자로子路로 하여금 물을 담아서 시험하도록 했다. 물이 가득 차면 그릇이 뒤집히고, 중간까지 채우면 바르게 서 있고, 완전히 비우면 기울어졌다. 공자가 말하기를 “꽉 차면 뒤집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지금 이 연적이 비었을 때와 채워졌을 때가 그것과 꼭 같은 이치이다.(楞嚴經云。 以頻伽瓶。 塞其兩孔。 滿中擎空云云。 瓶作頻伽鳥形。 故有兩孔。 ◯ 撲滿。 畜錢具也。 有入穴無出穴。 滿則撲之。 孔子入太廟。 有欹器。 令子路取水試之。 滿則覆。 中則正。 虛則欹。 子曰。 未有滿而不覆者也。 今硯滴虛滿之間。 一如也。)】
선지禪旨
惟吾自不會             내가 잘 이해를 못해서 그렇지
斯道本圓明             우리 불가의 도는 본래 원만하고 분명하다네
瓦礫終成佛             하잘것없는 기와나 자갈도 결국엔 부처가 되어서
虛空解講經             허공에서 경문을 강할 것이라네
池華承月白             연못의 꽃은 달빛을 받아 환하고
山氣帶秋淸             산 기운도 가을의 맑은 느낌을 띠는구나
風打墻西竹             바람이 서쪽 담의 대나무를 흔드니
端須以眼聽             애초에 눈으로 소릴 듣도록 하여라
함께 참례하는 사람들에게 훈시하다(示同叅)

010_0231_b_01L山中坐七箇蒲團破

010_0231_b_02L出定捲簾看虛空成粉碎

010_0231_b_03L山中臥忘世又忘我

010_0231_b_04L客到煮新茶隣庵去討火

010_0231_b_05L謝完營賜米

010_0231_b_06L
誰將畵餠解充飢未見蒸沙作飯時

010_0231_b_07L多謝官家分祿米從此山廚日供炊

010_0231_b_08L謝賜扇

010_0231_b_09L
明月淸風備一身令公手裡日相親

010_0231_b_10L如何付與山僧去聖世應無庾亮塵

010_0231_b_11L次玉硯滴韵

010_0231_b_12L
頻伽甁貯幾虛空滴水涓涓注玉筒

010_0231_b_13L平生獨與陶泓伍蹤跡寧隨撲滿同

010_0231_b_14L正體恒如虛滿處神機都在吐呑中

010_0231_b_15L眇然一物含玄妙君子由之道可通楞嚴
經云

010_0231_b_16L以頻伽瓶塞其兩孔滿中擎空云云瓶作頻伽鳥形
故有兩孔 ◆撲滿畜錢具也有入穴無出穴滿則

010_0231_b_17L撲之孔子入太廟有欹器令子路取水試之滿則覆
中則正虛則欹子曰未有滿而不覆者也今硯滴虛

010_0231_b_18L滿之間
一如也

010_0231_b_19L禪旨

010_0231_b_20L
惟吾自不會斯道本圓明

010_0231_b_21L瓦礫終成佛虛空解講經

010_0231_b_22L池華承月白山氣帶秋淸

010_0231_b_23L風打墻西竹端須以眼聽

010_0231_b_24L示同叅

010_0231_c_01L般若靈根本自圓           반야의 신령한 근본은 본래 원만하거늘
車牛背上且加鞭           수레 끄는 소 등에 또 채찍을 가하는구나
布單不賣三千里           삼천 리를 가서도 포단은 팔지 못하고
樹耳償他二十年           나무에 버섯으로 돋아나171) 스무 해 세월을 보상했네
擧世皆稱朴爲璞           온 세상이 다 박朴을 박璞이라 말해도
何人能以蟬酬禪           그 누가 선蟬으로 선禪에 대답할 수 있겠나
無師自悟雖奇特           스승 없이 깨달음이 기특한 일이나
莫向威音佛以前           위음불 이전172)으로 가려고는 하지 말아라
【소가 수레를 끄는 것을 비유한 것인데, 수레를 친다고 해도 옳고, 소를 때린다고 하여도 옳다. 수레를 몸에 비유하고, 소를 마음에 비유한 것이다. ◯ 경慶 선사가 포단布單을 팔면서 삼천 리를 돌아다니며 옛 선사를 참방할 때에 보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도道를 깨닫지 못하였기에 20년 동안을 그 집 동산에 버섯이 되어 살면서 은혜를 갚아야 했다. ◯ 정鄭나라 사람들은 아직 다듬지 않은 옥을 박璞이라 하였고, 주周나라 사람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쥐고기를 박朴이라 하였다. 주나라 사람들이 말린 쥐고기 박朴을 가슴에 품고서 정나라 사람을 막아서며 묻기를 “박朴을 사려고 하는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정나라 사람은 그것이 다듬지 않은 옥인 줄 알고 “사겠다.”라고 대답하였다. 주나라 사람이 물건을 내놓았는데, 그제야 정나라 사람은 그것이 말린 쥐고기인 것을 알고서, 싫다고 거절하고 가져가지 않았다. ◯ 어떤 스님이 대용大容 화상에게 묻기를 “선禪은 무엇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가을바람이 옛 나루에 임하여도 해가 지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라고 답하자, 그 스님이 말하길 “저는 선蟬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너는 무슨 선蟬을 물은 것이냐?”라고 하니, “조사선祖師禪을 물었습니다.”라고 답하자, “남화南華탑 가의 소나무 그늘 속에 마실 만한 이슬과 서늘한 바람이 또 많기도 하다.”라고 하였다. ◯ 좌랑左朗 선사가 말하길 “위음불威音佛 이전에 스승 없이 혼자서 깨달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주 뛰어난 견해를 가진 것이지만, 그러나 위음불 이후에 스승 없이 깨달았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야말로 외도外道라고 하겠다.”라고 하였다.(比牛駕車。 打車即是。 打牛即是。 車喩身。 牛喩心。 ◯ 慶禪師賣布單。 向三千里叅訪。 古師受施物。 道眼不明。 爲其園困二十年。 ◯ 鄭人以玉未理者爲璞。 周人以鼠未腊者爲朴。 周人懷朴。 遏鄭人曰。 欲買朴乎。 鄭人以爲璞。 曰欲買出之。 乃乾鼠。 曰謝不取。 ◯ 僧問大容和尙。 如何是禪。 容曰秋風臨古渡。 落日不堪聞。 僧曰不問此蟬。 容曰爾問那蟬。 僧曰祖師禪。 容曰南華塔畔松陰裡。 飮露冷風。 又更多。 ◯ 左朗禪師云。 威音佛以後。無師自悟。 高勝見解。 威音佛以後。 無師自悟。 天然外道。)】
병상 이경모에게 삼가 올리다 【 『천관서天官書』에 “하고河鼓의 큰 별은 상장군에 해당하고, 좌우의 별은 좌장군과 우장군에 해당한다. 보름달일 때 활 모양을 하고 있다.”라고 하였다.】(謹呈李兵相 【景模】 【天官書。 河鼓大星上將。 左右星左右將。 滿月弓形。】)
[1]
湖南元帥美範圍           호남의 원수께서는 몸가짐이 아름다워
夜夜河鼓動光輝           밤마다 하고성河鼓星은 밝은 빛을 흩뿌리네
豪情早投班生筆           호탕한 기상으로 일찌감치 반초班超173)처럼 붓을 던져 버렸고
英妙能棄終子衣           영묘한 재질은 종군終軍174)처럼 천 조각을 버렸구나
劒吼長風斬鯨去           칼은 크게 바람 소리를 울리며 고래를 베러 가고
弓開滿月射鵰歸           활을 보름달처럼 당겨 독수리를 맞히고 돌아오는구나
淸時關塞元無事           태평한 때를 만나 변방에 아무 일도 없으니
羯虜焉知漢將飛           오랑캐들이 어찌 한나라 장수 장비175)를 알아볼까

[2]
轅門一約自難忘           군문의 한 번 약속은 어기기 어려워
手拂袈裟下講床           가사 옷깃 떨치며 강단을 내려왔네
溪鳥挽人啼近路           시냇가의 새들은 길 가까이서 지저귀며 사람을
잡아끌고野花迎客動幽香           들꽃은 나그네를 환영하듯 그윽한 향기를 내뿜네
山頭僧住何年砦           산꼭대기 스님의 집에는 언제 목책을 만들었나
城外民耕古戰場           성 밖의 백성들은 옛 전쟁터에서 밭을 갈고 있구나
聖代喜逢太平日           고맙게도 태평성대 기쁜 세월을 만나
將軍閑坐語農桑           장군도 한가히 앉아서 농사일을 이야기하네
사창176)의 김 사백 형제가 시운을 보냈기에 그 운을 따서 짓다(次社倉金詞伯昆季來韵)
[1]
江頭草閣梦依依           강어귀의 초가집 꿈속처럼 아득한데
松菊陰森一徑微           솔숲 국화 그늘 속으로 작은 오솔길 하나
睡起新詩開案上           잠에서 깨어 보니 새로 지은 시는 책상에 펼쳐진 채
淸風颯颯動禪衣           맑은 바람 솔솔 불어 가사 옷깃을 흔드누나

[2]
數朶黃花濕自依           노란 국화 몇 송이 이슬에 젖어 있고
金爐香歇雨霏微           금향로의 향기는 궂은비에 사라졌네
東坡兄弟遙相憶           멀리 동파의 형제를 그리워하노니
倘記雲山舊衲衣           혹시 오래된 가사를 기억하는가
【동파東坡가 옥대玉帶를 풀어서

010_0231_c_01L
般若靈根本自圓車牛背上且加鞭

010_0231_c_02L布單不賣三千里樹耳償他二十年

010_0231_c_03L擧世皆稱朴爲璞何人能以蟬酬禪

010_0231_c_04L無師自悟雖奇特莫向威音佛以前比牛
駕車

010_0231_c_05L打車即是打牛即是車喩身牛喩心 ◆慶禪師賣
布單向三千里叅訪古師受施物道眼不明爲其

010_0231_c_06L1) [2] 二十年◆鄭人以玉未理者爲璞周人以鼠未腊
者爲朴周人懷朴遏鄭人曰欲買朴乎鄭人以爲

010_0231_c_07L曰欲買出之乃乾鼠曰謝不取◆僧問大容和尙
何是禪容曰秋風臨古渡落日不堪聞僧曰不問此

010_0231_c_08L容曰爾問那蟬僧曰祖師禪容曰南華塔畔松陰
飮露冷風又更多◆左朗禪師云威音佛以後 [29] 無師

010_0231_c_09L自悟高勝見解威音佛以
無師自悟天然外道

010_0231_c_10L謹呈李兵相景模天官書河鼓大星上將
左右星左右將滿月弓
010_0231_c_11L

010_0231_c_12L
湖南元帥美範圍夜夜河鼓動光輝

010_0231_c_13L豪情早投班生筆英妙能棄終子衣

010_0231_c_14L劒吼長風斬鯨去弓開滿月射鵰歸

010_0231_c_15L淸時關塞元無事羯虜焉知漢將飛(一)

010_0231_c_16L轅門一約自難忘手拂袈裟下講床

010_0231_c_17L溪鳥挽人啼近路野花迎客動幽香

010_0231_c_18L山頭僧住何年砦城外民耕古戰場

010_0231_c_19L聖代喜逢太平日將軍閑坐語農桑(二)

010_0231_c_20L次社倉金詞伯昆季來韵

010_0231_c_21L
江頭草閣梦依依松菊陰森一徑微

010_0231_c_22L睡起新詩開案上淸風颯颯動禪衣(一)

010_0231_c_23L數朶黃花濕自依金爐香歇雨霏微

010_0231_c_24L東坡兄弟遙相憶倘記雲山舊衲衣東坡
解玉

010_0231_c_25L「困」疑「菌」{編}

010_0232_a_01L요원了元 장로에게 주었더니, 요원 장로는 낡은 가사를 벗어 주면서 사례하며 “가희원歌姬院에서 걸식하려고 하기에 산속에서 입던 오래된 가사를 주노라.”라고 하였다. 동파는 계戒 화상의 후신後身이기 때문에 오래된 가사라고 하였다.(東坡解玉帶。 與了元長老。 元以磨衲。 謝與東坡曰。 欲敎乞食歌姬院。 寄與雲山舊衲衣。 坡戒和尙後身。 故云舊衲衣。)】

[3]
落落高標萬丈巖           우뚝하게 솟은 봉우리에 만 길 높은 바위요
又如冬嶺秀孤杉           겨울 언덕에 홀로 선 삼나무 같구나
非徒有養能如此           타고난 소양이 그런 것뿐만 아니라
自是家風本不凡           가풍이 원래 범상치가 않았다네
【공의 아버지는 이학理學에 일가를 이루었다.(公之家君。 以理學有行。)】

[4]
霧深斑豹隱幽巖           자욱한 안개 속 깊은 바위에 숨어 사는 표범인 듯
雲重胎禽宿老杉           첩첩 구름 속 삼나무 위에서 잠자는 새인 듯이
一衲頭陁專半壑           한 벌 가사를 걸치고서 계곡을 관장하면서
不知塵世有荊凡           속세의 형범177)을 모르고 사는구나

[5]
秋山來短札             가을날 산속에서 짧은 편지를 받으니
晩歲動幽懷             저물어 가는 시절에 감회가 새롭구나
已許將心契             이미 마음이 서로 맞는 것을 알았는데
寧容對面差             어찌 만나지 않고 그냥 있겠는가
梦歸雲海濶             꿈속에 돌아가면 구름과 바다는 넓기도 하고
詩到弟兄偕             시가 있어서 형 아우가 함께하였네
不變交修誼             서로 사귀는 의리 변하지 않아서
鷄能雨夜喈             비 오는 밤 새벽닭이 울도록 이야기하리라

[6]
二難吾所好             두 형제178)를 다 내가 좋아하나니
一室江上幽             강 위의 방 한 칸 그윽하기도 하다
芝眉久未挹             그대 고운 눈썹을 오래도록 보지 못하여
相思日如秋             그리움에 사무친 하루 일 년보다 길어라
【원덕수元德秀의 눈썹이 짙고 아름다워서 그를 보기만 하여도 사람들은 명예나 이득을 구하는 마음이 다 없어질 정도였다.(元德秀眉紫芝。 人見之。 名利之心都盡。)】
向來寄尺蹏             지난번에 부쳐 온 편지는
雋永案上留             오래도록 책상 위에 놓아두었네
【혁제焃蹏는 얇은 종이를 말한다.(焃蹏。 薄紙也。)】
若子元非俗             당신 같은 사람은 원래 속세 사람이 아니니
今世豈易求             요즘 세상에 어디 쉽게 찾을 수 있겠나
律身如水淨             깨끗한 물처럼 몸을 지키고
讀書如林稠             빽빽한 나무처럼 책을 읽었네
要傳洙泗學             공자의 학문179)을 전하려고
文章卽早收             문장 공부는 일찍부터 거두었네
時得寒餓句             춥고 배고픈 속에 때때로 시구를 얻으니
讀之頭風瘳             읽기만 하면 머리 병이 다 낫는 듯하여라
【소동파의 시에 “시인은 으레 곤궁한 것, 좋은 시는 춥고 배고픈 데서 나온다네.”라고 한 것이 있다. 또 조조曺操가 진림陳琳의 격문을 읽고 “나의 두통이 나았다.”라고 말했다 한다.(坡詩云。 詩人例窮蹇。 秀句出寒餓。 曺操讀陳琳檄曰。 我頭風快矣。)】
白雲繞山際             흰 구름 산자락을 둘러쌀 즈음
明月上江頭             밝은 달이 강 머리에 떠오르네
詎復知三公             삼공180)의 자리를 준다고 하여도
終不換一丘             이 언덕과 바꾸지 않을 것을 어찌 모르나
自古菰蘆中             예로부터 외딴 초가집에 살고 있는
隱者多淸流             은자에겐 청정한 풍류가 많은 법이라네
【오나라의 은찰殷札과 장온張溫이 함께 촉나라에 사신으로 가니, 제갈공명이 그들을 보고 탄식하기를 “강동江東의 초가에서 이런 훌륭한 인재가 태어났구나.”라고 하였다.(吳殷札張溫。 俱使蜀。 孔明見而嘆曰。 江東菰蘆中。 生此奇才。)】

[7]

010_0232_a_01L與了元長老元以磨衲謝與東坡曰欲敎乞食
歌姬院寄與雲山舊衲衣坡戒和尙後身故云舊

010_0232_a_02L
(二)

010_0232_a_03L落落高標萬丈巖又如冬嶺秀孤杉

010_0232_a_04L非徒有養能如此自是家風本不凡公之
家君

010_0232_a_05L以理學
有行
(三)

010_0232_a_06L霧深斑豹隱幽巖雲重胎禽宿老杉

010_0232_a_07L一衲頭陁專半壑不知塵世有荊凡(四)

010_0232_a_08L秋山來短札晩歲動幽懷

010_0232_a_09L已許將心契寧容對面差

010_0232_a_10L梦歸雲海濶詩到弟兄偕

010_0232_a_11L不變交修誼鷄能雨夜喈(五)

010_0232_a_12L二難吾所好一室江上幽

010_0232_a_13L芝眉久未挹相思日如秋元德秀眉紫芝人見
名利之心都盡


010_0232_a_14L向來寄尺蹏雋永案上留焃蹏
紙也


010_0232_a_15L若子元非俗今世豈易求

010_0232_a_16L律身如水淨讀書如林稠

010_0232_a_17L要傳洙泗學文章卽早收

010_0232_a_18L時得寒餓句讀之頭風瘳坡詩云詩人例窮
秀句出寒餓

010_0232_a_19L曺操讀陳琳檄
我頭風快矣


010_0232_a_20L白雲繞山際明月上江頭

010_0232_a_21L詎復知三公終不換一丘

010_0232_a_22L自古菰蘆中隱者多淸流吳殷札張溫俱使
孔明見而嘆曰

010_0232_a_23L江東菰蘆中
生此奇才
(六)

010_0232_b_01L半世居山谷             반평생을 산골짝에 살았지만
我興日以幽             나의 흥취 나날이 깊어만 가네
定中度一夜             선정 속에 하룻밤을 지나고 나면
人間五十秋             인간 세상의 오십 년이 지나간다네
每訪靑山去             언제나 청산을 찾아가서는
多爲白雲留             흰 구름과 자주 함께 머무네
浮生貴適意             덧없는 인생 내 맘에 맞으면 그만
餘事奚足求             다른 것을 어찌 구할 것 있겠나
微分能知足             작은 분수나마 만족할 줄을 안다면
一鉢猶是稠             발우 하나로도 오히려 넉넉하다네
春山崔1)舌吐             봄 산은 작설雀舌 찻잎을 토해 주고
秋林鴨脚收             가을 숲에선 은행을 거두어들이지
烟霞成痼疾             자연을 즐기는 풍류병 고질이 되어
瞑眩藥不瘳             어찔하게 독한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네
世故無一毫             세상 인연은 터럭만큼도 없건만
白髮胡滿頭             백발은 어찌하여 머리에 가득한가
嘆老吾何曾             내 어찌 늙음을 탄식하겠나
不用向丹丘             단구181)에 갈 것도 없다네
詩成悄然坐             시를 짓고서 가만 앉아 있자니
檐前螢火流             처마 앞에는 반딧불만 떠가는구나
【 『구사론俱舍論』에 이르기를 “하늘 위에서의 하루 밤낮이 인간 세상의 50년이 된다.”라고 하였다. ◯ 쌍정雙井 고석차顧㳻茶는 처음 싹이 나올 때의 참새의 혀와 같은 잎을 창槍이라고 부르고, 처음으로 잎이 펴지는 것을 기旗라고 한다. ◯ 압각鴨脚은 은행이다. 산곡山谷의 시에 “가을에는 숲에서 은행을 거두어들이고, 봄이면 그물로 금고琴高를 잡네.”라고 하였다. ‘금고’라는 것은 잉어를 말한다.(俱舍論云。 天上一晝夜。 人間五十年。 ◯ 雙井顧㳻茶。 初萌如雀舌者。 謂之槍。 初敷而爲葉者。 謂之旗。 ◯ 鴨脚。 銀杏也。 山谷詩。 秋林收鴨脚。 春網薦琴高。 琴高者。 鯉魚也。)】

[8]
人世多苦惱             인간 세상에는 고뇌가 많기도 하나
吾道本淸幽             우리 불가의 도는 맑고 깊다네
烟霞藏世界             안개에 묻힌 듯 노을에 잠긴 듯 황홀한 연화장세계에
花木起春秋             꽃과 나무로 봄가을을 알려 준다네
非是爲逃秦             진나라의 폭정을 피하려고 도망한 것도 아니며
亦不願封留             유후留侯로 봉해지는 일182)을 원하지도 않는다네
萬事一聽天             모든 일은 하나같이 하늘에 맡기고
無營又無求             경영하려는 것도 구하려는 것도 없다네
漸扶道心傾             점차 기울어지는 도심을 붙들어 세우고
漸刪煩惱稠             자꾸 늘어가는 번뇌를 깎아 없앤다네
水牯已純熟             물소183)는 이미 길들여져서
東西任放收             이리저리 풀고 거두길 마음대로 하네
獨吟維摩病             유마거사 홀로 병으로 신음하여
餌丹猶未瘳             단약을 먹어도 낫지를 않네
世醫皆拱手             세상 의원들 다 팔짱 끼고 구경만 하는데
文殊唯點頭             문수보살만이 머리를 끄덕였다네
未開人天眼             인천안목人天眼目을 떠 보지도 못하고
已作老比丘             어느새 늙은 비구가 되고 말았구나
安得圓機士             어떻게 하면 근기가 원만한 선비를 얻어서
傳法度九流             법을 전해 구류를 건너게 할까
【유마거사가 병에 걸렸을 때 문수보살이 와서 병문안을 하고, 함께 불이법문不二法門을 논하였다.(維摩居士示病。 文殊菩薩來問疾。 共論不二法門。)】
장춘도의 조 사백이 부쳐 온 시운을 따서 짓다(次長春島曺詞伯寄示韵)
[1]

010_0232_b_01L半世居山谷我興日以幽

010_0232_b_02L定中度一夜人間五十秋

010_0232_b_03L每訪靑山去多爲白雲留

010_0232_b_04L浮生貴適意餘事奚足求

010_0232_b_05L微分能知足一鉢猶是稠

010_0232_b_06L春山崔 [30] 舌吐秋林鴨脚收

010_0232_b_07L烟霞成痼疾瞑眩藥不瘳

010_0232_b_08L世故無一毫白髮胡滿頭

010_0232_b_09L嘆老吾何曾不用向丹丘

010_0232_b_10L詩成悄然坐檐前螢火流俱舍論云天上一
晝夜人間五十年

010_0232_b_11L◆雙井顧㳻茶初萌如雀舌者謂之槍初敷而爲葉
謂之旗 ◆鴨脚銀杏也山谷詩秋林收鴨脚

010_0232_b_12L網薦琴高
高者鯉魚也
(七)

010_0232_b_13L人世多苦惱吾道本淸幽

010_0232_b_14L烟霞藏世界花木記春秋

010_0232_b_15L非是爲逃秦亦不願封留

010_0232_b_16L萬事一聽天無營又無求

010_0232_b_17L漸扶道心傾漸删煩惱稠

010_0232_b_18L水牯已純熟東西任放收

010_0232_b_19L獨吟維摩病餌丹猶未瘳

010_0232_b_20L世醫皆拱手文殊唯點頭

010_0232_b_21L未開人天眼已作老比丘

010_0232_b_22L安得圓機士傳法度九流維摩居士示病
殊菩薩來問疾

010_0232_b_23L論不二
法門
(八)

010_0232_b_24L次長春島曺詞伯寄示韵

010_0232_c_01L雲心野趣較誰閑           구름 같은 마음들을 좋아하는 취향 누군들 이렇게 한가할까
秖爲殊蹤罕得攀           다만 가는 길이 달라서 산에 오르는 일이 드물 뿐이라네
在世先生不染世           선생은 세속에 살면서도 속세에 물들지 않았고
居山長老亦忘山           산에 사는 장로는 또한 산을 잊었네
長春一面無凡物           장춘도長春島에는 어느 한 면도 범속한 물건이 없고
月出千峰捴佛顔           월출산의 천 봉우리는 모두가 부처님 얼굴일세
方外唱酬眞盛事           다른 세계에서 시를 주고받는 일 참으로 대단하니
莫嫌餘習未能刪           잡스런 여러 습관 버리지 못한다 욕하지 마시오
【월출月出은 산의 이름이다.(月出。 山名。)】

[2]
萬事隨緣已等閑           온갖 일이 인연 따라 이렇게나 한가한데
百年何處可追攀           한평생 어느 곳에서 따라 오를까
人誰出世同歸道           누가 속세를 벗어나 함께 도에 돌아가려나
天爲客吾別有山           하늘이 그대와 나를 위해 따로 산을 만들어 두었구나
麈下莫論明日事           사슴 앞에서는 내일 일을 말하지 말지니
鏡中無復去年顔           거울 속에서 다시는 작년 얼굴을 볼 수 없다네
漫吟汚筆君休笑           함부로 읊은 시 못난 글씨라 그대는 비웃지 마소
狂語坡翁亦不刪           미치광이의 말도 동파는 버리지 않았다네
팔구월 사이에 학인들이 모두 흩어지고 국화만 쓸쓸히 피었기에 문득 가슴에 담아 두었던 생각을 읊어 본다(八九月之間學者皆散黃花獨發偶吟記懷)
八月九月僧皆散           팔월 구월 사이 스님들은 모두 흩어져 떠나고
暫得軒窓靜不譁           잠시 절집 창 밑이 시끄럽지 않을 때로다
獨倚經床溫舊講           홀로 경상에 기대어 옛날 강했던 경전 다시 익히고
又開詩卷品諸家           시집을 펼쳐 여러 시인들의 시를 품평해 보네
籬邊古木秋陰薄           울타리 옆 늙은 나무에 가을 그늘 엷게 드리우고
樓外寒溪夜響多           누대 밖 차가운 시내에 밤이면 물소리 크구나
人與歲華同晼晩           사람도 세월과 함께 저물어 가나니
蕭搔白髮映黃花           한가로이 백발을 긁적이며 국화꽃을 비추어 보네
면주의 김 사백 형제가 임 선비와 함께 나를 찾아와 시를 주기에 화답하다(綿州金詞伯兄弟與林斯文來訪有詩奉和)
香積何曾備鷄黍           절집 부엌에서 닭과 쌀을 어찌 준비하겠나
蘿根采采小園西           서쪽 작은 밭에서 무 뿌리만 잔뜩 캐 왔다네
蝸緣古壁涎粘柱           달팽이는 벽을 타고 올라 기둥에 찰싹 붙어 있고
虎過荒林跡印泥           호랑이는 무성한 숲을 지나며 진흙에 발자국을 찍었네
一首新詩宜雋永           새로 지은 시 한 수가 더욱 감미롭고 뜻이 깊어
十年徃事政萋迷           십 년 지난 옛날 일들이야 희미하기만 하지
明朝九井峯頭去           내일 아침에는 구정봉 꼭대기에 가서
手拂蒼苔讀舊題           이끼를 떨어내고 옛날에 새긴 글을 읽어 보리라
【이 분들이 10년 전에 이 산에 와서 놀았다.(諸公十年前。 來遊此山也。)】
서호에 사는 박 생원이 절구 시 한 수를 보냈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연히 사냥꾼을 따라 산문에 이르러, 꿩을 조리고 닭을 삶으니 맛도 좋구나.

010_0232_c_01L
雲心野趣較誰閑秖爲殊蹤罕得攀

010_0232_c_02L在世先生不染世居山長老亦忘山

010_0232_c_03L長春一面無凡物月出千峰捴佛顔

010_0232_c_04L方外唱酬眞盛事莫嫌餘習未能删


010_0232_c_05L
(一)

010_0232_c_06L萬事隨緣已等閑百年何處可追攀

010_0232_c_07L人誰出世同歸道天爲客吾別有山

010_0232_c_08L麈下莫論明日事鏡中無復去年顔

010_0232_c_09L漫吟汚筆君休笑狂語坡翁亦不刪(二)

010_0232_c_10L八九月之間學者皆散黃花獨發偶
010_0232_c_11L吟記懷

010_0232_c_12L
八月九月僧皆散暫得軒窓靜不譁

010_0232_c_13L獨倚經床溫舊講又開詩卷品諸家

010_0232_c_14L籬邊古木秋陰薄樓外寒溪夜響多

010_0232_c_15L人與歲華同晼晩蕭搔白髮映黃花

010_0232_c_16L綿州金詞伯兄弟與林斯文來訪有
010_0232_c_17L詩奉和

010_0232_c_18L
香積何曾備鷄黍蘿根采采小園西

010_0232_c_19L蝸緣古壁涎粘柱虎過荒林跡印泥

010_0232_c_20L一首新詩宜雋永十年徃事政萋迷

010_0232_c_21L明朝九井峯頭去手拂蒼苔讀舊題諸公
十年

010_0232_c_22L來遊
此山也

010_0232_c_23L
西湖朴上舍寄一絶云偶隨獵者
010_0232_c_24L到山門煮雉烹鷄滋味存寄語東

010_0232_c_25L

010_0233_a_01L동림의 연담 스님에게 이 말을 하노니, 평생 무슨 일로 나물 뿌리만 드시오.” 이 시에 화답하다 【4수】(西湖朴上舍寄一絶云。 偶隨獵者到山門。 煮雉烹鷄滋味存。 寄語東林蓮老衲。 一生何事喫蔬根。 奉和。 【四首】)
[1]
一身休咎互爲門           몸에 좋고 나쁜 일 서로 문이 되나니
滋味存時病亦存           재미가 있으면 병도 있기 마련일세
爲報西湖老居士           서호의 노거사께 답을 하노니
不如歸我喫蔬根           내게 와서 나물 뿌리 먹는 것이 낫지 않겠소

[2]
惻隱之心仁義門           측은히 여기는 마음 인仁과 의義의 문이라
分明聖訓卷中存           분명한 성인의 가르침 책 속에 있다네
爲報西湖老居士           서호의 노거사께 답을 하노니
殺生終作禍殃根           살생은 마침내 재앙의 뿌리가 된다오

[3]
萬殊亭毒一玄門           만물을 기르는 일 하나의 현묘한 문이니
太極圖中這意存           태극도184) 가운데 그 뜻이 있네
爲報西湖老居士           서호의 노거사께 답하노니
鷄豚與我本同根           닭과 돼지도 본래는 나와 한 뿌리라오
【정亭은 양養의 뜻이요, 독毒은 육育과 같은 뜻이니, 천지의 기운이 만물을 기른다는 말이다.(亭。 養也。 毒與育同。 天地之氣。 亭毒萬物。)】

[4]
若人會得大方門           만일 사람들이 대방의 문을 이해한다면
凡未曾亡楚未存           범凡나라도 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초楚나라도 보존하지 못하였으리185)
爲報西湖老居士           서호의 노거사께 답을 하노니
莫將枝葉昧元根           말단에 치우쳐 근본을 잃지 마소
세 번째 시의 첫 구절에 대한 주석이므로 옮겨서 번역했다.
박 상사가 눈을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雪詩)
六花飛落破窓前           흩날리는 함박눈 깨진 창 앞에 떨어지고
漠漠窮陰欲暮天           길고 길던 겨울도 이제 저물려 하네
萬樹盡爲粧玉葉           나무들 모두 옥구슬 반짝이는 잎으로 치장하니
千峰無復辨松巓           봉우리마다 소나무 꼭대기도 분별할 수 없구나
山寒僧堗添燒木           추운 산속 스님의 아궁이엔 장작을 더 지피고
江凍漁村繫釣船           강물 얼어붙어 어촌엔 낚싯배를 매어 두었네
蓮社閉門人跡滅           절 문을 닫아걸었더니 사람 발길도 끊어져
擁爐終日供袁眠           종일토록 화로 끼고 원안袁安처럼 잠을 잤다네186)
【원안이 눈 위에 누워 잤다는 말이 있다.(袁安臥雪)】
동짓날 서호의 시운을 따서 짓다(南至日次西湖)
冬至日長雪影踈           동짓날 해는 길고 눈발 띄엄띄엄 날리니
更欣今夜夢維魚           오늘 저녁에는 기쁘게도 물고기 낚는 꿈을 꾸리라
宮中繡女初添線           궁중의 수놓는 여인들 이제부턴 실을 길게 늘여야 하고187)
林下飢儒欲煮書           숲속에 사는 선비는 배고파 책이라도 삶아 먹으려 하겠네
繞鼻晴雲供豆粥           팥죽을 내오니 코에 맑은 구름이 둘러싸는 듯하고
上盤春色進新蔬           새로 무친 나물을 내오니 소반 위엔 봄빛이 가득하네
微陽先動梅花塢           양기는 매화 언덕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나니
坐想西湖閉戶居           문 닫아걸고 앉아 서호를 그리워하네
도백188) 심소암이 임기가 만료되어 삼가 이별의 시를 올린다 【2수】(道伯沈素巖瓜遞謹呈別章 【三首】)
[1]
聞道元戎拂去旌           도백께서 깃발을 날리며 떠난다고 하니
望中烟樹喚愁生           바라만 보아도 나무에 안개 일듯 근심이 생기네
雪晴草浦龍岑白           초포에 눈이 개어도 계룡산 봉우리는 흴 테고
雲捲公山錦水靑           공산에 구름 걷히면 금강물이 푸르리라

010_0233_a_01L林蓮老衲一生何事喫蔬根奉和
010_0233_a_02L四首

010_0233_a_03L
一身休咎互爲門滋味存時病亦存

010_0233_a_04L爲報西湖老居士不如歸我喫蔬根(一)

010_0233_a_05L惻隱之心仁義門分明聖訓卷中存

010_0233_a_06L爲報西湖老居士殺生終作禍殃根(二)

010_0233_a_07L萬殊亭毒一玄門太極圖中這意存

010_0233_a_08L爲報西湖老居士鷄豚與我本同根(三)

010_0233_a_09L若人會得大方門凡未曾亡楚未存

010_0233_a_10L爲報西湖老居士莫將枝葉昧元根
養也

010_0233_a_11L毒與育同天地
之氣亭毒萬物 [31]
(四)

010_0233_a_12L次朴上舍雪詩

010_0233_a_13L
六花飛落破窓前漠漠窮陰欲暮天

010_0233_a_14L萬樹盡爲粧玉葉千峰無復辨松巓

010_0233_a_15L山寒僧堗添燒木江凍漁村繫釣船

010_0233_a_16L蓮社閉門人跡滅擁爐終日供袁眠袁安
臥雪

010_0233_a_17L南至日次西湖

010_0233_a_18L
冬至日長雪影踈更欣今夜夢維魚

010_0233_a_19L宮中繡女初添線林下飢儒欲煮書

010_0233_a_20L繞鼻晴雲供豆粥上盤春色進新蔬

010_0233_a_21L微陽先動梅花塢坐想西湖閉戶居

010_0233_a_22L道伯沈素巖瓜遞謹呈別章 [32]

010_0233_a_23L
聞道元戎拂去旌望中烟樹喚愁生

010_0233_a_24L雪晴草浦龍岑白雲捲公山錦水靑

010_0233_b_01L且爲黎民宜暫駐           백성을 위해서는 잠시 더 머물러야 마땅하지만
祗緣明主勿徐行           어지신 임금을 생각하면 천천히 갈 수야 있겠나
參寥未忘坡翁契           멀리 떠나셔도 파옹과의 친분은 잊지 않으리니
吾道無情却有情           우리의 도는 무정한 듯하지만 도리어 정이 있다네

[2]
方外交游契分深           속세 밖 벗과의 사귐이지만 묵계가 깊었기에
難禁離恨若遺簮           이별의 한은 마치 비녀를 잃은 듯 잊히지 않네
禪家肎逐手飜覆           선가에서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인심을 따를 것인가
世道堪嗟雨舊今           예나 지금이나 비처럼 흩어지는 세상 도리를 탓하네
明月解通千里梦           밝은 달빛은 천 리까지 꿈처럼 통하는데
靑山那隔兩鄕心           청산은 어찌하여 양쪽 고장의 마음을 막고 있나
南民從此去思切           이곳 남쪽 백성들은 이제부터 그리움이 간절하여
勤護甘棠更着陰           감당나무189) 그늘을 부지런히 지켜 가리라
【 『한시외전韓詩外傳』에 “공자가 어떤 부인이 몹시 슬프게 우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더니, 부인이 대답하길 ‘전에 땔나무를 베다가 비녀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슬퍼합니다. 비녀가 아까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잊히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 두보의 시에 “손을 뒤집어 구름을 만들고 손을 엎어 비를 만드네.”라고 하였다. 소동파의 시에 “옛날 빗속에도 찾아오던 친구 지금은 오지 않는구나.”190)라고 하였으니, 곧 지위가 있을 때에는 설사 비가 내린다 해도 찾아오곤 하였지만, 지금은 지위를 잃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韓詩外傳。 孔子見婦人哭甚哀。 問之。 答曰。 向刈薪亡簮。 故哀之。 非爲惜簮。 不忘故也。 ◯ 杜詩。 翻手作雲覆手雨。 坡詩。 舊雨來人今不來。 盖在位時。 雖雨人來。 今去位故。 雨則不來也。)】
박 상사가 부쳐 보낸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上舍寄示韵)
[1]
水複山重一字遲           물과 산이 첩첩 싸여 편지가 더디 오니
非緣別後不相思           이별 뒤에 그리움이 그치질 않네
人隨雲散寧留跡           사람은 구름처럼 흩어지니 자취를 남기겠냐만
心似江流無歇時           마음은 강물처럼 쉴 새 없이 흐르고 있네
蓮社唱酬成昨夢           절에서 시를 주고받던 일 지난날의 꿈이 되었지만
杏花消息屬前期           살구꽃 필 때면 소식 전하자고 미리 약속하였지
斷絃安得鸞膠續           거문고 줄 끊어졌으나 난교를 어디서 구할까
更聽高談闊論奇           기이하고 고상한 이야기를 한 번 더 듣고 싶구나
【거문고 줄이 끊어졌을 때 난교鸞膠(난새의 힘줄로 만든 아교)가 없으면 이을 수가 없다.(斷絃。 非鸞膠。 不續也。)】

[2]
淸明之後日遲遲           청명절 지난 후론 해가 더디 지니
回首滄江費夢思           창강을 돌아보며 부질없이 그리네
浮世已成垂白老           뜬구름 같은 세상에선 벌써 백발노인이 되어
芳辰又到踏靑時           꽃피는 좋은 시절 또 봄 산책 갈 때가 되었네
關關鳥語難分意           지지배배 새 소리는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지만
續續花開若有期           자꾸자꾸 피어나는 꽃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欲賦新詩記此景           새로 시 한 수를 지어 이 경치를 기록하고자 하나
恨無勍敵似公奇           공처럼 그럴듯한 상대가 없는 것이 안타깝구나
말복에 방옹의 시운을 따서 짓다(末伏次放翁)
爍石流金末伏中           돌과 쇠도 녹아내리는 말복 더위엔
經家日課未全功           절에서 경전 읽는 일과도 제대로 되지 않네
希逢雷震千峯雨           봉우리마다 천둥 번개 내리치는 비를 바라니
願借袈裟一角風           가사 한 끝에라도 바람을 빌리고만 싶어라
玉井氷元非我望           옥정의 얼음은 감히 바라지도 않지만
靑門瓜亦奈囊空           청문의 참외 또한 돈이 없으니 어찌하리
惟將笛簟隨陰坐           피리와 멍석을 가지고 그늘이나 쫓아가 앉아서
朝向樓西暮向東           아침이면 누각 서쪽에 저녁이면 동쪽에 앉는다네
【 『능엄경』에 “그대가 가사를 바로 입을 때에 바람이 그 끝에서 생긴다.”라고 하였다. ◯ 당나라의 제도에 복날이 되면 궁중에서 백관들에게 얼음을 내려 주었다. 두보의 시에 “감히 궁중에서 내리는 옥정의 얼음을 바랄 수 있겠나.”191)라고 하였다. ◯ 진나라의 소평이 참외를 청문靑門 밖에 심었다고 한다.(楞嚴經云。 汝整袈裟。 風生其角。 唐制。 伏日自內賜氷百官。 杜詩。 敢望宮恩玉井氷。 厶邵平種瓜靑門。)】

010_0233_b_01L且爲黎民宜暫駐祗緣明主勿徐行

010_0233_b_02L參寥未忘坡翁契吾道無情却有情(一)

010_0233_b_03L方外交游契分深難禁離恨若遺簮

010_0233_b_04L禪家肎逐手飜覆世道堪嗟雨舊今

010_0233_b_05L明月解通千里梦靑山那隔兩鄕心

010_0233_b_06L南民從此去思切勤護甘棠更着陰韓詩
外傳

010_0233_b_07L孔子見婦人哭甚哀問之答曰向刈薪亡簮故哀之
非爲惜簮不忘故也◆杜詩翻手作雲覆手雨坡詩

010_0233_b_08L舊雨來人今不來盖在位時
雨人來今去位故雨則不來也
(二)

010_0233_b_09L次朴上舍寄示韵

010_0233_b_10L
水複山重一字遲非緣別後不相思

010_0233_b_11L人隨雲散寧留跡心似江流無歇時

010_0233_b_12L蓮社唱酬成昨夢杏花消息屬前期

010_0233_b_13L斷絃安得鸞膠續更聽高談闊論奇斷絃
非鸞

010_0233_b_14L
續也
(一)

010_0233_b_15L淸明之後日遲遲回首滄江費夢思

010_0233_b_16L浮世已成垂白老芳辰又到踏靑時

010_0233_b_17L關關鳥語難分意續續花開若有期

010_0233_b_18L欲賦新詩記此景恨無勍敵似公奇(二)

010_0233_b_19L末伏次放翁

010_0233_b_20L
爍石流金末伏中經家日課未全功

010_0233_b_21L希逢雷震千峯雨願借袈裟一角風

010_0233_b_22L玉井氷元非我望靑門瓜亦奈囊空

010_0233_b_23L惟將笛簟隨陰坐朝向樓西暮向東楞嚴
經云

010_0233_b_24L汝整袈裟風生其角唐制伏日自內賜氷百
杜詩敢望宮恩玉井氷 [33] 邵平種瓜靑門

010_0233_c_01L
욕실에 부치다(題浴室)
第三鼓後入淨室           북이 세 번 울린 뒤에 깨끗한 욕실에 들어가니
滿槽烟凝冷煖均           욕조에 뿌연 연기 물도 알맞게 데워졌구나
便見通身渾是水           온몸이 물속에 흠뻑 잠긴 것을 보아하니
政知赤肉了無塵           알몸에 때가 없는 것도 알겠구나
宮娥供衣寧動意           궁녀가 옷을 바친들 마음이 움직일까
弟子揩背解酬恩           제자가 등을 밀어 그간의 은혜를 갚겠다네
妙觸宣明成佛子           오묘한 촉감 뚜렷이 밝아야192) 부처님 제자가 되리니
首楞嚴會有斯人           수능엄회에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하는구나
【선가禪家에서는 오후에 북을 치면 욕실에 들어가는데, 처음에 북을 두 번 치면 사미沙彌가 들어가고, 세 번 북을 치면 노승老僧이 들어간다고 한다. 궁녀가 옷을 바쳤다는 말은 측천무후則天武后의 일이고, 제자가 등을 밀었다는 말은 신찬神贊 스님의 일이다.(禪家。 午後擊鼓入浴。 初二鼓沙彌。 第三鼓老僧。 宮娥云云。 則天事。 弟子云云。 神䝺事。)】
능주193) 봉서루에서 점필재194)의 시운을 따서 짓다(綾州鳳栖樓次佔𠌫1)齋)
金鰲朝日上銅盤           금오산의 아침 해가 구리 쟁반같이 덩실 떠올라도
露濕楓篁山自寒           이슬 젖은 대나무 단풍나무 산속은 춥기만 하네
九月砧聲催木落           구월의 다듬이 소리 낙엽을 재촉하고
一樓秋色駐笻看           누각에 가을빛은 길손의 눈길을 잡아 두네
江澄可比人心淨           맑은 강은 사람의 깨끗한 마음에 비교할 만하지만
地褊難容我眼寬           좁은 지세는 내 넓은 안목을 받아 담지 못하누나
更喜西軒荷萬柄           서쪽 마루 아래 소복하게 많은 연꽃들
經霜猶自碧團團           서리를 맞았어도 동글동글 맺힌 푸르름이 눈부시다
【금오金鰲는 산 이름이다.(金鰲。 山名。)】
동각에 올리다(呈東閣)
西峯飛錫杖             서봉에 석장을 날리며
東閣赴詩盟             동각의 시회詩會에 달려갔었네
野衲秋雲卷             들길 걷는 스님의 가사엔 가을 구름 따라붙고
江楓夕照明             강가의 단풍엔 석양이 밝게 비추네
此行曾有約             이 행차야 일찌감치 약속이 있었으니
相見豈無情             서로 만나는 일에 어찌 무정할 수 있겠나
猿鳥應嗔我             산속 원숭이와 새들은 나를 꾸짖겠지
閑名累此生             쓸데없는 명예로 나의 생을 더럽힌다고
스스로를 경계하다(自警)
三尺黑蚖眠暗室           세 자 검은 뱀은 깜깜한 굴에서 잠을 자고
一雙白鼠囓枯藤           흰 쥐 한 쌍은 마른 등나무를 갉아 먹네
家山只尺無歸路           고향은 지척이나 돌아갈 길 없으니
有甚閑情逐愛憎           한가한 마음에 어찌 애증을 두겠느냐
【검은 뱀은 잠자는 뱀이다. 경전에 이르기를 “세월이 흘러 사람을 늙고 죽도록 재촉하는 것이 마치 쥐 두 마리가 동시에 등나무를 갉아 먹어 등나무가 그만 쓰러지고 마는 것과도 같다.”라고 하였다.(黑蚖。 睡蛇也。 經云。 日月流邁。 催人老死。 如二鼠侵藤。 藤自倒也。)】
술을 좋아하는 스님을 경계하다 【불경에 “스님이 손가락으로 술집을 가리키기만 하여도 오백 생 동안 손이 없는 과보를 받게 된다.”라고 하였다.】(誡嗜酒禪者 【梵經云。 僧指酒家。 五百生受無手報。】)
破除功業酒無過           공부를 망치기로는 술보다 더한 것이 없으니
三爵猶辭矧敢多           석 잔 술도 사양해야 하는데 하물며 더 많이 마셔서야 되겠나
記得經中無手語           경전에서 손 없이 태어나는 과보를 받으리라 한 말을 기억하라
僧而不誡末如何           스님이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어찌 되겠나
『연담대사임하록』 제1권 시 끝

010_0233_c_01L題浴室

010_0233_c_02L
第三鼓後入淨室滿槽烟凝冷煖均

010_0233_c_03L便見通身渾是水政知赤肉了無塵

010_0233_c_04L宮娥供衣寧動意弟子揩背解酬恩

010_0233_c_05L妙觸宣明成佛子首楞嚴會有斯人禪家
午後

010_0233_c_06L擊鼓入浴初二鼓沙彌第三鼓老僧
宮娥云云則天事弟子云云神䝺事

010_0233_c_07L綾州鳳栖樓次佔𠌫 [34]

010_0233_c_08L
金鰲朝日上銅盤露濕楓篁山自寒

010_0233_c_09L九月砧聲催木落一樓秋色駐笻看

010_0233_c_10L江澄可比人心淨地褊難容我眼寬

010_0233_c_11L更喜西軒荷萬柄經霜猶自碧團團金鰲
山名

010_0233_c_12L呈東閣

010_0233_c_13L
西峯飛錫杖東閣赴詩盟

010_0233_c_14L野衲秋雲卷江楓夕照明

010_0233_c_15L此行曾有約相見豈無情

010_0233_c_16L猿鳥應嗔我閑名累此生

010_0233_c_17L自警

010_0233_c_18L
三尺黑蚖眠暗室一雙白鼠囓枯藤

010_0233_c_19L家山只尺無歸路有甚閑情逐愛憎黑蚖
睡蛇

010_0233_c_20L經云日月流邁催人老
如二鼠侵藤藤自倒也

010_0233_c_21L誡嗜酒禪者梵經云僧指酒家
五百生受無手報

010_0233_c_22L
破除功業酒無過三爵猶辭矧敢多

010_0233_c_23L記得經中無手語僧而不誡末如何

010_0233_c_24L
蓮潭大師林下錄卷一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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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이 시의 시체詩體는 행行으로 행은 고풍古風의 장단구長短句로 엮는다. 〈貧交行〉이나 〈琵琶行〉이 여기에 속한다.
  2. 2)맹분孟賁 : 전국시대의 용사勇士로, 물에서는 교룡蛟龍을 피하지 않고 육지에서는 호표虎豹를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孟子』 「公孫丑 上」에 나온다.
  3. 3)화주和州 : 전라도 화순을 말한다.
  4. 4)풍부馮婦 : 춘추시대 진晉나라 사람으로, 범을 잘 잡았다고 한다. 『孟子』 「盡心 下」에 나온다.
  5. 5)이광李廣 : 한나라 때 사람으로 이릉李陵의 손자이다. 우북평右北平 태수太守로 가 있을 때, 음산陰山에서 사냥을 하다가 풀 속에 있는 바위가 범인 줄 알고 쏘았다. 그랬더니 화살이 그대로 바위에 꽂혔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서야 바위인 줄 알았다 한다. 바위라는 것을 알고 다시 쏘아 보았더니, 이번에는 화살이 꽂히지 않았다고 한다. 『事文類聚』 「技藝部」 ‘射虎乃石’에 나온다.
  6. 6)홍농弘農 땅의~옮겨 갔겠는가 : 진晉나라의 유곤劉琨이 홍농현弘農縣 태수가 되어 어진 정사를 베풀자, 범이 새끼를 등에 업고 황하를 건너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晉書』 「劉琨傳」에 나온다.
  7. 7)주처周處 :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용력勇力이 뛰어난 데다 멋대로 행동하였으므로 고장 사람들이 주처와 남산南山의 호랑이, 장교長橋 밑의 교룡蛟龍을 합쳐 세 가지 큰 해害라고 일컬었다. 주처가 나중에 마음을 고쳐 호랑이와 교룡을 죽이고 뜻을 세워 학문을 연마한 후에 어사중승御史中丞에 올랐고, 제齊나라가 반란하자 토벌에 참여하였다가 전사戰死하였다. 시호는 효후孝侯이다.
  8. 8)삼악三惡 : 세 가지 못된 일, 곧 포暴·학虐·파頗를 말한다. 『左傳』 소공昭公 14년 조에 나온다.
  9. 9)유년酉年 : ‘세거계歲居鷄’를 풀어 해석한 것이다.
  10. 10)은殷과 주周의 교체기에 광속匡俗의 형제들이 이곳에 초막을 짓고 선도仙道를 닦았다는 고사를 말한다. 『後漢書』 「郡國志」 4 ‘盧江郡’에 석 혜원釋慧遠의 『廬山記略』을 인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11. 11)혜원惠遠 : 혜원慧遠이라고도 한다. 진晉나라의 고승으로, 월저 도안月渚道安을 따라 배웠으며, 여산에 들어가 혜영慧永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세웠다.
  12. 12)배율排律 : 한시漢詩의 문체 가운데 하나로서, 오언五言이나 칠언七言의 대련對聯을 여섯 개 이상 늘어놓은 시 형식을 말한다. 이것과 앞의 시는 조두수와 연담 대사가 여덟 개의 운자를 번갈아 가며 함께 지은 시이다.
  13. 13)귀한 글(貂尾)을~짓는 일 : 초미貂尾는 돈피의 꼬리인데, 고관의 관冠을 짜는 재료로 쓰였다. 그러므로 고귀한 물건을 뜻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고귀한 사람의 문장에 이어 연구聯句를 짓는다는 말이다.
  14. 14)눈꽃(六出) : 육출六出은 육출화六出花로 여섯 꽃잎을 가리키는 말이다. 곧 눈(雪)을 뜻한다.
  15. 15)세상에 대안도戴安道같이~수가 없구나 :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는 산음山陰에 살았다. 눈 그친 어느 겨울날 밤 밝은 달빛 아래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문득 친구인 대안도가 그리워졌다. 그때 대안도는 담계에 살았기 때문에 왕휘지는 밤새 배를 타고 대안도를 찾아갔다. 그러나 대안도의 문 앞에 거의 이르렀을 때 그대로 돌아와 버렸다. 사람들이 그냥 돌아온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흥취가 나서 찾아갔다가 흥취가 다했기에 되돌아왔다.” 『晉書』 「王徽之傳」에 나온다.
  16. 16)법융法融(594~657) : 우두선牛頭禪의 개조開祖이다. 『大品般若經』을 보다가 진공眞空의 이치를 깨달았다. 스님이 수행을 열심히 하니 새가 꽃을 물어다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17. 17)스스로 단념해서는(自畫) : ‘자획自畫’은 스스로 단념한다는 말이다. 『論語』 「雍也」에 “염구가 가로대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길 ‘힘이 부족하다는 것은 행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것인데,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구나.’라고 하였다.(冉求曰。 非不悅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라는 내용이 있다.
  18. 18)위편삼절韋編三絶 : 공자가 『周易』을 많이 읽어서, 죽간을 엮었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고 한다.
  19. 19)옥돌이 있더라도~하는 법이라네 : 『詩經』 「小雅」 〈鶴鳴〉에는 “다른 산의 돌로써 옥을 갈 수 있네.(他山之石。 可以攻玉。)”라는 구절이 있다. 후한後漢 말기 왕부王符가 중국의 정치에 대하여 쓴 『潛夫論』에도, “돌로써 옥을 갈고 소금으로 금을 닦으니, 물건에는 천한 것으로 귀중한 것을 다스리거나, 추한 것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 있다.(且攻玉以石。 洗金以鹽。 物固有以賤理貴。 以醜化好者矣。)”라는 구절이 있다.
  20. 20)어진 이를~것을 생각하고 : 『論語』 「里仁」에, “어진 이를 보면 나도 그렇게 되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스스로 반성해 보아야 한다.(見賢思齊焉。 見不賢。 而內自省也。)”라고 하였다.
  21. 21)배움을 꾀하면~이루려고 한다면 : 『論語』 「子罕」에, “학문이란 큰 산을 만드는 것과 같아 한 삼태기가 모자라 중지하는 것도 내가 중지하는 것이며, 평지에 한 삼태기를 엎어 놓고 나아가는 것도 내가 가는 것이다.(譬如爲山。 未成一簣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進。 吾往也。)”라는 말이 있다.
  22. 22)힘 있는~소용이 없구나 : 『莊子』 「大宗師」에 나오는 말이다. “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산속 계곡에 감추어 두고, 또 산은 못 속에 감추어 두면 가장 완벽하다. 그런데도 힘이 센 자가 밤에 그것을 등에 지고 도망치면 잠이 들어 알지 못한다.” 이 말은 준俊 화상이 산속에서 살았기에, 저승에서 그를 알지 못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고 데려갔는가. 배를 계곡에 안전하게 두어도 소용없이 지고 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23. 23)한산사寒山寺의 한밤 종소리 :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742~755)의 〈楓橋夜泊〉에, “달 지자 까마귀 울고 하늘엔 서리만 가득한데, 강가 단풍나무와 고깃배 등불은 마주 서서 시름 속에 졸고 있네. 고소성 밖 한산사에서는, 한밤중 종소리가 객선까지 전해 온다.(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라고 하였다. 한산사는 중국 강소성江蘇省 오현吳縣에 있는 절 이름이다.
  24. 24)저녁 구름 봄 나무(暮雲春樹) : 두보가 이백을 그리워하며 쓴 〈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 봄 나무 아래에서 그대를 추억하노니, 그대 있는 강동에는 저녁 구름이 덮였겠네. 언제나 한 통 술을 기울이며, 다시 함께 자세히 글을 논할까.(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하였다.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25. 25)오색의 참외를 심고 : 진秦나라가 망하자 진나라의 동릉후東陵侯 소평召平이 장안長安의 동문東門 밖에 참외를 심어 생계를 꾸려 나갔는데, 색이 오색이었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동문과東門瓜 혹은 동릉과東陵瓜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은둔하여 자연의 전원생활을 즐기는 시인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26. 26)의리가 욕심을~냈기 때문이라네 : 강태공姜太公, 즉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사부師傅인 여상呂尙이 지은 「丹書」에, “의리가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조롭고, 욕심이 의리를 이기는 자는 흉하다.(義勝欲者從。 欲勝義者凶。)”라고 하였다는데, 이 말은 『大戴禮記』 권6 「武王踐阼」 제59와 『荀子』 「議兵」에 전해진다.
  27. 27)왕희지王羲之가 계禊를 닦던 날이요 : 음력 3월 상사일上巳日(3월 초사흘)에 요사妖邪를 없애 버리기 위해 행하는 제사 의식을 말한다. 왕희지는 영화永和 9년 모춘暮春 초순에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蘭亭에서 여러 어진 사람들을 모아 놓고 계를 닦고 놀았는데, 이 일을 기록한 것이 유명한 「蘭亭記」이다.
  28. 28)증점曾點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던 때로다 : 어느 날 공자가 몇몇 제자들에게 자기의 뜻을 말하라고 하였다. 제자들은 자기의 포부를 말하였는데, 그중에 증점은 “늦은 봄날 봄옷이 만들어지면 어른과 아이 몇 사람과 기수에서 목욕하고 바람을 쏘이면서 시를 읊고 돌아오고 싶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증점과 함께하겠다.”라고 하여 이 생각에 동의하였다. 『論語』 「先進」에 나온다.
  29. 29)〈양관곡〉을 거듭 부르며(三疊陽關) : 당나라 왕유王維가 원이元二와 송별하며 지은 〈送元二使安西〉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의 푸르고 푸른 버들 빛이 새롭구나. 그대에게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권하는 것은, 서쪽으로 양관을 나가면 친구가 없음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하였는데, 이 시에 가락을 붙인 것을 〈陽關曲〉 또는 〈渭城曲〉이라 한다. 송별가를 뜻한다. 삼첩三疊이란 가사 전체를 부른 다음 제4구인 ‘서출양관무고인’ 부분만을 반복해 읊는다는 뜻이다. 일설에는 제2구 이하를 재창再唱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30. 30)공부工部 : 두보杜甫를 말한다.
  31. 31)북(梭) : 베틀에서 실꾸리를 넣고 날실 사이로 오가면서 씨실을 넣어 베가 짜이도록 하는 배 모양의 나무 통을 말한다.
  32. 32)축리시祝釐詩 : ‘축리祝釐’는 신에게 제사하면서 복을 비는 것이다.
  33. 33)몸뚱이 보전하자고~굴을 팔까 : 토끼는 언덕에 굴을 팔 때 제가 피할 수 있는 굴을 옆에 세 개 파 놓는다고 한다. 여기서는 사람이 어찌 자기가 위태할 때 회피할 수 있는 길만을 찾겠는가의 뜻이다.
  34. 34)병상兵相 : 지방의 무관직을 통칭하는 말이다.
  35. 35)유영柳營 : 막부幕府를 이르는 말로, 세류영細柳營이라고도 한다.
  36. 36)구걸할 일(庚癸) : 경계庚癸는 군중에서 사용하던 은어로서, 식량을 구한다는 뜻이다. 경庚은 서쪽, 계癸는 북쪽을 말하며, 오행五行으로 볼 때 경은 곡식에 해당하고 계는 물에 해당한다.
  37. 37)불살라 버릴 일(付丙丁) : 부병정付丙丁은 불살라 버린다는 말이다. 병정丙丁이라고도 한다. 오행으로 볼 때 병丙과 정丁은 불에 해당한다.
  38. 38)약산藥山 : 당대唐代의 승려인 약산 유엄藥山惟儼(745~828 혹은 775~834)을 말한다. 어려서부터 경전에 통달하였으나, 나중에는 문자를 버리고 제자들에게도 글을 읽지 말라고 가르쳤다.
  39. 39)해 저문~새만도 못하구나 : 『大學』에 “사람은 머물 자리를 알아야 한다(知止). 곧 아버지는 자애에 머물고, 아들은 효에 머물며, 임금은 인仁에 머물고, 신하 된 자는 경敬에 머문다.”라고 하였다. 새조차도 자기가 머물러야 할 곳을 아는데, 사람이 머물 곳을 모르면 새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40. 40)홍기紅旗 : 장군이 지휘할 적에 쓰는 깃발로, 공을 세우는 것을 뜻한다. 백낙천白樂天의 〈劉十九同宿〉에 “홍기 들고 적을 치는 건 나의 일이 아니거니, 황제의 조서에는 내 이름 안 들어 있네.(紅旗破賊非吾事。 黃紙制書無我名。)”라고 하였다.
  41. 41)벼슬살이(紅旗黃紙) : 홍기황지紅旗黃紙는 무관과 문관을 뜻한다.
  42. 42)〈채미가採薇歌〉 :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주周의 무왕武王이 신하로서 임금을 정벌하는 것을 간하다가, 듣지 않자 수양산에 들어가 〈採薇歌〉를 부르면서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43. 43)형악衡岳 : 형산에 숨어 살았던 나찬懶瓚 선사의 호이다. 그는 성품이 게을러 남이 먹고 남은 것만 얻어먹거나 토란을 구워 먹었다 한다. 이필李泌이 형산에서 책을 읽다가 찾아갔더니, 그가 “세상에 나가 말하지 말라. 10년 동안 재상의 지위에 오르리라.”라고 하였고, 과연 뒤에 그 말대로 정승이 되었다고 전한다.
  44. 44)융봉融峯 : 호남성湖南省 형산현衡山縣의 서북에 있는 봉우리인 축융봉祝融峯의 약칭이다. 태전 선사가 이곳에 주석하였다.
  45. 45)옥승玉繩 : 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이다.
  46. 46)용화회상龍華會上 : 용화龍華의 모임이니, 미륵보살이 성불한 후, 중생을 제도하는 법회를 말한다. 미륵보살은 56억 7천만 년 후에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하여 화림원華林園에 모인 대중에게 경을 설한다고 한다.
  47. 47)장화張華 : 진晉나라 사람으로 자는 무선茂先이다. 학문이 해박하여 도위圖緯와 방기方技의 서적까지 두루 보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당시 사람들이 자산子産에 비교하였다. 『晉書』 권36 「張華列傳」에 나온다.
  48. 48)육기陸機 : 진晉나라의 시인으로, 자는 사형士衡이다. 아우인 육운陸運과 더불어 이륙二陸으로 불리어 명성이 자자했다. 문집으로 『平原內史集』이 있다.
  49. 49)들보 뒤로 지는 달(屋梁殘月) : 벗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정을 이르는 말이다. 이백李白이 강남에 있을 때 두보가 꿈에서 이백을 보고 지었다는 〈夢李白〉에, “지는 달이 지붕을 가득히 비추니, 마치 그대의 밝은 안색을 보는 듯하네.(落月滿屋梁。 猶疑見顔色。)”라고 하였다.
  50. 50)면성綿城 : 지금의 무안군을 말한다.
  51. 51)이만회李萬恢(1708~?) :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자용子容이다.
  52. 52)복성福星 : 행복을 주는 별로, 여기서는 선정善政을 베푸는 사람을 말한다. 송宋나라의 선우자준鮮于子駿이 경동전운사京東轉運司가 되었는데, 사마광司馬光이 “지금에 동토의 폐해를 제거하려면 자준子駿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이 사람은 일로복성一路福星이라.”라고 말하였다. 『山堂肆考』에 나온다.
  53. 53)영합鈴閤 : 장수가 집무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수령이 집무하는 곳을 말한다.
  54. 54)유각춘有脚春 : 다리 달린 봄바람이란, 봄날의 따뜻한 기운이 만물에 미쳐 가는 것과 같은 덕치德治를 말한다. 당唐 현종玄宗 때 송경宋璟이 부임해 가는 곳마다 훌륭한 정치로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므로, 사람들이 그를 ‘다리 달린 따뜻한 봄(有脚陽春)’이라 불렀다.
  55. 55)문옹文翁 : 한漢나라 때 사람으로, 촉군蜀郡 태수太守가 되어 처음으로 학교를 세우고 교육에 힘썼다. 『前漢書』 89권에 나온다.
  56. 56)몽탄夢灘 : 꿈여울이라고도 하는데, 현재의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이다.
  57. 57)봉사奉事 : 조선 시대의 관직으로, 종8품의 문관벼슬이다.
  58. 58)키와 갖옷(箕裘) : 부조父祖의 업을 대대로 이어 오는 일을 말한다. 풀무장이의 아들은 먼저 짐승의 부드러운 가죽으로 가죽옷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활을 만드는 장인의 아들은 먼저 부드러운 버들가지로 키를 만드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쉬운 데서부터 시작하여 차례차례 어려운 곳으로 들어간다는 말로, 선조의 사업을 대대로 이어 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禮記』 「學記」에 나온다.
  59. 59)북(擲梭)을 던지듯 : 베를 짜느라고 북을 이쪽저쪽으로 던지는 것을 말하는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60. 60)명주 마개를~새는 날아가고 : 새가 날아와 병 속으로 들어가기에 명주로 마개를 하여 막았더니 명주를 찢고 나와 새가 날아가 버렸다는 고사이다. 여기에서는 학學 대사가 이승을 벗어나 저승으로 간 것을 비유한 말이다.
  61. 61)등나무 쓰러졌으니~뱀인들 머물까 : 등나무가 뱀이라는 집착을 벗어나 실상實相을 바로 알았다는 뜻이다.
  62. 62)삼생三生 : 전생前生·현생現生·내생來生인 과거세·현재세·미래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63. 63)한림翰林 : 조선 시대 때 예문관藝文館 정9품 벼슬인 검열檢閱의 별칭이다.
  64. 64)숙塾 : 윤숙尹塾(1734~1797).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파평坡平, 자는 여수汝受이다. 영조 37년인 1761년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검열이 되었는데, 이듬해에 동궁東宮이 역모를 꾀한다는 나경언羅景彦의 상변上變으로 영조가 장헌세자莊獻世子(사도세자)를 직접 국문하여 상황이 급박하게 되자, 임덕제任德濟 등과 함께 장헌세자를 구명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삼대신三大臣(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보고 힘써 간언하지 않는다고 책망하다가 영조의 노여움을 사서 강진으로 유배당하였다. 죽은 뒤에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시호는 충숙忠肅이다.
  65. 65)우유를 가려내는 거위(擇乳鵝) : 거위는 우유와 물을 섞어서 같은 그릇에 담으면 용하게도 우유만 마시고 물은 남긴다고 한다. 즉 참과 거짓, 실상과 허상을 분별하는 지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66. 66)강탑講榻 : 설법이나 강경 시에 앉는 법좌나 의자를 가리킨다.
  67. 67)신도(伊蒲) : 이포伊蒲는 이포새伊蒲塞의 약칭으로, 우바새優婆塞가 와전된 말이다. 신도信徒를 말한다.
  68. 68)토란(蹲鴟) : 준치蹲鴟는 토란의 다른 이름이다. 토란의 모양이 올빼미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 치준鴟蹲이라고도 한다.
  69. 69)검은 피리에 재를 불어 : 동짓날 밀실에 들어가 음률을 측정하는 대나무 재질의 율관을 책상 위에 세워 놓고, 갈대 속의 얇은 막을 태운 재를 율관에 넣고 있으면, 지구가 북으로 기울어졌다가 남쪽으로 기우는 찰나에 충동되어 재가 날아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이 시험으로 동지의 시각을 측정하였다.
  70. 70)가의賈誼 : 한나라 때 사람으로, 낙양 출신이며 20세에 문제文帝의 부름을 받아 박사博士가 되었고, 1년 만에 태중대부太中大夫가 되었다. 정삭正朔을 고치고 예악禮樂을 일으킬 것을 청하였으나, 대신들의 미움을 받고 쫓겨나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가 되었으며, 33세에 죽었다. 양梁 회왕懷王의 태부가 되어 세상의 혼란함을 개탄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올린 상소가 유명하다.
  71. 71)상림원上林苑 : 진대秦代의 어원御苑으로, 한漢 무제武帝가 확장했다고 한다.
  72. 72)사백詞伯 : 시문詩文에 능한 사람이나 문사文士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73. 73)오래도록 벼슬길을~부질없이 슬퍼하네 : 두보杜甫의 시 〈曲江對酒〉에 “벼슬에 얽매인 몸 창주는 요원한 꿈이라서, 옷깃 떨치지 못하는 걸 그저 슬퍼할 따름이네.(吏情更覺滄州遠。 老大徒傷未拂衣。)”라는 표현이 있다.
  74. 74)벗을 만나면(盍簪) : 합잠盍簪은 벗이 함께 모이는 것을 말한다.
  75. 75)울루鬱壘와 신다神茶 : 모두 문을 지키는 신의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동해 가운데에 도삭산度朔山이 있고, 그 위에 3천 리나 되는 복숭아나무가 있다고 한다. 동북쪽으로는 귀신이 출입하는 문이 있는데, 이 두 신이 그 문을 지키고 서서 지나는 귀신을 조사하고 악귀를 잡아서는 범에게 주어 잡아먹게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두 귀신을 그려 연말에 대문에 붙여 한 해의 평안을 비는 풍속이 생겼다.
  76. 76)수레 폭이 같아지니(同軌) : 천하가 통일되어 안정되면 질서가 서서 모든 것을 규정에 맞도록 통일하는데, 수레는 바퀴의 폭을 같게 하고(車同軌), 글에 있어서는 문자를 통일하며(書同文), 행실에 있어서는 윤리를 같게 한다(行同倫)는 『中庸』에 나오는 구절이다.
  77. 77)달력(堯蓂) : 명협蓂莢은 상서로운 풀의 한 가지로, 요堯임금 때에 났다고 한다. 1일부터 15일까지는 날마다 한 잎씩 생기고, 16일부터 말일까지는 날마다 한 잎씩 떨어져서, 이것을 보고 책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후세에 와서는 책력의 대명사로 쓰인다.
  78. 78)정월(三陽) : 열두 달을 음양陰陽으로 볼 때, 음력 11월에 1양陽이 생기고 정월에 3양이 생기며 4월에 6양이 생긴다. 그리고 5월에 다시 1음陰이 생기고 10월에 6음이 생긴다. 여기서 삼양三陽은 정월을 뜻한다.
  79. 79)숭정崇禎 :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 때의 연호(1628~1644)이다. 명나라가 망한 뒤에도 조선은 청나라 연호를 쓰는 것을 꺼려 이 연호를 사용하였다.
  80. 80)건륭乾隆 : 청나라 고종 때의 연호(1736~1795)이다. 조선은 병자호란 이후 명나라가 아닌 청나라의 연호를 사용하게 되었다.
  81. 81)인풍仁風 : 부채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진나라 원굉袁宏이 사안謝安으로부터 부채를 선물 받고서 “마땅히 어진 바람을 받들어 올려 저 백성들을 위로하리.(當奉揚仁風慰彼黎庶)”라고 답한 데서 유래한다.
  82. 82)편면便面 : 얼굴을 가리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부채의 별칭이다.
  83. 83)백단白團 : 희고 둥근 부채인 백단선白團扇을 말한다.
  84. 84)섬계의 종이(剡藤) : 섬등剡藤이란 중국 섬계剡溪 지방에서 나는 등나무를 원료로 하여 만든 종이로, 섬지剡紙라고도 한다. 서진西晉 장화張華(232~300)의 『博物志』에, “섬계에는 종이를 만들기에 좋은 등나무가 아주 많다. 그래서 종이 이름을 섬등이라고 한다.(剡溪古藤甚多。 可造紙。 故卽名紙爲剡藤。)”라고 기록하고 있다.
  85. 85)주렴(蝦鬚) : 하수蝦鬚는 주렴珠簾의 다른 이름이다.
  86. 86)신농씨(牛首) : 우수牛首는 중국 태고 때 전설의 인물인 신농씨神農氏를 말한다. 신농씨가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갖고 있었는데, 온갖 풀을 맛보고 약을 만들었으며, 최초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87. 87)〈백설곡白雪曲〉 : 초楚나라의 〈白雪曲〉은 너무 고상하여 화답을 하는 자가 적었다고 한다.
  88. 88)호련瑚璉 : 종묘에서 기장을 담는 귀한 그릇을 말한다. 『論語』 「公冶長」에 나온다. 여기서는 윤금호尹琴湖의 바탕이 훌륭하다는 것을 종묘의 그릇에 비유한 것이다.
  89. 89)옹기에서 나온~인연을 알았네 : 당나라 방관房琯이 도사 형화박邢和璞과 어느 폐사에 놀러 가서 늙은 소나무 밑에 앉았더니, 형화박이 사람을 시켜 땅을 파서 독 안에 들어 있는 글을 꺼내었는데, 그것은 옛날에 누사덕婁師德이 지영智永 선사에게 보낸 편지였다. 방관이 그 편지를 보고서, 자기의 전신前身이 지영 선사인 줄을 깨달았다.
  90. 90)가을매미(寒蟬) : 겨울매미, 혹은 울지 않는 매미라고도 한다. 여름에 한껏 울어 대던 매미는 차가운 가을 기운에 맞춰 소리를 멎는다고 한다.
  91. 91)훌륭한 가업(靑氈) : 선비 기질을 가리키는 말로, 대대로 글 읽는 선비 집안의 가풍이나 가업을 말한다. 『晉書』 「王獻之傳」에 나온다. 진晉의 왕헌지가 도둑이 들어 방 안의 물건을 다 가져 가려 하자, “푸른 담요(靑氈)는 우리 집의 오랜 물건이니, 그것만은 놓아두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도둑이 놀라 도망을 갔다고 한다.
  92. 92)책방(芸窓) : 운芸은 다년생인 운향芸香이라는 풀인데, 좀을 물리치는 향기를 지녔으므로 장서실藏書室을 운각芸閣, 또는 운창芸窓이라고 한다.
  93. 93)못난 파리는~수 있지 : 공자의 제자 안자顔子의 학문은 공자에 의하여 세상에 더욱 알려졌다고 하였다. 곧 남의 덕에 자기의 일이 잘 되는 것을 부기미附驥尾라고 한다. 이것은 파리가 달리는 말의 꼬리에 붙어서 천 리를 가게 되는 것처럼, 안자도 공자 때문에 세상에 더욱 알려졌다는 말이다. 『史記』 「伯夷傳」에 나온다. 여기서는 저자가 윤금호尹琴湖 때문에 세상에 잘 알려지게 되겠다는 겸양어이다.
  94. 94)새해라고 불씨도 새로 바꾸었으니 : 고대에는 불씨가 오래되면 화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하여 해가 바뀌면 국가에서 자연으로 일으킨 불씨를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論語』 「陽貨」에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바꾼다.(鑽燧改火)”라고 하였다.
  95. 95)사금갑射琴匣 : 신라 소지왕炤知王 10년에 왕이 천천정天泉亭에서 노닐 때에 까마귀가 상자를 물고 와 떨어뜨렸는데, 그 속에 있던 종이에 “뜯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뜯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고 쓰여 있으므로, 왕은 “두 사람이 죽게 하는 것보다는 뜯지 말아서 한 사람만 죽게 하는 것이 낫겠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점을 치는 자가 “두 사람은 서인庶人이고, 한 사람은 왕王입니다.”라고 하기에 왕이 두려워 그것을 뜯어보았는데, 그 글에는 “금갑을 쏘아라.(射琴匣)”라고 쓰여 있었다. 왕은 궁에 들어가 금갑을 쏘아 맞혔는데, 거기에는 내전內殿에서 분향수도焚香修道하던 중이 왕비와 몰래 간통하고 있었다. 그 후로 매년 정월에 까마귀의 은혜를 감사하여 향기로운 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먹였다고 한다.
  96. 96)영호초令狐楚 : 당나라 화원 사람으로, 다섯 살에 글을 짓고, 약관에 진사에 급제하여 좌습유左拾遺·하남절도사·동평장사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唐御覽詩』가 있다.
  97. 97)담대멸명澹臺滅明 : 공자의 제자로, 얼굴이 못생겼으나 덕행이 뛰어나 명성을 얻었다. 그는 길을 걸을 때 지름길로 가지 않았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읍재邑宰를 사적으로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論語』 「雍也」에 나온다.
  98. 98)바위 문(岩扉) : 바위굴의 문이라는 뜻으로, 은둔자나 수행자가 사는 집을 이르는 말이다.
  99. 99)순치順治 : 청나라 제3대 황제인 세조世祖 때의 연호(1644~1661)이다.
  100. 100)소실산少室山 : 중국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산 이름으로, 달마 대사가 이곳에 와서 선종을 창립하면서 선종의 발생지가 되었다. 이곳에 소림사少林寺가 있는데, 삼림森林이 울창한 소실산 속의 절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101. 101)자나불遮那佛 : 비로사나불毘盧舍那佛 혹은 노자나불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태양의 뜻이고, 불지佛智의 광대무변한 것을 상징한다. 부처의 진신眞身인 법신法身을 말한다.
  102. 102)술잔 속의 뱀(盃蛇) : 진晉나라 때 악광樂廣의 집에 자주 왕래하는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한동안 그 손님이 소식이 없어서 그 이유를 물으니, 손님이 대답하길 “전에 당신의 집에서 내온 술을 마실 때에 술잔 속에 뱀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마셨더니 그 뒤 바로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에 악광이 그에게 “술잔 안에 비쳤던 것은 뱀 그림자가 아니라, 벽 위에 걸어 놓은 활이 술잔에 비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손님은 곧 병이 나았다 한다. 『晉書』 「樂廣傳」에 나온다.
  103. 103)촉나라 가는 길(蜀道) : 촉蜀 땅으로 들어가는 길은 천하에서 가장 험하다고 한다. 이백李白의 〈蜀道難〉이 있다.
  104. 104)운수게雲水偈 : 자연 속에서 아무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살면서 시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감흥이 일어나는 대로 읊은 선시이다.
  105. 105)양주楊朱는 배 속이 차고 :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양주는 ‘위아爲我’를 주장하여 털 하나를 뽑아 남을 돕는 일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창자가 항상 차갑다고 한 것이다.
  106. 106)묵적墨翟은 배 속이 뜨겁다 : 묵적은 ‘겸애兼愛’를 주장하여 비록 머리부터 갈아 발뒤꿈치까지 이른다고 하여도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창자가 뜨겁다고 한 것이다.
  107. 107)업가鄴家 : 업가鄴架라고도 쓴다. 당나라의 이필李泌은 업현후鄴縣侯에 봉해졌는데 책이 많기로 유명하였다. 한유韓愈의 〈送諸葛覺往隨州讀書〉에 “업후의 집에 책이 많아 서가에 3만 축이나 꽂혀 있네.(鄴侯家多書。 揷架三萬軸。)”라고 하였다.
  108. 108)황산곡黃山谷 : 소동파와 함께 송대宋代를 대표하는 시인인 황정견黃庭堅을 말한다. 자는 노직魯直이며, 산곡은 그의 호이다.
  109. 109)독락와獨樂窩 : 조선 시대 무신인 장석(1687~1764)이 지은 건축물로서, 그의 호이기도 하다. 자는 호이浩而이다.
  110. 110)면주綿州 : 면성綿城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의 전라남도 무안군에 해당한다.
  111. 111)말습은 예로부터~기성처럼 다르다네 : 『書經』 「洪範」에 “별에는 바람을 좋아하는 것이 있고, 비를 좋아하는 것이 있다. 해와 달의 운행에도 겨울이 있고 여름이 있다. 달이 별을 따르는 것을 보고서 비와 바람을 알 수 있다.(星有好風。 星有好雨。 日月之行。 則有冬有夏。 月之從星。 則以風雨。)”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채침蔡沈의 주에 “달이 동북쪽으로 가서 기성에 들어가면 바람이 많이 불고, 달이 서남쪽으로 가서 필성에 들어가면 비가 많이 온다.(月行東北。 入于箕則多風。 月行西南。 入于畢則多雨。)”라고 하였다. 즉, 별이 서로 극단에 있듯이 사람의 기호와 습관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 말이다.
  112. 112)눈먼 거북이가~나무를 만나듯 : 부처님을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한 말이다.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떠돌아다니다가 천 년에 한 번씩 머리를 수면 위로 내미는데, 이때 우연히 바다를 떠도는 구멍 난 나무를 만나 그 구멍에 머리를 끼우는 것과 같이 부처님 법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雜阿含經』 「十六經」에 나온다.
  113. 113)상신商臣 : 춘추시대 초楚 목왕穆王의 이름이다. 아버지 성왕成王을 시해하고, 스스로 임금이 되어 12년간 재위하였다.
  114. 114)기백箕伯 : 풍백風伯이라고도 한다. 바람을 다스리는 신이다.
  115. 115)선천先天 : 서기 712년에서 713년까지의 연호이다.
  116. 116)거북이 점(鑽龜) : 거북이가 어부에게 잡혀 오왕吳王의 꿈에 나타났고, 결국 왕의 앞에까지 가게 되었다. 오왕이 이 거북을 살려야 하나 죽여야 하나 점을 쳐 보았더니, 죽이면 길하리라고 점괘가 나왔고, 그리하여 거북이 죽게 되었다. 공자가 이를 두고 “거북은 오왕의 꿈에 나타날 줄만 알았지 어부의 그물에 걸릴 줄은 몰랐으며, 만사를 알아맞히는 점의 대상이 되는 것만 알고 자기가 죽어 창자가 찢어질 줄은 몰랐다.”라고 말하였다. 곧 작고 가까운 것만을 알고 크고 먼 것은 볼 줄 모른다는 말이다. 『莊子』 「外物」에 나온다.
  117. 117)기산箕山 영수穎水 : 상고上古시대에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현인賢人인 소보巢父와 허유許由가 숨어 살던 곳이다.
  118. 118)거북처럼 숨어 사는 사람(六藏龜) : 육장六藏은 여섯 가지를 감춘다는 뜻이다. 거북이 움츠리면 머리와 꼬리 그리고 네 발을 모두 감춘다는 데서 온 말이다.
  119. 119)꿈에 만난 사슴(夢鹿) : 『列子』 「周穆王」 〈樵夢鹿〉에 그 고사가 나온다.
  120. 120)거북이 뽕나무 겁내듯(桑龜) : 삼국시대 영강永康 사람이 큰 거북을 잡아 왕에게 바쳤는데, 아무리 나무를 많이 때고 삶아도 거북이 삶아지지 않았다. 거북 잡아 온 사람이 마침 거북을 잡아 오던 중에 거북은 뽕나무로 삶아야만 한다는 말을 거북이로부터 들었기에 왕에게 그대로 고하였다. 이에 땔감을 뽕나무를 썼더니 거북이가 삶아졌다고 한다. 말을 삼가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事文類聚』 후집 35권 「龜名元緖」에 나온다.
  121. 121)회문체回文體 : 운자를 미리 계산하여 앞에서 또는 뒤에서 읽어도 모두 뜻이 통하도록 지은 시이다.
  122. 122)추연鄒衍의 음양오행~방법을 빌렸다네 : 추연은 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음양오행과 천문지리의 대가大家이다. 여기서는 절을 짓는 데 음양설을 따지지 않고 지었다는 말이다.
  123. 123)『淮南子』 「覽冥訓」에 나온다.
  124. 124)고기는 못에서~하늘을 난다 : 『詩經』 「大雅」 〈旱麓〉에 “솔개는 하늘 높이 솟구치고, 물고기는 못 속에서 뛰는구나.(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구절이 있다. 자연의 원리를 거스름 없이 그대로 따르며 조화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125. 125)박명구朴命球(1731~?) : 본관은 밀양, 자는 중옥仲玉이다. 영조英祖 29년(1753)에 정시庭試 병과에 합격하여, 통덕랑을 거쳐 현감까지 지냈다. 원외員外는 정원 이외의 벼슬로서, 원외랑員外郞이라고도 한다.
  126. 126)정랑正郞 : 조선 시대 때 육조六曹의 정5품 벼슬이다.
  127. 127)장사長沙에서 복鵩새를~부賦를 지었었고 : 한나라 때 가의賈誼가 장사 땅에 귀양 가 있을 때, 어느 날 복조鵩鳥가 우는 소리를 듣고 불길함을 알아채고 〈鵩鳥賦〉를 지었다. 그리고 과연 얼마 안 가서 사사賜死되었다고 한다.
  128. 128)무협巫峽에서 원숭이 소리 듣고 : 당나라 때 두보杜甫가 무협으로 피난 가서 원숭이 소리를 듣고 슬퍼한 적이 있었다. 두보가 지은 〈秋興〉에 나온다.
  129. 129)대궐(花甎)에 다시 입직하여 : 화전花甎은 표면에 꽃무늬가 있는 벽돌을 말한다. 당나라 때 내각의 북청北廳 앞 계단에 화전이 깔린 길이 있었는데, 겨울에 해가 다섯 번째 화전에 이르는 것으로 학사가 입직하는 시간을 삼았다.
  130. 130)구리기둥의 감로수 : 『西都賦』에, “신선의 손을 빌려 이슬을 받으니 두 개의 구리기둥이 우뚝 섰네, 속진을 밟아 어지러이 혼탁하나 맑고 호방한 기운 홀로 청정하네.(抗仙掌以承露。 擢雙立之金莖。 軼埃壒之混濁。 鮮顥氣之淸英。)”라고 하였는데, 당의 이선李善이 해석하길, “금경金莖은 구리기둥(銅柱)이다.”라고 하였다.
  131. 131)범(於菟) : 오도於菟는 호랑이의 별칭인데,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방언이다. 『左傳』 선공宣公 4년 조에 나온다.
  132. 132)양주楊朱의 차가운 창자 : 양주는 전국시대의 사상가이다. 그는 위아爲我를 주장하여 털 하나를 뽑아 남을 돕는 일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창자가 항상 차갑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묵적墨翟은 겸애兼愛를 부르짖었기에 창자가 뜨겁다고 한다.
  133. 133)지영智永의 후신 : 지영은 수隋나라 때의 스님으로, 왕희지의 후손이며, 글씨를 잘 썼다. 여기서는 박 정랑이 글씨를 잘 썼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134. 134)마소유馬少游 : 후한後漢 마원馬援의 사촌동생이다. 그는 마원에게 말하기를, “선비로 세상에 살면서 밥 먹고 옷 입고 바퀴통 짧은 수레 타고, 느릿한 말 몰면서 자기 사는 고장에서 선인善人이라는 말 들으면 그것으로 족하지요.”라고 하였는데, 그 후 마원이 교지交趾를 정벌하면서 고생이 너무 심하여 자기 사촌동생이 하던 그 말을 자꾸 생각하였다고 한다. 『後漢書』 「馬援傳」에 나온다.
  135. 135)무량상無量相 : 아미타불상阿彌陀佛像을 말한다.
  136. 136)소동파의 〈次韻劉景文見寄〉에 나온다.
  137. 137)당나라(天寶) : 천보天寶는 당 현종玄宗의 연호이다. 이때 이백이나 두보 같은 시인이 많이 나왔다.
  138. 138)꿈속 나비(栩栩)와 같아서 : 장주莊周가 꿈속에 나비가 되어 날면서,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화하여 장주가 되었는지 몰랐던 것처럼, 만사는 이와 같이 허무하다는 말이다. 『莊子』 「齊物論」에 “언젠가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나풀나풀 잘 날아다니는 나비의 입장에서 스스로 유쾌하고 만족스럽기만 하였을 뿐 자기가 장주인 것은 알지도 못하였다.(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라고 하였다.
  139. 139)『태현경太玄經』 : 한漢나라 때 양웅楊雄이 지은 책이다. 이 책은 『周易』과 비슷한 것으로, 세상 사람들은 양웅이 성인의 흉내를 내서 이 책을 지은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여기서는 윤금호尹琴湖가 시를 지은 것은 스스로의 창작이지, 다른 사람의 시를 모방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140. 140)『莊子』 「山水」에 있는 말이다.
  141. 141)문장이 오봉루五鳳樓와 같다고 하더이다 : 오봉루는 양梁 태조太祖가 낙양에 세운 큰 건물 이름이다. 여기서는 문장의 솜씨가 웅장한 오봉루와 같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142. 142)울타리(儲胥) : 저서儲胥는 군영에서 목책이나 대나무 울타리로 만든 경계선을 말한다.
  143. 143)묵적墨翟은 실이~것을 슬퍼했고 : 적翟은 묵자墨子의 이름이다. 묵자는 실에 물들이는 것을 보고 “파란 물감을 들이면 파래지고, 노란 물감을 들이면 노랗게 되다니, 슬픈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을 개탄한 것이다.
  144. 144)양주楊朱는 갈림길에서 울었었지 : 주朱는 양자楊子의 이름. 양자의 이웃이 양을 잃어버리자 동네 사람들이 찾으러 나갔다. 가다가 보니 길이 갈리고 또 갈려서 결국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양자가 이 말을 듣고 탄식하기를 “대도大道도 이와 같고 배우는 일도 이와 같아서, 길이 많으면 얻는 것이 없게 되어 실패한다.”라고 하였다. 『列子』 「說符」에 나온다.
  145. 145)복건幅巾 : 머리를 뒤로 싸 덮는, 비단으로 만든 두건頭巾을 말한다. 은사隱士 등이 쓰는 것이다.
  146. 146)도연명의 국화(陶潛黃菊) : 도연명의 〈飮酒〉에,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누나.(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구절이 있다.
  147. 147)사조謝眺의 푸른 산(謝眺靑山) : 사조는 남제南齊 양하陽夏 사람이다. 오언율시를 잘 지었다. 사조가 종산鍾山 아래 별장을 지어 놓고, 〈遊東田〉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그 시의 말구末句에 “향기로운 청명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푸른 산의 성곽만 머리 돌려 바라보네.(不對芳春酒。 還望靑山郭。)”라는 표현이 나온다.
  148. 148)구름과 비처럼~쉽게 변하지만(雲雨手) : 변하기 쉬운 사람의 마음을 비유한 말로, 두보杜甫의 〈貧交行〉에 “손 뒤집어 구름 만들고 손 엎어 비 만드니, 분분하고 경박함을 어찌 다 셀 수 있으랴.(飜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集』 권2에 나온다.
  149. 149)큰 표주박은~편안히 하였네 : 혜자惠子가 장자莊子에게 “위왕魏王이 나에게 큰 표주박을 주었는데, 너무 커서 쓸데가 없다.”라고 말하자, 장자가 “그렇다면 강이나 호수에 띄워 배를 만들면 될 일이지, 무엇 때문에 그리 걱정을 하느냐.”라고 말하였다. 『莊子』 「逍遙遊」에 나온다.
  150. 150)세 갈래 좁은 길(三徑) : 삼경三徑은 정원庭園 안의 세 갈래의 좁은 길이란 뜻으로, 뜻이 변하여 은자隱者의 뜰 또는 그 거처를 이르는 말이다.
  151. 151)아름다움(猗猗) : 『詩經』 「衛風」 〈淇奧〉에 “저 기수 물굽이를 바라다보니,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게 우거져 있네. 아름답게 문채 나는 우리 님이여, 깎고 다듬은 위에 또 쪼고 간 듯하도다.(瞻彼淇奧。 綠竹猗猗。 有斐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라는 구절이 나온다.
  152. 152)『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 중국의 양자강 중류 유역을 중심으로 한 형초荊楚 지방의 연중세시기로, 원래는 10권이었으나 명대에 현재의 1권으로 종합되었다. 양梁나라의 종름宗懍이 6세기경에 지은 『荊楚記』를 7세기 초 수隋나라의 두공섬杜公贍이 증보하고 주석을 달아 『荊楚歲時記』라 하였다. 현존하는 중국 세시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초나라 특유의 세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풍습도 기술되어 있다.
  153. 153)시비를 망상으로~얘기일 뿐 : 전국시대 말기 공손룡公孫龍이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의 인식론을 제창하였는데, 이러한 논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공리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자가 이른 말이다.
  154. 154)물고기를 보고서~같음을 알았네 : 장자와 혜자惠子가 호량濠梁에서 놀다가, 장자가 “피라미가 나와서 노는 것을 보니, 이것은 물고기의 즐거움(魚樂)이로다.”라고 하자, 혜자가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워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서로 즐기는 마음이 같기 때문에 물고기의 즐거움을 똑같이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莊子』 「秋水」에 나온다.
  155. 155)흰 가사(白衲) : 백납白衲은 백색 승의僧衣나 백색 가사를 가리킨다. 『四分律』을 비롯한 율장에 따르면 가사의 색은 청색·흑색·목란木蘭색(적색·자주색)이 여법한 것으로 다른 색은 정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大宋僧史略』에서도, “근래에 백색 승의를 입는 자가 있는데 그 잘못이 크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한가한 시간에 편한 옷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사보다는 흰옷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156. 156)호계虎溪에 있었던~번이나 이루었네 : 진晉나라의 혜원慧遠 스님이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 머물 때에, 호계를 건너 속세에 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어느 날 도연명陶淵明과 도사 육수정陸修靜이 혜원을 찾아왔다. 혜원 스님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갈 때에 배웅을 나갔는데, 세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호계를 건너 바깥까지 가고 말았다. 그러자 범이 울어서 세 사람은 함께 웃으며 전날의 맹세를 깨뜨린 것을 알았다고 한다. 『廬山記』에 나온다.
  157. 157)보벌寶筏 : 직역하면 보배로운 뗏목이나 배라는 뜻이다. 부처님의 묘법으로 생사의 고해를 건너감을 비유한 말이다.
  158. 158)파공巴卭 사람에게 귤밭이 있었는데, 그중 한 나무에 세 말의 곡식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귤이 달렸다. 그 귤을 따서 쪼개 보았더니, 그 속에 수염이 아름답고 살결이 좋은 노인이 둘 앉아 있었다. 노인들은 서로 “귤 속에 사는 즐거움이 상산商山보다 못하지 않구나.”, “어리석은 사람들이 따 버릴까 걱정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좌은坐隱은 바둑을 두는 것이라고 저자가 해석하였으니, 귤 속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幽怪錄』에 나온다.
  159. 159)두목杜牧 : 당나라의 시인 두목은 얼굴이 잘생기고 풍채가 좋은 사람으로 유명하였다. 자가 목지牧之라서 두목지로 불렸다. 그 당시의 풍습에 연모하는 사람의 수레가 지나가면 귤을 던졌는데, 두목지가 수레를 타고 지나가면 수레에 귤이 가득 찼다고 한다.
  160. 160)건제체建除體 : 길흉을 관장하는 열두 신을 건제십이신建除十二神이라고 하는데, 이들 이름을 앞에 넣고 짓는 것이니, 건建·제除·만滿·평平 등이 모두 신의 이름이다.
  161. 161)포조鮑照(421~465) : 육조六朝시대의 송나라 시인으로서, 특히 악부樂府에 뛰어났다. 자는 명원明遠이다.
  162. 162)팔음가八音歌 : 팔음八音의 글자를 앞에 놓고 짓는 시이다.
  163. 163)금단金丹 : 먹으면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도사道士가 정련한 황금의 정精으로 만든 환약이다. 혹은 도가道家에서 행하는 신기수련神氣修練의 묘술을 가리킨다.
  164. 164)왕자교와 적송자(喬松) : 교송喬松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선인仙人인 왕자교王子喬와 적송자赤松子를 줄여 일컫는 말이다.
  165. 165)감당甘棠 소식 : 주周나라 소공召公은 어진 재상이었다. 그는 지방을 순시할 때 감당나무 밑에서 정무를 처리하였으므로, 후세 사람들이 이 나무를 베지 말라고 노래를 지어 불렀던 것이 『詩經』 「召南」 〈甘棠〉에 실려 있다. 여기서 감당의 소식이란 어진 정사를 한다는 소식이다.
  166. 166)소동파의 〈送小本禪師赴法雲〉에 나온다.
  167. 167)중모仲謀 : 손권孫權의 자이다.
  168. 168)구정봉九井峯 :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의 산봉우리 이름이다.
  169. 169)도안 대사(彌天) : 미천彌天은 진晉나라 도안道安을 가리킨다. 도안이 양양襄陽에 있을 때에 습착치習鑿齒가 찾아와서 “나는 천하의 습착치라고 하는 사람이요.(四海習鑿齒)”라고 소개하자, “나는 하늘을 꽉 채우고 있는 도안이요.(彌天釋道安)”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도안을 미천이라고 부른다고 『高僧傳』에 기록되어 있다.
  170. 170)유량庾亮의 먼지 : 권신權臣의 위세를 비유한다. 진晉나라 정서장군征西將軍 유량이 막강한 권세를 휘둘렀는데, 언젠가 서풍이 세게 불어 먼지를 일으키자 유량을 혐오하던 왕도王導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면서 유량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힌다고 하였다. 『世說新語』에 나온다.
  171. 171)나무에 버섯으로 돋아나 : 보시를 받아 수행을 하였지만 수행을 부지런히 하지 않아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면, 죽은 후에 보시한 사람의 집 동산에 버섯으로 피어나서라도 제 몸을 뜯어먹게 함으로써 은혜를 갚게 된다는 말이다. 『釋門自鏡錄』 「懈慢不勤錄」 7 ‘新羅國禪師割肉酬施主事新錄’에 나온다.
  172. 172)위음불威音佛 이전 : 위음불은 이 세상에 처음 출현한 부처님인 위음왕불威音王佛을 말한다. 따라서 위음왕불 이전이란 우주가 나타나기 이전, 또는 일체의 사량분별思量分別을 끊어 완전히 무無가 된 것을 말한다.
  173. 173)반초班超 : 후한後漢의 명제明帝와 장제章帝 때에 서역을 정벌하여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 장수이다. 그는 유명한 반표班彪의 아들로, 사가史家의 집에서 태어났으나, 문필文筆에 종사하지 않고 장수가 되었다.
  174. 174)종군終軍 : 한나라 사람이다. 젊어서 큰 뜻을 품고 관關을 나갈 때에 수위가 신표로 삼는 비단을 찢어 주면서 “다시 돌아올 때에 이 신표를 보여야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에 종군은 “남자가 뜻을 세워 나갔으면 다시 이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올 때는 황제의 신표를 가지고 통과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비단 조각을 버리고 갔다. 『漢書』 권64에 나온다.
  175. 175)장비張飛 :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무장으로서 유비, 관우와 함께 의형제를 맺고, 후한 말의 많은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다. 유비가 제위에 오르자, 거기장군·사례교위에 임명되었다.
  176. 176)사창社倉 : 조선 시대 때 각 고을(지금의 면 단위)에 두고 곡물을 대여해 주던 기관이다.
  177. 177)형범荊凡 : 존재하느냐 망하느냐를 정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형초荊楚의 임금과 범군凡君이 문답한 고사가 『莊子』 「田子方」에 나온다.
  178. 178)두 형제(二難) : 난형난제難兄難弟, 즉 형제가 모두 훌륭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179. 179)공자의 학문(洙泗學) : 수洙와 사泗는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강인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를 말한다. 공자가 수사洙泗에서 제자를 가르쳤으므로, 여기서는 공자의 학문을 이르는 말이다.
  180. 180)삼공三公 : 정승을 말한다.
  181. 181)단구丹丘 : 신선이 사는 곳이다.
  182. 182)유후留侯로 봉해지는 일(封留) : 봉류封留는 장량張良의 봉호封號이다. 장량은 한漢 고조高祖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유후에 봉해졌다. 다른 공신들은 부귀영화를 생각하고 있다가 고조의 손에 모두 죽었지만, 장량은 벼슬을 버리고 숨어 버렸다.
  183. 183)물소(水牯) : 선불교禪佛敎에서 소(牛)를 마음에 비유하는데, 수고水牯도 또한 마음을 비유한 말로 보인다.
  184. 184)태극도太極圖 : 송宋나라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가 우주의 근본을 그림으로 풀어놓고 해석한 것이 『太極圖說』이다. 이 글에서는 ‘무극無極이 태극太極을 낳고, 태극이 음양陰陽을 낳고, 음양이 오행五行을 낳아 만물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185. 185)범凡나라도 망하지~보존하지 못하였으리 : 범군凡君과 초왕楚王과의 문답이다. 초왕이 범군과 함께 앉았었다. 초왕의 측근 신하가 “범국凡國은 망할 징조가 세 가지 있습니다.”라고 하자, 범군은 “범국이 망한다고 하여도 나의 존재는 망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초나라가 보존되더라도 지금 있는 사람들을 꼭 보존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초왕이 존재함으로써 초나라가 존재한다면 마찬가지로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범나라도 망하지 않으며, 초왕이 여기에 계신다 하여 초나라가 보존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였다. 『莊子』 「田子方」에 나온다.
  186. 186)원안袁安처럼 잠을 잤다네 : 눈이 한 길이나 쌓인 날 낙양령洛陽令이 밖에 나가 살펴보았더니, 다른 집은 다 문 앞의 눈을 쓸었지만, 원안의 집 앞만은 눈을 쓸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들어가 보게 하니, 원안은 눈에 쓰러져 “눈이 와서 모두 배가 고픈데, 남을 찾아가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라네.”라고 하였다고 한다. 『淸異錄』에 나온다.
  187. 187)궁중의 수놓는~늘여야 하고 : 위진魏晉시대에 궁인들이 붉은 실로 해그림자를 헤아렸는데, 동지 뒤부터는 매일 실 하나를 더하여 늘였다. 또 당나라 때는 궁중에서 여공女工을 세워 해의 길이를 계산하는데, 동지 뒤부터는 해그림자가 점차 길어지므로 평소보다 여공의 줄이 한 줄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188. 188)도백道伯 : 한 도道의 장관이란 뜻으로, 관찰사觀察使를 달리 일컫는 말이다. 지금의 도지사道知事에 해당한다.
  189. 189)감당나무 : 장미과의 나무. 한국·중국·시베리아 등지에 자생한다. 나무·줄기·잎은 약용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주문왕周文王의 아들 소공召公이 감당나무 아래 유숙하며 사람들을 교화한 것에 유래한 것이다. 『詩經』 「召南」에 백성들이 소공을 흠모하여 감당나무를 베지 않아 무성하였다고 하였다.
  190. 190)소동파의 〈次韻答王定國〉에 나온다.
  191. 191)두보의 〈多病執熱奉懷李尙書之芳〉에 “길에서 더위 먹어 장맛비에 젖을 것 생각하니, 궁중의 은혜로 내리는 옥정의 얼음을 감히 바라리오.(思霑道暍黃梅雨。 敢望宮恩玉井冰。)”라고 하였다.
  192. 192)오묘한 촉감 뚜렷이 밝아야 : 신체의 감각이 인연에 의하여 진리를 밝히는 것이다. 『首楞嚴經』 제5권, 『碧巖錄』 78칙에 나온다.
  193. 193)능주綾州 : 지금의 전라남도 화순군이다.
  194. 194)점필재佔畢齋 :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인 김종직(1431~1492)의 호이다. 문장과 경학에 뛰어나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一」 編者補入。
  3. 1)「困」疑「菌」{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