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연담대사임하록(蓮潭大師林下錄) / 蓮潭大師林下錄 卷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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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대사임하록 제2권(蓮潭大師林下錄 卷二)
시 2(詩二)
능성 동각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綾城東閣韵)
衙退巡簷手挽花           퇴청하여 처마 밑 꽃잎을 스치며 걸으니
官家靜似野人家           관가가 꼭 고즈넉한 들녘의 농가 같구나
僧來使賦山中景           스님이 찾아왔다고 산중의 경치를 읊으라 하는데
濡筆沈吟愧八叉           붓을 적신 채 깊이 생각에 잠기니 팔차八叉에 부끄럽구나
【온정균溫庭筠은 손을 여덟 번 팔짱을 끼고 빼는 동안에 8운韻의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온팔차溫八叉라고 부른다.(溫庭筠。 八叉手間。 八韵成。 號溫八叉。)】
정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鄭生員)
咳唾落來警句多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놀라운 시구가 많으니
能詩不獨水曺何           시에 능한 것은 수조 하손何遜뿐이 아니었네
祇園春色今方好           절집의 봄빛이 지금 한창 좋으니
輸與先生取次哦           선생에게 보내 주어 이 경치를 읊게 하고 싶네
【하손이 공조판서1)를 지냈기에, 옛 시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진나라 산간이요, 시를 잘하는 사람은 하수조라네.”라고 하였다.(何遜爲水曺。 即古詩。 愛酒。 晋山簡。 能詩何水曺。)】
오성으로 가는 길에 짓다 【하지夏至 전에 오는 비를 황매우黃梅雨라고 한다.】(烏城途中 【夏至前雨。 謂之黃梅雨。】)
四月已云暮             사월도 이미 저물었다 하니
野花皆蒺䔧             들에는 온통 남가새꽃뿐이라
晴林鳩喚雨             비 갠 숲에선 구구구 비둘기 우는 소리
午店燕含泥             한낮 주막엔 제비가 흙을 물고 오는구나
麥浪隨水動             보리밭은 물결 따라 출렁이고
秧針出水齊             모는 물 위로 가지런히 뾰족한 고개 내밀었네
黃梅時節好             황매 비가 내리는 이 좋은 시절
歸路數停藜             돌아가는 길에 자꾸 지팡이를 멈춘다네
〈정씨 족보 간행〉이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鄭氏譜成韵)
聯芳奕葉各西東           여러 대 동안 이리저리 뻗어 나간 화려한 문벌
爛熳今歸一卷中           빛나는 그 이름 이제 한 권의 책 속에 모아졌네
信有後人能有志           어쩌면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후손이 나와서
終成前代未成功           전대에 못 이룬 공을 마침내 이루었을까
源流交徹千家合           천 갈래 갈라졌던 집안이 하나로 합하고
瓜葛相連二姓同           혼인2)으로 두 성씨가 하나로 이어졌네
從此專崇敦睦誼           이제부턴 오로지 화목과 우의만을 숭상하여
親親先數鄭門風           종친 간의 화목과 친분 정씨 가문의 으뜸 가풍일세
【 『한기漢紀』에 “선제와 혼인으로 친분을 맺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다 모였더라.”라고 하였다.(漢紀云。 先帝有瓜葛之親。 男女畢至。)】
청파 장로에게 부친다(寄淸坡長老)

010_0234_a_02L蓮潭大師林下錄 卷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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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234_a_04L1)(二) [3]

010_0234_a_05L次綾城東閣韵

010_0234_a_06L
衙退巡簷手挽花官家靜似野人家

010_0234_a_07L僧來使賦山中景濡筆沈吟愧八叉溫庭


010_0234_a_08L叉手間八韵
號溫八叉

010_0234_a_09L次鄭生員

010_0234_a_10L
咳唾落來警句多能詩不獨水曺何

010_0234_a_11L祇園春色今方好輸與先生取次哦何遜
爲水

010_0234_a_12L即古詩愛酒
山簡能詩何水曺

010_0234_a_13L烏城途中夏至前雨
之黃梅雨

010_0234_a_14L
四月已云暮野花皆蒺䔧

010_0234_a_15L晴林鳩喚雨午店燕含泥

010_0234_a_16L麥浪隨水動秧針出水齊

010_0234_a_17L黃梅時節好歸路數停藜

010_0234_a_18L次鄭氏譜成韵

010_0234_a_19L
聯芳奕葉各西東煉熳今歸一卷中

010_0234_a_20L信有後人能有志終成前代未成功

010_0234_a_21L源流交徹千家合瓜葛相連二姓同

010_0234_a_22L從此專崇敦睦誼親親先數鄭門風漢紀


010_0234_a_23L先帝有瓜葛之
男女畢至

010_0234_a_24L寄淸坡長老

010_0234_b_01L內藏山下昔同床           내장산 아래에서 옛날 함께 공부하던 벗이여
一別悠悠二十霜           한번 이별한 후 어느새 이십 년이 흘렀구나
浩氣君應胸隗磊           활달한 그대 기상은 높고도 넓은데
勞生我已鬂蒼浪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는 머리가 다 희었다네
浮萍此日隨流水           오늘도 부평초처럼 물길 따라 떠다니는 몸
斷鴈何時得綴行           편지도 끊어지니 어느 때나 소식을 들을까
獨喜淸波萬頃濶           탁 트인 맑은 만경창파를 홀로 즐기며
龍生龍子斐成章           용이 용 새끼를 낳듯 화려한 문채를 이루었겠지
한 능주에게 세 벗3)을 보내 주기를 청하여 받고 나서(請韓綾州送三友)
毛穎久作中書令           붓4)은 중서령을 오래 맡아
困於書役頭已禿           글 쓰는 일이 힘들었는지 대머리가 되었고
墨子元來兼愛者           먹이란 게 원래 겸애를 주장하는 것이라
爲人磨頂已至足           남을 위해 정수리를 갈아 발꿈치에 이르렀네5)
平生楮公亦世情           종이는 평생 동안 세상인심을 좇아서
只解偏向有錢宅           돈 있는 집만 골라서 찾아다녔지
唯有陶泓磨不磷           벼루만이 갈아도 얇아지지 않은 채
獨臥虛室欲生白           빈 방에 홀로 누워 곧고 맑게 살려 하네6)
向來三友不相隨           앞의 세 친구가 따라주지 않았기에
縱有渠也無所益           연적은 있어 봐야 아무 쓸 곳이 없었다네
公侯之家本愛士           공후의 집에서는 본디 선비를 좋아하는지라
此輩應滿三千客           붓과 먹과 종이야 삼천 객이나 되도록 가득하겠지
酒徒詩朋日相娛           술친구 글친구 날마다 함께 모여서 즐기니
肯向山中甘孤獨           어찌 산중에 들어가 고독을 즐기길 바랐겠는가
雖然不拒主人命           그러나 그들이 주인의 명을 거스르지 않고
許分勸送在掌握           고분고분 따라 주어 손아귀에 들어왔네
如今倘得賁然來           지금 반갑게도 이렇게 선뜻 찾아와 주니
從此文房不寂寞           이제부터 글방이 적막하지 않겠네
卽看陶公懽然起           벼루도 기뻐하며 좋다고 들썩이니
相與作詞頌公德           서로 함께 글을 지어 공의 덕을 칭송하리라
보림사에 다시 와서 전에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重到寶林次前韵)
重來無恙舊溪林           다시 와 보아도 숲은 전날 그대론데
雙級觚棱聳碧岑           법당 두 개만 우뚝하니 봉우리처럼 솟아 있네
歲月崢嶸僧亦老           세월이 오래 흘러 스님도 늙었고
魚龍寂寞水偏深           잉어가 없는 연못 물만 깊어졌구나
山應記我非生客           산이 나를 기억할 터이니 낯선 객은 아니지만
詩不如人改故吟           시가 남만 못하니 다시 고쳐 쓸밖에
一壑烟霞堪曳尾           계곡에 자옥한 안개 꼬리를 늘이니
百年身世可安心           한 백 년 마음 편한 신세로구나
【대궐이나 법당을 고릉觚棱이라고 한다. 두목지杜牧之의 시에 “고개 돌려 대궐을 바라보니, 저물녘 구름에 막혀 있구나.”라고 하였다. ◯ 소동파가 자유子由의 「서현당기棲賢堂記」를 읽고 “집 안에서 물과 돌이 빽빽하고 초목이 무성한 것을 본 것만 같으니, 내가 이것을 마음에 새겨 두고 여산과 인연을 만들어서 후일 다시 산에 들어올 때엔 낯선 객의 신세가 되지 않았으면 하노라.”라고 하였다.(大闕。 謂之觚棱。 法堂亦然。 牧詩。 回首觚棱隔暮雲。 ◯ 東坡讀子由棲賢堂記曰。 如在堂中。 見水石陰森。 草木膠葛。 吾刻之。 欲與廬山作緣。 且他日入山。 不爲生客也。)】
관산의 오 연리7)에게 주다(贈冠山吳椽吏)
芳菲度盡客來踈           꽃향기 다하니 찾는 손님 뜸하였는데
却喜詩人遠訪余           시인이 멀리서 찾아오니 기쁘기 한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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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藏山下昔同床一別悠悠二十霜

010_0234_b_02L浩氣君應胸隗磊勞生我已鬂蒼浪

010_0234_b_03L浮萍此日隨流水斷鴈何時得綴行

010_0234_b_04L獨喜淸波萬頃濶龍生龍子斐成章

010_0234_b_05L請韓綾州送三友

010_0234_b_06L
毛穎久作中書令困於書役頭已禿

010_0234_b_07L墨子元來兼愛者爲人磨頂已至足

010_0234_b_08L平生楮公亦世情只解偏向有錢宅

010_0234_b_09L唯有陶泓磨不磷獨臥虛室欲生白

010_0234_b_10L向來三友不相隨縱有渠也無所益

010_0234_b_11L公侯之家本愛士此輩應滿三千客

010_0234_b_12L酒徒詩朋日相娛肯向山中甘孤獨

010_0234_b_13L雖然不拒主人命許分勸送在掌握

010_0234_b_14L如今倘得賁然來從此文房不寂寞

010_0234_b_15L卽看陶公懽然起相與作詞頌公德

010_0234_b_16L重到寶林次前韵

010_0234_b_17L
重來無恙舊溪林雙級觚棱聳碧岑

010_0234_b_18L歲月崢嶸僧亦老魚龍寂寞水偏深

010_0234_b_19L山應記我非生客詩不如人改故吟

010_0234_b_20L一壑烟霞堪曳尾百年身世可安心大闕
謂之

010_0234_b_21L觚棱法堂亦然牧詩回首觚棱隔暮雲 ◆東坡讀
子由棲賢堂記曰如在堂中見水石陰森草木膠

010_0234_b_22L吾刻之欲與廬山作緣
且他日入山不爲生客也

010_0234_b_23L贈冠山吳椽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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芳菲度盡客來踈却喜詩人遠訪余

010_0234_c_01L門掩三春長臥病           봄 내내 문을 닫고 앓아누워 있다가
樓開半日共看書           누대를 열고 반나절 함께 책을 보았네
落花香歸含泥燕           지는 꽃향기 속에 제비는 흙을 물어 오고
古井紋生吹水魚           옛 못에 노니는 물고기 물결을 만들어 내네
雲外鍾聲敀思動           구름 밖 종소리에 공양 들 것 생각하는데
夕陽元在竹林西           석양은 어느덧 죽림의 서쪽으로 넘어가네
【‘귀敀’는 ‘궤餽’와 같은 뜻이다.(敀與餽同。)】
영남의 지탄 스님에게 주다(與嶺南智綻上人)
結夏不出戶             여름 결제로 절 문 밖을 나가지 않았더니
塵緣淨於掃             속세의 인연을 쓸어 낸 듯 깨끗해졌네
落花燕泥香             꽃잎 지는 시절 제비가 물어 온 진흙 향기롭고
濃綠鶯聲老             녹음 짙은 숲속에 꾀꼬리 소리 잔잔하네
有客自嶺來             영남에서 찾아온 손님이
訪我無生道             나에게 무생의 도를 묻는구나
無生不可學             무생의 도는 배울 수 없으나
可學成繳擾             배울 수만 있다면 흔들림 막을 수 있으리라
有物天地先             천지보다 만물이 먼저 생겨난 그 일
昭昭還杳杳             분명하고도 또 아득한 일이라네
聖凡元一致             성인과 범인이 본래 하나이니
妙悟當及早             하루빨리 오묘한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이네
感君辛勤訪             고생을 무릅쓰고 찾아온 그대 감사하여
聊以塞潦草             그저 시 한 수8)로 책임을 때우려 하네
珍重好歸去             몸조심하여 잘 돌아가시고
記取來時路             오는 길을 기억해 두시라
전주의 신여 대사에게 주다(贈全州愼如大師)
君今何事忽言歸           그대 어찌하여 갑자기 떠난다 하는가
無乃吾經有所違           내가 뭐 언짢게 한 일이라도 있었던가
非但年來筋力退           요즈음 나는 근력도 전만 못할 뿐 아니라
自從病後道情微           병까지 들고 보니 도고 뭐고 영 생각이 없네
雲移舊壑何山去           골짝을 떠난 구름은 어느 산으로 가려나
鶯出幽林別樹依           꾀꼬리도 깊은 숲을 벗어나 딴 나무로 옮겨 앉네
它日禪門要講討           나중에 선문에서 강론과 토론을 한다면
也須重欵老僧扉           아마도 이 노승의 사립을 꼭 두드리게 되리라
장흥 수령인 황인영에게 드리다(呈長興使君 【黃仁榮】)
桓桓氣象早投筆           강건한 기상으로 일찌감치 붓을 내던졌으니
虎牓功名拾芥來           무과에서 공명을 얻기는 쉬웠으리라
肝膽都輸禦戎策           적을 막을 계책을 세우느라 정신을 다 쏟았는데
朝廷先試牧民才           조정에서는 우선 백성을 잘 다스리는지 시험하였네
陽春有脚家家至           봄볕이 다리를 달고 집집마다 찾아가듯 온화한 다스림
夜狗無聲戶戶開           밤에도 개조차 짖지 않으니 집집마다 대문 활짝 열었네
更喜甘霖蘓槁旱           단비 내려 말라 가던 곡식을 소생하게 해 달라고
使君親禱古龍臺           수령께서 몸소 고룡대에 빌었었네
장흥 수령이 부른 시운을 따서 짓다(次長興使君呼韵)

010_0234_c_01L門掩三春長臥病樓開半日共看書

010_0234_c_02L落花香歸含泥燕古井紋生吹水魚

010_0234_c_03L雲外鍾聲敀思動夕陽元在竹林西敀與
餽同

010_0234_c_04L與嶺南智綻上人

010_0234_c_05L
結夏不出戶塵緣淨於掃

010_0234_c_06L落花燕泥香濃綠鶯聲老

010_0234_c_07L有客自嶺來訪我無生道

010_0234_c_08L無生不可學可學成繳擾

010_0234_c_09L有物天地先昭昭還杳杳

010_0234_c_10L聖凡元一致妙悟當及早

010_0234_c_11L感君辛勤訪聊以塞潦草

010_0234_c_12L珍重好歸去記取來時路

010_0234_c_13L贈全州愼如大師

010_0234_c_14L
君今何事忽言歸無乃吾經有所違

010_0234_c_15L非但年來筋力退自從病後道情微

010_0234_c_16L雲移舊壑何山去鶯出幽林別樹依

010_0234_c_17L它日禪門要講討也須重欵老僧扉

010_0234_c_18L呈長興使君黃仁榮

010_0234_c_19L
桓桓氣象早投筆虎牓功名拾芥來

010_0234_c_20L肝膽都輸禦戎策朝廷先試牧民才

010_0234_c_21L陽春有脚家家至夜狗無聲戶戶開

010_0234_c_22L更喜甘霖蘓檀旱使君親禱古龍臺

010_0234_c_23L次長興使君呼韵

010_0234_c_24L「二」一字編者補入

010_0235_a_01L爲省官家下雪岡           관가를 찾아서 눈 내리는 산길을 내려오려니
衡泥脚力未金剛           진흙에 푹푹 빠지는 다리 금강의 힘이 아쉽더라
宿緣定在三生石           삼생석9)에서 만나게 될 오랜 인연
道契堅如百鍊鋼           도로 맺어진 사이 백 번 단련한 강철처럼 견고하네
子賤彈琴宣德化           자천10)은 거문고를 타면서 덕 있는 교화를 베풀었고
長孺臥閤整頹綱           장유11)는 궁궐에 누워서 무너진 기강을 되잡았네
中霄撫劒應長嘆           밤중에 칼을 어루만지며 긴 탄식만 하고 있으니
天地如今付羯羌           세상이 지금처럼 오랑캐에게 던져졌기 때문이네
매를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 【두보의 시에 “풀잎이 마르면 매의 눈길이 빨라지고, 눈이 다 녹으면 말발굽이 가벼워진다.”라고 하였다.】(次鷹韵 【杜詩。 草枯鷹眼疾。 雪盡馬蹄輕。】)
玉爪坐人臂             옥 같은 발톱으로 사람의 팔 짚고 앉아
金眸攫兎心             금빛의 눈동자는 토끼를 움켜잡을 기세로세
俄看衝碧漢             잠깐 사이 푸른 하늘을 오르는 것을 보았는데
忽復入荒林             홀연히 다시 거친 숲속으로 들어가네
猛獵應無敵             용맹스런 사냥 솜씨 너에게 대적할 이 없으니
傍觀自爽心             곁에서 보고만 있어도 절로 마음 상쾌해지네
草枯眼更疾             풀잎이 마르면 눈길은 더욱 빨라지니
長枝驗秋深             길어진 나뭇가지 가을이 깊었음을 알리네
장흥 수령인 황 공이 임기가 끝나 돌아가게 되어 송별의 시를 올리다 【당나라 이원굉李元紘이 호주好疇의 수령에서 윤주潤洲의 사호司戶로 옮겨 가게 되자, 까막까치가 떠나가는 수레를 에워쌌다고 한다.】(長興黃使君遞歸奉別章 【唐李元絃。1) 自好疇令。 移潤洲司戶。 烏鵲擁征車。】)
聖世元多漢吏良           한나라 태평성대에 어진 관리가 워낙 많았어도
湖南先數穎川黃           호남에서는 영천 태수 황패黃霸12)를 첫손에 꼽았었네
應知異蹟九重達           특이한 행적이 구중궁궐에까지도 알려졌으니
可但芳名一路香           아름다운 그 이름 길이 향기를 뿜는구나
天上福星光照夜           복성이 깜깜한 밤하늘을 비추고
匣中寶劒氣凌霜           칼집 속의 보검 그 기상이 서리를 능가하네
六期已滿還朝去           임기가 모두 끝나고 이제 조정으로 돌아가는 길
烏鵲羣飛擁道傍           까막까치 떼 지어 날며 길 가득 에워싸는구나
제주 감진어사 박사륜 공에게 올리다(上濟州監賑御史朴公 【師崙】)
天遣班心突兀人           조정에서 어사 자리에 우뚝하게 앉을 사람 보내시니
星軺遠到海南濱           사신의 수레가 남쪽 바다 끝까지 왔구나
當途狐狢愁看虎           여우 같은 아전들은 범을 만난 듯 걱정이지만
絶域蠻氓喜得春           먼 땅의 백성들은 봄 맞은 듯 기뻐하네
浹月盲風難擧帆           한 달 내내 거세게 불어 대는 바람에 돛대를 올리지도 못하고
連旬淫雨不通津           열흘이 넘도록 쏟아붓는 궂은비에 나루를 건너지도 못하였네
耽羅赤子思慈母           탐라 사람들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一日回頭十二辰           하루에도 열두 번 고개를 빼고 그대 오기 기다렸네
【소동파가 어사 장순민張舜民을 보낸 시에 “어사가 서 있는 누각 자리 우뚝 솟아 길게 몸을 빼고 있네.”라는 시구가 있다. 동파는 이 시에 “누대에서 어사가 서 있는 곳을 반심班心이라고 한다.”라고 직접 주를 붙였다. ◯ 제주도에서 신라에 조회를 하러 오려면 바다를 건너 탐진耽津을 거쳐 와야 했기 때문에 탐라耽羅라고 불렀다. 탐진은 지금의 강진康津이다.(東坡送御史張舜民詩。 班心突兀見長身。 自註云。 臺中謂御史立處。 爲班心。 ◯ 濟州。 自耽津朝新羅。 故號耽羅。 耽津。 康津。)】
박 어사가 탐라에서 육지로 나왔기에 【제주에는 고씨高氏ㆍ양씨梁氏ㆍ부씨夫氏의 시조가 나왔다는 굴이 있다. 또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 비추기 때문에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장수한다고 한다.】(朴御史自耽羅出陸 【濟州有高梁夫三姓出穴。 又南極老人星照。 故地人長壽。】)

010_0235_a_01L
爲省官家下雪岡衡泥脚力未金剛

010_0235_a_02L宿緣定在三生石道契堅如百鍊鋼

010_0235_a_03L子賤彈琴宣德化長孺臥閤整頹綱

010_0235_a_04L中霄撫劒應長嘆天地如今付羯羌

010_0235_a_05L次鷹韵杜詩草枯鷹眼
雪盡馬蹄輕

010_0235_a_06L
玉瓜坐人臂金眸攫兎心

010_0235_a_07L俄看衝碧漢忽復入荒林

010_0235_a_08L猛獵應無敵傍觀自爽心

010_0235_a_09L草枯眼更疾長枝驗秋深

010_0235_a_10L長興黃使君遞歸奉別章唐李元絃 [36]
好疇令移潤
010_0235_a_11L洲司戶
鵲擁征車

010_0235_a_12L
聖世元多漢吏良湖南先數穎川黃

010_0235_a_13L應知異蹟九重達可但芳名一路香

010_0235_a_14L天上福星光照夜匣中寶劒氣凌霜

010_0235_a_15L六期已滿還朝云烏鵲羣飛擁道傍

010_0235_a_16L上濟州監賑御史朴公師崙

010_0235_a_17L
天遣班心突兀人星軺遠到海南濵

010_0235_a_18L當途狐狢愁看虎絶域蠻氓喜得春

010_0235_a_19L浹月盲風難擧帆連旬淫雨不通津

010_0235_a_20L耽羅赤子思慈母一日回頭十二辰東坡
送御

010_0235_a_21L史張舜民詩班心突兀見長身自註云臺中謂御
史立處爲班心 ◆濟州自耽津朝新羅故號耽羅

010_0235_a_22L

010_0235_a_23L朴御史自耽羅出陸濟州有高梁夫三姓
出穴又南極老人
010_0235_a_24L星照故地
人長壽

010_0235_b_01L繡衣返自瀛             수의어사께서 제주에서 돌아오시느라
幾日泛重溟             며칠이나 저 큰 바다에 떠 있으셨나
百艣蒼生活             배를 타는 모든 백성들이 살아나게 되었고
三山聖化明             삼신산三神山에 임금의 교화를 밝히었네
有無高氏穴             고씨의 동굴이 과연 있었나 없었나
觀否老人星             노인성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却笑千年事             천년의 사적이 오히려 우습다 비웃는 것은
徒緣採藥行             약을 캐러 간 일 부질없게 되었기 때문이라네13)
만연사14)에 머물며 감회에 젖어(住萬淵寺感懷)
三十年來返故鄕           삼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眼中無處不悲傷           눈앞에 보이는 광경 모두가 슬픔을 자아내네
桑麻舊宅誰爲主           뽕밭 삼밭 낡은 집에는 이제 누가 사는지
竹馬朋儔半已亡           죽마고우들 반 넘게 세상을 떠났구나
記我言音猶謇訥           내 말씨가 좀 둔했다고 여태 기억하는 사람들
愕隣鬚髮政滄浪           내 머리가 반백이 된 것을 보고 너무나 놀라는구나
獨喜吾邦文獻足           그래도 다행히 우리 고장에는 문헌이 충분하니
賸看諸子斐成章           여러 학자들의 좋은 자질15) 알 수 있어 기뻤네
【범지梵志가 아이 때 출가하여 머리가 백발이 된 다음 다시 고향에 돌아오자, 이웃 사람들이 그를 보고 놀라면서 말하길 “당신이 바로 옛날의 그 사람이란 말인가? 영 달라 보이는구나.”라고 하였다.(梵志兒時出家。 白首歸鄕。 隣人愕然曰。 汝古人耶。 非也。)】
조 선비가 보내온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斯文見寄)
一別悠悠問幾年           한번 이별한 후로 몇 해나 지났던가
吾今老矣子應然           내가 이렇게 늙었으니 자네 또한 그렇겠지
人情斷處淸於水           진했던 정도 끊어지고 나면 물보다도 더 옅은 법
世味甞來苦似蓮           세상인심 맛을 보니 쓰디쓴 황련黃蓮 같더라
蹤跡何妨藏釋苑           부처님 동산에 종적을 감추고 사는 일 무어 해로운가
功名孤負畫凌烟           공명으로 능연각凌烟閣에 오르는 일16) 저버렸다네
空門甘作痴敱1)漢           불가에선 어리석은 듯 조용히 있는 것 좋아하는데
慚愧閑名到處傳           쓸데없이 이름이 도처에 전해진 일이 부끄럽구나
유 도곡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柳道谷韵)
[1]
休道如今始有期           오늘 처음 우리가 만났다고 말하지 마소
先生風範已前知           선생의 풍모는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오
岩花爛發無人境           사람 없는 곳 바위 위에 꽃이 활짝 피었고
谷鳥爭喧欲雨時           비가 오려는지 골짜기 새들이 다투어 지저귀네
五十年來唯是酒           오십 년 사는 동안 그저 술만 즐겼고
尋常行處莫非詩           평소 가는 곳마다 시 안 짓는 곳이 없었네
向來雪曲若爲報           어저께 보내온 〈백설곡〉17)에 답을 하려니
慚愧巴歌似竹枝           파인巴人의 노래18) 〈죽지사〉19) 같아 부끄러울 뿐이네

[2]
春興悠悠上一盃           봄 흥취 그윽하여 한 잔 술을 올리기에
典衣南市踏靑來           옷 잡혀서 술 마시고 푸른 풀을 밟으며 돌아왔네
夕陽山寺緣溪入           석양에 시내 따라 산사에 들어서니
處處楊花傍水開           곳곳마다 버들꽃 물가에 활짝 피었더라

[3]
破除萬事酒三盃           만사를 제쳐 두고 술 석 잔을 마시고
每過屠門大嚼來           고깃집 문을 지날 때면 고기 좀 실컷 먹자 말을 하네
打就功名傳後世           공명의 길에 나가 후세에 이름을 전하는 일도
不如一日醉顔開           취한 얼굴에 환한 웃음 하루만도 못하리라
【옛말에 “푸줏간을 지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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繡衣返自瀛幾日泛重溟

010_0235_b_02L百艣蒼生活三山聖化明

010_0235_b_03L有無高氏穴觀否老人星

010_0235_b_04L却笑千年事徒緣採藥行

010_0235_b_05L住萬淵寺感懷

010_0235_b_06L
三十年來返故鄕眼中無處不悲傷

010_0235_b_07L桑麻舊宅誰爲主竹馬朋儔半已亡

010_0235_b_08L記我言音猶謇訥愕隣鬚髮政滄浪

010_0235_b_09L獨喜吾邦文獻足賸看諸子斐成章梵志
兒時

010_0235_b_10L出家白首歸鄕隣人愕
然曰汝古人耶非也

010_0235_b_11L次曺斯文見寄

010_0235_b_12L
一別悠悠問幾年吾今老矣子應然

010_0235_b_13L人情斷處淸於水世味甞來苦似蓮

010_0235_b_14L蹤跡何妨藏釋苑功名孤負畫凌烟

010_0235_b_15L空門甘作痴敱 [37] 慚愧閑名到處傳

010_0235_b_16L次柳道谷韵

010_0235_b_17L
休道如今始有期先生風範已前知

010_0235_b_18L岩花爛發無人境谷鳥爭喧欲雨時

010_0235_b_19L五十年來唯是酒尋常行處莫非詩

010_0235_b_20L向來雪曲若爲報慚愧巴歌似竹枝(一)

010_0235_b_21L春興悠悠上一盃典衣南市踏靑來

010_0235_b_22L夕陽山寺緣溪入處處楊花傍水開(二)

010_0235_b_23L破除萬事酒三盃每過屠門大嚼來

010_0235_b_24L打就功名傳後世不如一日醉顔開古云
過屠

010_0235_c_01L‘술과 고기 좀 실컷 먹고 싶다.’고 말을 하면, 설사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즐겁다.”라고 하였다.(古云。 過屠門時云。 我欲大嚼酒肉。 雖不得亦快。)】
사백 이효근에게 화답하다 【단성식段成式20)이 이르기를 “술 마시고 난 뒤엔 항상 벼루의 북쪽에 앉는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곧 책상과 벼루를 남쪽에 두고 사람이 벼루의 북쪽에 앉는다는 것이다. 옛 시에 “병이 나더라도 벼루 북쪽에 몸을 두노라.”라고 하였다.】(和李詞伯 【孝根】 【段成式云。 盃宴之餘。 常居硯北。 盖几硯在南。 人坐硯後。 古詩。)
疾病猶存硯北身。】
[1]
今日雨初歇             오늘에야 비로소 비가 개었는데
奚童欵小庵             어린 종이 작은 암자의 문을 두드리네
一生居硯北             일생 동안 벼루의 북쪽에 있었으니
六義近周南             시 짓는 솜씨가 『시경』과 같아졌네21)
出格惟公獨             격식을 벗어난 분 오직 공 하나뿐이요
隨流擧世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세상 흐름에 따른다네
應知絳帳下             그대가 글 가르치는 붉은 휘장22) 아래에는
嬴得俊髦叅             빼어난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 있겠네

[2]
匡山讀書處             광유匡裕가 책 읽던 광산23) 그곳에
無恙舊時庵             옛 암자 아무 탈 없이 그대로 서 있구나
敎授東膠上             동교 위에서 글을 가르치고
游觀北斗南             북두성 남쪽을 유람하였었지24)
野人知名久             숨어 사는 야인까지 벌써 그 명성을 알고 있고
走卒誦名咸             심부름꾼조차 그 이름을 외고 다닌다네
逐臭尋香者             냄새나는 것을 버리고 향기 나는 것을 찾는 사람
阿誰不願叅             어느 누구인들 그대 가르침을 받아 보길 원치 않겠나
【동교東膠는 학당 동쪽의 건물이다.(東膠學東齋也。)】

[3]
周妻已無累             주옹周顒처럼 아내의 얽매임이 이미 없으니
端合臥山庵             이젠 산속 암자에 살아도 좋을 것이네
變體效江左             변화무쌍한 시 솜씨는 강남의 시풍25)을 본받았고
工詩似劒南             묘한 구절구절 육방옹26)의 시로구나
苟能從釋氏             진실로 부처님을 따른다면
不必問巫咸             꼭 점을 칠 필요는 없지 않겠나
且莫攢眉去             눈썹을 찌푸리고 떠나가지 말지니
當敎醉二叅             마땅히 그로 하여금 2참叅에 취하게 하리라
【 『남사南史』에 “주옹과 하윤何胤은 모두 불교를 믿었으나, 주옹은 처를 끊지 못했고, 하윤은 고기를 끊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문혜文惠 태자가 하윤에게 묻기를 “주옹의 정진이 어느 정도인가?”라고 하자, 하윤은 대답하길 “제각기 매인 것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다시 묻기를 “어떤 것에 얽매였다는 것인가?”라고 하자, “주옹이 처를 끊지 못하는 것과 하윤이 고기를 끊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지금 이 사백이 홀아비로 살고 있으므로 얽매인 것이 없다고 한 것이다. ◯ 제3구는 실점失粘이다. 강좌江左는 강좌체江左體를 말한다. 검남劒南은 방옹放翁의 『검남집劒南集』을 말한다. ◯ 『사기』에 이르길 “순우곤淳于髡은 주량이 여덟 말 가량이 되며, 2참을 마셔야 취했다.”라고 했는데, 『사기』의 주석서인 『사기색은史記索隱』에는 “12참을 마셔야 취했다.”라고 했다.(◯ 南史。 周顒何胤。 俱信佛法。 而周未斷妻。 何未斷肉。 文惠太子問。 周公之精進。 何如。 何胤對曰。 各有累。 問累伊何。 曰周妻何肉。 今李鰥居。 故云無累。 ◯ 第三句失貼。2) 謂之江左體。 放翁謂劒南集。 ◯ 淳于髠。 飮可八斗。 而醉二叅。 索隱曰。 十有二叅醉也。)】

[4]
草積疑無路             풀이 너무나 무성하여 길이 없나 의심했더니
橋窮忽有庵             다리를 다 건너자 홀연히 암자가 나타났네
亂峯繞西北             첩첩 봉우리가 서쪽과 북쪽을 둘러 있고
小洞闢東南             작은 골짜기 동남쪽으로 열려 있네
馬去途逾遠             말이 가 버리면 길은 더욱 멀어지나니
驢來事未咸             나귀가 오는 것을 보니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네
直向闔棺後             이 몸 죽어서 관 뚜껑을 닫은 다음이라야
諸方始罷叅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참방의 길도 끝나리라
【선문禪文에 이르기를 “말의 일은 이미 갔고, 나귀의 일이 다시 왔다.”라고 하였으니, 곧 세상 일이 무궁함을 말한 것이다. 진시陳詩에 “오고 가는 마소가 어느 때나 그칠까.”라는 시구가 이 뜻과 같다. ◯ 유의劉毅가 말하기를 “장부는 관을 닫은 뒤에야 일이 비로소 정해진다.”라고 하였다.(禪文。 馬事已去。 驢事到來。 言世事之無窮也。 陳詩。 來牛去馬何時已。 亦此意。 ◯ 劉毅云。 丈夫闔棺。 後事方㝎。)】

[5]

010_0235_c_01L門時云我欲大嚼
酒肉雖不得亦快
(三)

010_0235_c_02L和李詞伯孝根段成式云盃宴之餘常居
硯北盖几硯在南人坐硯
010_0235_c_03L古詩疾病
猶存硯北身

010_0235_c_04L
今日雨初歇奚童欵小庵

010_0235_c_05L一生居硯北六義近周南

010_0235_c_06L出格惟公獨隨流擧世咸

010_0235_c_07L應知絳帳下嬴得俊髦叅(一)

010_0235_c_08L匡山讀書處無恙舊時庵

010_0235_c_09L敎授東膠上游觀北斗南

010_0235_c_10L野人知名久走卒誦名咸

010_0235_c_11L逐臭尋香者阿誰不願叅(二)

010_0235_c_12L周妻已無累端合臥山庵

010_0235_c_13L變體效江左工詩似劒南

010_0235_c_14L苟能從釋氏不必問巫咸

010_0235_c_15L且莫攢眉去當敎醉二叅東膠學東齋也 [38]
南史周顒何胤

010_0235_c_16L俱信佛法而周未斷妻何未斷肉文惠太子問
公之精進何如何胤對曰各有累問累伊何曰周

010_0235_c_17L妻何肉今李鰥居故云無累 ◆第三句失貼 [39] 謂之
江左體放翁謂劒南集 ◆淳于髠飮可八斗而醉

010_0235_c_18L二叅索隱曰
十有二叅醉也
(三)
010_0235_c_19L草積疑無路橋窮忽有庵

010_0235_c_20L亂峯繞西北小洞闢東南

010_0235_c_21L馬去途逾遠驢來事未咸

010_0235_c_22L直向闔棺後諸方始罷叅禪文馬事已去
驢事到來言世

010_0235_c_23L事之無窮也陳詩來牛去馬何時已
此意 ◆劉毅云丈夫闔棺後事方㝎
(四)

010_0236_a_01L了法無爲法             궁극의 법은 결국에는 무위법이니
令人憶晦庵             회암27)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彼非而此是             저것은 그르다 이것은 옳다고 하는 일
北看却成南             북쪽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남쪽이 되어 버리는 일
每恨同歸少             함께 귀의하는 사람 적다고 항상 한탄하면서
長嗟互斥咸             서로 배척하는 것을 오래 탄식했었네
焉逢通一士             어떻게 하면 이 모두에 통달한 선비를 만나서
並榻與相叅             한자리에 앉아 참선을 할 수 있을까?
【회암晦庵이 말년에 지은 시에 이렇게 읊었다. “한가롭게 하는 일 없이 살아가다가, 심심풀이로 불서를 펼쳐 보았네. 이 무위법을 깨닫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졌지.” 이와 같이 회암은 불서에서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연聯은 유교와 불교의 시시비비는 마치 남南과 북北에 원래 정해진 방향이 없는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晦庵末年。 有詩云。 閑居獨無事。 聊披釋氏書。 了此無爲法。 身心政宴如。 其有得於佛書非淺。 次聊儒釋是非。 如南北之無㝎也。)】

[6]
國師栖息處             보조普照국사 머물던 이곳에
尙有數間庵             아직도 몇 칸 암자가 남아 있구나
流水脩墻外             담 밖으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寒雲鎖塔南             탑 남쪽으로 자옥하게 걸린 구름
心心知白訖             마음마다 명백하게 알아차리며
箭箭中紅咸             화살마다 붉은 점을 명중시키네
靈骨今猶在             신령한 뼈대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方袍信飽叅             참으로 가사를 입고 참선을 할 일이라
【화순和順의 만연사萬淵寺 성주암聖住庵은 보조국사가 계시던 곳이다. ‘명백하게 알고, 붉은 점을 맞힌다.’고 한 것은, 보조국사의 지견知見이 이와 같았다는 것이다. 국사의 사리가 지금도 절 안에 봉안되어 있다.(和順萬淵寺聖住庵。 普照國師所居也。 知白中紅。 國師知見如此。 舍利今在寺中。)】

[7]
少日四方志             젊은 시절에는 사방에 뜻을 펼치려 그렇게 애썼는데
堪憐老一庵             한 칸 암자에서 이렇게 늙어 가다니 참으로 가련하여라
胡塵迷薊北             오랑캐의 난리로 중국 땅이 짓밟히고
宗社絶江南             종묘와 사직은 강남에서 끊어졌구나
孤憤何時已             외로운 신하의 분통은 어느 때에나 그칠까
艱虞觸處咸             가는 곳마다 어려움 없는 곳이 없구나
細思當日事             그때의 일을 생각하자면
將相乏何參             장수와 정승은 다 어디에 있었는지
【위의 시는 중국(明)이 오랑캐(淸)에게 짓밟힌 것을 탄식한 것이다.(上首。 嘆中原板蕩。)】

[8]
一鉢千家飯             이 집 저 집 걸식한 밥 발우 하나에 섞어 담고
百年半壁庵             한평생을 반쪽 벽만 남은 암자에서 살았다네
經書藏奧北             경서는 아랫목에 잘 간직해 두었고
日月轉榮南             해와 달은 처마 아래로 지나가네
生晩成功薄             태어난 게 늦어서 이룬 일이 많지 않지만
年高閱世咸             나이를 먹어 가며 세상을 두루 경험하였네
法門何廣大             법문은 어찌 이리도 넓고 큰지
凡聖任交叅             범인 성인 할 것 없이 함께 참선 수행하네
【오奧는 방의 서북쪽 구석을 말한다. 영榮은 처마를 말한 것이다.(奧。 室西北隅也。 榮者。 簷廡也。)】

[9]
先生五字律             선생의 오언율시 중에서도
今日最難庵             오늘 암庵 자 운이 가장 어렵구나
應少漢之北             한강 북쪽 서울 땅에도 이 정도 시는 드물 텐데
何論嶺以南             영남 이 시골구석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休誇三步速             세 걸음 딛는 사이 시 짓는 솜씨 자랑 말게
却勝八叉咸             여덟 번 팔짱 끼는 사이28) 시 짓는 것보다 오히려
나으리라雋永終爲寶             뛰어난 사람이라 언젠가는 보배가 될 것이니
功將造化叅             공로를 인정받아 장차 만물조화에 참여하리라

[10]

010_0236_a_01L了法無爲法令人憶晦庵

010_0236_a_02L彼非而此是北看却成南

010_0236_a_03L每恨同歸少長嗟互斥咸

010_0236_a_04L焉逢通一士並榻與相叅(五)

010_0236_a_05L國師栖息處尙有數間庵

010_0236_a_06L流水脩墻外寒雲鎖塔南

010_0236_a_07L心心知白訖箭箭中紅咸

010_0236_a_08L靈骨今猶在方袍信飽叅晦庵末年有詩云
閑居獨無事聊披

010_0236_a_09L釋氏書了此無爲法身心政宴如其有得於佛書
非淺次聊儒釋是非如南北之無㝎也◆和順萬

010_0236_a_10L淵寺聖住庵普照國師所居也知白中紅國師知

010_0236_a_11L見如此舍利
今在寺中
(六)

010_0236_a_12L少日四方志堪憐老一庵

010_0236_a_13L胡塵迷薊北宗社絶江南

010_0236_a_14L孤憤何時已艱虞觸處咸

010_0236_a_15L細思當日事將相乏何參(七)

010_0236_a_16L一鉢千家飯百年半壁庵

010_0236_a_17L經書藏奧北日月轉榮南

010_0236_a_18L生晩成功薄年高閱世咸

010_0236_a_19L法門何廣大凡聖任交叅上首嘆中原板蕩
◆奧室西北隅也

010_0236_a_20L榮者
廡也
(八)

010_0236_a_21L先生五字律今日最難庵

010_0236_a_22L應少漢之北何論嶺以南

010_0236_a_23L休誇三步速却勝八叉咸

010_0236_a_24L雋永終爲寶功將造化叅(九)

010_0236_b_01L一韵三十首             한 운자를 가지고 지은 시 서른 수가
連牒到小庵             잇달아 작은 암자에 도착하였네
許心終艶慕             마음으로 인정하고 극진히 흠모하여
叉手更和南             합장하고 다시 예를 올렸네29)
玩咏嗟何及             시를 읊어 보았자 그대 솜씨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賡酬敢已咸             시에 시를 이어 답하는 일 어찌 감히 멈추겠나
個中眞趣在             그 속에 참된 흥취가 있으나
却歎少人叅             이 일에 끼려는 사람이 적어 아쉽구나
【만연사萬淵寺에 있을 때에 이 사백이 세 번에 걸쳐 서른 수의 시를 보냈었다. 나도 세 번에 걸쳐 서른 수의 시로 답하였다. 한 운자로 서른 수를 짓는 일은 금고에 드문 일이다. 너무 많아서 여기에는 열 수만을 기록한다.(在萬淵時。 公三巡送三十首。 余亦三巡。 和三十首。 一韵三十首。 今古罕有也。 今嫌煩。 但錄十首而已也。)】
조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上舍)
[1]
早歲詞賦動南國           젊어서 시와 부賦로 남쪽에 이름을 날렸으니
淵源來自百花潭           그 연원이 바로 백화담30)으로부터 온 것이네
八韻詩成三叉手           팔운 율시를 세 번 팔짱을 끼는 사이에 지어 내며
萬卷書讀十年庵           십 년의 암자 생활에 만 권 책을 다 읽었네
擊鼓騷壇催白戰           시회에서는 북소리 울리며 금체시31)를 재촉하였고
懸燈梵榻做玄談           선방에서는 등불 심지를 돋우고 오묘한 이야기를
나누었네平生四海彌天契           평생 동안 사해와 미천32)처럼 마음이 맞았기에
方外交情共吐含           속세 밖을 오가며 함께 정을 주고 나누었네

[2]
三十餘年調水牯           수소처럼 날뛰는 마음 삼십여 년을 닦았더니
如今已作絮粘泥           이제는 진흙 묻은 솜처럼 진득해졌네
生涯分付三椽屋           한평생 세 칸 초가에 몸을 부쳐 놓고
歲月消磨百瓮虀           오랜 세월 엄청나게 많은 산나물을 소비했네
家有隋珠寧按劒           수양제의 명월주33)를 가졌으니 어찌 칼을 잡을까
門無桃李自成蹊           복숭아 자두나무가 없어도 문 앞에 길이 트였네
端知漫興多狂語           넘쳐흐르는 흥취에 부질없는 소리도 많아서
詫與詩人取品題           시인과 함께 시 쓰는 일을 자랑했다네
【수고水牯는 망령된 마음을 수소에 비유한 것이다. ◯ 복숭아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나무 아래로 저절로 길이 만들어지니, 사람들이 와서 열매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水牯。 比妄心雄牛也。 ◯ 桃李不言。 下自成蹊。 以人來取宲故。)】
도곡 유 선생에게 바치다(呈道谷柳先生)
翰墨場中舊碩儒           오랫동안 문단에서 인정받던 큰 학자라
向來習氣未全無           지난날의 익숙한 솜씨 아직까지 남아 있네
居山興與世幾絶           산에 사는 재미에 세상 인연 거의 끊었지만
琢句顔逢秋更臞           시 구절 다듬느라 가을엔 얼굴이 더 말랐네
約我道耕新活計           나를 단속하는34) 도의 수행을 새로운 생활로 삼고
輟君詩戰老工夫           그대와 시 내기를 그만두는 일이 이 늙은이의 공부일세
隨方但得逍遙樂           가는 곳마다 소요하는 즐거움만 얻는다면
不問飛天與搶楡           하늘을 날건 느릅나무에도 못 오르건 따지지 않는다네35)
또 ‘명’ 자 운을 따서 짓다 【옛말에 “부잣집의 귀한 아들은 마루 끝에도 앉지 못하게 하지만, 가난한 집의 자식은 높은 데에 올라가도 위태롭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又次鳴字 【古云。 坐不垂者。 千金之子。 登高不危者。 胥靡之徒也。】)
[1]
昨夜庭梧一葉鳴           어젯밤 뜰에는 오동나무 이파리 밤새 울더니
入簾秋氣十分淸           발 속으로 스며드는 가을 기운 맑기도 하여라
寒岩不雨苔長滑           찬 바위엔 비 없이도 미끈미끈 이끼 자라나고
古院無風松自聲           바람 없는 옛 동산에 사각대는 솔잎 소리 들리네

010_0236_b_01L一韵三十首連牒到小庵

010_0236_b_02L許心終艶慕叉手更和南

010_0236_b_03L玩咏嗟何及賡酬敢已咸

010_0236_b_04L個中眞趣在却歎少人叅在萬淵時公三巡
送三十首余亦三

010_0236_b_05L和三十首一韵三十首今古
罕有也今嫌煩但錄十首而已也
(十)

010_0236_b_06L次曺上舍

010_0236_b_07L
早歲詞賦動南國淵源來自百花潭

010_0236_b_08L八韵詩成三叉手萬卷書讀十年庵

010_0236_b_09L擊鼓騷壇催白戰懸燈梵榻做玄談

010_0236_b_10L平生四海彌天契方外交情共吐含(一)

010_0236_b_11L三十餘年調水牯如今已作絮粘泥

010_0236_b_12L生涯分付三椽屋歲月消磨百瓮虀

010_0236_b_13L家有隋珠寧按劒門無桃李自成蹊

010_0236_b_14L端知漫興多狂語詫與詩人取品題水牯
比妄

010_0236_b_15L心雄牛也◆桃李不言
自成蹊以人來取宲故
(二)

010_0236_b_16L呈道谷柳先生

010_0236_b_17L
翰墨場中舊碩儒向來習氣未全無

010_0236_b_18L居山興與世幾絶琢句顔逢秋更臞

010_0236_b_19L約我道耕新活計輟君詩戰老工夫

010_0236_b_20L隨方但得逍遙樂不問飛天與搶楡

010_0236_b_21L又次鳴字古云坐不垂者千金之子
登高不危者胥庫之徒也

010_0236_b_22L
昨夜庭梧一葉鳴入簾秋氣十分淸

010_0236_b_23L寒岩不雨苔長滑古院無風松自聲

010_0236_c_01L世外靑山曾有契           일찍이 세상 밖 푸른 산에 인연을 맺었지만
鏡中白髮却無情           거울 속에 비친 백발 세월은 무정하기만 하네
身爲道本須珍重           몸은 도를 닦는 근본이니 모름지기 소중하게 간직할 일
肎效胥靡性命輕           어찌 가난뱅이의 가벼운 목숨을 본받을까

[2]
平生不作不平鳴           평생 동안 불평불만 울어 대지 않았고
一片身心分外淸           한평생 속세 떠난 삶은 맑고 맑았네
夜靜依俙松月影           고요한 밤 소나무에 비낀 달그림자 흐릿하고
露寒凄切草虫聲           차가운 이슬 아래 벌레 소리 쓸쓸하구나
早知寂寞元吾道           적막함이 우리의 도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고
漸覺浮沈是物情           쉽게 변하는 인심이 세상 물정임을 점차 깨달았네
却憶瞿曇曾有語           문득 부처님36)의 말씀이 기억나니
鴻毛爲重泰山輕           작은 터럭은 무겁고 태산이 가볍다 하였네

[3]
先生早歲以文鳴           선생은 젊은 나이에 글로써 이름을 떨쳤으니
詩似氷壺徹底淸           그대의 시는 얼음 병같이 투명하고도 맑구나
半世家山磨鐵杵           반평생 고향에서 쇠공이를 갈았고37)
十年京國擲金聲           십 년 동안 서울에서 금 구슬 같은 시를 썼네
秋來白髮還多感           가을이 되면 늙은 사람 감회가 새로운데
老去靑雲尙有情           늙었어도 청운의 뜻은 오히려 그대로라네
聞道功名如畵餠           공명이야 그림의 떡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眼前尊酒未應輕           차라리 눈앞의 술을 가벼이 여기지 말 일이라
【위魏 문제文帝가 이르기를 “공적과 명예는 그림 속의 떡과 같아서 먹을 수가 없구나.”라고 하였다.(魏文帝云。 功名如畫餅。 不可啖。)】
정월 초하루(元日)
竹火迎新歲             폭죽 소리에 새로운 한 해를 맞으니
桃扉換舊符             문간에 붙였던 도부桃符38)를 새로 바꿔 붙이네
屠蘓從後飮             도소주屠蘇酒39)는 나중에 마실 나이이고
祝願㝡先呼             축원할 때에나 가장 먼저 부른다네
讚唄揚魚梵             염불소리에 어범이 흔들리고
歡聲擲雉盧             환호성을 지르며 주사위40)를 던지네
鏡中添白髮             거울 속에 비친 모습 백발만 더해 가니
非復去年吾             이제 다시는 작년의 내가 아니로구나
【서쪽 지방의 어느 산속에 키가 한 자쯤밖에 안 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보게 되면 병이 들기 때문에, 섣달 그믐날 밤에 폭죽 소리를 내어 내쫓았다고 한다. ◯ 동쪽 바다 도삭산度索山에 커다란 복숭아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뿌리와 가지가 백여 리나 서려 있고 그 아래에 두 귀신이 살고 있었다. 귀신의 이름은 신도神荼와 울루鬱壘라고 하는데, 이들이 여러 귀신을 다스렸다. 황제黃帝가 복숭아나무로 만든 판에 이 두 귀신의 형상을 그려 문에 세워 놓고 귀신을 쫓았다고 하여 이것을 도부桃符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종이에 이 두 귀신을 그려서 문에 붙이는 풍속이 있다. ◯ 점치는 사람이 약을 물에 담갔다가 정월 초하루에 그 물로 걸러 만든 술을 도소屠蘇라고 한다. 도屠는 지난 재액을 물리치는 것이고, 소蘇는 새 기운을 소생시킨다는 뜻이다. 이 술은 젊은 사람이 먼저 마시고, 늙은 사람이 나중에 마신다. ◯ 정월 명절에는 바퀴처럼 생긴 둥근 나무를 던지는 놀이를 한다. 그 나무에 붉은 점을 찍은 것은 개가 되므로 좋은 징조로 삼으며, 검은 점을 찍은 것은 꿩이 되므로 흉한 징조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던질 때 ‘꿩’이니 ‘개’니 소리를 친다.(西方山中有人。 長尺餘。 人見之則病故。 除夜爆竹則逃。 ◯ 東海度索山中。 有大桃樹。 蟠結百餘里。 下有二鬼。 曰神茶1)欝壘。 領衆鬼。 黃帝以桃板。 畫二鬼。 立於門以逐鬼。 號桃符。 今俗以紙畫之。 付於門扉。 ◯ 占人以藥浸。 幷元日取其水漉酒。 號曰屠蘓。 屠其舊灾。 蘇其新氣。 少年先飮。 老人後飮。 ◯ 歲時。 擲輪木爲戱。 輪木紅點爲盧。 爲優。 黑點爲雉。 爲劣。 故擲時喝雉呼盧。)】
무등산에 올라(登無等山)
[1]
平生無等介于胸           평생 동안 무등산을 마음에 두었다가
今日乘閑理瘦笻           오늘에야 틈을 타서 지팡이 짚고 오르네
瑞石看來知有石           서석41)은 보아하니 돌이 있어서일 텐데
圭峯登後更無峯           규봉42)을 오르고 나니 더는 봉우리가 없구나
志公殘礫長留雪           지공指公이 남긴 자갈43) 오래도록 눈처럼 남아 있고
天帝高臺不老松           천제의 높은 돈대에는 불노송이 있네

010_0236_c_01L世外靑山曾有契鏡中白髮却無情

010_0236_c_02L身爲道本須珍重肎效胥靡性命輕(一)

010_0236_c_03L平生不作不平鳴一片身心分外淸

010_0236_c_04L夜靜依俙松月影露寒凄切草虫聲

010_0236_c_05L早知寂寞元吾道漸覺浮沈是物情

010_0236_c_06L却憶瞿曇曾有語鴻毛爲重泰山輕(二)

010_0236_c_07L先生早歲以文鳴詩似氷壺徹底淸

010_0236_c_08L半世家山磨鐵杵十年京國擲金聲

010_0236_c_09L秋來白髮還多感老去靑雲尙有情

010_0236_c_10L聞道功名如畵餠眼前尊酒未應輕魏文
帝云

010_0236_c_11L功名如畫
不可啖
(三)

010_0236_c_12L元日

010_0236_c_13L
竹火迎新歲桃扉換舊符

010_0236_c_14L屠蘓從後飮祝願㝡先呼

010_0236_c_15L讚唄揚魚梵歡聲擲雉盧

010_0236_c_16L鏡中添白髮非復去年吾西方山中有人
尺餘人見之則病

010_0236_c_17L除夜爆竹則逃 ◆東海度索山中有大桃樹
結百餘里下有二鬼曰神茶 [40] 欝壘領衆鬼黃帝

010_0236_c_18L以桃板畫二鬼立於門以逐鬼號桃符今俗以紙
畫之付於門扉 ◆占人以藥浸幷元日取其水漉

010_0236_c_19L號曰屠蘓屠其舊灾蘇其新氣少年先飮老人
後飮 ◆歲時擲輪木爲戱輪木紅點爲盧爲優

010_0236_c_20L點爲雉爲劣故擲時喝雉呼盧

010_0236_c_21L登無等山

010_0236_c_22L
平生無等介于胸今日乘閑理瘦笻

010_0236_c_23L瑞石看來知有石圭峯登後更無峯

010_0236_c_24L [41] 公殘礫長留雪天帝高臺不老松

010_0237_a_01L誰識靈源眞在此           뉘라서 참된 근원이 여기 있는 것을 알았을까
仙山不必數瀛蓬           신선이 사는 산 꼭 한라산 금강산만이 아니로세

[2]
萬壑風烟許盪胸           골짜기 굽이굽이 바람 안개 가슴을 씻어 주고
三韓天地入扶笻           지팡이 짚고 들어서니 삼한의 천지가 펼쳐지네
雪封上頂花開麓           산꼭대기엔 눈 쌓였지만 기슭에는 벌써 꽃이 피고
雨暗中腰月滿峯           산허리엔 컴컴하게 비 내려도 봉우리엔 달이 밝구나
古迹尙留天子石           천자석에는 아직도 옛날 자취가 남아 있으나
當時應笑大夫松           당시의 그 대부송이 없으니 우습구나44)
飄然怳若登兜率           도솔천에라도 오른 듯이 황홀한 이 기분
忘却浮生逐轉蓬           덧없는 우리 인생 굴러다니는 쑥대45) 같음을 잊게 하네
천초로 만든 향신료를 오성 관아에 올리며(呈椒饌烏城衙)
川椒來自蜀江濱           천초46)는 본래 촉강에서 온 것인데
作饌從敎合口辛           음식 만들 때 매운맛으로 입맛을 돋우네
山廚精備官廚送           절 부엌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 관가에 보내니
君子端知此味眞           군자라야 이 참맛을 알아주리라
【 「어사기御史記」에 이르기를 “원외랑의 입맛에 맞게 하려고 매운맛을 가장 깊게 해 보았고, 감찰의 입맛을 돋우기 위하여 덜 맵게 해 보았다.”라고 하였다.(御史記云。 試員外者爲合口。 椒毒㝡深。 監察爲開口。 椒毒小歇。)】
오성 수령이 사직하고 서울로 가게 되어 시를 지어 주다(烏城使君辭職還京呈此)
朝朝拄笏動歸情           아침마다 홀로 턱 괴고 돌아가고 싶어 하더니
欲向嚴冬解綬行           맹추위에 수령직을 사직하고 행장을 꾸리는구나
莫怪山僧無告別           스님이 고별인사도 않는다고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政知夢裡舌毛生           꿈에서 혓바닥에 털이 난 것을 알기 때문이라오
【마량馬亮이 강릉 지사江陵知事로 있다가 체직될 때에 혓바닥에 털이 나는 꿈을 꾸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이 해몽하길 “혓바닥에 난 털은 깎을 수 없으니, 공께서는 체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유는 체직이라는 ‘체遞’ 자와 깎는다는 ‘체剃’ 자가 음이 같기 때문이다(馬亮知江陵。 當遞。 夢古1)生毛。 僧曰。 舌上毛剃不得。 公不得遞。 遞與剃同音。)】
임진년 정월 초하루 입춘에 【소동파의 〈원일입춘시元日立春詩〉에 “하늘도 일 년에 두 번 돌아오는 입춘은 싫다 하네.” 47)라고 하였다.】(壬辰元日是立春 【東坡元日立春詩。 省事天公厭兩迴。】)
元日又飛律管灰           정월 초하루에 또 율관의 재를 날리니48)
一枝先放嶺頭梅           매화 한 가지를 산꼭대기에 먼저 피게 하였네
今朝記得坡翁語           오늘 아침에 소동파의 말이 기억나는구나
無乃天公厭兩廻           하늘도 입춘이 두 번 돌아오는 것 싫어한다는
만성재에 걸린 시운을 따서 짓다(次晩醒齋題咏)
晩醒無處眼堪開           만성재에서는 다른 것은 볼 것이 없지만
惟喜林居隔世埃           다만 세상 먼지와 떨어져 숲에 있어 참 좋구나
籬畔獨留元亮菊           울타리 아래 도연명의 국화49)만이 서 있고
窓前先放浩然梅           창 앞엔 맹호연孟浩然의 매화50)가 먼저 피었네
幽磯垂釣無心坐           낚시터에 낚싯줄을 드리워 넋 놓고 앉았거나
靜几看書引睡來           책상에서 조용히 책을 보다 꿈속으로 이끌리네
把酒賦詩酬日月           술잔을 잡고 시를 지으며 세월을 보내니
詩成一首一傾盃           시 한 수 지을 때마다 한 잔씩 기울인다네
오성 수령인 윤행원에게 올리다 【 『장자』에 “시장 관리인이 돼지를 밟아 보고 돼지가 살쪘는지 야위었는지를 가늠한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백성들이 살쪘는지 야위었는지를 살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呈烏城尹使君 【行元】 【莊子。 監市履豕。 知其肥瘠。 今喩知民之肥瘠也。】)
[1]
地方猶百里             사방 백 리 좁은 땅이라 할지라도
休蘄暫爲侯             수령 자리 잠시 동안 비어 있었네

010_0237_a_01L誰識靈源眞在此仙山不必數瀛蓬(一)

010_0237_a_02L萬壑風烟許盪胸三韓天地入扶笻

010_0237_a_03L雪封上頂花開麓雨暗中腰月滿峯

010_0237_a_04L古迹尙留天子石當時應笑大夫松

010_0237_a_05L飄然怳若登兜率忘却浮生逐轉蓬(二)

010_0237_a_06L呈椒饌烏城衙

010_0237_a_07L
川椒來自蜀江濱作饌從敎合口辛

010_0237_a_08L山廚精備官廚送君子端知此味眞御史
記云

010_0237_a_09L試員外者爲合口椒毒㝡
監察爲開口椒毒小歇

010_0237_a_10L烏城使君辭職還京呈此

010_0237_a_11L
朝朝拄笏動歸情欲向嚴冬解綬行

010_0237_a_12L莫怪山僧無告別政知夢裡舌毛生馬亮
知江

010_0237_a_13L當遞夢古 [42] 生毛僧曰舌上毛
剃不得公不得遞遞與剃同音

010_0237_a_14L壬辰元日是立春東坡元日立春詩
省事天公厭兩迴

010_0237_a_15L
元日又飛律管灰一枝先放嶺頭梅

010_0237_a_16L今朝記得坡翁語無乃天公厭兩廻

010_0237_a_17L次晩醒齋題咏

010_0237_a_18L
晩醒無處眼堪開惟喜林居隔世埃

010_0237_a_19L籬畔獨留元亮菊窓前先放浩然梅

010_0237_a_20L幽磯垂釣無心坐靜几看書引睡來

010_0237_a_21L把酒賦詩酬日月詩成一首一傾盃

010_0237_a_22L呈烏城尹使君行元莊子監市履豕知其
肥瘠今喩知民之肥
010_0237_a_23L

010_0237_a_24L
地方猶百里休蘄暫爲侯

010_0237_b_01L乳復連山穴             연산혈에서는 종유석이 다시 나오고51)
珠還合浦洲             합포에서는 다시 진주가 나와야 하리라52)
知民如履豕             백성의 형편을 알려면 돼지를 밟아 보듯 하고
能政勝屠牛             정사를 잘하려면 능숙한 백정보다 더 능숙하여야 한다53)
乞句僧時到             시를 짓자고 때때로 승려가 찾아오니
琴堂竹裡幽             대숲 깊숙한 곳에 관아가 있구나

[2]
非緣蠶麥去             누에와 보리를 얻으러 간 것이 아니고
鈴閣爲分題             관아에는 시제를 나누려고 갔었지
橋斷紆尋徑             다리가 끊어져 돌아서 가는 길을 찾아야 했고
鞋穿避踏泥             신에 구멍이 나 진흙을 밟을까 피해야 했네
古城楊柳內             버들가지 나부끼는 옛 성에는
斜日竹林西             죽림의 서쪽으로 석양이 넘어가네
道聽行人語             길가에서 지나는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
牛刀困割鷄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쓴다54)고들 말하네
【황산곡黃山谷의 시에 “스님은 누에와 보리를 얻으러 가고 벼슬아치는 자주 과일을 얻으러 오는구나.”라는 구절이 있다 이 글의 주석에 “스님은 보리를 얻으러 간 것이지 누에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는데도 누에까지 얻었는가?”라고 하였다.(山谷詩。 僧緣蠶麥去。 官數荔枝來。 註僧乞麥去。 不言蚕。 亦乞蠶耶。)】
환월이 물방아를 두고 지은 시운을 따서 짓다(次喚月水碓韵)
東溪西澗自成䨥           시냇물 동쪽 서쪽으로 쌍을 이루어 흐르고
中有雲砧傍小矼           작은 징검다리 옆엔 물안개 자옥한 물레방아가 있네
落石飛湍驚玉碎           물방울 돌 위에 떨어져 옥구슬처럼 부서지고
搖林亂響訝鍾撞           숲을 울리며 흐르는 물소리 종을 치는 듯하네
滿傾只爲靜還動           가득 차면 기울듯이 가만있다 다시 움직이고
低仰飜疑勝又降           낮았다 높았다 승리가 또 항복이 아닌가
世道看來多類此           세상일 보아하니 이와 같은 것이 많더라
欲窮這理倚南窓           이런 이치 밝혀 보려고 남쪽 창에 의지하였네
〈포도〉 시의 운을 따서 짓다 【서과55)는 포도이다. ◯ 서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세 번째 구절에서 이렇게 말하였다.】(次西果韵 【西果蒲萄張。 ◯ 自西域出來。 故頷聯云厼上。】)
旣云西果胡爲東           서쪽 과일이라는 이름을 갖고 어찌 동쪽에서 났을까
碧色圓形捴似穹           푸르른 빛깔 동글동글 그 모습 하늘과도 같구나
八月乘槎隨漢使           팔월에 뗏목을 타고 한나라 사신을 따라왔으니56)
三山採藥笑秦童           삼신산에 약초 캐러 간 진나라 동자를 비웃겠네57)
如氷可去文園病           얼음 같은 맛으로 문원의 병을 고칠 수 있을 터이니58)
承露徒煩武帝功           이슬을 받아먹던 무제의 공 괜한 헛수고가 되었으리라59)
却嘆吾儂無力致           우리들은 얻어먹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니
一錢羞澁乏囊中           돈 한 푼 없는 텅 빈 주머니가 부끄럽구나
서울에 사는 김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京居金斯文)
[1]
憶昔坡翁叅佛印           옛날 소동파는 부처님 법을 참례하여서
借來四大欲爲茵           사대를 빌려 와 자리를 만들고자 했네
袈裟見性全無日           가사 입고 깨달음을 공부한 일은 없지만
章縫逃禪又有人           도포 입고 선방을 찾는 사람이었지
對坐蒲團揮玉麈           포단에 앉아 옥불자玉拂子를 휘두르며
共看松月轉金輪           소나무에 걸린 달이 넘어가는 광경 함께 보았네
誰知五濁相煎處           말세의 괴로움이 소용돌이치는 곳
能在塵中獨守眞           티끌세상에 살면서도 참된 마음 지키는 일 누가 알랴

[2]
目擊便能道契深           보기만 하여도 도심道心이 깊다는 것을 알아서
秋山夜雨細論心           가을비 내리는 산속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말했지

010_0237_b_01L乳復連山穴珠還合浦洲

010_0237_b_02L知民如履豕能政勝屠牛

010_0237_b_03L乞句僧時到琴堂竹裡幽(一)

010_0237_b_04L非緣蠶麥去鈴閣爲分題

010_0237_b_05L橋斷紆尋徑鞋穿避踏泥

010_0237_b_06L古城楊柳內斜日竹林西

010_0237_b_07L道聽行人語牛刀困割鷄山谷詩僧緣蠶
麥去官數荔枝

010_0237_b_08L註僧乞麥去
言蚕亦乞蠶耶
(二)

010_0237_b_09L次喚月水碓韵

010_0237_b_10L
東溪西澗自成䨥 [43] 中有雲砧傍小矼

010_0237_b_11L落石飛湍驚玉碎搖林亂響訝鍾撞

010_0237_b_12L滿傾只爲靜還動低仰飜疑勝又降

010_0237_b_13L世道看來多類此欲窮這理倚南窓

010_0237_b_14L次西果韵西果蒲萄張 ◆自西
域出來故頷聯云厼上

010_0237_b_15L
旣云西果胡爲東碧色圓形捴似穹

010_0237_b_16L八月乘槎隨漢使三山採藥笑秦童

010_0237_b_17L如氷可去文園病承露徒煩武帝功

010_0237_b_18L却嘆吾儂無力致一錢羞澁乏囊中

010_0237_b_19L次京居金斯文

010_0237_b_20L
憶昔坡翁叅佛印借來四大欲爲茵

010_0237_b_21L袈裟見性全無日章縫逃禪又有人

010_0237_b_22L對坐蒲團揮玉塵共看松月轉金輪

010_0237_b_23L誰知五濁相煎處能在塵中獨守眞(一)

010_0237_b_24L目擊便能道契深秋山夜雨細論心

010_0237_c_01L誰知翰墨場中客           글 짓고 글씨 쓰는 자리에나 가실 손님이
來向蓮花座上臨           연화 자리 절집에 올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窮理十年生白髮           십 년 동안 이치를 궁구하느라 백발만 생겨났고
匡君一疏罄丹忱           임금을 바로 모시려는 상소로 충성을 다하였네
才高又透禪家義           높은 재주로 선가의 뜻까지도 터득하여
任是宗師被七禽           스님을 잡았다 놓았다 마음대로 하는구나60)
【김 선비는 이학理學을 하였고, 또 상소를 올린 적이 있다.(金曾爲理學。 又作上䟽。)】
부록 원운( 附原)
【내가 권암權庵에 있다가 용흥사龍興寺로 옮겼을 때 김 선비가 지은 시다.(余在權庵。 移龍興寺。)】
[1]
龍潭已去雪坡老           용담 스님은 이미 떠났고 설파 스님도 늙었는데
寂寞山門講誦茵           이 적막한 산문에 자리 펴고 강송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每聞權庵多學者           권암에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더니
來看龍寺有斯人           용흥사에 와서 보니 바로 이 사람이 있어서 그랬었구나
三時敎海開慈筏           하루 세 때의 가르침으로 인자한 중생제도의 길을 여니
五夜禪窓上日輪           하룻밤이 지나 선창 너머 밝은 해가 떠오르네
余亦塵寰求道者           나도 저 티끌세상에선 도를 구하는 사람인지라
多君心法保淸眞           그대의 심법 맑고 진실함을 높이 산다네

[2]
渡口寒溪淸且深           한계의 나루 어귀 맑고 또 깊어서
別時留照兩人心           이별할 때 두 사람의 마음을 비춰 주었지
幽襟白白閻王在           밝고도 밝은 가슴 속엔 염라대왕이 계시고
暗室瞿瞿上帝臨           두렵고도 두려운 캄캄한 방에 상제가 임한 듯하네
報佛金針輸襪線           금바늘로 기운 버선 부처님께 올리고
酬君褥螘耿葵忱           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쳐61) 정성을 다하네
偏吾愛海超難得           나만을 아끼는 마음 초월하기는 어려워
多感秋林反哺禽           가을 숲 까마귀를 보며 부모 생각 간절하네62)
환월의 오악시에 화답하다(和喚月五岳詩)
[1]
有岳崢嶸號岱宗           가파른 봉우리 대종이라 부르는데
橫連東海落羣峰           동해까지 가로지르며 많은 봉우리 뻗쳐 있네
金床玉几神仙室           금으로 만든 상 옥으로 만든 궤가 있는 신선의 방
雲闕天門漢帝蹤           구름 쌓인 대궐과 천문은 한나라 무제의 자취인가
自古相傳丈人石           옛날부터 장인석을 전해 오니
秖今應老大夫松           이제는 대부송도 늙었으리라
莫道登臨天下小           산 위에 올라 보고 천하가 작다고 말하지 말라63)
須知化外亦王封           부처님 교화 밖에도 법왕이 봉해졌었네
【이것은 태산泰山 동악東岳을 읊은 것이다. 태산은 일명 천손天孫이라고도 하니, 천제天帝의 손자라는 뜻이다. 또한 대종岱宗이라고도 한다. 대岱는 처음이란 말이고, 종宗은 어른이란 말이니, 만물 중에서 가장 처음 생긴 것이자, 오악五岳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라는 말이다. ◯ 마명馬明이란 사람이 신녀神女를 따라 이 산에 왔었는데, 평지에서부터 천 리나 되는 그곳에 금으로 만든 상床과 옥으로 만든 책상이 있었다고 한다. 한 무제가 천문天門을 설치했다.(右泰山東岳。 泰山一名天孫。 天帝之孫也。 亦名岱宗。 岱。 始也。 宗。 長也。 萬物之始。 五岳之長。 ◯ 馬明隨神女。 至此山。 去地千餘里。 有金床玉几。 漢武置天門也。)】

[2]
華岳三峯揷渭川           화산華山의 세 봉우리 위천을 누르니
五千仞作幾層巓           오천 길 높은 봉우리 대체 몇 층이나 되는 걸까
月中猿掛仙人掌           달 속의 원숭이는 선인장봉仙人掌峯64)에 걸리고
雪裡花浮玉女泉           눈 속의 꽃잎은 옥녀천에 날리는구나
隱士常聞神馬吼           은사는 항상 신마의 울음소리 듣고
山靈能記祖龍年           산령은 조룡65)의 나이를 기억하였네
沈吟却憶靑蓮子           시를 읊으면서 청련자66)를 생각하나니
落鴈峯頭欲問天           낙안봉 꼭대기에서 하늘에 묻고 싶구나

010_0237_c_01L誰知翰墨場中客來向蓮花座上臨

010_0237_c_02L窮理十年生白髮匡君一疏罄丹忱

010_0237_c_03L才高又透禪家義任是宗師被七禽金曾
爲理

010_0237_c_04L
作上䟽
(二)

010_0237_c_05L附原余在權庵
移龍興寺

010_0237_c_06L
龍潭已去雪坡老寂寞山門講誦茵

010_0237_c_07L每聞權庵多學者來看龍寺有斯人

010_0237_c_08L三時敎海開慈筏五夜禪窓上日輪

010_0237_c_09L余亦塵寰求道者多君心法保淸眞(一)

010_0237_c_10L渡口寒溪淸且深別時留照兩人心

010_0237_c_11L幽襟白白閻王在暗室瞿瞿上帝臨

010_0237_c_12L報佛金針輸襪線酬君褥螘耿葵忱

010_0237_c_13L偏吾愛海超難得多感秋林反哺禽(二)

010_0237_c_14L和喚月五岳詩

010_0237_c_15L
有岳崢嶸號岱宗橫連東海落羣峰

010_0237_c_16L金床玉几神仙室雲闕天門漢帝蹤

010_0237_c_17L自古相傳丈人石秖今應老大夫松

010_0237_c_18L莫道登臨天下小須知化外亦王封

010_0237_c_19L泰山東岳泰山一名天孫天帝之孫也亦名岱宗
始也長也萬物之始五岳之長 ◆馬
010_0237_c_20L明隨神女至此山去地千餘里
有金床玉几漢武置天門也
(一)

010_0237_c_21L華岳三峯揷渭川五千仞作幾層巓

010_0237_c_22L月中猿掛仙人掌雪裡花浮玉女泉

010_0237_c_23L隱士常聞神馬吼山靈能記祖龍年

010_0237_c_24L沈吟却憶靑蓮子落鴈峯頭欲問天

010_0238_a_01L【이 시는 화산華山 서악西岳을 읊은 것이다. 화산은 높이가 오천 길이 된다. 선인장봉에 옥녀玉女가 머리를 감는 대야가 있다고 한다. 옥녀가 항상 말을 타고 오므로 은사隱士가 그 말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 진秦나라 때 정용鄭容이 시황제始皇帝의 사신이 되어 화산의 북쪽에 이르렀는데, 흰 수레와 흰 말을 탄 사람이 그에게 옥을 주면서 “내년에 조룡이 죽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右華山西岳。 山高五千仭。 有仙人掌玉女洗頭盆。 玉女常乘馬而至。 隱士聞其馬嘶。 ◯ 秦鄭容爲始皇之使。 至華陰。 見素車白馬。 人持壁與之曰。 明年祖龍死。)】

[3]
登仙臺畔白雲深           등선대 주변에 흰 구름 자옥하니
三十六峯何處尋           서른여섯 봉우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萬歲嵩呼天子壽           만세 소리 높이 외쳐 천자의 장수를 빌고
九年壁觀祖師心           구 년 동안 면벽하던 조사의 마음을 보겠네
玉漿餘液徒除渴           옥장의 남은 물로 갈증을 없애고
潁水淸波願濯襟           영수의 맑은 물에 옷깃을 씻기 원하네
山頂尙存擣帛石           산꼭대기에 비단 다듬던 다듬잇돌 아직도 남아 있어
時聞仙女月中砧           때때로 선녀가 달 속에서 다듬이질하는 소리 들린다네
【이 시는 숭산嵩山 중악中岳을 읊은 것이다. 숭산엔 서른여섯 봉우리가 있다. 한나라 무제가 등선대登仙臺를 지었는데, 동쪽을 태실봉太室峯이라 하고, 서쪽은 소실봉小室峯이라 하였다. 한 무제가 태실봉에 봉선封禪67)할 때에 마치 만세삼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다. 달마 대사가 소실봉에 들어가 9년 동안 면벽을 하였다고 한다. 진晉나라 때에 어떤 사람이 숭산의 한 동굴에 떨어졌는데, 그곳에는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고 말을 했더니, 한 잔의 물을 주었다. 마셔 보니 힘이 열 배나 솟아났는데, 나와서 장화張華에게 이 일에 대해 물었더니, 그곳은 선관仙館이고, 마신 물은 옥장玉漿이라고 말해 주었다. 숭산 동쪽의 기산箕山에 영수潁水가 있으니, 소보巢父와 허유許由68)가 살던 곳이라고 한다.(右嵩山中岳。 有三十六峯。 漢武作登仙臺。 東曰太室峯。 西有小室峯。 漢武封禪太室峯。 如聞呼萬歲者三。 達摩入小室峯。 面壁九年。 晋時一人。 墜一穴中。 有二人圍碁。 告以飢渇。 與一盃水。 飮之。 氣力十倍得出。 問張華。 華曰。 此仙舘也。 所飮者。 玉漿也。 東有箕山潁水。 巢許所居。)】

[4]
衡岳盤紆八百里           형산衡山은 주위 팔백 리를 휘감아 서려 있고
靑天七十二峯奇           일흔두 개 봉우리 푸른 하늘에 기이하게 솟았네
三盃酒盡朗吟處           석 잔 술을 마시고 시를 읊던 곳에서
萬壑雲開黙禱時           골짝마다 구름 개자 묵묵히 기도하였네
金簡有書治水害           금간이란 책에는 수해를 다스리는 법이 있어
石囷無粟濟民飢           돌 곳집엔 곡식이 없었어도 흉년을 구제했네
讀書生是十年相           글 읽던 서생이 십 년이나 정승을 하게 될 것을
具眼胡僧能自知           눈 밝은 오랑캐 스님이 대번에 알아보았네
【이 시는 형산衡山 남악南岳을 읊은 것이다. 삼배三盃라는 말은 주자朱子의 시에 나오고,69) ‘묵도默禱’라는 말은 한유韓愈와 관련된 일이다.70) 우禹임금이 물길을 정비할 때에 백마의 피를 내어 남악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자 꿈에 어떤 사람이 나와 자기를 창주 사자滄洲使者라 일컬으면서 『금간옥자金簡玉字』라는 책을 주었는데, 그 책은 치수治水의 요점을 말한 것이었다. 진晉나라의 유린劉獜이 약초를 캐러 이 산에 왔었다. 돌로 된 창고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열려 있고, 또 하나는 닫혀 있었다고 한다. 당나라 이필李泌은 이 산에서 글을 읽고 공부하였는데, 나찬懶瓚이라는 스님이 토란을 구워 나누어 먹으며 말하기를 “말을 많이 하지 말라. 마땅히 십 년 동안 재상을 하리라.”라고 하였다.(右衡山南岳。 三盃。 朱子詩。 默禱。 退之事。 禹治水時。 血白馬祭南岳。 梦一人稱滄洲使者。 授金簡玉字之書。 言治水之要。 晋劉獜採藥。 至此山。 有石囷二。 一開一閉。 唐李泌讀此山。 僧懶瓉撥火燒芋。 分魁芋食之。 曰勿多言。 當作十年宰相。)】

[5]
太乙羣峰亘朔方           태을봉太乙峯과 여러 봉우리 삭방71)으로 뻗어
俯臨燕代號稱常           연燕과 대代 땅을 굽어보니 상산常山이라 한다네
蛇形爲陣知諸葛           뱀 모양을 보니 제갈량諸葛亮의 팔진도八陣圖를 알겠고
山頂藏符屬趙衰           산꼭대기에 숨긴 보부寶符 조양趙襄72)의 것이었네
六月陰崖霜雪積           유월에도 그늘진 벼랑에는 눈이 쌓여 있고
三冬暖谷桂花香           겨울에도 따뜻한 골짜기엔 계수나무 꽃 향기롭네
早生晩殺饒耕穫           일찍 심고 늦게 수확을 하니 곡식이 풍성하여
能使居民利澤長           이곳에 사는 백성들은 윤택함이 많으리라
【이 시는 상산常山 북악北岳을 읊은 것이다. 상산은 또한 항상恒山이라고도 하며, 높이는 3천9백 장丈이나 된다. 제갈량의 〈팔진도八陳圖〉에 보면, 상산은 뱀의 기세를 닮아서 머리를 치면 꼬리가 응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응하고,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응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 뱀의 이름은 솔연率然이라 한다. 전국시대 조간자趙簡子가 여러 아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보부寶符를 상산에 감춰 두었는데, 찾는 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라고 말하였다. 여러 아들이 다투어 찾으러 갔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런데 무휼無恤이 “상산은 대주代州와 이어졌으니, 정벌하여 취할 만합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간자가 말하기를 “네가 바로 보부가 있는 곳을 잘 아는구나.”라고 하면서 왕위를 물려주었다. 당唐 태종太宗이 같은 산에 올라 제사를 지냈는데, 제문에 “계수나무 꽃 달에 잠기고, 송라에 구름 걸렸네. 깊은 골짜기엔 겨울에도 따뜻하고, 잔설은 여름까지도 얼어 있네.”라고 하였다. ◯ 『관자管子』에 이르기를 “항산은 북으로는 대주와 이어 있고 남으로 조주를 굽어보고 있다. 그래서 곡식을 일찍부터 심어서 늦게까지 거두니 오곡이 풍요롭다. 네 번 심어서 다섯 번을 수확한다.”라고 하였다.(右常山北岳。 常山亦曰恒山。 高三千九百丈。 孔明八陳啚。 常山蛇勢。 頭擊尾應。 尾擊頭應。 中擊頭尾應。 蛇名率然。 簡子告諸子曰。 吾藏符於常山上。 得者立之。 諸子爭徃。 無所得。 無恤曰。 常山臨代。 伐之可取。 簡子曰。 是知符。 立之。 唐太宗祭此山。 文云。 桂花浸月。 松蘿掛雲。 幽谷冬暖。 殘雪夏凝。 ◯ 管子云。 恒山北臨代南俯趙。 早生而晩殺。 五穀之所蓄熟。 四種五穫焉。)】

010_0238_a_01L華山西岳
山高五千仭有仙人掌玉
女洗頭盆玉女常乘馬而至隱士聞其馬嘶 ◆秦鄭

010_0238_a_02L容爲始皇之使至華陰見素車白
人持壁與之曰明年祖龍死
(二)

010_0238_a_03L登仙臺畔白雲深三十六峯何處尋

010_0238_a_04L萬歲嵩呼天子壽九年壁觀祖師心

010_0238_a_05L玉漿餘液徒除渴潁水淸波願濯襟

010_0238_a_06L山頂尙存擣帛石時聞仙女月中砧

010_0238_a_07L嵩山中岳
有三十六峯漢武作登仙臺東曰太室峯
西有小室峯漢武封禪太室峯如聞呼

010_0238_a_08L萬歲者三達摩入小室峯面壁九年晋時一人
一穴中有二人圍碁告以飢渇與一盃水飮之

010_0238_a_09L力十倍得出問張華華曰此仙舘也
飮者玉漿也東有箕山潁水巢許所居
(三)

010_0238_a_10L衡岳盤紆八百里靑天七十二峯奇

010_0238_a_11L三盃酒盡朗吟處萬壑雲開黙禱時

010_0238_a_12L金簡有書治水害石囷無粟濟民飢

010_0238_a_13L讀書生是十年相具眼胡僧能自知

010_0238_a_14L衡山南岳
三盃朱子詩默禱退之事禹治水時
血白馬祭南岳梦一人稱滄洲使者

010_0238_a_15L金簡玉字之書言治水之要晋劉獜採藥至此山
有石囷二一開一閉唐李泌讀此山僧懶瓉撥火

010_0238_a_16L燒芋分魁芋食之
勿多言當作十年宰相
(四)

010_0238_a_17L太乙羣峰亘朔方俯臨燕代號稱常

010_0238_a_18L蛇形爲陣知諸葛山頂藏符屬趙衰 [44]

010_0238_a_19L六月陰崖霜雪積三冬暖谷桂花香

010_0238_a_20L早生晩殺饒耕穫能使居民利澤長

010_0238_a_21L常山北岳
常山亦曰恒山高三千九百丈孔明八
陳啚常山蛇勢頭擊尾應尾擊頭應

010_0238_a_22L中擊頭尾應蛇名率然簡子告諸子曰吾藏符於
常山上得者立之諸子爭徃無所得無恤曰常山

010_0238_a_23L臨代伐之可取簡子曰是知符立之唐太宗祭此
文云桂花浸月松蘿掛雲幽谷冬暖殘雪夏凝

010_0238_a_24L◆管子云恒山北臨代南俯趙早生
而晩殺五穀之所蓄熟四種五穫焉
(五)

010_0238_b_01L
금수시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禽獸詩)
[1]
獸中佳瑞豈虛名           기린이 가장 상서로운 짐승이란 말 어찌 헛말이겠나
王者興仁乃得生           왕이 어진 정사를 베풀 때면 나타나곤 하였지
闕里吐書聖人作           궐리73)에서 나온 책 성인께서 지으신 것이고
鉏商折足魯經成           서상이 다리를 꺾자 『춘추』가 만들어졌네
唐虞之世眞爲瑞           요순시대에는 진짜 상서로움 알리는 짐승이었지만
秦漢以來胡不靈           진한 이후에는 어찌하여 신령스럽지 못한 것일까
獨有淸源能得一           오직 청원 선사74)만이 한 마리를 얻었으니
諸方衆角敢相幷           뿔 달린 짐승이 많다 해도 감히 비교할 수 있겠나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서쪽으로 사냥을 갔는데 수레를 몰던 서상鉏商이 기린을 잡아 그 발을 부러뜨렸다. 공자가 보고 탄식하여 노래하기를 “당우의 세상에는 기린과 봉황이 노닐었지만, 지금은 그런 태평성세가 아닌데 무엇하러 왔는가.”라고 하였다. 청원淸原 선사가 석두石頭 선사를 칭찬하며 말하기를 “뿔 달린 짐승이 아무리 많다 해도 한 마리의 기린이면 족하다.”라고 하였다.(魯公西狩。 鉏商獲獜。 折其足。 孔子見而嘆之。 作歌曰。 唐虞世兮獜鳳游。 今非其時來何求。 淸源*禪師。 䝺石頭曰。 衆角雖多。 一獜足矣。)】

[2]
西國偏多禦敵功           서역 땅에서는 적을 막아 낸 공이 특별히 많았지
銛牙長鼻孰當鋒           코끼리 날카로운 상아와 긴 코를 누가 당해 낼까
縱慚易傳齊名彖           『주역』에서 돼지와 함께한 것 부끄럽지만
却喜禪家並說龍           선가에서는 용과 함께 말해 주어 기쁘네
三獸渡時唯徹底           세 짐승이 하수河水를 건널 때 유독 바닥을 밟았었고
衆盲摸處各殊容           여러 소경이 만지고는 각각 말을 달리 했었지
平生行李同獅子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사자와 같아서
不是高僧不欲從           덕 높은 스님이 아니면 따르려 않는다네
【천축天竺에서는 전쟁 때 자주 코끼리를 이용하였다. 주역에 단彖과 상象이 있는데, 단은 돼지이다. 돼지는 온몸을 돌려서 돌아보므로, 전체 괘를 풀이하는 것을 단이라 한다. 코끼리는 어금니가 여섯 개이기 때문에 6효爻로 풀이하는 것을 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가에서는 항상 용과 코끼리는 큰 덕이 있다고 하였다. 코끼리와 말과 토끼 이렇게 세 짐승이 큰 강을 건너게 되었다. 코끼리는 발로 바닥을 디디며 건넜고, 말은 물속을 헤엄쳐 건넜으며, 토끼는 물 위에 둥둥 떠서 건넜다고 한다. 불경에 “여러 소경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코끼리를 만지게 하고 느낌을 말하라고 하였다. 코끼리의 배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키와 같이 생겼다고 하였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빗자루와 같이 생겼다고 하였다.”라는 말이 있다.(天笁多以象敵國。 周易彖象。 彖。 猪也。 全躰回顧故。 釋全卦曰彖。 象六牙故。 釋六爻曰象。 禪家每云。 龍象大德。 象馬兎渡河。 象徹底。 馬行中。 兎浮上。 經云。 衆盲摸象。 摸腹者云如箕。 摸尾者云如箒。)】

[3]
非猫非獒是大虫           고양이도 개도 아니고 큰 벌레라서
一聲長嘯動生風           큰 소리로 한번 울부짖으면 바람이 요동을 친다네
隨從朱處居三惡           네가 주처75)를 따르면 삼악에 들지만
給侍華林有二空           화림 선사를 시봉하면 소공小空 대공大空이 된다네
愛子方知理上物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 이치를 아는 동물일 텐데
食人終作獸中凶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보면 결국은 흉악한 짐승이로다
又聞苛政猛於爾           가혹한 정치가 너보다도 사납다는 말을 들었으니
酷吏寧無面發紅           가혹한 아전들 어찌 얼굴이 붉어지지 않겠는가
【남전南泉이 귀종歸宗과 삼산杉山과 함께 호랑이를 보았다. 사람들이 호랑이의 형상을 물으니, 귀종은 “고양이 같다.”라고 하고, 삼산은 “개와 같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전은 “고양이도 아니고 개도 아니며, 커다란 벌레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방언에 호랑이를 대충大虫이라고 한다. 주처周處는 성품이 못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친구는 말하길 “세상에는 세 가지 못된 것이 있는데, 곧 남산에 사는 이마가 하얀 호랑이와 하교河橋 아래에 사는 긴 교룡蛟龍 그리고 너이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주처는 호랑이를 죽이고 교룡을 잡고는, 못된 마음을 고쳐 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림華林 선사는 호랑이 두 마리를 시자로 삼았는데, 큰 놈을 대공大空이라 불렀고, 작은 놈을 소공小空이라 불렀다. 공자가 어떤 부인이 슬피 우는 것을 보고 연유를 물었다. 부인이 대답하길 “작년에는 저의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는데, 금년에는 나의 자식이 또 잡아먹혔습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가 다시 묻기를 “그런데 어찌하여 여기를 떠나지 않았는가?”라고 하자, 부인이 대답하길 “그래도 이곳은 가혹한 정치가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말하길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도 더 사나운 것이로구나.”라고 하였다.(南泉與歸宗杉山。 同見虎。 問其形。 宗云如猫。 山云如犬。 泉曰非猫非犬。 是大虫。 方言謂虎云大虫。 朱*處性惡。 其友曰。 世間有三惡。 南山白額虎。 河橋下長蛟。 及汝也。 處殺虎斬蛟。 改惡從善。 華林禪師。 以二虎爲侍者。 大曰大空。 小曰小空。 孔子聞女人哀哭。 問之。 對曰。 前年虎食其父。 今年食其子。 子曰。 何不移去。 曰此地政不苛。 子曰。 苛政猛於虎。)】

[4]
吐霧興雲變化長           안개를 토해 내고 구름을 일으키는 무궁한 조화여
海中有府號稱王           바닷속에 궁궐을 가지고 있어서 용왕이라 부른다네
風雷震吼透重漢           비와 바람과 우레를 울리면 겹겹 은하수를 뚫고
雨澤滂沱施八荒           넓은 천지에 비를 내리어 팔방에 은택을 베푸네
俯首仙龕常作蔭           부처님 모신 감실에 머리를 숙여 그늘을 만들고
傳神寶劒動生光           보검에 혼을 전하여 올라가 빛을 발하네

010_0238_b_01L次禽獸詩

010_0238_b_02L
獸中佳瑞豈虛名王者興仁乃得生

010_0238_b_03L闕里吐書聖人作鉏商折足魯經成

010_0238_b_04L唐虞之世眞爲瑞秦漢以來胡不靈

010_0238_b_05L獨有淸源 [45] 能得一諸方衆角敢相幷魯公
西狩

010_0238_b_06L鉏商獲獜折其足孔子見而嘆之作歌曰唐虞世
兮獜鳳游今非其時來何求淸源禪師䝺石頭曰

010_0238_b_07L衆角雖多
一獜足矣
(一)
010_0238_b_08L西國偏多禦敵功銛牙長鼻孰當鋒

010_0238_b_09L縱慚易傳齊名彖却喜禪家並說龍

010_0238_b_10L三獸渡時唯徹底衆盲摸處各殊容

010_0238_b_11L平生行李同獅子不是高僧不欲從天笁
多以

010_0238_b_12L象敵國周易彖象猪也全躰回顧故釋全卦曰
象六牙故釋六爻曰象禪家每云龍象大德

010_0238_b_13L馬兎渡河象徹底馬行中兎浮上經云
衆盲摸象摸腹者云如箕摸尾者云如箒
(二)

010_0238_b_14L非猫非獒是大虫一聲長嘯動生風

010_0238_b_15L隨從朱 [46] 處居三惡給侍華林有二空

010_0238_b_16L愛子方知理上物食人終作獸中凶

010_0238_b_17L又聞苛政猛於爾酷吏寧無面發紅南泉
與歸

010_0238_b_18L宗杉山同見虎問其形宗云如猫山云如犬
曰非猫非犬是大虫方言謂虎云大虫朱處性惡

010_0238_b_19L友曰世間有三惡南山白額虎河橋下長蛟及汝
處殺虎斬蛟改惡從善華林禪師以二虎爲

010_0238_b_20L侍者大曰大空小曰小空孔子聞女人哀哭問之
對曰前年虎食其父今年食其子子曰何不移去

010_0238_b_21L此地政不苛
苛政猛於虎
(三)

010_0238_b_22L吐霧興雲變化長海中有府號稱王

010_0238_b_23L風雷震吼透重漢雨澤滂沱施八荒

010_0238_b_24L俯首仙龕常作蔭 傳神寶劒動生光

010_0238_c_01L須知亢極還爲悔           너무 끝까지 몰아치면 도리어 후회하게 되는 법
九五爻中愼勿忘           구오의 효 가운데 삼갈 것을 잊지 말아라
【용은 항상 머리를 숙여 불당에 그늘을 만든다고 한다. ◯ 칼을 연진延津에 떨어뜨렸더니, 용으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갔는데, 이것을 용천검龍泉劒이라고 한다. 그 빛이 북두성과 견우성의 사이를 비추었다고 한다. ◯ ‘높이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말은 건괘 상구上九의 효사이다.(龍常俯首。 佛龕以蔭之。 ◯ 墮劒延津。 化龍而去。 即龍泉劒也。 光射斗牛之間。 ◯ 亢龍有悔。 乾上九也。)】

[5]
六像九苞也大奇           여섯 형상과 아홉 특징 매우 기이하기도 하여
殷周以上聖君隨           은주 이전에는 성군들도 따랐었네
歧山鳴後無消息           기산76)에서 울었던 후로는 소식이 없으니
鶡雀飛來錯認知           할작77)만 날아와도 봉황인 줄 아네
桐實空餘曾啄粒           오동나무 열매를 먹다 남긴 껍데기뿐
碧梧已老舊棲枝           벽오동 옛 가지에 둥지가 낡았구나78)
如何漢世紛紛現           어찌하여 한대에 분분히 나타나서
傳記悠悠儘可疑           기록으로 전하여 자꾸 의심을 일으키는가
【봉황에 여섯 가지 형상이 있다. 첫째 머리가 하늘을 닮았고, 둘째 눈이 해를 닮았으며, 셋째 등이 달을 닮았다. 넷째 날개는 바람을 닮았으며, 다섯째 다리는 땅을 닮았고, 여섯째 꼬리는 하늘 길을 닮았다. 봉황의 아홉 가지 특징은, 첫째 입은 천명을 내포하고 있고, 둘째 마음이 법도에 맞으며, 셋째 귀가 밝아 통달하였고, 넷째 혀를 굽혔다 폈다 할 수 있으며, 다섯째 여러 빛깔이 빛나고, 여섯째 머리의 벼슬이 법도에 맞으며, 일곱째 부리가 법에 맞으며, 여덟째 소리가 격양하는 듯하고, 아홉째 무늬가 아름답다.(鳳有六像。 一頭像天。 二目像日。 三背像月。 四翼像風。 五足像地。 六尾像緯。 九苞。 一口包命。 二心合度。 三耳聽達。 四舌屈伸。 五彩色光。 六冠矩。 七矩銳鉤。 八音激揚。 九文戶。)】

[6]
玄裳素服戞然鳴           검은 치마 흰 저고리를 입고 끼룩끼룩 울어 대니79)
知是遼陽舊姓丁           옛날 요양에 살았던 정령위丁令威80)가 아니신가
立雪却疑飛過去           눈 속에 서 있으면 날아가 버릴 듯하고
坐松方見色分明           소나무에 앉으면 빛깔 더욱 분명하네
拔毛要得全人血           온전한 사람의 피를 얻으려고 눈썹을 뽑았었고
鎩翮空懷碧漢情           날개깃이 잘려서도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품었었네
簡點今人多敗道           지금 사람들이 도를 무너뜨린 사람 많다 하나
莫言此物是胎生           그렇다고 학이 새끼 낳는 동물이라 말하지는 말게나
【이정李靖이란 사람이 숭산嵩山에 놀러 갔다가 병든 학을 발견하였다. 학이 말하기를 “사람이 상처를 입혀서 이렇게 되었으니, 사람의 피를 바르면 나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정이 곧 옷을 벗고 살을 찔러 피를 내어 주었지만, 학은 “세상에는 온전한 사람이 극히 적으며, 당신도 온전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눈썹을 뽑아 주면서 “이것을 가지고 도회지에 나가라. 눈에 비추어 보면 알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정이 길을 가는 도중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니, 자기는 말머리를 한 형상으로 보였다. 서울에 가서 시험해 보았더니, 모두가 온전한 사람이 아니고, 다 개나 돼지, 소나 말의 머리나 발 따위로 보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 노인만이 온전한 사람이었다. 이정이 병든 학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노인은 곧바로 어깨를 찔러 피를 내 주었다. 이정이 그 피를 가지고 가서 학에게 발라 주니, 학이 고마워하면서 말하길 “당신은 태평한 때를 만나면 재상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진晉나라 때 지둔支遁이란 스님이 학을 선사받았는데, 학이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서 날개의 깃을 잘라 날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학은 항상 날개를 늘어뜨리고 지둔을 쳐다보는 것이었다. 지둔은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터인데, 어쩌다가 사람의 구경거리가 되었는가.”라고 말하면서, 학의 깃을 고쳐 주고 날려 보냈다. ◯ 고연재鼓淵才라는 사람이 학을 길렀는데, 어떤 손님에게 말하길 “이것은 선계의 신령한 새이다. 다른 새들은 모두 알로 부화하지만, 이 새는 새끼를 낳는다.”라고 하였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이 와서 말하길 “학이 지난밤에 알 하나를 낳았습니다.”라고 하자, 연재淵才가 종을 꾸짖기를 “네가 감히 학을 비난하느냐?”라고 하였다. 잠시 후에 다시 학이 목을 늘이고 알 하나를 또 낳자, 연재가 탄식하며 말하길 “학마저도 도를 무너뜨리는구나.”라고 하였다.(李靖游嵩山。 見病鶴。 曰爲人所傷。 得人血塗則愈。 靖解衣刺血。 鶴曰。 世上全人至少。 公亦未是。 乃拔睫毛與之曰。 至都下。 映眼照之。 可知。 李中路自視。 乃馬頭也。 至洛下驗之。 多非全人。 皆犬豕牛馬之頭足。 唯一老人。 是全人。 李言病鶴之事。 老人刺臂。 血與之公。 得至塗鶴。 鶴謝曰。 公當作明時宰相。 支遁得鶴。 鎩其翮。 使不得飛去。 鶴每舒翼反顧。 遁曰。 旣有霄漢之心。 何爲人玩。 乃養成放之。 ◯ 鼓淵才養鶴。 謂容曰。 此仙禽也。 凡鳥皆卵生。 此禽胎生。 語未已。 奴報曰。 鶴夜生一卵。 才責曰。 敢謗鶴耶。 已而鶴延頸。 又生一卵。 才歎曰。 鶴亦敗道也。)】
초산81)의 이 사백의 60운 시를 따서 짓다(次楚山李詞伯六十韵)
槐安枕上闢天地           괴안국槐安國 베개82) 위에 천지가 열리더니만
一宿東海變桑田           자고 일어나니 동해가 뽕밭으로 변했구나
幸從瞿曇看得破           다행히 부처님을 따라 깨달음을 얻고 보니
管取人道火中蓮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불 속에서 연꽃을 구하는 일이네
又聞曇老曾有語           또 부처님께서 일찍이 남기신 말씀을 들으니
佛法如蜜甛中邊           불법은 꿀처럼 그저 달기만 하다네
箇中留神思游刃           그 속에 정신을 쏟아서 신통83)을 얻을 생각에
向上立脚要着鞭           다리 바짝 세우고 위를 향해 나아가려 채찍질을 하였다네
希顔希驥行卽是           안자顔子건 천리마건 행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 믿으며84)
舜何人也我亦然           순임금이 누구인가 나도 또한 될 수 있다 생각하였네85)

010_0238_c_01L須知亢極還爲悔九五爻中愼勿忘龍常
俯首

010_0238_c_02L佛龕以蔭之 ◆墮劒延津化龍而去即龍泉
劒也光射斗牛之間 ◆亢龍有悔乾上九也
(四)

010_0238_c_03L六像九苞也大奇殷周以上聖君隨

010_0238_c_04L歧山鳴後無消息鶡雀飛來錯認知

010_0238_c_05L桐實空餘曾啄粒碧梧已老舊棲枝

010_0238_c_06L如何漢世紛紛現傳記悠悠儘可疑鳳有
六像

010_0238_c_07L一頭像天二目像日三背像月四翼像風五足像
六尾像緯九苞一口包命二心合度三耳聽

010_0238_c_08L四舌屈伸五彩色光六冠矩
七矩銳鉤八音激揚九文戶
(五)

010_0238_c_09L玄裳素服戞然鳴知是遼陽舊姓丁

010_0238_c_10L立雪却疑飛過去坐松方見色分明

010_0238_c_11L拔毛要得全人血鎩翮空懷碧漢情

010_0238_c_12L簡點今人多敗道莫言此物是胎生李靖
游嵩

010_0238_c_13L見病鶴曰爲人所傷得人血塗則愈靖解衣刺
鶴曰世上全人至少公亦未是乃拔睫毛與之

010_0238_c_14L至都下映眼照之可知李中路自視乃馬頭
至洛下驗之多非全人皆犬豕牛馬之頭足

010_0238_c_15L一老人是全人李言病鶴之事老人刺臂血與之
得至塗鶴鶴謝曰公當作明時宰相支遁得鶴

010_0238_c_16L鎩其翮使不得飛去鶴每舒翼反顧遁曰旣有霄
漢之心何爲人玩乃養成放之 ◆鼓淵才養鶴

010_0238_c_17L [47] 此仙禽也凡鳥皆卵生此禽胎生語未已
奴報曰鶴夜生一卵才責曰敢諦鶴耶已而鶴延

010_0238_c_18L又生一卵才歎
鶴亦敗道也
(六)

010_0238_c_19L次楚山李詞伯六十韵

010_0238_c_20L
槐安枕上闢天地一宿東海變桑田

010_0238_c_21L幸從瞿曇看得破管取人道火中蓮

010_0238_c_22L又聞曇老曾有語佛法如蜜甛中邊

010_0238_c_23L箇中留神思游刃向上立脚要着鞭

010_0238_c_24L希顔希驥行卽是舜何人也我亦然

010_0239_a_01L回看天地眼底小           천지를 둘러보면 바로 눈앞도 작기만 한데
不必登臨泰山巓           꼭 태산 꼭대기에 올라야 그것을 안단 말인가86)
東震西乾元一天           중국과 서역이 원래 한 하늘 밑에 있으니
崑崙分脉自相連           곤륜산이 산맥을 나누어 서로 이어 있다네
吾聞天笁多人傑           천축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하니
丈夫可以效鶯迁           대장부 한 번쯤 가 볼 만도 한 곳이라
如來法門八萬偈           석가여래 법문의 팔만 게송을
彼土宗匠日三宣           서역의 덕 높은 스님 날마다 세 번 부른다 하네
自憐匏繫歸不得           나는 매여 있는 몸이라 가 보지 못하니 안타까워
高名徒仰北斗懸           고명한 이름만 그저 북두성처럼 우러른다네
偉哉奘師任朅來           위대하다 현장 법사 마음대로 갔다 오다니
十七國中有機緣           열일곱 나라에 인연이 있었네
【당나라 현장玄奘은 서역에 들어가 열일곱 나라를 두루 다니고 돌아왔다.(唐玄奘入西域。 遍游十七國而來。)】
達摩尊者自天笁           달마 존자가 천축국으로부터
泛蘆層溟來翩翩           갈대를 띄워서 바다 건너 동쪽으로 찾아왔네
梁皇御前談聖諦           양나라 무제 앞에서 불법을 설법하니
曠世高名遠騰鶱           온 세상에 그의 이름 널리널리 알려졌네
雪中斷臂終得髓           눈 속에서 팔을 끊어 마침내 진리를 얻었으니87)
從此五葉色嬋姸           이로부터 다섯 분파(五葉)88)가 이름을 빛냈네
隨類佛身分百億           부처님의 도는 백억의 갈래를 나누어
出塵經卷等三千           속세에 남긴 경전 삼천 권이나 된다네
瓊枝折來寸寸玉           구슬 가지 꺾어 오니 마디마다 옥구슬이며
雪山行處步步荃           설산에서 수행하던 곳 발자국마다 향초일세
說法寧作野干鳴           설법을 하는데 어찌 야간89)의 소리를 낼까
入定端如獅子眠           선정에 들어 단정한 모습 사자가 조는 듯하네
【여래께서는 항상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누우셨는데, 사자도 역시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서 잔다. 깨어났을 때에 오른쪽으로 누워 자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늘 한탄하였다.(如來常右脇而臥。 師子亦右脇而睡。 及覺非右脇。 則每恨不已。)】
唯有向上一着子           오직 도를 향해 나아간 사람이 있었지만
千聖相承終不傳           여러 성현이 이어 왔어도 전해지지 않았었네
如今吾徒若爲可           만약 우리가 지금 옳다고 여긴다면
行欲其方解欲圓           행실은 반듯해야 하고 지식은 원만하여야 한다네90)
道不自弘人能弘           도는 저절로 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키우는 것
也須承當趂靑年           젊은 나이를 놓치지 말고 힘써 수행해야 한다네
金河顧命二千載           금하91)에서 명을 받은 지 이천 년에
祖燈光焰幸相聯           조사의 법등은 불꽃처럼 이어 왔네
斯道興替在後昆           우리 불도가 흥하고 쇠하는 일 후인들에게 달려 있으니
中夜思之如臨淵           한밤중에도 이 생각만 하면 연못에 선 듯 아슬하다네
修身進德夕惕若           몸을 닦고 덕을 닦으며 저녁이면 이루지 못함 반성한다면
庶幾無玷先祖筵           아마도 선조의 자리를 더럽히는 일은 없으리라
人天撈摝苦海中           사람들은 고통의 바다에서 발버둥을 치는데
載得七寶白牛輧           흰 소가 끄는 수레에 칠보를 가득 실었네
手中借來魯陽戈           손에 노나라 양공의 창을 빌려 쥐고서
一揮能使佛日延           한번 휘둘러 능히 불일을 연장하리라
魔强法弱非今日           마귀는 강하고 정법은 약한 것이 어디 오늘만의 일이랴
秉志當如鐵石堅           쇠와 돌처럼 굳게 뜻을 지킬 일이다
眞金入火光更粹           순금을 불에 달구면 빛은 더욱 밝아지고
古錦添花色轉鮮           낡은 비단에라도 꽃을 수놓으면 더욱 고와 보이지

010_0239_a_01L回看天地眼底小不必登臨泰山巓

010_0239_a_02L東震西乾元一天崑崙分脉自相連

010_0239_a_03L吾聞天笁多人傑丈夫可以效鶯迁

010_0239_a_04L如來法門八萬偈彼土宗匠日三宣

010_0239_a_05L自憐匏繫歸不得高名徒仰北斗懸

010_0239_a_06L偉哉奘師任朅來十七國中有機緣唐玄
奘入

010_0239_a_07L西域遍游
十七國而來


010_0239_a_08L達摩尊者自天笁泛蘆層溟來翩翩

010_0239_a_09L梁皇御前談聖諦曠世高名遠騰鶱

010_0239_a_10L雪中斷臂終得髓從此五葉色嬋姸

010_0239_a_11L隨類佛身分百億出塵經卷等三千

010_0239_a_12L瓊枝折來寸寸玉雪山行處步步荃

010_0239_a_13L說法寧作野干鳴入定端如獅子眠如來
常右

010_0239_a_14L脇而臥 [48] 子亦右脇而睡
及覺非右脇則每恨不已


010_0239_a_15L唯有向上一着子千聖相承終不傳

010_0239_a_16L如今吾徒若爲可行欲其方解欲圓

010_0239_a_17L道不自弘人能弘也須承當趂靑年

010_0239_a_18L金河顧命二千載祖燈光焰幸相聯

010_0239_a_19L斯道興替在後昆中夜思之如臨淵

010_0239_a_20L修身進德夕惕若庶幾無玷先祖筵

010_0239_a_21L人天撈摝苦海中載得七寶白牛輧

010_0239_a_22L手中借來魯陽戈一揮能使佛日延

010_0239_a_23L魔强法弱非今日秉志當如鐵石堅

010_0239_a_24L眞金入火光更粹古錦添花色轉鮮

010_0239_b_01L縱未八難超十地           팔난92)에선 십지93)에 뛰어오르지 못하지만
可得一生學五天           일생에 오천94)을 배울 수는 있으리라
成功終能載傳燈           성공하면 마침내 전등록傳燈錄에 실리게 되리니
較來孰與畫凌烟           능연각凌烟閣95)에 그려지는 일보다도 나으리라
致力金文撰疏記           불경에 소기를 짓는 일에 힘을 다하고
不學楊雄事草玄           양웅의 『태현경太玄經』96)을 배우지 말아야지
每嫌古來貴達者           옛날부터 귀하고 현달한 사람을 꺼리는 것은
或入詩魔或酒顚           어떤 이는 시에 빠지고 어떤 이는 술에 미쳤기 때문이지
聖賢門戶遠抛棄           성현의 문호를 멀리 버리고
放達自高任淸便           멋대로 통달하여 청정하고 고고한 체를 하는구나
紛紛餘字爭慕效           어지럽게 나머지 다른 일들도 흉내 내고
肩隨下風樂周旋           비속한 풍속 따라 이리저리 다니길 좋아하네
山王不入五君咏           산도山濤와 왕융王戎이 오군영에서 빠진 것은97)
盖爲功名之所牽           모두가 공명에 끌렸기 때문이라네
其失一也何所取           잘못된 일이라면 어찌 한 가지라도 취할 것인가
比如避火而投川           불을 피해 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일이라네
唐家李杜亦奇才           당나라 때 두보와 이태백 또한 놀라운 재주로
錦心繡口徒娟娟           비단 같은 마음을 수놓듯이 아름답게 읊었었지
異哉香山白居士           기이하구나 향산의 거사 백낙천白樂天은
能向塵世獨蛻蟬           속세에서도 유독 허물을 벗을 수 있었으니
滿師言下透玄關           여만如滿 대사 설법 끝에 현관을 통하여
一身長齋繡佛前           한 몸 오래도록 재계하며 부처님 앞을 수놓았네98)
四海文章蘇長公           사해에 문장으로 이름을 떨친 소동파도
曾過金山亦出纏           금산99)을 지나다가 집착을 벗어 버리고
玉帶解來鎭山門           옥대를 벗고서 산문에 들어와
衲衣換着禮金仙           가사를 갈아입고 부처님께 예를 올렸네
同時山谷是何人           같은 시대 황산곡黃山谷은 어떤 사람이었나
何肉無累唯道硏           어느 고기인들 더럽지 않겠냐며 도만 닦았으니
是皆曩劫栽培來           이 모두는 오랜 겁 동안을 길러온 소양으로
一機覷破佛堦躔           일단 부처님 뜰 앞에 나오자 이치를 터득한 것이라
一片靈光本圓成           영광전靈光殿100)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니
倘有前功不唐捐           전세에 세운 공덕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
佛囑王臣作外護           부처님께서 왕신에게 부촉하여 밖에서 호위하게
하셨으니斯言著在蓮花篇           이 말이 연화편에 실려 있다네
所以孤虛莫我若           외롭고 허무한 세월 나만 한 사람이 없었지만
往往扶持有諸賢           가끔 도와주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네
西來一曲知音誰           서쪽에서 전래된 노래를 아는 자 누구인가
無手禪翁弄無絃           손 없는 스님이 줄 없는 거문고를 타네
逢人每道不如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번번이 불여귀101)를 말하니
却疑前身是杜鵑           혹시 전생에 두견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럽구나
處世寧如狐假虎           세상을 살면서 어찌 호가호위狐假虎威102)하겠나
變化須同雀生鱣           변화란 모름지기 참새가 전鱣을 낳는 것103) 같아야
하네寧以此手握火聚           어찌 이 손으로 불을 모을 수 있겠나
平生不書子公箋           평생 동안 자공의 전문箋文104)은 쓰지 않았네
靑山無數着身寬           무수한 세월을 청산 속에 몸을 두고 살았으니
萬事從來無拘攣           어떤 일에도 얽매일 것이 없었다네
睡起把鉏除徑草           자고 일어나면 호미 들고 길가의 풀을 매고
客去刳竹引岩泉           손님이 가고 나면 대를 쪼개어 샘물을 끌어오네

010_0239_b_01L縱未八難超十地可得一生學五天

010_0239_b_02L成功終能載傳燈較來孰與畫凌烟

010_0239_b_03L致力金文撰疏記不學楊雄事草玄

010_0239_b_04L每嫌古來貴達者或入詩魔或酒顚

010_0239_b_05L聖賢門戶遠抛棄放達自高任淸便

010_0239_b_06L紛紛餘字爭慕效肩隨下風樂周旋

010_0239_b_07L山王不入五君咏盖爲功名之所牽

010_0239_b_08L其失一也何所取比如避火而投川

010_0239_b_09L唐家李杜亦奇才錦心繡口徒娟娟

010_0239_b_10L異哉香山白居士能向塵世獨蛻蟬

010_0239_b_11L滿師言下透玄關一身長齋繡佛前

010_0239_b_12L四海文章蘇長公曾過金山亦出纏

010_0239_b_13L玉帶解來鎭山門衲衣換着禮金仙

010_0239_b_14L同時山谷是何人何肉無累唯道硏

010_0239_b_15L是皆曩劫栽培來一機覷破佛堦躔

010_0239_b_16L一片靈光本圓成倘有前功不唐捐

010_0239_b_17L佛囑王臣作外護斯言著在蓮花篇

010_0239_b_18L所以孤虛莫我若往往扶持有諸賢

010_0239_b_19L西來一曲知音誰無手禪翁弄無絃

010_0239_b_20L逢人每道不如歸却疑前身是杜鵑

010_0239_b_21L處世寧如狐假虎變化須同雀生鱣

010_0239_b_22L寧以此手握火聚平生不書子公箋

010_0239_b_23L靑山無數着身寬萬事從來無拘攣

010_0239_b_24L睡起把鉏除徑草客去刳竹引岩泉

010_0239_c_01L江山肯將三公換           이같이 좋은 강산 어찌 삼공 벼슬과 바꿀까
風月唯於一壑專           이 골짜기엔 오직 맑은 바람과 밝은 달만 있다네
茫茫宇宙勞生事           망망한 세상에서 수고롭게 헤매며 살아가는 일
一則堪笑二堪憐           한편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 가련하기도 하네
波波役役送百年           파란 많고 힘든 일로 백 년 세월을 보내자니
叵耐其中罹罪愆           그 속에서 견디지 못하여서 죄악을 저지르고
마는구나生離死別又何多           살아서나 죽어서나 이별하는 일 어찌 이렇게 많은가
落日天涯眼欲穿           하늘 저 끝으로 저무는 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地無卓錐貧到骨           송곳 세울 땅 없이 가난이 뼈에 사무쳐
有時客來坐馬韉           손님이 찾아올 땐 말안장에 앉은 채 얘기를
나누었지兒號飢餓妻啼寒           아이들은 배고프다 아내는 춥다 난리를 하는데
抱膝長吁淚涓涓           무릎에 안고 한숨만 내쉬자니 눈물이 떨어지네
歸來歸來速歸來           돌아오라 돌아오라 어서 산으로 돌아오라
佛法淸凉最爲先           불법은 깨끗하고 맑음을 으뜸으로 여긴다네
安養海上極樂岸           바다 위 극락 언덕에서 편안하게 수양하면서
鎭日泛泛碧蓮船           해 저물도록 청련의 반야선을 띄우세
爲報時人須相信           사람들이여 내가 하는 이 말을 부디 믿어 주시게
我言叮寧直如絃           내 말은 분명히 곧은 줄과 같다네
내소사로부터 격포에 이르러 시를 읊다(自來蘇寺至格浦有吟)
移笻臨格浦             지팡이 짚고서 격포에 이르니
虛豁勝來蘇             텅 비고 트인 풍경 내소사보다 낫구나
設鎭紆長策             진鎭을 설치하여 멀리 계책을 세우고
行宮備不虞             행궁으로 예측 못할 변란에 대비했네
天將何處盡             하늘은 어디에 끝이 있을까
地到此中無             땅은 여기서 끝이 났다네
萬里西南海             만 리 먼 길 서남쪽 바다는
應知接楚吳             응당 초나라 오나라와 접하였으리105)
지지촌에 이르러(到知止村)
白衲山中僧             흰 가사를 입은 산속 스님이
丹楓江上路             단풍 붉은 강가를 걷고 있네
行行到西湖             걷고 걸어 서호에 이르니
木落砧聲暮             나뭇잎 지고 다듬잇돌 소리 들리는 저녁이로구나
검포에서 쓰다(題黔浦)
木落山骨瘦             낙엽 지고 나면 산은 앙상한 뼈만 남기고
潮退沙痕隆             조수가 물러가면 모래밭 불쑥 드러나네
漁舟弄江日             고기잡이배는 강 위의 해를 희롱하며
一葉浮軟紅             한 잎 낙엽처럼 붉게 떠 있네
순창현에서 비에 길이 막혀(滯雨淳昌縣)
昨夜春城雨             지난 밤 춘성에 내리던 비
今朝猶未休             오늘 아침에도 영 그칠 줄을 모르네
短笻滯行李             나그네 보따리 지팡이와 함께 멈추었으니
長日歎拘囚             갇혀 있는 사람들 긴긴 날을 탄식으로 보내네
室狹難伸脚             방이 좁아 다리를 펴기도 힘들고
門低每觸頭             문은 낮아 자꾸만 머리를 부딪치네

010_0239_c_01L江山肯將三公換風月唯於一壑專

010_0239_c_02L茫茫宇宙勞生事一則堪笑二堪憐

010_0239_c_03L波波役役送百年叵耐其中罹罪愆

010_0239_c_04L生離死別又何多落日天涯眼欲穿

010_0239_c_05L地無卓錐貧到骨有時客來坐馬韀

010_0239_c_06L兒號飢餓妻啼寒抱膝長吁淚涓涓

010_0239_c_07L歸來歸來速歸來佛法淸凉最爲先

010_0239_c_08L安養海上極樂岸鎭日泛泛碧蓮船

010_0239_c_09L爲報時人須相信我言叮寧直如絃

010_0239_c_10L自來蘇寺至格浦有吟

010_0239_c_11L
移笻臨格浦虛豁勝來蘇

010_0239_c_12L設鎭紆長策行宮備不虞

010_0239_c_13L天將何處盡地到此中無

010_0239_c_14L萬里西南海應知接楚吳

010_0239_c_15L到知止村

010_0239_c_16L
白衲山中僧丹楓江上路

010_0239_c_17L行行到西湖木落砧聲暮

010_0239_c_18L題黔浦

010_0239_c_19L
木落山骨瘦潮退沙痕隆

010_0239_c_20L漁舟弄江日一葉浮軟紅

010_0239_c_21L滯雨淳昌縣

010_0239_c_22L
昨夜春城雨今朝猶未休

010_0239_c_23L短笻滯行李長日歎拘囚

010_0239_c_24L室狹難伸脚門低每觸頭

010_0240_a_01L主人頻勸酒             주인은 자꾸 술을 권하며
斟酌客中愁             나그네의 시름을 주고받네
황산비106)전 【황산荒山 아래 혈천血川이 있는데, 지금도 있다고 한다.】(荒山碑殿 【荒山下有血川。 至今稱之。】)
斷碑載聖蹟             잘려 나간 비석에는 성왕의 자취가 실려 있고
斜日依荒山             기우는 해는 황산에 걸려 있네
戰勝阿卑拔             왜장 아비발107)과 싸워 이기고
功分李豆蘭             이두란108)과 공을 나누었네
古城春鷰返             옛 성에 봄 제비 돌아오고
驛路野花閑             역로에는 한가하게 들꽃이 피었지만
依舊川邊石             옛날이나 다름없이 개천가 바위는
斑斑染血殷             점점이 피로 얼룩져 있네
지리산의 빈 암자인 불일암에서 쓰다【작彴은 음이 작酌이며, 나무를 가로질러 놓아 물을 건너게 한 것이니, 지금의 외나무다리를 말한다. 암자의 좌우에 백학봉과 청학봉이 있다.】(題智異山佛日空庵 【彴音酌。 橫木渡水。 如今獨木橋也。 庵之左右。 有白鶴靑鶴峯。】)
渡來略彴廢庵在           외나무다리 건너오니 허물어진 암자가 있는데
楣角猶懸佛日名           처마 끝 현판에는 불일이란 이름만 남아 있네
客到山禽從戶出           나그네 찾아오니 산새는 문밖으로 날아오르고
雨過春草上階生           비 지난 다음이라 봄풀이 계단 위에 돋아나네
層流瀑落潜龍窟           층층으로 흐르는 폭포수 잠룡굴에 떨어지고
並峙峯如舞鶴形           나란히 솟은 봉우리 춤추는 학의 형상이라
欲問孤雲千古跡           고운109) 선생 옛 자취를 묻고 싶지만
何人爲我道分明           나를 위하여 분명히 말해 줄 이 누가 있겠나
여러 유생들이 불러 준 운을 따서 짓다(次諸生呼韵)
水雲蹤跡本無期           행각승110)의 종적이야 본래 기약도 없었으니
莫道相逢何太遲           서로 만나는 일 어째서 이리 더디냐 말하지 말라
却喜虛名還有用           헛되이 이름만 난 것도 도리어 쓸데가 있어서
引來佳客語移時           좋은 손님 끌어 모아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네
화개동에서 최 처사111)를 만나(花開洞逢崔處士)
忽漫還相別             갑자기 만났다가 금방 또 이별하며
江頭少時語             강 머리에서 잠깐 이야기를 하였네
客上釣魚磯             나그네 물가의 낚시터에 올라서니
風送一蘘雨             바람 불어와 살짝 비를 뿌리네
지양산에서 환월 사형을 만나(之羊山見喚月兄)
今日偸閑尋友于           오늘 한가한 틈을 타서 사형을 만나러 가는 길
不妨石路蹔崎嶇           돌길 좀 험하다고 거리낄 일 있겠나
花迎白髮應饒笑           꽃들은 이 노인을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 주고
鳥度靑山任自呼           새들도 푸른 산을 날며 마음대로 지저귀네
建刹君能成大業           절을 세운 그대는 큰 사업을 이룰 인물인데
輟經吾欲養殘𨈬       나는 경전도 덮어 버리고 늙은 몸이나 겨우 지탱하네浮生解后良非偶           뜬구름 같은 세상 우리의 만남이 우연은 아니리니
一首新詩末可無           새로 시 한 수를 짓지 않을 수가 있겠나
규 스님에게 주다(贈圭上人)

010_0240_a_01L主人頻勸酒斟酌客中愁

010_0240_a_02L荒山碑殿荒山下有血川
至今稱之

010_0240_a_03L
斷碑載聖蹟斜日依荒山

010_0240_a_04L戰勝阿卑拔功分李豆蘭

010_0240_a_05L古城春鷰返驛路野花閑

010_0240_a_06L依舊川邊石斑斑染血殷

010_0240_a_07L題智異山佛日空庵彴音酌橫木渡水
如今獨木橋也
010_0240_a_08L之左右有白
鶴靑鶴峯

010_0240_a_09L
渡來略彴廢庵在楣角猶懸佛日名

010_0240_a_10L客到山禽從戶出雨過春草上階生

010_0240_a_11L層流瀑落潜龍窟並峙峯如舞鶴形

010_0240_a_12L欲問孤雲千古跡何人爲我道分明

010_0240_a_13L次諸生呼韵

010_0240_a_14L
水雲蹤跡本無期莫道相逢何太遲

010_0240_a_15L却喜虛名還有用引來佳客語移時

010_0240_a_16L花開洞逢崔處士

010_0240_a_17L
忽漫還相別江頭少時語

010_0240_a_18L客上釣魚磯風送一蘘雨

010_0240_a_19L之羊山見喚月兄

010_0240_a_20L
今日偸閑尋友于不妨石路蹔崎嶇

010_0240_a_21L花迎白髮應饒笑鳥度靑山任自呼

010_0240_a_22L建刹君能成大業輟經吾欲養殘𨈬

010_0240_a_23L浮生解后良非偶一首新詩末可無

010_0240_a_24L贈圭上人

010_0240_b_01L老僧政似東家丘           늙은 스님은 꼭 동가구112)와도 같으니
學者何妨別處求           학인들은 어찌하여 다른 곳을 찾으려 드는가
失馬安知還得馬           말을 잃고서 어찌 다시 말을 얻을 것 장담하겠나
騎牛堪笑更尋牛           소를 타고 앉아서 도리어 소를 찾고 있으니 우습구나
九皐驤首雲程闊           머리 치켜들고 구름 속을 치달리니 길은 넓기도 하고
三穴藏身土窟幽           세 구멍에 감춘 몸 토굴은 깊기도 하여라
鳥擇探枝魚擇水           새는 나뭇가지를 가려서 앉고 고기도 물을 가려서 사는 법
南詢可以百城游           여기저기 알아보며 남녘의 여러 고을을 배우고 다니라
【위魏나라 병원陃原이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다가 손숭孫崧을 찾아가게 되었다. 손숭이 말하길 “그대의 마을에 사는 정 공鄭公도 공부를 많이 하여 박식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대가 그 사람을 놔두고 나를 찾아오다니, 정 공은 이른바 동쪽 집에 사는 구라는 사람이로구나.”라고 하였다. 이에 병원이 대답하길 “사람은 각자 자기 나름의 뜻이 있는 법입니다. 어떤 사람은 산 위에 올라가 옥돌을 줍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바닷속에 들어가 진주를 줍기도 하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고 하여 어떻게 바다가 깊다는 것을 모른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정 공을 보고 동쪽 집에 사는 구라는 사람이라고 하신다면, 저더러는 서쪽 집에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손숭이 이 말을 듣고 사과를 하였다.(魏陃原游學。 詣孫崧。 崧曰。 君鄕鄭公。 愽聞多識。 君捨之來此。 鄭所謂東家丘。 原曰。 人各有志。 感登山採玉。 或入海求珠。 豈可謂登山者。 不知海之深乎。 先生以鄭爲東家丘。 亦以僕爲西家愚。 崧謝之。)】
서울 사는 신 생원이 해남에 귀양 와 있기에 그에게 올린다 【어렸을 때 화순和順 관아에서 교유가 있었다.】(寄呈京居辛生員謫居海南 【兒時。 同游和順衙。】)
[1]
先大夫臨和邑日           선친께서 화순읍 수령이었을 때에
冊房隨從讀書筵           책방에서 글을 읽으며 함께 자랐었지
人分地隔一千里           서로 헤어져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으니
鴈斷魚沈四十年           소식이 끊긴 지113)도 어언 사십 년이 되었네
不致靑雲君底事           청운의 뜻을 못 이루다니 그대 어찌 된 일인가
任歸白衲我前緣           내가 가사 입고 스님 된 것은 전생의 인연이라네
投荒豈是書生聀           거친 땅에 귀양살이 오는 일이 어디 서생이 할 일이랴
歎息孤蹤臥瘴烟           그대 외로이 답답한 곳에 누운 것이 안타깝구나

[2]
烏城舘裏共游嬉           오성烏城 관아에서 함께 교유하였는데
一隔音容歲幾移           한번 헤어진 다음 얼마나 세월이 흘렀을까
昔日兒童今老大           옛날 그 어린아이 지금은 다 늙어 버렸으니
縱然相對豈能知           설사 만난다 한들 서로 알아볼 수나 있을까

[3]
何事明時作逐臣           이 태평성대에 대체 무슨 일로 쫓기는 신하가 되었나
蕭然襆被到南濱           두건을 뒤집어쓰고 쓸쓸히 남쪽 바다까지 왔단 말인가
蠻江毒霧雖難犯           강을 덮은 짙은 안개는 이겨 내기 어렵겠지만
飽看名山荷聖恩           명산을 실컷 구경하는 것도 성은이라 생각하게나
또 ‘구’ 자 운으로 시를 지어 대희 스님에게 주다(又吟丘字贈大稀上人)
[1]
騰騰任運老比丘           기세등등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늙은 비구는
成佛生天摠不求           성불도 극락왕생도 구하지 않는다네
西笁仙經輸白馬           서축에서 신선의 경전을 흰 말에 실어 왔고114)
東關夫子駕靑牛           동관의 노자는 푸른 소를 탔었지115)
三生有路來時好           삼생의 인연 길은 올 때에 좋았으나
萬境隨心轉處幽           만경은 마음 따라갈수록 깊어지네
記得南華曾解道           『남화경南華經』을 읽고 도를 깨친 일 기억하는가
大鵬斥鷃本同游           붕새와 뱁새가 본래는 함께 노는 것이라네116)

[2]
數折淸溪一宛丘           몇 굽이 맑은 시내에 언덕바지 하나
生涯自足更何求           먹고살기 족하니 더 이상 무엇을 구할까
須知得兎因忘罤           토끼를 잡았으면 그물은 잊어야 하고
也信行車在打牛           수레가 나가려면 소를 때려야 하네
白首講經誇容健           백발이라도 경전을 외우며 건강한 몸을 자랑하고
靑山結屋任情幽           푸른 산에 집을 지어 놓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산다네
同床賴有稀禪子           대희 선자와 한 책상에 함께 앉으니
詑與此丘期共游           이 언덕에서 함께 노니는 일 자랑스럽네
【완구宛丘는 사방이 높고

010_0240_b_01L
老僧政似東家丘學者何妨別處求

010_0240_b_02L失馬安知還得馬騎牛堪笑更尋牛

010_0240_b_03L九皐驤首雲程闊三穴藏身土窟幽

010_0240_b_04L鳥擇探枝魚擇水南詢可以百城游魏陃
原游

010_0240_b_05L詣孫崧崧曰君鄕鄭公愽聞多識君捨之來此
鄭所謂東家丘原曰人各有志感登山採玉或入

010_0240_b_06L海求珠豈可謂登山者不知海之深乎
生以鄭爲東家丘亦以僕爲西家愚崧謝之

010_0240_b_07L寄呈京居辛生員謫居海南兒時同游
和順衙

010_0240_b_08L
先大夫臨和邑日冊房隨從讀書筵

010_0240_b_09L人分地隔一千里鴈斷魚沈四十年

010_0240_b_10L不致靑雲君底事任歸白衲我前緣

010_0240_b_11L投荒豈是書生聀歎息孤蹤臥瘴烟(一)

010_0240_b_12L烏城舘裏共游嬉一隔音容歲幾移

010_0240_b_13L昔日兒童今老大縱然相對豈能知(二)

010_0240_b_14L何事明時作逐臣蕭然襆被到南濱

010_0240_b_15L蠻江毒霧雖難犯飽看名山荷聖恩(三)

010_0240_b_16L又吟丘字贈大稀上人

010_0240_b_17L
騰騰任運老比丘成佛生天摠不求

010_0240_b_18L西笁仙經輸白馬東關夫子駕靑牛

010_0240_b_19L三生有路來時好萬境隨心轉處幽

010_0240_b_20L記得南華曾解道大鵬斥鷃本同游(一)

010_0240_b_21L數折淸溪一宛丘生涯自足更何求

010_0240_b_22L須知得兎因忘罤也信行車在打牛

010_0240_b_23L白首講經誇容健靑山結屋任情幽

010_0240_b_24L同床賴有稀禪子詑與此丘期共游宛丘
四方

010_0240_c_01L중앙이 낮은 언덕이다.(宛丘四方高。 中央低。)】

[3]
大明日月在靑丘           명나라 땅에 빛나던 일월은 지금 우리나라117)에 있으니
禮失須於海外求           예禮가 사라지면 중국 바다 밖에서 찾아야 하리118)
宦者終持爲馬鹿           환관은 끝끝내 말을 사슴이라 우겼고119)
將運難得破燕牛           장수는 연나라를 무찔렀던 그런 소를 얻기 어려웠네120)
忍看皇帝避鋒蜀           황제가 촉蜀 땅으로 피신했던 일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으니121)
不憤單于定鼎幽           선우가 유주幽州 땅을 차지한 것이 분하지도 않단 말인가122)
天地卽今憂帝醉           오늘날 온 세상 사람들 상제가 취했다고 근심하고 있으니
中原何處賦眞游           중원 땅 어느 곳에서 선계의 놀음을 시로 읊을까
【불분不憤은 ‘매우 분하다’라는 뜻이다. ◯ 진秦 목공穆公이 꿈속에 하늘에 올라갔더니, 상제上帝가 술에 매우 취하여 금색으로 쓴 책명策命의 문서를 주면서 말하길 “너에게 순수鶉首 123)의 땅을 주노라.”라고 하였다. 순수라는 것은 중원을 비유하여 한 말이었다. 다시 말하면 중원을 선우單于에게 준 것은 상제가 술에 취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不憤。 甚憤也。 ◯ 秦穆公夢升天上。 上帝大醉。 授金策曰。 與汝鶉首之地。 以喩中原。 付與單于。 亦帝醉也。)】
신 생원이 방면되어 오성에 왔다는 말을 듣고, 가 보고서 글을 지어 올리다(聞辛生員蒙放到烏城徃見有呈)
曉闕金鷄唱             새벽녘 궁중에서는 사면을 알리는 금계124)가 울었으니
炎荒逐臣聞             먼 땅에 쫓겨 와 있던 신하가 그 소리 먼저 들었네
人歸江北路             강의 북쪽 한양 길로 사람이 돌아가니
衣濕海南雲             바다 남쪽 구름에 옷이 다 젖는구나
久別焉知我             이별한 지 오래이니 어찌 나를 알아볼까
相逢錯認君             서로 만났어도 그대를 알아보지 못하였네
休言徃時事             지나간 일일랑은 말하지 마시라
徒自涕沄沄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흐른다네
九日烏城酒             구월 구일에 오성에서 마신 술
陶然醉逐臣             쫓겨 온 신하를 은근히 취하게 하였었네
黃花莫相笑             국화야 너도 비웃지 말아라
元是獨醒人             원래 이 사람은 홀로 깨어 있는 사람125)이란다
계사년 섣달 그믐날 밤에 동리산에서(癸巳除夜在桐裡山)
底處非吾土             어느 곳인들 내 땅 아닌 곳이 있으랴
今宵又此山             오늘 밤 이 산도 또한 그러하다네
息緣寧似蝟             세상 인연을 끊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리니
守夜暫同鱞             홀로 밤을 지키는 홀아비 신세와도 같다네
湯餠徒添齒             떡국 한 그릇에 부질없이 나이만 더해 가고
梅花欲動顔             매화는 얼굴을 내밀려고 하는구나
題詩餞舊歲             시를 지어 묵은해를 보내려니
頻把燭花刪             자꾸자꾸 촛대를 잡고 심지를 깎게 되네
오성 임 처사의 외소재에 부치다(題烏城林處士畏昭齋)
[1]
槿籬莎逕趂溪斜           무궁화 울타리 오솔길 따라 시내 옆을 지나니
中有孤山處士家           그 가운데 고산 처사의 집이 있다네
花向雨前移舊朶           비 내리기 전에 꽃나무는 옮겨 심었고
薪從霜後拾枯査           서리 내린 뒤에 마른 가지를 주워 땔나무를 하였네
持粱囓肉情非望           기름진 밥과 고기를 먹는 일은 바라지 않으니
問舍求田計不差           집 짓고 밭 가는 생활이야 문제가 없겠지
壁上分明畏昭字           벽면에 분명하게 쓴 외소라는 글씨는
典刑留與子孫多           자손들에게 법이 될 말을 남긴 것이로구나

[2]

010_0240_c_01L
央低
(二)

010_0240_c_02L大明日月在靑丘禮失須於海外求

010_0240_c_03L宦者終持爲馬鹿將運 [49] 難得破燕牛

010_0240_c_04L忍看皇帝避鋒蜀不憤單于定鼎幽

010_0240_c_05L天地卽今憂帝醉中原何處賦眞游不憤
甚憤

010_0240_c_06L◆秦穆公夢升天上上帝大醉授金策曰
汝鶉首之地以喩中原付與單于亦帝醉也
(三)

010_0240_c_07L聞辛生員蒙放到烏城徃見有呈

010_0240_c_08L
曉闕金鷄唱炎荒逐臣聞

010_0240_c_09L人歸江北路衣濕海南雲

010_0240_c_10L久別焉知我相逢錯認君

010_0240_c_11L休言徃時事徒自涕沄沄

010_0240_c_12L九日烏城酒陶然醉逐臣

010_0240_c_13L黃花莫相笑元是獨醒人

010_0240_c_14L癸巳除夜在桐裡山

010_0240_c_15L
底處非吾土今宵又此山

010_0240_c_16L息緣寧似蝟守夜暫同鱞

010_0240_c_17L湯餠徒添齒梅花欲動顔

010_0240_c_18L題詩餞舊歲頻把燭花刪

010_0240_c_19L題烏城林處士畏昭齋

010_0240_c_20L
槿籬莎逕趂溪斜中有孤山處士家

010_0240_c_21L花向雨前移舊朶薪從霜後拾枯査

010_0240_c_22L持粱囓肉情非望問舍求田計不差

010_0240_c_23L壁上分明畏昭字典刑留與子孫多(一)

010_0241_a_01L君家先子畏昭昭           그대 선친께서는 밝고 삼가는 마음을 가졌으니
平日寧爲外物搖           평소 어찌 바깥 물질에 흔들리는 일이 있었겠나
漢水丈人甘抱瓦           한수의 그 어른은 기꺼이 물동이를 안고 다녔으며126)
箕山處士厭鳴瓢           기산에 살던 처사는 표주박 울리는 소리도 싫어했네127)
心中白日長相照           마음속 밝은 해가 오래도록 비추니
頭上靑天本不遼           머리 위 푸른 하늘 먼 것이 아니라네
更有賢孫能肯搆           더구나 어진 자손들 선조의 업을 이어받아
數間茅棟穩漁樵           두어 칸 초가집에서 나무하고 물고기 잡으며 살고 있다네
【임 공林公의 할아버지가 〈소소가昭昭歌〉를 지어 벽에 붙여 놓았었다. “한낮에는 햇볕이 밝고, 밤이면 많은 별들이 빛난다. 소인들은 밝은 곳에서도 남을 속이고, 군자는 밝은 곳에서 오히려 삼가네.” 지금 이 노래를 따서 재齋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林公之王父。 作昭昭歌。 付壁上曰。 白日晝昭昭。 衆星夜昭昭。 小人欺昭昭。 君子畏昭昭。 今者摘此名齋也。)】
사집에게 보내는 시128) 【지난 신묘년 여름에 창평昌平관가에서 시문집을 빌려 갔었다. 여러 번 돌려줄 것을 청했으나 돌려주지 않더니, 금년 갑오 여름에 비로소 보내왔다.】(贈私集 【去辛卯夏。 昌平官家借去。 屢請推尋。 不還。 今甲午夏。 始送。】)
平生肝膽摠輸君           내 한평생의 속마음을 너에게 모두 실어 놓았는데
一入公門幾日分           공문에 들어간 후 몇 날이나 헤어졌던가
半篇短句猶不記           짧은 시 반 편도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었고
剩膏殘腹亦難聞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도 듣기가 어려웠네
却忘與我甘蔬笋           나와 함께 채소와 죽순을 즐겨 먹던 시절을 잊고
嬴得從他染血葷           그들 따라 비린내 나고 향내 나는 음식에 젖었겠구나
何幸今日還舊主           그래도 오늘 옛 주인에게 되돌아오니 얼마나 다행인지
前吟後作合成羣           전에 지었던 글들 후에 지은 글들과 짝이 되겠네
사집이 화답하다(私集答)
向來離別亦由君           지난번의 이별도 그대 때문이었지만
秪爲世情渾未分           인간의 정으로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네
每占一句逢人說           한 구절 골라내어 사람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고
或把全篇詑客聞           혹 모든 시들을 손님에게 자랑하기도 하였네
千首政知成淡泊           천 수의 시 담박한 맛에 젖어 있었으니
三年叵耐接腥葷           삼 년 동안 그 비린내 견디기 어려웠네
從今直入深山隱           이제 곧바로 깊은 산속에 들어가 숨을 것이니
莫遣閑名累我羣           부질없는 이름으로 우리를 더럽히지 말아다오
혜철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 【공생空生 스님이 바위 위에서 참선을 하니, 제석帝釋이 꽃비를 내려 찬양하였다.】(次慧徹庵韵 【空生岩中燕坐。 帝釋雨花讃嘆。】)
到處溪山似故園           가는 곳마다 시내며 산이며 다 고향 같으니
禪家元不主賓分           선가에선 본래 주객을 분별하지 않는다네
秋圃晩瓜老鴉啄           가을 채마밭에는 까마귀가 늙은 호박을 쪼아 대고
夕陽喬木亂蟬聞           석양 무렵 높다란 나무에는 매미 소리 어지럽네
尋眞去處携黃鶴           신선을 찾아갈 땐 황학과 함께하고
講法休時臥白雲           법어를 강하다 잠시 쉴 땐 흰 구름에 누웠네
燕坐空生多伎倆           참선하던 수보리 재주도 많으시지
煩他天帝散花紛           제석천은 귀찮지도 않은지 꽃가루를 흩뿌려 주네
화개동에서 김복현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花開洞次金上舍 【福鉉】 韵)
[1]
孤雲與一蠹             고운129)과 일두130)
曾住此江皐             일찍이 이 강 언덕에 살았었다지
人歸如水逝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쉽게 돌아가 버리지만
名在並山高             이름은 남아서 산처럼 높이 솟아 있구나
逖矣吾生晩             오랜 시간 흘러 뒤늦게 태어난 이 몸은
悠然梦想勞             아득히 꿈속처럼 그리움이 사무치네

010_0241_a_01L君家先子畏昭昭平日寧爲外物搖

010_0241_a_02L漢水丈人甘抱瓦箕山處士厭鳴瓢

010_0241_a_03L心中白日長相照頭上靑天本不遼

010_0241_a_04L更有賢孫能肯搆數間茅棟穩漁樵林公
之王

010_0241_a_05L作昭昭歌付壁上曰白日晝昭昭衆星夜昭
小人欺昭昭君子畏昭昭今者摘此名齋也
(二)

010_0241_a_06L贈私集去辛卯夏昌平官家借去
請推尋不還今甲午夏始送

010_0241_a_07L
平生肝膽摠輸君一入公門幾日分

010_0241_a_08L半篇短句猶不記剩膏殘腹亦難聞

010_0241_a_09L却忘與我甘蔬笋嬴得從他染血葷

010_0241_a_10L何幸今日還舊主前吟後作合成羣

010_0241_a_11L私集答

010_0241_a_12L
向來離別亦由君秪爲世情渾未分

010_0241_a_13L每占一句逢人說或把全篇詑客聞

010_0241_a_14L千首政知成淡泊三年叵耐接腥葷

010_0241_a_15L從今直入深山隱莫遣閑名累我羣

010_0241_a_16L次慧徹庵韵空生岩中燕坐
帝釋雨花讃嘆

010_0241_a_17L
到處溪山似故園禪家元不主賓分

010_0241_a_18L秋圃晩瓜老鴉啄夕陽喬木亂蟬聞

010_0241_a_19L尋眞去處携黃鶴講法休時臥白雲

010_0241_a_20L燕坐空生多伎倆煩他天帝散花紛

010_0241_a_21L花開洞次金上舍福鉉

010_0241_a_22L
孤雲與一蠹曾住此江皐

010_0241_a_23L人歸如水逝名在並山高

010_0241_a_24L逖矣吾生晩悠然梦想勞

010_0241_b_01L近聞新靖節             요사이 정절131)로 이름난 새 사람 이름을 들었는데
人同姓不陶             사람은 도연명과 같지만 성은 도陶씨가 아니로구나

[2]
從古隱君子             예로부터 숨어 사는 군자는
幅巾老一皐             두건을 쓰고 시골 언덕에서 늙어 갔지
烟消鶴峯近             학봉 근처에는 안개가 걷히고
雨過蟾江高             섬강 높은 곳엔 비가 지나가네
採藥身何累             약초나 캐러 다니는 몸 얽매일 것 있겠냐만
草玄心自勞             『태현경太玄經』132)을 베끼느라 마음만 수고롭다
行藏俱是道             세상에 나가고 숨는 것이 모두 도를 닦는 일이니
願出事虞陶             나간다면 요순 같은 임금을 섬기면 좋겠네
상월 화상이 덕홍 스님의 장실에 써 준 시운을 삼가 차운하다(謹次霜月和尙贈德洪丈室韵)
吾道衰微甚海東           우리나라에 불가의 도가 더욱 미약해지니
中霄咄咄坐書空           한밤중에 끌끌 혀를 차며 허공에 글씨만 쓰네
法門荷擔誰龍象           법문의 책임을 어느 스님에게 지우려나
敎化差違似燕鴻           교화는 제비와 기러기처럼 서로 어긋나기만 하네
魯酒豈謀千日醉           약한 술133)로 어찌 천 일을 취할 수 있겠으며
孟津堪受九年洪           맹진에서 구 년 홍수를 견딜 수 있을까
相逢媿我平生事           서로 만나고 보니 평생 동안 한 일이 부끄러워라
學佛不成成老翁           불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그냥 늙기만 하였네
【두보杜甫의 시에 “감종천일취甘從千日醉”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주석에 “옛날 유현석劉玄石이란 사람이 술집에 가서 천일주千日酒134)를 사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술에 취하여 며칠 동안 누워 있었더니, 집에서는 죽은 줄 알고 장사를 지냈다. 술집에서 그 소문을 듣고 천 일 되는 날을 계산하여 그 집에 가서 말하고는 무덤을 파헤치니, 그때서야 깨어났다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杜詩。 世1)從千日醉。 註昔劉玄石。 從酒家。 飮千日酒歸家。 醉臥數日。 其家以爲死而葬之。 酒家聞之。 計千日。 徃告發塚。 方醒。)】
장 스님에게 주다(贈壯上人)
一寸光陰一寸金           한 치만큼의 시간이 한 치의 금만큼 귀하다는 말135)
古人垂誡意何深           옛사람이 경계하신 뜻 얼마나 깊은가
闍梨倘不開靑眼           스님136)조차 푸른 눈137)으로 보아 주지 않으니
老漢徒勞吐赤心           이 늙은이 부질없이 속마음을 토로하네
어부(漁父)
兩岸蘆花一葉舟           갈대꽃 우거진 양쪽 언덕 아래로 조각배 떠가고
風淸夜靜月如鉤           맑은 바람 고요한 밤에 갈고리 같은 그믐달 기우네
絲綸千尺抛深浪           길고 긴 낚싯줄을 깊은 물속으로 던져 넣고
釣得金鱗始便休           금빛 물고기 낚고서 그제야 처음으로 쉬는구나
묵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默庵)
[1]
寄來五字律             부쳐 온 오언율시는
穿破一溪雲             냇가의 구름 속을 뚫고 지나온 듯
雋永發三歎             준걸한 시풍에 세 번 감탄하였는데
摩挲勝百聞             내용을 읽어 보니 소문보다 훨씬 낫구나
冲天君似鶻             그대는 하늘을 솟아오르는 매와도 같은데
捉月我如猨             나는 달을 건지려는 어리석은 원숭이와 같구나
將玉亂蔬笋             그대 시에서는 나물 맛138)이 나지만
超然不作羣             월등히 무리를 능가하여 있구나

[2]
柱杖每行月             달밤이면 언제나 지팡이 짚고 나서니
袈裟半濕雲             가사는 반쯤이나 구름에 젖었네

010_0241_b_01L近聞新靖節人同姓不陶(一)

010_0241_b_02L從古隱君子幅巾老一皐

010_0241_b_03L烟消鶴峯近雨過蟾江高

010_0241_b_04L採藥身何累草玄心自勞

010_0241_b_05L行藏俱是道願出事虞陶(二)

010_0241_b_06L謹次霜月和尙贈德洪丈室韵

010_0241_b_07L
吾道衰微甚海東中霄咄咄坐書空

010_0241_b_08L法門荷擔誰龍象敎化差違似燕鴻

010_0241_b_09L魯酒豈謀千日醉孟津堪受九年洪

010_0241_b_10L相逢媿我平生事學佛不成成老翁杜詩
[50]

010_0241_b_11L千日醉註昔劉玄石從酒家飮千日酒歸家醉臥
數日其家以爲死而葬之酒家聞之計千日徃告

010_0241_b_12L發塚
方醒

010_0241_b_13L贈壯上人

010_0241_b_14L
一寸光陰一寸金古人垂誡意何深

010_0241_b_15L闍梨倘不開靑眼老漢徒勞吐赤心

010_0241_b_16L漁父

010_0241_b_17L
兩岸蘆花一葉舟風淸夜靜月如鉤

010_0241_b_18L絲綸千尺抛深浪釣得金鱗始便休

010_0241_b_19L次默庵

010_0241_b_20L
寄來五字律穿破一溪雲

010_0241_b_21L雋永發三歎摩挲勝百聞

010_0241_b_22L冲天君似鶻捉月我如猨

010_0241_b_23L將玉亂蔬笋超然不作羣(一)

010_0241_b_24L柱杖每行月袈裟半濕雲

010_0241_c_01L花陰當砌見             섬돌에 앉아 꽃 그림자를 보자면
溪響隔林聞             시냇물 소리 숲 밖에서 들려오네
佛法遺秦鹿             부처님 진리는 진나라 사슴처럼 버려지고139)
世情亡楚猿             세상인심은 초나라 원숭이처럼 무너졌구나140)
堪嗟吾黨子             어쩌나 우리 고장의 선비들이
盡入野狐羣             모두들 들여우 무리와 어울리다니 안타깝구나
침계루에서 삼가 삼연의 시운을 따서 짓다(【황정黃庭은 뜰 가운데이다. 산곡山谷의 시에 “커다란 홰나무가 뜰 가운데 그늘을 드리우고, 용은 거기에 연적 물을 뿌리고 지나가면, 검은 비가 사방에 쏟아지는구나.”라고 하였다.】)
枕溪樓謹次三淵韵 【黃庭。 中庭也。 山谷詩。 大槐陰黃庭。 龍舍硯水而去。 黑雨注四方。】
九講華嚴老且慵           아홉 번 강하던 『화엄경』도 이제 늙어 싫증이 나는데
名山招我許留蹤           이 좋은 산 나를 불러 이곳에 머물라고 허락하였네
黃庭晩到含花鳥           황정에는 늦은 저녁 꽃을 물고 돌아오는 새
黑雨朝噴聽法龍           법문을 들은 용은 아침이면 검은 비를 뿌려 준다네
樓得三淵詩擅勝           누각에는 시단에서 유명한 삼연의 시를 얻었고
山從六祖號爲宗           산 이름은 육조의 호를 따라 법종法宗이 되었네
此間欲借菟裘地           이참에 늘그막에 살 별장 자리141)를 만들어 두려고
數幅袈裟展幾峯           몇 폭 가사를 여러 봉우리에 활짝 펼쳤다네
【조계산曺溪山의 주인은 조숙량曺叔良이었기 때문에 조계산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육조六祖 대사가 이 산에 왔는데, 그때에는 진아선陳亞仙이 주인이었다. 육조 대사가 가사 한 벌을 펼 만한 땅을 청하자, 진아선이 바로 허락하였다. 그러자 육조 대사가 가사를 펼쳐 온 산을 뒤덮었다고 한다.(曺溪山爲曺叔良所主。 故號曺溪。 六祖至此山。 時屬陳亞仙。 祖請展一袈裟之地。 陳許之。 祖展袈裟徧山。)】
묵암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默庵)
[1]
黑女功天共逐尋           죽음과 삶을 함께 좇은들
何人躱避放寒林           누군들 차가운 숲142)에 버려지는 신세 피할 수 있나
升沈莫道三生業           들락날락 세상일을 삼생의 업이라 말하지 마시게
凡聖都由一寸心           범인과 성인 되는 길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네
煩惱欲除除未盡           번뇌야 제거하려 하여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것
法門願學學彌深           법문을 배우고 싶어도 배움의 길 갈수록 깊어지네
主翁每喚惺惺着           주인 늙은이는 항상 소리쳐 깨우쳐 주는구나
莫遣靈臺外物侵           마음을 외물에 더럽혀지도록 버려두지 말라고
【 『열반경』에 이런 말이 있다. 공덕천功德天이라고 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하였다. 또 흑암녀黑暗女라고 하는 여자도 있었는데, 그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하였다. 그것을 보고 흑녀가 말하길 “너희들은 모두들 참으로 어리석구나. 내가 공천功天과는 다르지만, 불법에서는 나와 그가 다르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저 사람은 좋아하고, 나는 싫어하느냐.”라고 하였다. 공천은 생生을 비유한 것이고, 흑녀는 사死를 비유한 말이다. ◯ 서역에는 사람의 시체를 차가운 숲에 버리는 풍속이 있다.(涅槃經云。 有一女。 名功德天。 所至人皆喜。 又有一女。 名黑暗女。 所至人皆憂怖。 黑女曰。 汝等皆愚。 吾殊功天。 在法家。 吾本相從不離。 汝何愛彼而惡吾。 功天喩生。 黑女喩死。 ◯ 西域放尸於寒林。)】

[2]
竹裡寒泉月下鳴           대숲을 흐르는 물소리 달빛 속에 울리니
獨憑禪几耳根淸           선방 책상에 기대고 앉아 귀를 맑게 씻어 보네
鳶飛魚躍天機動           솔개는 날고 물고기 뛰어오르듯143) 하늘의 조화를 따르고
水綠山靑祖意明           물도 푸르고 산도 푸르니 조사의 뜻이 분명해지네
至道無難皆可學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지
斯言有玷急須更           이 말에 혹여 잘못이 있다면 급히 고쳐야 하리라
嘿翁近日耽佳句           조용한 묵암 노인이 요사이 부쩍 시를 탐하니
或恐愁肝太瘦生           혹 너무 근심하여 몸이라도 마를까 걱정이라네
부록 원운( 附原1))
[1]
洗衲淸溪雨後尋           가사를 빨려고 비 온 뒤 맑은 시냇물 찾았다가
坐來終日對蒼林           종일토록 푸른 숲을 마주하고 앉았네
攻文豈合滛詩律           글을 잘 짓자고 어찌 음란한 시율에 맞출 것인가
硏法端冝做定心           법대로 알맞게 연마하여 마음을 정해야 하리라

010_0241_c_01L花陰當砌見溪響隔林聞

010_0241_c_02L佛法遺秦鹿世情亡楚猿

010_0241_c_03L堪嗟吾黨子盡入野狐羣(二)

010_0241_c_04L枕溪樓謹次三淵韵黃庭中庭也山谷
大槐陰黃庭
010_0241_c_05L舍硯水而去
黑雨注四方

010_0241_c_06L
九講華嚴老且慵名山招我許留蹤

010_0241_c_07L黃庭晩到含花鳥黑雨朝噴聽法龍

010_0241_c_08L樓得三淵詩擅勝山從六祖號爲宗

010_0241_c_09L此間欲借菟裘地數幅袈裟展幾峯曺溪
山爲

010_0241_c_10L曺叔良所主故號曺溪六祖至此山時屬陳亞
祖請展一袈裟之地陳許之祖展袈裟徧山

010_0241_c_11L次默庵

010_0241_c_12L
黑女功天共逐尋何人躱避放寒林

010_0241_c_13L升沈莫道三生業凡聖都由一寸心

010_0241_c_14L煩惱欲除除未盡法門願學學彌深

010_0241_c_15L主翁每喚惺惺着莫遣靈臺外物侵涅槃
經云

010_0241_c_16L有一女名功德天所至人皆喜又有一女名黑暗
所至人皆憂怖黑女曰汝等皆愚吾殊功

010_0241_c_17L在法家吾本相從不離汝何愛彼而惡吾
功天喩生黑女喩死 ◆西域放尸於寒林
(一)

010_0241_c_18L竹裡寒泉月下鳴獨憑禪几耳根淸

010_0241_c_19L鳶飛魚躍天機動水綠山靑祖意明

010_0241_c_20L至道無難皆可學斯言有玷急須更

010_0241_c_21L嘿翁近日耽佳句或恐愁肝太瘦生(二)

010_0241_c_22L附原 [51]

010_0241_c_23L
洗衲淸溪雨後尋坐來終日對蒼林

010_0241_c_24L攻文豈合滛 [52] 詩律硏法端冝做定心

010_0242_a_01L出世道芽仍病減           세상을 떠나 도를 닦으려던 마음은 병 때문에 약해지고
隨塵情海逐年深           티끌 세속을 따르는 정은 늙어 갈수록 깊어지네
問君何術山無逼           그대 무슨 술법이 있기에 산속에서 조급함 없이
免却枯藤二鼠侵           마른 등나무를 갉아 먹는 두 마리 쥐144)의 침입을 면했나

[2]
衰暮頹齡耳又鳴           늙고 쇠한 나이가 되니 귀까지 울리고
流光六十減神淸           육십 년 흐르는 세월에 맑은 정신도 흐려졌네
律儀因病成踈逸           계율은 병 때문에 소홀해지고 게을러졌으며
禪學多思未發明           선학도 생각만 많지 분명한 것은 없네
虗說脫空消百歲           헛된 말을 떠들며 부질없이 평생을 보냈고
耽眠昏黑過三更           잠자는 걸 좋아하여 어둠 속에 삼경을 보냈네
願將出得甁鵝藥           바라노니 부디 병 속의 아편을 꺼내다가
分施刀圭起死生           의술145)을 베풀어 죽을 사람을 살려 주시게
주자가 육상산 형제와 함께 아호재에 모여 지은 시운을 따서 삼가 짓다(謹次朱子與陸象山兄弟會鵝湖齋酬唱)
[1]
黙觀顯說兩皆欽           귀한 말씀 가만히 살펴보고 둘 다 흠모하니
畢竟同歸悟此心           끝내는 다 함께 이 마음을 깨우쳐 주었네
明月有輝涵野渡           밝은 달은 들판 나루터를 활짝 비추고
白雲無雨裹秋岑           흰 구름이 가을 봉우리를 싸고 있네
專崇口耳眞源喪           말하고 듣는 일만 숭상하면 참된 근원을 잃게 되고
不啓門庭敎道沉           문정146)을 열지 않으면 교는 잠기고 만다네
箇裡須知功久大           그 속에서 오래고 크나큰 공덕을 알아야 하나니
紫陽山色屹如今           자양산147) 산빛은 지금도 우뚝하다네
【밝은 달이란 구절은 주자를 말한 것이고, 흰 구름이란 구절은 육상산을 말한 것이다.(月用句謂朱。 雲體句謂陸。)】

[2]
三大先儒久仰欽           세 분 큰 학자를 오래도록 우러러 흠모하였으니
鵝湖酬唱各言心           아호148)에서 읊은 시로 각각 속마음을 말했네
晦翁事業深如海           회옹149)의 사업은 바다처럼 깊고
陸氏工夫靜似岑           육씨150)의 공부는 산처럼 고요하네
或恐支離近散亂           너무 지루하여 혹 마음이 흩어질까 두렵고
更疑夷簡易昏沉           지나치게 쉬워서 어둠에 빠질까 의심하였네
法門妨難從誰質           법문의 어려운 부분 누구에게 질문할까
却恨吾生隔古今           문득 내가 그들과 한 시대에 살지 않은 것이 한스럽네
부록 원운( 附原)
【첫 번째는 육자수陸子壽151)의 시이고, 두 번째는 육자정陸子靜의 시이고, 세 번째는 주자의 시이다.(初陸子壽。 二陸子靜。 三朱元晦。)】
[1]
孩提知敬長知欽           아이가 공경할 줄 알고 어른은 흠모할 줄 아는 일
古聖相傳只此心           옛 성현이 전하려 한 것이 오직 이 마음이리라
大抵有基方築室           터가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나니
不聞無址可成岑           터 없이도 큰 집을 짓는다는 말 듣지 못했네
留情傳註成榛塞           경전에 주석을 달려고 마음먹었지만 막혀 버렸고
着意精微轉陸沉           정미한 데에 둔 뜻은 그만 잠겨 버렸네152)
珍重友朋勤功琢           벗이여 진중하게 부지런히 공부에 힘쓰게
須知至樂在于今           지극한 즐거움은 현재에 있음을 알아야 하네

[2]
墟墓興哀宗庙欽           무덤에선 슬픔 복받치고 종묘에선 공경의 마음
斯人千古不磨心           이 마음 천고 세월이 지나도 닳아 없어지지 않으리
涓流積至滄溟海           한 방울의 물이 쌓여 푸른 바다가 되고
拳石崇成泰華岑           주먹만 한 돌이 쌓여 태산이 되었구나
夷簡工夫終久大           평범하고 쉬운 공부 오래 할 수 있지만
支離事業竟浮沈           지루하게 끌어온 사업은 끝내 실패하였네

010_0242_a_01L出世道芽仍病減隨塵情海逐年深

010_0242_a_02L問君何術山無逼免却枯藤二鼠侵

010_0242_a_03L衰暮頹齡耳又鳴流光六十減神淸

010_0242_a_04L律儀因病成踈逸禪學多思未發明

010_0242_a_05L虗說脫空消百歲耽眠昏黑過三更

010_0242_a_06L願將出得甁鵝藥分施刀圭起死生

010_0242_a_07L謹次朱子與陸象山兄弟會鵝湖齋
010_0242_a_08L酬唱

010_0242_a_09L
黙觀顯說兩皆欽畢竟同歸悟此心

010_0242_a_10L明月有輝涵野渡白雲無雨裹秋岑

010_0242_a_11L專崇口耳眞源喪不啓門庭敎道沉

010_0242_a_12L箇裡須知功久大紫陽山色屹如今月用
句謂

010_0242_a_13L雲體
句謂陸
(一)

010_0242_a_14L三大先儒久仰欽鵝湖酬唱各言心

010_0242_a_15L晦翁事業深如海陸氏工夫靜似岑

010_0242_a_16L或恐支離近散亂更疑夷簡易昏沉

010_0242_a_17L法門妨難從誰質却恨吾生隔古今(二)

010_0242_a_18L附原初陸子壽二陸子靜三朱元晦

010_0242_a_19L
孩提知敬長知欽古聖相傳只此心

010_0242_a_20L大抵有基方築室不聞無址可成岑

010_0242_a_21L留情傳註成榛塞着意精微轉陸沉

010_0242_a_22L珍重友朋勤功琢須知至樂在于今(一)

010_0242_a_23L墟墓興哀宗庙欽斯人千古不磨心

010_0242_a_24L涓流積至滄溟海拳石崇成泰華岑

010_0242_a_25L夷簡工夫終久大支離事業竟浮沈

010_0242_b_01L欲知自下升高處           아래로부터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이치를 알려거든
眞僞先須卞只今           지금이라도 참과 거짓을 먼저 분별해야 하리라

[3]
德義風流夙所欽           덕의와 풍류는 일찍부터 사모하던 터
別離三載更關心           이별하고 삼 년이 지나니 더욱 마음이 가는구나
偶扶藜杖出寒谷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서 깊은 계곡을 나와서
又枉藍輿度遠岑           가마153)를 타고 가까스로 봉우리를 지나네
舊學商量加邃密           옛 학문을 서로 의논하면 더욱 심오해지고
新知培養轉深沈           새로운 지식을 배양하니 더더욱 깊어지네
却愁說到無言處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곳에 얘기가 미치면
不信人間有古今           세상에 옛날과 오늘이 있다는 걸 믿지 못하겠네
〈어가오〉154)의 형식을 빌려 짓다(效漁家傲)
[1]
箬笠披雲靑嶂曉           대삿갓을 눌러 쓰고 봉우리 새벽 구름 속을 헤치며
綠簑雨細春江渺           아득한 봄 강변을 푸른 도롱이 가랑비에 적시며 가네
白鳥飛來風滿櫂           흰 새 날아오르고 돛대엔 바람 팽팽하며
收綸了               낚싯줄 거두자
牧童拍手傳淸嘯           목동은 손뼉 치며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를 전해 오네

[2]
明月大虛同一照           하늘의 밝은 달 한결같이 두루 비추고
全家泛濤忘昏曉           온 집안사람들 물 위에 떠서 시간 가는 줄 모르네
醉眼冷看城市閙           취한 눈으로 시끄러운 저잣거리를 바라보니
烟波老               연기 물결도 시들한데
誰能認得閑煩惱           이 한가한 번뇌를 누가 알아줄까
마음속 생각을 적다(紀懷)
[1]
行年五十六             내 나이 벌써 쉰여섯이나 되었지만
狂心猶未歇             미친 듯 날뛰는 마음 아직도 식지 않았네
鏡中演夜頭             한밤중 거울 속에 머리를 비춰 보니
星星半是雪             희끗희끗 반이나 눈이 덮였구나
學儒不成去             유학을 배우려다 이루지 못하고
入山圖成佛             산에 들어가 성불을 도모하였지
佛亦不能成             그러나 또 부처가 되지도 못한 채
空費千日月             부질없이 그 많은 날들을 허비하고 말았네
讀盡瞿曇經             부처님 경전을 다 읽고 나서도
鷓鴣弄春舌             봄날 자고새가 혓바닥을 놀리듯
欲參達摩禪             달마의 선정에 참여하고자 하여도
狗舐乾屎橛             개가 마른 똥막대기를 핥는 듯하구나
可笑平生事             우습구나 내 한평생 해 온 일들
無口與人說             입이 있어도 정말 할 말이 없구나
【경에 이르기를 “밤중에 거울을 비추어 보고 얼굴에 생김새가 제대로 갖추어 있음을 좋아하고, 자기 머리에 생김새가 볼품없는 것을 보면 싫어서 미쳐 날뛴다.”라고 하였다.(經云。 演夜愛鏡中頭具面目。 憎己頭無面目狂走。)】

[2]
擔閣因循五十年           오십 년을 그저 그냥 헛되이 살아왔으니
此生堪笑亦堪憐           이 내 생애 우습고도 또 가련하여라
天時晥晩黃花外           계절은 국화꽃 너머로 저물어 가고
世事崢嶸白髮前           세상일은 백발 앞에서 혹독하구나
徒自坐孤君父義           인륜과 천륜을 저버리고 부질없이 홀로 앉았으니
何曾梦見祖師禪           일찍이 꿈속에서 본 조사선은 무엇이었던가

010_0242_b_01L欲知自下升高處眞僞先須卞只今(二)

010_0242_b_02L德義風流夙所欽別離三載更關心

010_0242_b_03L偶扶藜杖出寒谷又枉藍輿度遠岑

010_0242_b_04L舊學商量加邃密新知培養轉深沈

010_0242_b_05L却愁說到無言處不信人間有古今(三)

010_0242_b_06L效漁家傲

010_0242_b_07L
箬笠披雲靑嶂曉綠簑雨細春江渺

010_0242_b_08L白鳥飛來風滿櫂收綸了牧童拍手傳

010_0242_b_09L淸嘯(一)

010_0242_b_10L
明月大虛同一照全家泛濤忘昏曉

010_0242_b_11L醉眼冷看城市閙烟波老誰能認得閑

010_0242_b_12L煩惱(二)

010_0242_b_13L紀懷

010_0242_b_14L
行年五十六狂心猶未歇

010_0242_b_15L鏡中演夜頭星星半是雪

010_0242_b_16L學儒不成去入山圖成佛

010_0242_b_17L佛亦不能成空費千日月

010_0242_b_18L讀盡瞿曇經鷓鴣弄春舌

010_0242_b_19L欲參達摩禪狗舐乾屎橛

010_0242_b_20L可笑平生事無口與人說經云演夜愛鏡中
頭具面目憎己

010_0242_b_21L頭無面
目狂走
(一)

010_0242_b_22L擔閣因循五十年此生堪笑亦堪憐

010_0242_b_23L天時晥晩黃花外世事崢嶸白髮前

010_0242_b_24L徒自坐孤君父義何曾梦見祖師禪

010_0242_c_01L於儒於佛俱蹉過           유학과 불교 공부에 다 실패하였으니
祗恐閻王索飯錢           염라대왕이 밥값을 내놓으라 할까 겁이 난다네
윤화순이 과거에 합격하였다는 말을 듣고 축하하며 【후산后山의 시에 “시를 배우는 것은 신선을 배우는 것과 같으니, 때가 이르면 저절로 환골탈태하리라.”155)라고 하였다. 방옹放翁의 시에 “비로소 금단이 뼈를 바꾸는 때로다.”라고 하였다.】(聞尹和順登第奉賀 【后山詩。 學詩如學仙。 時至骨自換。 放翁詩。 始是金丹換骨時。】)
[1]
金丹換骨步靑雲           금단의 약으로 뼈를 바꾸어 청운의 길을 걸으니
臚唱高名第幾人           아름다운 이름 많은 사람들 중에 몇 번째로 불리었나
惠澤留成烏縣雨           임금의 은혜는 오현에 기름진 비를 내리니
天花降賜鯉庭春           어사화가 부모님의 뜰156) 앞에 내려왔네
能治漢世稱循吏           한나라 때 순리157)처럼 고을을 잘 다스리고
補袞周廷作藎臣           주나라의 천자를 잘 보좌하듯 충신이 되시게
雅望遠聞千里外           자자한 명성 멀리 천 리 밖까지 들리지만
蒲團不覺動情塵           포단에서는 마음 움직이는 먼지조차 일지 않네
【여臚는 많다는 뜻이다. 창唱은 방榜에 붙은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臚。 衆也。 唱。 榜次次唱名也。)】

[2]
聲價飛騰翰墨場           선비들 모인 자리에서 그 명성이 자자했고
秋風桂苑任探香           가을바람 부는 과거장에서 마음껏 향기를 마셨네
題名已用黃金榜           황금방에 이미 이름을 걸었으니
錫命應盛白玉堂           백옥당158)에서 명을 내렸네
可但邦家爲柱石           어찌 나라의 주춧돌이 될 뿐이겠나
也知舘閣擅詞章           관각159)에서 문장으로 뜻을 펴리라
他年位滿功成後           훗날 높은 지위에 올라 성공한 뒤에도
須信耕漁別有鄕           밭 갈고 고기 잡던 고향이 있음을 기억해 주소
〈촉석루〉 시운을 따서 짓다(次矗石樓詩)
憶昔南夷犯海區           옛날 남쪽 오랑캐가 바다로 쳐들어 왔을 때
千羣戎馬擁城樓           수천의 군마가 성루를 에워쌌었지
七年爲亂天應厭           칠 년 동안 끌었던 전쟁은 하늘마저도 싫어했기에
三將投江水不流           세 장사160) 강에 몸 던지니 물조차 흐르지 않았네
落日轅門笳鼓咽           해 저물면 군문에 북소리 울리고
中宵劒氣斗牛浮           한밤중에도 칼 기운은 북두성 견우성까지 닿았네
登臨却喜昇平久           이제 누각에 올라 태평한 세월을 기뻐하니
滿地烟波似十洲           눈앞에 자옥한 안개 파도 신선 사는 곳161) 같구나
【최경회崔慶會와 김천일金千鎰 등이 강에 몸을 던졌을 때에 최 공崔公이 지은 시에 “촉석루 위 세 장사는, 한 잔 술을 마시고 웃으면서 강물을 가리켰지. 장강長江의 물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으니, 저 강물이 마르기 전에는 나의 혼도 죽지 않으리라.”라고 하였다.(崔慶會金千鎰等。 投江時。 崔公吟詩云。 矗石樓上三將士。 一盃笑指長江水。 長江之水流滔滔。 波不竭兮魂不死。)】
관북의 한 장로와 송별하며 【비원飛猿은 고개 이름이다.】(送關北閑長老 【飛猿。 嶺名。】)
南北人分處             사람이 남북으로 헤어지는 곳
乾坤歲暮時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절
曺溪來問法             조계산에 와서 법의 진리를 물었고
方丈去尋師             방장산으로 가서 스승을 찾았었네
此夜靑燈話             이 밤 푸른 등불 아래 이야기를 나누지만
明朝白雪辭             내일 아침이면 흰 눈 밟으며 이별하리라
飛猿何峻險             비원령飛猿嶺 고갯길은 또 얼마나 험할까
錫杖善爲之             석장을 잘 짚고 조심해 가시게나
사정 스님에게 준다(贈師正上人)

010_0242_c_01L於儒於佛俱蹉過祗恐閻王索飯錢(二)

010_0242_c_02L聞尹和順登第奉賀后山詩學詩如學
時至骨自換
010_0242_c_03L翁詩始是金
丹換骨時

010_0242_c_04L
金丹換骨步靑雲臚唱高名第幾人

010_0242_c_05L惠澤留成烏縣雨天花降賜鯉庭春

010_0242_c_06L能治漢世稱循吏補袞周廷作藎臣

010_0242_c_07L雅望遠聞千里外蒲團不覺動情塵


010_0242_c_08L榜次
次唱名也
(一)

010_0242_c_09L聲價飛騰翰墨場秋風桂苑任探香

010_0242_c_10L題名已用黃金榜錫命應盛白玉堂

010_0242_c_11L可但邦家爲柱石也知舘閣擅詞章

010_0242_c_12L他年位滿功成後須信耕漁別有鄕(二)

010_0242_c_13L次矗石樓詩

010_0242_c_14L
憶昔南夷犯海區千羣戎馬擁城樓

010_0242_c_15L七年爲亂天應厭三將投江水不流

010_0242_c_16L落日轅門笳鼓咽中宵劒氣斗牛浮

010_0242_c_17L登臨却喜昇平久滿地烟波似十洲崔慶
會金

010_0242_c_18L千鎰等投江時崔公吟詩云矗石樓上三將士
盃笑指長江水長江之水流滔滔波不竭兮魂不死

010_0242_c_19L送關北閑長老飛猿
嶺名

010_0242_c_20L
南北人分處乾坤歲暮時

010_0242_c_21L曺溪來問法方丈去尋師

010_0242_c_22L此夜靑燈話明朝白雪辭

010_0242_c_23L飛猿何峻險錫杖善爲之

010_0242_c_24L贈師正上人

010_0243_a_01L平生蹤跡水雲同           스님의 평생 발자취는 물 같고 구름 같아서
萬壑千峰付一笻           지팡이 하나 짚고서 온 세상 산골짝을 누볐지
可惜老僧無指示           애석하다 노스님 아무 지시도 해 주시지 않고
來時空手去時空           빈손으로 오셨듯 빈손으로 가셨구나
조익현 상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曺上舍益顯)
[1]
於鑠曺上舍             아름다워라 조 상사는
文章爲我師             나의 문장 스승이 되겠네
肝膓都是玉             마음속이 온통 옥구슬처럼 영롱하여
咳唾捴成詩             입에서 나오는 말 그대로 시가 되네
浪跡如輕葉             그대 가벼운 나뭇잎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니
離懷若亂絲             우리 이별의 회포 어지럽게 엉킨 실타래 같네
論文何日夕             어느 밤 또 다시 글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白首對君垂             내 백발을 그대에게 숙일 수 있으려나

[2]
自笑痴頑漢             내 스스로 어리석은 놈이라 자조하면서도
空門不讓師             불문에 들어와 스승 자리 사양하지 않았네
病多還近酒             병치레 많은 몸에 술까지 가까이하고
老去漸踈詩             늙어 가면서는 갈수록 시와 멀어졌었지
石澗爭噴玉             바위틈의 샘물은 다투어 옥구슬을 뿜어내고
崖雲細颺絲             벼랑 끝 구름은 가느다란 실타래를 날리네
工夫唯有睡             나는 공부만 하려면 졸음이 밀려와서
鎭日小簾垂             해가 지도록 작은 발을 드리우고 있다네
방장산 안국사162)에 부치다(題方丈山安國寺)
方丈烟霞舊有盟           옛날 방장산 노을 속에서 맹세했었지
此行聊可慰殘生           이번 걸음이 남은 생애 위로가 되자고
隔江踈磬來君子           강 건너 군자사君子寺에선 띄엄띄엄 풍경 소리
入戶淸香自太平           태평화太平花163) 맑은 향기 문틈으로 새어 드네
一鉢累空愁看客           발우가 자꾸 비니 객만 봐도 걱정이 되고
百年多病倦談經           평생 잦은 병치레에 경전 강의를 게을리했지
何妨法侶來還去           도반들이 오가는 일 무어 싫을 게 있겠나
猨鳥依然識我情           원숭이와 새는 그래도 나의 마음을 알리라
【군자君子는 절 이름이고, 태평太平은 꽃 이름이다.(君子。 寺名。 太平。 花名。)】
밀양의 진암 현판에 있는 시운을 따서 시를 지어 손사준ㆍ사익 진사 형제에게 드리다(密陽眞庵次玄板韵呈孫進士棣案 【思駿思翼】)
[1]
客裡那堪雨氣豪           객지에서 이렇게 큰비를 어떻게 견디나
仙居只尺亦難遭           그대 사는 땅 지척이라도 만나기는 어렵구나
暫依釋子留笻穩           잠시 스님께 의지하여 지팡이를 멈추었으니
多謝先生置屋牢           선생께서 거처할 집 마련해 준 것 감사하네
四面山容雲共暗           사방을 둘러싼 산은 구름 속에 침침하게 잠겼고
一江水勢岸同高           강물도 가득 불어나 언덕만큼이나 높아졌네
潛心不及韓公禱           한 공韓公의 기도164)만은 못해도 마음을 가라앉히면
天意終無念我曺           하늘도 언젠가는 우리 마음 헤아려 주지 않겠나
【서재書齋는 손 공이 마련해 준 것이다. 이것은 동생165)에게 주는 시이다.(書齋。 公之所置。 此呈卯君。)】

[2]

010_0243_a_01L
平生蹤跡水雲同萬壑千峰付一笻

010_0243_a_02L可惜老僧無指示來時空手去時空

010_0243_a_03L次曺上舍益顯

010_0243_a_04L
於鑠曺上舍文章爲我師

010_0243_a_05L肝膓都是玉咳唾捴成詩

010_0243_a_06L浪跡如輕葉離懷若亂絲

010_0243_a_07L論文何日夕白首對君垂(一)

010_0243_a_08L自笑痴頑漢空門不讓師

010_0243_a_09L病多還近酒老去漸踈詩

010_0243_a_10L石澗爭噴玉崖雲細颺絲

010_0243_a_11L工夫唯有睡鎭日小簾垂(二)

010_0243_a_12L題方丈山安國寺

010_0243_a_13L
方丈烟霞舊有盟此行聊可慰殘生

010_0243_a_14L隔江踈磬來君子入戶淸香自太平

010_0243_a_15L一鉢累空愁看客百年多病倦談經

010_0243_a_16L何妨法侶來還去猨鳥依然識我情君子
寺名

010_0243_a_17L太平
花名

010_0243_a_18L密陽眞庵次玄板韵呈孫進士棣案
010_0243_a_19L思駿思翼

010_0243_a_20L
客裡那堪雨氣豪仙居只尺亦難遭

010_0243_a_21L暫依釋子留笻穩多謝先生置屋牢

010_0243_a_22L四面山容雲共暗一江水勢岸同高

010_0243_a_23L潛心不及韓公禱天意終無念我曺書齋
公之

010_0243_a_24L所置
呈卯君
(一)

010_0243_b_01L聞道長公一世豪           듣자 하니 형님께선 일세의 호걸이라 하던데
此行却恨未相遭           이번에 만나 보지 못하여 참으로 안타깝네
仙庄只得瞻望苦           그대 사는 집을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자니
野雨無端關鎖牢           들판에 퍼붓는 빗줄기 끝없이 길을 막았지
燕石自呈光豈有           평범한 돌166)이 어찌 저절로 빛을 내겠나
陽春欲和曲彌高           그대 〈양춘곡陽春曲〉167)에 답하려 해도 곡조가 너무 높구나
斯文衣鉢應傳授           사문의 의발을 응당 전수할 때엔
不數能詩何水曺           하수조처럼 시에 능한 자도 끼지 못하리168)
【이 시는 형님에게 올린 것이다.(呈長公)】
부록 차운(附次)
[1]
逈出叢林亦一豪           총림에서 우뚝 뛰어난 호걸을
地分湖嶺不相遭           호남과 영남으로 떨어져 있어 만나 보지 못했네
岩齋忽報投笻遠           절에서 지팡이 멈추셨다는 소식 멀리서 들었고
蓮社曾聞竪拂牢           연사에 깃발을 세웠다는 소문도 들었네
不分中秋天雨下           추석인지도 모르는지 하늘에선 장대비를 내리니
未叅今夕法筵高           오늘 저녁 훌륭한 법연에 참여하지 못하겠네
儒冠白首成何事           선비랍시고 갓 쓴 노인네 무어 이룬 일이 있어야지
甁錫雲林愧爾曺           숲속에서 몸과 마음을 닦는 그대들에게 부끄럽구나

[2]
禪敎中興有此豪           선교가 중흥된 것 이 사람이 있어서였지
聞名十載幸相遭           이름만 들어 온 지 십 년에 마침 만나게 되었네
岩亭一面心猶醉           바위 위 정자 한편에서 마음만 괜히 취해서
院路重逢約更牢           돌아오는 길엔 다시 만나자 굳게 약속하였네
方外神交如水淡           방외의 신묘한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여
客中佳節屬秋高           객지에서 좋은 시절 가을을 맞이하였네
龍師虎老皆曾識           용호 대덕들과 모두 일찍 알고 지냈지만
吾輩夤緣又爾曺           우리들의 인연 또 그대와 맺어졌구나
동래의 수령 유 공이 지은 〈왜관倭舘에 머물고 있는 일본 승려를 만나기를 청하다〉라는 시의 운을 삼가 차운하다(謹次東萊伯柳公請見倭舘僧)
錫杖乘秋海上行           가을바람 타고 석장 짚고 바다를 건너와
袈裟夜宿古荒城           가사 입은 스님 황폐한 옛 성에서 잠을 자네
雄州巨鎭關防重           큰 고을 큰 성곽은 국경 단속이 엄중한 곳이라
都護明公政令淸           도호부의 수령은 맑은 정사를 펼쳤구나
萬里南溟沾聖化           만 리 남쪽 바다까지 왕의 교화로 적시어
千年東國息蠻腥           천년 역사 동국에 전쟁의 피비린내 그쳤네
今來安得入關去           지금 어떻게 하면 왜관에 들어가서
暫與倭僧講梵經           왜승에게 잠시 불경을 강론해 줄까
부록 차운(附次)
秋風飛錫出山行           가을바람에 석장을 날리며 산을 내려와
選勝東窮枕海城           동국 명승을 찾아와 바닷가 성에서 잠을 잤네
寶筏濟生知道大           보배 뗏목으로 중생을 건져 주니 도의 성대함을 알겠고
殘茶留客覺官淸           향기로운 차를 객에게 내어 주니 관의 청백함을 알겠네
禪家精爽光飜石           선가의 정교한 솜씨에 돌도 빛을 발하고
世路紛華鳥啄腥           화려하고 넉넉한 세상 살림 새도 고기를 먹네
到處方壺皆法侶           도처가 선계169)이고 모두가 도반이지만
蠻僧安得解眞經           오랑캐 중이 어찌 경전의 참뜻을 이해하리오
현 스님을 떠나보내며(送玹上人)
春尋嶺南至             봄이 영남을 찾아오는 이 시절
人向漢陽歸             사람은 한양을 향해 올라가는구나

010_0243_b_01L聞道長公一世豪此行却恨未相遭

010_0243_b_02L仙庄只得瞻望苦野雨無端關鎖牢

010_0243_b_03L燕石自呈光豈有陽春欲和曲彌高

010_0243_b_04L斯文衣鉢應傳授不數能詩何水曺呈長

010_0243_b_05L
(二)

010_0243_b_06L附次

010_0243_b_07L
逈出叢林亦一豪地分湖嶺不相遭

010_0243_b_08L岩齋忽報投笻遠蓮社曾聞竪拂牢

010_0243_b_09L不分中秋天雨下未叅今夕法筵高

010_0243_b_10L儒冠白首成何事甁錫雲林愧爾曺(一)

010_0243_b_11L禪敎中興有此豪聞名十載幸相遭

010_0243_b_12L岩亭一面心猶醉院路重逢約更牢

010_0243_b_13L方外神交如水淡客中佳節屬秋高

010_0243_b_14L龍師虎老皆曾識吾輩夤緣又爾曺(二)

010_0243_b_15L謹次東萊伯柳公請見倭舘僧

010_0243_b_16L
錫杖乘秋海上行袈裟夜宿古荒城

010_0243_b_17L雄州巨鎭關防重都護明公政令淸

010_0243_b_18L萬里南溟沾聖化千年東國息蠻腥

010_0243_b_19L今來安得入關去暫與倭僧講梵經

010_0243_b_20L附次

010_0243_b_21L
秋風飛錫出山行選勝東窮枕海城

010_0243_b_22L寶筏濟生知道大殘茶留客覺官淸

010_0243_b_23L禪家精爽光飜石世路紛華鳥啄腥

010_0243_b_24L到處方壺皆法侶蠻僧安得解眞經

010_0243_b_25L送玹上人

010_0243_b_26L
春尋嶺南至人向漢陽歸

010_0243_c_01L野樹雲含凍             들판 나무에 걸린 구름은 아직 얼음을 머금고
山蹊雪未晞             산길에 쌓인 눈 아직 녹지 않았네
浮生良可歎             뜬구름 같은 인생살이 참으로 탄식뿐이라
佳會每相違             좋은 모임은 번번이 어긋나곤 하네
何日從君去             어느 날 그대를 따라 나서서
金剛一振衣             옷깃을 떨치며 한번 금강산에 가 볼까
해인사에서 농암170) 상공의 시 58운을 삼가 차운하다(海印寺謹次農岩相公詩五十八韵)
西天海印敎             서쪽 나라 부처님의 가르침
東流十萬里             동으로 십만 리를 흘러 와서
要簡有緣土             인연 있는 땅을 찾았더니
玆山卽其是             이 산이 바로 그런 자리라
盤亘高且大             산에 서린 기운이 높고도 커서
並落羣峰比             여러 봉우리 즐비하게 에워쌌구나
白馬到此止             흰 말이 여기에 와 멈추었으니171)
胥宇寧可已             좋은 땅을 어찌 버릴 수 있었겠는가
胡僧自胸虛             달마 대사는 마음을 비우고
折蘆渡江汜             갈잎을 꺾어 타고 물을 건너왔네
風塵飛不到             바람 먼지 날아오지 않으니
雲泉淨無滓             깨끗한 샘에 찌꺼기가 없네
琳宮起萬架             구슬로 높이 장식한 법궁
一一塗朱紫             하나하나 붉은빛 보랏빛 단청을 칠했네
說法逞神通             설법할 때에 신통한 일 생겨나니
三韓救鼎沸             온 나라 안이 물 끓듯 일어났네
沁園病良已             공주172)의 병환이 좋아지셨으니
翠華親臨寺             임금173)께서 친히 절을 찾으셨네
崇奉何雜遝             불법을 어이 이같이 번거롭게 받드는가
更僕未易指             자주 종을 바꾸면 이해하기 어렵다네
繡佛來殊域             훌륭한 부처님 다른 나라에서 오셨으니
東國獨擅美             나라 안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불상이라
金塔數十層             수십 층이나 높은 금탑을
雕琢極華靡             참으로 아름답게도 쪼고 다듬었구나
江左有通度             낙동강 동쪽에 통도사通度寺도 있지만
其如神不齒             신령께서 여기에 끼워 주지도 않았네
岳麓雖云好             악록174)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對此亦難跂             이곳에 비하면 따라오기 어려워
六時奏天樂             아침저녁 여섯 시로 오묘한 하늘 음악을 연주하니
百鳥含花蘂             온갖 새들 꽃을 물고 날아오네
神童奉巾甁             신동은 수건과 물병을 받들고 섰고
宮娃供浴水             궁녀는 목욕물을 올리네
千秋已徃矣             이 일은 천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
後人疑幻詭             후세 사람들은 거짓인가 의심을 하네
經閣呈神奇             대장경 보관한 장경각 신기한 모습으로
宛在目前視             완연히 눈앞에 서 있구나
嵬峩六十間             우뚝하게 높이 솟은 예순 칸 큰 집
中藏八萬梓             그 속에 팔만의 경판을 간직했네
豈由經營力             이것이 어찌 사람 힘으로 된 일이겠나
應籍鬼神起             틀림없이 귀신의 힘으로 세운 것이리라

010_0243_c_01L野樹雲含凍山蹊雪未晞

010_0243_c_02L浮生良可歎佳會每相違

010_0243_c_03L何日從君去金剛一振衣

010_0243_c_04L海印寺謹次農岩相公詩五十八韵

010_0243_c_05L
西天海印敎東流十萬里

010_0243_c_06L要簡有緣土玆山卽其是

010_0243_c_07L盤亘高且大並落羣峰比

010_0243_c_08L白馬到此止胥宇寧可已

010_0243_c_09L胡僧自胸虛折蘆渡江汜

010_0243_c_10L風塵飛不到雲泉淨無滓

010_0243_c_11L琳宮起萬架一一塗朱紫

010_0243_c_12L說法逞神通三韓救鼎沸

010_0243_c_13L沁園病良已翠華親臨寺

010_0243_c_14L崇奉何雜遝更僕未易指

010_0243_c_15L繡佛來殊域東國獨擅美

010_0243_c_16L金塔數十層雕琢極華靡

010_0243_c_17L江左有通度其如神不齒

010_0243_c_18L岳麓雖云好對此亦難跂

010_0243_c_19L六時奏天樂百鳥含花蘂

010_0243_c_20L神童奉巾甁宮娃供浴水

010_0243_c_21L千秋已徃矣後人疑幻詭

010_0243_c_22L經閣呈神奇宛在目前視

010_0243_c_23L嵬峩六十間中藏八萬梓

010_0243_c_24L豈由經營力應籍 [53] 鬼神起

010_0244_a_01L兩癸火其居             두 번 계년癸年에 절에 화재가 났지만
斯閣不隨燬             이 장경각만은 타지 않았네
金玉備莊嚴             금과 옥으로 장엄을 하였지만
宜也非爲侈             자연스럽게 보일 뿐 사치스럽지 않네
須信如來法             모름지기 여래의 법을 믿으면
火宅醫瘡痏             속세의 모든 병이 낫게 되리라
如何世儒氏             어찌하여 세속의 유학자들은
今古多忌毁             예나 지금이나 꺼림과 훼방이 많은지
慢山徒增高             오만만 부질없이 산처럼 높이 쌓여서
心花不假耔             꽃같이 착한 마음 북돋아 주지 않는구나
三敎融一貫             유불선儒佛仙의 삼교를 관통하였던
偉哉新羅子             신라 사람 최치원이 참으로 위대했지
文章動中華             문장으로 중국 땅까지 진동시켜
令名今不死             그 명성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네
靑松與黃葉             푸른 소나무와 누렇게 시든 나뭇잎이
細推興亡理             흥망의 이치를 자세하게 알려 주네
歸山弄仙琴             산에 돌아가 신선의 거문고를 타니
無絃引商徵             줄이 없어도 오음五音175)에 맞았네
淸風隔千古             그의 맑은 풍채는 천년이 되었건만
令人感久倚             사람을 감동시켜 오래도록 의지하게 하네
紅流浪如琴             홍류동紅流洞 물소리 거문고처럼 울리고
武陵霞成綺             무릉의 안개는 비단처럼 펼쳐지네
月潭坐忘飢             배고픔도 잊은 채 월담에 앉아서
仙洞望亦喜             선동을 바라만 보아도 기뻤지
衆壑互呑吐             골짝은 구름을 삼켰다가 토하는 듯
列峀競奔馳             줄지은 봉우리 다투어 치달리는 듯
盱衡紛應接             눈 닿는 곳마다 가까이 닿고 싶어서
半日行且止             한나절을 걸었다 쉬었다 하였다네
壁苔萋迷詩             벽에는 이끼 끼어 시 흔적도 희미하지만
句中有深旨             시구 속의 깊은 뜻은 그대로 남아 있네
超然塵世外             더러운 티끌세상을 벗어나 초연히 사는
怳惚難相似             황홀한 마음 닮을 수가 없구나
徃時農岩公             지난날 농암 공께서
繡衣曾過此             암행어사로 이 땅을 지나시었지
長篇鎭山門             장편의 시를 산문에 걸어 놓으니
把玩難下觜             장난으로라도 읊기조차 어렵네
摳衣欲問學             옷자락을 여미고 묻고 배워 보려 한들
奈非同世矣             벌써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니 어쩌랴
難弟有淵翁             그의 훌륭한 아우 삼연三淵176) 선생도
自號老居士             스스로 노거사라 칭하였네
爵祿知可辭             벼슬과 녹을 사양할 줄 알고
將身林壑委             깊은 산 숲속에 몸을 숨겼네
吟鞭繼又至             시 짓는 사람들 계속 찾아왔어도
玉律孰能企             옥 같은 시 구절 누가 능히 따를 것인가
世人不識寶             세상 사람들은 보배인 줄 모르고
當鬻波斯市             파사177)의 저잣거리에 내다 판다네
愚也浮屠者             저런 어리석은 스님들이여
幸無周何累             누가 될 일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련만

010_0244_a_01L兩癸火其居斯閣不隨燬

010_0244_a_02L金玉備莊嚴宜也非爲侈

010_0244_a_03L須信如來法火宅醫瘡痏

010_0244_a_04L如何世儒氏今古多忌毁

010_0244_a_05L慢山徒增高心花不假耔

010_0244_a_06L三敎融一貫偉哉新羅子

010_0244_a_07L文章動中華令名今不死

010_0244_a_08L靑松與黃葉細推興亡理

010_0244_a_09L歸山弄仙琴無絃引商徵

010_0244_a_10L淸風隔千古令人感久倚

010_0244_a_11L紅流浪如琴武陵霞成綺

010_0244_a_12L月潭坐忘飢仙洞望亦喜

010_0244_a_13L衆壑互呑吐列峀競奔馳

010_0244_a_14L盱衡紛應接半日行且止

010_0244_a_15L壁苔萋迷詩句中有深旨

010_0244_a_16L超然塵世外怳惚難相似

010_0244_a_17L徃時農岩公繡衣曾過此

010_0244_a_18L長篇鎭山門把玩難下觜

010_0244_a_19L摳衣欲問學奈非同世矣

010_0244_a_20L難弟有淵翁自號老居士

010_0244_a_21L爵祿知可辭將身林壑委

010_0244_a_22L吟鞭繼又至玉律孰能企

010_0244_a_23L世人不識寶當鬻波斯市

010_0244_a_24L愚也浮屠者幸無周何累

010_0244_b_01L不識前路險             앞길이 험한 줄을 모르고 있으니
冥行遭覆軌             깜깜한 길에서 뒤집힌 수레를 만나리라178)
埋頭文字臼             글 속에 머리를 묻고 살며
苦爲浮名被             헛된 명예만 얻었으니 괴로워라
敢望驤首鶴             머리 쳐든 학이 되길 감히 바랐지만
空作曝腮鯉             부질없이 아가미 마른 잉어가 되었네179)
雅志在骯髒             품은 뜻이 원래부터 곧고 원대하기에
與人絶𧬈訿             남들과 함께 헐뜯는 말을 하지는 않았네居山三十年             산에 들어와 산 지 삼십 년 동안에
是非頻到耳             시비를 따지는 소리 자주 귀에 들어왔건만
平生妄自假             평생을 망령스럽게 스스로 위로하면서
未涉北海涘             북해를 한번 건너 보지도 못하였네
從今抛講床             이제부터는 강경하는 일도 그만두고
等視一敝簁             그냥 떨어진 신짝 보듯이 하여야지
名山有宿債             명산에 묵은 빚이 있으니
此行足生胝             이번 길에는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리라
岩谷自成蹊             바위 골짜기에 길이 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非是爲桃李             복숭아와 자두나무가 있어서만은 아니지
淸游那易得             깨끗이 유람하는 일 어디 쉽기야 하겠나
秉燭以繼晷             촛불을 잡고서 시간을 보내리라
休笻得其所             마땅한 자리 찾아 지팡이 멈추어 보니
孤庵白雲裡             외로운 암자가 구름 속에 떠 있구나
山中豈寂寥             어찌 산속을 적적하다 하나
諸公多在邇             이렇게 그대들이 가까이 있잖은가
斟酌旅中愁             객지의 근심을 짐작하신다면
過從須不弭             지나는 길에 들르는 일 잊지 마시게나
詩成誰相愛             시를 지은들 누가 좋아해 줄까
獨吟有所思             그저 나 혼자 생각나는 대로 읊어 볼 뿐이네
삼가 삼연 선생이 찰 대사에게 준 시운을 따서 짓다(謹次三淵先生贈詧師韵)
匼匝峯巒偃蹇然           봉우리 빙 둘러 누운 듯 에워싸고
蔚藍千朶泛靑蓮           푸릇푸릇 천 송이의 푸른 연꽃 무성하네
神仙安在雲無跡           신선은 어디 있나 구름은 자취 없는데
尊者西來地有緣           석가여래 서역에서 오시니 인연 있는 땅일세
八萬眞詮經幾劫           팔만의 대장경은 몇 겁을 지냈는지
金銀佳氣滿諸天           금과 은 아름다운 기운 하늘에 가득하네
淵翁詩帖山門鎭           삼연 선생의 시첩이 산문에 붙어 있으니
瞻仰高名北斗懸           드높은 명성 북두성처럼 걸려 있네
도홍 스님을 떠나보내며(送道弘上人)
晩世如君少             요즘 같은 말세에 그대 같은 사람 적으니
才難豈不然             아무나 얻기 어려운 재주 어찌 아니 그러한가
尋師千里外             천 리 밖 멀리 스승을 찾아
問道百城前             여러 고을을 다니며 길을 물었었네
盤錯恢游刃             얽혀 서린 뼈에 날카로운 칼날을 놀리고
玄關早着鞭             현관180)에서 일찌감치 채찍을 들었네
歸笻挽不得             돌아가는 발길 만류할 수 없기에
離恨滿諸天             이별의 한은 하늘에 가득하네

010_0244_b_01L不識前路險冥行遭覆軌

010_0244_b_02L埋頭文字臼苦爲浮名被

010_0244_b_03L敢望驤首鶴空作曝腮鯉

010_0244_b_04L雅志在骯髒與人絕𧬈訿

010_0244_b_05L居山三十年是非頻到耳

010_0244_b_06L平生妄自假未涉北海涘

010_0244_b_07L從今抛講床等視一敝簁

010_0244_b_08L名山有宿債此行足生胝

010_0244_b_09L岩谷自成蹊非是爲桃李

010_0244_b_10L淸游那易得秉燭以繼晷

010_0244_b_11L休笻得其所孤庵白雲裡

010_0244_b_12L山中豈寂寥諸公多在邇

010_0244_b_13L斟酌旅中愁過從須不弭

010_0244_b_14L詩成誰相愛獨吟有所思

010_0244_b_15L謹次三淵先生贈詧師韵

010_0244_b_16L
匼匝峯巒偃蹇然蔚藍千朶泛靑蓮

010_0244_b_17L神仙安在雲無跡尊者西來地有緣

010_0244_b_18L八萬眞詮經幾劫金銀佳氣滿諸天

010_0244_b_19L淵翁詩帖山門鎭瞻仰高名北斗懸

010_0244_b_20L送道弘上人

010_0244_b_21L
晩世如君少才難豈不然

010_0244_b_22L尋師千里外問道百城前

010_0244_b_23L盤錯恢游刃玄關早着鞭

010_0244_b_24L歸笻挽不得離恨滿諸天

010_0244_c_01L
보경 스님을 떠나보내며(送寶璟上人)
關東千里客             관동 천 리에 살던 손님은
秋思起鄕心             가을 되니 고향 생각이 나는가 보네
歸路山俱遠             돌아가는 길은 온통 산처럼 멀기만 하고
離情海共深             헤어지는 마음 바다같이 깊어라
無盃君可勸             그대에게 권할 술 한 잔도 없고
有句我難吟             시 한 구절도 나는 읊기가 어렵네
楓岳他年約             다음엔 풍악산에서 만나자 언약하였으니
行當早晏尋             갈 수만 있다면 조만간에 꼭 찾아가리라
영월과 환송 두 대사의 영각에 있는 시운을 따서 짓다 【영월 스님은 모월 스님의 제자이고 환송 스님의 스승이기 때문에 함련에서 말한 것이다.】(次瀛月喚松二大師影閣韵 【瀛月師。 慕月之資。 喚松之師故。 頷聯云厼。】)
淸高遺像宛如仙           맑고 높은 영정의 기운 신선처럼 완연하시니
依幻明眞問幾年           영정에 의지하여 참모습을 밝히며 몇 해를 지내셨나
月下慕欽分座義           달 아래에서 자리를 나눈 뜻181)을 흠모하였고
松間喚起克家賢           소나무 사이에서 집안을 잘 다스린 사람182) 불러일으켰네
丹靑只得空王後           단청을 한 것은 부처님전보다 뒤의 일일 터이고
妙體元從象帝先           오묘한 법체는 상제보다도 먼저 생겼을 것이라
卽此可時離此可           언제고 여기에 나가도 좋고 떠나도 좋으니
不能傳處也能傳           전할 수 없는 곳에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최우 시자에게 주다 【공자의 문인들은 공자가 걸으면 따라 걷고, 공자가 빨리 걸으면 따라서 빨리 걸었다. 남양 혜충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르니, 시자도 세 번 대답하였다.183)】(贈最愚侍者 【孔子門人。 孔步亦步。 孔趨亦趨。 忠國師三喚侍者。 侍者三應。】)
爲學能知揀異途           학문을 할 때에 능히 잘못된 길을 가려내야 하나니
名雖愚也性非愚           이름은 어리석다 하였지만 본성은 어리석지 않아야지
幾年同處携甁錫           몇 년이나 물병과 석장을 들고 함께하였던가
千里相隨學步趨           천 리 길 따라다니며 걷거나 종종걸음 치는 일 배웠었지
自喚主人醻一諾           주인의 부름에도 얼른 대답을 하거늘
誰違尊者應三呼           어른이 세 번 부르면 누군들 응하지 않을 텐가
須將此事今生畢           모름지기 이런 일을 이번 생에 마치면
然後方稱我丈夫           그래야만 바야흐로 대장부라 이르리라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올라 그 현판의 시운을 따서 짓다 【삼학사인 오달제吳達濟ㆍ홍익한洪翼漢ㆍ윤집尹集이 중국에 들어가서 굴복하지 않고 순절하였다.】(登南漢將臺次玄板韵 【三學吳達濟洪翼漢尹集。 入中原。 不伏而死。】)
胡騎長駈至             오랑캐의 말 탄 군병 멀리서 달려오니
山城駐蹕來             어가御駕가 산성에 와서 멈추었네
禦戎饒地利             적을 막을 지세의 이로움은 있었지만
制變少人才             변란에 대처할 인재가 적었었네
社稷三臣死             우리 사직을 위하여 세 신하가 죽고 나서
乾坤幾甲回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는가
登臨多感憤             성에 오르자 분한 느낌이 북받쳐서
倚杖久徘徊             지팡이 짚고서 오래도록 배회했네
추월 대사의 세 ‘공’ 자를 따서 짓다(次秋月大師三空字)

010_0244_c_01L送寶璟上人

010_0244_c_02L
關東千里客秋思起鄕心

010_0244_c_03L歸路山俱遠離情海共深

010_0244_c_04L無盃君可勸有句我難吟

010_0244_c_05L楓岳他年約行當早晏尋

010_0244_c_06L次瀛月喚松二大師影閣韵瀛月師
慕月之
010_0244_c_07L喚松之師
頷聯云厼

010_0244_c_08L
淸高遺像宛如仙依幻明眞問幾年

010_0244_c_09L月下慕欽分座義松間喚起克家賢

010_0244_c_10L丹靑只得空王後妙體元從象帝先

010_0244_c_11L卽此可時離此可不能傳處也能傳

010_0244_c_12L贈最愚侍者孔子門人孔步亦步孔趨亦
忠國師三喚侍者侍者三
010_0244_c_13L

010_0244_c_14L
爲學能知揀異途名雖愚也性非愚

010_0244_c_15L幾年同處携甁錫千里相隨學步趨

010_0244_c_16L自喚主人醻一諾誰違尊者應三呼

010_0244_c_17L須將此事今生畢然後方稱我丈夫

010_0244_c_18L登南漢將臺次玄板韵三學吳達濟洪
翼漢尹集
010_0244_c_19L中原
伏而死

010_0244_c_20L
胡騎長駈至山城駐蹕來

010_0244_c_21L禦戎饒地利制變少人才

010_0244_c_22L社稷三臣死乾坤幾甲回

010_0244_c_23L登臨多感憤倚杖久徘徊

010_0244_c_24L次秋月大師三空字

010_0245_a_01L十年林下坐觀空           십 년 동안 숲속에서 공空만 관하며 살았더니
了得心空法亦空           마음도 비고 법도 비었음을 알게 되었네
心法俱空猶未極           마음과 법이 모두 비었어도 아직 지극한 공은 아니니
俱空空後始眞空           공까지 다 비워 낸 후에야 비로소 참된 공이 될 것이라
이승(此生)
此生良拍手             이 세상에서 사는 일 참으로 우습기도 하여라
濩落魏王瓢             위왕의 표주박같이 세상에서 버려졌구나184)
白髮那禁汝             백발아 너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靑山不負吾             푸른 산만이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烟霞生戶底             안개와 노을 문지방 아래서 일어나고
日月轉庭隅             해와 달은 뜰 모퉁이를 굴러가네
客到休相笑             나그네여 오더라도 웃지는 마시라
狂夫老更迂             포부만 크던 한 사내 늙어서 더 어리석어졌다네
관북으로 돌아가는 화 스님을 전송하며【은홍교殷洪喬가 예장預章 태수로 있을 적에 사인士人들이 백여 통의 편지를 주면서 전해 달라고 하였다. 석두성石頭城에 이르러 모두 시냇물에 던지면서 말하기를 “떠내려갈 것은 떠내려가고, 가라앉을 것은 가라앉으라.”라고 하고는, 편지를 배달해 주는 일을 하지 않았다.】(送華師歸關北 【殷洪喬爲豫章守。 士人付書百餘凾。 至石頭城。 盡投水曰。 浮者任浮。 沈者任沈。 不作置書郵。】)
南來雪沾錫             남쪽으로 내려올 때엔 눈발이 석장을 적시더니
北去秋生裾             북쪽으로 돌아갈 때엔 가을바람 소매 끝을 스치네
露白蟬聲老             하얀 이슬 속에 매미 소리도 지쳐 가고
江淸柳影踈             맑은 강물에 드문드문 버들 그림자 비치네
家山千里遠             고향 산천은 천 리나 떨어져 있으니
客路一旬餘             객지 생활 열흘이 벌써 넘었네
莫學洪喬否             부디 홍교를 따라 하지 말고
關中欲置書             관북에 돌아가거든 편지를 보내 주시게
반구대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盤龜臺韵)
束立層岩萬古奇           꼭 묶어 세워 둔 층층 바윗돌 만고에 기이하고
逈臺盤屈狀如龜           구불구불 높이 서린 누대는 거북과도 같구나
江頭花繞新開院           강어귀에 새로 선 절에는 꽃이 가득 피었고
石面苔封舊着碁           바위에 새긴 바둑판은 이끼에 뒤덮인 지 오래구나
官爲供賓營小寺           관청에서는 손님 접대를 위해 작은 절을 세웠고
僧緣無役住多時           스님들은 부역을 면하려고 오래도록 머무네
登臨未見桃花浪           대 위로 올라 보지만 복사꽃 물결은 보이지 않으니
却恨吾行太較遲           너무 늦게 찾아온 우리들 안타까울 뿐이라네
불국사에서 기림사에 이르러 주인 장로에게 주다(自佛國寺到祗林贈主人長老)
嶺南勝地每關心           영남에서도 이름난 명승지라 늘 관심이 있었는데
佛國精藍始一尋           불국사를 이제야 처음으로 찾아왔다네
骨窟來時由石窟           골굴사에서 올 때엔 석굴암을 거쳐 왔고
鷄林向處到祗林           계림으로 향해 가는 길에 기림사에 이르렀네
岩花未發春游早           바위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으니 봄놀이는 이르지만
禪老相逢夜語深           선로와 만나 밤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네
怊悵浮生難再會           서글픈 우리 인생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기에
一首新詩對君吟           시 한 수를 새로 지어 그대와 함께 읊노라
경주에서 옛 자취를 돌이켜 보며(慶州懷古)

010_0245_a_01L
十年林下坐觀空了得心空法亦空

010_0245_a_02L心法俱空猶未極俱空空後始眞空

010_0245_a_03L此生

010_0245_a_04L
此生良拍手濩落魏王瓢

010_0245_a_05L白髮那禁汝靑山不負吾

010_0245_a_06L烟霞生戶底日月轉庭隅

010_0245_a_07L客到休相笑狂夫老更迂

010_0245_a_08L送華師歸關北殷洪喬爲豫章守士人付
書百餘凾至石頭城
010_0245_a_09L投水曰浮者任浮
者任沈不作置書郵

010_0245_a_10L
南來雪沾錫北去秋生裾

010_0245_a_11L露白蟬聲老江淸柳影踈

010_0245_a_12L家山千里遠客路一旬餘

010_0245_a_13L莫學洪喬否關中欲置書

010_0245_a_14L次盤龜臺韵

010_0245_a_15L
束立層岩萬古奇逈臺盤屈狀如龜

010_0245_a_16L江頭花繞新開院石面苔封舊着碁

010_0245_a_17L官爲供賓營小寺僧緣無役住多時

010_0245_a_18L登臨未見桃花浪却恨吾行太較遲

010_0245_a_19L自佛國寺到祗林贈主人長老

010_0245_a_20L
嶺南勝地每關心佛國精藍始一尋

010_0245_a_21L骨窟來時由石窟鷄林向處到祗林

010_0245_a_22L岩花未發春游早禪老相逢夜語深

010_0245_a_23L怊悵浮生難再會一首新詩對君吟

010_0245_a_24L慶州懷古

010_0245_b_01L東京亡後幾經劫           동경185)이 망한 지 몇 겁이나 지났다고
文物居然異昔時           문물이 변하여 옛날과는 사뭇 다르구나
鮑石井邊春草暗           포석정 가에는 봄풀이 무성하고
鳳凰臺下曉鍾悲           봉황대 아래에 새벽 종소리 구슬프네
千年伯業三更夢           천년의 패업은 한밤의 꿈이 되었고
萬里王圖一局碁           만 리의 왕도도 한판 바둑 놀이였네
四十八陵何處在           마흔여덟 왕릉은 어느 곳에 있는지
寒烟流水使人疑           오랜 세월 물처럼 흘러 싸늘한 안개처럼 알 수가 없구나
삼가 오성186)의 수령 정재원187)의 시운을 따서 짓다(謹次烏城丁使君 【載元1)】)
武城路上聽絃歌           무성의 길 위에서 거문고 소리를 듣고188)
太守高情問若何           태수의 고상한 취미가 어떠한가 물었었네
水秀山明堪吏隱           산수가 빼어나니 수령이 머물 만한 곳이고
政淸官靜有僧過           정사가 맑고 관청이 고요하여 스님도 찾아왔네
幽篁繞屋迎秋早           대숲이 집을 둘러싸고 있어 가을도 일찍 오는 듯
古木當階碍日多           고목 한 그루 계단을 막아서 해를 거의 가리네
百里淳風庭少訟           백 리 밖까지 순박한 교화가 미치니 옥송이 적어서
端宜門外日張羅           문밖에 새 잡는 그물을 쳐 놓아도 되겠구나189)
부록 원운( 附原)
【당시에 나는 해인사에 있었다. 만연산萬淵山을 나한산이라 하였다.(時余在海印寺。 萬淵山。 名漢羅。2))】
一見應知白雪歌           보자마자 〈백설가〉190)를 부를 인재임을 알았는데
我來君去恨如何           내가 오자 그대는 떠난다니 이 애석함을 어이 하나
有村生長雲邊住           나고 자란 마을이 구름 저편에 바로 있지만
無地敲推月下過           달빛 속에 찾아가 문 두드릴 곳 없구나
幻影東林留揭早           환영은 일찍부터 동림사東林寺에 걸려 있었고
淸詩南國誦傳多           맑고 고운 시는 남쪽 지방에 전해진 것이 많았었네
山齋到處皆禪定           산속 절집이야 어디를 간들 다 참선하기 좋을 터
未必伽耶勝漢羅           가야산이 나한산보다 꼭 더 좋은 것은 아니리라
오성 동헌191)에 써서 올리다(上烏城東軒)
憶曾三宿此君亭           일찍이 이곳 그대의 정자에서 세 번을 묵으며
不設畦畛意氣傾           너와 나의 구별 없이 마음과 뜻을 함께하였지
鈴閣論詩緣政簡           정사가 간략하여 동헌에서 시나 읊고
野蔬待客驗官淸           관청이 청렴하여 손님을 야채로 접대하네
名花爛熳潘公縣           반 공의 고을에는 아름다운 꽃 난만하게 피었고192)
寶樹芬芳謝氏庭           사씨의 뜰에는 진귀한 나무들 향기를 뿜고 있네193)
回首猶存桑下戀           돌이켜 보면 뽕나무 아래 있었던 일 그리우니
禪家誰道本無情           불교가 원래 무정하다고 누가 말하는가
부록 차운(附次)
檜雪初過竹日傾           노송나무에 첫눈 내리고 대숲으로 해 기우는데
沙彌剝啄始開亭           사미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네
自言蓮社與山近           백련사白蓮社는 산과 가깝다 말하고
本爲梅軒如水淸           매헌은 물처럼 깨끗하다 하네
詩到白雲生短軸           시객이 오자 짧은 축에 흰 구름이 이는 듯
梦回明月滿空庭           꿈속에서도 밝은 달빛 빈 뜰에 가득했네
已聞飛錫前期在           석장을 날리면서 옛날 약속대로 찾아와 주니
消盡鄕關歲暮情           세밑에도 시골 사는 걱정을 모두 잊게 되었네
책방에 올리다(呈册房)

010_0245_b_01L
東京亡後幾經劫文物居然異昔時

010_0245_b_02L鮑石井邊春草暗鳳凰臺下曉鍾悲

010_0245_b_03L千年伯業三更夢萬里王圖一局碁

010_0245_b_04L四十八陵何處在寒烟流水使人疑

010_0245_b_05L謹次烏城丁使君載元 [54]

010_0245_b_06L
武城路上聽絃歌太守高情問若何

010_0245_b_07L水秀山明堪吏隱政淸官靜有僧過

010_0245_b_08L幽篁繞屋迎秋早古木當階碍日多

010_0245_b_09L百里淳風庭少訟端宜門外日張羅

010_0245_b_10L附原時余在海印寺
淵山名漢羅 [55]

010_0245_b_11L
一見應知白雪歌我來君去恨如何

010_0245_b_12L有村生長雲邊住無地敲推月下過

010_0245_b_13L幻影東林留揭早淸詩南國誦傳多

010_0245_b_14L山齋到處皆禪定未必伽耶勝漢羅

010_0245_b_15L上烏城東軒

010_0245_b_16L
憶曾三宿此君亭不設畦㽩意氣傾

010_0245_b_17L鈴閣論詩緣政簡野蔬待客驗官淸

010_0245_b_18L名花煉熳潘公縣寶樹芬芳謝氏庭

010_0245_b_19L回首猶存桑下戀禪家誰道本無情

010_0245_b_20L附次

010_0245_b_21L
檜雪初過竹日傾沙彌剝啄始開亭

010_0245_b_22L自言蓮社與山近本爲梅軒如水淸

010_0245_b_23L詩到白雲生短軸梦回明月滿空庭

010_0245_b_24L已聞飛錫前期在消盡鄕關歲暮情

010_0245_b_25L呈册房

010_0245_c_01L邂逅烏城竹下亭           오성 죽하정에서 우연히 만나서
一尊桑落共相傾           상락주桑落酒194) 한 잔을 함께 기울였지
逢周政似醇醪醉           주유周瑜를 만나 진한 술에 흠뻑 취하고195)
見憲能令鄙吝淸           원헌原憲을 보자 더러운 생각이 싹 사라지네196)
早歲文章應奪席           젊은 나이에 벌써 문장으로 으뜸 자리에 앉았고
舊家詩禮自趨庭           옛사람들의 시와 예를 집안에서 배웠네
遙知雪裡官梅發           눈 속에 핀 매화 향기는 멀리서도 맡을 수 있으니
兄唱弟酬何限情           형과 아우 시를 주고받는 마음이야 끝이 있겠는가
부록 차운(附次)
【넷째의 이름이 약용若鏞197)인데, 나이는 18세였다.(第四郞名若鏞。 年十八。)】
高秋扶病上離亭           하늘 높은 가을날 병든 몸 끌고 이별의 정자에 올라
細聞幽期酒幾傾           다시 만날 약속 다짐하며 자꾸 술잔만 기울였지
錫杖波根唯梦想           파근 스님 지팡이는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데
詩從瑞石忽神淸           서석을 따라가며 시를 짓자면 정신이 번뜩 드네
迎人脩竹開深徑           깊은 오솔길 따라 오신 손님 긴 대나무가 맞이하고
待客寒梅倚小庭           조그마한 뜰에서 고상한 매화가 손님을 접대하네
一曲靑山還阻面           한 굽이 푸른 산이 저리 가로막혀 있어도
數宵明月更多情           밝은 달빛 아래 며칠 사이 정이 많이 들었네
청파에게 부치다(寄靑坡)
問君尙住舊雙溪           그대는 아직도 옛날 그 쌍계사에 살고 있는지
消息時來各不齊           가끔씩 오는 소식도 일정치 않으니 궁금하네
荷石使君推爾重           하석198) 수령이 그대를 아주 중하게 여기어
蓮潭衲子比渠低           나 연담을 그대보다 아래로 친다네
浮生白首寧相別           백발의 덧없는 인생 어째서 이별을 하는지
是處靑山合共棲           이곳 푸른 산에서 함께 살았었는데
向上法門高逈逈           높고 높은 부처님의 법문을 향해 오르도록
也須商搉得階梯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 계위를 얻어야지
문여성의 벽에 쓰다(題文汝星壁)
[1]
峽裡田間結草蘆           골짜기 밭두둑 사이 초가집을 엮었으니
幽居興味問何如           조용히 시골에 숨어 사는 맛 어떠신가
身强豈害行無馬           건강한 몸인데 말 없이 걸어가면 또 어떤가
年老唯欣食有魚           늙어 가며 생선 반찬만 좋아하겠지
竹戶春寒妻進酒           대숲 문 앞이 써늘한 봄날 아내는 술을 내오고
茅檐日永子攻書           처마 아래 길어진 햇빛으로 아들은 책을 읽으리
君看宦海多風浪           벼슬살이 험난한 길 풍파 많음을 알 터이니
作箇生涯政不踈           이런 생활을 절대 허투루 보지 않겠지

[2]
如拙如痴草野翁           졸렬한 듯 어리석은 듯 초야에 묻혀 사는 노인네
了無憂患可關胸           걱정 근심 따위 가슴에 담을 일 전혀 없으리
平生愛酒無多酌           평생 술을 좋아했으나 많이 마시지는 않고
隣曲呼朋共一中           이웃에서 벗을 불러 자리를 함께하곤 하였지
今世何嫌不識字           이 세상에 글 모르는 것이 무어 탓할 일인가
斯民莫若慣爲農           백성들은 그냥 농사만 지으면 될 일이지
有時窮谷來相訪           가끔씩 깊고 깊은 골짜기로 찾아오는 것은
只爲生齡與我同           다만 그대 나이가 나와 같기 때문이겠지
혁인 선자에게 주다(贈焃印禪子)

010_0245_c_01L
邂逅烏城竹下亭一尊桑落共相傾

010_0245_c_02L逢周政似醇醪醉見憲能令鄙吝淸

010_0245_c_03L早歲文章應奪席舊家詩禮自趨庭

010_0245_c_04L遙知雪裡官梅發兄唱弟酬何限情

010_0245_c_05L附次第四郞名若
年十八

010_0245_c_06L
高秋扶病上離亭細聞幽期酒幾傾

010_0245_c_07L錫杖波根唯梦想詩從瑞石忽神淸

010_0245_c_08L迎人脩竹開深徑待客寒梅倚小庭

010_0245_c_09L一曲靑山還阻面數宵明月更多情

010_0245_c_10L寄靑坡

010_0245_c_11L
問君尙住舊雙溪消息時來各不齊

010_0245_c_12L荷石使君推爾重蓮潭衲子比渠低

010_0245_c_13L浮生白首寧相別是處靑山合共棲

010_0245_c_14L向上法門高逈逈也須商搉得階梯

010_0245_c_15L題文汝星壁

010_0245_c_16L
峽裡田間結草蘆幽居興味問何如

010_0245_c_17L身强豈害行無馬年老唯欣食有魚

010_0245_c_18L竹戶春寒妻進酒茅檐日永子攻書

010_0245_c_19L君看宦海多風浪作箇生涯政不踈(一)

010_0245_c_20L如拙如痴草野翁了無憂患可關胸

010_0245_c_21L平生愛酒無多酌隣曲呼朋共一中

010_0245_c_22L今世何嫌不識字斯民莫若慣爲農

010_0245_c_23L有時窮谷來相訪只爲生齡與我同(二)

010_0245_c_24L贈焃印禪子

010_0246_a_01L十年行脚養成眞           십 년을 행각하며 수양하여 참 나를 찾았으니
多謝工程已涉津           그대 공부 벌써 나루를 건넌 것 감사할 따름이라네
聖學何妨參也魯           부처님을 배우는 길 증삼曾參처럼 노둔한들 어떠랴199)
文章亦有退之貧           한퇴지처럼 가난한 사람도 문장을 이루지 않았나
將身莫作溝中斷           아무렇게나 잘려 도랑에 버려져서는 안 될 일이니
處世須期席上珍           모름지기 윗자리의 보배가 되도록 처세하기를 바라네
慚媿乃師方便少           내 너의 스승으로서 가르칠 방편이 적어
不能助長爾諸人           여러 사람들 사이에 우뚝 서게 도와주지 못해 부끄럽네
【오동나무처럼 좋은 재목은 거문고를 만들고, 그 나머지 불량한 재목은 도랑에 던져 버린다. 공자가 말하기를 “선비는 자리에 앉아서 자신을 보물처럼 여겨 초빙해 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스님도 이와 같이 하여야 한다고 비유한 말이다.(梧桐良材作琴。 其餘不良者。 斷棄於溝中。 孔子曰。 儒者在席上。 如珍寶。 以待聘人。 今取喩於僧也。)】
퇴암과 함께 무고를 당해 감옥에 갇혀서(與退庵被誣捏入獄)
[1]
問余何事入圜扉           스스로 묻노니 내가 무슨 일로 감옥에 들어왔나
點撿平生不作非           평생의 일 되돌아보아도 그른 일은 하지 않았는데
只爲從前迷世態           다만 전부터 세상 정세에 어두웠기에
如今管取觸危機           지금 같은 이런 위기에 부딪치게 되었겠지

[2]
自入圜墻但見天           감옥에 들어온 후론 그저 하늘만 쳐다볼 뿐
時長如日日如年           한 시각이 하루 같고 하루가 일 년 같구나
那堪獄子徵盃酒           간수들이 술 찾는 소리 어찌 견디나
多謝沙彌供槖饘           그나마 사미승이 보내 주는 죽이 고마울 뿐이라네
深夜遙傳鳴析響           깊은 밤 멀리서 전해 오는 목탁 소리 들으며
寒燈獨照枕枷眠           깜박이는 등불 아래 칼을 베고 잔다네
平生不得看經力           평생 동안 불경을 읽고도 힘을 얻지 못했으니
苦樂均平却未然           괴로움과 즐거움이 같다는 말 아무래도 아닌 것 같네
오성 수령에게 올리다(上烏城倅)
柳暗花明百里春           버드나무 무성하고 꽃 환하게 피운 봄날 백 리 길에
竹籬茅屋古風淳           대나무 울타리 엮어 두른 초가집 옛 분위기 물씬하네
邑如斗大渾無事           자그마한 고을이라 특별한 일이야 없겠지만
廩似樗空未救貧           창고가 텅 비어 가난을 구제하지 못하는 게 걱정이지
山近白雲時自到           산이 가까워 때때로 흰 구름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고
樓高明月夜相隣           높은 누대에 걸린 밝은 달은 밤이면 이웃이 되네
使君幽趣誰能識           수령의 그윽한 취미 누가 알고 있을까
我道南州吏隱人           남방에 숨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네
책방 형제에게 올리다(呈册房棣案)
大難風範小難詩           정말 어려운 일은 남의 모범이 되는 일, 시 짓는 거야 큰일도 아니지
惹起幽人寤寐思           산속에 사는 사람에겐 자나 깨나 그대들 생각이 나네
浪跡浮雲無住着           이리저리 떠도는 뜬구름 인생 정착을 할 수 없어
舊盟明月幾盈虧           옛 맹세는 밝은 달처럼 몇 번이나 했다가 허물었나
風飄萬點春將暮           꽃잎 바람에 흩날리며 봄날도 다 가는데
山擁千重信亦遲           천 봉우리 깊은 산속엔 편지도 더디 오네
莫怪向來期不顧           요사이 찾아가지 못한 것 책망하지 마시게
從禪行李異常時           참선하다 행장 꾸리는 일 보통 때와 다르다네
김 선비의 시를 차운하다(次金斯文)
處世元無地             세상에는 영 살 만한 곳이 없더니
歸山別有天             산에 들어오니 별천지가 있었네

010_0246_a_01L
十年行脚養成眞多謝工程已涉津

010_0246_a_02L聖學何妨參也魯文章亦有退之貧

010_0246_a_03L將身莫作溝中斷處世須期席上珍

010_0246_a_04L慚媿乃師方便少不能助長爾諸人梧桐
良材

010_0246_a_05L作琴其餘不良者斷棄於溝中孔子曰儒者
在席上如珍寶以待聘人今取喩於僧也

010_0246_a_06L與退庵被誣捏入獄

010_0246_a_07L
問余何事入圜扉點撿平生不作非

010_0246_a_08L只爲從前迷世態如今管取觸危機(一)

010_0246_a_09L自入圜墻但見天時長如日日如年

010_0246_a_10L那堪獄子徵盃酒多謝沙彌供槖饘

010_0246_a_11L深夜遙傳鳴析 [56] 寒燈獨照枕枷眠

010_0246_a_12L平生不得看經力苦樂均平却未然(二)

010_0246_a_13L上烏城倅

010_0246_a_14L
柳暗花明百里春竹籬茅屋古風淳

010_0246_a_15L邑如斗大渾無事廩似樗空未救貧

010_0246_a_16L山近白雲時自到樓高明月夜相隣

010_0246_a_17L使君幽趣誰能識我道南州吏隱人

010_0246_a_18L呈册房棣案

010_0246_a_19L
大難風範小難詩惹起幽人窹寐思

010_0246_a_20L浪跡浮雲無住着舊盟明月幾盈虧

010_0246_a_21L風飄萬點春將暮山擁千重信亦遲

010_0246_a_22L莫怪向來期不顧從禪行李異常時

010_0246_a_23L次金斯文

010_0246_a_24L
處世元無地歸山別有天

010_0246_b_01L孤庵衆峯上             첩첩 봉우리 꼭대기에 외로운 암자
四海一笻邊             온 세상이 지팡이 하나에 걸려 있네
登嶺雲隨衲             고갯마루 오르면 구름이 가사 소매를 따르고
浮江月滿船             강물에 떠가노라면 달빛만 배에 가득하네
叅禪三十載             삼십 년 동안 참선하며 사느라
長處是忘緣             오랜 세월 세속 인연을 잊었다네
개흥사開興寺
名藍信信宿             유명한 절에서 며칠 잠을 자면서200)
料得了前緣             전생의 인연을 헤아려 알게 되었네
坐想經過日             가만히 앉아 지난날을 생각해 보니
行當三十年             수행의 길 벌써 삼십 년이나 지났네
靑山依舊貌             청산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白髮老諸禪             백발은 선원에서 늙어 가는구나
自是非生客             다시 올 땐 낯선 객이 아니겠지만
臨歸意黯然             떠나려니 그래도 암담한 마음뿐이네
은성 사미에게 주다(贈訔性沙彌)
荊山一片玉             형산의 한 조각 옥201)
珉表而粹中             겉은 평범한 돌 같지만 속이 순수하네
焉得他山石             어떻게 하면 다른 산의 돌을 취해서라도202)
爲𠇍着力攻         그대를 힘껏 다듬어 줄 수 있을까磨琢堪成器             갈고 쪼아 그릇을 만드는 것은
畢竟在良工             결국은 훌륭한 장인의 손에 달린 일이지
良工須早訪             솜씨 좋은 공인을 부디 빨리 찾아서
寶此千金躬             천금 같은 보물을 만들도록 하여라
총석정叢石亭
關東有八景             관동 땅 경치로 이름난 여덟 곳 가운데
叢石最高名             그중에서도 총석정이 가장 이름이 높다네
箇箇堪爲柱             하나하나 모두가 기둥이 될 만하니
森森列作屛             성대하게 늘어선 모습 병풍 같구나
秦鞭駈不去             진시황의 채찍으로도 이곳의 돌은 몰아가지 못하였으니203)
禹斧削何成             우왕의 신령스런 도끼인들 어찌 이리 만들겠는가204)
造化貞難測             조화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라
沈吟獨倚亭             시나 읊으면서 홀로 정자에 기대섰네
총석정에서 백정봉으로 향하며(自叢石向百鼎峯)
叢石餘情衮衮來           총석정에서 흥분한 마음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지만
名區物色苦相催           명승지의 경치는 자꾸만 발길을 재촉하네
風吹大海雪山走           바닷바람 설산까지 치달아 불어오니
雲拭羣峯錦帳開           구름이 물러가 비단 장막 열리듯 뭇 봉우리 드러나네
爲眼不知行脚倦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다리 아픈 것도 모르니
快心或恐化兒猜           상쾌한 이 마음 조물주가 시기할까 두려워라
峯頭百鼎眞然否           봉우리 꼭대기에 있다던 백정 정말 있는지
明日登臨數徧廻           날 밝으면 올라가서 두루두루 돌아보아야지
신계사神溪寺

010_0246_b_01L孤庵衆峯上四海一笻邊

010_0246_b_02L登嶺雲隨衲浮江月滿船

010_0246_b_03L叅禪三十載長處是忘緣

010_0246_b_04L開興寺

010_0246_b_05L
名藍信信宿料得了前緣

010_0246_b_06L坐想經過日行當三十年

010_0246_b_07L靑山依舊貌白髮老諸禪

010_0246_b_08L自是非生客臨歸意黯然

010_0246_b_09L贈訔性沙彌

010_0246_b_10L
荊山一片玉珉表而粹中

010_0246_b_11L焉得他山石爲𠇍着力攻

010_0246_b_12L磨琢堪成器畢竟在良工

010_0246_b_13L良工須早訪寶此千金躬

010_0246_b_14L叢石亭

010_0246_b_15L
關東有八景叢石最高名

010_0246_b_16L箇箇堪爲柱森森列作屛

010_0246_b_17L秦鞭駈不去禹斧削何成

010_0246_b_18L造化貞難測沈吟獨倚亭

010_0246_b_19L自叢石向百鼎峯

010_0246_b_20L
叢石餘情衮衮來名區物色苦相催

010_0246_b_21L風吹大海雪山走雲拭羣峯錦帳開

010_0246_b_22L爲眼不知行脚倦快心或恐化兒猜

010_0246_b_23L峯頭百鼎眞然否明日登臨數徧廻

010_0246_b_24L神溪寺

010_0246_c_01L神溪雖小古伽藍           신계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사찰이지
况在蓬萊海上三           게다가 바다 위 삼신산三神山인 봉래산에 있지 않나
千丈玉流飛鳳瀑           옥구슬 떨어지는 천 길 비봉폭포와
九重雷吼怒龍潭           아홉 굽이 성난 우레 용담이 있다네
眼前勝景許誰敵           눈앞에 펼쳐진 빼어난 경치 무엇이 대적하랴
天下名山到此諳           천하의 명산이란 말 여기 와서 새삼 깨달았네
倘使潘郞先得見           행여 반랑이 이곳을 먼저 봤다면
倒騎不在華山南           화산 남쪽 풍경에 말에서 거꾸러질 정도로 감동했겠나205)
칠월 보름날에(中元)
上元如昨日             오월 보름206) 바로 어제 지난 것 같은데
今日又中元             오늘이 벌써 칠월 보름이라네
積雨曾爲苦             지루한 장맛비에 얼마나 괴로웠던지
新凉却有恩             서늘한 기운 새삼 고맙구나
客懷驚歲暮             해가 저무니 나그네 마음이 흔들리는데
世路似波飜             세상살이는 파도처럼 뒤집히는구나
獨有滄溟月             푸른 바다에 둥실 떠 있던 저 달만
相隨夜到門             나를 따라 밤마다 내 문 앞에 찾아오네
심 소암이 유배지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고 추모하여 만사를 짓다 【귀양을 보낼 때는 한쪽이 터진 패옥을 주는데, 그것은 패옥 ‘결玦’이 결점이라는 ‘결缺’과 같은 음이기 때문이다. 풀려날 때에는 고리를 주는데, 그것은 고리 ‘환環’이 돌아올 ‘환還’과 음이 같기 때문이다.】(聞沈素庵卒於謫所追挽 【謫之以玦。 玦缺也。 放之以環。 環還也。】)
天上奎星不見光           하늘에 빛나던 규성207) 빛을 잃더니
長沙賈傳忽云亡           장사왕長沙王의 가태부賈太傅208) 죽었다 하네
三年佩玦那堪苦           삼 년 동안 결玦을 차고 지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一夕登箕儘可傷           하룻저녁에 하늘로 올라가 버리니 가슴이 메어지는구나
袞職何人能補合           임금 곁에서 돕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斯文無路得恢張           이 유학의 길에는 도저히 뜻을 펼칠 도리가 없었나
參寥與有同庚分           참료자參寥子209)와 같은 해에 태어난 인연 때문인가
一束生蒭泣數行           그대 떠나는 길 한 묶음 생풀210)을 던지니 몇 줄기 눈물 흐른다
영월 선사와 이별하며(別永月師)
客子鄕心動             나그네 고향 생각에 마음 흔들리고
關河落葉飛             변방 땅에는 낙엽이 날리고 있네
天寒君欲挽             날이 춥다고 그대는 붙잡으려 하지만
歲暮我當歸             한 해도 저물어 가니 나는 이제 돌아가려네
白首情難別             백발의 끈끈한 정은 헤어지기 어렵지만
靑山事有違             청산에 사는 일을 어길 수 없구나
前期未可卜             앞날을 미리 알 수는 없으니
那得不沾衣             어찌 눈물이 옷깃을 적시지 않겠나
정성 진초 장로에게 부치다 【함월涵月 선사의 법손法孫이며, 완월玩月 선사의 법자法子이다.】(寄靜成震初長老 【涵月之孫。 玩月之子。】)
關山月落掩光輝           관산 넘어 달 떨어지자 빛도 사라지고
先祖宗風少發揮           선조의 종풍도 그 빛이 점점 줄어드네
却喜阿咸賢繼道           어진 조카211)가 도를 이으니 그나마 기뻐서
能令老叔樂忘飢           늙은 숙부는 즐거운 마음에 배고픔도 잊었네
中秋書信千金重           추석에 받는 편지 한 통은 천금보다 귀하여
半歲覊懷一線微           반년 쌓인 나그네 회포 실처럼 희미해지네

010_0246_c_01L
神溪雖小古伽藍况在蓬萊海上三

010_0246_c_02L千丈玉流飛鳳瀑九重雷吼怒龍潭

010_0246_c_03L眼前勝景許誰敵天下名山到此諳

010_0246_c_04L倘使潘郞先得見倒騎不在華山南

010_0246_c_05L中元

010_0246_c_06L
上元如昨日今日又中元

010_0246_c_07L積雨曾爲苦新凉却有恩

010_0246_c_08L客懷驚歲暮世路似波飜

010_0246_c_09L獨有滄溟月相隨夜到門

010_0246_c_10L聞沈素庵卒於謫所追挽謫之以玦
缺也放之以
010_0246_c_11L
還也

010_0246_c_12L
天上奎星不見光長沙賈傳 [57] 忽云亡

010_0246_c_13L三年佩玦那堪苦一夕登箕儘可傷

010_0246_c_14L袞職何人能補合斯文無路得恢張

010_0246_c_15L參寥與有同庚分一束生蒭泣數行

010_0246_c_16L別永月師

010_0246_c_17L
客子鄕心動關河落葉飛

010_0246_c_18L天寒君欲挽歲暮我當歸

010_0246_c_19L白首情難別靑山事有違

010_0246_c_20L前期未可卜那得不沾衣

010_0246_c_21L寄靜成震初長老涵月之孫
玩月之子

010_0246_c_22L
關山月落掩光輝先祖宗風少發揮

010_0246_c_23L却喜司咸賢繼道能令老叔樂忘飢

010_0246_c_24L中秋書信千金重半歲覊懷一線微

010_0247_a_01L旗竹嶺高難可越           기죽령 고개가 높아 넘기 어려우나
空回白首意如飛           부질없이 백발을 돌려 보면 날아갈 듯하네
연수헌에 부치다(題宴睡軒)
[1]
宴坐蒲團睡             포단에 앉아서 깜박 졸고만 있어도
凝然萬慮斷             온갖 시름 씻은 듯이 바로 끊어지네
含花鳥不來             꽃을 물고 날아오는 새 한 마리 없으니
應識融公懶             융공212)의 게으름을 알 만하네

[2]
宴睡軒中一事無           연수헌에는 할 일도 없고
殘年唯懶是工夫           늙어서 그런지 공부도 게을러지네
平生穿鑿都消盡           평생 동안 매달렸던 일 모두 사라졌으니
誰信今吾非故吾           지금의 나는 이미 옛날 그 사람이 아닌 걸 누가 알까
세밑에 회포를 적다(歲暮述懷)
半世經壇飽苦辛           경전을 강하며 지낸 반평생 괴로움뿐이었으나
北來今作倦游人           지금은 북녘땅에서 그저 먹고 노는 사람이라네
滄溟萬里供雙眼           만 리 푸른 바다가 두 눈 가득 들어오는
楓岳千峰寄一身           풍악산楓岳山 첩첩 봉우리에 이 몸을 의지했네
日暮頑雲仍釀雪           날 저물자 검은 구름은 눈을 빚어 내리고
歲暮殘柳欲生春           해 저물면 늙은 버드나무에 새봄이 오네
客囊金盡何羞澁           나그네 주머니에 여비 떨어진들 부끄럽겠나
且復哦詩一欠伸           시 한 수를 또 읊으며 기지개를 쫙 펴 보노라
금강산을 떠나며(自金剛發行)
千里殊方事事辛           천 리 타향에서는 만나는 일마다 괴로움이니
新年鳥語勸歸人           새해 아침 지저귀는 새 돌아가라 권하는구나
曾聞楓岳山皆骨           풍악산이니 개골산이니213) 들어는 봤지만
今見香城雪半身           금강산(衆香城)214) 바라보니 눈꽃이 절반을 덮었구나
爲客可堪回白首           나그네가 고향으로 백발을 돌릴 수 있을까
還鄕却喜半靑春           고향에 가면 청춘으로 되돌아갈 것만 같네
名區景物要收去           이 빼어난 명승지 경치를 거두어 가고 싶지만
一首詩中未盡伸           시 한 수에다 다 풀어놓지는 못하겠구나
〈어가오〉의 형식으로 공경과 우의의 뜻을 보내다(以漁家傲送敬誼)
[1]
華嚴法界重重說           화엄법계의 다함없는 말씀은
刹刹塵塵無間歇           무수히 많은 국토마다 쉬는 때가 없네
燕語鶯吟廣長舌           제비 꾀꼬리 노랫소리와 같은 장광설에
休分別               분별심을 내지 말지어다
黃化翠竹毘盧佛           노란 꽃 푸른 대나무가 바로 비로불이라네

[2]
大用大機具一喝           대용대기의 깊은 뜻 한마디 말씀에 다 갖추었고
百千公案繫驢橛           갖가지 공안을 나귀의 말뚝에 매었구나
千聖不傳向上訣           여러 성현들조차 향상의 비결 전하지 않았거늘
莫漏洩               누설하지 말지어다
學者勞形猿捉月           배우는 자는 원숭이가 달을 건지려 하듯215) 헛수고만 하리라
고산216) 수령 홍 공이 화암사에서 기우제를 지내기에 시를 써서 드리다(高山使君洪公祈雨花岩寺呈此)

010_0247_a_01L旗竹嶺高難可越空回白首意如飛

010_0247_a_02L題宴睡軒

010_0247_a_03L
宴坐蒲團睡凝然萬慮斷

010_0247_a_04L含花鳥不來應識融公懶(一)

010_0247_a_05L宴睡軒中一事無殘年唯懶是工夫

010_0247_a_06L平生穿鑿都消盡誰信今吾非故吾(二)

010_0247_a_07L歲暮述懷

010_0247_a_08L
半世經壇飽苦辛北來今作倦游人

010_0247_a_09L滄溟萬里供雙眼楓岳千峰寄一身

010_0247_a_10L日暮頑雲仍釀雪歲暮殘柳欲生春

010_0247_a_11L客囊金盡何羞澁且復哦詩一欠伸

010_0247_a_12L自金剛發行

010_0247_a_13L
千里殊方事事辛新年鳥語勸歸人

010_0247_a_14L曾聞楓岳山皆骨今見香城雪半身

010_0247_a_15L爲客可堪回白首還鄕却喜伴靑春

010_0247_a_16L名區景物要收去一首詩中未盡伸

010_0247_a_17L以漁家傲送敬誼

010_0247_a_18L
華嚴法界重重說刹刹塵塵無間歇

010_0247_a_19L燕語鶯吟廣長舌休分別黃花翠竹毘

010_0247_a_20L盧佛(一)

010_0247_a_21L
大用大機具一喝百千公案繫驢橛

010_0247_a_22L千聖不傳向上訣莫漏洩學者勞形猿

010_0247_a_23L捉月(二)

010_0247_a_24L高山使君洪公祈雨花岩寺呈此

010_0247_b_01L太守方憂旱             태수께서 가뭄을 걱정하여
山川事徧宗             산천의 여러 신에게 두루 기도를 올리네
雲門曾展敬             구름을 일으키는 문에 공경을 다하며
花寺又呈功             화암사에서 온갖 정성을 다 바치네
應有雷駈魃             천둥으로 가뭄 귀신을 몰아내 줄 것이니
寧無雨順風             비 내리고 바람 불지 않을 리가 있는가
至誠貫金石             지극한 정성이면 돌도 쇠도 뚫을 수 있으니
終看屬年豊             마침내 풍년이 오는 것을 보게 되리라
【발魃은 가뭄 귀신이다. 콧구멍이 하늘을 향하여 있어 비가 콧구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가물 때에만 나와 돌아다닌다고 한다.(魃。 旱鬼也。 鼻孔向上。 雨入鼻中。 故常以旱時出行也。)】
청파가 화암사에 부친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靑坡題花岩韵)
[1]
路入花岩一線長           화암사 들어가는 길 한 줄로 길게 뻗었으니
上房高闢白雲鄕           저 산 높은 곳에 흰 구름 마을이 열려 있네
玲瓏佛寺金銀氣           절집에는 금 기운 은 기운이 영롱하고
周匝靈山草木香           신령스럽게 둘러싼 산세에 초목이 향기롭다
萬事從前成淡泊           모든 일에 벌써 담박한 마음이 되었으니
一身今日轉淸凉           이 한 몸 오늘에야 시원하게 맑아지네
向來百鳥無消息           전에 찾아오던 새들 이제 소식이 없으니
已識融公伎倆忘           융공의 옛 기량은 없어진 것이로구나
【우두산牛頭山의 법융法融 선사는 4조祖 대사를 만나기 전에는 자성自聖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새들이 꽃을 물고 와서 공양을 하였다. 그러나 4조 대사를 만난 뒤에는 성량聖量이 없어졌기 때문에 새가 꽃을 물고 날아오지 않았다고 한다.(牛頭山融禪師。 未見四祖時。 有自聖之心故。 百鳥今花來供。 及見四祖後。 頓亡聖量故。 含花鳥不來也。)】

[2]
名山幽趣與君長           산을 좋아하는 그윽한 취미 그대와 같으니
却喜他鄕似故鄕           타향에 있으면서도 고향 같아 기뻤네
數卷殘經閑揮麈           한가하게 불경을 읽거나 먼지떨이를 흔들고
一簾微雨好燒香           주렴 밖에 가랑비 내리면 향 타는 냄새 더욱 짙네
隔林流水聲聲活           숲 건너 냇물 소리마다 살아나고
滿地濃陰面面凉           온통 짙푸른 녹음 푸릇푸릇 시원하네
溪鳥岩花會心處           시냇가의 새와 바위의 꽃에 마음을 빼앗겨
悠然相對兩相忘           그윽하게 마주하니 둘 모두를 잊었다네
진산 수령의 시를 차운하여 청파를 대신하여 짓다(次珎山倅代靑坡作)
空得千莖雪             천 갈래 눈처럼 하얀 백발 부질없이 늘었지만
難敎一寸灰             마음까지 재처럼 식히기는 쉽지 않다오
非緣蠶麥去             누에와 보리를 얻으러 간 것이 아니라
爲謝使君來             수령에게 사례를 하고 싶어 왔다오
共賞南樓月             남루에서 함께 달을 감상했지만
獨違東閣梅             동각의 매화는 함께 보지 못했소
相逢休勸酒             우리 다시 만나거든 술일랑은 권하지 마시오
吾道誡含杯             우리 불가에서는 술을 경계한다오
옥계 김 참봉217)의 맏아들이 화암사에 와서 ‘장’ 자 운으로 시를 지어 주기에 그 시운을 따서 짓다(玉溪金叅奉之胤郞來花岩用長字以贈又次)
看來文藻一何長           그대 지은 시를 보니 어쩌면 이리도 뜻이 깊은지
自古英才隱野鄕           예로부터 영재는 시골에 숨었다는 말 사실이로다
家在玉溪身共潤           옥계에 집이 있으니 몸도 윤택하지만
詩逢花寺句彌香           화암사에서 시 지으니 글귀 더욱 향기롭네

010_0247_b_01L
太守方憂旱山川事徧宗

010_0247_b_02L雲門曾展敬花寺又呈功

010_0247_b_03L應有雷駈魃寧無雨順風

010_0247_b_04L至誠貫金石終看屬年豊旱鬼也鼻孔
向上雨入鼻中

010_0247_b_05L故常以旱
時出行也

010_0247_b_06L次靑坡題花岩韵

010_0247_b_07L
路入花岩一線長上房高闢白雲鄕

010_0247_b_08L玲瓏佛寺金銀氣周匝靈山草木香

010_0247_b_09L萬事從前成淡泊一身今日轉淸凉

010_0247_b_10L向來百鳥無消息已識融公伎倆忘牛頭
山融

010_0247_b_11L禪師未見四祖時有自聖之心故百鳥今花來
及見四祖後頓亡聖量故含花鳥不來也
(一)

010_0247_b_12L名山幽趣與君長却喜他鄕似故鄕

010_0247_b_13L數卷殘經閑揮麈一簾微雨好燒香

010_0247_b_14L隔林流水聲聲活滿地濃陰面面凉

010_0247_b_15L溪鳥岩花會心處悠然相對兩相忘(二)

010_0247_b_16L次珎山倅代靑坡作

010_0247_b_17L
空得千莖雪難敎一寸灰

010_0247_b_18L非緣蠶麥去爲謝使君來

010_0247_b_19L共賞南樓月獨違東閣梅

010_0247_b_20L相逢休勸酒吾道誡含杯

010_0247_b_21L玉溪金叅奉之胤郞來花岩用長字
010_0247_b_22L以贈又次

010_0247_b_23L
看來文藻一何長自古英才隱野鄕

010_0247_b_24L家在玉溪身共潤詩逢花寺句彌香

010_0247_c_01L白雲影裡經行好           흰 구름 그림자 속을 거닐어도 좋지만
流水聲中笑語凉           흐르는 물소리에 담소를 나눔도 시원하다네
信宿山房非偶爾           산방에서 잠자는 일 우연은 아닐 테니
知君歸去不能忘           그대 돌아가더라도 잊지는 마시게
추줄산 내원암에 부치다 【당나라 장우張祐의 시에 “사람이 태어나서 양주에서 죽는 게 가장 좋으니, 선지산의 산빛이 묘지에는 더없이 좋기 때문이네.”라고 하였다.】(題崷崒山內院庵 【唐張祐詩。 人生只合楊州死。 禪智山光好墓田。】)
衰年萬事付東流           늘그막 모든 일을 흐르는 저 물에 띄워 보내고
偶到斯庵暫逗留           우연히 이 암자에 와서 잠깐 머무르게 되었네
積草峰四臥牛局           적초봉은 소가 누운 형국으로 둘러 있고
雙溪水合伏龍湫           두 줄기 시냇물은 용이 숨은 연못에서 합쳐지네
新朋晩得欣靑眼           뒤늦게 얻은 새 벗의 푸른 그 눈이 좋아서
舊講重開媿白頭           옛 강단을 다시 여니 백발이 된 내가 부끄럽네
到處山光皆可意           산빛 여기저기 어디나 다 마음에 드는데
人生不必死楊州           사람이 꼭 양주에서 죽어야 하겠나
적상산에서 삼가 택당의 시운을 따서 짓다(赤裳謹次澤堂)
古砦何年設             오래 된 이 성곽 어느 해에 쌓은 걸까
關防萬歲長             만세토록 나라를 지키려는 계획이었지
金縢藏石室             금등218)은 석실 안에 감추어 두고
璿籍讚緇裳             왕실의 책에는 스님을 찬양하는 글이 실려 있네
楓葉知秋晩             단풍잎 떨어지는 걸 보면 어느덧 가을도 깊었는데
鍾聲報夜忙             종소리까지 밤이 금방이라고 재촉하는구나
行尋裕山路             덕유산을 찾아가는 길에는
雲與我俱翔             구름도 나를 따라 함께 날아가는구나
겨울 결제에 『화엄경』을 강론하고(結冬講華嚴經)
三冬結制禮金仙           겨울 결제에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九會華嚴次第宣           구회219)의 화엄을 차례로 펼치었네
毛孔佛身分百億           털구멍마다 백억의 부처님 몸을 나투고
塵中經卷等三千           먼지 속에 쌓인 경전 삼천 권이나 되네
點頭頑石能知義           돌까지도 이치를 깨달아 머리 끄덕이듯220)
借口虛空解講玄           허공의 입을 빌려 현묘한 이치를 풀었네
爲報滿堂諸法侶           강당에 가득한 스님들에게 알리노니
云云不是小因緣           이런 말들이 작은 인연은 아니로다
배우는 사람들에게 훈시하다(示學人)
得人爲利走諸方           사람을 얻으려고 사방으로 찾아다녔더니
鬂上光陰六十强           귀밑머리 육십 년 세월을 강요하고 있구나
入定頭陁千劫靜           선정의 두타221)는 천 겁 지나도록 고요해도
多聞尊者一生忙           다문존자222)는 일생 바쁠 수밖에 없네
每因識字成憂患           글자를 알면 꼭 병이 되기 마련이니
祗爲求名有損傷           그저 명예나 구하다가 상처를 입는다네
始信黠兒還落節           약삭빠른 아이도 도리어 실수를 하는 법이니
不如痴絶顧長康           어리석음까지 뛰어난 고장강을 배우게나
【 『종경록宗鏡錄』에 이르기를 “사냥꾼의 이익은 토끼를 잡는 데 있고, 종사의 이익은 사람을 얻는 데 있다.”라고 하였다. 고개지顧愷之에게 3절絶이 있었으니, 글씨가 뛰어났고, 그림이 뛰어났으며, 또 어리석음이 뛰어났다고 한다.(宗鏡云。 獵士之利。 在得兎。 宗師之利。 在得人。 顧愷之有三絶。 書絶畫絶痴絶。)】
쌍용 장로에게 드리다(呈雙聳長老)

010_0247_c_01L白雲影裡經行好流水聲中笑語凉

010_0247_c_02L信宿山房非偶爾知君歸去不能忘

010_0247_c_03L題崷崒山內院庵唐張祐詩人生只合楊
州死禪智山光好墓田

010_0247_c_04L
衰年萬事付東流偶到斯庵暫逗留

010_0247_c_05L積草峰四 [58] 臥牛局雙溪水合伏龍湫

010_0247_c_06L新朋晩得欣靑眼舊講重開媿白頭

010_0247_c_07L到處山光皆可意人生不必死楊州

010_0247_c_08L赤裳謹次澤堂

010_0247_c_09L
古砦何年設關防萬歲長

010_0247_c_10L金縢藏石室璿籍讚緇裳

010_0247_c_11L楓葉知秋晩鍾聲報夜忙

010_0247_c_12L行尋裕山路雲與我俱翔

010_0247_c_13L結冬講華嚴經

010_0247_c_14L
三冬結制禮金仙九會華嚴次第宣

010_0247_c_15L毛孔佛身分百億塵中經卷等三千

010_0247_c_16L點頭頑石能知義借口虛空解講玄

010_0247_c_17L爲報滿堂諸法侶云云不是小因緣

010_0247_c_18L示學人

010_0247_c_19L
得人爲利走諸方鬂上光陰六十强

010_0247_c_20L入定頭陁千劫靜多聞尊者一生忙

010_0247_c_21L每因識字成憂患祗爲求名有損傷

010_0247_c_22L始信黠兒還落節不如痴絶顧長康宗鏡


010_0247_c_23L獵士之利在得兎宗師之利在得
顧愷之有三絶書絶畫絶痴絶

010_0247_c_24L呈雙聳長老

010_0248_a_01L晩歲叢林閙葦麻           만년에 갈대가 흔들리듯 시끄러운 시절을 만났으니
可中端的卞龍蛇           용인지 뱀인지 분별하여 용단을 내려야 하네223)
平持心地方爲道           마음의 본바탕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그것이
도일지니脫盡塵機眞作家           속세의 인연을 벗어야만 참된 일가를 이루리라
佛法從來如嚼蠟           불법이란 예로부터 밀랍을 씹듯 재미가 없고
朋儔此去似摶沙           벗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 가듯 떠나가네
臨分更結殘年約           이별하면서 다시 만날 약속을 해 보지만
蓮社工夫最上科           연사에서의 공부가 가장 어려운 과업이라네
【벗이란 모래를 잡는 것과 같아서 손을 놓으면 절로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朋友如搏沙。 放手還自散。)】
권 석사224)가 지은 〈퇴정〉이라는 시의 운을 따서 짓다(次權碩士退亭韵)
一片菟裘面面奇           별장225)은 구석구석 기이하기도 한데
主人高臥任便宜           주인은 높이 누워 편한 대로 살고 있네
林間採藥行非徑           숲에서 약초를 캐려고 길 아닌 데로 다니고
雨後觀魚坐近池           비 온 뒤 못가에 바짝 앉아 고기를 구경하네
秋夜鳴螿攅暗壁           가을밤이면 쓰르라미 어두운 벽 찾아 모여들고
夕陽歸鳥擇深枝           석양이면 집 찾는 새 깊은 가지에 앉아 있네
眼看物物會心處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마음에 드는 곳은
人自不知儂自知           사람들은 몰라도 저들은 저절로 아나 보다
경시관226) 이석하 공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京試官 【李公錫夏】)
南國掌秋試             남쪽 지방의 가을 과거를 주관하려고
東堂計日來             동당227)에 시험 날 맞춰 오셨구려
驛程連野寺             먼 여행길엔 들판 절집에서 잠을 자고
軒盖上仙臺             가마는 신선의 누대까지 올라야 했으리
豪氣三杯醉             호기로 마신 석 잔 술에 취하여
秋聲萬壑哀             가을 계곡물 소리 마냥 서글픈데
燈前携白衲             등잔 앞으로 스님을 끌고 와서
詩話夜深開             시 짓는 이야기로 밤을 새우네
창평 이 사백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昌平李詞伯)
平生狂簡自知明           평생 동안 뜻만 큰228) 줄 스스로 잘 알아서
養病深山晝掩扃           깊은 산에서 병을 치료하느라 낮에도 대문 걸어 닫았네
萬事信天天莫測           모든 일 하늘 믿고 맡겼지만 하늘은 헤아리기 어렵듯
百年修道道難成           백 년 동안 도를 닦아도 도를 이루기란 어렵다네
燈懸壁上寒無焰           벽에 걸린 등불은 차갑게 불꽃도 일지 않고
雪落窓前細有聲           창 앞에 눈 내리는 희미한 소리만 들리네
煩惱伊來消漸盡           근래 들어 번뇌가 점차 사라지고 있으니
未能除却是閑名           이걸 다 없애지 못하면 이름도 헛것이라네
허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다 【사안謝安은 언제나 동산東山229)에 머물렀다. 적인걸狄仁傑을 북두성 아래에 한 사람뿐이라고 하였다. ◯ 허순許詢은 자가 현도玄度이다. 어느 날 담언曇彦의 집에 방문하였더니, 담언이 “허현도가 어찌 이리 더디게 오느냐.”라고 말하였다.】(次許生員 【謝安常在東山。 狄仁傑北斗南一人。 ◯ 許詢。 字玄度。 訪曇彦。 彦曰。 許玄度來。 何暮。】)
[1]
蒼松白雪映寒潭           푸르른 소나무 위 하얀 눈이 차가운 연못에 비추고
許椽先生臥石龕           허연 선생은 돌로 만든 감실에 누우셨네
邵氏園中瓜種五           소씨의 동산에 다섯 빛깔의 오이를 심고230)
蔣家竹裡徑開三           장가의 대숲에 세 갈래 길을 열었네231)

010_0248_a_01L
晩歲叢林閙葦麻可中端的卞龍蛇

010_0248_a_02L平持心地方爲道脫盡塵機眞作家

010_0248_a_03L佛法從來如嚼蠟朋儔此去似摶沙

010_0248_a_04L臨分更結殘年約蓮社工夫最上科朋友
如搏

010_0248_a_05L放手
還自散

010_0248_a_06L次權碩士退亭韵

010_0248_a_07L
一片菟裘面面奇主人高臥任便宜

010_0248_a_08L林間採藥行非徑雨後觀魚坐近池

010_0248_a_09L秋夜鳴螿攅暗壁夕陽歸鳥擇深枝

010_0248_a_10L眼看物物會心處人自不知儂自知

010_0248_a_11L次京試官李公錫夏

010_0248_a_12L
南國掌秋試東堂計日來

010_0248_a_13L驛程連野寺軒盖上仙臺

010_0248_a_14L豪氣三杯醉秋聲萬壑哀

010_0248_a_15L燈前携白衲詩話夜深開

010_0248_a_16L次昌平李詞伯

010_0248_a_17L
平生狂簡自知明養病深山晝掩扃

010_0248_a_18L萬事信天天莫測百年修道道難成

010_0248_a_19L燈懸壁上寒無焰雪落窓前細有聲

010_0248_a_20L煩惱伊來消漸盡未能除却是閑名

010_0248_a_21L次許生員謝安常在東山狄仁傑北斗南一
◆許詢字玄度訪曇彦彦曰
010_0248_a_22L許玄度
何暮

010_0248_a_23L
蒼松白雪映寒潭許椽先生臥石龕

010_0248_a_24L卲氏園中瓜種五蔣家竹裡徑開三

010_0248_b_01L風流豈遜東山下           풍류가 어찌 동산 아래 그 사람만 못할까
人物爭稱北斗南           북두성의 남쪽 제일이란 사람과 겨루겠네
每憶前春曾邂逅           지난봄 우연히 만났던 일을 항상 생각하노니
何時重與續玄談           언제 다시 만나 현묘한 이야기를 계속할까

[2]
亢極老龍臥碧潭           오를 데까지 오른 늙은 용232) 푸른 못에 누웠다가
無心從此上雲龕           아무 생각 없이 또 운감에 올랐구나
君師父謝人間一           군사부는 하나같이 세상에서 고마운 분들이고
佛法僧從物外三           불법승은 물외의 세 가지 보물이라네
晩歲退藏岩壑裡           늘그막에 산속에 들어와 숨어 살지만
曩時行化嶺湖南           전날엔 영남 호남을 두루 돌며 교화를 펼쳤었지
願言玄度來何暮           그리운 현도는 어이하여 더디 오나
苦海風波不可談           고통의 바다 풍파야 말할 수도 없겠지
창평 동헌에 바치다 【소주蘇州의 관청 사옥에 불이 자주 나서, 자황雌黃이라는 염료를 발라서 화재를 막았다. 그래서 황당黃堂이라고 불렀다.】(呈昌平東軒 【蘇州官舍。 數火起。 以雌黃塗之。 以避火。 號曰黃堂。】)
卓錫權庵歲已周           우뚝한 석권암 세운 지 한 해가 지났는데
黃堂尙未禮儀修           황당은 아직 모양새를 갖춰 수리하지 못했네
只緣白衲無公事           스님들이 공사를 못했기 때문이지
不是靑山負我侯           우리 수령께서 청산을 등진 것은 아니라네
月照東軒長孺臥           달빛 환한 동헌에 장유233)가 누웠고
雲開南岳退之游           구름 걷힌 남악에 퇴지가 노니네234)
荒年賑施傾官俸           흉년에 가난을 구제하려 자신의 녹봉을 쏟아 넣으니
能使生民免納溝           백성들이 굶주려 죽는 것을 면하게 하려는 것이네
개천사 봉익암에 부치다(題開天寺鳳翼庵)
寒泉鳴戶外             문밖엔 차가운 샘물 흐르는 소리
紙帳掩禪房             종이 장막으로 선방 문을 살짝 가렸네
病起看經懶             병석에서 일어났으나 경전 읽기는 게으르고
身閑覺日長             하는 일 없으니 해만 더욱 길게 느껴지네
幽蘭香動砌             그윽한 난초 향기 뜰 안에 가득하고
瘦竹影斜墻             가녀린 대나무 그림자 담장에 비꼈네
林外白蓮社             숲 저 밖 백련사에서
鍾聲送夕陽             종소리에 실려 석양이 넘어오네
처마 아래 매화를 노래하다(咏檐梅)
今年二月凍全深           금년 이월은 온통 꽁꽁 얼어붙어서
檐外梅花冷不禁           처마 밖의 매화도 싸늘한 느낌 금할 수 없네
風送暗香經案入           바람결에 책상까지 은근한 향기가 넘어오고
月移踈影茗杯侵           엉성한 달그림자 향긋한 찻잔으로 옮겨 오네
莫敎折去傷春色           매화가지 꺾어서 봄빛을 상처 내지 마시게
且可看來慰客心           보고만 있어도 나그네 마음 위로가 된다네
灞上仙翁今不在           파교灞橋의 신선235) 지금은 없는데
雪中誰復策驢尋           눈 속에 나귀 타고 또 누가 찾겠나
상옥 스님에게 주다(贈象玉上人)
玉之爲物等金銀           옥이란 물건이 금과 은처럼 귀한 보물인데
擧世難分假與眞           온 세상 사람들 진짜와 가짜를 분간하지 못하네
刖足何辜莫向楚           무슨 죄로 발을 베였나 초나라엔 가지 말게236)
連城酬價且歸秦           여러 성을 값으로 쳐주는 진나라로 가야 하네237)

010_0248_b_01L風流豈遜東山下人物爭稱北斗南

010_0248_b_02L每憶前春曾邂逅何時重與續玄談(一)

010_0248_b_03L亢極老龍臥碧潭無心從此上雲龕

010_0248_b_04L君師父謝人間一佛法僧從物外三

010_0248_b_05L晩歲退藏岩壑裡曩時行化嶺湖南

010_0248_b_06L願言玄度來何暮苦海風波不可談(二)

010_0248_b_07L呈昌平東軒蘇州官舍數火起以雌黃
塗之以避火號曰黃堂

010_0248_b_08L
卓錫權庵歲已周黃堂尙未禮儀修

010_0248_b_09L只緣白衲無公事不是靑山負我侯

010_0248_b_10L月照東軒長孺臥雲開南岳退之游

010_0248_b_11L荒年賑施傾官俸能使生民免納溝

010_0248_b_12L題開天寺鳳翼庵

010_0248_b_13L
寒泉鳴戶外紙帳掩禪房

010_0248_b_14L病起看經懶身閑覺日長

010_0248_b_15L幽蘭香動砌瘦竹影斜墻

010_0248_b_16L林外白蓮社鍾聲送夕陽

010_0248_b_17L咏檐梅

010_0248_b_18L
今年二月凍全深檐外梅花冷不禁

010_0248_b_19L風送暗香經案入月移踈影茗杯侵

010_0248_b_20L莫敎折去傷春色且可看來慰客心

010_0248_b_21L㶚上仙翁今不在雪中誰復策驢尋

010_0248_b_22L贈象玉上人

010_0248_b_23L
玉之爲物等金銀擧世難分假與眞

010_0248_b_24L刖中何辜莫向楚連城酬價且歸秦

010_0248_c_01L攻文可借他山石           다른 산에서 돌을 빌려 무늬를 새기고
成器宜從巧匠人           그릇을 만들려면 솜씨 좋은 장인을 만나야 하네
况復體含溫潤德           게다가 온화하고 윤택한 덕까지도 갖고 있으니
莫藏韞櫝出爲珍           함 속에 감추어 두지 말고 꺼내어 보배를 만들지어다
삼가 화순 수령 임성운의 〈관어정〉 시의 운을 따서 짓다(謹次和順林使君 【性運】觀魚亭韵)
使君猶陿此君庭           수령은 이곳 뜰이 좁다고 하면서
環翠遺墟築小亭           푸른 숲속 빈 터에 작은 정자를 지었네
制度精微評謂甲           규격이 정미하여 제일이라 꼽히고
欄軒方正狀如丁           난간도 반듯하게 정丁 자 모양이라네
近池却喜觀魚鳥           연못이 가까워 고기와 새를 보는 것은 즐겁지만
深竹還嫌碍月星           깊은 대숲이 달빛 별빛을 막는 것은 좀 아쉽구나
衙退日供長孺臥           관아에서 물러 나와 장유와 함께 누우니
信知能政不勞形           정사에 능하면 몸이 수고롭지 않음을 알겠네
봉학정의 시운을 따서 짓다 【염계濂溪238)가 뜰 앞의 풀을 뽑아 버리지 않으면서 “저 풀 또한 조화의 뜻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次鳳鶴亭 【濂溪不除庭前草曰。 彼亦有造化意。】)
[1]
閱世頭全白             세상살이에 머리는 온통 백발이 되었지만
耽詩眼益靑             시를 탐하다 보면 눈만은 갈수록 더 젊어지네
文章鳳呈瑞             문장은 봉황이 상서로운 빛을 바치는 듯
壽考鶴同齡             수명은 따져 보면 학과 같은 나이라네
竹塢經宵雨             대숲 마을에 밤비 지나고 나면
槐陰滿晝庭             홰나무 그늘이 낮에도 뜰을 덮고 있네
紛紛塵俗事             어지러운 속세의 일일랑은
了不到斯亭             이 정자에 절대 이르지 못하겠네

[2]
鳳鶴山光滿眼靑           봉학산 산빛에 눈동자 푸르게 물들어
得添文藻又延齡           문채를 겸하고 또 연륜까지 더하였네
乾坤象在觀梅榻           건곤의 상은 매화 구경하는 책상에 있고
造化意看生草庭           조화의 뜻은 풀 돋는 뜰에서 보았네
一面溪山人不競           한편으론 냇물과 산과 다투지 않으며
百年耕鑿子惟寧           평생 농사일도 그저 편안할 뿐이라네
從吾所好斯爲可           내 맘 내키는 대로 살면 그만이지
肯把三公換此亭           삼공 자리를 준다 해도 이 정자와 바꿀까
표관에게 주다(贈表寛)
古聖敎敷五             옛 성현은 오륜을 가르치시며
丁寧勸在寬             너그러움 간절히 권하셨네
柔和仁是主             인은 부드러움과 온화함의 주가 되며
謙讓禮爲端             예는 겸손과 양보의 발단이네
白衲隨身穩             흰 가사를 걸친 몸은 평온하고
靑山到處閑             푸른 산은 가는 곳마다 한가하네
工夫不在遠             공부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니
惟把我名看             그저 내 이름을 잡는 데에 있다네
연사239)에서 돌아오는 길에 읊다(淵寺歸路有吟)
今朝凍雨乍新晴           차가운 빗줄기 살짝 개인 오늘 아침
斷岸小江春水生           벼랑 아래 작은 강에 봄물 불어났네
烟寺獨歸山犬吠           안개 낀 만연사萬淵寺에서 홀로 돌아오는 길 들개들 짖어 대고
竹籬相和野鷄鳴           대울타리 서로 잇닿은 마을에는 닭들만 울어 대네

010_0248_c_01L攻文可借他山石成器宜從巧匠人

010_0248_c_02L况復體含溫潤德莫藏韞櫝出爲珍

010_0248_c_03L謹次和順林使君性運觀魚亭韵

010_0248_c_04L
使君猶陿此君庭環翠遺墟築小亭

010_0248_c_05L制度精微評謂甲欄軒方正狀如丁

010_0248_c_06L近池却喜觀魚鳥深竹還嫌碍月星

010_0248_c_07L衙退日供長孺臥信知能政不勞形

010_0248_c_08L次鳳鶴亭濂溪不除庭前草曰
彼亦有造化意

010_0248_c_09L
閱世頭全白耽詩眼益靑

010_0248_c_10L文章鳳呈瑞壽考鶴同齡

010_0248_c_11L竹塢經宵雨槐陰滿晝庭

010_0248_c_12L紛紛塵俗事了不到斯亭(一)

010_0248_c_13L鳳鶴山光滿眼靑得添文藻又延齡

010_0248_c_14L乾坤象在觀梅榻造化意看生草庭

010_0248_c_15L一面溪山人不競百年耕鑿子惟寧

010_0248_c_16L從吾所好斯爲可肯把三公換此亭(二)

010_0248_c_17L贈表寛

010_0248_c_18L
古聖敎敷五丁寧勸在寛

010_0248_c_19L柔和仁是主謙讓禮爲端

010_0248_c_20L白衲隨身穩靑山到處閑

010_0248_c_21L工夫不在遠惟把我名看

010_0248_c_22L淵寺歸路有吟

010_0248_c_23L
今朝凍雨作新晴斷岸小江春水生

010_0248_c_24L烟寺獨歸山犬吠竹籬相和野鷄鳴

010_0249_a_01L偶成詩句聊書雪           어쩌다 읊는 시구에는 눈 얘기만 쓰게 되지만
欲訪梅花暫駐程           그래도 매화를 찾고 싶어 잠깐 가던 길을 멈추었네
才別梓鄕猶在眼           금방 떠나온 고향 땅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니
誰言禪者未忘情           스님에겐 잊어야 할 마음이 없다 누가 말했던가
문 석사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文碩士)
平生黃氣滿天庭           평생 상서로운 기운240) 이마241)에 가득했으나
名利關頭已獨醒           명예와 이익의 실체를 이미 홀로 깨달았네
非聖書元非可見           성인의 경전이 아니면 본래 보지를 않았고
不經語是不堪聽           경전의 말씀이 아니면 듣지도 않았었네
性天霽月寒相炤           하늘에서 받은 성품 환한 달빛처럼 빛나고
鬂雪春風暖亦零           귀밑머리는 따뜻한 봄바람 속을 나는 눈발 같네
方外公惟知此事           공만이 방외의 이런 일을 알아서
雙眸淨似秋江靑           두 눈동자 가을 강물처럼 깨끗하구나
연수헌에 부치다(題宴睡軒)
主人宴坐睡             주인은 편안히 앉아 졸면서
萬事不相干             아무 일에도 상관을 하지 않네
門前無俗駕             문 앞에 속세 사람의 수레는 없고
籬外有靑山             울타리 밖으로 푸른 산만 펼쳐 있네
不出已成趣             문을 나서지 않아도 흥취가 일어나니
懶惰心所安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네
啼鶯驚午睡             꾀꼬리 울음소리에 낮잠 깨어나서
起來風物閑             일어나 보면 풍경 그저 한가하네
脩竹自成林             높다란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掩映茅三間             세 칸 초가집을 온통 가려 버렸네
有時客來訪             어쩌다 가끔 객이라도 찾아오면
欣迎忘巾冠             망건도 갓도 없이 그냥 기쁘게 맞는다네
相見無別語             서로 만나도 별다른 말은 없이
以詩酬問端             시로써 묻는 말에 화답만 하네
眼看塵世隘             속세가 좁은 것이 눈에 보이니
玆軒獨自寬             나만은 이 집이 넓다 하겠네
무안 지주 이광현 공이 남창으로부터 절에 찾아왔기에 함께 시를 짓다(務安地主李公 【光鉉】自南倉到寺同賦)
[1]
翩翩皂盖雨中來           펄럭펄럭 검은 우산을 쓰고 빗속에 찾아와
伊軋藍輿暮上臺           삐걱삐걱 가마 타고 저물녘 누대에 올랐네
獨有山僧垂白老           백발 드리운 늙은 스님 홀로 살고 있는 곳
豈知仙尉踏靑廻           선위242)가 풀을 밟고 찾아올 줄 어찌 알았겠나
融峰豪氣三杯發           술 석 잔에 융봉의 호기가 생겨나고243)
竹院閑情半日開           대숲 동산 반나절에 한가한 마음을 열었네
方外相逢詩可已           방외의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시나 지으면 좋으련만
蔬膓餘習句難裁           나물만 먹고 사는 나는 시 한 구절 짓기도 어렵다네

[2]
寺近南倉路             남창 가는 길에서 절이 가까워
禪房暫駐官             관리가 잠시 선방에 머물렀네
煮花香滿筯             화전 부치는 냄새 젓가락에 가득하고
把酒醉憑欗             술잔 잡고 취하여 난간에 기대섰네

010_0249_a_01L偶成詩句聊書雪欲訪梅花暫駐程

010_0249_a_02L才別梓鄕猶在眼誰言禪者未忘情

010_0249_a_03L次文碩士

010_0249_a_04L
平生黃氣滿天庭名利關頭已獨醒

010_0249_a_05L非聖書元非可見不經語是不堪聽

010_0249_a_06L性天霽月寒相炤鬂雪春風暖亦零

010_0249_a_07L方外公惟知此事雙眸淨似秋江靑

010_0249_a_08L題宴睡軒

010_0249_a_09L
主人宴坐睡萬事不相干

010_0249_a_10L門前無俗駕籬外有靑山

010_0249_a_11L不出已成趣懶惰心所安

010_0249_a_12L啼鶯驚午睡起來風物閑

010_0249_a_13L脩竹自成林掩映茅三間

010_0249_a_14L有時客來訪欣迎忘巾冠

010_0249_a_15L相見無別語以詩酬問端

010_0249_a_16L眼看塵世隘玆軒獨自寬

010_0249_a_17L務安地主李公光鉉自南倉到寺同
010_0249_a_18L

010_0249_a_19L
翩翩皂盖雨中來伊軋藍輿暮上臺

010_0249_a_20L獨有山僧垂白老豈知仙尉踏靑廻

010_0249_a_21L融峰豪氣三杯發竹院閑情半日開

010_0249_a_22L方外相逢詩可已蔬膓餘習句難裁(一)

010_0249_a_23L寺近南倉路禪房暫駐官

010_0249_a_24L煮花香滿筯把酒醉憑欗 [59]

010_0249_b_01L紅雨春將半             붉은 꽃잎 비처럼 날리니 봄도 반은 지났고
靑燈夜已闌             푸른 등불 깜박이니 밤도 이미 깊었구나
明朝出山去             내일 아침 산을 나가 떠나가면
民事集征鞍             가시는 말안장 아래 백성들의 일들이 모이리라
청호자에게 올리다(呈淸湖子)
彼美淸湖叟             저 아름다운 청호 노인이
築亭松石間             소나무와 바위 사이에 정자를 지었네
地爲無稅土             세금 없는 빈 땅에 터를 잡은
人是有巢民             유소씨有巢氏244)의 백성이로구나
並竹開三徑             대밭 사이로 세 가닥 길을 열어
瞻雲作四隣             구름을 바라보며 사방을 이웃으로 삼았네
簡高自成癖             간결하고 고상함이 버릇이 되어서
塵雜不干身             세상의 잡된 일엔 간여하지 않네
양 처사의 〈소쇄원〉 시의 운을 따서 짓다【선생이 일찍이 〈효부孝賦〉를 지었다.】(次梁處士蕭灑園韵 【先生曾作孝賦】)
[1]
先生生後世             선생은 후세에 나셔서
上慕聖賢心             위로 성현의 마음을 사모하였네
衡岳三杯酒             형산衡山에서 석 잔 술을 마시고245)
柴桑五柳陰             시상에서 다섯 그루 버들 그늘에 쉬었네246)
名園人幾會             이름난 동산에 사람이 몇 번이나 모였나
孝賦世爭吟             〈효부〉는 세상에서 다투어 읽네
十室鳴陽縣             십여 호의 작은 명양현에
誰知有展禽             누가 전금247)이 있을 줄 알았을까

[2]
蕭灑園亭好             소쇄원 정자 아름다워
登臨足賞心             올라가 보면 마음 즐거워지네
凭欗聞水響             난간에 의지하여 물소리 듣고
移席坐花陰             자리를 옮겨 꽃그늘에 앉았네
數景頻更僕             그림자는 종처럼 졸졸 따라다니고
題詩亂費吟             시를 지어서 크게 소리 내어 읊었네
莫言無供客             손님에게 올릴 것이 없다 하지 마시오
庭畔熟來禽             뜰 한구석 능금이 벌써 익었구나
【내금來禽은 능금(林檎)을 이르는 말이다.(來禽。 林檎也。)】
책방에 이르러 함께 읊다(到册房共賦)
瘦笻扶力下山歧           가느다란 지팡이에 몸을 싣고 산길을 내려오니
漠漠郊原雪陸離           아득히 넓은 들판에 눈발이 날리고 있었네
幾處烟村行路外           얼마나 많은 마을 밖 길을 걸었던가
誰家砧杵入城時           뉘 집의 다듬이 소리 성안으로 들어오나
臘前春信梅先得           섣달의 봄소식 매화가 먼저 전하고
夜半詩情燭自知           깊은 밤 시정은 촛불만이 알아주네
一唱一酬今日會           시를 부르고 시로 답하는 오늘의 모임엔
歲寒心事要相期           날은 추워도 마음엔 따뜻한 기대가 있다네
새봄에 관아에 올리다(新春呈大衙)
淑氣盎然正月春           봄기운 가득 스민 정월 새봄에
大衙端合賀年新           관아에서는 응당 새해를 축하하겠지
出山溪柳如嚬我           산을 나서면 시냇가 버들이 나를 보고 찡긋 웃는 듯
到郡官梅又笑人           마을에 내려와 관아에 이르니 매화도 사람을 보고 웃네

010_0249_b_01L紅雨春將半靑燈夜已闌

010_0249_b_02L明朝出山去民事集征鞍(二)

010_0249_b_03L呈淸湖子

010_0249_b_04L
彼美淸湖叟築亭松石間

010_0249_b_05L地爲無稅土人是有巢民

010_0249_b_06L並竹開三徑瞻雲作四隣

010_0249_b_07L簡高自成癖塵雜不干身

010_0249_b_08L次梁處士蕭灑園韵先生曾
作孝賦

010_0249_b_09L
先生生後世上慕聖賢心

010_0249_b_10L衡岳三杯酒柴桑五柳陰

010_0249_b_11L名園人幾會孝賦世爭吟
010_0249_b_12L十室鳴陽縣誰知有展禽(一)

010_0249_b_13L蕭灑園亭好登臨足賞心

010_0249_b_14L凭欗 [60] 聞水響移席坐花陰

010_0249_b_15L數景頻更僕題詩亂費吟

010_0249_b_16L莫言無供客庭畔熟來禽來禽
檎也
(二)

010_0249_b_17L到册房共賦

010_0249_b_18L
瘦笻扶力下山歧漠漠郊原雪陸離

010_0249_b_19L幾處烟村行路外誰家砧杵入城時

010_0249_b_20L臘前春信梅先得夜半詩情燭自知

010_0249_b_21L一唱一酬今日會歲寒心事要相期

010_0249_b_22L新春呈大衙

010_0249_b_23L
淑氣盎然正月春大衙端合賀年新

010_0249_b_24L出山溪柳如嚬我到郡官梅又笑人

010_0249_c_01L錯比先儒心有妓           옛 선비가 마음에 기생을 두었다248) 잘못 알 듯이
不知老釋眼無塵           늙은 스님의 눈에 속된 티끌 없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往來屑屑緣何事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꾸 오가는 것이겠나
領畧平生以道親           평생을 도道로 친구할 것을 알리고자 함일세
【 ‘기생을 마음에 두다’라는 말은 정자程子의 일이다.(心有妓。 程子事。)】
또 단사에 올리다 【동파東坡의 시에 “빛깔이 향기보다 뛰어나다.”라고 하였고, 간재簡齋의 시에는 “향기가 빛깔보다 뛰어나다.”라고 하였다.】(又呈檀社 【東坡詩。 色勝香。 簡齋詩。 香勝色。】)
知是新春善養吾           새봄은 나를 잘 살게 해 줄 것이니
天庭黃色政敷腴           이마가 훤하게 빛나며 펴지는 듯하네
平生浪比彌天釋           평생 멋대로 도안道安에 견줬더니
今日眞逢四海儒           오늘에야 진실로 습착치를 만났네249)
人品我如沙石後           내 인품은 쓸모없이 버려지는 자갈돌 같지만
詩才君合色香俱           그대의 시 재주는 빛과 향기 모두 갖추었네
願言早致靑雲上           원컨대 그대는 하루 빨리 벼슬길에 올라서
舘閣詞章任秉樞           관아에서 마음껏 문장 솜씨를 발휘하게
『분충록』을 읽고 삼가 택당250) 선생의 시운을 따서 짓다(奮忠錄謹次澤堂韵)
[1]
如來救亂世             여래께서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려고
抱送我先師             우리 사명 대사를 고이 보내셨구나
道德蠻夷化             도덕으로 바다 건너 오랑캐를 교화하였으니
威名草木知             대사의 위세와 명성은 초목까지도 다 알았네
朝臣誰不美             조정의 신하들 누군들 아름답다고 하지 않겠나
聖主亦云奇             임금께서도 또한 훌륭하다 말씀하셨네
褒賞崇祠宇             포상으로 사당을 세워 기렸으니
曇花更秀枝             우담바라꽃이 가지에 다시 피어나네

[2]
肉食謀何鄙             고기 먹는 사람들은 꾀쓰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지
功歸逃世師             전쟁의 공로는 세상을 피해 사는 대사에게로 돌아갔네
短兵無血刃             짤막한 병기 하나에도 피의 흔적이 없고
寸舌不煩辭             한 치의 혀로도 번거로운 말은 하지 않았네
亂世能平亂             어지러운 세상에 난리를 평정하시고
危邦得出危             위태한 나라를 위험에서 건졌다네
存髥知有意             수염 기른 걸 보고 남다른 뜻이 있음을 알았더니
終作丈夫兒             끝내는 대단한 대장부가 되었구나
또 다른 운을 따서 짓다(又次他韵)
憶昔運當陽九年           지난날 국운이 양구년의 액운을 만나
祖師駕起渡生船           대사께서 분연히 일어나 낯선 배를 탔다네
論兵鬂染千莖雪           전쟁을 의논하다가 수염은 천 가닥 눈발같이 세어 버리고
爲國身輕萬里天           나라를 위하여 만 리 하늘 멀리 가벼이 몸을 보냈네
崇級書從大將號           높은 품계를 받아 대장의 호칭을 썼으나
奇謀出自上乘禪           기이한 묘책은 상승의 선정251)에서 나왔네
功成歸臥伽山下           공을 이루고 나선 가야산 아래로 돌아가 누우니
始覺風塵償宿緣           이 난리가 전생의 인연을 갚은 것임을 비로소 알겠네
【양구陽九는 액厄이다. 4,617해 사이에 아홉 액이 있는데, 양액陽厄이 다섯이고, 음액陰厄이 넷이다. 곧 양구는 양액 다섯 중의 마지막에 해당한다. 스님은 승대장僧大將의 칭호를 받았다.(陽九。 厄也。 四千六百十七歲之間。 有九厄。 陽厄五。 陰厄四。 即陽九陽厄五中之末。 師受僧大將之號。)】
묵암 화상을 애도하며(挽默庵和尙)
[1]

010_0249_c_01L錯比先儒心有妓不知老釋眼無塵

010_0249_c_02L往來屑屑緣何事領略平生以道親心有


010_0249_c_03L程子

010_0249_c_04L又呈檀社東坡詩色勝香
簡齋詩香勝色

010_0249_c_05L
知是新春善養吾天庭黃色政敷腴

010_0249_c_06L平生浪比彌天釋今日眞逢四海儒

010_0249_c_07L人品我如沙石後詩才君合色香俱

010_0249_c_08L願言早致靑雲上舘閣詞章任秉樞

010_0249_c_09L奮忠錄謹次澤堂韵 [61]

010_0249_c_10L
如來救亂世抱送我先師

010_0249_c_11L道德蠻夷化威名草木知

010_0249_c_12L朝臣誰不美聖主亦云奇

010_0249_c_13L褒賞崇祠宇曇花更秀枝

010_0249_c_14L肉食謀何鄙功歸逃世師

010_0249_c_15L短兵無血刃寸舌不煩辭

010_0249_c_16L亂世能平亂危邦得出危

010_0249_c_17L存髥知有意終作丈夫兒

010_0249_c_18L又次他韵

010_0249_c_19L
憶昔運當陽九年祖師駕起渡生船

010_0249_c_20L論兵鬂染千莖雪爲國身輕萬里天

010_0249_c_21L崇級書從大將號奇謀出自上乘禪

010_0249_c_22L功成歸臥伽山下始覺風塵償宿緣陽九
厄也

010_0249_c_23L四千六百十七歲之間有九厄陽厄五陰厄
即陽九陽厄五中之末師受僧大將之號

010_0249_c_24L挽默庵和尙

010_0250_a_01L七十星霜又四年           칠십 년 하고도 사 년을 더한 세월에
講經吟病遞相連           경전을 강하다 병들어 눕길 번갈아 반복했지
平生慱覽兼聦慧           총명한 데다 평생 동안 많은 책을 읽었으니
那介宗師敢比肩           어느 종사인들 그대와 어깨를 견주겠는가

[2]
衰年却恨隔音容           늙어 가며 소식 없음을 더욱 한탄했지만
猶謂前頭得重逢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나려니 생각했더니
誰識今朝先我去           오늘 아침 이리 먼저 가 버릴 줄 누가 알았나
不堪回首涕無從           옛일을 돌아보면 흐르는 눈물 참을 수 없네

[3]
來無所來伊麽來           올 때에 그렇게 자취도 없이 오더니
平生一黙喧如雷           평소엔 묵묵했지만 입을 열었다 하면 천둥 같았지
去無所去任麽去           갈 때에도 또 자취도 없이 마음대로 가 버리니
常寂光中歸宿處           항상 고요한 그 광명 속으로 돌아가 쉴 것이라

[4]
記得中年理性論           중년에는 「이성론」을 기술하고
積成卷軸粗牛腰           소 등이 휠 만큼 많은 책을 지었는데
爛熳同歸終未得           가득 싣고 떵떵거리며 돌아가지는 못하니
法門大義兩無聊           법문과 대의가 다 소용 없는 것일까
【조粗는 추麤와 같다.(粗與麁同)】
이호를 건너며(渡梨湖)
細雨斜風水自波           보슬비 바람에 비껴 날리면 물결도 따라 일렁이고
扁舟載我入蘆花           작은 조각배 나를 싣고 갈대 꽃밭으로 들어가네
依然此景如圖畵           꿈결인 듯 몽롱한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에
又有漁歌唱晩多           어부들 저녁 노래 크게 울리고 있네
법사에 이르러 동헌에 올라 【공해控海는 동헌의 이름이다.】(到法寺上東軒 【控海東軒名】)
白首重來客             백발이 되어 다시 찾아온 나그네
丹楓欲盡時             단풍잎도 다 떨어져 가는 시절이라네
天寒流水瘦             날씨가 차니 흐르는 물마저 힘이 없고
木落衆峰危             나뭇가지 앙상하니 봉우리만 우뚝하네
却恨吾行晩             내가 너무 늦게 온 것일까
乍違秋景奇             잠깐 사이 가을 경치 절정을 놓친 걸까
遙知控海菊             공해헌控海軒 아래 피어 있는 국화는 그래도
應待老僧詩             노승이 와서 시 한 수라도 지어 주길 기다리겠지
『백곡집』에 있는 〈백마강〉이란 시의 운을 따서 짓다【백제가 망할 때에 백마白馬를 써서 용龍을 낚아 올렸다고 한다. 궁녀들이 다 강물에 몸을 던졌다 하여 낙화담落花潭이라고 한다.】(次白谷集白馬江韵 【百濟亡時。 以白馬釣龍。 羣妓盡落江中。 謂之落花潭。】)
前朝遺跡政堪愁           옛 왕조의 남은 자취 참 처량도 하다
花落龍亡水獨流           꽃은 지고 용도 죽고 그저 물만 흐르고 있네
梁獄上書鄒子死           양나라 옥에서 상서 올린 추자가 죽었으니252)
漢廷執事賈生羞           한나라 조정에서 간하던 가생에게 부끄럽구나253)
黃山草染英雄淚           황산벌 풀잎은 영웅의 눈물로 물들고
白馬江鳴故國秋           백마강 물소리는 옛 나라의 가을을 슬퍼하네
蘭寺老僧忘世念           고란사에 사는 노스님 세상 걱정을 잊고
興亡等視一虛舟           흥망을 하나의 빈 배처럼 본다네
【성평자成平子가 글을 올렸으나 하옥되어 죽었다. 부여에서 30리쯤 되는 곳에 황산黃山이 있다. 황산벌 전투에서 패하여 백제가 망했다. 백마강가에 고란사皐蘭寺가 있다.(成平子上書。 下獄而死。 扶餘三十里許。 有黃山。 戰敗黃山而濟亡。 白馬江上。 有皐蘭寺。)】

010_0250_a_01L
七十星霜又四年講經吟病遞相連

010_0250_a_02L平生慱覽兼聦慧那介宗師敢比肩(一)

010_0250_a_03L衰年却恨隔音容猶謂前頭得重逢

010_0250_a_04L誰識今朝先我去不堪回首涕無從(二)

010_0250_a_05L來無所來伊麽來平生一黙喧如雷

010_0250_a_06L去無所去任麽去常寂光中歸宿處(三)

010_0250_a_07L記得中年理性論積成卷軸粗牛腰

010_0250_a_08L煉熳同歸終未得法門大義兩無聊


010_0250_a_09L
(四)

010_0250_a_10L渡梨湖

010_0250_a_11L
細雨斜風水自波扁舟載我入蘆花

010_0250_a_12L依然此景如圖畵又有漁歌唱晩多

010_0250_a_13L到法寺上東軒控海東軒名

010_0250_a_14L
白首重來客丹楓欲盡時

010_0250_a_15L天寒流水瘦木落衆峰危

010_0250_a_16L却恨吾行晩乍違秋景奇

010_0250_a_17L遙知控海菊應待老僧詩

010_0250_a_18L次白谷集白馬江韵百濟亡時以白馬
釣龍羣妓盡落江
010_0250_a_19L謂之
落花潭

010_0250_a_20L
前朝遺跡政堪愁花落龍亡水獨流

010_0250_a_21L梁獄上書鄒子死漢廷執事賈生羞

010_0250_a_22L黃山草染英雄淚白馬江鳴故國秋

010_0250_a_23L蘭寺老僧忘世念興亡等視一虛舟成平
子上

010_0250_a_24L下獄而死扶餘三十里許有黃山
戰敗黃山而濟亡白馬江上有皐蘭寺

010_0250_b_01L
운담 장로에게 주다(贈雲潭長老)
於鑠雲潭老             아, 덕 높은 운담 장로는
叢林明眼師             총림의 눈 밝은 대사로다
何妨不同住             함께 살지 못한들 무슨 상관이 있나
却喜舊相知             예로부터 서로 알고 지내니 기쁘네
水積魚龍聚             물이 깊으면 고기와 용이 모여들고
雲深虎豹隨             구름이 깊으면 범과 표범이 사는 법
宗門今寂寞             지금 종문이 적막하니
努力願扶持             부디 힘써 지켜 내기 바라네
설파254) 화상을 추모하는 만사(追挽雪坡和尙)
[1]
賢首淸凉隔千載           청량산 현수255) 스님 가신 지 어언 천 년
華嚴宗主獨師存           화엄의 종주는 이제 스님뿐이셨네
平生剛直人皆畏           평생 동안 강직하여 사람들이 어려워하였고
道行深固世共尊           도행이 깊고 굳어 온 세상이 존경하였네
神呪誦過百萬徧           진언은 백만 번을 두루 외웠고
大經講周十五番           대장경은 열다섯 번을 골고루 강했었지
春風唱出無生曲           봄바람이 무생곡을 부르니
白牯狸奴亦斷魂           온갖 짐승들도 슬픔에 넋이 나가는구나

[2]
坐斷頭流五十秋           두류산에서 세상과 단절하고 참선하기를 오십 년
汪洋法海漫天游           넓고 넓은 불법의 바다를 마음껏 만끽하였네
綿包栗棘垂香餌           밤송이 솜으로 싸서 향 좋은 미끼를 드리우고
玉折金圈作釣鉤           금고리 옥으로 끊어 낚싯바늘을 만들었네
無限錦鱗升浪級           경계 없는 금붕어 물결 위로 오르듯
幾多雷火震山丘           몇 번이나 번개로 언덕을 흔들었나
利生滿願無餘事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서원밖에 다른 일 없었으니
好箇將身入斗牛           좋은 몸 받아서 하늘나라에 들어가리라

[3]
白髮弟兄各天涯           백발이 성성한 형과 아우 하늘 반대편에 떨어져서
中間每恨久愆期           중간에서 번번이 약속이 어그러지는 것을 한탄했지
花岩寺裡春深處           깊은 봄날 화암사 절 안에서
靈覺山中日暮時           영각산에 해 넘어갈 때 우리 만났었지
那堪回首重重望           나도 몰래 자꾸자꾸 되돌아보면서
不歇將心恰恰思           그리운 마음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구나
旋嵐吹倒陰凉樹           스산한 산바람 불어와 나무를 뒤흔드니
此淚非徒爲我私           이 눈물 단지 사사로운 정 때문만은 아니리라
삼가 동각의 〈이른 매화〉 시의 운을 따서 짓다(謹次東閣早梅韵)
南地臘前暖信廻           남쪽 땅에는 섣달 전에 벌써 봄소식이 돌아와
官梅昨夜一枝開           관청 뜰 매화 한 가지 어젯밤에 피었구나
淸香暗動彈琴席           거문고 타는 잔치 자리에 맑고 은은한 꽃향기
瘦影橫斜玩月臺           달구경 하는 누각에 비끼는 가느다란 꽃 그림자
藏名獨漏騷人賦           떠들썩한 시 짓는 모임엔 이름을 감추고 빠졌지만
引興頻傾太守杯           흥취가 나서 자꾸만 태수의 술잔을 기울였네
只爲皓頭衝雪㤼           그렇지 않아도 허연 머리에 눈까지 맞을까 겁이 나서
未叅東閣笑盈腮           동각 모임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얼굴에는 웃음이 찼네
부록 원운( 附原)
西峰月色梦頻廻           서산 봉우리 달빛이 자꾸만 꿈속으로 들어오더니
煖閤新梅時正開           따뜻한 방 안에 막 꺾어 온 매화 송이 마침 피어나네

010_0250_b_01L贈雲潭長老

010_0250_b_02L
於鑠雲潭老叢林明眼師

010_0250_b_03L何妨不同住却喜舊相知

010_0250_b_04L水積魚龍聚雲深虎豹隨

010_0250_b_05L宗門今寂寞努力願扶持

010_0250_b_06L追挽雪坡和尙

010_0250_b_07L
賢首淸凉隔千載華嚴宗主獨師存

010_0250_b_08L平生剛直人皆畏道行深固世共尊

010_0250_b_09L神呪誦過百萬徧大經講周十五番

010_0250_b_10L春風唱出無生曲白牯狸奴亦斷魂(一)

010_0250_b_11L坐斷頭流五十秋汪洋法海漫天游

010_0250_b_12L綿包栗棘垂香餌玉折金圈作釣鉤

010_0250_b_13L無限錦鱗升浪級幾多雷火震山丘

010_0250_b_14L利生滿願無餘事好箇將身入斗牛(二)

010_0250_b_15L白髮弟兄各天涯中間每恨久愆期

010_0250_b_16L花岩寺裡春深處靈覺山中是暮時

010_0250_b_17L那堪回首重重望不歇將心恰恰思

010_0250_b_18L旋嵐吹倒陰凉樹此淚非徒爲我私(三)

010_0250_b_19L謹次東閣早梅韵

010_0250_b_20L
南地臘前暖信廻官梅昨夜一枝開

010_0250_b_21L淸香暗動彈琴席瘦影橫斜玩月臺

010_0250_b_22L藏名獨漏騷人賦引興頻傾大守杯

010_0250_b_23L只爲皓頭衝雪㤼未叅東閣笑盈腮

010_0250_b_24L附原

010_0250_b_25L
西峰月色梦頻廻煖閤新梅時正開

010_0250_c_01L山海淸緣嗟鬂髮           산과 바다에서 맺은 좋은 인연 흰머리를 탄식하며
簿書餘暇有樓臺           공무 중에 틈을 타서 누대에 올라섰네
病同韋老思田里           나도 또한 위로256)처럼 향수병에 걸렸는가
詩憶廬禪戒酒杯           시 짓자니 여廬 선사가 술을 경계한 생각이 나는구나
若對花神叅韻釋           스님이 시석에 참여하니 마치 화신을 대한 듯
應添一格雪霜腮           눈처럼 흰 얼굴로 자리의 격을 높여 주는구나
정 대사의 시축에 있는 운을 따서 짓다(次政師軸)
北路學人又向南           북쪽에서 공부한 사람 남쪽으로 내려오니
南方知識作麽談           남방의 지식인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衣無好好好無好           좋은 옷을 좋아하지 않으니 좋은 옷도 좋다 안 여기고
食不甘甘甘不甘           단 음식을 달게 여기지 않으니 달아도 단 줄을 모르네
行若衡平言可采           행동은 형평을 잃지 않고 말도 또한 아름다워
心如絃直面無慚           악기 줄처럼 곧은 마음 얼굴에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구나
輪回業報由三毒           윤회의 업보는 삼독 때문에 받는 것이니
莫作痴嗔莫作貪           어리석고 화내고 탐하는 일 하지를 말아라
박 선비의 시운을 따서 짓다(次朴斯文)
[1]
皇風日以變             날이 갈수록 황풍이 변해 가니257)
令我憶無懷             태고의 황제 무회씨無懷氏258)가 그립구나
釋苑來爲使             불문에 들어와 일을 한다 하여
儒林不受差             유림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리라
世無同志在             세상에 뜻 맞는 동지가 없으니
誰有與吾偕             누구 나와 함께할 사람이 있는가
還羨知時鳥             때를 알고 오가는 새가 오히려 부러우니
風雨亦喈喈             비 오나 바람 부나 짹짹짹 지저귀네259)

[2]
悠悠千古下             천고의 긴 세월 고요하고 그윽한데
擾擾百年間             백 년의 한평생 시끄럽고 어지럽네
苦海人皆溺             사람들은 모두 고해에 빠졌는데
空門我獨還             나는 홀로 불문에 돌아왔네
隨身惟白衲             몸에는 오직 흰 가사 걸치니
到處有靑山             가는 곳마다 푸른 산이 반기네
作箇生涯好             이렇게 사는 생애 너무나 좋건만
世人胡不攀             세상 사람들 어찌하여 의지하지 않는가

[3]
唐虞三代後             당우와 삼대가 지난 후로는
聖道不分明             성인의 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때가 없었지
世路荊榛結             세상살이 가시덤불에 막혀 있고
人心利慾縈             사람 마음은 탐욕에 얽혀 있구나
眞人降西土             부처님이 서방정토에서 내려오셔서
遺敎向東程             그 가르침이 동쪽 땅으로 전해졌네
慧日輝天地             해처럼 밝은 지혜로 천지를 비추어
長留萬古名             만고에 오래도록 이름을 남기셨구나
수령이 찾아왔기에 삼가 시를 지어 올리다(謹呈使君來臨)
春風皂盖入山扃           봄바람 부는 날 검은 수레260)를 타고 산속 절을 찾으니
兩夜談玄意氣傾           이틀 밤 동안 현묘한 이야기 나누며 의기가 투합하였네
壁上燈懸明不滅           벽 위에 걸어 둔 등불 꺼지지 않고 밝게 비추고
窓間雪照冷仍生           창 밖에 쌓인 눈빛 차갑고 생기 있는 기운을 보내네

010_0250_c_01L山海淸緣嗟鬂髮簿書餘暇有樓臺

010_0250_c_02L病同韋老思田里詩憶廬禪戒酒杯

010_0250_c_03L若對花神叅韵釋應添一格雪霜腮

010_0250_c_04L次政師軸

010_0250_c_05L
北路學人又向南南方知識作麽談

010_0250_c_06L衣無好好好無好食不甘甘甘不甘

010_0250_c_07L行若衡平言可采心如絃直面無慚

010_0250_c_08L輪回業報由三毒莫作痴嗔莫作貪

010_0250_c_09L次朴斯文

010_0250_c_10L
皇風日以變令我憶無懷

010_0250_c_11L釋苑來爲使儒林不受差

010_0250_c_12L世無同志在誰有與吾偕

010_0250_c_13L還羨知時鳥風雨亦喈喈(一)

010_0250_c_14L悠悠千古下擾擾百年間

010_0250_c_15L苦海人皆溺空門我獨還

010_0250_c_16L隨身惟白衲到處有靑山

010_0250_c_17L作箇生涯好世人胡不攀(二)

010_0250_c_18L唐虞三代後聖道不分明

010_0250_c_19L世路荊榛結人心利慾縈

010_0250_c_20L眞人降西土遺敎向東程

010_0250_c_21L慧日輝天地長留萬古名(三)

010_0250_c_22L謹呈使君來臨

010_0250_c_23L
春風皂盖入山扃兩夜談玄意氣傾

010_0250_c_24L壁上燈懸明不滅窓間雪照冷仍生

010_0251_a_01L使君且莫挑詩戰           수령께서는 부디 시 내기를 하자고는 마시오
衲子端宜話道耕           승려의 몸으로는 수행 이야기가 마땅하다오
臨發天寒政料峭           길 떠나려는데 날씨가 매섭게 차가워졌으니
崎嶔峽路若爲行           좁고 험한 세상길을 걸어야 할 것 같소
부록 차운(附次)
栢樹庭前雪滿扃           잣나무 뜰 앞 빗장에는 눈이 잔뜩 쌓였는데
臞容淸偈耳堪傾           여윈 얼굴 맑은 게송에 귀가 기울여지네
五年海邑身全老           다섯 해 바닷가 마을에 살며 몸이 늙었으니
他日廬山面不生           훗날 여산에서 만나도 낯설지는 않으리라261)
如楚駐杭能坐鎭           항주杭州에 머물면서 진압한 초나라 사람처럼
奈區思穎未歸耕           영주穎州가 그립지만 가서 밭 갈지 못하니 어쩌랴
曾無功德山門及           아무 공덕도 없는 사람이 산문에 들어가자니
多愧繩床作此行           수령으로 가는 이번 행차 너무도 부끄럽네
임 생원의 시운을 따서 짓는다(次林生員韵)
憶昔同彈沒絃琴           옛적 줄 없는 거문고262)를 함께 타던 일
悠悠徃事怳如今           아득한 옛일이 지금도 눈가에 생생하네
高才可惜居滄海           그대 시골 바닷가에서 재주를 썩히니 안타깝구나
浪跡端宜老碧岑           내 신세야 푸른 산에서 늙어 가는 게 마땅하지만
春色正當三月暮           봄빛은 어느덧 삼월도 저물어 가는데
詩情更對一杯深           한 잔 술을 마주하니 시정이 더욱 깊어지네
夤緣却恨巧違甚           공교롭게 만나지 못하는 인연 심히 한스러워
孤負芳辰細話心           좋은 계절 등지고 앉아 혼자 마음 짚어 본다네
삼가 임금께서 채 상국의 문집에 쓰신 시운을 따서 짓다 【초楚나라 안릉군安陵君이 초왕에게 말하길 “만세가 지난 뒤에 대왕의 몸이 황천에서 개미에게 욕을 당하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하였다.】(謹伏次御題蔡相國文集韵 【楚安陵君。 告楚王曰。 大王萬歲後。 以身試黃泉褥螻蟻。】)
[1]
比如虎嘯得風勍           범의 울부짖음 큰 바람을 얻은 듯이263)
聖主臨朝有此卿           성주께서는 조정에 그대 같은 정승을 얻었네
經術功名光國乘           경전과 술수로 얻은 공명 역사에 빛나고
簪纓門閥繼家聲           높은 벼슬 대를 이어 집안 전통이 되었네
燕京奉使能專對           북경에 사신 가서 국사를 잘 처리하였고
鳳閣修文作主盟           궁중에서는 글을 지어서 맹세를 하였네
前後恩渥何以報           이제까지의 깊고 큰 은혜 어떻게 갚을까
身爲褥蟻閱千生           천 생 동안 대왕께 오는 개미를 막으리라264)

[2]
翰苑元無敵手勍           문원에 본래 적수가 될 만한 사람은 없었으니
長城不必數長卿           나라 안의 인물이 꼭 장경만은 아니지265)
簡齋詩句香傾色           간재266)의 시구처럼 향기로 나라를 흔들고
子美文章玉振聲           자미267) 같은 문장은 옥구슬 소리를 울리네
靴笏夤緣丹鳳侍           홀을 잡고 벼슬한 인연으로 임금을 모시느라
江湖孤負白鷗盟           시골에서 갈매기와 노닐려던 맹세를 저버렸다네
行當位滿功成後           높은 자리에서 공을 모두 이루고 난 다음에
須信耕漁別有生           밭 갈고 고기 잡는 또 다른 생활을 하여 보리라
임금께서 쓰신 원운(御題原韻)
傑氣駈來筆力勍           호걸의 기상으로 몰아붙이듯 필력 강건하니
七分如對畫中卿           필체에서 마치 경을 마주 대한 듯하구나

010_0251_a_01L使君且莫挑詩戰衲子端宜話道耕

010_0251_a_02L臨發天寒政料峭崎嶔峽路若爲行

010_0251_a_03L附次

010_0251_a_04L
栢樹庭前雪滿扃臞容淸偈耳堪傾

010_0251_a_05L五年海邑身全老他日廬山面不生

010_0251_a_06L如楚駐杭能坐鎭奈區思穎未歸耕

010_0251_a_07L曾無功德山門及多愧繩床作此行

010_0251_a_08L次林生員韵

010_0251_a_09L
憶昔同彈沒絃琴悠悠徃事怳如今

010_0251_a_10L高才可惜居滄海浪跡端宜老碧岑

010_0251_a_11L春色正當三月暮詩情更對一杯深

010_0251_a_12L夤緣却恨巧違甚孤負芳辰細話心

010_0251_a_13L謹伏次御題蔡相國文集韵楚安陵君
告楚王曰
010_0251_a_14L大王萬歲後以身
試黃泉褥螻蟻

010_0251_a_15L
比如虎嘯得風勍聖主臨朝有此卿

010_0251_a_16L經術功名光國乘簪纓門閥繼家聲

010_0251_a_17L燕京奉使能專對鳳閣修文作主盟

010_0251_a_18L前後恩渥何以報身爲褥蟻閱千生(一)

010_0251_a_19L翰苑元無敵手勍長城不必數長卿

010_0251_a_20L簡齋詩句香傾色子美文章玉振聲

010_0251_a_21L靴笏夤緣丹鳳侍江湖孤負白𩿨盟

010_0251_a_22L行當位滿功成後須信耕漁別有生(二)

010_0251_a_23L御題原韵

010_0251_a_24L
傑氣駈來筆力勍七分如對畫中卿

010_0251_b_01L奔騰處有浪濤勢           곳곳마다 거센 파도처럼 달려 일어나는 기세는
慷慨時多燕趙聲           연燕과 조趙의 소리처럼 강개할 때가 많았네268)
北極風雲昭晩契           북극성은 바람과 구름의 늦은 만남을 밝히고269)
滄江鷗鷺屬前盟           푸른 강의 갈매기는 옛 맹서를 잊지 않았네270)
湖州去後模楷在           고향으로 간 뒤에도 본보기가 되어
且喜東山咏洛生           동산271)에서 서울 생활을 읊으며 기뻐하네
채 상국의 차운(蔡相國次韵)
寶牋膩細彩毫勍           대왕의 글은 내용도 섬세하고 글씨도 호방하여
淸讌龍樓喚墨卿           용루에서 잔치할 때 필묵272)을 불렀었네
鄒律嘔回燕谷暖           추율을 부니 연곡에 따뜻한 기운이 돌아오고273)
巴人驚起舜韶聲           파인이 순소274) 소리에 놀라 일어나네
恩私載籍何曾見           임금께서 개인 문집에 글을 실어 준 일 본 적이 있는가
珍札神明與共盟           보배 같은 편지 신령스러워 함께하기를 맹세하네
始覺此身非自有           이 몸이 그저 나의 몸만은 아님을 이제야 알았으니
父生之後又君生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후 임금께서 또 한 번 나를 낳으셨네
남창서재의 시운을 따서 짓는다(次南倉書齋韵)
東風吹雨燒痕靑           봄바람 비를 뿌려 불탔던 곳 푸르게 가꾸니
滿地山河換舊形           온 세상 산과 강이 옛 모양을 바꾸었네
乳燕補添前歲壘           어미 제비 날아와 작년에 살던 집을 손질하고
流鶯啼送暮春聲           꾀꼬리는 울며불며 저문 봄 이별을 노래하네
溪邊柳絮枝枝雪           시냇가의 버들개지 가지마다 눈꽃 같고
檐外梅花點點星           처마 아래 매화꽃은 점점이 별처럼 박혔구나
莫道野居無勝景           들판에 별 좋은 경관 없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丹崖翠壁錦爲屛           붉게 깎아지른 언덕 푸른 절벽이 비단 병풍처럼 둘렀네
동짓날 밤에 수령께서 전주의 제관이 되어 행차한 것을 생각하며(冬至夜憶使君作完營祭官之行)
冬至氤氳夜更淸           동짓날 생생한 기운 밤이 되어 더욱 맑아지는데
使君遠在沛豊營           수령께서는 멀리 패풍275) 감영에 계시는구나
群陰剝盡天根動           음기가 차차 사라지고 양의 기운이 움직이니276)
萬物昭蘓地氣平           만물이 다시 살아나며 땅의 기운이 화평해지네
燈伴客愁明不滅           등불은 나그네 시름 따라 깜빡깜빡 꺼지지 않고
酒挑詩思醉還醒           술이 시상을 끌어내니 취했다가도 다시 깨는구나
遙知蘆嶺歸來路           멀리 노령에서 돌아오는 길에
積雪如沙馬足鳴           쌓인 눈 모래알처럼 말발굽 소리를 울리겠네
수령이 남악에 유람 갈 때 따라가 두보의 시운을 따서 함께 짓다(從地主南岳之游拈杜韵同賦)
[1]
春入燒痕綠漸生           봄이 오면 불탔던 곳에도 푸른빛이 생겨나니
南山引起使君情           남산 풍경이 수령의 시정詩情을 끌어내었나
肩輿出郭烟花媚           가마 타고 성문을 나서니 경관은 곱기도 하고
步屧登崖水石明           나막신 신고 언덕에 오르니 물과 돌이 빛나는구나
惠澤釀成三月雨           수령의 혜택은 삼월에도 비를 빚어 내리게 하니
淳風吹滿六年城           부임 여섯 해 만에 순박한 풍속 고을에 가득하네
興闌回首滄江上           흥이 올라 창강에서 고개를 돌려 보니
何處漁舟晩笛橫           저물녘 어디선가 고기잡이배의 피리 소리 들리네

[2]
玆游奇絶冠平生           이번 유람은 평생에 처음 보는 기이한 일인데
濫厠遨床豈野情           잔칫상에 넘쳐 나는 것이 어찌 시골 인심뿐이겠나
只爲使君寬禮數           수령을 대접하는 예가 원래 그렇게 후한데
更緣佳節屬淸明           게다가 좋은 시절 청명절을 맞았구나

010_0251_b_01L奔騰處有浪濤勢慷慨時多燕趙聲

010_0251_b_02L北極風雲昭晩契滄江𩿨鷺屬前盟

010_0251_b_03L湖州去後模楷在且喜東山咏洛生

010_0251_b_04L蔡相國次韵

010_0251_b_05L
寶牋膩細彩毫勍淸讌龍樓喚墨卿

010_0251_b_06L鄒律嘔回燕谷暖巴人驚起舜韶聲

010_0251_b_07L恩私載籍何曾見珍札 [62] 神明與共盟

010_0251_b_08L始覺此身非自有父生之後又君生

010_0251_b_09L次南倉書齋韵

010_0251_b_10L
東風吹雨燒痕靑滿地山河換舊形

010_0251_b_11L乳燕補添前歲壘流鶯啼送暮春聲

010_0251_b_12L溪邊柳絮枝枝雪檐外梅花點點星

010_0251_b_13L莫道野居無勝景丹崖翠壁錦爲屛

010_0251_b_14L冬至夜憶使君作完營祭官之行

010_0251_b_15L
冬至氤氳夜更淸使君遠在沛豊營

010_0251_b_16L群陰剝盡天根動萬物昭蘓地氣平

010_0251_b_17L燈伴客愁明不滅酒挑詩思醉還醒

010_0251_b_18L遙知蘆嶺歸來路積雪如沙馬足鳴

010_0251_b_19L從地主南岳之游拈杜韵同賦

010_0251_b_20L
春入燒痕綠漸生南山引起使君情

010_0251_b_21L肩輿出郭烟花媚步屧登崖水石明

010_0251_b_22L惠澤釀成三月雨淳風吹滿六年城

010_0251_b_23L興闌回首滄江上何處漁舟晩笛橫(一)

010_0251_b_24L玆游奇絶冠平生濫厠遨床豈野情

010_0251_b_25L只爲使君寬禮數更緣佳節屬淸明

010_0251_c_01L朝登南岳花迎路           아침에 남악에 오르니 길가엔 꽃들이 인사하고
夜宿東軒月滿城           밤에는 동헌에서 잠을 자니 성안에 달빛 가득 찼구나
來日飄然歸故壑           내일이면 나 살던 산골짝으로 훌쩍 떠나가리니
杖頭途道亂縱橫           지팡이는 여기저기 어지럽게 길을 낸다네
【 『성도기成都記』에 “태수가 유행을 나갔을 때에 남녀가 나무 탁자에 쭉 벌여 앉은 것을 오상遨床이라 하며, 태수를 오두遨頭라 한다.”라고 하였다.(成都記。 太守出游。 士女列于木床。 謂之遨床。 太守謂遨頭。)】
수령이 마포 한 필을 보낸 것에 감사하며(謝地主送麻布一匹)
[1]
着得雲山舊衲衣           구름 따라 산을 떠돌 때 입었던 낡은 가사
㲯毿一半逐雲飛           낡아서 반쯤은 구름 따라 날아가 버렸네
披來那免赤身露           입고 있어도 맨살을 가릴 수 없어
夜夜蚊蝱飽腹歸           밤마다 모기와 등에 배불리 먹고 간다네

[2]
二端新布好裁衣           새 삼베 두 단으로 좋은 옷을 만드니
塔向肩頭喜欲飛           어깻죽지 탑처럼 날아오르려 하네
可但蚊蝱難下觜           모기와 등에가 부리를 대지 못할 뿐 아니라
蘊隆從此何所歸           이제 큰 더위도 어찌 덤빌까
【 『모전毛傳』에 “텁텁하게 더운 날씨, 우렁차게 울리는 천둥소리, 바글바글한 열기들.”이라고 하였다.(毛傳。 薀薀而熱。 隆隆之雷。 虫虫而熱。)】
수령이 임기가 만료되어 교체되므로 이별의 시를 바치다(地主瓜遞呈別章)
撫字南州六年居           남녘 지방을 다스리며 여섯 해를 살았으니
勞來功績史應書           백성을 위로해 온 공적은 역사로 쓸 만하네
一路福星曾徧照           온 마을에 복성이 두루 비추어
萬家生佛欲他如           집집마다 그를 살아 있는 부처님이라 하였네
願留可但民遮道           그대 머물기를 원하는 백성들 길을 막고
臨發將看鵲擁車           떠나려 하자 까치가 수레를 에워싸는구나
方外相從今已矣           세상 밖을 오가며 사귀던 정 이제 끝날까
不禁回首暗欷歔           머리를 돌리면 흐느낌을 감추지 못하겠네
홍명인 장로에게 드리다(贈洪溟仁長老)
洪溟萬頃月如霜           만경창파 너른 바다 달빛은 서리처럼 흰데
忽漫相逢意更長           갑자기 만나게 되니 할 말이 더 많구나
他日莫淹千里信           천 리 밖 멀리 있어도 편지를 잊지 마시라
今宵共爇一爐香           오늘 밤 함께 화로에 향을 태우며 빌었네
聞琴起舞飮光習           거문고 소리에 춤추는 건 음광277)의 버릇이며
放鏡迷頭演夜狂           거울 내려놓자 머리를 잊는 건 연야달다의 광기라네278)
好是重來斲蠅翼           다시 한번 코끝에 묻은 파리 날개만큼의 회칠을 벗겨 내어야279)
衲僧鼻孔更生光           스님의 코에서는 다시 빛이 생겨나리라
회포를 적다(紀懷)
晩來緣事少             늙어 가면서 세상과의 인연은 더욱 적어져
常臥板頭房             언제나 판두방280)에 누워만 있다네
講法身全老             부처님 법을 강하다가 몸은 다 늙었는데
參禪路更長             참선하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네
精神如暗夜             정신은 캄캄한 밤만 같은데
鬚髮已淸霜             머리는 이미 서릿발처럼 세었구나
此事人皆爾             이런 일은 사람이면 누구나 당하는 일
相逢莫歎傷             내게 닥쳤다고 가슴 아플 것은 아니라네

010_0251_c_01L朝登南岳花迎路夜宿東軒月滿城

010_0251_c_02L來日飄然歸故壑杖頭途道亂縱橫成都


010_0251_c_03L太守出游士女列于木床
謂之遨床太守謂遨頭
(二)

010_0251_c_04L謝地主送麻布一匹

010_0251_c_05L
着得雲山舊衲衣㲯毿一半逐雲飛

010_0251_c_06L披來那免赤身露夜夜蚊蝱飽腹歸(一)

010_0251_c_07L二端新布好裁衣塔向肩頭喜欲飛

010_0251_c_08L可但蚊蝱難下觜薀隆從此何所歸毛傳
薀薀

010_0251_c_09L而熱隆隆之
虫虫而熱
(二)

010_0251_c_10L地主瓜遞呈別章

010_0251_c_11L
撫字南州六年居勞來功績史應書

010_0251_c_12L一路福星曾徧照萬家生佛欲他如

010_0251_c_13L願留可但民遮道臨發將看鵲擁車

010_0251_c_14L方外相從今已矣不禁回首暗欷歔

010_0251_c_15L贈洪溟仁長老

010_0251_c_16L
洪溟萬頃月如霜忽漫相逢意更長

010_0251_c_17L他日莫淹千里信今宵共爇一爐香

010_0251_c_18L聞琴起舞飮光習放鏡迷頭演夜狂

010_0251_c_19L好是重來斲蠅翼衲僧鼻孔更生光

010_0251_c_20L紀懷

010_0251_c_21L
晩來緣事少常臥板頭房

010_0251_c_22L講法身全老參禪路更長

010_0251_c_23L精神如暗夜鬚髮已淸霜

010_0251_c_24L此事人皆爾相逢莫歎傷

010_0252_a_01L
황 수사에게 올리다(呈黃水使)
於鑠將軍老益剛           아, 장군께서는 늙을수록 더욱 굳세어지시니
朝家特命殿南方           조정에서 특별히 명을 내려 남방을 맡기셨네
胸襟浩浩呑雲夢           가슴은 넓고 넓어 운몽雲夢281)을 삼킬 듯
眉宇津津秀太行           이마는 훤한 것이 태항산太行山282)이 솟은 듯
鼎丳潮聲來夜枕           정찬포鼎丳浦 바닷물 소리 밤새 베갯머리에 들리고
沃洲山影入春觴           옥주산283) 그림자 봄날 술잔 속으로 들어오네
時淸豈有論兵事           태평한 시절에 어찌 전쟁을 말할까
歲月交磨鬂似霜           세월만 귀밑머리에 서릿발을 내리고 지나가네
임 대아284)에게 주다(贈林大雅)
我亦忘君君亦忘           나는 그대를 잊고 그대 또한 나를 잊어
悠然相對兩相忘           오랜만에 서로 마주하니 둘이 모두 잊었구나
忘中亦有難忘了           잊는 가운데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此物忘時是大忘           자기를 잊어야 그야말로 정말 큰 잊음이라네

『연담대사임하록』 제2권 끝
발문跋文
시는 성정에 근본을 두고 마음속의 깨달음을 말로 드러낸 것이기에, 저절로 성률聲律에 합치된다. 그렇기에 서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공부가 뛰어난 고승들은 다 시구로 게송을 지었으니, 이는 모두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화상께서 평생 동안 경전을 강의하는 여가에, 혹 선비나 스님과 주고받은 시와 혹은 온화한 바람과 밝은 달을 보고 느낀 시, 그리고 문文과 부賦 등은 모두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성정에서 나온 것이다. 구구절절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보배가 되니, 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희귀한 소리라 하겠다. 수양제隋煬帝의 야광주처럼, 곤륜산의 옥돌처럼 빛나니, 어떻게 집안에만 둘 수 있겠는가.
이런 까닭에 이 글을 장인의 손을 빌려 인쇄에 부치니, 이 글이 비단 불가 안에서만 전해 읽을 문장이 아니라 그의 성정을 천년 뒤에까지도 볼 수 있는 귀중한 글이기 때문이다.
가경嘉慶 4년 기미(1799)285) 4월 어느 날에, 문인 영월 계신靈月誡身은 삼가 발문을 쓴다.
손제자孫弟子 완호 윤우玩湖尹祐가 삼가 글씨를 썼다.
간기刊記
참제자懺弟子 : 해월 도일海月道日, 봉암 계준鳳岩桂畯, 퇴암 성봉退岩性蓬, 와운 의현臥雲義賢, 화담 유규花潭有奎, 용파 성탄龍坡性綻, 운담 대일雲潭大日, 목암 환웅牧庵煥雄, 영파 충신影波忠信, 평담 재의平潭再冝, 환응 지성喚應止性,

010_0252_a_01L呈黃水使

010_0252_a_02L
於鑠將運老益剛朝家特命殿南方

010_0252_a_03L胸襟浩浩呑雲夢眉宇津津秀太行

010_0252_a_04L鼎丳潮聲來夜枕沃洲山影入春觴

010_0252_a_05L時淸豈有論兵事歲月交磨鬂似霜

010_0252_a_06L贈林大雅

010_0252_a_07L
我亦忘君君亦忘悠然相對兩相忘

010_0252_a_08L忘中亦有難忘了此物忘時是大忘

010_0252_a_09L林下錄卷之二終

010_0252_b_01L팔송 승혜八松勝惠, 오운 기영五雲琪永, 청담 석홍淸潭碩洪, 정월 계익定月戒益, 상파 세찬霜坡世賛, 명허 치홍冥虗致鴻, 용암 윤성龍岩允成, 도봉 홍준道峯弘俊, 완호 윤우玩湖尹祐, 망해 하일望海𧝂鎰, 영주 등한影洲等閑, 송악 우신松岳佑愼, 해붕 전령海鵬展翎, 영담 최우影潭最佑, 용허 석민龍虗碩旻, 승화勝華, 지언智彦, 근철謹哲, 내총乃摠, 삼름三凜, 긍수亘修, 응윤應允, 여척如倜, 승찬勝賛, 두성斗性, 인석仁碩, 봉선奉善, 찬훈賛訓, 순정舜定, 윤현允賢, 민학旻學.
문제자門弟子 : 퇴운 각홍退雲覺洪, 금암 월미錦庵月彌, 해봉 화인海峯華仁, 완해 견현玩海見賢, 백련 도연白蓮禱衍, 만암 환여萬庵幻如, 정월 시철定月時掇, 홍파 타민洪波妥旻, 의암 찬인義庵瓉仁, 만봉 준익萬峯俊益, 벽련 경진碧蓮慶進, 청담 창관淸潭暢寬, 혜월 제해慧月濟海, 미봉 보한眉峯甫垾, 영월 계신靈月誡身, 병암 취겸柄庵就謙, 평암 하연平岩夏衍, 화운 인우華雲仁佑, 백봉 정선栢峯正宣, 자월 계철慈月戒哲, 환암 혁인煥庵焃印, 야운 봉윤野雲奉允, 원봉 대철圓峯大哲, 양악 계선羊岳戒璇, 금담 보명金潭普明.
상좌上佐 : 학추學湫, 취찬趣賛.
각공刻工 : 연관演寬, 신삼愼森, 환명幻溟, 품삼品森, 순성順性, 성해性海.
전라도 영암靈岩 미황사美黃寺에서 개간하고, 해남海南 대둔사大芚寺에 판목을 옮겨 두었다.
  1. 1)공조판서(水曺) : 국가의 토목이나 건축에 관한 공무를 맡아보던 공조工曹의 장관을 말한다.
  2. 2)혼인(瓜葛) : 오이(瓜)와 칡(葛)은 덩굴이 서로 엉클어져 뻗으므로, 인척姻戚 관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과갈지친瓜葛之親, 과갈지의瓜葛之誼와 같이 쓰인다.
  3. 3)세 벗 : 문방사우는 종이(紙)·붓(筆)·벼루(硯)·먹(墨)인데, 여기서 벼루를 제외한 세 가지를 말한다. 이 시는 문방사우를 의인화하여 읊은 것이다.
  4. 4)붓(毛穎) : 일명 모추자毛錐子라고 한다. 고대에 토끼털로 붓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영穎은 붓끝이 뾰족하다는 뜻이다. 진시황이 붓을 좋아하여서 중서령中書令에 봉했다 하여, 중서군中書君이라고도 하였다. 한유韓愈의 「毛穎傳」에 나온다.
  5. 5)먹이란 게~발꿈치에 이르렀네 : 묵자墨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겸애주의兼愛主義를 제창하였다. 천하에 유익한 일이라면 이마를 갈아 발꿈치까지 이르더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는 사람들을 위해 몸체를 갈아서 먹물을 만들어 내는 먹을 겸애주의자인 묵자에 비교한 것이다.
  6. 6)벼루만이 갈아도~살려 하네 : 『論語』 「陽貨」에 “단단하다 하지 않으랴, 갈아도 얇아지지 않으니. 희다고 하지 않으랴,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不曰堅乎。 磨而不磷。 不曰白乎。 涅而不緇。)”라고 되어 있다. 군자君子는 닳지 않고 물들지 않듯이 세상의 어떠한 유혹에도 본심과 그 바른 처신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7. 7)연리掾吏 : 말단의 행정을 담당한 사람으로, 서리胥吏·아전衙前이라고도 한다.
  8. 8)시 한 수(潦草) : 이규경李圭景의 『五洲衍文長箋散稿』 「書牘恒用字辨證說」에 “요즘 편지에 요초潦草라는 말로 초서로 휘갈겨 쓰는 것을 가리키고 있으나 역시 잘못된 것이다. 여종옥呂種玉의 『言鯖』에 ‘문사文士가 일을 촉박하게 하는 것을 노초恅愺라 한다.’고 하였고, 육기陸機의 『文賦』에는 ‘촉박하고 산만하여 짝을 잃었다.(恅愺瀾漫失儔)’는 말이 보인다.”라고 하였다.
  9. 9)삼생석三生石 : 당나라 이원李源은 원관圓觀 스님과 친했다. 삼협三峽에서 함께 노닐 때에, 물을 푸고 있는 부인을 보고서 원관이 말하길 “저 애기를 밴 부인의 성이 왕씨王氏인데 바로 내가 몸을 의탁할 사람이다. 12년 후에 천축산天竺山 밖에서 만나기로 하자.”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과연 그날 저녁에 원관은 죽고 애기를 밴 부인은 애기를 낳았다. 12년 뒤에 이원이 그 장소에 가 보니, 어떤 목동이 노래를 부르길 “삼생석 위에 옛 정을 품은 혼백, 달을 감상하고 바람을 읊는 일이야 논할 필요도 없지. 옛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는 것 부끄럽구나, 이 몸 비록 달라졌어도 성품이야 그대로 있는 것을.(三生石上舊情魂。 賞月吟風不要論。 慚愧情人遠相訪。 此身雖異性長存。)”이라고 하였다. 이 노래를 듣고 이원은 바로 목동이 원관의 후신後身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후세 사람이 천축사天竺寺 뒷산에 있는 삼생석이 이원과 원관이 만난 장소라고 하였다.
  10. 10)자천子賤 : 공자의 제자 복불제宓不齊의 자字가 자천이다. 단보單父의 재상宰相이 되어, 당堂에서 내려오지 않고서 거문고를 타면서 교화를 하였다고 한다. 『史記』 제67권에 나온다.
  11. 11)장유長孺 : 한漢 무제武帝 때 사람으로, 이름은 급암汲黯이며, 자는 장유이다. 곧은 말을 잘했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漢書』 제51권에 나온다.
  12. 12)황패黃霸 : 한나라 선제宣帝 때 영천 태수로 발탁되었는데, 치적이 당대에 으뜸이었다고 전한다. 『前漢書』 제19권에 나온다.
  13. 13)천년의 사적이~되었기 때문이라네 : 진시황은 죽지 않으려는 욕심에, 방사方士들의 말을 듣고 어린 남녀 3천 명과 서불徐巿 등을 동해로 보내어 불사약不死藥을 캐오도록 하였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전설에 그들이 제주도에 와서 약을 캤다고도 하고, 또는 일본 열도에 들어가 살았다고도 한다. 여기서는 그런 일이 우습다는 말이다.
  14. 14)만연사萬淵寺 :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절이다.
  15. 15)좋은 자질(斐成章) : 좋은 비단의 문채를 이루듯이 사람의 타고난 바탕이 좋다는 말이다. 『論語』 「公冶長」에 나온다. 이 시의 작자가 고향에 가서 보니, 그곳의 자제들이 공부를 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16. 16)능연각凌烟閣에 오르는 일 : 공신으로 이름을 떨쳐 능연각에 오르는 영광을 말한다. 과거 봉건시대에 공신을 표창하고 능연각에 공신의 초상화를 그려 넣었기에 하는 말이다.
  17. 17)〈백설곡白雪曲〉 : 〈陽春白雪曲〉이라고도 한다. 초楚나라의 수도 영郢에서 연주하던 가장 고상하다는 가곡의 이름으로, 훌륭한 사람의 언행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송옥宋玉의 「對楚王問」에 나온다.
  18. 18)파인巴人의 노래 : 촌구석인 파촉巴蜀 사람이 부르던 노래라는 뜻으로, 수준이 낮은 유행가를 말한다.
  19. 19)〈죽지사竹枝詞〉 : 민간 풍속을 읊은 악부로, 역시 평범한 노래라는 뜻이다.
  20. 20)단성식段成式 : 당나라의 문인으로 시를 잘 지었다. 당대에는 그의 명성이 이상은李商隱이나 온정균溫庭均과 견줄 만하였다. 저서에 『酉陽雜俎』가 있다.
  21. 21)시 짓는~『시경』과 같아졌네 : 육의六義는 『詩經』의 풍風·아雅·송頌·흥興·부賦·비比를 말하는 것이다. 「周南」은 시경의 편명으로, 주周 문왕文王의 교화를 노래한 것이다. 『詩經』의 첫머리에 있다.
  22. 22)붉은 휘장(絳帳) : 후한後漢 마융馬融이 붉은 비단 휘장을 쳐 놓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후세에 제자를 가르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강사장絳紗帳이라고도 한다.
  23. 23)광산匡山 : 강서성江西省 북쪽에 있는 여산廬山의 별칭. 광려匡廬라고도 한다. 은주殷周시대 때 광유匡裕라는 신선이 이 산에서 여막을 짓고 살았으므로 이렇게 불린다.
  24. 24)동교東膠 위에서~남쪽을 유람하였었지 : 동교는 원래 주周나라 때의 대학으로, 학당의 동쪽에 있는 건물이라는 뜻인데, 옛날에 학당의 동쪽에는 양반의 자제가 기숙하였고, 서쪽에는 서얼이나 평민의 자제가 기숙하였다. 그 위에서 가르친다고 한 것은 더없는 최고의 가르침을 베풀었다는 뜻이다. ‘북두성의 남쪽’이란 말은, 북두성은 최북단에 있는 별인데 그 남쪽이라고 하였으니, 온 세상이라는 뜻이다.
  25. 25)강남의 시풍(江左) : 강좌江左는 양자강의 하류 남안南岸을 이르는 말이다. 동진東晉과 제齊나라, 양梁나라, 진陳나라가 이곳에 도읍을 하였기 때문에 남조南朝라고 칭하며, 곧 강남을 말한다. 한漢나라와 위魏나라 시대의 시를 고체古體라고 하고, 동진 이후의 시를 금체今體라고 하였다.
  26. 26)육방옹陸放翁(劒南) : 검남劒南은 남송南宋 시대의 시인 육유陸游(1125~1209)의 시집인 『劒南集』을 말한다. 방옹放翁은 육유의 호이다.
  27. 27)회암晦庵 : 주자朱子를 말한다.
  28. 28)여덟 번~끼는 사이 : 시를 빨리 짓는다는 뜻이다. 『全唐詩話』에 “온정균溫庭筠은 언제나 손을 여덟 번 팔짱을 끼는 사이에 8운韻을 다 지어내니, 당시 사람들이 온팔차溫八叉라 불렀다.”라고 하였다.
  29. 29)예를 올렸네(和南) : 화남和南은 합장하고 예배하는 것이다.
  30. 30)백화담百花潭 : 사천성 성도 밖에 있는 완화계浣花溪를 말하니, 명나라 때 어느 부인이 늙은 승려가 물에 빠져 옷이 젖은 것을 빨아 주었는데, 그때 갑자기 연못 가득히 백화가 떠 있었다 하여 이름을 백화담이라 하였다고 한다. 당나라 때 시인 두보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한동안 기거하였다. 여기서는 조 상사의 시가 시성詩聖인 두보의 시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31. 31)금체시(白戰) : 백전白戰은 시인이 시재詩才를 겨루기 위해 시를 지을 때에 그 시제詩題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글자를 쓰지 않도록 하는 시작 방법으로 금체시禁體詩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눈(雪)에 관련된 시를 지을 때에 옥玉·은銀·려麗·서絮·로鷺·학鶴 같은 글자를 쓰지 않는 것이다. 구양수歐陽修, 소식蘇軾 등이 이 방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32. 32)사해四海와 미천彌天 : 진晉나라 습착치習鑿齒와 도안道安 법사를 말한다. 도안 법사가 양양襄陽에 있을 때에 습착치가 찾아와서 “나는 천하에 습착치라고 하는 사람이요.(四海習鑿齒)”라고 소개하자, 도안은 “나는 하늘을 꽉 채우고 있는 도안이요.(彌天釋道安)”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高僧傳』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는 도안과 습착치처럼 한 번 보고 서로를 알아보는 좋은 관계였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33. 33)수양제의 명월주(隋珠) : 수양제隋煬帝가 어느 날 뱀이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약을 발라 구해 주었더니, 뱀이 물속에서 명월주明月珠를 물어 와 은혜에 보답하였다. 이 구슬은 변화卞和의 옥과 함께 천하의 보배가 되었다. 여기서는 주인이 훌륭한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34. 34)나를 단속하는(約我) : 안자는 그의 스승 공자께서 가르치는 방법을, “차근차근 순서에 따라 이끌어서 글로써 나의 지식을 넓히시고, 예로써 나의 행동을 단속하게 하신다.(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라고 하였다. 『論語』 「子罕」에 나온다.
  35. 35)하늘을 날건~따지지 않는다네 : 『莊子』의 「逍遙遊」에 보면 “북쪽 바다에 곤鯤이란 고기가 있는데, 크기가 몇 천 리나 된다. 이것이 변하면 붕鵬새가 되는데 등의 넓이가 역시 몇 천 리나 된다. 계절이 바뀌고 바닷물이 옮겨지면 하늘로 올라 남쪽 바다로 갔다. 그런데 이때 비둘기가 붕새를 보고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하늘까지 날까? 나는 힘껏 날아 봐도 겨우 느릅나무 위까지밖에는 날지 못하는데.’라고 탄식하였다.”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세상에 나가 출세하건 혹은 비둘기처럼 졸렬하게 지내건 따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썼다.
  36. 36)부처님(瞿曇) : 구담瞿曇은 석가모니 붓다의 본명인 Gautama Siddhārtha를 음사한 구담실달瞿曇悉達에서 연유한 것이다.
  37. 37)쇠공이(鐵杵)를 갈았고 : 이태백이 어려서 산에 들어가 글을 읽다가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태백은 길에서 어느 노파가 쇠로 만든 방아공이를 갈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노파는 “바늘을 만들려고 갈고 있다.”라고 대답하였다. 태백이 그 말에 감동되어 다시 산으로 들어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고 한다. 『潛確類書』에 나온다.
  38. 38)도부桃符 : 새해 아침이면 복숭아나무로 만든 판자 두 개에 각기 신도神荼와 울루鬱壘 두 신神의 이름을 써서 방문 옆에 달아 둠으로써 악귀를 물리치는 풍속이 있었다. 후세에는 도부가 입춘 때 기둥에 써 붙이는 ‘춘련春聯’을 이르는 말로 쓰였다.
  39. 39)도소주屠蘇酒 : 설날에 마시면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장수한다는 도소屠蘇를 넣은 약주인데, 섣달 그믐날 밤에 이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일설에는 옛사람이 도소옥屠蘇屋에서 술을 만들었으므로 도소주라 한다고도 한다. 『荊楚歲時記』에 따르면, 당나라 때 손사막孫思邈이 도소주방屠蘇廚房을 만들었다고 한다.
  40. 40)주사위(雉盧) : 치雉와 노盧는 저포희樗蒲戱라고 하는 백제 때에 있었던, 나무로 만든 주사위 같은 것을 던져서 승부를 내는 놀이의 가장 좋은 패이다. 후세에 저포는 윷놀이를 뜻하는 말로도 쓰였다.
  41. 41)서석瑞石 : 전라남도 광주 무등산의 서석대瑞石臺를 말한다. 이 서석대의 경치 때문에 무등산을 서석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42. 42)규봉圭峯 : 무등산 장불재에서 동쪽으로 약 2킬로미터쯤에 있는 봉우리이다. 원래 규봉이란, 절 입구에 우뚝 솟은 세 개의 돌기둥이 마치 임금 앞에 나갈 때 신하가 들고 있는 홀같이 생겨서 이를 한자로 취하여 규봉이라 한 것이다. 이 바위를 또 삼존석三尊石이라 부르는데, 여래존석·관음존석·미륵존석으로 불리며, 도선 국사가 명명했다고 전한다.
  43. 43)지공指公이 남긴 자갈 : 무등산에 있는 지공指空너덜을 말한다. 너덜은 지구의 화산 활동이 활발했을 무렵 땅 속의 바위들이 솟아오르면서 용암이 되어 흐르다가 식어 버리자, 산비탈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와 쌓여 형성된 것으로, 한마디로 돌무더기라고 할 수 있다. 지공너덜은 산의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3킬로 남짓한 지점에 있으며, 너덜 안에는 보조석굴普照石窟과 석불암石佛庵 터가 있다. 인도의 승려 지공指空 대사가 이곳에 와서 석굴을 만들고 많은 제자에게 불법을 가르치면서 좌선수도하다가 그의 법력으로 수없이 많은 돌을 이곳에 깔아 놓았기에 누가 어느 돌을 밟아도 덜컥거리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44. 44)대부송大夫松이 없으니 우습구나 : 진시황이 태산에 올라 봉선封禪하고 내려오다가 비를 만나자, 큰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였다. 그리하여 그 소나무에게 대부大夫라는 벼슬을 주었다. 여기서는 옛 자취가 남은 천자의 돌은 남아 있는데, 대부송이 없기에 웃었다는 말이다.
  45. 45)굴러다니는 쑥대(轉蓬) : 쑥대가 뭉쳐서 바람에 굴러가는 것을 말한다. 『後漢書』 「車服志」에 “상고시대 때 성인이 쑥대가 뭉쳐서 바람에 굴러가는 것을 보고 바퀴를 만들었다.”라고 하였다. 고향을 떠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님을 비유한 말로 쓰인다.
  46. 46)천초川椒 : 산초나무를 말한다.
  47. 47)이 말은 1년에 입춘이 두 번 들면, 하늘도 할 일이 많아 다음 해 정월 초하루에 입춘이 들게 하였다는 말이다.
  48. 48)율관律管의 재를 날리니 : 율관은 본래 음률을 측정하는 대나무를 말하는데, 대나무관에 재를 불어 넣어 절기를 측정하는 기구로도 쓰인다. 여기서는 정월 초하루에 율관을 가지고 절기를 측정하니 입춘이 들어 봄이 되었다는 뜻이다.
  49. 49)도연명의 국화(元亮菊) : 원량元亮은 도연명을 가리킨다. 도연명의 〈飮酒〉라는 시에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꺾어 그윽하게 남산을 바라보누나.(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구절이 있다.
  50. 50)맹호연孟浩然의 매화 :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踏雪尋梅〉라는 시에 “아득한 겨울 하늘 눈꽃이 나부끼고, 큰 눈은 오리털처럼 휘날리는데, 호연은 바람과 추위를 무릅쓰고, 눈 밟으며 매화 찾아 떠돌아다니네.(數九寒天雪花飄。 大雪紛飛似鵝毛。 浩然不辭風霜苦。 踏雪尋梅樂逍遙。)”라고 하였다.
  51. 51)연산혈連山穴에서는 종유석이 다시 나오고 : 석종유石鍾乳란 탄산석회를 함유한 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내려 응고된 고드름을 말하는 것으로, 약재로 사용한다. 연산連山에서 석종유가 생산되었는데, 탐욕스러운 지방관이 오자 석종유가 나오지 않았고, 뒤에 선정을 베푸는 수령이 오자 다시 나왔다는 말이 전한다. 유종원柳宗元의 「零陵郡復乳穴記」에 나온다.
  52. 52)합포合浦에서는 다시~나와야 하리라 : 합포는 진주가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하였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태수가 부임해 오자 나지 않게 되었고, 얼마 뒤 맹상孟嘗이 태수로 가서 선정을 베풀자 다시 나왔다고 한다. 곧 선정을 베풀어서 자연도 조화를 이루어 도와주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後漢書』 「孟嘗傳」에 나온다.
  53. 53)능숙한 백정보다~능숙하여야 한다 : 소를 잡는 백정이란 말은 기술이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莊子』에 보면, 백정이 소를 잡을 때에 서투른 백정은 칼날의 이만 자꾸 빠뜨려 자주 칼을 갈아야 하지만, 능숙한 백정은 뼈의 연결 마디를 잘 알아 19년이나 칼을 갈지 않고 써도 칼이 무뎌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는 정치를 잘하려면 능숙한 백정보다 더 능숙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莊子』 「養生主」에 나온다.
  54. 54)소 잡는~데 쓴다 :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의 수령이 되어 가서, 거문고를 타면서 마을을 다스렸다. 공자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웃으며 이르기를 “닭을 잡는 데 어쩌자고 소 잡는 칼을 사용했느냐.”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이상적인 정치를 하려는 자유의 재능을 자그마한 고을에 등용하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수령으로 온 사람이 인품과 재능이 훌륭하여 작은 고을을 다스리기에는 아깝다는 말이다. 『論語』 「陽貨」에 나온다.
  55. 55)서과西果 : 서과는 보통 수박을 말한다. 저자는 서과가 포도라고 생각하고 이 시를 쓴 것으로 보인다.
  56. 56)팔월에 뗏목을~사신을 따라왔으니 : 한 무제는 흉노의 해를 근심한 나머지 서역과 화친하여 흉노를 협공하려고 하였다. 이때 사신으로 간 사람이 장건張騫이었다. 장건이 여러 해 만에 여행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왔는데, 이때 포도가 그들을 따라 서역에서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여기서 팔월은 사신이 팔월에 중국에 돌아왔기에 하는 말로 보인다. 『漢書』 제61권에 나온다.
  57. 57)삼신산에 약초~동자를 비웃겠네 : 진시황은 오래 살려고 동남동녀童男童女 3천 명과 서불徐巿에게 동해의 삼신산三神山에 들어가 불사약을 캐 오도록 명하였었다. 여기서는 포도는 서역에서 중국으로 왔는데, 중국에서는 불로초를 구하러 동쪽으로 동남동녀를 보냈다니 우습다는 말이다.
  58. 58)얼음 같은~있을 터이니 :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효문원孝文園의 영令이 되었었기에 문원文園은 사마상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만년에 소갈消渴병을 앓다가 죽었다. 소갈은 지금의 당뇨병이다. 당뇨병에는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포도를 많이 먹어 수분을 섭취한다면 병을 낫게 할 만하다고 한 말이다. 『史記』 「司馬相如傳」에 나온다.
  59. 59)이슬을 받아먹던~헛수고가 되었으리라 : 한 무제는 신선이 되고 싶어 하여 방사方士들의 말을 듣고 건장궁建章宮 위에 동반銅盤을 만들어 이슬을 받아먹었다. 여기서는 포도송이가 이슬이 맺힌 것과 같으니 포도를 먹었으면 되었을 것인데, 부질없이 승로반承露盤 같은 것을 만들어 이슬을 받았다는 말이다.
  60. 60)잡았다 놓았다 마음대로 하는구나 : 삼국시대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추장酋長 맹획孟獲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맹획은 제갈량에게 항복하였다. 여기서는 종사宗師와 선禪을 토론하는 사이에 마음을 끌었다 놓았다 한다는 말이다. 황정견黃庭堅의 〈吉老十小詩〉에 답한 시에 “담선극칠금談禪劇七禽”이라 하였고, 사용史容의 주에 “선문답을 토론하는 것에 비유하면, 공명이 맹획을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사로잡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61. 61)임금을 위해 목숨을 바쳐(酬君褥螘) : 욕의褥螘는 은殷나라의 사상례士喪禮에 붉은 천으로 관棺 덮는 이불을 만들고, 이불 네 모서리에다 여러 마리의 오고 가는 개미 형상을 그렸던 데서 온 말이다. 임금을 위해 죽는 것을 말한다. 『禮記』 「檀弓」에 나온다. 『戰國策』 「楚策」에서는 “안릉군安陵君이 울면서 ‘대왕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이 몸도 황천에 함께 가서 개미를 막는 돗자리가 되려 합니다.’라 했다.”라고 하였다.
  62. 62)까마귀를 보며~생각 간절하네 : 까마귀(反哺禽)는 새끼일 때에 어미가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새끼는 여기에 보답하기 위하여 다 자란 뒤에는 60일간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고 한다. 『本草綱目』 「慈烏」에 나온다.
  63. 63)산 위에~말하지 말라 : 공자는 동산東山에 올라가 보고 노魯나라가 작다고 하였고, 태산泰山에 올라 보고는 천하가 작다고 한 적이 있다. 『孟子』 「盡心 上」에 나온다.
  64. 64)선인장봉仙人掌峯 : 화산華山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이다.
  65. 65)조룡祖龍 : 조祖는 처음이라는 뜻이고 용龍은 임금의 상징이니, 진시황을 말한다.
  66. 66)청련자靑蓮子 : 이백李白의 호이다. 이백은 화산의 낙안봉落鴈峯에 올라서 “이 산이 가장 높으니 호흡하는 기운이 상제上帝의 자리와 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사조謝眺의 유명한 시를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이 한이 되니, 머리를 긁으면서 푸른 하늘에 물을 뿐이라고 하였다. 『事文類聚』 「華山」에 나온다.
  67. 67)봉선封禪 : 봉토封土를 쌓아 하늘에 제사 지내며, 땅을 깨끗이 쓸고 산천에 제사 지내는 일을 말한다.
  68. 68)소보巢父와 허유許由 : 중국 고대의 대표적인 은사이다.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선양하려고 하니, 허유가 산골짜기로 도망하여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고 귀를 씻었다. 소보가 소에게 물 먹이러 왔다가 허유의 귀 씻은 물이 더럽다고 상류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고 한다.
  69. 69)주자의 〈南岳〉에서 “막걸리 석 잔(三盃)에 호탕한 흥이 발동하여 낭랑히 시를 읊으며 축융봉을 내려오네.(濁酒三盃豪興發。 朗吟飛下祝融峯。)”라고 하였다.
  70. 70)한유韓愈가 형악衡嶽에 올라 지은 〈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라는 시에 “내가 찾아온 것은 마침 가을비 내리는 계절이라, 음기가 어둑하건만은 씻어 낼 맑은 바람도 없네.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없이 기도(默禱)를 올리니 뭔가 반응이 있는 듯도, 신명이 어찌 정직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겠는가. 조금 있자 운무가 개며 드러나는 뭇 봉우리, 쳐다보니 우뚝하게 창공을 버티고 있구나.(我來正逢秋雨節。 陰氣晦昧無淸風。 潛心默禱若有應。 豈非正直能感通。 須臾靜掃衆峯出。 仰見突兀撑靑空。)”라고 하였다. 『韓昌黎集』 권3에 나온다.
  71. 71)삭방朔方 : 방향을 이를 때에 북극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섬서성陜西省 서북방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72. 72)조양趙襄 : 조양자趙襄子를 말한다. 양자襄子는 진晉나라 조간자趙簡子의 작은 아들 조무휼趙無恤의 시호이다.
  73. 73)궐리闕里 : 공자가 태어나고 죽은 곳이다. 공자는 만년에 이곳에서 『詩經』과 『書經』을 정리하고, 『春秋』를 지었다.
  74. 74)청원淸原 선사 : 청원 행사淸原行思. 육조六祖 혜능慧能의 법을 이었다. 혜능의 문하에 청원과 남악南岳 두 제자가 있어 2대 법통이 나왔는데, 청원의 법은 조계曹溪로 흘렀고, 남악의 말류末流는 임제臨濟가 되었다.
  75. 75)주처周處 : 진晉나라 때 사람으로, 용력勇力이 뛰어난 데다 멋대로 행동하였으므로 고장 사람들이 주처와 남산南山의 호랑이, 장교長橋 밑의 교룡蛟龍을 합쳐 세 가지 큰 해害라고 일컬었다. 주처가 나중에 마음을 고쳐 호랑이와 교룡을 죽이고 뜻을 세워 학문을 연마한 후에 어사중승御史中丞에 올랐고, 제齊나라가 반란하자 토벌에 참가하였다가 전사戰死하였다. 시호는 효후孝侯이다.
  76. 76)기산歧山 : 중국의 섬서성陝西省 기산현歧山縣 동북쪽에 있다. 주周 문왕文王 때에 이 산에서 봉황이 울었다고 한다.
  77. 77)할작鶡雀 : 꿩과에 속하는 산새 이름이다. 한漢나라 때 경조윤京兆尹 장창張敞의 집에 있던 할작이 승상부丞相府에 날아가 모이니, 사람들이 봉황이 날아왔다고 오인하였다 한다. 『漢書』 「黃霸傳」에 나온다.
  78. 78)오동나무 열매를~둥지가 낡았구나 : 봉황은 대나무의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둥지를 틀지 않는다고 한다.
  79. 79)검은 치마~울어 대니 : 소동파蘇東坡의 〈後赤壁賦〉에 “때는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조용하더니, 마침 외로운 학이 동쪽에서 강을 가로질러 날아오는데,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크고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채로 끼룩끼룩 길게 소리 내어 울면서 나의 배를 스쳐 서쪽으로 날아갔다.(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戞然長鳴。 掠予舟而西也。)”라고 하였다.
  80. 80)정령위丁令威 : 한漢나라 때 사람으로, 신선의 술법을 배워 학으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뒤에 요양성遼陽城 문루에 내려와 앉았는데, 어떤 소년이 활을 겨누어 쏘려고 하자, 날아오르면서 말하길 “새야, 새야, 이 새는 정령위라네.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네. 성곽은 옛날과 같건만 사람들은 다 옛사람이 아니로구나. 어째서 신선을 배우지 아니하고 여기저기 무덤이 되었는가(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令始歸。 城郭如古人民非。 何不學仙塚壘壘。)”라고 하였다.
  81. 81)초산楚山 : 전라북도 정읍시 시기동에 있는 산이다.
  82. 82)괴안국槐安國 베개 : 당나라 순우분淳于棼이 낮에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다가 괴안국에서 노니는 꿈을 꾸었다. 괴안국 공주와 결혼하여 남가군南柯郡의 태수가 되고 영화를 누리면서 살았는데, 깨고 보니 꿈이었다는 고사이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고 한다. 이공좌李公左의 「南柯記」에 나온다.
  83. 83)신통(游刃) : 『莊子』 「養生主」에 포정庖丁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하여 소를 잡는데, 문혜군에게 말하기를 “신의 칼이 19년을 지내 오는 동안에 소를 잡아 분해한 것이 수천 마리지만, 칼날이 새로 숫돌에 갈아 놓은 것 같습니다. 그 마디는 틈이 있고 이 칼날은 무디지 않으니, 무디지 않은 칼로 틈이 있는 데를 찾아 들어가면, 그 칼날을 놀리는 데 있어 반드시 여지가 생깁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을 유인游刃이라 한다.
  84. 84)안자顔子건 천리마건~것이라 믿으며 : 『晉書』 「虞溥傳」에 “천리마가 되기를 바라는 말은 또한 천리마가 될 것이며, 안자가 되기를 바라는 무리는 또한 안자의 무리가 될 것이다.(希驥之馬。 亦驥之乘。 希顔之徒。 亦顔之倫也。)”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진실로 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85. 85)순임금이 누구인가~있다 생각하였네 : 성현의 경지에 오를 것이라고 다짐하여 뜻을 세우는 말이다. 『孟子』 「滕文公 上」에, 안연顔淵이 말하기를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순임금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는 또한 순임금같이 될 것이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라고 하였다.
  86. 86)태산 꼭대기에~안단 말인가 : 『孟子』 「盡心章 上」에, “공자는 일찍이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다는 것을 깨달았고,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는 것을 알았다.(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라고 하였다.
  87. 87)눈 속에서~진리를 얻었으니 : 중국 선종의 제2조인 혜가惠可는, 처음에 숭산嵩山의 소림사少林寺로 달마 조사達摩祖師를 찾아가서 눈 속에 앉아 가르침을 구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으므로, 드디어 자기 왼팔을 칼로 끊어 굳은 의지를 보여서 마침내 허락을 받고, 크게 깨달아서 끝내 중국 선종의 제2조가 되었다. 『景德傳燈錄』 권3에 나온다.
  88. 88)다섯 분파(五葉) : 달마達磨의 전법게傳法偈에 “내가 이 땅에 와서 법을 전하여 미혹한 중생을 구제하였는데, 꽃 한 송이에 다섯 잎이 열렸으니 저절로 열매가 맺혔네.”라고 하였다. 선종禪宗이 다섯 종파로 나뉠 것을 예언한 말이다.
  89. 89)야간野干 : 짐승 이름이다. 이리나 여우와 비슷하며 청황색 개와도 비슷하다. 밤이면 떼를 지어 다니며 이리처럼 운다고 한다.
  90. 90)행실은 반듯해야~원만하여야 한다네 : 당나라 때 명의 손사막孫思邈의 말에, “담膽은 크게 하고 심心은 작게 하며, 지智는 원만하게 하고 행行은 곧게 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91. 91)금하金河 : 중인도 구시나국에 있는 발제하跋提河를 말한다. 이 강에서 사금砂金이 많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92. 92)팔난八難 : 부처님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정법正法을 듣지 못하는 등의 여덟 가지 재난을 말한다. 곧 지옥地獄·축생畜生·아귀餓鬼·장수천長壽天·맹롱음아盲聾音啞·울단월鬱單越·세지변총世智辯聰·생재불전불후生在佛前佛後를 말한다. 팔난처八難處·팔난해법八難解法·팔무하八無暇·팔불한八不閑·팔비시八非時·팔악八惡·팔불문시절八不聞時節이라고도 한다.
  93. 93)십지十地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인 52위位 가운데 제41위에서 제50위까지를 이른다. 곧 환희지歡喜地·이구지離垢地·발광지發光地·염혜지焰慧地·난승지難勝地·현전지現前地·원행지遠行地·부동지不動地·선혜지善慧地·법운지法雲地이다.
  94. 94)오천五天 : 다섯 종류의 하늘이다. 곧 세간의 임금인 세천世天과, 삼계의 여러 하늘을 말하는 생천生天, 그리고 정천淨天과, 보살을 말하는 의천義天, 불성이 공空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모든 부처를 말하는 제일의천第一義天 등을 이른다.
  95. 95)능연각凌烟閣 : 당唐 태종太宗이 공신 스물네 명의 초상을 그려서 보관한 누각이다.
  96. 96)『태현경太玄經』 : 한漢나라 때 양웅이 『太玄經』을 지어 『周易』의 흉내를 냈다고 한다.
  97. 97)산도山濤와 왕융王戎이~빠진 것은 : 산도와 왕융은 모두 죽림칠현竹林七賢에 들어간다. 송宋나라 안연지顔延之가 죽림칠현에 대하여 각각 노래를 지었지만, 산도와 왕융은 벼슬이 높다 하여 빼고 지었다고 한다.
  98. 98)기이하구나 향산香山의~앞을 수놓았네 : 당唐 무종武宗 때에 백거이白居易가 형부 상서刑部尙書로 있다가 벼슬을 내놓고 물러나 향산으로 들어가서 향산거사香山居士라고 자호하고는, 승려 여만如滿 등과 함께 향화사香火社를 결성하고 만년을 보냈다. 『舊唐書』 권166 「白居易列傳」에 나온다.
  99. 99)금산金山 : 강소성江蘇省 진강시鎭江市 서북쪽에 있는 산으로, 동진東晉 때 창건된 중국의 대표적 선찰禪刹인 금산사金山寺가 있다. 금산사는 양자강楊子江 가운데 우뚝 서 있어 예로부터 택심사澤心寺, 용유사龍游寺로도 불리다가 청淸 성조聖祖 때 강천사江天寺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송宋나라 승려 요원了元과 소동파가 노닐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100. 100)영광전靈光殿 :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아들 공왕恭王이 세운 궁전 이름이다. 한나라가 힘이 약해졌을 때 도적들이 쳐들어와 다른 궁은 모두 불살랐지만, 영광전만은 우뚝 선 채로 그냥 남아 있었다 한다.
  101. 101)불여귀不如歸 : 옛사람들의 말에 두견의 울음소리가 ‘불여귀’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여 두견새를 이르는 말로도 쓴다. 촉왕蜀王 망제望帝가 그의 신하 별령鱉靈의 처와 간통하여 왕위를 버리고 도망가니, 마침 그때 두견새가 ‘불여귀, 불여귀’ 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이 말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史記』 「蜀王本紀」에 나온다.
  102. 102)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가 범의 앞에 서서 범의 위엄을 빌려 다른 짐승을 두렵게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강을江乙이 초楚 선왕宣王에게 아뢴 말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세력을 등에 업고 함부로 하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戰國策』에 나온다.
  103. 103)참새가 전鱣을 낳는 것 : 후한後漢 때 양진楊震의 자字는 백기白起인데, 젊었을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경서에 통달하였으므로 당시 선비들이 ‘관서의 공자(關西孔子)’라고 칭하였다. 수십 년 동안 주군州郡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제자들을 교육하였다. 어느 날 관작冠雀이 전어鱣魚 세 마리를 물고 강당 앞에 날아와 앉았는데, 도강都講이 전어를 가지고 양진 앞에 나아가 말하기를, “전어는 경대부卿大夫 옷의 상징이고, 삼이라는 숫자는 삼공三公을 뜻하는 것이니, 선생께서는 이제 벼슬길에 나아가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후 양진은 형주 자사荊州刺史, 사도司徒, 태위太尉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後漢書』 권54에 나온다.
  104. 104)자공子公의 전문箋文 : 벼슬을 구하는 서찰을 말한다. 자공은 한漢나라 진탕陳湯의 자이다. 진함陳咸이 군수郡守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진탕에게 뇌물과 함께 서찰을 보내기를, “자공의 힘을 입어서 도성에 들어갈 수 있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卽蒙子公力。 得入帝城。 死不恨。)”라고 하였는데, 뒤에 조정에 들어가 소부少府가 되었다. 『漢書』 권66 「陳萬年傳」에 나온다. 황정견黃庭堅의 〈次韻陳少章晁適道贈答詩〉에서는 “차라리 동곽의 신발을 신을지언정, 자공의 서찰을 보내지 않으리.(寧穿東郭履。 不遺子公書。)”라고 하였다.
  105. 105)초나라 오나라(楚吳)와 접하였으리 : 초楚나라·오吳나라는 중국의 강남에 위치한 나라이다. 고대에는 이곳에 이민족이 살았기 때문에 치외治外로 여겼다. 여기에서는 육지가 격포格浦에 와서 끝나니, 이곳 밖은 왕의 교화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보고, 오나라·초나라와 연결되었다고 여긴 것이다.
  106. 106)황산비荒山碑 : 이성계李成桂·이두란李豆蘭 장군이 고려 우왕 6년(1380)에 지리산 근방 황산에서 왜적 아기발도阿只拔都군을 물리친 황산대첩荒山大捷을 기념하기 위해 선조 10년(1577)에 세운 승전비勝戰碑로, 전라북도 남원군 운봉면雲峯面 화수리花水里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파괴되고 지금은 파편만 남아 있다 한다. 김귀영金貴榮이 비문을 짓고, 송인宋寅이 글씨를 쓰고, 남응운南應雲이 글을 새겼다.
  107. 107)아비발阿卑拔 : 황산대첩의 왜장 아기발도阿只拔都를 말한다. 당시 나이가 겨우 16 세가량인 어린 장수였으나, 무술과 용맹이 대단하였다. 몸에 견고한 갑옷을 입고, 또 얼굴에는 청동으로 된 투구를 쓰고 있어서, 화살을 쏘아 맞힐 틈이 없었다. 태조가 이두란李豆蘭에게 그의 투구 끈을 맞히라고 하고는, 투구가 떨어지자 곧 그를 활로 쏘아 죽였다고 한다.
  108. 108)이두란李豆蘭 : 여진족女眞族 무장武將 출신으로, 고려에 귀화한 뒤 북청北靑에서 거주하였으며, 이성계李成桂와 의형제를 맺고 그의 등극登極을 도와 개국 일등공신에 올랐다. 퉁佟이라는 원래의 성姓 대신 이씨李氏를 하사받았다. 이지란李之蘭이라고도 한다.
  109. 109)고운孤雲 : 신라 말의 학자인 최치원崔致遠의 호이다.
  110. 110)행각승(水雲) : 수운水雲은 유수행운流水行雲의 준말로, 흐르는 물과 떠도는 구름처럼 종적이 일정하지 않음을 뜻한다. 행각승行脚僧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111. 111)처사處士 :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조용히 초야草野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112. 112)동가구東家丘 : 동쪽 집에 사는 공구孔丘라는 뜻으로, 공자의 서쪽 이웃에 살던 한 어리석은 사람이 공자가 성인인 줄을 모르고 “저 동쪽 집에 사는 구丘라는 사람을 내가 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사람을 알아볼 줄 모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서, 여기서는 세상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훌륭한 인재를 뜻한다. 『顔氏家訓』 「慕賢」에 나온다.
  113. 113)소식이 끊긴 지(鴈斷魚沈) : 안단어침鴈斷魚沈은 소식이 끊긴 것을 말한다. 기러기의 왕래는 때가 일정하므로 비단을 기러기의 발에 매달아 멀리 서신을 전달했다. 또 한漢나라 때의 악부樂府에 “나그네가 멀리서 찾아와 내게 잉어 한 쌍을 주고 가기에, 아이 불러 잉어를 삶게 했더니 뱃속에 한 자의 비단 편지가 있었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童烹鯉魚。 中有尺素書。)”라고 하였다.
  114. 114)서축에서 신선의~실어 왔고 :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처음으로 불교가 중국에 들어왔다. 그때 마등摩騰과 축법란法蘭이 흰 말에 불경을 싣고 중국에 왔는데, 처음에는 홍려시鴻臚寺에 머무르다가 명제가 절을 지어 주어 그곳에 거처하였다. 그리고 불경도 그곳에 보관하였으니, 불경을 백마에 싣고 왔다 하여 백마사白馬寺라고 이름을 지었다. 여기서는 대희大稀 스님이 머무는 절에 불경이 있기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115. 115)동관의 노자는~소(靑牛)를 탔었지 : 동관東關은 함곡관을 말하고, 부자夫子는 노자老子를 가리키는 말이다. 노자가 만년에 푸른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서역으로 갈 때 함곡관을 지나게 되었는데, 관령關令 윤희尹喜가 맞아 제자의 예를 올리며 가르침을 청하였다고 한다. 「關令傳」에 나온다.
  116. 116)『남화경南華經』을 읽고~노는 것이라네 : 『南華經』은 장자莊子의 저서 『莊子』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南華經』의 「逍遙遊」에 보면, 북극의 바다에 곤鯤이란 고기가 있고, 그 고기가 변하여 붕새가 된다고 한다. 이 새는 또 때로는 바람을 타고 구만 리의 하늘에 올라 남쪽 바다까지 가는데, 뱁새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저 놈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아무리 높이 날아도 나무 꼭대기까지나 올라갔다가는 다시 내려오곤 하는데.”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큰 것과 작은 것도 본래는 한곳에 있었고, 대지大知와 소지小知도 본래는 하나라는 말이다.
  117. 117)우리나라(靑丘) : 청구靑丘는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행설五行說에서 보면 청색은 동쪽을 상징하는 색인데, 우리나라가 중국의 동쪽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 것이다.
  118. 118)예禮가 사라지면~찾아야 하리 : 중국 땅에서는 명나라가 망하고 이민족인 청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였기에 명나라의 예악과 문물이 사라져 버렸으며, 따라서 그 예는 중국의 바다 밖인 우리나라에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나라를 숭배하고 청나라를 배척하려는 숭명배청崇明排淸의 사상이 농후하여 변발을 하지 않고 연호도 명나라의 연호를 그대로 썼었다. 모든 제도에서 명나라의 것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119. 119)환관은 끝끝내~사슴이라 우겼고 : 진시황이 죽고 아들 호해胡亥가 즉위하였을 때 환관 조고趙高가 승상이 되어서 권력을 잡고는,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였다. 조고는 황제 앞에 망아지를 끌고 와서 매어 놓고 “이것은 사슴이다.”라고 말하면서, “감히 말이라고 말을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황제가 웃으면서 승상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였으나, 승상은 다른 신하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 가운데 반은 말이라고 하였고, 반은 사슴이라고 대답하였다. 말이라고 말한 사람은 뒤에 엄벌을 받았으니, 다시 조고가 하는 일에 감히 반대되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얼마 안 가서 조고의 전횡으로 진나라는 망하였다. 『史記』 「秦始皇本紀」에 나온다. 여기서는 환관들이 전횡하여 명나라를 망쳤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120. 120)장수는 연나라를~얻기 어려웠네 : 전국戰國시대 연燕나라는 세력이 강해지자, 장군 악의樂毅를 시켜 제齊나라를 공격하였다. 결국 제나라의 읍 두 곳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함락시켰다. 제나라 장수 전단田單은 자기의 처첩까지도 군대에 편입시켜 사졸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먹이는 일을 시키는 등 군을 정비하는 동시에, 노약자들에게 항복할 뜻을 보이게 하였더니, 그것을 본 연나라 군대는 해이해졌다. 전단은 이 틈을 타서 성안에서 천여 마리의 소를 구하여 비단으로 입히고 용의 무늬를 그린 다음, 소뿔에 창이나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 갈대를 묶어서 밤에 성문에서 꼬리에 불을 붙여 내몰았다. 소는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달려가 적군을 받아 죽였으니, 연나라 군대가 크게 패하여 달아났고, 제나라는 옛 땅을 회복하였다. 『史記』 「田單傳」에 나온다. 여기서는 명나라 장군이 청나라 진영을 패퇴시키지 못했다는 말이다.
  121. 121)황제가 촉蜀~수가 없으니 : 당나라 현종玄宗이 안록산安祿山의 난을 만나 촉蜀으로 피난을 갔었다. 여기서는 이자성李自成의 난에 숭정제崇禎帝가 목을 매어 죽고, 종친宗親인 영력제永曆帝는 면전緬田으로 피난 간 것을 이른 말이다.
  122. 122)선우單于가 유주幽州~않단 말인가 : 선우는 흉노匈奴의 왕이니, 여기서는 청나라 태종太宗을 말하는 것이다. 유주는 기주冀州 북쪽의 땅으로 지금의 북경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민족인 청나라가 중원中原에 들어와 통치하는 것이 분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123. 123)순수鶉首 : 별자리 이름이다.
  124. 124)금계金鷄 : 제왕이 사면령赦免令을 내릴 때 깃대의 끝에 금색으로 만든 닭을 달고 그 밑에 사면되는 죄수의 이름을 써 붙였다. 그러므로 사면을 뜻하는 말이다. 『隋書』 「刑法志」에 나온다.
  125. 125)홀로 깨어 있는 사람 : 초楚 양왕襄王은 간신奸臣들의 말을 듣고 굴원屈原을 장사長沙로 귀양 보냈고, 굴원은 거기서 〈離騷〉와 〈漁父辭〉 등의 문장을 지었다. 〈漁父辭〉에서 굴원은 “온 세상이 모두 흐리지만 나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취하였지만 나 홀로 깨어 있으니, 그렇기 때문에 쫓겨나게 된 것이로다.”라고 하였다.
  126. 126)한수漢水의 그~안고 다녔으며 :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남쪽으로 초楚나라에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수 남쪽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에서 어떤 노인이 채소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땅속으로 물이 솟아나는 데까지 지하도를 뚫고 항아리를 들고 들어가 물을 담아 안고 나와 채소밭에 물을 주는 것이었다. 노인이 이렇게 애쓰는 것을 보고 자공이 말하길 “이런 일에 쓰는 편리한 기계가 있습니다. 힘은 적게 들고, 효과는 백배나 더 큽니다. 그것은 바로 두레박이라는 물건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불쾌하게 여기며 대답하길 “나는 스승에게 이렇게 배웠습니다. 교묘한 기계를 지니고 있는 자는 교묘한 지혜를 짜내어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므로, 그렇게 되면 순수한 본심이 갖추어지지 않는다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쓰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莊子』 「天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27. 127)기산箕山에 살던~소리도 싫어했네 : 기산에 살던 허유許由는 그릇이 없어 손으로 물을 떠 마셨다. 어떤 사람이 이를 보고 표주박 하나를 주니, 그는 표주박으로 물을 떠 마시고는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바람이 불어 표주박이 흔들려 소리가 나자, 허유는 번거롭다 하여 표주박을 버리고 말았다. 이와 같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사람은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자연 그대로 산다는 것이다. 『太平御覽』 제762권에 채옹蔡邕이 쓴 『琴操』에 나온다.
  128. 128)사집私集은 개인의 문집이나 시집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연담 대사의 시를 엮어 만든 시문집을 말한다. 이 시는 시문집을 의인화하여 읊은 글이다.
  129. 129)고운孤雲 : 신라 최치원崔致遠의 호.
  130. 130)일두一蠹 : 조선 정여창鄭汝昌의 호.
  131. 131)정절靖節 : 정절은 도연명陶淵明의 존칭이다. 일찍이 「五柳先生傳」을 지어서 스스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팽택령彭澤令으로 있을 때에 하루는 독우督郵가 도착하자, 아전들이 “의관을 바로 갖추고 뵈어야 한다.”라고 권했다. 도연명은 “내가 오두미五斗米의 녹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고 하고서, 곧바로 관인官印을 내놓고 고향인 시상리柴桑里로 돌아와 〈歸去來辭〉를 지었다고 한다. 『晉書』 제94권에 나온다.
  132. 132)『태현경太玄經』 : 서한西漢의 양웅揚雄이 찬술한 것으로, 전체 10권으로 되어 있다. 『周易』에 의거하여 지은 이 책은 현묘한 천지만물의 근원을 밝히고 크나큰 그 공덕을 표현하였다는 뜻으로 ‘태현경’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33. 133)약한 술(魯酒) : 노주魯酒는 노魯나라의 술이라는 말이다. 『莊子』 「胠篋」에 “노나라 술이 언짢았기 때문에 한단邯鄲이 포위를 당했다.”라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형편없는 술, 혹은 맛이 없는 술이란 뜻으로 쓰인다.
  134. 134)천일주千日酒 : 고대의 중산中山 사람인 적희狄希가 천일주라는 술을 만들었는데, 이 술을 마시면 취해 천 일 동안 잠든다고 한다. 진晉나라 장화張華의 『博物志』 권5에 나온다.
  135. 135)한 치만큼의~귀하다는 말 : 주자朱子의 「勸學文」에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못가에 피었던 봄풀은 아직도 꿈속인 듯 아련하건만,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이미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라고 하였다.
  136. 136)스님(闍梨) : 사리闍梨는 아사리阿闍梨의 약칭이다. 모범 또는 정행正行이란 말로서, 제자의 모범이 되는 덕이 높은 스님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137. 137)푸른 눈(靑眼) : 친한 사람을 대하는 눈을 뜻하는 표현이다.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은 예의를 지키는 형식을 싫어하였다. 그래서 너무 예의를 차리는 사람을 보면 흰 동자 가득한 눈으로 보고, 친근한 사람을 만나면 푸른 동자의 눈으로 대하였다고 한다. 『晉書』 「阮籍傳」에 나온다.
  138. 138)나물 맛(蔬笋) : 소순蔬笋은 소순기蔬笋氣를 말한다. 스님들의 시에서 느껴지는 나물 냄새라는 뜻이다.
  139. 139)부처님 진리는~사슴처럼 버려지고 : 사슴은 황제의 자리를 가리킨다. 진秦나라의 두 번째 황제가 조고趙高와 이사李斯 등의 농간에 제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자, 천하의 영웅들이 다투어 천자가 되려고 하여 난장판이 되었다. 진나라는 끝내 황제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빼앗겼다. 여기서는 조선 시대 사람들 가운데 불교에 귀의하는 자가 갈수록 적어지는 것을 탄식한 말이다.
  140. 140)세상인심은 초나라 원숭이(楚猿)처럼 무너졌구나 : 초나라는 강남에 위치하였으므로 원숭이가 많았다고 한다. 원숭이의 우는 소리는 구슬프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불교의 교화가 세상에 잘 행해지지 않음을 탄식한 말이다.
  141. 141)늘그막에 살 별장(菟裘) 자리 : 토구菟裘는 노魯나라 고을 이름으로, 지금의 산동성 사수현泗水縣 북쪽에 있다. 노魯 은공隱公이 “토구에 별장別莊을 경영하라. 내 장차 거기에 가서 늙으리라.”라고 하였으므로, 전하여 은퇴해 살 곳을 말한다. 『左傳』에 나온다.
  142. 142)차가운 숲(寒林) : 한림寒林은 숲속에 사람의 시신을 내다 버리는 곳을 말한다. 범어로 시타尸陀, 혹은 시타屍陀라고 하며, 그 숲이 깊고 써늘하기 때문에 한림이라고 번역하였다. 시타림屍陀林이라고 한다.
  143. 143)솔개는 날고 물고기 뛰어오르듯(鳶飛魚躍) : 『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뛰어오른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하였다.
  144. 144)마른 등나무를~마리 쥐 : 흰 쥐(日)와 검은 쥐(月)가 등나무 덩굴을 끊는 것을, 시간이 흘러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145. 145)의술(刀圭) : 도규刀圭는 약을 뜨는 숟가락으로, 전하여 약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46. 146)문정門庭 : 본래는 대문이나 중문 안에 있는 뜰이라는 뜻인데, 불가에서는 선禪의 종문宗門, 즉 종지宗旨를 말한다. 혹은 암자라는 뜻으로도 쓴다.
  147. 147)자양산紫陽山 : 주자가 글을 읽던 곳이다.
  148. 148)아호鵝湖 : 송宋 효종孝宗 순희淳熙 2년(1175)에 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이 복재復齋 육구령陸九齡과 그의 동생 상산象山 육구연陸九淵을 광신현廣信縣에 있는 아호사鵝湖寺로 초청하여 주자와 학문의 이동異同을 강론하게 했다. 『宋元學案』 권57 「復齋學案」에 나온다.
  149. 149)회옹晦翁 : 주자를 말한다.
  150. 150)육씨陸氏 : 송나라의 학자 육상산陸象山을 말한다. 상산은 호이고, 이름은 구연九淵, 자는 자정子靜이다. 동시대의 주자와 다른 이론을 세워 뒷날 육왕학陸王學, 즉 양명학의 원조가 되었다.
  151. 151)육자수陸子壽 : 자수子壽는 육구령陸九齡의 자이다. 육상산의 형이다.
  152. 152)잠겨 버렸네(陸沉) : 육침陸沉은 물이 아닌 육지에서 잠겼다는 말인데, 세상에 등용되지 못하고 파묻혀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153. 153)가마(藍輿) : 남여藍輿는 뚜껑이 없는 작은 가마로서, 주로 산길 등 좁은 길을 갈 때 이용한다. 앞뒤에서 각각 두 사람이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54. 154)〈어가오漁家傲〉 : 송나라 때 보고 읽는 것에만 그치는 시의 형식에 대한 반발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사인 사詞라는 문체가 유행하였는데, 〈漁家傲〉는 북송의 범중엄范仲淹(989~1052)이 지은 사로서, 후에 사의 한 형식으로 자리하였다.
  155. 155)후산后山은 송나라 진사도陳師道의 호. 〈次韻答秦少章〉에 나오는 구절이다.
  156. 156)부모님의 뜰(鯉庭) : 이鯉는 공자의 아들인데, 이가 뜰을 지날 때에 공자가 「周南」과 「召南」을 읽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157. 157)순리循吏 : 훌륭한 관리 또는 지방관을 말한다. 한나라 때 황패黃霸는 동해 태수東海太守가 되어서 도적을 잘 막아내고, 백성들을 농사에 힘쓰도록 교화시키는 훌륭한 관리였다. 『史記』와 『漢書』에 나온다.
  158. 158)백옥당白玉堂 : 궁중에서 관리들이 집무하는 곳을 말한다.
  159. 159)관각舘閣 : 경연청經筵廳·규장각奎章閣·홍문관弘文館·예문관藝文館·춘추관春秋館·성균관成均館의 총칭으로, 문장을 잘하는 사람들이 집무하는 곳이다.
  160. 160)세 장사(三將) : 임진왜란 때 진주의 촉석루에 올라가 국가의 장래를 통탄하며 죽기로 맹세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 세 장사로, 김성일金誠一·조종도趙宗道·이노李魯를 말한다.
  161. 161)신선 사는 곳(十洲) : 십주十洲는 전설상의 신선이 사는 곳이다. 조주祖洲·영주瀛洲·현주玄洲·염주炎洲·장주長洲·원주元洲·유주流洲·생주生洲·봉린주鳳麟洲·취굴주聚窟洲이다.
  162. 162)안국사安國寺 : 경상남도 함양 마천에 있는 절이다.
  163. 163)태평화太平花 : 단청에서 꽃잎이 사방으로 펴져 정면으로 보이게 그린 꽃무늬를 말한다.
  164. 164)한 공韓公의 기도 : 한유韓愈는 다섯 가지 궁귀窮鬼를 기도로 물리치려고 애썼다. 다섯 가지의 궁귀窮鬼란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이다. 여기서는 저자가 한유처럼 궁한 것을 기도로 없애 보려고 애를 썼다는 말이다.
  165. 165)동생(卯君) : 묘군卯君은 간지에 묘卯 자가 들어간 해에 출생한 사람이란 뜻으로, 아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송나라 소식蘇軾이 아우인 소철蘇轍의 생일 축하 시에 “동파가 이것을 가지고 묘군에게 축수한다.(東坡持是壽卯君)”라고 한 데서 유래하여, 아우를 묘군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66. 166)평범한 돌(燕石) : 연석燕石은 연산燕山에서 나는 옥과 비슷하면서도 옥이 아닌 돌을 말한다. 송나라의 한 어리석은 사람이 진짜 옥으로 아는 바람에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사이비似而非한 것, 가치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67. 167)〈양춘곡陽春曲〉 : 〈白雪陽春曲〉이라고도 한다. 노래가 너무나 고상하여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화답하는 사람이 적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손 진사의 시가 격조가 높아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말이다.
  168. 168)하수조何水曺처럼 시에~끼지 못하리 : 양梁나라 때의 시인 하손何遜이란 사람은 일찍이 건안왕建安王의 수조水曺가 되었기 때문에 하수조라고 불렸다. 여기서는 손 진사의 학덕이 너무나 높아 이를 전수할 때엔 하손과 같은 인물도 끼워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169. 169)선계(方壺) : 방호方壺는 신선이 산다는 섬으로 방장方丈이라고도 한다.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다는 오도五島의 하나로 첫째는 대여岱輿, 둘째는 원교員嶠, 셋째는 방호, 넷째는 영주瀛洲, 다섯째는 봉래蓬萊라 한다. 『列子』 「湯問」에 나온다.
  170. 170)농암農岩 : 김창협金昌協(1651~1708)의 호가 농암農巖 또는 삼주三洲이다. 자는 중화仲和,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벼슬보다 문학과 유학의 대가로서 이름이 높았고, 당대의 문장가이며, 서예에도 뛰어났다. 문집으로 『農巖集』, 저서로 『農巖雜識』·『朱子大全箚疑問目』, 편서로 『江都忠烈錄』·『文谷年譜』 등이 있다.
  171. 171)흰 말(白馬)이~와 멈추었으니 :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불교가 처음 중국에 들어올 때에 마등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흰 말에 불경을 싣고 중국에 왔다고 한다. 명제가 백마사白馬寺를 지어 불경을 간직하게 하였는데, 여기서는 해인사에 불경을 간직했다는 말로 썼다.
  172. 172)공주(沁園) : 심원沁園은 후한 명제明帝의 딸 심수 공주沁水公主의 원림園林인데, 일반적으로 공주의 원림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173. 173)임금(翠華) : 취화翠華는 비취빛 새 깃으로 장식한 깃발로, 천자의 기旗이다. 천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74. 174)악록岳麓 : 중국 호남성 장사현長沙縣에 있는 산 이름으로, 악록서원岳麓書院이 있다. 주자朱子와 장식張栻이 강학하던 곳이다.
  175. 175)오음五音 :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를 말한다.
  176. 176)삼연三淵 :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호가 삼연이다. 자는 자익子益이며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기사환국 때 아버지가 사사되자, 형 창집·창협과 함께 은거하였다. 성리학에 뛰어나 형 창협과 함께 이이 이후의 대학자로 이름을 떨쳤으며, 낙론洛論을 지지하였다. 문집에 『三淵集』, 저서에 『瀋陽日記』·『文趣』, 편서에 『安東金氏世譜』가 있다.
  177. 177)파사波斯 : 서역의 나라 이름으로, 지금의 이란이다.
  178. 178)뒤집힌 수레를 만나리라 : 앞에 간 수레가 넘어지면 뒤에 따라가던 수레는 경계하게 된다는 뜻이다. 곧 앞 사람의 잘못을 거울삼아 경계한다는 말이다.
  179. 179)아가미 마른 잉어가 되었네 : 황하의 상류에 있는 급류를 용문龍門이라고 하는데, 잉어가 이곳을 뛰어올라 가야 용으로 화하여 하늘에 오를 수 있으며, 여기서 실패하면 옆의 반석에 떨어져 물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아가미가 마른다고 한다. 용문에 오르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하며, 사람의 영달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곳을 뛰어넘지 못하면 명예와 영달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180. 180)현관玄關 : 현묘한 도에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뜻으로, 불문佛門에 들어가는 입구를 말한다.
  181. 181)자리를 나눈 뜻(分座義) : 분좌分座는 선원에서 수좌가 주지를 대신해서 접화接化한다는 말이다. 여래께서 가섭에게 반좌半座를 나눈 것에 연유되었다.
  182. 182)집안을 잘 다스린 사람(克家賢) : 극가현克家賢은 부모의 유업을 잘 이어 가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을 말한다.
  183. 183)혜충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르니, 시자가 세 번 대답했다. 그러자 혜충 국사가 말하길 “내가 너를 저버렸나 했더니, 네가 나를 저버리는구나.”라고 하였다.
  184. 184)세상에서 버려졌구나(濩落) : 확락濩落은 호락瓠落이라고도 쓰며, 쓸모가 없어 세상에서 버림받음을 이르는 말이다. 위왕魏王이 장자莊子에게 큰 박씨를 주어 장자가 심었더니 열매가 달렸는데, 크기가 쌀 다섯 섬을 넣을 만하였고, 간장을 담으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쪼개어 표주박을 만들었으나 무엇도 담을 수 없어 부수고 말았다. 여기서는 자기도 큰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버림을 받았다는 말이다. 『莊子』 「逍遙遊」에 나온다.
  185. 185)동경東京 : 경주慶州의 옛 이름이다.
  186. 186)오성烏城 : 전라남도 화순의 옛 이름이다.
  187. 187)정재원丁載遠(1730~1792) : 당시 화순 현감으로 있었던 정약용丁若鏞의 부친 하석荷石 정재원.
  188. 188)무성武城의 길~소리를 듣고 : 공자 제자 자유子游가 무성의 재宰가 되어 잘 다스렸다. 그는 예악禮樂으로 백성을 가르쳤으므로 읍민邑民들이 다 책을 읽고 거문고를 탔다고 한다. 『論語』 「陽貨」에 나온다.
  189. 189)문밖에 새~놓아도 되겠구나 : 새를 잡는 그물을 칠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가 적다는 말이다. 곧 수령이 깨끗한 정치를 베풀어 송사訟事하는 일이 적으므로 관청을 찾는 백성이 적다는 말이다. 한漢나라 때 적공翟公이 정위廷尉가 되자 손님이 문에 항상 가득하더니, 파직되자 문에 찾는 사람이 없어 새그물을 칠 정도였다고 한다. 『史記』 「汲鄭傳」 〈贊〉에 나온다.
  190. 190)〈백설가白雪歌〉 : 굴원屈原의 제자인 송옥宋玉이 초楚나라의 수도인 영郢에서 〈白雪曲〉을 불렀다. 〈陽春曲〉과 함께 손꼽히는 초나라의 2대 명곡으로, 그 곡조가 너무나 고상하여 예로부터 창화唱和하기 어려운 곡으로 일컬어져 온다.
  191. 191)동헌東軒 : 지방의 현감縣監·수사水使 등이 사무를 집행하던 관아를 말한다.
  192. 192)반 공潘公의~난만하게 피었고 : 반 공은 반악潘岳을 이른다. 〈秋興賦〉를 지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찍이 하양河陽현령이 되어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많이 심고 꽃을 즐겼다. 『晉書』 제55권에 나온다.
  193. 193)사씨謝氏의 뜰에는~뿜고 있네 : 진귀한 나무란 훌륭한 자제子弟를 이르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사안謝安이 자제들을 훈계하면서 묻기를 “너희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이렇게 잘 기르려고 하는 줄 아느냐?”라고 하였다. 그러자 조카인 사현謝玄이 대답하길 “비유하자면 귀한 난초나 나무와 같은 것을 뜰에 심으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하였다. 곧 훌륭한 자제를 두는 일은 좋은 화초가 뜰에 있으면 향기를 뿜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수령이 자제들을 잘 둔 것을 말한 것이다. 『晉書』 「謝玄傳」에 나온다.
  194. 194)상락주桑落酒 : 뽕잎이 지는 가을에 빚은 술을 말한다.
  195. 195)주유周瑜를 만나~흠뻑 취하고 : 삼국시대 정보程普란 사람은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자기보다 연하인 주유를 경시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꾹 참고 그에게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 뒤에 정보가 스스로 깨닫고 마음 깊이 따르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길 “내가 주유와 함께 교제하였던 것은, 진한 술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취한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吳志』 「周瑜傳」에 나온다.
  196. 196)원헌原憲을 보자~싹 사라지네 : 원헌은 공자의 제자이다. 원헌이 노魯나라에 살 때에 몹시 가난하였기에 좁은 흙집에 풀로 지붕을 이었으며, 문은 뽕나무로 묶어 지도리를 하고, 헌 옷감으로 방의 칸막이를 하였다. 천장 위에서는 비가 새고, 방구들 아래에서는 습기가 차올랐다. 동문同門인 자공子貢이 큰 말을 타고 찾아가니, 집 앞에 수레를 놓아 둘 공간조차도 없었다. 그리고 원헌을 만나 보니,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갓을 쓰고, 떨어진 신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서 맞는 것이었다. 자공이 원헌에게 말하길 “선생은 어찌하여 이렇게 병이 들었는가?”라고 하자, 원헌이 대답하길 “내가 알기로는,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지금 나는 가난한 것이지, 병든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자공이 부끄러워하였다. 『莊子』 「讓王」에 나온다.
  197. 197)약용若鏞 : 당시 오성의 수령 정재원의 넷째 아들인 정약용丁若鏞(1762~1836)을 말한다.
  198. 198)하석荷石 : 정약용丁若鏞의 부친 하석 정재원丁載遠(1730~1792)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정재원은 벼슬길에 올라 연천현감·화순현감·예천군수 등 고을 수령을 지냈고, 조정에 들어와 호조 좌랑과 한성 서윤을 지냈으며, 다시 수령으로 나가 울산부사를 거쳐 진주목사晉州牧使까지 지냈다.
  199. 199)증삼曾參처럼 노둔한들 어떠랴 : 삼參은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의 이름. 증자는 공부하는 데는 둔했지만, 성인의 도를 전하는 데는 적전嫡傳이 되었다. 『論語』 「先進」에 나온다.
  200. 200)유명한 절에서~잠을 자면서 : 『詩經』 「周頌」 〈有客〉에 “손님을 묵고 또 묵게 한다.(有客宿宿。 有客信信。)”라고 하였다. 하루 자는 것을 숙宿이라 하고, 이틀 자는 것을 신信이라 한다.
  201. 201)형산荊山의 한 조각 옥 : 주周나라 때 초나라 사람인 변화卞和가 형산에서 박옥璞玉을 얻어서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여왕이 옥인玉人을 시켜 감정한 결과 옥이 아니고 돌이라 하므로, 왕을 속였다고 변화의 왼쪽 발꿈치를 베었다. 그 후 무왕武王 때에 그 옥을 다시 바쳤으나 옥공이 또 돌이라고 하므로, 왕은 변화의 오른쪽 발꿈치를 베었다. 그 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변화는 그 박옥을 안고 형산 아래로 가서 3일 주야를 울어서 눈물이 말라 눈에서 피가 나올 지경이 되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 물으니, 화씨가 “저는 발꿈치가 없어져서 서러운 것이 아니라, 옥을 돌이라 하는 것이 서러워서 웁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옥공을 시켜 그 박옥을 쪼개어 보니, 그 속에서 정말 보옥寶玉이 나왔기에, 화씨벽和氏璧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韓非子』 「卞和」에 나온다. 여기서는 은성 사미가 옥돌과 같이 자질이 뛰어나나, 그를 알아보고 이끌어 줄 스승을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쓴 말이다.
  202. 202)다른 산의 돌을 취해서라도 : 타산석他山石은 다른 산에 있는 거친 돌도 나의 옥을 갈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는 말이다. 『詩經』 「小雅」 〈鶴鳴〉에 나온다. 여기서는 은성 사미의 자질이 훌륭하므로 옥에 비유했고, 돌을 취하여 갈고 닦아 보배로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203. 203)진시황의 채찍으로도~몰아가지 못하였으니 : 진시황은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한 다음, 거대한 장성長城을 쌓는 공사를 시작하여 국민들을 괴롭히고 가혹하게 다스렸다. 훗날 한漢나라 가의賈誼는 『過秦論』을 지어 이를 비난하였으니, 그 글에 “두 주나라를 병합하고 여러 제후국을 멸망시키고서, 지존의 지위에 올라 세상을 제압하였으며, 회초리를 잡고 천하를 매질하여 위엄을 사해에 떨쳤다.(呑二周而亡諸侯。 履至尊而制六合。 執敲扑而鞭笞天下。 威振四海。)”라고 하였다. 여기서는 총석정의 돌만은 진시황의 권력으로도 가져가지 못하였다는 말이다.
  204. 204)우왕의 신령스런~이리 만들겠는가 : 우왕이 황하黃河를 다스릴 때에, 도끼로 용문산龍門山을 끊어서 황하의 물이 통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書經』 「禹貢」에 나온다. 여기서는 총석정의 돌기둥은 우왕의 신부神斧(禹斧)로 깎아서 만든다 하더라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겠는가 찬탄한 말이다.
  205. 205)행여 반랑潘郞이~정도로 감동했겠나 : 반랑潘郞은 송나라 때의 시인 반랑潘閬을 이르는 말이다. 화산을 지나면서 지은 시에 “높고 애틋한 삼봉이 태허를 찌르고, 머리 돌려 바라보니 나귀에서 거꾸러질 듯하여라.(高愛三峯揷太虛。 回頭仰望倒騎驢。)”라고 하였다. 『逍遙集』에 나온다.
  206. 206)오월 보름(上元) : 상원上元은 음력 5월 15일을 말한다.
  207. 207)규성奎星 : 문장文章을 주관하는 별이라고 한다. 『初學記』에 나온다.
  208. 208)가태부賈太傅 : 한漢나라 때 가의賈誼를 이르는 말이다. 그는 문제文帝를 섬겨서 젊은 나이에 박사博士가 되었고, 한 해 사이에 태중대부太中大夫가 되었다. 정삭正朔을 고치고 예악禮樂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대신들의 미움을 받아, 장사왕의 태부太傅가 되었다가 33세에 죽었다. 『史記』 제84권에 나온다.
  209. 209)참료자參寥子 : 송나라 승려인 도잠道潛을 말하니, 참료자는 별호別號이다. 시를 잘 지었으며, 소식蘇軾 등과는 함께 시를 짓는 벗이었다.
  210. 210)한 묶음 생풀(生蒭) : 어진 사람이 흰 말을 타고 왔다가 돌아갈 때 한 묶음의 생풀을 주어 먹인다는 말이 있다. 어진 사람에게 예를 올린다는 말이다. 『詩經』 「小雅」 〈白駒〉에 나온다.
  211. 211)조카(阿咸) :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의 조카 완함阮咸이 재주가 뛰어나 명성이 있었으므로, 남의 조카를 아함阿咸이라 부르게 되었다.
  212. 212)융공融公 : 우두선牛頭禪의 개조開祖 법융法融(594~657)을 말한다. 스님이 수행을 열심히 하니 새가 꽃을 물어다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213. 213)풍악산이니 개골산이니 : 풍악楓岳과 개골皆骨은 모두 금강산의 다른 이름이다.
  214. 214)금강산(衆香城) : 중향성衆香城은 『維摩經』 「香積佛品」에, “중향이란 나라가 있는데 불호는 향적香積이라 한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금강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215. 215)원숭이가 달을 건지려 하듯 : 원숭이가 우물에 비친 달을 건지려고 하는 일이다. 지혜도 없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海錄碎事』에 나온다.
  216. 216)고산高山 : 현재의 전라북도 완주군에 해당한다. 고산이라는 지명은 현재 면소재지로 쓰이는데, 이곳에 화암사花岩寺가 있다.
  217. 217)참봉參奉 : 조선 시대 때 종9품 벼슬로, 능전陵殿·사옹원司饔院·내의원內醫院·군자감軍資監 등에 속해 있던 최말단직의 품관이다.
  218. 218)금등金縢 : 금실로 봉한 상자로, 나라의 비밀문서를 넣어 귀중하게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적상산에 『朝鮮王朝實錄』의 사고史庫가 있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219. 219)구회九會 : 칠처구회七處九會을 말하니, 『華嚴經』은 부처님이 연화장세계와 지상과 천상을 오가며 중생을 위해 일곱 장소에서 아홉 회의 법회를 행한 것을 내용으로 한다.
  220. 220)돌까지도 이치를~머리 끄덕이듯 : 중국의 승려 도생道生이 평강平江의 호구산虎丘山에서 돌을 모아 청중으로 삼고 『涅槃經』을 강설하자, 돌들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221. 221)두타頭陁 : 본래는 범어로서, 번뇌와 탐욕을 버리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 수행자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迦葉을 말한다.
  222. 222)다문존자多聞尊者 : 아난阿難을 말한다.
  223. 223)만년에 갈대가~내려야 하네 : 송대 조동종曹洞宗 승려로 묵조선默照禪을 주창한 굉지 정각宏智正覺(1091~1157)의 〈與天池信長老〉라는 시에서 “만년에 총림에서 갈대처럼 삼대처럼 시끄러운 시절을 만났으니 용인지 뱀인지 분별하여 용단을 내려야 하네.(晚歲叢林鬧葦麻。 可中著眼辨龍蛇。)”라는 구절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굉지선사宏智禪師는 중국 산서성 습주隰州 사람으로, 성은 이李, 이름은 정각正覺이며, 시호가 굉지선사이다. 임제종 대혜 종고大慧宗杲(1088~1163)와 함께 당시 선종의 2대 감로문甘露門이라 일컬어졌다. 이 시는 『宏智禪師廣錄』 8권에 나온다.
  224. 224)석사碩士 : 예전에 벼슬이 없는 선비를 높이어 부르던 말이다.
  225. 225)별장(菟裘) : 토구菟裘는 지금의 중국 산동성 사수현泗水縣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늙어서 은거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春秋左傳』에는 우부羽父가 태재를 죽인 후 왕을 사양하고 늙어서 토구에 머물 것이라 한 데서 유래한다.
  226. 226)경시관京試官 : 조선 시대에 3년마다 각 도에서 과거를 치를 때에 서울에서 보내는 시험 감독관을 말한다.
  227. 227)동당東堂 : 식년과式年科 또는 증광시增廣試 때에 과거를 보는 장소이다. 식년시式年試나 증광시 자체를 동당이라고도 한다.
  228. 228)뜻만 큰(狂簡) : 광간狂簡은 사람됨이 뜻만 크고 행하는 일은 소홀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論語』 「公冶長」에 나온다.
  229. 229)동산東山 :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이른 나이에 관직에서 물러나 회계會稽 땅에 은거했다는 산을 말한다. 『晉書』 「謝安傳」에 나온다.
  230. 230)소씨邵氏의 동산에~오이를 심고 : 진秦나라 때 소평召平이 동릉후東陵侯에 봉해졌다. 진나라가 망하자 평범한 선비가 되어 장안長安의 동문東門 밖에 오색의 참외를 심고 살았는데, 맛이 좋아 사람들이 동문과東門瓜라고 하였다. 『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231. 231)장가蔣家의 대숲에~길을 열었네 : 한漢나라 때 장후蔣詡란 사람은 왕망王莽이 한실漢室을 빼앗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 숨어 살았다. 뜰에 세 갈래의 길을 만들고, 오직 구중求仲과 양중羊仲과 함께 조용히 지냈다고 한다.
  232. 232)오를 데까지~늙은 용 : 『周易』 건괘乾卦의 상구효上九爻는 항룡亢龍으로 극에 이르러 변하게 될 상象이다. 여기서는 허 생원이 늙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233. 233)장유長孺 : 한漢나라 급암汲黯의 자이다. 동해東海 태수와 회양淮陽 태수를 했었고, 기개와 지조가 있어서 조정에서 황제에게 직접 간하자, 무제武帝가 사직신社稷臣이라고 칭찬하였다.
  234. 234)구름 걷힌~퇴지가 노니네 : 퇴지退之는 한유韓愈의 자이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조주潮州 자사를 지냈다. “남악南岳에 구름이 개었네.”라는 말을 하였었는데, 창평이 우리나라의 남방이기 때문에 이 말을 인용한 것이다.
  235. 235)파교灞橋의 신선 : 당나라 정계鄭綮를 말하는 것이다. 정계는 시 짓기를 좋아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상국相國께서는 근래 새로운 시를 지었습니까?”라고 하자, “시상은 파교에서 눈바람 속에 나귀 등을 타고 갈 때나 생기는 것이다.(詩思在灞橋。 風雪中驢背上。)”라고 대답하였다. 『全唐詩話』에 나온다.
  236. 236)무슨 죄로~가지 말게 :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옥돌을 얻어 초나라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가짜라고 잘못 감정하여 발꿈치가 잘린(刖足) 고사를 말한다.
  237. 237)여러 성城을~가야 하네 : 전국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귀한 옥을 가지고 있었다. 진나라 소왕昭王이 이 말을 듣고 사람을 조나라에 보내어 열다섯 개의 성과 바꾸자고 청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 옥을 연성벽連城璧이라고 한다. 『史記』 「廉頗傳」에 나온다.
  238. 238)염계濂溪 : 송나라의 유학자인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호이다.
  239. 239)연사淵寺 : 화순군의 만연사萬淵寺를 말한다.
  240. 240)상서로운 기운(黃氣) : 옛날에 점을 치는 자들은 누런색을 대표적인 길한 기운으로 보았는데, 사람의 얼굴 가운데 이마의 양쪽 미간에 누런 기운이 돌면 기쁜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으며, 공경公卿이 될 상으로 보았다.
  241. 241)이마(天庭) : 천정天庭은 관상에서 두 눈썹의 사이 또는 이마의 복판을 이르는 말이다.
  242. 242)선위仙尉 : 본래 매복梅福의 미칭이다. 매복은 한漢나라 때 군문학郡文學이 되고 다시 남창위南昌尉에 제수되었다. 뒤에 고향에 돌아와 살았지만, 어느 날 처자를 버리고 집을 나가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세에 그를 선위라고 부르게 되었다. 『漢書』 「梅福傳」에 나와 있다. 여기서는 이 공이 현령의 관직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 것으로 보인다.
  243. 243)술 석~호기가 생겨나고 : 주자朱子가 형산의 축융봉祝融峯에서 술에 취하여 내려오면서 지은 〈南岳〉 시에 “내가 만 리 길 올 때 바람 타고 왔는데, 낭떠러지 층층구름 가슴을 열어 주네. 술 세 잔에 호기가 발동하니, 낭랑하게 시를 읊으며 축융봉을 내려가네.(我來萬里駕長風。 絶壑層雲許盪胸。 濁酒三杯豪興發。 朗吟飛下祝融峯。)”라고 하였다.
  244. 244)유소씨有巢氏 : 중국의 태고시대 전설상의 인물이다. 사람들에게 집을 짓고 살면서 짐승의 피해를 막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韓非子』에 나온다.
  245. 245)형산衡山에서 석~술을 마시고 : 주자朱子가 형산의 축융봉祝融峯에서 술에 취하여 내려오면서 지은 〈南岳〉 시의 내용이다.
  246. 246)시상柴桑에서 다섯~그늘에 쉬었네 : 시상은 도연명陶淵明이 살던 곳이다. 도연명은 집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스스로 오류五柳선생이라고 불렀다. 양 처사가 주자와 도연명을 가장 사모하였다는 말이다.
  247. 247)전금展禽 :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현인賢者인 유하혜柳下惠의 이름이다. 맹자는 그가 성인聖人과 화和한 자라고 칭찬하였다. 『孟子』 「萬章」 下에 나온다.
  248. 248)마음에 기생을 두었다 : 정자程子 형제가 남의 잔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잔치 자리에서 기생이 노래를 부르자, 동생 이천伊川은 화를 내며 바로 일어나 돌아와 버렸고, 형 명도明道는 태연하였다. 이튿날 서재에서 형제가 함께 만났는데, 이천은 아직 노기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명도가 이천을 보고 말하길 “어제의 그 잔치 자리에서 나는 기생을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너는 오늘 서재에 있으면서도 마음속에 아직도 그 기생을 담고 있구나.”라고 하였다. 일반 사람들은 기생의 옆에 계속 있던 정명도가 기생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떠난 정이천은 기생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실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249. 249)도안道安에 견줬더니~습착치習鑿齒를 만났네 : 미천彌天은 진晉나라의 고승 도안을 가리키고 사해四海는 재사才士 습착치를 가리킨다. 도안이 양양襄陽에 있을 때 습착치가 와서 “나는 사해四海 습착치요.”라고 하자, 도안이 “나는 미천彌天 석도안이다.”라고 대답하였다.
  250. 250)택당澤堂 : 조선 시대의 문신인 이식李植(1584~1647)의 호이다.
  251. 251)상승의 선정(上乘禪) : 일체의 번뇌煩惱를 여의고 진리眞理를 깨달음을 말하니, 최상승선最上乘禪이라고도 한다.
  252. 252)양나라 옥에서~추자鄒子가 죽었으니 : 추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 추연鄒衍을 말한다. 그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제창하여 여러 나라에 유세하다가 참소하는 사람 때문에 양梁나라의 옥에서 죽었다. 여기에서는 백제 의자왕이 간신들의 말을 듣고 충신 성충成忠을 옥에 가두어 죽인 뒤 얼마 안 가서 백제가 망한 것을 말한 것이다.
  253. 253)한나라 조정에서~가생賈生에게 부끄럽구나 : 가생은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를 말한다. 가의가 상소하여 나라의 병폐를 모두 지적하였으니, 여기서는 의자왕이 간한 신하를 보기에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이다. 『史記』 제64권에 나온다.
  254. 254)설파雪坡 : 조선 시대 승려인 상언尙彦(1707~1791)의 호이다. 화엄학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255. 255)현수賢首 : 화엄종의 제3대 교주로서,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시대에 살았다.
  256. 256)위로韋老 : 당나라 때 시인인 위응물韋應物을 가리킨다. 〈聞雁〉이라는 시에 “고향은 아득하니 어디인가. 떠도는 길손의 서글픈 심사로다. 회남의 가을비 오는 밤에, 멀리서 지나가는 기러기 소리 들리네.(故園渺何處。 歸思方悠哉。 淮南秋雨夜。 高齋聞雁來。)”라고 하여, 고향을 그리는 시로 유명하다.
  257. 257)황풍皇風이 변해 가니 : 황풍은 천자의 교화를 말한다. 세상이 날로 어지러워짐을 뜻하는 말이다.
  258. 258)무회씨無懷氏 : 전설에 나오는 중국 태고 때의 황제. 복희씨伏羲氏 이전의 황제라고 한다. 도잠陶潛의 「五柳先生傳」에 나온다.
  259. 259)비 오나~짹짹짹 지저귀네(風雨亦喈喈) : 닭은 폭풍우 속에서도 울어 장차 날이 새는 것을 알린다는 말로, 좋은 세상이 올 것을 알려 주는 길상吉祥이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풍우風雨는 난세를 뜻하고 개개喈喈는 닭이 우는 소리이다. 『詩經』 「鄭風」 〈風雨〉에 나온다.
  260. 260)검은수레(皁蓋) : 조개皁蓋는 조선 시대에 과거 급제자에게 특별히 주던 검은빛의 수레 포장을 말한다. 여기서는 수령이 타고 온 가마를 뜻한다.
  261. 261)훗날 여산廬山에서~낯설지는 않으리라 : 여산 동림사東林寺에 살던 혜원慧遠 스님은 유학자인 도연명陶淵明과 도사道士인 육수정陸修靜과 교유하였다. 여기서는 속세 사람인 수령과 스님인 연담 대사가 명산인 여산에서 후일 다시 만난다면, 이상이 다른 처지라도 혜원과 도연명, 육수정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는 말이다.
  262. 262)줄 없는 거문고(沒絃琴) : 진晉나라 도잠陶潛은 음률을 알지 못하면서도 줄 없는 거문고 하나를 가지고서 술이 거나할 때마다 그 거문고를 어루만져 자기의 뜻을 부쳤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263. 263)범의 울부짖음~얻은 듯이 : 『周易』 건괘乾卦에 보면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라고 하였다. 용과 범은 왕을 비유한 말이고, 바람과 구름은 대신大臣을 뜻한 말이다. 이것은 훌륭한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만남을 이른 말로서, 여기서는 정조正祖와 채제공蔡濟恭이 만난 것을 가리킨 말이다.
  264. 264)천 생~개미를 막으리라 : 초楚나라 안릉군安陵君이 초왕楚王에게 이르기를 “대왕께서는 만년 뒤에 황천黃泉에서 개미에게 시달릴 것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한 말에 대하여, 여기서는 황천에 가서 천 번을 다시 태어나는 동안 머물며 왕의 시신에 오는 개미를 쫓아 주겠다고 한 말이다.
  265. 265)나라 안의~장경長卿만은 아니지 : 장경은 한漢나라 때의 문장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字이다. 채제공이 문장에 능하니, 문장을 꼽을 때에 꼭 사마상여만 꼽을 것이 아니라, 채제공도 그와 겨룰 만하다는 말이다.
  266. 266)간재簡齋 : 송宋나라 사람 진여의陳與義의 호로, 시에 능하였다.
  267. 267)자미子美 :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자字가 자미이다.
  268. 268)연燕과 조趙의~때가 많았네 : 옛날 연나라와 조나라가 나라를 세웠던 지방에는 강개한 선비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유韓愈의 「送董邵南序」에 나온다. 여기서는 채제공이 비분강개할 때에는 연나라와 조나라 지방의 선비들과 같았다는 말이다.
  269. 269)북극성은 바람과~만남을 밝히고 : 『論語』 「爲政」에서 공자는 말하기를 “덕으로 정치를 하면 마치 북극성이 북쪽에 있으면 여러 별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풍운風雲의 만남은 훌륭한 임금과 훌륭한 신하의 만남으로, 여기서는 정조와 채제공이 만나 훌륭한 정치를 하면서 군신 간의 친분을 유지했다는 말이다. 늦은 만남이란, 둘 사이에 나이 차가 있어 채제공이 연로했을 때 만났다는 말이다.
  270. 270)옛 맹서를 잊지 않았네 : 채제공이 은거하여 자연과 함께하겠다던 생각을 잊지 않고서,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하였다는 말이다.
  271. 271)동산東山 :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이른 나이에 관직을 사퇴하고 회계會稽 땅 동산에 은거했다. 『晉書』 「謝安傳」에 나온다.
  272. 272)필묵(墨卿) : 묵경墨卿은 먹의 이칭이다. 송나라 소식蘇軾의 「萬石君羅文傳」에, “이때에 묵경墨卿, 저선생楮先生이 모두 문장에 능하다고 해서 총애를 받았는데, 네 사람이 마음이 맞아 서로 잘 지내니, 당시 사람들이 ‘문원文苑의 사귀四貴’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문원의 사귀는 모순毛純·나문羅文·묵경·저선생으로, 각각 붓·벼루·먹·종이를 가리킨다.
  273. 273)추율鄒律을 부니~기운이 돌아오고 : 추율은 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람 추연鄒衍이 불던 음률音律을 말한다. 연곡燕谷은 연燕나라의 북쪽에 있는 계곡으로 1년 내내 추운 계곡이다. 그러나 추연이 음률을 불면 여기에 따뜻한 기운이 생겼다고 한다. 유향劉向의 『別錄』에 나온다. 여기서는 정조께서 정치를 잘하여 교화가 벽지 서민에게까지 미친다는 말이다.
  274. 274)순소舜韶 : 순임금의 음악으로, 고귀한 노래이다.
  275. 275)패풍沛豊 :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처음으로 군사를 일으킨 곳이다. 유방은 천자가 되자, 이곳 사람들의 부역을 면제시켰다. 여기서는 제왕의 고향이란 말로 쓰였다.
  276. 276)음기陰氣가 차차~기운이 움직이니 : 『周易』에 따르면, 동지가 되면 10월의 순음純陰에서 밑에 양陽이 하나 생기게 된다. 이후에 천지에는 양이 점점 더 생겨 4월까지 양이 성하게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277. 277)음광飮光 : 가섭존자迦葉尊者의 번역된 이름이다. 스스로 빛을 마시므로 다른 작은 빛은 사라져 버린다는 뜻이다.
  278. 278)거울을 내려놓자~연야달다의 광기라네 : 인도 실라성室羅城에 살던 연야달다演若達多라는 사람이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고 자기 머리를 찾았다는 고사이다. 『楞嚴經』에 나온다.
  279. 279)코끝에 묻은~벗겨 내어야 : 『莊子』 「徐無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영郢나라 사람이 자신의 코끝에 파리 날개만큼 얇은 회칠을 해 놓고 장석匠石에게 그 코끝에 묻은 칠을 깎게 하였더니, 코끝에 묻은 회칠만 깎아 내고 코는 멀쩡했다는 것이다.
  280. 280)판두방板頭房 : 판도방辦道房·판도방判道房 등으로 쓰며, 흔히 판두방으로 읽기도 한다. 절에 있는 방의 이름인데, 경기도·강원도 지방에서는 부목이나 속객들이 모여 있는 방을 말하고, 경상도 일부에서는 큰스님이 혼자 있는 딴방을 말하고, 또 일부에서는 큰방을 가리키기도 한다.
  281. 281)운몽雲夢 : 한漢·위魏 이전엔 그리 크지 않은 습지를 지칭했는데, 진晉 이후로 동정호洞庭湖까지 포괄하는 큰 호수를 뜻하게 되었다.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子虛賦」에 “운몽과 같은 것 여덟아홉 개를 한꺼번에 집어삼키듯, 그 흉중이 일찍이 막힘이 없었다.(呑若雲夢者八九。 於其胸中。 曾不蔕芥。)”라는 표현이 나온다.
  282. 282)태항산太行山 :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산으로, 산맥이 걸쳐 있는 산서성山西省의 양장판羊腸坂은 특히 꾸불꾸불하여 험한 길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신세의 기구함을 비유한 말이다.
  283. 283)옥주산沃洲山 : 중국 절강성 신창현新昌縣 동쪽에 있는 산으로, 북쪽은 사명산四明山과 마주하고 있다.
  284. 284)대아大雅 : 본래는 『詩經』의 편명인데, 내용이 매우 바르고 고상하므로, 보통 나이가 서로 비슷한 친구나 문인에 대하여 존경한다는 뜻으로 상대방에게 사용한다.
  285. 285)가경嘉慶 4년 기미(1779) : 정조 23년으로 연담 대사가 입적한 해이다.
  1. 1)「二」一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