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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357_c_09L충허집 후발冲虛集後跋무릇 만물은 격동激動하지 않으면 울지 않고, 격동해야 운다. 쇠ㆍ돌ㆍ박ㆍ나무는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격동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곤충과 새나 짐승 역시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격동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 소리가 없는 것이 고요함이요, 소리가 있는 것이 움직임이다.지금 『충허선사유집』의 그 전편 후편은 가파른 암벽이나 치솟은 봉우리처럼 기상이 준험하고, 소현踈絃이나 월공越孔처럼 그 음조와 율격이 질탕하다. 진중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은은하게 말하면서 스스로 크고 높은 한가함을 만지작거리고, 그가 편지를 보낼 때면 먼 곳의 훌륭한 석학들이었으니, 이것이 어찌 스님의 본뜻이었겠는가.스님은 명백하고 말쑥한 기상으로 명문거족에서 태어났지만 일찍이 아버지를 잃고는 익히던 유교를 버리고 선문에 귀의하였으니, 처음에는 회오리바람을 박차고 날아오르던 자240) 그 울적함이 기운이 되어 슬프고 억울한 마음이 붓을 휘갈기는 자리에서 저절로 터져 나와 읊조렸을 것이다.그 운율의 이치를 보면 처음에는 장대하게 연주되다가 갑자기 중단되고, 시작할 때는 큰 종을 쳤다가 중간에 그치고 소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것을 관찰한 자들이 “이것은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허물이다.” 하고는 치밀하지 못하다고들 말하는데, 진실로 혹 괴이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석자의 이름을 가지고 유자로 행동한 자들은 스스로 격동을 금하지 못해 울었던 자들이다. 대개가 울적한 슬픔과 억울함이 요동쳐 탄탄대로에서 사마駟馬를 몰아 험준한 산봉우리로 치달리고, 평원을 향해 마구 활을 쏘면서 번개처럼 내달렸던 자들이다. 스님을 본 사람들이 -
010_0357_c_09L冲虛集後跋
010_0357_c_10L凡物不激不鳴。激之鳴。金石匏木有聲者。
010_0357_c_11L而不激無聲。昆虫飛走亦有聲者。而不
010_0357_c_12L激無聲。其無聲者。靜也。有聲者。動也。
010_0357_c_13L今於禪冲虛也。其前編后輯。若巉巖峍▼(山/歆)。
010_0357_c_14L氣像峻險。若踈絃越孔。調律跌宕。重以
010_0357_c_15L與人。發語隱若。自埒太上閒。其寄說之
010_0357_c_16L際。遠處鴻碩。玆豈師之本志也哉。師以
010_0357_c_17L犖落之氣。挻出名閥。夙失所怙。袪其儒
010_0357_c_18L肄。謝歸禪門始也。搏扶橋 [87] 而上者也。卒
010_0357_c_19L爲落深甃而蟄者也。其鬰積之氣。悽憤之
010_0357_c_20L心。自發吟哦。揮洒之場。其韵理也。肇張
010_0357_c_21L大絃。勿然中斷。如扣大鏞。間撤收聲。觀
010_0357_c_22L於斯者。秪過脉絡之未續。謂之不足於縝
010_0357_c_23L密。固或無怪也。然儒行而釋名者。自不
010_0357_c_24L禁激而鳴者也。盖激於鬰積凄憤。馭駟坦
010_0357_c_25L途。馳若𡾓崚。縱矢平原。疾如雷電。人之
010_0357_c_26L□疑「慕」{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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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358_a_01L이것을 궁구하지 못했으니, 스님이 격동하여 울었던 까닭을 어찌 알겠는가.내 이제 이 두 권의 유집을 읽어 보니, 혹 대우大禹의 일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 하고 간간이 추성鄒聖(맹자)의 말씀을 자기 말처럼 엮은 곳도 있어 학식이 천박하지 않은 자들은 정밀하지도 견고하지도 못하다고 여길 만하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이는 스님께서 임시로 시설하여 말씀한 것이다. 후대에 이 문집을 열람하는 자들 역시 아마 그럴 것이다.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 뇌인牢仁이 나에게 한마디 청하여 덧붙이려 하니, 나는 이것으로 발문을 삼는다.정사년(1797) 초여름에 춘와주인春窩主人 쓰다. -
010_0358_a_01L視師者。不究乎此。安知師之所以激而鳴
010_0358_a_02L也哉。余適得見此二帙。或以大禹之事。
010_0358_a_03L非己責。間以鄒聖之語。屬自辭。不淺者。
010_0358_a_04L可以爲不精固也。雖然是師之假設語也。
010_0358_a_05L後之覽乎此者。亦庶幾也哉。師之敎弟牢
010_0358_a_06L仁。乞余一言。合賡之。余以是足之。
010_0358_a_07L丁巳初夏春窩主人書
- 240)회오리바람을 박차고 날아오르던 자 : 『莊子』 「逍遙遊」에 “대붕大鵬이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에는 회오리바람을 차고 올라 구만리 창공으로 날아오른다.(搏扶搖而上者九萬里)”라고 하였다. 이다가 결국 깊은 우물로 떨어져 칩거한 자이다.
- 1)□疑「慕」{編}。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성재헌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