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월성집(月城集) / 月城集

ABC_BJ_H0230_T_003

010_0390_c_02L
월성집月城集
총목차總目次
칠언율시七言律詩
편백마강 시에 차운하여(次白馬江韻)
폭포 시에 차운하여(次瀑布韻)
김삼연의 시에 차운하여 순창 수령께 받들다(次金三淵韻奉淳昌倅)
김 상국의 죽림 시에 차운하여(次金相國竹林韻)
환선정 시에 차운하여(次喚仙亭韻)
국화를 읊다(詠菊)
물염정 시에 차운하여(次勿染亭韻)
도림사 정루道林寺正樓
담양 수령께 올리다(呈潭陽倅)
복천 수령께 차운하여 올리다(次呈福川倅)
설산 책방께 차운하여 올리다(次呈雪山册房)
정 정랑의 화원 시에 차운하여(次鄭正郞花園韻)
정묵재 시에 차운하여(次靜默齋韻)
연자루 시에 차운하여(次鷰子樓韻)
불환정不換亭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金生韻)
선정에 드는 승려에게(贈入定僧)
복천 책방의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韻)
‘남계의 시내가 불어나다’ 시에 차운하여(次南溪溪漲韻)
심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沈生韻)
복천 책방의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韻)
관음사 법당 정루 중수(詠觀音寺法堂正樓重修)
대은암大隱庵
우재 시에 차운하여(次愚齋韻)
남파의 시축에 차운하여(次南坡軸韻)
다시 복천 수령의 앞 시에 차운하여(再次福川倅前韻)
윤생의 시에 차운하여(次尹生韻)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金生詩)
평안도에서 상서 대사와 이별하며 주다(贈別平安道尙恕大師)
송강 골짜기에 있는 김생의 거처에 쓰다(題松江洞金生幽居)
방 학사에게 화답하여(和房學士)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회경에게 부치다(寄會敬)
설산 책방께 화답하여(和雪山册房)
오언율시五言律詩
복천 책방께 드리다(呈福川册房)
가을밤에 복천 수령께 드리다(秋夜呈福川倅)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복천 책방의 비 온 후 산중 경치 시에~(次福川册房雨後山中景)
달 읊은 시에 또 차운하여(又次詠月)
송광사 수석정 시에 차운하여(次松廣水石亭韻)
사자암 괘공루의 이악로 시에 차운하여(次獅子庵掛空樓李岳老韻)
후에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追次金生韻)
민 상인의 시축에 차운하여(次旻上人軸韻)
현사의 고송 시에 차운하여(次絢師古松韻)
복천 책방이 구름 읊은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詠雲)

010_0390_c_02L月城集

010_0390_c_03L

010_0390_c_04L1)目次

010_0390_c_05L
七言律 三十四篇

010_0390_c_06L
次白馬江韻次瀑布韻次金三淵韻
010_0390_c_07L奉淳昌倅次金相國竹林韻次喚仙
010_0390_c_08L亭韻詠菊次勿染亭韻道林寺正
010_0390_c_09L呈潭陽倅次呈福川倅次呈雪
010_0390_c_10L山册房
次鄭正郞花園韻次靜默
010_0390_c_11L齋韻次鷰子樓韻不換亭次金生
010_0390_c_12L贈入定僧次福川册房韻次南
010_0390_c_13L溪溪漲韻次沈生韻次福川册房韻
010_0390_c_14L詠觀音寺法堂正樓重修大隱庵
010_0390_c_15L愚齋韻次南坡軸韻再次福川倅前
010_0390_c_16L次尹生韻次金生詩贈別平安
010_0390_c_17L道尙恕大師題松江洞金生幽居
010_0390_c_18L房學士和金生寄會敬和雪山册
010_0390_c_19L

010_0390_c_20L
五言律 十一篇

010_0390_c_21L
呈福川册房秋夜呈福川倅和金生
010_0390_c_22L次福川册房雨後山中景又次詠月
010_0390_c_23L松廣水石亭韻次獅子庵掛空樓李岳
010_0390_c_24L老韻追次金生韻次旻上人軸韻
010_0390_c_25L次絢師古松韻次福川册房詠雲

010_0390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0391_a_01L칠언절구七言絕句
청류각淸流閣
대은암大隱庵
회경에게 공부를 권하며(勸學會敬)
조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曹生韻)
이 상사에게 드리다(呈李上舍)
복천 수령께 올리다(上福川倅)
손생에게 화답하여(和孫生)
황조黃鳥
적벽부에 차운하여(次赤壁韻)
한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韓生韻)
박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朴生韻)
조 비장에게 주다(贈趙裨將)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양생에게 화답하여(和楊生)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설산 아객을 이별하며(別雪山衙客)
문文
청류각기淸流閣記
무설전 창건과 중건기(無說殿初創及重建記)
대은암 왕각 중창기大隱庵王閣創記
추곡당 수석 권문秋谷堂樹石勸文
불기 권문佛器勸文
또(又)
회경 상인에게 학업을 권하는 글(與會敬上人勸學)
방석필 학사에게 쓴 답서(答房學士碩弼書)
입실을 축하하는 편지(賀人入室書)
설산 아랑께 부친 편지(寄雪山衙郞書)
완 화실께 올리는 편지(上玩華室書)
설산 책방께 올리는 편지(上雪山册房書)
설산 수령께 올리는 편지(上雪山倅書)
복천 이 진사께 부친 편지(寄福川李進士書)
성암에게 보낸 편지(與聖巖書)
쾌연 장로가 전주성을 짓는 데 부역하러~(與快演長老全州成造赴役)
설담에게 보내는 답서(答雪潭書)
서봉사 화상에게 보낸 편지(與瑞峰寺和尙書)
서기청 서문(書記廳序)
칠언율시七言律詩
백마강 시에 차운하여(次白馬江韻)
古都人去但流河  옛 도읍에 사람은 사라지고 강만 흘러
萬事如今恨奈何  만사가 오늘 같아 한탄한들 무엇 하리
百戰神功春夢罷  백전백승 신이한 공적 춘몽처럼 사라지고
千年城郭暮雲過  천년을 버틴 성곽에 저물녘 구름 지나네
山因國破嚬無語  나라 망하니 산은 찡그리며 말이 없고
水爲龍亡咽有波  용이 사라지니 물은 오열하며 물결치네1)
風雨當時吹不盡  당시 몰아치던 풍우가 끊이지 않았으니
倚巖猶見落來花  바위에 기댄 채 흩날리는 낙화 보노라
폭포 시에 차운하여(次瀑布韻)
玉碎珠聯鋪素紈  옥구슬 엮어 놓은 듯 흰 깁을 펼친 듯
飛流直下白雲端  날아 흘러 곧장 흰 구름 끝으로 떨어지네
掀林動地雷聲壯  수풀을 흔들고 땅을 울려 천둥처럼 울리더니
落石奔川雪色殘  바위에 떨어져 시내로 달려 눈처럼 사라지네

010_0391_a_01L
七言絕句 十六篇

010_0391_a_02L
淸流閣大隱庵勸學會敬次曹生
010_0391_a_03L呈李上舍上福川倅和孫生
010_0391_a_04L黃鳥次赤壁韻次韓生韻次朴生
010_0391_a_05L贈趙裨將和金生和楊生
010_0391_a_06L金生別雪山衙客

010_0391_a_07L
十九篇

010_0391_a_08L
淸流閣記無說殿初創及重建記
010_0391_a_09L隱庵王閣重創記秋谷堂樹石勸文
010_0391_a_10L器勸文
與會敬上人勸學答房學
010_0391_a_11L士碩弼書賀人入室書寄雪山衙郞
010_0391_a_12L上玩華室書上雪山册房書
010_0391_a_13L雪山倅書寄福川李進士書與聖巖
010_0391_a_14L與快演長老全州成造赴役答雪
010_0391_a_15L潭書與瑞峯寺和尙書書記廳序

010_0391_a_16L

010_0391_a_17L1)七言律

010_0391_a_18L次白馬江韻

010_0391_a_19L
古都人去但流河萬事如今恨奈何

010_0391_a_20L百戰神功春夢罷千年城郭暮雲過

010_0391_a_21L山因國破嚬無語水爲龍亡咽有波

010_0391_a_22L風雨當時吹不盡倚巖猶見落來花

010_0391_a_23L次瀑布韻

010_0391_a_24L
玉碎珠聯鋪素紈飛流直下白雲端

010_0391_a_25L掀林動地雷聲壯落石奔川雪色殘

010_0391_b_01L三冬冽日氷難合  삼동이라 추운 날에도 얼음이 얼기 어렵고
六月炎天骨欲寒  유월이라 더운 날에도 뼈까지 추워 시리다네
若使香爐峰下在  만약에 향로봉2) 아래에 있었다면
廬山未必此奇觀  여산3)도 이렇게 대단한 광경은 아니리
김삼연의 시4)에 차운하여 순창 수령께 받들다(次金三淵韻奉淳昌倅)
太守廉明邁古今  태수의 청렴결백은 만고에 으뜸이라
鈴軒惟聞誦絃音  관헌엔 오직 거문고 소리만 들리네
憂時白髮絲俱亂  시대를 근심하느라 백발은 어지럽고
戀闕丹忠日共深  대궐 향한 일편단심 날로 깊어가네
乳復連山觀異政  석종유가 연산에 다시 나오니5) 정치 덕이요
珠還合浦感仁心  해주가 합포로 돌아오니6) 인자함 때문이라
山僧亦是治中物  산승 또한 수령의 지역 사람이라서
祝手天門位似岑  두 손 모아 하늘에 비노니 승진하시리라
김 상국의 죽림 시에 차운하여(次金相國竹林韻)
淇澳何年坼地生  기욱7)은 어느 해에 땅에서 나올까
睢園當日帶風淸  휴원8)은 당일에 맑은 바람 띠었지
靑光不老春無盡  푸른빛 늙지 않으니 봄이 다함 없고
白玉初零雨乍晴  하얀 옥 처음 떨어지니 비 잠깐 갠 듯
開酒好時兼好筆  술동이 열기 좋은 때는 붓 또한 좋고
彈琴宜處也宜枰  거문고 뜯기 좋은 곳엔 바둑도 좋네
黃崗峽裏凌霜節  황강9)의 골짜기 서리 맞은 대보다 차고
彭澤樽前傲雪莖  팽택10)의 술동이 앞 눈 맞은 줄기보다 늠름하네
환선정 시에 차운하여(次喚仙亭韻)
畫閣巋然帶水紅  화려한 누각이 붉은 강물 옆 우뚝하니
經營當日鬼輸功  세워 올리던 날에 귀신들이 도왔겠지
閒遊誰是鸞驂客  한가히 노니는 난새 탄 이 누구런가
羽化吾能鶴背翁  신선 되면 나는 학을 탄 노인 되리라
滿目淸光千古月  눈 가득한 맑은 빛은 천고의 달이요
逼顏寒氣九秋風  얼굴에 스미는 한기는 가을바람이라
三山玉府在耶未  삼신산 신선의 거처가 있지 않을까
應喚神仙怳惚中  응당 황홀한 가운데 신선을 부르리
국화를 읊다(詠菊)
築以瓦甎覆以沙  기와 벽돌로 화단 쌓아 모래를 덮고
中央種菊養朝霞  가운데 국화 심어 밤낮으로 돌보니
丹葩帶露風前嫩  붉은 꽃 이슬 맺혀 바람결에 아리땁고
綠葉凌霜秋後嘉  푸른 잎은 서리 맞아 가을에 어여쁘네
彭澤籬邊無盡色  팽택령 담장 가에서 그 빛깔이 다함없고11)
羅含宅裏有餘花  나함의 집 안에서 그 꽃이 풍성했지12)
看來獨坐禪窓下  완상하며 홀로 선방 창가에 앉았노라니
不覺西軒日欲斜  어느새 서쪽 처마로 해가 기우는구나
물염정 시에 차운하여(次勿染亭韻)
翼然新構向東臯  헌칠한 새 건물이 동쪽 언덕 향하니
材以靑松瓦以陶  목재는 푸른 솔이요 기와는 구운 것

010_0391_b_01L三冬冽日氷難合六月炎天骨欲寒

010_0391_b_02L若使香爐峰下在廬山未必此奇觀

010_0391_b_03L次金三淵韻奉淳昌倅

010_0391_b_04L
太守廉明邁古今鈴軒惟聞誦絃音

010_0391_b_05L憂時白髮絲俱亂戀闕丹忠日共深

010_0391_b_06L乳復連山觀異政珠還合浦感仁心

010_0391_b_07L山僧亦是治中物祝手天門位似岑

010_0391_b_08L次金相國竹林韻

010_0391_b_09L
淇澳何年坼地生睢園當日帶風淸

010_0391_b_10L靑光不老春無盡白玉初零雨乍晴

010_0391_b_11L開酒好時兼好筆彈琴宜處也宜枰

010_0391_b_12L黃崗峽裏凌霜節彭澤樽前傲雪莖

010_0391_b_13L次喚仙亭韻

010_0391_b_14L
畫閣巋然帶水紅經營當日鬼輸功

010_0391_b_15L閒遊誰是鸞驂客羽化吾能鶴背翁

010_0391_b_16L滿目淸光千古月逼顏寒氣九秋風

010_0391_b_17L三山玉府在耶未應喚神仙怳惚中

010_0391_b_18L詠菊

010_0391_b_19L
築以瓦甎覆以沙中央種菊養朝霞

010_0391_b_20L丹葩帶露風前嫩綠葉凌霜秋後嘉

010_0391_b_21L彭澤籬邊無盡色羅含宅裏有餘花

010_0391_b_22L看來獨坐禪窓下不覺西軒日欲斜

010_0391_b_23L次勿染亭韻

010_0391_b_24L
翼然新構向東臯材以靑松瓦以陶

010_0391_c_01L一帶淸江穿石轉  한 줄기 맑은 강이 바위 뚫어 꺾이고
四圍蒼壁戴天高  사방의 푸른 벽은 하늘을 인 듯 높아라
怡神養性呑霞彩  정신을 배양하며 노을을 들이키고
得月迎風飮菊醪  달과 바람 벗삼아 국화주 마시네
回首人間風雨苦  머리 돌려 세상의 비바람 보노라니
夢魂那肯向塵勞  꿈엔들 어찌 고생스런 곳 향하리오
도림사 정루道林寺正樓
梵宇崢嶸剏幾秋  사찰 높다랗게 세워진 지 몇 해런가
碧流靑嶂洞深幽  푸른 시내와 산이 둘러 그윽하여라
龍盤恠石南低尾  용 서린 괴석은 남쪽으로 꼬리 내리고
虎伏奇巖北擧頭  호랑이 기암은 북쪽으로 머리 솟았네
雨洗風磨多剝落  비 씻기고 바람 맞아 벗겨진 곳 많은데
天慳地秘許重修  천지가 아끼고 숨겼다가 수리하게 되네
名區勝槩收難盡  명승지의 풍경을 다 수록하기 어려우니
留與騷人後日遊  시인들이 훗날 유람 오길 기다려 놔두네
담양 수령께 올리다(呈潭陽倅)
憶曾仙駕訪蕭寺  기억하노니 선가13)가 사찰 방문한 때
何幸筵前一面承  운 좋게 자리 앞에서 한번 뵈었지요
廉潔四知金夜退  청렴한 사지四知14)라서 금金을 밤에 물리치고
惠滋雙穗麥年登  자애로운 쌍수15)라 보리가 풍년이 들었네
靑雲紫綬官淸貴  청운의 자줏빛 인끈 관직은 맑고 귀하며
白日嚴霜吏戰兢  밝은 해와 된 서리라 아전들이 조심하네
却喜秋城東閣上  기뻐하노니 추성16)의 동각17)에서
彈琹閒臥頌聲騰  거문고 타며 한가로우니 칭송이 드높아라
복천18) 수령께 차운하여 올리다(次呈福川倅)
綠陰芳草勝花春  푸른 나무 예쁜 꽃들로 화창한 봄
何况今朝屬壽辰  더욱이 오늘 아침은 생신이로다
宜將鈴閣佩符慶  의당 수령께서 고을 원의 지위로
仰慰高堂斷織親  짜던 베 자른 어머님19) 위로하시리
纖歌爽耳彈琴妓  고운 노래로 기녀는 거문고 타고
妙舞翻風倚醉賓  아리따운 춤사위에 빈객들 취하네
林泉亦是治中土  산수도 역시 다스리는 곳이러니
祈職淸要日復新  청요직 얻어 날로 새롭길 기원하네
설산20) 책방께 차운하여 올리다(次呈雪山册房)
[1]
曾爲玉府猉獜客  일찍이 천상의 신선21)이었다가
謫下人間幾度秋  세상에 유배되어 몇 해나 지났던가
已得黃庭無限趣  황정경22)의 한없는 취흥을 얻었으니
不知塵世有餘愁  세상에 남은 근심을 모르리라
南山豹變非他力  남산 표범처럼 변하니23) 타인의 힘 아니요
北海鵬搏是子由  북해 붕새 같은 날갯짓은 그대에게서 나왔네
結社幽盟誠不易  결사의 그윽한 맹세는 바뀌지 않으리니
百年何處共登樓  백 년 후 어느 곳 누대를 함께 오를까

010_0391_c_01L一帶淸江穿石轉四圍蒼壁戴天高

010_0391_c_02L怡神養性呑霞彩得月迎風飮菊醪

010_0391_c_03L回首人間風雨苦夢魂那肯向塵勞

010_0391_c_04L道林寺正樓

010_0391_c_05L
梵宇崢嶸剏幾秋碧流靑嶂洞深幽

010_0391_c_06L龍盤恠石南低尾虎伏奇巖北擧頭

010_0391_c_07L雨洗風磨多剝落天慳地秘許重修

010_0391_c_08L名區勝槩收難盡留與騷人後日遊

010_0391_c_09L呈潭陽倅

010_0391_c_10L
憶曾仙駕訪蕭寺何幸筵前一面承

010_0391_c_11L廉潔四知金夜退惠滋雙穗麥年登

010_0391_c_12L靑雲紫綬官淸貴白日嚴霜吏戰兢

010_0391_c_13L却喜秋城東閣上彈琹閒臥頌聲騰

010_0391_c_14L次呈福川倅

010_0391_c_15L
綠陰芳草勝花春何况今朝屬壽辰

010_0391_c_16L宜將鈴閣佩符慶仰慰高堂斷織親

010_0391_c_17L纖歌爽耳彈琴妓妙舞翻風倚醉賓

010_0391_c_18L林泉亦是治中土祈職淸要日復新

010_0391_c_19L次呈雪山册房二首

010_0391_c_20L
曾爲玉府猉獜客謫下人間幾度秋

010_0391_c_21L已得黃庭無限趣不知塵世有餘愁

010_0391_c_22L南山豹變非他力北海鵬搏是子由

010_0391_c_23L結社幽盟誠不易百年何處共登樓(一)

010_0391_c_24L「七言律」三字編者補入

010_0392_a_01L[2]
憶曾仙閣同遊日  신선 누각에서 함께 노닐던 날 그리니
政是寒花九月秋  정녕 추위에 꽃 피던 가을 구월이었지
把樽縱有逢時樂  술동이 잡고 시절 만난 즐거움 누리더니
分手那堪別後愁  손을 나눠 이별의 근심 어이 감내하리
燈前一語誠難得  등불 앞 한마디 진정 얻기 어려우니
雪裡重尋豈自由  눈 속에 거듭 찾기가 어찌 쉬우리
應知夜夜相思夢  응당 알리라 밤마다 그리는 꿈이
飛落城樓與寺樓  성 누각과 사찰 누각에 날아 떨어질걸
정 정랑의 화원 시에 차운하여(次鄭正郞花園韻)
聞道東園花事近  동쪽 정원에 꽃이 곧 핀다 하니
拓窓無語整衣巾  창 열고 말없이 옷깃을 가다듬네
嫩枝經雨紅將綻  어린 가지 비를 맞아 붉음 터뜨리고
密葉迎風綠漸匀  무성한 잎 바람 맞아 푸름 짙어 가네
香蕚本宜靑眼客  향기로운 꽃은 본래 청안24) 손님이요
氷姿應笑白頭人  맑은 자태 응당 백두 노인을 비웃으리라
誰家庭院調琴曲  어느 집 정원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나
泣露霜葩不勝春  이슬 듣는 서리꽃도 봄보다는 못하네
정묵재 시에 차운하여(次靜默齋韻)
靑山似有舊因緣  청산은 오랜 인연이 있는 듯하여
築室巖前坐塊然  바위 앞에 집 지어 우두커니 앉아
夕榻整容觀物化  저녁 책상에 단정히 조화를 관찰하네
夜窓無語擁爐烟  밤 창가에 말없이 화로 연기에 싸여
閒中日月人誰管  한가한 가운데 일월을 누가 관리하나
靜裡乾坤子獨專  고요함 속 건곤을 그대가 전담하는군
從古聖朝多逸士  예부터 성현의 조정에 숨은 선비 많으니
托身於此送餘年  이곳에 의탁하여 남은 해를 보내시게
연자루 시에 차운하여(次鷰子樓韻)
何年仙客駐征驂  어느 해 선객이 가는 말을 쉬게 하였던가
此日羣雄倒酒酣  오늘은 여러 영웅들이 술에 취했네
鴉帶夕陽歸海上  까마귀 석양을 띠고 바다로 돌아가고25)
鶩拖新月下江南  집오리 초승달 이끌고 강남 가는구나
淸秋望眼烟籠樹  맑은 가을 안개에 잠긴 나무 바라보며
永夜吟情月印潭  긴 밤 내내 달 비친 연못을 읊었다네
佳會一場人散後  한바탕 멋진 모임 사람들 흩어지니
依然風物夢中探  의연한 풍물은 꿈속에서 찾을 테지
불환정不換亭
爲訪仙樓載酒廻  신선 누각을 방문하느라 술 싣고 오니
無窮景物筆難裁  무궁한 경치를 붓으로 쓰기 어렵도다
一聲長笛船南下  한 줄기 긴 피리 소리에 배는 남으로
數點靑天鴈北來  몇 마리 기러기가 청천에 북으로 가네
風引暗香飛遠浦  바람결에 은은한 향 먼 포구로 날아가고
月驅詩興上高臺  달밤에 흥치 일어 높은 누대 오르노라
沉吟回首烟霞外  시 읊조리며 고개 돌려 안개 밖을 보니
奇絕還看帶雨梅  절경이라 다시 보니 비 머금은 매화로다

010_0392_a_01L憶曾仙閣同遊日政是寒花九月秋

010_0392_a_02L把樽縱有逢時樂分手那堪別後愁

010_0392_a_03L燈前一語誠難得雪裡重尋豈自由

010_0392_a_04L應知夜夜相思夢飛落城樓與寺樓(二)

010_0392_a_05L次鄭正郞花園韻

010_0392_a_06L
聞道東園花事近拓窓無語整衣巾

010_0392_a_07L嫩枝經雨紅將綻密葉迎風綠漸匀

010_0392_a_08L香蕚本宜靑眼客氷姿應笑白頭人

010_0392_a_09L誰家庭院調琴曲泣露霜葩不勝春

010_0392_a_10L次靜默齋韻

010_0392_a_11L
靑山似有舊因緣築室巖前坐塊然

010_0392_a_12L夕榻整容觀物化夜窓無語擁爐烟

010_0392_a_13L閒中日月人誰管靜裡乾坤子獨專
010_0392_a_14L從古聖朝多逸士托身於此送餘年

010_0392_a_15L次鷰子樓韻

010_0392_a_16L
何年仙客駐征驂此日羣雄倒酒酣

010_0392_a_17L鴉帶夕陽歸海上鶩拖新月下江南

010_0392_a_18L淸秋望眼烟籠樹永夜吟情月印潭

010_0392_a_19L佳會一場人散後依然風物夢中探

010_0392_a_20L不換亭

010_0392_a_21L
爲訪仙樓載酒廻無窮景物筆難裁

010_0392_a_22L一聲長笛船南下數點靑天鴈北來

010_0392_a_23L風引暗香飛遠浦月驅詩興上高臺

010_0392_a_24L沉吟回首烟霞外奇絕還看帶雨梅

010_0392_b_01L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金生韻)
一理分三事可玄  한 이치가 셋으로 나뉘어 현묘하니
稱儒稱佛更稱仙  유학이요 불교요 도교라고 부르네
生生盡是流行氣  생하고 생하니 모두 유행하는 기氣요
物物無非自得天  사물 사물마다 하늘 아님이 없네
朱悋拔毛良有以  양주가 머리터럭 아낌은 이유 있고
墨能兼愛豈徒然  묵자가 겸애한 것이 어찌 헛되리오
若將無碍圓通見  걸림없이 원통함을 보게 된다면
未必孔顔但聖賢  공자 안연만 성현이라 하지 않으리
선정에 드는 승려에게(贈入定僧)
淨界塵寰自不同  정계와 속계는 절로 같지 않으니
幾年閒坐白雲中  몇 년이나 한가로이 백운 속에 앉았나
觀空栢樹成禪偈  공空을 보니 잣나무는 게송을 이루고26)
行道天花繞梵宮  도道를 행하니 하늘 꽃이 사찰을 두르네
已知化土非常住  화토27)는 상주하지 않음 이미 알았더니
始覺浮生是幻躬  뜬 인생이 환상임을 이제야 알겠네
多謝少林千載下  소림사에 천년 지나 매우 감사드리니28)
隨時高振本家風  때에 따라 본가의 유풍 높이 드날리리
복천 책방의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韻)
男兒當世誰爲眞  남아로 당세에 누가 신선 되었나
未見仙郞禀性仁  신선이 성품 인자함 보지 못했더니
身與松筠貞有節  몸은 솔과 대처럼 정절이 있고
心將水月淨無塵  마음은 물과 달처럼 정결하도다
雪中梅閣三朝夕  눈 속 매화 누각에서 삼 일 지내고
天外鷄山五夜春  하늘로 솟은 계산의 봄 새벽이라
好約他年何處是  좋은 약속은 훗날 어느 곳인가
靑衫玉笛訪雲濱  푸른 적삼 옥피리로 구름 가 찾으시라
‘남계의 시내가 불어나다’ 시에 차운하여(次南溪溪漲韻)
昨夜雲窓風雨振  어젯밤 창밖으로 비바람 거세더니
已聞前澗水滔滔  앞 시냇물이 콸콸 흘러감을 들었네
吼山走石雷聲壯  산을 울리며 구르는 돌과 천둥소리
轉壑衝巖雪色高  흘러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솟구치네
濁處那堪臨白足  흐린 물에 어찌 흰 발을 내딛으랴
淨時宜可濯靑袍  맑은 때 푸른 도포 씻는 게 좋으리29)
崩沙敗岸無窮去  모래와 언덕을 무너뜨리며 흘러가니
應入滄溟息怒濤  응당 바다로 가야 성난 물결 잠잠하리
심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沈生韻)
新詩擲地作金聲  시 지어 땅에 던지면 쇠 소리 날 듯30)
笑殺孫郞獨擅名  손작이 홀로 이름 날림을 비웃네
對月看時神愈爽  달을 대하여 볼 때 정신 상쾌하고
臨風詠處意偏淸  바람 맞으며 읊으니 뜻이 맑도다
自歎隋珠光照室  수주31)의 빛이 방 비춤을 자탄하노니
誰知和璧價連城  화벽32)처럼 여러 성에 값함을 뉘 알리오

010_0392_b_01L次金生韻

010_0392_b_02L
一理分三事可玄稱儒稱佛更稱仙

010_0392_b_03L生生盡是流行氣物物無非自得天

010_0392_b_04L朱悋拔毛良有以墨能兼愛豈徒然

010_0392_b_05L若將無碍圓通見未必孔顏但聖賢

010_0392_b_06L贈入定僧

010_0392_b_07L
淨界塵寰自不同幾年閒坐白雲中

010_0392_b_08L觀空栢樹成禪偈行道天花繞梵宮

010_0392_b_09L已知化土非常住始覺浮生是幻躬

010_0392_b_10L多謝少林千載下隨時高振本家風

010_0392_b_11L次福川册房韻

010_0392_b_12L
男兒當世誰爲眞未見仙郞禀性仁

010_0392_b_13L身與松筠貞有節心將水月淨無塵

010_0392_b_14L雪中梅閣三朝夕天外鷄山五夜春

010_0392_b_15L好約他年何處是靑衫玉笛訪雲濱

010_0392_b_16L次南溪溪漲韻

010_0392_b_17L
昨夜雲窓風雨振已聞前澗水滔滔

010_0392_b_18L吼山走石雷聲壯轉壑衝巖雪色高

010_0392_b_19L濁處那堪臨白足淨時宜可濯靑袍

010_0392_b_20L崩沙敗岸無窮去應入滄溟息怒濤

010_0392_b_21L次沈生韻

010_0392_b_22L
新詩擲地作金聲笑殺孫郞獨擅名

010_0392_b_23L對月看時神愈爽臨風詠處意偏淸

010_0392_b_24L自歎隋珠光照室誰知和璧價連城

010_0392_c_01L欲酬仙韻沉吟久  신선 운韻에 따라서 한참 읊조리고자 하니
五夜寒鍾報曉鳴  새벽 찬 공기에 종鍾이 새벽을 알리누나
복천 책방의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韻)
憶曾仙閣慙來憑  신선 누각에 잠시 기댔던 것 기억하니
括地風霜冷似氷  땅을 쓰는 바람서리 차갑기 얼음 같네
雲將舒氣籠山暗  구름은 기운 펴려고 산을 감싸들고
月欲分形落澗澄  달은 형체 나눠 시냇물에 떨어지네
殘燈覔句靑袍客  희미한 등불에 시구 찾는 도포 입은 손
永夜閒情雪衲僧  기나긴 밤 한가한 정은 장삼 입은 승려
迢迢兩歲音耗隔  아스라이 두 해 동안 소식이 끊겼더니
悵望龍門恨不勝  아쉽게 용문33) 바라보니 한탄만 이누나
관음사 법당 정루 중수(詠觀音寺法堂正樓重修)
巋然梵宇倚霞岑  노을 진 봉우리에 우뚝 솟은 저 사찰
始創由來歲月深  창건한 유래에 세월 깊어라
樑棟摧頹多觸雪  기둥은 부러져 눈을 많이 맞고
楣窓剝落久經霖  창은 떨어져 장마 겪은 지 오래
龍興昔日裴翁躅  용흥전은 옛날 배 옹의 발자취요34)
聖德今朝惠老心  성덕은 오늘날 혜로의 마음이니
後世欲知勤苦意  후세에 고생한 뜻을 알고자 한다면
願言看取壁間吟  바라건대 벽 사이의 시를 읊어 보라
대은암大隱庵
山廻水轉卜居幽  산 넘고 물 건너 자리 잡은 곳
葉落花開度幾秋  잎 지고 꽃 피니 몇 년 흘렀나
玉樹瓊林粧佛界  옥 같은 나무들이 정토를 장식하고
白雲蒼壁擁仙樓  백운과 푸른 절벽이 누각을 감싸네
甘爲物外烟霞客  물외의 자연을 누비는 객이 되리니
不願人間富貴儔  세상 부귀를 쫓는 사람 원치 않네
讀罷蓮經仍日暮  법화경을 다 읽으니 날이 저물고
更憐明月半空浮  다시금 어여쁜 명월이 허공에 떴네
우재 시에 차운하여(次愚齋韻)
靑山前後作屛幃  청산은 앞뒤에서 병풍처럼 서 있고
雲水深藏出洞稀  구름은 깊이 숨어 좀처럼 나오지 않아
閒處始知無俗累  한가로이 처하여 속태 없음 알더니
老來方覺淨心機  늙어서야 심기가 청정함을 깨닫네
幽夢每廻晨磬落  그윽한 꿈은 새벽종에 돌아오고
詩情多在暮霞飛  시인의 마음은 늘 노을에 있구나
請君與我同眞趣  청컨대 그대와 나는 뜻이 같으니
結社林泉宿不歸  결사 맺어 자연에서 돌아가지 말자
남파의 시축詩軸에 차운하여(次南坡軸韻)
身衣草葉口胡麻  몸에 풀잎 옷 걸치고 참깨 먹으며
閱盡禪經數百家  선경을 다 보고 제자백가 헤아리네
瓶錫遠來南地幸  지팡이 짚고 멀리 오니 남쪽 행운이요
樹雲重阻北人嗟  구름으로 거듭 막히니 북인이 한탄하네

010_0392_c_01L欲酬仙韻沉吟久五夜寒鍾報曉鳴

010_0392_c_02L次福川册房韻

010_0392_c_03L
憶曾仙閣慙 [2] 來憑括地風霜冷似氷

010_0392_c_04L雲將舒氣籠山暗月欲分形落澗澄

010_0392_c_05L殘燈覔句靑袍客永夜閒情雪衲僧

010_0392_c_06L迢迢兩歲音耗隔悵望龍門恨不勝

010_0392_c_07L詠觀音寺法堂正樓重修

010_0392_c_08L
巋然梵宇倚霞岑始創由來歲月深

010_0392_c_09L樑棟摧頹多觸雪楣窓剝落久經霖

010_0392_c_10L龍興昔日裴翁躅聖德今朝惠老心

010_0392_c_11L後世欲知勤苦意願言看取壁間吟

010_0392_c_12L大隱庵

010_0392_c_13L
山廻水轉卜居幽葉落花開度幾秋

010_0392_c_14L玉樹瓊林粧佛界白雲蒼壁擁仙樓

010_0392_c_15L甘爲物外烟霞客不願人間富貴儔

010_0392_c_16L讀罷蓮經仍日暮更憐明月半空浮

010_0392_c_17L次愚齋韻

010_0392_c_18L
靑山前後作屏幃雲水深藏出洞稀

010_0392_c_19L閒處始知無俗累老來方覺淨心機

010_0392_c_20L幽夢每廻晨磬落詩情多在暮霞飛

010_0392_c_21L請君與我同眞趣結社林泉宿不歸

010_0392_c_22L次南坡軸韻

010_0392_c_23L
身衣草葉口胡麻閱盡禪經數百家

010_0392_c_24L瓶錫遠來南地幸樹雲重阻北人嗟

010_0393_a_01L曾聞卞玉離荊重  들었지 화씨옥이 형산 떠나 중해졌고35)
復道金蓮出水華  또 말했지 금련이 물에 나와 화려한 것
勝會今朝風雨散  좋은 모임 오늘 아침 비바람에 흩어지니
別愁難以喩塵沙  이별의 서운함은 모래로도 비유 못 하네
다시 복천 수령의 앞 시에 차운하여(再次福川倅前韻)
歲翻消息更無憑  해 바뀌어도 소식 알 길 없으니
瞻咏那堪路萬層  그리움 어이하리 길은 만 겹이라
志操應將寒竹茂  지조는 응당 추운 대나무 무성한 듯
心源不讓玉壺澄  마음은 옥 항아리 맑음에 양보 않네
曾爲寶界探眞客  일찍이 정토의 진리 찾는 손이 되어
來訪禪窓面壁僧  선방에서 면벽하는 승려를 찾더니
怊悵舊遊今未得  슬프다 옛 유람을 이제 얻지 못하니
暮雲江樹恨難勝  저녁 구름 강가 나무에 한탄만 이누나36)
윤생의 시에 차운하여(次尹生韻)
金沙秋日午眠專  금모래 밭에서 가을날 오수를 누리니
誰識瓊琚袖裏傳  누가 알랴 보배가 소매에 있는 줄37)
體含葩傳詩三百  몸으로 시경 삼백 편을 함축하고
氣襲仙經語五千  기운은 선경 오천 마디 말을 익혔지
嗟我工夫終白髮  아 나는 공부하느라 백발이 되었는데
喜君才藝早靑年  그대는 재주 있는 젊은 청년이로다
相居咫尺形骸隔  서로 지척에 거하나 떨어져 있으니
携手何時入洞天  어느 때나 손잡고 동천에 들까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金生詩)
春日金沙雨霽初  봄날 금모래 밭에 비가 개이니
景牽人眼自難徐  경치가 눈길 끌어 진정하지 못하네
風篁隔水瑤琴是  대숲 바람소리는 물 건너 거문고 같고
花木圍山錦帳如  꽃나무는 산을 둘러 비단 병풍이라
淸磬響濃新畫壁  경쇠 소리가 새로 그린 벽에서 나고
杜鵑啼在古庵墟  두견새 울음은 옛 암자 터에 있구나
此時瓊韻來何處  이때 아름다운 시 어디선가 들려와
讀罷禪壇感起余  선방에서 독서한 나를 감동시키네
평안도에서 상서 대사와 이별하며 주다(贈別平安道尙恕大師)
禀得乾坤意氣閒  천지의 기운을 받아 지녀서
逍遙南國幾禪關  남쪽 선관38)들을 돌아다니며
覔句偏冝看栢樹  화두 찾으니 잣나무를 봄이 마땅하고39)
忘機不妨對靑山  기미 잊으니 청산을 대하여 거리낌 없네
龍兒濶躍元無阻  용 같은 이 활발히 도약함에 거침없고
鳳子高飛豈有艱  봉 같은 이 높이 낢에 어찌 어려우리
恠我空門離索者  불문에서 쓸쓸히 지냄을 괴이히 여긴다면
不勝愁恨去留間  가고 머무는 사이 근심을 이기지 못하리
송강 골짜기에 있는 김생의 거처에 쓰다(題松江洞金生幽居)
大笑人間易白頭  한껏 웃노라 세상에서 쉬 머리 셈을
卜居松洞古墟幽  송강 골짜기 예스런 터에 자리 잡았네

010_0393_a_01L曾聞卞玉離荆重復道金蓮出水華

010_0393_a_02L勝會今朝風雨散別愁難以喩塵沙

010_0393_a_03L再次福川倅前韻

010_0393_a_04L
歲翻消息更無憑瞻咏那堪路萬層

010_0393_a_05L志操應將寒竹茂心源不讓玉壺澄

010_0393_a_06L曾爲寶界探眞客來訪禪窓面壁僧

010_0393_a_07L怊悵舊遊今未得暮雲江樹恨難勝

010_0393_a_08L次尹生韻

010_0393_a_09L
金沙秋日午眠專誰識瓊琚袖裏傳

010_0393_a_10L體含葩傳詩三百氣襲仙經語五千

010_0393_a_11L嗟我工夫終白髮喜君才藝早靑年

010_0393_a_12L相居咫尺形骸隔携手何時入洞天

010_0393_a_13L次金生詩

010_0393_a_14L
春日金沙雨霽初景牽人眼自難徐

010_0393_a_15L風篁隔水瑤琴是花木圍山錦帳如

010_0393_a_16L淸磬響濃新畫壁杜鵑啼在古庵墟

010_0393_a_17L此時瓊韻來何處讀罷禪壇感起余

010_0393_a_18L贈別平安道尙恕大師

010_0393_a_19L
禀得乾坤意氣閒逍遙南國幾禪關

010_0393_a_20L覔句偏冝看栢樹忘機不妨對靑山

010_0393_a_21L龍兒濶躍元無阻鳳子高飛豈有艱

010_0393_a_22L恠我空門離索者不勝愁恨去留間

010_0393_a_23L題松江洞金生幽居

010_0393_a_24L
大笑人間易白頭卜居松洞古墟幽

010_0393_b_01L閒情碧落高飛鶴  한가로이 파란 하늘에 높이 나는 학과
逸趣滄江獨泛鷗  느긋하게 푸른 강물에 뜬 갈매기들
花筆揮時詩百首  꽃다운 붓 휘두르면 시가 백 편이요
玉簫聲裡月千秋  옥 같은 피리에 달 밝은 가을이로다
林泉事業當如此  산천의 삶은 마땅히 이와 같으리니
豈向風塵有所求  어이하여 풍진 향해 구할 바 있으랴
방 학사에게 화답하여(和房學士)
靈鵲噪朝報客廻  영험한 까치가 아침에 울어 손님 옴을 알리니
信知造物政無猜  진정 알겠구나 조물주가 정녕 시기심 없음을
道源直入千尋海  도의 근원이라면 곧장 천 길 바다라도 들어가고
浩興先登百尺臺  호연지기 일면 먼저 백 척 누대라도 오르리라
僧敲暮磬鳴還絕  승려가 두드리는 저녁 경쇠 소리는 끊어지는데
葉帶長風去復來  나뭇잎의 긴 바람은 가고 또 오는구나
蓮社舊盟難再得  연사40)의 옛 맹약은 다시 얻기 어려우니
白雲何處好顏開  흰 구름 어디에서 환한 얼굴 피어날까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憶曾仙客訪名區  기억하노니 선객이 명승지를 방문하여
一席淸談五月樓  한자리에서 이야기 나누던 오월의 누각
巖瀑亂空晴似雨  바위 폭포는 어지러이 날려 비 내리듯 했고
松蘿繞屋夏疑秋  소나무 넝쿨을 두른 집은 가을인 듯했지
喜君有意瓊琚賜  기쁘게도 그대는 패옥을 선물하였는데
愧我無能木果投  부끄럽게도 나는 드릴 과일이 없었네
別後林泉多寂寞  이별 후에 주위 산천은 적막하기만 하니
白蓮遺跡與誰謀  백련사41) 남은 자취를 누구와 도모하랴
회경에게 부치다(寄會敬)
人間離合本無期  세상에 만남과 이별은 기약 없으니
請向吾師話所思  우리 스승께 사모하는 정 전해 주시게
爲學必須勤苦得  공부하려면 반드시 힘써 해야 얻으리니
操心冝誡視聽移  조심히 의당 이목을 흩뜨려선 안 되지
工夫豈獨止觀境  공부가 어찌 유독 참선뿐이겠나
日用恒存語默時  일상생활 어묵동정 항상 공부라네
愛惜光陰先聖訓  시간을 아끼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
恐敎靑鬂白如絲  검은 머리가 흰머리 될까 걱정이네
설산 책방께 화답하여(和雪山册房)
朔吹掀空雪滿岑  삭풍이 몰아쳐 눈이 산에 가득한데
飛來淸韻落禪林  맑은 운치 날아와 선방에 떨어지니
探珠不必滄浪濶  구슬 찾으러 하필 너른 물가로 가리오42)
採玉何須廬壑深  옥 캐러 어이 깊은 여산 골짜기 가리오43)
出峀飢鷹翻翮態  산꼭대기 굶주린 매는 깃을 퍼덕거리고
駐坡良駿逐風心  비탈에 머문 말은 바람을 쫓으려 하네
平生高格未曾見  평소 높은 인격을 뵌 적이 없더니
穪謝慇懃在後尋  은정에 감사함은 훗날 방문함에 있으리

010_0393_b_01L閒情碧落高飛鶴逸趣滄江獨泛鷗

010_0393_b_02L花筆揮時詩百首玉簫聲裡月千秋

010_0393_b_03L林泉事業當如此豈向風塵有所求

010_0393_b_04L和房學士

010_0393_b_05L
靈鵲噪朝報客廻信知造物政無猜

010_0393_b_06L道源直入千尋海浩興先登百尺臺

010_0393_b_07L僧敲暮磬鳴還絕葉帶長風去復來

010_0393_b_08L蓮社舊盟難再得白雲何處好顏開

010_0393_b_09L和金生

010_0393_b_10L
憶曾仙客訪名區一席淸談五月樓

010_0393_b_11L巖瀑亂空晴似雨松蘿繞屋夏疑秋

010_0393_b_12L喜君有意瓊琚賜愧我無能木果投

010_0393_b_13L別後林泉多寂寞白蓮遺跡與誰謀

010_0393_b_14L寄會敬

010_0393_b_15L
人間離合本無期請向吾師話所思

010_0393_b_16L爲學必須勤苦得操心冝誡視聽移

010_0393_b_17L工夫豈獨止觀境日用恒存語默時

010_0393_b_18L愛惜光陰先聖訓恐敎靑鬂白如絲

010_0393_b_19L和雪山册房

010_0393_b_20L
朔吹掀空雪滿岑飛來淸韻落禪林

010_0393_b_21L探珠不必滄浪濶採玉何須廬壑深

010_0393_b_22L出峀飢鷹翻翮態駐坡良駿逐風心

010_0393_b_23L平生高格未曾見穪謝慇懃在後尋

010_0393_c_01L
오언율시五言律詩
복천 책방께 드리다(呈福川册房)
十年雲水客    십 년 돌아다니던 객이
何事下林泉    무슨 일로 산천에 왔나
恩感尋獅子    사자암 찾아 준 은혜와
情深送玉篇    옥편 보내 준 정 깊어라
踏從風雪路    발길은 풍설 따라 오니
來自雨花天    꽃비 내리는 하늘이로다
莫惜連床話    한자리에서 대화하노라니
欲擬半日仙    한나절 신선이 된 듯해라
가을밤에 복천 수령께 드리다(秋夜呈福川倅)
憑欄坐不寐    난간에 기대 잠들지 못하니
時夜屬淸秋    이 밤은 청명한 가을이네
露冷虫聲濕    찬 이슬에 벌레 소리 젖고
天晴月色流    맑은 하늘에 달빛 흐르네
遣懷頻問酒    회포 풀고자 자주 술 찾고
乘興更登樓    흥 겨워 다시 누대 오르네
宋玉如何者    송옥44)은 어떤 사람인가
獨吟不盡愁    홀로 끝없는 수심 읊조리네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碩士才無敵    석사 재주는 무적이요
能文筆又佳    문필은 더욱 훌륭하니
龍蛇字字是    글자마다 용트림이요
金玉句句皆    구절마다 금옥 같아서
天地胷中辦    천지를 흉중에 판별하고
陰陽掌上排    음양을 손바닥에 배열하네
逢場還即別    만나자 곧 이별이라니
何日眼相揩    어느 날 다시 눈 비빌까45)
복천 책방의 비 온 후 산중 경치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雨後山中景)
一陣風初起    한 줄기 바람이 일자
千山雨始晴    온 산의 비가 개였네
細看當檻峀    자세히 저 건너 산 보니
閒聽步虛聲    한가히 들리는 걸음 소리
白落巖前瀑    하얗게 떨어지는 바위 폭포
黃飛樹裡鸎    노랗게 날아가는 꾀꼬리
隔林何處笛    수풀 너머 들리는 피리 소리
使我更多情    다시금 정회를 일으키네
달 읊은 시에 또 차운하여(又次詠月)
迢迢夜已暝    아득히 밤은 깊었는데
耿耿出雲升    뚜렷이 구름 위로 솟네
玉鏡當空淨    옥거울 하늘에 맑고
金輪照海凝    금수레 바다에 엉기듯

010_0393_c_01L五言律

010_0393_c_02L呈福川册房

010_0393_c_03L
十年雲水客何事下林泉

010_0393_c_04L恩感尋獅子情深送玉篇

010_0393_c_05L踏從風雪路來自雨花天

010_0393_c_06L莫惜連床話欲擬半日仙

010_0393_c_07L秋夜呈福川倅

010_0393_c_08L
憑欄坐不寐時夜屬淸秋

010_0393_c_09L露冷虫聲濕天晴月色流

010_0393_c_10L遣懷頻問酒乘興更登樓

010_0393_c_11L宋玉如何者獨吟不盡愁

010_0393_c_12L和金生

010_0393_c_13L
碩士才無敵能文筆又佳

010_0393_c_14L龍蛇字字是金玉句句皆

010_0393_c_15L天地胷中辦陰陽掌上排

010_0393_c_16L逢場還即別何日眼相揩

010_0393_c_17L次福川册房雨後山中景

010_0393_c_18L
一陳風初起千山雨始晴

010_0393_c_19L細看當檻峀閒聽步虛聲

010_0393_c_20L白落巖前瀑黃飛樹裡鸎

010_0393_c_21L隔林何處笛使我更多情

010_0393_c_22L又次詠月

010_0393_c_23L
迢迢夜已暝耿耿出雲升

010_0393_c_24L玉鏡當空淨金輪照海凝

010_0394_a_01L鳥驚燃火燭    새는 촛불인 듯 놀라고
人恐踏霜氷    사람은 서리 밟듯 조심
宇宙三千界    우주 삼천세계 가운데
誰懸萬古燈    누가 만고의 등 달았나
송광사 수석정 시에 차운하여(次松廣水石亭韻)
憑欄心便逸    난간에 기대 마음 편하니
何用謾求仙    어이 부질없이 신선 구하리
岳色連眸淨    산악의 빛은 눈에 맑게 다가오고
溪聲爽耳穿    시내 소리는 귀에 상쾌해라
渾非塵世境    온전히 티끌세상 아니니
知有別般天    다른 세상 있음을 알겠네
幾積登臨債    자연에 살고픈 마음 쌓이더니
今來意豁然    이제야 마음 툭 트이네
사자암 괘공루의 이악로 시에 차운하여(次獅子庵掛空樓李岳老韻)
畫閣凌虛起    화려한 누각 허공에 우뚝하고
雲山幾萬重    구름 낀 산은 몇 만 겹이런가
月簷風鐸冷    달빛 어린 처마에 풍경이 차고
龍檻瑞香濃    용 서린 난간에 향기가 짙어라
翠色看新竹    새로운 대나무에서 푸른색 보고
寒聲聽古松    오래된 소나무에서 찬 소리 들으며
靜居安樂地    안락한 땅에 고요히 깃드니
無意更遊笻    다시 유람할 마음 없어라
후에 김생의 시에 차운하여(追次金生韻)
憶曾傾盖日    기억하노니 우리 만난 날46)
山雨好因緣    산비 내려 좋은 인연이라
筆力傾三岳    필력은 삼악47)을 기울이고
詩聲直萬錢    시 명성은 만전에 값했지
已違談笑地    담소하던 곳을 떠났으니
空有別離筵    텅 빈 이별 자리만 남았네
何當一飛錫    어이하면 한번 석장 날려
靑眼拜樽前    반갑게 술통 앞에 만날까
민 상인의 시축에 차운하여(次旻上人軸韻)
相逢談笑地    상봉하여 담소하던 자리
時夜屬秋分    그 밤은 추분의 때이고
河轉三更後    은하수 기운 삼경이라
天無一點雲    하늘에 한 점 구름 없고
凉風吹颯颯    서늘한 바람 휘휘 부니
落葉下紛紛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네
共是悲秋客    가을을 슬퍼하는 객이니
郍無宋玉文    어찌 송옥의 글이 없으랴
현사의 고송 시에 차운하여(次絢師古松韻)
雲雨層峰裡    비구름이 내리는 산속에서
長松每日看    긴 솔을 매일 바라보네

010_0394_a_01L鳥驚燃火燭人恐踏霜氷

010_0394_a_02L宇宙三千界誰懸萬古燈

010_0394_a_03L次松廣水石亭韻

010_0394_a_04L
憑欄心便逸何用謾求仙

010_0394_a_05L岳色連眸淨溪聲爽耳穿

010_0394_a_06L渾非塵世境知有別般天

010_0394_a_07L幾積登臨債今來意豁然

010_0394_a_08L次獅子庵掛空樓李岳老韻

010_0394_a_09L
畫閣凌虛起雲山幾萬重

010_0394_a_10L月簷風鐸冷龍檻瑞香濃

010_0394_a_11L翠色看新竹寒聲聽古松

010_0394_a_12L靜居安樂地無意更遊笻

010_0394_a_13L追次金生韻

010_0394_a_14L
憶曾傾盖日山雨好因緣

010_0394_a_15L筆力傾三岳詩聲直萬錢

010_0394_a_16L已違談笑地空有別離筵

010_0394_a_17L何當一飛錫靑眼拜樽前

010_0394_a_18L次旻上人軸韻

010_0394_a_19L
相逢談笑地時夜屬秋分

010_0394_a_20L河轉三更後天無一點雲

010_0394_a_21L凉風吹颯颯落葉下紛紛

010_0394_a_22L共是悲秋客郍無宋玉文

010_0394_a_23L次絢師古松韻

010_0394_a_24L
雲雨層峰裡長松每日看

010_0394_b_01L葉不從春色    잎은 춘색을 따르지 않고
蒼能傲雪寒    푸르름은 눈보다 차도다
帶露頻誇玉    이슬 띠어 옥을 자랑하고
迎風暫試灘    바람 맞아 여울 시험하네
碧空秋夜月    하늘에는 가을밤의 달
琴瑟爲誰彈    거문고는 누가 타는 건가
복천 책방이 구름 읊은 시에 차운하여(次福川册房詠雲)
從然天外去    자유로이 하늘 밖으로 가거나
含雨峽中多    비 머금어 골짜기에 가득하네
黯黯連芳草    어둑어둑 풀꽃에 이어지거나
迢迢隔海波    아득히 바다 파도 위에 있네
賦陶出峀詠    시 짓는 도잠은 산 구름 읊고48)
興帝大風歌    흥 오른 무제는 큰 바람 노래했지49)
來去秋天夜    오가는 가을 하늘의 밤에
莫掩月殿娥    항아 있는 달 궁전 가리지 마라
칠언절구七言絕句
청류각淸流閣
一帶淸流山影裡  한 줄기 맑은 시내가 산 그림자에 흐르는데
數間橋閣水聲中  서너 칸 다리 누각이 물소리 가운데 있네
無邊景物何煩說  가없는 풍경을 번거롭게 말하랴
制度還偸造化功  모양새가 조화옹의 솜씨 훔쳤도다
대은암大隱庵
天開寶界藏無盡  하늘이 무진장한 보배 세계를 여니
削立圭峰勢欲崩  깎아 세워 무너질 듯한 봉우리 안
榮辱人間消息斷  영화나 굴욕이나 세상 소식 끊어지고
白雲常護坐禪僧  백운만이 좌선하는 승려 보호하네
회경에게 공부를 권하며(勸學會敬)
古聖孜孜惜寸陰  성인이 힘써 촌음을 아끼라 했거늘
爾何虛負百年心  그대 어이해 평생을 저버리려 하나
請看巖下無情水  저 봐라 바위 밑 무정한 물이건만
歸學滄溟萬丈深  바다로 가서 만 길 깊이를 배우거늘
조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曹生韻)
數間精舍倚雲徑  서너 칸 사찰이 구름 길에 비스듬히
四面靑山絕世塵  사면이 청산이라 세상과 끊겼는데
叩門何處尋眞客  문 두드리는 소리 진리 찾는 손인가
驚起南華夢裡人  남화50)의 꿈속 사람을 놀래 깨우는도다
이 상사51)에게 드리다(呈李上舍)
巖邊流水水邊臺  바위 곁 흐르는 물 물 옆의 누대
日日看花去復廻  날마다 꽃 보느라 가고 또 오네

010_0394_b_01L葉不從春色蒼能傲雪寒

010_0394_b_02L帶露頻誇玉迎風暫試灘

010_0394_b_03L碧空秋夜月琴瑟爲誰彈

010_0394_b_04L次福川册房詠雲

010_0394_b_05L
從然天外去含雨峽中多

010_0394_b_06L黯黯連芳草迢迢隔海波

010_0394_b_07L賦陶出峀詠興帝大風歌

010_0394_b_08L來去秋天夜莫掩月殿娥

010_0394_b_09L

010_0394_b_10L七言絕句

010_0394_b_11L淸流閣

010_0394_b_12L
一帶淸流山影裡數間橋閣水聲中

010_0394_b_13L無邊景物何煩說制度還偸造化功

010_0394_b_14L大隱庵

010_0394_b_15L
天開寶界藏無盡削立圭峰勢欲崩

010_0394_b_16L榮辱人間消息斷白雲常護坐禪僧

010_0394_b_17L勸學會敬

010_0394_b_18L
古聖孜孜惜寸陰爾何虛負百年心

010_0394_b_19L請看巖下無情水歸學滄溟萬丈深

010_0394_b_20L次曹生韻

010_0394_b_21L
數間精舍倚雲徑四面靑山絕世塵

010_0394_b_22L叩門何處尋眞客驚起南華夢裡人

010_0394_b_23L呈李上舍

010_0394_b_24L
巖邊流水水邊臺日日看花去復廻

010_0394_c_01L陽春古曲人誰和  옛 양춘곡52)을 어느 누가 화답할까
有約仙郞尙不來  약속했던 신선은 아직 오지 않네
복천 수령께 올리다(上福川倅)
百里桑麻饒雨露  백 리의 뽕과 삼밭에 비이슬이 흡족하고
一區風物接人烟  전 구역의 풍물이 마을과 접해 있네
餘閒猶在林泉勝  남은 한가함은 산천 풍경에 있으니
匹馬來尋玉洞天  필마로 와서 아름다운 골짜기 찾으시네
손생에게 화답하여(和孫生)
窮陰積雪路難通  겨울 막바지라 쌓인 눈에 길은 막히고
耳畔常鳴掛樹風  귓가에 항상 들리는 건 나무의 바람소리
飛來何處詩仙債  어디선가 날아온 시 읊는 신선의 빚에
破我禪窓半日工  내 선방의 한나절 공부가 흐트러지네
황조黃鳥
錦衣何事不平鳴  비단옷 입고 무슨 일이 불평스러워 우나
無乃添花未盡情  꽃을 첨가해도 정이 미진해서 그러한가
飛去飛來人不識  날아와 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니
夕陽枝上自言名  석양의 가지 위에서 스스로 이름 부르네
적벽부에 차운하여(次赤壁韻)
滄江赤壁兩奇絕  창강과 적벽53)은 둘 다 기막힌 절경
昔我乘舟醉此間  전에 내가 배 타고 여기서 취했었지
年來孤負重尋約  근년에 다시 찾자는 약속 어기고서
虛夢淸流與碧山  맑은 물과 푸른 산 헛되이 꿈꾸네
한생의 시에 차운하여(次韓生韻)
自古諸賢不舍禪  예로부터 현자들은 참선을 놓지 않았으니
適相來訪雨花天  마침 내방하는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네
如今幸得前人躅  지금 옛사람의 자취를 얻을 수 있다면
君是韓公我太顚  그대는 한유요 나는 태전54)일 테지
박생의 시에 차운하여(次朴生韻)
從吾所好樂吾天  좋아하는 것 따라 내 운명 즐기니
灑落胷襟霽月懸  쇄락한 흉금은 비 개인 뒤 달 같네
復有文章河海決  다시 문장이 있어 바다를 가르니
想應他日上雲邊  응당 훗날 구름 위로 오르리라
조 비장에게 주다(贈趙裨將)
紅蓮幕下幾英雄  홍련막55) 아래에 영웅이 몇이런가
列局分司本府中  여러 분야가 본부에 나뉘어 있네
按事湖南千里路  호남 천 리 길 살피러 가노라니
靑袍飄拂九秋風  푸른 도포가 가을바람에 나부끼네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幾箇男兒性善通  남아 중 몇이나 성선설에 통하였나
百年虛負本家風  평생 헛되이 가풍을 저버렸도다

010_0394_c_01L陽春古曲人誰和有約仙郞尙不來

010_0394_c_02L上福川倅

010_0394_c_03L
百里桑麻饒雨露一區風物接人烟

010_0394_c_04L餘閒猶在林泉勝匹馬來尋玉洞天

010_0394_c_05L和孫生

010_0394_c_06L
窮陰積雪路難通耳畔常鳴掛樹風

010_0394_c_07L飛來何處詩仙債破我禪窓半日工

010_0394_c_08L黃鳥

010_0394_c_09L
錦衣何事不平鳴無乃添花未盡情

010_0394_c_10L飛去飛來人不識夕陽枝上自言名

010_0394_c_11L次赤壁韻

010_0394_c_12L
滄江赤壁兩奇絕昔我乘舟醉此間

010_0394_c_13L年來孤負重尋約虛夢淸流與碧山

010_0394_c_14L次韓生韻

010_0394_c_15L
自古諸賢不舍禪遆相來訪雨花天

010_0394_c_16L如今幸得前人躅君是韓公我太顚

010_0394_c_17L次朴生韻

010_0394_c_18L
從吾所好樂吾天灑落胷襟霽月懸

010_0394_c_19L復有文章河海決想應他日上雲邊

010_0394_c_20L贈趙裨將

010_0394_c_21L
紅蓮幕下幾英雄列局分司本府中

010_0394_c_22L按事湖南千里路靑袍飄拂九秋風

010_0394_c_23L和金生

010_0394_c_24L
幾箇男兒性善通百年虛負雨家風

010_0395_a_01L相逢說盡玄玄處  만나서 현묘한 이치를 말하다 보니
始覺禪儒不異工  비로소 유불이 다르지 않음 깨닫네
양생에게 화답하여(和楊生)
滿篇珠玉語淸新  종이 가득 주옥 같은 말이 참신하니
獨步騷壇第一人  시단에서 독보적인 일인자로다
胡床半日開雙眼  호상56)에서 한나절 두 눈을 뜨고 있으니
學海餘波洗六塵  학문 바다의 여파로 육진을 씻었도다
김생에게 화답하여(和金生)
相思人在浴川城  그리운 이 욕천성57)에 있으니
雲樹年年不盡情  그리움58)은 해마다 끝이 없네
邇來消息憑誰問  근래 소식을 누구에게 물을까
一片新詩寄遠呈  새로 지은 시를 멀리서 부치네
설산 아객59)을 이별하며(別雪山衙客)
秋深最愛丹楓艶  깊은 가을에 가장 아끼는 건 단풍이요
境靜偏憐白日明  고요한 가운데 유독 예쁜 건 흰 달이라
三笑遺風今似古  호계삼소60)의 유풍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
臨分無限去留情  이별을 맞아 가고 머무는 정이 끝없네
문文
청류각기淸流閣記
형체를 지닌 사물 가운데는 이름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것도 있고, 실체가 있는데 이름이 없는 것도 있다. 이름과 실체가 상합한 연후에야 세상에 전해져 허망하게 귀결되지 않는다.
기미년(1739) 봄에 산승 초옥楚玉이 사찰 골짜기 입구에 누각을 세워 ‘청류각’이라 이름붙였다.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전傳에 이르기를, “물에 네 가지 덕이 있다. 만물을 유통시키고 탁한 것을 격동시키고 맑은 것을 드날리니 인의仁義요, 부드럽고 약하나 범하기 어렵고, 가득함을 싫어하고 겸손하게 흐르니, 지용智勇이다.”61)라고 했다. 이 네 가지 덕을 합하여 논하면 ‘청류’ 두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누각의 맑음(淸)은 ‘탁한 것을 격동시키고 맑은 것을 드날리는’ 덕에 해당하고, 이 누각의 흐름(流)은 유통시키고 겸손하게 흐르는 유약한 덕에 해당한다. 누각의 이름이 어찌 우연히 지어졌겠는가.
후에 이 누각에 올라 이름을 따라 실체를 찾는 이는

010_0395_a_01L相逢說盡玄玄處始覺禪儒不異工

010_0395_a_02L和楊生

010_0395_a_03L
滿篇珠玉語淸新獨步騷壇第一人

010_0395_a_04L胡床半日開雙眼學海餘波洗六塵

010_0395_a_05L和金生

010_0395_a_06L
相思人在浴川城雲樹年年不盡情

010_0395_a_07L邇來消息憑誰問一片新詩寄遠呈

010_0395_a_08L別雪山衙客

010_0395_a_09L
秋深最愛丹楓艶境靜偏憐白日明

010_0395_a_10L三笑遺風今似古臨分無限去留情

010_0395_a_11L

010_0395_a_12L1)

010_0395_a_13L淸流閣記

010_0395_a_14L
夫物之有形者有有名而無其實者
010_0395_a_15L有實而無其名者名實相稱然後乃傳
010_0395_a_16L於世而免乎其誕妄之歸歟歲哉己未
010_0395_a_17L山之僧楚玉建閣於寺之洞門之口
010_0395_a_18L名之曰淸流其意安在傳曰水有四德
010_0395_a_19L流通萬物而激濁揚淸者仁義也
010_0395_a_20L弱難犯而惡盈流謙者智勇也合此
010_0395_a_21L四德而論之則不出淸流二字此閣之
010_0395_a_22L即斯德之激濁揚淸者也此閣之流
010_0395_a_23L即斯德之流通流謙而柔弱者也閣之
010_0395_a_24L豈偶然哉後之登斯閣而循名責

010_0395_b_01L청류각으로만 보지 말고 돌이켜 내 마음의 청류를 구하면, 누각의 맑음이 마음의 맑음이요 마음의 흐름이 누각의 흐름이니, 누각과 내가 어찌 사이가 있겠는가? 이른바 “천지는 손가락 하나요 만물은 말(馬) 한 마리다.”62)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누각을 이름 지은 것은 누각의 맑음을 취한 게 아니라 마음의 맑음을 취한 것이요, 누각의 흐름을 취한 게 아니라 마음의 흐름을 취한 것이리라. 이제 알겠다. 누각을 맑게 하는 것보다 내 마음을 맑게 하는 게 낫고, 누각을 흐르게 하는 것보다 내 마음을 흐르게 하는 게 좋은 것을. 내 마음이 맑아진 후에야 누각의 맑음을 알 수 있어 나 또한 누각이 되고, 내 마음이 흐른 후에야 누각의 흐름을 알 수 있어 나 또한 누각이 되리라.
후에 이 누각을 오르는 이 중에 반드시 ‘자신을 잊는(喪我)’63) 자가 있으리니, 나는 눈 씻고 기다리리라.
무설전 창건과 중건기(無說殿初創及重建記)
천하의 사물에 이름이 있으면 뜻이 있고 소리가 있으면 이름이 있으니, 이름과 소리가 일치하면 사물이 각기 이루어진다. 그래서 주공周公은 벼를 얻어 책 이름으로 삼았고, 한 무제는 솥을 얻어 연호로 삼았으며,64) 중장통仲長統65)은 음악으로 정원 이름을 삼았고, 유종원柳宗元은 우둔함으로 시내 이름을 삼았다.66) 이름이 있는데 뜻을 붙이지 않은 경우는 없다.
임오년(1702)에 도인道人 태명泰明이 사찰에서 가까운 북쪽 기슭에다 작은 암자를 짓고는 편액을 ‘무설無說’이라고 하였다. 기유년(1729) 가을에 이르러 진삼 법사進森法師가 옛 터를 바탕으로 하여 더 넓히고는 다시 ‘무설’이라 하였으니, 어떤 뜻을 취한 것인가? 관음 대사께서 삼마지三摩地67)에 거하시며 서른두 가지로 응하여 변화한 공신空身을 나투시고, 8만 4천의 무언無言 진리를 설하시어 사람마다 본래 지니고 있던 선한 성품을 펼치고 항상 고요한 정토로 돌아가게 하시니, 대사의 공력이 아님이 없다.

010_0395_b_01L實者不但以淸流閣視之反求於吾心
010_0395_b_02L之淸流則閣之淸心之淸心之流
010_0395_b_03L之流閣與吾豈有間然也哉所謂天
010_0395_b_04L地一指萬物一馬者也若然則公之名
010_0395_b_05L閣者非閣之取淸欲人心之淸也
010_0395_b_06L閣之取流欲人心之流也是知淸吾閣
010_0395_b_07L不若淸吾心流吾閣不若流吾心
010_0395_b_08L心淸然後閣之淸在我而我亦閣矣
010_0395_b_09L吾心流然後閣之流在我而我亦閣矣
010_0395_b_10L後之登斯閣者必有其喪我者乎吾拭
010_0395_b_11L眸以俟

010_0395_b_12L

010_0395_b_13L無說殿初創及重建記

010_0395_b_14L
夫天下之物有名則有意有意則有名
010_0395_b_15L名意相稱物名有遂故周公得禾而名
010_0395_b_16L其書漢武得鼎而名其年至於仲長統
010_0395_b_17L取樂名園柳宗元取愚名溪有名而意
010_0395_b_18L不寓者未之有也粤在壬午歲道人
010_0395_b_19L泰明搆小庵於院近北麓下扁曰無說
010_0395_b_20L逮己酉秋進森法師因舊址而廣拓
010_0395_b_21L又曰無說奚取焉盖觀音大師居三
010_0395_b_22L摩地中現三十二應幻化空身說八萬
010_0395_b_23L四千無言眞理使人人發本有之性善
010_0395_b_24L歸常寂之淨土莫非大師之功則其恩

010_0395_c_01L그 은혜와 덕이 골수에 스미고 폐부에 넘치니, 시간이 갈수록 잊기 어렵다. 어찌 시인詩人이 이전 왕을 잊지 못함68)에 비할 뿐이겠는가. 그러므로 금으로 주조하거나 나무로 새기거나 흙으로 빚거나 융단에 그리거나 당堂에 쓰거나 하여 사물마다 새겨서 왕성하게 경모하는 마음이 일게 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것은 이른바 “담장에서 요임금을 보고 국에서 요임금을 본다.”69)라는 격이다. 암자 이름은 여기에 뜻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저 무설의 장소만 있고 무설의 형상이 아직 없었다.
지난 갑술년(1754) 봄에 남양 선사南陽禪師가 시주를 모아 그림을 새기고 무설의 뛰어난 형상을 만들어 안치하였으니, 세 사람의 마음이 동일한 것이다. 장소는 만들어졌지만 형상이 없다면 무설의 뜻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형상이 만들어졌더라도 장소가 없다면 무설의 형상이 어디에 의지할 것인가? 세 사람의 심사가 당堂 이름에 합일한다. 후에 이곳에 거처함을 실제로 얻는 자들은 이름으로 인하여 뜻을 얻을 것이요, 세 사람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하고, 보살의 도를 자기 도로 하여 보살의 명호를 염송하고 보살의 말씀을 믿으며, 보살의 행동을 공경하게 될 것이니, 이 당을 지은 공덕이 쓸데없지 않고, 이 당에 거처하는 것이 헛된 것이 아니다.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마음을 방치하고 말처럼 제멋대로 뜻을 놓아버려 아침 내내 타인의 장점과 단점을 어지러이 말하고, 밤새 혼침에 빠져 수면을 즐긴다면 원인과 결과가 서로 이어져 허물이 더욱 더할 것이니, 어찌 힘쓰지 않을 것인가?
이외에 건물 짓는 노고나 경치의 풍부함은 보는 자들이 알 것이니, 번거롭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 사람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고, 보살의 도를 자기 도로 삼아 기록하는 자는 누구인가.
대은암 왕각 중창기大隱庵王閣創記
토목의 공은 하늘에서 내리거나 땅에서 솟은 게 아니라면 반드시 사람의 때를 빌린 이후에야 이루어지니 우연히 되는 게 아니다.

010_0395_c_01L厥德浹於骨髓溢於心腑愈久而愈
010_0395_c_02L不忘豈獨詩人之不忘於前王而已哉
010_0395_c_03L是以或鑄以金或雕以木或塑以泥
010_0395_c_04L或畵以氊或題以堂觸事寓物無不
010_0395_c_05L油然而敬慕則此所謂見堯於墻見舜 [3]
010_0395_c_06L於羹者也庵之爲名意在此乎然徒
010_0395_c_07L有無說之堂未有無說之像去甲戌春
010_0395_c_08L南陽禪師從以募緣刻畫爲無說勝像
010_0395_c_09L以安之盖三人之心一也堂雖成而無
010_0395_c_10L其像則無說之意安在像雖設而無其
010_0395_c_11L則無說之身何依三人心事合一
010_0395_c_12L堂名實得後之居此堂者因名取意
010_0395_c_13L以三人之心爲心以一菩薩之道爲道
010_0395_c_14L念菩薩之名信菩薩之說敬菩薩之行
010_0395_c_15L建此堂者功不浪施居此堂者生不
010_0395_c_16L虛捐若乃放其心猿縱其意馬終朝
010_0395_c_17L亂說人長短竟夜昏沉樂睡眠因果相
010_0395_c_18L愆尤有在豈不勉諸其餘建堂之
010_0395_c_19L境致之富觀者詳之玆不煩叙
010_0395_c_20L以三人之心爲心以一菩薩之道爲道
010_0395_c_21L書以記之者誰耶

010_0395_c_22L

010_0395_c_23L大隱庵王閣重創記

010_0395_c_24L
夫土木之功非天降而地聳則必假人
010_0395_c_25L「文」一字編者補入

010_0396_a_01L
이 암자의 체제를 보면, 전당과 정루正樓를 누차 중건해서 옛 규모를 넓히고 확충하여 용마루가 날 듯하고 처마가 우뚝하여 널찍하고도 정밀하며, 작은 방들이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래서 참선하는 이들이 돌아갈 것을 잊고, 강설하는 이들이 다투어 올라와서는, 모두들 적합한 장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산줄기가 몇 겹 두르고 계곡이 깊고 시내는 맑고 안개는 피었다 지는 등 갖가지 기이한 풍경들은, 내 친구 고故 설담 화상雪潭和尙의 「정루기正樓記」에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으니, 내가 왜 다시 덧붙이겠는가?
그러나 이 누각은 옛 형태로 그동안 수리하지 않고 몇 년을 지나왔기에70) 서까래와 평고대가 어긋나고, 주춧돌과 기둥은 기울었다. 그래서 곧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있는데도, 한 사람도 나서서 담당할 사람이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시기가 되지 않아서 사람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닌가.
올 늦봄에 당堂의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여기에 미쳐서는 자기 재산을 털고 주위 인연을 모아서 3월에 시작하여 7월에 일을 마쳤다. 그러니 사람과 때를 같이 얻었으며 일이 우연히 된 게 아니라고 할 만하다.
나는 늙고 병들어 멀리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몇 년 머무는데 은혜를 보답할 방법이 없어 그 전말을 기록하여 후손들에게 보일 따름이다.
추곡당 수석 권문秋谷堂樹石勸文71)
『시경』에 이르기를, “이전 왕을 잊을 수 없다.”72)라고 하였습니다. 잊지 못하는 도리는 다만 마음속의 성실함뿐만 아니라 밖으로도 드러납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비단옷을 입어 놓고 홑옷을 덧입어도 문채가 날마다 드러나는 것과 같습니다.73) 그런즉 우리 불도에서 형상 없음과 자취 없음을 귀하게 여기지만 후손들이 와서74) 정성을 드림을 위해 형상 없음에 대해 형상을 마련하고, 자취 없음에 대해 자취를 기록하여 후세 억만 년 지나도록 잊지 않도록 함이 또한 어찌 방해되겠습니까? 이런 까닭으로 우전왕이 영묘한 모습을 그리고 형상을 마련하였고,75)

010_0396_a_01L時然後成之事非偶然也此庵之體
010_0396_a_02L殿與正樓累次重建增舊制而廣拓
010_0396_a_03L飛甍俊宇軒豁緻精蜂房蝸室縝密
010_0396_a_04L罄巧叅玄者忘歸講說者爭登皆以
010_0396_a_05L謂得其所且山勢之周遭洞府之深邃
010_0396_a_06L溪壑之淸爽烟霞之起滅種種奇境異
010_0396_a_07L吾友故雪潭和尙正樓記備而詳
010_0396_a_08L吾何必更贅也然獨此閣以舊制
010_0396_a_09L間無重葺而多歷年所椽梠差脫
010_0396_a_10L傾柱危有朝夕之憂而曾無一人
010_0396_a_11L身獨出當其任者何也無乃時未至而
010_0396_a_12L人未得耶今年春末一堂僉衆動念
010_0396_a_13L及此傾己財募傍緣自三月而始
010_0396_a_14L七月斷手可謂人時俱得而事非偶然
010_0396_a_15L者也余以老病不能遠擧住此多年
010_0396_a_16L無以報效記其顚末以示來裔云爾

010_0396_a_17L

010_0396_a_18L秋谷堂樹石勸文

010_0396_a_19L
詩云前王不忘不忘之道非特誠於中
010_0396_a_20L而已亦形於外形於外而難禁者
010_0396_a_21L衣錦尙綗 [4] 而文章之日著則雖吾道以
010_0396_a_22L無像無跡爲貴後昆之格思致誠亦何
010_0396_a_23L妨設像於罔像記跡於無跡垂後世億
010_0396_a_24L萬斯年而不忘者哉是以闐王描靈儀

010_0396_b_01L아육왕은 사리를 모으고 자취를 기록하여76) 후인들이 자연히 공경하는 마음이 일고 임시적인 것들을 빌어 진리를 체현하도록 하며 살아 계신 분을 대하듯77) 정성을 드리게 하였습니다. 형상을 마련하고 자취를 기록하는 것이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우리 스승(佛) 시절에 분명히 사적이 있었음은, 대략 통문通文에 써서 모든 곳에 알렸으므로 여러분들께서 밝히 아시리라 생각하여 번거롭게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탑으로 형체를 보관하지 말고 돌에 자취를 기록하지 말라는 것은, 또한 스승께서 평소 쌓으신 뜻이지만 후인들은 경모하고 슬퍼하는 것이니, 이 일을 벌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가히 시인이 이전 왕을 잊지 못함이요, 문채가 날마다 드러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터럭 하나로 공을 만들 수 없고 여러 표주박이 있어야 바다를 이루나니, 단나檀那(시주)께서는 인자한 이가 재물을 흩뜨리는 풍모를 사모하고 군자가 선을 즐기는 뜻을 본받아 마땅히 사용해야 할 곳에 재물을 사용하고 마땅히 베풀어야 할 곳에 재물을 베푸시기를 바라나이다. 좋은 인연을 심어서 훗날 서방 세계에 갈 때 보탬이 되도록 하시면 좋겠습니다.
불기78) 권문佛器勸文
전傳에 이르기를, “취할 수 있지만 취해선 안 되는 경우에 취하면 의리를 손상하고, 줄 수 있되 주어선 안 되는 경우에 주면 은혜를 손상한다.”79)라고 하니, 훌륭한 말입니다.
우리 부처님께서 교화를 행하시어 삼계三界80)를 인도하는 스승이 되고, 사생四生81)에 자비로운 부친이 되셨습니다. 칠보七寶82) 궁전에 거처하시고, 금은 보배 그릇에 공양하더라도 숭배하고 받드는 도리가 그래도 부족하다 하겠는데, 하물며 구리와 놋이겠습니까. 구리와 놋이 극히 귀하지 않건만 하물며 깨지고 새는 것임에랴. 깨지고 새는 것에 이미 상심되었다고 한다면 이러한 때에 취하는 것은 의리를 손상하는 것입니까, 주는 것이 은혜를 손상하는 것입니까. 진정 이른바 취할 만한 것을 취하고 줄 만한 것을 주는 것이니, 과도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 적합함입니다. 적합함을 얻어 매사에 합당하게 되면 복을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010_0396_b_01L而設像育王收舍利而記跡使後來無
010_0396_b_02L不油然而藉假現眞以致如存之誠
010_0396_b_03L設像記跡豈不然乎哉我師時明有事
010_0396_b_04L擧大槩於通文中已頒告於諸處
010_0396_b_05L則僉尊想應洞燭不必煩叙至於母以
010_0396_b_06L塔藏形母以石記跡亦師之素所蓄積
010_0396_b_07L後裔之慕義悲愴者不得不興於右務
010_0396_b_08L可謂詩人之不忘文章之日著者也
010_0396_b_09L一毛難毬衆杓成海願諸檀那慕仁
010_0396_b_10L人散財之風效君子樂善之志用財於
010_0396_b_11L當用施財於當施幸樹良因以圖他
010_0396_b_12L日西路之資

010_0396_b_13L

010_0396_b_14L佛器勸文

010_0396_b_15L
傳曰可以取不可取而取之則傷義
010_0396_b_16L可以與不可與而與之則傷惠善哉言
010_0396_b_17L吾佛之行化也三界導師四生慈
010_0396_b_18L處以七寶之宮殿供以金銀之寶器
010_0396_b_19L崇奉之道猶云不足而況銅與錫乎
010_0396_b_20L銅錫已極不貴而況破而漏乎破漏旣
010_0396_b_21L曰傷心則當此之時取之者傷義乎
010_0396_b_22L與之者傷惠乎眞所謂取可取與可與
010_0396_b_23L而無過不及之中也得其中而處事皆
010_0396_b_24L則福胡疑乎哉

010_0396_c_01L
또(又)
사람들은 화禍가 화인 줄은 알지만 화가 어떻게 화 되는지는 모르고, 복이 복인 줄은 알지만 복이 어떻게 복 되는지는 모릅니다. 화가 어떻게 화 되는지 알고자 한다면, 그것은 불선不善 때문이요, 복이 어떻게 복 되는가 하면, 오직 선善 때문입니다.
이 사찰은 기물들이 모두 낡았는데 더욱 상심이 되는 것은 불기佛器입니다. 즉시 새것을 만들고자 하지만 한 터럭만큼도 모으기 힘듭니다. 여러 표주박으로 바다를 이룬다고 하니, 단문檀門(시주)께 선을 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군자들께서는 화가 어떻게 화가 되는지 알고 복이 어떻게 복이 되는지 아실 터이니, 각자 기꺼이 은혜를 베푸시어 바라건대 선한 인연을 세우소서.
회경 상인에게 학업을 권하는 글(與會敬上人勸學)
『시경』에 이르기를, “처음이 없지는 않으나, 잘 마무리하는 이가 드물다.”83)라고 하였소. 일반인은 학업에 있어서 자주 옮겨 지속성이 없으니, 봄에 시작해서는 겨울에 나태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아침에 시작해서는 저녁에 나태해지는 경우도 있다오. 이러한즉 시인이 개탄하며 탄식한 것이지요.
우리 상인께서 문하에 거한 지 이미 몇 년 되었는데 학업이 들리는 바가 없으니 상인이 총명하지 못해서인가요, 제가 밝지 못해서인가요. 아니면 역시 상인의 마음에 게으른 바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요? 허물은 어디에 있는지요?
아! 인생은 다함이 있고 세상일에는 한계가 없지요. 다함 있는 인생으로 무한한 세상일에 대해 오늘 이렇고 내일 이렇고, 어느 날이고 이렇지 않은 적이 없으면 12월 30일이 닥칠 때 한탄한들 어쩌겠소? 아! 촌음을 아끼고 『주역』을 읽다가 책 묶은 끈이 끊어진 것84)은 성인의 근면함이라오. 보리가 떠내려가려 하고85) 상투를 천장에 매며,86) 반딧불을 주머니에 모으고87) 죽을 나눠 먹으면서도88) 독서한 것은 현인의 근면함이지요. 어찌 나면서부터 성인이 있고 본래 현인이 있었겠소.

010_0396_c_01L

010_0396_c_02L
人皆知禍之爲禍而不知禍之所以爲
010_0396_c_03L知福之爲福而不知福之所以爲福
010_0396_c_04L如欲知禍之所以爲禍惟不善而已矣
010_0396_c_05L知福之所以爲福惟善而已矣玆寺也
010_0396_c_06L凡百俱廢之中尤極爲傷心者佛器也
010_0396_c_07L即欲圖新而一毛難毬衆杓成海
010_0396_c_08L此不可不勸善於檀門願諸君子知禍
010_0396_c_09L之所以爲禍知福之所以爲福各肯惠
010_0396_c_10L幸樹良因

010_0396_c_11L

010_0396_c_12L與會敬上人勸學

010_0396_c_13L
詩云靡不有初鮮克有終盖凡人之
010_0396_c_14L數遷無恒有春學而冬怠者有朝
010_0396_c_15L學而夕怠者此則詩人之所以感慨發
010_0396_c_16L歎者也吾師之處於門下者已至多年
010_0396_c_17L學未有所聞無乃師未明而弟未哲者
010_0396_c_18L抑亦師之心有所怠而然歟咎在
010_0396_c_19L何處嗚呼人生有盡世事無限以有
010_0396_c_20L盡之生處於無限之事今日恁麽
010_0396_c_21L日恁麽無日不恁麽則臘月三十日到
010_0396_c_22L雖恨何及愛惜寸陰讀易編絕
010_0396_c_23L聖人之勤也漂麥懸䯻囊螢畵粥
010_0396_c_24L人之勤也豈有天然之聖人自然之賢

010_0397_a_01L
마침 숲 속 정자에 나갔다가 바위 밑에 흐르는 물을 보고는 문득 소동파蘇東坡가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주야를 쉬지 않으니.”89)라고 했던 구절이 떠올랐소. 그래서 함께 비유하여 우리 상인을 경계하고자 하니, 오직 상인은 힘쓰시오, 힘쓰시오.
방석필 학사에게 쓴 답서(答房學士碩弼書)
지난달에 선방禪房에서 반 달 동안 뵌 것은 실로 얻기 어려운 좋은 기회였는데, 만남과 이별이 전광석화 같으니 어찌합니까? 그리움이 도리어 뵙지 않았을 때보다 심합니다. 이제야 애정의 깊이를 알게 되니, 유자와 승려가 차이가 있는 줄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차에 편지를 받고, 찌는 듯한 여름에 공부하시면서 잘 계심을 알게 되니, 몹시 위로가 되어 감당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저(山人)는 집안에 전해 오는 학업이 있으니, 이른바 ‘주인옹을 불러 깨워 정신차리게 하는’90) 공부이거늘, 아직 극진하지 못하니 애석하나 어쩌겠습니까.
그대는 성품이 독실하고 입지가 굳건하며 젊어서 도를 들어 학술이 정밀하고 밝습니다. 몸가짐과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배움으로 상응하지 않음이 없으니, 가르침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의리로 밖을 바르게 해서 안팎을 유지합니다. 생각이 사특하게 일어나면 경敬으로 다스리고 일이 지나치게 되면 의리로 바르게 합니다. 차근차근 생각마다 날마다 달마다 돌이켜보고 마음과 몸이 경敬하고 의리 됨을 관리하니, 행함이 없으면서도 행하지 않는 바가 없고, 천거하지 않되 스스로 천거하게 되는 경지에 자연히 이르게 됩니다. 이와 같으면 성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겠습니까? 몹시 부러움에 칭송이 그치지 않습니다.
운평雲坪의 「산을 유람하며(遊山)」는 대단히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역천櫟泉91) 선생의 시구는 보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상심하는 탄식과 세상을 벗어나고픈 뜻을 금하지 못하게 합니다.

010_0397_a_01L人也哉適有步出林亭觀巖下潺湲之
010_0397_a_02L忽憶東坡逝者如斯不捨晝夜之句
010_0397_a_03L因合以喩之以戒吾師惟吾師勉之
010_0397_a_04L勉之哉

010_0397_a_05L

010_0397_a_06L答房學士碩弼

010_0397_a_07L
客月禪房半月之奉實爲難得底好便
010_0397_a_08L而其奈離合石火電光何瞻想眷戀
010_0397_a_09L有甚於未見之日始知相愛之深
010_0397_a_10L自不覺緇白之有異於其間也於焉擎
010_0397_a_11L伏審蒸濕學履萬福區區慰賀
010_0397_a_12L任賤誠山人旣有渠家之業則所謂喚
010_0397_a_13L惺主人翁惺惺着一段工夫尙未臻極
010_0397_a_14L自憐奈何左右天資篤實立志堅確
010_0397_a_15L靑年聞道學術精明守己接物莫不
010_0397_a_16L以學相應則將敎以直其內行義以方
010_0397_a_17L其外內外挾持念起於私則以敬攻
010_0397_a_18L事流於過則以義正之循循焉
010_0397_a_19L念焉日復月照管身心之爲是敬爲
010_0397_a_20L是義自然得到於無爲而無不爲不擧
010_0397_a_21L而自擧之域如是而不能期於聖賢之
010_0397_a_22L域道乎健羨之極稱賀不已雲坪遊
010_0397_a_23L何其文章之巨麗耶櫟泉先生詩句
010_0397_a_24L令人看來自不禁傷時之歎遁世之志

010_0397_b_01L『주역(太易)』의 근심 없음92)이나 『중용中庸』의 후회 않음93)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습니다. 시로써 상상하니 눈앞에 마주 대한 듯합니다. 다만 산과 들의 길이 다르고, 귀함과 천함이 현격히 달라 찾아뵐 인연이 없고, 자나 깨나 그리움만 이니, 안타까움을 어찌하겠습니까. 하늘이 수명을 허락하여 내 뜻을 빼앗지 않는다면 한번 북쪽으로 찾아가서 뵐 때가 있으리니, 조만간 바람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머지 구구한 사연들은 마음이 바라는 바를 다 표현하기 어렵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입실94)을 축하하는 편지(賀人入室書)
아무개는 아룁니다.
형산荊山에 있는 둥근 옥은 조趙나라 사람이 얻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조나라 사람이 얻어서 나라를 빛냈고,95) 합포合浦에서 생긴 진주는 위魏나라 사람이 줍기를 구하지 않았지만 위나라 사람이 주워서 밑천으로 삼았습니다.
강하講下96)께서는 덕을 품고 세상에 처하여 뭇사람들의 추대를 기뻐하지 않으나 뭇사람들이 추대하니 억지로 그만둘 수 없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실로 법문의 빛이요 중생의 행복이니, 원근의 아는 이들이 편지를 쓰거나 직접 찾아가서 축하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저는 유독 게을러 쓸모없이 한 구석에 웅크려 있으면서 찾아뵙고 축하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둘 다 타인에게 앞서지 못하니, 옛날 서로의 애정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부끄러움이 한량없습니다.
마침 인편이 있어서 잠시 이렇게나마 인사를 여쭙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강하께서는 때에 맞게 몸조리 잘하시어 구구한 제 바람에 부합하시길.
설산 아랑97)께 부친 편지(寄雪山衙郞書)
사찰의 임무 때문에 왕복할 때면 시후侍候98)의 동정을 살피게 되니, 비록 듣지 않음보다는 낫지만 맑은 창가 정결한 궤 안에서 뵙는 것만 하겠습니까. 합하閤下99)께서 전최殿最100)에 공이 으뜸이라고 하니, 온 고을의 경사요 산인山人인 저의 행복입니다.

010_0397_b_01L太易之無閔中庸之不悔無過於此
010_0397_b_02L以詩想像如對目前但以山野路殊
010_0397_b_03L貴賤懸絕無緣攀拜窹寐興懷缺然
010_0397_b_04L何勝然天假吾年不奪吾志則一錫
010_0397_b_05L尋北拜床有時早晩遂願何幸如之
010_0397_b_06L餘草草紙上語難以盡心所欲不備
010_0397_b_07L伏惟

010_0397_b_08L

010_0397_b_09L賀人入室書

010_0397_b_10L
某白璧在荆山不願趙人之得而趙人
010_0397_b_11L得之以華國珠生合浦不求魏人之拾
010_0397_b_12L而魏人拾之以資產講下蘊德處世
010_0397_b_13L不喜衆人之推戴而衆人自推强登不
010_0397_b_14L已之席則實是法門之光生靈之幸
010_0397_b_15L遠近相知莫不騰書躬進而致賀僕獨
010_0397_b_16L以懶散無用蟄伏一隅面賀尺書
010_0397_b_17L未人先昔日相愛之情顧安在哉
010_0397_b_18L負無量適仍歸便暫此修候伏願講
010_0397_b_19L順時珍攝以副區區之望

010_0397_b_20L

010_0397_b_21L寄雪山衙郞書

010_0397_b_22L
每因寺任徃復伏審侍候動靜雖愈不
010_0397_b_23L曷若奉叙于晴窓靜几之中乎閤下
010_0397_b_24L殿最功居上頭境民之慶山人之幸

010_0397_c_01L
곡성谷城에 사는 김덕림金德林이라는 이는 문필을 다루는 선비입니다. 스스로 말하길, 덕망 있는 수령 밑에서 분주히 일하여 구할 바가 있으니 문장 재주를 펼쳐서 성공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산인에게, 고명한 수령께 믿음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먼저 짧은 편지로 소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부탁을 물리치지 못했는데 또 속일 수 있겠습니까. 들으신 바에 따른 가부와 진퇴는 고명한 수령의 처분에 있을 뿐입니다.
완 화실께 올리는 편지(上玩華室書)
수년간 덕을 기리면서도 한 번도 뵙지 못했으니, 침개針芥101) 인연에 운수가 있어 그러한 것입니까.
이웃 암자의 종 상인宗上人은 저의 심우心友이자 강하講下의 고족高足102)입니다. 평소에 교분이 있어서 기쁨과 슬픔을 같이했습니다. 매번 서로 따를 적에 강하께서 잘 지내시는지 소식을 먼저 묻고, 그 다음에 강하의 성대한 덕과 높은 풍모를 논하며 말이 이어져 그칠 줄 몰랐습니다. 이는 신기神機103)가 그윽이 합쳐지고 천지간에 함께 처한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한즉 면목 없는 놈이 함장凾丈104)에 출입하여 손님과 객이 다르지 않고105) 머리와 이마를 맞대고 눈썹이 닿을 정도이니, 어찌 형체가 떨어져 있다고 아쉬워하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조령祖令106)을 바로 제기하고 종풍宗風107)을 다시 진작시킨 것은, 강하의 직분이니 다시 말할 게 없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맑고 씩씩한 구절과 웅건하여 탈속적인 문장에 이르러서는, 비단 지금 세상에 없는 바일 뿐더러 옛적에도 전혀 없던 것이니, 가까스로 얻은 자들은 보배로 여기고, 외우는 이들은 널리 전할 만합니다. 지금 세상의 사대부들은 모두 강하의 법을 지키는 단신檀信108)이 되리니, 우리 불도가 실로 의지하여 빛날 것입니다.
저는 몹시 부러워 강하의 거처에서 옷깃을 여미고 발우를 받들며, 이해와 수행이 모두 뛰어남과 바다 같은 학식의 연원을 엿보아 작은 마음속 더러운 씨앗을 제거하고 싶어 했지만 제 복이 적어서 장애가 되어 지금까지 어그러졌습니다. 자나 깨나 그리움이 일지만 아쉬움을 어찌하겠습니까.

010_0397_c_01L有谷城金德林者文筆士也自言
010_0397_c_02L奔走德望有所求者欲售筆才助爲成
010_0397_c_03L以謂山人能取信於高明先以三
010_0397_c_04L行書求容旣不可却亦不忍欺輒以
010_0397_c_05L冒聞可否進退則在高明之諒處也

010_0397_c_06L

010_0397_c_07L上玩華室書

010_0397_c_08L
頌德多年一未得投謁豈針芥因緣
010_0397_c_09L有數而然耶隣菴宗上人是余之心友
010_0397_c_10L而講下之高足也託契有素休慼是同
010_0397_c_11L每有相從之日則先問講下怡養消息
010_0397_c_12L次論講下盛德高風舋舋焉不知所止
010_0397_c_13L此非神機暗合霄壤共處者乎然則無
010_0397_c_14L面目漢出入凾丈賓主回互撞頭合 [5]
010_0397_c_15L眉毛撕結了也豈以形骸之隔爲欠
010_0397_c_16L也哉第念正提祖令再振宗風是講
010_0397_c_17L下分內事無可容喙者至於驚人淸壯
010_0397_c_18L之句豪雄拔俗之文非獨今世所無
010_0397_c_19L求諸曠古絕無而菫有得之者寶之
010_0397_c_20L之者傳之今世士大夫皆爲講下護法
010_0397_c_21L檀信吾道實賴而光 健羨之極即欲摳
010_0397_c_22L衣擎鉢於門墻之下窺其解行之雙美
010_0397_c_23L學海之淵源以祛方寸間鄙吝之萌
010_0397_c_24L福尠爲障至今差却窹寐興思缺然

010_0398_a_01L
설산 책방께 올리는 편지(上雪山册房書)
지난 가을에 선방禪房에서 반나절 뵌 것은 실로 산문山門의 영광입니다만 청담淸談이 흡족하지 못한데, 곧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날아가는 신선이 잠시 머물러 옥치玉齒를 조금 열다가는 학을 타고 곧 거동하여 눈을 들기도 전에 이미 향기로운 안개 속으로 사라진 것과 같으니, 아쉬움을 어찌하겠습니까.
추위가 잠깐 맹위를 떨치는데 대아大雅109)의 기운과 동정, 신요申夭110)가 어떠신지요. 궁금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산인은 십홀十笏111) 선방에서 배고프면 솔잎을 주워 먹고 목마르면 시냇물을 마시는 등 마음 가는 대로 하니, 위대한 군자께서 널리 교화한 은택이 아니라면 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헤어질 때에 마음이 간곡한데, 지종 상인智宗上人과 함께 왔다가 먼저 합하를 알현하고 다음에 책실册室을 알현하게 되니, 비록 대아께서 사람을 사랑하는 나머지 우연히 나온 것이나 실로 산인에게는 가슴에 새겨 잊기 어려운 일입니다. 바로 명하신 대로 하고자 했다가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어찌 고상한 분을 소홀히 여겨 그러했겠습니까. 산인의 발자취가 바로 깊은 규방의 처자와 같아서 평소에 자유로운 행동이 없습니다. 하물며 관청에 출입하는 것은 청천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입니다.
다시 엎드려 생각해 보니, 대아 앞에서 어여삐 여김을 받았으나 합하 앞에서 얼굴을 뵙지 못했으니, 혹 함부로 나서는 과오를 범하는 것인가 걱정되어 주저하며 결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합하의 한마디 말씀을 얻는다면 오류문五柳門 앞에서 한가로이 왔다 갔다 함이 팽택현彭澤縣의 재齋에서 있었던112) 옛일 같을 것입니다.
저의 절구 한 수는 개구리가 구멍을 올려다보며 우는 것과 같아서 볼 것도 없습니다만, 앙모한 나머지 부득이하게 쓴 것입니다. 이는 태양이 비치매 해바라기에게 기울어지라고 하지 않아도 해바라기가 자연히 기울고, 온화한 기운이 이르면 꾀꼬리보고 울라고 하지 않아도 꾀꼬리가 자연히 우는 것과 같습니다. 특별히 잠깐 보시고

010_0398_a_01L何勝

010_0398_a_02L

010_0398_a_03L上雪山册房書

010_0398_a_04L
客秋禪房半日之奉實是山門之榮幸
010_0398_a_05L而淸談未冾旋即別離此如飛仙暫駐
010_0398_a_06L玉齒半啓而鶴駕旋擧未及擡眼
010_0398_a_07L入香靄間矣悵怏何勝伏未審寒威乍
010_0398_a_08L大雅氣體動靜申夭不任懸仰之
010_0398_a_09L山人十笏禪房飢拾松渴飮溪
010_0398_a_10L意取適此非大君子普化之澤能如是
010_0398_a_11L臨別丁寧與智宗上人偕來先謁
010_0398_a_12L閤下次謁册室雖大雅愛人之餘
010_0398_a_13L然出實山人感佩而難忘處也即欲惟
010_0398_a_14L命而未果者豈間慢高尙而然也山人
010_0398_a_15L蹤跡正如深閨處子然雅無自由之行
010_0398_a_16L況公門出入難於上靑天者乎復伏退
010_0398_a_17L雖見愛於大雅之前未得賜顏於閤
010_0398_a_18L下之案或恐自犯於冒進之過趑趄未
010_0398_a_19L若得閤下一言之賜則五柳門前
010_0398_a_20L閒徃閒來如彭澤縣齋中故事矣山偈
010_0398_a_21L一絕無異▼(虫+屢)蟈仰穴而鳴不足掛眼
010_0398_a_22L仰慕之餘自不得已者如太陽之照
010_0398_a_23L不求葵藿之傾而葵藿自傾和氣之至
010_0398_a_24L不求鶬鶊之鳴而鶬鶊自鳴特垂電覽

010_0398_b_01L한가할 때 박수치며 웃음 거리로나 삼도록 하시지요.
설산 수령께 올리는 편지(上雪山倅書)
이 같은 섣달 매서운 눈보라에 합하께서는 기거起居에 평안하십니까. 앙모하는 제 마음이 간절합니다.
산인山人은 산굽이에서 병으로 누워 조석으로 운명을 기다리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과考課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이러한 경사스런 때 어린이와 노인을 막론하고 교화 가운데 춤을 춥니다. 양반들은 얼른 와서 인사를 하고 평민들은 각자 사적으로 축하를 하고 있습니다. 산인은 개미 같은 미약한 자질이라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만, 성화城化113)의 분의分義가 있고 게다가 깊이 아끼심을 받았으니 때에 맞춰 기쁘게 축하를 드려야 남들이 보고 들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천성이 비단 다리에 병이 있어서 멀리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인의 행색은 처녀와 다르지 않은지라 정성은 마음속에 간절하지만, 예의는 눈앞에서 소홀하기만 합니다. 자비롭고 관대하게 대해 주시어 책망을 받지는 않았지만 백성으로서 교화에 젖는 도리에 있어서 어찌 황송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이 새 달력은 근심하는 속에서 나온 것인데 산림에 천하게 버려진 제게까지 미치니, 널리 받아들이는 덕이라 다른 부류라고 해서 내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밖에 엎드려 바라건대 새해가 멀지 않은데 정체政體114)를 백성들 위해 보중하소서.
복천 이 진사께 부친 편지(寄福川李進士書)
가을에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어느덧 겨울도 막바지가 되었습니다. 눈 내리는 창에 등불을 켜니, 완연히 파로坡老(蘇軾)의 글에 있는 광경인 듯합니다.115) 이러한 때 그리움은 더욱 청담과 독서 사이에 있으니, 호계삼소虎溪三笑의 풍치를 더욱 믿게 됩니다.
추위에 시리侍履116)의 동정이 평안하신지요. 구구하게 앙모하는 마음은 물이 언덕을 삼키듯 합니다.
산인은 이번 보름에 송광사松廣寺에서 옮겨서 이곳 문수사文殊寺 보현암普賢庵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010_0398_b_01L以爲閒中拍笑之資

010_0398_b_02L

010_0398_b_03L上雪山倅書

010_0398_b_04L
如許窮陰虐雪閤下起居支勝伏切慕
010_0398_b_05L仰之忱山人病伏巖阿朝夕待盡
010_0398_b_06L以仰喩當此課最之慶蒼童白叟
010_0398_b_07L不蹈舞於風化之中士族則趨拜於庭
010_0398_b_08L黎庶則私賀於家山人以▼(虫+屢)蟻微質
010_0398_b_09L不齒於人數旣有城化之分又蒙見愛
010_0398_b_10L之深則趁時抃賀無愧於視聽自我
010_0398_b_11L之天非但脚病不能遠役山人行色
010_0398_b_12L無異於處子誠雖切於心中禮專踈於
010_0398_b_13L目前慈仁寛恕之下雖不見過爲民
010_0398_b_14L霑化之道豈不惶悚況此新曆出於
010_0398_b_15L憂念之中及於山林賤棄始知涵容之
010_0398_b_16L不以異流爲棄也餘伏冀新歲不遠
010_0398_b_17L政體爲民珍重

010_0398_b_18L

010_0398_b_19L寄福川李進士書

010_0398_b_20L
秋書徃復居然已殘冬矣雪窓燈火
010_0398_b_21L宛如坡老書中光景而此時憧憧尤在
010_0398_b_22L淸談讀書之間益信虎溪三笑之風也
010_0398_b_23L伏未審寒沍侍履動靜萬福區區仰慕
010_0398_b_24L如水懷襄山人今望自松廣移寓于

010_0398_c_01L번거로움을 싫어하여 고요함을 취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아大雅께서 보살펴 주시는 깊은 정을 흠씬 받은 터에 차마 격리되어 소식을 알 수 없는 곳에 멀리 거처할 수 없어서 가까운 곳으로 와서 동정動靜의 안부를 얻고자 한 것입니다. 이는 이른바 아량과 청분淸芬117)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하게 하는 격입니다. 흰 거위 노니는 산수풍경이 봉래산118) 신선 마을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개골산皆骨山119) ’이라는 명칭이 있은즉 봄에 오시어 한번 완상하시면 쓸데없는 일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한번 찾아뵙는 것은 어떨지요? 겨울 아니면 봄이 오기 전에요.
시리侍履를 소중히 하시길 빕니다.
성암에게 보낸 편지(與聖巖書)
몇 년 동안 병으로 신음하는 중에 주야로 그리워하는 것은 자애로운 얼굴과 경석經席120)에 앉아 대화하거나 고요한 곳에서 유람하며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며 그칠 줄을 몰랐던 일입니다. 정겨운 마음을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잊을 수 없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편지가 와서 법체法體121)가 평안하심을 알게 되니, 위로되고 기쁨이 한량없습니다. 저는 70이라는 나이가 많지 않은 게 아니어서 이미 중수中壽122)를 지났으니 약을 먹어 병을 고침이 망령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죽기 전에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서 잠깐 고통을 멈추고자 30여 첩 약을 먹을 계획입니다. 끝내 효험이 없다면 죽은 후에나 그치겠지요. 어쩌겠습니까.
소나무 아래의 맛123)은 어디에서 얻어서 멀리 제게까지 보낸 것인지요. 이것은 산속의 희귀한 음식이지요. 게다가 청동 한 관을 보내시니, 대단히 뜻밖입니다. 밀가루를 만들고 싶은데 제가 먹는 게 한 숟갈밖에 되지 않아서 생각 같아서는 돌려 드리고 싶으나, 주위에서 강권하기를 약값으로 보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받아 두기로 하니 부끄러움을 어찌 말로 하겠습니까?
약암藥庵으로 옮기니, 가히 매이지 않은 뜬구름이라 할 만합니다. (구름이) 무심히 산에서 나오는 것을 해석하자면, 오래 머물며 귀함이 없는 것을 실로 경계한 것입니다.

010_0398_c_01L境內文殊寺普賢庵非但厭煩取寂
010_0398_c_02L蒙大雅眷愛之深情則不忍遠棲於隔
010_0398_c_03L絕無消息之地以故來伏近境欲取動
010_0398_c_04L靜之安否此所謂雅量淸芬能使遠人
010_0398_c_05L久而不忘者也白鵝山水之景雖不及
010_0398_c_06L於蓬萊仙洞亦有稱於小皆骨之名
010_0398_c_07L春來一償不是剩事未知何如一番進
010_0398_c_08L非冬則春未前侍履自玉

010_0398_c_09L

010_0398_c_10L與聖巖書

010_0398_c_11L
積年吟病中晝思夜夢者與慈顏
010_0398_c_12L坐談經席或遊靜僻處舋舋說話
010_0398_c_13L能知止始知情神不能忘於死生之際
010_0398_c_14L書來伏審法體佳勝慰喜無量
010_0398_c_15L之七十春光不爲不多矣已過中壽
010_0398_c_16L服藥治病何其妄耶然未死之前
010_0398_c_17L苦難堪暫爲止息計三十餘帖藥服
010_0398_c_18L終無試驗其將死而後已奈何奈何
010_0398_c_19L下之味得於何處遠餉於僕耶此則
010_0398_c_20L山中稀貴况靑銅一貫何其意外耶
010_0398_c_21L雖欲作糆僕之所食不過一匙羹而已
010_0398_c_22L意欲還呈左右强勸以備藥債故汗
010_0398_c_23L顏受留慚愧何言移錫藥庵可謂不
010_0398_c_24L繫浮雲釋無心出峀者實戒久住而無

010_0399_a_01L서로 쓸쓸히 지내며 병상이 이와 같으니 한번 대화하는 것도 쉽게 얻기 어려울 듯합니다. 편지를 대하매 다만 몇 줄기 눈물만 뿌릴 따름입니다.
쾌연 장로가 전주성을 짓는 데 부역하러 간다기에 보낸 편지(與快演長老全州成造赴役)
소식이 막힌 회포는 잠시 접어 두고, 현재 여리旅履124)가 평안하신지요. 지난번에 종기 때문에 조금 앓다가 즉시 나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신명께서 도우시니 당연히 그럴 테지요.
저는 낙향한 지 오래되어 온갖 일들이125) 모여들고 조금도 한가한 겨를이 없는데, 게다가 병마까지 찾아드니 근심한들 어쩌겠습니까. 맡으신 일은 공사公私에 슬픔과 축하가 같지 않습니다. 희수稀壽인 70세에 이런 큰일을 맡으셔서 비바람을 무릅쓰고 노숙하며 새벽부터 일해야 하니, 병이 나지 않더라도 양생養生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찌 사적으로 슬프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천년 이어갈 방비책으로서 산을 의지하여 강에 임하며 높다란 성문은 하늘 높이 솟으리니, 남쪽 도적은 낙담하고 북쪽 오랑캐는 좌절하여 그 사이를 감히 엿볼 수 없을 것입니다. 상국相國126)이 현명한 형을 얻지 못하였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니, 어찌 공적으로 축하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나머지 다른 사연은 모두 인편이 전하는 말에 맡기고, 이만 줄입니다.
설담에게 보내는 답서(答雪潭書)
저는 게으른 병이 고질이 되어 오래도록 안부를 여쭙지 못하였는데, 형은 자애로움이 지극하여서 잘 지내는지 물어 주시니, 깊고 넓은 덕이 세속과는 다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화창한 봄에 연대를 새로 차지하고 따로 아름다운 경계를 천양했으며, 법후法候127)가 평안하시고 병마나 어지러운 일들이 없다고 하시니, 성대한 덕이 있는 분께는 응당 그러한 터이니 유달리 축하드릴 일도 아니겠지요.
원우瑗友128)와 노닐던 게 어제 일 같은데 이별 후에 세월이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가는 것은 이와 같으니129) 우리들이 오래 살까요? 하루살이들이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 때 죽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010_0399_a_01L貴者也相居落落病狀如此一場談
010_0399_a_02L似未易得臨書只灑數行淚而已

010_0399_a_03L

010_0399_a_04L與快演長老全州成造赴役

010_0399_a_05L
阻懷姑舍目今旅履萬福向聞小有患
010_0399_a_06L即時見差云神明扶相理應然矣
010_0399_a_07L某久落鄕山百酬湊集小無閒况
010_0399_a_08L以病魔相尋自憫奈何所幹事公私之
010_0399_a_09L悲賀者不同七十希年當此大務
010_0399_a_10L風沐雨宿露踏霜病未出而養生者
010_0399_a_11L未之有也豈不爲私悲乎然千年保障
010_0399_a_12L倚山臨流嵬峩城門半天之高出
010_0399_a_13L賊膽落北虜氣挫不敢睥睨於其間
010_0399_a_14L非吾相國之得賢兄不能豈不爲公賀
010_0399_a_15L者也自餘多少都付便口不備伏惟

010_0399_a_16L

010_0399_a_17L答雪潭書

010_0399_a_18L
某病懶成習久闕致問兄慈至深
010_0399_a_19L賜記存始知涵溶自別衰俗憑審春
010_0399_a_20L新占蓮臺別擅佳境法候靜勝
010_0399_a_21L諸魔撓盛德所在倒應致然不爲異
010_0399_a_22L瑗友相從如在昨日訣後光陰
010_0399_a_23L及三載逝者如斯吾儕久乎可惜蜉
010_0399_a_24L朝夕出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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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사130) 화상에게 보낸 편지(與瑞峰寺和尙書)
거처가 멀지 않은데 오래도록 뵙지 못하여 항상 안타까웠으니, 이보다 더 길 수는 없습니다. 봄바람 부는데 정체政體131)는 괜찮으신지,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을 감당할 길 없습니다. 저는 쇠약하고 병들어 썩은 빈 껍질만 남았을 뿐이니,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다만 제가 있는 곳의 관음보살상을 마침 정하政下132)께서 개금改金133)하는 일 때문에 재소齋所134)로 옮긴 지 오래되었는데, 당시 갔던 무리들이 무식한 나머지 정하께 연유를 아뢰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배행陪行하는 때에 정하께 아뢰게 되었습니다. 예법에 있어서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어찌 의아해하겠습니까. 무릇 대성大聖의 지위는 피차 무방無方135)하니, 혹 사미沙彌136) 칠팔 명을 선발하여 위의威儀137)를 모시어 솔치率峙 우정牛程으로 보내도록 하시겠습니까.
이곳은 제가 아니면 움직일 힘이 부족합니다. 일단 정하政下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만, 정하의 풍도風度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설령 무리가 적고 일이 번잡하여 뵙지 못하더라도 또한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오직 정하께서 헤아리시어 처분하실 일입니다.
서기청 서문(書記廳序)
‘서書’라는 것은 ‘서술한다’, ‘같다’, 즉 ‘일을 서술하여 사람과 같게 한다’는 뜻으로, 망각에 이르지 않게 함이다.
우리의 본 사찰은 예전 왕성했던 때에 뛰어난 문학과 풍부한 문예로 일대에 이름이 났고 사방에 소문이 났으니, 일을 서술하고 널리 알리는 규범에 있어서 이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런데 중년中年 이후로 사찰이 점차 쇠퇴하고 무리들이 날이 갈수록 흩어지니, 문학도 따라서 폐해지고, 일을 서술하는 어려움과 널리 알리는 어려움이 서계書契138) 이전보다 심해서 이 때문에 골치 아픈 지가 오래되었다.
전함前銜 명공明公139)께서는 사찰의 원훈元勲140)으로서 산중의 거벽巨擘이신데, 기실記室141)에 사람 없음을 개탄하시고

010_0399_b_01L與瑞峰寺和尙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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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居不遠久不奉接尋常悵怏莫此
010_0399_b_03L爲久即未審春風政體鄭重不任仰
010_0399_b_04L慕之忱僕衰謝兼病只存朽然空殼
010_0399_b_05L不足奉聞第鄙處觀音聖像適因政下
010_0399_b_06L改金之役移運齋所久矣當時去徒
010_0399_b_07L未免無識不能告由於政下故今當陪
010_0399_b_08L行之際敢告於政下者其在禮度
010_0399_b_09L可不致然何用訝焉夫大聖之位
010_0399_b_10L此無方或可發沙彌七八名執侍威儀
010_0399_b_11L奉送於率峙牛程乎此則非僕移運之
010_0399_b_12L力不足姑使貽弊於政下欲誇政下之
010_0399_b_13L風度設若衆小事繁未能相從亦何
010_0399_b_14L疑焉惟政下裁度處分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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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_0399_b_16L書記廳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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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者叙也如也叙事如人之意不至
010_0399_b_18L忘失之謂也惟我本寺在昔旺盛之時
010_0399_b_19L文學之優詞藻之富名於一境聞於
010_0399_b_20L四隣叙事告諭之䂓無愧於前人矣
010_0399_b_21L自中年以來寺㨾漸敗徒衆日散
010_0399_b_22L學亦隨而廢叙事之艱告諭之難
010_0399_b_23L甚於書契之前以此疾首者久矣前銜
010_0399_b_24L明公寺內元勲山中巨擘慨記室之

010_0399_c_01L사찰이 점차 쇠퇴함을 한탄하시어 산중의 시임時任과 한산閒散142) 등과 함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서실書室이 되는 장소를 도모하여서143) 얼마간의 금액을 거두고, 규칙을 세워 이름을 ‘서기청書記廳’이라 하셨다. 그리고 금석같이 약속하기를, “이를 담당하면 네 가지 소임을 면한다. 네 가지 소임이란 무엇인가. 삼보三寶와 수승首僧과 지사持事와 장무掌務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분명하게 기록하여 완문完文144) 두 장과 함께 사찰에 영원히 전해지도록 하였다. 그래서 한편으로 후학들을 권면하고 한편으로 사찰을 보존토록 하였다.
아, 아름답도다. 같이 나아가고 물러나며145) 그저 성패만을 보는 이들은 같이 논할 수 없도다.
그런데 서실이라고 하는 것은 또한 두려워할 만한 것이 있다. 새것과 옛것의 명목을 모두 한 축軸 안에 나열하여 기록해서 후인들에게 전해 보여 주는 것이니, 후인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길, 누구는 현명하고 누구는 어리석고, 누구는 바르고 누구는 굽었으며, 누구는 아첨하고 누구는 간사하고, 누구는 문필을 잘하고 누구는 그저 자리만 채웠을 따름이라고 하나하나 가리키며 칭찬하고 비판할 것이다. 지금 과거를 비교하여 제기하면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어찌 힘쓰지 않으리오.

가경嘉慶 3년(1798) 9월에 옥과현玉果縣146) 관음사觀音寺 대은암大隱菴 영각影閣147)에서 간행하다.148)

010_0399_c_01L無人恨寺機之漸敗與山中時任閒散
010_0399_c_02L同寅協謀過現未來爲書室者處
010_0399_c_03L拾畧干錢立䂓名之書記廳金石約束
010_0399_c_04L當此免四任四任者曰三寶
010_0399_c_05L曰首僧曰持事曰掌務昭然載錄
010_0399_c_06L完文二張永世流傳於寺中一以勸
010_0399_c_07L來學一以保殘寺嗚呼休哉與旅進旅
010_0399_c_08L退坐觀成敗者不可同年而語也
010_0399_c_09L爲書室者亦有可畏者新舊名目
010_0399_c_10L列書於一軸之內傳示後來則後之人
010_0399_c_11L目以見之手以指之曰某也賢某也
010_0399_c_12L某也直某也曲某也諂某也奸
010_0399_c_13L某也善文筆某也但充位而已一一指
010_0399_c_14L陳而褒貶若提今之視昔豈不懼哉
010_0399_c_15L豈不勉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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嘉慶三年九月日刊板于玉果觀音寺大隱
010_0399_c_18L菴影閣
  1. 1)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 용의 조화로 구름과 안개가 끼어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이에 소정방은 백마를 미끼로 유인하여 용을 낚아 올리고 백제를 공격하였다고 한다. 이후 고란사皐蘭寺 옆 강물 속에 있는 바위를 ‘조룡대釣龍臺’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색李穡의 『稼亭集』 권5 「舟行記」 참고.
  2. 2)향로봉香爐峰 : 여산廬山 북쪽에 있는 봉우리. 운무雲霧가 자욱하여 향연香煙을 두른 것처럼 보여서 붙은 명칭.
  3. 3)여산廬山 :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시九江市 북부에 있는 산. 양자강 가에 있다. 그 가운데 유명한 곳이 많으니, 동림사東林寺의 백련사지白蓮寺址, 서림사西林寺의 고탑, 당唐 이발李渤이 창설하고 뒤에 남송南宋의 주자朱子가 경학經學을 강론한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 도연명陶淵明이 살았던 정절서원靖節書院, 백낙천白樂天의 시로 유명한 향로봉香爐峰의 유애사遺愛寺, 주돈이周敦頤의 묘소, 그리고 위 시와 관련하여 이백李白이 ‘飛流直下三千丈’이라고 읊은 〈望廬山瀑布〉의 장소이기도 하다.
  4. 4)김삼연金三淵의 시 : 삼연은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호. 원시原詩의 제목은, 〈내가 병과 근심으로 삼청동에 십여 일 묶여 있었으니 재미없음을 알 만하다. 창랑滄浪(洪世泰의 호)이 요하에서 와 방문하여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기운 처마와 부서진 벽에 등불은 맑고 고요했다. 문 밀어 송별하려니 하얀 눈이 시내에 가득했다.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새벽에야 출발했다. 두 율시를 읊어 유하의 책상에 붙이노니 화답시를 기다린다.(余以病憂囚坐三淸洞者十餘日。 其無悰可知。 滄浪自柳下來訪。 話到良夜。 頹簷破壁。 燈火淸寂。 推戶相送。 則皎然雪一澗矣。 通宵耿耿。 以至明發。 吟得二律。 輒寄柳下淸案。 要和。)〉이다.
  5. 5)석종유가 연산連山에 다시 나오니 : 당나라 유종원柳宗元의 「連山郡復乳穴記」에서 유래한 표현. 석종유는 귀한 음식인데, 태수가 탐욕을 부리자 사라졌다가 청렴한 태수가 오자 다시 회복되었다고 한다. 『全唐文』 권581. ‘零陵郡複乳穴記’로 되어 있는 곳도 있으나, 오류이다. 博宝艺术网(http://news.artxun.com) 참조.
  6. 6)해주가 합포合浦로 돌아오니 : 후한後漢 때 맹상孟嘗이 합포 태수가 되었을 때 바다에서 보배 구슬이 나와 백성들의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 이전에는 태수가 탐욕스러워 구슬이 교지군交趾郡으로 옮겨 갔는데 이제 정치를 개혁하자 구슬이 돌아왔던 것이다. 『後漢書』 「孟嘗傳」.
  7. 7)기욱淇澳 : 『詩經』에 있는, 대나무를 읊은 노래. 여기서는 대나무를 가리킨다.
  8. 8)휴원睢園 : 왕발王勃의 「滕王閣序」에 ‘휴원의 푸른 대나무(睢園綠竹)’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는 대나무를 가리킨다.
  9. 9)황강黃崗 : 송나라 왕우칭王禹稱(954~1001)은 청렴하고 강직했는데 만년에 황주黃州로 귀양을 갔다. 그곳에는 대나무가 많아 대나무로 지은 정자들도 많았다. 당시 지은 글이 「黃岡竹樓記」이다. ‘黃州新建小竹樓記’라고도 한다.
  10. 10)팽택彭澤 : 술을 좋아한 도연명이 현령을 했던 곳. 이 구절은 「滕王閣序」의 ‘기상이 팽택의 술동이를 능가하네(氣凌彭澤之樽)’를 원용한 것이다.
  11. 11)팽택령 담장~빛깔이 다함없고 : 동진東晋 말기에 팽택령彭澤令을 지낸 도연명陶淵明의 시 〈飮酒〉 20수 가운데 제5수에 “동쪽 울 아래 국화 따며 유유히 남산을 바라보네.(采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는 구절이 있다.
  12. 12)나함羅含의 집~꽃이 풍성했지 : 나함은 동진東晉 때의 관리. 나함이 관사官舍에 있을 때 흰 참새가 들어왔고,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뜰에 난초와 국화가 피었으니, 그의 덕행에 감동한 것이라 하였다. 『晉書』 「文苑列傳」.
  13. 13)선가仙駕 : 신선의 행차. 여기서는 수령의 행차를 미화한 표현.
  14. 14)사지四知 : 후한後漢 때 양진楊震이 왕밀王密을 벼슬자리에 추천하였더니, 왕밀이 창읍령昌邑令이 되어 임지로 가면서 밤에 금 열 근을 품고 가 그에게 주며 “어두운 밤에 알 자가 없다.” 하였다. 이에 양진이 말하되,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니, 어찌 앎이 없다 하느뇨?(天知神知子知我知。 何得無知。)”라 했다. 『後漢書』 「楊震傳」.
  15. 15)쌍수雙穗 : 벼 한 줄기에 이삭이 쌍으로 피는 것.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장감張堪이 어양漁陽의 태수가 되어 다스릴 때 흉노족을 몰아내어 안정시키고 농사를 권장하였더니, 백성들이 노래하길, “뽕나무에 곁가지가 없고, 보리 이삭이 두 가닥이네. 장군께서 다스리시니 즐거움 가누지 못하네.(桑無附枝。 麥穗兩岐。 張君爲政。 樂不可支。)”라고 하였다. 『후한서』 열전 21.
  16. 16)추성秋城 : 전라남도 담양의 별칭.
  17. 17)동각東閣 : 수령이 빈객을 접대하는 곳.
  18. 18)복천福川 : 전라남도 동복현의 군. 현재 화순군 동복면에 속한다.
  19. 19)짜던 베 자른 어머님 : 맹자가 공부하다가 중도에 돌아오니, 그의 어머니가 짜던 베를 칼로 끊으며 말하기를, “네가 학업을 폐함은 내가 이 베를 끊음과 같으니라.” 하였다. 맹자는 그 말을 듣고 공부를 계속하여 큰 성취를 이루었다. 『列女傳』 「母儀傳」.
  20. 20)설산雪山 :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玉果面 설옥리雪玉里에 있는 산. 설령산雪靈山이라고도 한다.
  21. 21)천상의 신선 : 원문은 ‘麒麟客’. 고상한 사람 또는 신선의 이름이다.
  22. 22)황정경黃庭經 : 도가의 경서. 양생養生과 수련修練의 원리를 담고 있어 선도仙道 수련의 주요 경전으로 여겨진다. 위魏·진晉 시대에 구성된 초기 도교의 경전으로 칠언운문七言韻文으로 쓰였다.
  23. 23)남산 표범처럼 변하니(南山豹變) : 은거하며 문덕文德을 닦는다는 말. 『열녀전』 「陶答子妻」에서 여인이 하는 말에, 남산에 표범이 있는데 안개비 내리는 7일 동안에는 사냥하러 나가지 않으니, 털을 윤택하게 하여 문채를 이루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
  24. 24)청안靑眼 : 반가운 손님을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반갑지 않은 손님은 백안白眼으로 대하고, 반가운 손님은 청안靑眼으로 대한 데서 유래한다. 『晉書』 「阮籍傳」.
  25. 25)까마귀 석양을 띠고 바다로 돌아가고 : 원元나라 살천석薩天錫의 시 〈越王山〉에 “바다 까마귀들이 석양을 등지고 돌아오네.(海鴉多背夕陽還)”라는 구절이 있다.
  26. 26)공空을 보니~게송을 이루고 : 조주趙州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묻자, 조주 선사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였다.
  27. 27)화토化土 : 부처님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그들 근기에 맞추어 변화하여 나타내는 국토. 이 세상을 가리킨다.
  28. 28)소림사에 천년~매우 감사드리니 : 달마達磨 대사가 520년경 북위北魏의 낙양洛陽에 이르러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에서 9년간 면벽좌선面壁坐禪하고 나서 사람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선법禪法을 제자 혜가慧可에게 전수하여 선종을 일으킨 것을 가리킨다.
  29. 29)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의 「漁父詞」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한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30. 30)땅에 던지면 쇠 소리 날 듯 :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天台山賦」를 지어 범영기范榮期에게 보이면서 이것을 땅에 던지면 쇠 소리가 날 것이라 하였다. 『晉書』 권56 「孫綽傳」. 황정견黃庭堅의 〈임중미 시에 차운하여 답함(次韵答任仲微)〉에 똑같은 구절이 있다.
  31. 31)수주隋珠 : 수후隋侯의 구슬이란 뜻으로서, 큰 뱀이 수후의 은덕을 갚기 위해 바쳤다는 보물.
  32. 32)화벽和璧 : 변화卞和가 초왕楚王에게 바쳤던 옥. 전국시대 때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열다섯 개의 성城과 맞바꾸자고 청하였었다. 『史記』 「廉頗傳」.
  33. 33)용문龍門 : 황하黃河의 상류에 있는 수세水勢가 험난한 지역. 이곳을 잉어가 올라가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어 등용문은 과거에 급제함을 비유한다.
  34. 34)「옥과현 성덕산 관음사 사적」에서 “내가 들으니, 용흥전을 창건한 배 공은 현도 스님의 전신이라 한다.(吾聞。 創龍興殿之裴公。 乃玄度之前身。)” 하였다. 박혜범, 『원홍장과 심청전』, 박이정, 2003, 32쪽 참고.
  35. 35)화씨옥이 형산 떠나 중해졌고 : 춘추시대에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형산荆山에서 다듬지 않은 옥 박璞을 얻어서 초나라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왕은 돌인 줄 알고 변화를 처벌하였다. 후에 초나라 문왕文王이 그것을 얻고는 ‘화씨벽和氏璧’이라 하였다. 『韓非子』 「和氏篇」.
  36. 36)두보杜甫의 시 〈봄날 이백을 그리며(春日憶李白)〉의 “위수 북쪽 봄날의 나무 한 그루, 장강 동쪽 해질녘 구름이로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를 차용하여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37. 37)『법화경』 권4 「五百弟子授記品」 제8(T9, 29b)에 “속옷 속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로운 구슬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不覺內衣裏有無價寶珠)”라는 말이 나온다.
  38. 38)선관禪關 : 참선을 위주로 하는 사찰.
  39. 39)화두 찾으니 잣나무를 봄이 마땅하고 : 『무문관』 제37칙 정전백수庭前栢樹를 가리킨다. 조주趙州 선사께 한 선승이 “어떤 것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라고 물으니,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이르셨다.
  40. 40)연사蓮社 : 뜻을 같이하는 승속僧俗의 인사들이 모여 만든 모임.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이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서 현사賢士인 유유민劉遺民·뇌차종雷次宗 등과 함께 승속 123인을 규합하여 결사를 조직하고, 그 정사精舍의 연못에 백련白蓮을 심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41. 41)백련사白蓮社 : 연사蓮社. 앞의 주 40번 참조.
  42. 42)『述異記』에서 “남해南海에 인어가 있는데 고기처럼 물속에 살고 베 짜는 일을 그치지 않으며, 울면 눈물이 구슬이 된다.”라고 하였다.
  43. 43)전한前漢 때 환관桓寬이 지은 「鹽鐵論」에 “곤륜산崑崙山 곁에서는 박옥樸玉을 던져서 새를 잡는다.”라는 구절이 있어 옥이 많음을 표현했다. 여산은 폭포 등 경치가 아름다운 산인데, 곤륜산의 오류로 보인다.
  44. 44)송옥宋玉 :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문인. 비추悲秋 문학의 개조開祖로 일컬어진다.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悲哉。 秋之爲氣也。)”로 시작하는 「九辨」 등이 유명하다.
  45. 45)훗날 다시 만나면 괄목상대刮目相對할 만큼 성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46. 46)만난 날 : 원문은 ‘傾蓋’로 경개여고傾蓋如故의 줄임말. 길에서 우연히 만나 수레의 일산을 기울여 마주 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처음 만났어도 오랜 벗처럼 친밀한 정을 느낀다는 뜻이다. 『史記』 「鄒陽列傳」의 “속어俗語에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처음인 듯하고, 수레를 멈추고 잠깐 만났어도 오래된 듯하다’ 하였으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서로를 아는가 모르는가에 달려 있다.(諺曰。 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에서 온 말이다.
  47. 47)삼악 : 미상.
  48. 48)동진東晉의 시인 도잠陶潛이 지은 「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에서 나오고(雲無心以出峀)”라는 구절이 있다.
  49. 49)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지은 「大風歌」에 “큰 바람 일어 구름이 드날리네. 위엄이 세계를 뒤덮고 고향에 돌아왔구나. 어떻게 용맹한 장수 얻어 사방을 지킬까.(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라는 구절이 있다.
  50. 50)남화南華 : 남화진인南華眞人의 줄임말. 당나라 현종이 장주莊周에게 내린 호. 여기서는 『莊子』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을 가리킨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다가 깨서는, 자기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51. 51)상사上舍 : 성균관成均館 유생儒生 중 생원이나 진사가 거주하는 상재上齋. 또는 상재에 기숙하며 공부하는 학생을 말한다.
  52. 52)양춘곡 : ‘양춘백설陽春白雪’이라고도 하는 초나라 비파 연주곡. 청신하고 유창한 선율로, 겨울이 가고 봄이 와서 만물이 생동하는 경치를 노래하였다. 곡조가 어려워서 부르기 어렵다고 한다. 송옥宋玉의 「對楚王問」.
  53. 53)적벽赤壁 : 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에 있는 붉은 바위산. 적벽을 휘감아 도는 금강 줄기를 적벽강이라고 부른다.
  54. 54)한유韓愈와 태전太顚 : 당나라 때 한유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있을 적에 승려 태전과 교분이 있었고, 그와 작별하면서 자신의 의복을 남겨 주기까지 했던 이야기가 「與孟尙書書」에 실려 있다.
  55. 55)홍련막紅蓮幕 : 막부幕府의 미칭이다. 여기서는 관찰사를 가리킨다. 남제南齊 때의 장군 왕검王儉이 유고지庾杲之를 위장 장사衛將長史로 등용하자 소면蕭緬이 유고지의 인품을 찬미하여 푸른 물 위에 뜬 연꽃 같다고 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왕검의 막부를 일러 연화지蓮花池라고 했기 때문이다. 『南史』 「庾杲之傳」.
  56. 56)호상胡床 : 교상交床·교의交椅·승상繩床이라고도 한다. 접을 수 있는 의자. 여기서는 그저 의자라는 의미로 사용한 듯하다.
  57. 57)욕천성浴川城 : 전라남도 곡성谷城에 있던 군郡.
  58. 58)그리움 : 원문은 ‘雲樹’로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시 〈봄날 이백을 그리며(春日憶李白)〉의 “위수 북쪽 봄날의 나무 한 그루, 장강 동쪽 해질녘 구름이로다.(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에서 유래한다.
  59. 59)아객衙客 : 지방의 수령을 찾아와 관아에 묵는 손님.
  60. 60)호계삼소虎溪三笑 : 동진의 고승 혜원慧遠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 살고 있었는데, 객을 보낼 때에도 호계虎溪의 돌다리는 결코 건너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도연명陶淵明과 도사인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할 적에는 대화에 심취해 자신도 모르게 호계를 건넜으므로 세 사람이 크게 웃으며 헤어졌다고 한다. 3교 융화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언급된다. 진성유陳聖兪의 「廬山記」.
  61. 61)춘추시대의 진晋나라 사람 시교尸校가 지은 『尸子』 「君治」를 인용한 것인데, 원문은 조금 다르다. “水有四德。 沐浴群生。 流通萬物。 仁也。 揚清激濁。 蕩去渾穢, 義也。 柔而能犯。 弱而能勝。 勇也。 導江疏河。 惡盈流謙。 智也。”
  62. 62)『장자』 「齊物論」의 구절이다. 이 앞에는 “손가락으로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비유하는 것은, 손가락 아님으로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비유하는 것만 못하고, 말로 말이 말 아님을 비유하는 것은, 말 아님으로 말이 말 아님을 비유하는 것만 못하다.(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라는 구절이 있다. 대립을 초월한 도추道樞의 견지에서는 천지 만물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63. 63)『장자』 「제물론」의 구절.
  64. 64)주공과 한 무제 부분은 소식蘇軾의 「喜雨亭記」를 차용하였다. 주공이 벼를 얻고 「嘉禾篇」을 썼다는 기록이 『尙書』 「微子之命」에 나온다. 한 무제가 태산泰山에 봉선제封禪祭를 지내고 감천甘泉에 이르러 보정寶鼎을 얻고는 ‘원정元鼎’(B.C. 116~B.C. 111)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史記』 「本紀」에 나온다.
  65. 65)중장통仲長統 : 179~220. 후한後漢 때 상서랑尚書郎을 지낸 학자로서 그가 지은 「樂志論」은 ‘使居有良田廣宅’으로 시작한다.
  66. 66)당나라 유종원이 영주永州에 귀양살이 가서는 좋은 계곡을 발견하고, 그 시내를 ‘우계愚溪’라 부르겠다는 「愚溪詩序」가 전한다.
  67. 67)삼마지三摩地 :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 삼매三昧.
  68. 68)『시경』 「周頌」 〈烈文〉에서 “아, 이전 왕을 잊을 수 없구나.(於乎。 前王不忘。)” 하였다.
  69. 69)요임금이 죽은 후 순임금이 경모하여 항상 잊지 않았다는 표현. 『後漢書』 권63 「李固傳」과 『孟子正義』에 나온다.
  70. 70)몇 년을 지나왔기에 : 원문은 ‘多歷年所’이다. 『書經』 「君奭」에 나오는 표현으로서, 여기서 ‘所’는 ‘數’를 뜻한다.
  71. 71)권문勸文 : 권선문과 같다. 법당을 짓기 위해 목재와 석재를 구할 수 있도록 시주를 청하는 글이다.
  72. 72)『시경』 「周頌」 〈烈文〉의 구절.
  73. 73)『中庸』 33장에서 “『시』에 이르길,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덧입는다’ 하였으니, 문채가 드러남을 꺼린 것이다. 그래서 군자의 도는 어두워도 날마다 빛난다.(詩曰。 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君子之道。 闇然而日章。)” 하였다.
  74. 74)후손들이 와서 : 원문은 ‘格思’로 『시경』 「大雅」 〈抑〉에 나오는 구절 “神之格思”이며, 『중용』에 인용되어 있다. ‘思’는 허사이다.
  75. 75)B.C. 6세기경 우전왕優塡王(Udayana)은 코삼비(憍賞彌, kauśāmbī)의 왕인데, 부처님이 삼십삼천에 올라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음을 걱정하다가 병이 나서 부처님의 형상을 우두전단牛頭栴檀에 조각하였다고 한다. ‘우두전단’은 인도에서 나는 향나무 이름으로서 오래도록 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코삼비는 중인도 옛 왕국의 이름이다. 갠지스 강의 지류 야므나 강 북안에 있었다. 석가모니 시절에 코삼비국의 우전왕과 코살라국(拘隆羅國)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각기 전단목旃檀木과 자마금紫磨金을 사용하여 불상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전설이고, 불멸佛滅 후 약 5백여 년 간은 불상이 조성되지 않았음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시대의 예배 대상은 탑·보리수·금강보좌金剛寶座 등의 상징적인 대용물이었다.
  76. 76)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인 마우리아 왕조의 3대 임금 아육왕阿育王(Asoka)은 기원전 3세기경 전 부처의 사리를 모아 천하에 8만 4천의 절과 8만 4천의 보탑을 건축하고, 정법의 선포를 위하여 바위와 돌기둥에 고문誥文을 새기고, 스스로 불타의 유적을 순례하고, 또 제3차 불전 결집佛典結集을 행하였다.
  77. 77)살아 계신 분을 대하듯 : 원문은 ‘如存’으로 『중용』 19장의, “죽은 이 섬기기를 산 사람 섬기듯이 하고, 돌아가신 이 섬기기를 살아 계신 이 섬기듯 하는 것이 효도의 지극함이다.(事死如事生。 事亡如事存。 孝之至也。)”라고 한 구절에서 온 말이다.
  78. 78)불기佛器 : 부처님께 공양메(마지)를 바치는 그릇. 모양이 불발佛鉢과 같으나 불발은 사시巳時에만 쓰고, 불기는 아무 때나 쓴다. 사시는 9시부터 11시까지인데, 부처님 당시에 하루 딱 한 끼, 즉 오전 중에만 공양한 것을 기념해서 이때 불공을 올린다. 대개 사시불공은 10시부터 시작하고, 마지는 10시 30분부터 11시에 올린다.
  79. 79)『孟子』 「離婁章句」 상에 나오는 말.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孟子曰。 可以取。 可以無取。 取傷廉。 可以與。 可以無與。 與傷惠。”
  80. 80)삼계三界 : 일체중생이 생사윤회하는 세 가지 세계. 곧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81. 81)사생四生 : 생물이 생겨나는 네 가지 방식. 사람처럼 태胎를 이용하는 태생胎生, 새처럼 알을 이용하는 난생卵生, 개구리처럼 습지에서 나는 습생濕生, 나비처럼 변화하는 화생化生의 총칭.
  82. 82)칠보七寶 : 경전에 따라 그 종류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보통은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보석, 즉 금·은·청옥·수정·진주·마노·호박을 가리킨다. 이외 『무량수경』에서는 금·은·파리·마노·자거·유리·산호를 이르고, 『묘법연화경』에서는 산호와 유리 대신 진주·매괴를 넣는다.
  83. 83)『시경』 「大雅」 〈蕩〉의 구절.
  84. 84)『주역』을 읽다가~끊어진 것 : 공자孔子가 만년에 『주역』을 좋아하여 죽간竹簡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떨어질(韋編三絶) 정도로 탐독하면서 십익十翼을 저술했다는 내용이 『史記』 권47 「孔子世家」에 나온다.
  85. 85)보리가 떠내려가려 하고 : 후한後漢의 고봉高鳳은 글 읽기에 몰두하였다. 일찍이 그의 아내가 뜰에 보리를 말리면서 그에게 닭이 오지 못하도록 지키게 하였다. 그때 소나기가 쏟아졌으나 고봉은 장대를 잡고 경전을 외우느라 빗물에 보리가 떠내려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後漢書』 권83 「逸民傳」 〈高鳳〉.
  86. 86)상투를 천장에 매며 : 한漢나라 손경孫敬이 잠이 올 때면 머리를 대들보에 묶어 걸고 공부하였다고 한다. 『太平禦覽』 권363.
  87. 87)반딧불을 주머니에 모으고 :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집이 가난해서 등불을 켜지 못하고 여름밤이 깊으면 반딧불이를 잡아 빛이 비치는 비단에 넣고 공부했다고 한다. 『晉書』 「車胤傳」.
  88. 88)죽을 나눠 먹으면서도 : 북송 때의 학자 범중엄范仲淹(989~1052)이 어려서 가난할 때, 조를 끓여서 죽을 만든 다음 식혀서 굳어지면 칼로 4등분해서 아침저녁으로 두 덩이를 먹고, 채소도 소금에 절여 조금씩 먹으면서 3년을 그렇게 공부했다고 한다. 송나라 강소우江少虞의 『宋朝事實類苑』.
  89. 89)『논어』 「子罕」에 나오는 구절. 소동파蘇東坡가 이 구절을 어디서 인용했는지는 미상이다.
  90. 90)서암 사언瑞巖師彥 선사가 단구丹丘의 서암瑞巖에 거처하면서 바위에 하루 종일 우두커니 앉아서는 매번 ‘주인공’을 부르고, 스스로 응답하기를, “또렷하게 깨어 있어서 이후 타인에게 속지 마라.”라고 하였다. 서암 사언은 혜능의 제자 청원 행사青原行思(671~738)의 6세이자 암두 활巖頭奯 선사의 법사法嗣이다.
  91. 91)역천櫟泉 : 송명흠宋明欽(1705~1768)의 호. 송명흠의 본관은 은진恩津, 자字는 회가晦可이다. 문정공文正公 송준길宋浚吉의 현손玄孫이다. 아버지는 요좌堯佐이며, 이재李縡의 문인이다. 1755년 옥과 현감玉果縣監이 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서로 『櫟泉集』이 있다.
  92. 92)『주역』 「乾卦」 초구初九의 ‘잠룡물용潛龍勿用’에 대한 설명에서 “세상을 피해 근심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해도 근심하지 않는다.(遯世无悶。 不見是而无悶。)”라고 하였다.
  93. 93)『중용』 11장에서 “군자는 중용에 의거하여 세상을 피해서 알아주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니,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다.(君子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 能之。)”라고 하였다.
  94. 94)입실入室 : 사승師僧의 법맥을 계승하는 것. 즉 조실祖室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95. 95)춘추시대에 초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형산荆山에서 다듬지 않은 옥 박璞을 얻어서 초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왕은 돌인 줄 알고 변화를 처벌하였다. 후에 초 문왕文王이 그것을 얻고는 ‘화씨벽和氏璧’이라 하였다. 후에 조나라 혜문왕惠文王 때 초나라의 화씨벽을 얻었는데,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이를 빼앗고자 하여 거짓으로 열다섯 개의 고을과 바꾸자고 하였다. 조나라 왕은 진나라 위세에 눌려 응낙을 하였지만 화씨벽만 빼앗기고 성은 얻지 못할까 염려하였다. 그러자 조나라 신하 인상여藺相如는, 진나라에서 성을 주면 화씨벽을 진나라에 줄 것이고, 성을 주지 않으면 화씨벽을 손상 없이 가지고 오겠다고 하고 진나라로 갔다. 소왕이 화씨벽만 빼앗고 성을 주려고 하지 않자, 인상여는 몰래 화씨벽을 조나라로 돌려보냈다. 그 뒤에 인상여는 무사히 조나라로 돌아왔다. 『韓非子』 「和氏篇」과 『史記』 「廉頗藺相如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96. 96)강하講下 : 공부하는 상대방을 높여 이르는 말.
  97. 97)아랑衙郞 : 수령을 가리킨다.
  98. 98)시후侍候 :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이의 안부.
  99. 99)합하閤下 : 벼슬하는 상대방을 높여 이르는 말. 여기서는 수령을 가리킨다.
  100. 100)전최殿最 : 관찰사가 각 고을 수령의 실적을 조사하여 중앙에 보고하던 일. 성적을 조사할 때 상을 최最, 하를 전殿이라 하여 매년 6월 15일과 12월 15일 두 차례 시행했다.
  101. 101)침개針芥 : ① ‘돈모가 지푸라기를 모으고 자석이 침을 끌어들인다(頓牟掇芥。 慈石引針。)’는 말. 마음이 잘 맞는다는 뜻이다. 돈모頓牟는 호박琥珀이나 대모玳瑁를 가리킨다. 정전기가 일면 지푸라기가 붙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동한東漢 왕충王充의 『論衡』 「亂龍」. ② 불교에서 매우 만나기 어려운 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도리천에서 겨자씨 하나가 아래로 떨어져 염부제의 곧추세운 바늘 위에 꽂히는 것처럼 부처의 출세出世를 만나기 어렵다는 추개투침봉墜芥投針鋒의 비유가 『北本涅槃經』에 실려 있다.
  102. 102)고족高足 : 훌륭한 제자.
  103. 103)신기神機 : 시기時機, 신이한 품성, 신령한 책략, 심신心神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104. 104)함장凾丈 : 스승. 여기서는 스승의 문하를 가리킨다.
  105. 105)당나라 임제 의현臨濟義玄의 일화에서 유래한 화두이다. 임제는 지도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를 네 종류로 나누었다. 즉 배우는 자(賓)가 지도자(主)를 꿰뚫어보는 것을 빈간주賓看主, 지도자가 배우는 자를 꿰뚫어보는 것을 주간객主看客, 서로 깨달음의 눈을 갖추고 꿰뚫어보는 것을 주간주主看主, 서로 깨닫지 못한 상태로 꿰뚫어보는 것을 객간객客看客이라 하였다. 임제종의 풍혈 연소風穴延沼는 이 사빈주四賓主를 빈중주賓中主·주중빈主中賓·주중주主中主·빈중빈賓中賓으로 표현하였다.
  106. 106)조령祖令 : 조사의 가르침을 법령에 비유한 말.
  107. 107)종풍宗風 : 종파의 위의威儀.
  108. 108)단신檀信 : 신도. 단檀은 범어 dāna의 음차音借로서 준다는 뜻이다. 단신은 본래는 시주施主의 신앙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신도를 뜻한다.
  109. 109)대아大雅 : 공부하는 이를 높여 이르는 말.
  110. 110)신요申夭 : 편안하고 즐거움. 『논어』 「述而」의 “선생께서 한가히 거처하실 때는 마음을 놓고 기뻐하는 듯하였다.(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에서 나온 말이다.
  111. 111)십홀十笏 : 방장方丈과 같은 말. 당唐 현경顯慶 연간에 왕현책王玄策이 황제의 명을 받고 서역으로 가서는 비야리성毘耶黎城(vaiśli)에 이르러 유마 거사維摩居士의 거처가 돌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몸소 수판手板으로 넓이를 재 보니 십홀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釋氏要覽』 참고.
  112. 112)팽택 현령을 지낸 도연명陶淵明은 「五柳先生傳」에서 집 주변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는 호로 삼았다고 했고, 「歸去來辭」에서는 “정원이 날마다 거닐어 취미로 삼을 만하다.(園日涉以成趣)”라고 했다. 그리고 당시 혜원慧遠 법사와 자주 왕래하였다.
  113. 113)성화城化 : 성주城主, 곧 수령의 교화.
  114. 114)정체政體 : 정치를 하는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115. 115)소식蘇軾이 황주黃州에 있을 때 임고정臨皋亭에 머물렀다가 동파東坡에 가서 설당雪堂을 짓고 머물렀다. 그의 「雪堂記」에서 “내가 동파에서 황폐한 밭을 얻어 건물을 짓고 ‘설당’이라고 하였다. 눈밭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蘇子得廢圃於東坡之脅。 築而垣之。 作堂焉。 號其正曰雪堂。 堂以大雪中爲之。)”라고 하였다. 그의 「後赤壁賦」에도 ‘설당’이 나온다.
  116. 116)시리侍履 : 부모님 모시고 지내는 이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117. 117)청분淸芬 : 맑은 향기. 맑고 높은 덕을 가리킨다.
  118. 118)봉래산蓬萊山 : 선가仙家의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 그곳은 약수弱水 3만 리를 넘어가서야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119. 119)개골산皆骨山 : 바위가 드러나는 겨울철 금강산을 이르는 말이다.
  120. 120)경석經席 : 경전을 강의하는 자리.
  121. 121)법체法體 : 불법을 닦는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122. 122)중수中壽 : 이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다. 『장자』 「盜蹠」에서는 백 세를 상수上壽, 80세를 중수, 60세를 하수下壽라 하였고, 『淮南子』 「原道訓」에서는 70세를 중수라 하였고, 『呂氏春秋』 「孟冬紀」에서는 60세를 중수라 하였으며, 『禮記』 「樂記」 주注에서는 90세를 중수라 하였다. 여기서는 60세나 70세를 가리킨다.
  123. 123)소나무 아래의 맛 : 송이버섯을 가리키는 듯하다.
  124. 124)여리旅履 : 출타 중인 상대방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125. 125)온갖 일들이 : 원문은 ‘百酬’로 범백수응凡百酬應의 줄임말이다.
  126. 126)상국相國 : 임금의 정치를 돕는 재상.
  127. 127)법후法候 : 불법을 닦는 승려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128. 128)원우瑗友 : 원瑗 자 들어가는 이름의 친구.
  129. 129)가는 것은 이와 같으니 : 『논어』 「子罕」에 나오는 말. “공자께서 시냇가에서 말씀하셨다.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주야를 쉬지 않는도다.’(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130. 130)서봉사瑞峰寺 : ① 용인의 광교산 동쪽에 있던 절. 1185년(명종 15) 현오 국사玄悟國師 종린宗璘의 비碑가 세워진 것으로 유명하다. ② 전라북도 고창군 고산에 있던 절. ③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승곡리 서남방에 있던 절.
  131. 131)정체政體 : 정치하는 이의 안부를 물을 때 쓰는 말. 여기서는 상대방이 사찰의 소임을 맡고 있음을 가리킨다.
  132. 132)정하政下 : 정치하는 상대방을 직접 가리키지 않고, 그 아래를 지칭하여 상대방을 높이는 말.
  133. 133)개금改金 : 불상에 다시 금칠을 하는 것.
  134. 134)재소齋所 : 재계齋戒하는 곳, 또는 재齋를 올리는 곳.
  135. 135)무방無方 : 정해진 격식이 없음. 『맹자』 「離婁章句」 하의 “탕임금은 중도를 잡으시어 현인을 기용함에 정해진 법이 없었다.(湯執中。 立賢無方。)”에서 나온 말.
  136. 136)사미沙彌 : [팔] sāmaṇera의 음역. 행자 교육을 마치고 사미십계를 수지한 준 남자 스님을 말한다. 비구계인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은 상태이므로 정식 스님이라고 할 수 없다.
  137. 137)위의威儀 : 불교 제존諸尊의 자세, 의용儀容. 여기서는 불상을 가리킨다.
  138. 138)서계書契 : 나무에 새겨서 썼다는 최초의 문자를 말한다. 신농씨神農氏가 노끈을 묶어 의사를 표현하는 정사(結繩之政)를 펼치다가, 복희씨伏羲氏 때에 이르러 서계를 만들어서 이를 대체하였다는 기록이 『주역』 「繫辭傳」 하와 『史記』 권1 「五帝本紀」에 보인다.
  139. 139)전함前銜 명공明公 : 전함은 이전 관리, 명공은 벼슬아치를 높여 부르는 말. 여기서는 승직僧職에서 물러난 승려를 가리킨다.
  140. 140)원훈元勲 : 큰 공훈.
  141. 141)기실記室 : 사찰의 일에 관련된 서류를 만드는 소임.
  142. 142)시임時任과 한산閒散 : 시임은 현재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 한산은 그렇지 않은 사람.
  143. 143)도모하여서 : 원문은 ‘同寅’으로, 『서경』 「皐陶謨」에 나오는 말. 원래는 고요皐陶가 순舜임금 앞에서 우禹에게 말한 것인데, 뒤에는 동료 관원들이 공경히 임금을 섬기면서 다 함께 훌륭한 정사를 이루기 위해 협력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는 같은 동료로서 협력함을 뜻한다.
  144. 144)완문完文 : 관청에서 발급하던 증명서. 여기서는 사찰에서 발급한 공신력 있는 문서 형태를 지칭한다.
  145. 145)같이 나아가고 물러나며(旅進旅退) : 줏대 없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 『國語』 「越語」에 나오는 말이다.
  146. 146)옥과현玉果縣 : 현재 전라남도 곡성군谷城郡 옥과면玉果面이다.
  147. 147)영각影閣 : 고승의 초상을 모신 곳.
  148. 148)이 부분은 목판이 아니라 필사筆寫로 되어 있다. 규장각 소장본에는 동해자東海子의 서문 앞에, 완산完山, 곧 전주에서 간행(刊板)하여 대은암에 보관하였다는 판각이 있다. “嘉慶三年戊午九月日。 刊板完山。 藏置于玉果觀音寺大隱菴影閣。”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의 경우 이 간기가 없고, 대신 대은암에서 간행하였다는 필사 기록이 있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七言律」三字。編者補入。
  3. 1)「文」一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