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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712_c_01L혼원집混元集혼원집混元集 서序석가모니(釋氏)가 서역西域에서 출현하여 우리 유도儒道와 병립하였으니, 이는 마치 향이 나는 풀(薫)과 악취가 나는 풀(蕕), 얼음(氷)과 숯불(炭)이 매번 상반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받들고 그 스승을 위호하는 것은 같았으니, 우리는 공자(孔氏)를 높이 받들어 우리의 도를 따르고 우리의 경서를 배웠으며, 불자는 석가여래(如來)를 높이 받들어 그 도를 따르고 그 경서를 익혔다. 그 공부가 정밀하고 심오한 경지에 이르면, 서로 일치하여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 유도도 또한 불도를 인용하여 증거로 삼고, 불도도 또한 유도를 취하여 사용하고 있으니, 이 어찌 서로 용납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팔공산八公山1)에 혼원混元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바로 혜봉慧峯 선사禪師의 4대손(晜孫)2)이자, 극암克庵 상인上人의 고족高足3) 제자이다. 속성俗姓은 두杜씨이다.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인 자질이 총명하였으니, 나이 겨우 열 살 때에 유가儒家의 여러 책을 읽고 훤히 알았다. 불가에 출가하여 향로에 연기 서릴 때 가사 입고 포단에 앉았으며, 면벽하고 염주 돌리며 마음을 항상 선학禪學에 두었다. 극암 스님에게서 법法을 받고 용호龍湖 스님에게서 경經을 배웠으니, 그 문장은 크게 발전하여 빛났으며, 시詩도 또한 청허淸虛하면서도 담백하였다. 세속적이거나 때 묻은 기운(煙火口氣)4)을 완전히 벗어나, 선가禪家의 종지宗旨를 크게 깨달았다.지금 스님의 글을 보건대, 예를 들어 「축송祝頌」ㆍ「애화愛花」ㆍ「송松」ㆍ「매梅」ㆍ「국菊」과 같은 서찬序賛은 모두 자비慈悲와 인과因果의 설을 그대로 피력하여서 천지가 아직 생기기 전에 꽃을 피운 기상(開花天地未分之氣)5)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연수蓮壽」ㆍ「오도悟道」ㆍ「잔등盞燈」과 같은 기서記序는 하나하나가 옆에서 돋아나오고 층층이 자라나서 잎사귀 밑에 꽃이 피고 꽃 아래 열매를 맺어, 각기 다시 형체를 받아 삼천법계무량수三千法界無量壽의 상像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寺ㆍ원院ㆍ전殿ㆍ암庵의 기송記頌과 같은 글들은 모두 그 조사祖師를 위호衛護하는 내용들이어서, 불법의 가르침(法敎)을 끝없이 펼쳤다. 「금강록金剛錄」 1편에 이르러서는, 스님의 온몸이 그대로 금강金剛과 하나가 되어서, 그 정신은 금강처럼 우뚝 서 있고 -
011_0712_c_01L[混元集]
011_0712_c_02L1)混元集序
011_0712_c_03L
011_0712_c_04L釋氏現于西域。與吾道並立。如薫蕕氷
011_0712_c_05L炭之每每相反。然宗其敎衛其師則一
011_0712_c_06L也。我尊孔氏。道吾道。學吾書。佛尊如
011_0712_c_07L來。道其道。書其書。及其進學精微。有
011_0712_c_08L相沕 [1] 合。則吾儒亦引而證之。佛亦取而
011_0712_c_09L用之。烏可不能相容哉。八公山中。有
011_0712_c_10L混元和尙。卽慧峯禪師晜孫也。克庵上
011_0712_c_11L人高足也。俗姓杜。生而姿質聰慧。甫
011_0712_c_12L十歲。通曉儒家諸書。投入沙門。篆爐
011_0712_c_13L凝烟。着裟坐團。面壁輪珠。留心於禪
011_0712_c_14L學。受克庵之法。學龍湖之經。其文大
011_0712_c_15L肆而燁然。詩亦淸虛冲澹。擺脫煙火口
011_0712_c_16L氣。大得禪家宗旨。今觀其書。如祝頌
011_0712_c_17L愛花松梅菊序賛。盡慈悲因果之說。而
011_0712_c_18L有開花天地未分之氣。如蓮壽悟道盞
011_0712_c_19L燈記序。箇箇側出層生。葉下生花。花
011_0712_c_20L下結子。隨復受形。有三千法界無量壽
011_0712_c_21L之像。若其寺院殿庵記頌之作。皆衛護
011_0712_c_22L其祖師。而垂法敎於無窮也。至金剛錄
011_0712_c_23L一篇。則師之全身。卽一金剛而精神骨
011_0712_c_24L{底}壬子仲秋洪羲欽序記本(海南大興寺所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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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713_a_01L그 기상은 달빛처럼 밝게 빛났다.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의 진풍경(眞景)을 한 편의 글로 모두 표현하였으며, 2,900년간 그곳에 있었던 여러 진인들의 참된 가르침(眞詮)을 남김없이 모두 다 설명하였다. 사이사이에 있는 시부詩賦는 세차게 솟구쳐 오르는 강개慷慨의 기상이 있었으며, 모두 불가佛家의 흥폐와 석교釋敎의 계개繼開6)하는 뜻을 실었으니, 바로 선정에 들어간 상태에서 남긴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었다.나는 극암 스님에 대하여 그 자취가 불도(佛)에 있으면서 마음은 유도(儒)에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는데, 지금 그 제자(敎授) 혼원 스님의 글을 살펴보니 그 자취가 유도에 있으면서 그 마음이 불도에 있었다. 혼원 스님이 살아 있을 때 항상 말하길 “선정에 들어 도를 깨달으면, 만겁萬刼을 훤히 보고 천세千歲를 지나게 된다.”라고 하더니, 실제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고 깨어났다가 다시 죽고, 또 죽었다가 다시 깨어났다. 지금 그 글을 통해 살펴보니, 스님의 육체(四大)7)는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정기精氣는 없어지지 않아서, 금강산(金剛)ㆍ오대산(五臺)ㆍ팔공산(八公)ㆍ가야산(伽倻) 등 명산대찰名山大刹에 그 몸을 셀 수 없이 많이 머물러 어느 곳인들 없는 곳이 없다. 부처님께서 태어난 인도(身毒)에서 우리나라(鰈域)8)까지의 2천 유순由旬9) 거리에서 진계眞界10)마다 얼마나 많은 선학의 진인들을 배출했던가. 지금 팔공산에는 마침 이 혼원 스님을 간직했도다. 바야흐로 아무도 없는 빈산에 저절로 물은 흐르고 꽃은 피는 때11)에 상인上人의 문장을 떠올려 볼만하도다.혼원 스님이 남긴 글을 그 법자法子 석응石應이 나에게 가지고 와서, 서문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유가의 학문만을 전공한 자로서 불가의 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수조차 없으나, 이미 석응이 내게 보인 스승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의 진실한 뜻에 감복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유가에서 스승을 받들고 도를 지키는 가르침을 담아서 서문을 지어 보낸다.어질도다! 석응이여. 그 스승을 위해 그 글을 새겼도다. 불서佛書에 이른바 “오이 심은 데 오이 나고, 복숭아 심은 데 복숭아 난다.(種瓜得瓜。 種桃得桃。)”12)는 것이 바로 이것이로다. 마땅히 그 스승에 그 제자(闍梨)13)라 할 만하도다.때는 임자년(玄黓困敦, 1912)14) 중추仲秋 하순(下澣)에 산음山陰 석암 거사石菴居士 홍희흠洪羲欽 짓다. -
011_0713_a_01L立。氣像月朗。不惟萬二千峯眞景括盡
011_0713_a_02L得一筆。二千九百年羣眞之妙道眞詮
011_0713_a_03L透盡無餘蘊矣。間以詩賦。有奔騰慷慨
011_0713_a_04L之樣。而皆寓佛家興廢釋敎繼開之意。
011_0713_a_05L卽入定而上乘者也。余與克庵。善知其
011_0713_a_06L跡於佛而心於儒矣。今見敎授混元。乃
011_0713_a_07L跡於儒而心於釋者也。混元在世。常曰
011_0713_a_08L入定而悟道。則閱萬刼。歷千歲。死復
011_0713_a_09L生。生復死。死復生。以其文考之。師之
011_0713_a_10L四大雖棄。精氣不滅。金剛五臺八公伽
011_0713_a_11L倻。名山大刹。千億其身。無處而不在
011_0713_a_12L矣。佛生身毒。抵鰈域二千由旬。眞界
011_0713_a_13L產出幾許禪眞。而今於八公山而鍾得
011_0713_a_14L此混元上人耶。方空山水流花開之辰。
011_0713_a_15L可想得上人文章矣。其法子石應。持遺
011_0713_a_16L書而來。請余弁卷之文。余學孔氏者也。
011_0713_a_17L固不可立言於釋書。而旣感石應尊師
011_0713_a_18L之誠意。又寓吾儒尊師衛道之戒。序而
011_0713_a_19L送之。賢哉石應。爲其師而壽其文。佛
011_0713_a_20L書所謂種瓜得瓜種桃得桃者是耶。宜
011_0713_a_21L其有是師。而有是闍梨也。
011_0713_a_22L歲玄黓困敦。仲秋下澣。山陰石菴居
011_0713_a_23L士洪羲欽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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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팔공산八公山 : 경상북도 달성군에 있는 산으로, 은해사銀海寺·파계사把溪寺·부인사夫人寺 등이 있다.
- 2)4대손(晜孫) : 곤손晜孫은 후손의 호칭 가운데 하나로, 원래는 6대손을 이르는 말이다. 후손의 호칭은 아들(子 : 1대)-손孫(2대)-증손曾孫(3대)-현손玄孫(4대)-내손來孫(5대)-곤손晜孫(6대)-잉손仍孫(7대)이다. 다만 「陜川郡海印寺經板殿與寮舍改瓦記」에 따르면, 대사가 4대 법손이라고 했으므로, 이를 따라 수정하여 번역하였다.
- 3)고족高足 : 학문이나 덕행이 뛰어난 제자를 말한다. 보통 고족제자高足弟子라고 한다.
- 4)세속적이거나 때 묻은 기운(煙火口氣) : 음식을 익혀 먹는 기미氣味라는 뜻으로, 속세의 습기習氣를 말한다.
- 5)천지가 아직~피운 기상(開花天地未分之氣) : 옛 게송에 “원각산 중에 자라난 한 그루의 나무여,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에 활짝 꽃을 피웠구나. 푸르지도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봄바람도 하늘에도 찾을 길이 없구나.(圓覺山中生一樹。 開花天地未分前。 非靑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라고 하였다.
- 6)계개繼開 : ‘계왕성개래학繼往聖開來學’의 준말로, 과거 성현의 학문을 잇고 앞으로 올 후학의 길을 열어 준다는 뜻이다.
- 7)육체(四大) : 인간의 육체를 이루는 네 가지 큰 요소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을 말한다.
- 8)우리나라(鰈域) : 접역鰈域은 가자미가 생산되는 지역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별칭이다.
- 9)유순由旬 : 고대 인도에서 거리를 재는 단위로, 대유순(80리)·중유순(60리)·소유순(40리) 세 가지가 있다. 소달구지로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를 1유순이라 하는데, 대략 11~15km라는 설이 있다.
- 10)진계眞界 : ‘진실된 경계’라는 뜻으로, 속계俗界의 상대어이다. 여기서는 불도를 수행하는 사찰을 뜻한다.
- 11)아무도 없는~피는 때 : 소식蘇軾의 ≺十八大阿羅漢頌≻에 “아무도 없는 빈산에 절로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空山無人。 水流花開。)”라는 글이 있다.
- 12)『金剛般若波羅蜜經註』 권상에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과일을 심으면 과일을 얻는다.(種瓜得瓜。 種菓得菓。)”라는 말이 있고, 『金剛經彚纂』에 “복숭아를 심으면 복숭아를 얻고, 오얏을 심으면 오얏을 얻는다.(如種桃得桃。 種李得李。)”라는 말이 있다.
- 13)제자(闍梨) : 사리闍梨는 범어인 아사리阿闍梨의 준말로,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말한다. 여기서는 혼원 스님의 제자인 석응을 말한다.
- 14)임자년(玄黓困敦) : 현익玄黓은 고갑자古甲子에서 천간天干의 아홉째인 임壬을, 곤돈困敦은 지지地支의 첫째인 자子를 이르는 말이다.
- 1){底}壬子仲秋洪羲欽序記本(海南大興寺所藏)。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윤찬호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