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동계집(東溪集) / 東溪集卷之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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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집 제4권(東溪集 卷之四)
잡저雜著
가야진 용왕당 기우록伽倻津龍王堂奇遇錄
가야진 위쪽에 있는 용왕당은 큰 두 물줄기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 있었으니, 물 위에 섬 하나가 길게 우뚝 솟아 있어 마치 헤엄치는 용의 형상으로 소나무는 수염처럼, 돌은 뿔처럼 보였다. 물결이 드나드는 사이로 굴이 있었는데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었으며, 물이 합해져 아득하고 흉흉하게 일렁거려서 사람들이 가까이 가 보면 흡사 신물이 그 안에 문을 닫고 있는 것 같았으며, 황홀하고 겁이 나고 머리털이 곧추서서 감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세간에서는 용굴이라 부르며 옛날에는 사람들이 그 위에 사당을 짓고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어느 날 이 신이 갑자기 마을 사람의 꿈에 나타나 “사당이 내 등 뒤에 있어 제사를 받는데 방해가 된다.”라고 말해, 즉시 서로 마주하는 곳으로 사당을 옮겼다. 무성한 풀을 베어 내자 눈앞이 한없이 펼쳐지니 안개·물결·구름이 막막하여 끝이 없었다. 무릇 나라의 세공선稅貢船과 영남의 어선이나 소금 배를 타고 이 당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은 반드시 향화香火를 바쳤다. 그 주군州郡의 관리들과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세시가 되면 역시 제물과 폐백으로 치성을 바쳤으니 혹 기청·기우제를 지내면 메아리처럼 응답이 있어 그 영이함이 일찌감치 알려졌다.
명나라 흑우년黑牛年(1673) 가을 7월 16일에 강호의 선비인 만랑자漫浪子가 작은 배를 작강鵲江 아래에 띄워 배가 떠가는 대로 맡기고 만경창파를 건너가면서 ≺어부사漁父詞≻를 부르거나, 간혹 소동파蘇東坡의 ‘청풍서래수파불흥淸風徐來水波不興’1) 시구를 읊었다.

012_0219_c_02L東溪集卷之四

012_0219_c_03L

012_0219_c_04L1)雜著 [11]

012_0219_c_05L伽倻津龍王堂奇遇錄

012_0219_c_06L
伽倻津上有龍王堂有兩大水與海
012_0219_c_07L潮所匯之處也而一島陡橫於水上
012_0219_c_08L游龍之狀松髯石角浸露波間
012_0219_c_09L有穴其深無底積水冲融洶湧人臨
012_0219_c_10L似有神物閟宅于其內怳惚而神
012_0219_c_11L驚毛竪不敢▼(日+虘) [4] 世謂之龍窟昔人
012_0219_c_12L建祠于上以祭神有日神忽夢於鄕人
012_0219_c_13L堂背於吾後妨於享祭卽移堂於相
012_0219_c_14L對之地荒芧平楚一望極目烟波雲
012_0219_c_15L浩渺無際凡國朝稅貢之船及嶺
012_0219_c_16L海魚鹽之舟楫皆經由於堂下過之者
012_0219_c_17L必以香火奉之其州郡之吏及鄕居之
012_0219_c_18L歲旹亦以牲幣致敬或以雨睛祈
012_0219_c_19L其應如響靈異夙著也皇明黑牛之秋
012_0219_c_20L七月旣望有漫浪子江湖散人也
012_0219_c_21L舟短棹泛於鵲江之下縱一▼(竹/韋) [5] 之所
012_0219_c_22L凌萬頃之滄波倚▼(舟+世)而歌漁父之詞
012_0219_c_23L間吟蘇子淸風徐來水波不興之句
012_0219_c_24L「雜」字前行底本有「文」字編者除之

012_0220_a_01L잠깐 사이에 배가 사당 아래 이르러 닻줄을 매 놓고 사당에 올라 서성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때는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데 가뭄이 심해 천 리 강줄기는 먼지가 가득 차 있었다. 만랑자는 깊은 시름에 잠겨 고시 한 절을 지어 처마 아래에 붙였으니 이러하였다.

龍王之堂枕江頭        용왕당龍王堂은 강 머리를 베고 있고
堂下長江千古流        사당 아래로 천고의 강물 흐르네
昔人誰構而誰祀        그 옛날 누가 짓고 누가 제사 올렸나
今人亦以陰晴求        이제 사람들 역시 비와 볕을 청한다네
龍王靈異夙頗著        용왕의 영험 전부터 파다하여
有禱必驗無虛需        기도로 효험 보니 헛된 법 없네
人心澆薄世道混        사람 인심 얇아지고 세상 도리 혼탁하니
天厭之人神亦尤        하늘이 싫어하고 신 또한 싫어하네
十年已見三年旱        10년 동안 벌써 3년의 가뭄이니
白猪餘殃連白牛        백저白猪2)의 재앙이 백우白牛3)로 이어지네
自今夏半亦旱酷        여름 중간부터 가뭄 혹심한데
誰料今年災又周        올해도 재앙이 반복되면 어찌하나
人之售類豈强半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반이나 될까
存者無幾亡不籌        산 자 얼마 없고 죽은 자 헤아릴 수 없네
人雖獲戾敢爲宜        사람들 잘못하고도 감히 옳다고 한다면
禽獸草芥何咎休        금수禽獸와 초개草芥를 어찌 꾸짖을까
縱希靈澤來修敬        영험한 수신이 비 내려 주기 바라는데
何吝雲腴并雨油        어찌 인색하게 구름도 없고 비도 없나
乾坤㴠養雖萬流        하늘과 땅이 비록 만물을 키운다 하지만
人乃其中靈最優        그중에서 사람의 영험함이 가장 뛰어나지
今如掃枯塡溝瀆        이제 마른 나무를 쓸어 강을 메운 것 같으니
宇宙失色含瘡疣        우주는 빛을 잃고 병색이 완연하네
湯之七旱堯十日        탕임금 때 7년 가뭄이요 요임금의 태양 10개4) 같네
桀燬紂炎焚九州        걸왕과 주왕 때는 가뭄으로 천하가 불탔지
吾遭聖世何所致        우리는 어느 때 태평성대를 만날까
箕民坐抱殷民憂        기箕나라 백성이 은殷나라 백성 근심 안고 있네
下氓雖有不愆省        백성들은 비록 잘못한 것 없건만
天地赤子終何仇        천지는 어찌하여 백성을 원수로 아나
神龍如恤蒼生苦        신룡神龍이 만약 백성의 고통 구휼해 줄진대
上訴天庭輸盛謀        천상에 상소하여 좋은 방책 일러 주오
如將甘露注大地        장차 대지에 감로수를 내려
沛澤洪恩何以酬        큰비 온다면 그 은덕 어찌 갚으리

시 짓기를 마치고 뱃머리를 돌리니 저녁 연기가 강마을에 비껴 있고 강에는 희미한 저녁노을뿐이었다. 별 그림자는 맑고 달빛은 대낮 같은데 만랑자는 선창에 앉아 두보의 ‘별은 드넓은 들판에 드리워 내리고, 달이 솟구쳐 오르니 큰 강은 흘러간다.(星垂平野濶。 月湧大江流。)’5)는 구절을 읊조렸다. 그때 홀연 어떤 사람이 물결을 가라앉히는 홀을 쥐고

012_0220_a_01L臾舟至堂下遂佇纜而登堂徘徊周覽
012_0220_a_02L于時自夏徂秋旱氣甚酷㳂淮千里
012_0220_a_03L烟塵蓬孛漫浪爲之傷感卽賦古風一
012_0220_a_04L題于廡下曰

012_0220_a_05L
龍王之堂枕江頭堂下長江千古流

012_0220_a_06L昔人誰構而誰祀今人亦以陰晴求

012_0220_a_07L龍王靈異夙頗著有禱必驗無虛需

012_0220_a_08L人心澆薄世道混天厭之人神亦尤

012_0220_a_09L十年已見三年旱白猪餘殃連白牛

012_0220_a_10L自今夏半亦旱酷誰料今年災又周

012_0220_a_11L人之售類豈强半存者無幾亡不籌

012_0220_a_12L人雖獲戾敢爲宜禽獸草芥何咎休

012_0220_a_13L縱希靈澤來修敬何吝雲腴并雨油

012_0220_a_14L乾坤㴠養雖萬流人乃其中靈最優

012_0220_a_15L今如掃枯塡溝瀆宇宙失色含瘡疣

012_0220_a_16L湯之七旱堯十日桀燬紂炎焚九州

012_0220_a_17L吾遭聖世何所致箕民坐抱殷民憂

012_0220_a_18L下氓雖有不愆省天地赤子終何仇

012_0220_a_19L神龍如恤蒼生苦上訴天庭輸盛謀

012_0220_a_20L如將甘露注大地沛澤洪恩何以酬

012_0220_a_21L
題畢回舟夕烟橫淡於江村落照熹微
012_0220_a_22L於水國而已星河影澈月色如晝
012_0220_a_23L浪坐於蓬底吟杜草堂星垂平野濶月
012_0220_a_24L湧大江流之句忽見有人手執辟波犀

012_0220_b_01L뱃전에서 절하며 말하길 “낙신왕洛神王이 초청하십니다.”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놀라서 “낙신왕이 누굽니까?”라고 대답하였다. 그가 말하길 “옛날 가락국의 수로왕이 한 자식에게 가야진의 직책을 내렸는데 이미 천백 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가야진은 곧 지금의 이 강을 가리키는 까닭에 이제 낙신왕이라 칭하며, 그의 성은 김金이고 이름은 갑甲입니다.”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그런즉 낙왕은 강의 우두머리이며 저는 속세의 선비로 서로 길이 다른데 어떻게 만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홀을 보여 주면서 말하길 “이 물건은 능히 물길을 열 수 있으므로 그대는 단지 가기만 하면 되니 주저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만랑자는 마침내 같이 갔다.
그 사람이 홀을 물에 비추자 물이 좌우로 갈라지고 길이 생겨서 순식간에 도착하니 갑자기 아름다운 궁궐이 보였다. 차가운 빛이 쏘여 눈을 뜰 수 없었는데 실로 수정궁水晶宮이라 이르는 곳이었다. 문밖에 멈추자 그 사람이 들어가서 보고하였다. 왕이 만랑자가 도착했음을 듣고 관복 차림에 홀을 쥐고 나와서 그를 맞이하고 계단에 올라 근신에게 특별히 오른쪽에 상을 차리라 명하고 말하길 “일전에 훌륭한 시를 얻는 은혜를 입었으니 시구는 아름답고 글씨의 기운이 오묘하여 완미하는 사람들의 가슴과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이에 더불어 가까이하고 문사의 높은 표상을 이어받고 보답을 하고자 여기까지 오시게 했으니 의아하게 여기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말하길 “저는 강호의 하찮은 선비로 부박한 세상의 한미한 신세입니다. 비록 글을 했다고는 하나 그다지 볼 것이 없는데, 지금 엄명으로 왕이 계신 곳에 와서 신비스런 경치를 실컷 보게 되었으니 천한 저에게 실로 분에 넘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시녀에게 명하여 좋은 안주와 술을 가져오게 한 뒤 유리잔에다 호박주를 따라 권하며 말하길 “그대는 마땅히 잔을 비우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만랑자는 몇 잔의 술을 마셨다. 왕이 말하길 “그대의 시를 살피니 백성을 위해 비를 청하는 것이더군요. 백성을 구하는 뜻이 깊다고 할 수 있으나,

012_0220_b_01L拜於船首曰洛神王奉邀漫浪驚
012_0220_b_02L洛神王何如人耶人曰昔駕洛國首
012_0220_b_03L露王命一子授職於伽倻津已有千
012_0220_b_04L百年之久而伽倻津卽今此江故
012_0220_b_05L以洛神王稱之爾卽姓金名甲也
012_0220_b_06L浪曰然則洛王江漢之長僕乃塵世
012_0220_b_07L之士幽顯路殊烏得相及人以犀笏
012_0220_b_08L示之曰此物能開水路君但請行
012_0220_b_09L用辭阻漫浪遂與偕行其人果以犀照
012_0220_b_10L水乃分開左右行處生塵須臾卽
012_0220_b_11L忽見珠宮貝闕寒光射人不可睇
012_0220_b_12L眞所謂水晶宮也止於門外其人
012_0220_b_13L入吿王聞漫浪至冠服珮笏出而延
012_0220_b_14L上階命近侍特設一榻於右以待之
012_0220_b_15L日間蒙惠高作詞旨旣佳筆勢又
012_0220_b_16L令人玩味心膽俱寒欲與之親
012_0220_b_17L文士之高標以得奉酬故敢屈至此
012_0220_b_18L幸勿見訝漫浪對曰僕江湖賤士
012_0220_b_19L世寒蹤雖有文學未有奇觀今因嚴
012_0220_b_20L身涉貴境目醉神景賤生分上
012_0220_b_21L所濫也王命侍女取佳餚旨酒而來
012_0220_b_22L以瑠璃鍾斟琥珀酒侑之曰君宜盡之
012_0220_b_23L漫浪卽倒數觥焉王曰審君之詩
012_0220_b_24L爲民請雨也濟世之志可謂勤矣

012_0220_c_01L비를 내려 주지 않아 유감스러운 심정이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 사람들은 신하는 군왕을 모르고 자식은 아비를 모르고 아우는 형을 모르고 지어미는 지아비를 모릅니다. 인의仁義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도덕을 중히 여기지 않으며 하늘과 귀신을 업신여기며 성인과 현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란 자신을 자랑하고 공적인 일을 외면하며 자신을 챙기고 남을 해치는 것입니다. 헛된 것을 탐하는 것을 지혜로 삼고 교묘하게 속이는 것을 큰 일로 삼고 있습니다.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속이고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서로 해쳐 그 마음과 행동이 금수에 가까우니, 상제가 이를 싫어하여 굶주림의 바람으로 떨쳐서 쓸어버리고자 한 것인즉, 해악海嶽의 신과 산하의 영에게 시켜 크든 작든 모든 강과 우물의 물을 봉하여 마음대로 베풀 수 없게 한 것입니다. 하늘의 조칙이 이와 같이 엄하므로 구제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해도 어찌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왕이 또한 말하길 “그대는 수국水國에 또한 문사가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까? 이들은 대개 상국上國의 이전 사람들로 현재는 시내와 호수의 우두머리, 하천과 못의 우두머리로 있으므로 과인이 한번 그대를 위해 청하여 서로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때에 네 곳의 신하에게 명하여 네 대부의 처소에 글을 올리도록 하였다.
1장은 이렇다.
해표海表의 낙신왕 모某는 상국 멱라수 굴원군에게 글을 올립니다. 천년 봉래의 바다, 만 리의 푸른 파도 세월은 흐르고 안부가 막혔는데 오래도록 고풍을 생각하며 잊지를 못했습니다. 저는 직책 수행에 별 탈이 없습니다. 아뢸 말씀은 만랑자라는 나그네가 있으니 동해의 사람입니다. 일찍이 능운凌雲6)의 기개를 갖추었으며 어려서부터 제천濟川7)의 재목이었으며, 문장이 강해江海에서 이름났으며 붓으로는 비바람을 몰아 세상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이제 다행히 부름을 받아 이곳에 이르게 되었으니 바라건대 족하께서는 물결이 험하다 사양하지 마시고 한번 왕림하셔서 이 나그네와 함께 글의 깊은 맛을 헤아리고 해초를 따서 꽃을 토해 내 과인으로 하여금 뛰어난 풍채를 볼 수 있게 하여

012_0220_c_01L雨賜之不調乃人心之所感今此國人
012_0220_c_02L臣不知君子不知父弟不知兄婦不
012_0220_c_03L知夫不貴仁義不重道德慢天褺神
012_0220_c_04L罔聖欺賢其所施爲徇私滅公利己
012_0220_c_05L害人以貪虛爲智慮以巧詐爲大行
012_0220_c_06L上下相欺大小相賊其爲心行幾於
012_0220_c_07L禽獸故上帝厭之欲以荒飢之風
012_0220_c_08L而掃之卽宣勑於執持海嶽之神山河
012_0220_c_09L之靈盡封巨細江河泉井之水禁爲私
012_0220_c_10L天條若是其嚴雖有普濟之思
012_0220_c_11L亦奈何王又曰君聞知水國亦有文
012_0220_c_12L士乎此皆上國前代之人現爲溪湖之
012_0220_c_13L川澤之令寡人一爲君請之使得
012_0220_c_14L相見也於是命四箇波臣以書上四大
012_0220_c_15L夫所其一章曰

012_0220_c_16L海表洛神王某上書于上國汨羅淵屈
012_0220_c_17L君足下蓬海千年滄波萬里風霜累
012_0220_c_18L聞問濶隔永想高風能不依依
012_0220_c_19L蒞職無弊爾就有過客漫浪子者東海
012_0220_c_20L人也早蘊凌雲之氣幼負濟川之材
012_0220_c_21L文駈江海筆驚風雨獨步一世名重
012_0220_c_22L海內者也今幸致而留之維冀足下
012_0220_c_23L勿辭波濤之險一賜臨况之便得與此
012_0220_c_24L嚼腴咀雋摘藻吐華而兼使寡人

012_0221_a_01L평생 숭앙하는 마음을 갚게 해 주십시오. 삼가 살펴 주기를 바랍니다.
2장은 이렇다.
황하의 우두머리인 장공張公께 글을 올립니다. 북두칠성은 아득하고 동해는 가장 깊고 물고기의 연락 막히고 서신은 끊어졌으나 황하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흰머리가 되도록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항상 사모하는 마음을 지녔으니 그윽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이제 나그네가 비록 동해의 후예이지만 분명 천인으로서 문장은 양웅과 사마천의 성채를 기울게 하고 심사는 복희伏羲와 황제黃帝 지역을 포괄하니, 당신과 더불어 높은 자취를 받들고 물의 근원을 조사하기를 원합니다. 이제 한나라의 의례에 따라서 다행히 더불어 글을 논하고 고금을 비평한다면 이것은 호수와 바다 사이의 한 가지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혜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3장은 이렇다.
야랑 계후夜郞溪侯인 이공李公께 글을 올립니다. 저는 동쪽 나라에 머물고 당신은 유계榆溪의 안에 계시므로 물길로서 하늘과 땅같이 차이가 있습니다. 공께서는 야랑으로 돌아가신 후 강남에서 풍월을 읊고 일 없이 세월을 보내신다니 역시 무료하시지 않습니까. 노닐면서 100편의 시를 짓는 재주를 보인즉 과인은 300잔의 술로 맞이할 것입니다. 혜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4장은 이렇다.
감호鑑湖의 주인인 하공賀公께 글을 올립니다. 한 구역의 풍월이 맑은 데 만 리 밖을 바라보는 마음 정녕 힘듭니다. 하늘의 끝, 땅의 모서리, 상성商星이 떠 있는 저녁, 참성叅星이 떠 있는 새벽, 산과 물은 다르고 서식栖息도 같지 않으며 지척 간인데도 끌어 주고 받드는 일이 드문데, 하물며 호해湖海로 떨어져 있는 격차이니 어떻겠습니까. 다행히 강서의 빼어난 문채를 회복하고 돌아와 너른 동해에서 노닐고 있어 대방가의 관용을 여쭙는 것이니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012_0221_a_01L扳瞻俊彩以償平生景仰之懷也伏惟
012_0221_a_02L下察其二章曰

012_0221_a_03L上書于黃河伯張公足下北辰偏遠
012_0221_a_04L溟最深鱗音逈阻鴈札殊絕黃河不
012_0221_a_05L白首長思恒勤戀戀之懷方切悠
012_0221_a_06L悠之望今有客雖爲海裔必是天人
012_0221_a_07L文傾楊馬之壘思括義 [6] 黃之域思欲與
012_0221_a_08L足下一奉高躅一放河源之査乍屈
012_0221_a_09L漢朝之儀幸與之討論文藻雌黃今古
012_0221_a_10L此非湖海之間一好事耶姑希泂亮
012_0221_a_11L三章曰

012_0221_a_12L上書于夜郞溪候 [7] 李公足下予居桑海
012_0221_a_13L之表君處榆溪之內水路波程有若
012_0221_a_14L宵壤之隔哉聞足下自歸夜郞之後
012_0221_a_15L南風月空老千秋公亦不爲之無聊耶
012_0221_a_16L倘以百篇之才見臨則寡人以三百深
012_0221_a_17L盃候之伏惟委諒其四章曰

012_0221_a_18L上書于鑑湖主人賀公足下一區之風
012_0221_a_19L月應淸萬里之瞻懷正劇天之涯
012_0221_a_20L之角商之夕叅之晨山河旣異栖息
012_0221_a_21L不同咫尺之扳奉猶希而况湖海之
012_0221_a_22L有隔者乎幸回西江之逸彩來遊東海
012_0221_a_23L之廣邈則當以吿大方之寬也姑希
012_0221_a_24L垂諾

012_0221_b_01L
이때에 네 사신이 서신을 갖고 네 대부의 거처에 가서 전하고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 문지기가 들어와 “전번에 초청한 네 분이 찾아오셨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듣고 얼굴에 기쁜 기색을 짓더니 즉시 담황포淡黃袍를 입고 머리에는 봉시관鳳翅冠을 쓰고 여의홀如意笏을 쥐고 계단을 내려가 맞이하고는 어전에 올라 좌우에 명하여 왼쪽에 다섯 개의 의자를 놓게 하였다. 왕이 오른쪽 의자에 앉자 서로 읍을 하고 앉았다. 만랑자가 그 뒤를 따라가 머리를 굽히고 섰다. 왕이 웃으면서 말하길 “그대 또한 다섯 번째 자리에 앉으시오.”라고 하였다.
왕이 나아가 네 명의 객을 위로하면서 말하길 “네 분의 객이 높은 명성을 지녔음은 오래전에 알았습니다. 남북이 막혀 있고 길이 아득하여 비록 간절히 생각했으나 만날 수가 없어 한스러웠습니다. 이제 여러 군자들이 천한 사람의 청을 욕된다고 생각지 않으시고 행차하셨으니 어찌 평생에 과분한 행운이 아닐 수 있으며 족히 수부에서 천 년에 한 번 누릴 수 있는 일이 아니리오.”라고 하였다. 네 명의 객이 모두 감사하면서 말하길 “우리는 한결같이 왕의 부름을 받들어 함께 수부에 이르러 대왕의 높은 풍격과 큰 위의를 보았거니와 이는 우리에게 큰 행운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일어나 네 명의 객에게 읍하면서 “저는 인간 세상의 한미한 유생으로 우연히 이곳에 이르렀다가 신왕神王의 명을 따르게 되었으며, 큰 선비들의 고상한 모임을 보게 되었으니 미미한 서생으로 얼마나 행운입니까.”라고 말하였다. 낙왕이 만랑자를 돌아보면서 “그대는 네 분을 아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비록 지금 뵈었으나 명성은 오래전에 들었습니다.”라고 하였다. 네 명의 객이 각각 자신에 대해 밝히고 만랑자에게 말하였다.
굴원이 말하길 “나는 옛 초나라의 신하로 세상을 덮을 재주를 갖고 변치 않는 충성심을 지니고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 깊은 궁궐에서 지내며 이려伊呂8)와 같이 왕을 보좌하는 데 뜻을 두었으나, 어리석은 왕을 만나 간신에게 배척당하였습니다. 위에서는 충직한 간언을 모르고 아래에서는 날조하고 비방하는 적이 많아 하루아침에 참소를 당하는 몸이 되었으니, 왕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원통함을 설욕하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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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是四使含書詣四大夫之居傳致而
012_0221_b_02L越數日閤者入吿曰向所請四客
012_0221_b_03L在門王聞之喜色盈顏卽着淡黃袍
012_0221_b_04L頂鳳翅冠執如意笏下階而延之
012_0221_b_05L殿命左右設五榻於左王卽榻於右
012_0221_b_06L相揖而坐漫浪逡巡鞠遜而立王笑
012_0221_b_07L君且坐於第五席也王就慰四客而
012_0221_b_08L言曰聞四位之聲華久矣南北逈阻
012_0221_b_09L道路㝠杳雖深奉戀會晤無由常以
012_0221_b_10L此爲恨今者諸君勿卑弊召辱屈冠盖
012_0221_b_11L豈特幸溢平生足使弊府偶得千載一
012_0221_b_12L勝事也四客俱謝曰吾等同承寵召
012_0221_b_13L偕涉勝境得接大王之高風盛儀此非
012_0221_b_14L吾輩之所大幸耶漫浪起揖於四客曰
012_0221_b_15L僕以人世之寒儒偶到於此仍神王之
012_0221_b_16L光命獲睹盛士之高會草芥微生
012_0221_b_17L幸如之洛王顧漫浪曰君識四位耶
012_0221_b_18L曰目雖今而耳卽舊也於是四客各述
012_0221_b_19L己事吿漫浪而語之屈君曰吾古楚
012_0221_b_20L之臣抱盖世之才蘊貫日之忠早路
012_0221_b_21L靑雲深伏紫闥志期伊呂之佐輔
012_0221_b_22L而遭逢暗主被斥奸臣上昧忠諫之姿
012_0221_b_23L下多捏訐之賊一朝身罹黃口之▼(言+(免+免+免))
012_0221_b_24L以回悟君心志未得伸寃未得雪乃賦

012_0221_c_01L이에 ≺이소離騷≻ 한 편을 지어 스스로 위로하고는 끝내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서 그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아, 이 역시 운명일 따름입니다. 이제 그대 또한 소위 근심을 만난 것입니까?”라고 말하였다. 만랑자가 말하기를 “≺이소경≻은 옛사람들이 만고에 전해지는 시부의 근원으로 여기니 무릇 세상에서 문사라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좋아하며 읽지 않겠습니까. 나는 일찍이 그 글의 뛰어남을 보고 높은 풍격을 보기를 원하였는데 오늘 선생을 만나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선생의 맑은 풍격과 온후한 의리는 천지간에 차 있으며 우주 속에 가득 찼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글을 읽게 하면 이미 선생의 충성심과 절의를 알게 될 것입니다. 늠름하기가 살아 있는 이 같고 몸은 비록 사라졌으나 이름은 더욱 높으며 세상이 비록 변하더라도 그 일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그러한즉 선생의 풍모는 태산·북두칠성과 만고에 고하를 다투며 무궁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굴원공은 이를 듣더니 얼굴이 상기되었다.
장공이 말하길 “나는 한나라의 신하로 다행히 무제의 현명함을 만나 조아爪牙9)의 직책에 올라 유세의 직을 받아 주변을 개척하고 먼 지역을 복종시키라는 임무를 띠고 8월에 강의 뗏목을 타고 만 리 밖의 사막을 지나고 서호西胡·북적北狄·남강南羌·동이東夷 지역에 두루 자취를 남겼습니다. 무릇 천하와 해외의 인물과 의관의 다름, 지형과 산하의 아름다움, 진귀한 새와 괴이한 동물, 상서로운 풀과 기이한 화초 등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이 모두 나의 힘입니다. 이에 해외의 기이함을 기록하고 천하 여러 나라의 지도에 이르기까지 갖추어 왕에게 올려 이로써 후세에 전해졌으니 그대 또한 알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말하길 “무릇 세상에서 말하는 박물군자博物君子는 대체로 선생께서 사명을 받들어 먼 곳에 다녀온 덕택입니다. 넓고 밝은 생각을 가진 선생과

012_0221_c_01L1) [12] 騷一篇以自慰終投汨羅而居
012_0221_c_02L此亦命也耳今子亦得見其所謂離騷
012_0221_c_03L者乎漫浪曰離騷一經古人以爲萬
012_0221_c_04L古詞賦之宗源凡世之稱文士者孰敢
012_0221_c_05L不愛而讀之哉予嘗見其文長爲之想
012_0221_c_06L見其高風豈料今日拜接神儀者乎
012_0221_c_07L生之淸風厚義塞乎天地之間充乎宇
012_0221_c_08L宙之內使人讀其文已知先生之丹忠
012_0221_c_09L素節凛凛如生身雖徃而名則益高
012_0221_c_10L世雖變而事則益明然則先生之風
012_0221_c_11L與太山北斗相高下於萬世而無窮矣
012_0221_c_12L屈公聞之動容也

012_0221_c_13L
張公曰吾漢朝之臣幸遇武帝之賢明
012_0221_c_14L位忝爪牙之近職受游說之任以斥邊
012_0221_c_15L開土誘遠服荒爲寄乘河源八月之査
012_0221_c_16L歷流沙萬里之國西胡北狄南羌東夷
012_0221_c_17L之域跡將徧焉凡天下海外人物衣冠
012_0221_c_18L之異地形山河之勝珍禽恠獸瑞草奇
012_0221_c_19L花之屬諸詳畢致者皆我之力也
012_0221_c_20L以記海外異誌及天下列國之圖具以
012_0221_c_21L進之以傳於後世君亦知之乎漫浪
012_0221_c_22L凡世之稱博物君子者皆吾候 [8] 奉使
012_0221_c_23L遐遊之致也以吾侯洞明之胷襟比夫
012_0221_c_24L「罹」疑「離」{編}

012_0222_a_01L한 구역의 거처에서 태어나 산 사람을 비교한다면 기러기와 흙 벌레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까닭에 세상 사람들은 우리 공후께서 멀리 나가 보고 두루 물건을 접한 풍도를 생각하면서 책상 위의 이국 지리지를 봅니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지도를 벽 사이에 붙여서 이로써 누워서 천하를 유람하는 도구로 삼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마자 장공이 웃었다.
야랑후가 말하길 “나는 당나라의 선비로서 제후들로부터 명성 듣기를 구하지 않았으며 오직 술 마시는 데 마음을 두고 농우隴右10)에 자취를 숨기고 세상을 잊고 살았으며 필생화筆生花11)하는 꿈을 꾸고는 홀연 사자의 부름을 입어 왕을 뵙게 되었습니다. 한림의 직위에 있을 때는 고 역사高力士의 무고를 받아 마침내 야랑夜郞으로 쫓겨났습니다. 이는 성주聖主의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저의 분수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말하길 “선생의 재주는 비록 천고 전에 구했다 하더라도 얻지 못했을 것이며 천 년 후에 구한다 하더라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당 황제는 지혜로웠으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고 역사 한 놈의 말을 신임하여 고명하기가 세상에 없는 선생의 자태가 꺾여 야랑으로 유배되어 만 리 밖으로 쫓겨났으니 천하의 누가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이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감호鑑湖의 주인인 하공이 말하길 “나 또한 당나라의 선비로 오랫동안 사명산四明山의 나그네로서 하루아침에 천자의 부르심에 벼슬을 했으며, 재주가 없어 사양했으나 특별히 경호鏡湖 한 굽이를 내려 주셔서 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데, 어찌 미천한 선비로서 큰 영광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만랑자가 말하길 “경호를 하사하심은 천하에 광채가 날 일입니다. 만약 선생의 재주가 아니라면 누가 감당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하지장이 빙그레 웃었다.
주인과 나그네의 말이 끝나자 왕이 좌우에 명하여 중당에 잔치를 벌였는데,

012_0222_a_01L生處一區之室者何啻若壤虫之於㝠
012_0222_a_02L鴻哉是故世人想吾侯遠遊博物之風
012_0222_a_03L以異誌對諸案上而以列國之圖
012_0222_a_04L施於壁間以爲卧游天下之資具耳
012_0222_a_05L公卽爲之一笑也

012_0222_a_06L
夜郞侯曰吾唐朝布衣之士不求聞達
012_0222_a_07L於諸侯惟寓精神於醉鄕遁跡隴右
012_0222_a_08L與世相忘自夢筆生於花忽被白衣之
012_0222_a_09L拜覩龍顏職居翰林一汚力士之
012_0222_a_10L遽見夜郞之逐此非聖主之有失
012_0222_a_11L是亦微臣之素分爾漫浪曰以侯之才
012_0222_a_12L雖求之於千古之上而不可得也求之
012_0222_a_13L於千古之下而不可得也盖唐皇智
012_0222_a_14L不得爲中信高力士一介▼(囗*奄)竪之言
012_0222_a_15L遽屈吾侯高明不世之姿出流於夜郞
012_0222_a_16L數萬里之外者天下孰不爲之流涕而
012_0222_a_17L太息也哉謫仙爲之唏歔也

012_0222_a_18L
鑑湖主賀公曰吾亦唐之布衣久爲四
012_0222_a_19L明山客一朝天子以詔徵起辭以不
012_0222_a_20L特賜鏡湖一曲以寄餘生豈非布
012_0222_a_21L衣光榮之極耶漫浪曰鏡湖之賜
012_0222_a_22L浮天下若非主人之才誰敢當之
012_0222_a_23L公爲之微哂也

012_0222_a_24L
主客語畢王命左右設晏於中堂

012_0222_b_01L배열한 물건이나 음식의 차림이 모두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술이 나오고 음악이 연주되니 영귀靈龜의 북을 치고 옥룡의 피리로 채연가採蓮歌를 부르고 능파凌波 춤을 추고 그 사이에 악기가 연주되었다. 흥겨운 자리에서 왕이 잔을 잡고 다섯 객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말하였다. “일생에서 모여 즐길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울려 사귀며 즐기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천만 리 밖에 떨어져 있다 만나는 자리이니 어떻겠습니까. 아, 이 술은 항상 있으나 이 모임은 다시 갖기 어렵고 이 광경은 늘 보지만 이 시간은 빨리 흘러갑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철로서 좋은 사람들, 좋은 철을 겸하기는 어려운 것이니 이 자리는 주객이 서로 어울려 실컷 즐길 수 있는 가을밤이 아니겠습니까. 다섯 객에게 각기 시와 노래를 청하여 즐기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때에 굴원이 칼자루를 어루만지다가 술잔을 잡고 노래하였다.

余事之懷襄兮        옛날 내가 섬긴 회왕懷王과 양왕襄王이여
車鄢郢之中逵言以直道事其君也。     초나라의 언영鄢郢12) 길을 수레로 달렸지직언으로 왕을 모셨음을 말한다.
材旣大而不容兮        큰 재목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음이여
困余轍於窮歧         이로써 나는 험한 길을 밟았네
累抱璞而刖足兮        누차 구슬을 안고서도 발이 베어졌음이여13)
彼蔽日之浮雲         구름이 햇볕을 가렸도다
悲噫。楚子之優遊兮      비통하도다, 초자楚子의 유유자적함이여
何用賢之多疑         어찌 어진 이를 등용하고도 의심이 많나
携明月而暗投兮        명월明月 구슬을 무작정 던짐이여14)
有盲跛者相欺         눈 어둡고 발 저는 자가 서로 속이도다
擧世混濁而皆醉兮       온 세상이 흐리고 다 취해 있는데
我獨醒而奚爲         나 홀로 깨어 있단 말인가
輙述離騷以自慰兮       문득 ≺이소離騷≻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하네
碔砆掩其良琪         사이비 옥돌이 좋은 옥을 가리니
終歸汨羅而深居        끝내 멱라수汨羅水로 돌아가 깊이 가라앉아
采蓼莪而編江蘺        풀을 캐어 먹고 강리江蘺15)로 옷을 해 입고
旣栖息於江潭兮        강물에 사네
漁父吊之以哀詞        어부가 애사哀詞를 지어 조상하니
秋風淅淅而吹衣兮       가을바람 소슬하게 옷깃을 날리네
望美人兮江之涯        멀리 강 끝의 미인을 바라보니
心搖搖而不可止兮       마음이 흔들려 가라앉지 않네
去作遊於鴻蒙之基       돌아가 혼몽한 세계에서 노닐며
駕翠虬而挾天風兮       푸른 용을 타고 천풍天風을 낀다네
蒼梧之上赤水之湄       창오蒼梧16)의 위쪽 적수赤水의 물가에 가서
眄三閭而遐擧兮        삼려三閭17)를 뵙고 멀리 몸을 일으키네
指顧扶桑三百尺之高枝     부상扶桑의 삼백 척 높은 가지 돌아보는데
水殿鬱乎嵯峨兮        물속 궁전 웅장하고 높기도 하네

012_0222_b_01L鋪陳之物飮饌之具皆非人世所有
012_0222_b_02L而已酒進樂作其靈龜之鼓玉龍之笛
012_0222_b_03L採蓮之歌凌波之舞間發而迭奏
012_0222_b_04L華筵之上王把一觥進五客之前而勸
012_0222_b_05L之曰人生一世會娛幾多連屋之交
012_0222_b_06L相與娛樂特未可易也况在千萬里而
012_0222_b_07L逢迎者乎此酒常在此會難再
012_0222_b_08L景常留此辰易邁今可謂四美具也
012_0222_b_09L而二難并矣此非主客相宜盡歡之秋
012_0222_b_10L請五客須宜各賦歌詩以爲其樂也
012_0222_b_11L於是屈君撫釰持盃而歌曰

012_0222_b_12L
昔余事之懷襄兮車鄢郢之中逵言以
直道
012_0222_b_13L事其
君也
材旣大而不容兮困余轍於窮歧
012_0222_b_14L累抱璞而刖足兮彼蔽日之浮雲悲噫
012_0222_b_15L楚子之優遊兮何用賢之多疑携明月
012_0222_b_16L而暗投兮有盲跛者相欺擧世混濁而
012_0222_b_17L皆醉兮我獨醒而奚爲輙述離騷以自
012_0222_b_18L慰兮碔砆掩其良琪終歸汨羅而深居
012_0222_b_19L采蓼莪而編江蘺旣栖息於江潭兮
012_0222_b_20L父吊之以哀詞秋風淅淅而吹衣兮
012_0222_b_21L美人兮江之涯心搖搖而不可止兮
012_0222_b_22L作遊於鴻蒙之基駕翠虬而挾天風兮
012_0222_b_23L蒼梧之上赤水之湄眄三閭而遐擧兮
012_0222_b_24L指顧扶桑三百尺之高枝水殿鬱乎嵯

012_0222_c_01L開中堂而設晏儀        중당中堂을 열어 놓고 잔치를 베풀어
銷萬古之鬱鬱兮        만고에 쌓였던 울적함 녹인다네
賴桑落之千危         천 가지 위험 상락桑落18) 술에 의지하니
不知今夕之何夕兮       이 저녁이 어떤 저녁인지 아는가
寫千愁萬恨          천만 가지 수심과 원한을 털어놓고
而爲樂於斯          이에 즐겨보세나

황하백黃河伯이 자리에 앉아서 배율排律 한 수를 읊었다.

漢室龍興日          한나라가 처음 세워진 날
王庭麏伏辰          조정에서 노루가 진辰에 숨었지
氊車皆入貢          수레들 모두 공물 싣고 들어왔으니
卉服盡來賓          훼복卉服 입은 사람들 손님으로 왔네
可汗威何振          오랑캐 왕이 어찌 위엄 떨칠까
單于志不伸          흉노 왕은 뜻을 못 폈지
玉關長不閉          옥문관은 오래도록 닫지 않고도
榆塞自無塵          변방의 요새는 본디 먼지가 없었지
帝宅彌天下          궁궐이 천하를 가득 채우고
星査發海濱          성사星査19)가 해변에서 출발하여
山河將徧跡          산하를 두루 돌아다녔지
夷夏遠遊身          이하夷夏20)에서 널리 노닐었던 몸
大完輸天馬          대완大完21)에서는 천마를 보내오고
樓闌進國嬪          누란樓闌22)은 뛰어난 미인을 바쳤지
東經窮渤海          동쪽으로 길을 가서 발해에 이르고
西歷略崑崙          서쪽으로 나아가 곤륜산을 다스렸지
弱水風驚鬂          약수弱水23)의 바람이 수염을 어지럽히고
葱山雪凍紳          총산葱山의 눈은 얼어서 띠처럼 늘어졌네
百年無暇日          백 년 세월 한가한 때 없이
萬國幾經巡          숱한 나라 몇 번이나 돌았나
翻局人何去          세상을 바꾼 이 어디 갔는지
回頭跡已陳          돌아보니 그 자취 베푼 것 많네
今來遊水府          이제 와서 수부水府에서 즐기니
勝餞動華筃          성대한 전별에 아름다운 자리일세
滿座排佳客          자리마다 가객들 즐비한데
高冠有主人          고관高冠 쓴 이가 주인이라네
潭潭宮榭壯          깊고 넓은 수궁은 장엄도 하고
濟濟禮儀新          빼어난 선비들 예의가 새롭네
樽爼皆仙品          진수성찬은 모두 신선의 물건인데
盃盤備海珍          술상엔 산해진미가 가득하네
屏娟梅杪月          병풍 속 매화 가지에 달이 걸렸고
觴碧竹枝春          푸른 잔의 댓가지에는 봄이 서렸네
海鼓驚鮫室          바다 북소리는 인어를 놀라게 하고
仙簫徹水輪          신선의 퉁소 소리는 수륜水輪까지 닿았네
瑠璃燈照夜          유리등은 밤을 비추고
雲母燭傳晨          운모雲母의 촛불은 새벽까지 밝히네
檻植珊瑚樹          난간에는 산호를 심어 두고
堂廻翡翠楯          집은 푸른 회랑 에워쌌네
洞庭來翠橘          동정호에서 온 푸른 귤나무요
楚澤貢香蘋          초나라 못에서 바친 향초일세

012_0222_c_01L峨兮開中堂而設晏儀銷萬古之鬱鬱
012_0222_c_02L賴桑落之千危不知今夕之何夕兮
012_0222_c_03L寫千愁萬恨而爲樂於斯

012_0222_c_04L
主黃河伯倚席而詠排律一章曰

012_0222_c_05L
漢室龍興日王庭麏伏辰

012_0222_c_06L氊車皆入貢卉服盡來賓

012_0222_c_07L可汗威何振單于志不伸

012_0222_c_08L玉關長不閉榆塞自無塵

012_0222_c_09L帝宅彌天下星査發海濱

012_0222_c_10L山河將徧跡夷夏遠遊身

012_0222_c_11L大完輸天馬樓闌進國嬪

012_0222_c_12L東經窮渤海西歷略崑崙

012_0222_c_13L弱水風驚鬂葱山雪凍紳

012_0222_c_14L百年無暇日萬國幾經巡

012_0222_c_15L翻局人何去回頭跡已陳

012_0222_c_16L今來遊水府勝餞動華筃

012_0222_c_17L滿座排佳客高冠有主人

012_0222_c_18L潭潭宮榭壯濟濟禮儀新

012_0222_c_19L樽爼皆仙品盃盤備海珍

012_0222_c_20L屏娟梅杪月觴碧竹枝春

012_0222_c_21L海鼓驚鮫室仙簫徹水輪

012_0222_c_22L瑠璃燈照夜雲母燭傳晨

012_0222_c_23L檻植珊瑚樹堂廻翡翠楯

012_0222_c_24L洞庭來翠橘楚澤貢香蘋

012_0223_a_01L銀瓮開仙醞          은 항아리에는 신선 술이요
金盆膾雪鱗          금 주발에는 눈 같은 어육일세
觥籌仍間錯          술잔 수 헤아리기 어렵고
歌舞亂紛繽          노래와 춤이 어지럽네
酬酢篇章數          주고받는 술잔 속에 시편도 늘어나고
殷勤意氣親          은근하게 서로들 의기가 맞네
題詩傳勝事          시를 지어 좋은 일 전하는데
滿紙筆如神          종이에는 신묘한 글씨 가득 찼네

야랑 계후夜郞溪侯가 붓을 휘둘러 장시 한 편을 짓고는 읊조렸다.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나
黃河之水走東溟        황하의 물은 동쪽 바다로 흐르고
逝川日夜無停行        흐르는 물은 밤낮 쉬지 않고 가는 것을
又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나
靑天白日落西海        청천의 해는 서해로 지는 것을
流光冉冉如梭輕        세월은 북처럼 날렵하게 달아나네
人誰吸景駐光彩        누가 시간을 삼켜 세월을 멎게 하리
胡不含盃如飮鯨        어찌 잔을 들어 고래처럼 마시지 않나
公侯富貴何足道        공후公侯의 부귀야 어찌 말할 것이 있나
唐漢周秦雷一鳴        당·한·주·진 나라에서 크게 울렸지
我本隴西一布衣        나는 본디 농서隴西24)의 일개 선비
忽夢筆頭寒花生        홀연 붓 끝에서 국화꽃 피어나는 꿈을 꾸었네
一朝徵遊翰院去        하루아침에 한림원으로 불려가서는
聲名赫奕傾王城        혁혁한 명성이 왕성을 덮었지
男兒氣宇豈見屈        남아의 기상인데 어찌 굴복하겠나
脫帽壓倒群公卿        탈모脫帽25)한 채 공경公卿 무리를 압도하였지
居然造化仍致猜        이유 없이 시기를 받는 신세가 되었으니
可笑世路多崢嶸        가소롭도다 하고 많은 세상의 다툼이여
却向夜郞歸去後        문득 야랑으로 귀양간 뒤에
江潭風月饒閑情        강호와 풍월 속에서 한정을 누렸지
周遊八極已千秋        긴 세월 세상을 주유하고는
倒騎赤虬朝玉京        붉은 규룡을 거꾸로 타고 옥경玉京26)에 조회 가네
今板高會如泥醉        좋은 모임 자리에서 실컷 취했는데
扣壺擊盤而吹笙        술병과 소반을 치는 이는 취생吹笙27)이로다
瓊盃到來莫停手        건네는 옥잔의 술 거침없이 마시고
永夜秉燭銷寒更        긴 밤 촛불 밝혀 추위 녹이지
明朝海日出東來        내일 아침 동쪽 바다에 해가 뜨면
我輩天涯歸路橫        우리는 비낀 길로 하늘가에 돌아가리라

하공賀公이 술통을 들고 율시 한 수를 읊었다.

四明山下鏡湖濱        사명산四明山 아래 경호鏡湖의 물가
一畝江居水色新        강가 살림 누추하나 물빛은 새롭고
時見紫泥徵以起        때로는 임금이 조서 내려 불렀지만
幾敎白鳥恕還嗔        얼마나 흰 새가 돌아가길 싫게 만들었는지
蓬溟積浪今朝淺        파도 일던 봉래산이 오늘 아침에는 잔잔하고
若木仙花舊歲春        신선화 약목若木28)이 섣달그믐에 봄빛이네

012_0223_a_01L銀瓮開仙醞金盆膾雪鱗

012_0223_a_02L觥籌仍間錯歌舞亂紛繽

012_0223_a_03L酬酢篇章數殷勤意氣親

012_0223_a_04L題詩傳勝事滿紙筆如神

012_0223_a_05L
夜郞溪侯揮筆而吟長韵一篇曰

012_0223_a_06L
君不見

012_0223_a_07L黃河之水走東溟逝川日夜無停行

012_0223_a_08L又不見

012_0223_a_09L靑天白日落西海流光冉冉如梭輕

012_0223_a_10L人誰吸景駐光彩胡不含盃如飮鯨

012_0223_a_11L公侯富貴何足道唐漢周秦雷一鳴

012_0223_a_12L我本隴西一布衣忽夢筆頭寒花生

012_0223_a_13L一朝徵遊翰院去聲名赫奕傾王城

012_0223_a_14L男兒氣宇豈見屈脫帽壓倒群公卿

012_0223_a_15L居然造化仍致猜可笑世路多崢嶸

012_0223_a_16L却向夜郞歸去後江潭風月饒閑情

012_0223_a_17L周遊八極已千秋倒騎赤虬朝玉京

012_0223_a_18L今板高會如泥醉扣壺擊盤而吹笙

012_0223_a_19L瓊盃到來莫停手永夜秉燭銷寒更

012_0223_a_20L明朝海日出東來我輩天涯歸路橫

012_0223_a_21L
賀公繫壺而吟一律曰

012_0223_a_22L
四明山下鏡湖濱一畝江居水色新

012_0223_a_23L時見紫泥徵以起幾敎白鳥恕還嗔

012_0223_a_24L蓬溟積浪今朝淺若木仙花舊歲春

012_0223_b_01L偶與諸公遊海府        제공과 더불어 해부海府에서 노닐며
扣瓶欹帽醉良辰        병 두드리며 갓 비껴쓰고 좋은 날 마냥 취하세

만랑자漫浪子도 연이어 소매를 떨치며 장단구 한 편을 지었다.

黃江之上           황강黃江29)의 위쪽
滄海之隅           푸른 바다의 한 귀퉁이
叅差海宇深          깊은 바닷속 치솟은 것들
盤鬱珠宮殊          울창한 구슬 왕궁 기이하네
細緝魚鱗作屋瓦        촘촘히 비늘 엮어 지붕을 얹고
橫拈龍骨爲門樞        용골을 비껴들어 돌쩌귀를 만들었네
唇樓靈光耀日御        신기루의 빛 영험하고 일어日御30)는 눈부신데
虹梁霽色搖雲衢        맑은 허공에 무지개가 하늘에 오르네
檻逼陽侯宅          난간은 양후陽侯31)의 집과 같고
簷隣海若郛          처마는 해약海若32)의 성과 이웃했네
千祥百恠相簇耀        갖가지 상서롭고 기이한 것들 빽빽하게 빛나고
六氣三光爭擁扶        육기六氣와 삼광三光은 다투어 끌어안네
登臨十洲望縹緲        올라오니 십주十洲가 아득하게 보이고
俯瞰三島根虛無        굽어보니 삼신산이 쓸쓸함을 불러오네
開堂設宴羅賓主        잔치 자리 열어 놓고 손님·주인 모였는데
冠珮紛紜英俊徒        관원들 분분하고 영준英俊들 무리 지었네
黃金疊兮紫流霞        황금 잔에 좋은 술이요
碧蕙帳兮紅氍毹        푸른 향초 장막에 붉은 융단일세
酒行仙樂殷巨壑        술잔 오갈 때 신선 음악 바닷속을 울리는데
鼈打鼓兮黿吹竽        자라는 북을 치고 도롱뇽은 피리를 부네
撫瑟江妃至自湘        비파 타는 강비江妃33)가 소상에서 이르렀고
携琴山女來從巫        거문고를 타는 산녀山女34)가 무산에서 왔네
仙韶雜奏八音動        선소仙韶35) 곡 연주하니 팔음八音36)이 진동하고
角徵宮商聲繞嵎        궁상각치우 오음이 한 모퉁이 감아 도네
川君澤長如雲屯        수중의 우두머리들 구름같이 모여들고
門外白鼻鳴驪絇        문밖에는 백비白鼻37)의 말들 줄지어 우네
紛綸翠旗間金支        취기翠旗는 어지럽게 금지金支에 섞여 있고38)
顚倒紫鳳并天吳        자봉紫鳳39)과 천오天吳40)도 뒤로 자빠졌네
屈公衣冠古君子        의관을 정제한 굴원屈原은 옛 군자로
淸風凛凛生寰區        늠름하고 맑은 풍모가 생전의 모습이네
乘査漢使博望侯        뗏목 타고 간 한나라 사신 박망후博望侯41)
八垓九州曾馳駈        온 세상과 중국을 일찍이 내달렸지
謫仙人稱酒中仙        적선謫仙42)은 술 속의 신선을 칭하는데
長安白日眠酒壚        장안의 술집에서 대낮에 졸았지
鏡湖之濵有賀公        경호 물가에 머물던 하지장賀知章
同携三傑遊來俱        삼걸三傑43)의 손잡고 같이 왔네
座上群仙余所慕        내가 사모하던 술자리의 신선들
盛名千載何碯磷        천년을 이름 떨친 보배들 아니던가
平生空佇不可見        평생을 우두커니 보지 못하다
誰料此日同踟蹰        누가 오늘 함께 서성일 줄 알았나
主人不是池中物        주인은 연못 속의 물건이 아니니
風雷頃刻隨吹欨        풍뢰의 경책을 몰아왔네

012_0223_b_01L偶與諸公遊海府扣瓶欹帽醉良辰

012_0223_b_02L
漫浪子亦聯席拂袂而賦長短韵一篇
012_0223_b_03L

012_0223_b_04L
黃江之上滄海之隅

012_0223_b_05L叅差海宇深盤鬱珠宮殊

012_0223_b_06L細緝魚鱗作屋瓦橫拈龍骨爲門樞

012_0223_b_07L唇樓靈光耀日御虹梁霽色搖雲衢

012_0223_b_08L檻逼陽侯宅簷隣海若郛

012_0223_b_09L千祥百恠相簇耀六氣三光爭擁扶

012_0223_b_10L登臨十洲望縹緲俯瞰三島根虛無

012_0223_b_11L開堂設宴羅賓主冠珮紛紜英俊徒

012_0223_b_12L黃金疊兮紫流霞碧蕙帳兮紅氍毹

012_0223_b_13L酒行仙樂殷巨壑鼈打鼓兮黿吹竽

012_0223_b_14L撫瑟江妃至自湘携琴山女來從巫

012_0223_b_15L仙韶雜奏八音動角徵宮商聲繞嵎

012_0223_b_16L川君澤長如雲屯門外白鼻鳴驪絇

012_0223_b_17L紛綸翠旗間金支顚倒紫鳳并天吳

012_0223_b_18L屈公衣冠古君子淸風凛凛生寰區

012_0223_b_19L乘査漢使博望侯八垓九州曾馳駈

012_0223_b_20L謫仙人稱酒中仙長安白日眠酒壚

012_0223_b_21L鏡湖之濵有賀公同携三傑遊來俱

012_0223_b_22L座上群仙余所慕盛名千載何碯磷

012_0223_b_23L平生空佇不可見誰料此日同踟蹰

012_0223_b_24L主人不是池中物風雷頃刻隨吹欨

012_0223_c_01L幸矣如吾塵土客        다행히 나 같은 진세의 나그네가
何緣得接游蓬壺        무슨 인연으로 봉호蓬壺44)를 노닐게 되었나
饋之以丹砂碧玉千歲之金桃   단사, 벽옥, 천년 된 금도金桃45)를 선물하고
飮之以瓊漿珠液九醞之醍醐   경장瓊漿46) 주액珠液, 구온九醞47)의 제호醍醐48)를 마신다네
吐納風雲駐彩景        풍운을 토하고 삼켜서 아름다움 지어 내고
醉裡一席同歡娛        무르익은 술자리에서 한데 즐긴다네
不是爲采長生藥        장생할 약초를 캔 것이 아니던가
不是爲覔千金珠        천금의 구슬을 찾은 것이 아니던가
欲向龍宮水殿留        바닷속 대궐에 머물길 원한다면
得風流作話柄         풍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誰將此事傳爲圖        누가 장차 이 일을 전하여 줄까

다섯 사람이 시를 짓자 왕이 만랑자가 앞서 지은 시를 갖고 네 객들에게 보여 주면서 감탄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여러 객들이 말하길 “이 시의 취지를 살펴보니 세상을 위해 비를 청하는 것인데, 특별히 이 일은 대왕이 관장하는 것입니다. 어찌 한 말의 물에 인색하여 시 속의 간절함을 저버리시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왕이 말하길 “옥황상제의 명은 지엄한 것입니다. 비록 해국의 왕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물며 저 같은 부용附庸49)의 왕에 있어서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앉은 객들이 말하길 “아, 만약 왕이 비를 내리지 못하신다면 이 나라 백성은 죽고 말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애통하기 그지 없은즉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지금 자리에 있는 분들이 모두 하늘을 감동시키는 재주로써 신명에게 충신함을 드러내고 고금에 도의가 덮히도록 과인을 위해 함께 문장을 지어 해왕에게 표사表使50)해 주기를 청하여 옥황상제의 향안香案 아래에 상주하면 윤허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에 근신에게 명하여 백옥의 연적, 무소뿔의 붓, 한 장의 교초鮫綃51)를 자리에 비치하고 여러 공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만랑자에게 붓을 잡도록 하고 함께 표表를 지어 동해 용왕에게 올렸으니 이러하였다.
사해와 오호는 모두 왕의 감화가 미치는 곳이며, 구천九天52)과 팔연八埏53)은 황제의 명에 든 곳으로 생령을 위하여 각 곳에 신작神爵을 내렸습니다. 생각하건대 대왕의 이름은 팔해에 드높고 지위는 신령 중에서 최고로서

012_0223_c_01L幸矣如吾塵土客何緣得接游蓬壺

012_0223_c_02L饋之以丹砂碧玉千歲之金桃

012_0223_c_03L飮之以瓊漿珠液九醞之醍醐

012_0223_c_04L吐納風雲駐彩景醉裡一席同歡娛

012_0223_c_05L不是爲采長生藥不是爲覔千金珠

012_0223_c_06L欲向龍宮水殿留得風流作話柄

012_0223_c_07L誰將此事傳爲圖

012_0223_c_08L
五客詩畢王以漫浪先所題詩言於四
012_0223_c_09L客座間傳示而歎賞不已諸客曰
012_0223_c_10L此詩趣乃爲世而請雨也此特大王掌
012_0223_c_11L中事也何吝一斗之水以負詩中之恳
012_0223_c_12L王曰帝命極嚴矣雖海國之王
012_0223_c_13L可得也况我附庸之主乎座客曰
012_0223_c_14L王若不施則此邦之蒼生盡之矣王曰
012_0223_c_15L無已則有一焉今座上皆以感天之才
012_0223_c_16L忠信著於神明道義橫于今古可爲寡
012_0223_c_17L共述一章請表使海王上奏於玉皇
012_0223_c_18L香案之下則庶幾得允矣乃命近侍
012_0223_c_19L取白玉之硯文犀之管并鮫綃丈餘
012_0223_c_20L置於座間諸公並聚一席使漫浪把筆
012_0223_c_21L而共製上東海龍王表曰

012_0223_c_22L
四海五湖盡是王化之裡九天八埏
012_0223_c_23L咸囿帝命之中爲濟生靈各布神爵
012_0223_c_24L伏惟大王名高八海位極群靈

012_0224_a_01L봉도蓬島54)에 3천 년을 머물며 길이 보석 궁전이 치솟아 있음을 보았으며 수만 리 강토를 다스리며, 오래도록 아득한 은빛 바다를 진압하고 온갖 물줄기를 조종朝宗55)하고 많은 계곡물이 모여듦을 받아들였습니다. 영묘한 기미는 헤아리기 어려웠고 변화는 한량이 없으니, 비와 구름을 마음대로 다스리고 번개 뒤에 우레 오게 하고 바람과 천둥의 내달림을 꾸짖었으며 구름과 비를 깊이 불러오고 구중의 조정을 마치 평지처럼 출입하며, 팔극八極의 신묘한 지역을 두루 주선하기를 이웃집처럼 하였습니다. 지금 이 동쪽 작은 나라에 가뭄의 재앙이 닥쳐 구름과 무지개를 기다리며 탄식하고 있으며, 초목이 다 타고 있어 부질없이 하늘의 은혜로 비 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비록 백성이 어질지 못하다 해도 또한 저희 신하들의 책임이 큽니다. 신령에게 알리지 않고 어찌 백성을 죽도록 하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큰 자비를 베풀고 두루 묘화妙化를 내려 검은 구름을 만들어 천왕의 은혜를 내려 주십시오. 신묘한 글을 봉하여 영소보전靈宵寶殿에 상주하니 삼청의 우로를 돌려서 인간 세상에 내려 준다면 신이 감히 우러러 신하의 충성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낙왕은 즉시 중신인 궐독우鱖督郵에게 명하여 그 표문을 광연왕廣淵王의 처소에 보냈다. 광연왕이 표문을 보고는 또한 상소문과 낙신왕의 진표進表를 갖추어 그날 밤 옥황상제에게 올렸다. 옥황상제가 백옥루에 거둥하여 여러 신하에게 말하길 “동방의 작은 나라 백성이 우매하고 배반됨이 심한 까닭에 비를 금했는데, 지금 용왕의 상소가 이에 이르렀으니 비를 내리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하였다. 곁에서 시중을 들던 만청曼倩이 아뢰기를 “세상의 어리석은 백성이 비록 잘못을 저질렀으나 만약 상제께서 널리 용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러러 의지할 데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옥황상제가 즉시 우사부雨師府와 해왕욕신海王浴神에게 조서를 내려서 큰비를 수일 동안 내린 다음 그치게 하였다. 이에 네 명의 객과 만랑자는 같이 낙신왕洛神王에게 감사를 올리고 고별하였다.

012_0224_a_01L島三千年長見瑤宮之岌嶫封疆幾
012_0224_a_02L萬里久鎭銀海之滄茫通萬派之朝
012_0224_a_03L受百谷之獻納靈機匪測變化
012_0224_a_04L無方雲車雨軸專城電卒雷厮奉駕
012_0224_a_05L叱吒風霆震擊吹噓雲雨沈㝠出入
012_0224_a_06L九重之天庭如臨平地周旋八極之
012_0224_a_07L神局若枉隣居今玆海表小邦
012_0224_a_08L魃爲災幾望雲霓而歎息草木皆焦
012_0224_a_09L空希天澤之沾濡雖爲下民之不仁
012_0224_a_10L有獘臣之多責若不吿於靈駕安所
012_0224_a_11L衄於蒼生伏願廣施洪休旁張妙化
012_0224_a_12L卽著烏雲之神舃能垂赤宵之衮衣
012_0224_a_13L封神章上奏靈宵寶殿三淸雨露
012_0224_a_14L洒下界塵寰則臣敢不仰盡股肱之勤
012_0224_a_15L奉述附庸之職

012_0224_a_16L
洛王卽命重臣鱖督郵者齎其表使廣
012_0224_a_17L淵王所廣淵見表亦具奏章并洛王所
012_0224_a_18L進表其夜上奏於玉皇玉皇御白玉樓
012_0224_a_19L語群卿曰東方小國之氓愚逆甚故
012_0224_a_20L禁其雨澤今龍王所奏至此施雨可乎
012_0224_a_21L有曼倩者侍側奏曰下界愚氓雖有
012_0224_a_22L犯咎若非上帝之洪宥安所仰賴
012_0224_a_23L皇卽宣勑於雨師府下與海王浴神
012_0224_a_24L大雨數日而止於是四客與漫浪同致

012_0224_b_01L만랑자가 말하기를 “이제 네 분이 동쪽으로 출발해 버리면 도중에 되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가는 것을 그만두고 동해를 노닐면서 삼신산을 누비고 돌아가는 것이 낫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네 명의 객이 곧 만랑자와 같이 봉래산을 향하여 떠났다.
신유록神遊錄
내가 몽중에 금란가사를 입은 채 육환장을 짚고 바다로부터 신선산의 최고봉에서 어떤 시내 어구에 이르렀다. 시내 위에는 푸른 단풍 한 그루가 있고 비단 같은 채색의 구름이 시내 위에서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오색 빛으로 변하면서 골짝을 가득 채웠다. 푸른 용이 시내 가운데에서 나오는데 머리 뿔이 뾰족뾰족하였다. 이윽고 내 앞에 와서 머리를 숙이더니 자신에게 올라타라 하였다. 이에 내가 그 목에 올라서 뿔을 잡았다. 이때 용은 즉시 푸른 단풍나무에 올라 허공에다가 그 수염을 흔들더니 승천하였다. 하늘의 중간 지점에 이르러 나는 용의 등에서 아래 세계를 내려다보았는데 푸르고 깜깜하여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이윽고 용에게 “다시 밑으로 내려갈 수 없는가.”라고 말하였다. 용이 꿈틀거리며 내려가더니 푸른 바다 가운데 곧게 섰다. 꼬리를 바다 밑에 박고 그 목만 약간 물 위로 드러냈다. 출렁거리는 파도가 거세게 용의 등뼈를 때렸다. 이때 나는 다시 용에게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용이 이윽고 몸을 떨더니 허공으로 올랐다. 곧바로 구천으로 올라 한 건물에 이르렀는데, 집채는 허물어지고 계단 돌만 남아 있었다. 다시 한 건물에 이르니 건물이 몹시 당당하였다. 나는 그 대청 위에서 잠시 쉬면서 나무판 조각에 새겨진 시 한 수를 보았는데, 세 구는 복잡해서 기억할 수가 없고 첫 구만은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시는 “푸르고 노란 감귤 옥반玉盤에 가득하도다.”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용에게 “이 시는 누가 지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용이 “정동명鄭東溟이 지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012_0224_b_01L謝於洛神王而吿別漫浪曰今四位已
012_0224_b_02L發東行其中途而返可乎孰若以已發
012_0224_b_03L之行東游於海領略三山而去也
012_0224_b_04L客卽與漫浪同向蓬萊而去

012_0224_b_05L

012_0224_b_06L神遊錄

012_0224_b_07L
余昔夢中披金欄杖六環自海上仙山
012_0224_b_08L最高峯頂而下至一澗口澗上有一靑
012_0224_b_09L楓林有一縷祥雲自澗頭而起須臾
012_0224_b_10L成五色彌滿洞中有一蒼龍自澗心
012_0224_b_11L而出頭角崢嶸遂俛首於余前而請
012_0224_b_12L騎之余乃騎其頸攀其角於是龍卽
012_0224_b_13L緣靑楓之樹振鬛凌空扶搖而升天
012_0224_b_14L半天之中余在龍背俯視下界則蒼
012_0224_b_15L蒼冥冥杳莫可視遂語龍曰不可復
012_0224_b_16L下耶龍蜿然而下直立於碧海之中
012_0224_b_17L其尾植於海底其頸菫出水上風濤湧
012_0224_b_18L激囓龍脊余復語龍曰不可復上
012_0224_b_19L龍乃奮身而升虛直上九宵至一
012_0224_b_20L舘宇頽廢階砌猶存復至一舘
012_0224_b_21L舍亭亭余遂暫憇于廳上有一片板子
012_0224_b_22L刻一首詩而三句漫然不可記惟首句
012_0224_b_23L昭然可記曰綠橘黃柑滿玉盤余語龍
012_0224_b_24L此詩其誰之作耶曰鄭先生東溟之

012_0224_c_01L나는 송연해져서 “선생은 세상에서 숭상하는 바이오. 이 시가 은하 세계에 전해졌으니 얼마나 신이한 일인가.”라고 감탄하고는 다시 용을 타고는 천문天門에 이르렀다. 용이 뿔로 문을 두드리니 갑작스럽게 두 개의 문이 활짝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 신령 세계를 바라보니 집마다 12층의 백옥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몸을 떨쳐 마침내 제9층 꼭대기에 올라 심신이 매우 상쾌한 것을 느꼈는데, 오히려 상제를 뵙지 못해 한스러웠다. 이후 마침내 동명의 시를 이어서 전편을 지을 수 있었으니, 그 꿈에서 본 시는 이렇다.

綠橘黃柑滿玉盤        푸르고 노란 감귤 옥반에 가득하니
先生知是舊仙官        이것으로 선생이 옛 선관仙官임을 알겠네
千金佳句傳雲漢        천금같이 좋은 시구 은하수에 전해지니
天帝應留案上看        천제께서는 응당 향안에 두고 보시겠지
주인옹 퇴오객설主人翁退五客說
노인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스스로 주인옹主人翁이라 하는데 정신과 기력이 강개하였다. 대장부의 뜻을 지니고 있고 맑은 모습에다 깨끗한 절개를 지니고 있으며 공명에는 생각이 없었다. 고금을 살피고 산수에 몸을 숨기고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무생無生56)의 맛을 즐겼다. 청산을 집으로 삼고 백운을 이웃으로 여겼으며, 일찍이 세속의 잡된 일로 마음을 해치는 일이 없었으니 대체로 도를 지닌 사람이었다. 경전자사經傳子史57)를 배우고 섭렵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문득 그 뜻을 알고 나면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가벼운 지팡이를 짚고 망건을 쓰고 산수 사이를 오갔다. 바람 부는 아침과 달 뜨는 저녁을 즐기면서 시름을 잊었는데 맑은 바람이 불고 달이 밝으면 두 동자가 좌우에서 시중하였다.
하루는 다섯 객이 찾아와 주인옹을 뵙고자 하자 얼굴을 찌푸리면서 일어나 의관도 갖추지 않고 낯빛이 굳어진 채로 잠깐 들어오게 하였다. 객들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따라 들어가니 노인이 자리를 내놓으면서 묻기를 “객 등은 어디에 오셨소?”라고 하였다. 객들이 나란히 일어나 여쭙기를

012_0224_c_01L作也余悚然曰先生尙於世已使此
012_0224_c_02L詩傳於雲漢之間何其神耶語畢復騎
012_0224_c_03L到天門龍以角扣其扉門聲啞然
012_0224_c_04L雙扉洞開遂入門望靈宵殿殿有十
012_0224_c_05L二層白玉之階余騰身遂登第九層上
012_0224_c_06L而覺之神心洒然然猶恨未得見上帝
012_0224_c_07L天顏耳後遂繼東溟詩吟成全篇
012_0224_c_08L記其夢也詩曰

012_0224_c_09L
綠橘黃柑滿玉盤先生知是舊仙官

012_0224_c_10L千金佳句傳雲漢天帝應留案上看

012_0224_c_11L

012_0224_c_12L主人翁退五客說

012_0224_c_13L
翁不知何許人也自號主人翁神氣慷
012_0224_c_14L有大丈夫之志淸標素節無意功
012_0224_c_15L俛仰今古隱遁林泉養浩然之氣
012_0224_c_16L樂無生之旨靑山爲屋白雲爲隣
012_0224_c_17L嘗以塵冗犯於懷盖有道者也其學則
012_0224_c_18L經傳子史無不涉獵而輙知其意則已
012_0224_c_19L以不好讀輕藜短幘往來於石泉之間
012_0224_c_20L風朝月夕樂以忘憂有淸風明月兩童
012_0224_c_21L子侍左右焉一日有五客扣門而求謁
012_0224_c_22L翁乃嚬蹙而起不冠不帶正色而權召
012_0224_c_23L客等俱强顏以趨之翁賜座而使之
012_0224_c_24L問曰客等從何而來客齊起而致

012_0225_a_01L“저희는 모두 오랫동안 이 근처에 있었으며 주인옹의 연세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어리석고 미련하여 주인옹에게 다가가 모시지 못하고 간혹 뒤를 쫓았으니 대체로 숨어서 그렇게 한 지 혹 30년, 20년, 혹 10여 년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놀라서 말하기를 “그대들과 내가 노닌 지가 그렇게 오래되었다 하는데 어찌 내가 몰랐단 말이오. 그대들은 모두 어느 곳 사람들이오?”라고 하였다. 한 객이 대답하기를 “태어나자 떠나 왔는데 무슨 고향이 있겠습니까. 마음의 땅에서 컸으며 불굴의 마을에서 노닐었으며 깊고 조용한 집에서 머물렀는데, 날래기는 저와 대적할 만한 이가 없으며 난폭함은 누구도 저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시비의 단서를 관장하며 비난의 경계를 감추니 만약 승부와 이해의 상황을 만나면 문득 불평한 기운을 터뜨리는즉, 더불어 그것을 나누며 위풍당당하게 날을 보내니 사람들이 꺾을 수 없으며 우뚝하게 한 해를 보내니 만물로도 유순하게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위로는 상제로부터 아래로 서민에 이른다 해도 저는 모두 벗으로 사귈 수 있으며 농민, 상인, 우매한 자, 지혜로운 자, 아름다운 자, 추한 자, 노인, 약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더불어 사귈 수 있으니, 요순堯舜 같은 성인, 증자曾子·안자顔子 같은 현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찍이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었습니다. 오직 옛날 남곽자南郭子58) 한 사람만은 자못 사귀기가 어려운데 부득이한 바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사람에게는 삼현三賢의 부류와 십성十聖의 무리가 있는데, 모두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 족속을 멸망시켜 놓은 까닭에 나는 보거나 듣기를 원치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웃으면서 “그런즉 그대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으며 지금은 어떻게 보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소매를 걷고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 이름을 물어보니 교만부자喬曼夫子였다. 나아가 그 형상을 살펴본즉 붉은 머리털에 화난 눈에다 불길 같은 수염과 강 같은 입을 지니고 있어 사납고 흉악하였다.
그 다음 사람이 말하길 “저는 화주華州 출신이며 본관은 여향麗鄕으로 저라산苧蘿山 아래에 몸을 의탁했으며, 무협대에서는 신령과 소통하였으니

012_0225_a_01L辝曰僕等皆久在近處聞翁已有歲月
012_0225_a_02L然皆以庸才魯識不足與翁進侍
012_0225_a_03L間或隨之皆潛然與之者或三十年
012_0225_a_04L二十年或十餘年所矣翁愕然曰
012_0225_a_05L等與吾遊者若斯之久則吾何其不知
012_0225_a_06L爾等皆何處人也一客對曰生出
012_0225_a_07L自無何有之鄕長於方寸之地遊於不
012_0225_a_08L屈之邑卜居潛幽之宅慓悍莫與余敵
012_0225_a_09L暴躁孰與吾比管是非之端藏唇舌之
012_0225_a_10L如遭勝負利害之場輙發不平之氣
012_0225_a_11L則相與之摐摐終日而人不得折焉
012_0225_a_12L卓卓終年而物不能柔之雖上自帝王
012_0225_a_13L下至民庶吾皆得以友之不擇農商愚
012_0225_a_14L智妍媸老弱皆慣與之交而至於堯舜
012_0225_a_15L之聖曾顏之賢皆曾與爲心友也
012_0225_a_16L惟與古之南郭子一人稍不得友無乃
012_0225_a_17L吾有所不盡已而然耶吾又聞之人有
012_0225_a_18L三賢之流十聖之徒皆得以勦吾徒
012_0225_a_19L滅吾屬故吾不願見耳翁笑曰然則
012_0225_a_20L子以翁爲何如人而今見之耶乃歛衽
012_0225_a_21L而無言問其名則喬曼夫字 [9] 就察
012_0225_a_22L其形則赤髮怒目火髯河口可謂猛
012_0225_a_23L而獰者也其次者曰僕係出華州
012_0225_a_24L籍麗鄕寄形苧蘿山下通靈巫峽臺中

012_0225_b_01L고소姑蘇59)는 나라가 망하는 빌미가 되었으며 금곡金谷60)은 몸을 상하는 칼끝이 되었습니다. 은殷과 주周가 멸망한 것도 실은 저와 관계되며, 진陳과 당唐이 쇠퇴한 것도 역시 저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비록 현명하고 어리석고 귀하고 천한 무리와 군자와 절개 있는 선비 무리라 하더라도 저와 즐기며 놀지 않는 일이 없으니, 장차 위험한 일이 닥쳐 그것을 그쳐야 된다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 간혹 주인옹과 더불어 사귀고 싶어 주인옹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지만 주인옹이 차갑게 보였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 부끄러워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은 우물尤物의 정체를 알기는 했으나 이름을 묻지는 않았다.
그 다음 사람이 말하였다. “저는 우임금의 혈통으로 알려졌으니 옛날 의적儀狄61)은 곧 저의 조상입니다. 순우淳于62)와 정절靖節63)은 저의 형제이며 태백太白64)과 유령劉伶65)은 저의 벗으로 저와 더불어 노닐며 천하에 이른 곳이 거재두량車載斗量66)으로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위의 사람들은 모두 고금에 이름이 알려지고 서책에 자취가 실려 있습니다. 저의 벗으로는 또한 음중팔선飮中八仙67)이 있는데 모두 변변찮은 인재들이 아니니 하늘의 별, 땅의 샘, 사람들의 걱정·즐거움·성공·패배와 예향禮享의 일에 이르기까지 제가 모두 참여하여 현악기와 관악기로 팔음을 떨치고 술잔으로 갖가지 시름을 쫓아냅니다. 주왕과 걸왕이 망하는 데 빌미가 되었으나 제가 한 것은 아닙니다. 비록 탕왕과 무왕이라 해도 그 공을 이룰 수는 없는데, 사람들은 제가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중히 여겨서 주인과 객의 만남, 군신의 즐거움, 장군과 재상의 화평함, 선비와 서민의 즐거운 자리에까지 모두 저를 잊지 않고 청합니다. 풍류객들, 호걸의 무리, 빈부의 집안에서도 모두 저를 좋아하여 불러들입니다. 혹 산중의 선비와 강가의 나그네들이 왕왕 저를 부르면 저는 사양하지 않고 가서 맹렬한 하늘의 기운과 맞서는데 사람들은 그 추위를 이기지 못합니다. 비록 백 마리 양의 털옷이나 천 마리의 여우 가죽이 있다 해도 살이 어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012_0225_b_01L姑蘇釀亡國之祟金谷致喪身之鋒
012_0225_b_02L顚周喪實係於吾陳失唐衰亦出於吾
012_0225_b_03L而雖賢愚貴賤之儔君子節士之徒
012_0225_b_04L莫不與余樂而歡娛而不知危之將至
012_0225_b_05L也而止之間或與翁有交遘之地
012_0225_b_06L其翁之所欲而翁冷然而視故窃爲翁
012_0225_b_07L慙而不取也翁知其爲尤物而不問名
012_0225_b_08L次者曰鄙之係禹知之古之儀狄
012_0225_b_09L卽吾祖也淳于靖節吾之弟兄太白
012_0225_b_10L劉伶吾之故人也與吾遊者遍天下
012_0225_b_11L而車載斗量不可勝計如上之人
012_0225_b_12L知名今古載迹於簡編吾友亦有飮中
012_0225_b_13L八仙者皆非碌碌之才也而况天有吾
012_0225_b_14L地有吾泉人有憂樂成敗及禮享
012_0225_b_15L之事吾皆得以造叅焉振八音於絲竹
012_0225_b_16L駈百慮於壺觴紂桀之亡吾亦有謀焉
012_0225_b_17L非吾雖有湯武不可得以成其功
012_0225_b_18L知吾之有大功而重之至於主客之接
012_0225_b_19L君臣之樂將相之晏士庶之歡皆不
012_0225_b_20L忘吾而請之風流之輩豪傑之流
012_0225_b_21L富之家皆愛吾而呼之或有山林之士
012_0225_b_22L江海之客往往徵之吾亦不讓而往
012_0225_b_23L當乎天氣酷洌人不勝其寒雖百羊之
012_0225_b_24L千狐之皮未能禦其皸瘃而吾能

012_0225_c_01L저는 추운 철에 맞설 수 있으며 경사스런 자리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로 하여금 미친 기운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혹 도리를 흐트러뜨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제 주인옹이 무료하게 앉아 계신다는 말을 듣고 달려와 더불어 희롱하고자 할 따름입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묻기를 “벽국蘗麴은 성이고 불성不醒은 자인가?”라고 하였다.
그 다음 사람은 답답해하면서 더러운 숨을 내뿜으며 몽롱한 얼굴로 대답하기를 “주인옹은 저를 알지 못하시지만 저는 주인옹과 더불어 아침에서 저녁까지 가장 친한 사이입니다. 주인옹이 배부르고 피곤하면 저도 역시 그랬으며 주인옹이 서사書史를 보면 저 역시 곁에서 모셨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만물이 고요해지면 주인옹은 홀로 자신의 방에 머무는데, 제가 주인옹의 생각을 엿보며 무리지어 다가가면 눈을 감고도 내가 오는 것을 알았으며 눈을 뜨고는 제가 가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겨울밤이 길고 여름밤이 짧고 봄날이 길지만, 저는 주인옹으로 하여금 길고 짧은 괴로움을 모르게 해 주었을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눈을 부릅뜨고 한참 노려보다가 이름을 부르길 “뇌안惱眼이며 자는 혼부昏夫이다.”라고 하였다.
또 다른 자가 말하길 “저는 남쪽 오랑캐 땅으로부터 왔는데 근래 저는 불의 성질로 냉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와 이슬을 기다려 자라며 불을 얻어 빛을 밝혀 별자리를 관장하고 있으니, 음식을 탐하고 집을 불태우는 것은 모두 제가 꺼리는 것이며 재화를 좋아하고 재물을 탐하는 것은 모두 제가 기뻐하는 것이니, 저는 능히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또한 사람들에게 원한을 갖게도 합니다. 제가 어찌 소진蘇秦68)ㆍ장의張儀69)ㆍ서자西子70)ㆍ여희麗姬71)의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다만 냄새가 매우 더러워서 코를 막고 외면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사람들의 애증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으며 그들 사이의 싫어함과 좋아함을 이용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초조하게 앉아 있는 것을 알고는 가까이 다가갔다. 주인옹이 코를 막고 찌푸리면서 묻기를

012_0225_c_01L拒玄㝠之令 1)進祝融之威 [13] 然能使人
012_0225_c_02L助發狂妄之氣故人或謂之經生也
012_0225_c_03L聞翁之無賴而坐特來與之相狎耳
012_0225_c_04L疾首而問蘗麴姓不醒字也次者厭厭
012_0225_c_05L其狀汶汶其氣昏昏而對曰翁不知吾
012_0225_c_06L吾與翁夙夜有最親之分翁飽
012_0225_c_07L而困則吾亦隨之翁看書史則吾亦
012_0225_c_08L侍之至於更深夜久餘物皆寂翁乃
012_0225_c_09L獨處私室吾伺翁意林林而至合眼則
012_0225_c_10L知吾之來開睫則知吾之去雖於冬宵
012_0225_c_11L之永夏夜之促春晝之長吾能使翁
012_0225_c_12L不知其長促之苦耳翁瞋瞠而熟眎之
012_0225_c_13L徵其名曰惱眼字昏夫也次者曰
012_0225_c_14L迹自南土族蕃近世吾能知火性能治
012_0225_c_15L冷疾待雨露而長養得姻火而光華
012_0225_c_16L卽司星屋則嗜食燒衣爇屋者
012_0225_c_17L寃於吾好貨貪財者皆喜於吾則吾
012_0225_c_18L能使人喜也亦能使人怨也吾豈非蘇
012_0225_c_19L秦張儀西子麗姬之儔耶但氣臭甚惡
012_0225_c_20L人有掩鼻西惡之者吾亦不以人之怨
012_0225_c_21L用嫌欣於其間也聞翁之悄悄然坐
012_0225_c_22L幸近之耳翁亦掩鼻不喜而問鵝頭
012_0225_c_23L自「進」至此文末底本一張缺落{編}編者依
012_0225_c_24L通度寺本而補入

012_0226_a_01L“아두생鵝頭生은 이름이고 담마이曇麽耳가 호인가?”라고 하였다.
주인옹이 즉시 붓을 잡아 시구를 써서 다섯 객에게 주면서 “모두가 쓸모없는 무리들로 나는 그대들같이 나쁜 손님들과는 대면하고 싶지 않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급히 청풍과 명월 두 동자를 부르더니 밖으로 쓸어 내라 이르고 문을 닫고 누워 버렸다. 다섯 객이 함께 있다가 쫓기듯 가 버렸다. 주인옹은 불법을 배우는 사람으로 사람과 만나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름은 곧 인무지人無知이다.
적천사 시왕 조성 유선문磧川寺十王造成諭善文
나를 비난하는 자가 말하기를 “부처가 인과因果를 말하였는데 과果가 기필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하였다. 내가 이에 응대하여 “그대가 기필하지 않다는 것은 이理에 따른 것인가, 이理에 따르지 않은 것인가. 무릇 천하 사물은 이理에서 나오지 않았어도 이理는 사물의 근원이니 인因은 이理인 것이다. 뿌리가 있어야 싹이 나고 꽃이 피며 꽃이 피어야 열매가 있다. 열매가 과果이다. 과果는 뿌리로 인하여 마지막으로 얻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천하의 만물로 뿌리와 싹에 연유하지 않고 꽃과 열매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한즉 인과因果가 기필한 것이냐, 기필하지 않은 것이냐는 사람들에게 어려울 것 없는 것이다. 성현聖賢의 도는 모두 이理에 뿌리를 두고 있어 단지 필요 없다는 것이지 무릇 부처에게 이理가 필요 없다는 것이겠는가. 나는 인과의 요지를 그대에게 말하는데 그대가 보는 초목·화훼 등속은 봄의 따뜻함을 맞아 생겨나는 것이다. 무릇 하늘의 밝음과 원덕의 기운이 천지 사이에 깔려 있고 비와 이슬로 밑천을 삼으니, 천하에 성품을 지닌 사물들은 그 근성의 크고 작음, 네모와 원, 길고 짧음에 따라 혹은 청색, 혹은 황색, 혹은 분홍색, 혹은 녹색, 혹은 악취, 혹은 향기를 따르는데, 향기로는 악취를 만들 수 없으며 악취로는 향기를 만들 수 없으며, 녹색으로는 홍색을 만들 수 없으며 황색으로는 청색을 만들 수 없으며, 짧은 것은 짧은 것이고 긴 것은 긴 것이다. 각진 것과 동그란 것,

012_0226_a_01L生名𤃅麽耳號也翁卽援一筆而句下
012_0226_a_02L吾客曰都是不用之屬吾不欲對爾等
012_0226_a_03L惡客急呼其淸風明月兩童而使之掃
012_0226_a_04L杜門而臥五客相與之皇皇然去
012_0226_a_05L翁學佛者不喜迎接其名卽人無知者

012_0226_a_06L

012_0226_a_07L磧川寺十王造成諭善文

012_0226_a_08L
人有難於予者曰佛氏之說因果果可
012_0226_a_09L必其不可必予將應之曰子不必以理
012_0226_a_10L不以理乎凢天下事物不出於理
012_0226_a_11L事物之根因者理也根而後有苗
012_0226_a_12L苗而後有花花而後有實實者果也
012_0226_a_13L果者因根而最後効者然則天下萬物
012_0226_a_14L未有不因根苗而有花果者也然則因
012_0226_a_15L果之必不必庶幾亡難於人而知也
012_0226_a_16L賢之道皆根於理也而獨不必夫佛
012_0226_a_17L之不必於理乎予以因果之旨吿於子
012_0226_a_18L子見夫草木花卉之屬當於春陽而發
012_0226_a_19L生乎夫乾之融融熙熙元德之氣
012_0226_a_20L於天地之間以雨露而資之則天下有
012_0226_a_21L性之物隨其根性大小方圓長短或靑
012_0226_a_22L或黃或紅或綠或臭或香而香者不
012_0226_a_23L能爲臭臭者不能爲香綠者不能爲紅
012_0226_a_24L黃者不能爲靑短者短長者長方圓

012_0226_b_01L큰 것과 작은 것이 서로 자리를 바꿀 수 없는 것은 모두 근성이 다른 데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스스로 열매를 맺으며 끝내 그 근성을 잃지 않는데, 이같이 인과가 분명하고 애매하지 않은 것은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인묘仁妙의 마음을 받았으나 그 성性이 같지 않아서 혹은 귀하고 혹은 천하고 혹은 선하고 혹은 악하고 혹은 탐욕스럽고 혹은 겸손하고 혹은 공교롭고 혹은 졸렬하고 혹은 곱고 혹은 추하고 혹은 현명하고 혹은 우매하고 혹은 날카롭고 혹은 둔하니, 각각 같지 않은 것은 그 습성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습성은 인因이며 현명함과 우둔함, 날카로움과 둔한 것이 같지 않은 것은 과果이다. 행사로 보자면, 먹으면 배부르고 먹지 않으면 배고프다. 아침이 있으면 반드시 저녁이 있으며 봄에 씨를 뿌리면 가을에 수확한다. 더위가 있으면 추위가 있으니 이것이 하늘과 사람 사이에 분명한 것이어서 가릴 수가 없는 것이다. 대개 사람의 선하고 악한 마음이 싹트면 재앙과 복이 따르는 것이 마치 좌계左契72)를 지니고 있다가 맞대서 서로 부합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부처의 말을 빌려서 알겠는가. 그러므로 충효인의忠孝仁義는 어진 것으로 세상에 전해졌으며 완고함, 소란함, 패역함은 악한 것으로 후세에 비난받았다. 도척盜跖73)과 걸주桀紂74)는 만고의 으뜸가는 악인으로 여겨졌으며 우탕문무禹湯文武75)는 천하의 큰 성인으로 여겨졌으니, 어찌 선으로써 악을 대신하며 악으로써 선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보응에 이르면, 표모漂母76)가 밥을 주고 한신韓信이 보답하며77) 진공의 말을 야인이 보상했으며 조조鼂錯78)의 원한에 원앙이 귀신이 되어 그를 책했으며 지백智伯의 덕을 갚기 위해 예양預讓79)이 옻칠을 하면서까지 보답하려고 했으니, 죄와 복의 보응은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 부처는 사람들이 본 것으로 이야기를 했으니 어찌 다른 곳에서 허탄하고 기이한 과보의 일을 끌어들여 사람들을 속였겠는가. 『서경書經』에서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주며’ ‘너에게서 나와 너에게 돌아간다.’고 하였다. 『주역周易』에서는 ‘착한 일을 쌓는 집안에는 반드시 뒤에 경사가 있다.’고 했으니, 『주역』의 뜻을 옮기면 대체로 ‘길吉·흉凶·회悔·인吝은

012_0226_b_01L大小不相移易者皆因根性之不同也
012_0226_b_02L然皆自結實終不失其根性此其因果
012_0226_b_03L之昭然不昧者也至於人也仁妙之心
012_0226_b_04L而受之而其性則不同或貴或賤
012_0226_b_05L或善或惡或貪或廉或巧或拙或妍
012_0226_b_06L或媸或賢或愚或利或鈍而各不同
012_0226_b_07L其習性使之然也其習性因也
012_0226_b_08L愚利鈍之不同果也至於行事也
012_0226_b_09L則飽不食則飢有朝則必有暮春耕
012_0226_b_10L則秋穫有暑則有寒此其天人之際
012_0226_b_11L昭昭不掩者也盖人心善惡之萌禍福
012_0226_b_12L隨之如持左契交手相付豈假佛說
012_0226_b_13L而知之故忠孝仁義者以賢傳於世
012_0226_b_14L頑囂悖逆者以惡吠於後盜跖桀紂
012_0226_b_15L人以爲萬古之首惡而禹湯文武人以
012_0226_b_16L爲天下之大聖豈以善代惡而以惡替
012_0226_b_17L善乎至於報應也如漂母之食韓信
012_0226_b_18L報之晋公之馬野人酬之鼂錯之怨
012_0226_b_19L袁盎爲鬼以責之智伯之德預讓呑炭
012_0226_b_20L以答之罪福之應如影隨形佛以人
012_0226_b_21L之目擊而擧說之豈於他處引取虛恠
012_0226_b_22L果報之事而欺人言哉書曰作善降祥
012_0226_b_23L又曰出乎爾反乎爾易曰積善之家
012_0226_b_24L必有餘慶又易之旨屢遷盖吉凶悔吝

012_0226_c_01L동動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자사子思가 말하길 ‘군자는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두려워하고 듣지 않은 것일지라도 삼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글은 모두 유가의 학설이지만 사람을 놀라 깨우치게 하는 것이니, 악을 징계하는 말이 부처에게만 특별한 것이겠는가. 지금 사람들은 죄와 복이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믿지 않으며, 한갖 하늘에 복과 이익을 요구하며 얻지 못하면 성을 내면서 ‘하늘의 뜻이 공정하다고 기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부처에게 구하고자 하다 얻지 못하면 그것을 배척하면서 ‘부처 또한 사람을 속인다.’고 한다. 화복앙경禍福殃慶은 모두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고 받은 것이니, 어찌 하늘과 부처가 사람들에게 주고 빼앗는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지부地府의 설은 믿을 만한가?” “하나의 기운이 나누어져 삼재가 이미 심어졌다고 하는데, 밝은 곳은 제왕으로서 드러냄을 주관하고 어두운 곳은 신군神君으로서 아득함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온 천하의 비록 한 나라 한 고을일지라도 군주가 육합지중六合之中을 다스리지 않는 일이 없으니, 비록 한 나라나 한 구석일지라도 또한 귀신이 관장하지 않는 곳은 없으며 부엌이나 우물에 이르기까지 귀신이 있으니, 하물며 명산과 큰 못, 홍몽鴻蒙80)의 땅, 멀고 아득한 장소들이라도 신국神局을 설치하고 음부陰府를 배치하여 사람들의 화복을 관장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우임금은 구정九鼎81)을 주조하여 황제에게 제사를 지내고 왕교王喬82)는 무소뿔을 태워 수신水神을 비춰 널리 지하의 신에게 힘써 보답한 것이니, 이치에 닿는 말을 믿지 않겠는가. 또한 경經에서 말한 바 담마라계琰魔羅界를 살펴보면, 그것은 섬부贍部 남쪽의 옥초沃焦83) 아래에 있으며 명왕㝠王의 십부가 있다. 그곳의 왕은 모두 정직하고 총명하며 천지天地·생령生靈·사생死生·복수福壽·선악善惡·연촉延促84)의 권한을 주관한다. 사람들이 한 바에 따라 그 허실을 판단하여 상과 벌을 내리며 세상의 관리와 같이 사람들의 시비와 곡직을 결정한다. 지부地府가 어찌 사람을 위해서 특별한 곳을 세우고 위복威福85)하여 세상을 협박하는 것이겠는가. 이제 불가에서 반드시 이것을 만들어 봉안하여 세상에 보이는 것은

012_0226_c_01L生乎動也子思曰君子恐懼乎其所
012_0226_c_02L不覩戒愼乎其所不聞此等文皆儒
012_0226_c_03L而使人警以瞥之懲惡之言豈特
012_0226_c_04L佛氏也哉今有人不信罪福由心
012_0226_c_05L以福利責於天而不得則詬之曰天不
012_0226_c_06L可必求於佛而不得則斥之曰佛亦欺
012_0226_c_07L禍福殃慶皆由人之自作自受
012_0226_c_08L天與佛與奪於人哉曰地府之說可信
012_0226_c_09L曰一氣肇判三才旣植則明以帝
012_0226_c_10L主於顯暗以神君主於幽故四海
012_0226_c_11L之內雖一邦一邑未有無君長以御之
012_0226_c_12L六合之中雖一方一隅亦未有無神祗
012_0226_c_13L以管之者至於竈有神井有鬼而况名
012_0226_c_14L山大澤鴻蒙之域玄邈之鄕未有設神
012_0226_c_15L而排陰府以管人之淫福也哉故禹
012_0226_c_16L鑄九鼎以享上帝王喬然犀以照水
012_0226_c_17L宣孟報於地下神理之言不信哉
012_0226_c_18L且按經所說琰魔羅界者在於贍部之
012_0226_c_19L沃焦之下有㝠王十府其王皆正
012_0226_c_20L直聦明掌天地生靈死生福壽善惡延
012_0226_c_21L促之權猶以人之所作證辨其虛實
012_0226_c_22L以行賞罰如世之官司決人之是非曲
012_0226_c_23L直爾地府豈爲人設特地威福以愶於
012_0226_c_24L世耶今佛氏之家必塑此而安之

012_0227_a_01L세상의 지혜롭고 우둔하고 귀하고 천한 무리와 범속한 사내와 여인에 이르기까지 그들로 하여금 듣고 보게 하여 순식간에 마음을 깨우치고 본성을 헤아려 오직 선을 쓰도록 하는 것이니, 부처의 자비로운 제도에 일조할 수 있으며 또한 왕의 교화를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이를 작은 일이라 하겠는가.”
문답을 마치기 전에 적천사 시왕상을 조성하는 산인 옥심玉心이 마침 와서 유선문을 청하므로 이 글을 써서 돌아가는 편에 부친다.
무릇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한결같이 선한 일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오히려 그 선함이 어떻게 긴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른다. 사람들은 한갖 듣고 보는 선함을 옳다고 여기며 혹은 짐승의 목숨을 살리거나 굶주린 사람을 구하면 내가 선을 다했다고 여기고 세상에 없는 복을 바란다. 아, 복은 비록 적더라도 반드시 아껴야 하며 선함은 비록 적더라도 반드시 심어야 한다. 비록 작고 미미한 선함과 복에 대해서도 반드시 힘써 살펴야 하는 것이니 하물며 크고 긴요한 것이랴. 무릇 명부의 시왕이 있는 곳은 곧 염라琰羅의 경계로 열 개의 관청이 치솟아 있으며 윤회와 보응의 과정을 보여 주는데, 꺾고 사르고 찧고 가는 감옥이 서 있다. 명부에서는 위복으로 세상 사람들을 다스리는데, 그 왕은 혹 부처로 자취를 숨기며 보살로 지위를 의지한다. 임금으로서 과보를 갚으며 재상으로서 인연을 갚는 것이니, 과업의 판단은 행한 자취에 따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답은 생전에 올바르게 산 것에 달려 있으며 죽으면 명왕에게 가게 되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를 생각하지 않고 문득 ‘저승은 보이지 않고 귀신은 볼 수 없다.’며 의심한다. 이승에서 왕법을 따르는 것처럼 저승에서는 신령을 숭상하는 것이니 그 차이를 의심하겠는가. 무릇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생사이다. 생사를 두고 비록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012_0227_a_01L於世者欲使世之賢愚貴賤之軰至於
012_0227_a_02L匹夫匹婦見而聞之瞥然之間醒其
012_0227_a_03L策其情惟善是務則於佛氏慈濟
012_0227_a_04L之門足爲一助而亦於王化之補
012_0227_a_05L曰有小哉難未畢磧川寺十王像造成
012_0227_a_06L山人玉心適至要諭善之詞書此說而
012_0227_a_07L付歸也

012_0227_a_08L
夫天下之人俱必曰善不可不爲也
012_0227_a_09L而猶不知其善有緊不緊之何如爾
012_0227_a_10L徒以耳目之善爲是或以活一禽之命
012_0227_a_11L救一人之飢則已以爲吾於善盡之矣
012_0227_a_12L隨之以希不世之福福者雖微而
012_0227_a_13L必惜善者雖小而必植雖於小善微福
012_0227_a_14L必力以瞥之而况大而緊之者乎夫冥
012_0227_a_15L府十王者其地則琰羅之界列十府之
012_0227_a_16L巍巍示輪廻報應之科立剉燒舂磨之
012_0227_a_17L冥以威福禦世人其王則或以佛身
012_0227_a_18L而秘跡菩薩而寄位人君以應報
012_0227_a_19L輔以酬因故曰權衡應迹實報酬因
012_0227_a_20L生前柄直死作冥王卽世之人不及思
012_0227_a_21L而輙曰冥者不可見神者不可覩
012_0227_a_22L爲疑若以明有王法之可遵觀則暗有
012_0227_a_23L神理之可尙致疑於其間哉夫世之所
012_0227_a_24L重者死生也生之與死雖曰係於天

012_0227_b_01L지부地府와 관계가 긴요하다. 그러므로 지부라는 것은 사람들이 의지해서 돌아갈 고향이며, 시왕은 사람들의 사명司命86)이 아니겠는가. 이와 같으므로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이 이를 버리고 다른 길로 간다면, 반드시 ‘긴요하지 않다’고 하겠다.
무릇 적천사는 천년 보찰寶刹로서 모양이 두루 새로워졌으나 명부 왕의 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산인인 모某가 그 상을 만들고자 수희隨喜87)한 사람을 시켜 근본으로 돌아가는 복을 닦게 하였다. 견문한 사람들은 반드시 옛날의 허물을 씻었으며 손으로 유문諭文을 쥐고 선을 좋아하는 군자의 문에 고하고 각자 분수껏 돕게 하였다. 샛별 같은 눈동자에 달 같은 얼굴, 고운 자태, 수연한 모습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그 만복의 장엄한 자취를 보게 한다. 비록 지혜롭지 못한 자라 해도 선행의 길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데, 더구나 지혜로운 이라면 반드시 무궁한 여유를 갖고 또한 장차 명부의 길에서 무뢰한 자들을 다스리고 각각에게 선한 행실을 알리는 것이 마땅하다.
대신해서 영남 방백 조 상공께 올리는 글(代人上嶺伯趙相公書)
몇 월 며칠에 삼가 재배하고 영남 방백께 글을 올립니다. 지금 기남杞柟88)과 예장預章89)의 나무가 깊은 산중에 있어 서까래와 들보로 쓰일 수 없는데 깊은 곳에 있어서 장인의 눈에 띄지 못한 것이며, 천리마의 새끼와 준마의 새끼는 거친 말구유에 엎드려 있어 바람과 구름같이 내달릴 수 없으니 좁은 곳에 엎드려 있어 백락伯樂의 눈에 들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장인이 돌아보고 백락이 살펴본다면 곧 백 길의 나무가 어찌 헛되이 빈 산에서 눈서리를 맞으며 늙어 가며, 천리마가 어찌 거친 구유에서 괴로움을 겪고 흙먼지 속을 걷겠습니까.

012_0227_b_01L而其關於地府者緊矣然則所謂地府
012_0227_b_02L非人之寄歸之鄕關而十王者
012_0227_b_03L人之司命者哉若是則凢有種善者
012_0227_b_04L此而就他塗則必曰不緊也夫磧川寺
012_0227_b_05L千年寶刹百色俱新而未及塑冥
012_0227_b_06L王之像山人某欲造其相將使隨喜之
012_0227_b_07L皆修返本之福見聞之人必銷往
012_0227_b_08L世之咎手把諭文吿於樂善君子之門
012_0227_b_09L各以隨力而助成星眸月面麗質粹容
012_0227_b_10L俾一世之人得瞻其萬福粧嚴之縱
012_0227_b_11L雖聾盲乎智者必思其種善之路而况
012_0227_b_12L成之者必得無疆之裕亦將於冥路
012_0227_b_13L且作攘臂之人矣宜各旃之

012_0227_b_14L

012_0227_b_15L代人上嶺伯趙相公書

012_0227_b_16L
月日謹再拜上書于嶺南方伯閣下
012_0227_b_17L有杞柟之材預章之木處於深山之中
012_0227_b_18L而不能見爲棟梁之用者以其所處也
012_0227_b_19L而不遇匠石之顧也驥騏之駒
012_0227_b_20L褭之雛伏於疎▼(木+曆)之下而不得展風雲
012_0227_b_21L之步者其所伏也淺而不遇伯樂之顧
012_0227_b_22L如使匠石顧之而伯樂視之則百
012_0227_b_23L仭之木豈得空老於空山霜霰之間
012_0227_b_24L千里之駿豈得徒困於疎▼(木+曆)步埃之裡

012_0227_c_01L우리 상공은 높고 밝은 자질과 세상에 없는 재능을 지녔으니, 장인을 위한 재목이요 백락을 위한 말인 것입니다. 한번 황옥黃屋90)의 명을 받아 금월金鉞91)과 옥절玉節92)로서 곤외閫外93)의 분우分憂94)로 영남에 머물라 문서를 내렸으니, 문화를 펼치고 덕교를 베풀고 충성심을 받들어 사람들이 간직하도록 한 지가 이제 3년이 되었습니다. 영해嶺海의 영재들과 산림의 준재들이 모두 목을 빼고 날개를 모은 것처럼 용기를 내서 상공이 베푼 인자하고 은혜로운 가르침이 평가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옛날 연왕이 오백 금으로 사마골死馬骨95)을 사 왔다 했으니 훌륭한 장인은 몇 척의 썩은 나무를 버리지 않은즉, 어떤 이는 죽은 말의 뼈이며 수척의 썩은 나무일 뿐이 아닌가 하고 말합니다. 만약 연인涓人의 지혜와 솜씨 있는 장인의 공교로움이 없다면 어떻게 사고 어떻게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하므로 재목이면서도 큰 집에 쓰이지 못하며 달리면서도 벼슬아치의 수레를 끌지 못하게 됩니다. 가령 백락伯樂과 장석匠石을 만나는 것은 재목의 기회이며 말의 운수이니, 또한 시운이 있고 없음을 두고 싫어하거나 좋아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삼가 시문 몇 권을 읽을거리로 드리니 고명한 안목으로 백성 얼굴을 살피는 겨를에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삼충설三虫說
무릇 벌레 또한 기가 변화된 것이다. 혼원混元96)의 기운이 천지 사이에 차 있으며 온갖 변화 가운데 벌려 있는데, 그 근본을 관장하는 것은 조화의 진군眞君97)이다. 기가 순환하여 만물을 만들고 사물이 그것을 받은 것인데, 정情·기器·거巨·세細가 같지 않다. 정밀함을 받으면 정情이 되고 거침을 받으면 도구가 되며 드러남을 받은 것은 크고 숨김을 받은 것은 미세하다. 사람과 새·짐승·곤충은 혈기 있는 등속이고

012_0227_c_01L也哉維我相公以高明之質不世之
012_0227_c_02L於材爲匠石而於馬爲伯樂也
012_0227_c_03L受黃屋之命以金鉞玉節分憂閫外
012_0227_c_04L駐札嶺下宣文化而布德敎推赤心以
012_0227_c_05L置人腹者至于今三年矣嶺海之英
012_0227_c_06L山林之雋皆爲延頸翕翼思欲賈勇定
012_0227_c_07L價於相公仁惠之下風矣昔燕王以五
012_0227_c_08L百金買死馬骨而良工不棄材數尺之
012_0227_c_09L則如某者非馬之已死骨而材之數
012_0227_c_10L尺朽者耶若不有㳙人之智巧匠之工
012_0227_c_11L誰可買而可取也哉然則材不得以處
012_0227_c_12L大厦之間而步不得以叅御輿之下矣
012_0227_c_13L如遇伯樂與匠石也則材之時也馬之
012_0227_c_14L命也亦何用嫌喜於遇不遇之間哉
012_0227_c_15L取所製詩若文幾卷進讀高明之鑒
012_0227_c_16L察眉之暇以垂斤覽焉

012_0227_c_17L

012_0227_c_18L三虫說

012_0227_c_19L
凢虫亦氣之所化者也夫混元之氣
012_0227_c_20L乎天地之間布於萬化之中而掌其柄
012_0227_c_21L卽造化之眞君也其氣徇環陶鑄萬
012_0227_c_22L物焉物受之有情器巨細之不同
012_0227_c_23L其精者爲情而粗者爲器也受其著者
012_0227_c_24L爲巨而微者爲細人與禽獸昆虫血氣

012_0228_a_01L모두 정情을 가지고 있으며 산천초목, 쇠와 돌은 감정이 없는 등속들로 도구가 된다. 도구의 크고 작음, 인물의 많고 적음은 각자 차이가 있으니, 음과 양을 벼리로 삼는데 벼리의 실마리는 사람에게 있으며 사람은 만물을 다스린다. 사물은 모두 적용되는 바가 있어 조화롭게 근원의 바탕을 세우는데, 진군이 그 적용되는 바를 취하지 않고 모두 사람에게 주었으니 이에 사람이 그것을 얻게 된 것이다. 이때에 사람은 산천초목 등속을 집이나 노리개의 도구로 삼았으며 소·말·노새·낙타 등속은 심고 거두고 지고 이는 데 부린다. 닭·새끼 돼지·개·돼지 등은 길러서 음식의 자료로 삼는다. 그러나 진군이 비록 만물을 사람에게 부여하고 관장하게 하지만 도움을 주고 피해를 주는 것이 평등하지 않으니, 도움을 주는 것들은 중히 여겨지는 것들이며 해를 주는 것들은 멀리하는 것들이 되는 것이니, 범·표범·곰·너구리·뱀·살모사 등은 모두 한적하고 거친 곳에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이 갈 수 없게 한다. 그대가 벼룩·이·전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잠자리·매미·귀뚜라미가 사람들에게 시각을 알려 주고 절기를 전하는 공이 있으며 원앙과 앵무가 아양을 떨면서 사람들에게 감상할 아름다움을 주는 것과 같지 않으니, 사람들은 마치 원수같이 이를 증오하고, 벌이나 전갈같이 싫어한다. 사람들을 쫓아 멋대로 굴고 사람들의 옷에 붙어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방과 난간을 뚫어 굴을 만들어 주야로 버릇없이 침범하여 사람의 기름과 피를 먹고 피부를 물어뜯으니, 아프고 가렵기가 그지없어 사람들은 고통의 탄식을 참을 수 없다. 아, 너란 물건은 진실로 만물 가운데 소인배이니 진군이 또한 이런 물건을 사람들에게 붙여 준 까닭을 알 수 없다. 사람이 만약 그것을 받았다면 어떤 쓸모가 있어 사양하지 않은 것이다. 진군이 그것을 사람에게 붙여 준즉

012_0228_a_01L之屬皆情而山川草木金石冥頑之
012_0228_a_02L爲器器之大小人物之衆多各自
012_0228_a_03L有其流也而陰陽得以爲綱紐綱紐之
012_0228_a_04L在於人人者摠萬物者也物者
012_0228_a_05L有所適用也故造化柄其樞以其所
012_0228_a_06L適用讓以不取皆付之於人人乃得
012_0228_a_07L以取之於是人以山川草木之屬爲游
012_0228_a_08L舍服玩之具也牛馬驢駝之屬爲稼穡
012_0228_a_09L負戴之使也雞豚狗彘之屬爲豢養飮
012_0228_a_10L噉之資也然眞君雖以萬物皆付之
012_0228_a_11L於人而物之於人有資之害之之不等
012_0228_a_12L以其資之者屬於內害之者屬於
012_0228_a_13L外故虎豹熊貔蛇虺之流皆處之於閑
012_0228_a_14L散之地使人不相近也至於如爾之曰
012_0228_a_15L蚤曰虱曰蝎之1) [14] 非若蜻蜓蟋蟀之
012_0228_a_16L爲人而有知時報節之效也䲶鴦鸚鵡
012_0228_a_17L之爲人而供媚獻賞之美也而人憎之
012_0228_a_18L如仇讎惡之如蜂蠆也其隨人甚狎
012_0228_a_19L人之衣服而爲巢窠穿人之房櫳
012_0228_a_20L爲窟穴晝夜相狎以侵之喢人之脂血
012_0228_a_21L㗖人之肌膚其酸痒之極人不勝其苦
012_0228_a_22L爾之爲物也眞物中之小軰歟
012_0228_a_23L知眞君亦以此物見付於人耶人若受
012_0228_a_24L則以其何所用而不讓也眞君付之

012_0228_b_01L취할 것은 무엇이고 따를 것은 무엇인가. 이의 물건됨은 사람의 때·기름기·땀의 기운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벼룩은 먼지와 습한 기운을 받아 생겼으니 사람이 진실로 옷을 세탁하고 몸을 깨끗이 한다면 이의 근심을 면할 수 있고, 방과 휘장을 깨끗하게 하고 상과 자리를 따뜻하게 한다면 벼룩의 근심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갈은 사람의 기운으로 된 것이 아니고 난간과 벽에서 생겨났다. 그러므로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사람들은 혹 지네가 사는 곳을 알아내더라도 그것의 폐해를 그치게 할 수 없다. 나는 이에 그것과 맞닥뜨렸으나 그것을 물리칠 방법을 알지 못하고 오직 증오할 뿐이다.
그런데 이 세 물건은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역시 권하는 작은 공이 있다. 깊은 밤 단잠에 빠져 있을 때 만약 세 가지 물건이 가렵고 아프게 하지 않는다면, 긴 밤 깊은 시름에 베개 높이 베고 멋대로 누워 할 일을 잊고 편안하게 착오着烏98)의 한가함을 즐기다 번쩍 일어나 재빨리 회초리를 잡겠는가. 아, 이 벌레 역시 물건 중의 쓸모가 있는 것이니 또한 취할 바가 있지 않은가. 진군은 이 벌레를 끌어들여 여러 사람들에게 주었으니 도리어 깊은 깨우침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 세 벌레를 받아들여 조금씩 공부한 지가 오래되었으니 진군에게 붙여 돌려보낸다.

동계집 제4권 마침

산중 효안, 가선 도식, 대규, 초우, 청운, 승통 민청, 집강 희찬, 서기 법징
문인 상문, 상인, 종민, 건초, 정원, 자감, 덕현, 재탄, 낭백
조연 상순, 통정 정홍, 의신, 통정 보관,

012_0228_b_01L則以其何所取而付之耶虱之爲物
012_0228_b_02L人之垢膩汗膏之氣以化之者也蚤則
012_0228_b_03L受塵坋陰濕之氣以生焉者然則人苟
012_0228_b_04L以浣濯衣裳澡浴身器則可以免虱之
012_0228_b_05L患也潔㳙房帷溫乾床席則可以免
012_0228_b_06L蚤之患也耳至於蝎也非人氣之所化
012_0228_b_07L櫳壁之所生者故有有處而或有不有
012_0228_b_08L人或遇其所有之處則無物可以止
012_0228_b_09L其獘矣余玆以遇其有不知其所止之
012_0228_b_10L惟惡之而已然此三物者於做工
012_0228_b_11L之人亦有資勸之微功者也當其酣睡
012_0228_b_12L沈昏之際非三物之騷擉則長更深漏
012_0228_b_13L高枕肆臥拋忘其所做之業偃然樂着
012_0228_b_14L烏暇其惺惺以起猛著其鞭也哉
012_0228_b_15L物亦物中之有所用而亦有所可取者
012_0228_b_16L眞君之假此物以付諸人却有深
012_0228_b_17L警焉然余已籍此三物而稍有用功者
012_0228_b_18L久矣還以委付於眞君也

012_0228_b_19L
東溪集卷之四竟

012_0228_b_20L
012_0228_b_21L
山中皛眼嘉善道湜大圭草盂淸運
012_0228_b_22L僧統敏淸執綱熙賛書記法澄

012_0228_b_23L
門人尙文尙敏宗敏建初訂元
012_0228_b_24L德玄再坦朗白

012_0228_b_25L
助緣尙淳通政淨弘義信通政普官

012_0228_c_01L가선 영관, 민성, 집사 익상, ▣▣, ▣▣, 수원, 원순, 탁성, 탄원, 각순, 보신, 담현, 법천, 통정 희언, 가선 여원, 가선 최안, 통정 청협, 홍임, 충륵, 수일, 최식, 여관, 연담, 통정 희원, 일보, 담총, 법인, 박계생, 김철숙, 김성진, 김시망, 황▣▣, 연판 혜정, 별좌, 통정 현탄
공양주 위혜, 시학
상초서
강희 50년(1711) 경상좌 밀양 재악산 영정사 개간

012_0228_c_01L嘉善靈官敏性執事益祥▣▣▣▣
012_0228_c_02L守元元順卓性坦元覺順普信
012_0228_c_03L法天通政熙彥嘉善呂遠嘉善最
012_0228_c_04L通政淸冾弘稔沖勒守日最湜
012_0228_c_05L呂寬演湛通政熙遠一寶湛揔
012_0228_c_06L朴戒生金哲叔金聲振金時望
012_0228_c_07L黃▣▣鍊板惠淨別座通政玄坦

012_0228_c_08L
供養主偉惠時學

012_0228_c_09L
尙初書

012_0228_c_10L
康熙五十年慶尙左密陽載岳山靈井
012_0228_c_11L寺開刊

012_0228_c_12L
  1. 1)청풍서래수파불흥淸風徐來水波不興 : 소식蘇軾의 ≺赤壁賦≻의 서두에 나오는 구절이다. ≺赤壁賦≻의 서두를 보면 다음과 같다. “임술년(1082) 7월 열엿샛날 나는 벗들과 적벽에서 배를 띄우고 놀았다. 맑은 바람은 소슬하게 불어오고 물결은 잔잔하였다. 술잔을 들어 벗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 외우고 요조의 장을 노래하니, 이윽고 달이 동쪽 산 위에 올라 북두와 견우성 사이를 서성이더라.(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2. 2)백저白猪 : 흰 돼지해를 말하는데, 1671년이 이에 해당한다. 경술년庚戌年(1670)부터 한발이 극심하여 대기근과 함께 전염병이 창궐하였다.
  3. 3)백우白牛 : 흰 소의 해를 말한다. 경신 대기근庚辛大饑饉(1670년~1671년에 걸친 대기근)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계축년癸丑年(1673)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해는 백우년이 아니라 흑우년에 해당된다. 백우라 한 것은 착각이 아닌가 생각된다.
  4. 4)요임금의 태양 10개 : 요임금의 덕이 10개의 태양보다 밝다는 칭송인데, 여기서는 무더위의 의미로 썼다.
  5. 5)별은 드넓은~강은 흘러간다 : 두보杜甫의 오언율시 ≺旅夜書懷≻의 일부로 시 전편은 다음과 같다. “언덕 위엔 가는 풀이 잔바람에 흔들리고, 높은 돛배 안에서 나홀로 밤 새운다. 별은 드넓은 들판에 드리워 내리고, 달이 솟구쳐 오르니 큰 강은 흘러간다. 어떻게 글로써 이를 드러내리오, 늙고 병들어 벼슬길 물러났나니. 떠도는 이 신세 무엇에 비길까, 하늘과 땅 사이엔 한 마리 갈매기로다.(細草微風岸。 危檣獨夜舟。 星垂平野闊。 月湧大江流。 名豈文章著。 官因老病休。 飄飄何所似。 天地一沙鷗。)”
  6. 6)능운凌雲 : 구름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대단한 용기가 있음을 의미한다.
  7. 7)제천濟川 : 재상을 비유하는 말이다. 은殷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삼으면서 “내가 만일 큰 내를 건너게 되면 그대를 배와 노로 삼겠다.(若濟巨川。 用汝作舟楫。)”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8. 8)이려伊呂 : 상商나라 탕왕湯王의 승상이었던 이윤伊尹과, 주周나라 무왕武王을 보좌하여 은殷나라를 멸망시킨 여상呂尙을 칭한다. 이들은 모두 유명한 재상으로 통한다.
  9. 9)조아爪牙 : 맹수가 발톱과 어금니를 무기로 삼는다는 것에서 나온 말로, 나라를 지키는 무사를 가리키게 되었다.
  10. 10)농우隴右 : 감숙성甘肅省 일대를 가리킨다
  11. 11)필생화筆生花 : 문장이 뛰어남을 일컫는다. 이백李白이 붓 머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꿈을 꾸었다는 채필생화綵筆生花의 고사가 있는데, 여기서는 시재를 드러내면서 음풍농월하며 사는 것을 뜻한다.
  12. 12)언영鄢郢 : 초楚나라의 도성을 가리킨다. 춘추시대에 초나라 문왕文王이 영郢에 도읍을 정했는데, 뒤에 혜왕惠王이 언鄢으로 천도하고 나서도 일반 명칭인 영郢으로 불렀다 한다.
  13. 13)누차 구슬을~발이 베어졌음이여 : 춘추시대 초楚나라 변화卞和가 옥박玉璞을 얻어 초나라 여왕厲王에게 바쳤으나 가짜라 해서 왼쪽 발을 베게 하였다. 뒤에 다시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또 거짓이라 해서 변화는 오른쪽 발이 베어졌다. 변화가 옥박을 안고 밤낮 통곡함을 이상하게 여긴 문왕이 그 옥박을 가공하게 하였다. 그 결과 보배로운 구슬을 얻게 되었으며 구슬은 화씨벽和氏璧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기서는 충언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무고를 당한 굴원의 처지를 말한다.
  14. 14)명월明月 구슬을 무작정 던짐이여 : 『史記』 「鄒陽傳」에 “명월주明月珠와 야광벽夜光璧을 행인에게 함부로 던지면 모두들 칼을 잡고 노려보게 된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라는 말이 보인다. 여기서는 뛰어난 인재인 굴원을 초왕이 내친 것을 말한다.
  15. 15)강리江蘺 : 향초香草를 가리키는데, 군자君子의 아름다운 덕을 비유하는 풀이다. 굴원屈原이 반대파의 참소로 쫓겨나고 〈離騷〉를 지었는데, 이를 보면 “강리와 벽지로 옷을 해 입고, 가을 난 엮어 허리띠를 만든다.(扈江蘺與辟芷兮。 紉秋蘭以爲佩。)”라는 구절이 나온다. 『楚辭』 권1.
  16. 16)창오蒼梧 : 호남성湖南省 영원현寧遠懸 경계에 있는 산으로, 순舜임금을 장사 지낸 곳이라 한다. 따라서 성군을 의미하기도 한다.
  17. 17)삼려三閭 : 삼려대부三閭大夫의 벼슬을 지낸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을 말한다.
  18. 18)상락桑落 : 중국 하동河東의 상락桑落 지방에 우물이 있는데, 뽕잎이 지는 때 그 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다고 한다. 여기서는 명주를 말한다.
  19. 19)성사星査 : 한漢나라 장수 장건張騫이 타고 하늘에 다녀왔다고 하는 뗏목 배.
  20. 20)이하夷夏 : 한漢나라와 그 밖의 오랑캐 땅을 말한다. 여기서는 천하를 가리킨다.
  21. 21)대완大完 : 옛날 서역 36국 중의 하나이다. 장건張騫이 그곳의 한혈마汗血馬에 반한 나머지 천마天馬라 이름을 붙였다 한다.
  22. 22)누란樓闌 : 누란왕樓蘭王을 말한다. 누란은 서역 지방에 이었던 나라 이름이다.
  23. 23)약수弱水 : 봉래蓬萊 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강. 이곳에서는 새털같이 가벼운 것도 금세 가라앉는 바람에 건너갈 수 없다는 고사가 전한다. 『海內十洲記』.
  24. 24)농서隴西 : 중국의 감숙성甘肅省으로 이백李白의 선대 세거지이다. 이 때문에 이백을 농서이씨隴西李氏라 하기도 한다.
  25. 25)탈모脫帽 : 두보杜甫의 ≺飮中八仙歌≻ 중에 “장욱은 석 잔 술에 초성으로 이름 얻고, 왕공의 앞에서도 모자 벗어 정수리 드러내고, 종이에 일필휘지하면 구름 연기 일었네.(張旭三杯草聖傳。 脫帽露頂王公前。 揮毫落紙如雲煙。)”라는 시구가 있다. 여기서는 뛰어난 시인을 말한다.
  26. 26)옥경玉京 : 도가道家의 천제天帝가 다스리는 황도皇都를 말한다
  27. 27)취생吹笙 : 왕자교王子喬를 일컫는다. 그가 신선이 된 후 학을 타고 구씨산緱氏山에 내려와서 피리를 불었다는 전설이 있다. 『逸周書』 권9 「太子晉解」.
  28. 28)약목若木 : 상상 속의 나무로, 광적색光赤色의 꽃을 피우며 땅을 비춘다고 한다.
  29. 29)황강黃江 : 경상남도 거창군 고재면의 삼봉산三峰山에서 발원하여 거창군과 합천군을 흘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강으로 〈伽倻津龍王堂奇遇錄〉의 배경이 되고 있다.
  30. 30)일어日御 : 태양을 이끄는 수레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대가大駕를 의미한다.
  31. 31)양후陽侯 : 수신水神을 말하는데, 전하여 물결을 뜻하기도 한다. 『淮南子』에 능양국陵陽國의 임금이 물에 빠져 죽어서 그 신이 큰 물결을 일으켰다고 하였다.
  32. 32)해약海若 : 북해의 신을 가리킨다.
  33. 33)강비江妃 : 순舜임금의 부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말한다.
  34. 34)산녀山女 : 무산의 신녀를 말한다. 전국시대 초楚 회왕懷王이 고당高唐에서 놀다가 꿈속에서 무산巫山의 여신과 동침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文選』 권19 「高唐賦」.
  35. 35)선소仙韶 : 당唐나라 문종文宗 때 선소원仙韶院에서 연주했다는 음악을 가리킨다.
  36. 36)팔음八音 : 금金·석石·사絲·죽竹·포匏·토土·혁革·목木 등 8종의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37. 37)백비白鼻 : 사향고양잇과의 포유류를 말한다. 하얀 코에 검은 주둥이를 가지고 있으며 누런색을 띠고 있다.
  38. 38)취기翠旗는 어지럽게~섞여 있고 : 취기와 금지金支는 악기에 붙어 있는 장식품을 말한다. 따라서 취기와 금지가 뒤섞여 있다는 것은 흥겨운 풍악 속에서 한껏 즐기는 것을 말한다.
  39. 39)자봉紫鳳 : 바다의 신을 말한다.
  40. 40)천오天吳 : 물을 다스리는 수신을 말한다.
  41. 41)박망후博望侯 : 흉노 정벌에 나섰던 한漢나라 장수 장건張騫을 말한다. 이역 정벌의 공로로 그가 박망후에 봉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42. 42)적선謫仙 :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을 가리킨다. 적선은 인간 세계에 귀양을 온 신선이란 뜻으로, 하지장賀知章이 이백의 글을 본 뒤 붙여 준 별칭이다.
  43. 43)삼걸三傑 : 한漢 고조高祖의 개국을 보좌했던 인물들로, 소하蕭何·장량張良·한신韓信을 가리킨다.
  44. 44)봉호蓬壺 : 바닷속에 있는 신선의 산을 일컫는다.
  45. 45)금도金桃 : 중국 전설에 나오는 서왕모西王母의 요지연瑤池宴에 쓰는 천도天桃를 말한다.
  46. 46)경장瓊漿 : 맛있는 음료를 말한다.
  47. 47)구온九醞 : 명주를 가리킨다. 한漢 무제武帝가 정월 초하루에 술을 빚어 8월에 익으므로 구온이라 칭하였다.
  48. 48)제호醍醐 : 유제품을 말하지만 불도의 묘미를 비유해서 쓴다.
  49. 49)부용附庸 :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의탁하는 것. 여기서는 부속附屬의 뜻.
  50. 50)표사表使 : 표문을 가지고 가는 사신.
  51. 51)교초鮫綃 : 전설 속의 교인鮫人이 짰다는 비단.
  52. 52)구천九天 : 궁중을 뜻한다.
  53. 53)팔연八埏 : 팔방 혹은 세상을 뜻한다.
  54. 54)봉도蓬島 :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로, 동해 봉래산蓬萊山을 말한다.
  55. 55)조종朝宗 : 원래는 제후와 백관이 제왕帝王을 찾아가서 조회朝會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는 여러 강하를 관장하는 역할을 말한다.
  56. 56)무생無生 : 천지만물이 본래부터 생生과 멸滅이 없다는 뜻이다. 백거이白居易의 시를 보면 “무생을 배우는 것만 한 것이 없으니 무생이 곧 무멸이니라.(不如學無生。 無生卽無滅。)”라는 대목이 보인다.
  57. 57)경전자사經傳子史 : 경전經典과 그것의 해석서解釋書, 그리고 제자서諸子書·사서史書를 말한다.
  58. 58)남곽자南郭子 : 남곽자기南郭子綦를 말하며 『莊子』의 「齊物論」에 나오는 인물이다. 여기서 남곽자기는 큰 지혜를 갖추고 한가롭게 노니는 현인이므로 급하고 불평이 많은 교만부자가 가까이하기 어려운 존재라 할 수 있다.
  59. 59)고소姑蘇 : 고소대姑蘇臺를 말한다. 이 대는 오吳 왕 부차夫差가 미인 서시西施를 위해 세운 것으로, 정사를 돌보지 않으면서 유락하는 장소가 되었다. 오자서伍子胥가 충언을 올렸음에도 듣지 않다가 부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월越나라의 공격으로 멸망하게 되었다. 『史記』 권118 「淮南衡山列傳」.
  60. 60)금곡金谷 : 진晋나라의 큰 부호인 석숭石崇의 별장이 있던 곳이다. 여기서 석숭은 기첩妓妾 녹주綠珠를 데리고 향락하였는데 조왕趙王 윤倫이 정권을 잡은 뒤 사람을 보내어 녹주를 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석숭이 거절하므로 석숭은 잡혀가게 되고 녹주는 누樓에서 투신하여 죽게 된다.
  61. 61)의적儀狄 : 하후씨夏后氏 때 술을 처음 만든 사람.
  62. 62)순우淳于 : 전국시대 제齊나라 변사인 순우곤淳于髡을 말한다. 학문이 깊고 넓어서 섭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뒤에 양梁 혜왕惠王이 그의 자질을 알아보고 벼슬을 주려 했으나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史記』.
  63. 63)정절靖節 : 도연명陶淵明의 별칭이다.
  64. 64)태백太白 : 당唐나라 시인 이태백李太白을 말한다.
  65. 65)유령劉伶 :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자는 백륜伯倫이다. 그는 술을 좋아하여 늘 녹거鹿車를 타고 한 호로병의 술을 가지고 다녔다 한다. 〈酒德頌〉을 지었다. 『晉書』 권49 「劉伶列傳」.
  66. 66)거재두량車載斗量 : 중국 남북조 때에 양梁나라에서 벼슬을 남발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보궐補闕(관명)이 수레를 연하여 실을 만하고, 저작著作(관명)은 말로 헤아릴 수 있다.”라는 말이 생겼다. 여기서는 주유한 곳이 많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67. 67)음중팔선飮中八仙 : 술을 즐기는 여덟 신선을 말하는데, 역사상 인물인 하지장賀知章·여양왕진汝陽王進·이적지李適之·최종지崔宗之·소진蘇晋·이백李白·장욱張旭·초수焦遂를 말하기도 한다. 이를 제재로 한 시로는 두보杜甫의 ≺飮中八仙歌≻가 유명하다.
  68. 68)소진蘇秦 : 중국 전국시대의 유세가遊說家. 진秦에 대항하여 연燕·조趙·한韓·위魏·제齊·초楚를 설득하여 합종合縱을 성공시켰다.
  69. 69)장의張儀(?~B.C. 309년) : 위魏나라 출신으로, 연횡책連衡策의 대가이다. 친구 소진蘇秦과 함께 귀곡 선생鬼谷先生에게서 수학한 적이 있다.
  70. 70)서자西子 :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성姓은 시施인데, 집이 저라苧蘿 완사촌浣紗村 서쪽에 있어 서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춘추시대 말기 월越나라의 유명한 미인으로 오吳 왕에게 바쳐져 총애를 받았다. 후세에 절세미인絶世美人의 대명사로 통한다
  71. 71)여희麗姬 :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애인으로 미녀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물고기는 물속으로 깊이 숨어 버리고 새는 높이 날아갔다.(魚見之深入。 鳥見之高飛。)’는 말이 생겼다.
  72. 72)좌계左契: 계약서를 두 장으로 쪼갠 것 중의 한쪽을 말한다. 즉 약속의 증표로 좌계左契, 우계右契를 나누어 가졌다가 나중에 마주 대보게 되는데, 좌계는 채무자가 소유하고 우계는 채권자가 간직한다. 여기서는 약속의 증거를 뜻한다.
  73. 73)도척盜跖 : 춘추시대 말기의 유하둔柳下屯 사람으로, 유명한 도적이다.
  74. 74)걸주桀紂 : 하夏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걸왕桀王과 상商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紂王으로, 모두 포악한 짓을 많이 하여 나라를 망하게 하였으므로 후대에는 폭군과 망국의 임금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75. 75)우탕문무禹湯文武 : 하夏나라의 우왕禹王,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주周나라의 문왕文王·무왕武王을 말하며, 모두 고대 중국의 성왕聖王으로 전해진다.
  76. 76)표모漂母 : 회음후淮陰侯 한신韓信이 포의布衣로 빈궁하게 살 때 빨래하던 한 아낙네가 그를 불쌍하게 여긴 나머지 수십 일 동안 밥을 먹여 주었다 한다. 『史記』 권92 「淮陰侯列傳」.
  77. 77)한신韓信이 보답하며 : 한신이 초왕楚王이 된 뒤에 어려웠던 시절 음식을 주며 그를 살펴 주었던 여인을 찾아서 천금千金을 전하며 고마움을 표했던 일을 말한다.
  78. 78)조조鼂錯 :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신하. 제후왕諸侯王의 봉강封疆을 깎아 줄이도록 경제景帝에게 청원함으로써 제후왕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경제도 그의 계획이 잘못되었다 하여 원앙袁盎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를 처형시켰다.
  79. 79)예양預讓 : 중국 전국시대의 진晋나라 사람. 임금인 지백智伯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살해되자 그 원수를 갚으려고 전신에 옻칠을 하여 가장하면서까지 양자를 죽이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여 잡혀 죽었다.
  80. 80)홍몽鴻蒙 : 천지가 갈라지지 아니한 때의 우주인 혼돈 상태를 일컬으며, 천지 자연의 원기元氣, 광대한 모양을 일컫기도 한다.
  81. 81)구정九鼎 : 하우씨夏禹氏가 구주九州의 쇠붙이를 모아 주조했다는 솥을 말한다. 하夏·은殷·주周 시대를 거치면서 제왕이나 왕조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史記』 권12 「武帝紀」.
  82. 82)왕교王喬 : 후한 시대의 신선.
  83. 83)옥초沃焦 : 동해 남쪽 3만 리 지점에 위치하여 바닷물을 태워 말린다는 산.
  84. 84)연촉延促 : 늘고 단축되는 것을 말한다.
  85. 85)위복威福 : 『書經』에 “임금만이 위威를 짓고 복福을 짓는다.(惟辟作福。 惟辟作威。)”는 말이 있다.
  86. 86)사명司命 : 원래는 백성의 생사를 맡은 별을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저승의 신을 말하고 있다.
  87. 87)수희隨喜 : 오회五悔의 하나. 남의 좋은 일을 보고 자기 일처럼 기뻐함을 이른다.
  88. 88)기남杞柟 : 좋은 재목이 되는 나무로, 재주가 뛰어난 인재를 비유한다.
  89. 89)예장預章 : 대들보로 쓸 정도로 큰 나무를 가리킨다. 훌륭한 인재를 비유한다.
  90. 90)황옥黃屋 : 천자의 수레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왕을 가리킨다.
  91. 91)금월金鉞 : 고려와 조선 시대 의장義仗의 하나이다.
  92. 92)옥절玉節 : 예전에 관직을 제수할 때에 받던 증서이다.
  93. 93)곤외閫外 : 옛날에 임금이 장군을 궁 밖으로 출병시킬 때 그가 탄 수레를 밀며 “문턱 안의 일은 내가 맡고 문턱 밖의 일은 장군이 맡아서 처리하라.(閫以內者。 寡人制之。 閫以外者。 將軍制之。)”라는 일화에서 나온 말로, 여기서는 영남 지방을 일컫는다.
  94. 94)분우分憂 : 임금의 근심을 나누어 맡는다는 의미로, 지방관을 말한다.
  95. 95)사마골死馬骨 : 전국시대 곽외郭隗가 연소왕燕昭王에게 한 말로, 천금으로 천리마를 사러 갔던 궁인이 천리마가 죽고 없어 500금을 주고 죽은 그 말 뼈를 사 왔더니, 1년 안에 천리마가 세 마리나 왔다는 고사를 들려주었다. 여기서는 높은 식견을 지닌 영남의 조 방백趙方伯을 궁인에 비유하고 있다.
  96. 96)혼원混元 :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시초. 혹은 그 후의 천지天地를 가리킨다.
  97. 97)진군眞君 : 만물을 주재主宰하는 존재.
  98. 98)착오着烏 : 착오사모着烏紗帽의 준말이다. 진晉나라 맹가가 중양절에 환온桓溫이 마련한 용산龍山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취흥이 도도해진 나머지 오사모烏紗帽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 줄도 몰랐다는 고사에서 연유한 말이다. 『世說新語』 「識鑑」.
  1. 1)「雜」字前行。底本有「文」字。編者除之。
  2. 1)「罹」疑「離」{編}。
  3. 1)自「進」至此文末。底本一張缺落{編}。編者依通度寺本而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