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일지암문집(一枝庵文集) / 一枝庵文集卷之一

ABC_BJ_H0300_T_001

012_0258_c_01L
일지암문집一枝庵文集
일지암문집 제1권(一枝庵文集卷之一)
초의 의순草衣意恂 지음
하혜정 (역)
총목차總目次
제1권(卷一)
2편二篇
 북산 목관의 운을 따서 짓다(次北山牧官韻)
 정양이 청량사에서 시회에서 내가 지은 시에 차운하여 보내왔기에 다시 화답한다(晶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 復和答之)
12편十二篇
 진도 쌍계사 시왕전 상량문珍島雙溪寺十王殿上梁文
 표충사 중건 상량문表忠祠重建上梁文
 완호법사 비음기玩虎法師碑陰記
 표충사 이건기表忠祠移建記
 낙서암 중수기樂捿庵重修記
 범해회중 학계 서梵海會中學契序
 명적암 등촉계 서明寂庵燈燭契序
 금강산으로 유람 가는 훈대사를 보내며 쓴 게송 서(送熏大師遊金剛山偈序)
 무진등광명보당 서無盡燈光明寶幢序
 만일암 선등계안 서挽日庵禪燈契案序
 대승계안 서大乘戒案序
 대승비니계안 서大乘毘尼戒案序
제2권(卷二)
27편二十七篇
 원불상 모연문願佛像募緣文
 적련암 개금 모연소赤蓮庵改金募緣疏
 대둔사 비로전 신건 화연소大芚寺毘盧殿新建化緣疏
 삼조사 영당 중건소三祖師影堂重建疏
 진도 쌍계사 대웅전의 불상 개금을 위해 올리는 소문(珍島雙溪寺大雄殿佛像改金疏)
 

012_0258_c_01L[一枝庵文集]

012_0258_c_02L1)一枝庵文集卷之一 [1]

012_0258_c_03L

012_0258_c_04L2)總目次 [2]

012_0258_c_05L
卷一

012_0258_c_06L
二篇

012_0258_c_07L
次北山牧官韻晶陽和餘淸凉寺雅 [1]
012_0258_c_08L韻見寄復和答之

012_0258_c_09L
十二篇

012_0258_c_10L
珍島雙溪寺十王殿上梁文表忠祠重
012_0258_c_11L建上梁文玩虎法師碑陰記表忠祠
012_0258_c_12L移建記樂捿庵重修記梵海會中學
012_0258_c_13L契序明寂庵燈燭契序送熏大師遊
012_0258_c_14L金剛山偈序無盡燈光明寶幢序
012_0258_c_15L日庵禪燈契案序大乘戒案序大乘
012_0258_c_16L毘尼戒案序

012_0258_c_17L
卷二

012_0258_c_18L
二十七篇

012_0258_c_19L
願佛像募緣文赤蓮庵…募緣疏
012_0258_c_20L芚寺毘盧殿新建化緣疏三祖師影堂
012_0258_c_21L重建疏珍島雙溪寺…改金疏美黃
012_0258_c_22L{底}光緖十六年梵寅編筆寫本(此一枝庵文集
012_0258_c_23L龍雲編艸衣禪師全集中所載)此文一部
012_0258_c_24L載於艸衣詩稿中(韓國佛敎全書第十册八六○
012_0258_c_25L~八七○頁)編者旣載之文削除唯未載之
012_0258_c_26L簡擇而錄之
目次編者作成補入

012_0259_a_01L 미황사 상수암의 불상을 개금하기 위한 모연문(美黃寺上峀庵佛像改金募緣文)
 수보살계첩규受菩薩戒牒規
 수보살법문2편受菩薩法文二篇
 대둔사 탑원에서 다례를 올리는 제문(大芚寺塔院茶禮祭文)
 수선사의 탑비에 올리는 제문(樹先師塔碑祭文)
 비각에 다례를 올리는 제문(碑閣茶例祭文)
 정처사 제산 축문鄭處士祭山祝文
 수계사 제문授戒師祭文
 상좌 제문上佐祭文
 오계상좌 제문五戒上佐祭文
 수법제자 제문受法弟子祭文
 문형제 제문門兄弟祭文
 대승계중 축문大乘契中祝文
 백련화상 영찬白蓮和尙影賛
 미봉화상 영찬眉峰和尙影賛
 영월화상 영찬靈月和尙影賛
 설곡화상 영찬雪谷和尙影賛
 쌍수도인에게 답하다(答雙修道人)
 유산에게 보내는 편지(與酉山書)
 이병사에게 답하다(答李兵使)
 정승지에게 드리는 편지(上丁丞旨書)
부록2편附錄二篇
 초의화상게艸衣畵像偈
 초의대사 탑명에 아울러 서문을 쓰다(艸衣大師塔銘竝書)
편자기編者記
아래는 『한국불교전서』 10책 832쪽에 있는 『초의시고艸衣詩藁』에 있기에 여기에서는 삭제된 글의 목차이다. 이 목차는 『한국불교전서』의 편집자가 작성한 것으로, 독자의 편의를 위하여 부록한다.
『초의시고』 목차艸衣詩稿 目次
천불전 상량문千佛殿上樑文
청허비각 상량문淸虛碑閣上樑文
대둔사 신건 광명전 상량문大芚寺新建光明殿上樑文
중조성 천불기重造成千佛記
미황사 만일회기美黃寺萬日會記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대사의 천도소를 짓다(代人作薦師疏)
혜운을 대신하여 대사의 천도소를 짓다(代惠雲作薦師疏)
지용불탑 중수 개금소地踴佛塔重修改金疏
불상 개금 모연문佛像改金募緣文
해인사 대웅전 및 대장각 중수 권선문(海印寺大雄殿及大藏閣重修勸善文)
대둔사 승보안 서大芚寺僧寶案序
승보안 발僧寶案跋
해거도인시집 발海居道人詩集跋
완당 김공 제문院堂金公祭文
해거도인에게 올리는 편지(上海居道人書)
일미도인에게 올리는 편지(上一味道人書)
시詩
북산 목관1)의 운을 따서 짓다(次北山牧官韻)2)
馬曹來千里     말을 몰고 천리 길을 와서
守閑海一方     한가로이 바다 한쪽 지키니

012_0259_a_01L寺…改金募緣文受菩薩戒牒規
012_0259_a_02L菩薩法文
大芚寺…祭文樹先師塔
012_0259_a_03L碑祭文碑閣茶例祭文鄭處士祭山
012_0259_a_04L祝文授戒師祭文上佐祭文五戒上
012_0259_a_05L佐祭文受法弟子祭文門兄弟祭文
012_0259_a_06L大乘契中祝文白蓮和尙影賛眉峰
012_0259_a_07L和尙影賛靈月和尙影賛雪谷和尙
012_0259_a_08L影賛答雙修道人與酉山書答李
012_0259_a_09L兵使上丁丞旨書

012_0259_a_10L
附錄二篇

012_0259_a_11L
艸衣畫像偈艸衣大師塔銘并序

012_0259_a_12L

012_0259_a_13L〔編者記〕

012_0259_a_14L
此下本全書第十册(八三二頁)所載艸衣詩
012_0259_a_15L藁中削除之文目次此目次編者作成於此
012_0259_a_16L附載而爲讀者之便宜

012_0259_a_17L
目次(艸衣詩稿)

012_0259_a_18L
千佛殿上樑文淸虛碑閣上樑文大芚寺新
012_0259_a_19L建光明殿上樑文重造成千佛記美黃寺萬
012_0259_a_20L日會記代人作薦師疏代惠雲作薦師疏
012_0259_a_21L踴佛塔重修改金疏佛像改金募緣文海印
012_0259_a_22L寺大雄殿及大藏閣重修勸善文大芚寺僧寶
012_0259_a_23L案序僧寶案跋海居道人詩集跋院堂金
012_0259_a_24L公祭文上海居道人書上一味道人書

012_0259_a_25L

012_0259_a_26L1)

012_0259_a_27L次北山牧官韻

012_0259_a_28L
馬曹來千里守閑海一方

012_0259_b_01L緣情詩律細     마음 따라 시율은 섬세하고
尊德姓名香     높은 덕 그 이름 향기롭네.
春意更和㬉     봄기운이 다시 따뜻해지니
藥苗舒嫩黃     약초 싹이 노랗게 돋아나고
花源成雅集     꽃들은 우아한 자리 이루어
淸醉興堪長     맑게 취한 흥취 끝없구나.
정양3)이 내가 청량사 시회에서 지은 시에 차운하여 보내왔기에 다시 화답한다(晶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 復和答之)
官淸政簡晴晝永   청렴한 관리 간편한 정사로 맑은 낮이 길어지니
綺思終日在詩境   아름다운 생각 종일토록 시 짓는 자리에 머문다.
篇終遠寄水雲鄕   시 한 수 지어서 멀리 수운향水雲鄕4)에 보내니
氣多雄豪語淸省   기상은 영웅 호걸스러우나 시어는 잘 다스려졌네.
一醉本期買春閑   술 한 잔 하면서 한가한 봄을 느껴보려 하였더니
春光已老彈指頃   봄빛은 손가락 퉁길 사이에 벌써 저물어 버렸네.
旣不將歡伯甘侯   환백歡伯 감후甘侯를 가지고
傳檄來又焉得    격문 전할 수 없으니
驅憂來樂健且猛   또 어떻게 근심 쫓고 즐거움 맞아 건강하고 용맹할까.
逸興自乘方快暢   뛰어난 흥취에 겨워 마음이 절로 상쾌해지니
不須好事折簡請   좋은 일이라면 서신으로 청할 필요도 없으리라5).
초공焦公의 『역림易林』6)에, “술을 환백이라 하는 것은 근심을 없애고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酒爲歡伯, 除憂來樂.)”라고 하였다. 차를 만감후晩甘侯라 부른다. 왕자안王子安의「유산중서遊山中序」에 “격문을 보내어 산수에 노닐 일을 정한다.(煙霞可傳而定)”고 하였다7).
문文
진도 쌍계사 시왕전 상량문珍島雙溪寺十王殿上梁文
원래 불경(貝葉)은 서쪽에서 와서 오만 팔천의 경전으로 갖추어졌고, 우담발화(曇花)는 동쪽에 나타나서 이천삼백마흔일곱 개의 꽃잎이 만연하였다. 이 진리는 크고 작음이 서로 용납되고, 하나와 다수多數가 서로 자재로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신묘한 공덕이 넓고 커서 이 세계를 변화시켜 금이나 은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오묘한 운용이 깊고 현묘하여 강물을 휘저어서 우유가 되게 할 수도 있다. 오음五陰을 버려도 죽지도 않으니 마치 장작이 다 타도 불씨는 전할 수 있는 것과 같고,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나니 누에가 죽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 성내는 마음이 갑자기 일어나면 만겁을 뱀과 같은 독(蛇)8)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경전의 가르침을 잘못 전하면 천 년 동안 여우와 같은 의심(狐)9)을 면치 못하게 된다.
바위 위로 희미하게 구름이 내려앉았으니 원택圓澤의 가고 옴을 기뻐함이요, 연못에 꽃이 피었으니 아미타阿彌陀께서 맞이해 인도해 주심이 오래되었다. 이미 좌경佐卿10)이 학이 된 것을 증험하였으니

012_0259_b_01L緣情詩律細尊德姓名香

012_0259_b_02L春意更和㬉藥苗舒嫰黃

012_0259_b_03L花源成雅集淸醉興堪長

012_0259_b_04L3)晶陽和余淸凉寺雅集韻見寄復和
012_0259_b_05L答之 [3]

012_0259_b_06L
官淸政簡晴晝永綺思終日在詩境

012_0259_b_07L篇終遠寄水雲鄕氣多雄豪語淸省

012_0259_b_08L一醉本期買春閑春光已老彈指頃

012_0259_b_09L旣不將歡伯甘候4)傳檄來又焉得 [4]

012_0259_b_10L驅憂來樂健且猛逸興自乘方快暢

012_0259_b_11L5)不須好事折簡請 [5] 焦公易林酒爲歡伯除憂
來樂茶號晩甘侯王子安
012_0259_b_12L遊山中序
霞可傳而定

012_0259_b_13L

012_0259_b_14L6)

012_0259_b_15L珍島雙溪寺十王殿上梁文

012_0259_b_16L
原夫貝葉西來經五萬八千之緬邈
012_0259_b_17L花東現垂二三四七之蔓延其爲道也
012_0259_b_18L大小互容一多自在神功浩瀚能令
012_0259_b_19L變刹土而作金銀妙用深玄可使攪江
012_0259_b_20L河而爲酥酪捨陰不死猶薪盡而火傳
012_0259_b_21L隨業還生若蠶劉而蝶舞恚心忽起
012_0259_b_22L難逃萬劫之虵經敎謬傳未免千年之
012_0259_b_23L雲迷石上喜圓澤之送迎花發池
012_0259_b_24L遲彌陀之接引旣驗佐卿之爲鶴

012_0259_c_01L메아리가 저절로 소리를 울리고, 차율次律11)이 이 승려인 것을 의심한다면 그림자는 본체의 모습에 따라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육도六塗를 떠도는 혼魂은 명령을 기다린다.
시왕十王은 검수劒樹 지옥과 도산刀山 지옥을 설치하여 죄 있는 자는 징계하고 착한 이는 권장하며, 철상鐵床 지옥과 동주銅柱 지옥을 더하여 그 방도方道는 엄밀하고 법이 공평하게 된다. 말의 얼굴이나 소의 머리로 자갈과 채찍을 잡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야차夜叉와 나찰羅刹이 삼엄한 칼을 쓰고 오간다. 귀신이 곡하는 소리가 앵앵거리고 업業의 바람 소리가 쓸쓸하게 된다.
이에 혹은 본을 뜨고 혹은 조각하여서 특별히 조상彫像을 안치하여 영혼을 편안히 하는 것이며, 혹은 빌고 혹은 정성을 들여서 반드시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위엄을 이 현상세계(易界)에 펼쳐서 지위는 풍도酆都12)에 오르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쌍계사 시왕전의 이름이 강호에 드날려 교화가 인간 세계를 촉촉하게 적시니, 지전紙錢을 찍고 과일을 올려 전세의 인연에 보답하고 재지齋紙를 불사르고 꽃을 바쳐 사후에 몸이 갈 길을 기다린다. 황금수레 백옥바퀴가 사방으로 내려오고 붉은 아지랑이 오색구름이 집안에 드날리네. 아! 있다가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 도리(理數)의 필연이며 세우면 무너지고 무너지면 다시 세우는 것이 일의 실상이라, 건물을 지은 것이 여러 해가 지나면서 제도는 하루가 다르게 기울었도다.
이에 경린敬獜 비구가 보림寶林에서 머리를 깎고 진도珍島에 와서 살면서, 정전正殿 중수할 일을 서원하고 시주들에게 간청을 하니 지혜로운 원력이 바람처럼 지나가자 믿음의 마음들이 바람에 풀이 눕듯 따랐도다. 곡식이 쌓이니 장인匠人들은 말을 안 해도 찾아오고, 황금이 쌓이니 기와는 다리가 없이도 걸어왔도다. 큰 북 작은 북 일제히 울려 지나간 날의 쓸쓸함을 슬퍼하고, 자귀와 도끼를 서로 들고서 빛나는 전각(煥輪)을 축하하노라. 위로는 모든 왕을 받드니 진광秦廣13)에서 시작하여 전륜왕轉輪王으로 끝나고, 아래로는 뭇 관리까지 평안케 하니 장군으로부터 동자에까지 이르렀도다. 완성한 공은 저들에게 있고, 그 덕을 기리는 일은 나의 몫이로다.

拋梁指震      대들보를 동쪽으로 던져라.
層峰萬仞      겹겹 봉우리 만 길을 뻗어서

012_0259_c_01L響自聲生可疑次律之是僧影隨形至
012_0259_c_02L所以遊魂六塗俟命十王設劍樹刀山
012_0259_c_03L罪者懲而善者勸加鐵床銅柱道之密
012_0259_c_04L而法之公馬面牛頭執椎鉗而先後
012_0259_c_05L夜叉羅刹嚴枷鎻而去來鬼哭嚶嚶
012_0259_c_06L業風瑟瑟於是或雕或塑特安像而妥
012_0259_c_07L乃禱乃虔必禳災而求福施威於
012_0259_c_08L易界履位於鄷都今夫雙溪寺十王殿
012_0259_c_09L名擅江湖化霑塵土印錢薦果
012_0259_c_10L酧前世之緣燃紙獻花佇見後身之路
012_0259_c_11L金輿玉輅陟降於四方紅靄彩雲
012_0259_c_12L揚於一室嗚呼有而無無而有理數
012_0259_c_13L之必然成而毁毁而成事功之固矣
012_0259_c_14L經營年久制度日傾爰有敬獜比丘
012_0259_c_15L削髮於寶林捿身於珍島誓修正殿
012_0259_c_16L懇乞檀門慧力風行信心草偃積粟
012_0259_c_17L兮工不言而至堆金兮瓦無脛而來
012_0259_c_18L鼓齊鳴嗟往時之蕭索斧斤交擧
012_0259_c_19L今日之煥輪上奉列王始秦廣而終轉
012_0259_c_20L下安羣吏自將軍而至童子成功
012_0259_c_21L在彼頌德在余拋梁指震層峰萬仞
012_0259_c_22L「詩」一字編者補入此詩底本三首中
012_0259_c_23L第三首也{編}
此詩底本九首中第三首也{編}
012_0259_c_24L此句疑脫一字{編}此上疑脫一句七字{編}
012_0259_c_25L「文」一字編者補入

012_0260_a_01L塞外淸平      국경 밖까지 맑고 평안하게
一烽傳信      횃불 올려 소식을 전하리라.

拋梁指离      대들보를 남쪽으로 던져라.
祝融逶迤      축융祝融14) 화신火神이 둘렀으니
老僧無事      늙은 중은 아무 하는 일 없어
林下圍碁      숲 아래서 바둑만 두고 있네.

拋梁指兌      대들보를 서쪽으로 던져라.
碧林晻靄      푸른 숲 아지랑이 아른거리고
反照入江      강으로 되돌아 비추는 낙조가
光翻山外      저 산 너머 번득이며 빛나네.

拋梁指坎      대들보를 북쪽으로 던져라.
雲深石窞      구름이 돌절구 깊이 들어가면
打鳥向人      새를 깨워 사람에게 향하니
時供菡萏      때맞춰 연꽃菡萏 공양케 하네.

拋梁指天      대들보를 위로 던져라.
赤道如椽      서까래 같은 적도赤道에
日行近北      날마다 북으로 가는 햇님
茂我原田      내 전답 무성케 하여 주네.

拋梁指地      대들보를 아래로 던져라.
浮空如墜      하늘이 공중에서 떨어진 듯
傍帶南溟      옆으로 남쪽 바다 끼고 있어
大鵬時至      큰 붕새는 때를 알고 날아오네.

엎드려 바라오니 상량한 뒤로 범패梵唄 소리가 산을 진동하고 범종 소리 목어 소리가 땅을 흔들어, 절은 넓고 광대하게 두 전각은 웅장하게 솟구치게 하옵시고, 바다와 같은 은혜를 입게 하시고, 산과 같은 수명을 내리옵소서.
표충사 중건 상량문表忠祠重建上梁文
듣자하니 위대한 성인은 중생(類)을 불쌍히 여겨 유리왕琉璃王15)처럼 지독한 더위를 푸른 나무 그늘로 잠시 덮어 주고, 신통한 스님은 종단의 으뜸이 되어 발우(鉢羅器)의 정령精靈을 저절로 푸른 하늘 구름 끝으로 떨어지게 하여 주었다고 한다. 무릇 지난 세상 얽히고 설킨 원한의 빚도 신통력神通力 앞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지만, 아무려면 저 서산西山 대사가 한 바탕 움직여 다스려 우리나라를 길이 만세토록 평안하게 만든 것만 같겠는가? 상고하건대 선사先師의 아름다운 공적은 이미 여러 절묘하고 아름다운 문장 속에 실려 있으며, 지금 나의 보잘것없는 글로 빠진 것을 모아 보충하게 되었다.
추모하여 생각건대 스님께서는 드문 기개와 우뚝한 자태를 가지셨고 타고난 품성이 온화하였다. 가슴 속에 품은 생각은 노을빛처럼 환하게 빛났고 대나무처럼 곧은 포부는 어린 나이에 벌써 드러났고, 준엄한 국량局量은 서릿발처럼 싸늘하여 군자의 향기가 어려서부터 응축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예악禮樂도 쭉정이처럼 여기고 명교名敎16)도 하찮게 여겼으니17), 음양도 없는 땅에서 일찍부터 우뚝 푸른 처마(靑檐)가 되었고 메아리도 울리지 않는 골짜기에서 의연히 타오르는 붉은 꽃잎(紅雨)이 되었다. 마침내 겹겹 현묘함을 감추어 자취를 숨기고 텅 비고 깨끗한 자리에 앉아 소리를 잠재웠으니, 선정의 물엔 물결이 잔잔하여 밤이면 하늘 가득 온통 별과 달이 환하게 밝고 시원한 바람에 운치가 있어 새벽이면 온갖 골짜기에 피리 소리 감미롭게 울렸다.

012_0260_a_01L塞外淸平一烽傳信拋梁指离祝融
012_0260_a_02L逶迤老僧無事林下圍碁拋梁指兌
012_0260_a_03L碧林晻靄反照入江光翻山外拋梁
012_0260_a_04L指坎雲深石窞打鳥向人時供菡萏
012_0260_a_05L拋梁指天赤道如椽日行近北茂我
012_0260_a_06L原田拋梁指地浮空如墜傍帶南溟
012_0260_a_07L大鵬時至伏願上梁之後梵唄震山
012_0260_a_08L鍾魚動地一刹皓皓雙闕巍巍被如
012_0260_a_09L海之恩貢齊山之壽

012_0260_a_10L

012_0260_a_11L表忠祠重建上梁文 [6]

012_0260_a_12L
嘗聞至聖 [2] 憐類琉璃王之酷燄暫消於
012_0260_a_13L綠樹陰邊神僧援宗鉢羅器之精靈
012_0260_a_14L自霣於碧空雲際蓋宿纒之寃債無所
012_0260_a_15L用於神通曷若那西山一場之運用
012_0260_a_16L爲我東國萬歲之寧安曰若稽先師之
012_0260_a_17L休績於已載幼婦之好辭今小子之陋
012_0260_a_18L堪拾遺而補闕追惟大德間氣呈姿
012_0260_a_19L中和禀質冲襟霞暎筠抱顯於髫齡
012_0260_a_20L峻局霜凄蘭芬凝於丱齒由是粃糠禮
012_0260_a_21L樂錙銖無陰陽地上早已卓個靑檐 [3]
012_0260_a_22L叫不響谷中毅然煮些紅雨遂乃掩重
012_0260_a_23L玄而鏟迹坐虛白而消聲定水安瀾
012_0260_a_24L夜印一天之星月淸風有韵曉酣萬谷

012_0260_b_01L발뒤꿈치를 땅에 붙이는(脚跟點地) 때가 바로 비공요천鼻孔撩天18)하는 날이니, 난간 위로 새 울음소리(翰音) 솟아오를 때19) 지혜로운 해(慧日)가 본성의 하늘(性天)에 밝게 드날리고 바람 이는 깃대에 깃발 날리면20) 법의 천둥소리(法雷)가 의로운 바다(義海)를 진동시켰다21). 그 때를 당하여 한번 얼굴을 찡긋하며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여 가는 곳마다 야호선野狐禪22)을 흩어 버렸다.
그런데 동쪽 바다(扶桑)23) 해를 목욕시키던(浴日)24) 물가에서 요사스런 무리들이 개미떼처럼 모이니, 고죽孤竹25)의 구름 깊은 경계에서 흉악한 점괘가 나타나 마침내 변방의 봉화가 궁궐(甘泉)26)에 비치며 장락궁長樂宮27)에는 즐거운 음악 소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사태가 다급하여 임금의 수레도 멀리 피난을 떠나게 되었고 형세가 위급하여 조야朝野가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 불가는 평소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간절하게 빌어 왔으니, 이런 시대에 세상을 구제하는 일을 어찌 늦추겠는가? 일편단심 간절히 부처님께 기원하였더니 만다라曼茶羅의 법칙이 정밀하고도 엄격하고, 법의 지팡이(法杖)로 하늘을 의지하였으니 금강검金剛劍의 신령한 칼날이 날카로워졌다. 그리하여 모란봉牡丹峯 아래에서 왜구28)를 몰아 섬멸하고 임금님을 금란전金蘭殿으로 모시고 돌아오니, 짐승의 입에서 향로의 연기가 나와 행궁行宮에 상서로운 기운을 빚어내고 몽둥이 머리에 이는 바람이 돌아오는 길의 요기妖氣를 쓸어냈다. 돌아보건대 이러한 신령스러운 공력功力은 무릇 성덕聖德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드디어 사백 년 이어온 크나큰 복록이 길이 평안하여지고 억조의 창생이 다시 즐거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지팡이 짚고 구름 잠긴 깊은 골짜기로 돌아와서 소매 깃으로 하늘의 별빛을 뿌리쳤다. 본래의 제자리로 돌아온 뒤로는 눈에 보이는(有爲) 어떠한 업적도 일절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인연을 잊고 홀로 조용히 지내는데 누군들 스님의 한 일이 없는(無物) 공을 논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목숨을 걸었던(解髻) 일에 어찌 상을 베풀 것이며, 땅을 떼어 봉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아, 증삼曾參이 사양한 것은 교만한 마음이 생길까 염려하였기 때문이며29) 노중련魯仲連30)이 사양한 것은 청렴한 절개를 상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우리 스님처럼 청렴한 절개와 교만을 꺼리는 마음을 두지 않고, 사양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을 본래 모두 잊은 분을 어찌 같은 자리에 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임금의 사랑이 특별히 깊었으니 임금의 은혜를 어찌 다 칭송하겠는가? 하얀 종이(銀翰)에 공덕을 서술하여 적어 주니 임금의 문장이 남북의 명산31)에 함께 빛났고, 황금 편액(金榜)을 내려 충성을 표창表忠하시니 하늘 향기(天香)가 한 해 내내 명절마다 계속 내렸다. 이 일이 어찌 곤룡포를 씻지 않아 혜소嵇紹가 왕을 모시던

012_0260_b_01L之笙鏞第脚跟點地之時是鼻孔撩天
012_0260_b_02L之日翰音騰檻慧日昭亮於性天
012_0260_b_03L刹揚幡法雷震驚於義海當時嚬呻獅
012_0260_b_04L子吼到處喝散野狐禪洎扶桑浴日之
012_0260_b_05L妖盟蟻結於孤竹尋雲之際凶爻
012_0260_b_06L龜呈竟致邊烽光照於甘泉中樂聲寢
012_0260_b_07L於長樂事急而乘輿涉遠勢危而朝野
012_0260_b_08L臨深斯道也素切利生今時乎爭嵇
012_0260_b_09L濟世丹衷懇佛曼茶羅之軌則精嚴
012_0260_b_10L法杖倚天金剛劍之神銛猛利剿滅倭
012_0260_b_11L1)冠於牧丹峰下陪還龍駕金蘭殿中
012_0260_b_12L獸口烟生釀作行宮之瑞氣棒頭風起
012_0260_b_13L掃淸蹕路之妖氛顧此神功蓋由聖德
012_0260_b_14L遂使四百年洪祚永藉安閑億兆戶蒼
012_0260_b_15L更臻耕鑿然後杖歸雲壑袖拂天
012_0260_b_16L旣返本而還源言謝有爲之業
012_0260_b_17L忘緣而自靜誰論無物之功然則解髻
012_0260_b_18L之賞奚施裂地之封無用噫 曾參之
012_0260_b_19L慮有畏驕魯仲之辭恐傷廉節
012_0260_b_20L與吾師廉節畏驕之不擬辭讓恐慮之
012_0260_b_21L都忘者可同年而語哉然睿眷殊深
012_0260_b_22L恩盍頌染銀翰而舒德宸章並曜於南
012_0260_b_23L北之名山書金榜而表忠天香繼降於
012_0260_b_24L春秋之令節豈惟龍袍休浣嵇侍御之

012_0260_c_01L핏자국32)이 오래도록 남게 하고, 기린각麒麟閣에 공신도功臣圖를 그려 무루정蕪蔞亭에서 풍이馮異가 바친 팥죽33)을 영원히 생각하는 정도에 그치겠는가34)?
이에 사당 지을 좋은 땅을 찾아 옛 절의 신령한 터를 점쳤는데, 두 줄기 비단 봉우리가 높이 어여쁘게 둘렸고 아름답고 환한 반달이 나직하게 신기한 모습을 드리웠다. 이치(理)가 당연하게 어울리고 영험이 아무 탈 없이 감응하였다. 그런데 홀연 도광道光 병신년(1836)에 말 한 마디가 잘못 부풀어 일어나 두 전각이 잘못 옮겨지게 되었다. 이에 신사神祠는 정중앙에서 북쪽(玄武)에 걸터앉게 되었고, 불전은 오른쪽 언덕에서 남방(虎豹)을 의지하게 되었다. 위아래가 현저하게 표나게 거꾸로 매달려 있어서 춘추로 내리는 강신降神이 편안치 못했다. 법탁 앞의 촛불만이 괜스레 휘황하고 향로 위의 향불 연기는 부질없이 흩날리는데, 사문沙門의 몽매함으로는 어찌해 볼 수가 없어서 한탄하였다. 그러니 신령이 옥관玉觀의 혼교魂交에 영험하게 의탁하여,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잡으라는 말씀이 분명하시고 명령을 받드는 마음 또한 간절하였다. 그러나 단지 밖에서 살펴주시는 사랑만 깊었을 뿐, 안에서의 호응은 여전히 미흡했다. 그렇기에 그러한 전말과 연유를 옥경玉京35)의 소선素仙에게 말씀드리고, 바른 생각을 논의하여 일을 맡은 현명한 주사籌司에게 알렸다. 유후留侯께서 읍을 경영하심이 자세하고도 분명하기에 알려주신 것을 헛되게 하지 않았고, 공사비를 거둬들이고 공사를 일으키는 비용이 은혜롭게도 딱 맞았다. 이는 전 종정宗正 지봉智峯 스님께서 추운 골짜기에 따뜻한 기운을 되돌려 봄바람이 불도록 한 것이다.
윗분들의 뜻을 이어 생각하고 중도를 따라 살핀 것은 돈(貨泉)은 결국 덧없는 이름으로 돌아감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나무(雙木)가 서로 의지하듯 학을 벗하여36) 함께 울듯 일을 추진하여 끝내 마음먹은 대로 해냈다. 이는 당시의 종정宗正 용운龍雲 스님이 바람을 타고 올라 비를 내리게 하고 기운을 점검하여 시대에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의 소문訴文을 올린 뒤로 안타깝게도 3년 동안이나 어려운 시기를 당하여, 나라에는 전염병이 크게 번져 횡사한 사체가 들판에 가득하고 절집에는 띠풀로 엮어 놓은 전각까지 무너져 내려 스님을 찾을 수가 없을 만큼 온 산이 텅 비게 되었으니, 마을 골목에는 사람의 자취를 찾을 수 없고 조정에는 정사마저 멈추게 되었다.
기해己亥년 겨울이 훌쩍 지나갔고 경자庚子년 봄도 그럭저럭 지나고 나서, 저 꽉 막혔던 구름이 높이 중려仲呂37)의 궁중에 걷히면서 다시 전각을 경영하라는 글이 멀리까지 거행되기에 이르렀으니, 오랜 비(宿雨)가

012_0260_c_01L血痕長存獜閣開圖蕪蔞亭之豆粥
012_0260_c_02L永思而已哉乃眷營祠之吉壤載占古
012_0260_c_03L寺之靈墟兩朶綉峰高回娟妙半輪
012_0260_c_04L明月低獻新奇理協有當靈應無爽
012_0260_c_05L忽於道光丙申一言訛沸兩閣誤遷
012_0260_c_06L於是神祠跨玄武於正中佛殿依虎豹
012_0260_c_07L於右畔上下之倒懸現著春秋之陟降
012_0260_c_08L罔安椅前華燭徒煒煌鑪上香烟空繚
012_0260_c_09L恨無奈何於沙門之瞢昧乃有靈託
012_0260_c_10L於玉觀之魂交整倒語叮嚀承敎心感
012_0260_c_11L然徒深外眷莫協內譍告厥顚由
012_0260_c_12L於玉京之素仙轉論正意於籌司之哲
012_0260_c_13L留俟邑營之詳白示不越聽徵起工
012_0260_c_14L費之量呈惠要中適此則前宗正智峰
012_0260_c_15L回陽寒谷吹發春風者也承上而思
012_0260_c_16L從中而詧知貨泉之竟歸空名雙木共
012_0260_c_17L半鶴和鳴秉事欛而終須獨擅
012_0260_c_18L則時宗正龍雲乘風致雨點氣應時也
012_0260_c_19L洎二訴之纔呈嗟三秋之際難沴疾大
012_0260_c_20L熾於王城橫屍盈野茅棟撤隳於寺院
012_0260_c_21L搜釋空山街巷歛人踪廟堂休政事
012_0260_c_22L巳冬荏苒過庚春因循經至夫滯雲高
012_0260_c_23L捲於仲呂之宮營章遐擧宿雨新開
012_0260_c_24L「冠」疑「冦」{編}

012_0261_a_01L소양昭陽의 궁전에서 개이면서 임금의 은혜가 아래까지 무성하게 내리게 되었다. 이는 우기祐祈 의준義俊이 거듭 건의하고 주사籌司가 임금님께 계문을 올려 허락을 받아낸 것이었다.
이미 재정을 내려 주시며 명령이 엄중하시니 중수하는 일을 어찌 감히 잠시라도 늦추겠는가? 바람처럼 날랜 자귀(風斤)38)와 달처럼 날선 도끼(月斧)39)에 빛이 나도록 서둘렀으며, 벌겋게 달아오른 번개와 시퍼런 서리가 서로 빛을 다투며 싸우는 것처럼 하였다. 짙푸른 솔가지 검푸른 잣나무는 범이 거꾸로 매달리고 용이 드러누운 듯하고, 수놓아 장식한 서까래와 단청으로 아로새긴 문설주는 난새가 날아오르는 듯 학이 솟구쳐 오르는 듯하였다. 남쪽 산(离山)은 오히려 우뚝 솟은 대웅전을 바라보고, 북쪽 전각은 바로 섭부葉鳧40)의 조종朝宗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높은 하늘의 기러기가 서리 소식을 전할 때에 하였고, 마친 것은 무지개 대들보가 눈 쌓인 골짜기에 용처럼 날아오를 때였다. 노을빛 처마는 높이 솟아 상서로운 햇빛이 아름다운 난간에 은총을 비추고, 대나무 둘러친 마당은 텅 빈 듯 깊으니 상서로운 구름이 마루 속까지 그림자를 드리웠도다. 이에 감히 아름다운 칭송의 노래를 펴서 함께 즐겁게 불러 보노라.

拋梁東       대들보를 동쪽으로 던지면
迦年峰色揷靑空   가년봉迦年峯의 산빛 푸른 허공 꽂히고
壓盡東溟千萬里   동해바다 천만리를 다 눌러서
委人歸化倒凶峯   왜인41) 귀화시켜 흉악한 봉우리 거꾸러뜨리네.

拋梁西       대들보를 서쪽으로 던지면
少林直指若爲提   소림少林의 직지直指 제창하듯 한 것은
但敎會得初來意   처음 오신 뜻을 깨우치려 하심이니
一點淸光出淤泥   한 점 맑은 빛이 진흙에서 솟아나네.

拋梁南       대돌보를 남쪽으로 던지면
相見离明聖化覃   남쪽에 성스런 교화 미치는 것 보아
寶偈常將祈壽算   보배로운 게송으로 장수를 빌며
白毫光裡現優曇   백호白毫 광명 속 소리 높여(呢喃) 축원하네.

拋梁北       대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면
古佛同龕有彌勒   감실에 함께 모신 고불古佛 중 미륵불 계시니
莫嫌菩薩下生遲   보살이 더디 태어난다고 섭섭히 생각마시라
會見閻浮皆樂國   염부제閻浮提 모두 극락정토 되는 것 보게 되리.

拋梁上       대들보를 위쪽으로 던지면
三十三天盡回向   삼십삼천三十三天에 모두 회향하여
護國四王爲民切   나라 지킨 사천왕四天王 백성 간절히 아꼈으니
誰知有刹恨無像   절만 있고 불상 없어 안타까운 맘 뉘 알아주려나.42)

拋梁下       대들보를 아래쪽으로 던지면
玉鉢錦襴光相射   백옥 발우와 비단 가사가 서로 빛을 비추어
遺命移南屬意重   남쪽으로 옮기라 하신 유명의 뜻이 깊기에
精靈望闕不偏頗   정령精靈이 대궐 바라봐도 치우치지 않으리.43)

엎드려 바라옵건대, 상량한 뒤로는 불법의 바다 더욱 맑고 부처님 등불 높이 비추옵소서. 불법의 바닷물을 긷는 이는 곧바로 반야의 인연을 이루게 하시고, 부처님 등불을 잇는 이는 심오한 깨달음을 얻는 소원을 성취하게 하소서. 황금의 법상과 백옥의 강단에 길이 첨복薝蔔 향기가 서리고, 봉황 같은 자식과 용 같은 손자들이 길이 난초의 반열에서 뛰어나게 하소서.

012_0261_a_01L於昭陽之殿天恩下濃此祐祈義俊重
012_0261_a_02L爲建白籌司入啓蒙允者也旣承貨泉
012_0261_a_03L辦下之嚴重寧敢工役董修之少緩
012_0261_a_04L風斤月斧之爭光猶紫電靑霜之交戰
012_0261_a_05L蒼松黛栢雄虎倒而龍顚繡桷雕楣
012_0261_a_06L繽鸞翔而鶴擧离山還望雄殿之突兀
012_0261_a_07L坎闕正好葉鳬之朝宗始則霜信
012_0261_a_08L報於雲霄終焉虹梁龍騰於雪壑
012_0261_a_09L櫩峻絕瑞日寵光於琱欄竹院虛深
012_0261_a_10L祥雲納影於重廡敢申善頌以相歡謠
012_0261_a_11L拋梁東迦年峰色揷靑空壓盡東溟千
012_0261_a_12L萬里委人歸化倒凶峯拋梁西少林
012_0261_a_13L直指若爲提但敎會得初來意一點淸
012_0261_a_14L光出淤泥拋梁南相見离明聖化覃
012_0261_a_15L寶偈常將祈壽算白毫光裡現優曇
012_0261_a_16L梁北古佛同龕有彌勒莫嫌菩薩下生
012_0261_a_17L會見閻浮皆樂國拋梁上三十三
012_0261_a_18L天盡回向護國四王爲民切誰知有刹
012_0261_a_19L恨無像拋梁下玉鉢錦襴光相射
012_0261_a_20L命移南屬意重精靈望闕不偏頗伏願
012_0261_a_21L上梁之後法海彌淸佛燈高照挹其
012_0261_a_22L水者頓成般若之緣承其光者濬發
012_0261_a_23L菩提之願金床玉机永盤薝蔔之熏
012_0261_a_24L鳳子龍孫長秀芝蘭之列

012_0261_b_01L
완호법사 비음기玩虎法師碑陰記
스승님(先師)의 속성俗姓은 김씨金氏요, 새금塞琴44) 사람이다. 스승님에게는 세 가지 꿈에 얽힌 사연이 있으니 시초를 궁구해 보면 끝을 알 수 있다(元始要終). 태어날 때(初度) 어머니의 꿈에 별이 떨어지고 입멸入滅하려 할 때에 응진應眞이 꿈을 기탁하여 고별告別하였다. 19년 동안 교리(敎乘)를 가르치고 일천삼 위一千三位의 불상을 조성한 것이 두 번째 꿈속에서의 허공 꽃 같은 사업이었다. 그리고 이미 입멸한 뒤에는 문인의 꿈에 나타나 삼여三如45)로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허망한 꿈이면서도 허망하지 않은 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세 가지 꿈의 처음과 끝의 요점이다.
입적하신 지 3년이 되는 무자년戊子年에 부도탑(窣堵波)을 세우고 해거도인海居道人46)에게 명銘을 청하였다. 명만 쓰고 서문이 없는 것은 옛날의 법도이다. 일찍이 송설松雪이 비석의 뒤에 썼던 뜻에 따라 삼가 여기에 새기나니 사詞에 이르길,

師生之初      스님 탄생하시던 처음에
有熒其星      환히 빛나는 별 있었도다
載千其偈      천가지 게송으로 칭송하고
載萬其經      만가지 경전으로 칭송하네.

載煥佛宇      휘황한 저 부처님의 집
曇彩靉靆      아련한 저 색색의 구름
晩遁林丘      만년엔 산속에 은둔하여
而寂其內      안으로 적멸을 이루었네.

淡花脩竹      담박한 꽃 무성한 대숲에
枯鶴瘦鳳      고고한 학 여윈 봉황처럼
彼珠其纓      갓끈을 구슬로 만들었으니
作遌于夢      꿈속의 일깨움을 이루었네.

五十三臘      쉰셋 법납 이루며 걸림없이
水逝雲空      물처럼 구름처럼 수행했네.
匪佛匪人      부처도 아니요 속인도 아니나
有石斯穹      비석을 세워 하늘에 드리우네.

適來適去      때에 왔다가 때에 가는 일이나
孰壽孰夭      누구는 장수하고 요절을 하네.
一覺遂圓      이룬 깨달음 마침내 원융해서
永示弘道      영원토록 홍도弘道 보이노라.
표충사 이건기表忠祠移建記
본원本院의 창건은 정조正祖 13년 무신년戊申年이니, 곧 건륭乾隆 53년이다. 당시 지리에 밝은 눈을 얻어서 지리의 원체(理體)를 잘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우祠宇의 새 터를 잡을 때 주산主山을 남동위(巽位)에서 피하고 가로로 남쪽 방향(离方)으로 앉혀 북위(坎位)에서 대웅전을 바라보아 스스로 낮게 하였다. 대개 할아버지와 손자가 남북으로 그 자리를 나누어 각기 위아래로 자리를 잡는 것은 예의의 모습이나 이치의 체통에 있어서 순하고도 바른 일이라,

012_0261_b_01L玩虎法師碑陰記

012_0261_b_02L
先師俗姓金氏塞琴人有三夢而元始
012_0261_b_03L要終初度之辰星霣母夢垂將入滅
012_0261_b_04L應眞託夢告別十九年講敎乘千三位
012_0261_b_05L造佛像二夢中間空花事業旣入滅之
012_0261_b_06L告以三如於門人之夢此則幻夢而
012_0261_b_07L示有不幻夢者存焉此其三夢之所以
012_0261_b_08L元始要者也 [4] 示寂之三年戊子建窣堵
012_0261_b_09L乞銘於海居道人銘而無序古軌
012_0261_b_10L依松雪銘其陰之義而謹鐫於是
012_0261_b_11L其詞曰師生之初有熒其星載千其
012_0261_b_12L載萬其經載煥佛宇曇彩靉靆
012_0261_b_13L遁林丘而寂其內淡花脩竹枯鶴瘦
012_0261_b_14L彼珠其纓作遌于夢五十三臘
012_0261_b_15L逝雲空匪佛匪人有石斯穹適來適
012_0261_b_16L孰壽孰夭一覺遂圓永示弘道

012_0261_b_17L

012_0261_b_18L表忠祠移建記

012_0261_b_19L
本院之剏始於正廟朝十三年戊申
012_0261_b_20L乾隆五十三年也時得地眼明正善別
012_0261_b_21L理軆故其點祠宇之新基讓主山於巽
012_0261_b_22L而橫坐於离方望大雄殿於坎位而
012_0261_b_23L自低蓋其祖孫位分南北而各安上
012_0261_b_24L其於禮貌理軆得其順正而亨安

012_0261_c_01L49년 동안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도광道光 16년, 즉 무신戊申년부터 49년 뒤인 병신丙申년에, 어느 무지한 자가 갑자기 망령된 논의를 꺼내 놓았을 때는 아무도 그것을 막지 못하였다. 갑자기 신실神室을 남동쪽(巽位)의 주산으로 옮겼으니, 마침내 북쪽(坎位)에 있는 불전佛殿과 위아래가 뒤바뀌어 존자尊者를 억누르는 폐단이 나타나게 되었다. 또 그 앞의 강당과 좌우의 재실齋室에는 문이 셋이나 있지만 모두 한 쪽으로 물러나 있기에 보거나 듣는 사람들이 모두 다 이상하게 여기고 안타까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원래의 자리로 도로 옮겨 잘못을 없애 바로 잡으라고 권하였지만, 재력을 마련하기 어려워 시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함풍咸豊 기미己未(1859)년에 종정宗正 지봉知峯스님이 부임하여 사정을 알게 되자 드디어 바로잡아 옮길 뜻을 갖게 되어 먼저, 사적으로 옥국玉局의 소선素仙에게 연유를 아뢰어 다행스럽게도 마침내 허락받았다. 그리고 주사籌司에게 임금께 계문을 올리도록 건의하여 윤허를 받았으니, 공명첩空名帖47) 3백 장을 내려 주시면서 옮겨 세울 경비를 주선하고, 추위가 닥치기 전에 빨리 옮기라고 독촉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상강霜降에 역사를 시작하여 대설大雪에 상량을 하고, 다음 해 신유辛酉 2월에 준공하여 봄 제향을 지내기 전에 영정을 봉안하였다.
아! 성대하여라. 나라의 은전이 너무나도 커서 보답하기 어렵구나. 옛사람이 말하길 “천명을 아는 사람은 반드시 사람의 도리를 다한다.”라고 하였으니 이렇게 사람의 일을 다 한 다음이라야 하늘의 이치가 만족하여 아쉬움이 없게 되는 것이다. 사물은 이루어짐이 있으면 반드시 무너지는 일이 있게 마련이니, 마찬가지로 사람도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며 나라도 흥함이 있으면 반드시 망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치는 알기가 어렵지만 군자가 몸을 보존하여 살아갈 때 오래 살고 죽음을 늦출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지 않음이 없고, 나라를 다스릴 적에 보존되는 것들을 보존하고 망하는 것들을 구원하는 모든 방법을 하지 않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뒤에야 그만두니, 이것을 일러 천명天命이라 하는 것이다.
지난번 사원을 옮긴 후에 땅의 이치가 어그러져 이런저런 재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환난이 계속되어 그치지를 않았음에도 어찌하여 망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멸망에서 구제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012_0261_c_01L四十九年道光十六年去戊申四十九
012_0261_c_02L年丙申無知者妄論卒發莫之止
012_0261_c_03L遽移神室於巽位之主山遂與坎位之
012_0261_c_04L佛殿上下置倒顯有壓尊之病又其
012_0261_c_05L前之講堂左右齋室并三門而俱爲
012_0261_c_06L脫免於一邊見者聞者莫不駭怪而病
012_0261_c_07L皆勸還移於本地而脫邪迎正
012_0261_c_08L力之難辦而未能動乎咸豊己未
012_0261_c_09L正智峰赴任聞知遂興移正之志私先
012_0261_c_10L告由於玉局素仙幸遂得諾因爲建白
012_0261_c_11L籌司而入啓蒙允處下空名帖三百張
012_0261_c_12L以爲移建之費亟促移正於未寒之前
012_0261_c_13L遂爲始役於霜降日上梁於大雪日
012_0261_c_14L功於明年辛酉之二月奉安影幀于春
012_0261_c_15L享之前嗚乎盛哉國恩之洪大難酧
012_0261_c_16L古人有言知命者必盡人事然後
012_0261_c_17L足而無憾物之有成必有壞譬如人
012_0261_c_18L之有生必有死而國之有興必有亡
012_0261_c_19L難知其然而君子之養生也凡可以久
012_0261_c_20L生而緩死者無不治國也凡可以存
012_0261_c_21L存而救亡者無不爲至於不可奈何而
012_0261_c_22L後已此之謂命也蓋向移院之後
012_0261_c_23L理乖忤災眚作作之不已患難繼繼之
012_0261_c_24L不已其幾何不至於亡也究其所以救

012_0262_a_01L마음에서 얻고 일에서 성공하였기에, 끝내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맑디맑은 여덟 가지 공덕(八功德)48)을 등에 지고 더할 수 없는 열 가지 전략을 마음에 간직하고서, 맑고 깨끗한 물에서 꽃도 따고 마름 풀도 뜯으며 뜨거운 번뇌의 하늘(煩惱天)에서도 자비를 머금고 보시를 하였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오원五院의 현업玄業을 사모하여 수행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나라의 은혜를 베푸는 일을 맡았으니, 현자로다! 두 현자의 행동과 경륜이 각기 아름다움을 가졌는데도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 같아서, 이러한 사정을 서술하여 뒷날 다시 허물어진 전각을 일으킬 사람에게 알리노라.
낙서암 중수기樂捿庵重修記
사물이 변하고 쇠하지 않는다면 또한 새로움과 왕성함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영원히 존재하여 망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것이고 어느 시대에나 천명을 받아 새로 일어나는 임금도 있게 된다. 이렇게 성했다 쇠하고 흥했다 망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늘 있어 온 일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진여 세계는 맑아서 세속 밖에서 저절로 청정한 곳이다. 그곳에는 시간이 더디게 혹은 빠르게 변천하는 차이가 없고, 오직 도와 덕으로 평안하게 살아가는 기쁨만 있을 뿐이다.
세상에 살면서 이 이야기를 들은 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사모하여 닮기를 바라면서 흙을 부어 불상을 만들곤 한다. 이것이 바로 나라 안에 사찰들이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진여의 그림자이고 자취일 뿐이니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져 함께 인간 세상에 처하기 때문에 환난이나 이루어지고 허물어지는 과정도 또한 함께 받게 된다.
낙서암은 대둔산大芚山의 바깥 자락 궁벽진 곳에 있어서 조용하고 한가로우니 참으로 부처님을 공양할 만한 오묘한 자리이다. 더구나 영험 있는 샘물이 공양간 바로 옆에 있어서 물이 많이 넘치지는 않으면서도 아무리 많이 써도 마르는 일이 없으니, 심지어 가뭄이 들었을 때나 장맛비가 한 달 내내 계속 내리는 때에도 조금도 불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다.
때로는 화창하게 맑은 날씨에 갑자기 잔잔한 물결이 일면서 지푸라기 한 개라도 떠오를 것 같으면, 서둘러 음식을 싸와서 재를 올리려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부정한 이가 오게 되면

012_0262_a_01L亡之道得於心而成於事竟能免至於
012_0262_a_02L無可奈何之域者荷擔八功德之淸凉
012_0262_a_03L懷藏十難勝之徑略采芳挼蓼於澄明
012_0262_a_04L水上含慈行檀於熱惱天中其人也
012_0262_a_05L慕五院之玄業分張國恩於修身地上
012_0262_a_06L賢者乎二賢之行經各自含章而人
012_0262_a_07L或不知故聊述其情曉告於繼後興弊
012_0262_a_08L者云爾

012_0262_a_09L

012_0262_a_10L樂捿庵重修記

012_0262_a_11L
物不變衰亦無新盛故世固無長存不
012_0262_a_12L亡之國時常有受命興隆之君此所以
012_0262_a_13L盛衰興亡之相尋於古今之常也至若
012_0262_a_14L佛氏之眞界蕭然自淨於塵垢之外
012_0262_a_15L光陰變遷之延促有道德安養之欣愉
012_0262_a_16L世之聞者慕而思齊塑而像之此其
012_0262_a_17L所以寺刹之碁布於域中者是也然皆
012_0262_a_18L特是眞如之影跡也爲人所造而同處
012_0262_a_19L人間故世之患難成壞亦與之同受也
012_0262_a_20L樂捿庵在大芚之外麓靜僻幽閑眞個
012_0262_a_21L是聖供之要妙處又况靈泉近在於香
012_0262_a_22L厨之傍水貯不多而大用無渴旱潦
012_0262_a_23L積月而小無增減時忽揚淸漣而泛
012_0262_a_24L俄有懷粢盛者至若有汚不淨者來

012_0262_b_01L맑은 물에 닿기만 해도 바로 흐려지면서 개미가 떠오르곤 한다. 이것은 바로 산신령 할미(地媼)49)가 맑은 물에 빗대어서 인간 세상을 교화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이 암자에 머무는 이가 이 물의 청정함을 따라 스스로 정결하게 닦는다면 복록이 두터워져 환난이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잘못된 일이다.
이 암자가 텅 비어 피폐해진 지가 10년이 넘어가면서 금불상 한 구가 거의 길가에 나앉을 지경이 되었고, 두어 폭의 탱화도 이미 먼지에 파묻혀 빛을 잃게 되었다. 나는 암자 가까운 곳에 살아 이러한 실정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수리하지 못하는 것을 늘 민망하게 여겨왔다. 그래서 두서너 스님들에게 권고해 보기도 했지만, 모두가 시작만 했을 뿐 끝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서 공을 이루게 된 것은 운파雲坡선사께서 교화에 도움을 주셨기 때문이다. 또 반딧불 하나 주워 놓고 자신이 불을 밝혔다고 자랑하거나 표주박으로 물 한 번 길어주고 스스로 뽐내는 자들이야 어찌 일일이 다 논하겠는가? 다만 뒤에 기록한 제현諸賢들의 두터운 뜻과 힘을 보탬에 의해서 갑자년甲子年 모월 모일에 시작하여 모월 모일에 준공하였다.
범해회중 학계 서梵海會中學契序
유교는 예禮로써 인의를 지키는 것이니 이것이 없다면 무너지고, 불교는 율律로써 정혜定慧를 지키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상실된다. 예와 율은 이름은 다르지만 길은 같으니 그렇기 때문에 인의를 지키고 정혜를 지키는 일은 모두가 배우고 가르치는 공력이 아님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의를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리석음의 폐단이 생길 것이고, 정혜를 좋아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지러움(亂)의 폐단이 생길 것이다. 어리석은 폐단이 생겨 지혜(智)가 어두워지면 신의信義가 함께 상실되고 어지러운 폐단이 생겨 지혜(慧)가 어두워지면 계정戒定이 함께 없어지는 것이니, 이 모두 배우지 않아서 생기는 잘못 아닌 것이 없다.
유가의 오상五常과 불가의 삼취三聚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잃음으로 말미암아 상실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니, 어찌 배움을 게을리할 수 있으며 가르침을 게을리할 수 있겠는가? 배움에 대해 싫증을 내지 않고 남을 가르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것은, 오직 성인이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고기 한 묶음을 폐백으로 들고 스스로 스승을 찾는 예(束脩)50)마저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012_0262_b_01L觸淸便渾而浮蛭是乃地媪山靈之所
012_0262_b_02L以憑淸淑而敎戒于人間者是故居此
012_0262_b_03L庵者順其淨而自潔福祿厚而弛患
012_0262_b_04L不然則否矣庵之空弊者十有餘年
012_0262_b_05L一軀金像幾不免於露處數幅畫幀
012_0262_b_06L已渝鮮於塵煤余乃在近慣知而憫其
012_0262_b_07L無修爲之提勉於一二衲子而皆有始
012_0262_b_08L無終矣其最後極力成功者雲坡禪師
012_0262_b_09L益化也又有拾螢火而誇明持勺水而
012_0262_b_10L自多者又何足與論事賴得後錄
012_0262_b_11L賢之厚意出力始役於甲子某月日
012_0262_b_12L功於某月日

012_0262_b_13L

012_0262_b_14L梵海會中學契序

012_0262_b_15L
儒以禮持仁義無之則壞釋以律持定
012_0262_b_16L無之則喪禮與律異名同道其持
012_0262_b_17L仁義持定慧無非所以學敎之功力也
012_0262_b_18L故好仁而不好學其蔽也愚好定而不
012_0262_b_19L好學其蔽也亂愚蔽而智暗并與信
012_0262_b_20L義而都喪亂蔽而慧昏并與戒定而俱
012_0262_b_21L無非所以不學之過也儒之五常
012_0262_b_22L釋之三聚由失學敎而至於喪亡
012_0262_b_23L可怠乎敎可倦乎夫學而不厭敎人
012_0262_b_24L不倦唯聖人能之然自行束修以下

012_0262_c_01L가르침을 주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아마도 고기 한 묶음의 폐백이라는 것은 예를 표시하는 데는 아주 보잘것없는 물건이니, 그보다도 못한 것이라면 아예 안 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은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드시 배움을 펼쳐 보겠다는 이가 있어서 그 동료들에게 스승이 되는 계契를 만들고는 나에게 서문 한 마디를 써 달라고 청해 왔다. 그들의 배움은 절대 예를 소홀히 하거나 거칠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고 그 스승의 가르침 역시 계율을 어기거나 구차해지는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기에, 나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권면하여 말한다.
“학문을 쌓고 견문을 넓혀라. 꽃이 떨어진 후에 열매가 맺히듯 이러한 이치가 내가 배우는 자에게 바라는 바이다. 장점을 긍지로 여기고 단점을 잘 보호하라. 재물이 풍족하고 덕은 검소하다는 말을 스승은 듣지 않도록 하라. 병폐를 버리고 마땅히 있어야 할 것만을 보존하면 가르침과 배움이 다 함께 높아지리라.”
명적암 등촉계 서明寂庵燈燭契序
해는 대낮에 빛나기에 긴 밤의 어둠을 깰 수는 없고, 달은 밤에 빛나지만 어두움 방안의 어둠을 몰아내지는 못한다. 어두운 방의 어둠을 몰아내고 긴 밤의 어둠을 깨는 일은 오직 등불만이 가능하니, 등불이 밝히는 의미가 참으로 심원하도다. 또한 저 해는 밝긴 하여도 가끔씩 구름이나 비에 가리기도 하고, 달이 밝다 하여도 그믐이나 초하루가 끼여 있기도 하다. 그러나 등불의 밝음에는 구름이나 비, 그믐이나 초하루가 끼어들 수 없으니, 오래도록 밝혀서 다하는 일이 없다는 칭찬을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와 달의 밝음도 오히려 등불에는 따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등불은 어두운 방 안에서도 성인의 몸가짐을 밝히고 캄캄한 밤중에도 오묘한 이치를 드러내어, 부지런히 성인의 가르침을 읽고 공부하는 이에게는 광형匡衡51)처럼 남의 집 벽을 뚫어 빛을 빌리는 수고를 하지 않게 하고, 어둠 속에서 활을 쏘는 이에게는 나율那律52)처럼 되돌아 반성하게 하는 이익을 준다. 그렇기에 등불을 밝히는 일은 좋은 교화가 끝이 없는 것이다. 등불을 사르는 일(燃燈)은 기름으로 본체를 삼으니 본체가 갖추어지지 못하면 사용하려 해도 그 빛을 발휘할 길이 없다.
명적암明寂庵은 대둔사大芚寺의 말사이다. 부처님 등불(佛燈)의 본체가 이그러지면 등불빛도 계속 이어지기가 어렵기에, 암주庵主 경월鏡月 대사가

012_0262_c_01L未聞有其所誨也蓋束脩禮之菲而又
012_0262_c_02L其下則與無不異矣故知聖人無禮
012_0262_c_03L則莫之爲敎也有必宣學者與其同伴
012_0262_c_04L爲師作契要余一言弁案余知其學必
012_0262_c_05L不踈禮而鹵莾亦知其敎必不違律而
012_0262_c_06L聊爾也余乃隨喜勉之曰積學多聞
012_0262_c_07L落其花而成其實是所望於學者也
012_0262_c_08L長護短豊於財而廉於德不聞於敎主
012_0262_c_09L去其病而存其宜則敎與學俱高矣

012_0262_c_10L

012_0262_c_11L明寂庵燈燭契序

012_0262_c_12L
日昱晝而不能破長夜之昏月昱夜而
012_0262_c_13L不能消暗室之冥其消暗室之冥而破
012_0262_c_14L長夜之昏者惟燈能之燈之明義遠矣
012_0262_c_15L且夫日之明而雲雨間之月之明
012_0262_c_16L而晦朔間之燈之明無雨雲晦朔之間
012_0262_c_17L而有長明無盡之號是則日月之明
012_0262_c_18L有所未及於燈者也夫照聖儀於暗室
012_0262_c_19L之內現衆妙於玄夜之中使勤閱聖敎
012_0262_c_20L無匡衡鑿壁之艱暗挾弓矢者有那
012_0262_c_21L律回省之益此則燃燈者善化無窮也
012_0262_c_22L然燈以油爲軆軆未具則用無所現其
012_0262_c_23L光矣明寂庵大芚寺之蘭若也佛燈
012_0262_c_24L虧體光用難繼庵主鏡月大師欲繼

012_0263_a_01L그 빛을 이어가고자 시주들에게 그 연유를 알렸더니 사촌沙村의 여러 어진 분이 기꺼이 따랐다. 김의철金義哲 공과 정도진鄭道眞 공은 그 가운데에서도 신심이 특별히 뛰어난 분인데, 마침내 같은 마을의 여러 어진 분과 서로 권하여 자신들의 재물을 희사하여 기름등잔의 본체를 삼게 하였다. 이제 등불의 모양새가 갖추어져서 사용하게 되었으니 장차 무궁토록 밝음을 드러낼 것이다.
아! 훌륭하고 아름답도다. 신도들의 공덕이여! 현세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장수와 복을 누리고 다시 하늘 궁전에서의 쾌락을 받게 되리니 그 꽃처럼 향기로운 이름은 다음에 나열하노라.
금강산으로 유람 가는 훈대사를 보내며 쓴 게송 서(送熏大師遊金剛山偈序)
옛 대덕스님께서 말씀하시길 “길(道)을 보면서 산을 잊으면 길의 본성이 정신을 편하게 하지만, 산만을 보고 길을 잊으면 산의 형체가 눈을 어지럽힌다. 그러므로 반드시 먼저 길을 안 연후에 산을 보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우리 견향見香 스님의 이번 나들이에는 길이 정신을 평안하게 하고 산이 눈을 어지럽게 하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모든 시방세계가 사문沙門의 한쪽 눈인데 따로 무엇을 금강산金剛山이라 부르며, 모든 시방세계가 사문들의 한 점 신령스러운 빛(靈光) 속에 들어 있는데 따로 무엇을 한쪽 눈이라 부르겠는가? 한쪽 눈 안에 절로 신령스러운 빛이 있고 한 점의 신령스러운 빛에도 절로 한쪽 눈이 구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삼천대천세계의 수미산이나 큰 바다 또는 모든 산과 강이 원래 그대의 눈동자 속에 있거늘, 한낱 금강산을 찾으러 무엇 때문에 밖으로 나간단 말인가? 그렇기에 그대 가는 길(道)이 정신을 편안하게 못하고 산이 저절로 눈을 어지럽힐까 염려하는 것이다.
부처님(黃面老子)께서는 말씀하시기를 “만일 부처의 경계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뜻을 허공처럼 맑게 하여 망령된 생각이나 갖은 번뇌를 멀리 떨쳐버리고 마음이 가는 곳마다 어떤 막힘도 없게 하여야 한다.”라고 하셨다. 일단 망령된 생각을 떨쳐버리고 뜻을 허공처럼 맑게 하고 나면 마음과 대상이 밝고 청정해서 장애가 없으리니, 설령 수만의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푸른빛을 두르고 흰빛으로 에워싸며 기이한 자태를 드리운다고 하여도 일찍이 그것 때문에 안계眼界가 현란해지지 않을 것이며 일천의 시냇물이 시끄럽게 미친 듯이 내닫거나 조용히 머무르면서

012_0263_a_01L其光告厥由於檀門惟沙村諸賢
012_0263_a_02L而從之金公義哲鄭公道眞尤其傑
012_0263_a_03L然有信者也遂與同里諸賢互相勸
012_0263_a_04L均推己財爲油燭之本於是乎燈
012_0263_a_05L之躰已具而用將現明於無窮偉乎
012_0263_a_06L休哉若人之功德也現享人間之壽福
012_0263_a_07L復受天宮之快樂矣遂列芳啣于左

012_0263_a_08L送熏大師遊金剛山偈序

012_0263_a_09L
古德云見道忘山道性怡神見山忘
012_0263_a_10L山形眩目所以先須識道後乃看山
012_0263_a_11L未知見香之令行也道能怡神山不眩
012_0263_a_12L目乎盡十方世界是沙門一隻眼
012_0263_a_13L什麽作金剛山盡十方世界是沙門一
012_0263_a_14L點靈光裡喚什麽作個一隻眼莫是一
012_0263_a_15L隻眼中自有靈光一點光中自具一
012_0263_a_16L隻眼麽然三千大千世界須彌巨海
012_0263_a_17L及諸山河元來在子眼睛裡一個金剛
012_0263_a_18L爲什麽向外求他去於此恐其道
012_0263_a_19L不怡神山自眩目黃面老子云若人
012_0263_a_20L欲識佛境界當淨其意如虛空遠離妄
012_0263_a_21L想及諸趣令心所向皆無碍旣離妄想
012_0263_a_22L淨意如空心境明淨無所障碍雖萬
012_0263_a_23L峰崢嶸縈靑繞白廻巧獻奇曾莫與
012_0263_a_24L眩亂眼界千澗喧豗狂奔靜止

012_0263_b_01L돌에 부딪쳐 눈처럼 부서진다고 하여도 또한 그것 때문에 이근耳根이 시끄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분이 평안하고 마음이 고요하여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경쾌할 것이니 길(道)을 보면서 산을 잊는다는 것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견향見香은 오직 힘쓸지어다. 게송으로 이른다.

秋淸雲吐明月    맑은 가을날 구름 밝은 달을 토해내니
水淨光生蚌珠    깨끗한 물속서 조개 진주가 나오나니
一叚天眞不識    한 줄기 천진天眞을 알지 못하거든
請看鷺宿平湖    청컨대 잔잔한 호수 잠든 갈매기 보라.

不識金剛全軆    금강산의 전체 모습을 알지 못하거든
無明窟裡廻轉    무명굴無明窟 속에서 돌아 보아라.
此番爲汝敲開    이번엔 그대 위해 열어 놓아 두었으니
處處身光大顯    곳곳마다 진신의 빛 크게 드러나리라.

秋山疊疊靑嶂    가을 산 속 첩첩 푸른 산봉우리 속에
秋水灣灣白沙    가을물 굽이굽이 하얀 모래에 흐르네
達者風流泄泄    찾아오는 사람들 풍류 시원 시원하고
往來踏碎烟霞    왕래하는 사람들에 아지랑이 부서지네.

廣大如天普盖    광대한 하늘 같이 넓게 두루 덮여서
光暉與日常明    해와 함께 항상 밝은 광채 밝히도다.
者個果然會得    이러한 이치 과연 이해하고 터득하면
何妨坐卧經行    앉고 눕고 걷고 그 무슨 해가 되랴?
무진등광명보당 서無盡燈光明寶幢序
빛의 밝음이야 해나 달보다 나은 것이 없지만, 그러나 해는 밤을 만나면 밝음이 숨어 버리고 달은 그믐이나 초하루엔 빛이 캄캄해진다. 해와 달의 밝음을 이어서 해가 숨어 버린 밤이나 그믐날 밤에도 어둠을 깨뜨리고 희미한 빛을 드러내어 마치 새로운 듯 보이는 것이 등불의 빛이 오래도록 밝아서 홀로 꺼지지 않는다는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이다. 만약 일천 성령이 깜깜한 밤중에 재를 올리는 자리에 내려오셨다고 하면, 비록 칠보七寶로 장식한 꽃 일산日傘이 좌우에 구름처럼 솟아 있고 온갖 별미의 진수성찬이 중앙에 별자리처럼 차려져 있더라도 만약 휘영청 밝은 등불이 보전寶殿 안을 환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차려놓은 공양거리가 아무런 색도 내지 못하고 여러 성령의 진영眞影을 우러러볼 길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곧 광명의 공덕이 모든 법당法幢 위에 우뚝 솟은 것으로 특히 생각하기도 헤아리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므로 『연등공덕경燃燈功德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등을 밝히는 공덕은 커서 능히 죄를 멸하고 복을 낳는다.”고 하였다. 또『유가론(瑜伽)』이나 『현수품(賢首)』에도 모두 등을 시주하면 청정한 눈의 보답을 얻는다고 하였다.

012_0263_b_01L石碎霰亦莫與之喧䀨耳根氣安而
012_0263_b_02L心寂行軌而步輕見道忘山其不謂
012_0263_b_03L之是歟唯見香勉之哉偈曰秋淸雲
012_0263_b_04L吐明月水淨光生蚌珠一段天眞不
012_0263_b_05L請看鷺宿平湖不識金剛全軆
012_0263_b_06L明窟裡廻轉此番爲汝敲開處處身光
012_0263_b_07L大顯秋山疊疊靑嶂秋水灣灣白沙
012_0263_b_08L達者風流泄泄往來踏碎烟霞廣大如
012_0263_b_09L天普蓋光暉與日常明者個果然會得
012_0263_b_10L何妨坐卧經行

012_0263_b_11L

012_0263_b_12L無盡燈光明寶幢序

012_0263_b_13L
光之明莫逾於日月日遇夜而明爲之
012_0263_b_14L月晦朔而光爲之黑能繼日月之明
012_0263_b_15L於隱晦之夜而破暗現微之功能如新
012_0263_b_16L乃燈光之長明而獨得無盡之號也
012_0263_b_17L若夫千聖降臨於玄夜之齋筵雖有七
012_0263_b_18L寶之華蓋雲湧於左右百味之珍供
012_0263_b_19L星列於中間若無燈光之輝煥明亮於
012_0263_b_20L寶殿之內莊嚴供具都沒顏色衆聖
012_0263_b_21L眞儀無緣瞻仰此又光明之功德
012_0263_b_22L出於諸幢之上而尤爲難思者也故然
012_0263_b_23L燈功德經云燒燈供養大能滅罪生福
012_0263_b_24L又瑜伽賢首皆明施燈得淨眼報

012_0263_c_01L「현수보살품」에서는 게송으로 말하였다.53)

又放光明眼淸淨   또 광명의 빛을 내어 눈이 맑아지니
能令盲者見衆色   눈먼 사람 갖가지 색깔을 보게 하네.
以燈施佛及佛塔   등불을 부처님 전과 불탑에 시주하니
是故得成此光明   이로써 이러한 광명을 이룰 수 있네.

그러나 연등은 기름이 있어야 밝힐 수 있는 것이니, 기름이 마르면 빛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기름이 다함이 없어야만 빛도 영원히 밝을 수 있다. 이 끝없이 빛나고 밝은 보당(無盡燈光明寶幢)은 기름을 마련한 이가 세운 것이다.
만일암 선등계안 서挽日庵禪燈契案序
무릇 등불은 기름으로 본체를 삼고 빛으로 작용을 삼으니, 본체에 결함이 있으면 작용도 드러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대저 이 빛을 오래도록 밝히려 한다면 그 기름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범인梵寅이 만일암挽日庵의 선등禪燈에 빛을 계속 있게 한 까닭이다. 선등이 이미 밝으니 좌선하는 이들의 마음의 등도 따라서 함께 밝아질 것이다.
무릇 선은 정定으로 본체를 삼아 계戒와 더불어 하나가 되니, 지혜가 저절로 피어나면 그 지혜의 빛이 환하게 활짝 밝아서 법계法界와 항하사의 여러 부처와 모든 사소한 중생들까지를 포함하여 그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그러니 어찌 이 하나의 외로운 등불을 조그만 방 안에 가두어 놓고 선등禪燈이라 이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하나의 기름 등불은 참으로 넓고 크고 끝이 없는 지혜의 등불이라, 크고 작은 차이를 잊고 서로 끌어들여 똑같이 밝히고 똑같이 비추니 위대하도다! 본체여. 여러 선사禪師들이 함께 장만한 이 등불도 또한 부처님 지혜의 등불(佛智燈)과 똑같은 광명으로 막힘이 없으니, 그 공덕功德과 복과福果는 더더욱 헤아릴 수가 없도다.
대승계안 서간행할 때 자세히 살펴서 위의 서문류에 넣도록 하라大乘戒案序54)此刊序時詳入於上序文類
무릇 만리의 드넓은 차가운 얼음은 봄날이 아니면 무엇으로 녹이며, 허다히 생기는 업業의 안개는

012_0263_c_01L首偈云又放光明眼淸淨能令盲者見
012_0263_c_02L衆色以燈施佛及佛塔是故得成此光
012_0263_c_03L然燈以油明油渴則光滅故由油
012_0263_c_04L之無盡然後光可使長明故此無盡燈
012_0263_c_05L光明寶幢辦油者之所建也

012_0263_c_06L

012_0263_c_07L挽日庵禪燈契案序

012_0263_c_08L
夫燈油以爲軆光以爲用躰有所闕
012_0263_c_09L用無所現夫欲長明斯光使無所闕其
012_0263_c_10L油也此梵寅所以繼光於挽日庵之禪
012_0263_c_11L燈也禪燈旣明坐禪者之心燈亦從
012_0263_c_12L而同明夫禪以定爲躰與戒爲一
012_0263_c_13L智自發其智光廓徹明耀包含法界
012_0263_c_14L恒沙諸佛微塵衆生並皆收攝其內
012_0263_c_15L又焉容此一面孤燈於小審之內命名
012_0263_c_16L爲禪燈乎然此一面油燈1) [7] 廣大無
012_0263_c_17L邊之慧燈各忘大小而互相攝入
012_0263_c_18L一光明同一照曜偉乎躰哉諸禪德
012_0263_c_19L之共辦是燈者亦佛智燈同一光明
012_0263_c_20L而無碍其功德福果尤不可以思量矣

012_0263_c_21L

012_0263_c_22L大乘戒案序刊時詳入於上序文類

012_0263_c_23L
夫寒氷萬里非春日以何融業霧多生
012_0263_c_24L「嗔」疑「眞」{編}

012_0264_a_01L법성法性의 바람에 의지해야 순식간에 쓸어낼 수 있다. 보리심菩提心을 내려고 하면 먼저 마음 바탕(心地)의 장애를 제거해야 하는데, 만약 상좌上座의 법희法喜가 아니면 무엇으로 초발심자의 망상을 없애겠는가?
여러 불자는 이제 마음의 계(心地戒)를 받을 것인데 무엇을 일러 마음(心)이라 하는가? 만약 뜻대로(如意)라 하면 저촉(觸)되고 뜻대로가 아니라 하면 어긋나니(背), 저촉되거나 어긋남이 모두 잘못이다. 마치 큰 불덩이(火聚)에 달라붙어 어쩌지 못하는 것과 같아서, 이에 참선으로 얻거나(參得) 깨달음으로 얻어야(悟得) 하기에 억지로 마음이라 명명한 것이다. 또 무엇을 일러 바탕(地)이라 하는가?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祖師 내지는 성인과 범인凡人 같은 이들 모두가 그것을 향하여 몸을 편히 하고 목숨을 부지하여 정신과 힘을 다하되 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바탕이라고 한다. 그러면 무엇을 일러 계(戒)이라 하는가? 다만 저 울타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바로 등지게(背) 되고 울타리에 나아가면(卽) 부딪치게(觸) 되기 때문에, 터럭 끝만큼도 그것을 상하거나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라 이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료水潦 화상이 이르기를 “무량한 법문의 백천 가지 오묘한 뜻이 다만 한 터럭 끝에 있으니, 그 근원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 계를 듣고 그 약속을 지키는 모든 불자가 때때로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는 마음 바탕을 잊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마음 바탕을 잊지 않으면 계의 본체가 항시 원만할 것이니, 그리하여 현세에는 보살이 될 것이고 내세에는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다. 그것은 결단코 분명한 일이라 의심할 것이 없으리라.
대승비니계안 서이 서는 간행할 때 자세히 살펴서 위의 서문류에 넣도록 하라大乘毘尼戒案序此刊序時詳入於上序文類
유가儒家는 예禮로써 인의仁義를 세우니 이것이 없으면 무너지고, 불가佛家는 계로써 정혜定慧를 지키니 이것을 버리면 상한다. 그러므로 인의에서 예를 떠나면 그와는 유교를 말할 수 없고, 정혜定慧에서 율을 달리하면 그와는 불교를 말할 수가 없다. 이러한 이치를 통달하여 수행하는 이는 잠시라도 계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계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거사계居士戒・사미계沙彌戒・

012_0264_a_01L仗性風而頓掃欲發菩提心先除心地
012_0264_a_02L若非上座之法喜曷令初進之妄消
012_0264_a_03L諸佛子今受心地戒云何謂心喚作
012_0264_a_04L如意則觸不喚作如意則背背觸俱非
012_0264_a_05L如大火聚粘着不得於此叅得悟得故
012_0264_a_06L强名爲心云何謂地三世諸佛歷代
012_0264_a_07L祖師乃至若聖若凡都向這裡安身
012_0264_a_08L立命盡其神力出不得那個格子
012_0264_a_09L謂之地也云何謂戒只這格子離之
012_0264_a_10L便背卽之爲觸一絲毫也傷犯他不
012_0264_a_11L故名曰戒也故水潦和尙云無量
012_0264_a_12L法門百千妙義只在一毫頭上識得
012_0264_a_13L根源去今者聞戒修契之諸佛子時時
012_0264_a_14L講誦此文庶不復忘心地心地不忘
012_0264_a_15L戒躰常圓矣現世爲菩薩當來成佛果
012_0264_a_16L決定無疑矣

012_0264_a_17L

012_0264_a_18L大乘毘尼戒案序此序刊時詳入於上
012_0264_a_19L序文類

012_0264_a_20L
儒以禮立仁義無之則壞佛以律持定
012_0264_a_21L去之則喪是以離禮於仁義者
012_0264_a_22L可與之言儒異律於定慧者不可與之
012_0264_a_23L言佛達是道而行之者不可斯須離戒
012_0264_a_24L然戒有多種有居士戒沙彌戒

012_0264_b_01L비구계比丘戒・보살계菩薩戒가 있다. 총괄하여 말하면 삼학三學55)이 강령이 되고, 나누어 말하면 대승과 소승의 2승二乘이 된다. 소승小乘은 사事에 따라 상相을 논한 것이니 상계相戒이고, 대승은 이理에 근거하여 성性을 말한 것이니 성계性戒라 하겠다. 상계도 내가 하는 것이고 성계도 내가 하는 것이나, 두 가지를 겸해서 할 수 없다면 상계를 버리고 성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事와 상相은 모두 다 유有하므로 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항상 존재한다는(常) 논리에 병들어 있게 되고, 성性과 이理는 모두 다 공空하므로 공空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끊어져 없어진다(斷)는 논리의 폐단이 생긴다. 사事도 유有이고 상相도 유이나 유로써 유에 집착하면 상常의 병통이 점점 깊어지고, 성性도 공空하고 이理도 공하나 공으로써 공을 깨우치면 단斷의 병통에 어찌 집착하겠는가? 이것이 대승의 성계性戒가 이변二邊의 허물을 여읜 중도中道로 부처의 지위로 오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범망경梵網經』에서 “중생이 부처님의 계戒를 받으면 곧 여러 부처의 지위에 들어간다.”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이다.
경월鏡月56) 영오寧遨스님이 계등戒燈을 계속 밝히지 못할까 걱정하여 하루는 나를 앞세우고서 칠불암七佛庵의 노스님께 여쭙고는 나를 추대하여 상원사上院寺에서 설법의 자리를 열게 하였다. 용연龍淵도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 몸소 소원을 가진 산중의 몇몇 사람에게 권하여 같이 모여 설법을 듣고 각기 계첩戒牒을 가지고 과보를 증명하기로 하였으니, 이 또한 과연 말세에 보기 드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계를 받은 뒤에 원만하고 청청하여 계를 범하지 않는 이는 오직 부처님 한 분만이 가능하고, 그 나머지는 비록 불지佛地에 오른 여러 성자라 할지라도 계를 범하게 되어 부분적으로만 지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본경本經에 〈포살참회계布薩懺悔戒〉가 있는 것이니, 이것은 계를 범한 이를 위하여 만들어 둔 것이다. 이에 각기 동전(靑蚨)57) 백 냥씩을 내어 함께 금란金蘭58)의 계를 조직하고, 매년 자자일自恣日59)에 모여서 계경戒經을 강의하고 계를 범한 것을 참회하여 계체戒體가 항상 원융하게 하고 범한 잘못을 바로 소멸시키기로 하였다.
또 계원契員 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이가 있으면 이 모임에서 함께 재를 올려 계경을 강경하고

012_0264_b_01L丘戒菩薩戒總之爲三學之綱領
012_0264_b_02L則爲大小之二乘小乘從事而論相
012_0264_b_03L戒也大乘據理而言性性戒也相戒
012_0264_b_04L我所爲也性戒我所爲也二者苟不得
012_0264_b_05L捨相而取性戒也事與相皆有也
012_0264_b_06L而其不善於有者病于常性與理皆空
012_0264_b_07L而其不善於空者病于斷事亦有
012_0264_b_08L相亦有以有著有常病轉深性亦空
012_0264_b_09L理亦空以空悟空斷病奚着此大乘
012_0264_b_10L性戒之所以離二邊捨 [5] 中道而徑登於
012_0264_b_11L佛地者也梵網經云衆生受佛戒
012_0264_b_12L入諸佛位其此之謂也鏡月遨公
012_0264_b_13L戒燈之未能續熖也以余爲先一日有
012_0264_b_14L聞於七佛老宿推而開說於上院蘭若
012_0264_b_15L龍淵亦同志之士也躬勸山中同願者
012_0264_b_16L若干人共會聽受各出戒牒以證來
012_0264_b_17L是亦淑季稀有之勝事也然受之之
012_0264_b_18L圓淨而無犯者惟佛一人爲能
012_0264_b_19L餘則雖登地諸聖未免有犯而分持也
012_0264_b_20L故本經有布薩懺悔戒蓋爲有犯者設
012_0264_b_21L於是各出靑蚨百葉共修金蘭之契
012_0264_b_22L每年自恣日會講戒經禮懺所犯
012_0264_b_23L令戒躰常圓犯過旋滅又於契員中
012_0264_b_24L先有捐世者同會設齋講誦戒經

012_0264_c_01L아미타 부처님의 성호聖號를 염송하여 완전히 망자亡者를 위하여 죄의 업장을 참회 소멸하여 왕생의 길을 돕도록 하였으니, 그렇게 하면 이 계禊의 이로움을 죽은 이와 산 이가 함께 받고 저승이나 이승이 다 함께 젖어 들게 될 것이다. 살아서 참회하여 수양하면 계戒의 복덕이 원만하고 도道의 싹이 자라나며, 죽어서 영혼을 참회하면 구름 자욱하던 길이 맑아져 왕생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살아서 현세를 기원할 때에는 사은四恩60)을 앞세우고 나를 뒤로하며, 죽어서 피안을 건널 때는 삼유三有61)를 뒤로하고 부모를 우선한다. 살아서 뜻을 서원하면 온 천하의 모두가 함께 계戒의 이득에 젖어 들고, 죽어서 서원을 세우면 법계가 두루 함께 불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지금 이 계契를 결성하는 뜻이 이와 같으니 어찌 세속의 계契라고 부르는 것들과 더불어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굳은 약속으로 이 계契를 결성하였으니 아름다운 우리 동지 가운데 누가 감히 이 마음을 어기고 물러나겠는가? 이 마음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성불할 것을 결단코 의심하지 않는다.

012_0264_c_01L彌陀聖號全爲亡者懺滅罪障助成
012_0264_c_02L往生然則是禊之利死生同被幽現
012_0264_c_03L俱沾生而懺修則戒德圓而道芽長
012_0264_c_04L死而懺魂則雲路淨而往生易生而祈
012_0264_c_05L則先四恩而後於己死而濟幽
012_0264_c_06L後三有而先於親生而誓志則普天
012_0264_c_07L下而同沾戒利死而立願則周法界
012_0264_c_08L而齊成佛道今之契意若是豈與世契
012_0264_c_09L之云云者可同年而語哉如是牢約
012_0264_c_10L結成此契懿我同志孰敢重退此心
012_0264_c_11L此心不退當來成佛決定無疑云爾
  1. 1)북산北山 변지화卞持和는 당시 진도珍島의 목관牧官이었다.
  2. 2)이 시는 『한국불교전서』에는 『초의시고』 하권「문춘호文春湖가 찾아와 시를 지어 주기에 그 운을 따서 화답한다(文春湖見訪有贈, 次韻和之.)」라는 시의 뒤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불교전서』에는 2수가 실려 있다.
  3. 3)정양晶陽 : 정양晶陽은 당시 해남현감海南縣監이었던 신태희申泰熙이다.
  4. 4)수운향水雲鄕 : 물과 구름으로 둘러싸인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5. 5)『한국불교전서』 제10책 860-870쪽에 수록된 『초의시고艸衣詩稿』에는 “旣不將歡伯甘侯傳檄來, 又焉得驅憂來樂健且猛”으로 끊어 수록하였다. 여기에서는 『한국불교전서』에 수록된 『초의시고』에 따라 번역하였다. 후자의 질정을 바란다.
  6. 6)역림易林 : 한漢 초연수焦延壽, BC.70-AD.10의 『역림易林』은 주역을 응용한 16권의 점서이다. 초연수는 한대 역학易學을 대표하는 역학자중의 하나로‚ 맹희孟喜(BC.90-BC.40년경)의 역학을 전수받아 경방京房( BC.77-BC.37)에게 전함으로써 한대 상수역학의 주류를 형성하였다. 초연수의 역학은 재이災異와 점후占候를 위주로 하는 것으로 음양재이陰陽災異로 주역을 해설했다. 이 책에는 한 괘 속에 주역의 64괘가 순서대로 들어있는데‚ 역을 가지고 점을 칠 때 한 괘가 64괘로 변하는 것으로 보아서 4096(64×64가지의 경우를 들어 현재의 주역과는 다른 별도의 4096수의 점사占辭를 네 글자씩의 운문韻文으로 풀어 놓은 것이다.
  7. 7)자안子安 : 자안子安은 초당初唐 시인 왕발王勃의 자字이다. 왕발의「우문덕양댁추야산정연서宇文德陽宅秋夜山亭宴序」에 “딴 마을에 살아도 뜻이 맞으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임천에 노닐 수 있고, 천 리 멀리에서도 마음이 같으면 격문을 보내어 산수를 정할 수 있다.(兩鄉投分, 林泉可攘袂而遊. 千里同心, 煙霞可傳檄而定.)”고 하였다. 여기에서「유산중서遊山中序」라고 한 것은 초의가 이 문장의 제목을 잘못 기억한 것으로 보인다. 현전하는 필사본에 “연하가전격이정煙霞可傳檄而定”을 “연하가전이정煙霞可傳而定”이라고 하여 ‘격檄’을 빠뜨렸기에 『한국불교전서』에서 ‘격’이 빠져있다.
  8. 8)사(蛇) : 삼독三毒. 삼불선근三不善根·삼구三垢·삼화三火라고도 한다. 탐욕·진에(瞋恚:분노·노여움)·우치愚癡로서 흔히 '탐·진·치'라 한다.
  9. 9)호狐 : 의혹疑惑. 이理를 의심하여 사事에 미迷하여 분별하지 못함.
  10. 10)좌경佐卿 : 촉중蜀中의 도사道士 서좌경徐佐卿이 학으로 변하여 사원沙苑에 왔다가 당 명황이 사냥하는 화살을 맞고 서남으로 날아갔는데, 좌경은 그의 제자에게 그 화살을 주며 “후에 이 화살의 주인이 모면 이것을 돌려주라.”고 하였다. 후일 명황이 안록산安祿山의 난을 만나 촉중蜀中으로 파천해 가서 그 화살을 발견하였다.
  11. 11)차율次律 : 당唐 나라 하남河南 사람인 방관房琯의 자가 차율이다. 처음에는 육혼산陸渾山에 은거하다가 개원開元 연간에 노씨령盧氏令이 되었다. 『구당서舊唐書』 제111권에 나온다.
  12. 12)풍도酆都 : 당唐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옥격玉格」에 “나풍산羅酆山은 북쪽 계지癸地에 있는데, 주위가 3만 리가 되고, 높이는 2천 6백리가 되며, 동천육궁洞天六宮은 주위가 1만리, 높이가 2천 6백리이다. 육천귀신六天鬼神의 궁이다. ... 사람이 죽으면 다 그곳으로 간다.(有羅酆山, 在北方癸地, 周回三萬里, 高二千六百里, 洞天六宮, 周一萬里, 高二千六百里, 是爲六天鬼神之宮. ... 人死皆至其中.)”고 하였다. 본래 나풍산 동천육궁은 귀신이 정사를 보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었으나, 후에 중국 사천성四川省 풍도현에 붙여 쓰게 되었다. 수隋 나라 때 현縣이 되었고, 명明 나라 때에 ‘풍豐’을 ‘풍酆’으로 바꿨다. 1958년에 풍도현豐都縣으로 바뀌었다.
  13. 13)진광秦廣 : 지옥을 주관하는 십전염왕十殿閻王 가운데 하나이다. 진광왕秦廣王・초강왕初江王・송제왕宋帝王・오관왕伍官王・염라왕閻羅王・변성왕變成王・태산왕泰山王・평등왕平等王・도시왕都市王・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등을 말한다. 여러 왕이 각기 하나의 전각에 살기 때문에 십전염왕이라고 부른다. 이 설은 당말唐末에 시작되어 후에 도교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십전염왕을 줄여서 시왕十王이라고 부른다.
  14. 14)축융祝融: 축융은 여름을 맡은 신神으로 전욱顓頊의 아들, 혹은 손자라고 한다.
  15. 15)유리왕琉璃王 : 멸망한 가비라사위국迦毘羅舍衛國 석가족釋迦族의 악한 임금의 이름이다. 기원전 6세기 경에 바사익波斯匿 왕의 아들로 태어나 석존 성도 후 40년 부왕이 없는 때를 틈타서 왕위를 빼앗고 가비라국의 석가종족을 멸망시켰다.
  16. 16)유교는 명분名分을 중히 여기므로 명교名敎라 한다.
  17. 17)『한국불교전서』 『일지암문집』에는 ‘치수錙銖’ 뒤에 ‘명교名敎’가 없으나, 『초의시고』에는 “치수명교錙銖名敎”로 되어 있다. 문맥에 따라 명교를 넣어 번역하였다.
  18. 18)비공요천鼻孔遼天 : 의기충천意氣衝天이란 말과 같다.
  19. 19)서산대사가 낮에 닭이 우는 소리에 도를 깨달은 일을 말한다.
  20. 20)『전등록傳燈錄』「육조장六祖章」에, “육조대사六祖大師가 남해의 법성사法性寺에 머물렀는데, 어느날 밤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두 승이 ‘바람이 깃발을 흔드는 것이다.’ ‘깃발이 바람을 흔드는 것이다.’ 하며 서로 다투는 것을 들었다. 선사는 ‘흔들리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고 너희들의 마음이 흔들릴 뿐이다.’ 하고 변론했다.” 하였다.
  21. 21)『한국불교전서』 『초의시고』에는 이 뒤에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여 임제의 가풍을 곧바로 전하시고, 밝은 머리도 치고 어두운 머리도 쳐서 일찍이 경산의 수법을 다 갖추었습니다.(佛也殺, 祖也殺, 直傳那臨濟家風, 明頭打, 暗頭打, 早具了徑山手法.)”라는 문장이 더 있다.
  22. 22)야호선野狐禪 : 참선參禪을 실제로 하지 않고 들여우가 사람을 속이는 것처럼 허위로 한다는 비유이다. 소동파蘇東坡의「常州太平寺法華院醉題詩」에 “何似東坡鐵柱杖, 一時驚起野狐禪”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23. 23)부상扶桑 : 동해 바다 해 뜨는 곳에 있다는 신목神木으로, 일반적으로는 동해, 또는 일본을 뜻하기도 한다.
  24. 24)욕일浴日 : 희화羲和가 감천甘泉에서 해를 목욕시켜 가뭄을 막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말로, 위급한 상황을 타개하고 만회하여 위대한 공적을 세우는 것을 뜻한다.
  25. 25)고죽孤竹 : 백이와 숙제가 왕위를 버리고 떠났던 나라 이름으로, 중국 난주灤州에 있다. 또 황해도 해주海州의 고호古號이기도 하다.
  26. 26)감천甘泉 : 지금의 중국 섬서성陝西省 순화현淳化縣의 감천산甘泉山에 있는 궁궐이다. 본디는 진秦 나라의 이궁이었는데, 한나라 때 중수하였다. 여기서는 단순히 궁궐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27. 27)장락궁長樂宮 : 한漢 나라 고조高祖 때 진秦 나라의 흥락궁興樂宮을 고쳐서 세운 궁전으로, 한나라 초기에는 이곳에서 시조視朝하였다. 혜제惠帝 이후에는 태후太后의 궁이 되었으므로 태후의 대칭代稱으로 쓰기도 한다.
  28. 28)『한국불교전서』에는 필사본 표기에 따라 ‘왜관倭冠’으로 적었으나, “‘관冠’은 ‘구寇’로 의심된다.”는 주석이 붙어 있다. 여기에서는 ‘구’로 고쳐 번역하였다.
  29. 29)노魯나라 애공哀公이 증삼에게 봉읍을 내렸으나, 증삼은 “제가 듣자니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자는 항상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에게 준 자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교만하다고 합니다. 비록 임금께서는 저에게 교만하지 않으시더라도 제가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30. 30)노중련魯仲連은 전국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조趙나라에 살았다. 그가 진秦과 조趙의 싸움에서 공을 세우자 평원군平原君이 관직을 주려 하였다. 그는 “천하의 선비라는 자는 남의 어려움을 풀어 주고, 분란을 해결한 다음에 상을 받지 않는 것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보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장사꾼이나 다름이 없습니다.”라며 사양하였다. 『史記』에 나온다.
  31. 31)묘향산과 대둔산을 말한다.
  32. 32)진晋의 혜제惠帝가 피난하여 적에게 포위되자 혜소嵇紹가 적을 막다가 화살에 맞아 죽었다. 그때 혜소의 피가 용포龍袍에 묻었는데, 혜제는 그 핏자국을 씻지 않았다.
  33. 33)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가 요양현饒陽縣 무루정蕪蔞亭에 이르렀을 때 날씨가 몹시 추워 모두 주리고 추위에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풍이馮異가 팥죽을 올려 황제가 추위를 면했다.
  34. 34)여기서부터 아래로는 『초의시고』와 『일지암문집』의 글이 다르다. 본 번역은 『일지암문집』을 따랐다.
  35. 35)옥경玉京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천제天帝의 도성이다.
  36. 36)『한국불교전서』에는 ‘반학半鶴’으로 표기되어 있고, 필사본 『일지암문집』 역시 동일하다. 그러나 ‘반半’은 ‘반伴’의 오류로 보아 고쳐 번역하였다.
  37. 37)중려仲呂 : 중려中呂라고도 쓴다. 중국中國의 음音이름의 하나이다. 음려陰呂로서 방위는 사巳ㆍ십이율十二律의 여섯 째 음으로 바F음에 해당한다. 중려궁仲呂宮은 중려를 으뜸음으로 한 곡으로, 조선 세종 때 원나라 임우의 『대성악보』에서 채택하여 문묘 제례악으로 전하여 온다. 여기서는 12겹 겹겹의 궁전을 뜻하는 말로 쓰인 것으로 보았다.
  38. 38)풍근風斤 : 초楚 나라 영郢 땅 사람이 자기 코끝에다 흰 흙을 마치 파리 날개만큼 얇게 발라 놓고, 장석匠石을 불러 그 흙을 닦아 내게 했더니, 장석이 바람이 휙휙 나도록 도끼를 휘둘러 그 흙을 완전히 닦아 냈으나, 그 사람의 코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문장의 솜씨가 아주 정교함을 비유한 말이다. 『장자』「徐無鬼」에 나온다.
  39. 39)월부月斧 : 전설에는 달을 빚어 만든 도끼라고 하며, 또는 달 모양을 한 도끼라고도 한다. 문장을 잘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도 쓴다.
  40. 40)후한後漢 현종顯宗 때 섭葉의 영令이었던 왕교王喬는 신술神術이 있어서, 매월 삭망朔望 섭현에서 조정朝廷으로 갈 때마다 거기車騎도 없이 조정에 나갔다. 임금이 그를 괴이하게 여겨 태사太史로 하여금 그를 몰래 엿보게 한 결과, 그가 올 때마다 동남쪽에서 쌍부雙鳧가 날아오므로 그물을 쳐서 이를 잡아 놓고 보니 바로 신(舃) 한 짝만이 있었다고 한다. 『後漢書』「王喬傳」에 나온다.
  41. 41)『한국불교전서』「일지암문집」은 필사본에 따라 “委人歸化倒凶峯”으로 표기하였다. 목판본「초의시고」와 『한국불교전서』「초의시고」에는 ‘委人’ 부분을 ‘那人’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문맥을 보아 ‘委’를 ‘倭’의 오자로 판단하고 고쳐 번역하였다.
  42. 42)『초의시고』에서는 이 부분이 “중향 국토 장애를 모두 떨치고, 향적반을 준비하여 재를 올리니, 인간 세상 기아와 질병을 구제하게 하소서.(衆香國土去無障, 願將香積齋餘飯, 乞與人間濟飢恙)”라고 되어 있다.
  43. 43)『초의시고』에는 이 부분이 “구름 같은 글월 옥돌 같은 전서가 서로 빛을 비추어, 바다에는 비 산에는 바람 모두 넘치지 않으니, 하늘이 거칠고 땅이 척박하여도 마치 새로 쓴 듯하여라.(雲章玉篆光相射, 海雨山風都不渝, 天荒地老如新寫)”라고 되어 있다.
  44. 44)새금塞琴 : 전라남도 해남의 옛이름이다.
  45. 45)삼여三如 : 과거도 그와 같고 현재도 그와 같고 미래 또한 그와 같다는 뜻이다.
  46. 46)해거도인海居道人 : 조선후기 문인 홍현주洪顯周의 호이다. 자는 세숙世叔, 호는 해거재海居齋 또는 약헌約軒이라 하였다. 정조正祖의 딸인 숙선옹주淑善翁主에게 장가들어 영명위永明尉가 되었다. 풍산인豊山人 영의정領議政 낙성樂性의 손자이고 우부승지右副承旨 인모仁謨의 아들이다. 그의 형 석주奭周는 좌의정左議政을 지냈다. 순조 15년1815에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가 되었고, 문장에 뛰어났다. 저서로는 『해거시집』이 있다. 시호는 효간孝簡이다.
  47. 47)공명첩空名帖 : 작위만 쓰고 성명을 적지 않은 교지敎旨로, 관아에서 돈이나 곡식을 받고 관직을 팔 때 관직 이름을 써서 주는 서임서舒任書이다. 매입하는 자가 비어 있는 성명란에 추후로 그의 성명을 써넣으며, 이에 의해서 서임된 자는 실무는 보지 않고 명색만을 행세한다.
  48. 48)팔공덕八功德 : 8종의 공덕을 갖추고 있는 물인 팔공덕수八功德水를 말한다. 『칭찬정토불섭수경稱讚淨土佛攝受經』 상권에 “맑고, 차고, 달고, 부드럽고, 매끄럽고, 온화하고, 마시면 기갈 같은 많은 근심을 없애고, 근기를 길러 사대를 키운다(一者澄淨, 二者淸冷, 三者甘味, 四者輕輭, 五者潤澤, 六者安和, 七者飮時除飢渴等無過患 八者飮已定能長養諸根四大增益. T12, p. 348c24-28.)”고 하였다.
  49. 49)지온地媼 : 대지大地의 여신, 즉 땅의 신을 가리킨다. 원각袁桷의 합문령閤門嶺 시에 “지온이 신기한 공이 있어, 여기 제존을 모셨네.(地媼神功奇 玆焉奉帝尊)”라고 하였다.
  50. 50)속수束脩 : 열 마리 묶음의 포나 어물로 스승에게 바치는 폐백을 말하는 것으로, 스승을 처음 찾아뵐 때 드리는 예물이다.
  51. 51)광형匡衡 : 한漢 나라 때 광형匡衡이 가난하여 촛불을 켤 수가 없었으므로, 벽을 뚫고 이웃집의 촛불 빛을 끌어다가 글을 읽었던 데서 온 말이다.
  52. 52)나율那律 : 당나라 고종高宗이 사냥을 좋아하였는데, 비를 만나면 유의油衣에 물이 새어드는 것을 걱정하였다. 그러자 간의대부諫議大夫 곡나율谷那律이 말하기를, “기왓장으로 유의를 만들면 빗물이 새어들 염려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것은 기와집 속에 앉아서 사냥하러 나가지 않으면 비를 맞을 걱정이 없다는 말로, 왕이 사냥을 즐기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고종이 느낀 바가 있어 그 후로는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53. 53)현수賢首 : 동진東晉 천축 삼장 불타발타라역佛馱跋陀羅가 번역한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권제7 〈현수보살품賢首菩薩品〉이다. T09, p. 437c14-15.
  54. 54)필사본에는 이 서와 다음 서의「此刊序時詳入於上序文類」이란 문장이 〈해거도인 시집 발문(海居道人詩集跋)〉 뒤에 있다. 여기에서는 『한국불교전서』의 내용대로 하였다.
  55. 55)삼학三學 : 계학戒學・정학定學・혜학慧學의 3학이다.
  56. 56)경월鏡月 : 조선시대 승려 영오寧遨 스님의 법호이다.
  57. 57)동전(靑蚨): 청부는 남방의 매미 비슷한 수충水虫이다. 그 새끼만 잡으면 그 어미가 저절로 날아오므로, 그것을 이용하여 돈 81문文에는 어미의 피를, 81문에는 새끼의 피를 발라서, 새끼의 피를 바른 81문은 가지고 있고 어미의 피를 바른 돈으로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면 그 돈이 저절로 돌아온다고 한다. 『회남자淮南子』「만필술萬畢術」에 나온다.
  58. 58)금란金蘭 : 『주역周易』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 마음을 같이하는 말은 그 내음이 난초와 같다.”고 하였다. 금란金蘭은 깊은 우정友情을 말한다.
  59. 59)자자일自恣日 : 하안거夏安居의 마지막 날이니 구율舊律에서는 7월 16일로, 신율新律에서는 8월 16일로 하고 있다. 이날에는 정진하던 대중이 보고 듣고 의심나는 일에 대해 자신이 범한 잘못을 비구 대중에게 고백하고, 이것을 참회한다.
  60. 60)사은四恩 : 부모의 은혜(父母恩), 중생의 은혜(衆生恩), 국왕의 은혜(國王恩), 삼보의 은혜(三寶恩) 등의 네 가지 은혜를 말한다.
  61. 61)삼유三有 : 삼계와 같은 말이다. 유有는 존재한다는 뜻으로, 생의 과보果報가 인因이 있으면 과果가 있으므로 유有라고 한다.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받게 되는 고苦와 악樂이 제각기 다른 욕유欲有, 색유色有, 무색유無色有를 말한다.
  1. 1){底}光緖十六年梵寅編筆寫本(此一枝庵文集龍雲編艸衣禪師全集中所載)。此文一部。旣載於艸衣詩稿中(韓國佛敎全書第十册八六○~八七○頁)編者。旣載之文削除。唯未載之文。簡擇而錄之。
  2. 2)目次。編者作成補入。
  3. 1)「詩」一字。編者補入。
  4. 2)此詩。底本三首中第三首也{編}。
  5. 3)此詩。底本九首中第三首也{編}。
  6. 4)此句疑脫一字{編}。
  7. 5)此上疑脫一句七字{編}。
  8. 6)「文」一字。編者補入。
  9. 1)「冠」疑「冦」{編}。
  10. 1)「嗔」疑「眞」{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