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大般涅槃經卷第三十五

ABC_IT_K1403_T_035
038_1062_b_01L대반열반경 제35권
038_1062_b_01L大般涅槃經卷第三十五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038_1062_b_02L 宋代沙門惠嚴等依泥洹經

25. 교진여품(憍陳如品) ①
038_1062_b_03L憍陳如品第二十五之一

이때에 세존께서 교진여(憍陳如)에게 말씀하셨다.
“색법[色]이 무상하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항상 있는 색[解脫常住之色]을 얻으며,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도 무상하니, 식을 멸하면 해탈의 항상 있는 식을 얻느니라. 교진여여, 색법이 괴로움이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안락한 색[解脫安樂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법이 공한 것이니 공한 색을 멸하면 해탈의 공이 아닌 색[解脫非空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법이 나가 없나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참나인 색[解脫眞我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법이 부정하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청정한 색[解脫淸淨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모양이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아닌 색[解脫非生老病死相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038_1062_b_04L爾時世尊告憍陳如色是無常因滅是色獲得解脫常住之色‚受亦是無常因滅是識獲得解脫常住之識憍陳如色卽是苦因滅是色‚獲得解脫安樂之色‚受識亦復如憍陳如色卽是空因滅空色獲得解脫非空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是無我因滅是色獲得解脫眞我之色‚受識亦復如是陳如色是不淨因滅是色獲得解脫淸淨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色是生老病死之相因滅是色得解脫非生老病死相之色‚受識亦復如是
038_1062_c_01L교진여여, 색은 무명의 인이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무명의 인이 아닌 색[解脫非無明因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나아가 색법이 내는 인이니, 색이 멸하면 해탈의 내는 인이 아닌 색[解脫非生因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곧 네 가지 뒤바뀐 인이니 뒤바뀐 색을 멸하면 해탈의 네 가지 뒤바뀜이 아닌 색[解脫非四倒因色]을 얻으며,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한량없는 나쁜 법의 인이니, 남자의 몸, 여인의 몸, 식욕, 애욕, 탐욕, 성내는 일, 질투, 악한 마음, 아끼는 마음, 뭉치어 먹음, 식으로 먹음, 생각으로 먹음, 즐겨 먹음, 알로 나는 것, 태로 나는 것, 습기로 나는 것, 화하여 나는 것, 5욕, 5개(蓋) 이런 법들이 모두 색으로 인하는 것이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이런 한량없는 악한 색[解脫無如是等無量惡色]이 없음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038_1062_b_18L憍陳如色是無明因滅是色獲得解脫非無明因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乃至色是生因滅是色獲得解脫非生因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者卽是四顚倒因因滅倒色獲得解脫非四倒因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是無量惡法之因所謂男女等身食愛欲愛‚貪嫉妒惡心慳心‚摶食識食思食觸食‚卵生胎生濕生化生‚五欲五蓋如是等法皆因於色因滅色故獲得解脫無如是等無量惡色‚識亦復如是
교진여여, 색은 속박이니 속박인 색을 멸하면 해탈의 속박 없는 색[解脫無縛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흐름이니 흐름을 멸하면 해탈의 흐르지 않는 색[解脫非流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귀의할 데가 아니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귀의할 색[解脫歸依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부스럼이니 색을 멸하면 해탈의 부스럼 없는 색[解脫無瘡疣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색은 고요하지 못한 것이니 색을 멸하면 열반의 고요한 색[涅槃寂靜之色]을 얻으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와 같으니라. 교진여여, 어떤 사람이 이렇게 알면 사문이라 하고 바라문이라 하여, 사문과 바라문의 법을 구족하였다고 하느니라.
038_1062_c_08L憍陳如色卽是因滅縛色獲得解脫無縛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卽是流因滅流色獲得解脫非流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非歸依滅是色獲得解脫歸依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色是瘡疣因滅是色獲得解脫無瘡疣色‚受亦復如是憍陳如色非寂靜因滅是獲得涅槃寂靜之色‚受識亦復如是憍陳如若有人能如是知者是名沙門名婆羅門具足沙門婆羅門法
038_1063_a_01L교진여여, 만일 부처님 법을 여의면 사문도 없고 바라문도 없고 사문ㆍ바라문의 법도 없느니라. 모든 외도들은 비었고 거짓이고 속이는 것이어서 진실한 행이 없으며, 비록 모양을 지어서 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나, 실로는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사문ㆍ바라문의 법이 없다면, 어떻게 사문ㆍ바라문이 있다 하겠느냐.내가 항상 이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師子吼)를 하는 것이니, 너희들도 대중 속에 있어서 사자후를 지을 것이니라.”
038_1062_c_20L憍陳如若離佛法無有沙門婆羅門亦無沙門婆羅門法‚一切外道虛假詐稱都無實行雖復作相有是二實無是處何以故若無沙門婆羅門法云何而言有沙門婆羅門我常於此大衆之中作師子吼‚汝等亦當在大衆中作師子吼
이때에 한량없는 외도들이 이 말을 듣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어 말하였다.
“구담이 지금 말하기를 ‘우리 대중 가운데 사문과 바라문이 없고, 사문ㆍ바라문의 법도 없다’고 하니, 우리는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 구담에게 ‘우리 대중에도 사문이 있고 사문의 법이 있으며, 바라문이 있고 바라문의 법이 있다’고 하여야겠다.”
038_1063_a_03L爾時外道有無量人聞是語已心生瞋惡瞿曇今說我等衆中無有沙門及婆羅門亦無沙門婆羅門法‚我當云何廣設方便‚語瞿曇言我等衆中亦有沙門有沙門法有婆羅門有婆羅門法
그때에 그 대중 가운데 어떤 범지가 외쳐 말하였다.
“여러분이여, 구담의 말은 미친 이의 말이나 다름없거늘 탓할 것 무엇인가. 세상에 미친 사람이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울고 웃고 꾸짖고 칭찬하면서 원수도 친한 이도 분별하지 못하나니, 사문 구담도 그와 같아서, 혹은 내가 정반왕의 궁전에서 태어났다 하고, 혹은 그렇게 나지 않았다 하며, 혹은 나면서 곧 일곱 걸음을 걸었다 하고, 혹은 걷지 않았다 하며, 혹은 어려서부터 세간 일을 배웠다 하고, 혹은 나는 온갖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 하며, 혹은 어느 때에는 궁전에서 향락을 받고 아들을 낳았다 하고, 혹은 싫증나고 미워서 꾸짖고 천하게 여기며, 어떤 때는 친히 6년 동안 고행을 하였다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외도의 고행함을 꾸짖기도 하며, 어떤 때는 울두람불(鬱頭藍弗)ㆍ아라라(阿羅邏) 등을 따라가서 듣지 못하던 것을 배웠다 하고, 어떤 때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며, 어떤 때는 보리수 밑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노라 말하고, 어떤 때는 나는 그 나무 밑에 가지 아니하였으며 얻은 것이 없노라 하며, 어떤 때에는 나의 이 몸이 곧 열반이라 하고, 어떤 때는 몸이 없어지는 것이 열반이라고 말하느니라.
구담이 말하는 것이 미친 사람이나 다름이 없거늘, 걱정할 것이 무엇인가.”
038_1063_a_08L彼衆中有一梵志唱如是言諸仁者曇之言如狂無異‚何可撿校世閒狂人或歌或舞或哭或笑或罵或讚怨親所不能分別‚沙門瞿曇亦復如或說我生淨飯王家或言不生‚或說生已‚行至七步或說不行‚或說從小習學世事或說我是一切智人時處宮受樂生子或時厭患呵責惡賤‚或時親修苦行六年或時呵責外道苦行‚或言從彼鬱頭藍弗阿羅邏等稟承未聞或時說其無所知曉‚或時說言菩提樹下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或時說言我不至樹無所剋獲‚或時說言我今此身卽是涅槃言身滅乃是涅槃瞿曇所說‚如狂無異‚何故以此而愁憒耶
038_1063_b_01L바라문들이대답하였다.
“대사(大士)여, 우리가 어찌하여 걱정하지 않겠는가. 사문 구담이 먼저 출가하고서 말하기를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고 부정하다’ 하는 것을, 나의 제자들이 듣고 무서워하는 마음을 내기에 ‘중생이 어찌하여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고 부정하리요’ 하고, 그 말을 받지 아니하였더니, 이제 구담이 다시 와서 사라숲 속에 있으면서 대중을 위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법이 있다’고 말하여, 나의 제자들이 그 말을 듣고는 나를 버리고 가서 구담의 말을 듣지 않는가. 이런 인연으로 매우 걱정하노라.”
038_1063_b_01L諸婆羅門卽便答言大士我等今者何得不愁門瞿曇先出家已說無常無我不淨我諸弟子聞生恐怖云何衆生無常無我不淨不受其語今者瞿曇復來至此娑羅林中爲諸大衆說有常淨之法我諸弟子聞是語已悉捨我去受瞿曇語以是因緣‚生大愁苦
038_1063_c_01L그때에 또 다른 바라문이 말하였다.
“여러분들 자세하게 들으시오. 사문 구담은 말로는 자비를 닦는다 하지만, 이는 허망한 말이고 진실이 아니오. 만일 자비가 있다면 어째서 우리 제자들로 하여금 자기의 법을 받게 하겠소? 자비의 과(果)는 남의 뜻을 따르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원을 어기니 어떻게 있다 하겠는가. 만일 말하기를 ‘사문 구담이 세간의 여덟 가지 법에 물들지 않는다’면 이것도 허망한 것이며, 만일 구담이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안다면 지금 어째서 우리의 이익을 빼앗겠소? 만일 가문이 훌륭하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허망하니, 왜냐 하면 옛날부터 대사자왕이 조그만 쥐를 죽인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는데, 구담이 참으로 훌륭한 문벌이라면 어째서 지금 우리를 시끄럽게 하겠소? 만일 구담이 큰 세력을 갖추었다면 그것도 허망하니, 왜냐 하면 옛날부터 금시조왕이 까마귀와 싸운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소. 만일 기운이 세다면 우리와 함께 다투겠는가. 구담이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갖추었다면 그것도 허망이니, 왜냐 하면 그런 지혜가 있다면 무슨 인연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르겠는가.여러분들이여, 내가 예전에 지혜 있는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는데, 백 년 후에 이 세간에는 요망한 환술쟁이가 나리라 하더니, 그것이 구담이오. 이런 요망한 것이 이제 이 사라숲 속에서 오래지 않아 멸망할 것이니, 여러분들은 그다지 걱정할 것이 없소.”
038_1063_b_09L爾時復有一婆羅門作如是言諸仁者諦聽諦聽瞿曇沙門名修慈悲‚是言虛妄非眞實也若有慈云何教我諸弟子等自受其法悲果者隨順他意‚今違我願云何言若有說言沙門瞿曇不爲世閒八法所染是亦虛妄若言瞿曇少欲知足‚今者云何奪我等利若言種姓是上族者是亦虛妄何以故從昔已來‚不見不聞大師子王殘害小鼠若使瞿曇是上種姓如何今者惱亂我等若言瞿曇具大勢力是亦虛妄何以從昔已來‚亦不見聞金翅鳥王與烏共諍若言力大‚復以何事與我共若言瞿曇具他心智是亦虛妄以故若具此智以何因緣不知我心諸仁者我昔曾從先舊智人聞說是事‚過百年已世閒當有一妖幻出‚卽是瞿曇如是妖惑今於此處娑羅林中將滅不久‚汝等今者不應愁惱
이때에 또 어떤 니건자가 대답하였다.
“그대여, 우리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자신과 제자의 공양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이 세간이 어두컴컴하고 눈이 없어 복밭과 복밭 아닌 것을 알지 못하며, 오래 되고 지혜 있는 바라문을 버리고 젊은이에게 공양함을 걱정하는 것이오. 사문 구담은 주문의 술법을 알고, 주문의 힘으로 인하여 한 몸이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한량없는 몸이 도로 한 몸이 되기도 하며, 혹은 자기의 몸으로 남자나 여인의 모양이 되기도 하고, 소ㆍ양ㆍ코끼리ㆍ말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힘은 그런 주술을 소멸할 수 있으니, 구담 사문의 주술이 소멸되면 당신들은 공양을 많이 얻으며 안락을 받을 것이오.”
038_1063_c_05L復有一尼犍子答言仁者我今愁苦不爲自身弟子供養‚但爲世閒癡闇無眼不識福田及非福田棄捨先舊智婆羅門供養年少‚以爲愁耳曇沙門大知呪術因呪術力能令一身作無量身令無量身還作一身‚或以自身作男女像我力能滅如是呪術瞿曇沙門呪術旣滅等當還多得供養受於安樂
이때에 또 어떤 바라문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들, 사문 구담은 한량없는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니, 당신들은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038_1063_c_14L爾時有一婆羅門作如是言諸仁者瞿曇沙門成就具足無量功德‚是故汝等不應與諍
대중들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무엇으로 사문 구담이 대공덕을 갖추었다 하는가? 난 지 이레 만에 어머니가 죽었으니, 이것을 복덕이라 하겠는가?”
038_1063_c_17L大衆答言癡人云何說言沙門瞿曇具大功德其生七日母便命終‚是可得名福德相耶
038_1064_a_01L바라문은 이렇게 대답했다.
“꾸짖어도 성내지 않고 때려도 앙갚음하지 않으니, 이것이 큰 복덕 모양이니라. 몸에는 32상과 80종호와 한량없는 신통을 구족하였으니, 이것으로 복덕의 모양을 알 것이며, 마음에는 교만이 없어 먼저 문안하고, 말이 부드러워 거칠지 아니하며, 나이와 생각이 장성하되 마음이 갑자기 화를 내지 아니하고, 국왕의 부귀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버리고 출가하기를 침뱉듯 하였으매, 내가 말하기를 ‘사문 구담은 한량없는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다’ 하느니라.”
038_1063_c_19L婆羅門言罵時不瞋打時不報‚當知卽是大福德相其身具足三十二相八十種好無量神通‚是故當知是福德相心無憍慢先意問訊言語柔軟初無麤獷年志俱盛心不卒暴‚王國多財無所愛戀捨之出家如棄涕唾‚是故我說沙門瞿曇成就具足無量功德
대중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좋은 말이오. 그대여, 사문 구담이 진실로 말씀과 같이 참으로 한량없는 신통과 변화를 성취하였다면, 우리는 그와 더불어 이런 일을 겨루지는 않겠소만 사문 구담이 성품이 유순하여 고행을 견디지 못하며, 깊은 궁궐에서 생장하여 바깥 일에 능란하지 못할 것이요, 다만 말만이 부드러울 것이나, 기술과 공부와 논의하는 일을 알 수 없는 터이니, 그와 더불어 바른 법의 요령을 토론하여 보아서 그가 우리를 이기면 우리가 그를 섬길 것이고, 우리가 그를 이기면 그가 우리를 섬겨야 할 것이오.”
038_1064_a_03L大衆答言善哉仁者瞿曇沙門實如所說‚成就無量神通變化‚我不與彼捔試是事瞿曇沙門受性柔軟不堪苦行生長深宮不綜外事‚唯可軟語不知伎藝書籍論議請共詳辯正法之要彼若勝我我當給事我若勝彼彼當事我
이때에 한량없는 외도들이 함께 모여서 마가다(摩伽陀)의 왕 아사세(阿闍世)에게 가니, 왕이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들, 당신들은 제각기 성인의 도를 닦는 출가한 사람들이라, 재물과 집에서 살림하는 일을 버렸으므로, 이 나라 인민들이 모두 공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우러르며 범접하지 못하는 터이거늘, 무슨 일로 함께 오셨는가. 여러분들, 당신들은 각각 다른 법과 다른 계율을 받으며, 출가하는 일도 같지 아니하며, 또 각각 자기의 계법을 따라서 출가하고 수도하는 터인데, 이제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화합함이, 마치 떨어지는 잎이 바람에 불려서 한 곳에 모이듯이 무슨 인연을 말하려고 여기 왔는가? 나는 매양 출가한 사람들을 보호하되, 나아가 몸이나 생명까지도 아끼지 아니하노라.”
038_1064_a_10L爾時多有無量外道和合共往摩伽陁王阿闍世所‚王見便問諸仁汝等各各修習聖道是出家人‚捨離財貨及在家事我國人民皆共供養敬心瞻視無相犯觸‚何故和合而來至此諸仁者汝等各受異法出家不同‚亦復各各自隨戒法出家修道何因緣故‚今者一心而共和猶如葉落‚旋風所吹聚在一處‚說何因緣‚而來至此我常擁護出家之乃至不惜身之與命
038_1064_b_01L이때에 모든 외도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대왕께서는 지금 대법의 다리며 대법의 숫돌이며 대법의 저울이며, 모든 공덕의 그릇이며 모든 공덕의 진실한 성품이며 바른 법의 길이시니, 곧 종자의 좋은 밭이며모든 국토의 근본이며 모든 국토의 거울이며 모든 천인의 형상이며 온 나라 사람의 부모입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세간에서 공덕의 보배 광이 곧 대왕의 몸이십니다.
공덕의 보배 광이라 함은, 대왕께서는 나라 일을 판단하시되 원수와 친한 이를 가리지 아니하시며, 마음이 평등하심이 땅ㆍ물ㆍ불ㆍ바람과 같사올세, 대왕을 이름하여 공덕의 광이라 하나이다. 대왕이시여, 현재의 중생들은 비록 장수하기도 하고 단명하기도 하거니와, 대왕의 공덕은 옛적에 장수하고 안락하던 때의 임금과 같사오며, 또한 정생왕(頂生王)ㆍ선견왕(善見王)ㆍ인욕왕(忍辱王)ㆍ나후사왕(那睺沙王)ㆍ야야제왕(耶耶帝王)ㆍ시비왕(尸毗王)ㆍ일차구왕(一叉鳩王) 들과 같사오니, 이런 임금들은 선한 법을 구족하였나이다.
지금 대왕도 그와 같나이다.
038_1064_a_20L爾時一切諸外道衆咸作是言大王諦聽大王今者是大法橋是大法礪是大法秤是一切功德之器一切功德眞實之正法道路卽是種子之良田也‚一切國土之根本也‚一切國土之明鏡也‚一切諸天之形像也‚一切國人之父母也大王一切世閒功德寶藏卽是王身何以故名功德藏王斷國事不擇怨親其心平等如地水火風‚是故名王爲功德藏大王現在衆生雖復壽短王之功德如昔長壽安樂時王‚亦如頂生善見忍辱那睺沙王耶帝王尸毘王一叉鳩王如是等王具足善法大王今者亦復如是
038_1064_c_01L대왕이시여, 대왕의 인연으로 나라가 태평하고 인민이 번성하오매, 모든 출가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사모하여 계율을 지니고 부지런히 수행하고 바른 도를 닦나이다. 대왕이시여, 우리의 경전에서 말하기를 ‘만일 출가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서 계율을 지니고 부지런히 수행하고 바른 도를 닦으면, 그 임금도 선한 일을 닦는 것이라’ 하였나이다.
대왕께서 모든 도둑을 이미 정리하셨사오매, 출가한 사람들이 조금도 두려움이 없사오나, 한 가지 나쁜 사람인 구담 사문이 있사온데, 대왕께서 아직 금지하시지 아니하오니, 저희들이 매우 두려워하나이다. 그 사람은 호화로운 집 자손이요 문벌이 훌륭하고 몸이 잘생긴 것을 믿사오며, 또 과거에 보시한 과보로 공양하는 이가 많사오며 이런 일을 믿고 교만이 대단하오며, 혹은 주문의 힘으로 인하여 거만한 생각을 내며, 이런 인연으로 고행을 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의복과 와구를 많이 받나이다. 그래서 모든 세간의 나쁜 사람들이 이익을 위하여서 그에게 모여 가서 권속이 되었지만 고행을 하지 아니하오며, 주문을 외워서가섭ㆍ사리불ㆍ목건련 등을 조복하더니, 요사이는 저희들이 있는 사라숲에 와서 있으면서 이 몸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선전하여 저희들의 제자들을 꾀어 가나이다. 대왕이시여, 구담이 먼저는 무상하고 즐겁지 않고 내가 없고 부정하다고 말하는 것을 저희들이 참았거니와, 지금 와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은 참을 수 없나이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저희들이 구담과 더불어 논란하는 일을 허락하여 줍소서.”
038_1064_b_11L大王以王因緣國土安樂人民熾盛‚是故一切出家之人慕樂此國持戒精勤修習正道大王我經中說若出家人隨所住國持戒精進勤修正道其王亦有修善之分大王一切盜賊‚王已整理出家之人都無畏懼今者唯有一大惡人瞿曇沙門王未撿校‚我等甚畏其人自恃豪族種姓身色具足又因過去布施之報多得供養‚恃此衆事‚生大憍慢‚或因呪術而生憍慢‚以是因緣不能苦行受畜細軟衣服臥具是故一切世閒惡人爲利養故往集其所而爲眷屬不能苦行呪術力故調伏迦葉及舍利弗目犍連等今復來至我所‚住處娑羅林中宣說是身常樂我淨誘我弟子大王瞿曇先說無常無樂無我無淨我能忍之今乃宣說常我實不忍惟願大王聽我與彼瞿曇論議
038_1065_a_01L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여러 대사들, 당신들은 지금 누구의 부추김을 받고 마음이 산란하여 진정하지 못하는가. 마치 물의 파도 같으며, 불 바퀴[旋火輪] 같으며, 원숭이가 나무를 던지는 것 같으니, 매우 부끄러운 일이오. 지혜 있는 이가 들으면 가엾은 마음을 낼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이 들으면 빈정거릴 것이오. 당신들이 하는 말이 출가한 사람답지 못하오. 당신들이 풍병(風病)이 들렸거나 황수병[黃水患]에 걸렸으면, 내게 좋은 약이 있으니 치료할 수 있고, 만일 귀신이 준 병이라면 나의 형 기바(耆婆)가 고칠 수 있을 것이오. 당신들이 지금 하려는 것은 손톱으로 수미산을 헐려는 것이며, 이빨로 금강을 씹으려는 것이오. 여러 대사들, 비유하면 어떤 바보가 사자가 굶어서 자는 것을 보고 깨우려는 것 같으며, 손가락을 독사의 입에 넣는 것 같으며, 재를 덮어 놓은 불을 손으로 헤치려는 것과 같이 당신들도 지금 그러하오. 선남자여, 비유하면 마치 여우가 사자의 소리를 하려는 듯, 모기가 금시조와 달음박질 내기를 하려는 듯, 토끼가 바다의 밑바닥을 밟고라도 건너려는 듯이 당신들도 지금 그와 같소. 당신들이 만일 꿈에라도 구담을 이겼다면 그 꿈은 허망하여 믿을 수 없을 것이오. 여러분이 지금 그 생각을 낸 것은 마치 나비가 불더미에 뛰어드는 격이니, 당신들은 내 말을 따르고 다시 말하지 마시오. 당신들이 나를 칭찬하기를 평등하기저울 같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이런 말을 듣게 하지 마시오.”
038_1064_c_07L王卽答言諸大士汝等今者爲誰教導而令其心狂亂不定如水濤波旋火之輪猴擲樹‚是事可恥‚智人若聞卽生憐愍‚愚人聞之卽生嗤笑汝等所說出家相汝若病風黃水患者‚吾悉有藥能療治之‚如其鬼病家兄耆婆善能去之汝等今者欲以手爪鉋須彌山‚欲以口齒齰齧金剛諸大士譬如愚人見師子王飢時睡眠而欲悟之‚如人以指置毒蛇口‚如欲以手觸灰覆火汝等今者亦復如是善男子如野狐作師子吼猶如蚊子共金翅鳥捔行遲疾如兔渡海‚欲盡其底等今者亦復如是汝若夢見勝瞿曇是夢狂惑‚未足可信諸大士汝等今者興建是意猶如飛蛾投大火聚汝隨我語不須更說汝雖讚我平等如秤勿令外人復聞此語
이때에 외도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구담 사문이 짓는 환술이 왕에게까지 이르렀나이까? 대왕의 마음을 의심케 하여 이런 성인을 믿지 않게 하겠나이다. 대왕께서는 이런 대사(大士)를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대왕이시여, 달이 둥글었다 이지러졌다 하고, 바닷물이 짜고, 마라연산(摩羅延山) 같은 것이 누가 짓는 일입니까? 우리의 바라문이 아니오니까? 대왕이시여, 아갈다(阿竭多) 신선이 12년 동안 항하의 물을 귀 속에 넣어 둔 일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대왕이시여, 구담 선인이 큰 신통으로 12년 동안 제석의 몸으로 변화하였고, 아울러 제석의 몸으로는 숫양[羝羊]의 모양을 만들고, 천 개의 여근(女根)이 제석의 몸에 있게 한 것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대왕이시여, 기누(耆★) 선인이 하루 동안에 사해의 물을 마셔 땅이 마르게 된 일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대왕이시여, 바수(婆藪) 선인이 자재천을 위하여 세 눈을 지었던 것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대왕이시여, 라라(羅邏) 선인이 가부라성(迦富羅城)을 변화하여 개펄로 만든 일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대왕이시여, 바라문들 가운데는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선인들이 많사오니, 지금도 증거할 수 있거늘, 대왕께서 어찌하여 멸시하시나이까?”
038_1065_a_02L爾時外道復作是言大王瞿曇沙門所作幻術到汝邊耶乃令大王心疑不信是等聖人大王不應輕蔑如是大士大王是月增減大海鹹味羅延山如是等事誰之所作豈非我等婆羅門耶大王不聞阿竭多仙十二年中恒河之水停耳中耶大王不聞瞿曇仙人大現神通十二年中變作釋身幷令釋身作羝羊形作千女根在釋身耶大王不聞耆㝹仙人一日之中飮四海水令大地乾耶大王不聞婆藪仙人爲自在天作三眼耶王不聞羅邏仙人變迦富羅城作鹵他本作國土耶大王婆羅門中有如是等大力諸仙‚現可撿校大王云何見輕蔑耶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이 내 말을 믿지 않고 기어이 겨루어 보려면, 여래 정각께서 지금 사라숲 안에 계시니, 당신들이 가서 마음대로 문난하여 보라. 여래께서는 당신들을 위하여 분별하며, 당신들의 뜻에 맞도록 대답할 것이오.”
038_1065_a_17L王言諸仁者若不見信‚故欲爲者來正覺今者近在娑羅林中‚汝等可往隨意問難‚如來亦當爲汝分別汝意答
038_1065_b_01L이때에 아사세왕이 외도들의 무리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서 예경하기를 마치고,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외도들이 마음대로 문난하려 하오니, 원컨대 여래께서 뜻을 따라대답하옵소서.”
038_1065_a_21L爾時阿闍世王與諸外道徒眷屬往至佛所頭面作禮右遶三修敬已畢卻住一面白佛言世尊是諸外道欲隨意問難‚唯願如來隨意答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만하시오. 내가 스스로 때를 아나이다.”
佛言大王且止我自知時
이때에 대중 가운데 한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이 사제수나(闍提首那)였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당신은 열반이 항상한 법이라 하나이까?”
038_1065_b_02L爾時衆中有婆羅門名闍提首那如是言瞿曇汝說涅槃是常法耶
“그렇노라, 대바라문이여.”
038_1065_b_04L如是大婆羅門
“구담이여, 만일 열반이 항상하다면 그 뜻이 그렇지 아니하오. 왜냐 하면 세상의 법은 종자에서 열매가 생기며,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하나니, 마치 흙반죽에서 질그릇이 생기고, 실에서 옷을 얻는 것과 같소. 당신이 항상 말하기를 ‘무상한 생각을 닦아서 열반을 얻는다’ 하였으니, 인이 무상인데 결과가 어떻게 항상하겠는가. 당신이 또 말하기를 ‘욕계의 탐[欲貪]에서 해탈하면 곧 열반이요, 색계의 탐과 무색계의 탐에서 해탈하면 곧 열반이요, 무명 등의 모든 번뇌를 멸하면 곧 열반이라’ 하였으니, 욕계의 탐으로부터 무명 번뇌에 이르기까지가 다 무상한 것이니, 인(因)이 무상하면 얻는 열반도 반드시 무상할 것이 아니겠소? 당신은 또 말하기를 ‘인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고, 인으로 말미암아 지옥에 떨어지고, 인으로부터 해탈을 얻나니, 그러므로 모든 법이 다 인으로부터 생긴다’ 하였으니, 만일 인으로부터 해탈을 얻는다면, 어떻게 항상하다고 말하겠는가.
038_1065_b_05L婆羅門言瞿曇說涅槃常者是義不然何以故世閒之法‚從子生果相續不斷‚如從埿出從縷得衣瞿曇常說修無常想得涅槃‚因是無常果云何常瞿曇又說解脫欲貪卽是涅槃解脫色貪及無色貪卽是涅槃滅無明等一切煩惱卽是涅槃‚從欲乃至無明煩惱皆是無常‚因是無常所得涅槃亦應無瞿曇又說從因故生天從因故墮地從因得解脫‚是故諸法皆從因生若從因故得解脫者云何言常
038_1065_c_01L당신이 또 말하기를 ‘색이 인연으로부터 났으므로 무상하다 이름하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러하다’ 하였으니, 해탈이 만일 색이라면 무상할 것이며, 수ㆍ상ㆍ행ㆍ식도 그러할 것이오. 만일 5음을 여의고 해탈이 있다면 해탈은 마땅히 허공과 같을 것이며, 만일 허공이라면 인연으로부터 생겼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니, 왜냐 하면 허공은 항상하고 하나이고 온갖 곳에 두루한 까닭이오. 당신은 또 말하기를 ‘인연으로 생긴 것은 괴로움이라’ 하였으니, 만일 괴로움이라면 어찌하여 해탈이 즐거운 것이라 말하겠소? 당신이 또 말하기를 ‘무상한 것이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이면 나가 없다’고 하였으니, 만일 무상하고 괴롭고 내가 없다면 곧 부정한 것이므로 모든 인으로부터 난 모든 법이 모두 무상하고 어찌하여 열반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는가. 만일 당신이 말하기를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고 내가 없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다고 하면, 이런 것은 두 가지 말이 아니겠는가. 나도 일찍이 옛날 지혜 있는 이에게 들으니, 부처님께서 만일 세상에 나시면 말씀에 두 가지가 없다고 하였소. 당신은 지금 두 가지 말을 하면서 부처님이 곧 내 몸이라 하니, 그 뜻이 어떠하오.”
038_1065_b_16L瞿曇亦說色從緣生‚故名無常亦復如是如是解脫若是色者當知無常識亦復如是若離五陰有解脫者當知解脫卽是虛空‚若是虛空‚不得說言從因緣生何以故常是一‚遍一切處瞿曇亦說從因生者卽是苦也若是苦者云何復說解脫是樂瞿曇又說無常卽苦苦卽無若是無常無我者卽是不淨‚一切從因所生諸法皆無常無我淨‚云何復說涅槃卽是常瞿曇說亦常無常亦苦亦樂亦我亦淨不淨如是豈非是二語耶亦曾從先舊智人聞說是語‚佛若出世‚言則無二瞿曇今者說於二語‚復言佛卽我身是也‚是義云何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038_1065_c_09L佛言羅門如汝所說我今問汝隨汝意答
바라문이 말하였다.
“좋은 말입니다, 구담이여.”
038_1065_c_10L婆羅門言善哉瞿曇
“바라문이여, 그대의 성품이 항상한가, 무상한가?”
038_1065_c_11L佛言婆羅門性常耶是無常乎
“내 성품은 항상하오.”
038_1065_c_12L婆羅門言我性是
“바라문이여, 그 성품이 모든 안팎 법의 인이 되는가?”
038_1065_c_13L婆羅門是性能作一切內外法之因耶
“그렇소, 구담이여.”
如是瞿曇
“바라문이여, 어떻게 인이 되는가?”
038_1065_c_14L佛言婆羅門云何作
“구담이여, 성품으로부터 대(大)가 생기고, 대로부터 아만[慢]이 생기고, 아만으로부터 16법이 생기니, 이른바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과, 5지근(知根)인 눈ㆍ귀ㆍ코ㆍ혀ㆍ몸과, 5작업근(作業根)인 손발ㆍ입 소리ㆍ남녀의 근[男女二根]과 심평등근(心平等根)이오. 이 16법은 5법으로부터 나는 것이니,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임이오. 이 21법의 근본은 셋이니, 물드는 것[染]과 거친 것[麤], 검은 것[黑]인데, 물드는 것은 탐애[愛]라 하고, 거친 것은 성내는 것이라 하고, 검은 것은 무명이라 하나니, 구담이여, 이 24법이 모두 성품으로부터 나는 것이오.”
038_1065_c_15L瞿曇從性生大從大生慢‚從慢生十六法‚所謂地空‚五知根身‚五業根男女二心平等根是十六法從五法生色是二十一法‚根本有三二者三者染者‚名愛麤者‚名瞋黑‚名無明瞿曇是二十四法皆因性生
“바라문이여, 이 대(大)라는 법들이 다 항상한가, 무상한가?”
婆羅門是大等法常無常耶
“구담이여, 나의 법에는 성품은 항상하고, 대라는 등의 모든 법은 무상한 것이오.”
038_1065_c_22L瞿曇我法性常大等諸法悉是無常
038_1066_a_01L“바라문이여, 그대의 법에서 인은 항상하고, 과는 무상한 것처럼, 나의법에서 인은 무상하나 과는 항상한 것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바라문이여, 그대의 법에 두 가지 인이 있는가.”
038_1065_c_23L婆羅門如汝法中因常‚果無常然我法中因雖無常果是常者有何等過婆羅門汝等法中有二因不
“있지요.”
答言
“무엇이 둘인가?”
038_1066_a_03L佛言云何爲二
“하나는 내는 인[生因]이고, 둘은 나타내는 인[了因]이오.”
038_1066_a_04L婆羅門言一者生因了因
“어떤 것을 내는 인이라 하고, 어떤 것을 나타내는 인이라 하는가?”
佛言云何生因云何了因
“내는 인이라 함은 흙반죽에서 질그릇을 내는 것과 같고, 나타내는 인이라 함은 등불로 물건을 비추는 것과 같은 것이오.”
038_1066_a_05L羅門言生因者如埿出甁了因者燈照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두 가지 인이 인 되는 성품은 하나인가? 만일 하나라면 내는 인으로 하여금 나타내는 인이 되게 할 수도 있고, 나타내는 인으로 내는 인이 되게 할 수도 있는가?”
038_1066_a_07L佛言是二種因因性是一是一者可令生因作於了因可令了因作生因不
“그렇지 못합니다, 구담이여.”
不也瞿曇
“만일 내는 인으로 나타내는 인이 되게 할 수 없고, 나타내는 인으로 내는 인이 되게 할 수 없다면, 그것을 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038_1066_a_09L佛言若使生因不作了因了因不作生因可得說言是因相不
“비록 서로 될 수는 없지만 인이라고는 하나이다.”
038_1066_a_11L婆羅門言雖不相作有因相
“바라문이여, 나타내는 인으로 나타낸 것이 내는 인과 같겠는가?”
婆羅門了因所了‚卽同了不
“그렇지 않습니다, 구담이여.”
038_1066_a_12L不也瞿曇
038_1066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법이 비록 무상으로부터 열반을 얻지만 무상한 것이 아니니라. 바라문이여, 나타내는 인으로부터 얻었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이요, 내는 인으로부터 얻었으므로 무상하고 즐겁지 않고 내가 없고 부정하니라. 그러므로 여래의 말이 두 가지가 있으나, 이 두 가지 말은 둘이 있는 것이 아니니, 그래서 여래를 이름하여 두 말이 없다 하느니라. 그대의 말과 같이, 옛날에 지혜 있는 사람에게 들으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면 두 말이 없다고 한 말은, 진실로 훌륭한 말이니라. 모든 시방 3세의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은 차별이 없나니,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두 말이 없다고 하시느니라. 어찌하여 차별이 없다 하는가. 있는 것은 동일하게 있다 말하고, 없는 것은 동일하게 없다고 말하나니, 그러므로 한 뜻이라 이름하느니라. 바라문이여, 여래 세존이 비록 두 말이라 하나 한 가지 말을 나타내려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말하여 두 말이 한 가지 말을 나타낸다 하는가. 마치 눈이라, 빛이라 하는 두 말이 식(識)이란 한 가지 말을 나타내는 것이며, 나아가 뜻이라, 법이라 함도그와 같으니라.”
038_1066_a_13L佛言我法雖從無常獲得涅槃‚而非無常婆羅門從了因得故‚淨‚從生因得故‚無常無樂無淨‚是故如來所說有二如是二語無有二也‚是故如來名無二語汝所說曾從先舊智人邊聞佛出於世‚無有二語是言善哉一切十方三世諸佛所說無差‚是故說言佛無二云何無差有同說有無同說無‚故名一義婆羅門如來世尊雖名二語爲了一語故云何二語了於一語眼色二語‚生識一語乃至意法亦復如是
바라문이 말하였다.
“구담이여, 이러한 말과 뜻을 잘 분별하시오나, 지금 말씀하신 바 두 말이 한 말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038_1066_b_02L婆羅門言瞿曇善能分別如是語義‚我今未解所出二語了於一語
이때에 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4진제법(眞諦法)을 말씀하셨다.
“고제(古諦)란 것이 둘도 되고 하나도 되며, 나아가 도제(道諦)도 둘도 되고 하나도 되느니라.”
038_1066_b_03L爾時世尊卽爲宣說四眞諦法婆羅言苦諦者亦二亦一乃至道諦亦二亦一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나이다.”
婆羅門言世尊我已知已
“선남자여, 어떻게 알았는가?”
038_1066_b_06L善男子云何知已
“세존이시여, 고제를 범부들은 둘이라 하고 성인은 하나라 하오며, 나아가 도제도 그와 같나이다.”
038_1066_b_07L婆羅門言世尊苦諦‚一切凡夫二‚是聖人一乃至道諦亦復如是
“훌륭한 일이다, 이미 알았음이여.”
佛言善哉已解
바라문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법을 듣고 바른 지견을 얻었사오며, 이제 불보ㆍ법보ㆍ승보에 귀의하려 하오니, 바라건대 대자대비로 저의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038_1066_b_09L婆羅門言世尊我今聞法已得正見‚今當歸依佛僧寶‚唯願大慈聽我出家
이때에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사제수나의 머리를 깎아 주고 출가하게 하여라.”
038_1066_b_11L爾時世尊告憍陳如汝當爲是闍提首那剃除鬚髮聽其出家
교진여가 부처님의 명령을 받잡고 머리를 깎으려고 손을 대는 때에 두 가지가 떨어졌으니, 하나는 수염과 머리카락이요, 하나는 번뇌였으며, 앉은 자리에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038_1066_b_13L時憍陳如卽受佛勅爲其剃髮卽下手時有二種落一者鬢髮二者煩惱卽於坐處得阿羅漢果
또 범지가 있었으니, 성은 바사타(婆私吒)였는데, 그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열반이 항상하다고 말하는가?”
038_1066_b_16L復有梵志姓婆私咤復作是言瞿曇所說涅槃常耶
“그러하오, 범지여.”
如是梵志
“구담이여, 번뇌가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하는 것이 아닌가요?”
038_1066_b_18L婆私咤言瞿曇將不說無煩惱爲涅槃耶
“그러하오, 범지여.”
038_1066_b_19L如是梵志
038_1066_c_01L“구담이여, 세상에서 네 가지를 없다고 이름합니다. 하나는 아직 나오지 아니한 법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질그릇이 흙반죽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를 질그릇이 없다 하는 것과 같고, 둘은 이미 멸한 법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병이 깨어진 후를 병이 없다 하는 것과 같고, 셋은 다른 모양이 서로 없는 것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소에게는 말이 없고 말에게는소가 없는 것 등과 같은 것이요, 넷은 끝까지 없는 것을 없다고 하나니, 마치 거북의 털, 토끼의 뿔 등과 같은 것이다. 구담이여, 만일 번뇌를 없애 버린 것을 열반이라 한다면 열반이 곧 없는 것이니, 만일 없다면 어떻게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 있다고 하겠는가?”
038_1066_b_20L婆私咤言瞿曇世閒四種名之爲無一者未出之法‚名之爲無‚如甁未出埿時名爲無甁二者已滅之法‚名之爲無‚如甁壞已名爲無甁三者異相互無‚名之爲無‚如牛中無馬中無牛四者畢竟無故‚名之爲無‚如龜毛兔角瞿曇若以除煩惱已名涅槃者涅槃卽無若是無者云何言有我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열반은 먼저 없었던 것이 흙반죽 때의 질그릇과 같지 않고, 멸하여 없어진 것이 병이 깨어진 때와 같지도 않고, 끝까지 없는 것이 거북의 털, 토끼의 뿔과도 같지 않고, 다른 모양이 서로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소에게는 말이 없거니와 소까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말에게는 소가 없거니와 말까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느니라. 열반도 그와 같아서 번뇌 가운데는 열반이 없고 열반 가운데는 번뇌가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다른 모양이 서로 없다고 이름하느니라.”
038_1066_c_05L佛言善男子如是涅槃非是先無‚同埿時甁‚亦非滅無同甁壞無‚亦非畢竟無如龜毛兔角同於異無善男子如汝所言雖牛中無馬不可說言牛亦是無‚雖馬中無牛亦不可說馬亦是無涅槃亦爾‚煩惱中無涅槃涅槃中無煩惱‚是故名爲異相互無
바사타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다른 모양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한다면, 다른 모양이 없으니까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도 없을 것이거늘, 구담이여, 어떻게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겠는가?”
038_1066_c_12L婆私咤言瞿曇若以異無爲涅槃者夫異無者無常瞿曇云何說言涅槃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는 다른 모양이 없다는 데는, 세 가지 없음이 있느니라. 소나 말은 다 먼저는 없다가 뒤에 있는 것이니 이것은 먼저 없다고 이름하며, 이미 있다가 도로 없어지는 것은 깨어져서 없다고 이름하며, 다른 모양이 없다는 것은 그대가 말한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세 가지 없음이 열반 가운데는 없나니, 그러므로 열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니라. 마치 세상에서 병난 사람이 하나는 열병이요, 둘은 풍병이요, 셋은 냉병이라면, 이 세 가지 병은 세 가지 약으로 다스리는 것과 같으니라. 열병 앓는 이는 소(蘇)로 다스리고, 풍병은 기름으로 다스리고, 냉병은 꿀로 다스리나니, 이 세 가지 약으로 세 가지 나쁜 병을 다스리느니라.
038_1066_c_15L佛言善男子如汝所說異無者有三種無牛馬悉是先無後是名先無已有還無是名壞無相無者如汝所說善男子是三種無涅槃中無‚是故涅槃常如世病人一者熱病二者風病三者冷病是三種病三藥能治有熱病者蘇能治之有風病者油能治之有冷病者蜜能治之是三種藥能治如是三種惡病
038_1067_a_01L선남자여, 풍병에는 기름이 없고, 기름에는 풍병이 없으며, 나아가꿀에는 냉병이 없고, 냉병에는 꿀이 없나니, 그러므로 능히 다스리느니라. 모든 중생도 이와 같아서 세 가지 병이 있으니, 하나는 탐욕이요, 둘은 성내는 것이요, 셋은 어리석음이니라. 이 세 가지 병에도 세 가지 약이 있나니, 부정관(不淨觀)은 탐욕에 약이 되고, 자심관(慈心觀)은 성내는 데 약이 되고, 인연을 관찰하는 지혜는 어리석은 데 약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탐욕을 없애기 위해서는 탐욕이 아닌 관찰[非貪觀]을 하고, 성내는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성내지 않는 관찰[非瞋觀]을 하고, 어리석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리석지 않은 관찰[非癡觀]을 하느니라. 세 가지 병 가운데는 세 가지 약이 없고, 세 가지 약 가운데는 세 가지 병이 없나니, 선남자여, 세 가지 병 가운데는 세 가지 약이 없으므로 항상함이 없고 내가 없고 즐거움이 없고 깨끗함이 없거니와, 세 가지 약 가운데는 세 가지 병이 없으므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일컫는 것이니라.”
038_1067_a_01L善男子風中無油油中無風‚乃至蜜中無冷冷中無蜜‚是故能治切衆生亦復如是有三種病一者二者三者如是三病‚有三種藥不淨觀者能爲貪藥慈心觀者能爲瞋藥觀因緣智能爲癡藥善男子除貪故作非貪觀爲除瞋故作非瞋爲除癡故作非癡觀三種病中無三種藥三種藥中無三種病善男子三種病中無三藥‚故無常無我無樂無淨三種藥中無三種病‚是故得稱
바사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저를 위하여 항상함과 무상함을 말씀하시니, 무엇을 항상하다 하고, 무엇을 무상하다 하나이까?”
038_1067_a_12L婆私咤言世尊如來爲我說常無常‚云何爲常云何無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색은 무상하고 해탈의 색은 항상하며, 나아가 식은 무상하고 해탈의 식은 항상하니라. 선남자여,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색이 무상하며, 나아가 식이 무상한 줄을 관찰하면, 이 사람은 항상한 법을 얻을 것이니라.”
038_1067_a_13L佛言善男子色是無常解脫色常乃至識是無常解脫識常善男子若有善男善女人能觀色乃至識是無常者當知是人獲得常法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항상하고 무상한 법을 알았나이다.”
038_1067_a_17L婆私咤言世尊我今已知常無常法
“선남자여, 그대는 항상한 법과 무상한 법을 어떻게 알았는가?”
038_1067_a_18L佛言善男子云何知常無常法
“세존이시여, 지금 저의 색은 무상하고, 해탈을 얻는 것이 항상함을 알았사오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나이다.”
038_1067_a_19L婆私咤言世尊今知我色是無常得解脫常乃至識亦如是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잘 되었으니, 이미 이 몸에 과보를 얻었느니라.”
038_1067_a_21L佛言善男子汝今善哉已報是身
부처님께서 교진여에게 말씀하셨다.
“이 바사타가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니, 너는 3의(衣)와 발우를 주어라.”
038_1067_a_22L告憍陳如是婆私咤已證阿羅漢果‚汝可施其三衣鉢器
038_1067_b_01L교진여는 부처님의 명령에 따라 가사와 발우를 주었다.
바사타는 가사와 발우를 받고이렇게 말하였다.
“큰스님 교진여여, 제가 이제 추악한 몸으로 선한 과보를 얻었나이다. 원컨대 큰스님께서 저를 위하여 뜻을 굽히시고, 세존 계신 데 가서 저의 마음을 여쭈어 주십시오. 제가 나쁜 사람이 되어서 여래의 존엄을 모독하옵고 구담이란 성을 일컬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이 죄를 참회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저는 또 이 독한 몸을 오래 머물러 둘 수 없사오니, 이제 열반에 들겠나이다.”
038_1067_a_23L時憍陳如如佛所勅施其衣鉢時婆私咤受衣鉢已作如是言大德憍陳如我今因是弊惡之身得善果報‚唯願大德爲我屈意至世尊所具宣我心我旣惡人‚觸犯如來你瞿曇姓‚唯願爲我懺悔此罪我亦不能久住毒身今入涅槃
이때에 교진여는 부처님 계신 데 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사타 비구가 부끄러운 마음을 내고 스스로 말하기를 ‘무지하고 악한 놈이 되어서 여래의 존엄을 모독하옵고 구담이란 성을 일컬었노라’ 하오며, 이 독사 같은 몸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없어 지금 몸을 멸하겠다 하면서 저에게 의뢰하며 참회를 원하더이다.”
038_1067_b_06L時憍陳如卽往佛所作如是言世尊婆私咤比丘生慚愧心‚自言頑嚚觸犯如來你瞿曇姓‚不能久住是毒蛇今欲滅身‚寄我懺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진여여, 바사타 비구는 지난 세상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성취하였고, 이제 내 말을 듣고 법답게 머물렀으며, 법답게 머물렀으므로 바른 과를 얻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그의 몸에 공양하여라.”
038_1067_b_10L佛言憍陳如婆私咤比丘已於過去無量佛所成就善根‚今受我語如法而住如法住獲得正果‚汝等應當供養其身
이때에 교진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사타의 몸이 있는 데 와서 공양을 베풀었다. 바사타는 몸을 화장할 때에 가지가지 신통을 지었다. 외도들은 이것을 보고 외치며 말하였다.
“바사타가 이미 구담 사문의 주문하는 술법을 얻었으니, 이 사람이 오래지 않아서 구담보다 수승하리라.”
038_1067_b_13L憍陳如從佛聞已還其身所而設供養時婆私咤於焚身時作種種神足‚諸外道輩見是事已高聲唱言婆私咤已得瞿曇沙門呪術‚是人不久復當勝彼瞿曇沙門
이때에 대중 가운데 다시 한 범지가 있었으니, 이름이 선니(先尼)였다. 그가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我]가 있습니까?”
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038_1067_b_18L爾時衆中復有梵志名曰先尼‚復作是言瞿曇有我耶如來默然
“구담이여, 내가 없습니까?”
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038_1067_b_20L瞿曇我耶如來默然
두 번 세 번 이렇게 물었으나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셨다.
038_1067_b_21L第二第三亦如是問‚佛皆默然
선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온갖 중생이 내가 있다면, 모든 곳에 두루하였을 것이며, 하나일 것이며, 짓는 이일 것이거늘, 구담이여, 무슨 연고로 잠자코 대답하지 않나이까?”
038_1067_b_22L先尼言瞿曇若一切衆生有我遍一切處‚是一作者瞿曇何故默然不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니여, 그대는 내가 모든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하는가?”
038_1067_c_01L佛言先尼汝說是我遍一切處耶
038_1067_c_01L“구담이여, 내가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지혜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038_1067_c_02L先尼答言瞿曇不但我說切智人亦如是說
“선남자여, 만일 나가 모든 곳에 두루하였다면, 마땅히 5도(道)에서 한꺼번에 과보를 받을 것이며, 만일 5도에서 한꺼번에 과보를 받는다면, 그대 범지들은 무슨 인연으로 나쁜 업을 짓지 아니함은 지옥을 막기 위함이요, 선한 법을 닦는 것은 천상의 몸을 받기 위함이라 하는가?”
038_1067_c_03L佛言善男子若我周遍一切處者應當五道一時受報若有五道一時受報汝等梵志何因緣故‚不造衆惡爲遮地獄‚修諸善法爲受天身
“구담이여, 우리의 법 가운데는 두 가지 내가 있으니, 하나는 짓는 몸인 나[作身我]요, 다른 하나는 항상한 몸인 나[常身我]요, 짓는 몸인 나를 위하여는 악을 여의는 법을 닦아서 지옥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선한 법을 닦아서 천상에 나는 것이오.”
038_1067_c_07L先尼言瞿曇我法中我‚則有二種作身我二者常身我爲作身我修離惡法‚不入地獄修諸善法生於天上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내가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 하거니와 이러한 내가 짓는 몸 가운데는 항상함이 없을 것이니, 만일 짓는 몸에 없다면 어떻게 두루하였다 하겠는가?”
038_1067_c_10L佛言善男子如汝說我遍一切處如是我者若作身中當知無常‚若作身無云何言遍
“구담이여, 내가 세우는 나는 짓는 몸 가운데 있으면서도 역시 항상한 법이오. 구담이여, 어떤 사람이 실수로 불을 내어 집이 탈 때에 주인이 나갔다 하면, 집이 탈 때에 주인도 탔다고 말하지 아니할지니, 나라는 법도 그와 같아서 이 짓는 몸이 비록 무상하지만 무상할 때에는 나는 나간 것이니, 그러므로 우리의 나는 두루하기도 하고 항상하기도 한 것이오.”
038_1067_c_12L瞿曇我所立亦在作中亦是常法瞿曇如人失火燒舍宅時其主出去不可說言舍宅被燒主亦被燒我法亦爾而此作身雖是無常當無常時我則出去‚是故我我亦遍亦常
038_1068_a_01L“선남자여, 그대의 말에 내가 두루하기도 하고 항상하기도 하다는 말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두루함이 두 가지니, 하나는 항상함이요 하나는 무상함이며, 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색이요 하나는 무색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온갖 것에 있다면,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며, 색이기도 하고 무색이기도 할 것이며, 만일 집 주인이 나갔으므로 무상하다고 이름하지 않는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집은 주인이라 이름하지 않고 주인은 집이라 이름하지 아니하여 타는 것이 다르고 나가는 것이 다르므로 그러할 수가 있거니와, 나는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내가 곧 색이요, 색이 곧 나이며,무색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무색이거늘, 어떻게 색이 무상할 때에 내가 나갔다고 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다 같이 한 나’라면, 이것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어기는 것이니, 왜냐 하면 세간법으로는 아비ㆍ어미ㆍ아들ㆍ딸이라 하나니, 만일 내가 하나라면, 아비가 곧 아들이요, 아들이 곧 아비일 것이며, 어미가 곧 딸이요, 딸이 곧 어미일 것이며, 원수가 곧 친한 이요, 친한 이가 곧 원수일 것이며, 이 사람이 곧 저 사람이요, 저 사람이 곧 이 사람일 것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모든 중생이 다 같이 한 나라면, 이것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어긴다 하느니라.”
038_1067_c_17L佛言善男子如汝說我亦遍亦常‚是義不然何以故有二種一者二者無常復有二種一色二無色是故若言一切有者亦常亦無常亦色亦無色‚若言舍主得出不名無常‚是義不然何以故舍不名主主不名舍‚異燒異出故得如是我則不爾何以故我卽是色色卽是我‚無色卽我我卽無色‚云何而言色無常時我則得出善男子汝意若謂一切衆生同一我者如是卽違世出世法何以故世閒法名父母子女我是一父卽是子子卽是父母卽是女卽是母怨卽是親親卽是怨卽是彼彼卽是此是故若說一切衆生同一我者是卽違背世出世法
선니가 말하였다.
“나도 모든 중생이 같이 한 나라고 말한 것이 아니요, 한 사람마다 한 내가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038_1068_a_09L尼言我亦不說一切衆生同於一我乃說一人各有一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한 사람마다 한 내가 있다면, 이것은 내가 여럿이니,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그대가 먼저 말하기를 ‘내가 온갖 것에 두루하였다’ 하였으니, 만일 온갖 것에 두루하다면 모든 중생의 업과 근이 같을 것이니, 천득(天得)이 볼 때에는 불득(佛得)도 볼 것이요, 천득이 지을 때에는 불득도 지을 것이며, 천득이 들을 때에는 불득도 들을 것이니, 온갖 법이 모두 그와 같으니라. 만일 천득이 보는 것을 불득이 보지 못한다면, 내가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할 수 없으며, 만일 두루하지 않았다면 그는 곧 무상하니라.”
038_1068_a_11L佛言善男子言一人各有一我是爲多我‚是義不何以故如汝先說我遍一切‚若遍一切一切衆生業根應同‚天得見時佛得亦見天得作時佛得亦作天得聞時佛得亦聞‚一切諸法皆亦如是若天得見‚非佛得見者不應說我遍一切處‚若不遍者是卽無常
“구담이여, 모든 중생의 나는 온갖 것에 두루하였고, 법과 법 아닌 것은 온갖 것에 두루하지 아니하였나니, 이런 뜻으로 불득의 지음이 다르고, 천득의 지음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구담이여, 불득이 보는 때에 천득도 보아야 하고, 불득이 들을 때에 천득도 들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 아니외다.”
038_1068_a_18L先尼言瞿曇一切衆生我遍一切法與非法不遍一切以是義故佛得作異天得作異是故瞿曇不應說言佛得見時天得應見佛得聞時天得應聞
“선남자여, 법과 법 아닌 것이 업으로 짓는 것이 아닌가?”
038_1068_a_22L佛言善男子法與非法非業作耶
“구담이여, 업으로 짓는 것입니다.”
038_1068_a_23L先尼言瞿曇是業所作
038_1068_b_01L“선남자여, 법과 법 아닌 것이업으로 짓는 것이라면, 곧 같은 법이거늘, 어찌하여 다르다 하겠는가. 왜냐 하면 불득의 업이 있는 데 천득의 내가 있고, 천득의 업이 있는 데 불득의 내가 있을 것이며, 그러므로 불득이 업을 지을 때에 천득도 지을 것이요, 법과 법 아닌 것도 마땅히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런 연고로 온갖 중생의 법과 법 아닌 것이 만일 그러하면, 얻는 과보도 다르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종자로부터 열매가 나지만 이 종자가 생각하고 분별하기를 ‘나는 다만 바라문의 과만 짓고, 찰리나 비사나 수타의 과는 짓지 않으리라’ 하지는 아니할 것이니, 왜냐 하면 종자에서 열매를 낼 때에 이러한 네 계급을 장애하지 아니하나니, 법과 법 아닌 것도 그와 같아 능히 분별하기를 ‘나는 다만 불득의 과만 짓고, 천득의 과는 짓지 않겠다거나, 천득의 과는 짓되 불득의 과는 짓지 아니하리라’ 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업이 평등한 연고니라.”
038_1068_b_01L佛言善男子若法非法是業作者卽是同法‚云何言異以故佛得業處有天得我‚天得業處有佛得我‚是故佛得作時天得亦作‚法與非法亦應如是善男子是故一切衆生法與非法若如是者所得果報亦應不異善男子從子出果是子終不思惟分別我唯當作婆羅門果不與剎利毘舍首陁而作果也何以從子出果終不障㝵如是四姓與非法亦復如是不能分別我唯當與佛得作果不與天得作果作天得果不作佛得果何以故業平等故
선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마치 한 방에 백천 개의 등불이 있다면, 심지는 비록 각각이나 광명은 차별이 없는 것과 같나니, 등잔과 심지가 각각인 것은 법과 법 아닌 데 비유하고, 광명이 차별 없는 것은 중생의 나에 비유하는 것이오.”
038_1068_b_13L尼言瞿曇譬如一室有百千燈炷雖有異明則無差‚燈炷別異喩法非法‚其明無差喩衆生
038_1068_c_01L“선남자여, 그대가 등의 광명으로 나에 비유함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방이 다르고 등이 다르니, 이 등의 광명이 심지에도 있고 방 안에도 두루하느니라. 그대가 말하는 내가 이와 같다면, 법과 법 아닌 데 모두 내가 있어야 하고, 나에도 법과 법 아닌 것이 있어야 하리라. 만일 법과 법 아닌 데에 내가 없다면, 온갖 곳에 두루하였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며, 만일 모두 있다면 어떻게 심지와 광명으로 비유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그대의 생각에 심지와 광명이 진실로 다르다고 한다면, 무슨 연고로 심지가 커지면 광명이 성하고, 심지가 마르면 광명이 꺼지는가. 그러므로법과 법 아닌 것으로 심지에 비유하고, 광명이 차별 없는 것으로 나에 비유하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법과 법 아닌 것과 나의 셋이 곧 하나인 연고니라.”
038_1068_b_16L佛言善男子說燈明以喩我者是義不然何以故室異燈異是燈光明亦在炷邊亦遍室中汝所言我若如是者非法邊俱應有我‚我中亦應有法非法‚若法非法無有我者不得說言遍一切處‚若俱有者何得復以炷明爲喩善男汝意若謂炷之與明眞實別異因緣故炷增明盛炷枯明滅是故不應以法非法喩於燈炷‚光明無差喩於我也何以故非法三事卽一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당신이 인증(引證)하는 등불 비유는 불길한 것이오. 왜냐 하면 등불 비유가 길하다면 내가 먼저 끌어 온 것이요, 만일 불길하다면 어찌하여 다시 말하는가?”
038_1068_c_03L尼言瞿曇汝引燈喩‚是事不吉何以燈喩若吉我已先引如其不吉故復說
“선남자여, 내가 인증하는 비유는, 길하고 불길함과 관계된 것이 전혀 아니고, 그대의 뜻을 따라 말하는 것이니라. 이 비유는 심지를 여의고 광명이 있다 할 수도 있고, 심지에 즉(卽)하여 광명이 있다 말할 수도 있건만 그대의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여서 심지로는 법과 법 아닌 데 비유하였고, 광명으로는 나에 비유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를 책망하되 ‘심지가 곧 광명이냐, 심지를 여의고 광명이 있느냐, 법이 곧 나이냐, 내가 곧 법이냐, 법 아닌 것이 곧 나이냐, 내가 곧 법 아닌 것이냐’ 하는 것인데, 그대는 무슨 이유로 한쪽만을 인정하고 한쪽은 인정하지 않는가. 이런 비유는 그대에게 불길한 것이므로, 내가 도로 그대에게 가르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런 비유는 잘못된 비유니, 잘못된 비유이므로, 내게는 길하고 그대에게는 불길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게 불길하면 당신에게도 불길하리라’ 한다면, 그 이치가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세상 사람이 자기의 칼로 자기를 해하여 자기의 짓는 일이 남에게 소용됨을 보나니, 그대가 끌어 온 비유도 그와 같아서 내게는 길하지만 그대에게는 불길하니라.”
038_1068_c_06L善男子我所引喩都亦不作吉以不吉隨汝意說是喩亦說離炷有明卽炷有明汝心不等‚故說燈炷‚喩法非法‚明則喩我是故責汝炷卽是明離炷有明‚法卽有我我卽有法‚非法卽我我卽非法汝今何故但受一邊不受一邊如是喩者‚於汝不吉‚是故我今還以教汝善男子如是喩者‚卽是非喩是非喩故於我卽吉汝不吉善男子汝意若謂若我不吉汝亦不吉‚是義不然何以故見世間人自刀自害自作他用‚汝所引喩亦復如是於我則吉於汝不吉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당신이 먼저는 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책망하더니, 지금 당신이 말하는 것도 평등하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구담이여, 지금 길한 것은 자기에게 돌리고 불길한 것은 내게 돌리니, 이것으로 미루어보면 진실로 평등하지 못합니다.”
038_1068_c_18L先尼言瞿曇汝先責我心不平等‚今汝所說亦不平等何以故瞿曇今者以吉向不吉向我‚以是推之眞是不平
038_1069_a_01L“선남자여, 나의 불평등으로 그대의 불평등을 깨뜨리나니, 그러므로 그대의 평등과 나의 불평등이 모두 길한 것이니라. 나의 불평등으로 그대의 불평등을 깨뜨려서 그대로 하여금 평등을 얻게 함이 곧 나의 평등이니,왜냐 하면 여러 성인들과 같이 평등을 얻는 연고니라.”
038_1068_c_21L善男子如我不平能破汝不平‚是故汝平‚我之不平卽是吉也我之不平‚破汝不平令汝得平‚卽是我平以故同諸聖人得平等故
“구담이여, 나는 항상 평등하거늘, 당신은 어찌하여 나의 불평등을 깨뜨린다 하는가?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내가 있거늘, 어찌하여 내가 평등하지 않다 하는가?”
038_1069_a_02L先尼言我常是平汝云何言壞我不平切衆生平等有我‚云何言我是不平
“선남자여, 그대도 말하기를 ‘마땅히 지옥을 받고, 마땅히 아귀를 받고, 마땅히 축생을 받고, 마땅히 인간과 천상을 받는다’ 하였으니, 내가 먼저 5도에 두루하였다면, 어찌하여 마땅히 모든 갈래를 받으라고 말하는가. 그대도 말하기를 ‘부모가 화합하여 아들을 낳는다’ 하였으니, 만일 아들이 먼저부터 있었다면 어찌하여 화합한 뒤에야 있다 하는가.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 다섯 갈래의 몸이 있는 것이니, 만일 다섯 곳에 먼저부터 몸이 있었다면 무슨 인연으로 몸을 위하여 업을 짓겠는가. 그러므로 평등하지 못하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가 짓는 것[作者]이라’ 한다면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내가 짓는다면, 무슨 연고로 스스로 괴로운 일을 짓겠는가. 그러나 지금 중생들이 실로 괴로움을 받는 터이니, 이런 연고로 내가 짓는 것이 아닌 줄을 알지니라. 만일 말하기를 ‘이 괴로움은 내가 짓는 것이 아니요, 인으로부터 나지도 않는다’ 하면, 온갖 법이 모두 그러하여, 인으로부터 나지 아니하리니, 무슨 인연으로 내가 짓는다 하겠는가.
038_1069_a_05L善男子汝亦說言當受地獄當受餓鬼當受畜生當受人天我若先遍五道中者云何方言當受諸趣汝亦說言父母和合然後生子若子先有云何復言和合已有是故一人有五趣身若是五處先有身者何因緣故‚爲身造業是故不平善男子汝意若謂我是作者是義不然何以故若我作者何因緣故自作苦事然今衆生實有受苦‚是故當知我非作者若言是苦非我所作‚不從因生‚一切諸法亦當如是不從因生何因緣故說我作耶
선남자여, 중생의 괴로움과 즐거움은 실로 인연으로 말미암는 것이며, 이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은 능히 근심과 기쁨을 지어서 근심할 때에는 기쁨이 없고 기쁠 때에는 근심이 없으며, 혹은 기뻐하고 혹은 근심하나니, 지혜 있는 사람이야 어떻게 이것을 항상하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내가 항상하다’ 하거니와, 만일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열 가지 시절의 다름이 있겠는가. 항상한 법이라면, 가라라 시절로부터 늙은 시절까지가 있지 아니할 것이며, 허공은 항상한 법이므로 한 때도 없는데, 하물며 열 시절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가라라 시절도 아니고, 나아가 늙은 시절도 아니거늘, 어찌하여 열 시절의 차별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038_1069_a_17L善男子衆生苦樂實從因緣‚如是苦樂能作憂喜‚憂時無喜喜時無憂‚或喜或憂‚智人云何說是常耶男子汝說我常‚若是常者云何說有十時別異常法不應有歌羅邏時乃至老時‚虛空常法尚無一時況有十善男子我者非是歌羅邏時乃至老時‚云何說有十時別異
038_1069_b_01L선남자여, 만일내가 짓는 것이라면, 이 내가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있고, 중생도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있으니, 만일 내가 그렇다면, 어떻게 항상하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내가 만일 짓는 것이라면, 어째서 한 사람에게 영리하고 둔함이 있는가. 선남자여, 내가 만일 짓는 것이라면, 이 내가 능히 몸으로 짓는 업과 입으로 짓는 업과 뜻으로 짓는 업을 짓나니, 만일 이런 것이 내가 짓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입으로 내가 없다고 말하겠는가. 어찌하여 스스로 있느냐 없느냐를 의심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눈을 여의고 봄이 있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눈을 여의고 따로 보는 것이 있다면, 왜 눈을 필요로 하는가. 나아가 몸도 그와 같으니라. 그대의 생각에 ‘내가 능히 본다’고 하지만 반드시 눈으로 인하여 본다면, 그것도 그렇지 아니하니, 무슨 까닭이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수만나꽃[須曼那花]이 큰 마을을 태운다 하고, 어떻게 태우느냐 하면 불을 일으켜 태운다 하는 것같이, 그대가 말하는 내가 본다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038_1069_b_01L善男子我作者是我亦有盛時衰時衆生亦有盛時衰時若我爾者云何是常男子我若作者云何一人有利有鈍善男子我若作者是我能作身業意業若是我所作者云何口說無有我耶云何自疑有耶無耶善男子汝意若謂離眼有見是義不然何以若離眼已別有見者何須此眼至身根亦復如是汝意若謂我雖能見‚要因眼見是亦不然何以故如有人言須曼那花能燒大村云何能燒因火能燒汝立我見亦復如是
“구담이여, 마치 사람이 낫을 들고 풀을 베는 것처럼, 내가 5근(根)으로 인하여 보고 듣고, 나아가 닿이는 것도 그와 같나이다.”
038_1069_b_13L先尼瞿曇如人執鐮‚則能刈草我因五根見聞‚至觸亦復如是
038_1069_c_01L“선남자여, 사람과 낫은 각각 다르므로 낫을 들고 작용할 수 있지만 근을 여의고는 따로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근으로 인하여 작용함이 있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낫으로 풀을 베듯이 나도 그와 같다’ 하면, 이 내가 손이 있느냐, 손이 없느냐. 만일 손이 있다면, 어째서 제가 들지 못하느냐. 만일 손이 없다면 어떻게 내가 짓는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능히 풀을 베는 것은 곧 낫이고, 나도 아니며 사람도 아니니라. 만일 나나 사람이 능히 벤다면, 어찌하여 낫을 필요로 하는가. 선남자여, 사람에게 두 가지 업이 있으니, 하나는 풀을 잡고, 하나는 낫을 드나니, 이 낫은 능히 끊는 공만 있느니라. 중생이 법을 보는 것도그와 같아서 눈이 능히 빛을 보는 것은 화합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니, 만일 인연이 화합함으로 인하여 본다면, 지혜 있는 사람이야 어찌 내가 있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가 생각하기를, ‘몸이 짓고 내가 받는다’ 하면,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이 세상에서 천득이 업을 짓고 불득이 과보를 받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말하기를, 몸으로 짓는 것이 아닌데, 나도 인이 아닌 것으로 받는다고 한다면, 그대들이 어찌하여 인연으로부터 해탈을 구하느냐. 그대의 몸이 인연이 아닌 것으로 났다면, 해탈을 얻고 나서도 역시 인연이 아닌 것으로 다시 몸이 나야 할 것이며, 몸과 같아서 모든 번뇌도 그와 같을 것이니라.”
038_1069_b_15L善男子人鐮各異‚是故執鐮能有所作離根之外‚更無別我‚云何說言我因諸根‚能有所作善男子汝意若謂執鐮能刈亦如是‚是我有手耶爲無手乎若有手者何不自執若無手者云何說言我是作者善男子能刈草者卽是鐮也‚非我非人‚若我人能何故因鐮男子人有二業‚一則執草二則執鐮是鐮唯有能斷之功‚衆生見法亦復如是眼能見色‚從和合生‚若從因緣和合見者智人云何說言有我善男汝意若謂身作我受是義不然以故世閒不見天得作業佛得受果‚若言不是身作我非因受汝等何故從於因緣求解脫耶汝先是身非因緣生得解脫已亦應非因而更生身‚如身一切煩惱亦應如是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앎이 있고, 또 하나는 앎이 없나이다. 앎이 없는 나는 능히 몸을 얻거니와, 앎이 있는 나는 능히 몸을 버리나니, 마치 날기와를 가마에 구우면 본 빛을 잃고, 다시는 생기지 아니하는 것과 같나니, 지혜 있는 이의 번뇌도 그와 같아서 한번 멸하고는 다시 생기지 않나이다.”
038_1069_c_09L先尼言我有二種一者有知二者無知知之我能得於身有知之我能捨離身‚猶如坏甁旣被燒已失於本色‚更不復生智者煩惱亦復如是‚旣滅壞更不復生
038_1070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안다고 하는 것은 지혜가 아는 것인가, 내가 아는 것인가. 만일 지혜가 아는 것이라면, 무슨 연고로 내가 아는 것이라고 말하며, 만일 내가 안다면 무슨 연고로 방편으로 지혜를 구하는가. 그대가 생각하기를, ‘내가 지혜로 인하여 안다’고 하면, 꽃이 태운다는 비유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찔레나무의 성질이 찌르는 것을, 나무가 가시를 잡고 찌른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나니, 지혜도 그와 같아서 지혜가 스스로 아는 것인데, 어떻게 내가 지혜를 가지고 안다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그대의 법에서는 내가 해탈을 얻는 것을 앎이 없는 내가 얻는다 하는가, 앎이 있는 내가 얻는다 하는가? 만일 앎이 없는 것이 얻는다면, 예전대로 번뇌를 구족하였을 것이요, 만일 앎이 있는 것이 얻는다면, 이미 5정(情)이 있을 것이니, 왜냐 하면 근을 떠나서는 따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근을 갖추었다면, 어떻게해탈을 얻었다 하겠는가? 만일 말하기를 ‘나의 성품이 청정하여 5근을 여의었다’ 한다면, 어찌하여 5도(道)에 두루하였다 하며, 무슨 인연으로 해탈하기 위하여 선한 법을 닦겠느냐? 선남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허공에서 가시를 뽑는다는 것처럼, 그대도 그러하니, 내가 만일 청정하다면, 어찌하여 번뇌를 끊는다고 말하는가. 그대가 또 생각하기를, ‘만일 인연을 반연하지 않고 해탈을 얻는다’ 하면, 모든 축생들은 어찌하여 얻지 못하느냐?”
038_1069_c_14L佛言善男子所言知者智能知耶我能知乎若智能知何故說言我是知耶若我知者何故方便更求於智汝意若謂我因智知‚同花喩壞善男子譬如刺樹‚性自能刺得說言樹執刺刺‚智亦如是智自能知‚云何說言我執智知善男子如汝法中‚我得解脫無知我得知我得耶若無知得當知猶故具足煩惱若知得者當知已有五情諸根何以故根之外別更無知若具諸根云何復名得解脫耶若言是我其性淸淨‚離於五根‚云何說言遍五道有以何因緣爲解脫故修諸善法善男子譬如有人拔虛空刺汝亦如是我若淸淨云何復言斷諸煩惱汝意若謂不從因緣獲得解脫一切畜生何故不得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능히 기억합니까?”
038_1070_a_07L先尼言瞿曇若無我者誰能憶念
부처님께서 선니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있다면, 무슨 인연으로 잊어버리는가. 선남자여, 만일 기억하는 것이 나라면, 무슨 인연으로 나쁜 생각을 기억하며, 기억하지 않을 것은 기억하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지 않는가?”
038_1070_a_08L告先尼若有我者何緣復忘善男子若念是我者何因緣故念於惡念‚念所不念不念所念
선니가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누가 보고 누가 듣나이까?”
038_1070_a_11L先尼復言瞿曇無我者誰見誰聞
038_1070_b_01L“선남자여, 안으로는 6입(入)이 있고, 밖으로는 6진(塵)이 있으며, 안과 밖이 화합하여 여섯 가지 식을 내나니, 이 여섯 가지 식이 인연으로 이름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다 같은 불이로되 나무로 인하여 생겼으면 장작불이라 하고, 짚으로 인하여 생겼으면 짚불이라 하고, 겨로 인하여 생겼으면 겻불이라 하고, 쇠똥으로 인하여 생겼으면 쇠똥불이라 하듯이, 중생의 알음알이도 그와 같아서 눈으로 인하고 빛으로 인하고 밝음으로 인하고 의욕(意欲)으로 인한 것은 안식(眼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안식은 눈에 있지도 않고, 나아가 의욕에 있지도 않고, 네 가지가 화합하여서 이 식이 생긴 것이며, 나아가 의식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인연이 화합하여서 지혜가 생겼으면, 마땅히 보는 것이 나라, 나아가 닿임이 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안식으로부터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이 다 환(幻)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환이라 하는가.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고, 이미 있다가도 도로 없어지는 연고니라.선남자여, 마치 소면(蘇麵)ㆍ밀강(蜜薑)ㆍ후추ㆍ필발(蓽茇)ㆍ포도ㆍ호도ㆍ석류ㆍ유자(桵子)가 화합하여 된 것을 환희환(歡喜丸)이라 하거니와, 이렇게 화합한 것을 여의고는 환희환이 없는 것처럼, 안팎 6입을 중생ㆍ나ㆍ사람ㆍ사내라 이름하나니, 이 안팎 6입을 여의고는 따로 중생이라, 나라, 남이라, 사내라 할 것이 없느니라.”
038_1070_a_12L佛言善男子內有六入‚外有六塵‚內外和合‚生六種識是六種識‚因緣得名善男子譬如一火‚因木得故名爲木火因草得故爲草火因糠得故名爲糠火因牛糞名牛糞火衆生意識亦復如是因色因明因欲名爲眼識善男子如是眼識不在眼中乃至欲中‚四事和合‚故生是識乃至意識亦復如是若是因緣和合故生‚智不應說見卽是我乃至觸卽是我善男子是故我說眼識乃至意識一切諸法卽是幻云何如幻本無今有已有還無男子譬如蘇胡椒蓽茇蒲萄胡桃石榴桵子如是和合‚名歡喜丸離是和合無歡喜丸內外六入‚是名衆生我人士夫離內外入無別衆生我人士夫
선니가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내가 없다면 어찌하여 말하기를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 내가 괴롭다, 내가 즐겁다, 내가 근심한다, 내가 기쁘다’ 하나이까?”
038_1070_b_06L先尼言瞿曇若無我者何說言我見我聞我苦我樂我憂
“선남자여, 만일 내가 보고 내가 듣는다고 해서 내가 있다고 한다면, 무슨 인연으로 세상에서 말하기를 ‘네가 짓는 죄를 나는 보지도 듣지도 않았다’ 하는가. 선남자여, 마치 네 가지 병사가 화합한 것을 군대라 이름하는 것과 같나니, 이 네 가지 병사를 하나라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하기를 ‘우리 군대가 용맹하다, 우리 군대가 이겼다’ 하나니, 안팎 입(入)이 화합하여 짓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하나가 아니지만 그래도 말하기를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 내가 괴롭다, 내가 즐겁다’ 하느니라.”
038_1070_b_08L佛言善男子若言我見我聞名有我者何因緣故‚世閒復言汝所作罪‚非我見聞善男子譬如四兵和合名如是四兵不名爲一而亦說言我軍勇健我軍勝彼‚是內外入和合所作亦復如是雖不是一亦得說言我我受我見我聞我苦我樂
“구담이여, 당신의 말과 같이 안팎이 화합하였다면, 누가 소리를 내어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고 말하나이까?”
038_1070_b_14L先尼言瞿曇如汝所言內外和合誰出聲言我作我受
038_1070_c_01L“선니여, 애와 무명의 인연으로 업이 생기고, 업으로부터 유(有)가 생기고, 유로부터 한량없는 심수(心數)가 생기고, 심수로부터 각관(覺觀)이 생기고, 각관이 풍(風)을 동하고, 풍이 마음을 따라서 인후[喉]와 혀와 이와 입술을 접촉하거든, 중생의 생각이 뒤바뀌어서 소리가 나는 것을 내가 짓는다, 내가 받는다, 내가 본다, 내가 듣는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짐대[幢] 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의 인연으로 소리를 낼 때에, 바람이 크면 소리가 크고 바람이 작으면 소리가 작지만 짓는 것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뜨거운 쇠를 물 속에 넣으면 여러 가지 소리가 나지만 그 가운데는 소리를 짓는 이가 없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범부들은 이런 일을 생각하고 분별하지 못하므로,내가 있고, 내 것이 있고,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고 말하느니라.”
038_1070_b_16L佛言先尼從愛無明因緣生業從業生有從有出生無量心數心生覺觀覺觀動風風隨心觸喉脣‚衆生想倒聲出‚說言我作我受我見我聞善男子如幢頭鈴‚風因緣故‚便出音聲‚風大聲大風小聲小‚無有作者善男子譬如熱鐵投之水中出種種聲‚是中眞實‚無有作者善男凡夫不能思惟分別如是事故言有我及有我所我作我受
“구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내가 없고, 내 것이 없다면, 무슨 연고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씀하시나이까?”
038_1070_c_02L先尼言如瞿曇說無我我所何緣復說常樂我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도 안팎 6입과 6식(識)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지 아니하였고, 안팎 6입으로 생긴 6식을 멸한 것이 항상하다 이름하고, 항상하므로 나라 이름하고, 항상하고 내가 있으므로 즐겁다 이름하고, 항상하고 나이고 즐거우므로 깨끗하다 이름한다고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중생들은 괴로움을 싫어하고, 괴로움의 인을 끊어서 자재하게 여의는 것을 나라 하거니와, 이런 인연으로 내가 지금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느니라.”
038_1070_c_04L佛言善男子我亦不說內外六入及六識意常樂我淨‚我乃宣說滅內外入所生六識名之爲常‚以是常名之爲我‚有常我故名之爲樂‚常我樂故名之爲淨善男子衆生厭苦斷是苦因自在遠離是名爲我以是因緣我今宣說常樂我淨
선니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대자대비로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어찌하오면 그러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겠나이까?”
038_1070_c_10L先尼言唯願大慈爲我宣說我當云何獲得如是常樂我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온갖 세간 사람들이 본래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큰 교만을 구족하고 교만을 증장하였으며, 또 교만한 인과 교만한 업을 지었으므로, 지금 교만의 과보를 받느라고, 모든 번뇌를 여의지 못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지 못하나니, 만일 모든 중생들이 온갖 번뇌를 멀리 여의려거든, 먼저 교만을 여의어야 하느니라.”
038_1070_c_12L佛言善男子一切世閒從本已來具足大慢能增長慢‚亦復造作慢因慢業‚是故今者受慢果報不能遠離一切煩惱得常樂我若諸衆生欲得遠離一切煩惱當離慢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진실로 성인의 가르침과 같사와 저는 먼저 교만이 있었나이다. 교만한 인연으로 여래를 일컬어 당신 구담이라 불렀사오나, 저는 이미 이런 교만을 여의었으므로, 정성된 마음으로 법을 구하옵나니, 어떻게 하오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을 얻겠나이까?”
038_1070_c_17L先尼言世尊如是如是誠如聖教‚我先有慢因慢因緣故‚稱如來你瞿曇姓我今已離如是大慢‚是故誠心啓請求法‚云何當得常樂我淨
“선남자여, 자세히 들으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능히 자기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중생도 아닌 이면, 이 법을 멀리 여의리라.”
038_1070_c_20L佛言善男子諦聽諦聽今當爲汝分別解說善男子若能非自非他非衆生者遠離是法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고 이해하여 바른 법 눈[正法眼]을 얻었나이다.”
038_1070_c_23L先尼言世尊我已知解‚得正法眼
038_1071_a_01L“선남자여, 너는 어떻게알고 이해하여 바른 법 눈을 얻었느냐?”
038_1071_a_01L佛言善男子汝云何知已解已得正法眼
“세존이시여, 말한 바 색이란 것이 자기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며, 나아가 식도 그와 같사오니, 저는 이렇게 관찰하고 바른 법 눈을 얻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출가하여 수도하기를 지극히 원하오니, 바라옵건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038_1071_a_02L世尊所言色者‚非自非他非諸衆生乃至識亦復如我如是觀得正法眼世尊我今甚樂出家修道願見聽許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라고 말씀하시니, 즉시에 청정한 범행을 구족하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038_1071_a_05L佛言善來比卽時具足淸淨梵行證阿羅漢果
외도들 중에 또 성(姓)이 가섭씨(迦葉氏)인 범지가 있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몸이 곧 수명인가,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른가?”
여래께서는 잠자코 계셨고,
038_1071_a_06L外道衆中復有梵志姓迦葉氏‚復作是言瞿曇身卽是命‚身異命異如來默然
두 번째 세 번째도 그와 같이 하셨다.
第二第三亦復如是
범지는 다시 말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몸을 버리고 아직 뒤의 몸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 그동안을 말하여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만일 다르다면, 구담은 어찌하여 잠자코 대답하지 않는가?”
038_1071_a_09L梵志復言瞿曇若人捨身未得後身於其中閒豈可不名身異命異若是異者瞿曇何故默然不答
“선남자여, 나는 말하기를 ‘몸과 수명은 모두 인연으로 있는 것이요, 인연 아닌 것이 아니라’ 하였노니, 몸이나 수명과 같아서 모든 법도 그와 같으니라.”
038_1071_a_12L善男子我說身命皆從因緣‚非不因緣‚如身命一切法亦如是
범지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제가 보건댄 세간에는 인연을 따르지 않는 법이 있더이다.”
038_1071_a_14L梵志復言瞿曇我見世閒有法不從因緣
“범지여, 그대는 세간의 어떤 법이 인연을 따르지 않는 것을 보았는가?”
038_1071_a_15L佛言梵志汝云何見世閒有法不從因緣
“저는 큰불이 나서 개암나무를 태울 때에 바람이 불면 불길이 끊어져서 다른 곳으로 날아감을 보았나니, 이런 것은 인연이 없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038_1071_a_16L梵志言我見大火焚燒榛木風吹絕焰墮在餘處‚是豈不名無因緣耶
“선남자여, 나는 이 불길도 인연으로부터 생긴 것이라 말하고, 인연이 없이 생겼다고 말하지 아니하노라.”
038_1071_a_18L佛言善男子我說是火亦從因生非不從因
“구담이여, 불길이 끊어져 갈 때에는, 섶이나 숯을 인하지 않았거늘, 어찌하여 인연을 인하였다 하겠는가?”
038_1071_a_19L梵志言瞿曇焰去時不因薪炭‚云何而言因於因
“선남자여, 비록 섶이나 숯은 없으나 바람을 인하여 날아간 것이니, 바람의 인연으로 불길이 꺼지지 않는 것이니라.”
038_1071_a_21L佛言善男子雖無薪炭‚因風而去風因緣故‚其焰不滅
“구담이여, 사람이 몸을 버리고 뒤의 몸을 얻지 못하였을 동안의 수명은, 무엇이 인연이 되나이까?”
038_1071_a_22L瞿曇若人捨身未得後身中閒壽命誰爲因緣
038_1071_b_01L“범지여, 무명과 애가 인연이 되나니, 무명과 애의두 가지 인연으로 수명이 머물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인연이 있으므로 몸이 곧 수명이요 수명이 곧 몸이며, 인연이 있으므로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니, 지혜 있는 이는 한결같이 말하여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 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038_1071_a_23L佛言梵志無明與愛而爲因緣‚是無明二因緣故壽命得住善男子有因緣身卽是命命卽是身‚有因緣故異命異‚智者不應一向而說身異命
범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분별하시고 해설하시어 인과 과를 분명히 알게 하시옵소서.”
038_1071_b_05L梵志言世尊唯願爲我分別解說令我了了得知因果
“범지여, 인(因)도 5음(陰)이요, 과(果)도 5음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불을 사르지 아니하면 연기가 없느니라.”
038_1071_b_06L佛言梵志因卽五陰果亦五陰善男子若有衆生不然火者是則無煙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알았으며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038_1071_b_08L梵志言世尊我已知已我已解已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알았으며 어떻게 이해하였는가?”
038_1071_b_09L佛言善男子汝云何云何解
“세존이시여, 불은 곧 번뇌인지라, 지옥ㆍ아귀ㆍ축생ㆍ인간ㆍ천상을 사르는 것이오며, 연기는 곧 번뇌의 과보인지라, 무상하고 부정하고 냄새가 더러워서 미운 것이오매 연기라 하나이다. 만일 중생이 번뇌를 짓지 아니하면 이 사람은 번뇌의 과보가 없을 것이오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불을 사르지 아니하면 연기가 없다’ 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바르게 보았사오니, 원컨대 대자대비로 제가 출가함을 허락하옵소서.”
038_1071_b_10L世尊火卽煩惱能於地餓鬼畜生天燒然煙者卽是煩惱果報‚無常不淨‚臭穢可惡‚是故名若有衆生不作煩惱是人則無煩惱果報‚是故如來說不然火‚則無有世尊我已正見‚唯願慈矜聽我出
이때에 세존께서는 교진여에게 분부하셨다.
“‘이 범지가 출가하여 계를 받음을 허락하노라.”
038_1071_b_16L爾時世尊告憍陳如聽是梵志出家受戒
교진여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대중을 모으고 그로 하여금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하였더니, 닷새를 지나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038_1071_b_17L時憍陳如受佛勅已和合衆僧‚聽其出家‚受具足戒經五日已‚得阿羅漢果
038_1071_c_01L다시 범지 중에 부나(富那)라는 범지가 있어 이렇게 말했다.
“구담이여, 당신은 세간에 항상한 법을 보고 항상하다고 말하였는가? 그런 이치가 진실한가 헛된가, 항상한가 무상한가,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한가,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닌가, 가[邊]가 있는가 가가 없는가, 가가 있기도 하고 가가 없기도 한가, 가가 있음도 아니고 가가 없음도 아닌가, 몸인가 수명인가,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른가, 여래가 멸도한 후에는 여여히 가는가[如去],여여히 가지 않는가[不如去], 여여히 가기도 하고 여여히 가지 않기도 하는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닌가?”
038_1071_b_19L外道衆中復有梵志名曰富那復作是言瞿曇汝見世閒是常法已說言常耶如是義者‚實耶虛耶無常亦常無常非常非無常‚有邊無邊亦有邊亦無邊非有邊非無邊‚是身是命身異命異‚如來滅後如去不如去亦如去不如去非如去非不如去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나여, 세간의 항상함이 헛되다, 진실하다, 항상하다, 무상하다,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항상함도 아니고 무상함도 아니다, 가가 있다 가가 없다, 가가 있기도 하고 가가 없기도 하다, 가가 있음도 아니고 가가 없음도 아니다, 몸이다 수명이다, 몸이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 여래가 멸도한 후에 여여히 간다 여여히 가지 않는다, 여여히 가기도 하고 여여히 가지 않기도 한다,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고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038_1071_c_03L佛言富那我不說世閒常實‚無常亦常無常非常非無常‚有邊無亦有邊無邊非有邊非無邊‚是身是命身異命異‚如來滅後如去不如亦如去不如去非如去非不如去
부나는 또 말하였다.
“구담이여, 지금에 무슨 허물을 보고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038_1071_c_07L富那復言瞿曇今者見何罪過不作是說
“부나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세간이 항상하니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허망한 말이다’ 한다면, 이것은 소견이라 하고, 소견으로 보는 곳은 견의 행[見行]이라 하고, 견의 업이라 하고 견의 집착이라 하고, 견의 속박이라 하고, 견의 괴로움이라 하고, 견의 취[見取]라 하고, 견의 공포[見怖]라 하고, 견의 열[見熱]이라 하고, 견의 얽힘이라 하느니라. 부나여, 범부는 견의 얽힘이 되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여의지 못하고, 6취(趣)로 돌아다니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며, 나아가 여여히 감도 아니고 여여히 가지 않음도 아니라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부나여, 나는 소견이 이러한 허물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집착하지 않고 사람에게 말하지 아니하노라.”
038_1071_c_09L佛言富那若有人說世閒是常唯此爲實餘妄語者是名爲見見所見處是名見行是名見業是名見著是名見縛是名見苦是名見取是名見怖是名見熱是名見纏富那凡夫之人爲見所纏不能遠離生老病死迴流六趣‚受無量苦‚乃至非如去不如去亦復如是富那我見是見有如是過‚是故不著‚不爲人說
“구담이여, 만일 이러한 허물을 보고 집착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무엇을 보고 무엇에 집착하고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038_1071_c_17L瞿曇見如是罪過不著不說瞿曇今者何何著何所宣說
“선남자여, 보고 집착함은 나고 죽는 법이라 하나니, 여래는 나고 죽는 법을 이미 여의었으므로 집착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능히 본다, 능히 말한다 이름하고, 집착한다 이름하지 않느니라.”
038_1071_c_19L佛言善男子夫見著者‚名生死法‚如來已離生死法故‚是故不著善男子如來名爲能見能不名爲著
“구담이여, 어떤 것을 능히 본다 하고, 어떤 것을 능히 말한다 하는가?”
038_1071_c_22L瞿曇云何能見云何能
038_1072_a_01L“선남자여, 나는 고ㆍ집ㆍ멸ㆍ도를 능히 보았고, 이러한 4제를 능히 분별하여 해설하느니라. 나는 이런 것을 보았으므로모든 소견과 모든 애와 모든 흐름[流]과 모든 교만을 멀리 여의었나니, 그러므로 나는 청정한 범행과 위없이 고요함을 갖추어 항상한 몸을 얻었으며, 이 몸은 동ㆍ서ㆍ남ㆍ북이 아니니라.”
038_1071_c_23L佛言善男子我能明見苦分別宣說如是四諦我見如是‚故能遠離一切見一切愛一切流一切慢是故我具淸淨梵行無上寂靜獲得常身‚是身亦非東西南北
“구담이여, 무슨 인연으로 항상한 몸은 동ㆍ서ㆍ남ㆍ북이 아니라 하나이까?
038_1072_a_04L富那言何因緣故‚常身非是東西南北
“선남자여,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그대의 마음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남자여, 그대 앞에서 불더미를 사른다면, 한창 탈 때 그대가 타는 줄을 아는가?”
038_1072_a_05L善男子我今問汝隨汝意答於意云何善男子如於汝前然大火聚其然時‚汝知然不
“그러하오, 구담이여.”
如是‚瞿曇
“불이 꺼질 때 그대가 꺼지는 줄을 아는가?”
038_1072_a_08L是火滅汝知滅不
“그러하오, 구담이여.”
如是瞿曇
“부나여, 만일 어떤 이가 묻기를 ‘그대 앞에서 불더미가 타는데, 그것은 어디서 왔으며, 꺼져서는 어디로 가는가’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038_1072_a_09L富那若有人汝前火聚‚然從何來滅何所至云何答
“구담이여, 그렇게 묻는 이가 있으면 나는 대답하기를 ‘이 불이 생길 때에는 모든 인연을 말미암았고, 본래의 인연이 이미 다하고 새 인연이 오지 아니하면 불이 꺼진다’고 하겠소.”
038_1072_a_11L瞿曇若有問者我當答言火生時‚賴於衆緣本緣已盡新緣未至‚是火則滅
“또 묻기를 ‘이 불이 꺼져서는 어느 방면에 이르는가’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038_1072_a_13L若復有問是火滅已何方面復云何答
“구담이여, 나는 대답하기를 ‘인연이 다하여서 꺼지는 것이므로 어느 방소에도 이르지 않는다’고 하리라.”
038_1072_a_14L瞿曇我當答言盡故滅不至方所
“선남자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만일 무상한 색으로부터 무상한 식에 이르기까지 있는 것은 애로 인하여 타는 것이니, 타는 것은 25유(有)를 받는 것이므로 탈 때에는 불의 동ㆍ서ㆍ남ㆍ북을 말할 수 있거니와, 현재의 애가 멸하면 25유의 과보가 타지 않나니, 타지 아니하므로 동ㆍ서ㆍ남ㆍ북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무상한 색으로부터 무상한 식에 이르기까지를 이미 멸하였으므로 몸이 항상하며, 몸이 항상하므로 동ㆍ서ㆍ남ㆍ북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038_1072_a_15L善男子如來亦爾若有無常色乃至無常識因愛故然‚然者卽受二十五有‚是故然時可說是火東西南北現在愛滅‚二十五有果報不然‚以不然故不可說有東西南北善男子如來已滅無常之色至無常識‚是故身常身若是常不得說有東西南北
부나는 말하였다.
“한 비유를 말하오리니 바라옵건대 들어 주옵소서.”
038_1072_a_22L富那言請說一喩‚唯願聽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일이다. 마음대로 말하여라.”
佛言善哉善哉隨意說之
038_1072_b_01L“세존이시여, 마치 큰 마을 앞에 사라나무숲이 있고 그 가운데 한 나무가 숲보다 먼저난 지 백 년이 넘었습니다. 그때에 숲 주인은 물을 주면서 철을 따라 가꾸었는데, 그 나무가 오래되어서 껍질과 가지와 잎은 다 떨어지고 굳은 고갱이만 남아 있습니다.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서 낡은 것은 모두 제하여 없어지고, 온갖 진실한 법만 남아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출가하여 수도하기를 진정으로 원하나이다.”
038_1072_a_23L世尊如大村外有娑羅林‚中有一樹‚先林而生足一百年是時林主灌之以水隨時修治其樹陳朽‚皮膚枝葉悉皆脫落唯貞實在如來亦爾所有陳故悉已除盡唯有一切眞實法在世尊我今甚樂出家修道
부처님께서 “잘 왔도다, 비구여” 하고 말씀하시니, 이 말을 마치자 곧 출가하여 번뇌가 다하였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038_1072_b_06L佛言善來比丘說是語已卽時出家漏盡證得阿羅漢果
大般涅槃經卷第三十五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