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월봉집(月峰集) / 月峯集卷之三

ABC_BJ_H0179_T_003

009_0036_c_02L
월봉집 제3권(月峯集 卷之三)
부賦
담 스님이 금강산에 가는 길을 전송하며(送湛師之金剛山)
送友人於楓岳        벗을 풍악산으로 보내니
春欲暮之良時        봄 저녁 무렵 좋은 때이네
飄一衲於雲外        바람 불어 구름 밖으로 장삼 날리고
杳高蹤兮難追        아득히 멀어져 가는 발걸음 쫓기 어렵네
輕世間之名利        세상 명리 가벼이 여기고
儘出類之男兒        출가 비구의 본분 다하려는 듯
訪道流於勝地        명승지에서 수행하는 무리 만나고
叅本分之明師        본분의 밝은 스승 참구하였네
得優遊於方外        방외에서 넉넉히 노닐다가
認此道而無爲        이 도를 알고서 무위하였고
徧山水而賞罷        산수 돌아다니되 감상에 젖지 않으며
早歸來而相隨        일찍 돌아와 서로 따랐네
揩汝師之背垢        네 스승의 등 때를 닦아 내고
原予夢之是非        내 꿈속의 시비 끄집어 내어
樹吾敎於像季        말세에 우리 가르침 심어
報佛恩之無涯        부처님의 끝없는 은혜 갚는구나
若如此而遊翫        이와 같이 노닐고 완상하니
豈惟我之稱奇        어찌 내가 기이하다 하지 않으리
生後五之末世        후오백년 말세에 태어나
㦖宗敎之懸絲        가는 실에 매달린 으뜸 가르침 안타까워
顧病客之心友        마음 벗의 병든 나그네 돌아보나니
捨吾師兮其誰        그 누군들 우리 스님을 잊겠소
깊은 곳에 은거하여 술회함(幽居述懷)
雙林秘於玉毫        부처님 쌍림에서 옥호 숨기고
兩楹夢於天縱        공자님 양영에서 마지막 꿈을 꾸니1)
時已降於末葉        시절은 이미 말세 되어
鬧是非於亂蜂        시비가 어지러이 일어나는구나
伊兩門之寂寞        저 유교와 불교의 적막함이여
由二徒之踈慵        두 문도의 게으름 때문이네
遐韻釋之廬岳        여산의 염불승 아득하고
遙道士之臨功        임공의 도사들은 멀리 있구나
據何地而講道        어디에 기대어 도를 강론할까
問無憑於中庸        물어보려 해도 중용에 의지할 바 없으니
哀吾生之窮困        이 세상의 곤궁함 애달프게 여기며
仰前師之考盤        지난날 스승의 고반2)을 우러러보노라

009_0036_c_02L月峯1) [1] 卷之三

009_0036_c_03L

009_0036_c_04L

009_0036_c_05L送湛師之金剛山

009_0036_c_06L
送友人於楓岳春欲暮之良時

009_0036_c_07L飄一衲於雲外杳高蹤兮難追

009_0036_c_08L輕世間之名利儘出類之男兒

009_0036_c_09L訪道流於勝地叅本分之明師

009_0036_c_10L得優遊於方外認此道而無爲

009_0036_c_11L徧山水而賞罷早歸來而相隨

009_0036_c_12L揩汝師之背垢原予夢之是非

009_0036_c_13L樹吾敎於像季報佛恩之無涯

009_0036_c_14L若如此而遊翫豈惟我之稱奇

009_0036_c_15L生後五之末世㦖宗敎之懸絲

009_0036_c_16L顧病客之心友捨吾師兮其誰

009_0036_c_17L幽居述懷

009_0036_c_18L
雙林秘於玉毫兩楹夢於天縱

009_0036_c_19L時已降於末葉鬧是非於亂蜂

009_0036_c_20L伊兩門之寂寞由二徒之踈慵

009_0036_c_21L遐韻釋之廬岳遙道士之臨功

009_0036_c_22L據何地而講道問無憑於中庸

009_0036_c_23L哀吾生之窮困仰前師之考盤

009_0036_c_24L「集」下底本有「賦」編者除之

009_0037_a_01L辭親戚而謝衆        친척을 이별하고 대중에게 물러나
捿幽山而隣熊        깊은 산에 머물며 곰을 이웃으로 삼으니
靑山爲之屛障        청산은 병풍이 되고
白雲爲之戶封        백운은 집 경계가 되도다
列崗巒之屹屹        늘어선 산과 구릉 우뚝우뚝
瀉石泉之淙淙        쏟아지는 석천수 졸졸졸졸
閑者而後樂此        한가로운 뒤에 이것을 즐기나니
復焉往而何求        다시 어디 가서 무엇을 구할까
疑般若而敬聽        반야를 궁금히 여겨 경청하고
訝法王而禮恭        법왕을 의아히 여겨 예경하며
覽吾佛之垂化        부처님 교화 드리움을 보고서
方便身兮無窮        방편의 몸이 무궁함을 알았노라
明鏡含於像色        색상 머금은 밝은 거울
秋月落於潭中        연못 속에 떨어진 가을 달
觀一法之妙理        한 법의 오묘한 도리 관찰하니
義無盡而重重        의미가 다함 없이 중중무진이로다
若長空之雲飛        긴 허공에 날아가는 구름처럼
似巨海之波動        큰 바다에 요동치는 파도처럼
念破衲之眞性        찢어진 장삼 속의 진실한 성품
信玄妙之難狀        실로 현묘하여 드러나기 어렵네
納太虛於方寸        태허를 마음에 받아들이고
藏法界於微躬        법계를 이 몸 속에 감추고 있으니
千日月兮一眼        천 개의 해와 달 한 눈에 있고
億乾坤兮片胷        억만 하늘과 땅 흉중에 있도다
佛法僧之三義        불ㆍ법ㆍ승의 세 가지 뜻
本無碍而圓融        본래 막힘 없이 원융하니
絶言語於名相        개념에서 언어의 길 끊어 내고
礭終始於生滅        생멸에서 처음과 끝 확정하네
靈光耀兮獨照        신령스런 빛 홀로 밝게 비추고
貫古今兮如昨        고금을 관통하여 어제 같아
非世俗之家法        세속의 가법 아니라
是衲子之門風        납자의 문풍이로다
非泛叅之草草        범범한 이들이 참구할 일 아니니
豈無智之怱怱        어찌 지혜 없이 서두른다고 되겠으며
詎無信之所業        어찌 믿음 없는 자의 업이 되겠는가
乃賢哲之鴻功        현철의 큰 공이 있어야 하리
非淺識之杜撰        얕은 지식의 형편없는 글이 아니라
實深智之本宗        실로 깊은 지혜의 근본 종취라서
非鈍機之穿鑿        둔한 근기들이 천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惟利根之能通        오직 예리한 근기만이 통할 수 있으리
應不難於擒虎        호랑이 잡는 것보다 어렵지 않고
亦可易於羅龍        용을 잡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만
惟深甚之至道        깊고 깊은 지극한 도는
歷千生而難逢        천 번의 생을 지내도 만나기 어렵도다
揮世椽而學問        세상 인연 벗어 놓고 배우고 묻고
捨軀命而做工        신명 걸고 공부하여라
若飜身而一擲        몸을 돌려 한 번 던진다면
金烏出於雲籠        금오가 구름 벗어나듯 하리라

009_0037_a_01L辭親戚而謝衆捿幽山而隣熊

009_0037_a_02L靑山爲之屛障白雲爲之戶封

009_0037_a_03L列崗巒之屹屹瀉石泉之淙淙

009_0037_a_04L閑者而後樂此復焉徃而何求

009_0037_a_05L疑般若而敬聽訝法王而禮恭

009_0037_a_06L覽吾佛之垂化方便身兮無窮

009_0037_a_07L明鏡含於像色秋月落於潭中

009_0037_a_08L觀一法之妙理義無盡而重重

009_0037_a_09L若長空之雲飛似巨海之波動

009_0037_a_10L念破衲之眞性信玄妙之難狀

009_0037_a_11L納太虛於方寸藏法界於微躬

009_0037_a_12L千日月兮一眼億乾坤兮片胷

009_0037_a_13L佛法僧之三義本無碍而圓融

009_0037_a_14L絕言語於名相礭終始於生滅

009_0037_a_15L靈光耀兮獨照貫古今兮如昨

009_0037_a_16L非世俗之家法是衲子之門風

009_0037_a_17L非泛叅之草草豈無智之怱怱

009_0037_a_18L詎無信之所業乃賢哲之鴻功

009_0037_a_19L非淺識之杜撰實深智之本宗

009_0037_a_20L非鈍機之穿鑿惟利根之能通

009_0037_a_21L應不難於擒虎亦可易於羅龍

009_0037_a_22L惟深甚之至道歷千生而難逢

009_0037_a_23L揮世1) [20] 而學問捨軀命而做工

009_0037_a_24L若飜身而一擲金烏出於雲籠

009_0037_b_01L八萬門兮洞闢        팔만 법문 훤히 통달할 것이요
百千案兮銷鎔        백천 공안을 녹일 것이오
入佛海而徹底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 밑바닥까지 뚫고
登祖嶺而透嵩        조사 고개에 올라 정상까지 투철하여라
深密密兮幽谷        깊고 은밀한 계곡까지
明歷歷兮晴穹        밝고 역력한 하늘까지
弄心釼於時時        순간순간 마음 검을 가지고 놀며
斷葛藤於靈鋒        신령스런 칼끝으로 갈등 잘라 버려라
旣深究而明察        깊이 연구하고 밝게 살폈거든
理何隱而不彰        이치 어찌 숨어 드러나지 않을까
戱佛祖於共域        부처와 조사 함께 장난치고
混凡聖於一宮        범부와 성인 한 궁전에 섞여 살 것이다
物物受於眞樂        사물마다 진정한 즐거움 받고
人人處於蓮叢        사람마다 연꽃 밭에 거처하면서
苟道德之不修        진실로 도덕 닦지 않으면
邪與魔兮交集        삿됨과 마군이 번갈아 모여들 것이다
同麽尼之蒙塵        마니주가 티끌 뒤집어쓴 것처럼
若蓮花之不着        연꽃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天不覆於大用        하늘은 대용을 덮지 못하고
鬼不覔於玄蹤        귀신은 현종을 찾지 못할 것이다
得風流而爽快        풍류를 얻으면 상쾌하고
壯意氣而英雄        씩씩한 의기 영웅이듯이
驚法語於凡聽        범부는 법어 듣고 놀라고
越義理於世情        세상 사람 의리를 넘어서도다
畫猫兒於龜筆        거북이 털붓으로 고양이를 그리고
射六賊於兎弓        토끼 활로 여섯 도적을 쏘는 것처럼3)
思黃蘗之吐舌        황벽 스님 혓바닥 빠진 것을 생각하고
憶百丈之耳聾        백장 스님 귀먹었던 것을 기억하라4)
非斯人之强爲        이 사람들의 강인함이 아니라
法如是之太崇        이와 같이 높은 뜻을 본받아야 하리니
世多欺於狂者        많은 사람들 미친 이에게 속으면서
人皆笑於癡憃        모두 어리석은 이를 비웃는구나
幾晦跡於土洞        그 몇이나 토굴에 자취를 숨겼고
久韜光於雲松        오래도록 구름 소나무에 빛을 감추었던가
學少林之杜默        소림의 말 없음을 배우고
效顔子之如愚        안연의 어리석은 듯함을 본받았나
等身世於寂滅        적멸하면 몸과 세상 평등하고
合心念於至公        지극히 공평하면 마음과 망념 합치되리니
賞秋空於葉落        낙엽에서 가을 하늘 감상하고
翫春臺於花紅        붉은 꽃에서 봄 산을 완미하라
雲作峯兮想夏        구름 봉우리 되거든 여름인 줄 알고
雪滿山兮認冬        눈이 산에 쌓이거든 겨울인 줄 알며
索一理於玄微        현미함에서 하나의 이치 찾으면서
察四時之推迭        사계절 바뀌는 것을 관찰하라
渴則飮於溪碧        목마르면 벽계수 마시고
困則倚於欄曲        피곤하면 굽은 난간에 기대어
或䭜飢於餐菊        국화 말아 요기하면서
幾策筇於藤薜        등나무 설나무 지팡이 몇 개나 짚었던가

009_0037_b_01L八萬門兮洞闢百千案兮銷鎔

009_0037_b_02L入佛海而徹底登祖嶺而透嵩

009_0037_b_03L深密密兮幽谷明歷歷兮晴穹

009_0037_b_04L弄心釼於時時斷葛藤於靈鋒

009_0037_b_05L旣深究而明察理何隱而不彰

009_0037_b_06L戱佛祖於共域混凢聖於一宮

009_0037_b_07L物物受於眞樂人人處於蓮叢

009_0037_b_08L苟道德之不修邪與魔兮交集

009_0037_b_09L同麽尼之蒙塵若蓮花之不着

009_0037_b_10L天不覆於大用鬼不覔於玄蹤

009_0037_b_11L得風流而爽快壯意氣而英雄

009_0037_b_12L驚法語於凢聽越義理於世情

009_0037_b_13L畫猫兒於龜筆射六賊於兎弓

009_0037_b_14L思黃蘗之吐舌憶百丈之耳聾

009_0037_b_15L非斯人之强爲法如是之太崇

009_0037_b_16L世多欺於狂者人皆笑於癡憃

009_0037_b_17L幾晦跡於土洞久韜光於雲松

009_0037_b_18L學少林之杜默效顏子之如愚

009_0037_b_19L等身世於寂滅合心念於至公

009_0037_b_20L賞秋空於葉落翫春臺於花紅

009_0037_b_21L雲作峯兮想夏雪滿山兮認冬

009_0037_b_22L索一理於玄微察四時之推迭

009_0037_b_23L渴則飮於溪碧困則倚於欄曲

009_0037_b_24L或䭜飢於餐菊幾策筇於藤薜

009_0037_c_01L臥羲皇之天地        복희씨의 천지에 누워
忘世間之甲乙        세상의 이런저런 일 잊고
內雖智而外愚        지혜롭지만 겉으로 어리석은 듯하니
孰察予之善惡        누가 나의 선악을 알겠는가
居悒悒而無解        근심 속에 머물면서도 내버려 두고
形與影兮相吊        형체와 그림자가 서로 조문하며
聊綴詞而言志        부족하나마 글을 엮어 뜻을 말하노니
寄烱戒於來世        내세에 훌륭한 경계가 되기를 바라오
풍악산으로 돌아가는 흠 선자에게 줌(贈欽禪子歸楓岳)
吾與爾而同住        나와 그대 함께 머문 지
幾年所於今日        오늘까지 몇 년이나 되었던가
情旣深於相師        정은 이미 스승보다 더 깊고
義亦重於講學        의리 또한 동학 그 누구보다 두터웠네
托密契於一室        방에서 비밀스럽게 계합하여
期去來之同囊        가고 옴을 함께하기로 기약하였더니
何初計之大誤        어쩌다 처음 약속 크게 어긋난 걸까
奄告別之匆匆        문득 이별을 바삐 고하고
振法服於舊山        옛 산에 법복 떨치며
飛短筇於楓岳        짧은 지팡이 짚고 풍악으로 가는구려
君之行兮我知        그대 가는 이유 나는 알고 있으니
要聞玄於風潭        풍담 스님에게 현묘함을 들으시오
意虛往而實歸        빈손으로 갔다가 채워서 올 것이니
勤着工於叅念        참선 염불 부지런히 공부하시오
回心光而返照        마음 빛을 돌려 비춘다면
察死生之理源        생사의 이치 근원을 살필 것이오
不願人之文言        남의 글귀나 말을 바라지 말고
修在我之眞性        나에게 있는 진성을 닦으시오
指佛海而涵泳        부처님 지혜바다 헤엄치다 보면
庶釋道之再昌        불법이 다시 창성하게 되리니
恒念玆而在玆        항상 이것만을 염하고 여기에 두어서
永服膺而勿忘        길이 마음에 새겨 잊지 마시오
세 번 주인공을 부르다(三喚主人公)
主人公主人公        주인공아! 주인공아!
做日用之工夫        날마다 사용하는 공부를 하시오
擧本叅之公案        근본 자리 공안 참구하되
提趙老之道無        조주 노인의 무無 자 화두를 제시하노니
着精彩而不昧        정신 줄 붙잡아 어둡지 말고
頻抖擻而不汚        자주자주 번뇌 털어서 오염되지 말며
睡魔來兮活弄        수마 이르거든 가지고 놀고
心猿擾兮跏趺        마음 어지럽거든 가부좌하시오
惺惺憶而學之        또렷또렷하게 기억하여 배우고
密密疑而逼乎        은밀하고 빽빽하게 의심하여 몰아쳐서
切不滯於空寂        절대로 공적에 막히지 말고
又不落於有區        또 유의 범주에도 떨어지지 마시오
穿鑿墮於鬼窟        천착하다 보면 귀신 굴에 떨어지고
計較涉於他途        견주다 보면 다른 길로 가게 되니

009_0037_c_01L臥羲皇之天地忘世間之甲乙

009_0037_c_02L內雖智而外愚孰察予之善惡

009_0037_c_03L居悒悒而無解形與影兮相吊

009_0037_c_04L聊綴詞而言志寄烱戒於來世

009_0037_c_05L贈欽禪子歸楓岳

009_0037_c_06L
吾與爾而同住幾年所於今日

009_0037_c_07L情旣深於相師義亦重於講學

009_0037_c_08L托密契於一室期去來之同囊

009_0037_c_09L何初計之大誤奄告別之匆匆

009_0037_c_10L振法服於舊山飛短筇於楓岳

009_0037_c_11L君之行兮我知要聞玄於風潭

009_0037_c_12L意虛徃而實歸勤着工於叅念

009_0037_c_13L回心光而返照察死生之理源

009_0037_c_14L不願人之文言修在我之眞性

009_0037_c_15L指佛海而涵泳庶釋道之再昌

009_0037_c_16L恒念玆而在玆永服膺而勿忘

009_0037_c_17L三喚主人公

009_0037_c_18L
主人公主人公做日用之工夫

009_0037_c_19L擧本叅之公案提趙老之道無

009_0037_c_20L着精彩而不昧頻抖擻而不汚

009_0037_c_21L睡魔來兮活弄心猿擾兮跏趺

009_0037_c_22L惺惺憶而學之密密疑而逼乎

009_0037_c_23L切不滯於空寂又不落於有區

009_0037_c_24L穿鑿墮於鬼窟計較涉於他途

009_0037_c_25L「椽」疑「緣」{編}

009_0038_a_01L覽徑山之揀語        경산 스님의 간어5)를 보고
須儆戒於無虞        근심 없음을 경계해야 하리
功極至於究竟        공부가 구경에 이르거든
半夜蜚於金烏        한밤중 금오 날아가리니
發菩提之心華        보리 마음 꽃피워서
蕩無明之雲衢        무명 구름을 씻어 내어라
徹千聖之至理        모든 성인의 지극한 이치 투철하여
窮萬法之玄樞        만법의 현묘한 근본을 궁구하면
廓十方而無閡        시방을 넓혀도 막힘이 없고
亘三世而不殊        삼세에 걸쳐도 다르지 않으리
主人公主人公        주인공아! 주인공아!
念火宅之馳驅        불난 집에서 내달리는 자신을 생각하고
望三聖之樂國        세 성인의 극락을 바라보고
厭四生之苦都        사생의 고통을 싫어하라
喜蓮臺之遊戱        연화대의 유희를 기대하고
慘地府之深誅        지옥의 처벌을 걱정하여
出愛河之沉溺        깊이 빠진 애욕의 강물에서 벗어나서
浴禪池而涵濡        선의 연못에 몸을 깊이 담그게나
哀衆生之苦苦        중생의 괴로운 고통 애달프게 여기고
羡諸佛之愉愉        모든 부처님의 온화함 부러워하여
預三乘之聖流        삼승 성인6)의 수행에 참여하고
違六師之邪徒        육사외도7) 삿된 무리 따르지 마소
揮般若之慧釼        반야의 지혜 검을 휘둘러
斷煩惱之根株        번뇌의 뿌리 밑동 자르시오
開自心之寶藏        자심의 보배 창고 열고
護衣內之神珠        옷 속의 신비한 구슬 보호하소
餐禪悅則飢止        선의 희열 맛보면 굶주림 그치고
飮甘露則氣蘇        감로주 마시면 기운 소생하리니
取眞如之法乳        진여의 법유를 취하여
煎一乘之醍醐        일승의 제호를 달이시오
絶六識之流逸        육식의 흘러 다님을 끊고
證三量而合符        삼량8)을 증득하여 하나 되며
行二利之軌則        자리와 이타의 길을 따라가서
考衆聖之典謨        뭇 성인들의 경전 말씀 고찰하소
主人公主人公        주인공아! 주인공아!
亮可痛兮嗟吁        아아! 진실로 고통스럽도다
无常促於刹那        무상은 찰나를 잡고
生死速於須臾        생사는 수유9)보다 빠르구나
勤攝念於時時        순간순간 부지런히 망념 거두어
責嬾懦於日日        날마다 나약함을 질책하시오
身自多於衰病        몸은 본디 쇠약하여 병이 많고
年已踰於桑楡        해마다 죽음으로 나아가는구나
長吟篇而無用        길게 시문을 음미하지만 아무 쓸모없고
每看經而何益        매번 경전을 보지만 아무 이익이 없네
見少壯而不畏        젊은 장정들 만나도 두려워 말고
遇權勢而無諛        권세 있는 사람 만나도 아첨하지 마시오
受他物而何喜        남의 물건 받은들 어찌 기쁘겠으며
慳己財而不敷        자기 재물 아낀들 충분하지 않으리니

009_0038_a_01L覽徑山之揀語須儆戒於無虞

009_0038_a_02L功極至於究竟半夜蜚於金烏

009_0038_a_03L發菩提之心華蕩無明之雲衢

009_0038_a_04L徹千聖之至理窮萬法之玄樞

009_0038_a_05L廓十方而無閡亘三世而不殊

009_0038_a_06L主人公主人公念火宅之馳驅

009_0038_a_07L望三聖之樂國厭四生之苦都

009_0038_a_08L喜蓮臺之遊戱慘地府之深誅

009_0038_a_09L出愛河之沉溺浴禪池而涵濡

009_0038_a_10L哀衆生之苦苦羡諸佛之愉愉

009_0038_a_11L預三乘之聖流違六師之邪徒

009_0038_a_12L揮般若之慧釼斷煩惱之根株

009_0038_a_13L開自心之寶藏護衣內之神珠

009_0038_a_14L餐禪悅則飢止飮甘露則氣蘇

009_0038_a_15L取眞如之法乳煎一乘之醍醐

009_0038_a_16L絕六識之流逸證三量而合符

009_0038_a_17L行二利之軌則考衆聖之典謨

009_0038_a_18L主人公主人公亮可痛兮嗟吁

009_0038_a_19L无常促於刹那生死速於須臾

009_0038_a_20L勤攝念於時時責嬾懦於日日

009_0038_a_21L身自多於衰病年已踰於桑楡

009_0038_a_22L長吟篇而無用每看經而何益

009_0038_a_23L見少壯而不畏遇權勢而無諛

009_0038_a_24L受他物而何喜慳己財而不敷

009_0038_b_01L等富貴於浮雲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기고
任出入於丹地        단지10)에 출입을 맡겨 두소
遵先佛之遺法        부처님 남기신 법 따르고
服老胡之乘敎        조사의 가르침 복종하며
匪道德其焉宅        도덕이 아니거든 머무르지 말며
乃仁義以爲家        인의로써 집을 삼아야 하리
歛無常之危心        무상한 위태로운 마음 거두어
勗諸內而不昧        내면에 힘써 어둡지 않아야 하오
苟叅念之得道        진실로 참선 염불하여 도를 얻는다면
雖不學而何愚        배우지 않아도 어찌 어리석겠소
聊綴詞而寓意        그저 말을 이어 뜻을 담아
遺烱戒於來者        후인들에게 밝은 경계 남기네
주인공이란(疑主人公)
主人公兮何者        주인공은 무엇인가
在這裡而髣髴        여기에 있지만 어렴풋하다
觀其體而體虛        그 몸체를 보면 텅 비어 있고
見其相而相絶        그 모습을 보면 끊어져 있으며
縱無形而無跡        형체도 없고 흔적도 없으니
誰敢當而敢遏        누가 감히 감당하여 막겠는가
大淸淨兮圓滿        크게 청정하면서 원만하고
廣無邊兮豁達        끝없이 넓으면서 활달하다
不滯機而自在        기틀에 막히지 않아 자재하고
不拘格而逈出        격식에 구애되지 않아 멀리 벗어났다
空不空兮鏡像        거울 속 모습처럼 비거나 비어 있지 않고
照不照兮潭月        연못의 달처럼 비추거나 비추지 않으며
散塵刹而不分        티끌세상에 흩어져도 나뉘지 않고
入纖芥而非撮        작은 겨자씨에 들어가도 작지 않다
每披露而秘藏        언제나 드러나 있으면서 비장되어 있고
常隱匿而現發        항상 은닉해 있으면서 드러나며
處萬變而不變        만 가지 변화에 있으면서 변하지 않고
在生滅而不滅        생멸하면서도 불멸하다
胡主人之偏異        어찌 주인이 한쪽으로 치우쳐
以善惡而待客        선과 악으로 객을 맞이하겠는가
遇堯舜而堯舜        요ㆍ순을 만나면 요ㆍ순이 되고
得桀紂而桀紂        걸ㆍ주를 만나면 걸ㆍ주가 되는 것을
孔聖然而孟賢        공자 같은 성인과 맹자 같은 현인도
跖盜曁而政暴        척11) 같은 도적과 정12) 같은 폭군도
孰能無乎是心        어느 누군들 이러한 마음이 없겠는가
各隨心之收放        각각 마음 따라 거두고 놓아 둘 뿐인 것을
即古古而即今        옛날의 옛날이 바로 지금이고
且雄雄而且屑        영웅의 영웅이 또한 범부이며
至淺近而至深        지극히 천근하면서도 지극히 깊고
太高勝而太劣        지극히 수승하면서도 가장 하열하다
揔萬故之英靈        만고의 영웅 다 이끌고
超千劫之豪傑        천겁의 호걸들 뛰어넘으며
揚意氣則天驚        의기 드날리면 하늘이 놀라고
振威令則地裂        위엄 있는 명령 떨치면 땅이 갈라진다

009_0038_b_01L等富貴於浮雲任出入於丹地

009_0038_b_02L遵先佛之遺法服老胡之乘敎

009_0038_b_03L匪道德其焉宅乃仁義以爲家

009_0038_b_04L歛無常之危心勗諸內而不昧

009_0038_b_05L苟叅念之得道雖不學而何愚

009_0038_b_06L聊綴詞而寓意遺烱戒於來者

009_0038_b_07L疑主人公

009_0038_b_08L
主人公兮何者在這裡而髣髴

009_0038_b_09L觀其體而體虛見其相而相絕

009_0038_b_10L縱無形而無跡誰敢當而敢遏

009_0038_b_11L大淸淨兮圓滿廣無邉兮豁達

009_0038_b_12L不滯機而自在不拘格而逈出

009_0038_b_13L空不空兮鏡像照不照兮潭月

009_0038_b_14L散塵刹而不分入纎芥而非撮

009_0038_b_15L每披露而秘藏常隱匿而現發

009_0038_b_16L處萬變而不變在生滅而不滅

009_0038_b_17L胡主人之偏異以善惡而待客

009_0038_b_18L遇堯舜而堯舜得桀紂而桀紂

009_0038_b_19L孔聖然而孟賢跖盜曁而晸 [10]

009_0038_b_20L孰能無乎是心各隨心之收放

009_0038_b_21L即古古而即今且雄雄而且屑

009_0038_b_22L至淺近而至深太高勝而太劣

009_0038_b_23L揔萬古之英靈超千劫之豪傑

009_0038_b_24L揚意氣則天驚振威令則地裂

009_0038_c_01L括十虛而掌握        십허를 포괄하여 한 손에 움켜쥐고
飮四海而呑渴        사해를 마셔 갈증을 삼키며
打鐵圍而粉飛        철위산을 쳐서 가루로 날려 버리고
碎大千而爲末        대천세계 부수어 없애 버린다
用無盡而不思        다함 없이 써도 생각할 수 없고
量不窮而難述        끝없이 헤아려도 서술하기 어려우며
計究竟而不千        구경을 계산해도 천이 되지 않고
念最初而非一        최초를 생각해도 첫 번째가 아니다
左不是兮右非        왼쪽도 옳지 않고 오른쪽도 옳지 않으며
進無門而退失        나아가도 문이 없고 물러서도 잃으니
回心光而返照        마음 빛을 돌려 비추어도
如暗中之黑柒        어둠 속의 흑칠 같도다
隨境色而明了        경계 색깔 따라 명료해지는 것이
若麗天之杲日        하늘에 걸린 밝은 해와 같으니
盡力思而思斷        힘써 생각 다해도 생각이 끊어지고
大開口以口吃        크게 입을 벌려도 입이 더듬거린다
佛佛對兮但觀        부처가 부처를 만나 바라볼 뿐이고
祖祖遇而無說        조사가 조사를 만나 아무 말 없으니
文殊問於者箇        문수는 이것을 물었으되
見慚愧於摩詰        유마힐에게 부끄러움을 당하였다
擧拈花而示衆        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지만
如烘爐之片雪        큰 화로에 떨어지는 눈발 같고
斷其臂而求法        그 팔을 잘라 법을 구하였지만
若龜毛之束筆        거북이 털로 붓을 만드는 것과 같다
玄沙痛於𡎺指        현사 스님이 돌 차고 발가락 아파하자13)
木人噓噓不歇        나무 사람이 웃음을 그치지 못하는 격이요
水潦被於蹋倒        수료 스님 차여 고꾸라지자14)
石女呵呵嗟咄        돌 여자가 크게 웃으며 한심해 하는 격이로다
成正覺於刹那        찰나에 정각을 이루지만
理不許於速疾        이치는 빠름을 허여하지 않아
偶目擊而道存        허수아비 목격하여 도는 그대로 있고
時已遲於八刻        시각은 이미 팔각15)보다 더디다오
設馬龍之敏才        설령 마조와 용수의 뛰어난 재주로도
聞其風而退屈        그 풍모를 들으면 물러서나니
雖滿慈之辯慧        자비 가득하고 지혜로운 변설로도
觜都盧而若訥        말하는 입이 모두 어눌한 듯이 하네
滿世間之鶖子        세상이 사리불로 가득 차더라도
如恒沙之菩薩        갠지스강 모래알처럼 보살 많더라도
盡度量而莫知        모두 가늠해 보지만 알지 못하여
誰不謂之信曰        그 누구도 믿는다 말하지 못하는구나
疑天人之眼目        하늘 사람의 안목을 의심하고
訝聖賢之明察        성현의 밝은 살핌을 의아히 여기시오
伊衆生之法王        저 중생의 법왕이오
夫如來之祖佛        저 여래의 조사와 부처로다
復何爲之主人        다시 무엇이 주인이 되리오
隨處流而活鱍        처처를 따라 활발하나니
是聖耶是凢耶        이것이 성인인가, 이것이 범부인가
吾不識之一物        내 알지 못하는 한 물건이로다

009_0038_c_01L括十虛而掌握飮四海而呑渴

009_0038_c_02L打鐵圍而粉飛碎大千而爲末

009_0038_c_03L用無盡而不思量不窮而難述

009_0038_c_04L計究竟而不千念最初而非一

009_0038_c_05L左不是兮右非進無門而退失

009_0038_c_06L回心光而返照如暗中之黑柒

009_0038_c_07L隨境色而明了若麗天之杲日

009_0038_c_08L盡力思而思斷大開口以口吃

009_0038_c_09L佛佛對兮但觀祖祖遇而無說

009_0038_c_10L文殊問於者箇見慚愧於摩詰

009_0038_c_11L擧拈花而示衆如烘爐之片雪

009_0038_c_12L斷其臂而求法若龜毛之束筆

009_0038_c_13L玄沙痛於𡎺指木人噓噓不歇

009_0038_c_14L水潦被於蹋倒石女呵呵嗟咄

009_0038_c_15L成正覺於刹那理不許於速疾

009_0038_c_16L偶目擊而道存時已遲於八刻

009_0038_c_17L設馬龍之敏才聞其風而退屈

009_0038_c_18L雖滿慈之辯慧觜都盧而若訥

009_0038_c_19L滿世間之鶖子如恒沙之菩薩

009_0038_c_20L盡度量而莫知誰不謂之信曰

009_0038_c_21L疑天人之眼目訝聖賢之明察

009_0038_c_22L伊衆生之法王夫如來之祖佛

009_0038_c_23L復何爲之主人隨處流而活鱍

009_0038_c_24L是聖耶是凢耶吾不識之一物

009_0039_a_01L咏主人之疑訣        주인공의 의결을 노래하여
發群蒙於來億        뭇 어리석은 이의 억측을 깨우치노라
일출암에 깊이 은거함(幽居日出庵)
余生晩於靑丘        내 이 나라에서 태어나 늙도록
愛山水之佳麗        산수가 아름답고 고운 것을 사랑하여
曾幽居於伽耶        일찍이 가야산에 은거하였고
又捿遲於頭流        또 두류산에서도 거처하였네
雙溪勝兮賞已        쌍계의 절경은 감상하였지만
萬瀑奇兮未遊        만폭동의 기이함을 아직 보지 못하여
飛短筇於楓岳        짧은 지팡이 짚고 풍악산에 가서
觀歷覽乎名區        여러 명승지를 일일이 둘러보았네
過雉嶽之仙庄        치악산 선장을 지나다가
訪白蓮之精社        백련정사를 방문하여
望芙蓉之三峯        부용의 세 봉우리를 바라보니
聳碧空而千疊        푸른 하늘에 천 겹으로 솟구쳐 있었네
登玆山而壯觀        이 산에 올라 장관을 감상하는데
固難禁乎胷豁        실로 가슴이 확 트임을 면하기 어려웠으니
豈坐井而觀天        어찌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겠는가
登太山而小魯        태산에 오르면 노나라가 작아 보인다
方遊覽之未已        바야흐로 유람을 아직 마치지 않았는데
又何觸於眼底        또 무언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得一庵於林端        숲 끝에 있는 한 암자
揭華名曰日出        ‘일출’이라는 아름다운 그 이름 걸려 있네
疑靈運之高臺        사령운의 높은 대인가 의심하고
訝遠公之廬岳        혜원의 여산16)인가 의심할 정도로
山千峯而險夷        산은 천 개의 봉우리 위태롭게 서 있고
洞萬重而深邃        계곡은 만 겹으로 깊고 깊네
眞道流之所居        진정한 수행자들이 거처할 곳이요
非世俗之可遊        세속인들이 노닐 곳이 아니라서
樂盤桓而終日        즐거움에 떠나지 못하고 날을 보내면서
翫萬像之物色        만 가지 풍경을 완미하였네
桂樹叢而相欝        계수나무 우거진 울창한 곳에 있으니
若扶桑之雙木        해 뜨는 동쪽에 있는 나무들 같고
晨光催於碧巒        새벽빛은 푸른 산들을 다그치고
宿霧收於層石        전날부터 낀 안개는 층샛돌을 거두었네
倐朏明之來照        순식간에 태양이 떠올라 비추니
露尖嶺之秀色        뾰족한 고개에 화사한 색깔 드러나고
旣絶頂之造天        절정의 하늘에 이르니
果得名之不忒        과연 그 이름 어긋나지 않도다
滌滿腔之世慮        가득한 세상 근심 다 씻어 내고
念釋氏之遺法        부처님 남기신 법문 생각하며
學玄微之一理        현묘한 이치 하나하나 배우며
笑白雲之多忙        바쁜 듯이 지나가는 흰 구름 보고 웃었네
朝於斯而暮斯        여기서 아침 또 여기서 저녁 보내고
即天地以衾枕        하늘과 땅을 이불 삼고 베개 삼으며
渴則飮而飢蔬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나물 먹으며
任優遊於佛海        부처님 바다에서 마음대로 유랑하였네

009_0039_a_01L咏主人之疑訣發群蒙於來億

009_0039_a_02L幽居日出庵

009_0039_a_03L
余生晩於靑丘愛山水之佳麗

009_0039_a_04L曾幽居於伽耶又捿遲於頭流

009_0039_a_05L雙溪勝兮賞已萬瀑奇兮未遊

009_0039_a_06L飛短筇於楓岳觀歷覽乎名區

009_0039_a_07L過雉嶽之仙庄訪白蓮之精社

009_0039_a_08L望芙蓉之三峯聳碧空而千疊

009_0039_a_09L登玆山而壯觀固難禁乎胷豁

009_0039_a_10L豈坐井而觀天登太山而小魯

009_0039_a_11L方遊覽之未已又何觸於眼底

009_0039_a_12L得一庵於林端揭華名曰日出

009_0039_a_13L疑靈運之高臺訝遠公之廬岳

009_0039_a_14L山千峯而險夷洞萬重而深邃

009_0039_a_15L眞道流之所居非世俗之可遊

009_0039_a_16L樂盤桓而終日翫萬像之物色

009_0039_a_17L桂樹叢而相欝若扶桑之雙木

009_0039_a_18L晨光催於碧巒宿霧收於層石

009_0039_a_19L倐朏明之來照露尖嶺之秀色

009_0039_a_20L旣絕頂之造天果得名之不忒

009_0039_a_21L滌滿腔之世慮念釋氏之遺法

009_0039_a_22L學玄微之一理笑白雲之多忙

009_0039_a_23L朝於斯而暮斯即天地以衾枕

009_0039_a_24L渴則飮而飢蔬任優遊於佛海

009_0039_b_01L夜則念而晝讀        밤이 되면 염불하고 낮에는 책 읽고
幾叅禪而誦經        몇 번이나 참선하고 독경하였던가
究楞伽之密義        『능가경』의 감춰진 뜻을 연구하고
服蓮花之實相        『법화경』의 실상에 감복하였네
倚雲窓而寄傲        구름 창에 기대어 흐뭇해하며
唱無生之高歌        무생가를 크게 부르니
非東嶺之猿號        동쪽 고개 원숭이 소리도 아니지만
豈九臯之鶴唳        어찌 깊은 늪에서 우는 학이겠는가
想曺溪之一宿        조계에서 깨친 일숙각 스님을 그리워하고
思𡎺指之玄沙        돌을 차다가 깨친 현사 스님을 생각하여
知生死之如露        생사가 이슬 같음을 알고
悟身世之似烟        이 몸이 연기 같음을 깨달았네
行大道於步步        천천히 대도에 나아가고
進金仙於念念        생각마다 부처님께 다가가며
慕毘耶之杜默        비야리성의 유마힐을 흠모하고
戀少林之坐禪        소림의 좌선을 연모하였네
任石榻之苔綠        돌 탁자의 무성한 이끼도 내버려 두고
從土床之草茂        흙 책상의 풀도 무성한 대로 내버려 두어
困則眠兮飢食        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었으니
唯此外兮何求        이 밖에 무엇을 구하리
賦逍遙之短篇        『장자』의 소요 편을 읽으며
愧未及於莊周        장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觀法界之塵刹        법계의 티끌세상을 관하며
等滄海之浮游        창해의 부유물처럼 여겼네
這一物兮含虛        이 한 물건은 허공을 머금어도
沒形段而難收        형체 없어 거두기 어렵도다
민 스님에게 드리는 시 서문민은 곧 쌍민이다.(贈示敏師序敏即雙敏)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여 오랫동안 안개와 노을에 기대며 교학을 배우고 선을 참구하여 명승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자가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이므로 이들을 고승이라고 부릅니다. 생각건대, 존사께서는 훌륭한 기상이 뛰어나고 늠름한 자태로 멀리 다니시어 소운笑雲의 방에서 충분히 참구하였고 포금布金의 정원에서 오래도록 지내셨습니다. 처음에 금강산에 가서 춘파春坡 대덕에게 선교를 물었고 말년에는 마지막에 치악산에 들어가 백운선암에서 발우와 바랑을 걸어 두었으니 이른바 한가한 도인이요, 또한 일을 마친 사람입니다. 재주로는 여러 사람을 능가하고 지혜로는 어진 이들과 나란하여, 위음왕불 저쪽의 소식을 통달하고 공겁 이전의 법신을 투과하였지만 눈 속에 서서 참구하지 않았으니, 어찌 격강隔江의 깨달음에 만족했겠습니까. 뜻은 이미 이루었지만 부모 봉양이 간절하여 혼정신성昏定晨省17) 보살피심이 진실로 왕상王祥18)과 같았고 은혜에 보답하는

009_0039_b_01L夜則念而晝讀幾叅禪而誦經

009_0039_b_02L究楞伽之密義服蓮花之實相

009_0039_b_03L倚雲窓而寄傲唱無生之高歌

009_0039_b_04L非東嶺之猿號豈九臯之鶴唳

009_0039_b_05L想曺溪之一宿思𡎺指之玄沙

009_0039_b_06L知生死之如露悟身世之似烟

009_0039_b_07L行大道於步步進金仙於念念

009_0039_b_08L慕毘耶之杜默戀少林之坐禪

009_0039_b_09L任石榻之苔綠從土床之草茂

009_0039_b_10L困則眠兮飢食唯此外兮何求

009_0039_b_11L賦逍遙之短篇愧未及於莊周

009_0039_b_12L觀法界之塵刹等滄海之浮游

009_0039_b_13L這一物兮含虛沒形段而難收

009_0039_b_14L

009_0039_b_15L贈示敏師序敏即
雙敏

009_0039_b_16L
好山樂水身世久寄於烟霞學敎問禪
009_0039_b_17L蹤迹殆徧於勝地是眞釋子乃曰高僧
009_0039_b_18L伏念尊師雋氣絕倫英姿邁徃飽叅
009_0039_b_19L笑雲之室久歷布金之園始投金剛
009_0039_b_20L禪敎於春坡大德終入雉岳掛鉢囊於
009_0039_b_21L白雲禪庵所謂閑道人亦云了事漢
009_0039_b_22L才過多人智侔賢軰通達威音那邉消
009_0039_b_23L透過空劫已前法身不果立雪之
009_0039_b_24L豈饒隔江之悟志愿已成養親是切
009_0039_b_25L昏㝎晨省誠自侔於王祥報德酬恩

009_0039_c_01L효는 동산 양개洞山良价19)와 같았으니, 세상에 희유한 일이어서 사람들이 실로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저같이 비루한 사람은 우러러보면 부러움이 끝이 없고 굽어보면 탄식이 그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저의 말들은 이미 많은 허물일 뿐이지만 억지로 제목 붙여 졸렬한 시를 읊어 다시 제 뜻을 말하려 합니다.
술회하여 대중에게 보임(述懷示衆)
參拾年前早耳聾       삼십 년 전 밝은 소식에 귀먹어
經全廢學觀空        경전 듣기 전폐하고 공을 관하기 배웠네
碧峰敎我看無話       벽봉은 나더러 무無 자 화두를 간하라 하였고
淸老令吾喚主翁       청노는 나에게 주인공을 찾으라 했네
念念自歸眞性上       생각마다 진성으로 돌아가고
心心不涉狗兒中       마음마다 다른 곳에 치닫지 않았으니
傳燈披閱知深旨       『전등록』을 읽다가 깊은 뜻 알았고
任運興騰本地風       자유로이 본지풍을 타고 올랐네
또(又)
欲出四生苦趣央       생사고해의 윤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거든
切須返照自心王       간절하게 자신의 심왕을 반조하라
初聞髣佛雲中月       처음엔 구름 속의 달처럼 들리지만
終見分明鏡裡光       결국엔 거울 속의 빛처럼 분명하게 보이리니
貫古通今何斷續       고금에 관통하거늘 어찌 단절과 연속이 있겠는가
盈天塞地豈圓方       천지에 가득하거늘 어찌 둥글거나 네모나겠는가
六門隱現無形物       육문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형체가 없지만
佛祖强名本覺皇       부처와 조사가 억지로 이름 붙여 본각황이라 하였네
또(又)
時時擧覺不須忘       순간순간 깨어 있어 잊지 마시오
日久月深自爾彰       날이 가고 달이 깊어질수록 절로 드러나니
浩劫迷來何易得       오랜 세월 미혹하였으니 쉽게 알기 어렵고
多生昧却最難詳       다생에 어리석었으니 파악하기 가장 어렵도다
曩時信聽今時悟       지난날 믿고 들었더라면 지금 깨달았겠지만
夙世未看此世盲       숙세에 보지 못했다면 지금 눈멀어 있을 것이니
如或無緣勤學問       혹시 인연이 없었다면 부지런히 학문하여
轉凢成聖得升堂       범부를 돌려 성인이 되어 당에 오르시오
또(又)
奇哉心法本無形       기이하다, 마음법이여! 본래 모습이 없구나
觸境逢緣萬種形       경계와 조건을 만나 만 가지 모습을 나타내니
變化乾坤無異狀       변화무쌍한 하늘 땅과 다름이 없고
冥通今古絶殊形       고금에 그윽이 통하여 비할 바 없도다
凢愚不信譏虛妄       어리석은 범부는 믿지 않고 허망하다 기롱하지만
聖智能明讃佛形       지혜로운 성인은 밝게 알아 부처님을 찬양하네
伏請諸人自返照       부디 그대들은 스스로 반조해야 할 것이니
沒形段者是眞形       모습 없는 것이 진정한 모습이라오
세상의 잘못과 허물을 생각하며(念世過患)

009_0039_c_01L孝猶同於良介世所稀有人固難能
009_0039_c_02L唯我鄙人仰羡何窮俯歎不已如斯
009_0039_c_03L愚說自已多咎强題拙吟更叙卑意

009_0039_c_04L

009_0039_c_05L述懷示衆

009_0039_c_06L
參拾年前早耳聾𦔽經全廢學觀空

009_0039_c_07L碧峰敎我看無話淸老令吾喚主翁

009_0039_c_08L念念自歸眞性上心心不涉狗兒中

009_0039_c_09L傳燈披閱知深旨任運興騰本地風

009_0039_c_10L

009_0039_c_11L
欲出四生苦趣央切須返照自心王

009_0039_c_12L初聞髣佛雲中月終見分明鏡裡光

009_0039_c_13L貫古通今何斷續盈天塞地豈圓方

009_0039_c_14L六門隱現無形物佛祖强名本覺皇

009_0039_c_15L

009_0039_c_16L
時時擧覺不須忘日久月深自爾彰

009_0039_c_17L浩劫迷來何易得多生昧却最難詳

009_0039_c_18L曩時信聽今時悟夙世未看此世盲

009_0039_c_19L如或無緣勤學問轉凢成聖得升堂

009_0039_c_20L

009_0039_c_21L
奇哉心法本無形觸境逢緣萬種形

009_0039_c_22L變化乾坤無異狀冥通今古絕殊形

009_0039_c_23L凢愚不信譏虛妄聖智能明讃佛形

009_0039_c_24L伏請諸人自返照沒形段者是眞形

009_0039_c_25L念世過患

009_0040_a_01L人逢佛法如龜木       사람이 불법을 만남은 맹귀우목盲龜遇木20) 같나니
頓覺塵寰無可樂       속세에 즐거워할 만한 것이 없음을 갑자기 깨닫고
割愛辭親早出家       사랑하는 부모와 이별하여 일찍 출가하여
被緇髮落尋知識       승복 입고 머리 깎고 선지식을 찾았네
幼年勤誦祖師經       어려서 부지런히 조사의 말씀을 읽었고
壯歲深窮諸佛法       장성하여 모든 부처님 가르침을 궁구하였나니
若也爲僧空過時       만약 승려로서 헛되이 시간만 보낸다면
念終應見閻王嘖       죽어서 응당 염라대왕의 질책 받음을 생각해야 하리
대방광불화엄경율시 7수大方廣佛華嚴經律詩七首
대大
八萬經中誰最大       팔만대장경 가운데 무엇이 가장 위대偉大한가
華嚴圓敎是爲大       화엄경의 원만한 가르침이 대大가 되니
帝王將此作人君       제왕은 장차 이로써 훌륭한 임금이 되고
佛祖證斯衆聖大       부처와 조사는 이것을 증득하여 뭇 성인의 대大가 되네
卓卓巍巍沒並高       우뚝하고 높게 솟아 나란할 것 없이 높아
孤孤逈逈絶雙大       훤칠하게 비교할 것 없이 대大하며
雖云廣博極無邊       넓고 넓어 끝없이 크다고 말하지만
却被心藏豈謂大       도리어 마음 창고에 들어가니 어찌 대大라 하겠는가
방方
聞說大經遍十方       대경이 시방十方에 두루하다는 말 듣고서
有疑不決問諸方       의심 해결하지 못해 제방諸方에서 묻고 다녀
終年竟歲閱人衆       해가 가고 세월이 다하도록 여러 사람 찾아
越海踰山慣遠方       바다 건너고 산 건너 원방遠方까지 돌아다녔다오
賓主高談談未及       손님과 주인의 높은 담론도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師資濶議議無方       스승과 제자의 활발한 의론도 무방無方이니
雖然刹海磨爲墨       찰해를 갈아 먹물로 삼더라도
難寫華嚴一字方       쓰기 어려운 ‘화엄’ 하나의 자방字方이로다
광廣
欲識華嚴法界廣       화엄 법계의 광廣을 알고자 하거든
先觀心地無邊廣       먼저 관하라, 심지가 끝없이 광廣함을
猶如芥裡納須彌       겨자 속에 수미산을 들일 수 있는 것처럼
又若毫端置刹廣       또 터럭 끝에 둘 수 있는 광廣이라오
橫遍十方更有餘       가로로 시방에 걸쳐도 다시 남음이 있고
竪窮三際轉高廣       세로로 삼세를 다하여도 더욱 높고 광廣하니
恒沙諸佛盡神通       항하사같이 많은 부처님의 모든 신통으로
歷劫思量莫測廣       겁을 지나 사량해도 측량 못하는 광廣이로다
불佛
蠢動含靈皆有佛       꿈틀거리는 미물 모두 불佛이 있어
人人心是天然佛       사람마다 마음 그대로 천연한 불佛일세
鑄金削玉無情佛       금을 녹이고 옥을 깎아 만든 무정한 불佛
泥塑木雕假象佛       흙을 다지고 나무를 조각하여 만든 가짜 불佛
靜慮澄神離妄佛       심려를 그치고 정신을 맑혀 허망을 떠난 불佛
叅玄窮妙求眞佛       현묘함을 참구하고 진여를 구하는 불佛

009_0040_a_01L
人逢佛法如龜木頓覺塵寰無可樂

009_0040_a_02L割愛辭親早出家被緇髮落尋知識

009_0040_a_03L幼年勤誦祖師經壯歲深窮諸佛法

009_0040_a_04L若也爲僧空過時念終應見閻王嘖

009_0040_a_05L大方廣佛華嚴經律詩七首

009_0040_a_06L

009_0040_a_07L
八萬經中誰最大華嚴圓敎是爲大

009_0040_a_08L帝王將此作人君佛祖證斯衆聖大

009_0040_a_09L卓卓巍巍沒並高孤孤逈逈絕雙大

009_0040_a_10L雖云廣愽極無邉却被心藏豈謂大

009_0040_a_11L

009_0040_a_12L
聞說大經遍十方有疑不決問諸方

009_0040_a_13L終年竟歲閱人衆越海踰山慣遠方

009_0040_a_14L賓主高談談未及師資濶議議無方

009_0040_a_15L雖然刹海磨爲墨難寫華嚴一字方

009_0040_a_16L

009_0040_a_17L
欲識華嚴法界廣先觀心地無邉廣

009_0040_a_18L猶如芥裡納須彌又若毫端置刹廣

009_0040_a_19L橫遍十方更有餘竪窮三際轉高廣

009_0040_a_20L恒沙諸佛盡神通歷刼思量莫測廣

009_0040_a_21L

009_0040_a_22L
蠢動含靈皆有佛人人心是天然佛

009_0040_a_23L鑄金削玉無情佛泥塑木雕假象佛

009_0040_a_24L靜慮澄神離妄佛叅玄窮妙求眞佛

009_0040_b_01L不修不證無何佛       닦지도 증득하지도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佛
此即如如本覺佛       이것이 바로 여여하여 본래 깨달은 불佛이네
화華
人天道樹發心華       인천의 길가 나무에 핀 발심의 화華
恰似春風草木華       흡사 봄바람 초목 같은 화華로다
先坼靈知空寂萼       처음에 영지를 여는 공적의 꽃받침이더니
後開妙覺正因華       나중에 묘각을 여는 정인의 화華 되었네
莊嚴佛土修諸善       불국토를 장엄하는 모든 선을 닦아
榮耀涅槃萬德華       영화롭게 열반 만덕의 화華가 되고
三大僧祗方結果       삼아승기에 결국 열매를 맺는
超過希有鉢羅華       지극히 희유한 우담바라 화華로다
엄嚴
慈悲喜捨勝莊嚴       자비희사21)가 훌륭한 장엄莊嚴이니
依正互融揔妙嚴       의보와 정보22) 서로 융합하여 묘엄妙嚴이 되며
七寶金珎成國土       칠보 보배로 이루어진 국토
三身四智作尊嚴       삼신23) 사지24)의 존엄尊嚴이로다
聲聞菩薩如雲集       성문과 보살이 구름처럼 모이고
魔梵天龍若海嚴       마군 범천 천룡이 마치 해엄海嚴 같아
無盡陀羅說也說       다함 없는 다라니 설하고 또 설하니
安名傳世大華嚴       편안한 이름 세상에 전하는 큰 화엄華嚴이로다
경經
妙旨玄門以作緯       오묘한 뜻 현묘한 문으로 씨줄을 삼고
聲名句偈假氣經       성명구문聲名句文25)을 기氣의 경經으로 삼으니
虛空日月如斯理       허공의 해와 달이 이 이치와 같고
河海波瀾若此經       강과 바다의 파도가 이 경經 같네
文義相資成軌則       글과 뜻이 서로 의지해 궤칙이 되고
言音並著稱眞經       말과 소리 함께 드러나 진정한 경經 되네
雖然八萬龍宮積       그렇지만 용궁에 쌓인 팔만대장경 중에
唯上華嚴最上經       오직 화엄만이 최상의 경經일세
자심을 관하며(自心觀)
片時歷歷千經義       순식간에 수천 경의 뜻 또렷또렷해지고
一念昭昭億佛心       한 생각에 수억 부처님의 마음 밝게 비추니
從此頓忘塵世慮       이로부터 몰록 속세의 번뇌 잊어
白雲高臥但觀心       흰 구름 높은 곳에 누워 마음만 관할 뿐이라오
참학하여 말씀을 구함24수(叅學求語二十四首)
尋師問道又聞法       스승 찾아 도를 묻고 또 법을 듣고서
窮理豁然悟後修       궁극의 이치 활연히 깨달은 후 닦았네
明證沒量度生畢       밝게 증득하고 번뇌 사라져 중생 제도 마치니
無爲自在大平隨       함이 없이 자재하여 큰 평화가 뒤따르네
스승을 찾음(尋師)
撥草瞻風尋善友       풀 뽑고 바람 우러러26) 좋은 벗 찾고
踰山越海訪明師       산 넘고 바다 건너 밝은 스승 찾다가

009_0040_b_01L不修不證無何佛此即如如本覺佛

009_0040_b_02L

009_0040_b_03L
人天道樹發心華恰似春風草木華

009_0040_b_04L先坼靈知空寂萼後開妙覺正因華

009_0040_b_05L莊嚴佛土修諸善榮耀湼槃萬德華

009_0040_b_06L三大僧祗方結果超過希有鉢羅華

009_0040_b_07L

009_0040_b_08L
慈悲喜捨勝莊嚴依正互融揔妙嚴

009_0040_b_09L七寶八珎成國土三身四智作尊嚴

009_0040_b_10L聲聞菩薩如雲集魔梵天龍若海嚴

009_0040_b_11L無盡陀羅說也說安名傳世大華嚴

009_0040_b_12L

009_0040_b_13L
妙旨玄門以作緯聲名句偈假氣經

009_0040_b_14L虛空日月如斯理河海波瀾若此經

009_0040_b_15L文義相資成軌則言音並著稱眞經

009_0040_b_16L雖然八萬龍宮積唯上華嚴最上經

009_0040_b_17L自心觀

009_0040_b_18L
片時歷歷千經義一念昭昭億佛心

009_0040_b_19L從此頓忘塵世慮白雲高臥但觀心

009_0040_b_20L叅學求語二十四首

009_0040_b_21L
尋師問道又聞法窮理豁然悟後修

009_0040_b_22L明證沒量度生畢無爲自在大平隨

009_0040_b_23L尋師

009_0040_b_24L
撥草瞻風尋善友踰山越海訪明師

009_0040_c_01L忽逢面壁觀空老       홀연 면벽하여 공을 관하는 노인 만나게 되어
請益慇懃十二時       간절히 하루 종일 가르침을 청하였네
또(又)
人之善惡與邪正       사람의 선악과 삿되고 바름
皆是親朋師敎緣       모두 부모와 벗과 스승의 가르치는 인연들이니
欲學菩提玄妙道       보리의 현묘한 길을 배우고자 하거든
磨裩捺袴問高賢       떨어지고 해진 옷 입은 도력 높은 이에게 물어야 하리
도를 물음(問道)
西來祖意問如何       서쪽에서 오신 조사의 뜻 어떠한지 묻노니
出世眞機人若何       속세 벗어난 진실한 근기를 사람들이 어찌 알겠소
弟子空門痴鈍輩       제자들은 공문의 어리석고 둔한 무리들이니
願垂慈誨做工何       원컨대 자비 드리워 가르쳐 주심이 어떠한지
또(又)
學者雖咨言語道       배우는 자 비록 언어의 길을 묻더라도
師家直示妙明心       스승은 오묘한 밝은 마음을 곧장 보여 준다오
本來此事離文字       본래 이 일은 문자를 떠나 있으니
莫恠從初指佛心       처음부터 부처 마음 가리킴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
법을 들음(聞法)
初聞妙旨意茫然       처음 오묘한 뜻 듣고서 망연하였고
頻聽玄音尙昧然       자주 현묘한 소리 듣고도 몽매하였지만
日久月深常返照       날이 오래되고 달이 깊어지도록 항상 반조하였더니
方知大道本天然       비로소 대도가 본래 그러함을 알았네
또(又)
可笑諸方叅學輩       가소롭다! 제방의 참학하는 무리들이여
但將聦慧聽經文       총명한 지혜를 가지고 경문만을 듣는구나
若能自悟聲前句       능히 소리 이전의 구절을 깨친다면
方信傳心不立文       바야흐로 믿음으로 마음 돌려 문자 세우지 않으리
이치를 궁구함(窮理)

[1]
觀心觀性是眞疑       마음 관하고 성품 관하는 것이 진정한 의심이요
窮理窮源只一疑       이치의 근원을 궁구함은 하나의 의심일 뿐이니
究竟玄關何所有       구경의 현묘한 관문 어느 곳에 있는가
分明這箇本無疑       분명 그것은 본래 의심 없음이로다

[2]
時時擧覺是阿誰       순간순간 깨닫는 이 누구이며
密密回光返照誰       쉼 없이 빛을 돌려 비추는 이 누구인가
逼到逼窮心絶處       다그치고 끝까지 다그쳐 마음 끊어진 곳
銀山鐵壁不容誰       은산철벽도 용납하지 않는 이 누구인가
몰록 깨달음(頓悟)
翻身返擲到無邊       바뀐 몸 던져 끝없는 데 이르고
透過威音更那邊       위음왕 부처님 세계 저쪽을 지나
獨立虛空試回看       홀로 허공에 서서 되돌아보노라니
恒沙佛刹一毫邊       항하사 부처세계 한 터럭 끝에 있도다

009_0040_c_01L忽逢面壁觀空老請益慇懃十二時

009_0040_c_02L

009_0040_c_03L
人之善惡與邪正皆是親朋師敎緣

009_0040_c_04L欲學菩提玄妙道磨裩捺 [11] 袴問高賢

009_0040_c_05L問道

009_0040_c_06L
西來祖意問如何出世眞機人若何

009_0040_c_07L弟子空門痴鈍輩願垂慈誨做工何

009_0040_c_08L

009_0040_c_09L
學者雖咨言語道師家直示妙明心

009_0040_c_10L本來此事離文字莫恠從初指佛心

009_0040_c_11L聞法

009_0040_c_12L
初聞妙旨意茫然頻聽玄音尙昧然

009_0040_c_13L日久月深常返照方知大道本天然

009_0040_c_14L

009_0040_c_15L
可笑諸方叅學輩但將聦慧聽經文

009_0040_c_16L若能自悟聲前句方信傳心不立文

009_0040_c_17L窮理

009_0040_c_18L
觀心觀性是眞疑窮理窮源只一疑

009_0040_c_19L究竟玄關何所有分明這箇本無疑(一)

009_0040_c_20L時時擧覺是阿誰密密回光返照誰

009_0040_c_21L逼到逼窮心絕處銀山鐵壁不容誰(二)

009_0040_c_22L頓悟

009_0040_c_23L
翻身返擲到無邉透過威音更那邉

009_0040_c_24L獨立虛空試回看恒沙佛刹一毫邉

009_0041_a_01L
또(又)
十方洞照無餘物       시방세계 남김없이 모두 비추나니
一段靈光亘古今       한 줄기 신령한 빛 고금에 걸쳐 있도다
幻化空身元是佛       허깨비 빈 몸 원래 부처이거늘
更於何處聽圓音       다시 어디서 원음을 듣겠는가
점차 닦음(漸修)
百尺竿頭能濶步       백척간두에서 능히 활보하고
千尋峭壁善經行       천 길 낭떠러지에서 잘 걸어 다니며
又如獨木橋邊過       또 외나무다리 끝을 지나지만
一念纔乖不保生       한 생각 무너지면 생명을 보존하지 못하리
또(又)
衣內神珠今始現       옷 속의 신비한 구슬 지금 처음 드러나니
不堪歡喜涙如泉       기쁨을 감추지 못해 눈물이 냇물처럼 쏟아지네
如貧得寶時時弄       가난뱅이가 보배를 얻은 듯 항상 가지고 놀며
到處相隨在目前       이르는 곳마다 몸에 지녀 눈앞에 두었네
밝게 증득함(明證)
行詣百城底事明       온 세상 돌아다님은 사를 밝게 알고자 함이니
坐探群籍擬何明       앉아서 온갖 전적 탐구한들 어찌 밝게 알겠는가
深窮萬法圓通後       만법 깊이 궁구하여 원통해진 후에
再訪宗師作證明       다시 종사 방문하여 증명 받아야 하리
또(又)
十方菩薩同稱讃       시방 보살이 모두 칭찬하고
三世如來共點頭       삼세 여래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歷歷明明玄妙旨       분명하고 역력한 현묘한 뜻을
區區何必問凢流       구차하게 하필 범부들에게 묻겠는가
헤아림을 없앰(沒量)
三千日月微螢火       삼천 일월이 희미한 반딧불이요
百億乾坤一雀巢       백억 국토가 한 마리 참새 집이니
四聖六凡如夢幻       사성육범27)은 꿈속의 허깨비 같고
龍宮萬莊若龜毛       용궁만장28)은 거북 털 같네
또(又)
無去無來無始終       감도 옴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非前非後亦非中       앞도 뒤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며
離凢離聖能凢聖       범부 성인 여의면서 능히 범부 성인 되나니
若欲奈何亦不通       어찌 해 보고자 한다면 역시 통하지 않으리
중생을 제도함(度生)
自利利他無彼此       자리와 이타에 나와 남이 없으니
應機接物有何殊       근기 따라 만남에 무슨 차별이 있을까
胡蘆水上隨波轉       호로병 물 위에 이는 파도 따라가듯이
終日騰騰豈有虞       종일토록 자유로우니 어찌 근심이 있겠는가
또(又)

009_0041_a_01L

009_0041_a_02L
十方洞照無餘物一段靈光亘古今

009_0041_a_03L幻化空身元是佛更於何處聽圓音

009_0041_a_04L漸修

009_0041_a_05L
百尺竿頭能濶步千尋峭壁善經行

009_0041_a_06L又如獨木橋邊過一念纔乖不保生

009_0041_a_07L

009_0041_a_08L
衣內神珠今始現不堪歡喜涙如泉

009_0041_a_09L如貧得寶時時弄到處相隨在目前

009_0041_a_10L明證

009_0041_a_11L
行詣百城底事明坐探群籍擬何明

009_0041_a_12L深窮萬法圓通後再訪宗師作證明

009_0041_a_13L

009_0041_a_14L
十方菩薩同稱讃三世如來共點頭

009_0041_a_15L歷歷明明玄妙旨區區何必問凢流

009_0041_a_16L沒量

009_0041_a_17L
三千日月微螢火百億乾坤一雀巢

009_0041_a_18L四聖六凢如夢幻龍宮萬莊若龜毛

009_0041_a_19L

009_0041_a_20L
無去無來無始終非前非後亦非中

009_0041_a_21L離凢離聖能凢聖若欲奈何亦不通

009_0041_a_22L度生

009_0041_a_23L
自利利他無彼此應機接物有何殊

009_0041_a_24L胡蘆水上隨波轉終日騰騰豈有虞

009_0041_a_25L

009_0041_b_01L般若慈舟泛智海       반야의 자비로운 배 지혜바다에 띄우고
大悲甘露潤無邊       대비의 감로수로 끝없이 적시니
當於逆順纖毫念       순역의 미세한 망념이라도 있다면
應見風波沒小船       풍파가 일어 작은 배 침몰되리라
함이 없음(無爲)
寥寥獨坐茅菴靜       적막한 초가 암자에 홀로 정좌하노니
永夜淸霄何所爲       긴 밤 맑은 하늘 무슨 할 일 있을까
飢食困眠唯此外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는 것 외에
終年竟歲任無爲       평생 죽을 때까지 아무 함이 없네
또(又)
不因造作本元成       조작하지 않아도 본래 이루어져 있으니
體自如如豈壞成       그 자체가 여여하거늘 어찌 무너지겠는가
若說無爲還不是       함이 없음을 설해도 도리어 옳지 않거늘
況言修學證明成       하물며 닦고 배움을 설하여 이루어짐을 증명할까
자재함(自在)
綠水靑山從自適       푸른 물 푸른 산 자유로이 노닐고
漁村酒肆任閑遊       어촌에서 술 마시며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魔宮虎穴縱橫快       마군 궁전과 호랑이 굴에서도 종횡으로 즐기니
天上人間絶等流       하늘 세상 인간 세상 다를 것 없도다
또(又)
物無爲等等於物       똑같지 않은 만물에 평등해지면
處處隨緣幾許閑       어느 곳이든 인연 따라 한가롭게 될 것이요
或坐或行無可念       행주좌와에 망념 없으면
何人與我共淸閑       그 누구든 나와 함께 맑고 한가로우리라
크게 평화로움(太平)

[1]
天自高高地自平       본디 하늘은 높고 땅은 평평하며
日光赫赫月光淸       햇빛은 밝고 달빛은 맑으니
太平消息君知否       태평한 소식 그대는 아는가
萬壑松風帶雨聲       만 골짜기 소나무 바람에 빗소리로다

[2]
從來凢聖理自平       원래부터 범부와 성인의 이치 공평하거늘
何事如今始太平       무슨 일로 이제 와서 크게 공평하다 하는가
忽有無明虛妄起       홀연히 무명을 허망하게 일으켰다가
空然還滅强言平       공연히 다시 없애고서 억지로 공평하다 말하네

월봉 무주암 소연자가 출가하여 선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기뻐하여 삼가 기술한 보잘것없는 글(月峯無住昭然子預出家聞禪話自欣慶謹述詘序)
무릇 혼돈 이전을 태극太極이라는 이름으로 내걸었고, 개벽 이후를 양의兩儀라는 이름으로 나타내었으니, 양陽은 가볍고 맑아서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고, 음陰은 거칠고 탁하여 아래로 내려가 땅이 되었다. 음양으로 말미암아 사상四象이

009_0041_b_01L
般若慈舟泛智海大悲甘露潤無邊

009_0041_b_02L當於逆順纎毫念應見風波沒小船

009_0041_b_03L無爲

009_0041_b_04L
寥寥獨坐茅菴靜永夜淸霄何所爲

009_0041_b_05L飢食困眠唯此外終年竟歲任無爲

009_0041_b_06L

009_0041_b_07L
不因造作本元成體自如如豈壞成

009_0041_b_08L若說無爲還不是況言修學證明成

009_0041_b_09L自在

009_0041_b_10L
綠水靑山從自適漁村酒肆任閑遊

009_0041_b_11L魔宮虎穴縱橫快天上人間絕等流

009_0041_b_12L

009_0041_b_13L
物無爲等等於物處處隨緣幾許閑

009_0041_b_14L或坐或行無可念何人與我共淸閑

009_0041_b_15L太平 [12]

009_0041_b_16L
天自高高地自平日光赫赫月光淸

009_0041_b_17L太平消息君知否萬壑松風帶雨聲(一)

009_0041_b_18L從來凢聖理自平何事如今始太平

009_0041_b_19L忽有無明虛妄起空然還滅强言平(二)

009_0041_b_20L

009_0041_b_21L月峯無住昭然子預出家聞禪話自
009_0041_b_22L欣慶謹述詘序

009_0041_b_23L
粤若混沌之前揭扁之曰太極
009_0041_b_24L闢之後標題之曰兩儀陽者輕淸
009_0041_b_25L上爲天陰者麁濁下成地由是四象

009_0041_c_01L함께 나오고, 오행五行이 서로 생겨났다. 팔괘八卦와 팔방八方은 우주의 삼라만상에서 시초가 되고, 삼성三聖과 삼교三敎는 건곤乾坤의 뭇 중생에게 모범이 되었다. 육도에 윤회하는 중생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신령하고 고귀하며, 십성十聖의 최상인 제불諸佛은 대자대비하시다. 아! 가장 고귀한 인간 질서에 참여하여 대비하신 부처님의 지위에 뛰어 오른 자가, 생각건대, 지난 시대에는 많이 있었지만 이 시대를 보면 점점 없어지고 있도다. 세대가 내려올수록 미혹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서 악행을 익히면서 좋은 곳에 태어나려는 자 많고, 마군은 강해지고 부처님 법은 약해져서 귀신을 찾고 부처님을 비방하는 자 많다. 이 말세의 혼란한 시기에 태어나 성현의 은덕에 보답하고자 하거든, 만약 승려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는다면 다시 무엇이 되어 선禪을 숭상하겠는가.
돌이켜 생각건대, 무주암 소연자 나는 천계天啓 3년(1623) 11월 19일 축시 태기가 있는 날에 비상한 꿈을 꾸고 임신되었으며 출산할 때 법복法服으로 기도하여 태어났다. 태어날 때 정수리에 한 마디(一寸)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었는데 어떤 스님이 그것을 보고 ‘효배孝拜’라고 하였다. 그래서 ‘행립幸立’이라고 이름 지었다. 12살이 되었을 때 가야산에서 출가하고 15살에는 해인사에서 삭발하였다. 노을 안개의 뛰어난 풍경 속을 높이 밟고 다녔으니 몸은 바늘을 던져 겨자씨에 꽂히는 것 같았고, 사찰 도량을 한가히 노닐었으니 생각은 눈먼 거북이가 구멍 뚫린 나무로 머리를 내미는 것 같았다. 숙세의 좋은 인연을 이어받아 마침내 외람되게도 선륜禪倫을 헤아리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기쁨의 눈물이 눈에 맺히고 경사스러움이 가슴에 흘러내렸다. 속세 떠나 망념 끊어 버림을 기대함은 가까이 있고 입신양명을 기대함은 멀리 있어서, 두루 강사講肆와 선장禪場을 찾아다니며 경론의 은밀한 말씀을 열람하였고 눈 밝은 스승과 좋은 벗을 참방하여 경절문의 현묘한 담론을 들었다.
순치順治 연간 병술년(赤狗, 1646)에 해인대회에 참여한 이후에 불영사佛靈寺로 가서 안거하였으니, 취암翠岩 스님의 선방에 곧장 가서,

009_0041_c_01L並出五行相生八卦八方權輿於宇
009_0041_c_02L宙之萬像三聖三敎軌範於乾坤之
009_0041_c_03L群機六凢之中唯人最靈最貴
009_0041_c_04L聖之上諸佛大慈大悲旣預最
009_0041_c_05L貴之人倫超登大悲之佛位者想彼
009_0041_c_06L徃劫比比有觀此當時漸漸無莫不
009_0041_c_07L世降人迷習惡生善者衆魔强法弱
009_0041_c_08L求神毁佛者多當此像季之亂時
009_0041_c_09L報聖賢之恩德若不爲僧而奉敎
009_0041_c_10L於作何而崇禪顧惟無住菴昭然子
009_0041_c_11L天啓三年蒼鼠白馬拾九黑猿之日
009_0041_c_12L [13] 貳白牛之時於胎感之辰以非常
009_0041_c_13L夢之有娠產難之際以法服祈之得
009_0041_c_14L纔生頂髮一寸餘有僧見之曰
009_0041_c_15L孝拜故名之曰幸立年甫二六
009_0041_c_16L家於伽倻歲當三五落髮於海印
009_0041_c_17L躡烟霞之勝境身如纎芥投針優遊
009_0041_c_18L蘭若之道塲意若盲龜遇木無乃承
009_0041_c_19L夙善種莫非濫測禪倫喜涙凝眸
009_0041_c_20L慶幸溢臆近期於離塵絕慮遠冀於
009_0041_c_21L立身揚名徧歷講肆禪塲僅閱經論
009_0041_c_22L之密語叅訪明師善友聊聞徑截之
009_0041_c_23L玄談時維順治序屬赤狗曾叅海
009_0041_c_24L印大會移杖佛靈安居豈意徑投翠

009_0042_a_01L여러 차례 인허印虛 스님의 가르쳐 주고 분발시킴을 받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조실 스님이 나에게 가르쳐 주시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처음부터 태산을 짊어진 것처럼 오매불망 놓치지 말고, 마지막까지 이세貳稅29)를 부족하게 여기듯이 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사이에 어그러뜨리지 말라. 순간순간 공부가 어떠한지를 묻고 자주자주 스스로를 꾸짖어 망념이 일어나는 즉시 깨닫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겨울철 석 달을 보냈는데 그 절반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보냈다.
조실 스님께서 게송으로 읊기를, “여느 봄처럼 그림자 겹쳐 드리우건만, 객이란 놈은 지름길로 가서 날마다 새로움을 보는가 보오. 색깔로 마음 보기를 급작스럽게 하지 말고, 눈동자에 비치는 동자는 앞에 있는 사람을 대면하시오.”
나는 대답하였다. “이 게송의 뜻을 들으니 예와 새로움이란 없음을 말하는 것 같고, 천애의 가난한 거지가 고향 사람을 만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으니 쥐가 소뿔에 들어간 격입니다.”
조실 스님이 웃으며 말하였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니, 듣고 보는 길을 구하지 말아야 하네. 만약 소리와 색깔을 보고 듣는다면 이는 모두 삿된 마군의 도라오.”
나는 기뻐하며 대답하였다. “마치 청량제淸凉劑를 복용한 것 같습니다.”
이때 취암翠岩 스님이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겼기에, 이별하고 홀로 거처하며 공空을 관하였다. 송파松坡 대사가 가야산에 있어서 다시 반야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였고, 대사의 고매한 강의가 있었다. 그 『금강경』 서문에서 “한 물건이 여기에 있어 명상名相을 끊고 고금에 관통해 있다. 한 티끌 속에 있으면서 육합을 감싸고 있다. 안으로는 온갖 오묘함을 포함하고 밖으로는 모든 중생의 근기에 대응한다. 삼재三才의 주인이고 만법의 으뜸이다. 광대하여 그 비교할 것이 없고 우뚝하여 그 맞설 것이 없으니, 신神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몸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도 분명하고 보고 듣는 사이에 은은하니, 현玄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으되 그 처음이 없고 하늘과 땅보다 뒤에 있으되 그 마침이 없으니, 없는 것인가, 있는 것인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30)라고 하였는데, 대사는 설하는 바 없이 설하였고 제자는 듣는 바 없이 들었다.
이때에 이르러 미혹하고 답답했던 마음은 마치 구름을 헤치고 해를 보는 것 같았고, 어눌했던 말씨는 폭포수를 쏟아 내는 것처럼 거침없었다.

009_0042_a_01L岩之禪軒屢蒙印虛之激發祖室敎
009_0042_a_02L予云能見聞者是阿誰耶從初如
009_0042_a_03L負泰山寤寐不弛至末若欠貳稅
009_0042_a_04L動靜無虧時時拶問做工何如
009_0042_a_05L頻警責念起即覺於是三冬已過
009_0042_a_06L半如在倒懸中祖室頌曰重重交影
009_0042_a_07L一般春客漢徑由見日新因色看心
009_0042_a_08L莫造次眼中童子面前人予對曰
009_0042_a_09L聞此頌中意道無舊與新天涯貧乞
009_0042_a_10L如見故鄕人然尙不奈何他如
009_0042_a_11L鼠入牛角室笑曰此乃好消息
009_0042_a_12L求聞見道若聲色見聞皆是邪魔道
009_0042_a_13L予欣然對曰如服淸凉於是翠岩
009_0042_a_14L移居智異辭別獨處觀空松坡尙在
009_0042_a_15L伽耶再進願聞般若大師高講
009_0042_a_16L序有一物在於斯絕名相貫古今
009_0042_a_17L一塵圍六合內含衆妙外應群機
009_0042_a_18L主於三才王於萬法蕩蕩乎其無比
009_0042_a_19L巍巍乎其無倫不曰神乎昭昭於俯
009_0042_a_20L仰之間隱隱於視聽之際不曰玄乎
009_0042_a_21L先天地而無其始後天地而無其終
009_0042_a_22L空耶有耶未知所以大師以無說現
009_0042_a_23L弟子以無聞得聞至是迷悶之心
009_0042_a_24L如披雲覩日遲鈍之說若瀉崖懸河

009_0042_b_01L비록 그렇지만 이와 같이 들어서 얻은 바가 아직 글과 말에 있었고, 생각해서 밝힌 것이 아직 의해意解에 막혀 있었다. 마치 연기와 안개 속을 새벽에 걸어가는 것 같았고 멀리서 부싯돌과 번갯불을 보는 것 같았으니 설할 때는 깨달은 사람 같더니 거울을 대하여서는 다시 미혹해지는 자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벽암碧岩 장로를 찾아가서 겨울 석 달을 지내며 교학의 가르침을 받았고, 멀리 풍담楓潭 대사를 방문하여 여름 두 달을 지내며 선에 대해 물었다. 이후로 마음이 쾌락해져서 가고 머묾에 한가하였다. 구절구절 본래의 종지에 부합하였고 말마다 자기의 자리로 나아갔으니 사물의 겉모습에 초연하여 스스로 생각함에 당당하고, 이 세상 머무름에 한가하여 알맞았다. 신이하고 수승한 경지를 말하였더니 훌륭하다고 말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석장을 놓고 바랑을 걸어 두고서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적이 없었고, 시를 읊고 도를 논하면서 서로 응대하지 않음이 없었다. 멀리 떠나려는 마음이 이미 다하였고 참방하려는 마음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남을 이롭게 하여 제도한 자는 몇 사람이며 스스로를 이롭게 하여 얻은 것은 어떤 물건인가. 형용할 수 없고 모색할 수 없으며 안으로 쌓임이 없고 밖으로 보이지 않으니, 하하하! 이 무슨 물건인가. 맑은 바람 밝은 달이 오직 내가 쓰는 재물이요, 푸른 물 푸른 산은 내가 앉고 눕는 보배 장소로다. 게송으로 읊는다.
의지한 곳(所依)
一眞法界有姿娑       하나의 진실 법계에 사바세계 있으니
百億須彌下列國       백억 수미산 아래의 여러 나라들이오
日月照明各四洲       해와 달이 네 개의 주를 비추어 밝히는데
一洲之中千萬國       하나의 주 가운데 천만 국토 있도다
南閻有土號中原       남섬부주에 중원이라 불리는 땅
四海之東有小國       사해의 동쪽에 있는 조그만 나라
名曰朝鮮是我邦       조선이라 불리는 이곳은 나의 나라
山川殊勝超諸國       산천이 수승하여 모든 나라에서 가장 뛰어나다
태어난 곳(所生)
嶺之南邑星山地       조령의 남쪽 영남 성산읍
兌有明喦鳥餘里       서쪽에 큰 암석이 있는 조여리
此處無人出世間       이곳에 세속을 떠난 사람 없었는데
其中有漢超塵裡       그중에 티끌세상 뛰어넘은 놈 있으니

009_0042_b_01L雖然如是聞之所得猶在於文言
009_0042_b_02L思之所明尙滯乎意解髣髴曉行於
009_0042_b_03L烟中霧裡依俙遠見於石火雷光
009_0042_b_04L謂說時似悟人對鏡還迷者重尋碧
009_0042_b_05L岩長老閱敎三冬遠訪楓潭大師
009_0042_b_06L問禪二夏此後心念快樂去留逍遙
009_0042_b_07L句句冥合本宗言言回就自己超然
009_0042_b_08L物表自考桓桓旅泊寰中虛閑適
009_0042_b_09L語靈異之勝地有聲華之賢流
009_0042_b_10L無不駐錫掛囊而徃還莫非吟詩
009_0042_b_11L論道而酬唱莫不遠遊之心已畢
009_0042_b_12L訪之念亦終然則利他所度者幾人
009_0042_b_13L自利所得者何物沒形容無摸𢱢
009_0042_b_14L無積外不觀呵呵呵是何1) [21] 淸風
009_0042_b_15L明月惟我受用之家財綠水靑山
009_0042_b_16L自是坐臥之寶所頌曰

009_0042_b_17L所依

009_0042_b_18L
一眞法界有2)姿娑 [22] 百億須彌下列國

009_0042_b_19L日月照明各四洲一洲之中千萬國

009_0042_b_20L南閻有土號中原四海之東有小國

009_0042_b_21L名曰朝鮮是我邦山川殊勝超諸國

009_0042_b_22L所生

009_0042_b_23L
嶺之南邑星山地兌有明喦鳥餘里

009_0042_b_24L此處無人出世間其中有漢超塵裡

009_0042_c_01L厭離火宅苦輪廻       화택의 괴로운 윤회를 싫어하여
願入空門證佛理       공문에 들어가 불교 이치 증득하고
欲報多生未報恩       다생에 갚지 못한 은혜 갚고자 서원하여
從今始姓釋迦氏       지금부터 비로소 석씨 성을 사용하네
스승(所師)
考生妣育並乾坤       아버지 낳으시고 어머니 길러 주심은 하늘땅 같거늘
率養師功德最元       이끌어 길러 주신 스승은 공덕 가장 으뜸이오
安老誨余持戒律       안노는 나를 타일러 계율을 지니게 하였고
松坡誘我習文言       송파는 나를 이끌어 글을 익히게 하였으며
翠岩開示明心地       취암은 열어 보여 심지를 밝혀 주었고
國一講經入敎門       국일31)은 경전 강의로 교문에 들어가게 하였으며
遠訪風潭問禪語       멀리 풍담 찾아 선어를 물으니
六尊洪範邁親恩       육존의 큰 가르침 부모 은혜 뛰어넘었네
당호(所號)
五薀山頭有一岫       오온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高高卓立太虛空       높고 높아 우뚝 태허공에 솟아 있는 곳
竪窮三際古今濶       시간적으로 삼세를 다하여 고금에 활발하고
橫遍十方上下通       공간적으로 시방세계 위아래에 두루 통하는 곳
無住禪庵創于頂       무주선암을 정상에 세우고
昭然老漢在於中       소연 늙은이 거기에 사노라니
雖經浩劫非成壞       몇 겁을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거늘
病釋靈休號月峯       병든 스님 영휴가 월봉이라 부르네
휴에게 부끄러움(慚休)
爲僧學法最淸休       승려로서 법을 공부함에 최고는 청휴이니
何況得名預八休       하물며 이름을 얻어 팔휴에 참여할까마는
道德雄雄唐慧休       도덕으로 이름 높은 당나라 혜휴가 있었고
文章赫赫宋湯休       문장으로 빛나는 송나라 탕휴가 있었으며
通儒通釋老裵休       유ㆍ불ㆍ도에 통달했던 늙은 배휴가 있었고
能筆能詩有貫休       글씨와 시에 능숙했던 관휴가 있었으며
高講驚人古道休       훌륭한 강의로 사람을 놀라게 했던 도휴가 있었으니
不才多病愧靈休       재주 없고 병 많아 영휴에게 부끄럽네
머문 곳(所住)
伽耶陜川是我爲僧處      합천 가야산은 내가 승려 된 곳이고
琵瑟大丘奉師建塔處      대구 비슬산은 스승의 탑을 세운 곳이며
或住佛靈星州黃岳中金山     때로 성주 불영산과 금산 황악산에 거주하였고
或居小伯豊基慶雲春川處     때로 풍기 소백산과 춘천 경운산에 거처하였으며
俗離報恩四佛尙州白雲鐵原棲  보은 속리산과 상주 사불산, 철원 백운산에서 살았고
楓岳淮陽五臺江陵飛鳳知禮處  회양 풍악산과 강릉 오대산, 지례 비봉산에서 거처하였으며
雉岳原州龍門陽根彌勒忠州遊  원주 치악산과 양근 용문산, 충주 미륵산에서 노닐었고

009_0042_c_01L厭離火宅苦輪廻願入空門證佛理

009_0042_c_02L欲報多生未報恩從今始姓釋迦氏

009_0042_c_03L所師

009_0042_c_04L
考生妣育並乾坤率養師功德最元

009_0042_c_05L安老誨余持戒律松坡誘我習文言

009_0042_c_06L翠岩開示明心地國一講經入敎門

009_0042_c_07L遠訪風潭問禪語六尊洪範邁親恩

009_0042_c_08L所號

009_0042_c_09L
五蕰山頭有一岫高高卓立太虛空

009_0042_c_10L竪窮三際古今濶橫遍十方上下通

009_0042_c_11L無住禪庵創于頂昭然老漢在於中

009_0042_c_12L雖經浩劫非成壞病釋靈休號月峯

009_0042_c_13L慚休

009_0042_c_14L
爲僧學法最淸休何況得名預八休

009_0042_c_15L道德雄雄唐慧休文章赫赫宋湯休

009_0042_c_16L通儒通釋老裵休能筆能詩有貫休

009_0042_c_17L高講驚人古道休不才多病愧靈休

009_0042_c_18L所住

009_0042_c_19L
伽耶
是我爲僧處琵瑟
奉師建塔處

009_0042_c_20L或住佛靈
黃岳中
或居小伯
慶雲

009_0042_c_21L
俗離
四佛
白雲
楓岳


009_0042_c_22L
飛鳳
雉岳
龍門
彌勒


009_0042_c_23L「物」下底本十二字空白「姿娑」疑「娑婆」
009_0042_c_24L{編}

009_0043_a_01L廬山茂州方丈雲峯掛囊處    무주 여산과 운봉 방장산에서 바랑을 매어 두고 거처하였소
처음 참구함(初叅)
曾居海印碧巖會       일찍이 해인사 벽암 회상에 거처할 적에
喜托華嚴大法筵       기쁜 마음으로 화엄 대법회에 참여하였다가
避疫移歸修道寺       역병을 피해 수도사로 옮겨 가
幸逢知識學叅禪       다행히 선지식을 만나 참선을 배웠네
先聞他是阿誰句       먼저 ‘이 뭐꼬’ 화두를 들었고
後聽主翁自喚緣       뒤에 스스로 주인공이라 부른 인연을 들었네
晝則看經夜擧話       낮에는 경 읽고 밤에는 화두 들었건만
功無全一念紛然       공부에 전일함이 없어 망념이 분분했네
의심 일으킴(起疑)
無頭無尾沒奈何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어 어찌하지 못하다가
披覽曾開第二書       일찍이 보았던 두 번째의 글을 펼쳐 보았네
公怕落空試道看       공에 떨어질까 염려되거든 한번 말해 보라
落空怕者是空歟       공에 떨어짐을 두려워하는 자 공이라고
又思南岳初叅祖       또 생각해 보니 남악 스님 처음 조사 참배하고
仍發疑情念一如       의정 일으켜 생각을 오롯이 하다가
忽得聞師頌子詠       문득 조사가 읊은 게송을 듣고서
明明返省主翁居       명명백백 돌이켜 주인공 있음을 보았네
처음 이해함(初解)
惺惺返照主人公       정신 바짝 차리고 주인공을 반조하였지만
若有若空不可窮       있는 듯 없는 듯 궁구할 수 없더니
聞講金剛說誼序       『금강경설의』 서문 강의를 듣고서
忽看雲捲月當空       구름 걷히자 달이 허공에 있음을 홀연히 보았네
明明歷歷經行處       길을 갈 때도 밝고 밝으며 분명하고
密密綿綿坐卧中       앉았다 누워 있는 가운데서도 쉼 없이 이어져
日用唯吾自偶諧       일상생활에 다만 저절로 만나게 되는 것일 뿐이어서
始知龐老振玄風       비로소 방 노인이 떨친 현풍을 알았네
미혹을 돌이킴(還迷)
如人暫見牛行處       어떤 사람이 소가 가는 것을 잠시 보다가
幾把鼻頭走入田       몇 번이나 고삐 붙잡으려고 밭으로 달려가듯이
草木叢間烟靄暗       초목 우거진 사이 구름 안개 뒤덮고
峯巒高險漲溪川       봉우리 높은 험준한 산에 시냇물 불어나도다
光陰倐忽須臾過       세월은 홀연히 잠깐 사이 지나가는데
道念生踈世故牽       도 닦을 생각 소원해져 속세 일에 이끌리니
此事本非容易就       이 일 본래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늘
豈吾如是古人然       어찌 내가 이러한가, 옛사람 그러했던가
속세를 끊음(絶世)
遠離塵世更忘緣       멀리 속세 떠나 인연 잊고서
深入金剛萬二千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들어가니

009_0043_a_01L廬山
方丈
掛囊處

009_0043_a_02L初叅

009_0043_a_03L
曾居海印碧巖會喜托華嚴大法筵

009_0043_a_04L避疫移歸修道寺幸逢知識學叅禪

009_0043_a_05L先聞他是阿誰句後聽主翁自喚緣

009_0043_a_06L晝則看經夜擧話功無全一念紛然

009_0043_a_07L起疑

009_0043_a_08L
無頭無尾沒奈何披覽曾開第二書

009_0043_a_09L公怕落空試道看落空怕者是空歟

009_0043_a_10L又思南岳初叅祖仍發疑情念一如

009_0043_a_11L忽得聞師頌子詠明明返省主翁居

009_0043_a_12L初解

009_0043_a_13L
惺惺返照主人公若有若空不可窮

009_0043_a_14L聞講金剛說誼序忽看雲捲月當空

009_0043_a_15L明明歷歷經行處密密綿綿坐卧中

009_0043_a_16L日用唯吾自偶諧始知龐老振玄風

009_0043_a_17L還迷

009_0043_a_18L
如人暫見牛行處幾把鼻頭走入田

009_0043_a_19L草木叢間烟靄暗峯巒高險漲溪川

009_0043_a_20L光陰倐忽須臾過道念生踈世故牽

009_0043_a_21L此事本非容易就豈吾如是古人然

009_0043_a_22L絕世

009_0043_a_23L
遠離塵世更忘緣深入金剛萬二千

009_0043_b_01L三世如來都會處       삼세 여래 모두 모인 곳
十方諸佛揔臨嶺       시방 제불 모두 고갯마루에 계시네
溪聲常說玄中妙       계곡 소리 항상 현중의 오묘함을 설하고
岳色全彰格外禪       산색은 모두 격외선을 드러내나니
頓悟靈知空寂性       단박에 깨닫는 영지는 공적의 성품이라
改名無住號昭然       무주라는 이름 고쳐 소연이라 하였네
본분本分
要知一物體圓成       한 물건 체성 원만히 이룸을 알고자 하거든
俯仰周旋歷歷明       굽히고 우러러보는 사이에 역력하고 분명하다
古往今來無動轉       지난날 갔다가 이제 왔으니 움직임 없고
天高地厚本齊平       하늘 높고 땅 두터우니 본래 공평하였네
繞軒山色非他色       처마 두른 산색 다른 색깔 아니요
入戶泉聲是我聲       집안에 들어온 냇물 소리 바로 나의 소리이니
捨此更求家裡事       이것을 버려 두고 다시 집안일 구함은
迷頭狂走喚同名       어리석어 날뛰며 같은 이름 부르는 것이라오
곧바로 보임(直示)
如斯說示非吾飾       이와 같이 설함은 나의 꾸밈 아니니
傾豁肝膓九曲衷       아홉 굽이 속 간담을 다 비워도
空寂靈知思不及       공적영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重玄妙旨識難窮       중현 묘지는 인식이 이르기 어렵도다
恒沙筭盡心何測       갠지스강 모래는 헤아릴 수 있지만 마음은 어찌 측량할까
萬法能明性未通       만법은 밝힐 수 있지만 성품은 통하지 못하나니
問我西來端的意       서쪽에서 온 뜻을 나에게 묻는다면
向云石虎吼生風       돌 호랑이 바람에 울부짖는다고 답하리
마음을 봄(觀心)
唯我令他何以觀       어찌 타인에게 나를 관하라 하겠는가
回光返照自心觀       회광반조하여 자심을 관해야 하리니
昏沉重者經行覺       혼침이 두터울 땐 경행하여 마음 깨우고
掉擧多人靜坐觀       산란함이 많을 땐 정좌하여 관하라
不染六塵三毒滅       육진을 물들이지 않고 삼독을 멸하며
遠離諸妄一眞觀       모든 망념 멀리 여의고 하나의 진여를 관하라
惺惺這箇無增減       마음이 성성하여 깨어 있을 땐 증감이 없나니
終始如如本性觀       처음부터 끝까지 여여히 본성을 관하라
삿됨을 변별함(辨邪)
若是被緇釋氏徒       이처럼 승복 입은 부처님 문도들
未明心地秃狂胡       마음자리 어두운 까까머리 미친 오랑캐 놈들
刀刁魚魯誰分別       도刀와 조刁, 어魚와 로魯를 어찌 구별하며
璞石金鍮孰辨孚       박璞과 석石, 금金과 유鍮를 어떻게 구별할까
不識奴郞眞醉客       노비와 낭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참으로 술 취한 객이요
難分菽麥實愚夫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로 어리석은 범부로다
龍蛇渾雜交凢聖       용과 뱀이 섞이듯이 범부와 성인이 섞여 있으니
正眼人稀不曉烏       바른 눈 가진 이 드물어 동트기 전의 까마귀로다

009_0043_b_01L三世如來都會處十方諸佛揔臨嶺

009_0043_b_02L溪聲常說玄中妙岳色全彰格外禪

009_0043_b_03L頓悟靈知空寂性改名無住號昭然

009_0043_b_04L本分

009_0043_b_05L
要知一物體圓成俯仰周旋歷歷明

009_0043_b_06L古徃今來無動轉天高地厚本齊平

009_0043_b_07L繞軒山色非他色入戶泉聲是我聲

009_0043_b_08L捨此更求家裡事迷頭狂走喚同名

009_0043_b_09L直示

009_0043_b_10L
如斯說示非吾飾傾豁肝膓九曲衷

009_0043_b_11L空寂靈知思不及重玄妙旨識難窮

009_0043_b_12L恒沙筭盡心何測萬法能明性未通

009_0043_b_13L問我西來端的意向云石虎吼生風

009_0043_b_14L觀心

009_0043_b_15L
唯我令他何以觀回光返照自心觀

009_0043_b_16L昏沉重者經行覺掉擧多人靜坐觀

009_0043_b_17L不染六塵三毒滅遠離諸妄一眞觀

009_0043_b_18L惺惺這箇無增減終始如如本性觀

009_0043_b_19L辨邪

009_0043_b_20L
若是被緇釋氏徒未明心地秃狂胡

009_0043_b_21L刀刁魚魯誰分別璞石金鍮孰辨孚

009_0043_b_22L不識奴郞眞醉客難分菽麥實愚夫

009_0043_b_23L龍蛇渾雜交凢聖正眼人稀不曉烏

009_0043_c_01L
마음을 논함(論心)
同住論心有幾僧       함께 머물며 마음을 논한 스님 몇이던가
陽山性衍寄衣僧       양산 성연 기의 스님이요
自愚淸悟世球輩       스스로 어리석음을 맑게 깨친 세상의 보배들
玄湛太嚴法浻僧       현담 태엄 법형 스님이요
能慧慧雄宏慧等       능히 지혜에 뛰어나 지혜 넓힌 이들
宇澄澄判自澄僧       우징 징판 자징 스님이요
宗師大悟應初師       종사의 큰 깨달음으로 초심자에게 응대한 대사들
曇翼禪和開眼僧       담익 선화 개안 스님이로다
함께 배움(同學)
情深意密有朋友       정 깊고 뜻이 은밀한 벗이 있었으니
圓湛信淳遠憲師       원담 신순 원헌 스님
虛實高低能自解       차고 비며 높고 낮음을 능히 해석하고
是非曲直可相知       옳고 그름, 곧고 굽음을 보고 알도다
如來敎說通何以       여래의 가르침 왜 그런지 통달하고
諸祖禪詮透許爲       조사들의 선어 무슨 말인지 투과하였으니
莫道同遊同學久       함께 노닐고 함께 배워 오래되었다 말하지 말라
夢過滄海至今疑       꿈에서 창해 지나고서 지금에서야 생각하네

 강희康熙 42년 계미(1703) 2월 일 전라남도 담양 북령北嶺 추월산 용추사龍湫寺 개간開刊

 대덕기大德記 : 대선사大禪師 혜인惠仁, 대선사 일옥一玉, 대선사 현옥玄玉, 대선사 추붕秋鵬, 대선사 응안應眼.
 산중노덕질山中老德秩 : 통정通政 선우善祐, 선사禪師 회신恢信, 선사 종민宗敏.
 삼강질三綱秩 : 주지住持 처정處淨, 삼보三宝 보상普尙, 지사持事 사인思忍, 서기書記 서탁西卓.
 시주겸문제질施主兼門弟秩 : 탄학坦學, 학잠學岑, 학경學敬, 태익太益, 신행信行, 찬보贊宝, 찬묵贊默, 찬연贊連, 찬언贊彦, 묘정妙正, 찬매贊梅, 찬진贊振, 찬종贊宗, 대웅大雄, 묘계妙戒, 대침大琛, 대심大心, 대관大觀, 대헌大憲, 묘성妙性.
 연화질緣化秩 : 간각刊刻 태초太初, 재청再淸.
 공양供養 시책時策, 이성以成.
 별좌別座 선간禪侃.
 대공덕주大功德主 해운海雲.
 서사書寫 유학幼學 정래린鄭來獜.

009_0043_c_01L論心

009_0043_c_02L
同住論心有幾僧陽山性衍寄衣僧

009_0043_c_03L自愚淸悟世球輩玄湛太嚴法浻僧

009_0043_c_04L能慧慧雄宏慧等宇澄澄判自澄僧

009_0043_c_05L宗師大悟應初師曇翼禪和開眼僧

009_0043_c_06L同學

009_0043_c_07L
情深意密有朋友圓湛信淳遠憲師

009_0043_c_08L虛實高低能自解是非曲直可相知

009_0043_c_09L如來敎說通何以諸祖禪詮透許爲

009_0043_c_10L莫道同遊同學久夢過滄海至今疑

009_0043_c_11L
009_0043_c_12L
康熙四十二年癸未二月全羅道
009_0043_c_13L潭陽北嶺秋月山龍湫寺開刊

009_0043_c_14L
大德記大禪師惠仁大禪師一玉
009_0043_c_15L禪師玄玉大禪師秋鵬大禪師應眼

009_0043_c_16L
山中老德秩通政善祐禪師恢信禪師
009_0043_c_17L宗敏

009_0043_c_18L
三綱秩住持處淨三寶普尙持事思
009_0043_c_19L書記西卓

009_0043_c_20L
施主兼門弟秩坦學學岑學敬太益
009_0043_c_21L信行賛寶賛默賛連賛彥妙正
009_0043_c_22L賛振賛宗大雄妙戒大琛大心
009_0043_c_23L大觀大憲妙性

009_0043_c_24L
緣化秩刊刻太初再淸供養主時策
009_0043_c_25L以成別座禪侃大功德主海雲書寫
009_0043_c_26L幼學鄭來獜
  1. 1)공자님 양영에서~꿈을 꾸니 : 공자가 두 기둥(兩楹) 사이에 앉아 제수祭需를 받는 꿈을 꾸고 나서 얼마 뒤에 죽은 고사를 말한다.
  2. 2)고반考盤 : 『詩經』 「衛風」 ≺考槃≻ 주에 “고考는 이룬다는 뜻이고, 반槃은 머뭇거린다는 뜻이니 그 은거할 집을 이룬다는 말이다.(考成也。槃盤桓之意。言成其隱處之室也。)”라고 되어 있다.
  3. 3)거북이 털붓으로~쏘는 것처럼 : 거북이 털로 만든 붓이나 토끼의 활은 현실에 없는 것이므로, 불가능한 것을 말한다.
  4. 4)황벽 스님~것을 기억하라 : 마조 스님의 할喝에 백장 스님은 귀가 먹고 황벽 스님은 혓바닥이 빠졌다고 한다. 『禪家龜鑑』 하권(H7, 631b) 참조.
  5. 5)간어揀語 : 착어着語, 간화揀話. 화두의 본칙本則이나 송頌에 대해 짤막한 평을 더하는 것.
  6. 6)삼승三乘 성인 : 성문ㆍ연각ㆍ보살을 말한다.
  7. 7)육사외도六師外道 :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여섯 명의 사상가를 가리킨다.
  8. 8)삼량三量 : 현량現量ㆍ비량比量ㆍ성언량聖言量을 말한다. 현량은 직접적 인식인 지각이고, 비량은 간접적 인식인 추리이며, 성언량은 표준이 되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9. 9)수유須臾 : 불교에서의 시간 단위로 매우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
  10. 10)단지丹地 : 몸과 마음의 정기가 모이는 단전丹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1. 11)척跖 : 춘추 전국 시대의 큰 도적을 가리킨다.
  12. 12)정政 : 진시황의 이름.
  13. 13)현사玄沙 스님이~발가락 아파하자 : 현사가 오미선五味禪을 배우려고 재를 넘어가다 발가락이 돌부리에 채이자 아픔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고는 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함.
  14. 14)수료水潦 스님 차여 고꾸라지자 : 『看話決疑論』(H4, 735a) 참조.
  15. 15)팔각八刻 : 15분을 일각一刻으로 하여, 지금의 2시간을 팔각이라고 한다.
  16. 16)혜원慧遠의 여산廬山 : 동진東晉 시대 혜원(334~416)이 백련결사를 개최했던 여산을 말한다.
  17. 17)혼정신성昏定晨省 : 자식이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의 처소를 돌봐드리고 문안한다는 뜻이다.
  18. 18)왕상王祥(184~268) : 조위曹魏와 서진西晉의 대신大臣이었으며 이름난 효자이다. 계모繼母가 한겨울에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자 곧 강으로 가서 옷을 벗고 얼음 위에 누워 얼음을 녹여 고기를 잡으려고 하니 두 마리의 잉어가 튀어나와 잡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19. 19)동산 양개洞山良价(807~869) : 당나라 때 승려로서 선종의 종파인 조동종曹洞宗의 종조宗祖이다.
  20. 20)맹귀우목盲龜遇木 :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을 말한다.
  21. 21)자비희사慈悲喜捨 :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고도 한다. 자慈는 즐거움을 주려는 마음가짐, 비悲는 괴로움을 덜어 주려는 마음가짐, 희喜는 기쁨을 얻게 하려는 마음가짐, 사捨는 평등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22. 22)의보依報와 정보正報 : 의보는 중생이 처해 있는 환경이고, 정보는 중생의 몸과 마음 작용이다.
  23. 23)삼신三身 : 법신法身ㆍ보신報身ㆍ화신化身을 말한다.
  24. 24)사지四智 : 부처님이 갖춘 네 가지 깨달음의 지혜로, 대원경지大圓鏡智ㆍ평등성지平等性智ㆍ묘관찰지妙觀察智ㆍ성소작지成所作智를 말한다.
  25. 25)성명구문聲名句文 : 언어와 문자로 표현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26. 26)풀 뽑고 바람 우러러(撥草瞻風) : ‘발초첨풍撥草瞻風’은 풀을 뽑아 길을 만드는 역경을 이겨 내고 바람을 우러러보는 겸손함으로 스승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이다. 『緇門警訓』 권9(T48, 1089c) 참조.
  27. 27)사성육범四聖六凡 : 네 성인과 여섯 범부. 즉 사성은 성문ㆍ연각ㆍ보살ㆍ부처님이고, 육범은 지옥ㆍ아귀ㆍ축생ㆍ수라ㆍ인간ㆍ천상을 윤회하는 여섯 범부를 말한다.
  28. 28)용궁만장龍宮萬莊 : 용궁에 아름답게 장엄되어 있다고 하는 궁전을 말한다.
  29. 29)이세貳稅 :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다.
  30. 30)한 물건이~알지 못하겠다 : 신여信如의 「金剛經序」 구절. 『東文選』 권94.
  31. 31)국일國一 : 국일은 보은천교원조국일도대선사報恩闡敎圓照國一都大禪師의 호를 하사받은 벽암 각성碧巖覺性(1575∼1660)을 가리킨다.
  1. 1)「集」下底本有「賦」編者除之。
  2. 1)「椽」疑「緣」{編}。
  3. 二十四首
  4. 1)「物」下底本十二字空白。
  5. 2)「姿娑」疑「娑婆」{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