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호은집(好隱集) / 好隱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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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은집 제2권(好隱集 卷之二)
문文 2
낙암 화상 제문청천과 낙암은 모두 72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계유년(1753) 3월 15일에 문인 유기有璣는 선사先師 낙암 대화상洛巖大和尙의 영전에 우러러 고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나계螺髻1)의 부처님이 사라쌍수 아래에서 발을 내어 보이시고(示足), 언우齴齲2)의 달마 대사가 소실少室에서 의발을 전수하니, 조계曹溪의 일미一味가 임제臨濟로 흘러들어 넘실거렸습니다. 이어 석옥石屋의 등불 하나가 제잠鯷岑3)에 찬연히 빛났고, 서산西山의 도끼(鈯斧)가 네 번 전하여 선사에 이르렀습니다.
오호라. 선사께서는 개결하고 강직하셨으며, 질박하고 순수하셨으며, 근기에 따라 설법하셨으니, 마치 북이 북채에 응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72세에 갑자기 순세順世하시니, 탑이 하나요, 진영을 그린 것이 셋입니다. 그러나 비석을 세우지 못해 아직껏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수업 받은 문생들 중 선배나 후배들이 여러 산에 흩어져 있고, 또 일부는 세상을 뜨고 일부는 남아 있는데, 세월이 화살같이 흘러 닦은 자취가 사라질까 두려웠습니다. 이에 지난봄 선사와 도교道交를 나눈 신청천申靑泉4) 선생의 글을 얻었는데, 몇 달 지나 청천靑泉 옹 또한 갑자기 구름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오호라. 선사께서 돌아가신 것이 지금 근 24년이요, 천 옹이 천화한 것이 나이로는 또한 똑같으니, 천 옹이 선사의 비명 짓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될 수 있겠습니까? 더욱 감개롭고 슬픈 일입니다. 지난해 일이 많아서 비문 글자까지 올리지 못하고, 올해 봄바람이 부는 때 힘을 다해 완성을 보았습니다. 이는 선사께서 본디 바랐던 것은 아니었고, 다만 소자小子의 어리석은 정인 것입니다. 오호라. 제자가 받은 법은法恩은 산해山海처럼 큰데 은혜를 보답하는 것은 실개천이나 티끌 같으니, 석종石鐘 하나 진영 세 개, 그리고 몇 자 되는 작은 비석으로 그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리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삼가 다과를 갖추어 엄숙하게 헌상할 따름입니다.

009_0712_a_02L好隱集卷之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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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2_a_04L1)文(二)

009_0712_a_05L祭洛巖和尙文靑泉洛巖
以七十二歲終

009_0712_a_06L
癸酉三月十五日門人有璣仰告于
009_0712_a_07L先師洛巖大和尙之靈恭惟聖螺髻
009_0712_a_08L足雙樹師齴齲授衣少室曹溪一
009_0712_a_09L湊臨濟而汪洋石屋孤燈照鯷
009_0712_a_10L岑而燦爀西山之鈯斧四傳至先師
009_0712_a_11L嗚呼先師介而毅質而粹隨機說
009_0712_a_12L如鼓應桴齡七袠加二成然而
009_0712_a_13L順世塔之一矣像之三矣碣之未
009_0712_a_14L餘恨在此受業門生爲昆爲季
009_0712_a_15L散處諸山或故或存年光似矢
009_0712_a_16L闕修蹟乃於去春得文於先師之道
009_0712_a_17L交申靑泉先生而月閱數彀泉翁亦
009_0712_a_18L忽乘雲嗚呼先師之歸也今近二紀
009_0712_a_19L泉翁之化也壽亦同符得微泉翁待
009_0712_a_20L作先師銘而致然耶尤亦感愴客歲
009_0712_a_21L事鉅字未上石汔玆春風竭力告
009_0712_a_22L此非先師之素願徒是小子之癡
009_0712_a_23L嗚呼弟子法恩山海報效涓埃
009_0712_a_24L一鍾三影數尺短碑或可望萬一之
009_0712_a_25L報耶謹蕆茶菓顒若獻只伏惟先

009_0712_b_01L엎드려 바라옵건대 선사께서는 살펴 주십시오. 육신은 비록 부식되어 가더라도 혼령은 진실로 길이 머무시고, 들으시거든 반드시 강림하시어 흠향하시옵소서.
신청천 선생 제문
계유년(1753) 3월 19일, 비슬산毘瑟山 납자 유기有璣는 삼가 청천靑泉 선생의 영전에 고합니다. 오호라. 선생께서는 우리 선사先師와 인연이 있으셨고, 또 내 마음과도 서로 통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선사께서 홀연히 입적하신 후 나는 선생에게 선사의 비명을 청하여 얻었으나 거북 받침에 옥돌(비석)을 올리기도 전에 선생 역시 먼 유람길에 올랐습니다. 이제 겨우 새겨 인쇄를 마치고 한 부를 가지고 영궤靈几에 아뢰옵나니, 상서로운 구름 낀 재실에 기침 소리 하나 없습니다. 지난날을 되돌려 생각하니, 마음은 처연해지고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선생이시여, 오히려 옛날을 기억하십니까. 오호라. 선생은 계실 때 이미 선사와 함께 기쁨을 나누셨으니, 가신 후에 어찌 선사와 함께 노닐지 않겠습니까? 오호라. 선생은 역시 비문을 찬술한 일로 선사에 대해 말을 하고, 저의 간고지로幹蠱之勞5)를 겸하여 말씀해 주시면, 곧 저 역시 조만간 이승을 하직한 후에 특별히 선생을 방문하리니, 스승인 선사와 처음부터 함께 놀던 때와 같으리이다. 이승과 저승이 비록 다르나 마음으로 서로 비추니, 곧 어찌 그 사이에 틈이 있겠습니까? 삼가 다과와 감로수를 정례하여 영좌靈座에 올리나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애달픈 정성에 감응하시어 나타나 받아 주소서.
홍제 존자 제문
금상今上(영조) 48년 임진년(1772) 2월 29일 표충사表忠祠 수호총섭守護揔攝 유기有璣는, 삼가 풍천豊川 임씨任氏 후예인 홍제 존자弘濟尊者 송운松雲6) 공의 영전에 고합니다. 오호라. 공은 용사의 변(龍蛇之變)7)이 일어난

009_0712_b_01L庶有鑑只肉雖朽焉靈實長焉
009_0712_b_02L聞必降焉以歆以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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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2_b_04L祭申靑泉先生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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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酉三月十九日毘瑟山愚衲有璣
009_0712_b_06L告靑泉先生之靈嗚呼先生於愚之
009_0712_b_07L先師有契亦於愚情相孚矣先師忽
009_0712_b_08L焉歸也後愚於先生倩得先師銘
009_0712_b_09L龜未負珉先生亦作遠遊矣今僅刻
009_0712_b_10L竣印得一件來謁靈几而景雲齋裏
009_0712_b_11L靜無謦欬回念徃日心悽涕零
009_0712_b_12L惟先生尙記疇昔嗚呼先生來而
009_0712_b_13L旣與先師同懽則去而豈不與先師同
009_0712_b_14L嗚呼先生亦以撰蹟事言於先
009_0712_b_15L兼以愚幹蠱之勞及之則愚亦早
009_0712_b_16L晏尸解後特訪先生若先師陪遊於
009_0712_b_17L有物之初矣顯晦雖殊以心照之
009_0712_b_18L曷有間諸謹以菓酌頂獻靈座
009_0712_b_19L願先生感此哀誠假而受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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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2_b_21L祭弘濟尊者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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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之四十八年壬辰二月十九日
009_0712_b_23L忠祠守護揔攝有璣謹告于豊川任氏
009_0712_b_24L之後弘濟尊者松雲公之靈嗚呼

009_0712_c_01L10여 년에 분충서난奮忠紓難8)의 공훈이 『선묘보감宣廟寶鑑』에 갖추어 기록되어 있고, 또 행적비行蹟碑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금상 무오년(1738)에 특별히 표충사表忠祠를 밀주密州 영취산靈鷲山에 세우시고, 다시 다섯 두락(五結)을 지급하여 봄가을로 제향하도록 하였고, 또 공의 선인의 묘소에 대해 온 산을 모두 봉하여 화전과 채벌을 금하였으니, 국가가 공에 보답하는 것이 깊다 하겠습니다. 다만 네 번째 돌아온(四環) 임진년(1772)에 유택이 점점 쇠락하였으니, 공이 반드시 이 때문에 마음에 앙금이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오호라. 유기有璣는 문화文化 유가柳家로 청주의 한미한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홉 살에 속리산에 들어가 독서를 하였고, 16세에 낙발하여 서교西敎를 오롯이 공부하였습니다. 31세에는 납자의 사표師表가 되어 지금은 66세가 되었습니다. 지난 두 해 동안 공의 영정이 안치된 해인사海印寺 홍제당弘濟堂을 개축하고 단청을 입히는 임무에 몰두하였습니다만, 몸이 병이 들어 약으로 나날이 지내던 차, 뜻밖에 지난봄 본사本祠를 수호하라는 어첩御帖이 의조儀曺(예조)로부터 본 도道에 도착하여 그날로 부임을 재촉하였으나, 병을 핑계로 사양했으나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해 초여름에 사당에 와서 아뢰었고, 늦가을에 또 공의 선산을 살피니, 임야가 울창하고 사석沙石이 밝고 깨끗하였습니다. 다만 고분 하나가 거의 평평해졌는데, 향로鄕老들이 모두 하는 말이, 승대장僧大將과 선인先人 묘를 합장하였는데, 손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 합니다. 이를 차마 들을 수 없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하여 올봄 날을 택하고 음식을 갖추고 여러 촌부村夫들을 모아 묘 가까이 있는 초목을 벌초하고, 먼 거리의 떼와 흙을 짊어지고 특별히 높게 봉분을 만들었습니다. 공께서 과연 이제 마음이 풀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호라. 공은 서산 옹西山翁의 법을 얻으셨고, 저는 편양로鞭羊老의 문파를 이었으니, 근원을 미루어 보면 곧 하나라서 더욱 슬퍼집니다. 이제 저 유기에게 이르러 새로 공의 영감影龕을 영우嶺右9)에 모시고 공의 선영을 강좌江左10)에 수리하니, 명명冥冥한 가운데 아마도 서로를 비추어 보고 있을 것입니다.

009_0712_c_01L於龍蛇之變十有餘年奮忠紓難之
009_0712_c_02L備載宣廟寶鑑又詳於行蹟碑矣
009_0712_c_03L今上戊午特立表忠祠于密州靈鷲山
009_0712_c_04L給復五結春秋享之且公先人之丘
009_0712_c_05L環山封之禁其火伐國家於公報
009_0712_c_06L之深矣第以四環壬辰幽宅陵夷
009_0712_c_07L必以此凝念不已矣嗚呼有璣
009_0712_c_08L化柳姓淸州寒閥九歲入俗離山讀
009_0712_c_09L十六落䰂專工西敎三十一爲
009_0712_c_10L衲子之師表於今六十有六矣前兩
009_0712_c_11L汨於公之影幀所安海印寺弘濟堂
009_0712_c_12L改搆丹堊之役身有恙日事藥餌
009_0712_c_13L外去春本祠守護之帖自儀曺到本
009_0712_c_14L刻日催赴病辭不獲夏初來謁
009_0712_c_15L秋末又來審公先山林木藂菀
009_0712_c_16L沙石明潔有一古墳殆成平陸
009_0712_c_17L老咸言僧大將先人合葬而絕孫久矣
009_0712_c_18L聞不勝涕零乃於今春鬮日辦食
009_0712_c_19L諸村夫伐除近墓之草木擔取遠武
009_0712_c_20L之莎土特成高封公果以此而釋然
009_0712_c_21L嗚呼公得西山翁之法璣係鞭
009_0712_c_22L羊老之派推源則一尤亦感愴今至
009_0712_c_23L璣之身新公影龕于嶺右修公先塋
009_0712_c_24L於江左冥冥之中倘有相照而致焉
009_0712_c_25L「文二」編者補入

009_0713_a_01L오호 슬프도다. 차가운 감로수와 시든 푸성귀일지언정 또한 바라노니 굽어 흠향하소서.
무하 선사 제문
오호라. 선사께서는 성품과 행실이 단아하고 조용하셨고, 학문과 견식은 세심하고 강하셨습니다. 무릇 경적經籍에 풀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더라도 쉽게 맥락을 들추어내니, 등불이 밤을 비춘 듯, 땔나무가 도끼를 만난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지음知音이 아니라면 곧 가락을 알기 어려웠으니, 배우는 이들이 또한 그 뜰에 들어가는 이가 적었습니다. 저 유유자적하고 데면데면한(泛泛) 무리가 그 문하를 지나더라도 돌아보지 아니하였으니, 선사는 곧 안으로 칼을 감춘 분이라 하여도 조금도 서운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중수中壽11)도 채우지 못하고 급히 그 진향眞鄕으로 되돌아가셨는지요? 돌아보건대 이 못난 납자는 일찍이 몇 년 동안 듣고 배워 요행히 몽매함을 계발(發蒙)하였으나 인연이 중간에 끊어져 다시 이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홀연히 세상을 뜨시어 한 벌의 신의信衣가 비록 나에게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갚기 어려운 스승의 은혜를 어찌 감히 한 순간이라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선사의 문하로서, 또한 수업을 받은 제자 웅雄ㆍ심諶ㆍ안眼 등 이와 같은 이들도 모두 선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오직 이 잔납殘衲은 이 세상에 붙어 있습니다. 선사의 향화가 영원히 끊어지겠기에 이를 생각하니, 슬픔과 서러움을 어찌 그치겠습니까? 이제 선사의 반택지일返宅之日을 맞이하여 삼가 물 한 발우와 밥 한 그릇으로 무릎 꿇고 작은 정성을 고하옵니다. 유명幽明이 이미 달라 아름다운 모습(符彩12))을 보고 가르침(謦欬13))을 듣지는 못하나 바람결에 눈물이 절로 떨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나의 이치가 길이 뻗어 나가 감통하여 서로 비추기를 바라옵나니, 잠깐이나마 신령스런 보살핌(靈鑑)을 꺼리지 마소서.
김중거응정 제문

009_0713_a_01L嗚呼哀㦲冷酌枯菜亦願俯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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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3_a_03L祭無瑕先師文

009_0713_a_04L
嗚呼先師性行端而靜學見細而强
009_0713_a_05L凡厥經籍難能句處易以抉脉
009_0713_a_06L燭照夜如薪遇斧而人或非知音
009_0713_a_07L罕鼓其弦學者亦罕入其庭彼悠悠
009_0713_a_08L泛泛之們過其門不顧而先師則內
009_0713_a_09L鞱其刃少無慍矣其胡未滿中壽
009_0713_a_10L遽返其眞耶顧此孱愚曾於蚤歲
009_0713_a_11L學數載幸發其蒙而夤緣中斷
009_0713_a_12L暇重續忽焉下世一領信衣雖未
009_0713_a_13L及於微躬其於難酬之恩詎敢忘於
009_0713_a_14L一息耶徃於先師之門亦有受業者
009_0713_a_15L曰雄曰諶曰眼等若而人而皆先於先
009_0713_a_16L師而夭唯此孱衲寄於斯世而先
009_0713_a_17L師之香火永絕感念于玆愴慟曷已
009_0713_a_18L今當先師返宅之日謹以水一盂飯一
009_0713_a_19L跪告寸悃而幽明旣殊未有覯
009_0713_a_20L符彩而聆謦欬不覺臨風而涕自零
009_0713_a_21L所冀一理長亘感通相影斯須
009_0713_a_22L之間勿憚靈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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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3_a_24L祭金應鼎重擧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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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다, 공의 죽음(大歸14))이여. 나 또한 늙었기에 마땅히 그대와 함께 늙어 가리라 했는데, 어찌 올봄에 그대가 홀연히 먼저 떠나셨는가? 서로 사귄 지 이미 30년이 되어 정의情誼가 서로 미더워 가히 말하지 않아도 통할 정도였다. 공이 남산에 칠성전을 세우고 나를 만나 자랑하여 말하기를, 내년 봄에 그곳에서 만나고 싶다 하였다. 지난 가을 지나 남문 밖에서 고별한 후 나는 사정이 있어 나들이를 하지 못하였으니, 어찌 그 말이 영원히 이별하는 말이 되리라 생각했겠는가? 가을날 석장을 날려 영좌靈座 앞에 잔을 올리나니, 존령이시여, 모습을 나타내 흠향하소서.
김치경치광 제문
오호라. 공과 나는 가야산과 비슬산에서 서로 주인과 손님이 되어 교유한 것이 이미 20여 년에 이르렀다. 둘 사이의 정의에 어긋남이 없었으니, 이는 붓과 종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나는 강을 건너온 이래로 매번 홍류동紅流洞 수석水石에서 공과 함께 노닐었는데, 올해는 공은 병으로 오지 아니하였고, 나는 노환으로 나서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병이 어찌 일어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부음을 듣고 백 리 밖에서 자녀들을 조문하였도다. 세월이 북새(梭)처럼 빨리 지나 상여 떠나기 하루 전에 더욱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일부러 찾아와 영궤靈几를 바라보노라. 그러나 유명幽明이 이미 달라졌으니 절을 해도 대답이 없고, 곡을 해도 응답이 없구나. 살아 있는 자의 슬픔이여. 죽은 후에야 그치리라. 오호라. 형체는 비록 떠났으나 혼령은 반드시 남았으리니, 산나물 몇 그릇을 흠향하지 않겠는가.
구씨 제문산사山師 운서雲瑞를 대신하여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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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㦲公之大歸也余亦老矣似當
009_0713_b_02L偕矣其胡今春公忽先矣交遊已
009_0713_b_03L至三十載情誼相孚可置言外
009_0713_b_04L於南山作七星殿逢余而夸曰
009_0713_b_05L於明春會於其下云者出於去年秋
009_0713_b_06L南門外告別時而余於時而有故
009_0713_b_07L成一游豈意其言仍爲永訣耶
009_0713_b_08L日錫飛獻杯靈座唯願尊靈幸爲
009_0713_b_09L假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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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3_b_11L祭金致光致卿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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嗚呼公與余也伽倻毘瑟互作主
009_0713_b_13L交游已至二十餘載情誼無間
009_0713_b_14L毫楮所能盡況余自渡江以來每於
009_0713_b_15L紅流水石與公同遊至於今年
009_0713_b_16L以疾不來余以老不出豈意厥疾
009_0713_b_17L至於不起耶聞訃百里以書吊幼孤
009_0713_b_18L而日月如梭輀行隔宵尤不勝其悽
009_0713_b_19L委來瞻靈几而幽明旣殊拜而不答
009_0713_b_20L哭而無應生者之悲死而後乃已
009_0713_b_21L形雖徃矣靈必存焉山蔬數器
009_0713_b_22L其能享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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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3_b_24L祭仇氏文代山師
雲瑞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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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소손小孫15)은 여덟 살에 어머니를 잃고 아홉 살에 산에 들어왔으니, 오직 조모祖母를 사시사철 의지하였습니다. 입는 옷들도 모두 조모의 손에서 나왔으니, 지금까지 4년이 되었습니다. 소손이 집으로 돌아가 문안을 드리는 것은 1년에 한 번을 넘지 못하였으나, 조모께서 산에 와서 어루만져 주신 것은 봄에도 그러했고 가을에도 그러했습니다. 늙으셨으나 건강한 모습을 보면 백수를 누리실 것 같았는데, 어찌 겨우 칠순을 갓 지났는데 갑자기 황천黃泉 아래로 돌아가셨는지요? 오호라. 소손은 강좌江左 영우嶺右에서 오직 스승만을 따르고 스승도 진실로 나를 아끼시니, 내 나이가 장성하면 은혜를 보답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갑자기 소원을 잃어버리니, 울부짖고 그리워한들 어찌 다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중로中路에서 상여를 멈추고 잔을 올리나니, 오호라. 흠향하소서.
구씨 만사
오호라. 귀손貴孫이 젖을 잊은 나이로 나에게 의탁하여 입산한 지 벌써 4년이 되었습니다. 용천사로 나를 찾아온 것이 두 번, 해인사로 찾아온 것이 세 번째인데 모두 아이로 인하여 온 것입니다. 비록 늙었으나 기운은 오히려 건강하여 팔구십의 광경光景을 바라볼 만하다 여겼는데, 어찌 칠순하고 두 번째 되는 해에 갑자기 돌아가셨는지요. 백 리 밖에서 부음을 듣고 손자 아이는 곧 달려가 곡을 하였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일월이 강물 같아 영결 날짜가 다가와 어제 가야伽倻에서 석장을 한번 날려 도착하였습니다.
오호라. 관을 들고 구덩이로 나아가니 슬픈 바람이 휘익 불어오고, 해로가(薤歌)16) 일성一聲에 붉은 운구의 깃발이 휘날립니다. 지금 어린아이에게는 의지할 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일찍이 어머니를 잃고 이제 조모를 잃으니 정을 기댈 곳이 끊어졌습니다. 신세는 외롭고 나이도 어려 일어서기가 또한 어렵습니다. 나 또한 애달프고 곤궁하여 장차 무엇으로 양육하겠습니까. 다만 이 음률 없는 가사로 급히 영결의 말을 지어 볼까 합니다. 지하의 혼령이 아마도 비추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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嗚呼小孫八歲失萱九歲入山
009_0713_c_02L祖母氏恃之四時衣裳皆出於祖母
009_0713_c_03L之手者于今四載矣小孫之歸家省
009_0713_c_04L無踰一年一度而祖母之到山撫
009_0713_c_05L春亦有之秋亦有之觀夫老健
009_0713_c_06L之態似享百歲之壽其胡才過七旬
009_0713_c_07L奄歸泉下也嗚呼小孫江左嶺右
009_0713_c_08L師從之師實愛之年若長成其於
009_0713_c_09L報恩亦似未晩而今忽失願號慕
009_0713_c_10L曷極玆於中路停輀薦酌嗚呼尙享

009_0713_c_11L

009_0713_c_12L挽仇氏

009_0713_c_13L
嗚呼貴孫失乳兒托余入山已四載
009_0713_c_14L訪于湧泉者再訪于海印者三而皆
009_0713_c_15L緣其兒而行只雖老而氣猶健可望
009_0713_c_16L八九十之光景其何七旬二而忽只
009_0713_c_17L訃百里兒則奔哭余則未只日月
009_0713_c_18L如流永窆期迫只昨自伽倻一錫
009_0713_c_19L飛只嗚呼擧櫬就穴悲風颯只
009_0713_c_20L歌一聲丹旐飄只今於小兒所怙
009_0713_c_21L絕只又況曾失母氏今失祖母氏
009_0713_c_22L情處斷只身惸而年幼成立亦難只
009_0713_c_23L余又哀且窮將何得養只以此無音
009_0713_c_24L律之詞遽作永訣地下之靈倘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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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처사 만사(挽高處士)
我聞公其何晩兮   내가 그대 알게 된 것이 왜 이리 늦었던가?
恨未見於平昔    일찍이 만나지 못한 것 한스러워라.
以一心而具三德兮  일심으로 삼덕三德17)을 갖추었으며
以一身而受五福   일신에 오복五福18)을 받았도다.
待人如一兮     사람을 대함에 한결같아서
厚禮而仍設席    후한 예의로 자리를 마련하였네.
惜福如金兮     복을 아끼기를(惜福19) ) 황금처럼 하였고
省食而又不肉    먹는 것을 줄이고 고기 먹지 아니했네.
是實在家之道人兮  이런 양반이야 정말 재가在家 도인道人이라.
孰羨出世之韻釋   어찌 출세出世의 운석韻釋(詩僧)을 부러워하랴.
死生夜晝兮     죽고 사는 것은 밤과 낮과 다름없어라.
忽返歸於幽宅    홀연히 유택으로 돌아가셨네.
嗟我耳而未目兮   아, 나는 듣기만 하고 보지는 못하였어라.
羌搖兎而頌德    붓을 들어(搖兎)20) 덕을 기리네.
관 노숙 만사(挽寬老宿)
師也簪纓族     대사는 명문 거족(簪纓21)族)으로
出家不染塵     출가하여 진속塵俗에 물들지 않았어라.
百年才半世     백 년의 겨우 반 세世를 지났을 뿐인데
二竪奪全身     깊은 병(二竪22) )이 온몸을 앗아갔네.
靜室香烟滅     고요한 방엔 향 연기 사라지고
空牎月色新     텅 빈 창엔 달빛만 새로워라.
題詩方下筆     시를 지으려 바야흐로 붓을 내리자
揮涕恨無垠     눈물 흘러 한恨이 그지없어라.
초 노숙 만사(挽初老宿)
世無常       세상이 무상하니
百年光景太奔忙   백 년의 광경이 너무 분망하여라.
邯鄲一夢經多歲   한단의 꿈 같은 세상 여러 해 지나니
不覺髩毛白又黃   모르는 결에 귀밑머리가 희어졌다 노래졌네.
非何短是何長    단명 싫고 장수 좋다 따지면 무엇 하리.
莫若回心勤爇香   마음 돌려 삼가 향불 사름만 못하여라.
請君更勿戀此世   그대여 청하노니 이 세상 연연해 마시고
單單聽法向西方   오로지 법문 들으며 서방으로 향하시게.
이 동지중필 만사(挽李同知重弼)
甜交曷若淡交    달콤한 사귐을 어찌 담백한 사귐에 비기랴.
面洗不如心淘    낯을 씻음은 마음을 씻어냄만 못하리.
公與我心相通    그대와 나 마음으로 통하였는데
一存一亡可咷    하나는 남고 하나는 떠나니 울고 싶어라.
김치경 만사(挽金致卿)

009_0714_a_01L照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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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714_a_03L挽高處士

009_0714_a_04L
我聞公其何晩兮恨未見於平昔
009_0714_a_05L一心而具三德兮以一身而受五福
009_0714_a_06L人如一兮厚禮而仍設席惜福如金
009_0714_a_07L省食而又不肉是實在家之道人
009_0714_a_08L孰羨出世之韻釋死生夜晝兮
009_0714_a_09L返歸於幽宅嗟我耳而未目兮羌搖
009_0714_a_10L兎而頌德

009_0714_a_11L

009_0714_a_12L挽寬老宿

009_0714_a_13L
師也簪纓族出家不染塵

009_0714_a_14L百年才半世二竪奪全身

009_0714_a_15L靜室香烟滅空牎月色新

009_0714_a_16L題詩方下筆揮涕恨無垠

009_0714_a_17L

009_0714_a_18L挽初老宿

009_0714_a_19L
世無常百年光景太奔忙

009_0714_a_20L邯鄲一夢經多歲不覺髩毛白又黃

009_0714_a_21L非何短是何長莫若回心勤爇香

009_0714_a_22L請君更勿戀此世單單聽法向西方

009_0714_a_23L挽李同知重弼

009_0714_a_24L
甜交曷若淡交面洗不如心淘

009_0714_a_25L公與我心相通一存一亡可咷

009_0714_a_26L挽金致卿

009_0714_b_01L
春風桃李秋霜菊   봄바람 불면 도리 꽃, 가을 서리에 국화라.
此歲雖零翌歲生   올해엔 비록 지더라도 내년엔 또 피겠지만
却恨吾人一歸後   도리어 한스러운 일은 우리 한번 돌아간 후
形消影滅又無聲   형체 그림자 사라지고 아무 소리 없는 거라.
한계 대사 찬상봉의 문하에서 나옴(寒溪賛出霜峰下)
繄我法老      아, 우리 법로시여.
爲人敎導      사람들을 교도하신 분이로다.
霜天明月      가을 하늘의 밝은 달이
㵼落寒灝      차가운 하늘에서 쏟아지네.
其服甚儉      입는 옷은 매우 검소했고
其䫉甚古      모습은 매우 고풍스러웠네.
學贍而彬      배움은 풍부하고 빛이 났고
道夷而溥      도의 세계는 평탄하고 넓었다네.
第緣賦性之至淸   다만 타고난 성품이 너무 맑아서
遂致平生之多踽   평생에 외로운 신세 많았다네.
嗟心曲之難形    아, 마음은 형상으로 나타내기 어려워
謾眉目之貌取    부질없이 얼굴의 모습만 취하리니
遠瞻之亦似導師   멀리 보아도 도사導師를 닮았고
近睹之亦似敎父   가까이 보아도 교부敎父와 닮았어라.
且置似與不似    닮고 안 닮고를 떠나서
當今之時      요즘 시절에
誰是禪家之虎    그 누가 선가禪家의 호랑이던가?
함월 대사 찬(㴠月賛)
月明明海淸淸    달은 밝디밝고 바다는 푸르디푸른데
熯澇亡加損輝    말리고 적심이 빛을 덜하고 더함 없어
蝕靡虧盈      먹히고 스러지고 이지러지고 참이여
二物方德      이물二物(달과 바다)의 방덕23)이로다.
妙在此八字     묘한 이치 이 여덟 글자에 있으니
厖眉安足評     방미厖眉24)를 어찌 평가할 수 있으리오.
환운 스님 찬(幻雲賛)
身樹結果      몸 나무가 열매를 맺으니
如幻如雲      허깨비요 구름이라.
心鏡隨色      마음 거울이 빛을 따르니
乃幻乃雲      허깨비요 구름이라.
幻世幻生      허깨비 세상 허깨비 삶이여
來雲去雲      오고 가는 구름이라.
人多迷幻      사람들은 미혹하고 홀리는 일 많은데
公獨悟雲      그대여 홀로 깨달음의 구름이로다.
形且是幻      형체도 또한 허깨비니
影況非雲      그림자가 어찌 구름이 아니랴.
寫眞揭壁      진영을 그려 벽에 걸어 놓나니
亦幻亦雲      허깨비요 구름이로다.
야봉을 찬하며서문과 함께
무릇 서교西敎가 우리 동방에 들어온 것은 신라 법흥왕法興王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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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桃李秋霜菊此歲雖零翌歲生

009_0714_b_02L却恨吾人一歸後形消影滅又無聲

009_0714_b_03L寒溪賛出霜峰下

009_0714_b_04L
繄我法老爲人敎導

009_0714_b_05L霜天明月㵼落寒灝

009_0714_b_06L其服甚儉其䫉甚古

009_0714_b_07L學贍而彬道夷而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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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綠賦性之至淸遂致平生之多踽
009_0714_b_09L心曲之難形謾眉目之貌取遠瞻之
009_0714_b_10L亦似導師近睹之亦似敎父且置似
009_0714_b_11L與不似當今之時誰是禪家之虎

009_0714_b_12L㴠月賛

009_0714_b_13L
月明明海淸淸熯澇亡加損輝

009_0714_b_14L蝕靡虧盈二物方德

009_0714_b_15L妙在此八字厖眉安足評

009_0714_b_16L幻雲賛

009_0714_b_17L
身樹結果如幻如雲

009_0714_b_18L心鏡隨色乃幻乃雲

009_0714_b_19L幻世幻生來雲去雲

009_0714_b_20L人多迷幻公獨悟雲

009_0714_b_21L形且是幻影況非雲

009_0714_b_22L寫眞揭壁亦幻亦雲

009_0714_b_23L

009_0714_b_24L冶峰賛并引

009_0714_b_25L
夫西敎之被我東肇自新羅法興朝

009_0714_c_01L고려에 이르러서는 현릉玄陵(공민왕) 때 태고 존자太古尊者25)가 중국에 가서 임제종臨濟宗 석옥石屋 화상의 법을 이어받고 와서 환암幻菴26)에게 전하였고, 환암은 구곡龜谷27)에게, 구곡은 다시 등계登階28)에게, 등계는 벽송碧松29)에게, 벽송은 부용芙蓉30)에게, 부용은 서산西山31)에게 전하였다. 서산의 문하에서 편양鞭羊32)이 나왔고, 편양의 문하에서 풍담楓潭33)이 나왔고, 풍담의 문하에서 상봉霜峰34)이 나왔으며, 상봉의 문하에서 낙암洛巖35)이 나왔다. 낙암은 야봉冶峰을 얻었으니, 야봉의 사람됨은 얼굴 가득 자애와 공경을 띠고 매양 사람을 접견하였는데, 아는 이나 모르는 이나 대접하는 것이 한결같았다. 비록 질병 중에 있을 때에도 용무에 힘썼고, 혹한기나 혹서기에도 한번도 그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이는 대사의 천성에서 우러나와 한 일이라 하였다. 나는 야봉과 스승을 함께 모셔 서로 안 지 오래되었다. 이에 진영에 영찬 한 수를 쓰노라. 찬하여 말한다.

公之德行      그대의 덕행은
純善無雜      순수하게 선하고 잡스러움 없어라.
面帶雲霞      얼굴은 운하雲霞를 머금고
心藏水月      마음엔 수월水月을 간직했으니
我作賛詞      내가 짓는 이 찬시가
實不愧筆      진실로 붓에 부끄럽지 아니하였으면.
해인사 복고 사적비
합천군 북쪽 80리에 가야산 해인사가 있는데, 신라 애장왕哀莊王 때의 명승인 순응順應이 세운 절이다. 고려 문종文宗 때 대장경 장판을 비장하였고, 우리 혜장대왕惠莊大王(세조)의 무인년(1458)에 판각을 중수하였으며, 또 그 경문을 인출하였으니, 절의 중요함은 다른 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상(영조) 19년 계해년(1743)에 큰 계단 아래 수백 칸이 불에 전소되었다. 이때 관찰사 김상성金尙星이 자금을 대고 계획을 세워 복구하였다. 21년이 지나서

009_0714_c_01L至高麗玄陵時太古尊者徃中國
009_0714_c_02L臨濟宗石屋之法傳之幻菴幻菴傳
009_0714_c_03L之龜谷龜谷傳之登階登階傳之碧
009_0714_c_04L碧松傳之芙蓉芙蓉傳之西山西
009_0714_c_05L山之門出鞭羊鞭羊之門出楓潭
009_0714_c_06L潭之門出霜峰霜峰之門出洛巖
009_0714_c_07L巖得冶峰冶峰爲人滿面慈敬
009_0714_c_08L於見人知與不知接之如一雖於
009_0714_c_09L疾病冗務祁寒酷暑之際而未嘗易
009_0714_c_10L其心人皆曰天性之爲也余與冶
009_0714_c_11L峰同師知之熟矣迺於影㡠書賛
009_0714_c_12L一首賛曰

009_0714_c_13L公之德行純善無雜

009_0714_c_14L面帶雲霞心藏水月

009_0714_c_15L我作賛詞實不愧筆

009_0714_c_16L

009_0714_c_17L海印寺復古事蹟碑

009_0714_c_18L
陜川郡北距八十里有伽倻山海印寺
009_0714_c_19L新羅哀莊時名僧順應所建也高麗文
009_0714_c_20L宗時藏大藏板我惠莊大王戊寅
009_0714_c_21L歲重修板閣又印其經文焉寺之重
009_0714_c_22L非他刹所比及至聖上十九年癸亥
009_0714_c_23L砌以下數百間盡火伊時觀察使金
009_0714_c_24L公尙星氏捐貲出計以復之越二十

009_0715_a_01L계미년(1763)에 또 전과 같이 화재를 입었다. 공의 당제堂弟인 김상철金尙喆이 마침 경상도 안찰사(按道使)로서 재물을 희사하고 계획을 세워 전보다 두 배나 되었어도, 복구하는 수월함은 마치 초가집 한 채를 만드는 것과 같았으니, 이는 모두 선왕先王의 보배로운 자취가 비장된 곳이기 때문이리라. 계해ㆍ계미의 두 해에 두 김씨 도백道伯이 왔으니, 어찌 그 사이에 운수가 있었던가? 하늘이 반드시 두 공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내었구나. 글이 여기에 이르니, 어떻게 칭송할 바를 모르겠도다. 산의 기묘함과 절의 수승함에 대해서는 매계梅溪 조 학사曹學士의 기문에 자세히 나와 있어 여기서는 적지 않는다. 명은 다음과 같다.

山門保靖      산문이 보호되고 평온함은
實由國恩      진실로 나라의 은혜로다.
願此尺碣      바라건대 이 작은 비갈碑碣이
與天長存      하늘과 함께 오래 가기를.
해인사 봉황문 상량문
서술합니다. 삼극三極36)이 처음 흩어질 때 어찌 연기 피어나는 집(烟屋)이 있었겠습니까? 한밤중에 겨우 성을 넘은 석가모니도 원래 별도의 사원(紺園)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연후에야 수달須達37)이 신독身毒38)에 금을 깔았고, 한 명제漢明帝39)는 홍로시鴻臚寺40)에 승려를 두었습니다. 아도阿度41)가 우리나라(仁邦)에 태어나 도리사桃李寺42)를 일선읍一善邑에 세운 때로부터 여러 사찰이 곳곳마다 서로 바라보게 되었고, 맑은 경쇠 소리가 때때로 섞여 들리게 되었습니다. 합천 해인사43)는 양梁 대동大同 연간에 터를 열었고, 보지 공寶誌公이 주춧돌을 헤아렸습니다. 두 개의 금탑이 구름을 막고 하늘을 찌르며, 만 권의 성서들이 천장에 가득하고 지붕에 넘칩니다. 봉황문은 문수文殊보살과 보현普賢보살이 다니는 청산靑山 길과 자맥紫陌 길이며, 흰 코끼리와 금 사자가 나가고 들어오는 문입니다. 금강도량은 진속眞俗이 원융하는 경계이고, 비로정계毘盧靜界는 다스림과 어지러움이 모두 사라지는 문입니다. 다만 일월이 북새처럼 달려가고, 비바람이 희롱하여 단청이 변하고 벗겨지며, 지붕이 떨어지고 서까래는 부러졌습니다.

009_0715_a_01L一載癸未又如前火公之堂弟尙喆
009_0715_a_02L時亦按道其捨財設畫倍於前而
009_0715_a_03L復之之易有如一草店盖以先王寶
009_0715_a_04L跡之所藏而兩癸之年金氏二伯之
009_0715_a_05L豈有數存於其間耶天必遣二公
009_0715_a_06L使之先後也書之至此莫得而稱矣
009_0715_a_07L至於山之奇寺之勝梅溪曹學士之記
009_0715_a_08L已悉焉今闕之銘曰

009_0715_a_09L山門保靖實由國恩

009_0715_a_10L願此尺碣與天長存

009_0715_a_11L

009_0715_a_12L海印寺鳳凰門上梁文

009_0715_a_13L
述夫三極才散混豈有烟屋之可棲
009_0715_a_14L夜堇踰城元無紺園之別設久然後
009_0715_a_15L須達布金於身毒漢明置僧於鴻臚
009_0715_a_16L乎阿祖誕於仁邦桃寺建於善邑
009_0715_a_17L至列刹處處相望淸磬時時交聞
009_0715_a_18L之海印寺梁大同之肇基寶誌公之
009_0715_a_19L量磶二座金塔干雲以叅天萬卷
009_0715_a_20L聖書充樑而溢宇至若鳳凰門
009_0715_a_21L殊普賢之靑山紫陌白象金獅之出去
009_0715_a_22L入來金剛道塲眞俗圓融之境
009_0715_a_23L盧靜界理亂俱亡之門但以日月走梭
009_0715_a_24L風雨抵戱丹渝而堊脫瓦解以椽摧

009_0715_b_01L산 빛은 거무튀튀하여 근심을 이고 있었고, 시냇물 소리는 절절切切하여 성난 마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에 온 절이 개수하기를 꾀하여 한 달도 되지 않아 준공하였습니다. 안개와 노을이 빛을 더하고 산봉우리는 넘실넘실 빛이 납니다. 현무玄武는 간艮 방향을 등졌는데, 다섯 현을 가진 거문고 모양과 정말 비슷하고, 주작朱雀은 곤坤 방향으로 읍하는 형세인데, 온갖 무늬를 지닌 표범과 너무 흡사합니다. 네 줄기 산이 겹겹이 막고 있어 먼 산세가 가까운 모양보다 더 낫습니다. 세 줄기 물이 합류하여 흘러가는 정경이 마치 다시 돌아올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10리에 연접해 있는 제액題額은 곧 신라 최 학사崔學士(최치원)의 신이한 자취요, 갓 하나가 전형典刑에 보관되어 있는 것은 곧 당나라 이 장군李將軍의 아름다운 자취입니다. 두 왕조의 어필이 어제 쓴 듯하고, 천년 전의 큰 솥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계봉雞峰에서 자씨慈氏44)보살을 기다려 거의 이 절과 함께 일어났고, 연화국蓮花國에서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원하여 여러 사람과 함께 이르렀습니다. 아아, 일찍이 강희康熙 적계년赤雞年(1717, 숙종 43)45)에 남악 법로南岳法老가 그 중건한 내용을 찬하였고, 지금 성상聖上(영조) 백사년白蛇年(1761)46)에 해봉海峰 병부病夫는 개수한 내용을 서술합니다. 다만 저의 배움이 얕아 지식이 조야하고, 문장은 비단을 짜는 듯한 매끄러움이 없고, 손은 떨리고 눈은 어두워 솜씨 좋은 명필(換鵝47))에 부끄럽습니다. 부족하나마 날짜를 가리고(涓日48)) 때를 택하여 대들보를 끌어당기며 아랑위 노래를 부릅니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朝朝紅日出雲中   아침마다 붉은 해가 구름 속에 솟구칠 때
木魚打了金鍾擊   목어를 치고 쇠종을 때리니
濟濟緇行會食宮   줄줄이 선 스님 행렬 식궁食宮으로 모입니다.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尋巢百鳥怯雲霓   보금자리 찾는 온갖 새들 비구름을 피하네.
忽然一陣長風起   홀연 한 줄기 긴 바람이 일어나니
天絕妖氛路絶泥   하늘엔 요사한 기운 사라지고 땅엔 진흙이 사라지네.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千年松檜色如藍   천년의 소나무 숲 색깔이 쪽빛 같아
炎凉交互無窮意   더위와 서늘함이 차례차례 와 끝남이 없고
山水風雲未盡談   산수 풍운은 이야기가 끝이 없네.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千丈危巖橫崱屴   천 길 높은 봉우리 높다랗게 이어졌으니
天地待人信不虛   천지가 사람을 기다림은 진실로 빈말 아니니
滄桑有變終無極   창해滄海와 상전桑田의 변화는 끝내 다함이 없네.

拋梁上       들보 위로 던지세.
九天陰雨時時㬻   구천이 장마철이라 때때로 어슴푸레 보이는데
銀河一帶露晴空   한 줄기 은하수는 비갠 하늘 드러내나니
列宿團團如鏡樣   별자리는 둥글둥글하여 거울 모양 비슷하네.

拋梁下       들보 아래로 던지세.

009_0715_b_01L山色黲黲戴愁溪聲切切送怒於是
009_0715_b_02L渾寺謀改不月竣功煙霞增光巖巒
009_0715_b_03L動彩爾其玄武坐艮髣髴五絃之琴
009_0715_b_04L朱雀揖坤依俙百紋之豹四山重鎻
009_0715_b_05L遠勢勝近形三水合流去情有來意
009_0715_b_06L十里連題額則羅之崔學士之神蹤
009_0715_b_07L冠留典刑則唐之李將軍之佳跡
009_0715_b_08L朝之御筆如昨千年之巨鑊猶存
009_0715_b_09L慈氏於雞峰庶與此寺偕起願阿彌
009_0715_b_10L於蓮國須將諸人共臻嗟㦲曾於
009_0715_b_11L康熙赤雞年南岳法老撰其重建
009_0715_b_12L者聖上白蛇歲海峰病夫述之改修
009_0715_b_13L顧余學膚而識糟文非織錦手戰而
009_0715_b_14L目眩筆慙換鵝聊以涓日酌時
009_0715_b_15L樑唱偉

009_0715_b_16L
拋梁東朝朝紅日出雲中木魚打了
009_0715_b_17L金鍾擊濟濟緇行會食宮拋梁西
009_0715_b_18L巢百鳥怯雲霓忽然一陣長風起
009_0715_b_19L絕妖氛路絶泥拋梁南千年松檜色
009_0715_b_20L如藍炎凉交互無窮意山水風雲未
009_0715_b_21L盡談拋梁北千丈危巖橫崱屴
009_0715_b_22L地待人信不虛滄桑有變終無極
009_0715_b_23L梁上九天陰雨時時㬻銀河一帶露
009_0715_b_24L晴空列宿團團如鏡樣拋梁下

009_0715_c_01L無限遊賔混滻㶚   무한히 많은 유람객 산패滻㶚49)처럼 뒤섞여
古徃今來幾送迎   예와 지금 오고 가는 사람 얼마나 많이 보내고 맞았나.
主人心絕蕕并麝   주인의 마음은 악취와 사향(蕕幷麝)50)의 구분 끊었다네.

엎드려 바라노니 상량한 후에 해마다 풍년이 들어 재물이 풍부해지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승려의 행함은 곧 남을 위하기를 자신의 몸처럼 하고, 불법의 이치는 곧 마음을 찾아 바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용연사 범음각 상량문절은 기사년(1749) 3월에 화재를 입었다.
삼가 듣자오니 수달須達이 황금을 땅에 깔아서 서축西竺에 기원祗園정사를 세웠고, 월지月氏51)가 범음梵音을 만나 동도東都에 백마사白馬寺52)를 세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도阿度 화상이 출현하여 선주善州에서 처음 도원桃院(桃李寺)을 세운 이후로 선사들이 대대로 출현하였고, 도량이 산마다 두루 세워졌습니다. 달성達城의 용연사龍淵寺53)는 보양寶壤54)이 두루 살펴보고 아홉 분의 성사聖師가 석장을 걸어 놓은 곳입니다. 이는 곧 천여 년의 큰 터요 사부대중이 머물 만한 곳입니다. 손산巽山(동남쪽)은 뒤쪽 옷고름을 맺으니, 상하의 봉우리들이 공손하게 절을 하고, 건강乾江은 앞쪽의 띠를 이루니, 좌우 시내들의 조종朝宗이 되었습니다. 성상星霜이 이미 깊어 소나무는 절로 가지가 떨어지고 학은 절로 늙어 가고, 운수가 이에 변화하니, 태泰는 비否를 기다리고55) 체替는 흥興을 기다립니다.56) 안타깝게도 저 황사년黃蛇年의 재난을 당한 후에 겨우 대웅보전大雄寶殿을 지었고, 이번 청구靑狗(1754)의 해에 특별히 범음의 고루高樓를 세웠습니다. 주지 윤 공潤公이 좋은 재목을 통수統帥에게 구하여 배에 싣고 산에 들어온 후 진성珍城에서 도료都料(목수)를 구하여 날을 잡아 준공하였습니다. 유람하는 이들은 탄성을 터트리고, 날아가는 새들은 힘써 날갯짓합니다. 드디어 자고鷓鴣57)의 노래를 불러 체동䗖蝀58)을 들어 올립니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晨星明滅動寒風   새벽별 가물거리고 찬바람 불어올 때
木魚告粥僧雲集   목어 울려 죽 공양을 알리니 여러 스님 모이네.
左右和南禮數隆   좌우의 화남和南59) 소리 예불 소리 높아 가네.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日落咸池鶴返棲   해는 함지咸池에 지고 학은 둥지로 돌아오네.
無限白雲如有約   끝없는 흰 구름은 약속이나 한 듯이
依然來鎻瑞花堤   의연히 다가와 상서로운 꽃동산 닫아거네.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千株松檜間楩楠   천 그루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 아름드리나무들(楩楠60) )
林梢雨歇聞啼鳥   숲 가지에 비 그치자 새소리 들리고
門外客臨煮米泔   문밖에 나그네 오고 끓는 밥도 기름지다.


009_0715_c_01L限遊賔混滻㶚古徃今來幾送迎
009_0715_c_02L人心絕蕕并麝伏願上梁之後年登
009_0715_c_03L以物阜國泰而民安僧行則爲人如
009_0715_c_04L佛理則覔心直入

009_0715_c_05L

009_0715_c_06L龍淵寺梵音閣上梁文寺受己巳
三月火

009_0715_c_07L
伏聞須達布金剏祗園於西竺月氏
009_0715_c_08L遇梵建白馬於東都仁邦現阿翁
009_0715_c_09L州昉桃院禪彥出代代道塲遍山山
009_0715_c_10L達之龍淵寺一寶壤之歷銓九聖師
009_0715_c_11L之掛錫千餘年之大址四部衆之可
009_0715_c_12L巽山結後衿上下峰之揖遜
009_0715_c_13L江作前帶左右溪之朝宗星霜旣深
009_0715_c_14L松自落而鶴自老數運斯變泰待否
009_0715_c_15L而替待興慘彼黃蛇之災僅做大雄
009_0715_c_16L寶殿汔玆靑狗之歲特設梵音高樓
009_0715_c_17L住持潤公乞美材於統帥載舶入山
009_0715_c_18L邀都料於珍城鬮日竣手遊人啞啞
009_0715_c_19L飛禽桓桓遂作鷓鴣式擧螮蝀

009_0715_c_20L
拋梁東晨星明滅動寒風木魚告粥
009_0715_c_21L僧雲集左右和南禮數隆拋梁西
009_0715_c_22L落咸池鶴返棲無限白雲如有約
009_0715_c_23L然來鎻瑞花堤拋梁南千株松檜間
009_0715_c_24L楩楠林梢雨歇聞啼鳥門外客臨煮

009_0716_a_01L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有塔卼然山亦崱   탑은 우뚝 서고 산 또한 높다랗게 솟아 있네.
八部善神護玉龕   팔부八部 선신善神들이 옥감玉龕을 보호하니
金仙舍利光明赩   금선金仙 사리舍利의 광명이 찬란하네.

拋梁上       들보 위로 던지세.
六時天樂聲供養   육시六時에 하늘 음악 소리로 공양하니
如來福德固無邊   여래의 복덕이 진실로 끝이 없으니
三界四生同所仰   삼계 사생四生이 모두 다 우러러보네.

拋梁下       들보 아래로 던지세.
雷鳴龍沼聽堪怕   벼락이 용소龍沼에 울리니 듣기에 너무 무서워라.
由來神物鎭靈區   이래로 신물이 영구靈區를 진압하니
野魅山精消巧詐   들 도깨비 산 정령들 교묘한 속임수 사라졌네.

삼가 비옵나니, 상량한 후에 나라의 기틀이 쇠로 만든 성처럼 언제나 견고하고, 백성의 즐거움이 격양가 부르던 노인과 더불어 새로워지고, 새벽종과 저녁의 법고 소리가 반공半空에까지 통하고, 한 심지 향과 도끼날(鈯斧)을 만겁토록 전하게 하소서. 법문을 듣는 바윗돌은 종사宗師의 변재에 고개를 끄덕이고, 뜰에 들어온 사슴들은 고승의 계덕戒德에 은혜를 느끼도록 하소서.
천주사 대웅전 상량문 무인년 3월에 상량하였다. 광락光落61)은 신사년이다. 묵서黓徐62)는 임진년이다.
살피건대 금호강琴湖江 북쪽 학산鶴山의 동쪽에 있는 가암架巖은 곧 성 이름이요, 천주天柱는 곧 절 이름이라. 광락光落의 해(1701, 숙종 27)에 초창하였으며, 묵서黓徐의 해(1712, 숙종 38)에 재건하였다. 때는 모두 강희康熙 연간이요, 사람은 곧 고덕古德이로다. 절의 대웅전은 제불諸佛의 불상이 있는 곳이요, 중생이 복을 심는 단壇이다. 그러나 추위와 더위가 오고 가서 서까래가 자연히 썩어 가고, 비바람이 들이쳐 단청이 이미 퇴색하였다. 주지 초 공草公이 화주化主가 되어 재물을 모으고 편지를 보내 장인을 초청하여 새 재목을 다듬어 옛 주춧돌 위에 그대로 올리고 좋은 날을 택하여 커다란 들보를 올리니, 이날은 곧 황호黃虎 해(戊寅, 1758, 영조 34) 대량大梁63)월(6월)이다. 뒤쪽에서 감싸고 있는 간산艮山64)은 사나운 장수가 특별히 웅크리고 있는 것 같고, 앞을 에워싼 곤봉坤峰은 마치 귀한 손님이 공대拱對하는 것 같다. 부처님을 예배하는 종고鐘鼓 소리는 땅을 흔들고 하늘까지 울려 퍼지고, 임금을 축원하는 향과 차는 밤을 지나 낮까지 계속된다.

009_0716_a_01L米泔拋梁北有塔卼然山亦崱
009_0716_a_02L部善神護玉龕金仙舍利光明赩
009_0716_a_03L梁上六時天樂聲供養如來福德固
009_0716_a_04L無邊三界四生同所仰拋梁下
009_0716_a_05L鳴龍沼聽堪怕由來神物鎭靈區
009_0716_a_06L魅山精消巧詐伏願上梁之後國基
009_0716_a_07L共金城恒固民樂與壤老齊新晨鍾
009_0716_a_08L暮鼓徹半空瓣香鈯斧傳萬劫巖石
009_0716_a_09L聽法點頭於宗師之辯才麋廢入庭
009_0716_a_10L感恩於高僧之戒德

009_0716_a_11L

009_0716_a_12L天柱寺大雄殿上梁文戊寅三月上梁
光落辛巳也
009_0716_a_13L徐壬
辰也

009_0716_a_14L
詳夫琴江之北鶴山之東架巖則城
009_0716_a_15L天柱則寺草剏於光落之歲再建於
009_0716_a_16L黓徐之年時皆康熙人乃古德
009_0716_a_17L之大雄殿者諸佛遺像之所衆生樹
009_0716_a_18L福之壇然而寒暑之徃來椽榱自老
009_0716_a_19L風雨之磨洗丹堊已凋寺長草公
009_0716_a_20L化而裒財折簡以邀匠硏新材仍舊
009_0716_a_21L涓吉辰駕巨杗此則黃虎之年
009_0716_a_22L梁之月若其艮山後擁彷彿猛將之
009_0716_a_23L特蹲坤峰前圍依俙佳賔之拱對拜佛
009_0716_a_24L鍾鼓動地而掀天祝君香茶竟夜而

009_0716_b_01L높이 쳐든 수놓은 집(繡戶)을 문득 바라보니 여의주의 별빛이요, 딸랑거리는 풍경을 또 들으니 줄 없는 거문고(沒絃琴)의 곡조이도다. 육위六偉65)의 노래를 부르며 시제詩題를 쓴다.

兒郞偉拋梁東   어영차(兒郞偉),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海旭放光呈紅   바다에서 솟는 태양 빛을 쏘아 붉게 빛나니
一陣寒風掃霧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안개를 쓸어버리고
碧空唯點歸鴻   창공에는 오직 돌아가는 기러기 몇 마리뿐.

兒郞偉拋梁南   어영차,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永日閑人睡甘   한낮에 한가한 이 달콤한 잠을 잘 때
薰風自來入戶   훈풍이 불어와 집안에 들어오고
微凉何能不貪   은근히 부는 서늘한 바람 어찌 싫어하리오.

兒郞偉拋梁西   어영차,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煙生日落烏啼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 해는 지고 까마귀는 우나니
羣動萬籟岑寂   온갖 살아 있는 것(羣動)과 만상(萬籟)이 고요하고
松下細路猶迷   소나무 아래 오솔길 외려 흐릿하구나.

兒郞偉拋梁北   어영차,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夜夜斗杓有式   밤마다 북두성 자루 법식이 되나니
更深月到天心   밤 깊자 달은 떠서 하늘 한가운데 도달하고
寒光處處充塞   차가운 빛 곳곳에 찬 기운 가득하네.

兒郞偉拋梁上   어영차,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慈雲法雨盪颺   자비의 구름 법의 비(法雨)가 시원하게 씻어내
蓮華佛界匪遼   연화蓮華 불계佛界가 머지않으니
諸人切須敬仰   여러분들 마땅히 공경하고 우러르세.

兒郞偉拋梁下   어영차,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誦經開士滿座   경을 읽는 스님들(開士) 자리에 가득하여
世間榮辱如雲   세간의 영욕을 구름같이 보니
一靈心是眞我   하나의 신령한 마음이 곧 참된 자아로다.

삼가 바라옵기는, 상량한 후에 나라가 태평하고 시절이 좋아져 승려의 행실에 장로에게 양보하는 예가 있고, 용은 물에 잠기고 호랑이는 엎드려 사람들 마음에 덕을 좋아하는 풍토가 있게 하소서. 천 그루 소나무의 송화는 먹어도 먹어도 한이 없고, 만폭의 연잎 옷은 입어도 입어도 끝이 없게 하소서.
완월루 상량문
가만히 생각건대 혼돈混沌66)의 기운이 흩어지자 꼭꼭 감추어진 천지가 때를 기다렸다. 곤륜崑崙의 산맥이 나뉘자 밝고 아름다운 산천이 주인을 만났도다. 우리 접역鰈域은 저 신주神州 땅과 같아서 신령스런 높은 산도 많고 범궁梵宮 또한 흥성하였다. 지금 가산架山의 아름다운 경치는, 곧 기성箕城(칠곡군)에 있는 별세계다. 절은 천주天柱(산)의 얼굴로서 높이가 정말 가파르고, 누대엔 완월翫月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어 멀리서도 아스라이 보인다.

009_0716_b_01L盡晝且夫繡戶高擧忽瞻如珠之星
009_0716_b_02L風鐸搖唇又聞沒絃之琴曲
009_0716_b_03L偉聲唱一毫詩題

009_0716_b_04L
兒郞偉拋梁東海旭放光呈紅一陣
009_0716_b_05L寒風掃霧碧空唯點歸鴻兒郞偉拋
009_0716_b_06L梁南永日閑人睡甘薰風自來入戶
009_0716_b_07L微凉何能不貪兒郞偉拋梁西煙生
009_0716_b_08L日落烏啼羣動萬籟岑寂松下細路
009_0716_b_09L猶迷兒郞偉拋梁北夜夜斗杓有式
009_0716_b_10L更深月到天心寒光處處充塞兒郞
009_0716_b_11L偉拋梁上慈雲法雨盪颺蓮華佛界
009_0716_b_12L匪遼諸人切須敬仰兒郞偉拋梁下
009_0716_b_13L誦經開士滿座世間榮辱如雲一靈
009_0716_b_14L心是眞我伏願上梁之後道泰時淸
009_0716_b_15L僧行有讓長之禮龍潜虎伏人心成
009_0716_b_16L好德之風千株松花食不窮萬幅荷
009_0716_b_17L葉衣無盡

009_0716_b_18L

009_0716_b_19L翫月樓上梁文

009_0716_b_20L
竊以混沌散氣天地之慳秘待時
009_0716_b_21L崙分身山川之明麗遇主惟我鰈域
009_0716_b_22L同彼神州靈岳旣多梵宮且盛
009_0716_b_23L玆架山佳景寔乃箕城別區寺受天
009_0716_b_24L柱之顏高可嵂嵂樓揭翫月之額

009_0716_c_01L대개 이 누각은 지난 강희康熙 무자년(1708, 숙종 34)에 처음 창건되어 현 성상聖上(영조) 무인년(1758)에 중창되었다. 주지 눌 공訥公이 정淨ㆍ순順ㆍ종宗이라 하는 스님과 함께 상의하여 혹은 대중을 맡고, 혹은 재물을 맡고, 혹 곡식을 맡으며, 당백棠伯67)에게 고하여 물건을 첩하帖下 받고 (帖物68)) 단월檀越을 모집하여 재목을 모은 후 장인匠人이 공역을 맡고, 역부役夫는 힘을 다하여 3개월 동안에 준공할 수 있었다. 온 산에 있는 이들이 모두 감탄하였다. 전후로 있는 열두 개의 주춧돌은 별처럼 높고 가지런하고, 상하 수백 개의 서까래는 물고기처럼 매달려 비스듬하다. 이는 다만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신령이 도운 것이로다. 이에 부족하나마 짧은 노래를 불러 긴 들보를 드는 데 돕고자 한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數處孤菴聳半空   이곳저곳 우뚝 선 절집 반공중에 솟아 있는데
明滅浮雲無定着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뜬구름은 일정한 거처 없이
閑來閑去礙還通   한가로이 오고 가니 막혔다가도 통하는구나.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一帶洛江練不齊   한 줄기 낙동강은 꿈틀꿈틀 누비었고
欸乃一聲山欲暮   애내欸乃69) 일성一聲에 산은 저물려 하여
片帆歸宿碧波堤   조각 돛배 물결 이는 강둑에 돌아와 머무네.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道德峰高惹瑞嵐   도덕봉道德峰 높아 상서로운 산바람 불러일으키고
日暖風和僧更靜   따뜻한 햇살 온화한 바람 부니 스님들 고요하고
時聞枝上鳥喃喃   때마침 나무 가지 위에선 새소리 재잘재잘.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瘦木古巖相默默   야윈 나무 고즈넉한 바위 서로 아무 말 없어도
獨坐要知斗柄回   홀로 앉아 북두성 자루가 도는 걸 알아차릴 것이고
須看桂苑生寒色   계수나무 동산에 차가운 빛 도는 걸 보리라.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祝聖香烟凝結網   부처님께 비는 향 연기는 엉기어 거미줄에 맺히는데
空谷答來一卷經   텅 빈 골짜기에서 대답하는 소리는 한 권의 경전이로다.
淸眞意味何蕭爽   맑고 참된 의미로다. 어찌 이리 상쾌한가?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推牎送目觀平野   창을 밀쳐 눈길을 평야에 보내노라.
炎凉交謝自無窮   염량炎凉이 뒤바뀌니 절로 끝이 없지만
幾見菊秋并麥夏   가을 국화 여름 보리 몇 번이나 보았는가?

삼가 바라옵건대 상량한 후에는 육화六和70)가 함께 모이고, 사사四事71)에 의지하여 항상 온전하게 하소서. 한 줄기 등불이 길이 빛나 해와 달과 아울러 함께 비추소서. 하늘에서 비를 흠뻑 적셔(華淸72)鄙潤) 풍년이 들고 백성은 화목하게 하소서.
대적사73) 법당 상량문 갑술년 3월에 상량하였다. 몽헌蒙獻은 을해요, 전단旃單은

009_0716_c_01L亦迢迢盖此樓者在昔康熙戊子之
009_0716_c_02L草剏及今聖上戊寅之重新寺長訥
009_0716_c_03L與曰淨曰順曰宗謀掌衆掌財掌
009_0716_c_04L謁棠伯而帖物募檀緣以鳩材
009_0716_c_05L者蕆功役夫輸力三月之間能竣手
009_0716_c_06L一山之內咸嘖脣前後十二礎星杲
009_0716_c_07L而列焉上下數百椽魚仆而橫矣
009_0716_c_08L徒人造亦必鬼毗聊興短歌助擧
009_0716_c_09L長栿

009_0716_c_10L
拋梁東數處孤菴聳半空明滅浮雲
009_0716_c_11L無定着閑來閑去礙還通拋梁西
009_0716_c_12L帶洛江練不齊欸乃一聲山欲暮
009_0716_c_13L帆歸宿碧波堤拋梁南道德峰高惹
009_0716_c_14L瑞嵐日暖風和僧更靜時聞枝上鳥
009_0716_c_15L喃喃拋梁北瘦木古巖相默默
009_0716_c_16L坐要知斗柄回須看桂苑生寒色
009_0716_c_17L梁上祝聖香烟凝結網空谷答來一
009_0716_c_18L卷經淸眞意味何蕭爽拋梁下
009_0716_c_19L牎送目觀平野炎凉交謝自無窮
009_0716_c_20L見菊秋并麥夏伏願上梁之後六和
009_0716_c_21L共聚賴四事以恒全一燈長明
009_0716_c_22L兩曜而偕炤華淸鄙潤歲稔人和

009_0716_c_23L

009_0716_c_24L大寂寺法堂上梁文甲戌三月上梁
獻乙亥也旃單乙

009_0717_a_01L을묘이다.
살펴보건대 한 줄기 산(單山)이 북쪽에서 내려와 마침내 신비한 형국을 이루었고, 한 줄기 물(一水)이 남쪽으로 흘러들어 이에 관건關鍵의 형세를 이루었도다. 언덕의 상서로운 구름 속에 서 있는 세 칸의 감전紺殿(절)은 숭정崇禎 몽헌蒙獻(을해년, 1635, 인조 13)에 처음 개창된 후 강희康熙 전단旃單(을묘년, 1675, 숙종 1)에 개수되었다. 그러던 차에 이슬에 젖고 서리 내리니, 사람은 절로 고인이 되고, 지붕은 절로 썩어 갔다. 또 바람에 마모되고 비에 씻기니, 붉은빛은 사라지고 푸른빛도 날아가 흩어져 버렸다. 주지 호 공浩公이 물력을 갖추고 공사工師를 초청하여 옛 기초 위에 새로 기둥을 세우니, 때는 곧 천상유택지월天上有澤之月74)이요, 임하부방지년林下附狵之年75)이라. 감히 글재주 짧은 한 필의 붓으로 삼가 사방으로 넓디넓은 경치를 찬송합니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龍角山容望不窮   용각산의 모습은 바라보아도 끝이 없네.
雨後鳥啼千嶂裡   비 개인 후 천 길 숲에서 새 소리 울리고
日邊磬落半空中   햇살에 경쇠 소리 반공중에 떨어지네.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奇岩如胄又如圭   기이한 바위는 투구 같기도 하고 홀(圭) 같기도 한데
或高或偃分强弱   높으락 누우락 굴곡 있게 굽이치니
難主難賔遞互低   난형난제인 듯 서로 호각세라.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一帶晴川靜且淡   띠를 두른 투명한 시냇물 담박하게 흐르는데
沙煗烟收人不至   안개 스며드는 따뜻한 모래에 사람은 오지 않고
䲶鴦乘興睡方酣   원앙만 흥에 겨워 졸음에 취한 듯해.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斗垂夜柄妝天德   북두성은 어두운 밤에 자루를 기울여 천덕天德을 단장하고
鴈傳霜信唳凄凄   기러기는 서리 소식 전하는 듯 울음소리 처량한데
面壁高僧聞不惑   면벽하는 고승은 들어도 흔들림 없어라.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祥雲瑞靄圍千丈   상서로운 구름 천 길 높이 에워싸
時拕甘澍被農原   때마침 하늘에서 단비가 논밭으로 쏟아지니
喜見家家登穰穰   집집마다 기뻐하네, 올해도 풍년이로세.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蓮花漏折分朝夜   연꽃 시계 열려 아침과 저녁을 나누네.
獻香祝壽萬年長   향을 올려 축수하나니 만년토록 오래 사소서.
聖化如天恩感謝   성인의 교화 하늘과 같으니 그 은혜 감사하네.

삼가 바라옵기는, 상량한 후에 황면黃面의 성상聖像은 만대에 귀의를 받으시고, 백납의 참된 스님은 깊고 중한 사은四恩76)을 보답하소서. 신령한 이 터를 길이 견고하게 하여 바다가 뽕밭이 되는 세월을 지나고, 향기로운 이름은 멀리 전수傳授되어 용화龍華77)의 설법과 같게 하소서.

009_0717_a_01L

009_0717_a_02L
觀夫單山自北來聿成慳秘之局
009_0717_a_03L水向南去爰作關鍵之形一塢霱雲
009_0717_a_04L三間紺殿草剏於崇禎蒙獻改搆於
009_0717_a_05L康熙旃單露徃霜來人自故而屋自
009_0717_a_06L風磨雨洗丹亦消而靑亦飛
009_0717_a_07L持浩公蕆物力而邀工師仍舊礎而
009_0717_a_08L立新柱時乃天上有澤之月林下附
009_0717_a_09L狵之年敢竭一筆短才謹頌方方浩
009_0717_a_10L

009_0717_a_11L
拋梁東龍角山容望不窮雨後鳥啼
009_0717_a_12L千嶂裡日邊磬落半空中拋梁西
009_0717_a_13L岩如胄又如圭或高或偃分强弱
009_0717_a_14L主難賔遞互低拋梁南一帶晴川靜
009_0717_a_15L且淡沙煗烟收人不至䲶鴦乘興睡
009_0717_a_16L方酣拋梁北斗垂夜柄妝天德
009_0717_a_17L傳霜信唳凄凄面壁高僧聞不惑
009_0717_a_18L梁上祥雲瑞靄圍千丈時拕甘澍被
009_0717_a_19L農原喜見家家登穰穰拋梁下
009_0717_a_20L花漏折分朝夜獻香祝壽萬年長
009_0717_a_21L化如天恩感謝伏願上梁之後黃面
009_0717_a_22L聖像爲萬代之依歸白衲眞僧
009_0717_a_23L四恩之深重靈基長堅固經海桑之
009_0717_a_24L變形名馞遠授傳値龍華之說法

009_0717_b_01L
옥천암 상량문불굴사의 암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대 음양이 맺히고 흩어져 산천이 되어 무쟁無諍78)의 경치를 감추어 두고, 천지가 귀신을 굳게 감추어 유덕有德한 이를 기다립니다. 이 옥천玉泉의 별세계는 곧 불굴佛窟의 수승한 터에 있습니다. 구름과 노을이 아침저녁으로 상서로이 소나무와 잣나무 숲에 어리고, 차가운 삼림을 오르내립니다. 주작朱雀과 현무玄武는 앞뒤로 마치 손님과 주인이 서로 읍하는 모양이고, 좌우의 청룡과 백호는 마치 문인과 무인이 갖추어 임하는 것 같습니다. 조물주의 운행이 오래여서 절터가 견고하고 완정하며, 처음 개창한 해가 오래되어 서까래가 어긋나 있습니다. 이에 절의 대중이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발원을 하고 재물을 모았습니다. 이곳 수령 이후李侯는 단독으로 기타祗陁79)가 숲을 시주한 것을 본받았고, 촌야의 선사善士들은 함께 단나檀那가 되어 돈을 희사하였습니다. 재물이 넉넉하게 갖추어진 이후에는 장인들이 모두 와서 도끼를 휘둘러 공을 이루었습니다. 그 후 좋은 날을 택하여(揆日80)) 상량하오니 절기는 삼춘三春이요, 달은 오획五畫81)으로 돌아옵니다. 부족하나마 육방곡六方曲을 지어 이에 작은 붓(兎尖)82)을 놀려 봅니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一輪紅日似彎弓   둥그런 붉은 태양, 당긴 활과 흡사한데
風生碧落消烟霧   푸른 허공에서 바람이 일어 연무를 흩트리니
唯見長空萬里通   오직 보이는 건 만 리에 시원하게 뚫린 하늘이라.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寒鴉啼去夕陽低   겨울 까마귀 울며 석양이 질 때
咸池已暗茶烟歇   함지83)는 벌써 어두워지고 차 달이는 연기 그쳤는데
閉戶聲終宿野雞   문 닫으니 소리 그치고 잠을 자는 꿩이여.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長松欝密影潭潭   늘어진 소나무 울창하니 그림자 매우 짙고
山人不出苔生路   산 사람들 출입하지 않아 길에 이끼 무성하니
詎識世間苦與甘   어찌 세간의 괴로움과 즐거움 알 리 있으리.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樞邊列宿森充塞   북두성 옆 늘어선 별자리들 빽빽이 채워져 있고
更深斗柄繞寒光   밤 깊은 북두성 자루는 차가운 빛 둘러싸였는데
面壁高僧忘寢食   면벽하는 고승은 침식寢食을 잊었다네.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雲外天香聞不䬬   구름 밖 하늘 향기는 맡아도 싫지 않은데
幾處浮生自是非   덧없는 인생, 몇 곳이나 윤회하며 스스로 시비하나?
心源淸淨元無恙   마음 근원 청정하니 원래 근심 없어라.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萬卷金文揷一架   만 권의 금문金文을 서가에 꽂아두고
常執聖經爲善師   항상 성경聖經을 집어 좋은 스승 삼으니
誰人瞋目來訶罵   그 누가 눈을 부릅뜨며 쫓아와 꾸짖을 터인가?

삼가 바라건대 상량한 후에 임금을 축원하는 보배로운 향이 항상 밤낮으로 끊이지 아니하고,

009_0717_b_01L玉泉菴上梁文佛窟寺
之菴

009_0717_b_02L
竊以陰陽凝流山川藏無諍之境
009_0717_b_03L地堅秘鬼神待有德之人惟玆玉泉
009_0717_b_04L別區政乃佛窟勝址雲霞朝暮
009_0717_b_05L結松柏上下寒森前後朱玄如賔
009_0717_b_06L主之互揖左右龍虎似文武之備臨
009_0717_b_07L造化運長而基土之堅完剏開年深而
009_0717_b_08L椽梠之差脫於是寺衆同心合力
009_0717_b_09L化裒財地主李侯獨效祗陁之施樹
009_0717_b_10L村野善士僉作檀那而捨金物兒已
009_0717_b_11L匠夫齊到運斤成功揆日上梁
009_0717_b_12L節屬三春月復五畵聊作六方曲
009_0717_b_13L搖一兎尖

009_0717_b_14L
拋梁東一輪紅日似彎弓風生碧落
009_0717_b_15L消烟霧唯見長空萬里通拋梁西
009_0717_b_16L鴉啼去夕陽低咸池已暗茶烟歇
009_0717_b_17L戶聲終宿野雞拋梁南長松欝密影
009_0717_b_18L潭潭山人不出苔生路詎識世間苦
009_0717_b_19L與甘拋梁北樞邊列宿森充塞
009_0717_b_20L深斗柄繞寒光面壁高僧忘寢食
009_0717_b_21L梁上雲外天香聞不䬬幾處浮生自
009_0717_b_22L是非心源淸淨元無恙拋梁下
009_0717_b_23L卷金文揷一架常執聖經爲善師
009_0717_b_24L人瞋目來訶罵伏願上梁之後祝君

009_0717_c_01L부처님을 찬송하는 아름다운 음악이 원근에 무궁토록 널리 퍼지게 하소서. 요임금의 건곤乾坤이 되어 집집마다 풍년으로 배를 두드리고, 순임금의 일월이 되어 사람마다 태평가를 부르게 하소서.
청련암 상량문조무兆茂는 병술이다.
서술하노니, 명산의 신령한 곳에는 수도하는 도량이 있어야 마땅하고, 걸출한 선승과 훌륭한 교학승(禪傑敎魁)은 모름지기 대중을 들일 만한 곳을 택해야 한다. 이 청련난야靑蓮蘭若는 백학지白鶴誌84)에서 예언한 곳과 다르지 않다. 산세가 사방을 에워쌌으니, 마치 연잎이 물에서 나오는 것과 같고, 계곡의 물줄기가 한 곳으로 모이니, 항아리 주둥이가 연못으로 잠기는 것과 흡사하다. 샘이 차갑고 숲이 깊으니 팔방(八垓)의 청정한 도반들이, 혹은 겨울을 지내고, 혹은 여름을 지내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는데, 서늘함이 오고 더위가 갈 적에 홀연 열 칸의 화려한 절집이 반은 이미 썩어 가고, 반은 이미 부러졌다. 구름과 노을(雲霞)은 근심을 토해냈고, 새와 짐승들은 부끄러워하였다. 주지는 한계寒溪의 삼세三世가 되고 보운寶雲의 재전再傳 제자가 됩니다. 지혜는 넘쳐나고 성품은 매우 강개하여 대중에게 알리지도 않고 홀로 마음 깊이 서원하여 권선문을 쓰고는 산을 나서서 두 달 동안 천금千金을 쉽게 얻었습니다. 그 후 양공良工을 불러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하여 달이 여섯 번 변한 후 집 한 채가 다시 완성되었습니다. 위쪽의 평고대와 아래의 서까래는 초라하지도 않고 사치하지도 않으며, 앞뒤의 주춧돌은 정결하기도 하고 견고하기도 하니, 지나가는 사람이 묻기를 누구의 공인가 하였고, 여기 사는 사람은 말하기를, 이는 아무개의 덕이라 하였습니다. 때는 곧 6월 중건重乾85)의 달이요, 조무兆茂86)인 병술년(1766, 영조 42)입니다. 부족하나마 한 소리 내어 육위六偉에 화답합니다.아무개는 모계慕溪이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春水先拖藥塢中   봄물이 먼저 약초밭으로 흘러드니
靜坐觀天消白日   고요히 앉아 하늘을 보며 한낮을 보내는데
耳邊時聽打花風   귓가엔 때때로 봄꽃 스쳐가는 바람 소리 들리네.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秋月團團落小溪   둥글고 둥근 가을 달은 작은 시내로 떨어질 때
好笑吾人頑鈍甚   완고하고 우둔한 나에게 미소 짓네.
晴天如練眼還迷   비 갠 하늘 비단결 같아 눈이 다시 어지럽네.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夏雲如幔又如龕   여름 구름 휘장 같고 감실도 같아라.

009_0717_c_01L寶香恒晝夜而不絕讃佛嘉偈
009_0717_c_02L遐邇於無窮堯之乾坤家家皷腹
009_0717_c_03L之日月人人興歌

009_0717_c_04L

009_0717_c_05L靑蓮菴上梁文兆茂丙
戌也

009_0717_c_06L
述夫名山靈境宜有修道之塲禪傑
009_0717_c_07L敎魁須擇容衆之所惟玆靑蓮蘭若
009_0717_c_08L無異白鶴誌占山勢四圍如蓮葉之
009_0717_c_09L出水谿派一會似缸口之沉塘
009_0717_c_10L冽樹深幾見八垓之淨侶或經冬或
009_0717_c_11L過夏涼來炎去忽致十間之華屋
009_0717_c_12L已朽半已摧雲霞吐愁鳥獸含恥
009_0717_c_13L人寒溪之三世寶雲之再傳智有餘
009_0717_c_14L性甚慷慨不謀於衆獨誓於心
009_0717_c_15L造勸䟽出山兩更月而千金易得
009_0717_c_16L良工運斧六變弦以一宇重成上梠
009_0717_c_17L下椽不儉不侈前磉後礎亦貞亦
009_0717_c_18L過者曰是誰之功居者曰
009_0717_c_19L某之德時則重乾之月兆茂之年
009_0717_c_20L發一聲用和六偉是某
慕溪

009_0717_c_21L
拋梁東春水先拖藥塢中靜坐觀天
009_0717_c_22L消白日耳邊時聽打花風拋梁西
009_0717_c_23L月團團落小溪好笑吾人頑鈍甚
009_0717_c_24L天如練眼還迷拋梁南夏雲如幔又

009_0718_a_01L山牎日永無人至   산창山窓에 해는 긴데 아무도 오지 않고
一椀松茶亦足甘   한 사발 솔차로도 충분히 감미롭네.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冬嶺孤松靑且直   겨울 산 외로운 솔 푸르고 곧았어라.
霜雪壓來色不渝   눈서리 쌓여도 그 빛깔 변치 않네.
夷齊心事無差忒   백이숙제 마음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倦飛孤鳥閑來徃   게을리 나는 외로운 새는 한가롭게 오고 가고
炎凉進退自無窮   염량炎凉이 무궁하게 절로 가고 절로 오고
惟有長空恒莾蒼   오직 저 긴 하늘만 언제나 아득하여라.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面壁眞人忘指馬   면벽 수도 진인은 시비(指馬87))를 잊고서
飯了起來散步行   밥 먹고 일어나서는 천천히 산보하니
一心動靜當閑雅   한마음의 움직임이 마땅히 한가하고 아취 있네.

삼가 바라옵기는 상량한 후에 나라에는 풍운風雲88)의 경사가 있고, 집안에는 계옥桂玉89)의 근심이 없어지게 하소서. 입을 다물고 입술을 깨물어 비야毘耶90)의 대사大士를 본받게 하시고 용을 항복받고 호랑이 싸움을 말려(解虎91)) 태백太白의 고승高僧을 계승하게 하소서. 오야五夜에 향 등불이 밝게 타올라 끊어지지 않게 하시고, 주야 육시六時로 하늘 음악이 세세토록 항상 새롭게 하소서.
관불암 상량문기묘 4월에 상량하였다.
살펴보건대 각현角縣의 북쪽이요, 설역舌驛의 동쪽에 절이 있으니, 이름은 용천湧泉이요, 한 암자가 있으니, 이름은 관불觀佛이라. 형국이 산꼭대기로 열려 있으니, 마치 정인正人이 단정히 임한 것 같고, 골짜기가 들판에 이어져 있어 흡사 널따란 자리가 고요히 펼쳐진 것 같다. 물이 흐르고 꽃이 지는 것은 사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이요, 옥경玉磬과 금종金鍾 소리 울리니, 육시六時에 행해지는 예절과 법도로다. 비록 절의 터와 토대는 변함이 없다 하더라도 어찌 서까래가 저절로 썩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오. 절에 사는 이는 편안히 자리하기 어려우니, 지나가는 길손인들 어찌 얼굴을 펼 수 있으리오. 이에 화사化士 잠 공岑公이 권선문을 짓고 모연한 후 장인을 초청하여 다시 고쳐 지으니, 새와 짐승들은 기뻐 날뛰었고, 안개와 노을은 더욱 빛을 더하였다. 때는 곧 도알屠閼92)의 해(기묘년, 1759)요, 실침實沉93)의 달이었다. 이에 짧은 노래를 지어 긴 대들보를 올리는 데 돕고자 한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海天曙氣湧寒空   바다 하늘에 새벽 기운이 찬 허공에 솟구치니
明來暗去纎氛霽   밝음이 드러나고 어둠이 사라져 가랑비 개었구나.

009_0718_a_01L如龕山牎日永無人至一椀松茶亦
009_0718_a_02L足甘拋梁北冬嶺孤松靑且直
009_0718_a_03L雪壓來色不渝夷齊心事無差忒
009_0718_a_04L梁上倦飛孤鳥閑來徃炎凉進退自
009_0718_a_05L無窮惟有長空恒莾蒼拋梁下
009_0718_a_06L壁眞人忘指馬飯了起來散步行
009_0718_a_07L心動靜當閑雅伏願上梁之後國有
009_0718_a_08L風雲之慶家無桂玉之愁杜口簸唇
009_0718_a_09L效毘耶之大士降龍解虎繼太白之
009_0718_a_10L高僧五夜香燈明明不絕六時天
009_0718_a_11L歲歲恒新

009_0718_a_12L

009_0718_a_13L觀佛菴上梁文己卯四
月上梁

009_0718_a_14L
觀夫角縣之北舌驛之東有寺曰湧
009_0718_a_15L有菴曰觀佛局開山頂如正人
009_0718_a_16L之端臨洞接野原似巨筵之靜鋪
009_0718_a_17L流花落即四序之變容玉磬金鍾
009_0718_a_18L六時之禮度雖能基址之不渝爭奈
009_0718_a_19L榱桷之自朽居者難以安席過者曷
009_0718_a_20L可展眉於是化士岑公肩䟽募緣
009_0718_a_21L工改搆鳥獸挑悅烟霞增輝時則
009_0718_a_22L屠閼之年實沉之月乃作短唱
009_0718_a_23L擧脩梁

009_0718_a_24L
拋梁東海天曙氣湧寒空明來暗去

009_0718_b_01L路有行人樹有風   길에는 지나는 사람들 나무엔 부는 바람.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遠峀斜陽檻外低   먼 산에 비낀 태양 난간 밖으로 내려갈 때
野鳥尋巢僧問寺   들새는 깃을 찾고 스님은 절을 묻네.
松陰明滅路還黧   솔 그늘 어른거리며 길은 다시 어두워지는구나.

抛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聯溪百曲色淡淡   1백 굽이 이어진 시내 물빛이 담담한데
山花自落隨波去   산꽃이 절로 떨어지니 물결 따라 흘러가나
游蝶飛蜂尙起貪   춤추는 나비 나는 벌은 외려 꿀을 탐하는구나.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岩屏圍立如衣襋   바위 병풍이 빙 둘러 선 모습이 마치 옷깃 같고
苔庭日永斷輪蹄   이끼 낀 마당에 해는 긴데 바퀴 자국 끊어지고
時有白雲來暫息   때때로 백운만이 잠시 쉬러 오는구나.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一帶銀河光晃晃   한 줄기 은하수는 별빛이 밝은데
列宿森森繞月宮   늘어선 별자리는 빽빽하게 월궁月宮을 감싸니
由來天德何嚴壯   쏟아지는 하늘의 덕이여 어찌나 이리 장엄한가.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八字石門通廣野   여덟 글자의 석문은 광야로 통해 있어
古徃今來幾許人   고금에 왕래하는 이들 얼마나 많이들
辛勤訪到經冬夏   힘들고 수고롭게 방문하여 겨울과 여름을 지냈는가.

삼가 바라옵니다. 상량한 후에 하늘은 강건하고(乾健)94) 땅은 순조로워(坤順)95) 소장消長의 이치가 항상 밝게 드러나게 하소서. 해는 따사롭고 바람은 온화하여 누에치고 길쌈하는 즐거움이 모두 풍성하게 하소서. 현묘한 이치를 탐구하고 도를 그리는 법려들이 더욱더 많아지게 하시고, 재를 어기고 계를 범하는 무리들은 흩어져 물러가게 하소서. 자신을 꾸짖는 일에 게으르지 않게 하여 단월의 은혜에 보답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성인의 수명을 축원하게 하소서.
청암난야 상량문신사년 5월에 상량하였다.
가만히 생각건대 사방의 방위(方隅)가 이미 세워진 후에 산천이 낮은 평지(坳渦)에서 결합되고 사라지고 생겨나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인물人物이 평안 한적하게 왕성했다. 이는 실로 수승한 땅과 신령한 장소가 모두 사람으로 말미암아 밝게 드러나고, 야사壄寺와 산암山菴이 또한 때를 만나 드러난 것이다. 이 청암사淸巖寺는 영남 아래의 가장 좋은 선원禪苑이요, 낙동강 오른편(江右)의 대강당이로다. 봄여름의 물과 구름, 가을 겨울의 달과 소나무는, 곧 도령陶令의 시구를 연상하게 한다. 상하의 전각과 누각, 동서의 요사채는 곧 모두 입 구口 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무릎에 닿는 깊은 봇물은 여산廬山의 은銀 폭포수와 서로 다투고,

009_0718_b_01L纎氛霽路有行人樹有風拋梁西
009_0718_b_02L峀斜陽檻外低野鳥尋巢僧問寺
009_0718_b_03L陰明滅路還黧抛梁南聯溪百曲色
009_0718_b_04L淡淡山花自落隨波去游蝶飛蜂尙
009_0718_b_05L起貪拋梁北岩屏圍立如衣襋
009_0718_b_06L庭日永斷輪蹄時有白雲來暫息
009_0718_b_07L梁上一帶銀河光晃晃列宿森森繞
009_0718_b_08L月宮由來天德何嚴壯拋梁下
009_0718_b_09L字石門通廣野古徃今來幾許人
009_0718_b_10L勤訪到經冬夏伏願上梁之後乾健
009_0718_b_11L坤順消長之理恒明日暖風和
009_0718_b_12L麻之樂咸盛探玄慕道之侶添添而
009_0718_b_13L違齋犯戒之徒散散而郤責躬
009_0718_b_14L匪懈報丹越之恩虔心設誠祝聖
009_0718_b_15L人之壽

009_0718_b_16L

009_0718_b_17L淸巖蘭若上梁文辛巳五
月上梁

009_0718_b_18L
竊以方隅旣立山川結於坳渦消長
009_0718_b_19L互翻人物旺於泰廸寔乃勝地靈境
009_0718_b_20L皆由人以彰壄寺山菴亦遇時而顯
009_0718_b_21L維玆淸巖者嶺下之最禪苑江右之
009_0718_b_22L大講堂春夏水雲秋冬月松則可
009_0718_b_23L想陶令之句上下殿樓東西寮室
009_0718_b_24L渾如口字之形膝臨沉湫廬山之銀

009_0718_c_01L머리를 누르는 정사精社는 혜원慧遠의 백련사白蓮寺와 같다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흘러 서계書契96)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고, 세월이 차례를 바꾼 것이 여러 차례였으니, 서까래와 평고대가 허물어졌습니다. 지난 숙묘肅廟 연간에 보광 대로葆光大老가 새로 지었고, 후에 경묘景廟 연간에 회당 법안晦堂法眼이 개창하였습니다. 위대하도다. 회당의 비명이 같이 남아 있어 아름다운 업적이 멀리 전해지고, 상전像田을 모두 갖추어 향화가 영원히 이어집니다. 주지는 모암 공慕菴公으로 보광葆光의 법손이요, 회당晦堂의 법제자입니다. 화사化士 하우夏雨에게 명하여 널리 모연을 하고 법당을 개수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문인門人 체징體澄은 많은 재산을 희사하여 선실禪室을 건립하였습니다. 별도로 영각影閣을 여니 회 옹晦翁의 용모(厖容)가 살아 있는 듯하고, 우러러 찬사賛詞를 바라보니 풍군豊君의 신이한 문장이 길이 아름답습니다. 해는 광락光落에 머물고(신사년, 1761, 영조 37), 달은 천풍天風에 묵는 때(5월)에 부족하나마 자고鷓鴣의 노래를 불러 체동䗖蝀97)을 올립니다.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伽倻雲日暗還紅   가야의 구름 낀 해 어둡다가 다시 밝아
山花欲落行人歇   산꽃은 떨어지려는데 지나가는 행인 그치니
杜宇一聲來晩風   두우杜宇98) 새 한 소리만 늦은 바람에 들려오네.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飛鳳山頭日欲低   비봉산 머리에 해는 지려 하는데
何許衲僧來踽踽   어느 곳 스님인지 외로이 찾아와서
一笻忙擲渡聯溪   지팡이 바삐 던지며 연이어 있는 시내 건너는가?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佛靈頂在數間菴   불령산 봉우리에 있는 몇 칸 암자에
高僧嘿嘿端然坐   고승은 고요히 가부좌하고 있어
百鳥含花却未諳   온갖 새 꽃 머금어도 나 몰라라 하고 있네.

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千丈奇岩橫磵側   천 길 높이 기암이 계곡 곁에 비껴 있어
風雨雪霜獨不移   비바람 눈서리에도 홀로 꿈쩍하지 않으니
人誰如是其心直   사람 중에 그 누가 이처럼 마음 곧으리오.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祥雲瑞靄凝成帳   상서로운 구름과 안개 엉기어 휘장 칠 때
誦經聲徹半空中   경 읽는 소리가 반공중에 퍼지니
至樂陶陶何快壯   지극한 즐거움 도도하여 어찌나 장쾌한지.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倚牎終日耽閑暇   창에 기대어 온종일 한가로움 즐기나니
電光身世曷奔遑   전광 같은 이내 신세 어찌 분주히 서두를 것 있나?
萬事不如無事者   온갖 만사가 일 없는 것만 같은 것 없으리라.

삼가 바라노니 상량한 후에 서울과 시골이 모두 평안(華寧鄙靜)하고 곡식이 익고 백성이 화합하게 하소서. 등불 하나 길이 빛나 만고에 꺼지지 않게 하소서.

009_0718_c_01L瀑相讓頂壓精社遠公之白蓮齊稱
009_0718_c_02L多經劫燼流災書契蔑跡幾見歲華
009_0718_c_03L換序椽梠傷身前在肅廟之年
009_0718_c_04L光大老重新矣後於景廟之紀晦堂
009_0718_c_05L法眼改剏焉偉㦲晦堂碑塔並存
009_0718_c_06L蹟遠示像田俱備香火永緜主人
009_0718_c_07L慕菴公葆光之孫晦堂之子乃令
009_0718_c_08L化士夏雨廣募緣修法堂且以門人
009_0718_c_09L體澄厚傾財建禪室別開影閣
009_0718_c_10L翁之厖容如生仰瞻賛詞豊君之神
009_0718_c_11L文長媺歲舍光落月旅天風聊作
009_0718_c_12L鷓鴣爰擧螮蝀

009_0718_c_13L
拋梁東伽倻雲日暗還紅山花欲落
009_0718_c_14L行人歇杜宇一聲來晩風拋梁西
009_0718_c_15L鳳山頭日欲低何許衲僧來踽踽
009_0718_c_16L笻忙擲渡聯溪拋梁南佛靈頂在數
009_0718_c_17L間菴高僧嘿嘿端然坐百鳥含花却
009_0718_c_18L未諳拋梁北千丈奇岩橫磵側
009_0718_c_19L雨雪霜獨不移人誰如是其心直
009_0718_c_20L梁上祥雲瑞靄凝成帳誦經聲徹半
009_0718_c_21L空中至樂陶陶何快壯拋梁下
009_0718_c_22L牎終日耽閑暇電光身世曷奔遑
009_0718_c_23L事不如無事者伏願上梁之後華寧
009_0718_c_24L鄙靜穀熟民和一燈長明萬古不

009_0719_a_01L납자는 법을 행함에 발섭하는 수고(跋涉之勞)99) 꺼리지 않게 하시고, 종사는 대중을 제접함에 모름지기 정성껏 나누고 쪼개는 수고를 다하게 하소서.
칠성전 상량문대구의 남산
서술하노니, 먼 하늘에 늘어선 별자리 중에는 칠군七君100)이 가장 높고, 홍범구주洪範九疇101) 가운데는 오복五福이 가장 귀하도다. 세상길에 실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진군眞君을 우러러보는데, 그의 비호 없이는 안온함을 얻기 어렵다. 삼가 생각건대 진군은 밤이면 밤마다 모습을 드러내어 보이시고 찬란하게 궤도를 나누어 운행하신다. 서원이 있으면 반드시 따라 행하니 이루어 주지 않는 인간사가 없으시다. 신이한 공력은 매우 크고, 성스러운 덕은 매우 넓도다. 지금 칠성전七星殿이라는 곳은 일곱 진군의 혼령이 내려오는 제단이요, 여러 정업 닦는 보살(淨士)들이 복을 비는 장소이다. 지령地靈은 설산雪山의 풀보다 더 뛰어나고, 승보僧寶는 창해滄海의 구슬보다 더 훌륭하다. 옥 촛대와 금 등불은 진실로 마음속 정성으로 간절하게 예경 드리는 바이고, 밝은 노을과 고운 빛깔 안개는 의연히 현재玄宰(하늘, 眞宰)가 내려오는 징조로다. 주지인 성호性好 스님이 공을 세웠으니, 그 뜻은 간절하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있어서 불전 하나를 지어 여러 사람들을 계도하고자 하였다. 마침 순장巡將인 김 공金公이 계획을 세우고 앞장서니, 선사善士 여러분들이 모두 흡연翕然히 따르게 되었다. 이때 시작함에 청오靑烏102)를 초청하여 터를 점지하고, 백의白衣103)를 뵙고 재물을 모은 후 영인郢人104)으로 하여금 도끼를 휘두르게 하고, 곤오昆吾105)로 하여금 기와를 만들게 하니, 세 칸의 정옥淨屋이 한마음으로 문득 완성되었다. 때는 곧 적저赤猪(丁亥, 1767, 영조 43)의 해요, 중건重乾(4월)의 달이다. 애오라지 일소一笑를 효빈效顰하여 육아六兒의 노래에 화답하노라.

拋梁東       들보 동쪽으로 던지세.
震門初啓日輪紅   동방의 문(震門)이 처음 열릴 때 태양 붉은데
朝朝僧集香温爇   아침마다 스님들 모여 향불 따사로이 사르나니
奉賀吾王德化中   우리 임금의 덕화를 받들어 축하하는 중이라.

拋梁西       들보 서쪽으로 던지세.
雲歸於峀鳥歸棲   구름은 산굴로 들어오고 산새는 깃으로 돌아올 때
遠來客子尋幽路   멀리서 온 나그네는 깊은 길 찾느라고
擲杖登山又渡溪   지팡이 던지고 산에 올랐다가 시내를 건너기도.

拋梁南       들보 남쪽으로 던지세.
萬年松下一泉甘   만년의 소나무 아래 달고 시원한 샘물 하나.
游人多怨山中薄   유산객은 산골 음식 박하다고 원망이 많더니만
却向烟村覔厚泔   연기 나는 마을 되돌아가 고봉 쌀밥 찾는구려.


009_0719_a_01L衲子爲法勿憚跋涉之勞宗師
009_0719_a_02L接人須勤剖析之款

009_0719_a_03L

009_0719_a_04L七星殿上梁文大丘之
南山

009_0719_a_05L
譔夫長空列宿七君爲尊洪範九疇
009_0719_a_06L五福是貴人載世路咸仰眞君不憑
009_0719_a_07L廕庥難得安穩伏惟眞君夜夜示
009_0719_a_08L赫赫分躔有願必從無事不遂
009_0719_a_09L神功澔澔聖德恢恢今七星殿者
009_0719_a_10L眞君降靈之壇諸淨士祈福之所
009_0719_a_11L靈勝於雪山草僧寶奪諸滄海珠
009_0719_a_12L燭金燈實惟丹悃之懇禮明霞彩霧
009_0719_a_13L依然玄宰之來徵主人性好立功
009_0719_a_14L切利世思造一殿以噵衆人適幸巡
009_0719_a_15L將金公畫而倡之善士諸君翕然從
009_0719_a_16L於是出焉邀靑烏占址謁白衣
009_0719_a_17L鳩材而使郢人運斤昆吾作瓦
009_0719_a_18L間潔屋一心頓成時乃赤猪之年
009_0719_a_19L乾之月聊效一笑用和六兒

009_0719_a_20L
拋梁東震門初啓日輪紅朝朝僧集
009_0719_a_21L香温爇奉賀吾王德化中拋梁西
009_0719_a_22L歸於峀鳥歸棲遠來客子尋幽路
009_0719_a_23L杖登山又渡溪拋梁南萬年松下一
009_0719_a_24L泉甘游人多怨山中薄却向烟村覔

009_0719_b_01L拋梁北       들보 북쪽으로 던지세.
緣厓數里生荊蕀   언덕 따라 몇 리 사이에 가시넝쿨 우거지니
山靈不喜醜夫來   산신령은 추부醜夫들 오는 것 좋아하지 아니하여
且使密雲封岳色   일부러 빽빽한 구름으로 산 빛을 봉인했구나.

拋梁上       들보 위쪽으로 던지세.
一色靑空何漭漭   한 빛깔 푸른 하늘 어찌나 아득한지
至道元來越太虛   지도至道는 원래부터 태허太虛를 넘어서니
難將彖象論其狀   단상彖象106)을 가지고 그 모양 논하기 어려워라.

拋梁下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세.
窈窕達城如打閜   아늑한 달성達城은 문을 열어 놓은 것 같아
洛水琴湖又外流   낙수洛水와 금호琴湖는 또 밖을 둘러 흐르니
風帆點點波頭駕   돛배는 바람에 실려 점점이 물결 따라 흘러가네.

삼가 바라옵나니, 상량한 후에 청산 옹(靑山叟)과 백운 아이(白雲兒)가 천겁을 지내도록 서로 의지하게 하시고, 감로수107)와 금광초金光草108)는 만세가 다하도록 길이 살도록 하소서. 천문天文은 밝게 빛나고 지리地理는 크고 웅장하며,109) 우양雨暘110)이 다 고르고 한욱寒燠111)이 어긋나지 않으며, 나라가 영원히 문덕文德을 닦고 백성은 모두가 생업을 즐기도록 하소서.

009_0719_b_01L厚泔拋梁北緣厓數里生荊蕀
009_0719_b_02L靈不喜醜夫來且使密雲封岳色
009_0719_b_03L梁上一色靑空何漭漭至道元來越
009_0719_b_04L太虛難將彖象論其狀拋梁下窈窕
009_0719_b_05L達城如打閜洛水琴湖又外流風帆
009_0719_b_06L點點波頭駕伏願上梁之後靑山叟
009_0719_b_07L白雲兒歷千劫而相托甘露水金光
009_0719_b_08L亘萬歲而長存天文晶晶地理
009_0719_b_09L磊磊雨暘俱若寒燠不愆國永修
009_0719_b_10L民皆樂業

009_0719_b_11L
好隱集卷之二

009_0719_c_01L
  1. 1)나계螺髻 : 부처님 32상의 하나이다. 부처님의 정수리에는 소라 모양의 살덩이가 있다고 한다.
  2. 2)언우齴齲 : 뻐드렁니에 충치 먹은 사람이라는 말로, 달마達摩의 별칭이다. 『碧巖錄』의 「三敎老人序」에, “언우가 중국에 건너와서 오직 심인만을 전하고, 문자를 세우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齴齲來東單傳心印。 不立文字固也。)”라는 말이 나온다.
  3. 3)제잠鯷岑 : 우리나라의 이칭.
  4. 4)신청천申靑泉 : 신유한申維翰(1681~?). 조선 후기의 문신이며 문장가이다. 본관은 영해寧海, 자는 주백周伯, 호는 청천靑泉으로, 경상북도 고령 출신이다. 숙종 31년(1705)에 진사시에 합격하였고, 1713년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1719년 제술관製述官으로 통신사 홍치중洪致中을 따라 일본에 다녀왔으며, 봉상시첨정에 이르렀다. 문장으로 이름이 났으며, 특히 시가 뛰어났고, 사詞에도 능하였다. 저서로는 『海遊錄』ㆍ『靑泉集』ㆍ『奮忠紓難錄』 등이 있다.
  5. 5)간고지로幹蠱之勞 : 자식이 부모가 못다 이룬 사업을 계승하여 이룸을 말한다. 『周易』 「蠱卦」에서, “간부지고는 죽은 아버지의 뜻을 계승함을 뜻한다.(幹父之蠱。 意承考也。)”라고 하였다.
  6. 6)송운松雲 :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1544~1610)의 호이다. 조선 스님으로 이름은 응규應奎, 자는 이환離幻, 호는 사명당四溟堂 또는 송운松雲, 별호는 종봉鍾峯이며, 시호는 자통홍제 존자慈通弘濟尊者이다. 16세에 직지사直指寺로 출가하여 신묵信默의 제자가 되었고, 3년 뒤 승과僧科에 합격하여 많은 유생들과 교유하였다. 1575년(선조 8) 선종수사찰禪宗首寺刹인 봉은사奉恩寺의 주지로 천거되었으나 사양하고, 묘향산 보현사普賢寺의 휴정休靜을 찾아가 선리禪理를 참구하였으며,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이 승군을 지도하고 평양성 탈환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워 선조가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를 제수하였다. 이후 왜군과의 회담을 주도하고 전후 강화조약에 사신으로 파견되는 등 보국안민을 위해 헌신하였다. 저서로 『사명당대사집』 7권과 『奮忠紓難錄』 1권 등이 있다.
  7. 7)용사의 변(龍蛇之變) : 임진년(1592)과 계사년(1593)의 난리.
  8. 8)분충서난奮忠紓難 : 충성을 날려 전란을 평정한다는 뜻이다. 사명 대사가 임진왜란에 참여하여 전란을 평정한 일을 기록한 책의 제목은 『奮忠紓難錄』이다. 조선 중기 고승 유정惟政의 문집으로 일기와 상소문 및 임진왜란 때의 행적 등을 기록한 책이다. 1688년(숙종 14) 5대 법손 남붕南鵬 등이 편집, 간행하였고, 1739년(영조 15) 신유한申維翰이 보필하여 밀양密陽 표충사表忠寺에서 개판하였다.
  9. 9)영우嶺右 : 영남嶺南과 같은 뜻이다.
  10. 10)강좌江左 : 중국의 강동江東 지방인 강소성江蘇省 일대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영남을 뜻한다.
  11. 11)중수中壽 : 이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다. 『장자』 「盜蹠」에서는 백 세를 상수上壽, 80세를 중수, 60세를 하수下壽라 하였고, 『淮南子』 「原道訓」에서는 70세를 중수라 하였고, 『呂氏春秋』 「孟冬紀」에서는 60세를 중수라 하였으며, 『禮記』 「樂記」 주注에서는 90세를 중수라 하였다.
  12. 12)부채符彩 : 원뜻은 아름다운 옥의 문양의 결과 빛을 가리킨다. 사람의 외모와 모습, 혹은 문예가 재능 있고 화려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3. 13)경해謦欬 : 해소咳嗽ㆍ담소談笑ㆍ담토談吐.
  14. 14)대귀大歸 :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莊子』 「知北遊」에,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마치 흰말이 문틈을 지나는 것 같아서 순간일 뿐이다. 무성하게 세상에 나와 번성하지만, 결국은 고요히……곧 육신이 뒤따르니, 이야말로 크게 돌아가는 것(大歸)이 아닌가?”라고 하였다.
  15. 15)소손小孫 : 손자가 할아버지를 상대하여 자기를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16. 16)해로가(薤歌) : 사람이 죽었을 때 부르는 만가挽歌를 말한다. 『古今注』 중권에서, “해로는 사람이 죽었을 때 부르는 소리이다. 전횡田橫의 문인門人에게서 나왔는데, 전횡이 자살하자 문인들이 슬퍼하여 그를 위해 비가悲歌를 지은 것으로, 사람의 목숨이 풀잎의 이슬방울같이 쉽게 사라지는 것을 노래한 것이다.” 하였다.
  17. 17)삼덕三德 : 여러 의미가 있다. ① 지智ㆍ인仁ㆍ용勇. ② 정직正直과 강剛과 유柔. 『書經』 「홍범」에서, “삼덕의 첫째는 사邪와 곡曲이 없는 정직이요, 둘째는 강함으로 극복하는 것이요, 셋째는 부드러움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평화롭고 안락한 자에게는 정직으로 대하고, 강경해서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강함으로 극복하고, 유화하여 굽실거리는 자에게는 부드러움으로 극복한다. 그리고 조금 부족한 듯하면서 뒤로 물러나 숨으려 하는 자에게는 강함으로 극복하고, 조금 지나친 듯하면서 높이 드러내려 하는 자에게는 부드러움으로 극복한다.(三德。 一曰正直。 二曰剛克。 三曰柔克。 平康正直。 彊不友剛克。 燮友柔克。 沈潛剛克。 高明柔克。)” 하였다. ③ 부처님의 덕을 세 방면에서 말한 것으로, 지덕智德ㆍ단덕斷德ㆍ은덕恩德을 말한다.
  18. 18)오복五福 : 다섯 가지 복으로 장수ㆍ부귀ㆍ건강ㆍ호덕好德ㆍ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서경』 「홍범」)
  19. 19)석복惜福 : 복을 아낀다는 뜻으로,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여 복을 길이 누린다는 말이다.
  20. 20)붓을 들어(搖兎) : 붓으로 쓴다는 의미인 듯하다. 한유韓愈의 시에, “토첨의 뾰족함은 바늘도 상대가 안 되고, 견지繭紙의 깨끗함은 눈도 비교가 되지 않네.(兔尖針莫竝。 繭淨雪難如。)”라는 표현이 나온다. 『韓昌黎集」 권9 「李員外寄紙筆」. 토첨兎尖은 가을 토끼의 터럭으로 만든 뾰족한 붓이라는 뜻이다.
  21. 21)잠영簪纓 : 고관의 관冠에 꽂는 비녀와 갓끈을 말한 것으로, 고관대작高官大爵을 의미한다.
  22. 22)이수二竪 : 질병을 일컫는 말이다. 진晉나라 경공景公이 병이 들어 진秦나라의 명의名醫를 청하였는데, 그가 오기 전에 경공의 꿈에 두 더벅머리가 나타나 말하기를, “내일 명의가 오면 우리를 처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膏의 아래와 황肓의 위로 들어가면 명의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음 날 명의가 와서 진찰하고는 “병이 고황膏肓의 사이에 들어가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23. 23)방덕方德 : 상덕常德. 정도를 따라 순행하는 덕.
  24. 24)방미厖眉 : 흰 털이 섞인 눈썹. 곧 노인의 눈썹. 고덕高德이라는 의미.
  25. 25)태고 존자太古尊者 : 태고 보우太古普愚(1301~1382). 고려 말 승려로 법명은 보우普愚, 또는 보허普虛라고도 한다. 13세에 양주 회암사檜巖寺 광지廣智에게 출가하였고, 19세에 만법귀일萬法歸一 화두를 참구하다 성서城西의 감로사甘露寺에서 의단疑團을 타파하였다. 41세에 삼각산三角山 증흥사重興寺 동봉東峯에 태고암太古庵을 짓고 머물다가 46세에 중국으로 가서 임제臨濟의 정맥을 계승한 호주湖州 하무산霞霧山의 석옥 청공石屋淸珙에게 인가 받았다. 이로 인해 해동 임제종의 시조로 추앙되었다. 『太古和尙語錄』이 전한다.
  26. 26)환암幻菴 : 환암 혼수幻菴混修(1320~1392). 고려 말~조선 초 스님으로 혼수混修는 법명이다. 이색이 지은 비명에 태고 보우의 수좌首座로 되어 있어 나옹과 태고에게 배운 것으로 짐작된다.
  27. 27)구곡龜谷 : 구곡 각운龜谷覺雲. 생몰 연대 미상. 고려 말의 고승으로 법명은 각운覺雲이다. 태고 보우의 적손으로 학덕이 높고 필법이 우수했으며, 남원 만행산萬行山 승련사勝蓮寺의 주지를 역임하였다. 공민왕이, 그 도행을 숭상하여 왕이 직접 그린 달마절로도강도達磨折蘆渡江圖ㆍ보현육아백상도普賢六牙白象圖와 ‘구곡각운龜谷覺雲’이라는 네 자의 친필을 하사하고, 대조계종사大曹溪宗師 선교도총섭禪敎都總攝 숭신진승崇信眞乘 근수지도勤修至道 도대선사都大禪師라는 법호를 하사하였다.
  28. 28)등계登階 : 등계 정심登階正心. 생몰 연대 미상의 조선 중기 스님.
  29. 29)벽송碧松 : 벽송 지엄碧松智儼(1464~1534). 조선 중기의 고승.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20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하였다. 변방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관직을 버리고 벽계 정심碧溪淨心 대사를 찾아 57세에 지리산에 입산했다. 벽송의 법은 부용 영관芙蓉靈觀 선사에게 이어지고, 그 법이 다시 청허 휴정, 즉 서산 대사에게 이어졌다.
  30. 30)부용芙蓉 : 부용 영관芙蓉靈觀(1485~1571). 조선 중기의 고승. 경상남도 사천 출신으로 연선 도인蓮船道人이라고도 한다. 1498년(연산군 4)에 출가하여 1501년에 신총信聰에게서 불경을 배웠고, 위봉威鳳에게서 참선을 배웠다. 1530년에 지리산으로 지엄智嚴을 찾아가 3년 동안 수행한 뒤 황룡산黃龍山ㆍ팔공산八公山ㆍ대승동大乘洞ㆍ의신동義信洞ㆍ연곡동燕谷洞 등에서 40여 년 동안 후학을 지도하였다. 나이 87세, 법랍 72세로 입적하였다. 제자 법융法融ㆍ영응靈應ㆍ대선大禪 등 여덟 명이 영골靈骨을 거두어서 연곡사燕谷寺 서쪽 기슭에 부도를 세웠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휴정休靜이 있다.
  31. 31)서산西山 :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 조선 중기 고승으로 휴정休靜은 법명이다. 묘향산, 즉 서산西山에 오래 주석하여 서산 대사西山大師라 칭하기도 한다. 지리산에서 숭인崇仁에게 출가하여 영관靈觀에게서 법을 얻었으며, 30세에 승과에 급제하였고, 이어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의 지위에 올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道摠攝이 되어 승병을 모집, 왜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적을 세웠다. 75세에 제자 사명 유정四溟惟政에게 병사兵事를 맡기고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입적하였다. 저서로 『禪家龜鑑』ㆍ『禪敎釋』ㆍ『三家龜鑑』ㆍ『淸虛集』이 있다.
  32. 32)편양鞭羊 : 편양 언기鞭羊彦機(1581~1644). 조선 중기 스님으로 법명은 언기彦機이다. 11세에 출가하여 휴정休靜의 제자인 현빈玄賓에게 계를 받았고, 금강산에 머물며 교학을 배우고 참선을 닦았다. 임진왜란 후 묘향산으로 서산 대사를 찾아가 선을 닦고 서산 대사의 법을 이은 적사嫡嗣가 되었다. 이후 금강산ㆍ구룡산ㆍ묘향산 등지에서 선과 교를 함께 가르치며 걸출한 후학을 배출해 후대 편양파鞭羊派의 개조開祖로 추앙되었다. 저서로 『鞭羊堂集』 2권이 전한다.
  33. 33)풍담楓潭 : 풍담 의심楓潭義諶(1592~1655). 조선 후기 고승으로 의심義諶은 법명이다. 16세에 성순性淳에게 출가해 원철圓徹에게 참학하였고, 뒤에 편양鞭羊에게 입실하여 청허淸虛의 법맥을 이었다. 남쪽을 순례하며 기암奇岩ㆍ소요逍遙를 참례하였으며, 금강산과 보개산에서 『華嚴經』 등을 열람하고는 잘못된 곳을 정정하고 음석音釋을 저술하였다. 금강산 정양사正陽寺에서 입적하였다.
  34. 34)상봉霜峰 : 상봉 정원霜峰淨源(1627~1709). 조선 후기 고승으로 정원淨源은 법명이다. 선천善天에게서 구족계를 받았고, 완월玩月과 추형秋馨에게 경론을 배웠으며, 30세에 풍담楓潭으로부터 법을 받았다. 그 후 여러 곳을 편력하며 선지식을 참례하고 강의하였다. 『도서』와 『절요』에 과문科文을 지었고, 특히 『화엄경』에 정통하였다. 숙종 35년에 지평 용문사에서 나이 83세, 법랍 64세로 입적하였다.
  35. 35)낙암洛巖 : 낙암 의눌洛巖義訥(1666~1737). 조선 후기 고승으로 의눌義訥은 법명이다. 법호를 능허凌虛라고도 하였다. 속성은 박씨朴氏로 경상북도 일선군一善郡 해평촌海平村 출신이다. 12세에 기양基陽의 곡대사谷大寺로 출가하여 황악산 모운慕雲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28세에 용문사龍門寺 상봉霜峰의 법을 잇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입적 직전에, “유골을 부도에 간직하거나 영정을 안치하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제자 유기有璣 등이 행장을 지었고, 비는 현풍 유가사瑜伽寺에 세웠다.
  36. 36)삼극三極 : 천天ㆍ지地ㆍ인人 삼재三才.
  37. 37)수달須達 : 수달다. 묨 Sudatta. 석존과 같은 때 사위성에 살던 부호富豪.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드린 이. 가난한 이에게 혜시惠施하므로 급고독給孤獨이라고도 한다.
  38. 38)신독身毒 : sindhu의 음역으로 인도를 지칭한다. 신독申毒ㆍ신도信圖ㆍ신두莘頭ㆍ신도信徒ㆍ신도身度로 음역하기도 한다.
  39. 39)한 명제漢明帝 :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계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중에서 한나라 명제(58년~75년 재위) 때로 보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40. 40)홍로시鴻臚寺 : 진나라에서 한나라 초까지 사신의 의전을 관장하던 관서명. 『隋書』 「百官志」 중에서, 홍려시는 외국 사신의 조회와 길흉사의 의식을 관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41. 41)아도阿度 : 신라에 최초로 불법을 전한 사람. 『三國遺事』와 『三國史記』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때 시자 세 명을 데리고 일선군 모례毛禮의 집에서 불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海東高僧傳』에서는 신라 미추왕 2년(263)에 신라 왕성으로 왔다가 당시 사람들의 배척으로 일선현一善縣 모례의 집에 은거하며 불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42. 42)도리사桃李寺 : 신라시대 아도 화상阿度和尙이 창건한 것으로 해동에서 최초로 창건된 절이다. 일선一善의 동쪽 20리에 있는 태조산太祖山에 있다.
  43. 43)해인사 : 양梁나라 대동大同 11년 을축(545), 즉 신라 진흥왕眞興王 5년에 창건되었다. 그 당시 중국에 신승神僧이 있었는데, 그 법명이 보지 공寶誌公이다. 스님이 임종할 무렵 「踏山記」를 문도들에게 부촉하면서 내가 죽은 뒤에 틀림없이 동쪽 나라에서 두 스님이 법을 구하러 올 터이니, 그때 이 「답산기」를 전하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44. 44)자씨慈氏 : 미륵보살의 성. 미륵보살을 말한다.
  45. 45)적계년赤雞年 : 곧 정유년丁酉年이다. 십간의 정丁은 오행에서 화火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남, 색깔로는 적赤이다. 계雞는 곧 십이지의 유酉이다.
  46. 46)백사년白蛇年 : 신사년辛巳年을 뜻한다. 십간의 신申은 오색의 백白에 해당한다.
  47. 47)환아換鵝 : 진 대晉代 서예가인 왕희지王羲之가 사경寫經하여 거위와 바꾸었다는 전고가 있다. 사경환아寫經換鵝의 고사이다. 『晉書』 「王羲之傳」에서, “산음 지방에 한 도사가 있었는데 좋은 거위를 길렀다. 희지가 매우 좋아하여 팔 것을 요구하였다. 도사는 ‘『도덕경』을 써 주면 여러 마리를 주겠소’라 하였다. 희지는 흔연히 필사를 마치고 거위를 대바구니에 담아 돌아와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후에 이를 전실典實로 삼았다.”라 하였다. 여기에서 파생하여 ‘환아수換鵝手’는 서법書法에 깊은 조예가 있는 사람을 가리키고, ‘환아서換鵝書’는 왕희지의 서법을 가리키게 되었다.
  48. 48)연일涓日 : 길하고 상서로운 날을 택하는 것. 연길涓吉ㆍ연신涓辰과 같다. 이 말은 본래 진晉 좌사左思의 『魏都賦』에서 말한, “시간을 헤아리고 길일을 택하여 중단에 올라 제위에 즉위한다.(量寸旬。 涓吉日。 陟中壇。 卽帝位。)”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49. 49)산패滻㶚 : 산수滻水와 패수灞水는 섬서성에서 발원하여 위수渭水로 흘러드는 강이다.
  50. 50)악취와 사향(蕕并麝) : 유蕕는 악취 나는 풀을 가리킨다. 사향은 향기로운 것이어서 유蕕와 상대적인 의미로 쓰인다. 여기에서는 선과 악의 대비적 개념으로 쓰였다.
  51. 51)월지月氏 : 서역에 있던 큰 왕국. 제1세 구취각왕, 제2세 염고진왕을 지나, 제3세 가니색가왕에 이르러 세력이 크게 떨쳐 서로는 페르시아의 동부로부터 중앙아시아ㆍ인도에 걸친 건다라 왕국이 되었다. 왕은 사방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불교의 외호자가 되었고, 또 5백 아라한을 가습미라에 모으고, 『大毘婆沙』를 편찬하였다. 그 후 이 나라는 불교가 대성하여 지루가참支樓迦讖ㆍ지요支曜ㆍ지강량접支彊梁接 등과 같이 중국에 와서 불경을 전한 이가 많았다. 지양支亮ㆍ지겸支謙ㆍ법호法護ㆍ지법도支法度ㆍ지도근支道根ㆍ지시륜支施崙 등의 조상은 다 월지국 사람들이다. 나라의 멸망은 미상이나 5세기경인 듯하다.
  52. 52)백마사白馬寺 : 중국 최초의 사찰 이름. 후한後漢 영평永平 10년(67)에 인도 스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흰말을 타고서 『四十二章經』을 가지고 중국으로 오자 황제가 극진히 환대하며 낙양 근처에 백마사를 건립해 거주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53. 53)용연사龍淵寺 : 현재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리 비슬산에 있는 절.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914년(신덕여왕 3)에 보양 국사寶壤國師가 창건했으며, 이 절터는 용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서 절 이름을 용연사라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03년(선조 36)에 휴정의 명령으로 인잠印岑ㆍ탄옥坦玉 등이 재건했다. 1650년(효종 1)에 일어난 화재로 보광루寶光樓만 제외하고 모두 불타 버렸으나 다음해에 계환戒環ㆍ여휘麗輝 등이 중건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의 중수가 있었으며, 6ㆍ25전쟁 때 병화를 입어 겨우 명맥만 유지되던 것을 근래에 복원했다.
  54. 54)보양寶壤 : 신라 말기 스님. 당나라에 가서 법을 배우고 오는 길에 서해를 건널 때, 용왕이 용궁으로 청하여 경을 읽히고 금라金鑼 가사를 보시하며 이목이란 아들을 시봉으로 딸려 보내면서, “삼국三國이 소란하여 아직 불법에 귀의할 임금이 없으니, 내 아들을 데리고 가서 작갑鵲岬에 절을 짓고 있으면 난리도 피하고 몇 해 안으로 불법을 보호할 임금이 나와 삼국을 정하리라.” 하였다. 본국에 돌아와서 한 곳에 이르니, 어떤 노승이 원광圓光이라 자칭하면서 인궤印櫃를 주고 없어졌다. 그가 폐사된 절을 다시 지으려고, 북령北嶺에 올라가 바라보니, 뜰 가운데 5층 황탑黃塔이 보였다. 내려와 찾아보니 흔적이 없어 다시 올라가 본즉 까치 떼가 땅을 쪼고 있었다. 용왕이 “작갑”이라 하던 말을 생각하고 내려와 땅을 파니 벽돌이 나왔다. 옛날 절터인 줄 알고 절을 짓고 작갑사鵲岬寺라 하였다. 오래지 않아 고려 태조가 삼국을 통일한 뒤 작갑사를 지었다는 말을 듣고, 오갑五岬의 지세 5백 결結을 보시하고, 937년(태조 20)에 운문선사雲門禪寺라 고쳤다.
  55. 55)태泰는 비否를 기다리고 : 태泰는 태평 시대이고, 비否는 비색否塞한 시대를 뜻하는데, 『주역』에 태괘泰卦와 비괘否卦가 있어 흥하고 쇠함이 서로 왕래함을 말했다.
  56. 56)체替는 흥興을 기다립니다 : 흥체興替는 성쇠盛衰ㆍ성패成敗와 같은 말이다.
  57. 57)자고鷓鴣 : 중국 남방에 서식하는 새 이름인데, 항상 ‘길이 험난해서 갈 수 없다’라는 뜻으로 “행부득야가가行不得也哥哥”라고 운다 하여, 옛사람들이 시문에서 흔히 자고의 울음소리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표현하였다.
  58. 58)체동螮蝀 : 무지개. 여기서는 무지개 모양의 들보를 말한다.
  59. 59)화남和南 : 범어 vandana의 음역. 예배ㆍ경례ㆍ계수稽首라는 뜻이다.
  60. 60)편남楩楠 : 녹나무. 큰 교목으로 좋은 목재이다.
  61. 61)광락光落 : 천간지지의 이름이다. 『爾雅』에서 신辛을 중광重光이라 하였고, 사巳를 대황락大荒落이라 하였다. 신사辛巳를 합하여 광락光落이라 한다.
  62. 62)묵서黓徐 : 천간지지의 이름이다. 『이아』에서 임壬을 현묵玄黙이라 하였고, 진辰을 집서執徐라 하였다. 임진壬辰을 합하여 묵서黙徐라 한다.
  63. 63)대량大梁 : 해ㆍ달ㆍ오성의 운행과 절기의 변환을 설명하기 위하여 하늘을 서에서 동의 방향으로 12등분한 것을 성차星次라 하는데, 그중 하나이다. 십이지十二支 중 유酉에 해당하며, 이십팔수二十八宿에서는 위胃ㆍ묘昴ㆍ필畢의 삼성三星을 가리킨다. 6월.
  64. 64)간산艮山 : 동북 방향의 산. 집터 등이 동북쪽을 등지고 서남쪽을 향하여 앉은 자리를 간좌곤향艮坐坤向이라 한다.
  65. 65)육위六偉 : 상량시 축원문의 첫 구절 ‘아랑위兒郞偉’는 장인匠人들을 부를 때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이라고도 하고, 대들보를 들 때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영차’ 하고 내는 소리의 의성어라고도 한다. 또한 아랑위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아랑兒郞의 복수형이다. 동서남북과 천지상하의 여섯 방향을 노래하여 ‘아랑위’가 여섯 번 반복되기 때문에 ‘육위송六偉頌’이라고도 한다.
  66. 66)혼돈混沌 : 고대 중국의 전설로서 세계 개벽 전 원기가 분화되기 전의 모호한 한 덩어리로 있는 상태. 혹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중앙을 담당한 상제의 이름이다. 원래는 눈ㆍ귀ㆍ코 등 일곱 구멍이 없었는데, 하루에 한 구멍씩 파 나가자 이레 만에 그만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장자』 「應帝王」에 실려 있다. 자연 순박한 상태를 비유한다. 곤륜은 혼돈과 같은 말로 천상天象을 의미한다.
  67. 67)당백棠伯 : 방백方伯의 비유. 감당甘棠은 팥배나무로 『시경』 「召南」의 편명인데, 보통 방백方伯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 무왕周武王 때 소공召公 희석姬奭이 서백西伯으로 선정을 베풀었으므로, 백성들이 그를 추모한 나머지 그가 잠시 그늘 아래 쉬었던 감당나무를 기념하여 잘 가꾸며 보존하는 한편, 이를 노래로 지어 불렀다는 고사가 전한다.
  68. 68)첩물帖物 : 관아에서 하급 기관에 보내는 문서가 첩문帖文이니, 첩물은 이러한 문건을 말하는 듯하다.
  69. 69)애내欸乃 : 뱃노래. 노를 저을 때 부르는 소리.
  70. 70)육화六和 : 육화경六和敬의 줄임말이다. 보살이 중생과 어우러져 함께 공경하고 사랑하는 여섯 가지 법이다. 여섯 가지는 동계화경同戒和敬ㆍ동견화경同見和敬ㆍ동행화경同行和敬ㆍ신자화경身慈和敬ㆍ구자화경口慈和敬ㆍ의자화경意慈和敬이다.
  71. 71)사사四事 : 네 가지 공양물. ① 의복ㆍ음식ㆍ와구臥具ㆍ탕약. ② 의복ㆍ음식ㆍ산화散華ㆍ소향燒香. ③ 방사房舍ㆍ음식ㆍ의복ㆍ산화소향.
  72. 72)화청華淸 : 태공太空ㆍ태청太淸. 태청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 세계로 삼청三淸 가운데 하나. 공중으로 40리를 올라가면 그곳을 태청이라 하는데, 즉 선경仙境을 뜻한다.
  73. 73)대적사大寂寺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에 있는 작은 사찰. 신라 헌강왕憲康王 2년(876) 보조 선사普照禪師(804~880)가 토굴에 창건한 사찰이다. 고려 초 보양 국사寶壤國師가 중창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사원을 다시 중창하는 등 전란 때마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 후 조선 숙종 15년(1689) 성해 대사가 건물을 세우고 불상을 모시면서부터 비로소 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천년 고찰이다.
  74. 74)천상유택지월天上有澤之月 : 3월.
  75. 75)임하부방지년林下附狵之年 : 갑술년. 출전은 미상.
  76. 76)사은四恩 : 네 가지의 은혜를 말하는 것으로, 어머니의 은혜, 아버지의 은혜, 여래의 은혜, 설법 법사의 은혜를 말하기도 하고, 또는 부모의 은혜, 중생의 은혜, 국왕의 은혜, 삼보의 은혜를 말하기도 한다.
  77. 77)용화龍華 : 현재 도솔천兜率天의 내원內院에 있는 미륵彌勒보살. 앞으로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이 땅에 내려와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한 뒤에 3회의 법회를 열어 중생을 구원하는데, 제1회에선 96억, 제2회에선 94억, 제3회에선 92억 등 과거 석가모니불의 교법 아래에서 득도하지 못한 중생들을 상중하 3근根으로 구별하여 모두 제도한다고 한다. 이를 용화삼회龍華三會, 혹은 미륵삼회彌勒三會ㆍ자존삼회慈尊三會라고 한다.
  78. 78)무쟁無諍 : ① 논쟁하지 않는 것. ② 쟁쟁諍諍하지 않는 자. 여래와 동의어. ③ 유쟁有諍의 반대. 쟁諍은 번뇌의 다른 이름. 무루법無漏法, 번뇌가 없는 것. ④ 아라한阿羅漢의 한 번역. ⑤ 다툼이 없는 것.
  79. 79)기타祗陁 : 기수祗樹는 기타 태자祗陁太子의 숲이라는 뜻으로 중인도 코살라국의 수도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었다. 기원祇園이라고도 한다. 급고독 장자給孤獨長子가 이 숲을 사서 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바쳤으니, 곧 기원정사祇園精舍이다.
  80. 80)규일揆日 : 길한 때와 날짜를 선택하는 것.
  81. 81)오획五畵 : 3월인 듯하다. 11월 동짓달부터 양획陽畫이 돌아오기 시작하여 점점 겹쳐 오획이 되면 봄 3월 달이 된다.
  82. 82)작은 붓(兎尖) : 가을 토끼의 터럭으로 만든 뾰족한 붓이라는 뜻이다. 한유韓愈의 시에, “토첨의 뾰족함은 바늘도 상대가 안 되고, 견지繭紙의 깨끗함은 눈도 비교가 되지 않네.(兔尖針莫竝。 繭淨雪難如。)”라는 표현이 나온다. 『韓昌黎集』 권9 〈李員外寄紙筆〉.
  83. 83)함지咸池 : 해가 목욕한다는 곳이다. 부상扶桑은 해가 뜨는 곳, 함지咸池는 해가 지는 곳이다. 『淮南子』 「天文訓」에, “태양이 우연으로 떨어질 때를 황혼이라고 한다.(日至于虞淵。 是謂黃昏。)”라는 말이 있고, “해는 양곡에서 떠올라 함지에서 목욕한다.(日出於暘谷。 浴於咸池。)”라는 말이 있다.
  84. 84)백학지白鶴誌 : 풍수지리의 술법을 담은 책.
  85. 85)중건重乾 : 건괘가 거듭된 달인 4월, 동짓달로부터 양효陽爻가 시작되어 양효가 여섯 개 겹치는 달이 4월이다.
  86. 86)조무兆茂 : 십간十干의 병丙이 유조柔兆이고, 십이지十二支의 술戌이 암무闇茂이니, 조무는 병술이다.
  87. 87)지마指馬 : 분분한 시비를 뜻한다. 『장자』 「齊物論」에서, “손가락으로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손가락 아닌 것으로써 손가락의 손가락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고, 말로써 말의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이, 말 아닌 것으로써 말이 말 아님을 깨우치는 것만 못하다.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요, 만물은 하나의 말이다.(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以馬喩馬之非馬。 不苦以非馬喩馬之非馬也。 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라고 하였다.
  88. 88)풍운風雲 : 『주역』 「건괘」 문언文言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한 시대에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감응하여 회합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89. 89)계옥桂玉 : 계수나무 땔나무와 옥으로 지은 밥이라는 말로, 물자가 부족하여 생활하기 곤란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이 초楚나라 왕에게, “초나라의 밥은 옥보다도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보다도 비싸다. 지금 내가 옥으로 지은 밥을 먹고, 계수나무로 불을 때고 있으니, 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楚國之食貴于玉。 薪貴于桂。 今臣食玉炊桂。 不亦難乎。)”라고 불만을 토로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흉년이 들어 땔감이나 곡식이 계옥보다도 귀하다는 말이다. 『戰國策』 「楚策」 3.
  90. 90)비야毘耶 : 유마維摩(Vimalakīrti) 거사는 음역으로는 비마라힐毘摩羅詰ㆍ유마힐維摩詰이라고 하고, 한역으로는 무구칭無垢稱ㆍ정명淨名이라고 한다. 유마가 비사리성毘舍離城(Vaiaśālī)의 장자長者였기 때문에 유마를 비야 노인이라고도 한다. 비야는 비사리의 약칭이다.
  91. 91)해호解虎 : 북제北齊의 승조僧稠 선사는 석장으로 두 마리 호랑이가 싸우는 것을 해결하고 갈라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續高僧傳』 권16 「僧稠傳」에 의하면, 승조가 회주懷州 서쪽 왕옥산王屋山에서 선정을 닦고 있을 때에 두 마리 호랑이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포효하는 소리가 바위를 진동하였다. 이에 석장으로 그 중간을 갈랐더니 각각 흩어져 가 버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수 대隋代의 담순曇詢 선사 역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속고승전』 권16 「曇詢傳」에는, “또 산을 가다가 두 마리 호랑이가 싸우는 것을 마주쳤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았다. 순이 이에 석장을 집어 두 호랑이를 나누고 몸을 방패로 삼으며 말하기를, ‘숲 속에 함께 살면서 웬만하면 제발 각기 제 갈 길을 가거라’라고 하자, 호랑이는 고개를 떨구고 명령을 받아들여 숨을 들이쉬며 흩어졌다.(又山行値二虎相鬥。 累時不歇。 詢乃執錫分之。 以身爲翳。 語云。 同居林藪。 計無大乖。 幸各分路。 虎低頭受命。 便飮氣而散。)”라는 기록이 있다.
  92. 92)도알屠閼 : 십간十干의 기己가 도유屠維이고, 십이지의 묘卯가 단알單閼이니, 도알은 기묘년을 말한다.
  93. 93)실침實沉 : 이십팔수二十八宿의 하나인 삼수參宿를 주관하는 신神의 이름으로서, 3월을 가리키는 듯하다.
  94. 94)하늘은 강건하고(乾健) : 간단없이 강건彊健함을 가리킨다. 『주역』 「건괘」 대상大象에, “하늘의 운행이 강건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서 스스로 강건하여 간단이 없다.(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라는 말이 보인다.
  95. 95)땅은 순조로워(坤順) : 『주역』 「곤괘」 문언文言에, “땅의 도는 그 순함인저, 하늘을 받들어 때로 행하느니라.(坤道其順乎。 承天而時行。)”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부녀의 순종하는 덕을 가리킨다.
  96. 96)서계書契 : 문자文字를 말한다. 태고에는 문자가 없어 노끈으로 매듭을 묶어 정령政令의 부호로 삼다가 복희씨伏羲氏가 왕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한다. 『주역』 「계사」.
  97. 97)체동螮蝀 : 무지개. 여기서는 무지개 모양의 들보.
  98. 98)두우杜宇 : 주나라 말기 촉왕蜀王 망제望帝의 이름으로, 죽어서 원혼이 새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새의 울음소리가 처절하여 능히 객수를 자아낸다고 한다. 자규子規 또는 촉혼蜀魂이라고도 한다.
  99. 99)발섭하는 수고(跋涉之勞) : 행로行路의 어려움을 말하는데, 잡초가 우거진 길을 가는 것을 ‘발跋’, 물을 건너는 것을 ‘섭涉’이라 한다. 『시경』 「鄘風」 〈載馳〉에서, “대부가 발섭하니 내 마음 시름겹네.(大夫跋涉。 我心則憂。)”라 하였다.
  100. 100)칠군七君 : 북두칠성의 일곱 별인 탐랑貪狼ㆍ거문巨門ㆍ녹존祿存ㆍ문곡文曲ㆍ염정廉貞ㆍ무곡武曲ㆍ파군破軍을 이른다. 또는 대성군大星君ㆍ원성군元星君ㆍ진성군眞星君ㆍ무성군繆星君ㆍ사성군四星君ㆍ기성군紀星君ㆍ개성군開星君이라고도 한다.
  101. 101)홍범구주洪範九疇 :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큰 요체를 말한 것이다. 본래 우禹가 제정하였는데, 기자가 무왕의 질문에 부연하여 답하였다. 아홉 가지 항목은 오행五行ㆍ오사五事ㆍ팔정八政ㆍ오기五紀ㆍ황극皇極ㆍ삼덕三德ㆍ계의稽疑ㆍ서징庶徵ㆍ오복五福이다. 오복은 다섯 가지의 복으로, 첫째는 수壽, 둘째는 부富, 셋째는 강녕康寧,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이다. 『書經』 「洪範」.
  102. 102)청오靑烏 : 황제黃帝 때 팽조彭祖의 제자로 풍수지리에 정통했던 사람의 이름이다. 전하여 풍수지리의 술법術法, 풍수지리에 대한 학설, 풍수지리에 관한 서적, 풍수지리에 의한 길지吉地 등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백학白鶴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103. 103)백의白衣 : ① 관리. 백의를 입은 사자使者. 도잠陶潛이 일찍이 중양일重陽日에 술이 없어 집 가의 동쪽 울타리 밑의 국화 떨기 가운데서 국화를 한 움큼 따 가지고 그 곁에 앉아 있는데, 잠시 후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백의 입은 사자를 시켜 술을 보내왔으므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술을 마시고 취하여 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②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104. 104)영인郢人 : 영인은 솜씨 좋은 목수를 말한다. 초나라 영인이 코끝에다 파리 날개만 한 악토堊土를 바르고는 장석匠石을 시켜 그 악토를 깎아내게 하자, 장석이 바람 소리가 나도록 도끼를 휘둘러 깎아냈다. 그런데 악토만 깨끗이 깎이고 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莊子』 「徐无鬼」.
  105. 105)곤오昆吾 : 여기에서는 흙을 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기와 장인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곤오는 삼대三代 시대 중국 서쪽에 있던 나라 이름이다. 『山海經』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적동赤銅이 많이 생산되어 명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106. 106)단상彖象 : 「彖傳」과 「象傳」을 가리킨다. 단彖은 『주역』의 괘卦를 풀이한 말로서, 괘사卦辭를 말하는데, 문왕文王이 지었다고 한다. 상象은 『주역』의 괘사와 효사爻辭를 풀이한 것으로 주공周公이 지었다고 한다.
  107. 107)감로수 : 부처님의 설법을 비유한 말이다.
  108. 108)금광초金光草 : 명경초明莖草의 일종으로 선인仙人이 복용하는 풀 이름이다.
  109. 109)크고 웅장하며 : 원문의 ‘뇌뢰락락磊磊落落’은 사물이 크고 활달한 모양이다. 뜻이 고상하고 원대하여 자질구레한 일에 구애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晉書』 「石勒載記」에서, “대장부의 행사는 의당 뇌뢰락락하여 마치 일월처럼 명백해야 한다.(大丈夫行事。 當磊磊落落。 如日月皎然。)”라고 하였다.
  110. 110)우양雨暘 : 절기에 따라서 제때에 비가 오고 햇볕이 나는 것.
  111. 111)한욱寒燠 : 절기에 따라서 춥고 따뜻하고 하는 것.
  1. 1)「文二」編者補入。